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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경제코드’로 동아시아 묶는다

    日 ‘경제코드’로 동아시아 묶는다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의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구상’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경제를 토대로 동아시아를 한데 묶는 일본의 전략이 한층 가시화된 것이다. 일본은 19일 싱가포르에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과 비공식 경제장관 회담을 갖고 ‘경제연대협정(EPA)’을 체결키로 정식 합의했다. EPA는 관세 철폐·축소를 추진하는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비스무역과 투자협정 등을 포함한 보다 포괄적인 협정이다. 일본은 아세안 각국과 협정 내용을 점검한 뒤 내년 중 협정에 서명, 공식 발효할 계획이다. 일본이 지역연합체와 EPA를 맺기는 처음이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꿈 같은 얘기로만 여겨졌던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구상이 장래의 목표로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전체 무역규모 142조 6000억엔 가운데 아세안은 12.7%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중국에 이어 세번째다. 그러나 2002∼2006년 아세안의 평균경제성장률은 8.8%로 ‘세계 성장의 센터’로 불릴 만큼 급성장,‘황금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아세안과의 EPA가 발효될 경우,“일본 국내총생산(GDP)은 1조 1000억∼2조엔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아세안 국가에 대한 일본 기업의 진출이 쉬워지는 데다 기업간의 분업도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은 내년에 아세안과 EPA를 발효하면 아세안에서 들여오는 광공업 및 농산품 등의 수입액에서 90% 이상의 관세를 즉시 철폐해야 한다. 일본이 단계적이 아닌 즉각적인 관세 철폐를 들고 나온 것은 이미 아세안과 FTA를 체결한 한국·중국을 따라잡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인도네시아·타이·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브루나이 등 이미 일본과 개별적으로 EPA 체결에 서명한 아세안 6개국은 10년 이내에 일본에서 수입하는 품목에서 90% 이상 관세를 폐지하게 된다. 베트남의 관세 철폐 기한은 15년 이내,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는 18년 이내이다. 그러나 일본의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구상’ 실현이 쉽지만은 않다. 일본은 쌀 등 자국의 농산물을 보호하기 위해 적잖게 예외 품목을 둠에 따라 아세안 측의 불만을 사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EPA에는 시간이 필요한 형편이다. 또 한·일 FTA 협상은 일본의 쌀시장 개방과 맞물려 2004년 11월 이후 중단된 상태다. 또 일·중 간에는 협상 분위기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다. hkpark@seoul.co.kr
  • [단독]농협 공제 자회사 분리 생·손보사로 전환 추진

    정부는 농협의 공제사업(보험)을 자회사로 분리, 각각 생·손보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농림부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라 농협 공제사업에 대한 감독권을 금융감독원에 넘기는 데 동의했다. 19일 관계부처와 농협 등에 따르면 최근 재정경제부와 농림부, 금융감독위원회, 농협 관계자들이 만나 농협중앙회 공제사업을 자회사로 분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농림부가 농협 공제사업에 대한 종합적인 감독권을 금융감독 당국에 넘겨주기로 결정했다.”면서 “관계 법령을 개정하고 보험사 설립 인가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2009년부터 농협이 보험사로서의 영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 공제사업의 경우 2005년부터 농림부와 금융감독위원회가 협정을 맺어 지급여력비율을 함께 산출하고 있지만 보험업법 적용을 받지 않아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실질적인 감독이나 제재는 받지 않고 있다. 농협 역시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변액보험이나 퇴직연금, 자동차보험은 취급하지 못해 성장에 한계를 갖고 있다. 때문에 농협도 내부적으로 보험사로 분리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하지만 단위조합의 성격을 놓고 재경부와 농림부·농협은 다소 차이가 있다. 농협 관계자는 “보험사로 전환할 경우 단위조합에서도 보험상품을 팔 수 있는 특례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림부도 “단위조합에서의 보험상품 판매비율을 금융기관 대리점처럼 25% 이하로 제한하면 농협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경부는 “농협 단위조합은 보험사 대리점과 달리 예금과 대출을 취급하고 있어 금융기관 대리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농협 공제사업을 보험업에 편입시키는 게 업계의 숙원사업인 만큼 관계부처와 협의, 절충점을 도출할 것이라는 융통성을 보였다. 농협 공제사업을 보험사로 전환하려면 보험업법과 협동조합법을 개정해야 한다. 특히 대주주 및 부채비율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어차피 특례를 인정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한시적으로 단위조합을 보험대리점으로 인정해 주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농협이 생·손보사를 자회사로 둘 경우 전국의 단위조합을 판매망으로 활용할 수 있어 중소형 보험사에는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 있다. 삼성·대한생명·교보 등 3개 생보사의 경우 시장 점유율이 75%나 돼 이들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전국의 농협 단위조합을 판매망으로 활용할 경우 경쟁 제한 등의 불공정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설비 투자와 인력을 늘리고 그동안 면제받던 예금보험공사 보험료도 내게 되면 손익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지금은 이런 비용이 적게 들어 농협 보험은 싸다는 장점이 먹혀들었다. 게다가 농촌 지역의 보험가입률도 포화상태다. 백문일 전경하 이두걸기자 mip@seoul.co.kr
  • 한-EU FTA 연내 타결될까

    한국과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조기 타결 여부를 결정지을 5차 협상이 19일부터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다. 우리측은 최근 최종안에 가까운 2차 수정 상품양허안을 제시하고 조기 타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EU측에서 상응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추가개방을 고집할 경우 협상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 자동차 기술표준과 원산지 등이 막판까지 갈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5차서 조기 타결 여부 결정 우리 측은 5차 협상에서 상품양허안에 대한 이견을 좁혀 품목별 협상을 본격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EU측에 보낸 수정 양허안에서 EU가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그동안 국내산업 보호나 협상 기술 차원에서 개방 시기를 미뤘던 정밀기계, 정밀화학 품목들의 관세철폐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EU측이 관세철폐를 최장인 7년으로 제시한 자동차나 전기·전자 등 우리 관심품목에 대한 양허 개선을 전제로 한 것이다. 따라서 EU가 계속 버틴다면 협상은 장기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EU측 추가개방 고집땐 협상교착 가능성 자동차 기술표준도 뜨거운 감자다.EU측은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 ECE)의 자동차 기술표준규정에 따라 만들어진 자동차의 한국 시장 진입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측은 한·미 FTA 수준에 EU측의 입장을 약간 반영한 안을 제시했지만 EU측의 긍정적 반응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한·미 FTA 당시 우리 측은 안전기준의 경우 한국 내 판매량 6500대 이하인 업체에 대해서는 미국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양보했었다. 원산지에서도 난관이 예상된다.EU측의 ‘한국산’ 규정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개방폭을 넓히는 상품 양허안에서 의견이 접근해도 정작 특혜관세를 받을 수 있는 품목이 별로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원산지 규정이 까다롭게 규정되면 부품·원자재의 역내 조달비율이 높은 EU와 달리 원자재 수입비율이 높고 해외 생산기지 등을 통한 부품 조달비율이 높은 우리측에 불리해진다. 농산물 협상의 최대 쟁점인 돼지고기에 대해 우리측은 10년 이상의 장기관세 철폐 입장을, 분유·치즈 등 낙농품에 대해서는 일정 물량에 무관세나 낮은 관세를 별도로 적용하는 관세율 할당제(TRQ)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특파원 칼럼] 참여정부 외교의 대차대조표/이도운 워싱턴 특파원

    다음달이면 노무현 정부의 외교도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된다. 역대 정권에서 ‘한·미 관계’라는 말이 참여정부 시절만큼 자주 거론된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만큼 현안이 많았고 갈등도 많았으며 또한 얻은 것도 있었다. 다음달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내년 2월에 차기 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 참여정부의 대미 외교를 평가하는 목소리들이 서울과 워싱턴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난주 워싱턴을 방문했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도 참여정부의 외교 성적에 대한 평가를 많이 의식했던 것 같다. 송 장관은 8일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참여정부 시절의 한·미관계가 매우 돈독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 근거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주한미군 재배치, 미군기지 통폐합,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자면제 등을 들었다. 송 장관은 또 “지금처럼 양국이 서로 입장을 조율해서 가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과거의 한·미공조는 미국이 정해놓으면 한국이 따라가는 것이 많았다.”고 과거의 한·미관계를 슬쩍 ‘폄하’하기도 했다. 송 장관뿐만 아니라 일선에서 대미외교를 담당해온 외교관들로부터도 지난 5년간의 한·미관계에 대한 자평을 들어볼 수 있었다. 한·미 관계를 줄곧 담당했던 한 외교관은 “지난 2002년 말 국민의 정부에서 참여정부로 정권이 넘어갈 때는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고 말했다.2002년 10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핵 개발 의혹이 제기되면서 북·미 관계와 한·미 관계, 남북 관계 등이 모두 꼬여버렸다는 것이다. 이 외교관은 “상처가 커진 한·미 관계에 반창고라도 하나 붙여서 넘겨주고 싶었던 것이 당시의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이 외교관은 그러나 5년이 지난 현재는 6자회담을 통해 북·미관계가 잘 풀려서 오히려 ‘속도조절’ 얘기까지 나오고 한·미간에도 어려운 동맹 현안은 모두 해소한 상황이기 때문에 차기 정권에 떳떳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간 군사 문제를 줄곧 담당했던 관계자는 겉으로 나타난 결과와 그 안에 담긴 내용을 분리해서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와 조지 부시 행정부가 전작권 이양,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미군기지 이전, 이라크 파병 등 매우 중요한 군사적 합의를 이뤄낸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는 좋았지만 그같은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상처’가 너무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기 정부는 미국이 원하는 것을 ‘주고도 욕 먹는 상황’을 피하는 외교적 기술을 발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미대사관에 근무했던 한 외교관은 한국 외교력의 성장과 성숙에 대해 말했다. 한국 외교사에서 세계적인 이슈(북핵)를 두고 세계의 최강대국들(미·중·러·일)을 상대로 그야말로 본격적인 협상(6자회담)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먼저 아이디어도 내고 관련국도 설득하는 등 능동적이고 때로는 주도적인 모습도 보였다고 자평했다. 다른 외교관도 “북핵 협상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비관론과 회의론 속에서도 결국 ‘9·19’,‘2·13’을 거쳐 ‘10·3’ 합의를 이끌어 냈고, 미·중·러 세 나라의 중앙은행을 동원해가면서까지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를 해결해낸 한국과 미국 외교 당국자들의 ‘낙관적 열정과 협력’이 과소평가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정부가 남길 ‘외교 대차대조표’는 보는 시각에 따라 흑자(성공)일 수도, 적자(실패)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차기 정부는 정치적 이유로 일방적인 평가를 내리는 대신 성공한 점은 이어받고, 실패한 점은 교훈으로 삼는 지침으로 삼길 바란다. 이도운 워싱턴 특파원 dawn@seoul.co.kr
  • 한·미 차기대통령 이상적 조합은

    |워싱턴 이도운특파원|“한·미 두 나라의 차기 대통령은 누가 돼야 가장 호흡이 잘 맞을까?” 한국 대통령 선거전이 혼전 양상을 보이면서 미국에서도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미 두 나라 신임 대통령 ‘조합’에 따른 양국 관계도 점쳐보기 시작했다. 한 전문가는 선두를 달리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그대로 당선될 경우 이상적인 조합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성향의 차이가 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주요 현안에서도 시각차를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문가는 한국에서 이명박 후보 등 보수적인 인물이 당선되면 미국에서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보수와 보수’란 측면에서 낫다고 예상했다. 다른 전문가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가장 ‘궁합’이 잘 맞는 미국 대선 후보는 민주당의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 모두 매우 진보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앞서 보수적인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지난 9월 한국 대선후보들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KEI)는 한국 대선일 직후인 다음달 21일 ‘한국 대선과 한·미관계’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일찌감치 예약해 뒀다.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면 곧바로 새로운 한·미관계와 남북관계, 북한 핵 문제 등을 조망하겠다는 것이다. 뉴욕의 코리아소사이어티와 아시아소사이어티는 다음달 7일 한국 대선을 앞두고 선거 결과에 따른 한·미관계를 전망해 보는 심포지엄을 개최할 계획이다.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국 대선을 앞두고 현장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직접 서울로 떠났다. 미국 정부도 한국 대선 과정과 결과를 주의깊게 관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번 대선에 특별히 관심을 갖는 것은 지난 2002년 한국 대선 당시에 한국인들의 ‘민심’을 읽는 데 실패했고 그 여파로 한·미관계가 껄끄러워졌다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도 나오기 때문이다.dawn@seoul.co.kr
  • 4자회담 참여정부 임기내 불투명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서울 김미경기자|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이 참여하는 한반도 주변국 정상회담이 참여정부 임기내 열리기 어렵게 됐다. 서울과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들은 9일 “북한의 핵폐기 일정과 미국의 외교 상황을 볼 때 최소한 노무현 대통령 임기 내에 이같은 정상회담이나 의지 표명은 이뤄지기 힘들다.”고 밝혔다. 미국은 파키스탄과 이란, 이라크 등 중동문제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4개국 정상회담’과 같은 중요한 외교적 이벤트를 임기가 몇 달 남지 않은 노무현 정권과 추진할 까닭도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것이 일반적인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이나 평화체제 문제를 한국 쪽에서만 주장하는 것은 아니고 한·미 양국이 실제로 협의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북핵 폐기 과정에서 이 정도면 평화협상을 개시해도 좋겠다는 당사국들간의 공감대가 모아지는 시점이 도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재 북한의 핵폐기 속도나 일정으로 볼 때 미국측이 관련국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완료되기 전에는 평화체제 협상을 시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관련국 정상회담이나 선언은 한국전 종전 선언이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협상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한편 송민순 외교통상부장관은 8일 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 “과거의 한·미 공조는 미국이 정해놓으면 한국이 따라가는 것이 많았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본인의 외교관 경력 가운데 대부분을 한·미관계와 남북정세, 군사 분야에서 일해왔기 때문에 잘 안다고 말하면서 “지금처럼 양국이 서로 입장을 조율해서 공통의 정책 방향을 미래지향적으로 갖고 가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송 장관이 강조한 것은 현재의 한·미관계가 좋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을 펴기 위해 앞선 정부들은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닌 것처럼 표현한 것은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외교수장으로서는 적절하지 못한 발언을 한 것으로 지적된다. 송 장관은 또 주한미군 재배치, 미군기지 통폐합, 전시작전권 전환 등이 (미국의 요구에 의해) 억지로 된 것이 아니고 양국이 큰 틀을 맞춰서 나가고 있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성공했고, 비자면제도 잘하면 내년이면 된다고 참여정부의 한·미관계를 높이 평가했다.dawn@seoul.co.kr
  • 勞·政 폭풍전야

    대선을 앞두고 노동계가 대규모 집회와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사회질서 확립 차원에서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노·정 충돌이 예상된다. 정부는 9일 행자·법무·건교·노동부 등 4개 부처 공동명의로 발표된 담화문에서 “민주노총과 농민단체의 도심집회 및 철도노조·화물연대 파업은 국민의 일상 생활에 피해를 주는 것으로 불법집회가 발생하면 불법 행위자를 검거하고 엄정한 사법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헌법이 보장한 집회와 표현의 자유와 단체행동의 권리를 짓밟는 폭력이자 정부의 실정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서울 세종로·광화문 교통 전면통제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은 일요일인 11일 서울시청앞 광장 등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저지와 비정규직 철폐, 반전 평화를 위한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경찰은 집회에 5만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사람들을 출발지에서 원천 봉쇄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10만여명이 참여해 평화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자하문터널∼창의문길∼사직공원 앞∼서울경찰청 앞∼세종로∼종로 1가∼동십자각∼삼청동을 잇는 지역 도로에서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될 것으로 보인다. 범국민행동의날 조직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담화는 민중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법과 제도를 동원한 폭력으로 가로막겠다는 대국민 협박이자 헌법에 보장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유린하는 반민주적 폭거”라고 비난하면서 “평화적 집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인권위 `집회금지 철회´ 긴급구제 요청 거부 국가인권위원회는 대규모집회에 대한 경찰의 금지통고를 철회해 달라는 범국민운동의날 조직위원회의 긴급구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서울광장에는 주최 측이 신고한 집회 외에도 3개의 집회가 이미 신고돼 있다.”면서 “경찰의 집회금지조치가 인권침해나 피해 발생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철도노조와 화물연대가 16일 총파업 강행을 결의하면서 노동계가 술렁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직권중재로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철도노조는 이날 총파업에 대비해 침낭, 비상금 등을 준비토록 하고 파업조와 비상지도부 편성을 노조원들에게 지시했다. 철도노조는 임금협상(노측 5%, 사측 2% 인상 주장)과 함께 ▲해고자 복직 및 원상회복 ▲KTX·새마을호 승무원 직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코레일측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구조조정 저지 등은 근로조건이 아닌 경영정상화와 관계된 것으로 교섭대상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화물연대는 ▲유류세 인하 ▲고속도로 통행료 심야할인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철도노조 파업의 주된 요구 사항은 해고자 복직, 비정규직 철폐 등으로 쟁의행위 목적상 정당하지 않고, 특히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이 인정되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 결정 이후 파업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파업 자제를 촉구했다. 노동부와 건교부는 주의경보를 발령했다.이동구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의정비 너무 많이 올렸나”

    무리한 의정비 인상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일부 지방의회가 여론의 질타에 굴복해 재조정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전북 완주군의회는 지난 8일 간담회를 열고 내년도 의정비를 자진 인하키로 결정했다. 군의회는 당초 3190만원이던 의정비를 4038만원으로 26.6% 인상했다가 128만원을 내려 3910만원으로 조정했다. 이에 앞서 무주군의회도 지난 2일 군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의정비를 주민 여론과 전국 평균 인상률 등을 감안한 합리적인 금액으로 재조정키로 의원들 간에 의견일치를 봤다.”고 밝혔다. 군의회 의원들은 의정비심의위가 지난달 29일 현행 1인당 2120만원(연간)의 의정비를 내년에는 전국 최고 수준인 98%나 증액한 4200만원으로 올리기로 확정한 이후 여론이 악화되면서 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혹독한 질타를 받아 궁지에 몰렸다. 의원들은 ‘무주군의 재정자립도가 10%를 겨우 넘어서고 있고 농민들이 빚더미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의정비만 올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여론이 빗발치고 사회단체들이 항의 집회를 준비하는 등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무주군의회 이해연 의장은 “무주군 의원들의 의정비가 그동안 전국 최저 수준이어서 좀 더 진취적인 의정활동을 위해서는 의정비 인상이 필요했다.”면서도 “자유무역협정(FTA)과 유가인상 등으로 군민의 대부분인 농민들의 살림살이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비판 여론을 외면하기 힘들었다.”고 의정비 인하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진안군 등 의정비 인상률이 높았던 일부 지방의회도 무주, 완주의 영향을 받아 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염경형 정책실장은 “의정비 자진 인하는 주민들의 여론을 수렴했다는 차원에서 환영하지만 인하액이 낮아 구색맞추기라는 비난도 있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사설] 신약개발 새 장 여는 LG생명과학

    LG생명과학이 간질환 치료제를 개발해 미국 제약사에 2억달러의 로열티를 받고 수출한다는 소식이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려면 수백∼수천억원의 연구비가 들고, 개발기간도 5∼10년이나 걸린다. 따라서 웬만한 국내 제약업체들은 신약개발을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더구나 실패 확률이 더 높은 상황에서 LG생명과학은 11년간 끈기있게 연구해서 세계적 신약을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LG는 지난 3월에도 비만치료제를 일본에 수출하고 기술료 1억달러를 벌어들였다. LG가 받을 기술료는 우리나라가 외국에 지불하는 연간 로열티가 3000만 달러인 점에 비추어 대단한 성과다. 또 LG의 연이은 거액 신약기술 수출은 침체한 국내 제약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다. 생명과학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후 개방 파고를 넘을 길을 찾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성과에 만족하기에는 국내의 연구지원 및 기반이 너무 열악하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수십년간 수십조원의 연구비를 쏟아부어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다. 시장개방시대에 그들과 경쟁하려면 최소한의 정책적 재정적 지원은 필수다. 지금처럼 신약 기술료에 대한 세금이 30%에 이르고, 오리지널(신약)과 제네릭(일명 카피약)의 가격차가 적으면 신약개발에 대한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신기술만이 시장개방에 대처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 [공직 인맥 열전] (10) 재정경제부 (3)·끝

    [공직 인맥 열전] (10) 재정경제부 (3)·끝

    재정경제부 세제실과 금융정책국, 국제금융국, 국고국 등은 옛 재무부의 맥을 잇는 부서다. 특히 세제실은 그 역할과 업무 강도가 상대적으로 세졌다. 참여정부 들어 세제가 정책 전면에 등장, 부동산과 복지정책 등을 주도하는 수단으로 활용된 결과다. 국제금융국도 글로벌 경제의 동조화 현상에 맞춰 중요성이 커졌다. 반면 금융정책국은 감독기능을 금융감독위원회에 넘기면서 시장 영향력이 다소 감소했다. 하지만 시장은 재무부 이재국을 거친 금융정책국의 ‘맨파워’를 아직도 의식하고 있다. 김도형 조세정책국장은 세제실과 국세심판원, 국세청 등 ‘3대 조세당국’에서 국장을 지냈다. 이용섭 건교부 장관이 세제실장과 국세심판원장, 국세청장을 유일하게 거친 것과 비교된다. 사무관 시절에는 증권국 증권정책과에서도 일했다. 국세청 법무심사국장으로 있으면서 ‘과세품질’ 개념을 도입했다. ●금융정책국은 영향력 다소 줄어 윤영선 조세기획심의관과 주영섭 근로장려세제(EITC)기획단 부단장, 백운찬 부동산실무기획단 부단장은 모두 세제실에서 잔뼈가 굵었다. 현 직책은 약간 비켜서 있지만 실력만큼은 자타가 공인한다. 윤 심의관은 세제국 사무관만 14년 일했으며 조세지출과장과 소비세제과장을 지냈다. 중장기 조세개혁을 주도하기도 했다. 성품이 온화하다. 주 부단장은 국세청(8년)에서 실무를 익힌 뒤 소득세제·소비세제·조세정책과장 등 요직을 거쳐 국세심판원에서 2년간 근무했다. 남궁훈 생보협회 회장을 과장, 국장, 실장 등으로 모셨다. 백 부단장은 소득세제·조세정책과장을 지냈다. 김진표, 남궁훈, 정덕구 전 세제실장과 위스콘신주립대 동문이다. 현금영수증제와 EITC 도입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김교식 재산소비세제국장은 사무관 시절 관세청과 이재국에서 일했다. 외환위기 당시 공보과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는 홍보관리관을 맡아 능력을 인정받았다. 대인관계가 뛰어나다. 장근호 관세국장은 첫 민간인 출신의 재경부 국장으로 유명하다. 홍익대 교수이다. 임승태 금정국장은 일처리가 깔끔한 것으로 정평이 났다. 동북아 금융허브의 골격을 완성했으며 세계은행 선임연구원을 역임했다. 선친이 임기호 전 서울고법원장이다. 청와대 경제수석·경제정책수석 행정관을 지냈다. 조인강 금융정책심의관은 옛 경제기획원 출신이면서도 뉴욕 재경관을 마치고 금정국으로 입성했다. 정책판단이 빠르고 대외업무에 밝아 권오규 부총리의 신임이 두텁다. 김광수 공자위 사무국장은 이재국 금융정책과에서만 6년 가까이 근무했다. 재경부 내에서 금정과 근속기간만으로 김태현 장관실 비서관에 이어 두번째다. 당시 금정과장으로 정건용, 유지창, 신동규, 김규복, 진영욱씨 등을 모셨다. 김석동 1차관과는 이재국 시절에 이어 금감위에서도 함께 일했다. 신제윤 국제금융국장은 금융정책과장과 국제금융과장을 역임했다. 금정국과 국제금융국 주무과장을 모두 지낸 것은 진영욱 한화손해보험 부회장 이후 처음이다.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을 은행과장과 국제금융국장으로 모셨다. 최종구 국제금융심의관은 2002년 북핵위기가 터졌을 때 국제금융과장으로 당시 권오규 경제수석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을 모시고 무디스 등 신용평가기관을 찾아 대외신인도를 지켜낸 공로가 크다. 김용덕·신동규·권태신씨 등을 모셨다. 강계두 국고국장은 기획예산처 행정재정기획단장으로 있다가 지난해 일반직 고위공무원단의 부처교환 사례로 재경부에 왔다.98년 기획예산위원회로 분가한 지 8년만의 귀환이다. 추진력과 포용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강형욱 금융정책심의관은 국제금융과에서 잔뼈가 굵은 국제금융통. 서기관 시절 임창열 차관보와 함께 한·중 금융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중국 인민은행과 재경부의 정례협의회를 출범시켰다. 관세협력과장으로 있으면서 한·칠레 FTA 시동을 걸었다. ●과장급 서울대 출신 82학번이 주류 과장급에선 서울대 출신의 82학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유광열 혁신인사기획관을 비롯해 세제실의 안택순 소득세제과장·최영록 재산세제과장·진승호 부가가치세제과장, 경제정책국의 김철주 종합정책과장, 금정국의 최상목 금융정책과장·박영춘 보험제도과장, 국제금융국의 문홍성 외화자금과장·송인창 외환제도혁신팀장, 경제협력국의 이동재 통상조정과장 등이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전경련, 차기정부TF 구성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달 중으로 차기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과제를 선정, 대통령선거 직후 대통령 당선자에게 전달키로 했다. 전경련은 8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회장단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회장단은 “지난 달 발표한 ‘규제개혁종합연구’와 ‘미래한국비전’ 내용 가운데 시급히 새 정부에 반영할 구체적 과제를 선정해 제안하기로 했다.”면서 “이를 위해 사무국안에 차기 정부 태스크포스를 구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민·관이 함께 추진할 수 있는 프로젝트 사업도 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회장단은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 활성화가 관건”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개혁이 우선 추진돼야 하고 불법노동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장단은 또 정치일정 등을 이유로 지연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안 통과를 위해서도 노력하기로 했다. 회의에는 조석래 전경련 회장을 비롯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허영섭 녹십자 회장, 박용현 두산건설 회장, 류진 풍산 회장, 이윤호 전경련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美육류업계 대표 방한…쇠고기 전면개방 압력

    미국이 ‘쇠고기 전면 개방’ 압력의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이례적으로 미국 육류업계 대표들이 대거 방한해 우리 정부측에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개방을 요구한다. 농림부는 미국 육류생산단체 대표단 10여명이 8일 한국을 방문해 우리 정부의 통상 및 검역 관계자들과 쇠고기 수입 관련 면담을 갖는다고 7일 밝혔다. 방한하는 미국 대표단은 배리 카펜터 전미식육연합 회장, 제임스 호지스 미 식육협회재단 이사장, 패트릭 보일 미국 식육협회 회장, 테리 스토크스 미 우육 생산자협회 회장, 필립 셍 미육류수출협회장 등 10여명이다. 이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연계하며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미국 의회 뒤에서 실질적인 ‘힘’을 행사하는 단체들이다. 이들 대표단은 8일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를 방문한 뒤 9일 오후엔 농림부 이상길 축산국장 등 한·미 쇠고기협상 우리측 대표단과 면담을 갖는다. 이들은 앞서 일본, 홍콩, 대만 등을 방문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미국 육류대표들이 강력히 면담을 요청해 받아들였다.”면서 “나이에 상관없이 쇠고기 모든 부위를 수입하라는 요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문화마당] 민족문학 없이 글로벌문학 없다/전기철 시인·숭의여대 미디어창작학과 교수

    요즘 우리 문학의 흐름이 급속도로 보수화되어 가고 있다. 삶의 현장이나 역사적 상상력에서 문학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일부 단체나 평단에서는 ‘민족문학’이라는 개념 자체까지도 경원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다분히 글로벌 경제나 시장, 혹은 정치권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로, 새로운 시대의 가능성을 보려는 문학의 본래적 의의까지도 잃게 하고 있다. 이는 한·미FTA로 인한 시장의 확대나 현 정권의 철학 부재에서 비롯된 측면이 없지 않다.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문학의 보수화는 우리 문학의 장래에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하지만 우리 문학이란 어쩔 수 없이 민족문학일 수밖에 없다. 이때 민족문학이란 대립과 배척의 개념이 아니라 포용적이며 주체적인 개념이다. 이러한 민족문학은 자아의 주체적 논리를 갖고 세계문학과 대화하면서 스스로의 존립 기반을 넓혀가고 그 의의를 확대해 가는 자생적이며 진보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민족문학은 일부에서 생각하는 편협하고 폐쇄적인 의미가 아니다. 그럼에도 일부에서 최근의 글로벌한 정치·경제의 흐름에 따라 추수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민족문학의 존립 의의를 부정하고 있는 듯한 경향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러한 경향 때문에 최근 우리 문학은 우리시대의 삶의 현장이나 역사에서 그 소재를 취하지 못하고 극히 사적이며 몽환적인 데에서 취재하여 말초적인 감각에만 의존하고 있다. 소설은 판타지에 빠져 있거나 극히 사적인 연애의 기록이요, 시는 음악이나 그림의 컨텍스트에 몰입하고 있다. 그러므로 작가나 시인은 우리 시대 삶의 현장이라는 땅에 발을 딛고 있을 필요가 없으며 자신의 골방 전깃불 아래에서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음악이나 미술을 감상하며 몽환에 젖어 말초적인 감각의 신경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에게 문학의 국적이란 무의미하며 글로벌한 상상 속에서 새로운 감각의 유영을 적어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들은 악마적이며 때로는 퇴폐적이기까지 한 자유 상상을 통해 불안한 생의 신경증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학 속에서는 어떤 삶의 지평을 읽어낼 수 없다. 문학의 최대 목표는 유토피아이며 휴머니즘이다. 유토피아나 휴머니즘은 철저히 땅에 발을 딛고 거기에서 새로운 푯대를 모색하는 방향감각이다. 이는 우리 시대의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것이며, 우리 민족의 역사적 궤적을 읽어내는 것이며, 세계문학 속에서의 민족문학의 활로를 모색하는 일일 것이다. 문인은 우리 시대 갈등의 현장으로 가야 한다. 환각의 고공비행으로는 삶이 잡히지 않으며, 아카데믹한 논리적 지식으로는 문학의 생명력을 담보할 수 없다. 오늘날 문인들은 대학의 문예창작학과나 문화센터의 강당에 갇혀 있다. 그들은 문학 지배권을 희롱하면서 문학 권력에 탐닉하고 있다. 그러므로 노숙자들이나 이주 노동자들, 그리고 비정규직의 생활을 모른다. 그들에게 문학은 글로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족문학이 없는 한 글로벌 문학도 없다. 문학이란 때로는 시대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다가올 시대를 읽기도 한다. 오늘날처럼 다국적 기업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고, 상상의 글로벌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민족문학의 가치 또한 그만큼 중요하게 되며, 이때 민족문학이란 글로벌 문학과의 교류 속에서 자신의 본모습을 찾는 정신적이며 철학적인 개념일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것이다. 이제 다자 간의 자유무역협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러한 때에 우리는 민족문학이 무엇인가에 대한 본격적인 자아 찾기가 필요하다. 전기철 시인·숭의여대 미디어창작학과 교수
  • FTA피해 농가 20조 지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농가 피해를 보전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내년부터 10년간 20조 4000억원을 지원한다. 당초 계획보다 기간은 4년, 규모는 3조 9000억원이 확대됐다. 농림부는 6일 이같은 내용의 ‘한·미 FTA 농업 국내 보완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61개 중점 추진 사업에 모두 20조 4000억원을 투·융자한다. 당초 119조 투·융자계획에 이미 반영된 한·미 FTA 대책사업 재원 7조원에다 실적이 부진한 사업을 감액해 생긴 3조 1000억원, 기존 계획에서 증액한 2조원,2014∼2017년 신규 증액된 8조 3000억원 등으로 구성된다. 지원금은 정부 재정에서 18조 2000억원, 농협자금을 통해 2조 2000억원이 조달된다. 지원금은 농가단위 소득안정직불제·경영이양직불제 등 농업 체질개선에 12조 1459억원, 쇠고기이력추적제·원예작물브랜드 육성 등 품목별 경쟁력 강화에 6조 9968억원, 피해보전직불제 등 단기 피해보전에 1조 2200억원이 투입된다. 특히 농림부는 한·미 FTA협정이 발효된 뒤 7년간 가동되는 피해보전직불제의 경우 적용 대상을 현행 ‘시설포도와 키위’에서 ‘수입증가로 피해를 입는 품목’으로 확대했다. 완전 폐업을 원하는 피해 농가에는 3년치의 순수익 감소분도 폐업자금으로 지급한다. 아울러 2010년부터 농업소득이 기준치 아래로 떨어지면 소득 감소분의 85%를 보전해주는 농가단위 소득안정직불제를 시범운영한다.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축산 부문의 경우 수입산의 한우 둔갑을 막기 위해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적용 기준도 현행 ‘300㎡ 이상’에서 ‘100㎡ 이상’으로 강화한다. 국산 한·육우 이력추적제도 내년까지 전지역으로 확대한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사설] 한·미 FTA 농업대책 또 땜질인가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대비해 농업의 경쟁력 강화와 피해 보상을 위해 내년부터 10년 동안 20조 4000억원을 투입하는 농업 국내보완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4월 FTA 타결 직후 농업대책을 내놓은 뒤 6월에 소득보전비율을 80%에서 85%로 높인다고 했다가 다시 2014년 이후 4년간 8조 3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겠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내용이다. 정부는 피해예상 규모를 감안해 보완대책을 내놓았다지만 울면 하나 더 내어주는 식의 ‘땜질대책’이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물론 정부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음에도 정치권은 대선에 매몰돼 ‘선(先)대책-후(後)비준’이라는 원칙론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대책 강구에 최선을 다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지원기간과 지원금을 늘린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지난 6월 2차 대책 발표 때에도 지적했듯이 시장 개방 이후 농업과 농촌이 자생할 수 있는 전략적인 청사진은 빠진 채 돈만 쏟아붓는 대책으로는 농심을 얻지 못한다. 잘해야 지금보다 소득이 85%선으로 줄어든다는 게 농민의 눈에 비친 정부 대책이다. 어제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주최 대선주자 초청토론회에서 주요 대선후보들이 농업정책 공약을 내놓았지만 뜬구름 잡기식의 미사여구 나열에 그쳤다. 농민들이 정치인에게서도 희망을 찾지 못하는 이유다. 따라서 우리는 지원금 위주로 짜여진 농업보완대책을 농민의 눈높이에 맞춰 전면 수정할 것을 요구한다. 정부의 대책대로 따라 하면 개방 이후에도 살 길이 열린다는 믿음이 생길 수 있도록 현실성 있는 대책을 내놓으라는 얘기다. 농민단체들도 무작정 개방 반대만 주장할 게 아니라 생존해법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 한미FTA 비준동의 연내 처리 어려울듯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연내 처리가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가 동의안을 제출한 지 2개월이 넘도록 국회는 안건조차 상정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대선 정국이 요동치면서 FTA 관련 논의는 요원한 상황이다. 한덕수 총리는 이와 관련,6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과 국정을 위해 필요한 입법에 각별히 노력해 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상황은 매우 어둡다.28일 조기 종료되는 정기국회는 물론 연내, 심지어 참여정부 임기안에 처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北경제 中예속 방치땐 남북통합 걸림돌로”

    “北경제 中예속 방치땐 남북통합 걸림돌로”

    한국과 미국이 합작한 북한경제연구포럼인 한반도 미래포럼은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창립기념식과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한반도미래포럼은 “남북경제협력은 단순지원을 넘어 북한의 경제개발을 위한 협력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면서 “북한 경제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지원은 자원의 낭비”라고 지적했다. ‘한반도 경제지형 구상’이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세미나에서 양문수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북한에 대한 경제협력은 남북한 별개가 아닌 한반도 전체를 하나로 놓고 동북아 경제권에서의 역할을 모색하는 ‘한반도 경제구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과 자유무역협정과 관세동맹 수준의 정책·제도의 통일과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지금처럼)북한경제가 중국에 예속되는 게 지나친 현상을 방치할 경우 남북통합은 물론 동북아시아지역의 통합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연구위원은 “경제성장을 높이고 국제 사회의 신뢰를 얻으려면 중앙은행제도 개편 등 금융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금융분야 전문인력과 현금인출기·전산망 등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짧은 기간내 대규모로 투입하지 않으면 개선이 어렵다.”면서 “한국과 외국기관이 인력교류 연수와 인프라 지원 등으로 북한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남북한 경제적 격차가 심한 상태에서 남북경제협력은 산업협력이 아닌 북한을 어떤 산업별 전략으로 개발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시점에서 북한의 경쟁력은 노동과 자원”이라며 “(북한이)외환난과 식량난 등의 경제의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면 노동집약적 수출을 통한 상품화 작업, 남북공동마케팅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경제개발은 남한 경제, 나아가 한반도 전체의 경제적 후생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이냐가 문제”라면서 “경쟁력 없는 산업구조 하에서 외부로부터의 일방적인 자원투입은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반도 미래포럼은 동북아시아연구(NEAR·니어) 재단(이사장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장관)과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원(원장 돈 오버도퍼)이 공동으로 북한연구를 위해 설립한 포럼이다. 정덕구 전 장관은 “북한 경제 실체에 대한 한·미 공동의 공감대를 형성해 북한에 사회인프라를 구축하고 경제가 선순환 궤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창립배경을 설명했다. 한반도 미래포럼에는 한·미 양국의 북한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정종욱 전 주중대사, 장달중 서울대 교수, 프란시스 후쿠야마 존스홉킨스대 교수,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원 등이 고문으로 참여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공직 인맥 열전] (9) 재정경제부(2)

    [공직 인맥 열전] (9) 재정경제부(2)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들은 여전히 재정경제부에서 막강 ‘브랜드 파워’다. 특히 참여정부 들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EPB 출신들은 정책흐름을 잘 읽고 종합적인 기획력과 정책조정 능력을 갖춰 자유무역협정(FTA), 남북경협, 지역균형발전 등 참여정부 역점사업과 ‘코드’가 잘 맞는다. 이들은 EPB의 맥을 잇는 경제정책국, 정책조정국,FTA대책본부 등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김영과 경제협력국장은 전형적인 ‘EPB형’ 관료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차분한 성격에 기획능력과 일처리가 깔끔해 ‘참모형’이란 평을 듣는다. 재경부내 EPB 출신의 ‘맏형’인 권오규 경제부총리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권 부총리, 조원동 차관보와는 ‘경기고·서울대 경제학과’ 동문으로 ‘거시경제 라인업’을 담당한다. 김명자(金明子) 전 환경부장관이 친누나다. ●김영과 국장은 참모형 노대래 정책조정국장 역시 ‘EPB맨’답게 탁월한 정책조율 능력이 강점이다. 경제전반뿐 아니라 공정거래와 경제협력 분야의 전문성이 뛰어나고 실무능력도 갖췄다는 평이다. 참여정부 인수위에 파견돼 경제정책 방향을 정립했다. 한·미 FTA 국내 보완대책, 부동산 대책, 기업 경영환경개선 대책 등 대형정책을 무리 없이 처리해 권 부총리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 윤수영 지역특구기획단장은 EPB 출신이지만 산자부에서 잔뼈가 굵었다. 산자부 섬유패션산업과장 시절 대구의 밀라노프로젝트와 섬유패션산업을 총괄했다. 방사성폐기물 종합상황지원반장, 무역위원회 무역조사실장 등을 지냈다. 재무부 출신인 강원순 규제혁신심의관은 국제조세연구센터 소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서울센터 소장 등을 역임했다. 장건상 경제정책심의관은 재경부내 EPB 출신 국장 가운데 행시 기수로 최고참이다. 실력에 비해 승진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평가다. 과거 경제자유구역준비기획단 단장을 역임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재임 당시 현 조인강 금융정책심의관과 자리를 맞바꿔 청와대 정책상황비서관실 국장을 3년여 지내다 복귀했다. EPB 인맥의 대표 부서는 경제정책국이다.‘한국경제호’의 조타수에 비유되던 옛 EPB의 경제기획국에 뿌리를 둔다. 권 부총리도 이곳을 거쳤다. 그러나 임종룡 경제정책국장은 재무부 출신이다. 금융정책국 증권제도과장을 역임하는 등 ‘잘나가는’ 재무부 사단으로 EPB 인맥과는 거리가 멀지만 일처리 능력이 뛰어난 점이 발탁 배경이다. 최근 3년간 주영대사관 참사관(재경관)을 지냈다. 한·미 FTA를 계기로 상설화된 FTA대책본부는 ‘EPB-MOF(옛 재무부) 조합’이 될 전망이다. 전략기획단장 자리에 EPB 출신인 안광명 개발전략심의관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재무부 출신의 정은보 지원대책단장과 손발을 맞추게 된다.EPB 출신의 기획력에 재무부 출신의 업무추진력이 더해져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다. 재경부내 주류인 ‘KS(경기고·서울대) 라인’이기도 한 안 단장은 일에 열중하는 ‘선비’ 스타일이란 평이다.3년간 청와대 동북아시대위원회 등에 파견됐다. ●안광명 심의관 전략기획단장 내정 정은보 지원대책단장은 ‘수재형’ 관료로 꼽힌다. 행정고시 수석으로 재경부에 들어왔다. 재무부 출신답게 정책 추진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다. 소탈한 반면 리더십이 강해 후배들의 신망이 높다. 미 오하이오주립대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최규연 홍보관리관은 세계은행(IBRD) 자문관을 지냈다. 강원도 원주 출신으로 권 부총리, 육동한 부총리 비서실장과 ‘강원도의 힘’을 이끌고 있다. 부인은 테니스 국가대표를 지낸 이정순씨다. 강호인(행시 24회) 정책기획관은 EPB 출신으로 아이디어가 많은 ‘기획통’이란 평가다. 재경부에 몇 안되는 ‘대구·경북(TK)’ 인맥으로 경제정책국에 근무하다 국방대학원 연수를 다녀왔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녹색공간] ‘바이오의정서’ 비준의 의미와 한계/안준관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본부 팀장

    지난 10월2일 한국 정부는 ‘생명공학안전성에 관한 카르타헤나 의정서’에 비준하였다. 우리에게 무척이나 생소한 이 의정서는 ‘바이오안전성의정서’(이하 의정서)라고도 불린다.2000년 유엔 생물종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되고,2003년 9월11일 남태평양의 조그마한 섬나라 팔라우가 비준하면서 그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143번째로 비준해 뒤늦게 참여했고, 내년부터는 의정서와 관련된 법안이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사실 우리 정부에는 ‘황우석 사태’에서 보듯이 생명공학기술에 대한 맹목적 지지만 있어 왔다. 일찍이 국제사회에서 생명공학의 잠재적 위험요소를 감시하고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해온 반면 세계적 흐름과 무관하게 생명공학의 환상만 부추긴 것이다. 환경단체에서는 그동안 유전자조작 생물체와 유전자조작 식품에 대해 꾸준히 경고해 왔다. 생태계와 인류건강에 많은 피해를 줄 수 있으며, 안전한 먹거리를 해치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유엔환경계획(UNEP) 클라우스 퇴퍼 사무총장도 의정서 발효시 “생명공학이 인류발전에 영향을 미치지만, 생물종 다양성과 인류건강에 잠재적 위험요소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우리정부는 국제협약 당사국으로서 책임있는 행동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 이행법안인 ‘유전자변형 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의 시행이 매우 중요하다. 의정서에서는 환경방출용 유전자조작 생물체를 수출입할 때 사전통보합의 절차를 명시하고, 수입국은 안전성 확보 등을 이유로 수입을 거부할 수 있다. 또 국가의 책임기관과 연락기관을 정해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를 통해 정보공유와 교환을 촉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유전자조작 생물체에 대한 의사결정에 공공인식과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의정서 주요 내용 중 하나이다. 이에 따른 국내이행법안에서는 관련 행정기관과 국가책임기관의 업무를 정의하고 유전자조작생물체의 위해성을 평가하고 심사하는 기관 지정, 유전자조작생물체 폐기 및 반송절차, 표시사항 및 취급기준, 비상조치, 정보보호와 이용, 바이오안전성위원회 및 정보센터의 설치 등을 명시하고 있다. 유전자조작생물체에 대한 정보공개가 센터를 통해 확대되고 유전자조작생물체의 안전성평가와 심사가 체계화된다. 또 위원회가 구성되어 의사결정 과정에 시민사회가 참여할 수 있게 되는 등 유전자조작생물체에 대한 관리가 체계를 갖추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의정서 비준과 이를 통해 지키려는 생명공학의 안전한 활용의 길이 쉽지만은 않다. 지난 한·미 FTA 협상을 보면 의정서가 내포하는 ‘사전예방원칙’이나 ‘환경’은 언제든지 다른 국제협약 특히 경제협약과 상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간 마찰과 더불어 국내이행법안이 가진 한계 역시 지적되고 있다. 안전성평가와 심사주체의 문제, 개발 측의 서류만으로 심사하는 문제, 위원회 구성, 식품 등의 표시제, 사후관리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 최근 먹거리에서 잔류농약이나 중금속이 검출되는 식품오염 사고에서부터 조류독감, 광우병, 유전자조작식품, 중국 등 해외에서 들어오는 다국적 식품의 안전문제까지 다양한 형태가 우리 식탁을 위협한다. 이런 피해는 피해액을 예측하기조차 힘들 정도이다. 앞으로 자유무역을 통한 식품과 농산물 수입확대는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를 점점 증폭시키고 있다. 쇠고기 수입문제에서도 드러났듯이 식량수출국의 눈치만 살피는 상황이라면 의정서와 국내이행법안은 아무런 의미 없는 휴지 쪼가리로 전락할 수 있다. 생명공학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행동이 더욱 요구되며, 이를 위한 시민들의 많은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안준관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본부 팀장
  • [정책선거 원년으로] 사람·중기중심 ‘이상적 경제’시험대에

    [정책선거 원년으로] 사람·중기중심 ‘이상적 경제’시험대에

    서울신문은 4일 창조한국당의 대통령 후보로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확정됨에 따라 문 후보의 정책을 점검합니다. 아울러 앞서 선출된 민주당 이인제·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의 정책도 짚어봅니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후보의 지지도 등을 감안해 기사 분량을 차별화했습니다. 서울신문은 이미 한나라당·대통합민주신당·민주노동당 후보의 정책과 인물을 검증한 바 있습니다. “아빠는 이제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서서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국가운영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어야 하고, 무엇보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중심의 사회를 만들어내야 한다.” 4일 창조한국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문국현 후보가 대선 출마를 결심한 뒤 중소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딸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문 후보는 사람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치로 내걸었고, 이 가치가 문 후보의 최대 강점이다. ‘사람중심 가치’를 내건 문 후보의 지지도는 출마선언을 즈음한 8월 중순의 0.1%에서 5.2%(10월31일 본지·KSDC 공동여론조사)로 수직상승했다. 문 후보가 34년간 몸담았던 유한킴벌리의 한 직원은 “문 전 사장의 반대파는 노조도, 사원도 아닌 보수적인 임원들이었다.”면서 “문 전 사장이 이뤄놓은 사람중심 경영이 유한킴벌리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의 정책은 개인의 이상을 풀어놓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다. 장유식 대변인은 “기반 확대를 위한 하드웨어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여전히 후보의 ‘개인기’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문 후보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마찬가지로 성장을 강조하는 ‘경제 대통령’을 표방한다. 하지만 성장을 이뤄내는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 후보는 시장과 기업, 그 중에서도 대기업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보고 있지만 문 후보는 경제정책의 핵심을 사람과 중소기업에 맞춘다. 문 후보는 “경제 위기의 원인은 사람을 기계처럼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가짜 경제의 낡은 패러다임 때문”이라며 “지식창조적인 사람중심·중소기업중심의 진짜경제로 전환하면 8% 성장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주장한다.8% 성장률 달성의 방법으로 잠재성장률 4∼5%에 중소기업 생산성을 2배로 올려 2%포인트 끌어올리고, 환동해 경제협력벨트로 1%포인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1%포인트를 추가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노동시간 단축과 유한킴벌리의 ‘4조 2교대제(12시간 주간근무 4일-휴식 4일-12시간 야간근무 4일-휴식 4일)’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아울러 5년간 50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다. 일자리의 90%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을 살리고, 교대조 확대와 평생학습시스템이 구축되면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상주의자의 한계? 전문가들은 문 후보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도 너무 이상적이라고 비판한다. 홍익대 경제학과 전성인 교수는 “생산요소 투입의 증가보다 요소 생산성의 증가를 강조한 게 돋보이고, 평생학습을 강화하면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도 맞다.”면서 “그러나 생산성 향상과 중소기업 우대로 8% 성장이 과연 가능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성신여대 경제학과 강석훈 교수는 “고용을 중시하고, 인적자원의 계발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발상은 긍정적이지만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이 없다.”고 강조했다. 4조 2교대를 일반화하기가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경상대 경제학과 장상환 교수는 “4조 2교대를 실시할 수 있는 기업은 유한킴벌리처럼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중견기업이나 생산과정이 조립장치산업이고, 야간근무가 필수적인 기업에서나 가능한 것”이라면서 “이를 적용할 수 있는 기업은 전체의 3%도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문 후보는 참여정부 초기 대통령 자문 ‘사람입국 신경쟁력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근로시간 단축과 평생학습 모델을 전파하려고 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은수미 연구위원은 “사람중심 경제를 그토록 외치는 문 후보가 당장 구조적인 문제로 떠오른 비정규직 해법을 내놓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대기업에 종속된 중소기업의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그 어떤 중소기업 강화 정책도 공허하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주요 공약들 어떤게 있나 문국현 후보 캠프에서는 대통합민주신당에서 탈당한 김영춘 의원을 제외하면 현역 정치인을 찾아볼 수 없다. 시민·사회단체와 학계·경제인 중심으로 구성된 캠프를 문 후보 스스로는 ‘여태껏 여의도 정치에 없던 새로운 조직’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출발이 늦은 만큼 캠프 정비가 마무리되지 않은 탓에 자신의 전공인 경제분야를 제외하고서는 ‘뉴 싱크탱크’의 분야별 공약은 심한 기복을 보인다. ●부동산 ‘반의 반 값 아파트‘,‘건설비 거품 70조원 절감’ 등으로 요약되는 문 후보의 부동산 정책은 참여정부는 물론 민노당의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진보적이다. 경실련을 거쳐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출신인 성균관대 김태동 교수가 문 후보의 정책자문역을 맡고 있으며, 그의 부동산이론이 반영됐다. ‘반의 반 값 아파트’는 토지를 매매하지 않고 토공·주공 등 공공기관이 입주자에게 임대하는 방식으로, 입주자에게는 건물의 소유권만 인정하는 개념이다. 분양원가 중 거품이 심한 땅값을 제외해서 전국적으로 거의 비슷한 건축비 수준(평당 400만원)으로 아파트 값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수도권 신도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 등에 5년 동안 100만 가구를 공급하고, 후분양과 택지 공공개발을 원칙으로 한다. 문 후보는 부동산 개발사업 비용 200조원 가운데 부패의 원천인 거품을 걷어내면 70조원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행 건설비 산정방식인 ‘표준품셈제’를 ‘시장단가제’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문 후보의 부동산 분야 공약은 명확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세종대 부동산학과 변창흠 교수는 “건설교통부가 건설업체의 이익을 반영, 민자유치사업이나 대규모 국책사업의 공사예정가 산정이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는 것은 맞는 지적”이라면서 “시장단가제의 전면 도입은 현실적이고, 과도한 개발이익의 사유화를 막아 국가재원을 절약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교육 문 후보의 캐치프레이즈는 ‘사람입국 창조교육’이다.▲유치원 및 고등학교 무상교육 ▲3불정책 유지 ▲기회균등선발제 실시 ▲국립대 공동학위제 도입 ▲사대, 교대 교육전문대학원 전환 ▲영어조기교육 지원 등이 주요 내용이다. 한글과 한국어 공부를 4∼5세에 끝내게 하고 6∼10세에는 제1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다. 건설 분야에서 거품을 뺀 25조원으로 교육비를 정부예산의 25% 이상으로 확대하고, 교육경쟁력 1위 달성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5위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참여정부의 교육개혁 정책을 어느 정도 답습하고 있으며, 현실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고려대 교육학과 권대봉 교수는 “한국 학부모의 교육열, 교육철학과 이념이 극명하게 다른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의 압력, 교육정책이 바뀌면 공교육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사교육을 감안하지 못한 매우 순진한 공약”이라면서 “3불정책 계승과 단위학교의 자율성 보장으로 교육선진화를 이루겠다는 내용은 상충된다.”고 비판했다. ●통일·대북정책 ‘환동해 경제협력벨트’ 계획은 문 후보의 유일한 통일 공약이다. 제1공약인 8%의 경제성장률 가운데 1%를 이를 통해 이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2010년까지 사할린∼나홋카∼속초를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구축,2008년까지 블라디보스토크∼청진 전력망 및 환동해 종단철도 구축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안보 논리를 간과하고 경제적·기능주의적으로만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서보혁 객원연구위원은 “환동해 등 주변국을 중심으로 한 생소한 개념을 내세워 동북아 공동의 안보 중심축으로서 우리의 위치가 모호해졌다.”면서 “한·미관계와 북핵문제 해결 등 경제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안보 고유의 논리에 대한 의식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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