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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의도 산책/ 고뇌하는 ‘철새’ 의원들

    지난 14일 오후 2시 국회 예결위회의장은 잠시후 시작될 한나라당 의원총회를 앞두고 100여명 의원들의 웃음소리와 말소리로 왁자지껄했다.뒤늦게 한의원이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들어섰다.3일전 한나라당에 전격 입당한 민주당 출신 이근진(李根鎭) 의원이었다. 한나라당 의총에 처음 참석하는 이 의원은 어색한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 거렸지만,대다수 의원들은 무관심하다는 표정이었다.이 의원이 맨 앞자리로 가서 조용히 앉을 때까지 그에게 말을 붙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잠시후 의총이 시작되자 이 의원은 연단에 나가 “나는 노무현(盧武鉉)씨가 민주당 후보가 됐을 때 과연 4500만 국민을 어디로 몰고갈까 우려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5일 한나라당에 입당한 자민련 출신 이양희(李良熙)·이재선(李在善) 의원은 오전 입당환영식에서 얼마전까지 적진(敵陣)의 수장으로 대했던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공약에 대해 곤혹스러운 서약을 해야 했다.한나라당측이 마련한 ‘이회창의 10가지 약속’이라는 서약서에는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눈에 띄었다. 대선을 코앞에 둔 변신의 계절,생존을 위한 의원들의 몸부림이 처절하다.특히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이 확산되면서 민주당과 자민련 출신 의원들의 동요가 극심하다.민주당만 하더라도 최근 두달간 21명이 탈당해 그중 4명이 한나라당에 들어왔고,추가 입당설이 꼬리를 문다. 시간에 쫓기면서 의원들은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팽개치고 있다.몸집이 커진 한나라당이 ‘선별 영입’ 원칙을 밝히며 급할 게 없다는 식으로 나오기 때문이다.강원도가 지역구인 민주당의 한 의원은 한나라당 입당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 한나라당에서는 도통 연락이 안 오는데,무슨 얘기 들은 것 있으면 좀 해달라.”고 전화통을 놓지 않았다. 최근 한나라당에 입당한 한 의원은 “한나라당에 들어오고 싶어도 연락이 안 와 안절부절못하는 의원이 한둘이 아니다.”며 그나마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이처럼 철새 행렬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물론 ‘소신’보다는 ‘생존’ 때문이다.정치권의 한 인사는 “2004년 4월 17대 총선에서 낙선할까 두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보통 집권 초반기에는 각종개혁 추진으로 여당의 인기가 높다는 점에서,현재 집권 가능성이 높은 한나라당으로 몰려드는 것이란 설명이다. 11일 한나라당에 들어온 김윤식(金允式·경기 용인을) 의원은 “수차례 지역구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간판으로는 다음 총선에서 어림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시인했다. 인간적 정리도 ‘의원 배지’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11일 한나라당에 입당한 원유철(元裕哲·경기 평택갑) 의원은 오랜 ‘주군’(主君)인 이인제(李仁濟) 의원의 만류마저 뿌리쳤을 정도다.민주당 관계자는 “현 평택시장(한나라당 소속)이 내리 3선으로 인기가 높은데,그가 다음 총선에 한나라당 후보로 나오면 원 의원으로서는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라고 말했다.다음 총선때 한나라당 공천에서 유리한 고지 선점을 위해 부랴부랴 입당했다는 관측인 셈이다. 자민련은 지금 지역구 의원들의 연쇄 탈당설로 붕괴 직전이지만,김학원(金學元) 의원만은 남을 것이라고 한다.그런데 만일김 의원의 지역구가 김종필(金鍾泌) 총재의 고향인 충남 부여가 아니라 해도 그가 당에 남아있을지는 의문이다. 어떻게든 변신에 성공한 의원들은 그나마 행복한(?) 경우다.11일 입당하려다 취소한 민주당 경기도 출신 모 의원의 경우는 한나라당 원외지구당위원장들의 반발로 못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오장섭(吳長燮) 의원이 14일 자민련을 탈당하고 15일 한나라당에 입당키로 했다가 과거 한나라당을 배신한 전력 때문에 뒤늦게 입당이 거부당해 졸지에 오도가도 못하는 ‘미아(迷兒)’ 신세로 전락한 일은 한편의 코미디를 연상시킬 정도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얼마전 민주당을 탈당한 K,P,P의원이 최근 입당을 타진해 왔으나,과거 전력이 안 좋아 보류상태”라고 귀띔했다. 김상연기자 carlos@
  • 中 16全大 폐막/ 4세대 ‘집단체제’ 개막-3세대는 ‘역사 속으로’

    ■4세대 ‘집단체제' 개막 (베이징 오일만특파원) 21세기 중국 공산당을 이끌 4세대 지도부가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다. 14일 폐막된 공산당 제16기 전국대표대회(全大)는 후진타오(胡錦濤·60) 국가 부주석을 장 주석의 후계자로 확정,최고 지도자로 등극시켰다.공산당은 이날 장 주석의 ‘3개 대표(三個代表)’론을 당장(黨章·당헌)에 명문화시켜 자본가 계급의 공산당 입당을 허용함으로써 중국 공산당의 질적 변화를 가져올 획기적 결정도 내렸다. ◆4세대 지도부 시대의 개막 3세대의 퇴진으로 4세대 후진타오를 정점으로 하는 집단지도체제의 막이 올랐다.마오쩌둥(毛澤東)→덩샤오핑(鄧小平)→장쩌민→후진타오로 이어지는 공산당 권력구도가 완성된 셈이다. 4세대 지도부는 덩샤오핑과 장쩌민의 개혁·개방노선을 승계,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 심화에 주력하는 기술관료형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전세대보다 카리스마가 부족,개인적 영도력보다는 지도부간의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는 집단지도체제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이번 16전대를통해 각 계파의 갈등과 대립,타협과 조정의 복잡한 과정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라는 중국 특유의 권력구도를 이뤄낸 것으로 알려졌다. 장 주석은 당총서기 퇴진에도 불구,쩡칭훙(曾慶紅),자칭린(賈慶林),황쥐(黃菊),우방궈(吳邦國) 등 심복들을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밀어올려 사실상 상무위원회를 접수할 것으로 예상된다.보수파를 대표했던 리펑(李鵬) 전인대 상무위원장도 최측근인 뤄간(羅幹)을 권력의 핵으로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때문에 권력의 정점에 선 후진타오는 당분간 제 목소리를 내는 대신에 장쩌민을 중심으로 하는 당원로 그룹과 4세대 지도부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할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한편 장쩌민의 3세대가 비교적 정치·경제적으로 안정된 중국을 물려줬다고 하지만 4세대가 직면한 문제점들도 적지 않다.최대 과제는 사회주의 이념에 집착하는 정치체제와 시장을 지향하는 경제체제간의 불협화음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는 것.이를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공산당의 정치적 안정기조가 상당부분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중국 지도부 연소화,지식화 중앙위원·후보위원들의 평균 연령은 55.4세이며 50세 이하도 20%에 달한다.학력은 전문대 이상이 98.6%로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됐다.덩샤오핑이 1992년 당 지도부의 연소화,전문화,지식화를 지시한 지 10년 만에 가시적 성과를 이룩했다. 이번 전대에서는 21세기 중국을 이끌 젊은 새 인물들을 대폭 수혈했다.5세대 지도부를 형성할 보시라이(薄熙來) 랴오닝(遼寧)성장과 시진핑(習近平)푸젠(福建)성장 등 40대 후반∼50대 초반의 뛰어난 인재들이 당중앙위원에 올라 중국 정치에 새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후진타오 부주석 계열에서는 저우창(周强) 공청단 제1서기와 리즈룬(李至倫) 감찰부 부부장 등이 당중앙위원에 발탁돼 후 부주석의 정치기반을 탄탄히 해줄 것으로 관측된다.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 부부장,천량위 상하이(上海)시장,쉬융웨(許永躍)국가안전부장,진런칭(金仁慶) 국가세무총국장 등도 당중앙 후보위원에서 한계단 뛴 당중앙위원으로 승진했다. oilman@ ■3세대는 ‘역사 속으로' (베이징 오일만특파원) 장쩌민(江澤民·76) 국가주석과 주룽지(朱鎔基·74) 총리,리펑(李鵬·74) 전인대 상무위원장 등 중국 지도부 핵심들이 14일 제16기 전대 폐막과 함께 역사의 장으로 사라졌다.. 중국 현대화에 온몸을 던졌던 이들 3세대 지도부는 21세기 ‘가교역’을 충실히 수행한 뒤 4세대 지도부에게 권력의 바통을 넘겨줬다. ◆수렴청정에 나서는 장쩌민 1989년 톈안먼(天安門)사태를 계기로 권력 정점에 오르며 3세대 지도부의 핵심이 된 장 주석은 대외적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유치,세계무역기구(WTO) 가입,상하이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개최 등의 성과로 중국인의 자존심을 높였다. 경제적으로는 지난 10여년간 연평균 8∼10%의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며 중국을 소강사회(小康社會·복지국가)에 진입시켰다. 이번 전대에서 혼신을 다해 자본가 입당을 공식화하는 3개 대표론을 당장(黨章)에 삽입,마오쩌둥(毛澤東)·덩샤오핑(鄧小平)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 급격한 시대변화에 대비하는 동시에 퇴임 후 안전판을 만드는 이중의 의미를 갖는다. 이때문에 당 총서기에서 물러난 장 주석이 쩡칭훙(曾慶紅),자칭린(賈慶林),황쥐(黃菊) 등 심복들을 상무위원회에 포진시켜 덩샤오핑식의 막후 정치를 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의 통치 13년간 만연한 부정부패와 치솟는 실업,빈부격차,인권과 종교의 탄압 등 그늘진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향후 후진타오 체제가 짊어질 부담이지만 장 주석이 중국을 안정시키고 풍요의 시대를 연 최고 지도자라는 평가에 인색하기는 쉽지 않다. ◆포청천 주룽지,역사의 뒤안길로 ‘보스 주’로 불렸던 강력한 리더십과 터프한 개성의 소유자였다.1998년 국무원 총리에 올라 경제사령탑으로 국유기업 구조조정과 부정부패 척결,WTO 가입 등 21세기 중국 경제의 ‘레일’을 깔았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 재무부장관이 “그의 지능지수는 200이 틀림없다.”고 감탄할 정도로 해박한 지식과 빠른 두뇌회전,완벽한 일처리로 정평이 나있다. 청렴한 사생활과 ‘협객’의 풍모로 중국 인민들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부총리 시절 부정부패 척결을 지휘하면서 “100개의 관을 준비하라.그중에 내것도 1개가 있다.”는 말은 아직도 중국인들 사이에 회자된다. 마오쩌둥과 같은 후난(湖南)성 창사(長沙) 출신으로 칭화(淸華)대 전기공정과를 졸업한 테크노크라트다.덩샤오핑에게 발탁돼 개혁·개방의 경제조타수로 활약했다. ◆보수파 거두 리펑 막후로 중국 보수파를 대표하며 태자당(太子黨)의 리더였다. 저우언라이(周恩來)의 양자로서 혁명원로들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고 87년 정치국 상무위원,89년 총리에 올랐다. 15년간 중국 권부의 핵심으로 활약하며 급진적 개혁·개방정책의 견제역을 맡았다. 톈안먼사태 강경진압을 지지한 대표적 인물이고 자녀들의 부정부패 연루설로 인기는 높지 않다. 자신의 심복 뤄간(羅幹) 당 정치국원이 상무위원회에 발탁돼 당 원로로서 보수파의 목소리를 대변할 것으로 관측된다.
  • 전국체전/ 역사 김태현 체전 15연패

    체전 15연패와 통산 42번째 금메달을 한꺼번에 들어올린 김태현(33·보해양조).90년대부터 한국역도의 간판으로 군림해온 김태현의 장기집권도 어쩌면 막을 내릴지 모른다.결코 나이 탓만은 아니다.소속팀 보해양조가 경영난을 이유로 내년 해체를 결정했기 때문이다.인수하겠다는 곳이 아직은 나타나지않고 있다. 보해양조의 등록선수는 단 1명.진로를 의논할 동료도 없다.그래서 김태현이 이번 제주 전국체전 준비에 더욱 이를 악물었다.김태현은 “불과 1개월만에 몸무게를 13㎏이나 늘렸다.”며 “과체중으로 인한 당뇨 등으로 스트레스도 많았다.”고 말했다. 김태현은 14일 제주 중앙여고체육관에서 열린 역도 남자 무제한급(105㎏이상) 인상 3차시기에서 지난해 자신이 세운 한국기록 202㎏을 3㎏ 경신한 데 이어 용상과 합계를 휩쓸며 3관왕에 올랐다. 이로써 전국체전 최다연패(15연패) 신기록을 세우며 동시에 개인통산 체전 금메달을 39개에서 42개로 늘렸다. 김태현은 용상 1차시기에서 230㎏을 가뿐히 들어 금메달을 확정한 뒤 2차시기에서 263㎏의세계신기록(현재 262.5㎏)에 도전했다.‘푸-푸-푸’ 가쁜 숨을 몰아쉬며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끝내 바벨을 가슴 위로 밀어올리지 못했다.3차시기는 포기. ‘헤라클레스’ 김태현이 역도계에 첫 선을 보인 것은 전남체고 2학년이던 86년 서울체전.당시 90㎏급에 출전해 금메달을 거머쥐면서 화려하게 데뷔했다.이후 아시안게임 3연패(90·94·98년)를 이루며 한국 역도의 자존심으로 우뚝 섰다. 그가 아직 바벨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뒤를 이을 만한 후배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경기를 마친 뒤 “마지막 시합이라는 심정으로 한국신기록에 도전했다.”면서도 “힘 닿는 데까지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 이기철기자 chuli@
  • 실업계高 대학가기/ 동일계 특별전형 부활… 선택 폭 넓다

    12월10일,전기고 입학원서 접수일을 앞두고 실업계 고교가 학생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대학진학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실업계에 좀처럼 관심을 두지 않는다.학부모들은 교사가 실업고 진학을 권유하면 “사람을 어떻게 보느냐.”고 항의한다고 한다. 그러나 대학입학을 위해서라도 실업고 진학이 유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특히 중위권 학생이라면 실업고를 택하는 게 낫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실업고 출신에게 진학의 문이 열린다 실업고 졸업자에게 동일계열 진학 혜택을 주는 제도가 1983년 폐지됐다가 21년만인 2004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부활된다.동일계열 학과 정원 3%이내에서 정원외 특별전형을 통해 입학할 수 있다.교사들은 “열심히 공부하면 소위 명문대 진학도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문리대·법대·의대·예술대·사범대 등 거의 모든 단과대학에 문이 열려있다. 2004년 대학(전문대학 포함)의 모집정원은 약 70만명으로 대학 정원 3%를 실업계 출신에게 배정하면 혜택은 약 2만명에게 돌아가게 된다.서울시내 3만5000명,전국 25만명 실업계 고교생의 8%가 동일계 진학을 할 수 있다. 또 현재 고교 1학년이 수능시험을 보는 2005학년도 입시부터는 학교생활기록부 성적의 반영이 확대되고 수능시험에 직업탐구 영역이 신설돼 실업고 졸업자가 수능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데 더 유리해진다.직업탐구영역 응시자격은 전문 교과목을 82단위이상 이수한 실업고 출신에게만 주어진다. 뿐만 아니라 실업고 출신 학생 가운데 내신성적 우수자·효행상·봉사상 등 각종 표창 수상자와 각종 공모전·경진대회·기능대회 수상자,공고·상고실습작품전시회의 입상자들은 4년제 대학 수시모집에 지원할 수 있다.실업고를 졸업하고 산업체에서 1년6개월 이상 근무한 사람에게는 취업자 특별전형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도 주어진다. 2년제 대학은 실업계 고교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주간대학 정원의 55%,야간대학 정원의 65%를 실업고 출신으로 선발하고 있으며 실업계 출신은 수능성적과 관계없이 내신성적만으로 선발하는 것도 또하나의 유리한 점이다. ■중위권 학생에게는 실업고가 유리 중학교 내신성적이 상위 40% 이하 중위권 학생들이 일반계 고교로 진학해 고교에서도 그 정도의 성적을 유지한다면 서울의 4년제 대학에 진학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학담당 교사들은 말한다.중학교 내신성적이 60% 이하의 학생이 인문계로 진학해 그 성적을 유지하면 단 7%만이 대학진학을 할 수 있다고 한다.그러나 실업계를 택하면 50%는 진학할 수 있다는 통계가 나와있다.중위권이하의 학생들이라도 실업계고에서는 내신성적을 좋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업계 고교에서는 중위권 이하의 학생이라도 학교공부와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를 찾을 수 있고,일반계 고교보다는 훨씬 더 쉽게 적성에 맞는 대학을 선택할 수 있다. ■달라지는 실업계 고교,달라지지 않는 의식 실업계 고교는 많이 달라졌다.학부모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실업계 고교 학생들의 얼굴에서는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장학금 혜택이 많아서 좋다,선생님들이 친절하다,조금만 노력하면 대학을 갈 수 있다,취업률이 100%다.”실업계 학생들의 학교 자랑은 그치지 않는다.공부에 주눅들지 않고 적성과 소질을 살릴 수 있는 점이 특히 좋다고 말한다.시설도 많이 개선됐고 교사진도 좋아졌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실업계는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가는 곳이며 기름밥을 먹는 곳’이라는 인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때문에 자녀들이 실업계 고교를 원해도 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부모들은 특히 ‘실업계에는 문제 학생이 많아 교우관계가 좋지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신진공고 최동수 교감은 “실업계 고교에 어떤 문제가 벌어지면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며 확대 해석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한강전자공예고를 졸업하고 상명대 영상학부 사진전공 02학번이 된 정다운양은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공부를 못해서 실업계를 택한 것은 아니다.”면서 “좋은 환경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과 강성봉 장학사는 “실업계 고교에 대한 사회적인 의식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남주기자 yukyung@ ◆인문계서 실업계로 옮긴 성수공고 이효선군 “차별없는 교실 자신감 얻어” 인문계 고교를 1년간 다니다가 성수공고로 편입한 이효선(李孝善 18)군은“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인문계 고교에서 이군의 성적은 45명중 30등 안팎이었다.학교에서는 물론집에서도 ‘있으나마나한 학생’이었다.15등까지는 ‘잘 할 수 있다.’‘노력하라.’는 격려를 듣지만 나머지 30명은 ‘소외되고 희망을 잃은 학생들이었다.’고 이군은 인문계고교 교실 풍경을 전한다. “그때는 아무 희망도 목표도 없었어요.그런 것을 갖는다고 이뤄진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요.”가장 어려웠던 점은 공부를 잘하든,못하든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향해야 했고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로 만성두통을 앓았던 일이다. 그러다가 이군에게 큰 변화가 생겼다.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본 아버지 이교식씨가 자신이 교무부장으로 재직중인 성수공고로 전학하라고 권유한 것이다.현재 기계과 2학년에 재학중인 이군은 65명 중 1∼2등을 다투는 ‘모범생’이됐다. 오후 3시30분,수업이 끝나면 이군은 학원에 가는 대신 지난해부터 배우기 시작한 비디오 촬영에 나선다.친구들을 카메라에 담아 청소년영상제에도 출품할 생각이다.전국청소년인터넷방송국(www.kybc.org) 부회장이란 자리도 맡았다. “비디오 촬영이 재미있어요.대학졸업 후 방송국에서 촬영·편집일을 하고 싶어요.”인문계 고교에서는 공부를 잘 못해서 방송반에도 들지 못했다는 이군은 “실업계에서는 원하기만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교사들로부터 ‘인격적인’ 대접을 받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소위 ‘왕따’나 학교폭력도 없다고 했다. 아버지 이 교사는 “처음부터 실업계 진학을 권했으나 아내가 워낙 반대해서 일반계 고교로 갔는데 학교를 옮긴 뒤 자신감이 넘치고,스스로 공부를 찾아서 해 신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 학교에는 이 교사 부자 말고도 부자지간과 형제지간이 많다.자동차과의 김대일 교사와 아들 지안군도 부자 교사·학생이다.동생들에게 권유해 함께다니는 형제 학생도 18쌍이나 있다. ◆자격증 8개딴 해성여상 김미성양 “대학보다 최고 직업인이 꿈” 국가공인 자격증 8종목을 딴 김미성(해성여자전산상업고 3년)양은 수능시험결과에 울고있는 친구들을 위로하면서 더욱 자신의 선택에 만족해했다.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요.자신감을 갖고 살 수 있다면 1점,2점에 인생이 흔들리는 것은 자존심이 상해서도 못할 일인것 같아요.일반계 고등학교 진학이나 대학입시를 목표로 하지않은 것에 정말 후회없어요.능력으로 살아갈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후회 안할 자신이 있습니다.” 낭랑한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쳐나는 김양은 “전산회계 2급,무역영어 등 8개의 자격증 취득준비를 고1때부터 열심히 하다보니 친구들보다 조금 빨리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말했다.1학기부터 취업이 가능했지만 더 공부하느라 조금 취업을 미뤄 오는 22일 L화학 입사 면접이 예정돼 있다. “우리 학교 떨어져서 일반계 고등학교 간 친구들도 많아요.” 중학교때 반에서 10등밖을 벗어나지 않은 김양은 ‘공부 못하면 실업계 간다.’는 인식에 할 말이 많다. “일반계고교에서는 중학교와 별로 다를바 없는 과목을 되풀이하지만 실업계에서는 대학에서 배울 실무적인 것,새로운 것을 배워 재미있습니다.” 김양은 실업계 고교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부모님이 ‘공부를 잘하니 대학도 갈 수 있지 않느냐?’고 아쉬워하지만 빨리 사회에 나가서 실업계 고교를 졸업하고도 얼마든지 사회에서 최고의 직업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단다. 김양은 그러나 회사에 취직,일하다가필요한 공부를 보충하기 위해서라면 대학에 진학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대학을 목표로 괴로워하는 것을 보면 안쓰러워요.대학졸업하고도 실업자가 얼마나 많은데요.자신의 목표와 적성을 고려해야 내 인생에 책임을 지고 살 수 있지 않나요.” 실업계냐,인문계냐 선택의 기로에 선 후배들에 대한 김양의 충고다. 허남주기자
  • [작지만 강한 기업] 용역경비업체 GS안전

    ■영업사원 완전성과급제 “내 사업 한다” 동기부여 “보험과 경비는 앞날을 대비하며 ‘안전’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판매한다는 점에서 닮은 꼴입니다.” 종합경비업체인 GS안전 이재붕(李在鵬·46)사장은 ‘영업통’이다.1986년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흥국생명 보험 영업사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한 때라 주위의 반대가 심했습니다.하지만 저는 남들이 밟지 않은 눈길을 걷듯 설레이기만 하더군요.” 8년간 젊은 영업인재를 양성하다 동부생명 영업국장직을 끝으로 보험업계를 떠났다.처음 시작한 사업에서 그는 외환위기 한파와 함께 씁쓸한 패배를 맛보았다. 1999년 재기를 꿈꾸며 경기도 안양에 있는 허름한 주택에서 용역경비업체인 GS안전을 설립했다.25억원의 순수 국내 자본으로 에스원,캡스 등 외국계 대형 무인경비업체들이 독점하고 있는 시장에 과감히 진출한 것이다.GS안전은 설립 2년만에 가입자 2만5000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며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자율과 책임을 통해 영업사원들이‘내 사업을 한다.’는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도록 한 것이 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을 구역별로 나눠 집중 영업을 하는 한편 완전성과급제도를 도입,영업사원에게 강한 동기를 부여한 것이다. 최근 GS안전은 네트워크와 연동되는 첨단 보안상품을 발빠르게 출시,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ARS를 통한 원격 고객관리 시스템(CTI),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이용한 위치추적 시스템 개발에 이어 업계 처음으로 모바일 영상감시시스템(GS CAM)을 선보였다.외부 침입자가 생기면 출동요원과 가입자의 휴대전화로 비상 사태를 알리는 문자메시지와 화상이 전송되는 것이다.중부대학교,과천경찰서,안산경찰서,부천 남부경찰서 등이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사장은 “한국의 특성에 맞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토종업체로서의 자존심을 지켜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160억원의 매출을 올린 GS안전은 2010년까지 10만 가입자 확보와 1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은주기자 ejung@
  • 제83회 전국체육대회/ “아줌마선수 파이팅”

    제주체전에서 눈에 띄는 현상 가운데 하나는 ‘아줌마 스타’들이 유난히 많다는 것.특히 양궁과 역도 배드민턴 등에서 두드러진다. 한 시대를 풍미하다 결혼과 함께 은퇴해 이제는 아줌마가 된 왕년의 스타들은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팀의 맏언니로서 정신적 지주역할을 해내고 있다. 90년대 세계 양궁계를 평정한 ‘신궁’ 김수녕(31·예천군청)은 여자일반부 개인전 70m와 60m에 출전해 46명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2000년 시드니올림픽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뒤 회복훈련중 고개가 삐끗하면서 목디스크에 걸려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엔트리를 맞추기 위해 사대에 섰다.70m 3발을 쏘고 경기를 포기해 성적은 720점 만점에 9점.자존심을 구겼지만 김수녕은 자신이 지도한 후배 최남옥과 김은미의 선전에 마냥 흐뭇하기만 하다. 96년 애틀랜타올림픽 양궁 2관왕 김경욱(32·현대모비스)은 98년 4월 임신과 함께 은퇴했다 2000년 종별선수권을 통해 복귀했다.연습기록에서 1380점을 쏘는 등 예전의 컨디션을 찾아가고 있는 김경욱은 개인 60m에서 동메달을 땄다.최명식(31·울산시청)은 역도 여자일반부 53㎏급에서 인상(75㎏) 용상(100㎏) 합계(175㎏)를 휩쓸며 6연속 3관왕에 올랐다. 이밖에 배드민턴에는 ‘셔틀콕의 여왕’ 방수현(31·대교눈높이)을 비롯해 이정미(33·담배인삼공사) 이흥순(31·화순군청) 등 아줌마 선수들이 줄줄이 나서고 있다. 제주 이기철기자 chuli@
  • 프로농구/ 김영만, 던지면 ‘쏙쏙’

    SK 나이츠 김영만의 ‘당랑슛’이 드디어 터지기 시작했다. 김영만은 프로농구 02∼03시즌을 앞두고 나이츠로 이적,서장훈(삼성)의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초반 극도의 부진을 보여 최인선 감독의 애를 태웠다.그러나 7일 SK 빅스와의 경기에서 23점을 쏟아부어 승리를 이끄는 등 이적 이후 최고의 활약을 했다. 1쿼터에는 빅스 한정훈의 밀착수비에 막혀 고전했으나 2쿼터 들어서 날카로운 골밑 돌파와 고감도의 미들슛으로 빅스의 내외곽을 흔들었다. 김영만의 활약은 공격에만 그치지 않았다.상대의 주득점원인 문경은에 대한 수비까지 맡아 괴롭혔다.김영만의 수비에 막힌 문경은은 게임당 4개씩 기록하던 3점슛을 2개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끈질기게 따라다닌 부상으로 제 몫을 다하지 못한 김영만으로서는 실로 오랜만에 보여준 활약이었다. 결과 못지 않게 경기 내용도 좋았다.24-32,8점차로 뒤진 채 맞은 2쿼터에서 김영만은 3분 동안 혼자 미들슛과 자유투 등으로 8점을 쏟아넣어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고 3쿼터에서도리온 트리밍햄과 함께 68-62로 역전을 일궈내는데 앞장섰다. 무엇보다 이날 경기에서 얻은 소득이라면 최고 슈터 자리를 놓고 맞붙은 문경은과의 자존심 싸움에서 이겼다는 점. 물론 문경은은 26점을 넣고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정규리그 통산 3점슛 700개 고지에 오른 반면 김영만은 문경은보다 적은 23점을 넣었지만 승부의 고비마다 결정적인 스틸을 3개나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끈 건 김영만이었다. 김영만의 활약으로 4연패에서 벗어나며 상승세로 돌아설 전기를 마련한 나이츠는 앞으로 그의 부활 가능성에 더 큰 기대를 갖게 됐다. 그동안의 부진에 대해 “팀 전력상 내가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한 김영만은 “앞으로는 마음을 비우고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곽영완기자 kwyoung@
  • 사무관 순환근무제 전격 도입

    재정경제부내 국·실간의 보이지 않는 ‘인(人)의 장벽’이 허물어질 전망이다. 사무관(5급)과 보직과장이 아닌 서기관(복수서기관·4급)을 대상으로 ‘순환근무제’를 본격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순환근무제는 특정 부서에서 일정기간 근무하면 자동으로 인사 대상에 포함돼 다른 부서로 옮기는 것이다. 재경부는 조만간 1급 이상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를 열어 순환근무제 도입에 따른 관련 인사규정을 바꿔 이달 말부터 시행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이에 따라 이달말쯤 사무관 및 복수서기관의 대대적인 인사이동이 예상된다.현재 사무관 및 복수서기관은 260명으로 전체 일반직 직원(520명)의 절반에 이른다. 새 인사 시안(試案)은 순환근무제 대상을 현 부서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사무관 및 복수서기관으로 하고,3년마다 의무적으로 인사교류를 하도록 했다. 다만 본인의 특별한 사유가 있거나 담당 국·실장이 전출을 원치 않을 경우 2∼3명 범위에서 순환근무제의 예외를 인정해 주기로 했다.순환근무제가 성과를 거두면 6~9급으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그동안 특정부서에서 다른 부서로 가고 싶어도 국·실간의 벽이 높고 인적 교류가 원활하지 않아 이번에 파격적으로 순환배치를 고려하게 됐다.”며 “순환근무제의 도입 배경에는 실무자급인 사무관 또는 복수서기관이 여러 부서를 거치지 않고 3급 이상의 고위 간부로 승진했을 경우 우려되는 업무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점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금융정책국 관계자(4급)는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1996년 경제기획원(EPB)과 재무부(MOF)가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되기 이전에 들어온 두 부처 직원들간에는 자존심 대결이 심해 국·실간 인사교류는 꿈도 꾸지 못했다.”며 “순환근무제의 도입으로 재정·금융·세제분야의 인적교류가 활성화되면서 국·실간의 보이지 않는 벽도 자연스레 허물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주병철기자 bcjoo@
  • [CEO 칼럼] 실패를 통해 발전하는 경영

    얼마전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러번의 실패를 거쳐 금연에 성공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많은 사람들이 실패한 경험을 통해 지금까지 시도한 다양한 방법의 문제점을 알게 되고,결국 금연 성공의 비결을 찾는다는 얘기다. 학창시절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한번 틀린 문제는 다음에도 틀릴 가능성이 높아 틀렸던 문제들만 다시 정리해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기업경영 부문에서는 실패의 가치가 더욱 크다.특히 개인은 실패 원인과 그 결과를 스스로 갖고 있어 자신의 지식으로 남지만,조직내에서는 실패 사례가 공유되지 않아 실패가 여러 곳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그런 점에서 실패 사례를 공유할 수 있는 기업의 가치는 매우 크다. 문제는 실패 사례를 공유하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패에 대한 비난을 두려워하거나 자존심 때문에 실패한 경험을 감추거나 나누려 하지 않는다.규정이나 제도를 통해 강제로 공유하도록 하더라도 그 당시의 정황이나 사실을 왜곡함으로써 실패의 진정한 원인이나 결과가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을 정당화하거나 자신에게 너그러운 측면이 있어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제도가 아니라 문화적인 접근을 통해 실패를 허용하고 이를 자산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모든 일에 있어 정확한 정황과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절차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과정에서 주의할 점은 실패를 공유하고자 하는 개인이 심적인 부담감이나 모멸감을 느끼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이러한 여건이 되지 않으면 실패를 공유하기는커녕,조금이라도 어려움이 예상되는 일은 아예 시도조차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도 있다. 이는 확실한 성공이 보장된 일만 하려는 분위기로 이어져 결코 발전하지 않는 기업을 만들게 된다. 최근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짐 콜린스의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이라는 책에서도 위대한 기업의 핵심요소 중 하나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는 ‘도전정신’을 꼽고 있다. 실패를 잘 활용함으로써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3M을 들고 있다.이 회사는 직원들의 근무시간 중 15%는 반드시 자신이 연구하고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하도록 함으로써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초기에 시작한 광업의 실패과정 속에서 광물을 다듬는 사포의 개발을 통해 성공을 시작한 3M은 자동차용 왁스와 광택제의 개발로 실패를 거듭한다.하지만 자동차 페인트 가게에서의 경험을 통해 방수테이프를 개발하게 되고,이어서 그 유명한 스카치 테이프의 성공으로 이어졌다.녹음테이프,디스켓,포스트잇 등 세계적인 히트상품들은 실패를 바탕으로 탄생한 결과물이다. 오늘날과 같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공이 확실히 보장된 신규사업은 거의 없다.결국 다양한 시도와 실패를 통해 지식자산을 확보함으로써 성공사업을 찾아나가야 한다.성공사업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끊임없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실패를 경험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실패를 기업의 자산으로 만드는 데 성공하는 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겠지만 그러지 못한 기업은 결국 도태되고 말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경영혁신 사례 중 하나는 벤치마킹이다.그러나 선진기업의 성공사례만큼이나 중요한 지식은 바로 기업 내부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해진 LG CNS 사장
  • 체첸반군 극장 인질극 원인과 전망 - 국제사회 관심끌기 전략

    모스크바 심장부에서 일어난 인질극은 체첸사태가 해결됐다고 공언하던 러시아 당국의 자존심을 산산이 무너뜨리고 세계의 이목을 다시 한번 체첸사태로 집중시키고 있다. ◆끝나지 않은 체첸 사태 인질범들은 이번 인질극의 목적이 체첸에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군을 철수시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러시아군의 체첸 점령 사태를 이슈로 재점화시켜 이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모으려는 게 일차적 목표인 듯하다. 체첸 반군 지도자 모프사르 바라예프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번 인질극에서 인질범들은 1주일의 시한을 제시하고 체첸내 러시아군의 즉각적인 군사작전 중단과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94년부터 96년까지 1차 체첸전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낸 체첸공화국은 97년 1월 대선을 실시,러시아와의 평화협상을 이끌었던 아슬란 마스하도프 전 반군 사령관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그러나 이 자치정부는 얼마 안가 무정부 상태에 빠졌고 러시아와의 유혈충돌은 계속됐다. 이후 99년 모스크바의 연쇄 아파트 폭발사건을 계기로 러시아군은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지휘 아래 체첸 북부에 진입,대대적인 공세를 취하면서 분쟁은 격화됐다.이때 촉발된 2차 체첸전이 4년째 계속되고 있다. ◆계속되는 인권유린 지난해 11월 러시아와 체첸 대표가 처음으로 직접 대면,평화정착을 위한 협상을 벌이는 등 러시아 정부와 체첸 반군간 접촉이 이뤄졌지만 체첸사태는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고 있다.인구 80만명의 체첸은 이미 두 차례의 전쟁으로 6만여명의 사상자와 20만여명의 난민이 발생,폐허로 변했다.체첸에서는 여전히 러시아군에 의한 강간·납치·살인이 자행되고 있다.국제인권단체 ‘헬싱키 인권연맹’은 최근 매달 80여명의 체첸 청년들이 러시아군에 납치,살해되고 있다며 러시아군의 인권유린 실태를 고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에서 발생한 9·11테러 이후 체첸에 대한 러시아의 과잉 공격과 인권유린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과 압박은 크게 줄었다. 특히 미국은 체첸 지도부가 알카에다와 연루돼 있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인정하고 러시아군의 대대적인 체첸반군 소탕작전을 묵인하고 있다. ◆사태 장기화 전망 러시아 당국은 일단 대화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극장 곳곳에 설치된 폭발물과 너무 많은 수의 인질 때문에 무력진압을 시도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다. 그러나 체첸공화국의 독립이나 자치 요구는 절대로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이 러시아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협상의 여지가 많지 않아 협상 조건을 놓고 쌍방의 지루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등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국·일본·인도네시아 등 각국은 어떤 형태의 테러도 용납할 수 없다며 러시아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앞으로 제기될 국제 여론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사태가 장기화하면 체첸 내의 인권유린 실상이 부각돼 러시아에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이 쏟아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질범들이 어느 정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한 시점에서 러시아 정부가 인질범들의 무사귀환을 보장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을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강혜승기자 1fineday@ ■체첸사태 주요일지◆91년 11월 구소련 육군장성 두다예프 체첸 독립선언 ◆94년 12월 러시아군 체첸 침공 ◆95년 6월 러시아 부뎬노프스크 병원서 인질극 100명 사망 ◆96년 1월 키즐야르 병원 인질극 78명 사망 ◆96년 8월 휴전.러군 11월 철수 ◆99년 8월 크렘린궁 주변 쇼핑몰 폭발 41명 부상 ◆99년 9월 다게스탄의 러장교 아파트 폭탄차량 돌진 64명 사망 ◆99년 9월 모스크바 아파트단지 폭발 93명 사망 ◆99년 10월 러군,테러 차단 빌미로 체첸 재진입 ◆2001년 8월 체첸반군,러 헬기 격추 118명 사망 ■체첸 어떤 나라 체첸 공화국은 러시아 남부 코카서스 산맥 북단에 위치한 나라다.우리나라 경상북도만한 영토(1만 9000㎢)에 인구도 120만명에 지나지 않는 작은 나라지만 석유자원이 풍부하다.석유뿐 아니라 코카서스 지역의 영향력 유지를 위해서도 러시아는 체첸의 독립을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입장이다. 주민들 대부분이 독실한 이슬람(수니파) 교도들이라 중앙아시아 공화국들과 가까울 뿐 아니라 인근 터키,이란과도 친하며 현재도 강한 씨족사회를 형성하고 있을 만큼 민족정신이 강하다. 1859년 제정 러시아에 강제 편입된 이후 러시아인에 대한 사무친 원한을 갖고 살아왔다. 1932년 스탈린에 의해 언어·문화가 다른 잉구시인들과 체첸·잉구시 자치공화국으로 강제병합된 뒤 러시아에 대한 반감은 더 커졌으며,2차대전 당시 그로즈니 문턱까지 들어온 독일군에 협조할 정도였다. 80년대 후반에 이르러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가 시작되기 무섭게 소련군 공군 소장 출신인 조하르 두다예프를 중심으로 민족 주권운동이 일어났다.옛 소련 붕괴의 혼란기를 틈타 각 공화국이 분리독립을 추진하던 91년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선출된 두다예프는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포했고 92년 잉구시와도 결별했다. 내부 사정으로 정면 대응하지 못하던 러시아는 94년 12월 체첸에 전면공격을 가해 수도 그로즈니를 함락시키는 등 13개월간 전쟁을 벌여 양측을 합해 3만여명이 희생되기도 했다.97년 두다예프가 러시아군에 의해 암살된 뒤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박상숙기자 alex@
  • ‘야인시대’ 인기몰이는 계속된다, ‘김두한 vs 하야시’ 갈등구도 본격화

    시청률 50%를 돌파하며 2002년 최고의 드라마로 자리매김한 SBS 월화극 ‘야인시대’의 인기가 파죽지세다.올해 드라마 부문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KBS ‘태조왕건’(마지막회 시청률 58.3%)을 앞지르는 것은 시간 문제다. ‘야인시대’는 광복을 경계로 청년 김두한 안재모(1920∼1945년)와 장년 김두한 김영철(1945∼1972년)로 나눠 50회씩 100부로 이뤄진다.지난주 김두한(안재모)이 구마적(이원형)을 격파하면서 종로 패권을 잡은 데 이어 오늘 방송되는 25회부터 5∼6회는 다른 지역 패거리를 차례로 굴복시키며 주먹계의 일인자로 등극하는 과정을 그린다. 하야시와의 갈등 구도도 본격화된다.구마적(이원종) 쌍칼(박준규) 등 스타가 된 조연들을 대신해 시바루(이세창) 가미소리(이상인) 미우라(박승호) 등 하야시 일당이 바통을 이어 받는다.일본에서 건너온 유도 유단자 마루오카(미정)와의 대결도 볼거리. 한편으로는 여성들을 등장시켜 멜로 분위기를 강화한다.하야시의 처제 나미코(이세은),기생 설향(허영란),일본 앞잡이의 딸 박인애(정소영)가김두한을 사이에 두고 본격적인 애정공세를 편다.김두한은 박인애를 마음에 두면서도 설향과 나미코의 구애를 거절하지 않을 것이란 귀띔이다.클라이막스는 연말쯤으로 예정하고 있는 김두한과 하야시와의 결전.하야시측은 정면 승부로 김두한을 이길 수 없다고 보고 새벽 기습을 노리지만 나미코가 이를 김두한에게 전한다.결과는 김두한의 대승으로 끝나 양쪽은 평화협정을 맺어 하야시는 매달 김두한에게 ‘조공’을 바친다. 2부에서는 김두한이 해방 이후 좌·우파의 대립과 6·25 이후 자유당의 부정부패 속에서 불의를 처치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김두한을 ‘민족의 자존심’으로 설정한 만큼 사실과는 다소 다르더라도 김두한을 계속 영웅으로 미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과도한 폭력성은 드라마가 풀어야 할 과제다.폭력성 시비에 이영수 무술감독은 “주먹 속에 웃음과 인간미가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그러나 지상파 방송이 선정적인 폭력 장면으로 손님을 끌겠다는 발상은 접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현진기자 jhj@
  • [아시안게임 결산] (3)스포츠판도 변화

    ■중국의 독주체제 더 강화 육상선 사우디·인도 돌풍 부산아시안게임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중국의 독주체제가 더욱 강화된 가운데 중동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는 것.카자흐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은 거센 이번 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한국 중국 일본등 이른바 ‘빅3’가 지배해온 아시아 스포츠 판도에 적지않은 충격을 던졌다. 돌풍의 진원지는 가장 많은 45개의 금메달이 걸린 육상.전통의 육상 강국 일본은 중동의 모래바람에 휩쓸리며 단 2개의 금메달을 따는 사상 최악의 성적을 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것은 물론 한국과의 종합 2위 경쟁에서 참패하는 빌미가 됐다. 반면 사우디는 7개,인도는 6개의 금메달을 건져 올려 14개의 금메달을 딴 중국과 신 트로이카체제를 형성했다.또 쿠웨이트와 바레인 카타르 등도 금메달 1개씩을 낚는 기염을 토했다. 98방콕대회에서 12개의 금메달을 딴 일본은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까지 모조리 데려와 최강의 라인업을 구축했지만 남자 해머던지기와 남자 200m에서만 정상을 지켰을 뿐확실한 금메달로 꼽힌 남자 100m 등에서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세에 발목이 잡혔다. 사우디는 자말 알 사파르가 남자 100m에서 아시아 첫 9초대 진입을 노린 일본의 아사하라 노부하루를 0.05초차로 제쳤고,남자 5000m·1만m·400m허들·400m계주·세단뛰기·멀리뛰기 등 남자부에서만 7개의 금메달을 따 중국에 이은 아시아 2인자로 도약했다. 여자부에서의 반란은 인도가 주도했다.90년대 이후 몰락의 길을 걷던 인도는 여자 200m·800m·400m계주·멀리뛰기·원반던지기 등 5개의 금메달을 휩쓰는 ‘우먼파워’를 과시하며 화려한 부활을 선언했다.그러나 여자 1500m에서 아시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거머쥔 수니타 라니는 금지약물 복용으로 16일 메달을 박탈당해 아쉬움을 남겼다. 금메달 20개로 종합 4위를 차지한 카자흐스탄은 ‘빅3’를 위협할 최대 복병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카자흐스탄은 남자 장대높이뛰기,남자 20㎞경보,여자 400m허들 등 육상에서 3개,복싱 2개,사이클 2개,카누 3개,근대5종 2개,사격 2개,역도 2개,레슬링 2개 등 여러 종목에서 고르게 금메달을 거둬 들였다. 조현석기자 hyun68@
  • [열린세상] 열병같은 외제 ‘명품’ 열풍

    몇달 전 최규선씨가 검찰에 출두해 심문을 받을 때 고가의 외제 양복을 입고 기자들 앞에 등장하여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 일이 있었다.검찰에 출두했던 다른 유명인사들도 겨울이면 너나할 것 없이 영국에서 생산하는 특정 상표의 목도리를 두르고 포토라인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문제는 그렇게 부정부패와 정치 스캔들로 검찰에 출두하는 사람들의 경우뿐만 아니라 이제 우리사회에서 이른바 명품이라고 불리는 외국제 고가 사치품에 대한 선호가 열병처럼 번져가고 있다는 점이다.그 제품을 생산하는 나라의 국민은 우리보다 소득이 훨씬 많으면서도 별로 쓰지 않는 데 비해 우리나라 사람이 오히려 더 선호하고 있는 탓으로,애써 수출하여 벌어들인 외화를 까먹어 경상수지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40년간의 경제 발전과 정치 변혁 과정에서 부를 축적하여 ‘성공한’사람들은 익명의 대도시에서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고 싶어서 외제 사치품을 구입하기 시작하였고,중산층도 카드 빚에 허덕이면서 분수에 넘치는 고가 제품을 사며 상류층을 좇아 가고있다.한국은행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개인이 소비하는 데 쓰는 돈 100원 가운데 9원 꼴이 금융기관에서 꾼 것이고,20원어치를 수입품을 사는 데 사용하며,사치성 수입품 소비는 지난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나 IMF 직전과 닮아 가고 있다. 왜 중산층까지 분수에 넘치게 외제 사치품을 사는가.이는 남달리 강한 우리나라 사람의 신분 상승 욕구와 연관이 있지 않나 싶다.개발 독재시대에 정부는 ‘잘 살아보세’라는 새마을 노래를 통해 신분 상승 욕구를 불러 일으켰고,그 욕구는 사회를 역동적이고 활기차게 만들어 경제,사회 발전을 이루는 원동력이 되었다.가난한 농부의 아들이 대통령이 되고 재벌 총수가 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꿈꾸었고 꿈을 이루기도 했다.하지만 고도성장기가 지나고 저성장의 시대,경제 불안의 시대를 맞으면서 신분 상승의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부자의 아들이 부자가 되고,가난한 영재의 산실이었던 서울대마저 교육을 통해 신분 상승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통로로서의 기능이 대폭 축소되었다.또한 각종 고시를 통해 자동으로 신분 상승이 이루어지던 때는 지난 것 같고 벤처기업의 성공도 한때의 물거품처럼 보인다. 그래서 스스로 성공하기에는 너무 힘든 세상이어서 우리는 성공하려고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성공한 척하려고 하며,외제 사치품은 이를 위한 소품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돈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쓸 법한 차를 사고 옷을 입고 장신구로 치장하며,특히 상품명을 도배하듯 발라놓은 외제 사치품을 착용함으로써 상층의 일원임을 과시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외제 사치품을 ‘명품’이라고 포장하여 소비를 부추기는 일부 언론의 영향도 크다.요즘 IMF 직전과 마찬가지로 다시 텔레비전 드라마에 온갖 외제차가 등장하고 상류층의 주인공들이 걸치고 나오는 장신구,옷을 통한 간접광고가 판을 치고 있다.시청자들은 주인공이 사용하는 외제 사치품을 사용함으로써 그 주인공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려 한다.자기 정체성을 상실한 현대인들이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상류의 이미지를 자기에게 덧씌움으로써 자기 정체성의 착각을 통해 스스로 만족을 얻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받으려한다.고가 외제 사치품의 선호는 우리들의 자기 정체성과 자존감 상실의 표현이다. 오랫동안 국민들의 신분상승 욕구를 자극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한 역동성이 우리 사회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으나 이제는 지나친 신분상승 욕구가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우리들을 빚더미에 앉히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사회적 성공과 부가 사람을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이 되는 획일화에서 탈피하여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해도,또 돈이 많지 않아도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소중함을 스스로 느낄 수는 없을까.외제 사치품을 입어서 가치를 높이 평가받으려고 하기보다 어떤 제품이든 자신이 이를 사용함으로써 그 격을 올리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자존심을 우리 모두 갖게 될 수는 없을까. 김경애 동덕여대 교수 여성학
  • [충무로 산책] 여배우의 노출연기

    “이미연이 벗었다며? 이병헌까지?” 요즘 충무로에 두셋만 모이면 으레 나오는 얘기다.촬영장에서 자존심 내세우기로 소문난 톱스타 이미연이 오는 25일 개봉하는 멜로영화 ‘중독’(제작 씨네2000)에서 전라로 열연했다는 소식 때문이다.함께 엮이는 입방앗거리는 또 있다.새달 8일 개봉하는 변영주 감독의 ‘밀애’(제작 좋은영화)의 남녀 주인공,이종원과 김윤진도 처음으로 전라 연기를 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벗는 연기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일축할 수도 있겠다.하지만 사정을 알면 그렇지가 않다.정상급 여배우들은 정사장면에 대역을 내세우는 게 관행으로 굳어온 터다.톱스타가 아니더라도 노출연기에 극도로 몸을 사리는 배우는 여전히 많다.최근 개봉한 ‘마법의 성’에서는 모 여배우가 제작발표회에까지 나왔다가 적나라한 노출연기 때문에 끝내 출연을 포기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대역 없이 노출연기를 하기로 한 배우들이 촬영현장에서 극도로 예민해지는 건 말할 것도 없다.시동생과 형수의 위험한 사랑을 그린 ‘중독’에서 주인공 이병헌과 이미연의 정사는 5분여 분량.이를 위해 한밤중 7∼8시간을 되풀이 찍었지만 정작 세트 안에는 감독조차 출입엄금.촬영감독만 들어가고 감독은 밖에서 화면 모니터링만 했다.‘밀애’도 마찬가지.5분여 정사장면을 위해 꼬박 일주일을 매달린 영화에서 김윤진과 이종원은 감독,촬영감독,동시녹음 담당자만 출입을 허락했다. ‘중독’은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등급을 받았다.최종 편집본에 당초 예상했던 만큼 충격적인 배우 노출은 없다는 얘기다.중요한 건 배우들의 달라진 자세다.여배우의 노출에는 분명 ‘용기’가 전제된다.이미연이 영화에서 받은 기본 개런티는 3억원.최고의 대우에 걸맞게 적극적으로 ‘의무’를 다했다.연기의 금기를 깨나가는 톱스타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건,관객에겐 틀림없이 즐거운 경험이다. 황수정기자 sjh@
  • “”최소 출연료만 지급”” 취지 불구 몸값 더 치솟아, 거꾸로 가는 ‘러닝개런티’

    배우의 몸값(개런티)은 인기를 재는 바로미터다.액수의 높낮이가 배우의 자존심으로 직결된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제작사와 배우만이 아는 ‘진짜’계약서,대외 이미지를 위해 2000만∼3000만원쯤 더 ‘튀긴’홍보용 계약서가 따로 작성되는 건 그래서다.하늘 높은 줄 모르는 개런티 경쟁은 기실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최근 출연료 계약 현장에서 주목할 대목은 따로 있다.주·조연급을 가리지 않고 유행하는 이른바 ‘러닝개런티’.영화흥행에 따라 배우에게 ‘+α’가 주어지는 출연료 계약방식이다. ◆ 치솟는 개런티에 ‘+α’ 러닝개런티 경신 경쟁은 끝을 모른다.순제작비가 43억원인 영화 ‘이중간첩’에서 ‘4억 5000만원+α’의 최고 러닝개런티를 받은 한석규의 기록을 최근 유오성이 깼다.새 영화 ‘별’에서 5억원에다 흥행시 추가 개런티까지 약속받았다. 영화규모와 상관없이 출연작이 늘면 덮어놓고 출연료도 따라 불어나는 현실은 유오성의 경우만으로도 극명해진다.최근작 ‘챔피언’에서 그가 받은 돈은 2억 1000만원.별 흥행실적을 못 올리고도 1년여 새 몸값이 2배 넘게 껑충 뛴 셈이다. 여배우 쪽도 사정은 마찬가지.‘가문의 영광’의 흥행으로 상종가를 친 김정은은 차기작 ‘나비’에서 여배우 최고 개런티인 3억원을 받고도 영화사측과 러닝 조건을 조율 중이다.올 초 데뷔작 ‘재밌는 영화’의 출연료는 8000만원이었다. ◆ 며느리도 모르는(?) 러닝의 조건 어느 배우가 어떤 조건의 러닝을 걸었는지는 극비에 부쳐진다.쿠앤필름의 박민희 프로듀서는 “정확한 액수나 조건을 공개하면 다음 계약에서 더 큰규모를 제시해야 하므로 제작사들이 이를 함구하는 건 암묵적 관행”이라고 말했다. 최근 출연작마다 러닝개런티를 걸어온 정준호는 ‘가문의 영광’의 흥행으로 얼마나 더 벌고 있을까.서울관객 60만명을 넘긴 순간부터 관객 1명당 100원씩 보너스를 받는다.서울관객 130만여명을 확보한 지금까지만 가만 앉아서 덤으로 챙긴 돈은 최소 7000만원(70만명×100원). 일부 톱스타들에게 적용되던 러닝개런티 계약은 이제 조연급에게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한 제작자는 “흥행을 보장해 줄주연급 배우가 한정되다 보니 배우들이 경쟁하듯 다양한 조건의 ‘+α’를 요구한다.”면서 “러닝을 걸지 않을 때는 기본 출연료가 그만큼 더 많아진다.”고 푸념했다. ◆ 한석규가 말하는 러닝개런티 제작사 쪽에선 골칫거리인 러닝개런티를 정작 배우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쉬리’로 한국영화 사상 첫 러닝개런티를 걸었고 이후 최고 개런티 ‘최장’기록 보유자인 한석규의 말. “‘이중간첩’에서 내가 받는 개런티(4억 5000만원+α)는 합당한 액수라고 생각한다.출연료 논쟁은 늘 있다.언젠간 나도 내리막이 있을 것이다.우리영화가 해외시장을 개척해 가면 배우의 개런티는 오히려 더 높아질 것이다.”(지난 2일 체코 프라하 ‘이중간첩’촬영현장에서) 그의 말이 합당한 대목도 있다.그러나 문제는 한국영화 시장의 ‘현실’이다.김미희 좋은영화 대표는 “아시아 수출시장에서 한국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면서 “국내 영화시장의 거품이 배우들의 몸값을 턱없이 불려놨다.”고 말했다. 러닝개런티의 원래 취지는 배우에게영화의 규모에 합당한 최소한의 출연료를 지급,제작단계에서의 비용 및 흥행 위험부담을 줄이자는 것.김기덕 감독의 저예산 영화 ‘해안선’(제작 LJ필름)에 영화가의 부러운 시선이 쏠린 건 그래서이다. 순제작비 7억원짜리 영화에서 주연배우 장동건의 출연료는 5000만원.서울관객 50만명이 넘어서면 관객 1명에 500원씩의 러닝개런티를 주는 합리적인 계약을 했다. LJ필름의 이성재 대표는 “러닝개런티가 적용되는 대신,기본 출연료는 줄어야 하는데도 현실은 오히려 정반대”라면서 “국산영화 시장의 실질적인 성장없이 턱없이 높아지는 배우의 몸값은 한국영화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황수정기자 sjh@
  • 대선후보 행보/ ‘종교계 표심잡기’ 3龍3色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정몽준(鄭夢準)의원은 14일 ‘종교’를 통한 표심잡기에 몰두했다. ◆이회창 후보 연말 대선을 앞두고 그동안 자신의 종교인 천주교 이외의 교단에도 각별한 관심을 쏟아온 이 후보는 이날 서울 대치동 서울교회에서 열린 한국교회갱신연구원 목회자 신학세미나에 참석해 기독교인 표심잡기에 몰두했다.그는 특강에서 신앙의 본질을 ‘사랑과 진실’로 규정한 뒤 “당면한 어려움을 헤치고 희망찬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지도가가 필요하다.”면서 “약속을 하면 책임을 지는 정직하고 당당한 지도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또 “집권한다면 역사상 가장 깨끗한 정부를 세우고,어떤 일이 있어도 부정부패만은 추방하여 세계에 대한민국의 자존심과 명예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노무현 후보 노 후보는 이 후보에 앞서 같은 행사장에 참석,‘신앙과 애국’이란 주제로 연설을 하며 기독교인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표시했다. 노 후보는 연설에서 “지난 100년간 하나님에 대한 신앙과 나라와 민족에 대한 사랑은 하나였으며 신앙심이 깊은 사람은 애국자가 될 수 밖에 없다.”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국민통합을 이루는데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앞장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시대의 핵심과제는 한반도의 평화와 공영,분열의 극복과 국민통합,서민생활의 안정과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정착,수도권 집중해소와 지방분권의 시대를 여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이런 과제를 수행할 수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몽준 의원 정 의원은 이날 경남 양산의 통도사를 찾아 ‘불심잡기’에 몰두했다.그는 이날 통도사 창건 1357주년 기념 개산대재에 참석,축사를 하고 주지인 현문(玄門) 스님과 환담을 나눴다.이 자리에는 김혁규(金爀珪) 경남도지사와 한나라당 김진재(金鎭載) 최고위원 등도 함께했다. 정 의원은 환담 도중 김 최고위원이 “왜 남의 지역구에 허락도 없이 왔느냐.”고 농담을 건네자 “안상영 부산시장이 나에게 명예 부산시민증을 준다고 했으나 한나라당이 압력을 넣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며 한나라당을 겨냥해 눈길을 끌었다. 조승진 김재천 박정경기자 redtrain@
  • 아시안게임/ 럭비 - 15인 노장 ‘금빛투혼’

    한국 럭비가 대회 2관왕 2연패를 일궈냈다. 한국은 일본과의 럭비 15인제 최종전에서 45-34로 승리,3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이로써 한국은 98년 방콕대회에 이어 7인제와 15인제를 모두 석권,대회 2관왕 2연패의 대기록을 세웠다.럭비 15인제 우승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는 30대 노장들의 투혼이 밑거름이 됐다. 98년 방콕대회 우승의 주역인 용환명 박진배 백인성 김재성(이상 삼성SDI) 김광제 유민석 김동선(이상 한전) 성해경(포항강판) 등은 협회의 세대교체 방침에 따라 이번 대회를 끝으로 모두 대표팀을 떠난다. 이들은 마땅한 잔디구장이 없어 올들어서만 여관방을 전전하며 훈련장소를 10여차례 바꾼 일,생애 최고의 환희를 맛본 98년 방콕대회,지난 7월 안방에서 일본에 17-55로 참패한 뒤 후배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었던 때 등을 모두 뒤로하고 ‘아름다운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 징크스’를 깨기 위해 지난 여름 산악구보 등 지옥훈련을 견뎌냈고 결국 자존심을 되찾았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주장 성해경은 “대표로서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마음으로 나선 오늘 후배들에게 멋진 승리를 선물해 기분이 좋다.”고 감격스러워했다. 98방콕대회 2관왕의 조련사로 지난 8월말 대표팀에 다시 복귀한 민준기(50·상무) 감독의 감회도 남달랐다.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방콕신화’를 재현한 민 감독은 “그동안 너무 가혹하게 대했는데 묵묵히 따라준 선수들과 코치들이 너무 고맙다.”면서 “오늘 밤은 모든 걸 잊고 시원한 맥주나 한잔 마시고 싶다.”고 말했다.
  • 아시안게임/ 축구 - 이란 2연패 달성

    중동의 강호 이란이 일본을 꺾고 2연패를 달성했다.한국은 동메달을 따내 구겨진 자존심을 지켰다. 준결승에서 한국을 무너뜨린 이란은 주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첫 우승을 노린 일본을 2-1로 따돌리고 통산 4번째 정상에 올랐다.이란은 이번 대회에서 월드컵 공동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을 차례로 꺾어 아시아의 강호임을 확실히 보여줬다. 결승진출 실패로 스타일을 구긴 한국은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3,4위전에서 박동혁 이천수 최태욱의 연속골에 힘입어 태국을 3-0으로 물리쳤다.이로써 한국은 결승 진출 실패 이후 실의에 빠진 팬들에게 한가닥 위안을 안겨줬다.이천수는 1골 1도움을 올려 승리에 수훈을 세웠다. 그러나 한국은 이번 대회 6경기를 통해 팬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겼다.특히 약체들을 상대로 잇따라 고전해 2004년 아테네올림픽 전망을 어둡게 했다.이에 따라 올림픽대표팀을 겸하기로 한 ‘박항서호’에 대한 수술이 불가피하게 됐다. 한편 박항서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우승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한 뒤 “거취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부산 박해옥기자 hop@
  • [오늘의 눈] 중국에 다시 부는 中華바람

    중국 전역은 요즘 폐회를 눈앞에 둔 부산 아시안게임에 도취돼 있다.아시아 무적을 과시하며 한국과 일본을 어린애 다루듯 질주하는 메달 경쟁은 TV 앞에 모여든 중국인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하다. CCTV와 인민일보 등 중국 언론들도 연일 부산 하늘에 휘날리는 오성홍기(五星紅旗)의 물결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지난 월드컵 축구대회 때 구겨진 자존심을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만회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때문에 중국 선수들의 선전을 지켜보는 중국인들은 어느 때보다도 ‘중국 민족주의’에 흠뻑 젖어 있는 듯하다.건국기념일(10월1일) 전후로 중국 경제의 발전상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처럼 최근 고양되고 있는 중국 내 민족주의에서는 중국 정부의 작위적 냄새가 짙게 풍긴다.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2008년 올림픽 유치가 계기가 됐다.하지만 이런 중국 정부의 눈물겨운 노력 뒤엔 중국의 보이지 않는 ‘딜레마’가 읽혀진다. 무엇보다 개혁·개방으로 인한 사회주의 이념의 희석은 ‘톈안먼 사태’가 증명하듯중국 정부엔 심각한 위기 의식으로 다가왔다.이때문에 사회주의 이념 희석을 상쇄할 깃발이 절실한 중국 공산당으로선 새로운 통합 이념으로 민족주의를 선택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물론 민족주의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없다.신자유주의 물결 속에 세계화의 논리가 아무리 활개를 쳐도 고유한 역사와 민족의식은 변할 수 없는 무게를 갖게 마련이다. 하지만 민족주의가 이웃나라,나아가 국제사회와 어떤 관계를 설정하느냐는 중대한 문제다.9·11테러 이후 애국심으로 무장한 미국은 새로운 팍스 아메리카나를 꿈꾸며 패권주의로 향하고 있다.일본 역시 우경화의 늪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경고음이 잇따라 들리고 있다. 이런 국제정세에서는 강대국끼리 마찰과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중화(中華)의 부활을 부르짖는 중국이 자칫 ‘닫힌 민족주의’,배타적 민족주의로 치달을 개연성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닫힌 민족주의가 충돌하는 한반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오일만/ 베이징 특파원
  • 노벨상 2題/ “할수있다” 日 노벨상신드롬

    (도쿄 황성기특파원) 낭보가 일본 열도를 이틀 연거푸 달구었다.노벨 물리학상에 이은 화학상 수상.도쿄대 물리학과 꼴찌 졸업의 76세 퇴역 교수(물리)와 중소기업의 43세 회사원(화학)이 주인공이 된 드라마였다. 노벨상 12명째,3년 연속 기초과학 부문 수상,한해 두 명 수상이라는 신기록 때문만이 아니다.납치와 주가 폭락이라는 어두운 뉴스뿐이던 신문,방송에 모처럼 등장한 밝은 뉴스로 일본은 한껏 즐거워하고 있다. 수상자 두 명 가운데서도 박사급 아니면 명함도 못내미는 노벨상에서 지방기업의 ‘주임’ 다나카 고이치가 일군 화학상은 일본인에게 자신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43세,연봉 800만엔의 샐러리맨,37세의 부인,지방 국립대학의 학사,양복보다는 작업복이 어울리는 기술자.평균적 일본인이다. 그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단백질 질량 분석’으로 1985년 회사에서 받은 보수가 1만엔에 불과했다든지 도쿄 증시에 상장한 기업 80%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한 10일 그의 회사인 시마즈 제작소의 주가가 폭등했다는 소식은 이런 화제에 즐거움을 더해주는 맛깔나는 양념이다. 쇼와(昭和)시대가 끝나고 1989년 시작된 헤이세이(平成) 시대의 장기 불황은 일본인에게 자신감 상실을 가져왔다.10년 이상 지속된 피로감에 찌든 일본인들은 “일본은 안된다.”는 자조 일색에 화려했던 과거를 그리워한다. 일본적 시스템이 통용되던 쇼와 시대의 거품이 꺼지고 지금은 일본적 시스템이야말로 버려야 할 것이라는 불신이 팽배하다. ‘물건 만들기 왕국’의 자존심마저 중국에 내주고 있다는 위기감으로 초조해하는 일본이다. 그런 일본에 노벨상 소식은 단비를 뿌렸다.튼튼한 기초과학의 힘,거기에 뿌리를 둔 일본의 기술력이 새삼 입증됐다고 떠들썩하다.고이즈미 총리도 “일본도 쓸 만하다.”고 어깨를 늘어뜨린 일본인에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유일한 수상자인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상이 로비로 딴 것이라는 외지의 보도,그리고 로비설을 둘러싼 여야 공방.1면부터 사회면에 이르기까지 노벨상 자축 무드인 일본 신문의 국제면 귀퉁이에 볼썽사납게 자리잡은 ‘한국 노벨상 로비의혹’은 그래서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marry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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