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벽」 무너지는 소리… 소리…/최호중(새해제언)
◎통일,그날에 대비하자/“늦을수록 더 큰어려움… 한걸음이라도 서두를때”
무슨 운명론 같은 것을 내세우려는 것은 아니지만 통일의 날이 언제고 오고야 만다고 믿는 입장에서 보면 이제 새해가 밝았으니 그 통일의 날에 한해 더 다가선 것만은 틀림없다.모두가 목마르게 기다리는 통일이 그만큼 가까워진 것이다.
이것은 민족의 염원을 이루려는 우리 마음을 설레이게 하기도 하지만 한편 통일에 대비해야 하는 우리 마음을 조급하게 하기도 한다.우리는 통일의 날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어떤 대비를 해왔고,또 앞으로 어떤 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인가.
○북녘동포 고통 직시
우리는 툭하면 통일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든다고 겁을 내면서 그 많은 돈을 어떻게 모아야 할지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한채 갑론을박으로 아까운 세월을 허송해왔다.더욱이 우리보다 훨씬 경제력이 강했던 서독이 통독후 여러가지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는 실상을 보고난 후 부터는 이것을 남의 일 같이 여길 수 없는 처지에서,우리는 통일을 애써 서두를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소극적 견해가 무슨 묘책이나 되는 것처럼 많은 동조자들을 불러왔다.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던 적극적 자세에서,그 소원은 늦게 이루어 질수록 좋다는 곡해를 받아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잊어서는 안되는 것은 통일 그 자체가 지닌 민족적 역사적 당위성과 함께,통일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북한 땅에서 살고있는 우리 동주이 자유를 잃고 억압과 굶주림에 시달려야 하는 기간이 그만큼 길어진다는 현실상황이다.
우리는 입버릇처럼 민주복리를 내세워 온 입장에서 북한 땅 우리 동족이 겪고있는 이 참기 어려운 고통을 그저 외면하거나 좌시하고만 있어도 되는 것인가.그래서는 안된다는 대답이 자명할진대,해결의 길은 두가지다.
북한당국이 개혁과 개방의 변화를 보이도록 유도해서 공존공영의 과정을 거쳐 통일하는 길과,자유민주 질서하에서 하루속히 통일을 서두르는 길이다.
독일이 통일된 후 북한은 먹고 먹히는 통일은 안된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이것은 먹겠다는 강자의 입장이기 보다 먹히기는 싫다는 약자의 입장에서 나온 말임이 분명하다.우리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일깨워주려고 흡수통일은 하지 않겠다고 되풀이 해서 다짐했다.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해 가면서 국민합의를 바탕으로 단계적 통일을 달성해 가겠다고 했다.
앞으로 통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형태로 이루어질 것인지 명확하게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여러가지 가능성을 꼽아볼 수 있을 뿐이다.
먹고 먹히는 통일,흡수 통일도 우리가 원든 원치않든간에 그 가능성속에 포함시키지 않을 수 없다.앞으로 전개될 상황여하에 따라서는 그럴 가능성이 전무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여러가지 가능성이 많을수록 그에 대비하는 일은 어렵고 복잡해지게 마련이다.그래서 통일에 대비하는 길은 단순하거나 용이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 모두의 관심거리는 통일비용이다.과연 얼마나 들 것인지 여기 저기서 나름대로 산출해 내고 있지만,솔직히 말해서 어느 하나 믿을 것이 못된다.통일되는 시점이나 통일하는 방법등에 따라 산출기초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경우든많은 비용이 들겠지만 그 돈이 결코 낭비가 되어서는 안되고 낙후된 북한을 개발하기 위한 생산적 투자가 되도록 계획을 잘짜야 한다는 점이다.그런 면에서 본다면 비용이라는 소모적 표현보다는 자금이라는 생산적 표현이 오히려 적절할지 모른다.그 자금은 얼마가 필요할지 알수없는 상황에서 다다익선이라는 일반 원리에 따라 꾸준히 모아나가는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자금이 충분히 마련됐다고 그것 만으로 통일대비가 완료되는 것은 아니다.보다 중요한 것은,필승불패라는 주체사상으로 무장된 북한주민을 상대로,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을 당당하게 설득할 수 있는 자질과 자신감을 우리 모두가 갖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따르고 있는 자유민주주의가 정말 자랑스럽다는 확신을 누구나가 다 갖게 되는 것이 필요하다.정치를 잘못해서,경제가 나빠져서,우리 자신이 우리 제도나 정책을 불신하게 된다면 우리 것을 내세워 남을 설복할 수 있는 힘을 갖출 수는 없는 것이다.
○우월성 당당히 설득
요즈음 일부 구공산권 나라에서 공산주의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이고 있는 안타까운 현상을 본다.물론 그렇게 될리야 없겠지만,이것은 자유민주주의가 나빠서가 아니라 그 운영을 잘못해서 또 단시일내에는 효과를 나타내기 어려워서,현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망에서 나오는 반작용일 것이다.우리는 여기서 올바른 자유민주주의의 길이 그만금 어렵고 힘든 것임을 깨닫고 새해를 맞아 다같이 정신 바짝 차리고 힘차게 발맞추어 나가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다.
통일의 날은 점점 더 가까워 오고 있다.유비무환이라는 말이 있지만 무슨 일이든 대비완료를 자신할 수는 없다.대학입시 수험생의 심정과 같은 것이다.
그렇다고 대비가 덜 됐다고 초조해 하거나 불안에 떨 필요는 없다.우리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바로는 비관 보다는 낙관이,부정보다는 긍정이,소극보다는 적극이,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오고 있지 않은가.
통일도 예외일 수는 없다.언제 닥쳐와도 능히 감당해낼 수 있다는 의연한 마음가짐으로 착실하게 통일에 대비해 나갈 뿐이다.우리가 언제 8·15광복에 대비하고 있다가 그날의 감격을 안았고,6·25동란에 대비하고 있다가 그 참화를 견뎌 냈던가.
□약력
▲자유총연맹 총재
▲전부총리겸 통일원장관
▲전외무부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