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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박(讀博) 육아일기] (24) 깜깜한 초보엄마를 깨워줄 길잡이가 필요하다

    [독박(讀博) 육아일기] (24) 깜깜한 초보엄마를 깨워줄 길잡이가 필요하다

    세 자매 중 첫째 딸로 태어난 숙명이었는지, 지금까지 나의 삶은 주로 혼자 알아서 하는, 길잡이가 없는 시간들이었다. 같은 또래의 언니나 오빠가 없다 보니 뭔가를 배우고 따라할 존재가 별로 없었다. 오히려 맏언니의 역할처럼 항상 내가 누군가의 길잡이가 되었다. 어쩌다 보니 대학 입시에 취업, 결혼, 출산까지 또래들보다 반 박자 정도 빨랐다. 돌아보면 혼자 알아서 해낸 것 치고는 대체로 괜찮은 결과들이었다. 하지만 혼자 가는 길의 과정은 너무 힘들었다. 앞이 항상 깜깜했다. 누군가 알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나를 이끌어주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시행착오도 줄이고 보다 좋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엄마가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아기를 품고 낳고 기르는 일이 내 인생 30년 만에 처음 해보는 일이었는데 거의 대부분을 혼자 ‘알아서’ 해야했다. 가까운 주변에 아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늘 정보에 매말랐다. 사실 온갖 육아 정보는 널리고 널렸다. 오히려 차고 넘쳤다. 너무 많아서 탈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너무 어려웠다. ●혼자 알아서 하는 삶…육아도 마찬가지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찾아오는지를 시작으로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까지 모든 것을 닥쳐야 알 수 있었다. 임신한 사실을 알자마자 임신·출산·육아 관련 백과사전을 샀지만, 생후 4~5주 태아부터 24개월까지 아이의 일반적인 특성이 한 권에 모여있다 보니 정작 그 때 그 때 필요한 정보는 한 두 쪽에서 끝이 났다. 막상 아기를 키울 때는 책을 펼칠 시간도 없을 뿐더러 잘 와닿지가 않았다. 육아가 책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 진리. 내 아이도 책에 있는 아기들과는 달랐다. 산후조리원 2주 동안이 거의 유일하게 교육을 받은 시간이었다. 그래봤자 하루 한 두번, 분유나 유아용품 업체 직원들이 홍보를 겸한 간단한 육아정보를 전해주는 수준이었다. 그것도 열심히 필기를 해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업체 직원들의 짧은 강의는 조리원에서 쓰기 시작한 로션을 집에 와서도 아기에게 바르고, 신생아실에서 먹던 분유를 계속 먹이게 되는 방식으로 엄마들에게 흡수됐다. 집으로 돌아오니 조리원에서 주워들은 정보도 새까맣게 지워졌다. 강아지도 한 마리 안 키워 본 내가 갑자기 핏덩이 같은 작은 사람 한 명을 안게 됐는데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아기들은 울음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라고 책에서 읽었지만, 왜 우는지는 알아야할 것 아닌가. 젖을 먹어도 울고 쉬를 해도 울고. 잠도 안 자고 울었다. 작은 거실 쇼파에 둘이 앉아 하루종일을 그렇게 울면서 보냈다. 몇 주쯤 지나자 남편이 출근하기 위해 문 밖을 나서는 것마저 아쉬웠다. 또 둘만 남겨지는구나, 또 나 혼자 모든 것을 알아내야 하는구나. 두려웠다. 육아에 대한 ‘무지(無知)’는 갈증과 막막함을 넘어 무섭기까지 했다. 나는 원래부터 엄마가 아니었고, 그래서 아무 것도 모르는 게 당연했지만 나의 한 순간 선택이 신생아에게 엄청난 영향을 줄까봐 걱정이 됐다. 아기가 조금씩 자라면서도 이 개월수에 이 정도 움직임이 맞는 것인지, 이유식을 왜 이렇게 안 먹는 것인지, 이렇게 안 먹어도 영양 상태에 지장이 없는지 늘 의문 투성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일들이지만 초짜 엄마에게는 그런 대범함이 있을 리 없었다. ●아기에 대한 궁금증, 바로 해소할 수 있는 곳은 ‘카페’ 뿐 그럴 때 바로 물어볼 수 있던 곳이 육아 관련 카페였다. 질문을 올리지 않고도 검색만으로도 대충 필요한 정보를 얻기 충분했다. 가장 먼저 검색해 본 것은 ‘신생아 눈맞춤’이었던 것 같다. 언제 아기가 나를 바라봐주는지 제일 궁금했다. 그 다음 ‘모유수유’ 관련 각종 질문 및 고충들이 가장 많았고, 돌이 가까워질 무렵에는 ‘안 먹는 아기, 이유식 잘 먹이는 방법’ 등을 숱하게 찾아봤다. 다른 엄마들의 경험담이 쏟아져 나왔다. 물론 정답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비슷한 궁금증과 고민을 다른 엄마들도 이미 경험했다는 자체 만으로도 무언가가 조금이나마 해소된 기분이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발간한 ‘영유아 부모의 육아정보 이용실태 및 활용지원 방안’ 보고서에도 영유아 부모들이 육아정보를 찾을 때 주로 이용하는 매체가 퍼스널 미디어(포털·온라인 커뮤니티·SNS)가 59%로 가장 많았다고 나와있다. 그 다음으로 지인(20%), 기관(16.4%), 매스미디어(4.6%) 순이다. 전문가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특히 아기가 어릴수록 엄마도 외출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거의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들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퍼스널미디어를 통한 정보 습득은 점차 줄고, 지인과 기관을 통한 정보습득이 늘어난다고 한다. ●육아 전문가, 만나기도 힘들고 만나도 어려워 전문가에게 제대로 된 정답을 들을 수 있는 통로인 병원은 거리감이 느껴졌다. 제일 처음 생후 6일된 아기를 안고 소아청소년과 병원에 갔을 때 주사를 맞고 자지러지게 우는 아기와 무채색 얼굴로 너무나 무뚝뚝했던 의사 선생님에 당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정신이 없어서 아기가 황달 증상이 조금 있었는데도 그걸 물어보지 못하고 나왔다. 뒤늦게 생각이 났지만 이미 진료실 문은 닫혔다. ‘괜찮겠지’라고 애써 마음을 달랬는데 2주쯤 뒤까지 아기가 샛노란 얼굴로 변했다. “의사한테 그거 하나 물어보지 못한 바보 엄마”라고 자책하는 일기를 매일 썼다. 그 뒤로는 소아과에 갈 일이 생기면 궁금한 것을 사소한 것이라도 꼭 메모해 간다. 극성맞고 유난스러운 엄마로 보일지라도 물어볼 수 있는 전문가가 의사 뿐인데, 의사를 만날 기회는 흔치 않으니 어떻게든 붙잡고 매달려야 했다. 나와 아이와 맞는 병원을 찾는 데에도 거의 1년 가까운 시간이 들었다. 동네에도 유명한 소아과가 몇 군데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됐다. 그런 곳은 몇 시간 전부터 대기를 걸어야하기도 했다. 정작 진료시간은 10분도 안 된다. 지난해 처음 영유아검진을 예약할 때 몇몇 병원은 무려 1년치까지 예약이 꽉 차있다고 했다. “도대체 저출산 국가라고 하더니 영유아검진 하나 예약하기가 이렇게 어렵냐”고 구시렁댔다. 어렵게 약속을 잡고 동네에서 유명하다는 의사들을 만났지만, 어떤 곳은 과잉진료를 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했고, 또 어떤 곳은 너무 성의 없게 봐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4개월 아기가 콧물을 흘려 데려갔더니 대뜸 “눈 크기가 다르다”면서 “안면신경마비나 시신경마비일 수 있으니 크면 대학병원에나 가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의사가 있었는가 하면, 아기 피부가 벗겨져 물어보니 “몰라요”라고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답한 의사도 있었다. 아기 피부 문제로 대학병원까지 가게 됐지만 무조건 “아토피 기가 조금 있다”는 진단과 연고 처방으로 끝이 났다. 너무 겁을 줘도 또 너무 대충 말해줘도 엄마의 가슴은 항상 철렁했다. ●의사선생님의 말 한 마디에 초보맘 가슴은 ‘철렁’ 나도 직업 특성상 하루에도 100통 가까운 보도자료가 쏟아지다 보니 꼼꼼하게 읽지 못하고 어떤 때는 많은 것을 그대로 휴지통에 버리기도 한다. 아마 의사 선생님들도 비슷하겠지. 하루에도 수십 명씩, 비슷한 감기 증세의 아이들이 몰려오겠지.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의사 선생님들의 단어 하나가 초보 엄마들의 마음에 얼마나 깊게 새겨지는지도 알아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아기가 잘 낫는 것도 중요했지만 기왕이면 내가 더 믿고 의존할 수 있는 병원을 정해놓고 다니고 싶었다. 동네 소아과를 5~6군데나 다녀봤다. 결국 마지막으로 정한 곳이 두 곳인데 한 곳은 주말을 포함한 매일 자정까지 진료를 보는 곳이라 복직 이후에 애용하게 됐다. 또 다른 곳을 ‘주치의’ 병원으로 정했는데, 담당 선생님 때문에 마음을 굳혔다. 특별히 진단을 잘 하거나 딱 들어맞는 약을 처방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아기에 대해 걱정하고 조바심을 낼 때 항상 내 마음을 다독여준다. “그건 엄마 잘못이 아니에요”, “그런 걸로 아기에게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아요” 등의 말을 해주면서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아프게 되면 모든 게 내 탓인 것만 같아 미안하고 조바심이 든다. 그럴 때 이런 말 한 마디를 듣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 대신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 대기시간 최소 30분을 추가로 써야한다. 몇몇 소아과에만 항상 줄 지어 있는 대기 인원들을 보면, 아마 많은 엄마들의 사정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정말 급할 때 찾는 것은 전문가가 아닌 선배 엄마들이다. 심지어 임신부들이 자신의 배 사진을 찍어 올리며 “이 주수에 이 정도 배 크기가 맞는 거냐”고 묻기도 하고, 아기 엄마들이 아기의 변 사진을 올려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남의 아기 똥까지 엿봐야 할 때마다 짜증스럽기도 하고, 이런 사진들까지 올리는 게 별로 유쾌하진 않지만, 오죽 마음이 급했으면 이렇게까지 할까 심정은 이해가 간다. “아기가 아픈데 지금 병원을 가야할까요, 말아야할까요?”라는 질문도 흔한데 역시 그 마음은 아주 조금 알 것도 같다. 아기가 아픈 것 같아 병원에 갔다가 “뭐 이런 걸로 병원에 왔냐”는 말을 듣는 경우도 잦기 때문이다. ●전문가와 함께하는 육아가 간절하다 꼭 의사가 아니더라도 전문가와 함께하는 육아가 간절했다. 휴직기간 중에는 일주일에 한 번 방송되는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빼놓지 않고 봤다. 프로그램에 나오는 교수와 박사가 병원이 아닌 곳에서 볼 수 있는 전문가였다. 아기가 이유식을 심하게 먹지 않을 때에는 나도 출연 신청을 해볼까 고민하기도 했다. 내 얼굴 팔리는 것은 중요치 않았다. 아기의 상황을 짚어보고 싶은 욕구가 더 컸다. 선배 엄마들의 경험담도 좋지만 내 아기와 나에 대한 전문적인 판단이 고비마다 필요했다. 그 갈증은 아직도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다. 복직을 한 뒤에야 서울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우리동네 보육반장’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2013년에 시작된 것으로 25개 자치구에 총 132명의 보육반장이 활동한다고 한다. 구별로 4~8명의 보육반장이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육아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고민 해결이나 상담하는 역할도 한다. 30~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선배 엄마들이 활동한다. 아직 2년 남짓 밖에 안 됐고 엄마들이 보육반장에 대한 정보 자체에 접근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이런 식의 육아 길잡이들이 좀 더 활성화되면 좋을 것 같다. 각 자치구에는 육아종합지원센터도 있다. 우리 동네의 경우 1만원의 회비를 내면 장난감을 대여하거나 놀이방에서 놀 수 있고, 문화센터와 같은 아기와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설돼 있다.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도 있다. 아이를 키우는 데 항상 주변의 손길이 필요했다. 특히 초보 엄마에게는 제대로 된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절실하다. 아이를 건강하게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비해 너무 아는 것도 없이 육아를 시작했다. 내 공부를 하는 것이라면 여러 번 시행착오를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이를 두고 겪는 시행착오는 겁이 난다. 누구나 육아 길잡이가 되어주고, 또 누구나 길잡이와 함께 육아를 할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18)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19)연예인 만삭화보, 그것은 꿈일 뿐…(20)엄마가 되어 뒤늦게 사춘기가 찾아왔다 (21)아줌마가 되게 해줘서 고마워 (22)외식에 집착하는 외로운 아기엄마의 항변 (23)엄마의 책임감도 아이와 함께 자란다 ▶1회부터 17회까지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허백윤 기자의 독박 육아일기 / ☞블로그
  • [프로야구] 1위 영남 더비…5위 잇몸 더비

    ‘지킬까, 뒤집힐까.’ 1~2일 마산구장에서 열리는 삼성-NC전과 청주구장에서 펼쳐지는 KIA-한화전은 막바지로 치닫는 KBO리그 정규리그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5년 연속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노리는 삼성과 1.5경기 차로 추격 중인 2위 NC, 8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5위 한화와 승차 없이 승률에만 뒤져 있는 6위 KIA가 동상이몽을 꾸며 일전을 준비 중이다. 삼성은 8월에도 15승 9패 승률 .625의 출중한 성적으로 선두를 질주했지만, 무서운 상승세를 탄 NC에 턱밑까지 따라잡혔다. 이 기간 NC가 19승 5패 승률 .792의 놀라운 성적으로 삼성과의 승차를 4경기나 줄인 것. 삼성이 1~2일 NC에 덜미를 잡히면 1위 자리를 빼앗긴다. 외국인 에이스 피가로가 휴식차 2군으로 내려간 삼성은 토종 장원삼과 윤성환을 각각 NC전 선발로 내보낸다. 올 시즌 8승8패 평균자책점 6.48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장원삼은 NC를 상대로도 한 경기 등판했으나 3과3분의2이닝 동안 6실점(평균자책점 14.73)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명예회복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승을 따내며 제 몫을 하고 있는 윤성환은 NC와 치른 3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3.32로 잘 던졌다. 반면 NC는 스튜어트와 해커 외국인 원투 펀치를 선발로 내보내 삼성의 아성에 도전한다. 지난 6월 찰리의 대체 선수로 영입된 스튜어트에게는 이번 경기가 삼성과의 첫 대결이며, 해커는 4경기서 2승1패 평균자책점 2.25로 잘 던졌다. 외나무다리에 서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한화와 KIA는 팀 사정상 필승 카드로 맞붙지는 못한다. 1일 선발로 안영명을 예고한 한화는 2일은 아직 미지수다. 당초 ‘괴물’ 외국인 로저스가 2일 선발로 예상됐으나 최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최소 열흘 이상 출전할 수 없다. 한화는 “로저스의 체력 안배 차원에서 제외했다”고 밝혔지만 중요 경기를 앞두고 나온 결정이어서 궁금증을 낳고 있다. KIA는 스틴슨과 양현종 원투 펀치를 지난 28~29일 써버려 한화와의 2연전은 홍건희 등 4~5선발로 치러야 한다. KIA는 불펜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또 다른 외국인 에반마저 29일 오른쪽 팔꿈치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한층 어려운 상황이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불황에… 술·담배 소비 사상 최고

    불황에… 술·담배 소비 사상 최고

    올 2분기 가계가 술과 담배를 사는 데 쓴 돈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책에 쓴 돈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모두 불황이 가져온 ‘씁쓸한’ 풍경이다. 경기 침체로 쓸 돈이 줄어들자 책값부터 줄이고 술과 담배로 스트레스를 달래고 있는 것이다. 30일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올 4~6월 주류·담배 월평균 소비액은 3만 2496원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가장 많았다. 특히 담배 지출액은 2만 756원으로 1년 새 28.6% 늘었다. 술 소비액은 1만 1740원으로 같은 기간 6.8% 증가했다. 서운주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경기가 나빠지면서 술과 담배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이라면서 “올해 담뱃값이 2000원 오른 데다 1분기에 사재기로 줄었던 담배 소비량이 2분기에 회복된 탓도 컸다”고 분석했다. 유병삼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이 줄면 (주머니가 얇아져) 술·담배를 덜 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서민·중산층은 (술·담배 외에) 마땅한 스트레스 해소책이 없다”면서 “경기 침체로 인한 국민들의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올 2분기 가계의 월평균 서적 구입비는 1만 3330원으로 1년 전보다 13.1% 줄었다. 역대 최저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매출이 급증한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책은 ‘찬밥’이었다. 2분기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2조 9690억원으로 1년 새 22.4% 뛰었지만 책 소비액은 2521억 2500만원으로 같은 기간 2.9% 줄었다. 학생 수가 줄면서 참고서가 덜 팔린 데다 사이버 백과사전 등 일부 전자책이 서적이 아닌 ‘문화서비스 매출’로 분류된 영향도 작용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프로야구] ‘1:9 → 15:9’ 8점차 뒤집은 이승엽과 거포들

    [프로야구] ‘1:9 → 15:9’ 8점차 뒤집은 이승엽과 거포들

    삼성이 1-9로 몰리던 경기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했다. 삼성은 30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LG와의 경기에서 3~4회에만 무려 11점을 뽑는 집중력을 보이며 15-9 역전승을 거뒀다. 2위 NC와의 승차를 1.5경기로 유지하며 선두 자리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삼성은 1회 서상우에게 3점 홈런을 얻어맞는 등 4점을 빼앗겼고, 3회 초에도 히메네스와 오지환에게 각각 2점포와 3점포를 내줘 1-9까지 뒤졌다. 그러나 3회 말 이승엽의 3점 홈런 등으로 한꺼번에 6점을 따라붙더니 4회에는 나바로의 솔로포와 박한이·이지영의 연속 적시타로 역전에 성공했다. 5회 2사 2루에서는 최형우가 우전안타로 한 점을 더 올렸다. 최형우는 7회 쐐기를 박는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역대 22번째로 개인 통산 200홈런 고지를 밟았다. 5회 중전안타를 뽑아낸 뒤 2루를 훔친 나바로는 지난해(31홈런-25도루)에 이어 2년 연속 20-20클럽(36홈런-20도루)에 가입했다. 역대 2루수 중 최초의 기록이다. 최근 무서운 기세로 선두 삼성을 위협하고 있는 NC는 사직구장에서 나성범의 투런 홈런에 힘입어 롯데를 6-4로 제압했다. 그러나 KBO리그 사상 첫 ‘불혹 10승 투수’를 노리는 NC 선발 손민한(40)은 3과3분의1이닝 동안 4실점(4자책)하며 승수 쌓기에 실패, 기록 달성을 다음으로 미뤘다. 지난 12일 넥센전에서 시즌 9승에 성공한 손민한은 초유의 기록에 딱 한 걸음 남겨두고 있다. 광주에서는 넥센이 7-2 완승을 거두고 5위 싸움으로 갈 길 바쁜 KIA를 5연패 수렁에 빠뜨렸다. 잠실에서는 두산이 연장 10회 2사 만루에서 상대 투수 이동걸의 끝내기 폭투로 한화에 5-4로 이겼다. 한편 이날 5개 구장에는 6만 4118명이 입장해 누적 관객 601만 6876명을 기록, 5년 연속 6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현실이 된 미래… 스마트홈 가전 시대

    현실이 된 미래… 스마트홈 가전 시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다음달 초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에서 최고의 기술과 색다른 전시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삼성전자는 오는 4일(현지시간) 개막하는 ‘국제가전박람회(IFA) 2015’에서 ‘삶과 조화를 이루다’라는 주제로 각종 기술 제품을 대거 선보인다고 30일 밝혔다. 우선 디자인과 기능 면에서 개최지인 유럽 스타일을 담은 가전을 대거 내놓는다. 그중에서도 상냉장·하냉동 냉장고, 인덕션 전기레인지, 전기오븐, 식기세척기 등으로 구성된 ‘유러피언 셰프 컬렉션’ 전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냉장고-얼음, 식기세척기-물, 세탁기-물방울, 에어컨-바람과 같이 제품별로 연상되는 특징을 이미지로 형상화한 아트월이 실물 제품 및 조명과 함께 어우러지며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다양한 전자 제품도 주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새 스마트워치인 ‘기어S2’가 정식 공개된다. 실제 시계 모양과 비슷한 원형 제품으로 기존 제품보다 크기가 작고 매끄럽게 디자인돼 세련됐다는 평이다. 삼성의 디지털 사이니지(상업용 디스플레이) 신제품도 기대주로 꼽힌다. 화면 속 모델에게 옷을 입히고 360도로 돌려 보면서 옷을 입었을 때 모습을 가상으로 확인하는 ‘가상피팅’ 제품이 대표적이다. 삼성은 개막 이틀 전인 다음달 2일부터 베를린 대표 쇼핑가인 ‘불러바드’ 등 시내 주요 거점에서 자사 전시관을 가상현실(VR)로 볼 수 있는 체험관도 운영한다. LG전자는 박람회에서 스마트 기능이 없는 일반 가전제품을 스마트 가전으로 바꿔 주는 ‘스마트 싱큐 센서’ 실물을 공개하며 스마트홈 주도권 잡기에 나선다. 스마트 싱큐 센서는 지름이 약 4㎝인 원형 탈부착형 장치다. 이 센서를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일반 가전제품에 부착하면 스마트폰으로 작동 상태를 알 수 있고 원격 제어도 가능하다. 값비싼 최신 스마트 가전이 없어도 스마트 기능을 지원하는 것이다. LG는 전시회에서 세계 최초의 4단 접이식 블루투스 키보드인 ‘롤리 키보드’와 프리미엄 태블릿인 ‘G패드Ⅱ 10.1’도 공개한다. 롤리 키보드는 두루마리 말 듯이 4단으로 접으면 2.5㎝ 두께의 막대 형태로 바뀐다. G패드Ⅱ 10.1은 해상도가 풀HD급인 태블릿으로 동영상 감상, 게임, 전자책 읽기 등에 적합하다. 양 사는 최근 급성장하는 무선 오디오 신제품도 내놓는다. 삼성은 원통형 디자인의 ‘무선 360 오디오’ 신제품 3종을, LG는 곡면 사운드바 등 무선 오디오 3종을 전시한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프로야구] 강타자보다 무섭네… 판정에 무너진 로저스

    [프로야구] 강타자보다 무섭네… 판정에 무너진 로저스

    석연치 않은 판정이 명품 투수전을 망쳤다. 27일 경남 마산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한화와 NC의 경기는 리그 최고 수준의 외국인 에이스의 맞대결로 기대를 모았다. 한화는 난공불락의 투수 로저스, NC는 다승왕 후보 해커를 선발로 기용했다. 6회 말 NC 김준완이 타석에 서기 전까지 둘의 승부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로저스는 한화가 1-0으로 앞선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준완을 상대했다. 풀카운트 접전 끝에 로저스가 7구를 뿌렸다. 김준완이 방망이를 휘두르다가 다급하게 멈춰 세웠지만 늦었다. 방망이가 돌아갔다. 그러나 권영철 3루심은 스윙이 아니라고 판정했다. 김준완은 볼넷으로 걸어 나갔다. 로저스의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로저스는 이성을 잃고 무너졌다. 조영훈에게 2타점, 나성범에게 1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이호준을 겨우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7회 박정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한화가 1-4로 졌다. 6이닝 4피안타 3볼넷 9탈삼진 3실점(3자책)을 기록한 로저스는 한국 데뷔 후 첫 패배를 맛봤다. 반면 해커는 8이닝 4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1자책) 역투로 시즌 16승을 쌓아 유희관(두산·15승)을 제치고 다승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KIA는 수원에서 kt에 3-5로 졌다. 반면 SK는 서울 잠실에서 LG를 6-3으로 꺾었고, 롯데는 부산 사직에서 넥센에 8-3으로 이겼다. 이로써 5위 KIA와 7위 SK의 격차는 2.5경기, 8위 롯데와의 격차는 3경기로 좁아졌다. 삼성은 대구에서 두산을 7-6으로 꺾고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먼저 70승 고지에 올랐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23) 엄마의 책임감도 아이와 함께 자란다

    [독박(讀博) 육아일기](23) 엄마의 책임감도 아이와 함께 자란다

    며칠 전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부모 참여수업’을 했다. 이번에는 마침 야간근무 기간인 남편이 오전에 퇴근을 하면서 함께 갈 수 있었다. 자기의 영역에 엄마와 아빠가 찾아와 함께 있으니 한껏 들떴는지 아이는 어린이집을 신나게 휘젓고 다녔다. 엄마 손을 끌고 여기저기 다니며 다른 아이들에게 마치 “우리 엄마, 아빠야”라고 소개를 해주는 것 같았다. 함께 체육활동을 하고 김밥을 만들었다. 부모가 된 지 600여 일. 아직도 이 말이 어색하기만 하다. 부모 참여수업에 참석해 달라는 가정통신문을 세 번째 받았지만 내가 가는 자리가 맞는지 괜히 쑥스럽기까지 하다. 회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곳에서 나를 “OO엄마, OO맘”이라고 부르고 있고, 아이에게 “엄마가 해줄게”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지만 과연 내가 ‘부모’가 맞는지, 이 아이는 나의 ‘자녀’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여전히 늘 고민하게 된다. 좋아하는 노래의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우린 어떤 의미였었나”라는 가삿말을 아이에 대입해 끊임없이 생각해 본다. ●처음 부모가 되었다고 느낀 순간들 처음으로 ‘엄마가 되었다’고 느낀 순간은 출산하고 몇 시간 뒤였다. 신생아실에 있는 수유실에 내려가 아기를 처음 안아들었다. 네가 내 뱃속에서 나온 아기니? 곤히 눈을 감고 있는 아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살면서 그렇게 작고 어린 아기를 안아본 일도 없었을 뿐더러 내 뱃속에 이런 생명체가 있었다는 자체가 신기하기만 했다. 엄마로서의 ‘책임감’은 그로부터 또 며칠 뒤, 산후조리원으로 옮겨서 처음 실감했다. 모유수유를 시도하는데 아기가 제대로 먹지를 못했다. 태어난 뒤부터 계속해서 모유를 먹지 못한 것 같은데, 나의 미숙함으로 아기를 굶게 만드는 것 아닌가 자책했다. 그 이후 육아 기간 중 가장 신경쓴 것도 아이의 먹는 것이다. 13개월 동안 완모를 하고 6개월부터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고 돌 전부터 밥을 먹이면서 ‘삼시 세 끼’ 먹이는 것의 어려움을 절감했다. 상상 이상이었다. 할머니가 항상 밥 먹었는지를 먼저물으시며 그렇게 밥에 집착하시던 것이 조금 이해가 간다. 내가 밥을 챙겨주지 않으면 이 아이의 건강에 곧바로 연결이 된다고 생각하니 소홀히 생각할 수 없다. 반면 남편이 ‘아빠가 됐다’고 느낀 것은 조금 달랐다. 남편은 아기가 태어난 지 사흘째 조리원에 가서 처음으로 아기를 안아봤다. 너무 작은 아기가 혹시나 부서질까 조심스러워하던 모습이 역력했다. 2주의 조리원 생활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 신생아 기저귀를 하루에 10개씩 갈아치우는 모습을 오롯이 보게 됐다. 그 때 처음으로 아빠이자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어깨에 와닿았다고 한다. ‘이렇게 순식간에 기저귀를 갈아치우다니. 저 기저귀 값을 내가 다 감당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나는 별로 생각지 못해본 부담감이다. 이렇게 우리는 부모가 되기 시작했다. 품에 안으면 작은 발이 아빠 배에 닿을락 말락했던 아기가 어느덧 아빠의 허벅지까지 발이 내려오도록 자랐다. 말을 하기 시작하고 인지 능력이 급격히 발달한 것처럼 보이는 아이를 보며 나는 이 아이가 어떤 것을 배우고 자랄지, 어떤 사람이 될지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말 한 마디, 행동 하나 그대로 따라하는 아기를 보며 덜컥 겁도 난다. 자투리 시간에 검색해 보는 것은 아이의 개월수에 맞는 놀잇감, 이맘 때 아이들에게 어떤 자극이 적절한가 등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책임감의 종류도 달라진다 남편은 부쩍 돈 이야기를 많이 꺼낸다. 둘의 기념일과 생일이 연달아 기다리고 있어 요즘 가장 갖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니 “집”이라고 답할 정도다. 어느 지역에 둥지를 트고 아이를 키우면 좋을지 열심히 궁리한다. 맞벌이다 보니 서로 회사생활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누는데 나의 걱정이 주로 눈 앞의 상황에 머물러 있고, 당장 앞가림을 잘해야한다는 데 있다면 남편은 나중에 아이가 대학갈 때까지 회사를 다니며 등록금을 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걱정을 하는 것을 듣고 놀란 적이 있다. 연애할 때는 오늘 뭘 먹을까, 어떤 영화를 볼까 고민했던 두 사람이다. 결혼준비를 할 때에는 둘이 살기에 적당하고 출퇴근하기 좋은 것이 신혼집을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주말에는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풀었다. 이제는 왕복 4시간 이상의 출퇴근 거리인 집에 살면서도 아기 봐주시는 이모님이 정말 좋은 분이라 이사를 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만약에 집을 옮기게 되어도 역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아이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다.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놀이공간을 다니고 아이가 좋아할 만한 장소를 찾는다. 남편이 야간근무 기간인 덕분에 그저께 처음으로 단 둘이 외식을 했다. 19개월 만의 일이다. 음식이 나오자마자 둘이 동시에 “이거 OO이가 좋아하는 건데”라고 말했고, 한 시간 내내 아이 이야기만 했다. 아주 자그마하던 아이의 존재는 우리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항상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고민하며 살다가 여기에 ‘어떤 부모가 될까’ 하는 고민을 얹었다. 언제까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는 당장 답을 알 수도 없다. 우리는 아이가 하고싶은 일들을 다양하게 경험해 보며 세상을 넓게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많은 사랑을 받고 또 받은 것을 베풀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그 길을 이끌어주고 지원해주는 것이 바로 우리의 역할이라고 다짐했다. 내가 일하는 엄마의 삶을 택한 것에는 이런 이유도 있었다. 아이가 뭔가를 경험하고 싶을 때 몇 푼이라도 더 지원할 수 있고 나의 다양한 경험이 아이의 생각을 넓히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다. 그러나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한 아이를 기르는 일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많은 부담감이 뒤따른다. 부모로서의 책임감과는 또 다른 문제다. 아이는 나를 아무 조건 없이 바라보고 웃어주고, 그 웃음이 그 무엇보다 큰 행복감을 주지만 그것과 별개로 돈과 시간 같은 물질적인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꼭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아이의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사주는 것부터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까지도 반드시 몇 푼이라도 필요하다. 그 돈을 벌기 위해 우리는 아이를 남에게 맡기고 일을 한다. 일을 하는 외의 시간에는 무조건 아이와 함께해야 하다 보니 ‘나’의 시간은 급격히 줄었다. ●부모도 자녀를 위해 ‘스펙’을 쌓아야 하는 사회 성인이 되고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데도, 나이 서른을 넘긴 애엄마가 됐는데도 여전히 “아버지 뭐하시냐”는 질문이 따라붙는 사회다. 고위직 인사들이 성인이 된 자녀들의 취업을 부탁하는가 하면, 그것이 통한다고 여겨지는 사회다. “어디 사느냐”는 한 마디로 그 사람의 경제적 수준이 가늠되는 사회다. 이런 곳에서 우리는 아이를 길러야 한다. 나의 한 인간으로서의 수준이나 평가가 아버지의 직업과 또는 내가 자라온 동네에 따라 단숨에 평가되는 것 같아 이런 질문들이 너무 싫었다. 하지만 만약 내 아이가 자라서까지 그런 질문을 듣게 된다면, 부모의 ‘스펙’으로 인해 아이에 대한 평가가 영향을 받는 것은 결코 원치 않는다. 대학 공부까지 잘 시켜주신 부모님에게 더 이상 의존하지 말자며 둘만의 힘으로 결혼을 하고 살림을 시작한 것이 당연하면서도 뿌듯했지만, 살면서 주변의 다른 사람들보다 출발선에서부터 한참 뒤쳐진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내 아이에게 똑같은 어려움을 물려주고 싶지는 않다. 이런 생각과 경험을 갖고 접한 지난 6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미숙 연구위원이 ‘보건·복지 Issue&Focus’에 개제한 ‘자녀가치 국제비교’ 연구 내용이 흥미롭다. 9개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개인적 생각을 의미하는 ‘자녀가치’를 조사한 결과다. 5점 만점으로 각 항목의 점수가 ▲자녀는 기쁨(4.26점) ▲자녀는 부모의 자유를 제한(3.30점) ▲자녀는 재정적 부담(3.26점) ▲경제활동을 제한(3.25점) ▲자녀로 인해 사회적 지위가 상승(3.17점) ▲성인자녀는 노부모에 도움(3.54점) 등 6개 항목을 조사했다. (괄호 안은 한국의 ‘자녀가치’ 척도) 9개국의 전체 자녀가치 평균 점수는 3.29점. 우리나라는 3.17점으로 세 번째로 낮은 쪽에 속했다. 특이한 점은 자녀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도 높고 부정적인 가치도 높은 양면적인 특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높은 점수로 나타난 것은 ‘부모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것과 ‘재정적 부담이 된다’는 것이었다. 김 연구위원은 “자녀는 정신적인 기쁨을 주기는 하지만 자녀양육은 경제적 부담이 되고 개인적 생활을 제한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비율이 팽배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성인자녀가 노부모에 도움된다’는 척도가 비교적 낮게 나타난 것은 자녀에 대한 투자가 나중에 부양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녀 본인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책임감은 당연하지만 외적인 부담감 줄어들기를 우리가 가장 행복함을 느끼는 순간은 퇴근 후 모여 놀다가 간지럼 한 번에 꺄르르 소리내며 웃는 아기를 볼 때다. 퇴근하면서 현관문을 여는 순간 강아지처럼 쪼르르 뛰어나와 “엄마!”, “아빠!”하고 부르는 아이를 보면 하루종일 회사에서 쌓인 긴장감이 사르르 녹는다. 며칠 전에는 불편한 신발을 신고 아이와 시장에 다녀왔더니 발이 다 까졌다. “엄마 발 아파”라고 몇 번 중얼거렸더니 집에 들어오자마자 연고를 가져와 내 발에 대주었다. 순간 울컥함을 느꼈다. 내가 아프다는 것을 정말 아는 걸까. 발에 생긴 물집 뿐 아니라 마음의 모든 걸 치유해주는 몸짓으로 보였다. 누워있던 아기가 기어다니게 되고 다시 걷게 되고, “엄마” 소리만 겨우 내뱉던 아기가 엄마에게 과일을 건네주며 “먹어”라고 말하게 되면서 내가 엄마로서, 그리고 남편이 아빠로서 갖는 책임감의 무게가 더욱 와닿는다. 아마 시간이 흐를수록 지금 느끼는 것의 배 이상, 더 큰 무거움이 찾아올 것이다. 아이의 웃음을 무기삼아 어떤 어려움과 버거움에도 이겨낼 것이고 부모로서의 책임감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아이를 키우는 세상을 통해 느끼는 부담감은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이라도 줄어들 수 있기를 바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6)환상 속에’만’ 둘째가 있다 (17)엄마인 나의 육아를 존중받고 싶다 (18)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 (19)연예인 만삭화보, 그것은 꿈일 뿐… (20)엄마가 되어 뒤늦게 사춘기가 찾아왔다 (21)아줌마가 되게 해줘서 고마워 (22)외식에 집착하는 외로운 아기엄마의 항변 ▶1회부터 15회까지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허백윤 기자의 독박 육아일기
  • [NPB] 꽃미남·빅보이 ‘나란히 침묵’

    [NPB] 꽃미남·빅보이 ‘나란히 침묵’

    이대호(오른쪽·소프트뱅크)에게도, 이대은(왼쪽·지바롯데)에게도 씁쓸한 밤이었다. 일본야구기구(NPB) 지바롯데와 소프트뱅크가 25일 후쿠오카 야후오크돔에서 맞붙었다. 이대은이 선발로 출격해 일본 무대에서의 한국인 첫 10승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7월 30일 시즌 9승을 달성한 이후 세 차례 선발 등판했으나, 번번이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이대호 역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대은은 7이닝 동안 7실점(7자책)하고 강판당했다. 삼진을 여섯 개 빼앗았지만, 볼넷을 여섯 개나 던졌다. 홈런도 두 방 맞았다. 이대은은 4-3으로 앞선 6회 말 4실점하면서 무너졌다. 이대은은 선두타자 우치카와 세이치와 이대호를 범타로 요리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세 타자를 연속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그리고 상대 9번 타자 우에바야시 세이지에게 만루포를 얻어맞았다. 이대은의 평균자책점은 3.69로 치솟았다. 이대호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이날 이대은과의 맞대결에서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이대호는 이대은만 만나면 작아진다. 일본 무대에서 이대은을 상대로 10타수 2안타로 부진하다. 이대호는 8회 마쓰나가 다카히로에게도 삼진을 당했다. 시즌 타율이 .314에서 .311로 떨어졌다. 소프트뱅크가 지바롯데에 7-4로 이겼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사설] 반환점 돈 박근혜 정부, 4대 개혁 성공시켜야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로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북한의 지뢰·포격 도발에 따른 안보 정국에서 산적한 과제와 함께 집권 후반기를 맞았다. 박근혜 정부의 전반기 공과에 대해서는 정치적 시각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게다. 애초 기대했던 국정 목표에는 미달했던 여론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 구축 등 이 정부의 4대 국정기조가 중절되지 않고 이어져야 한다는 당위성에 토를 다는 국민이 누가 있겠나. 청와대를 포함한 당·정·청이 심기일전해 당면한 안보 위기를 극복하고 여세를 몰아 4대 구조개혁에 속도를 낼 때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년 6개월 동안 국정 각 부문에서 적잖은 결실을 거뒀다.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법치주의를 강화하고 전국 17개 창조경제센터를 설립해 미래 성장 기반도 확충했다. 전통의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하면서도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한·중 관계도 한 단계 심화시켰다. 이런 국내적·외교적 안전판을 구축했기에 이번에 비정상적 도발을 자행한 북한도 더는 막 나가지 않고 대화 트랙에 머무르고 있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5년 임기의 절반을 끝낸 현시점에서 여론은 그다지 후한 점수만을 주는 것 같지 않다. 세월호나 메르스 사태 등 외생적 악재도 겹쳤지만, 잇단 총리 낙마 사태에서 보듯 인사검증 실패와 성완종 리스트 파문 등 현 정부의 자책점도 적지 않았던 탓이다. 물론 야권의 국정 발목 잡기도 문제였지만 말이다. 이런 대내외적 환경은 임기 후반기에도 단시일 내에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개혁에는 늘 고통 분담을 요구받는 계층의 반발과 저항이 따르게 마련이다. 과거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이끈 독일의 사민당 정부는 노동 개혁에 성공하고도 정권을 내줬지 않는가. 그렇다면 반환점을 돌면서 박 대통령이 깊이 되새겨야 할 대목이 뭐겠나. 무엇보다 부족하다는 비판을 사온 소통 역량을 강화해 국민의 지지를 동력으로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얼마 전 대국민 담화에서 침체된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근본적 체질 개선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집권 후반기에는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4대 구조개혁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노동 부문에서의 임금피크제 도입 등 박 대통령이 설정한 각종 개혁의 기본 방향은 시대적 대의에 부합한다고 본다. 엊그제 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거의 7명꼴로 “청년 일자리를 위해 대기업 정규직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공감했다. 박근혜 정부의 남은 임기는 이제 2년 6개월이다. 컵에 물이 반밖에 안 남았다는 말과 아직 반이나 차 있다는 말은 뉘앙스가 다른 법이다. 남은 절반의 임기 동안 국민 각계각층의 이해에 영합해 인기를 얻으려면 아마 시간이 모자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선진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꼭 필요한 개혁을 하는 데는 짧지 않은 시간임을 강조한다. 이 정부의 핵심 구성원들이 후자와 같은 긍정적·적극적 사고로 경제 활성화와 남북 관계 정상화 등 단기 과제는 물론 4대 구조개혁에 앞장서기를 당부한다.
  • 부모와 자식, 모두 행복해지는 교육법은 없을까

    부모와 자식, 모두 행복해지는 교육법은 없을까

    부모가 바뀌면 자식이 산다/유순하 지음/문이당/367쪽/1만 3000원 세 자녀를 모두 속칭 ‘SKY’라고 불리는 명문대에 보냈다. 그런데 아버지는 “자식 농사에 실패했다”고 한탄한다. 욕심이 과한 걸까, 아니면 가식적인 겸양일까. 둘 다 아니다. 원로 소설가인 저자는 세상의 잣대로 보면 남부러울 것 없는 자식 농사에도 불구하고 부모와 자식 사이의 행복한 관계라는 양육의 본질적인 차원에서 스스로의 부족함에 대한 회한을 털어놓는다. “나와 내 자식들 사이의 정서적 거리는 어떤 형태의 것이든 변명도 불가능하다. 내가 좀더 섬세했더라면 극복될 수도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버지 노릇에 결국 실패했다고 자책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353쪽) ‘부모가 바뀌면 자식이 산다’는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이 자식 양육의 궁극적 목표처럼 되어 있는 현실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교육과 육아의 방법을 고민한다. 저자는 우선 피폐한 우리 교육 현실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없는 젊은이들을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부모는 자식 양육에 모든 것을 바치지만 정작 육아 환경은 세계 최악이고, 어린이와 청소년의 행복지수는 최하위권이다. 저자는 이런 현실을 타개할 방안으로 부모들의 생각과 역할 전환을 강조한다. 과보호와 자식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는 문제, 교육에서의 간섭 등을 도마에 올린다. 육아와 교육의 과정을 통해 자식을 위해 희생한 것이 아니라 자식으로 말미암아 삶의 기쁨을 누렸을 뿐이라는 진단은 특히 가부장적 의식에 사로잡힌 부모 세대의 내면을 돌아보게 한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프로야구] 기 살아난 양현종, 보인다 가을 야구

    [프로야구] 기 살아난 양현종, 보인다 가을 야구

    양현종(27)이 4년 만에 ‘가을 야구’를 꿈꾸는 KIA의 변함없는 ‘희망’이 되고 있다. KIA 에이스 양현종은 지난 15일 잠실에서 열린 KBO리그 LG와의 경기에서 6과 3분의2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솎아내며 단 2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2-1 승리를 견인했다. 투구 수는 86개에 불과했지만 KIA 코칭스태프는 무리하지 않았다. 양현종은 이날 승리로 줄곧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평균자책점을 2.38로 끌어내리며 시즌 12승(4패)째를 일궜다. 선두 유희관(두산·15승)과 해커(NC·14승)에 이은 다승 공동 3위. 또 올 시즌 4전 전승 등 지난해 6월 7일부터 6연승으로 LG에 강한 면모도 이어 갔다. 승률 5할 언저리에서 힘겹게 5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KIA는 지난 2일 이후 13일 만에 승률 5할(52승52패)에 복귀했다. 게다가 포스트시즌(PS) 진출의 마지막 티켓이 걸린 피 말리는 5위 싸움에서 일단 유리한 고지에 섰다. KIA가 우천으로 경기를 하지 않은 16일 한화는 뼈아픈 역전패를 당해 4연패로 주춤하며 6위로 내려앉았다. SK는 좀처럼 고비를 넘지 못하며 한 경기 차 7위다. 양현종이 에이스로 존재감을 다시 뽐내면서 팀은 한껏 고무된 상황이다. 그는 본격 무더위와 함께 부진에 허덕여 갈 길 바쁜 KIA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하지만 그가 최근 2연승의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팀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모양새다. 한편 16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경기는 삼성이 1-4로 뒤지던 8회 대거 5점을 뽑아내며 한화에 6-5 승리를 거뒀다. 상대 선발 로저스에 막혔던 삼성은 8회 1사에서 구자욱의 볼넷과 박해민의 안타로 1·3루 찬스를 잡았다. 이어 나바로의 1타점 적시타가 나와 로저스를 끌어내렸다. 최형우의 볼넷으로 계속된 만루 찬스에서 박찬도와 박한이, 이지영이 바뀐 투수 권혁을 상대로 잇달아 안타를 치며 경기를 뒤집었다. 9회 등판한 삼성 마무리 임창용은 1사 후 정근우에게 중전 안타, 강경학에게 3루타를 얻어맞아 한 점을 내줬지만 김경언과 김회성을 내야땅볼 처리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kt는 마산에서 오정복의 연타석 홈런에 힘입어 NC를 7-2로 제압했다. 5이닝을 2실점(2자책)으로 막은 윤근영은 2005년 데뷔 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선발승을 따냈다. 윤근영은 한화 시절인 2012년 프로 첫 승을 신고하는 등 통산 6승을 기록 중이지만 모두 구원승이었다. SK-두산(문학)전은 우천으로 취소됐고 LG-KIA(잠실)전과 넥센-롯데(목동)전은 1회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노게임 선언됐다. 이들 경기는 17일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백문이불여일행] 현아야, 함께 걸어줘서 고마워

    [백문이불여일행] 현아야, 함께 걸어줘서 고마워

    구호동물입양센터 ‘케어’를 가다 백문이불여일행(百聞不如一行) 백번 듣고 보는 것보다 한번이라도 실제로 해보는 것, 느끼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다. ‘보고 듣는 것’ 말고 ‘해 보고’ 쓰고 싶어서 시작된 글. 일주일이란 시간동안 무엇을 해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누고 이야기하고 싶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퇴계로에 있는 구호동물입양센터 ‘케어’로 향했다. 버려진 강아지들을 마주한다는 것, 설렘보단 두려움이 컸다. 봉사활동 하는 법은 검색하면 되지만 상처받은 강아지의 눈을 보고 느껴질 미안함과 죄책감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꼭 한번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발길을 옮기지 못했다. 가끔 후원금을 내는 것으로 자책감을 덜곤 했다. 그렇게 미뤄왔던 일을 실천하기로 한 날. 캔 사료와 육포를 손에 들고 약속된 시간인 오전 10시30분에 맞춰 센터에 도착했다. ‘케어’는 퇴계로와 답십리를 비롯해 경기도 포천·김포 등에서 유기동물 총 200여 마리를 보호하고 있는 동물단체다. 사람으로부터 학대를 당해 위험에 처한 동물을 구조하고, 치료 후 입양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치료가 필요한 동물은 퇴계로와 답십리 센터에서 보호하고, 정상인 경우는 김포나 포천 보호소로 보내진다. 100% 시민 후원으로만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노란색 외벽의 ‘케어’ 문을 여니 강아지들이 소리 내어 짖는다. 저마다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아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좁은 공간에서 지내야 하는 까닭에 봉사자들이 찾아와 산책하는 이 시간을 기다린다. 사람에게 학대받아 몸과 마음이 다쳤지만 여전히 좋은 사람의 반려견이 되어 함께 하길 원한다. “현아야, 괜찮아” 함께 걸어줘서 고마워 하얗고 눈이 예쁜 말티즈 현아(5살·암컷)와 짝이 되어 산책을 시작했다. “이 친구는 걸을 때 최대한 다른 강아지를 피해서 다녀주세요.” 관계자는 구조 당시 현아가 목줄에 꽉 묶인 채 혼자 방치돼 있던 까닭에 다른 강아지에게 유난히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13년째 반려견과 함께 하고 있기에 산책 정도야 쉬울 거라 생각했지만, 현아가 다른 강아지를 보고 흥분하자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어쩔 줄 몰라 하는 게 느껴졌는지 현아도 불안해하며 센터 쪽으로 몸을 계속 돌렸다. “현아야, 괜찮아” 계속해 말을 걸고 틈나는 대로 쓰다듬어주었다. 날씨가 더우니 중간 중간 주는 물을 아기처럼 잘 먹는다. 장충단공원에 도착해 현아를 무릎에 앉히고 땀을 닦으려는데 갑자기 다른 강아지를 본 현아가 뛰어내렸다. 목줄을 놓치면 안 되는데 순식간에 상황이 벌어졌다. 다행히 강아지를 데려 온 가족 중 한명이 급하게 현아의 줄을 잡고 내게 건네주었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줄을 손목에 꼭 둘러 감고 길을 걸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다. 30분이 넘어가니 더운 날씨 때문에 지치는 건 어쩔 수 없다. “현아를 비롯해 이곳 강아지들은 밖에서 걸을 수 있는 시간이 하루 1번 이 시간뿐이에요. 힘들더라도 1시간을 꼭 채워서 걸어주세요.” 당부한 것을 되새기며 걷던 길을 다시 걷고, 샛길로도 걸어본다. 현아는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안정되는지 이곳저곳 신나서 걸어 다니기 바쁘다. 땀은 흐르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좋아하는 현아가 귀여워서 웃음이 나온다. 예쁜 현아의 모습을 기억하고 싶어서 산책 중간 중간 사진도 남겼다. 1시간을 조금 넘겨 다시 센터로 돌아갈 시간. 마침 같은 시간 산책봉사를 마치고 나온 이인선(26)씨가 이 모습을 보고 “현아. 너 또 들어가기 싫구나”라며 웃는다. “여기 네 번째 봉사인데 현아가 산책을 유독 좋아해서 다시 들어가기 싫어하더라고요.” 누구든 동물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하지만 여전히 한 해 8만 마리 이상의 동물이 버려진다. 휴가철엔 더욱 심각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유기된 동물만 8274마리다. 월 평균보다 20~30% 많은 수치다. 동물을 버려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과 ‘내가 버리면 누군가 대신 키워 주겠지. 어떻게든 살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이 잘못된 결과를 낳고 있다. 사회적인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올 1월부터 7월까지 버려진 동물은 4만 6951마리. 한 해 유기동물 입양과 안락사 등으로 드는 비용만 104억 원이다. 동물학대사건의 빈도와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SNS 속 몽실몽실하고 귀여운 강아지의 모습을 보고 한번쯤 ‘나도 키워볼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만으로 입양해서는 안 된다. 10~15년의 시간을 끝까지 함께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한다. 동물을 키우는 일은 정말 행복하지만 그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한 책임감이 필요하다. 미래에도 함께 할 수 있는 상황인지, 나와 함께 사는 가족도 이에 동의하는지 생각해야한다. 이와 함께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한지, 어리고 귀여울 때만이 아닌 늙고 병들었을 때 드는 비용도 감당할 수 있는 지도 고려해야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개와 고양이 평균수명인 15년 동안 드는 비용은 2013년 기준 반려견은 2111만8000원, 반려묘는 1996만3000원이 든다. 반려동물 입양대금을 비롯해 사료비, 동물병원 진료비, 미용서비스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미안해, 살아줘서 고마워” 전채은 케어 공동대표는 “강아지들도 생명체입니다. 사람처럼 감정이 있고, 똑같이 고통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고통의 원인은 사람들이 제공했다는 것. 그래서 사람들의 책임이 크죠. 동물을 사랑해서 돕는 게 아니라 책임이 있기 때문에 돕는 겁니다. 동물을 사랑하건, 싫어하건 사람들에게 책임이 있죠”라고 말한다. “그들도 맞으면 아픕니다. 그들도 버림받으면 상처 받습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살아 숨 쉬는 생명입니다. 미안하고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실제로 이 곳에서 현아와 함께한 시간은 오랜 시간 반려견과 함께하며 받은 행복을 돌려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다시 오고 싶은 곳이고, 꾸준히 들릴 생각이다. 현아와의 시간 속에서 몰랐던 행복 하나를 찾은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망설였다면 얼마든지 즐겁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활동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버림받은 동물들과의 교감이 가장 큰 봉사입니다. 산책하고 청소하고 놀아주는 것, 이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됩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전 두산 투수 임태훈, 임의탈퇴하더니 일본 독립리그행…데뷔전 성적 보니 2이닝 무실점

    전 두산 투수 임태훈, 임의탈퇴하더니 일본 독립리그행…데뷔전 성적 보니 2이닝 무실점

    전 두산 투수 임태훈, 임의탈퇴하더니 일본 독립리그행…데뷔전 성적 보니 2이닝 무실점 ‘전 두산 투수 임태훈’ 지난 6월 두산 베어스에서 임의탈퇴한 투수 임태훈이 일본 독립리그 후쿠이 미러클 엘리펀츠 팀과 계약한 사실이 알려졌다. 일본 독립리그 베이스볼챌린지리그(BC리그)에 속한 후쿠이 미러클 엘리펀츠는 14일 구단 홈페이지(www.m-elephants.com)에 “우리 구단이 새로운 선수를 영입했다”며 임태훈 영입 사실을 알렸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등번호는 32번으로 확정됐다. 전 두산 투수 임태훈은 이미 14일 이시카와현 가나가와 시민구장에서 열린 이시카와 밀리언스타즈와 경기에서 일본 독립리그 데뷔전도 치렀다. 후쿠이신문은 15일 “새로 입단한 임태훈이 14일 경기에서 7회 등판해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2007년 두산에 1차 지명된 임태훈은 그해 7승 3패 1세이브 20홀드, 평균자책점 2.40을 기록하며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 쥐었다. 한때 두산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했던 임태훈은 최근 몇 년간 고질적인 허리 부상과 개인사 문제가 맞물리며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2013년에는 9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11.32로 부진했고, 지난해에도 불과 6경기에 나서 1홀드에 평균자책점 9.82에 그쳤다. 이어 6월 25일 두산 관계자는 “임태훈이 오늘 오후에 구단 측에 야구를 쉬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구단은 선수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KBO에 임의탈퇴 공시를 요청했다”고 두산 임태훈 임의탈퇴를 발표했다. 사진=서울신문DB(전 두산 투수 임태훈) 뉴스팀 seoulen@seoul.co.kr
  • 전 두산 투수 임태훈, “야구 쉬겠다” 임의탈퇴하더니 일본 독립리그행… 등번호는 32번

    전 두산 투수 임태훈, “야구 쉬겠다” 임의탈퇴하더니 일본 독립리그행… 등번호는 32번

    전 두산 투수 임태훈, “야구 쉬겠다” 임의탈퇴하더니 일본 독립리그행… 등번호는 32번 ‘전 두산 투수 임태훈’ 지난 6월 두산 베어스에서 임의탈퇴한 투수 임태훈이 일본 독립리그 후쿠이 미러클 엘리펀츠 팀과 계약했다. 일본 독립리그 베이스볼챌린지리그(BC리그)에 속한 후쿠이 미러클 엘리펀츠는 14일 구단 홈페이지(www.m-elephants.com)에 “우리 구단이 새로운 선수를 영입했다”며 임태훈 영입 사실을 알렸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등번호는 32번으로 확정됐다. 2007년 두산에 1차 지명된 임태훈은 그해 7승 3패 1세이브 20홀드, 평균자책점 2.40을 기록하며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 쥐었다. 한때 두산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했던 임태훈은 최근 몇 년간 고질적인 허리 부상과 개인사 문제가 맞물리며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2013년에는 9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11.32로 부진했고, 지난해에도 불과 6경기에 나서 1홀드에 평균자책점 9.82에 그쳤다. 이어 6월 25일 두산 관계자는 “임태훈이 오늘 오후에 구단 측에 야구를 쉬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구단은 선수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KBO에 임의탈퇴 공시를 요청했다”고 두산 임태훈 임의탈퇴를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되면 그날부터 1년 동안 프로야구에서 뛰지 못하며, 1년 뒤에도 원 소속구단이 임의탈퇴를 해제하지 않는 한 그라운드에 돌아올 수 없다. 해외자격진출을 얻지 못한 임태훈은 미국과 일본, 대만의 프로리그 팀과는 계약할 수 없지만 독립리그 팀과의 계약은 자유롭다. 사진=서울신문DB 뉴스팀 seoulen@seoul.co.kr
  • [프로야구] 어, LG 맞아?… 선발 전원 장타

    [프로야구] 어, LG 맞아?… 선발 전원 장타

    LG가 13년 만에 선발 전원 장타(2루타 이상)의 진기록을 썼다. LG는 13일 문학에서 벌어진 KBO리그에서 모처럼 타선이 폭발하며 SK를 16-7로 격파했다. 갈 길 바쁜 7위 SK는 속절없이 뭇매를 맞으며 3연패에 빠졌다. LG는 올 시즌 한 경기 팀 최다인 장단 23안타로 시즌 7번째 선발 전원 안타와 득점을 기록했다. 홈런 6개도 LG의 올해 한 경기 최다. 특히 2002년 4월 27일 LG-한화전(대전) 이후 통산 두번째로 선발 전원 장타도 터뜨렸다. LG는 0-0이던 2회 홈런 2방 등 장단 8안타로 8점을 뽑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진영이 2점포로 포문을 열었고 1사 1루에서 유강남, 박지규, 임훈이 3연속 2루타로 3점을 보탰다. 계속된 1사 2루에서 정성훈의 적시타에 이은 박용택의 2점포로 단숨에 승부를 갈랐다. LG 선발 루카스는 7이닝 2안타 4볼넷 4실점으로 7승째를 챙겼다. 정의윤에게 허용한 만루포가 아쉬웠다. 삼진 13개를 솎아내 자신의 한 경기 최다도 일궜다. SK 선발 박종훈은 1과3분의1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다. LG에서 트레이드된 SK 정의윤은 보란 듯이 연타석 대포로 6타점을 쓸어담았으나 팀 패배로 빛을 잃었다. 넥센은 목동에서 피어밴드의 역투와 스나이더의 쐐기포를 앞세워 한화를 9-4로 눌렀다. 2연패를 끊은 4위 넥센은 5위 한화의 연승에 제동을 걸며 승차를 3.5경기로 벌렸다. 피어밴드는 7이닝 1실점으로 9승째를 따냈고 한화 선발 송은범은 2와3분의1이닝 5실점(4자책)으로 부진했다. 스나이더는 7-4로 쫓긴 8회 권혁을 2점포로 두들겨 한화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선두 삼성은 광주에서 윤성환의 호투로 껄끄러운 KIA를 5-2로 제치고 2연승했다. 윤성환은 7이닝 동안 삼진 9개를 낚으며 3안타 1볼넷 2실점으로 막아 4연승으로 12승째를 챙겼다. 특히 광주에서 통산 4전 전승을 달렸다. 두산은 잠실에서 장단 11안타를 효과적으로 터뜨려 NC를 7-1로 꺾었다. 3위 두산은 2위 NC에 1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선발 스와잭은 8과3분의1이닝 6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롯데는 수원에서 kt에 4-2로 역전승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400경기 뛴 이동국

    400경기 뛴 이동국

    ‘라이언킹’ 이동국(36·전북)이 프로축구 K리그 통산 10번째로 ‘400경기 출전’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동국은 1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부산과의 홈경기에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했다. 이로써 이동국은 1998년 포항 유니폼을 입고 K리그 무대에 데뷔한 뒤 17시즌 만에 ‘400고지’에 도달했다. 현역 가운데 400경기를 넘은 선수는 이동국과 전남 골키퍼 김병지뿐이지만 필드 플레이어 가운데는 이동국이 유일하다. 앞서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김병지(700경기)와 최은성(532경기), 김기동(501경기), 김상식(458경기), 김은중(444경기), 우성용(439경기), 김한윤(430경기), 이운재(410경기), 신태용(401경기·이상 은퇴) 등이다. 이동국은 포항에서 123경기, 광주 상무에서 51경기, 성남에서 13경기, 전북에서 12일 현재 213경기를 뛰었다. 이 가운데 347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이동국은 K리그 역대 최다 득점(175골) 기록도 갖고 있다. 전북 유니폼을 입고 K리그 통산 111골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포항 47골, 광주 상무 15골, 성남 2골 등을 넣었다. 이동국은 MVP(2009·2011·2014년), 신인상(1998년), 득점상(2009년), 도움상(2011년), 베스트 11(2009·2011·2012·2014년)과 팬이 뽑은 최고의 선수인 팬타스틱플레이어(2009·2011·2014년) 등 개인 타이틀이 걸려 있는 상을 모두 석권한 유일한 선수다. 전북은 이날 부산과 팽팽한 0-0 접전을 벌이던 후반 40분 부산 수비수 유지훈의 자책골과 4분 뒤 레오나르도의 시즌 8호골을 묶어 2-0 승리를 거두고 이동국의 기록 달성을 축하했다. 최근 9경기 무패(6승3무)를 내달리며 시즌 16승째를 올려 선두를 굳건히 지켰다. ‘전북 추격’에 올인한 2위 수원도 조성진, 권창훈의 전후반 릴레이골로 완델손이 1골을 만회한 ‘꼴찌’ 대전을 2-1로 제치고 최근 두 경기 무승(1승1패)에서 탈출했다. 수원은 후반 13분 대전 완델손에게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29분 슈틸리케호의 미드필더 권창훈이 결승골을 뽑아냈다. FC서울은 후반기를 앞두고 새로 영입한 아드리아노의 결승골을 앞세워 갈 길 바쁜 울산을 2-1로 꺾었다. 포항은 인천 원정에서 경기 종료 직전 터진 신진호와 김승대의 릴레이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광주FC와 전남은 득점 없이 0-0으로, 성남과 제주는 1-1로 비겼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350번 지킨 오승환

    350번 지킨 오승환

    오승환(한신)이 한국·일본 통산 350세이브 고지에 우뚝 섰다. 오승환은 12일 교세라돔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주니치와의 경기에서 3-1로 앞선 9회 등판해 1이닝을 삼자범퇴로 틀어막았다. 이로써 오승환은 4경기 연속 세이브로 시즌 34세이브를 작성했다. 또 KBO리그에서 통산 277세이브를 쌓은 오승환은 일본 진출 첫해인 지난해 39개, 올해 34개로 한·일 통산 350세이브를 달성했다. 평균자책점도 3.02에서 2.96으로 낮췄다. 한편 이대호(소프트뱅크)는 이날 야후오크돔에서 열린 오릭스전에서 1-2로 뒤진 2회 동점 솔로 아치를 그렸다. 지난 9일 지바 롯데전부터 3경기 연속 홈런이자 자신의 일본리그 한 시즌 최다 타이인 24호 홈런. 4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한 이대호의 타율은 .312로 올랐지만 팀은 2-3으로 졌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전자기기 표면에 입힐 수 있는 리튬이온전지 제조 기술 성공

    전자기기 표면에 입힐 수 있는 리튬이온전지 제조 기술 성공

    입는 컴퓨터, 휘어지는 화면, 두루마리 전자책 등 미래형 전자기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모양으로 변형할 수 있는 ‘플렉서블 전지’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쓰이고 있는 리튬이차전지는 양극, 음극, 분리막과 액체 전해질을 딱딱한 케이스에 넣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자유로운 변형에 한계가 있다. 국내 연구진이 원하는 사물의 겉면에 배터리를 얇게 입혀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화제다. 울산과학기술대(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이상영 교수팀은 전자기기 표면에 원하는 모양으로 얇게 입힐 수 있는 리튬이온전지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전자기기 내에 별도로 전지를 넣는 공간이 필요 없어져 제품들이 더 얇고 가벼워질 전망이다. 연구진은 전지를 구성하는 양극과 음극, 전해질 물질을 조청처럼 끈적끈적한 액체로 만든 뒤 원하는 사물 위에 음극-전해질-양극 순으로 덧입히는 프린팅 기법으로 신개념 리튬이온전지를 만들었다. 각각의 물질을 사물에 입힐 때 1분 이내에 자외선에 노출시켜 굳히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유리컵이나 안경 등 원하는 곳 어디에나 글자나 하트 모양 등 다양한 형태로 전지를 만들 수 있다. 이 교수는 “웨어러블 기기 상용화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전원 공간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전자기기의 디자인이 다양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이대은 내년 유니폼도 지바 롯데

    이대은 내년 유니폼도 지바 롯데

    ‘꽃미남’ 이대은(26)이 내년 시즌에도 지바 롯데 유니폼을 입을 전망이다. 일본의 스포츠닛폰은 11일 “지바 롯데가 이대은에게 내년 시즌 잔류를 요청할 방침”이라면서 “지바 롯데 구단은 인기와 실력을 겸비한 한류 오른팔을 높이 평가한다”고 보도했다. 구단 고위 관계자도 “성적을 보면 다음 시즌에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은은 2007년 미프로야구 시카고 컵스와 계약하고 지난해까지 마이너리그에서 뛰다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에 입단했다. 그는 지난 10일 현재 25경기에서 9승 2패, 평균자책점 3.29(탈삼진 72개)로 호투하고 있다. 특히 이대은은 지난 5일 오릭스전에서 6과3분의1이닝 5안타 4볼넷 무실점으로 쾌투했다. 아쉽게 승수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지난달 30일 세이부전(7이닝 2안타 무실점)에 이어 2경기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앞선 불펜 성적까지 포함하면 최근 26이닝 연속 무실점. 올 시즌 선발로 데뷔한 이대은은 ‘한류 스타’ 못지않은 외모에 승리까지 잇따라 따내며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지바 롯데는 그의 상품성을 인정해 마케팅에도 힘을 썼다. 홈구장 QVC마린필드에는 이대은의 이름을 따 김치와 고기를 주 재료로 한 우동까지 등장했다. 구단은 기대 이상의 성적과 인기를 과시한 이대은과 올 시즌을 마치기 전 재계약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제구 불안에 고전하자 운이 좋아 승리를 챙겼다는 ‘승수 거품’ 논란에 시달렸고 결국 2군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1군에 불펜으로 복귀해 맹위를 떨치면서 곧바로 선발 마운드를 되찾았다. 한편 이대은은 11일 미야기현 센다이 코보스타디움 미야기에서 열린 라쿠텐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으나 5회 쏟아진 비로 노게임이 선언됐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한·중·일 공동 편찬 역사교재 ‘미래를 여는 역사’ 영어판 출간

    한·중·일 공동 편찬 역사교재 ‘미래를 여는 역사’ 영어판 출간

    한국과 중국, 일본이 공동으로 편찬한 역사교재 ‘미래를 여는 역사’가 영어판으로도 출간된다. 일본 아베 정부의 과거사 왜곡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연구자 및 역사교사들에게 동아시아 역사 갈등의 역사적 맥락과 실체를 직접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의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중국 사회과학원근대사연구소, 일본실행위원회 등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는 2005년 중·고등학생을 위한 1단계 교재 ‘미래를 여는 역사’를 출간했다. 한국에서 10만 부 이상 팔리는 등 세 나라에서 모두 30만 부 넘게 판매됐다. 이번에 출간되는 영어판은 하와이 아시아태평양연구소에서 번역하고 한·중·일 3국의 교차 검수를 거쳤으며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에서 전자책 형식으로 13.19달러에 판매될 예정이다. ‘미래를 여는 역사’는 서구에 의한 개항 전후를 시작으로 일본제국주의의 확장, 일본의 침략전쟁과 아시아 민중들의 피해, 2차 세계대전 후의 동아시아 등을 담고 있다. 양미강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공동운영위원장은 “세 나라 공동의 역사 인식을 담아내고자 노력한 이 책은 동아시아의 역사 갈등을 넘어 화해와 평화를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영어판을 통해 서구 일반인의 동아시아사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일공동역사편찬위원회는 2012년 세 나라 대학생과 일반인을 염두에 둔 2단계 교재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를 내놓은 데 이어 3단계 교재를 준비하고 있다. 3단계 교재에는 일본의 침략과 지배를 둘러싼 반성과 보상 문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 영토 문제, 역사 교과서 문제 등 21세기 들어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를 중심 내용으로 담을 예정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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