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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25) 알비노 동물의 비애

    백의민족인 탓일까. 예로부터 흰 동물을 길조(吉兆)로 여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믿음은 유별나다. 신선이 타고 다녔다는 백호는 예로부터 상서로운 동물이었다. 오죽하면 청룡(靑龍)·주작(朱雀)·현무(玄武) 등과 함께 하늘의 사신(四神)으로 여겼을까. 흰 사슴도 만만치 않다. 신선과 함께 놀았다는 녀석은 전설과 함께 한라산에 ‘백록담(白鹿潭)’이란 제 이름까지 남겼다. 때문에 업자들 사이에서도 진짜 흰 사슴은 부르는 게 값이다. 이런 탓에 일부 악덕업자들은 원래 회백색을 띠고 태어나는 남유럽·소아시아 산 다마(Dama)사슴에 흰 색을 덧칠해 폭리를 취하는 어이없는 일까지 벌어진다. 또 흰 동물을 귀히 여기는 현상은 파충류인 뱀부터 조류인 까치까지 다양하고 넓게 퍼져 있다. ●“근친교배의 자화상” 사실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유독 몇 마리만 흰 색을 띄고 태어나는 동물들은 알비노(Albino)라고 불리는 돌연변이일 뿐이다. 알비노는 피부·모발·눈 등에 색소가 생기지 않는 백화현상(白化現象)으로 모든 동물에서 볼 수 있는데 유전학적으로도 열성에 속한다. 흰 쥐나 흰 토끼는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알비노다. 하지만 극지방 보호색을 위해 털이 변한 북극곰 등은 알비노라 볼 수 없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동물학자들 사이에서 근친교배가 잦은 곳에 많이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는 학설이 지배적이다. 기형적인 모습을 동반하기도 하는데 동물학자들은 “알비노는 동물원 근친교배의 부끄러운 자화상”으로 해석한다. ●생태계에서도 약자 그렇다면 자신과는 전혀 다른 흰 동물을 보는 동물들의 태도는 어떨까. 사실 사람들의 환호와는 달리 동물세계에서 알비노를 겪는 동물은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한다. 북국이나 남극 등 특수한 환경을 제외하면 흰색 동물은 야생에서 포식자에게 발견되기 쉽다. 무리생활을 할 경우 다른 녀석들까지 발각되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호랑이나 사자처럼 먹이사슬 맨꼭대기에 있는 종이라 하더라도 튀는 용모 탓에 사냥도 쉽지 않다. 더 심각한 것은 짝짓기. 특히 외형을 보고 건강함을 판단하는 짝짓기 과정에서도 녀석들은 퇴짜를 맞기 일쑤다. 그들 사이 알비노는 무리와는 다른 ‘미운오리새끼’인 셈이다. 서울대공원에서 알비노 동물은 백호와 흰 너구리, 흰 버마 왕범과 흰 다람쥐 등 모두 4마리다. 대부분 외부에서 기증받은 것들인데 이 가운데 현재 짝을 맺고 사는 것은 지난해 10월 동거를 시작한 흰색 너구리 구리(♀·2003년생 추정)와 꾸리(♂·2005년생)가 전부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특파원 칼럼] 아베와 ‘아름다운 나라’/박홍기 도쿄 특파원

    일본은 4월 들어 두차례의 선거를 치렀다. 광역단체장 선거와 2곳의 참의원 보궐선거가 낀 기초단체장 선거다. 선거 때마다 눈에 띄는 문구가 있다면 다름아닌 ‘아름다운 나라, 일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9월 취임하면서 내놓은 야심찬 정치적 구호다. 이른바 ‘강한 일본’을 추구하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신념이자 철학이기도 하다. 아베 총리는 지난 22일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를 위한 아이디어 공모에 나섰다. 분야에 제한을 두지 않고 의견을 모으는 이벤트이다. 내각에는 이미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 기획 회의체’까지 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정책마다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다.‘아름다운 나라’의 합창 소리가 더욱 커지는 실정이다. 아베 총리가 표방하는 ‘아름다운 일본’, 표현상으로는 정말 그럴싸하다. 그러나 막상 속내를 들여다보면 ‘섬뜩함’을 지울 수 없다.2차 대전 패전국이자 가해자로 낙인찍힌 오명의 역사를 스스로 덮고 ‘새로운 일본’을 일궈나가자는 게 목표이다. 간단히 말해 ‘전후 체제’의 청산이다. 아름다운 나라로의 화려한 비상을 위해 들고 나온 핵심 수단이 바로 헌법개정과 교육개혁이다. 아베 총리는 총리가 되기 전 펴낸 자신의 책 제목을 ‘아름다운 나라로’라고 붙일 정도로 일본의 새로운 자화상 그리기를 꿈꿔왔던 터다. 관방장관 때에는 “우리들 자신의 손으로 헌법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의원 시절, 역사교과서를 겨냥,‘자학(自虐)사관’은 일본의 치부만 드러낼 뿐 국가 발전이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전후 세대의 첫 총리가 되자 “드디어 전후 세대가 사회의 중심이 됐다. 부모들이 남긴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아름다운 나라’라는 기치 아래 본격적인 ‘꿈’의 실현에 나섰다. 5월3일 헌법 60주년 기념일에 즈음해 헌법 개정의 정당성과 함께 의지도 분명하게 피력했다.“현행 헌법을 기초한 것은 헌법을 잘 모르는 연합군사령부 사람들이었다. 성립과정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자위권 금지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게 아베 총리의 헌법 개정의 논거다. 현행 평화헌법에서 금지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겠다는 ‘포부’이다. 자칫 ‘군국주의의 회귀’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 개혁에 대한 아베 총리의 결의 또한 대단하다. 최근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의 기본은 교육이다.”라며 교육 개혁을 독려하고 있다.60년만에 처음으로 교육기본법도 손질, 완성 단계로 치닫고 있다. 개혁의 지향점은 국가주의 함양이다. 교육에 대한 국가의 관여 강화와 함께 애국심 고취에 역점을 두고 있는 까닭에서다. 아베 총리의 말마따나 뜻있는 국민을 길러 품격있는 국가를 만드는 ‘대업’인 것이다. 아베 총리의 아름다운 나라는 분명 추상적인 데다 정치적 색깔이 강하다. 마치 황국이니 신민이니 하던 과거 군국주의, 쇼와(昭和)시대의 초기를 연상케 하고 있다. 게다가 수순이 바뀌었다. 틀렸다. 과거 역사와의 단절이 아닌 정리에서부터 시작했어야 옳았다. 군국주의 시대의 과오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바탕에 깔아야 한다는 얘기다. 자학사관을 탓할 게 아니라 올바른 역사 인식 아래 새로운 일본을 그리는 것이 마땅하다. 아베 총리는 ‘아름다운 나라, 일본’을 편협한 민족주의로 귀착시켜서는 안 된다.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일본 안팎에서 제기되는 “자기 중심적, 자기 도취적이 아닌 ‘평화로운 나라 만들기’에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고도 충분히 새겨들어야 한다. 단지 색깔만 덧칠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그러지 않으면 한·일 관계뿐만 아니라 동맹국들과도 냉전의 틀에 갇힐 수밖에 없다. 분명컨대 ‘반복해서는 안 되는 역사가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hkpark@seoul.co.kr
  • [열린세상] 지식인 사회의 슬픈 자화상/김민환 고려대 신문방송학 교수

    방송위원회라는 기구가 있다.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보장하기 위해 설치한 합의제 국가기구다. 방송위원회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9명 가운데 3명은 대통령이 선임하고,3명은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하여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나머지 3명은 방송 관련 전문성 등을 고려하여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추천 의뢰를 받아 국회의장이 추천한 자를 대통령이 임명한다. 방송의 공정성 확보야말로 방송위원회를 설치한 핵심적인 목적이기 때문에 추천을 누가 했건 방송위원은 정치적 중립성을 견지해야 한다. 이건 금과옥조의 불문율이다. 그런데 요즘 방송위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다시 한번 성찰하게 하는 사건이 났다. 한 방송위원이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등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양식 수준을 의심하게 하는 말을 쏟아낸 것이다.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그 방송위원은 “우리 자식들이 이 땅에서 밥 먹고 살려면 좌파를 몰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한 동석자가 “우리는 한 배”라고 하며 한나라당 대선 승리를 도와야 한다고 말하자 이 방송위원은 “한 배가 아니라 우리 일”이라고 한술 더 떴다. 이 방송위원은 한나라당이 대선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방송이 중요한데 너무 소홀히 하고 있다고 하는가 하면 “우리가 정권을 찾아오면 방송계는 하얀 백지에다 새로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우리’란 그가 속한 방송위원회가 아니라 특정 정당이다. 이 방송위원의 발언은 그 정도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방송위원회 산하 보도교양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심의 결과에 대해 “우익 시민단체에서 시위를 해야 한다. 좌파들의 끈기 있는 투쟁을 우리가 해야 한다. 목동 방송회관에 와서 ‘이렇게 하려면 문 닫아라.’하고 시위를 해줘야 한다. 그러면 조선·동아가 기사화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이 술자리에 동석한 KBS 심의위원은 더 해괴한 말을 했다. 정권교체에 기여하기 위해 관리자급으로 KBS에 노동조합을 만들어 ‘공정방송노동조합’이라고 이름 지었다는 것이다. 그는 보도내용을 공학적으로 보고 얼마나 교묘하게 균형을 가장해 편향을 하는지 지적할 것이라고 호언했다. 이런 일련의 대화 내용이 어떻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는가. 여기에는 이른바 경인TV 사태가 얽혀 있다. 이 방송의 대표가 사적인 술자리 대화 내용을 녹음한 것이 CBS 손에 들어갔고,CBS가 연속보도로 경인TV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그 뒤 CBS는 경인TV 관련 녹취록과 녹취테이프를 방송위원회에 제출했는데 어떤 경로를 통해서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경인TV와는 관련이 없는 대화 내용까지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해당 방송위원은 이번 물의로 언론계에서 일약 유명인사가 되었다.‘미디어오늘’의 검색 창에는 이 위원의 이름이 인기 검색어 3위에 올라 있다. 방송위원회의 설치 목적을 비웃는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으니 마땅히 치러야 할 대가인지 모른다. 그러나 언론계에 이 방송위원을 당당하게 비판할 언론인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신문을 펼치면 이 방송위원이 한 말에 못지않은 정파성이 덕지덕지 묻어난다. 방송도 정파적이긴 마찬가지다. 노무현 시대에 노 정부 편을 들고 있지만 정권이 바뀌면 새 권력 앞에 무릎을 꿇을 만반의 태세를 갖춘 상태다. 어디 언론계뿐이랴. 지식인 사회 전체가 천박한 정파성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에게 남은 일은 한 방송위원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 그 위원의 얼굴이 곧 내 얼굴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김민환 고려대 신문방송학 교수
  • 작가 23명 자화상 전시

    소설가 서영은씨는 직접 그린 자화상에서 눈, 코, 귀를 생략하고 빨간 입술만 도드라지게 그려넣었다. 그리고 깍지를 낀 손 한쪽에는 “푸른 흙 속에 파묻혀 있는 고구마-”라고 풀어썼다. 서씨는 깊은 사유에 잠겨 있는 자아를 고구마에 빗댄 것이다. 흙 속에 파묻혀 있는 고구마가 차츰 성장하듯이 자신의 사유도 차츰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편지 쓰는 작가들의 모임’이 17일까지 서울 봉래동 프랑스문화원에서 열고 있는 ‘작가들의 자화상전’에는 서씨를 비롯해 소설가 박범신, 김다은씨 등 작가 23명이 직접 그린 자화상이 전시돼 있다. 작가들의 내면세계를 엿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서씨의 파격적인 자화상 못지않게 박범신씨는 산을 머리에 이고 있는 다소 여성스러운 자화상을 그렸다. 함께 써넣은 ‘눈 감고 아주 먼 곳을 보면 그럼, 산(山)도 이고 갈 수 있고 말고!’라는 글에서는 미지의 땅에 대한 갈망이 엿보인다. 작가들의 자화상은 대부분 추상적이다. 김다은씨는 사슴처럼 긴 목을 돋보이게 그린 자화상을 선보였고, 소설가 우광훈씨는 신문조각 모음을 배경으로 눈썹과 입을 과일로 대체하고, 눈에는 돈을 상징하는 내용을 담은 얼굴을 그렸다. 행사를 진행한 김다은씨는 “목을 쭉 빼서 세상을 보고싶은 호기심 많은 또 다른 나를 그렸다.”면서 “내 모습을 다 담을 수 없어서 일부분은 표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작가들의 자화상은 보통사람들의 자화상과는 많이 다르다.”면서 “글을 쓸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표현하려고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편지 쓰는 작가들의 모임’은 전시회가 끝난 뒤 참여작가들의 자화상을 엽서로 만들기로 했다. 그러면 편지 쓰는 문화를 다시 한번 살려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솔로3집 ‘나무로 만든 노래’로 돌아온 이적

    솔로3집 ‘나무로 만든 노래’로 돌아온 이적

    ‘음악작가’ 이적이 솔로 3집 앨범 ‘나무로 만든 노래’를 들고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싱어 송 라이터’라는 흔한 표현을 두고 굳이 ‘음악작가’라고 한 이유는 뭘까. 그는 음악가이면서 동시에 ‘지문사냥꾼’이란 소설로 등단한 어엿한 신진 작가이기 때문이다. 무려 13만부 이상 팔려 베스트셀러 작가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3집 앨범 속지에 기록된 제작 관계자의 면면을 보자. ‘Produced by,All songs Written,Composed by,Performed by 이적’이다. 쉽게 말해 북치고 장구치고 혼자 다했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다소 욕심이 과한 것은 아닐까? “나를 많이 보여줄 수 있는, 내가 중심에 서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노래만 부르고 연주는 노련한 세션맨들에게 부탁할 수도 있었죠. 기술적인 부분에서만 보자면 그 편이 훨씬 나았을 거예요.” “하지만 잃어버리는 것도 있어요. 피아노 건반 하나를 두드릴 때도 손가락의 강약에 따라 느낌이 다르죠.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노래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은 실제 곡을 만든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에요.” 앨범 제목에서 느껴지듯 어쿠스틱 사운드가 주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의 노래들로 앨범이 가득 채워졌다. 물론 제목 또한 그의 작품. “군더더기 기교는 빼고,(곡을 만들 때)맨 처음 피아노와 기타를 치면서 받았던 투박한 느낌 그대로를 살리려고 애썼어요. 당연히 화려하거나 세련되지 않고, 낡고 단순하죠.” 어깨에 힘 빼고 편안한 목소리로 팬들에게 말을 걸겠다는 함의다. 이번 앨범은 1번 트랙 ‘노래’에서 시작해 12번 ‘무대’에서 끝난다. 어딘가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특히 ‘노래’의 가사 중 ‘한순간이 내 인생을 바꾼∼’이란 대목은 초등학교 시절 그의 우상이었던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을 표현한 것이다. “내 삶의 모든 것이 노래로 귀결될 것임을 ‘노래’에 담았어요.‘무대’에는 가수로서의 희열과 허무함이 녹아 있죠. 내 세상처럼 느껴졌던 조그만 무대도 불이 꺼지고 나면 허무함만 남게 되더군요. 이런저런 음악에 대한 단상을 앨범 앞뒤에 넣고 싶었어요.” 타이틀 곡은 ‘다행이다’. 피아노를 치며 애절하게 고백하는 그의 모습이 자화상처럼 그려지는 작품이다. 이전과 달리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가슴 뭉클하게 하는 진솔한 보컬이 일품이다. “특별히 성량이 우렁차졌다거나, 창법이 바뀐 것은 아니에요. 예전에 비해 음역의 폭이 다양해졌고, 그만큼 노래를 해석하는 방법에 깊이가 더해진 거죠.” 이적이 지난 10여년간 다양한 실험적인 음악을 통해 대중음악의 수준을 한 단계 상승시켰다는 것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 그가 이번엔 ‘나무 냄새 나는’ 사운드를 들고 돌아왔다. 달콤하면서도 어딘가 쌉싸름한 레드 오렌지 같은 앨범이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비하인드 뉴스] 금감위 공무원 “우리도 샌드위치”

    ●재경부·금감원 사이 수적 열세·압박감 느껴 금융감독위원회 소속 공무원들은 한국이 중국과 일본에 끼여 위기라는 ‘샌드위치론’과 ‘넛크래커론’이 나올 때마다 자신들의 처지와 비슷해 뜨끔하다고 한다. 파견 공무원까지 직원이 100여명에 불과한 금감위는 조직력과 입법권을 가진 700여명의 재정경제부와 시장감독권을 가진 1600여명의 민간조직 금융감독원 사이에서 수적인 열세와 업무의 압박감을 느낀다고 했다. 때문에 최근 윤증현 금감위원장도 위상의 재정립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래서 금감위는 오는 19일 ‘혁신토론회’를 연다. 한 관계자는 “우리의 자화상과 미래에 대한 허심탄회한 토론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최영록 재경부 과장 `세제실 그랜드슬램´ 최영록(행시 30회) 재정경제부 소득세제과장이 세제실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13일자로 재산세제과장에 발령이 나 법인세·소득세·재산세 3개과를 섭렵하게 됐다. 역대 세제실 출신 가운데 2번째다. 코스콤(옛 한국증권전산) 사장을 지낸 한정기(14회) 전 국세심판원장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최근 세제실장을 지낸 이종규(비고시) 코스콤 사장과 김용민(17회) 조달청장도 3개과 가운데 법인세를 맡지 못했다. 허용석(22회) 현 세제실장은 재산세과장만 역임했다. 세제전문가인 장태평(20회)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도 법인·재산은 해봤지만 소득세과장은 못했다.‘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면 세제실장 후보 1순위로 꼽힌다. 그러나 한 전 원장은 행시 동기인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과 최경수 전 조달청장에 밀려 세제실장을 하지는 못했다.●“박병원 우리금융 회장의 스타일은” 문의 두 달전 재정경제부를 떠나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박병원 전 차관의 업무 스타일을 묻는 우리금융지주 임직원들의 전화가 지금까지 재경부로 걸려오고 있다. 지난 2일 박 전 차관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하자 대면 보고가 잦은 전략파트 임·직원들이 박 회장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는 것.특히 박 회장이 ‘시장주의자’‘원칙론자’ 등으로 알려진데다 소신이 강한 이미지까지 갖고 있어 보고 라인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박 회장이 격식을 싫어하고 자유롭게 보고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을 우리금융지주 직원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김현종 본부장 FTA역할 과대포장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체결되는 과정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역할이 과대평가됐다는 말이 나온다. 김 본부장이 대통령에게 FTA를 처음 건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막판까지 협상을 조율하고 ‘레드 라인’을 결정하지는 않았다는 것. 김 본부장이 FTA 타결의 핵심으로 부각되는데 관계부처 실무진들은 불만이다. 정부 관계자는 13일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본부장이 협상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으나 사실은 다르다.”면서 “권오규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재정경제부와 농림부, 산업자원부 등의 실무진들이 ‘주고 받기’를 정했다.”고 말했다.●우리은행 인사 ‘바늘과 실’이 떨어진 이유는 최근 단행된 우리은행 인사에서 LG카드 박재웅 전 부사장 등 박해춘 은행장의 최측근들이 예상과 달리 등용이 되지 않아 궁금증을 낳고 있다. 박 행장에게 있어 박 전 부사장은 단순한 측근 이상이다. 이들이 인연을 처음 맺은 것은 지난 83년 삼성화재(전 안국화재) 시절. 이후 서울보증보험,LG카드 등에서 ‘실과 바늘’로 일했다. 박 전 부사장은 꼼꼼하고 차분한 편이지만 박 행장은 굵직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스타일. 두사람은 서로 장점을 살려주며 콤비를 이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박 행장이 외부인사 영입에 대한 반발을 고려해 박 전 부사장 등을 영입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경제부
  • [이 한권의 책] 결국엔 정치권력을 꿰찬 ‘죽림칠현’

    근대 중국의 문호 루쉰(魯迅)은 죽림칠현에 관해 색다른 주장을 폈다. 그들은 중국 고대의 정치 현실에 맞서 싸웠다고 했다. 보통은 어지러운 시속을 등진 채 고담준론을 편 선비들을 죽림칠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와 딴판이다. 이 책의 저자 짜오지엔민(상하이대 교수)은 죽림칠현의 정치적인 면모를 루쉰보다도 강조한다. 따지고 보면, 죽림칠현은 “빼어난 속물들”이란다. 세상이 바뀌면 생각도 바뀐다지만, 해석이 이렇게 달라질 줄은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중국 고대의 위(魏)·진(晉) 시대는 정치적으로 혼란했다. 그때 일곱 선비가 낙향해 거문고를 퉁기고 술 마시며 노자와 장자의 가르침을 외며 청담(淸談)을 나눴다. 완적(阮籍)·혜강( 康)·산도(山濤)·상수(向秀)·유령(劉伶)·완함(阮咸)·왕융(王戎)이 주인공이었다. 그들 일곱 명의 행동거지에는 기괴한 구석이 있었다. ‘세설신어(世說新語)’라는 중국 고전에 그들에 관한 단편적인 이야기가 상당수 눈에 띈다. 후세 사람들은 이 글을 읽고 죽림칠현의 행적에 대해 평했다. 대개는 선비가 난세를 헤쳐갈 길을 제시했다는 것이었다. 조선에서의 평가도 그러했다. 특히 조선 광해군 때, 실의한 사대부들은 죽림칠현의 고사를 인용하며 부러워했다. 자의든 타의든 벼슬길에서 멀어진 선비들은 시골에 숨어 취향이 맞는 이들과 계를 만들었다. 이를테면, 조선 선비들은 대숲에 앉아 세상을 비웃은 셈이다. 후세 사람들은 이들을 가리켜 “칠광(七狂)” 또는 “칠현(七賢)”이라 불렀다. 조선 팔도에서도 죽림칠현의 인기는 대단했던 것이다. 공산당 정권이 들어서자 현대 중국의 역사가들은 죽림칠현의 개인주의적 성향이라든가, 무정부주의적인 성격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들은 죽림칠현이 유교에 바탕을 둔 일체의 형식과 정치담론을 비판했다든가, 유교사회를 지배한 권력자들의 위선을 폭로했다며 높이 평가했다. 이것도 좀 지나친 과장 같다. 하지만 천년도 넘는 장구한 세월 동안 고담준론의 대가 또는 청담파로만 알려진 죽림칠현이 현실 비판론자로 재해석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은 분명 새로운 일이었다.‘세설신어’ 구석구석에 남은 기록이 죽림칠현 연구의 바탕이다. 그래도 막상 그들의 모습과 행적을 자세히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 적어도 짜오지엔민 교수가 이 책을 쓰기까지는 그랬다. 저자는 사방에 흩어진 구슬을 모아 비단실로 꿰었다.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한 업적이다. 이 책에는 죽림칠현에 관한 모든 것이 도마 위에 오른다. 성역은 없다. 저자는 우여곡절 끝에 그들이 한데 모였다 다시 헤어진 사정이며, 권력과 타협해 벼슬길로 되돌아간 일, 또는 끝내 뜻을 굽히지 않다가 죽음을 당한 경위를 상세히 밝힌다. 만약 일곱명 가운데 청담파가 있었다면 두명 정도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혜강과 술독에 빠져 평생을 허우적거린 유령이다. 나머지 다섯사람은 보통사람과 별 차이가 없다. 역시 세상은 언제나 속물들의 차지인가. 역자 곽복선(중국 칭다오 무역관장)은 힘주어 말한다.“죽림칠현은 중국적 삶의 원형이다. 현대 중국인에 관해 알고 싶으면 이 책을 읽어 보라!” 나는 그의 말을 받아 이렇게 말하고 싶다.‘죽림칠현’은 현대 한국인의 자화상도 된다고. 이 책을 읽으며 나는 한편의 흥미로운 역사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백승종 경희대 겸임교수
  • ‘거장’ 조정래·김원일 다시 묻는다

    한 남자가 있다. 일제 때 군대에 끌려가 일본 관동군에서 복무하다 몽골전투에 참가한 이 남자는 동료 ‘조센징’들과 함께 소련군에 포로로 잡힌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소련군으로 ‘전향’한 이들은 서부전선으로 이동해 독일군과 전투를 하다 또 다시 독일군의 포로가 된다. 수용소에서의 간단없는 삶 끝에 독일군 ‘동방대대’에 편입된 이들은 프랑스 노르망디 해변의 ‘대서양 방어선’ 건설에 투입됐다가 미군의 포로가 된다. 조선인으로 태어나 일본군, 소련군, 독일군이 된 이들의 ‘기막힌’ 운명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인간이 어떻게 이 지경까지 전락할 수 있을까. 다른 한 남자가 있다. 할아버지는 ‘독립투사-관동군 731부대 보초-빨치산’이라는 특이한 경력이 있고, 아버지는 ‘산업화의 주역’으로 현장에서 오른쪽 팔목 밑을 프레스에 잃은 뒤 가정폭력을 일삼고, 행패나 부리며 살더니 결국 ‘개백정’으로 전락했다. 공교롭게도 부자가 다 고향인 밀양으로 돌아와 조용하게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지내다 죽는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거구 유전자를 물려받아 신장 190㎝인 ‘그 남자’는 또 어떤가.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개백정 짓에 이골이 난 그는 중학생 때부터 이름난 깡패짓을 하더니 고등학교 문턱도 못가고 교도소만 들락거렸다. 가출했던 누이는 ‘YH사태’때 투신했다가 장애인이 됐다. 아버지한테 강간을 당해 억지로 결혼한 어미는 정신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들의 ‘기막힌’ 운명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피’의 그림자가 이렇게 짙을 수 있을까. 문단의 두 거두인 소설가 조정래(64)씨와 김원일(65)씨가 ‘인간’에 천착한 문제작 ‘오 하느님’(문학동네 펴냄)과 ‘전갈’(실천문학사 펴냄)을 최근 각각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은 각각 장대한 ‘공간’과 ‘시간’을 다루고 있다. ‘오 하느님’이 아시아, 유럽, 미주를 아우르는 거대공간을 갖고 있다면,‘전갈’은 100년이라는 긴 시간이 무대다. 두 작품 모두 ‘의도적으로 잊혀진 사람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노르망디 해변에서 붙잡힌 동양인 독일군의 모습을 담은 빛바랜 사진 한 장에서 출발한 ‘오 하느님’이나 우리가 애써 외면하려 했던 ‘일제 부역자’ ‘산업화 역군’ ‘조폭’ 등 3대를 그린 ‘전갈’은 모두 우리들의 자화상에 다름 아니다. 올해 조씨는 등단 37년, 김씨는 41년째를 맞았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양감 넘치는 대하소설을 주로 발표해온 조씨이기에 사실 이번 작품은 의외다. 계간지 문학동네에 겨우 두 차례 연재한 경장편이다. 하지만 소재나 주제는 이전 작품에 견줘 전혀 가볍지 않다. 결코 우리 민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씨는 “‘도대체 인간이 인간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하는 범인류적 문제를 제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장편의 제목은 ‘맙소사’라는 뜻이 강한 ‘오마이갓(Oh my God)’과 다르지 않는 ‘절망적 절규’를 담고 있는 셈이다. 조씨는 “역사가 바뀌어도 강대국은 끊임없이 약소국을 억압할 것”이라면서 “이는 결국 인류공통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며 작가는 이런 문제를 계속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도 5∼6편 정도 이같은 범인류적 주제를 다룬 작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갈’은 김씨의 13번째 장편이다. 지난해말 갑자기 찾아온 병마(뇌경색)를 딛고 난산한 작품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김씨는 “처음부터 지독하게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려고 작정하고 썼다.”면서 “당대에는 소수집단으로 분류될지라도 그들의 발자취야말로 우리 현대사의 한 부분을 담당했던 그림자와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3대 가운데 아버지인 ‘강천동’은 작가가 만들어낸 캐릭터일 뿐이지만 우리들의 아버지이자 형이고, 아들과 꼭 닮았다. 아직 온전히 회복되진 않았지만 작가는 가을에 또다시 중단편집을 한권 더 낼 작정이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미술공장’ 작품 200여점 선뵌다

    “앤디 워홀이 지금 무덤에서 나온다면 요즘 사람들을 보고 고개를 끄덕일 것입니다. 워홀은 전화기에 집착했고 항상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다녔던 만큼 휴대전화기로 사진을 찍어대는 현대인들이 전혀 낯설지 않을 겁니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마련한 ‘앤디 워홀 팩토리’전(6월10일까지)에 맞춰 한국을 찾은 토머스 소콜로프스키(47) 미국 앤디 워홀 미술관 관장은 기자들과 만나 “캠벨 수프와 콜라병의 작가로만 워홀을 기억하는 것은 섭섭한 일”이라며 “워홀을 단순한 팝아티스트로만 이해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올해는 앤디 워홀이 사망한 지 20주년 되는 해. 리움은 이번 회고전을 위해 앤디 워홀의 고향인 피츠버그에 있는 앤디 워홀 미술관에서 실크스크린, 조각, 사진, 영화, 드로잉 등 200여점 작품을 대여 형식으로 들여왔다. 평소 “나는 기계가 되고 싶다.”고 말하곤 했던 워홀은 자신의 작업실을 스튜디오가 아니라 ‘팩토리(factory)’라고 불렀다. 예술가의 작업실을 소비자들의 욕구를 채워줄 물건을 만들어내는 공장으로, 자신을 무감각하게 작품을 찍어내는 공장의 생산기계로 간주한 것이다. 워홀은 자신의 ‘미술공장’에서 어떤 제품들을 만들어냈을까. 워홀 공장의 생산라인은 리움 지하 2층 전시실에서부터 시작된다. 워홀의 황소머리 실크스크린을 벽지처럼 바른 입구를 통과하면 오른쪽 벽면에는 캠벨 수프 통조림을 실크스크린으로 떠낸 연작들이, 정면에는 마릴린 먼로의 얼굴을 다양한 색상으로 변주해 찍어낸 연작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난한 폴란드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워홀은 무도병과 백반증을 앓는 등 콤플렉스가 심했지만 늘 “유명해지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마릴린 먼로, 재클린 케네디, 실베스터 스탤론, 마오쩌둥 등 유명인의 초상작업으로 스타 예술가의 꿈을 이룬 워홀은 과연 행복했을까. 리움의 지하 1층 블랙박스 전시장은 워홀의 ‘자화상’등 예술가면서 동시에 스타가 되고자 했던 그의 내면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로 가득하다. 일반 7000원, 초·중·고생 4000원.(02)2014-6555.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팝아트(pop art)란 1950년대 영국에서 시작돼 6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대중예술’의 한 갈래.1954년 영국의 미술평론가 로런스 알로웨이가 처음 사용한 말로, 대중적인 이미지를 순수미술 안에서 활용하고자 하는 미술 경향을 가리킨다. 대표적인 작가로 앤디 워홀을 비롯해 로이 리히텐슈타인, 제임스 로젠퀴스트, 클래스 올덴버그, 로버트 인디애나 등이 꼽힌다.
  • 두번 방영에 유명세 웃찾사 서울나들이 팀

    두번 방영에 유명세 웃찾사 서울나들이 팀

    “힘들고 우울한 사람들은 오세요. 저희가 시원하고 통쾌한 웃음을 선사합니다.”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의 새 코너인 ‘서울나들이’가 인기를 끌고 있다. 두번째 방송 만에 간판코너로 자리잡고 있다.‘서울나들이’의 주인공인 이광채(28), 이동엽(28), 박영재(22)를 만났다.‘서울나들이’는 서울에서 일자리를 찾는 부산 사나이들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담겼다. 서울 근처 부산에 사는 이동엽과 이광채, 이들에게 일자리를 알선해 주려는 박영재가 능청스러운 개그를 펼친다. 그러나 이는 요즘 20대들의 자화상인지 모른다. #우리가 사는 이야기예요 이동엽은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우리들 이야기다. 세 명 모두 대구 근처에 살았던 촌놈으로 개그맨이 되고자 올라온 후 많은 시행착오와 고통을 겪었다.”고 말한다.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지방은 경기가 더욱 어려워 일자리 찾기가 힘들다. 대구 서문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어머님은 매년 점점 어려워진다고 한탄하신다.”며 “저흰 그냥 취업이 어려운 우리들을 모티브로 편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고 이광채가 거든다. 허름한 운동복, 노란 티셔츠와 파란색 바지 차림의 촌스러운 패션으로 친근감을 주는 것도 이들의 매력이다. 이들이 던지는 웃음의 포인트는 어설픈 서울말 따라 하기에 있다. 취업을 하기 위해선 표준어를 구사해야 한다는 박영재의 말에 몹시 당황한 이동엽은 “표준어 할 수 있냐고요? 당·현·하·죠.”(영화 말아톤의 조승우 말투),“맞아효. 표준어 정말 쉬워효?” 한마디로 어설프기 그지없는 이들의 말투에선 표준어로는 웃길 수 없는 무언가가 들어있다. 지방 사투리에 대한 폄하보다는 순수하고 어수룩한 표정과 말투 자체에 대한 웃음이다. 계속해서 서울 사람이 되기 위한 이들의 고군분투가 흥미를 돋군다. “아저씨 서울 사람 아니네∼!”(박영재), “아니에효(손사래 치며)∼ 제가 길거리를 지나가면 서울 원주민들이 저에게 길흘 무씁니다. 그럼 저는 대답해 줌니다. 택시 타세효.” 말투와 몸짓 하나하나에 구수한 된장 냄새가 묻어나는 이들의 연기에는 뚜렷한 개성이 있다. 그래서 서울로 올라온 지방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각본 없는 애드리브 ‘서울나들이’는 지난해 9월쯤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처음 선보였다. 보통 개그코너는 5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 기본인데 이들은 무려 1시간 동안 특별한 대본없이 관객들의 웃음을 끌어냈다. 일정한 틀이 짜인 것이 아니라 무대에서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 순발력 있게 상황을 대처한다. 이런 공연을 그대로 TV로 가져왔다. 8분이 넘는 방송시간, 특별한 대본 없는 상황 설정, 애드리브로 이끌어 가며 대학로 공연의 진수를 보여준다. “안 웃고 있지요? 누가 이기나 해보입시더.” “박수 치지 말고 웃어요. 그게 도와주는 거예요.”라고 연신 외치는 그들은 관객들과 호흡하며 웃음을 강요(?)한다. 빠른 전개와 순발력이 생명인 ‘애드리브 개그’는 충분한 내공이 쌓이지 않으면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들은 대학로 소극장에서 1년이 넘게 공연을 하고 있다. 그만큼 거기서 쌓인 내공이 만만치 않다. 이들은 대학로 소극장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방송에서 쓸 소재를 찾는다. “사실 저희도 1시간 정도 무대에서 떠들고 내려오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나요. 다른 사람들처럼 대본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요즘은 저희 공연을 캠코더로 찍어서 저녁에 돌아오면 같이 보면서 연구를 해요.‘아∼하 이런 말을 던지니까 관객들의 반응이 이렇게 나오는구나.’라고요.” 막내 영재의 대답이다. 그래서 반응이 좋은 것은 그대로 방송에 옮긴다. 속사포 같은 사투리를 쏟아내는 코너를 이끌어 가는 동엽,‘개미핥기’란 별명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광채, 귀여운(?) 캐릭터로 개그와 배우의 꿈을 키우고 있는 영재. 이들 세 명이 무명이란 서러움을 한방에 날려버린 ‘서울나들이’. 각본 없는 드라마처럼 언제나 우리의 가슴에 시원한 웃음을 선사하길 기대해 본다. 글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그래픽 강미란기자 mrkang@seoul.co.kr
  • [시론] 불법체류자 착취대상 아니다/조원기 (사)한국이주노동자복지회 사무처장

    [시론] 불법체류자 착취대상 아니다/조원기 (사)한국이주노동자복지회 사무처장

    지난 11일 새벽에 발생한 ‘여수참사’는 한국이 어떤 사회인가를 보여주는 자화상이다. 이번 사건은 국가 정체성에 대한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세계화를 부르짖고 세계 속의 한국을 이야기한다. 한국은 세계 속에서 살아가야 하고 세계로부터 버림받으면 한국은 살아갈 수 없다. 세계는 다름아닌 우리의 이웃이다 글로벌시대의 인류는 한 가족으로 통합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는 바로 우리의 이웃이며, 그들이 한국을 떠나도 우리의 이웃이다. 우리의 이웃인 외국인노동자가 지은 죄가 있다면 고향에 있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멀리 한국에 와서 일한다는 것과 잘못된 한국 정부의 외국인력정책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되어 3D 현장에서 일한다는 것이다. 불법체류자(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오명 속에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해온 외국인노동자는 죄인이 되어 숨어서 지낸다. 병이 나도 단속의 공포와 돈 때문에 병원조차도 갈 수 없다. 서울 성수동에서 일했던 한 방글라데시 노동자는 장농염을 앓았다. 상식적으로 장농염은 죽음에 이를 수 있는 병이 아니다. 그는 진통제를 복용하면서 일을 했다. 쓰러져 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됐고 결국 사망했다. 약 한번 제대로 먹지 못했다. 한마디로 죽을 때까지 일한 것이다. 고용주도 수수방관만 할 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그저 외국인노동자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작은 병을 키워 중증의 환자가 되어 사망하는 경우는 이제 흔한 케이스이다. 지난 2005년 9월, 베트남인 엔구엔치(남·31세)는 자신이 근무하는 공장 인근에서 사람을 찾는 한국인들을 법무부 단속 공무원으로 오인하고 그 자리에서 심장마비로 숨지는 어이없는 일도 발생했다.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들이 겪는 고통과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정부의 강제단속과 추방과정에서 인권이 무시되는 일은 흔한 일이 되어 가고 있다. 최근엔 단속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또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임금 착취는 고용주의 사업비 절감 수단으로 전락했다. 미등록이라는 약점을 악용하는 고용주 때문에 임금체불이 되어도 떳떳하게 항의조차 하기 힘들다. 지난 2일, 몽골인부부가 600만원가량의 임금을 받지 못해 노동부에 도움을 청하고 진정인 조사를 받기 위해 노동부 인천북부지청을 방문하였다. 그러나 체불임금 조사도중 경찰이 노동부 근로감독과 사무실에 들어가 이들 부부를 연행했다. 불법체류자 단속권한은 법무부 출입국에 있음에도 단속권한도 없는 경찰이 들이닥쳐 잡아간 것이다.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모든 문제 해결은 외국인노동자의 합법적인 지위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불법체류자(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전원 사면화해서 합법화하는 게 중요하다. 당장 전원 사면화가 힘들다면 점진적인 사면이 필요하다. 우선 8년 이상 한국에 체류한 미등록자부터 1차로 모두 사면하고, 이어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합법화 정책을 추진해 나가면서 단계별로 사면화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원기 (사)한국이주노동자복지회 사무처장
  • 상처받은 영혼의 자화상

    조각가 천성명(36)이 만들어내는 인물상은 하드 고어 영화의 주인공 같지만 어딘지 코믹하기도 하다. 머리카락이 없는 작가와 똑같은 얼굴의 상처 입은 인물상은 자해하거나 피를 흘린다.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에서 오는 21일부터 3월10일까지 열리는 ‘그림자를 삼키다’는 6번째 개인전이다. 날개가 부러져 추락하거나 천장에 머리가 박히는 등 우화 같은 인물상을 만들었던 그다. 이번 개인전에서 보여주는 주제는 상처다. 작가 자신은 가장 최근의 상처로 “여자친구와의 이별”과 “일당벌이를 나갈 정도로 힘들었던 경제적 어려움”을 들었다. 상처 입은 인물상은 심장이 도려져 나간 듯 가슴에 수술자국이 있다. 그의 조각은 한편의 단편영화처럼 줄거리가 있다. 이번 개인전도 화랑 문을 들어서면 풍경을 든 소녀가 있고, 인질극을 벌이는 샴쌍둥이를 지나면 거인의 발이 보인다. 거인의 목에 매인 끈은 3층에 있는 소년이 끄는 등 전시장을 입체적으로 활용한다. 이번 작품은 스페인에서 열리는 국제 아트페어인 아르코에도 출품된다. 사회적으로 터부시하는 상처를 부각시킨 그의 조각은 역으로 마음을 정화시킨다.(02)720-5789.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잘 가거라 2006년] 나의 올해는 지긋지긋 했다

    [잘 가거라 2006년] 나의 올해는 지긋지긋 했다

    글 이유경 시인, 본지 편집주간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 ‘지긋지긋한 한 해’로 손꼽히는 경우는 올해 말고 한 번이 더 있었던 것 같다. 50여 년 전 일이다. 세월의 간격이 있긴 하지만 사안의 힘겨웠던 과정은 둘 다 비슷하다. 그러나 어렸을 때의 그 첫 힘겨웠던 경험은 나에게 달콤하고 아련한 추억으로, 마음의 양식으로 남아 있다. 첫 번째의 것은 내가 열세 살 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서 진학을 포기해야 했던 무렵이었다. 나에게는 여덟 살 위의 형이 있었는데 그가 부산에서 고교 졸업반을 다녔다. 시골의 가난한 우리 집은 아들 둘을 도시로 유학시킬 수가 없었기 때문에 내가 한 해 ‘재수’의 고역을 치르게 된 것이다. 동급생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고 나는 패잔병처럼 남아 시골 골목과 들길을 고개를 푹 꺾고 헤매 다녔다. 지겨운 1년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고독한 방황’이 훗날 나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한 것이 아닌가 한다. 사물을 들여다보고 언어를 생각하고 표현의 길을 홀로 모색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올해의 것은 날벼락이었다. 다들 그렇겠지만 나 역시 ‘날벼락 같은 일’은 나와는 상관없는, 혹은 나를 비켜가는 어떤 경험 세계라고 생각해 왔었다. 처음 나는 실제 이 날벼락 같은 상황을 당하고, 한동안 어처구니없게도 웃음이 나왔다. 아픔이 몰려왔을 때야 비로소 ‘당했구나!’했으니까. 지난 3월 1일 저녁 무렵이었다, 독일 월드컵축구를 앞두고 가나와의 시범경기가 서울 상암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나는 서두르며 집으로 가는 길을 걷고 있었다. 개천의 좁은 다리를 지나가는데 빠르게 지나가는 트럭 바퀴에서 튕긴 철판이 느닷없이 나의 오른 쪽 대퇴부를 강타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풀썩 주저앉은 나는 찢겨져나간 바지 사이로 부러져 삐죽이 튀어나온 나의 허벅지 뼈를 보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119를 불러달라고 했고 마침 집에 와 있던 딸아이를 휴대폰으로 불렀다. 사고 난 지점은 집과 가까운 거리였다. 사람들은 나를 둘러싸고 입을 모아 “기어이 올 것이 왔구먼!”했다. 나는 몰랐는데, 철판은 그때까지 흉물로 방치돼 ‘사건’ 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구급차가 와서 현장을 수습하고, 진통제로 의식을 뺏은 나를 병원으로 싣고 갔다. 응급실에서 4시간 동안의 대수술을 받은 나는 그때부터 한 달을 깁스한 상태로 입원실에서 시간을 까먹어야 했다, 병원 정형외과에 장기 입원해본 사람은 안다. 우울한 병실의 침묵과 창백한 견딤의 지루함을! 그것은 몸속으로 간헐적으로 지나가는 아픔을 삼키고 있는 자의 형이상학적 자화상일 것이다. 상대방을 외면하고 자아만을 들여다보는, 외로운 시인과도 같은 모습 말이다. 새벽잠이 없는 나는 그 한 달 동안 병원 휴게실의 무미건조한 풍경 속에서 봄을 맞았다. 병실에선 다른 사내의 앓는 소리나 코 고는 소리를 듣고 누워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휠체어에 실려서, 쇠막대기 같이 무거운 한쪽 다리를 수습해가며 휴게실의 새벽 한두 시간을 나는 견딜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퇴원해서도 6개월 동안을 나는 지팡이 신세를 지고 있다. 나이 때문인가, 손상된 뼈와 근육이 쉽게 재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좋아지고 있다는 징조와 희망사항이 금방 무너지거나 아픔으로 앙갚음해 오던 적이 부지기수였다. 밤중에 오는 가느다란 통증은 감당하기가 힘이 드는 적일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인 이유로 나는 지팡이 신세로 이사를 해야 했는데, 지대가 조금 높은 곳의 아파트다. 이게 나에게 말썽을 부렸다. 오르막보다 내리막을 걷는 것이 더 힘겨웠고, 그래서 수습돼 가던 뼈와 근육의 조화를 손상시켰는지, 염증은 없으면서도 부상 입은 다리가 붓고 걸으면 통증이 재발하곤 했던 것이다. 담당의사는 다시 한 달 동안 목발을 권했다. 근육운동을 않았던 다리는 더욱 불편해졌고, 통증도 여전했다. 한 달 후로 예약한 날짜에 갔더니 의사는 많이 좋아졌다면서 다시 한 달 동안 목발 짚기를 명했다. 그 한 달이 다 가고 있는 지금에도 의자에 오래 앉아 있다 일어나거나 쉬고 나서 걸으면 여간 불편하지가 않다. 지방도로에서 당한 이 사고에 대해 지방 보상심의위원회는 보상을 할 수 없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지방관청이나 국가가 만들지 않은 길에서의 사고에 대해선 관리의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대법원판례를 내세우고서였다. 걸어 다니지 않아도 아프고, 열심히 걸어도 아픈 이런 불편의 악순환에서, 나는 올해 안에 벗어날 수 있을까? 지겹게 긴 2006년이여, 제발 어서 가버려라!     월간 <삶과꿈> 2006.12 구독문의:02-319-3791
  • [강태규의 연예 in] 인터넷시대 변하지 않아야 할 것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이 구축되면서 어느새 새롭게 자리한 ‘생활의 발견’을 감지한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혁혁한 구매문화의 변화는 이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매장을 직접 찾아 물건을 보고 고르는 일은 어쩌면 아날로그 방식을 추억하는 일종의 의식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터넷은 무소불위의 위력적 존재로 성장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부딪힘과 언어가 아닌 연산과 기호에 의해 걸어가는 세상…. 그리 오래 지난 일도 아니다. 시내 골목길마다 붙은 영화포스터를 보고 관람충동을 느낀 것도, 포스터 속의 배우를 내 책상앞으로 가져오고 싶던 충동도 지금의 10대들에게는 우스운 옛날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다. 지난해 10집 음반을 발표한 가수 신승훈이 1990년대 중반 음반을 발표할 때, 전국의 레코드 가게앞에는 음반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도 당연히 이해하기 힘들겠다. 불과 10년 사이에 변화한 우리시대의 자화상이다. 인터넷 주 소비층인 젊은 세대들에게 방송과 영화, 그리고 우리 가요 역시 ‘앉아서 골라보기’ 존재이다. 방영시간과 개봉일자, 발매시기는 의미없는 시간이다.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 다시보기가 존재하고 P2P파일 공유를 통해 영상물과 음악을 다시 접할 수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검색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탐색하는 일도 일상이 되었다. 새로운 창작품에 대한 설레는 마음과 절박함은 기술과 속도가 앗아간 지 꽤 오래 되었다. 그러나 편리한 기술과 속도 앞에 우리의 양심도 내놓았다.1999년 겨울, 대구에서 20년째 레코드가게로 생업을 이어가고 있던 어느 상인의 한숨 섞인 푸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탁월한 기술은 당시 음반 주 소비층인 청소년들에게 어떤 방법을 불사하더라도 돈을 지불하지 않고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소장할 수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가르치고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유명뮤지션의 음반이 나올 즈음 평소 하루 200장 정도 나가던 음반판매량이 거짓말처럼 뚝 그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알고 봤더니 정품 음반을 한장 구매한 학생이 컴퓨터에 내장된 CD라이터기로 수백장을 구워 친구들에게 실비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음반재킷 디자인을 컬러프린터해 마치 정품과 유사한 형태로 복원한 채 말이다. 20년을 넘게 한자리를 지켰던 레코드 가게는 몇해 전 결국 대형 마트에 그 자리마저 내주고 말았다. 변화하는 기술과 전광석화 같은 속도가 인간에게 운명적으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새로운 문명이 낳은 윤리적 문제를 응당 겪고 지나야 할 과정으로만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우리에게 너무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세상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아야 할 것들이 우리에게는 늘 존재한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 中 올 첫 드라마 ‘와신상담’에 담긴 뜻은?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올해 중국 국영 CCTV는 ‘와신상담(臥薪嘗膽)’으로 시작했다. 매년 CCTV의 첫 드라마 편성은 여러 상황을 종합 고려해 선정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한국의 시각으로 볼 때, 한류(韓流)로 실추된 중화권 콘텐츠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목표가 두드러진다. 중국, 타이완,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등 중화권 5개국이 공동으로 투자·제작한 것이다. 제작 완료 이전에 해당 국가의 국영(급) 방송국에서 방영을 사전 결정했다. 해외 판권료 수익이 이미 130만달러를 넘어섰으며, 한국·일본·미국·호주 등까지 이미 계약을 마쳤다. 중국 드라마로 최다 수익 창출이 예상된다. 대내적으로는 정치적 함의가 두드러진다. 방송 주무 당국인 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國家廣播電映電視總局)이 최근 TV 황금시간대에 반드시 사상성과 교육성을 지닌 드라마를 방영토록 지시하는 등 ‘사상 강화’ 추진 움직임과 맞물렸다. 저녁 7시30분∼10시 방송됐으니 그야말로 황금 시간대이다. 지난달 11∼24일까지 주말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3편씩 방영,41부작을 단숨에 끝내버린 것이 특이점이다. 제작 완료 1개월도 못돼 방영 허가가 나온 후일담도 유명하다. 중국에서 드라마가 완전 제작된 뒤 국가광전총국의 방영 허가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3개월. 거의 전례가 없는 결정은,‘당 중앙’의 의지 때문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더구나 ‘외국 합자 드라마’인 이 작품은 외국 배우도 많아 심의가 훨씬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지난해 12월에서야 완성됐으나,2007년 새해 첫 방송작으로 반드시 편성돼야 한다는 목표가 세워진 것 같다.”고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드라마는 최근 중국의 화두(話頭)인 ‘일어섬(굴기·起)’을 주제로 한다. 긴 인내심으로 제왕의 자리에 오른 월왕 구천의 모습은 긴 잠에서 깨어나 승천을 하고 있는 중국의 자긍심과 자화상을 투영한다. 지난해 강대국의 흥망을 다뤄 주목받은 다큐멘터리 ‘대국굴기(大國起)’와도 맥이 닿아 있다. 중국문화연합회 중청샹(仲呈祥) 부주석은 “국가정신과 민족정신이 잘 묘사됐으며 자강불식(自强不息),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은밀히 힘을 기른다), 인재강국(人才强國) 등 계승 발양해야 할 중화민족의 생명력과 문화가치를 체현했다.”고 평하는 등 분야별 사회 지도자급 인사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jj@seoul.co.kr
  • [강태규의 연예in] 유니가 남긴 3집 음반을 보며

    가수 유니가 자살한 바로 다음날인 22일 저녁, 소속사 사무실로 주인을 잃은 유니의 3집 음반이 곱게 포장된 채 날아들었다. 이 드라마 같은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장례식장에 모인 유족과 그녀를 아끼던 많은 지인들은 그야말로 망연자실하는 모습이었다. 꽃으로 둘러싸여 환하게 웃고 있는 유니의 영정 사진은 3집 음반 보도자료용으로 언론사에 배포한 것이어서 더욱 안타깝다. 그러고 보니 1990년 2월4일 약물복용 쇼크로 사망한 가수 장덕 이후, 가요계에서 일찍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여가수는 근래 찾아 보기 어려워 이번 유니의 사망 소식은 충격적으로 여겨진다. 단순 자살사건으로 종결된 이번 유니의 사망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우울증’ 혹은 ‘인터넷 기사의 악성 댓글’ ‘방송 컴백 무대에 대한 부담’ 등 그녀의 죽음에 대한 추측들이 쏟아졌다. 스물여섯의 꽃다운 나이로 운명을 달리한 유니는 평소 자신의 연예 관련 행보에 관해서 ‘프로근성’을 지닌 연예인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평소 작은 것에도 관심을 기울일 만큼 섬세했고 감수성이 풍부했던 유니는 인터넷에서 자신의 뉴스가 나오면 읽기도 전에 가슴부터 쓸어내려야만 했다.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악성 댓글을 쏟아내는 네티즌들의 냉소적이고 적대적인 글들을 무시할 만큼 용감하진 못했다. 하기야 어느 여성인들 그런 일방적인 추태 앞에 떳떳하게 견뎌내고, 또 태연할 수 있을까? 네티즌의 악성 댓글이 직접적인 자살의 원인이라 못박을 순 없지만, 전혀 설득력이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고인이 된 유니는 자신의 이번 3집 음반 컴백에 대한 기사에서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네티즌의 난도질에 가까운 글들을 보며, 혼신을 다해 준비한 결과물에 대한 기대보다는 넘을 수 없는 벽을 더 깊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익명성을 담보로 무자비한 언어 폭력을 담아내는 동시대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보면서 한 젊은 인재의 죽음이 너무 참담하게 느껴진다. 유니가 직접 꾸민 한 미니홈피에서 발췌된 글들에서도 그 죽음의 흔적들은 자욱하다. 지친 삶을 깊숙이 숨기고 무대위에서 현란하게 빛나는 모습만 보여주려 했던 고충은 유니의 미니홈피 음악 ‘바흐 키보드 협주곡 5번 2악장’속에 흐르고 있었다. 유니의 3집 음반 머리곡으로 예정된 ‘솔로판타지’를 이제 더이상 무대위에서 만날 수 없지만, 강력한 호소력이 담긴 유니의 래핑은 음반속에 그대로 살아 있었다.대중문화평론가
  • [사설] 어느 가수의 죽음, 그리고 인터넷 ‘악플’

    인터넷 ‘악플’이 망자에 대한 무차별 공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가수 유니가 그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보도가 나간 뒤 사이버 공간에는 ‘잘 죽었다’는 등의 듣기도 섬뜩한 악플이 쏟아졌다고 한다. 이를 보다 못한 한 포털사이트는 결국 사망보도 1시간30분만에 댓글차단 공지를 띄웠다. 얼마 전 교통사고로 숨진 개그우먼 김형은도 사후에 각종 악플이 넘쳤다고 한다.1000만 인터넷 시대에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숨진 가수는 그러잖아도 재기를 앞두고 각종 악플 때문에 적지 않게 마음 고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악플이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단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 하지만 시시각각 쏟아지는 인신공격, 인격침해에 심각한 고통을 받았음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녀는 특히 여러가지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었다고 한다. 일반인 같으면 악플을 무시하거나 사이버 공간과의 접촉을 피하면 그만이지만,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인 그녀는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댓글 안보기 운동’제안도 있다. 하지만 자정운동만으론 한계가 있다. 그동안 몇몇 연예인이 수사의뢰를 하는 등의 조치가 있었지만, 그 폐해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이유이다. 인터넷 실명제도 그 가운데 하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72% 이상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명제 도입이 당장 어렵다면, 본인 명의의 사이트가입 방안이라도 조속하게 강구해야 할 것이다.
  • 급변하는 사회 한국인의 자화상

    미학자 진중권(44)은 압축 성장을 경험한 한국인의 몸속에는 전근대와 근대, 탈근대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수직적인 예법과 가부장적 생활방식을 받아들이면서도,‘개똥녀’ 사건처럼 카메라폰으로 무장한 시민들 사이에서 유비쿼터스적인 감시까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호모 코레아니쿠스’(진중권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는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길목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독특한 시각의 한국인 탐사 프로젝트다. 저자가 말하는 호모 코레아니쿠스(Homo Coreanicus)는 근대 이후부터 탈근대가 진행중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급변하는 한국 사회에서 살아온 우리의 자화상을 일컫는 신조어다. 저자는 생산양식의 변화에 따른 한국인의 몸의 변천을 ‘호모 코레아니쿠스’라는 창을 통해 살핀다. 빨리빨리, 짝퉁, 명품, 된장녀, 디지털 등 우리 사회를 반영하는 키워드를 이용해 한국인의 모습과 변화상을 저자 특유의 직설적인 입담으로 풀어냈다.1만 3000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사설] 대표팀 구성 못한 한국축구의 현실

    대한축구협회와 K-리그 구단들의 갈등으로 올림픽대표팀을 구성하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따라 올림픽대표팀은 이미 대진표까지 공개된 카타르 8개국 초청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 대표팀 훈련 계획에 차질을 빚은 건 물론이고 국내 축구계의 집안싸움으로 국제적인 망신까지 사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실이, 월드컵 본선에 6회 연속 참가한 데다 ‘4강 신화’까지 이루어낸 한국 축구의 자화상이라니 참으로 한심하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불러온 일차적인 책임은 당연히 축구협회가 져야 한다고 판단한다. 그동안 협회가 편의에 따라 무분별하게 프로선수들을 차출해 왔고,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해 축구협회와 K-리그가 대표팀 소집규정을 함께 만든 바 있다. 그런데도 축구협회가 1년도 안 돼 규정을 무시하니 프로구단들이 어찌 흔쾌히 따르겠는가. 지난해 독일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뒤 우리는 K-리그를 활성화하는 일이 곧 축구강국으로 나아가는 길이며, 그것만이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제대로 대비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민이 프로축구 경기장을 자주 찾아 선수 사기를 드높이고 경기력을 향상시키자고 제안했다. 그 K-리그의 위상은 현재 전세계 75개 리그 가운데 71위에 불과하다. 이제는 대표팀에 올인해 ‘반짝 성적’을 내는 데 연연하기보다는 K-리그의 수준을 높여 궁극적으로 축구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축구계가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데스크시각] ‘노무현과 국민 사기극’/강동형 지방자치부 부장

    ‘한국인은 정치가 제일 썩었다고 침을 뱉으면서도 기존 정치판의 문화에 저항하는 정치인은 ‘지도자감’이 아니라고 배척하는 사기극을 천연덕스럽게 저지르고 있다. 그렇게 정치를 시궁창에 처박아 놓고서도 개혁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진 않는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100% 전가시킨 다음에 다음 쇼를 기다린다. 나는 이러한 국민 사기극을 끝장낼 것을 제안한다.’(강준만 지음 ‘노무현과 국민 사기극´ 중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4년 연임제 개헌에 대한 담화를 발표하던 날 먼지가 쌓인 책장을 다시 펼쳤다. 노 대통령 후보 시절에 나온 책이지만 대통령의 임기가 1년여 남은 시점에서도 그 내용이 구구절절하다. 우리 동네 횟집 사장님은 장사가 안 되거나 좋지 않은 일이 있으면 육두문자를 동원해 대통령을 나무란다. 계절적으로 장사가 안 되는데도 대통령 탓이다. 이치에는 맞지 않지만 확신에 찬 모습이다. 횟집 사장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요즘 우리의 자화상이다. 누구도 이를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주변에 노무현 대통령을 옹호하는 친구가 더러 있는데 모임에서는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드는 ‘아이스 맨’으로 통한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맹목에 가까울 정도의 불신과 냉소가 대통령에 대한 일상적인 표현 방식이 돼버렸다. 이 시대의 지식인이라면 누구나 진실을 보고 있으며,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아니면 노력은 하고 있는지 한번쯤 되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많은 시민사회단체 및 헌법학자들은 대통령의 개헌 발언에 대해 “공감하지만 시기가 부적절하다.”고 말하고 있다. 대통령의 말은 옳은데 시기는 다음 정권이 적절하다는 이야기다. 논점이 ‘개헌 내용’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헌 시기’에 맞춰져 있다. 개헌 내용과 개헌 시기는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내용에 대한 토론은 배제되고 시기만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톨스토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와 중요한 사람, 중요한 일에 대해 ‘지금 내곁에 있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듯이 우리에게 ‘지금’은 가장 소중한 시간이요, 시기이다.‘적절한 시기’,‘다음 정권’은 상대적 개념이다.‘국민의 정부’에서 개헌 문제가 나왔을 때 “개헌은 다음 정권에서 하는 것이 순리다.”라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다. 결국 이 말은 반대를 위한 반대의 논리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개헌의 성패 여부를 떠나 개헌 내용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시에는 10년 이상 해결하지 못한 현안들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원회수시설의 광역화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0년 가까이 해결책을 찾지 못하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시설 인근주민들의 반발은 여전하지만 다수의 주민들은 서울시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그동안 ‘내용’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덕분이다. 이밖에도 용산기지 활용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서울시, 현대차 노사문제, 화장장 건설을 둘러싼 주민간 갈등, 개발과 환경보전 등 우리 사회에는 서로 이익이 상반되는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문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과 방식이다. 반목과 질시로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마침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이석연 뉴라이트 전국연합 상임대표 등 입장과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지난 10일 한자리에 모여 “시대정신을 앞장서 구현해야 할 종교 시민사회지도자들이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반성한다.”고 고백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이와 같은 관용과 이해의 모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 강동형 지방자치부 부장 yunb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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