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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 긴축안 거부] 그리스 충격에 글로벌 증시 요동… 美 기준금리 인상 늦춰지나

    그리스의 채권단이 제시한 긴축안에 대한 반대 충격파로 6일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증시는 크게 흔들렸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과 미국 증시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08% 하락한 2만 112.12로 마감했다. 대만 자취안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도 각각 1.09%, 4.04%씩 낮아졌다. 2차 부양책에 힘입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41% 오른 채 마감했다. 독일 DAX30 지수는 이날 오후 4시(현지시간) 현재 전 거래일보다 1.26% 떨어진 1만 917.87을 이어 갔고, 프랑스 CAC40도 1.71% 하락한 4725.31을 나타냈다. 영국 FTSE100도 0.63% 빠진 6543.58을 보였다. 이날 오전 10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101.25포인트(0.57%) 떨어진 1만 7628.86을 나타냈다. 다만 큰 폭으로 떨어졌던 유로화는 점차 낙폭을 줄이더니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의 사임 발표가 나오자 오름세로 전환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1.0969까지 떨어졌던 유로화는 1.1088로 올랐다. 그리스 사태와 맞물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리스 사태와 중국 주식시장의 급락, 미국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 등의 변수들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8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와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10일 클리블랜드 강연 등에서 세계경제 및 금리 전망이 어떻게 언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옐런 의장은 지난달 FOMC 정례회의 후 “(그리스 사태가)유로화 사용 국가들이나 세계 금융시장에 주는 영향은 미국으로도 전이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서울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여의도, 한류 메카로”… 한화갤러리아, 면세점 승부수

    “여의도, 한류 메카로”… 한화갤러리아, 면세점 승부수

    한화갤러리아가 KBS의 사내 기업인 KBSAVE와 손잡고 여의도를 한류의 중심지로 만든다. 우리나라 정치·금융·미디어의 중심인 여의도에 한류를 접목하겠다는 계획으로 한화갤러리아는 오는 10일 결정되는 신규 서울시내 면세점 운영 대기업 부문에 승부수를 띄웠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별관에서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 획득 시 면세점 입지 예정인 63빌딩 관광 콘텐츠 강화를 위해 KBSAVE와 한류 콘텐츠 개발 및 여의도 지역 관광 상품 개발에 상호 협력한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한화갤러리아가 방송을 이용해 새로운 한류를 선보이려는 데는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에서 체험하고 싶은 관광 프로그램이 스타 발자취 체험 관광, 한국 드라마 촬영지 방문 등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한화갤러리아는 63빌딩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까지 면세점을 열고 KBSAVE는 4층에 복합 미디어 카페 ‘RUE’(류)를 개관하기로 했다. 특히 ‘KBS 방송 촬영장 투어→63빌딩 면세점 쇼핑→F&B(여의도 식도락과 노량진 수산시장)→서울 야경(한강 유람선)’ 등으로 이어지는 차별화된 관광코스를 개발해 한류 복합 문화 관광상품을 준비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의 서울 체류 기간을 연장시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미디어 카페 RUE는 스타 마케팅에 의존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방송 현장의 생동감을 제공하는 복합 미디어 공간으로 꾸미기로 했다. 이곳에서 드라마 촬영, 스타 인터뷰, 방송 프로그램 토크쇼가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라디오 오픈 스튜디오, 영화 및 방송 로케이션 장소로 활용함으로써 스타와 한국 방송 문화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또 63빌딩의 컨벤션센터를 활용해 현대 미술가들의 게릴라 전시, 국악 및 버스킹 밴드의 라이브 무대 등 역동적인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열 계획이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위안부 할머니를 향한 당신의 목소리 잊지 않겠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를 향한 당신의 목소리 잊지 않겠습니다”

    미국 의회에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 동원 사실을 알리며 ‘위안부 결의안’ 채택을 위해 노력해 온 레인 에번스 전 민주당 하원의원을 기리는 추모 출판기념식이 2일 위안부 할머니들이 있는 경기 광주 나눔의집에서 열렸다. “우리와 피부도 다르고 국적도 다르지만 그의 발자취는 영원히 남아 기억될 겁니다.” 워싱턴 정신대대책위원회 고문이자 컬럼비아칼리지 교수인 서옥자씨는 이날 연인이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싸운 동료였던 에번스 전 의원의 활동상을 책으로 펴낸 ‘그대의 목소리가 되어’를 소개했다. 이 자리에는 에번스 전 의원과 생전에 인연을 맺어 온 위안부 할머니들도 함께했다. 에번스 전 의원은 파킨슨병을 앓다 지난해 11월 5일 63세로 세상을 떠났다. 책에는 1983년 31세에 일리노이주 연방 하원의원이 돼 한국의 일본군 위안부와 고엽제 피해자 등 약자를 위한 법안을 마련하는 데 평생을 바친 에번스 전 의원의 활동상이 담겼다. 서 교수는 “그는 누구보다도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노력했던 사람”이라며 “1999년 워싱턴정신대책위원회 총회에 참석한 인연을 계기로 평생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쏟았다”고 말했다. 에번스 전 의원은 2001~2006년 3차례에 걸쳐 일본의 사죄 촉구 등을 담은 ‘위안부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했지만 폐기되는 아픔을 겪었다. 2006년 말 파킨슨병으로 정계를 은퇴할 때까지 그는 2004년, 2006년 두 차례 나눔의집을 방문해 피해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응원했다.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는 “에번스가 우리를 위해 많은 신경을 쓴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제는 남은 사람들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2007년 7월 미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위안부 결의안’이 채택되자 마이크 혼다(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이 결의안은 나의 스승이자 동료 의원이었던 에번스 전 의원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이태식 전 주미대사는 “많은 사람이 미 하원 결의안 통과의 주역을 혼다 의원으로 알고 있지만 결의안 통과까지의 산파 역할을 에번스 전 의원이 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서 교수는 “에번스 전 의원이 생전에 소외된 사람들, 약한 자들의 목소리가 돼 일한 만큼 이제는 내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싶어 ‘그대의 목소리가 되어’라고 책 제목을 정했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新국토기행] 전남 담양군

    [新국토기행] 전남 담양군

    전남 담양군은 예부터 대나무가 많이 나서 ‘죽향’으로 불린다. 한때 죽제품과 죽물시장이 전국 상인을 불러들일 만큼 번창했으나 지금은 플라스틱 제품과 수입품에 밀리면서 쇠락을 거듭하고 있다. 군은 죽향을 널리 알리기 올가을 세계대나무박람회를 준비 중이다. 담양은 산과 물, 계곡이 어우러진 산자수려(山紫水麗)한 고장으로도 이름 높다. 주변을 둘러보면 호남정맥이 빚어낸 산성산, 추월산 등이 북서쪽으로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산과 계곡 곳곳엔 조선조 가사문학의 산실인 누정들이 산재한다. 자연과 역사 문화가 어우러진 천혜의 조건이다. 먹거리 역시 풍부하다. 영산강 상류의 실개천 등에서 나오는 미꾸라지·메기 등 민물고기 요리와 대통밥, 떡갈비 등도 전통음식으로 자리잡았다. ‘10경’, ‘10미’, ‘10 정자’의 고장으로 불릴 만큼 풍광과 맛, 역사의 현장이 즐비하다. 광주광역시와 남서쪽으로 경계를 이루며, 이런 입지 조건 때문에 휴양과 전원생활 배후단지로 떠오르고 있다. 담양은 1895년 이후 현재의 창평면인 창평군과 남원부 소속으로 양립하다가 1914년 담양군으로 통합됐다. 볼거리 ●연인들이 즐겨 찾는 대나무 정원 죽녹원 2003년 담양읍 향교리 성인산 일대에 31만여㎡ 규모로 조성된 대나무 정원이다. 주말엔 평균 2000여명의 탐방객이 찾는다. 블로그 등을 통해 전국에 알려지면서 연인들이 많이 모여든다. 죽녹원에 들어서면 분죽, 왕대, 맹종죽 등이 자생하는 울창한 대숲이 펼쳐진다. 운수대통길, 죽마고우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철학자의 길, 추억의 샛길 등 총길이 2.4㎞의 8개 테마별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산책로는 왕대숲에 가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여서 죽림욕장으로도 인기가 높다. 전망대에 오르면 담양천과 수령 300년이 넘은 고목들로 이뤄진 관방제림과 담양의 명물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등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오는 9월 세계대나무박람회를 앞두고 생태전시관, 인공폭포, 생태연못, 야외공연장 등 시설물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정원 안에는 죽향정, 의향정, 예향정 등 한옥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주말마다 대나무 잎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먹고 자란다는 죽로차 시음 등 각종 체험 행사가 이어진다. 매년 5월엔 대나무축제가 열리는 등 전국의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강과 숲이 어우러진 천연기념물 관방제림 영산강 상류인 담양천변에 쌓은 제방 숲이다.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돼 있다. 조선조 1648년(인조 28년)에 강 주변 마을의 홍수 방지를 위해 축조한 제방으로서, 당시부터 나무 식재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엔 수령 350년의 느티나무, 푸조나무, 팽나무, 은단풍 등 177그루가 보호수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강과 숲으로 둘러싸인 관방제림은 아름드리 노거수 길이 어우러진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제방의 산책로는 사계절 가족 나들이 코스로 인기 만점이다. 벚꽃으로 가득한 봄과 매미 울음소리 자지러지는 여름 등 언제 찾더라도 운치가 넘쳐난다. ●담양의 상징 ‘가장 아름다운 거리 숲’ 메타세쿼이아 길 이 길에 들어서면 마치 동굴을 지나는 느낌이다. 길 양편으로 곧추 자란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터널을 연상케 한다. 담양읍~전북 순창 경계에 이르는 24번 국도 8.5㎞ 구간에 펼쳐져 있다. 이 가운데 담양읍 학동리 2.1㎞ 구간이 전용 숲길로 조성됐다. 우회도로가 생기면서 폐선된 구간을 산책길로 만든 것이다. 2007년 개봉한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주인공 김상경이 택시를 타고 달리는 장면을 연출한 이후 방송국의 각종 예능 프로그램과 영화촬영 명소로 자리잡았다. 담양군이 1974년 가로수 조성사업을 하면서 선택한 수종으로서 40여년이 지난 지금은 높이가 30~40m에 이르는 아름드리 나무로 자랐다. 주변에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이 길이 한때 사라질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주민들이 나서 지켜냈다. 산림청과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본부가 ‘가장 아름다운 거리 숲’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정철 사미인곡 등 가사문학의 산실된 누와 정 담양읍~봉산면~고서면~남면 무등산 자락으로 이어지는 계곡과 광주호 주변 곳곳엔 조선조 가사문학의 터전인 누(?, 누각)와 정자(亭子)가 즐비하다. 봉산면 면앙정은 송순(1493~1582)의 면앙정가가 탄생한 곳이다. 당대의 지식인 그룹인 고경명, 기대승, 임제, 정철 등이 송순을 사사하며 교류했던 현장이다. 이곳과 이웃한 고서면 송강정은 1548년(선조 17년) 송강 정철이 대사헌을 지내다 당쟁으로 물러나 머물며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을 지은 곳이다. 무등산 북동 끝자락인 남면 식영정은 1560년 서하당 김성원이 장인인 임억령을 위해 지은 정자이다. 송강이 이곳에서 성산별곡을 지었다. 인근엔 양산보(1503~1557)가 조성한 한국의 대표적 정원인 소쇄원이 자리하고 있다. 소쇄원 입구 계곡 건너편엔 행정구역은 광주 북구이지만 이들 시인과 묵객들이 풍류를 즐겼던 환벽당을 만날 수 있다. 고서면 명옥헌 원림과 남면의 독수정 원림 등 선비들의 자취가 담긴 누정이 널려 있다. ●푸른 호수 보며 절벽길 만끽할 수 있는 추월산·산성산 추월산(해발 731m)은 산봉우리가 보름달에 맞닿을 정도로 높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전북과 전남의 도계인 담양군 용면에 있다. 산 전체가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으로 이뤄져 있고, 절벽 사이로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보리암이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 정상에 서면 담양호 전경과 금성산성, 백암산과 내장산, 무등산 등 호남의 명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단풍나무, 노송군락, 참나무류, 느릅나무 등 활엽과 침엽수가 숲 터널을 이룬다. 담양호 동쪽 편엔 산성산(해발 603m)이 자리하고 있다. 삼국시대부터 축성과 중건과 보수를 거듭해온 성터는 역사 탐방코스로 인기가 높다. 정유재란 때 시체 2000구를 남문 아래 협곡에 옮겨 태웠다고 해서 이 계곡을 ‘이천골’(二千骨)이라 부른다. 이 산성은 시루봉(504m)을 정점으로 남문~노적봉~철마봉~서문~동문~운대봉~연대봉~북문~서문으로 계곡을 감싸는 포곡형이다. 외성과 내성으로 나뉘어 있으며, 특히 적이 침투하기 쉬운 서문 계곡은 옹성으로 쌓았다. 내성엔 동헌, 내아, 연환고, 보국사, 민가터 등이 남아 있다. 담양호를 사이로 우뚝 선 이들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운무는 신비감을 자아낼 정도로 절경이다. 먹거리 ● 대나무 향기 그윽한 대통밥 읍내 웬만한 식당에서는 ‘대통밥’을 즐길 수 있다. 지름 10㎝의 왕대 속 부분에 쌀과 각종 씨앗류를 넣고 쪄내는 대통밥은 남녀노소가 좋아한다.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대나무 향기가 스며든 ‘대통밥’이 인기를 더하고 있다. 대통을 감싼 한지를 벗겨 내면 쌀과 밤, 대추, 은행, 잣 등과 함께 막 쪄낸 밥이 입맛을 돋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죽순 나물이나 산채류에 고추장을 더해 비벼 먹어도 일품이다. 한정식집이나 고깃집에서도 대통밥을 판다. 죽순 초무침과 산나물, 해물 등이 밑반찬으로 나오며, 특히 두부를 썰어 넣은 된장국과 잘 어울린다. ●혀끝에 달콤하게 달라붙는 떡갈비 청정지역에서 기른 한우를 엄선해 재료로 쓴다. 소고기를 갈아서 양파, 마늘 등 갖은 양념과 버무려 구워낸다. 식사 도중 잘 익은 고기가 식지 않도록 열에 달궈진 돌판 등에 얹어 내놓는다. 죽순 나물과 푸성귀 무침 등이 곁들여진다. 이가 약한 노인이나 어린이도 맘껏 즐길 수 있다. 양질의 단백질 식품인지라 무더위 보양식으로도 그만이다. ●전국적 명물 담양식 숯불 돼지 갈비 점심이나 해질 무렵 담양읍 반룡리 일대를 지나다 보면 구수한 고기 굽는 냄새가 구미를 당긴다. 이 일대는 숯불 돼지갈비집이 즐비하다.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숯불 갈비집이 한 집 두 집 생기면서 한곳으로 몰렸다. 담양식 돼지갈비는 갖은 양념에 버무린 갈비를 겉이 거뭇거뭇할 정도로 숯불에 구워 내는 방식으로 밥상이 차려진다. 구울 때 진동하는 구수한 냄새가 식욕을 부추긴다. 바싹 구워낸 갈비는 기름기가 거의 없을 정도로 담백하고 쫄깃하다. ‘담양식’이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친 발길 사로잡는 창평 시골장터 국밥 슬로시티로 지정된 창평 전통시장은 국밥집 천지이다. 어느 시골 장터나 국밥집은 성업했지만 창평 시장처럼 명맥을 이어가는 곳은 드물다. 5일, 10일 열리는 장날이면 국밥을 먹기 위해 광주, 곡성 등 인근 지역 주민들도 차를 몰고 일부러 찾아 나선다. 평일에도 국밥을 찾는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신선한 돼지 내장과 머리 고기, 암뽕순대 등을 이용한 푸짐한 국밥은 인기 만점이다. 몇 해 전부터 장터에 10여개의 국밥집이 자리하면서 ‘창평국밥거리’가 생겼다. 업소들끼리 원조를 내세우지만 맛은 엇비슷하다. 돼지 내장 특유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한약재 등 각종 비법을 사용해 가마솥에 끓여 낸다. 찾는 손님이 많은 만큼 매일 공급되는 신선한 재료가 맛을 내는 비법으로 꼽힌다. 담양 투어를 마치고 들러 주린 배를 채우면 딱 좋다. 담양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이 황홀함이 스치는가, 그대 뺨에도

    이 황홀함이 스치는가, 그대 뺨에도

    ‘꼭꼭 숨어 있는 속살을 엿보려면 온몸으로 바람을 느끼고 이해해야 한다. 바람을 이해하지 않고는 겉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만 보고 느낄 뿐이다.’ 제주의 아름다움에 반해 죽어서도 제주에 남은 사진작가 김영갑(1957~2005)은 “바람을 이해하지 않고는 제주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했다. 바람처럼 떠돌던 그는 제주의 바람에 홀려 20여년 동안 바람을 쫓아다녔다. 그는 오름(기생화산)의 거친 바람 속에서 제주의 참된 아름다움과 마주쳤다. 그 모든 순간들을 담은 사진들이 모처럼 서울나들이에 나섰다. ●루게릭병으로 잠들때까지 20년간 제주의 외로움·평화, 카메라에 담아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는 루게릭병으로 세상을 떠난 그의 10주기를 맞아 ‘오름에서 불어오는 영혼의 바람’이라는 제목으로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제주의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에서 열리는 ‘오름’전과 연계한 이번 특별전에서는 1980년대 중반 제주에 정착한 이후 제작한 초기 작품부터 그의 대표적인 파노라마 작품까지 70여점의 컬러작품을 선보인다. 제주 사람들이 중산간이라고 부르는 해발 200~600m 지대에는 오름이 360개 이상 분포해 있다. 제주 사람들은 오름이 섬의 창조신 설문대할망이 치마로 흙을 나르면서 한 줌씩 흙을 집어 놓아 오름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오름에 기대어 작물을 재배하고 마소를 먹이며 살다가 그 기슭에 영원히 몸을 누인다. 뭍사람 김영갑도 오름 들판으로 들어갔다. 각도를 달리하며 수시로 바뀌는 오름의 원초적 아름다움이 그를 사로잡았다. 카메라가 작동할 수 있고, 빛이 허락하는 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름 자락에서 수만 시간을 서성이며 한 컷씩 찍었다. 제주의 순수한 자연을 통해 풍요로운 영혼과 빛나는 영감을 얻었던 그의 사진들과 함께 제주의 고요하고 평화로운 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 전시는 김영갑의 오름 사진을 중심으로 초기, 중기, 후기의 작품세계를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초기 작품들은 화면 비율이 1대1.5다. 거칠고 고단한 섬생활의 자취가 황량한 바람과 눈발 사이로 내비친다. 눈에 보이는 대로 단조로운 풍경을 담았지만 거친 바람이 부는 오름과 들판에서 빛나는 생명력을 포착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이는 시기다. 아무것도 거칠 것이 없고 군더더기 없이 순수하고 원초적인 오름의 아름다움에 빠지면서 그는 제주 섬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는 화면을 모색한다. 중기의 사진들은 1대2의 비율로 가로가 좀 더 길어진다. 맑게 깨어난 그의 감각으로 들어온 자연의 다채로운 빛과 울림이 차분하고 묵직하게 담겨 있다. 이 시기의 사진들은 회화적인 느낌이 강하게 배어 있다. ●오름의 아름다움·들판의 생명력 포착하려 1대3 비율의 파노라마 사진 선택 ‘자연에 묻혀 지낸다. 내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되자 자연의 오묘한 조화가 눈앞에 펼쳐졌다. 빛과 구름과 바람과 안개가 어우러진 속에 나 또한 하나가 됐다. 태초의 적막함과 평화로움이 이런 것일까.’ 자연을 통해 풍요로운 영혼과 빛나는 영감을 얻은 그는 멀리 한라산이 굽어보는 가운데 출렁이는 제주의 오름과 들판의 아름다움을, 태곳적 적막함이 가득한 분위기를 포착하기 위해 1대3 비율의 파노라마 사진을 선택한다. 비로소 그의 눈에 비친 섬의 황홀함을 완전하게 담아낼 수 있었다. 그의 파노라마 사진들은 자연을 그대로 들여놓은 듯 그저 아름다울 뿐이다. ●후기 작품으로 갈수록 작가의 마음처럼 편안하고 안정적인 구도 찾아 제주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의 박훈일 관장은 “그는 특히 용눈이 오름 등 한라산 동쪽의 오름 군락을 사랑해서 20년 동안 거의 같은 지역에서 작업했다”면서 “거친 바람을 끌어안고 있는 오름의 고요하고 평화로운 아름다움을 담기 위한 그의 마음을 따라서, 후기로 갈수록 편안하고 안정적인 구도를 찾아가는 형식의 변화를 읽으며 작품을 감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라아트센터 전시는 9월 28일까지. (02)737-2505. 제주 갤러리 두모악에서 열리는 추모 10주기 사진전은 12월 31일까지 열린다. (064)784-9905. 김영갑은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1985년부터 제주에 정착해 제주의 외로움과 평화를 카메라에 담았다. 열정을 바친 사진들을 상설 전시하기 위한 갤러리를 마련하기 위해 성산읍 삼달리의 버려진 초등학교를 구해 갤러리를 준비하기 시작한 무렵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을 갤러리 만드는데 바쳤고 2002년 8월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이 문을 열었다. 투병생활 6년만인 2005년 5월 29일 그곳에서 영원히 잠들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그리스 식품 사재기 ‘혼란’… 최소 15개국 디폴트 우려

    시중 은행의 영업 중단 및 예금 인출 제한을 골자로 한 자본규제를 발표한 그리스에서는 29일 주유소마다 기름을 가득 채우려는 차량이 100m 이상 늘어서는가 하면 카드 대신 현금만 받는 음식점이 생겼다. 식료품 사재기도 발생했다. 혼란이 길어지면 그리스 경제가 마비를 넘어 파탄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상환해야 할 16억 유로의 디폴트(채무불이행) 1차 고비를 하루 앞둔 이날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채권국 대표 격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합의를 호소했다. ●치프라스, 유로존 정상들에게 시한 연장 요청 치프라스 총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에게 구제금융 연장안 거부 결정을 재고해 달라는 요청 서한을 보냈다. 메르켈 총리는 소속 정당인 기독민주당(CDU) 창당 70주년 기념 연설에서 “유로화가 실패하면 유럽도 실패한다. 어렵더라도 우리는 타협점을 찾아내야 한다”며 그리스와 채권단 간 대타협을 호소했다. 파국을 막으려는 두 정상의 노력은 막판 반전을 이끌어 내기엔 역부족인 모습이었다. 오히려 그리스 디폴트가 실현될 경우 최소 15개국에서 디폴트 우려가 제기되는 ‘비관적인 나비효과’가 야기될 수 있다는 전망이 회자됐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골고루 위기 징후가 드러나는 게 특징이다. 이미 그리스 자본규제 발표 후 개장한 한국 등 세계의 증시는 일제히 휘청거렸다. 29일 한국 코스피지수는 1.42%,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34%, 일본 닛케이지수는 올해 최대 하락 폭인 2.88%, 대만 자취안지수는 무려 6.73%가 떨어졌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비해 약세를 보였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나오며 국제 유가도 하락했다. 그리스발 충격이 증시, 환율, 유가 등 거시경제 지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잠재적인 경제위기국, 즉 ‘포스트 그리스’ 취급을 받으며 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디폴트 우려가 높은 Caa1 이하 등급으로 분류된 국가는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벨라루스 등 9개국이다. 그리스와 함께 자메이카, 쿠바, 베네수엘라 등 5개국은 한 등급 더 낮은 Caa2 등급으로 묶였다. Ca 등급인 우크라이나는 무디스로부터 가장 디폴트 우려가 높은 국가라는 낙인을 받았다. 저유가 여파로 생활필수품 부족 사태에 처한 베네수엘라 역시 유가 하락이 이어지면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채무 변제 측면에서 삐걱거리고 있는 소국 그레나다와 푸에르토리코 등도 디폴트 선언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국제 자금 이동 예측성 줄어 신흥국 더 부담 그리스 디폴트로 인해 국제 자금 이동의 예측성이 줄어들며 신흥국은 한층 더 큰 경제적 부담을 질 것으로 예상됐다. 영국 옥스퍼드대 산하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최근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러시아 등지에서 자본 유출 및 통화가치 급락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새로운 50년을 열자] 되풀이되는 과거사 불화… 적극 외교로 日 우경화 저지 절실

    [새로운 50년을 열자] 되풀이되는 과거사 불화… 적극 외교로 日 우경화 저지 절실

    김외한, 김달선, 김연희 할머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3명이 일본의 사과를 받지 못한 채 이달 들어 별세했다.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 중’이라고 표기한 일본 중학교 교과서는 2011년 4종에서 올해 4월 13종으로 늘었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약탈해 간 우리 문화재는 일부만 반환됐을뿐더러 국내에서 문화재 반환 운동이 시작된 이후에는 전시대에서 사라졌다. 한·일 수교 반세기. 50주년이란 숫자를 딛고 미래를 기약하기에 양국의 과거사 화해 성적은 초라하다. 오히려 국내 사정에 밀려 양국 간 화해 노력이 무위로 끝나고 많은 일이 반복, 재연됐다. 일본 총리가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나서는 행보는 1985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 2000년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로 이어졌다. 아베 신조 내각에서 “위안부는 전시 중 합법”이라는 취지의 발언은 아베 총리뿐 아니라 내각 장관들의 입을 거치며 반복됐다. 미래를 향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는 양국이 한·일 수교 반세기를 계기로 관계 개선을 위한 외교적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침략 전쟁을 금지한 일본 평화헌법 9조에 대해 한·일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노벨평화상 수상을 추진하는 행보처럼 일본의 우경화를 저지할 여론 환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위안부 문제는 양국이 제자리걸음을 멈춰야 할 명분을 주는 상징적 이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28일 김연희 할머니의 별세 소식을 거론하며 “이제 위안부 생존자는 49명”이라고 전했다. 정대협이 전한 김연희 할머니의 삶은 해방, 한·일 국교 정상화, 한국의 경제 발전, 민주화와 같은 집단적 성취가 이미 망가져 버린 개인의 삶에 대리 만족을 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은유였다. 1932년생인 할머니는 국민학교 5학년이던 열두 살에 일본인 교장의 차출에 따라 일본으로 끌려갔고, 일본 도야마현의 비행기 부속 공장에서 9개월 동안 근무하다 아오모리현 위안소로 끌려가 7개월 동안 위안부 생활을 했다. 해방 뒤 귀향한 할머니는 결혼하지 않고 가정부로 일했으며, 정신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1965년 한·일 수교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개인적으로 보상받을 길을 차단하는 제약으로 작용했다. 일본 정부는 시종일관 성노예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수교에 맞춰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종결됐다고 주장했고, 이 문제가 국제적 이슈가 된 최근에도 아베 총리 등이 “위안부 문제는 정치·외교 문제로 삼아서는 안 된다”(2013년 의회 답변)거나 “위안부는 인신매매 희생자”(올해 언론 인터뷰)라는 식으로 일본 정부 차원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단체는 최근 적극적인 대응 행보를 보여 주고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일본 정부가 7월까지 사과하지 않으면 미국 법원에 2000만 달러(약 220억원)의 집단 손해배상 청구를 낼 계획이다. 이미 2000년 미국 워싱턴 법정에서 패소한 전례가 있지만, 이후 르완다와 유고 내전 중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 국제 판례가 나왔기 때문에 승소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 최근 방한한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유엔의 위안부 문제 해결 의지를 밝히며 “위안부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그들의 고통을 인정하는 우리의 모습과 진정 어린 참회”라며 피해자인 개인을 향한 직접 사죄만이 고통을 치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진일보한 인식을 드러냈다. 할머니들의 죽음이 위안부 문제 해결의 시급함을 더했다면, 독도 영유권 문제에서는 일본의 속도가 한국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독도 자체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멋대로 독도 주변에 영유권 선을 그어 국제분쟁화하는 일은 하루아침에 단행될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다. 일본 내에서 체계적으로 진행돼 온 ‘한국의 독도 불법점거’ 주장은 이를 위한 사전 단계로 볼 수 있다. 2000년 이후 독도 문제는 양국 불화의 ‘뇌관’이 돼 왔다. 2005년 3월 일본 시마네현 의회가 2월 22일을 ‘다케시마(일본이 독도를 부르는 말)의 날’로 제정하는 조례안을 가결하자,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날 침략을 정당화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하자 주한 일본대사가 본국으로 소환됐다. 한·일 네티즌끼리 독도 지명 표기를 놓고 여러 사이트에서 인터넷 청원 전쟁을 벌이는가 하면 독도 관련 공연을 한 한국 가수가 일본 입국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사법의 영역에서 한국은 독도 문제에 대해 ‘조용한 외교’로 일관하는 중이다. 이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뒤 일본이 1954년, 1962년에 이어 세 번째로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과 대비되는 전략이다.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독도는 영토 분쟁 지역이 아니어서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면 긁어 부스럼이란 게 ‘조용한 외교’의 근간이 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차분하게 대응하는 동안 일본은 자국의 독도 편입 논리를 강단 있게 전파해 왔다는 데 있다. ‘1905년 무주지인 독도를 일본이 자국 영토로 편입시켰는데, 한국 정부가 1952년 1월 독도를 포함하는 이승만 라인을 일방적으로 설정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일본의 주장이 굳어지면, 한국 외교는 조용하게 있다 힘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독도연구소장을 지낸 김현수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적극적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독도는 이미 국제사회에서 분쟁도서로 인식된다”며 “독도 문제 언급을 피할 게 아니라 분쟁의 해결을 위한 한·일 간 진지한 교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위안부, 독도, 교과서를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 적극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면 일제강점기 약탈 문화재 반환 이슈에서는 다소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문화재 반환이 성사되려면 현재 국면에서 받는 입장인 한국 못지않게 주는 쪽인 일본의 태도 변화가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에 면밀한 대응이 요구된다. 한·일 수교 당시 박정희 정권이 반환을 요구한 문화재는 4479점으로 조선총독부가 일본으로 가져간 고분 출토품, 개인이 약탈한 문화재가 망라됐다. 수교 이듬해인 1966년 5월까지 한국으로 돌아온 약탈 문화재는 거북 모양 청자 주전자(보물 452호) 등 1432점에 불과했다. 개인 소유 문화재가 제외된 탓이다. 대표적으로 일본인 사업가 오구라 다케노스케가 1910~50년대 한반도에서 수집한 1100여점의 문화재, 이른바 ‘오구라 컬렉션’이 돌아오지 못했다. 한·일 협정 당시 개인 소장품이었지만 1982년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된 유물들이다. 국내 시민단체인 문화재제자리찾기는 국제박물관협의회에 오구라 컬렉션 반환 청원서를 전달하고 도쿄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환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소송이 제기된 직후 도쿄국립박물관에 전시됐던 한국 문화재들이 수장고 안으로 자취를 감추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일본 법원도 한·일 협정으로 타결된 문제인 만큼 일본에 반환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화재 약탈이 이뤄지고 이들 문화재가 어떻게 불법 경로를 통해 유출돼 일본으로 흘러들어 갔는지를 일본 정부에 소상하게 밝힐 수 있는 입증 자료 구비 등 한국 측의 빈틈없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TV 하이라이트]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물 권장량은 2L로 200mL 컵 기준으로 하루 8잔을 섭취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하루 물 섭취량은 3분의1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프로그램은 물 섭취의 중요성과 함께 구체적으로 물을 마시는 방법을 소개한다. 평소 물을 거의 마시지 않는 도전자들과 함께 한 달간 하루 물 8잔씩을 마시고 겪게 되는 몸의 변화도 공개한다. ■나 혼자 산다(MBC 밤 11시 10분) 씨엔블루의 드러머 강민혁이 바람직한 싱글 라이프를 공개한다. 오랜 숙소 생활을 마치고 누나와 살던 강민혁은 자취 10일 차에 접어든 ‘자취 신생아’다. 그러나 피곤한 가운데도 집안일을 처리하는 모습으로 그의 진가를 선보인다. 한편 머리가 복잡할 때 여행을 떠난다는 이태곤은 마음도 가다듬고 생각도 정리할 겸 친구들과 춘천 별장으로 향한다. ■삼시세끼 정선편(tvN 밤 9시 45분) 해진은 강원도 정선 옥순봉을 찾은 이후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한다. 하지만 몸에 깊게 밴 습관으로 산책을 하다가도 어느새 설거지 더미 앞에 앉아 있는가 하면 아궁이 불 앞에서 불 담당을 자처한다. 한편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서진과 택연, 광규, 보아와 해진 앞에 큰 시련이 기다린다. 바로 4212개의 옥수수를 구하기 위해 잡초 뽑기에 투입되는데….
  • [단독] [19대 국회 평가] ‘국회 개혁’ 말의 성찬… 액션은 없다

    19대 국회 초반 국회 개혁의 핵심 화두는 단연 의원들의 ‘특권 내려놓기’였다. 의원연금 폐지와 음성적인 정치자금 모금 수단으로 전락한 출판기념회 금지 등은 이번 국회에서 개혁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개원 초기 문전성시를 이뤘던 출판기념회는 현재 국회에서 자취를 감춘 상태다. 하지만 하루속히 개선돼야 할 국회 운영 차원의 개혁안들은 19대 국회 종료 1년을 앞두고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새누리당은 개혁성향이 강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위원장으로 내세워 ‘보수혁신’을 시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김 전 지사가 내 놓은 오픈프라이머리(국민 공천제) 도입, 회기일정 법제화, 국정감사 상시화 등이 야당의 협조 없이는 실현 불가능한 방안들이기 때문이다. 원혜영 의원을 앞세운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안 도출 시도도 ‘뜬구름’에 그쳤다. 현재 김상곤 혁신위원장의 개혁 드라이브는 계파 갈등 봉합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내 놓은 ‘10대 국회 개혁안’도 여야가 취지에만 공감할 뿐 정작 실천 의지는 상당히 떨어진 상태다. 더구나 내년 4월 총선에서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의원들이 국회 제도 개선에 신경을 쓸 겨를도 없어 보인다. 정 의장의 개혁안은 ▲연중 상시국회 운영 ▲대정부질문 제도 개선 ▲의사일정 요일제 도입 ▲행정입법 통제시스템 강화 ▲국회의원 체포동의 개선 ▲무쟁점 법안 신속처리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긴급 진단 문학 권력] ‘침묵의 카르텔’ 뒤 3대 출판권력

    [긴급 진단 문학 권력] ‘침묵의 카르텔’ 뒤 3대 출판권력

    소설가 신경숙(52)씨의 표절 논란이 한국 문단의 자정 운동으로 옮아갔다. 정화의 핵심은 창비·문학동네·문학과지성사로 대표되는 3대 출판 권력의 ‘침묵의 카르텔’이다. 상호견제 기능을 상실한 ‘마피아’식 패밀리주의에서 비롯된 침묵의 카르텔이 온갖 폐단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문단 내에선 한국 문단의 진정한 자정 운동은 이들 출판사가 전면에 나설 때 비로소 시작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90년대 들어 대중문화가 주목을 받으며 한국 문단은 급속도로 재편됐다. 80년대를 지배하던 거대 이념이 쇠퇴하고 문예지마다 추구하던 선명한 이념도 사라지면서 이윤 추구가 그 공백을 메웠다. 90년대 초반 대중문학을 지향하며 등장한 문학동네(문동)가 문단 재편의 기폭제가 됐다. 이념적 색채가 짙은 창비도, 지적 엘리트주의를 내세웠던 문학과지성사(문지)도 출판상업주의의 길로 급선회했다. 출판상업주의가 문단 작동의 메커니즘이 되면서 문학 질서는 세 출판사를 중심으로 고착화돼 갔다. 원로 소설가 현길언씨는 “문단의 주류 출판사들이 1990년대를 넘어서며 대형화하고 주식회사화하면서 경영논리를 주되게 앞세워 권력화 과정을 밟았다”고 진단했다. 박철화 문학평론가는 “사회적 대세에 질문하고 저항하는 게 문학의 가치인데 창비나 문지가 너무나 쉽게 문학의 상업성과 대중문학에 투항했다”고 말했다. 유성호 한양대 교수는 “이익을 내지 못하면 존립하기 어렵다는 강박이 강해져 문학권력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강화됐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들 출판사의 독점적 영향력이 커지고 상호 견제 기능이 없어지면서 비판의 성역이 됐다는 점이다. 대중문화를 지향하는 사회 변화와 맞물려 서로 닮아가면서 80년대 ‘창비-문지’로 대변되는 견제 기능이 자취를 감춘 것. ‘실천문학’ ‘현대문학’ ‘문예중앙’ 등 여타 문예지들이 맥을 못 추는 상황에서 삼각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 현직 작가들이나 평론가들은 “기획사 가수들이 지상파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면 안 되듯 작가들도 세 출판사에서 책을 내지 않으면 1급 작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책을 안 낸 것과 마찬가지”라며 “세 출판사가 한국 문단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평론가는 “요즘은 대학교수도 세 출판사와 관련된 사람만 되는 것 같다”며 “2000년대 초반 문학권력 논쟁 때보다 권력 자체가 더 공고해지고 심화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다른 평론가는 “책을 잘 파는 문동에서는 인세 수입을 얻고 지적 엘리트를 지향하는 문지를 통해서는 문학성을 인정받으며 창비를 통해서는 진보적 정당성을 인정받고…. 문단 내에선 세 출판사 도장을 찍어야만 작가로서 완성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신경숙은 세 출판사를 순례한 대표적인 작가다. 문지에서 ‘풍금이 있던 자리’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딸기밭’, 문동에서 ‘깊은 슬픔’ ‘외딴방’ ‘강물이 될 때까지’(‘겨울 우화’ 개정판) ‘바이올렛’ ‘종소리’ ‘리진’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등을 냈다. 이번에 표절 문제가 제기된 ‘전설’이 실린 소설집 ‘감자 먹는 사람들’과 210만부라는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린 ‘엄마를 부탁해’는 창비에서 출간했다. 삼각 카르텔은 다양한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박 평론가는 “문학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자기 언어로 극한까지 밀어붙이고 그걸로 평가받겠다는 자세와는 거리가 먼 데서 출발한다”고 통탄했다. “다들 어느 출판사에서 책을 내야 하는지, 그 출판사 패밀리가 되려면 누구를 통해야 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출판사 편집위원의 문학적 성향에 맞춰 거기에 어필하려 하고 세 곳 중 한 곳에 간택돼 그 패밀리라는 구성원의 인증을 받아야 문단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단 삼각 카르텔이 저지른 가장 나쁜 죄악이다.” 작가들과 비평가들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됐다. 한 평론가는 “비주류에서 일관되게 문학권력을 비판해 온 권성우 평론가라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비평가들은 특정 출판사와 이해관계를 같이하기 때문에 해당 출판사와 그 작품을 비판하게 되면 자살골을 넣는 꼴이 된다”고 꼬집었다. 다른 평론가는 “세 출판사를 비판하면 문단에서 배제된다. 제일 겁내는 건 작가들이다. 비평가들도 세 출판사에서 배제될까 봐 포괄적인 문학권력 논의에서 빠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잘 막아봐야 팀 자책점 4점대… 또 방망이만 불났다

    잘 막아봐야 팀 자책점 4점대… 또 방망이만 불났다

    KBO리그가 올해도 뚜렷한 타고투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3점대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팀이 자취를 감췄다. 지난 22일까지 팀당 64~69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삼성은 4.12로 팀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 중이다. SK(4.19)가 뒤따르고 있고, KIA(4.36)와 NC(4.40) 등의 순이다. 삼성은 지난 9일까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3점대 팀 평균자책점을 유지했으나 10일 대구 한화전에서 7실점(7자책)하며 4점대로 내려앉고 말았다. 2000년 이후 3점대 평균자책점 팀이 전멸한 것은 2001년과 지난해 두 차례뿐이다.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이 나타난 2001년에는 현대의 4.34가 가장 좋은 팀 평균자책점이었고, 지난해는 NC가 4.29로 1위에 올랐다. 메이저리그(MLB)나 일본프로야구(NPB)와 비교하면 KBO리그의 타고투저가 더욱 두드러진다. MLB는 세인트루이스(2.71)와 피츠버그(2.88) 등 2점대 평균자책점 팀만 2곳 있으며, 30개 구단 중 18개 팀이 3점대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NPB도 요미우리가 2.71의 짠물 피칭을 하고 있으며, 12개 구단 중 11개 팀이 3점대 이하다. NPB에서 평균자책점이 가장 좋지 않은 지바롯데(4.32)가 KBO리그 3위 KIA보다 좋다. KBO는 올 시즌 스트라이크 존을 확대하는 등 타고투저를 완화하려는 노력을 펼쳤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다. 테임즈(NC)와 나바로(삼성), 브라운(SK) 등 지난해부터 가세한 외국인 거포들이 가공할 만한 장타력을 뽐내는 게 원인이다. 10구단 kt의 허약한 투수진도 타고투저 현상을 키웠다. kt의 팀 평균자책점은 9위 롯데(5.09)보다 크게 낮은 5.80에 머물고 있다. 특급 투수들이 눈부신 활약을 펼쳐 타고투저로 인한 흥미 반감을 막는 것은 다행이다. 피가로(삼성)와 유희관(두산)은 벌써 10승 고지에 올라 20승 고지를 노리고 있다. 양현종(KIA)은 1.37의 빼어난 평균자책점으로 군계일학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밴헤켄(넥센)은 소화한 이닝(89와3분의2이닝)보다 많은 탈삼진(97개)을 기록 중이다. 24일부터 장마가 시작될 것으로 예보돼 우천 취소 경기가 나오고 투수들은 체력 회복 시간을 벌 것으로 보인다. 비로 인한 휴식일을 얻은 투수들이 뜨겁게 달궈진 타자들의 방망이를 식힐 수 있을지 관심이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사료 모을수록 태극기 가치 오르죠”

    “사료 모을수록 태극기 가치 오르죠”

    “미국에서 자국의 국기 관련 자료를 모으는 일본, 중국의 수집가들은 많습니다. 반면 태극기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이는 거의 없죠. (경매 시장에서)상대적으로 홀대받고 그 자료의 가치도 박하게 평가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사는 재미교포 이병근(48)씨의 하루는 미국, 유럽, 남미, 아시아 등의 온라인 경매사이트를 검색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2005년부터 시작하던 태극기 관련 유물 수집 취미는 2009년부터 본격화해 이제는 ‘준연구자’ 수준에 이르렀다. 이제까지 모은 관련 자료는 모두 800여점이다. 1900년대 초 고종이 황제에서 물러난 뒤 제작한 엽서, 1946년 해방 후 만들어진 최초의 달력 속에 있는 태극기 든 어린이 등 지금껏 볼 수 없었던 희귀자료 10여점도 포함돼 있다. 이씨는 22일 전화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자료는 대한제국에서 한국전쟁까지 한국과 관련 있던 이들의 후손이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경매사이트에 올라온다”면서 “지난해부터 부쩍 줄어들어 이제는 사소한 태극기 자료도 잘 올라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경매사이트를 더욱 이 잡듯 샅샅이 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입 비용이 만만치 않았겠다는 질문에 “집 한 채 값은 족히 들어갔을 것 같은데, 만약 처음에 돈 생각을 했으면 시작도 안 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사 본사에서 22년째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다. 1996년 미국으로 이민을 간 뒤 세 딸을 낳아 기르면서 아이들에게 한국의 문화유산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시작하게 된 배경이었다. 최초의 태극기로 알려진 ‘박영효의 태극기’ 이전인 1882년 고종의 명을 받아 만든 ‘이응준의 태극기’가 있었음을 뒤늦게 알게 된 것도 하나의 계기다. 그리고 이제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이씨는 “청소년들에게 산 교육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전시회 등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 ‘역사로 만나는 우리 태극기’(서울셀렉션 펴냄)를 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아코디언북 형태로 들고 다니기 편하게 만들었다. 자주독립의 가슴 벅참과 망국의 설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태극기의 발자취를 젊은 세대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씨의 첫 번째 작업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문화 유랑기] 송강 정철은 왜 강화에서 굶어죽었나

    [문화 유랑기] 송강 정철은 왜 강화에서 굶어죽었나

    -한 농가에서 겨울날 홀로 임종 송강 정철이 강화에서 굶어서 죽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강화대교 초입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십리쯤 가다 보면 길섶에 ‘숭뢰리’라 새겨진 장승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전에 송정촌이라 불리던 마을로, 강화만으로 흘러드는 한강 줄기가 빤히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이곳 어느 허름한 농가에서 한 달 남짓 송강은 끼니를 잇기 어려울 정도로 궁핍한 생활을 하다가 영양실조로 숨을 거두었다. 임진왜란이 일어났던 이듬해 연말이었다. 송강은 그 노경에 어쩌다 홀로 강화까지 흘러들어왔을까? 조선문학의 최고봉이요, 한때는 서인의 거두로서 서슬 푸른 권력을 휘둘렀던 송강이 대체 어쩌다가 늘그막에 강화 섬으로 흘러들어와서 겨울 저녁풍경처럼 스산한 말년을 보내다가 홀로 쓸쓸히 죽어갔단 말인가? 여기서 파쟁과 유배로 점철된 그의 굴곡진 생애를 죄다 둘러볼 수는 없지만, 강화행 직전의 상황만 간략히 살펴본다면, 임진난을 맞자 선조는 유배 중인 송강을 불러 명나라 사신으로 보냈다. 하지만 사신을 다녀온 후 모함을 당하자 송강은 스스로 임금에게 사면을 청하고는 강화로 은거했던 것이다. 그가 은거처를 강화로 정한 것은 당시 강화에 살던 그의 문인 석주(石洲) 권필과 관계가 있을 법하다는 추측과 함께, 혹 나라에서 급히 부를 때 바로 달려가기 위한 노신의 충정 때문이 아니었을까 짐작할 뿐이다. 강화에서의 생활은 비참했다. 당장 생계를 꾸리기도 버거운 형편이었다. 비록 현직에서 물러났다 하더라도 여전히 정승 직책을 지니고 있던 송강이었지만, 워낙 청렴한 성품이라 무엇 하나 챙겨둔 것이 없었던 터이다. 그가 얼마나 궁핍에 시달렸나 하는 것은 친구에게 보낸 편지로도 알 수 있다. “내가 강화로 물러나온 후 사면을 둘러보아도 입에 풀칠할 계책이 없으니 형이 조금 도와줄 수 없겠습니까? 평일에 여러 고을에서 보내온 것도 여지껏 감히 받지 않았는데, 장차 계율을 깨뜨리게 되니, 늘그막에 대책 없이 이러는 게 못내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형처럼 절친한 이에게서도 약간의 것인즉 마음 편하겠지만, 많은 것은 감히 받을 수 없습니다.” 송강의 곤궁함과 염치가 손에 잡힐 듯하다. 송강이 죽기 직전에 남긴 마지막 시에도 그의 고단한 삶이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 외로운 섬 나그네 신세 해조차 저무는데남녘에선 아직도 왜적 물리치지 못했다네천리 밖 서신은 어느 날에나 오려는지오경 등잔불은 누굴 위해 밝은 건가사귄 정은 물과 같아 머물러 있기 어렵고 시름은 실오리 같아 어지러이 더욱 얽히네원님이 보내온 진일주(眞一酒)에 힘입어눈 쌓인 궁촌에서 화로 끼고 마신다오.(박영주 역) 송강의 이런 고단한 삶도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 은거 한 달 남짓 만에 숨을 거두었던 것이다. 사인은 영양실조였다 한다. 향년 58세. 온 나라가 환란 중에 있었던 1593년 12월 18일, 추운 겨울날, 송강은 홀로 굶어죽었던 것이다. 송강이란 인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송강과 동갑내기로 같이 벼슬살이를 한 율곡 이이가 “송강은 충직하고 맑으며 의로운 선비다. 다만 성격이 편협하여 아량이 적은 것이 흠이다”고 평한 것을 보면, 그가 왜 당쟁의 한가운데서 수많은 정적을 만들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으며, 백사 이항복이 “송강이 손뼉 치며 담소하는 것을 보면 마치 신선을 보는 듯하다”고 말한 것을 보면 그가 타고난 시인임을 알 수 있다. 송강은 죽은 후 선영이 있는 경기도 고양 땅 신원리에 묻혔다가, 70여 년 후 우암 송시열의 주선으로 충북 진천 환희산 자락으로 이장되었다. 지금의 송강사이다. 송강의 문인으로 강화에 같이 인연을 맺었던 당대 최고의 문장 권필이 송강 묘를 찾아 지은 칠언절구가 전한다. 空山木落雨蕭蕭 빈산에 잎 지고 궂은비 내리는데相國風流此寂寥 재상의 풍류 또한 이같이 쓸쓸하네 惆悵一杯難更進 슬프다 한 잔 술 다시 올리기 어려우니昔年歌曲卽今朝 예전의 그 노래는 오늘을 말함인가 ‘예전의 그 노래’는 송강의 사설시조 ‘장진주사(將進酒辭)’를 말한다. 저 멀고도 고적한 곳, 북망(北邙의) 적막한 정경을 우리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이며 술 한 잔을 권하는 절창이다. 한 잔 먹세그려 또 한 잔 먹세그려 꽃 꺾어 산 놓고 무진무진 먹세그려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 덮어 주리혀 매어가나 유소보장에 만인이 울어예나 어욱새 속새 덥가나무 백양숲에 가기곳 하면 누른 해 흰 달 가는 비 굵은 눈 소소리바람 불 제 뉘 한 잔 먹자 할꼬 하물며 무덤 위에 잔나비 파람 불 제 뉘우친들 어찌리 '누른 해 흰 달 가는 비 굵은 눈 소소리바람...' -북망의 스산한 풍경을 단어 몇 개로 어쩌면 저렇게 손에 잡힐 듯이 그릴 수 있을까. 가히 대가의 솜씨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송강의 자취를 조금이라도 찾아볼 수 있을까 하여 송정촌에 들러 마을 어르신을 붙잡고 송강이 만년을 보낸 집터를 물어보았다. 예전엔 한강이 마을 바로 앞에까지 들어와 있어 송정포라 했는데, 포구 어름의 어느 허름한 농가에서 잠시 살다가 죽었다는 것, 그리고 가끔 고려산 아래 사는 젊은 선비가 찾아오곤 했다는 말을 전해들었을 뿐이라 한다. 그 선비는 아마 송강의 문인 권필 시인이리라. 그뿐, 어디에도 송강의 자취는 찾을 길이 없어 서운한 마음을 안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하기사 벌써 4백 년도 더 전의 일. 흐르는 바람 따라 자취 없이 사라지는 게 어디 그뿐이랴. 하지만 송강의 전후 미인곡과 관동별곡을 일컬어 "우리나라의 참된 문장은 이 세 편뿐"이라고 서포(西浦) 김만중이 평했듯이 송강의 명구는 아직도 살아남아, 요즘도 '관동별곡'의 결구를 가다끔 읊조리곤 한다. 강화도와 석모도 사이를 흐르는 강석해협에 푸른 달빛이 휘영청할 때면 어김없이 이 구절이 읊조려지곤 하는 것이다. "명월이 천산만락(千山萬落)에 아니 비쵠 데 없다." 어떤 진경산수화보다 아름답지 않은가!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탈북 청년 모임 ‘위드유’ 현대사 강좌

    탈북자 출신 청년들의 모임 ‘위드유’는 다음달 11일과 18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광복 70주년 기념 통일세대를 위한 대한민국 현대사 강좌’를 진행한다고 19일 밝혔다. 하나금융그룹과 남북하나재단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강좌는 수도권 거주 탈북 청년들이 좌우 이념 갈등을 넘어 균형 있는 역사관을 배우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특히 이번 강좌는 탈북 청년들이 강사를 초청해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국 현대사에 남긴 발자취를 다룰 예정이다. 류석춘 연세대 교수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신동식 한국해사기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각각 강의한다. 이 밖에 유재건 CGNTV 대표가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강의를 맡을 예정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대종상 작곡가 아버지 절도범 만든 20대 아들

    지난해 9월 부산의 한 시계점에 아버지와 아들이 들어왔다. 20대 아들은 수천만원짜리 시계를 3개나 골랐다. 그는 아버지에게 “현금을 찾아오겠다”고 말한 뒤 총 6300만원어치의 시계를 소지한 채 가게를 나갔다. 이후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남아 있던 아버지는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아버지를 조사하던 중 그가 대종상 영화제 음악상을 받기도 한 유명 작곡가 이모(67)씨라는 것을 알게 됐다. 175편의 한국 영화음악을 작곡한 아버지 이씨는 음반 사업에 실패한 뒤 서울 서초구의 고시원에 살면서 한국영화복지재단의 생계 보조금으로 근근이 생계를 꾸려 왔다. 두 번의 이혼을 겪으며 혼자가 된 그에게 아들이 여러 해 만에 연락을 해 온 것은 지난해 9월 초. 그는 아들을 만나는 날을 고시원 방 안 달력에 또박또박 메모해 두고 감사 기도를 함께 적기도 했다. 부산에 가기 약 일주일 전엔 아들과 함께 한 악기상가에서 200만원 상당의 건반을 7만원에 빌린 뒤 돌려주지 않기도 했다. 부산에서 아버지를 남겨두고 자취를 감췄던 아들이 최근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해 9월부터 넉 달 동안 서울과 충남 천안의 카메라 대여점 5곳에서 대당 9만원을 주고 고급 카메라 5대를 빌려 가로챈 혐의(상습절도) 등으로 이모(26)씨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이씨가 훔친 면허증을 이용해 총 3750만원 상당의 카메라와 지난해 부산에서 손에 넣은 롤렉스 시계들을 전당포에 저당잡혀 4100만원을 챙긴 것으로 확인했다. 아들이 이렇게 챙긴 돈으로 외제 고급 승용차를 사서 타고 다니는 동안 아버지는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지난 4월 가석방됐다. 부산진경찰서는 지난해 시계점에서 사라졌던 이씨가 단순히 아버지를 절도에 이용했던 것인지, 아니면 미리 짜고 범행을 저지른 것인지 확인할 예정이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오늘의 눈] 관광객이 그립다/황경근 사회2부 차장급

    [오늘의 눈] 관광객이 그립다/황경근 사회2부 차장급

    지난 15일 ‘제주 속의 작은 중국’이라 불리는 제주시 연동 바오젠 거리. 오후 9시가 지나자 기념품 가게를 하는 박모씨는 서둘러 가게문을 닫았다. 박씨는 “중국인 관광객이 썰물처럼 사라졌다”며 “앞으로 계속 가게 문을 열어야 하는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평소 바오젠 거리는 밤마다 중국인 관광객이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삼삼오오 밤늦도록 거리 쇼핑을 즐기는 중국인 관광객으로 활기가 가득했다. 메르스 사태 이후 바오젠 거리는 거짓말처럼 중국인 관광객들이 사라졌다. 상가 업주들은 졸지에 중국인 고객들이 자취를 감춰 버린 현실을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들이다. 밤 11시가 지나자 거리의 중국어 간판 불이 하나둘 꺼졌다. 거리에는 그나마 가뭄에 콩 나듯 있던 내국인 관광객의 모습도 사라졌다. “우리가 바가지를 씌우거나 불친절해서 중국인 고객이 사라졌다면 이처럼 억울하지는 않을 텐데…”라는 한 업주의 장탄식이 거리에 메아리쳤다. 메르스 사태로 제주의 관광 호텔 예약률은 50% 밑으로 떨어지고, 렌터카 예약률은 20~30%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전세버스는 13일 이후 예약률이 5%로 뚝 떨어졌다. 취소율이 90%에 이를 정도다. 중국인 등 국내외 관광객 8만여명 이상이 예약을 취소했다. 중국인 단체 관광은 예약을 연기한 것이 아니라 예약 자체를 취소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전용 호텔은 당분간 휴업을 해야 할 지경이다. 다행스럽게도 제주는 아직 전국에서 유일한 ‘메르스 청정지대’다. 메르스 유입 차단을 위해 제주 국제공항과 제주항에는 발열감시기가 24시간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수시로 제주공항과 제주항을 찾아 발열감시 현장을 점검한다.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한 제주도민에게는 메르스 감염 확진 여부가 판정될 때까지 아예 제주에 오지 말라는 ‘육지 격리’라는 극약 처방을 내리기도 했다. 혹시나 제주에 메르스가 유입되면 7, 8월 휴가철 최대 성수기에 내국인마저 발길을 돌릴지 모른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다급한 원 지사는 16일 일본총영사와 중국총영사를 초청, 제주가 메르스 청정 지역이라며 자국 관광객의 불안감 해소에 나서 줄 것을 당부했지만 싸늘하게 식어 버린 관광객의 마음을 돌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별로 없다. 속을 들여다보면 제주도의 말 못할 고민은 다른 곳에 있다. 제주를 찾는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 절반 이상은 서울 등을 경유하는 관광객이다. 아무리 제주가 청정지대라고 하지만 서울에서 메르스 사태가 수그러들지 않으면 중국인 관광객이 예전처럼 제주를 찾을 리 없다. 계속되는 정부의 메르스 헛발질로 어쩌면 7, 8월 성수기 관광 시즌을 제주는 사상 최악의 비수기로 보내야 할 처지를 맞을지도 모른다. 관광버스 기사 양모(56)씨는 “버스 안에서 큰소리로 떠들고 마구 담배를 피워 대던 무질서 중국인 관광객이 그리워질 줄이야 꿈에도 상상 못했다”며 씁쓸해했다. “너무 시끄럽다”며 핀잔을 주었던 제주 바오젠 거리의 왁자지껄한 중국인 관광객들의 목소리를 제주 주민들은 벌써 그리워한다. kkhwang@seoul.co.kr
  • “삼성 지배구조 개선 주장 엘리엇 동조자 엘리엇의 배만 불려주는 불쏘시개 역할”

    “삼성 지배구조 개선 주장 엘리엇 동조자 엘리엇의 배만 불려주는 불쏘시개 역할”

    2003~2005년 헤지펀드인 소버린의 SK그룹 공격 당시 SK의 입으로 활약했던 권오용 효성그룹 고문은 16일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지배구조를 명분으로 주가 차익 실현을 노린 소버린의 판박이”라고 규정한 뒤 “향후 최소 1년 동안 지속적인 공격이 이뤄지겠지만 삼성은 이겨 낼 것”이라고 말했다. 권 고문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소버린 공격 초기 시민단체들은 ‘한국 정부도 못한 재벌 개혁을 외국 펀드가 해낼 것’이라며 환영했지만 소버린은 1조원의 차익만 빼먹고 달아났다”면서 “엘리엇의 삼성 지배구조 개선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엘리엇의 배만 불려 주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 “선진국처럼 기업의 경영권 방어책을 법에 명문화하고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을 새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등의결권은 최대주주 등에게 보유 지분율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제도, 포이즌필은 적대적 인수·합병(M&A) 움직임이 있을 때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더 싼 가격에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을 말한다. 그는 “IMF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 활성화 목적으로 투기세력은 활개를 치고 있지만 경영권 안정을 위한 제도는 없다. 소버린 공격 때도 이런 역차별 규제 때문에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권 고문은 또 삼성이 소버린을 물리치려면 자신들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이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이 국민 경제에 도움을 준다는 인식을 형성해 국민 지지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와 관련, 2005년 3월 SK 주총 당시 SK의 지배구조 문제를 공격하던 소버린 관계자를 상대로 한 소액주주가 ‘이제 돈(주가 차익) 많이 벌었으니 떠나라’고 일갈한 사건을 소개했다. SK는 당시 여론을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 청사진과 함께 SK는 기간산업을 담당하는 중요한 국민 기업이란 가치를 함께 홍보했다. 그는 “당시 그 소액주주의 발언을 들으면서 이제 여론이 바뀌었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직감대로 몇 달 뒤 소버린은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열린세상] 송공 모임의 뒤안길/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송공 모임의 뒤안길/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10여년 전 오래도록 특별한 인연을 맺어 온 은사님의 정년퇴임 자리에 초대를 받아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지인(知人) 한 분이 멋스러운 난() 화분을 보내오셨는데, 분홍색 리본 위에 ‘송공’(誦功)이라 쓰인 것이 눈길을 끌었다. 그간의 공로를 다시금 되새겨 보며 “훌륭히 마무리하심을 축하드립니다”라는 덕담을 주고받는 정경을 소박하게 담아낸 격조 있는 표현이었던 듯싶다. 지금 대학가는 이번 학기 마지막 강의를 끝내고 학교를 떠나는 교수님들을 위한 송공의 자리가 이곳저곳에서 열리고 있다. 한데 흘러가는 물 거스를 장사 없다 했던가. 퇴임식 풍경의 예전 같지 않음에 쓸쓸함과 씁쓸함이 동시에 밀려온다. 한동안은 스승님 회갑을 맞아 제자들이 논문 봉정식도 해 드리고 곧 이어 정년퇴임을 기념해 화려한 양장의 저서를 출판하는 기념식도 치르곤 했다. 한데 요즘의 회갑은 동료들 간 조촐한 생일 파티로 간소화됐고, 제자들 중심으로 퇴임식을 하는 경우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간간이 정년퇴임을 기념해 고별 강연을 하는 교수님들이 있긴 하지만, 이 또한 머지않아 사라질 것 같은 분위기다. 누군가는 ‘아무도 읽지 않는’ 논문집 내는 수고도 덜고, 제자들에게 번거로운 민폐(?)도 안 끼치게 되니 그나마 다행이라 하기도 하지만, ‘어른’에 대한 예우나 존경이 빠른 속도로 축소되고 있는 현실과 연구 업적 점수에 연연해하며 과도한 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교수 사회의 현주소에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하기야 “난 이제 제자들 주례 손 놓았다”고 하시는 교수님들 이야길 들은 지도 꽤 오래됐다. 언제부턴가 제자 녀석들 결혼식장에 가면 신랑 친구 녀석이 사례금 봉투를 삐죽이 건네곤 뒤도 안 돌아보고 사라지는 통에 신랑 신부 어느 측 하객도 아닌 주례로선 엉거주춤하게 식장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던 경험이 몇 번 되풀이되고 난 이후엔 아예 제자 녀석들 주례 부탁엔 손사래를 친다는 이야기였다. 그나마 요즘엔 주례도 전문화(?)돼 교수에게 주례를 부탁하는 제자는 순진한 사례에 든다지 않던가. 정년퇴임식 자리의 거품이나 허세는 분명 거두어 냄이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그 자리가 아니고선 느낄 수 없는 깊은 감동이, 그 자리가 아니고선 전달될 수 없는 삶의 진수가 대학에서조차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음은 진정 안타깝기만 하다. 동료 및 후배 교수들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하는 퇴임식 자리는 결코 길지 않지만, 대학 울타리 안에서 보내온 수십여 년의 세월이 압축적으로 표현되면서 진한 울림으로 다가옴을 종종 느끼기에 더욱 그러하다. 은퇴를 뜻하는 리타이어(Retire)는 문자 그대로 다시(re) 타이어(tire)를 갈아 끼우고 달린다는 뜻이기에 연변 조선족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으로 인생 제2막을 새롭게 시작하고자 떠나신다던 교수님 말씀에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교수란 자신을 성장시키는 멋진 직업이었다는 고백과 더불어 연구를 통한 지적 자극 못지않게 교육을 통한 정서적 성숙과 지적 성숙이 가능했음에 깊이 감사한다는 은퇴사를 듣던 순간의 숙연함도 새삼 생각난다. 인문계나 사회계열 교수님들 은퇴의 변(辯) 속엔 옛 선인들의 지혜가 담기고 유머도 넘쳐나며 제한된 시간도 적당히 초과하는 반면 이공계 교수님들 은퇴사는 담백하면서 간단명료한 경우가 다반사이기에 “피는 속일 수 있으나 전공은 못 속인다”는 농담을 확인하는 재미도 있다. 이제 다(多)세대 간 공존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윗세대 삶의 경륜과 지혜가 아랫세대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릴 수 있는 길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면서 세대 간 단절과 분절이 깊어감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세대의 묘미는 누구나 동일한 생물학적 단계를 거쳐 은퇴 이후를 맞이하게 된다는 사실일진대 이제 앞선 세대가 경험했던 다양한 시행착오를 후속세대가 단순히 반복하지 않도록 세대 간 소통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할 일이다. 올라오는 세대를 위해 길을 양보하는 미덕 못지않게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자부심의 공감대를 넓혀 가면서 말이다.
  • ‘成리스트 특검’ 흐지부지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하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어느샌가 시들해졌다. 앞서 “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들이 연루된 금품 수수 의혹을 풀기 위해선 특검이 불가피하다”는 여야의 이구동성이 2개월 만에 흐지부지된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5일 법무부로부터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수사 상황을 보고받기 위해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수사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막바지로 향하는 상황이다 보니 야당 의원들의 특검 도입 주장이 봇물처럼 터져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회의에서 특검 도입 주장은 스쳐 지나가듯 한두 번 언급됐을 뿐 추진 의지가 담긴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특검으로 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한마디 한 게 전부였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특검 도입 주장이 자취를 감춘 것에 대해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연루된 야당 의원도 일부 있기 때문에 ‘자승자박’이 될까 봐 야당에서 특검 도입 목소리가 쏙 들어간 것 아니겠느냐”며 검찰과 야당 간의 거래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당초 야당은 지난 12일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2차 청문회’를 계획하고 이날 회의 소집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3일 황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직을 내려놓으면서 회의 출석이 불투명해지자 야당은 긴급히 성완종 리스트 파문 수사 관련 현안보고로 주제를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정작 회의에서는 주제와 무관한 메르스 사태, 박원순 서울시장의 허위 사실 유포 논란,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등이 더 많이 언급됐다. 또 법사위원 16명 가운데 5명(여당 2명, 야당 3명)만 참석해 진행되는 등 졸속 회의를 면치 못했다. 한편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최근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 전망치(BAU)에서 14.7~31.3% 정도 줄이겠다는 감축 시나리오 4개를 제시했다. 우원식 새정치연합 의원은 “산업계의 이해만 반영한 현실성 없는 목표”라고 비판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작가 친필 담긴 ‘호빗’ 초판 2억 3700만원 낙찰

    영화로도 개봉돼 국내에 잘 알려진 소설 '호빗'(The Hobbit)의 초판이 경매에 나와 우리 돈으로 무려 2억 3700만원에 낙찰됐다.  최근 영국 BBC는 "지난 1937년 발간된 '호빗' 초판이 런던에서 열린 경매에서 당초 예상가를 훌쩍 뛰어넘는 13만 7000파운드에 팔렸다"고 보도했다. 소설 '호빗'은 고대 북유럽에서 민간에 내려오던 전설을 바탕으로 작가 J. R. R 톨킨(1892-1973)이 상상력을 발휘해 집필한 명작이다. 잘 알려진대로 톨킨은 전세계적인 인기를 모은 '반지의 제왕'의 작가이기도 하다. 이번에 호빗의 초판이 무려 2억원을 넘어선 것은 상태가 매우 양호하다는 것과 더불어 톨킨의 친필 글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톨킨은 이 책을 자신의 제자인 캐서린 킬브라이드에게 남겼다. 역대 톨킨의 서적 중 가장 비싼 책은 지난 2008년 경매에 나온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의 초판으로 당시 10만 4000달러(당시 1억 3500만원)에 낙찰됐다. 이 초판에도 톨킨은 '나의 가장 오래된 친구 퀸 오브 호빗(Queen of Hobbit) 엘린에게 바침'이라는 글을 남겼다. 한편 영국을 대표하는 영문학자이자 소설가로 명성을 떨친 그는 '호빗'에 영감을 얻어 1954년 '반지 원정대' , '두개의 탑', '왕의 귀환'을 각각 출간해 20세기 영문학사에 큰 자취를 남겼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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