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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행정]강동구 ‘성내하니공원’ 조성

    [현장 행정]강동구 ‘성내하니공원’ 조성

    작은 키에 특별히 예쁘지도 않고 자존심만 센 악바리 소녀…. 모난 구석 많던 아이가 달리기를 통해 꿈을 이루고 결국 마음의 문마저 연다는 내용의 만화 ‘달려라 하니’. 1980년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만화 속 여주인공 하니가 2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서울 강동구는 하니 테마마을 조성사업의 첫 카드로 성내 근린공원에 만화 캐릭터 조형물을 설치한 ‘성내하니공원’을 최근 개장했다고 12일 밝혔다. TV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큰 인기를 누린 ‘달려라 하니’는 중학교 1년생 하니가 역경을 딛고 육상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순정만화다. 성내동은 달려라 하니의 작가인 이진주 인덕대 만화영상애니메이션과 교수가 살고 있는 곳이다. 달려라 하니의 실제 배경이기도 하다. 이곳 성내중학교 육상부는 홍두깨 코치가 지도했던 만화 속 육상부의 모델이다. 여주인공 하니가 슬픔을 이기려 달리던 동네길도 모두 성내동 골목길을 스케치한 것들이다. 성내동에는 만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마당에 대추나무가 있던 하니의 집터에는 하니의 이름을 딴 ‘하니빌라’가 들어섰다. 홍두깨 코치가 자취하던 ‘슈퍼마켓 집 뒷방’의 모델이 된 슈퍼마켓은 아직도 영업하고 있다. 작가인 이 교수도 만화가 연재되기 전부터 지금까지 성내동 같은 집에 그대로 살고 있다. ●테마마을 조성 첫걸음 구는 만화 주인공 하니와 관련된 관내 명소에 스토리텔링 기법을 도입, 관광자원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하니 테마마을을 조성하기로 하고 첫 작품으로 성내하니공원을 완공했다. 앞으로 만화의 배경이 된 성내중학교와 구청사 뒷길 일대를 ‘하니 희망길’로, 하니의 집과 홍두깨 코치의 집이 위치한 성내중앙길과 성내중앙4길은 ‘하니사랑길’로 꾸밀 계획이다. 내년 6월 완공 예정인 강동어린이회관 앞에는 ‘하니광장’도 조성된다. 구는 불과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수백억원대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일자산공원에 130억원대 하니박물관을 건립할 예정이다. 구는 앞서 2008년 하니에게 주민등록번호 ‘850101-2079518’을 부여해 화제가 됐다. 하니의 주민등록상 출생일인 1985년 1월1일은 당시 만화잡지인 월간 ‘보물섬’에 처음 만화가 연재된 날을 뜻한다.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에서 2는 여자, 0은 서울, 79는 강동구청 코드번호다. 하니는 올해 만 25세의 숙녀가 된 셈이다. ●만화 연계 공연도 계획 공원 속 캐릭터로 되살아난 하니는 앳된 모습 그대로다. 공원은 8928.8㎡ 규모로 곳곳에 만화장면을 재현한 조형물이 설치됐다. 남녀 화장실마저 하니와 하니를 좋아하던 남자친구 창수의 캐릭터를 활용해 안내하고 있다. 표지판 하나하나까지 하니공원임을 나타내도록 신경썼다. 구는 이곳 공원과 내년에 조성될 하니 광장에서 만화와 연계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이해식 구청장은 “1980년대 국민에게 희망을 줬던 하니가 2010년 고향에서 다시 한번 힘껏 달리게 됐다.”며 “테마마을 조성을 통해 즐길거리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씨줄날줄] 날개 꺾인 JAL /이춘규 논설위원

    일본항공(JAL)은 일본의 자존심이었다. 일본의 상징이요 날개였다. 1951년 DC-3 여객기 1대와 직원 39명으로 출발했다. 일본 경제 부흥과 함께 성장, 2008년 여객기 279대에 연간 승객 4600만명이 이용하는 세계 14위 항공사가 됐다. 수년 전까지 일본 대졸자들이 취업하고 싶은 직장 최상위를 차지했다. 승무원의 서비스나 안전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 1986년 국제선 운항에 뛰어든 민항 ANA(전일본공수)는 적수가 되지 못했다. JAL은 최고의 급료에 퇴직 후에도 엄청난 연금을 받는 ‘화려한 공기업’이었다. 23년 전 민영화됐지만 공기업 체질 그대로였다. 자민당이 지명한 고위관료가 요직을 차지했다. “우리는 나라가 뒤를 봐준다.”는 신화에 의지했다. 기장, 승무원 등 노조만 무려 8개다. 노조는 낙하산 경영진의 발목을 잡았다. 노조와 경영진은 부도덕한 타협을 계속했다. 30년 근무 뒤 퇴직금 1700만엔을 수령할 경우 기업연금 25만엔, 국민연금과 후생연금 23만엔 등 월 48만엔의 연금을 받는다. 조종사들은 운항시간이 적어도 높은 임금을 받았다. 조직은 병들어갔다. 착륙 중 타이어가 떨어져 나가고 엔진 부품이 시가지에 떨어지는 등 사고가 잇달았다. 한없는 사랑을 보내던 일본인들도 급기야 JAL을 외면했다. 국내선 노선 3분의2 정도의 탑승률이 위험수준인 60%를 밑돈다. 세계적으로 항공수요도 급감했다. 언론들은 노조의 영향력이 막강해 퇴직자들에 대한 과도한 의료보험료 등으로 몰락한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의 전철을 JAL이 밟을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JAL의 날개가 꺾였다.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전·현직 직원과 주주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질타했다. 일본 정부는 19일 법정관리를 신청할 예정이다. 그후 기업재생지원기구가 혹독한 조건에 지원을 결정한다. 전사원의 3분의1에 가까운 1만 3000명을 감원해야 한다. 기업연금도 30~50%씩 줄여야 한다. 채무초과액이 8000억엔에 이르러 이번에 공적자금 투입액은 1조엔에 이를 전망이다. 100% 완전감자와 상장폐지가 불가피한 기류다. 38만명 개인주주의 주식은 휴지조각이 될 위기다. 12일 주가는 사상 최저인 37엔까지 밀렸다. 발행주식의 4분의1인 7억주 정도나 매도주문 잔량이 쌓였다. JAL은 3년 내 정상화를 노린다. 불시착한 JAL이 재이륙에 성공할까. 차기최고경영책임자(CEO)로 유력한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1)홍명희作 ‘임꺽정’

    [고전 톡톡 다시 읽기](1)홍명희作 ‘임꺽정’

    “너 어디 사느냐?” “양주 읍내 삽니다.” “나이 몇 살이냐?” “서른다섯살입니다.” “부모와 처자가 있느냐?” “아버지가 있고 처자도 있습니다.” “네 집에서는 농사하느냐?” “아닙니다. 아무 것도 안하고 놉니다.” “아무 것도 아니하고 놀아? 네 아비는 무엇하는 사람이냐?” “소 백정입니다.” (강조 필자, 3권 381쪽) 꺽정이는 직업이 없다. 아비가 백정이라 아주 가끔 백정일을 거들기는 하지만 그걸 ‘업’으로 삼을 생각은 전혀 없다. 한마디로 ‘노는 남자’다. 비단 꺽정이만 그런 것도 아니다. 칠두령은 물론이려니와,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노는’ 남자들 혹은 ‘배우는’ 남자들 그럼 뭘 하고 노는가? 배우면서 논다. 꺽정이는 봉학이, 유복이와 더불어 서울 갖바치의 집에서 청년기를 보낸다. 갖바치는 당대 최고의 사상가이지만, 꺽정이에게는 집안 어른이자 스승이다. 꺽정이와 그의 친구들은 갖바치의 집에 더부살이를 하면서 많은 걸 배운다. 물론 문자를 워낙 싫어하다 보니 배우는 게 주로 병법, 기예 같은 것들이다. 그럼, 배워서 뭐하지? 아무 이유 없다! -“대체 검술을 배워 무엇하니?”라고 묻자, 꺽정이의 대답. “그저 배워두었으면 좋으려니 생각할 뿐이지. 무엇하려는 작정은 없소.” 그냥 배운다. 놀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논다. 그리고 그게 일상이다. 놀랍지 않은가? 이들은 소위 백수다. 그런데 자괴감에 찌들기는커녕 정규직들은 상상할 수 없는 자유를 만끽한다. 비정규직 800만, 청년실업 100만명 시대에 대하소설 ‘임꺽정’에 필이 꽂힌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길 위의 향연-배우고 사랑하고 싸운다 저자는 벽초 홍명희(1888~1968). 구한말 명망 높은 양반 가문에서 태어나 이광수, 최남선 등과 더불어 조선의 ‘3대 천재’로 꼽혔다. 1920년대 민족운동사에 한 획을 그은 ‘통일전선’ 신간회를 이끈 지도자이기도 하다. ‘임꺽정’은 그의 유일한 작품이자, 20세기가 낳은 걸작이다. 남북한이 함께 자랑해마지 않는, 아주 드문 고전이기도 하다. 시대 배경은 명종 때. 당대를 주름잡던 화적패 ‘청석골 칠두령’을 밑그림으로 조선시대의 사화와 정쟁, 풍속과 일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작가의 야심 찬 선언대로 ‘순(純) 조선적’ 정조(情調)를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이다. 하여, 서구적 의미의 소설이라기보다는 ‘이야기’에 가깝다. 그만큼 구술문화의 입담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위에서 보다시피 꺽정이와 그의 친구들은 정착민이 아니다. 농사를 짓자니 땅이 없고, 장사를 하자니 밑천이 없다. 출신성분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유복이는 이름대로 유복자고, 봉학이는 기묘사화때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바람에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곽오주는 ‘임노동자’, 길막봉이는 소금장수고, 배돌석이는 떠돌이 룸펜이다. 천왕동이는 백두산에서 살다 제 누이가 꺽정이랑 혼인을 하는 바람에 꺽정이네 집에 와서 더부살이를 한다. 한마디로 결손가족에, 집에서 내놓은 자식들이다. 따라서 이들을 하나의 집단, 하나의 계급으로 묶기란 참, 곤란하다. 말하자면, 특정 범주로 포섭하기 어려운, 체제의 변경을 떠도는 ‘마이너’들인 셈. 그러니 이들의 인생역정은 대부분 길 위에서 이루어진다. 예컨대, 유복이는 청년기를 앉은뱅이 신세로 지내는데, 하도 할 일이 없어 혼자 표창 연습을 하다 댓가지창의 명인이 된다. 그의 실력이 어느 정도냐 하면, 누워서 던져도 파리를 맞힐 수 있는 수준이다.(와우~) 그 인연으로 지나가는 이인을 만나 병을 고치고 차력사로 거듭난다.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아버지의 원수를 갚은 다음, 관가의 추격을 피해 도주하다 얼떨결에 최영장군 사당에서 각시를 얻는다.(이게 웬 떡!) 마을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벌역 따위엔 아랑곳없이 각시를 데리고 튄다. 이렇듯 이들은 모두 천민이자 도망자들이지만 사랑과 성을 박탈당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화끈하게 누린다. 장군귀신의 마누라를 달고 튄 유복이의 사랑도 ‘대박’이지만, 백두산에서 꽃핀 꺽정이와 운총이의 ‘풋사랑’이나 귀신도 녹여버린 봉학이와 계월향이의 열애 등도 하나같이 다 ‘블록버스터’다. 이 사랑의 서사 속에 조선조 민중의 ‘인정물태’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녹아있다. ●청석골-움직이는 요새 이 작품이 리얼리즘이나 민중성, 계급성 등으로 포획되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청석골 칠두령’을 움직이는 건 도탄에 빠진 민을 구하겠다든가 혹은 썩어빠진 정치를 갈아엎겠다든가 하는 식의 명분이나 이념 따위가 아니다. 굳이 말한다면, 어떤 권위에도 복종하기를 거부하는 ‘자존심’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이들의 자존심은 ‘원초적 야생성’과 ‘치기어린 객기’ 사이에서 동요한다. 하여, 때론 눈부시고, 때론 위태롭다. 이 작품이 신비로운 영웅담이 아니라, 희비극을 오가는 ‘인생극장’처럼 느껴지는 건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므로 그들의 본거지인 청석골은 산중 깊숙한 곳에 있지만 결코 닫혀 있지 않다. 인근마을은 물론 서울 한복판까지 ‘한통속’으로 엮여 있다. 게다가 여차하면 요새를 버리고 튄다. 작품의 대미가 청석골을 버리고 자모산성으로 들어가는 장면인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요컨대, 청석골은 길 위의 인생들에게 있어선 ‘움직이는 요새’이자 ‘자유의 새로운 시공간’이었던 것. 바야흐로 ‘집의 시대’가 지나가고 ‘길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집으로 귀환했던 모든 의미들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길 위에서 어떻게 ‘공부와 밥과 우정’의 향연을 펼칠 것인가. 이 시대의 청년들에겐 그야말로 절실한 화두다. 이 화두와 정면으로 맞짱을 뜰 용기만 있다면, ‘임꺽정’은 그에 대한 아주 멋진 응답이 될 수 있으리라. 글 고미숙 ■ 고미숙은… 1960년 강원도 정선 출생. 고전평론가. 고려대학교에서 고전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그린비 펴냄),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그린비),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사계절) 등이 있다.
  • [정가 빅7 새해 승부수] (5) 정세균 민주당대표

    [정가 빅7 새해 승부수] (5) 정세균 민주당대표

    지방선거 승리로 이명박 정부의 독선과 오만에 종지부를 찍겠다. 공천 혁명 등 민주당의 일대 변화가 필요하다. 정동영 전 의원은 물론 손학규 전 대표, 김근태 전 의장이 꼭 필요하다. 민주 대연합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영등포당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각을 세우고, 지방선거 전략을 소개하는 목소리는 결기로 가득찼다. “앞으로도 개인의 발전보다는 당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는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원칙을 지키겠다.”고 했지만, 그동안 가렸던 ‘정치인 정세균’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지도 엿보였다. ●‘정치인 정세균’ 이미지 부각 정치인의 올해 ‘승부처’는 6월 지방선거다. 차기 대선 주자는 물론 대통령도 피할 수 없는 승부다. 하지만 정 대표만큼 지방선거가 절실한 이도 드물다. ‘정치인 정세균’이 처음으로 전국 단위 선거에서 평가받기 때문이다. 현재 거론되는 여야 대선 주자 대부분은 대선 본선이나 당내 경선에서 세를 규합해 봤고, 심판도 받았다. 정 대표는 역대 최장 기간(1년 6개월) 당을 이끌고 있지만 한 번도 공천권을 행사해 보지 못했고, 뚜렷한 계파도 없다. 대표 주변 사람들은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것도 자기 정치를 안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지방선거를 주도하고,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바람이다. 정 대표가 이날 공천 혁명의 주요 수단으로 ‘시민 정책 배심원제’를 강조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주로 기초단체장 공천에 적용될 배심원제는 일반 시민과 시민사회인사 ‘및 전문가로 이뤄진 배심원단이 후보를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고, 유능한 신진 세력의 정치 입문을 돕겠다는 취지이지만, 호남 등 민주당 아성 지역의 물갈이를 시도하겠다는 의도가 짙다. 호남 지역 시·도당위원장과 비주류는 “정세균 세력을 심으려는 것 아니냐.”고 반발한다. 뜨거운 쟁점인 정동영 의원의 복당에 대해 정 대표는 “임박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의 조기 복당에 반대하지 않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복당 시기를 대표가 정하는 것은 민주적인 정당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지지기반인 소장파와 386그룹이 여전히 정 의원의 복당에 부정적인 만큼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대표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시민배심원’ 공천제 추진 정 대표에겐 적(敵)이 별로 없다. 그를 결사적으로 지키려는 이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그의 무난한 특성이 난파 직전의 당을 지켜냈고, 재·보선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 때문에 당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엇갈린 평가를 극복하고 당의 구심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이자 위기의 승부가 정 대표 앞으로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與 vs 與…與 vs 野’ 세종시 ‘커지는 전선’

    오는 11일 정부의 세종시 수정론 발표를 앞두고 정치권의 기싸움이 고조되고 있다. 여야 간은 물론 여당내 친이·친박 간 신경전이 날카롭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세종시 수정의 필요성과 혁신도시의 차질없는 이행을 거듭 강조하고, ‘서두르지 않겠다.’며 사전 여론을 다지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한나라당 세종시특위 정의화 위원장은 6일 “세종시는 노무현 정부의 ‘정권적 오기’에 따른 결정이었고, 한나라당도 충청표를 의식해 이를 뒷받침했다.”면서 “국가 미래보다 정권의 자존심이나 선거를 의식해 잘못된 정책을 추진하는 잘못을 더 이상 반복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50일간의 세종시특위 활동을 끝내면서 그 과정을 412쪽 분량의 백서로 펴낸 뒤, 소회를 이같이 피력했다. 백서는 세종시 수정 여부에 대한 결론을 보류했으나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를 통해 원안고수(40.9%)보다 수정(49.9%)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여론 추이를 자세히 소개했다. 김성조 정책위의장도 야당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혁신도시의 차질없는 진행을 강조할 계획이다. 그러나 여당내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친박계는 ‘원안 고수’ 의지가 완강하다. 일부 친박계 의원이 ‘친이는 세종시 포기, 친박은 지방선거 지원’ 카드를 주장했으나, 계파내 공감을 끌어내진 못하고 있다. 친이계도 물러설 뜻이 없다. 다만 세종시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최대한 시간을 끌자는 데 공감하면서 처리 시기를 6월 지방선거 이전으로 할지, 그 이후로 할지를 고심하는 모양새다. 친이계 내에선 무리하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정부가 수정안을 발표하더라도 시간을 갖고 여론을 수렴한 뒤 국회에서 세종시법을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야당은 단단히 벼르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브리핑에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특혜시비 논란이 일고 있다.”면서 “다른 지역에서 진행되는 혁신·기업 도시에 피해가 갈 것으로 보고 반대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세종시 수정론자들은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읽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수정안은 충청권과 비충청권을 반목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비정상적인 세종시 수정안을 정면으로 거부하며 저지하겠다.”고 성토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스포츠 프리즘] ‘무소불위’ 프로농구연맹

    [스포츠 프리즘] ‘무소불위’ 프로농구연맹

    현재 프로농구 시즌 1, 2위 팀 모비스와 KT. 두 팀이 챔피언 결정전에서 만났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전력이 엇비슷한 두 팀이 2승 2패씩 주고 받았다고 다시 가정하자. 각각 울산과 부산이 연고지인 두 팀은 다음 경기를 어디서 치를까. 정답은 울산도 부산도 아닌 서울일 가능성이 높다. 거의 확정적이다. 오는 11일 열릴 한국농구연맹(KBL) 이사회에서 의결될 예정이다. 울산-부산 팬들은 실망할 수 있다. 그러나 재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KBL이 먼저 추진했고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각 구단 단장들이 이미 동의했다. 10개 구단 실무자 협의도 진행 중이다. 왜 시즌 도중 이 같은 방안이 나왔을까. KBL은 농구흥행을 위해서라고 했다. 지난 시즌의 학습효과가 크다. 서울에서 열린 삼성과 KCC의 2008~2009시즌 챔피언 결정전엔 농구대잔치 시절을 방불케 하는 구름관중이 모였다. 4차전에 1만 3122명이 들어찼다. 역대 최다기록이었다. 5차전에는 더 많은 1만 3537명의 관중이 몰렸다. 애초 구단들 반응은 엇갈렸다. 서울이 연고지인 삼성과 SK는 크게 반발했다. 지방 A구단도 부정적이었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연고지의 배타적 사용을 위해 50억원을 내고 들어왔는데 이런 방안을 밀어붙여도 되느냐.”고 했다. A구단 관계자도 “농구를 즐기고 싶어하는 연고지 팬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했다. 이에 비해 다른 구단들은 “관중몰이에 도움이 된다면 해볼 만한 일”이라고 했다. 의견은 다를 수 있다. 문제는 추진 방법이었다. KBL은 지난해 말 삼성-SK와 단 한번의 사전협의도 없이 이사회에 이 같은 내용을 안건으로 올렸다. 당장 ‘밀실행정’이란 비판이 나왔다. 서울 연고 구단들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물러서지도 않았다. 방향이 결정됐으니 빨리 전향하라는 식이었다. 그러자 여기저기 잡음이 일었다. “특정 구단이 완강히 반대하니 모기업에 로비해 압력을 넣도록 했다.”는 의혹까지 돌았다. 현재 각 구단 단장들은 공식적으로 모두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부 단장들 얘기는 미묘하다. 한 단장은 “KBL이 목을 매고 하자고 하니 도리 없지 않느냐.”고 했다. 다른 단장은 “원칙이란 게 있겠지만 대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괜찮다.”고 했다. 겉은 찬성이지만 속은 복잡하다는 얘기다. KBL의 이런 ‘일방행정’은 습관적이다. 지난해 말 한국대학농구연맹은 KBL의 신인 드래프트 규정 변경을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제의 발단은 KBL이 1부 대학 선수 트라이아웃을 폐지하고 드래프트에 프로구단 관계자만 참석토록 한 것이었다. 트라이아웃 필요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한 쪽은 “생소한 대학 선수들을 현장에서 볼 마지막 기회”라고 하고 다른 쪽은 “오전 잠깐 트라이아웃은 실제 효용이 없다.”고 한다. 둘다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때도 일방적 추진방식이 문제였다. 당사자들과 사전 협의가 없었다. 한 대학 감독은 “한번의 상의도 없이 결정했으니 무조건 따르라는 건 행정편의상으로 밖에 안보인다.”고 했다. 다른 감독은 “대학 선수들의 일생이 걸린 문제를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모습에 자존심이 상했다.”고 했다. 이런 예는 많다. 올 시즌 김승현 사태도 마찬가지다. 특정 구단에 끌려가다 뚜렷한 이유 없이 징계를 경감해줬다. 물론 여론 수렴 과정은 없었다. 10년 전과 비교해 농구 인기는 확연히 시들었다. 한 농구인은 “대중 스포츠였던 농구가 이제 마니아 스포츠가 돼 버렸다.”고 자조했다. 원인 진단은 다양하다. KBL의 한 관계자는 “예전보다 다양한 볼거리가 늘어난 게 이유”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걸출한 농구 스타가 사라졌다는 점이 크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농구전문가는 “일단 다 맞는 말이다.”고 했다. 그러나 관점이 조금 달랐다. 그는 “분산된 눈길을 모으려면 국제대회에서의 선전이라든지 차원이 다른 뭔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의 야구처럼 스타도 만들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KBL이 농구 부흥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막연히 신세 한탄만 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프로팀 감독은 “귀를 열고 농구계의 다양한 의견과 입장을 잘 조합해 내기만 해도 농구는 지금보다 훨씬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창규 조은지기자 nada@seoul.co.kr
  • ‘버럭 쉐프’ 이선균, ‘파스타’ 이끌어

    ‘버럭 쉐프’ 이선균, ‘파스타’ 이끌어

    MBC ‘파스타’에서 180도 연기변신을 시도, ‘버럭쉐프’ 로 분한 이선균이 똑같이 ‘맛’ 을 소재로 한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과는 판이하게 다른 캐릭터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에 이선균의 ‘버럭’ 캐릭터를 두고 네티즌 간에 ‘설전’ 이 벌어지기도 했다. 넘버 1쉐프 최현욱(이선균 분)과 요리로 현욱에게 자존심을 꺾인 ‘라스페라’ 쉐프들이 대립양상을 띄면서 현욱이 쉼 없이 소리를 질러댔던 것. 현욱은 요리사들이 잘못 만든 음식을 집어던지고 욕설을 퍼부으며 “너 내일부터 해고야” 라고 핏대를 올리는가 하면 “굼벵이 같은 놈들, 입 닥치고 요리나 해라” 라며 호통을 치기 일쑤였다. 방송을 본 후 시청자들은 “고함지르는 신이 너무 많다” “드라마를 보다가 중간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는 반응도 있었지만 “웬만큼 큰 목소리는 음식만드느라 정신없는 요리사들에게 전혀 들리지가 않는다” “큰 식당의 주방은 일사분란해야 해 위계질서, 군기가 중요하다” “불과 기름, 칼을 다루는 위험한 곳이어서 그렇다” 며 ‘버럭’ 캐릭터를 지지하는 입장이 대부분이었다. 이와 관련, 이선균의 소속사 호두 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기존과 전혀 다른 캐릭터고 또 실제 촬영장에서는 그보다 더 크게 소리를 질러야 해 촬영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며 연기에 몰입해 있는 최근 근황을 전했다. 한편, ‘라스페라’ 식당 지배인이 “여자들은 전부 해고됐습니다. 쉐프가 아주 물건입니다” 라는 대목에서 베일에 싸인 ‘라스페라’ 의 사장이 과연 누구일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이에 김산(알렉스 분)이 ‘라스페라’ 의 숨겨진 사장이 아니냐는 예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식당을 방문해 요리를 맛보는 장면과 해고당한 유경의 주위를 맴도는 것이 그것. 알렉스의 대사 논란과 ‘버럭쉐프’ 이선균의 선방에 힘입어 이날 MBC ‘파스타’ 2회분(AGB 닐슨)의 시청률은 15.1%를 기록해 14.6%를 얻은 SBS ‘제중원’ 을 눌렀으며 15.9%를 얻은 KBS2 ‘공부의 신’ 을 바짝 쫓았다. 또 TNS 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파스타’ 는 11.9%, ‘제중원’ 15.8%, ‘공부의 신’ 은 18.5%를 보였다. 사진 = MBC 서울신문NTN 백영미 기자 positive@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KIA 서재응 연봉 20% 삭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는 5일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 서재응(33)과 3억원에 2010년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시즌 3억 7500만원을 받은 서재응은 20%(7500만원) 삭감됐다. 서재응은 이날 연봉 협상을 마치고 “2년 연속 연봉이 삭감돼 자존심이 많이 상한다.”며 “이번 시즌에는 몸 관리를 철저하게 해서 반드시 자존심을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2007년 12월 KIA에 입단한 서재응은 2008년에는 연봉 5억원을 받았으나 성적이 부진해 해마다 연봉이 깎였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파스타’, 착한 드라마로 인기몰이 시동

    ‘파스타’, 착한 드라마로 인기몰이 시동

    MBC 파스타가 역동감 넘치는 ‘주방’ 의 모습과 전문직 ‘요리사’ 로서의 사명의식을 담아내기 시작하면서 ‘착한 드라마’ 로 안방극장에 훈훈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5일 2회 방송분에서 추천메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긴박하게 돌아가는 주방의 풍경이 평화로운 홀의 모습과 대조를 이루면서 생동감 있는 영상을 담아냈다. 또 해고 당한 후 “그만 두는 것을 합리화할까봐 내가 나를 가뒀다” “배고프다는 손님보다 더 중요한 규정이 있나” “주방은 손님꺼죠 손님이 주인이죠” 라고 말하는 주방 막내 서유경(공효진 분)이나, 극중 ‘퇴출파’ 여자 해직 요리사 하재숙(이희주 분)의 “후라이팬 뺏기면 다 뺏기는 거다” 라는 대사 속에서 전문직으로서 요리사의 사명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방송을 본 후 시청자들은 “비주얼이 반은 먹고 들어간다” “직업에 남여의 구별이 있나, 남자들이 많은 업종에서 근무하다 여자라는 벽에 부딪혀서 지금은 실직상태라 정말로 가슴에 와닿는 드라마다” “남성 중심의 사회의 벽에 힘겨워하는 여성들을 응원하고 싶다” 는 등의 격려 메시지를 전했다. 넘버 1쉐프 최현욱(이선균 분)과 요리로 현욱에게 자존심을 꺾인 ‘라스페라’ 쉐프들이 대립구조를 이루면서 현욱은 쉼 없이 소리를 질러댔고 이런 현욱의 ‘버럭’ 캐릭터를 두고 네티즌 간에 ‘설전’ 이 벌어지기도 했다. “고함지르는 신이 너무 많다” “드라마를 보다가 중간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는 반응도 있었지만 “웬만큼 큰 목소리는 음식만드느라 정신없는 요리사들에게 전혀 들리지가 않는다” “큰 식당의 주방은 일사분란해야 해 위계질서, 군기가 중요하다” “불과 기름, 칼을 다루는 위험한 곳이어서 그렇다” 며 ‘버럭’ 캐릭터를 지지하는 입장이 대부분이었다. 한편, 시청률 조사기관 TNS미디어 코리아에 따르면 5일 방송된 MBC ‘파스타’ 의 시청률은 11.9%, SBS ‘제중원’ 15.8%, KBS2 ‘공부의 신’ 은 18.5%를 보였다. 또 AGB 닐슨에 따르면 MBC ‘파스타‘ 는 15.1%를 기록해 14.6%를 얻은 SBS ‘제중원’ 을 눌렀으며 15.9%를 얻은 KBS2 ‘공부의 신’ 을 바짝 쫓았다. 사진 = MBC 서울신문NTN 백영미 기자 positive@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영화 ‘전우치’ 할리우드 독주 속 고군분투

    영화 ‘전우치’ 할리우드 독주 속 고군분투

    강동원 주연의 ‘전우치’가 외롭게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25일 이후, 국내 박스오피스 10위권 안의 한국영화는 ‘전우치’가 유일하다. ‘전우치’는 지난달 23일 개봉 첫 날부터 20만 관객을 동원하며 현재 350만 관객을 훌쩍 넘어섰다. 개봉 2주차에도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한 ‘전우치’는 평일 평균 약 10만 관객을 모으며 꾸준한 흥행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개봉 3주째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는 ‘아바타’가 7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둔 가운데, ‘셜록 홈즈’와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나인’ 등 할리우드 대작 영화들이 국내 영화계를 장악하고 있다. 반면 12월 개봉된 한국영화는 ‘전우치’를 제외하고, 차승원 주연의 ‘시크릿’만이 간신히 100만 관객을 넘겼다. 고현정, 최지우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여배우들’과 한채영, 강혜정 주연의 ‘걸프렌즈’, 김범의 ‘비상’ 등도 흥행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다른 영화들과의 비교선상에서 ‘전우치’는 몇 가지 두드러진 장점을 갖고 있다. 우선 이 작품은 강동원을 비롯, 임수정·김윤석·유해진·염정아 등 톱스타와 연기파 배우들을 대거 기용했다. ‘타짜’, ‘범죄의 재구성’으로 연출력을 입증한 최동훈 감독은 각 배우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특기를 아낌없이 발휘했다. 또 100억 원대의 제작비를 투입해 완성한 CG와 세련된 와이어 액션 등은 기존 한국형 히어로 영화와 차별화를 시도했다는 호평을 받으며 ‘전우치’의 흥행에 한 몫을 해냈다. ‘아바타’를 중심으로 한국 영화계를 휩쓸고 있는 외화의 물결 속에서 ‘전우치’는 굳건히 국내 영화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1월과 2월에 개봉을 앞둔 설경구 주연의 ‘용서는 없다’와 이나영의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송강호와 강동원이 활약하는 ‘의형제’ 등이 ‘전우치’를 이어 한국영화에 새로운 ‘호랑이’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 = 각 영화 포스터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올 금융가 風林火山… 빅뱅의 해 예고

    올 금융가 風林火山… 빅뱅의 해 예고

    2010년 은행권의 화두는 합종연횡(合從連衡)이다. 우리은행 민영화와 외환은행 매각이라는 업계 지각변동의 회오리가 예고돼 있다. 짝짓기 결과에 따라 승자로 도약하는 기회를 잡을 수도, 아니면 낙오자로 떨어질 수도 있다. 4일 은행장들이 밝힌 새해 출사표에는 이런 분위기가 잘 반영돼 있다. 금융위기의 여진을 잘 헤쳐가기 위한 ‘내실경영’과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포착, 도약의 발판을 삼기 위한 ‘공격경영’을 강조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KB금융지주 대표이사와 은행장 자격으로 2개의 신년사를 내놓았다. 그는 올해의 경영전략 방향으로 ‘변화와 혁신을 통한 리딩뱅크 위상 강화’를 제시하고 “10년 이상 1등 은행의 신화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그는 손자병법의 ‘풍림화산(風林火山)’이란 말을 새겨달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풍림화산이란 들판을 가로지르는 바람처럼 빠르게 움직여야 할 때도 있고 고요한 숲처럼 조용하기도 하며 뜨거운 불길처럼 맹렬하거나 큰 산처럼 묵중해야 할 때도 있다는 뜻이다. 최근 지주사 회장 선출 등과 관련해 복잡한 상황 속에 인수합병의 때를 기다리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아시아 톱 10, 세계 톱 50위’의 꿈을 실현하는 한해를 만들자고 했다. 그는 “국내 금융권의 판도는 은행간 인수합병(M&A)이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은행간 합종연횡이 마무리되면 은행산업은 메가뱅크의 과점 체제로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이 행장은 그러나 최근 몇년동안 신한금융지주가 활발한 M&A를 지속했기 때문인지 “(올해 우리에게는)홈런이 아닌 안타가 필요하다.”면서 내실 강화를 강조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도 ‘내실을 통한 도약’을 주문했다. 이 행장은 내실 성장의 과제로 수익기반 확충을 꼽고 “수익성은 물론 건전성, 유동성, 생산성, 자본적정성 등 모든 재무지표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지난해 다져놓은 기반을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해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면서 “새로 출범한 카드사와 캐피털, 생명보험 등의 고객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채널과 상품이 준비된 만큼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용로 기업은행장도 공격경영을 주문했다. 그는 “지난해 어둠 속을 거침없이 걸어갔다면 이제는 기회의 강을 건너야 할 차례”라면서 “개인 및 기업금융의 적절한 조화를 통한 성장과 고객 만족을 넘어선 고객 행복을 이뤄내자.”고 강조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공무원교육 수출상품화 박차

    행정안전부 산하 중앙공무원교육원(COTI·중공교)이 새해 지식수출 상품화에 적극 나섰다. 자국 공무원들을 교육시켜 달라는 국가들이 점차 늘면서 중공교가 공무원교육 상품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경배 중공교 국제교육협력관은 4일 “최근 인도와 아제르바이잔을 방문해 이들 나라가 교육경비 전액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올해 고위 공무원 교육과정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각 과정당 2주 코스로 약 1억원 규모다.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공무원 인사제도·교육훈련 분야’를, 인도정부는 ‘정부개혁과 고위공무원 리더십훈련’을 각각 교육주제로 정했다. 박 협력관은 “아제르바이잔은 천연가스 등 자원부국이어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에 이어 자원외교에도 한몫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구 대국인 인도의 경우 공무원 자존심이 높아 외국교육을 거의 보내지 않는데 이번 수주를 계기로 다른 분야 시장확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간 주문식 맞춤형 외국공무원 과정 유치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약 73억원에 이른다. 중공교는 1984년부터 74개 과정에서 1415명의 교육생을 배출했다. 지난해엔 말레이시아 등 외국정부의 요청으로 6개 과정 97명이 연수를 거쳤다. 중공교는 그동안 공적개발원조(ODA) 일환으로 진행해온 행정발전과정 등의 교육에서 나아가 전략적인 유상교육으로 전환 중이다. 올해는 인도, 아제르바이잔, 일본, 러시아, 브루나이 등으로부터 9개 과정 156명의 외국공무원이 유상교육을 받는다. 11월엔 2주 코스의 아세안(ASEAN) 공무원안전자원개발과정에 22명이 참가해 다국적 교육을 받는다. 특히 중공교 교육은 시작한 지 20여년이 되면서 수료생들 사이에 ‘COTI파’가 형성돼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 친한파·지한파 형성에도 더없이 좋은 코스다. 중공교 측은 “말레이시아는 우리 교육을 마친 공무원들이 장·차관 및 사무총장 등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국영기업 요직으로 옮겨가는 등 소위 ‘COTI 마피아’가 형성됐을 정도”라고 전했다. 교육 사후관리에도 적극 나서는 점 역시 수료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홈페이지 뉴스레터, 졸업생을 초청하는 홈커밍데이 행사로 해외 공무원들 간 네트워크 형성도 발 빠르게 주도하고 있다.”고 중공교 측은 덧붙였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변신/이시원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변신/이시원

    등장인물 변신남(남·46세), 조사원(남·30세), 여직원, 남직원, 젊은 여인, 교복1·2, 양복남자, 전당포주인, 딸(변신남의), 아내(변신남의), 문신 남자, 교도관, 사람들1·2·3·4, 노숙자들 ※변신남과 조사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배역은 1인 다역을 하도록 한다(젊은 여인?변신남의 아내/여직원?변신남의 딸, 사람들2, 노숙자/교복1·2?사람들3·4, 노숙자/양복남자?문신남자/전당포주인?교도관, 노숙자/남직원?사람들1, 노숙자). 시 간 현재 무 대 무대는 기본적으로 비어 있다. 장소들은 각각 구체적으로 재현되기보다는 공간·디테일·조명 등으로 처리되며, 소도구는 극의 진행에 따라 사용한다. 시간과 장소의 전환은 ‘변신남’의 회상을 재현하는 것에 바탕을 두며 특별한 논리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물의 이동 또한 사실성에 얽매이지 않고 시간여행하듯 자연스러워야 한다. ―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 민원실 민원창구에 앉아 있는 여직원. 한 젊은 여인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다. 여직원 어서 오십시오. 시민의 안전을 지켜드리는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입니다. 젊은여인 (가쁜 숨을 내쉬며) 내 남편 어디 있어요? 여직원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젊은여인 내 남편이요. 여직원 연락을 받고 오셨습니까? 젊은여인 전화요. 전화가 왔었어요. 여직원 아, 그럼 남편 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젊은여인 김상수. 여직원 김상수님…(컴퓨터로 조회해 보고) 두 분이신데…, 혹시 관리번호 받으셨습니까? 젊은여인 번호요? 아, 번호. (휴대전화를 꺼내 보여주며) 이건가요? 여직원 네, 맞습니다. 3-17이면··· (찾고) 아, 저희 쪽에 계시네요. 잠시만요. (인터폰으로) 3-17번 보호자 분 오셨습니다. (끊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젊은여인 내 남편, 괜찮은 거죠? 여직원 저희가 안전하게 모시고 있었습니다. 젊은여인 어디 다친 데는 없구요? 여직원 그러시리라 예상되지만, 나중에 정확한 검진은 필요하실 겁니다. 젊은여인 (안도의 한숨을 쉬고) 얼마나 걸리나요? 여직원 …네? 젊은여인 원래대로 돌아오는 시간이요. 여직원 개인차가 좀 심해서, 보통은 일주일에서 한 달인데 요즘은 더 짧거나 길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남직원이 상자를 들고 나온다. 젊은여인 (남직원의 손에 들린 상자를 보자마자, 와락 달려들듯) 자기야. 남직원이 상자를 내밀고는 뚜껑을 열어 젊은 여인에게 보인다. 상자 안에는 덩그러니 머그컵 하나가 들어 있다. 젊은여인 (여직원을 쳐다보고는) 컵이네요? 여직원 (한번 들여다보고는) 네, 컵이네요. 뭘로 변신하셨는지 전해 듣지 못하셨나요? 젊은여인 (컵을 본다) 남직원 남편 분은 오늘 아침 을지로2가 대로변에서 컵으로 변신하셨습니다. 젊은여인 머그컵으로요? 남직원 예. 젊은여인 이게 설마 내 남편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죠? 남직원 (주머니에서 남편의 신분증을 꺼내 건네며) 정확한 변신 추정시간은 오전 8시 50분경이고, 운전을 하시던 중에 일이 발생하는 바람에 을지로 일대가 잠시 마비가 됐었습니다만, 다행히 저희 관리국의 발 빠른 긴급대응으로 출근 대란은 없었습니다. 젊은여인 말도 안 돼…. 아침까지 말짱했는데요. 남직원 요즘 유행하는 변신의 가장 흔한 유형입니다. 옷도 소지품도 남기지 않은 채 신분증만 덩그러니 남는 경우죠. 젊은여인 (컵을 받아들고 바라보다가) 남편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남직원 빠르면 일주일 이내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실 겁니다. 젊은여인 돌아오기는 하는 거예요? 남직원 (여직원에게) 안내를 충분히 안 해드렸나요? 여직원 그게…. 젊은여인 영영 안 돌아올 수도 있다는 거예요? 남직원 대개는 돌아온다고 보고 있습니다. 시간이 문제죠.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하는데, 발생한 지 일 년이 채 안 되는 질병이라서 아직 임상 단계입니다. 통계도 잡혀 있지 않고, 아직 질병으로 분류하기에도 뭣하고 해서 지켜보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습니다. 젊은여인 그건 안 돌아온 사람도 있다는 얘기잖아요. 남직원 너무 염려 마십시오, 돌아오실 겁니다. 다만 깨지지 않게 주의하셔야 합니다. 깨지기 쉬운 물건으로 변신하셨을 경우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거든요. 잘못하다가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해도 어느 한 곳이 불구가 될 수도 있고, 기억이나 신경들이 뒤엉켜버릴 수도 있습니다. 젊은여인 (컵을 보며 울먹이는) 자기야…. 남직원 자동차는 신청서를 작성해주시면 일주일 이내에 순서에 따라 댁으로 배달이 될 겁니다. 그리고 남편 분께서 본 모습으로 돌아오시면 저희 본부민원실이나 희망2과로 연락 주십시오. 그럼 저희가 직접 방문하여 도와드리겠습니다. 여직원 언제든지 전화 주시면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종이를 내밀며) 여기 인수증에 사인해주시겠어요? 남직원, 머그컵을 챙겨 상자에 담으려고 하는데 젊은 여인이 컵을 들어 바라본다. 젊은여인 (컵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곰이에요. 남직원 예? 여직원 (그림을 보고) 어머 그러네요. 젊은여인 남편이 동물을 아주 좋아했는데…. 곰처럼 묵묵히 일만 하던 사람이었어요. 오늘 아침에도 늦었다고 그러면서 헐레벌떡 나갔었는데. (남직원을 향해) 그런데 왜 곰이 되지 않고, 하필 머그컵이 됐을까요? 남직원 …. 젊은여인 머그컵이 된 사람도 있었나요? 남직원 글쎄요. (여직원을 쳐다보며) …잘 모르겠습니다. 여직원 머그컵이 흔한 건 아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에요. 어떤 분은 칫솔이 되기도 하셨고 선풍기나 베개가 된 분도 계시거든요. 심지어는 스티커가 된 분도 계시는걸요. 젊은여인 스티커요? 여직원 네. 다섯 살짜리 따님의 장난감 휴대폰에 안전하게 붙어 있다가 본래 모습으로 복귀하셨다는 얘길 들었거든요. 젊은여인 그렇구나. (그림을 보며) 당신 이렇게 뚱뚱하지 않았잖아. 곰처럼 생기진 않았었는데. 여직원 외모와 변신은 별개랍니다. 젊은여인 그래도 컵은 좀. 남직원 왠지 여유로워 보이시는데요, 남편 분. 젊은여인 …. 남직원 꿀을 넣은 차 한 잔을 생각하셨을지도 모르죠. 변신하던 그 순간에요. 여직원 (저도 모르게 피식 미소 짓는) 남직원 머그컵은 아주 낭만적인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여인 그런가요? 남직원 남편 분의 쾌속 복귀를 기원하겠습니다. 여직원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 희망2과도 남편 분의 쾌속 복귀를 기원하겠습니다. 젊은 여인은 남직원과 여직원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어둡다. 상심한 표정으로 들고 있던 머그컵을 상자에 넣으려고 하는 젊은 여인. 그러다가 그만 손에서 머그컵이 미끄러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도자기 깨지는 소리와 함께 산산이 부서지는 머그컵. 놀라서 얼어붙은 세 사람. 젊은 여인이 비명을 지른다. 암전. 어둠 속에서 뉴스캐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뉴스캐스터(목소리) 최근 무작위적인 변신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오늘 오후 2시경 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깨뜨려 죽음으로 몰고간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화양동에 사는 서른두 살 박모 여인은 오늘 오전 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인수받기 위해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를 찾았습니다. 인수증에 사인을 하기 전, 남편임을 확인하기 위해 컵을 들고 자세히 살피다가 그만 바닥에 떨어뜨려 깨지는 사고가 일어난 것인데요. 검찰은 직원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이런 실수를 범한 박모 여인을 구속하고 실수가 아닌 고의적 훼손, 즉 살인이 아닌지를 검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박모 여인은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시민단체에서는 과실치사에 해당되는 사건인 만큼 박모 여인에게 무죄를 적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뉴스가 시작되고 잠시 후, 희미하게 조사실이 보이기 시작하면 변심남과 조사원이 문서를 작성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가 끝나면 무대 완전히 밝아진다. 컴퓨터에 뭔가 기록하는 조사원과 맞은편에 앉아있는 변신남. 변신남은 반팔 남방차림에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다. 조사원 (자판을 두드리며) 깨어났는데 새벽이었단 말씀이시네요. 변신남 그렇다니까요. 조사원 쓰레기 집하장에서 말이죠. 변신남 정확히는 쓰레기 더미 사이였어요. 사방이 쓰레기봉투였고 머리 위로도 몇 덩이 쌓여 있었습니다. 조사원 얼마 동안이나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시구요? 변신남 그걸 알고 싶어서 여기 온 거 아닙니까. 조사원 그걸 알려 드리려면 저희 쪽에 협조해주셔야 합니다. 변신남 하고 있잖아요. 8월 1일. 그게 마지막 기억입니다. 조사원 휴대폰의 마지막 문자기록과도 일치하네요. 변신남 다 말했잖아요. 8월 1일 저녁에 마누라랑 딸이랑 쇼핑 간다고 문자가 왔어요. 바로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실직자에겐 집에 아무도 없는 게 천국이거든요. 조사원 그리고 집에서 맥주를 한잔 하신 것 같다고 했는데 어떤 맥줍니까? 변신남 맥주가 우리 집 찾는 거랑 뭔 상관입니까? 조사원 알코올 성분이 선생님 몸에 어떤 반응을 일으켜서 변신 또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걸 수도 있는 거잖아요. 변신남 나 술 쎄요. 맥주 세 캔에 필름 끊기고 그런 거 안 해요. 조사원 (기록하며) 세 캔이라··· 아까는 하나 드셨다고 안 하셨나요? 변신남 하나고 셋이고 그 정도로는 멀쩡하다니까요. 이건 술과는 상관이 없어요. 어느 순간 머리가 띵하더니 깨지게 아팠고 그 다음엔 기억이 없다니까요. 조사원 예 알았습니다. 어떤 걸로 변해 있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시구요. 변신남 그냥 깨어나 보니까 처음 와 본 곳이었고, 그 전의 모습을 보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니까요. 조사원 변신 순간에도 혼자셨나요? 변신남 그걸 기억하면 내가 여기서 똑같은 얘기 반복하고 있겠어요? 조사원 오늘이 9월 30일입니다. 두 달 만에 돌아오신 분도 흔치 않지만 이렇게 전혀 기억을 못하시는 분은 없었거든요. 사람에 따라 기억이 돌아오는 속도가 다르긴 하지만, 선생님은 아직 변신 후 복귀라는 확실한 증거도 없구요. 변신남 미치겠네 진짜. 휴대폰 기록과도 일치한다면서요. 조사원 잘 생각해보세요. 변신했다가 돌아온 분들은 긴 악몽을 꾼 것처럼 몸과 마음이 무겁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은 대개 기억하고들 있었습니다. 변신남 이유가 있을 거 아뇨. 이렇게 사람들이 변신하는 이유를 알면, 나도 그러그러해서 변했겠구나 추측도 하고, 그러면 자연히 내가 변신했었는지 단순 기억상실인지 분간도 가능하고. 조사원 저희도 원인을 파악하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더 이상 사회적인 문제로 커지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구요. 변신남 최선만 다하면 뭐해요. 밝혀진 건 모두에게 알려서 스스로 원인을 제거하고 정확하게 진단해서 치료하도록 해야지. 뭐든 불투명해서 좋을 거 없잖아요. 조사원 아직 밝혀진 게 없어서 그런 거죠. 아니면 밝힐 단계가 아니거나요. 변신남 그러니까 발전이 없는 거예요. 질병은 만방에 알려 함께 고쳐나가는 게 맞는 거 아니요? 나 같은 케이스의 변신이 또 있을지 누가 알아요. 조사원 저희도 이게 변종인지 조사가 필요해서 그렇습니다. 변신남 마누라랑 집 찾아달라고 했더니 이제 변태취급까지 하는 거요? 여기서 하는 일이 뭔데. 변신한 사람들, 아니 물건들, 집 찾아서 안전하게 돌려보내주고, 돌아오면 변신한 이유가 뭔지 파악하고 그러는 거 아니냐구요. 조사원 진정하십시오. 안 도와드리겠다는 게 아니라 집에서 변신했는데 깨어나 보니 쓰레기장이었다는 건 저희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 아닙니까. 거기다가 변신해 계셨던 기간도 길고, 어떤 걸로 변신해 있었는지조차 모르신다면서요. 변신남 나도 이상하니까 이렇게 찾아온 거 아닙니까. 조사원 보통은 변신을 했을 경우 신고가 들어옵니다. 가족이나 친구 혹은 시민들이 발견하고 신고를 해주시거든요. 저희 직원들에 의해 발견되는 경우도 있구요. 하지만 선생님께선 변신이 아니라 단순한 기억상실증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나 막중한 책임감 같은 걸 느끼셨냐는 질문에도 아니라고 답하셨잖습니까. 변신남 내 마누라랑 딸이 없어지고 집이 이사를 갔다니까요. 조사원 그 점도 이상하구요. 변신남 변신이 틀림없어요. 내 기억에서 지워진 두 달 사이에 뭔 일이 생긴 겁니다. 집이 사라지고 가족들도 연락이 안 되고. 뭔가 사고가 있는 게 틀림없다구요. 조사원 집에서 변신했다면 왜 사모님이 신고를 안 하셨겠어요. 변신남 내가 묻고 싶은 게 그겁니다. 조사원 혹시 몽유병 같은 거 앓으신 적은 없으시죠? 변신남 지금 장난합니까? 조사원 병력 사항 질문란에 적혀 있어서 그럽니다. (뭔가 기록하고)쓰레기장 주변 CCTV를 조사 중이니까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겁니다. 누군가 쓰레기장에 선생님을 옮겨 놓은 게 포착되면 역추적을 통해서 이동 경로가 파악되겠죠. 스스로 쓰레기장에 들어가지는 않으셨을 거 아닙니까. 변신남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내 발로 쓰레기장에 들어가겠어요? 조사원 알겠습니다. 변신남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냈다거나 하는 건 다시 알아볼 순 없습니까? 조사원 아까 알아봐 드렸잖아요. 변심남 그 사이에 또 뭐가 들어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조사원 경찰서 조회 결과로도 확인되는 게 없고. 저희 쪽에도 신고된 게 아직 없습니다. 네트워크로 연결돼서 바로 뜨거든요. 변신남 …. 조사원 조만간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서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선생님 가족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기다리다 보니까 신고를 하지 못한 걸 수도 있으니까 더 기다려보는 수밖에요. 변신남 (풀이 죽는다) 조사원 기억을 더듬어 보세요.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이 제일 빠릅니다. 변신남이 기억을 더듬어 회상으로 넘어간다. 그 때, 돌멩이 하나가 변신남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온다. 돌을 주워드는 변신남.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는 소리가 들린다. 변신남 그날도 다른 날처럼 아침 일찍 출근을 한다고 집을 나왔던 것 같아요. 월요일이었던 것 같은데·…, 아니 화요일이었나? 회사에 안 나가면서부터 요일 구별하기가 점점 힘들어져서요. 딸은 방학이라 오전에 영어학원을 갔을 테고, 마누라는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하는 에어로빅에 갔을 겁니다. 구립도서관에서 시간을 때우다 나왔는데,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육교가 하나 있어요. 그 앞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 둘이 경찰이랑 얘기하고 있는 걸 봤습니다. 무대는 육교가 서 있는 도로가로 바뀌고 변신남이 돌멩이를 들고 육교 한쪽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간다. 경찰의 모습은 관객에게 보이지 않고 교복을 입은 두 여학생만 경찰과 인터뷰하듯 이야기한다. 변신남은 육교 건너편에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교복1 진짜예요. 한순간에 변했다니까요. 교복2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교복1 바로 이 육교예요. 교복2 저기 위에 보이시죠? 우린 그냥 걸어가고 있었어요. 교복1 독서실은 반대쪽인데 떡볶이랑 순대 먹으려면 여기로 지나가야 되거든요. 교복2 그 시간에는 원래 육교에 사람이 없어요. 저쪽으로 조금만 가면 횡단보도가 있거든요. 교복1 우리는 그냥 여기로 건너요. 조금 편하자고 돌아가고 그러는 거 우린 안 하거든요. 이런 날씨에는 육교로 건너고 그러는 게 더 낭만적이잖아요. 교복2 오늘은 다른 날보다 사람도 없고 거리가 한산하면서 묘하게 나른했어요. 교복1 네, 그냥 단순히 여름이라 그런 게 아니라, 뭐랄까 아지랑이가 세상을 녹일 것 같은 그런 날 있잖아요. (교복2에게) 좀 영화 같지 않았냐? 교복2 많이 영화 같았지. 교복1 그치그치. (앞을 보며) 한 아저씨가 육교로 올라오고 있더라구요. 와이셔츠를 입고, 보통 키에 그냥 흔한 아저씨였는데요, 우리는 반대쪽에서 올라갔고요. 교복2 그런데 뭔가 이상한 거예요. 그 아저씨 몸이 흐물거려 보였거든요. 교복1 아냐. 희미해 보이는 것 같았어. 옅어졌달까. 교복2 흐물거리던데. 교복1 희미해졌다니까. 교복2,1 (동시에 강하게 부정하며) 아니에요. 거짓말 아니라니깐요. 교복1 얘랑 저랑 말이 다른 게 아니라 표현방식이 다른 거예요. 교복2 원래 같은 걸 봐도 느끼는 회로 방식이 달라서 그래요. 교복1 아무튼요··· 그 아저씨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다가, 점점 줄어들더니··· 교복2 한순간에 펑. 교복1 ‘펑’은 맞는데 스모그는 없었지? 교복2 맞아. 스모그가 없어서 더 마술 같았어요. 교복1 만화영화 보면 사이즈가 팍팍 줄어들면서 변신하는 장면 있잖아요. 교복2 슬로모션처럼요. 촤르르르륵. 교복1 딱 그랬다니까요. 그러더니 호호아줌마처럼 펑, 교복2 하고, 돌멩이가 됐다니까요. 교복1 네? 아, 네. 저희가 원래 호흡이 척척 맞아요. 돌멩이요? 교복2 그게요…. 교복1 사실 그 돌멩이 때문에 저희가 제보를 드린 건데요…. (교복2에게) 내가 말해? 교복2 (끄덕인다) 교복1 얘가요…, 장난으로 그 돌멩이를 차버렸거든요. 교복2 그러니까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요…, 그 아저씨가 돌멩이로 변해서, 그걸 보는 순간 제 눈을 믿기 힘들어서, 한번 건드려본다는 게 그만…. 진짜 살짝 찼는데 밑으로 굴러 떨어지더라구요. 교복1 육교에서 차니까 당연히 밑으로 떨어지죠. 제가 봐도 진짜 살짝 찼거든요. 교복2 그래서 우리가 막 찾았는데 이 돌멩이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교복1 가로수 밑이랑 인도 쪽도 샅샅이 뒤져 봤어요. 교복2 근데 그 아저씨 진짜 돌멩이로 변한 거 맞죠. 교복1 사람들이 이상한 걸로 변한다는 얘긴 되게 많이 들었는데, 우린 말만 들었지 처음 봤거든요. 교복2 당근 처음이지. 왕 놀랐다니까요. 교복1 나도 완전 놀랐잖아. 교복2 아니라구요? 왜요? 맞는 거 같은데. 교복1 우리가 직접 봤다니까요. 교복2 그 돌멩이는 어디 있는지 우리가 모르죠··· 몰라서 경찰서에 신고한 거죠. 교복1 아,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에도 신고하려고 했는데요 교복2 일단 돌멩이부터 찾아야 될 거 같아서요. 원래 뭐 찾는 건 경찰아저씨들이 더 잘하잖아요. 교복1 돌멩이 어딨냐고 물어보시는 거 보니까, 변한 거 맞죠. 그거 변신이죠? 교복2 맞아 맞아. 아저씨 얼굴 굳어지는 거 보니까 맞다. 교복1 (깜짝 놀라며)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 우리는 그냥…. 그럼 직접 찾아보시면 되잖아요. 돌멩이를 들고 가서 신고 안 한 건 우리 잘못이지만, 그래도 목격자 신고는 했잖아요. 도서관도 안 가고 조사까지 받고. 교복2 그런데… 그 돌멩이 못 찾으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교복1 저도 그게 걱정이에요. 변신남이 두 여학생에게 다가간다. 변신남 혹시, 이 돌멩이 찾나? 교복1, 2 (눈이 휘둥그레져서) 오 마이 갓! 바로 이거예요. (뺏듯이 가져가서 경찰에게 보여주는) 이 돌멩이예요. 확실해요. 육교 위에 굴러다닐 만한 돌이 아니잖아요. 변신남 …그냥 돌멩인데. 교복1 이런 짱돌이 육교에 있는 거 보셨어요? 교복2 (돌을 바닥에 내려놓고 살짝 차본다) 맞아요. 느낌이 똑같아요. 교복1 경찰서로요? 교복2 우린 무죄인 거죠? 그냥 참고인으로요? 교복1, 2 재잘거리며 경찰을 따라 나간다. 교복1, 2 (나가면서) 그러지 말고 변신대책본부로 가면 어때요. 거기가 어떤 덴가 구경하고 싶어요. 포상 같은 건 없나요? 사회봉사 가산점 같은 건요? 무대 중앙은 어두워지고 조사원이 앉아 있는 조사실 쪽이 밝아진다. 변신남이 원래 있던 자리로 가서 앉는다. 조사원 그 돌멩이라면 저도 기억합니다. 유일했었죠. 변신남 그 사람은 돌아왔습니까? 조사원 일주일 쯤 뒤에 돌아왔다고 들었습니다. 제 담당은 아니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자살하러 가는 길이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요. 변신남 자살이요? 조사원 뛰어내리려고 점찍어둔 산에 큰 바위가 있는 절벽이 있었는데, 거기로 가는 길이었답니다. 그러다가 변신을 하게 됐구요. 변신남 다시 뛰어내린 건 아니겠죠? 조사원 별 소식 없는 걸 보면 힘내서 잘 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변신남 다행이군요. 하필 돌멩이라니…, 그걸 보니까, 혹시 변하게 되더라도 돌멩이로는 변하지 말자,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돌멩이는 좀…, 씁쓸하지 않겠습니까? 조사원 그러네요. 사이. 남직원 그 다음엔 어디로 가셨습니까? 노숙자들이 무대 위로 나온다. 한 줄로 서서 변신남 옆을 천천히 지나가는 노숙자들. 그들은 공원에서 배식하는 점심을 먹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다. 변신남,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 뒤에 서서 따라간다. 변신남 늘 가던 공원에 갔습니다. 점심은 항상 여기 와서 먹거든요. 점심값도 아낄 겸 해서요. 그런데 그날은 어떤 양복 입은 남자와 밥을 같이 먹게 됐습니다. 무대는 공원 벤치로 바뀐다. 변심남이 사랑의 밥차에서 타온 도시락을 들고 벤치에 앉아 먹기 시작한다. 똑같은 도시락을 든 양복 남자가 벤치에 다가온다. 양복남자 다른 벤치가 꽉 차서. 변신남 (자리를 조금 비켜준다) 양복남자 (앉으며) 찬이 점점 부실해지네요. 변신남 예, 뭐. 두 사람, 먹는다. 양복남자 우리 구면이죠? 변신남 (양복남자를 한번 쳐다보고) 그런 것도 같고…. 양복남자 대개는 얼굴 익힐 만하면 안 보입니다. 노숙자도 아니고 매일 같은 시간에 와서 밥 타먹기 뻘쭘하니까 그렇죠. 변신남 …. 양복남자 실례지만, 뒤쪽에 있는 인력 사무소에 나오십니까? 변신남 아닙니다. 양복남자 옷차림이 아니다 싶었습니다. 저도 아닙니다. 변신남 …. 양복남자 하지만 일자리는 구하고 있죠. 변신남 면접이 있으셨나 봅니다. 양복남자 웬걸요. 이 나이에 면접 볼 데나 있겠습니까. 변신남 그럼…,(넥타이를 바라보는) 양복남자 아, 이거요? 뭐 흔한 케이습니다. 정리해고 당한 걸 집사람도 아는데, 제가 집에 있는 걸 도무지 싫어해서요. 산책하는 기분으로 편한 옷이라도 입고 나갈라치면 티 좀 내지 말라고 해서 늘 이런 차림입니다. 변신남 예…. 양복남자 (서류가방을 들어 보이며) 만화책도 몇 권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빌려드리죠. 변신남 예, 그럼 있다가. 두 사람, 먹는다. 양복남자 들으셨어요? 변신남 뭘요? 양복남자 어제 뉴스에 나왔잖아요. 회의실 단체 변신 사건. 변신남 아, 그거요. 양복남자 거기, 제가 다녔던 회삽니다. 아침마다 매출신장 몇 퍼센트 달성을 외치며 으쌰으쌰하는 회의가 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세뇌 같은 건데 그게 또 서로 경쟁이 붙고 분위기를 그쪽으로 몰아가면 압도되는 묘한 마력이 있거든요. 아무튼 그 회의실에서 무려 다섯 명이나, 똑같은 시간에, 변신을 했다는 거 아닙니까. 돼지저금통으로 변한 사람은 분명 박부장일 거예요. 원래 돼지같이 생긴 데다가 먹는 거랑 돈에만 욕심이 많았거든요.  변신남 . 복남자 (먹으며) 밥통으로 변한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그건 누군지 감이 잡히질 않아요. 아침을 안 먹고 왔을까요? 아니면 가족들 굶기게 될까봐 걱정을 했었나. 아무튼 월요일 아침마다 회의실 벽에 영업실적표가 나붙는데, 아침을 든든히 먹어도 그거 보면 속이 쓰리죠. 쇠주걱으로 긁어대는 것처럼 말입니다.  변신남 .  양복남자 제가 쓸데없는 얘길 했나요? 식사하시는데.  변신남 괜찮습니다. 어딜 가나 그런 얘기들뿐인데요.  양복남자 보건당국은 뭘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곳이면 의무를 다해야 하는데 말이죠. 이렇게 불안해서야 원.  변신남 국가재난설정 단계도 경계단계로 올라갔다고 하던데요.  양복남자 아무리 봐도 질병본부보다는 처음부터 재난본부에서 나섰어야 했던 거 아닌가 싶어요.  변신남 재난이든 질병이든 원인을 빨리 찾아야 할 텐데 말이죠.  양복남자 (먹으며) 신기하지 않습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안 변하잖아요.  변신남 우리 같은 사람들이요?  양복남자 이치가 그렇잖아요.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맡은 바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 성실한 사람들이 더 많이 변신을 한다 이겁니다.  변신남 그만큼 피로가 쌓인 사람들이니까, 몸의 변화도 다르겠지요.  양복남자 우리는요? 나야말로 피로가 켜켜이 쌓인 사람인데.  변신남 사람마다의 책임감과 의무감을 어떻게 재겠습니까.  양복남자 물론 상대적이겠죠. 그래도 노숙자는 안전하답니다. 걱정이 덜하니까요.  변신남 그럴 수도 있겠네요.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구요.  양복남자 예술가는 좋겠어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막중한 책임의식 같은 걸 가지진 않을 테니까.  변신남 꼭 그렇지만도 않겠죠.  양복남자 그렇다는 얘깁니다. 그래도 이건 뭐 소설 같은 데가 있지 않습니까?  변신남 .  양복남자 일하는 사람들 위주로만 변신한다고 하니 걱정입니다. 그 사람들 일자리, 우리한테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변신남 그럼 우리도 변하겠죠.  양복남자 그래도 좋으니까 그 자리를 꿰차고 싶은 심정입니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이렇게는 더 못살겠어요.  변신남 아직 다른 도시까지는 확대되지 않았답니다. 사람들이 지방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같던데요.  양복남자 서울의 인구를 줄이기 위해서는 좋은 대책일 수 있겠네요.  변신남 그렇게 되면 서울 경제는 누가 돌립니까?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일자리도 줄어들고.  양복남자 팔팔한 젊은 인력을 마구 뽑지 않을까요?  변신남 젊은 사람도 일하게 되면 똑같아지는 거 아닐까요? 살아남으려면 사회화되고 기성화될 테니까요.  양복남자 이럴 땐 내가 사회적 동물이란 게 싫어진다니까요.  변신남 사는 거, 퍽퍽하죠.  양복남자 예. 밥도 퍽퍽하고. (기합을 넣듯) 그래도 우리 주눅들지는 말자구요. 서로 변하지 말고, 매일 여기 나와서 밥 먹읍시다. 사랑의 밥.  변신남 긍정적으로 사시는 것 같습니다.  양복남자 다 살아지는 법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변신남 부럽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여유가 생깁니까.  양복남자 그런 게 있습니다.  변신남 (씁쓸한 표정으로 도시락을 덮는다)  양복남자 흠흠. 이건 비밀이라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해주는 건데, 처지도 비슷하고 나쁜 분도 아닌 것 같으니 내가 쓰는 방법을 알려드리지요.  변신남 방법이요?  양복남자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되는 비밀입니다. 쓸모 있는 걸로 변신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비법이 있어요. 나 같은 경우는 금으로 된 롤렉스시계로 변신합니다. 그리고 마누라한테 전당포에 맡기라고 하는 거죠. 밤이 되면 몰래 변해서 집으로 돌아오면 되고요.  변신남 그게 가능합니까?  양복남자 내가 이 더운 날 밥차에서 도시락까지 얻어먹으면서 거짓말 하겠어요? 불법으로 변신 기법을 가르쳐주는 곳이 있는데, 관심 있으면 소개해 주리다. 하지만 그걸 연마하려면 보통 수행으로는 어림없어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몸의 기를 몽땅 정수리에다 모으려면 (가슴을 탁 치며) 여기랑 (머리를 치며) 여기가 타들어가는 거 같거든요. 이런 더위는 아무 것도 아니죠.  변신남 믿기지는 않지만, 가능만 하다면야 뭘 못하겠습니까.  양복남자 아니, 가능은 한데, 먼저 믿어야 연마가 가능하다니까요.  변신남 그런 얘기는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데요.  양복남자 계속, 나는 무엇 때문에 살고 있나, 나는 왜 이렇게 사나, 나는 우리 가족에게 아무 쓸모가 없구나, 차라리 금덩어리로 변해라. 그런 생각을 아주 간절히 혼신을 다해서 하는 거죠. 그러면서 나에게 주어진 많은 짐들을 머리 가득 넣고 가슴으로 우는 거예요.  변신남 가슴으로 울어요? (모르겠다는 표정)  양복남자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사회적 의무 같은 것들을 가슴에 채우고. 아 이거 말로 설명하려니까 어렵네. (주위를 살피더니) 내가 딱 한 번만 보여줄 테니까 잘 봐요. 어차피 최소 한 시간은 변신해 있어야 하니까 내가 돌아올 때까지 만화책 보면서 기다리슈.  변신남 (못미덥게 쳐다본다)  양복남자 참 나. 내 기술을 무시하시네. 변신한 거 보고 놀라지나 마시라니까.    양복남자, 벤치에 앉아 양손을 맞잡고 기를 모으는 자세를 취한다. 한동안 알아들을 수 없는 자기만의 언어로 중얼거리더니 얼굴이 일그러지고, 미세하게 경련하기 시작한다. 공기 중에 보이지 않는 불똥이 튀는 것을 느끼는 변신남. 그 순간, 눈앞에서 양복남자가 사라진다. 순식간이다. 벤치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황금 롤렉스시계.    변신남 (시계에 대고 다급히) 이봐요. 이봐요. 괜찮아요? 이봐요! (시계에 귀를 대보고) 이봐요, 괜찮은 거예요? (안절부절못하고) 이거 어떡하지? 진짜 변한 건가? 그럼(휴대전화를 꺼내 신고하려다가) 거기 변신대책본부죠? 저기(엉겁결에 전화를 끊는다) 아니지. 아, 이거 어떡하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시계에 대고) 이봐요, 말 좀 해봐요. (시계를 흔들어보는) 괜찮아요? 대답 좀 해요.  변신남은 믿을 수 없는 이 상황을 파악하려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누구에게 도움이라도 청하려는 것처럼 나간다. 그리고 잠시 후 되돌아오더니, 주위를 살피고 롤렉스시계를 잽싸게 주머니에 넣고 자리를 뜬다.    무대 어두워지고 조사실 창구만 밝아지면, 거기 조사원이 앉아 있다. 변신남,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간다.    조사원 아니 진짜로 그렇게 변신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변신남 (끄덕인다) 내 눈으로 봤다니까요.  조사원 말이 안 되죠. 그런 일이 있다면 왜 저희가 몰랐겠어요.  변신남 진짜라니까요.  조사원 그 양복 입은 남자는 어떻게 됐습니까.  변신남 나야 모르죠.  조사원 모르다니요? 주머니에 넣으셨잖아요. 신고는 하셨습니까?  변신남 (고개를 젓는다) 신고는 안 했지만 진짜 있었던 일이에요.  조사원 아까는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하셨잖아요.  변신남 얘기하다 보니까 생각이 난 거죠.  조사원 하지만 아직까지 변신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모두 유언비어예요.  변신남 결혼하셨습니까?  조사원 아니요.  변신남 혼자 사쇼?  조사원 부모님이랑 함께 삽니다. 신남 변신 자격미달이네요. 우리 조사원님은 어깨에 짊어질 무게가 하나도 없으시니 안심하셔도 되겠습니다.  조사원 아직 증명된 원인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변신남 중년의 남자들이 왜 그렇게 많이 변한다고 생각합니까.  조사원 드물긴 하지만 젊은 남자들도 종종 변합니다. 여성 가장들의 변신도 늘고 있는 추세구요.  변신남 그 사람들이야 특별 케이스고.  조사원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긴 하겠지만, 유럽에선 사람이 벌레로도 변하고 그리스 신화에서는 동물이든 식물이든 필요하면 막 변했습니다.  변신남 그 사람이 왜 벌레로 변했겠습니까? 소설이나 신화 속에서 일어나던 일들이 왜 지금 일어날까요? 국회의원이나 고위 관리직에 있는 사람들이 변신하는 거 보셨습니까?  조사원 (고개를 가로젓는다)  변신남 행정하시는 분들이 이러니까 문제라구요. 사회 곳곳에 골고루 시선을 분산시키면서 정확히 봐야 하는데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이거죠.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 줄 알아요?    갑자기 무대 중앙이 밝아지면서, 변신 중인 사람들이 보인다.    ―교도소  교도소에 수감 중인 한 남자가 무대 중앙으로 나와서 웃옷을 벗어붙인다. 온몸은 문신투성이지만 어딘가 둔해 보이는 인상이다. 그는 이소룡 흉내를 내듯 기를 모으고 변신 기술을 연마 중이다. 그러다가 비장한 각오를 밝히듯,    문신남자 엄마, 조금만 기다려. 내가 변신에 성공해서 여기만 나가면 엄마 호강시켜 줄게. (다시 기를 모으고 숨을 후 내뱉으며) 아자!  교도관 거기 3113번. 허튼수작하지 말랬지?  문신남자 우리 엄마가 집에 혼자 계세요. 우리 엄만 너무 나이가 많아서 거동도 불편하다구요. 끼니도 제때 못 챙겨먹을 텐데. 연탄불은 꺼지지 않았는지.  교도관 한여름에 무슨 연탄불이야. 너는 앞으로 5년은 더 썩어야 돼.  문신남자 여름이요? 제가 여기 들어온 지 한 계절도 안 지났단 얘깁니까?  교도관 이상한 변신 같은 거 연마했다간 가만 안 둘 줄 알어. 힘은 아껴뒀다가 노동 시간에나 쓰란 말야.    교도소 옆방에서 철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재소자들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져 폭동처럼 들려온다.    소리 우리에게 변신의 자유를 허용하라! 허용하라! 우리의 변신 권리를 사수하자! 사수하자!    거리의 사람들 인터뷰가 이어진다.    사람들1 언제 변신할지 모르니까 불안할 수밖에요.  사람들2 그게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사람들3 변신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숨을 참으면 된대요.  사람들4 한번 변신하면 면역이 생긴다고 하던데요.  사람들1 내성이 생긴 변종변신도 생겨났다면서요?  사람들2 약으로 조절이 가능한데 일부러 임상실험을 안 하는 거 맞죠. 사람들3 복수하려고 따라다니는 사람도 많대요. 변신하면 죽이려고요. 사람들4 날 감시하는 게 틀림없어요. 내가 변신할 때까지 기다리는 거겠죠. 사람들1 변신하면 배설은 어떻게 해결하죠? 사람들2 우리 아이랑 기르던 개가 이상해요. 변신한 것 같아요. 사람들3 언젠가 나만 빼고 모든 사람들이 변할까봐 걱정돼요. 사람들4 변신 기술을 개발해서 정치적 무기로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1 우리에게는 농업적 근면성이 있으니까 그 정도 변신 기술 개발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죠! 사람들2 전쟁시엔 적군을 모두 사물로 변신시켜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면 어떨까요. 사람들3 노력하면 애완동물로도 변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주인 잘 만나면 애완동물로 사는 게 나을 때도 많잖아요. 사람들4 내 남편은 똑같은 모습의 다른 사람으로 변신했어요. 외모는 똑같은데 분명 그이는 아니거든요. 사람들1 우리 집 가전제품들은 모두 사람들이 변신한 것 같아서 쓰질 못하겠어요. 사람들2 잘못 건드렸다가는 살인죄가 적용되는 거잖아요. 사람들3 남성을 중심으로 바뀌는 거면 여자 동성애자들은 안전한 거죠? 사람들4 저는 열두 살 소녀가장이에요. 무료백신은 안 놔 주나요? 사람들이 우왕좌왕 거리를 왔다갔다 한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여기저기서 들리더니…, 변신한 사람들로 거리가 일대 혼란을 일으키고 마비가 된다. 사람들이 질러대는 소리들과 자동차들의 클랙슨 소리가 뒤섞여 정신없다. 사람들1·2·3·4 도와줘요, 청소기로 변했어요. / 여기 점퍼로 변한 사람이 있어요. / 어머, 이게 웬 모자지? / 장롱이에요, 거리 한가운데 장롱이 서 있다구요. / 와, 예쁜 목걸이네. / 앗! 오물 묻은 양말. 으윽 드러워. / 볼펜이다. / 장갑이에요. / 가위를 찾아주세요. / 여기 일회용 면도기가 한 무더기 있어요. / 마우스잖아. / 자전거로 변한 남편을 어떤 여자가 타고 갔어요. / 부서진 카세트네. / 사람이 두통약으로 변신한 거예요. 먹으면 안돼요. / 찢어진 천사 날개 못 보셨나요? / 무슨 의자가 이렇게 딱딱해. / 스카이 콩콩이요? 변신한 사람들로 일대 혼란을 일으키던 사람들이 사라지면 바닥에는 변신한 물건들로 가득하다. 변신대책본부 직원들이 거리로 나가 떨어진 물건들을 수거하느라 정신없다. 조사실에 있던 조사원도 거리로 나가 직원들과 물건을 수거하고 그들과 함께 무대 밖으로 나간다. 조사원이 없는 조사실에 혼자 남겨진 변신남. 변신남만의 회상은 전당포로 이어진다. 무대는 전당포가 된다. 변신남, 전당포로 들어간다. 변신남, 주머니에서 롤렉스시계를 꺼내 주인에게 내밀면 주인, 확대경을 한쪽 눈에 끼고 시계를 감정하기 시작한다. 변신남 시곗줄만 보지 말고 문자판도 좀 보세요. 전당포주인 …(살핀다) 변신남 전체가 18K예요. 나사 하나까지 다. 전당포주인 …어디서 난 거요? 변신남 게다가 문자판은…. 전당포주인 그러니까 어디서 난 거냐구. 변신남 사업하시던 형님이 물려주신 겁니다. 전당포주인 다들 물려받지.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고모…. 변신남 장물 아닙니다. 전당포주인 (확대경을 뺀다) 변신남 아니, 좀 더 자세히 보시라니까요. 안쪽에는 순금이에요, 순금. 전당포주인 갖고 가쇼. 변신남 예에? 전당포주인 그냥 가져가시라고요. 변신남 왜 그러시는데요. 훔쳐오거나 흠집 있는 물건 아니라니까요. 전당포주인 (쳐다본다) 변신남 왜 그런 눈으로 봐요? 전당포주인 훔치지 않았으면 어디서, 주웠소? 변신남 예? 전당포주인 그런가보네. 변신남 됐습니다. 전당포가 여기 하나 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 있는 귀한 물건 들고 나와서 푼돈 좀 만들어보자고 이런 모욕까지 들을 건 없잖습니까. 전당포주인 (시계를 다시 본다) 변신남 막말로 이 정도 물건이면 사장님 손해 볼 거 없잖아요. 전당포주인 신데렐라 얘기 아쇼? 변신남 뭔데렐라요? 전당포주인 12시만 넘으면 호박으로 변하는 신데렐라 말이오. 변신남 왜요, 금시계 보니까 갑자기 금마차라도 생각나십니까? 전당포주인 호박이면 죽이라도 쑤어 먹지만 사람으로 변해버리면 난처해지죠. 요즘 전당포에 변신사기가 판을 칩니다. 변신남 …. 전당포주인 어떻게 장담하시겠소? 변신품이 아니라는 거 말이오. 변신남 속고만 사셨나. 사람이 이렇게 좋은 시계로 변하는 거 보셨습니까? 전당포주인 팔찌, 목걸이, 순금 트로피. 더한 걸로도 변할 수 있지요. 변신남 이건 우리 형님이 사업차 외국에 갔다 오시면서…. 전당포주인 (말 자르듯 망치를 내놓는다) 이걸로 한번 내리쳐 보시든가. 변신남 지금 나를 의심하는 겁니까? 전당포주인 증명을 해보시라구요. 변신남 내가 못할 거 같아요? 전당포주인 그야 나는 모르지요. 변신남 시계가 망가지면 가격이 떨어질 텐데 그건 어떻게 책임질 겁니까. 전당포주인 사람으로 변하는 것보다야 덜 손해죠. 망가져도 제값은 쳐 드리지. 만약 사람이 변신한 거라면, 그 사람이 다시는 못 돌아오고 죽을 수도 있다는 거 명심하쇼. 이 세상과는 영영 빠이빠이란 말이요. 저번엔 진짜로 내리친 사람이 있었는데…, 얼마나 끔찍했던지. 돌아오긴 했는데 반병신이 되었습디다. 평생을 병원에 누워 사는 수밖에. 변신남 그럴 일 없습니다. 이건 진짜 시계니까. 전당포주인 그럼 쳐 보시오. (빨리 쳐보라는 시늉) 변신남 (망설인다) 전당포주인 (떠보듯) 형님이 주신 거라면서…, 아까우면 그냥 갖고 가시든가. 변신남 (결정한 듯 내리치려 하지만 망치를 든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전당포주인 뭐해요 안 내리치고. 변신남 진짜 이거 망가져도 제값 쳐주는 거죠? 전당포주인 증명만 해 보인다면야. 변신남 (심호흡. 눈을 질끈 감고 손을 번쩍 들어올린다) 얏! 전당포주인 (순간적으로 변신남의 팔목을 잡아채는) 잠깐! 변신남 (멈칫) 전당포주인 됐소. 맡겠소. (시계를 종이 상자에 넣으며) 길에서 변신한 사람들 주워다 돈벌이 하는 사람들 숱하게 봤지. 나도 돈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 도리는 지키고 살아야 될 거 아뇨. 사람이 있어야 사람한테 사기도 치고 돈도 뜯고 그럴 거 아니요. (돈을 지불한다) 양심은 한번 망가지면 다시는 복귀가 안 되는 거 알죠? 당신을 믿어보리다. 형님이 주신 거라면서? 소중한 것일 테니까 꼭 찾으러 오쇼. 변신남 …(돈을 받아든다) 전당포주인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사람만 변신한다니, 세상은 참 불공평하죠? 변신남, 대답 없이 돈을 들고 나간다. 그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무대 어두워지고, 다시 조사실만이 밝아진다. 변신남, 조사실 의자에 앉는다. 조사원, 땀을 닦으며 들어와, 정장 상의를 벗어 의자에 걸치고 앉는다. 조사원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본부 수거담당 쪽에서 급히 사람이 모자란다고 해서…. 그런데 어디까지 했었죠? 아, 그래서 그 시계는 어떻게 했습니까. 변신남 시계는… 내 주머니에 넣어뒀다가 그 벤치에 갖다 뒀습니다. 그 사람은 한 시간 뒤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구요. 그날 밤 이후의 일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조사원 (엷게 웃으며) 여전히 마음대로 변신할 수 있다고 믿으시는군요. 최대한 솔직히 말씀해주셔야 선생님뿐만 아니라 조사에도 도움이 됩니다. 변신남 …. 조사원 그 다음엔 바로 집으로 가셨습니까? 변신남 예. 집에 가보니까 아내와 딸이 있었습니다. 조사원 만나신 거네요? 변신남 그런 거나 마찬가지죠. 이제 생각 났습니다. 조사원 아까는 혼자 술을 드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변신남 그러니까 그게··· 조사원 말을 자꾸 바꾸시면 안 됩니다. 변신남 그냥 생각나는 대로 얘기하는 겁니다. 조사원 예. 일단 얘기를 해보세요. 변신남 집에 갔는데 딸이 밥을 먹고 있었어요. 무대는 변신남의 집.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딸. 변신남이 집으로 들어간다. 변신남 나 왔어. 딸 (쳐다보지도 않고 밥을 먹는다) 변신남 학원은 어떠냐? 딸 (대답 없다) 변신남 요즘 대학생들은 배낭여행 많이 가던데. 넌 안 가도 되니? 딸 (아빠를 무시하며) 엄마, 국 좀 더 줘. 아내, 나온다. 아내 (변신남에게 왔냐는 인사도 없이) 그만 먹어. 살쪄. 딸 배고파. 변신남 나는 밖에서 먹고 왔어. 장 과장이 삼계탕 잘하는 집을 안다고 해서. (아내와 딸은 듣지도 않는데 과장되게) 어휴, 배부르다. 딸 (엄마에게 말하지만 아빠에게 들으라는 듯) 한밤중에 밥 먹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 지금 먹어두면 좀 좋아. 덜그럭 덜그럭 잠이나 깨우고. 아내 (밥을 퍼서 변신남 앞쪽에 갖다 놓는다) 변신남 (침을 꿀꺽 삼키며) 배부른데···. 아내 먹어. 변신남 오이냉국 맛있어 보이네. 그럼 조금만 먹어볼까. 변신남이 못이기는 척 식탁에 앉자 딸이 식탁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변신남 (돈을 꺼내 놓으며) 저번에 맡았던 공사 말야. 그 쪽 업체에서 대금이 들어왔나봐. 월급도 제때 못줘서 미안하다고…. 보너스다 생각하라면서 주더라구. 아내 (남편을 돌아본다) 변신남 아파트 융자금 밀린 거 꽤 되잖아. 부족하겠지만 좀 보태라고. 아내는 남편을 돌아보지 않은 채, 아무 말 없이 돈을 들고 들어간다. 혼자 남아 밥을 먹는 변신남. 공원에서 도시락을 타먹을 때보다 더 퍽퍽한 느낌이다. 한 숟가락 두 숟가락…. 시간이 구름처럼 흩어진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 둘러봐도 피아노는 없다. 밥을 먹다 말고 창밖을 바라보는 변신남. 보이는 것은 자신의 마음과 닮은 형체도 색깔도 없는 허공뿐…. 피아노 소리가 변신남의 가슴을 쓰다듬는 것 같다. 자신도 모르게 한숨과 함께 짧은 탄성이 터져 나온다. ‘아…, 힘들다….’ 식탁 위의 조명이 꺼질락 말락 불안하게 깜박인다. 변신남 어, 이게 왜 이러지? 변신남이 일어나서 전구를 이리저리 만지며 돌려본다. 피아노 소리 점점 커지다가 뚝 멈추면, 짧은 암전과 함께 변신남이 변신한다. 그가 앉아 있던 식탁의자 위엔 장난감 피아노 하나가 놓여 있다. 아내와 딸이 나온다. 아내가 리모컨으로 TV를 켠다. 뉴스캐스터(목소리) …머그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깨뜨려 죽음에 이르게 한 박모 여인에게 무죄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검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죽은 김씨와 아내 박모 여인은 주말마다 함께 시간을 보낼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고 밝혀졌습니다. 사건 당일에도 박모 여인은 남편의 변신 소식을 듣자마자 변신대책본부를 찾았다가 이런 변을 당하게 되었는데요, 어떤 정황으로도 남편에 대한 고의성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검찰은 박모 여인의 사례를 ‘매우 특이한 사건’으로 보고 그녀에게 살인이나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박모 여인은 남편을 잃은 충격으로 정신적 쇼크 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그런 그녀에게 시민들의 위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딸 (TV를 끄고) 저건 당연히 무죄 아냐? 고의로 죽인 것도 아니잖아. 아내 고의가 아니었는지는 저 여자밖에 모르지. 딸 던진 것도 아니고 미끄러져서 놓친 건데. 아내 죽은 사람만 억울한 거야. 딸 대체 어떤 사람들이 변신을 하는 걸까. 아내 글쎄다. (빈 식탁을 보고는) 니 아빤 밥 먹다 말고 또 어디 갔대니? 딸 자주 없어지잖아. 아내 아빠가 돈을 주더라? 딸 어디서 구했을까. 이제 더는 빌릴 사람도 없을 텐데. 아내 먼저 얘길 안 하니, 아는 척 할 수도 없고. 회사 잘린 지가 얼마야. 딸 (장난감 피아노를 발견하고) 이게 뭐야? 아내 그게 뭐니? (살펴보는) 하여튼 이런 걸 왜. 딸 (피아노를 눌러보며) 소리도 안 나네. 이제 그만 좀 하라고 해. 아빠가 주워온 것들로, 집안이 온통 쓰레기장이야. 아내 고장 난 걸 왜 들고 왔대니. 점점 이상한 버릇만 생기고. 딸 어떻게 좀 해봐. 언제까지 아빠 저러는 거 모른 척 할 건데. 아내 우리가 이런데 아빠는 오죽하겠니. 딸 아빠도 힘들지만 우리도 힘들잖아. 나…, 아빠가 매일 노숙자들이랑 밥 먹는 거 싫어. 아내 …. 딸 우리 이 집 팔고 이사 가면 안 돼? 더 작은 집으로. 아내 이게 어떤 집인데. 아빠가 젊을 때부터 벌어서 처음으로 장만한 우리집이야. 여길 어떻게 나가. 딸 갚을 돈이 더 많잖아. 아내 생각 좀 해보자. 딸 아빠도 참, 그냥 확 터놓고 얘기를 하든가. 거짓말도 하루 이틀이지, 6개월을 뭐하는 거냐구. 아내 자존심 하나로 살아온 아빠야. 그거라도 없으면 니네 아빤, 죽어. 딸 그런 모습 더는 못 보겠어. (흉내를 내며) 삼계탕 먹었더니, 아휴 배부르다. 아내 (장난감 피아노를 가리키며) 이거 어따 치워라. 딸 몰라. 고장난 거, 갖다 버려. 아내 니가 버리든가. (방으로 들어간다) 딸 (따라 들어가며) 저런 것 좀 주워오지 말라고 해 제발. 식탁 위에 덩그러니 남은 장난감 피아노. 옆에 서서 아내와 딸을 바라보는 변신남의 모습처럼 쓸쓸하다. 딸이 눌러보던 버튼이 뒤늦게 작동하는지 장난감 피아노에서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텅 빈 공간에 홀로 선 변신남만이 그 멜로디를 듣고 있다. 변신남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전화벨소리. 조사실의 불이 켜지고 조사원이 전화를 받는다. 변신남은 다시 조사실의 자기 자리로 가서 앉는다. 조사원 그래? 알았어. (끊고) 찾았답니다. 변신남 뭐를요? 조사원 사모님과 따님 찾았답니다. 이제 힘들게 기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까 전에 여기로 출발하셨다니까 잠시 후면 도착하겠는데요? 변신남 그래요? (표정 어두워진다) 조사원 기쁘지 않으십니까? 표정이 왜 그러세요? 변신남 아니요. 그냥··· 조사원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게 돼서 그러신가보네요. 오후 내내 조사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 정황으로 봐서는 변신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은데 뭘로 변신하셨는지만 기억하시면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변신남 다 끝난 건가요? 조사원 집도 찾으신 것 같으니까, 먼저 가족들 만나보시고 마무리하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조사원 밖으로 나가고 변신남 초조해한다. 긴장한 얼굴. 안절부절못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인다. 밖에서 조사원의 목소리 들린다. 조사원(목소리) 오셨습니까? 허영범씨는 안에 계십니다. 사모님이랑 따님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서 얼마나 걱정을 하시던지. 이쪽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모시고 나오겠습니다. 조사실의 불빛이 깜박인다. 변신남, 고개를 들어 깜박이는 불빛을 쳐다본다. 불이 꺼진다. 짧은 암전 후, 조사원 들어온다. 조사원 어? 왜 불이 꺼져 있지? 조사원, 불을 켠다. 변신남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변신남이 앉았던 자리 옆에 똑같은 의자가 하나 더 놓여 있다. 조사원 원래 여기 의자가 두 개였었나? (주위를 둘러보며) 허영범씨. 허영범씨. 어디 계세요? 허영범 씨. 허영범씨. 변심남을 찾는 조사원의 목소리만 허공에 가 부딪친다. <끝>
  • ‘아바타’·‘전우치’ 새해도 쌍끌이 흥행

    ‘아바타’·‘전우치’ 새해도 쌍끌이 흥행

    새해에도 스크린은 ‘아바타’와 ‘전우치’로 한층 달아올랐다.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에 이어 새해 첫 주말에도 ‘아바타’와 ‘전우치’는 각각 국내 박스오피스 1위와 2위로 흥행몰이를 함께 이끌었다. 4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 ‘아바타’는 지난 주말 3일 동안(1월 1일~3일) 전국관객 124만 5757명을 모으며 총 누적관객 638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로써 ‘아바타’는 ‘트랜스포머’(750만 명)와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732만 명)에 이어 국내 개봉한 역대 외화 중 흥행 3위를 기록했다. 또 북미지역 영화집계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닷컴에 따르면 ‘아바타’는 전 세계에서의 흥행 수입에서도 10억 1881만 달러(한화 약 1조 원)를 모았다. 이는 역대 월드와이드 흥행 수입 4위에 해당하는 수치로서, ‘아바타’는 ‘타이타닉’(18억 4290만 달러), ‘반지의 제왕3: 왕의 귀환’(11억 1911만 달러),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10억 6617만 달러) 등과 함께 최고 흥행 영화의 반열에 올라섰다. ‘아바타’보다 1주 늦게 개봉한 ‘전우치’는 2주 연속 국내 박스오피스 2위에 머물고 있다. 새해 첫 주말 동안 전국 80만 관객을 동원한 ‘전우치’는 누적관객 325만 5054명을 기록하며 ‘아바타’의 흥행몰이 속에서 국내 영화의 자존심을 굳게 지키고 있다. ‘아바타’와 ‘전우치’가 치열한 흥행 전쟁을 벌이는 중 동시기 개봉한 다른 영화들은 미미한 성적에 만족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우치’와 같은 날 개봉한 ‘셜록 홈즈’는 새해 첫 주말 동안 36만 2992명(누적관객 149만 1300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이어 애니메이션 ‘앨빈과 슈퍼밴드 2’와 뮤지컬 영화 ‘나인’은 각각 4위와 5위를 기록했다. 사진 = 영화 ‘아바타’, ‘전우치’ 포스터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점프 코리아 2010-3대 스포츠이벤트] 한국 4연속 2위 지켜라

    [점프 코리아 2010-3대 스포츠이벤트] 한국 4연속 2위 지켜라

    “아시아 2위를 지켜라.”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엑스포의 성공적 개최는 새로운 세기에 중국 인민이 세계를 향해 5000년 문명을 보여줄 중요한 기회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세계적인 이벤트를 통해 중국의 발전 모멘텀을 이어가면서 ‘중화제국’의 굴기를 과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일단 베이징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그리고 하나로 묶기 어렵다는 13억 중국인의 시선을 적어도 올림픽이라는 ‘초대형 이벤트’를 통해 한데 쏠리게 했다. 상하이엑스포와 아울러 광저우아시안게임은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뒤 1년 반 만에 이를 점검해 보겠다는 의지가 확실하게 깔린 또 하나의 스포츠 이벤트다. 사실 아시아 무대는 이미 중국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누구일까. 2010년 11월12일부터 27일까지 16일간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제16회 아시안게임은 2위 자리를 놓고 대한민국과 일본, 두 나라가 벌이는 ‘자존심 싸움의 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이 아시아의 제왕으로 자리잡은 1982년 뉴델리대회 이후부터 한국과 일본의 2위 다툼은 이어졌다. 한국은 1998년 방콕대회부터 2006년 도하대회까지 3개 대회 연속 2위를 지키고 있다. 일본은 연속 3위. 1964년 도쿄올림픽 이후 사회체육에 치중해 온 일본은 뉴델리대회에서 중국에 1위 자리를 넘겨준 뒤 칼을 빼들었다. 2위 자리마저 한국에 계속 밀리자 1990년대 후반 스포츠과학센터를 설립하고 엘리트스포츠 육성에 나섰다. 2001년에는 10년 후 올림픽 메달 숫자를 10개로 늘리겠다는 뜻의 ‘골드플랜’에 착수했다. 뿌리를 내린 사회체육을 통해 유망주를 발굴, 집중 육성한다는 것이 계획의 핵심이었다. 뉴델리대회(82년) 이전까지 도맡아 종합 1위에 올랐던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되찾겠다는 의지도 물론 담겨 있었다. 우선 일본의 대기업들이 유망주에 대한 투자에 발벗고 나섰다. 지원을 바탕으로 선수단의 예산을 3배 가까이 늘렸다. 그 결과 일본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 16개를 딴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베이징올림픽 때는 금메달 9개에 그치며 8위로 떨어지긴 했지만 기초종목인 수영과 육상, 체조에서 한번 다져진 상승세는 계속됐다. 더욱이 지난 도하대회에서는 한국과의 금메달 격차를 역대 대회 사상 최소인 8개 차이로 줄였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올해 광저우대회가 ‘2위 수성’의 최대 위기가 될 전망이다. 수영의 박태환(21·단국대)이 있다고는 하나 기초종목의 ‘메달농사’에서 고른 수확을 기대하기란 아직 시기상조다. 전초전이었던 지난해 12월 동아시아대회(홍콩)에서 한국은 5회 연속 종합 3위에 머물렀다. 원인은 역시 기초종목의 한계였다. 더욱이 메달밭으로 여겨졌던 유도와 레슬링, 양궁 등의 종목도 더 이상 ‘효자’로 남기 어렵게 됐다. 그동안 사격 등의 표적 종목과 태권도, 역도, 유도, 레슬링 등 계체 종목에서 주로 금메달을 땄고 야구와 핸드볼, 배드민턴, 탁구 등이 간간이 가세하면서 아시아 2위 자리를 힘겹게 지켜온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금메달이 널려 있는 육상과 수영 등에서 획기적인 수확이 없는 한 아슬아슬한 ‘2위 줄타기’는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한국의 희망은 살아 있다. 매끄러운 세대교체의 징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홍콩동아시아대회 육상종목에서 첫 금메달을 딴 ‘장대소녀’ 임은지(21·부산 연제구청)와 남자 평영 100m·200m 한국신기록을 수립한 수영의 최규웅(20·한국체대), 진종오(31·KT)의 뒤를 이을 이호림(여), 이대명(이상 22·한국체대) 등은 그 선봉에 설 것으로 보인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영화 식객2, ‘김치전쟁’ 으로 전편 뛰어넘나

    영화 식객2, ‘김치전쟁’ 으로 전편 뛰어넘나

    영화 ‘식객’의 두 번째 이야기인 ‘식객: 김치전쟁’(감독 백동훈·제작 이룸영화사, 이하 식객2)이 내년 1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2007년 소고기 전쟁으로 300만 관객을 스크린 앞에 불러 모은 ‘식객’은 속편에서 김치라는 새로운 소재를 내세웠다. 30일 서울 명동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열린 ‘식객2’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백동훈 감독은 “사실 김치라는 소재 하나로 영화 속 2시간을 끌고 나가는 것에 부담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백 감독은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한국에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김치가 있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식객2’ 속의 사건은 한국의 대통령이 반한 맛의 김치가 일본 수상의 수석요리사가 만든 ‘기무치’였음이 밝혀지면서 시작된다. 또 이를 만든 요리사는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 천재 요리사 장은(김정은 분)이었다. 이에 전편에서 대령숙수의 칼을 차지한 성찬(진구 분)은 장은을 상대로 한국의 자존심을 건 김치 경연대회에서 피할 수 없는 경합을 펼친다. 전윤수 감독의 전편 ‘식객’은 소고기를 소재로 다뤄, 당시 사회적으로 크게 불거졌던 소고기 수입 논란과 맞물렸던 바 있다. 이어 ‘식객2’에서는 김치와 기무치를 두고 한·일 양국의 미묘한 신경전이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최근 문제가 된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지국장의 ‘비빔밥 비하 발언’도 ‘식객2’와 관계를 맺고 있다. 비빔밥은 이번 ‘식객2’의 차림상에 오르는 주요 한식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백 감독은 “영화에서 정치적인 발언이 문제가 된다는 것은 불편한 부분이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하지만 “비빔밥에 대한 비하는 한 개인의 의견이다. 일본인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했다. 허영만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식객’은 2007년 영화의 성공에 이어 2008년에는 드라마로 제작돼 호평을 받았다. ‘식객2’는 김정은과 진구를 새로운 주연으로 선택했지만,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한국의 맛’을 대표하는 음식 김치다. 내년 1월 개봉을 앞둔 ‘식객2’가 전작들의 명성을 계승할 수 있을지 시선이 모인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시론] 핵주먹으로 눈물 훔치는 北 바로보기/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시론] 핵주먹으로 눈물 훔치는 北 바로보기/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북한 속담에 ‘주먹으로 눈물을 훔친다.’란 말이 있다. 주먹이 약한 사람은 약육강식의 섭리 속에 핍박을 받게 되면, 약한 주먹을 한탄하며 주먹으로 눈물을 닦는다는 의미다. 최근 북한노동당의 한 논객은 지난 10년간 미국이란 ‘큰 주먹’ 때문에 이라크, 아프간 인민들이 두 주먹으로 참기 어려운 피눈물을 훔쳤다고 강변했다. 2010년을 앞두고 내보이는 북한체제의 모습은 바로 주먹을 불끈 쥐고 결코 이라크인들처럼 눈물을 훔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핵무기를 움켜쥔 큰 주먹에 대한 북한 위정자의 집착과 북한주민의 집단적 피눈물 사이에 북한의 전략적·전술적 포지션이 담겨 있다. 북한은 새해에도 핵보유와 관련한 본질적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게다. 북한이 체제보장을 위해 숭배하는 ‘큰 주먹’은 북·미 관계정상화도, 남북 경제협력도 아니다. 미 보즈워스 대사를 만나 제안한 평화협정도 아닐 게다. 북한은 핵보유체제를 기술적으로 완성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아야 체제가 안전하다는 ‘핵주먹 해결론’을 믿고 있다. 북한이 최근 ‘서해사격구역’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우리 정부와 국민들을 협박하는 모습에도 ‘큰 주먹’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 있다. 북한체제가 그토록 ‘큰 주먹’에 집착하는 동안 체제 내부에서 진행된 절대적 결핍은 북한인민들의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 있다. 굶어 죽어가고 있는 주민이 있다는 소식은 더 이상 뉴스도 아니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한 이후 유엔결의안 1874호를 토대로 진행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주민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했다. 특히 기득권층의 충성심 유지에 필요한 사치품 구입 등 체제유지 비용도 유엔제재를 피해가지 못했다. 북정권은 이러한 내부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전술적 유화국면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올해 후반기에 보인 북한의 ‘전술적 유화국면’은 ‘두 주먹을 쥐고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생각하면 쉽게 그려진다. 북한은 6자회담에 다시 나가지 않겠다고 했고, 금방 전면전이라도 치를 것처럼 우리를 압박했다. 그런데 북한은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 전제조건이 있지만,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혔다. 대남정책 담당 고위인사를 보내 남북경협을 간청했고, 싱가포르에 사람을 보내 3차 남북정상회담을 거론했다. 북한체제로선 참으로 자존심 상하는 입장 변화다. 주먹으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다. 우리는 핵주먹을 쥐고 눈물을 훔치는 북한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다뤄야 할 것인가? 일각에선 핵무기를 움켜쥔 북한체제의 주먹을 보지 말고, 북한주민의 피눈물을 먼저 닦아주자고 한다. 북핵은 미국 및 국제사회가 지켜볼 테니까 우리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북한주민을 지원하며 남북관계만 발전시키면 된다는 주장까지 한다. 대단히 잘못된 인식이다. 북한이 움켜쥔 핵주먹은 미국 등 주변국을 치는 데 사용하려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 안보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해 북한을 다룰 때 유엔제재와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 유엔제재결의안을 앞장서서 이행하면서, 대화의 기회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대화도 제재의 수단이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북한 핵주먹을 해체하는 수단으로서 남북대화는 도구적 수단을 가져야 한다. 핵무기를 움켜쥔 북한의 주먹을 24시간 지켜보면서, 인도주의적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 지난 20여년간 움켜쥔 단단한 북한의 핵주먹을 단기간에 ‘부드러운 고사리손’으로 만들려는 조바심을 절제해야 한다.
  • 캐릭터계 국가대표 뽑는다

    한국형 SF만화영화의 장을 연 ‘태권브이’부터 1980년대 명랑만화를 주름잡았던 ‘아기공룡 둘리’, 국산 애니메이션의 저력을 세계에 알린 ‘꼬마펭귄 뽀로로’까지….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을 통해 온 국민에게 친숙한 ‘토종 캐릭터’들이다. 서울시와 SBA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네티즌 투표와 전문가 평가를 통해 이 가운데 진정한 ‘국가대표 캐릭터’를 뽑는다. 시는 내년 1월19일까지 인터넷 포털 다음의 ‘만화속 세상’ 특별페이지(cartoon.media.daum.net/characters100)를 통해 ‘한국 100대 캐릭터’를 선정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시는 국내 캐릭터 관련 전문가 등 15명으로 구성된 선정위원단을 꾸린 뒤 이달 초 만화·애니메이션·게임·캐릭터 등 4개 분야 110개의 후보군을 선정했다. 위원단 측은 “역사적 가치나 출판 등 사업 확장 가능성 등을 고려해 점수를 매겼다.”고 말했다. 만화의 경우 명랑순정 만화의 대명사 ‘영심이’와 시사만화의 최고참인 ‘고바우 영감’, ‘까치’ 오혜성 등이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둘리’와 함께 영원한 맞수인 집주인 ‘고길동’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애니메이션 부문에서는 최근 아침 유아 TV프로를 장악한 EBS 방송 캐릭터들이 강세를 보였다. 펭귄 ‘뽀로로’는 공룡친구 ‘크롱’과 후보군에 올랐고, 방귀대장 ‘뿡뿡이’와 냉장고나라 ‘코코몽’도 동반 선정됐다. ‘캐릭터 부문’에서는 ‘뿌까’와 ‘마시마로’, 게임 부문에서는 ‘카트라이더’의 주인공 ‘배찌’와 ‘다오’ 등이 후보에 올랐다. 시는 지난 23일부터 진행된 투표 결과에 선정위원단의 평가점수를 더해 2월 초에 최종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네티즌 투표만 100% 반영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캐릭터 100’도 함께 선정해 순위와 함께 발표한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키워드로 본 2009 문화] (7) 영화·드라마 - 블록버스터

    [키워드로 본 2009 문화] (7) 영화·드라마 - 블록버스터

    2009년 영화와 드라마를 돌이켜볼 때 블록버스터(대작)는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최근 1~2년 새 경기 불황으로 올해 영화계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그러나 2006년 ‘괴물’ 이후 3년 만에 사상 다섯 번째 1000만 관객 동원 흥행작이 탄생했다. 윤제균 감독의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 ‘해운대’다. 제작비 140억원가량을 들였던 이 작품은 할리우드 기술력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웃음과 감동 등 한국적인 코드를 접목시키며 1139만여명을 동원했다. 역대 흥행 성적 4위. 110억원을 들여 비인기 스포츠 종목인 스키점프 국가대표의 이야기를 다룬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도 844만여명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며 한국 영화 흥행의 쌍두마차 역할을 했다. 역대 흥행 성적 6위. 한국 영화가 적어도 숫자 상으로는 역대 최고 호황을 누린 데는 작지만 탄탄한 영화들이 선전한 덕도 크다. 지난해 12월 개봉했던 강형철 감독의 코미디 ‘과속스캔들’은 올해 들어서도 가속도를 붙이며 800만명을 돌파했고, 신태라 감독의 ‘7급 공무원’이 400만명을 넘어서며 바통을 이어받았다. 올해 개봉해 11월까지 200만명 이상을 동원한 작품이 9편이나 될 정도로 고른 활약이 돋보였다. 특히 이충렬 감독의 다큐멘터리 ‘워낭소리’는 295만 관객을 동원하며 독립영화의 붐을 주도했다. 각종 해외 영화제에서 갈채를 받은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와 제작비 1000만원을 들인 노영석 감독의 ‘낮술’도 독립영화가 한껏 기지개를 켜는 데 한몫했다. 드라마에서도 대작 두 편이 큰 관심이었다. MBC ‘선덕여왕’과 KBS ‘아이리스’다. 물론 KBS ‘꽃보다 남자’와 MBC ‘내조의 여왕’이 상반기에 열풍을 일으켰고, 최고 시청률은 47.1%의 SBS ‘찬란한 유산’ 몫이었지만 화려한 캐스팅 면에서나 규모, 파격적인 소재 면에서 다른 작품을 압도하며 1년 내내 화제를 일으켰다. 심영섭 영화평론가는 “올해는 한국 영화의 자존심과 자신감을 회복한 해로 요약할 수 있다. 그동안 스펙터클로 할리우드에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부족했는데, ‘해운대’와 ‘국가대표’의 성공은 내년 영화 기획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파주’의 박찬옥 감독, ‘백야행’의 박신우 감독 등 신인 감독들의 장르적 실험도 활발했다. 일부에서는 투자가 대작에게 쏠릴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일단 파이가 커지면 작지만 좋은 영화들도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교차 상영 등 배급사 문제가 여전한 점은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강호동 2년연속 ‘KBS 연예대상’

    방송인 강호동(39)이 2년 연속 ‘KBS 연예대상’ 대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강호동은 26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 공개홀에서 열린 ‘2009 KBS 연예대상’ 최초로 2년 연속 대상을 받았다. 강호동은 지난해 ‘MBC 방송연예대상’과 ‘KBS 연예대상’을 수상해 2관왕에 오른 바 있다. 특히 이번 수상은 지난해에 이어 K 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을 통해 받은 것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그가 이끄는 ‘1박2일’은 방송사의 자존심을 건 일요일 저녁 황금시간대에서 SBS ‘패밀리가 떴다’, MBC ‘일요일일요일밤에’의 맹추격 속에서도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다. 시상식에서도 ‘1박2일’이 속해 있는 ‘해피선데이’는 ‘개그콘서트’, ‘해피투게더 시즌3’ 등을 제치고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에 선정돼 변함없는 인기를 과시했다. 강호동은 수상 소감에서 “한 프로그램으로 두 번이나 큰 상을 받다니 ‘1박2일’을 선택한 것은 제 인생 최고의 복불복”이라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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