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추가협상 타결] “균형 이뤘다” “손해 본 장사” 평가 갈려
기대했던 ‘이변’은 없었다. 한·미 양국이 시한에 쫓겨 막판까지 가는 추가협상 끝에 29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최종 타결지었다. 예상대로 미국측의 추가제안 내용이 대부분 받아들여졌다. 대신 미국은 우리 협상단이 역제안한 내용의 일부를 수용, 명분을 세워 주는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지었다.
●美 제안수용… 한국 명분 세워 줬다?
열흘 만에 부랴부랴 끝낸 추가협상 결과를 두고 ‘약속어음’을 받고 현찰을 내줬다는 비판과 균형을 이뤘다는 평가가 엇갈렸다.
우리 정부는 미측 요구대로 노동·환경 분야에 최고 1500만달러의 벌금이 부과되는 특별분쟁해결절차 대신 무역보복이 가능한 일반분쟁해결조차를 도입키로 합의했다. 그 밖에 의약품 지적재산권, 필수적 안보 등 7개 분야에서 미국의 신통상정책에 따른 추가요구를 수용했다.
대신 우리가 미국측으로부터 받아낸 것은 노동·환경 분야에서 일반분쟁해결절차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장치다.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명의의 별도 서한으로 5개 조건을 첨부했다. 또 의약품 시판허가·특허 연계 이행의무를 협정 발효 후 18개월 유예하는 내용은 부속서한에 담기로 합의했다. 항만 안전조치는 우리측 해운서비스 유보안에 포함시켰다.
전문직 비자쿼터와 관련해서는 미 의회의 권한 사항이기 때문에 일단 선을 그었다. 대신 비자면제 프로그램 대상국에 우리나라를 포함시키는 법개정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지하는 성명을 끌어냈다. 정재화 무역협회 통상전략팀장은 “의약품에 대해 18개월 유예를 받은 것과 비자면제와 관련해 미국측으로부터 법개정 지지성명을 받아낸 것은 어음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무난한 협상이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실익이 없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추가협상에서 실질적으로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혹평했다. 이 교수는 “전문직 비자쿼터는 미 의회에서 결정권을 갖고 있는데 미 의회의 약속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 행정부의 협조 약속은 사실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의약품에서 일부 양보를 얻어냈지만 자료독점 등 나머지 요구사항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노동관련 추가협의로 진행 중인 파업이나, 공무원노조, 구속노동자, 특수고용, 복수노조 등이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은 과제와 반대세력 움직임
정부는 국회와 국민들을 상대로 협상 결과를 설득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평했듯이 추가협상을 포함한 한·미 FTA협상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긴 협상이었음을 납득시켜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정을 남겨 두고 있다.
한편 한·미 FTA저지 범국민본부 등은 한·미 양국이 FTA 서명이 기정사실화됨에 따라 앞으로 역량을 FTA의 국회비준동의 저지에 집중하기로 했다. 한·미 FTA에 반대하는 의원 등을 통해 국정조사권 발동을 적극 요구, 의혹을 푼다는 계획이다.7∼8년 전 내용의 ‘재탕’인 한·미 FTA 보완대책의 문제점도 집중 부각한다는 생각이다. 이해영 교수는 “내년 총선이 있기 때문에 쟁점화만 된다면 국회의원들도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한·미 FTA 협상일지
●2006년
▲1월18일 노무현 대통령, 신년연설서 한·미 FTA협상 의지 발언
▲2월3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미 의회서 협상 개시 선언
▲3월28일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발족
▲6월5∼9일 1차 협상(워싱턴)
▲7월10∼14일 2차 협상(서울), 첫 양허안 교환
▲9월6∼9일 3차 협상(미 시애틀)
▲10월23∼27일 4차 협상(제주)
▲12월4∼8일 5차 협상(미 몬태나)
●2007년
▲1월15∼19일 6차 협상(서울)
▲2월11∼14일 7차 협상(워싱턴)
▲2월26일 김현종 본부장-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 대표 통상장관회담(워싱턴)
▲3월8∼12일 8차 협상(서울)
▲3월19∼22일 수석대표·고위급(섬유·농업) 회의(워싱턴·서울)
▲3월26일∼4월1일 통상장관 회담(서울)
▲4월2일 한·미 FTA 타결
▲5월25일 협정문 공개
▲6월16일 미국 노동·환경 등 7개 분야 추가협상안 제의
▲6월21∼22일 1차 추가협상(서울)
▲6월25∼26일 2차 추가협상(워싱턴)
▲6월29일 추가협상 최종 타결
▲6월30일 한·미 FTA협정문 서명(워싱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