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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책꽂이]

    폭력의 유산(캐럴라인 엘킨스 지음, 김현정 옮김, 윤영휘 감수, 상상스퀘어) 수백 건의 기록과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영국이 자행한 국가적 폭력의 실체를 폭로했다. 영국 제국주의를 ‘폭력 그 자체’라고 규정한 저자는 영국이 만든 ‘피의 역사’를 낱낱이 고발하면서 지금 일어나는 국제 분쟁의 씨앗이었음을 증명한다. 20세기 초 영국이 팔레스타인 땅을 두고 아랍인과 유대인에게 적용한 이중적 정책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낳았고 ‘문명화 사명’이라는 명분으로 인도, 파키스탄, 이란, 아프리카 등에 제국주의적 폭력을 행사했다. ‘법’이라는 이름으로 폭력과 착취를 정당화했던 영국 제국주의가 몰락하기까지 세계사 흐름을 조망하면서 오늘을 이해하는 통찰에 다가서게 된다. 1148쪽. 4만 4000원. 솜씨-DNA(이종선 지음, 홀리데이북스) 현대 과학으로 풀기 어려운 청동기 시대 정문경의 정밀한 문양부터 국제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휩쓰는 기능공들까지, 우리 민족에게는 눈과 손에 관한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 같다. 고고학자이자 미술사학자인 저자는 정문경, 천마총 금제관모, 팔만대장경, 고려자수 불화 등 조상의 놀라운 유물이 양궁, 골프, 씨름, e스포츠, 나노의학, 반도체 등 오늘날 우리의 솜씨와 기술에 어떻게 전승됐는지 흐름을 짚는다. 464쪽. 3만 5000원. 타자의 시선(김주용 지음, 선인) 원광대 역사문화학과 교수인 저자는 10년 전 독립기념관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면서 중국 인민항일전쟁기념관과 항일독립운동사를 공동발간하는 기획에 참여했다. 발간 끝엔 한중 공동평화선언을 하고자 했으나 두 사업 모두 독립기념관 상급기관장의 압력으로 불발됐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역사를 파헤치고 항일투쟁사를 기록하려는 작업을 우호 관계를 해치는 일로 여기는 게 현실이다. 책에서 중국과 독일, 일본 언론 기사를 분석하면서 10년 전 미완의 작업을 잇고 평화와 공생을 논한다. 230쪽. 1만 6000원. 다시 쓰는 자살론(김명희 지음, 그린비) 자살은 개인의 정신적·심리적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양극화, 권위주의, 신자유주의 경쟁, 젠더·세대·지역 불평등 등 복합적인 사회구조가 빚어낸 집단 비극이다. 19세기 말 프랑스 학자 에밀 뒤르켐이 개척한 사회학적 통찰을 되살리면서 그의 미완 개념인 ‘숙명론적 자살’을 한국 사회의 자살 현상을 분석하는 도구로 삼아 사회적 책임을 사유하게 한다. 616쪽. 3만 5000원.
  • 한 사람의 양심이 공명해 연대로… 한국 사회 문제의 해법, 양명학서 찾다

    한 사람의 양심이 공명해 연대로… 한국 사회 문제의 해법, 양명학서 찾다

    “일제강점기 박은식, 이건방, 정인보 등 일군의 지성인들이 양명학으로 유교를 개혁하고 민심을 일깨워 국권 회복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려 했다. 신자유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경제적, 사회적 문제, 개인과 집단 간의 갈등 같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도 양명학적 관점에서 진단하고 극복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국내의 대표적 양명학 연구자인 한정길 성균관대 한국철학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최근 발간한 학술서 ‘양명학’(한국중앙연구원출판부)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우리가 학창 시절 양명학에 대해 배운 것은 조선시대 주류였던 주자학의 반대편에 섰다는 정도가 고작이다. 양명학은 15~16세기 중국 명나라 왕수인이 주창한 유학의 한 학파로 실천을 강조했다. 중국에서 양명학은 군주 중심의 정치 문화와 마음을 중심으로 두는 심학(心學)의 흥성 덕분에 명대 주류 사상이 돼 일반인의 의식과 행위까지 이끄는 지도 이념으로 기능했다. 일본에서는 일왕 중심의 정치 문화와 공자·맹자 시대로 돌아가자는 고학(古學)을 배경 삼아 국민 도덕학이 됐고, 서양 근대사상과 물질문명 수용에 영향을 줬다. 반면 조선에서는 사대부 중심의 관료 정치 문화와 주자학 중심의 학풍 때문에 수용 초기부터 거센 비판에 놓여 한 번도 주류의 자리에 서지 못했다. 위당 정인보(1893~1950)도 “조선에는 양명학파가 없었다”며 주자학이 체제를 뒷받침하는 학문으로 자리잡고 그에 반하는 사상체계는 무조건 이단으로 배척하는 풍토를 꼬집었다. 한 교수는 양명학이 조선에 비교적 일찍 전래했음에도 이단으로 배척된 이유가 정치 문화와 학술적 측면에 있다고 보고 있다. 조선 성리학도 마음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양명학 수용의 학술적 토대가 되기도 했지만 주자학의 왕도 정치 이념이 워낙 강고했기 때문에 다른 사상체계에 대한 배척이 있었다. 여기에 이황과 그 문인들의 비판이 학계에 강하게 자리잡아 양명학이 뿌리내리지 못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한 교수는 21세기에 양명학을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전근대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시대의 변화에 주체적, 능동적, 집단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진원지는 법적 제약 틀 내에서는 이기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투는 것을 정당한 일로 여기는 신자유주의 체제”라며 “특히 욕망을 제어하는 내적 장치인 양심을 상실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명학에서는 실심 감통과 실천을 강조하는데, ‘참된 마음은 가닿는 대상에 감응하고 소통하여 애틋하게 여겨서 구해 주려 한다’는 것이 실심 감통이고 실심은 양심과도 일맥상통한다. 한 교수는 “자기 내면에 귀를 기울일 때 비로소 회복할 수 있는 양심은 개인적이지만 사회적 성격을 띤다”며 “개인의 양심에 따른 행위가 다른 사람의 양심을 깨우고 점차 공명해 서로 연대하고 행진할 때 정의롭고 따뜻한 사회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트럼프 압박에 핵으로 위협한 러시아 전 대통령 [월드핫피플]

    트럼프 압박에 핵으로 위협한 러시아 전 대통령 [월드핫피플]

    러시아 전 대통령을 지냈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60)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미국의 휴전 압박에 핵전쟁 위협을 들고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휴전 체결 디데이를 50일에서 10일로 줄이자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지난달 29일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러시아는 이스라엘이나 이란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후 통첩은 위협일 뿐이며 전쟁으로 한발짝 다가가는 것”이라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는 통하지 않을 테니 ‘슬리피 조’의 길로 가지 마라”고 강조했다. ‘슬리피 조’란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비하하며 붙인 별명으로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전임 대통령처럼 전폭적인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서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8일까지 종전을 촉구하자 옛 소련의 핵 공격 시스템인 ‘데드 핸드’를 거론하기도 했다. 러시아 지도부가 무너졌을 때 핵미사일이 자동 발사되도록 한 명령 시스템인 ‘데드 핸드’가 언급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핵잠수함 2대를 러시아 인근에 배치하도록 했다며 반격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42세이던 2008년 러시아 대통령에 취임해 4년간 재임했으며, 이어 총리로 일했다. 정보기관 KGB 요원 출신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달리 변호사였던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대통령 재임 시절 개혁적 이미지를 선보였다.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유화적 태도였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그의 대통령 취임은 대통령직 3연임을 금지한 헌법 규정을 우회하려는 방편이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의 대통령 임기 동안 푸틴 대통령은 총리로 실권을 행사했으며, 2020년 헌법을 개정해 연임 금지 조항을 백지화했다.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한 푸틴 대통령의 임기는 2030년까지이며, 임기도 4년에서 6년으로 연장해 2036년까지 장기 집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12년 푸틴 대통령의 복귀를 위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비교적 자유주의적인 기술관료에서 극단적인 민족주의자로 변신했다. 특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러시아에 적대적인 인물들을 도발적 게시물로 공격해댔다. 지난 5월에는 푸틴 대통령이 불장난을 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세계 3차대전이 일어날 수 도 있음을 기억하라!’고 위협했다.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부패 척결을 내세웠던 메드베데프 부의장이지만 고가의 부동산, 요트, 양조장 등을 소유해 ‘부패 왕국’을 이뤘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2020년 총리직에서 물러나 국가안보회의에 재임하면서부터 우크라이나와 서구 지도자를 공격하는 인터넷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그의 러시아산 소셜미디어인 텔레그램 구독자 수는 170만명에 이른다. “병 속에서 크는 바퀴벌레”라고 우크라이나 지도부를 비난하기도 했던 메드베데프 부의장의 험한 입은 거친 표현과 달리 러시아의 계산된 정치 공격으로 평가된다.
  • [사설] 막판 관세협상, ‘조선업·기술력’ 돌파구로 최상의 성과를

    [사설] 막판 관세협상, ‘조선업·기술력’ 돌파구로 최상의 성과를

    한미 관세 협상이 운명의 한 주를 맞았다. 협상 시한인 8월 1일을 앞두고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미국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각각 회담을 갖는다. 미국의 고율 관세로 이미 큰 타격을 입은 수출 기업들에는 생존이 걸린 순간이다. 다행히 실마리도 보인다. 대통령실은 그제 “미국 측이 조선 분야에 높은 관심을 보였으며, 양국 간 조선 협력을 포함한 상호 합의가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산업 협력을 넘어 전략적 이해가 맞물린 ‘제조업 동맹’ 수준으로 확장될 수 있는 신호다. 미국은 조선업을 안보와 공급망 복원 차원에서 재건해야 할 핵심 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조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조선업의 중심에 서 있다. 조선업을 지렛대로 관세 인하와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실익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탈중국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이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임을 각인시킬 기회로 삼아야 한다. 여기에 정밀가공, 친환경 선박, 해양플랜트 기술 등 연계 분야까지 패키지로 제시한다면 협상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해양력 확장과 기술 굴기를 경계하며 대중 견제를 국가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간 조선 협력은 자유주의 공급망 복원의 명분까지 갖춘 전략 카드로서 미국으로서도 환영할 수밖에 없는 제안이다. 하지만 주변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일본은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카드를 제시하며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유럽연합(EU)도 같은 수준을 기준으로 최종 조율 중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이 이들보다 불리한 25% 관세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국가 산업의 미래는 위태로워진다. 조선,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제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는 구조적 타격을 입게 된다. 일본, EU보다 불리한 조건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협상에 임해야 하는 까닭이다. 관세 협상은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을 것인가의 문제다. 미국이 민감하게 요구하는 소고기·쌀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이나 비관세 장벽 완화에 대해서는 국내 여론과 산업 기반을 고려해 신중하면서도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자급률이 낮고 산업적 충돌 우려가 적은 바이오에탄올용 옥수수 등 비핵심 품목의 수입 확대도 하나의 현실적 카드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국익의 최대치를 끌어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냉철한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다.
  • [남성욱 칼럼] 신중해야 할 대통령의 톈안먼 망루 행사 참석

    [남성욱 칼럼] 신중해야 할 대통령의 톈안먼 망루 행사 참석

    필자는 2015년 9월 중국 전승절 70주년 행사를 톈안먼 광장에서 직접 지켜봤다. 베이징시는 일주일 전부터 차량과 공장 가동을 중단해 맑은 하늘을 유지하는 등 총력을 기울였다. 중국이 공을 들여 초청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중앙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신형대국’ 연설을 듣고 열병식을 지켜봤다. 최룡해 북한 부위원장은 톈안먼 망루 좌측 끝에 있었다. 한중과 북중 간의 관계와 거리를 시각적으로 비교하며 획기적인 한중 관계 발전을 머릿속에 그렸다. 중국은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승전을 기념하는 전승절을 국력을 과시하는 국제행사로 키우기 위해 한국의 참석을 중시했다.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는 전례가 없고 행사 성격이 모호해 당초 참석에 부정적이었다. 최고의 의전 제공 등 중국의 집요한 물량 공세와 북핵 해결에 대한 중국의 협조 기대 등으로 참석을 강행했다. 30개 참가국 중 자유주의 진영에서 참석한 국가 지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유일했다. 그날 저녁 호텔에서 행사 관련 신문 기고를 쓰던 중 교류하던 중국 사회과학원 학자로부터 논문 한 편을 메일로 받았다. 중국의 본심이니 정독하라는 주석까지 달려 있었다. 필자의 순진한 시각을 교정해 주겠다는 의도였다. 제목은 ‘중국이 북한을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되는 세 가지 이유’였다. 첫째, 북한은 중요한 교량(bridge) 위치에 있고, 대륙이 해양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로 포기할 수 없다. 둘째, 한반도의 현상유지(status quo)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국 주도의 통일이 이뤄질 경우 한중 간에 영토 분쟁이 발생할 것이다. 요점은 한반도에 ‘두 개의 한국 정책’(Two-Korean policies)이 중국의 국익에 부합하며 북한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톈안먼 망루에 오름으로써 중국이 북핵 해결에 협조할 것이라는 혹시나 했던 기대는 비현실적인 상상에 불과했다.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오지 않듯이 한국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다고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2025년 여름 10년 만에 묘한 기시감이 드는 일이 생겼다. 전승절인지 전승일인지 명칭부터 모호한 행사에 중국이 구두로 이재명 대통령의 참석을 요청했다.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시 주석이 참석하는 만큼 한국 대통령도 전승절에 참석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중국 초청의 배경에는 경주와 베이징 행사 조건부 참석의 뉘앙스가 있으나 외교 관례에 맞지 않는다. APEC과 전승절은 성격이 다른 행사다. APEC은 21개 회원국들이 참석하는 다자 간 회의로 국가별로 돌아가면서 행사를 개최한다. 반면 전승절은 주로 사회주의 국가들을 초청하는 중국의 국가 기념일 행사다. 올해 한중일 정상회담은 일본에서 개최되며 2026년에는 베이징에서 개최된다. 또한 내년에는 APEC이 베이징에서 개최되며 중국이 의장국이 된다. 한국 대통령은 내년에 두 차례나 베이징을 방문하게 된다. 올해 전승절까지 참석한다면 세 차례나 베이징을 방문하는 셈이다. 2014년 이후 11년간 시 주석의 방한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전승절 행사 참석은 정상 방문의 비례대응 원칙에서 한참 벗어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베이징 혼밥 결례’ 논란이 기억에 생생하고 한한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은 국민 정서와 거리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지 않고 관세 및 방위비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한국 최고지도자가 톈안먼 망루에서 중러 지도자와 나란히 도열하는 모습은 자유주의 국가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 가뜩이나 ‘셰셰’ 논란으로 정부에 친중 이미지가 어른거리는 상황에서 동맹국인 미국 백악관의 시선도 고려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북핵 해결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기대해 전승절에 참석했는데 이후 중국의 냉담한 행태는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상대의 선의를 기대하는 외교 정책은 항상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외교 격언을 곱씹어 봐야 할 시점이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 [손열 칼럼] 한국외교 플랜B는 있는가

    [손열 칼럼] 한국외교 플랜B는 있는가

    지난 7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보낸 관세 폭탄 서한에 유난히 강한 실망과 분노를 드러낸 국가는 일본이다. 동맹국에 대한 예의를 무시한 처사로서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표현도 나왔다. 8월 1일까지 협상 시간을 벌었다며 안도하는 한국의 분위기와는 대조적이었다. 트럼프 2기 출범 직후 이시바 정권은 미일 정상회담을 성사시켰고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해 100억 달러의 투자 선물을 안기며 안정적 관계를 조성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25%,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관세 25%, 그리고 상호관세 24%를 부과하자 일본은 당혹감과 배신감에 휩싸였다. 이후 양국은 7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입장 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안보 무임승차를 비판하면서 국방비 대폭 증액을 압박한다. 이미 2022년 기시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인 국방비를 2027년까지 2%로 확대하기로 했으나 미국은 3.5% 인상을 요구해 일본에 충격을 주었다. 일본은 패권이 쇠퇴할 때 패권국과의 동맹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경험했다. 근대 일본외교의 금자탑인 영일동맹은 1923년 하루아침에 파기됐다. 영국의 패권적 능력과 의지가 쇠락한 결과다. 일본은 엄청난 충격 속에서 영원한 동맹은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로부터 백년 후 미국 패권의 쇠퇴가 트럼프 현상으로 나타나면서 일본은 미일동맹을 기축으로 한 외교노선을 재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1945년 이래 미국의 안보 우산과 달러 기축통화 체제 아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미국 주도 국제질서의 최대 수혜자였다. 오늘날 미국이 상대적으로 쇠퇴하는 가운데 국내정치적 대립으로 지구적 리더십을 행사하기 쉽지 않은 처지가 되자 핵심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리더십 약화를 보완해 기존 패권 질서 유지를 돕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일본 외교의 ‘플랜A’다. 반면 트럼프 정부는 국력의 회복을 위해 동맹국인 일본을 더이상 특별 취급하지 않고 일본이 자국의 노동자와 기업에 얼마나 이익을 줄 수 있는지, 미국의 안보 리스크를 얼마나 경감해 줄 수 있는지 면밀하게 계산해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일본이 안보와 무역에서 미국에 깊이 의존하는 상호의존의 비대칭적 구조가 자국의 협상력을 높이는 것임을 정확히 인지하고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이에 일본 내에서는 미국에 대한 과잉의존 리스크를 줄이고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자는 ‘플랜 B’ 논의가 분출하고 있다. 물론 독자적 군사력 확보와 탈미국 외교로 전략적 자립을 추구하는 대안은 비현실적이다. 군사력, 경제력, 정치력 등 여러 면에서 미국 없는 국제질서를 상상하기는 어렵다.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했지만 일본은 미국이 배제된 형태의 중국 중심 운명공동체에 동의하지 않는다. 현실적인 플랜B는 미국 과잉의존 구조로부터 자립을 강화하는 적정한 상호의존 구조로 전략적 시프트를 추진하는 것이다. 한국은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일본보다 더 미국에 의존하는 처지다. 관세 협상 국면에서 미국은 한국에 자국 제조업 재건을 위한 직접투자 확대, 농산물시장 개방, 국방비 대폭 증액 등을 요구한다. 그런데 첨단 제조업 부문 대미 투자는 미국에 매몰 비용을 증가시켜 의존을 심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국방비 증액 역시 미국 무기체계 도입 등으로 국방 자립보다는 안보 의존 지속 및 심화를 가져올 수 있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공정·상호적 거래는 역설적으로 상대를 더욱 미국에 의존하게 하는 구조를 재생산하는 측면이 있다. 적정한 한미 첨단제조업 협력, 방위 능력 향상, 중국의 억제에 기여하는 전략적 자산 확보 등으로 미국이 한미동맹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하는 플랜A는 기본이다. 이와 동시에 한국 외교도 플랜B를 마련, 가동해야 한다.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향한 군사력 향상을 도모하고 일본과 호주 등 비슷한 입장의 국가들과의 연대와 협력으로 보호주의 확산 억제, 자유주의 질서 회복을 추진하면서 아세안과 인도로 경제협력을 확장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본격화하는 것이다. 눈앞의 관세 협상에 매몰돼 큰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대항해 시대의 숨결이 깃든, 포르투갈 수도원 에그타르트 이야기

    대항해 시대의 숨결이 깃든, 포르투갈 수도원 에그타르트 이야기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 남서쪽 벨렝 지역에는 제로니무스 수도원(Mosteiro dos Jerónimos)이 거대한 위용을 자랑한다. 이 수도원은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포르투갈 대항해 시대와 달콤한 디저트의 역사를 동시에 품은 곳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에그타르트의 뿌리인 ‘파스텔 드 나타‘(Pastel de Nata)가 바로 이곳 수도사들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수도복 다림질에서 시작된 혁명, 파스텔 드 나타18세기 제로니무스 수도원의 수도사들은 수도복을 다림질할 때 달걀흰자를 풀 먹이듯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노른자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고민거리였다. 이를 그냥 버리기 아까웠던 수도사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남은 노른자로 달콤한 커스터드를 만들어 페이스트리 반죽에 담아 장작불에 구워낸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지금의 ‘파스텔 드 나타‘다. 이 달콤한 간식은 포루투갈의 식민지였던 마카오로 건너가 현재 우리가 즐겨 먹는 에그타르트의 원형이 됐다. 일부 전문가는 파스텔 드 나타가 에그타르트 탄생에 영향을 준 것은 맞지만, 두 음식은 엄연히 다르다고 주장한다. 수도원 몰락과 함께 탄생한 ‘파스테이스 드 벨렝’파스텔 드 나타의 전설을 고스란히 간직한 가게가 바로 ‘파스테이스 드 벨렝‘(Pastéis de Belém)이다.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으로 포르투갈 왕실이 브라질로 망명하고 본국이 프랑스 점령과 영국의 영향력 아래 놓이면서 1822년 자유주의 헌법이 제정되고 사실상 왕정이 폐지됐다. 이로 인해 오랫동안 왕실의 보호를 받던 교회와 수도원들이 몰락하게 됐다. 제로니무스 수도원 역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궁지에 몰린 수도사들은 생계를 위해 ‘파스텔 드 나타’ 레시피를 근처 정제소에 넘겼는데, 이 정제소가 1837년 수도원 바로 옆에 문을 연 가게가 지금의 ‘파스테이스 드 벨렝’이다. 오늘날 이곳은 리스본에서 가장 긴 대기 줄을 자랑하며, 포르투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다. 이곳을 방문하는 것은 단순히 맛있는 에그타르트를 맛보는 것을 넘어, 포르투갈의 역사와 전통을 경험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대항해 시대의 염원, 마누엘 양식의 걸작제로니무스 수도원은 단순히 맛있는 디저트의 발상지를 넘어 포르투갈 대항해 시대의 유산이기도 하다. 1496년 포르투갈의 마누엘 1세 국왕은 바스쿠 다가마의 성공적 인도 항로 발견을 기원하며 수도원 건립을 명령했다. 1501년 시작된 공사는 무려 100년에 걸쳐 진행되었고, 기존 고딕 양식에 바다와 항해를 상징하는 장식이 가미된 독특한 마누엘 양식 건축물로 탄생했다. 이 수도원은 1940년까지 학교와 고아원 등으로 활용됐고,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역사적·건축학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특히 수도원 오른쪽에 있는 산타 마리아 성당은 바스쿠 다가마가 인도 항해를 떠나기 전 기도를 올렸던 곳으로 유명하며, 지금도 그의 석관이 안치돼 방문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포르투갈의 황금기였던 대항해 시대의 웅장한 꿈과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희망, 그리고 달콤한 미식의 역사를 동시에 담아낸다. 단순한 관광을 넘어 시간 여행을 통해 포르투갈의 특별한 과거를 마주하는 경험이 될 것이다.
  • 대항해 시대의 숨결이 깃든, 포르투갈 수도원 에그타르트 이야기 [한ZOOM]

    대항해 시대의 숨결이 깃든, 포르투갈 수도원 에그타르트 이야기 [한ZOOM]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 남서쪽 벨렝 지역에는 제로니무스 수도원(Mosteiro dos Jerónimos)이 거대한 위용을 자랑한다. 이 수도원은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포르투갈 대항해 시대와 달콤한 디저트의 역사를 동시에 품은 곳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에그타르트의 뿌리인 ‘파스텔 드 나타‘(Pastel de Nata)가 바로 이곳 수도사들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수도복 다림질에서 시작된 혁명, 파스텔 드 나타18세기 제로니무스 수도원의 수도사들은 수도복을 다림질할 때 달걀흰자를 풀 먹이듯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노른자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고민거리였다. 이를 그냥 버리기 아까웠던 수도사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남은 노른자로 달콤한 커스터드를 만들어 페이스트리 반죽에 담아 장작불에 구워낸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지금의 ‘파스텔 드 나타‘다. 이 달콤한 간식은 포루투갈의 식민지였던 마카오로 건너가 현재 우리가 즐겨 먹는 에그타르트의 원형이 됐다. 일부 전문가는 파스텔 드 나타가 에그타르트 탄생에 영향을 준 것은 맞지만, 두 음식은 엄연히 다르다고 주장한다. 수도원 몰락과 함께 탄생한 ‘파스테이스 드 벨렝’파스텔 드 나타의 전설을 고스란히 간직한 가게가 바로 ‘파스테이스 드 벨렝‘(Pastéis de Belém)이다.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으로 포르투갈 왕실이 브라질로 망명하고 본국이 프랑스 점령과 영국의 영향력 아래 놓이면서 1822년 자유주의 헌법이 제정되고 사실상 왕정이 폐지됐다. 이로 인해 오랫동안 왕실의 보호를 받던 교회와 수도원들이 몰락하게 됐다. 제로니무스 수도원 역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궁지에 몰린 수도사들은 생계를 위해 ‘파스텔 드 나타’ 레시피를 근처 정제소에 넘겼는데, 이 정제소가 1837년 수도원 바로 옆에 문을 연 가게가 지금의 ‘파스테이스 드 벨렝’이다. 오늘날 이곳은 리스본에서 가장 긴 대기 줄을 자랑하며, 포르투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다. 이곳을 방문하는 것은 단순히 맛있는 에그타르트를 맛보는 것을 넘어, 포르투갈의 역사와 전통을 경험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대항해 시대의 염원, 마누엘 양식의 걸작제로니무스 수도원은 단순히 맛있는 디저트의 발상지를 넘어 포르투갈 대항해 시대의 유산이기도 하다. 1496년 포르투갈의 마누엘 1세 국왕은 바스쿠 다가마의 성공적 인도 항로 발견을 기원하며 수도원 건립을 명령했다. 1501년 시작된 공사는 무려 100년에 걸쳐 진행되었고, 기존 고딕 양식에 바다와 항해를 상징하는 장식이 가미된 독특한 마누엘 양식 건축물로 탄생했다. 이 수도원은 1940년까지 학교와 고아원 등으로 활용됐고,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역사적·건축학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특히 수도원 오른쪽에 있는 산타 마리아 성당은 바스쿠 다가마가 인도 항해를 떠나기 전 기도를 올렸던 곳으로 유명하며, 지금도 그의 석관이 안치돼 방문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포르투갈의 황금기였던 대항해 시대의 웅장한 꿈과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희망, 그리고 달콤한 미식의 역사를 동시에 담아낸다. 단순한 관광을 넘어 시간 여행을 통해 포르투갈의 특별한 과거를 마주하는 경험이 될 것이다.
  • 시민들의 열망에도 대규모 시위는 왜 실패했을까

    시민들의 열망에도 대규모 시위는 왜 실패했을까

    2008년 촛불집회부터 2016년 촛불혁명을 거쳐 2024년 빛의 혁명에 이르기까지 21세기 한국은 공교롭게도 8년마다 대규모 사회운동을 겪었다. 한국뿐만 아니다. 2010년대 들어 전 세계에 거대한 사회운동의 물결이 휘몰아쳤다. 중동·아프리카를 휩쓴 ‘아랍의 봄’, 칠레의 ‘사회 폭발’, 홍콩의 ‘황색운동’ 등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지위와 나이, 차별과 혐오를 넘어 광장에서 모두 하나가 됐고 새로운 세상을 열망했다. 그러나 많은 나라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뤄 내지 못했다. 미국 언론사에서 일하며 전 세계에서 일어난 시위를 취재한 저자는 “10개 국가 중 7개 국가가 실패보다 더 나쁜 결과를 경험했다”면서 대표적인 사례로 2013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벌어진 시위를 꼽았다. 시 정부의 버스요금 인상 결정에 반발하며 ‘무상 대중교통 이용’을 주장했지만, 보수단체의 힘을 키우고 ‘열대의 트럼프’라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체제를 불러왔을 뿐이다. 이후 브라질에서는 사회운동의 요구와 개혁이 줄줄이 무산됐다. 황색운동과 아랍의 봄 역시 유사하다. 황색운동이 일자 중국 정부는 강력한 국가보안법을 도입해 민주 인사들을 체포했고 젊은이들은 망명했다. 아랍의 봄 이후 이집트에는 독재 정권이 들어섰고 아프리카에서 인간개발지수가 가장 높았던 리비아에는 노예무역이 부활했다. 저자는 이 원인을 수평주의에서 찾았다. “모두 지도자가 되거나 지도자가 존재하지 않는 운동”이라는 수평주의의 이상은 현실에서 지도력의 부재로 나타났다. 정부와 협상할 대표가 없고 앞에 나서려고 하면 권력욕 있는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이를 극복해야 시위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제언이다. 위계 있는 조직과 효과적인 대표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지난 6월에 쓴 한국어판 서문에서 “촛불혁명은 의심할 여지 없는 성공 사례”이지만 12·3 계엄을 겪으며 “좁은 의미에서의 성공”이라고 풀이했다. 지난 3년에 대해서는 ‘불평등, 엘리트 중심 권력, 부패를 극복해야 할 진보 정권이 지정학적 현실과 전 지구적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한계에 봉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푸틴이 죽어야 끝난다…내가 순진했다” 우크라인의 고백

    “푸틴이 죽어야 끝난다…내가 순진했다” 우크라인의 고백

    우크라이나 전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죽거나 퇴진해야만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나왔다. 7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올렉시 레즈니코우 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특별군사작전’을 “개인적인 집착”이라고 표현하면서 이같이 내다봤다. 그는 “푸틴이 크렘린궁에 머무는 한 전쟁은 어떤 형태로든 지속될 것”이라며 “휴전이 선포되고 완충지대가 설정되더라도 러시아가 2022년 전면 침공을 하기 전 그랬던 것처럼 하이브리드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푸틴 퇴진 시 그 뒤를 이을 후계자들은 서방 제재로 인한 경제 문제를 경험한 터라, 전쟁을 계속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레즈니코우 전 장관은 그러면서 “러시아의 리더십이 바뀌어야만 러시아와 정상적이고 평화롭게 공존할 진정한 기회가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푸틴은 우리가 그의 정권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두려워한다”라며 “러시아 국민들이 민주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유럽의 방식이 폭정보다 낫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정권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즈니코우 전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 2021년 1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국방장관을 역임했다. 또한 레즈니코우 전 장관은 교착 상태인 현재의 휴전 협상에 대해 “러시아가 추가 제재를 피하기 위해 미국 백악관에 선의로 행동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가짜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러시아가 공격을 퍼부으며 점차 점령 지역을 넓혀나가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부분적인 휴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협상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의 군사적 목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얇게 썰어 먹는 이탈리아 소세지 ‘살라미’처럼 우크라 영토를 야금야금 공략하는 ‘살라미 전술’을 러시아가 사용하고 있다”라고 레즈니코우 전 장관은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는 크림반도 살라미 조각에서 시작해 루한스크 살라미 조각, 도네츠크 살라미 조각에 이어 지금은 헤르손과 자포리자 지역을 점령하고 있다”라며 “그들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전진해 가능한 한 많은 땅을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레즈니코우 전 장관은 개전 초기에는 전쟁 목표 달성까지 푸틴이 용납할 수 있는 손실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그 예상이 틀렸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소련이 과거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에서 1만 8000명의 병력을 잃고 철수한 적이 있는 만큼, 병력 10만명이 사망하면 멈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순진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러시아는 인구가 1억 3000만명으로 큰 인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병사들을 총알받이로 사용하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따르면 개전 후부터 8일까지 러시아측 사상자는 102만 8610명에 달한다. 또한 푸틴은 8일 무국적자와 외국인도 러시아군에서 계약 복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에 서명했다.
  • “대통령실이 경제안보 컨트롤타워… 경제안보보좌관·통상비서관 둬야”[월요인터뷰]

    “대통령실이 경제안보 컨트롤타워… 경제안보보좌관·통상비서관 둬야”[월요인터뷰]

    ‘한국형 경제안보’가 중요안보 논리, 경제 논리보다 큰 영향경제안보 관점에서 국익 구체화첨단 제조 역량·방위산업 뒷받침선진국·개도국 연결 강점 살려야대미 협상 글로벌 공조 고민해야미중 경쟁에 韓 전략적 가치 향상‘제조업’ 우선순위 두고 대미 협상무리해서 美 요구 들어줄 수 없어관세 부과 시한 연장에 집중 필요韓, 글로벌 완충공간 확보해야나토 정상회의 불참한 건 아쉬워자강 위해 안보 협력 다각화해야미중 없는 CPTPP 안전망 될 수도통상 기능, 대통령 직속 부처 가능 대한민국은 2차 세계대전 종전 당시 식민 지배를 받다가 선진국으로 올라선 유일한 사례다. 경제적 번영과 정치적 민주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모범 국가로 손꼽힌다. 하지만 ‘한강의 기적’의 기반이었던 자유무역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동맹에게조차 높은 관세를 통보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5%의 국방비’라는 안보 청구서도 내밀었다. 전후 자유무역을 근간으로 한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주도하던 미국은 스스로 다극 세계의 도래, 곧 ‘팍스 아메리카나’의 종언을 선언한 형국이다. 자유주의 질서와 세계화의 최대 수혜자였던 우리는 경제와 안보 ‘쌍끌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나. 미국과의 관세 협상 중대 분수령을 앞두고 지난달 27일(지난 5일 추가 서면 인터뷰)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서울신문 사옥에서 통상·무역 전문가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를 만났다. 제21대 대선에서 당시 이재명 후보의 경제안보와 통상 공약 개발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개인 사견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했다. ‘한국형 경제안보’에 대한 저서를 집필 중인 김 교수는 “안보의 시각에서 경제를, 경제의 시각에서 안보를 능동적으로 보고 경제안보의 대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대통령실이 경제와 안보를 조감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정부에 제언했다.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한 건 아쉽지만 조속히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왜 ‘한국형 경제안보’가 중요한가. “경제와 안보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전 세계적으로 ‘두 개의 전쟁’이 진행 중이며 동아시아가 주 전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경제학을 하는 입장이지만 안보 논리가 경제 논리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은 개별 정책이나 사업을 엮어 낼 큰 그림, 즉 통합적인 경제안보 책략이 미흡했다. 낯선 경제안보 사안을 어떻게 풀어 갈지 나침반이 없는 거다.” -새 정부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추구한다.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대외적 여건은 우리에게 심각한 위기다. 한국 경제를 ‘한강의 기적’이라고 하지만 미국이 동맹을 위한 시장을 제공해 준 덕도 크다. 안보 위기까지 고조되고 있다. 안보와 시장이라는 미국의 우산을 당연하게 여겼지만 이젠 반대급부를 요구받는다. 대외 수출에 의존한 기존 성장 모델이 한계에 부딪혔다. 그렇기에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고 국익과 우선순위를 구체화해야 한다. 첨단 제조 역량은 안보를 지킬 물적 토대이기도 하다. 강력한 제조업과 분단의 비극이 결합해 방위 산업이 발달했다.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우리의 소프트 파워도 강하다. 개도국과 선진국 사이를 연결하는 미들 파워의 강점을 살려 글로벌 공급망과 시장을 다각화해야 한다.” -미들 파워의 강점이 통상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중동이 한국으로부터 무기를 사려는 이유에는 품질이나 가격도 있지만 한국이 강대국이 아니라는 역설적 이유도 깔려 있다. 과거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6자 회담에 들어가는 국가 중 나머지 5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보고한 적이 있다. 지금도 중강국의 강점을 살릴 수 있다.” -미국과의 협상에서는 어떤 강점을 지렛대로 쓸 수 있을까.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높아졌다. 미국이 제조업을 강조하는 건 경제적 이유만이 아니라 자국 안보와 국방력을 지키기 위해서다. 군함을 만들 수 있는 조선이나 반도체, 방산 강국인 우리나라로선 숨통이 트인 거다. 제조업 기반이 약화된 미국에 한국의 조선 건조 능력은 매우 중요해졌다. 고대역폭메모리(HBM)도 독점적 기술이다. 제조와 방산 역량 강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협상해야 한다.” -국내 산업이 위축되거나 국내 고용이 감소하는 등 부정적인 여파는 없나. “개별 기업의 해외 투자나 진출을 막을 수는 없다. 국내에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고 소재·부품·장비(소부장)를 수출하는 일이 기업에 더 이득이 되도록 정부가 치열하게 산업 정책과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 기술을 혁신하고 제조 역량을 확보하지 않으면 위태롭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새로운 관세 서한을 보내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어떻게 진단하나. “백악관 공지가 아닌 나라를 골라 서한을 보낸다고 공포감을 조성했지만 불안감이 읽힌다. 상호관세를 8월부터 발효한다면 사실상 물러선 거다. 일본, 한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에 ‘성실하게 협상에 임했다’며 면죄부(관세 유예)를 주지 않으면 미국은 다시 충격에 빠질 거다. 앞서 유예 기간을 준 것도 일본 등이 미국 국채를 팔아 금리를 오르게 해서였다. 미국은 감세로 인한 재정 적자를 메우려 10% 기본 관세는 유지할 거다. 당장은 수출업자가 마진을 깎고 있지만 물가 상승, 미국 경제의 둔화나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올 수밖에 없다.” -46%에서 20%로 관세를 낮춘 베트남의 협상 결과는 어떻게 평가하나. “영국과 베트남을 보면 비차별 무역의 원칙을 깨는 나라가 도미노처럼 생겨날 위험에 처했다. 이는 다자 무역 질서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불확실성과 거래 비용이 커질 거다. 베트남으로선 불확실성을 줄인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미국이 베트남에 어음을 주고 현금을 받은 ‘기울어진 협상’이다. 시장경제 지위 문제도 미국은 확답을 안 했지만, 베트남은 이를 기대하고 전격 무관세 개방했다. 우리도 ‘희망 고문’이 될 게 뭔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40% 관세가 부과되는 환적 상품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 원산지 규정을 정할 때, 삼성 스마트폰 절반 이상이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한국도 논의에 관여해야 한다.” -상호관세 유예 만료를 앞두고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가 얼만큼 준비됐느냐가 관건이다. 대통령실 컨트롤타워가 아직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 기반을 지키고 자동차 면세 등을 얻으려면 아무것도 안 내 줄 수는 없다. 미국의 에너지나 무기를 사면 무역수지 흑자는 즉각 줄어들 것이다. 디지털 교역 등 비관세 조치도 언급된다. 그러나 준비가 미흡하다면 무리해서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다. 성심껏 협상해 관세 부과 시한을 연장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다른 나라와의 공조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인도는 품목 관세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 방침을 세계무역기구(WTO)에 통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한 데 따른 손익계산서는 어떤가. “한국 방산이나 기술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점을 확인한 건 아주 긍정적이다. 안보 자강을 위해선 안보 협력 파트너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있다. 나토에 미국만 있는 것은 아니다. 꾸준히 나토에 참석해 한국 대외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미국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한다. 실무 차원의 논의에는 한계가 있다. 한미 정상회담이 필요하다.” -한일 관계에 우호적 분위기가 형성된 모습이다. 경제안보의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을까. “이 대통령이 나토에 가지 않겠다고 한 뒤 일본 총리도 가지 않는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본이 이렇게 한국을 의식하며 호흡을 맞춘 적이 없다. 그만큼 양국이 유사한 처지에 있다는 거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양국은 더 협력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필요성도 꾸준히 언급된다. “미국도, 중국도 없는 메가 FTA인 CPTPP가 일종의 안전망이 될 수 있다. EU에서 CPTPP와 같이 움직이자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이 수출 시장에서 15%를 차지하지만 CPTPP와 EU, 한국, 노르웨이를 합치면 30%가 넘는다. 농어민 단체 반발이나 일본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해제 요구도 예상된다. 섬세하고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러시아나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보나. “한국은 여러 나라와 끊임없이 완충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나토 회원국도 러시아와 완전히 절연하지는 않는다. 한국이 한미일 밀착 일변도로 가면서 러시아가 북한과 거리낌 없이 밀착하는 공간을 만들어 줬다.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강해졌고 임금 수준도 올라갔다. 고부가가치 소부장을 기반으로 안보적 함의가 없는 소비재나 서비스에서 한국의 프리미엄 이미지로 중국과 차별화된 경쟁 우위를 찾아야 한다.” -통상 기능을 산업부에서 외교부로 옮기거나 독립시키는 안이 자주 거론된다. 대통령실 개편은 어떻게 해야 하나. “산업부에 통상교섭본부가 만들어질 때는 FTA 위주였지만 지금의 교류는 산업 통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칫 각 부처의 개별 정책이 서로 배치될 수 있다. 통상 기능의 외교부 이관이나 대통령 직속 별도 부처도 가능하다. 결국 대통령실이 경제와 안보를 조감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국가안보실장 아래 3차장실이 경제안보를 담당하지만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안보실에선 수시로 (칸막이를) 넘나들기 어렵다. 각 부처 경제안보 담당자까지 수평적으로 논의하려면 정책실장 아래 경제안보보좌관을 두고 통상비서관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 김양희 교수는 일본 도쿄대 박사과정을 마친 뒤 삼성경제연구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위원,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 등을 거쳤다. 참여정부의 ‘동북아시대 구상’에 참여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충격과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 미국의 보호주의 강화 등을 밀착 분석해 온 무역·통상 전문가다. 제21대 대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정책자문 그룹 ‘성장과통합’ 공동대표를 맡았다.
  • 중국 “李, 천안문 올 수 있나?” 전승절 초청각…실용외교 딜레마 [월드뷰]

    중국 “李, 천안문 올 수 있나?” 전승절 초청각…실용외교 딜레마 [월드뷰]

    중국이 오는 9월 3일 베이징 톈안먼(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기념행사’, 이른바 전승절 행사에 이재명 대통령을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한국 정부에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외교 채널과 공식 협의 등을 통해 이 대통령의 참석 의향을 살피고 있다. 아직 공식 초청장은 전달되지 않은 상태지만, 2일 진행된 한중 외교 국장급 협의에서도 중국 측은 대통령 참석에 대한 희망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사회주의권 주요국을 포함한 해외 정상들을 대거 초청 명단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전승절 중국을 방문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참석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혈맹 수준으로 발전하고, 푸틴 대통령을 등에 업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제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한반도 안보 상황은 시계 제로다. 한국 입장에선 전승절 계기로 북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역할을 주문할 수 있다. 다만 미국과의 전략적 공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교적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중국 전승절 참석과 사드 보복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자유주의 진영 정상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 전승절 70주년 행사에 참석해 천안문 망루에 올랐으나, 미국은 사실상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또한 이후 북한의 핵실험 등 도발 국면에서 중국의 역할은 두드러지지 않았고 곧이어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중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 대통령 역시 전승절 참석 결정으로 미국에 잘못된 시그널을 발신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중 패권경쟁은 심화하고, 관세 협상과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외교적 파장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주 APEC과 연결 가능성…시진핑과 교환 딜레마그렇다고 전면 불참으로 노선을 굳히기도 어렵다. 중국 전승절 한 달 뒤인 오는 10월 말~11월 초 경주에서 열리는 AEPC 정상회의 최대 주목거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참석 여부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APEC 회의에 참석할 경우, 김 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동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과 중국은 올해와 내년 나란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의장국을 맡게 된 것을 계기로 최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는 중국이 시 주석의 경주 APEC 참석을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과 ‘교환’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만약 이 구상이 사실이라면, 한국 입장에선 한미동맹과 실용외교 간의 전략적 딜레마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중국 전승절부터 APEC으로 이어지는 향후 몇 달간의 외교 이벤트가 한미동맹, 대중관계, 나아가 대북정책까지 좌우할 수 있다. 트럼프 참석, 한미정상회담 따라 분위기 달라질 수도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전승절에 참석할 경우, 우리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9월 3일 전승절에 트럼프 대통령을,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달 9일 뉴욕에서 열리는 창설 80주년 유엔 총회에 시 주석을 초대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초청에 먼저 응한다면 2015년 박 전 대통령 때와는 상황이 달라진다. 그러나 미·중 간 긴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베이징으로 향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대통령실은 7월 넷째 주, 늦어도 8월 이전을 목표로 한미정상회담을 추진 중이지만 개최 시기도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쎼쎼’ 논란 재점화 우려…“대표단 파견 절충안도 거론”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이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이 이른바 ‘쎼쎼(谢谢·고맙습니다)’ 논란 재점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벌써 야권에서는 중국 초청을 가볍게 승낙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승절 행사가 열리는 장소가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의 상징인 천안문 광장이라는 점에서,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의 이미지와 상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단 국내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저자세’를 취할 필요는 없다는 게 일부 전문가 의견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중 어업협정을 위반하고 서해에 일방·불법적으로 구조물을 설치하면서 서해 영토 주권 문제가 한중 최대 현안으로 자리한 만큼, 대중외교의 ‘첫 단추’를 정확히 끼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부는 적절한 급의 대표단을 대신 보내는 방법을 대안으로 거론한다. 이재명 정부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기치로 내걸고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일본,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주변국과 불필요하게 대립하지 않고 관계를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이 대통령으로선 전승절 참석 문제로 당선 후 첫 외교적 난제와 맞닥뜨리게 됐다.
  • 이진숙 교육부 장관 내정에 충남대 민주동문회·교수 등 “재검토해야”

    이진숙 교육부 장관 내정에 충남대 민주동문회·교수 등 “재검토해야”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이 이재명 정부의 첫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가운데 충남대 민주동문회와 교수 등이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불통 리더십을 지적하며 지명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충남대 민주동문회는 1일 성명을 통해 “이 후보자가 총장 재임 시 추진했던 충남대·한밭대 통합뿐 아니라 소녀상 건립에서 보였던 협의와 조정 능력, 역사 인식은 기대 이하였다”며 “교육부 장관으로서 자질과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이 후보자는 충남대 구성원 다수의 지지를 얻지 못한 총장으로, 이재명 정부의 장관·교육부 수장으로서 무늬도 결도 어울리지 않는다”며 “현 정부가 전임 정부처럼 교육을 신자유주의적 기능주의로 접근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충남대 철학과 양해림 교수도 성명에서 “이 전 총장의 장관 지명은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며, 민주적 교육 행정을 기대하는 이들은 당혹감을 지울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자는 총장 재임 기간 내내 민주적 리더십 부재, 무능, 불통의 표본이었다”라며 “민주주의와 인권 교육의 상징이어야 할 캠퍼스에서조차 정권과 외부 권역에 눈치 보는 태도로 일관한 것은 총장으로서 명백한 직무 유기”라고 직격했다. 양 교수는 “민주당은 탕평책, 국민 추천제를 운운하며 시민들을 더 이상 우롱하지 말고 장관 임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강조했다.
  • 모두가 평등할 순 없는 세상, 그래도 ‘안녕’한지 묻는다

    모두가 평등할 순 없는 세상, 그래도 ‘안녕’한지 묻는다

    코로나19·명품·부동산·전세사기…‘돈과 이웃’의 문제 담담하게 해부‘젊은 거장’ 김애란의 첨예한 시선차가운 시대 사는 우리 표정 살펴 한 사회의 완전한 경제적 평등이 불가능하다는 건 역사로 입증됐다. 차가운 신자유주의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다 같이 잘살자’는 말은 허황하게 들린다. 모두 노력한 만큼 벌고 노력한 만큼 잘사는 것 아니겠는가. 그게 전부다. 김애란(45)의 신작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는 이런 세계에서도 다들 무사히 살아 내고 있는지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평등이 곧 정의”라는 낡은 구호를 되풀이할 마음은 없어 보인다. 돈이 모든 걸 정의하고, 돈이 곧 정의가 된 세상에서 작가는 애써 담담한 척하는 우리들의 표정을 빤히 살핀다. 표제작을 비롯해 일곱 편의 단편이 담겼다. “밥은 남이 안 보는 데서 혼자 먹거나 거를 수 있지만 옷은 그럴 수 없으니까, 그나마 그게 가장 잘 가릴 수 있는 가난이라 그런 것 같아요. 가방으로.”(‘홈 파티’ 부분·40쪽) ‘홈 파티’ 주인공 이이연은 연극배우다. 코로나19 시기 대학로는 텅텅 비었고 이연은 드라마 단역이라도 따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어느 날 그는 한 홈 파티에 초대된다. 의사, 변호사…. 이른바 ‘잘나가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예술과 연극에 관심이 많다는 그들과 이연은 묘하게 어긋난다. 얼마 있지도 않은 돈으로 명품을 ‘지르는’ 청년들을 술안주 삼아 혀를 쯧쯧 차는 이들에게 이연은 어깃장을 놓는다. ‘먹는 것’보다 ‘입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배부르다고 다가 아니다. 인간은 ‘박탈감’을 느낄 줄 안다. “어느 날 직장 동료가 ‘그럼 더 상급지로 간 거야?’라고 물었을 때 쉽게 대답 못 한 건, 요즘 부동산 채널에서 유행하는 상급지니 하급지니 하는 말도 그때 처음 들은 데다 순간 자신이 개천의 물고기가 된 기분이 들어서였다. 거주지에 따라 ‘급’이 아니라 ‘종’ 자체가 나뉘는.”(‘빗방울처럼’ 부분·261쪽) ‘빗방울처럼’에서 지수와 수호 부부는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 원래 살던 빌라를 정리해야 하는데 집주인에게 연락이 닿질 않는다. 말로만 듣던 ‘전세사기’다. 어쩔 수 없이 경매로 낡은 빌라를 떠안았다. 은행 대출금을 갚고자 대리운전까지 했던 남편은 도로 위에서 생을 마쳤다. 폐허와 같은 빌라에 덩그러니 남겨진 지수. 천장에서는 물이 툭툭 빗방울처럼 떨어진다. 젊은 부부가 몸을 누일 작은 집을 소망한 게 그리도 잘못된 일일까. ‘좋은 이웃’ 주인공은 아파트 단지 내 독서지도사다. 제자인 시우는 장애가 있어 움직이는 데 불편함이 있지만 똘똘하고 영특하다. 그런 시우에게 주인공도 애착을 갖지만 이내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전셋집에 사는 주인공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새로운 집을 구해야 하는 처지다. 그러나 시우네는 더 큰 ‘자가’로 이사한단다. 이사 후에도 시우를 계속 가르쳐 달라는 시우 어머니의 말을 듣고 주인공은 갈등한다. “분명 좋은 소식인데, 그것도 내가 아끼는 학생의 일인데, 마음이 허전하고 휑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 내가 연민하던 대상이 혼자 반짝이는 세계로 가버렸기 때문일까?”(‘좋은 이웃’·130쪽)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받으며 ‘젊은 거장’이라는 칭호를 얻은 김애란은 첨예한 시선으로 ‘돈과 이웃’의 문제를 해부한다. 자존심. 한없이 알량한 것이지만 어쩌면 우리는 거기에 생각보다 많은 열정을 쏟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이렇게 해설을 썼다. “누군가를 사회학자라고 규정할 자격이 사회학자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면, 나는 김애란이 오랫동안 사회학자였고 이제야말로 유감없이 그렇다고 주장할 것이다.”
  • [데스크 시각] 여름의 끝 겨울의 시작

    [데스크 시각] 여름의 끝 겨울의 시작

    “주한미군이 한국을 지키는 데 우리가 낸 세금을 너무 많이 쓰고 있어요.” 10여년 전 미국 조지아에 연수차 머물던 시절. 옆집 가족들과 가깝게 지냈다. 각자 아이들이 ‘동네 절친’이었던 데다 엔지니어였던 아버지가 내 또래의 록 음악 애호가였던 공통점 덕분이었다. 석양이 질 무렵 가끔 맥주병을 들고 각자의 집을 찾았다. 나의 서툰 영어에도 죽이 꽤 잘 맞았다. 그는 카터를 존경하고 클린턴을 혐오한, 반듯한 민주당원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대외정책, 특히 주한미군과 관련해서는 “(우리 덕에 선진국이 된) 한국을 위해 왜 미국이 부담을 해야 하냐”고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이 질문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최대 수혜자는 한국이다. ‘한강의 기적’은 미국 주도로 편성된 안보 체제와 자유무역 시장이 없었다면 아예 불가능했다. 하지만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의 빅 브러더는 다름 아닌 미국이었다. 한국이 제 몫의 번영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요구는 2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후 급격히 거세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한국에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의 국방비를 지출해야 한다는 뜻을 공식화한 상태다. 올해 한국 국방비 규모는 61조 2469억원, 지난해 명목 GDP인 2549조원의 2.3% 정도다. 70조원가량을 더 써 갑절 이상으로 만들라는 뜻이다. 이는 올해 정부 예산인 656조원의 1할을 웃돈다. 재정 지출의 승수 효과 등을 따지면 GDP 성장률을 2.5% 정도 끌어올릴 수 있는 재원이다. 군비 경쟁이 격화되면서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감이 ‘화약고’ 수준으로 높아지리라는 건 명약관화하다. 수출에 치명타를 안길 관세 협상은 아직 본격화하지도 않았다. 요구를 무작정 외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구나 미국은 중동 개입을 반대하는 일부 여론에도 이란에 대한 기습 공격을 단행했다. 우리에게 내밀 청구서가 더욱 두꺼워질 여지가 크다. 우리는 더 큰 딜레마에도 직면했다. 미국은 지난 5월 샹그릴라 대화를 통해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전술의 폐기를 요구했다. 수위는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백악관은 6·3 대선 결과를 두고 “중국이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간섭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언급했다. 수평적 국가 관계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발언이다. 다만 이는 역설적으로 미국이 과거의 ‘절대 반지’가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고백하는 행위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전 세계 경제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차 세계대전 직후 50~70% 정도에서 2024년 25% 정도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 제조업 등의 경쟁력의 상실에 따른 결과다. 경제 발전을 좌우하는 총요소생산성(TFP)은 1950년대 3% 초반대에서 2010년대 0% 후반대로 추락했다. 이에 미국은 자신이 세계질서를 좌지우지하는 ‘단극 체제’ 대신 강대국들과 함께 ‘딜’로 운영하는 ‘다극 체제’의 전환을 천명한 상태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 1월 “미국은 여러 강대국들이 각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다극의 세계’ 속에 존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서의 강대국은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을 말한다. 이 체제는 “대외적으로는 보호주의와 제국주의의 경향을, 대내적으로는 독점주의적 보수주의의 경향을 뚜렷이 띠고 있는”(칼 폴라니, ‘거대한 전환’ 중) 1차 세계대전 이전과 닮아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젤렌스키와 같이 ‘카드’가 없는 약소국의 지도자들은 수모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차태서 성균관대 교수) 앞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이 두렵게 여겨지는 까닭이다. 우리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기존 미국 일변도의 정책이 유효한가, 다극 체제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그리고 긴 여름 끝에 불어닥친 겨울 삭풍을 견뎌낼 ‘카드’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공교롭게도 올해는 광복 80주년이자 을사조약 체결 120주년이다. 이두걸 사회2부장
  • 검열 강하면 강할수록, 책 향한 ‘독하디독한 사랑’

    검열 강하면 강할수록, 책 향한 ‘독하디독한 사랑’

    진시황은 자신에게 반대하는 유학자들을 파묻고 책을 불태우는 ‘분서갱유’ 사건을 일으켰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치 독일은 1933년 5월에 순수한 게르만인의 정신을 좀먹는다며 유대인이 쓴 책은 물론 사회주의, 공산주의, 자유주의 내용을 포함하는 책들을 모조리 불태웠다. 나치 독일의 분서 사건이 있었던 그해 8월 식민지 조선에서도 책을 불태우는 일이 벌어졌다. 평양경찰서가 사상검열을 통과하지 못한 불온서적 3000권을 대동강 변에서 불태운 것이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후 독재적 통치 권력이 자신들 맘에 들지 않는 내용의 기록물을 불태워 없애는 행위는 유구한(?) 역사가 있는 셈이다. ●정부의 검열은 출판문화 죽일 수 없어 이 책은 1920년대부터 6·25전쟁이 있었던 1950년대 초까지 일본과 한국의 출판문화를 통해 일본의 출판자본이 어떤 식으로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고 있다. 특히 불온서적들의 생존 방식에 주목했다. 저자는 일본에서 32년째 거주하고 있는 재일 한인 연구자 고영란 니혼대 국문학과(일어일문학과) 교수다. 고 교수는 2010년 무렵부터 관련 연구를 이어 오고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정부나 사회가 아무리 강력한 검열을 하더라도 출판문화를 죽일 수 없다는 점이다. 일제는 내무성 산하에 출판 경찰을 두고 있었고, 사상 검사까지 운용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법이다. “발매 금지 먹지 않은 책은 시시껄렁하다”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로, 일제가 사회주의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면 할수록 사회주의 서적을 읽으려는 독자는 더 늘어났다. 또 일제는 1919년을 전후해 자신들의 정책에 불만을 품거나 저항하는 조선인에게 ‘후테이센진’(不逞鮮人·불령선인)이라는 굴레를 씌워, 3·1운동 이후 저항하는 조선인은 모두 폭도로 간주하고 억압했다. 이는 1923년 간토 대지진 후 조선인 대학살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저자는 본다. ●일제 검열 법 회피한 기발한 방법도 눈길을 끄는 점은 일본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인 박열과 그의 일본인 부인 가네코 후미코는 일제의 ‘후테이센진’이라는 말을 되치기해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1922년 11월 발음은 같지만 표기와 뜻은 다른 ‘후테이센진’(太い鮮人)이라는 제목의 잡지를 만들었다. 발간사에서 “일본에서 많은 오해를 받는 불령선인이 과연 터무니없는 암살, 파괴, 음모를 꾸미는 자들인지, 아니면 어디까지나 자유의 염에 불타는 씩씩한 자들인지를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일본의 많은 노동자에게 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일본 내지(본토)와 식민지인 조선에서 적용되는 법이 달랐다는 점을 알아차린 출판인들은 조선에서 내면 검열에 걸릴 책들을 일본에서 먼저 낸 다음에 이를 조선에서 유통하는 전략을 펼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등 최근까지 통제 지속 사실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가지 않아도 검열과 통제의 사례는 우리에게도 멀지 않은 과거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12·3 비상계엄 때 포고문에서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고 노골적으로 밝히며 언로를 통제하려 했다. 다행히도 모두 실패로 돌아갔지만 말이다. 참고로, 최근 출간된 ‘근대 조선 출판문화의 탄생’(소명출판)을 함께 읽어보는 것도 일제강점기 우리 출판계 분위기를 개괄할 수 있어 좋을 듯싶다.
  • 李대통령 내일 출국…G7 정상회의서 첫 외교무대 데뷔

    李대통령 내일 출국…G7 정상회의서 첫 외교무대 데뷔

    이재명 대통령이 15~17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16일(한국시간) 출국한다. 대통령실은 G7 정상회의에서 한미, 한일 등 주요국과 양자회담을 조율 중이다.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15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서 ‘확대정상회의’ 세션에 참석한다”면서 “세션 참석을 전후로 G7 회원국을 포함한 주요국 정상들과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다자회의의 유동적 특성상 세부 조율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정상회담 국가 명단을 이 자리에서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부인 김혜경 여사와 함께 16일 출국해 당일 오후 캐나다 캘거리에 도착한다. 첫 일정으로는 정상회의에 초청받은 주요 국가들과 양자회담이 계획돼 있다. 이어 같은 날 저녁 캐나다에서 개최하는 공식 일정에 참석한다. 17일 오전 이 대통령은 캘거리에서 100㎞가량 떨어진 카나나스키스로 이동해 G7 정상회의 일정에 참여한다. 특히 에너지 안보를 주제로 한 확대 세션에 참석해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와 인공지능(AI) 연계를 주제로 두 차례 발언할 예정이다. 확대 세션 참석 전 G7 회원국을 포함한 주요국 정상과 양자회담도 조율 중이라고 위 안보실장은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상회담 조율을 진행 중인 나라에 대한 질문에 “미국과 일본 등도 포함돼 있다”며 “서로 협의하고 있고 긍정적 접근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 역시 “다자회의는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확정되면 추가적으로 말할 것”이라고 했다. 관심을 모으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은 개최 여부에 대해 확실히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재 한미 간 현안으로 관세 문제와 안보 관련 사안들이 있고, 이 대통령은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현안을 타개해간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세 문제와 관련해) 협상팀이 실무협의를 진행 중이다. (한미) 정상이 회동한다면 이 실무협상을 추동하는 동력 제공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미일 회담 여부에 대해서는 “저희는 열려있는 입장이다. 우리 외교·안보의 근간이 견고한 한미동맹 및 한미일 협력관계라는 점은 이 대통령도 누차 얘기했다”며 “다자 간 여러 일정이 조율 중이어서 (회담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부연했다. ‘G7에서 대(對) 중국 견제 목소리가 나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G7 국가들과 공조·협의하면서도 동시에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관계를 나쁘게 가져가지 않으려 한다. 이 대통령도 ‘척지고 사는 것이 우리에게 좋지 않다’고 한 바 있고, 좋은 관계를 끌고 가려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중관계를 잘 끌어가면서 사안별로 무역·안보 등에서 협의·조정을 거칠 것”이라며 “미국이나 우리 동맹, ‘라이크 마인드’(유사 입장) 국가들과도 조율하면서 (한중관계 설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도 준비하느냐는 질문에는 “전례, 정상들의 일정, 관련 나라들과의 관계, 국제적인 분위기 등을 감안해 종합적 판단을 한다. 지금으로서는 그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 관계자는 “우크라이 대통령이 G7에 올 가능성이 있어 보이며, 이 경우 이 대통령과 조우해 대화할 기회가 있을 수 있다”며 “이와 관련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G7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등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이끄는 서방 중심의 선진국 7개국 모임이다. 이 대통령은 캐나다 총리의 초청으로 G7 정상회의에 참관국(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한다. G7 회원국 외에도 참관국 정상 전원이 참여할 수 있는 ‘확대정상회의’ 세션에 참석한다.
  • 李대통령, G7서 외교무대 데뷔 ‘역대급 속도’…트럼프와 회담할까

    李대통령, G7서 외교무대 데뷔 ‘역대급 속도’…트럼프와 회담할까

    이재명 대통령이 15∼17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국제 외교무대 데뷔전을 치른다. 취임 11일 만에 다자 외교무대에 등장하는 것으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취임 후 첫 외교 무대가 다자외교였던 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1998년 2월 25일 취임한 김 전 대통령은 약 한 달 열흘 뒤인 4월 3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ASEM(아시아·유럽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캐나다 총리의 초청으로 G7 정상회의에 참관국(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한다. G7 회원국 외에도 참관국 정상 전원이 참여할 수 있는 ‘확대정상회의’ 세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는 이 대통령이 표방한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가 실제 외교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G7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등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이끄는 서방 중심의 선진국 7개국 모임이다. 최근 수년 동안 중국 견제가 중요한 의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도 중국·러시아·북한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 동참 압박이 더욱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G7 재무장관들은 회의에 앞서 중국을 겨냥한 무역 불균형 및 비시장 정책에 대한 감시를 지속하기로 합의했고, 외교장관들은 대만 인근 중국군의 군사훈련과 관련해 “일방적 행동에 반대한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이 대통령이 ‘실용주의 외교’ 기조를 지키며 미·중 사이에서 균형점을 어떻게 찾을지가 관건이라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중국 등과의 관계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전략적 모호성’으로 불필요한 적을 두지 않겠다는 외교 전략으로 풀이되지만 자칫 국제사회에서 원칙 없는 외교로 인식될 수 있다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G7 정상회의 참석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회동이 성사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한미 정상 회동을 비롯한 양자회담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자회의를 계기로 이뤄지는 회담은 짧은 시간 동안 열리는 만큼 만남이 성사된다면 약식회동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다만 미국 대통령의 경우 다자회의에 참석한 정상들과 돌아가며 회담을 진행해 한미 정상 간 양자 대화가 불발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앞서 지난 6일 20분가량 진행된 첫 한미 정상 통화에서 두 정상은 시급한 현안인 관세 문제에 대해 양국이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이뤄지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관심을 끈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나 주한미군 재조정, 북한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은 다뤄지지 않았다. 대면 만남이 성사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비롯해 주한미군, 방위비 등의 분야에서 각종 청구서를 내밀 수 있다.
  • “日극우단체 ‘뉴라이트 역사관’… 한일 관계 회복의 최대 걸림돌”[오밀만의 천태만상]

    “日극우단체 ‘뉴라이트 역사관’… 한일 관계 회복의 최대 걸림돌”[오밀만의 천태만상]

    올 한일 수교 60주년 ‘축하와 반성’한일 경제 협력은 눈에 띄게 진전독도·위안부 등 역사 문제는 퇴행과거 해석하는 방식이 갈등 불러진실 왜곡하는 뉴라이트 역사관일제 식민지배 ‘근대화 계기’ 시선불법 점령 아닌 합법적 조약 간주피해자의 기억을 무시하는 태도사사카와 재단·나카소네賞의 민낯극우 외교를 뒷받침하는 자금줄일본 중심의 가치·전략 확산 목적한국인으론 김태효·박철희 수상과학적·체계적인 국가 대응 마련을‘역사적 앙숙’ 독일과 프랑스처럼한일도 역사진실검증委 만들어야진실 알리는 국가적 시스템도 필요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서 독도 문제, 식민지 청산, 한일 간 인식의 간극을 학술적·사회적으로 조명하며 끈질기게 추적해 온 실천적 학자로 평가받는다. 2003년 대한민국 국적을 공식 취득한 그는 한일 양국의 역사적 진실을 기반으로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원칙주의자다. 일본 우익의 교과서 왜곡, 야스쿠니 신사 참배, 위안부 부정 등의 문제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 사회 내 친일 사관 비판에도 적극적이다. 역사적 사실과 정의 위에 한일 관계를 만들겠다는 신념이 그의 학문과 삶을 관통하고 있다.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는 올해 왜곡된 과거사 청산을 토대로 바람직한 양국 관계를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는 한일 수교 60주년입니다. 양국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올해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 체결 60주년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축하와 반성이라는 두 감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60년 동안 한일 간 경제 협력은 눈에 띄게 진전됐지만 역사 문제만큼은 오히려 퇴행하고 있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특히 독도 문제,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외교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습니다. 일본은 형식적인 사과로만 일관하고 있고 한국은 내적으로 역사인식의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한일 간 역사 문제 해결이 어려운 근본 원인은 무엇입니까. “한일 역사 갈등은 단순히 외교적 이견 때문이 아닙니다. 본질은 양국이 과거를 해석하는 방식의 충돌에 있습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전범 재판과 전후 처리에서 도덕적 책임을 충분히 지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그 공백을 비판적 역사 교육과 시민사회 운동으로 채워 왔지만 최근 한국 내부에서도 일제 식민지배를 일정 부분 정당화하려는 시도가 노골적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뉴라이트 역사관이 바로 그것입니다.” -뉴라이트 역사관이 왜 문제가 된다고 보십니까. “뉴라이트는 일제 식민지배를 ‘근대화의 계기’로 긍정하는 시각을 가집니다. 그들은 조선이 일본의 지배 덕분에 산업화, 교육, 인프라 등에서 발전했다고 주장하며 3·1운동이나 독립운동조차도 ‘비현실적인 낭만주의’로 폄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들은 특히 일제강점기를 불법적인 점령이 아닌 ‘합법적 조약’의 결과로 간주하는데 이는 국제법적 해석에도 맞지 않고 무엇보다 피해자의 기억을 무시하는 태도입니다.” -이러한 시각이 왜 한국 사회 내부에서 확산됐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탈냉전 이후 이념적 공백과 함께 등장한 신자유주의적 사고가 전통적인 민족주의 역사관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둘째, 일본 극우 세력이 국내 학자나 단체에 재정적 지원을 하면서 간접적으로 뉴라이트 역사관을 조장해 왔습니다. 사사카와 재단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마지막으로는 한국 사회의 정권 교체 과정에서 역사 문제가 정파적 도구로 활용되면서 뉴라이트가 정치 세력화된 것도 주요 원인입니다.” -사사카와 재단은 구체적으로 어떤 단체입니까. “사사카와 재단은 일본의 대표적인 민간 재단으로, 공식 명칭은 ‘일본재단’(The Nippon Foundation)입니다. 이 재단은 1962년 사사카와 료이치에 의해 설립됐으며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A급 전범으로 지목됐던 인물입니다. ‘나는 파시스트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극우적 신념을 지닌 인물이었습니다. 사사카와는 전후 일본에서 도박사업인 경정(보트 경주) 수익을 기반으로 일본선박진흥회를 설립했고 이후 이 조직이 일본재단으로 발전했습니다. 그의 재단은 단순한 민간 기구가 아니라 일본 극우의 외교 전략을 뒷받침하는 자금줄이자 소프트파워의 전진기지 역할을 해 왔습니다.” -사사카와 재단 외에도 일본 우익 단체에서 국제적 영향력을 넓히려는 시도가 있는지요. “나카소네상이 대표적입니다. 1980년대 일본 총리를 지낸 나카소네 야스히로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일본의 외교·안보 전략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됩니다. 겉으로는 아시아 평화와 국제 협력 증진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일본 중심의 가치와 전략을 확산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이 강합니다. 한국인으론 김태효 전 국가안보위원회(NSC) 1차장, 박철희 주일대사 등이 수상한 바 있습니다. 이는 일본 우익에게 ‘한국 내부에도 자국 입장에 우호적인 세력이 있다’는 신호가 되며 한일 역사 갈등 국면에서 일본의 공세 논리를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일본 우익 세력과 한국 내 뉴라이트의 연결 고리가 있습니까. “연결 고리의 핵심에는 자금과 이념이라는 두 축이 있습니다. 사사카와 재단 같은 일본 우익 성향 재단은 단순한 교류를 넘어 한국 내 특정 학자나 단체에 연구비와 교류 기회를 제공하며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왔습니다. 실제로 사사카와 재단의 자금이 일본의 과거사를 미화하거나 왜곡하는 연구나 단체로 흘러갔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부를 넘어 학문 영역에서도 일본 극우의 간접적 영향이 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됩니다. 2006년 무렵 뉴라이트가 급속히 성장하던 시기, 일본 내 우익 인사들이 ‘한국 보수 진영의 재편’을 지원해야 한다는 내부 문건을 돌렸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연결은 단순한 민간 교류를 넘어 일본의 외교 전략과 맞물린 소프트파워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뉴라이트의 등장이 한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십니까. “가장 큰 문제는 한국 내부의 역사 인식 균열이 일본의 역사 책임 회피를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작용했다는 점입니다. 일본 정부는 한국 내 뉴라이트 담론을 인용하며 ‘한국 내부에도 다른 해석이 있다’며 책임 회피에 이용해 왔습니다. 결과적으로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판결 같은 사안에서 일본은 오히려 공격적으로 나올 수 있는 여지를 갖게 된 것이죠.” -뉴라이트 세력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이지요. “뉴라이트의 본질은 단순한 역사 해석의 차이를 넘어서 있습니다. 이들은 식민지배를 ‘근대화’로 포장하고 일제강점기의 불법성과 피해의 구조를 애써 무시하려 합니다. 그 근저에는 ‘대한민국은 1948년에 건국됐고 일제강점기에는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깔려 있죠.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일본 극우가 말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한국 내에 확산시켜 침략의 정당성을 세탁하려는 것이고 둘째, 보수 정치 세력의 이념을 친일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입니다. 이는 독립운동의 역사와 정체성을 약화시키고 역사 정의를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현재 일본은 과거사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습니까. “일본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등을 통해 일정 부분 사과와 반성을 표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아베 신조 전 총리 이후 이런 기조는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교과서 왜곡, 위안부 합의의 일방적 해석 등이 그 예입니다. 현재 이시바 정권은 아베 계보의 연장선에 있으며 보수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우익적 역사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부 간 협력 차원에서 어떤 역사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역사적 앙숙인 독일과 프랑스의 사례처럼 정부 간 역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양국 역사 교과서와 기억의 차이를 공론화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한일 양국도 ‘역사진실검증위원회’ 같은 기구를가 만들어 학계, 법조계, 시민사회의 대표들이 참여해 위안부, 징용, 독도, 교과서 왜곡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을 수행하고 국내외적으로 한국의 입장을 설명할 수 있는 대응 논리를 마련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유엔이나 국제사회에 정례적으로 우리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채널도 함께 구축돼야 합니다. 진실을 알리고 지키는 일에 국가가 체계적으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최근 젊은 세대의 역사 무관심 속에 역사 교육 자체가 축소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한국 시민사회는 일찍부터 역사 바로세우기 운동을 통해 일본의 과거사 부정을 비판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교육 현장에서조차 일제강점기나 독립운동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축소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교사들이 정치적 편향을 우려해 민감한 주제를 피하고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학계와 교육계, 시민사회가 연대해 역사를 지키는 공공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끝으로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양국 정부와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진정한 화해는 가식 없는 반성과 정직한 기억에서 시작됩니다. 일본은 과거의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해 더이상 모호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됩니다. 한국도 역사를 정치적 도구로 삼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피해자 중심의 정의를 잊지 않아야 합니다. 양국 시민이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할 때 비로소 진짜 우정의 시대가 열릴 수 있습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1956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대 공학부를 졸업한 뒤 한국의 역사와 한일 관계에 대한 깊은 관심을 계기로 한국 유학 후 학자의 길을 걷게 됐다. 2003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후 일본의 식민지 지배 미화에 맞서 국제사회에 한국의 정당한 입장을 알리는 데 힘써 왔다. 2009년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장으로 영유권 문제의 학술적 대응을 주도하고 있다. 한일 양국이 공정한 역사 인식 위에서 미래지향적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한일 간 역사 진실의 틈’을 메우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 “두 차례 세금 개편한 日처럼… 저출산고령화 대비 증세 필요”[문소영의 브라운백 미팅]

    “두 차례 세금 개편한 日처럼… 저출산고령화 대비 증세 필요”[문소영의 브라운백 미팅]

    복지비용 증가 따른 증세 불가피日, 저성장 이후 상속·소득세 손봐한국도 생산인구 감소로 개편 시급상속세 일괄 공제 5억→ 3억 낮추고재원 확보 위한 ‘복지세 신설’ 필요새 정부, 부채냐 증세냐 결단해야 尹정부 부자감세로 잇단 세수 결손한은서 빌린 차입금 등 37.5% 증가법인세 늘리고 국민부담률 높이되투명한 내역 공개로 신뢰 회복해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3 대선에서 투자금 소득세와 법인세 감세안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조세 전문가들은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고 노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사회복지비용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한국 사회는 감세보다는 증세가 필요하고, 최대한 양보해도 감세는 곤란하다고 평가한다. 지난 4월 29일에 만난 신승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일본은 2013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상속세와 소득세를 개편해 증세했고, 이를 통해 복지재원을 확보했다”면서 “한국도 저출산고령화를 고려할 때 증세가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 소장은 ‘복지세 신설’도 주장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전화 통화로 새 정부의 감세안에 대해 추가로 평가해 보았다. -왜 증세가 필요한가. “우리보다 앞서 저출산 노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은 2013년에 상속세를, 2023년에 소득세를 증세했다. 한국도 일본과 같이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이는 소득세 비중 감소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자산에 대한 과세 강화가 필요하다. 고령자 복지를 위한 사회보장비 예산을 충당하려면 불가피하다.” -일본의 2023년 소득세 개편을 다소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일본은 신자유주의적 정책으로 경제적 양극화가 나타났다고 판단하고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에 의한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을 목표로 제시했다. 일본 소득세도 종합과세에서 초과누진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고소득자일수록 세부담률(최대 55%)이 높아진다. 그런데 금융소득을 분리과세하면서 종합소득금액 1억엔을 경계로 고소득자일수록 실제 세금 부담률이 낮아지는 ‘1억엔의 벽’이라 불리는 현상이 생겼다. 이에 세부담의 공평성이라는 관점에서 2023년도 세제 개정에서 3억 3000만엔 이상의 고소득에 대해서 최소한의 부담(실효세율 22.5%)을 요구하는 조치를 도입했다.” -일본의 2013년 상속세 개편은.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쯤인 1995년 무렵부터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해 경제성장과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정체됐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졌지만 일본인들의 금융자산은 순조롭게 증가했기에 자산에 대한 과세 강화를 추진했다. ‘현명한 상속세 대책’을 2013년에 마련해 2015년부터 시행했다. 개편에서 상속세 기초공제를 정액 5000만엔에서 3000만엔으로 줄이고 기초공제도 1000만엔에서 600만엔으로 줄였다. 또 6단계로 나눴던 세금 구간을 8단계로 늘리면서 최고세율을 5% 포인트 상향시켰다. 한국식으로 전환하면 유산 20억원 이상에 대해서 세율을 구간별로 5% 포인트 올렸다고 보면 된다.” -현재 한국의 세수 구조는 어떻게 돼 있나. “2024년 말 현재 우리나라는 국세가 전체 조세 수입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다. 국세 중 소득세(34.9%), 부가가치세(24.4%), 법인세(18.6%)가 전체 국세의 약 78%를 차지한다. 2024년에 법인세가 적게 걷히면서 국세에서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법인세 감소의 원인은 뭔가. “윤석열 정부에서 저성장한 탓도 있고 2022년에 대기업의 법인세를 1% 인하한 영향도 컸다.” -법인세를 인하하면 기업의 투자 여력이 늘어난다는 주장들이 있다. “최근 2년간 국내 대기업 절반 이상이 경기침체 등으로 투자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 소위 낙수효과는 전혀 없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세 차례 세법 개정안을 통해 앞으로 5년 동안 약 100조원에 달하는 감세안을 발표했었다. 이른바 부자 감세 정책이다. 그 결과 정부지출이 축소돼 극심한 내수 부진과 실물 경제 위축을 초래했다. 최근 2년간 정부지출의 성장 기여도는 0.4% 포인트에 불과하다.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수 부족으로 정부가 한국은행에서도 차입하지 않았나. “2024년 정부가 한국은행에서 빌린 차입금과 재정증권 발행 규모는 223조원이다. 전년보다 37.5% 급증했다. 정부는 지난해 한은 차입금에 대한 이자로 5056억원을 지급했다. 국가부채를 늘리지 않겠다면서 국채를 발행하는 대신 한은에서 차입하는 편법을 썼다.” -최근 2년간 기획재정부의 세수 예측이 크게 어긋났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나. “2023년 사상 최대 규모인 56조 4000억원, 2024년에도 30조 8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경제 위기에서 6조 5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규모다. 이런 윤 정부는 세수 결손의 원인이 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낙수효과’를 기대한 부자 감세 탓을 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정책의 실패다.” -한국도 세제개편이 필요하다고 참여연대는 주장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개편해야 하나. “참여연대는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세수 확충을 위해 부자 감세를 폐기하고 국민부담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3.9%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현재 25.4%로 7% 포인트 정도 낮다. 둘째, 현행 소득세법이 열거주의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공평과세 및 과세 중립성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소득세법의 소득 개념을 포괄적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그래야만 가상자산 등 새로운 유형의 소득에 대해 과세할 수 있고 조세저항이 줄어든다. 셋째, 국세 수입 규모가 확대되는 만큼 국가 운영 재원 확보를 위해 공정 과세 정책을 확립하고 납세자 권리 보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참여연대가 주장하는 법인세 관련 개편의 구체적인 내용은. “우선 법인세 구간 축소 및 세율 상향으로 조세 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 2024년 발생한 30조 8000억원의 세수 결손 중 법인세 감소분이 17조 9000억원이다. 법인세율 인하와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 확대 등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법인세 과세 구간을 2억원 이하와 초과로 단순화하고 2억원 이하 구간의 세율은 10%, 2억원 초과 구간은 25%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부동산세와 상속세 증세 방안은 뭔가. “완화된 종합부동산세의 정상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이행, 주택임대소득 분리과세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상속세는 부의 대물림을 완화하기 위해 일괄공제를 축소해야 한다. 상속세 일괄공제 금액을 현행 5억원에서 3억원으로, 배우자 공제를 합해 현행 10억원에서 6억원으로 인하할 필요가 있다. 추가해 ‘복지세’ 도입을 권고한다. 소득세, 법인세, 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의 납부세액에 10%를 추가 부과하자는 것이다.” -상속세는 유산세(유산 총액에 부과)에서 각자가 취득한 자산에만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이 제안되고 있다. “국회 재정개혁특위에서 2018년에 권고한 안이다. OECD  국가들 다수는 상속세를 유산취득세 형태로 부과한다.” -증세는 국민적 합의가 우선돼야 하지 않나. “당연히 국민 설득이 필요하다. 국세수입이 2002년 100조원을 넘었고 2012년에는 200조원, 2022년에는 약 400조원으로 10년마다 2배가 늘었다. 과거에는 조세가 부족하면 과징금 등으로 충당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경제 규모 확대에 따라 조세를 대신할 다른 재원도 마땅하지 않다. 금융투자소득이나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시행돼야 한다.” -가상자산 투자는 20~30대가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항이 심하지 않겠나. “일본은 가상자산 수익에 최고세율이 55%인 기본세율로 과세하고 있다.” -증세보다 더 중요한 게 잘 써야 한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대책은 있나. “‘유리지갑’ 직장인과 ‘신용카드 매출’로 세원이 노출되는 자영업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투명하고 적시성 있는 예산내역 공개로 납세자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해 실효성 있는 ‘결산감사’를 해야 할 필요도 하다.” -이 대통령도 복지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고민이 큰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검토하던 상속세 감세안과 소득세 기본공제 인상안이 대선 공약에서 제외된 걸 보면 그렇다. 복지재원으로 국가부채를 늘릴 것인지 증세를 할 것인지, 새 정부가 결단해야 한다.” ■ 신승근 소장은 국립세무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시립대에서 세무학 박사를 취득했다. 국세청에서 근무한 후 국회에서 조세정책 분야 정책연구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한국공학대 복지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 국무조정실 정부업무평가단 평가위원,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및 행정안전부 고향사랑기부제 연구회 위원을 역임했다. 2023년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 도입에 기여했다. 저서로 ‘똑똑한 세금이야기’(2024)와 ‘고향사랑기부제 교과서’(2022)가 있다. 문소영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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