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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올라가 어중간? 그래서 더 자유롭다

    비올라가 어중간? 그래서 더 자유롭다

    타카치 콰르텟 창단 50년 20일 예술의전당서 합주“현악사중주, 완벽한 장르비올라는 유연성 뛰어나다양한 상황에서 어울려레퍼토리 더욱 풍성해져” 한국계 미국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47)이 한국에 온다. 세계 최정상급 현악사중주단 타카치 콰르텟 소속으로 한국을 찾는 그는 오는 2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악단 창단 50주년 기념 내한 공연을 펼친다. 공연을 앞둔 오닐과 서면으로 만났다. “비올라는 정말 놀라운 악기입니다. 학창 시절 비올라가 종종 무시될 때마다 이 악기를 선택한 게 실수였다고 느낄 때도 있었는데요.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어요. 레퍼토리가 풍성해지면서 비올라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비올리스트로서 저는 비올라가 지닌 유연성과 폭넓은 표현력, 다양한 상황에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는 매력을 사랑합니다.” 세계적 비올리스트인 그에게 다소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현악사중주에서 비올라의 매력은 무엇인지. 비올라는 물론 중요한 악기지만 때때로 ‘어중간하다’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비올리스트 사이에서는 이를 자조하는 농담도 있다고 전해진다. 오닐은 그런 사실 자체를 부정하진 않았지만 그 ‘어중간함’ 덕분에 오히려 더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파울 힌데미트는 여러 악기를 잘 다뤘던 작곡가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비올라를 아꼈죠. 모리스 라벨의 작품에서도 비올라가 돋보이는 순간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1975년 창단한 타카치 콰르텟은 영국 그라모폰지가 선정한 ‘우리 시대 위대한 5개의 현악사중주단’에 꼽히는 등 동시대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악단이다. 창단 멤버이자 현재도 활동 중인 첼리스트 언드라시 페예르와 오닐 그리고 에드워드 듀진버리(제1바이올린), 하루미 로즈(제2바이올린)로 구성됐다. 이들은 요제프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77번’과 힌데미트의 ‘멜랑콜리’, 라벨의 ‘현악사중주’를 선보인다. 힌데미트 곡에서는 소프라노 박혜상도 함께한다. 오닐이 타카치 콰르텟에 합류한 것은 5년 전이다. 그는 “현악사중주만큼 완벽한 음악 장르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세계적으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것으로 인정받는 앙상블의 일원이 된 걸 큰 영광으로 여긴다”고 했다. 비올리스트로서 에미상, 에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상, 그래미상을 모두 품에 안은 오닐의 중요한 정체성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것이다. 다문화 가정 출신인 그는 한국에서 다문화 가정 아이들로 결성된 오케스트라를 지도한 적이 있다. 그에게 이 활동은 단순한 봉사 활동이 아니었다. 오닐이 누구인지, 그의 음악적 정체성에 깊은 인상을 남긴 소중한 경험이었다. “지금도 종종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곤 해요. 제게 영향을 준 모든 문화적 배경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자라면서, 또 거의 25년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활동한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 줬습니다. 두 문화 모두 제 음악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 광기와 즉흥의 분출… 몸짓, 음악으로 진화하다

    광기와 즉흥의 분출… 몸짓, 음악으로 진화하다

    무용수가 무대 위에서 광기를 쏟아낸다. 광인의 내면에서 한판의 레슬링이 벌어진다. 아득한 공포와 팽팽한 긴장이 감돈다. 너무 걱정할 것은 없다. 인터미션 이후 새롭게 시작하는 무대에서는 분방한 재즈와 함께 즉흥의 유희가 펼쳐진다. 서울시발레단의 야심작 ‘워킹 매드 & 블리스’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막을 올렸다. 스웨덴 출신 세계적 안무가 요한 잉거의 두 작품을 묶어 한 무대에서 선보인다. 상반된 매력을 지닌 두 작품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동시대적 발레’가 무엇인지를 고찰한다. 양극단에 놓인 두 개의 발레를 보며 관객은 인간의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인지 생각한다. 공연은 오는 18일까지다. 먼저 ‘워킹 매드’가 30분간 펼쳐진다. 객석을 어슬렁거리는 수상한 남자가 보인다. 그가 무대에 올라가면 막이 열린다. 뒤편에서 커다란 벽이 밀려오는데, 막아서도 소용없다. 무용수들은 벽을 없애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벽과 ‘함께’ 춤춘다. 잉거는 “벽은 또 다른 무용수”라고도 했다. 무대가 한 인간의 내면이라면 벽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다. 무용수들은 벽을 활용하거나 넘나들기도 하며 광기로 가득한 내면을 탐험한다. 때때로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끝없는 반복 속에서 나름의 미학을 획득하는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대표작 ‘볼레로’가 배경음악으로 흐른다. 볼레로가 끝나면 ‘알리나를 위하여’가 울려 퍼진다. 에스토니아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의 곡이다. 발레리나와 발레리노 두 사람이 만드는 파드되(2인무). 그러나 우리가 알던 파드되는 아니다. 남녀 사이의 강렬한 격정과 사랑을 표현하는 그 파드되 말이다. 자신들의 몸을 팽팽히 맞세우는 두 무용수. 각자의 존재를 신체로써 증명하려는 레슬링이다. 촘촘한 자기주장은 광기의 난장으로 폐허가 된 내면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구축한다. 그게 무엇일까, 생각하는 사이 막이 내린다. 잉거는 ‘여정’이라는 말로 작품을 설명했다. “‘워킹 매드’는 현실을 벗어난 인간이 꿈속으로 떠나는 여정이다.” ‘블리스’는 미국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의 음악을 사용한다. 1975년 독일 쾰른 오페라하우스에서 1시간 정도 즉흥 연주했던 실황이다. 잉거는 “음악을 들으며 그 순간을 최대한 포착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블리스’의 무대는 한마디로 난장판이다. 여러 가지 안무가 말 그대로 ‘분출하는’ 느낌이다. 재즈는 즉흥적이다. 그러나 즉흥이 즉흥으로 끝난다면 그것은 방종에 불과하다. 재즈가 아름다운 건 자유로운 가운데서도 무너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어서다. 각 무용수는 신체가 발휘할 수 있는 최대한의 탄성으로 나름의 ‘재즈적 희열’을 춤에 담아낸다. 무대가 끝날 때쯤 쉽고도 경쾌한 동작이 반복된다. 공연 후 로비에서 이 동작을 따라 하는 관객도 있었다. 발레는 어떻게 관객에게 가닿는가. 공연을 하루 앞두고 열렸던 기자간담회에서 잉거는 ‘블리스’를 어떻게 관람하면 좋을지 묻는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이 작품은) 춤의 순수한 즐거움을 포착하려는 시도다. 해석이나 이론 같은 건 필요하지 않다. 생각하지 말아라. 그냥 마음으로 받아들여라.”
  • [사설] 단일화 놓고 법적 분쟁까지… 국힘, 대선 포기할 셈인가

    [사설] 단일화 놓고 법적 분쟁까지… 국힘, 대선 포기할 셈인가

    대선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국민의힘의 내홍이 갈수록 태산이다. 김문수 후보는 어제 “당 지도부가 전당대회를 소집해서 후보를 교체하려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법원에 대선 후보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앞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당 지도부는 후보 단일화라는 미명으로 정당한 대통령 후보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에서 손을 떼라”고 직격했다. 이에 권성동 원내대표는 ‘후보 등록 전 단일화’에 87%의 당원이 찬성한 자체 조사를 언급하며 김 후보가 당원들의 명령을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려는 저 분이 민주화 투사인지 의심이 들었다”는 말도 했다.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같은 당에서 주고 받을 수 있는 공방인지 귀가 의심스러울 만했다. 김 후보를 압박하기 위해 권 원내대표는 단식농성도 벌이고 있다. 어제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두 번째 회동했으나 단일화 합의에는 실패했다. 당 지도부는 그럼에도 어제와 오늘 이틀간 진행한 국민여론조사와 당원투표 결과를 각각 50%씩 반영해 최종 후보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 전 총리가 김 후보보다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온다면 11일 전국위원회를 통해 후보를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 경선에서 공식 선출된 후보가 동의하지 않는 방식으로 여론조사와 당원투표를 진행하고 이를 근거로 후보 교체를 하는 것이 적법하냐는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 후보를 지지하는 당협위원장들은 전국위 개최 금지 가처분신청을 했다. 당지도부가 한 전 총리를 당 공천 후보로 직인을 찍어 선관위에 제출하면 김 후보가 법정 소송이나 가처분신청을 낼 가능성이 있다. 자칫 ‘한지붕 두 후보’ 또는 법적 결함 있는 후보 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적전분열도 모자라 진흙탕에서 드잡이를 하는 양상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무상열차 노리고 윤석열 아바타를 자처한 한덕수”라면서 당 지도부를 성토했다. 이런 자해 수준의 이전투구는 중간층은 말할 것도 없고 기존의 지지기반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단일화가 돼도 시너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선거도 치르기 전 자멸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원칙을 무시한 지도부도 문제지만, 김 후보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 후보와 빅텐트를 칠 듯했던 경선 때의 입장이 왜 지금 달라졌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계엄·탄핵 사태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국정 비전 제시는 갈수록 먼 얘기가 되고 있다. 원칙과 상식에 맞는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재집권의 꿈은 접어야 할 것이다.
  • 김학래, ‘34세’ 子 며느릿감 찾는다…“의사·2억↑선호한다”

    김학래, ‘34세’ 子 며느릿감 찾는다…“의사·2억↑선호한다”

    개그맨 김학래·임미숙 부부가 아들의 결혼 상대를 찾으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며느리 조건을 공개했다. 지난 5일 방송된 TV조선 예능 ‘조선의 사랑꾼’에는 김학래·임미숙 부부와 아들 김동영이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김동영(34)은 “회사를 차렸어서 쇼핑몰, 홈쇼핑, 채널 운영, 촬영, 제작, 기획까지 하고 있다”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결혼은 아직 좀 멀었다고 생각한다. 결혼에 대한 위기감은 있지만 결혼보다는 내가 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며 “나를 위한 시간, 나를 위한 투자, 나를 위한 사업이 결혼보다 1순위였던 것 같다”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김동영은 “부모님이 결혼을 원하셔서 좋은 사람 있으면 결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후 김학래·임미숙 부부는 자신들이 원하는 며느리 조건을 밝혔다. 김학래가 “며느리가 마음이 고왔으면 한다”라고 하자 임미숙은 “솔직히 이야기해라. 마음 이야기 안 하지 않았냐. 있는 그대로 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학래는 “돈도 잘 벌었으면 좋겠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임미숙은 “당신이 그러지 않았냐. 며느리가 의사면 병원 그냥 다닐 수 있고, 피부과 의사면 우리 눈도 올릴 수 있다면서 의사가 좋다고 그러지 않았냐”고 말했다. 이에 제작진이 “며느리가 회사원이면 좋겠냐, 의사면 좋겠냐”고 묻자 김학래는 “의사가 낫다”고 밝혔다. 임미숙은 “김학래가 겉으로는 보수적인 것 같아도 속으로는 그렇지 않다. 자유로운 것도 많다. 며느리가 코 뚫고 그런 것도 괜찮지 않냐”고 물었다. 이에 김학래가 “안 된다. 농사짓는 소도 아니고 코뚜레를 왜 하냐”라고 하자 임미숙은 “큰일 났다. 우리 아들 결혼 못 시키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에도 개그맨 지인들을 만난 김학래·임미숙 부부는 한 번 더 며느리의 조건을 밝혔다. 어떤 며느리를 원하냐는 질문에 임미숙이 “밝고, 성품이 좋고 그런 사람이면 된다”라고 하자 김학래는 “큰 욕심은 없다. 얼굴 예쁘고, 성품이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임미숙은 “당신은 스펙이 좋아야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느냐”고 꼬집었다. 김학래는 “성격 좋고, 얼굴 예쁘고, 돈 잘 벌면 더 좋다”고 답했다. 이에 함께 있던 개그맨 이용식이 “그러면 얼마나 필요하냐”고 묻자 김학래는 “돈 많이 필요하다. 최소한 2억 이상”이라며 “늦게 낳은 귀한 아들이라 그런다”고 전했다.
  • 격리부터 흰 연기까지…사상 최대 콘클라베 시작

    격리부터 흰 연기까지…사상 최대 콘클라베 시작

    제267대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7일(이하 현지 시각)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시작된다. 교황청 근위대가 시스티나 성당을 봉쇄했고,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은 모두 바티칸에 집결했다. 이번 콘클라베는 투표 추기경단 120명 상한 규정을 넘어 133명의 추기경이 참여하는 사상 초유, 최대 콘클라베로 기록된다. 보수와 개혁, 유럽과 비유럽이 첨예하게 갈리고, 사상 초유의 유색 인종 교황 선출 가능성도 점쳐지는 등 어느 때보다 관심이 뜨겁다. ●자물쇠로 시스티나 성당 잠그는 이유콘클라베는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새 교황을 뽑는 추기경단 비밀회의다. 라틴어 쿰(cum, 함께)과 클라비(clavis, 열쇠)를 합친 ‘쿰 클라비’(cum clavis)에서 유래한 말로, ‘열쇠로 잠근 방’이란 뜻이다. 이 관례의 발단이 된 사건은 13세기 벌어졌다. 교황 클레멘스 4세의 후임 선출을 위한 당시 콘클라베는 1268년에 시작해 2년 9개월 하고도 이틀이 지난 1271년에야 끝이 났다. 교황 선출 회의가 약 3년 동안이나 이어지자, 성난 신자들이 성당 문을 잠그고 추기경단을 감금한 채 선출을 독촉했다. 이 사태를 겪고 즉위한 그레고리오 10세는 이를 제도화했는데, 그게 콘클라베다. ●사상 초유의 133명 추기경 선거인단콘클라베 참여 추기경 수를 120명으로 제한한 건 1975년이다. 당시 제262대 교황 바오로 6세가 사도 헌법인 ‘로마노 폰티피치 엘리겐도’를 통해 “최대 추기경 선거인 수는 120명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처음 확립했다. 이어 요한 바오로 2세 성인이 교황이던 1996년에 교황령 ‘주님의 양 떼’(UDG)를 통해 이를 재확인했다. 이번 콘클라베에선 이 규정이 처음으로 깨진다. 제 266대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럽과 보수파를 견제하기 위해 재임 중 투표권자 기준 80%에 달하는 비유럽, 개혁파 추기경을 대거 새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추기경단은 지난 4월 30일에 133명(135명에서 2명은 신병으로 불참)의 추기경이 선거에 참여할 권리를 인정하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프란치스코 전 교황이 120명 제한 규정을 암묵적으로 거부한 걸 승인한 셈이다. 우리나라에선 유흥식 추기경이 유일하게 참여한다. 투표권자이면서 동시에 교황 피선거권자다. 한국 최초의 추기경인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두 번째 참여다. ●정오와 오후 7시 이전에 굴뚝 주목해야콘클라베가 열리는 시스티나 성당 지붕의 굴뚝에서 흰 연기가 올라오면 교황이 선출됐다는 의미다. 검은 연기는 물론 그 반대다. 이 방식은 1903년 도입됐다. 굴뚝에는 두 대의 특수 난로가 연결돼 있는데, 하나는 투표용지를 태우고 다른 하나는 연기 색을 조절하는 데 사용된다. 1978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선출 당시 회색빛 연기로 혼선이 빚어지자 2005년 콘클라베부터는 화학 물질을 사용해 연기 색깔을 또렷하게 했고, 교황 선출을 알리는 종도 같이 치도록 보완했다. 20세기 들어 새 교황을 선출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사흘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2005년과 2013년 콘클라베에선 모두 투표 둘째 날에 흰 연기를 볼 수 있었다. 연기는 추기경단의 투표 횟수에 맞춰 두 번 피워올린다. 정오와 오후 7시 이전에 연기가 피어오르면 새 교황 선출을 알리는 흰 연기일 가능성이, 그 이후라면 검은 연기일 가능성이 높다.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새 교황이 나셨다)선거인단이 3일간의 투표에도 교황 후보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최대 하루의 휴식 시간이 주어지고, 유권자들 간의 자유로운 토론, 그리고 투표권이 없는 원로 추기경의 짧은 영적 권고가 이어진다. 새 교황이 뽑히면 추기경단 단장은 선출된 추기경에게 수락 여부와 앞으로 교황으로서 어떤 명칭을 사용할지 묻는다. 이어 수석 추기경(프로토 디콘 추기경)이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 나가 “하베무스 파팜”을 외쳐 새 교황의 탄생을 선언한다. 이후 새 교황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전 세계인에게 첫 사도적 축복인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를 내린다. ‘우르비 엣 오르비’는 ‘로마 도시와 전 세계에’라는 뜻이다. 고대 로마제국은 세계를 ‘우르비’(Urbi)와 ‘오르비’(Orbi)로 구분했다. 우르비는 황제와 교황이 사는 로마를, 오르비(Orbi)는 로마를 제외한 세계를 가리킨다. ●새 교황명은 요한? 프란치스코?역대 교황이 가장 많이 택한 이름은 요한이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요한을 기린 이름을 지금까지 총 21명의 교황이 사용했다.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경우 처음으로 ‘가난한 자들의 성자’라 불린 이탈리아 출신의 성인 프란치스코를 교황명으로 선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추기경들이 콘클라베 전체 80% 정도를 차지하는 만큼, 차기 교황도 프란치스코2세란 이름을 쓸 가능성이 있다. 앞서 지난 2023년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해외 사목 후 복귀 전용기 안에서 차기 교황이 요한이란 이름을 쓸 것이라 예상한 바 있다. ●새 교황 후보 1위 파롤린(이탈리아), 2위 타글레(필리핀)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3개 도박 사이트를 분석한 기사에 따르면 피에트로 파롤린(이탈리아) 추기경이 28%로 교황 후보 1위다. 2위는 18%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필리핀) 추기경, 3위 마테오 주피(이탈리아) 추기경 10% 순이다. 교황청 공식 매체인 바티칸 뉴스는 6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지에 따라 이번 콘클라베는 그 어느 때보다 유럽 중심적이지 않을 것이며, 주변부로 ‘관대한’ 시선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기 교황에 걸린 도박 금액은 최소 1900만달러(약 264억원)이다.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당시 금액(물가상승률 조정 후)의 50배에 육박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 가톨릭교회 최고지도자를 뽑는 경건한 의식에 도박은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교황 선출을 예측하는 베팅의 역사는 최소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1503년 콘클라베에서도 로마 금융인들이 이를 주관했고, 1591년에는 그레고리오 14세 교황이 교황 선출을 놓고 돈을 거는 행위를 금지하는 칙령을 내릴 정도로 성행했다”고 전했다.
  • 세속적 출세, 반체제 고발… 나와 또 다른 나 ‘두 겹의 삶’ [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세속적 출세, 반체제 고발… 나와 또 다른 나 ‘두 겹의 삶’ [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스페인의 거장 프란시스코 고야(1746 ~1828)의 이름 앞에는 ‘두 얼굴의 화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는 40대 중반부터 말년까지 30여년간 빛과 어둠처럼 대조되는 두 개의 삶을 살며 전혀 다른 두 개의 화풍을 창조했다. 하나는 스페인 왕실과 귀족들의 총애를 받으며 당대 권력의 영광과 사치를 화폭에 담아낸 성공한 궁정화가의 삶이고, 다른 하나는 시대의 광기를 증언한 작품을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과 탐욕, 폭력의 실체를 고발한 반체제 선동가의 삶이었다. 이처럼 한 예술가의 내면에 사회질서에 순응하는 출세주의자와 반체제 고발자가 공존하며 상반된 작품세계를 오랜 기간 유지한 사례는 미술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과연 무엇이 고야로 하여금 모순적인 두 개의 자아를 품은 채 살아가게 했을까. 그가 남긴 명언들을 단서 삼아 이중성의 비밀을 추적해 보자. 첫 번째 명언- “이것을 나는 보았다(Yo lo vi).” 고야는 프랑스군에 점령당한 스페인에서 벌어진 전쟁의 광기를 기록한 판화 연작 ‘전쟁의 참상’에서 “이것을 나는 보았다”고 적었다. 이 간결한 문장은 자신이 직접 보고 경험한 진실만을 그리겠다는 예술가적 선언이다. ‘작품 1’은 그의 신념이 회화로 구현된 걸작이다. 작품 제목인 ‘1808년 5월 3일’은 나폴레옹 군대에 저항하다가 진압된 마드리드 시민들이 프랑스군에게 학살당한 날이다. 어둠 속에서 밝은 램프 불빛이 하얀 셔츠와 노란 바지를 입고 두 팔을 양옆으로 벌린 한 남성의 몸을 정면에서 비추며 그가 처형 직전에 느낀 공포와 저항의 몸짓을 강조한다. 흙바닥에는 피에 젖은 시신들이 쌓였고 스페인 포로들이 언덕 아래에서 두려움에 떨며 처형대로 올라오고 있다. 화면 오른쪽에 묘사된 프랑스 군인들은 일제히 포로들에게 총을 겨누는 사격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그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고야는 프랑스 병사들을 익명화함으로써 폭력이 특정 군대만이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인류의 보편적 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군인들의 얼굴을 가리면 포로들의 표정과 자세에 관객의 시선이 집중돼 피해자들의 공포와 절망에 몰입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즉 고야는 관객이 폭력의 참상을 직접 겪은 목격자이자 증언자가 되기를 원했다. 이 작품은 역사적 기록을 넘어 근대 예술가로서는 최초로 폭력의 민낯을 예술로 증언한 고야의 선구자적 역할을 잘 보여 준다. 다음으로 고야가 빛과 어둠의 두 화풍을 창조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자. 고야의 전반기는 출세욕과 사회적 성공에 대한 열망이라는 특징을 보인다. 스페인의 작은 마을 푸엔데토도스에서 가난한 금세공사의 아들로 태어난 고야에게 예술은 사회적 지위를 상승시킬 수 있는 절실한 수단이었다. 그는 궁정화가라는 목표를 향해 뛰었고 마침내 1786년 국왕 카를로스 3세의 전속 화가로 임명되는 영예를 안았다. 당시 고야가 세속적 성공을 얼마나 갈망했는지는 친구 마르틴 사파테르에게 보낸 편지에서 드러난다. “나는 이제 부러워할 만한 생활 방식을 확립했네. 나는 더이상 누군가의 대기실에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네. 누구든 나에게 무언가를 원한다면 직접 나를 찾아와야 하네.” 그러나 불타는 야망을 실현시킨 고야의 삶과 작품세계는 두 번의 충격적인 사건을 계기로 극적으로 변화한다. 첫째는 고야가 안달루시아 여행(1792~1793) 중 앓았던 수막염으로 추정되는 심각한 질병이다. 고야는 사파테르에게 보낸 편지에 고열과 두통, 현기증, 환청 증상과 실패한 전기요법 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적었다. 충격을 받은 사파테르는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고야의 병이 너무 무서운 만큼 과연 회복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 슬픔을 감출 수 없다”며 고야가 거의 죽음 직전에 이르렀음을 증언했다. 47세의 고야는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영원히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됐다. 그는 세상의 소리를 차단당한 침묵 속에서 고립감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청각 상실은 고야의 시선을 인간 존재의 어두운 심연으로 향하게 했고 그의 화풍은 화려한 로코코에서 풍자와 악몽, 고통의 이미지로 전환됐다. 둘째는 고야의 조국을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나폴레옹 군대의 스페인 침공(1808~1814)이었다. 고야는 스페인 독립전쟁으로 불리는 사회적 격변기 동안 친프랑스 정권하에서 궁정화가의 직위를 유지했지만 자국민들이 겪는 비극을 직접 목격했다. 그는 인간의 파괴적 본성과 권력의 잔혹함, 사회적 타락을 직접 보고 듣고 느낀 후 이를 예술의 언어로 기록하고 증언했다. 화려한 궁정화가에서 진실을 고발하는 예술가로 전환한 그의 예술관이 “이것을 나는 보았다”는 문장과 ‘1808년 5월 3일’에 집약됐다. 두 번째 명언- “회화에는 규칙이 없다. 모든 사람이 같은 길을 따라야 한다는 억압이나 노예적인 의무는 어려운 예술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에게 가장 큰 장애물이다.” 고야가 1792년 산 페르난도 왕립미술아카데미에 제출한 보고서에 담긴 글이다. 당시 고야는 왕립미술아카데미 회원에 만장일치로 선출된 경력을 가진 기득권 위치에 있던 화가였다. 그런데도 그는 아카데미가 제시한 엄격한 규칙과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표현과 진실을 추구했다. 창작의 자유와 독창성을 강조했던 그의 예술철학은 스페인 왕실 공식 초상화 중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 2’에 반영됐다. 고야가 수석궁정화가로 임명된 직후 제작된 이 작품은 왕가의 위엄과 권위를 초상화에 담아내야만 했던 공식적 임무를 수행한 결과물이다. 왕실 초상화의 형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고야만의 독창적 시선과 예술적 독립성을 드러내고 있다. 고야는 왕족들의 화려한 의상과 보석, 훈장 등을 정교하게 묘사해 자신들의 부와 지위를 과시하기를 원하는 주문자의 요구를 만족시켰다. 이와 동시에 뛰어난 관찰력을 바탕으로 왕족들을 이상화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각 인물의 개성과 심리, 심지어 허영심이나 미묘한 긴장감까지 포착했다. 더 나아가 궁정 초상화의 엄격한 구성 규칙에도 도전했다. 일반적으로 화면 중앙에는 최고 권력자인 왕이 위치하는데도, 이 그림에서는 당당한 자세와 거만한 표정의 왕비가 초상화의 중심을 차지하며 국왕보다 더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왕의 매부리코와 앞으로 튀어나온 배는 미화되지 않았으며 그의 시선은 정면을 향하지 않고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이는 역사에 기록된 왕비의 실권 장악과 허수아비 군주나 다름없었던 국왕 등 정치적 현실을 반영한다. 왕족들은 한자리에 모여 있지만 정면을 응시하는 대신 시선이 흩어져 있고 표정에 생기가 없다. 이는 궁정 초상화의 관례에서 벗어난 혁신적 시도로, 고야가 아카데미가 요구한 노예적 의무를 거부하고 독창적 표현 방식으로 동시대 인물들을 해석하고 배치했음을 보여 준다. 이 초상화가 그려진 18세기 후반 스페인은 격동의 시기였다. 내적으로는 사치와 허영에 빠진 왕족, 귀족·성직자 계층이 사회를 지배했고 외적으로는 나폴레옹의 야망이 위협으로 다가왔다. 고야는 왕족들의 내면을 포착한 인물 묘사와 혁신적 구도를 통해 화려한 겉모습 이면에 숨겨진 부르봉왕조의 부패와 인간적 결함, 권력의 허상을 왕실 초상화를 통해 보여 줬다. 고야는 수석궁정화가라는 최고의 영예를 누리면서도 권력에 아첨하거나 관습에 순응하지 않았다. 그가 친구 사파테르에게 보낸 편지에 “나는 항상 내가 원하는 것을 동일한 진지함을 가지고 작업하며, 어떤 적에게 맞출 필요가 없고, 누구에게도 예속되지 않을 것이네”라고 썼듯 자신의 신념을 지켜 냈다. 이 왕실 초상화는 고야가 궁정의 요구와 예술가의 자율성을 지키려는 내적 요구 사이에서 스스로 길을 개척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다. 세 번째 명언- “이성의 잠은 괴물을 낳는다.” 고야가 남긴 발언 중 가장 유명한 이 명언은 판화 연작 ‘로스 카프리초스’ 중 43번 그림 왼쪽 아래에 적은 문장이다. 이 연작은 18세기 말 스페인 사회에 널리 퍼졌던 무지, 종교적 광신, 상류층의 부정부패 등을 고야가 계몽주의적 시각에서 경고하고 비판한 내용을 담고 있다. ‘작품 3’은 고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책상에 엎드려 잠든 모습을 보여 준다. 남성은 깊은 잠에 빠져 이성적인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이며 올빼미, 박쥐, 살쾡이 등 불길한 야행성 동물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니며 그를 둘러싸고 있다. 기괴한 생명체들은 작가의 내면에 도사린 악몽이자 이성이 부재할 때 나타나는 온갖 악덕과 어리석음을 상징한다. 고야는 이 판화에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여 그 의미를 구체화했다. “이성이 버린 상상력은 있을 수 없는 괴물을 낳지만 이성과 결합된 상상력은 예술의 어머니이자 경이로움의 원천이다.” 즉 이성이 깨어 있는 상태에서 상상력은 예술을 창조하는 동력이 되지만, 이성이 잠들어 상상력만이 제멋대로 날뛸 때는 비합리적이고 파괴적인 괴물들이 생겨난다는 의미다. 프랑스의 문학가 앙드레 말로가 “현대 미술은 고야로부터 시작됐다”고 단언했듯 이 작품은 이성을 강조한 계몽주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동시에 인간 내면의 어두운 심연과 상상력의 힘을 예술로 제시한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품 4’는 여든을 앞둔 고야가 그린 마지막 자화상이다. 가난한 장인의 아들로 태어나 네 명의 왕을 거치며 수석궁정화가의 지위에 올랐던 고야는 이 작품에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는 제목을 붙였다. 두 지팡이에 의지해 간신히 서 있는 쇠락한 육신 너머로 세상을 꿰뚫어 보는 노화가의 눈빛이 관객을 응시한다. 고야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품고 있었다. 그는 1825년 호아킨 마리아 페레르에게 보낸 편지에 “나는 시력도 약해졌고 손도 떨리고 펜이나 잉크병도 없다. 나는 모든 것이 부족하고 오직 의지만이 남았을 뿐이다”라고 썼다. 세속적 성공을 좇던 출세주의자의 삶과 시대의 어둠을 증언한 비판적 선동가의 삶을 함께 살아온 고야는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는 단 한 문장으로 자신의 예술 여정을 완성했다.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
  • 갤러리 비선재, 강민수·김중백 개인전 ‘달 아래 흰 그릇’ 개최

    갤러리 비선재, 강민수·김중백 개인전 ‘달 아래 흰 그릇’ 개최

    강민수, 조선백자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김중백, 결과와 목표를 초월하는 수행적 세계 비선재, 5월7일부터 6월 13일 전시 갤러리 비선재는 오는 7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3길 갤러리 비선재에서 강민수 도예가와 김중백 화가의 전시회 ‘달 아래 흰 그릇’과 ‘환원’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두 작가의 작품 세계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지금은 잊힌 고요와 순수, 그리고 존재의 근원을 일깨우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마련됐다. ‘달 아래 흰 그릇’과 ‘환원’이라는 전시 제목은 두 작가가 각각 다른 재료와 방법으로 접근하면서도, 깊은 곳에서 하나의 대화를 나눈다는 뜻을 담고 있다. 백자의 침묵과 회화의 비움, 질료의 무게와 정신의 청정함이 맞닿아, 관람객을 존재의 근원으로 이끈다. 강민수 작가는 흙과 불, 물과 공기라는 근원적 요소를 다루며, 조선백자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온 도예가다. 그의 작품은 완벽을 지양하는 비정형성과 자연의 조화로움을 품으며, 달빛을 머금은 듯한 백자의 투명성과 고요함을 지닌다. 강민수 작가의 ‘2502-3’은 그가 오랫동안 천착해 온 백자 세계의 현대적 계승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이 달항아리는 전통 조선백자의 미학을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현대 조형언어로 재해석하려는 섬세한 감각을 담아낸다. 김중백 작가는 대형 캔버스 위에서 무심히 그리고 지우는 반복 과정을 통해, 결과와 목표를 초월하는 수행적 세계를 펼친다. 그는 인도, 네팔, 태국에서의 체류 경험을 통해 터득한 청정한 심성을 바탕으로, 물질적 한계를 넘어선 자유로운 창작의 가능성을 탐구해 왔다. 김중백 작가의 2024년 신작 ‘Macrocosm’은 그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수행적 회화의 깊이를 집약하는 대표적 작품이다. 전통적인 구성이나 기획을 거부하고, 오롯이 특별한 그리기(긋기, 흘리기, 낙서)와 지우기라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생성과 소멸의 흔적을 쌓아 올린다. 갤러리 비선재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오늘날의 미술이 회복해야 할 본질적 울림을 담아내며, 자연성과 정신성, 물성과 비물성의 경계에서 사유하는 시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 “한국서도 응원합니다”…‘트럭걸’ 27세 日여성 화제인 이유

    “한국서도 응원합니다”…‘트럭걸’ 27세 日여성 화제인 이유

    트럭 운전사로 6년 동안 일해온 20대 일본 여성이 자신이 운송업계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경험을 영상으로 만들어 공유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키가 146㎝에 불과한 27세 일본 여성 카나는 지난 6년 간 장거리 트럭 운전사로 일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제작해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트럭걸 카나채널’은 현재 약 23만명의 구독자수를 보유하고 있다. 카나는 지난 2020년부터 꾸준히 운송업계에서의 경험을 기록한 영상을 공유해 왔으며, 이 영상들은 일본 물류 업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앞서 중학교 시절 축구팀 선수로 활동했던 카나는 이삿짐센터와 물류 창고 등에서 아르바이트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그는 운송업계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졸업해 미용 학교에 입학했지만, 곧 미용이라는 직업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카나는 육체적으로 힘들지라도 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직업을 찾게 됐다. 운전 교육을 받으면서 트럭 운전에 대한 열정을 발견한 카나는 트럭 운전을 직업으로 삼기로 결심했다. 이후 중형 트럭 운전을 시작한 그는 이제 6년 차 ‘베테랑’ 트럭 운전사가 됐다. 현재 카나는 일본의 양대 도시인 사이타마와 교토를 잇는 정기 배송 노선을 관리하고 있는데, 평일에는 13시간이나 걸리는 장거리 운전으로 인해 일주일에 한 번만 집에 갈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물류 업계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으며, 자신의 열정과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는 기존의 직업 고정관념을 깨고 더 많은 젊은이가 물류 업계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카나는 “물류는 나이 든 사람들의 노동력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면서 “사람들이 이 일이 매력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러한 카나의 사연은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한 누리꾼은 “대형차를 운전하는 여성의 모습이 감동적”이라면서 “한국에서도 지켜보고 있다. 든든한 여성 운전자들을 응원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여성 운전자 수가 늘어나게 되면 좀 더 개방적인 근무 환경을 갖추고, 여성 운전자들을 평등하게 대우하는 기업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요금 안 받아요” 경남 산청군, 농어촌버스 전면 무료화

    “요금 안 받아요” 경남 산청군, 농어촌버스 전면 무료화

    경남 산청군이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농어촌버스 전면 무료화에 나섰다. 산청군은 지난 1일 산청터미널 앞에서 ‘산청군 농어촌버스 무료화 출범식’을 열었다고 2일 밝혔다. 앞서 산청군은 2021년 1월 버스요금 1000원 단일화를 진행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사회보장제도 협의, 조례 제정·군의회 의결 등 행정절차를 거친 후 도내 최초로 무료버스제도를 시행한다. 무료 농어촌버스는 하루 14대 운영한다. 군은 이번 농어촌버스 전면 무료화는 군민 교통비 부담을 경감하고 읍면 간 이동 편의성을 높여 전통시장과 지역 상권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전한 대중교통 문화’ 확산도 기대한다. 승객들이 별다른 절차 없이 무료버스를 타고 내릴 수 있어 승하차 시간이 단축되고 두 손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자리에 앉을 수 있어서다. 군은 사고 위험이 줄고 고령층·장애인 등 교통약자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이승화 군수는 “군민 누구나 자유롭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해 왔다”며 “앞으로도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 환경 조성 등 교통 복지 실현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경총 “尹정부에 기업 규제·애로 567건 개선 건의…131건 수용”

    경총 “尹정부에 기업 규제·애로 567건 개선 건의…131건 수용”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윤석열 정부 집권 기간인 2022년 5월부터 2024년까지 현장의 불합리한 규제·애로 567건을 발굴, 정부에 개선을 건의했고 이 중 131건이 수용(일부 수용 포함)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30일 밝혔다. 경총은 이날 규제개혁 핫라인을 통해 신산업, 노동, 안전, 환경, 경영 등 전 분야에 걸쳐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제약하거나 투자 확대를 저하하는 규제·애로를 발굴, 정부에 전달해 이 같은 성과를 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화 상영 인력의 자격요건이 완화된 것이다. 기존에는 영화 상영 인력의 자격은 국가기술자격증(영사산업기사, 영사기능사)을 취득해야 했지만 영화비디오물법 개정으로 영사 교육 수료자도 영화 상영을 허용했다. 또한 기업에서 하나의 차량을 낮에는 택시, 밤에는 택배차 등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혁신 모빌리티인 ‘이지스왑’ 기술 차량을 개발 중이지만 용도별 번호판이 필요하게 되는 등 제약이 따랐다. 이에 자동차관리법, 제작자동차 인증 및 검사 방법과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이 개정될 예정이다. 자율운항선박 실증을 위한 제도도 신설됐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무인으로 스스로 최적 항로를 설정·항해하는 첨단 선박 기술이 개발 중이지만 승무 인원 기준 등 관련 규정이 미비한 점을 경총이 지적했고 자율운항 선박 규제 특례 등 자율운항선박법이 제정·시행됐다. 개별소비세 면세 온라인 신청도 허용됐다. 기존에는 기업이 신제품·신기술 개발을 위해 수입한 시험·연구 목적용 차량의 개별소비세를 면세를 위해선 담당자들이 세관에 직접 방문해야 했는데 건의 결과, 온라인 신청과 승인 절차가 올해 하반기에 도입된다. 수출 기업의 관세 환급 정정 시 전자신고도 허용될 예정이다. 건설기계 시정조치 보고제도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현재는 차량 등 건설기계가 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거나 결함이 발생하면 리콜 등의 시정조치를 해야 하고 조치가 끝날 때까지 분기별로 진행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차량이 말소·폐기되거나 차량 소유자가 리콜하지 않으면 기업이 규제에 따라 시정조치가 끝날 때까지 계속 보고해야 하는 애로가 있었는데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이 추진될 예정이다. 이밖에 대여사업용(렌터카) 차량의 결함 사실이 공개된 후 대여 중인 차량에 결함이 있으면 임차인에게 무상 수리 및 리콜을 통지할 수 있게 제도 개선도 이뤄진다. 김재현 경총 규제개혁팀장은 “일부 개선 사례 외에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굵직한 규제들이 남아있다”며 “글로벌 무역규제 강화 등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들이 혁신과 도전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中여행 가이드가 쌍욕·협박” 초저가 패키지 옵션 강매 폭로했다가 2차 피해

    “中여행 가이드가 쌍욕·협박” 초저가 패키지 옵션 강매 폭로했다가 2차 피해

    30만원짜리 장자제 패키지 여행 간 유튜버공항서 타사 현지 여행 가이드와 시비 붙어장자제 가이드는 “당신 소문 다 났다” 경고“사람 불러 뒤지게 해드릴까” 댓글도 달려앞서 칭다오 여행선 45만원 옵션 강매당해B사 “현지 업체에 욕설 가이드 교육 요청” 국내 유명 여행사의 초저가 패키지 상품으로 간 중국 여행에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옵션 강매를 당한 여행 유튜버가 이 일을 폭로했다가 또 다른 패키지 여행에서 현지 여행 가이드들로부터 욕설과 협박 등 2차 피해를 겪었다고 토로했다. 구독자 13만명을 보유한 여행 유튜버 레리꼬(본명 이재호)는 지난 29일 이같은 피해 사실을 담은 약 29분 분량의 영상을 자신의 유튜버 채널에 올렸다. 레리꼬는 빼어난 경관으로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중국 장자제(장가계)를 최근 4박 5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A사에서 판매하는 29만 9000원짜리 패키지 상품을 통해서였다. 부푼 마음으로 떠난 여행은 그러나 현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악몽으로 변했다. 출국장에서 한국 손님들을 기다리던 가이드들이 자신을 째려보면서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는 게 레리꼬의 주장이다. 레리꼬가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공항에서 난데없이 B사의 현지 가이드 C씨가 “왜 나를 보느냐”며 레리꼬에게 쏘아붙였다. 레리꼬는 “그냥 지나간 것”이라고 했지만, C씨는 특유의 억양이 섞인 한국어로 “봤잖느냐”며 계속 따져물었다. 이에 레리꼬는 “왜 이렇게 시비조로 말씀하시냐”고 했고, C씨는 “저랑 눈길이 마주쳤잖냐”라고 대꾸했다. 두 사람의 언쟁이 이어지던 중 C씨는 급기야 “××, × 같은 ××가”라며 쌍욕을 퍼부었다. 레리꼬가 공항에 도착한 지 10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후 숙소에 도착한 레리꼬는 방으로 찾아온 A사 현지 가이드 D씨로부터 레리꼬가 지난달 올렸던 패키지 옵션 강매 폭로 영상이 현지 가이드들 사이에서 퍼졌고, 이로 인해 C씨와 시비가 붙게 된 것이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앞서 레리꼬는 지난달 9일 ‘B사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상품을 팔았을까’라는 영상을 올렸다. 초저가 패키지 여행의 실태를 폭로한 이 영상은 이날까지 조회수 119만건을 기록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당시 레리꼬는 18만 9000원에 2박 3일 중국 칭다오(청도) 여행 패키지를 구매했다. 해당 여행에서 만난 현지 가이드 E씨는 숙소로 가는 버스에서 여행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 대신 옵션에 대한 설명만 하면서 “기본 일정만으로는 시간이 많이 남는다”며 옵션을 강요했다고 레리꼬는 전했다. 레리꼬의 영상에서 E씨는 “그래도 가이드가 나왔는데 기본적으로 이 정도는 맞춰야만 제가 적자를 안 보는 선에서 좋은 거다”라며 유료 옵션을 선택해달라고 계속 요구했다. 해당 패키지 일행 8명은 결국 45만원짜리 추가 옵션을 선택했다고 한다. 옵션 가격이 패키지 판매가보다 2배 이상 비싼 셈이었다. 반강제로 옵션을 구매하게 된 것도 문제였지만, 그조차도 돈값을 하지 못했다. 예컨대 35달러(약 5만원)에 추가 옵션으로 선택한 칭다오 유명 관광지 ‘불야성’에 갔을 때 E씨는 “개인적으로 오면 입장료가 얼마냐”는 레리꼬의 질문에 “아마도 1만 6000원 정도”라고 더듬대며 답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불야성은 입장료가 없는 무료 관광지였다. 장자제 여행 현지 가이드 D씨는 레리꼬와 무려 1시간 동안 얘기를 나누면서 “좋게 편집해 달라. 장자제는 산적도 많고 무서운 동네다”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또 가이드 단톡방에 레리꼬 사진이 공유된 것을 보여주면서 “당신 여기서 다 소문났다. 조심해라” 등 얘기도 했다고 한다. 레리꼬는 이번 장자제 여행에서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옵션 선택만 있었지 옵션 강매는 없었다고 했다. 다만 D씨가 찾아와 “(지난 영상 때문에) 막대한 손실을 입은 여행사는 무슨 죄냐”, “(레리꼬가 있어서) 이 팀도 진행하기가 조금 어렵다” 등 말을 하는 일이 수차례 있었다. 레리꼬는 여행 후반 하루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충격적인 댓글 하나를 받기도 했다. 누군가가 레리꼬 유튜브에 “현재 장자제에 있지? 사람 불러 뒤지게 해드릴까”라는 댓글을 단 것이다. 레리꼬는 이와 관련, 장자제 여행을 온다는 사실을 지인 몇 명한테만 말했을 뿐 소셜미디어(SNS) 등에 올리지 않았다면서 자신의 신상을 파악하고 있는 현지 가이드들이 위치까지 공유하면서 협박하고 있다는 생각에 너무 무서워졌다고 했다. D씨는 이날 밤 유독 레리꼬에게만 따로 나가서 술을 마시자고 요청했다. 레리꼬가 피곤하다며 거듭 거절했지만, “양꼬치집에 얘기 다 해놨다”면서 계속 졸랐다. 끝내 거절하고 숙소에 들어간 레리꼬에게 다시 찾아와 방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겁에 질린 레리꼬는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상황을 알리는 등 혹시 모를 위급 상황에 대비했다. C씨의 욕설 논란과 관련, B사 관계자는 서울신문에 “현지 협력업체에 소속된 C씨가 욕설을 한 부분은 저희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현업 부서를 통해 현지 협력업체로부터 경위서를 받았고, 해당 업체에 바로 가이드 교육 등을 강하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B사 관계자는 현지 여행을 진행하는 이른바 ‘랜드사’가 패키지 여행객들에게 옵션 구매를 반강요하기도 하는 업계 관행에 대해선 “사실 중국·동남아 등지에선 저가형 상품이 여전히 판매되고 있는 부분이 있지만, (B사는) 지난해부터 수요가 있음에도 (저가형 상품) 판매를 줄이고 노팁·노옵션 프리미엄 상품 판매를 확대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달 (레리꼬의 칭다오 패키지 폭로) 이슈 이후엔 내부적으로 저가형 상품 판매를 하지 말자는 논의가 나오기도 했다”면서 “저가형 상품 비중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영상을 본 일부 네티즌들은 레리꼬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현지 가이드와 시비가 붙은 것은 A사 측에서 레리꼬가 패키지에 참가했다는 정보를 가이드에게 미리 공유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레리꼬 역시도 이같은 의심을 품었다. 이와 관련, A사 관계자는 “레리꼬의 지난 영상이 업계에 알려진 것은 맞지만, 레리꼬의 본명 등 신상은 알지 못했고 장자제 패키지를 구매했다는 것도 몰랐다”며 “사건 당일 현지 가이드가 ‘C씨와 레리꼬 간에 시비가 붙었다’는 내용을 보고해 상황을 파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랜드사의 옵션 판매 관행과 관련, A사 관계자 역시 “궁극적으로 그런 부분은 없어져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저희 여행사의 경우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최광숙 칼럼] 한덕수 역할은 ‘전환기 리더십’

    [최광숙 칼럼] 한덕수 역할은 ‘전환기 리더십’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금명간 그는 권한대행직 사퇴 후 무소속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 대행은 다음달 3일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확정되면 그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하고, 여기에서 한 대행이 이긴다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하지만 대통령이 탄핵된 정부의 2인자로서 한 대행은 결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저 “대통령 한번 해보겠다”는 대권놀이를 할 생각이라면 일찌감치 출마의 뜻을 접기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왜 이 혼란한 정국에 평생 관료로 지내다 갑자기 대선에 출마하는지 분명한 명분이 있어야 하고, 국민들의 공감도 얻어야 한다. 자신을 향한 따가운 시선을 뛰어넘는, 국가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 역시 정치권의 필요에 따라 동원된 ‘실패한 용병’이 될 수 있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에서 경제통상 전문가인 그의 능력은 경제 위기 극복에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 대행이 다분히 정치공학적 논리인 ‘반(反)이재명’ 세력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것 역시 필요충분 조건이 될 수 없다. 그 구호가 탄핵 사태로 결딴난 나라를 추스르고 새 정치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는 시대정신을 온전히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전환적 격변기에 대통령직에 오른 인물이 있다. 바로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그의 집권 시기는 국내적으로 권위주의에서 민주화 시대로, 국제적으로는 냉전에서 탈냉전으로 넘어가는 전환기였다. 그는 북방외교, 신도시 건설 등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대표적으로 저평가된 대통령이다. 하지만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을 “국내외적 혼란기에 정확한 국정 운영 방향을 제시한 ‘전환기의 리더십’을 보여 주었다”고 평가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남북기본합의서 추진 때도 김영삼·김대중 야당 총재의 의견을 반영하는 등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받아들인 것은 지금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권위주의 정권에서 문민통치로 이어지는 ‘다리’ 역할을 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당시 정치권을 잘 아는 인사는 “만약 전두환 전 대통령에서 바로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 이어졌다면 ‘정치적 내전’이 벌어질 수 있는 시절이었다. 하지만 부드러운 노 전 대통령을 중간에 거치면서 정치적 시한폭탄이 폭발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그때와 비슷한 전환기다. 자유무역체제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극단의 적대정치로 파탄 난 나라를 통합하고 정상화시킬 수 있도록 궤도 수정이 요구되고 있다. 구정치 체제와 결별하고 실종된 정치의 복원으로 새 시대를 여는 ‘중간 계투’(야구에서 선발과 마무리 투수 사이 중간 투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87년 헌법 체제의 낡은 옷으로는 한국 정치의 폐해를 치유할 수 없다는 것이 이번 탄핵 사태로 드러났다. 제왕적 대통령과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한 제왕적 야당이 사사건건 대립·충돌하는 정치구조가 5년 대통령 단임제의 귀결이기 때문이다. 5년 단임제에서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가 불일치해 여소야대 정치지형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정국 혼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대통령과 의원 임기부터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한 대행은 국가 개조를 위한 개헌의 소명 의식 때문에 출마한다는 뜻을 밝히고 ‘대통령 임기 3년 단축’ 개헌을 내세워야 출마의 명분이 생긴다. 새 헌법 아래 당선된 다음 대통령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과도기 대통령’이 자신의 역할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반이재명’을 넘어 ‘개헌 빅텐트’의 길이 열려 정치체제 개혁을 추진할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보수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합리적 진보의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전 총리, 개헌 운동을 하는 정대철 헌정회장 등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같이 정치 양극화로 분열된 사회에선 누구라도 ‘전환기 리더십’ 역할만 제대로 해내도 정치사에 남을 수 있다. 그가 이런 비전으로 다른 대선 후보들에게도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다면 그의 출마는 정치적 의미를 충분히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최광숙 대기자
  • [데스크 시각] 모든 것이 가능하다

    [데스크 시각] 모든 것이 가능하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 며칠 전 법조계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그날은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을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한 날이었다. 당연히 화제는 ①대법 전합 회부와 이례적인 속도전이 유력 대선 후보인 이 후보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②조희대 대법원장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③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검찰개혁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였다. 첫째, 당내 경선에서 90% 가까운 득표율을 얻으며 점점 목적지가 보이는 이 후보 입장에서 갑작스러운 대법원의 결단이 달가울 리 없다. 대선 전 결론이 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던 사건이었는데 갑자기 ‘위험 요소’가 생긴 셈이니 말이다. 물론 2심 무죄 결론에 쐐기를 박으면 대선 행보에 날개를 달 수도 있다. 하지만 대법원의 속도전이 의아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소부도 거치지 않고 당일 전합 회부까지 한 데다 일사천리로 사흘 새 두 번이나 심리를 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12명 대법관 중 6표만 확보하면 판결을 다시 뒤집을 수 있다는 계산에 기대하는 모습도 보인다.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된다면 어떤 여파를 몰고 올지 모른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파기자판’(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은 없을 거라 확신하느냐고 물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로 ‘이제 안 되는 건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며 한 농담이었지만 그만큼 모든 상황이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말이기도 했다. 둘째, 이례적으로 이런 결정을 한 대법원장의 속내는 무엇일까. 임기 초부터 강조했던 ‘1심은 6개월,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안에 끝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원칙을 지키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1, 2심 결론이 엇갈린 상황에서 대법원의 권위를 지키고 헌법재판소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시비를 차단한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어차피 선거 전 결론이 나기 어려운 걸 알 테니 보여 주기식 행보에 불과하다”고도 한다. 셋째, 그럼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이 후보가 당선되면 검찰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복귀하며 미뤄진 인사가 시작될 거란 소문도 한때 돌았지만 수사 담당 기관과 기소·공소 유지·담당 기관을 분리해야 한다는 이 후보의 발언 이후 전망은 다 멈췄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후보들이 이미 검찰 수사권 및 조직 구성 문제와 관련한 여러 청사진을 밝힌 이상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검찰 조직에 쏠린 비대한 권력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다만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예컨대 기소청-공소청-수사청으로 나눌 것이라면 정말 제대로 해야 한다. 기소청이 정치적 외압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클 것이다. 전문 인력 구성도 문제다.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해 충분한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난관이 적지 않을 것이다. 권한과 책임을 사전에 명확히 밝히는 법률 마련도 꼼꼼하게 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통해 독자적인 수사기관이 적절한 인력을 갖추지 못했을 때, 법에 구체적인 수사 권한조차 정확히 규정돼 있지 않았을 때 얼마나 사회적 혼란을 부르고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는지 수년간 지켜봐 왔다. 공수처를 하나 더 만드는 수준이 된다면 하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비상계엄 수사·기소 과정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출범 등에 따른 구조적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건 사실이다. 검찰개혁을 정말 하려면 기존에 지적돼 온 미비점을 제대로 보완해야 공수처 같은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 백민경 사회부장
  • “기자들 통신기록 뒤지겠다”…‘언론 제보자’ 또 색출한다는 트럼프 정부

    “기자들 통신기록 뒤지겠다”…‘언론 제보자’ 또 색출한다는 트럼프 정부

    출범 100일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기 시절 언론 입에 물렸던 ‘재갈’을 다시 꺼내 들었다. 25일(현지시간) 팸 본디 미국 법무부 장관은 민감 내용 보도시 언론사에 정보를 제공한 제보자를 색출하기 위해 기자들의 통신 기록을 뒤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1기 당시 미국 법무부는 WP, CNN, 뉴욕타임스(NYT) 등에 소속된 기자들의 전화 사용 기록과 이메일 기록을 수색해 정부 내 제보자 색출을 시도한 바 있다. 이 때 시작된 제보자 색출 수사는 조 바이든 집권기인 2022년까지 이어지다가, 메릭 갈런드 당시 법무장관이 연방검사들에게 이런 방식의 수사를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중단됐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날 본디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 발생한 ‘정부 정보 유출’ 사례를 거론하면서, 정책 변경 방침이 담긴 공문을 하달했다. 다만 그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언론”은 지지한다면서, 기자들의 통신기록 수색은 다른 수사 기법을 모두 시도해 본 뒤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또한 유출 정보 보도에 관해 기자들을 신문하거나 체포하려면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본디 장관은 “기성 뉴스 미디어의 특정 구성원들은 독립성이 없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언론 자유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들을 훼손하고 정부 기관들에게 피해를 주며 미국 국민들에게 해를 끼치는 미승인 정보 공개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방침에 언론은 반발했다. 맷 머리 워싱턴포스트(WP) 편집총국장은 성명서에서 “(언론 자유를 규정한 미국) 수정헌법 제1조는 우리 민주주의의 중심적 역할을 차지하며 모든 미국인들에게 보장된 헌법적 권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기자들을 소환하고 기자들의 통신기록을 수색하려고 하는 것은 독립적 언론에 필요한 이런 헌법적 권리를 위협하는 것”이라며 본디 장관의 방침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처럼 기성 언론을 “국민의 적”이라고 부르며 언론에 대한 탄압도 강화했다. AP통신이 보도 지침으로 쓰는 스타일북에서 멕시코만을 미국만이라고 변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AP통신 기자들의 백악관 접근을 제한했다. 또한 AP통신을 상대로 한 취재 제한을 해제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무시하고 AP통신 기자의 백악관 행사 참석을 막기도 했다. 반면 극우 유튜버의 백악관 출입·브리핑 취재는 허용하고 나섰다. 겨우 100일 밖에 되지 않은 트럼프 2기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洪·韓 ‘깐족 대전’…“대통령에 깐족대니 화내” “막말들이 깐족”(종합)

    洪·韓 ‘깐족 대전’…“대통령에 깐족대니 화내” “막말들이 깐족”(종합)

    국민의힘 대선 1차 경선 과정에서 ‘키높이 구두’와 ‘눈썹 문신’으로 날 선 신경전을 벌였던 한동훈·홍준표 후보가 이번에는 2차 경선 토론회에서 “깐족거린다”는 말로 서로를 세게 도발했다. 홍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당대표라는 사람이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깐족대면 대통령이 참을 수 있었겠나”라고 직격했고 한 후보는 “홍 후보가 페이스북에 썼던 여러 폄하하는 막말들이 깐족대는 거다”라고 맞받았다. 두 후보는 25일 서울 종로구 채널A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맞수 토론에서 ‘깐족’이라는 표현을 반복해 사용하며 서로를 공격했다. 홍 후보가 “내가 당대표였으면 계엄, 탄핵이 안 일어났다. 당대표는 대통령과 협력해야 한다”며 한 후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깐족댔다고 포문을 열었다. 토론을 이어가던 홍 후보가 “대통령한테 깐족대고 조롱한 일 없냐”고 하자 한 후보가 “깐족댄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냐. 계속 쓰는데 일상에서 다른 주변인들에도 쓰냐”고 발끈했다. 한 후보가 지난해 총선 패배 이후 홍 후보가 윤 전 대통령의 관저를 찾았던 일을 언급하자 홍 후보는 “대통령이 총선에서 이겼다면 한 후보를 총리에 임명하고 후계자 삼으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한 후보는 “1월에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사퇴 요구 받았다. 거짓말하면 안 된다”라며 “지금 후보님 하는 게 깐족거리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홍 후보가 “오늘 깐족거리면서 서로 토론해보자”고 하자 한 후보는 “저는 안 그러겠다. 저는 품격을 지키겠다”고 답했다. 한 후보가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3년 임기에 대해 토론하려다 “3년 제안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홍 후보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한 후보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고 하자 홍 후보가 “그런 식으로 하는 게 깐족거리는 거다”라고 얼굴을 붉혔다. 홍 후보가 반복해서 “깐족댄다”고 하자 한 후보도 자포자기한 모습을 보였다. 한 후보가 “다른 분에게 이렇게 안 해야 한다”고 하자 홍 후보는 “다른 사람에게 안 한다”고 했고, 한 후보는 “저한테만 그러는 거냐. 저한테는 그러셔도 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깐족 도발전’은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홍 후보는 “쓸데없는 소리를 밉살스럽게 구는 걸 깐족댄다고 한다”면서 “깐족거리며 토론하는 사람하고 더 이상 얘기하기 어렵다. 방송 그만하고 싶다”라고 화를 냈다. 핵 문제를 주제로 토론하다 한 후보가 ‘전술핵 배치를 어디에 할 거냐’ 묻자 홍 후보가 “됐다”며 넘어가려 했는데 한 후보가 집요하게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고 따지자 나온 반응이었다. 한 후보의 가족들이 익명 게시판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는 ‘당게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 후보가 “그게 비방글이냐”, “당게는 익명이 보장돼 자유로운 의견을 게시하는 거다” 등의 답변으로 말을 돌리자 홍 후보는 “말을 안 하는 거 보니 가족이 맞는 모양”이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홍 후보는 “2017년 자유한국당 대표로 복귀할 때 68% 지지를 받았다”면서 63%의 득표율로 당 대표에 당선됐던 한 후보에게 “자랑스럽게 얘기할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대표하면서 계엄도 모르고 당대표 시켜줬으면 일이나 잘해야지”라고 비꼬았다. 서로 꼬투리 잡고 말 끊기를 반복하며 자폭 토론을 이어가던 두 사람은 일부 주제에서 공통된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의 단일화에 대해 홍 후보는 “단일화 없이는 이재명과 대적하기 어렵다”고 했고 한 후보도 “어차피 이기는 선택을 할 것이고 경선 이후에도 여러 상황에 대처하겠다”며 열린 입장을 보였다. 윤 전 대통령의 출당 여부에 대해서도 홍 후보가 “본인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말하자 한 후보도 “저도 같은 생각이다”라고 했다. 토론 막판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정책 대화가 이어졌다. 홍 후보가 집권하면 6개월 내에 사형을 집행하겠다고 하자 한 후보는 “장관 시절 사형집행을 심각하게 고민했다”면서 사형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대통령이 되면 청와대로 집무실을 옮기겠다, 입시제도를 공정하게 바꿔야 한다, 교육감과 지방자치단체장이 함께 출마하는 러닝메이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 등에 대해서도 같은 의견을 보였다. 한 후보는 마지막 발언으로 “아주 보통의 하루를 정치가 지켜드리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다”면서 “저는 이기러 나왔고 이길 수 있다.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홍 후보는 “빈손으로 청와대 갔다가 빈손으로 나오겠다”면서 “이번에는 꼭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을 마쳤다. 국민의힘은 26일 김문수 후보와 안철수 후보, 한 후보, 홍 후보의 4인 토론회를 연다. 이후 27~28일 당원 50%·일반 국민 50%의 비율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최종 대선 후보를 가린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곧바로 대선 후보가 되고 없을 경우 2인으로 추려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결과는 오는 29일 오후 2시 발표된다.
  • 민주주의 위기 시대에 다시 읽는, 파리 날리는 임금님의 초상 [세책길]

    민주주의 위기 시대에 다시 읽는, 파리 날리는 임금님의 초상 [세책길]

    대한민국은 다시는 ‘개염병의 밤’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2024년 12월3일 이전까지 대한국민에게 계엄령이란 교과서에서나 봤던 ‘그땐 그랬다더라’ 하는 오래 전 일이었을 뿐이었다. 심지어 전두환이 이끄는 신군부조차도 국회의사당에 총을 든 군인을 보낼 생각은 못했다. 오프사이드 규정은 축구를 축구답게 하는 핵심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오프사이드를 어기면 아무리 멋있는 골을 넣어도 소용이 없다. 그런데 만약 오프사이드 규칙을 대놓고 어기는 팀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 순간 그 축구는 더이상 축구가 아니라 골목에서 아이들이 몰려다니는 공놀이와 다를 게 없어진다. 생각해보면 그 날 밤 계엄 포고령은 축구경기를 이기기 위해 오프사이드는 무시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천만다행으로 계엄은 막아냈고 반란 우두머리를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하지만 후유증은 만만치 않다. 많은 이들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충격을 받았다. 앞으로 언제라도 계엄령이, 법원에 몰려가 난동을 부리는 일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일부에선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하는데 사실 대다수 국민들에겐 ‘반란의 터널’을 통과하는 게 더 시급해 보인다. 자칫 극우파시즘이 조직화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무슨 일만 있어도 ‘이게 다 중국 때문’이라는 사람들과 ‘이게 다 동성애자 때문’이라는 사람들, 거기에 ‘이게 다 페미니즘 때문’이라는 사람들이 기묘한 동맹을 맺어 세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위기에 직면한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책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이럴 때 읽기에 딱 좋은 책이 <파리대왕> 아닐까 싶다. 길을 걷다 알라딘 중고서점이 나타나면 참새가 방앗간 못 지나가듯 기어코 들러서 뭐 재밌는 책 없나 둘러보곤 하는데, 얼마 전 우연히 눈에 띈 게 이 책이었다. 하필 민음사에서 펴내는 세계문학전집 가운데 하나라고 하니 더욱 믿음이 갔다. 마치 ‘공정과 상식’이 문제의 근원이란 생각은 못한 채 반란 우두머리를 지지했던 사람들처럼. 그 얘기는 뒤에서 다시 하겠다. <파리대왕>은 영국 소설가 윌리엄 골딩이 1954년 발표한 소설이다. 골딩은 사립학교 교사로 일하다가 43세에 그의 첫 장편이자 출세작인 <파리대왕>을 발표했다(영국에선 사립학교를 퍼블릭스쿨이라고 부른다.) 이 책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교사를 그만두고 전업작가가 된 골딩은 1983년에는 노벨문학상도 받았다. <파리대왕>이라고 하면 프랑스 파리를 떠올리기 쉬운데 사실 <파리대왕>은 죽은 돼지 머리에 파리가 꼬인 모습을 설명하면서 등장하고, ‘바알세불’이라는 악마를 의미한다고 한다. 현실 정치 은유하는 상징으로 가득 찬 소설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탄핵심판이 늦어지면서 온갖 얘기가 넘쳐나던 때 읽어서인지 <파리대왕>은 등장인물들부터 사건전개까지 어느 것 하나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전쟁이 한창인 와중에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무인도에 고립된 소년들이 조금씩 야만인으로 퇴보하는 과정을 읽다 보면 반란이 성공했으면 우리도 이런 꼴이 됐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된다. 이성과 양심을 모조리 내던지고 독재자로 군림하는 잭이라는 소년의 모습 역시 남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다. 특히 소년들이 무서워하는 ‘괴물’이라는 낯선 혹은 상상 속 존재가 독재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모습은 틈만 나면 적화통일 위협론 떠들다 요새는 중국음모론으로 갈아탄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소라는 대화와 타협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다. 소라를 들고 있어야 발언권을 가지도록 규칙을 만들었고, 그 규칙을 모두 인정할 때는 정치가 작동했다. 투표로 대장을 선출했다. “나 다음으로 얘기하는 사람에게 이 소라를 주는 거야. 얘기를 하는 동안 그 사람은 이 소라를 들고 있는거야… 소라를 들고 있는 사람을 훼방해서는 안 돼(46쪽).” 규칙과 정치를 상징하는 게 대장 랄프라면, 그 대척점에 있는 잭은 사냥을 핑계삼아 권력을 독차지하고 소년들을 지배하려 한다. 자신의 작은 무리를 몰고 다니며 사냥을 하는데 맛을 들인 잭은 점차 규칙을 무시하기 시작한다. 잭을 비롯해 그를 따르는 소년들도 점차 이성과 양심에 얽매이지 않게 된다. 대장 랄프가 “잭! 잭! 너는 소라를 가지고 있질 않아!”라며 제지했을 때 잭은 “너나 닥쳐! 도대체 넌 뭐야? 가민히 버티고 앉아서 이것저것 지시나 하고. 사냥도 못하고 노래도 못하는 주제에(134쪽)”라고 대든다. 결국 잭이 원한 건 자기 주위로 돌아가는 세상이었다. 규칙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 싶었을 때만 해도 잭은 “규칙을 만들자. 여러가지 규칙을 말이야(46쪽)”라고 했다. 하지만 잭은 자기 권력을 세우는 데 도움이 안된다 싶자 “넌 규칙을 깨트리고 있어”라며 제지하는 랄프에게 “무슨 상관이야?… 빌어먹을 놈의 규칙이군!(134~135쪽)”이라며 대놓고 규칙을 무시해 버리는 길을 택한다. 잭은 이제 “우리 패는 힘이 세고 또 사냥을 해서 짐승이 있으면 잡아버리고 말 테야! 싹 둘러싸 가지고 치고 또 쳐서(135쪽)”라며 자기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하는 게 곧 규칙이라고 강요한다. 소라를 들고 민주적으로 선출됐던 랄프가 권력을 잃고 쫓기는 신세가 되는 과정은 헌정질서가 붕괴해가는 상황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소라는 산산조각 박살이 나서 이제 없어져 버렸다(271쪽).” 잭과 그의 핵심관계자들은 이제 친구들을 고문하고 죽이는데도 아무 거리낌이 없다. 처음엔 주저하기도 하고 다소 우발적이었지만 점차 순전히 장난삼아 창으로 찌르기도 한다. 다른 소년들 역시 ‘괴물’이 무서워서 혹은 잭이 무서워서 혹은 멧돼지 사냥과 고기맛이 그리워서 잭을 따르고 순종한다. 그렇게 소년들은 다함께 이성도 버리고 양심도 버리며 복종과 폭력만 남은 존재로 타락해버렸다. 무인도 근처를 지나다가 소년들을 구조하러 온 장교 앞에서 그토록 타락했던 소년들이 한순간에 순한 양처럼 돌변하는 장면은 이 소설에서 가장 충격적인 대목이 아닐까 싶다. “붉은 머리 위에 다 해어진 이상한 검은 모자를 쓰고 허리께 망가진 안경 조각을 차고 있던 소년(302쪽)”은 분명히 잭이었다. 방금 전까지 친구를 죽이겠다고 사냥을 하고 섬에 불까지 질렀던 잭은 어른들이라는 존재가 나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랄프가 자신이 대장이라고 말하는데도 “앞으로 나가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가만히 서 있(302쪽)”을 뿐이다. 문학번역의 (반면)교과서…“차라리 원서를 읽는 게 낫겠다”<파리대왕>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소설이고, 특히 요즘같은 때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서점에서 집어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파리대왕>은 도저히 추천해줄 수가 없다. 민음사에서 이 책을 처음 낸 게 1999년이고 2002년에는 표지 디자인을 바꿨다. 내가 읽은 파리대왕은 2009년 인쇄한 걸로 돼 있다. 39쇄나 찍었는데 재출간이나 번역자 교체까진 아니더라도 오탈자와 비문이라도 바로잡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옮긴이 소개를 보니 영문학과를 졸업해 연세대 석좌교수이고 다양한 번역서를 냈다고 하니 허위학력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또한번 놀랄 수밖에 없다. 너무 믿기질 않아서 번역자가 일했던 대학을 졸업한 지인에게 그 번역자를 아는지 물어봤을 정도였다. 이 책에서 괴상하고 문맥을 이해하기 힘든 번역 사례를 찾는 건 하나도 어렵지 않다. 아무 곳이나 들춰보면 된다. 가령 “이내 그는 파리하고 뚱뚱한 알몸을 드러내었다(16쪽)”는 ‘몸이 마르고 낯빛이나 살색이 핏기가 전혀 없다’는 ‘파리하다’는 말을 쓰는 바람에 뚱뚱하다는 표현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의 목소리에는 경고의 가락이 있었다… 박모(薄暮)를 배경으로 하고 이제 불꽃이 선연히 돋보였다(223쪽)”는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이고, “벼랑을 내려가려다가 랠프는 이 밀회에서 뽑아낼 수 있는 마지막 이득을 붙잡아 보려고 하였다(284쪽)”는 건 또 뭐란 말인가. “박쥐 같은 것은 태양의 직사(直射) 때문에 오그라들어, 종종걸음을 치는 발 사이로 검은 반점으로 화한 그림자였다. 일변 소라를 불면서도 랠프는 허둥거리는 검은 반점을 거느리고 고대에 꼴지로 당도한 한 쌍의 몸뚱이에 눈길이 갔다(24쪽).” 이 문장을 음미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며 (비)웃음이 나온다. 이 책에 대해 “번역의 중요성을 상기시킬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민음사판 파리대왕”이라거나 “민음 세계문학전집의 얼룩”이라는 독자평이 붙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심지어 “원서 읽읍시다 여러분”이란 독자평에 이르면 세계문학전집을 뭐하러 출간하는지 존재이유까지 생각하게 만든다.
  • 커지는 ‘빅텐트론’… 洪·韓 “한덕수와 단일화”

    커지는 ‘빅텐트론’… 洪·韓 “한덕수와 단일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6·3 대선 출마가 가시화하면서 잠시 사그라들었던 ‘반명(반이재명) 빅텐트론’이 다시 불붙고 있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단일화를 염두에 둔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다만 한 대행은 출마 여부에 대해 여전히 침묵했다. 그간 ‘한덕수 차출론’에 부정적이었던 홍준표 후보는 24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 대행이 대선에 출마하고 반이재명 단일화에 나선다면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내 찬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 반탄(탄핵 반대) 가리지 않겠다며 빅텐트론을 펼쳤다. 그는 페이스북에도 “최종 후보가 되더라도 한 대행과 원샷 경선을 해서 보수 후보를 단일화하겠다”며 연대 의지를 재차 밝혔다. 이날 대선 경선 2차 토론회에서 김문수 후보도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 대해 긍정의 뜻을 나타냈다.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꺾지 않으면 독재 때문에 국민이 도저히 살 수 없고 마침내는 국민 중 자기를 정치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은 정신병원에 갇힐 우려가 있으니 한덕수든 ‘김덕수’(김문수+한덕수)든 합쳐서 이재명을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상대였던 한동훈 후보도 “이기기 위해선 힘을 합쳐야 한다는 말엔 선배님이나 저나 같은 생각”이라고 거들었다. 한 후보는 페이스북에도 “한 대행과 저는 계엄 상황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수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겠다는 생각이 완전히 같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후보는 캠프 공보 측을 통해 “한 대행의 출마는 반대(하지만) 부득이 출마하신다면 빅텐트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공지를 냈다. 앞서 안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한 대행을 향해 “부디 출마의 강을 건너지 마시라”며 “지금 우리가 건너야 할 강은 탄핵의 강”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는 “한 대행의 출마는 명분도, 실익도 없다”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출마와 다르지 않으며 결코 이재명을 막을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한 대행은) 국정 실패, 계엄, 탄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한 대행의 출마는 국민의 상식과 바람에 반하는 일”이라고도 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한 대행이 한미 관세 협상이 일단락되고 국민의힘 결선 후보가 정해지는 오는 29일을 전후해 출마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다만 한 대행은 아직 대선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이날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한 그는 ‘출마 여부에 대해 한마디 해 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생 많으셨다”라고만 답한 뒤 곧바로 퇴장했다. 한 대행은 이날도 사실상 대선 행보를 이어 갔다. 전날 군부대를 찾아 자신을 ‘예비역 병장’이라고 소개했던 한 대행은 이날은 인천 미추홀구 천원주택을 방문해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 확보를 위한 업무에 있어 끝장을 본다는 각오로 정부의 역량을 집중하라”고 당부했다.
  • 트럼프, 교황 장례식에서 젤렌스키와 화해할까

    트럼프, 교황 장례식에서 젤렌스키와 화해할까

    진보적이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스트롱맨’인 세계 지도자들과 갈등을 빚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이민 정책을 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대립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공식적으로 만난 마지막 인사인 JD 밴스 미 부통령에게도 이민자들을 차별하지 말라고 당부하며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하지만 오는 26일(현지 시간) 열리는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에 트럼프 대통령은 일자가 정해지기도 전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가톨릭 신자인 멜라니아 여사도 동행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세계 지도자들이 대거 자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이 참석 의사를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첫 집권 때 내걸었던 ‘멕시코 국경 장벽’ 공약에 대해서도 “벽만 쌓고 다리를 놓지 않는 사람은 그리스도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부끄러운 발언”이라며 “바티칸이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IS)의 공격을 받는다면 교황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를 기도했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교황의 유지가 평화와 전쟁 종식인만큼, 바티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안이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기를 희망한다며 “우리는 항상 미국 파트너들과의 회담 준비가 되어 있다”며 “이번 만남이 휴전 협정 논의를 진전시킬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두 정상이 만난다면 지난 2월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에 감사할 줄 모른다며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수모를 당한 이후 처음 재회하게 된다. 한편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돼 자유로운 해외 이동이 불가능한 푸틴 대통령은 교황 장례식에 불참한다. 러시아정교회가 사실상 국교이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키릴 총대주교가 전쟁을 공개 지지하자 “우리는 국가 성직자가 아니다”라며 “평화의 길을 모색하고 무기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러시아정교회를 비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푸틴 대통령은 2013년, 2015년, 2019년 세 차례 만났다. 교황은 2015년 회담 때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을 비판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자 특사를 파견해 중재를 시도했다.
  • 익숙한 일상에 독특한 감성…‘느좋’ 브롱크호스트 세계 [여니의 시선]

    익숙한 일상에 독특한 감성…‘느좋’ 브롱크호스트 세계 [여니의 시선]

    요즘 ‘느좋’(느낌이 좋은)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느좋카페, 느좋무드, 느좋사진처럼 어디에나 붙어 감각적이거나 취향에 딱 맞는 분위기를 표현해낸다. 서울 종로구 서촌의 전시 공간 그라운드시소에서 열린 워너 브롱크호스트(Werner Bronkhorst)의 아시아 첫 개인전 ‘온 세상이 캔버스’를 ‘느좋전시’로 불러도 좋겠다. 브롱크호스트가 만든 작품 속 배경은 낯설지 않다. 수영장, 바다, 테니스 코트, 스키장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풍경들이 화면 위에 펼쳐진다. 작가는 여기에 두꺼운 물감의 질감과 섬세한 미니어처 인물들을 더해 입체감을 더했다. 특히 ‘WET’ 시리즈는 많은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청량한 색감의 바다와 물결, 파도를 타는 작은 인물들은 자유로움과 동시에 고요함을 느끼게 한다. 작품을 오래 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단순히 귀엽고 감각적인 장면처럼 보이지만, 작가가 말하고 싶은 건 다르다. 작은 인물들을 통해 그는 어린 시절의 시선, 세상을 새롭게 마주했던 감정, 그리고 사소한 순간 속의 감동을 되살리려 한다. 그림은 풍경이지만, 시선은 삶을 향해 있다. 전시 2층에 있는 테니스 포토존은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에서 출발한 작품(‘Centre of Attention’)과 연결돼 있다. 실제 테니스 코트처럼 꾸며놓은 이 공간은 작품의 맥락을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초록색 인조 잔디는 마치 잔디밭을 걷는 듯한 리듬감을 주고 스포츠와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게 하고 사진을 찍는 순간마저도 하나의 장면 안에 들어간 듯한 몰입감을 준다. 브롱크호스트는 평면 회화 위에 조형적 요소를 더해 회화와 설치의 경계를 흐리는 실험적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의 작품은 해석을 강요하지 않고, 관람객의 기억과 감정으로 완성되는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총 다섯 개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는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명확한 흐름을 가진다. 첫 방문자도 어렵지 않게 감상할 수 있는 전시로, 부담 없이 천천히 둘러보기에 좋다.
  • 이창용 “중앙은행, 정부뿐 아니라 정치로부터도 자유로워야”

    이창용 “중앙은행, 정부뿐 아니라 정치로부터도 자유로워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관련해, 정부뿐 아니라 정치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는 등 중립성 논란에 대한 소회를 전한 것이다. 이 총재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미 외교 싱크탱크인 외교정책협회(FPA)가 주는 최고 권위상 ‘FPA 메달’을 수상한 뒤 소감에서 이같이 밝혔다. FPA 메달을 받은 한국인은 이 총재가 처음이다. FPA는 국제 문제에 대한 대중 이해를 넓히는 데 기여하고 국제사회에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 인물에게 이 메달을 수여한다. 폴 볼커 전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이 역대 수상자다. 이 총재는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 국제결제은행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 의장 등 활동을 인정 받았다. 이 총재는 소감에서 “한국은행 총재로서 지난 5개월간 정치적 격동기를 겪으면서 저는 중앙은행 독립성의 중요성을 이전과는 다른 각도에서 깨닫게 됐다”며 “통상적으로 중앙은행 독립성이란 정부의 간섭이나 재정 우위로부의 자유를 뜻하지만 최근의 정치적 난관들 속에서 정치로부터도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행은 민감한 시기에도 계엄사태가 우리 경제와 환율에 미친 영향등과 같이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사안에 대해 균형 잡히고 정치적으로 치우치지 않은 평가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보다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봤다. 특히 비상계엄 같은 국내 정국 불안이나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예상치 못한 극단적 상황에서 중앙은행에게 유연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염려했던 대로 추경에 대한 저의 언급이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시간이 제 결정의 옳고 그름을 평가해줄 것”이라며 “케인스가 그의 스승 마셜을 가리켜 말했듯이 경제학자는 ‘때로는 정치인만큼 현실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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