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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적 독립·중립성 더욱 굳건히”

    “정치적 독립·중립성 더욱 굳건히”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더욱 굳건히 지켜나가겠다.” 헌법재판소(소장 이강국)가 1일 창립 20주년을 맞아 서울 재동 청사 대강당에서 기념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김형오 국회의장, 이용훈 대법원장, 김경한 법무부장관, 이진강 대한변호사협회장, 임채진 검찰총장 등 입법·사법·행정부 및 법조계 인사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소장은 기념사에서 “20년 전 헌재 창립은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면서 “하지만 이제 헌재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명실상부한 헌법 수호자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이념적 대립과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문제들이 헌재로 집중되고 있어 사명과 책임이 더욱 무거워졌다.”면서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더욱 굳건히 지켜나가는 한편, 선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활짝 꽃피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축사에서 “헌재는 헌법의 올바른 해석을 통해 갈등과 균열을 대통합과 화합의 물줄기로 돌려놓아야 한다.”면서 “헌법정신을 중심으로 우리 모두가 국민적 통합을 이룰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 헌재는 이날부터 4일까지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세계헌법재판소장회의를 연다. 세계 30개국 헌법재판소장 등 헌법 권위자 100여명이 참석한다. 유타 림바흐 독일 전 헌재소장과 니컬러스 필립스 영국 대법원장 내정자, 마리아 에밀리아 스페인 헌재소장, 이소 이마이 일본 최고재판소 재판관, 다이엔 우드 미국 연방항소법원 판사 등이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독오른 中신화사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의 대표 관영 통신사인 신화사와 독일TV ‘독일의 소리’가 맞붙었다. 앞서 ‘독일의 소리’는 ‘친중국적’ 태도를 문제삼아 중국어부 장단훙(張丹紅) 부주임을 사실상 해고했다. 신화사는 29일 특별기사를 싣고 ‘독일의 소리’를 비난하고, 중국에 관한 독일 언론의 ‘왜곡 보도’를 싣는 등 작심하고 대응하는 모습이다. 중국이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으로 국제무대에서 전성기의 영화를 되찾아가려는 마당에 서방이 언론을 내세워 소수민족이나 인권문제로 제동을 걸려 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표면화된 것으로 관측통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 문제는 28일 중국 외교부의 정례 브리핑에서도 거론됐다. 친강(秦剛) 대변인은 “장단훙 기자에 관한 소식에 관심을 갖고 있다. 언론사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원칙을 갖고 보도해야 한다.”고 우회적인 표현으로 ‘독일의 소리’에 불만을 표시했다. 신화사의 보도는 베를린의 한 일간지에 실린 내용을 별도 취재한 형식을 취했다. 장단훙 부주임은 신화사의 취재에서 “지난 3월 티베트 사태 이후 독일의 각종 심포지엄이나 TV 프로그램에서 중국을 위해 옳은 소리를 해오자 경영진이 ‘눈엣가시’로 여겨왔으며 지난 26일 오후 ‘비판회의’를 갖고 정식으로 무기한 정직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장 주임이 독일의 소리가 일관되게 지켜온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가치관을 옹호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제시했으며 이후 어떤 취재에도 응하지 말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장단훙 부주임은 TV 프로그램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중국 반대 노선을 걷고, 달라이 라마를 만난 것은 양국 관계를 해치는 행위이며 중국은 티베트 문화를 잘 지켜왔다. 서방 매체들이 왜곡보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화사는 200만명이 이 프로그램을 지켜봤으며 많은 독일 시청자들이 장 부주임의 의견에 찬성하는 편지를 보내왔다고 보도했다.“또한 장 부주임은, 서방국가가 우월적 위치에 서서 중국을 비판만 해서는 안 되며 그동안 중국 인권에 많은 진전이 있었음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고 덧붙였다. 42세의 장 부주임은 베이징대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1990년 독일의 소리 중국어부 기자로 입사한 뒤 2004년부터 부주임을 맡아 왔다. 외교적으로 확대될 사안은 못 되지만, 관영 언론이 직접 전선에 나섰다는 점에서 앞으로 전개가 주목된다. 신화사는 단순 보도에 그치지 않고 “독일 주간지 슈피겔 등이 쓰촨대지진에서 재난구조를 정부 홍보활동쯤으로 폄하했다.”고 비난하는 등 독일 언론에 대대적인 공세를 취했다. 신화사는 네티즌이 ‘독일의 소리’ 인터넷 홈페이지에 항의 메일을 보내는 운동이 한창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독일은 지난해 9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달라이 라마를 접견한 뒤 중국과 외교적 충돌을 빚었다. 중국은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던 독일과 중국의 인권협의와 재무장관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등 강경 반응했다. jj@seoul.co.kr
  • [사설] 갈등과 분열 넘어 선진 한반도 시대로

    어제 우리는 광복 제63주년이자 건국 60돌을 맞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복궁 광장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건국 60년의 성공 신화를 토대로 선진일류국가를 건설하자며 국민의 동참을 호소했다. 일제의 압제에서 해방된 지 3년만에 정부수립을 선포했던 그 자리에서다. 그날의 감격이 한강의 기적으로 이어졌듯 이번 광복절은 위대한 한민족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우리의 현대사는 기적의 역사였다. 미국의 잉여농산물로 허기를 달래던 나라가 분단과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13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가발 정도밖에 내놓을 게 없던 나라가 이제 반도체·휴대전화 등 첨단 제품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이만하면 온 국민이 함께 쓴 성공 스토리가 아닌가. 물론 어둡고 칙칙한 과거도 없지 않았다. 독재·권위주의 체제하에서 인권유린도 비일비재했다. 소득과 복지의 쏠림현상 등 압축성장의 그늘도 컸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 비하에 빠질 이유는 없다. 때론 뒷걸음질하고 돌아가기도 했지만, 큰 흐름에선 세계사의 대세와 궤를 같이하는 진보의 대장정이었기 때문이다.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독립한 140여개국 중 대한민국은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에 동시에 성공한 나라라지 않은가. 따라서 광복이냐, 건국이냐 하는 작금의 논쟁 자체는 부질없어 보인다. 둘 다 소중히 되새겨야 할 역사의 변곡점이다. 독립투사들의 풍찬노숙이 밑거름이 된 광복이 없었다면 건국은 아예 불가능했을 게다. 우리는 이미 광복절을 건국절로 대체하자는 일부 보수세력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또한 정부수립이 없었다면 오늘의 우리를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내달에 정권수립 60주년을 맞는 북한의 참상을 보라. 굶주림에 지친 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고있는 현실이 아닌가. 이념 대신 시장을 택한, 개혁·개방 이후 중국과 러시아의 번영은 또 어떤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국체로 삼은 우리의 건국이 올바른 선택이었음을 역설적으로 입증한다. 그런데도 광복절 행사마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져 반쪽으로 치러진 것은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일부 야권은 어제 기념식에도 불참했다. 건국이냐 광복이냐를 둘러싼 비생산적 명분 다툼 때문이라면 유감스러운 일이다. 유한한 정권에는 끊임없는 견제와 비판이 필요하지만, 영구히 함께 발전시켜야 할 국가공동체의 존재 가치마저 훼손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대나무는 언제나 매듭을 지으면서 새 마디를 만들며 자란다. 대한민국도 광복 63주년이든 건국 60주년이든 영욕의 과거를 매듭짓고 새로운 시대를 열 때다. 이명박 정부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새 정부는 촛불시위에서 보듯 국민과의 소통 실패로 황금같은 집권 초반 반년을 허송했다. 이 정권이 남은 임기 중에도 지리멸렬하게 된다면 대통령의 불운이기 이전에 국민 모두의 불행이다. 그래서 우리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미래전략으로 삼아 재도약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다짐에 주목한다. 선진화라는 그간의 막연한 구호 대신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고용창출 효과가 큰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려는 취지는 반길 만한 일이다. 환경보호라는 문명사적 흐름과 호흡을 함께하면서 선진국에 진입하려는 발상이란 의미에서다. 그러나 선진일류국가는 정부의 의욕만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이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에 이어 ‘한반도의 기적’을 일구어내자고 했지만,5년 단임 정권의 임기내에 이뤄지긴 어렵다. 국민 모두가 분열과 갈등을 넘어 다시 뛰는 출발선에 함께 서야 한다. 그러자면 남북간 대화와 협력의 재개도 긴요하다. 한반도와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사는 한민족 모두가 들메끈을 고쳐 맬 때다.
  • [시론] 건국 60주년에 필요한 정책 전환/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시론] 건국 60주년에 필요한 정책 전환/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1948년 8월15일 광화문에서 거행된 대한민국 정부 수립 및 축하식에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이날은 우리의 해방을 기념하는 동시에 우리 (대한)민국이 새로 탄생한 것을 겸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올해 8·15는 광복 63년과 건국 60년을 맞는 뜻깊은 날이다. 우리 민족이 일제의 억압에서 벗어나 오늘날과 같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성공의 역사를 쓸 수 있었던 데에는 독립정신, 건국정신, 호국정신이 그 밑바탕이 되었다. 오늘은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 모두 21세기 대한민국이 또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도약의 발판은 구한말로 거슬러 올라가는 지난 100년 역사에 대한 성찰과 21세기 새로운 세계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비전이 결합될 때 비로소 마련될 수 있다. 구한말 조선 지도자들은 쇄국정책을 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모르고 외부 세계에 문을 걸어 잠그고 살았으니 나라가 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달리 대한민국은 건국과 함께 대륙세력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서 근대적 서구 문명의 해양세력과 연대하면서 개방정책을 폈다. 세계와 함께 호흡하면서 경쟁하고 세계 시간대에 보조를 맞추어 나가려는 노력이 오늘의 대한민국 성공의 역사를 가능케 했다고 봐야 한다. 우리 민족은 일본 제국주의자들로부터 조선민족은 열등해서 일본이 식민지화해서 교화시키는 수밖에 없다는 모욕적인 말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건국 이후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과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주장이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개인의 자유와 평등, 공정한 경쟁과 재산권을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가 마련되고 국력을 결집할 수 있는 리더십이 발휘되었을 때 우리 민족의 잠재력과 창의력이 최고로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을 지난 60년사가 보여 주고 있다. 대한민국의 건국은 우리 민족에 전대미문의 혁명적 변화를 가져온 역사적 사건이었다. 조선왕조 하에서 ‘백성’으로, 일본 제국 지배 하에서 ‘신민’으로 통치의 객체로만 존재하던 우리 민족이 정치적 권리와 의무를 가진 ‘국민’으로 다시 태어났던 것이다. 국민 개개인은 스스로 과학과 기술을 습득하여 사회적 능력을 배양하고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갖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다는 일대 의식의 혁명적 전환을 겪게 되었다. 해방 직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원동력은 건국과 함께 새로운 국민으로 재탄생한 한국인 개개인의 의식혁명과 존재론적 변화에서 비롯되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더욱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을 소중히 여기고 진작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적 개혁과 경제와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정책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날 국가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자본, 노동, 정보의 이동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세계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세계화는 국내적으로 수많은 문제점을 야기시킨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주체는 역시 국가이다. 세계화 시대에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우리 개인의 대내외적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고 국가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한 인식을 더욱 새롭게 해야 할 때이다. 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 [시론] 건국 60주년, 생존을 넘어 조화로/김승채 고려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시론] 건국 60주년, 생존을 넘어 조화로/김승채 고려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당태종은 중국정치에서 한나라 이래 500년 동안 혼란을 거듭하던 중국을 통일하고 중화문화의 기초를 닦은 걸출한 대정치가다. 태종은 ‘창업’보다는 선대의 법을 이어받아 나라를 잘 다스려 백성을 편안히 하는 ‘수문’이 더 어렵다고 하였다. 난세에 여러 군웅을 격파하여 승리를 만들어 냈으니 창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창업 후 군주가 교만하고 방종하면 국가가 쇠잔하고 국민은 더욱 고통받기 때문에 수문이 더 어렵다고 하였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건국된 지 60년이 되었다. 우리의 전통문화에서 장수와 새 삶을 일컫는 환갑을 맞이했다. 국민주권을 보장한 근대국가 성립이라는 문명사적 의미를 갖는 대한민국이 건국된 지 60년이 된 것이다. 일제에 항거하고 연합국의 신탁통치에 반대하여,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칠흑 같은 해방공간에서 극심한 좌우의 대립을 거쳐 우리 민족은 진정한 독립과 자주를 외쳐 비록 절반이었지만 한반도 유일합법 정부인 대한민국을 건국하였다. 대한민국의 창업도 말 그대로 온갖 역경을 딛고 이룩한 것이다. 만사일생(萬死一生)으로 창업된 대한민국의 그후 60년은 생존을 위해 처절한 투쟁으로 점철되어 왔다. 동족상잔의 뼈아픈 6·25 남침에서 얼마나 많은 고귀한 생명들이 희생되었던가.10만㎢의 작고 척박한 땅덩이를 풍요와 부유의 옥토로 만들기 위하여 또 얼마나 많은 날들을 추위와 굶주림 속에 지내왔던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독재정권과 군사정권에 혈투로 맞서 오지 않았던가. 강대국 중심의 냉전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빠졌던 분단의 동토를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게 하기 위해 숱한 업신여김을 이겨내 오지 않았던가. 이 모두가 자유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를 실현하고 풍요를 보장받으며 정의와 진실만이 승리한다는 고귀한 생존의 역사를 만들기 위한 몸부림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생존을 위한 지난 60년 동안 선대들의 노력과 희생 덕분에 이제 국제사회는 대한민국을 제2차 대전 이후 신생독립국 중에서 가장 모범적인 국가, 가장 성공한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건국 60년 만에 국민소득 2만 45달러, 세계 13위의 경제대국, 가장 모범적으로 민주화를 이룩한 당당한 나라가 된 것이다. 우리는 생존이라는 절박한 문턱을 넘어서게 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다. 이제는 창업보다 어렵다는 수문과 수성에 힘써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미국적 발전모델로 불리는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를 능가하는 한국적 가치와 제도에 기초한 신생국의 발전모델, 성공사례가 될 수 있는 서울 컨센서스를 만들어야 한다. 조화를 통한 발전이 이를 실현할 수 있다.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 친북과 친미의 등식화로 변질된 진보와 보수, 그리고 자주의 이름으로 분절된 국제관계로는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분명한 원칙에 입각하여 조화와 공존의 가치를 추구할 때 대한민국의 미래는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 대통령은 미래를 위한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고, 국회는 올바른 민심을 결집하여 소통의 역할에 충실하며, 시민사회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표출하여야 한다. 단, 이 모든 일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후대들에게 남겨주어야 한다는 상생과 발전의 미래를 전제하여야 할 것이다. 김승채 고려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 [촛불 100일 ] (하) 전문가 대담

    [촛불 100일 ] (하) 전문가 대담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에서 표출된 촛불을 인위적으로 끄려하면 절대 꺼지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불신의 문제를 치유하지 않으면 또 다른 이슈를 통해 다시 불거질 것이다.” 서울신문사와 공동으로 ‘촛불 100일’을 기획한 인터넷정치연구회 소속 교수들이 시리즈를 마감하는 좌담에서 내린 진단이다. 이들은 “촛불 집회를 무조건 억압할 것이 아니라 촛불에서 표출된 국민의 힘을 오히려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이제 모두가 모여서 촛불을 평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촛불 백서’를 만들자.”고 힘주어 말했다. 박현갑 서울신문 기획탐사부 부장 사회로 진행된 좌담에는 류석진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국제행정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좌담회는 4일 오후 서울신문 편집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촛불집회는 과거와 어떻게 달랐나. ●장 교수 2002년 여중생 장갑차 사망사건,2004년 탄핵 관련 촛불시위를 거치며 촛불은 계속 진화했다. 계층도 다양화되고 자율성도 커졌다. 이번 촛불집회는 정부와 기존 정당들이 제도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면 생활정치도 운동 의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윤 교수 앞서 두 번의 촛불집회는 이념적으로 진보적 성향이 뚜렷했고 기존 운동권과도 밀접하게 연결됐다. 그러나 올해 촛불집회는 탈이념, 탈정파적이었다. 운동을 진행하는 방식 역시 중심세력을 철저히 배제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졌다. 배후세력이라는 것을 찾으려야 찾을 수 없었다. 이런 특색이 기존의 촛불집회와는 다르다. ●류 교수 이른바 ‘롱테일(long tail)정치’ 시대다. 소수가 다수를 이끄는 게 아니라 길거리의 군중들이 소수의 권력을 흔들어 버렸다. 더군다나 이 롱테일 군중이 원자화되지 않고 네트워킹되어 있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촛불집회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가. ●류 교수 대차대조표가 뚜렷하게 나오지는 않는다. 다만 과제는 분명하다. 변화된 환경에 대한 인식과 이에 따른 대처방안 강구가 시급하다는 점이다. 이번 집회를 통해 기존 정치권이나 언론 등의 매개집단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여기에 대처하지 못하면 제2의 촛불집회는 언제든지 일어날 것이다. ●장 교수 이번 촛불집회의 키워드는 ‘신뢰’다. 촛불집회는 이념이나 정파싸움이 아니었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운영자들에 대한 불신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정당지지도는 여전히 한나라당이 1위다. 대통령 지지도가 10%대로 추락했지만 야당 지지도가 올라가지도 않았다. 이를 보면 국민들이 기존 정치를 불신하면서도 대의제를 극복할 마땅한 장치가 없다보니 일정한 기대심리는 갖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대의제의 딜레마인 셈이다. ●류 교수 학계에서도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정당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는 의견과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의 줄기가 있었는데, 결국 바람직한 것은 대의민주주의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고 대의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 모든 것을 대의제로 수용하려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의제를 대체할 다른 장치에 대한 구상을 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국민들의 분출하는 요구를 제도가 수용 못하지 않나. 이명박 정부 들어 여대야소가 만들어졌고, 특히 처음으로 개헌세력도 생성됐다. 이런데도 의회에 맡겨라 하는 게 옳은 것인가. 의회정치의 한계가 있다. ●윤 교수 촛불집회를 통해 얻은 소득은 우리 사회의 문제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한국 대의제는 물론 정당·언론 등 매개집단들이 극명한 한계를 보였다. 또 하나는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다.‘롱테일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소통방식을 통해 나오는 여론을 어떻게 대의제에 반영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다. 하지만 제도권에서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류 교수 운동권도 마찬가지다. 광우병 대책회의도 집회를 이끌어 나가는 게 아니라 따라가기에도 바쁘다. 그쪽도 집회 현장에서 무엇이 왜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촛불 민심이 반영되지 않았는데. ●류 교수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로 각 가정에서 정치적인 의사소통이나 대화가 부족했을 가능성이다. 중·고생들이 촛불 바람을 먼저 불러일으켰는데, 그것이 부모들에게까지 미치지 못했다. 두 번째로 투표에 참여해 봤자 나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무력감 내지는 참여효용이 없다는 판단에서라고 본다. ●윤 교수 참여 효능감 측면에서 봐야 한다. 국민들은 제도권 정치에 대한 불신이 있어 투표로 내 의사를 표출해도 그것이 변화를 가져온다고 기대하지 않는다. 이보다는 차라리 온라인에서 본인들의 의견을 올리는 것이 참여의 경험과 효능감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더이상 투표가 정치참여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 아닌 것이다. 또 국민들은 지난 10년 동안 모든 사회문제를 이념 문제로 환원하는 이념갈등에 피로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런 점은 앞으로 약해질 것으로 본다. ●류 교수 이번 촛불집회가 단순히 편가르기의 장이 아니고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 현상을 규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68혁명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 당시 분열구조는 우리보다 심했다. 상대방을 빨갱이라 부르고 미국의 적이라고 몰아붙이기까지 했다.1970년대 전반까지 계속된 이런 갈등 속에서 미국 의회는 68혁명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게 된다. 누군가를 처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적 의미를 파악하기 위함이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68혁명에 대처하는 우리의 방식이 잘못됐다. 우리가 분열세력이라고 몰아붙였던 이들을 건전한 방향으로 수용해 이들의 순수와 열정을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써야 한다.”고 평가했다. 지금 우리의 상황이 이때와 매우 유사하다. 우리도 정부와 정치권,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이 모여 왜 촛불집회가 일어났고 집회의 핵심 의미가 무엇이었는지,2008 촛불집회에 대한 최종 보고서인 ‘촛불 백서’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현상을 규명하고 사회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장 교수 나는 이번에 촛불집회에 참가한 10대들이 투표권을 가질 5년 뒤쯤이 궁금해진다. 촛불집회는 청소년들의 정치활동에 관한 한 실험적 장이었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독자적으로 정치집회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올해 5월∼8월 청소년 정치집회가 6차례나 열렸다. 광우병과 교육자율화는 물론이고 공기업 민영화에 교육감선거 투표권까지 다양한 의제가 나온다. 이 세대는 한국사회의 구조적 틀에 갇혀서 자력갱생에 허덕이는 ‘88만원 세대’와는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류 교수 다음번 대선과 총선이 있는 4∼5년 뒤엔 지금 10대가 유권자로 들어온다. 그때 이들을 수용하는 장치를 만들지 못하면 이들은 다른 방식으로 제도권을 뛰쳐나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진짜로 대의제의 위기가 된다. 지금의 10대는 옛날과 전혀 다르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5년 뒤 우리나라 정치는 망가진다. ▶정부와 국민간 미래지향적 소통구조를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까. ●류 교수 촛불집회가 일어난 근본 원인은 아날로그 정치와 디지털 정치가 서로 접점없이 부딪친 것이다. 청와대에서는 광우병에 대한 기본적인 팩트를 제시하는 등 나름대로 대응하려 했으나 홈페이지를 열어놓고 기다리기만 했지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면서 논쟁하려는 노력이 없었다. 이것이 단순히 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이냐, 정부의 의지냐가 문제인데 둘 다였다고 본다. ●장 교수 세계적으로 정부가 ‘다운사이징(규모 축소)’되지만 다뤄야 할 의제는 많아졌다. 정부가 모든 사안을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으니 ‘거버넌스(governance)’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이해당사자가 모두 참여해 결정을 내리는 수평적인 네트워크의 개념이다. 시민도 공동의 정책결정자이니 함께 결정하자는 것이다. 이명박 리더십의 입장에서 보면 이게 일견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 그래도 한국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수직적인 거번먼트(government)가 수평적인 거버넌스로 이행돼 왔는데 이명박 정부에서 다시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 버렸다. 국민들을 공동의 정책결정자로 이해해줘야 한다. 그게 이명박 정부에서 볼 때 비효율적인 패러다임으로 보이더라도 그것을 수용해야 한다. 또 청와대 블로거나 신문고 등 정부가 구축한 소통공간을 거버넌스를 구현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류 교수 소통공간 얘기를 하셨는데, 예를 들어 서울시는 천만상상 오아시스나 희망제작소 등이 있다. 여기 오는 사람들의 효능감이 상당히 좋다. 근데 기존의 정부가 마련한 공간을 보면 넌 떠들어라, 난 간다 이러면 다음번에 안들어간다. 다음번에 욕이나 하고 나오고.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있는 공간을 진정성 있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윤 교수 미 백악관 사이트만 봐도 국민들과의 대화를 여러 패턴으로 한다. 실시간 채팅을 한다. 백악관만 해도 사실상 게시판이 없는데. 우리는 순전히 게시판 문화다. 게시판이 온라인 공간 소통이나 토론을 망쳐 놓는다고 본다. 전부 진정성 없이 겉무늬로만 여론 수렴하고 참여를 활성화시킨다. 이런 게 오히려 온라인을 망쳐 놓았다고 본다. ▶정치권에서는 인터넷 규제나 야간집회 허용 등 상반된 입법 움직임이 있는데. ●류 교수 ‘여론 사이드카’등의 정책 얘기를 들으면 정부가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네티즌들은 다음 아고라에서 댓글 삭제하면 구글이나 유튜브 등으로 ‘사이버 망명’을 한다. 빠져나갈 수 있는 공간이 기술적으로 존재한다. 입법자보다 누리꾼들이 더 잘 안다. 이러니 누리꾼들이 볼 때 기가 막힌 거다. ●장 교수 모든 미디어는 표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진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다만 인터넷이 다른 미디어와 다른 것은 메시지 생산자가 아니라 일종의 컨버전스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다룰 필요가 있다. 그런데 현재 인터넷에 대한 정부 규제는 일반적으로 다른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과 다르다. 특히 인터넷은 다른 미디어와 함께 방송통신위의 규제를 받는다. 이번에도 보면 방송통신위에서 댓글 삭제 압력을 가하지 않나. 방송통신위 자체가 정부기구인데 정부기구가 인터넷에 직접 명령권을 행사하면서 규제하는 경우는 드물다. ●윤 교수 온라인 문제를 규제·처벌 등 부정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즉 온라인은 이렇게 작동해야 한다는 모델을 보여줘야 한다. 외국 사례를 보면 굉장히 다양한 온라인 토론 사례가 있다. 토론을 관장하는 사회자와 토론의 규칙이 필요하다. 양쪽 시각을 고루 반영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외국은 온라인 토론을 하는 장치와 제도와 룰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청와대든 포털이든 게시판이라는 공간만 주지 책임지고 잘 운영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포털의 책임도 있다. 포털은 대개 플랫폼만 제공하는 것뿐이라고 얘기하는데 요즘 가장 중요한 것이 플랫폼이다. 네이버나 다음 등은 사이버 공간을 진짜 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최소한 다음 아고라에 있는 수많은 게시판 중 하나라도 모델 케이스로 운영한다면 네티즌도 그렇고 정치권에서도 그렇고 배움이 가능할 것이다. ▶촛불집회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인가. ●류 교수 촛불을 인위적으로 끄려고 하면 꺼지지 않는다. 근본적인 불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촛불은 다시 나올 것이다. 불신의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 ●윤 교수 촛불을 정치과정의 하나로 받아들여야 한다. 촛불의 민심이 상시적으로 정책결정과정 등에서 투입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 ●장 교수 이번을 기회로 대통령의 리더십에 의존하는 불확실한 정치구조가 아니라 안정적인 정치구조를 만들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 합법적으로 선출된 권력이기 때문에 모든 권한을 위임받는 것은 아니다. 특정 리더십에 온 사회가 의존하는 대통령제의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헌법개정 논의가 필요하다. 정리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사설] 개헌, 여론 공감대 넓힌 뒤 추진해야

    18대 총선 이후 산발적으로 제기돼 왔던 개헌론이 공론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어제는 입법부 수장인 김형오 국회의장이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산업화·민주화에 이어 선진화의 출발점을 개헌에서 찾고자 한다.”며 개헌 필요성을 공식 제기했다. 부디 이제 물꼬가 트인 개헌 논의가 여야간 정략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의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차원에서 이뤄지길 빌 뿐이다. 우리는 개헌 공론화 분위기는 충분히 무르익었다고 본다. 현행 헌법은 권위주의 정부에 맞섰던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에 따른 여야간 타협의 산물이다. 그 골간이 5년 단임의 대통령 직선제다. 이로 인해 여야간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등 절차적 민주주의의 기반을 어느 정도 다졌다. 그러나 임기말 레임덕이 상시화되고 대선·총선의 주기가 어긋나면서 과도한 선거비용이 소요되는 등 단임제의 폐해도 두드러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현역 의원 절대 다수가 개헌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닌 셈이다. 개헌을 전제로 출범한 ‘국회미래한국헌법연구회’에 참여한 여야 의원이 개헌 발의 정족수(150명)를 훌쩍 넘기지 않았는가. 올해가 건국 60주년이다. 헌법도 이제 시대상황에 맞춰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는 취지엔 다수 국민이 고개를 끄떡일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총론이 아닌 각론에선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제 국회헌법연구회 주최 토론회에서조차 영토조항의 유지와 손질을 놓고 격론이 벌어진 사례를 보라. 개헌이 무조건 밀어붙일 일이 아님을 말해주는 징표다. 정치권이 실제 개헌 작업에 돌입하려면 몇가지 전제조건부터 충족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개헌 시기와 범위를 놓고 국민적 공감대를 더 넓히는 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시장경제라는 헌정의 대원칙이 흔들려선 안 될 것이다.
  • [홍순영 칼럼] 한일관계의 재인식

    [홍순영 칼럼] 한일관계의 재인식

    1.보는 견지에 따라서 일본은 강대국 지향이며 나아가서 장래가 약속된 가능성의 나라이다. 그러나 다른 견지에서 보면 일본은 자기 미화(self-glorification)의 나라이며 자기를 탈출하여 가치의 근본을 추구하고 자기의 완성을 추구하기를 주저하는 나라이다. 제2차대전 후에 패전한 일본이 미국의 향도 하에서 나라의 질서를 다시 잡고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던 과정을 보면 일본은 위대한 가능성의 나라이다.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모든 과정에서 일본 사람들은 겸양하며, 정직하고, 부지런히 일하고 노력하였다. 전후에 출간된 ‘고미가와 준페이’의 ‘인간의 조건’이라는 장편소설은 군국주의의 독선과 패역을 고발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추앙하는 위대한 미래를 지향하는 새로운 일본을 제시하는 감동적인 그림이었다. 그 정신 밑에서 일본이 다시 일어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다. 경제개발에 성공한 일본은 엄청난 원조와 투자를 아시아 제국에 제공하고 아시아에서의 지도자국가를 지향하였으나 아시아 제국에 대한 침탈과 지배, 군국주의, 천황종교(신토이즘) 강요에 관하여는 재론하고 참회하지 아니하였다. 그것이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 점에서 일본은 아직 2차대전의 그늘 속에 있다. 히로시마를 아직도 원폭의 피해자로 보고 독도를 아직도 일본영토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일본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서양의 과학기술을 잘 수용하고 겸양하고 정직하고 질서를 존중하는 일본인의 성품으로 계속하여 꾸준히 성장·번창하고 있다. 2.이러한 일본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한·일관계를 관리하여 나가야 하는가. 우선 현재의 일본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나라이다. 그리고 한국은 경제개발의 과정에서 일본의 원조와 지원을 받아 왔다. 현재에 국한하여 한·일관계를 보면 한국과 일본은 앞으로 지향하는 가치의 동반자요 상호협력을 추구하여야 하는 이익의 동반자이다. 일본이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높은 가치를 지향하면서 그 틀에서 과거사를 반성하고 청산하는 일은 일본의 몫이다. 이 일에 성공하기 전에는 일본은 아시아의 지도자 국가로서 아시아 공동체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것을 한국이 강권할 수는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우리는 한·일관계가 상호 협력의 동반자 관계로 지속적으로 발전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는 동안 한국은 자유민주주의의 가치관과 제도를 확고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3.일본은 한·일관계의 맥락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일본은 동아시아 공동체의 중요한 일원이다. 동아시아 공동체는 큰 틀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공동체로 성장하고 있다. 일본은 동아시아 공동체를 넘어 언젠가는 세계경제의 중요한 선도국가로 나갈 것을 내다 보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모든 변화와 성장의 과정에서 일본은 아직은 예측할 수 없는 어느 시점에 나라의 정통성과 도덕성을 새롭게 세우는 정신 혁명을 거쳐 세계의 지도자 국가가 될 것을 내다 보게 될 것이다. 4.한국은 일본통치의 시대를 지나 광복 이후 겪었던 긴 나라분단의 수난과 나라건설의 노력을 거쳐 이제 선진한국의 문턱에 서 있다. 한국은 이제 민주 일본과 대등한 자세로 마주 보고 있는 것이다. 과거를 어떻게 청산하고 미래를 어떻게 건설하는가는 각국의 과제로 미루어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제접근의 기본에는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의 가치관이 있다는 것을 우리가 다 잘 알고 있다. 한·일양국이 역사의 흐름을 타고 언젠가는 가치의 동반자 관계를 함께 추구하는 이웃나라가 될 것이다. 긴 안목으로 한·일관계를 내다 본다. 홍순영 전 외교부·통일부 장관
  • 여야,‘5월 광주’놓고 서로 다른 의미

    여야,‘5월 광주’놓고 서로 다른 의미

    5·18 광주민주화운동 28주년을 맞아 정치권이 일제히 광주로 달려가 ‘5월 정신’ 계승을 다짐했다. 그러나 여야는 ‘5월 광주’를 놓고 서로 다른 의미를 되새겼다. 18일 한나라당은 선진화와 통합을 강조한 반면, 야권은 쇠고기 전면 개방과 촛불집회 단속 등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데 주력했다. 한나라당은 강재섭 대표를 비롯, 정몽준·전재희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기념식에 참석해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살려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윤선 대변인은 논평에서 “광주 정신을 살려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면서 “지역적·이념적 대립을 넘어 화합과 통합,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전날 전야제가 열린 광주 금남로에서 “통합민주당이 집권 여당과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을 대신할 수 있는 대안세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차영 대변인은 “최근 언론통제와 학원사찰, 국가 최고통치권자의 독단 등 5·18 정신을 후퇴시키고 민주주의의 성과를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민주당은 28년 전 광주정신을 이어받아 국민의 민주적 권리와 자유를 훼손하는 일체의 도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정세균 의원과 추미애 당선자, 정대철 상임고문 등 차기 당권주자와 김근태·유시민 의원,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등이 참배행렬에 동참했다. 자유선진당은 이회창 총재가 행사에 참석했다. 박선영 대변인은 “5·18 영령들의 고귀한 뜻은 자유민주주의의 이상을 세웠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소수자를 보호하는 이상이 아직 실현되지 못했다.”면서 “법과 원칙을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민주노동당은 천영세 비대위 대표와 지도부,17·18대 국회의원단이 현지에서 광주정신 결의대회를 가졌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와 노회찬·심상정 진보신당 대표단도 묘지 참배 후 국민대회에 참석했다. 구혜영 홍희경기자 koohy@seoul.co.kr
  • [기고] 삼각산의 역사,문화가 경쟁력이다/김현풍 서울 강북구청장

    필자는 2002년 서울 강북구청장에 처음 취임하고 기분좋은 별명을 얻었다.‘문화구청장’‘삼각산 도사’가 그것이다. 아주 자랑스럽고 감사한 별명이어서 누가 이렇게 불러주면 그의 얼굴을 한번 더 보게 된다. 그런데 몇몇 분은 그게 영 마뜩잖은가 보다.“재정 상태가 좋지도 않은 강북구에서 뉴타운, 균형발전촉진지구, 경전철 등 개발사업은 제쳐두고 왜 고루하고 돈도 안 되는 역사, 문화 이야기만 찾느냐.”는 것이다. 그럼 필자는 “21세기는 문화가 돈이 되는 세상입니다. 제 꿈은 삼각산의 역사와 문화를 통해 부자 자치구를 만드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삼국시대부터 역사에 등장하는 삼각산은 2000년 가까이 숱한 역사와 문화를 품어왔다. 삼각산은 늘 우리 민족사의 중심에 우뚝 솟아있음을 알 수 있다. 백제의 온조왕, 고려의 도선국사, 조선의 무학대사가 나라의 기틀을 세울 때마다 삼각산에 올랐다. 조선시대에는 나라의 진산(鎭山)이자 종산(宗山)으로 뭇 백성들에게 추앙을 받았다. 그럼에도 일제는 삼각산을 북한산이라고 제멋대로 이름을 붙이고, 지금 우리도 이 괴상한 이름에 익숙해져 있다. 손병희 선생은 일제와 맞서 삼각산 자락의 우이동 봉황각에서 3·1 독립운동을 준비했다. 지금도 봉황각 옆에 잠들어 계신다. 이준 열사, 이시영 선생, 신익희 선생, 여운형 선생 등 순국 선열들의 묘역과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모신 국립 4·19 민주묘지도 삼각산 자락에 오롯하다. 백제 개로왕 때 만든 토성을 조선 숙종 때 개축한 북한산성, 도선국사가 창건한 도선사를 비롯해 화계사, 백련사, 용덕사 등 사찰과 보물 제 11-5호 화계사 동종, 도선사 마애석불 등 문화재도 값지다. 백운봉, 만경봉, 인수봉, 우이령 등 자연 비경도 빼어나다. 삼각산을 찾는 등산객이 연간 1000여만명이고, 그 경제적 가치가 6조 1000억원이라는 게 허투루 나온 것이 아니다. 흔히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라고 이른다. 관광산업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최고의 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기고 관광활성화 정책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자연 환경, 특산물,TV, 영화, 문학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지역을 알리고 있다. 심지어 고전문학 작품의 출생지를 놓고도 자치단체 사이에 다툼을 하기도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1200만명 관광객 유치’를 대명제로 삼았다. 하지만 강북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 머리를 쥐어짤 필요가 없다. 삼각산의 역사와 문화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것을 활용, 재가공해 상품으로 내놓기만 하면 된다. 매년 1월1일 삼각산 시단봉에서 열리는 해맞이 행사를 시작으로 봉황각 3·1독립운동 재현행사,4·19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소귀골 음악회, 삼각산 우이령 마라톤대회,10월3일 단군제례와 함께하는 삼각산 축제 등 의미가 남다른 축제를 열고 있다. 축제만큼 관광객을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 아이템도 드물다. 삼각산 주변에 흩어져 있는 순국선열 묘역들을 서로 연결해 역사체험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여기에 4·19 민주묘지와 사시사철 태극기가 휘날리는 ‘태극기 사랑길’을 연계하면 민족 의식과 자긍심을 일깨울 수 있는 여행이 완성된다.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김구 선생께서 60여년 전에 밝힌 금언을 다시 한번 마음 깊이 되새긴다. 필자는 소중한 별명을 자랑스러운 훈장처럼 달고, 삼각산이 보호하는 강북구를 ‘문화·관광 1등구´로 만들겠다. 김현풍 서울 강북구청장
  • [홍순영 칼럼] 한·중관계의 재인식

    [홍순영 칼럼] 한·중관계의 재인식

    1.동서 탈냉전 이후의 세계는 미국의 유일 초강대국 시대를 뒤로 하고 다자연대·다자협력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미국의 유일 초강대국 지위에 대한 도전은 중국, 유럽연합(EU), 러시아, 인도 등의 점진적이고 확실한 강대국 등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은 당면한 지구촌의 여러 과제에 대응하고 해결하는 데 있어서 미국 혼자만의 역량(정치력, 경제력, 군사력, 과학력)만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 핵 비확산 문제, 에너지자원 문제, 환경보존 문제 등을 놓고 미국은 다른 강대국들의 지지와 협력을 구하여야 하는 입장에 있다. 그러나 미국은 강대국 중 제1번 국가이다. 미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선도하는 나라이며, 세계화의 큰 흐름을 주도하는 나라이다. 세계 평화와 번영의 질서를 유지·증진하여야 한다는 정치적·도의적 책임의식을 가진 나라이다. 세계의 평화체제 그리고 시장경제체제의 성장과 전파를 위한 국가적 책임을 느끼고 있는 나라이다. 미국은 그 책임을 계속 다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는 미국의 지도자 국가로서의 지위는 변함없이 선두 강대국일 것이다. 2. 다자협력 시대를 내다볼 때에 중국이 자유화와 세계화의 큰 물결을 외면하고 독자적으로 공산당 일당정치 하의 사회주의적 민주주의 노선을 추구할 것인가. 그럴 경우 어떻게, 얼마나 오랫동안 추구할 것인가 하는 것이 중국의 장래를 예측하기 위한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 등장 이후 시장경제로의 역사적 전환을 거쳐 세계경제 대국으로 등장한 자본주의 국가이다.10년 임기의 정권교체를 법제화하여 1인 평생독재의 틀을 폐기하고 경제 번영→민주주의 발전의 틀로 나가고 있다. 경제대국이 되어 정치대국으로 등장하면서 개도국·비동맹외교의 구호를 뒤로 하고 강대국 외교에 임하고 있다. 강대국 외교의 핵심은 세계 평화질서, 시장경제 질서를 유지·증진하는 데 참여하고 기여하는 것이다. 그 중심에 미국과의 관계를 건설적 동반자 관계로 유지·발전시킨다는 요구가 있다. 중국은 테러와의 전쟁, 핵 비확산, 평화유지군, 자유무역 협정, 자유와 인권존중 등의 지구촌 과제에서 높은 도덕수준을 과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중국은 홍콩의 민주화 요구, 티베트의 자립 요구, 대만의 독립주장 등 역내문제를 다루는 데도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와는 달리 강대 선진국다운 사고와 자세로 임하고 있음을 본다. 중국은 이제 100년의 시간표가 아니고 20∼50년의 시간표를 놓고 자유화·세계화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이러한 자유화의 길에 있다고 하면 미국과 중국은 큰 틀에서 건설적 동반자 관계를 지향하는 것이다. 3. 한국은 미·중 양국이 건설적 동반자 관계를 지향하는 과정에 중대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미·중간의 동반자 관계는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아시아공동체의 등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반도에는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하는 통일한국의 등장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택일하여야 하는 부담이나 재량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미·중 관계가 자유지향의 동반자 관계를 지향하도록 권장·촉구하여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다. 4. 그러나 이 외교에 선행하여야 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자유와 인권을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요 약진하는 시장경제의 모델국가임을 이 세상에서 공인받는 일이다. 그러한 기초 위에서 우리는 미국과 중국의 동반자시대, 그리고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아시아시대 도래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외교부·통일부 장관
  • 한·미 포괄적 윈윈관계 지향

    한·미 포괄적 윈윈관계 지향

    |뉴욕 진경호특파원|이명박 대통령이 16일 제시한 ‘21세기 한·미 전략동맹’의 개념은 지난 60년 군사동맹을 주축으로 한 양국 관계를 경제적·사회적으로 더욱 확대시켜 포괄적 동맹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통해 동맹 수준의 경제적, 사회문화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데 무게중심이 놓여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 환영만찬에서 “21세기 한·미 전략동맹의 비전으로 가치동맹, 신뢰동맹, 평화구축동맹의 3대 지향점을 제시한다.”고 말했다.‘가치동맹’은 양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두가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데 뿌리를 둔다.“한국이 민주주의 발전과 경제성장을 거듭한 결과 한층 성숙한 가치동맹을 이룰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인식이다. ‘신뢰동맹’은 포괄적 분야에서의 상호 이익 확대를 뜻한다.“가치의 공감대 위에서 양국은 군사·정치외교·경제·사회·문화 등 포괄적 분야에서 서로 공유하는 이익을 확대하는 신뢰동맹을 구축해야 한다.”고 이 대통령은 말했다. 한·미 FTA 발효와 한국의 미 비자면제프로그램 가입을 통한 물적·인적 교류 확대로, 안보는 물론 경제·사회·문화적으로도 양국 관계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어 “신뢰에 기반한 한·미 군사동맹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협력은 물론 동아시아 국가들간 안보 신뢰와 군사적 투명성을 높이는데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평화구축동맹’을 강조했다.“한·미가 다자안보협력의 네트워크 구축에 앞장섬으로써 동아시아의 화합과 도약을 위해 윤활유 역할을 하는 동맹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은 한국의 미사일방어(MD)구상 편입과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참여 확대 등과 맞물려 주목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가 양국간 신뢰회복에 급급하다 자칫 미국의 세계안보전략에 한국을 조건없이 편입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을 공산이 크다. 이미 이 대통령의 방미를 놓고 일각에선 “지난 두 정부의 대외정책이 ‘대북 퍼주기’였다면, 새 정부의 대외정책은 ‘대미 퍼주기’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를 의식한 듯 “이른바 부시 대통령의 ‘쇼핑리스트’ 얘기가 나오는데 양국간 분위기가 좋다고 해서 이것저것 양보하는 일은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전략적 동맹관계라 해도 따질 것은 따져가며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도 “전략동맹은 지속성, 포괄성, 능력 증대, 우선순위 확보 등 네가지 개념을 담고 있으며, 핵심은 포괄성”이라면서 “군사동맹이 핵심이라면 전략동맹이라는 말을 쓸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전략동맹’의 개념은 아직 한·미 두 나라가 공유하는 단계로 나아간 상황은 아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략동맹’은 우리 정부의 구상이며, 미국과 지속적으로 대화하면서 확보해야 할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jade@seoul.co.kr
  • [사설] 한국 민주주의 위기 드러낸 18대 총선

    설마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18대 총선 투표율이 46%대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지금까지 최저투표율을 기록했던 16대의 57.2%보다 11.2%포인트 낮은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담화문과 함께 각종 유인책을 내놓았지만 허사였다. 어느 것도 표심에서 멀어진 유권자의 발길을 돌려놓지 못했다. 이는 선관위의 잘못이 아니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는 ‘그들만의 잔치’로 끝났다.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낮은 투표율은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먼저 민의가 왜곡될 공산이 크다. 동수이면 연장자, 한 표라도 더 얻으면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그런 다음 민의의 대변자로 대의(代議)정치에 뛰어들게 된다. 전체 유권자의 10∼20%만 얻고도 당선된 이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겠는가. 이를 볼 때 투표를 하지 않은 유권자에게도 일단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침묵이 능사는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적극적인 투표참여를 촉구한 바 있다. 참여 없는 자유민주주의는 모래탑과 다를 바 없다. 이번 총선의 최대 패배자는 한국의 민주주의다. 우리는 선거를 통해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 정치권은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는 정치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유권자는 무관심과 외면 속에서 민주주의가 꽃피울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번 총선을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는 같은 어리석음을 답습하지 말자.
  • [홍순영 칼럼] 한·미관계의 재인식

    [홍순영 칼럼] 한·미관계의 재인식

    1.오는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설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힐러리 후보는 경력과 경험을 내세우고 준비된 대통령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오바마 후보는 바른 판단과 가치관을 내걸고 변화와 희망의 새 시대를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후보의 경선에서 경력이나 경험 그리고 판단과 가치관 차이의 크기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 각자의 특징이 있다. 그것은 힐러리 후보는 여성이고 오바마 후보는 흑인이라는 점이다. 여성·흑인 이 두 후보 중에 누가 당선되든지 간에 그 후보는 미국의 민주주의 역사, 자유와 인간존중의 역사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이룩하는 역사적 인물이 될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철수하는가 하는 것은 역사적 전환점과는 크게 연계되는 것은 아니다. 2. 미국은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건국이념으로 한 나라이다. 독립후 약 100년에 링컨에 의한 흑인노예 해방이 있었고 그로부터 100여년 후에 마틴 루터 킹에 의한 워싱턴 대행진이 있었다. 이로써 흑백 평등이 제도로 정착되었고 그 뒤에 여권신장의 큰 흐름이 시작된 것이다. 흑인해방과 여권신장은 자유민주주의의 위대한 상표이다. 이 두가지 자유와 인권의 상징이 드디어 대통령 선거에서 아무런 편견 없이 받아들여져 두 후보가 공정하고 당당하게 선출을 놓고 경쟁하게 되었으니, 미국의 자유민주주의가 그 최고의 산정에 오르는 장면을 보는 것 같아서 미국의 자유정신을 거듭 높이 평가하게 된다. 이것만으로도 금년의 미국 대통령 선거는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시점에서 미국의 자유정신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의 역사를 회고하게 된다. 한국이 그러한 미국과 어떠한 관계를 맺어왔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3.한국은 자유민주공화국 수립에서부터 시작하여 경제개발, 민주화, 세계화의 큰 이정표를 거쳐 오늘의 위치에 오기까지 미국과의 맹방관계라는 기초 위에 있었다. 한국은 미국의 지원 그리고 권유에 의존하여 발전·성장하였지만 자유무역·시장개방 그리고 민주화·인권존중에서 압력에 가까운 미국의 권유를 받아온 때가 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은 민주주의의 가치와 실제를 배우고 도입하였다. 대북 햇볕정책 이후에는 민족끼리라는 민족주의 정서에 빠져서 자유민주주의의 큰 지표를 멀리한 때도 있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는 한국의 국가이념이고 또한 통일한국의 국가이념이 될 것이다. 이것이 역사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4. 한·미관계의 발전에서 한국이 다만 실리를 추구하기 위하여 미국이라는 강대국의 뒤에 숨은 것은 아니다. 미국의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모델이었고 역사의 선구자적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오늘의 미국 자유민주주의를 두고 역사의 종점이라고 말한 학자도 있다. 한국은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탄핵 당하는 것, 대통령도 법의 규제하에 있음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민주주의는 끊임없는 경각심과 자기혁신의 시스템 위에서 성장한다는 것을 배웠다. 민주주의는 완성품이 없는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한국이 미국에서 얻은 귀한 교훈이다. 한·미관계가 중요한 것은 실리만이 아니고 이러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한·미관계는 계속하여 중요하다. 미국을 향하여 우리는 한·미관계의 과거를 귀하게 간직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를 귀하게 성장시키고자 한다는 것을 담백하고 당당하게 얘기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것은 미국을 기쁘게 하려는 전략이 아니고 미국이 표방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치관에 대한 우리 공약의 선언이다. 한국도 그만큼 성장한 것이다. 이 성장은 한국 땅에서 길고도 험한 한국식 수난 속에서, 그리고 끊임없는 희망의 추구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한국은 희망이 있는 나라이다. 그 안에서 미국은 우리에게 앞으로 더욱 중요한 동반자 국가이다. 전 외교부·통일부 장관
  • 교과서포럼 “일제통치 미화한 것 아니다”

    출간 전부터 기존 역사해석과 다른 파격적 주장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교과서포럼의 ‘한국 근·현대사’(기파랑 펴냄)가 25일 출간됐다. 교과서포럼은 이날 오전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책에 가해지는 비판에 대해 반박했다. ‘한국 근·현대사’가 일제 식민지배와 군사독재를 미화했다는 비판에 대해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식민지배를 미화했다는 지적은 책을 충분히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나오는 것으로 일제 식민지배가 폭력적 체제였다는 사실 또한 분명히 기술돼 있다.”면서 “우리 조상은 수탈과 억압 속에서도 근대 문명을 학습하고 자신을 근대인으로 개발하려는 피나는 노력을 했다는 사실을 강조했을 뿐 식민지배 미화론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일영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이 책은 이승만 정권의 권위주의와 박정희 시대의 성장의 그늘에 대해서도 기술하고 있고, 그 양은 우리가 좌편향이라고 지적한 교과서에 비해서도 부족함이 없다.”면서 “군사독재를 긍정평가했다는 지적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역사학계의 비판은 매우 거세다. 서중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교과서포럼의 책 출간을 “상당히 심각한 사태”라고 우려했다. 서 교수는 교과서포럼이 이승만을 자유민주주의 원칙을 확고히 한 인물로 높이 평가한 데 대해 “부산정치파동과 3·15부정선거로 자유민주주의를 유린한 사람을 두고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히 했다고 평가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면서 “이는 박정희의 유신을 자유민주주의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열린세상] ‘떼법’은 없다/한상희 건국대 헌법학 교수

    [열린세상] ‘떼법’은 없다/한상희 건국대 헌법학 교수

    천하에 ‘떼법’은 없다. 억눌린 대중의 하소연이 있고 답답한 군중의 함성이 있을 뿐 떼법은 없다. 자유와 민주가 귀하게 여겨지는 사회라면 말이다. 아니, 적어도 폭압의 과거사를 조금이라도 반성할 줄 아는 사회라면 그런 조악한 언어폭력은 남세스러워서라도 더이상 하지 못한다. 그러나 문명을 말하고 선진화를 내세우는 새 정부는 공공연히 퇴행의 길을 선택한다. 법무부는 ‘떼법문화’를 청산하고 ‘법질서 확립과 경제 살리기’를 선언하는 업무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술 더 떠 떼법이 없으면 GDP가 1%는 상승할 것이라고 맞장구친다. 그래서 이 나라는 국민의 외침을 떼쓰는 것으로 폄하하고 그들의 아픔을 애써 외면하는 패악의 국가로 전락하고 만다. 물론 제2의 ‘IMF 위기’까지 거론되는 이 어려운 시기에 법질서도 중요하고 경제 살리기도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이 있고 질서가 있으며 민생이 있고 경제가 있는 법이다. 억울함을 탄원하는 목소리를 떼잡이로 호도하고 민원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떼꾼으로 몰아 두들겨 잡으면서 구축하는 법질서가 무슨 의미를 가질 것이며, 그렇게 서민들만의 고통에 빌붙어 회생되는 경제라는 것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소위 ‘불법’시위에 대해 ‘능동적 검찰권’을 행사하고 형사재판 절차에서 손해배상 책임까지 물리겠다는 발상은 단적인 예다. 애초부터 집회와 시위를 사회악으로 간주하는 현행 집시법은 경찰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집회·시위도 불법으로 규정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여기에 검찰까지 나서서 능동적 검찰권을 행사하여 집회·시위자들을 형벌로 처단하고, 그것도 모자라 손해배상이라는 경제적 형벌까지 가중하겠다고 나선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이든 노동3권의 발현이든 일단 대중이 하나의 목소리로 거리에 나서기만 하면 떼법의 오명을 뒤집어씌우며 불법·폭력시위로 규정하고 무자비한 진압과 형사처벌, 경제적·사회적 매장의 수순을 밟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시위진압 경찰에게 면책권을 부여하겠다는 발상은 더욱 가당찮다. 우리 경찰은 폴리스라인의 설정기준은 무엇이며 그것의 위반여부는 어떻게 판단하며, 위반자는 어떤 절차와 방식으로 제재하며, 집회·시위의 안전 보장에 필요한 재량권은 어떻게 행사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일반화된 매뉴얼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그때그때 자의적이고 직관적인 판단에 의존하여 집회와 시위를 통제하는 셈이다. 면책권 논의가 폭력이 되는 것은 이 지점에서이다. 경찰의 이런 후진성이 새 정부의 초입에서 야경국가의 악몽을 되살리게 하는 것이다. 이 지경이 되면 새 정부의 떼법론은 거의 점령군이 내리는 포고령 수준이 된다. 역사적으로 정치와 사회의 진보는 하나같이 길거리에 나선 민중의 힘에 의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새 정부는 민중의 권력이 터잡게 되는 유일한 공간인 길거리의 정치를 소거하고자 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집회와 시위라고 이름 짓는 바로 그 대중의 열정을 떼법문화로 비아냥거리며, 문명사회에서는 인권이라는 최고의 의미를 부여하는 그 다중의 목소리들을 불법시위로 오도하고, 신자유주의가 극에 달한 미국에서조차 최고의 가치로서 보호하는 길거리 정치를 형사처벌과 사회적 매장의 대상으로 삼아 처단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정치는 또다시 야만의 국면으로 회귀한다. 경제개발이라는 장밋빛 환상을 내세우며 억압을 일상화하였던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폭압이 이제 ‘경제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민주화를 자랑하던 이 대명천지의 한국땅에서 말이다. 한상희 건국대 헌법학 교수
  • 李대통령 “행정도 정치도 기업도우미”

    李대통령 “행정도 정치도 기업도우미”

    “과거에 ‘아, 이런 회의를 해서 뭐가 변할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면서 ‘내가 대통령이 돼 회의하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곤 했다.…한꺼번에 규제를 없앤다는 회의는 해봐야 소용없다. 이제 하나씩 해결해 나가려 한다.” 정부의 규제개혁 회의에 불려나가 한숨만 내쉬던 이명박 현대건설 사장이 대통령이 됐다. 그리고 취임 18일을 맞은 13일 그렇게 염원했던 규제개혁의 첫삽을 뜨기 시작했다.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첫 회의가 출발점이다. 이 대통령은 회의 머리말을 통해 “정부가 기업에 불편을 주는 게 무엇인가(살피고) 하나하나 금년 안에 해결하려고, 쉬운 말로 하면 작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 이전부터 강조한 ‘기업 도우미’로서의 정부를 거듭 천명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거창한 대한민국 규제를 한꺼번에 없앤다는 회의는 소용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씩 말 대신 실천으로 규제장벽을 허물어 나가겠다고 했다. 규제 허물기의 첫 대상으로 산업단지 인·허가를 택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에 공장 단지를 짓는 데 평균 30개월이 넘었다. 지금 시작하면 자칫 내 임기 안에 착공도 못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규제 현실을 지적했다.“이래서는 어느 외국인이 30∼40개월 걸려 투자를 하겠느냐.”고 개탄했다. 투자확대-고용창출-소비증가-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경기 선순환 구조의 문을 규제혁파로 열어젖히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 대통령은 “해결할 수 있는 것부터 해결하자.”고 했다.“규제와 관련해 법률과 대통령령, 부령 이런 것을 총괄하는 특별법을 만들되 당장 현재 규정을 다 두고도 공직자들이 생각만 바꿔도 지금 규제를 절반 정도 줄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 공직자들이 생각을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섬기는 정부’의 자세를 가지라는 주문이다. 기업이 갑(甲)이고, 정부가 을(乙)이라는 이 대통령의 기업관은 이미 취임 이전부터 숱하게 피력됐다. 지난해 4월 지역 상공인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이 대통령은 “열심히 일해 세금 내고 고용에 도움 주고…정말 국가적 이익인데도 기업인들이 거기에 준하는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서 최고 대우를 받아야 할 사람은 기업인이다.”라고 했다. 또 “대한민국 정책이라는 게 결국 기업을 잘하게 만드는 것으로 돌아가야 한다. 행정부도, 정치도 결국은 기업을 위한 도우미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노사 화합을 당부했다.“한국노총이 ‘경제살리기에 동참하겠다. 분규하지 않겠다. 임금 동결하겠다.’고 했다.”면서 “이제 재계도 상응하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기름값과 원자재값이 오르는 것은 산유국이 아닌 이상 다 같은 조건”이라며 “거기에 대응하는 방법에 따라 위기 극복의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첫 회의에는 조석래 전경련 회장 등 기업인 외에 윌리엄 오벌린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 한스 메르포스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 회장 대리, 마사키 무라카미 서울 재팬클럽 소장 등 외국 기업인들도 다수 참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업인과 투자자를 고객으로 모셔놓고, 그들이 지금 뭘 원하는지, 정부가 뭘 도울 수 있는지 해결책을 찾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옛날에는 다 짜고 회의하지 않았느냐. 이제는 각본이 없다. 정말 자유롭게 하고 싶은 얘기 다 하자. 토론하자. 그래야 발전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 3시간30분을 할애했다.“우리 국가의 방향, 국정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새달 18일 한·미 정상회담

    새달 18일 한·미 정상회담

    이명박(왼쪽 얼굴) 대통령과 조지 W 부시(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8일 워싱턴 인근의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청와대가 12일 밝혔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4월15∼19일 미국을 방문,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데 이어 20∼21일 일본을 방문,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이 대변인은 “이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는 부시 대통령 부부의 초청에 따라 18일부터 1박2일간 캠프 데이비드에 머물며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한국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미국의 환영과 부시 대통령의 개인적 신뢰를 반영한 것”이라면서 “한·미 동맹관계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미국 방문은 두 나라의 협의에 따라 실무방문 형식으로 이뤄진다. 이 대변인은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실용외교를 펼치겠다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과거와 달리 대표단과 수행 기업인 규모도 가급적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라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한·미 정상회담의 의미와 관련해 이 대변인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동맹을 재현하고,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번영을 증진하고 미래지향적인 한·미 관계 발전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방문을 마친 이 대통령은 20일 일본을 방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 등 한·일 셔틀외교를 재개한다. 이 대변인은 “미·일 방문에 이어 중국과 러시아 방문도 조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경호 윤설영기자 jade@seoul.co.kr
  • [홍순영칼럼] 선진한국의 외교

    [홍순영칼럼] 선진한국의 외교

    1948년 8월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선포는 서양근대사의 결정(結晶)인 자유와 인권 그리고 민주주의의 새로운 가치관이 한국에 도입되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로써 한국은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 그리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역사의 큰 흐름에 동참하는 큰 전환점을 맞이한 것이었다. 이 새로운 자유민주주의를 도입하면서 한국은 서양 국가들이 민주주의 가치관을 위하여 겪은 많은 고난과 투쟁을, 한국 땅에서 한국형으로 겪으면서 오늘의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하고 성장하여 왔다. 1950년 김일성 북한이 시작한 3년간의 공산화 전쟁과 그후의 줄기찬 한반도 공산화 책동,1961년 5·16 군사정변 이후 18년간에 걸친 경제개발과 새마을운동,1988년 서울올림픽을 상징적 기점으로 하여 일어난 문민대통령 시대의 민주화운동,2000년 김대중 정부가 시작한 대북 햇볕정책에 의한 남북화해 시도와 북한의 핵무기개발,2007년 노무현 정부의 한·미간 FTA협정 서명 등의 큰 시련과 파란 그리고 그 안에서 자유민주주의로의 행진이 있었다. 자유민주주의 공화국 60년에 한국은 이제 선진국의 문턱에 있다. 세계의 미래학자들은 한국이 중진국으로 후퇴할 것이라는 비관론자와 때가 오면 선진국이 되어 G-11클럽의 회원국이 될 것이라는 낙관론자로 구분되어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선진국의 문턱에서 우리의 과제는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나라 외교의 과제는 무엇인가. 선진사회·선진국이란, 나라가 자유민주주의의 가치관, 시장경제의 원칙에 얼마나 가까이 가 있느냐가 그 판단의 기준이다. 그 기초 위에서 나라의 외교력도 성숙될 것이다. 나라의 선진도를 측정하기 위하여 나라의 인권존중 수준, 기업과 국민의 정직 수준, 언론자유 수준, 근로자취업률, 개인별국민소득 수준 등의 다양한 측정기준이 있다. 이러한 여러 기준에서 한국은 중간 수준의 중진국가이다. 그러니 외교도 중간수준인가. 나라의 최고 외교관은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가진 가치관, 정직함, 인간존중의 수준, 지식과 지혜, 이런 것들이 나라의 외교를 향도한다. 그 밑에 전문가 집단인 외교관들이 있다. 그러나 오늘의 세계화시대에는 대통령이 외교의 일선에 나서게 되어 대통령은 외교라는 업무의 지휘관이면서 실무자(commander and practitioner)이다. 대통령의 가치관과 인격이 나라의 위상과 성장을 주도하는 대통령 외교의 시대이다. 외교는 허장성세하고 임기응변하는 언어의 게임이 아니다. 나라의 주권과 가치관, 국가이익과 번영 그리고 나라의 긍지를 지키고 증진하는 엄숙한 임무이다. 이러한 임무를 수행할 고급 인재는 교육과 훈련 그리고 경험 축적을 통하여 양성되는 것이다. 세계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이러한 고급인재의 ‘풀’이 있어야 하고 존중되어야 한다. 이것이 대통령의 우선 관심분야가 되어야 한다. 나라의 가치관과 직결된 외교 현안으로 우리의 대북정책과 통일한국의 비전 그리고 주변 4강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자세의 문제가 있다. 대북정책의 근본은 북한을 향한 자유의 전파이며 그 시작은 북한의 개방과 개혁이다. 우리가 내다보는 통일한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초 위에 서 있는 동아시아의 경제선진국이다. 이를 향한 4강의 지지와 지원을 확보하는 것이 4강외교의 기본이다. 이러한 외교의 현안이 선진한국의 최대 외교과제일 것이다. 그 다음에 지구촌 외교가 온다. 지구촌의 가치관, 지구촌의 문제에 관한 우리의 평가와 참여를 당연한 외교의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세계의 평화질서와 경제질서, 자유와 인권의 신장, 가난과 질병의 제거, 지구환경의 보존 등에 관하여 우리도 지구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책무가 있다. 이 지구촌 외교에서 한국은 선진국다운 접근과 참여를 하여야 한다. 이런 모든 것들이 선진한국의 외교 과제이다. 전 외교부·통일부 장관
  • [이명박대통령 취임] 산업·민주세대 화해로 국익 키운다

    [이명박대통령 취임] 산업·민주세대 화해로 국익 키운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일성(一聲)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로 정리된다. 자율과 화합에 바탕을 둔 성장과 풍요를 국정의 목표로 제시했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민의(民意)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새 정부를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 선진화 시대의 정부로 규정함으로써 이념을 넘어 국익 우선의 실용노선을 철저히 견지해 나갈 뜻임을 거듭 천명했다. 이 대통령 취임사의 키워드가 ‘실용’이라면, 핵심가치는 시장과 자율, 창의다. 시장경제에 바탕한 자유민주주의의 철학을 충실하게 담았다.10년만에 이뤄진 보수진영으로의 정권교체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정부의 역할은 최소화하면서 기업과 교육 등 민간 부문의 자율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국정기조를 택했다. A4용지 24쪽 분량의 길고 긴 취임사 가운데 이 대통령은 선진화와 경제 살리기를 강조하는 데 8쪽을 할애했다.‘선진’이란 단어만 15차례,‘기업’을 14차례,‘경제’를 11차례 언급했다. 이명박 국정의 무게중심이 경제 성장에 있음을 말해준다.‘능동적·예방적 복지’와 삶의 질 개선, 일자리 창출도 강조했다. 기업을 앞세운 경제성장의 과실을 사회 각 부문에 골고루 배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교육 개혁과 과학기술 증진, 환경대책 강화 등을 통해 선진화 시대의 글로벌 역량을 키워나갈 뜻도 강조했다. 반면 역점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는 한차례도 언급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의 취임사는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취임사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과거사에 있어서 노 전 대통령은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는 말로 왜곡된 과거사 정리를 강조했다. 반면 이 대통령은 지난 60년을 “독립 선열과 산업 근로자, 민주화 청년들의 위대한 이야기”라며 시대와 계층의 화해를 강조했다. 대북정책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사의 상당 분량을 북핵 해결과 평화번영정책을 강조하며 남북문제를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뒀다. 이와 달리 이 대통령은 “이념이 아니라 실용의 잣대로 풀 것”이라며 1쪽 분량으로 간략히 언급하는데 그쳤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우리 민족끼리’로 상징되는 남북 주도의 한반도 정책을 강조했다면 이명박 정부는 대외정책의 큰 틀 속에서 주고받기식의 실리적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정치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부문에서도 실용과 변화를 강조했다. 이념 논쟁이나 탁상공론이 아닌, 국가의 발전방향과 실천 대안을 제시하는 실용정치로 거듭나길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정치의 근본은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살맛나게 하는 데 있으나 정치가 국민의 그런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변화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소모적인 정치관행과 과감하게 결별해야 한다. 국민의 뜻을 받들고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생산적인 일을 챙겨야 한다.”고 변화의 방향도 함께 제시했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정치 공간’인 여의도와 물리적 거리를 둔 행보를 보인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 대통령은 기존 관행에 젖은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선진 일류국가 달성을 위한 명실상부한 실용정치를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누누이 지적해온 당리당략과 정쟁, 지분챙기기에 몰두하는 ‘여의도식 정치’를 생산적이고 실용적인 정치풍토로 바꾸자는 의지도 함께 나타냈다. 무조건적인 비판과 발목잡기가 아니라 대화와 상생의 정치, 네거티브가 아닌 포지티브의 정치를 펴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정치철학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여와 야를 넘어 대화의 문을 열고 언제든지 국회와 소통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경제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경제살리기가 ‘존재의 이유’임을 분명히 했다. 침체에 빠진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을 급선무로 선정한 이 대통령의 경제 정책은 ‘분배’보다는 ‘성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 대통령은 투자 활성화를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해 기업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경제살리기의 핵심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이명박 정부는 금산분리와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재계에서 꾸준히 요구해 온 각종 규제를 개혁하고 완화해 투자 여건을 활성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또 빠른 시일 내에 단계별 이행방안을 담은 구체적인 ‘규제개혁 로드맵’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경제살리기의 한 축인 노동계에도 경제살리기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노(勞)와 사(使)는 기업이라는 수레를 움직이는 두 바퀴로 어느 하나가 제 몫을 못하면 수레가 넘어진다. 과격한 투쟁은 결국 자멸을 가져온다.”며 서로에 대해 한걸음씩 다가섬으로써 ‘투쟁의 시대’를 끝내고 ‘동반의 시대’를 열어 나가자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적극적인 시장개방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그는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국부를 늘려가야 한다.”면서 “개방에 취약한 부문, 특히 농어민들이 걱정이 많은데 대응책 마련에 정부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외교·안보 이명박 대통령은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실용을 강조했다. 국익과 번영을 위해 대한민국의 국제적 역할을 요구하기도 했다. 남북관계 역시 실용주의에 입각해 ‘비핵·개방 3000구상’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히 미국과의 관계를 강조하며 “전통적 우호관계를 미래지향적 동맹관계로 발전, 강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일본, 중국, 러시아와 고루 협력 관계를 강화해 동아시아 평화와 공동번영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친미적이니, 친중적이니 하는 이념적 가치를 떠나 미국이든 중국이든 실용적 시각으로 접근하겠다는 뜻이다. 남북관계에서는 “이념의 잣대가 아니라 실용의 잣대로 풀겠다.”고 말해 통일을 향한 방법론의 변화를 시사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의 길을 택하면 남북관계에 새 지평이 열릴 것”이라는 언급이나 “국제사회와 협력해 10년 안에 북한 주민 소득 3000달러에 이르도록 하겠다.”는 내용은 이와 같은 맥락이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언제든 만나서 가슴을 열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해 상징적 행사가 아니라 상생을 위한 실질적 만남이 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상우기자 cacao@seoul.co.kr ■복지·교육 성장중심의 경제 정책을 주창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25일 취임사에서는 반대 여론을 의식한 듯 복지와 교육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비중을 두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가 적극 나서는 능동적·예방적 복지를 통해 낙오자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과거처럼 부자와 대기업만의 일방통행식 성장이 아니라 서민과 중소기업도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맛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특히 여성복지 분야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양성평등 정책을 추진해 시민권과 사회권 확장에 힘쓰고 더 많은 여성이 의사결정의 지위에 오를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발족 초기부터 각별한 관심을 보였던 교육분야에 대한 비전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교육선진국의 첫 번째 실천방안으로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관치의 상징인 교육부 통폐합 등 정부 차원에서 교육 제도 개선에 앞장서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 영어공교육 정상화 방안과 대입 자율화 정책을 포함한 교육 제도 전반의 대대적인 변화를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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