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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고] ‘영원한 3할 타자’ 이젠 전설로 남다

    [부고] ‘영원한 3할 타자’ 이젠 전설로 남다

    병마와 사투를 벌여온 ‘한국야구의 전설’이 끝내 세상을 등졌다. 그를 떠나보낸 야구계와 팬들의 추모 물결이 온종일 이어졌다. 장효조 프로야구 삼성 2군 감독이 7일 오전 7시 30분 별세했다. 55세. ●근면함 빛나던 타격 천재 장 감독은 올스타 브레이크 전후인 지난 7월 갑자기 살이 빠지는 증세로 서울 삼성의료원을 찾았다가 위암과 간암 말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판정을 접하고 동아대병원에서 투병 생활을 해왔다. 자존심이 강하기로 소문난 장 감독은 치열하게 투병하면서 지인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이길 싫어했다. 장 감독은 후반기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양일환 2군 투수코치가 팀을 이끌어왔다. 장 감독의 대구상고-한양대 후배인 이만수 SK 감독 대행은 “처음 병원에 입원했을 때 전화해 찾아간다고 했더니 거절했다. 자존심이 센 분이라 후배들에게 아픈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모양이었다. 단지 나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역시 고교, 대학에서 함께 뛴 김시진 넥센 감독은 “천부적인 타격 소질도 빛났지만 숙소에서도 끊임없이 스윙하던 근면함이 장효조를 타격의 달인으로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삼성 홈페이지 등 각종 야구 팬사이트에는 “역대 한국 최고의 타자를 잃었다. 그의 스윙은 재능을 넘어 예술의 경지였다.”, “프로야구가 좀 더 일찍 출범했다면 더 많은 기록을 남겼을 것이다. 이제는 코치로도 영영 볼 수가 없게 됐다니 슬프다.” 등 애도의 글이 봇물을 이뤘다. 다부진 체구(173㎝)에 좌타자인 고인의 위상은 숱한 수식어로도 감지된다. ‘타격의 달인’, ‘타격 기계’, ‘타격 천재’, ‘안타제조기’, ‘영원한 3할 타자’ 등. 특히 ‘방망이를 거꾸로 쥐고도 3할을 친다.’는 말은 그에게서 비롯됐을 정도다. ●통산 타율 .331… 4번이나 타격 1위 실업야구 롯데에서 이름을 날렸던 고인은 1982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중심 타자로 우승을 이끈 뒤 1983년 고향팀 삼성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첫해 타율 .369를 시작으로 1985년(.373), 1986년(.329), 1987년(.387) 등 네 차례나 타격 1위에 등극하는 등 1991년까지 무려 8번이나 3할타를 기록하며 명성을 이어갔다. 1989년 롯데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1992년까지 10년간 선수로 활약했다. 961경기에 나서 3050타수 1009안타로 통산 타율 .331은 한국프로야구사의 ‘불멸의 기록’으로 통한다. 지난 7월 잠실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프로야구 30년을 빛낸 10명의 레전드 올스타 중 한 명으로 당당히 뽑혀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1992년 롯데에서 은퇴한 뒤에는 롯데, 삼성에서 후진을 양성해왔다. 빈소는 부산 동아대병원 장례식장이며 발인은 9일 오전이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전통시장을 살리자] “시설 현대화·고객만족 방안 등 개발 대형마트 5개 있지만 매출 10%이상↑”

    [전통시장을 살리자] “시설 현대화·고객만족 방안 등 개발 대형마트 5개 있지만 매출 10%이상↑”

    대구 달서구 감삼동 서남신시장은 전통시장의 자존심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다. 주변에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만 5개.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매년 매출액이 1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현호종(44) 서남신시장 상인회 회장은 “고객 만족 방안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전국 최고의 쇼핑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남신시장이 언제부터 변화하기 시작했나. -2006년부터다. 2000년 이전에만 해도 고객들이 많아 대구지역의 괜찮은 전통시장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인근 성서·용산지구에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고객이 급감했다. 아파트 입주와 더불어 대형마트 5개가 서남신시장을 포위하듯 들어섰기 때문이다. 더 이상 앉아서 죽을 수는 없다고 생각, 상인들 중 비교적 젊은 5명과 상인회를 만들었다. →변화 과정이 궁금한데. -시설부터 현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구청을 찾아다니며 지원사업을 따냈다. 30억원을 지원받아 길이 450m, 폭 6~10m의 아케이드를 설치했다. 125㎡의 고객휴게실도 마련했다. 휴게실에는 사물함과 어린이놀이터를 배치했고 쇼핑카트도 마련했다. 상인들도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의식개혁과 교육을 받도록 했다. →교육 효과가 있었나. -원산지 및 가격표시제를 자발적으로 지켰다. 상품 진열도 고급스럽게 했다. 이러다 보니 다른 전통시장과는 달리 고객 중 젊은 층도 상당수 된다. 점포 앞에 내놓던 상품을 치워 통로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시장 안에서는 상인들이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신용카드 가맹점도 전국 전통시장 평균보다 25% 이상 높은 72% 점포에 이른다.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했다는데. -정월 대보름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시장을 찾는 고객에게는 무료로 점심을 준다. 또 4월이면 상인부녀회가 요리강사를 초청해 결혼이주여성들을 상대로 다문화가정 요리강습회를 선보인다. →매출은 많이 늘었나. -개별 점포이다 보니 정확하게 나오지는 않는다. 그래도 매년 10% 이상씩 늘어나는 것은 확실하다. 방문 고객이 그만큼 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하루 평균 고객은 7000여명으로 2006년 이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10월 중소기업청 산하 시장경영진흥원이 연 ‘우수시장 박람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는 등 상을 10차례나 받았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시론] 대구육상대회가 남긴 과제들/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시론] 대구육상대회가 남긴 과제들/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올림픽 및 월드컵축구대회와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제전’으로 꼽히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제13회인 대구대회가 열전 9일간의 막을 내렸다. 대회가 뿜어낸 열기와 흥행은 역대 최고로, 그 주인공은 역시 대구 시민이었다. 대회 유치 100만명 서명운동, 깨끗한 대구 환경 만들기에서부터 교통질서 유지, 자원봉사자와 서포터스 참여, 관람 열기 등 모든 분야에서 성숙하고 적극적인 시민의식을 보여주었다. 202개국 1945명의 참가선수와 50만명에 육박한 관중이 함께 보여 준 축제 한마당은 ‘육상 대구’의 이미지를 세계 각국에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거리환경을 포함한 주변 기반시설, 대구 스타디움과 연습장 등 경기시설, 선수촌을 중심으로 한 숙박시설 등은 국제대회를 치르기에 손색이 없었다. 반면 대회 운영의 세부적인 부분, 통역 및 안내요원의 전문교육 부족과 관중 수송을 위한 셔틀버스 운영 문제 등 여전히 개선이 요구되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세계적인 규모의 국제대회를 자체 교육에 의해 양성된 심판 및 대회운영 요원과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비교적 원만하게 치러낸 것은 가장 큰 성과로서 차후에 보다 큰 대회를 위한 귀중한 경험과 역량이 될 것이다. 대구 도심을 중심으로 다채롭고 풍성하게 개최된 총 170여종의 문화행사에 100여만명의 인파가 몰려 대성황을 이룸으로써 스포츠이벤트와 문화행사의 연계가 또 다른 가치를 창조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경기력 부분은 기존의 육상강국 미국의 저력과 다음 개최국인 러시아의 경보를 중심으로 한 선전이 두드러졌다. 우사인 볼트를 앞세운 자메이카는 미국과 단거리 자존심 대결에서 근소한 우세를 나타냈으며, 장거리와 마라톤에서는 케냐가 단연 최강임이 확인됐다. 대회 초반 스타선수들의 부상에 의한 훈련 부족과 지나친 부담, 높은 습도와 낮과 밤의 현저한 기온차에 따른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 전반적인 세대교체 추세, 대구스타디움 특유의 야간시간대 풍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기록이 전반적으로 저조했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우수한 기록들이 수립됐고 마지막 경기인 남자 400m 계주에서 우사인 볼트가 포함된 자메이카팀이 37초 04의 경이적인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며 극적인 클라이막스를 연출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장대높이뛰기의 이신바예바(러시아)와 100m 허들의 다이론 로블레스(쿠바) 등 기존 대표 스타들이 우승권에서 멀어진 반면 남자 400m의 키라니 제임스(그레나다), 여자 7종경기의 타티아나 체르노바(러시아) 등과 같이 새로운 스타들이 유독 많이 나타남으로써 육상의 세대교체와 함께 스포츠에서는 영원한 승자가 없음을 알 수 있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역시 우리 선수들의 부진을 들 수 있다. ‘10-10 프로젝트’를 내세워 야심찬 준비를 해왔으나 세계 수준의 높은 벽을 실감하였다. 그러나 김덕현의 도약, 김현섭과 박칠성을 앞세운 경보, 400m계주와 1600m계주, 10종경기의 김건우 등의 한국신기록 수립을 통해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주었다. 육상경기는 더욱 체계적인 계획에 의한 장시간의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과 노력하면 분명히 가능하다는 것을 동시에 확인시켜 주었다. 선택과 집중에 의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 수립과 추진, 과학적인 훈련프로그램에 의한 꿈나무 육성, 해외전지훈련 및 국제대회 출전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화 등의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이제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가장 큰 숙제는 대회 효과를 어떻게 활용하고 발전시키는가 하는 것이다. 이번 대회를 위해서 투입한 순수 대회예산 2466억원을 비롯해 도시기반 시설, 육상진흥센터, 선수촌 건립비 등에 투입한 예산을 고려할 때 대회시설 재활용 방안과 새로운 자산 창출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육상경기를 하나의 스포츠만으로 간주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육상경기를 중심으로 한 스포츠와 국민건강 및 스포츠산업을 연계하는 데 초점을 맞춘 미래지향적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 [2011 대구세계육상] 씁쓸한 ‘美笑’

    이번에도 미국이 웃었다. 4일 끝난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미국이 금메달 12개, 은 8개, 동 5개로 종합 1위를 기록하며 1983년 헬싱키 대회 이후 10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좀 다르다. 미국 육상의 자존심이었던 남자 단거리에서 자메이카에 패권을 넘겨줬을 뿐 아니라 ‘영원한 라이벌’ 러시아의 추격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트랙 부문에서 7개의 금메달을, 필드에서는 남·여 높이뛰기, 남자 멀리뛰기와 세단뛰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남자 10종경기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문제는 남자 단거리에서 자메이카에 완전히 밀렸다는 것. 자메이카는 남자 100m에서 요한 블레이크, 남자 200m에서 우사인 볼트가 우승해 지난 대회에 이어 타이틀을 석권했다. 400m 계주에서도 자메이카가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금메달을 따는 동안 미국은 바통터치에 실패하며 레이스를 끝마치지도 못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스프린터 왕조’로 군림했다. 100m의 경우 1983년부터 1991년까지 칼 루이스가 3연패했고, 1997~2001년 모리스 그린이 다시 3연패를 달성했다. 200m에서도 모리스 그린(1999년), 존 카펠(2003년), 저스틴 게이틀린(2005년), 타이슨 게이(2007년)가 정상을 지켰다. 그나마 여자는 상황이 좀 낫다. 400m 계주에서 자메이카를 제치고 금메달을 땄고, 100m에서 카멀리타 지터가 우승해 자존심을 지켰다. 그러나 200m에서는 베로니카 캠벨브라운(자메이카)에게 밀려 4연패에 도전한 앨리슨 펠릭스가 동메달로 무너졌고 지터도 은메달에 그쳤다. 2013년 모스크바 대회를 개최하는 러시아의 도전도 거셌다. 러시아는 9개의 금메달을 따며 종합 2위를 기록했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까지 포함하면 1983년 1회 대회 이후 2009년 베를린 대회까지 획득한 메달 수가 208개(소련 75개)로 미국(250개) 다음으로 많은 육상 강국이다. 케냐도 중·장거리 종목과 남·여 마라톤에서 모두 7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3위에 올랐다. 아시아권에서는 중동 국가들의 부진으로 트랙에서 전멸했으나 중국과 일본이 필드에서 금메달을 한 개씩 수확하며 7위와 11위에 올랐다. 대구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30m 앞두고… ‘성별 논란’ 세메냐 2연패 물거품

    성 정체성 논란의 주인공 캐스터 세메냐(20·남아공)가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를 위해 1등을 유지해야 할 거리는 딱 30m였다. 세메냐는 이 거리를 버텨내지 못했다. 4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지막날 여자 800m의 우승자는 러시아의 마리아 사비노바(26·러시아)였다. 세메냐는 2위에 그쳤다. 세메냐는 자신의 페이스대로 달렸다. 초반 중위권에 머물다 결승선을 100여m 앞두고 선두로 치고 나오는 예선에서의 전략을 똑같이 구사했다. 대회 2연패가 눈앞이었다. 그런데 변수가 있었다. 결승선 50여m를 앞두고 사비노바가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왔다. 결승선 30m를 남겨두고 추월당한 세메냐는 다시 순위를 뒤집을 만한 힘도, 거리도 남아있지 않았다. 사비노바는 올 시즌 최고 기록인 1분 55초 87로 1위를 차지했고, 세메냐는 1분 56초 35로 은메달을 땄다. 그래도 세메냐는 아직 젊다. 여자 해머던지기에서는 러시아의 타티아나 리센코(28)가 우승했다. 리센코는 77m 13을 던져 이 종목 세계기록(79m 42) 보유자로 타이틀 방어에 나섰던 베티 하이들러(독일·76m 06)를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5000m에서는 소말리아 출신으로 영국에 귀화한 모하메드 파라(28)가 13분 23초 36의 기록으로 1등을 차지했다. 한편 자메이카와 미국의 자존심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여자 400m 계주에서는 미국이 이겼다. 비안카 나이트-앨리슨 펠릭스-마르쉐벳 마이어스-카멀리타 지터가 이어 달린 미국은 41초 56의 시즌 최고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었다. 이로써 각각 여자 100m와 16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땄던 지터와 펠릭스는 2관왕에 올랐다. 자메이카는 2위를 차지했다. 대구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1人 32役… 남편이 준 최고의 선물 매번 아이 낳는 심정이죠”

    “1人 32役… 남편이 준 최고의 선물 매번 아이 낳는 심정이죠”

    1인 32역의 연극은 어떤 느낌일까. 56년째 무대 인생을 걷는 배우 김성녀(61)의 연극 ‘벽 속의 요정’을 직접 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벽 속의 요정’은 한국전쟁 직후 40여년 동안 벽 속에 숨어 딸의 성장을 지켜본 아버지, 아버지가 죽은 줄만 알았던 다섯 살 순덕이가 숙녀로 커가면서 늘 대화를 나누던 벽 속의 요정이 아버지임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린 1인극이다. 부녀 간의 애틋한 사랑, 그리고 가난과 남편의 부재 속에서도 가정을 지켜온 어머니 등 가족의 뜨거운 사랑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작품을 보다 보면 서른두 가지 배역을 요리조리 잘 조리하는 김성녀의 연기력에 먼저 놀라고, 탄탄한 스토리에 두 번 놀라고, 극이 주는 감동에 세 번 놀란다. 그래서일까. 매회 공연 때마다 기립박수가 쏟아진다. ‘벽 속의 요정’이 김성녀라는 배우를 통해 관객을 만난 지 벌써 올해로 7년째다. 팔색조 같은 배우 김성녀를 지난 1일 공연장인 서울 대학로 PMC자유소극장에서 만났다. 2005년 초연 당시 10년간 ‘벽 속의 요정’으로 살겠다고 선언한 김성녀. 한데 올해 초 90을 바라보는 노()배우 백성희·장민호 선생의 ‘3월의 눈’을 본 뒤 생각이 바뀌었단다. 배우생활을 지나치게 나이로 제한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그녀는 앞으로 매년 이 작품에 도전할 생각이다. “제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건 마당놀이잖아요. 극단 ‘미추’ 대표(손진책·현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마누라였기 때문에 제 이름을 내건 연극을 하기 어려웠죠. 그런데 2005년에 송승환 PMC 대표가 울고 싶을 때 뺨 때려준 격으로 여배우 1인극 시리즈를 시작하는 바람에 ‘벽 속의 요정’을 만날 수 있었지요. 그 이후로 연극, 뮤지컬 무대에 더 많이 설 수 있었고요. 제겐 무척 남다른 작품입니다.” ‘벽 속의 요정’ 연출가는 남편 손진책(64)이다. 초연 때부터 부부는 연출가와 여주인공으로 함께하고 있다. “공연 준비하면서 많이 싸웠어요. 손 감독이 ‘연기를 그렇게 하지 마라. 연기가 삼류다’라며 어찌나 자존심을 상하게 하던지…. 나 또한 말을 안 듣게 되더라고요. 나중에는 안 되겠다 싶어 스태프들 전부 불러 공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서 연습을 했죠.” 말은 이렇게 하지만, 두 사람은 부부 사이를 넘어 예술적 동지이자 우군이다. 연출 욕심이 유별난 손 감독이 2005년 ‘벽 속의 요정’ 연출을 맡은 것은 그해 결혼 30주년을 맞아서였다. 연출가의 영향력은 되도록 최소화하고 1인 32역의 배우, 김성녀를 돋보이게 작품을 만들었다. 그녀도 ‘벽 속의 요정’은 남편이 자신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했다. “초연 때 참 많이 울었어요. 제 생각엔 남편도 ‘벽 속의 요정’이에요. 연극이란 벽 속에 갇혀 있죠. 인생에서 한 부분에 갇혀 사는 사람,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받는 영향 등에 대해 많이 공감했습니다. 이 작품은 제게 여러모로 선물이에요.” 7년째 같은 작품으로 무대에 오르는 그녀이지만 공연을 앞두고는 늘 긴장의 연속이란다. “1인 32역에 대사도 많다 보니 모든 에너지를 작품에 쏟아부어요. 매번 아이를 낳는 심정이죠.” 분장실 거울 한편에 공연 날짜가 기록된 달력이 붙어 있다. 날짜마다 동그라미(O), 세모(△) 표시가 돼 있었다. 간혹 엑스(X)자도 보였다. “매일 실수를 해요. 7년째 하는 공연이지만 1, 2막 모두 완벽하게 한 공연은 서너번밖에 안 돼요. 대사를 틀리지 않은 날은 별(★)표, 대사를 틀리면 동그라미, 마음에 안든 날은 세모 등으로 표시하면서 매일 저 자신을 점검하죠.”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2005년 첫 공연 때였어요. 순덕 엄마가 ‘살아 있는 남편 제사를 지낼 수 없다. 교회를 다니겠다’라는 대사를 해요. 근데 400여명의 관객이 폭소를 터뜨리는 거예요. 평소 연습 때 스태프들이 아무도 웃지 않았기에 혹시 뭔가 실수한 건가 싶어 당황했죠. 머릿속이 하얗게 되며 다음 대사가 전혀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 결국 저도 웃으면서 무대를 두 바퀴 돌았죠. 1인극이다 보니 대사를 까먹어도 상대방이 대처해주는 게 없어 아찔할 때가 많아요.” ‘벽 속의 요정’을 통해 그녀는 수많은 관객을 만났다. 그 가운데 극 중 소녀와 이름이 같았던 순덕이란 팬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 순덕이란 분이 제게 울면서 오셨어요. 살기가 너무 어려워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였는데 공연을 본 뒤 희망을 얻었다며 고마워 하더라고요. 한 2년간 늘 공연장에 그분이 오셨어요. 지금도 그분이 어떻게 사시는지 문득문득 궁금해요.” 연극을 본 뒤 ‘배우 김성녀의 미학’이란 블로그를 운영 중인 광팬도 있단다. 그녀는 오는 11월 김정옥(79) 연출가의 데뷔 50주년 기념작이자 100번째 작품인 연극 ‘흑인 창녀의 노래’를 통해 또 한번 변신을 꾀할 예정이다. ‘벽 속의 요정’은 오는 25일 막을 내린다. 5만원. (02)745-8289. 글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사설] 35억원 마련해 줄테니 곽교육감 버티라니…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유죄가 확정돼 선거비용 35억원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돈을 모아서 물어주겠다는 말이 진보진영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고 한다. 절대 사퇴하지 말라는 얘기다. 대법원 판결까지 가는 과정에서 정권이 바뀌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까지 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곽노현 후보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그제 기자회견을 통해 “곽 교육감은 매우 윤리적인,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고 옹호했고, 김상곤 경기도교육감도 “곽 교육감이 2억원을 전달한 것은 유감이지만 민주적인 법학자, 양심적인 교육자 모습의 그를 신뢰하고 존중한다.”고 측면 지원했다. 아무리 초록은 동색이라지만 도그마(독단)에 빠진 그들의 언행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자존심이 강할지는 몰라도 윤리적이라고 할 수 없으며, 법학자인 것은 맞지만 양심적인 교육자의 모습이라고 강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절대 변할 수 없는 것은 선의(善意)든, 후보단일화 대가든 곽 교육감이 경쟁관계였던 박명기 교수에게 2억원을 줬다는 사실이다. 이 돈이 어떤 돈인지는 곽 교육감과 검찰의 주장이 다른 만큼 법원의 판단에 맡기면 된다. 우리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돈의 성격 외에도 이번 사태가 불거진 이후 곽 교육감의 처신과 이른바 ‘곽노현 친위대’ 행태다. 이번 사건은 법 이전에 도덕성의 문제다. 곽 교육감이 정말 윤리적이고 양심적인 교육자라면 집무실 문을 걸어 잠그고 법 논리를 궁리할 게 아니라 광장으로 나와 초롱초롱한 학생들의 눈망울을 대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버텨도 될 만큼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지 스스로 묻고 답할 일이다. 진보진영은 이번 사건을 이념대결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설령 곽 교육감에게 조금 도움이 되는 상황을 만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소모적인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씨줄날줄] 생부(生父)의 후회/주병철 논설위원

    정(情) 가운데 혈육의 정보다 끈끈한 게 없다고 한다. 부모와 자식 간의 정이야 오죽할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게 부모의 자식사랑이란다. 미국의 딕 호이트와 던 예거의 감동 실화 ‘나는 아버지다’라는 책이 그렇다. 장애를 가졌지만 “달리고 싶다.”며 자신을 포기하지 않은 아들과 그런 아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하는 아버지의 감동적인 얘기다. 그들은 서로에게 이런 말을 한다.“아버지가 없었다면 할 수 없었을 거예요.” “네가 없었다면 아버지는 하지도 않았다.”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아버지를 찾아 멕시코에서 뉴욕으로 밀입국한 10대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아버지’(2007년)도 눈물 없이 볼 수 없다. 김현승 시인의 시 ‘아버지의 마음’은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다짐과 애틋함이 곳곳에 묻어난다.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정이 뭔지, 살다 보면 정 때문에 회한과 후회도 생긴다. 엎지른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는 고사가 여기에 딱 맞다. 주(周)나라 문왕(文王)의 스승이 되고 나중에 제(齊)나라의 시조가 된 태공망 여상(太公望 呂尙)은 젊었을 때 유달리 가난뱅이였다.독서삼매의 나날만 보냈는데 이를 참다 못한 부인 마(馬)씨가 친정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후 여상이 출세하자 마씨가 다시 찾아왔다. 그러자 여상이 ‘그릇의 물을 엎질러 놓고 저 물을 다시 그릇에 주워담아 보시오.’라고 했다. 여상은 부부지간에도 한번 금이 가면 되돌리기가 어렵다며 마씨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애플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스티브 잡스의 생부(生父)인 압둘파타 존 잔달리(80)가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50여년 전 아들을 입양 보낸 것을 후회한다.”면서 “더 늦기 전에 잡스가 내게 연락해 커피 한잔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죽음을 앞두고 있을지라도 내가 먼저 전화를 걸어 그와 통화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고 전했다. 뉴욕포스트는 부전자전(父傳子傳)이라고 했다. 아들 잡스처럼 아버지도 여든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은퇴를 유예한 ‘일 중독자’다. 게다가 아버지가 보낸 이메일에 잡스가 묵묵부답이라니 자존심도 꼭 닮은 것 같다. 얼마 전 혼혈 가수 인순이는 “아버지는 내게 용서이자 치유”라고 했다. 잡스의 치사랑을 보고싶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교육특강·미술제·역사포럼… 區마다 ‘문화 바람’] ‘龍山’은 어느 산을 일컫나… 지역사 재조명

    [교육특강·미술제·역사포럼… 區마다 ‘문화 바람’] ‘龍山’은 어느 산을 일컫나… 지역사 재조명

    지금의 용산(龍山)구는 그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원래 산이다. 그런데 대체 어느 산을 말하는 것이고, 또 그 이름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이런 지역사 문제는 그 지역에 오래 뿌리내리고 살면서도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1일 용산문화원에 따르면 이런 물음에 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30일 열린 ‘용산 지역사 학술 세미나’다. 조선시대부터 한강 문화의 중심지였던 용산의 위상을 알리고 그 변화상을 추적하는 한편 문화재 복원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용산구가 후원하고 한국땅이름학회와 용산사랑포럼이 주최했다. 세미나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배우리 한국땅이름학회 회장은 용산 지명의 유래를 이렇게 설명했다. 용산이라는 산은 지금의 원효로4가와 마포구 도화동 사이에 위치했는데, 풍수지리학적으로 한양을 둘러싼 우백호의 끝자락에 해당한다. 그런데 용이 한강에 닿아 물을 마시려고 고개를 숙인 모습과 닮았다고 하여 지명으로 땄다. 용산은 예부터 한강이 휘도는 경치가 좋아 시인 묵객들의 놀이터였다. 또 다른 발표자로 나선 류지만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은 누정(亭·누각과 정자)의 정의에서부터 기원, 구조, 기능 등을 폭넓게 개관했다. 마지막으로 나선 김성태 용산성당 총회장은 ‘삼호정과 함벽정 정자 복원의 필요성’이란 제목의 발표에서 “문화재 복원은 우리 역사를 새롭게 하는 것이고 지역을 사랑해 온 사람들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라며 정자 복원을 주장했다. 30년 넘게 용산에 살면서 ‘용산 토박이’를 자칭하는 성장현 구청장도 참석했다. 성 구청장은 격려사에서 “용산이 지금까지 많은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개발에 속도를 냈다면 이제는 숨을 고르고 과거를 재조명할 때”라며 “세미나를 통해 용산의 가치 있는 문화를 알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용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분들이 용산 시대를 끌어갈 주역”이라며 “구정을 통해서도 우리 전통과 문화를 더욱 아끼고 발전시키도록 애쓰겠다.”고 다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달구벌 엇갈린 희비

    달구벌 엇갈린 희비

    부상, 약물 파동, 슬럼프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통해 명예회복을 별렀던 스타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장대높이뛰기 지존으로 추앙받다 6위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9·러시아)뿐만이 아니다. ‘장거리 황제’ 케네니사 베켈레(왼쪽·29·에티오피아)도 이신바예바처럼 부상 때문에 눈물을 삼켰다. 지난해 초 장딴지를 다쳐 2년 가까이 운동을 포기하다시피 한 베켈레는 이번 대회를 재기의 장으로 삼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베켈레는 남자 5000m(12분 37초 35)와 1만m(26분 17초 53) 세계기록 보유자다. 또 지난 2003년 파리 세계선수권대회부터 2009년 베를린 대회까지 1만m에서 4연패를 이룬 이 종목 절대 강자다. 그런 그가 대구에서 5연패를 노렸지만 긴 공백을 극복하기에는 힘에 부쳤다. 지난 28일 남자 1만m 결승에서 15바퀴를 돈 뒤 레이스 도중 기권한 베켈레는 30일 5000m 출전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2003년부터 이어온 5000m 무패 기록도 깨지게 됐다. 재기는커녕 황제의 자존심에 상처만 입게 됐다. 그의 에이전트 조스 허먼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고작 8개월 준비하고 대구에 온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이번 대회는 베켈레에게 경고를 던진 것과 같다.”고 말했다. ‘약물 탄환’이라는 같은 오명을 쓰고 부활을 별렀던 남자 100m의 저스틴 게이틀린(29·미국)과 드웨인 체임버스(33·영국)는 쓸쓸히 트랙을 떠나야 했다. 게이틀린은 이번 대회 준결승에서 10초 23으로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체임버스는 준결승에서 총성 전 어깨를 움직인 탓에 뛰어 보지도 못 하고 실격당했다. 2009년 베를린 대회 남자 400m에서 우승했지만 지난해 약물 양성 반응을 보여 21개월 동안 공백기를 가졌던 라숀 메릿(25·미국) 역시 대구에서 19살의 신예 키러니 제임스(그레나다)에게 역전당하며 타이틀 방어에 실패했다. 반면 ‘무관의 제왕’으로 불린 여자 100m의 카멀리타 지터(오른쪽·32·미국)는 지난 29일 결승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따냄으로써 그동안 쌓인 한을 풀었다. 현역 최고기록(10초 64) 보유자이지만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금메달과 인연이 없었던 지터는 생애 마지막 세계선수권대회가 될지도 모를 대구 대회에서 10초 90을 기록했다. 맞수인 자메이카의 베로니카 캠벨 브라운과 켈리 앤 밥티스트(트리니다드토바고)를 따돌렸다. 지터는 금메달을 확인한 직후 트랙에 무릎을 꿇고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지터는 “2007년과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딸 때도 기뻤지만 더 좋은 메달을 따고 싶었다.”면서 “스스로를 계속 자극했고 드디어 원하는 것을 잡았다.”며 감격에 겨워했다. 대구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잡스 생부 “보고 싶다 아들아”

    잡스 생부 “보고 싶다 아들아”

    “더 늦기 전에 아들과 커피라도 한잔했으면…. ” 지난 24일(현지시간) 애플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 스티브 잡스(56)의 베일에 싸여 있던 가족사가 드러났다. 잡스의 생부(生父)인 압둘파타 존 잔달리(80)는 최근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50여년 전 아들을 입양 보낸 것을 많이 후회한다.”며 얼굴 한번 본 적이 없는 아들에 대한 애절한 심경을 털어놨다. 잔달리는 시리아 이민자 출신으로, 현재 미국 네바다주 리노의 카지노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잔달리가 전처 조앤 심슨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애플의 CEO라는 사실을 안 것은 2005년이었다. 당시 잡스는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나는 젊은 미혼 대학생의 자식으로, 출생 뒤 몇 개월 만에 입양됐다.”고 불행한 가족사를 고백한 게 그에게는 잃었던 아들을 찾는 좋은 단서였던 셈이다. 잔달리는 1955년 여자 친구 심슨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결혼은 쉽지 않았다. 시리아인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심슨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다. 그는 심슨이 아이를 낳아 기르기를 원했으나, 그녀가 입양을 보내겠다고 해서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 이후 심슨은 잔달리 몰래 샌프란시스코로 가 아이를 낳은 뒤 입양시켰다. 하지만 입양 보낸 지 몇 달 되지 않아 심슨의 아버지는 사망했고, 잔달리와 심슨은 마침내 결혼했다. 잔달리는 그러나 입양 보낸 아이를 되찾아 오기 위해 노력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두 사람은 2년 뒤인 1957년 딸 모나를 낳았지만 4년 만에 이혼했다. 심슨은 그 뒤 재혼해 살고 있고, 여동생 모나는 유명 소설가가 됐다. 잔달리는 아들이 잡스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생일 때마다 이메일을 보냈다. “내가 무슨 글을 썼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들의 생일을 축하하고 건강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으로 짧게 보낸 것 같다.” 이메일엔 ‘아버지’(dad)라는 서명 대신 이름만 적었고, 직접 전화를 걸어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 “시리아인의 자존심이라고 할까. 아들에게 전화하면 재산에 관심이 있어 전화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느꼈다.” 잔달리는 자신이 아들의 재산을 욕심내는 것도, 아들을 입양 보낸 것에 용서를 구하는 것도 아니라고 현재의 심경을 토로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지금 안방극장은 ‘로코퀸’ 전쟁

    지금 안방극장은 ‘로코퀸’ 전쟁

    요즘 안방극장은 ‘로코퀸’(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전쟁이 한창이다. 저마다 털털하고 현실적인 캐릭터를 앞세운 여배우들의 자존심 대결이 팽팽하게 펼쳐지고 있다. 코미디와 멜로를 오가는 로맨틱 코미디는 상당한 연기력과 내공을 필요로 하는 장르다. 때문에 극의 중심인 여주인공이 매력을 잃지 않으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드라마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로코퀸’ 3인방을 만났다. 로맨틱 코미디를 이야기할 때 이 배우를 빼놓을 수 없다. 바로 SBS ‘여인의 향기’의 김선아다. 2005년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예쁘지도 날씬하지도 않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파티셰를 연기해 신드롬을 일으켰던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삼순이’로 식지 않은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김삼순’의 성공 이후 자연스럽고 코믹한 노처녀 연기는 김선아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으나, 그에겐 넘어야 할 또 다른 벽으로 작용했다. 비슷한 색깔의 연기를 선보였던 후속작 ‘밤이면 밤마다’(2008)의 흥행 성적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드라마에 꾸준히 출연하며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조금씩 넓혔다. 김선아는 10급 공무원이 최연소 여성 시장이 되는 ‘시티홀’(2009)에서 여주인공 신미래 역을 맡아 코미디뿐만 아니라 정극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높였다. 그의 연기 내공이 빛을 발하고 있는 드라마가 바로 ‘여인의 향기’다. 그가 연기하는 이연재는 그동안 맡았던 인물 중 가장 극적이다. 학력이나 외모가 평균치를 살짝 밑돈다는 설정은 비슷하지만,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고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인물의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비극을 밑바닥에 깔고 시작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생애 마지막으로 선택한 강지욱(이동욱)과의 로맨스는 더욱 애절하게 다가온다. 김선아는 그런 연재를 입체적이고 현실감 있게 표현해 재벌 2세와의 사랑 놀음으로 끝날 뻔한 드라마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살이 너무 빠져 홀쭉해진 ‘삼순이’가 다소 낯설기는 하지만, 그가 ‘로코퀸’뿐만 아니라 ‘멜로퀸’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꽤나 흥미롭다. 김선아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나온 이가 바로 최강희다. 현재 SBS 수목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에서 당찬 여비서 노은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며 차세대 ‘로코퀸’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최강희의 가장 큰 장점은 과장이 없고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다. 그의 이런 매력은 작품 속 캐릭터와 어울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극중 은설은 돈도 없고 배경도 없는 삼류대 출신으로 이 시대의 88만원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오기와 깡으로 똘똘 뭉친 그에겐 언제나 씩씩하고 밝은 기운이 넘친다. 최강희는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와 영화 ‘달콤살벌한 연인’ 등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자주 얼굴을 비췄다. 하지만 엉뚱한 ‘4차원’ 이미지가 강해 대중과 다소 거리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그런 간극을 줄이고 인기의 폭을 넓히고 있다. 극 초반 ‘발산동 노전설’로 불리는 은설의 캐릭터로 과격한 액션 연기도 서슴지 않았던 최강희는 중반을 넘어서며 두 남자 주인공 차지헌(지성)과 차무헌(김재중)의 사랑 고백을 받고 목하 고민 중이다. 하지만 허황된 신데렐라의 꿈을 덥석 좇지 않고, 재벌가 사모님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노은설식 사랑 방정식’에 관심이 쏠린다. 한류스타 최지우도 그동안의 청순가련형 이미지를 벗고 ‘로코퀸’ 전쟁에 뛰어들었다. 지난 24일 처음 방송한 MBC 수목 드라마 ‘지고는 못살아’로 안방극장에 컴백한 그는 털털하면서 터프한 주부로 변신해 눈길을 끌었다. 극중 이혼 위기에 처한 변호사 이은재 역을 맡은 최지우는 돈보다 정의를 찾는 남편 연형우(윤상현)에게 바가지를 긁고 술에 취해 망가지는 연기를 펼치는 등 영락없는 아줌마로 탈바꿈했다. ‘겨울연가’, ‘천국의 계단’을 비롯해 최근 ‘스타의 연인’까지 멜로 드라마를 고집했던 최지우에게 이번 작품은 꽤 과감한 도전이다. 데뷔 이후 처음 도전하는 로맨틱 코미디이기 때문이다. 사실 최지우의 변신은 최근 ‘1박2일-여배우편’에서 이미 감지됐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기존의 이미지와는 달리 몸개그도 마다하지 않는 소탈함으로 시청자들의 호감을 샀다. 이번 작품을 시작으로 그의 다양한 연기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최지우는 지난 17일 드라마 제작 발표회에서 “청순가련 이미지를 15년 동안 했으면 이젠 깰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변신을 예고했다. 이어 “이제 화면에서 예쁘게 보이는 것은 내려놨다.”며 ‘로코퀸’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첫 방송이 나간 뒤 그의 연기 변신에 새롭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최지우가 멜로에 이어 로맨틱 코미디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것인지 주목된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CEO 칼럼] IT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석호익 KT 부회장

    [CEO 칼럼] IT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석호익 KT 부회장

    제갈공명이 오장원에서 사망한 이후 중국 역사는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유비와 제갈공명이 천하통일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아쉬운 결말을 맺어 나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에게 제갈공명의 죽음 이후 중국의 역사는 단절돼 빈 공간으로 남아 있다. 실제로 전개된 역사를 보면 위·촉·오 삼국을 통일한 최후의 승자는 조조나 유비, 손권이 아닌 조조의 참모였던 사마의의 손자 사마염이다. 그 뒤 한(漢)나라 이후 중국의 혼란을 수습하고 건국된 나라가 바로 진(晉)나라였다. 그러나 진나라는 팔왕의 난(八王─亂)이라는 극심한 내분을 겪으며 어이없게도 52년 만에 무너졌다. 이후 중국 역사는 중원을 북방민족에 내주는 이른바 5호16국(五胡十六國)의 혼란기로 접어들게 된다. 이 혼란은 589년 수(隋)나라가 중국을 재통일할 때까지 약 300년간 계속됐다. 결국 팔왕의 난은 내부 분란이 제국의 몰락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역사상 처음으로 이민족이 한족을 몰아내고 중원에 나라를 세워 중화(中華)민족인 한족의 자존심에 상처를 남긴 사건이었다. 자중지란에 빠졌던 중국의 역사가 현재 위기에 닥친 한국 정보기술(IT) 산업계를 되돌아보게 한다. 전 세계 IT 산업계의 변화는 숨가쁘다. 애플이 아이폰·아이패드 등으로 세계시장을 휩쓸자 구글은 모바일 기기 제조업체인 모토롤라를 인수했다. 단말기제조 기술까지 직접 보유해 애플과 같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결합한 토털 IT 기업으로 자리 잡겠다는 전략이다. 휼렛패커드도 최근 PC·스마트폰·태블릿PC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하고 영국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인 ‘오토노미’를 100억 달러에 인수했다. 미국 IT 공룡들의 움직임은 IT산업의 지도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고 있음을 확실히 보여 줬다. 이에 따라 하드웨어 제조업 기반 통신 네트워크(망) 중심의 한국 IT산업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IT 강국이던 한국은 왜 불안에 떨게 됐을까?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 강국을 건설한 이후 자만에 빠져 외부의 변화에 소홀했다. 한 해 6조원을 쏟아부으며 국내 가입자와 점유율 높이기에만 혈안이 돼 왔다. 그 결과 스마트폰 도입은 무려 4년이나 늦었고 스마트폰 시대의 핵심 경쟁력인 소프트웨어에 대한 준비는 전무했다. 앞서 가는 외국기업을 따라잡기 위해 항상 써왔던 ‘재빠른 2등(Fast Second) 전략’이 소프트웨어에서는 통하지 않으니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가장 시급한 일은 소모적인 경쟁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시대에 맞지 않는 후진적인 국내 휴대전화 유통구조의 개선이 급선무다. 최근 KT가 이러한 문제점을 바꿔 보겠다고 나섰다. 휴대전화 가격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대리점마다 가격을 게시해 고객의 손해나 구매 후 가격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 주는 공정가격(Fair Price)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적정가격을 알림으로써 불필요한 마케팅비를 없애 고객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어 환영할 만하다. 이 제도는 KT만의 노력으로는 정착되기가 쉽지 않다. 오랫동안 지속돼 온 이동통신 시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 더불어 제조사나 여타 통신사들의 동참도 뒷받침돼야 한다. 제도적인 틀 안에서 고객의 혜택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는 것을 국민 모두가 바라고 있다. 역사는 미래를 보는 거울이라고 한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 미래에도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1800년 전 내부의 분란으로 인해 제국이 멸망하고 외세의 침략을 받은 중국의 역사가 지금 국내 경쟁에만 몰두하는 한국의 IT산업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그 대가는 생각보다 혹독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태극전사 출격, 깜짝 메달 부탁해!

    태극전사 출격, 깜짝 메달 부탁해!

    태극전사들이 마침내 출발선에 섰다. 이들이 받아든 특명은 ‘10-10’(10종목에서 10명의 결선진출자 배출)이다.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26일 한국 대표선수들은 “최소한 개최국의 자존심은 지키겠다.”며 막바지 비지땀을 쏟고 있다. 안방을 내주고 뒷방 신세만 질 수 없는 노릇이어서다. 한국 육상이 세계 수준과의 격차가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그동안 흘린 땀이 헛되지 않도록 혼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깜짝 기록’도 점쳐지고 있다. 태극전사들은 개막 첫날인 27일부터 비상을 꿈꾼다. 여자 마라톤과 여자 1만m 등 두 종목에서 결승전이 치러진다. 오전 9시 이번 대회의 스타트를 끊는 여자 마라톤은 한국이 메달을 기대하는 몇 안 되는 종목 중 하나다. 이 경기의 결과가 한국선수단의 전체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어 주목된다. 정윤희(왼쪽·28)·최보라(20)·박정숙(31·이상 대구은행), 김성은(22)·이숙정(20·이상 삼성전자)이 나선다. 이들 가운데 최고 기록 보유자 김성은(2시간29분27초)조차 올 시즌 80위권 밖이어서 전망은 밝지 않다. 하지만 ‘번외 종목’으로 가장 성적이 좋은 3명의 기록을 합산하는 단체전에서는 ‘깜짝 메달’의 꿈을 부풀린다. 외국 선수들보다 코스와 날씨에 익숙한 것이 강점이다. 하지만 개막일부터 비가 예보돼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은 이날 7종목 예선전에도 나선다. 우선 남자 장대높이뛰기의 김유석(29·대구시청)과 여자 멀리뛰기의 정순옥(28·안동시청)이 뛰어오른다. 김유석은 2009년 대회(베를린)에서 결선에 진출할 수 있는 5m 55를 날아올랐지만 시기 수에서 밀려 예선 탈락의 분루를 삼켰다. 올해 레버쿠젠 국제대회에서 5m 50으로 우승하는 등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 낭보가 예상된다. 하지만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정순옥은 고질적인 발목 부상에 시달려 아쉬움을 준다. 남자 10종경기의 김건우(31·문경시청)는 오전 10시 100m 달리기를 시작으로 이날 하루에만 다섯 경기를 소화한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예상을 뒤엎고 은메달을 목에 건 김건우는 자신의 한국기록(7824점)을 넘어 8000점 고지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남녀 100m에서는 간판 김국영(오른쪽·20·안양시청)과 정혜림(24·구미시청)이 자격 예선에 출전한다. 김국영은 400m 계주에 집중했고 정혜림도 110m 허들이 주종목이어서 결선 진출을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주종목을 앞두고 치르는 첫 실전인 만큼 자격 예선을 통과해 자신감을 키울 생각이다. 남자 포환던지기와 남자 해머던지기에는 황인성(27·국군체육부대)과 이윤철(29·울산시청)이 나선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영화리뷰]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여자들은 보통 주변의 친한 친구가 결혼할 때 심경의 변화를 느낀다. 멀게만 느껴졌던 결혼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도 바로 이때쯤이다.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은 이처럼 여자들에게 가장 민감한 친구의 결혼식을 소재로 한 영화다. 이와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은 많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다른 점은 결혼을 앞두고 남자 문제로 속 썩는 여자들이 아니라 결혼식에서 한번쯤 있을 수 있는 친구들 사이의 우정과 질투 등 미묘한 감정 변화를 다뤘다는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섹스 앤더 시티’처럼 직업이나 상황이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나 현실적인 상황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주인공 애니(크리스틴 위그)는 불경기에 시작한 베이커리 사업은 망하고, 이기적인 나쁜 남자에게 빠져 시간을 낭비한 인물이다. 인생의 밑바닥을 친 것 같은 순간, 때마침 솔로 시절 동고동락했던 ‘절친’ 릴리언(마야 루돌프)의 결혼 소식이 들린다. 릴리언의 부탁으로 들러리 대표로 뽑힌 애니. 그러나 막상 파티에 가 보니 상황은 기대와는 정반대로 돌아간다.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했던 릴리언은 새로 사귄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게다가 그들은 부유한 헬렌(로즈 번), 일탈을 꿈꾸는 ‘마님’ 리타(웬디 맥렌던 커비) 등 당장 월세 걱정을 하며 살아가는 애니와는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다. 애니는 당당하고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려 애쓰지만, 마음 속에서 느껴지는 위축감은 어쩔 수 없다. 거기에 단짝처럼 붙어 다니는 헬렌과 릴리언의 모습을 보며 애니는 점점 질투심에 불탄다. 취향도, 코드도 맞지 않는 들러리들과의 결혼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애니. 결국 그녀와 헬렌은 결혼식 준비를 두고 사사건건 부딪치고, 결혼식 준비는 점점 꼬이기만 한다. 이 영화는 화려한 패션이나 장신구 등으로 볼거리를 자랑하거나 여성들의 대리만족을 충족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여자들의 섬세한 감정 변화와 숨길 수 없는 속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해 현실적인 공감과 신선한 웃음을 자아낸다. 릴리언의 결혼을 축하하는 코멘트를 하는 장면에서 말 한마디도 지기 싫어 마이크를 빼앗으며 미묘한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애니와 헬렌의 대결 장면은 압권이다. 들러리 드레스 때문에 신경전을 벌이고, 배탈이 난 친구들이 화장실에서 벌이는 소동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하지만 애니를 제외한 여성 캐릭터들의 매력이 다양하게 표현되지 않고, 애니와 경찰관 로즈(크리스 오다우드)의 사랑 이야기도 보조적인 에피소드에 그쳐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우리에게는 다소 익숙하지 않은 들러리 문화를 그렸다는 점도 낯설게 다가올 수 있겠다. 청소년 관람불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日신용등급 강등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24일 일본의 신용등급을 ‘Aa2’에서 ‘Aa3’로 한 단계 강등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 1월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8년9개월 만에 AA에서 AA-로 내린 데 이어 무디스도 같은 수준으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은 자존심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일본의 신용등급은 중국, 타이완과 같다. 무디스는 이날 일본의 국채 등급 하향조정을 발표하면서 “2009년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일본의 대규모 재정적자 확대와 국가부채 증가”를 신용등급 강등 이유로 설명했다. 무디스는 그러나 일본의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24일 도쿄 주식시장에서는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닛케이평균주가지수가 전날보다 93.40포인트(1.07%) 하락한 8639.61포인트를 기록 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주파수 경매 ‘출혈경쟁’ 1.8㎓ 입찰가 8000억 돌파

    1.8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 입찰가가 8000억원을 돌파했다. 현재 같은 추세라면 최종 낙찰가가 1조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통신업계가 적정 가격으로 추정하는 8000억원대를 넘어서면서 누가 낙찰을 받아도 ‘상처뿐인 승자’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경매 6일째인 이날 SKT와 KT의 1.8㎓ 입찰가가 최종 라운드에서 8093억원을 기록했다. 입찰가는 경매 첫날인 지난 17일의 시초가인 4455억원보다 3638억원이 상승했다. 입찰 누적 횟수는 61라운드에 달한다. 끝내 입찰 포기자가 없어 낙찰자는 가리지 못했다. 1.8㎓ 경매가 26일까지 지속되면 1.8㎓ 가격은 시초가의 2배가 넘는 9880억원이 된다. 다음 주까지 이어질 경우 1조원을 돌파한다. 1.8㎓ 대역의 입찰가 상승폭은 가팔라지고 있다. 경매 첫날 466억원, 둘째 날 516억원, 셋째 날 568억원, 넷째 날 628억원, 다섯째 날 694억원이 올랐다. 한 치 양보 없는 치킨게임을 벌이는 SKT와 KT의 눈치작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누가 포기 카드를 제시할 것인가다. 그러나 주파수 경매가 두 회사의 자존심 경쟁으로 비화하자 시장의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이날 통신업종 주가는 3.09% 내려 전체 업종 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SKT는 전날보다 3.81% 떨어졌고, KT와 LG유플러스도 각각 2.48%, 1.81% 하락했다. 정승교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주파수 비용이 비이성적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대구세계육상 D-3] ‘100m 노메달’ 한국보다 느린 나라는?

    [대구세계육상 D-3] ‘100m 노메달’ 한국보다 느린 나라는?

    한국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m에서 단 한 번도 메달을 따본 적이 없다. 그러나 한국보다 더 느린 나라가 무려 133곳에 이른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맞아 펴낸 기록집에서 이같이 드러났다. 인간이 두 다리로 가장 빨리 움직이는 능력을 겨루는 육상 남자 100m 종목은 ‘인간 탄환’의 경연장으로 불리면서 육상 종목의 대명사로 통한다. 남자 100m의 한국기록은 지난해 6월 7일 대구에서 수립된 10초 23이다. 당시 19세였던 육상팀 막내 김국영(20·안양시청)은 31년이나 잠자고 있던 10초 34의 한국기록을 0.11초 앞당기며 육상계에 새로운 기대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시속 38.2㎞의 속도로 100m를 40~41걸음 만에 달려 9초 58을 끊는 우사인 볼트의 세계 기록과 비교하면 10초 23의 한국 기록은 미약해 보일 뿐이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국가 기록이 우리나라보다 느린 곳이 많다는 사실이다. IAAF에 가맹된 212개국 가운데 국가 최고 기록이 10초 23에 미치지 못한 나라는 총 133개국으로 기록 순위로 따지자면 한국은 공동 79위 정도가 된다. 올해 100m 자국 내 기록을 갈아치우고도 한국 기록에 미달하는 나라는 볼리비아 등 3곳이다. 한국과 기록이 같은 나라는 아르헨티나, 체코, 태국 등 3개국이다. 또 국가 최고 기록이 아직 10초대에 들어서지 못한 나라는 아프가니스탄, 지브롤타, 라오스 등 13개국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인도 북동부, 히말라야 산맥의 동쪽 끝에 있는 작은 나라 부탄의 국가 최고 기록은 12초 63으로, 한국의 여자 100m 최고기록인 11초 49보다도 1초 이상 늦다. 반면 한국의 영원한 경쟁 상대인 일본은 10초 00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10초 17의 기록으로 한국보다 훨씬 앞선다. 자메이카의 국가 기록은 우사인 볼트(25)가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세운 9초 58이다. 미국은 타이슨 게이(29)의 9초 69, 캐나다는 도노번 베일리(44)의 9초 84로 육상 강국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총 80명이 남자 100m 출발선에 선다. 김국영은 27일 오후 12시 55분부터 자격 예선을 치른다. 자격 예선은 세계 대회 A기록(10초 18)과 B기록(10초 25)을 넘지 못한 선수끼리 예선을 치러 1회전 진출자를 가리는 레이스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FA컵] 퇴로없는 ‘단판승부’ 킬러들의 ‘한방승부’

    이제 딱 두 경기 남았다. 두 번만 이기면 내년 아시아 챔피언에 도전할 수 있다. 막바지에 다다른 FA컵 얘기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아우르는 축구팀의 정상에 올랐다는 자부심에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에 따라 지갑까지 두둑이 채울 수 있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경기다. ●성남 라돈치치 vs 포항 모따 용병 대결 24일 FA컵 준결승에서 성남-포항, 수원-울산이 대결한다. 포인트는 역시 ‘킬러’다. 단판전인 만큼 검증된 골잡이들의 한 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K리그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먹구름이 잔뜩 낀 성남은 FA컵 우승에 올인했다. 믿을 건 라돈치치다. 성남 신태용 감독은 지난 20일 경남FC전(1-1 무)에서 라돈치치를 대기 명단에서까지 제외하며 FA컵에 배수의 진을 쳤다. 지난해 12월 십자인대 부상을 당해 반년 넘게 재활에만 매진했던 라돈치치는 지난달 27일 부산과의 FA컵 8강전에서 결승골(2-1승)을 터뜨리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컨디션은 여전히 100%가 아니지만 복귀 후 3경기에서 2골을 몰아치며 여전한 공격 본능을 뽐내고 있다. 후반기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에벨톤-에벨찡요가 스피드와 테크닉으로 좌우 측면을 휘저으며 라돈치치의 뒤를 받칠 계획이다. 라돈치치에 맞서는 ‘포항 킬러’는 모따다. 팀 내 최다골(8골)을 기록 중인 ‘용광로 축구’의 믿을맨. 2005년부터 5시즌 동안 성남에서 생활한 터라 친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게 강점이다. 포항은 모따뿐 아니라 아사모아·고무열 등 위협적인 공격수에 김재성·신형민·황진성 등 촘촘한 미드필더가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지난 주말 선두 전북과 수적 열세 속에 육탄전을 벌인 터라 체력 문제가 부담이지만 단판전인 만큼 난타전이 예상된다. 지난해 부산 지휘봉을 잡고 FA컵 준우승에 머물렀던 황선홍 감독이 팀을 바꿔 우승에 재도전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수원 염기훈 vs 울산 설기현 자존심 대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수원과 울산이 격돌한다. ‘국내파 킬러’ 염기훈과 설기현의 자존심 대결이 주목된다. 염기훈은 최근 3경기 2골 4어시스트로 컨디션이 절정이다. 덕분에 수원도 3연승을 달렸다. 7개월 만에 국가대표에 복귀하는 등 물이 올랐다. ‘전통 명가’ 울산은 3연패로 부진하지만 역시나 큰 경기에 한 방이 있다. 베테랑 설기현은 부산과의 지난달 리그컵 결승에서 1골 1어시스트(3-2승)를 터뜨리는 등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주말 K리그에서 바로 격돌하기 때문에 기선 제압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전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올 최대공사 용산랜드마크 수주 3파전

    올 최대공사 용산랜드마크 수주 3파전

    추정 시공비만 1조 4000억원으로 올해 단일공사 발주 규모로는 최대인 서울 용산역세권 랜드마크 빌딩을 둘러싼 건설사들의 수주전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로 일감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 공사의 수주 여부에 따라 건설업계의 올해 수주판도가 바뀔 전망이어서 과열경쟁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이 박빙의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포스코건설이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는 양상이다. ●일부 업체, 시공실적 등 이의 제기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용산역세권개발㈜은 용산 차량기지 자리에 들어서는 용산랜드마크 빌딩 시공사를 오는 9월 26일 선정한다는 계획에 따라 지난 17일 설명회를 열고 구체적인 시공사 선정 기준 등을 제시했다. 오는 2016년 12월 말 준공 예정인 용산랜드마크 빌딩은 지상 100층(잠정)에 공사비만 1조 4000억원 안팎의 매머드급 빌딩으로 시공비가 클 뿐 아니라 서울의 상징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여 대형 건설사마다 자존심을 걸고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지난 17일 설명회에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GS건설,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13개 건설사가 참가했다. 문제는 업체 선정 기준. 용산역세권개발은 평가 점수 100점 가운데 신용등급 30점, 시공능력평가 20점, 시공실적 20점, 공사기간 10점, 전환사채(CB) 인수 참여 10점, 공사이익률 10점 등으로 배분했다. 일부 건설업체는 이 가운데 시공능력평가 결과와 시공실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종합점수에선 1위였으나 건축분야에서는 삼성건설에 1위를 내준 현대건설 등은 전체적인 시공능력 평가를 건축만으로 제한한 것은 특정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담합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수주전에서 시공능력평가 3위 이하 업체에는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고, 1, 2위인 현대건설과 삼성건설은 단독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수주전을 이들 두 업체 간 경쟁으로 몰고가려는 의도라고 비난한다. 용산역세권개발과 관련한 업계 분석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 기준에 따라 시공능력평가 결과와 시공실적 평가, 신용도 등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삼성건설과 현대건설이 총점에서 0.5점 안팎의 차이로 1, 2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포스코건설이 3위, 4~6위권에서는 대우건설과 대림산업, GS건설이 선두와 6점 이내 점수로 경쟁 중인 것으로 나왔다. 이 가운데 GS건설은 시공실적이 부족해 순위가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실적에서는 포스코건설이 현대건설, 삼성건설과 함께 만점을 받았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빅2’ 간 경쟁에 포스코건설이 유력 건설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CB 인수량에 따라 시공권 향배” 이에 대해 용산역세권개발 관계자는 “일부 업체의 주장과 달리 시뮬레이션 결과 선두권 업체 간 점수차는 거의 없었다.”면서 “공사이익을 적게 내고, 용산역세권개발주식회사 CB를 얼마나 많이 사느냐에 따라 시공권의 향배가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상위 1, 2위 업체에 컨소시엄 구성을 불허한 것은 공정경쟁을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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