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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추가 도발 징후] “김정은 자신감 없다” 방송에… 북한군 사기 떨어져 체제 위협

    북한군은 지난 20일 서부전선에서 포격 도발을 한 직후 서해 군 통신선으로 총참모부 명의 전통문을 보내 22일까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방송 시설을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북측은 지난 15일 조선인민군 전선사령부 명의의 공개경고장을 통해 “재개한 대북심리전 방송을 중지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물리적인 군사행동이 개시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군 당국은 북측의 이런 반응을 두고 11년 만에 재개된 대북 확성기 심리전의 위력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북한군의 사기를 심하게 떨어뜨려 결국 체제를 흔드는 위협이 된다는 게 군 당국의 분석이다. 확성기로 전달되는 내용은 북한 정세에 대한 해설, 국내외 뉴스, 남한 가수들의 노래, 날씨 정보 등 다양하다. 군의 한 관계자는 “대북 심리전 방송의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자신감을 상실한 김정은을 언급하는 내용도 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대북 확성기 심리전이 우리나라의 발전상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도 함께 전달하므로 외부 소식에 어두운 북한군이 동요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직후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보복 공격을 시사하며 강력 반발해왔다. 대북 확성기 심리전은 지난 10일 경기 연천과 파주 지역을 시작으로 휴전선 인근 11곳에 설치된 고정식 확성기와 2대의 이동식 확성기로 확대됐다. 고정식 확성기는 48개의 대형 스피커를 통해 10여㎞ 떨어진 곳까지 음향을 보낼 수 있고, 이동식 확성기는 20여㎞ 거리까지 대북 심리전을 전개할 수 있다. 백승주 국방부 차관은 21일 “북한이 우리가 요구한 정치·군사적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태도 변화가 없으면 (대북 확성기 방송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朴대통령 광복 70주년 경축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00만 재외동포 여러분, 그리고 자리를 함께하신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은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입니다. 70년 전 오늘의 벅찬 감동을 온 국민과 함께 나누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하신 순국선열과 건국을 위해 헌신하신 애국지사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독립 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도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지난 70년은 대한민국을 굳건한 반석 위에 올려놓은 참으로 위대한 여정이었습니다. 70년 전 오늘 우리 민족은 독립을 향한 열망과 헌신적인 투쟁으로 마침내 조국의 광복을 이루어 냈습니다. 순국선열들의 불굴의 의지와 애국심은 오늘의 위대한 대한민국을 건설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67년 전 오늘은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날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우리 대한민국은 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정통성을 계승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왔고, 국가 경제와 국민 경제의 항구적 번영의 기틀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러나 그토록 기다렸던 광복의 기쁨은 반쪽의 기쁨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분단의 비극과 6·25전쟁의 참화는 우리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앗아갔고, 얼마 되지 않던 산업기반마저 모두 붕괴되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결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의 단합된 의지와 힘으로 새로운 도약을 일궈 냈습니다.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없었지만 황량한 모래벌판에 제철소와 조선소를 세웠고, 모진 난관을 뚫고 국토의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제품과 자동차, 철강, 조선, 석유화학 제품 등을 생산하는 나라가 되었고, 수출 규모 세계 6위의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인구 5000만 이상 되는 국가 중에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소위 ‘5030클럽’ 국가는 지구상에 여섯 나라뿐입니다. 저는 머지않아 대한민국이 일곱 번째 5030클럽 국가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신장된 경제력과 국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당당하게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최초의 나라가 되었고, 유엔의 평화유지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발전 경험을 개발도상국들과 공유하면서 번영을 이루려는 많은 나라들의 ‘희망의 증거’가 되고 있습니다. 세계가 한강의 기적으로 부르는 대한민국 성취의 역사는 우리 국민들의 피와 땀, 불굴의 도전정신이 만들어 낸 결실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그 불굴의 의지로 창조의 역사, 기적의 역사를 써온 우리 국민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대장정’에 나서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광복 70주년을 맞는 지금 우리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국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21세기 시대적 요구이자 대안인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두 날개를 완성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정부는 창조경제를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이의 구현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지난달에 17개 광역 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모두 구축되어 이제 창의적 아이디어가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최고 수준의 창업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역의 혁신 주체와 기관들이 협력하여 우수한 지역 인재들과 특화산업을 키워 내고 지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이미 4600여명이 멘토링을 받고 200여개의 기업을 보육하고 있으며, 235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창조경제가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여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앞으로 정부는 창조경제가 개인과 지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도록 적극 지원해 갈 것입니다. 또 하나의 날개는 문화융성입니다. 문화는 언어와 국경을 넘어 세계인을 하나로 만들고, 열광하게 하며, 가치를 공유하도록 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화는 무궁무진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국가 경쟁력의 핵심 원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 세계는 문화 영토 확장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5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찬란하고 독창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광복 이후 우리의 급속한 발전도 그 근간에는 면면히 이어져 온 우리의 창의적 기질과 문화적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제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우리의 유구한 문화를 세계와 교류하며 새롭게 꽃피울 때 새로운 도약의 문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전통문화를 재발견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서 산업과 문화를 융합하여 우리 경제를 일으키는 한 축으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정부는 그 시작을 문화창조융합벨트로 열어갈 것입니다. 이제 오픈을 하여 각 문화인들의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문화창조융합벨트를 통해 문화와 아이디어, 기술을 융·복합하여 새로운 경제적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이 경제의 도약을 이끌 성장 엔진이라면 공공개혁과 노동개혁, 금융개혁과 교육개혁 등의 ‘4대 개혁’은 그 성장 엔진에 지속적인 동력을 제공하는 혁신의 토대입니다. 저는 반드시 이 ‘4대 개혁’을 완수해서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희망의 대한민국을 물려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국민 모두가 다시 한번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짐을 나눠 지고 함께 나아갈 때 개혁과 혁신의 험난한 여정을 이겨 낼 수 있습니다. 우리 선대들이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듯이 자신감과 희망을 가지고 한마음으로 뭉쳐서 또 다른 도약의 역사를 이루어 냅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금년은 광복과 함께 남북 분단 70년을 맞는 해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광복은 민족의 통일을 통해 비로소 완성될 것입니다. 남과 북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향해 함께 나가야 합니다. 최근 미국·쿠바 수교와 이란 핵 협상 타결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사회는 변화와 협력의 거대한 흐름 속에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은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숙청을 강행하고 있고, 북한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우리의 거듭된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으면서 평화를 깨뜨리고 남북 간 통합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핵 개발을 지속하고 사이버 공격을 감행해서 우리와 국제사회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DMZ 지뢰 도발로 정전협정과 남북 간 불가침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광복 70주년을 기리는 겨레의 염원을 짓밟았습니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안위를 위협하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입니다. 북한은 도발과 위협으로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미몽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도발과 위협은 고립과 파멸을 자초할 뿐입니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민생 향상과 경제 발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1972년 남북한은 분단 역사상 최초로 대화를 통해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당시 남북 간 대립과 갈등의 골은 지금보다 훨씬 깊었고, 한반도의 긴장도 매우 높았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에 남북한은 용기를 내어 마주 앉았습니다. 지금도 북한에는 기회가 주어져 있습니다. 북한은 민족 분단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도발과 핵 개발을 즉각 중단하고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의 길로 나와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번 DMZ 도발을 겪으면서 DMZ에 새로운 평화지대를 조성하는 것이 얼마나 절실한 일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남북한의 젊은이들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역설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되어 있는 DMZ에 하루속히 평화의 씨앗을 심어야만 합니다. 저는 취임 후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에 생명과 평화의 공원을 만들자고 여러 차례 제안하고, 그 구상을 가다듬어 왔습니다. 이제 남북이 함께 첫 삽을 뜨는 일만 남았습니다. DMZ에 세계생태평화공원을 조성하고 남북 간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면 한반도 백두대간은 평화통일을 촉진하고 유라시아 차원의 협력을 실현하는 새로운 축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북한은 도발과 위협을 내려놓고, 생명과 평화의 한반도를 만드는 길에 동참하기 바랍니다. 또한 지난 70년 눈물과 고통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 드리는 일에도 북한은 성의 있는 자세로 나와야 할 것입니다. 부모 없는 자식이 없듯이 북한의 지도자들도 이산의 한은 풀어 주겠다는 전향적인 자세로 문제를 풀어가 주길 바랍니다.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아무리 정세가 어렵고 이념이 대립한다고 해도, 인도적 견지에서 남북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이산가족들의 생사 확인이 그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6만여명의 남한 이산가족 명단을 북한 측에 일괄 전달할 것입니다. 북한도 이에 동참하여 남북 이산가족 명단 교환을 연내에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남북 이산가족들이 금강산 면회소를 이용하여 수시로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북한의 협력을 촉구합니다. 한반도의 자연재해와 안전문제도 함께 대응해 나갑시다. 홍수나 가뭄, 전염병 등의 반복되는 문제에 일회적 상황관리로 대응하기보다는 남북 간 보건 의료와 안전협력체계를 구축해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민족의 장래를 위해 보다 나은 길이 될 것입니다. 지난번 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 과정에서 남북한은 개성공단의 검역 관리에 협력한 바 있고, 현재 금강산 산림재해 대응을 위해서도 협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보건·위생·수자원·산림관리 등을 비롯한 남북 공동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힘을 모아 나가야 할 것입니다. 70년 분단으로 훼손된 민족의 동질성도 회복해야 합니다. 민간 차원의 문화와 체육 교류를 통해 남과 북이 만나고 마음을 열어 간다면 민족 동질성도 서서히 회복될 것입니다. 남북 간 장벽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 중인 역사유적 발굴조사와 겨레말 큰 사전 편찬 사업과 같은 학술 문화 교류, 축구와 태권도를 비롯한 체육 교류는 중단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남과 북, 해외의 8000만 동포 여러분, 비록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남북 관계가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광복 70주년을 맞는 역사의 길에서 분단의 역사를 마감하고 평화통일을 이루는 길은 우리 민족이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우리 민족이 다시 하나가 되면 희망과 기적의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한강의 기적’을 넘어 ‘한반도의 기적’을 이뤄 낼 수 있습니다. 평화통일을 이룬 새로운 한반도는 핵과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 8000만 모두가 자유와 인권을 누리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통일 한국은 동아시아의 평화를 촉진하며, 세계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지구촌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것입니다. 남북한의 장점을 결합하고 한반도 교통망을 대륙으로 연결하여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 경제권을 연계함으로써 우리 기업들은 물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더 큰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평화통일의 꿈이 이루어진 광복 100주년을 내다보며,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통일을 준비하고 이루어 나갑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6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협력과 공영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긴밀한 우호협력은 양국은 물론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정부는 역사 인식 문제에는 원칙에 입각하여 대응하되 두 나라 간 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호혜적 분야의 협력 관계는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등 역대 일본 내각이 밝혀온 역사 인식은 한·일 관계를 지탱해 온 근간이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어제 있었던 아베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는 우리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역사는 가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살아 있는 산증인들의 증언으로 살아 있는 것입니다. 어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가 아시아의 여러 나라 국민들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준 점과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한 사죄와 반성을 근간으로 한 역대 내각의 입장이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밝힌 점을 주목합니다. 앞으로 일본이 이웃 국가로서 열린 마음으로 동북아 평화를 나눌 수 있는 대열에 나오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앞으로 일본 정부는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공언을 일관되고 성의 있는 행동으로 뒷받침하여 이웃 나라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조속히 합당하게 해결하기를 바랍니다. 비록 어려움이 많이 남아 있으나 이제 올바른 역사 인식을 토대로 새로운 미래로 함께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양국의 위상에 걸맞게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 번영을 위해 함께 공헌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0년 전 오늘 우리는 잃어버렸던 조국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불굴의 의지와 하나 된 마음으로 온갖 역경을 딛고 성취와 희망의 대한민국을 건설해 왔습니다. 선대들의 애국심과 그 위대한 뜻을 이어받아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루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이룩하는 것이 우리에게 부여된 소명입니다. 저와 정부는 중단 없는 혁신으로 지속적인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여 세계의 반열에 우뚝 설 수 있는 부강한 나라와 원칙이 바로 선 투명한 나라를 건설해 나갈 것입니다. 확고한 원칙과 유연한 대응으로 통일시대의 문을 열어 나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 ‘100년의 기적’을 완성하고 한반도의 통일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루어 세계와 지구촌의 번영을 선도하고, 문화로 인류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대한민국의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 나갑시다. 감사합니다.
  • 아베 담화 전문

    아베 담화 전문

    종전 70년을 맞아 전쟁에 이른 길, 전후의 발자취, 20세기라는 시대를 우리는 조용히 되돌아보고 그 역사의 교훈 속에서 미래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0년 전 세계는 서양 제국을 중심으로 각국의 광대한 식민지가 커지고 있었습니다. 압도적인 기술 우위를 배경으로 식민지 지배의 물결은 19세기 아시아에도 밀려들었습니다. 그 위기감이 일본 근대화의 원동력이 됐다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입헌정치를 시작하고 독립을 지켜 왔습니다. 러일전쟁은 식민 지배하에 있던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민족자결의 움직임이 커지면서 식민지화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이 전쟁은 1000만명의 전사자를 낸 비참한 전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평화’를 강하게 원하고 국제연맹을 창설해 부전(不戰) 조약을 탄생시켰습니다. 전쟁 자체를 위법화하는, 새로운 국제사회의 조류가 생겼습니다. 당초 일본도 발걸음을 같이했습니다. 그러나 세계공황이 발생하고 구미제국이 식민지 경제를 끌어들여 경제의 블록화를 진행하자 일본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일본은 고립감이 깊어져 외교적, 경제적으로 한계에 부딪히자 힘의 행사로 해결하려고 시도했습니다. 국내의 정치 시스템은 그것을 막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일본은 세계의 대세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만주사변, 그리고 국제연맹으로부터의 탈퇴. 일본은 점차 국제사회가 엄청난 희생 위에 쌓으려 한 ‘새로운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자가 돼 갔습니다. 나아갈 진로를 잘못 잡아 전쟁의 길로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70년 전, 일본은 패전했습니다. 전후 70년을 맞아 국내외에서 돌아가신 모든 사람들의 목숨 앞에 깊이 고개를 숙이고 통석의 마음을 표시하고 영겁의 애도를 바칩니다. 과거 전쟁에서 300만 동포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조국의 장래를 걱정하고 가족의 행복을 바라며 싸움터에서 돌아가신 분들. 종전 후, 극한(極寒)의 또는 작열하는 머나먼 타향에서 굶주림과 병에 시달리다 돌아가신 분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 도쿄를 비롯한 각 도시에서의 폭격, 오키나와 지상전 등으로 많은 시민이 무참히 희생됐습니다. 전쟁이 벌어진 나라에서도 젊은이들의 목숨이 수없이 사라졌습니다. 중국, 동남아, 태평양 섬 등 전장이 된 지역에서는 전투뿐 아니라 식량난 등으로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고난에 빠지고 희생됐습니다. 전쟁터의 그늘에서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은 여성들이 있었던 것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일본이 아무런 죄 없는 사람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손해와 고통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 역사란 실은 돌이킬 수 없는, 가혹한 것입니다. 개개인에게 각자의 인생이 있고 꿈이 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습니다. 이 당연한 사실을 되새기면서 지금 다시 할 말을 잃고 단장(斷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런 희생 위에 현재의 평화가 있습니다. 이것이 전후 일본의 원점입니다. 두 번 다시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사변, 침략, 전쟁, 어떠한 무력의 위협과 행사도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두 번 다시 써서는 안 됩니다. 식민지 지배와 영원히 결별하고 모든 민족의 자결권이 존중되는 세계가 돼야 합니다. 전쟁에 대한 깊은 회오(悔悟)의 마음과 함께 일본은 그렇게 맹세했습니다. 자유롭고 민주적인 나라를 만들어 법의 지배를 중시하고 오로지 부전의 맹세를 견지해 왔습니다. 70년에 걸친 평화국가로서의 행보에 우리는 조용한 자부심을 가지면서 이런 변하지 않는 방침을 앞으로 관철해 가겠습니다. 일본은 지난 전쟁에서의 행동에 대해 거듭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해 왔습니다. 그런 생각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의 동남아 국가, 대만, 한국, 중국 등 이웃 사람들이 걸어온 고난의 역사를 가슴에 새기고 전후 일관되게 평화와 번영을 위해 힘을 다해 왔습니다. 이러한 역대 내각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림이 없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어떤 노력을 다하더라도 가족을 잃은 분들의 슬픔, 전화로 도탄의 고통을 맛본 사람들의 아픈 기억은 앞으로도 절대 아물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전후 600만명이 넘는 일본인이 아시아 각지에서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고 일본 재건의 원동력이 된 사실을. 중국에 두고 온 3000명 가까운 일본 어린이들이 무사히 성장하고 다시 조국 땅을 밟게 된 사실을. 미국, 영국, 네덜란드, 호주 등에 있던 포로들이 일본을 찾아 전사자들을 위한 위령을 계속해 주고 있는 사실을. 전쟁의 고통을 겪은 중국인 여러분과 일본군에 의해 참기 어려운 고통을 받은 전쟁 포로들이 그토록 관대하려면 얼마만큼 갈등하고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했는지. 그러한 것을 우리는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관용의 마음으로 일본은 전후 국제사회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전후 70년을 계기로 일본은 화해를 위해 힘을 써 준 모든 나라,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일본에서는 전후 세대가 인구의 80%를 넘었습니다. 전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우리의 아들과 손자 등 미래 세대의 아이들에게 사과를 계속할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우리 일본인들은 세대를 넘어, 과거의 역사와 정면으로 마주 보지 않으면 안 됩니다. 겸허한 마음으로 과거를 이어받아 미래에 물려줄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의 부모, 또 그 부모 세대는 전후의 폐허, 가난의 밑바닥에서 생명을 이어 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 세대, 나아가 다음 세대들로 미래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선조의 꾸준한 노력과 함께 적으로 치열하게 싸운 미국, 호주, 유럽 각국을 비롯한 정말 많은 나라로부터 원한을 초월한 선의와 지원의 손길이 뻗친 덕분입니다. 그것을 우리는 미래에 계속 말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역사의 교훈을 깊이 가슴에 새기고 더 나은 미래를 열어 가면서 아시아, 그리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힘을 다한다는 큰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의 한계를 힘으로 타개하려 했던 과거를 가슴에 계속 새기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나라는 어떤 분쟁에서도 법의 지배를 존중하고 힘의 행사가 아니라 평화적,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이 원칙을 앞으로도 굳건히 지키면서 세계 각국에도 호소하겠습니다. 유일한 원폭 피해국으로 핵무기 비확산과 궁극적인 폐기를 목표로 국제사회에서 그 책임을 다해 나가겠습니다. 우리는 20세기 전쟁 중 많은 여성의 존엄과 명예가 크게 상처받은 과거를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일본은 그런 여성들의 마음에 다가가는 나라가 되고 싶습니다. 21세기야말로 여성의 인권이 상처받는 일이 없는 시대로 만들기 위해 세계를 이끌어 가겠습니다. 우리는 경제의 블록화가 분쟁의 싹을 키운 과거를 이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일본은 어떤 나라에도 함부로 좌우되지 않고 자유롭고 공정하고 열린 국제 경제 시스템을 발전시키고 개발도상국 지원을 강화해 세계의 번영을 견인하겠습니다. 번영이 평화의 초석입니다. 폭력의 온상이 되는 빈곤에 맞서는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의료와 교육,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더욱 힘을 쓰겠습니다. 우리는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자가 돼 버린 과거를 이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일본은 자유민주주의, 인권과 같은 기본적 가치를 확고하게 견지하고, 그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손잡고 ‘적극적 평화주의’의 기치를 높이 들어 세계 평화와 번영에 지금 이상으로 공헌하겠습니다. 종전 80년, 90년, 나아가 100년을 향해서, 그런 일본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는 결심입니다. 2015년 8월 14일 총리 아베 신조
  • [전문] 박근혜 대통령,제70주년 광복절 경축사

    [전문] 박근혜 대통령,제70주년 광복절 경축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00만 재외동포 여러분, 그리고 자리를 함께 하신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은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입니다. 70년 전 오늘의 벅찬 감동을 온 국민과 함께 나누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하신 순국선열과 건국을 위해 헌신하신 애국지사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독립 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도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지난 70년은 대한민국을 굳건한 반석 위에 올려놓은 참으로 위대한 여정이었습니다. 70년 전 오늘, 우리 민족은 독립을 향한 열망과 헌신적인 투쟁으로 마침내 조국의 광복을 이루어냈습니다. 순국선열들의 불굴의 의지와 애국심은 오늘의 위대한 대한민국을 건설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67년 전 오늘은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날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우리 대한민국은 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정통성을 계승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왔고, 국가경제와 국민경제의 항구적 번영의 기틀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러나 그토록 기다렸던 광복의 기쁨은 반쪽의 기쁨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분단의 비극과 6.25 전쟁의 참화는 우리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앗아갔고, 얼마 되지 않던 산업기반마저 모두 붕괴되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결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의 단합된 의지와 힘으로 새로운 도약을 일궈냈습니다.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없었지만, 황량한 모래벌판에 제철소와 조선소를 세웠고, 모진 난관을 뚫고 국토의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제품과 자동차, 철강, 조선,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나라가 되었고, 수출규모 세계 6위의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인구 5천만 이상 되는 국가 중에 국민소득이 3만불을 넘는 소위 ‘5030 클럽’ 국가는 지구상에 여섯 나라뿐입니다. 저는 머지않아 대한민국이 일곱 번째 5030 클럽 국가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신장된 경제력과 국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당당하게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최초의 나라가 되었고, 유엔의 평화유지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발전 경험을 개발도상국들과 공유하면서, 번영을 이루려는 많은 나라들의 ‘희망의 증거’가 되고 있습니다. 세계가 한강의 기적으로 부르는 대한민국 성취의 역사는 우리 국민들의 피와 땀, 불굴의 도전정신이 만들어낸 결실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그 불굴의 의지로 창조의 역사, 기적의 역사를 써온 우리 국민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대장정’에 나서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광복 70주년을 맞는 지금, 우리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국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21세기 시대적 요구이자 대안인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두 날개를 완성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정부는 창조경제를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이의 구현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지난달에 17개 광역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모두 구축되어 이제 창의적 아이디어가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최고 수준의 창업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역의 혁신 주체와 기관들이 협력하여 우수한 지역 인재들과 특화산업을 키워내고 지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이미 4,600여명이 멘토링을 받고 200여개의 기업을 보육하고 있으며, 235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창조경제가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여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앞으로 정부는 창조경제가 개인과 지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도록 적극 지원해 갈 것입니다. 또 하나의 날개는 문화융성입니다. 문화는 언어와 국경을 넘어 세계인을 하나로 만들고, 열광하게 하며, 가치를 공유하도록 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화는 무궁무진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국가경쟁력의 핵심 원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 세계는 문화영토 확장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오천년의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찬란하고 독창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광복 이후 우리의 급속한 발전도 그 근간에는 면면히 이어져 온 우리의 창의적 기질과 문화적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제,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우리의 유구한 문화를 세계와 교류하며 새롭게 꽃피울 때, 새로운 도약의 문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전통문화를 재발견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서 산업과 문화를 융합하여 우리 경제를 일으키는 한 축으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정부는 그 시작을 문화창조융합벨트로 열어갈 것입니다. 이제 오픈을 하여 각 문화인들의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문화창조융합벨트를 통해 문화와 아이디어, 기술을 융복합하여 새로운 경제적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이 경제의 도약을 이끌 성장엔진이라면, 공공개혁과 노동개혁, 금융개혁과 교육개혁 등의 ‘4대 개혁’은 그 성장엔진에 지속적인 동력을 제공하는 혁신의 토대입니다. 저는 반드시 이 ‘4대 개혁’을 완수해서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희망의 대한민국을 물려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국민 모두가 다시 한 번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짐을 나눠지고 함께 나아갈 때, 개혁과 혁신의 험난한 여정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우리 선대들이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듯이 자신감과 희망을 가지고 한마음으로 뭉쳐서, 또 다른 도약의 역사를 이루어냅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금년은 광복과 함께 남북 분단 70년을 맞는 해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광복은 민족의 통일을 통해 비로소 완성될 것입니다. 남과 북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향해 함께 나가야 합니다. 최근 미국-쿠바 수교와 이란 핵협상 타결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사회는 변화와 협력의 거대한 흐름 속에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은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숙청을 강행하고 있고, 북한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우리의 거듭된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으면서, 평화를 깨뜨리고 남북간 통합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핵개발을 지속하고 사이버 공격을 감행해서 우리와 국제사회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DMZ 지뢰 도발로 정전협정과 남북간 불가침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광복 70주년을 기리는 겨레의 염원을 짓밟았습니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안위를 위협하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입니다. 북한은 도발과 위협으로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미몽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도발과 위협은 고립과 파멸을 자초할 뿐입니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민생향상과 경제발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1972년 남북한은 분단 역사상 최초로 대화를 통해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당시 남북간 대립과 갈등의 골은 지금보다 훨씬 깊었고, 한반도의 긴장도 매우 높았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에 남북한은 용기를 내어 마주 앉았습니다. 지금도 북한에게는 기회가 주어져 있습니다. 북한은 민족 분단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도발과 핵개발을 즉각 중단하고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의 길로 나와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번 DMZ 도발을 겪으면서, DMZ에 새로운 평화지대를 조성하는 것이 얼마나 절실한 일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남북한의 젊은이들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역설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되어 있는 DMZ에, 하루속히 평화의 씨앗을 심어야만 합니다. 저는 취임 후,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에 생명과 평화의 공원을 만들자고 여러 차례 제안하고, 그 구상을 가다듬어 왔습니다. 이제 남북이 함께 첫 삽을 뜨는 일만 남았습니다. DMZ에 세계생태평화공원을 조성하고 남북간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면, 한반도 백두대간은 평화통일을 촉진하고 유라시아 차원의 협력을 실현하는 새로운 축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북한은 도발과 위협을 내려놓고, 생명과 평화의 한반도를 만드는 길에 동참하기 바랍니다. 또한, 지난 70년 눈물과 고통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드리는 일에도 북한은 성의 있는 자세로 나와야 할 것입니다. 부모없는 자식이 없듯이 북한의 지도자들도 이산의 한은 풀어주겠다는 전향적인 자세로 문제를 풀어가 주길 바랍니다.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아무리 정세가 어렵고 이념이 대립한다고 해도, 인도적 견지에서 남북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이산가족들의 생사확인이 그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6만여 명의 남한 이산가족 명단을 북한 측에 일괄 전달할 것입니다. 북한도 이에 동참하여 남북 이산가족 명단교환을 연내에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남북 이산가족들이 금강산 면회소를 이용하여 수시로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북한의 협력을 촉구합니다. 한반도의 자연재해와 안전문제도 함께 대응해 나갑시다. 홍수나 가뭄, 전염병 등의 반복되는 문제에 일회적 상황관리로 대응하기보다는, 남북간 보건 의료와 안전협력체계를 구축해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민족의 장래를 위해 보다 나은 길이 될 것입니다. 지난 번 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과정에서 남북한은 개성공단의 검역 관리에 협력한 바 있고, 현재 금강산 산림재해 대응을 위해서도 협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보건·위생·수자원·산림관리를 비롯한 남북 공동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힘을 모아나가야 할 것입니다. 70년 분단으로 훼손된 민족의 동질성도 회복해야합니다. 민간차원의 문화와 체육교류를 통해 남과 북이 만나고 마음을 열어간다면, 민족 동질성도 서서히 회복될 것입니다. 남북간 장벽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 중인 역사유적 발굴조사와 겨레말 큰 사전 편찬 사업과 같은 학술 문화 교류, 축구와 태권도를 비롯한 체육교류는 중단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나갈 것입니다. 남과 북, 해외의 8천만 동포 여러분, 비록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남북관계가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광복 70주년을 맞는 역사의 길에서 분단의 역사를 마감하고 평화통일을 이루는 길은 우리 민족이 반드시 가야할 길입니다. 우리 민족이 다시 하나가 되면, 희망과 기적의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한강의 기적’을 넘어, ‘한반도의 기적’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평화통일을 이룬 새로운 한반도는 핵과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 8천만 모두가 자유와 인권을 누리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통일 한국은 동아시아의 평화를 촉진하며, 세계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지구촌의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것입니다. 남북한의 장점을 결합하고, 한반도 교통망을 대륙으로 연결하여,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 경제권을 연계함으로써, 우리 기업들은 물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더 큰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평화통일의 꿈이 이루어진 광복 100주년을 내다보며,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통일을 준비하고 이루어 나갑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6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협력과 공영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긴밀한 우호협력은 양국은 물론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정부는 역사인식 문제에는 원칙에 입각하여 대응하되 두 나라간 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호혜적 분야의 협력관계는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고노담화, 무라야마 담화 등 역대 일본 내각이 밝혀온 역사 인식은 한·일 관계를 지탱해 온 근간이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어제 있었던 아베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는 우리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역사는 가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살아있는 산증인들의 증언으로 살아있는 것입니다. 어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가 아시아의 여러 나라 국민들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준 점과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한 사죄와 반성을 근간으로 한 역대 내각의 입장이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밝힌 점을 주목합니다. 앞으로 일본이 이웃국가로써 열린 마음으로 동북아 평화를 나눌 수 있는 대열에 나오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앞으로 일본 정부는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공언을 일관되고 성의 있는 행동으로 뒷받침하여, 이웃나라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조속히 합당하게 해결하기를 바랍니다. 비록 어려움이 많이 남아 있으나, 이제 올바른 역사인식을 토대로 새로운 미래로 함께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양국의 위상에 걸맞게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 번영을 위해 함께 공헌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0년 전 오늘, 우리는 잃어버렸던 조국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불굴의 의지와 하나 된 마음으로 온갖 역경을 딛고 성취와 희망의 대한민국을 건설해왔습니다. 선대들의 애국심과 그 위대한 뜻을 이어받아,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루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이룩하는 것이, 우리에게 부여된 소명입니다. 저와 정부는 중단 없는 혁신으로 지속적인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여 세계의 반열에 우뚝 설 수 있는 부강한 나라와 원칙이 바로선 투명한 나라를 건설해 나갈 것입니다. 확고한 원칙과 유연한 대응으로 통일시대의 문을 열어나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 ‘100년의 기적’을 완성하고 한반도의 통일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이루어 세계와 지구촌의 번영을 선도하고, 문화로 인류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대한민국의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 나갑시다. 감사합니다. 정치부 정리 iseoul@seoul.co.kr
  • “역사인식, 한국이 골대 옮겨” “견강부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를 자문하는 전문가 기구가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는 언급하지 않으면서 최근 악화된 한·일 관계의 책임을 한국 측에 전가했다. 한국 정부는 “일방적이고 견강부회적인 주장”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21세기 구상 간담회’는 6일 전후 70년 담화에 관한 보고서를 아베 총리에게 제출했다. 보고서는 일본이 “만주사변 이후 대륙으로의 침략을 확대했다”면서 “무모한 전쟁으로 아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여러 나라에 많은 피해를 줬다”고 규정했다. 한국의 식민지배에 대해서는 “민족자결의 대세에 역행해 특히 1930년대 후반부터 식민지배가 가혹화됐다”고 서술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주로 사실관계 기술에 중점을 뒀으며 이것이 사죄의 대상이라는 인식이나 판단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근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한국이 골대를 움직였다”며 악화의 책임을 한국 측에 미뤘다. 보고서는 1998년 당시 양국 정상인 김대중·오부치 게이조 사이의 한·일 파트너십 선언을 소개한 뒤 “그 뒤 한국 정부가 역사 인식 문제에서 ‘골대’(골포스트)를 움직여 온 경위에 비춰 영속하는 화해를 이루기 위한 수단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도 함께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보고서가 거론한 ‘골대 이동’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2011년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청구권 분쟁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일본에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상황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고노 담화, 아시아여성기금 창설 등 일본의 노력을 거론했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는 식민지 시기 문제의 본질과 해결 노력의 필요성은 거론하지 않았다. 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취임 때부터 (일본 문제에서) ‘심정’을 전면에 내세운 전례 없이 엄격한 대일 자세를 가진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그 배경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한국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같은 반일적 단체가 국내에서 영향력이 있다는 점도 있지만, 한국에서 중국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국제 정치에서 일본과의 협력의 중요성이 저하되고 있는 것이 꼽힌다”고 적었다. 보고서는 “전후 70년간 한국의 대일 정책은 이성과 심정 사이에서 흔들려 왔다”며 “한국과의 화해를 실현하기 위해 이성과 심정 양쪽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보고서는 올해 일본 외교청서(백서)의 한국 관련 기술에서 빠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관을 공유하는 이웃”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 필요성을 거론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보고서에 대해 “양국 관계의 선순환적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우리 정부의 의지와 노력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비록 민간 차원에서 작성된 것이기는 하지만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그간 일본 정부의 공언과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탄생 140주년·서거 50주기 이승만 기념우표 美서 발행

    탄생 140주년·서거 50주기 이승만 기념우표 美서 발행

    미국 우표 제작 대행사인 골든애플즈가 30일(현지시간) 대한민국 건국 대통령인 이승만 박사 탄생 140주년 기념 및 서거 50주기 추모 미국 우표를 발행했다. 이번에 제작된 우표는 한 시트에 20개가 인쇄됐으며 제작 수량은 2종 3시트씩 모두 120장이다. 이번 우표는 일반에 판매되지 않고 한국의 이승만박사기념사업회에 기증될 예정이다. 아들 이인수씨는 우표 발행에 맞춰 “올해는 대한민국 광복 70주년”이라며 “아버지는 평생을 대한민국 건국과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헌신해 왔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민간도 우체국 승인을 받아 우표를 제작할 수 있다. 그동안 한인 교포 사회 주도로 서재필 박사 탄생 150주년, 세월호 영웅 최혜정·박지영씨 추모,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에 맞춰 기념우표가 발행된 바 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조계종 특사/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조계종 특사/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민주주의 사회에서 법과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정의다. 그래서 모든 모임과 조직은 물론 국가의 집행과 조치에는 법과 원칙의 명제가 따라붙는다. 그런데 많은 경우 그 법과 원칙은 화합과 균형의 기준이 아닌, 분열과 쏠림의 명분이 되는 모순을 낳는다. 한국불교의 맏형 조계종이 법과 원칙의 시비로 시끄럽다. 1994년 범계(犯戒)행위를 이유로 멸빈당한 서의현 전 총무원장의 감형이 단초이다. 멸빈은 승적을 영구 박탈하는 불교계 최고의 형벌이다. 극형을 받았던 서 전 총무원장에게 느닷없이 ‘공권정지 3년’이라는 극단의 감형 사면 판결을 냈으니 평지풍파가 일 만하다. ‘종단 명예와 위신 실추의 장본인’으로 낙인찍혀 종단에서 내쳐졌던 인물을 21년 만에 복권시킨 조치가 마뜩지 않다. 일반인들은 최근 조계종 사태를 그저 ‘불교계가 또 왜 저러나’식의 호기심 차원에서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바깥 시선과는 달리 조계종단의 사정은 심각하다. 법과 원칙을 어긴 범법과 일탈에 대한 거센 반발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형국이다. 서 전 총무원장에 특별사면 판결을 내린 재심호계원은 서 전 원장이 고령인데다 참회 입장을 밝혀 왔고 사면 여론이 적지 않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 사면의 바탕에 대승적 차원의 화합을 두고 있다. 그런데 그 입장에 대한 조계종단 사부대중의 민심은 정반대이다. 1994년의 종단사태는 조계종을 거듭나게 한 분기점이고 서 전 원장은 그 갈림의 정점에 놓였던 인물이다. 1994년 이후 종단이 일관되게 목표로 삼아 달려온 개혁정신의 계승을 지금 왜 거스르냐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바로 나라의 헌법과 법에 해당하는 조계종단 종헌·종법의 위배이다. 엄연히 법과 원칙의 실행 도구인 종헌·종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스님들이 모여 일방적으로 사면 복권을 결정한 밀실의 음모로 보고 있다. 종무원들의 반발 모임으로 시작된 판결 철회 요구는 재가자 연대와 서명운동으로 번지고 있고 1994년 개혁운동에 참여했던 스님들까지 동참하면서 그야말로 벌집을 쑤셔놓은 형국이다. 재심호계원이 종단 화합의 계기로 든 사면 복권이 파국을 향한 촉매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 조계종단의 내홍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던 무렵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특사를 거론해 주목된다. 지난 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광복 70주년에 단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광복절 특사의 이유는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이다. 경제사정이 어렵고 이런저런 갈등이 뒤섞이는 나라 형편상 특사 조치에 대한 환영이 재계를 중심으로 연일 이어진다. 그 한쪽에서 특별사면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왔던 박 대통령의 다소 이례적인 작심에 쏠리는 견제의 시선이 적지 않다. 법과 원칙을 살린 형평성의 지적이다. 내일은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한 대한민국 헌법의 제정과 공포를 경축하고 헌법수호를 다짐하기 위해 제정한 국경일 제헌절이다. 법과 원칙의 시비로 얼룩진 조계종 내홍도, 나라 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위한 것이라는 광복절 특사도 제헌절을 계기 삼아 모두 차분히 정리되기를 바란다. kimus@seoul.co.kr
  • [새로운 50년을 열자]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 “韓·日은 美·中 사이 캐스팅 보트 쥐고 있어…해법 모색해야 할 때”

    [새로운 50년을 열자]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 “韓·日은 美·中 사이 캐스팅 보트 쥐고 있어…해법 모색해야 할 때”

    오코노기 마사오 일본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한·일 관계는 타협은 있었지만 완전한 화해에는 이르지 못했다”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새로운 시대 변화에 맞는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한반도 및 동북아 문제 연구의 태두인 오코노기 명예교수를 한·일 수교 50주년을 앞둔 21일 도쿄 게이오대 미타캠퍼스에서 만났다. 그에게서 한·일 관계 개선의 해법과 전망, 중국의 부상 등 국제 환경 변화에 따른 두 나라의 역할과 미래 등에 대해 들어봤다. →수교 50주년을 맞는 두 나라 관계는 그동안 어떻게 변했나. -양국 관계는 지난 50년 동안 국제 환경의 변화, 국제 시스템의 변동에 영향을 받았다. 크게 세 번의 시기로 나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수교 이후 냉전 붕괴까지다. 양측의 상반된 입장을 그대로 둔 채 식민지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 없이 이뤄진 게 1965년 한·일 기본관계조약이다. 냉전이라는 질서 속에서 이뤄진 타협의 산물이었다. 1910년 한국병합조약이 불법이고 부당했다는 한국 주장에 대해 일본 측은 합법적이며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냉전이라는 국제 환경 속에서 안전 보장과 경제 발전이라는 확실한 공동 이익과 목표가 있었다. 수교 결과는 좋았다. 한국은 그 사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달성했다. →화해를 위한 노력에 어떤 진전이 있었나. -1989년 냉전 붕괴를 거치면서 동구권이 열리고 국제 협력의 영역이 확대되는 새로운 국제 환경을 맞았다. 과거에 대한 반성과 협력 확대가 필요한 시대였다. 1993년 11월 호소카와 모리히로 당시 총리는 경북 경주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군 위안부, 강제 징용 등을 거론하며 “가해자로서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일본 총리의 본격적인 첫 반성인 셈이다. 이는 1995년 무라야마 담화, 1998년 오부치 게이조 총리의 사과 발언으로 이어졌다. 당시 오부치 총리의 사과를 김대중 대통령이 받아들였고, 양측은 파트너십 공동성명을 내며 미래지향적인 데까지 손을 내밀었다. 두 나라가 화해에 가장 근접했던 때였다. →이 같은 노력은 왜 화해의 결실로 이어지지 못했나. -90년대는 과거사 반성과 사과가 활발하게 이어지면서 화해를 모색한 때였다. 아쉬운 점은 이 같은 화해의 노력이 구조화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럽과 비교하면 모자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2000년 평양 방문 및 남북 정상회담, 그보다 일찍 가네마루 신 전 부총리의 방북 등 북·일 정상화 시도 등이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이런 의미에서 1990년 이후 20년은 절반밖에 성공하지 못한 시기였다. 당시 독일의 과거사 반성과 독일 및 프랑스, 폴란드와의 화해 등이 이어졌고 이를 기초로 유럽공동체가 급진전했다. 한편 몇 년 전부터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 새 시대의 특징은 중국의 강대국화와 영역이 확대된 무역자유화 등이다. 2010년 중국은 국민총생산(GNP)에서 일본을 넘어섰다. 중국 부상 등의 국제적인 구조 변화가 한국 외교에 영향을 줬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중 관계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임기를 시작했고, 한국의 중국 중시 외교가 본격화됐다. 한국은 미국에 이어 중국을 앞에 놓았다. 일본은 그 뒷전으로 밀렸다. 일본에서는 반감이 컸다. 대중, 대미 외교의 성공을 통해 일본에 역사 문제 등을 압박하려는 것으로도 여겼다. →세 번째 시기의 한·일 관계는 시작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취임한 지 일주일이 흐른 3·1절 연설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는 1000년이 흘러도 달라지지 않는다”며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취임 일주일 만에 일본에 역사를 바로잡으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미국 방문에 나섰다. 앞서 아소 다로 부총리가 박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가 “역사 해석은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는 말을 꺼냈다. 양측의 신경전과 대립이 두드러졌다. 중국 중시 외교에, 아베 신조 총리와의 리더십 충돌까지 겹쳤다. 아베 총리도 잘하지 못했다. “침략의 정의는 확정된 게 없다”는 발언도 했다. 야스쿠니 신사까지 참배하면서 지도력 충돌은 두드러졌다. 한·일 두 리더십의 충돌은 역사 인식의 충돌이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국제 환경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대한 외교 전략의 부딪침도 있었다. 정체성 충돌, 민족 감정 및 전통문화의 대립도 얽혔다. 한국은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과의 관계에 더 힘을 기울였고, 아베 총리도 미·일 관계를 강화하면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한국 관계는 나중에 하면 된다는 식이었다. →앞으로 한·일 관계는 어떤 상황을 맞겠나. -세 번째 시대를 맞았지만 한·일 관계는 아직 이렇다 할 틀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시대 흐름에 맞는 패러다임을 만들어 낼 때다. 시스템 변동에 따라 한국도, 일본도 하고 싶은 대로 외교를 하고 있다. 그래서 충돌이 생겼고 관계도 나빠졌다. 시대에 맞는 한·일 관계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중국 부상과 자유무역협정(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이 확산되면서 보다 광범위한 경제 통합 시대에 맞게 양국 관계의 틀과 규범을 만들어 나갈 때다. 긍정적인 것은 두 나라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기본 가치를 공유하는 ‘미들 파워’(중급 파워) 국가라는 점도 그렇다. 둘 다 국가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유사한 산업구조로 경쟁도 치열했지만 생산 과정의 공유 및 분업의 심화로 두 나라 협조 관계는 더 커지는 추세다. 제3세계의 인프라 건설 참여 등에서 보듯 일본과 한국 기업들이 자금력, 정보력의 장점을 서로 나누며 함께 참여하는 예가 늘고 있다. 앞으로도 경제 협력이 두 나라 관계를 선도할 것이다. 서로 더 의존적이고 더 얽히는 상호 의존 관계가 진행될 것이다. 양측의 장점을 합치면 시너지가 배가된다. →두 나라 관계가 진전될 것이라고 낙관하나. -두 나라는 비슷한 현안에 직면해 있다. 대립하는 미·중 사이를 어떻게 중재하고 갈등을 완화할 수 있을까 하는 점도 같다. 미·중 간 가교 역할과 시장·경제 통합에서 한·일은 손을 잡고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다. 미·중 입장은 대립 속에 고정돼 있다. 중간에 있는 한·일이 어떻게 생각하고 유도해 나가느냐에 따라 방향과 내용이 결정된다. 캐스팅보트를 쥔 셈이다. 한·일 어느 한 나라만으로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없다. 아세안과 힘을 합쳐 중요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됐다. ‘중간국’들이 동북아 시스템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 한·일이 서로의 대미, 대중 정책을 상의할 수 있을 때 두 나라는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균형의 문제다. 급진전하는 대중 관계를 유지하는 한국과 미국에 밀착한 일본, 두 나라의 장점과 이점을 잘 조화하고 활용해 나갈 수 있다. 그런데 역사 마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는 여력과 힘을 잃어 버리면서 ‘불임의 외교’만을 거듭하고 있다. →두 나라 사이에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 -새로운 관계를 이끌어 내려면 박 대통령이 중점을 두는 위안부 문제에서 진전을 거둬야 한다. 새 시대에 맞는 해법을 모색해서, 국제적인 룰에 근거해, ‘전쟁시대의 국제 문제’라는 점에 기반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 한·일 간 문제로 국한해 풀려고 해서는 입장 차이 때문에 해법을 내기 어렵다. 전쟁 상황에서의 성폭력 조사와 세계 여러 나라에서의 유사 문제들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며 해결하기 위한 기금 설립 등도 생각해 봄 직하다. 보편적이고 세계적인 해법의 틀 속에서 프레임워크를 만들어 보자. 일본 정부의 사과를 포함해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 되면 된다. 양국 관계 진전의 모델이 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한·일 관계 진전의 출발점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어려운 점은 한국 비정부기구(NGO)들의 역할이다. 한국 정부가 이들을 만족시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번에는 한국 정부가 의지를 갖고 이 문제를 매듭짓겠다. 국내 이해 당사자를 설득하고 중지를 모아 여기서 종결시키겠다” 하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일본 측이 “이렇게 하면 어떠냐”고 안을 내놓아도 한국 정부는 NGO 등 주변 불만이 크다며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일본 정부도 무엇을 선뜻 내놓기가 어렵다. 한국 측도 이번에는 매듭짓고 받아들이겠다는 준비와 결의가 필요하다. →아베 총리가 8월에 종전 70주년 담화를 발표한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걱정 어린 시각이 많다. -한국인을 만족시킬 만한 아베 담화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미국 의회에서 아베 총리가 말한 정도가 되지 않을까. 종전 70주년 담화라는 게 왜 필요한가. 동양권에서 50주년 등은 중시되지만 70주년이 주목받는 것은 아베 총리 스스로가 담화를 하겠다고 해서였다. 그것은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 등에 대해 불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70주년 담화가 나오고 난 뒤에 한·일 관계는 정상화를 향한 새로운 모색을 하는 출발점에 서게 될 것이다. 연내 한·중·일 정상회담의 틀이나 다자회담의 틀을 빌려 한·일 정상이 만나고 그 장을 빌려 한·일 정상회담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정부는 외교부 사이트에서 한국과 관련해 가치관을 공유한다는 말까지 빼 버렸다. -불만이 있어도 그러면 안 되는데…. 내년에는 다시 들어가지 않겠나. 이는 오해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한국이 진짜 민주주의를 하나” “법의 지배를 받나” 하는 의문이 일본에서 생겼다. 산케이신문 기자에 대한 기소나 법원의 대일 관련 판결, 중국에 대한 한국의 자세 등이 얽혀 있다.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의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것은 한·일 관계의 토대다. 한국인은 앞으로 나올 70주년 담화에 실망하고 불만이 크겠지만 그 뒤에 어떻게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새 시대에 맞는 한·일 관계를 만들어 나가자. 과거사는 한·일 관계의 일부, 한 조각일 뿐이다. 양측이 다투면서 서로 얼마나 많은 것들, 소중한 기회들을 잃어 버리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서로 공감대가 형성돼야 화해가 가능하다. 한·일은 1965년 큰 타협을 이뤄냈지만 서로 이해하는 공감대는 모자랐다. 완전한 화해를 위해 발걸음을 옮기자. 실현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자꾸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게 옳은 길이다. 글 사진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오코노기 교수 일본의 대표적인 지한파 학자다. 1945년생으로 그가 재직하는 게이오대를 중심으로 일본 전역에 ‘오코노기 학파’가 퍼져 있다. 그만큼 많은 한반도 전문가를 배출했다. 한·일 신시대 공동연구 프로젝트 위원장으로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청사진 마련을 주도했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자문기관인 ‘대외 태스크포스’ 위원,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의 자문기구인 ‘외교정책연구회’ 위원 등을 지내며 일본의 한반도 정책 결정에 관여했다. 1972년부터 2년여 동안 연세대에 유학하면서 ‘7·4남북공동선언’ ‘10월 유신’ ‘김대중 납치사건’ ‘민청학련사건’ 등을 지켜봤다. ‘한국 오코노기 연구회’가 있을 정도로 국내에 지인과 친구들이 많다. ‘조선전쟁’(중앙공론사), ‘일본과 북조선’(PHP연구소) 등의 저서가 있다.
  • [열린세상] 대한민국, 돌고래의 ‘명민전략’ 구사해야/윤지원 평택대 외교안보전공교수·남북한문제연구소장

    [열린세상] 대한민국, 돌고래의 ‘명민전략’ 구사해야/윤지원 평택대 외교안보전공교수·남북한문제연구소장

    동북아시아에는 새로운 세력경쟁 질서가 도래했다. 고조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의 세력 각축은 19세기 영국과 러시아(독일), 20세기 미국과 소련 간의 ‘제국경쟁’에 버금가는 21세기 패권경쟁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의 동북아 재균형 전략에 중국의 시진핑은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를 주창하며 냉전종식 이후 유일 초강대국의 위상을 구가한 미국에 맞서기 시작했다. 최근 미·중은 구체적인 정책 사안에까지 힘겨루기가 구체화되고 있다. 주한 미군기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예민한 반응이 가시화됐고,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으로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응함으로써 동북아 및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에 접어들었다. 미·중의 각축에 일본의 아베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을 확보해 평화국가에서 ‘보통국가’로 나가기 위한 예비적 조치를 강구했고, 대미 편승전략 적극화로 미·일 안보 지침을 개정해 대중 견제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미·일의 강화된 해양 동맹은 대륙 연합으로 표면화되는 중·러의 경제 및 군사협력의 확대를 자극하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의 역학은 해양 동맹과 대륙 연합의 양극화로 동북아를 ‘신냉전적 대립’으로 격화시킬 소지마저 안고 있다. 이에 더해 우리는 핵으로 무장한 광기 어린 폭압 전제로 동포의 인권을 유린하고 대한민국을 겁박하는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에 직면해 있다. 동시에 21세기 미·중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생존과 번영을 확보하고 통일을 촉진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다양한 층위와 복합적인 이슈를 놓고 주변 4강의 각축과 마찰이 전개되는 가운데 남북한 간의 긴장도 지속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그렇다고 이런 갈등과 마찰, 긴장이 곧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아니다. 유동적인 질서 변동기에는 위기와 기회가 병존하기 때문에 우리는 열국의 싸움 속에서 국가 발전과 통일의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동북아 ‘세력경쟁체제’의 전개에 대한 엄밀한 현실 인식과 국론 통일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 사회에는 구한말 제국주의 열강의 싸움에 국권을 상실함으로써 시작된 ‘새우 콤플렉스’가 재현되고 있다. 얼마 전 국무회의에서 외교장관과 대통령마저도 ‘고래싸움’이 벌어져도 새우 등이 터지는 것이 아니라는 발언을 했을 정도다. 물론 노무현 정부 때 ‘동북아 균형자론’으로 인해 ‘탈미접중’(脫美接中)의 동맹 변경을 타진한 적도 있었다. 우리는 위험스런 패배주의와 모험주의적 환상과 같은 극단주의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산업화·민주화를 거쳐 발전한 세계의 모범 국가이자 군사·경제적으로 세계 10위 전후의 종합국력을 가진 중견 국가가 됐다. 구한말 제국주의적 고래싸움에 희생될 ‘새우’가 아닌 것이 자명하고, 급성장한 중국과의 무역 관계가 미국과의 동맹을 변화시켜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한·미 동맹은 핵으로 무장하고 모험적인 북한의 도발을 실효적으로 억제하고 자유민주주의적 평화통일을 추동하는 전략적 지렛대인 것이다. 한·미 관계는 군사부문을 넘어 민주주의적 가치와 제도를 공유하며 과학과 기술·교육 부문의 교류가 심화되고, 자유무역협정에 의한 경제적 결속이 지속될 세계적으로 가장 견고하고 포괄적인 동맹이다. 한·미의 포괄적 동맹은 실효적 대북 군사억제와 대중·대일 관계의 협상력을 제고하는 전략적 자산인 것이다. 반미(反美) 내지 탈미(脫美) 정책은 진정한 자주가 아니라 위험한 고립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미화중’(以美和中) 전략이 답이다. 더이상 대한민국은 구한말의 낙후된 ‘은둔의 왕국’도, 냉전 시기 자유 진영의 군사적 전초기지도 아니다. 중견 국가로서 능히 중국과 미국의 대립을 완화시키는 중재 능력을 배양하고 한반도 통일을 완수함으로써 해양과 대륙의 21세기적 공영 발전을 중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 구한말 이후의 ‘새우 콤플렉스’를 벗어던져야 한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돌고래의 명민함으로 ‘거인고래’들의 싸움을 말리고, 남북한 평화통일을 완수함으로써 동북아시아의 평화공존과 공영질서 형성의 주도자가 돼야 한다.
  • [생각나눔] 태극기 태운 20대男 ‘국기모독’ 영장

    지난 4월 18일 세월호 희생자 1주기 추모대회 당시 태극기를 불태운 김모(24)씨에 대해 경찰이 국기모독죄 등을 적용해 사법처리하려는 가운데 처벌의 적절성을 놓고 1일 논란이 일고 있다. 형법 5조의 ‘국기모독죄’는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한 자’에 대해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기를 태운 행위뿐 아니라 국가를 모욕하려 한 의도가 입증돼야만 비로소 ‘범죄’가 성립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유신체제인 1975년 국가 모독 행위의 처벌을 위해 제정된 ‘국가모독죄’가 1988년 12월 폐지된 현실에 비춰 볼 때 국기 모독의 전제 조건이 될 국가 모독의 근거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국가를 상징하는 국기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무부 장관을 겸하는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는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지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법학계 일각에서는 김씨에 대한 국기모독죄 적용에 대해 ‘법 해석의 과잉’ ‘위헌 소지’ 등의 판단을 내놓고 있다. 박상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씨의 경우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아니라 경찰의 집회 진압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태극기를 태운 것으로 보인다”며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기모독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종서 배재대 공무원법학과 교수는 국기모독죄의 위헌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과거 ‘국가모독죄’가 폐지된 이유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를 침범할 수 없는 성역으로 여기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라며 “정부에 대한 항의 수단으로 선택한 태극기 소각 행위를 처벌하면 결국 표현의 수단을 처벌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위헌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에서도 베트남전쟁 반대 집회 당시 국기를 태우는 행위가 논란이 됐지만 정치적 표현 행위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고 말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사건은 본인의 의도뿐 아니라 행위의 객관적 의미도 봐야 한다”며 “대다수 국민이 태극기가 태워지는 장면을 보고 모욕감을 느낀 만큼 위법성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법조계에서는 현재 국기모독죄와 관련된 판례가 없다는 점에서 김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뿐 아니라 향후 법적 공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朴대통령 “청년 일자리 절박… 노동시장 개혁 미룰 수 없어”

    朴대통령 “청년 일자리 절박… 노동시장 개혁 미룰 수 없어”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우리 청년들의 절박한 상황을 생각하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미루거나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성세대의 기득권을 조금 양보해서라도 우리 아들, 딸에게 희망을 주는 소명의식과 용기”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년 연장으로 청년의 고용절벽 우려가 점차 커지는 상황이고 한쪽에서는 청년고용창출을 위한 법안이 계속 통과되지 못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노동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청년들의 미래는 막막해질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하고 “노사정 지도자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노사정 대타협을 이뤄내서 세대 간 상생의 노동개혁이 될 수 있도록 다 함께 힘을 모아 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국회에는 “오랫동안 계류된 민생법안 중 합의가 안 된다면 청년 일자리 창출 관련 법안이라도 통과시켜 주셔서 우리 젊은이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이어 “정부는 경제활성화와 4대 부문 구조개혁과 함께 부패청산을 비롯한 정치·사회개혁이라는 이 시대에 꼭 해내야만 하는 시대적 과제를 추진해 나가고 있는데 이것은 국민적 요구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려 있는 문제”라면서 “이번 국회에서는 꼭 공무원연금개혁안을 통과시켜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또한 지난주 국무총리 후보자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지명한 사실을 언급하며, “황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와 국회인준 절차를 거쳐 국민적 요구인 막중한 과제들을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국회에 많은 협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대통령은 북한 도발 위협과 일본과의 과거사 갈등과 관련,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을 하고, 내부의 공포정치로 주민들의 삶이 무너지고 있고, 우리 주변국과의 과거사 문제 등도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런 때 우리는 사회분열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더욱 굳건히 지키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임을 위한 행진곡’ 또 논란

    국가보훈처가 올해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이 아닌 합창 방식으로 부를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보훈처는 이 노래가 북한 영화의 배경 음악으로 사용된 점을 거론하며 국민 통합이 저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14일 “오는 18일 35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예년과 같이 공식 식순인 기념 공연에 포함해 합창단이 합창하고 원하는 사람은 따라 부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 노래를 2008년 이전처럼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 제창해야 한다는 관련 단체들의 요구를 또다시 거부한 것이다.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1991년 황석영, 리춘구(북한 작가)가 공동 집필해 제작한 북한의 5·18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 배경음악으로 사용해 노래 제목과 가사 내용인 ‘임과 새날’의 의미에 대해 논란이 야기됐다”면서 “특히 작사자 등의 행적으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계와 양립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어 국민 통합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 선열 및 호국 영령과 5·18 민주화운동 희생 영령에 대한 묵념, 헌화 및 분향, 경과보고, 기념사, 기념공연의 순으로 진행된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이 정부 기념일로 제정된 1997년 이후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까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기념식에서 제창 방식으로 불렀다. 하지만 일부 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2009년부터는 합창 방식으로 불러왔다.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은 “정부가 5월을 상징하는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이념의 잣대를 대고 몰아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윤여준-김상곤,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 앞에서 세월호 1년, 대한민국을 말하다

    윤여준-김상곤,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 앞에서 세월호 1년, 대한민국을 말하다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주변의 말은 거짓이다. 250명의 열일곱 살 아들딸을 찬 바다에 묻은 부모의 삶은 지난 1년 내내 온통 짠 내음이었다. 숨이 막혀 가슴에 묻을 수조차 없었다. 시간은 흐르고, 침통하고 황망한 슬픔을 공유했던 세상은 조금씩 바뀌어 갔다. 일상으로 돌아왔고, 문득문득 잊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았던 지난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 앞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만났다. 각각 보수와 진보 성향의 두 사람은 세월호 참사를 통한 대한민국 성찰과 반성의 지점, 그리고 남겨진 과제에 대해 고민을 나눴다. 노란 리본을 옷깃에 매단 두 사람은 바삐 오가는 시민들 곁에 서서 어제 일처럼 생생한 ‘1년 전 오늘’을 기억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 전 교육감(이하 김) 1년 전 그날 저는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후보 신분이었어요. 안양에서 유세하던 중 사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엄청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단원고에 들렀다가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곧바로 팽목항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열하루 동안 참사 현장에 머물렀습니다. 선거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죠. 참사로 비화되는 과정을 보면서 유족분들에게 위로의 말조차 건넬 수 없었습니다. 윤 전 장관(이하 윤) 처음 텔레비전에서 소식을 접한 뒤 깜짝 놀랐지만 당연히 대부분 구조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기가 막혔죠. 그 아이들이 바닷물에 잠기면서 느꼈을 공포와 고립감을 생각하고, 자식 잃은 부모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망연자실했죠. 그 또래의 손녀가 있어서 더욱 가슴에 맺혔습니다. 뒤늦게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았고, 두 달쯤 지난 뒤 팽목항으로 갔어요. 가서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니 저도 모르게 울컥하더라고요. 공직에 오래 있었던 사람으로서 사죄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김 저는 그 직전까지 경기도교육감이었잖아요. 팽목항에서 올라온 뒤 100일째 되던 7월 24일까지 매일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았습니다. 어른들이 제대로 이 사회를 만들었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한없는 슬픔과 안타까움, 미안한 마음이 들었죠. 과연 국가가 무엇인지,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회의가 들었습니다. 건강한 사회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도록 만들어야겠구나 하는 의지도 생겼습니다. 윤 단지 배가 가라앉은 게 아니에요. 국가와 사회의 동반 침몰입니다. 선박을 불법 개조하고, 컨테이너를 과적하고, 평형수를 빼고도 허가를 받아 버젓이 출항했다는 것 아닙니까. 세월호 참사의 원인도, 수습 과정도 국가와 사회가 무능, 무책임, 부도덕, 부패의 사슬에 갇혀 있음을 여실히 보여 줬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참사 직후에 ‘국가개조’를 공언했어요. 정말 정확한 문제 제기라고 봤어요.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아무것도 바뀐 게 없습니다. 김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덧붙여서 노골적인 헌법 파괴 행위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무리 파렴치한 정부와 국가라도 이렇게까지 국민의 생명을 경시하지는 않습니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국민의 자유와 복리 증진에 노력해야 한다는 역할을 요구하고,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이러한 헌법 원칙이 모두 무시됐어요. 국가의 근본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대한민국이 놓여 있습니다. 윤 네. 흔히 헌법적 가치를 얘기할 때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원칙과 정신은 인간 존엄입니다. 그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음을 말씀하시는 것이죠. 김 게다가 최근 세월호특별법과 시행령, 그리고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 벌어지는 논란은 더더욱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과연 정부의 의지는 어느 만큼이었을까요. 윤 저는 이제 이해하려는 노력을 그냥 안 해 버립니다. 대통령이 국민들과 유족들에게 공개적으로 약속하셨죠. “여한이 없도록 노력하겠다. 언제든 만나겠다”고요. 그래 놓고 나중에 국회에서 특별법 논란이 이어져 유족들이 간절히 면담을 요청하는데도 “내가 나설 일이 아니다”라고 일축했습니다. 김 참사 직후 대통령께서 팽목항으로 내려와서 유족들을 만나실 때 그 자리에 저도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책임지고 유족들의 바람대로 조치하겠다, 걱정 말고 맡겨 달라는 말씀을 하시길래 ‘아, 역시 우리 대통령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이후 실망이라는 것은 뭐…. 정부가 현실을 왜곡하고 은폐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합니다. 자기 권력을 보존하겠다는 의도이기도 하고요. 헌법의 원칙과 정신에 대한 사유를 새삼스럽지만 깊이 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윤 세월호 참사는 인간보다 물질의 가치를 중시하는 데서 비롯된 일입니다. 인간의 삶 속에는 딜레마 요소가 있습니다. 예컨대 추모의 분위기가 길어지면서 경기가 침체된다는 비판이 그런 것입니다. 물론 정부는 그런 요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경제가 국가의 모든 것은 아닙니다. 한국 경제가 세월호 참사 때문에 어려워진 것인가요. 국가가 솔직해져야 합니다. 김 전 교육감께서는 경제·경영 전문가이시니 저보다 훨씬 더 잘 아시겠지만요. 김 그렇지요. 경기 침체의 책임을 세월호에 뒤집어씌우려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더욱 합리적이면서 국민의 생명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대응하는 자세를 안팎에 보여 줬다면 오히려 경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안정적 발전을 꾀할 수 있는 기회가 됐을 것입니다. 윤 그런데 참사 1주년을 맞은 날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떠나네요. 소탐대실입니다. 국민의 마음이 대통령한테서 떠나게 하고, 더 심하게 말하면 국가와 국민을 분리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김 국민이 가장 아프고 서러운 때잖습니까. 국민을 무시하고 아픔을 덧나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대통령께서는 짐작하지 못하셨을까요. 화가 이어질수록 박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비판은 날이 섰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가능한 한 말을 아끼려 했고, 그 빈자리를 씁쓸한 웃음으로 채웠다. 어떠한 비판조차 무망함을 체감해 온 탓이었을까.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여야, 좌우의 사회적 대립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불편함을 드러내며 그만 좀 하라고 넌지시 혹은 노골적으로 말했고, 또 어떤 이들은 큰 희생에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며 새삼스럽게 분통을 터뜨렸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보수의 이름을 빌려 희생자와 유족들을 모독하고 조롱했다.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에서 지루하게 전개됐고, 최근 제정된 시행령이 특별법을 무력화시킨다는 비판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김 진보와 보수의 가치와 지향점이 때로는 엇갈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국민의 생명, 인간의 존엄에 관한 문제였습니다. 진보와 보수가 전혀 다름이 없습니다. 일부 보수라고 하는 분들이 저지른 행태는 보수의 가치를 모독하는 일일 따름입니다. 윤 세월호를 어디 진보가 가라앉혔나요. 유족의 슬픔에 공감하는 사람은 전부 진보라서 그런 건가요.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소홀히 생각하는 게 보수입니까. 아니에요. 그런 반인륜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보수도 아닙니다. 사실 그동안 한국의 보수와 진보는 가치의 싸움이 아니라 권력투쟁을 벌였을 뿐이에요. 자기편 결속하고, 상대방 공격하기 좋으니까 보수와 진보를 이용했던 거지요. 김 진보와 보수는 그간 가치를 놓고 경쟁하거나 논쟁하는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왔죠. 그러다 보니 국민들은 건강한 진보와 보수가 가진 건강한 가치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여야의 정쟁쯤으로 치부했습니다. 진보나 보수나 모두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 생명, 안전입니다. 윤 물론 때로는 유족의 요구가 합리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에게 이성적 판단을 요구할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휴머니즘의 문제이기 때문이죠. 오히려 휴머니즘을 더욱 존중하는 것이 보수였잖아요. 전통, 가족, 인륜 등을 중시하는 게 보수인데, 보수의 이름으로 폭식투쟁 같은 그런 행동을 하다니요. 김 국가와 사회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는 두 가지 핵심 키워드가 있습니다. 변화와 안정입니다. 진보와 보수가 각각 중시하는 가치이기도 하고요. 실은 이 양자는 함께 가는 두 개의 수레바퀴입니다. 국민들은 이 두 가치가 공존하며 상호 침투해 세상이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포용적 진보, 합리적 보수가 필요한 세상입니다. 윤 지금은 융합의 시대입니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보수의 가치면 어떻고, 진보의 가치면 어떻습니까. 정책에 따라 진보의 가치, 혹은 보수의 가치가 더 많이 반영된 정책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요즘 한창 복지 논쟁을 패싸움 벌이듯 하고 있는데, 진실로 국민의 복지를 위한 싸움이라고 저는 보지 않아요. 어디 국가의 경제 규모를 뛰어넘는 복지가 가능하겠습니까. 정치인이 바뀌어야 하는데 안 바뀌고 있어요. 그런 정치인을 누가 뽑았나요. 국민들이 뽑았단 말이죠. 제 평소 주장입니다만, 정치는 특히 압축 성장이라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고작 30년입니다. 길게 보면 거쳐야 할 과정이죠. 가능하면 시간을 줄이고, 국민과 국가가 치러야 할 대가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은 필요하겠지만요. 김 네. 우리 사회 역시 포용적 번영이라는 새로운 성장의 패러다임이 필요하죠. 이것은 단순한 경제 발전만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 정의로운 분배, 양극화와 불평등 구조의 개선, 각 가정의 가계부로 상징되는 삶과 민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윤 맞는 말씀입니다. 우리 국민은 성장이 공정한 분배로 이어지지 않음을 이미 체득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이 상태로 갈 수 있겠어요. 안 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보수 일각에서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라고 얘기합니다. 그 결과 우리가 얻은 것은 극도의 양극화입니다. 비대해진 경제권력이 국가권력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고요. 이렇게 하면 자유민주주의적 시장경제는 지속될 수 없습니다. 보수 세력이 늘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근본적 혁신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진보인가요. ‘좌빨’인가요. 김 격렬한 보수시네요.(웃음) 윤 저는 최근에 개량주의자라는 비판을 하도 많이 받아서요. 그나저나 요즘에는 진보에서 ‘애국적 진보’라는 말도 나오던데, 반가운 얘기더라고요. 김 아무튼 포용적 진보, 합리적 보수의 입장이 명확하다면 진보, 보수가 각자의 가치를 갖고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할지언정 이해 다툼과 같은 투쟁은 없을 것입니다. 사건건 빚어지는 진보와 보수의 대립과 갈등에 대한 대화를 듣다 보니 조금씩 입장이 바뀐 듯했다. 진보는 보수에 애정을 보내고, 보수는 더욱 혹독하게 일부 진보 및 보수를 몰아쳤다. 대화의 소재는 최근 한국 사회 전반을 충격에 휩싸이게 만든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로 이어졌다. 윤 과거에 비해 우리 사회가 많이 투명해졌지만 부패가 여전함을 보여 줍니다. 이번 일이 더욱 투명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죠. 김 권력의 핵심까지도 부패와 비리의 고리에 걸려 있다는 점, 부패 시스템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한국의 국제 부패지수 순위가 최근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성완종 리스트로 다시 한번 증명된 셈입니다. 문제는 과연 진실 규명이 제대로 될 것인지 많은 국민이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세월호 참사와 성완종 리스트는 닮은꼴입니다. 권력의 부정과 부패라는 같은 뿌리를 두고 있는 거지요. 윤 그래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흐지부지하게 끝내고, 이번 부정부패 사건도 몇몇 개인의 비리 정도로 축소시켜서 끝내면 결국 국민은 정부가 의지가 없다고 볼 것입니다. 권력의 정당성이 훼손되겠지요. 박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부패할 사람은 아니라고 보지만 이 문제를 사회구조에 대한 인식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그 점에서는 저 역시 물음표입니다. 김 한국 사회, 한국 정치에 공공성 강화가 절실한 이유이지요. 국민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건강한 가계부를 꾸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가 헌법에 주목하는 이유 역시 그것이 ‘건강한 가계부’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죠. 조세 공정성을 통한 복지사회 준비, 공공교육의 강화를 통한 국가 미래 경쟁력 확보, 더 강력한 경제민주화를 통한 사회 양극화 개선 등은 당장의 문제이면서 20~30년 뒤를 준비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합니다. 윤 아이들의 죽음을 헛되이 할 건가요. 이보다 더 끔찍한 사고가 필요한 건가요. 지금껏 해 온 국가 운영의 원리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김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오늘 말씀 듣고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윤 저도 그동안 두세 차례 스치듯 뵈었던 김 전 교육감님과 짧게나마 말씀 나눌 수 있어서 아주 좋았습니다. 앞으로 더 많이 뵐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리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윤여준(76) 전 환경부 장관은 지난 대선 때 야당 캠프에서 활동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정통 보수 인사다. 박정희 정부에서 시작해 민정당, 민자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여당 진영에 오랜 시간 몸담으며 국회의원, 장관 등으로 당과 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보수의 정책통이자 전략가’로 통한다. ■ 김상곤(66) 전 경기도교육감은 박정희 정권 시절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학생운동을 했고, 이후 한신대 교수로서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전국교수노조 위원장 등을 지내며 민주주의를 삶으로 실천해 왔다. 교육감이 된 뒤에는 경기도발(發) 무상급식 태풍을 전국에 휘몰아치게 한 ‘무상급식의 아이콘’이 됐다. 혁신학교를 안착시키는 등 진보적 교육정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 고삐 풀린 아베… 연이틀 ‘독도 도발’

    고삐 풀린 아베… 연이틀 ‘독도 도발’

    일본 정부가 7일 독도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면서 과거 공문서 등을 처음으로 수집, 정리한 보고서를 각각 내놓았다. 전날 독도 영유권 주장을 대폭 강화한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와 “독도는 일본 고유 영토”라는 주장을 담은 2015년판 외교청서를 이날 각의를 통해 확정한 데 이어 도발을 반복한 셈이다. 일본은 내각관방 영토주권대책조정실 홈페이지에 게재된 보고서에서 시마네현에 있는 공문서 약 500점, 개인 소장 자료 약 500점 등 1000여점의 독도 관련 자료를 확인해 목록과 화상 데이터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1905년 2월 22일 독도가 시마네현 영토로 편입된 뒤 일본 정부의 통치가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시마네현의 어업단속 규칙(1905년), 1910년 시마네현 지사에게 제출된 관유지차용원(官有地借用願) 등 16점을 독도 관련 주요 자료로 게재했다. 일본어판과 영어판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독도와 센카쿠 열도에 대한 일본의 국내외 영유권 주장 홍보를 강화한다는 아베 신조 정권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일본의 영유권 도발과 관련해 한국과 중국을 더욱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센카쿠 열도 관련 자료의 경우 약 500점의 소재가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자료는 지역 도서관, 공문서관 등에서 수집한 메이지~쇼와 시대의 행정 자료, 등기부등본, 일기, 신문 기사 등으로 일본 정부가 지역 향토학자 등을 중심으로 한 전문가팀에 의뢰해 수집했다. 앞서 이날 각의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독도가 “역사적 사실에 비춰 보거나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입장을 담은 2015년판 외교청서를 보고했다. 청서에서는 “자유민주주의, 기본적 인권 등 기본적 가치와 이익을 공유한다”는 한국 관련 문구가 삭제됐다. 중·일 관계에 대해서는 “센카쿠 열도 주변에서 중국 선박에 의한 영해 침입이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댜오위다오는 중국의 것이며 중국의 영토주권을 수호하려는 결심과 의지는 그 어떤 의심도 허락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멀어지는 한·일 정상회담

    일본이 7일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는 일방적인 주장이 담긴 2015년판 외교청서를 국무회의 격인 각의에 보고하는 등 연이은 도발을 이어 가면서 연내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정부는 당장 이날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일본이 아무리 억지 주장을 되풀이해도 독도가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한반도 침탈의 첫 번째 희생물이라는 역사적 진실을 지울 수도 없고 수정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독일은 과거의 잔혹 행위를 전달하고 기억해야 할 영원한 책무가 있다’고 발언한 것을 가슴에 되새기면서 전후 독일이 왜 국제사회로부터 존경받고 있는지 그 이유를 자문해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틀 연속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로 인해 정부 내에선 연내 한·일 정상회담 개최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21일 열린 한·중·일 외무장관회의에서 “3국에 모두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했지만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모멘텀이 점점 더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3국 협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길로 ‘정시역사 개벽미래’(正視歷史 開闢未來·역사를 바로 보고 미래를 연다)를 제시한 바 있는데 일본은 교과서 검정과 외교청서를 통해 역사 후퇴를 거듭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올 외교청서에 지난해 한국에 대해 표현했던 “자유민주주의, 기본적 인권 등의 기본적 가치와 이익을 공유한다”는 표현이 삭제된 것도 정부를 자극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와 기본적 가치도 공유하지 않는 나라 정상과 굳이 정상회담을 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일본의 연이은 도발에 대화를 강조하는 대화파의 입지가 자꾸 줄어드는 것도 부담이다.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명분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교도통신이 외교와 국방 분야 국장급 인사가 참여하는 한·일 안보정책협의회가 오는 14일 서울에서 열린다고 보도했지만 정부가 인정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이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당정은 8일 오전 국회에서 일본의 독도 도발과 관련해 협의를 갖고 국회 차원의 일본 역사 왜곡 규탄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고 한·일 관계 관련 역사교육 강화를 위한 교과서 보완 방안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탈북민, 트라우마부터… 경제력은 그다음 문제”

    “탈북민이 한국에 적응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에 대한 트라우마에 있습니다. 경제적 문제는 오히려 부수적이에요.” 탈북민 첫 상담학 박사 유혜란(51·여)씨는 “불안과 공포로 가득한 북한 체제에서 온 탈북민들은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일종의 정신장애에 시달리기 쉽다”며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높은 자살률과 범죄율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평양에서 태어나 경성의대를 졸업한 뒤 의사로 6년을 일했다. 북한 사회에서는 나름대로 선택받은 삶을 살았던 셈이다. 그런데도 탈북을 결심한 건 대학교수로 재직하던 삼촌이 정치범으로 체포되고 유씨 가족들까지 지방으로 추방되는 과정에서 체제에 대한 환멸을 느꼈기 때문이다. 1998년 남편, 두 딸과 함께 그는 힘겹게 두만강을 건넜고, 중국을 거쳐 한국땅을 밟았다. 서울에 도착한 첫날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했다. 그는 “보슬비가 내리는 밤거리에 차들이 물결을 이루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고 회상했다. 2002년 한신대에서 신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2013년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에서 ‘탈북민들을 통하여 본 북한체제-트라우마 불안’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씨는 자신이 한국에서 만난 탈북민들은 대부분 이질적인 체제에 적응하는 데 따른 어려움뿐 아니라 북한 체제에 대한 트라우마로 힘들어한다고 설명했다. ‘북한 체제 트라우마’란 말은 유씨가 박사 논문에서 처음 쓴 표현이다. 그는 “예측불가하고 신뢰할 수 없는 국가인 북한은 조작된 공포로 주민에게 두려움을 갖게 한다”면서 “부부 사이라도 정치적 문제는 솔직하게 말할 수 없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오더라도 왜곡된 대인관계를 갖기 쉽다”고 설명했다. 유씨는 2013년 서울 강서구에 ‘북한체제 트라우마 치유상담센터’를 열었다. 대인기피와 불안에 시달리는 탈북민이 하루에도 여러명씩 센터를 찾아 상담을 받는다. 유씨는 트라우마의 대표적 증상으로 편집증 성향을 들었다. 그는 “타인에 대한 의심이 일상화된 삶을 살아온 탓에 일단 부정적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상대가 선의로 다가와도 ‘왜 나한테 잘해 주지?’란 생각을 먼저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씨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트라우마 치유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담받으러 오면 일단 문제가 된 상황과 자신을 분리시키는 작업을 한다”면서 “꾸준히 치유프로그램에 참가시키기 위해 소그룹을 맺어 집단 상담을 받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탈춤을 추며 불안, 슬픔, 두려움 등의 감정을 털어내는 프로그램도 인기가 좋다. 유씨는 “탈북민들의 정신 상태가 건강해야 통일 과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향후 심리적 통일에 이르는 데 북한 체제 트라우마 치유 사업이 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열린세상] 테러사태, 한·미동맹 공고화의 계기로 삼아야/윤지원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남북한문제연구소장

    [열린세상] 테러사태, 한·미동맹 공고화의 계기로 삼아야/윤지원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남북한문제연구소장

    지난 3월 5일 62년 된 한·미동맹에 날벼락이 쳤다. 한 종북·반미주의자가 주한 미국 대사에 테러를 한 것은 바로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이었다. 김기종의 칼날이 아슬아슬하게 치명적 부위를 벗어났고, 리퍼트 대사가 의연하게 대응했으며, 양국 국민이 지혜롭게 대처함으로써 동맹의 파열을 피했다. 오히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집니다, 같이 갑시다”라는 리퍼트 대사의 퇴원 일성(一聲)이 함축하듯이 한·미동맹은 더욱더 굳건해지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것으로 동맹이 저절로 강화되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확실한 전화위복을 위해서는 동맹의 균열과 파열을 노리는 도전 요소를 정확히 가려내고 이에 한·미 양국이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우선, 이번 테러 사태는 우리 사회 내부의 반미 극단주의에 대한 엄정한 대처로 환기돼야 한다. 민주화 이후 급속히 결집한 ‘민족지상주의’와 이를 신봉하는 자들의 반미주의적 도발을 우리 정부와 한국 지성은 너무 안이하게 대처해 오지 않았나를 반성해야 할 시점이다. 작금의 사태는 민족을 맹목적으로 ‘신성화’(神聖化)시키고, 한국 현대사의 모순을 외세의 책임으로 돌림으로써 ‘반미’를 정치화시킨 세력의 모험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기종의 테러를 ‘외톨이 늑대’(Lone Wolf)의 개인적 일탈행위로 규정하려는 일각의 판단은 사태의 본질을 호도(糊塗)하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의 위헌 결정으로 인해 종북파가 사멸되고 반미도발이 종식될 리 만무하다. 지금부터 우리는 ‘테러’까지 포함한 극단적 반미도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한 정책적 및 지성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둘째, 이번 테러사태는 핵·미사일로 무장한 북한의 각종 반미 도전, 그리고 한국 내 종북세력에 대한 반미교사(反美敎唆)에 입체적으로 대처해야 함을 시사한다. 북한은 김기종의 테러 직후, 이를 “전쟁광 미국에 대한 응징”으로 규정했다. 3대 세습과 핵무장으로 국제적 고립이 심화된 북한이 핵력을 통한 대미 모험주의와 대남 위협전략을 구사함으로써 한·미동맹의 파열을 기도한 것은 자명하다. 이 테러가 일어나기 전에 북한은 한·미 간에 연례적으로 실시됐던 방어적 연합훈련인 키리졸브 훈련을 전쟁도발이라고 전례 없는 강도로 비난하지 않았던가. 북한의 강변과 김기종의 백주 테러를 오비이락(烏飛梨落)의 우연이라고 보아서는 안 된다. 세습권력의 폭압화, 핵 모험주의, 외교적 고립에 의해 점증되는 북한체제의 불안정은 대한민국 내부의 제2, 제3의 반미 폭력사태의 개연성을 높일 수 있다. 한·미 양국의 정부와 국민은 점증하는 북한의 대미·대남 도전에 대응하여 동맹의 강도와 기민성을 제고해야 한다. 셋째, 중국의 대국화, 그리고 일본의 우경화, 군사화가 초래하는 동북아 국제질서의 유동성 증가는 한·미 양국에 힘든 선택을 강요할 수 있다. 강대국화한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의 한국 배치에 대해 우리 정부에 거의 내정간섭 수준의 반대를 노골화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조야(朝野)에 탈미접중(脫美接中)을 압박하고 있다. 한편, 일본 아베 정권의 극단적 우경화 정책은 영토 및 과거사 문제와 군사대국화로의 이행을 가속화함으로써 미국의 대일·대한 동맹정책의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그 양상은 다르지만 한·미동맹의 결속을 파고드는 소위 ‘쐐기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이처럼 한·미동맹은 대한민국 내부의 종북·반미세력의 준동, 북한의 핵 강압전략, 중국과 일본의 세력경쟁이라는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도전 요인은 동맹이 균열이 아니라 한반도의 태풍을 잠재우고 동시에 동북아 질서의 소용돌이를 안정화시키는 현존하는 강력한 국제정치의 기제가 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군사적 결합을 넘어선 자유민주주의적 체제가치, 자유시장과 문화와 인권의 보편주의가 공유된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테러사태에 직면하여 한·미 양국 정부와 국민이 보여준 성숙한 대응은 동맹에 대한 어떤 도전도 물리칠 수 있다는 양국의 결합력과 대응력을 보여준 것이다. 우리 국민은 이번 테러사태를 통해 대내외적 도전에 양국이 창조적으로 응전할 것이라는 신뢰를 다지고, 한·미동맹 공고화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확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 필체에 보이는 한국인 ‘동심 DNA’

    필체에 보이는 한국인 ‘동심 DNA’

    어린아이 한국인/구본진 지음/김영사/436쪽/1만 8000원 ‘어린아이는 순진무구요 망각이며, 새로운 시작, 놀이, 스스로의 힘에 의해 돌아가는 바퀴이며 거룩한 긍정이다.’(니체) 미국 인류학자 리처드 퓨얼은 어린아이를 설명한 니체의 이 말과 연결해 이렇게 갈파한 바 있다. “지구상에서 동아시아 사람들, 그중에서도 한국인들이 가장 네오테닉하다.” ‘네오테니’(neoteny)란 인간이 본래의 신체, 정신, 감정, 행동 동 모든 측면에서 어린아이 같은 특성이 줄지 않고 오히려 두드러지는 쪽으로 성장·발달하는 현상을 말한다.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학계에선 ‘유년화 현상’이란 뜻으로 빈번하게 사용되는 전문용어로, 자유분방하고 활력 넘치며 장난기 가득한 기질의 특성이 담겼다. 외국의 인류학자가 한국인의 특성을 ‘가장 네오테닉하다’고 주목한 점이 흥미롭다. ‘어린아이 한국인’은 필적을 추적해 그 ‘네오테닉 한국인’의 원형질을 밝혀낸 독특한 책이다. 저자는 21년간 검사로 재직하며 필적을 연구해 2009년 ‘필적은 말한다’로 주목받은 국내 최고의 필적학자. 용의자에게 자필 진술서를 습관처럼 받다가 ‘글씨는 뇌의 흔적이고, 유전된다’는 생각을 굳혔고 15년간 발품을 팔아 글씨에서 건져 낸 ‘한국인의 DNA’ 보고서를 냈다. 한국인의 원형질을 찾자면 응당 단군신화를 포함한 고조선부터 출발해야겠지만 잘 알려진 대로 그 시기의 필적은 남은 게 없다. 대신 법흥왕 재위 이전인 6세기 초까지의 고신라(통일이전의 신라)가 고조선 선조의 특성을 가장 잘 간직한 것으로 학계에선 보고 있다. ‘이사지왕 고리자루 큰칼’과 ‘포항중성리신라비’(보물 1758호), ‘영일냉수리신라비’(국보 264호)는 ‘고조선 DNA’의 암호가 남은 몇 안 되는 유물·유적으로 여겨진다. 한국인의 원형질을 순수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이 최초의 글씨 유물들은 부인할 수 없는 공통점을 갖는다. 둥글둥글하고 불규칙하며 자유분방할 뿐만 아니라 활력이 충만하다. 이런 특성을 종합해 보면 유년화 현상인 네오테니로 모아진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증거는 경주 금관총 출토 고리자루 큰칼에서 찾아진다. 같은 고분에서 나온 금관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품”(동양미술사학자 존 카터 코벨)이라는 찬사를 받는 것과 달리 왕의 보검에 ‘爾斯智王’(이사지왕)이라 새겨진 글씨는 마치 어린아이가 쓴 것처럼 비뚤비뚤하고 자유분방하다. 격식과 체면이라는 겉모습 이면에 숨어 있는 한민족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역력하다. 네오테닉의 특성은 도자기 분청사기와 다양한 토우, 탈, 풍속화 속에서도 한결같이 드러난다고 한다. 이를테면 조선의 ‘분청사기 철화 제기’(국립중앙박물관 소장)는 흥에 겨운 도공이 낙서를 한 것처럼 익살과 해학이 묻어난다. 유전의 속성을 보여 주는 한국의 글씨체도 적지 않다. 저자는 그 대목에서 “할아버지의 글씨체가 손자에게 유전되고, 천 년의 긴 역사 속에서 민족의 글씨체가 유전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면 광개토대왕과 백범 김구 글씨가 닮은꼴이다. 414년 세워진 광개토대왕비와 1876년 태어난 황해도 해주 출신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의 글씨체를 비교해 보면 모두 정확하게 정사각형을 이루고 있고, 필선이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넘친다. 고대 한민족의 원형질은 고려로 접어들면서 중국 영향을 받아 경직화됐다고 한다. 한국과 중국의 글씨체를 저자는 이렇게 나눠 평가한다. “중국의 글씨가 곱고 다듬어진 비단이나 매끄러운 옥판선지라면 우리 글씨는 빳빳한 한산모시나 투박한 닥종이 같다. 중국의 글씨가 자로 잰 듯이 자르고 다듬어 만든 다음 붉은 칠을 한 화려한 건물을 연상케 한다면 우리 글씨는 자연의 생명력이 활발한 삼척의 죽서루를 떠올리게 된다.” 한민족은 오랫동안 상당히 중국화됐지만 고대 한민족의 유전자는 면면이 이어져 내려왔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19세기 이후 중국 위상의 약화와 일제 강점,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도입, 한글의 대중화 같은 게 탈중국화, 다시 말하면 고대 한민족으로 돌아가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지식은 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민족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면 민족의 기억을 모조리 잃어버리는 것이며 고대 글씨에 남아 있는 DNA의 암호를 모두 풀어내면 한민족의 첫 시작과 원형을 밝히고 정체성을 찾아낼 수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與지도부, 성남 중원서 “종북세력 척결”

    與지도부, 성남 중원서 “종북세력 척결”

    새누리당이 4·29 재·보궐 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경기 성남 중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전에 나섰다. 당 지도부는 “성남이 수도권 표심을 대표하는 지역”이라며 성남 중원을 선거 지역 4곳 가운데 첫 방문지로 택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9일 중원구 산업단지관리공단 대회의실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과 그에 따른 의원직 상실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어느 정당의 후보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적 가치에 충실한 후보인가를 선택하는 선거”라며 사실상 ‘종북 세력을 심판하는 선거’로 규정했다. 김문수 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도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흔들고 대한민국을 김정은에게 갖다 바치려는 종북 세력의 핵심을 깨는 선거이며, 대한민국을 종북세력에게 넘겨주느냐 아니면 구해내느냐 하는 한판 승부”라고 거들었다. 새누리당이 이날 ‘종북 세력’을 집중 겨냥한 것은 선거구인 중원이 내란선동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관련된 ‘경기동부연합’의 근거지로 지목돼 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당 관계자는 “재·보선은 평일에 치러져 투표율이 낮은 편인데 경기동부연합 조직이 대거 동원돼 야권 후보에 표를 몰아줄까 봐 우려된다”며 당 지도부가 이날 성남 중원에 와서 ‘종북’을 정면 공격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공천을 받은 신상진 후보와 함께 중원구의 상대원시장과 성호시장 등을 돌며 바닥 민심을 훑었다. 김 대표는 기자와 만나 “원래 우리 지역구가 한 곳이고 야당이 3군데니까 한 곳만 승리해도 본전이지만, 이런 생각 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후보가 당선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내부적으로는 선거구 4곳 중 인천 서·강화을 등 2곳의 승리를 목표로 삼고 있다. 추가 1곳으로는 17, 18대 총선에서 신 후보가 재선에 성공한 성남 중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에 대비한 첫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성남 중원에서 개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야권세가 강한 서울 관악을과 광주 서을에서는 야권 후보 난립으로 인한 어부지리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직격 인터뷰] “내 고향은 경기 아닌 TK… 수성갑 출마 생각 안 해봤다”

    [직격 인터뷰] “내 고향은 경기 아닌 TK… 수성갑 출마 생각 안 해봤다”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의 모습이 조금 달라 보였다. 전에 비해 좀 부드러워진 느낌이랄까. “혹시, 파마하셨어요?” “아, 예... 부천시 원미구에 있는 미장원에서 한번 해 봤습니다.” 김 위원장은 내년 국회의원 총선과 2017년 대통령선거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지킬 것은 지키고, 바꿀 것은 바꿔 보려는 것 같았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지키려 했던 것은 보수적인 가치였다.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종북의 그늘’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바꿔 보려는 것은 외모뿐만이 아닌 듯했다. 그동안 경기도를 중심으로 해 왔던 정치적 기반도 바꿀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김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비가 내리던 지난 18일 오후 4시 30분부터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5층의 위원장실에서 이도운 부국장 겸 정치부장과의 대담으로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새누리당 KY라인(김무성 대표+유승민 원내대표)이 당을 잘 이끌고 있나. -지금까지는 큰 문제없이 왔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지금 이 상태로 가면 내년 총선과 그 이듬해 대선에서 희망이 없다. 보다 과감한 혁신으로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역사의 부름에 힘차게 나가는 리더십을 보여 줘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혁신과 부름인가. -첫 번째가 정치혁신, 두 번째가 정부혁신이다. 청와대부터 시작해 전 공무원이 확 바뀌어야 한다. 교육이나 경제, 서비스 분야도 규제 혁파를 통해 젊은이나 기업 모두 희망을 볼 수 있는 과감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당내 친박근혜계와 비박근혜계 간의 계파 싸움은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인가. -계파다운 계파도 없지 않나. 차라리 강력한 계파라도 있으면 희망이 있겠다. 나는 무(無)파, 굳이 따지자면 김(金)파다. 하하하. →4·29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의 성적표가 안 좋으면 KY 지도부가 흔들릴까. -책임이야 묻겠지만 ‘관둬라’는 것은 너무 과하다. 광주·서울 관악·경기 성남중원 모두 여당이 불리한 지역이고, 인천 서·강화을도 그리 간단한 곳이 아니다. →지난 17일 청와대 3자 회동은 어떻게 평가하나. -매우 아쉬운 대목은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을 통과시키겠다고 합의한 부분이다. 의료보건 산업이 우리나라 미래의 핵심 경쟁력인데 이걸 빼고 뭘 하겠단 건지, 크게 실망했다. 지금도 러시아, 중국에서 심지어 미국에서도 환자들이 한국 병원으로 몰려온다. 야당이 말로는 일자리를 외치면서 실제론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 대표가 합의를 왜 받아들였는지 안타깝다. 호남 지역에도 좋은 병원·요양시설을 지으면 중국인들이 크루즈 타고 와서 이용할 수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가. -연금은 현역이 아닌 은퇴자의 노후 생계비이고 액수도 적다. 국가재정 때문에 이걸 깎자고 하면서 현직 공무원 봉급을 올해 3.8% 올린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대통령부터 솔선수범해 월급을 깎아야 한다. 제가 경기도지사 할 때는 제 급여부터 동결했다. 부지사, 실장 등 고위직도 동참하고 강성노조 2곳을 찾아가 동의를 얻어냈다. 공무원 봉급을 손본 뒤에 각종 단체 보조금을 전부 삭감했다. 이렇게 예산 1조원을 깎아 빚 안 지고 재정위기를 돌파했다. 문제는 솔선수범이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무상급식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어느 편인가. -무상급식은 각 시·도마다 사정이 다르다. 시·도 교육감이 무상급식 권한을 갖지만 예산 지원의 재량권은 시·도지사에게 있다. 홍 지사가 지원 못하겠다고 하면 못하는 거다. →무상보육도 마찬가지인가. -국가가 보육기관이 아니라 엄마들에게 보육지원금을 100% 지원해서 직접 키울지 보육기관에 맡길지 선택권을 줘야 한다. 보육기관이 경기도에만 1만개가 넘는다. 선거 때 강력한 표 응집력을 행사하다 보니 복지부·정치인이 다 휘둘린다.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설치 법안이 부결된 사례도 그렇다. 보육기관에 돈을 주다 보니 집에 있는 엄마들도 억지로 어린이집에 보내고, 보육기관 비리도 커졌다. →대구에서 택시 운전을 했다고 들었다. 왜 갔나. -고향이니까. 사흘 동안 운전했다.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경북고를 나왔는데, TK(대구·경북) 출신으로 잘 안 받아들여진다는 얘기가 있다. -지역분들 다수가 ‘경기도에서 의원 지내고 지사 했으니 경기 출신이겠거니’ 생각한다. →대구 수성갑 지역구에서는 새정치연합 김부겸 전 의원의 돌풍이 세다고 한다. 바람직한 현상인가.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광주에서 당선됐듯이, 여야 간에 (영호남) 교차 당선되고, 대구에서도 야당 정치인이 나오는 게 우리나라 정치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다. →당 지도부는 ‘정권의 안방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던데. -정당 차원에선 그럴 수 있다. →당에서 수성갑 출마를 요청하면 어떻게 하겠나. -그런 요구가 없다. 아직 있지도 않은 얘기를 가정하고 물으면 어떡하나. →그렇게 답변하면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제목이 나올 수 있다. -출마 가능성 자체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새누리당이 PK(부산·경남) 김무성 대표-TK 최경환 경제부총리-충청 이완구 총리 3각구도라는 분석에 동의하나. -지역으로 따지자면 그리 볼 수도 있다. 그런데 TK에는 유승민 원내대표도 있는 것 아닌가. →고향을 기반으로 정치적 입지를 다져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나. -TK가 물론 내 고향이다. 그런데 우선 제 존재가 여기(수도권 원외) 있다. 앞으로 명분을 갖고 상당한 변화를 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성공했나.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어떤가. -이명박 정부는 박 대통령을 당선시켰으니 성공한 정부다. 저도 경기지사로 가장 성공한 게 남경필 지사를 당선시킨 거다. 노무현 정부는 실패했다. 당신 자신이 일단 돌아가셨다. 자기를 부정했고 그보다 더한 실패가 없다. 우리나라 역사와 국민에게 가장 불행한 일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성공한 분이다. IMF(국제통화기금) 극복 과정이나 정권 재창출 등 여러 면에서 성공을 거뒀다. 기초생활수급제 도입 등 복지정책도 제도적으로 잘 접근했다. 다만 대북 관계에서 시비가 많이 있다. →6·15 정상회담이 적절치 않았나. -회담 자체가 아니라 회담 성사를 위해 뒷돈을 줬다는 적절치 않은 선례를 남겼다. 선거법으로 치자면 당선무효 격이다. 다만 정상회담 합의 내용 중 좋은 부분은 계승 발전시키고 다시 들여다봐야 할 부분은 다시 봐야 한다. →당·청 대립 때마다 꼭 청와대 편을 들었다. -특별히 박 대통령을 의식해서 말한 적은 없다. →총리설이 있었다. 김 위원장도 총리직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청와대에서 총리 제의가 있었나. -한 번도 없었는데 언론에선 더러 보도하더라. 만인(萬人)이 원해도 일인(一人)이 안 원하면…. →제의가 없어서 섭섭하지 않았나. -총리가 선출직이면 모를까, 임명직이니까 그런 가정은 맞지 않다. →2017년 대선 출마는 기정사실로 봐야 하나. -도지사 3선 출마를 포기한 건 다음 대선에 나가려는 뜻을 밝힌 거다. 2012년 대선 경선 때 박 대통령과 겨뤘는데, 현직 지사 신분으로 나왔다고 욕을 많이 먹었다. 지난번 경선 출마 경험을 귀하게 여기고 있다. 당시 준비가 많이 부족했었다. 대선이란 게 간단치 않더라. 그 이후로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정치는 세력 대결인데, 그 부분이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아 이웃이 있다), 옳은 길로 가다 보면 반드시 많은 민심이 함께할 거라는 신념이 있다. →2017년 대선의 어젠다는 무엇이라고 보나. -민생경제와 통일 두 가지다. 한반도 주변과 남북 정세를 보자면 2017년까지 많은 변화가 예측된다. 통일에 대한 국민적 체감도 더 높아지리라 본다. 내수와 일자리 측면에서도 통일보다 더 좋은 솔루션이 없다. 굉장히 현실적인 어젠다로 다가올 것 같다. →두 어젠다와 관련해 어떤 경쟁력이 있나. -제가 살아온 과정, 도지사 경험 등 누구보다 민생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통일 분야도 분단의 최전방인 경기도에서 쌓은 경험이 많다. 구체적으로 얘기하기 시작하면 ‘이 사람은 생각을 좀 더 해 봤구나’라고 국민들이 느끼실 것이다. →야당은 대권 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대표가 유리한가. -저는 꼭 그렇게 안 본다. 예컨대 박원순 서울시장도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지금으로선 어떻게 될지 단정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우리 외교가 미·중 사이에서 어떻게 전략적 균형을 잡아야 할까. -중국도 우방이고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을 ‘주적’으로 설정하진 않았다. 반면 우리는 천안함 사태 등 수시 도발을 해 온 북한을 주적으로 설정할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와 확고하게 함께 갈 동반자는 미국이라는 게 우리 현실이다. 미군이 한반도에서 평택 이전으로 남하할수록 그 이북 지역 안보 공백이 심각해지는 데 우려스럽다. →앞으론 무슨 일을 할 것인가. -북한 인권 쪽을 생각 중이다. 이번에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북한인권 국제 대토론회에 가 보니 창피하더라. 대한민국이 인권 선진국인데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선 ‘(신경 안 쓰는) 웃기는 나라, 이해할 수 없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종북의 그늘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무섭고, 그래서 (대북 전단지) 풍선을 날리는 것도 무섭다고 하는 것 아닌가. →이념적 정체성은 무엇인가. -중도보수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한다. 정리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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