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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우익과 이민 노동력

    집권을 하려면 우파가 돼라.신세기 벽두 유럽이 주는 메시지였다.1999년 오스트리아,덴마크,노르웨이,이탈리아,포르투갈,네덜란드에서 우파 정당들이 집권을 했고,2000년에는 아스나르가 이끄는 스페인 인민당이 재선에 성공했다.미국에서도 공화당의 부시 2세가 백악관에 진입했고,멕시코에서는 코카콜라 사장을 역임한 기업인 출신 폭스가 제도혁명당의 장기집권에 막을 내리고 권좌에 올랐다. 올해 프랑스 선거에서는 시라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이 의회에서도 다수파가 되었고,좌파는 형편없이 깨졌다.9월 선거를 앞둔 독일의 경우도 사민당 정부가 물러나고 기민당이 다시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토니 블레어가 이끄는 영국의 노동당 정부가 건재하지만,캐치 프레이즈로 내세운 ‘제3의 길'은 결국 대처주의와 하등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미테랑,블레어,클린턴,슈뢰더,달레마 등의 중도파 내지 중도좌익 정당들이 이끌던 구미선진국들의 정치가 왜 이렇게 급변했을까? 이상하게도 이들 우파 정당에서 이데올로기적 동질성을 찾아보긴 어렵다.어떤 정당들은 유럽주의를 지향하는 반면 다른 정당들은 국가주권을 강화하고자 한다.어떤 정당들은 전통적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적 보수주의를 지향하는 반면,다른 정당들은 비인습적 가족도 용인할 뿐 아니라 개인적 권리를 신성시한다.어떤 정당들은 민영화를 통해 국가가 경제 영역에서 퇴각할 것을 주장하지만,다른 정당들은 농민들에게 더 많은 보조금을 지불하고자 한다.그렇다면 무엇이 우익 정당들로 하여금 권좌에 다가서게 하는가? 그것은 다름아닌 이민 문제이다. 세계화와 더불어 이민 노동력의 이동도 활발하다.살기 힘든 동유럽,아프리카,중근동,카리브해의 사람들은 기회를 찾아서 북유럽 국가로 향하고 있다.아시아 국가의 노동력도 기회를 찾아 세계를 헤맨다.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의 포도밭 농사는 이미 이민 노동력이 장악한 지 오래다.OECD 국가들에 이민 노동력이 미친 영향력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만약 1950·60년대에 유럽 경제에 이민 노동력의 대규모 흡수가 없었더라면 심각한 인력난을 겪었을 것이라고 경제사가들은 말한다.이 시기의 지속적인 성장,낮은 인플레이션,완전 고용은 부분적으로 이민 노동력에 의해 뒷받침되었다고 킨들버거는 말한 바 있다. 노동시장의 구인난이 임금 상승의 압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았지만,계속 유입된 이민 노동력이 그 압력을 해소시켜 주었다는 설명이다.캘리포니아의 농업과 미국 제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미국이 선진국 가운데 대단히 저렴한 불법 이민 노동력에 무제한 접근이 가능한 유일한 나라라는 점이다. 노동력 이민의 이런 순기능에도 불구하고,경기가 침체되거나 실업이 증가할 때 이민 노동력에 대한 내국인들의 적개심은 순식간에 정치화된다.스킨 헤드가 등장하고,르펜 같은 극우파 정치인도 공화주의 전통이 강한 프랑스에서 쉽게 표를 얻게 된다.우파 정치인들은 국경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증가하는 범죄율이 불법 이민 노동력 때문에 생긴 것이라 역설한다.이민문제가 대통령 선거의 쟁점으로 돌출하지 않았던 미국에서도 9·11 테러 이후 국가 방위와 시민의 안전 문제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국가 부문의 퇴각을 주장해온 신자유주의자들이나 우익 세력은 지난 25년동안 좌익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다.시장의 승리를 자축하는 이 시점그들은 다시 슬그머니 다른 방식으로 국가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국가만이 국경의 안전과 공공질서를 수호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 모양이다.게다가 농업부문에 보조금을 주고,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보호무역 조치도 남발한다.자유주의는 쉽게 우익들이 재정의하는 국익에 밀린다. 바야흐로 이민의 시대이다.자랑스러운 우리 이민 공동체 이야기도 많다.그렇지만 우리 땅에 들어와서 우리 경제에 큰 보탬이 되고 있는 다른 나라 이민 노동력과 공동체에 대한 배려도 절실하다.정부도 시민사회도 모두 힘쓸 일이다. 이성형/ 세종연구원 초빙연구위원
  • 한국 대표지성의 사상과 삶 조명/김기호교수 ‘지식인 12명 이념분포’분석

    편가르기가 심한 우리 지식인 사회에서 어떤 사람을 진보 또는 보수로 규정짓는 것은 어쩌면 분열을 부추기는 위험한 일일 수도 있다.그러나 이념은 지식인에게 학자로서의 정체성을 받쳐준다는 점에서 그 이념 성향 분석은 우리 지식계의 이념적 현주소를 점검해 보는 의미를 지닌다. 연세대 김호기(사진·사회학) 교수가 한국 지식인들의 이념적 분포를 분석하는,매우 어려운 작업을 시도했다. 김 교수는 곧 출간될 책 ‘말,권력,지식인’(아르케)에서 한국의 대표적 지식인 12명의 이념적 성향을 진보와 중도,보수로 분류하고 이들의 사상과 삶을 조명했다. 한국 지식인의 이념적 분류는 지난해 ‘한국 현대사상의 흐름’이란 저서를 낸 일본 가나가와대학의 윤건차 교수에 이어 두번째.하지만 국내 학계와 멀리 떨어져 발언이 자유로운 윤 교수와 달리 국내 지식인들과 직간접적 관계를 맺고 있는 김 교수로서는 매우 조심스러운 시도를 한 셈이다.그는 “한국사회에서 이념적 분류의 위험성은 인정한다.”면서 “그러나 우리 지식계의이념적 현주소를 객관적으로 조망해 보자는 취지로 접근했다.”고 말했다.“사회학자로서 우리 지식사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못했다는 부끄러움도 작용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우선 한국의 진보주의를 대표하는 지식인으로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에 인간주의 철학을 접목,진보주의에 생명을 불어넣으려는 신영복(성공회대경제학),진보와 민족주의를 접목한 강만길(상지대 총장·한국사),정통 마르크스주의 국가론과 다양한 신좌파 마르크스주의 국가론을 종합한 손호철(서강대 정치학),진보적 시민운동론을 체계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조희연(성공회대 사회학) 교수를 들었다. 중도주의는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점을 감안,자유주의 및 민주적 조합주의,케인스주의,신사회민주주의 등을 우리사회 중도주의를 대표하는 이념으로 보고 이런 이념에 가깝게 지적 활동을 벌여온 네명을 선정했다. 중산층에 의한 민주주의 개혁을 통해 좌·우파를 넘어서려는 한국식 ‘제3의 길’을 모색한 한상진(서울대 사회학),자유주의 전통에 이성주의를 결합시킨 ‘이성적 자유주의자’김우창(고려대 영문학),시장과 경제에 대한 정부 역할을 강조한 ‘미시적 케인스주의자’ 정운찬(서울대 총장·경제학),‘민주적 시장경제론’을 제창한 최장집(고려대 정치학) 교수를 꼽았다. 보수주의는 한국 지식사회의 주류 이념성향인데도 실제로 보수주의자임을 자처하는 이는 예상 외로 많지 않은 게 현실.이런 가운데 김호기 교수는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에서 무게중심을 강조하는 송복(연세대 사회학),평등보다는 자유쪽에 확실하게 무게중심을 두는 ‘개방적 보수주의자’이상우(서강대 정치학),자본주의와 민주주의에 유교사상을 접목한 ‘철학적 보수주의자’함재봉(연세대 정치학),현실적 개혁을 모색하는 방법론으로서의 보수를 주장하는 통일문제전문가 이동복(명지대) 교수를 보수주의 학자로 분류했다. 김 교수는 이념적 분류와 함께 우리사회의 진보와 중도,보수주의가 안고 있는 딜레마와 과제를 지적했다. 먼저 진보주의의 경우 상당한 이론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에 필요한 시민들의 실질적 지지를 이끌어내는 정치적 대안을제시하지 못한 점을 비판했다.또 정보화·세계화 등 세계사적 변화에 얼마나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느냐에 한국 진보주의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중도주의자들에겐 아직 진보와 보수의 전략을 평면적으로 절충하는 약점을 벗어나지 못한 점을 지적하고,자본 만능의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21세기에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 묻는다. 보수주의에 대해서는 우리사회에서 보수주의가 과연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만만치 않게 제기되는 점을 상기시킨다.요컨대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는 함재봉 교수조차도 ‘보수세력 내지 보수정당은 존재해도 진정한 보수주의 철학은 부재하는 것이 한국 보수주의의 현주소’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김 교수는 한국의 보수주의는 무엇보다 정치철학으로서의 보수주의 이념을 적극 받아들이고,전통과 질서를 존중하면서 점진적 개혁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
  • 책꽂이/ 바른 보도,그른 보도 방송은 국민의 것이다 등

    ◇바른 보도,그른 보도 방송은 국민의 것이다(우석호 지음) 방송저널리즘의나아갈 길을 ‘국가중심적’시각에서 접근한 현장지침서.30년동안 보도현장에서 일한 저자는 한국언론이 하루빨리 신자유주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민서출판.1만원. ◇한국의 고전(한영달 지음) 삼한시대부터 구한말까지 현존하는 고화폐 4658종의 탁본과 사진을 다룬 전문서.한국의 옛날돈이 중국돈을 모방했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우리 고화폐문화의 정체성을 밝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선.5만원. ◇세계 어디에도 내 집이 있다(조연현 엮음) 잠시 번다한 욕망을 접고 마음을 비워보고 싶은 이에게 맞춤한 기행서.환경운동가 등 9명이 8개국,13개 공동체 마을을 돌며 보고 느낀 이야기를 한데 엮었다.한겨레신문사.9500원. ◇요리의 과학(피터 바햄 지음,이충호 옮김) 요리는 일종의 실험과학임을 밝힌 연구서.단순한 경험법칙에 의한 요리는 맛과 향을 내는 데 한계가 있음을 실험을 통해 보여준다.한승.1만 3000원. ◇의료사고 해결법(최재천 지음) 의료사고의 예방법과해결책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일상.1만 3000원. ◇물은 답을 알고 있다(에모토 마사루 지음,양억관 옮김) 물의 신비로운 물리적 실체를 규명한 연구서.물을 얼려 찍은 다양한 결정사진이 물에도 ‘의식’이 있음을 보여준다.나무심는사람.8000원.
  • 광복절 특집/ 기고/“일제때 고위관리 존경받는 시대”

    한국의 근대적 법제도는 우리가 자주적 근대국가 발전을 이룩하지 못하고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일제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1894년 청일 전쟁에서 일제가 주도권을 장악할 당시부터 그들이 침략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근대적 개혁을 하자는 것이었다.그 이후 1905년 한국이 일제의 강압적 지배에 들어갔을 때부터 일제 법령제도를 모방하고 1910년 이후부터는 일본 식민지제로 일본의 주변부로 전락했다. 1945년 일제가 패망하고 미국과 소련 양국이 군정을 시행했을 당시,남쪽은 미 군정이 일제법령을 시행하고 1948년 정부수립시에도 제헌헌법 100조에 의해 미 군정 법령과 함께 일제법령의 효력을 지속시켰다.그 이유는 사·소유권제도 유지와 기존질서의 안정을 꾀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법조계의 일제 잔재 문제가 청산되지 못한 채 민주주의에 반하는 권위주의와 관료주의,파시즘과 군국주의의 잔재도 온갖 악의 씨로 싹을 키웠다. 이 악의 씨를 싹틔워 충직하게 가꾼 뒤 이 나라의 실세로 군림한 것은 친일 관료이고 그 중에는 사법관료가 있다.일제지배 하에서 법원이나 검찰청의 서기와 통역생으로 있던 무리가 하루 아침에 판사와 검사가 되었다.고등경찰의 보조원과 밀정 및 헌병 보조원이 서장,장관,대장이 된 것이나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일제하의 관료주의 법학이 우리 법조 양성의 자양분이 되어 독을 뿜어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일제의 사법관료 제도를 운영하면서 생긴 고문과 가혹 행위의 악습,피의자나 참고인에 대한 범죄인 취급,사법 과정에서 관료성과 비밀폐쇄주의,재판을 나랏님이란 절대자의 대변으로 여기는 반민주적 재판의식이 그대로 답습되었다. 법률 운영이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식한 것이기보다는 권력의 권위를 세우는 것이 되었다. 관리가 서민을 앞에 두고 “법대로 하겠다.”는 말은 혼내준다는 협박이 되었다. 그러한 법이란 국민의 법이 아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문제되어온 전관예우의 폐풍이 무엇인가? 관료 특권의 별명이고 그 찌꺼기가 아닌가? 더욱이 이승만 정권의 엘리트는 제국대학 출신과 고등문관시험 합격자들로 구성되었다. 그리고그들이 다녔던 제국대학 풍토는 1920년대의 치안유지법과 대륙침략에서 1941년 세계전쟁으로 이어지는 파시즘이 극성하던 시대의 산물이다. 그러한 정치적·사회적 상황속에 자유주의는 이미 대학에서 압살된 분위기였다.1945년 이후 한국사회를 지배하게 된 30대 이후의 세대가 잔뼈가 굵은 사회적 배경이 바로 그러했다. 그래서 해방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우리의 법조계에는 일제잔재의 각종 추악한 모습을 본다.일류라는 착각의 교만성과 반민주적 특권의식,법적정의에 무감각한 출세지향의 속물근성,법의 운영을 관료의 입장에서 하는 것 등 많다. 그 중에도 인적 잔재문제는 친일파와 그 아류의 맥이 이어져 오고 있다.한가지 예를 들어 J씨는 김구(金九) 선생 암살사건 당시에 헌병총사령부 부사령관으로 안두희를 비호하였다.그는 일제 조선총독부 고위관리로서 제국대학 출신의 인텔리다. 그는 그 후 법조계와 법학계에서 각종 명예로운 고위직을 역임했으며 영화를 누렸다.지금도 미국으로 왔다 갔다 하는데,아직도 천수를 누리고 있다.한국의 많은법학도는 그를 존경하고 그처럼 되길 동경하는 눈치다. 법적 정의가 없고 출세만능과 강자의 지배라는 정글의 세계이니 그들을 나무랄 자격이 있는 사람이 누굴까.기막힌 세상이다.법조계 일제잔재의 인적요소인 친일파 부류,그들이 바로 역대 독재자의 법기술자의 원조가 아닌가? 한상범 동국대 명예교수 의문사진상규명 위원장
  • 화제의 해외신간/ 후쿠야마 ‘인간이후의 미래’

    생명공학 연구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이종(異種)결합 생명체의 탄생 소식과 복제 인간의 탄생이 멀지 않았다는 보도에 생명윤리의 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지만 관련 법령조차 정비되지 않은 것이 우리 현실.역사의 종언을 외쳤던 미국의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올들어 생명윤리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책을 펴내 거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논쟁은 영미권을 넘어 각국에 널리 소개돼 깊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후쿠야마의 최신 저작의 내용과 논란을 소개한다. 10년전 “역사는 끝났다.”고 외쳤던 한 선지자가 이번에는 “과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외치고 있다.선지자의 이름은 프랜시스 후쿠야마.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에서 국제정치경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가 새로 들고 온 복음서의 제목은 ‘인간 이후의 미래: 생명공학 기술의 결과’(사진)이다.10년 전에 들고 온 ‘역사의 종언과 최후의 인간’에서 그는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사도였으나,이번에는 강력한 규제주의자로 변신을 했다.고삐가 풀린 생명공학기술 연구에 강력한 재갈을 물려야한다고 주장한다.그가 이렇게 변한 이유는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사라져갈 운명의 ‘인간성'과 인간 사회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한다.그의 우려는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는 이제 곧 인간 이후의 미래로 진입할 것이다.이 미래에서는 시간의 진행과 더불어 기술이 인간본성을 점차적으로 변형시킬 능력을 제공해 줄 것이다.많은 이들은 이 힘을 인간의 자유란 깃발 아래 받아들인다.그들은 부모가 자녀의 종류를 선택할 자유,과학자들이 연구할 자유,기업인들이 기술을 이용하여 부를 창출할 자유를 극대화하길 바란다.… 그러나 인간 이후의 세계는 지금보다 훨씬 위계적이고 경쟁적으로 될 것이며,그 결과 사회갈등으로 충만할 것이다.‘공유된 인류' 개념이 사라질 수도 있다.… 평균적 인간이 100년 이상 살면서 다가갈 수 없는 죽음을 기다리며 집에서 간호받고 있을 지 모른다.그것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그리고 있는 부드러운 전제 정치의 일종으로,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하되,희망,공포 또는 투쟁의 의미를 잊어버린 그런 삶일 수도 있을 것이다.” 후쿠야마는 이렇게 묻는다.과연 “역사를 끝낸”자유민주주의 체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유전공학기술의 발전과 양립이 가능할까? 그의 답은 부정적이다.그는 만약 유전공학기술이 상업화되면 부잣집 아이들의 지식과 권력 독점은 반영구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따라서 유전자-부자(gene-rich)와 유전자-가난뱅이(gene-poor) 질서가 고착화될 것이고,사회는 반자유주의 체제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한다.그러니 구미의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생명공학을 통제하지 않으면 안된다.그것은 또 변형될 위험에 놓인 인간본성을 구제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후쿠야마의 책은 여러모로 시의적절하다.이미 포유동물의 체세포 복제가 우리나라에서도 성공했고,이 분야에 세계 각국의 민간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는 마당이다.또 인간의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난치병을 치료하려는 연구가세계 도처에서 활발한 가운데,배아를 생명체로 인정해야 하느냐는 문제를 둘러싸고 종교계와 과학자 공동체가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현실이다.과학자들은불치병 치유와 식량난 극복을 내세우며 자유로운 연구를 주장하지만,생명의 개념을 뒤흔들고 신의 영역을 넘보려는 인간의 탐욕이라고 평가하는종교계는 완강하게 반발한다.이런 와중에 부시 미국 대통령 직속의 ‘생명윤리위원회'의 18인 위원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진 그가 논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인간본성의 파괴는 이미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첫번째 예가 프로작(Prozac)이나 리탈린(Ritalin) 같은 향정신성 의약품이다. 두번째 예는 유전공학의 발전으로 야기되는 인간본성의 파괴이다.만약 아버지가 유전공학 회사에다 고액을 지불하고 아들의 배아에 있는 DNA를 변형하여 우생학적 요소들을 집어 넣어준다면,부의 세습은 유전자 정보 조작으로 간단하게 이루어진다.그 아이는 노력과 경쟁을 통해 부와 지위를 쟁취할 필요없이 이미 특권계급으로 태어난다.마치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알파 계급처럼.반면 빈자는 유전자적으로도 열성이 된다.그렇다면 사회체제는 완전히 비자유주의적 계급사회로 변할것이다.지배계급은 우성적인 유전자를 이용하여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피지배계급에 대한 통제력을 영속화할 것이다.이런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다. 세번째 예는 인간수명의 연장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이다.인간의 평균 수명이 120세를 넘어설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있지만,4∼5세대가 함께 산다면 당연히 진보와 변화의 자극제가 될 세대교체는 어려워질 것이다.프랑코,김일성,카스트로 같은 독재자들은 생명을 연장하여 전체주의 체제를 유지할 것이고,이런 사회에서 정치적·사회적 변화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후쿠야마에 의하면,위의 결과가 가시화된다면 인간성이 유지될 수 없고 인간종도 사라진다.그것은 이미 ‘인간 이후의 사회'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인간성은 ‘X 요소'(factor X)라는 최소한 수준의 존경을 받을 만한 인간의 속성을 전제한다.이성,언어,윤리,감정의 복합체로서 인간이기에 정치,예술,종교 생활이 가능하고 문화를 생산할 수 있다.죽음,고통,병마에 저항하여 싸우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하지만유전공학의 발달로 우울증에 이르는 유전자를 제거하게 된다면 슈베르트나 모차르트를 가능케 했던 예술적 재능을 제거해 버린 것이 된다.유전공학기술이 정부의 강력한 통제 아래 놓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한다.후쿠야마는 ‘X 요소'의 보존이야말로 인간 사회의 보존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현재 유럽이나 미국에서 좌파는 생명공학에 대해 정부가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입장이다.특히 유전자변형식품이 논란을 빚으면서 좌파는 대체로 생명공학의 자유로운 발전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다.종교계의 반대도 거세다.그렇지만 각국 정부는 생명공학이 국가경쟁력에 미칠 영향력을 생각해선지,육성과 제재의 압력 사이에서 주춤거리고 있다.관련 연구자들은 ‘연구의 자유'를 내세우며,관련 기업들은 생명산업 전영역에서 누리게 될 엄청난수익을 염두에 두고 규제에 반대한다. 후쿠야마는 미 공화당내 존재하는 상반된 입장인,자유시장 지상주의자들의 입장에 반대하고,오히려 종교적 보수주의자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그는 아이를 생산할 목적으로 하는 모든 복제에 반대할 뿐 아니라,난치병 치료를 위해 배아줄기 세포를 이용하는 것도 반대한다.과학자들의 자유로운 연구는 인간성의 보존을 위해 이제 통제돼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우선 미국 내부에서 연구자와 시장에 적용될 강제규범을 작성하여 통제해야 하고,아울러 이를 실행에 옮길 강력한 규제기구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식품의약국(FDA)으로는 복제와 같은 전혀 새로운 분야의 과업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나아가 이러한 규제 체제를 국제적 차원에서 효율화하기 위해 국제기구를 조직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하지만 이런 논리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후쿠야마는 이미 이 문제를 둘러싸고 과학자인 그레고리 스톡과 여러 차례 논쟁을 벌였다(http://reason.com/debate/).스톡은 “타인에게 해악을 끼치지 않는 혜택의 영역 전부를 금지하는 것은 전제주의”라고 비판하고,“인간 재생산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열정적인 광신자들이 편을 나눠 주도하는 정치과정에 넘긴다는 것은 재난을 초래할 것”이라고 후쿠야마식의 규제정책을 비판한다.입법자들은 자신들이잘 알지도 못하는 영역에 미시적으로 개입하여 연구의 자유를 공격하고 난치병 환자들의 어려움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후쿠야마는 나아가 생명공학기술이 향후 국제정치에서도 중대한 갈등요소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동질적인 종교적 문화적 전통이 있는 유럽과 미국은 생명공학기술 규제에 함께 발맞추어 협조를 할 수 있지만,문제는 통제 밖에 있는 아시아에서 발생하리라 본다.그에 의하면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서구적 의미의 종교(‘초월적 신에 기인하는 계시적 믿음의 체계’)에 비교되는 것이 없다. 불교,도교,신도(神道)는 기독교와 달리,인간과 나머지 창조물을 구분하는 뚜렷한 윤리적 기준이 결핍되어 있다.그렇기 때문에 생명공학기술에 대한 규제가 약할 수밖에 없다.게다가 “싱가포르와 한국 같은 국가들은 생명의약 분야에 경쟁력있는 연구 인프라가 있고,구미를 제치고 생명공학에 시장 지분을 늘리려 하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지니고 있기에” 주의깊게 관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미래에 발전할 생명공학기술이 낳을 사회적,정치적 병리현상을 설파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예측서 같은 냄새가 난다.하지만 이미 논란이 시작된 생명공학의 윤리문제를 정면에서 제기했다는 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아울러 생명공학을 둘러싸고 있는 제분야를 종횡무진 다루면서 철학,정치학,사회학,국제정치 등의 핵심주제를 건드리는 재기발랄함도 눈에 띈다. 이성형/ 세종연구소 초빙연구위원 대한매일 명예논설위원
  • 책꽂이/ 역사는 이상의 현실화 과정이다 등

    ◇역사는 이상의 현실화 과정이다(강만길 지음)= 원로 사학자인 강만길 상지대 총장이 반세기 동안의 역사연구를 기반으로 ‘역사란 무엇인가’에 해답을 제시한 사론집.일제침략에서부터 6.15 남북공동선언에 이르기까지 한국현대사의 질곡을 진보사학의 시각으로 조명했다.창작과 비평사.9500원. ◇다석(多夕)류영모 어록(박영호 엮음) =종교다원주의를 설파한 사상가 다석 류영모(1890∼1981)가 생전에 YMCA 연경반에서 강의한 내용을 제자들이 간추려 엮은 책.다석사상 연구의 길라잡이가 될 만하다.두레.2만원. ◇아름다운 바다(앤드루 바이어트 등 지음,김웅서·정인희 옮김) =46억년 지구역사에서 생명의 요람이 돼온 바다의 모든 것을 다각적이고 입체적으로 탐구했다.영국 BBC방송이 제작해 화제를 모은 다큐멘터리를 ‘물의 행성’‘바닷가의 생물’‘열대 바다’‘온대 바다’등 7가지 주제로 나눠 글로 실었다.사이언스북스.4만원. ◇앙코르 기행(심인보 글·사진)= 캄보디아의 대표적 유물인 앙코르 와트를 비롯,앙코르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체험한현지 문물과 문화를 기행문으로 엮었다.천연색 사진이 앙코르를 직접 방문한 듯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새로운사람들.1만8000원. ◇퓨처 리더십(워렌 베니스 등 지음,최종옥 옮김)=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 21명이 미래형 지도자가 갖춰야 할 자질과 덕목을 제시한 책.저마다의 분야에서 오래도록 정상을 지킬 수 있는 노하우 등 실용적인 조언이 눈길을 끈다.생각의 나무.1만8000원. ◇성윤리(류지한 지음) =신세대의 자유주의적 성관념과 기성세대의 전통적 성관념이 서로 소통하는 접점을 모색했다.책임과 인격을 존중하는 것을 진정한 성윤리라고 보고,성적 소수자의 권리를 강력히 주장한다.울력.8000원.
  • 권영길 민노당대표 오늘 대선출마 선언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대표는 7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7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권 대표는 회견에서 “민주진영의 후보단일화를 통해 노동자와 서민에게 희망을 주는 대통령후보가 될 것”이라며 ‘민족 자주권 사수’와 ‘신자유주의 반대’ 등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홍원상기자 wshong@
  • 대구대 최병두교수‘근대적 공간의 한계’출간

    20세기 들어 급속히 진행된 근대화 과정에서 노출된 문제점을 꼽으라면 아마 극심한 빈부 격차,인간 감성의 극단적인 메마름,생태 환경의 황폐화,전통적인 공동체 공간 해체 등을 들 수 있지 않을까. 근대화가 준 이러한 한계들은 그동안 대부분 사회소통론,또는 생태적 시각에서 비판되고 연구돼 왔다.그러나 1990년대 이후 ‘공간의 문제’로 접근하는 학자들이 늘고 있다. 대구대 사회교육학부 최병두 교수가 최근 펴낸 책 ‘근대적 공간의 한계’(삼인)는 사회와 공간의 관계에 바탕을 둔 연구를 통해 근대화가 가져온 제반문제점을 분석하고,대안 마련에 토대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공간은 물리적 거리로 측정되는 기하학적 공간과 달리 사회적 사물과 사건들로 가득찬 사회적 공간이다.따라서 사회적 공간은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현상과 분리해 이해될 수 없다.즉 사회적 공간의 형태는 사회적 과정의 투영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과정의 재구조화에 영향을 미친다.이러한 점에서 저자는 사회적 공간을 ‘상호 내포적 또는 변증법적’성격을지니고 있다고 풀이한다. 그렇다면 근대화는 인간의 사회적 공간에 어떤 영향을 주었길래 각종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가.그것은 ‘공간의 축소’이다. 근대화에 따라 자본주의 시장은 세계적으로 확대되고,세계 모든 지역이 자본 축적의 논리에 의해 지배받게 되었다.이는 곧 근대화 이전에 생산과 소비가 일정한 범위내에서 이루어지던 공동체적 공간이 해체되고,전세계가 자본주의의 기능적 공간으로 전환하게 된 것을 의미한다. 반면,이러한 기능적 공간의 세계화에 노출된 인간은 자신의 생존 공간을 축소시키게 되었다.대면적 관계를 바탕으로 한 전통적인 공동체 공간이 해체되면서 현대사회의 개인들은 점차 공공적 공간을 상실하고,결국 가족간 사적관계로 구성되는 가정의 공간을 자신의 은신처로 삼게 된 것이다. 최근엔 가족 공간조차 해체되면서 인간은 마지막 보루인 신체 공간으로 더욱 축소됐으며,급기야 현실의 사회적 공간 개념이 완전히 사라진 사이버 공간에서 해방감을 추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인의 삶의 조건은 완전히 황폐화했다.결국 근대적 공간이 한계에 달한 것이다.그렇다면 극도로 발달했지만 동시에 완전히 파괴적인 근대적 공간에서 우리는 어떤 대안을 찾을 수 있을까. 미래에 대한 희망과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힘이 소진되는 상황에서 현대인이 계획적으로 개입할 여지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시장 메커니즘을 신봉하는 신자유주의자들도 ‘대안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저자는 미국 좌파 지리학계의 거두인 데이비드 하비가 ‘희망의 공간’에서 주장하는 ‘유토피아적 공간’처럼 이땅에 새로운 삶의 공동체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노동 분업의 완화,인종간 불평등 해소,생태적 생활환경 조성,노동 과정에 대한 노동자의 통제력 향상 등 많은 학자들이 이미 언급했지만 여전히 실현되지 않은 것들이다. 저자는 결국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복원을 통해 ‘세계화를 극복할 수 없다는 허무함’을 극복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임창용기자 sdragon@
  • 극우파 정치폭력 유럽 암운

    유럽에 부는 극우 바람이 심상치 않다.정치 지도자 암살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여겨졌던 현대 유럽 정치사에서 네덜란드의 극우파 정치인 핌 포르투완의 암살에 이어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암살 기도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국수주의의 확산과 함께 정치폭력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마저 일고 있다. 유럽이 잇단 정치폭력과 극우파들의 급부상으로 긴장한 가운데 게르하르트슈뢰더 독일 총리는 오는 9월 총선에서 미국식 신자유주의 및 극우파와의 투쟁을 선거쟁점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잇단 암살 시도에 놀란 유럽- 지난 5월 포르투완 암살사건 때만 해도 ‘설마’했던 유럽인들은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에 대한 암살 기도 사건이 터지자 피의 보복을 부르는 정치폭력의 시작을 예고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신나치단체 소속인 막심 브뤼네리(25)는 14일 파리 중심가 샹젤리제에서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을 맞아 무개차를 타고 군대를 사열하던 시라크 대통령을 향해 소총을 발사했다.다행히 구경나온 사람들의 저지로 암살기도는 무산됐고 용의자는 현장에서 체포됐다.프랑스 국가원수에 대한 암살 기도는 1962년 한 극우단체(OAS)가 샤를르 드골 전 대통령을 암살하려 한 이후 40년만의 일이다. 프랑스 경찰은 브뤼네리가 “대통령을 죽이고 자살하려 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그는 스킨헤드족과 관련된 신나치 학생운동조직인 GUD의 일원으로 전과기록과 함께 정신병력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라크 대통령에 대한 암살 기도 사건 직후 이탈리아와 영국 등 유럽 각국정상들은 우려를 표시했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 대해서는 조직적인 암살 기도보다는 브뤼네리의 우발적 단독범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우세하다.하지만 프랑스 관리들은 ‘암살 미수사건’으로 몰아붙이고 있다.프랑스 한 고위관리는 “단순 사고가 아니며 국민전선(NF)보다 더 극우 성향인 인물이 대통령의 목숨을 노리고 저지른 공격”이라고 주장했다.대선을 계기로 거세게 일고 있는 극우바람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독일,반신자유주의·반극우파 선거쟁점화- 슈뢰더 독일 총리는 14일 일간데어 타게스슈피겔과의 회견에서 “유럽은 현대적 경제정책과 거리가 먼 신자유주의에 대항해야 한다.”면서 시민사회와 공동체의 필요에 부응하는 유럽의 사회적 특성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또 유럽 주요 국가들에서 극우파가 부상함으로써 유럽의 기본 이념이 파괴될 수 있는 위험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EU가 논의해야 한다며 독일은 신자유주의와 극우파에 대항하는 보루가 될 것을 강조했다. 그는 이 두 문제가 오는 9월 총선의 쟁점이 될 것이며 이를 통해서만 사민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균미기자 kmkim@
  • 이용득 금융산업노조위원장 인터뷰 “”양노총 통합 힘 결집 노동계도 개혁할 때””

    산별노조로는 처음으로 금융산업노조가 주5일 근무제에 합의,6일부터 은행권이 첫 토요휴무제에 들어간다. 금융권 총파업의 배수진을 치고 주 5일근무제 협상 타결을 주도했던 이용득(李龍得·49) 금융산업노조위원장을 만나 토요휴무제를 비롯,한국 노동운동전반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이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한국 노동운동의 ‘병폐’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던지면서 “노동조합이 변해야 노동운동이 살아난다.”며 노동계의 전면적 개혁을 주장했다.특히 한국노총·민주노총의 분열이 불필요한 선명성 경쟁으로 확대되고,궁극적으로 국민과 유리된 노동운동으로 귀결되는 악순환이 거듭됐다고 진단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73년 상업은행에 들어가 86년 상업은행노조 위원장,98년 금융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됐다.지난 2000년 두번의 총파업을 주도,1년간 옥고도 치렀다.정연한 논리와 투쟁력을 겸비한 그는 차기 한국노총 위원장으로거론되고 있다.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금융노조가 주5일 근무제를 쟁취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금융산업의토요휴무제는 사업 전반에 파장이 크기 때문에 재계에서의 반대가 심했다.법제화 없이 노사합의로 추진된 만큼 은행장들과 재계를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금융권 토요일 휴무제는 해방 이후 처음이다.그만큼 혼란도 예상되는데.시행착오는 분명히 있을 것이지만 우려할 만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우리는 2년간 준비했다.노사간 특위를 구성,준비를 마쳤고 은행측도 전산부문에 만반의 대비책을 갖추고 있다.노사 합의에 의해 거점 점포 등도 지역별로 연다.시장,공항 환전소 등 전략점포는 앞으로 일요일에도 계속 영업을 하며 무인 점포도 준비돼 있다. 노사정위원회는 현재 2년이 넘도록 주 5일근무제 협상을 타결짓지 못하고있는데. 노사정위의 협상은 너무 세부적인 사항까지 취급해 업종간 이해관계가 충돌되고 있다.큰 틀에서 협상을 진행하고 세부사항은 단위노조의 단체협약으로 넘겨야 한다. 지금의 노동운동 방식에 대한 국민적 비난도 적지 않다.노동 운동가로서 생각하고 있는 개혁 방향은. 그동안 노동조합이 사회 개혁의 ‘주체’로서 많은 부분에서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하지만 요구 당사자인 노동조합이 개혁을 요구할 정도로 변화했는지 자성해야 한다.노동조합은 바로 지금이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으로 분열된 한국 노동계가 통합돼야 한다는 점이다.똑같은 업종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산하에 각각 단위조합으로 소속돼 있다.노동조합의 상대인 자본과 권력 앞에서의 분열은 퇴보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노동운동의 변화는. 분열된 노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조직간의 ‘선명성 경쟁’이다.분열된 양 노총은 자연스레 세력확산 경쟁이 불가피하고 불필요한 선명성 경쟁으로 악화되는 악순환을 걸어왔다. 이런 맥락에서 노동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제3노총 운동에 대해선 단호하게 반대한다.지금도 두 개의 노총으로 분열된 상태에서 새로운 분열로 가는 것은 퇴보를 의미한다. 현재 노동조합 방식의 구조적 문제점은. 기업별 노조가 가장 큰 문제점이다.우리 노동계는 ‘자사이기주의’,‘집단이기주의’가 무척 강하다.이 때문에 상급단체가 통제력을 발휘하기 어렵다.자사이기주의로 인해 현안이 떠오르면 앞뒤 안 가리고 투쟁하고,상급단체는 통제도 못하고 쫓아가는 상황이다.노동운동이 거꾸로 가는 것이다. 유럽의 노동조합은 대부분 산별노조다.산별에서 통합적인 투쟁 계획을 수립하고 신중하게 판단한다.사업장 이기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국민여론을 의식하면서 성공의 실패 여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국민과 호흡하는 노동운동이 가능한가. 우리가 사업장 내 이익투쟁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대중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이 정착돼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연대 강화 사업,사회복지 사업이 필요하다.우리나라 전체 노동계의 조합 활동가가 3만여명이고 전체 조합비 예산은 500억원에 이른다.양대 노총이 통합되면 힘이 결집돼 굵직한 사업을 할 수 있다. 구체적인 사회연대 사업은. 우선 금융노조부터 사회사업의 일환으로 16만 결식아동을 도울 것이다.금융노조는 지난 2월 사회복지 상설위원회를 만들었다.연말까지 5억원의 기금으로 사회복지 재단을 설립,전 금융노동자가 참여하는 사회복지 사업을 펼칠 것이다.대중과 호흡하는 사업을 시작하지 않으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다. 현정권의 노동정책을 평가한다면. IMF 외환위기 이후 너무나 많은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었고 경제 어려움에 대한 고통분담이 아니라 ‘고통전담’을 해왔다.노동자에게 고통을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신자유주의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이다.노동계의 실망과 반발,불만은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대담·정리=오일만기자 oilman@
  • 저자와 함께/’한국인 월드컵 열기’ 좋기만 한 것인가/특별대담

    ‘Be the Reds’를 새긴 붉은 티셔츠를 입고 ‘대∼한민국’을 연호하는,많을 때는 700만명이나 되던 거리응원단.그 ‘붉은 물결’을 거리에서 혹은 TV로 지켜보는 4800만 한국인은 물론 재외교포들도 눈물을 흘리며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외국 언론을 비롯해 길거리 응원에 동참한 외국인들도 한결같이 한국인들의 단합한힘에 찬사를 보냈다.그러나 그것만이 진실의 전부일까.오슬로 국립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박노자(朴露子·29)교수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귀화한 한국인이다.이토 준코(伊東順子·41)씨는 한국에서 12년째 살면서 일본을 오가며 저널리스트로 일한다.박 교수는 ‘당신들의 대한민국’에 이어 최근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이상 한겨레신문사)를,이토씨는 지난달 ‘한국인은 좋아도 한국민족은 싫다’(개마고원)를 각각 펴내면서 한국인에게 우정어린 충고를 마다하지 않은 이들.한국을 누구보다도 사랑한다는 이들은,여느 외국인과 달리 ‘월드컵 현상’을 대체로 냉혹하게 비판했다.이들의 주장에 대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부분도 적지않겠지만 우리에게 입에 쓴 보약이 될 수 있기에 그들의 주장을 가감 없이 싣는다. ■피부색 구분 말고 ‘우리 모두' 포용하는 사회로… 박 교수와 이토씨를 만난 26일은 한국팀이 결승 진출 문턱에서 안타깝게 좌절한 그 다음날이었다.대학로는 일상으로 돌아와 있었다.그들은 지난밤 ‘붉은악마’의 열기를 온몸으로 겪었다.‘한국 민족주의 사학의 비판’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 참석차 노르웨이에서 일시 귀국한 박 교수는 25일 밤 대학로에 위치한 ‘수유연구소’에서,붉은악마들의 ‘대∼한민국’함성 속에 어렵게 강연을 해야만 했다.이토씨는 한국팀 기적의 ‘끝’을 지켜본 뒤 일본 잡지에 칼럼을 써야 했기에 초초한 마음으로 ‘한국·독일전’을 TV로 지켜봤다고 했다. ◇박노자= 저는 본래 조용한 사람인데 응원단의 함성으로 머리가 두조각으로 갈라지는 것 같았어요.응원도 좋지만 ‘남의 공간’까지 침해해도 되는 건지…. ◇이토= 한국 언론에서 ‘4800만이 하나가 되어서’라면서 일체감을 거듭 강조하기에 일본은 언제 이런 일체감을 느꼈을까를 따져 봤어요.1964년 도쿄올림픽 때도 아니었고.제 어머니께서 1904년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이겼을 때와 비슷한 풍경일 거라고 했어요.메이지유신(1867년)후 30여년 만에 ‘서양에 이겼다.’면서 온 일본국민이 붉은 연등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와 열광했다고 해요. ◇박노자= 동양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오늘의 한국에서 그때를 떠올릴 겁니다.당시 후쿠자와 유기치(福澤諭吉)는 신문에 “이제 서양국가를 패준 일본이 ‘탈아입구(脫亞入歐=아시아를 벗어나 유럽국가처럼 됨)’가 됐다.”고 환호했죠.1853년 미국함대에 굴욕을 당해 개방을 한 일본이 러일전쟁 승리에 환호한 것이나,이번에 한국인들이 보여준 뜨거운 열기의 이면에는 ‘서양(팀)을 이겨야 한다.’는 민족주의적인 콤플렉스가 작용했다고 봅니다.그후 일본 메이지 정권이 국민의 열광(애국심)을 통제하고 휘몰아서 군국주의로 치달은 것은 한번쯤 되짚어 볼 일입니다. ◇이토= 한편으로는 한국인들이 얼마나 좋아할 일이 없었으면 축구경기에 그렇게 열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대구에서 한·미전을 할 때 저도 붉은 티셔츠를 입고 함께 응원했지만,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응원을 하면서 왜 이렇게 좋아할까,의문이었어요.그렇다면 그 흐름에서 떨어져 있고 싶은 개인은 어떻게 해야할까,과연 이 사회가 수용해 줄까 하는 생각도 들었죠. ◇박노자= 냉정하게 말해서 한국이 4강에 진출했다고 해서 민족적 콤플렉스가 해결될까요? 한국 민족주의의 기원은 ‘독립신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신문에서는 “대한제국이 다른 나라와 동등하게 되려면…”이라고 계속 언급하지요.한국의 민족주의는 어찌 보면 다른 나라를 억압하거나 이기는 것이 아니라,동등해지는 것을 바라는 것입니다.그러나 현시대 세계적인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억압하거나 억압받거나 할 뿐이지 동등해진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한국이 제3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고,또 유럽이나 미국의 자본주의처럼 제3세계를 억압하는 다국적 자본이 될 수는 있지만 동등해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토= 일본은 ‘입구'(入歐·서양화)한 건가요? ◇박노자= 일본은 부분적으로 ‘입구'했습니다.제3세계에서 노동력을 착취해 부를 쌓는,또 전형적인 20대80의 신자유주의적인 국가가 됐죠.중국은 노동자들을 통해 국가는 엄청난 부를 쌓지만 일본인의 실업률은 꾸준히 높아지는 것이 그걸 말합니다.일본 국가(자본)의 성공이 반드시 일본 국민 전체의 성공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거죠. ◇이토= 맞아요.30년전과 비교하면 일본의 국민소득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국민이 옛날보다 더 행복하지는 않아요.한국은 일본을 따라잡고 싶어하지만 그 따라잡아야 하는 요소가 경제성장은 아닌 것 같아요.‘일본을 닮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박노자= 일본 식민지 시대를 겪은 한국인들에게는 ‘우리’를 억압한 일본을 닮지 않으면 일본에 잡아먹힐 것이라는 압박감이 있습니다.따라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닮도록 돼 있습니다.그러나 일본의 민족주의가 기형적이었던 만큼 그걸 보고 배운 한국의 민족주의도 기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토= ‘4800만이 하나가 돼서 기쁘다.’는 말을 들으면 한국인들이 지금껏 하나가 되지 못해서 불행하다고느꼈구나 하는 마음이 듭니다.그러나 과연 ‘하나’가 됐을까요? ◇박노자= 축구를 통해 형성된 ‘축제의 시공간’과 ‘일상의 시공간’이 다른 것이 문제입니다.월드컵 응원을 하면서 영·호남이 하나가 됐다고 느꼈겠지만,월드컵기간에 치른 ‘6·13’지방선거의 결과는 영남당과 호남당으로 다시 나뉘지 않았던가요? ‘붉은악마’덕에 레드 콤플렉스가 사라졌다는 주장도 있죠.그러나 레드 콤플렉스는 이념의 문제고,북한과의 관계입니다.앞으로 마녀사냥식의 빨갱이 논쟁이 조금 수그러들 수는 있겠지만,국가보안법이 엄존하는 한 레드 콤플렉스는 여전한 거 아닐까요.지금 한국민들이 느끼는 ‘하나’의식은 일시적 망각,일시적 허위의식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토= 그래도 한 아파트에서 살면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던 사람들이 ‘이웃’의 존재를 ‘우리’로 껴안고 확인한 건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제 한국인 친구의 고교생 아들은 “아빠,이제 이민가지 말고 여기서 살자.”고 했답니다.자신의 나라를 자랑스럽게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된것은,한편 슬프기도 하지만 좋은 일 아닌가요. ◇박노자= 나는 지역주의나 분단의 아픔이 ‘동질성의 확인’이 아니라 ‘이질성의 인정’에서 해소될 수 있다고 봅니다.개인의 차이뿐 아니라,체제의 차이를 서로 인정할 때 남북 통일이 되지 않겠어요? 단일성을 강조하다 보면 상대에게 배타적으로 됩니다. ◇이토= 한국이 약소국일 때는 ‘민족주의’가 다른 국가나 민족에게 피해를 주지않겠지요.그러나 세계에서 교역 규모가 12위인 한국은 더이상 약자가 아닙니다.한국의 민족주의가 일본의 제국주의처럼 다른 국가와 민족을 착취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박노자= 그렇죠.유럽의 변두리 국가들이 갖는 소외의식도 한국인의 피해의식 못지 않습니다.이번에 이탈리아팀이 한국팀에 패하자,이탈리아에서 FIFA에 전자우편 40만통을 보내 서버를 다운시킨 걸 보면 그들의 소외의식이나 피해의식을 짐작할 만하지 않겠어요? ◇이토= 한국인이 지난해 12월 미국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의 쇼트트랙 종목에서 금메달을 도둑맞았다고 6개월간 분개하다가,이번에 이탈리아팀이 심판의 오심을 지적하자 태도를 바꿔 ‘쩨쩨하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아요.한국에서 계속 이탈리아를 몰아붙이면 그 곳에 사는 교포들이 괴로워진다는 점도 유념해야죠. ◇박노자= 25일 독일과의 경기에서 지고도 폭력사태가 일어나지 않은 것은 정말 칭찬할 만한 일입니다.유럽에서 축구는 국가간의 ‘예비전쟁’이나 마찬가지여서 폭력사태가 반드시 일어나거든요.한국에서는 통제사회의 잔재와 유교문화에 교화된‘손님치레’가 잘 반영된 것 같습니다. ◇이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4강까지 올라가 아시아인을 하나로 묶은 것도 잘한 일이죠.대구에서 한·미전을 보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스리랑카 근로자들을 만났습니다.모두 빨간 옷을 입고 “아시아인이니까 16강에 진출한 한국·일본을 응원한다.”며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박노자= 한국인들이 이번 월드컵을 ‘일상적인 국제성’‘시민의 얼굴을 한 민족주의’를 성취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합니다.국적과 얼굴 생김새를 상관하지 않고‘우리 모두’를 포용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토= ‘일상적인 국제성’이라는 것은 뭔가요? ◇박노자= 한국인 노동자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강한 배타성을 보입니다.제가 보기엔 ‘관제 민족주의’의 유산인데,이것이 한국사회와 노동운동의 성숙한 발전을 가로막고 있죠.내·외국인에 상관없이 근로조건은 개선돼야 하겠죠.그런데 한국인은 제3국에서 온 노동자들을,선진국에서 그랬듯이 가혹하게 대합니다.개인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회가 돼야 건강합니다.‘잘못된 일을 외국인이 당하니까’하고 모른 척 하면 안됩니다.러일전쟁이후 일본이 제국주의화할 때 가타야마 센(片山潛)이 러시아의 플레하노프와 ‘사회주의적 연대’를 주장한 것은 국제적으로도 좋은 연대이자 관행이었습니다. ◇이토= 저도 개인의 개성이 존중되는 사회가 좋습니다.한국사회는 이번에 축구선수들에게 열광했는데 그전까지는 별로 존경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한국은 공부 잘하는 사람만 대접받잖아요.제 분야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존경하고 대우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박노자= 개인으로 태어나서 개인으로죽는데,국가니 민족이란 색안경을 쓰고 그것에 연연하면 시력만 나빠지죠. ◇이토= 한국인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요번에 일본 젊은이들은 한국의 8강·4강 진출을 진심으로 응원했어요.한국이 4강에 나아갔을 때 일본에 계시는 어머니와 친구들이 “축하한다.”고 전자우편을 보낼 정도였죠.그런데 한국에서는 일본이 터키에 져서 8강 진출이 좌절되자 좋아했다는 보도를 보고 일본의 제 친구들은 정말 섭섭해 했어요. 문소영기자 symun@
  • [기고] 자연·인류 상생 적극 모색을

    지구촌 가족들의 눈이 한국으로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환경주간을 보냈다.2002 월드컵의 문화주제는 상생(相生)이었다.월드컵은 모든 민족과 문명이 용광로 속에서 조화롭게 융화돼 상생의 길을 가자는 축제의 장이다. 이제 우리는 인간과 인간,문명과 문명뿐 아니라 자연과 인류의 상생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서구 물질문명의 기형적 발달로 쇠퇴일로에 있는 인류의 정신문화를 복원시키고 생태계 파괴로 위기에 처한 지구를 치유해야 한다.새 천년을 맞아 처음 동양에서 열린 월드컵 개막식의 주요 문화행사들이 동양사상의 핵인 상생을 주제로 연출됐다.상생은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함께 어울려 살자는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국제정세는 상생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서방 강대국들은 국제화라는 미명 아래 경제권을 독점하기 위해 다국적 기업을 앞세워 제3세계 국가와 일반대중을 빈곤으로 내몰고 있다.신자유주의는 기술개발과 경제발전의 지나친 경쟁을 불러와 자원을 고갈시키고 환경파괴를 조장한다.초강대국 미국은 가난하고약한 국가들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시장개방을 강요하고 세계금융권을 독점하기 위한 자국 이기적인 정책들만 펴왔다. 이렇게 모든 나라들이 경제·군사적으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무한경쟁으로 질주한다면 결국 자원 과소비와 생태계 파괴로 망가지는 것은 자연과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다.더욱이 소외된 국가들의 자포자기는 자살폭탄 테러와 같은 불상사로 이어져 9·11 참사와 같은 세계적 비극은 되풀이될 것이다. 월드컵 문화주제로 채택돼 개막식 주제로 공연된 상생의 의미는 현실과 거리가 먼 이상처럼 보인다.그러나 인류 대화합을 위한 상생의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미국은 테러 방지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먼저 소외된 국가들을 도와야 한다.우리도 다른 나라들과 함께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해 미국이 스스로 지위에 걸맞은 국제사회의 맏형 노릇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나아가 미국은 대량살상용 신무기 경쟁을 촉발하기보다 미국 자신과 인류의 미래를 위해 지구온난화 극복과 같은 환경 프로젝트에 앞장서야 한다. 지구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30년 내에 야생동물의 절반 이상이 멸종하고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21세기 말까지 지구 대기온도가 3∼9도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학자들도 기온상승으로 빙하가 녹아 2100년에는 해수면이 1m가량 올라가 대부분의 해안도시들이 물에 잠길 것이라고 경고한다.그러나 더 우려되는 것은 기온상승으로 병원성 미생물들이 극성을 부리면서 각종 전염병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근시안적인 정치행태나 경제논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현대인류문명 자체가 생태계 파괴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난지도 쓰레기장을 복원해 만든 상암경기장의 월드컵 개막식에서 연출한 상생의 의미는,타문명과 자연을 정복·파괴하며 성장해 온 서양의 물질문명과 달리 자연과의 조화·일치·나눔의 의미를 갖는 우리 고유의 유기체적 공동체 사상이다.월드컵을 계기로 자연과 인류의 상생을 21세기의 키워드로 삼아 죽어가는 자연과 인류의 미래를 복원시키자. 이기영/ 호서대교수, 월드컵문화협 자문위원
  • “”허난설헌詩 표절 넘어선 창작””, 中 베이징대 김성남 외래교수 ‘중국시 표절’새 해석

    한국문학사의 불꽃같은 존재 난설헌(蘭雪軒)허초희(許楚姬),여자에게는 이름도 허락하지 않던 시대를 당당하게 제 이름으로 났을 뿐 아니라 난설헌이라는 아호까지 남긴 이. ‘여자의 재주없음이 오히려 덕’(女子無才便是德)이던 시대에 시화를 넘나들며 문명(文名)을 떨치다 갓 스물일곱에 요절한 그를 두고 400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논쟁의 불꽃이 펴올랐다. 허난설헌의 유선시(游仙詩)를 두고 몇년새 논란이 이는 학계의 ‘난설헌 표절 시비’에 새로운 무게추를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연구서 ‘허난설헌 시 연구’(소명출판)가 최근 출간된 것.유선시란 중국 위진(魏晉)대에 시작해 진(秦)∼당(唐)대에 극성한 도가적 시풍(詩風)을 말한다. 중국 베이징대 동방어학과에 외래교수로 재직중인 김성남 교수는 저서를 통해 ‘허난설헌의 시는 봉건사회인 조선조의 시대적 한계를 이겨내려는 한 선각적 여성의 인간적 고뇌와 좌절의 기록’이라면서 ‘그가 중국 옛 시인들의 시구를 모방한 것은 사실이나 원전과는 전혀 다른 메시지를 담아 표절의 한계를 극복했다.’고 단정했다. 옛 사람들의 전고(典故)를 빌려 자신의 생각과 정서를 표현해 원전과는 전혀 다른 문학세계를 창출해 냈다는 것이 김교수의 주장이다. 예컨대 조당이라는 시인은 유선시 ‘昆侖山上白계啼 羽客爭升碧玉梯 因駕五龍看較藝 白鸞功用不如妻(곤륜산 위에서 흰닭 우는데,신선들은 다투어 푸른 옥계단타고하늘에 오른다.하늘에서 오룡을 타고 오르는 것은 아내의 흰 난새를 타고 오르는것만 못하네.)’를 남겼다.난설헌은 이 시를 차용해 ‘羽客朝升碧玉梯 桂巖晴日白鷄啼 純陽道士歸可晩 定向蟾宮訪 妻(신선은 아침에 비취옥 계단을 타고 오르고,계수나무 벼랑 맑은 햇살아래 흰닭이 울고 있다.순양도사는 왜 이리 늦으시는지,아마도 월궁으로 항아를 만나러 갔나보다.)’라는 시를 남겼다. 그는 ‘난설헌은 남녀의 교분이 자유로운 선계에 대한 동경과,봉건적 속박·금기를 거부하고 여성의 자유를 주창하는 메시지를 담았으나 조당의 글에는 선계에 대한 추상적 묘사 외에 어떤 메시지도 담기지 않았다.’며 이를 표절로 보는 것은 당시의시대상이나 유선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단편적 해석이라고 못박는다. 김교수는 “난설헌은 여신들이 주인공인 유선시를 통해 여성 왕국을 그려내고 있다.”며 “신화 속 인물들을 끌어들여 자유로운 사랑과 주체적인 애정을 추구하는 대담성은 신선하기까지 하다.”고 역설한다. 스스로의 이름으로 살다 죽고자 했던 ‘기구한 천재’의 꿈,갇힌 세계에 대한 콤플렉스를 딛고 일어서 자유를 갈구한 그의 짧은 생애를 ‘표절’과 ‘위작’시비로 멍에 지울 수 없다는 것이 김교수의 결론이다. 여자에게 굴종을 강요하는 시대에 태어나 불행한 결혼,두 자식과의 사별 등 감당하기 어려운 험로를 걷다 마침내 ‘필생의 꿈’을 접고 만 난설헌.역적(허균)의 누이인 그에게 가해진 ‘위작’과 ‘표절’의 누명을 벗겨 이제는 “내 글을 모두 불태우라.”고 유언해야 했던 한 천재 자유주의자의 막막한 절망에 해원(解寃)의 햇빛이라도 쪼여줘야 하지 않을까. 심재억기자 jeshim@
  • 佛총선 1차투표 중도우파 압승

    9일 치러진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우파가 예상대로 압승을 거뒀다.투표가 75% 정도 집계된 가운데 중도우파가 약 44%의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따라서 오는 16일 2차투표에서 중도우파의 과반 의석확보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이렇게 되면 대통령직을 포함 내각,하원 등 최고 정치기구는 모두 중도우파의 수중으로 들어가게 된다. 프랑스 선거제도에서 1차투표 결과 50% 이상의 지지율 얻은 후보자는 당선이 확정돼 결선투표를 치를 필요가 없다.12.5% 이상의 지지율을 획득한 후보자들에 대해서만 2차투표를 실시,최다 득표자 1명을 임기 5년의 하원의원으로 선출한다. 지난 5년 동안 의회를 지배해온 중도좌파는 35.8%의 지지율을 얻었으며 극우파는 고작 12.6%만을 획득,지난 대선 1차 투표 때 장 마리 르펜 국민전선(FN) 당수가 일으켰던 극우파 돌풍이 가라앉고 있음을 보여줬다.FN에 대한 지지율은 11.9%로 떨어졌다.기권율은 사상 최고인 약 35%에 달했다.유권자들이 올들어 3번째 치러진 투표에 싫증을 낸 데다 선거 기간이 월드컵 등 스포츠 행사와 겹쳐 기권율 상승을 부채질했다. 우파 승리의 주요인은 ‘행동하는 정부,강력한 정부’를 내세운 선거 전략이다.그동안 좌우동거정부(코아비타시옹)는 정치 비효율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지적돼 왔으며 유권자들은 이에 대한 심판을 내린 것이다. 또한 시라크 대통령 재선에 힘입은 공화국연합(RPR)을 비롯한 우파 정당들은 발빠르게 연대,정치연합체인 UMP를 창설하고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는 등 선거 정국을 유리하게 이끌었다.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는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의 범죄퇴치에 대한 강력한 의지도 르펜 지지자들을 끌어들였다.반면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의 대선 패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회당 등 좌파진영은 지도력 결여,정체성 상실,선거전략 부재 등으로 제대로된 선거운동 한번 펼쳐보지 못했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2차 투표에서 중도우파가 전체 577석 중 380∼450석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현재 314석을 보유하고 있는 좌파는 135∼180석을 차지,의회 내 견제세력 형성에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극우파는 의석 확보에 실패하거나 기껏해야 2석 정도 얻을 것으로 관측됐다. 2차투표 결과 우파가 의회를 장악하면 시라크 대통령의 자유주의적 사회·경제제도 개혁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라파랭 총리는 범죄퇴치,세금감면,지방분권제 도입,고용·연금 등 사회규제 완화 등의 공약을 반드시 이루겠다며 2차투표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대해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당수는 “견제 세력 없이 우파가 권력을 독점하는 의회는 위험하다.”며 좌파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좌파인 엘리자세브 기구 전 법무장관도 “기권자들이 (2차투표에서) 움직여준다면 아직까지 모든 것이 가능하다.”며 좌파 지지자들에게 투표에 꼭 참여할 것을 당부했다.전문가들은 좌파 유권자들이 아직 건재하다며 2차투표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상숙기자 alex@
  • 평론가 김명인 ‘김수영, 근대를 향한 모험’ 출간

    ‘自由를 위하여/飛翔하여본 일이 있는/사람이면 알지/노고지리가/무엇을 보고/노래하는가를/어째서 自由에는/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革命은/왜 孤獨한 것인가를/革命은/왜 孤獨해야 하는 것인가를’(푸른 하늘을·1960년) 김수영,그는 난해한 모더니스트인가,과격한 참여주의자인가.아니면 그를 소시민적 자유주의자로 인식해야 하는가,민족시인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타계후 33년 동안 그를 주제로 한 연구논문이 260여편에달해 시쳇말로 한국 문학계의 ‘뜯어먹기 좋은 빵’으로까지 불리는 김수영의 작품을 논한 김명인의 ‘김수영,근대를 향한 모험’이 출간돼 문학계에 다시 뜨거운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진보적 국문학자들이 주축인 ‘민족문학사연구소’를 중심으로 평론활동을 해 온 저자는 이 저서에서 ‘김수영이라는 시인 자체가 완연히 과거 속의 인물이라기 보다 아직도 현재적인 인물’이라고 전제,김수영을 새삼 다시 들추는,얼핏 식상해 보이는 논의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논란은 저자가 설정한 ‘김수영의 한계’에서 구체화한다.김명인씨는 ‘김수영이 근대자본주의 운동논리에 대한 이해와 근대성 일반에 대한 과학적 인식 부족으로 한국의 현실을 극단적으로 후진적인 것으로 인식했다.’고 지적했다.이어 ‘여기에 한국의 현실에서 이뤄지는 구체적인 발전의 계기들을 인식하지 못한 점’을 한계로 들었다.이 때문에 그는 쉬 피로했고 그 결과 시적 초월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물론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세상이 변했다며 세상에 대한 전면적인 대결이나 탐구의지마저 꺾어버린 1990년대라는 막막한 시대를 김수영이라는 한 치열한 정신을 통해 넘어설 수 있었다.’고 고백,그에 대한 문학적 외경심을 감추지 않았다.몇몇 두드러진 연구성과를 들어 ‘김수영이바뀐 게 아니라 그를 보는 눈이 바뀌었다.’거나 최하림의 김수영평전 ‘자유인의 초상’,김수영과 유학시절을 함께 보낸 김상환의 에세이집 ‘풍자와 해탈,혹은 사랑과 죽음’을 ‘노작(勞作)’으로 평가한 부분에서는 저자의 김수영을 향한 연모와 열정이 읽히기도 한다. 그는 저간의 김수영론에 대한비판적 시각도 솔직하게 드러내 보였다.그동안의 구체적 연구 사례를 거론하며 “김수영을 잘못 이해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너무나 안이하고상투적인 이해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이런 흐름을 ‘봉사가 코끼리를 만지는 이른바 군맹무상(群盲撫象)”이라고힐난한 것. 김명인은 자신에게 한 시대를 극복할 힘을 부여했다는 김수영의 문학세계를 이렇게 규정했다.“김수영에게서 실패와 성취를 동시에 읽었는데 실패는 세계인식의 실패이고,성공은 세계에 대한 전면적 대결의지와 그 실천에서의 성공”이라고.이같은 김명인의 도발적 문제제기에 대해 이제는 기성 학자 혹은 또다른 신진 기예가 답할 차례다. 심재억기자 jeshim@
  • 책꽂이/ 괴델 등

    [인문·교양] ◆괴델(존 캐스티·베르너 드파울리지음,박정일 옮김) ‘아인슈타인이 비틀스라면 괴델은 롤링 스톤스였다.’고 할 만큼 천재성을 인정받았으나,음식에 들었을 세균이 두려워 결국은 굶어 죽는 길을 택한 천재 수학자의 파란만장한 삶을 만날 수 있다.몸과마음.1만2000원. ◆나의 스승,공자(이노우에 야스시 지음,양억관 옮김) 공자 사후 그의 추종자와 제자들이 논어를 편집하는 과정을줄거리로 엮어 공자와 그 제자들의 사상과 인간상을 그려낸 소설.휴머니스트로서의 공자 이미지를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구체화한다.현대문학북스.1만원. ◆촘스키와의 대화-프로파간다와 여론(노암 촘스키·데이비드 바사미언 지음,이성복 옮김) 실천적 지성인으로 세계 지식사회의 추앙을 받는 노암 촘스키의 대담집.미국의 대외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진실의 목소리’ 촘스키의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입문서이자 그의 사상이 집약된 저술이다.아침이슬.1만2000원. ◆철학노트(이기상) 요즘 대학에서 이뤄지는 철학강의의실체를 가감없이 체험할 수 있다.물론 내용도 철학의 발단 등 원론에서부터 ‘철학과 과학’‘현대의 언어론적 패러다임’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대중이 필요로 하는 철학을 제도권 철학이 만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이 이 책의 무게를 가늠케 해준다.까치.9500원. ◆환경철학(박이문) ‘문명의 여객선을 타고 항해하는 인간의 책임’이라는 다소 추상적 부제를 단 이 책은,원로 철학자가 저술한 환경철학서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환경담론은 넘치나 체계적인 철학서가 없어 위기의 무게를 더해가는 우리 현실에서는 값진 소득이다.미다스북스.1만원. ◆1968년의 목소리:“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라!”(로널드프레이저 지음,안효상 옮김) 1968년에 전세계적으로 폭발한 ‘68혁명’을 통시적·장기적 관점에서 서술한 혁명사.당초 혁명 20주년 기념으로 출간된 것을 기초로 해 재구성했다.국가별·지역별 혁명의 이념과 과정이 특이하게 구술 형식으로 짜여 있다.박종철출판사.2만3000원. ◆2002 자유주의 정당의 정책(복거일 지음) 보수주의 논객인 저자가 지난 98년펴낸 책에 10가지 주제를 새로 담아증보판을 냈다.‘게이트정국’에 걸맞는 소주제로 ‘정치지도자의 가족문제’와 ‘부패의 양상과 대책’이 눈에 띈다.자유기업원.1만원. 실용 ◆축구의 과학(존 웨슨 지음) 월드컵을 관전하는 즐거움을 2배 이상 증진시켜 줄 책이다.축구공의 유래와 공이 튀어오르는 현상의 물리적 원리,공을 차는 동작의 역학적인 분석,축구장은 왜 현재의 크기인지,선수들의 연령별 성공 가능성 등을 과학적 이론과 확률적 분석으로 점검해 봤다.부록으로 ‘가족 모두가 즐기는 월드컵 길라잡이’가 붙었다.한승.1만원. ◆나는 서울이 맛 있다(앤드류 사먼·지니 사먼 공저) 월드컵을 위해 내한한 서양 친구에게 맛집 가이드로 적당하다.영문판 ‘Seoul Food Finder’가 함께 나왔다.음식평론가인 영국인 남편과 한국인 아내가 아시아식,중국식,퓨전,이탈리아식,한식,일식,양식 등 각종 음식점과 맥주및 와인 전문점까지 꼼꼼히 챙겼다.쿡랜드.한글판 1만2800원.영문판 1만 5000원. 경제 ◆투자의 비밀(앙드레 코스톨라니 지음) ‘전문가라고 우리보다 나을 것이 없다.’헝가리 출생으로 80년간 유럽 최고의 투자자로 알려진 저자는 투자상담사나 애널리스트에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는 투자자’가 되라고 조언한다.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알고 싶은 주식시장의 비밀이 244개 질문과 답변으로 구성돼 있다.미래의창.9500원.
  • 다시 생각하는 민족주의/ ‘민족주의’ 과연 폐기대상인가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에서 ‘민족’‘민족주의’는 낡은담론으로 치부된다.나아가 단순히 낡았다는 것을 넘어 그폐해를 운위하는 논의들이 강력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한국 근·현대사에서 사상적 중심축을 이뤘던 민족주의가분명 중대한 곤경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보편적 세계시민주의라는 큰 틀 아래 민족주의는 과연 폐기 또는 해체의대상인가,아니면 새로운 개념의 민족공동체주의로 재구성돼야 하는 것인가.계간 황해문화 여름호가 ‘다시 생각하는 민족주의의 빛과 그림자’란 주제로 국제적인 지상토론을 마련했다.토론자는 홍윤기 동국대 교수와 윤건차 일본가나가와대 교수,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토종’인 홍교수가 재일교포 2세인 윤교수,귀화 한국인인 박교수에게 ‘이산과 집산의 민족 정체성:윤건차,박노자에게 묻는다’란 주제로 몇가지 쟁점에 대한 도전적 발제문을내고,두 교수가 이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지상토론이 이루어졌다. ■계간 '황해문화'지상토론 ◆ 쟁점 하나:한국적 민족 담론이 갖는 부정성에 대하여▲윤:인류 역사를 볼 때 민족주의는 진보와 보수의 두 얼굴을 한 채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지니고 있다.한국사회에서 민족주의는 해방후 오랜 기간 독재정권의 통치수단으로 이용돼왔으며,사람들의 일상 의식 차원에서도 타자를 억압하는 작용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한국에서 확산되는 민족주의 반대 분위기는전 세계를 휘젓고 다니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국가’‘민족’‘공동체’라는 범형(範型)을 낡은 것으로몰아붙이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중요한 것은 민족주의폐기,해체가 아니라 그동안 폐쇄적·독선적·배타적 경향을 띠어온 민족주의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이다. ▲박:진보적 민족주의가 연대감 재확인 등의 순기능을 해온 것은 인정한다.그러나 보편적 이웃사랑이란 관점에서 볼때 민족주의는 순기능보다 그 부작용이 강하다.아프간 침략을 지지한 미국인 90%의 태도,4000만명이 살상된 1차세계대전에서 보듯 세계역사는 수없이 많은 민족주의의 부작용으로 점철돼 왔다.‘민족’이라는 프로그램은 한번 설치된 이상 대체는커녕 업그레이드도 안된다.‘신성 불가침한 경계선’이란 ‘신(神=민족)’이 또다시 전세계 규모의대량 인신 제사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전혀 보이지않는다. ◆ 쟁점 둘:한국 민족주의의 현재적 요구-‘민족 정체성’요구와 ‘민족성’ 중심으로 ▲윤:재일동포인 내게 민족과 민족주의는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정체성 탐구와 불가분의 것으로 다가온다.나의아이덴티티는 물론 중층적·복합적이지만 그래도 나의 인생,사회적 위치를 가장 크게 규정하는 것은 역시 민족이며 국적(국가)이다.전세계엔 560만명의 한국동포가 살고 있고,이들은 1세는 물론 2·3세까지 생활문화 면에서 압도적으로 조국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일본을 비롯한 각국에서 ‘소수자’(minority) 또는 ‘경계인’(marginal man)으로서 살아가는 동포들에게 민족정체성은 분명 긍정적 의미를 갖는다. ▲박:민족 또는 민족주의란 일종의 상징기제로서 그와 결부된 일체의 것,즉 국가·언어·문화·역사 등 그 모든 것이 ‘민족 만들기’의 인위적 산물이다.민족성이 결코 천부적이지 않은 것처럼 ‘우리’라는 각 분야의 테두리도 결코 자생적이지 않다.따라서 민족과 결부된 일체의 공동체의식은 그 자체가 허위의식이고 자작된 이데올로기란 결론이 나오며,특히 한국 민족주의는 실체적으로 국가주의,계급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 쟁점 셋:민족 담론의 향방-민족해체? 민족공동체? 세계시민? ▲윤:민족주의를 국가주의 및 파시즘과 동일시하고 민족주의가 지닌 긍정적·창조적 측면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전후보상획득운동,김대중 구출운동,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은 분명 건강하고 진보적인 의미의 민족주의의발로였다고 본다.세계화와 정보화가 국가와 민족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면서 민족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 민족주의는 중요한 이데올로기,이념으로서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 민족,민족주의론은 결코 ‘병’이 아니며,매일매일 새롭게 다듬어 나가야 할 존재인 것이다. ▲박:민족 담론의 향방은 민족 담론을 생산·보급하는 근대적 민족국가의 향방에 달려있다.그러나 미국·유럽연합과 같은 초대형 국가에 기대는 핵심부 자본에 의한 지구적·국제적 생존권 박탈과 환경파괴는 결국 역으로 반세계화시위들이 시사하듯 전(全)지구적,초(超)민족적 저항에 부딪치고 말 것이다. 물론 민족적 패러다임의 전체적 해체가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그러나 최소한 ‘민족의 찬란한 과거’와 민족정신’‘민족의 지도자’를 찬양하는 19세기말 식의 전형적인 민족주의는 수명이 길지 않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임창용기자 sdragon@
  • 네덜란드도 ‘우파 돌풍’

    지난해부터 서유럽 대륙을 휩쓸고 있는 ‘우파 바람’이 15일 실시된 네덜란드 총선에서도 여지없이 위력을 발휘했다.이날 선거에서 중도 우파인 기독민주당(CDP)이 43석을 확보,제1당으로 재부상했고,지난 6일 암살된 극우파 핌 포르토인의 리스트당(LPF)이 26석을 확보하며 제2당으로 급부상했다. 일련의 선거를 통해 입지를 넓혀온 유럽 극우파들의 목소리는 어떤 형식으로든 기존 정부의 정책에 반영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이에 따라 범죄와 이민정책에 대한 각국의입장이 보다 강경해질 것으로 보인다. ◆8년 만에 막내린 좌파 정부=16일 개표결과 중도 우파인 기민당이 150석 가운데 43석을 확보,제1당이 됨으로써 8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기민당의 의석수는 선거 전보다 14석이 늘어났다. 포르토인 바람을 탄 리스트당은 창당 3개월 만에 26석을 확보,제2당으로 부상했다.정치체제가 안정되기로 정평이 난 네덜란드에서 신당의 선전은 전후 처음이다. 반면 빔 코크 현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은 현재 45석의 절반에 가까운 23석 확보에 그쳐제3당으로 전락했다.연정에 참여했던 자유당도 의석이 38석에서 23석으로 줄어들었다.또다른 좌파 정당인 ‘사회민주 D66’도 10석에서 7석으로 의석수가 줄었다. 지난 8년간 집권한 노동당 등 좌파 연정은 그동안 경제상황은 좋아졌지만 급증하는 이민자와 범죄,날로 악화되는 공공서비스 수준에 대한 국민들의 팽배한 불만을 감지,제때 대책을 내놓지 못함으로써 재집권에 실패했다. 기민당은 리스트당과 연정 논의에 들어가며 수주에서 늦어도 수개월 안에 우파 연정이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가속화되는 유럽 우경화=지난 97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중도좌파를 표방하는 진보 정상회담을 창설했을 때만 해도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 가운데 11개국에 좌파 정부가 들어서 있었다.이후 2000년 오스트리아에서 극우파인 외르크 하이더가 이끄는 자유당이 연정에 참여한 이후 스페인 이탈리아 덴마크 포르투갈에 이어 네덜란드에서 우파가 집권했다.최근 치러진 프랑스 대선과 독일지방선거에서도 극우파가 급부상했다. 암스테르담 자유대학의 안드레 크루웰 교수는 “이번 네덜란드 총선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는다.영국 보수당에도 집권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유럽의급속한 우경화는 유럽 통합과 EU의 미래에 암운을 드리운다.”고 우려했다.따라서 다음 달 프랑스 총선과 오는 9월 치러지는 독일 총선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우파바람의 지속여부와 강도를 시험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김균미기자 kmkim@ ■기민당 당수 발케넨데 - '걸어다니는 사전' 별명의 철학교수 네덜란드 총선에서 제1당을 차지한 기민당의 얀 페터 발케넨데(46)는 극우 리스트당 및 자유주의적 성향의 우파 정당인 자유당과의 연립정권을 구성하고 차기 내각의 총리에 오를 것이 확실시 된다. 남부 카펠레 출신으로 법학과 역사학을 전공한 그는 1998년 의회에 진출,정치경력은 길지 않다.기민당 TV 경영진과 암스텔벤 시의회 의원을 거쳐 기민당 대변인을 지냈다.지난해10월 만장일치로 당수에 선출됐다. 암스테르담 자유대학 철학 교수로 아직도 일주일에 한 번철학 강의를 하는 발케넨데는 ‘걸어다니는 사전’으로 불릴 정도로 박학다식해 당내 과학연구 관련 보고서 작성을 도맡아 왔다.가정적이고 종교적이라는 평을 듣는 그는 좌파 집권 8년 만에 권력을 되찾게 된 기민당 등 차기 내각을 이끌면서 정치적으로 우경화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발케넨데의 대변인 한스 반 데어 블리스는 “우리 당의 다수가 안락사와 동성애자 결혼에 반대하더라도 이는 이미 합법화된 사항들로 발케넨데가 되돌릴 수 없는 사실로 본다.”며 기존 법령 개정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마리화나 판매에 보다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엄격한 이민정책과 이민 유입자에 대한 ‘동화정책’ 강화 시책도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균미기자
  • ‘월드컵과 한국사회’심포지엄/ “월드컵은 보편적 세계주의 창출”

    ‘보편적 세계주의로의 전환’‘다양성과 상대성 체험’‘탈 근대적 신 유목사회의 시간으로 이동’…. 1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월드컵과 한국사회의 재도약’을 주제로 열린 학술심포지엄에서 논의된 키워드들이다.일견 월드컵의 스포츠외적 의미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이날 키워드를 풀어나가는 다양한 논의는 이러한 우려를 대체로 불식시켰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소장 최장집)가 주최한 이 심포지엄엔 28명의 각 분야 전문가가 발표·토론에 나섰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기조발제에서 월드컵을 ‘보편적 세계주의로 전환하는 계기’로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최 교수는 오늘날의 세계를 시장 효율성만이 존재하는 신자유주의주도의 세계화 시대로 규정하고,이를 국가간 상호 공존과 균등 발전을 위한 보편적 세계주의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여기서 월드컵은 보편적 세계주의가 주도하는 세계화를 꿈꾸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월드컵은 문화적 다양성이 갖는 역동성과 에너지,열정과 집단적 카타르시스의 분출을 가능케 함으로써 현실 정치가 실현하지 못하는 세계적 보편주의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오 계명대 교수는 ‘한국사회는 월드컵을 통해 한국·미국·일본·서구로 한정된 시각을 벗어나 세계의 다양함과상대성을 체험할 기회,즉 제1세계 일변도가 아닌 세계와의만남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시민적 관심과 참여 속에서 치르는 월드컵은 시민사회의활성화를 촉진하고,이는 다시 정치적 패배주의와 수구적 복고주의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있다고 주장했다. 월드컵이 ‘신 유목적 민주주의’란 개방적 정치질서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한국 정치를 연고와 폐쇄적 네트워크를 뿌리로 한 농경시대형‘정착정치’라고 규정하고,지금의 정치 패러다임을 경량화·유연화·개방화·포용화하려면 ‘신유목사회’로 전환이필요하다고 역설했다.여기서 월드컵은 ‘한국 정치의 시간’이 전근대적 농경사회에서 탈근대적 신유목사회로 이동하고있음을 알려주는 구실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지난 88년 서울 올림픽이 민주화운동을 통해 폐쇄형 사회를 개방형 사회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면,월드컵은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는 “지금은 우리가 세계 시민공동체라는 세계적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때”라며 “월드컵을 경제적 담론보다는 문화적 담론으로 접근함으로써 타문화에 대한 포용성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준성 전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연구원은 한국은 지금 마케팅이나 생활문화 ‘단속’으로 월드컵을 치르려고 한다며 이러한 방식으로는 진정한 축제로서의 월드컵을 치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프랑스의 경우 축구는 자유·평등·박애정신의 실현이자 생활신조로서 ‘사는 기쁨’(Joie de Vivre)인 축제”라며 “우리도 기초질서를 지키자는 각종 표어나 내걸 것이아니라 일정한 심사를 거쳐 경기장 주변에서 포장마차,역술인,사물놀이패 등 한국 특유의 놀이문화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
  • [심층분석 노무현] (1)노풍의 실체와 동인(動因)

    ■노풍의 실체 “노무현씨가 출마한다 했을 때 제 심정은 ‘되면 좋지….그러나 되겠어?’였습니다.그런데 노무현씨가 경선에서 승승장구한다는 기사를 보고 잃어버렸던 소망이 고개를 쳐들었습니다.”(서울의 32세 여성) 지난달 16일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광주 경선에서 영남 출신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극적으로 1등을 차지하자,그의 홈페이지(www.knowhow.or.kr)에는 ‘감격의 글’들이 쏟아졌다.TV 앞에서,술자리에서 ‘노무현’이 화제로 떠올랐다.언론은 이를 ‘노풍(盧風)’이라 불렀다. 노 후보가 지난 28일 집권여당의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됨에 따라 이제 노풍이 거품이라는 얘기는 더이상 나오기 힘들 게 됐다.그렇다면 노풍의 실체는 무엇일까.참여연대 이태호(李泰浩) 정책실장은 “구태정치에 환멸을 느껴 변화에 목말라하던 국민들이 노무현이란 개혁적 인물의 당선가능성이 발견되자,전폭적 지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실체’를 요약했다. 인터넷 여론조사회사인 폴앤폴의 조용휴(趙龍休) 사장은근거를 제시했다.그는 “지난 수년간 여론조사에서 이회창(李會昌)·이인제(李仁濟)씨가 선두를 유지하고 있었지만,지지후보가 없다는 정치혐오성 무응답자가 40%이상이나 됐다.”며 “노풍을 계기로 무응답층이 15%대로 줄어든 점을 볼 때 이들이 노풍의 동력이 된 셈”이라고 분석했다.조사장은 “97년 대선 직전 20%대였던 무응답층이 노풍 이전 40%대까지 늘어난 것은 김대중(金大中·DJ) 대통령의 개혁진도에 실망한 수도권 거주 호남 유권자와 30대 화이트칼라가 무당파로 이탈했기 때문”이라고 무응답층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여기에 한나라당 이회창 경선후보의 ‘빌라게이트’와 박근혜(朴槿惠) 의원 탈당이 발생했던 2월을 기점으로 영남출신 수도권 거주자들 상당수가 지지후보를 이 후보에서영남 출신의 노 후보와 박근혜 의원쪽으로 바꾼 움직임도일부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이미 포착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전제로 종합해 보면,노풍은 지난 2월 이회창 후보에게 실망한 한나라당 지지자중 일부가 노 후보쪽으로 돌아서면서 태동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이어3월10일 울산경선에서 노 후보가 종합 1위로 부상하자 DJ에 실망해 있던 젊은 무응답층이 대거 가세,13일 TN소프레스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가 이 후보를 처음으로 누르는 현상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그리고 호남지역의 본류와 영남 일부는 광주 경선이후 본격 노풍에 합류했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여론조사상 가장 먼저 노 후보 지지로 돌아선 30대의 ‘역사적 특수성’은 노풍이 거품이 아니라는 근거로 제시된다.서울대 최인철(崔仁哲·심리학) 교수는 “노풍은 앞으로 사라질 수도 있는 현상”이라고 전제한뒤 “노 후보의주 지지층은 80년대 대학을 다니며 사회 변혁을 이뤄낸 ‘역사적 경험’을 가진 집단”이라면서 “이들이 IMF 외환위기라는 큰 위기를 겪으며 우리 사회 특유의 연고·혈연주의와 공정한 규칙의 결여 상황이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깨달았고,이러한 자각이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을 낳았다.”고 진단했다. 이는 노풍이 단순한 정치적 현상을 넘어 사회적 현상이라는 해석으로까지 확대된다.숙명여대 정외교과 이남영(李南永) 교수는 “노풍은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퇴행적이고 수구적인 한국정치 지형의 공백을 메워 나가는 과정”이라며 “박정희 시대와 이의 반(反)명제인 3김 정치의 종식을 뜻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상지대 정외과서동만(徐東晩)교수도 “보·혁대립을 근간으로 한 냉전의식이 본격 해체되는 조짐으로 느껴진다.”고 진단했다. 경희대 사회과학부 임성호(林成浩) 교수는 “노풍은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욕구가 참다참다 못해 일거에 분출한 것”이라고 진단했고,서울시립대 이건(李健·사회학) 교수는 “노풍은 노무현이라는 정치 상품이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욕구와 ‘선택적 친화력’을 가지며 생성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김상연 전영우기자 carlos@ ■탈권위적 스타일 지난해 ‘노무현(盧武鉉) 캠프’에 합류한 50대의 한 참모는 노 후보가 주재하는 공식회의 석상에서 30대 젊은 참모들의 버릇없는(?) 행동을 보고 깜짝 놀랐다. 감히 ‘보스’인 노 후보 앞에서 버젓이 다리를 꼬고 앉아 담배를 피워대는 게 아닌가.그런데 더욱 놀란 것은 노후보의 반응이다.이 참모가 “자세들이 그래서 되겠느냐.”고 힐책하자,오히려 노 고문은 “괜찮습니다.이런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 아닙니까.”라고 말렸다는 것이다. 물론 젊은 참모들 중에는 10년 이상 노 후보와 고락을 같이해온 ‘동지’들도 끼여있긴 하지만,근본적으로 노 후보는 50대 후반의 나이에 자연스레 배어드는 ‘권위’와는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게 측근들의 평가다. 실제 노 후보는 자기 방으로 참모를 부르기보다는 지나가다가 불쑥 들러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한 측근은 “화장실에서 노 후보와 나란히 소변을 보다가 지시를 받은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얼마전 유종필(柳鍾珌) 공보특보는 기자들 앞에서 노 후보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그러시면 안됩니다.이제 야당후보도 아닌데 자신있게 나가야죠…”라고 ‘충고’하듯말해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측근들은 노 후보가 밑에서 합리적인 근거를 대면서 설명하면 선뜻 자기주장을 접고 건의를 받아들인다고 말한다.염동연(廉東淵) 사무총장은 “전에 다른 조직에서 일할때는 위에서 이런저런 간섭이 많아 힘들었는데,지금은 노후보가 실무자에게 철저히 맡기는 스타일이라 오히려 더책임이 무겁고 부담이 간다.”고 말했다. 회의에서도 노 후보는 자신이 얘기를 많이 하기보다는 우선 참모들의 얘기를 돌아가며 전부 듣고 의견을 피력하는스타일로 알려진다. 측근들은 노 후보를 가리켜 ‘자유주의자’라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격식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노 후보의 이같은 특성 때문에 경선에서 경쟁했던 이인제(李仁濟·54) 전 고문이 2살 더 어리지만,노 후보가 인터넷세대에 훨씬 더 어필하는 것이라고 노 후보측은 주장했다.예컨대 올 신정연휴때 이 전 고문은 자택을 개방해 대대적으로 하례객을 맞았지만,노 후보는 “구식이다.”며 개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상연기자 carlos@ ■지지자들이 본 노후보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실제로 지지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밝히는 그의 매력은 ‘서민적’이란 점이다.또 젊고 개혁적인 점을 드는 이들도 많다. 그래서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정치가 맑고 깨끗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또 호남지역 지지자들은 노 후보를 민주당의 새로운 ‘대안론’으로 바라봤으며 반면 영남지역 지지자들은 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부산출신 대통령 배출하는 것이지 소속정당이 뭐 대수냐는 투였다. 전직 초등학교 교장인 신종덕(66·광주)씨는 “본인이 그동안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이기 때문에 서민들의 입장을 대변해 줄 것으로 확신한다.좌(左)편향이라는 이념 문제 역시 선거가 과열되면서 다소 부풀려진 것이지,실제로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을 하는 김영상(44·경기도 고양시 일산)씨는 “노 후보는 낡고 후진적인 정치의 틀을 깨트릴 수 있는 최적의 인물로 생각한다.그와 일부 언론 사이에 형성된 팽팽한 긴장관계 역시 다소 우려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쉽게타협하지 않는 자세는 대단한 뚝심이라고 생각한다.”고밝혔다. 미술학원 강사 한모(35·여·경기도 부천시)씨는 “가장의식이깨어있고 개혁적인 인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타 후보를 거칠게 자극하지 않는 모습도 이채로웠다”고 말했다.전주에서 택시기사를 하는 이의영(55)씨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의 이름을 내걸고 한나라당 후보를 이길수 있는 사람이 노 후보 말고 없지 않으냐.”고 정치 현실을 지적하며 “같은 법조인 출신이면서도 엘리트형인 이회창·이인제 후보와는 달리 소탈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도 커다란 장점”이라고 말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 ■음모론과 노풍 함수 민주당 대선후보를 뽑는 국민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음모론’의 요체는 “여권핵심이 전국 순회경선에 조직적으로 개입,노무현(盧武鉉) 후보를 당선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음모론이 최초로 거론된 것은 3월16일 광주경선에서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노무현 후보가 당시까지만해도 대세론을 형성했던 이인제(李仁濟)후보를 누른 직후였다. 당초엔 일부 언론이 ‘보이지 않는 손’이 민주경선에 개입하고 있다는 선에서 음모론을 제기했다.그 후 이인제 후보가 3월21일 강원지역의 후보자 합동TV토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경선이 움직인다는 취지로 음모론을 공론화됐다. 특히 이 후보가 그 다음날 여권실세 P,L,K씨 등 3명을 지목,이들을 중심으로 노 후보측이 인위적으로 노풍(盧風)을 일으키려는 음모를 진행중이라고 주장하며 음모론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였다.노 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당시 총재와의 양자대결 지지도에서 앞서는 여론조사를 문항까지 조작,무차별적으로 실시했다는 것이 그 골자였다.민주당 일각,특히 이인제 전 고문을 지지했던 일부 인사들이 아직까지도 음모론을 거두지 않고 있다.그러나 1개월이상 음모론이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지만 노풍을 꺾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노 후보진영 및 민주당측의 주장이다.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풍이 주춤거리는 것은 김대통령의 세아들 비리 의혹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이인제 전 고문측 일각에서조차 “노풍이 음모론에 의한것이기보다는 노무현 후보진영의 첨단전자매체를 이용한과학적 선거전과함께 기성 정치권의 획기적인 변화를 갈망하는 여론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발생했다.”고 분석할 정도다. 이춘규기자 ta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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