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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른이 받들리며 소리내는 사회로(박갑천칼럼)

    집안에 어른이 있듯이 사회에도 어른은 있다.흔히 원로·지도층이라 불리는 사람들이다.우선 학식과 덕망이 있어야 한다.나이도 지긋하면서 우리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한 발자취가 뚜렷해야 한다. 가장 중요시되는 점은 인품이다.그런데 이 인품에서 만인의 우러름을 받는다는 일이 쉬운건 아니다.사람은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사회의 어른으로 되기 어렵다는 점이 여기에 있다.신앞에,모든 사람앞에 떳떳할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다고 하겠는가.사람은 완벽할수 없는 존재가 아니던가. 그렇다고는 해도 우리사회가 말없는 가운데 받들수 있는 어른은 있다.완벽하지는 못해도 사람으로서의 향내가 나는 사람들이다.때로는 사람으로서의 약점이 사람이기에 미화될 수도 있는것.우리사회는 그런 어른들을 모셔서 받들줄 알아야 한다.하건만 우리에게는 그동안 이런 마음자리가 비어 있었지 않나 생각해본다.깎을 줄만 알았지 추킬줄은 몰랐던것 아닌가 하는 말이다. 주변에서 받들 줄을 모르면 성현도 범부로 되고 만다.50대의 공자가 어느때던가 위나라에서 진나라로가는 길에 광이라는 곳을 지나게 됐다.이곳에서는 얼마전 양호란 사람이 난동을 일으킨 일이 있었는데 주민들은 공자를 그사람으로 오인하고 일행을 닷새동안이나 감금한다. 「어른」도 「광」주민들 속에서는 그 빛을 잃는다.이렇게 제대로 보고 받들 줄 모를때 어른없는 불행한 사회를 자초할 밖엔 없다. 임금이 나라에 공이 많은 신하에게 궤장(궤=안석,장=지팡이)을 내리는 습속은 삼국시대부터 있었다(삼국사기:성덕왕·헌덕왕조등).조선시대에도 궤장연이 베풀어졌다.이제신은 이를 「예기」에 따라 하는 일이라 설명한다(청강선생후청쇄어).기로소도 정2품 이상 노대신들을 위로·예우하는 곳이었다. 이런 자리에서 국정의 자문을 받기도 했던 것임을 「목민심서」(목민심서:애민육조)는 말해준다.양로의 예에는 반드시 「말을 구하는」(걸언)절차가 따랐다고 하는 대목이 그것이다.이는 도움이 되는 좋은 말을 여쭈어보는 예라는 뜻이다.받들림을 받는 어른들은 선정을 위한 좋은 말들을 하면서 군신간에 혹은 관민간에 즐겼던 것임을 알게 한다. 사회가 어렵고 어지러운 때일수록 생각나는 것이 드레진 어른의 존재이다.그 어른은 또,모르쇠로 팔짱만 낄 일이 아니라 정문일침의 소리를 내야 한다.얼마전의 지하철 파업때 여섯분 어른들이 나서서 해결에의 물꼬를 튼 일은 여간만 보기 좋고 미더운게 아니었다.「어른 있음」을 보인 것이 아닌가.좋은 선례로 돼나가야겠다.
  • 가짜 학력 의원(외언내언)

    단 몇백달러를 주고 외국의 브로커를 통해 구입한 가짜박사학위증을 갖고 교수나 병원장등 저명인사행세를 하다 탄로가 나 망신당하고 인신마저 구속되는 사례가 가끔 있다. 행정조직이 정비되지 않은 해방직후나 전쟁을 치른 50년대의 혼란기 얘기가 아니다.컴퓨터키 하나로 개인의 모든 게 까발려지는 요즈음에도 우리돈 5만9천원을 주고 산 필리핀 국립대학의 가짜경영학박사학위증으로 정부출연연구소에 공채되었다가 발각돼 구속된 경우가 있다.날조된 경력과 이력의 가짜소동은 옛날뿐아니라 지금도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직무수행의 영향력 때문에 공직자에게 도덕성만큼 강조되는 덕목은 없다.재산소유의 투명성이라든가,개인의 삶의 자취를 내보이는 정확한 이력과 경력,그리고 가족사항과 취미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작성하는 바른 기록은 그 사람의 사회적 신뢰도를 측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최근 일본 최고재판소가 선거때 학력과 경력을 속여 기소된 신마 쇼지(신간정차)참의원의원에게 1,2심의 유죄판결을 확정키로 한 것도 그런 이유때문이라 할 수 있다.일본에서도 이력을 속였다고 당선무효판결이 난 것은 처음있는 일이기 때문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92년 참의원선거때 민사당 소속으로 아이치(애지)현에서 출마한 신마의원은 선거공보에 입학한 사실이 없는 명치대를 중퇴했다고 허위로 학력을 기재했고 유세때는 중학시절 스위스에 6개월간 공비로 유학했다고 조작했다가 시민단체의 조회로 가짜임이 밝혀져 법의 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우리의 개정선거법에는 일본과 같은 엄격한 벌칙은 없다.다만 경력·학력·학위 또는 상벌에 대한 허위사실이 밝혀질 경우 그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도덕성차원에서도 일본의 이번 사례가 8월2일의 보선을 시발로 해마다 선거를 치러야 할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은 만만치 않다.이는 이미 국회나 지방의회에 진출해 있는 의원들의 검증되지 않은 경력에 던지는 경고이기도 하다.
  • 심상치않은 북의 남언론비방/「북전술 경계」보도에“분위기 저해”억지

    ◎2차 서울회담 거부위한 「복선」 가능성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한국언론들의 보도내용을 문제삼고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8일 판문점 예비접촉에서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후 북측의 대남 비방의 수위가 눈에 띄게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에앞서 김영삼대통령을 직접 거명해 「괴뢰역도」니 「○○○도당」이니 하는 욕설도 지난 24∼25일을 기점으로 북한의 주요 매체들에서 일단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정부당국에 따르면 톤은 낮아졌으나 대남 비방 그 자체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28일 평양방송을 통해 『남조선 당국자들이 쌀시장 개방에 도장을 찍었다』며 우리측을 「쓸개빠진 주구」라고 원색적으로 매도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특히 북한의 당기관지인 노동신문이 30일 우리측 모일간지 특정기사 내용에 대해 트집을 잡고 나온 것은 심상치않은 대목이다.김일성주석과 북한의 대화전술에 경계를 촉구한 내용에 대한 조건반사적 반발로만 보기 어려운 표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노동신문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개최를 위해 「분위기 조성」이 절실한 때에 북체제를 헐뜯는 기사를 실은 것은 회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행위』라고 반발했다.이는 북측이 지난 28일 타결한 「정상회담 개최 합의서」에 「양측이 회담 분위기를 흐리게 하려는 일체의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삽입하려고 기도한 점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때문에 북측이 우리 언론의 보도내용을 트집잡고 나온 것은 단순한 신경전이 아니라 고도의 복선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김주석에 대한 비판 내지 경계적인 우리 언론의 보도내용을 정상회담에서 발을 빼려는 구실로 삼을 수도 있다는 우려이다. 물론 북측도 국내외적인 여론을 감안한다면 이미 합의된 25일의 평양정상회담 일정을 번복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다만 내심 원치않고 있는 김주석의 「서울행」을 내치기 위한 방편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다수의 대북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북한은 지난해 11월에도 권령해 당시 국방장관의 인터뷰 내용을 문제삼아 특사교환 실무접촉을 일방적으로 무기연기한 바있다.따라서 이번에도 남측인사들의 발언이나 우리측 언론의 보도내용을 남북간 대화의 「속도조절용」으로 삼을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만일 북한이 체제개방이나 남북관계 개선의지가 없이 대북제재를 피한 채 미·북 관계개선을 촉진하기 위한 지렛대로 모양내기식 1회용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미·북 3단계회담에서 소기의 목표를 거두지 못했을 때 그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 풀죽은 명동성당 농성/김학준 전국부기자(현장)

    ◎성당측 퇴거요청에 노조 더욱 난감 27일 상오 서울지하철노조원들이 5일째 파업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서울 중구 명동성당. 경희대·한국기독교회협의회등 파업근로자들의 농성장에 잇단 공권력 투입으로 「최후의 농성장」이 된 이 곳에는 노조원 3백여명만이 남아 메아리없는 노동구호만을 외치고 있었다. 불과 이틀전까지만 해도 기세가 하늘을 찌를 것 같았고 농성인원도 1천여명에 달했던 것과는 자못 대조적이었다.26일까지 파업을 지원하기 위해 이곳에 「동참」했던 1백여명의 학생·재야단체회원들도 자취를 감춰 더욱 쓸쓸해 보였다. 『우리는 조금도 굽힘없이 끝까지 투쟁해 승리를 쟁취할 것입니다』 『위원장 명령없는 현장복귀는 절대 있을 수 없습니다』 농성지도부는 갈수록 위축돼 가는 노조원들을 연신 독려했지만 이들 역시 예전의 당당한 모습은 아니었다. 26일 하오 10시 명동성당측의 중재로 열린 지하철노사 막후협상에서 노조측은 기본급 5만원 인상선에서 재협상을 하자고 제의했다.기본급 7만원 인상에서 한발도 후퇴하지 않던 방침에서 처음으로 변화를 보인 것이다. 공사측이 오히려 직권중재가 내려졌다는 이유로 불가입장을 밝히자 노조간부가 공사측 간부를 성당마당으로 불러내 「발표따로 실제따로」를 제의하는 다급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금까지 원칙을 그토록 강조하던 노조측의 행태로는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제까지 「방패막이」가 돼 주리라 믿었던 명동성당측이 퇴거를 요구해 노조측을 더욱 난감케하고 있다.막후협상이 결렬된 직후 성당측은 『농성으로 성당업무에 상당한 지장을 받고 있다』면서 27일 자정까지 나가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야당인 민주당에서 조차 「쫓겨난」 마당에 마땅히 갈 곳이 없는 노조측은 성당내 잔류허락을 간곡히 요청하고 있지만 반응은 냉담하다. 성당 관계자는 『시민의 발을 잡아놓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한정 머무르게 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이날 낮에는 인근상인들이 몰려와 농성때문에 장사가 안된다며 다른 곳으로 가달라고 항의,노조원들의 부아를 북돋기도 했다. 농성장에서는 계속 각종 구호와 노래가 흘러나왔지만 왠지 힘이 없어 보였다.
  • “일전불사”외치다 경찰진입후 잠잠/전기협·지하철노조원농성 해산현장

    ◎기독회관 농성자 순순히 연행 응해/명동성당,“당사자간 자체 해결하라” 경찰은 26일 상·하오 철도와 지하철노조원들이 대학생들과 농성을 벌여온 한국기독교회관과 경희대등에 대해 잇따라 해산작전을 벌였다. 농성자들은 경찰이 진압작전을 펼치자 미리 대피하거나 순순히 연행에 응해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한국기독교회관◁ ○…경찰은 이날 하오 3시30분 파업중인 전기협소속 철도노조원들이 지난 23일부터 3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 9개중대 1천2백여명의 정사복경찰을 투입해 30여분만에 농성근로자 2백71명 모두를 연행,성동경찰서등 시내 9개 경찰서에 분산수용하고 조사를 벌였다. 경찰이 투입되자 기독교회관 3층부터 7층까지 분산돼 농성을 벌이던 근로자들은 모두 7층으로 올라가 복도와 사무실에서 구호를 외쳤으나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고 경찰의 연행에 순순히 응했다. 그러나 이중 1백여명은 7층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사무실로 몰려가 20여분동안 저항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하오 3시20분쯤 농성근로자 지도부에 경찰투입사실을 통보했으며 건물주변에 매트리스등을 깔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경찰은 건물로 들어가면서 지도부들은 7층에 있다는 정보에 따라 사복조는 별도로 엘리베이터를 이용,곧바로 7층에 들여보냈으며 전경들은 비상계단을 통해 농성을 하고 있던 3층부터 훑고 올라가는 양동작전을 폈다. 농성 근로자들은 경찰이 들어오기 전만해도 「승리가」등을 부르며 『공권력투입에도 흔들리지 않겠다』는등 일전불사태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막상 경찰이 덮치자 대부분 연행에 순순히 응해 큰 충돌은 없었다. ○…한편 이날 당직을 맡은 김기석신부(35)는 경찰투입에 앞서 경찰지휘부를 만나 『농성근로자 가족들이 안전하게 빠져나갈수 있도록 20분간의 여유를 달라』고 했으며 경찰은 10분정도 여유를 준뒤 건물에 진입. ○시위장소 못찾기도 ▷명동성당◁ ○…명동성당에서 4일째 농성중인 서울지하철 노조원 5백여명은 경희대·기독교회관 등에 경찰력이 들어가 농성근로자를 강제해산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위축된 분위기속에서 대책마련에 부심. 농성근로자들은 이날 밤늦게까지 구호등을 외치며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리려 애쓰는 모습. 이들중 2백여명은 이날 밤 안암동 개운사로 자리를 옮겨 농성장에 대한 공권력투입을 규탄하는 대회를 열기로 했으나 개운사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성균관대로 다시 이동하는등 시위장소 물색에 어려움을 겪기도. ○…명동성당측이 이날 하오 10시쯤 농성근로자와 지하철공사측 간부간에 열린 막후협상이 결렬된 이후 『노사문제는 당사자들간에 자기 회사안에서 해결하고 자정까지 성당에서 떠나달라』고 요구하자 농성근로자들은 난감한 표정. 막후협상을 벌인 사람들은 농성근로자대표 김종식노조법규부장과 지하철공사 장영석총무부장·김정근노무부장 등으로 이들은 성당측의 주선으로 성당 사무처에서 만났으나 서로 종전 입장만 되풀이 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 이 막후협상에서 근로자측은 종전에 내건 기본급 7만원 인상안을 후퇴,5만원 인상·파업관련자 고소고발 및 직위해제 취소등의 안을 제시하고 회사측이 이를 수용하면 즉각 회사로 돌아가겠다고 말했으나 회사측이 이를 거부했다는 것. 한 농성주동자는 『성당측이 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파업으로 얻은 소득이 전혀 없어 조합원들을 설득할 길이 없다』면서 『따로 갈데도 없고 여기에 당분간 있을 수밖에 없다』고 답답한 심경을 피력. ▷경희대·동덕여대◁ ○…경찰은 서울지하철노조 파업 사흘째인 26일 새벽 지하철 노조원들과 대학생 1천5백여명이 농성중이던 경희대에 공권력을 투입,이들을 강제해산시켰다.경찰은 이날 상오 4시30분쯤 경희대 주변에 40개 중대 5천여명의 병력을 배치,상오 5시쯤 페퍼포그 차량 4대가 앞서서 다연발최루탄을 쏘며 정·후문과 경희유치원,경희중·고등학교 등 4곳의 진입로를 통해 일제히 진입했다. ○…경찰은 일부 학생과 노조원들이 진입 기미를 눈치채고 상오 4시쯤 학교 뒷산인 임업시험장을 통해 달아나 농성중이던 성북구 월곡동 동덕여대에 상오 6시30분쯤 병력을 재투입,노조원과 대학생을 연행했다. ○노조간부 자취 감춰 ▷동아대◁ ○…부산지방경찰청은 26일 부산지하철 파업을 주도한 교통공단노조 강한규위원장(37)에 대한 긴급구속장을 발부받아 3개중대 1백22여명의 경찰력을 투입,강위원장이 피신했던 동아대 하단캠퍼스를 수색했으나 검거에는 실패. 전날 공권력 투입에 대비 부산대에서 노조 집행부와 함께 동아대 캠퍼스로 피신했던 강위원장및 노조간부등은 경찰이 검거에 나섰을 때 이미 자취를 감춘뒤였다고. ◎전기협/전지협/공조 “삐걱”/파업이후 불협화의 저변/“전기협 왜 복귀 서두르나” 못마땅/부산지하철 「지각파업」에도 불만/서울지하철 전국기관차협의회와 지하철노조의 연결고리는 언제까지 이어질까.두 노조는 지난 3월16일 「전국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전지협)」를 결성한뒤부터 제법 끈끈한 동지애를 발휘해 왔다. 지하철노조측은 전기협이 법외노조여서 전지협에 가입자격이 없음에도 참관단체라는 명목으로 가입시키는 편법을 발휘하면서까지 전기협을 끌어안은 의리를 발휘했다.전기협 또한 이러한 「은혜」에 보답이라도 하듯 각종 공동집회시 불법단체 특유의 강경성을 유감없이 발휘,지하철노조쪽을 만족시켜 왔다. 특히 지난 23일 전기협에의 공권력투입에 항의,서울지하철노조가 24일 전격파업을 선언했을 때는 이들의 동지애가 절정을 이루었다. 노조이념에 있어 상당한 거리가 있는 이들이 급속히 가까워질수 있었던 것은 현실적 이해때문. 지하철노조는 올해 정부측과의 임금협상에 난관이 예상됨에 따라 전기협의 강한 투쟁력이 필요했고 임의단체로 법적 기반이 없는 전기협은 합법노조인 지하철노조를 끌어들여 공동전선을 펴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이러한 기대에 걸맞게 공동파업이라는 최대목표를 일궈냈지만 최근들어 「한지붕 세가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지하철노조원들은 정부의 강경방침에 전기협소속 기관사들이 일부 복귀하자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전에는 그렇게 강경하던 전기협동지들이 먼저 손을 들 줄은 몰랐다』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동시 연대파업을 약속했던 부산지하철노조가 서울쪽의 24일 상오4시 파업방침에 맞추지 않고 마라톤협상을 벌이다 25일에야 파업에 마지못해 동참한 것에 대해서도 야속해 한다. 한 조합원은 『자기들 실속을 다 차리려다 안되니까 파업에 동참한다』며 불만을 떠트렸다. 「이해가 다하면 멀어진다」는 속세의 법칙이 이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 아이티 군실권자 국외탈출 기도설/미,이이티인 비자취소

    【포르토프랭스·워싱턴 AP AFP 연합】 클린턴 미행정부는 민선대통령의 복귀를 가로막고 있는아이티 군사정권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모든 아이티인들의 미국 비자(입국사증)를 취소할 것이라고 미행정부의 한 소식통이 25일 전했다. 한편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아이티 정부 막후 실력자인 세드라스가 최근 50만달러를 아이티 중앙은행에서 인출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미국과 캐나다의 민항기 취항 중단 조치로 아이티군부의 고립이 심화되고 있음을 지적,이같은 움직임은 세드라스장군의 국외탈출 가능성을 가리키는 서곡일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다르 소식통은 이 돈이 망명중인 장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전대통령의 귀환을 저지하기 위한 대미 로비자금으로 사용될 것으로 믿고 있다며 엇갈린 시각을 보였다.
  • 국민교육헌장(외언내언)

    『3백93자밖에 안되는 짧은 글을 쓰는데 시일만도 자그마치 6개월이 걸렸고 거기에 참여한 인원을 따진다면 직접 간접으로 적어도 수천명이 동원되었다고 말할 수 있으니 국민교육헌장이야말로 「세기의 문장」이라고 하여도 지나침이 없는 역사적 작품이다』 국민교육헌장 선포 10돌이 되던 지난 1978년 한 저명한 교육학자의 회고다.그에 의하면 교육학자를 비롯,내로라 하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세기의 문장」교육헌장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해 성래운·송기숙교수등은 『국민교육헌장은 우리 교육의 실패를 집약한 본보기다.그 독단적인 제정절차부터가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에 어긋나며 일제하의 교육칙어를 연상케 한다』는 내용의 「우리의 교육지표」를 발표했다.반대의견이 봉쇄된 유신치하에서 그들은 교단에서 쫓겨나 체포,구속됐다.이른바 「교육지표사건」이다. 국민교육헌장은 박정희대통령이 헌장의 기초자와 심의위원을 직접 선정하고 심의위원회를 여러차례 직접 주재할 만큼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만든 것.선포후 각종 교과서에 전문 수록된 것은 물론 학생들에게 암송이 강요됐고 각종 행사때마다 낭독됐으며 학교시험과 입사시험에도 반드시 출제토록 했다. 그러다가 10·26이후 공개적인 폐지논의가 가능해졌고 89년 국교교과서에서부터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문민정부 출범이후 폐지여론이 더욱 높아지자 교육부는 지난해 서울대부설 교육연구소에 연구용역을 의뢰하기에 이르렀다.그 결과 『기존헌장의 기능을 중지시키고 새로운 헌장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다. 이 의견에는 『정권유지를 위해 체제순응적인 인간상 확립을 목적으로 제정된 군사문화의 잔재』라고 보는 시각보다 『시대변화의 흐름에 따라 헌장내용이 재검토돼야 한다』는 시각이 더 많이 반영된 듯하다.그러나 제정당시는 물론 존폐를 결정짓는 연구용역에서도 배제된 일반국민들의 의견을 묻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 해양고고학의 미래/김용한(굄돌)

    다가오는 세기는 「해양 혁명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바다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따른 식량의 부족과 주요 에너지원인 화석연료의 고갈 등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바다 밖에는 없다는 것이다.그런만큼 이 「미래 자원의 보고」를 선점하기 위한 선진 각국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바다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은 세계대전 이후부터 라고 할 수 있다.전쟁을 치르며 급속히 발달한 과학기술은 경외와 신비의 대상으로 만 여겨졌던 바닷 속 깊은 곳까지 인간의 손길을 미치게 했다.해양기술의 발달은 비단 자원탐사 뿐만 아니라 고고학 분야에도 새로운 장을 열게 했다. 해양고고학 혹은 수중고고학이 추구하는 것은 물 속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는 인류의 발자취를 추적하는 일이다.바다 속에는 해수면의 상승이나 지각변동으로 잠긴 유적이 있는가 하면,폭풍우에 휘말리거나 해전중 불행을 당한 수많은 침몰선등이 고스란히 남아있다.육지라면 이처럼 당시 생활상이 그대로 얼어붙은 듯한 유적과 유물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해양고고학이 태동한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확인된 침몰선은 1천여척에 이른다.또 지금도 연간 1백여척에 이르는 침몰선이 발굴 또는 확인되고 있다.해양고고학이 가히 들불처럼 번지고있다는 어느 학자의 표현을 실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신안 침몰선 발굴을 계기로 이같은 흐름에 화려하게 합류했다.신안 발굴은 국민들의 해양유물에 대한 관심을 크게 높이는 역할을 했다.신안보물선 발굴 이래 해양 유물에 대한 신고가 전국적으로 2백건을 넘어서고 있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모든 일은 관심에서 부터 출발한다.정부와 학계 그리고 국민 모두가 수중고고학에 관심을 가질 때 우리 역사의 빈 공간이 훌륭히 메워지는 것은 물론 바다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법이 안무서운 10대…/석달동안 11곳 4백여만원 털어

    ◎본드흡입 가정집침입 금품 훔쳐 서울 중랑경찰서는 12일 박모군(16·절도등 전과5범)등 중학생 1명이 낀 10대 6명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상습절도)혐의로 구속하고 송모군(14)등 4명을 같은 혐의로 수배했다. 중학교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유흥비 마련을 위해 지난 3월25일 하오 10시쯤 중랑구 중화3동 H오락실의 셔터문 자물쇠를 절단기로 끊고 들어가 소형금고에 있던 현금과 오락기속의 동전등 2백70여만원의 현금을 털어 달아나는등 지난 2월부터 3개월남짓동안 11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중랑구 일대의 슈퍼마켓,노래방,오락실등을 상대로 모두 4백40여만원어치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특수절도 용의자로 수배를 받아온 이들은 노원구 상계1동일대 월세방에서 합숙생활을 해오면서 심야에 중랑구 중화동,상봉동,묵동등을 무대로 범행을 저질러온 것으로 밝혀졌다. ◎한패 4명에 영장 【부산=이기철기자】 부산지방경찰청은 13일 환각상태에서 절도를 한 남모군(15·무직·부산시 남구 문현동)등 10대 4명을 유해화학물질관리법위반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군등은 지난 8일 0시40분쯤 본드를 흡입해 환각상태에 빠진채 부산시 동구 범일5동 547의 20 정모양(18)의 자취방에 침입,손목시계와 화장품등 13만원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 서울대생/“대학촌을 지키자”/자율규찰대 활약

    ◎하숙생 등 30여명이 결성/심야 「녹두거리」 방범 만전 1만여명 서울대생들의 하숙 자취촌으로 이른바 「야간 서울대캠퍼스」라고 불리는 서울 관악구 신림9동 「녹두거리」에 서울대생으로 조직된 「녹두거리 규찰대」가 본격적인 심야방범활동을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규찰대는 최근 녹두거리에서 불량배들로부터 성추행과 폭행을 당한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학생들사이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짐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어서 학생들이 거는 기대 또한 만만치 않다. 이 규찰대는 서울대학생운동조직의 하나인 「애국청년 선봉대」가 주축이 되어 이 일대 하숙생 30여명을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지난 7일부터 본격활동에 나섰다.활동시간은 취약시간인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로 경찰의 방범순찰과 중복되지않게 실시하고 있다. 「애국청년 선봉대」의 한 학생은 이에 대해 『녹두거리는 1만여명의 하숙생을 비롯,대다수의 서울대생들이 찾는 제2의 캠퍼스임에도 불구하고 여름철을 맞아 일부 업소의 심야영업과 인근 불량배들의 탈선등으로인해 학생들의 상당수가 심야에 불미스러운 일을 당하고 있다』면서 『경찰의 방범활동에만 맡길 수 없어 자율규찰대를 조직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애국청년 선봉대」가 지난달 28일 서울대생 2백5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응답자중 15.6%가 밤중에 녹두거리에서 불량배들로부터 성추행 또는 폭행등을 당했거나 그같은 장면을 목격했다고 응답하는등 녹두거리가 점차 불안한 거리로 변해왔다는게 규찰대측의 이야기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폭력피해사례 가운데 ▲불량배와의 시비가 8.8%로 가장 많았고 ▲불량배에 의한 폭행,성추행이 각 0.8% ▲동료학생의 폭행장면 목격이 3.2%등이었다.
  • 역사인물 1백30명/발자취 생생히/「겨레의 역사…」 출간

    ◎다양한 인물들의 공과 어린이가 읽기쉽게 풀이 삼국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에 큰 자취를 남긴 인물 1백30여명의 공적과 과오(공과)를 소개한 어린이 책 「겨레의 역사를 빛낸 사람들」(전7권)이 최근 나왔다.(한길사 간) 이 책은 지난해 5월 발간돼 큰 인기를 모았던 이이화 역사문제연구소장의「이야기 인물한국사」 (전5권)를 어린이들이 읽기 쉽도록 풀어쓴 것이다. 따라서 정치인·군인·예술가등 한정된부류의 화려한 일생을 그린 대부분의 어린이용 위인전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장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선 「이야기 인물 한국사」가 그랬던 것처럼 역사의 그늘에 가려 있던 천민출신의 개혁주의자,민중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친 의사·예언자등 다양한 역사적 삶을 담은 점이 꼽힌다. 또 「김춘추와 김유신」등 서로 도우며 큰 일을 이룬 사람들,「이순신과 원균」 「수양대군과 김종서」등 갈등관계에 있던 인물 등 여러가지 인간관계도 함께 보여줌으로써 역사적 안목을 키우게끔 배려한 점도 특징이다. 7권 가운데 첫권은 조선시대와 근대시기의 학자를 ▲둘째 권은 조선시대의 문인·의사·과학자 ▲셋째 권은 종교인·예술가·상인 ▲넷째 권은 왕과 정치가 ▲다섯째 권은 개혁운동가와 독립운동가 ▲여섯째 권은 개혁사상가와 성공한 인물들의 우정관계 ▲일곱째 권은 앙숙사이로 다툰 사람들을 각각 다루었다. 각권6천원.
  • 6·25때 순직 아버지 그리는 40대부부

    ◎“호국영령 추모” 휴전선 횡단행군/「보훈의 날」 155마일 장도에 오르는 서울 유대지·이순필씨/「사모곡」 부르며 9박10일 주먹밥 끼니/철의삼각지선 산화한 선열 명복빌고/16일 강원도 고성군서 출발… 서해 백령도까지 「동부전선 최북단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호리에서 서부전선 끝간데인 경기도 옹진군 백령도까지­」보훈의 달을 맞아 한 부부가 구비구비 이어진 1백55마일 휴전선 남방한계선을 따라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는 9박10일간의 도보횡단에 나선다. 유대지(45·서울 강남구 개포2동 512)·이순필씨(46)부부는 오는 16일 새벽4시 명호리를 출발,인제·양구·화천·철원등 휴전선에 인접한 10개군을 걸어서 통과한뒤 25일 새벽4시,44년전 포성이 울린 바로 그 시각에 서부전선 옹진군 백령도에 도착한다. 올해로서 44주년이 되는 6·25가 전후세대들의 기억속에서는 자취를 감춰가고 있건만 유씨부부에게는 6월이 되면 눈자위를 적시는 마음의 생채기로 저며온다. 유씨는 이번 도보행진을 결심한데 대해 『조국산하를 지키다 전사하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사무쳐 아버지를 비롯한 여러 호국영령들의 뜻을 기리고자 이번 행사를 계획하게 됐다』며 취지를 밝혔다. 아버지가 순직한 뒤 8개월후 유복자로 태어난 유씨로서는 사진 한장 남기지 않은 아버지를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그런만큼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사무친다. 유씨의 아버지 유귀용경사(당시 27세)는 6·25가 발발하기 직전인 49년 3월 경북 경주경찰서 안강지서장으로 근무하던중 무장공비의 습격을 받고 교전끝에 순직,지금은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충혼탑에 안장돼 있다. 도보행진 내내 주먹밥으로만 끼니를 이어가며 「사부곡」을 원없이 부를 것이라는 유씨부부는 행진도중 당시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철의 삼각지에서는 이곳서 산화한 수많은 호국영령들의 명복을 비는 추모제도 가질 계획이다. 또 동해와 서해에서 각각 떠온 바다물은 행진을 마치는 25일 동작동 국립묘지 충혼탑앞에 모셔 아버지의 제수로 쓰겠다고 말한다. 유씨는 홀어머니 밑에서 고생끝에 고교를 졸업,85년 원호대상자로 수원에 있는 국가보훈관리공단에 근무하며 딸만 넷을 둔 단란한 가장이 됐다. 처가 역시 큰처남이 6·25 상이용사인 국가유공자 가정이어서 부인도 이번 도보행진에 선뜻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1년여전부터 체력다지기와 정신력배양에 막바지 힘을 쏟았다는 유씨부부는 그동안 국방부·내무부·경찰청등 각계 요로에 행사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유씨는 『처음에는 휴전선에서 가장 근접한 남방군사한계선을 따라 도보행진을 하려 했지만 국방부에서 녹음이 우거져가는 계절이라 곤란하다는 공식통보를 받아 남방한계선에 가장 가까운 지방도로로 코스를 수정했다』며 『정부의 지원이 없더라도 반드시 이번 도보행진을 성사시킬 것』이라며 현충일을 맞아 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아버님 생각에 눈시울을 적셨다.
  • 증기기관차 다시 달린다/8월부터 서울역∼의정부 운행

    디젤기관차에 밀려 지난 85년 자취를 감췄던 증기기관차가 오는 8월부터 서울역∼수색∼송추∼의정부 구간에서 다시 운행을 시작한다. 철도청은 31일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을 되살려주기 위해 증기기관차 운행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한·미·일/「주주총회꾼」 횡포 극심

    ◎국내 30∼40명 활동… 배41사 피해/일,폭력단체와 연계 간부 살해까지/미선 로비단체 구성… 방해 방법 다양 3월 결산법인의 주총 계절을 맞아 한국·미국·일본 등이 「주주 총회꾼」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총꾼들은 배당보다는 금품을 뜯어내기 위해 주주권을 이용,기업의 경영상태를 면밀히 분석한 뒤 꼬투리를 잡아 정상적인 주총 진행을 방해한다.50∼60대가 주류이다. 형제간의 지분 싸움이 심한 기업 등 내분이 있는 기업이 주 표적이며,한쪽의 편을 들어주고 수고비나 차마비 등을 요구한다. 우리나라는 작년의 사정 한파에 밀려 대부분 자취를 감추고,현재는 30∼40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추산된다.상장사협의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백개 상장사 중 1백41개사가 금품을 요구하는 주총꾼의 전화나 방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서울지검은 주총꾼들이 「대목」을 맞아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는 정보에 따라 악덕 총회꾼 2∼3명을 구속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보다 기업문화가 발달한 미국의 경우 신상발언으로 총회 진행을 방해하는 여자 총회꾼에서부터 저명한 최고 경영인의 저서를 들고와 서명해달라고 떼쓰는 사람,로비단체 등 총회꾼의 형태가 다양하다.주총꾼의 등살에 못이겨 주총 「무용론」과 「유용론」의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제너럴 모터스의 스메일회장은 대표적인 무용론자.그는 『주총이 할일없는 노인이 투정부리는 곳이나 호사가의 소일거리로 전락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제너널 일렉트릭사의 잭 월치 회장은 유용론 쪽이다.주총이 1년에 한번,그것도 몇시간 정도 열리는데 ,그까짓 총회꾼의 방해가 별 문제냐며 기업의 민주적 운영의 상징이라는 입장이다. 대책도 갖가지이다.대부분의 기업은 법률 및 홍보 전문가를 동원,몇주일씩 준비한다.국회처럼 발언시간을 정해놓고 시간을 넘기면 마이크의 전원을 끈다든가,한사람에게 한번만 질문권을 준다거나,발언내용을 미리 검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도 전문총회꾼으로 구성된 로비단체에는 안 통한다.가장 유명한 로비단체는 자산 규모가 4백억달러가 넘고 2백50개의 각종 파벌이 참여한 일종의 종교단체인 ICCR.이들은 목표 회사를 선정한 뒤 결의안 제출에 필요한 주식을 확보,주총에서 경영진이 부담을 느낄만한 안건을 제출,표결을 요구한다.현재 필립 모리스사를 목표로 삼아 주식 5%를 사들였다. 5백억달러 규모의 뉴욕 연금관리기금,「지구의 친구」라는 환경단체,의복·섬유노동자 연합 등 노조단체,공정보도 단체,동성애 단체 등도 이 범주에 속하는 총회꾼들이다. 6월에 일제히 주총을 갖는 일본의 총회꾼은 폭력과 연계 돼 있다.지난 2월 후지필름 전무가 흉기에 찔려 숨지는 등 기업간부들을 겨냥한 범죄가 이에 속한다.한때 1천7백명이 활동했으나 거품경제의 붕괴로 기업의 수익이 악화된데다,폭력단 대책법이 발효되면서 1천여명으로 줄었다. 일본기업은 주주석과 임원석을 완전 분리,통행을 차단하거나 비디오카메라를 설치,함부로 행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일본 경시청은 주총에 대비,지난 주 폭력단 대책과에 주총 특별 경계본부를 만들어 기동대 및 경찰 4천명을 배치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오는 97년 적대적기업의 매수·합병(M&A)이 이뤄지면 주총꾼들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며 『회계사 등이 합세한 전문조직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무공해 인간」의 영안/이목희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심명보의원이 타계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묘한 감정에 빠졌다.단지 「아깝다」거나 「아쉽다」는 정도가 아니었다. 삶과 죽음에 대한 되새김,심의원이 벌써 하늘나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그것은 차라리 「분노」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92년 초여름 건강진단이나 받아본다고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던게 이렇게까지 이어질 줄이야…. 고 심의원을 향한 감정이 이렇듯 흐르는 것은 그가 너무 인간적이었기 때문이다.「발로 뛰는 기자」를 자처하며 언론인으로 20년,이어 가까운 친구의 권유로 나라일에 나서 정치인으로 15년.참으로 열심히 산 그였다.하지만 언론인,정치인이기에 앞서 「인간」이 훨씬 돋보인 일생이었다. 남의 어려움을 보면 아무리 힘들어도 발벗고 나서곤 했다.언론숙정이 한창이던 지난 80년 한국일보 편집국장 때 한명의 후배라도 「더 살리려고」 이른바 「실세」앞에 무릎까지 꿇었던 일.곧 이어 집권당 대변인 총재비서실장 사무총장을 지내면서 여야 정치권은 물론,각계의 길흉사를 앞장서 챙긴 일등.그의 인간적인 일화는 일일이 열거할수 없을 만큼 많다.그리고 그의 사무실 칠판에는 늘 「적덕지가 필유경」이란 글이 씌어있었다. 그는 생전에 틈만나면 고향 얘기를 했다.강원도 두메산골(영월군 주천면)에서 태어나 주천농고를 나왔다.거기서 서울대 법대를 들어갔으니 입지전적이라 부를만 하다.어려웠던 과거와 단종애사를 간직한 아름다운 고향이 그를 「무공해 인간」 「의리의 사나이」로 만든 것 같다. 남에게는 그리 관대해도 스스로에게는 엄청나게 엄격했다.한창 때이던 86년 큰며느리를 맞으면서 가까운 친척에게도 알리지 않은 것은 지금도 유명한 이야기로 전해 내려 온다. 그의 장례는 26일 국회장으로 엄수됐다.고인은 타계직전 『여러 사람 번거롭게 하지말고 가족장을 지내라』고 유언했다 한다.마지막 가는 길까지 나보다 남을 생각한 것이다.그를 너무나 아끼던 동료의원들의 간절한 뜻으로 무산되기는 했지만…. 이만섭국회의장은 이날 영결사에서 『자신에 대해 가혹하리만치 엄격하던 고인의 발자취는 후배 언론인과 정치인의 마음속에 영원히남을 것』이라고 했다.김종필민자당대표도 『생전에 희망했듯 이제 고인의 이름과 수많은 업적은 고향의 품에서 모든 이들에 의해 오래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애도했다.
  • 서울신문기획 문화기행 「열사의 아랍서 지중해까지」

    ◎기독교·회교문화권 어제·오늘 조명/내주부터 중견작가 이제하·송영·서영은·김채원씨 연재/암만·리네와·파리 등 10개도시 탐방/다양한 풍물·개성 넘치는 필체로 표현 「중견작가 4인 유라시아대륙을 가다」 서울신문사가 한국전력공사의 협찬을 얻어 새 연재물로 기획한 문화기행 연작 「로드에세이­열사의 아랍에서 푸른 지중해까지」가 다음주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제하(57)송영(54)서영은(51)김채원(48)씨등 중견작가 4명이 지난달 10일부터 1개월동안 모두 7개국 10개도시를 돌아보고 지난 10일 귀국,앞으로 4개월간 연재할 로드에세이는 유라시아의 문명과 역사를 작가의 시각에서 생생하게 짚어내는 이례적인 기획으로 문단 안팎의 관심을 끌어왔다. 이번 로드에세이 동행작가들은 각기 독특한 문체와 개성있는 작품세계로 문명을 떨치고 있는 인물들로 이처럼 중견작가들이 한꺼번에 1개월여 동안 취재동행하기는 극히 드문일이다.특히 로드에세이팀은 기독교와 회교 양대문화권의 대표격인 도시를 순회,그 영화의 발자취는 물론 오늘을살고있는 후예들의 삶과 애환을 자유롭고 현장감있는 문체로 담아낼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독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로드에세이팀은 지난달 중순 이라크의 알하트라축제 참관을 시작으로 암만(요르단)∼바그다드(이라크)∼리네와(이라크)∼이스탄불(터키)∼로마(이탈리아)∼피렌체(이탈리아)∼마드리드(스페인)∼그라나다(스페인)∼파리(프랑스)로 이어지는 대장정을 무사히 마쳤다. 길고도 먼 이 여로에서 이제하씨는 지중해 문화권을 대표하는 아테네 로마 피렌체등을 찾아 문명의 발상지와 민주주의 시발점이었던 그리이스및 지중해연안의 정신적인 지주가 현재 서민들의 생활정신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더듬게 되며 송영씨는 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강을 끼고있는 풍요한 초승달지대와 구약 요나서에 기록돼있는 니네베성을 비롯해 이라크 최대의 민족축제인 알하트라축제,구약성서중 바벨탑의 유적지로 기록돼있으나 지금은 흔적이 없어진 바빌론등의 현장답사를 토대로 반시오니즘의 배경과 이란전의 후유증,서민생활상등을 독자들에게 낱낱이 전해줄 계획이다. 또 서영은씨는 15∼20세기 아랍여인들의 하렘이었던 토프가피궁전과 최초의 비잔틴양식 건물로 바티칸의 베드로성당이후 최고의 건물인 성소피아성당등이 있는 이스탄불을 비롯,그라나다와 마드리드등 유적지의 최근 분위기를 전달하며 김채원씨는 파리에서 만난 한국인 화가와 파리의 유명인사 인상기등을 흥미있게 그려나가게 된다. 이와함께 현지취재로 스케치한 미술관 박물관등 문화명소 탐방기도 소개한다. 한편 취재는 물론 기행현장의 스케치작업에 몰념해온 이제하씨는 기행지의 갖가지 풍물과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그 특유의 유려한 화필에 담아 이번 연재의 삽화로 줄곧 선보이게 된다.
  • 본드/부탄가스/판매 규제 시급/철물점서 “환각용” 쉽게 구입

    ◎경찰 수수방관… 처벌규정 사실상 사문화 본드를 마신 뒤 환각상태에서 살인을 하거나 부탄가스를 홉입하다 질식사하는등 환각물질의 폐해가 늘어나고 있으나 경찰은 판매경위등에 대한 조사에 전혀 손을 쓰지 않고 있다. 특히 환각물질 흡입연령층이 중학생·국민학생으로 점차 낮아지고 있어 환각물질판매업소에 대한 적극적인 계도와 단속이 요구된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 26조는 환각물질을 흡입할 목적으로 구입하는 것을 알고서도 이를 판매하는 사람은 3년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경찰의 단속·적발사례가 거의 없어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다. 지난 16일 상오 충북 제천에서 김순만씨(28)가 본드환각상태에서 살인난동을 벌인데 이어 이날 하오7시쯤 서울 영등포구 신길7동 박모씨(여·48) 집 다락방에서 박씨의 아들 김모군(17·서울S고2)이 부탄가스를 마시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지는등 사고가 매일 잇따르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남부경찰서에 본드를 상습적으로 흡입하다 구속된 최모양(16·구로구 가리봉3동)은 『거의 매일 동네철물점에서 본드를 구입해 친구들과 자취방에서 함께 마셨다』며 『석달동안 같은 곳에서 구입했는데도 주인은 무엇에 쓰는지 물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본드나 부탄가스등이 구멍가게에서도 판매할 정도로 대중화된 생활필수품이라 판매를 단속하기가 힘들고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건이 발생해도 판매업자들에 대한 조사에는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K경찰서 소년계 이모경사(35)는 『판매업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마련돼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흡입목적에서 구입한다는 것을 알고서도 팔았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심증이 가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확실한 증거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수사과정에서 판매업자를 불러 조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서울 가정법원의 박영화판사(35)는 『판매업자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흡입의 위험을 알고서도 판매했다는 혐의가 있는 업자들은 청소년보호와 선도의 차원에서 판매경위를 조사하는등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김수명연구원(33)은 『약국등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을 팔 때 기록을 남겨두게 하는 것처럼 본드등 환각물질을 함유한 제품을 파는 가게에 대해서도 법적인 규제와 단속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 석탄일 특집프로 풍성

    ◎각방송사들 봉축법요식 중계등 다양한 기획 프로 마련/KBS/불교음악회·외국스님 구도현장 취재/MBC/성철 큰스님 발자취·특집극 「강…」 방송/SBS/불교의 나라 스리랑카인의 가정 소개/EBS/불교 문화유산·전래과정·용어 등 풀이 18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각 방송사들은 다양한 특집물들을 내보낸다.이번 부처님 오신날에는 방송3사가 초파일 상오10시 봉축법요식을 중계하는 등 다큐멘터리나 영화들뿐 아니라 법요식 중계,불교음악회및 공연,토크쇼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을 선보인다. KBS는 방송사 가운데 가장 다양한 프로그램을 꾸몄다. K­1TV는 낮 12시30분에 방영하는 불교음악회「붓다여 붓다여」에 전명진·김국환·김성녀등 국악인과 대중가수를 출연시켜 KBS관현악단의 연주로「찬불가」·「반야심경」·「붓다」등 현대 불교음악을 들려준다. 또 K­1TV에서는 특선영화「아제아제 바라아제」와 특집 다큐멘터리「한국불교 맥을 잇는 파란눈의 구도자들」및「한국의 불교」를 방송하고 K­2TV는 중국에서 중동에 이어지는 광활한 지역에 펼쳐진 불교유적들을 소개하는「불교 유적지를 찾아서」를 3시간동안 내보낸다. K­1TV는「중국 연변가무단 초청공연­춘향전」도 방송한다. 이와함께 청소년들에게 부처님의 일생을 예화중심으로 들려주고 깨달음의 의미를 되새기는 특집「연꽃에 담긴 미소」가 유인촌과 강수연의 공동진행으로 제2라디오를 통해 방송된다. EBS­TV는 2편의 부처님 오신 날 특집을 마련했다. 다큐멘터리「불교문화 유산을 찾아서」는 우리에게 남아있는 사찰과 석탑·불상 및 불화·불경등 문화유산과 불교의례에 큰 영향을 받은 전통신앙 및 풍속등을 살펴봄으로써 뿌리깊은 우리의 불교문화를 조명해 본다. 또 불교가 우리에게 전래된 과정과 불교용어를 알기쉽게 풀이하고 동자승들의 생활상을 소개하는「알기쉬운 불교이야기」도 방송한다. MBC­TV는 지난해 입적한 성철 큰 스님의 발자취를 재조명해보는 특집 다큐멘터리「성철 큰 스님을 말한다」를 방송한다.여기에서는 성철 큰 스님의 일대기와 업적을 직계제자 10명의 눈을 통해 알아본다.해인사의 선원 및 송광사 그리고성철 스님이 유명한 장좌불와 참선을 처음 수행했다는 경북 문경의 고찰 대승사 선방도 보여준다.또 다비식이후 직계제자들의 첫 모임과 생일제사,사리 재공개행사 등이 소개되며 소식으로 일관한 성철스님의 독특한 공양상 등을 재현해본다. 이와함께 M­TV는 특선영화 「우담바라」와 「흰 목련구모」를 방송한다. 또 라디오를 통해서는 옴니버스형식의 특집극「강을 건너는 나룻배를 버려라」를 방송한다. SBS­TV는 기존 편성물인 「세계의 가정」을 석탄일특집으로 꾸며 국민의 74%가 불교도로 남방불교가 가장 발달한 「스리랑카편」을 방송한다.또 다큐멘터리 「연꼭속의 타는 번뇌」와 특선영화「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등을 재방송으로 편성했다.
  • 민추협/「결성 10돌」… 그 발자취와 역사적 위상

    ◎「어둠」의 시대 “민주”의 외침/84년 YS·DJ “합작”… 5공박해 극복/85년 「2·12총선」서 돌풍… 직선제 투쟁/내일 기념식… 심포지엄 등 열고 「기념 사업회」 계획 80년대 우리나라의 민주화운동을 앞장서 이끌었던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결성 10주년 기념식및 리셉션이 16일 하오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다. 이날 기념식에는 민추협 초기의 지도위원및 후기 상임위원·운영위원과 집행부의 국장·부장급등을 포함해 모두 3백∼4백여명이 참석,여와 야로 나뉜 오늘날의 처지를 떠나 오랜만에 동지애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이에 앞서 세종문화회관 대회의장에서는 기념심포지엄이 열려 장을병성균관대총장의 「80년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의 민추협 역할의 평가와 현대사적 조명」이라는 주제발표와 대학교수·언론인·변호사등의 토론이 벌어진다. 이들 행사를 마련한 「민추협 결성 10주년 기념행사 준비위원회」는 민추협의 공동의장권한대행과 부의장을 맡았던 김상현민주당고문·김명윤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수석부의장을 책임대표로,이민우전신민당총재와 최형우내무부장관,박종율 조연하 홍영기 김윤식 용남진씨가 준비위원대표로 구성됐다.준비위는 16일 행사를 계기로 「민추협운동 기념사업회」(가칭)를 발족시킬 계획이기도 하다. 민추협은 84년 5월18일 서울 남산의 외교구락부에서 민주화투쟁을 기치로 내걸고 발족했다. 바로 1년전 이날 가택연금 상태에서 단식투쟁에 돌입,23일이란 장기단식 기록을 세운 뒤 민주화운동의 기회를 찾던 상도동의 김영삼씨가 오랜 정치적 동료이자 라이벌이었던 동교동의 김대중씨와 모처럼 손을 잡고 공동의장을 맡았다.그러나 김대중씨는 사형집행정지 상태로 미국에 머물던 시기여서 그의 의장직은 김상현씨가 권한을 대행했다.김영삼씨는 지금 문민정부의 대통령이고 김대중씨는 세번째 대선에서 패배,정계를 은퇴했다. 그때까지도 정치활동 규제에 묶여 있던 인사들이 구성한 민추협은 한달 뒤인 6월 운영위원 64명을 인선하고 민주화투쟁을 정식으로 선언,민주화대장정의 막을 열었다.당시 전두환정권은 사무실에 집기마저들여놓지 못하게 하는등 탄압을 했으며 이 때문에 돗자리를 깔고 회의를 할 수 밖에 없었다.민추협은 같은 해 9월 헌법연구특위등 17개 부서에 달하는 실무기구를 구성해 정당에 버금가는 조직을 갖추면서 여러 민주세력과 연대투쟁에 들어갔다. 이듬해 1월에는 다음달 2·12총선에서 제1야당의 돌풍을 일으킨 이른바 「통합신당」을 창당,정치활동 재개에 들어갔다.김대중씨는 2·12총선을 4일 앞두고 귀국,김포공항에서 곧바로 연행돼 가택에 연금됐다가 선거결과에 충격을 받은 「5공」으로부터 한달만에 연금이 해제되면서 공동의장 일을 본격적으로 맡게 됐다. 86년 2월 민추협은 드디어 「1천만명 개헌서명운동」을 선언,직선제 개헌투쟁을 전개했다.87년 4·13호헌선언에 이어 6월10일 노태우민정당대표가 차기 대통령후보로 선출되던 날 모든 민주세력과 연대해 6·10항쟁을 벌였다. 이같은 투쟁과정에서 민추협에 대한 「5공」의 탄압은 끊임 없이 계속됐다.85년5월 미국문화원 점거사건과 86년2월 직선제 개헌투쟁 때는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했다.87년2월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에 따른 「고문살인및 용공조작 폭로대회」등 일이 있을 때마다 사무실이 원천봉쇄되고 지도부는 수 없이 가택연금을 당했다. 그러나 민추협은 「6·29선언」이후 두 김씨의 대권다툼을 계기로 공중분해돼 3년 남짓의 민주화대장정을 마감하고 말았다. 민추협 참여인사들은 세상을 떠났거나 정계를 은퇴한 이들도 있지만 상당수가 문민정부의 여야 핵심세력으로 계속 활동하고 있다.신상우 황명수 최형우 김덕용 강삼재 번형식 신진욱(이상 민자),이기택 한화갑 이철 홍영기 김영배 신기하 최락도 김종완(이상 민주),박찬종(신정당),양순직의원(무소속)등이 아직 정계일선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이들 말고 이민우 김명윤 박용만 예춘호 김동영 김녹영 문부식 이중재 명화섭 김현규 김창근 김윤식 김충섭 박종태 손주항 최영근 안필수 용남진 박한상 이상민 조병봉 김현수 권오대 김두오 김길준 김창환 송좌빈 이우태 이종남 정채권 정헌주 태륜기 권대복씨 등도 상임운영위원이나 지도위원등으로 참여했던 민추협인사들이다.김광일씨는 국민고충처리위원장으로,김도현씨는 문화체육부차관으로 재직하고 있다.김대통령을 그림자 같이 따라 다니던 청와대의 이원종정무·홍인길총무수석비서관과 최기선인천시장등 이른바 「상도동 가신그룹」들이 민추협 출신들임은 말할 것도 없다.김동영전정무장관과 김녹영전국회부의장은 작고했으나 창립10주년 기념식 때 특별공로패를 받게 돼있다.
  • 전통기법 살리는 직물업(이탈리아 중소기업 탐방:4)

    ◎수작업·기계화 접목… 고품질의 수직 양산/직기개조 통해 생산성향상 동시 달성/소비자취향 직접 조사… 시대변화 적응/전문성·다양성 함께 추구… 5천여 섬유업체 외길 고집 유럽의 지붕으로 불리는 알프스 몬테 로사에서 남동쪽으로 60㎞ 떨어진 피에몬테주의 보르고세샤.모직물의 도시 비엘라의 영향을 받아 일찍부터 직물업이 발달한 인구 6천여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 곳에서 40여년간 직물을 짠 아뇨나는 종업원이 2백60명으로 이탈리아에서는 비교적 큰 업체이다.원사,염색,원단,의류 등의 생산 공정도 골고루 갖춰 한 분야만 특화하는 이탈리아 기업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직물업체 중 원사에서 의류까지 수직적 생산체제를 갖춘 유일한 기업인 셈이다. 그러나 섬유 종합 메이커는 아니다.엄밀히 말해 모직물 업체이다.이 회사가 일괄 생산체제를 갖춘 것은 특유의 「실험 정신」 때문이다.아뇨나는 지난 53년 원단 하청업체로 출발,프랑스에 납품을 했다. 이미 40년대부터 직물업계는 기계화가 이뤄졌으나 아뇨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원단을 만들었다.손으로 실을 고르고 틀에 감아 한가닥씩 직물을 짜는 방식이다.기계를 쓰는 것보다 더디고 생산량도 적지만 실의 특성만은 정확히 알 수 있고 품질도 뛰어났다. ○「피에르 가르댕」 납품 세계적 디자이너인 프랑스의 샤넬과 피에르 카르댕도 아뇨냐의 원단을 찾았다.그러나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급증하는 수요를 맞출 수가 없어 60년대부터 기계를 썼다.그러나 바라는 수준의 제품이 나오지 않았다. 고심 끝에 전통적 기법을 기계에 연계시키는 방안을 짜냈다.원단의 표면을 세우는 칼날을 「카르로」라는 열매 껍질로 바꿨다.실을 고르는 쇠줄도 재래식 나무 빗으로 대체했다.일부 부품을 수작업 시절의 도구로 바꾼 것이다.그 결과 품질이 나아지면서 일의 능률도 올랐다. 동시에 원사 공장도 세웠다.좋은 원단을 짜기 위해 직접 실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중국과 호주,페루에서 캐시미어,양털,알파카 등을 들여와 실을 짰다.가내 수공업이 대부분이던 당시로서는 직물업체가 원사까지 만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60년대 말엔 원사와 원단의 중간 단계인염색 공장까지 세웠다.실이 좋아도 색을 못 넣으면 좋은 원단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새로 도입한 기계에도 역시 전통적인 방식을 택했다.보통 섭씨 70∼80도의 물에 염료를 풀어 색을 넣지만 아뇨나는 증기로 음식을 익히는 것처럼 수압을 이용했다.색이 변하지도 않고 실의 특성도 그대로 남아 지금은 염색업체 대부분이 이 방식을 따른다. 70년대 초에는 여성복을 만들기 시작했다.원단을 만들어도 소비자의 반응을 느끼기 어려운 직물업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직접 고객의 반응을 감지하겠다는 것.소비자의 취향을 모르면서 생산업체의 주문에만 의존해 옷감을 만들지는 않겠다는 각오였다. 설립자 프란체스코 이로리니모 사장의 장남인 알베르토 부사장은 『일괄 생산체제를 갖추면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제품의 특성도 정확히 알 수 있다』며 『그러나 전문성이나 창조성 없이 단순히 기계에만 의존하면 가격은 낮출 수 있어도 품질은 높일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총 2백50억원의 매출을 올려 일본,프랑스,독일,한국,미국 등에 수출했다.이 중 80%는 직물로 의류에만 치중하는 한국의 섬유업체와는 대조적이다. ○일괄생산체제 모색 우리나라에서 니노 세루치로 유명한 세계적 남성 정장업체인 밀라노의 히트만사도 원사에서 의류까지 생산한다.1881년 원사·원단 업체로 출발한 세루치 그룹이 지난 51년 히트만사를 설립,수직적 생산체제를 갖춘 것이다.의류업체로 전환한 것과 각 공장을 계열사로 독립시킨 게 다르지만 옛 방식을 지키는 생산공정은 아뇨나와 똑같다. 기계를 쓰면서도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하고 근로자마다 다루는 기술도 제각각이다.제품마다 특징을 살려 매 시즌 7만벌의 옷이 나오지만 모델이나 원단이 같은 정장은 10벌도 채 안된다. 경영을 총괄하는 카를로 안드레아 봄브리니씨는 『이탈리아 중소기업이 소규모이고 분업화됐지만 앞으로 같은 업종에서 수직적 구조를 갖춘 하나의 회사로 합쳐질 것』이라며 『각 업체들의 전문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합쳐지면 엄청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9년 설립된 밀라노의 신발업체 로렌초 반피사의 로렌초사장도 같은 생각이다.『앞으로 신발을 포함해 가방,재킷 등 가죽과 관련된 제품이라면 뭐든지 생산할 계획이다.가능하다면 다른 회사와도 합치고 가내 수공업을 하는 장인들도 초빙할 생각이다.그러나 수작업을 통한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전문성에 다양성을 추구하는 게 최근 이탈리아 중소기업의 특성이다. 특히 섬유 분야의 변화가 크다.비엘라의 5천여 직물업체 중 10%인 5백여 업체는 대개 원사나 염색을 겸한다.그러나 다른 업종으로 진출한 업체는 단 한 군데도 없다. 1백10여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적 업체 세루치가 5개의 계열사를 거느렸지만 모두 직물과 정장에 관련된 회사이다.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이 회사와 제일모직의 기술고문을 맡고 있는 루이지 시스티씨는 『기계나 수작업 중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전문성이 있느냐,시대의 변화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옛 것과 새 것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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