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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블로그] 사외이사제 수술… 모범 규준 될까

    금융위원회가 사외이사 제도를 뜯어고치겠다며 지난 20일 발표한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 규준’을 놓고 말들이 많습니다. 임기가 1년으로 줄어든 만큼 사외이사들이 자리 보존을 위해 지금보다 더한 ‘거수기’가 될 수도 있고, 당국의 지나친 간섭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금융 당국은 ‘읍참마속’이라며 “눈물을 머금고 선배(퇴직 관료)들을 쳐낸 것”이라고 항변합니다. 경영, 회계 등 현장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주로 사외이사를 맡도록 ‘장벽’을 쳐 놨으니 실무 지식이 없는 교수, 공무원이 판치는 사외이사 제도의 폐단이 줄어들 것이라고도 자평합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회의에서 “앞으로 나는 뭐 먹고 살아?”라고 농담을 던질 정도였답니다. “인력 풀(pool)이 되겠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당국은 이 제도 덕에 앞으로 ‘퇴직 금융인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인력 구조조정 등 일찍 자리를 떠난 금융권 실무 경험자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금융권의 말은 좀 다릅니다. 금융사를 떠난 지 2년이 안 됐거나 해당 금융사에 1억원 이상 거래가 있는 사람은 사외이사가 안 되는데 이런 수십 가지의 결격 사유를 다 따지다 보면 대상자가 많지 않다는 겁니다. 금융사 직원들의 업무량만 폭주할 것이란 자조도 나옵니다. 가뜩이나 ‘은행 혁신성 평가’까지 당국에 내놔야 하는데 이제는 사외이사 추천 사유부터 활동비 내역, 재평가 등의 공시 항목이 산더미 같다고 합니다. 당국은 “그만큼 사외이사들이 망가졌기 때문 아니냐”고 반문합니다. 물론 사외이사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는 좋습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들어야 합니다. 공시 목록이 대폭 늘면 투명성 제고는 될지 몰라도 개별사의 운영과 관련된 자율성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독립성을 잃고 정부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지요. 특히 규준에 맞추려고 형식적인 공시를 하다 보면 현실을 왜곡하거나 표면적인 보고만 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사외이사 평가를 할 만한 전문성을 갖춘 외부 기관이 많지 않은 것도 문제입니다. 일감이 몰리면 그 평가기관에 누가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될 수도 있지요. 또 다른 ‘옥상옥’이 생겼다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금융위는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조만간 보완책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현장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정말 ‘모범적’인 규준을 만들기 바랍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차관급 해경본부… 해상 수사권은 남아

    여야 협상 타결로 그동안 논란이 됐던 해경은 독립기관 지위를 잃으면서 국무총리실 산하 국민안전처로 통합되게 됐다. 여야가 합의한 정부조직법은 그러나 정부안과는 달리 국민안전처의 해양경비안전본부에 차관급 위상을 부여하고 해경의 수사권도 대부분 남겨 그나마 해경 조직의 위상과 자율성을 높였다는 평이다.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지만 여야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인천 송도국제도시 해경청 본청은 매우 착잡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해양경찰관들은 ‘혹시나’ 했으나 야당마저 해경을 포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올 것이 왔다”면서도 “담담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간부는 “처음에는 해경이 해체된다고 표현되니까 당연히 섭섭하고 착잡했다. 그러나 어찌 보면 독립기관으로서의 지위를 잃는 것일 뿐, 기능은 오히려 더 확대 강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경의 해체’보다는 기능의 전문화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문어발식으로 확장된 업무를 단순 전문화하여 구조와 경비에 앞장서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간부 역시 “61년을 지켜 온 조직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니까 씁쓸하고 가슴 아프다”면서도 “국민안전처로 가도 해상 수사권, 중국어선 단속, 해상 경계 같은 주요 기능은 유지되기 때문에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본다”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보였다. 해경은 1953년 12월 내무부 치안국 소속 해양경찰대로 처음 출범해 독도 해역 경비함 삼봉호(5000t급)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경비함정 303척을 운용하고 있다. 인력은 전국에 1만 1600명, 연간 예산 규모는 1조 1000억원으로 10년 전보다 각각 배에 가까운 규모로 성장했다. 현재 정부 부처 17개 외청 중 인력과 예산 규모가 4위일 정도로 거대한 조직으로 변모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사학조례안 갈등 “비리 규제 강화” “사학 옥죄기냐”

    서울시의회가 일선 사립학교에 대한 교육감의 행정지도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사학조례’를 추진해 사립학교 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광주, 전북, 경기 등에서 사학조례를 두고 논란이 이는 상황에서 진보 교육감과 사립학교들 간의 갈등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도 보인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30일 시의회 별관 대회의실에서 ‘사립학교 운영조례 제정 공청회’를 열고 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련된 조례안에 따르면 교육감이 사립학교 회계와 인사 운영 등에 대한 감독 기준을 만들어 시행하고 행정지도를 할 수 있는 근거가 강화된다. 회계 부정 등 중대한 비리로 감사처분을 받은 사학기관에 대해 행정지도를 할 수 있는 조항은 현재 교육감의 권한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하지만 비리에 대한 규제가 크게 강화된다. 교육감이 교비 횡령이나 회계 부정으로 행정처분한 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에 이를 통보하도록 해 투명성을 강화했다. 이사회 회의록을 매년 2회 이상 관리 감독할 수 있으며, 사립학교 이사회가 교원을 신규 채용할 때 이사회가 아니라 인사위원회 규정에 따라 해야 한다. 이 밖에 임시 이사가 파견되거나 교원 채용과 관련해 행정처분을 받으면 교육감이 재정 지원을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 조례를 대표 발의한 김문수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4년 동안 서울시교육청이 감사를 통해 사립학교에서 적발한 부정부패 비리가 모두 239건”이라며 “사립학교의 비리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 조례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홍진희 사학 바로세우기 시민모임 대표도 “교육청이 행정지도를 해도 신분상 처벌을 한 사립학교는 절반에 불과하다”며 조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사학 측의 토론자들은 사학조례가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반발했다. 김정욱 국가교육국민감시단 사무총장은 “학교의 돈은 법인이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사립학교가 등록금도 마음대로 받지 못하도록 돼 있다”며 사립학교의 자율성이 현재에도 상당히 규제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변윤석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사립학교법 제4조에 따라 교육감이 이미 사립학교에 대한 행정지도를 하고 있다”며 “조례는 상위법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조례 제정이 시교육청이 추진하는 사립학교 운영 평가와 맞물리면 사립학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서울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 소속 회원 200명은 공청회가 열리는 의원회관 앞에서 조례안 반대 집회를 열고 “조례안에 사학의 기본권인 ‘운영의 자율성’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조항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시론] 수능 피해자 구제 서두르라/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전 고려대 총장

    [시론] 수능 피해자 구제 서두르라/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전 고려대 총장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오류로 인해 피해를 입은 수험생들에게 구제의 길이 열렸다.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은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에 대해 수험생들이 낸 소송에서 오류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향후 판결이 확정될 경우 해당 수험생들은 구제절차를 밟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구제가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피해 수험생들을 구제하려면 교육부가 기존의 수능 등급을 취소하고 다시 등급을 매겨야 한다. 그리고 대학이 전형을 다시 실시하여 정원외로 추가합격을 시켜야 한다. 현실적으로 구제가 어렵다는 뜻이다. 특히 대학이 자율성을 내세워 호응을 하지 않으면 허사다. 결국 피해 수험생들이 구제를 받으려면 대학을 상대로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그러나 소송을 걸어도 해당 문항 때문에 합격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승소가 쉽지 않다. 이미 수험생들이 성적표를 받은 지 거의 1년이다. 그리고 다음달 13일에는 2015학년도 수능이 실시된다. 수험생들로서는 더 이상 수능출제 오류에 매달려 시간을 보내기도 어렵다. 문제의 발단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유럽연합(EU)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보다 총생산액의 규모가 크다는 보기를 정답으로 정한 것이었다. 명백한 출제 오류였음에도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채점을 끝냈다. 수험생들이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하자 1심은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출제가 평균 수준의 수험생이 적절한 답을 선택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취지이다. 고법의 판결은 달랐다. 진실을 중시해야 한다는 취지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하지만 피해 수험생들에게 실질적인 득이 없다. 그렇다고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여야 하나. 해당 문항에서 오답 처리된 수험생이 1만 8000명에 이른다. 결코 그럴 수는 없다. 이는 엄연한 수험생 삶의 파괴이고 용납하기 어려운 사회불의이다. 평가원과 교육부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우선 출제위원들이 낸 문제를 검토위원들이 검토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된 문항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묵살했다고 한다. 또 출제 오류가 문제로 제기되었을 때 이를 깨끗이 인정하고 복수정답을 인정해 수험생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게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를 외면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할 문제를 법정싸움으로 비화시켜 수험생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안겼다. 더욱이 재판에서 유리한 판결을 끌어내기 위해 대형 법무법인을 변호인으로 선임하고 수임료를 수험생들이 낸 비용에서 지불했다. 사법부도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상식과 다른 논리로 진실은폐와 무사안일의 편에 선 1심 판결이 진정한 법의 정신인가 의문이 든다. 더욱이 항소심 판결이 다시 나올 때까지 1년의 시간이 흐르고 앞으로 언제 확정판결이 나올지 모른다. 장기간의 재판절차가 한시가 급한 수험생들에게 좌절을 안기고 있다. 지금이라도 평가원과 교육부는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대학들과 협의하여 피해 수험생들의 구제를 서둘러야 한다. 대학들과 협의가 여의치 않으면 특별법이라도 만들어 모든 피해자들을 구제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사고의 처리가 아니다. 교육의 본질을 지키고 사회불의를 바로잡는 생존권과 기본가치의 문제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문제를 다시 법정으로 가져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교육당국이 수험생들과 다시 법정싸움을 벌이면 이는 수험생들을 시간 끌기로 쓰러뜨리고 불의를 정당화하려는 반사회적 행위밖에 안 된다. 차제에 수능 출제와 관리에 완벽을 기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불가피하게 오류가 발생할 때 이를 즉시 인정하고 시정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 당장 다음달 13일에 치러지는 2015학년도 수능 시험부터 더 이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수능 제도에 대해서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문제 하나 오류로 수많은 수험생들의 당락이 바뀌는 수능은 분명 문제가 있다. 대학의 자율과 책임의 확대, 입시 간소화 등 대입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요구된다.
  • ‘비정상’ 지방자치 틀 바꾼다

    ‘비정상’ 지방자치 틀 바꾼다

    안전행정부는 29일 대구 엑스코에서 제2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면서 지방자치제도 개선계획을 발표했다. 1995년 6월 기초·광역의원과 단체장 선거 실시로 지방자치시대를 맞이한 지 19년이 지났지만 지자체는 ‘지방정부’가 아닌 ‘중앙정부의 허수아비’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전국 시·도지사협의회가 전날 제주에서 총회를 열고 지방자치 정상화를 위한 공동성명서를 발표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전국 시·도지사는 성명서를 통해 “조세의 80%가 국세에 집중된 조세체계에서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이뤄질 수 없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안행부가 그간 지적된 문제들에 대한 일부 개선안을 내놨지만 지방정부의 실질적인 행정권 강화와 세수 확보 방안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안행부의 개선계획에는 전날 의결된 주민세 및 자동차세 인상안을 바탕으로 지방세를 현실화해 지방재정을 확충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또 현재 23%에 달하는 지방세 비과세 감면 대상을 2017년까지 국세 수준인 15% 이하로 끌어내릴 방침이다. 이는 지난달 안행부가 발표한 지방세 현실화 방안에 포함됐던 내용이다. 지자체별로 지역 특성과 여건에 맞게 일할 수 있도록 조직 운영의 자율성도 확대된다. 우선 각 시·도의 실·국 설치 기준이 기존의 200만, 300만, 500만명 단위에서 200만, 250만, 300만, 350만, 400만명으로 조정된다. 인구에 따른 적정 행정수요를 반영하기 위해 광역시의 구간을 세분화해 현실에 맞는 지방정부 조직을 구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경기·부산은 2곳이, 인천·대구·세종은 1곳이 늘게 된다. 또 인구 10만~15만명의 시·군·구와 중앙부처, 다른 지자체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 부단체장의 직급을 현행 4급에서 3급으로 올리고 인구 10만명 이상의 군에는 국이 설치된다. 시·도의원의 의정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자문위원 도입을 검토하고 지방의회 의장에게 사무직원의 임용권을 부여하는 등 지방의회의 의정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도 추진된다. 권한 부여, 역량 강화와 더불어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자체별로 조직분석 및 진단센터를 설치하고 비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한 지자체 3곳은 시범적으로 컨설팅을 받게 된다. 지방의원들은 징계 시 의정비를 감액하고 윤리특별위원회 설치도 의무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방직 공무원의 전문성 강화와 사기 진작을 위해 남성공무원의 육아휴직 기간을 3년으로 늘리고 중앙정부와의 인사교류 대상도 4~6급에서 4~7급으로 확대한다. 이 외에도 주민소환 청구 및 개표요건을 완화하는 등 주민참여제도 정비, 복지인력 6000명 확충(2017년까지), 소방인력 보강 등도 추진할 방침이다. 한편 고용노동부도 이날 17개 시·도 부시장 등이 참석하는 ‘지역일자리정책협의회’를 열고 인력 양성 및 일자리 정책체계를 지역 중심으로 전환해 청년 및 중장년 취업성공패키지 등 각종 일자리 사업에 대한 지자체의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 톡 경제 콘서트] 중앙은행의 정책시스템 설계와 운영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 톡 경제 콘서트] 중앙은행의 정책시스템 설계와 운영

    올해 노벨의학상은 두뇌에 내재된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연구해 두뇌가 어떻게 복잡한 환경에서 길을 찾아낼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한 학자들이 받았다. 중앙은행은 망망대해를 나아가는 항해자에 종종 비유된다. 복잡한 환경에 처한 항해자일수록 길을 찾아갈 때 잘 설계된 내비게이션이 중요하다. 중앙은행의 정책 시스템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정책 시스템은 정책 목표, 정책 운영 체계, 지배 구조 등 세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중앙은행의 정책을 논할 때 법적 위상이 늘 논의의 전제가 된다. 중앙은행의 법적 위상은 넓은 의미의 독립적 행정기관이라는 것이 현대 행정법상 설득력 있는 견해 가운데 하나다. 입법부가 독립적 행정기관을 만든 이유 중 하나는 이 기관의 결정에 대한 직접적 통제를 줄여 그 기능이 순수한 공공 이익에 부합되도록 하는 데 있다. 각 나라가 통화정책을 대통령의 직접 통제하에 놓여 있지 않은 중앙은행이 수행하도록 하는 건 통화정책은 일반 행정기능과 달리 중립성과 자주성이 크게 요구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독립적 행정기관으로서의 위상이 중앙은행법에서 나타나는 형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앙은행을 일반 행정부 조직과 분리된 독립적 특수공법인으로 설립해 중앙은행이 중립적이고 자주적으로 통화정책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통화정책의 중립적 수립 및 자율적 집행과 중앙은행의 자주성 존중을 명문화하고 있다. 중앙은행법에 명확한 책무를 규정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책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반면, 책무 간 계층구조 없이 하나 이상의 책무를 정책 목표에 포함시키는 경우는 중앙은행에 광범위한 제도적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정책 목표는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 달성이라는 이원적 책무다. 이 같은 복수의 목표들은 상충될 수 있으므로 목표 간 균형을 달성하기 위해 정책수행기관의 재량적 판단이 필요하게 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물가 안정을 먼저 달성하고 그 목표가 달성된 이후 경제 발전, 고용 증진 등 다른 목표들을 추구할 수 있는 계층적 책무를 부여받는다. 이원적 책무와 계층적 책무 간의 이런 대비는 중앙은행 정책 목표의 본질에 대한 법경제적 성찰이 요구됨을 뜻한다. 정책 목표에 관한 중앙은행의 법적 책무는 통화정책이 자리하는 가치 체계를 결정하며 특히 정책 결정자들이 사회의 상충되는 요구에 직면할 때 의지할 수 있는 궁극적 준거가 된다. 정치·사회적 수요 내지 요구라는 관점에서 보면 미국 모델이 보다 신축성을 발휘할 수 있고 따라서 해당 중앙은행이 높은 정책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상대적 강점을 지닐 수 있다. 유럽 모델 형식을 취하고 있는 국가도 정책을 둘러싼 환경 변화와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역량을 높이는 과정에서는 미국 모델의 장단점을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는 입법부의 견해 내지 사회적 합의가 중시돼야 한다. 현 한국은행법은 유럽 모델의 계층적 정책 목표 설정 방식에 가까운 형태다. 정부의 경제정책과 통화정책 간 조화를 모색할 때 중앙은행의 정책 목표에 관한 이런 인식을 토대로 중앙은행에 요구되는 합리적이고 균형 있는 판단 역량을 발휘해 나가는 것이 긴요하다. 다양한 사회적 요구와 가치, 중층적이고 상충적인 정책 목표 등을 추구하는 과정에선 보다 장기적 시야를 갖는 중앙은행과 같은 전문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적 판단이 중요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중앙은행의 정책 목표와 그 하위 요소인 정책 운영 체계는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정책 목표는 중앙은행이 정책 운영 체계를 설계하는 기본 환경을 제공한다. 예컨대 정책 목표가 중앙은행을 물가 안정에 기속시킬 경우 정책 운영 체계로서의 물가안정목표제는 정책 목표와 잘 부합한다.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을 물가 안정에 기속시키는 정책 운영 체계를 갖고 있다. 이런 운영 체계는 경제주체들에게 미래의 물가 안정을 보증하는 환경적 토대를 제공한다. 또 정책의 유효성 확보에 긴요한 경제주체들의 기대 관리를 뒷받침하는 준칙으로 물가안정목표제가 기능할 수 있다.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물가 안정이 경제 안정의 충분조건이 아님을 인식하게 됐으나 여전히 필요조건의 하나이며 물가안정목표는 임금 협상 등 다양한 경제활동의 준거 역할을 하고 있다. 물가 안정이란 인플레이션뿐 아니라 디플레이션도 없는 상황을 의미하므로 물가안정목표제가 성장을 도외시하는 것이 아니다. 물가 안정과 경제성장의 조화는 물가안정목표제하에서도 정책의 시계를 장기화하고 물가의 상승(상방) 위험과 하강(하방) 위험에 대해 균형적으로 대처하는 정책 수행 등으로 모색 가능하다. 중앙은행 지배 구조는 중앙은행 정책 결정기구의 구성 및 정책 결정 시스템을 포괄하며 민주주의 원리 및 중앙은행의 책임성, 투명성, 독립성 등의 논의와 밀접히 관련된다. 중앙은행의 정책 목표가 중앙은행의 판단과 재량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설계·운영될수록 국민과 입법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중앙은행 정책 결정자들에게는 더 높은 책임성이 요구된다. 중앙은행의 책임성 강화는 정책 결정 시스템의 투명성 제고 요구로 연결되지만 중앙은행의 책임성 및 투명성이 높아질수록 정책 결정 과정의 독립성에는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정책이 외부 시야나 이해관계에 노출돼 있을수록 다양한 대안을 자율적이고 폭넓게 암중모색해 볼 여지가 제약받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정책 목표 설계와 관련한 책임성·투명성과 독립성 간의 상호 관계를 중앙은행 지배 구조의 맥락에서 인식하고 적절한 균형을 도모하는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지배 구조의 집권화 및 분권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미국 모델은 중앙정치권력에의 권한 집중을 추구하는 집권화에 가깝다. 반면 유럽 모델은 나라별 평등한 배분에 기초한 분권화를 추구한다고 평가된다. 미 연방헌법은 중앙정치권력의 핵심인 대통령 및 연방 상원이 중앙은행 등의 의사결정기구 구성원 임명에 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유럽공동체설립조약은 회원국별로 각 1인을 평등하게 배분하는 방식으로 중앙은행 등의 의사결정기구 구성원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구성은 집권화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추천제도가 포함된 점을 고려하더라도 중앙정치권력에 의해 결정되는 지배 구조의 유형이다. 정책 결정 권한을 행사하는 지배 구조의 집권화 또는 분권화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 예컨대 집권화는 정책 결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반면, 오류를 초래할 우려도 있다. 분권화는 정책 결정의 효율성을 낮출 수 있지만 오류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덜할 가능성이 있다. 1993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제도경제학자 더글러스 노스는 한 나라의 경제 시스템을 지지하는 제도의 틀에 의해 제도의 질적 수준이 결정되고 제도의 질적 수준이 높아지면 그 나라의 경제적 성과가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경제 시스템의 한 축을 구성하는 중앙은행 정책 시스템이 경제적 성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운영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들이 걸어온 길은 그 이전의 역사적 경로와는 상당히 달랐으며 이는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시스템을 재조명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중앙은행 정책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데 있어 중앙은행가들은 아직 최적 모델을 갖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최적 모델을 발견할 것이라는 기대는 기대에 머물 수 있겠으나 경제적 성과 제고라는 관점에서 시스템이 디자인되고 운영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데 사회적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하겠다. 내용 문의 lark3@seoul.co.kr ■서울신문이 한국은행과 함께해 온 ‘톡톡 경제콘서트’가 50회를 마지막으로 1년의 여정을 끝냅니다. 그동안 많은 관심을 보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 “中企서 엉뚱한 연구 마음껏 한 게 노벨상 비결”

    “中企서 엉뚱한 연구 마음껏 한 게 노벨상 비결”

    “대기업 연구원은 그냥 샐러리맨입니다. 자유로운 연구가 불가능하죠. 똑똑한 학생이라면 중소기업에 가서 자신의 꿈을 펼쳐야 합니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나카무라 슈지(60)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UCSB) 교수는 21일 경기 안산 서울반도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소기업에서 말도 되지 않는 연구를 끊임없이 시도한 것이 노벨상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반도체 고문을 맡고 있는 나카무라 교수는 분기마다 한 번씩, 1년에 총 4차례 서울반도체와 서울바이오시스를 찾는다. 나카무라 교수는 학계와 산업계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1990년대 니치아공업 연구원 재직 당시 개발한 공로로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가 만든 청색 LED는 조명은 물론 휴대전화, 노트북, TV, 신호등 등에 적용되며 인류의 삶을 바꿔 가고 있다. 그는 청색 LED 개발에 대해 “미친 짓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청색 LED 개발에 매달리자 주위 사람들은 쓸모없는 짓이라고 비웃었지만 묵묵히 노력한 결과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카무라 교수는 특히 중소기업의 무한한 가능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에서는 상사가 많아서 결코 미친 짓을 할 수 없다.”며 “안랩과 같은 성공한 작은 회사가 한국에서 많이 나와야 시스템이 바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노벨과학상을 받은 일본인 중 대학교수 외에는 본인을 포함해 모두 중소기업 직원 출신”이라며 “일본의 경우만 보더라도 연구의 자율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실제로 나카무라 교수는 니치아공업이 자신의 발명 덕분에 전 세계 LED 시장을 선도하며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이면서도 자신에게 보잘것없는 대가가 주어지자 미국으로의 이민을 택했다. 당시 니치아공업이 그에게 지불한 인센티브는 불과 수십만원 수준이었다. 나카무라 교수는 “연구원들이 단순히 직원이 아니라 직접 기업에 공헌한 기여도를 인정받는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뱅크월렛카카오 50만원 수취 한도 풀겠다”

    “뱅크월렛카카오 50만원 수취 한도 풀겠다”

    “뱅크월렛카카오의 수취 한도 50만원 제한이 정부 규제 때문이라면 (이를) 고치겠다.” 6일 경기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다음카카오에서 열린 ‘뱅크월렛카카오’ 시연식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다음달 초 출시될 손안의 결제 방식인 뱅크월렛카카오는 하루 10만원까지 송금할 수 있고, 하루에 받을 수 있는 한도는 50만원이다. 전자금융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시연식에서 카카오톡 측은 친구에게 송금하는 방식과 화면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처음 소개했다. 신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카톡 친구로부터) 송금 받기를 거부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또 많은 카톡 친구들이 송금할 경우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물어본 뒤 수취 한도 제한이 정부의 규제 때문이라면 완화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카카오톡 관계자는 “선불과 소액결제 서비스이기 때문에 한도를 적게 설정했다”면서 “보안 문제나 규제 때문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바로 이어진 정보기술(IT)과 금융 융합 촉진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는 지급결제 방식이 이제는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신 위원장은 “제2의 지급결제 혁신의 물결은 비(非)금융회사와 같은 새로운 시장 진입자가 주도할 것”이라면서 “전자 금융과 관련해 앞으로 세세한 규제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액티브엑스(Active-X)를 강제하는 보안프로그램 설치 의무 등을 폐지하겠다”면서 “앞으로는 금융회사가 보안 수단을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사 측에 자율성과 책임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사후 규제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이다. 현재는 인터넷으로 금융 거래 때 사용자 컴퓨터에 방화벽과 키보드 보안, 백신 프로그램 등 3종 보안 세트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신 위원장은 “기본 원칙과 필요한 조치만 규율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사용자에게 편리한 방향으로 전자금융 규제를 대거 풀겠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대신 “정보 보호에는 소홀히 하지 않는 양방향 제도 개선을 통해 국내 금융서비스의 선진화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손병두 금융서비스 국장은 “보안성 심의는 현재 반드시 받아야 한다”면서 “지금 당장 다 풀 수는 없지만 향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제도 개선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IT·금융 융합 민관협력체’도 구성할 계획이다. 정부 당국과 시장 참가자가 시장과 산업 지향점을 공유하고 발전적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나누기 위해서다. 간담회에는 다음카카오를 비롯해 LG유플러스, 삼성전자, 한국사이버결제, 한국스마트카드 등 IT·전자금융업체들이 참석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공무원연금 개혁 일정 절대 늦출 수 없다” 새누리 강경 입장…공무원연금 적자 전망은?

    “공무원연금 개혁 일정 절대 늦출 수 없다” 새누리 강경 입장…공무원연금 적자 전망은?

    ‘공무원연금 개혁’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새누리당 경제혁신특위 위원장인 이한구 의원은 29일 현재 추진 중인 일정을 절대 늦출 수 없다며 강경 입장을 밝혔다. 이한구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치일정을 봐서 공무원연금 개혁은 내년 상반기까지 못하면 2022년까지는 할 수 없게 돼 있다”며 “이 시기를 절대 놓쳐선 나라의 운명이 위험해진다”고 말했다. 이한구 의원은 “우리나라의 선거 풍토나 정치현상을 봤을 때 개혁은 물건너 간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라며 “그래서 절대로 일정은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거론된 ‘하후상박식 개혁’ 주장에 대해선 “하위직 공무원의 경우는 연금받는 금액이 얼마 안 되는데 거기서 뭘 더 깎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저항을 피해보자는 차원에서 그런 제안이 있다”며 “그것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검토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공공부문 개혁과 관련해선 “공기업 경영에 자율성을 최대한 주는 대신 책임은 강화시켜야 되겠다는 생각”이라며 “공기업도 이제는 특권을 행사하면 안 되고 민간기업과 경쟁해야 하고 일감 몰아주기는 못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재부 방문규 2차관은 29일 기자들을 만나 올해부터 2018년까지 공무원 연금 적자 보전액이 이처럼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액은 올해 2조5천억원, 내년 2조9천억원, 2016년 3조7천억원, 2017년 4조3천억원, 2018년 5조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공무원연금 개혁 일정 절대 늦출 수 없다” 새누리 이한구 의원 강경입장

    “공무원연금 개혁 일정 절대 늦출 수 없다” 새누리 이한구 의원 강경입장

    ‘공무원연금 개혁’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새누리당 경제혁신특위 위원장인 이한구 의원은 29일 현재 추진 중인 일정을 절대 늦출 수 없다며 강경 입장을 밝혔다. 이한구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치일정을 봐서 공무원연금 개혁은 내년 상반기까지 못하면 2022년까지는 할 수 없게 돼 있다”며 “이 시기를 절대 놓쳐선 나라의 운명이 위험해진다”고 말했다. 이한구 의원은 “우리나라의 선거 풍토나 정치현상을 봤을 때 개혁은 물건너 간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라며 “그래서 절대로 일정은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거론된 ‘하후상박식 개혁’ 주장에 대해선 “하위직 공무원의 경우는 연금받는 금액이 얼마 안 되는데 거기서 뭘 더 깎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저항을 피해보자는 차원에서 그런 제안이 있다”며 “그것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검토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공공부문 개혁과 관련해선 “공기업 경영에 자율성을 최대한 주는 대신 책임은 강화시켜야 되겠다는 생각”이라며 “공기업도 이제는 특권을 행사하면 안 되고 민간기업과 경쟁해야 하고 일감 몰아주기는 못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공직 파워 열전] 교육부 지방교육지원국장

    [공직 파워 열전] 교육부 지방교육지원국장

    1991년 지방자치시대가 열리면서 교육도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그해 제정된 ‘지방 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은 지자체가 관장하던 교육·학예 업무를 분리해 시·도 교육청으로 귀속시켰다. 교육 정책 수립과 집행 기능을 가진 시·도 교육청이 탄생한 것도 이때다. 이런 교육청의 제1 조력자가 바로 교육부의 지방교육지원국이다. 지방교육 제도 운용과 재정지원이 주된 업무 영역이다. 가장 중요한 업무는 초·중등분야 지방교육 재정지원이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의 한 해 예산은 54조원에 이른다. 이와 별도로 교육부가 40조원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17개 교육청에 내려보낸다. 이를 두고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 간의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시·도 교육청이 교부금을 더 지원해 달라고 아우성인 반면 교육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요청만큼 지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두고 잡음을 내는 진원지이다. 유아와 특수교육 정책에 대한 지원도 중요한 업무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더불어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육부로 분리되면서 지방교육지원국의 권한과 책임이 상대적으로 강화됐다. 반면 시·도 교육청은 총액 인건비 제도를 도입하면서 조직·정원의 자율성이 크게 확대됐다. 교육청의 자율성이 강화되면서 지방교육지원국과의 갈등 소지가 훨씬 많아졌다. 머리 아픈 현안이 많다는 의미다. 이에 교육부에서 전통적으로 ‘기피 부서’로 꼽히지만 유능한 직원들이 오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곳을 거쳐 간 한 국장급 인사는 “다들 오고 싶어 하지 않아 인사부에 부탁해 특별히 능력 있는 직원으로 보내달라 한다”고 귀띔했다. 물론 가장 크게 보는 것은 조정 능력이다. 시·도 교육청에서 근무했던 경험은 갈등 해결에 중요한 밑거름이어서 높이 평가된다. 국장으로는 교육부에서도 초중등 교육에 정통한 이들이 거쳐 갔다. 시·도 교육청과의 소통·협력 관계 유지에 탁월해야 한다. 조직, 인사, 재정 관리 등 ‘종합 행정’에 능통한 핵심 두뇌들이 거쳐 가는 자리다. 이곳을 거쳐 차관 등으로 발탁된 이들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정기 위덕대 총장은 2004년 교육인적자원부 시절 이곳을 거쳐 2007년 차관보까지 지냈다. 위기관리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아 2012년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된 위덕대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주변에서는 업무에 몰입하는 자세가 남달랐다는 평가다. 우형식 전 금오공대 총장은 2006년 참여정부 때 교육인적자원부 지방교육지원국장을 거쳤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에 발탁된 바 있다. 금오공대 총장 시절 재정지원 사업 액수를 늘려 대학에서는 환영을 받았지만 ‘관피아’의 오명도 함께 받았다. 이상진 전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은 2009년 지방교육지원국장을 거쳐 2012년 교육부 차관을 했다. ‘누리과정’ 도입을 추진하고 마무리했다. 교과별로 특성화된 교실에서 수업하는 ‘교과교실제’ 도입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현직인 박융수 지방교육지원국장은 고위공무원단 도입 후 5년 동안 행정부 모든 고위공무원 중 역량평가 1위를 받아 화제가 됐었다. 뛰어난 기획력과 판단력을 갖췄다는 이야기가 많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단기간에 해결해 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게 내부의 평가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금융사 종합검사 횟수 50% 이상 축소

    금융회사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가 50% 이상 줄어든다. 금융권에 수시로 요구했던 자료도 앞으로는 총량제를 도입해 줄이기로 했다. 금감원은 23일 금융회사의 보신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이런 내용으로 검사·제재 업무와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우선 관행적으로 해오던 금융회사에 대한 종합검사를 50% 이상 축소한다. 2~3년 주기로 연평균 약 45회 해오던 종합검사를 대형·취약 회사 중심으로 연 20회가량 시행할 계획이다. 또 사후 적발 위주의 검사를 사전예방 감독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여기에 중소기업에 대한 부실여신 책임 규명을 금융회사에 맡겨 중소기업과 기술금융 여신 취급에 최대한 자율성을 주기로 했다. 대신 금감원은 시스템 리스크(위험)를 유발할 수 있는 50억원 이상의 거액 부실여신 중심으로 검사할 계획이다. 또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위반사항은 유형화(최근 3년간 5회 이상 지적 40개 유형, 1409건)해 이행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직원에 대한 직접 제재는 90% 이상 금융회사가 하도록 했다. 다만 사실상 임원과 동등한 위치에 있는 미등기 임원 등의 집행간부는 제외한다. 금감원은 금융질서 교란과 많은 금융소비자에 피해를 주는 중대한 법질서 위반 행위를 제재하기로 했다. 또 업무취급 시점이 장기간 지난 사안은 제재 시효제도(5년) 도입 이전이라도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운영할 예정이다. 금융회사에 대한 자료요구 관행도 개선해 수시 요구자료 총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연평균 20% 이상 늘어나는 수시 자료요구를 내년부터 전년 요구 수준으로 동결하고, 이후 요구자료 정비 등을 통해 3년간 매년 10%씩 줄일 계획이다. 금융 제재와 관련, 중징계 사안에 대해서는 당사자 사전통지 이전에 검사 부서장 등이 참여하는 ‘검사결과 조치안 사전협의회’에서 조치 수준의 적정성을 협의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즉시 시행이 가능한 것은 바로 적용할 것이며,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혁신 방안을 모두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사설] 빚더미 공공기관 경기부양 도구 아니다

    기획재정부가 오늘 국회에 제출할 ‘2014~2018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보면 공공기관의 부채는 올해 511조원에서 2016년에는 526조원으로 15조원 늘어난다. 부채 증가 규모는 애초 지난 4월 부채감축계획에서 예상했던 11조원에 비해 4조원 늘어난 수치다. 정부는 환율 하락 등으로 발생한 공공기관의 재원 가운데 5조원가량을 경기 활성화에 추가 투입할 방침이라고 한다. 공공기관의 여유자금의 쓰임새를 빚 갚기보다 경기 부양에 우선순위를 두는 셈이다. 정부는 경기 회복의 ‘골든 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을 강조한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일시적인 재정 건전성은 훼손되더라도 이를 감내하면서 추가경정예산 이상의 돈을 더 쏟아붓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정부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공공기관도 당연히 경제 활성화에 앞장서야 한다. 다만 공공기관 개혁을 핵심 국정과제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개혁의 초점은 부채 감축과 방만 경영을 해소하는 것이다. 38곳을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정, 자구노력 등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정상적인 공공기관들이라면 예상 외의 수익이 생기면 빚을 갚는 데 써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가 공공기관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빚 상환 대신 투자 분위기를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갖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빚더미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관성 있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부채는 이미 국가 채무 규모를 초과했다. 정부의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보면 올해 말 40개 공공기관의 부채비율은 220%를 기록할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까지 사회간접자본(SOC)과 에너지·안전 분야의 조기집행, 경기활성화 사업집행 확대(2조 2000억원) 등을 추진하면서 공공기관의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강조한다. 공공기관들까지 경기부양에 동원해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을 상황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신중히 추진하기 바란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 적자 보전과 관련해 이자 3200억원만 반영하는 선에서 그쳤다. 국토교통부는 원금 800억원을 포함해 4000억원을 요구했으나 관철시키지는 못했다고 한다. SOC·에너지 등 부채가 많은 12곳은 전체 공공기관 부채 증가액의 90%가량을 차지한다. 신도시 건설 등 주택건설 사업, 4대강 살리기 및 아라뱃길 사업, 에너지 분야 중장기 투자 확대 등의 영향 때문이다.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공기업 등 우리나라 공공기관들의 재무 상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정책사업을 수행하면서 차입금이 무섭게 늘고 있어서다. 재원 조달을 위한 회사채 발행으로 2009년 이후 부채 비율이 연평균 62.4%나 늘어난 곳도 있다. 박근혜 정부의 임기 말 국가채무와 공공기관 부채는 올해 말보다 166조원 늘어난 1204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공공기관들은 정부의 재정 지원을 기대하기에 앞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 공공기관들은 정책사업 투자를 줄이지 못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공공요금을 대폭 인상할 공산이 크다. 그럴 경우 서민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내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경제 살리기에 공공기관들을 동원하려는 유혹을 뿌리쳐 부채 감축 의지를 확고히 해야 한다.
  • [사설] 만성적자 공기업 퇴출 제대로 하라

    새누리당이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공기업을 퇴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해 파장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19일 경제혁신특위 공청회에서 구체적인 개혁안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재정난이 심한 공기업은 경영진 교체나 복지 혜택 축소 등에 그치지 않고 퇴출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담는다는 복안이다. 부디 요식 행위에 그치지 말고 실제로 문을 닫는 공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여당이 공기업 개혁에 나선 것은 중앙정부가 운영하는 공기업은 지방공기업과는 달리 적자가 나더라도 청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지방공기업법은 가령 5년 이상 당기 순손실이 날 경우 퇴출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지방공기업 이외 공기업들은 법적 근거가 없어 출범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해도 수명을 유지해 국민만 크게 부담을 지우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정부는 출연금 등으로 51조 9300억원을 공공기관에 지원했다. 정부는 38개 공기업을 중점관리하고 있지만 경영 정상화 실적이 부진해도 임원 해임 건의 등의 조치를 취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런 수준의 제재만으로 진정한 공기업 개혁을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적자 누적 등의 문제를 해결할 보다 근원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지난해 말 현재 공공기관의 부채는 523조 2000억원으로 국가채무(482조 6000억원)의 108.4% 수준이다. 국가채무와 공공기관 부채 규모가 역전되는 현상이 4년째 이어졌다. 공공기관 부채는 2009년에는 국가채무의 94.1%에 그쳤으나 2010년(101.7%) 이후 국가채무 규모를 웃돌고 있다. 공공기관 부채가 국가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해선 안 된다. 금융부채 5000억원 이상인 비(非)금융 공공기관의 지난해 총이자 비용은 12조 6000억원에 이른다. 경영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등 해당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문제가 크지만 주무부처의 관리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4대강 사업 등 정부 정책 사업을 이행하면서 부채 비율이 급증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같은 잣대로 경영평가를 하게 되면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은 국민에게 질 좋은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이 주목적이기에 공공성 관련 평가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공공기관의 퇴출을 실행으로 옮기려면 국가정책 사업과 자체사업에 대한 평가 지표를 분리하는 등 공공기관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공기업 낙하산’을 금지하는 방안도 제도화하길 기대한다.
  • 경남교육청, 보충수업·‘야자’ 폐지

    경남도교육청이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 0교시 수업, 연구·시범·선도·지역중심학교 등을 내년부터 폐지한다. 교사들의 수업 외 업무 부담을 줄이고 학생·학부모에게 자율성을 주기 위해서다. 박종훈 교육감은 11일 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등학교 오전 9시 이전 수업 등 5가지 학교 업무를 내년부터 폐지하기로 결정했다”며 이 같은 내용의 ‘학교업무 다이어트 프로젝트’를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박 교육감은 “이 프로젝트는 소모적인 전시성 행사나 대회,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관행과 관습의 구태 정책을 폐지하거나 줄여 교사들을 아이들 곁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것으로 먼저 5가지 학교 업무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오전 9시 이전 수업은 어린 학생들의 건강권·수면권·행복추구권을 보장하기 위해 금지하기로 했다. 중·고교의 획일적 보충수업은 학생들의 자율성과 자기주도적 학습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따라 폐지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 수렴을 거쳐 과목과 학급을 편성할 방침이다. 고교의 강제적 야간자율학습도 폐지하는 대신 학생의 자발성과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키워 주는 방향으로 개선한다. 고교 0교시 수업은 학생의 건강권·수면권·행복추구권을 보장해 주기 위해 폐지한다. 연구학교 등은 새로운 정책을 도입할 때 우선 적용, 시행착오를 예방하는 순기능도 있으나 효율성 등이 높지 않아 폐지하기로 했다. 박 교육감은 “현장의 정책제안을 받아 지속적으로 학교업무를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종이책이 디지털과 결혼했어요

    종이책이 디지털과 결혼했어요

    ‘종이책의 한계를 뛰어넘어라.’ 종이책의 생존이 날로 위협받고 있다. 관련 지표만 몇 개 들여다봐도 위기상황은 뚜렷하다. 우리나라 성인이 한 해 읽는 책은 평균 9.2권(문화체육관광부 2013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불과하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2013 하반기 출판산업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신간 발행 부수는 2만 8292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2081종), 같은 기간 발행 실적이 있는 출판사 수는 4259개사로 전년 동기 대비 35.8%(2374개사) 줄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종이책의 한계를 넘어 활로를 찾는 시도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특히 11월 21일부터 도서정가제(온·오프라인 서점 모두 책 정가의 15% 이내 할인만 허용)가 시행될 예정이라 업계에서는 자구책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출판사들은 재고를 털고 가자는 차원에서 대폭 할인 판매를, 인터넷 서점들은 장기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승부를 벌이는 과정에서 마케팅 역량을 총동원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종이책에 다채로운 디지털 콘텐츠를 품어 내거나, 전문가가 책을 꾸러미 지어 줌으로써 다종다기한 출판 시장에서 책의 존재감을 돋보이게 하는 큐레이션(미술관·박물관 등에 전시되는 작품을 기획하고 설명해 주는 큐레이터에서 나온 신조어. 원하는 콘텐츠를 수집해 공유하고 가치를 부여해 다른 사람이 소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서비스 등이 선보이고 있다. 창비, 문학과지성사, 김영사 등 국내 25개 출판사들은 지난달 초 종이책에 근거리무선통신(NFC) 태그를 부착해 거기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오디오북, 동영상, 전자책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는 ‘더책’ 서비스를 출범시켰다. 다른 재생 장치나 인증 절차 없이 해당 애플리케이션만 스마트폰에 깔면 된다. 서비스를 개발한 미디어창비 측은 이를 “종이책과 디지털 서비스를 결합한 책의 새로운 미래를 보여 주는 사례”라며 “스마트폰 등 새로운 매체의 등장으로 독서 인구가 감소하며 침체된 종이책 시장에 활력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전국 공공도서관, 초등학교,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 배포한 364종의 어린이책 외에 창비에서 출간한 단행본 3종이 NFC 태그를 달고 더책 서비스(현재는 오디오북, 동영상 콘텐츠만 가능)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2일부터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단행본은 김애란 작가의 ‘두근두근 내 인생’, 김려령 작가의 ‘완득이’,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 등인데 시범용으로 내년 1월 말까지 책만 사면 디지털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출범 한 달이 지난 현재 성적표는 긍정적이다. 영화 개봉의 호재를 맞은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은 하루 평균 태그 이용 횟수가 1400건, 누적 이용 횟수가 2만 1000여건(지난 4일 기준)에 이를 정도로 독자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동참하겠다는 출판사들도 늘고 있다. 성인 단행본 출판사는 6곳이 이미 추가로 계약하거나 참여를 문의해 왔고, 어린이책 출판사도 7곳이 이미 자사 책의 오디오북 녹음을 진행 중이거나 참여를 논의 중이다. 가욱현 미디어창비 본부장은 “참여 의사를 밝힌 출판사들은 ‘디지털 서비스에 몸을 싣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위기 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며 “시범용으로 내놓은 단행본의 판매가 계속 증가 추세이고 업계에서도 참여하겠다는 곳이 점점 느는 등 디지털 콘텐츠가 종이책의 활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 본부장은 “현재 출판사들은 도서 판매 외에 수익이 없지만 더책 서비스가 안착되면 도서 외에 여러 부가 콘텐츠를 함께 개발해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출판시장에 활력을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린이책 분야에서도 전집 시장 등이 고사하자 디지털 콘텐츠로 종이책의 부활을 꾀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교육·출판업체인 웅진씽크빅은 지난달 11일 종이책 구매와 북 패드를 통한 디지털 콘텐츠 이용 혜택을 더한 회원제 독서 프로그램 ‘웅진북클럽’을 선보였다. 매월 11만 9000원을 내면 2년간 책 300여권을 살 수 있고 북패드를 통해 3000여개의 디지털 콘텐츠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식이다. 패드 화면에 카드가 뜨면 그중 이용자가 마음에 드는 키워드가 적힌 것을 클릭한다. 뒤이어 노래가 나오고 관련 책으로 연결해 주는 1300여 가지의 큐레이션 서비스가 펼쳐진다. 유민정 웅진씽크빅 차장은 “미술관에서 큐레이터가 설명해 주면 그림에 대한 이해나 감상하는 즐거움이 더 깊어지듯 책만 전자책으로 옮기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는 주제어에 따라 책을 골라 주는 큐레이션 기능을 넣었다”며 “게임은 스스로 찾아 하면서도 책은 읽지 않은 요즘 아이들에게 종이책만 읽고 독후 활동하는 것보다는 새롭고 즐거운 독서 체험을 제공해 주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런 큐레이션 서비스는 출판사뿐 아니라 유통업계에도 등장하고 있다. 온라인서점 인터파크도서는 지난달 문학 담당 MD, 북DB 콘텐츠 전문가 등이 직접 책을 골라 묶어 보내주는 문학 큐레이션 서비스 ‘노블박스’를 시작했다. 독서량이 줄어들면서 스스로 어떤 책을 읽어야 될지 모르겠다는 독자들이 많아지면서 마련한 ‘특별 조치’(?)인 셈이다. 한 달에 1만 9000원을 내면 전문가들이 고른 문학책 4만~5만원어치의 책을 주는 노블박스 서비스는 지난달 선착순 300명으로 제한해 진행한 결과 사흘 만에 준비한 수량이 ‘완판’될 정도로 호응이 컸다. 11월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편법 할인’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서점 측은 “작가와의 만남 신청 시 참석 혜택, 최신 도서 트렌드나 추천도서 정보 제공 등 차별화된 추가 서비스를 계속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노력들이 종이책의 본질적인 구제책이 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종이책의 외연을 확장시키기 위해 종이책의 물성은 그대로 놔두고 디지털기기·콘텐츠와 접목해 확장성을 키워 내는 것은 주목해 볼 만하다. 하지만 종이책을 매개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제한적이라 성공할지는 미지수”라며 “무엇이 독자의 지지를 받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일부 서비스는 도서정가제의 회피책에 불과하다는 등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종이책과 디지털 콘텐츠의 결합으로 출판사가 자기 콘텐츠의 매력을 높이려는 노력은 긍정적이지만 일부 서비스는 이를 통해 가격 자율성을 확보해 보겠다는 계산도 엿보인다”며 “종이책을 매개로 하는 디지털 콘텐츠 이용은 접근성이 제한적이고 디지털 콘텐츠 부가가 종이책 판매에 큰 영향이 없다는 과거 사례를 볼 때 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종이책이 어떻게든 디지털 환경에 적응해야 된다는 측면에서 이 같은 시도들은 앞으로도 다양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종이책이 갖는 고전적 의미의 독서 가치는 버리지 않으면서도 급변하는 독서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것이 출판사들로서는 책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만큼 중요해졌다”면서 “출판사들이 보유한 콘텐츠를 어떻게 다양하게 활용할지를 고민하는 것은 출판업계가 꾸준히 풀어 가야 할 과제이자 의무”라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軍 일반병사 평일 면회 허용… 공용 휴대전화도 시험 운용

    최전방 일반전초(GOP) 지역을 제외한 일반 부대에서 복무하는 병사들은 1일부터 휴일뿐 아니라 평일에도 애인이나 가족을 면회할 수 있게 됐다. 면회가 허용되지 않던 GOP 경계부대는 휴일에 면회를 할 수 있게 됐고, 일부 부대에선 병사 계급별로 수신 전용 공용 휴대전화를 사용하도록 시험 운용한다. 국방부는 31일 “지난 25일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발표한 연내 조치할 수 있는 혁신안을 구체적으로 수립해 9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군 당국이 제시한 평일 면회는 부대별로 지정된 일과 후(통상 오후 5시~5시 30분 이후)에 가능하며 시간과 장소, 대상 등 세부적 시행 방법은 장성급 지휘관이 정하도록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엄중한 임무와 지리적 여건 때문에 면회를 불허하던 GOP 경계부대도 장병들의 사회·문화·심리적 고립감을 해결하기 위해 대대본부 등에서 면회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중대급 부대마다 설치된 수신용 전화기를 확대해 부모가 장병에게 쉽게 전화를 걸 수 있도록 하고 1개 중대 내에서 병장, 상병, 일병, 이병 계급별로 수신 전용 공용 휴대전화를 지급해 같은 계급의 병사끼리 공유할 수 있도록 시험 운용할 예정이다. 군은 이 밖에 입대 초기부터 신병의 휴가를 보장하고 자율성을 확대하기로 했다. 1일부터 10월 5일까지 전 군 장병의 가족을 대상으로 부대 개방 행사를 실시한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일선 부대에 하달한 ‘지휘서신 제1호’를 통해 “국민들은 불신과 실망의 눈으로 군을 바라보고 있고 병영 내의 반인륜적 행태는 이적 행위”라면서 “공적 과업과 훈련장에서의 활동은 통제하되 생활관에서의 자유 시간에는 자율과 책임이 강조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기업투자가 지역경제 살린다] 수원시 kt위즈 야구장

    [기업투자가 지역경제 살린다] 수원시 kt위즈 야구장

    스포츠 팀의 연고지가 된 도시들이 완전히 탈바꿈한 사례는 이제 흔한 얘기가 됐다. 미국의 별볼일 없는 도시였던 덴버는 1993년 미 프로야구 팀 콜로라도 로키스가 창단하면서 완전히 다시 태어났다. 한적한 시골 도시에 불과했던 피닉스는 1998년 프로야구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창단한 뒤 야구 관람객들로 붐비는 대도시가 됐다. 그렇다면 2015년, 프로야구 10구단으로 1군 경기에 출전하는 ‘수원 kt위즈(wiz)’는 과연 얼마나 수원을 바꿔 놓을 수 있을까. “2007년 현대 유니콘스 이후로 솔직히 수원에서는 야구보기가 어려웠잖아요. 응원할 팀도 없고 잠실로 원정을 가자니 부담스러웠고요. 내년엔 무조건 수원kt야구장입니다.” 수원 시민 박태준(28)씨의 얘기다. “다들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야구가 인기니까요. 오고 가는 관람객들이 많아지면 맥주든 치킨이든 지금보다는 더 팔리지 않겠어요.” 수원 야구장 인근 상인 김영종(55)씨는 벌써부터 기대에 부풀어 있다. 120만 수원 시민을 비롯한 북수원 상권이 술렁이고 있다. 수원을 연고로 한 수원 kt위즈의 파급 효과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현재 2군 격인 퓨처스리그에 뛰고 있는 kt위즈는 내년 1군 리그에 정식 데뷔한다. 공식 경기장은 기존의 수원 야구장을 증축해 오는 10월 완공된다. 지난 29일에 찾은 경기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수원 kt야구장 증축 공사 현장은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관중석은 모두 정비돼 있었고, 제법 야구장 다운 면모를 드러내고 있었다. 수원 kt야구장의 현재 공정률은 약 90%. 연면적 2만 206㎡에 기존 1, 2층으로 이뤄진 내야를 4층으로 증축했다. 기존 1만 4465석의 규모는 2만석 규모로 커진다. 경기장 증축 공사에는 수원시가 130억원, 경기도와 중앙정부가 각각 90억원과 80억원을 부담했다. 야구장 내 시설 투자는 KT가 맡았다. ICT 전문 회사답게 기존 구장과는 색다른 아이디어들이 더해졌다. KT가 제안한 야구장 콘셉트는 ‘빅테인먼트’. 정보통신기술(ICT)과 야구, 즐거움을 뜻하는 엔터테인먼트가 더해진 말이다. 약 50억원에 가까운 투자가 이뤄졌다. 최만규 KT 마케팅 실장은 “외야 전광판 아래에 우리나라 야구장 최초로 스포츠 펍(pub)과 옥상스탠딩석이 들어설 것”이라면서 “단순한 야구장 확대가 아니라 야구를 통한 복합문화단지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16실의 스카이박스는 1실당 최대 40명까지 수용이 가능한 규모다. 모회사가 ICT를 다루는 회사인 만큼 KT는 야구장 운영에 통신 기술 등을 십분 활용했다. 수원야구장에서는 모바일로 예매를 하면 스마트폰에 뜨는 바코드나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이용해 간편하게 입장할 수 있게 된다. 스마트 오더 시스템도 개발해 적용한다. 스마트폰에 내려받은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음식을 주문하면 자기가 앉은 자리로 음식이 배달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으로 투수의 피칭 추적 시스템 등 고급 기록들을 바로 열람할 수 있는 앱, 하이라이트 장면을 바로 다시보기할 수 있는 동영상 서비스도 제공 예정이다. KT는 수원시로부터 약 25년간의 장기 사용권도 약속받았다. 시가 10구단 유치를 위해 내건 공약이기도한데 대부분의 야구장이 구단이 아닌 시가 전반적인 운영권을 가지고 있는 것과 달리 KT는 야구장 운영에 대한 전적인 자율성을 보장 받는다. 시 관계자는 “통신 대기업으로서의 마케팅 파워와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KT에 책임과 권한을 모두 부여하고 믿겠다는 것”이라면서 “일단 야구장이 잘 지어지고 구단이 좋은 성적을 내야 흥행을 할 수 있는 만큼 구단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야구장 건설 단계에서부터 시가 KT, 시공사인 동부걸설과 함께 모든 과정을 공유해 협의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협의 과정에서 기존 설계가 크게 바뀌기도 했다. KT는 증축 공사 초반 예상 관람객들에게 선호도 조사를 했는데, 관람객들이 일반 좌석보다 테이블 좌석을 더 선호한다는 결과를 얻자 시에 기존 200석이었던 테이블석을 600석으로 늘리자고 제안했다. 시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고 순조롭게 설계 변경이 이뤄졌다. 그렇다면 2015년 1군 리그에 진출할 10구단 KT의 홈구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얼마나 지갑을 열까. 전문가들은 그 액수가 약 228억 8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용준 수원시정연구원 연구책임은 “구단마다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 야구장을 이용한 각 구단의 총 광고수입은 100억 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특히 야구장과 야구 유니폼을 활용한 광고를 통해 100억원 이상의 광고수입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원시정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 연고지를 두고 있는 프로야구단에 문의한 결과 관객 1명이 야구장에 입장한 후에 야구 티켓 이외에 매장에서 지출하는 평균비용은 약 2만원 선. 52만명의 관객이 수원야구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할 때 수원야구장 자체 매장이 한 해에 벌어들일 물품판매 수입은 104억원선으로 나타났다. 경기장만 따져도 평균 고용 유발 인원이 한 해 1000여명에 가깝다. 조 연구 책임은 “한양대 스포츠 산업마케팅 센터(2010년) 조사에 따르면 프로야구 연고지가 있는 6개 도시의 야구장을 찾은 사람들은 식음료와 교통비 등으로 한 해 모두 2580여억원을 지출했다”면서 “야구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음식업은 물론이고 숙박, 서비스업 등 관련 산업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친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주변 상권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잠실이나 목동 등 서울지역 야구장 일대에는 지역 특성상 경기 뒤 뒤풀이할 장소가 마땅히 없는 실정이다. 잠실은 신천역 근처, 목동은 영등포, 마포, 여의도 등지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수원 kt야구장 옆에는 이미 상권이 형성돼 있어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시가 야구장 운영 활성화에 필수적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인덕원에서 동탄을 잇는 전철 노선을 2018년까지 조성하기로 하자 주변 아파트값도 들썩이고 있다. 실제 한국토지신탁이 분양 중인 ‘수원 아너스빌위즈’는 근래 보기 드물게 30평대 중형 이상 분양이 모두 끝났다. 호텔 건립도 검토되고 있다. 프로야구단은 원정경기 때 특급 호텔을 이용하는데 프로야구단은 한 번 원정 시 40실 정도를 빌려 3일 동안 경기를 치르기 때문이다. kt위즈는 144경기 가운데 72경기를 홈에서 치른다. 원정팀이 72경기를 하기 위해 수원에 머무른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 밖에 KT와 시는 화성이라는 수원의 문화관광 유산과 야구장을 묶어 문화 관광 콘텐츠로 개발하려하는 등 부가 가치 올리기에 힘을 쓰고 있다. 경제적 효과는 눈에 보이는 것뿐만이 아니다. 조 연구책임은 “프로야구 10구단을 통해 수원시는 시민 정체성이라는 효용을 얻을 수 있다”면서 “화성시, 오산시와 통합 행정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수원시에 가장 필요한 것은 3개의 도시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정체성 확립 매개체”라고 설명했다. 수원시의 긍정적 이미지 구축도 프로야구 10구단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다. 최영익 수원시정연구원 연구원은 “팀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아오면 연고지역은 활기가 가득 차게 된다”면서 “수원의 프로야구 10구단 유치는 수원의 긍정적 이미지 증가와 더불어 수원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지역사회의 긍정적 사고를 유발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경기도 교원 83% “9시 등교제 반대”

    경기도의 ‘9시 등교’가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 가운데 상당수는 교육감의 압박 때문에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고 설문조사에서 불만을 표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 21~28일 경기도 교원 14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9시 등교제 시행 및 상·벌점제 폐지에 대한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 교원의 82.9%가 반대한 반면, 찬성은 17.1%에 불과했다고 31일 밝혔다. 특히 교총은 ‘9시 등교 시행 여부에 학교 자율성이 보장됐다’고 응답한 교원은 14.2%에 불과하며 ‘사실상 강제 시행’이라는 응답이 85.8%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반대 이유로는 학교 현장의 현실 외면(36.9%), 의견 수렴 부족(32.3%), 획일적인 정책(27.6%), 법령위반(3.2%) 순으로 복수 응답했다. 교장의 62.7%는 강제 시행을 요구받았다고 응답했다. 강제 요구 수단으로는 지속적인 컨설팅 등 행정적 불이익(35.3%), 공문을 통한 시행 요구(23.1%), 기타 수단(21.5%), 교육감 첫 정책이라며 구두로 강제 시행 전달(20.1%) 순으로 복수 응답했다. 학생 대상으로 여론을 수렴한 학교에서는 찬성 비율(26.8%)보다 반대 비율(52.6%)이 높았다. 반대 비율은 초·중학교보다 일반고(62.7%)와 특성화고(73.2%)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는 이재정 교육감이 “내가 만난 학생들은 100% 찬성한다”고 말한 것과 다른 결과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시론] 예술공론장과 큐레이터정신/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시론] 예술공론장과 큐레이터정신/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민주와 인권의 도시 광주가 표현의 자유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광주정신이라는 고유명사를 내걸 정도로 광주는 한국현대사를 견인한 위대한 정신적 자산을 가진 도시다. 서울정신이나 부산정신에 비해 광주정신은 선명하게 도시 정체성을 대변한다. 하지만 광주정신이라는 굴레가 오히려 광주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인구 100만명이 넘는 거대 도시 광주의 정체성을 단일한 그 무엇으로 설명하는 것은 일견 자긍심이나 선명성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은 그 명성에 걸맞은 역동적인 사유와 실천의 두께를 더하기보다는 빛바랜 훈장처럼 퇴행적인 진영 논리를 반복 재생산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작가 스스로 전시 철회를 선언함으로써 일단 봉합 수순에 접어든 홍성담 걸개그림 ‘세월오월’ 사건은 광주의 속살을 들춰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 못하는 도시 광주에서 광주정신이라는 것은 확정 불가능한 허상이라는 점이 명확해졌다. 만약 광주정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역사가 부여한 안정적인 기표가 아니라 역사의 유훈을 호명해 현재의 시대정신으로 재생산하는 역동성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광주는 역동은커녕 역사적 유산마저도 퇴행시키고 있다. ‘세월오월’과 함께 유폐된 것은 비단 표현의 자유만이 아니다. 그것은 광주정신의 실종과 함께 예술적 공론장의 파국을 불러왔다. 예술적 소통이 매개하는 공공영역, 즉 예술공론장은 개념이자 제도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표현의 자유다. 언론이나 시민사회의 영역에서와 마찬가지로 예술에서 표현의 자유는 그 자체로 예술의 전제이자 존재 이유다. 근대적 개념의 예술은 종교와 권력의 요청에 부응해 주문생산을 하던 화공과 석공, 도공들이 스스로 작품 생산의 주인임을 선언하면서 예술의 자율성을 확립한 데서 출발했다. 따라서 예술의 자율성에 근거한 표현의 자유 없이 예술은 존재할 수 없다. 광주비엔날레가 홍성담 걸개그림을 전시하지 않은 것은 그 장을 온전한 예술공론장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데 제한을 두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광주에 비할 바 아니지만, 필자가 일하고 있는 미술관에서도 표현의 자유 문제로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다. 해당 작품은 지난 대선 운동 기간에 특정 후보 이미지를 담은 포스터를 부산의 거리에 부착해 선거법 위반으로 법정계류 상태였다. 작가는 민감한 부분에 ‘사정상 이미지를 보여 줄 수 없다’고 쓴 A4 용지를 부착했는데, 이에 대해 시민과 언론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작가가 직접 손글씨를 써 붙인 것이어서 논란이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사안의 민감성을 실감했다.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 프로젝트의 윤범모 책임큐레이터는 광주정신을 성찰하는 기획전 ‘달콤한 이슬 1980 그후’의 파행을 맞아 개막행사 이틀 후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우여곡절 끝에 복귀했다. 그가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지키지 못한 큐레이터의 자괴감 때문이었다. 그가 지키고자 했던 것은 직위가 아니라 정신이자 명예였다. 출품작에 관한 비평적 논의나 대책 없이 행정관료의 잣대에 먼저 노출된 소통 경로와 책임큐레이터에게 권한을 부여하지 않고 N분의1로 출품 여부를 결정하는 의사결정 구조는 큐레이터 정신을 병들게 했다.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느냐 제한하느냐 하는 해묵은 논쟁은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 더욱이 진영 논리에 빠져드는 정치적 의제와 표현의 자유 문제는 생산적인 논쟁을 기대하기 어렵다. 필자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큐레이터 정신이다. 첨예한 논점으로 사회를 일갈하는 예술가와 다양한 관점이 공존하는 대중 사이에 선 큐레이터의 판단력은 예술공론장을 지탱하는 막중한 역할을 수행한다. 큐레이터는 예술의 개념과 제도를 지탱하는 매개자이자 생산자이며, 한 시대의 정신문화를 갈무리하는 지식인이자 실천가다. 파국 이후의 지혜가 필요한 이 시점에 큐레이터 정신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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