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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은 ‘땡처리 공화국’] 10억 은마아파트 경매가 6억대 ‘뚝’… 베이비부머 하우스푸어들 “날벼락”

    공짜 휴대전화기와 고가 휴대전화기의 공생관계, 쇼핑카트와 떨이판매에 감춰진 교묘한 유혹…. 이는 불과 몇만원짜리 상품에 한정된 일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내 돈을 지키기 위해 확고한 경제철학을 세우지 못했다면 누구나 언제든지 이 같은 유혹에 함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팔다 조금 남은 물건을 다 떨어서 싸게 판다는 뜻’의 떨이는 최근 들어 폐기대상으로 불리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체제의 산물로 지목받는다. “그냥 시장에 맡기면 된다.”는 식의 규제 철폐 논리가 공정가격을 무시한 떨이 판매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떨이의 빛과 그림자를 가장 잘 드러낸 곳은 부동산시장이다. 재건축 아파트의 ‘바로미터’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104㎡)는 얼마 전까지 10억 5000만원대였던 경매가가 최근 6억 7200만원까지 고꾸라졌다. 같은 면적대의 은마아파트가 경매시장에서 2005년 이후 7억원 이하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한때는 7억원대에 나오면 무조건 매입하던 시절이 있었다. 최근 들어 부동산시장에선 미분양 아파트도 30% 안팎의 할인 분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수억원씩 하는 아파트를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거나 할인해 판다고 샀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전체 자산의 평균 80% 이상을 부동산에 다걸기한 베이비 부머들이 집값이 떨어지면서 전전긍긍하는 것은 훌륭한 반면교사다. 이와 함께 중도금 무이자나 이자 후불제 등은 실제로는 분양가에 비용이 전가되는 만큼 결코 싼 것이 아니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얘기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美 동성결혼 허용 실태

    美 동성결혼 허용 실태

    미국 연방 법은 여전히 “결혼은 한 남성과 한 여성의 결합”으로 규정하고 있다. 동성 결혼과 관련한 연방 법률은 ‘혼인보호법’(DOMA)으로, 동성 결혼 부부에게 복지 혜택을 부여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 법은 1996년 의회를 통과한 뒤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됐으며 이에 따라 일부 주에서 합법적으로 결합한 동성 결혼 부부들은 1000개가 넘는 연방정부 차원의 각종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동성 결혼 합법화 여부는 50개 주가 제각각 알아서 정하도록 넘겨졌고, 결과적으로 주 차원에서만 인정된다. 2004년 이래 코네티컷, 아이오와, 매사추세츠, 뉴햄프셔, 뉴욕, 버몬트 등 6개 주와 수도인 워싱턴DC 등만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고, 워싱턴주와 메릴랜드주는 투표만 통과한 채 발효되지 않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동성 결혼이 4개월 반 동안 허용돼 일부 유명 인사를 포함해 수천 커플이 결혼 서약을 했으나 법이 다시 뒤집히면서 어정쩡한 상태다. 뉴저지주도 주민들은 동성 결혼에 찬성했으나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고, 메인주에서는 동성애 인권 그룹이 11월 주민투표를 계획하고 있다. 로드 아일랜드주도 기본적으로 허용하자는 입장이다. 그외 38개주는 결혼을 이성 간으로 제한하는 법률이나 헌법 조항을 두고 있다. 특히 대선에서 판세에 영향을 줄 부동층주 대부분은 동성 결혼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결국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한 미 동북부 위주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고 있는 반면, 보수성향이 강한 남부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주에서는 동성 결혼을 불허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말 퓨리서치연구소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 사이 동성 결혼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아졌다. 2001년 60%였던 ‘반대’ 응답자는 이번 조사에서 43%로 줄어든 반면 ‘찬성’은 35%에서 47%로 늘었다. 미국 내 동성애자는 400만명으로, 성인 인구의 1.7%로 추산된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푸틴 사단’ 세친·이바노프 움직임에 개혁 향배 달렸다

    ‘푸틴 사단’ 세친·이바노프 움직임에 개혁 향배 달렸다

    ‘현대판 차르’(러시아 황제)로 불리는 블라디미르 푸틴(59)이 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벨르이 돔(정부 청사)을 떠나 크렘린(대통령 집무실)에 재입성한다. 푸틴은 이날 현 정부 각료와 상·하원 의원 등 약 2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을 갖고 제6대 러시아 대통령이 된다. 3, 4대(2001~2008년) 대통령을 지낸 푸틴에게 크렘린은 익숙한 곳이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정세는 당시와 전혀 다르다. 지난 3월 대선을 앞두고 부패와 권위적 통치에 지친 엘리트·중산층의 불만이 폭발했고 푸틴의 절대 권위는 상처받았다. 당장 관심은 푸틴이 어떤 인물로 내각을 꾸려 불안정한 정국을 진정시킬지다. 또 ‘등거리 외교’로 압축되는 한반도 정책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푸틴 3기 정부 출범을 맞아 러시아 향후 정세 및 대외 정책을 내다봤다. 정치를 읽는 키워드는 결국 ‘사람’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3기 첫 조각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푸틴과 ‘권력 맞교환’을 합의, 차기 총리로 낙점된 드리트리 메드베데프(47)를 빼고는 푸틴의 이너서클(핵심권력집단) 멤버 중 거취가 확정된 사람은 거의 없다. 푸틴의 개혁 의지를 가늠해 볼 내각 구성의 포인트를 짚어 봤다. 푸틴은 한번 믿는 측근을 중용해 거듭 중책을 맡겨 왔다. 이 같은 회전문 인사 스타일 탓에 반 푸틴 세력은 “푸틴과 메드베데프가 10년 이상 집권하는 사이 관료의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일반 국민 사이에도 “푸틴 인사는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수혈의 필요성을 절감한 푸틴이 ‘탕평 인사’를 공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세르게이 쇼이구(57) 전 비상사태부 장관의 자리 이동이 ‘물갈이’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그는 애초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됐지만 푸틴이 옐친의 후계자로 지명된 2000년 이후 ‘푸틴의 남자’가 됐다. 쇼이구는 1994년부터 17년 넘게 비상사태부(재난담당부서) 장관을 하다 지난달 초 크렘린이 지명해 모스크바 주지사로 자리를 옮겼다. 쇼이구의 이동으로 오랫동안 내각 한자리를 차지해 온 ‘식상한’ 측근들이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인사폭이 관건이다. 내각 핵심인 재무장관에도 새로운 인물이 임명될 가능성이 있다. 타티아나 골리코바(46·여) 전 보건사회부 장관도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1990년 재무부 국가예산국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 줄곧 나라 살림을 짠 ‘재무통’이다. 권현종 러시아 인물 연구소장은 “재무장관이 갖춰야 할 첫째 조건이 예산안을 처리할 때 두마(하원)에서 교섭력을 발휘하는 것”이라면서 골리코바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푸틴이 내각 수장인 메드베데프 차기 총리에게 얼마나 힘을 싣어줄지도 관심사다. 메드베데프의 실세 여부는 이고리 세친(52) 부총리의 거취로 읽을 수 있다. ‘실로비키’(정보기관·군·경찰 출신 정치인)의 좌장격인 그는 메드베데프로 대표되는 정권 내 자유주의자 그룹과 각을 세워 왔다. 장세호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연구소 연구교수는 “세친이 내각에서 빠진다면 메드베데프가 자율권을 보장받겠지만, 계속 남는다면 개혁 추진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친의 기용을 두고 푸틴도 고민이 깊다. 푸틴은 자신과 고향(상트페테르부르크)이 같은 세친을 1990년 처음 만난 뒤 줄곧 옆에 뒀다. 그만큼 신뢰한다. 쉽게 내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영기업의 대규모 민영화 등 자유주의적 개혁을 추진하려는 메드베데프로서는 그를 내각에서 제거해야 한다. 세친은 모든 민영화 계획의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국내외 시장도 인사에 주목한다. 세친의 거취에 따라 320억 달러(약 36조원)규모 이상의 러시아 공공분야 민영화 속도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실로비키들의 운명에도 관심이 간다.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에서 푸틴과 함께 일했던 세르게이 이바노프(59)는 지난해 12월 부총리에서 대통령 행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크렘린에 계속 남아 푸틴을 보좌할 가능성이 크다. 푸틴은 대선 경쟁자였던 올리가르히(신흥재벌) 출신 미하일 프로호로프(47)에 대해 “본인이 원하면 새 정부에서 기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왔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3위(7.98% 득표)를 차지하며 청년층 사이에서 인기몰이했던 차세대 대중정치인으로 분류된다. 프로호로프는 애초 친정부 성향인 데다 입각시킨다면 자유주의 세력을 끌어안는 모양새여서 러시아 중산층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 그의 중용은 푸틴에게 좋은 카드다. 그러나 장 교수는 “가뜩이나 ‘푸틴의 이중대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프로호로프가 당장 푸틴에게 안길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또 메드베데프와 충돌한 뒤 지난해 9월 해임된 알렉세이 쿠드린(52) 전 재무장관도 내각에 참여하기보다는 독자노선을 걸을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인간 본성 ‘귀차니즘’ 경제학 공식 통할까

    인간 본성 ‘귀차니즘’ 경제학 공식 통할까

    최신 경제·경영 이론에 흥미있다면 ‘넛지’(Nudge), ‘휴리스틱’(Heuristic),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 같은 말들을 들어봤을 것이다.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통해 인간 한계에 대한 재미있는 통찰을 전달해준다. 기름값을 예로 들 수 있다. 기름값이 치솟자 한때 정부는 ‘으름장’을 놨다. 장관이란 사람이 회계사 자격증이 있으니 기름값 원가 내역을 직접 검증해 보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쉽게 말해 원가를 분석해 보고 정유사 사장들 불러다 ‘조인트 좀 까겠다’는 얘긴데, 이 정권이 시대가 변한 줄 모르는 구닥다리라 힐난받는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조금 세련된 방식으로는 ‘넛지’를 꼽을 수 있다. 욱해서 남의 집 장부를 들춰 보는 건 조폭들이나 하는 짓이니 그 대신 팔꿈치로 쿡쿡 찔러 살살 꾀어내 보자는 것이다. 전국 주유소의 기름값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소비자의 비교 선택이 기름값을 싸게 하리라는 복음이다. 자, 그럼 이제 운전자들은 조금이라도 가격이 싼 주유소로 몰려갔던가. 하여 교활한 거대 정유사들은 마침내 소비자 앞에서 무릎을 꿇었던가. 세상은 그렇게 굴러가지 않았다. 이 기사를 읽는 당신도 지난 1년간 주유소에서 쓴 카드 결제 내역을 꺼내 기억을 되살려보라. 그때그때 가장 싼 주유소를 찾아 거기까지 가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한 뒤 최적의 주유소를 골라 갔던 것이 몇 번이나 되는가. 아마 대개는 동네, 회사 혹은 자주 다니는 도로가에서 비교적 싸다고 인식되거나 혹은 화끈한 사은품을 제공하는 주유소에 가지 않았던가. 뭐 이 정도면 됐지, 생각하지 않았던가. 넛지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이런 게을러터진 소비자를 봤나!’<서울신문 3월 2일 자 1면 ‘더 뛰고 더 비싼 서울 기름값, 공범은 소비자’> 하는 한탄이 터져 나온다. 그런데 그게 사람이다. 사람은 모든 정보를 취합, 분석한 뒤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 대개는 적당하게 타협한다. 인간은 누구나 ‘인지적 편안함’을 추구하는 휴리스틱한, 그러니까 상식적인 수준의 어림짐작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쉽고 간단하게 말하자면, 일일이 하나하나 다 따져 가며 살기에 우리는 너무 게! 으! 르! 다! 동시에 귀! 찮! 다! 바꿔 말해 경제학이 수많은 공식과 모델을 만들어내는 토대로 쓰는 ‘무차별적 개인’과 ‘완전경쟁시장에서의 수요·공급곡선’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똑같이 이기적이고 똑같이 합리적이면서 비슷한 선호를 지닌 개인 따윈 없고, 시장상황에 따라 언제나 전광석화처럼 직장을 갈아치우고 가격 대비 성능을 순식간에 계산해 내면서 상품을 선택하는 일 따윈 일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작게는 펀드·보험처럼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각종 금융상품 설계와 뭐가 뭔지 도통 모를 각종 요금 체계가 바로 사람들의 이런 점을 파고드는 것이고, 크게는 합리적인 개인이 이기적 선택으로 효용을 극대화한다는 경제학의 전제가 허황된 소리라는 것이다. 이쯤이면 1970년대 ‘휴리스틱’ 개념을 만들어낸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왜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로 꼽히며 동시에 심리학자임에도 2002년 왜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수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생각에 관한 생각’(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진원 옮김, 김영사 펴냄)은 저자가 어떻게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대중적으로 풀어낸 책이다. 바로 경제학으로 돌진하진 않는다. 나 스스로가 ‘나’라고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의식하고 추론하는 자아’, 즉 ‘리즈닝 셀프’(Reasoning Self)라는 것이 얼마나 허술한지 세밀히 짚어 나간다. 점화효과(Priming Effect), 틀짓기(Framing Effect),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가용성 폭포(Availability Cascade), 매몰비용 오류(Sunk-cost Fallacy) 같은 심리학 용어들이 흥미로운 실험 결과와 함께 자세히 설명돼 있다. 저자 말마따나 사실 이런 내용은 인생 경험이 풍부한 “동네 할머니들”이 다 아는 것들이다. 끝내 아니라고 버티는 이들은 경제학자다. 4장 ‘선택’(Choices)에서부터는 경제학을 슬슬 입에 올리기 시작한다. 1970년대 초 어느 경제학자의 논문에서 “경제이론의 행위 주체는 합리적이고 이기적이며 취향에 변화가 없다.”는 구절을 읽고서는 “동료 경제학자가 내 연구실 바로 옆 건물에 있었는데 나는 우리의 지식 세계가 그처럼 심오한 차이를 갖고 있다는 걸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말하는 대목, 그 뒤 5년간 연구를 거쳐 내놓은 논문 ‘전망이론-위험상황에서의 의사결정 분석’을 심리학 학술지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계량경제학 학술지인 ‘이코노메트리카’에 발표했고 이 논문이 자기 논문 가운데 사회과학 분야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고 있다는 얘기에서는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자유’와 ‘시장’이 지닌 강력한 상징성 때문인지 본격적으로 비판에 나서진 않는다. 주류 경제학과 행동경제학 간 논쟁을 직접적으로 다룬다거나 시카고학파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낸다든가 하지 않는다. 심리학 그 자체에만 치중한다. 베스트셀러 ‘넛지’(안진환 옮김, 리더스북 펴냄)를 통해 행동경제학을 널리 알린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와 법학자 캐스 선스타인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장기적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결정들을 할 수 있도록 국가와 제도가 이끌어주는 자유주의적 가부장주의의 입장을 옹호한다.”고만 언급한다. 탈러가 일명 넛지팀으로 불리는 영국 정부의 행동통찰팀 자문관에 선임된 것을 두고도 “자유주의적 가부장주의의 두드러진 특징은 그것이 전반적인 정치 분야에 두루 매력적이라는 점”이라면서 “넛지는 건전한 심리학”이라고만 해뒀다. 경제학적인 구체적 정책 처방보다 심리학자로서 휴리스틱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에 더 방점을 찍는 태도로 읽힌다. 원제는 ‘싱킹 패스트 앤드 슬로’(Thinking fast and slow). 빨리 생각하는 것은 직관을, 느리게 생각하는 것은 이성을 뜻한다. 이성은 꽤 똑똑하고 쓸만하지만 행동이 굼뜬 게으름뱅이인 데다 쉽게 피로해지는 허약 체질이다. 정책 설계에는 인간에 대한 이런 이해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성과 논리만 갖추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한번쯤 곱씹어볼 화두다. 2만 2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소리친다고 침묵한다고 민주주의가 옵니까 !

    소리친다고 침묵한다고 민주주의가 옵니까 !

    황제 법학자, 나치즘을 옹호한 극우 법학자라 불리는 카를 슈미트(1888~1985)를 ‘급진 정치사상가’로 되불러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몇 해 전 “예외상태에 대해 결정하는 사람이 주권자다”라는 명제로 상징되는 슈미트 결단주의 사상의 핵심 ‘정치신학’(그린비 펴냄)이 나온 데 이어 ‘현대 의회주의의 정신사적 상황’(카를 슈미트 지음, 나종석 옮김, 길 펴냄)이 번역되어 나왔다. 원본은 1923년 출간됐다. 경제사에 대해 언급하는 많은 책들이 이 시기를 경이롭게 다룬다. 1차세계대전 패배 이후 살인적인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독일이 신음하던 시기라서다. 물가가 어찌나 팍팍 오르는지 시장에서 빵 하나 사는데 수백억 마르크를 들고 가야 하고, 어찌나 잽싸게 오르는지 맥주집에 들어가 가격을 확인하고 맥주 한 잔 마시고 나오는데 이미 인상된 가격표가 새로 붙어 있더라는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오는 때다. 슈미트가 절망한 것은 어려운 상황 때문이 아니다. 이겨낼 수 있다는 전망이 보이지 않아서다. 이 험악한 상황 속에서도 독일 의회는 오직 공개적 토론에 의한 합의라는, 공허한 자유주의적 이상에 매달려 있어서다. 슈미트는 자유로운 토론을 아무런 결론으로,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영원한 대화”라 부르며 비웃는다. 의회에서의 자유로운 토론은 정치적 낭만주의, 무기력한 나르시시즘쯤으로 여긴다. 해서 슈미트는 책 초반부에서 당대 의회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지금 읽어봐도 간담이 서늘할 정도다. “모든 공적인 업무가 정당과 그 추종자의 강탈과 타협의 대상으로 변질되고, 정치는 엘리트가 하는 일이라고 하기에 너무나 거리가 멀고 상당히 비천한 계층의 사람들이 하는 꽤 천한 일이 되었다는 상황을 의회주의가 이미 초래했다.” “오늘날 인간의 운명이 걸려 있는 커다란 정치적 경제적 결정은 더 이상 공개 연설과 반대 연설을 통해 확보된 상이한 의견들의 균형의 결과도 아니고 의회에서의 토론의 결과도 아니다.” “정당이나 정당연합의 소위원회와 최소인원에 의한 위원회가 폐쇄된 방 뒤에서 은밀히 결정을 내리고, 대자본가 이익단체의 대표자들이 최소인원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처리하는 것은 수백만명의 일상생활과 운명에 대해 아마 정치적 결정보다 훨씬 중요할 것이다.” “마침내 사회주의자가 아닌 사람들도 신문과 정당과 자본 사이의 결합을 인식하게 되었고, 정치는 단지 경제적 실제의 그림자로서만 취급하게 됐다.” 그렇다고 이 책 자체에서는 나중에 드러나게 될 나치즘에 대한 지지의 징후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자유주의적 의회를 비판한 초반부에 이어 볼셰비즘과 파시즘을 차례로 검토하는데, 오히려 파시즘을 더 가혹하게 비판한다. 슈미트는 볼셰비즘이나 파시즘 같은 어처구니없는 대안들이 활개 치도록 내버려둘 것이냐, 한가하게 토론이나 하자고 말할 때냐고 되묻는 쪽에 가깝다. 슈미트는 이후 영원한 대화에 빠져 있는 의회 대신 강력하고 권위적인 대통령제를 지지하게 된다. 그 대통령직을 총통으로 바꿔 낼름 차지한 것이 히틀러였다. 이는 바이마르공화국 헌법 기초작업에 참여한 막스 베버(1864~1920)와도 비교해 봄 직하다. 베버 역시 독일정치의 혼란상을 겪으면서 1919년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통해 카리스마적 지도자와 그 지도자를 따르는 머신(강한 결속력을 가진 당파적 추종자들)을 대안으로 내걸었다. 만약 베버가 조금 더 오래 살았더라면 히틀러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했을까. 슈미트와 같았을까, 달랐을까. 슈미트를 두고 “베버 전통을 계승한 사회철학자”라는 평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번 곱씹어 볼 문제다. 슈미트는 원래 보수주의의 대부로 꼽힌다. 나치즘에 복무한 이력 때문이다. 박정희 정권의 유신헌법에 참여한 헌법학자 한태연·갈봉근이 슈미트주의자로 꼽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치적인 것’(the political)을 화두로 붙잡은 급진좌파 사상가들에게도 주목받고 있다. 의회에 대한 그의 강력한 비판은 정기적으로 선거해서 지도자 뽑고 있으니 우리도 어쨌든 민주주의를 하고 있는 거 아니냐는 나르시시즘을 깨부수어 주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우리와 동떨어진 얘기가 아니다. ‘여의도식 정치에 대한 환멸’을 내세운 권위주의적 대통령을 겪고 있어서다. 묘하게도 결과는 역설적이다. 정치를 혐오하는 국민들이 정치에 거리두는 대통령을 뽑았음에도 정치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버렸다. 말 그대로 ‘정치적인 것의 귀환’이다. 2만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책꽂이]

    ●정의의 한계(마이클 샌델 지음, 이양수 옮김, 멜론 펴냄) 2010년 ‘정의란 무엇인가’로 돌풍을 일으켰던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1982년 저서다. 존 롤스의 자유주의적 정의론을 비판해 자신의 이름과 ‘공동체주의’를 학계에 각인시킨, 말하자면 샌델의 학문적 출세작이다. 한국 학계는 공동체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개인보다 전체를 내세우는 것이 군사독재 이데올로기나 맹목적 애국주의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선욱 숭실대 교수는 추천사에서 그런 식의 이해와 비판을 두고 전문가들조차 샌델의 진면목을 모르고 있다는 증거라고 비판한다. 그의 정치철학에 진정 관심있다면 ‘정의란’ 같은 대중적 흥행작이 아니라 ‘정의의 한계’ 같은 본격 정치철학 저술부터 읽으라는 것이다. 2만 8000원.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음, 김대웅 옮김, 두레 펴냄) ‘모권(母權)의 세계사적 패배’라는 표현으로 유명한 엥겔스의 저서다. 1877년 출간된 미국 민속학자 루이스 모건의 ‘고대사회’, 그리고 이를 1880~81년에 걸쳐 따로 정리해둔 칼 마르크스의 글을 참고해 두달 만에 완성한 책이다. 원시 난혼 상태에서 모계제, 그리고 가부장제 사회로 변화하면서 사유재산과 국가권력이 출연했다는 분석을 선보인다. 때문에 사적 유물론을 완성했다는 평가도 받지만 이른바 문명이 불거져나오는 ‘축의 시대’에 대한 본격적인 해명이라는 점에서 아직도 유효한 저서로 평가받는다. 입체적 이해를 위해 3개의 해설 논문을 붙여뒀다. 2만원. ●문자를 향한 열정(레슬리·로이 앳킨스 지음, 배철현 옮김, 민음사 펴냄) 19세기 초 이집트에서 가져온 로제타돌에 새겨진 고대 이집트 문자를 해독해낸 장 프랑수아 샹폴리옹의 일대기를 담았다. 이집트 문명 열풍이 몰아치던 당대에, 영국 학자 토머스 영과의 운명적 해독 대결을 벌이면서 문자해독을 어떻게 성공시켰는지 살펴볼 수 있다. 2만 5000원. ●사기영선(사마천 지음, 정조 엮음, 노만수 옮김, 일빛 펴냄) 영선(英選)이란 뛰어난 작품을 가려뽑는 것이다. 정조가 사마천의 ‘사기’, 반고의 ‘한서’ 가운데 뛰어난 글이나 본받을 만한 인물에 대한 내용 35편을 뽑고 정약용과 박제가가 교정을 봐 1795년 내놓은 책이다. 3만 8000원. ●최고의 학교 (남승희 지음, 인카운터 펴냄) 교육부 여성교육정책담당관, 서울시 교육기획관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저자가 말 많고 탈 많은 한국 교육 문제의 실태와 해법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놨다. 보수, 진보의 이념적 대립틀을 넘어 실무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자는 제안을 내놓는다. 1만 6000원. ●루소, 장 자크를 심판하다 - 대화 (장 자크 루소 지음, 진인혜 옮김, 책세상 펴냄)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해 계몽주의자들로부터 비판받고, 기독교의 원죄설을 부정해 세간의 비난을 받은 루소의 말년 대작이다. ‘루소’와 ‘프랑스인’이 이처럼 비난받은 ‘JJ’를 불러다놓고 3자간 대화를 나누는 독특한 형식으로 씌어졌다. 이들간 대화를 통해 루소는 온갖 비난에 대한 자신의 대응논리를 펴나간다. 2만 5000원.
  • [지구촌 권력교체 격동] 유럽

    [지구촌 권력교체 격동] 유럽

    유럽 각국 정부들이 올해에는 ‘집권당 패배 도미노’라는 악몽을 피해갈 수 있을까. 지난해 유럽에선 8개국이나 정권교체가 일어났다. 핵심 쟁점이 경기침체와 실업 등 민생문제였다는 점에서 2012년 선거전망도 집권세력에겐 대단히 암울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프랑스 세계가 주목하는 선거는 단연 4월 22일 실시되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라고 할 수 있다.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5월 6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대선 직후인 6월 10일 총선이 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기 대통령은 집권 다수당과 함께 강력한 권력을 쥐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사회당 소속 프랑수아 올랑드,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 등이 대선 경쟁에 뛰어든 주요 후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유럽 재정위기 극복 노력을 주도하고 리비아 내전에 앞장서 개입하는 등 의욕적인 활동을 바탕으로 재선을 노리지만 상황이 썩 녹록지는 않다. 지난달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올랑드 후보가 지지율 30% 안팎을 기록한 반면 사르코지 대통령은 26~29%에 머물러 있다. 극우파인 르펜 후보가 16.5~19.5%를 기록하는 것도 사르코지 대통령 입장에선 지지층 분산 효과가 생길 수밖에 없다. 지난해 각종 선거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의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이 거둔 성적표도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지난 3월 지방선거에선 사회당 등이 압승을 거뒀다. 이어 9월 25일 상원 절반인 170석을 대상으로 한 선거에서 집권 대중운동연합은 72석에 그친 반면 사회당 등 좌파연합이 85석을 차지하면서 제5공화국 수립 이래 처음으로 모두 합해 절대다수인 177석을 차지했다. ●핀란드 첫 선거는 오는 22일 핀란드에서 열린다. 핀란드는 의원내각제이긴 하지만 대통령에게도 일정한 권한이 있다. 임기 6년인 핀란드 대통령은 3선을 금지하기 때문에 현재 연임중인 사회민주당 소속 타르야 할로넨 자리를 두고 자유주의적 보수정당이자 집권당인 국민연합당 후보 사울리 니니스토, 중도좌파 사민당 후보 파보 리포넨, 포퓰리즘 성향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진짜 핀란드인’ 당대표 티모 소이니 등 후보 8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니니스토 후보가 4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는 반면 나머지 후보 중에는 지지율 10%를 넘긴 후보가 한 명도 없다. 이밖에 3월 10일 슬로바키아 총선, 6월 30일 아이슬란드 대선, 10월 8일 슬로베니아 대선, 11월 30일 루마니아 총선 등이 예정돼 있다. 그리스에선 당초 2월 19일 총선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가 물러나고 거국내각이 구성되면서 향후 총선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신흥 재벌·팽 당한 관료 출사표… 러 민심, 잠룡들 깨웠다

    신흥 재벌·팽 당한 관료 출사표… 러 민심, 잠룡들 깨웠다

    블라디미르 푸틴(59) 총리의 출마 선언으로 승부가 끝난 듯했던 내년 3월 러시아 대선 레이스가 잠룡의 잇단 등장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러시아의 3대 재벌인 미하일 프로호로프(46)가 대권 출사표를 낸 데 이어 ‘팽’ 당한 푸틴의 옛 최측근 알렉세이 쿠드린(51)도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갑작스러운 등장을 두고 “푸틴이 기획한 고도의 술책”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겉보기에는 러시아 정치판의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쿠드린 9월 재무장관직 경질 쿠드린 전 재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현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자유주의 정당이 필요하다.”며 창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번 두마(하원) 총선에서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의 득표율이 떨어진 것은 (민심이) 강력한 자유주의적 대안을 원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덧붙였다. 반(反) 푸틴당을 만들겠다는 얘기로 러시아 여권에는 분명한 악재다. 쿠드린과 푸틴의 악연은 3개월 전 시작됐다. ‘푸틴 사단’의 일원이었던 그는 지난 9월 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가 내년 3월 대선 이후 서로 자리를 맞바꾸기로 하자 “메드베데프와 견해차가 커 그와 일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가 사실상 경질됐다. 쿠드린은 지난 4일 부정선거 의혹이 일자 “위법 사례가 수백건은 될 것”이라며 여당을 공격한 데 이어 “나는 선거에서 통합러시아당을 찍지 않았다.”며 푸틴의 심기를 건드렸다. 쿠드린에 앞서 러시아의 대표적인 올리가르히(신흥재벌)인 프로호로프가 이날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올해 친정부 성향의 ‘올바른 일 당’ 당수를 맡았으나 지난 9월 물러났다. 프로호로프는 “쿠드린과 창당에 관해 논의한 적이 있다.”고 말해 두 사람이 공동 창당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쿠드린과 프로호로프가 푸틴에 지친 러시아 중산층을 겨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시에 사는 전문직 중산층은 푸틴의 권위주의적 정치체제에 상당한 반감을 품고 있다. 최근 러시아에서 불거진 ‘반 푸틴 시위’의 중심 세력도 이들 중산층으로 분석된다. 프로호로프는 스스로를 “중산층 이익의 대변자”라고 알리며 표심을 유혹하고 있다. ●프로호로프와 공동창당 가능성도 하지만 이 두 사람의 출마를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이 기획한 정치공학”으로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인사인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프로호로프의 출마는) 100% 푸틴이 영감을 불어넣은 작품”이라고 비난했다. 이 통신은 또 쿠드린이 신당을 만드는 것도 푸틴을 향한 국민의 직접적인 불만 표출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 사람 외에도 최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정의러시아당’의 세르게이 미로노프 전 상원의원과 반 푸틴 성향의 정치블로거인 알렉세이 나발니(35) 등도 대권 주자로 꼽힌다. 러시아의 한 야당으로부터 대선 후보 추대를 받고 거절했던 나발니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홍준표대표 물러나야…아예 신당 창당을”

    “한나라당이 살려면 홍준표 대표부터 물러나야 한다.” “유권자 요구에 부응하려면 아예 신당으로 바꿔야 한다.” 한나라당 개혁 성향의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이 27일 국회에서 주최한 쇄신 관련 긴급 전문가 간담회에서 이렇듯 수위 높은 쇄신 요구가 빗발쳤다. 29일 예정된 당 쇄신 연찬회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지금은 한나라당이 생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면서 ▲홍준표 체제 교체 ▲비상대책위원회 가동 ▲50% 이상 물갈이 등으로 이어지는 3단계 쇄신안을 제시했다. 고 박사는 “지도부 사퇴도(10·26 재·보궐 선거 직후인) 한달 전에 했어야 했다.”면서 “‘MB노믹스’도 통째로 폐기해야지, 복지예산 몇 조원 증액한다고 부자당이 서민당으로 탈바꿈하는 것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내년 총선·대선 승리의 전제 조건으로 박근혜 전 대표의 변화도 꼽았다. 고 박사는 “확고한 대선주자로서 ‘어떻게 책임을 감당하고 있느냐’는 국민 물음을 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는 아예 신당 창당이 한나라당의 살 길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놨다. 김 대표는 “한나라당은 1% 특권층 부자정당, 반북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정당일 뿐”이라면서 “단순히 대표를 바꾸는 리모델링으로는 어렵고 유권자 변화를 반영한 새 정당으로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명박 정권과 결별할 수 있는 당의 이념 정비,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 비례대표제 확대 등을 제시했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의 승리는 내년 총선·대선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티저 광고”라면서 “2등 브랜드인 한나라당이 1등 브랜드가 되려면 천막당사 시절처럼 과도한 헌신, 과거와의 완전한 단절, 야권보다 더 대담한 자유주의적 아이디어 제시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참석 의원들은 이렇듯 전문가들의 거침없는 공개 발언에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면서도 “맞는 말”이라며 공감을 표시했다. 한 의원은 “당이 근본 체질부터 바뀌어야겠지만 지도부 퇴진론은 피해갈 수 없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휴일임에도 15명의 의원이 첨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反공산 내세워 인권자유는 박해 이승만·박정희 정권 反자유주의적”

    “反공산 내세워 인권자유는 박해 이승만·박정희 정권 反자유주의적”

    한국에 자유주의 바람이 거세다. 가장 최근 사례는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둘러싼 ‘자유’ 민주주의 논쟁이다. 그런데 모순이 드러난다. 4·19혁명은 자유민주주의 회복을 내걸었다.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쐈다.’는 김재규(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범) 역시 자유민주주의 회복을 내걸었다. 뒤집어 말해 이승만·박정희 정권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고안해낸 방법은 ‘장기집권 등으로 인해 독재화의 시련을 겪었다.’는 표현을 집어넣은 것이다. 참 고약한 표현이다. 다른 문제는 없고 장기집권이 조금 문제됐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데다, 그나마도 독재가 아니라 독재‘화’다. 이런 ‘자유주의’적 인식은 멀리 갈 것 없이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의 선두주자인 후지오카 노부카쓰 도쿄대 교수의 논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1995년부터 ‘좌파의 자학 사관과 코민테른 사관’(한국으로 치자면 종북좌파 사관)을 비판하면서 그 대안으로 ‘자유주의’ 사관을 내걸었다.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자들이 이승만·박정희 정권도 말년에 가서야 장기집권으로 인한 독재화 과정을 겪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일본의 극우세력은 일제 침략이 초반에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후반에 가서 ‘전략상의 실수’를 저질렀다고 본다. 한국 자유민주주의자들이 10년 전 일본 극우세력의 논리를 ‘베끼고’ 있다는 의심이 드는 이유다. 한·일 양국의 자유주의는 왜 이리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을까. 혹시 진보진영에서 자유주의를 부르주아 지배 이데올로기라고 폄하하고 무시했기 때문은 아닐까. 해서,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을 내건 자유주의의 마력을 진보가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기에 관심 있다면 문지영(정치학 박사)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이 낸 ‘지배와 저항-한국 자유주의의 두 얼굴’(후마니타스 펴냄)을 눈여겨 볼 만하다. 페미니즘 연구 프로젝트 때문에 영국에 머물고 있는 문 연구원은 22일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진보는 자유주의를 비껴가는 게 아니라 통과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자유주의를 부정할 게 아니라 그 바탕 위에서 상상력을 키우는 게 진보라는 얘기다. 그는 “(존) 로크나 (존 스튜어트) 밀이 남긴 자유주의의 고전들을 읽다 보면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진보적인 힘을 갖고 있는지 발견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자유주의에 대한 연구가 지나치게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주의에 대한 자신의 탐구작업은 “자유주의에 대해 잘 모르면서 진보를 자처하기 위해 자유주의에 비판적이고 적대적이었던 한때를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한다는 의미”라고 ‘고백’했다. 그가 생각하는 자유주의의 가장 큰 장점은 말 그대로 ‘개인의 자유’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시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엄격한 계획경제 나라에서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이, 요즘처럼 지나친 시장자유로 서민들의 삶이 핍진해지면 거꾸로 ‘큰 정부, 작은 시장’이 곧 자유주의다. 자유주의는 무조건 ‘작은 정부, 큰 시장’이라고 믿는 것은 “미신에 불과하다.”고 그는 잘라 말한다. 그렇기에 “자유주의를 진보적으로 해석해내지” 못한다면 “자유주의는 ‘그들만의 자유’에 만족하고 말 것”이라고 충고한다. 이런 주장은 반공주의, 국가보안법에 대한 견해에서도 잘 드러난다. 문 연구원은 ‘자유주의=반공주의’라는 도식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자유주의에는 ‘공산주의로부터의 자유’와 더불어 ‘기본적 인권을 향한 자유’가 뒤섞여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승만·박정희 정권은 공산주의로부터의 자유를 내세워 기본적 인권을 향한 자유를 박해했다는 얘기다. 따라서 그가 볼 때, 문제의 핵심은 “무엇이 공산주의를 이롭게 하거나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개인이 아니라 국가가 독점해 온” 상황이다. 문 연구원은 “여러 가치들 간의 충돌을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자유주의 사회의 관건인데 사회적 가치의 우선순위를 국가가 일방적으로 부여하는 것 자체가 반자유주의적”이라고 꼬집었다. 역사교과서 논란을 주도한 한국현대사학회 소속 김용직 성신여대 교수는 이승만·박정희 정권을 가리켜 ‘홉스적 자유주의’라고 평가했다. 영국 철학자 토머스 홉스(1588~1679)가 사회계약에 의해 탄생한 강력한 국가, 즉 ‘리바이어던’을 그려낸 인물임을 감안하면, 이승만·박정희의 반공독재도 그러한 존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 연구원은 “홉스에 대한 오독이자 자유주의의 남용”이라면서 “웬만해선 설득력 있다고 보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자유주의 연구자들 사이에서 홉스의 리바이어던을 자유주의라 볼 수 있느냐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다.”면서 “리바이어던의 탄생 과정이 자유주의적 원칙을 포함하고 있으나, 확립된 이후의 리바이어던은 자유주의적이기 어렵다고 보는 게 일반적 평가”라고 말했다. 이어 “리바이어던이 기초하고 있는 가정은 외면한 채 겉으로 드러나는 강력한 주권독재적 현상만 가지고 홉스적 자유주의를 말한다면, 나치즘도 홉스적 자유주의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지방시대] 산동네와 인간의 재발견/김형균 부산시 창조도시본부장

    [지방시대] 산동네와 인간의 재발견/김형균 부산시 창조도시본부장

    산동네와 인문학. 얼핏 보면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들은 실제로는 매우 밀접하다. 지금까지 빈곤한 마을이나 산동네를 압도한 가치들은 크게 “낡은 집들을 빨리 허물자.”는 개발 논리와 “헌 집 다오, 새 집 줄게.”로 표현되는 재개발 논리, 그리고 도시 외곽 팽창을 통해 이들을 교외화하려는 ‘신도시 논리’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러한 논리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세계도시’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적 공간팽창의 메커니즘이 있었다. 그러나 2008년 말 전 세계적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확장 위주의 ‘세계도시’는 더 이상 유효한 패러다임이 아님이 증명됐다. 그 대신 재생과 복원, 창조의 가치에 많은 사람이 주목하게 됐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들을 내포하는 새로운 도시의 패러다임을 ‘창조도시’에서 찾기 위한 많은 시도가 있었다. 사실, 창조도시의 관점에서 보면 산동네는 깡그리 밀어버려야 할 골칫거리가 아니라 오히려 해당 도시의 애환과 역사를 간직한 서민적 삶의 보고다. 이러한 산동네를 재생하고, 복원하고, 또 창조하려면 공간 개발에 집중하는 물신적(物神的) 가치보다는 삶의 복원과 재생에 집중하는 인문적(人文的) 가치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대부분의 산동네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도심지보다 상대적으로 공동체의 끈끈한 정이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공동체 정서는 공간과 문화 재생의 중요한 잠재적 자원이다. 이러한 자원을 바탕으로 산동네를 재생하려면 그들이 얼마나 소중한 자원을 보존하고 있는가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동네 자체의 정체감을 인식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인문적 접목이다. 인문학의 궁극적 지향점을 인간의 재발견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면, 산동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인간의 재발견’이다. 산동네 주민을 단순하게 조합원 중의 한명으로 보지 않고, 곧 뜯어 없앨 집 한 채의 소유자로 보지 않는 시각이다. 비록 애환을 품고 살아가지만 나름대로 삶의 스토리와 콘텐츠를 지닌 인간 그 자체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것 같지만, 매우 질적인 시각의 차이다. 산동네에 지금 필요한 건 무분별한 개발의 삽질이 아니라,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어루만져 주는 따뜻한 마음의 쟁기질이다. 사회가 주거문제로 양극화될 때 가장 크게 느끼는 건 불편함보다 자존심이다.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는 인문적 프로그램으로 인간적 체통을 세워주는 데서 주거문제는 접근해야 한다. 산동네의 개발 구상 이전에 공공정책이 세심하게 배려해야 할 것이 바로 인문적 프로그램이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인문학은 빈곤, 질병, 알코올, 범죄 등에 대한 기능적 치유뿐만 아니라 삶의 정체감, 자기 존중감, 전통과 공간에 대한 애착, 세상에 대한 배려를 가능케 하는 실존적 역할이 더 크다. 지금 전국의 많은 산동네가 재생철학 없는 무분별한 개발의 손길로 어지럽다. 더 늦기 전에 다양한 인문적 프로그램을 통한 자생적 변화를 보고 싶다. 그건 작은 기적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방문한 그리스 산토리니섬의 후미진 재개발 구역 마을 입구에 스프레이로 뿌려진 글귀가 떠오른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오직 자존심이다!’
  • [기고] 지천명의 생일을 맞은 국정원/문순보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기고] 지천명의 생일을 맞은 국정원/문순보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국가정보원(국정원)이 10일로 개원 50주년을 맞았다. 두 차례 명칭 변경이 있었지만 1961년 6월 10일 창설된 중앙정보부의 후후신(後後身)으로 지천명(知天命)의 생일을 맞은 것이다. 50세 생일을 맞는 국정원에 바라는 국민의 기대는 어떤 것일까. 그것은 국가 안전보장, 국익 실현, 자유민주적 가치의 수호라는 기존 임무와 더불어 대한민국 선진화를 위한 주요 기능을 수행해 달라는 내용일 것이다. 50년 국정원 역사는 현대 한국정치의 진화 과정을 그대로 체현하고 있다. 국정원의 지향점은 원훈(院訓)에서 잘 나타난다. 1961년 중앙정보부 창설 이후 37년간의 부훈은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였다. 여기에는 비(秘)조직으로서의 위상을 상징하는 뉘앙스가 다분했다.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인 1998년 6월 ‘정보는 국력이다’로 원훈이 바뀌었다. 1990년대 인터넷 혁명 이후 정보의 중요성을 국력의 차원으로까지 끌어올려 인식해 왔다는 것이다. 2008년 현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은 원훈을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으로 변경하면서 자유주의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목표를 천명했다. 이처럼 50년 국정원 역사는 음습한 권력의 시녀라는 부정적 인식에서 민주적 정보기관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후 자유주의 실현으로 그 실천 목표를 옮겨간 점진적 진화의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간 국정원의 기능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가 뒤따랐다. 국정원은 개인에 대한 불법 사찰과 대선 등 주요 정치과정에 대한 개입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국정원이 조직에 부여된 일차적 목표를 잊은 적은 없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국정원이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했다면 대한민국의 국가적 실체는 이미 소멸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사실 국정원의 과오는 보다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경향이 짙다. 지난 2월 발생한 국정원 직원들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해외 도처에서 국가안보를 위한 비밀공작을 수행하다 불의의 사고로 희생되는 직원들도 다수 존재한다. 국정원 직원들은 실로 목숨을 건 ‘총성 없는 정보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주변적인 과오 때문에 국정원의 본질적 기능을 간과하고 조직 전체에 부정적 낙인을 찍는 행위는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향후 국정원은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위한 도정에서 더욱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안보의 튼튼한 뒷받침 없이는 선진화는커녕 선배들이 애써 일궈놓은 산업화와 민주화의 업적마저 모래성처럼 허물어져 버릴 수 있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안보 환경과 주변 강대국들의 정세를 고려할 때 국가안보와 실리외교를 위한 국정원의 업무는 더욱 강화돼야 한다. 가령 예측불허의 북한 사이버 테러와 관련하여 국정원의 예방적 보완조치가 강화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 국정원의 국가안보 관련 업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온건좌파’ 우말라 페루 대선 승리

    ‘지한파’로 알려진 오얀타 우말라(48)가 페루 대통령 선거에서 사실상 승리했다. ‘강경좌파’의 옷을 벗고 실용주의자로 변신한 우말라의 당선으로 남미에는 ‘온건좌파’ 바람이 더욱 거세게 몰아칠 듯하다. 선거감시기구인 ‘트렌스페런시아’가 합산한 5일(현지시간) 대선 결선투표 비공식 집계결과에 따르면 우말라 후보는 51.5%의 득표율을 기록해 48.5%의 게이코 후지모리(36·여) 우파진영 후보를 가까스로 누르고 차기 대통령에 사실상 당선됐다. 우말라 후보는 당선이 확정적이라는 소식을 전해 듣고 지지자들 앞에 나서 “국민화해의 정권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그는 또 “모든 사람을 위해 보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페루 육군 중령 출신인 우말라는 2004년 8월부터 5개월간 주한 페루대사관에서 무관으로 근무하며 한국의 발전상에 강한 인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국의 교육 수준과 의료 시스템 등에 관심이 많았고 이후 페루에 돌아가 한국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한국과 인연이 있다.”고 강조할 정도로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말라는 경쟁 후보인 게이코 후지모리의 아버지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2000년 부패 스캔들로 낙마 위기에 놓이자 쿠데타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후 군에서 해고됐다가 복직한 뒤 한국 근무를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치고 2005년부터 정치인으로 변신, 2006년 대선에 출마했었다. 우말라의 승리로 남미의 정치 지형은 더욱 ‘왼쪽’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페루에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중남미 지역에서 칠레와 콜롬비아를 빼고는 모두 좌파 정부가 장악하게 된다. 동시에 최근 남미권에서 힘을 잃고 있는 ‘강경좌파’ 정치세력이 더욱 쇠락하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말라는 2006년 대선 당시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전면 반대했다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하수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낙선했다. 이후 실용 좌파로 방향을 틀어 루이스 아니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의 노선에 근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경쟁자인 게이코는 아버지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한 대중적 반감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열린세상] 복지논쟁, 헌법상 복지를 잣대로/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열린세상] 복지논쟁, 헌법상 복지를 잣대로/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무상복지를 둘러싼 논쟁이 여야 간을 넘어 여권 내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야권의 무상복지 주장에 대해 여권은 “표를 의식한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였다. 그런데 재·보선 패배 후 여권 일부에서 “반값 등록금 등 대폭적 복지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또 다른 여권 일각에서는 “포퓰리즘적 무상복지는 불가능하다.”는 종전의 입장을 지키겠다고 한다. 이와 같은 여권 내 논쟁은 국민을 위한다기보다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 대한 여권의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기에 야권의 복지 포퓰리즘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이에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을 포함한 31개 시민단체들은 여당조차도 표심을 잡기 위해 대중영합식 입법도 마다않는 정치권의 현실을 규탄하고, 국회의원들에게 포퓰리즘 입법활동을 중단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하여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에 충실한 입법과 정책을 세울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주민투표 서명운동을 주도한 ‘복지포퓰리즘 추방 국민운동본부’ 측은 지난달 23일 서명자가 주민투표법상 주민투표의 청구요건인 41만 8000명을 넘어섰고, 이달까지 총 70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서울시에 주민투표 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 헌법은 진정한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광의의 복지국가를 추구한다. 우리 헌법에서는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행복을 실질적으로 추구하는 동시에 진정한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고,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며 사회보장수급권, 교육을 받을 권리, 근로의 권리, 근로3권, 환경권, 보건권 등의 사회적 기본권을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복지국가의 유형은 시장기능을 기본적으로 인정하고 국가가 가장 취약한 계층에 대해서 복지를 제공하는 자유주의적 복지국가(미국·일본·호주·캐나다·스위스), 노령·실업 등의 특수한 상황에서 근로자들의 소득 유지를 목적으로 하지만 재분배 효과가 적은 조합주의적 복지국가(독일·오스트리아·이탈리아·프랑스·벨기에), 국가가 상당한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높은 조세에 기초하여 재분배 효과가 강한 사회민주주의적 복지국가(덴마크·핀란드·네덜란드·노르웨이·스웨덴)로 구분된다. 그러나 조합주의나 사회주의적 복지국가 유형에 속하는 나라들도 복지정책에 따른 국가의 재정적 압박과 국민의 조세부담 증가, 비효율성과 비생산성, 근로의욕 감소 등 복지국가의 위기와 폐해가 드러남에 따라 자유주의적 복지국가로 전환하거나 복지 지출을 축소하는 추세이다. 우리 헌법은 자본주의와 사적소유권 및 재산권을 보장하는 시장경제체제를 정하고 있을 뿐 헌법수준에서의 특정한 경제모델을 정하고 있지 않다. 헌법재판소는 과거에 우리 헌법의 경제질서를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라고 정의하였으나 최근에는 ‘자유시장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2007헌바108). 이에 시장경제와 자유주의를 기본으로 채택하고 있는 우리 헌법 하에서 야당이나 좌파진영이 추구하는 사회주의적 복지국가에 토대를 둔 무상복지 주장은 우리 헌법의 경제질서와 부합하지 않는다. 사회적·경제적 약자에 대한 복지는 반드시 필요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복지정책은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복지국가의 실현에 소요되는 사회정책적 투자를 위한 재원의 확보는 국가의 재정능력과 경제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특히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하여 국민에게 과도하게 과세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번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주민투표 서명결과는 주민투표의 청구요건도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이는 정치권의 생각과 달리 국민들은 퍼주기식 포퓰리즘 입법이나 정책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주민투표를 통하여 국민들은 여야 정치권에 무상복지 등 복지 포퓰리즘 논쟁에 대한 주권자의 의지와 결단을 보여주는 동시에 올바른 복지 입법과 정책의 실천을 명할 것이라고 믿는다.
  • 獨 통일 후 무엇이 달라졌나

    독일 통일 후 동독 지역 출신의 기업가들이 서독 출신의 기업가들보다 자본주의에 더 함몰된 경향을 보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통일부가 독일 통일 20주년을 맞아 베를린 자유대학 한국학과에 의뢰해 발간한 ‘독일의 통일·통합 정책연구’에 실린 보고서 내용의 일부로, 추후 통일 정책을 수립하는 데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동독 지역의 경제 엘리트(기업가 등)는 동독 시절 콤비나트(기업의 지역적 결합체)에서 일했던 엘리트들이 거의 그대로 재취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에 정치 엘리트(고위 공무원, 의원 등) 자리를 서독 출신들이 차지했던 것과 달리 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동독 출신 경제 엘리트들이 거의 자리를 보전한 셈이다. 주목할 부분은 동독 출신의 경제 엘리트들이 서독 출신들에 비해 ‘경쟁적 자본주의’ 성향이 짙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2002년 제조업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동독 출신 기업인 61%가 스스로를 “경쟁적 자본주의자”라고 답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서독 출신 기업인들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사회적 시장경제’ 성향이 강한 반면, 동독 출신 기업인들은 오히려 신자유주의적 경제 입장을 대변했다.”면서 “뒤늦게 시장경제에 참여하다 보니 더 경쟁적으로 나섰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면 동독 지역 정치 엘리트들은 동독 시절 하위 엘리트였거나 전문직 종사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통일 이전에 체제 비판 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반(反)엘리트 계급으로, 통일 이후 비로소 요직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통해 정치 엘리트 간 순환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또 통일 직후 동독 지역의 경제가 붕괴되고 일자리가 줄어들자 출생률이 40%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1989~1992년에 일자리 400만개가 없어지면서 결혼 감소, 출산율 저하로 이어진 것이다. 통일 1년 후인 1991년에 출생률이 40%가 감소했고 92년, 93년에도 각각 19%, 8%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총 3권 2300여쪽으로 구성됐으며, 독일 통일 후 20년간 독일 정부가 시행한 정책과 결과를 분석, 평가한 논문과 당시 정부의 문건 등이 담겼다. 통일부 관계자는 “독일 사례가 전체를 통째로 따라야 할 모델도 아니고 북한은 동독과 같지도 않다.”면서 “그러나 통일 과정에서의 경험들은 한국을 위해 논의할 가치가 있고 연관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親朴 ‘유시민 국가론’ 쏠린 눈

    국회에는 작은 서점이 있다. 국회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보는 이들이 많아 이 서점이 하루에 파는 책은 모두 합쳐도 50권 남짓이다. 서점 주인은 19일 “유시민씨의 새 책 10권을 어제 처음 갖다 놓았는데, 하루에 다 팔렸다.”고 했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의 새 책 ‘국가란 무엇인가’가 여의도 정가에서 베스트 셀러가 될 조짐이다. 특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권을 위해 뛰고 있는 친박계 의원 및 보좌진의 관심이 높다. 유 대표가 책에서 박 전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인 ‘국가’와 ‘애국’을 강조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 전 대표가 ‘복지’를 화두로 들고 나왔을 때 야권이 비상한 관심을 보인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유 대표의 책은 국가주의 국가론, 자유주의 국가론, 마르크스주의 국가론 등을 소개한 개론서 성격이 짙다. 그러나 유 대표는 책에서 “자유주의자와 진보주의자들이 애국심을 거론하지 않는 이유는 이해할 만하지만, 이런 태도가 국가주의자와 보수주의자들로 하여금 다수 국민이 고귀한 감정이라고 생각하는 애국심의 사용권을 독점하도록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하는 등 자신의 견해를 적극 밝혔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유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책을 쓴 것 같다. ‘제3의 길’을 주장하며 중도에게 다가선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비슷하다.”면서 “하지만 애국은 말이나 글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전 대표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리는 이한구 의원은 “그동안 진보진영은 국민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국가의 역할과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를 간과한 측면이 있다.”면서 “유 대표가 국가에 관심을 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특히 “박 전 대표가 생각하는 국가의 역할은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에 따른 양극화를 극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토목경제를 강조한 지금 정부와도 차이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막강한 군사력 과시 견제할 맞수가 없다

    미국인들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버락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뽑았지만, 오바마는 취임 뒤 아프가니스탄에 더 깊이 개입했으며 리비아를 상대로 새 전쟁을 시작했다. 왜 미국은 계속 전쟁을 벌이며 군사 개입을 중단하지 않을까.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최근 호는 이 같은 질문을 제기하면서 미국이 바보스러운 전쟁을 벌이고 있는 다섯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포린폴리시는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결코 호전적인 나라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지만, 이 나라는 토착 인디언을 말살하거나 멕시코로부터 텍사스를 힘으로 빼앗으면서 확장 전쟁을 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세기 들어 강대국이 된 뒤 12차례의 큰 전쟁을 치렀고, 수많은 군사 개입을 해 왔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포린폴리시가 든 다섯 가지 이유다. 첫째, 미국은 언제든 전쟁을 벌일 수 있는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탓에 해외에서 문제가 생기면 완력을 사용해 이를 쉽게 해결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오바마도 다른 대통령들처럼 지구상에서 특수 지위나 가치의 수호를 구실로 삼았다. ●모병제… 모험주의 중독 둘째, 미국을 견제할 맞수가 지구상에 없다. 본토가 안전한 탓에 미국은 역설적으로 더 쉽게 해외에서 ‘마녀 사냥’을 벌인다. 셋째, ‘모험주의 중독’ 뒤에는 모병제가 버티고 있다. 월스트리트 은행가의 아들들을 포함한 모든 미국 젊은이들이 죽음의 전선으로 보내진다면 그렇게 쉽게 전쟁을 벌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유·인권 수출’ 세계관 넷째, 미국의 외교정책 수립을 좌지우지해 온 엘리트 기득권층의 경직된 생각 탓이다. 신보수주의자이든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자이든 그들은 자유와 인권을 수출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완력의 사용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세계관은 연구기관과 국회 및 정부의 각종 위원회, 공공정책학교를 거치면서 확대 재생산되며 미국 국민들을 설득시켜 왔다. ●‘대통령의 전쟁’ 의회도 속수무책 다섯째, 의회의 대통령에 대한 견제는 전쟁 발동의 측면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 전쟁선포 권한은 의회에 있지만, 이는 유명무실한 것이 됐다. 포린폴리시는 이 밖에 소극적인 언론과 군산복합체의 역할도 미국을 전쟁 중독에 빠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석우 전문기자 jun88@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자유영혼’ 비트겐슈타인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자유영혼’ 비트겐슈타인

    요한 슈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를 듣고 있노라면, 이 어질할 정도로 아름다운 왈츠곡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군대가 프러시아 군대에 패한 직후에 작곡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기 어렵다. ‘예술의 도시’ 빈이 실은 말러를 비롯한 많은 예술가들을 가장 홀대했던 도시라는 사실도. 이런 빈의 이중성을 로베르트 무질은 이렇게 묘사한다. “국가 제도상으로는 자유주의 국가였지만, 그 통치 체계는 관료적이었다. 통치 체계는 관료적이었지만, 삶에 대한 일반 대중의 태도는 자유주의적이었다. 법 앞에서 모든 시민은 평등했다. 그러나 물론 모든 사람이 시민은 아니었다. 부여된 자유를 매우 엄격하게 행사하는 의회가 존재하지만, 정작 의회의 문은 대개 닫혀 있었다.”(‘특성없는 남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1889~1951)이 태어난 곳은 바로 여기, 몰락해 가는 제국의 수도이자 신흥 부르주아의 장식적 예술 취미가 극에 달한 도시, 클림트·쉴레·쇤베르크·아돌프 루스 같은 새로운 천재들로 북적거리는, 역설과 파괴와 새로움이 공존하는 세기말의 빈이었다. ●빈, 세기말 제국의 마지막 나날들 비트겐슈타인의 부친은 자수성가한 철강 재벌이자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예술 후원자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재벌이 그렇듯, 그 역시 자식들의 예술적 삶만은 용납하지 않았고, 그와 갈등하던 큰아들을 비롯해 세 아들이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다른 여덟 형제들에 비해 가장 ‘비예술적’이었던 막내 비트겐슈타인은 고등학교 졸업 후 기계공학을 공부했고, 이 과정에서 러셀과 프레게가 제기한 수학적 문제들에 흥미를 느껴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얼마 후 부친이 사망하고 그는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게 되지만, 가난한 오스트리아 예술가들에게 유산을 기부하고 본격적으로 논리학 연구에 몰두하게 된다. 비트겐슈타인을 사로잡았던 문제는 오직 하나, 기만과 허영에 들뜬 부르주아의 세계에 휘말리지 않고 자신의 영혼을 구원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 비트겐슈타인의 초기 철학을 대표하는 저서 ‘논리-철학 논고’는 제1차 세계대전의 한복판에서 탄생했다. 죽음을 마주한 상황 속에서 탄생한 논리학 책이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논리-철학 논고’에서 아주 낯선 형태로 등장하는 윤리학, 미학, 영혼, 인생에 대한 사유의 편린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전장에서 그는 한 손으로 ‘논리-철학 논고’를 집필하는 한편, 다른 한 손에는 늘 톨스토이의 책을 쥐고 있었다. 삶의 의미란 자신의 실천적 일상에 충실한 사람에게만 드러난다는 톨스토이의 가르침은 비트겐슈타인의 생애에서 중요한 화두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논리-철학 논고’는 논리적으로 말해질 수 없는 삶의 영역들에 대한 사유의 결과물이다. 그는 이 책에서 언어와 세계의 문제를 해결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작업의 가치는 “문제들이 해결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 얼마나 적은지를 보여준다.”는 사실에 있었다. 비트겐슈타인에 따르면, 우리는 어떤 명제를 구성할 때 그에 상응하는 ‘그림’을 산출한다. 건축가가 떠올리는 청사진처럼, 언어를 사용하면서 어떤 ‘모델’을 떠올리는 것이다. 물리학의 좌표 체계처럼 하나의 명제는 특정한 논리적 공간을 갖는다. 다시 말해, 어떤 이름이 뜻을 갖는 것은 이름들 간의 논리적 관계라는 맥락 안에서다. 예컨대, ‘장미’라는 이름은 다른 여러 꽃들의 좌표 체계 속의 한 위치로서 규정된다. 이런 식으로 언어는 실재를 기술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을 언어로 ‘모든 것’을 기술할 수 있다는 뜻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언어가 모델을 통해 실재를 기술할 수 있다는 생각은 ‘언어의 한계’에 대한 사유로 이어진다. 즉, 언어는 실재를 기술할 수는 있지만 “더 높은 것은 아무것도 표현할 수 없다.” 삶의 의미, 윤리적 가치는 언어로 표현될 수 있는 것 바깥에 놓인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인용하면, ‘논리-철학 논고’의 핵심은 말해진 것이 아니라 말해지지 않은 것에 있었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로 말해질 수 있는 것과 말해질 수 없는 것을 구분함으로써, 삶을 사변적인 것으로 대상화하려는 철학적 태도를 비판한다. 삶의 의미는 말해질 수 없고 다만 ‘보여질’ 수 있을 뿐이다. 윤리는 명제들의 체계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따라서 윤리적인 명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윤리적인 행위만이 있을 뿐이다. 이것이 ‘논리-철학 논고’의 마지막 절,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에 함축된 의미다. 이처럼 삶의 가치는 단지 행위를 통해 ‘보여질’ 수 있을 뿐 말해질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우리는 ‘논리-철학 논고’를 버려야 한다. 사다리를 딛고 올라간 후에는 그 사다리를 던져버려라! 그러나 비트겐슈타인의 바람과 달리, 비트겐슈타인이 힘들게 만들어 놓은 ‘사다리’는 논리실증주의자들이나 분석철학자들에 의해 한층 견고하게 지지된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명제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조롱으로 오해되었으며, 그가 주목했던 ‘언어의 한계’에 대한 사유는 무시되었다. 모든 오해들에 맞서는 대신 비트겐슈타인은 스스로 방향 전환을 꾀한다. 빈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오스트리아의 한 시골 초등학교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한 것. 오래지 않아 케임브리지로 돌아가서 자신의 철학적 탐구를 계속했지만, 교사로서의 경험은 후기 저작 ‘철학적 탐구’의 중요한 기반이 된다. ●“그저 너 자신을 개선시켜라” 1936년부터 1949년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다듬은 ‘철학적 탐구’는 자신이 밟고 올라가기 위해 만든 ‘논고’라는 사다리를 스스로 버리고 얻은 결과다. 비트겐슈타인은 ‘논고’에서 탐구했던 ‘언어와 실재’의 논리적 관계로부터 벗어나 언어가 사용되는 삶의 맥락 속으로 뛰어든다. 이제 문제는, 언어의 사용을 지배하는 실천적인 규칙들과 이런 규칙들로 운용되는 다양한 언어 게임들, 그리고 이런 언어 게임들을 구성하는 여러 삶의 형식들을 분석하는 것이다. 어떤 말의 의미는 결국 그것의 사용에 있다. 삶의 의미가 사는 행위에 있듯이. 언어는 형식적 구조가 아니라 행위라는 깨달음! 이 지점에서 논리학과 윤리학은 구분될 필요가 없어진다. 논리학은 윤리학이다. 나의 논리가 나의 삶인 것.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의 삶이 바로 나의 논리인 것! 우리는 언어의 한계로 우리를 데려가는 낯선 삶의 실험들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언어의 차원을 넘어선 고결하고 종교적인 삶의 형식들, 그 속에서만 언어는 행위가 되고 시(詩)가 되기 때문이다. 태초에 행위가 있었나니, 행위하는 자들은 자신의 삶으로 논리를 구성한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스승이었지만, 사유의 측면에서 비트겐슈타인과 가장 멀리 있었던 러셀의 묘사에 따르면, 비트겐슈타인은 “가장 완전하게 전통적 천재관에 부합되는, 열정적이고, 심오하며, 열띠고, 지배적인 천재”의 살아 있는 예였다. 그러나 비트겐슈타인의 이런 ‘천재성’은, 인간은 성실하고 진실해야 하며, 그것이 전부라는 신념의 발현이었다. ●교수이면서도 강단 위 직업적 철학 혐오 그는 강단에서 행해지는 직업적 철학을 혐오했고, 철학교수가 되려는 제자의 계획을 포기하도록 설득했다. 물론 그 자신도 케임브리지 대학의 교수직을 끝내 사임했다. 이유는 하나. 대학교수이면서 정직한 인간이 될 수는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모든 의미심장한 문제들은 위대한 작가들이 제기해 놓았고, 철학은 단지 그런 문제들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비트겐슈타인은 자신의 사유를 절대화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철학이 오해되는 것에 대해서도 굳이 변명하지 않았다. 그저 “이 책 속에 표현된 사고들을, 또는 어쨌든 비슷한 사고들을, 스스로 이미 언젠가 해본 사람만이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철학에 덧씌워진 모든 사변적 장식물과 합리적 보정물을 제거해 나가고자 했다. 음악에서 쇤베르크가 했던 것처럼, 건축에서 로스가 했던 것처럼, 비트겐슈타인도 가장 기본적인 질문만을 갖고 삶을 돌파해 나간 것이다. “그저 너 자신을 개선시켜라. 그것이 네가 세계를 개선시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이것이 그가 동료들과 그 자신에게 반복했던 말이다. 비트겐슈타인은 고향집이 아닌 케임브리지에서 임종을 맞는다. 앞으로 며칠밖에 못 살 거라는 의사의 말을 들은 그의 대답은 “좋습니다.”였다. 그리고 그의 곁을 지키던 의사 베번 부인에게 남긴 유언은 “그들에게 전해 주십시오. 내가 멋진 삶을 살았다고!”였다. 일체의 지적, 사회적 관습에 의연하게 맞서면서 가혹할 정도로 자신을 다그쳤던 비트겐슈타인에게, 삶이란 말해질 수 없고 다만 보일 수 있을 뿐인 어떤 것, ‘멋진 예술작품’과도 같은 것이었다. 채운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열린세상]공정한 사회와 장애인 고용/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열린세상]공정한 사회와 장애인 고용/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얼마 전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샌델 교수가 한국을 다녀가면서 우리 사회에는 공정성에 대한 논의가 꽃을 피우는 듯하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그의 번역본이 60만부 이상 판매되고 EBS에서 방송되는 그의 강의가 자정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정의와 부정, 평등과 불평등, 개인의 권리와 공공의 이익 등 양립하기 힘든 가치가 충돌할 때 사회가 어떻게 이성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심각하고 딱딱한 정치철학적 질문에 대해 매우 명쾌한 답변을 시도하는 마이클 샌델에 대한 인기는 그동안 사회의 공동선에 갈증을 느껴온 우리사회의 욕구를 분출하고 있는 듯하다. ‘정의’의 개념은 공정한 사회와 맞닿아 있다. 정의를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면 고전적 관점에서의 정의, 자유주의적 관점에서의 정의, 공동체주의적 관점에서의 정의로 구분할 수 있다. 니체는 르상티망(ressentiment, 열패감)이 만연한 사회는 공정한 사회가 되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고전적 관점에서 본 정의다.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존 롤스는 차등의 원리를 주장했다. 즉, 사회적 소외계층인 노인·장애인·여성 등을 우선적으로 돕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라는 것이다. 마이클 샌델은 공동선, 즉 공동체주의적 관점에 서 있다. 공동체 자유주의 속에서 자유·행복·미덕을 강조했으며, 개인의 선택을 뛰어넘는 공동체적 미덕을 강조한 것이다. 이렇듯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때 정의의 핵심은 취약한 개인의 삶을 ‘좋은 삶’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고민이며, 사회복지를 통해서 사회가 더 공정해질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니체의 관점을 다시 빌리자면, 르상티망이 가장 강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도와주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이다. 우리나라에는 약 250만명의 장애인이 소위 르상티망을 갖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르상티망은 장애 자체의 원인이 아닌, 사회구조적인 차별성으로 생겨난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사회가 공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장애인의 문제를 바로 우리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한다. 장애인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162만 7000원으로 도시근로자 가구 월평균 소득 329만 2000원의 49.4%에 불과하다. 개인적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격차는 우리 사회가 바로 공동으로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정부는 올 한해 일자리 창출을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장애인의 문제에 있어서도 궁극의 복지는 역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다. 특히 고용에 있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증장애인에게는 더욱 절실한 문제로 다가온다. 최근 국민연금공단에서 직원 채용 공고를 하면서 장애인 35명을 별도로 모집하기로 했다는 뉴스는 공정한 사회 실현 측면에서 볼 때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장애인고용에 앞장서는 제2, 제3의 국민연금공단이 생겼으면 한다. 지난해 발표된 자료를 보면 장애인 고용률은 1.87%이다. 정부가 기업에 선도적이고 모범적인 역할을 하고자 의무고용률을 3%로 정했고, 올해 민간 부문은 2.3%를 의무고용해야 한다. 20년 전 고용률(0.43%)보다는 4배가량 올라갔으니 전반적인 수치상으로는 나아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가지는 르상티망을 해소하고 공정한 사회를 논하기에는 아직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300명 이상 민간 기업 고용률은 1.69%에 불과하여 상대적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민간 대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장애인 고용에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민간 기업에서 공정성 논의가 뿌리내리려면 장애인 고용의 내용도 중요하다. 이제까지 민간기업의 장애인 고용 현실을 살펴보면 기존 입사자를 장애인으로 발굴해 내 등록한다거나 경증장애인을 채용하는 방법이 주를 이루었다. 장애인 고용에 더욱 의미 있는 일은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을 한 사람이라도 더 채용하는 일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중증장애인 채용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한다. 기업의 사회공헌은 멀리 있지 않다. 중증장애인을 한명이라도 더 신경써서 고용하는 일이 곧 사회공헌이며 사회의 공정성을 높이는 일이다.
  • 푸틴 ‘한방’ 먹인 메드베데프

    ‘메드베데프의 홀로서기가 시작됐다? ’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민족 갈등 해법을 놓고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이견을 보였다. 라디오 방송 ‘에호 모스크비’(모스크바의 메아리) 등 현지 언론은 27일(현지시간) 메드베데프와 푸틴이 모스크바 프로 축구클럽 팬이 캅카스 지역의 청년 총에 맞아 숨진 사고로 촉발된 민족 갈등의 대처 방안을 놓고 서로 다른 견해를 밝히며 논쟁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정치 스승 푸틴에 공개적 이견 처음 이 논쟁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올해 마지막 지방정부 수장 회의를 주재하면서 예정에 없던 인종주의 대처 문제를 안건으로 내걸면서 비롯됐다. 푸틴 총리는 회의에서 “소련 시절에는 민족 문제가 없었으며 소련 국민이란 공동체 의식이 있었다.”며 민족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소련 시절의 애국주의를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푸틴의 말을 듣고 메드베데프는 “푸틴 총리가 민족 간 평화 성취에서 일정한 결과를 이룬 소련을 언급했는데 (지금) 소련 시절에 있었던 것을 반복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우리는 현실적인 사람들이며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어 “소련은 이데올로기에 기초한 엄격한 국가였지만 (지금의) 러시아는 다르며 소련 시절에 가능했던 방법이 어떤 경우에는 효율적이지 못했었다. 우리는 새로운 접근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드베데프가 자신의 정치적 스승이자 후견인인 푸틴과 공개적으로 이견을 보이거나 논쟁을 벌인 경우는 알려진 바 없었다. 게다가 회의는 24시간 뉴스 전문 TV 채널 ‘라시야 24’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대선 앞둔 메드베데프 차별화 전략” 이에 대해 정치전문가들은 대통령으로서 입지를 다진 메드베데프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푸틴의 권위주의와는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자유주의적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 공세적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했다. 메드베데프는 앞서 지난 25일 주요 방송사 사장들과의 송년 인터뷰에서도 투옥 중인 전 러시아 석유 재벌 미하일 호도르콥스키 사건과 야당 정치인들에 대해 푸틴 총리와는 달리 관용적 견해를 밝혀 화제가 됐었다. 자유주의 성향의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경제 제1주의’를 내세우며 미국 등과의 관계 개선에 역점을 두는 등 권위주의적인 푸틴 집권 때와는 다른 정책을 펴고 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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