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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공공기관 비리 현주소 보여준 광해관리공단

    100명 기소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한국수력원자력의 비리는 충격적이었다. 내용 면에서 그에 못지않은 또 한 건의 비리가 드러났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의 임원과 교수들이 연루된 사건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 공단 전 본부장 권모씨는 광해방지 업체 A사에 5000만원을 투자하고 3년 뒤인 2009년 원금과 수익금 명목으로 5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또 투자한 업체와 관련 협회 등에 딸과 조카, 매제 등을 취업시킨 혐의도 있다. 공공기관을 마치 사기업처럼 이용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정부 기관과 공기업, 관련 업체, 대학의 비리 커넥션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기소된 권씨는 옛 산업자원부 서기관 출신으로 일종의 낙하산 임원이다. 정부 기관을 등에 업은 권씨는 자신의 돈을 투자해서 관련 업체와 유착 관계를 형성했다. 그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친·인척을 취업시킨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또 같이 구속기소된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김모씨는 공단에서 따낸 연구 용역비 18억원을 자신이 설립한 업체 명의로 받아 독차지하는 비리를 저질렀다. 일반인들에게 좀 생소한 광해관리공단은 폐광지역의 오염원을 관리하기 위해 2006년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이 공단의 역대 이사장들 역시 낙하산이었다. 사건이 벌어졌던 당시의 이모 이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일한 인물이다. 또 권혁인 현 이사장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낸 경력이 있다. 광해관리공단이 공공기관 평가에서 몇 년간 받은 점수는 C등급이었다. 전문성 부족과 무관하지 않다. 낙하산 인사들은 업무를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비리를 감독하려고 해도 몰라서 못 찾아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공공기관 개혁의 목표가 부채 감축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이 사건은 시사하고 있다.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업체, 대학들과 유착 관계를 맺고 비리를 저지르는 일이 어찌 광해공단에만 있겠는가. 만연한 비리 또한 방만 경영의 한 예다. 한편으로는 부채 축소를 유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공기관들의 고질적인 비리를 캐내야 한다. 수사·감사기관이 힘을 합쳐 기강을 바로잡기 바란다. 검찰의 반부패부는 이런 일을 하라고 만든 것 아닌가.
  • 40년간 ‘우리’에 아들 가둔 80대 母 충격

    40년간 ‘우리’에 아들 가둔 80대 母 충격

    무려 40년 간 집 안에 설치한 작은 철제 ‘우리’에 갇혀 살아온 한 남성의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중국 허난성 정저저우시에 사는 펑웨이칭(48)은 6살 때부터 한 평도 되지 않는 작은 철제 우리에 갇혀 생활해 왔다. 선천적으로 뇌손상을 입고 태어난 펑씨는 6살 때부터 정신이상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칼이나 유리 등으로 자해하거나 스스로를 폭행해 상해를 입기도 했다. 결국 펑씨의 어머니(80)는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철장으로 만든 우리에 아들을 가둬놓고 키우기 시작했다. 40년이 지난 현재도 펑씨의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으며,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의사표현이 어렵고 종종 고열에 시달리는 등 힘겨운 삶을 살아간다. 펑씨의 어머니는 “남편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나 역시 언제까지 아들을 돌볼 수 있을지 모른다”면서 “내가 떠나면 아들을 돌볼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가장 큰 걱정”이라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도 철창 우리를 사이에 두고 아들을 씻기거나 밥을 먹여주는 등 정성을 다해 아들을 보살피는 그녀는 “아들을 오랫동안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빚 많은 공기업들 해외사업 대폭 축소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빚이 많은 주요 공기업들이 국내자산을 포함해 해외자산 매각에 나서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공공기관 개혁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필수자산을 빼고는 모두 팔아서 부채를 줄이라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공기업들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6개 해외자원 개발사업 중 큰 손실을 냈거나 수익성이 낮은 사업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가운데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는 캐나다 유전개발업체인 하베스트가 유력한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석유공사는 2009년 12월 약 3조 8000억원을 투자해 이 회사를 사들였으나 북미지역 석유산업 침체 등으로 지난해 말까지 누적적자는 8000억원 넘는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국제 수급상황에 따라서 알짜 자산이 될 수 있는 곳도 있는데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대한석탄공사는 유일한 해외자산인 몽골 누르스트 훗고르 탄광의 매각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매장량만 1억 900만t으로 추정되지만 현재 마땅한 판로를 찾지 못해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석탄공사는 국내에 보유한 6930만㎡ 규모의 임야를 단계적으로 파는 방안도 검토한다. 한국전력은 캐나다 데니슨사 지분 등 3개 우라늄 확보 사업의 지분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 이들 사업에는 2007~2009년 모두 805억원을 투자했지만 지금까지 매장량이 얼마인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호주 GLNG 프로젝트 등 추가 투자비가 불어나거나 손실 나는 사업의 정리를 검토하고 있다. 또 미국과 중국 등 5개 해외지사와 4개 해외법인을 2년 안에 청산할 계획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30여개 해외자산 가운데 일부를 매각할 계획이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과거 해외자원 개발을 내세운 정부 등에 떠밀려 벌였던 사업을 단기간에 정리하기도 쉽지 않은데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공기업들이 이처럼 자산 매각을 서둘러도 단기간에 부채를 큰 폭으로 줄이기는 어려워 공공요금의 인상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가스공사는 새해 첫날부터 도시가스 요금을 평균 5.8% 올렸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전기요금 또한 원가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외자유치 증손회사 설립때 규제 완화…SK·GS 등 수혜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개정안은 증손(曾孫)회사의 보유 지분율 규제 완화를 핵심 내용으로 한다. 현재는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자회사의 자회사)가 외국 회사와 합작 투자해 자회사(증손회사)를 설립하면 지분을 100%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개정안이 시행되는 올 3월부터는 50%만 보유해도 증손회사 설립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외자 유치를 통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GS칼텍스 등 3개 기업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SK종합화학은 예정대로 울산에 일본의 JX에너지와 9600억원 규모의 파라자일렌(PX·화학섬유원료)공장 합작 투자를 계속할 수 있게 됐다. 현재 공정률 70%에서 차질을 빚고 있지만 SK종합화학은 이번 법안 통과로 새해 상반기 공장 증설을 완료하고 하반기에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GS칼텍스도 외촉법이 통과됨에 따라 전남 여수 공장에 1조원 규모의 PX공장을 증설할 수 있게 됐다. GS칼텍스는 일본 쇼와셀-다이요오일과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외촉법 통과를 기대하며 현재까지 8개월째 기본 설계 단계에만 머물러 왔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예상된다. 3개 기업 외자 유치에 따라 200여명의 직접고용과 1만 4000여명의 간접고용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정부와 산업계는 전망했다. 또 2016년부터 5조 8000억원의 생산 증대 효과도 기대된다. 이런 효과 때문에 지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조속한 통과를 강력히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외촉법은 이날 국회 통과 과정에서 외국인투자위원회 승인 이전에 적절성 여부 등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거치도록 수정됐다.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투자를 준비 중인 외국 자본들은 부지를 사들여 공장을 짓겠다는 기업들인 만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외촉법 국회 본회의 통과…검찰개혁법과 거래?

    외촉법 국회 본회의 통과…검찰개혁법과 거래?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개정안이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외촉법안은 이날 오전 본회의 표결에서 재석 254명 가운데 찬성 168표, 반대 66표, 기권 20표로 가결됐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약 2조 3000억원 규모의 투자와 1만 4000여명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면서 처리를 호소했었다. 이후 새누리당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이 법안을 역점 추진해왔지만 민주당내 일부 의원들은 ‘재벌 특혜법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민주당 소속 박영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외촉법은 ‘재벌특혜법’, ‘경제민주화 역행법’”이라면서 법사위 상정을 거부해 이날 새벽 3시를 넘어서까지 처리에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법사위 차원에서 상설특검법과 특별감찰관법 등 검찰개혁법안의 ‘2월내 합의처리’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서 돌파구가 마련됐다. 외촉법 개정안은 현재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외국 회사와 합작 투자해 자회사(증손회사)를 설립할 때 100% 지분을 보유하도록 규정한 것을 오는 3월부터 50%로 낮추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다만 산업위 원안에 비해 심의과정에 일반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공동출자법인의 주식을 소유할 경우 외국인투자위원회 승인 이전에 산업통상자원부장관으로 하여금 손자회사와의 사업관련성 및 합작주체로서의 적절성 여부 등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거치도록 수정됐다. 앞서 국회 법사위에서 박 위원장과 민주당 의원들은 이 법의 상정 자체를 반대해오다 국정원 개혁법안은 물론 예산안마저 처리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작년 연말 무산된 검찰개혁법안의 처리 보장을 외촉법 처리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논란 끝에 법사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 같은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함에 따라 법사위는 상설특검 및 특별감찰관제법안에 대해 ‘2월 임시국회에서 진정성을 갖고 합의처리한다’는 합의서를 마련한 뒤 외촉법안을 처리해 본회의로 넘겼다. 합의서에는 법사위 제1법안심사소위 소속 새누리당 권성동·김도읍, 민주당 이춘석·박범계 의원 등 4인이 서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014 신춘문예-소설 당선작] 길을 잃다/이태영

    [2014 신춘문예-소설 당선작] 길을 잃다/이태영

    소니가 앞뒤로 몸을 흔든다. 몸을 숙일 때마다 등의‘보호외국인’이란 흰 글자가 형광등 불빛에 번쩍거렸다. 흔들림은 조금씩 빨라지고 있었다. 나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하필 근무 첫날부터 이런 일이 생기다니. 여자 보호실에는 그녀와 나 단 둘뿐이었다. 입술이 바싹 타들어 갔다. 위급한 일이 생기면 당직실로 연락하라고 이 반장은 말했었다. 소니가 요란하게 몸을 떨더니 구역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나는 당직실 내선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은 갔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시계를 보니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이 반장은 밤새 직원이 당직실에서 대기하고 있을 거라 했었는데, 나는 어찌해야 할지 모른 채 망연히 소니만 바라봤다. 소니는 비린내를 맡은 임산부처럼 헛구역질을 해댔다. 붉게 충혈된 그녀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소니가 말했다. “언니, 제발, 소니 물 줘.” 소니의 일그러진 입가에서 침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눌한 소니의 말투는 어딘가 모르게 우스꽝스러웠다.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있던 소니도 영문을 모른 채 나를 따라 웃었다. 보호소를 안내해주던 이 반장은 말했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소니한테 물어보라고. 저래 보여도 사무소에서만큼은 나보다 선임이니깐.” 이 반장은 소니를 가리키면서도 내 쪽을 흘끔거렸다. 철장 안의 소니보다 나를 더 신기해하는 것 같았다. 살아오며 항상 마주쳐야 했던 눈빛이었기에 새삼스럽진 않았지만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이라면 많은 혼혈을 봤을 텐데. 마치 외국인을 처음 본 사람처럼 계속해서 곁눈으로 슬그머니 흘겨봤다. 아마도 같이 일하는 사람 중 혼혈은 처음인 것 같았다. 나는 이 반장이 가리키고 있는 소니를 쳐다봤다. 내 옅은 커피색 피부보다 소니의 피부는 희었다. 소니의 피부는 한국인들이 살색이라 부르는 옅은 귤색에 가까웠다. 나는 종이컵에 물을 따르려 했다. 그 모습을 본 소니가 언니, 하며 나를 불렀다. 그녀는 한 아름 크기의 원을 손으로 그렸다. 나는 그녀의 뜻을 이해했지만 왜 그렇게 많은 물이 필요한지 이해되지 않았다. 소니가 다시 헛구역질하기 시작했다. 나는 서둘러 화장실로 가 빨간 고무 대야에 물을 받아왔다. 대야 한가득 담긴 물을 본 소니는 구역질을 멈췄다. 소니는 대야를 바닥에 내려놓고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한참 동안 수면 위를 내려다봤다.‘후훕 후훕’소니의 날숨과 들숨소리가 보호실에 울려 퍼졌다. 한참을 내려다보던 소니가 천천히 자신의 얼굴을 대야에 담갔다. 넘쳐난 물이 바닥을 적셨다. 정수리까지 잠기자 찰랑대며 흘러넘쳤던 물결이 잠잠해졌다. 소니의 숨소리가 사라지자 보호소는 파도가 멈춘 바닷가처럼 고요해졌다. 오직 들리는 소리라고는 얕은 내 숨소리뿐이었다. 소니의 앞머리가 흘러내렸다. 수면 위로 소금쟁이 발자국 같은 작은 물결이 일렁였다. 얼마나 지난 걸까. 흘러내린 머리카락은 가라앉은 지 오래였고 숨 쉬는 것도 잊은 듯 소니는 미동조차 않았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게 아닐까, 마음이 초조해졌다. 철창을 열려는데 소니가 대야에서 고개를 들었다. 물방울들이 그녀의 얼굴에서 뚝뚝 떨어졌다. 소니가 소매로 얼굴을 훔치며 말했다. “소니 땅 멀미했다. 이젠 괜찮다.” 땅 멀미? 배를 오래 탄 선원들이 뭍에 올라오면 멀미를 한다고 하던데, 그걸 말하는 건가. 소니의 말을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같은 모국어를 쓰는 사람들끼리도 온전히 자기 뜻을 전달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소니는 지금 외국어를 구사하고 있지 않은가. 쇠창살에 기대앉은 소니가 말했다. “소니는 바다에 살았다. 발, 땅에 안 디뎠다.” 물방울이 소니의 이마에서 볼을 타고 턱까지 흘러내렸다. 채 마르지 않은 물방울의 궤적을 따라 형광등 불빛이 반사됐다. 소니가 손바닥으로 얼굴의 물기를 훔치며 말했다. “소니 여러 여름 전, 바다 떠났다.” 그녀는 땅 위로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올라선 땅은 흔들렸다. 바다에서는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울렁거림을 겪어야 했다. 바다를 떠나야 했던 이유를 그녀가 설명했지만 어눌한 발음에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녀는 흔들리지 않는 땅을 찾아 헤맸다. 그렇게 한국까지 흘러들어왔다. 하지만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공장에서도, 쪽방에서도, 화장실에서도 매 순간 속은 메슥거렸다. 나는 며칠 전 봤었던 한 다큐멘터리를 떠올렸다. 바다에서 생활하는 소수종족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바다 집시라 불리는 그들은 육지에 올라오면 오히려 멀미를 느낀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온난화와 주변 국가의 압력 때문에 땅에 정착해야만 했다. 그들은 자신을 찍고 있는 카메라를 향해 물었다. “어디로 가야 하나요?”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나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엄마를 떠올렸다. 아버지는 엄마가 동생을 낳다 죽었다고 했다. 나는 엄마의 얼굴도, 목소리도 심지어 그녀의 국적조차도 알지 못했다. 그저 내 피부색을 보며 다큐멘터리에 나온 저들처럼 바다와 강렬한 해가 있는 지역 출신이 아닐까 추측해볼 뿐이다. 그러고 보니 소니의 피부색은 그들이나 나보다 옅었다. 지하층 계단에는 해가 들지 않았다. 등이 나간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집주인은 갈아주지 않고 있었다. 흐릿한 빛에 의지해 현관문을 열었다. 안은 말라버린 우물 속처럼 컴컴했다. 벽을 더듬자 콘크리트의 냉기가 손끝에 스며들었다. 스위치를 찾지 못한 나는 어둠 속에서 신발을 벗어야 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채 몇 걸음 떼지도 못한 채 균형을 잃고 넘어져 버렸다. 무릎과 정강이로 둔탁한 통증이 밀려왔다. 찔끔 오줌이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퀴퀴한 지린내가 밀려왔다. 나는 팬티를 갈아입을 생각도 않은 채 그대로 침대까지 기어가 누웠다. 첫 밤샘근무였고 한밤중에 소동까지, 피로에 찌든 몸은 솜사탕처럼 녹아내리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눈을 떴다. 얼마나 잔 걸까? 알 수 없었다. 방은 여전히 어두웠다. 나는 습관적으로 손을 들어 눈가를 만졌다. 다행히 손끝에 느껴지는 물기는 없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채 마르지 않은 눈물 자국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눈에 무슨 이상이 생긴 줄 알았다. 그러다 나중에 알게 되었다. 꿈을 꾸며 눈물을 흘린다는 걸. 무슨 꿈인지는 알지 못했다. 마치 교통사고 후의 기억상실증처럼 꿈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대신 깨어날 때마다 채워지지 않을 것 같은 허기가 엄습해왔다. 더듬거리며 일어나 방에 불을 켰다. 시계를 보니 벌써 한밤중이었다. 통증처럼 허기가 밀려왔다. 라면 두 개를 끓였다. 밥까지 말아 먹고 나자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다 먹고 난 냄비를 싱크대에 놓았다. 수도꼭지를 틀자 빈 냄비 속으로 물이 쏟아졌다. 냄비 속 옅어진 갈색 국물이 거품을 내며 소용돌이쳤다. 밥풀 하나가 위태롭게 흔들리다 넘쳐나는 물을 따라 개수대로 흘러갔다. 땅멀미를 한다는 소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갑자기 몸이 붕 떠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멀미할 때처럼 속이 울렁였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동생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나는 메시지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울렁임은 더욱 심해졌다. 배를 채우면 이 메스꺼움이 좀 가라앉지 않을까. 찬장에서 감자칩을 꺼내 한 움큼 입에 털어 넣었다. 제대로 씹지도 않고 삼키듯이 넘겼지만 메스꺼움은 쉬이 달래지지 않았다. 보호실 철문이 열리고 이 반장과 함께 한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는 이런 곳이 처음인지 창살 안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어린이 팔뚝만 한 쇠봉이 한 뼘 간격으로 세워진 창살 안에는 다양한 피부색의 여자 외국인들이 수감되어 있었다. 그녀들은 마루 형식으로 된 바닥에 국적별로 삼삼오오 앉아 있었다. 소니만이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은 채 구석에 앉아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사무소 직원이 아닌 듯 남자는 관복을 입지 않고 있었다. 검은색 쟈켓에 베이지색 면바지, 그리고 특징 없는 인상은 길에서 흔히 마주치는 사십대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이 반장이 소니를 조사실로 호출했다. 남자는 조사실로 들어갔다. 둘은 삼십 분 정도 조사실에 있었다. 가끔 소니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평소와는 다른 웃음이었다. 끈적끈적하니 교태가 묻어있는 웃음이었다. 조사실에서 나온 남자는 한쪽 입꼬리를 어그러뜨렸다. 황당하다는 웃음 같기도, 싱겁다는 표정 같기도 했다. 남자와는 다르게 뒤따라 나오는 소니는 평상시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남자는 이 반장에게 짧게 말을 전한 후 돌아갔다. 나는 이 반장에게 다가갔다. 저분은 누구예요, 라는 내 물음에 이 반장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비밀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로 순순히 돌아갔다. 내 태도에 이 반장은 당황한 듯싶었다. 쩝쩝 소리를 내며 입맛을 다시더니 슬며시 다가와 물었다. “소니가 진짜 이름일까?” 나는 그제야 이 반장이 비밀에 대해 말하고 싶어 했다는 걸 눈치챘다. 나는 궁금하다는 표정을 최대한 지어보려 노력했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표정이 되어 버렸다. 나는 사람들의 표정을 잘 직시하지 못했다. 나의 피부색을 처음 본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표정이 굳는다. 그리고는 바로 꼬인 가방끈을 고쳐 매듯 낯을 바꾼다. 마치 아무것도 못 봤다는 듯이. 어떤 반감이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냥 본능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그 표정을 본 나로서는 더는 그들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다. 이 반장은 혀를 내밀어 입술에 침을 묻히고는 말했다. “당연히 진짜 이름 아니지. 소니 들어봤잖아. 워크맨 만드는 전자회사” 작년 겨울, 한 베트남인이 여고생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이 사건은 십분 정도 모 포털 사이트 검색어 톱을 차지했다. 첫눈이 오기 전날 대대적인 불법 체류 외국인 단속이 벌어졌다. 그날 밤 노래방을 덮친 경찰은 손님의 노래에 맞춰 탬버린을 치고 있는 소니를 붙잡았다. 경찰서에서 하룻밤을 보낸 그녀는 첫눈을 맞으며 출입국관리사무소로 넘겨졌다. 그녀의 지문과 일치하는 한국인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출입국 관리 사무소로 넘겨진 불법 체류 외국인들은 사무소 내에 있는 보호실에 임시로 수감된다. 제일 먼저 그들의 국적을 확인하는데 가끔 추방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신의 국적을 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소니는 아예 한국어를 모르는 척했다. 여러 언어의 통역사들이 말을 걸어봤지만, 그녀는 한마디 대꾸도 하지 않았다. 모르는 척 연기를 했을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협조하지 않는 한 그녀의 모국어가 무엇인지 알 방법은 없었다.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직원들은 굉장히 난감해했다. 직원들은 소니의 소지품을 확인했다. 수거된 소지품에서 신원의 단서를 찾아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많은 것들을 품에 지니고 다닌다. 신분증부터 휴대폰, 수첩, 메모 등. 그러나 그녀의 소지품이라고는‘SQNY’라고 로고가 박힌 짝퉁 휴대용 라디오뿐이었다. 나중에 그녀가 한국어를 할 줄 안다는 사실은 발각되었지만, 그녀의 국적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녀는 절대 신원의 실마리가 될 이야기나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해 겨울 마지막 눈이 녹았지만, 여전히 아무도 그녀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심문에 잘 대답하다가도 신분이 노출될 만한 질문이 들어오면 입을 다물거나 딴소리를 해댔다. 그 엉뚱한 말들 때문이었을까, 심문했던 직원들 중 몇은 그녀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녀는 정신병원에 보내져 검사를 받아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각국 대사관에 그녀의 사진이 포함된 협조문도 보내졌다. 미친 것은 아니라는 의사의 소견과 자기네 국민이 아니라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몇몇 국가는 아예 회신조차 하지 않았다. 원칙적으로 출입국 관리 사무소의 보호실은 외국인 보호소로 이송되기 전, 하루나 이틀 정도 임시 수용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골치 아플 것을 눈치챈 외국인 보호소는 신원이 확인될 때까지 절대 받을 수 없다고 못을 박아 버렸다. 이름이 없으니 불편함을 느낀 직원 하나가 그녀를 소니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녀도 그 이름이 맘에 들었는지 자신을 소니라 소개했다. 이야기를 듣던 나는 이상함을 느꼈다. 근무 첫날 그녀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이 반장에게 했다. 소니가 바다에서 왔다는 내 말에 이 반장은 껄껄대며 웃었다. “소니는 신입이 오면 꼭 한 번씩 골탕을 먹이더라고. 내가 말해 줬어야 했는데 미안해. 그냥 맘 편하게 신고식이었다고 생각하도록 해.” 이 반장은 은근히 흐뭇해하는 눈치였다. 어리둥절해하는 나에게 이 반장은 말했다. “나도 올 초 여기 사무소로 발령받아 왔을 때 감쪽같이 속았다고. 소니가 자기는 동생한테 이름을 빼앗겼다는 거야.” 소니는 자신이 일 가구 일 자녀 정책을 펴는 중국에서 태어났다고, 이 반장에게 말했었다. 소니의 아버지는 아들을 원했다. 첫아이가 소니이자 벌금을 낼 형편이 못 됐던 그녀의 아버지는 앞으로 태어날 남동생을 위해 그녀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녀에겐 이름조차 주어지지 않았고 대신 미리 지어 놨던 남자 이름, 남동생에게 주어질 이름으로 그녀를 불렀다. 하지만 그마저도 곧 태어난 남동생이 가져가 버렸다. 그녀는 이름도 없고 서류상으로도 태어나지 않은 존재가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소니의 비밀을 알게 된 이 반장은 그녀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그런데 다 거짓말이었어. 중국대사관에 동생 이름을 문의해 봤더니 그런 자는 없다는 거야.” 소니의 말이 모두 거짓이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이상하게도 먹먹해진 내 가슴은 진정되지 않았다. 내 안의 무언가가 건드려진 것 같았다. 나는 만난 적 없는 엄마와 기억나지 않는 꿈을 떠올렸다. “아마도 소니는 여기서 두 번째 겨울은 나지 못할 것 같아.” 이 반장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모르게 눈이 커졌나 보다. 내 반응에 이 반장은 신이 났는지 다시 목소리가 커졌다. 아직 결론이 난 건 아니지만, 윗분들이 그녀를 풀어주려 한다고 했다. 어차피 더는 그녀의 신원을 알아낼 방법도 없고 그렇다고 언제까지 가둬 둘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자 ‘혹시 간첩이 아닐까 ’누군가 농담처럼 했던 말이 새롭게 부각되었다. 방금 전 소니를 조사했던 남자는 이를 규명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남자가 지었던 표정으로 봐서 그녀는 간첩이 아닌 게 분명했다. 창살 사이로 소니를 바라봤다. 분명 우리의 이야기를 들었을 텐데 그녀는 시치미를 뚝 떼고 티브이만 바라보고 있었다. 두터운 쌍꺼풀에 불거진 광대뼈, 두꺼운 입술 위로 큼지막하게 자리한 뭉툭한 코. 아무리 뜯어 봐도 어디 사람인지 헤아리기 어려웠다. 속으로 삼키듯 소니를 발음해 봤다.‘SONY’라는 글자를 전 세계 사람 모두 소니라고 발음한다는 기사를 어딘가에서 읽은 기억이 났다.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별똥별 같은 느낌을 주는 소니라는 어감은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최소화한다고 했다.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는 그녀와 잘 어울리는 이름 같았다. 비록 ‘SQNY’라 적힌 그녀의 라디오는 짝퉁이지만. 핸드폰 벨소리에 눈을 떴다. 팔을 뻗어 보려 했지만, 몸은 움직여지지 않았다. 야간근무를 시작한 후부터 낮에는 앓는 사람처럼 곯아떨어져 버렸다. 벨소리는 곧 끊어졌다. 다시 잠을 청하려 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동생에게서 부재중 전화와 함께 문자가 와 있었다. ‘어머니 제사 때는 집에 올 거지?’ 동생의 문자를 다 읽은 나는 그대로 이불 위로 쓰러졌다. 가만히 천장을 응시하며 꿈을 기억해 내려 노력했다. 그러나 존재하지 않는 어머니의 추억처럼 꿈은 기억나지 않았다. 손등으로 눈가를 훔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냉장고 문을 열자 어제 먹다 남긴 치킨이 보였다. 차가운 치킨을 데우지도 않고 먹기 시작했다. 살코기는 푸석댔고 닭 껍질은 질겼다. 차가울 뿐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그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기계적으로 씹을 뿐이었다. 접시 위의 치킨은 모두 없어졌지만, 허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온전한 것을 찾아 수북이 쌓인 닭 뼈 사이를 뒤적였다. 손에 닭 목이 걸려 올라왔다. 튀김가루가 다 떨어져 앙상해진 닭 목을 통째로 씹었다. ‘빠드득’ 입안에서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손가락을 입속에 집어넣었다. 어금니가 심하게 흔들렸다.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입 밖으로 삐죽거리며 새어 나왔다. 엄마의 제사는 연극 같았다. 나는 엄마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에게서 도망친 엄마는 불법 체류 외국인이 되어 아직도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다. 엄마를 만나고 싶었다. 만나 물어보고 싶었다. ‘왜 나를 낳았는지, 왜 고향으로 가지 않고 이곳에 남았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하지만 나는 엄마를 찾지 않았다. 대신 단속에 걸린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보호실로 들어올 때마다, 엄마 또래의 외국인들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나 나는 엄마의 얼굴을 모른다. 마치 쏘기 직전의 활처럼 소니와 나이지리아 여자는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어제 들어온 금발의 우즈베키스탄 아가씨는 커다란 눈망울로 둘의 눈치만 살폈다. 나는 슬며시 수화기를 들어 이 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이지리아 여자는 들어온 지 일주일이 넘었다. 벌써 외국인 보호소로 넘어갔어야 했는데 난민신청 문제로 이송이 지연되고 있었다. 소니는 그동안 보호실의 터줏대감처럼 행동했었다. 워낙 오래 있었고 기가 셌기 때문에 처음 들어온 외국인들은 그녀에게 한 수 접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여자는 자신의 덩치를 믿고 그녀를 무시했다. 아슬아슬했던 둘 사이가 결국 터지려 하고 있었다. 나이지리아 여자가 소니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다. 금이 그어져 있는 건 아니었지만, 소니의 영역은 티브이 맞은편 창가 아래였다. 사람들은 아무리 보호실이 붐벼도 그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고 직원들도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있었다.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 다른 수감자들과는 달리 소니는 너무나 편안한 얼굴로 그곳에서 티브이를 보거나 낮잠을 청했다. 소니가 나이지리아 여자에게 먼저 주먹을 날렸다. 소니의 주먹이 정확히 나이지리아 여자의 얼굴을 때렸지만, 나이지리아 여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나이지리아 여자가 성큼 달려들어 소니의 머리채를 잡아챘다. 검은 표범을 연상시키는 그녀는 보통의 남자보다 몸무게도 더 나갔으며 몸도 더 우람했다. 작은 키에 마른 편인 소니는 금방이라도 찢길 듯 위태로워 보였다. 나이지리아 여자는 소니의 머리를 흔들어 대며 괴성을 질러댔다. 그 기세에 우즈베키스탄 아가씨는 구석으로 도망쳤고 철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나도 멈칫했다. 아직 이 반장은 도착하지 않고 있었다. 잠깐 망설였지만 뭉치로 뽑혀 휘날리는 소니의 머리카락을 보자, 큰일 나겠다 싶었다. 무작정 안으로 뛰어들어 나이지리아 여자의 팔을 잡고 늘어졌다. 나이지리아 여자가 파리를 쫓듯 팔을 휘젓자 나는 그대로 날아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 틈에 소니는 나이지리아 여자의 팔을 깨물었다. 나이지리아 여자가 고래고래 비명을 지르며 소니의 머리카락을 잡아끌었다. 얼마나 세게 당기는지 소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눈초리는 찢어질 듯 하늘을 향해 치켜 올라갔다. 하지만 소니는 나이지리아 여자의 팔을 두 손으로 꽉 쥐고는 놓아주지 않는다. 흰자위로 금이 가듯 붉은 실핏줄이 섬뜩하게 번져 갔다. 이 반장이 도착했을 때 나이지리아 여자는 제발 놓아 달라며 울고 있었다. 나와 이 반장, 우즈베키스탄 아가씨가 달려들어 겨우 소니를 떼어 놓을 수 있었다. 소니의 입은 거품과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나이지리아 여자의 팔뚝은 처참하게 살점이 뜯겨 있었다. 소니는 분이 안 풀리는지 몇 번이고 이를 드러내며 나이지리아 여자에게 달려들었다. 보고를 받은 김 실장이 달려왔다. 나이지리아 여자는 병원으로 이송됐고 김 실장은 입을 굳게 다물고 소니를 한참 동안 노려봤다. 다음 날 아침, 퇴근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반장이 들어왔다. “같이 병원 좀 가줘야겠는데.” 이 반장은 소니와 나를 차에 태우고 인근 정신병원으로 향했다. 어제 싸움을 보고 김 실장이 특별 지시를 내린 모양이었다. 여자 수감자가 외출할 때는 반드시 여직원이 동행해야 했다. 소니는 차창 밖으로 거리의 사람들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오랜만의 외출이어선지 살짝 들뜬 것처럼 보였다. 이른 아침인데도 병원 대기실에는 사람이 많았다. 여러 번 왔었는지 이 반장은 간호사와 아는 척을 했다. 대기 순번을 보니 좀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접수를 마친 이 반장은 의자에 앉아 신문을 펴들었다. 느긋한 그의 모습을 보니 짜증이 밀려왔다. 지금쯤이면 거의 집에 도착했을 시간인데. 당장 쓰러질 것같이 피곤했다. 핸드폰 벨소리가 고요한 대기실에 울렸다. 이 반장이 황급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며 밖으로 나갔다. 간호사들만 이리저리 바삐 움직일 뿐 대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멍하니 티브이만 들여다볼 뿐 아무 말이 없었다. 한참이 지났는데도 밖으로 나간 이 반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들어올 때만 해도 어스레했었는데 어느새 대기실은 햇살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슬슬 데워지기 시작한 볕은 커피 잔의 온기처럼 따스했다. 머리가 무거워지며 눈꺼풀이 스르륵 감겨 왔다. 고개를 흔들어 봤지만 집요하게 따라 붙는 졸음을 물리치기엔 역부족이었다. 슬쩍 소니를 쳐다봤다. 소니도 대기실의 다른 이들처럼 아침드라마에 넋을 놓고 있었다. 열중했는지 흘러내리는 머리카락도 신경 쓰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주먹 쥔 손이 스르륵 풀리며 잠에 빠져들었다. 꿈속에서 나는 사막에 있었다. 작은 모래 구릉들이 끝없이 펼쳐진 사막이었다. 나 이외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제일 높아 보이는 모래 구릉으로 올라갔다. 주변을 살펴봤지만, 예상대로 모래벌판 외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때 어디선가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소리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질척이는 모래 속에서 한참을 달렸지만, 소리의 주인은 찾을 수 없었다. 기진맥진해진 나는 멈춰서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남자의 목소리, 여자의 목소리, 격양된 노인의 언성과 가는 아이의 음성, 사투리도 들려왔고 처음 들어보는 외국어도 있었다.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수많은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없었다. 무력감에 빠져 주저앉는데 저 멀리 누군가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히잡 같은 스카프를 머리에 둘렀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녀를 쫓았지만, 그녀와의 거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씩 그녀에게서 멀어져 갔다. 나는 두려워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다. ‘여보세요!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제발 알려주세요.’ 그녀가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려 했다. 그녀가 바로 엄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누군가 어깨를 두드리고 있었다. 눈을 떠 보니 간호사가 보였다. “괜찮으세요?” 손을 들어 눈가로 가져갔다. 축축한 물기가 만져졌다. 나는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쳐 냈다. 간호사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그런데 환자분 어디 가셨어요? 진료실로 들어오시라는데.” 옆을 보니 소니가 앉아 있어야 할 의자가 비어 있었다. 뒤통수가 서늘해지며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대기했던 사람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뒷줄에 새로 온 이들이 보였다. 화장실로 달려가 봤지만, 소니는 없었다. 사람들에게 소니를 봤는지 물어봤지만 모두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다리에 힘이 풀리며 목이 탁 막혀 왔다. 그때 문이 열리며 이 반장이 들어왔다. 나는 울상을 지으며 소니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자초지종이라고 할 것도 없는 내 이야기를 들은 이 반장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나도 이 반장을 쫓아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 반장의 모습은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 소니는 어디로 간 걸까. 소니에 대해서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그녀가 한국인이 아니라는 것뿐, 어디로 갔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마치 고장 난 라디오처럼 수많은 목소리와 거리의 소음들이 한꺼번에 귀로 파고들었다. 나는 손가락을 들어 귀를 틀어막았다. 그런 내 모습이 이상했던지 지나가던 사람들은 흘끔거리며 나를 쳐다봤다. 문득 스쳐 가는 한 여자의 옆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자의 옆모습은 소니와 닮아 보였다. 황급히 그녀의 어깨를 잡아챘다. 안경을 쓴 여자가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돌아봤다. 소니는 안경을 쓰지 않았다. 여자에게 사과한 후 무턱대고 앞으로 걸어갔다. 정류장이 보였다. 버스가 멈춰 서자 소니와 닮은 여자들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나는 누구를 쫓아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 가방을 멘 여자를 따라갔다. 한참을 쫓는데 여자가 핸드폰을 꺼냈다. 이번에도 소니가 아니었다. 여자의 한국말은 너무나도 유창했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 반장에게 전화를 해봤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출입국 관리 사무소로 돌아갈까. 그러고 보니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 택시를 잡기 위해 팔을 들어 올리는데 옅은 커피색 피부의 손등이 보였다. 보호소 철장 안에 이런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은 많았다. 갑자기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도망쳐 나온 게 내가 아닐까.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거리를 가득 메운 간판들을 읽을 수가 없었다. 일그러진 간판의 글자들은 처음 보는 외국어처럼 낯설었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증명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 여기 이곳의 내가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 자리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빈 석상처럼 그대로 서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던 걸까, 핸드폰이 울렸다. 이 반장에게 온 전화였다. 그는 소니를 찾았으니 집으로 퇴근하라 했다. 소니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새침한 표정으로 자신의 영역에 앉아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는 내 기분은 가을비처럼 오락가락했다. 도망친 것에 대해 화가 나기도 했고 돌아와 준 것에 대해 고맙기도 했다. 소니는 도망친 지 네 시간여 만에 자기 발로 사무실에 돌아왔다. 직원들은 그녀가 어디를 갔다 온 건지 몸이 달 정도로 궁금해했다. 하지만 소니는 일언반구 말하지 않았다. 며칠 후 이 반장이 비디오테이프를 가져왔다. 병원 근처 지하철역의 개찰구와 그 앞 대합실을 찍은 CCTV 영상이었다. 하단의 숫자는 소니가 도망친 날의 아침을 가리키고 있었다. 화면 속에서 수많은 사람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이 반장이 ‘저기다. 저기’라고 말하며 손가락으로 한 사람을 가리켰다. 화면 끝에서 소니가 걸어오고 있었다. 시간을 보니 아홉 시 삼십 분이었다. 병원에서 역까지는 걸어서 십분 정도 거리였다. 내가 졸자마자 도망친 게 분명했다. 그녀는 대합실에 설치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멍하니 지나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하단의 숫자가 열두 시를 넘었지만, 여전히 그녀는 일어서지 않았다. 아무도 그녀에게 다가가지도 눈길을 보내지도 않았다. 이 반장이 비아냥거렸다. “돈이 없으니 아무 데도 못 가네.”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내가 아는 소니는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사람을 속여서라도 갈 사람이었다. 이 반장은 의심스러운 장면이 있는지 확인해 보라며 한 번 더 비디오를 틀었다. 사람들은 빠르게 화면을 스쳐 지나갔고 의자에 앉은 소니는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 반장과 나는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소니의 도주 사실이 외부로 새어 나갈까 봐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그 사건 이후에도 소니는 예전과 다름없이 행동했다. 새로 들어온 외국인들에게 텃세를 부렸고 자신의 영역에 누워 드라마를 봤다. 그렇게 소니가 또다시 겨울을 보호소에서 날 줄 알았다. 하지만 첫눈 예보가 있던 날 소니의 석방이 통보되었다. 그 소식을 들은 소니는 거품을 물고 뒤로 나자빠졌다. 그래도 통하지 않자 자신의 몸에 자해를 했다. 결국, 소니는 병원으로 실려 갔다. 하지만 윗사람들은 단호했다. 그런 소동을 부렸음에도 다음 날로 석방이 미뤄졌을 뿐이었다. 새로 온 소장은 골치 아픈 문제를 빨리 치우고 싶어 했다. 이 반장은 병원에서 돌아온 소니를 잘 감시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첫날처럼 보호실에는 나와 소니 둘만이 남았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다른 수감자들은 일찌감치 외국인 보호소로 보내 버렸다. 취침시간이 지났는데도 소니는 자리에 눕지 않았다. 불을 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대답을 바라는 말인지 혼잣말인지 알 수 없는 톤으로 소니가 말했다. “소니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지하철역을 말하는 건가, 나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소니가 말했다. “사람들은 걸을 때 참 무서운 얼굴을 한다. 그런 얼굴로 다들 어디로 가는 걸까?”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소니는 고개를 돌려 나의 눈을 바라봤다. 소니의 눈동자는 마치 갓난아기의 눈처럼 샛말갰다. 사람들의 머리와 어깨 위로 흰 얼룩 같은 눈송이가 쌓이고 있었다. 어제 내릴 거라던 첫눈은 오늘 아침에야 내리기 시작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인파 속에서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소니는 예정대로 오늘 아침 석방되었다. 아침 일찍부터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이송되어 왔기 때문에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야 소니가 더는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소니는 어디로 간 걸까. 마치 이 세상에 나 홀로 남겨진 것만 같았다. 거리에는 눈이 쌓여 가고 있었다. 나는 소니의 발자국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벌써 거리는 출근하는 사람들에 의해 어지럽혀 있었다. 무작정 소니의 흔적이라 짐작되는 발자국을 따라갔다. 눈바람이 날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발자국들은 뭉개졌다. 나는 발자국을 놓쳤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봤다. 역 앞이었다. 나는 역으로 들어갔다. 출근하는 사람들로 역은 붐볐다. 부딪히지 않게 나는 어깨를 움츠려야 했다. 그때, 왠지 낯이 익은 의자가 눈에 들어왔다. 도망친 소니가 앉았던 지하철역의 의자였다. 나는 그 의자로 가 앉았다. 소니의 말대로 사람들은 무서운 얼굴을 하고 빠르게 내 앞을 지나쳐 갔다. ‘어디로 가야 하나요?’ 나는 누구에게라도 묻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지우개로 지워지듯 오고 가는 사람들은 점점 옅어져 갔다. 결국, 신기루처럼 모두 사라져 버렸고 역에는 나 홀로 남게 되었다. 그러나 소리들은 그대로였다. 사람들의 말소리와 주변 소음은 오히려 증폭되어 귓전을 때렸다. 전차가 진입하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전차는 A시 공단역으로 갈 것이다. 엄마는 A시 공단역의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아버지에게서 온 전화였다. 나는 어찌해야 할지 모른 채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소니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끝>
  • 자동차·철강 수출 직격탄… 관광산업·對韓투자 위축 불가피

    자동차·철강 수출 직격탄… 관광산업·對韓투자 위축 불가피

    한국 경제가 일본의 ‘아베노믹스’에 흔들리고 있다.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고 금융시장 개방도도 높아 환율에 민감하다. 엔화 가치 하락(엔저)이 심화되면 자동차, 철강 등 일본과 수출시장에서 경쟁하는 산업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30일 엔저가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새해 1월부터 양적 완화(경기 부양을 위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는 정책) 규모를 줄이는 출구전략을 시작하면 엔저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엔저가 지속되면 일본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국내에 머물러 있던 자금이 해외로 대거 유출될 수 있다. ‘엔캐리 트레이드’도 우려된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일본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다른 국가에 투자해 이익을 얻는 것을 말한다. 일본의 정책금리는 0.10%로 미국(0.25%), 유럽연합(0.25%), 한국(2.50%)보다 낮다. 국내에 엔화가 과도하게 유입됐다가 갑자기 빠져나가면 금융시장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 김정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출렁이는 엔저의 파장’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이 경제적 위기를 겪은 1997년, 2003년, 2008년은 엔화 대비 원화 강세가 나타난 시기와 일치하며 대외적 위기는 엔캐리 자금과 연결됐다”면서 “엔저·원고 현상은 우리의 경상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후 결국에는 해외 자본의 유출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수출 규모도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 일본의 수출은 올해 1분기부터 증가세로 전환됐지만 우리 기업의 대일(對日) 수출은 1분기 9.7%(전년 동기 대비), 2분기 13.6%, 3분기 10.3%씩 감소했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보기술(IT) 분야의 경우 품질력이 뛰어나 가격 경쟁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모든 품목이 가격 경쟁력을 잃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엔저 현상이 장기화되면 수출 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품목별로는 자동차, 철강 산업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금리 결정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엔저로 인해 철강·가전·자동차 산업이 피해를 받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원·엔 환율이 1% 하락할 경우 자동차 수출은 1.2% 감소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철강 업계에 따르면 엔화로 수출 대금을 결제하는 철강의 경우 아시아 수출 물량이 감소하고 있다. 관광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여행수지 적자 폭은 10월 3억 3000만 달러에서 11월 4억 5000만 달러로 늘어났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22개월째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데는 여행수지의 영향이 크다”면서 “엔저로 한국을 찾는 일본인이 감소한 데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은 늘어나면서 여행수지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안전성 논란 ‘아기 물티슈’ 소비자 혼란 심화

    안전성 논란 ‘아기 물티슈’ 소비자 혼란 심화

    최근 SBS에서 방송된 아기 물티슈 관련 뉴스로 인해 아기를 키우는 부모들의 걱정이 높아 가고 있다. 하지만 30개 조사 제품 중에 23개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충격적인 내용만 보도되고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에서 검출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고 있지 않아 소비자들은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상황. 이러한 가운데 물티슈 판매자들이 앞다투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발표하고 있어 혼란을 더 가중 시키고 있다. 잊을 만 하면 나오는 물티슈 관련 뉴스는 전체 제품에 대한 불신을 계속 키우고 있으며, 반복되는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절실하다. 물티슈는 나무에서 추출한 레이온을 원료로 만든 부직포에 정제된 물을 적셔서 판매가 되는 상품이기 때문에 위생적으로 곰팡이 같은 균들이 서식하기에 매우 적합한 환경이 된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물티슈 보존제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데 어떠한 보존제를 선택하느냐는 제조사와 판매자의 선택에 따라 결정이 된다. 즉 소비자들은 잘 모르는 미량의 성분이 해당 제품에 대한 전체 안전도를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뉴스에서 언급된 가습기 살균제 성분 MIT, CMIT 등은 미량으로도 살균 효과가 매우 높아 한때 물티슈 방부제로 보편적으로 사용되기도 했으며 저가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물티슈 제조자나 판매자에게는 늘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 되어 온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이번 뉴스는 아직도 많은 판매자들이 이 성분이 포함된 물티슈를 판매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물티슈가 화장품이 아닌 공산품이고 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관리가 느슨한 자율안전확인 대상 제품군이라는 관리체계의 빈틈은 앞으로도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될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만들어 주고 있어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고가의 비용을 투자해서라도 안전한 보존제를 사용하고 이를 꾸준히 홍보하는 업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비잠 기저귀’로 유명한 (주)이다에서 만든 ‘하늘수 물티슈’ 제품의 경우 ‘징크제올라이트’라는 성분만을 보존제로 사용하고 있는데 해당 물질은 자연에서 유래한 무기물과 같은 것으로 스스로 미세전기를 일으켜 살균 효과를 내는 신물질이라는 것이 업체측 설명이다. 국제화장품원료사전(ICID)에 등록이 되어 있고 미항공우주국(NASA)에서도 사용할 정도로 안정성이 입증 되었지만 가격이 높아 제품의 원가를 20% 이상 높인다는 단점이 있다. 업체 관계자는 “아주 일부 회사에서만 자기 이익을 낮추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물질을 사용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혼탁한 물티슈 시장에서 안전한 물티슈를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분명한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증시 전망대] 식품·홈쇼핑·가스株 추울수록 올라가네

    [증시 전망대] 식품·홈쇼핑·가스株 추울수록 올라가네

    찬바람이 불면 따뜻한 호빵이 그리워진다. 밖에 나가자니 너무 추워 따뜻하게 난방하고 집에서 홈쇼핑하는 것이 더 편하다. 이런 사람들이 많다 보니 추운 겨울과 관련한 업종의 매출도 오르고 덩달아 주가도 뛰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립식품, 현대홈쇼핑, CJ오쇼핑, 한국가스공사 등 겨울 수혜주로 꼽을 수 있는 업종의 주가가 상승했다. 날씨가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시작한 지난달 1일부터 이달 27일까지 이들 업종의 주가를 분석한 결과 삼립식품의 주가는 11월 1일 4만 8050원에서 6만 400원으로 25.7%나 뛰었다. CJ오쇼핑의 주가는 35만 400원에서 40만 4500원으로 15.4%, 현대홈쇼핑은 16만 7500원에서 18만 5000원으로 10.4% 각각 상승했다. 한국가스공사의 주가는 6만 2900원에서 6만 6100원으로 5.1% 올랐다. 이들 업종이 오르는 이유는 계절적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겨울철에 호빵이 많이 팔리면 해당 업종의 매출도 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대심리로 주가가 오르는 것이다. 주가 상승과 함께 영업이익도 증가하는 추세다. 삼립식품의 영업이익은 연결기준으로 2011년 71억원에서 2012년 120억원으로 49억원 늘었다. 올해는 상승 추세가 커 상반기 영업이익은 152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영업이익을 훌쩍 뛰어넘었다. 3분기는 87억원이며, 증권사 예상 평균치로 4분기는 101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가스공사는 올해 3분기 729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지만 4분기는 계절적 영향 등으로 3248억원의 영업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에 따르면 현대홈쇼핑은 4분기 454억원, CJ오쇼핑은 778억원 각각 영업 흑자가 기대된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홈쇼핑 등 홈쇼핑 업종의 주가 상승은 4분기가 홈쇼핑 업종의 성수기다 보니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고마진 상품인 의류부문의 사업 실적이 개선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황창석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국가스공사는 겨울철 난방 수요 같은 계절적 요인도 작용했지만 이보다는 최근 전기요금이 크게 오르면서 가스요금도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오른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겨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종이더라도 반드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 LG패션의 주가는 지난 11월 1일 3만 2750원에서 이달 27일 현재 3만 3050원으로 1% 오르는 데 그쳤다. 겨울철 내복이 연상되는 쌍방울의 주가는 같은 기간 780원에서 708원으로 떨어졌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의류나 속옷은 해외 저가 상품과의 경쟁이 심한 면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계절적 요인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계절적 특수 요인은 누구나 예상하기 때문에 크게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무작정 투자해서는 안 된다”면서 “계절적 요인 외에도 수익 상승의 다양한 요소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서동철의 시시콜콜] ‘7성급 문화도시’ 개발 사례 보고 싶다

    [서동철의 시시콜콜] ‘7성급 문화도시’ 개발 사례 보고 싶다

    경복궁 동쪽 송현동의 옛 미국 대사관 숙소 부지에 ‘7성급 호텔’이 들어서는 것이 절대적으로 반(反)문화적인 것은 아니다. 오피니언 리더급의 외국 관광객이 많이 드나들 테니 한국의 문화 수준을 홍보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저런 국제 행사도 자주 열릴 것이고, 고급 식당도 여럿 들어설 테니 문화적 기능이 전혀 없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더욱 근사한 개발 방안이 있는데 호텔 개발에만 ‘올인’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 경제를 활성화시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당면 과제인 정부의 약점을 거액의 투자 계획을 미끼로 파고드는 모습도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송현동 부지는 그저 비어 있는 집터가 아니다. 서울이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느냐를 가름할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는 중요한 땅이다. 그 남동쪽에는 인사동이 있다. 전통문화 중심지로 인사동이 갖고 있는 중요성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 인사동의 폭발하는 문화 수요를 물리적으로 감당하지 못해 대안으로 떠오른 공간이 삼청동 아닌가. 삼청동은 지난 10년 사이 인사동과는 다른 현대적 문화 양상을 과시하며 새로운 문화중심으로 떠올랐다. 송현동은 인사동과 삼청동을 잇는 문화적 연결 고리에 해당하지만 호텔이 지어지면 소통은 단절될 수밖에 없다. 문화 자체는 겉으로나마 순수성을 과시하며 상업성과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속성을 갖지만, 문화 공간은 지극히 상업적 마인드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인사동이 문화지구로 지정되고, 내외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가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게 뛰어올랐다. 인사동의 대안이었던 삼청동마저 인사동 뺨치는 임대료를 부르기 시작하자, 부동산 열기는 이미 경복궁을 넘어 인왕산 아랫동네를 점령한 것이 사실이다. 홍대 앞 문화 역시 한강에 가로막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확산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문화적 트렌드를 읽는 부동산 개발과 투자는 이미 상식이다. 미국에서는 한 부동산 회사가 세계 미술의 중심지로 일찌감치 떠오른 뉴욕 맨해튼의 건물값과 임대료가 뛰어오르자 한적한 브루클린 덤보(Dumbo)의 공장단지를 개발해 새로운 현대미술의 메카로 만든 사례가 있다. 이 회사는 문화 발전에 기여한 것은 물론 1억 달러를 투자해 100억 달러를 벌었다는 투자 성공의 전설도 남겼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직 소비성 문화에 머물고 있다는 한계는 있지만, 고양 일산신도시의 ‘라 페스타’ 같은 문화적 부동산 개발의 성공 사례가 있고, 이런 방식의 개발은 갈수록 늘어나는 양상이다. 대한항공도 문화 발전과 수익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문화적 부동산 개발을 검토해야 한다. 인사동-송현동-삼청동을 아우르는 대한민국 대표문화의 산파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대한항공의 자본과 감각이면 ‘7성급 문화 중심지’를 너끈히 만들어 낼 수 있다.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다나카 다저스 입단 땐 류현진 4선발로 밀릴 것”

    류현진(26·LA 다저스)이 다나카 마사히로(25)에게 밀려 3선발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케이블채널 ‘ESPN’이 26일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에 나선 일본인 투수 다나카 영입이 유력한 5개 팀을 선정하면서다. 칼럼니스트 짐 보든은 그를 데려갈 팀으로 ‘머니 게임’에서 승산이 있는 뉴욕 양키스, LA 에인절스, 텍사스 레인저스, LA 다저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 5개 팀을 꼽았다. 그러면서 “다저스는 이미 클레이턴 커쇼, 잭 그레인키, 류현진과 댄 해런으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을 꾸렸다. 하지만 다나카가 그레인키와 류현진 사이에 들어간다면 완벽한 로테이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마디로 보든은 류현진보다 다나카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 올해 류현진은 3선발로 나서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으로 화려한 데뷔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다나카는 일본리그에서 올 시즌 24승 무패, 평균자책점 1.27의 새 역사를 썼다. 게다가 지난 2년간 29승을 일군 텍사스의 에이스 다르빗슈 유에 견줘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다르빗슈는 니혼햄 시절 7년간 93승 38패, 평균자책점 1.99를 기록했지만, 다나카도 7년간 99승 35패, 평균자책점 2.30의 놀라운 성적을 남겼다. 보든은 커쇼가 2014년 이후 재계약을 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다나카가 ‘보험’이 될 수 있다며 다저스행을 높게 점쳤다. 최근 거액을 들여 추신수를 잡은 텍사스도 다나카를 낚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텍사스는 공격력을 강화했지만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려면 선발 투수에 투자해야 할 것”이라면서 다르빗슈가 뛰고 있는 것도 영입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요소로 꼽았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탈세 혐의’ 오비맥주 최대주주 1557억 추징

    국세청이 오비맥주의 최대주주인 외국계 사모펀드에 탈세 혐의를 적용, 1500억여원을 추징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오비맥주의 지분 100%를 가진 몰트홀딩에 3년간 내지 않은 배당소득세 1557억원을 납부하라고 통보했다. 몰트홀딩은 이달 초 추징세액을 내고 조세불복심판을 진행중이다. 몰트홀딩은 네덜란드 소재 실레너스홀딩의 100% 자회사다. 실레네스홀딩은 2009년 오비맥주를 인수한 외국계 사모펀드 KKR과 어피니티가 50%씩 출자해 세웠다. 자회사에서 받은 배당금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는 법 조항을 들어 몰트홀딩은 배당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았다. 하지만 국세청은 몰트홀딩을 조세 탈루를 위해 만든 페이퍼컴퍼니로 보고 세금을 추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나눔이 희망이다] 아모레퍼시픽, 그녀만을 위한 메이크업… 암 고통도 훌훌

    [나눔이 희망이다] 아모레퍼시픽, 그녀만을 위한 메이크업… 암 고통도 훌훌

    아모레퍼시픽은 ‘당신의 삶에 아름다운 변화,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라는 표제 아래 나눔경영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 1위 기업으로서 책임과 기업 시민으로서 사회적 소임을 실천한다는 취지다. 여성암 환자의 외면을 아름답게 가꿔주는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캠페인은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사회공헌활동이다. 암 치료 과정에서 피부 변화와 탈모 등 급작스러운 변화로 고통받는 여성들에게 화장과 피부관리, 머리 연출법 등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는 비결을 전수하는 행사다. 2008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6년째를 맞은 이 캠페인은 환자들이 투병 중에 겪는 심적 고통과 우울증을 극복하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금까지 8000여명의 여성 암 환자와 2000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다. 2011년부터는 지역을 중국으로 확장해 ‘장전생명’이라는 이름으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핑크리본 캠페인은 아모레퍼시픽이 2000년 설립기금 전액을 출자해 국내 최초의 유방건강 비영리 공익재단인 한국유방건강재단을 설립하고, 유방건강 의식 향상을 높이기 위해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대표적인 핑크리본 사랑마라톤은 유방건강 정보를 전달하고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는 취지로 2001년부터 해마다 열린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나는 순수한 성직자” 성기 절단한 19세 청년

    “나는 순수한 성직자” 성기 절단한 19세 청년

    남미에서 끔찍한 자해사고가 발생했다. 칠레 칼라마에서 19살 청년이 자신의 성기를 칼로 절단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청년은 출혈이 심한 상태에서 발견돼 지역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병원이 성기를 절단한 청년의 치료사실을 언론에 알리면서 사고는 세상에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는 “성기를 자른 청년이 응급실에 들어와 봉합수술을 받도록 하려 했지만 절단한 성기를 끝내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청년은 왜 끔찍한 자해를 가했을까. 병원에 따르면 청년은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도 자신을 ‘선택 받은 성직자’라고 주장했다. 다른 사람이 보면 황당한 행위였지만 청년은 자신의 성기를 절단한 데도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청년은 “성직자로서 정숙하고 순수한 삶을 살기 위해선 성기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는 “청년이 성기절단을 후회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제 정신이 아니라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보호자 동의 땐 정신병원 강제입원 현대판 고려장법, 법이 심판해 달라”

    잘나가는 3차원(3D) 애니메이션 개발자였던 이모(43·여)씨는 지난 14년 동안 7차례나 정신병원에 감금되면서 삶이 망가졌다. 이씨가 2000년 11월 처음 정신분열증 증세를 보이자 가족이 수도권의 한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킨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간혹 들리던 환청 증상이 곧 사라졌지만 정신병원 의사는 “자해하거나 타인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강제 입원을 권했고 가족은 그때마다 입원동의서에 서명했다. 이씨는 “병원에 감금당한 채 성분 모를 주사를 강제로 맞아 제대로 걷지 못할 만큼 몸이 망가졌다”면서 “정신병동에서 만난 사람 중에는 암에 걸렸는데 치료도 못 받는 사람과 누가 봐도 멀쩡한데 알코올 중독이라는 이유로 24시간 감시당한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씨처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됐던 피해자 197명이 20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킬 수 있게 한 정신보건법 때문에 ‘현대판 고려장’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또 해당법이 신체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다음 주중 헌법소원도 청구하기로 했다. 현행 정신보건법 24조는 의사 1명의 소견과 보호자 1~2명의 동의만 있으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도록 했다. 피해자와 전문가들은 이날 인권위에서 열린 헌법소원 청구 발표회에서 “의료기관은 환자를 강제 입원시키면 돈을 벌 수 있어 소견서를 마구잡이로 써주고, 가족은 부양 책임을 피하고 싶어 쉽게 동의하는 까닭에 멀쩡한 사람이 병동에 갇혀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성재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 이사는 “현행 강제 입원 체계에 많은 의사가 개선 필요성을 느끼지만, 강제 입원 병동을 가진 의료기관과 환자 후송 등을 통해 돈벌이하는 업계가 이를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국내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 스스로 병원을 찾은 비율은 20.3%(2010년 기준)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가족 등의 동의로 강제 입원한 것이다. 실제 부모의 재산을 가로채려고 아버지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 아들의 사례 등이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염형국 ‘공감’ 변호사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 구속 때도 법원이 심사를 통해 적절성 여부를 따진다”면서 “정신병원 감금 때 가족과 의료진의 판단만 믿을 것이 아니라 법원 등 제3의 기관이 개입해 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美 연준 “내년 경제성장률 최고 3.2%”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RB)가 18일(현지시간)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을 단행한 것은 경기회복세를 상당부분 확신한 데 따른 결단으로 풀이된다. 특히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시장에 달러를 마구 살포해 ‘헬리콥터 벤’으로까지 불렸을 만큼 양적 완화에 대한 소신이 강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날 결정은 본격적인 출구전략의 가동으로 평가된다. 실제 최근 발표된 주요 경제지표는 고무적이다. 지난달 실업률은 7.0%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산업생산도 1.1% 늘어 전월대비 증가폭으로는 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주택 착공 건수는 109만채에 달해 2008년 2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연준도 이날 성명에서 “전반적인 경제의 잠재력이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이날 내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최고 3.2%에 달할 것으로 예상, 지난 9월 발표한 3.1%에서 소폭 상향조정했다. 채권 매입이 더 이상 큰 효과가 없다는 회의론이 커진 데다 장기간 계속된 양적 완화로 금융시장이 왜곡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테이퍼링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의 내년도 예산안 협상 타결로 정치권발(發)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도 연준의 부담을 덜었다. 버냉키 의장은 다음 달 말 퇴임을 앞두고 결자해지를 한 셈이 됐다. 연준 집계에 따르면 버냉키가 2008년 11월부터 시작한 양적 완화로 시장에 풀린 유동성은 최근까지 3조 달러를 웃돈다. 반면 연준이 이날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기로 한 것은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판단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연준은 이날 “실업률은 내렸지만 여전히 높은 상태이고 주택시장 회복세는 최근 몇 개월간 둔화하고 있다”면서 “재정정책도 경제성장을 제한하고 있다”고 했다. 버냉키 의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테이퍼링 결정은 경기 및 고용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이며 내년 채권 매입 규모를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연준이 내년 각종 결과에 실망한다면 한두 차례 회의는 (양적 완화 추가 축소 없이) 건너뛸 수도 있을 것이고, 상황이 더 나아진다면 (테이퍼링) 속도를 더 빨리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뒀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국내 최초 은퇴자도시 장흥 로하스타운 착공

    전남도가 전국 최초로 추진하는 은퇴도시인 ‘장흥 정남진 로하스타운’이 19일 장흥 안양면 기산리 일원 현장에서 기공식을 가졌다. 정남진 로하스타운 조성은 도와 장흥군, 랜드러버스코리아, 대우산업개발, 대명기술개발이 3600억원을 투자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전남도 은퇴도시 선도사업으로 2019년까지 장흥 안양면 기산·비동리 일원에 택지 개발 233만㎡, 1500가구 주택 건축을 비롯해 골프·승마 등 체육시설과 의료시설, 상가 등 편의시설이 갖춰진 복합 주거단지로 조성된다. 이달 현재 1단계 지구 43가구의 청약이 완료됐다. 단계별 개발계획에 따라 로하스타운이 조성되면 은퇴자를 비롯한 귀농·귀촌자 등 4000여명이 입주한다. 체육·편의시설, 의료시설, 상가 등이 활성화되면 인구 유입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는 2008년부터 따뜻한 기온, 천혜의 자연경관, 낮은 지가와 물가 등 은퇴도시 입지의 최적 조건을 갖췄다고 판단되는 개발 예정지 46곳을 지정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대비하기 위해 은퇴도시담당관실을 신설한 도는 수도권과 광주·전남권 건설업체 72곳, 행정공제회, 연금공단, 대기업 노동조합, 변호사회, 의사회 등 17개 직능단체를 방문하는 등 투자기업과 입주자 유치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성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국내 최초 은퇴자도시 장흥 로하스타운 착공

    전남도가 전국 최초로 추진하는 은퇴도시인 ‘장흥 정남진 로하스타운’이 19일 장흥 안양면 기산리 일원 현장에서 기공식을 가졌다. 정남진 로하스타운 조성은 도와 장흥군, 랜드러버스코리아, 대우산업개발, 대명기술개발이 3600억원을 투자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전남도 은퇴도시 선도사업으로 2019년까지 장흥 안양면 기산·비동리 일원에 택지 개발 233만㎡, 1500가구 주택 건축을 비롯해 골프·승마 등 체육시설과 의료시설, 상가 등 편의시설이 갖춰진 복합 주거단지로 조성된다. 이달 현재 1단계 지구 43가구의 청약이 완료됐다. 단계별 개발계획에 따라 로하스타운이 조성되면 은퇴자를 비롯한 귀농·귀촌자 등 4000여명이 입주한다. 체육·편의시설, 의료시설, 상가 등이 활성화되면 인구 유입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는 2008년부터 따뜻한 기온, 천혜의 자연경관, 낮은 지가와 물가 등 은퇴도시 입지의 최적 조건을 갖췄다고 판단되는 개발 예정지 46곳을 지정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대비하기 위해 은퇴도시담당관실을 신설한 도는 수도권과 광주·전남권 건설업체 72곳, 행정공제회, 연금공단, 대기업 노동조합, 변호사회, 의사회 등 17개 직능단체를 방문하는 등 투자기업과 입주자 유치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성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부유층 자녀들 20여명, 렌터카 타고 고의 교통사고·자해공갈

    부유층 자녀들 20여명, 렌터카 타고 고의 교통사고·자해공갈

    기업 대표와 의사, 교수 등 부유층 자녀들이 렌터카를 이용해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는 방법으로 자해공갈을 벌이다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유흥비를 벌려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18일 렌터카를 빌려 좁은 길에서 불법 주차한 차량을 피해 운행하는 차량과 고의로 접촉사고를 낸 뒤 합의금과 보험금을 갈취한 혐의로 김모(21)씨 등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범행 후 입대한 현역 군인 6명을 헌병대에 넘겼다. 이들은 지난 6월 렌트카를 빌린 뒤 해운대구 중동의 좁은 커브길에서 중앙선을 넘어 운전하던 김모(55)씨의 차량과 고의로 부딪친 뒤 합의금으로 600만원을 받는 등 5개월간 15차례에 걸쳐 보험사에서 58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등은 부모님이 의사, 교수, 기업 대표로 활동하는 등 대부분 부유한 집안 자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가운데 3명은 미국·캐나다 등으로 조기유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들은 돌아가며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탑승자 전원이 병원에 입원, 보험사에서 합의금 명목으로 보험금을 뜯어냈다. 이 돈은 대부분 명품 의류를 사거나 유흥비로 탕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사고를 낸 뒤 폭력배처럼 보이기 위해 보험회사 직원이나 피해자에게 문신을 보이는 등 협박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여성 2명을 포함해 20대 초반 나이인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외제차를 탔으며 유흥비와 명품을 사기 위해 고의 교통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음란 화상채팅 영상 유포 협박 조직폭력배 16명 검거

    음란 화상채팅 동영상을 유포시키겠다고 협박하거나 보이스피싱 등으로 수십억원을 빼앗아 중국으로 빼돌린 조직폭력배 2개 조직 16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19일 중국 조직과 연계해 스마트폰으로 음란동영상을 찍거나 금융사기 수법으로 피해자 수천명으로부터 돈을 갈취한 대전파 총책 백모(25)씨, 안산파 총책 조모(25)씨 등 11명을 구속하고 조직원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백씨와 조씨 등은 지난 4월부터 8개월간 중국 연계조직이 스마트폰 화상채팅으로 녹화한 음란 동영상으로 협박하거나 다양한 금융사기 수법으로 국내 8천여명에게 빼앗은 50억원 상당의 90%를 중국으로 재송금한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대포통장 수집, 인출, 송금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피해자로부터 200여개의 통장으로 송금되는 돈을 찾아 중국으로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들과 연계된 중국 조직은 중국 현지에서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을 이용해 국내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악성프로그램이 숨어있는 화상채팅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도록 유도했다. 이런 다음 미리 녹화된 여성 음란 동영상을 어플리케이션으로 전송하며 피해 남성들에게 음란행위를 요구해 녹화했고 악성프로그램으로 확보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음란동영상을 유포시키겠다고 협박해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3천만원까지 돈을 뜯어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에게 당한 피해자는 대학생, 군인, 전문직 남성 등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성들은 호기심에 화상채팅에 접속해 음란행위를 했다가 돈을 뜯겼다. 중국 조직은 실제 피해자들이 돈을 주지 않으면 미리 알아둔 개인정보를 이용해 피해자들의 회사 등으로 음란 동영상 사진을 보내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중국 조직은 스마트폰으로 조건만남을 빙자해 돈만 받고 잠적하거나 은행 보안등급 강화, 교통위반 범칙금 납부, 통신료 미납 등의 보이스피싱 수법으로 수십억원의 돈을 받아챙기기도 했다. 경찰은 국내 조직폭력배의 대포통장을 압수해 분석하다가 중국 조직 등 내부거래자를 파악해 8개월만에 국내 조직을 붙잡았다. 경찰은 중국 총책인 류모(34)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중국 인터폴에 수배하는 한편 국내 조직에게 통장을 넘긴 양도자 161명을 조사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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