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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교자유 주장’ 강의석씨 택시기사 변신

    ‘종교자유 주장’ 강의석씨 택시기사 변신

    고교 3학년 때 학내 종교자유를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이다 제적당한 뒤 학내 종교자유와 관련된 법적 소송을 벌여 주목을 받았던 강의석(22)씨가 택시기사로 변신했다. 강씨는 25일 다니던 서울대 법대를 휴학하고 고생을 자초한 이유에 대해 “갑자기 밀려든 답답함과 살아 있는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온실 속에서만 자라온 것은 아닌데 사람들에 대해 너무 교과서적으로, 단순하게 생각해왔던 것 같다”며 “다양한 사람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고교 3학년 때 학내 종교자유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제적당한 것에 대해 법적 소송을 제기해 2년여 만인 지난해 10월 법원으로부터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내 화제가 됐다. 요즘 강씨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군복무 문제. 강씨는 “복싱을 하다 머리를 다쳐 신체등급 4급을 받아 공익요원 판정을 받았지만 군대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박정희 대통령 취임하던 날

    박정희 대통령 취임하던 날

    제7대 박정희대통령 취임식이 1일 하오2시 중앙청 앞뜰식장에서 엄숙히 거행되었다. 전례없이 간소한 식전이기는 했으나 이를 치르기에 많은 사람들이 애를 썼다. 다음은 뒤에서 애쓴 사람들의 이야기와 취임식을 전후한 「에피소드」이모저모. 1주일 1천명 동원…통금때에만 잠깐씩 세종로 네거리에 등장한 반영구용 철제 무지개형 대형 「아치」의 규모를 살펴보면-. 대석(臺石)사이의 길이 50m 높이 20.8m 폭 1.8m 「크로스·바」42m 대통령 초상화 6 x 8m 이며, 소요자재는 철강이 39t 대석밑에 박은 12m 「파일」이 6개 「시멘트」가 5백여 부대이며 「아치」를 덮고있는 5W 3색 전구가 1천6백개다. 이 「아치」는 한전에서 세운 것인데 양영철(梁永喆)씨(28·영선계직원)가 기본설계를 하고 화신산업 (대표 이종국(李鍾國))이 1천 1백90만원(초상화제외)에 공사를 맡은것. 제작에 동원된 연인원은 1천명이 넘었다. 조립 공사는 통금시간인 밤 12시부터 새벽 3~4시 까지 평균 하루 3시간의 올빼미 작업으로 일주일이 걸렸다. 「캔버스」만들기 2일…초상화는 두번 그려 세종로 「아치」한복판에 걸려있는 박대통령 초상화 또한 「매머드」급(6x8m)이다. 이는 신미산업(대표 이정근)이 주문을 맡아 김만영씨와 하승만씨가 그린것. 먼저 「캔버스」를 만드는 데도 만 이틀이 걸렸는데 틀을 짜서 광목과 천막천으로 덮고 그위에 아교와 「페인트」칠을 했다. 작업 시작은 6월 17일, 총무처로부터 받은 박대통령의 명함판 사진을 보며 그리기 시작했다. 23일에 일단 완성했으나 총무처는 초상화가 마음에 들지않는다고 해서 옆으로 빗겨앉은 모습에서 정면 모습으로 다시 그리기로 결정. 25일부터 양면 2장을 그리는데 3일이 걸려 완성, 28일 붙이게 된 것이다. 약품 처리도 해보고…꽃엔 무진 애 썼다고 식장(式場)장식에서 빼놓을수 없는 것이 꽃. 취임식장 안팎과 경회루 「가든·파티」꽃장식을 맡은 곳은 꽃집 「만화원」(종로2가). 총무처의 주문을 받아 꽃장식을 한것인데, 작은 화분 50개와 꽃다발 50다발만 구입하고 나머지는 모두 창경원 식물원에서 세를 낸것들. 가장 경제적이면서도 가장 화려한 식장분위기를 꾸미는 것이 담당자들의 책임이었다. 「카네이션」을 비롯해서 갖가지 꽃을 전문가들이 두뇌를 짜내서 꽃다발 하나 만드는데도 「앙상블」을 이루도록 세심한 신경을 썼다. 수많은 외교사절들이『원더풀!』을 연발하도록 최대의 실력을 발휘한 것. 그러나 무엇보다 힘들었던 점은 취임식날에 맞추어서 꽃송이를 피워내는 일. 그래서 꽃집에서는 시내 여러 꽃집의 지원을 받아 가면서 약품 처리로 때맞춰 꽃이 피도록 필사의 노력을 했다고. 20여명이 들어 나른 4백50㎏의 「케이크」 전날밤 청와대서는 근로자초청 「파티」가 열렸다. 육(陸) 여사는 이날 「뉴욕」제과점으로부터 초대형 「케이크」를 기증받은 근로자합숙소에 묵고있는 어려운 5백 80명의 근로자들을 초청, 자신이 「호스테스」가 되어 직접 「케이크」를 잘라 나누어 주었던 것. 이번 「케이크」는 높이만 1.5m에 가로 92㎝, 무게 4백50㎏의 초대형. 가로 23㎝, 세로 36㎝, 무게 3㎏의 「카스텔라」가 1백 30장, 「버터」가 45㎏, 계란 3백개가 들어갔다고. 보통 「파티」에서 6백명이 먹을수 있는 분량. 이날 「케이크」운반에는 20여명의 장정이 동원됐다. 1주일동안 준비를 하고 이틀동안 밤을 꼬박 새워 만들었다고. 성장한 근혜(槿惠)양 보고 「벤플리트」장군 감탄 박(朴)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는 1일밤 경회루(慶會樓)의 경축연회는 대성황. 3부요인을 비롯, 국내외 저명인사와 각국의 경축사절들이 참석한 「매머드」연회. 6시40분 육군 고적대의 「팡파레」와 함께 박대통령은 부인 육여사와 장녀 근혜양과 함께 입장했다. 박대통령은 내외귀빈들로 꽉 들어찬 연회장을 한바퀴 돌며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벤플리트」장군을 만난 박대통령은 반갑게 포옹을 나눴는데 「벤」장군은 육여사로부터 근혜양을 소개받고 『벌써 이렇게 성장했느냐』고 놀라움을 표시. 정성담긴 만찬 음식 포도주로 건배하고 저녁 8시부터 2시간동안 중앙청 대회의실에서 베풀어진 박대통령 초청 만찬회의 음식은 반도 「호텔」주방에서 마련했다. 주방장 이경환씨를 필두로 「쿠크」25명이 동원되어 정성껏 마련한 이 음식은 순전히 양식. 맑은 소고기국에 생선연어찜을 먼저 내고 다음의 주식 순서에는 쇠고기 등심구이, 감자 완자튀김, 꽃양배추볶음과 채두, 「아스파라거스」, 「샐러드」, 그리고 빵과「버터」. 후식에는 「아이스크림」, 「코피」, 홍차가 나왔고 백포도주와 홍포도주를 곁들였다. 1천발의 불꽃 쏘아 밤하늘도 휘황찬란 경축일의 마지막 「무드」를 장식한 것은 밤하늘에 오색무늬로 수놓는 불꽃놀이. 이날밤 9시부터 10시까지 남산 팔각정에서 쏘아올린 불꽃은 모두 1천발. 서울의 밤 하늘을 아름답게 장식한 불꽃하나의 값은 1천3백원. 1천발을 쏘아 올렸으니까 1백30만원이 밤하늘을 수놓은 셈. 불꽃놀이에 동원된 인원은 한국화약에서 발사원 37명. 만일에 대비, 소방차 2대와 경찰관 40여명이 동원 됐었다. 지난해까지는 심지에 손으로 불을 당겨야 했는데 이번엔 전기 발파와「세트」발파에 성공했다고. 쏘아올린 불꽃의 종류는 무궁화 모양에서부터 버들형 분포 방향전환에 이르기까지 12가지. 불이번쩍 취재경쟁…1㎞씩의 뜀박질도 이번 경축식 취재는 불꽃튀는 기재의 전쟁. 경축식장을 자유로이 왕래할 수 없기 때문에 제한된 장소에서의 사진 취재를 위해서는 좋은 성능의 「카메라」가 압도하기 마련. 최고성능을 자랑하는 서울신문과 동앙일보의 1천2백㎜ 초망원 「렌즈」를 비롯, 35만원 시가의 「하셀브라드」까지 동원되는가하면 각사의 1천㎜ 망원 「렌즈」도 총동원되어 서로가 기재 「콘테스트」를 벌인 듯 했다. 애초 문화공보부로부터 각사에 할당된 출입완장은 2장씩. 외신 기자들에게도 2장씩 배당됐다. 취재전망대는 취임식 단상을 바라보는 광화문옆 2곳에 설치됐는데 오른쪽이 외신기자, 왼쪽이 국내기자. 사진기자단에서는 기지를 발휘하여 2장 배당된 완장을 외신기자와 교환, 사실상 2곳에서 취재하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국내 사진기자단에서는 취재전망대에서 서로 앞자리 다툼하다 사고가 날 것에 대비, 자리차지하기 제비뽑기를 하여 미리 위치를 결정했다. 대통령 취임식사가 끝나자 각사 기자들은 중앙청에서부터 때아닌 육상경주. 차량 통행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기자들은 무거운 기재들을덜거덕 거리며 1㎞ 이상씩 대로를 질주하는 진경을 보였다. 전세계에 퍼진 전파…외국 기자들도 법석 취임식 광경과 경축행사 소식은 조선「호텔」에 임시 설치된 「인터내셔널·프레스·센터」를 통해 재빨리 전세계 곳곳에 알려졌다. 해외경축 사절단과 함께 입국한 수많은 해외기자들은 「프레스·센터」와 현장을 바삐 왕래하면서 불꽃튀는 취재경쟁을 벌였다. 체신부는 조선「호텔」「그랜드·볼·룸」에 국제전신전화국 임시 출장소를 설치, 6월 29일 하오부터 국제전신전화국의 「베테랑」직원 10~20명씩을 고정 배치시키고 「텔렉스」6대를 임시로 가설해서 취재보도에 최대의 「서비스」를 했다. 그나라 격식 이라오…맨발의 외무장관님 이번 외국 경축사절들 가운데 의상에서나 차림새로 특이한 것은 「아프리카」의 「스와질란드」왕국 외무장관 「아모스·종게·쿠발로」씨. 「아프리카」주 최남단 「레소트」국과 인접한 「스와질란드」에서는 온몸을 칭칭 감은 의상에다 맨발로 다니는게 풍속인데 「쿠발로」장관도 고유의상에 맨발이라 시선을 끌었다. 길잃었던 귀빈부인 핫·팬츠엔 일침놓고 6월 29일 김포(金浦) 공항에 내리자 마자 동행한 부인을 잃어 한때 소란을 피웠던 「아프리카」의 「어퍼·볼타」특사 「프랑소와·롱포」장관(공공사업·운수 및 도시계획장관). 알고보니 안내원의 실수로 부인이 일반여객과 함께 보세구역으로 나가 있는 것을 간신히 찾아 귀빈실로 모셔 왔다는 「에피소드」의 주인공. 숙소인 조선「호텔」에서 본지기자와 만난 「롱포」여사는 『한국 여성들은 예상했던 것 보다 더욱 몸매가 곧고 아름다워요. 특히「미니·스커트」와 「핫·팬츠」 차림은 발랄해서 좋지만 「어퍼·볼타」사람으로선 현기증이 날정도』라고. [선데이서울 71년 7월 11일호 제4권 27호 통권 제 144호]
  • [환경] 협회 “품질관리 요구 당연” 업계 “영세업체 고사 위기”

    [환경] 협회 “품질관리 요구 당연” 업계 “영세업체 고사 위기”

    ‘먹는 샘물’ 관리 체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논쟁의 중심에는 ‘먹는샘물 인증제’와 ‘납세증명표시제’가 있다. 환경부와 샘물협회는 생수품질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행 ‘먹는 샘물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생수업계는 현행 관리체계는 생수품질 관리에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며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다.1995년 ‘먹는물 관리법’의 제정과 함께 판매가 시작된 생수시장은 해가 갈수록 급신장을 거듭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생수 시장규모는 지난해 3900억원 수준으로 매년 10∼25%가량 성장을 거듭해 올해는 4500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먹는샘물 품질인증제도로 양측 대립 최근 업계와 샘물협회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첫번째 사안은 내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인 ‘먹는샘물 품질인증제도’. 생수 제조업체의 원수, 공장환경, 제조공정, 제품, 관련법규 준수, 유통 등 6개 분야 76개 항목을 평가해 일정수준 이상일 경우 품질인증마크를 부여하게 된다. 제도의 시행과 관리는 모두 한국샘물협회가 위탁받아 운영한다. 그동안 국내 생수시장은 품질 차별화를 위한 별도의 제도적 장치가 없어 단순 물량 위주의 성장만 이뤄져 온 게 사실. 인증제가 도입되면 업체들은 2년마다 인증을 갱신해야 하며, 인증기간에도 한 차례 불시 검사를 받게 돼 품질 관리 수준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샘물업체와 환경부는 주장한다. 업체간 품질 경쟁을 유도해 세계적 생수 브랜드를 육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샘물업계는 인증제 시행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ISO(국제표준화기구),HACCP(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등 기존 인증 제도로도 충분히 생수 품질 향상이 가능한 상황에서 새 제도 도입은 비용 부담만 가중시킬 뿐 생수 품질 향상이라는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증제 전권을 샘물협회가 갖고 있다 보니 공정성에 입각한 정확한 평가가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많다. 충북의 한 생수업체 관계자는 “생수업체가 환경부의 품질 인증을 받으려면 4억∼15억원가량 추가 부담이 불가피한데 영세 업체들은 사실상 죽으라는 소리나 다름없다.”면서 “게다가 샘물협회와 사이가 불편한 업체들의 경우 평가에 불이익을 받을까 불안해하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박석천 물산업육성과 사무관은 “새 인증제도에 대해 특히 대기업들이 더 강하게 저항하는 이유는 지금껏 이들이 OEM 방식을 통해 영세업체에서 저가에 생수를 공급받아 판매해 온 탓”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수돗물보다 150배 이상 비싼 생수를 사 먹는 소비자 입장에서 그 정도 품질 관리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납부증명 표지제도도 갈등의 불씨 지난 2000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납부증명표지제도(통상 납세표시제)도 생수 품질에 대한 환경부와 업계간의 판이한 시각차를 그대로 보여준다. 납세표시제는 생수 병 뚜껑에 수질개선부담금(샘물의 경우 평균 판매 가격의 6.75%)을 부담했다는 표식을 인쇄하는 것으로, 이것 역시 한국샘물협회가 관리·운영하고 있다. 샘물협회는 납세표시 대가로 병 종류에 따라 2∼8원씩 징수하고 있다. 일부 생수업계는 음료 분야의 경우 납세표시제가 99년에 이미 사라진 만큼 생수 역시 폐지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원수 취수량을 기준으로 수질개선부담금을 지불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뿐더러 병뚜껑이 납세표시를 위해 여러 경로를 거치는 동안 외부 오염도 일어나는 만큼 생수 품질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 일부에서는 “환경부가 물 품질 향상을 명분 삼아 납세표시제와 먹는샘물 품질인증제도 등을 통해 샘물협회에 이권사업을 만들어 주는 것 아니냐.”면서 “샘물협회가 납세표시제 등으로 거둬들인 수익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회원사에도 공개하지 않는다.”며 의혹을 보내고 있다. 경기도의 한 먹는샘물용 병마개 제조업체 관계자는 “납세표시제 아래에서는 병 뚜껑이 여러 곳을 거치며 오염이 불가피한 만큼 생수의 품질 관리 차원에서라도 납세표시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샘물협회의 입장은 단호하다. 납세표시제를 시행 중인 지금도 일부 모텔이나 주유소 등에서 가짜 생수들이 은밀하게 유통되는 상황에서 이를 폐기한다면 무허가·불량 생수 확산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입장이다. ●수질개선부담금 논란도 수질개선부담금을 둘러싼 양측의 대립도 만만치 않다. 수질개선부담금은 지하수자원을 보호하고 먹는 물의 수질개선에 기여하기 위해 제정됐다. 부담금 중 20%는 행정처리 업무비용으로 징수 비용,40%는 샘물업체 취수정이 위치한 자치구 세입, 나머지 40%는 환경부에서 관리·집행하고 있다. 샘물업체들은 “같은 지하수를 사용하는데도 음료나 주류는 t당 690원을 부과하면서 샘물에는 10배 가까운 6180원을 물리고 있다.”면서 “그동안 걷어 온 수질개선부담금으로 업계에 해 준 게 뭐냐.”며 형평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수질개선부담금은 매년 180억원 정도에 불과할 뿐 아니라 이것으로 샘물업체를 지원하는 것은 ‘먹는물관리법’에도 위배된다.”면서 “업체들이 스스로 출혈경쟁에 뛰어들어 자초한 위기를 왜 당국이 책임지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고유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생수 산업의 경우 물 관련 설비나 장치와 마찬가지로 수출이 가능한 만큼 집중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물 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라도 민간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사설] 인도적 지원 절실한 북 식량난

    올봄 북한의 식량난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소식이다.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의 춘궁기를 맞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행정부도 전문가를 서울에 급파해 실태파악에 나섰다고 한다. 동족인 우리가 이니셔티브를 쥐고 인도적 지원협의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새 정부 출범 한달이 다가오고 있으나, 남북관계는 소강 상태다.6자회담에서 북핵협상도 교착국면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북측의 탐색이 아직 진행형임을 말해준다. 그래서 인도적 지원을 위한 남북 당국간 대좌는 당위론을 떠나 절실한 과제일 것이다. 남북관계가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물론 새 정부는 대북 정책의 기조로 ‘전략적 상호주의’를 내걸고 있다. 대량살상무기 개발 등으로 전용될 소지가 있는 대북 현금 지원에는 신중을 기하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러나 인도적 지원을 다른 사안과 연계하는 것은 단견일 것이다. 새 정부가 북한 주민의 생존권 차원의 인권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이유다. 오죽했으면 미 국무부의 힐 차관보도 얼마 전 “북한 어린이들의 평균신장이 남한의 동년배에 비해 5㎝가 작다.”는 통계를 제시했겠는가. 올 춘궁기를 헤쳐나가려면 무엇보다 북한당국의 발상의 전환이 긴요하다. 이를테면 지원한 쌀이 군량미로 전용되었다는 의혹을 자초해 남측 여론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한다. 앞으로 북측은 지원물량에 대한 분배의 모니터링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
  • [프로배구 V-리그] 삼성화재 “이젠 챔프 도전”

    배구팬들에게 삼성화재의 정규리그 1위는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 최고의 세터 최태웅(32)과 무시무시한 체력을 가진 크로아티아 용병 안젤코(25), 월드클래스 리베로 여오현(30)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07∼08시즌에 들어가기 전인 지난해 11월 상당수 배구계 전문가들은 삼성화재를 플레이오프 탈락팀, 즉 프로 4개팀 중 꼴찌로 꼽았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놀랄 만한 결과다. 물론 전문가들의 예측도 객관적으로 봤을 때 타당했다.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던 ‘괴물 용병’ 레안드로와의 재계약 불발, 신진식·김상우·김세진 등 핵심멤버들의 은퇴, 주전들의 노쇠화, 새 멤버 보완 미비 등은 ‘삼성화재 왕국’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객관적 조건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에 신치용 감독과 선수들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독기를 품었다. 시즌 전 평소보다 더욱 체력 훈련을 강화하며 삼성화재의 장기인 서브리시브와 톱니바퀴 조직력을 갈고 닦았다. 삼성화재가 07∼08 프로배구 정규리그 2연패를 달성했다. 대한항공은 정규리그 우승의 제물이 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으나 그들의 소극적 저항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겠다는 삼성화재 선수들의 적극적 집념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19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삼성화재는 안젤코(22점)와 장병철(15점) 좌우쌍포를 앞세워 세트스코어 3-0(25-22 25-22 25-11)으로 완파했다. 이날 승리로 28승(4패)째를 기록한 삼성화재는 앞으로 남은 세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게 됐다. 반면 8패(24승)째를 당한 대한항공은 다음달 3일부터 현대캐피탈과 3전2선승제로 열리는 플레이오프가 확정됐다. 삼성화재는 다음달 10일부터 대전충무체육관에서 플레이오프 승자와 5전3선승제로 챔피언결정전을 갖는다. 두 팀은 1,2세트 박빙의 승부를 펼쳤으나 결정적 순간마다 터져나온 서브범실 9개가 대한항공의 발목을 잡았다.1세트 18-19로 한 점차 추격을 벌이던 상황에서 보비의 서브범실이 나오며 18-22까지 밀리는 빌미를 제공했고,2세트에서도 초반 보비·장광균(5점)·김형우(6점)의 서브범실이 3개 연속 터지면서 스스로 맥이 쭉 빠지는 상황을 자초했다.3세트는 자포자기하며 범실을 남발한 대한항공에 대한 삼성화재의 ‘우승 자축 세트’였다. 신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어떤 배구를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으며 기술적인 부분은 이미 갖춰진 만큼 결국은 정신적인 부분이 중요했다.”면서 “책임과 자존심의 정신적인 부분을 많이 강조했다.”고 훈련과정을 소개했다.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서울광장] 검찰 더 겸손해져야 한다/오풍연 논설위원

    [서울광장] 검찰 더 겸손해져야 한다/오풍연 논설위원

    #장면1 1987년 늦가을. 전두환 정권 말기 몇몇 서울지검 공안부 검사들과 자리를 함께한 적이 있다. 공안정국이 위세를 떨치던 때라 그들의 기세 또한 대단했다. 심지어 자기네끼리 의기만 투합하면 나라를 흔들(?) 수 있다는 생각도 은연중 내비쳤다. 당시 ‘공안검사’는 출세코스로 통했다. 그래서 많은 검사들이 줄을 대기 위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지금 그들 대부분은 검찰을 떠났다. #장면2 1992년 경제부처를 잠시 출입할 때다. 한 서기관이 아침에 나와 씩씩대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자초지종은 이러했다. 전날 저녁 국내 최고명문인 K고 출신 동기들이 몇명 모였단다. 검사 출신 1명에 나머지는 대부분 행시 출신이었다고 했다. 일은 2차 술자리에서 벌어졌다. 검사 친구가 하도 오만불손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고 했다. 다른 동기들도 기분이 잔뜩 상해 다들 밤잠을 설쳤다고 전했다. #장면3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초기 검사들과 자리를 함께했던 게 기억난다. 공중파로 방영돼 많은 사람들이 이를 지켜보았다. 전국에서 차출된 검사들은 현직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정제되지 않은 말들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이제 막 가자는 것이죠.”라며 흥분하기도 했다. 검찰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가 모두에게 실망만 안겨준 채 끝나 전파낭비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 뒤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검찰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는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검찰을 수년간 출입한 터라 이런 얘기들을 들으면 마음이 편치 않다. 이는 아직도 국민위에 군림하려는 검사가 적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검사란 어떤 자리인가. 법과 절차에 따라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고 억울한 사람을 구제해 주는 것을 주임무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도 실상은 그렇지 않아 유감이다. 참고인 조사차 검찰을 방문한 사람들 대다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들의 오만함과 불손 때문이다. 이제는 검찰도 변화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던진 화두도 변화와 섬김의 정치다. 특히 섬기는 자세를 체득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을 섬겨 나라를 편안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12월 대통령 당선 이후 줄곧 주창해온 슬로건이다. 왜 국민을 섬겨야 하는지의 이유는 간단하다. 자세를 낮춰 국민을 받들어야 사랑받는 대통령이 된다는 확신이 선 까닭이다. 노 전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이루지 못했음을 안타까워한 대목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 검찰이 해야 할 일도 보다 분명해졌다.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겸양(謙讓)의 미덕부터 길러야 한다. 얼마 전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당부했던 세가지 덕목을 벤치마킹해도 좋을 듯싶다. 힘과 욕망, 감정표출의 절제가 그것이다. 이를 검찰에 그대로 대입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권부(權府)의 사람들’이 지켜야 할 것을 정확히 짚었기 때문이다. 최근 물러난 검찰 고위인사도 “국민에게 겸손하고 절제된 자세를 보일 때 진정한 존경을 받을 수 있다.”고 되돌아봤다. 검찰은 지난 주말 검사장급 이상 인사를 단행했다. 진통을 겪은 탓인지 뒷말도 무성하다. 검찰의 변화된 모습을 다듬는 것은 김경한 법무장관과 임채진 검찰총장의 몫이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사설] 김용철씨 청문회서 당당히 밝혀라

    김성호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일단 무산됐다. 여야가 함께 증인으로 신청한 김용철 변호사의 불출석을 놓고 어제 하루종일 공방만 벌였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그대로 청문회를 진행하자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삼성 ‘떡값명단’을 폭로했던 김씨의 출석을 끝까지 밀어붙일 태세다. 총선을 앞둔 만큼 여야 모두 당리당략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그렇더라도 김씨가 국회에 나오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불만 질러놓고 팔장을 낀 채 구경하겠다는 건가. 누구보다도 법을 준수해야 할 법조인로서의 덕목도 져버렸다고 하겠다. 우리는 앞서 ‘떡값검사’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김씨가 삼성그룹에서 그만 한 위치에 있었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공개를 의심치 않은 탓이다. 그렇다면 김씨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나와 진상을 소상히 밝혔어야 옳았다. 국회를 무시하는 것은 국민을 경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는 삼성측으로부터 로비를 받은 이의 명단만 공개했지 구체적 정황은 대지 못했다. 김씨가 지금과 같은 자세를 고집한다면 오히려 국민적 비난을 자초할지도 모른다. 김씨가 왜 국회에 나와야 하는지의 이유이기도 하다. 김씨의 불출석 변명 역시 정의롭지 못하다.“위증 등 혐의로 고소당할 게 뻔한데 무엇하러 나가겠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지난해 이 사건 폭로 당시 자신부터 감옥에 가겠다고 호언했던 그다. 지금은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말의 앞뒤가 맞는다. 조준웅 특검조사에는 응하겠다는 것이 김씨의 기본 생각이다. 그런 태도라면 국회에 못 나올 이유가 없다. 김후보자에게는 돈을 직접 전달한 적도 있다고 안했는가. 청문회에 나와 로비의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액수 등을 밝히기 바란다.
  • 로맨틱코미디 외화 보면 트렌드 보인다

    로맨틱코미디 외화 보면 트렌드 보인다

    쿠거족, 소심남녀족, 싱글맘·싱글대디족…. 올봄 극장가를 수놓을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다양한 사회 트렌드를 반영한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봄바람을 타고 ‘화이트데이’ 특수를 노린 작품들이 줄줄이 개봉하는 것. 당당히 사랑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그들의 연애담이 관객과 얼마만큼 소통을 이룰지 관심을 모은다. ● 쿠거족 - 연하의 남자랑 사귀어 볼까? 쿠거족’(couger)은 나이 어린 남자와 데이트하거나 결혼하는 여성을 일컫는 말로 경제력을 갖춘 싱글녀들을 가리킨다.‘당신은 나의 베스트셀러’(13일 개봉)의 여주인공 주디스(카렝 비야)는 쿠거족의 전형. 파리의 유명 출판사 편집장인 그녀는 높은 연봉과 명성은 물론 20대 못지 않은 피부와 S라인 몸매를 지닌 골드미스다. 연하의 청년백수인 작가지망생에게 묘한 매력을 느끼지만 나이가 많다고 주눅이 들거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도 않을 정도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 지난 1월 개봉한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의 40대 인테리어 디자이너 영미(이미숙)도 쿠거족의 행태를 보였다. 그녀는 불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연하남과의 사랑은 물론 일에도 열정적이다. 새달 10일 개봉하는 ‘경축! 우리 사랑’은 하숙집에서 한솥밥을 먹다 눈이 맞은 봉순(김해숙)씨와 무려 21살 연하와의 발칙한 로맨스를 코믹하게 그릴 예정이다. ● 소심남녀족 - 내게 사랑은 너무 어려워 우리 주변에는 겉보기엔 멀쩡하고 사회에서도 당당하지만 연애사에서는 어려움을 소심남녀족들을 흔히 볼 수 있다.6일 개봉한 ‘27번의 결혼리허설’에 등장하는 제인(캐서린 헤이글)은 이른바 ‘착한여자 콤플렉스’에 걸린 소심녀의 전형. 제인은 결혼식 들러리를 27번이나 설 정도로 타인을 배려하지만, 정작 자신의 사랑과 행복에는 소극적이다. 눈앞에서 사랑하는 남자초자 자신의 친동생에게 빼앗길 정도다. 같은 날 개봉한 ‘잘나가는 그녀에게 왜 애인이 없을까’의 촉망받는 광고회사 직원 그레이(헤더 그레이엄)도 멋진 외모에 쿨한 성격까지 갖췄지만, 몇년째 연애다운 연애 한번 못해봤다. 주변에서 친오빠를 남자친구로 오해하는 상황까지 이르자, 그녀는 심리치료사까지 찾아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20일 개봉)에 등장하는 라스(라이언 고슬링)에 비하면 앞의 두 여인은 그나마 괜찮다. 라스는 착한 심성을 지녔지만, 관심을 보이는 여자 동료의 호의도 모른척할 정도로 수줍음이 많은 청년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어느날 여자친구가 생겼는데, 다름 아닌 ‘리얼 돌´(인형)이었던 것. ● 싱글맘·싱글대디족 - 이제 더이상 우울하지 않아 최근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싱글맘과 싱글대디족들의 연애담은 가족애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안겨준다. 남편이 젊은 비서와 바람나 도망가는 바람에 어느날 갑자기 싱글맘이 된 ‘미스언더스탠드’(27일 개봉)의 테리(조안 알렌). 가족을 버리고 타국으로 떠난 남편때문에 네딸들에게 까칠하기 이를데 없지만 ‘이웃 사촌’ 데니(케빈 코스트너)에겐 마음을 연다. 같은 날 개봉하는 한국 영화 ‘동거, 동락’의 싱글맘 정임(김청)도 미대생 딸 유진(조윤희)과 단둘이 사는 싱글맘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정임은 대학시절 첫사랑을 우연히 만나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적극적인 인물로 그려진다.‘댄인러브’(27일 개봉)의 주인공 댄(스티브 카렐)의 러브스토리는 더욱 복잡하다. 사춘기에 접어든 세딸을 키우는 싱글대디인 그에게 4년만에 운명같은 사랑이 찾아오지만 그는 부성애와 사랑 사이에서 끝없이 갈등한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로맨틱코미디는 특히 사회트렌드에 민감하고, 진보된 의식을 빠르게 반영해 관객들의 동조의식이나 판타지를 자극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사회는 이런 영화들을 통해 하나의 담론 혹은 이데올로기를 형성하거나 다가올 사회변화를 예측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설화속 동물 인간을 말하다/심우장 등 지음

    인터넷 시대, 정보가 제아무리 파편화되어 난무하더라도 인간이 결코 떨치지 못하는 욕망이 있다. 서사(敍事)이다. 정보화 사회의 구성원들을 변함없이 사로잡는 역설적 키워드 ‘이야기’의 묘미를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전달해주는 책이 ‘설화 속 동물 인간을 말하다’(심우장 등 지음, 문찬 그림, 책과함께 펴냄)이다. ‘이야기 동물원’이란 부제를 달고 출발하는 책의 귀착지는 ‘인간’이다. 우리 전통 설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동물들을 짚어보고, 이야기 속에서 그들이 존재하는 방식과 의미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넘겨다본다. 한마디로 설화 속 동물들은 인간의 욕망과 꿈을 투영해 탄생했으며, 그들은 그대로 창조자인 인간의 자화상이라는 주제어를 던진다. 책은 ‘비루’라는 이름의 개가 ‘이야기 동물원’이라는 일종의 테마공원으로 독자를 안내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새삼 들여다본 우리 설화들에는 기실 인간사와 꼭 닮은 동물들이 등장한다. 동물들은 저마다의 생태적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한 듯하면서도 곰곰 뜯어보면 사람의 행동양식과 판박이로 닮은꼴이다. 예컨대 첫장 ‘동물유래관’은 헛된 욕심으로 오히려 화를 자초하는 인간의 속성을 은유하는 설화 속 동물이야기 모음이다. 한 쪽으로 눈이 쏠리고만 광어, 이마가 훌떡 벗겨진 메뚜기, 허리가 잘록해져버린 개미에 얽힌 사연들이 그런 것들이다. 이렇게 다양한 설화들을 어디에서 다 모았나 싶게 흥미로운 대목이 많다. 모자람이 때로는 미덕일 수 있고, 진심이 언제나 승리하는 이치를 웅변해주는 설화 속 동물들이 줄줄이 소개된다. 5명의 지은이들은 모두 서울대 국문학과의 구비문학 전공자들이다. 서사의 성찬을 누리는 가운데 골계와 해학의 즐거움은 ‘덤’이다. 각 장이 끝나는 사이사이에 우리가 흔히 접하는 민요, 속담, 수수께끼, 한자 등에 숨은 동물 이야기도 끼어있다.1만 48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신경림 누항나들이]‘잃어버린 10년’은 없다

    [신경림 누항나들이]‘잃어버린 10년’은 없다

    지난 1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의 나라 이집트를 다녀왔다.1981년에 집권한 무바라크가 28년째 계엄 통치하고 있는 나라이지만,50년대 나세르가 쿠데타로 집권했을 때만 해도 가장 희망이 있는 신생국으로 주목 받았던 터이다.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희망 없는 나라로 지목했던 같은 신문에 나세르가 혁명 10년을 맞이하여 ‘새 이집트를 위한 나의 포부’라는 논문을 기고하여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 기억을 아직도 나는 가지고 있다. 그 논문에서 그는,“우리가 해야 했던 가장 본질적인 과업은…가장 기본적인 자유인 일하는 자유, 먹는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었으며, 토지를 자기 것으로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자기 가족을 보호하며 자기 재산을 가질 수 있게 국가가 조정하는 것은 바로 개인의 존엄성과 자유를 가장 중요시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때가 바로 5·16 쿠데타 직후여서인지 5·16이 곧 나세르의 쿠데타를 벤치마킹한 것이라는 설이 무성했으며, 나세르를 뒤따르는 것만이 성공의 길이라는 주장도 많았다. 한데 지금 그 나라 형편은 어떠한가. 무바라크의 다섯번째 임기가 끝나는 2011년에는 그 아들이 그 자리를 계승할 것이라고 한다. 인구 8500만명에 경찰이 100만명, 땅은 우리의 열배며 자원도 풍부하지만, 관광 외에는 산업다운 산업이 없다. 민주화는 말할 것도 없고 나세르가 강조한 ‘개인의 존엄성과 자유’가 보장되어 있지 못하다. 웬만한 길목이면 다 낡은 총을 멘 경찰들이 지키고 서 있으며, 우연히 만난 지식인들은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을 크게 꺼린다. 정부나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곧 추방이나 죽음을 의미하는 만큼 반정부 시위 따위는 생각도 못한다. 관광지에는 무장경찰들이 배치되어 있으며, 차를 타고 조금만 멀리 가는 여정이면 으레 경찰이 동승한다. 대통령도 국민을 믿지 못해 한번 거동하면 3000명의 경비원이 따른다고 한다. 경찰이 관광지에서 함께 사진을 찍거나 셔터를 눌러준 다음 엄지와 검지를 비벼 돈 세는 시늉을 하면서 “원 달러”를 되뇌는 풍경은 이제 슬픈 풍속도다. 국민의 하위 10%는 하루 1달러로 연명하고, 상위 10%가 부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을 기쁘게 생각했지만, 문득 24∼25년전 우리 모습이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숙연해졌다. 물론 우리는 적어도 1달러로 생활하지는 않았으며 외국인 앞에서 사진을 찍어주고 “원 달러”를 구걸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름 아래 존칭을 생략했다고 하여 몇년씩 감옥을 살고 정부가 하는 일을 반대하다가 맞아 죽기도 하는 모습은 예사로 있었던 일들이다. 그런 체제가 계속되었더라면 정부가 앞장서 이끌어 가까스로 일어서고 있던 우리 경제도 그쯤에서 주저앉고 말았으리라. 국민의 힘의 동원 없이는 제대로 된 경제성장은 절대로 불가능했을 터이다. 이제는 대통령이고 정부고 마구 욕하고 비판해도 좋은 세상이 되었다. 이 민주화가 경제성장의 뒷받침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으리라. 하지만 이것이 저절로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모두들 잊고 있는 것 같다. 이만큼 되기 위해서 많은 사람이 갇히고 다치고 죽었으며, 그 끝마무리 점에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가 있다. 민주주의와 자유의 확립은 그들의 적극적인 의지와 실천에 힘입은 바 크다는 사실이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두 정권의 오만과 편견, 아마추어리즘과 경박함이 국민의 외면을 자초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민주주의를 확고하게 다져놓은 10년을 고집스럽게 ‘잃어버린 10년’으로 격하하려는 시도 또한, 신생국 중 가장 성공한 예로 드는 우리 역사를 실패한 역사로 매도하는 청맹과니 시각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신경림 시인
  • 국정운영 타격속 한총리 인준은 숨통

    ‘이명박호(號)’가 출항하자마자 고비를 맞았다. 새 내각을 꾸리기도 전에 예비각료 3명이 갖가지 의혹으로 낙마함에 따라 이명박 정부는 ‘실패한 조각(組閣)’이라는 오명을 지울 수 없게 됐다. 더욱이 이춘호(여성)·남주홍(통일)·박은경(환경) 장관 후보자 등의 낙마가 부동산 투기와 교육비 이중공제, 편법증여와 같은 구시대적 행태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선진 한국을 외치는 이명박 정부로서는 타격이 크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자진사퇴 형식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읍참마속의 결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정국엔 숨통이 트일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한승수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 전망도 한층 밝아졌다. 통일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한나라당 내부조차 인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셌고, 이같은 정국상황에 떠밀려 이들을 교체하게 됐다는 점은 이 대통령의 향후 국정 운영에 적지 않은 주름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싸늘한 민심…한나라서도 교체 요구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그동안 야당의 파상공세에 ‘새 정부 발목잡기’라는 논리로 맞서 왔다.4월 총선을 겨냥한 정치공세라는 점을 부각시켜 ‘검증 실패’라는 비판을 비켜가려 했다. 그러나 여론은 거꾸로 흘렀다. 민심의 이상기류를 감지한 한나라당의 위기감은 증폭됐고, 강재섭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가 27일 아침 청와대로 달려가 문제의 인사들을 교체할 것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인선 혼란과 민심 악화, 국정동력 약화라는 세 가지 손실을 입게 된 셈이다. ‘이명박 조각’의 실패는 지난 10년 야당을 하며 한나라당이 만들어 놓은 ‘공직 기준’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중 정부의 장상·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부터 참여정부의 김병준 교육부총리에 이르기까지 숱한 인사들에게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 낙마시킨 것이 이번 인사파문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문제 인사들을 교체하는 긴급 처방에도 불구하고 대치정국이 원만히 수습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민주당은 다른 후보자의 교체를 요구하며 청와대를 거세게 압박했다. 유종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사필귀정으로, 이명박 정권이 얼마나 도덕성에 큰 하자가 있는지 드러난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4월 총선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최대한 이명박 정부의 도덕성을 문제 삼겠다는 계산이다.●민주 “이 대통령 사과” 공세 민주당은 다만 29일로 예정된 한승수 국무총리 국회 인준에 있어서는 보다 유연한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예비각료 3명이 낙마한 마당에 총리 인준마저 거부할 경우 지나친 발목잡기라는 여론의 역풍이 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민주당은 이에 따라 29일 한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에 ‘권고적 반대 당론’으로 임함으로써 사실상 소속 의원들의 자유의사에 찬반을 맡길 것으로 점쳐진다. 인준 가능성을 열어 놓는 셈이다. 29일 총리 인준안이 통과되면 이 대통령은 곧바로 한 총리의 제청을 받아 남은 12명의 예비각료들을 장관으로 정식 임명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새달 초엔 부분적으로나마 이명박 정부가 공식 출범할 공산이 크다. 다만 상당수 각료 후보들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데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간 정국 주도권 경쟁이 갈수록 첨예해질 전망이어서 이명박 정부는 허니문 없는 임기 초반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진경호 윤설영기자 jade@seoul.co.kr
  • [경제살린 세계의 지도자] (2) 로널드 레이건

    [경제살린 세계의 지도자] (2) 로널드 레이건

    1980년 12월 영화배우 출신의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날 축하 파티에서 참석자들은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의 얼굴이 새겨진 넥타이를 맸다.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는 철저한 시장주의자로 작은 정부를 지향했다. 라디오 방송자 폴 하비가 레이건 정부의 경제정책을 빗댄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의 뿌리가 바로 애덤 스미스에 있음을 상징한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레이건은 1979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연방정부의 재정지출을 축소해 정부 개입을 줄이고 감세를 통해 민간의 활력을 제고하겠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당연한 것처럼 들리지만 당시로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파격적인 공약이었다.1920년대 경제공황 이후 70년대까지 미국 경제를 이끈 원동력은 ‘유효수요’ 창출이라는 케인지언식 경제정책이었다. 왜곡된 자원 배분을 국가가 개입해 조정하고 재정지출 확대 등으로 수요를 늘리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역할이자 임무였다. 사회적 불평등이나 모순은 누진적 과세와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보편화했다. 하지만 70년대 1,2차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이런 기능은 작동하지 않았다. 물가가 치솟고 경기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만연하기 시작했다. ●친시장 정책으로 전환 경제학자들이 끙끙 앓던 해결책을 경제학의 문외한인 레이건이 제시했다. 그는 1980년 대통령직 수락 연설에서 “정부는 문제 해결의 방법이 아니라 문제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레이거노믹스의 핵심을 압축한 말이다. 정부가 성장의 주역이 아니라 지나친 간섭과 조직의 비대화로 시장의 비효율성만 키웠다는 지적이다.200여년 전 애덤 스미스가 강조한 ‘보이지 않는 손(시장기능)’의 부활이자 공급경제학이 비로소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레이거노믹스는 ▲연방정부의 기능축소 ▲감세정책 ▲규제철폐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통화량 조절 등을 강조한다. 이같은 신자유주의식 공급경제학 이론은 시카고 학파의 밀턴 프리드먼을 중심으로 논의가 활발했지만 정책에 반영되기는 레이건 정부가 처음이다. 또한 높은 세금은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고 통화팽창에 따른 지나친 저금리는 경쟁력없는 기업들의 퇴출을 지연시킨다는 논리도 폈다. ●숱한 비난에도 정책의 일관성 유지 레이건 정부 초기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9.5%이던 정책금리를 1981∼84년에 평균 12%를 유지했다. 물가안정 차원이었다. 경쟁에 뒤처지는 기업들의 불만이 터져나왔고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이 늘면서 실업률은 급등했다. 레이건 지지율은 73%에서 42%로 급락했고 1982년 말 중간선거에서도 하원 26석을 잃는 등 패배를 자초했다. 하지만 정책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물가가 안정되면서 통화공급이 늘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자 시중금리는 점차 안정됐다. 또한 82년과 88년 두차례에 걸쳐 소득세율은 70%에서 28%로, 최고 법인세율은 46%에서 34%로 떨어뜨렸다. 저금리로 인한 투자증대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 세금을 낮춰 생산의욕을 높인 것이다. 탈세 등을 방지하기 위해 1110억달러 규모의 비과세·감면을 축소했다. 부자들의 세금만 깎아준다는 비난을 무마시키지 위한 조치이다. 그 결과 레이건이 재임한 1981∼88년 평균 물가상승률은 3.8%로 안정을 찾고 경제성장률은 3.5%로 견실해졌다. 집권 초기 물가상승률은 10%를 오르내리고 성장률은 2% 안팎에 그쳤다. ●17년 대세 상승의 시발점 레이거노믹스의 다른 축은 규제 완화다. 수송·에너지·통신 분야의 규제를 풀고 독점을 사후관리 체제로 전환, 자본의 대형화를 유도했다. 금융분야에선 은행과 증권의 분리원칙을 세워 대형 투자은행을 육성했다. 불법 파업 등에는 엄격한 법 집행으로 강력히 대처,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키웠다. 기업간 인수·합병(M&A)이 봇물을 이뤘고 대형 다국적 기업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물론 기업사냥꾼이 등장하고 헤지펀드가 유행하면서 ‘부익부 빈익빈’ 등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됐다. 중산층도 적잖이 무너졌다. 하지만 미국 증시의 다우지수가 1982년 1000포인트에서 2000년 1만포인트까지 오르는 대세상승의 밑거름이 됐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용어클릭]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 미국의 40대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이 8년 임기 동안 추진한 ‘작은 정부’와 ‘시장중심적 경제정책’이다. 레이건(Reagan)과 경제학(economics)을 합친 말로 수요보다 생산을 중시하는 공급경제학을 대표한다. ■레이거노믹스 엇갈린 평가 레이거노믹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당시 우파 정권이 레이거노믹스를 보수정책의 어젠다로 활용한 측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성장잠재력 확충과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1990년대 미 IT산업의 활황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급경제학은 단기 효과를 노리는 게 아니라 외생적 요인에 의한 공급애로와 생산비 부담을 규제완화 등 제도적 개선으로 낮추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성원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감세정책 효과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초기 통화긴축으로 물가를 잡고 안정적 성장의 발판을 이룬 노력은 높이 사야 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위대한 미국 건설’을 내세우면서 파격적인 개혁조치를 일관되게 추진, 국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줬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광수경제연구소측은 “감세정책으로 기업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레이거노믹스의 효과는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감세 효과가 대기업과 고소득층에만 집중돼 미 전체 기업의 실효세율은 오히려 올라갔고 재정적자 확대로 미 국가채무는 1980년 9000억달러에서 86년 2조 1000억달러로 2배 이상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물가 안정은 달러화가 고평가된 상황에서 유가가 하락했고 값싼 외국상품이 물밀듯이 들어온 부수적 결과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의 평론가 윌리엄 그레이더는 “부자와 기업, 금융집단은 엄청난 혜택을 봤으나 중산층과 근로자는 물을 먹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필립 블론드 영국 컴브리아대 교수도 “레이건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1%의 부유층 재산이 미국 전체의 74%를 차지하는 ‘부의 집중’ 현상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레이건의 대중적 인기가 레이거노믹스의 실패를 덮었다는 평가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당시 미국과 현재 한국의 다른점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 미 ‘레이거노믹스’에 근거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작은 정부와 감세 정책, 규제 완화 등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레이거노믹스가 등장한 미국과 지금 우리 상황은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1970년대 1,2차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지만 성장은 고물가에 따른 소비 감소 등으로 2%를 밑돌았다. 물가가 치솟고 경기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이미 진행되는 상태였다. 우리 경제도 물가가 불안하고 성장 동력이 떨어지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물가를 잡으려고 당장 고금리 정책을 펼 상황도 못 된다.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신용경색과 경기침체를 감안하면 금리를 더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레이건 정부의 시장친화적 경제정책은 미국내 산업의 비효율성을 겨냥했다. 일본 기업보다 설비가 낡았고 고물가·고임금으로 생산성이 떨어졌다. 특단의 ‘공급경제학’을 들고 나왔지만 당시로서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었다. 반면 우리는 국가경쟁력 제고와 외자유치 차원에서 글로벌 추세인 세금감면과 규제완화를 따르고 있다. 다만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대운하 등 경기부양적 수요 진작책을 함께 추진, 공급 위주의 레이거노믹스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레이건도 출범시에는 감세정책과 더불어 재정지출 삭감을 내세웠다. 하지만 옛 소련과의 군비경쟁을 가속화하면서 재정적자를 폭발적으로 키웠다. 이명박 정부는 법인세 인하 등 감세정책과 동시에 예산 10% 삭감을 약속했다. 조세전문가들은 현재의 세입·세출 구조를 감안할 때 재정지출을 급격히 늘리지 않는 한 미국과 같은 대규모 재정적자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레이건은 연방정부의 기능 가운데 복지, 지역개발, 의료, 교육사업 등을 지방정부에 대거 이양했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의 고용은 총 고용의 2.5%에서 2.3%로 낮아졌고 GDP 대비 지방정부 지원금도 2.3%에서 1.8%로 줄었다. 우리는 정부조직을 18부·4처에서 15부·2처로 줄였지만 중앙정부의 기능 이양은 거의 없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가 평균 18%에 불과, 아직은 중앙정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사설] ‘국민성공시대’ 향해 출범한 이명박號

    이명박 제17대 대통령이 오늘 공식 취임한다. 대통령 당선 후 몇가지 구설에도 불구, 새 정부 출범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는 여전히 크다. 새 정부는 공약한 대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뛰어넘는 선진화 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이 당선인은 성장 이익이 서민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국민성공시대’를 이룩한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할 것이다. 이 당선인은 국민성공을 위한 시대정신으로 경제살리기와 국민통합을 내걸었다.5대 국정지표를 통해 신(新) 발전체제를 이루겠다고 약속했다.5대 국정지표는 활기찬 시장경제, 인재대국, 글로벌코리아, 능동적 복지, 섬기는 정부 등이다. 하지만 이 당선인의 앞길을 가로막는 난제가 간단치 않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론 부실사태와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제경제상황이 나쁘다. 경제성장을 우선하면서, 성장의 과실이 서민에게 가도록 한다는 새 개념의 시장경제주의의 전제가 벽에 부딪힐 우려가 있다. 벌써 성장률 7% 목표를 6%로 하향조정했으나 그나마 달성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런 가운데 대다수 기업들이 이 당선인의 취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점은 다행스럽다. 민간주도형 국가경제성장을 적극 유도함으로써 국제경제의 불확실성을 돌파해야 한다. 기업 스스로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도록 최대한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 기업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 철폐작업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본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과감한 규제완화책이 시급히 나와야 한다. 또 하나, 경제살리기의 주요 조건인 국민통합에서 이 당선인측은 용의주도하지 못했음을 반성해야 한다. 난제가 많을수록 폭넓은 국민 공감대가 중요한데, 이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가 대기업과 부자를 옹호한다는 지적이 나온 점은 유감스럽다. 비정규직을 포함해 노동계의 마음을 얻기 위해 더 힘써야 한다. 서민을 위해 물가를 확실히 잡고, 중소기업과 지방경제 회생 대책이 나와야 한다. 특히 새 정부 인사에서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요소가 드러난 것은 아쉽다. 청와대 수석진이 지역·학력면에서 편향되어 있음으로써 상당수 국민들이 소외감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일부 장관 후보자들이 재산 및 자녀 국적 논란에 휩싸여 새 정부 출범의 축제분위기를 깨고 있는 상황도 이 당선인 측이 자초한 것이다.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자녀 국적 문제 등은 고위공직자 검증의 기본이다. 이렇듯 여러 명이 문제가 된다면 검증시스템에 구멍이 나도 단단히 난 셈이다. 앞으로 국정운영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결국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는 어제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통합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다른 해당자들 역시 스스로 용퇴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이 당선자와 새 정부에 주는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본다. 대선 후 몇몇 시행착오로 인해 이 당선자의 국민 지지율이 떨어졌으나 실망할 이유는 없다. 최근 제기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 국민 눈높이에 맞춘 정책을 펼치면 지지율은 언제든지 회복된다. 이 당선인이 내세운 보수·진보를 뛰어넘는 실용주의와 탈(脫)여의도 정치에 대한 국민의 선호는 분명하다.10년만의 정권교체와 건국 60주년의 분위기를 살리면 국민 마음을 뭉치게 할 정치적 동력은 충분하다. 경제와 국민통합뿐 아니라 4강과 균형외교, 공교육 강화 등 외교·남북관계·교육 등에서 실용주의가 제대로 정착되도록 정책과 인사를 정교하게 추진해야 한다. 국가장래를 위해서도 이 당선인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그 성공 여부가 취임 후 1년 이내에 결판난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 정부조직개편·규제개혁 ‘밑그림’

    정부조직개편·규제개혁 ‘밑그림’

    새 정부 국정운영의 밑그림을 그려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2일 해단식을 갖고 59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이경숙 인수위원장을 비롯해 300여명의 인수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해단식은 이 당선인의 말처럼 ‘학교 졸업식’을 연상케했다. 두 달간의 숨가쁜 강행군을 마무리한데 따른 홀가분함과 아쉬움, 그리고 새 정부 출범을 앞둔 기대감이 뒤엉킨 자리였다. 해단식은 당초 오전 10시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 당선인이 헬기 추락사고 합동영결식에 참석하는 일정으로 인해 한시간 가량 늦춰졌다. 이 당선인이 오전 11시를 약간 넘겨 대회의실에 도착하자 300여명의 인수위 관계자들은 큰 박수로 환영했다. 이어 이 위원장이 이 당선인에게 국정과제 보고서와 규제개혁보고서, 예산절감 보고서를 전달하는 것으로 공식 활동의 마침표를 찍었다. 인사말을 위해 연단에 오른 이 당선인은 가벼운 유머를 섞어가며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도했고 좌중에서는 폭소가 끊이지 않았다. 이 당선인은 먼저 인수위원들을 둘러본 뒤 “다 능력 있고 다 국가관이 투철했다고 인정한다.”면서도 “여러분들이 다 그전부터 그런 게 아니라 여기와서 변한 사람도 있는 것 같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여러분들은) 정든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의 심정이고, 이 위원장과 저는 떠나보내는 학교 교장의 심정을 갖고 있다.”며 “떠나는 학생들은 발전적으로 더 나은 길을 가기 때문에 졸업식은 마음 섭섭하지만 희망에 가득찬 행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그간의 인수위 활동과 관련,“변화의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공직자로서 전문·자문위원들이 돌아가시면 부서에서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용정부’ 기치를 내걸고 ‘노 홀리데이 59일’의 강행군을 이어온 인수위는 10년 만의 정권교체에 따른 새로운 시대정신과 가치를 반영해 이명박 정부가 지향할 국정좌표와 항로를 짜는 작업을 ‘대과없이’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우선 대선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타당성을 검토해 193개 국정과제를 제시해 새 정부의 국정 테이블에 올려 놓았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새 정부가 출범 즉시 (국정과제를) 이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자평했다. 또 18부4처의 정부 조직을 15부2처로 슬림화하고,‘전봇대’로 상징되는 ‘규제’를 과감하게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 줬다. 정책 방향 역시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섬기는 정부’의 주춧돌을 놓은 것도 평가할 대목이다.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인 박형준 의원은 “정부조직 개편안과 규제개혁안의 밑그림을 만들어 새 정부에 넘겨 주고 광역발전론과 같은 새로운 지역발전론을 제시했으며 금산분리 단계적 폐지와 같은 시장 활성화 조치들의 기반을 마련한 것은 상당히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인수위 활동에서 드러난 허물도 적지 않았다. 개혁의 속도와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영어 공교육 강화, 올림픽대로 통행료 징수 등 설 익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바람에 ‘과속 논란’을 자초했다. 정부 조직개편안도 예비야당에 대한 협상과 설득에 실패, 원안에서 몇걸음 뒤로 물러선 것도 미숙한 점으로 지적된다. 또 인수위 전문위원의 언론사 성향조사, 부동산정책 자문위원의 고액 부동산 컨설팅, 자문위원들의 집단향응 파문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다. 이밖에도 이 위원장의 ‘아린지(오렌지)’ 발언이나 이 당선인의 ‘숭례문 국민성금 모금’ 발언도 논란을 빚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사설] 마구잡이 인수위 구성이 자초한 귀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또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인수위 소속 일부 인사들이 부적절한 향응 회식자리를 가진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모임을 주도한 이가 비상근 자문위원이라고 하지만 인수위 얼굴 전체에 먹칠을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대선 논공행상과 각종 연줄로 인수위 구성을 어지럽게 함으로써 자초한 추문이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인수위원과 자문위원이 포함된 관계자 30여명은 지난 15일 강화도 장어요리집에서 오찬모임을 가졌다. 인천시에서 오가는 버스편을 제공했고,189만원의 식대도 인천시 카드로 결제했다가 나중에 교수출신 자문위원이 정산했다. 강화군수가 특산물 선물도 했다고 한다. 인수위는 출범초 관폐, 민폐를 피하기 위해 소속원들에게 구내식당 이용을 권고했다. 그런 점을 떠나 수십명이 별 문제의식없이 향응자리를 가진 것이 놀랍다. 한두명이라도 공인의식이 있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었다. 인수위 자문위원은 558명에 달한다. 인수위는 무슨 업무를 하는지 분명치 않은 이들에게 자문위원 명함을 남발했다. 자문위원 직함은 총선 출마용으로, 그리고 사리사욕을 챙기는 데 활용되기도 했다. 한 부동산정책 자문위원은 고액의 컨설팅 대가를 받다가 해임되었고, 언론사 성향조사를 하다가 면직된 전문위원도 있었다. 이번에는 관쪽에 손을 벌리는 수단으로 인수위 직함이 이용되었다. 파문이 일자 인수위측은 대국민사과와 함께 관련자 2명을 해임했다. 하지만 사후약방문식 대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부담을 줄 뿐이다. 인수위 관계자 전원을 정밀 스크린해 물의를 빚을 소지가 있는 이는 새정부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앞으로 이어질 각종 인사에서도 부적격자를 가려내는 노력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 [사설] 새정부 청와대 참모들이 명심할 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새 정부 대통령실 수석 인선을 확정했다. 분야별로 전문가라는 평가를 듣는 이들을 뽑았고, 연령도 40∼60대 사이를 두루 포진시켰다. 하지만 대부분이 교수 출신이고, 특정 학교·특정 지역 출신이 밀집해 있는 것은 새 정부 청와대에 어려운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이 당선인은 실용주의 인사를 강조하고 있다. 코드, 출신 지역과 학교를 떠나 일 잘 하는 인사를 쓰겠다는 것이다. 이번의 청와대 참모진 인선이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출신이 문제될 게 없지만 이 당선인 스스로 밝혔듯이 일부 부족한 면도 발견된다. 이 당선인은 “(수석진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앞으로 일을 해나가면서 이번 인선이 ‘베스트’였음을 입증할 책무가 신임 수석진에게 주어진 셈이다. 교수 출신 수석들은 관료주의를 혁파하고 내각에 새바람을 불어넣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반대로 행정업무 집행 현장을 무시한 탁상공론으로 내각과 마찰만 빚는다면 국정 혼란이 가중될 뿐이다. 새 정부 청와대 참모들이 전자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부단히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의욕을 앞세우다가 일부 비난을 자초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국정경험이 미숙한 ‘386’ 중심으로 청와대를 구성했다가 시행착오를 거듭한 참여정부에서도 교훈을 얻어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지 말아야 한다. 이 당선인의 부지런함과 추진력을 감안할 때 새 정부 청와대 참모진은 어느 정부보다 바쁜 동시에 힘도 붙을 것으로 본다. 그럴수록 내각과 국민에 군림하는 자세를 경계하고, 그림자 보좌를 해야 한다. 이 당선인이 코드 인사 배격을 내건 만큼 청와대 안에 ‘그들만의 소집단’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역사에 남는 ‘좋은 청와대’는 대통령과 참모진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 [사설] 새 정부 국정과제 더 다듬어야

    대통령직 인수위가 어제 새 정부의 5대 국정지표,21개 국정전략목표,192개 국정과제를 선정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실행을 염두에 두고 재정리했다고 인수위는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 국정과제를 본격 실천하기에 앞서 다듬고 보완해야 할 대목이 있다고 본다. 이달 말 만들 예정인 최종보고서는 보다 완성된 내용을 담아야 할 것이다. 이 당선인은 국정과제 보완방향으로 서민경제대책과 규제완화를 강조했다. 올바른 상황인식이라고 본다. 이 당선인이 대선에서 압승한 배경에는 경제회생 여망이 담겨 있다. 아직 새 정부가 출범하지 않았지만 세계경제 침체로 우리 경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인수위가 마련한 국정청사진에는 7% 성장률 달성과 300만개 일자리 창출 공약을 그대로 담고 있다. 실천이 불투명한 장밋빛 약속으로는 국민 마음을 잡을 수 없다. 새 정부가 의욕만 앞서 무리한 정책을 남발하지 않게 국정과제의 완급도 조절해야 한다. 인수위가 휴대전화 요금과 유류세 인하, 영어몰입교육 등 정책혼선을 빚다가 여론의 비판을 자초한 경험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새 정부 국정지표의 첫머리를 ‘활기찬 시장경제’가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실천이 담보되지 않거나 설익은 정책으로 기업과 서민이 이를 체감하지 못하도록 해서야 되겠는가. 새 정부 출범 초 서민생활 안정과 과감한 규제완화 대책이 현장에서 실현되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제 인수위 활동기간이 20여일 남았다. 인수위가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지만, 이 당선자의 지지율을 오히려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같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는 국정과제를 차분히 재정리한다면 국민 시선은 다시 따뜻해질 수 있다.
  • MBC 아나운서 기강해이 도 넘었다

    MBC 아나운서 기강해이 도 넘었다

    바야흐로 ‘아나운서 수난시대’다.MBC는 올해 들어서만 문지애, 임경진 두 아나운서가 뉴스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등 유례없는 진통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기강해이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아나운서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아나운서들이 너도나도 연예인화하는 ‘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 현상의 부작용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최근 ‘스타 골든벨’의 박지윤,‘상상플러스’의 최송현,‘지피지기’의 문지애·서현진 등 아나운서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진행자나 출연자로 나서는 사례가 급속히 늘고 있다. 그러나 전문성 부족, 선정성 심화 등 아나운서로서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또 연예인과 비슷한 컨셉트를 내세우지만, 정작 경쟁력은 부족해 아나운서로서의 이미지만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아나테이너는 기존의 지적인 이미지에 오락프로그램의 인지도를 더할 수 있어 각광을 받았지만, 이제는 희소성이 없어 식상해졌을 뿐만 아니라 노현정 아나운서류의 ‘짝퉁’만 양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본업인 뉴스 진행에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지난달 초 문지애 아나운서가 MBC 저녁뉴스 진행 도중 웃음을 터뜨렸을 때는 ‘실수’라는 변명의 여지는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임경진 아나운서의 ‘음주 방송’사태는 우발적인 실수도 아니었다. 이에 따라 MBC 아나운서국의 운영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평소 저녁 스포츠뉴스 아나운서들은 뉴스 시작 전인 오후 8시20분까지 대기하도록 돼 있다. 만약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대타를 기용하도록 돼있지만, 이날은 이같은 비상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았다. MBC측은 그동안 비슷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아나운서 개인에 대해 징계를 내리고 “자성과 자체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는 제작비 절감을 위해 아나테이너화를 전략적으로 추구하는 방송사의 기조와도 배치돼 “이중적인 태도”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최근 일련의 사태는 아나테이너화 강화 추세에 따라 아나운서국 조직이 와해되는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면서 “아나운서들 스스로 전문 영역을 갖고 역량을 키우는 등 자체 노력을 강화해야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사설] 집안 못 추스르는 한나라, 여당 자격 있나

    한나라당의 최근 작태가 실망스럽다 못해 한심하다. 오로지 공천 다툼에만 몰두하는 듯한 모습 때문이다. 이명박·박근혜 두 측근들간의 다툼을 넘어, 당 대표가 사무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달 말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있다. 국민들에게 집권당으로서 새로운 믿음과 각오를 보여야 할 한나라당이다. 예비 집권당 대표가 직계인 사무총장을 ‘간신’ 운운할 정도로 내분에 휩싸였던 적이 있었던가. 도대체 공천 다툼 외엔 안중에 없는지, 한나라당의 역량과 지도부의 능력이나 자질을 새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10년만에 이뤄진 정권 교체에 기대를 거는 국민을 우선 염두에 둬야 하는 한나라당이다. 변화와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고, 광범위하다. 각종 주문과 요구가 쏟아지는 것도 이같은 열망 때문일 것이다. 당의 입장에선 총선의 의미와 무게를 더없이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공천 작업에 들어가기도 전에 계파간 다툼이 끊이지 않고 사사건건 이전투구하는 모습은 한심하다. 대선이 끝난 지 2달여 지났음에도, 이명박·박근혜 두 계파간 신뢰는 전혀 쌓이지 않았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유권자인 국민들을 안중에 둔 싸움인지 두 계파에 새삼 묻지 않을 수 없다. 굳이 계파를 따지자면 이·박 진영이 공생하며 경쟁을 해야 한다. 당이 살아야 계파가 있다. 당장의 앞가림보다는 멀리 내다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소탐대실은 당뿐만 아니라, 계파 모두의 공멸을 자초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당선인이 대화로 갈등을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집안도 못 추스르는 당에 국민들이 믿음을 줄 수는 없다. 국민들은 집권당의 능력과 자격이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총선에서 표로 연결될 것이다. 공천 잡음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당이 지도력을 보이길 당부한다.
  • 원조 보수’ 김용갑 “통일 추진할 주무부처 꼭 필요”

    원조 보수’ 김용갑 “통일 추진할 주무부처 꼭 필요”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아름다운 퇴장’이라는 평가를 받은 ‘원조보수’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이 29일 통일부 존치론을 주장,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그동안 철저한 대북 상호주의와 함께 한때 통일부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었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통일부는 원래 북한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유도하기 위한 조직”이라며 “통일부의 설립 취지를 살려 차질없이 통일을 준비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인수위가 내놓은 통일부 폐지안은 잘못된 것”이라며 “통일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주무부처가 있고 다른 부처가 협조하는 형식이 되어야지 통일부가 못한다고 기능을 분산하면 일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통일부의 과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통일부가 무조건 퍼주기로 일관하는 등 그동안 북한의 대남전략창구로 인식될 정도로 잘못 운영돼 한때 통일부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었다.”며 “이는 정체성이 모호한 친북성향 장관들이 자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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