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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비아 내전] 美항모 지중해로 이동 중… NATO군 출동 검토

    [리비아 내전] 美항모 지중해로 이동 중… NATO군 출동 검토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목줄을 죌 국제사회의 조치가 빠르게 구체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에선 비행금지구역 설정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군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리비아 인근에 재배치되고 있다.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오는 11일 긴급 정상회담을 열고 리비아 사태를 논의하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1일(현지시간) 카다피가 저지르는 폭력행위를 막을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하고 필요한 조치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친정부와 반정부 세력 간 충돌이 결정적인 상황변화 없이 지루하게 이어지며, 갈수록 희생자만 늘어나고 있는 현지 상황도 서방세계의 움직임을 재촉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28일 전함과 전투기를 리비아 인근으로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레이펀 미 국방부 대변인은 “군사전략가들이 다양한 비상사태계획 마련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에 참석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포함해 모든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무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울러 미국은 카다피와 그 가족들의 자산 300억 달러(약 33조 8000억원)에 대해 동결 조치를 취하는 등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유엔과 미국, 유럽연합 등은 우선 반정부 세력을 겨냥한 카다피의 폭격을 막기 위해 리비아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거쳐야 할 사안이어서 대(對)리비아 무기 판매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러시아의 입장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중해에는 이미 2척의 미 해군 전함이 배치돼 있다. 소말리아 해상에서 해적 퇴치 작전을 벌이던 미군 핵추진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가 수에즈 운하를 통해 지중해로 들어서기 위해 홍해 입구로 항진중이다. 해병대 대대 병력이 탄 강습상륙함 키어사지호도 수에즈 운하 쪽으로 이동 증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미 국방부는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 미 해군은 바레인과 이탈리아 가에타에 각각 해군 5함대와 6함대 기지를 두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군대가 리비아 사태를 주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지중해에 있는 섬나라인 몰타와 키프로스에는 영국 공군기지가 있다. 국제사회가 ‘군사 개입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또 다른 이유는 리비아 반정부 세력에 단일 지도부가 없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안보 당국자는 “가장 큰 문제는 카다피에 대적할 반정부 시위대의 응집력이 약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난 민심을 동력 삼아 동부 지역을 장악했지만 ‘선장’이 없어 혁명의 마침표를 스스로 찍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스타파 압델 잘릴 전 법무장관이 3개월간 과도정부를 이끌 ‘선장’으로 낙점된 이후에도 내부의 불협화음이 드러나고 있다. 반면 리비아 저항세력들에선 “외세개입을 반대한다. 우리 손으로 카다피를 축출할 것이다.”란 주장도 터져 나오고 있다. 반정부 세력 내 혼선과 정부군의 대대적인 역공으로 장기 내전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에도 리비아 곳곳에서는 정부군의 전투기 공습이 계속됐다. 수도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50㎞ 떨어진 자위야에선 1일 새벽까지 6시간이 넘는 전투 끝에 카다피 친위부대의 대대적인 공세를 막아내기도 했다. 저항세력은 지난달 27일 자위야 시내를 접수했다. 양측이 정유시설이 위치한 요충지인 자위야에서 일진일퇴를 거듭하면서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무력 개입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나온다. 워싱턴 전략국제연구센터의 리처드 다우니 연구원은 “1990년대 초 빌 클린턴 행정부가 소말리아 내전에 개입했다가 실패한 사례에서 보듯 미국은 아프리카 지상전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뉴아메리카안보센터의 앤드루 엑섬은 “비행금지구역 설정부터 반정부 시위대를 대신할 직접 군사행동까지 무력 개입은 생각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말했다. 정서린·유대근기자 rin@seoul.co.kr
  • 카다피, 벵가지 탄약창고 폭격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42년 독재 체제가 종말로 치닫는 모습이다. 반정부 세력이 카다피 국가원수가 은신한 트리폴리로 포위망을 좁힌 데 이어 유엔 결의를 앞세운 미국과 유럽 각국은 리비아에 대한 무력 개입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 각국은 28일 카다피 진영이 항공기를 동원해 반정부 시위대를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리비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와 관련, 프랑코 프라티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지난 2008년 리비아와 맺은 양국 간 친선·협력 조약의 효력 중단을 선언해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이 리비아 무력 개입을 위해 이탈리아 내 군사기지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반정부 세력이 자위야를 포함한 서부 지역 대부분을 장악한 가운데 이날 트리폴리에서는 친정부 세력과 시위대가 다시 충돌했다. 또 공군 전투기가 시위대의 근거지인 벵가지의 탄약 창고를 폭격했다고 AFP통신이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하지만 인명피해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카다피는 세르비아 핑크TV와의 인터뷰에서 “리비아는 완전히 평온하다.”고 강변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리비아 사태에 대한 예비 조사를 착수했다면서 “수일 내에 수사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석우·박찬구 기자 ckpark@seoul.co.kr
  • [리비아 내전] 시위대 자위야 장악… 포위망 좁히며 카다피 목 죈다

    [리비아 내전] 시위대 자위야 장악… 포위망 좁히며 카다피 목 죈다

    리비아는 여전히 불확실성과 혼돈에 빠져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원유수출이 재개됐지만 리비아를 미처 벗어나지 못해 난민으로 전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리비아 제2의 도시인 벵가지에서는 정부에 반대한 교도소 수감자들이 산 채로 매장되는 생지옥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마지막 거점인 수도 트리폴리의 외곽지역에서는 반정부 세력이 포위망을 좁히면서 시시각각 카다피 국가원수의 목을 죄고 있다.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50㎞ 거리인 자위야는 이미 반정부 세력이 장악한 상태다. 27일(현지시간) 리비아 정권이 “리비아는 평온하다.”는 카다피 국가원수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외신 기자들을 자위야로 데려갔으나 이곳은 반정부 세력의 수중에 들어간 뒤였다. 자위야를 장악한 수백명의 반정부 시위대는 중심가에서 “카다피는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쳤고, 거리 곳곳에 카다피를 비난하는 글과 그림이 남겨져 있었다. 시위대에 합류한 와엘 알오라이비 군 관계자는 “우리에게 카다피는 리비아의 ‘드라큘라’”라며 카다피를 비난했다. 이날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235㎞ 떨어진 날루트 지역에서도 카다피 친위세력이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지난 19일 이후 날루트는 해방된 상태”라며 현재 자치위원회가 구성돼 자신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리바트와 카보우, 자도, 로그반, 젠탄, 하와메드 등 서부지역의 도시들이 ‘해방’돼 친 카다피 세력이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벵가지에서는 정부 건물의 지하 감방에서 산 채로 땅에 묻혔던 7명의 교도소 수감자들이 극적으로 구조됐다고 헤럴드선이 28일 보도했다. 구조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묻혀 있던 7명 중에는 반(反) 카다피 시위자들과 함께 정부의 지시에 반대한 군인들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한편 리비아 사태 이후 원유 생산량이 급감한 가운데 시위대가 장악한 동부 지역에서는 원유 수출이 재개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리비아 최대 석유생산업체인 아라비안걸프오일컴퍼니(아고코) 관계자에 따르면 70만 배럴 상당의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이날 오후 리비아 동북부에 위치한 항구도시 토브루크를 떠나 중국으로 향할 예정이다. 지난주 시위대가 동부지역을 점령한 이후 원유 수송이 이뤄진 것은 지난 19일 이후 처음이다. 수출은 동부에서 이뤄졌지만 이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아고코 자체가 수도 트리폴리에 본사를 둔 국영회사이기 때문에 무아마르 카다피 정부에 속할 수밖에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하지만 외국 석유회사들의 대규모 철수와 생산 중단으로 원유 생산량이 대폭 감소한 상황에서 중단됐던 원유 수출 물꼬가 트인 것은 이들에게 긍정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서방 석유 메이저들의 보고서를 인용, 전체 원유 생산량이 하루 160만 배럴에서 85만 배럴로 급감했다고 이날 밝혔다. 벵가지에서는 또 제3세계 근로자들이 오도 가도 못한 채 발이 묶여 있다고 미 시사주간 타임이 보도했다. 이들은 대부분 인도, 파키스탄, 베트남,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와 서부 아프리카 출신으로 리비아 각지에서 일하던 사람들이다. 남아시아와 서부 아프리카 출신들은 하루 수백명에서 수천명씩 리비아 탈출을 위해 벵가지로 몰려들지만, 자국에서 탈출을 도울 형편이 안 돼 벵가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타임은 전했다. 리비아와 튀니지 접경의 난민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튀니지 당국은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임시 천막을 쳤지만, 날이 갈수록 난민 유입이 늘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의 리즈 아이스터는 음식과 임시 거처가 부족해 2만여명의 이집트인들이 튀니지 접경에서 며칠째 야외에서 잠을 자고 있다고 전했다. 박찬구·정서린기자 ckpark@seoul.co.kr
  • 안보리, 리비아 제재결의안 의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26일(현지시간)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와 그의 가족, 측근들의 자산을 동결하고 여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리비아정부 제재결의안을 15개 이사국의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안보리는 또 정부의 민간인 살해 등 반인도적 범죄행위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 즉각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처음으로 카다피가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나토가 리비아 사태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또 리비아 내에서는 카다피 정권을 몰아내려는 시민들의 수도 트리폴리 ‘금요일 봉기’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트리폴리를 둘러싼 카다피 친위세력과 반정부군의 공방전이 주변 도시에서 다시 격화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반정부 세력이 트리폴리를 손에 넣기 위해 대규모 무장병력 파견 등 새로운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26일 전했다. 카다피 지지세력과 반정부 세력의 공방전은 트리폴리 인근 자위야의 정유시설 단지에서도 벌어졌다. 이날 새벽 반정부 시위대와 카다피 친위병력 간의 치열한 교전으로 60여명이 사망하는 등 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또 카다피 친위대의 탱크부대는 25일부터 제3도시 미스라타에 있는 공군기지에 맹공을 가해 26일 기지의 상당 부분을 되찾았으며 이 과정에서 20여명이 죽고 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한편 반 카다피 진영에 가세한 무스타파 압델 잘릴 전 법무장관은 카다피의 퇴진 이후를 대비한 과도정부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리비아 피의 금요일]기도중 무차별 로켓포… 최악 유혈사태

    [리비아 피의 금요일]기도중 무차별 로켓포… 최악 유혈사태

    25일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 주변 외곽도시에서는 사실상 피의 내전이 펼쳐졌다. 리비아 제2의 도시 벵가지 등 중부와 동부 지역을 장악한 반정부 세력은 이날 카다피가 있는 서부 트리폴리를 두고 서쪽과 동쪽에서 일제히 진격해 들어가며 카다피를 압박했다. 치열한 교전 끝에 트리폴리에서 단 50㎞ 떨어진 자위야를 반정부 진영에 넘겨준 카다피는 트리폴리 주변에 7만여명의 병력을 배치, 피할 수 없는 ‘최후의 일전’을 기다리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전날 자위야에서는 친정부군이 많은 신도들이 모여 있던 이슬람 사원에 자동화기 등으로 무차별 총격을 가해 100여명이 숨졌다. 임시 의료센터에서 부상자를 치료하고 있는 의사들은 공격에 가담했다가 붙잡힌 군인 6명이 “시위대가 장악한 도시를 해방시키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라고 털어놓았다고 전했다. 카다피는 전날 반정부 시위대에 이곳에서 떠나지 않으면 대량학살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자위야는 원유 수출과 생산의 주요 거점인 데다 수도와 가까워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이 때문에 이날 군은 자위야의 사원 이외의 장소에서도 시위대를 향해 기관총과 로켓 추진 유탄발사기를 사용하는 등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아들이 총에 맞았다는 한 여성은 “온 사방이 피투성이”라고 울부짖었다. 하지만 반정부 세력도 그냥 당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시위대가 카다피에게 등을 돌린 군인들의 지원과 밀수하거나 군으로부터 빼앗아온 무기를 소지면서 불과 일주일여 사이에 ‘반군’으로 변모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소형무기뿐 아니라 로켓 추진형 유탄발사기, 대공포 등 중화기와 자동화 무기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200㎞ 떨어진 제3의 도시 미스라타의 경우 시위대와 외국인 용병으로 구성된 무장 병력이 교전을 벌였고 결국 시위대가 승리했다. 한때 친정부 신문이었던 한 현지 언론은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40㎞ 떨어진 타주라에서 아프리카 용병들이 비무장 상태인 민간인들을 향해 발포했다고 전했다. 카다피가 이날 지지세력에게 시위대에 대응할 것을 주문했고 결국 내전 양상의 국지전이 곳곳에서 벌어진 것이다. 같은 시간 트리폴리 거리에는 각기 다른 군복을 입은 비정규군 수천명이 배치됐다. 특히 카다피의 용병부대인 ‘이슬람 범아프리카 여단’ 2500명도 동원됐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목격자들은 “외국인 용병을 포함한 카다피 친위병력이 트리폴리 주요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을 겁주기 위해 공중에 총을 쏘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정부 건물 주변의 경호는 더욱 삼엄해졌고 시위 가담자를 찾기 위해 가정집과 병원을 불시에 검문하고 있다. 한 주민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집에 앉아 있는 게 마치 감옥에 있는 느낌”이라면서 “집 밖으로 나갔다가는 총에 맞을 것”이라고 두려워했다. 이와 관련, 카다피 호위 세력인 리비아혁명위원회가 트리폴리에 있는 한 병원에 침입, 치료 중인 시위대원을 살해했다고 이탈리아 통신 MISNA가 보도했다. 특히 이들은 외신들을 의식, 살해 후 시신까지 가져가는 용의주도한 면을 보였다. 카다피 정부가 외부의 시선에 신경쓰는 정황은 다른 곳에서도 포착된다. 수도 트리폴리 거리에 시신이 나뒹굴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정부는 이날 일제히 거리를 깨끗하게 치웠다. 이처럼 정부군의 압박 수위가 높아짐에도 시위대는 오히려 세력을 확장해 가고 있다. 카다피는 트리폴리 주변 북서쪽에 대한 통제력을 많이 상실한 상태다. 시위대가 가장 먼저 장악한 벵가지가 정부 기능을 대신할 자치위원회를 만든 것을 비롯, 구심점이 없었던 시위대는 나름대로 질서를 확립해 가고 있다. 이날 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자위야의 경우 시위대는 군의 공격이 끝난 뒤에 다시 광장에 모였다. 이들은 “우리는 더 이상 당신들의 총알이 무섭지 않다.”면서 카다피를 향해 “떠나라.”고 외쳤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정부군과 시위대의 충돌을 통해 리비아 혁명이 튀니지나 이집트와는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독재 정권을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데 성공한 두 나라의 경우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젊은이들이 혁명의 중심이었다면 리비아에서는 좀 더 성숙하고, 반정부 활동을 해오던 이들이 시위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리비아 시위는 헌법 제정과 법치를 요구하는 운동을 2~3년간 평화적으로 이끌어 온 변호사 연합체가 시작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포위된 카다피 ‘운명의 주말’

    포위된 카다피 ‘운명의 주말’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42년 철권 통치를 끝장내려는 반정부 무장세력이 25일 수도 트리폴리 외곽 도시를 장악하면서 카다피가 머물고 있는 트리폴리를 에워쌌다. 반정부 세력은 트리폴리 점령전을 위한 진격 속도를 내고 있어 리비아 사태가 다시 전환점을 맞았다. 반정부 세력은 동부 지역 베이다와 데르네에서 ‘이슬람 에미리트’ 성립을 선언하는 등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카다피 친위대가 트리폴리 시내에서도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하는 등 살육전을 벌여 수백명의 사상자를 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AP 통신은 “민간인 복장의 병사들이 예배를 마치고 거리로 나선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쏘았으며 수그알조마 거리에는 시체들이 나뒹굴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다피의 차남인 사이프 알이슬람은 “자위야·미스라타 등 동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리비아의 대부분은 평온하고 정부 통제 아래 있다.”면서 “원유 시설을 파괴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알이슬람은 터키TV CNN-튀르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반군이 ‘이슬람 에미리트’ 성립을 선언했음을 확인했다. 그는 이어 카다피 가문은 리비아를 떠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반정부 무장세력은 이날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50㎞ 떨어진 자위야까지 진격, 카다피 친위대 및 용병 수만명과 치열한 교전을 벌인 끝에 도시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트리폴리 동쪽으로 200㎞ 떨어진 제3의 도시 미스라타와 트리폴리 서쪽의 전략도시 주아라 등도 반정부 세력의 손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자위야·주아라·미스라타 등 교전이 벌어진 트리폴리 주변 도시들에서는 미사일과 로켓 포탄, 수류탄 등이 동원된 사실상의 내전이 펼쳐졌다. 뉴욕타임스는 “자위야에서 반정부 세력이 카다피 친위대와 용병을 격퇴하면서 트리폴리의 관문에 교두보를 확보했다.”면서 “반정부 세력은 전투에서 100여명이 전사했지만 예상외의 강력한 화력을 과시하면서 혁명군의 위용을 과시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엔 안보리는 이날 두 번째 긴급회의를 갖고 카다피 정권에 대한 본격적인 제재 방안을 논의했다. 이와 별개로 미국 등 서방세계도 무력 개입을 포함한 다각도의 대응책을 강구하고 나섰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빵집 찾은 주민에게도 소총난사

    리비아의 유혈사태가 내전 양상으로 번지면서 서로의 진지를 지키려는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과 반정부 시위대 간 충돌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카다피는 서부전선 수호를 위해 대규모 병력을 트리폴리로 소집했다. 아프리카 용병 및 민병대원 수천명을 23일(현지시간) 수도로 불러 모았고 막내아들 카미스가 이끄는 최정예 친위부대인 32여단에도 전투준비 지시를 내렸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전했다. 유령도시가 된 트리폴리의 시민들은 사실상 집단으로 가택연금된 상황에서 25일 결사항전을 각오했다. 한 시민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금요일 트리폴리에서 예정된 연대 집회의 참여를 독려하는 문자 메시지가 광범위하게 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리폴리에서는 용병들이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빵집 등을 찾은 시민들을 향해 소총을 난사하는 등 살육전이 그치지 않고 있다. 특히 리비아 군대는 24일 트리폴리 인근 도시 자위야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모여 있던 이슬람 사원을 대공미사일과 자동 화기로 공격해 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고 한 목격자가 전했다. 카다피의 한 측근은 시위대에게 대학살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방구가 된 동부 도시에서도 혼란이 계속됐다. 벵가지에 이어 리비아의 3대 도시인 미스라타마저 시위대의 손에 넘어갔다는 주장이 나왔다. 카다피 정권의 학살에 대한 증언도 속속 공개됐다. 벵가지 시위 진압 현장에 있었다는 한 이집트인은 “주민들이 항복 의사로 두 손을 들고 다가가는 순간 진압군이 스프레이를 뿌리듯 총탄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국제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의 북아프리카 지부(AQIM)는 성명을 통해 반정부 시위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성명은 중동 지역의 혼란을 틈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영향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한편 카다피의 딸인 아이샤는 리비아 국적 항공기를 타고 몰타 국제공항으로 착륙하려다 관제탑의 불허로 귀항했다고 알자지라 방송 등이 전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리비아 내전 사태] 인터넷·전화 불통…국내건설사 연락두절

    리비아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면서 한국 건설업체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주민이 건설업체를 습격하고 있지만 인터넷과 팩스에 이어 전화마저 끊어지면서 정확한 현지 상황을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22일 코트라에 따르면 21일 오전 11시 20분(이하 현지시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30㎞ 떨어진 도시 자위야의 국내 H건설업체 현장에 주민 50여명이 난입, 차량 1대를 약탈했다. 앞서 20일 오후 11시에는 D업체의 2개 캠프가 현지인들의 습격을 받아 캠프가 부서지고 차량 5대와 휴대전화, 노트북 등을 빼앗겼다고 코트라는 전했다. 코트라는 이집트 시위 확산 등에 따른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달 초부터 ‘중동-북아프리카 비상상황반’을 가동하고 있다. 또 리비아 수도인 트리폴리와는 현지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의 센터장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설상가상으로 인터넷은 19일 오전부터 끊어졌고, 유무선 전화는 21일 저녁부터 불통이 된 상태다. 코트라 관계자는 “현재 주재원으로부터 일일 상황보고를 받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KBC센터에서 우리 기업들에게 대피하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현지에서 통신 상황이 여의치 않아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KBC센터에서 철수할지에 대한 결정을 현지에서 해야 하지만 연락이 안 돼 답답하다.”면서 “센터와 기업들에게 전화 통화를 계속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리비아 內戰… “사망 1000여명”

    리비아 소요 사태가 반정부 시위대 수천명의 사상자를 내며 내전 위기로 치닫고 있다. 리비아 정부가 전투기와 중화기를 총동원해 시위대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자 일부 군 장교와 각국 대사, 정부 인사들이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대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보안군과 친정부 세력은 제2의 도시 벵가지를 비롯해 미스라타, 알자위야 등 8~9개 도시를 장악한 반정부 시위대와 팽팽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2일 오전(현지시간) 긴급 회의를 열어 리비아 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 문제 등 리비아 상황을 논의했다.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이브라힘 다바시 유엔 주재 리비아 부대사가 전투기를 동원한 시위 진압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안보리에 요청했다. 아랍연맹도 회의를 열어 카다피 정권의 강경 진압과 대규모 유혈 사태에 대한 대책을 상의했다. 한때 베네수엘라 망명설이 나돌았던 카다피는 이날 국영 TV에 나와 “나는 베네수엘라가 아니라 트리폴리에 있다.”면서 “언론에 나오는 개(dog)들을 믿지 말라.”고 일축했다. 리비아 보안군은 전날 수도 트리폴리에서 전투기와 군용 헬리콥터, 각종 자동화기 등을 동원,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사격과 폭격을 퍼부었다. 알자지라 방송과 주요 외신들은 전투기가 시위대의 머리 위에서 저공비행을 했으며, 도심 곳곳에 저격수가 배치됐다고 보도했다. 이슬람권 사이트인 온이슬람넷은 21일까지 리비아 소요 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600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고, 이탈리아 로마 소재 재외 아랍인들의 모임인 아랍월드커뮤니티(COMAI)를 이끌고 있는 포아드 아오디는 공습 등으로 100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군부와 정부 내에서 상당수 인사들이 카다피에게 등을 돌리고 이탈하면서 카다피의 장악력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리비아군 장교 일부는 동료 장병들에게 보내는 성명에서 “국민의 편에서 카다피 제거를 도와야 한다.”며 트리폴리로 진군할 것을 촉구했다. 무스타파 모하메드 아부드 알 젤레일 법무장관은 사표를 냈으며, 유엔본부와 미국, 중국, 인도 등 각국 주재 리비아 대사 및 외교관들은 유혈 탄압을 자행한 카다피의 퇴진을 요구했다. 아부바크르 유니스 자빌 육군 참모총장의 가택 연금설과 군부 쿠데타설도 나오고 있다. 한편 주이집트 대사관은 22일 리비아 주재 한국 중소기업 직원 9명이 육로를 통해 이집트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현재 300명의 교민이 남아 있어 전세기 운행을 검토 중이라고 대사관은 덧붙였다. 박찬구·나길회기자 ckpark@seoul.co.kr
  • [리비아 내전 사태] “폭탄 투하…곳곳 시체 나뒹굴어”

    밤사이 전투기까지 동원된 리비아 유혈 진압의 처참한 결과는 22일 날이 밝으면서 점차 드러났다. AP통신은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수도 트리폴리의 주거지역 거리에 총을 맞은 시체가 나뒹굴고 있다고 보도했다. 녹색광장과 같은 시위 중심지를 넘어 시내 곳곳에서 무차별 진압이 이뤄졌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프랑스 인권단체인 국제인권연합(IFHR)은 전날 하루에만 300~400명이 사망했다고 추정하고 트리폴리에서 가장 큰 병원 옆에 시신 450구를 수용할 수 있는 임시 안치소를 세웠다고 밝혔다.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는 아들의 입을 빌려 “총알이 마지막 한발 남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듯이 모든 무력을 동원해 시위대를 진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알자지라 방송은 전날 밤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수도 트리폴리를 시작으로 시위대를 겨냥한 폭탄 투하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미스라타, 알자위야 등 시위대가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 도시들도 타깃이 됐다. 이날 전투기 2대에 나눠 타고 지중해 섬 국가 몰타에 비상 착륙한 리비아 전투기 조종사 4명이 몰타 정부에 “민간인들을 공습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카다피 정권의 공습설에 한층 무게가 실렸다. 이에 대해 카다피의 아들 사이프 알이스람은 국영 TV를 통해 인적이 드문 지역에 있는 군수품 창고를 폭격했을 뿐 트리폴리와 벵가지 등 도시를 공습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혼란이 가중되면서 트리폴리 등 주요 도시에는 식량 부족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트리폴리 외곽에 거주하는 한 남성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음식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주유소에 기름도 떨어졌다. 주민들은 연료 공급을 중단해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려는 것이 이 정권의 또 다른 작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이날도 퇴진 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이미 외교관과 군, 일부 관리들까지 등을 돌리는 등 벼랑 끝에 몰렸음에도 카다피는 여전히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망명설이 확산되는 가운데 그는 시위 8일째인 이날 새벽 모습을 드러냈다. 이틀째 비가 내리고 있는 트리폴리에 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자동차 조수석에 앉아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우산을 들고 약 20초간 보도진에게 몇 마디를 던진 뒤 사라졌다. 자신이 여전히 수도에 있으며 건재하다는 것을 과시한 셈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때 카다피의 핵심 그룹 멤버였던 누리 알 미스마리는 알아라비야와의 인터뷰에서 “카다피는 리비아에 계속 머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내가 들은 바로는 각 부족 지도자와 대화를 하기 위해 애쓰는 중”이라고 말했다. 여러 부족 공동체 연합으로 이뤄진 국가 리비아에서 각 부족의 지지 없는 통치는 불가능하다. 카다피는 집권 초기에는 부족 정치 청산을 주장했지만 실패했다. 정권에 대한 도전을 막는 과정에서 많은 부족들을 소외시켰다. 결국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그동안 정권에 불만이 많았던 리비아 최대 부족인 와르팔라 부족과 주위이야 부족이 가장 먼저 돌아섰다. 현 상황에서 여러 부족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란 쉽지 않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이슬람 문명과 도시] (17)천년의 삶을 이어온 고도, 모로코의 페스

    [이슬람 문명과 도시] (17)천년의 삶을 이어온 고도, 모로코의 페스

    페스(Fes)는 1200여년 동안의 세월을 거슬러,809년에 도시가 건설될 당시 옛 삶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도시다. 페스는 흔히 ‘시간이 멈춰버린 중세의 도시’라고 불리는데, 그만큼 중세시대 도시의 원형을 그대로 품고 있다. 이곳에서 공부하던 90년대나 귀국 뒤 연구차 몇 번이나 다시 방문했을 때나, 페스는 언제나 변함없이 천년 고도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었다. 동시에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치열하고 뜨거운 삶을 살아온 페스 사람들의 숨소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다시 찾은 8월에도 페스는 그 모습 그대로 나를 반겨 주었다. 오늘날 페스는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나뉜다. 신시가지는 프랑스 식민지배 아래 프랑스인이 건설한 현대식 구역인 반면,‘페스 알 발리’라 불리는 구시가는 중세에 건설된 오래된 구역이다. 페스의 구시가는 거미줄처럼 얽힌 좁은 골목들이 무려 300㎞ 이상 펼쳐져 미로를 이루고, 이 안에는 모스크, 쿠란 학교, 아랍전통시장 수크, 세계적으로 유명한 천연 염색장 등이 몰려 있다. 이곳 대부분의 건축물들은 9세기부터 14세기까지 지어졌고 그 뒤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먼저 구시가를 모두 조망할 수 있는 페스 성벽의 언덕에 올라 구시가의 두 구역, 안달루스와 카라윈 구역을 내려다 봤다. 스페인 안달루스에 살다 정치적 박해를 피해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이주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페스에 안달루스 구역을 만들었고, 이곳에 자신들이 가진 모든 예술적 재능을 쏟아 부어 페스의 건축물들을 그리도 아름답게 장식했다. 또 이슬람교를 전파하기 위한 아랍인들의 열정은 튀니지 카이로완을 떠나 이곳 페스로 향하게 했고, 그들은 이곳에 카라윈 구역을 만들었다. 카라윈 구역에다 많은 모스크와 쿠란 학교를 지어 이슬람을 전파했다. 특히 카라윈 모스크와 카라윈 이슬람 신학교는 페스를 북아프리카 이슬람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구시가에 들어서자 시간은 갑자기 멈추어 버린 듯 중세로 되돌아 갔다. 안내자 없이는 출구를 찾을 수 없는 미로처럼 얽힌 길, 그 길은 폭이 두 사람이 겨우 지날 정도로 좁다. 이 골목은 온갖 것들로 가득차 있다. 무거운 짐을 실어 나르는 당나귀들, 끊임없이 소리치는 상인들의 목소리, 가죽제품 상점들마다 풍겨나는 양가죽 냄새들, 골목마다 들려오는 아이들의 쿠란 읽는 우렁찬 목소리, 예배시간을 알리는 모스크에서 들려오는 아잔 소리들, 찻집에서 풍기는 아랍 커피와 박하 차의 향기, 대장간과 그릇가게에서 들려오는 망치질 소리…. 이 풍경은 바로 중세 이슬람 최고의 문명도시였던 페스의 옛 모습 그대로이리라. 이러한 살아 있는 중세 모습은 유네스코의 관심을 끌었고,1981년 일찌감치 페스의 구시가 전체가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를 계기로 페스는 단지 모로코뿐만이 아니라 국경을 초월한 인류 보편의 유산임을 인정받았다. 지금 모로코와 유네스코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페스를 중세의 도시원형 그대로 복원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페스 알 발리에서 가장 중요한 곳, 중앙에 위치한 이드리스 2세의 사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드리스 2세는 모로코 최초의 이슬람 왕국 이드리스왕조(789∼926)를 건설한 이드리스 1세의 후계자이다. 페스를 왕국의 수도로 정한 뒤 도시의 원형을 완성한 사람이다. 그래서 모로코 사람들은 그를 페스의 ‘수호성인’으로 기리며 ‘자위야’라는 사당과 모스크를 지어 바쳤다. 그 다음 발길이 닿은 곳은 온통 푸른 기와로 뒤덮여 있는 카라윈 모스크. 북아프리카 이슬람의 중심지로 흔히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슬람‘대학’으로써 더 의미 깊고 유명한 곳이다. 튀니지의 자이툰 대학, 이집트의 알아즈하르 대학과 함께 10세기에 건설된 세계 최초의 대학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14세기 카라윈대학의 도서관은 3만권의 장서와 1만 필의 필사본 두루마리를 소장하고 있었을 정도라 하니 가히 최고(最古)에 걸맞은 규모이자, 학문의 중심지다운 규모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역사가 ‘이븐 칼둔’이 이곳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철학자 ‘이븐 루쉬드’도 여기서 사색에 잠겼다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을 따라 온갖 상점과 건물을 구경하며 중세에 빠져들 무렵, 갑자기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이 생각났다. 어릴 적 읽었던 그 책에서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왜 도적 두목이 알리바바 집 대문에 표시해서 알리바바가 눈치 채게 했냐는 것이다. 머릿속에 기억해 뒀다가 밤에 몰래 습격하면 그만인데. 그런데 이 페스의 골목을 한번이라도 둘러본다면 이 의문은 금세 우스운 것이 되고 만다. 좁디 좁은데다 얽히고 설킨 골목은 모두가 비슷한 형태고, 골목을 끼고 있는 그 수많은 집들은 대부분 비슷비슷한 크기와 모양인데다, 대문마저도 생김새가 거의 똑같다. 아무리 눈썰미 좋은 도적 두목이라 해도 밤에 몰래 찾으려면 대문에다 표시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직접 보고 겪고 느끼지 않는 한 다른 세계와 문화에 대한 이해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페스의 좁은 골목길에서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골목마다 퍼져 나오는 가죽 냄새를 따라 가니 과연 온갖 가죽제품을 진열해둔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한 가게로 들어가니 한쪽에는 가죽제품이 진열되어 있고 다른 쪽에서는 가죽 손질이 한창이었다. 좁은 통로를 따라 테라스에 오르니 수백 개의 통에 여러 색으로 천연 염색하는 흥미로운 광경이 펼쳐진다. 염색과정은 중세에 해왔던 방식 그대로, 모두 일일이 사람의 손에 의해 이뤄지고 있었다. 양이나 염소 가죽들이 숙련공들의 능숙한 손길을 따라 형형색색의 가죽들로 바뀌고 염색된 가죽들은 건물의 벽과 지붕과 바닥에 빼곡히 널려 건조되고 있었다. 이 일련의 과정으로 풍기는 냄새는 페스의 구시가 전체로 퍼져 나간다. 그래서 ‘페스의 냄새’라 불린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 냄새를 피하려 건너편 테라스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박하 잎을 코에다 대고 있다. 그러면서도 염색하는 광경에 대한 호기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목을 길게 빼고는 이쪽을 건너다 본다. 눈은 경이로움을 좇고 코는 냄새를 피하려는 이런 모습은 어쩌면 이렇게 우리 인간의 이중성과 닮았던가. 안내하던 모로코 대학생은 이런 말을 건넸다.“페스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눈물을 흘립니다. 한 부류는 너무 아름다운 페스의 모습과 중세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페스 사람들의 진지한 삶에 감동해서 눈물을 흘립니다. 다른 부류의 사람들은 페스를 가득 채운 가죽염색의 역겨운 냄새와 양고기 굽는 자욱한 연기 때문에 눈물을 흘립니다. 이들은 페스가 너무 지저분한 도시라고 비난하면서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얘기하죠.” 우리는 과연 어느 쪽인가. 세계는 한 가족이라는 세계화 시대, 우리는 과연 이들을 얼마나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가. 남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살아간다는 게 어떤 것일까. 페스를 방문하고 떠나던 내내 머릿속이 복잡했다.
  • 경제 플러스 / 리비아공사 2억8300만弗 수주

    현대건설이 리비아 전력청이 발주한 자위야 복합화력 발전소 공사를 2억 8300만달러(약 3350억원)에 수주했다.리비아 수도인 트리폴리 서쪽 50㎞ 지점의 자위야 가스터빈 발전소에 150㎿짜리 증기터빈 2기와 폐열회수 보일러 4기를 설치하는 공사로 오는 2006년 초 준공 예정이다.설계·구매·시공·시운전을 포함하는 턴키방식 공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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