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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구 잘하면 엄마 찾을까요?”한국기수 성욱이의 꿈

    “명보 형 처럼 훌륭한 선수가 돼 꼭 부모님을 만날 거예요.” 전 세계인의 이목이 서울 상암경기장으로 쏠린 31일 저녁 서울 창동초등학교 축구선수 양성욱(13·6학년)군은 도봉구 창동의 단칸방에서 TV를 지켜보며 설레는 가슴을 달래고 있었다. 세계적인 스타들의 발재간이 화면을 메울 때마다 성욱이는 단칸방에서 함께 살고있는 축구코치 김용훈(40)교사와 탄성을 질렀다. “안정환·윤정환 형도 프랑스 선수들 못지 않게 잘 뛰어요.포르투갈과도 해볼 만하고 8강까지도 오를 수 있어요.” 성욱이에게 축구는 ‘살붙이’나 마찬가지다.성욱이가 5살 때인 지난 94년 엄마는 부부싸움 끝에 집을 나갔고,2년 뒤 아빠도 ‘출장간다’며 자취를 감췄다.돈 벌어 오겠다던 누나와도 연락이 뜸하다. 8살 때 서울 상도동 청운보육원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성욱이는 ‘아빠와 컴퓨터게임을 하고,엄마가 해준 따뜻한 김치찌개를 먹고 싶을 때마다’ 공을 차기 시작했다.그러나 친구들이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저녁 늦은 시간까지 학교 운동장에 남아 공을 차도엄마,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달랠 수는 없었다. 그럴 때마다 성욱이는 “훌륭한 축구 선수가 되면 엄마,아빠가 날 보고 찾아올 것”이라는 ‘꿈’을 키웠다.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리게 되자 성욱이의 가슴에는“4년 뒤,8년 뒤 월드컵 대표팀에서 뛰겠다.”는 결심이 자리잡았다. 김 교사가 성욱이를 자신의 자취방에 데려온 것도 어려운 처지에서 축구를 몹시좋아하는 성욱이에게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성격이 밝고 무엇보다 축구에 재능이 많은 아이입니다.초등학생으로서는 드물게 양쪽 발을 다 쓰고 주력이나 힘도 좋아요.” 김 교사는 수유리에 있는 집을 놓아두고 성욱이와 함께 지내기 위해 ‘독신 생활’을 자처했다.섭섭해하는 부인을 설득해 창동에 방을 하나 얻을 정도로 성욱이를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 한다. 평소 학교 축구단에서 든든한 공격수 역할을 맡고 있는 성욱이는 얼마전 서울시가 선정한 월드컵 기수단으로 뽑혔다.평소 좋아하는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무엇보다 기쁘다고 했다. “하루빨리 국가대표가 되고 부모님도 만나 그동안 가슴에 묻었던 얘기를 하고 싶어요.” 나이에 맞지 않게 어른스러운 성욱이에게 월드컵은 새로운 희망과 꿈을 심어주고있었다. 구혜영기자 koohy@
  • [2002 길섶에서] 감동 만들기

    중·고등학교 시절,가을 초입만 되면 기분이 좋았다.얼마 안 있으면 열릴 시민(경주)축제 ‘신라문화제’ 때문이었다.마음부터 바빴다.당시(1970년대) 행사준비의 상당 부분은 각급 학교의 몫이었다.시가행진에 쓰일 박혁거세·김알지의 탄생설화를 형상화한 조형물이며,김유신 장군의 기마상(像) 등이 선생님과 학생들의 손으로 완성됐다. 행사준비를 하느라 수업이 줄거나,자습으로 때울 때가 많아 더 행복했다.축제 때 몰래 학교를 빠져나와 훔쳐본 노래자랑이나 약장수·야바위꾼의 묘기는 묘한 흥분을 일으켰다. 얼마전 시골친구를 만났다.‘감동’없는 밋밋한 삶이 서글프다고 했다.자취방에 모여 담배 피우며 캑캑댔던 그 시절이 그립다고 했다.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하고,더 이상 함께할 감동을 만들지 못하는 데 대한자탄이기도 했다.나이 때문만은 아닐 듯 싶다.웬만한 충격으론 놀랄 게 없는 세태 탓인지도 모르겠다.‘감동 주는인생만들기’ 이제 다시 시작할 수는 없는 걸까. 최태환 논설위원
  • 태안신도시 불법투기 기승

    부동산 투기꾼들이 경기도 화성 태안신도시에서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위장전입을 하는 등 불법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화성 태안읍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두달간 8000여명이 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 주민등록주소지만 옮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수원지검은 이달초부터 태안 일대에 위장전입자 실태조사에 나서는 한편 지난달 화성 병점에서 분양했던 아파트 ‘신창미션힐’의 당첨자 가운데 일부를 소환,조사중이다. ◆신창미션힐 당첨자중 40%는 위장전입=신창건설은 신창미션힐 1499가구를 지역우선(화성에 주소를 둔 사람에게 청약기회를 우선 부여) 방식으로 지난달 분양했다.청약경쟁률은 평균 5.8대 1로 계약 3일만에 모든 가구가 100% 계약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투기세력들이 서울,용인,수원 등에서 화성으로 주소지를 대거 옮겨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으로드러났다. 신창건설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주민등록등본을 조사한결과 당첨자의 40%인600여명이 위장전입자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분양권 거래 중단=수원지검이 화성 일대 위장전입자를조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분양권 거래가 중단됐다.특히 신창건설은 지난 20일부터 분양권 전매를 위한 명의이전을 해줄 예정이었지만 이를 취소했다. 위장전입자에 대한 검찰 수사가 끝난 뒤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그동안 모델하우스에 진을 쳤던 ‘떴다방’ 등 투기세력들은 자취를 감췄다.일부 당첨자들로부터 매도문의만 가끔 온다는 것이 부동산 관계자의 설명이다. ◆선의의 피해자 속출할 듯=지난달 26일 당첨자 발표뒤 명의이전과는 별도로 분양권 ‘손바뀜’이 상당수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이에 따라 위장전입자에게 분양권을 매입한실수요자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분양권 웃돈이 1500만∼2000만원가량 붙어 거래가 이루어진데다 위장전입자 대부분이 치고 빠지는 투기세력인 만큼 이들로부터 웃돈을 돌려받을 길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창건설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당첨자가위장전입자로 판명되면 계약을 취소하고 남은 아파트 물량을 예비당첨자들에게 배정한다는 계획이다. 김경두기자 golders@
  • 中 하이얼, 日 가전시장 첫 상륙

    중국의 대표적인 가전회사인 하이얼(海爾)이 가전제품의 본가(本家)인 일본에 도전장을 냈다. 하이얼은 지난 17일 도쿄의 아키하바라(秋葉原) 가전시장에 자사 브랜드의 냉장고와 세탁기를 선보이며 본격적인일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제휴사인 일본 산요(三洋)전기의 유통망을 이용한 시장진출이기는 하지만 중국의 가전회사가 일본 시장에 본격상륙한 것은 하이얼이 처음이다. 하이얼은 공략 대상을 중소형 가전 제품으로 좁히고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는 일본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신제품을 연내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아키하바라에 선보인 하이얼의 세탁기는 일본 국내의 비슷한 제품보다 5000엔정도 싼 2만 6800엔,냉장고는 90ℓ짜리가 2만 3800엔으로 일본 국내 제품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 팔리고 있다.저가 정책을 구사하지 않고 정면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저가 정책은 시장진입 단계에서는 효과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싸구려’로 고착된 제품 이미지 때문에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얼은 수요지의 시장 특성과 소비자취향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신속히 개발해 내는 순발력으로 중국 국내 시장을 석권하며 급성장했다.하이얼의 일본 시장 공략이 성공할 경우 TCL 등 중국의 다른 가전 회사들의 일본 진출이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 황성기특파원
  • [사라지는 것을 찾아] 멍석

    “얘들아,비 온다 멍석 말아라.” 굵은 빗줄기가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하면 텃밭에서 일하던 농부들은 급한 마음에 애들부터 부른다.곧이어 한걸음에 마당 앞까지 줄달음친다.다 마른 곡식이 물에 젖을라사색이 된 얼굴이다.재빠른 손놀림으로 마당과 고샅에 깔린 멍석을 대청마루 안으로 옮긴다.아이들은 비가 오는지바람이 부는지 딴청이다.그저 놀기에 바쁘다.부모님으로부터 ‘꿀밤’ 한대씩을 얻어 맞고 나서야 급박함을 알아차린다. 농경사회에서 멍석의 쓰임새는 다양했다.곡식을 거둬들여 건조시키는 유일한 도구였다.때문에 멍석 숫자로 가세(家勢)를 가늠하던 시절도 있었다.요즘처럼 곡식을 말리는 데 유용한 비닐류 제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땡볕에 금방 열을 받아 곡식을 단시간에 말려주는 아스팔트가 깔린 것도아니었다.멍석 위에서 검붉게 말라가는 고추가 한가한 시골 마을을 뒤덮을 쯤이면 가을이 성큼 다가온다. 곡식 건조용뿐만 아니다.시대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사람을 멍석에 둘둘 말아 몽둥이로 때리는 ‘멍석말이’에도요긴하게 이용됐다.세도가에서 하인이나 상민에게 가하던사형(私刑)의 하나다.마을에서 ‘망나니 짓’을 하거나 죄를 지을 경우 촌장의 이름으로 멍석말이가 진행되기도 했다.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도구였기 때문이리라. 잔칫집이나 상가에서도 마당과 골목 어귀에 멍석이 깔린다.전통 혼례 때도 멍석 위에서 신랑 신부가 맞절하는 의식이 치러졌다.상주와 슬픔을 나누기 위해 밤을 지새우는문상객들도 멍석 위에서 술판을 벌였다.명절이나 농한기면 마을앞 광장이나 여염집 마당에서 윷판용으로도 애용됐다.누더기가 된 멍석 위에 쑥 등 풀잎으로 ‘말금’을 그려넣고 종지에 넣은 윷가락을 하늘높이 치켜 올린다.막걸리잔에 해가 넘어가는 줄도 모르는 어른들의 ‘놀이용’으로도 그만이었다. 이처럼 생활 곳곳에서 ‘판’을 벌일 때 꼭 등장하는 것이 멍석이었다.그래서인지 멍석은 요즘도 먹고 마시는 업종의 상호에 수없이 나온다.‘멍석골 보신탕집’‘멍석촌음식점’‘멍석마당’‘멍석마루’등 넉넉함과 정겨움을풍기는 이름들이다. 그뿐이랴.속담에도 멍석이 자주 등장한다.‘하던 지랄도멍석 펴 놓으면 안한다.’는 하던 일도 더욱 잘하라고 떠받들어 주면 안 한다는 뜻이다.또 ‘강아지 메주 멍석 맡긴 것 같다.’는 믿을 수 없는 사람에게 중요한 일을 맡겨 불안하다는 의미다.멍석은 우리 생활과 뗄 수 없는 중요한 도구임을 말해 주는 것들이다. 짚이나 새끼를 촘촘히 엮어서 만드는 멍석은 긴 공정상‘사랑방 문화’를 만들어 낸 매개체 구실도 했다.시골집골방에서 어른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멍석을 삼으며 기나긴 겨울밤을 지새웠다.개똥이네 집 숟가락이 몇개인지,아무개네 집안 사정이 어떤지도 이곳에서 퍼져 나간다.비밀이란 게 있을 수 없는 공동체의 산실이었다. 70년대 후반쯤부터 멍석·짚가마니 등 짚으로 만든 도구들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산업기술의 발달로 만드는데 품과 시간이 많이 드는 물품을 대신해 플라스틱류 등의 화학제품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멍석은 요즘 민속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정도다.잔칫집이나 술판에 으레 깔리던 멍석은 추억 속으로 사라져간다.속도와 경쟁하듯 살아가는 우리네 마음의 여유를 되돌아 보게 하는 물건들이다. 최치봉기자 cbchoi@
  • [심층분석 이회창] (1)그는 누구인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가 7일 충북지역 대선후보 경선에서 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됐다.9일 마지막 서울경선과 10일 전당대회를 통한 모양 갖추기 절차만 남겨 놓고 있는 상태다.이 후보의 신상과 이념·정책 및 인맥을시리즈로 심층 해부해 본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를 가리켜 측근들은 “정치권에 들어와서 망가진 사람”이라고 애정어린 평가를 하곤 한다.정말 ‘망가졌다.’는 뜻은 아니다.정계진출 이전에 법조계에서,공직사회에서 그만큼 추앙받았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그러나 이 후보는 스스로를 “정치 초년생”이라고 밝히고 있듯이 기존 정치인과는 사뭇 다른 측면이 있다.그러면서 3김을 닮아갔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정치역정] “김영삼(金泳三·YS)전 대통령과 김대중(金大中 ·DJ) 대통령이 없었다면 이회창의 오늘은 없다.” 이 후보의 정치 입문과 성장기를 압축해놓은 표현이다.이 후보는 문민정부 초대 감사원장으로 발탁된 뒤 96년 4·11총선 직전 당 선대위의장으로 영입된다.이듬해 3월 노동법 사태,한보사건으로 위기에 봉착했을 때 YS는 그를 당대표에 앉힌다.이 후보는 YS와 끊임없는 갈등속에서 대중적 인기를 얻었고 정치적으로 급성장,불과 정치입문 1년반만에 집권당 대통령 후보직을 거머쥐는 ‘정치 신화’를창조한다. 그러나 연말 대선에서 패한 그는 당 명예총재로 정치일선에서 물러나 있다가 98 년8월 전당대회에서 제1야당 총재로 복귀한다. 이 때부터는 시련의 연속이다.첫 1년은 ‘이 총재의 유리(遊離)기’로 분류되기도 한다.동생 회성(會晟)씨가 세풍·총풍사건에 연루돼 구속되고 측근인 서상목(徐相穆) 의원의 대선자금 불법모금 사건이 불거져나왔다.대여투쟁을본격화하는 과정에서 국회는 문만 열어놓은 채 공전됐으며 ‘방탄국회를 열고 있다.’는 비난을 받게됐다. 2000년 4·13 총선을 앞두고는 위험한 모험을 한다.김윤환(金潤煥) 이기택(李基澤) 신상우(辛相佑) 전 의원 등 계파 수장들을 공천과정에서 물갈이한 것이다.당의 분열 가능성을 감수한 게임에서 승리한 그는 거대야당을 만들어낸다.이어 5월 전당대회에서 김덕룡(金德龍)의원 등의 도전을 물리치고 당 총재를 연임한다. [‘대쪽 판사’] 이 후보는 고시8회에 합격,지난 60년 인천지법에서 법관의 길을 걷기 시작한 뒤 81년 46세에 최연소의 나이로 대법원 판사에 올라 5년간은 법조계에 발자취를 남겼다.박세경(朴世俓) 변호사 계엄법위반사건,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 김기철(金基喆) 상임총무의 국가모독사건,강신옥(姜信玉) 변호사의 긴급조치위반사건 등에서 그가남긴 소수의견 또는 보충의견은 법 해석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이 뒤따른다. 88년 7월 다시 대법관으로 임용된 뒤에도 그의 ‘소수의견’은 빛났다.‘국가보안법의 고무 찬양죄는 직접적이고구체적인 이적행위가 나타나야 적용할 수 있다.’는 새로운 해석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향후 관련 판결에 큰 영향을끼친다.‘육체노동자의 정년을 55세로 본 견해를 폐기한다.’는 판결로 근로자의 정년이 60세로 5년 더 늘어나는 데도 공헌했다. [공직 생활] 세간에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대법관 복귀와 함께 중앙선관위원장직을 수행했을 때다.그는 89년 4월동해시 보궐선거,이듬해 영등포을 재선거 때 당선자를 포함, 후보자 모두를 고발했고,당시 각당의 수뇌인 ‘1盧3金’에게 친필 경고서한도 보냈다. 결국 15개월여만에 불법선거를 제대로 막지못한 책임을지고 자진사퇴했지만,몇몇 언론매체는 그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문민의 정부 감사원장 시절에는 율곡사업,평화의 댐을 도마에 올리며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대통령으로부터 서면조사를 받아내고 감사원의 위상확보에 힘썼다.국민적 인기는 절정에 달했을 무렵이다. YS는 93년 12월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기 위해’ 이 후보를 국무총리에 전격 기용한다.당시 야당도 환영했다.그러나 총리의 역할을 놓고 청와대와 마찰을 빚어오다 127일만에 사표를 던진다. [성장기] 이 후보는 명가(名家)에서 출생,성장해 명문학교를 거친 최고의 엘리트이다.본가는 부친대부터 당대까지박사만 7명을 배출했다.외가는 천석지기의 부호에다 외삼촌 3명이 모두 국회의원을 지낸 쟁쟁한 가문이다. 그런 그가 학창시절 신문배달을 하고,닭을길러 달걀을시장에 내다팔았고,17세에 소년가장으로 가족을 부양하며물로 배를 채운 일을 거론하는 것은 “어려움도 모르고 온실속에서 자란 것만은 아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검사인 부친의 임지를 따라다니느라 자주 전학을 다녀야 했다.토박이들의 텃세에 싸움도 했고 그래서 권투까지 배웠다.뒤쳐진 성적으로 가출한 전력까지 담은 그의 자서전은 평범한 성장과정을 조명하고 있다. 이지운기자 jj@
  • 집중취재/ 신용카드 ‘범죄 온상’인가 (1)마구잡이 사용이 낭패 부른다

    서울시 공무원인 김모(32)씨의 하루일과는 생활정보지를 뒤지는 일에서 시작된다.카드대금 결제일에 맞춰 속칭 ‘카드깡’으로 연체된 카드대금을 대납해 줄 사채업자를 구하기위해서다.그는 틈나는 대로 전당포를 기웃거리는 버릇까지생겼다. 그의 비극은 2년 전 카드사의 집요한 권유로 무심코 발급받은 신용카드 한 장에서 비롯됐다.1500만원이었던 빚이 지금은 7500여만원으로 불었다.신용불량자가 되지 않으려고 여러 장의 카드를 발급받아 ‘돌려막기’를 하다보니 그의 지갑에는 어느덧 8장의 신용카드가 쌓였다. 공무원 월급으로는 월 150만원에 이르는 이자를 갚기란 불가능했다.김씨는 요즘 공무는 제쳐둔 채 하루종일 돈을 구하러 뛰어다닌다.연체사실이 알려지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될까봐 동료들에게 도움도 청하지 못한다.아내에게도 알리지 못한 채 혼자 전전긍긍하고 있다. 김씨는 ‘해결사’까지 동원한 사채업자들의 빚 독촉에 한때 자살도 생각했고,영화에서 본 것처럼 ‘은행털이’도 생각했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회사원 진모(34)씨는 카드빚으로 인해 아내를 형사고발해야 할 지경에 놓였다.진씨의 아내 최모(35)씨는 지난해 4월 남편 명의로 신용카드 2장을 몰래 발급받아 3200만원을 끌어썼다가 최근 남편에게 발각됐다.최씨는 남편에게 “이혼하겠다.”는 쪽지 한장만 달랑 남기고 가출해버렸다.연체금을 대신 갚지 않으려면 아내를 고발해야 한다는 카드사의 충고에 진씨는 고민만 거듭하고 있다. 진씨는 “카드빚 3200만원 때문에 이혼하는 것도 모자라 아내를 고발까지 해서야 되겠느냐.”면서 “나중에 자식들이알면 나를 어떻게 보겠느냐.”며 아내와 카드사를 원망했다. 박모(23·여·서울 논현동)씨는 카드빚 3000만원을 갚기 위해 낮에는 의류판매원,밤에는 보도방을 통해 테이블당 8만원씩 받는 룸살롱 접대부로 일하고 있다.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빚이 늘어나자 팁을 많이 받는 ‘쇼’와 ‘2차’도 마다하지 않는다. 1년전만 해도 박씨는 서울의 대학에 다니는 미술학도였다.박씨가 이처럼 나락에 빠져든 것은 카드빚 때문이었다.박씨는 지난해 3월 학교 앞 가판대에서경품을 제공한다는 말에솔깃해 신용카드 1장을 만들었다.카드가 생기자 평소 사고싶었던 옷과 화장품,구두 등을 마음껏 구입했다.다음달 날아든 카드대금은 무려 400여만원.며칠간 고민하던 박씨는 또다시 카드를 만들어 ‘돌려막기’를 시도했고,빚은 5개월만에1000만원을 넘어섰다. 한순간 요술방망이처럼 느껴졌던 카드가 악몽이 돼 버린 것이다.고민을 거듭하던 박씨는 어느날 ‘월수입 300만원 보장’이라는 생활정보지의 광고를 보고 무작정 직업소개소를 찾아갔다.“눈 딱 감고 한달만 일하면 쉽게 1000만원을 벌 수있다.”는 소개업자의 꼬임에 빠져 접대부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선금으로 1000만원을 빌려 카드빚을갚은 뒤 일을 하면서 그 돈을 갚기로 했지만 서너달이 지나자 선이자와 옷값,화장품값,소개료 등이 합쳐져 처음 빌린 1000만원에 500여만원이 더 붙어 있었다.예정된 수순대로 박씨는 경기도의 한 윤락업소로 팔려 갔고 그곳에서 1500만원을 빌려 지난번 업소의 빚을 갚았다.이런 식으로 윤락업소 3곳을 전전했지만빚은 오히려 3000만원으로 늘어났다. 지난 2월 천신만고 끝에 윤락업소를 탈출했지만 ‘이미 망가졌다.’는 자포자기 심정에 얼마전부터 또다시 접대부의길을 찾아나섰다.박씨는 매일 아침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학교에 간다고 거짓 전화를 한 뒤 자취방을 힘없이 나선다. 카드빚으로 인한 부작용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어린이 유괴,동반 자살,강도,살인 등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림대 사회학과 한준(韓準·37)교수는 “카드빚으로 인해신용불량자가 되면 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는 패배의식에 사로잡히게 되고 자칫하면 극단적인 범죄로까지 내닫게 된다.”면서 “관계당국의 관리·감독도 중요하지만 카드 소지자들이 ‘빚은 내 자신의 미래를 저당잡히는 것’이란 생각부터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한 교수는 또 “어린시절부터 계획성있는 생활습관과 자제력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영표기자 tomcat@ ■20대 남녀2人 패가망신 사례 ◆20대 여성=“카드를 쓰고 사채를 얻은 것이 이렇게 인생을 망칠 줄 몰랐습니다.” 지난 3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사기혐의로 구속된 K씨(27·여·광주시 북구)는 사채를 막기 위해카드빚을 내고 이를 갚기 위해 다방업주를 상대로 이른바 ‘탕치기’를 상습적으로 해오다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광주에서 전문대를 졸업한 그는 피아노 강습을 하면서 평범한 사회인으로 활동했다.그러던중 아버지가 병환으로 쓰러지자 돈을 더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병원비라도 보태려고 서울에 왔으나 막상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그는 ‘신분증만 있으면 대출해 준다.’는 신문광고만 믿고 사채업자에게 100만원을 빌렸다.당시 손에 쥔 돈은 선이자 명목으로 20만원을 뗀 80만원이었다.이자도 열흘만에 20만원씩 불어났다.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그는 광주와 보성 등지의 다방에 취직했다. 선불금으로 200만∼300만원씩 받았으나 빚갚기에 급급했다.길거리에서 카드사의 권유로 카드를 몇개 갖게 되고 카드 빚을 또다른 카드로 막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1년새 빚은 2500여만원으로 늘었다.카드 빚과 사채에 시달리던 그는 지난해 11월 전북 김제의 모다방 업주(30)에게 종업원으로 일할 것처럼 속이고 선불금 300만원을 받은 뒤 달아나는 등 모두 6차례에 걸쳐 2700만원을 가로채는 ‘탕치기’ 전과자로 전락했다. ◆대학생=인천의 한 대학에 재학중인 G씨(26·3학년)는 신용카드를 3개 갖고 있다.한도액은 모두 2800만원.군대를 다녀온 뒤 지난해초 복학했을 때만 해도 신용카드는 하나로 한도액도 280만원에 불과했다.그러나 총학생회 일을 맡으면서 카드를 2개 더 발급받았다. 공무에 비례해 개인 씀씀이도 덩달아 커졌다.처음 식사비에서 점차 유흥비·쇼핑비 등으로 카드 사용영역은 확대되어갔다.월 20만원이던 개인용 카드사용액이 50만∼60만원으로늘었다.100만원을 넘기기도 했다. 아르바이트로 버는 월 30만원으로는 카드대금을 감당할 수없자 A카드사로부터 현금서비스를 받아 B카드사 빚을 갚는‘돌려막기’에도 능숙해져 갔다.카드사가 사용한도액을 마구 늘려 주었기 때문에 이같은 일이 가능했다.그러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고금리로 연체를3번이나 했다. 그는 “신용카드는 모든 것을 먹어 치우는 괴물”이라며 카드를 마구 쓴 일에 대해 후회했다. 인천 김학준·광주 최치봉기자 kimhj@ ■본인 확인않고 멋대로 발급 지난 3월 중순 금융감독원 인터넷 홈페이지(fss.or.kr)에는 금감원의 조치를 크게 환영하는 네티즌의 글이 많이 떴다.당시 금감원은 삼성·LG·외환카드에 1.5∼2개월간 업무정지 조치를 내렸다.늘 욕만 먹던 금감원이 칭찬을 받은 건 이례적이었다.금융이용자들이 카드업계의 영업행태에 대해 그만큼 불만이 많았다는 방증이었다. [무자격자에게 발급] 카드사가 신청인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멋대로 발급한 경우다.다른 사람의 명의를 이용한사람이나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 등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해줬다는 얘기다. 금감원이 지난 3월 전체 25곳의 카드사를 상대로 검사한 결과,본인여부 확인을 제대로 하지않고 995명에게 멋대로 발급해준 사실이 드러났다.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검사에서는 삼성카드가 무자격자 292명에게 카드를 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LG는 265명,국민·외환은 152명씩,다이너스카드는 36명이었다. [멋대로 정보유출] 카드회원의 신용정보나 금융거래 정보를회원의 서면동의없이 제멋대로 업무제휴를 맺은 보험사 등에 제공했다가 681건이 적발됐다.지난해 12월 검사에서는 비씨·국민·현대카드가 이같은 탈법행위로 적발됐고,지난 3월에는 삼성·LG카드가 추가로 적발됐다. [감독당국도 무섭지 않다] 카드사들은 금융당국도 우습게 봤다.지난해 12월 검사결과,카드업계를 대표하는 삼성·LG카드사는 업무보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상습적으로 늦게 제출해 대표이사가 각서를 내야했다. [신용불량자 110만명 양산] 카드업계의 무분별한 영업행태는 신용불량자 숫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지난해 12월말 104만여명이던 카드 신용불량자는 지난 3월말에는 6만 5400여명(6.3%)이 증가한 110만여명으로 불어났다. 특히 지난 3월에 신규 카드회원 모집 및 발급업무를 정지받은 회사의 신용불량자등록이 많았다.LG카드가 지난해 말에비해 3만 6940명이 증가했고,삼성은 2만 8459명,외환은 2만5450명,국민은 2만 4988명이 각각 늘었다.대부분 전업카드사의 미성년자 신용불량자 수가 줄었는데 LG카드는 1145명에서 1389명으로 오히려 244명이나 증가했다. 박현갑기자 ■올바른 카드 사용법 신용카드는 ‘잘쓰면 약,못쓰면 독’이다. ◇주머니 사정에 맞게 써라. 신용카드 사용액은 대출금이나다름없어 소득수준에 맞게 써야 한다.과다한 쇼핑,증권투자등 건전하지 못한 소비나 투기목적으로 카드에 손대는 것은위험하다. ◇쓰지 않는 카드는 과감히 없애라. 사용하지 않는 카드는폐기하는 게 좋다. 남의 권유로 마지못해 카드를 여러 장 만들었더라도 지갑에는 꼭 사용해야 할 1∼2장만 넣어두는 것이 좋다. ◇카드연체시 사채업자를 찾지말라. 카드대금이 연체됐을 때 이를 갚기 위해 연체대납업체나 사채업자를 찾아선 안된다.연체시 신용불량자로 등록이 되나 나중에 갚으면 신용불량에서 풀린다.고리의 사채업자들에게 의지하는 것은 더 큰 위험을 부른다. ◇현금서비스를 자제하라. 현금서비스를 지나치게 받으면 금융기관 대출이 어려울 수 있다.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을 이용하면 비싼 수수료·이자도 부담하게 된다.오는 7월1일부터는 1000만원 이하의 소액대출금 및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사용액도 은행연합회가 집중 관리하기 때문에 개인신용에 더욱신경써야 한다. ◇부모는 자녀의 카드발급 여부를 확인하라. 자녀가 잠시 아르바이트하면서 정식 직장이 있는 것처럼 속여 카드를 발급받거나,카드사가 자녀의 소득 등을 따지지 않고 발급해주기도 한다. 신용정보업자에게 소액의 수수료를 주면 자녀들이 신용카드를 갖고 있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어려울 땐 부모나 금감원에 연락하라. 미성년자 등 사회경험이 적은 사람은 신용카드 연체 등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부모나 소비자보호단체,금감원 등과 상의해 해결책을 찾는게 바람직하다. ◇분실·도난카드는 쓰지 마라. 분실 또는 도난된 신용카드를 사용하다 적발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부당한 채권추심은 신고하라. 카드사가 연체대금을 빨리갚으라고 전화로 독촉하거나,가족 등을 협박하면 내용을 녹취해여신전문금융업협회나 금감원에 신고하라.당국이 카드사에 적절한 조치를 내려준다. ◇카드는 빌려주지 말라. 신용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거나 맡겨서는 안된다. ◇상호 확인해야. 신용카드 결제 서명시 매출전표상의 상호와 실제 상호를 꼭 확인해야 한다. 전표와 실제 상호가 다를 경우 본인이 사용하지 않은 물품대금이 청구되는 수가 있다.국세청이나 금감원에 신고하는 것도 피해를 줄이는 길이다. 박현갑기자 eagleduo@ ■기고/ “카드사 수익금 떼내 범죄예방에 투자를” 최근 잇따라 발생한 연쇄 강도살인사건의 범인들은 한결같이 ‘카드빚’ 때문에 범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사실일까? 신용카드와 범죄 사이에는 어떤관계가 있을까? 신용카드가 없었다면 이들은 범행하지 않았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은 카드빚 문제가 없었더라도 범죄를 저질렀을 것이라는 게 학자들의 다수 의견이다. 신용카드는 능력범위를 벗어난 소비를 가능케 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범죄의 유혹’을 불러일으킨다.범죄의유혹에 넘어가는 젊은이들을 다른 젊은이들과 비교해 보면 “남들처럼 입고 먹고 놀고 쓰고 싶으나 그럴 능력이 없다.”는상황에서 이들에게는 ‘법과 윤리’가 전혀 억제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을 간파할 수 있다.또 이들에게는 피해자의고통과 충격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며,“나는 잘못이 없는데 사회가 불공평하고 썩어 있어 피해를 보고 있다.”는강한 반사회적 심리가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은 신용카드가 없었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빚을얻었거나 그 이전에 물욕을 채우기 위해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범죄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겪은 애정결핍과 가정 불화 등으로 인한 정서 장애가 욕구 불만,감정조절 능력 부족 및 학습 부진,대인관계 문제 등으로 이어져법과 규칙을 무시하고 다른 사람의 상황이나 감정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심리상태에 놓여 있다. 모든 문제를 자신의 탓이 아닌 남과 사회 전체의 탓으로 돌려버리는 일종의 ‘반사회적 성격장애’에 물들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범죄 사회학적으로 해석하면 현대 사회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사회가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부,명예,권력’ 등을 얻지 못하더라도 부모 등 모범적인 주위사람과의 관계를통해 법과 규범을 지키며 나름의 자제력을 발휘하며 생활한다.반면 범죄자들은 모범적인 사람들보다는 불량한 선배나또래들과의 접촉에 경도돼 속임수와 폭력,절취 등 일탈적인방법과 습관에 보다 빨리 익숙해진다.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범죄다. 따라서 살인범들이 내세우는 ‘카드빚’은 스스로에 대한변명이자,다른 사람들이 이해해 줄 것으로 믿으며 스스로 꾸며낸 탈출구라고 할 수 있다. 동일한 카드가 주어지더라도 성장 환경이나 교육 등에 따라 그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나지만 사리분별이나 경제력이없는 청소년에게까지 마구잡이로 카드를 발급한 결과,100만명 이상의 신용 불량자를 양산한 신용카드 업계의 잘못된 관행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특히 최근 발생한 연쇄강도살인사건에서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 희생자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뼈아픈 교훈을 느껴야 할 것이다. 특히 신용카드 업계는 현금탈취와는 달리 ‘비밀번호’를알아내기 위해 고문 등 보다 잔혹한 범죄방식을 부추긴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수익의 상당 부분을 범죄예방에 사용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범죄의 온상’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카드업계의자성과 자정 노력을 기대해 본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
  • 어린이 책 세상/ 달리는 새둥지 등

    ◆달리는 새둥지(김남숙 글,권인수 그림) 충북 괴산에 있었던 미담을 유년기 어린이를 위한 동화로 재구성했다.딱새 부부는 태어날 새끼들의 안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기위해 유조차를 발견하고 힘들이지 않고 여행도 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 유조차에 둥지를 틀기로 한다.마침 딱새를발견한 유조차 주인은 오히려 반가워하며 먹이도 주고 둥지도 수리해주며 다친 새끼가 무사히 나은 뒤 숲으로 딱새들을 돌려보냈다는 이야기다.가교 9000원. ◆수상은 수영장 산다?(도리스 슈뢰더-쾨프 엮음,박종대옮김) 독일의 저명 인사 28인이 기고한 글들을 모았다.정치와 관련된 복잡한 개념들을 비유적으로 간단하게 묘사함으로써 청소년들이 정치의 개념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했고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법을 일러준다.다른우리 1만원. ◆수탉을 이긴 깜동이 토끼 (이상교 글,유진희 그림) 힘없는 토끼들을 괴롭히는 수탉과의 싸움에 당당하게 나선 깜동이 토끼의 모습을 그린 창작 동화. 한국어린이교육원 7000원. ◆아주 특별한 점심(로버트 벤더 글·그림,손자영옮김)자연계의 먹이사슬을 유쾌하게 풀어낸 그림 동화.배가 고파 딱정벌레를 잡아먹은 개구리를 물고기가,물고기를 뱀이,뱀을 악어가,그 악어를 사자가 잡아 먹는다.국민서관 8500원. ◆수리수리 맛소금(박무직 글·그림) 한국 명랑만화의 명맥을 잇기 위해 창작된 것으로 어린이를 위한 요리 만화.1990년대 들어 ‘닥터 슬럼프’‘짱구는 못말려’ 등 일본개그만화가 유입되면서 차츰 자취를 감추게 된 한국 명랑만화의 부활판이랄 수 있다. 바다그림판 8500원. ◆늑대의 돼지꿈(기무라 유이치 글,다시마 세이조 그림,박이엽 옮김) 4∼7세용.놓쳐버린 돼지 새끼를 찾아나서는 늑대의 이야기로 욕심 많고 엉뚱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늑대의 캐릭터가 흥미롭다.현암사 1만2000원.
  • 꽃게 사라진 밥상 러시아 대게 차지

    연근해산 꽃게가 밥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꽃게잡이가 제철이지만 반입량이 예년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데다 가격마저 크게 올라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기때문이다.대신 값이 싼 러시아산 대게가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6일 해양수산부와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등에 따르면 이달들어 활꽃게 반입량은 하루 평균 1t으로 지난해의 20% 수준으로 줄었다.㎏당 가격도 암게는 3만 3000∼3만 5000원으로 60%,수게는 2만 500원선으로 50% 가량 각각 올랐다. 반면 러시아산 대게의 하루평균 반입량은 5t 가량으로 상품성이 좋은 800g∼1㎏짜리가 1만 2000원선에 거래되고 있다.이달 중순부터 반입량이 10∼15t으로 크게 늘 전망이어서 가격이 더 떨어지고,상대적으로 꽃게의 판매는 더 위축될 것이란 관측이다. 수산업계 관계자는 “원래 꽃게는 동중국해에서 많이 잡혔으나 최근에는 중국 해안공단의 오·폐수 방류 등으로 해양오염이 심각해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며 “연평도 등 서해 일부 해역에서 잡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연근해산 활꽃게는 사실상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말했다. 주병철기자 bcjoo@
  • 명의 허준 체취가 가득

    조선시대 명의 ‘허준(許浚)’의 발자취가 물씬 풍기는경남 산청군 산청읍에서 지리산 한방약초축제가 8∼12일열린다. 축제는 전통 한의학 및 한약초와 관광객들과의 만남이 주제다.가족·친지들과 함께 지리산 등산후 우리의 전통 한방을 체험해 보면 좋을듯 싶다.산청군이 주최하고 경남도와 문화관광부 등의 후원이다.올해가 2회째다.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산청은 물 좋고,공기 맑기로 널리알려진 시골마을.고향을 등진 청년 허준이 가솔과 함께 정착,의술을 닦은 곳이다. 첫날인 8일 오후에는 군 공설운동장에서 개막식과 함께축하공연이 있고,9일부터는 약초잔치한마당과 전통한방체험 등의 행사가 마련돼 있다. (055)970-3223. 산청 이정규기자 jeong@
  • 분당 파크뷰 특혜의혹-일부 공직자 부인명의 분양/검찰수사 왜 더딘가…

    배우자 등의 명의로 분당 ‘백궁·정자지구’의 파크뷰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받은 국정원 간부,군 장성,부장판사 등 고위 공직자 4명의 분양 과정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분양받았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이름이 분양자 명단에 들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들은 한결같이 특혜분양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가정보원 김은성(金銀星) 전 2차장이 ‘탄원서’에서 특혜분양을 받았다고 주장한 130명에 포함되는지는 검증해 봐야 할 부분이다. ●고위 공직자 분양 확인= 현재까지 파크뷰 아파트 분양권을 갖고 있는 인사들은 국정원 고위 간부(1급) J씨,3성(星)장군 K씨,서울지역 부장판사(차관급) O씨,금융기관 최고위 간부 L씨 등 4명이다.이들중 J씨와 K씨는 배우자 명의로 분양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대부분 “주변의 권유로 직접 제값을 다 주고,분양받았을 뿐 특혜는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의혹은가시지 않고 있다. 더욱이 이들 외에 아직 분양권을 보유하고있는 공직자가 더 있을 가능성까지 제기됐다.사정기관 쪽에선 당시 국정원이 130여명의 특혜분양자 가운데 30여명과 연락을 취해계약을 해지했다는 얘기가 나왔다.100여명은 아직도 분양권을 갖고 있다는 것.해지한 사람 중에는 모 부처 차관급및 1급 인사,다른 부처의 차관 및 차관보,국장급 인사,전현직 의원 5명,현직 검찰 중간 간부 L씨 등 10여명의 법조계 인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민주당 김옥두(金玉斗) 의원은 부인과 딸 명의로 분양받았다가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성남 지역에서는 특정지역,특정고교 출신들이 집중적으로 분양받았고,고위층 친인척인 K씨의 지인 및 검찰 고위간부,지방언론사 간부 등도 특혜 분양 대열에 끼여있다는 설이 파다했다.한나라당 전 의원 P씨,연예인 N·S·H·K씨 등 특정 계층의 인사들이 대거 분양받은 점도 이상하다. 이와 관련,청약 추첨 방식으로 분양된 로열층 510가구 가운데 134가구가 계약 직전(청약 신청 마감후 1주일 이내)분양을 포기한 것으로 드러나 해당분이 고위층 인사들에게 특혜 분양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 수사 전망= 거론된 고위 공직자들이 파크뷰 아파트를 분양받은 과정 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 특혜 분양으로 확인되면 검찰 수사의 핵심은 특혜를 받은 이들이 업체를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밝혀내는것이다.업체측에서 ‘보험용’으로 특혜를 제공했을 여지도 있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까지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이와 관련,검찰 고위간부는 “(특혜분양의) 범죄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면서 “수사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 ■검찰수사 왜 더딘가… 분당 파크뷰의 특혜분양 명단에 판·검사 등 수사기관 관계자들이 포함됐다는 김은성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의 주장이 나오면서 ‘백궁·정자 의혹’과 관련된 그동안 검찰수사가 수개월째 답보상태인 이유가 이것 때문이 아니냐는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쯤 꼬리를 문 백궁·정자지구 파크뷰의 특혜시비는 주거와 상가가 별동으로 지어지는 해괴한 주상복합아파트의 형태로까지 이어지면서 용도변경과 특혜분양,용적률 등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져만 갔다. 특히 파크뷰 특혜분양과 관련해서는 당시 공무원과 일부언론사 기자 등이 포함됐다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시공사측이 적극적으로 나서 부인했고 결국 검찰의 수사착수 소식에 일말의 기대를 건 채 의혹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최근 특혜분양에 판·검사가 포함됐다는 소식에 시민단체들은 “수사 진척이 전혀 없었던 이유를 이제는 좀 알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성남시민모임 관계자는 “지난해 백궁·정자지구 특혜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사기관 직원들이 파크뷰 시공자인 홍모씨가 운영하는 분당S골프연습장에서 무료로 골프를 치곤했다는 주민제보도 접수됐다.”며 “이때부터 수사기관 직원들의 연루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은 파크뷰 특혜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6월 주민들이 제기한 용도변경 등과 관련된 비리제보에 건설업체와 일부 관계공무원들을 몇차례 소환 조사한 뒤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며사건을 종결했다.여론조사 의혹이나 정치권 유착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침묵했다. 그러나 검찰은 백궁·정자지구 관련 의혹이 꼬리를 물자지난해 11월 재차 수사에 착수,지금껏 ‘수사중’이란 팻말만 내걸고 있다. 성남시민모임 이재명 변호사는 “당시부터 수사기관 직원들이 개입됐다는 제보와 의혹이 나와 수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며 “정치자금 조달과 관련됐다는 주장이 있는 만큼 특별검사제 도입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밝혔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
  • [사라지는 것을 찾아] 하숙집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인기가수 최희준이 부른 국민가요 ‘하숙생’의 첫머리다.충남 천안삼거리에 가면 이 노래비가 서 있다.노랫말을쓴 김석야(金石野·2000년 작고)가 천안출신이어서 세웠다고 한다.옛날 한양을 가든,삼남을 가든 이 삼거리를 거치지 않을 수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역이미지와도 잘 어울리는 노래랄 수 있다. 하숙생들이 머물던 하숙집은 그런 곳이었다.낯 모르는 이들이 모였다 흩어지는, 잠시 머물던 집에 불과했다.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원룸과는 달리 사람 냄새가 새록새록 솟아나는 그런 공간이었다. 하숙집이라야 허름한 게 대부분이었지만 학숙생들간에 정이 두텁고 주인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객지생활의 외로움을 달래주었다.밤늦게 들어와도 물렸던 저녁상을 차려주며 건강 걱정도 해줬다. 특히 지난 70∼8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중·장년층에게하숙집은 더욱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를 것이다.서울의 대학가 주변 하숙방은 때로는 일종의 ‘의식화 학습’을 위한 토론장이었다.강소주와 포장마차에서 사온 닭발과 과자부스러기를 놓고 남미의 종속이론과 유신체제 비판,민주화투쟁 방안과 관련해 대화를 하다가 자정 무렵 통금시간이가까워지면 또다른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와 하숙방은 호떡집에 불이 난듯 토론에 열기를 더해가곤 했다.사복형사들은 ‘운동권’학생들의 동향을 살피기 위해 수시로 하숙집을 들락날락했다. 그런가 하면 지방에서는 사범대나 교대를 나오면 인근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학생들이 많아 집안이 어려운 일부 교대생은 공짜 하숙을 하다 나중에 교사가 돼 갚는 경우도더러 있었고,주인도 별로 탓하지 않았다. 주인 아주머니가 자기 사윗감으로 점찍어 뒀던 학생은 ‘특별대접’을 받았다.다른 학생들 몰래 당시 귀했던 달걀프라이를 따로 얹어주는 등 특식(?)을 챙겨줬다. 예전의 하숙집은 입방식부터 요란했다.소주잔을 기울이며 정을 나눴다.안주라야 별것 아니었지만 이런 풍성한 손님맞이 때문에 새내기 하숙생은 처음 맞는 하숙집이 낯설지않았다. 대개 하숙집은 허름한 한옥에 ‘벌집’처럼 방이여러개 따닥따닥 붙어있었다.그렇지만 푸른 하늘과 별들이 훤히 보이는 마당이 있어 답답함을 못 느꼈다. 요즘은 아파트에서 하숙생을 많이 친다.방 하나에 2명씩 보통 4∼6명이 주인과 함께 살면서 부대낀다.낮은 천장이 짓누르는갇힌 공간에서 살다보니 사람들 사이에 짜증만 공존한다. 충남의 공주대에 재학중인 한 하숙생은 “요즘은 입방식이라는 게 없다.”며 “시설은 예전보다 좋아졌지만 하숙생들간이나 주인과의 관계는 철저히 계약관계여서 삭막하다.”고 말한다. 또 하숙집보다는 원룸을 더 선호한다.자취집과 같은 개념이지만 예전과 같이 돈을 아끼기 위해서가 아니다.‘사람들과의 단절’과 ‘혼자만의 자유’를 즐기는 세태의 한 단면일 뿐이다. 아침 저녁으로 얼굴을 보며 인사를 나누는 공간은 없지만 혼자 사용하는 화장실,싱크대 등 편의시설은 오히려 으리으리하다.그 속에 랜 등 각종 첨단시설들이 들어서 컴퓨터로 너나할 것 없이 얼굴없는 익명으로 대화를 나누고 정보검색을 즐긴다. 이처럼 컴퓨터를 통해 대화하는 상대와의 지리적인 거리만큼이나 하숙집에서 함께 동거하는 사람들간의 미운정 고운정조차 멀어지는 듯하다. 이천열기자 sky@
  • 대한매일, 증면에 걸맞은 다양한 기사를

    대한매일의 기사 및 편집 방향 등을 자문하고 있는 편집자문위원 간담회가 1일 열렸다.대한매일이 32면 체제로 바뀐 뒤 처음으로 열린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증면에 어울리는 좋은 기사로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간담회에는 최홍운 대한매일 편집국장과 김정탁 성균관대 언론대학원장 등 5명의 자문위원이 참석했다. ◆최홍운 편집국장=대한매일이 최근 28면에서 32면으로 증면했다.독자들에게 보다 알찬 뉴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하지만 이번 증면은 시작에 불과하다.앞으로 지면개혁 프로그램에 맞춰 40면까지 늘릴 예정이다.기사의 질은 물론양으로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도록 노력하겠다. ◆이금룡 (주)옥션 대표=최근 기사를 보면,대한매일 기자들이 예전보다 집요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이슈에 대해 다양하게 접근하려는 노력은 물론 후속 기사를 전달하는 열의가 엿보인다.이런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돼야 할 것이다. ◆최재훈 인권·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 증면을 축하한다.다른 신문에선 볼 수 없는 다양한 기획과 심층 기사를 기대한다.그리고 소수의 바람이나,작은 목소리도 지면에 반영해 주길 바란다.이를테면 최근 정치 기사를 보면 모든 신문이 민주노동당 등 군소 정당의 움직임은관심을 갖지않고 있다.그렇지만 군소 정당에도 분명한 지지층이 있고,참여자들이 있다.작지만 그 움직임은 알려야한다고 본다.균형감각을 갖추는데도 필요하고,독자를 확보해 나가는데도 필수적이다. ◆김정탁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장=대한매일이 행정뉴스를 특화했다고 하지만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다른신문이 쓰지 않는 것을 써야 행정뉴스의 진가가 나타난다.깊이 있고 발로 뛰는,그래서 다른 신문에선 볼 수 없는 기사가 많아 나와야 한다.그래야 공직 사회나 관변 인사들로부터 호응을 받을 것이다.정부 부처에 현안이 등장할 경우,해당 부처의 입장이나 시각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기사가 대한매일에서 나와야 한다.최근 차기전투기 사업논란,주적 개념논쟁을 예로 들면 대한매일을 봤더니 명쾌한 그림이 그려지더라는 평가가 나와야 한다.이것이 행정뉴스 특화다.지면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요즘 경쟁적으로 지면을 늘린 신문들을 들여다보면 방송에서 나오는 정보를 다시 나열한데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비슷비슷한 내용이 국민들의 입맛에 맞는지는 몰라도 언론 전체의 측면에서 보면 결국 제살깎아먹기다.방송이 못하는 것을 신문이 해줘야 한다.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육군중장)=국민들에게 정확한사실을 알리는 것이 언론이 할 일이다.때론 언론이 방향성을 갖고 문제를 접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차기전투기사업이나 주적논쟁도 마찬가지였다.주적논쟁의 경우,일부 언론이 마치 주적론을 폐지할 것처럼보도하고 정치권 등이 이분법적 시각으로 쟁점화하자 이를 또다시 크게 다뤘다.정말 이해하기 어렵다.이럴 때 대한매일이 당초 주적개념이 등장한 배경과 지금의 현실,앞으로의 개선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독자들에게 알리려는 노력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정탁=사회가 이분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데 동감한다.문제는 언론이 이에 적지 않은 부분을 기여한다는점이다.차세대 전투기 사업논란도 대표적인 사례다.기자들이 전체 상황 속에서 들여다보지 않고 기사가 될 만한 방향으로만 나아가려는 것 같다. ◆홍의 언론지키기천주교모임 대표=최근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후보 수락연설을 다룬 기사는 실망스러웠다.모든 신문이 다 똑같은 제목과 기사로 처리했다.그는 수락연설에서 ‘한 사람이 꿈을 꾸면 한낱 꿈이지만 우리 모두가 같은 꿈을 꾸면 그 꿈은 이뤄진다.’는 말을 했다.대한매일은 이런 참신한 내용을 제목으로 뽑고 기사화해서 차별화를 시도해야 한다.지면을 보다 알차게 하기 위해 더욱노력하길 당부한다. ◆김정탁= 노무현 후보의 등장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도너무 경직됐다.노무현 바람은 정치현상이 아니라 문화현상이다.스스로 보수 진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노 후보를지지하는 것은 ‘노풍’이 정치현상이 아니라는 증거다.하지만 언론들은 지역구도나 보수 대 진보의 구도로만 몰고간다.대한매일도 시류를 따라가기보다는 문화적인 관점에서 노 후보 관련 기사를 기획해보면 좋을 것 같다.선거 보도 때 문화부와 사회부가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재훈=최근 대한매일에서 노 후보와 참모들의 자유스러운 회의 분위기를 전하는 기사를 봤다.노 후보는 “분위기가 자유로워야 창의적인 발상이 나온다.”고 했다고 한다.대한매일도 그런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이금룡= 역사물에 대한 기획이 필요하다.고급 독자층을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다.감춰진 역사나 해외 한국인의발자취를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다큐멘터리도 좋고 인물탐방이 될 수도 있다.젊은이들에게 역사의식을 길러준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이는 대한매일의 색깔이 될 수 있다.기사를 기자가 다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인터넷 관련연구소 등과 손잡고 온라인 커뮤니티(동호회)를 통해 다양한 기획을 할 수 있다.기자는 기획만 하면 된다.최근 ‘집으로’라는 영화가 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옛 시절에 대한 향수,옛 것에 대한 그리움 등이관객들에게 어필했다고 볼 수 있다. ◆홍 의=동감이다.문화는 곧 인간이다.대한매일이 연재하고 있는 ‘사라지는 것을 찾아서’ 시리즈는 그런 면에서좋은 기획이라고 본다.끊임없이 소재를 발굴해 지속돼야한다.이런 기사가 읽힌다. ◆최재훈=NGO면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시민단체들의 전문성이 부족한 점도 있지만 기사가 행사와사업 소개 위주로 흐르다 보니 그만큼 깊이가 떨어진다.기자만 기사를 쓰지 말고 시민단체 활동가나 관련 전문가들의 글도 실어 꼭 다뤄야 할 부분은 다뤘으면 좋겠다. ◆홍 의=시민단체 가운데는 보도자료를 내지 않은 채 묵묵히 좋은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이를 발굴해 소개해 주면 이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이금룡=경제 기사는 기업보다 금융에 더 치중해야 한다.기업들의 보도자료를 소개하는 것보다는 금융 관련 심층취재가 필요하다.기업 기사는 들인 공에 비해 성과가 적지만 금융 기사는 재테크에서 정책까지 다양하게 쓰면서 독자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모자이크 식으로 지면을‘때워서는’ 안된다. 정리 김재천기자 patrick@
  • ‘反세계화 국제연대’ 퇴조하나

    국제회의 때마다 등장하던 국제 노동·환경 등 비정부기구(NGO)들의 반세계화 연대시위가 올 노동절에는 자취를 감추었다. 1999년 세계무역기구(WTO) 시애틀총회를 계기로 전세계 노동자들이 국제연대를 구축,반(反)세계화와 환경보호 등 전지구적 현안들을 외쳐오던 것과는 달리 올해에는 임금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 전통적인 노동 현안들을 주 이슈로 내건 것이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그러나 이번 노동절 시위만 갖고 반세계화 국제연대가 무너졌다고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2일 분석했다. [반세계화 구호 퇴조] 각국의 노동절 시위에서는 지금까지단골메뉴로 등장했던 반세계화 구호들은 사라지고 임금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실업문제 해결,노동조합 인정,사회보장혜택 확대 등 전통적인 노동계 이슈들이 부각됐다. FT는 이를 지난해 7월 ‘폭력의 장’으로 전락한 이탈리아 제노바 선진 8개국 정상회담과 9·11테러 이후 폭력화 양상을 띠는 반세계화 시위로부터 노동자들이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반세계화단체들은 반세계화 국제연대가 주춤하고 있는 것은 일시적 현상이라며 퇴조 운운 주장을 일축했다.이들은 반세계화 시위들이 특정 단체가 사전 조율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일어난 것으며 각국의 노동계가 처한 입장과 성향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나라마다 노동절 의미와 시기가 다른 점도 들었다. [10월 IMF·세계은행 총회 시험대될 듯]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오는 10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IMF·세계은행 총회가 반세계화 국제연대의 지속여부를 가름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9·11테러 발생 1년이 지난 시점으로 폭력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어느 정도 희석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반세계화 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브랜트 올슨은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이슈가 있을 때마다 노동계를 포함해 전세계적 연대를 다시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FT는 9·11테러의 여파와 시위대의 지나친 폭력 행사에 대한 일반의 반감이 쉽게 가시기 힘들어 당분간은 반세계화 단체들의 국제연대가 주춤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균미기자 kmkim@
  • 성공회대 김성수 총장, 판공비 4000만원 반환

    연간 4억원이 넘는 서울대 총장의 판공비 집행내역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취임 후 2년 동안 판공비 4000만원을 한푼도 사용하지 않은 대학 총장이 있어 화제다. 성공회대 김성수(71) 총장은 2000년 7월 취임 이후 학교측이 책정한 판공비 4000만원을 학교 운영비에 충당하라며 고스란히 반납했다. 김 총장은 25일 “대학 총장은 학생과 학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어렵게 마련한 등록금의 일부를 식비나 선물 구입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하기보다는 학생들을 위해 쓰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매월 한번씩하는 학생과 교직원 생일잔치,자취생들과의만남 등 모든 경비를 봉급에서 지출한 김 총장은 지난해 9월 갑자기 날아든 신용카드 연체 및 사용중지 고지서를 받고 곤혹스러워 했다. 홍보실의 이세욱(32)씨는 “총장님은 학교법인카드가 있는데도 항상 개인카드를 사용한다.”면서 “이런 분을 총장으로 모시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최종만(23·정보통신학과 4년)씨는 “학생들을 위한 생일잔치 등에 총장님이 월급을사용하시는지는 꿈에도 몰랐다.”면서 “훌륭한 스승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
  • 군산앞바다 임시탐사 이후/ ‘보물청자’ 대규모 인양 가능성

    ‘제2의 신안 해저유물 발굴’이 될 것인가? 지난 6일 어민 조모씨의 신고에 따라 문화재청이 군산 앞바다에서 긴급 탐사 3일만에 비색 고려청자 454점을 무더기로 인양하면서 과연 얼마나 많은 유물이 물 속에 숨겨져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문화재청은 25일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어민 신고에 이은 청자 인양 경과를 설명하고,건져올린 고려청자 20여점을 공개했다. 현재까지 인양된 청자는 어민 조모씨가 그물로 끌어올려신고한 243점과 긴급탐사에 의한 211점 등 총 454점이다.기종은 발·대접·접시·통형잔 등이며,양각 및 음각의 연판문 및 모란문 문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특히 찻잔으로 쓰인 것으로 보이는 청자양각연판문통형잔과 청자음각쌍앵무문대접 등은 독특한 문양과 세련미로 주목을 끈다.청자 제작이 전성기를 맞았던 12세기 후반의 청자 수백점이무더기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문화재청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인양된것보다는 앞으로 나올 청자들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윤용이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예술적 가치가 큰 매병이나 술병,주전자,향로 등이 아직 하나도 없지만 앞으로 그러한 청자들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이는 이번 청자들이 그물에 의해 무더기로 끌어 올려지거나,단기간의 수중탐사로 줍듯이 건져올려진 점 등으로 볼때 본격 탐사에 들어갈 경우 펄에 묻혀 있는 양질의 대규모 청자들이 나올 개연성이 아주 크다는 것이다.특히 혹시 가라앉았을지도 모르는 선박이라도 발견할 경우 지난 1976년의 신안 해저유물 발굴처럼 해저유물 발굴사에 큰 자취를 남길 수도 있다.그러나 아직 배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한 상태다. 청자들을 건져올려 신고한 어부 조모씨에 대한 보상액이얼마에 이를 것인지도 관심사다.정부는 일정한 평가를 거쳐 평가액의 절반을 조씨에게 지급해야 한다.인사동의 한골동품상 관계자는 “조씨가 신고한 청자 중 100점만 온전해도 최소한 수억원의 보상금이 지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
  • ‘청계고가 운명’ 차기시장 손에

    노후화에 따른 상판과 교각 균열 등으로 안전에 심각한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청계고가도로 철거 여부가 결국 차기 시장 몫으로 넘겨지게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9일 “오는 6월 청계고가도로 보수·보강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문제가 드러난 상판만 보수하기로 했던 당초 계획을 수정,아예 교각까지 보수하기로 하면서 새 시장 취임 이후인 오는 7월에나 실시설계가확정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여기에 청계고가도로 철거 여부에 결정적인영향을 미칠 청계천 복원 문제가 제기된 점도 당장 공사를 시작하는 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차기 시장선거에 나설 후보가 제시한 ‘청계천 복원’ 공약과 청계고가도로 철거 문제가 서로 맞물릴 수밖에 없는 사안인 데다 철거나 보수 모두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돼야 해 사업을 추진할 차기 시장이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고건(高建) 시장도 이 문제에 대해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검토 시한을 연장하도록 했다.”고밝혀 오는 6월 말까지인 고 시장의 임기를 감안할 때 이 문제에 대한 결정권이 사실상 차기 시장에게로 넘어갔다. 청계고가도로 철거문제가 청계천 복원과 맞물릴 경우 여론 수렴과 타당성 검사,민자유치 및 발주 절차 등에 최소한 2∼3년이 소요되게 돼 이 기간에 안전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계고가도로의 상판만 보수할 경우 800억원,교각까지 보수공사에 포함시킬 경우 3년동안 1000억원 가량이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청계천 복원을 전제로 이를 철거할경우에는 서울시 1년 예산과 맞먹는 12조원 가량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서울시 관계자는 “청계고가도로철거 여부를 막대한 예산과 시일이 소요되는 청계천 복원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 ■'청계천 복원' 서울시·여야 후보 입장.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공약으로제시한 ‘청계천 복원’이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실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0년대 이후의 무분별한 개발과 용지난 해소책으로 복개돼자취를 감춘 청계천이 다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는 시민들의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청계천 복원은 도심지를 관류하는 하천을 되살린다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서울의 도시 운영기조가 과거의 ‘개발’에서 ‘친환경’으로 바뀐다는 상징성을 갖는다.따라서서울을 비롯해 다른 지역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적잖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그러나 이 공약을 접한 서울시 관계자들의 입장은 일단 ‘불가능’과 ‘불필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특정 후보의 선거 공약에 대해 가타부타 거론하는 게 적절치 않지만 시로서는 비용과 효용 등을 감안할 때 복원에 부정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당장 제기될 엄청난 보상비 등 사업비와 공사기간 전후로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인근 상인 등 주민들의 반대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이와 관련,이 후보측은 여전히 ‘복원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 김민석 후보측은 ‘불필요한 예산 낭비’라며 반대를 분명히 밝혀 선거 과정에서 격돌이 예상된다. 이 후보는 “재원은 민자유치 형식으로 충당할 수 있으며건천화 대책으로 지하철 공사장의 지하수를 끌어들이면 얼마든지 유수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후보측은 “보상비 등 1조원이 넘는 사업비와교통여건,실효성 등을 감안할 때 청계천 복원 공약은 실현될 수 없다.”며 “청계고가도로를 대안없이 철거하는 것은 서울 도심 교통난을 가중시키는 개악적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심재억기자
  • ‘좋은교사운동본부’ 손은정교사 방문 르포/ 가정방문으로 교육불신 허문다

    학교가 붕괴되고 있다고 아우성이다.학부모들은 학교를불신하고,교사들은 가르칠 의욕을 잃은채 겉돌고 있다.이런 가운데 오래 전 사라진 ‘교사 가정방문’ 캠페인을 주도하는 단체가 있어 눈길을 끈다.기독교사연합의 전국 16개 회원단체 로 구성된 ‘좋은교사 운동본부’가 주인공이다.좋은교사 운동본부는 회원 교사 3000여명을 주축으로가정방문을 실시,교사와 학생·학부모 간의 대화통로를 잇고 있다. “엄마,선생님 오셨어요.” 올해 고교에 입학한 최창혁(16·인천 인평자동차정보고)군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벨을 눌렀다. 지난달 26일 오후 5시40분.인천 가좌 1동 삼영아파트 창혁군의 집에 담임 교사인 손은정(孫恩貞·38)씨가 찾아왔다.올해 첫 가정방문이었다.창혁군은 카센터를 하는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특성화고교로 진로를 결정했다. 창혁군은 학교에서 선생님과 함께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도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평소 내성적인 성격 때문인지 수줍은 미소만 지을 뿐 선생님의 가정 방문이 영 내키기 않은 표정이었다. “어서 오세요,선생님.” 창혁군의 어머니인 김정남(金貞男·43)씨는 며칠 전부터 연락을 받고 있었지만 막상 담임 교사가 찾아오자 어려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꿀차 한 잔을 놓고 마주앉은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어색한 시간이 흐른 것도 잠시,손 교사가 창혁군의 학교 생활을 꺼내자 분위기는 금세 부드러워졌다.“창혁이가 요즘여자친구가 생긴 것 같아요.누나는 말썽없이 사춘기를 보냈는데 남자 애라 더욱 걱정이 되네요.공부에도 신경을 더 써야 하는데….나쁜 친구를 사귀지나 않나 걱정도 되고….” 김씨는 창혁군에 대한 걱정을 털어놨다. “남학생은 여학생과 달라요.학교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지겠지만 집에서도 신경을 써주세요.여자친구를 사귄다고무조건 야단만 칠 것이 아니라 올바른 교제를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집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는 것이가장 좋은 방법입니다.학교 생활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손 교사는 창혁이 어머니의 고민을 훤히 꿰뚫고 있는듯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김씨의 두 손을 꼬옥 잡았다. 아들이 학교 생활을 원만히 하고 있다는 담임 교사의 말에 다소 안심이 되는 듯 김씨의 얼굴에는 엷은 미소가 배어나왔다. 그는 창혁군의 방과 후 생활을 손 교사에게 의논했다.“밤 늦게까지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는 날이 많아 걱정이예요.시간을 정해 하도록 하지만 말처럼 되지 않습니다.” 손교사는 “아침에 눈이 충혈돼있는 이유를 몰랐는데 이제야 알겠다.”면서 “학교에서도 이에 대해 지도하겠다”고약속했다. 오후 6시20분.다음 학생 집을 방문할 차례다.예정된 시간보다 10분이나 지났지만 김씨는 얘기를 더 나누지 못하는것이 못내 아쉬운듯 손 교사의 손을 놓지 못했다.집안 형편과 평소 약한 체질의 창혁군의 건강과 진로 문제 등 의논하고 싶은 것이 한두가지가 아닌 김씨에게는 30분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의논할 일이 있으면 부담 갖지 말고 학교에 자주 연락도 하고 찾아주세요.창혁이를 조금 더 알게 된 만큼 더 관심 갖고 지도하겠습니다.” “선생님만 믿겠습니다.정말감사합니다.” 교사와 학부모,둘의 가슴 속에는 이미 깊은 믿음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김재천기자 patrick@ ■정병오 상임총무 인터뷰. “교사가 바뀌어야 교육이 바뀝니다.” 가정방문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좋은교사운동본부 정병오(鄭丙午·37) 공동 상임 총무는 가정방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주장했다.아이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이교육을 살리는 밑거름이라는 설명이다. 가정방문 캠페인은 94년 그가 한 학생의 집을 찾아간 것이 계기가 됐다.서울 청운중 3학년 담임을 맡을 때였다. “교사로서 첫 부임지였습니다.결석과 지각을 밥먹듯이하는 한 남학생이 있었지요.큰 문제는 없었지만 말 수 적은 아이였습니다.하지만 어느날 손목에 칼로 벤 상처를 발견하고 가정방문을 하게 됐습니다.” 그는 당시 경험을 들려주며 한숨을 내쉬었다.어머니 없이 아버지와 형이 함께 사는 그 아이의 집은 그야말로 ‘돼지우리’였다.그나마 아버지는 집에 들어오지 않은 날이허다했다. “손목에 난 상처는 사는게 힘들어 삶을 포기하려는 그아이의 최후의 선택이었습니다. 아이를 진정으로 이해하지도 않고 ‘지각하지 마라’‘공부해라’라는 등의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요.‘교사 생활을 헛되게 보내고 있구나.’하는 괴로움에 아이들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가정방문이었습니다.그 때 그 아이의 집을 찾지 않았더라면 한 아이의 삶은 영원히 불행해졌을 것입니다.” 그는 이후 그 아이와 꾸준히 연락하면서 실업계 고교에 진학하도록 도왔다. 현재 모 기업에 취업해 성실하게 사회 생활을 하고 있는그 아이는 지금도 그와 연락을 하며 안부를 묻곤 한다. “학부모들은 처음에는 가정방문에 부담을 갖기도 하고‘봉투’를 준비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를 하기도 했습니다.하지만 미리 학부모들에게 취지를 알리고 촌지를 거절하다 보니 아이들과 학부모들 사이에 소문이 나 자연스럽게서로 믿는 분위기가 생기더군요.” 그는 “아이를 이해하지 않은 교육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진다면 희망은 그만큼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천기자. ■좋은교사운동본부는…95년 기독교계 교사단체들모여 출범. 좋은교사운동본부(www.goodteacher.org)가 펼치고 있는’가정방문’ 캠페인은 95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교사 모임과 교사선교회,기독교사회 등 기독교 계열의 교사 단체들이 모여 시작됐다. 2000년 8월 16개 회원 단체들을 중심으로 좋은교사 운동본부를 만든 뒤 3년째 가정방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아이를 이해해야 제대로된 교육을 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교사들의 ‘가정방문’은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와가정을 엮어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촌지’ 등 불미스러운 문제가 불거지면서 일부대도시 지역에서는 교육청 차원에서 금지하거나 교사 스스로 자제하면서 사실상 자취를 감추게 됐다. 운동본부측은 “아직도 가정방문이 불법이라고 생각해 주저하는 교사들이 많지만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출장으로처리할 수 있는 등 법적 문제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운동본부는 효과적인 가정방문을 위해 방문의 취지를 미리 알려 가정에서 촌지나 음식 등의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할 것,학생 자기소개서와 가족사진등을 상담에 활용할것 등 지침도 마련했다. 지난해부터 가정방문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안양고 이병주 교사는 “한번의 가정방문을 통해 아이들의 생활을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는 요즘 아이들의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서 “학부모들은 처음에는 부담스러운 표정을 짓지만 성의를 보이면 교사를 신뢰한다.”고 전했다. 운동본부는 올해 가정방문이 끝나면 가정형편이 어려운학생 1명을 선정해 가족처럼 도와주는 ‘1대1 결연운동’도 벌일 계획이다.
  • [행정혁신 우수지자체] 경기도 이천

    대한매일신보사가 후원하고 한국능률협회매니지먼트가 주최한 제3회 자치경영혁신전국대회 발표회가 지난달 14,15일 열린 결과 성공적인 행정혁신을 이룩한 24개 지방자치단체가 수상자로 선정되었다.주요 수상 자치단체의 혁신사례를 시리즈로 살펴본다. ■흙·정성으로 빚어낸 利川신화 '세계도자기 엑스포'. ‘밥집 하루 매상이 1000만원을 넘었다.’ ‘세계도자기엑스포’ 주행사장이 마련된 이천시 관고동설봉공원 주변 음식점들의 환호성이다. 유래없는 흑자 행사로 꼽히는 도자기엑스포는 실제로 행사가 벌어들인 액수만큼 경제파급효과도 큰 행사로 각인되고 있다. ‘흙으로 빚는 미래’를 주제로 한 80일간의세계도자여행은 지난해 8월10일부터 10월28일까지 열려 무려 606만 865명의 입장객을 끌어들였다.이 수치는 당초 500만명이란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으며 도자기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이 가운데 외국인은 20만 9999명으로 역시 기대치를 크게 웃돌아 ‘국내용 잔치’라는 오명도 말끔히 씻었다.교과서 왜곡문제로 일본업체들이 대거 참가를 포기해 예상 외국인 관람인원인 20만명에 못미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지만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이 행사에서는 세계문명의 발자취를 조명한 ‘세계도자문명전’과 20세기 도자문화의 대가들이 참여한 ‘세계현대도자전’,‘세계도자기비엔날레’ 등이 눈길을 모았다. 특히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끈 도자기엑스포 타임캡슐수장 행사에는 사랑을 담은 연인들의 글이 몰려 큰 인기를 끌었다.당초 이 행사는 개인 및 단체가 소중한 메시지나 물건을 타임캡슐에 직접 담아 엑스포 폐장과 동시에 봉인해10년 후에 개봉,본인이 직접 회수할 수 있도록 한 것.그러나 의외로 연인들의 편지가 다수를 차지하는 에피소드를낳았다. 국보급 도자기를 비롯한 세계 거장들의 작품을 확보해 관람객들에게 참된 볼거리를 제공했다.행사장내무분별한 상행위를 말끔히 제거하는 등 엑스포의 취지에충실했다는 평가다. 100만달러(약 13억원)의 보험에 가입됐다는 중국의 루야오쭌(汝窯樽)을 포함해 세계 유수의 유명박물관 소장작 430점이 전시됐고 적극적인 해외홍보활동으로 비엔날레행사에는 무려 69개국 2019명이 참가하는 성과를 올렸다.행사기간에 맞춰 국제도자학술회의를 연 것도 대회성공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자발적인 시민참여는 대회를 성공으로 이끄는 견인차가 됐다.행사장 및 외곽지역에서 교통,안내,통역 등 모두 1381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했다.홍보활동에는 지역사회단체들까지 가세,자체 교류단체들과 연락을 취해 방문을 유도하기도 했다. 수도권을 연결하는 무료셔틀버스와 행사장의 청결,개최시기의 적절성 등도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행사 자체의 이득보다는 도예산업 전반에 큰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왔다.특히 인근 숙박시설과 관광지,음식점은 기간내내 유래없는 특수를 맞았다.이천시는 자체 조사결과 행사장 인근 밥집들의 경우 하루 매출 1000만원을 넘긴 곳도 있다고 밝혔다. 연계관광상품도 호황을 누렸다.엑스포기간과 겹쳐 열린장호원 복숭아축제와 모가면 원두막 축제에는 예년에 견줘 두 배 이상의 인파가 몰려 주민들의 호주머니를 부풀렸다. 이천시와 엑스포조직위원회는 도자기엑스포가 당초 9869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3만 1687명의 고용효과를 거둘것으로 내다봤다.그러나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1조 4789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5만 895명의 고용효과를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도자기 업체별로 평균 5000만원씩 모두 2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며 일부 도자업체의 경우 3년치 재고분이 바닥나 위탁생산에 들어가기도 했다. 다소의 흠도 지적됐다.환율 정보나통역서비스 등이 부족해 외국인들이 불편을 호소했고 행사를 앞두고는 입장권 강매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조성한 행사장의 사후관리도 과제다. 이천시는 행사장내 시설과 건축물들을 최대한 활용해 ‘한국도자기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다. 이천시는 매년 열리는 국내 도자기행사를 이곳에서 치르는 한편 세계비엔날레 개최와 상설 도자전문박물관으로 꾸며 개관한다는 복안이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
  • [사라지는 것을 찾아] 학교종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우리 귀에 너무나 익숙한 동요다.몽당연필로 침을 묻혀 누런 공책에 꾹꾹 눌러 글을 쓰며 공부했던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학교 종소리. 이제 학교종은 역사가 오래된 학교에 간혹 기념물로 걸려있는 골동품일 뿐이다.학교 종소리도 동요가사에나 남아 있을까 실제로는 듣기 어렵다. 산골,섬마을에도 전기가 보급돼 학교들이 방송시설을 갖춰수업의 ‘시작’과 ‘마침’을 음악소리로 알리는 방식으로바뀌면서 학교종은 자취를 감추게 됐다.따라서 젊은 세대들은 학교종이 어떻게 생겼으며,무엇을 하는 데 썼는지 잘 알지 못한다. 지난 70년대까지만 해도 두메산골의 학교에서는 수업시간시작과 끝날 때를 종을 쳐 알려주었다.시계도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던 시절이라 매일 정해진 때에 울리는 종소리는 어림짐작으로 시간을 알려주는 구실도 했다.교무실 유리창문 밖가까운 곳에 매달려 있는 종이 전체 학생들의 움직임을 지휘하는 도구였던 셈이다. ‘땡땡땡 땡땡땡’‘땡 땡땡 땡 땡땡’종 치는 방식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정해 놓았고,학교 나름대로 조금씩 달랐다. 월요일 아침 교장선생님이 훈시하기 위해 전체 학생 모임을 알릴 때,수업시간 시작과 종료,당번학생이나 교사들의 모임을 전할 때,그때마다 다 다르게 종을 쳤지만 되도록 기억하기 쉽도록 간결하게 쳤다. 종소리는 학교 안에서 학생,교사들끼리 무언의 약속이었다. 학생들은 종소리를 들으면 무엇을 알리는 소린지 곧바로 알아채고 상황에 맞게 부리나케 움직였다. 아침 조회나 수업시간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는데도 노는 데 빠져 종소리를 듣지 못했다가 혼나는 학생들도 더러 있었다. 수업시간이 끝날 무렵 소변이 마려울 때,점심시간에 앞서배속에서 계속 쪼르륵 소리가 나는 4교시 끝날 무렵,그때 들리는 종료 종소리는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학교종을 치는 사람은 꼭 정해져 있지 않았다.기능직 직원이나 교무실에 남아 있는 교사,교감,누구든 종을 칠 시간이되면 교무실에서 창문을 열고 종에 달린 줄을 당겼다. 헐렁한 고무신을 신고 허리나 어깨에 책 보따리를메고 학교를 다녔던 세대들에게 학교 종소리는 학창시절의 아련한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동심에 젖게하는 추억의 소리다. 울산 옥동초등학교 성판술(成判述·60) 교장은 “학교에서종을 치던 시절 되도록이면 맑고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 좋은 종을 구하려고 무척 애를 썼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학교 주변에서 온갖 소음이 들려와 학습분위기가 어수선할때가 많은 요즘,조용하고 아늑한 시골 교정에 맑고 은은하게 울려퍼지던 학교종소리.땡땡땡,그 소리가 그립다. 강원식기자 k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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