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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세대 그린여왕 자존심 맞대결 / 미셸위·송아리 US오픈 출전 ‘아마 최소타 기록’ 놓고 경쟁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미래의 판도를 가늠한다.” 3일 밤(이하 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노스플레인스의 펌프킨리지골프장 위치할로코스(파71)에서 개막하는 LPGA 투어 시즌 세번째 메이저인 US여자오픈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10대 선수들이 출전권을 따내 팬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최종 확정된 전체 출전선수 156명 가운데 10대는 14세의 최연소인 한국계 ‘천재 소녀골퍼’ 미셸 위를 비롯,20명에 이른다.언젠가는 LPGA를 주도할 이들의 경쟁은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박세리(CJ) 박지은(나이키골프) 등 우승후보들의 다툼 못지않은 관심거리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주목받는 2명의 소녀골퍼가 있다.공교롭게도 모두 한국계로 미셸 위와 송아리(17). 두 선수의 경쟁에서 초점이 맞춰진 부분은 역대 US여자오픈 아마추어 최소타 기록 경신 여부.이 또한 한국의 박지은이 아마추어 시절인 지난 1999년 세운 283타로 이래저래 한국계 선수들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미셸 위는 올시즌 출전한 세차례의 LPGA투어 대회에서 모두 컷을 통과한 자신감을 무기로 당연히 이번 대회 아마추어 최저타는 물론 역대 아마추어 최저타 기록 경신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메이저 대회에 첫 출전하는 미셸 위와 달리 이미 여러차례 메이저 경험이 있는 송아리의 기세가 만만치 않을 전망.게다가 송아리는 올해와 같은 코스에서 열린 지난 97년 대회에서 아마추어 최소타를 쳐 자신감도 크다.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그리고 승자는 역대 아마추어 최소타 기록을 깰 수 있을까. 곽영완기자
  • ‘마흔살’ 최연소 부총리자문관 / 재정경제부 이건혁씨

    초등학교 5학년때 한국을 떠나 거의 30년만에 고국에 돌아온 재정경제부 이건혁(李健赫) 부총리 자문관.그는 마흔살로 역대 부총리(재정경제부 장관) 자문관 가운데 최연소다.김진표(金振杓) 부총리가 너무 바쁘다는 걱정에서부터,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을 빨리 처리해 주지 않으면 올해 성장률이 4%를 밑돌 것이라는 걱정까지 그의 ‘나라 걱정’은 끝없이 이어진다. ●너무 젊은 자문관의 출현 그가 부총리 자문관이라는 직함을 달고 정부과천청사에 나타난 것은 지난 5월20일.‘젊은’ 자문관의 출현에,자존심 강한 재경부 관료들이 거부감을 나타냈을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이 자문관은 “예전부터 나라 걱정을 같이 했던 사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이 말을 이해하려면 그의 이력서를 들춰봐야 한다.서울 출생인 그는 신용산초등학교 5학년때 영국으로 조기유학을 떠났다.런던대학을 졸업한 뒤 경제·정치 분야의 명문이라는 LSE(London School Economics)에서 거시경제 박사학위를 마칠 무렵,국제통화기금(IMF)에 인턴십 지원서를 냈다.그런데 인턴십 3주만에 정식직원 채용제안이 들어왔다. 긴 고민 끝에 1년 후에 반드시 취직한다는 계약서를 써준 뒤 학교로 돌아가 박사학위를 마쳤다.물론 졸업후 약속대로 IMF에 취직했다.한국인이 IMF에 정식직원으로 채용된 것은 10년만에 처음있는 일이었다. ●IMF에 정식채용된 한국인 그는 IMF에서 99년 10월까지 꼬박 10년을 근무했다.직속상관은 외환위기 당시 한국담당국장을 지내 우리에게도 익숙한 휴버트 나이스 현 도이체방크 아시아·태평양본부회장.그러나 외환위기 때는 한국이 아닌 인도네시아 프로그램을 맡았다.한국인이 한국을 구제하는 프로그램을 맡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외환위기는 그의 개인적인 삶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그는 “IMF에 있으면서 여러 나라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아시아의 외환위기는 전혀 성격이 달랐다.”면서 “자금시장의 신뢰도가 한꺼번에 붕괴돼 혼란이 초래됐으며,그런 위기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99년말 투자은행인 JP모건으로 옮겼다.홍콩에서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각국의 경제상황을 분석했고,여기에는 늘 한국이 포함돼 있었다.그리고 올해초 가족과 함께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로 귀국했다.귀국 소식을 들은 재경부의 지인(知人)들이 공석이었던 부총리 자문관에 그를 추천했다. ●부총리와 자문관의 첫 대면 부총리를 대면하던 첫 날,그는 “생각보다 경제가 어렵다.”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자문했다.부총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도 그럴 것이 그때까지만 해도 정부는 올해 5%대 달성이 가능하다고 역설할 때였다.1∼2주 후부터 연구기관들은 성장률을 하향조정하기 시작했고,정부도 하향조정의 불가피성을 시인하기에 이르렀다.부총리를 직접 만나 경제 자문을 하고 싶지만 부총리의 일정이 너무 바빠 일주일에 한번꼴로 보고서를 낸다.보고서는 하루이틀 뒤에 부총리의 친필사인과 함께 되돌아온다.실제 그의 책상에서 ‘훔쳐본’ 보고서에는 부총리의 사인과 함께 곳곳에 밑줄과 동그라미가 처져 있었다. 그가 진단하는 우리 경제의 탈출구는 무엇일까.그는 먼저 “지금은 세계경제의 불황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고 진단했다.따라서 내수를 떠받치는 정책,즉 4조원대의 추경예산을 하루빨리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이어 “미국시장이 재정팽창,저금리,달러약세라는 3형제가 오뚝하게 서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여건이 좋다.”면서 “우리나라도 원화강세만 빼고 재정·금리가 미국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늦어도 4분기부터는 반등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글 안미현기자 hyun@ 사진 한준규기자 hihi@
  • 예술축구 ‘맞장’ 검은돌풍 / 프랑스·카메룬 30일 컨페드컵 결승 격돌

    홈팀 프랑스의 2연패냐,비탄에 빠진 카메룬의 첫 우승이냐. 프랑스와 카메룬이 ‘미니 월드컵’인 2003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대회 패권을 놓고 30일 새벽 4시(이하 한국시간) 한판승부를 벌이게 됐다.프랑스는 27일 콜롬비아와의 준결승에서 ‘아스날 삼총사’ 티에리 앙리-로베르 피레스-실뱅 빌토르드가 3골을 합작해‘신흥강호’ 터키의 추격을 3-2로 따돌렸다. 프랑스는 전반 11분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피레스가 중앙으로 올린 공을 빌토르드가 삼각패스로 찔러 주자 앙리가 골지역 왼쪽에서 왼발로 차 넣어 선제골을 뽑아냈다.26분에는 피레스,43분에는 빌토르드가 1골씩을 보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앙리와 피레스는 나란히 3골을 기록,나카무라 순스케(일본)와 득점 공동 선두에 올랐다.고크데니스 카라데니스(트라브존스포르)와 툰카이 산리(페네르바체)의 만회골로 턱밑까지 추격한 터키는 종료 2분전 페널티킥까지 얻어냈지만 오칸 일마스(부르사스포르)가 실축해 쓴잔을 들었다. 첫 출전한 카메룬은 통곡속에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올림피크리옹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의 경기에서 전반 9분 피우스 은디에피(세단)가 뽑아낸 왼발 발리골을 끝까지 지켜 1-0으로 이겼지만 미드필더 마르크 비비앵 푀(맨체스터시티)가 후반 21분 그라운드에 쓰러져 끝내 숨진 것. 카메룬 선수들은 경기를 마친 뒤 푀의 사망 소식을 듣고 승리의 기쁨 대신 동료를 잃은 슬픔에 가슴을 쳐야만 했다. 2002월드컵에서 예선 탈락의 망신을 당한 프랑스는 이번 대회에서 가공할 득점력을 앞세워 구겨진 ‘아트사커’의 자존심을 되찾겠다고 벼르고 있다.프랑스는 콜롬비아전에서는 1-0으로 이겼고 뉴질랜드전에서 5골을 몰아넣는 등 모두 11골을 뽑아냈다.이에 견줘 카메룬은 3골을 넣는데 그쳐 공격력에서는 뒤지지만 세계 최강 브라질과 복병 터키를 차례로 격파하며 사기가 한껏 올랐고,동료의 사망도 투지와 조직력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병규기자 cbk91065@
  • 팬터지의 바다에 열흘간 푹 빠지자/ 새달 10일 개막 부천영화제…프로그래머 추천작 9편

    ‘열흘 동안 팬터지의 바다에 푹 빠져보자.’ 제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새달 10일부터 19일까지 열린다.‘사랑·환상·모험’을 주제로 35개국 188편(장편 98편,단편 90편)의 팬태스틱 작품이 기다린다. 영화제는 ▲경쟁부문인 ‘부천초이스’ ▲세계 각국의 다양한 팬태스틱 영화를 모은 ‘월드판타스틱시네마’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 ▲어린이·가족영화를 모은 ‘패밀리 섹션’ 등으로 나눠 진행된다. 개막작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자존심을 걸고 7년 동안 만들어온 장편 SF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2142년 에너지전쟁 뒤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인공·폐허·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폐막작은 두 편.제3회 영화제 때 ‘큐브’로 화제를 모은 빈센조 나탈리 감독의 ‘사이퍼(Cypher)’와,예술여고생들의 사랑·경쟁심·우정 등의 소재를 공포물로 다룬 윤재연 감독의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여우계단’이 상영된다. 한편 한국영화 걸작 회고전에서는 80년대 초반을 풍미한 공포영화의 대가 박윤교 감독의 ‘월하의 사미인곡’ 등 4편을 만날 수 있다. 또 특별 프로그램으로 인도의 대중영화를 집중조명한 ‘매혹과 열정의 볼리우드(봄베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무성영화 특성을 빌려 새로운 영화문법을 선보인 ‘가이 매딘 감독 특별전’ 등이 마련된다.60∼70년대 홍콩영화의 모든 것을 담은 ‘쇼브러더스 회고전’과 일본 야쿠자 영화의 대부 후카사쿠 긴지 추모전도 볼 만하다. 자세한 목록과 상영 일정 등의 정보는 www.pifan.or.kr에 들어 있다.효과적인 영화 감상을 위해 부천영화제의 프로그래머 김영덕·김도혜씨가 추천하는 9편의 작품을 섹션별로 소개한다. 깝스=10년째 사고가 없는 스웨덴의 마을을 배경으로,너무 평화로워서 경찰이 말썽을 일으킨다는 기상천외한 설정.따뜻하고 익살 넘치는 웃음을 선사하는 코미디. 부바 호-텝=‘팬터즘’ 시리즈의 돈 코스카렐리 감독의 2002년작으로 고전적 괴물영화 기법을 차용.엘비스 프레슬리가 번잡한 스타생활을 벗어나려 다른 사람으로 변신을 시도한다는 내용이다. 머리 잘린 닭 마이크 Chick Flick=도끼에 맞은 뒤 1년6개을 더 산 수탉을 다룬 기록영화.황당한 소재와 인물들의 우스꽝스러운 연기가 인상적.자극적 소재에 매달리는 미디어와,현상만 파헤치는 학계를 꼬집는 내용. 드라이브=야쿠자를 소재로 감각적인 유머와 폭력을 조화시켜온 일본 사부 감독의 작품.3인조 복면강도의 협박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드라이브와 그 앞에서 속터지는 강도들의 이야기. 데스워치=1차대전 중 낙오된 영국군을 소재로 집 자체가 괴물인 영화,즉 하우스 호러의 전통에 충실한 작품.‘반지의 제왕’에서의 골룸으로 나온 앤디 서키스 주연. 이다는 은행강도=아이들의 은행털이 과정을 다룬 앙증스러운 ‘꼬마 액션물’.엄마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은행을 털려는 12세 소녀와 두 꼬마가 경찰과 벌이는 추격전이 볼 만하다. 데브다스=2002년 인도의 필름페어영화상 10개부문 수상작.신분차이로 좌절된 사랑,실연과 방황,연적 사이의 질투와 우정 등 플롯은 한국인에게도 익숙할 듯.동명의 소설이 인도에서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다. 드라큘라의 춤=그로테스크한 이미지와 기발한유머감각을 자랑하는 가이 매딘의 감각이 드라큘라와 만났다.매딘 특유의 뒤집기에 힘입어 드라큘라가 동양적 요염함을 물씬 풍기며 발레 형식으로 거듭난다. 의리없는 전쟁=2차대전후 히로시마에서 벌어진 야쿠자들의 전쟁을 연대별로 그렸다. 무자비한 전쟁을 통해 야쿠자 세계의 권력다툼을 담았다.후카사쿠 감독에게 명성을 안긴 시리즈의 첫 작품. 이종수기자 vielee@
  • 삼바축구 ‘망신’/ 터키와 비겨 컨페드컵 4강 탈락 프랑스 2연패 가능성 더 커져

    세계 최강 브라질이 탈락한 가운데 각 대륙 챔피언들의 경연장인 2003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대회 4강 구도가 프랑스-터키,카메룬-콜롬비아로 짜여졌다. 2002한·일월드컵 우승팀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의 브라질은 24일 프랑스 생테티엔에서 벌어진 조별리그 B조 최종전에서 터키와 2-2로 무승부를 이뤄 1승1무1패로 터키와 동률을 이뤘으나 골득실에서 뒤져 탈락했다.터키는 2연패를 노리는 주최국 프랑스와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됐고,일찌감치 4강을 확정지은 A조의 카메룬은 미국과 0-0으로 비기면서 조 1위(2승1무)로 4강에 올라 콜롬비아와 격돌한다. 전문가들은 브라질의 탈락으로 프랑스의 2연패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지난해 월드컵에선 프랑스가 조별리그서 탈락한 반면,터키는 3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만 이번 대회 맞대결에서는 프랑스의 승리가 예상된다. 프랑스는 지네딘 지단과 다비드 트레제게가 빠져 중량감이 떨어지지만 티에리 앙리와 로베르 피레스가 건재하다.조별 예선 1차전에선 콜롬비아를 1-0으로 간신히꺾었지만 이후 일본 뉴질랜드를 완파하고 전승으로 4강에 진출하는 강력함을 보였다. 이에 견줘 초청 자격으로 출전한 터키는 미국에 단 한 번 이긴 뒤 골득실 차로 4강에 오르긴 했지만 카메룬에 0-1로 패하는 등 지난해 월드컵 때에 비해 전력이 하강세를 보이고 있다.특출한 스트라이커가 없는 가운데 끈끈한 조직력이 얼마나 살아나느냐가 관건. 카메룬-콜롬비아전은 예측 불허다.아프리카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한 카메룬은 개막전에서 브라질을 1-0으로 격파하는 파란을 일으킨 데 이어 터키마저 제치며 일찌감치 4강행을 확정한 전력이 돋보인다.‘흑표범’ 파트리크 음보마의 공백을 완벽히 메운 스트라이커 사뮈엘 에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콜롬비아는 1차전에서 프랑스와 접전 끝에 0-1로 패한 뒤 뉴질랜드와 일본을 연파하며 남미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켰다.순간 포착력이 뛰어난 지오반니 에르난데스가 공격을 책임진다. 곽영완기자
  • 특검연장 거부 / 檢 ‘150억 수사’ 떠맡나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의 150억원 수수의혹 규명은 검찰의 몫으로 남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은 비자금이 정치자금으로 연결될 수 있어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맡겨진다면 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다소 시큰둥한 반응이다.또 야당의 반발과 노무현 대통령의 제2특검팀 언급 등에 대해서는 “아직 뭐라 말하기 이르다.”며 신중한 모습이다. 이같은 검찰 반응은 수사범위와 대상이 한정되어 있고 우호적인 여론에 기댈 수 있는 특검과는 수사여건이 다르기 때문으로 여겨진다.수사가 시작되면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알 수 없고 또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정치적 논란이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강금실 법무부장관이 지난 21일 “특검에서 불거진 사안인 만큼 특검에서 마무리했으면 한다.”고 발언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대검 관계자는 “최고의 사정기관임을 자처하는 검찰이 정치적 부담 때문에 수사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 상한다.”면서도 “그러나 강 장관의 발언이 여러모로 현실적인 선택이란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이 이 사건 수사를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제2특검팀 구성은 법 제정과 수사팀 구성,업무파악 등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할 때 비효율적이다.박 전 장관이 비자금과 관련,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을 고소한 사건도 검찰의 손에 있다.이에 따라 차라리 이번 기회에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대한변협이나 민변은 노 대통령의 수사연장 거부에 대한 평가는 달랐지만 “남은 의혹은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소장검사들 사이에서 차라리 잘 됐다는 목소리도 일부 나온다.한 검사는 “애초 국회를 통한 해결을 명분으로 수사유보를 결정한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를 맡는다면 의혹을 남기지 않기 위해선 전력투구를 하지 않을 수 없다.검찰은 이용호게이트 특검에서 넘겨받은 아태재단 비리를 3∼4개월 동안 추적,김홍업씨 등을 구속기소한 바 있다. 조태성기자 cho1904@
  • [대한포럼] 150억원과 DJ 조사

    “아예 잡범으로 만드는군…” 얼마 전 DJ정권에서 요직을 차지했던 인사들이 수뢰혐의 등으로 줄줄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자 동교동계 한 인사가 내뱉은 말이다.혐의 사실이 그렇고 그런 범죄자 수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구속영장에 적시된 전직 장관이나 장관급의 수뢰액은 수천만원 수준이었다.전·현직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많아야 1억원 남짓이었다. 그 정도 자리에 있었다면 과거 전례로 미루어 수억 내지는 수십억원은 받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 인사는 말했다.돈 몇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도덕불감증이 한심하다는 개탄이었을 것이다.그렇지만 그 말 속에는 검찰,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에 대한 원망이 서려있는 듯했다.그 인사는 특히 대북송금 특검 도입에 불만이 컸다.현 정권이 바람막이가 되어주기는커녕 오히려 파국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난했다.전정권과의 차별화를 그 배경으로 꼽았다. 그의 말대로라면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의 150억원 수뢰의혹은 그야말로 격에 맞는 사건이다.‘왕수석’‘부통령’ 등으로 불린 박 전장관의 위상을 수뢰 액수에 견주어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하지만 의혹의 실체는 아직도 드러나고 있지 않다.특검은 구속영장에 박 전 장관이 2000년 4월초에 이익치 전 현대증권회장에게서 150억원을 1억원짜리 양도성예금증서로 받았다고 적시했다.하지만 박씨는 강력히 부인하면서 ‘배달사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문제의 돈을 이씨가 빼돌렸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박 전 장관측은 특검이 사실이 확인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150억원 문제를 꺼낸 데는 몇 가지 노림수가 있다고 여기고 있다.우선 사건의 성격을 비리사건으로 격하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대북송금 문제가 통치행위 범주에 해당되기 때문에 사법조사 대상이 안 된다는 논리를 무력화하기 위해 150억원 문제를 꺼냈다는 주장이다.그렇게 되면 특검시한 연장과 김대중 전 대통령 조사 문제도 특검 뜻대로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측은 무엇보다 특검수사가 남북정상회담의 의미와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소식이다.남북평화는 그의 평생 목표였고 철학적 소신이었기에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그 때문에 건강이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6·15 남북정상회담 3주년 TV특별대담에 나섰다고 한다.김 전 대통령은 보좌진이 작성해준 원고를 물리고 1시간짜리 대담원고를 손수 작성할 만큼 열의를 보였다는 것이다.할 말은 다하기 위해서다.그 때문인지 방송 이후 건강은 한결 좋아졌다고 주변인사는 전했다. 특검은 20일 수사연장승인요청서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냈다.150억원의 실체를 규명하려면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다.정치권에서는 찬반양론이 팽팽하지만 150억원 건이 불거진 상황에서 특검의 요청은 일견 타당하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수사기법상 가능하다면 대북송금 문제와 150억원 건은 분리해 수사했으면 한다.남북정상회담의 역사성은 온전하게 살렸으면 하는 바람에서다.3년 전 남북 정상이 만났을 때의 감격을 되짚으면 더욱 그렇다.DJ정권 당시 무슨 무슨 게이트다 해서 비리사건이 잇따랐지만 남북문제에서만큼은 비리와 부정이 없기를 많은 사람들이 바랐고 그렇다고 믿어왔다.남북정상회담의 대가성 여부를 캐는 판에 150억원 비리의혹까지 덧씌우는 것은 자칫 스스로 오물을 뒤집어쓰는 격이 될 수도 있다.남과 북,그리고 민족의 자존심을 생각해야 한다.김 전 대통령 조사 문제도 같은 시각에서 접근하면 바람직한 해법이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다만 여론동향 등 정치적 요인을 지나치게 살피다 보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김 명 서 논설위원 mouth@
  • [열린세상] 노인과 바다

    와룡 선생은 읍장 취임 100일을 맞아,그동안 마을의 화평과 번영을 위해 소신껏 일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자존심도 버리고 납작 엎드린 덕분에 경성의 마피아 왕초로부터 ‘상대하기 편안한 상대’라는 ‘호평’까지 받았고,이웃 섬마을 사무라이 추장을 만났을 때는 ‘과거사를 잊고 미래만 생각하자’는 연설 덕분으로 박수를 열여덟 번씩이나 받고 돌아왔다. 그러나 돌아와 보니 뜻밖에도 자신의 인기는 바닥을 치고 있었다.자신의 애칭이었던 ‘짱’ 대신에 느닷없이 ‘와룡 선생’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었다.그를 두고,사람들은 ‘말과 행동이 시계추 같이 왔다갔다 한다.’,‘읍장이 되기 전에 보여준 배짱은 어디로 가고 소인배 같은 오기만 남았는가?’,‘개혁에서 수구로 변했다.’,‘아니다,변한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그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다.’,‘말을 너무 많이 하고,어법도 틀려 먹었다.’,‘좌회전 신호를 깜빡거리고 가다가 갑자기 우회전을 하는 식이니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다.’는 식으로 불평들을 해댔다.어디 그뿐인가? 그를 읍장으로 만들어준 소위 개혁세력들조차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와룡 선생은 고민에 빠졌다.억울하기도 하고,울화도 치밀었다. 고민 끝에 긴급 ‘개혁 주체회의’를 소집했다.“내 인기가 왜 바닥을 치고 있는지 이야기 좀 해봅시다.” 그는 결연한 자세로 눈을 감고 기다렸다.읍장이 그토록 토론 문화를 강조해왔건만 읍장의 목소리에 억눌리는 분위기는 여전했다.“지금까지 잘해오셨는데,사람들이 뭘 몰라서 그렇습니다.” “권위주의 시대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읍장님의 탈 권위주의 스타일이 생소한 때문이지요.” “과거부터 오랫동안 쌓여왔던 불만들이 한꺼번에 분출하는 상황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반대파와 수구 언론들의 조직적인 흠집내기일 뿐이니 너무 개의치 마십시오.” “아직 잡초를 제대로 제거하지 못한 탓이죠.” “‘위기’라고들 떠들어대지만 우리 마을이 언제 위기 상태가 아닌 적이 있었나요?” “여론 조사란 그때그때 변하는 것이니 연연해하실 것 없어요.그저 역사에 남는 읍장이 되시면 됩니다.” 이처럼 읍장의 노고를 치하하고 그간의 행적을 합리화하는 말들만 쏟아졌다.읍장은 내심 더 답답함을 느꼈다. 그는 평소 존경하는 한 스승을 찾아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저에게 대체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어법의 문제라고도 하는데…” “어법이 문제가 아니라,자네의 기본 생각이 문제지.” “제 소신에는 변함이 없고 자신도 있습니다.” “너무 자만에 빠지지 말게.소신이니 자신이니 할수록 오히려 소신도 자신도 없는 것처럼 보인단 말일세.사람들을 설득하려면 우선 자신을 설득할 수 있는 확고한 철학과 비전이 있어야 하는데,내가 보기에는 그 점이 불안하네.아무리 자리가 바뀌고 상황 논리를 앞세운다고 해도,자네를 믿었던 사람들이 배신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되지.자네는 평화를 말하면서 평화를 위협하는 왕초의 전술에 말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네.갯벌이 죽어가고 이를 살리기 위해 사람들이 온몸을 던지고 있는데 자네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인권 전도사로 자임해온 자네가 인권 문제가 터질 때 제대로 방향이나 잡았다고 생각하나.자네가 말해온 정치 개혁이대체 무엇인지 그 그림이 잘 안 보이네,게다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골프를 쳤다고 하는데,웬 궤변인가?” 스승의 꾸지람은 그칠 줄 몰랐다. 읍장은 처음으로 고독함을 느꼈다.그는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생각났다.노인이 그토록 어렵게 잡았던 그 큰 생선이 육지로 돌아와 보니 뼈다귀만 앙상하게 남아있던 장면이 떠올랐다.그 노인의 운명이 자신의 몫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을로 돌아오면서 그의 고민은 깊어만 갔다. 이 영 자 가톨릭대 교수 사회학
  • 中 대졸자 “가자 서부로”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은 지금 18세기 미국을 방불케 하는 ‘서부개척 시대’를 맞고 있다. 중국 정부는 중화(中華)의 자존심을 걸고 향후 50년간 모든 자원을 서부 대개발에 쏟아붓는,‘총동원령’을 내린 상황이다. 중국 지도부는 ‘서부개발은 제2의 개혁·개방’이라고 명명하고 향후 10년간 계속되는 제10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의 핵심 사업으로 정했다.지난 3년간 약 90조원의 인프라 건설비가 투자됐고 10년간 수백조원이 추가될 것으로 관측된다. ●외자유치에 총력전 서부 대개발은 중국의 인프라 지도를 바꾸는 대역사다. 10년간 서부지역에 35만㎞의 도로를 닦는 팔종팔횡(八縱八橫) 사업을 비롯해 서부의 천연가스와 전기를 동부 공업지대로 보내는 서기동수(西氣東輸)와 서전동송(西電東送),남부의 수자원을 북쪽으로 끌어오는 남수북조(南水北調) 등이 대표적 인프라 사업이다. 이 때문에 서부에 투자하는 외자기업에 대해 세제혜택과 토지제공,수출입 지원 등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모토롤라 등 세계적 다국적 기업들도 앞다퉈 투자를 타진하면서 대규모 투자상담이 진행되고 있다.현재까지 10억달러 안팎의 외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서부 지방정부도 국유기업들을 국내외에 매각하고 해외증시 상장 등 외자유치에 발벗고 나섰다.서부 대개발의 거점도시인 시안(西安)의 경우 120개 국유기업(자산규모 8조원) 가운데 올 연말까지 60여개를 매각할 예정이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고급인력 하지만 정작 서부 대개발에 필요한 인적 자원은 태부족이다.열악한 자연·근무 환경 때문에 고급 인력들이 서부행을 주저하기 때문이다. 현재 서부 대개발에 필요한 고급인력은 모두 3만 2300여명이다.당장 실현 가능성을 따져 중앙정부는 1만 6543개의 수요 인원을 확정했다.교육직이 7231개(43.7%)로 가장 많고 위생관련직 3334개,농업기술직 3196개 등의 순이다. 중국 정부는 이런 수요조사를 토대로 ‘인력 인프라’에 착수했다.6월 대학졸업 예정자(212만명)를 대상으로 ‘대학생 서부지원 복무사업’을 확정했다.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과 국무원 교육부는 우선 모집인원을 5000∼6000명으로 결정하고 8개 우대정책을 발표했다.빈곤한 향·진(鄕·鎭)에 우선적으로 파견돼 1∼2년동안 교육,위생,농업기술 및 청년센터 건설과 관리 등 취약 분야에서 복무하게 된다.최종 명단은 7월말에 확정,8월말에 전문훈련을 거쳐 9월초에 복무지로 가는 프로그램이다. ●서부의 꿈을 키우는 대졸자들 올 대졸 예정자는 212만명으로 지난해보다 67만명이 많다.최악의 실업난에 직면한 대졸자들은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하며 ‘서부의 꿈’을 키우고 있다.지원자들은 곧바로 향·진 단위의 부서기나 관리 책임자 등 초급 간부를 맡는다.복무를 마치면 국유기업에 우선 채용되거나 공무원·연구원(석사) 시험에서 가산 점수가 주어진다.우수 복무자에 대해 당 관료의 길을 열어주는 등 적지않은 혜택이 돌아간다. 이 때문에 지난 14일 접수 첫날부터 각 대학 창구는 신청자들로 붐비기 시작했고 관련 인터넷 사이트와 전화 문의가 폭주하는 상황이다. ●서부 대개발이란 대상 지역은 신장(新疆) 구이저우(貴州) 충칭(重慶) 쓰촨(四川) 등 서부지역의 12개 성시(城市)다. 전국토의 56%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총생산(GDP)은 국가전체의 14%에 불과하다.중부지역의 절반,동부지역의 4분의1에 불과할 정도로 대표적 낙후지역이다.반면 중국전체 수자원의 75%,천연가스의 58%,석탄의 30%가 매장돼 있는 등 자원의 보고다. 서부의 자원을 동부 공업지대로 공급하는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며 국토의 균형 발전을 꾀하자는 취지다.
  • [수평사회를 만들자](5)해외에서는 - 프랑스의 지방대 육성방안

    프랑스의 대학들이 변하고 있다.과거 국가의 재정 지원으로만 운영되던 대학들이 기업과 연구소,지방자치단체와 연계,특성화를 통해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다.21세기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에서도 참여정부 들어 지방발전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특히 지방대를 중심으로 한 지역 특성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학벌사회의 최대 피해자로 전락하고 있는 지방대들은 정부의 방침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우리에 앞서 ‘지방 살리기’에 나선 프랑스를 찾았다. |글·사진 파리 김재천 특파원|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시내 전체를 내려다보면 남쪽으로 우뚝 솟은 검은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파리 6·7대학으로 불리는 이 대학은 이공계 분야 학과가 집결돼 있는 곳.지난달 22일 오후 이 곳을 찾았을 때는 보수공사가 한창이었다.건물에서 배어나오는 석면을 제거하는 작업이었다.지난 1960년대 신축된 이 대학은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석면가루가 검출되면서 최근 대대적인 보수공사에 들어갔다.이같은 대학 보수공사는 최근 3년 동안 강의실에서 학생 식당,기숙사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전역 1000여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의 대학 시설 보수는 지난 99년 말 클로드 알레그르 교육장관이 발표한 ‘세번째 천년의 대학’(U3M·Universit du 3 Millnaire) 계획안에 따른 것이다.21세기 프랑스 대학 교육의 청사진으로 불리는 U3M의 핵심은 대학의 질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를 위해 각종 시설을 보수하고 지방대를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연구소 등을 하나로 묶는 네트워크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2000∼2006년 1단계에만 모두 460억 프랑(9조 6600여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U3M은 지난 91∼99년 진행돼온 ‘2000년의 대학’계획안(U2000)의 연장선상에 있다.프랑스는 이 기간 동안 400억 프랑(8조 4000억원)을 들여 대학의 양적 팽창을 추진했다.대학 시설을 늘려 대학 교육을 원하는 학생들을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계획이었다.이에 따라 현재 프랑스 전역 에는 93개의 대학이 산재해 있다.우리의 교육인적자원부에 해당하는 교육·기술·연구부의 대학재정시설 담당관인 에릭 아플로테(52)는 “U2000이 모든 학생들에게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교육의 민주화였다면,U3M은 U2000에서 이뤄진 공공교육을 바탕으로 대학의 질을 높이고 경쟁력을 갖추는데 의미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U3M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프랑스 교육체제의 특성상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절실했던 까닭이다.아플로테는 “21세기에 다른 유럽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프랑스 대학들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U3M이 탄생했다.”고 밝혔다.유럽 통합 이후 프랑스의 과학기술 분야가 뒤처지고 있다는 내부 비판에 따른 계획이었다. 이같은 고민의 해결책으로 프랑스가 선택한 길은 지방 특성화였다.각 지역별로 특정 기술분야를 선정,대학과 지자체,기업,연구소 등이 공동으로 참여한다는 복안이다.특히 그동안 중앙정부가 전액 지원했던 재정을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공동 부담하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국가-지역계약계획’(CPER)이라 불리는 이 제도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U3M 재정의 절반 또는 비슷한 수준을 부담하고 있다. 지역별 특성화 분야는 각 지자체와 그 지역 내 대학,기업,연구소 등이 공동으로 결정한다.예를 들어 릴과 스트라스부르,툴루즈,몽펠리에 등에서는 유전공학을 특성화 분야로 추진하고 있다.중앙정부는 일절 간여하지 않고 부담액만 지원한다.각각의 역할은 분담돼 있다.대학은 인재를 배출하고,연구소와 함께 기술을 개발한다.기업은 이들과 함께 신기술 개발에 나서고 지역 인재를 채용하는 방식이다.크레테이 지역 재정담당관인 도미니크 부쟁스몽빌은 “기업과 대학을 연결시키고 여기서 얻어진 이윤을 사회로 환원시키는 체제를 만들자는 취지”라면서 “대학과 연구소,기업이 비싼 기자재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프랑스는 U3M 계획의 성공 여부는 네트워크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각 분야별로 지방을 특성화해도 이를 서로 연결시키지 않으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다.2단계로 2007∼2015년까지 22개의 국립기술연구센터(CNRT)를 설립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국립기술연구센터는 대학과 기업,연구소 등의 협력 연구체제의 중심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다. 크레테이 지역 학생생활담당관인 실뱅 드몽은 “예전에는 대학들이 학문 중심으로만 움직였다면 이제는 대학과 기업 모두 이대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에서 서로 손을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patrick@ ■스트라스부르 루이 파스퇴르大 베르나르 카리에르 총장 스트라스부르 루이 파스퇴르 대학의 베르나르 카리에르 총장은 중앙정부와 시·도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에 공동 참여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가 마련된 것을 U3M의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중앙과 지방,대학,기업 등의 역할이 분담되면서 모두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재정적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었다.과거에는 교육·기술 관련 예산을 국가가 전액 부담했다. 스트라스부르를 비롯한 알자스 지방이 중점 추진하고 있는 분야는 화학과 생명공학,무기공학,환경유전공학 등 4개 분야.그는 “이 지역의 기업과 대학,연구소 등을 하나의 망으로 연결하는 계획이 마무리되는 올해 말까지 1억 1300만 프랑(237억여원)을 투자한다.”고 했다.지방 기업과 대학들의 경쟁력을 본격적으로 높이는 2004∼2006년에는 1억 200만 프랑(214억여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그는 “스트라스부르만 해도 올 한해에만 최대 4000만 프랑(84억원)이 투입된다.”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절반씩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루이 파스퇴르 대학은 인재를 길러내고,기업들은 연구소를 비롯한 관련 시설을 대학과 공동으로 이용하는 방식이다.알자스 지역에서는 물루즈의 섬유공장과 오베르네의 수력발전소,생루이의 기상연구소,아그노와 위상부르의 기업들이 동참하고 있다.그는 현재 지방대와 기업,연구소,지자체 사이의 정보 네트워크를 더욱 촘촘히 엮을 청사진을 준비 중이다.서로 뭉치는 것이 지방이 살아남고 경쟁력을 갖추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최근 4년간의 경험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그는 “앞으로 사이버대 설립과 대학과 기업간의 기술이전 및 연구·교육활동을 결합시키는데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지방대와 학벌 / 홍덕률 대구대교수 사회학 지방대학이 어렵다.정원을 못 채워 곧 문닫는 대학이 나올 정도다.구조조정과 퇴출도 이제 대학가에서 낯선 단어가 아니다.새 정부가 지방대를 지원하겠다고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지방대 지원이 중환자에 링거주사 꽂는 격이어서는 안된다.지방대를 지원해 위기에 빠진 지방 경제와 문화를 살려내겠다는 참여정부의 정책은 괜찮은 아이디어지만,그것으로 지방대가 살아난다는 보장은 없다.재정난과 신입생 모집난,취업난도 분명 어려운 숙제지만 그것들이 곧 지방대 위기의 본질은 아니다.문제의 핵심에 다가가지 않고서는 새 정부의 새로운 지원책들도 무위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지방대 위기의 핵심은 무엇인가.쉽게 말하면 일류대에 가지 못했다는 이유로 학생들이 기죽는 것이다.지방대 간판으로 험한 세상을 헤쳐갈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의기소침한 것이다.실제 자신감을 잃은 젊은이,자존심에 상처받은 대학생들은 답답할 정도로 소극적이다.서울의 명문대에 편입할 수 없을까 기웃거리면서 소중한 1∼2학년을 허송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교육 효과가 높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학사 관리도 부실해지고,이는 다시 취업난으로 이어진다.무한 가능성의 존재인 젊은이가 스스로 패배자로 낙인찍는 것은 자신에게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자존심에 상처받기는 지방대 교수들도 마찬가지다.명문대 교수보다 못할 것이 없다고 자부하면서도 오직 지방대에 몸담고 있다는 이유로 3류 취급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열악한 여건 때문에 훌륭한 연구실적을 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상처받은 자존심을 껴안고 신나게 교육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얼마 전 대학 행정에 참여하면서 교수와 학생의 자존심 회복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설정한 적이 있었다.그리고 자존심 회복이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이요 근본 처방임을 확인했다.신입생 모집난과 취업난도 교수와 학생이 자존심과 자신감을 회복하면 결코 어려운 과제가 아니라는 사실도 확인했다.상처받은 자존심과 자신감의 상실이야말로 지방대 위기의 핵심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또 어디서 왔을까.말할 필요도 없이 대학의 서열화와 뿌리깊은 학벌문화에서 온 것이다.따라서 학벌 극복이야말로 지방대 살리기의 요체다.그것을 비켜간 어떤 재정지원책도 중환자에 링거꽂기일 뿐이다.문제는 대학 서열화와 학벌 문화를 타파하는 일이 간단치 않다는데 있다.지방대 교수와 학생들이 해낼 수 있는 범위를 크게 넘어서 있기도 하다. 기성세대가 고정관념을 깨뜨리지 않으면 안되고,관공서와 기업의 인사 관행이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언론이 낡은 보도관행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되고,국가가 의지를 가지고 장기 과제로 추진하지 않으면 안된다.다행히 참여정부는 ‘차별시정’을 중요한 국정 과제로 설정했다.교육부 업무보고 때도 대통령은 학벌타파를 특별히 당부했다고 한다.부디 참여정부에서만큼은 학벌타파와 지방대 살리기가 작은 열매라도 맺었으면 좋겠다.
  • 차베스 “美, 작년 사임요구”

    |멕시코시티 연합|우고 차베스(사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정변시 군부내 반대 세력이 자신을 감금하고 암살하려 했을 때 미국이 이 쿠데타 세력에 동조했으며 나아가 자신의 공식 사임을 요구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최근 멕시코 유력 일간 엘 우니베르살과 가진 회견에서 지난해 4월12일 새벽 쿠데타 세력에 의해 카리브해의 투리아모 해군기지로 강제 이송돼 거의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공수부대 구출작전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일 등 그동안 밝힌 적이 없는 정변 비사를 털어놓았다. 그는 엘 우니베르살 15∼16일자 총 4면에 걸쳐 소개된 회견 내용에서 그동안 정변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강조해온 미국이 사실은 자신에게 사임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한 차베스 대통령이 아버지같이 여기는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사건 전말을 전세계에 전함으로써 이틀 만에 권좌에 복귀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해 4월13일 쿠데타 세력에 의해 투리아모 해군기지에서 라 오르칠라 섬으로 강제 이송됐을 때 쿠데타군이 데리고 온 주교가 내가 사임문서에 서명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그후 나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미국이 내가 서명한 사임서 사본을 요구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미 국무부가 베네수엘라 담당관에게 보낸 편지에 따르면 미국은 과도정부를 호의적으로 보고 있으나,긴급히 내가 서명한 사임서가 필요하다고 전해왔다.”고 말하면서 “그래서 쿠데타 주동자들은 주교를 보냈으며 비행기가 한 대 대기하고 있어 내가 원하는 어디든 갈 수 있도록 준비가 돼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4월11일 밤 대통령궁으로 전화를 걸어와 “자존심을 갖고 협상하고 자신을 희생하지 말라.”는 충고를 해왔으며 이 말에 힘을 얻어 사퇴압력에 굴복하지 않았다고 차베스는 밝혔다. 또한 자신의 둘째딸인 마리아 가브리엘라(22)가 카스트로 의장과 전화통화를 하는데 성공해 의장을 통해 자신이 사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전세계에 처음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이후 사태가 급진전해 국민이움직이기 시작했으며 티우나 군기지에 있던 ‘애국군인’들이 자신을 구출하기 위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전쟁 포화속 짓밟힌 어린영혼 / SBS 특별기획 전쟁보고서

    SBS가 내전의 참혹한 실상을 고발하는 2부작 전쟁보고서 ‘다이아몬드와 소년병’과 ‘다시 찾은 아프가니스탄’을 21일 밤 11시50분부터 110분 동안 방송한다.정전 50주년을 돌아보는 특별 기획이다. 1부 ‘다이아몬드와 소년병’은 1991년 내전 발발 이후 부정부패와 약탈의 온상이 돼 온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을 취재했다.이 나라는 세계 최고의 다이아몬드 생산지.부국(富國)이 될 수 있는 천혜의 자원이지만,이 나라 국민들에게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부른 악의 근원일 따름이다. 부패 정권에 맞서 내전을 일으킨 반군 지도자 마저 다이아몬드 광산에 눈독을 들이면서 양민학살을 일삼았다.지난해초 UN평화유지군이 개입해 일단락되기까지 10년이 넘게 내전을 치르는 동안 전체 인구의 5분의 1인 100만명이 다치거나 죽음을 당했다. 이 와중에 어린 소년들이 전쟁터로 내몰렸고,운좋게 살아남은 아이들은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2부 ‘다시 찾은 아프가니스탄’은 지난해 5월에 이어 1년 만에 방문한 이 나라의 일상을 보여준다.자존심 강한 민족으로 알려진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이지만 30년에 가까운 내전은 마지막 자존심마저 철저하게 짓밟아 버렸다.탈레반의 폭정을 피해 카불에서 헤라트로 도망쳐온 고아 소년 라자를 통해 전쟁이 어린이들에게 강요한 삶의 무게가 얼마나 힘겨운 지를 고발한다. ‘자연으로 돌아간 반달가슴곰’‘물은 생명이다’등 메시지 강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유영석 프로듀서가 제작했다.아프리카 기아구호운동에 열심인 탤런트 김혜자와 난민구호활동가 한비야가 현지 취재에 동행했다. 유 PD는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이며,어떤 명분으로든 아이들의 존엄성을 빼앗는 전쟁은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
  • 돋보기 / 집념의 사나이 최경주

    올시즌 미프로골프(PGA) 투어 두번째 메이저인 US오픈 3라운드. 대회가 열린 일리노이주 올림피아필즈골프장엔 앞선 이틀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북적댔다.코스 곳곳에선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탄성과 환호를 지르는 갤러리의 움직임이 선수들만큼이나 바빴다. 갤러리와 달리 선수들의 숫자는 반으로 줄어 있었다.전날 2라운드에서 컷을 통과하지 못한 선수들은 짐을 싸 떠나고 없었다.한국선수로는 유일하게 3년 연속 이 대회에 출장한 최경주도 첫해에 이어 또다시 컷오프의 쓴잔을 들어야 했다.대회 첫날 PGA 진출 이후 한라운드 최악인 9오버파를 기록한 후유증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 최경주도 당연히 대회 코스에서 만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최경주는 경기장을 떠난 건 아니었다.대회 코스에서 멀리 떨어진 연습그린 위에 있었다.여느 때와 다름없이 단정한 복장과 위가 터진 독특한 모자를 눌러 쓴 그는 이른 아침부터 연습그린에 나와 마치 3라운드 티오프를 대기하는 선수처럼 연습에 열중했다. 그의 곁엔 대회 개막전 연습라운드부터 2라운드까지줄곧 그의 플레이를 옆에서 지켜보며 연신 고개를 가로 젓던 필 리츤 코치와 이번 대회 직전 새로 고용한 캐디 칼 하트가 있었다.리츤 코치는 최경주의 머리를 잡아주거나 자세를 교정해주었다. “아마 컷오프되고도 대회장에 남아 있는 선수는 나밖에 없을지 모른다.하지만 투어 대회는 계속 이어지는 것 아닌가.한번의 실패로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 표정은 오히려 경기를 치른 이틀보다 더 편안해 보였다.간혹 아쉬움이 배어나오긴 했다.3라운드에 진출한 선수와 같이 연습하기가 쑥스러운 것일까. “경기는 잘 풀릴 때도 있고 안 풀릴 때도 있는 것이다.하지만 연습마저 게을리 하면 언제 잘 풀리겠나.자존심이 훌륭한 선수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수만명의 선수들이 바늘구멍 뚫기와 같은 예선을 거쳐야 밟아볼 수 있는 US오픈 본선무대에 투어 성적 순으로 초청되는 극소수의 선수들 사이에 최경주가 3년 연속 포함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올림피아필즈(미 일리노이주) 곽영완 특파원
  • 찬호 “3년내내 아팠다”/ “몸 상태 완전회복되면 등판” 구단 정밀진단선 이상 없어

    박찬호(사진·30·텍사스 레인저스)의 몸상태가 정상인 것으로 밝혀졌다.텍사스 구단은 13일 “박찬호에 대해 정밀진단을 실시한 결과 특별한 이상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벅 쇼월터 감독도 “그가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문제점 외에 신체상 적신호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다만 완전한 검사가 끝날 때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해 추가 검사가 실시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의료진은 지난 11∼12일 이틀간 9시간동안 박찬호에 대해 자기공명영상(MRI)장치 검사와 뼈조직 정밀검사 등 세밀한 검사를 실시했다. 박찬호는 이날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지난 3년간 정상적인 상태에서 마운드를 밟은 적이 한번도 없다.”며 “이제는 몸 상태가 정상으로 완전히 회복된 뒤 등판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박찬호는 그동안 부상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아니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해 왔다. 박찬호가 부상을 무릅쓰고 무리하게 등판을 계속한 것은 그를 둘러싼 기대가 워낙 컸고 자존심도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특히 지난 3월2일 캔자스시티와의 시범경기 첫 등판때 나타난 옆구리 통증이 올시즌 내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 8일 몬트리올전에서 2이닝동안 4실점한 뒤 자진 강판한 것에 대해 “평소 80∼90개의 공을 던지면 통증이 왔는데 그날은 초반 통증이 와 더 이상 못 던지겠다고 했다.”고 털어 놓았다.이어 “아픈 걸 참고 던지는 게 나 자신이나 팀을 위해 안 좋은 일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면서 “모든 걸 털어놓고 확실하게 다시 몸을 만들어 재기에 나설 생각을 굳히니 마음이 편하다.”고 덧붙였다. 김민수기자
  • [열린세상] 자본주의 천민화와 통일문제

    경제 발전으로 국민들에게 물질적인 풍요와 신체적인 만족감을 높여주는 것으로는 자본주의적 시장 경제론이 적어도 인류가 지금까지 이루어 낸 결과로는 최상의 제도임에 틀림없다.마르크스는 이미 1900년대 꿈같은 이상 사회는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예언했다.자본주의 사회는 발전되면 될수록 자체의 내부 모순이 증폭되면서 자연히 붕괴되고,세계사는 새로운 사회주의 사회 제도가 도래되면서 노동자 중심의 무계급,무착취의 평등 사회가 된다고 했다.심지어 다음 단계인 공산사회로 진입하면 노동이 놀이로 변하면서 ‘아침에는 낚시하고 낮에는 목장에서 일하다가 밤에는 난로 가에서 정치 담론을 하는…’ 사회가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러한 변증법적 유물사관의 예언적 이상 국가는 마르크스 사후 117년 만에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이 붕괴하면서 하나의 시행착오로 평가되었음을 우리는 잘 알게 되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자본주의적 가치 체계가 인간들의 삶과 질을 완수하면서 마르크스가 그렇게도 분노하고 비판하던 부정적 측면을 오늘날극복하고 있는가에 대한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데 자본주의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있다.그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인간성의 상실인 것이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의 생리는 ‘장사만 된다면 지옥에라도 찾아간다.’는 말처럼 인간 자존심의 최후의 보루라고도 볼 수 있는 성(性)마저도 상품화하는가 하면,레닌의 말처럼 자본가의 노동자에 대한 노동력의 착취는 이제 인간에 의한 자연 착취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성은 자아 정체성의 기본인 것이다.이러한 성 질서나 도덕적 타락은 곧 개인으로서는 자존심의 포기로 스스로 하나의 인격체를 사물화로 전락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존엄성과 쇠퇴 그리고 멸망을 야기시키고 만다는 것은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흔히 성경의 ‘소돔과 고모라성’을 예로 들기도 한다.이와 같은 관점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발전 역사에서는 반드시 성적 타락의 단계를 거치게 됨을 예외없이 보게된다.인간은 본능적으로 배가 부르면 다음으로 쉽게 추구하는 것이 불건전한 성적 욕구로 향하게 마련이다.미국이 그랬고 일본도 그랬으며 이번엔 우리가 그렇다.건전한 윤리관을 가진 개인이나 고급 문화의 사회에 성문화가 침투하게 된다.이것이 곧 성의 상품화이며 저급 문화의 출발인 것이다. 앞으로 남북 통일을 앞두고 지금 남한 사회의 물질적 풍요만으로는 북한을 반드시 패배시키고 우위의 위치에서 그들을 포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우리 사회가 건전한 성질서와 북한보다 수준 높은 정신 문화를 갖췄을 때만이 북한을 우리들이 압도하고 성공적인 통일의 명분과 실리를 갖추게 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어쩌면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는 명언처럼 남한의 배부른 물질 문명보다 북한의 배고픈 정신 문명이 더 강한 힘과 지구력을 나타낼 수 있음을 명심하고 지금부터라도 통일의 기본은 육체 건강보다 정신 건강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따라서 정부는 올바른 인생관과 수준높은 고급 문화의 창출과 보급에 힘 쓰는 것이야말로 성공적인 남북 통일의 힘을 키우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물론 일부의 사례이긴 하나 19살의 소녀가 동거하는 남자 친구와 결혼비 마련을 위해 매춘 행위를 하는 현실,어느 회사원이 노래방에 가서 주인더러 같이 놀 여자를 요구하자 자기 부인이 왔더라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의 사회에서 우리들은 무엇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떳떳하게 내세울 수 있겠는가.사실 이러한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은 최근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이 무차별적으로 각 가정과 어린이 세계에까지 침투되면서 심지어 초등 학생의 성 매춘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우리들의 현주소이다.각 가정과 학교 교육에서는 자녀들의 건전한 인격 교육에 눈을 돌릴 때이다. 김 동 규 고려대 교수 북한학
  • “지리산 품 속 27년 183명 구했습니다”/ ‘지리산 욕쟁이’ 김종복 산악구조대장

    큰 산,지리산에는 큰 사람이 있었다. 산 사람의 자긍심을 지키며 온몸으로 산을 사랑하고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조난자를 구해 내려오는 ‘지리산 지킴이’ 김종복(46)씨.산림훼손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해 ‘지리산 욕쟁이’로도 불린다.3개 도,5개 시·군에 걸쳐 있는 지리산 품(구례읍)에서 태어났다.1976년 19살에 제발로 지리산에 들어간 이래 27년 동안 산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냥 산이 좋고 편하다.”는 그는 89년,처음으로 ‘지리산 산악구조대’(대원 28명)를 만들었다.이후 그들이 구한 조난자는 183명에 이른다. 2001년 10월,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형제봉 아래 폐교인 문수분교를 빌려 지리산 산간학교도 열었다.이곳은 노고단 산장이 맺어준 부인(43)과 예쁘고 건강하고 예의바른 초등학생 두 딸이 ‘지리산 아빠’를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며 사는 보금자리다. ●왜 산에 사느냐고요 학교 주변은 조선조 화가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능가하는 무릉도원.노고단이 먼발치에서 병풍처럼 다가서고 눈앞엔 형제봉과 왕시루봉이 빚어놓은 수백길 낭떠러지,옹기종기 박혀 있는 다랑이(논),얼마 전 지리산 반달곰이 내려와 꿀통을 훔쳐 먹었던 문수골,면사포를 쓴 듯 수줍음을 터트린 밤나무꽃 군락이 어우러져 있다. “어릴 때는 산이 좋아 산에 갔고 철이 들면서 산이 나에게 찾아 들었지요.내가 좋아하는 산이기에 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찾아서 합니다.” 고교 2학년이던 76년,가방을 내던지고 지리산에 들어왔다.그리고 지리산에 인생을 걸었다.88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출범해 산장을 관리하면서 지리산에서 쫓겨났다.하지만 이듬해 호주머니를 털어 산악구조대를 창설,지리산에 기어코 다시 돌아왔다.1년이면 지리산 종주(2박3일)만도 평균 32번을 한다. 지리산 생활 27년이니 단순하게 계산해도 864번.그런 그도 얼마 전부터는 산이 두렵다고 했다. “그동안 정말로 지리산을 (손바닥처럼)잘 알고,자신 있다고 말했습니다.그런데 자연의 피조물인 인간이 감히 자연을 안다고 건방을 떤 거지요.”라고 털어놨다.산에서 해가 지는 걸 보면 괜히 눈물이 난다고 했다. “산은 자꾸 겸손하게 살라 말하는데 명예가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며 “내 만족감에 취해 산다.”고 웃었다. 86년 교통사고 때 친구 둘이 죽고 자신도 의사들이 포기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났다고 기억했다.“살려 주십시오.남을 위해 살아왔고 앞으로도 남을 위해 살겠습니다.” 이 일이 있고 3년 뒤 그는 산악구조대를 만든다. ●산에는 사랑이 있다 “산은 언제나 사람을 반깁니다.배신을 모릅니다.산에서 내려오는 사람이 주변을 배신하지요.” 노고단에서 인생을 배운다는 거다.정상에 오르려면 힘들고,오르면 허무하고 또 내려가야 하는 게 인생과 같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어느 날인가,그는 딸들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아빠가 죽으면 화장해서 지리산에 뿌려라.너희들이 지리산에 아무데나 와서 산을 보고 절하면 된다.지리산만큼 좋은 명당이 어디 있느냐.제사지낼 음식 싸들고 와서 산새들에게 먹이로 줘라.” 3년 전 겨울,자연의 품으로 당당히 돌아간 수녀 2명을 그는 잊지 못한다.시신은 못 찾았지만 눈 속에서 찾아낸 일기장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기쁜 맘으로 구조대를 기다린다.자연이 주는 죽음을 받아들이겠다.” 노고단에 오르는 수학여행단 인솔교사에게도 한마디씩 늘 잊지 않는다.“지리산은 생태학습장입니다.사진찍거나 몇 시에 성삼재 주차장에 모이라고 큰 소리치지 말고 지리산 야생화 종류,한 때 삶과 죽음만이 존재했던 지리산의 역사 등 의미를 부여하는 자연학습을 해보세요.”라고. ●큰아이 아플 때 딱 한 번 후회 ‘왜 산에 가느냐.’는 질문에 머뭇거리던 김씨는 “산은 내가 사는 이유요,나의 생명”이라고 대답했다.산의 입장에서 산에 오르라고 한다.산악구조대 초창기에 먹을 쌀조차 없어 갈등도 많았다. “이 길이 걸어가야 할 길이 맞는가.내가 조금만 바깥 사람들을 편들면 쉽게 살 수 있을 텐데….”라고.하지만 “산의 자존심을 이렇게 망가뜨릴 수는 없다.누가 알아주든 말든 봉사하며 사는 그 자체로 만족하자.”는 쪽으로 이내 맘을 고쳐 먹는다고 한다. 지리산 산간학교(1일 80명 숙박 가능)를 기업이나 단체,개인에게 연수장소 등으로 빌려주고 자연보존 교육하고 받는 게 수입의전부다.그는 가난하지만 부자다.마음의 농장이 지리산이다.반달곰도 있고 산삼도 있다.맘에 들면 토끼봉도 주고 반야봉도 떼어준다. 하지만 지난해 큰 딸이 초를 다투는 큰 수술을 받을 때 병원비가 없어 애태우기도 했다.다행히 수술이 잘 됐다.처음으로 산에 들어온 걸 후회할 뻔 했다고 고백했다. “무능력한 아빠 탓에 혹시라도 딸에게 무슨 일이라도 나면….”하면서 눈시울을 적셨다.이 때 김씨를 다잡아 준 게 가족이었다.“우리는 아빠가 자랑스러워요.” 요즘 지리산을 글로 정리하고 있다.깊은 골짜기의 산 사람 이야기,산간마을 할아버지들의 언어,빨치산 이야기,뒷등골 큰 바위 이야기 등등. 글·사진 지리산 남기창기자 kcnam@
  • 訪日 ‘등신외교’ 발언 파문 / 野, 방일외교 폄하 공세“밥만 먹고온 회담”

    한나라당은 9일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 외교활동과 관련,원색적인 표현까지 동원해가며 강력 성토했다.특히 이상배 정책위의장은 노 대통령의 방일외교를 ‘한국외교사의 치욕’이라고 비난하면서 ‘등신외교’라는 용어를 사용,파문을 일으켰다.이 의장은 “국빈 대우를 받은 것 빼고는 이번 방일의 목적이 뭔지 모르겠다.”면서 “왜 현충일에 일왕과 잔을 맞추고 유사법제가 통과되는 날 방일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등신외교’ 발언에 대한 여권의 사과 요구와 관련,‘청와대와 여당은 망동을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해명서를 내고 “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준비부족 ▲성과별무 ▲국빈집착 등으로 ▲국민정서에 반하고 ▲국민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야당 입장에서 정치적 수사로 ‘등신외교’라는 표현을 했다.”고 설명했다.이 의장은 이어 “노 대통령을 모욕할 의도도,초당외교 입장을 후퇴시킬 뜻도 없었는데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느냐.”면서 “등신의 사전적 의미는 ‘어리석은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인데 왜 굴욕외교라는 표현은 되고 등신외교라는 표현은 안 된다는 것인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1992년 2월 김영배 전 의원이 노태우 정권에 ‘인사등신’이라고 언급한 것을 비롯,▲92년 3월 정대철 대표,‘치안등신’ ▲92년 3월 김민석 전 의원,‘경제등신’ 등의 표현을 썼으며,96년 3월 김희선 의원은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경제등신’이라고 비난했다고 밝혔다. 이규택 원내총무는 “야당 의원의 표현을 빌미삼아 본회의를 거부하고 의원직 제명,당직 해임 등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를 제시하는 것은 여당의 무책임과 구태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역공을 펼쳤다. 박희태 대표는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공수래 공수거로 현안에 대해 확실한 합의도 없고,특히 한·일간 통상무역 역조에 대해선 하나도 시정이 없는 회담이었다.”면서 “성과없이 얼굴만 쳐다보고 밥만 먹고 온 것 이상의 성과가 없었다.”고 평가절하했다. 전광삼기자 hisam@
  • 하프타임 / 존 리거, 소렌스탐에 맞대결 제안

    미프로골프(PGA) 투어 선수인 존 리거(40)가 6일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인자 애니카 소렌스탐에게 “100만달러를 걸고 이기는 사람이 모두 차지하는 맞대결을 하자.”고 제안했다.리거가 이같은 제안을 한 것은 지난달 PGA 투어 뱅크오브아메리카콜로니얼에 출전,컷오프된 소렌스탐이 “연간 30차례가량 PGA 투어대회에 출전한다면 상금랭킹 100위 안에 들 자신이 있다.”고 말한 데 대해 자존심이 상한 때문.리거는 “18년 동안 프로골프선수로 뛰어 왔고 PGA 투어에서 7시즌을 보냈지만 한번도 상금랭킹 125위 안에 들어 본 적이 없다.상금랭킹 100위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면서 “내가 PGA 투어에서는 보잘 것 없는 선수지만 소렌스탐은 이길 수 있다.”고 장담했다.
  • [씨줄날줄] 출퇴근 회담

    일반적 외교 관계에서도 그렇지만 남북 대화에서는 특히 형식이 내용을 지배할 때가 많다.회담의 성격보다는 만남 자체에 비중을 두기도 한다.2년 전 남북정상회담이 그랬다.두 정상의 악수는 55년동안 계속된 반목과 대결의 벽을 허물었다.역사적인 6·15 평양공동선언도 두 정상의 대좌가 이루어졌기에 나올 수 있었다. 그렇지만 형식에 치우친 데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의전과 격식 등 사소한 문제로 다투기도 했고 자존심 대립이 감정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지난달 20일부터 평양에서 열렸던 제5차 남북 경제협력추진위 회의도 본질과 상관없는 논란으로 시간을 허비했다.시비는 북한이 걸었다.북측 대표의 “헤아릴 수 없는 재난” 발언이 문제가 됐다.남측대표가 엄중 항의하면서 신경전은 가열됐고 회담은 중단됐다.이틀 동안 회담이 열리지 않는 등 대립은 계속됐다.결국 회의기간을 하루 연장하고 막후접촉을 하는 등 진통 끝에 현안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경위야 어떠했든 결론에 비추어보면 일련의 과정은 지극히 소모적이었다. 남북 대표들이 출퇴근하면서 의견을 나누는 회담이 열린다.7일부터 9일까지 3일 동안 개성에서 개최되는 제5차 남북 철도·도로연결 실무 접촉이 그것이다.회담 기간동안 남측 대표단 3명은 오전 7시30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에서 버스를 타고 북으로 떠난다.경의선 임시도로를 통해 군사분계선 너머 북측 지역에 도착하면 북측이 제공한 버스로 갈아타고 개성으로 간다.오전 9시쯤 회담장인 자남산 여관에 도착하면 잠시 휴식시간을 가진 뒤 10시부터 회담을 시작한다.이어 오후4시나 5시쯤 회담을 마치고 역순으로 서울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판문점 밖 지역에서 출퇴근 회담이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남북간 새로운 회담 문화가 선보이는 셈이다.남북관계가 실용적으로 발전해가는 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격식이라는 거추장스러운 짐을 덜어버리면 발전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 회담 대표들도 한결 여유를 갖게 될 것이다.평양에서 잘 때와 집에서 잘 때의 마음가짐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아침에 휴전선을 넘었다가 회담을 하고 저녁에 돌아온다는 사실.생각할수록 유쾌한 착상이다.남북간 회담의 정형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해본다. 김명서 논설위원 mouth@
  • “우리 국민의 주적은 바로 담배”/ ‘금연 전도사’ 박재갑 국립암센터 원장

    “‘주적’ 개념을 놓고 혼란이 있다지만,헷갈릴 게 없습니다.우리 국민의 주적은 바로 담배입니다.” 국립암센터 박재갑(54) 원장은 널리 알려진 ‘금연 전도사’답게 인터뷰 처음부터 흡연의 폐해와 금연의 타당성에 대해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수첩에 빼곡하게 적어놓은 담배 관련 통계 수치를 인용해가며 금연의 필요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했다.우선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10만명의 암환자가 새로 발생하고,6만명의 암환자가 사망한다.사망자 가운데 30%는 담배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연간 1만 8000여명이 담배로 인해 목숨을 잃는다는 설명이다.대략 따져도 하루에 50명이 담배로 숨진다는 얘기다.대구지하철 참사는 나흘에 한번꼴로,삼풍백화점 참사가 열흘에 한번꼴로 일어나는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26만명,전쟁이나 분쟁으로 인한 사망자는 31만명(2000년 기준)인데 반해,담배와 관련된 질환으로 숨지는 사람은 무려 490만명(2002년 기준)에 달할 정도다. 여기에다 담배에는 69종류의 발암물질이 함유돼 있는 것은물론 미량이지만 청산가리까지 들어 있다.담배는 독약이라는 게 박 원장의 지론이다. ●“담배 끊으세요”가 입버릇 박 원장은 사실 담배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다.그는 대장암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요즘도 바쁜 일정 속에 하루 평균 1건의 수술은 직접 집도하고 있다.대장암에 걸렸던 가수 길은정씨도 그가 수술을 맡았다. 박 원장이 담배의 폐해에 대해 확실하게 눈을 뜬 것은 3년 전 초대 국립암센터 원장에 취임하면서부터다.담배가 나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된 후부터는 만나는 사람마다 담배를 끊으라고 권했다.특히 사회지도층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 정치인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노무현 대통령과도 담배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2001년 9월21일 모방송국 강연 때문에 광주행 항공기를 탔던 박 원장은 우연히 노 대통령(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의 옆자리에 앉게 됐다.당시 노동연구원 고위과정 동문이라는 공통점으로 대화를 시작하다가 노 대통령이 ‘흡연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박 원장은 20여분간 담배 폐해에 대해 역설했다.마지막으로 헤어질 때는 “앞으로 큰 일을 하려면 담배를 끊으시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3주 뒤인 10월14일 한국도로공사에서 열린 노동연구원 고위과정 동문 체육대회에서 노 대통령을 다시 만났다. “아직도 담배를 피우시나요?”(박 원장) “자존심이 상해서 끊었습니다.”(노 대통령)는 대화가 오갔고,노 대통령은 니코틴 패치를 붙인 팔뚝을 자랑스럽게 내보였다. ●주변부터 차근차근 공략 금연구역을 늘려나가기 위해 박 원장은 주변부터 ‘공략’하고 있다.우선 직장인 일산 국립암센터는 원장 취임 초기인 2000년 5월1일부터 1만 3000평 모든 경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지난해 1월부터는 흡연자는 아예 직원으로 뽑지 않는다.올 1월부터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금연선언을 받아 62%였던 흡연율이 지금은 0%(적어도 직장 내에서는)다. 또 지난해에는 KBS,SBS 등 방송국을 쫓아다니면서 드라마에서 흡연장면을 내보내지 말라고 요청해 결국 목적을 달성했다.올해는 신문에 흡연사진을 게재하지 말 것을 요구하느라 바빴고,7개 신문사로부터 승낙을 얻어냈다.박 원장이 담배를 끊으라고 강권했던 사람 중에 가장 애를 먹인 경우는 의외로 3명의 사위다. 모두 박 원장의 서울의대 후배로,의사인 사위들이 문제였다.“너희들이 안 끊으면 다른 사람한테 담배 끊으라고 말하는 나는 사기꾼 소리를 듣는다.”고 ‘회유반,협박반’으로 설득했지만 쉽지 않았다.최근 입대한 막내 사위가 논산 훈련소 6주 훈련 동안 금연에 성공,사위 3명 모두 ‘금연대열’에 동참했다. 박 원장은 아예 금연주의자로 태어난 사람처럼 보인다.평생 동안 담배의 유혹을 느껴본 적이 없는 특이 체질이기 때문이다.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끊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울고 웃지만 그는 “고등학교 시절 호기심으로 몇 모금을 빨아본 것이 전부”라고 말한다.악마 같은 담배의 유혹에 빠져 보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끊으라고 닦달하는 일이 쉬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뱃값 1만원으로” 담뱃값을 3000원대로 올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방침이 논란을 빚고 있지만 박 원장은 오래 전부터 1만원 인상을 요구해왔다.담뱃값 인상분으로 별도의 기금을 만들어 흡연자들의 건강증진에 쓰자는 얘기다. 흡연자들은 시기가 문제일 뿐 병들어 치료를 받게 돼 있는 만큼 이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짓고,흡연자들에게 의료혜택을 추가로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1만원까지는 못 올리겠지만,담뱃값이 비싸야 청소년이 쉽게 흡연의 유혹에 넘어가는 것도 차단할 수 있습니다.”박 원장은 담배는 마약처럼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관리하고,물가산정품목에서도 제외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도 빼놓지 않고 있다. ●담배,어떻게 끊나 흡연은 질병이므로 무조건 끊어야 한다는 게 박 원장의 주장이다.고혈압,당뇨병이 치료를 요하는 질환인 것처럼 흡연은 ‘의존성 정신질환’이라는 것이다.“병을 고친다는 생각을 하면 못 끊을 이유가 없다.”며 “아무리 오래 피운 사람도 끊으면 담배를 필 때보다 훨씬 몸이 좋아진다는 것은 이미 의학적으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글 김성수기자 sskim@ 사진 오정식기자 oo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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