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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권·정부 재벌정책 묘한 ‘공동보조’

    대기업(재벌) 정책을 놓고 정치권과 정부간에 묘한 ‘정책조합(組合)’이 이뤄지고 있다.공교롭게도 한나라당과 재정경제부가 공동보조를 맞추고,민주당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경부는 가라앉는 경제를 살리려면 결국 기업의 투자의욕을 북돋아주는 길밖에 없다고 본다.이를 위해 과감한 대기업 규제완화를 추진중이다.민주당에 비해 ‘재벌정당’의성격이 강한 한나라당도 재계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강도높은 규제완화를 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반면에 서민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민주당은 재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기업 규제완화에 부정적이다.재벌의 행태가 바뀐 게 없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공정위쪽 시각과 흡사하다. 대기업 정책노선을 둘러싼 이같은 미묘한 기류를 ‘DJ노믹스(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의 ‘신자유주의’와,과거 정부에서 경제정책의 주류를 형성해온 ‘서강학파 보수주의’간의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공정위쪽에 가세=지난 주말의 여·야·정 경제정책협의회를 앞두고 열린 당정협의 자리.김진표(金振杓)재경부차관은 “기업의 투자의욕을 살리려면 대규모 기업집단지정 제도와 출자총액제한 제도 등을 대폭 완화할 필요가있다”는 의견을 냈다.이에 김병일(金炳日)공정위 부위원장은 재벌의 행태가 달라진 게 없기 때문에 규제완화는 어렵다며 재경부와 상반된 의견을 냈다.특히 내년에 시행될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시행해보기도 전에 보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맞섰다. 양쪽의 입장을 들은 민주당 의원들은 “재벌정책은 당의정체성과 직결되는 문제이며,현재의 재벌개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공정위는 이 자리에서 30대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자산규모로 바꾸는 대안을 제시했으며,이는 여·야·정 경제정책협의회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재경부와 한나라당의 입장=대규모 기업집단수 대폭 축소,총액출자제한 제도 완화,공정거래법상의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제도를 원용하고 있는 20여개 여타 법률의 대기업 규제제도 정비 필요성에 대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방향은공동보조를 취하고있다.한나라당은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자산 40조원 이상으로 해 3∼4개 그룹만 대상으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또 총수체제가 아닌 포항제철과 하나로통신을 재벌로 봐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재경부는 이에 대체로 동조한다. 한나라당과 재경부가 대기업 정책 방향에 대해 유사한 결론을 내리고 있지만 출발점은 판이하다는 주장도 있다.재경부는 대기업 규제를 풀기 위해서는 구조조정과 기업의 투명성 확보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재경부는 이를 위해 미국 등이 실시하고 있는 ‘시장에 의한 기업 감시장치’인 집단소송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한나라당은 집단소송제를 ‘또 하나의 규제’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기업 규제완화가 실현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보인다.재경부와 공정위간의 이견을 해소하고 정치권의 합의를 얻어내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박정현기자 jhpark@
  • [대한포럼] 신자유·질서자유·사회주의

    현 정부 출범이후 정책 색깔은 툭하면 도마위에 올랐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지난주말 “교육정책이 사회주의적이라는 비판도 있다”고 지적했다.김만제 정책위의장도얼마전 부실기업 지원에 따른 재정적자와 의료보험 개혁등을 ‘사회주의적’이라고 비판했다.2년전 당시 전경련산하 자유기업센터 소장은 “정부의 정책은 집단주의와 복지주의 성격이 짙어가고 있다”며 “노사정은 원래 사회주의체제하에서 태동했다”고 지적했다.반면 노조는 “DJ정부는 영국과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고 불만을토로했다.근로자들의 해고 독려와 국가보조 없는 개인연금제도를 그런 예로 들었다. 흔히 ‘사회주의=공산주의’로 혼동하기 쉽지만 사회주의의 의미는 무려 260가지나 된다고 한다.히틀러의 ‘민족사회주의독일노동당’을 비롯해 복지중시의 유럽 ‘민주사회주의’까지 다양하다.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은 미국에서 ‘사회주의적’이라고 비판받았다.국내 노조와 학계가 환란직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신자유주의적인 처방’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프로그램을 주도한캉드쉬 전 IMF총재는 미국 공화주의자들에게 ‘프랑스의사회주의자’라고 불렸다.사회주의라는 말은 그만큼 상황에 따라 남용되기 쉽다. 따라서 ‘사회주의적’이라고 딱지를 붙이기 전에 현 정부 정책의 색깔을 알아야 한다.정책줄기를 입안했던 이진순 전 KDI(한국개발연구원)원장은 DJ노믹스의 구성요소를“신자유주의 60%,독일식 질서자유주의(Order Liberalism)가 40%정도”라고 밝혔다.독일에서 유래한 질서자유주의는 ‘자유방임은 상호 담합해 경쟁을 배제하는 자유’도 보장해주는 문제에 우선 주목한다.예컨대 경제권력화된 기업집단(콘체른)과 대은행들이 입법부를 마비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따라서 질서자유주의는 △독점규제 등 시장 질서 수립 △공정경쟁 보장 △최저수준의 생활 보장과 중소기업 지원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질서자유주의는 가격기구를 중시하는 점에서 신자유주의와 공통점이 있지만 규제철폐와 복지정책 축소 등을 골자로 한 신자유주의와 상당부분 상충된다. 그렇다고 해도 사실 각종 이념이 어떻게 정책에 반영됐는지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구체적인 쟁점 차원으로 내려오면 문제의 본질을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먼저 고교 평준화정책이나 정부의 부실기업정리 정책 등은 과거 정권때부터 시행되어온 것으로 ‘사회주의’레테르는 억지이다. 노사정위원회의 경우 노조가 전국적인 활동을 벌였던 영국에서도 도입된 제도로 특별히 이념적인 소산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야당과 재벌들은 집단소송제 도입,기업지배구조개선과 강력한 공정거래위원회 활동,실업수당과 주5일 근무제의 전격 도입 등을 ‘사회주의적’인 정책으로 간주할것이다. 복지제도와 경제력 집중 견제는 사실 유럽의 민주사회주의 국가들뿐 아니라 신자유주의 종주국격인 미국의 관심사다.또 과거 정권보다 현 정부가 크게 역점을 둔 부분이기도 하다.그런 메뉴를 단기간에 도입하고 강도를 높인 것이현 정부의 색깔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환란이후 문제된재벌의 과잉투자와 실업자 양산사태속에서 어느 정부라도복지제도를 정비하고 재벌을 규제하지 않을 도리가 있었을까.그런 점에서 설혹 사회적 약자를 부양하는 복지정책 등이 ‘사회주의적’으로 불린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는 없다. 구 소련이 붕괴된 후 1992년초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공산주의를 대신할 새로운 좌파가 필요하다’고주장했다.“가난한 사람을 돕는 행위가 결국 이 세상을 더안전하게 만드는 길이라는 주장은 그 나름대로 타당한 설명이다.…공산주의의 종언은 이 세상을 한쪽 다리로 서 있도록 만들고 있다.다른쪽 다리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 한인류에게 새로운 전진이란 있을 수 없다”그 뒤 10년남짓지났는데 아직 이 땅에서는 큰 전진없이 레드(red)콤플렉스를 조장하는 말만 무성하니 한심하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
  • [사설] 자립형 사립고 우려와 기대

    자립형 사립고가 내년부터 선보이게 됐다. 교육인적자원부가 7일 그 ‘시범운영방안’을 확정 발표한 자립형 사립고는 학급당 학생수를 30명 이내로 하고 학생선발·교육과정등을 자율적으로 하며 등록금은 일반고의 3배정도 받는다.지난 1974년 이후 계속돼온 고교평준화 체제가 부분적으로 해체되고 학생과 학부모가 진학할 학교를 고르는 고교 선택제로 바뀌는 셈이다. 자립형 사립고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교육적 욕구를 수용해 사교육비를 공교육으로 흡수할 것이란 기대속에 추진된것이다. 학습능력이 천차만별인 학생들을 함께 가르침으로써 학력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한 고교평준화의 문제점을 보완하고,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자립형사립고가 운영되면그만큼 절약된 교육예산이 공립학교에 집중돼 교육의 질이동반상승하리라는 기대다.아울러 무분별한 조기유학 바람이 수그러들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시행에 대한 우려도 크다.전교조 등 일부 교원·시민단체들은 “자립형 사립고는 신자유주의 시장논리에 따른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중시킬 뿐아니라 외국어고 등 특목고에서 그랬듯이 입시명문고로 변질돼 대학 서열화에 이어 고교 서열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한다.돈 많고 우수한 학생들을 위한 ‘귀족학교’가 돼 사회적 위화감과 교육의 불평등을 초래하고 새로운입시경쟁과 사교육비 부담을 부추길 것이라는 얘기다.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립형 사립고의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교실붕괴’의 주범으로 지목된 평준화 정책의 보완 방법의 하나로 시도해 볼만한 것이다.다만 이 제도를 전면실시하기전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입시 병목현상이해소되지 않은 채 시행될 경우 이 제도에 대한 우려는 현실화될 수 있다.고교 교육은 모든 이를 위한 국민보통교육이지 소수를 위한 특수교육이 아니라는 원칙과 고교 평준화에 대한 분명한 정책아래 접근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 [씨줄날줄] 흥청망청

    경영학에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란 용어가있다.‘친구따라 강남간다’는 식의 의사결정 과정을 말한다.밴드왜건은 원래 대열의 선두에서 행렬을 이끄는 악대차(樂隊車)이다.하비 리번스타인이란 경제학자는 남들이 어떤제품을 쓰는 것을 보고 나서 자신의 수요가 덩달아 늘어나는 현상을 ‘밴드왜건 효과’라고 이름 붙였다.양적(量的)과소비의 심리적 양태인 셈이다. 반대로 물건을 살 때 남과 다른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는방식의 의사결정을 일러 ‘스노브(Snob)효과’라고 한다.‘스노브’는 속물(俗物) 또는 금권(金權)주의자란 뜻이다.이들은 단지 남과 다른 것이 아니라 자신을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 줄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사는 경향이 있다.그런 점에서 ‘스노브효과‘는 비대중적 고급취향의 개성추구 성향이라고 할 수 있다.질적(質的)인 과소비를 유발하는 메커니즘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싶다. 부(富)와 소득의 편재현상을 설명하는 ‘80대 20법칙’이현대 사회에서 설득력을 갖는 것은 소비의 양극화 현상과무관치 않다.물론 한국이라고해서 예외가 아니다.인구 1.6%가 국민 총소비의 25%를 차지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80대 20 사회’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낳은 필연적 결과라고하더라도 소득불평등에 따른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점에서 분명히 병리학적이다. 수출·입 실적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사치성소비재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올 상반기 고급승용차 수입 증가율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66% 늘고,모피와향수는 각각 62%,27% 증가했다고 한다.그런가 하면 바닷가재는 수입이 124%나 늘었는데도 시중에 물량이 달릴 지경이라고 한다.지난달 설비투자용 자본재 수입이 24%나 줄어 투자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유독 사치성 소비재만 수입이 기형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일부 부유계층이 혹여 “내돈 내가 쓰는데 무슨 참견이냐”고 따진다면 할 말은 없다.그렇더라도 가진 자들은 지위에 걸맞게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값비싼 수입품을 사용함으로써 고소득층임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스노브효과’가 다름아닌 속물근성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부디 명심했으면 한다. [박건승 논설위원 ksp@]
  • [21세기 담론-생명을 말한다] (15)생태철학자 구승회 박사

    *””자연은 다스림 아닌 조화의 대상””. ●지구적 위기에 대한 철학의 책임론을 말할 때 언제,어디서부터 잘 못 됐다고 보십니까. 한 사람의 생각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듯 경험론이니 방법론이니 하는 것들이 모두 철학사의 연속선상에서 나왔다고 봐야 합니다.그러므로 어느 시점을 딱 잘라 말하기 어렵고 연원을 추적하면 플라톤,소크라테스 까지 올라 갈수 있겠지요.그러나 원인을 먼 곳에서 잡을수록 정확한 처방을 내리기가 어렵습니다.따라서 가장 가까운데서 잡아야하는데 그렇게 보면 아무래도 18세기 계몽주의를 기점으로 잡아야 할것입니다.계몽주의는 베이컨의 ‘대지를 지배하라’는 말이함축 하듯이 자연에 대한 지식의 진보를 뜻 합니다.그 결과인류를 무지와 미신으로 부터 해방시키고 아는 것 만큼의 자유를 가져다 주었습니다.그러나 20세기를 지나면서 기독교철학을 바탕으로 한 현대문명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목자(牧者)적 역할이 강조되고 마침내 생태계 파괴라는 위기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자연을 다스리라’는 창세기의 히브리어 원전은 ‘지배’라는 뜻과 함께 ‘조화’로도 해석할 수 있는데 희랍철학의 영향을 받아 ‘지배 하라’는 제국주의적 해석만 전승됐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현대문명에 대한 책임론을 피해 보려는 기독교 학자들의 그런 해석이 있지요.그러나 베이콘이 ‘대지를 지배하라’고했을 때도 지식의 진보에 의한 자연을 유용하게 활용한다는의미로 쓰인 것이지 파괴 하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마찬가지로 서양의 주류철학과 그에 기초한 과학기술이 휴머니즘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결과는 그렇게 나타 났습니다. ●‘지배’라는 단어가 베이콘의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았듯이 현대 서양철학 속에는 자연에 대한 인간,이교도에 대한기독교,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의식이 있다는 말입니다.이이분법적인 구별이 언제부터 스며 들었을가요. 아마도 그것은 피다고라스가 인도에서 수(數)에 대한 개념을 배워 온 것이 계기가 된 듯 싶군요.그 이후 분석적 시각이 생기고 자연을 패턴과 틀로 보기 시작 했으니까요,●생태철학은 어떤 경로로 싹이 텄습니까. 크게 두 흐름이 있습니다.하나는 1960년대의 신좌파 혁명이 좌절된 후 그 일부가 환경운동에 눈을 돌려 독일의 녹색당으로 결실을 맺었습니다.또 한 흐름은 1980년대 중반 동유럽의 현실사회주의가 몰락 하면서 정통 좌파 철학이 자아비판끝에 찾아 나선 대안 입니다. ●마르크스주의에 생태철학으로 발전할 수 있는 요소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요?. 물론 그렇습니다.마르크스 역시 인간의 역사는 과학과 기술에 의해 진보한다는 진보 유토피아를 간직하고 있었으니까요. ●만일 현실 사회주의가 실패하지 않았으면 그 자아비판도없었을 것 아닙니까. 그러나 ‘정의’라는 측면에서 보면 마르크스주의가 한 발앞선 것은 사실입니다.그 감성이 자연과 생태계에 대한 개안으로 연결됐을 것이라는 유추는 가능 합니다. ●그렇다면 철학사적으로 생태철학의 연원은 어디가 됩니까. 마르크스 철학이 주류 철학과 대립했지만 헤겔철학의 탯줄에서 나온 것처럼,생태철학도 칸트로 대표되는 이성철학이뿌리라고 봐야지요.물론 생태주의도 여러 가닥이 있습니다. 심층생태론에서 부터 윤리의 범위를생태계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환경주의,환경의 위기는 관리의 잘못에서 기인한다는 환경관리주의 등이 그것인데 어쨌든 베이컨과 데칼트로부터 시작된 주류철학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상생과 조화를 강조하는 동양철학이 인간과 생태계 위기를 자초한 현대문명의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 나고있지 않은가요. 최근에 와서 여성주의자,생태주의자들에 의해 “‘이성’은 마땅히 폐기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 되고 있습니다.설령 ‘이성’이 고전적 의미의 자유주의 정신에서 출발했다 할지라도 세계화 시대의 다문화주의를 거부하고 수구적이고 독단적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한다는 겁니다.동양철학은 이같은 서양 주류철학에 대한 불신으로 나타나는 몇가지 조류중 하나 입니다. ●그 몇가지 조류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첫째 니체적 비합리주의를 들수 있습니다.니체는 서양의 철학적 사유 전통과 기독교 전반에 만연된 주체의 자아확대를비판 하면서 이성을 “영리한 동물들이 발명한 하찮은 별에불과하다”고 경멸 했습니다 그러나이성 경멸은 문화적 퇴폐를 낳을 뿐 대안이 못 됩니다.둘째 몸,감성,환상,욕망에충실 함으로써 자연에 더 가까이 닥아 간다는 이론 입니다. 이성의 반대편을 주목함으로써 이성의 위기를 넘어서려는 것입니다.셋째 포스트모던적 허무주의 입니다.이들은 문명은더 이상 이성적 성취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이성과 과학기술에 대한 믿음은 해체돼야 한다고 말합니다.그러나 포스트모던니즘은 사회변혁을 위한 기반을 제공해 주지 못하고 소외집단이 겪는 좌절감에 대해 나르시스적 모험을 제공해 줄뿐입니다.넷째 명상,요가,주술 등 신비주의에 뛰어드는 방법이있습니다.이들은 서구문명의 이성,합리성 만으로는 문명적 위기를 극복할 수 없으며 동양적 전통이 그 대안이라고 말합니다.그런데 여기에는 지적 책임감이 결여돼 있습니다.이들은 직관과 영성에 대한 신념으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성을 활용한 합리적 탐구가 불가능한 반문명적 성격이 강합니다.이는 결과적으로 자연을 찬미한 나머지 반인간주의로되기도 쉽습니다. ●생태계 유기체 이론이나 지구를하나의 생명체로보는 가이아 이론은 어떻습니까. 동양철학도 이와 유사한데 이들의 맹점은 모두가 돈오(頓悟)의 경지에 들어 가야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생태철학의 내용은 어떤 것입니까. 이성철학을 보완해서 이성철학이 봉착한 한계를 극복하는것입니다. ●어떤 부분을 어떻게 보완하는 건가요. 우리는 우리가 봉착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도 우리에게 자유를 확대시켜 준 이성철학의 성취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생태철학은 인간의 무한한 잠재력을 계발해 준 이성에 의지해 인간 이외의 생태계에 도덕적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이를 신휴머니즘이라고할 수 있는데 이는 미신과 공포로 점철된 신화시대로 복귀도 아니고 탐욕과 지배로 얼룩진 현대를수동적으로 받아들이자는 것도 아닙니다. ●그같은 뉴휴머니즘이 구현된 사회는 어떤 형태가 될까요. 인간과 생태계의 생존을 위협하는 약탈적 사회는 ‘나’를주체로 세우고 그 이외의 인간과 자연 모든 것을 대상화 하는 데서 생깁니다.따라서 현대문명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나’를 ‘우리’로 바꾼 ‘생명공동체’라야 합니다. ●그 생명공동체의 일원으로 인간 이외의 생명체도 포함 됩니까. 생태철학은 생태계에 대한 인간의 도덕적 의무를 강조할 뿐입니다.오늘의 문제는 인간과 생태계의 갈등에서 생긴 것이아니라 인간 사회의 모순에서 생긴 것입니다.따라서 문제의해결도 인간사회를 조화롭게 해결함으로써 생태게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는 것이 생태철학의 관점입니다. ■구승회박사 약력. ▲경북 안동 출생. ▲동국대학교 동 대학원 졸업(철학). ▲독일 다름슈타트대학교 철학박사.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연구원. ▲현재:동국대학교 윤리학과 교수. ▲저서:논쟁 나치즘의 역사화’(1994) ‘에코필로소피’(199 5)‘생태철학과 환경윤리’‘생명공학과 생명윤리’(공저,19 01). ▲역서:‘칸트와 더불어 철학하기’(1993)‘칼마르크스의 역 사이론’(1987)‘환경윤리학의 제문제’(1997). ■철학의 환경파괴 책임론. 지구가 숨쉬기 힘들고 물마시기 어려운 곳으로 전락하고 있다.생태계 파괴는 이제 더 이상의 파괴를 막으려는 안간 힘에도불구하고 사람들은 인류가 다시 원시 생활로 돌아가지않는한 불가능 하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철학은 오늘날 지구적 위기에 대해 어떤 해답 줄 수 있는가.이는 정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그리고 훼손에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과학·기술의 책임이기도 하다.실제로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이나 식수 오염이 가져올재앙에 대해 철학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그렇지만 철학계 일부는 ‘오늘의 이 위기에 대해 “전적으로 우리 책임”이라는 고백과 함께 이 위기를 ‘어떻게 풀것인가’에 대해서도 “우리가 대답하지 않으면 안된다”고자원하고 나선다.철학자들의 이 고백과 사명감이 ‘생태철학’(Eco-philosphy)의 출발점 이라고 할 수 있다. 생태계 위기에 대한 철학의 책임론은 현대의 위기는 바로근대과학에서 파생되었고 그것은 또 18세기 계몽주의 이래서양의 주류철학이 원조라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따라서 오늘의 자유시장 경제를 떠 받치고 있는 철학의 대전환 없이는 과잉생산-과잉소비를 막을 길이 없고 그 결과는 필연적으로 생태계파괴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물론 생태철학의 태동이 철학 내부의 변증법적 토론의 결과라거나 자아비판만의 결과로만 보기 어렵다.생태철학은 1960년대 반전(월남전) 반핵,히피로 상징되는 뉴에이지 운동이좌절을 겪은 후 그 일부가 녹색 외투로 갈아 입었듯이 동유럽의 현실 사회주의 몰락 이후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정통좌파 철학도들이 도피성 대안으로 눈을 돌리면서 태동된 것이다. 독일에서 마르크스 철학을 공부한 구승회(具升會 동국대·윤리학)교수는 20세기 서양의 이성철학(理性)에 대한 반발로 자연과 생태를 중시하는 흐름이 생겨 났으며 휴머니즘의 지평을 생태계로 넓힌 뉴휴머니즘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 [사설] 우려되는 富와 계층세습

    올해 서울대 신입생 2명 중 1명이 관리직과 전문직의 고소득계층 자녀이고 대도시 출신자가 신입생 전체의 4분의 3을넘는 것으로 나타났다.가정형편이 넉넉한 대도시 출신 학생들의 서울대 입학률이 해마다 높아가는 현상은 우리사회에부(富)와 계층의 세습을 고착화시킨다는 점에서 큰 사회적문제다. 서울대 학생생활연구소가 올 신입생의 83.2%인 3,775명을상대로 조사한 결과 아버지의 직업이 기업체 간부나 고위 공직자 등 관리직인 학생이 28.0%이고,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이 23.2%로 이들 두 직종 가정의 학생이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이밖에 회사원·하위직 공무원 등 사무직은 16.5%,판매직 9.7%,서비스직 5.3%,농어업은 3.5%이다.또 서울 등 대도시출신은 77%에 이르는 반면,읍·면 이하 농어촌 출신은 3.2%에 불과했다.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서울 출신 학생들이 47. 3%에 이른다는 사실이다.올해 고교졸업생 중 서울 출신은 22.1%다.서울 출신의 서울대 합격률은 산술적 평균치의 두배가 넘는 것이다. 화이트칼라 계층과 대도시 출신의 입학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비단 서울대에 국한된 일은 아닐 것이다. 세칭 다른 일류대학에서도 같은 추세가 나타날 것으로 짐작된다.이같은 현상은 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굳이 전문가들의 분석을 동원할 필요도 없다.지난해 사교육비가 7조원을넘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게다가 서울대 신입생 중 62.2%가 과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한마디로 말해 고소득계층 자녀들의 서울대 입학 증가는 저소득계층의 사교육기회 불평등에서 비롯된 것이다.고소득계층이 사교육을 통해 자녀들을 세칭 일류대학에 진학시켜 그들이 다시 고소득계층이 되게 함으로써 ‘부와 계층의 세습화’를 꾀하고 있는것이다. 부와 계층의 세습화는 우리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으로 이어져 사회적 통합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할 현상이 아닐 수 없다.우리가 일부 대학의 기여입학제 도입 시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과거에는 부의 불평등에도 불구하고 교육기회의 평등이 우리사회의 기본 원리로 보장돼 왔다.그러나 경쟁원리를 강조하는 교육정책이 이제는 부와 계층의 세습을 고착화시키고 있는 것이다.‘부익부빈익빈’의 신자유주의가 교육정책에도 도입된 결과라고나할까.사교육의 역할을 흡수할 수 있도록 공교육을 서둘러 정상화시킴으로써 이같은 부작용을 없애야 한다.서울대도 국립대학이라는 책무에 걸맞게 신입생 선발에 있어 계층간의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특단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 [사설] 색깔타령만 할 것인가

    최근 여야의 입씨름과 저질 논쟁은 우리 정치문화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친일 의혹’‘창씨개명’등 상대방 비방으로 확전되는가 했더니 이제는 ‘사회주의 정책’운운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한나라당 김만제(金滿堤)정책위 의장은 현 정부의 기업규제,저소득층 지원정책,국민기초생활보장제 등을 “시장경제 원리에 역행하는 ‘낡은 사회주의 정책’이자 대중인기영합 정책”이라고 비난했다.김 의장은 “현 정부가 내세우는 신자유주의는 사회주의자들이 사회주의만으로는 안되겠다 싶어 시장기능을 가미한 것”이라며 ‘중도 좌파’라고 규정했다.그는 또 “경제적인 분배 효과와 이해 상충을정부가 해결하겠다는 것이 노사정위원회인데 이러한 발상부터가 대표적인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이에민주당은 “서구 민주국가들이 추구하는 사회복지정책을낡은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한다면 한나라당은 특권층을 위한 정당이냐”고 되받으면서 “김 의장은 붉은 색만 보이는 색맹”이라고 반박했다.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기본적으로 사회주의로 보는 김 의장의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전세계 진보주의자들이 신자유주의가 ‘빈익빈 부익부’를 세계화한다고 공격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서도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뿐만 아니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는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양산된실업자 등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고,공적자금 투입 또한 경제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었던가. 여야 정치권이 최근 국민들에게 보인 행태는 상대방에 대한 무차별적인 흠집내기와 인신공격적인 막말 공방으로 일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한국 정당사에 있어 정당간 경쟁은 늘 기(氣)싸움·세(勢)싸움 수준에서 맴돌았지 언제토론다운 토론,논쟁다운 논쟁을 해본 적이 없다.지금 여야간에 제기되고 있는 노동·소득분배 문제,국민연금,재벌정책,언론개혁,주5일 근무제,감세정책 등은 그야말로 당의이념적 성격과 정책 방향을 놓고 대토론을 벌일 만한 문제라고 본다.이런 본질적인 문제를 단순히 ‘낡은 사회주의’라는 색깔론으로 비방할 일은 결코 아닐 것이다. 사회민주주의와자유민주주의,진보와 보수,사회주의와 시장경제,서구복지개념의 수용과 시장논리의 조화 등 정치이념이나 정책노선의 스펙트럼을 놓고 여야 정당이 공개 토론을 할 수 있을 것이다.예를 들면,민주당이 서민,소외계층을 기반으로 한다면,한나라당은 보수층을 대변하는 정당으로서 노선과 성향을 분명히 해나갈 때가 왔다고 본다.저급한 말싸움이나 장외집회로 일방적인 정치선전을 하는 짓거리는 걷어 들이고,장내로 돌아와 국정운영의 비전 제시나 정책 토론을 통해 국민의 지지 확보 경쟁을 벌여야 할것이다.
  • 이번엔 “전교조 사회주의적”

    민주당은 1일 일부 정부 정책에 대해 ‘낡은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대여 공세에 앞장서고 있는 한나라당김만제(金滿堤) 정책위의장을 집중 성토했다.김 의장도 이날 ‘전교조는 가장 사회주의적인 집단’이라며 현 정부의정책을 강한 톤으로 비판,색깔론 공방이 격화됐다. ■민주당= 박상규(朴尙奎) 사무총장은 당4역회의에서 “한나라당이 복지정책을 낡은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특권층을 위한 정당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역공을 폈다.이해찬(李海瓚) 정책위의장도 “사회복지정책을사회주의 정책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회주의 개념을 몰라서가 아니라 색깔론을 갖고 정치적 공격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추미애(秋美愛) 지방자치위원장은 “김 의장이 ‘복지’라는 두자를 빼먹었는데,우리는 ‘사회복지주의’ 정책”이라며 “한나라당의 사회주의 주장은 색맹적 시각에서 여당정책을 아무 논거없이 비판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임채정(林采正) 국가전략연구소장은 “김 의장은 붉은색만보이는 색맹”이라며 “한나라당 주장대로라면 부익부 빈익빈 상태가 이대로 가야된다는 것인데,이는 소외계층에 대한야만적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이날도 당차원의 대야 공세는 자제,정쟁확산에 대한 비난여론을 의식하는 모습이었다.민주당 대변인실은 이날 전용학(田溶鶴) 대변인 명의로 ‘야당인 한나라당에 정쟁중단을 거듭 촉구한다’는 논평을 냈을 뿐,5일째 야당인 한나라당을 비난하는 논평은 내지 않았다. ■한나라당= 평소 현 정부가 포퓰리즘과 사회주의식 정책을펴고 있다고 주장해온 김만제 정책위의장이 이날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회주의적 집단이 전교조”라면서 ‘색깔론’을 거듭 제기해 파문이 일었다. 김 의장은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전교조가 사립학교법을 개정, 경영과 운영을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것은 자기들이 (학교를) 접수하겠다는 발상과 똑같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가 내세우는 신자유주의는 사회주의자들이 ‘이거 안되겠다’ 싶어 시장기능을 가미한 것”이라며 “사회주의자들이 장사가안되니까 시장기능을 가미한것이 신자유주의,제3세력,중도좌파”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기업규제와 저소득층 지원정책,국민기초생활제도 등을 시장경제 원리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현 정권의 정책을 ‘낡은 사회주의적 정책’이라고 규정한 데 대해서도“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라 각자의 색깔을 찾아가는것이 옳지 않느냐”며 ‘소신’을 고집했다. 다만 김 의장은 정부의 재벌정책과 여성정책에 대해 “미흡한 점이 없지는 않으나 환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날 “북한이 우리 정부를 대화의 대상이 아닌 갈취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權哲賢 대변인)며정부의 ‘대북 저자세’를 비꼬는 등 대여권 공세를 계속했다. 이춘규 이지운기자 taein@
  • ‘희망의 문’두드리는 새 사회과학

    공산권의 몰락으로 ‘대항마’가 없어진 민주주의의 맹주미국이 세계를 좌지우지한다.그 이데올로기의 변형인 신자유주의가 당당하게,계속 기세를 떨칠 것으로 보이는 현실에 대해 던지는 쓰디 쓴 독설이 나와 눈길을 끈다. 거시적 이론틀인 ‘세계체계론’으로 사회학사의 한 장을장식한 이매뉴얼 월러스타인 교수가 현재의 자본주의체계의 ‘조종’을 울렸다. ‘우리가 아는 세계의 종언’(창작과 비평사,백승욱 옮김). 책은 저자가 세계 진단과 전망을 담아 1999년 발표한 논문을 모았다. 저자는 책에서 자유주의자들이 퍼뜨린 합리성에 대한 약속이 신뢰를 잃기 시작하면서 진보에 대한 믿음이 붕괴되기시작했고,급기야 세계인들의 인내도 한계에 이르렀다고진단한다. 이 책에 따르면 18세기 프랑스 혁명 이후 세계적 지배 이데올로기인 자유주의,그리고 이에 저항해 탄생한 반체계도자유주의에 포섭돼 모두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이제는 더 이상 생명을 지속하기 어려워졌다고 설파한다. 또 이런 체계의 지적 토대인 근대적 사회과학 또한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아 유효성을 잃고 있다고 지적한다.결국 역사적으로 긴밀히 맞물려 돌아가는 세계체계와 사회과학 모두가 ‘종언(終焉)’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에겐 제3세계 민족해방운동 붕괴와 서구체계의 케인즈 모델의 동요,공산권 붕괴 등은 개량주의적 기획에 대한 대중적 환멸과 이로 인한 국가의 대중적 정당성 기반 상실을극명히 보여 준 ‘종언의 조짐’이다. 그러나 세계의 종언이라는 그의 도발적 진단은 부정에 머물지 않는다.오히려 불확실성이란 척박함에서 희망을 길어올린다.비판하되 대안을 모색하는 사회학자로서의 자세를견지하고 있다. 불확실성은 수많은 가능성들로 열려 있고,근본적 변화를가능하게 하는 힘을 내포하고 있다. 그가 내세우는 근거는 좋은 사회를 향한 인간의 끊임없는투쟁이다.물론 ‘새로운 열린 사회과학’이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는 이 혼돈 속에서 인간과 자연의 창조성에 바탕을 둔밝음을 캐낸다.도발에서 조심스런 낙관으로 나아가는 그의논리 전개를 찬찬히 곱씹어보는 일은 불확실성이판치는 시대에 한줄기 위안이 된다. 이종수기자 vielee@
  • 노암 촘스키著 ‘숙명의 트라이앵글’

    중동은 아시아·아프리카·유럽 등 세대륙을 연결하는 전략요충지로 흔히 ‘세계의 화약고’로 불린다.지난 50여년사이 이 곳에서는 네차례의 중동전쟁,이란·이라크전쟁,걸프전 등 국제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이 분쟁의 중심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대결이 자리잡고 있다.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사생결단식 대치상태는 1917년 영국의 발포어외무장관이 유대인 금융가 로스차일드경(卿)에게 유대인국가를 건설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하고 이스라엘이 건립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시대 최고의 언어학자이자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꼽히는 노암 촘스키의 저서 ‘숙명의 트라이앵글(1·2)’은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중동문제를 다룬 고전이다.‘트라이앵글’은 미국·이스라엘·팔레스타인 등 3자를 일컫는 것이다. 또 중층적 의미로 지식인·정치가·언론 등 3자를 말하는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중동문제는 종교적,인종적 갈등 이전에 미국이자리잡고 있는 정치적 문제”임을 강조하고 있다.미국인이면서도 미국을 비판하는 지성인의 면모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세 꼭지점 가운데 두 꼭지점인 미국과 이스라엘은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일부 분석가들은 이같은 관계가 미국사회에서 유대인이 차지하는 위치에 의해 형성되고 있다고 풀이한다.일면 사실이기도 하다.그러나 촘스키는 미국·이스라엘간의 ‘특별한 관계’는 미국의 전략적 이익과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고 지적한다.중동의 석유를 소련의위협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미국의 정책에 대해 이스라엘이‘현대의 스파르타’로서 미국의 정책을 잘 수행해주고 있다는 것이다.또 이스라엘은 미국이 직접 나설 수 없는 ‘더러운 일’을 도맡아 수행해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지난 1982년 이스라엘은 미국의 무기로 레바논을 침공했다.당시 이스라엘의 표면적인 목표는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제거였다.그러나 실제목표는 모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에서 추방하려는 데 있었다.이스라엘군은 군사적 용도와 무관한 도서관마저 파괴하고약탈했다.그러나 미국의 신문은 이에 침묵했으며,레바논인들이 이스라엘군을 환영한다고 보도했다. 촘스키의 이 저서는 지난 1983년 첫 출간된 이래 1999년까지 10쇄를 거듭했다.이번 책은 팔레스타인 출신 학자 에드워드 사이드의 서문을 붙여 개정판으로 나온 것이다.이 책은 이미 국제정치와 중동문제에 관한 고전 반열에 올라 있으며,중동정치에 대한 촘스키의 기념비적 저서로 꼽히고 있다.특히 이 책은 중동정치를 현상 그대로만 바라본 것이 아니라 그 ‘현상’과 ‘사실’ 뒤에 숨은 허구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어 지성계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예를 들어 PLO라 하면 ‘자살폭탄테러단’을 떠올리기 쉽다.그러나 그들이 테러에 나서게 된 원인을 살펴보면 이스라엘의 무모한점령지 확장정책과 팔레스타인 사람을 포함한 아랍전체에대한 인종차별에 있다는 것이다.또 이스라엘과 아랍의 충돌을 흔히 ‘다윗과 골리앗’으로 비유하면서 이스라엘에 동정표를 던져왔으나 이 역시 허구라고 지적한다.같은 맥락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PLO를 ‘거부주의자’라며 비난해 왔는데 정작 거부주의자는 1차대전 당시 팔레스타인 지역 전체인구의 90%를 차지하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국가적 자결권을 부인한 미국과 이스라엘이 ‘원조’라는 것이다. PLO와 다른 아랍세계가 다른 인종과 평화롭게 공존하지 못하는 인종주의의 화신들로 묘사된 데는 미디어의 조작과 공모가 큰 역할을 했다.미디어는 정치가들의 위장된 중립에근거를 마련해주며,이에 일부 자유주의적 지식인들이 가세하고 있다.미국의 외교정책-언론-지식인의 유착을 파헤쳐온 저자는 책에서 신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야만성을 폭로하고있다.유달승 옮김,이후,각 권14,000원. 정운현기자 jwh59@
  • [21세기 담론-생명을 말한다](14)생태경제학자 강원돈 박사

    ▲경제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생산,분배,소비하는 모든 활동과 그것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사회적 관계’로 규정돼 있습니다.여기에 ‘생명’이라는 접두어를 붙이는 것이 ‘역전앞’처럼 중복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생명경제’란 용어를 쓰는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습니다.하나는 ‘인간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의 생산,분배,소비’의 균형이 깨져 생명을 위한 경제의 본 뜻이 희미해졌기 때문입니다.또 하나는 인간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은 결국 생태계로부터 취해 다시 생태계로 돌려 주는 순환구조여야 하는데 인간의 탐욕이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악순환 구조를 만들다보니 이 순환이 깨져 버렸습니다.그 결과 첫째 생태계를, 즉 생명군(生命群)을 죽이고,둘째 후손이 사용해야 할 자원을 고갈 시키며,셋째 환경을 오염시켜지구를 살기 힘든 곳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생태계는 환경문제이고 생산·분배구조는 경제문제인데양자를 묶는 까닭이 있습니까. 물론입니다.두 문제가 다 넓게는 인류,좁게는 자본의 탐욕에연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구조하에서 빈곤문제와 생태계 파괴가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말이겠군요. 그렇습니다.제가 보기에는 1992년 ‘리우 환경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환경문제 해결의 길이 보이지 않는 것은경제대국들의 성장 강박증 때문입니다.이들은 여전히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구조를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개인의소득이 높아지면 욕구가 높아지고 높은 욕구는 더 많은 생산을 부추기는 악순환의 구조 말입니다.물론 포드식 대량생산 시스팀 대신 고급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신경영이도입되기는 했지만 욕망의 확대충족이라는 성장논리에서벗어나진 못했습니다.동구 멸망후 신자유주의는 이 모순구조를 더 확대 시키고있습니다. ▲‘제3의 길’은 신자유주의 대안이 못된다고 보십니까?. 케인즈식 복지모델은 진작 한계가 드러났지요.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일하는 복지’인데 이것도 자본의 야수성을 그대로 둔채 복지의 방법만 손질한 것이어서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일하는 복지’의 핵심이 말 그대로 직업교육을 통해 재취업 시킨다는 것인데 기술의 개발속도가 워낙 빨라 한번 탈락하면 다시 따라 잡기가 어렵습니다.그러니까 열심히 교육을 받아 재취업한 사람이 예전 급료의 40% 받기가 일쑤지요.그나마 대부분 임시직이고…,지금 정부의 실업률 통계도 일시 취업을 포함한 것이기 때문에 실상은 정부의 통계보다 훨씬 심각 합니다. ▲결국 그 대안은 무엇입니까. 자본의 중립화 입니다.자본의 사유를 금하자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무한 욕구에 대한 제동장치를 만들자는 겁니다. ▲그것을 강제하면 자본주의 틀을 바꾸는 것 아닌가요. 노동이 경영에 참여하는 공동결정제도를 도입하는 겁니다.그래서 자본의 이해관계로 인해 노동이 희생되지 않도록하자는 것입니다. ▲노동자 권한이 강화되면 생산성은 떨어지는 것 아닙니까. 독일의 철강산업과 석탄산업이 이 제도를 도입했는데 세계최고의 생산성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자본의 무한 욕구를 제한하면 대량생산으로 인한 생태계파괴를 막을수 있다는 말은 납득이 갑니다. 자본과 노동의견제와 균형도 그렇고…, 그런데 실업자문제는 별개인 것같습니다. 기술이 계속 발전하는데 따라 일자리가 계속 줄어드는 문제 말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1993년 독일의 폴크스바겐 자동차 회사 예가 있지요.그 때 회사는 노조에게 20% 감원 아니면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삭감,양자택일을 요구 했습니다. 결국 노조가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삭감을 받아들였지요.소위 일자리나누기 입니다. ▲임금이 깎이면 가계를 줄여야 하는데 기술이 더 발달하면 노동시간을 더 줄이고 임금을 더 삭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열쇠는 거기에 있습니다.가계 지출을 줄일수는 없지요.그러면 어떻게 해결 하느냐.남는 시간을 골목이나 마을 단위의 품앗이 노동으로 채웁니다.즉 일정한 단위에서 목수에소질있는 사람,정원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그밖에 자동차수리,컴퓨터 전문가,페인팅,도배,배관,가전제품 수리 등다양한 기능을 가진 사람들끼리 품앗이를 하는 겁니다.그러면 가계부 적자를 해결하면서 창조적 노동을 통해 보람을 찾을수도 있습니다.또 지역 공동체가 형성돼 삶의 질도높아지고…. ▲그것만 가지고 자본의 식욕을 억제할 수 있을까요?. 세계화 이후 자본은 이익을 찾아 국경을 마음대로 넘나들고 있습니다.말하자면 세계화 경제란 자본의 세계화인 셈입니다.그에 비해 노동은 이동이 자유롭지 못합니다.노동이 근거지를 옮기려면 새로운 언어,문화에 적응해야 하고또 혈연을 떠나 부초처럼 되기 때문에 간단치 않습니다.이렇게 한쪽은 유리한 곳을 찾아 마음대로 날아 다니고 한쪽은 고정된 위치에 있으니 자연히 불평등 계약이 성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노동의 유연성이란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의 자유를 신장하는 것입니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력,자원,금융이 지역에서 순환되는 지역경제라야 합니다. ▲지역단위의 자급자족을 말씀하시는건가요. 가내 수공업 수준의 자급자족이 아니라 자원과 노동력,생산성을 고려한 지역경제는 여러가지 이점이 있습니다.제일급한 것이 식품인데 전국 단위의 식품의 경우 우선 원자재와 상품의 물류비용, 그 과정에서 낭비되는 자원이 얼마입니까.또 장기간 유통시키려면 필연적으로 방부제가 들어가야 합니다.지역단위 생산과 유통에서는 재고가 남지 않고물류비용이 안들고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옛말에 ‘100리 밖에서 온 것은 먹지 말라’고 했는데 그냥생긴 말이 아닙니다. 식품 뿐 아니라 모든 산업이 나무의잔뿌리처럼 지역에 기반을 두어야 합니다. 경제가 그렇다면 정치도 자연히 따라 가는 것인데 이를 지역 자치의 생명력이라고합니다. 동양의 이상국가 단위가 닭우는 소리가들리는 범위라고 하지 않습니까. ▲유사한 모델이 있습니까. 일일이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독일이 지역경제를 바탕으로일어선 국가입니다. 일례로 독일의 은행 수신고 70%가 지방은행에서 나온다면 납득이 가겠지요?▲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겠습니다. 먼저 토지의 반(半)공개념이 도입돼야 합니다.땅이 투기대상이 돼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다음에 조세제도가 바뀌어 명실상부한 자치정부가 돼야 합니다.지금처럼 중앙정부에서 교부금을 타다 쓰는 지방자치는 허울 뿐인 자치입니다.이렇게 소단위 자치가 살아야 경제가 고루 활성화 되고생태계도 건강이회복 됩니다. 김재성 논설위원. △강원돈박사 약력. ▲1955년생▲한국신학대학,동대학원 졸업▲독일 함부르크대학교 신학박사(생태학적 노동개념)▲한국신학연구소 번역실장,학술부장 역임,▲현재:서울 강남구 은혜교회 목사,아시아경제윤리연구소소장,한국생명학연구원 연구지원처장,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신학전문위원,한신대,서울신학대학,배재대학 출강,▲저서:‘물의 신학’‘‘살림의 경제’▲역서:‘경제윤리 1,2’(A 리히) ‘하느님의 정치경제와민중운동’(U 두흐로) 외 10여권. ■생태경제학이란. 경제의 지구화가 급속히 진행되는데 각국의 금융,기업구조와 노동시장이 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사회 혼란이야기되고 있다.우리나라의 경우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가 시작된 후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은 짧은 기간에우리 사회에 급속한 변모를 가져다 주었다.실업률이 더 높아졌고 빈부의 격차는 더 커졌고 자본과 노동의 세력관계에서 노동은 더욱 불리한 위치로 몰렸다. 이같은 현실 속에서 좀더 인간적이고 좀더 사회적이고 좀더 생태 친화적인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이들은 경제,금융정책 등이 자본의 요구만을 일방적으로 충족시키는 상황에서 이 정책들이 사회정책과 복지정책 그리고 환경정책과 결합되기를 바라는 것이다.그리고여기에 시민들이 참여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고 그바탕 위에서 모든 정책들을 조합하는,과정이 자리잡기를바라는 것이다. 이들은 ‘경제는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그리고 시장은 경제의 효율성을 실현시키는 한 수단이라는데 대해서도 동의 한다.그러나 이들은 시장이 거기서 파생되는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지는못한다고 생각 한다.따라서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판단과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더많은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서 시장의 규율을 제도화 해야 하는데 이과정에서 정치의 개입이 불가피 하다는 입장이다. 기독교 사회윤리를 공부한 강원돈(姜元敦)박사는 상생의순환원리 관점에서 오늘의 신자유주의 경제를 비판하고 그대안을 말한다. 강 박사는 “본질적으로 무한 확장의 욕구를 가지고 있는 자본에 시장을 맡겨 두면 언젠가는 자본자체가 무너진다”고 말한다.이는 사자의 장애물을 없애버리면 토끼와 사슴의 멸종으로 결국 사자도 굶어 죽는 원리와 같다. 그 반대의 경우 역시 서구가 일찍이 경험했던 복지병처럼 자본도 노동도 공멸하는 결과를 낳는다.‘생명경제’는 이같은 모순을 극복하고 노동과 자본 뿐 아니라 생태계까지도 공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경제학이다.
  • ‘NGO 과제와 방향’ 세미나

    시민단체들은 요즘 괴롭다.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싸고 일각에서는 언론개혁을 주창하는 시민단체를 ‘정권의 홍위병’이라고 비난하고,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NGO지도자협의회 주최로 열린 ‘한국 NGO운동의 과제와 방향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세미나는 현단계에서 시민운동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한 뜻깊은 자리였다.김삼열 협의회 공동대표,한상범 상임대표,유팔무 한림대교수,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이장희 한국외국어대 교수 등이 참가했다. 유 교수는 “90년대 사회운동권이 구시대의 민족운동,노동운동,비운동권,비판적 지식인 등을 흡수해 시민의 권익을향상시키고 정치,경제,사회적인 차원에서 민주주의를 촉진,확대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언론에 대한 지나친 의존성,재정지원 등 정부와의 친화적인 관계,일부 명망가들이 정치진출의 도구로 이용하는 기구라는 의혹,정치세력화에 소극적인 점 등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시민운동이 ▲후원을받아온 언론,정부,기업,교회 등 ‘성역’을 깨뜨리고 ▲정부와의 거리는 유지하되,정부의 개혁정치는 ‘2중대’라는 비난을 감수하고도 지원해야 하며 ▲시민단체의 정치적인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자유주의적 지평을 넘어서 ‘참여사회민주주의’ 등의 이념을정립해야 하며 ▲민족(통일)·민중(노동)운동 과제와의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또 능력이 닿는 범위내에서 국제난민보호활동,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국제시민모임,황사퇴치를 위한 동아시아 시민연대활동 등 국제적인 사안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광일 성공회대 교수는 ‘현단계 시민운동의 딜레마와 과제’라는 주제발표에서 “노동·민중운동에 가려졌던 시민운동이 87년 이후 ‘후발성의 이점’으로 대중에 대한 호소력을 높여왔다”면서 “하지만 시민운동의 요구가 부분적으로 제도화되고,기존체제에 대한 시민의 저항이 약화되면서‘임계점’에 이르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금융실명제,토지공개념으로 대표되는 경실련의‘자유주의 시장기능의 합리적 복원운동’,소액주주운동 등 참여연대의 ‘소시민적 경제민주화운동’,정치제도 투쟁에서 국회의원 교체로 방향이 틀어진 총선시민연대의 활동은과제와 운동방식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순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이들의 활동이 기존의 정치,경제구조를 인정하면서 그로부터 나타나는 부작용을 완화시키는데 목표를두고 있기 때문에 한계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그는 “시민운동의 딜레마는 개별사업 중심의 활동에 치중하고 이를 관통하는 일관된 운동기조 및 방침을 모색하는데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제도화된 정당정치’를 정치 그 자체로 보는 자유주의적 정치논리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
  • [대한광장] 그 힘든 파업을 하는 이유

    파업은 고달프고 힘들 뿐만 아니라,이른바 ‘무노동 무임금’에 따른 임금감소와 징계 및 해고,심지어 구속이라는위험부담을 진다.여론의 혹독한 비판까지도 감수해야 하는경우가 대부분이며,사용자의 물리적 폭력과 공권력까지 겹치게 되면 파업의 결과는 그야말로 참혹하다.노동조합이야말로 최대한 파업을 자제하고,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함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일 게다. 그런데도 파업에 돌입한다면 필시 곡절이 있다.그러나 우리는 파업의 이유를 따져보기도 전에 노동자의 멱살을 잡거나 여론이란 매질을 가혹하게 해대는데 익숙해 있다.과거지하철 파업때나 최근 가뭄 상황에서 나온 이야기가 일례다. 노조의 파업은 종종 ‘제거되어야 할 종양’ 쯤으로 간주되기도 한다.종양이 문제가 된다면,기업이나 사회에 내재해있는 ‘종양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을 제거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 아닐까. 그 토양은 매우 복합적이다.매일 치고 받고 진흙탕 싸움만하는 정치,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틈만 나면 파괴하려 하고공권력에 의존하는 사용자,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각종이유로 제한하려는 정부 등 우리사회 노사관계를 둘러싼 각종 제도와 관행 그리고 의식이 바로 그 토양인 것이다. 그럼 과연 파업은 나쁜 것이며,‘제거되어야 할 종양’인가.아니다.파업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이다.노동자들이 파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되고 있는가를 판가름하는 잣대이자,파업에 관한한 사회의 용인도와 국민의 이해도는 그 사회 민주주의의성숙도와 연대의식을 재는 척도이다. 내 불편을 이유로 남의 정당한 권리행사가 봉쇄된다면 결국은 모든 사람의 권리행사의 규제와 제한으로 연결될 것이며,이것은 민주주의의 후퇴를 의미한다.따라서 이런저런 이유로 파업을 죄악시하는 행위야말로 민주주의와 인권신장에반하는 죄악이다. 왜,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늘 불안정하고종종 파업과 공권력의 물리적 대결로 치달을까.답은 간단하다.그렇지 않으면 안 되니까.노조를 인정해 주지도 않고,대화도 않으며,해도 실질적 대화가 아니라 형식적 대화에 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저런 이유와 조건을 달아 실질적 대화를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노사관계 불안의 핵심요인이다.노조 핑계를 대는 것은 무능한 경영능력과 실종된 정치·정책의 자기고백에 다름아니다.여기서 파업이 나오며,불신과 부정(不正)이 싹트게 된다. 노조의 요구는 무엇인가.크게 세가지다.하나는 임금인상과노동조건 개선으로 노조의 기본적인 요구다. 다음은 일방적인 구조조정의 중단인데,IMF 경제위기 이후 두드러진,가장절박한 요구다.고용불안과 관계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제도개선인데,주 5일근무 주 40시간 노동제,비정규직 차별철폐와 보호,4대 보험의 민주적 개혁 등이다. 이외에도 최근 노동정책의 실종과 공안 및 치안적 노동행정의 전면 대두로 인한 노사관계의 불안정이다.금융노동자에 대한 대량구속,대우자동차 및 효성·레미콘 노조 등에대한 공권력의 강제진압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문제의 해법은 간단하다. 먼저 정부와 기업은 여론몰이나공권력을 통한 물리적이고 타율적인 노사문제 해결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그것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탄압이며,대폭발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은 조건없이 노조와 진지하고 성실한 대화에나서야 한다.대화를 위해서는 대화의 장애요인들을 우선 제거해야 한다.그리고 노동자와 노조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이것은 노조를 기업경영과 국가정책 결정의 동반자로생각하는 자세에서 나온다. 아울러 당국은 신자유주의적 일방적 구조조정을 중단하고노조와 사전 협의 또는 합의 하에 사회통합적 구조조정을추진하겠다는 정책전환이 있어야 한다. 이정식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 美 환자권리법안 탄생 초읽기

    1억9,000만 미국인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키던 ‘환자권리법안’에 대한 미 의회와 백악관의합의 시한이 마침내 26일(현지시간)로 다가왔다. 환자들의 권리를 획기적으로 신장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법안은 그동안 공화당보수 진영과 민주당·중도파 공화당 의원 등으로 나뉘어 지난 5년간 공방을 벌여온 해묵은 정치현안 가운데 하나로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으로 등장하면서 최우선 의제로 떠올랐다. 환자권리법안은 지난 96년 클린턴 대통령의 임명으로 이뤄진 초당적 환자권리위원회가 실제조사를 토대로 초안을 작성,에드워드 케네디,존 매케인 의원 등 중도·자유주의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 의회에 상정됐지만 지금까지 표류한 채매듭을 짓지 못해왔다. 그러나 26일이 법 처리 시한으로 규정됨에 따라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보수 공화당원과 민주당,중도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 대타협 도출이 예상되고 있어그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법안은 특정인에 한해 인정하던 의료관련 소송을 모든 환자가 할 수 있도록 개방하며,연방법원에서만 가능케 했던병원관련 소송을 환자에게 더 유리한 주법원에서 제기할 수있게 하는 등 환자의 권리를 크게 신장시킬 것으로 평가된다. 또 지금까지는 진료를 받다 해를 입은 환자가 의료 당사자나 진료소를 상대로 소송을 해 일을 못해 받지 못한 임금이나 기타 경제적 손실,그리고 고통에 대한 무제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아울러 환자들은 의료보험 계획이나 의료진에 대한 적극적인 권리를 가져 특정 계획에 대해 선택권을 보장받고 의사와의 면담 이전이라도 특정 전문의료진을 찾을 수도 있게 보장하고 있다. 반면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의료보험기관이나 의료기관으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로비자금을 받는 보수 공화당 의원들은 소송시 환자들과 가까운 주변인물들이 배심원으로 나올수 있는 주법원이 아닌 연방법원에서만 소송하도록 제한하려 한다.이들은 또 환자가 해를 입더라도 계약된 부분만 책임을 묻되 임금과 경제적 손실 등에 대해서는 보상 청구를못하게 하고 고통보상금을 50만달러로 한정하려 한다. 이들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의료계가 환자들의 쏟아지는소송으로 엄청난 혼란에 직면할 것이며 소송비용 지불로 의료비가 치솟아 결국 국민들에 불리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반대하나 국민들에게는 잘 먹혀들지 않고 있다.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hay@
  • [매체비평] 사립학교법 개정 본질 호도말라

    최근 사립학교법 개정의 논의가 뜨겁다.99년 사립학교법이 ‘개악’된 이후 각 교육단체들은 법을 재개정하기 위해끊임없이 노력해왔다.이 결과 소극적이던 민주당이 우여곡절 끝에 이를 당론으로 확정하였다.각 교육단체들로 구성된 사립학교법개정 국민운동본부는 개정에 동참하도록 한나라당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대표자 삭발까지 감행하였다.그런데 국민들 중에는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일 것이다.보도가 돼야 알 것 아닌가.진행 사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니 개정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사람은 더욱 드물다. 사립학교법은 교원임면권을 학교장에서 재단으로 넘기고,재단의 비리 이사들이 재단에 복귀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악해온 역사를 지니고 있다.또 하나 일반인들은 사립학교 재단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사립학교의 주인이 재단일 수는 있다.그러나 재단,더 나아가 학교의 주인이 설립자나 재단 이사장일 수는 없다.특정인이 소유하는 것이라면 이미 그것은 ‘재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존의 사립학교법은 이런 인식에 기반한 법이다.이것을 정상적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최근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등에서는 사립학교법을 교육주체들의 권익과 참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개정하는 것에 대해 과도한 평등주의,경쟁력의 약화라는 논리라고 해석한다. 정부나 사회가 그렇게 강조하는 경쟁력을 강화시키려면,사학 비리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낭비 요소를 없애는 것이우선이다.나머지 신문들도 사립학교법 개정 논의가 갖는 사회적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99년,언론의 보도는 더욱 확실한 경향성을 보였다.당시 교육계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대변한 BK21,비리 재단에 유리하게 개악한 사립학교법때문에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이때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은 BK21에 대해서는 많은 지면을 할애에 경쟁력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사립학교법 개악에 대해서는 교육단체들의 반발과 주장에 대해 제대로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이러한 경향은 최근의 신문보도에서 다시 반복된다.사립학교법 개정은 언론에게도 뜨거운 감자인 모양이다.대부분의 언론들이보도를 잘 하지 않는다.비리 재단으로 분규가 발생한 대학의 구성원들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분규조차 발생할 수 없는 비리 대학에서 고통받고있는 구성원들의 고통은 그 크기가 더욱 클 뿐만 아니라,그것이 문제의 본질이다.그런데 중앙일보는 4월 18일자 사설에서 민주당 당론을 정면으로 반박한다.비리 재단이 5년간돌아오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것이란다.재단이 사유재산인가.그리고 사학의 비리를 일부재단의 비리라고 한다.그렇다면 비리가 없는 재단의 이사에게 그 법이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비리를 저지르지 말라고 경고하는 의미 이상으로 사학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중앙일보의 주장이 편파적이라는 표현보다는 사학법인연합회를 대변하고 있다는 평가는 과도할까.조선일보도 ‘누가 교육을 망치고 있나’라는 5월15일자 사설에서 비리 재단 이사들의 복귀를 막고,공익 재단에 공익이사제를 도입하자는 것은 사학법인 이사회를 무력화하려는것이란다.동아일보는 덕성여대를 비롯한 분규대학에서 발생한 분규가 학생들 때문이란다.비리 대학에서 비리를 알고도 가만히 있는 것이 동아일보가 말하는 대학의 안정이고 발전인가.사립학교법 개정과 관련하여 다른 신문들도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중요한 사건을 다루지 않는 것도 유죄인 것이다.보도의 의미는 포함된 것만이 아니라 배제된 것으로부터도 규정된다는 점을 되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김서중 성공회대교수 신문방송학
  • 조작된 위기 파괴되는 평화…‘신의 나라는 가라’

    ‘신의 나라는 가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은 한국과 중국에서 주요 현안으로대두되고 있다. 일본의 우파가 결성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쓴 교과서가 일본인들에게 집단히스테리 성향과 ‘위기의 환상’을 심어줌으로써 향후 일본이 또다시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떨쳐 버릴 수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문부과학성은 주변국의 이같은 걱정을 외면한 채 왜곡교과서의 검정을 통과시켰고,이 교과서는 4일 일본에서 전격시판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지식인 4명이 쓴 ‘신의 나라는 가라’는 제목의 책이 국내에서 출판돼 눈길을 끌고 있다.4장으로 구성됐으며 간사이대 강사인 우에스기 사토시의 ‘우익운동이 교과서를 만들었다’,도쿄가쿠에이대 교수인 기미지마 가즈히코의 ‘새로운 역사수정주의 비판’,가쿠슈인대강사인 고시다 다카시의 ‘국가에 대한 충성으로 유도’,류구대 교수인 다카시마 노부요시의 ‘엉터리 교과서를 밀어붙이는 사기꾼들’등을 담고 있다. 책은 태평양전쟁에 관한 모든시각을 자학사관이라고 깎아내리며 일본의 우경화를 꾀하는 정치운동은 장차 일본의 젊은이를 비극으로 이끌 것이라고 경고한다.저자들은 새역모의 정체,왜곡교과서의 모순점,산케이신문·출판사인 후쇼사등이 추진하는 판매운동의 실체 등을 조목조목 해부한다. 우선 새역모의 뿌리가 상당히 넓고 깊다는 사실을 알려준다.새역모는 지난 94년 난징대학살사건에 의문을 품은 글을 ‘사회과교육’이라는 잡지에 발표했던 후지오카라는 사람이 95년 결성한 자유주의사관연구회가 모태라고 밝힌다.후지오카는 96년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은 역사’를 산케이신문에 연재했고 이 연구회가 97년 새역모로 확대됐다는 것이다.이어 99년 이 곳에서 이번 왜곡교과서의 초본격인 ‘국민의 역사’를 펴냈고,그 책은 교사나 교육위원회,지방의원 등에게 무료증정돼 판매부수가 70만부에 달한 것으로 기록됐다.새역모는 마침내 지난해 4월 ‘국민의 역사’의 인용부분 등을 줄여 만든 왜곡교과서를 검정신청했다. 새역모의 구성원은 2차세계대전 전의 체제를 지지하는 관료 정치가 실업가와 신도(神道)에 연결된 종교단체가 많다. 여기에 우파 문화계 인사들이 가담해 있다.대표적인 정계인사로는 A급 전범으로 교수형에 처해진 이타가키 세시로육군대장의 아들인 이타가키 마사르,전쟁범죄 기록을 인멸한 오쿠노 세이료 등이 꼽힌다.이들이 선거를 치를 때는 신도계의 종교단체들이 대거 동원되고 있다.책은 이어 새역모,산케이신문,후쇼사 삼자가 조직적으로 왜곡교과서 판매에나서고 있다고 주장한다. 새역모와 산케이신문은 후쇼사를 통해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라는 운동이 있다’라는 책을 따로 펴내고 책안에 새역모 입회서와 산케이신문구독신청서 등을 끼워팔고 있다는 것이다. 우에스기 사토시는 “왜곡교과서는 문명과 문화 등 기본개념조차 정립돼 있지 않아 읽을 수록 모순이 드러난다”면서 “매스컴,정치,대중을 휘모는 파시즘 양상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한길사 7,000원. 박재범기자 jaebum@
  • [대한광장] 개혁체제 재정비 시급

    우리 속담에 죽쒀서 개준다는 말이 있다.지금 상황이 그렇다.정부가 출범한 후 3년동안 단 하루도 개혁을 거론하지않은 적이 없다.개혁을 추진하는 대통령과 여당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시민단체와 학계,언론까지도 쉼없이 개혁을말해왔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곳곳에서 개혁전선의 붕괴를 예시하는 이상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개혁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며, 대통령만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지금은 말뿐인 개혁의 양상인데다 그나마도 대통령의 말만 들리는 ‘고독한 개혁’으로 위축된 형국이 되었다.정권이 중반기에 접어들도록 마무리된 개혁이 별로 없는상황에서 개혁의 위축은 오히려 큰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개혁의 목표나 결과는 개혁의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구조조정이 구조혁신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인원감축으로 축소되고,경영혁신이 우량기업의 해외매각으로 변질되며,노사개혁과 교육개혁이 ‘신자유주의’일변도로 흐르는 현상들은 개혁의 본말이 전도되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개혁추진 시스템은 더욱 혼란스럽다.개혁정치를 표방한 여당이 앞장서서 DJP연합이니 3당연합이니 하는 수구적 범보수연합을 결성하여 유신과 5공의 정치세력을 품는 이유를모르겠다.개혁추진세력이 개혁대상세력과 손을 맞잡고 개혁을 거론하는 정치적 코디미의 상황은 역사에서 ‘후퇴와 야합’으로 기술될 뿐이다. 불경스럽게도 여당 안에서는 ‘개혁피로 증후군’ 담론이제기되는 지경이다.야당이 해도 욕먹을 말을 여당이 앞장서서 하고 있으니 개혁이 될 리가 없다.여당은 그럴듯하게 개혁을 주장하지만 사실 그동안 개혁은 뒷걸음질과 게걸음질을 반복했다.지금의 권력 상부구조나 여당의 실상을 보면‘개혁포기’를 선언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고마울 지경이다. 이런 상황인데다 야당과 언론이 협조를 거부하고 관료주의가 극심하니 개혁이 순조로울 리 만무하다.기득권 세력들의 저항은 날로 노골화되는데다 최근에는 재계와 언론계,사학법인 등이 반정부 대오를 모색하는 듯한 양상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그러나 국민들도 정부의 이러한 고충을 웬만큼은 알고 있다.오히려 국민들이 진실로 서운해 하는 것은 대통령과 정부가 진솔하지 않다는 데 있다. 입으로는 개혁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권력을 탐닉하고,개혁을 추진한다면서도 권력 안정화에 집착하고,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반개혁적인 인사들을 중용하고,잘못을시인하기보다는 야당의 발목잡기라는 변명을 능사로 하고,제 허물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눈을 가린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고 한두번 거론된 것도 아니다.시민단체와 학계에서 줄곧 지적되었던 문제지만 별로 개선된 것이 없다가 급기야는 여당 내부에서 ‘개혁적진용’을 요구하는 강력한 자성의 목소리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무책임성과 정부·여당의 둔감한 현실인식에 대해서는 아무도 반성하는 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의 소중한 내부적 자성도 수용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위기상황을 맞았는데 문제는 단순히 여당 수준의 위기가 아니라 권력 자체의 위기이며,나아가서는 국가의 위기로 연결될수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더욱 심각한 문제는 여러 차례의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지난 14년간 지속되어온 개혁기조가 여기서 단절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정권 담당자들은 문민정부 초기에 나타났던 파죽지세의 개혁이 IMF로 급전환되었던 역사적 사실에서 교훈을 얻어,작게는 정권을 위해서라도,궁극적으로는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라도 생각을 바꾸어 체제를 개혁적으로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은 수업시간에 듣고 잊어버려도 되는 듣기 좋은 말이 아니다.이미 떨어질 만큼 떨어진 국민 지지도가 그 명백한 증거일 텐데도 대책은 늘 곤궁하기만 하니 답답한 일이다.정부는 시간을 아껴써야 할 것이며 또한이제부터는 시간이 갈수록 시간이 정권의 편에서 멀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 대 화 상지대 교수
  • 포커스 투데이/ 美상원 외교위원장 내정자 바이든

    제시 헬름스 현위원장에 이어 다수당 소속으로 미 상원 외교위원장직을 맡게 될 민주당 조셉 바이든 의원(58·델라웨어주)은 철저한 대북포용정책 지지자다. 지난 3월초 김대중 대통령 방미시 조·오찬 초청인사로 김대통령과 가까운 자리에서 환담할 정도로 친한파인 그는 지난 73년부터 상원의원직을 28년째 유지해왔고 지난 88년에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서기도 했던 거물 정치인. 87년부터 95년까지 민주당이 다수당일 때 상원 법사위원장터줏대감 노릇을 해왔고 97년부터 외교위에 소속된 점과 함께 그의 비중을 감안한 톰 대슐 원내총무의 고려로 이번엔외교위원장을 맡을 예정.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에서 자동차 세일즈맨 아들로 태어난 그는 델라웨어주립대학과 시라큐스대 법대를 졸업하고고향에서 잠시 변호사 생활을 했다. 27세에 뉴캐슬시 위원에 당선돼 활동하다 마침내 2년뒤 약관 29세에 상원의원직에 도전,당시 인기있던 현직의 셀레브 보그스 의원을 누르고 연방 상원에 진출했다. 자유주의 성향이 강한 그는 범죄·마약·무기확산 방지책등일련의 자유·평화유지에 초점을 둔 정책에 활발한 활동을 벌여오고 있으며,법사위에서 활동하면서도 국제관계 등과 관련,저서까지 낼 정도로 해박한 외교지식을 가지고 있다. 화려한 정치경력과는 대조적으로 개인생활에 커다란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데,상원의원으로 당선 직후 선서식을 한수주일 뒤 첫부인 질 제이콥스와 갓난 막내딸이 교통사고로숨졌다.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 2001 길섶에서/ 심봤다!

    “심봤다!” 옛날 심마니들은 산삼을 발견하면 온 산이 찌렁찌렁 울리도록 사방에 알렸다.왜 이런 불문율이 생겨 났을까?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깊은 뜻이 있다. 첫째,검증 절차의 의미가 있다.워낙 귀한 물건이어서 진짜 산삼을 구경하지 못한 심마니도 있을 수 있고 몇날 며칠산속을 헤매다 보면 헛것을 볼 수도 있다.따라서 동료 특히 연장자의 감정을 거쳐 비로소 인증을 받는 것이다. 둘째,소유권 확인의 의미가 있다.혼자 슬그머니 캔 산삼은 누군가 훔쳐도 그만이고 그 과정에서 살인이 날 수도 있다. 셋째,‘심봤다’의 진짜 의미는 독식 금지에 있다.산삼이발견된 곳은 필경 산삼 군락지일 것이다.이 횡재의 밭을 동료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행운을 공유한다’는 뜻이다. 보물지도를 공개하는 것과 같은 ‘심봤다’에 담긴 지혜를 신자유주의 시대의 기술 선진국들이 좀 배웠으면 좋으련만…. 김재성논설위원
  • [데스크 칼럼] 상기하자 진주만?

    올여름 미국 극장가를 강타할 블록버스터 후보 1호는 25일미전역에서 동시 개봉되는 디즈니 영화 ‘진주만(Pearl Harbor)’이다.1941년 12월 7일 일본군의 하와이 진주만 기습을 소재로 제작비 1억 3,500만 달러를 들인 초대작이다. 진주만 기습은 미군 전사상 최대의 치욕이다.공격 성공을알리는 전통문 ‘도라,도라,도라’를 사령부로 타전한 그날새벽 일군기들은 미 태평양 함대의 모항 진주만을 순식간에불바다로 만들고 애리조나,오클라호마,캘리포니아등 7척의전함과 100척 이상의 함정들을 수장시켰다.이 공격으로 미국은 사망자 2,388명,부상자 1,178명과 300여대의 항공기가파괴되는 치욕적인 피해를 입었다.(미국방부 통계) 왜 새삼스레 진주만인가.금년은 진주만 기습 60주년의 해다.디즈니측은 이 영화를 지금 80대가 됐을 당시 참전용사들의 생애 마지막 선물이 될 것이라고 제작 의의를 설명한다.해군 간호사와 파일럿의 러브 스토리가 줄거리를 이루지만 바탕에 깔린 것은 당시 희생자들의 애국심이다. 사실 이 영화는 2년여 전 다시 일기 시작해 미국 전역을휩쓸고 있는 ‘강한 미국’ 향수를 타고 탄생했다.이 향수는 2차세계대전때 조국을 구한 영웅들에 대한 추모 열기로나타나고 있다.당시 희생자와 참전용사들을 기리느라 미국전역이 법석이다. 지난 98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히트가 그렇고 NBC방송 앵커 톰 브로커가 쓴 책 ‘가장 위대한 세대(The Greatest Generation)’가 장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지금 미국에서 이런 유의 다큐멘터리,저술,신문기사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미국인들이 가장 신성하게 생각하는 3가지 단어는 ‘성조기,어머니 그리고 애플파이’라는 말이 있다.성조기로 상징되는 신애국주의 물결이 다시 미국인들의 마음을 뒤덮고 있다.지난 대선에서 클린턴행정부의 신자유주의를 물리치고보수주의 부시행정부를 출범시킨 바탕에도 이런 향수가 깔려 있다. 미사일방어망(MD)계획을 설명하며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방장관이 ‘우주의 진주만 기습’으로부터 영토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다.‘상기하자 진주만’의 분위기를 이용한 절묘한 말 채용이지만 이를 듣는 우리의 기분은 섬뜩하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유력 언론과 균형감각을 가진 많은지식인들이 MD계획이 전세계적인 무기경쟁을 부추긴다며 경고하고 나섰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강한 미국을 외치는 거대한 물결에 묻혀 잘 들리지 않는다. 우주에서 ‘진주만 기습’을 가할 적으로 미국은 ‘불량배국가’들, 그중에서도 북한을 주요 대상으로 꼽고 있다.지금 태평양에서 미국의 제일 군사동맹국은 역설적으로 60년전 진주만 기습의 주인공 일본이다.미국은 일본의 무장화를걱정하는 아시아국가들의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는다. 대신그들의 안중에는 ‘우주의 진주만 기습’을 감행할 적,북한미사일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부시행정부가 갖고있는 북한 회의감의 뿌리가 예상보다 더 깊을 수 있다는 점을 우리에게 알려준다.우리의 대북정책과 한·미 공조도 이 ‘진주만 열풍’이 시사하는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 바탕 위에서 세워나가야한다. 이기동 국제팀장 yeek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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