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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색공간] 에너지의 날과 한국의 자화상/한면희 녹색대 교수

    지난주 수요일, 그러니까 8월22일이 세계 에너지의 날이었다. 그날 뉴스를 통해 흘러나온 것처럼, 에너지 시민단체의 제안에 의해 저녁 9시부터 5분만이라도 전기를 끄고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자는 제안은 많은 시민들에게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기이하게 여겨지지는 않았다. 필자는 이에 동참했고 또 적지 않은 다른 가정들도 합류했다. 그만큼 에너지 절약은 이제 상당히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지난 5월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는 향후 8년 안에 현재와 같은 상태로 온실가스를 방출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기후재앙이 닥칠 것임을 경고했다. 지난 100년동안 지구 평균온도는 0.6도 오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정도만으로도 현재 지구촌 곳곳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데 석유와 같은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를 지금 속도로 사용한다면,2030년이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90% 정도 짙어지면서 평균기온이 4도 정도 치솟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쯤이면, 아마도 인류는 제1,2차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아니 그보다 더 혹독한 기후전쟁에 휘말려 들어갈 것이다. 몇 년 전 투모로라는 할리우드 영화가 개봉된 적이 있다. 할리우드 액션이 그렇듯이, 이 영화 자체에도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픽션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과장 일변도만은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남북극의 얼음이 녹고, 그 찬 물이 해류를 따라 이동하다가 다른 요인과 합세하여 갑작스럽게 영하 70도에 이르는 한파로 변신하여 맨해튼과 같은 대도시에 덮침으로써 모든 기계시설이 동파되고, 그에 따라 대다수 시민들이 동사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가? 2006년 OECD 한국환경성과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의 현실이 다른 환경선진국과 적나라하게 대비될 정도로 심각하다. 예를 들자면, 한국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CO) 연간 배출량은 1990년에 2억 2700만t에서 2003년에는 4억 4800만t에 이름으로써 1990년 대비 98.2%가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에 일본은 19%, 멕시코는 28%, 미국은 18% 늘었고, 독일과 영국은 각각 12%와 4% 감소했다. 다소 차이는 있어도 우리나라나 다른 선진국이나 모두 경제성장을 도모했지만, 우리는 성장과 에너지 사용의 강한 연계를 끊지 못한 반면, 다른 선진국은 약한 연계를 유지하거나 아니면 그 고리를 차단하는 데 성공을 거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에너지 사용에 관한 한, 한국의 경우 경제와 환경의 관계가 여전히 제로섬 게임(합계제로 시소게임)으로 설정되어 있는 반면, 독일과 영국의 경우 윈윈 게임으로 재설정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졌고, 그래서 향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진단할 수 있다. 첫째, 국가가 환경비전을 명확히 갖고 있지 못해서 정책적 인도를 바르게 못했다. 둘째, 우리나라 기업의 국제 경쟁력(조선·자동차·화학산업 등)이 에너지 집약형이어서 쉽게 에너지와의 강한 연결고리를 끊기 어렵다. 셋째, 국민들의 에너지 사용의식이 아직 선진화되어 있지 못하다. 그런데 우리에게 닥친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기후 대재앙을 피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교토의정서를 이행하는 단계에 있다. 한국은 경제규모 11위에 해당하지만, 선진국 38개 국가로 구성된 이행 1그룹에 속하지 않아서 다소 시간을 벌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비상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부는 통합적 환경비전에 따라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고, 기업은 에너지 효율 경영체계로 전환하며, 국민 역시 이를 적극 지원하는 형태로 동참해야 한다. 이것이 바르게 성취될 때 비로소 우리는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존재가 될 것이다. 한면희 녹색대 교수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한국축구의 우울한 자화상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한국축구의 우울한 자화상

    충격의 2연패. 어린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고, 감독은 침통한 얼굴을 감싸쥐었다. 폭염 속 시원한 골을 기대했던 관중들은 허탈감에 젖었지만, 그럼에도 어린 선수들에게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4강 신화는 고사하고 16강 진출마저 희미해져 가는 청소년(17세 이하)대표팀의 여름은 잔인하게 가고 있다. 페루와 코스타리카. 능란한 기교의 남미 팀과 맞붙은 경기에서 한국의 어린 선수들은 3골을 내줬다.180분 동안 열심히 뛰었지만 단 한 골도 뽑지 못했다. 많이 뛰었지만 효율성이 떨어졌다. 연거푸 슛을 날렸지만 정확성이 떨어졌다. 페루 전에선 14차례 중에서 3개, 코스타리카전에서는 17차례 중에서 5개. 골문을 겨냥한 유효 슈팅의 수는 많지 않았다. 그마저 위협적이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일까. 종횡으로 가로지르는 섬세한 패스워크? 중앙과 측면을 넘나드는 과감한 돌파? 아니면, 문전에서의 정확하고도 강력한 슈팅? 글쎄, 그와 같은 수준을 점검한다면 이는 17세 이하 청소년들이 아니라 성인대표팀을 위한 진단표에 가깝다. 개인과 팀 전술이 결합된 높은 수준의 기술 축구는, 설령 우리 선수들이 연전연승을 했다 하더라도 아직 때 이른 기준이다. 브라질이나 독일처럼 강팀에도 이같은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어렵다. 모두 20세가 되지도 않은 사춘기 소년들이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건 어린 선수들의 기본기를 점검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오는 공을 일차적으로 확실하게 소유하는 능력, 동료가 볼을 가졌을 때 빈 공간으로 움직일 줄 아는 시야, 간결하고 정확한 패스, 달려야 할 때와 멈춰야 할 때를 판단하는 능력 등이 이 나이의 선수들에게는 꼭 필요한 기본기다. 상대 선수들이 세 골씩 넣을 때 우리의 선수들이 체력이 고갈돼 숨 쉬기도 어려웠던 건 그라운드를 종횡무진으로 누볐기 때문이 아니라 위와 같은 기본적인 사항이 그들의 몸 속에 저장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린 유망주들이 ‘학원 축구’라는 시스템에서 길러진다는 걸 또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경기 수가 적기 때문에 실전을 통해 기본기를 익힐 시간은 절대 부족하다. 그럼에도 상급 학교 진학 때문에 전국 대회라도 열리면 무조건 승리를 해야 하는 벼랑 끝 전술만이 유일한 현실이다. 체력과 투지만을 강조하는 획일화된 훈련이 어린 선수들의 능란한 감각을 짓누른다. 게다가 프로축구연맹이 시대착오적인 ‘드래프트제’를 감행하는 바람에 프로 구단이 장기 안목에서 유망주를 길러내는 프로그램도 점점 줄고 있다. 타고난 감각으로 동네 운동장을 휘젓던 어린이들이 ‘학생 선수’라는 이중고에 갇혀 투지를 앞세우는 ‘전국대회용 선수’가 되는 형편이다. 착실한 바탕 위에서 아름다운 축구를 지향해 가는 교육 과정이 전무한 사정이니 이번 청소년 월드컵의 연패는 한국 축구의 우울한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이용원 칼럼] 한국사회의 카스트, 학력

    [이용원 칼럼] 한국사회의 카스트, 학력

    최근 잇따라 터져나오는 ‘학력 위조 사건’을 지켜보노라면 갖가지 의혹이 절로 떠오른다. 먼저 학력을 위조한 사람들 가운데 신정아·장미희·김옥랑·이창하씨들은 그 대가로 교수 자리를 얻었다. 이는 범죄이므로 그들의 행위는 따로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하지만 최수종씨처럼 학력에 직접 영향받지 않는, 연기라는 분야에 전념하는 이가 ‘출신대학’에 연연한 이유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외국어대 무역학과에 합격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등록하지 못했다.”고 뒤늦게 고백한 최씨는 2000년 ‘자랑스러운 외대 방송인상’을 받는 등 동문 행사에 활발히 참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왜 그리 ‘가짜 학력’에 집착했을까. 정덕희 명지대 사회교육원 객원교수의 사례도 이상하다. 정 교수는 방송·강연 등에서 자신이 고졸임을 누차 밝혔다고 주장했다.10년 전 그가 처음 스타가 됐을 때의 기사를 확인해 보아도 ‘특별히 내세울 만한 학력이 없다.’는 표현이 들어 있다. 명지대 측도 고졸임을 알고 임용했다고 확인했다. 그렇다면 학력이 잘못 알려진 원인이 본인보다는 외부에 있을 터인데 왜 그런 일이 발생했을까. ‘학력 위조’ 파문에서 드러난 대학·동문회들의 태도 역시 석연치 않다. 윤석화씨는 이화여대에 다닌 적이 없다고 고백하면서 주위사람들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고 변명했다. 윤씨의 고백이 나오자 이화여대 동문회 관계자는 이를 진즉부터 알았기에 윤씨가 동문회 일에 관계하는 것을 막았다고 밝혔다. 학교나 동문회나 ‘학력 위조’를 알고도 방치했다는 의혹이 있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이처럼 ‘학력 위조’를 둘러싸고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는 까닭은 위조 당사자는 물론 학교·동문회·관련업계 등이 공통된 이해에 얽혀 움직이기 때문이다. 대학 학력을 위조한 사람은 그 덕분에 지적 이미지와 신뢰감·친근감 등 무형(無形)의 이득을 본다. 윤석화·최수종씨의 경우이다. 그렇다고 대학·동문회가 그 거짓말을 들춰내지는 않는다.(분야를 막론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이 자신이 속한 대학을 나왔다고 밝히는 것이 학교 위상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본인의 의사보다는 주변에서 ‘학력 위조’를 강요하거나 위조를 주도한 사례도 엿보인다. 능인선원 원장인 지광 스님은 처음 신문사에 입사했을 때 고졸 출신이라고 밝혔으나 선배들의 권유로 이력서를 ‘서울대 공대 중퇴’로 바꾸었다고 한다. 정덕희 교수도 처음 낸 책에서 학력이 부풀려진 뒤로 널리 퍼졌다고 밝혔다. 이는, 일정한 성공을 거둔 사람은 그에 걸맞은 학력을 갖춰야 한다는 일부의 의식이 위조 행위로까지 이어진 경우로 볼 수 있다. 학력이 같은 사람끼리 공통된 이해에 따라 움직인다는 건 우리사회에서 학력이 곧 신분이라는 사실을 웅변으로 보여준다. 전통사회에서 혈통이 반상(班常·양반과 상놈)을 구분했듯이 21세기 한국사회에서는 고졸인가, 대졸인가, 그 중에서도 명문대 출신인가가 그 사람의 신분을 규정하는 것이다. 수천가지 신분으로 분류된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바람직하다고 여길 한국인은 없으리라 본다. 도리어 그 후진성을 비웃기 십상이다. 그러면서도 우리 스스로는 ‘학력’이라는 또다른 카스트에 빠져 ‘턱없는 우월감’과 ‘이유없는 열등감’에 빠져 살고 있다. 하루빨리 깨부숴야 할 어리석은 자화상이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열린세상] 3만달러 시대를 위한 묘책/차동엽 신부·천주교 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장

    [열린세상] 3만달러 시대를 위한 묘책/차동엽 신부·천주교 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장

    바람직하지 않은 줄은 알지만 저녁식사를 밤 10시 이후에 하는 일이 많다. 강의 일정상 귀가 시간이 자주 늦는 데다 외식은 잘 안하기 때문이다. 그뒤 소화될 때까지 약 30분간,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케이블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필자에게는 참으로 유익한 시간이다. 이 짧은 시간을 통하여 대충 요즘 문화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감 잡는다. 물론 연구소장직을 맡았기에 사회정보를 수집하는 경로가 TV뿐만은 아니지만. 그건 그렇고, 케이블 TV로 ‘미녀들의 수다’ 재방송을 보면서 그녀들의 말에 공감한 적이 있다. 수다 속에서 가끔 문화의 차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에피소드를 자아내는지 실감하게 된다.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우리 자화상을 발견하는 것도 유익한 점이다. 그 프로를 보는 중에 외국에서 약 10년간 유학할 때 느꼈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 가운데 하나, 언어문화의 차이를 발견했을 때 온 영감(inspiration)을 소개한다. 독일어권인 오스트리아 빈에서 학위 공부를 하였다. 막 독일어를 배울 때 ‘축하합니다’라는 의미의 단어 ‘Gratulieren’을 외우면서, 이 단어는 생일이라든가 기념일에 축하하면서 사용하는 단어 정도로 익혀 두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 단어가 우리 한국어 문화권에서 짐작하는 정도 이상으로 일상용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기분좋은 문화쇼크였다. 그곳에서는 상대방에게 좋은 일이 있을 때면 어김없이 이 단어를 사용한다. 그들의 언어에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에티켓 언어가 상당히 많다. 심지어 재채기를 할 때에도 ‘줌 볼(Zum Wohl: 좋은 일이 있기를)’이라는 말을 쓴다. 이런 체험은 미국에서도 있었다. 미국 보스턴대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의 일이다. 한 교수는 수업시간마다 학생들에게 ‘challenge me(나에게 도전하라)’라는 말을 각인시켜 주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폭포수 같은 질문을 퍼붓는 것을 즐겼고 학생이 올바른 대답을 하면 항상 ‘컨그레출레이션(Congratulation)’이라는 말로 축하해 주었다. 앞에서 필자는 ‘영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그렇다. 그것은 영감이었다. “바로 이 차이다.‘축하합니다’라는 단어를 특별한 날에만 사용하는 우리 언어문화, 그리고 하루에도 여러차례 이 단어를 사용하는 구미의 언어문화, 이 차이가 국민소득 2만달러를 향하는 대한민국과 이미 3만달러를 넘어선 저들의 차이로구나!” 언어는 문화의 바로미터다. 사고방식과 사는 태도의 지표이다. 국민소득은 이 모든 것들의 총화로 이루어지는 결과일 따름이다. 경제가 좋아지려면 사회적 및 문화적 인프라가 함께 좋아져야 한다. 이것은 법칙이다. 경제만 좋아지려고 해봐야 어림없다.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되진 않을 것이다. 필자는 확신한다.‘축하합니다’라는 말이 전 국민의 일상용어가 될 때 우리나라는 1등 국민,3만달러 소득의 꿈을 이루게 될 것이다. 필자는 어린 시절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와 같은 말들을 들어본 적이 없다. 당시에는 그러한 용어가 아직 일상용어가 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영어를 배우면서 ‘Thank You.’ ‘I’m Sorry.’등의 표현을 접하게 되었고, 그후 점점 우리 국민 언어에서도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라는 표현이 확산되었다. 그리고 이런 변화된 의식과 병행하여 경제성장이 이루어졌다. 지금 우리나라가 2만달러 문턱까지 온 것은 다 그러한 말들로 인한 의식변화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제 한국인이 배워야 할 용어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축하합니다.’라는 말이다. 2만달러 소득은 경쟁논리로써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3만달러 시대는 공생의 논리, 축하의 논리가 아니면 절대 불가능하다고 본다.‘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와 같은 속담이 없어질 때, 국가의 미래는 한층 높은 수준으로 도약할 것이다. 차동엽 신부·천주교 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장
  • 한국 1000대기업 특징 보니

    한국 1000대기업 특징 보니

    나이 25.61세, 딸린 식솔 1437명, 연소득 1조 1920억원. 우리나라 1000대 기업의 평균 자화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자체 기업정보 데이터베이스 ‘코참비즈’(www.korchambiz.net)를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16일 ‘대한민국 1000대 기업의 특징’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이후 1000위(매출액 기준) 안에 새로 진입한 기업들은 평균 105개였다. 이는 105개 기업이 10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는 의미다.1000위 안에 진입하는 데는 평균 16년이 걸렸다. 현재 국내 사업체 수가 300만여개인 점을 감안하면 3000대1의 경쟁률을 뚫은 셈이다. ●‘진입´ 3000대1 경쟁… 16년 소요 업종별 생존율도 흥미롭다.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내리 1000대 기업에 살아남은 회사를 업종별로 분석한 결과, 전기·가스·수도업이 100% 생존율을 기록했다. 해당 업종의 29개 기업이 모두 살아남았다. 건설업(85.9%), 금융·보험업(84.3%)도 상대적으로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반면 부동산·임대업의 생존율은 불과 15%에 그쳤다.10개 기업 중 1.5개 기업만 1000대 기업에 턱걸이했다는 얘기다. 도·소매업(70.8%)도 평균 생존율(75%)을 밑돌았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함을 의미한다. 제조업(72.7%) 생존율은 평균치에 약간 못 미쳤다. ‘빅10’의 절대적 지위는 다소 약화됐다.1000위권 가운데 상위 10등까지의 매출액 비중이 2002년 25.1%에서 지난해 21.7%로 낮아졌다.50등까지로 범위를 넓혀도 이들 기업의 매출액 비중이 같은 기간(53.0%→50.4%) 줄었다. 꼭짓점에 몰려 있던 매출액 편중 현상이 그나마 다소 완화된 것이다. 코스닥 기업의 ‘약진’도 눈에 띈다.77개사가 지난해 1000위권 안에 진입했다.2002년(65개)보다 12개 늘었다. 하지만 증권거래소를 포함한 전체 상장업체는 같은 기간 크게(395개→351개) 줄었다. ●해마다 10% 물갈이 ‘희비’ 순위별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2002년 이후 지난해까지 내리 1·2위를 각각 차지했다.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은 같은 기간 각각 8계단이나 순위가 뛰었다. 현대중공업도 3계단 올랐다. 에너지·조선 기업의 약진이 눈에 띈다. 명(明)이 있으면 암(暗)도 있는 법.LG상사는 37계단, 삼성물산은 19계단이나 밀려났다. 요즘 각종 악재에 시달리는 대한항공과 롯데쇼핑도 각각 5계단 밀려나며 30위권에 턱걸이했다. 1000대 기업의 평균 종업원 수는 지난해 1437명으로 2002년보다 6.9% 늘었다. 같은 기간 평균 매출액(9270억원→1조 1920억원) 증가율(28.6%)을 크게 웃돈다. 이는 직원 1인당 생산성이 개선됐음을 말해준다. 기업들이 고용 창출에 다소 소극적이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순이익도 같은 기간 38%(579억원→799억원) 늘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일본 현대미술 ‘붐’

    일본 현대미술 ‘붐’

    이제는 일본 미술인가. 최근 몇년새 붐을 이루던 중국 현대미술전이 뜸해지면서 그 자리를 일본 현대미술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경기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의 17개 화랑이 함께 연 ‘일본현대미술제’에는 6000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렸다.48명 작가의 작품 260점 이상이 출품돼 지금까지 최대 규모의 일본 미술전으로 기록됐다. 8월에는 4개의 화랑에서 일본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가 열린다.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가 10∼26일 일본 작가 7명을 소개하는 ‘일본 현대 미술’전을 여는데 이어, 갤러리 온은 17∼28일 일본작가 2인의 사진전을 연다. 갤러리 룩스는 14일까지 사진전인 ‘일본의 젊은 눈’전을, 터치아트는 12일까지 ‘트랜스 재팬’전을 개최한다. ‘트랜스 재팬’전을 기획한 독립 큐레이터 이대형(33)씨는 “스타작가의 아류작품이 양산되면서 완성도가 떨어지고 있는 중국 현대미술은 현재 의문단계에 봉착했다.”면서 “첼시의 로버트 밀러 갤러리 등 뉴욕의 화랑들도 이제 일본 전시를 대거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중국 유명 작가들의 작품값이 터무니없이 오르면서 타이완의 화교 수집가들도 일본 현대미술의 투자가치를 재평가 중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값은 한국의 신진 스타작가보다 낮아 수집가들에게도 매력적이다. 일본 키치미술의 대부로 불리는 다카시 무라카미와 요시모토 나라 등 스타 작가들은 오타쿠나 망가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 대중문화를 작품속에 녹여내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일본 미술은 ‘혼란’으로 대변된다. 중국처럼 ‘사회주의에 배신당하고 자본주의에 실망한 중국인의 슬픈 자화상’이나 ‘자기 얼굴에 침뱉기식의 체제 비판’처럼 하나의 흐름으로 묶기는 힘들다. ‘트랜스 재팬’전에 소개된 4명의 젊은 작가들은 과장된 만화적 캐릭터와 화려한 장식 등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보다 개인적인 이야기와 조형언어를 강조한다. 널리 알려진 ‘일본스러움’에서 벗어나 보다 개방적이고 실험적인 작품 성향을 보인다. 이에 비해 선 컨템포러리에 출품한 7명의 작가들은 일본 미술하면 흔히 떠올리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히로유키 마쓰라는 다카시 무라카미가 조직한 게이사이 아트 페스티벌에서 발탁돼 첫 개인전에서 작품이 매진된 바 있는 인기 작가다. 젊은 작가를 발굴하는 게이사이 아트 페스티벌은 뉴욕까지 진출할 전망이다. 히로토 기타가와의 길쭉한 인물 조각상은 망가(만화)에서 막 뛰어나온 듯한 캐릭터가 주인공. 또 모토히코 오다니는 머리카락을 이용한 드레스를 만드는 등 일본 작가들은 대중문화를 포용하면서도 전통적인 감성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현대미술 1세대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기초한 오타쿠, 즉 마니아 문화로 자신의 세계를 표현했다. 일본 전통화 우키요에와 서구미술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이들 1세대의 영향력은 아직까지 살아 있다. 하지만 현재 일본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은 늘 새로운 기법과 표현을 받아들이면서도 ‘일본적’ 미술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젊은 작가들에게 쏠리고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정체성의 혼란 민머리 사내로 형상화”

    변웅필(37)은 머리카락에 눈썹도 없고 옷조차 입지 않은 민머리 사내의 초상화로 주목받는 작가다. 자신의 얼굴에 테이프를 붙이거나 찌그러뜨린 채 그린 자화상은 지난 5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서 17점이나 팔릴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작가는 본인의 얼굴을 거울에 비춘 채 리모컨으로 찍은 사진 가운데 마음에 드는 표정을 그린다.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던져준 초상화에 이어 이번에는 드로잉 작품을 선보인다.8∼26일 서울 인사동 두아트갤러리에서 ‘설렘’이란 제목으로 드로잉전을 여는 것. 전시를 앞두고 만난 작가의 첫 마디는 “대머리가 아니죠?”였다. 작품은 자신의 얼굴을 직접 그린 것이지만, 실제 작가는 강한 인상도 아닌 그저 평범하고 순한 얼굴이었다. 그가 그린 민머리 사내는 10년간 독일 뮌스터미술대학에서 공부하면서 느낀 정체성 혼란을 상징한다. 이번에 내놓은 드로잉들은 자신의 유화 초상화의 바탕이 된 작품들로 역시 민머리 사내들이 주인공이다. 눈썹도, 콧대도 없는 민머리 사내는 한국남성과 결혼한 일본 여성이 그린 만화 ‘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에 나오는 주인공과 닮았다. 이 만화를 그린 다가미 요코는 낯선 땅에 시집와서 아무 것도 몰라 헤매는 본인의 모습을 민머리 캐릭터로 표현했다고 한다. 인물이 중심이 된 변웅필의 드로잉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 주는 듯하다. 작가는 “동시대 삶을 담아내는 그림은 잡지나 영화 속에서 본 듯한 이미지를 그려내는 한계가 있다.”면서 “그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물과 인물들을 한 공간에 배열했다.”고 설명했다. 작가가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소라껍데기, 오토바이 헬멧 등은 드로잉에 등장해 관객들에게 각자의 경험으로 사물을 바라보게끔 한다. 작가는 드로잉 사이사이에 벽화를 그려 넣는 작업도 했다.‘여고동창생’‘살인사건’‘연예인 지망생’ 등 재미있는 제목이 붙은 작가의 그림을 보며 천만갈래 상상력을 펼쳐 보는 것은 어떨까.(02)2287-3528.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20&30] 비정규직의 애환과 희망

    [20&30] 비정규직의 애환과 희망

    외환위기를 거치며 확산된 ‘비정규직’은 20대와 30대에게는 미래의 슬픈 자화상이다. 이달 초 비정규직보호법안 시행과 이랜드 파업 사태 등을 거치면서 비정규직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장밋빛 꿈’을 안고 살아야 할 ‘2030’ 젊은 세대에게 비정규직이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삶의 최일선에서 현재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고 있는 20∼30대들의 애환과 희망을 함께 들어봤다. ●차별과 냉대라는 보이지 않는 벽 회사원 황모(28·여)씨는 비정규직이다. 취업난이 한창이던 2004년 겨우 지금 회사에 ‘업무 보조’라는 이름으로 입사해 일을 해오고 있다. 정규직 업무와 별반 차이가 없지만 그는 심한 ‘차별’을 실감하고 있다. 노조 가입도 하지 못하고, 정규직들이 다 받는 상여금 한 번 받은 적도 없다. 최근 회사가 큰 폭의 흑자를 내면서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그씨에게는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상여금은 회사 이익 창출에 기여한 사원들에게 이익의 일부를 배분하는 거잖아요. 비정규직은 회사를 위해 기여한 게 아무것도 없어서 성과급이나 상여금에서 배제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소속감을 못 느끼는 건 당연한 거죠.” 2005년부터 올해 1월까지 계약직으로 일하다 그만두고 직업전문학원에 다니는 권모(24·여)씨는 계약종료 한 달 전부터 ‘매년 재계약을 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지는 경험을 되풀이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9월부터 회사 사정이 많이 안 좋아졌어요. 한 번은 밀린 월급 일부를 지급한다고 해서 좋아했는데 정규직한테만 급여를 주더라고요. 항의를 했더니 업무처리 과정에서 일어난 단순한 실수 때문이라고 해명하면서 바로 입금해 주기는 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정말 불쾌해요. 차별받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죠. 솔직히 항의를 안 했으면 안 줬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나마 그 회사는 ‘양반’이었다. 이전 회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급날도 달랐다고 한다.“정규직이야 노조가 있다 보니 회사 사정이 어려워도 월급날을 어긴 적이 없어요. 하지만 비정규직에게는 ‘회사에 돈이 없다.’는 이유로 1∼2주씩 지나서 월급을 주는 일이 다반사예요.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져요.” ●정규직이 꺼리는 ‘3D 업무´ 떠맡아 수많은 차별은 물론 비정규직들은 오히려 정규직 업무에 ‘플러스 알파’의 업무도 떠맡는다. 정규직들이 하기 싫어하는 3D(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업무도 비정규직들의 몫이다. 한 대기업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사보 교열업무를 보던 박모(37)씨는 지난해 회사를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처음에 그가 맡기로 한 일은 교열업무뿐이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일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통신사 뉴스의 재가공과 취재 기자의 초벌기사 정리는 물론 나중에는 사보의 한 섹션을 맡기며 직접 취재에 나설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취재에 교열까지 하다 보니 사내 취재기자들보다 하는 일이 더 많아지더라고요. 나한테는 취재비도 안 주면서 취재하라는데 정말 참기 힘들었어요. 정규직 직원의 절반도 안 되는 급여를 받으며 내 돈 써가며 취재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 많이 비참했어요.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더니 제 상관이 ‘조금만 더 성실한 모습을 보였으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줄 수도 있었는데 자네 복이 여기까진가 보다.’라며 오히려 저를 힐난하더군요. 전 속으로 ‘사람 마음속에 피멍 들게 한 당신은 얼마나 오래 회사에 남아있나 두고 보겠다.’고 생각했죠. 근데 진짜 그 상관도 저 그만두고 3개월 뒤에 실적부진을 이유로 ‘잘리고’말더라고요.” 비정규직 김모(32·여)씨는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한다. 그럼에도 회사 간부들은 김씨에게 바닥 청소를 시키기도 한다. 정규직에게는 커피 심부름을 시키지 않는다. 정모(30·여)씨는 1년 계약 후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한 공연기획사에 들어갔다. 입사하고 11개월이 되자 회사는 자신의 본업인 디자인 업무 대신 티켓 관리 업무를 맡겼다.‘그만두라.’는 무언의 압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정씨는 꾹 참고 두 달을 버텼지만 결국 제 발로 회사를 그만뒀다. 기초자치단체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는 신모(30)씨는 “사무실 앞에 붙여놓는 직원명단은 보통 이름과 직급을 쓰는데 유독 내 이름 옆에는 ‘계약직’이라고 써 놨다.”면서 “정규직 공무원들은 그런 식의 표현이 기분 나쁠 거라는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계약직은 연말에 연봉재협상을 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내부게시판에 연봉협상이라는 제목으로 이름과 액수가 올라왔어요. 개인정보 유출도 그렇지만 연봉협상을 한 적도 없는데 결정이 다 돼버린 거예요. 담당 계장은 고의가 아니라 실수였다며 사과를 했습니다만 기분은 정말 씁쓸했지요.” ●“직장이동 자유로워… 다양한 경험 쌓아 좋기도” 비록 소수이기는 해도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을 오히려 ‘인생의 기회’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현재 사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 황모(27)씨는 용산전자상가, 반도체 수입업체, 홍보대행사, 영업사원 등 다양한 ‘비정규직’을 해왔다. 황씨는 지금껏 일궈온 경험을 밑천삼아 대학 졸업 뒤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 한다.“만약 정규직 직원이 10년 동안 직장을 10번 넘게 옮겼다면 다들 그를 ‘사회 부적응자’로 보겠지만 비정규직에게는 그런 통념에서 자유로운 면이 있거든요.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은 오히려 비정규직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비정규직이 각 기업의 노하우를 단기간에 배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편의점 운영노하우를 알고 싶어 편의점 ‘알바’도 3개월가량 해봤다고 한다. “예전에 일본의 한 맥주회사 사장이 맥주맛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유럽의 한 맥주회사에 청소부로 취직해 결국 맥주제조 기밀을 훔쳐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우리 사회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많은 사회로 알고 있어요. 즉 대부분은 원치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에서 일해야 한다는 뜻이잖아요.‘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도 있듯 현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할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미래에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경험을 쌓는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적극적으로 회사의 노하우와 핵심역량을 배워 두면 결국 내 자산이 되잖아요.” 강국진 류지영기자 betulo@seoul.co.kr ■ 민노총 비정규직 활동가 박종민씨 “노동계의 양대 산맥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자신들의 기득권에 안주해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큰 죄를 짓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들이 외면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곳이 사실상 노총밖에 없는데 이마저 두 개로 쪼개져 정규직 노동자들의 기득권 보호에 안주하는 단체로 전락해 버렸어요. 양대 노총이 진정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지금이라도 조직과 이념을 넘어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적극 협력해야 합니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뉴코아 강남점 앞에서 지난 20일 공권력에 의해 강제 연행된 뉴코아·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지지하기 위한 ‘매출타격투쟁’을 마치고 돌아가는 박종민(32·민주노총 비정규실 활동가)씨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바람이 가득 차 있었다. 2001년 중앙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박씨가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 대졸자의 절반가량이 비정규직으로 평생 고용불안과 불평등 계약 속에 힘들게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후배들이 학교를 졸업 뒤 비정규직의 설움과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현실을 눈감아야 한다는 사실을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더라고요.” 지난해 민주노총에서 전업 활동가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비정규직 문제에 매달려온 박씨. 그동안 뉴코아 강남점에서 점거농성 조합원들의 지지 시위를 벌여온 그는 최근 공권력 투입을 통한 정부의 사태 해결을 바라보며 착잡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고 토로한다. “전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고 제 예비 장인도 목사님이십니다. 기독교인의 관점에서 볼 때도 ‘기독교기업’을 자처하는 이랜드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전 교회에서 늘 기독교인은 약하고 가난한 자의 편에 서라고 배워 왔는데 왜 이랜드는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의 희생을 통한 성장을 당연하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어떤 때는 ‘약자에 대한 위선적 태도를 취하는 게 기독교의 본질이 아닐까.’라는 회의론이 들기도 해요.” 끝으로 박씨는 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양대노총의 대승적 협력과 정부의 적극적 참여를 촉구했다. “비정규직은 ‘밥줄’을 지키기 위해 자기의 ‘밥줄’을 걸고 싸워야 합니다. 이번 사태에서도 알 수 있지만 점거농성 등 극단적인 방법을 쓰기 전에는 들은 척도 않는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가 비정규직을 더욱 극단으로 내몰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2002년 대선 당시 인간 노무현을 대통령 노무현으로 만든 시대적 사명은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라.´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뿐 아니라 양대 노총도 손을 맞잡고 나서야 합니다. 지금도 눈물 흘리고 있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안 보이시나요.”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단식 18일째’ 한혜주 KTX승무원 “비정규직 하면 ‘서글프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라요. 다른 사람들 보기에 별난 사람처럼 보일까봐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가끔 ‘나는 비정규직이 아니라 계약직이다.’라면서 자기 일이 아니니 귀찮게 하지 말라는 사람도 있어요. 어떤 사람은 ‘그래도 나는 월급 잘 받고 있다. 데모할 생각 말고 성실하게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말하죠. 그런 말을 들을 때는 정말 마음이 아파요.” 지난 20일 오전 서울역광장 농성장에서 만난 한혜주(26·여)씨는 인터뷰 내내 물병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단식 18일째라고 했다. 노조 홍보차량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에 목소리가 묻힐 정도로 기운이 없어 보였지만 한씨는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털어놨다. 그는 “신문에 얼굴사진이 최대한 예쁘게 나오게 ‘뽀샵질’을 해야 한다.”는 농담을 건넬 정도로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2004년 KTX가 개통하면서 승무원으로 입사할 때만 해도 한씨는 ‘준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다.“채용 공고도 공무원 분야로 돼 있었고요. 회사에선 ‘자회사이긴 하지만 철도청이 공사로 바뀌면 직접 고용과 정규직화가 될 것’이라고 얘기해 우리도 그렇게 믿었죠.” 한씨에겐 대학을 졸업한 뒤 첫 직장이었다. 하지만 환상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2005년에 공사로 바뀌었지만 승무원들은 여전히 저임금에 시달리며 1년 단위로 계약서를 새로 써야 했다. 한씨는 “병가 때문에 일을 쉬거나 하면 사측에서는 ‘이런 식으로 나가면 내년 계약에서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협박하곤 했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준공무원 대우라는 말이 말짱 거짓이었음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입사 초기에 가졌던 자부심은 속았다는 분노로 바뀌었다. 노조라고 다 같은 노조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노조가 자신들을 보호해 주지 않자 승무원들은 철도노조 KTX승무지부로 노조를 옮겼다. “처음엔 노조가 뭔지도 잘 몰랐죠. 어려운 일이 생기니까 자연스레 노조에 가입하게 됐죠.” ‘투쟁’을 시작한 지 500일이 넘었다. 한씨는 부모님께 가장 미안하다.“부모님이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처음엔 반대도 많이 하셨죠. 지금은 기왕 하는 거 맘 편하게 하라고 하셔요. 부모님이 저보다 더 속상하시겠죠.” 남자친구 얘길 꺼내자 한씨 표정에 미소가 번진다.“처음에는 소신을 갖고 하는 거니까 잘될 거라고 했어요. 나중에는 몸과 마음이 힘드니까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하더라고요. 지금은 제발 단식만은 말아 달라고 하죠.” 한씨는 인터뷰 말미에 “이철 철도공사 사장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했다.“칼자루는 사장이 쥐고 있습니다.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그 칼자루를 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원칙을 그렇게 따지시는데, 철도를 이용하는 시민과 노동자를 위한 원칙도 세워 보시기 바랍니다.‘한때’ 민주화 투사라고 하던데 그런 열정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네요.”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문화마당] 지위지향형 사회의 업보/허동현 경희대 교양학부장·사학

    가짜학위 파문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신정아 교수 사건을 보자니, 한국사회의 작동 역학을 꿰뚫어 본 라이샤워(E O Reischauer)의 혜안이 아직 빛을 발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쓴웃음이 절로 난다. 그는 전통시대에 일본은 신분 상승이 불가능한 사회구조 안에서 자기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목표지향형 사회’였기에 자력으로 근대를 이룰 수 있었지만, 과거제도가 상징하듯,‘지위지향형 사회’였던 한국은 그럴 수 없었다고 우리의 슬픈 역사를 꼬집는다. 수백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음식점이 즐비한 일본에서는 명문대를 나오고도 가업을 잇는 이들이 화젯거리도 되지 못한다. 하나 대를 잇는 맛집이 가물에 콩 나듯 드문 것이 우리의 현주소이니, 근대 이행기 한국과 일본의 패인과 승인을 두 나라 사회의 특수 속성에서 찾은 그의 탁견에 고개가 절로 끄떡여진다. 대학 입시철 전국의 사찰과 교회마다 자녀들의 대학 합격을 비는 모성 깃든 천배의 기원행렬과 수능기도가 이어지는 것을 보면 아직 한국은 지위지향형 사회가 분명하다. 대구 팔공산 갓바위 부처에 축원의 발길이 줄을 잇는 까닭이 부처님이 쓰고 있는 갓이 지위를 보장하는 징표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그럴싸하게 들리니 말이다. “한국의 여러 조직들은 조직 자체나 조직원들이 중심축을 향해 상승하는 흐름에 참여하려고 하는 아메바적 성격을 갖고 있다.…모든 가치는 중앙권력에 속했다. 권력기반도, 안정성도, 야심을 만족시킬 수 있는 대체 수단도 없이 권력을 향한 경쟁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났다. 이 사회는 높이 솟은 원추형 소용돌이라는 특유의 형태를 만들어냈다.”(‘소용돌이의 한국정치’) 오늘 우리의 사회상을 중앙권력을 향해 모든 성원이 휘몰아쳐 달려드는 ‘소용돌이 구조’로 꼬집은 헨더슨(G Henderson)의 지적은 더 아프다. 몇해 전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 분의 정년퇴임이 항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왜냐하면 그의 동료들이 국회의원으로, 장관으로, 총리로 중앙권력을 향한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 버려 광복 후 정년을 채운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코미디언 이주일, 탤런트 최불암, 가수 최희준, 앵커 한선교, 벤처 기업인 이찬진.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국회의원이 답이다. 사실 우리 국회는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이들을 빨아들여 마셔버리는 소용돌이치는 중앙권력의 블랙홀이나 진배없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일본만화 ‘미스터 초밥왕’의 주인공 쇼타의 꿈은 소박하다. 최고의 초밥 요리사가 되어 가업을 잇는 것이다. 일본의 교수사회도 중앙권력으로 진출하기를 꿈꾸지 않는다. 우리보다 앞서 1871년에 천민을 해방했다지만, 아직 일본 사회는 300만명을 헤아리는 차별받는 천민 집단이 실제로 존재한다. 여전히 일본은 신분제 사회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에게 양반은 더 이상 귀족의 명칭이 아닌 제3인칭 대명사일 뿐이다. 시각을 달리하면 누구나 양반이 된 다원적 시민사회를 일구어 낸 우리 사회의 숨은 발전 동력은 지위를 향한 모든 이들의 경쟁일 수도 있다.1960년대 대학은 상아탑이 아니라 우골탑으로 불린 적이 있었다. 전통시대 지위 상승의 사닥다리였던 장원급제의 교지는 모두가 양반이 된 광복 이후 대학 졸업장으로 대체되었다. 그러나 OECD 가입국 중 최고의 대학진학률을 자랑하는 오늘 한국 사회에서 중앙권력으로의 진입을 위한 보증수표는 이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장뿐이다. 가짜학위 소동은 지위지향형 사회에서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소극(笑劇)이다. 조기유학이 줄을 잇고 영어능력이 취직의 절대 잣대가 된 오늘 우리 사회의 자화상은 여전히 슬프다. 어찌 보면 신정아 사태는 능력보다 학벌을 좇는 소용돌이에 쏠려 들어가는 우리 모두를 소스라쳐 일깨우는 정문일침일 수도 있지 않을까. 허동현 경희대 교양학부장·사학
  • [염주영 칼럼] 내신 갈등이 부끄러운 이유

    [염주영 칼럼] 내신 갈등이 부끄러운 이유

    정부와 대학들이 대판 싸웠다. 서울대가 내신반영률을 낮추려 한 것이 발단이 됐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즉각 혼내주겠다며 서울대를 윽박질렀다. 그러자 다른 사립대들이 들고 일어났다. 급기야 대통령이 전국의 대학총장들을 집합시켜 단체기합을 주었다. 이에 일부대학의 교수들은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내는 등 집단행동으로 맞서고 있다. 이 지경에 이르자 정부가 어제 한발 물러나 사태가 진정되는 듯하다. 부끄럽다. 내신반영률이 뭐기에 정부와 대학이 서로 머리끄덩이를 잡고 대판 싸워야 하는지 건전한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적 교육현실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다면 무슨 말인지조차 알아 듣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 양측의 주장을 알기 쉬운 표현으로 고쳐보기로 한다. 정부는 학교성적(내신)이 우수한 학생들을 뽑으라는 것이고, 대학들은 수능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뽑겠다는 것이다. 결국 올 대학입시에서 누구를 뽑을 것인지가 싸움의 요체인 셈이다. 학교공부를 잘하면 수능공부도 잘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문제가 있다. 서울과 지방간에, 서울에서도 강남·북간에, 그리고 특목고와 일반고간에 학력차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와 대학이 협력하여 학교간 학력차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주면 될 일이다. 정부는 모든 국민에게 공정해야 한다. 대학 또한 진정한 지성의 전당이라면 개인의 가치를 일생에 단한번 치르는 수능점수로만 평가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신입생을 뽑는 일에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념을 들먹이는 것은 어쭙잖은 일이다. 도대체 정부와 대학이 그토록 진흙탕 싸움을 벌여야 할 이유가 뭔가? 필자는 여기에 정부와 대학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숨어 있다고 본다. 우리 공교육은 지금 학생, 학부모, 대학, 사회 모두로부터 불신 당하고 있다. 이번의 내신 갈등도 일선 고교에서 작성한 내신성적을 대학이 신뢰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따라서 정부가 할 일은 불신받는 공교육을 바로 세워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신뢰가 생기면 대학들은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내신반영률을 높여나갈 것이다. 내신반영률을 높이지 않으면 공교육이 붕괴된다는 주장은 사리에 맞지 않다. 내신반영률을 높이지 않으면 붕괴된 공교육의 실상을 감출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합당한 표현일 것이다. 정부는 공교육 붕괴의 책임을 대학에 떠넘기려 해선 안 된다. 대학도 그리 떳떳하지는 못할 것이다. 경쟁력 낙후의 책임이 대학 스스로에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들을 받아들여 4년동안 둔재로 만들어 내보내는 것이 우리 대학들이다. 서울대는 우수인재를 싹쓸이하다시피 하면서 세계 100위권에도 못 드는 것을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대학 스스로 내부개혁을 통해 교수사회의 철밥통 시스템을 뜯어고치지 않는 한 인재타령을 할 자격이 없다. 대학이 발전하지 못하는 것은 학생의 경쟁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교수의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관치의 족쇄를 채워둘 순 없는 일이다. 대학은 자율 없이는 발전할 수 없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들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누구를 뽑을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가르칠 것이냐에 있다. 학생의 경쟁력이 아니라 교수의 경쟁력이 문제라는 얘기다. 교육부와 대학들이 정말 머리 싸매고 고민해야 할 건 바로 이 부분이다. 논설실장 yeomjs@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자화상/신순남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자화상/신순남

    나의 아버지는 파를렌 아버지의 한국 이름은 신탈영 카레이스키, 한국인 대대로 땅을 일구던 농부의 아들 나는 벌거숭이 아기로 태어났다, 푸른 언덕 옆, 잔디꽃 피어나는 곳에서, 붉은 1928년에, 암흑의 30년대를 보냈고 검은 까마귀같은 기차 안에 쑤셔 넣어져, 아시아의 부헨바디드 치르칙으로 보내졌다. 16년 동안 황량한 늪지에서 노새처럼 일했다.……
  •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1970년대 3대 저항가수 양병집(Ⅱ)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1970년대 3대 저항가수 양병집(Ⅱ)

    아메리칸 포크에 당시 한국 현실을 빗댄 가사로 대부분 채워져 있는 양병집의 첫 음반 ‘넋두리’의 금지 사유는 ‘가사와 창법 저속’이었다. 결국 ‘저주받은 걸작’이 되어버린 이 음반에는 대체 어떠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을까. 첫 곡은 우디 거슬리의 ‘뉴욕타운’을 개사한 ‘서울하늘’이다.‘내 안경이 졸도할만한 서울에 올라와 나도 한번 벌고 싶어 헤매 다녔으나 내 맘대로 되지 않더라.’는 푸념은 1970년대 이농(離農)의 드림과 좌절이다. 그럼에도 ‘노래나 한 번 불러 보자.’는 식의 자조 섞인 넋두리가 바로 1970년대 젊은이들의 또 다른 자화상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산업사회로 넘어가던 과정에서 벽이 되어버린 문턱에서의 어쩔 수 없는 넋두리인 셈이다. 피터 폴 앤드 메리가 발표한 미국민요 ‘위프 포 제이미’를 전혀 다른 내용의 우리말로 개사한 ‘잃어버린 전설’은 또 어떤가.‘휘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참다, 참다 스러져간 꽃’으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이른바 최루탄 가득한 거리에서 이미 사라진 젊은이들을 애도하는 노래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동시에 사회 전반에 드리웠던 월남 파병문제, 그리고 산업화의 그늘을 떠올리게 한다. 전래가요 ‘타복네’는 어머니로부터 들으며 자란 노래다. 모친 김경패(金景貝)여사는 정태춘 곡인 ‘양단 몇 마름’의 2절 가사를 직접 만들어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후에 ‘다시 부르고 싶은 노래들(88년)’ 음반을 통해 발표하는 ‘엄마엄마 아 엄마’와 독립군가였던 ‘부활가’ 등도 그의 모친이 유년시절에 귀동냥으로 배웠던 노래를 소중한 패물 건네듯 아들에게 물려준 유산들이다. 한때 새로운 미국국가로 추천되기도 했던 유명한 곡 ‘디스랜드 이즈 유어 랜드’는 분단국가, 한국의 젊은이 양병집에게로 와서 ‘너와 나의 땅’이 된다. 이 노래가 나올 즈음, 거리마다 마을마다 나붙은 구호는 온통 반공·방첩이었고 분골쇄신이었다.‘빨갱이’라는 용어가 그러했듯 온 국민 전체가 집단으로 레드 콤플렉스에 시달렸던 때로 이남과 이북에서 제각기 불리는 노래는 똑같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었으되 그 통일에 깊이 박혀 있던 서로간의 공통 인식은 전혀 달랐다. 때문에 ‘백두산에서 제주도까지, 너(이북)와 나(이남)의 땅’이라는 노랫말 주장은 이데올로기라는 이념 아래 금기시된 논조였고 언어였다. 음반은 ‘노래나 불러보자’는 ‘서울하늘’에서의 넋두리로 시작되어 풍자, 관조 등을 거친 뒤 ‘나는 다시 기타를 집어 들고 그 다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는 자조 섞인 말로 끝맺는다. 과거형의 시제를 사용했지만 노래만큼은 현재진행형이 되어주길 바라는, 그래서 그는 노래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다분히 포함시키고 있다.(계속) 대중음악평론가 sachilo@empal.com
  • [사설] ‘베트남 신부 절대 도망 안갑니다’

    한국사회의 빗나간 국제결혼 풍속도가 끝내 국제적 망신을 불렀다. 우리네 지방 도로변 곳곳에 나붙은 국제결혼 중개업자들의 현수막이 엊그제 발표한 미국 국무부의 인신매매 보고서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즉 “베트남(신부)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는 따위의 현수막 내용이 국제적 인신매매의 사례로 고발됐다는 얘기다. 사실 이런 국제적 조소는 진작에 예견됐었다.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낮은 국가 여성들과의 속성 국제결혼을 주선하면서 일부 중개업소들이 여성을 상품화하거나 인권을 무시하는 광고문구를 버젓이 사용했을 때부터다.‘비용 000원에 장애인도 20대 신부 가능’,‘숫처녀 보장’ 등의 낯뜨거운 현수막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이런 행태가 우리 사회에 이중 삼중의 해독을 끼칠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우선 우리의 신랑감들에게 왜곡된 여성관을 심어 줘 행복해야 할 가정생활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게 하지 않겠는가. 한류 등으로 고양된 국가 이미지에도 먹칠을 하는 결과가 될까 걱정된다. 이번 미 국무부 보고서는 무신경하게 넘겼던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다시 들여다 보게 해 줬다. 아시아의 허브국가를 꿈꾸면서 이런 일로 더는 동남아 국가 등으로부터 눈총을 받아선 안될 것이다. 문제의 현수막들을 모두 철거하는데 그치지 않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합심해 종합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국제결혼 알선업체들의 배만 불린다는 평가를 받는 일부 지자체들의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 등을 전면 재검토할 시점이라고 본다.
  • [다시보는 선데이서울] 청춘영화의 대명사 이영옥

    [다시보는 선데이서울] 청춘영화의 대명사 이영옥

    [다시보는 선데이서울-표지모델편 ⑦] 입영열차의 차창에 매달려 병태(윤문섭)와 가슴 찡한 키스를 하던 눈 큰 여배우 영자(이영옥)를 기억하시는가? 언제나 메모지 한 장이면 신청곡을 들을 수 있었던 음악다방, 통기타와 청바지. 캠퍼스에는 최루탄 가스가 날리고, 사복경찰과 닭장차 군단에게 짓밟히기 일쑤였던 70년대. ’일간스포츠’에 연재된 최인호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바보들의 행진>(1975년)은 암울했던 그 시절에 대학을 다녔던 세대들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머리가 길어도 치마가 짧아도 경범죄로 처벌받던 시절, 단속에 걸리면 길거리에서 ‘바리깡’에 알토란 같은 머리카락이 쑥대밭이 되곤 했던 것은 남의 얘기가 아니었다. 그토록 단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이 끈질기게 머리를 길렀던 것은 차마 말로 할 수 없었던 저항의 몸짓이었을까? 병태와 친구 영철(하재영)이 경찰의 장발단속을 피해 달아나는 장면에서 신나게 불러 외치는 송창식의 ‘왜 불러’는 모순적인 권력에 대한 저항이자 조롱이었다. 이영옥은 이 영화의 여주인공 ‘영자’로 출연, 70년대 청춘영화의 톱스타로 떠올랐다. 입영으로 이별했던 ‘병태’와 ‘영자’는 4년 뒤인 79년 관객을 다시 만난다. 속편인 <병태와 영자>에서 영자는 의사인 주혁(한진희)과 결혼할 뻔 했으나 결국 군에서 제대한 병태와 결혼에 성공하는 해피엔딩의 주인공이다. 이영옥은 64년 영화 <내별은 어느 하늘 아래>로 데뷔하며 아역 스타로 출발했다. 72년 개봉한 <장화홍련전>에선 18살 앳된 모습의 이영옥을 볼 수 있다. 청순하고 발랄한 매력으로 당시 대학생들을 사로잡았던 그녀는 <내가 버린 여자>(1977), <도시로 간 처녀>(1981) 등 숱한 화제작을 뒤로하고 95년 결혼과 함께 은막에서 모습을 감췄다. 2000년대 초 경기도 안양의 잘나가는 나이트클럽 주인이라는 소문만 나돌았을 뿐, 언론에 행적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표지=통권 570호 (1979년 10월 28일) 박희석 전문위원 dr39306@seoul.co.kr
  •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10) 대안정당 가능성] “정치변화 노력부족”vs“생활정치 정당 필요”

    ■ ‘386 정치인’ 우상호 의원 민주화가 낳은 정치세력의 한가운데에는 ‘386’이라는 이름이 있다. 제도정치권의 변신 과정에서 ‘젊은 피’ 수혈로 일컬어지던 이들. 제도정치의 이념적 분화를 넓혔다는 평가도 받지만 기존 정치 권력의 틀에 안주해 정치 불신만 가중시켰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386 대표주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6월 항쟁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이던 우상호(8일 열린우리당 탈당 선언) 의원을 통해 이들의 자화상을 들여다봤다. ▶386정치인의 공과를 평한다면. -“반대만 했지 사회적 책임을 져본 적 있냐.” 정치 시작하며 많이 들은 비판이다. 그래서 정치 활동보다 상임위 활동에 주력했다. 실제 386 정치인들은 해당 상임위에서 우수 의원으로 인정받았다. 대안 제시 능력도 인정받았다. 그러나 정치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개혁성과 도덕성만으로 정당체제를 바꿔내기엔 한계가 있었을 텐데. -국가보안법 문제만 해도 우리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에서는 노력했지만 정당끼리의 경쟁 국면이 됐을 때 우리는 ‘여럿 중 하나’에 불과했다. 정치적 실천의 계기에 섰을 때 단일 대오를 이루지 못한 책임도 크다. 노선과 정책보다 친소 관계나 정치 입문 계기 등이 잣대가 된 점도 마찬가지다. ▶대안 세력으로서 386의 역할은. -386은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됐다. 아직도 주어진 시대적 과제가 많이 남았다. 실질적 민주화를 완성하고 민족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양극화와 사회적 불평등 문제와 같은 개혁 의제도 쌓여 있다. 구혜영 박창규기자 koohy@seoul.co.kr ■ ‘정치세력화 앞장’ 정대화 교수 6월 항쟁은 ‘시민사회’의 탄생을 가져왔다.90년대 들어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민사회는 16대 총선 낙천·낙선운동과 17대 총선에서 물갈이연대를 통해 의회를 감시하는 정치 활동에 주력했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현안을 정치 의제로 쟁점화한 주역이기도 했다. 시민사회의 ‘수혈 정치’를 뛰어넘어 주도적인 정치세력화에 앞장서고 있는 정대화 상지대 교수를 만나 민주화가 남긴 정치의 과제와 대안을 들어봤다. ▶민주화 이후 정치상을 평한다면. -보스정치와 지역주의, 패거리정치 등 정치권의 고질적인 병폐를 민주화 이전엔 따질 겨를이 없었지만 더 이상 국민이 용납하지 않게 되면서 점차 개선되고 있다. 민주화 이전엔 부패정치가, 이후에는 무능정치가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인사 영입과 진보정당 원내 진입을 민주화의 정치적 성과로 꼽는데. -정치민주화의 공과다. 영입된 인사들이 새로운 정치 토대를 닦아야 하는데 ‘초대받은 정치’에 머물렀다. 준비없는 상태에서 편입됐기 때문이다. 스스로 대안적 정치 리더십을 형성하지 못했고 보스·패거리정치에 휘말려 우왕좌왕했다. 우리 정치가 민주노동당을 갖게 된 것은 근본적 발전이다. ▶바람직한 대안정치의 방향은. -좋은 정당과 좋은 정치시스템이 함께 나와야 한다. 사회의 흐름을 대변하는 정당이 나오고, 국민 의식을 대변하는 사회적 세력이 등장해야 한다. 민주화 이후 다양화된 각 분야의 계층적 이익을 대변하는 ‘생활정치’가 완성될 때 6월 항쟁은 소임을 다하게 될 것이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여의도in] ‘7번째 당적변경’ 이인제 5년만에 민주 복당

    ‘통일민주당→민자당→국민신당→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자민련→국민중심당→민주당’ 한때 ‘대통령의 꿈’에 근접했던 이인제 의원의 정치역정이다. 그는 11일 국민중심당을 탈당하고 5년만에 민주당에 복당함으로써 8차례나 당적을 보유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의 변화무쌍한 이력은 권력을 좇아 이합집산을 밥먹듯 하는 우리 정치의 어두운 자화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의원은 이날 “2002년 민주당 탈당은 (노무현 후보 등) 급진좌파 노선과의 결별이었을 뿐 결코 민주당이 추구해온 중도개혁주의를 반대해서가 아니었다.”며 “송구스러운 마음이 제 가슴에 무거운 짐으로 남아있었음을 고백하며 오늘 다시 한번 넓은 이해와 관용을 바랄 뿐”이라고 했다.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25) 알비노 동물의 비애

    백의민족인 탓일까. 예로부터 흰 동물을 길조(吉兆)로 여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믿음은 유별나다. 신선이 타고 다녔다는 백호는 예로부터 상서로운 동물이었다. 오죽하면 청룡(靑龍)·주작(朱雀)·현무(玄武) 등과 함께 하늘의 사신(四神)으로 여겼을까. 흰 사슴도 만만치 않다. 신선과 함께 놀았다는 녀석은 전설과 함께 한라산에 ‘백록담(白鹿潭)’이란 제 이름까지 남겼다. 때문에 업자들 사이에서도 진짜 흰 사슴은 부르는 게 값이다. 이런 탓에 일부 악덕업자들은 원래 회백색을 띠고 태어나는 남유럽·소아시아 산 다마(Dama)사슴에 흰 색을 덧칠해 폭리를 취하는 어이없는 일까지 벌어진다. 또 흰 동물을 귀히 여기는 현상은 파충류인 뱀부터 조류인 까치까지 다양하고 넓게 퍼져 있다. ●“근친교배의 자화상” 사실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유독 몇 마리만 흰 색을 띄고 태어나는 동물들은 알비노(Albino)라고 불리는 돌연변이일 뿐이다. 알비노는 피부·모발·눈 등에 색소가 생기지 않는 백화현상(白化現象)으로 모든 동물에서 볼 수 있는데 유전학적으로도 열성에 속한다. 흰 쥐나 흰 토끼는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알비노다. 하지만 극지방 보호색을 위해 털이 변한 북극곰 등은 알비노라 볼 수 없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동물학자들 사이에서 근친교배가 잦은 곳에 많이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는 학설이 지배적이다. 기형적인 모습을 동반하기도 하는데 동물학자들은 “알비노는 동물원 근친교배의 부끄러운 자화상”으로 해석한다. ●생태계에서도 약자 그렇다면 자신과는 전혀 다른 흰 동물을 보는 동물들의 태도는 어떨까. 사실 사람들의 환호와는 달리 동물세계에서 알비노를 겪는 동물은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한다. 북국이나 남극 등 특수한 환경을 제외하면 흰색 동물은 야생에서 포식자에게 발견되기 쉽다. 무리생활을 할 경우 다른 녀석들까지 발각되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호랑이나 사자처럼 먹이사슬 맨꼭대기에 있는 종이라 하더라도 튀는 용모 탓에 사냥도 쉽지 않다. 더 심각한 것은 짝짓기. 특히 외형을 보고 건강함을 판단하는 짝짓기 과정에서도 녀석들은 퇴짜를 맞기 일쑤다. 그들 사이 알비노는 무리와는 다른 ‘미운오리새끼’인 셈이다. 서울대공원에서 알비노 동물은 백호와 흰 너구리, 흰 버마 왕범과 흰 다람쥐 등 모두 4마리다. 대부분 외부에서 기증받은 것들인데 이 가운데 현재 짝을 맺고 사는 것은 지난해 10월 동거를 시작한 흰색 너구리 구리(♀·2003년생 추정)와 꾸리(♂·2005년생)가 전부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특파원 칼럼] 아베와 ‘아름다운 나라’/박홍기 도쿄 특파원

    일본은 4월 들어 두차례의 선거를 치렀다. 광역단체장 선거와 2곳의 참의원 보궐선거가 낀 기초단체장 선거다. 선거 때마다 눈에 띄는 문구가 있다면 다름아닌 ‘아름다운 나라, 일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9월 취임하면서 내놓은 야심찬 정치적 구호다. 이른바 ‘강한 일본’을 추구하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신념이자 철학이기도 하다. 아베 총리는 지난 22일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를 위한 아이디어 공모에 나섰다. 분야에 제한을 두지 않고 의견을 모으는 이벤트이다. 내각에는 이미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 기획 회의체’까지 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정책마다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다.‘아름다운 나라’의 합창 소리가 더욱 커지는 실정이다. 아베 총리가 표방하는 ‘아름다운 일본’, 표현상으로는 정말 그럴싸하다. 그러나 막상 속내를 들여다보면 ‘섬뜩함’을 지울 수 없다.2차 대전 패전국이자 가해자로 낙인찍힌 오명의 역사를 스스로 덮고 ‘새로운 일본’을 일궈나가자는 게 목표이다. 간단히 말해 ‘전후 체제’의 청산이다. 아름다운 나라로의 화려한 비상을 위해 들고 나온 핵심 수단이 바로 헌법개정과 교육개혁이다. 아베 총리는 총리가 되기 전 펴낸 자신의 책 제목을 ‘아름다운 나라로’라고 붙일 정도로 일본의 새로운 자화상 그리기를 꿈꿔왔던 터다. 관방장관 때에는 “우리들 자신의 손으로 헌법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의원 시절, 역사교과서를 겨냥,‘자학(自虐)사관’은 일본의 치부만 드러낼 뿐 국가 발전이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전후 세대의 첫 총리가 되자 “드디어 전후 세대가 사회의 중심이 됐다. 부모들이 남긴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아름다운 나라’라는 기치 아래 본격적인 ‘꿈’의 실현에 나섰다. 5월3일 헌법 60주년 기념일에 즈음해 헌법 개정의 정당성과 함께 의지도 분명하게 피력했다.“현행 헌법을 기초한 것은 헌법을 잘 모르는 연합군사령부 사람들이었다. 성립과정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자위권 금지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게 아베 총리의 헌법 개정의 논거다. 현행 평화헌법에서 금지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겠다는 ‘포부’이다. 자칫 ‘군국주의의 회귀’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 개혁에 대한 아베 총리의 결의 또한 대단하다. 최근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의 기본은 교육이다.”라며 교육 개혁을 독려하고 있다.60년만에 처음으로 교육기본법도 손질, 완성 단계로 치닫고 있다. 개혁의 지향점은 국가주의 함양이다. 교육에 대한 국가의 관여 강화와 함께 애국심 고취에 역점을 두고 있는 까닭에서다. 아베 총리의 말마따나 뜻있는 국민을 길러 품격있는 국가를 만드는 ‘대업’인 것이다. 아베 총리의 아름다운 나라는 분명 추상적인 데다 정치적 색깔이 강하다. 마치 황국이니 신민이니 하던 과거 군국주의, 쇼와(昭和)시대의 초기를 연상케 하고 있다. 게다가 수순이 바뀌었다. 틀렸다. 과거 역사와의 단절이 아닌 정리에서부터 시작했어야 옳았다. 군국주의 시대의 과오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바탕에 깔아야 한다는 얘기다. 자학사관을 탓할 게 아니라 올바른 역사 인식 아래 새로운 일본을 그리는 것이 마땅하다. 아베 총리는 ‘아름다운 나라, 일본’을 편협한 민족주의로 귀착시켜서는 안 된다.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일본 안팎에서 제기되는 “자기 중심적, 자기 도취적이 아닌 ‘평화로운 나라 만들기’에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고도 충분히 새겨들어야 한다. 단지 색깔만 덧칠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그러지 않으면 한·일 관계뿐만 아니라 동맹국들과도 냉전의 틀에 갇힐 수밖에 없다. 분명컨대 ‘반복해서는 안 되는 역사가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hkpark@seoul.co.kr
  • [열린세상] 지식인 사회의 슬픈 자화상/김민환 고려대 신문방송학 교수

    방송위원회라는 기구가 있다.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보장하기 위해 설치한 합의제 국가기구다. 방송위원회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9명 가운데 3명은 대통령이 선임하고,3명은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하여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나머지 3명은 방송 관련 전문성 등을 고려하여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추천 의뢰를 받아 국회의장이 추천한 자를 대통령이 임명한다. 방송의 공정성 확보야말로 방송위원회를 설치한 핵심적인 목적이기 때문에 추천을 누가 했건 방송위원은 정치적 중립성을 견지해야 한다. 이건 금과옥조의 불문율이다. 그런데 요즘 방송위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다시 한번 성찰하게 하는 사건이 났다. 한 방송위원이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등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양식 수준을 의심하게 하는 말을 쏟아낸 것이다.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그 방송위원은 “우리 자식들이 이 땅에서 밥 먹고 살려면 좌파를 몰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한 동석자가 “우리는 한 배”라고 하며 한나라당 대선 승리를 도와야 한다고 말하자 이 방송위원은 “한 배가 아니라 우리 일”이라고 한술 더 떴다. 이 방송위원은 한나라당이 대선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방송이 중요한데 너무 소홀히 하고 있다고 하는가 하면 “우리가 정권을 찾아오면 방송계는 하얀 백지에다 새로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우리’란 그가 속한 방송위원회가 아니라 특정 정당이다. 이 방송위원의 발언은 그 정도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방송위원회 산하 보도교양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심의 결과에 대해 “우익 시민단체에서 시위를 해야 한다. 좌파들의 끈기 있는 투쟁을 우리가 해야 한다. 목동 방송회관에 와서 ‘이렇게 하려면 문 닫아라.’하고 시위를 해줘야 한다. 그러면 조선·동아가 기사화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이 술자리에 동석한 KBS 심의위원은 더 해괴한 말을 했다. 정권교체에 기여하기 위해 관리자급으로 KBS에 노동조합을 만들어 ‘공정방송노동조합’이라고 이름 지었다는 것이다. 그는 보도내용을 공학적으로 보고 얼마나 교묘하게 균형을 가장해 편향을 하는지 지적할 것이라고 호언했다. 이런 일련의 대화 내용이 어떻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는가. 여기에는 이른바 경인TV 사태가 얽혀 있다. 이 방송의 대표가 사적인 술자리 대화 내용을 녹음한 것이 CBS 손에 들어갔고,CBS가 연속보도로 경인TV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그 뒤 CBS는 경인TV 관련 녹취록과 녹취테이프를 방송위원회에 제출했는데 어떤 경로를 통해서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경인TV와는 관련이 없는 대화 내용까지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해당 방송위원은 이번 물의로 언론계에서 일약 유명인사가 되었다.‘미디어오늘’의 검색 창에는 이 위원의 이름이 인기 검색어 3위에 올라 있다. 방송위원회의 설치 목적을 비웃는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으니 마땅히 치러야 할 대가인지 모른다. 그러나 언론계에 이 방송위원을 당당하게 비판할 언론인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신문을 펼치면 이 방송위원이 한 말에 못지않은 정파성이 덕지덕지 묻어난다. 방송도 정파적이긴 마찬가지다. 노무현 시대에 노 정부 편을 들고 있지만 정권이 바뀌면 새 권력 앞에 무릎을 꿇을 만반의 태세를 갖춘 상태다. 어디 언론계뿐이랴. 지식인 사회 전체가 천박한 정파성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에게 남은 일은 한 방송위원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 그 위원의 얼굴이 곧 내 얼굴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김민환 고려대 신문방송학 교수
  • 작가 23명 자화상 전시

    소설가 서영은씨는 직접 그린 자화상에서 눈, 코, 귀를 생략하고 빨간 입술만 도드라지게 그려넣었다. 그리고 깍지를 낀 손 한쪽에는 “푸른 흙 속에 파묻혀 있는 고구마-”라고 풀어썼다. 서씨는 깊은 사유에 잠겨 있는 자아를 고구마에 빗댄 것이다. 흙 속에 파묻혀 있는 고구마가 차츰 성장하듯이 자신의 사유도 차츰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편지 쓰는 작가들의 모임’이 17일까지 서울 봉래동 프랑스문화원에서 열고 있는 ‘작가들의 자화상전’에는 서씨를 비롯해 소설가 박범신, 김다은씨 등 작가 23명이 직접 그린 자화상이 전시돼 있다. 작가들의 내면세계를 엿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서씨의 파격적인 자화상 못지않게 박범신씨는 산을 머리에 이고 있는 다소 여성스러운 자화상을 그렸다. 함께 써넣은 ‘눈 감고 아주 먼 곳을 보면 그럼, 산(山)도 이고 갈 수 있고 말고!’라는 글에서는 미지의 땅에 대한 갈망이 엿보인다. 작가들의 자화상은 대부분 추상적이다. 김다은씨는 사슴처럼 긴 목을 돋보이게 그린 자화상을 선보였고, 소설가 우광훈씨는 신문조각 모음을 배경으로 눈썹과 입을 과일로 대체하고, 눈에는 돈을 상징하는 내용을 담은 얼굴을 그렸다. 행사를 진행한 김다은씨는 “목을 쭉 빼서 세상을 보고싶은 호기심 많은 또 다른 나를 그렸다.”면서 “내 모습을 다 담을 수 없어서 일부분은 표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작가들의 자화상은 보통사람들의 자화상과는 많이 다르다.”면서 “글을 쓸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표현하려고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편지 쓰는 작가들의 모임’은 전시회가 끝난 뒤 참여작가들의 자화상을 엽서로 만들기로 했다. 그러면 편지 쓰는 문화를 다시 한번 살려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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