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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옴부즈맨 칼럼] 가공·종합으로 기사 질 높여야/최광범 한국언론재단 미디어진흥팀장

    최근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는 조카가 이메일을 보내왔다. 질문인즉 이랬다. “신문이 방송이나 인터넷 매체 등 뉴미디어와 비교해 경쟁력이 있는 영역으로 심층취재를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심층취재물은 주간지가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의견을 묻는 내용이었다. 나는 이렇게 답변했다.“주간지의 기사는 거의 모든 기사가 심층 취재물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하루 200여건의 기사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신문은 모든 기사를 심층물로 채울 수만은 없다. 하루 두세 가지 아이템 정도면 된다. 나머지는 그날그날 뉴스를 전달하는 스트레이트 기사, 사설, 칼럼 등 의견기사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신문이라고 할 수 있다.”이렇게 말했지만 뭔가 개운치 않았다. 독자들은 하루 한두 가지의 심층물을 쉽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신문에서 하루 차별화된 읽을거리 세 건만 있으면 성공이다.”라고 한 원로언론인 이성춘씨의 고언이 떠올랐다. 4월6일자 서울신문의 ‘월드이슈’가 하나의 방안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신문사의 국제면은 위성방송을 통해 CNN이나 BBC월드와이드 시청자들이라면 크게 새로운 것이 없다. 서울신문은 이날 12면 전면을 할애해 일본, 미국, 중국과 프랑스의 젊은이 취업률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해 보도했다. 단일 사안도 종합하면 좋은 읽을거리가 되는 사례였다. 3월17일자에서는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라는 면을 통해 프랑스 젊은층이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빠져나가는 실상을 상세히 소개했다. 25%에 육박하는 프랑스 젊은층의 실업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권당이 내놓은 최초고용계약(CPE)법안의 배경과 이를 계기로 불붙은 프랑스의 대학생 시위를 밀도 있게 진단했다. 이 법안은 독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안이다. 대체적으로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는 신문은 학생들의 시위를 부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진보적 입장을 견지하는 신문은 미국식 신자유주의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위기의식이 이런 시위를 불러일으켰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서울신문을 꼼꼼히 읽은 독자들이라면 두 심층보도를 통해 실업문제의 전 세계적 심각성과 그 해결책을 나름대로 정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12일자에 이탈리아 총선결과 보도가 0.07% 포인트 차이의 초박빙 승부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선거에서 패배한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아파트 재개발 사업 경력을 거쳐 3개 민영방송과 명문 축구구단 AC밀란을 소유한 거대 재벌 정치인이다. 그의 경력과 사업, 선거결과를 우리의 상황과 비교해 분석해 볼 수 있는 사안이었지만 단순 전달한 기사로 끝내 아쉬웠다. 지난 4월8일자에서 모든 신문들은 신문이 정보선택의 가장 앞선 매체라는 긍정적 조사결과를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결과 해석에 무리가 있었다. 신문구독률이 40% 초반대로 떨어진 시점에서 1주일에 3일 이상 신문을 보는 독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놓고 그런 해석을 한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았다. 물론 신문읽기는 여타 매체를 접하는 것보다 바람직하다는 주장은 전적으로 옳은 진단이다. 하지만 해석이 다를 수 있는 특정 사안에 대해 무리하게 독자를 끌고 가려는 신문보도, 나아가 언론보도의 오만이 언론을 멀리하는 요인이라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조순 전 서울대 교수가 보수신문들이 우리 독자들의 수준을 중학교 2학년 수준으로 끌어내렸다는 쓴소리가 서울신문만은 예외가 되길 바란다. 최광범 한국언론재단 미디어진흥팀장
  • 조맹기교수, 한국언론인 11명의 사상 분석

    ‘언론은 천당을 지옥으로, 지옥을 천당으로 만든다.’고 히틀러는 말한 바 있다. 그가 세계를 참화의 지옥으로 몰아가는데 언론을 제1의 도구로 활용하였음은 익히 아는 바다. 이는 결국 언론과 언론인의 책임문제로 연결된다. 우리의 선배 언론인들은 과연 어떤 신조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았을까. 각 언론이 상업화 일변도로 치닫는 요즘, 앞서 고난을 겪어온 이들의 족적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서강대 언론대학원 조맹기 교수가 이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역대 우리 주요 언론인들의 사상에 대한 분석을 시도해 주목을 끈다. 조 교수는 최근 발간된 ‘한국언론인물사상사’(나남출판)를 통해 후세 언론인에게 큰 영향을 준 11명의 언론인 족적을 살펴보고, 각 인물이 시사하는 의미들을 짚어주고 있다. 독립신문 창간과 운영을 주도한 서재필은 지금까지 언론자유, 자유민주주의, 천부인권 사상에 치중하였으나, 필자는 서재필의 과학기술적 사고에 집중한다. 병균학을 전공한 의사 서재필은 과학적 분석에 관심을 가졌으며 현대 문물의 전신으로 유입된 뉴스와 형식에 관심을 가졌다. 즉 한반도 ‘정보혁명’을 이끈 장본인이었다고 평가한다. 서재필의 뒤를 이어 독립신문을 맡아 운영한 윤치호는 정부에 매우 저항적이었다. 그는 비판을 통해 언론자유를 확보하려고 했으며, 이 과정에서 민권, 민주주의, 자유주의 원리에 관심을 가졌다. 신채호는 강한 민족주의 정신과 더불어 언어적 표현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언론이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 민족 구성원간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한 도구임을 규명하려고 했다. 필자는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에서 사장, 편집국장 등 핵심인물로 활동한 이광수가 ‘무정’ 이후 언론사의 ‘조직원’이었음에도 그의 언론분야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도 지적한다. 그는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한 언어계발에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언론의 중요한 덕목인 윤리문제 때문에 언론인으로서의 연구에서 항상 푸대접을 받아왔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또 홍명희는 단 한편의 연재소설 ‘임꺽정’을 썼을 뿐이며, 사실은 객관적, 사실적 보도에 충실한 언론인이었다고 강조한다. 이밖에 권위주의 정권에 도전하여 ‘국민의 알권리’,‘자유언론’을 주창했던 최석채,‘사상계’를 통해 부패 정권에 대한 ‘파수견’ 역할을 자임했던 장준하 등 한국 언론역사에 크게 기여한 11인의 인물을 심도있게 다루었다.1만 6000원.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문화마당] 거시기가 거시기한 이유/심규호 제주산업정보대학 관광중국어통역과 교수

    서구 사상의 두 뿌리인 헬레니즘이나 헤브라이즘은 공히 ‘로고스(logos:언어, 설명, 척도)’에 신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그들이 언어와 사물의 부합관계를 인정하고, 유별나게 수사학이나 논리학에 몰두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나 일본 등 한자 문화권, 특히 중국 도가나 불가의 영향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곳에선 언어에 대한 집착이 훨씬 덜한 편이다. 아니 덜한 편이 아니고 도가나 선종(禪宗)의 경우처럼 극단적으로 언어를 무시하거나 부정하는 쪽으로 나아가기도 했다. 물론 처음부터 언어를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예컨대 ‘좌전(左傳)’은 “언사가 화평하면 백성이 하나로 뭉치고, 언사가 즐거우면 백성들이 절로 진정하게 된다.”라고 하여 언어의 역량을 확신하고 있다. 그러던 것이 이후 언어와 대상의 괴리가 심화되면서 언어에 대한 각기 다른 관점이 등장하게 되는데, 앞서 말한 바대로 도가나 불가는 아예 언어에 대한 부정으로 일관했으며, 그나마 언어가 지닌 상징성과 지칭성을 인정하고 배움의 네 가지 가운데 하나로 언어를 제시한 바 있는 유가 역시 명실(名實)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한 끝에 정명(正名)을 주장하게 된 것이다. 언어에 신적인 지위를 부여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언어를 부정하는 것도 결코 옳다고 할 수 없다. 사실 언어에 무슨 죄가 있는가? 오히려 언어가 처음부터 대상과 구별되는 것임에도 언어가 곧 대상이라고 믿고자 하는 우리가 잘못이며, 언어와 권력을 교묘하게 연관시킨 이들의 잘못일 따름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죄값은 우리 모두가 물고 있다. 게다가 지금 우리는 그 이전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얼떨결에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식된 근대 번역 언어들에 의해 포위되어 있다. 예컨대 민주(民主)가 그러하고, 공화국(共和國)이 그러하며, 경제(經濟)가 그러하다. 데모크라시의 역어인 민주가 한때 막걸리와 고무신에 도취되었던 까닭이나, 리퍼블릭의 역어인 공화국이 그 진정한 의미보다 무시무시한 제5공화국을 연상케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원래 정치를 의미하는 경제를 이코노믹의 역어로 사용한 것은 과연 선견지명이 있는 것이라고 해야 하나? 알 수 없다. 또한 리버티와 자유(自由)로 넘어가면 더욱 난감해진다. 자유란 말 그대로 자기로부터 말미암는 것이니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한다는 뜻이다. 어찌 우리의 전통에 자유가 없었겠는가? 그것은 무엇으로부터의 자유(리버티)가 아니라 자신의 올바른 본성에서 발현되는 것으로서의 자유이다. 따라서 자유는 곧 올바름의 표상으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아름다움의 현현인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의 자유는 본래의 터전을 잃고 박래품의 이론으로 무장한 자유만 남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의 자유는 아무데서나, 누구에게나 제멋대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21일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이라는 단체가 임시이사 파견학교에 비리가 만연하고 있다며 감사원의 특별감사를 청구한 일이 있었다. 이에 대해 유력 언론들이 대서특필하여 마치 개정사학법이 잘못된 것인 양 오도(誤導)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임시이사가 파견된 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필자는 그들이 말하고 있는 내용이 얼마나 황당한가를 잘 안다. 그리고 지금도 정상화를 위해 애쓰고 있는 학내 구성원들과 임시 이사진의 노력이 얼마나 눈물겨운지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들 자유주의 교육 운동을 하는 이들은 작당(作黨:연합)하여 무엇을 하시는가?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의 말투에 ‘거시기’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언어가 이처럼 제 멋대로 자유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거시기가 거시기하다. 심규호 제주산업정보대학 관광중국어통역과 교수
  • [월드 리포트] 日 출판업 위기극복 비결 싸고 휴대 편한 ‘신서판’

    1990년대 이후 출판산업이 인터넷매체의 영향으로 위축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그러나 출판산업 위기극복의 길을 일본이 보여주고 있다. 출판대국 일본의 출판산업도 위기이기는 마찬가지다. 일본 총무성과 관련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1998년 이후 국민들의 ‘서적 이탈’이 시작됐다. 그 추세는 이어지고 있는 편이지만 심각하지는 않다고 한다. 발행된 책수 감소는 매년 1% 전후에 그쳤다. 판매액수도 2003년 9665억엔(약 7조 7200억원)으로 1조엔선이 무너졌지만,2004년에는 7년만에 소폭 증가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미세하게 감소했다. 변동폭이 좁다. 일본에서 이처럼 출판시장의 급격한 위축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출판인과 각 서점 등의 다양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가격이 비교적 싸고, 들고 다니기가 편한 신서판(新書判·권당 6500원 안팎)의 확대와 선전이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문고판보다 가로·세로가 약간 긴 신서판의 열기는 거세다. 지난해 말 출판된 ‘국가의 품격’이란 책은 출간 4개월여만에 무려 170만부가 팔려나갔다. 신자유주의의 문제가 부각된 시점에서 사무라이정신(무사도)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전통적 가치를 강조, 초대형 히트를 치고 있다. 지난해 ‘머리가 좋은 사람, 나쁜사람의 화술’은 무려 220만부가 팔렸다.100만부 이상의 베스트셀러가 5종,50만부 이상은 10종 정도나 됐다. 그 중 대부분은 신서판이었다. 이같은 신서판 출판 붐은 1998년 이후 뜨겁다. 기존의 신서들에다 분신서(98년), 헤이본샤신서(99년), 고분샤신서(2001년), 신조신서(2003년) 등이 등장했다. 새로운 신서들이 초베스트셀러를 양산하고 있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신서판 책들은 공통점도 있다.▲독특한 주제 ▲시사성 있는 출판 타이밍 ▲해당 분야에 흥미 없는 사람들의 시선도 끌 수 있는 제목 등이다. 한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키면 히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각 출판사가 이른바 ‘신서판 전쟁’을 펼치며 위축된 출판시장의 대반전을 시도하고 있다.“내용이 가볍고 정보가치가 있는 신서판 선호 경향은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교양용 신서판 인기도 꾸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일본 출판인들이 출판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노력은 다양하다. 지난 3월31일 기초자치단체 대합병이 마무리되자(3232개이던 시·정·촌이 1821개로) ‘지명사전’,‘지도책’이나 관련전문서적 등으로 출판바람을 일으키려 노력하고 있다. 고서적이나 새 책 등으로 유명한 도쿄 지요다구의 ‘간다서점가’는 경쟁관계인 서점들이 “우리 가게에는 책이 없지만, 이 가게에 가면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서로 고객을 소개해주는 ‘재고 데이터’를 공유키로 하는 등으로 독서팬 늘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 밖에도 발빠른 기획과 독자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부단한 노력 등을 통해 독자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급격한 시장위축을 피하고 있다. 장기침체에 빠져 있는 한국출판인들에게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춘규 도쿄 특파원 taein@seoul.co.kr
  • 세리말 비엔나/칼 쇼르스케 글

    예술과 지성의 산실인 19세기말 오스트리아 빈. 당시 빈은 그야말로 열병을 앓고 있었다. 화려한 바로크 양식으로 치장한 도시는 몰락하는 구체제 유럽의 모순 속에 분열과 해체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한편에선 새로운 세기를 준비하는 미학적 시도들이 꿈틀댔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현대건축의 개념을 정립한 오토 바그너, 현대음악의 창시자 아르놀트 쇤베르크, 빈 분리파 회화를 이끈 구스타프 클림트, 표현주의 예술가 오스카 코코슈카…. 19세기말 이 ‘빈의 자식들’은 동시대 시공간을 호흡하며 썩어가는 제국도시를 개조하는 데 앞장섰다. ‘세기말 비엔나’(칼 쇼르스케 지음, 김병화 옮김, 구운몽 펴냄)는 빈을 제국주의 도시에서 급진적인 현대 도시로 바꿔놓은 이들의 활동과 그 무대였던 빈의 변화상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낸다. 19세기말 빈은 정치, 사회사상은 물론 회화, 음악, 문학, 건축 등 예술 전 분야에서 유례없는 창조적 열기를 뿜어낸 시기였다. 빈의 여명은 ‘너무 오래 살아남은 구세대의 전유물’이던 도심의 공터 링슈트라세를 개발하는 계획과 함께 시작된다. 자유주의의 가치를 존중하는 현대적 스타일의 공공건축물과 시원한 대로들이 링슈트라세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인문학을 위한 무대가 마련된 것. 책은 링슈트라세와 그 비판자, 그리고 도시적 모더니즘의 탄생 배경을 깊이있게 다룬다. 19세기말 빈에서는 건축사상 혁신적인 예술운동이 일어났다.‘분리파(Secession)’운동이다. 과거 건축으로부터의 분리를 주장한 이들은 직선을 위주로 한 건축·응용미술 양식을 추구했다. 링슈트라세 개발에 참여한 건축가 오토 바그너와 인간의 성적인 본능을 표현한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가 주동 인물이다. 게오르크 폰 쇠너러, 칼 뤼거, 테오도어 헤르츨 등 정치적 자유주의자들이 대중의 주목을 받았고, 무명의 의사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1889년 ‘꿈의 해석’을 내놓아 20세기 지성사의 한 장을 연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의 퓰리처상 수상작.3만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자유주의자와 식인종/홍윤기외 옮김

    자유주의 바람이 거세다. 뉴라이트 진영에서 자유주의를 계속 언급한 덕분이다. 하이에크식 시장지상주의적 자유주의에서부터 ‘공동체적 자유주의’(박세일 서울대 교수),‘상생적 자유주의’(이근식 서울시립대 교수)에 이르기까지. 그런데 아직도 자유주의가 무엇인지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유주의자와 식인종’(홍윤기 외 옮김·개마고원 펴냄)을 들춰보는 것도 좋을듯 하다. 영국에서 태어나 뒤르켐·푸코 등 프랑스 사회학을 공부한 뒤 미국 뉴욕대 사회학과 교수로 있는 저자 스티븐 룩스는 그 이력만큼이나 독특한 방식으로 자유주의를 논한다. 우리 현실과 관련해서는 후반부의 글을 먼저 보는 게 나을 듯. 자유·시장지상주의(예를 들어 전경련)로부터 환영받는 하이에크의 사회정의론에 대해 룩스 교수는 “학계 내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면서 “대체로 정치철학자들은 사회정의에 대한 하이에크의 입장을 도전이 아니라 상도를 벗어난 정치적 입지점의 표현으로 봤다.”고 비판한다. 공동체주의에 대해서도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가망없는 조건 등에서 어떻게 연대의 동기·행동을 산출할 것인가라는, 오래되고 일반적인 자유주의의 딜레마에 답하기 위한 또 한번의 노력”이라 평가한다. 무엇보다 공동체주의의 가장 큰 결점은 “그 ‘공동체’가 어디 있는지 건드리지 않으며, 또 자원과 의무를 두고 경쟁하는 공동체들간의 갈등은 회피한다.”고 지적한다. 책 전반부는 자유주의 일반론을 다루고 있다. 룩스 교수의 결론은 하나다. 개인의 권리로써 자유주의는 서구문명의 산물이지만, 합리적 토론을 추구하며 동시에 그 결과의 한계까지도 인정하는 자유주의적 이성은 보편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룩스 교수는 이 자유주의적 이성이 정말 보편적인가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선다. 그 자신이 한계를 인정하는 자유주의적 이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박태호교수가 말하는 ‘유목주의’

    박태호교수가 말하는 ‘유목주의’

    최근 ‘노마디즘(Nomadism·유목주의)’에 대한 비판론이 고개들고 있다. 어딘가에 머무르지 말고 자유롭게 살자는 얘기는 참 좋은데,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느냐는 반문에서 출발한다. 한마디로 먹물 깨나 든 선진적인 지식인 그룹의 말잔치에 불과하다는 게 비판의 요체다. 또 하나는 몰라서든, 잘못 이해돼서든 신자유주의를 정당화할 위험이다.‘먹튀’ 논란이 일고 있는 론스타도 자칫 자본의 노마디즘으로 포장될 판이다. 얼마 전 출간된 ‘유목주의는 침략주의다’(천규석 지음·실천문학사 펴냄)는 지나친 감이 있지만 이 대목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소장학자들의 연구집단 ‘수유+너머’의 핵심 멤버이자 국내의 노마디즘 대중화를 이끌었던 박태호 서울산업대 교수를 만나 노마디즘의 진정한 뜻을 물었다. 마침 지난달 29일 서울대에서 프랑스 소르본5대학 미셸 마페졸리 교수와 노마디즘을 놓고 토론했고, 또 ‘미-래의 맑스주의’(그린비 펴냄)라는 책도 낸 터였다. ▶노마디즘 개념이 혼란스럽다. 명쾌하게 해달라. -‘유목’하면 자꾸 ‘떠난다’는,‘이동(移動)’을 떠올린다. 예를 들어 엥리쉬는 ‘잡노마드’에서 유럽을 떠도는 한 독일인 여선생의 삶을 노마디즘이라 한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노마디즘은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그 독일인 여선생이 어느 순간 연구실에 파묻혀 책만 봐도, 전공을 넘나드는 연구 등 새로운 일을 벌인다면 그것도 노마디즘이다. ▶토론회에서 노마디즘에도 ‘능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많이 배우거나 여유있는 사람들의 얘기라는 의미냐. -대단한 능력을 말하는 게 아니다. 외려 많이 배우고 가진 사람일수록 전공, 분야, 직위에 매여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데 서 오는 습관·습속·버릇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수유+너머’가 단적인 예다. 여기서 공부하는 사람들, 대단한 사람 없다. 퇴직하신 어르신에서부터 초등학생까지 그냥 공부하고 싶어 온다. 그리고 ‘수유+너머’는 ‘촉발’에 의미를 둔다는 점도 알아달라.‘너희가 그렇게 잘났냐.’보다는 ‘우리도 저런 거 하나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먼저 해줬으면 한다. ▶월급쟁이들이 사무실이나 공장을 버리기는 어렵다. -굳이 버릴 필요없다. 거기서 나름대로 변화를 꾀한다면 그게 바로 노마디즘이다. 다만 정말 안 되겠다면 그때는 박차고 나와야 한다.‘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는 것처럼 한심한 말은 없다. 물론 쉽지는 않다. 익숙한 것을 버려야 하니 마음먹기가 어렵다. 또 단순하게 버리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야 한다. 그런데 창조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이번 책에서 코뮌주의를 대안으로 내세운 것도 그런 의미인가. -마르크시즘을 재구성하는 게 책의 목표다. 그러려면 국가단위로 생각하는 습성을 버리고, 프롤레타리아(PT) 계급도 다시 정의해야 한다. 그래서 ‘코뮌’이라는 단어를 썼다. 예전에 PT 하면 공장노동자였다. 지금은 그들마저 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주류화됐다. 대신 비정규직·이주노동자들 문제가 생겨났다. 이제 PT는 공장노동자가 아니라 이들의 집합이다. ▶누구나 안락한 삶을 바란다. 그런 면에서 노마디즘은 인간본성에 반하는 것 아닌가. -인간본성이라는 표현에 동의할 수 없다.‘안락한 삶’ 자체가 이미 부르주아적이다. 다시 말해 그걸 지향하는 순간 부르주아가 된다는 것이다. 동시에 그런 부르주아적 욕망을 인간본성이라고 보는 것 자체가 근대의 사고방식이라는 점도 지적해두고 싶다. 사실 근대 이전에는 ‘공동체에 대한 헌신’이 있었다. 그런데 근대 자본주의가 들어서면서 이게 내 가족에 대한 헌신으로 축소됐다. 이걸 정확히 알아야 한다. 노마디즘은 바로 그런 부르주아적 욕망, 돈과 가족에 대한 욕망을 버리는 데서 출발한다. ▶그렇게 버리면 무엇을 얻을 수 있나. -‘수유+너머’ 사무실 임대료가 월 800만원 정도다. 사람들은 스폰서가 있겠거니 하는데 순수한 회비만으로 운영한다. 회비 내는 사람들? 돈 많은 사람 없다. 그 사람들이 왜 돈 내겠나. 얻는 게 있기 때문이다. 여기 사람들은 돈을 그렇게 내는 대신 사람 사이의 관계와 거기서 오는 기쁨, 토론으로 얻는 지식과 능력을 만끽한다. 확 버려야 더 크게 얻는다. 그걸 잘 모른다. ▶거기까지는 인정해도, 그게 변혁의 힘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나. -그건 정말 아무도 모르는 문제다. 이번 프랑스 사태를 봐라. 부르디외는 68혁명 뒤 사람들이 TV나 보면서 마비됐다고 했지만, 바로 지금 혁명적인 상황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 아닌가.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사설] 靑·재계 대화 실질 성과로 이어지길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인들과 활발한 대화를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경제4단체장 등 재계 최고경영자 350여명을 상대로 특강을 했고 그제는 경제5단체장을 청와대로 초청, 부부동반으로 오찬을 했다. 중소기업인들에 대한 특강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와 재계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고, 따라서 이를 풀기 위한 취지라는 게 노 대통령이 밝힌 배경이다. 계속된 경기침체 속에서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이 자리를 같이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아는 바대로 올해 참여정부의 핵심과제는 양극화 해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다. 둘 다 지난한 과제들이다.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이 긴요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노 대통령의 잇단 경제대화는 이런 필요성에서 비롯한다고 하겠다.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을 통한 양극화 해소에 기업이 앞장서 줄 것을 당부하면서, 정부로서도 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것을 다짐한 것이다. 문제는 각론이다. 동반성장과 상생의 구체적 협력모델을 어떻게 이뤄나가느냐인 것이다. 지난달 노 대통령은 인터넷 국민과의 대화에서 자신을 ‘좌파 신자유주의자’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이 형용모순의 개념 속에 노 대통령의 고민이 응축돼 있다고 본다. 양극화 해소와 시장개방이라는, 자칫 상충되는 두 정책방향을 함께 추진코자 하는 대통령의 고심이 이런 모순적 표현을 만들어낸 것이라 하겠다. 노 대통령이 기왕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기업과의 협력 강화에 방점을 두기로 했다면 이에 걸맞은 보다 시장친화적 정책방안들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성장동력을 확충,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양극화의 간극을 좁힐 수단들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서비스산업 규제 등 각종 기업규제를 과감히 풀어나가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 또한 상응한 노력이 필요하다. 노 대통령이 강조했듯 대기업은 보다 넓은 세계로 눈을 돌리고, 국내 시장은 중소기업들이 성장해 나갈 토양이 되도록 상생 경영 노력을 해야 한다. 사회 일반의 반기업 정서를 탓하기에 앞서 스스로 얼마만큼 사회적 공헌을 해왔는지도 되돌아보기 바란다.
  • 3분지각 朴대표 ‘앉아일어서’ 벌칙

    한나라당 의원들이 30일 가나안농군학교에서 호된 군기를 맛봤다. 소속 의원 106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후 2시 강원 원주 가나안농군학교 입소식을 갖고 1박2일간의 의원수련회에 들어갔다. ‘첫 희생자’는 박근혜 대표가 됐다. 박 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느라 일부 동료 의원들과 3분 가량 늦게 도착했다가 ‘정신 개척’을 세번 외치는 벌칙을 받았다. 쪼그리고 앉으면서 ‘정신’, 일어서면서 ‘개척’이라고 외치는 군대식 벌칙이다.●朴대표 “인터뷰하다…” 변명도 허사로 박 대표는 교관을 바라보며 “인터뷰하다 늦었는데….”라며 애교어린 변명을 했지만 교관은 “정해진 시간은 시간, 약속은 약속”이라며 한치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동료 의원들이 벌을 대신 받겠다며 ‘흑기사’를 자청했지만 박 대표는 스스로 벌을 받았다. 박 대표는 입소식 인사말에서 “나부터 치열해야 한다.”면서 “나부터 사명감에 불타고 노력함으로써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상수 의원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정신 개척’을 외쳐야 했다. 가나안농군학교에서는 주머니에 손을 넣을 수도 없고, 비누는 3∼4회만 문지를 수 있으며, 화장지는 6∼8칸밖에 사용할 수 없다. 여기에 간식은 물론 술, 담배도 금지한다는 농군학교의 규율을 듣고선 다소 당황하기도 했다.●홍준표의원 `식사반장´ 지원 광역단체장 경선 후보들의 ‘솔선수범’도 눈길을 끌었다.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 다투는 홍준표 의원이 잽싸게 ‘식사반장’을 지원하자 박진 의원이 “아차 한발 늦었다.”며 농을 건네기도 했다. 홍 의원은 오징어볶음과 김치 등 3가지 반찬만 놓인 식판에 밥을 퍼주며 ‘밥을 한 톨도 남기면 안된다.’는 농군학교 규율을 거듭 설명했다. 경기지사에 도전하는 김문수 의원은 설거지 담당으로 동료 의원들로부터 “김 의원 넘 열심 하는 것 아냐.”라며 격려(?)를 받았다.●신지호대표 “대선 또 실패땐 3진아웃” 한편 ‘뉴라이트’(신보수) 운동을 주도하는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는 특강에서 “한나라당은 2007년 대선에서 실패하면 3진 아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혁신은 아직 미완성 상태로,‘뉴한나라당’에 대한 느낌이 박약하다.”는 등의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원주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1967~1975 외교문서 공개

    외교통상부는 30일 1967∼1970년대 중반까지 발생한 동백림 사건, 요도호 납북 사건, 주한미군 철수 논란 등과 관련한 외교문서 11만 7000여쪽을 공개했다. 공개된 문서에서 동백림 사건 마무리 시점인 1969년 1월 하인리히 뤼브케 서독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이 특사파견을 통해 재독 음악가 윤이상씨 등 사건 관련자 6명을 석방 또는 감형한다는 비밀 합의를 했음이 밝혀졌다. 문서는 서울 서초동 외교안보연구원에서 열람할 수 있다. 1. 동백림 사건1967년 중앙정보부가 독일에서 활동 중인 지식인들을 간첩으로 지명, 납치한 ‘동백림’사건 당시 한국 정부는 시종 군색한 외교로 일관해야 했다. 서독 정부와 시민들의 비난·압박이 심해지자 최덕신(77년 미국 망명후 86년 월북) 당시 주독 대사는 7월1일 사표를 내고 최규하 외교장관에게 “특명전권대사로서 사태만 악화시키므로 귀국 하명 있기를 앙망한다. 인책 소환이나 면직시켜 단시일 내 국토를 떠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장관은 “지금 떠나면 오해가 발생하니 더 머물라.”고 지시했다. 두 달 뒤 김영주 신임 대사가 부임했으나 빌리 브란트 외상은 한달 반 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면담을 기피하는 수모를 주기도 했다. 서독 정부는 ‘원조 지연’카드로도 압박했다. 68년 12월5일 밤 40여명의 독일 학생 시위대가 ‘동백림 사건’연루자 석방을 요구하며 한국대사관을 점거했고, 앞서 8월 김 대사가 슈레스비히-홀스타인주를 방문했을 땐 태극기가 나치 표식으로 칠해지는 사건도 있었다. 2. 주한미군정책 최근 한·미간 논란이 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개념이 31년전 미 행정부와 의회의 주한미군 철수 논란속에서도 제기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몬드, 스콧 상원의원 등은 1974년 12월 한국과 일본, 타이완 등 아시아 9개국을 순방한 뒤 작성한 ‘아태지역의 병력과 정책’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은 (주한미군을)타 지역에 배치한다는 점과 한국에 영구 주둔시킬 수 없음을 한국인에게 경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 2사단을 태평양군사령부의 비상 대기병력으로 지명하고 ‘때때로’ 사단 병력 일부를 훈련을 위해 타 태평양지역에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개념은 1974년 미 행정부에서 이미 제기됐다. 당시 우리 정부는 “한국을 동북아의 전진기지로 삼고 최소한의 거점을 확보, 주한미군을 기동예비군화한다는 의미”로 분석했다.75년 2월 민주당의 맨스필드 의원은 “미국의 대 중공 화해정책은 계속돼야 한다.”면서 미군의 과도한 한국주둔 등 ‘시대착오적’정책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3. 요도호사건 “일본항공(JAL)기가 북괴로부터 돌아온 후 일본인들이 북괴에 감사하다며 친근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데 어불성설이다. 제3자인 미국이 일본에 충고해 달라.”(윤석헌 외무차관이 라스람 주한 미 공사에게) 1970년 일본 적군파 요원들의 항공기 납치 사건인 ‘요도호 사건’과 관련, 곤욕을 치렀던 우리 정부는 사건 해결의 ‘공’(功)이 북한에 넘어가자 극도로 경계했다.3월30일 하네다 공항을 출발, 후쿠오카로 향하던 요도호 여객기를 납치한 적군파 요원들이 김포공항에 착륙한 뒤 79시간을 대치하다 승객들을 풀어 주고는 승객들 대신 야마무라 신지로 당시 일본 운수성 차관을 싣고 4월3일 평양으로 떠난 것이 이 사건의 개요. 북한이 납치범 일행만 받아들이고 비행기와 승무원, 운수성 차관은 일본으로 돌려보내자 일 정부는 북한에 수차례 사의를 표했고 이에 정부는 일측에 강력 항의했다. 정부의 득실분석 자료에는 “일본의 대 북괴 접근 무드가 대두되고, 대북한 자세완화 가능성이 증대됐다.”고 돼있다. 4. 70년대 인권문제 70년대 중반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한 미국의 공세, 특히 미 의회 ‘자유주의’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비판은 후반기 지미 카터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와 인권문제 연계의 토대를 마련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1975년 프랭크 처치 상원의원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면서 “주한미군은 집권자의 압제정치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회내에선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국가가 미국의 정치철학과 역행하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을 때엔 이를 시정시키기 위해 직간접 압력을 행사해야 하고 이는 조용한 외교적 언사를 초월해야 한다.”는 주장도 쏟아졌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특권·차별 불균형 초래” “빈곤 상위층 탓은 정략”

    “양극화는 정치적 의도를 담은 슬로건인가, 아니면 한국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인가.”“개발독재식 산업화를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민주화 운동에 비중을 둬야 하는가.” “대북포용 정책은 지속돼야 하는가.” 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남덕우 전 총리)은 29일 코엑스에서 ‘한국 사회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주제를 놓고 보수·진보 진영간 대토론회를 열었다. 보수세력을 대변하는 이른바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포럼’에선 박효종·전상인 서울대 교수가,‘지속가능한 진보’를 표방하는 ‘좋은정책포럼’에선 임혁백 고려대·김형기 경북대 교수가 나와 각각 주제발표를 했다.●양극화 문제의 해법은 전상인 교수는 “선진국형 복지는 소득격차 축소나 현금소득 재분배가 아니라 국민이 공유하는 공공재의 충분한 공급에서 비롯된다.”면서 “빈곤층의 증가나 중산층의 몰락, 빈곤의 고착이라는 개념 대신 양극화라는 용어를 선택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전 교수는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으로 빈곤층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양극화의 해법인데도 상위계층 때문에 양극화가 빚어진 것처럼 선전하는 것은 현실을 왜곡하고 건전한 발전을 해치는 정략적 시각”이라고 주장했다. 임혁백 교수는 “박정희 정권의 압축적 근대화는 사회적 불균형과 특권, 차별, 배제 등의 갈등구조를 형성했고 최근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은 양극화와 빈곤화를 불러 사회갈등을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따라서 사회통합을 위해 비용과 이익의 공평한 분배, 사회적 약자와 소외세력에 대한 우선적 배려, 특권과 차별의 제거로 사회적 불균형을 고쳐야 한다고 밝혔다.●지속 발전을 위한 대안은 박효종 교수는 “386 진보주의자들은 민주화 실적에 심취, 개발독재 등 ‘부끄러운 역사’를 부정할지 모르지만 민주화는 건국과 산업화의 열매라는 점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화 세력이 소홀히 하는 점은 자유주의라고 전제한 뒤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선진화를 지향한다면 자유주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형기 교수는 “개발독재 모델은 이미 생명력을 다했으며 신자유주의는 단기적으로 경쟁력과 효율성을 높일지 모르나 경제 불안정을 증폭시키고 사회를 분열시켜 지속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이어 지속가능한 진보노선에 따른 혁신형 동반성장 체제와 스칸디나비아식의 새로운 복지모델 구축을 제시하면서 지식·지방·여성·중소기업·부품소재산업·서비스업 등 6가지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았다.●한·미동맹과 대북정책의 방향은 남덕우 전 총리는 “대통령은 북한에 강경하고 친미적인데 참모들이 친북적이고 반미적으로 생각한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그러나 아랫사람을 기용하고 관리하는 것은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적했다.박효종 교수는 “한·미 관계를 자주냐 의존이냐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볼 게 아니라 기존 한·미동맹을 통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김재록게이트’ 4黨4色

    정치권에 ‘게이트 증후군’이 또다시 번지고 있다. 대형 비리사건이 터지면 무조건 “우리는 아니다.”라며 상대 정당을 손가락질하는 현상이다. 검찰 수사 결과를 예단해 당리당략적 시나리오를 퍼뜨리는 것도 여전하다. ‘김재록 게이트’의 파괴력은 5·31 지방선거에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간 공방이 더욱 노골적이다. 열린우리당은 “우리당엔 동교동계가 없다. 한나라당도 조심해야 한다.”며 두 야당을 동시에 겨냥했다. 호남과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쟁패에서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속뜻이 읽힌다. 우상호 대변인은 28일 “여당과 관련된 사건은 아닌 것 같고, 야당의 일부인 느낌이 든다. 진상조사위를 만든 한나라당이 자기 발을 찍을 수도 있다.”며 한나라당의 연루설을 흘렸다. 전날 당 관계자들이 “당내엔 국민의 정부 시절 실세들이 없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며 민주당을 압박하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공세 전략이다. 하지만 느낌과 정황뿐, 이를 뒷받침할 실체는 제시하지 않았다. ●민주 “현정부때 일어난 비리” 민주당은 “김씨의 구속 사유는 참여정부때 일어난 일”이라며 현 여권에 칼끝을 겨눴다.‘5·31 전략지역’인 호남 민심을 의식한 듯, 성토와 호소도 빠뜨리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안을 ‘최연희·이명박’의 악몽에서 벗어나 정국 반전의 호재로 삼으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이날 “노무현 정권은 DJ 정권의 비리도 세습하고, 브로커도 세습했다.”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김정훈 당 정보위원장은 “김씨 사람들이 고건 전 총리 캠프에도 가 있다. 청와대가 지방선거에서 호남표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민주당과 고 전 총리의 발목을 잡으려는 의도로 기획수사를 하고 있다.”며 전형적인 음모론을 제기했다. ●민노 “노무현·김대중 정부 부패 밝혀야” 민주노동당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과정의 검은 실체를 밝혀내야 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자전적 소설 ‘보이지 않는 손’ 펴낸 작가 복거일

    자전적 소설 ‘보이지 않는 손’ 펴낸 작가 복거일

    “지식은 내가 평생 추구해온 삶의 본질입니다. 지식인만이 세상을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으며, 그것이 지식인의 행복입니다.” ‘자유주의 지식인’을 자처하는 소설가 복거일(60)이 또 한편의 ‘지식인 소설’을 냈다. 김대중 정부를 비판적으로 묘사해 논란이 됐던 ‘목성잠언집’에 이어 4년 만에 발표한 장편 ‘보이지 않는 손’(문학과지성사)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한국 정치·사회현실에 대한 지식인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고 있다. 전·현직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판하는 대목이 등장하지만 “정치 소설이 아니라 지식인 소설”이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소설은 초기작 ‘높은 땅 낮은 이야기’(1988)에 등장했던 20대 후반의 포병 장교 현이립을 다시 불러낸다.50대 후반 지식인으로 성장한 그는 영화 제작사가 자신의 소설을 사전 양해도 없이 영화화하자 법정 소송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법과 정의, 개미사회의 집권화, 인간사회의 분권화 등 다양한 학문 영역을 넘나들며 특유의 지적 담론을 펼쳐놓는다. 작가 스스로 인정하듯 이번 작품은 자전소설에 가깝다. 경제연구소 실장을 거쳐 소설가이자 사회평론가로 활동하는 주인공은 실제 그의 이력과 겹친다. 소설의 주요 사건인 영화사와의 소송건(그는 2002년 영화 ‘2009로스트메모리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과 현이립이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신뢰를 담은 ‘정의로운 체제로서의 자본주의’를 집필하는 대목도 닮았다. 작가는 올해 회갑을 맞았다. 서울대 상대를 나와 은행에서 근무하다 마흔 넘어 소설 ‘비명을 찾아서’(1987)로 늦깎이 등단한 그는 “바둑에서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듯 내 인생은 운이 아주 좋았다.”는 말로 소회를 밝혔다. 무명시절 자신의 재능을 인정해준 평론가 김현 등 문학과지성사 동인들과의 교류를 가장 큰 행운으로 꼽았다.“영어를 공용화하고, 원화를 달러화로 바꾸자는 등 ‘이단적인´ 주장을 숱하게 했음에도 별다른 박해를 받지 않았던 건 그들의 후광”이라며 웃었다.“직장을 그만 둔지 올해로 24년 째인데 글로만 먹고 살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라는 그는 “문학이 예술의 꽃인 시절에 문학을 한 마지막 세대여서 행복했다.”고 회고했다. 젊은 작가들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총 쏘는 솜씨는 훌륭한데 손에 쥔 건 새총”이라고 비유한 그는 “동서양의 위대한 작품은 전부 생존의 절박함을 다루고 있다. 삶은 행복이 아니라 생존인데 요즘 젊은 작가들은 개인의 행복에 너무 치우쳐 있다.”고 비판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참여정부는 좌파 신자유주의 정부”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는 온라인 토론회 중 최대 접속자 수를 기록했다. 직장인들의 점심이 끝나는 오후 1시간을 선택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대화 시간은 예정된 80분보다 40분이나 길어졌다.●노 대통령은 특별패널로 참여한 ‘왕의 남자’의 배우 이준기씨가 질문한 스크린 쿼터제에 대한 답변과정에서 폭소를 자아냈다. 이씨가 “미국에 대한 굴복이 아니냐.”고 다소 공격적으로 묻자, 노 대통령은 “영화에서만 매력적인 줄 알았는데 실물을 봐도 아주 잘생겼다.”며 즉답을 피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도 계속 손님이 들어오느냐. 비디오 나오면 집에서 또 보겠더라.”며 관심을 표명했다. 또 이씨를 ‘이준길’이라고 잘못 말했다가 “미안하다.”라고 한 뒤 “자꾸 영화의 공길이 이름만 생각이 나서…, 스타가 스타를 알아야 하는데…”라며 농담까지 던졌다. 노 대통령은 “한국 영화의 40∼50% 점유율을 지킬 자신이 없느냐.”고 물었고, 이씨는 “자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물량 공세로 우리가 만든 좋은 영화들을 관객들에게 보여드릴 기회조차 없어질까 걱정된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내부적으로 경쟁력을 키워 밀고 나갑시다. 영화인들도 자신 있게 갑시다.”라고 주문했다. 이씨는 “좋은 영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노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정체성에 대해 ‘좌파 신자유주의 정부’라고 규정했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는 ‘신자유주의 정부이지’,‘좌파정부이지’라고 묻는데, 가장 황당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좌파든, 우파 이론이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로 쓰면 된다. 조화될수록 좋다. 바로 양날개로 함께 가져가는 것”이라면서 “‘좌파 신자유주의 정부’가 나쁘냐,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한나라 “좌파정부 본색 드러낸것”

    야권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냉담했다. 특히 ‘좌파 신자유주의’ 발언에 정체성 시비를 제기했다. 한나라당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참여정부가 좌파정부라는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며 “좌파정부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하기 위해 신자유주의라는 형용사를 붙인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국민의 체감과는 거리가 멀다.”고 혹평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국정혼란과 인사혼란에 이어 정체성 혼란마저 온 것 같다.”고 혹평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보다는 참여정부 정책을 일방적으로 선전하는 ‘인터넷 강좌’를 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씨줄날줄] 카지노경제/우득정 논설위원

    양극화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연설과 취임 3주년 ‘국민에게 드리는 편지’에서 양극화 해소 의지를 천명한 데 이어 청와대가 ‘비정한 사회, 따뜻한 사회’라는 주제로 양극화 관련 특별 기고문을 쏟아내고 있다.‘기적과 절망, 두 개의 대한민국’ ‘압축성장, 그 신화는 끝났다’…‘교육 양극화, 그리고 게임의 법칙’에 이르기까지 20일도 채 안돼 6편의 글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띄웠다. 오는 23일 노 대통령이 ‘국민과의 인터넷대화’를 통해 양극화문제에 대한 견해를 내놓으면 논쟁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청와대는 양극화가 박정희식 압축성장이 낳은 결과이며, 서강학파가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한다.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가 횡행하면서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카지노경제’가 당연한 게임의 법칙인 양 통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득권층은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낡은 이념에 함몰돼 희망 잃은 80%의 고통과 좌절에 눈을 감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맞서 보수논객들은 청와대가 양극화 심화의 논거로 제시한 각종 지표를 도리어 정책 실패의 산물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분배를 중시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하면서 불황이 장기화된 결과, 못 사는 사람들만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청와대의 양극화 진단은 못 가진 80%를 정서적으로 자극해 정치적으로 이득을 취하려는 ‘꼼수’라고 비난한다. 최근 특급호텔에 외국인 전용카지노의 설립을 허용하려는 움직임에 빗대어 “운동권정권이 카지노경제로 대한민국을 박살내려 한다.”고 꼬집는다. 집권층과 보수층이 양극화라는 동전의 서로 다른 면만 보며 상대편 공격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양극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논쟁이라고 볼 수 있다. 성장 둔화와 분배 악화는 부인할 수 없는 우리 경제의 현주소다. 따라서 성장을 통한 분배 선순환이니,‘증세냐, 감세냐’하는 논란은 파이 배분에서 소외된 80%에게는 무의미하다. 빈곤자살 위기에 몰린 가정에 내미는 따뜻한 손길, 내 자식은 100m 출발선상에서 배제되지 않는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야말로 카지노경제를 극복하는 첫걸음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강자·약자의 진화로 양극화 해소를/박맹수 원광대교수·교화과장

    2006년 화두 가운데 하나로 양극화 문제가 있다.IMF사태로 불렸던 경제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도 신자유주의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 왔다. 기업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에 돌입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직장을 잃었으며, 그들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어 하루하루의 생계를 걱정하며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가 되었다. 국내 기간산업은 자유무역이라는 이름아래 개방을 강요당하여 많은 기업이 외국 자본가의 손으로 넘어갔다. 작년에는 농업 분야마저 완전 개방 쪽으로 협상이 타결됨으로써 국내 농업은 거의 빈사지경이 되었다. 대통령과 정부는 경제위기는 이미 완전히 극복했다고 선언한 바 있지만, 사회 구석구석에는 경제위기가 빚어낸 생채기가 치료되지 못한 채 그대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비정규직 문제와 농업회생 문제, 절대빈곤층과 차상위계층 문제 등이 그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양극화 문제는 과연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IMF사태 이후에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구호아래 경쟁력 있는 회사, 경쟁력 있는 인재만 남기고 그 외는 모두 구조조정이다, 정리해고다 해서 도태시킨 총체적 결과가 결국은 양극화라는 현실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양극화의 주범인 신자유주의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에 걸쳐 전 세계를 풍미했던 사회진화론(社會進化論)을 그 이름만 바꾼 것과 다름없다. 약육강식의 생존경쟁 속에서 적자(適者)만이 생존한다는 사회진화론과, 경쟁력 없는 회사나 인간은 도태시킬 수밖에 없다는 신자유주의의 논리는 말만 바꿨을 뿐 강자의 논리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너무나 닮아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필자는 물음을 던진다. 지난 세기의 사회진화론이 인류사에 과연 어떤 결과를 안겨주었던가. 서양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을 정당화하여 수천만 명에 이르는 제3세계 민중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끝내는 제1,2차 세계대전을 초래하여 역사상 일찍이 없었던 커다란 비극을 불러오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사회진화론의 리바이벌이라 할 수 있는 신자유주의 역시 또다시 대참극을 불러오지 말란 법도 없다. 여기에 바로 우리 사회가 지혜를 발휘하여 신자유주의라는 무자비한 바람을 막아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 강자만이 살아남는 사회는 끝내 그 강자마저도 살아남지 못하게 한다. 이것이 우주자연의 정칙이요, 인류사의 보편적 법칙이다. 일찍이 사회진화론이 난무하던 20세기 초반에, 서양제국주의 열강들에 의해 제3세계 국가와 민중들이 잔혹하게 유린당하던 시대에 소태산 박중빈(1891∼1943) 선생은 “강자는 약자로 인하여 강의 목적을 달하고, 약자는 강자로 인하여 강을 얻는 고로 서로 의지하고 서로 바탕하였느니라.”라고 가르쳤다. 약자(弱者)들이야말로 강자(强者)들이 존재할 수 있는 근본 바탕이라는 것, 즉 이 우주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모든 생명체들은 서로 떠날 수 없는 상호의존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신 것이다. 소태산 선생의 이 가르침 속에는 강자만을 섬기고 강자만이 살아남는 신자유주의적 세계는 끼어들 틈이 없다. 약자와 강자가 사이좋게 공존하는 세계, 강자와 약자가 서로 진화하는 세계야말로 우리가 꿈꾸어야 할 세계이자 앞다투어 실현해야 할 이상세계요, 진여실상의 세계 그 자체인 것이다. 소태산 선생은 강자들에게 늘 ‘영원한 강자’ 즉 진정한 강자가 될 것을 촉구했다.“약자라고 항상 약자가 아니라 점점 그 정신이 열리고 원기를 회복하면 그도 또한 강자의 지위에 서게 될 것이요, 약자가 깨쳐서 강자의 지위에 서게 되면 전일에 그를 억압하고 속이던 강자의 지위는 자연 타락될 것이니, 그러므로 참으로 지각 있는 사람은 항상 남이 궁할 때에 더 도와주고 약할 때에 더 보살펴 주어서 영원히 자기의 강을 보전하나니라.” 양극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은 바로 소태산 선생의 가르침처럼 “사회적 약자들이 제대로 숨쉬고 살 수 있어야만 강자들도 비로소 제대로 숨쉬고 살 수 있게 되는” 원리를 얼마나 절실하게 자각하고, 얼마나 절실하게 실천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박맹수 원광대교수·교화과장
  • ‘운동 되살리기’ 논쟁 한판

    요즘 같은 세상에 ‘진보’, 그것도 ‘진보운동’을 말했다가는 큰일나기 십상이다.‘그래서 어쩌자는 건데?’라는 비아냥에 이어 ‘결국, 아무 대책 없음’이라는 딱지가 척하니 들러붙기 일쑤다.●논쟁이 돌아온다! 이 문제를 고민하기 위해 23일부터 25일까지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한국사회포럼’이 열린다.올해로 다섯번째인 한국사회포럼은 진보성향 시민사회단체들의 한마당 축제이다. 올해에도 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문화연대 등 60여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참가한다. 올해의 관심사 역시 진보운동의 위기.‘논쟁이 돌아온다’는 포럼 제목부터가 이를 보여준다.상임집행위원장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민주화 이후 진보진영의 의제가 고갈됐고, 양극화 등 새로운 이슈에 대해서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제시했다. 최근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가 황우석신드롬 등에 대해 걸핏하면 ‘박정희유산’을 들먹이는 진보의 상상력 부재에 실망했다는 주장과 비슷한 맥락이다.이 때문에 특별토론의 주제도 ‘한국사회운동는 위기인가.’로 정했고, 사회운동진영 내부의 민주주의를 점검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이외에도 여성·환경·교육운동 등과 뉴라이트로 상징되는 신보수주의에 대한 대응문제도 함께 다룬다. 행사에 대한 내용은 홈페이지(www.socialforum.or.kr)에서 찾아볼 수 있다.●모든 운동이 결합할 허브축은 삶과 문화 계간지 ‘문화과학’ 2006년 봄호도 이 주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한국 사회-운동의 문화정치적 쇄신을 위하여’라는 글을 통해 일본의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의 ‘NAM’(New Association Movement)에 주목한다. 그는 사회주의권 붕괴 이래 통합된 운동이 스탈린주의식 전체화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고립된 채 움직이고 있는 운동 진영에 비판적이다. 고립된 운동의 빈틈을 ‘국가-자본’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진보인사들은 들뢰즈·가타리를 읊으면서 자본주의에서의 ‘탈주’를 말하는 사이에, 실제 현실은 ‘삼성 공화국’과 ‘FTA’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의 전면적인 확산만 가득차 있다는 것.‘한국사회포럼’도 여기서 예외일 수 없다.“각 부문들이 처한 어려움을 나열식으로 호소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게 심 교수의 비판이다. 그렇다면 다시 운동의 통합이 시도되어야 하되 스탈린 방식의 위험을 피하려면 예전의 노동운동·계급투쟁 대신 ‘삶과 문화’가 허브축이어야 한다. 삶과 문화를 중심에 두고 노동·환경·여성 운동이 다양하게 접속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심 교수의 주장이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송두율 칼럼] ‘한국 모델’의 재구성

    [송두율 칼럼] ‘한국 모델’의 재구성

    얼마전 필자는 창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관여해 온 독일어권의 제3세계 문제에 관한 전문학술지로서 ‘주변부’를 뜻하는 ‘Peripherie(페리페리)’의 창간 25주년을 기념하는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잡지는 근대화이론과 종속이론 사이의 뜨거운 논쟁이 있었던 1970년대를 뒤로하고 제3세계의 발전 전망에 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80년대 초부터 발간되어 제3세계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이론의 부침을 정리해왔다. 제3세계의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렸던 80년대의 비관적인 분위기 속에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성공 신화는 물론, 민족해방과 사회주의 건설을 개발전략의 축으로 설정했던 제3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도 다루었다. 그러나 그러한 신화를 창출한 동아시아 국가들도 90년대 중반부터 세계화를 추동하는 투기성 금융자본의 파도에 휩쓸려 고초를 겪었으며 아직도 그때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중국·인도·브라질 등 인구와 자원이 풍부한 나라들도 세계화의 경쟁대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최근에 잡지는 동서냉전의 종결과 함께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의 완전승리를 선언한 ‘역사의 종말’이 전하는 메시지, 즉 제3세계에도 자본주의이외에 어떠한 대안이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을 둘러싼 많은 논쟁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세계화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는 신자유주의는 탈규제·자유화·사유화를 근간으로 해서 세계 도처에서 ‘자본주의냐, 야만이냐.’라는 선택을 지금 강요하고 있다. 한때 ‘사회주의냐, 야만이냐.’라는 질문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에 대한 희망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자본주의와 야만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는 지금의 강요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에 대하여 한번쯤 생각해 보는 여유마저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가능한 세계 가운데 가장 좋은 세계’라고 확신하는, 어떤 의미에서 종교적 신념에 가까운 정서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종말 없는 자본주의’와 ‘세계화’는 ‘역사의 종말’과 동의어다. 그러나 역사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라는 구호 밑에 9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밑으로부터의 세계화’가 이를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세계화에 대한 비판은 무엇보다도 사회로부터 유리된 시장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난폭한 자본주의(capitalismo selvaje)’에 대한 질타로부터 시작되었다.‘밑으로부터의 세계화’의 핵심은 ‘지속 가능한 발전’과 ‘사회적 연대’다. 전자는 한정된 자원과 관련된 생태계가 주된 문제이고 후자는 빈곤과 불평등을 극복하는 사회관계의 재구성 문제다. 한국에서 이 두가지 문제는 지금 여러 가지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새만금과 양극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80년대 제3세계 개발이론에 있어서 특이한 위치를 점했던 ‘한국 모델’의 비판적 재구성이 현재 절실해지고 있다. 생태계 문제와 양극화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는 길에 결코 왕도는 없다. 얼마 전부터 논의되는 ‘네덜란드 모델’이니 ‘핀란드 모델’이니 하는 성공적인 모델도 참고는 될지언정 그대로 복사해서 사용될 수는 없다. 모델은 이를 설정하는 주체의 역사적·문화적 그리고 사회적 맥락을 떠나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대국 틈새에서 지상의 유일한 분단국가가 세계화의 도전 속에서 재구성해야 하는 것이기에 더군다나 그렇다. 합리적 정책 선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기본적인 생각의 틀을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 기존의 ‘한국 모델’은 미래를 다분히 ‘현재 플러스 알파’로서 생각해 왔다. ‘한국 모델’의 재구성은 현재가 ‘미래 마이너스 알파’일 수도 있다는 자기반성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래서 미래는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자동적으로 보장되는 적금이 아니라 이미 원금까지 축내고 있는 어음할인과 비슷하다는 것을 먼저 기억하자.
  • [사설] 성장 과실 경영진만 챙기나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 중 주총을 개최했거나 계획을 밝힌 63개 상장사의 이사 1인당 평균 보수한도가 지난해보다 16.7%나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올해 임금을 2.6% 올리되 수익성이 떨어지는 업체나 고임금의 대기업은 동결토록 사용자측에 권고했다. 환율 강세와 유가 급등, 노사관계 불안 등으로 저성장 함정에 빠져들 수 있는 만큼 당장의 성과배분보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이 경총의 임금인상 자제 논거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성장의 과실은 경영진이 챙기고 경영 위험비용은 근로자가 모두 전담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재계는 지금까지 국제경쟁력 약화나 반기업 정서 심화가 노조의 과도한 내몫 챙기기 때문인 양 매도해왔다. 비정규직의 차별 역시 정규직 노조의 양보 거부 탓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대주주 배당 또는 이사 보수한도 확대 등으로 자신들의 배부터 불린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반시장’‘반자본’이라는 용어를 동원하며 비난했다. 이러고도 어떻게 비상경영을 운운하며 근로자에게 임금 동결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지금의 기업 경영구조는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카지노 경제’라는 항간의 지적에 대해 ‘아니다’라고 맞설 수 있겠는가.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풍조와 더불어 중산층이 몰락하면서 빈곤층은 급속히 확산돼 왔다. 대신 극소수의 가진 자들은 ‘파이’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당면 현안으로 대두된 양극화 심화의 원인이다. 청와대가 올 들어 연속기획물로 연재하고 있는 ‘비정한 사회, 따뜻한 사회’에서 ‘비정한 사회’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이처럼 도덕적 균형감각을 상실한 배분논리로는 사회통합은커녕 불안만 키울 뿐이다. KT&G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외국계 펀드 아이칸측은 근거가 불충분한 이사의 보수한도 인상을 문제삼고 있다고 한다. 주주 이익보다 경영진의 배부터 불린 결과다. 경영진들은 늘린 보수한도로 내 주머니를 채우려다가 더 큰 것을 잃게 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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