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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하지 마세요”, “라면·마티즈 조심하세요”…신변안전 당부, 왜?

    “등산하지 마세요”, “라면·마티즈 조심하세요”…신변안전 당부, 왜?

    네티즌 수사대 ‘자로’가 오는 25일 세월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공개한다고 하자 네티즌들은 그에게 “절대 자살 안 한다고 남겨두세요”, “라면 먹지 마세요”, “등산하지 마세요” 등 당부의 말을 쏟아냈다.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19일 자로에게 “왕의 귀환처럼 반갑고 공개가 기대된다”며 “라면도 조심하시고 혼자 다니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러한 시민들의 자로에 대한 신변안전 ‘당부’는 최근 몇 년 새 발생한 의문스러운 죽음들에 기인한다. 사람들 사이 ‘자살당했다’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수상한’ 자살이 많았던 까닭이다. 지난해 7월 국가정보원이 2015년 이탈리아 해킹팀을 만나 해킹프로그램을 구매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로 인해 ‘국민 사찰’ 의혹이 제기됐고, 결국 해당 업무 담당자로 알려진 임모씨는 “내국인에 대해 (해킹)하지 않았다”는 유서를 남긴 채 자살했다. 그는 경기 용인시 한 야산 중턱, 자신의 마티즈 차량에서 다 타버린 번개탄과 함께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 정황이 나오지 않았다며 임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단순 자살’로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이후 네티즌들은 45세 국정원 직원이 구형 마티즈를 자살 전 급하게 구입한 점, 실종신고와 시신 발견 시간이 지나치게 이른 점, 자살현장과 폐쇄회로(CC)TV 속 마티즈 차량 모습이 다른 점, 장례식 다음 날 마티즈를 폐차한 점 등에 의혹을 제기했다. 이보다 앞서 2014년 12월에는 ‘정윤회 문건 유출’ 혐의를 받은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최모 경위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기 이천시 한 도로변에 세워진 승용차 운전석에서 발견된 최 경위의 옆 조수석에는 다 탄 번개탄 1개가 놓인 화덕이 있었다. 최씨의 자살 2년 뒤 그의 형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 팀에 “(동생이) 정부 임기가 2년만 안남았어도 끝까지 싸운다(고 했다). ‘근데 너무 길어서 희망이 없어. 싸워서 이길 수가 없어’라고 했다”며 “내 동생은 절대 자살이 아니에요. 타살이지”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 사건 관계자는 “최 경위가 지방(경찰)청 간부하고 통화를 해서 만났다고 했다”며 “‘네가 안고 가라’는 거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7일 방영된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5촌인 고 박용철·박용수씨의 죽음이 보도됐다. 사건 당시 경찰은 용수씨가 용철씨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그것이 알고싶다’ 팀은 두 사람 체내에서 수면유도제 ‘졸피뎀’이 검출된 점, 용철씨를 살해한 용수씨가 어둠 속에 2시간가량 산을 타고 목매 자살한 점, 등산로 입구에서 파악된 당시 등산객 숫자가 3명인 점 등에 의혹을 제기했다. 아울러 이날 방송에서는 용철씨 경호원이었던 A씨도 약 1년 뒤 라면을 먹다 사레가 들려 사망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A씨의 친구는 방송에서 “천식이 있었다는데 그 친구가 기침하는 걸 절대 못 봤다”며 “멀쩡한 친구가 무슨 라면을 먹다 죽는가 했다”고 했다. 네티즌들이 자로에게 “라면을 조심하라”고 말하는 이유다. 자원외교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북한산 한 나무에 목매 숨진 채 발견된 일도 있다. 이와 관련해 SBS 이승훈 PD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준하 선생도 산에서 돌아가셨고, 국정원 요원도 마티즈 타고 산에서 자살했고, 성완종도 산에서 자살했다”며 “왜 다들 집 놔두고 굳이 산에서 자살했을까?”라는 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김서연 기자 wk@seoul.co.kr
  • 이완구 항소심 무죄… 법원 “성완종 녹취록 증거 안 돼”

    이완구 항소심 무죄… 법원 “성완종 녹취록 증거 안 돼”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이완구(66) 전 국무총리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의 인터뷰 녹취록 중 이 전 총리에 대한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이상주)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총리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금품을 공여했다는 성 전 회장의 사망 전 인터뷰 가운데 이 전 총리에 관한 진술 부분이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상 증거는 오로지 법정에서 이뤄진 진술만 인정된다. 성 전 회장의 경우처럼 당사자가 사망한 사유 등으로 법정에서 진술할 수 없을 경우에는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가 증명된 경우에만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이 금품 공여자와 수수자만 알 수 있는 사정을 언급한 게 아니고 ▲이 전 총리에 대한 원한을 표현한 점 등을 들어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가 사망 직전 거짓말을 하기 어렵고 문답이나 진술 경위가 자연스럽다는 이유로 성 전 회장의 인터뷰에 신빙성이 있다고 본 것과 정반대의 판단이다. 선고 직후 이 전 총리는 “정치인에 대한 과도한 검찰권 행사는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자원외교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이 영장실질심사 당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주요 정치인의 이름이 쓰여진 메모를 남기면서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촉발됐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충남 부여·청양 지역구 제19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당시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선거자금 300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총리와 함께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성 전 회장의 진술 외에도 금품 전달자인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법정 증언이 있어 1심에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상고심에서 다시 다툴 필요가 있다”며 항고의 뜻을 밝혀 ‘망자의 증언’에 대한 최종 판단은 대법원이 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초선 내 정치를 말한다] 더민주 권칠승

    [초선 내 정치를 말한다] 더민주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권칠승(51·경기 화성시병) 의원은 20대 국회의 수많은 초선 의원 가운데 자신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로 ‘경험’을 꼽았다. 정치 입문 전 삼성, 한국자동차보험공영사(현 동부화재)에서 근무하며 노조 활동을 했고 사업도 꾸려 봤다. 또한 옛 민주당 상근부대변인부터 국회의원 보좌관,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 30조원 살림을 다루는 지방의회 예결특위위원장(8~9대 경기도의원) 등 밑바닥부터 권부 핵심까지 경험했다. TK(대구·경북) 출신이지만 야권에서 잔뼈가 굵었다. 권 의원은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게 정치 활동의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Q. 정치권에 뛰어든 계기. A.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한 ‘수평적 정권교체’. 6년의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동부화재에서 노조활동을 하던 시절 알게 된 김 전 대통령 측 관계자가 대선을 몇 달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도와달라는 요청을 해 왔다. 당선이 어렵다는 여론조사도 나왔지만 그가 말했던 수평적 정권교체가 결국 이뤄졌다. 당시 젊은 사람들에게는 수평적 정권교체에 대한 열의가 대단했다. 좀더 정치를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정치의 원동력. A. 서민. 살아온 삶의 환경 자체가 서민이다. 아무리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하더라도 경험이 없으면 진심을 담은 정책이 나올 수 없다. 직장 생활도 해 보고 사업도 해 보면서 전세금이 오를 때 골치도 아파 봤고 은행 대출금리가 오를 때 조마조마했던 경험도 있다. 서민을 위한 정치가 목표다. Q. 차기 대선 지지 후보. A. 지금 쓰는 방(325호)의 전 주인인 문재인 전 대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을 때 처음 봤다. 문 전 대표에게서 업무에 매우 철저하고 청빈한 선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치적 기술 면에서 다른 정치인보다 뛰어나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인간적으로 훌륭한 분이라는 생각에 지지한다. Q. 상임위로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선택한 이유. A. 대통령 약속이 잘 지켜졌나 살펴보려고. 이명박 정부 때 자원외교가 굉장히 부실했다는 점이 뒤늦게 나오면서 국가재정의 어려움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나.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외교의 성과를 자랑하고 기업들이 함께 외국에 나가 투자 유치를 했다고 홍보했는데 이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싶다. 에너지·인프라 등은 조 단위의 돈이 들어가는데 문제가 생기면 국가재정 손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지 않겠나. 실효성을 꼼꼼하게 따져 보겠다. Q. 관심 분야. A. 보육과 교육. 1호 법안으로 보육대란방지법을 냈을 정도로 보육에 관심이 많다. 결국 보육 문제가 정리되지 않으면 저출산도 해결될 수 없다. 또한 화성시는 아직 고교 비평준화 지역이라 이에 대한 민원이 많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과 이야기하고 있는데 내년부터 고교평준화 추진을 위한 법적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프로필 ▲1965년 경북 영천 출생 ▲고려대 경제학과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민주당 중앙당 부대변인 ▲제8~9대 경기도의회 의원
  • [단독] 공기업에 경기부양 재정 부담 ‘논란’

    [단독] 공기업에 경기부양 재정 부담 ‘논란’

    하반기 경기부양을 위해 20조원 규모의 재정 확대를 추진 중인 정부가 이 가운데 일부를 공기업에 부담시키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정부는 한국전력 등 대형 공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 확대 등을 요청한 상태다. 이에 해당 공기업들은 “경영 효율성과 재무 건전성을 강조하면서 또 국가 시책에 동원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공기업이 설립 목적에 따라 국가 전체의 이익을 좇아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30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한전, 한국수력원자력, 발전 5개사 등 지난해 커다란 흑자를 낸 전력 공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전은 전력설비 보강과 에너지 신산업 펀드 등에 5000억원가량을 추가로 투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도 1800억원 정도의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보다 규모가 작은 남부·중부 등 발전 5개사는 추가 투자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부채 감축도 해야하는데 투자 여력이 전혀 없다”면서 “자체 재원 마련으로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고 새로 금융 차입을 할 경우 부채가 늘어 경영평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발전사 관계자도 “부채 감축과 투자 확대라는 상충된 정책 속에 공기업들에 지속적으로 재원 부담을 할당하고 있다”면서 “갑자기 투자 대상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고 이미 지난해 흑자가 난 부분은 계획된 투자에 다 써버린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부채비율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4~5개 투자 여력이 있는 공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규모를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전 등 전력 공기업과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코레일 정도가 대상이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경기 부양을 위해 정책적으로 하는 사업에 대한 부채 증가는 경영평가에서 감안될 것이고 어차피 인프라 등 계속해야 할 사업 투자나 내년 예산 끌어 쓰기 정도라 부담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기업의 설치 목적에 맞는 사업이라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일정 부분 정부가 투자 확대를 지시하는 데 크게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없다”면서 “다만 4대강, 자원외교 등 정권 차원의 정치적 사업 투자를 공기업에 전가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홍상수·김민희 스캔들, 정부가 터뜨렸다?… 지독한 ‘음모론’

    홍상수·김민희 스캔들, 정부가 터뜨렸다?… 지독한 ‘음모론’

    “박유천 성폭행 의혹이랑 홍상수·김민희 불륜설을 정부가 고의로 터뜨린 거라던데…. 존 리 전 옥시코리아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욕먹을까 봐 그랬대요. 정치나 정책 얘기보다 연예인 얘기에 귀가 더 솔깃해지니까 그러는 거겠죠.”-주부 조모(34)씨 “연예인 스캔들 정도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아픔이나 방위사업청이 1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사실들을 숨기기는 힘들 것 같아요. 연예인 사건의 파급력을 실제보다 너무 크게 보는 건 아닌가요.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제기되는 음모론, 이제는 지겨워요.”-회사원 이모(43)씨 최근 화제가 된 가수 겸 배우 박유천 성폭행 의혹, 영화감독 홍상수·배우 김민희 불륜설 등이 정부의 실책을 가리기 위해 터졌다는 ‘음모론’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한창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박유천, 김민희에 숨은 의혹’이라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반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때마다 제기되는 ‘음모론’에 질렸다는 이들도 많다. 전문가들은 정부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음모론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터진 연예인 기사의 배후로 지목되는 것은 ‘정부의 전기·가스 분야 단계적 민영화 발표’다. 존 리 전 옥시코리아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돼 불구속 기소한 것을 덮으려 했다는 소문도 있다. 홍상수·김민희 불륜설의 경우 신공항 발표가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끝나면서 일부 지역 불만이 커지자 이목을 돌리기 위해 터뜨렸다는 말이 나온다. 연예인 스캔들이 정부 실책을 덮었다는 음모설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배우 이민호와 가수 수지의 열애설이 터진 2015년 3월에는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자원외교 비리 의혹을 덮으려 한다는 얘기가 돌았고 2013년 11월 검찰이 개그맨 이수근, 가수 탁재훈을 불법 도박 혐의로 수사하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 불법 로비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을 무마하려 한다는 말이 나왔다. 2011년 4월 가수 서태지·배우 이지아 이혼 소송 때는 BBK사건 특별수사팀이 언론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하자 이목을 돌리려 했다는 풍문이 돌았다. 각종 음모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이에 염증을 느끼는 경우도 늘고 있다. 회사원 김모(35)씨는 “실체도 없는 이야기를 마치 사실인 양 말하는데 무책임하다”며 “음모론의 끝이 늘 또 다른 음모론인 것도 지겹다”고 말했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실정치 공간에서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첨예하면 정권을 공격하는 음모론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된다”며 “인터넷 게시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 음모론에 촉매제 역할을 하는데 의혹을 믿고 싶은 욕구가 음모론을 더욱 크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음모론의 유행은 사회가 위기에 처했음을 보여 주는 징후”라며 “지식인이나 언론이 권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의 기능을 상실하면 국민들 스스로 음모론을 만들면서 비판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유언비어를 처벌하는 등 근시안적인 방법으로 음모론을 잠재울 수 없다고 했다. 전 교수는 “정보가 소수에 의해 독점되지 않는 정보 민주주의가 이뤄져야 국민들도 음모론을 가벼운 오락 수준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며 “정치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SNS를 건전한 공론장으로 활용하는 합리적인 토론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사설] ‘87년 체제’ 극복할 개헌 공론화 필요하다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개헌론이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원식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공식으로 제기한 이후 정치권에서 서서히 논의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내년이면 30년을 맞는 이른바 ‘87년 체제’가 수명을 다했다는 공감대 속에서 여야 중진들은 물론 일부 대선 주자들까지 개헌론에 합세하는 형국이다. 개헌론을 둘러싼 기류는 복잡하다. 집권 후반기를 맞은 청와대는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고 집권 실세인 친박계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과 관련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에 동조하는 기류가 있다. 야권은 ‘87년 헌법’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급변하는 시대적 흐름에 비효율적이라는 인식 속에서 개헌론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87년 체제는 대통령 직선제와 5년 단임제,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 폐지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제9차 개헌을 통해 출범했다. 당시 6월 항쟁 이후 독재 청산이란 시대 정신을 구현한 87년 체제 덕에 장기 집권이 봉쇄되고 국민에 의한 평화적 정권교체가 정착되는 등 성과도 많았다. 하지만 과도하게 대통령 일인에게 권력이 집중된 통치 시스템에서 정권을 쥐려는 여야의 극한적 대립에 국정은 늘 불안한 상태로 유지됐다. 대통령 임기 5년 내내 이어지는 청와대의 독주가 논란이 됐고 주요한 국가 정책은 후임 대통령이 고의로 단절시켜 5년 이상 지속하는 정책 자체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이명박 정권 시절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던 자원외교나 녹색성장 정책이 현 정부 들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고도성장기에 만들어진 87년 체제와 전혀 다른 상황이다. 현재의 국가 시스템은 저성장과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등의 구조적 문제는 물론 갈수록 커지는 빈부 격차에도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양당 체제를 무너뜨린 4·13 총선 민의 저변에 새로운 국가 통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경고가 담겨 있다. 집권 후반기 여소야대로 재편된 정국에서 개헌론이 화두가 되면 국정 동력이 급격하게 약화돼 각종 국정 개혁과 민생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개헌과 관련해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 개편 방안과 시기 등을 놓고 정당별, 차기 대선 주자별로 입장 차가 큰 것도 사실이다. 자칫 청와대가 우려하는 ‘개헌 블랙홀’로 빠져들 개연성은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럼에도 국가 백년대계를 새롭게 세워야 한다는 논의 자체를 언제까지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개헌 논의도 골든타임이 있다. 대선 정국에 올인하기 전인 올해 말까지가 적기다. 우리 국민도 성숙한 민주주의를 체험했다. 정치권이 경제와 민생이라는 당면 국정 현안을 제쳐 놓고 개헌에 몰두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국회는 시급한 국정 현안을 정상적으로 논의하면서 한쪽에서 개헌특위 등을 통해 로드맵을 차분하게 만들어 가는 투 트랙 방식으로 진행하면 된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대에 맞춰 가장 효율적인 국가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더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 ‘BBK 연루’ 조봉연도 조세회피처 유령회사 등재

    “MB의혹 풀 새 실마리 가능성” 포스코 계열사 고가인수 의혹도 2007년 17대 대선을 뒤흔들었던 ‘BBK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된 조봉연 전 오리엔스캐피탈 대표가 조세회피처의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와 연관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는 10일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 유출 문서에서 조씨를 포함해 그동안 공개하지 않은 한국인 112명의 명단을 추가 공개했다. 조씨는 1999년 3월 15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메혼 홀딩스 그룹’의 이사 4명 가운데 1명으로 등재됐다. 이 회사의 주주는 싱가포르에 소재한 ‘팬 아시아 스페셜 오퍼튜너티 펀드’였고, 조씨는 이 펀드를 운영하던 홍콩 투자사의 임원이었다. 검찰은 당시 BBK 사건에 대한 1차 수사 결과에서 조씨가 2001년 김경준씨로부터 주가 조작 횡령금 384억원 가운데 104억원을 돌려받았다고 발표했지만, 대통합민주신당(현 더불어민주당)은 이 중 54억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흘러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뉴스타파는 “조씨의 페이퍼컴퍼니가 이 돈과 연관이 있다면 당시 밝혀지지 않은 의혹을 풀 수 있는 새로운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또 포스코건설이 2011년 에콰도르 플랜트 업체인 산토스 CMI와 그 계열사를 인수할 때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사들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포스코건설 측은 당시 산토스 CMI 매출액이 1억 7350만 달러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산토스 CMI의 에콰도르 현지 경영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이 회사의 2009년 매출은 3300만 달러, 2010년 매출은 4040만 달러에 그쳤다. 뉴스타파는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자원외교 활동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포스코건설은 “인수에 있어 정치권과 관련 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사설] 포스코·한전 이란 수주, 제2 중동 붐 기대 크다

    핵 타결 이후 빗장이 풀린 이란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들의 발걸음이 본격화되고 있다. 포스코는 이란과 2조원대 제철소 건설에, 한전은 7400억원 규모의 발전소 건립에 참여하기로 했다. 때마침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란을 방문해 양국 간의 경제 교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그동안 세계 각국이 이란 특수를 노리고 발 빠르게 움직여 도대체 우리 정부와 기업은 뭘 하나 걱정했는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포스코는 그제 이란 철강기업인 PKP사와 쇳물부터 각종 철강 제품까지 생산하는 일관제철소를 짓기로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아니면 말고 식의 구두 계약이나 다름없는 업무협약(MOU)이 아니라 법적 구속력을 갖는 실질적인 계약서인 합의각서에 정식 사인한 것이다. 과거 정권에서 보면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 자원외교 등과 같은 사업에서 적지 않은 계약이 이뤄졌지만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보여 주기식 계약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포스코의 이란 진출은 실질적인 제철소 수출로 이어질 수 있는 단계까지 간 것이니 기대가 크다. 합의각서보다는 약하지만 한전의 이란과의 발전소 건설 계약 체결도 의미가 적지 않다. 해외 다른 기업들이 가로채지 않도록 본계약까지 성사시켜 나가야 한다.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에 참석한 주 장관도 이란으로부터 옛 도심 개발과 호텔 건설 사업에 ‘러브콜’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 이란은 37년 동안의 경제 제재 조치로 낙후된 도로, 철도, 항만 등 인프라 시설 등에 대한 재건 사업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우리 기업들이 뛰어들 사업이 널려 있는 ‘기회의 땅’이라는 얘기다. 이란은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세계 1위의 자원 대국이다. 인구 8000만명의 거대 시장으로 내수 시장까지 고려하면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나라다. 글로벌 경제 침체 속에서 유일하게 시장이 살아 움직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이란의 제재가 풀리자마자 국가 원수로는 처음으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만나 양국 교역 증대 방안을 합의한 이유가 거기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중동 4개국 순방 후 경제 재도약을 위해 ‘제2의 중동 붐’을 해법으로 내놓은 적이 있다. 바로 절호의 기회가 왔다. 활짝 열린 이란 시장을 잡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더 적극적인 도전이 필요하다.
  • 법원 vs 검찰 ‘배임죄 적용’ 법리 해석 논란 쟁점

    법원 vs 검찰 ‘배임죄 적용’ 법리 해석 논란 쟁점

    검찰의 실질적인 ‘2인자’로 통하는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1일 강영원(65)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에 대한 법원의 무죄 선고에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면서 법원과 검찰의 엇갈리는 판단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원과 검찰은 최근 배임죄를 놓고 큰 폭의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관련 피고인이 무죄 선고를 받는 경우가 늘고 있는 직접적인 이유다. 검찰은 과거에 하던 대로 법 적용을 해 기소를 하지만, 법원은 무죄 판결을 통해 이를 일축하는 상황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법원은 배임죄 적용을 놓고 피의자가 직접적인 경제적 대가를 받았는지, 피의자가 이득의 당사자인지를 엄격히 따져 사안을 판단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기업의 범죄 수법이 교묘해지는 상황에서 배임죄 적용을 과도한 수준으로 엄격히 적용하면 자칫 부패 수사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배임 행위로 인한 결과 역시 판단 근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檢 “피해액 크면 사회통념상 처벌” 강 전 사장 배임을 놓고 검찰과 법원은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강 전 사장이 석유공사에 입힌 손해액은 5500억원이다. 개인적으로 착복한 이득이 없더라도 피해가 크다면 통념상 처벌해야 한다는 게 검찰 생각이다. 이 지검장의 발언에 ‘자기 돈이면 그렇게 썼겠냐’는 의도가 배어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어떤 사안에서 결과가 나쁘면 과정의 오류를 시정하는 게 맞다”며 “자원외교 등 검찰 기소 사안에 법원이 그 결과를 감안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 전 사장 재판을 맡았던 재판부는 “피고인이 배임의 동기를 가졌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며 “다소 과오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형사상 배임죄에 해당할 만큼 혐의가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공공기관의 기관장이 단순히 능력이 부족해 실패한 것을 문제삼으면 그 사람을 임명한 이는 배임교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 “사적 이득 안 취한 이석채 무죄” ‘개인적 이득’의 기준도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는 대목이다. 통영함 납품비리에 연루된 황기철(59) 전 해군참모총장이 무죄 판결을 받은 이유는 ‘뒷돈’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황 전 총장이 납품 장비의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문서를 꾸민 점에 집중했지만 법원은 개인적 이득을 얻었는지에 더 주목했다. 피의자가 이익을 얻은 당사자인지 여부도 쟁점이다. 이석채(71) 전 KT 회장은 지인이나 친척 회사를 비싼 값에 사들이도록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지만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기업 이익을 위해 결정을 내렸다고 해도 손해가 발생할 수 있고 이런 경우까지 배임죄로 처벌하면 기업가 정신이 위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사주가 경영을 하는 회사의 경우 전문경영인에게는 배임죄 적용을 최소화하는 등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이 고의성이 명백할 경우에만 배임을 처벌할 수 있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법원 관계자는 “배임의 범죄구성 성립 요건이 엄격해지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하기 어렵다”며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돼야 배임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최근 무죄가 난 사건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법원에 날세운 檢 “자원외교 손실 누가 책임지나”

    법원에 날세운 檢 “자원외교 손실 누가 책임지나”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자원 외교’와 관련해 배임죄로 구속 기소됐던 강영원(65)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자 ‘검찰의 2인자’가 정면으로 법원 판단을 비판하고 나섰다. 대법원이 배임 혐의로 기소된 기업 대표에게 잇달아 무죄를 선고한 가운데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통영함 비리’로 구속했던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에 대해서도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등 잇따른 무죄 선고로 누적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법원은 검찰의 움직임을 재판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한 행동으로 보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11일 예고 없이 서울고검 기자실을 찾아 강 전 사장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데 대해 “공중으로 날아간 천문학적 규모의 세금은 누가 책임지겠느냐”고 강하게 비난하면서 항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서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김동아)는 강 전 사장에 대해 “피고인이 배임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총장 후보군 중 한 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건을 처리하는 서울중앙지검장이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건을 놓고 공식 석상에서 브리핑을 자처해 직접 항소 방침을 밝힌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공보 담당자인 3차장검사가 아직 부임하기 전이라는 검찰 내부 사정도 있지만 1차장검사가 대신 입장을 밝힐 수도 있는 상황에서 검찰 내 2인자나 다름없는 서울중앙지검장이 직접 법원 판단의 부당성을 지적한 건 그만큼 검찰의 불만이 크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지검장은 법원 판단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강 전 사장은 캐나다 석유개발회사 하베스트의 정유공장 인수로 나랏돈 5500억원의 손실을 입혔고 (석유공사는) 결국 1조 3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손실이 났다”면서 “경영평가 점수를 잘 받으려고 나랏돈을 아무렇게나 쓰고 사후에는 ‘경영 판단’이었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면 회사 경영을 제멋대로 해도 된다는 말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강 전 사장은 2009년 하베스트와 정유 부문 자회사 노스애틀랜틱리파이닝(NARL)을 시장가격보다 높게 인수하도록 지시해 회사에 5500여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 기소됐다. 앞서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유남근)는 회사에 10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석채(71) 전 KT 회장에 대한 재판에서 배임죄 부분에 대해 ‘합리적인 경영 판단’으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통영함 납품 비리에 연루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허위 공문서 작성·행사 등으로 구속 기소된 황 전 총장에게도 무죄가 선고되는 등 법원의 판단이 엄격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활성화를 위한 적폐·부패 척결을 강조하고 검찰이 ‘부패범죄특별수사단’까지 출범시켰지만 법원이 배임죄를 엄격하게 따지며 부패 범죄 수사와 처벌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검찰이 ‘여론전’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례적인 서울중앙지검장의 행동에 법원은 불쾌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검찰은 재판을 받는 당사자 중 하나로 항소심을 통해 스스로 의견을 피력할 기회가 있는데도 굳이 언론을 통해 여론몰이를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달리는 세계 기업들] “해외 자원개발 투자 中·日의 10% 안돼…저유가 기회 살려야”

    [달리는 세계 기업들] “해외 자원개발 투자 中·日의 10% 안돼…저유가 기회 살려야”

    우리나라가 석유, 가스, 광물 등 해외자원 개발에 쓰는 투자액이 이웃의 일본, 중국의 10분의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가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지금을 기회로 삼아 해외 자원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日예산 13% 늘릴 때 한국은 73% 삭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1일 ‘한·중·일 해외자원 개발 비교 보고서’를 통해 일본과 중국이 에너지 가격 하락 시기에 적극적으로 해외자원 개발에 투자한 반면 한국은 공기업 부채 감축과 자원외교 비리 등으로 해외자원 개발 사업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우리 정부의 해외자원 개발 예산은 958억원으로 지난해(3594억원)보다 73% 삭감됐다. 일본은 올해 우리보다 6배 이상 많은 632억 5000만엔(약 5898억원)을 책정했다. 지난해보다 13% 늘었다. 최근 원유가격 하락을 우량한 자원 권익 획득의 기회로 보고 관련 투자를 늘린 것이라고 보고서는 풀이했다. ●전경련 “장기 프로젝트 일관적 추진을” 한·중·일 삼국의 해외자원 개발 투자액은 차이가 더 크다. 지난해 한국은 해외자원 개발에 67억 93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일본은 이보다 14배가량 많은 934억 8400만 달러를, 중국은 우리의 10배가 넘는 712억 100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전경련은 자원개발사업이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정부의 일관적인 정책 추진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저유가 상황이야말로 해외자원 개발의 적기”라면서 “기업들도 해외자원 개발의 기술력과 전문성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4대강·자원외교 공기업 손실 세금으로 땜질

    4대강·자원외교 공기업 손실 세금으로 땜질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올해부터 5년간 정부에 1조 3500억원 규모의 출자금을 요청했다. 정부는 이를 내년 예산에 반영했고 2019년까지 순차적으로 반영할 예정이다. ‘4대강 사업’에 이어 ‘자원외교’에 동원된 공기업의 천문학적인 손실도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우게 된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16일 이런 내용의 ‘2015~2019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석유공사는 2019년까지 유전개발 출자에 3100억원, 석유비축시설 출자에 3749억원 등 모두 6849억원 규모의 재정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국광물자원공사도 2015~2019년 재무관리계획에 자본금 증액 등을 담았다. 정부에 내년 770억원을 포함해 5년간 6700억원을 달라고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때에는 한 해에 1조원을 에너지 공기업 출자금으로 지원한 적도 있었다”면서 “지금은 많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11년째 자본잠식이면서도 몽골의 훗고르 탄광개발에 뛰어들었다가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본 대한석탄공사도 5년간 1849억원 규모의 출자금을 요청했다. 부채 1조 6000억원에 대한 이자를 정부가 매년 부담해 달라는 것이다. 석탄공사는 이런 재정 상태임에도 국민 세금으로 흥청망청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명퇴를 신청한 직원들에게 2000억원이 넘는 위로금을 줬다. 정년퇴직을 한 달여 남은 직원에게도 수억원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석탄 합리화 정책으로 지급한 전업준비금과 특별위로금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감사원도 이를 지적해 일부 지원금 내용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공개된 한국가스공사는 출자금 지원 요청 대신에 이라크 유전의 지분 일부를 매각해 자본금 4000억원을 확충하기로 했다. 올해 에너지 공기업 ‘3인방’(석유·가스·광물자원공사)의 부채는 58조 1000억원(정부 전망치)으로 전체 에너지 공기업 부채(12개사 170조 9000억원)의 34% 수준이다. 정부 지원과 자산 매각, 경비 절감 등의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3인방의 부채는 2019년까지 1조 8000억원 늘어난 59조 9000억원으로 전망됐다. 4대강 사업에 동원된 수자원공사의 모든 재정 부담은 정부가 떠안고 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정부가 부담한 금융 비용은 총 1조 5216억원이며, 채무 원금은 별도로 지원할 예정이다. 수공의 4대강 사업비(원금)는 8조원에 육박한다. 김주찬 광운대 행정학과 교수는 “4대강 사업에 이어 자원외교에서도 비싼 수업료를 냈고, 이 수업료는 앞으로도 더 지불해야 할 것”이라면서 “정부 정책 사업은 국회 심의를 거친다는 측면에서 공기업 투자가 아닌 예산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른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서울광장] 외과수술과 부패척결/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외과수술과 부패척결/박홍환 논설위원

    김현웅 법무장관은 지금까지 만난 많은 검사 중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출중하다. 중국 베이징대 유학파로 국제 감각까지 갖췄고, 강단 또한 만만치 않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 대형 법조비리 수사를 지휘하면서 굳건한 성벽 너머에서 버티던 고법 부장판사를 끌어내 단죄했을 정도다. 당시 “법원의 저항이 완강한데 (잡아넣을) 자신이 있느냐”며 걱정스럽게 물었을 때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자신 있게 얘기하던 김 장관의 모습이 확연히 기억난다. 아니나 다를까. 김 장관은 그 후 법무부 감찰기획관, 서울서부지검장, 부산고검장, 법무부 차관, 서울고검장 등 요직을 섭렵하면서 어떤 잡음도 없이 깔끔하게 일을 처리했다. 청와대가 김 장관을 내정하면서 “부패척결의 적임자”라고 논평한 것도 이런 강단과 조직 장악력을 높이 산 까닭일 것이다. 그런 그가 마침내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그는 이달 초 “부패와 부조리의 악순환을 차단하지 않고서는 경제 재도약과 지속 가능한 성장은 요원하다”며 검찰에 부정부패 사범 단속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공직비리, 기업인 상대 범죄, 국가 재정낭비 비리, 직역비리 등을 척결 대상 범죄로 꼽았다. 특수 수사에 밝은 법무장관의 부패척결 주문이 이상할 리 없고, 이미 내정 때부터 예상됐지만 뜨악한 면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검찰이 이미 방위사업 비리, 포스코 비리 등의 수사에 전력했고, 평가하기에 따라서는 일부 성과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에 대한 채찍 정도로 넘기기에는 발언의 강도가 남달랐던 탓도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의 반응도 이상하다. 김 장관의 사법시험 2년 선배이자 서울대 법대 선배, 나이도 7살이나 많은 김 총장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대검 반부패부가 전국 특수부장검사 화상회의를 열어 부패척결 방안을 논의하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검사들을 보강 배치하는 등 외견상으로는 김 장관 주문에 부응하는 듯 보이지만 정작 검찰의 수장인 김 총장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잘 알려졌듯이 김 총장은 부패 수사에 관한 한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을 중시한다. 다른 부위는 건드리지 않고, 암 덩어리만 제거하는 외과수술처럼 정교한 특수 수사를 취임 직후부터 요구해 왔다. 지난 3월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했을 때에도 이 같은 외과수술론을 고수했다. 자원외교 비리를 수사하면서 전임 정권들의 전면적 지원을 받았던 경남기업을 표적 삼은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외과수술식 부패척결 작업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과 이 전 총리의 낙마 등으로 사실상 실패했다. 포스코 비리 수사도 동력을 잃은 지 오래다. 특수부 요직을 두루 거친 한 변호사는 “예상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낙마 이후 특수 수사 역량이 크게 약화된 상태에서 한정된 인력으로 부패 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었고, 때마침 ‘하명’이 내려오자 김 총장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부패척결을 주문했는데 서투른 집도의의 칼질에 오히려 환부가 덧났다는 해석이다. 하명 수사, 기획 수사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임은 물론이다. 외과수술을 주창했던 김 총장은 이제 임기가 석 달밖에 남지 않았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기수 역전’은 김 총장 퇴임 이후 바로잡힐 것이다. ‘부패척결 시즌2’는 사실상 후임 검찰총장이 지휘하게 된다. 문제는 ‘하명’의 여운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야권 등 일각에서 ‘공안통’인 황교안(사시 23회) 국무총리와 특수부장 출신인 김현웅(사시 26회) 법무장관 체제의 부패척결이 결국 야권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공안 특수’ 수사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까닭이다. 부패척결은 수십 년 동안 정권마다 내놓는 레퍼토리다. 그런데도 여전히 부패척결은 우리 사회의 숙제다. 외과수술식, 거악(巨惡)척결식, 정권하명식 부패수사의 한계다. 외과수술로 암 덩어리를 도려낸 뒤 본격적이고도 협업적인 항암 치료를 계속해야 하는 것처럼 부패척결 역시 일과성 구호와 표적 수사로는 절대 완성되지 않는다. 거악은 물론 주변의 작은 부패까지 깨끗이 하는 치료가 이젠 정말 필요하다. 김 장관과 차기 검찰총장의 역량을 두고 볼 일이다. stinger@seoul.co.kr
  • 이승환, 김무성 ‘쇠파이프’ 발언에 일침

    이승환, 김무성 ‘쇠파이프’ 발언에 일침

    가수 이승환이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대기업 노조 관련 발언에 일침을 가했다. 이승환은 ‘김무성, 노조가 쇠파이프 안 휘둘렀으면 소득 3만 불 됐을 것’이라는 기사 공유와 함께 김무성 대표의 발언을 인용, “친일파 청산해서 재산 환수하고 사자방(4대강사업, 자원외교, 방산사업)에 엄한 돈 쓰지 않았으면 소득 5만 불 됐을 것”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이어 “그 외 기타 등등 약 4억 3700만 가지 정도 더 있으나 생략”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정부의 노동정책 실패를 노동조합으로 돌리고 있다고 비판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노조 가입자 수는 10%에 불과하지만 영향력은 막대하다”면서 “대기업, 특히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과격 강성 귀족노조가 매년 불법 파업을 일삼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불법 파업에 공권력을 투입하면 (노조가) 쇠파이프로 (전경들을) 두들겨 팼다. 불법 노조에 공권력이 대항하지 못했기 때문에 10년째 우리나라가 2만 불에서 고생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만약 그런 일이 없었으면 (국민소득이) 3만 불을 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종걸 “삼성·롯데 국감에 부를 것”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벌 총수들이 오는 10일부터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채택될지 주목된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3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신 회장과 이 부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검토 중”이라며 “현재로선 삼성물산과 롯데 두 기업을 포함해 (여당에) 증인 채택을 강하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롯데뿐만 아니라 많은 재벌이 예외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은 또 자원외교 논란과 관련해 지난해 증인 신청이 불발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다시 부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야당 측 관계자는 “자원외교 논란과 관련, 해당 공기업의 부실 문제 등에 대해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원내대표는 ‘총선 필승’ 건배사로 논란이 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키로 한 것에 대해 “선거사무의 공정한 관리에 아주 직접적인 해악과 분명한 문제가 드러났는지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통해 탄핵소추 및 해임안 제출을 좀 더 신중하게 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법률지원단장인 김회선 의원은 이날 “비공개적인 곳에서 한 의례적 덕담이기에 탄핵소추 요건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특별면회 특별사면 ‘범털 특권’

    특별면회 특별사면 ‘범털 특권’

    이달 초부터 서울중앙지검 고위 관계자들은 국회의원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의 전화 공세에 시달렸다. 전화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무소속 박기춘 의원에 대해 사전체포영장이 발부되기 직전인 7일까지 이어졌다. 요지는 사고가 터지기 전까지 새정치연합에 몸담았던 박 의원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만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평소 검찰 고위직과 친분이 있는 의원들은 모두 전화 몇 통씩은 돌린 것 같더라”면서 “난 구속할지 말지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며 거절했다”고 털어놨다.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된 정치인, 재벌 총수들처럼 힘 있고 돈 있는 재소자들을 이른바 ‘범털’이라고 칭한다. 법 앞에는 모두가 평등하다는데 검찰 수사 시작 단계에서부터 교도소에 수감되기까지 범털들도 일반 형사범과 동일한 대우를 받을까. 아래 기사를 읽어가다 보면 이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국회의원 구속 막기 위해 법조계 인맥 총동원 박 의원의 사례처럼 범털 중에서 특히 국회의원은 구속 상태에서 조사받는 것을 다른 무엇보다도 참을 수 없는 ‘치욕’으로 여긴다. 구속되는 걸 달가워할 사람은 세상에 없겠지만 하나의 입법기관에 해당하는 국회의원 구속은 국회의 명예 실추와 연결해 생각하는 경향이 특히 강하다.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이 거론되는 순간부터 해당 의원은 구속되는 사태만은 막기 위해 검찰 인맥을 총동원한다.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고 하더라도 국회의원을 체포하는 데는 커다란 산이 또 하나 있다. 국회의원은 현행범을 제외하고 국회가 열려 있는 동안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을 금한다는 ‘불체포특권’이다. 본래는 국가 권력으로부터 국민의 대표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이지만 회피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치권 관계자는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구속영장이 발부된 의원과 같은 당 의원들은 대부분 ‘한솥밥을 먹는다’는 생각 때문에 (혐의가 명확해도) 인지상정으로 체포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지곤 한다”면서 “‘국회가 검찰에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도 이들이 찬성표를 던지기 쉽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입법로비 의혹으로 구속 수감된 김재윤 새정치연합 의원은 재판정 등으로 이동할 때 “포승줄만은 풀어 달라”는 요청을 비공식적으로 했다가 일축당하기도 했다. 정치인이나 재벌 총수들은 검찰 조사를 받을 때도 남다른 대우를 받을까. 검찰은 일단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이상 일반인과 다른 특별 대우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범털들의 특징은 검찰 조사 전에 변호사들을 총동원해 예상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미리 연습한 ‘티’가 많이 난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많이 해봤더라도 검찰 조사가 한두 시간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에는 들통이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이들 중에 검찰 조사를 받는 도중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어 검찰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지난 4월 자원외교 수사로 검찰 조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서울중앙지검의 다른 부장검사는 “과거에는 정치인이나 재력가는 최종 판결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한번 감옥에 들어가면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걸 이들도 알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권력의 최고 정점에 있었던 만큼, 이들이 느끼는 명예 실추와 수형 생활에 대한 좌절감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 형 집행 연기 ‘특별 대우’ 범인(凡人)들과 다르게 정치인들에게 형이 확정된 후 관례적으로 집행을 연기해 주는 것은 ‘특별대우’라 볼 수 있다. 지난 24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본래 지난 21일 오후 2시까지 서울 중앙지검이나 서울구치소에 출석해 수감 절차를 밟으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병원 진료 등을 이유로 형 집행 연기를 요청했다. 2009년 5월 공천헌금 사건으로 실형을 받은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나 2011년 12월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실형이 선고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등도 나흘 뒤에 검찰에 출석했다. 하지만 일반 형사범은 형 집행 연기 신청은 꿈도 못 꾼다. 특히 한 전 총리는 형 집행을 연기한 나흘 동안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의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등을 방문하는 등 정치적 행보를 하면서 논란을 불렀다. 법조계에서는 전직 총리에 대한 예우를 넘어선 지나친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검찰은 형 집행 절차와 시한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형 집행 연기라는 것은 법률적 용어도 아니고, 현재 형사소송법에서 ‘소환에 응하지 않을 때 형 집행장을 발부해 구인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형 집행 시한 등은 명시돼 있지 않다”면서 “예규 등을 별도로 만들어 정치인들도 일반인과 동일한 형 집행 절차를 밟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인이나 재벌 총수는 구치소나 교도소에서 대개 독방을 배정받는다. 수감자는 원칙적으로 독거실에 우선 배정하고, 독거실 부족 등 시설 여건이 좋지 않으면 혼거실에 수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교정본부는 “수용자의 죄명·형기·죄질·나이와 수용생활 태도, 그 밖에 개인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용거실을 지정한다”면서 “정치인·유력인이라고 해서 달리 처우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유명인들은 독방에 배정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다른 재소자와 함께 있을 때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에는 사학 비리로 광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씨가 다른 재소자에게 폭행을 당해 중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정치 사범들이 일반 재소자들에게 ‘불온 사상’을 전파하는 것을 막기 위한 측면도 있었다”면서 “다른 재소자를 통해 외부와 교류할 가능성을 전면 차단하기 위해서 독방을 배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징역을 살았던 노태우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은 침대와 책상, 수세식 변기가 갖춰진 독방에서 수감생활을 했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서울남부구치소에서 이례적으로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수용돼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편의를 청탁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고 가능성 차단 위해 대부분 독방 배정 수용자와 접견자가 유리벽 없이 소파에 앉아 대면하는 ‘특별면회’(장소변경접견)는 범털들이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 포함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개월의 수감 생활 동안 171차례에 걸쳐 특별면회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과 이상득 전 의원도 2013년 한 해에만 100차례 이상 특별면회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장소변경접견은 유리벽 사이로 15분간 진행되는 일반 면회와 달리 30분 동안 열린 공간에서 이뤄진다. 범털 최고의 특권은 뭐니 뭐니 해도 ‘특별사면’이다. 일반인은 한번도 받기 어려운 특별사면을 두 번, 세 번에 걸쳐 받은 경우가 적지 않다. 최태원 회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 때에 이어 이번에 다시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두 번에 걸쳐 특별사면을 받았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세 차례나 특별사면을 받았다. 정치인으로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비롯해 안희정 충남도지사,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 등이 사면을 받았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강영원 “3975억원 손해는 석유공사 규정 따른 것”

    “인수는 협상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가격의 10%는 더 줄 수 있습니다. 석유공사의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캐나다 자원개발업체 하비스트와 정유 부문 자회사 노스애틀랜틱리파이닝(NARL) 인수를 무리하게 추진해 국고에 최대 5000억원대 손실을 입힌 혐의로 기소된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이 17일 첫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이 연초부터 대대적으로 수사를 벌여 온 이명박 정권 당시 해외 자원외교 비리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김동아) 심리로 이날 열린 첫 공판에서 강 전 사장의 변호인은 “검찰이 손해로 판단하는 3억 5400만 달러(약 3975억원)는 석유공사 규정상 사장이 유동적으로 거래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범위”라면서 배임 혐의를 부인했다. 강 전 사장 재임 시절 석유공사는 2009년 하비스트와 NARL을 인수하며 시장 가격인 주당 7.31캐나다달러보다 높은 가격인 주당 10캐나다달러를 지불했다. 총인수금액만 4조 5600억원에 달했다. 검찰은 무리한 인수 결정으로 석유공사가 입은 손실이 최대 4억 9100만 달러(약 5513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석유공사는 당시 NARL 인수에 1조 3700억원을 쏟아부었으나 매년 적자가 누적되자 지난해 8월 인수 비용의 3%에도 못 미치는 329억원에 매각했다. 검찰에 따르면 하비스트는 과다 부채로 유동성에 문제가 있었고 NARL은 자본잠식 상태였다. 당시 석유공사 감사실이 하비스트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지만 무시됐다. 경남기업의 정부지원금 융자 사기로부터 시작된 자원외교 수사는 강 전 사장을 법정에 세웠고 김신종(65)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의 기소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의 경남기업 지분을 고가에 매입해 200억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 김 전 사장을 조만간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가스공사에 대한 비리 혐의는 아직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해외 자원개발 특혜 대출 의혹을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수사는 난관에 부딪혔다. 성 전 회장이 박근혜 정부 실세들에게 돈을 건넸다는 메모와 인터뷰 내용을 남겨 수사의 방향이 어긋났기 때문이다. 한편 감사원은 역대 정부가 지난 30여년간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35조원을 투자했지만 자원 확보도 거의 하지 못했고 지난해 말 기준 12조 8000억여원의 적자가 발생했다는 중간 감사 결과를 지난달 내놨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씨줄날줄] 전·현 대통령의 화기애애한 악수/김성수 논설위원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그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경축식 행사에 참석했다. 류우익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효재·이달곤 전 청와대 정무수석, 이동관·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장다사로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측근들이 이 전 대통령을 수행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이 전 대통령은 밝은 표정으로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했다. 기념식에서도 박 대통령과 한 사람 건너 옆자리에 선 이 전 대통령은 내내 미소를 띤 얼굴이었다. MB가 퇴임 이후 박 대통령과 공식 행사에서 만난 것은 2년 반 전 박 대통령 취임식 이후 처음이다. 통상 전직 대통령과 배우자는 광복절 기념식에 10주년 단위로 초청하는 게 관례라는 게 행정자치부의 설명이다. 2013년과 지난해 광복절 행사에는 MB를 비롯한 전직 대통령을 초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인 광복 60주년(2005년)에도 전직 대통령들이 참석했다. 하지만 MB 정부 때인 2010년 광복 65주년 광복절 행사 때는 전직 대통령들을 초청해 김영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참석했다. 70주년인 올해에도 MB를 비롯해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등 생존해 있는 4명의 전직 대통령들에게 행사 참석 의사를 타진했다고 한다. MB 쪽에는 행자부 김혜영 의정관이 장 전 기획관에게 초청장을 전달했다. 김영삼, 노태우 전 대통령은 투병 중이라 참석하기 어려웠다. 전 전 대통령은 참석하겠다고 했지만 행사 전날(14일) “눈병이 너무 심해 도저히 참석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고 한다. 이희호 여사는 18일로 6주년이 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도식을 준비하느라 바빠 참석 불가 의사를 통보해 왔다. 결국 이번 광복절 행사에는 전직 대통령 중에서 유일하게 MB만 참석했다. 여러 면에서 미묘한 갈등을 빚어 온 전·현 대통령이 환한 표정으로 악수를 하는 장면만으로도 화합의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어떤 이유로든 최고 권력의 자리에 있거나 있었던 대통령들이 대립하는 모습을 보일 때 국민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MB가 행사장에서 밝은 표정을 보인 것을 놓고 정치적인 해석도 나온다. 4대강, 자원외교 등을 둘러싼 비리 의혹에 대해 한동안 현 정권이 거세게 몰아붙이는 듯했지만 최근 MB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사정 국면에서 벗어나는 조짐을 보이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이 화해 국면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해석과는 무관하게 MB 측은 오히려 의전 등에서 서운함을 표시했다. MB 측 관계자는 “행사 닷새 전에야 참석 의향을 묻는 건 의전에 어긋난 것 아니냐”고 했다. 본행사 시작 20분 전 박 대통령과 5부 요인, 애국지사 등이 함께한 티타임에 전직 대통령인 MB가 참석하지 못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김성수 논설위원 sskim@seoul.co.kr
  • ‘최강 화력’ 특수부 총동원하고도… 늪에 빠진 檢

    ‘최강 화력’ 특수부 총동원하고도… 늪에 빠진 檢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28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전날 밤 늦게 이뤄진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사전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수사팀이 받은 충격은 컸다. 정 전 부회장이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지난 5월 청구했던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이어 두 달여의 보강수사 뒤 다시 청구한 영장마저 기각됐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들어가 곧 5개월째를 맞는 포스코 수사가 ‘헛발질’을 반복하는 가운데 검찰이 ‘대어’를 낚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애초 포스코를 향한 검찰 수사는 정치 논리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3월 12일 정부가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검찰은 그 이튿날 포스코건설 송도 사옥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정조준했다고 설명했지만 전 정부를 겨냥한 사정(司正)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비자금 조성 시기가 정준양(67) 전 포스코그룹 회장 재임 당시였고, 정 전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측 인사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포스코건설 전·현직 임원들과 협력업체 대표들을 상당수 구속했지만 정작 정 전 회장을 겨냥한 징검다리로 지목한 정 전 부회장의 범죄 혐의 입증에는 연거푸 실패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쟁 기업이지만 포스코건설이 안됐다는 시각이 많다”며 “검찰이 작심을 하고 후벼 팠는데도 저 정도밖에 안 나온다는 것은 그 이상의 부정이 없기 때문인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무리한 수사 지적은 ‘포스코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특수2부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이후 ‘전국 최강의 화력’으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수사 전반에 걸쳐 주요 인물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수사의 적절성 외에 수사능력에 대한 논란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부정부패와의 전쟁’ 선포 이후 특수1~4부가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인 것에 비해 결과는 초라하다. 포스코 비리를 맡은 특수2부 외에 특수1부는 성완종 전 회장의 경남기업을 중심으로 한 자원외교 비리, 특수3부는 방위사업 비리, 특수4부는 중앙대 특혜 의혹 수사 등을 맡았다. 모두 전 정권에서의 특혜 및 비리 의혹이 제기됐던 부분들이었다. 특수1부는 경남기업이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지원되는 자금인 ‘성공불 융자금’ 일부를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있다며 수사에 착수했지만 성 전 회장의 정치권 금품 로비 폭로와 자살로 결국 본류에서 ‘삼천포로 빠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곁가지인 경남기업 경영진의 횡령과 분식회계 수사에 집중하면서 무리한 ‘별건 수사’를 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특수1부는 또 경남기업에 대한 금융권 특혜 의혹과 관련해 배후로 김진수(55)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지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김신종(65)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에게 220억원대 배임 혐의를 적용해 청구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특수3부는 성 전 회장의 자살로 특별수사팀이 꾸려지며 소속 검사가 대거 파견됐으나 리스트에 오른 정부 핵심인사 8명 중 이완구(65) 전 총리와 홍준표(61) 경남도지사만 불구속 기소하면서 ‘살아 있는 정권에 면죄부를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나마 특수4부가 박범훈(67)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중앙대 재단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한 정도가 올해 상반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수사 성과로 꼽힌다. 연이은 부실 수사에 검찰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서울시내 한 지방검찰청 부장검사는 “포스코 수사의 경우 수사팀에서 ‘기업 운영의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는 말까지 나왔는데 그것은 결코 검찰의 몫이 아니다”며 “검찰총장이 늘 강조하는 것처럼 검찰은 환부만 도려내고 빠져야 하는데 그것을 망각했다”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공명심 때문에 공권력을 부당하게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사의 목적은 구속이 아닌 기소이며, 수사 원칙은 불구속 수사와 불구속 기소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3년만에 평가결과 ‘반전’ 또다시 ‘정치감사’ 논란

    감사원이 13일 발표한 해외 자원 개발 성과 분석에 관한 감사 결과는 우리나라가 지난 30여년 동안 추진해 온 에너지 자원 확보 정책에 대해 근본적인 수정을 요구하는 보고서다. 특히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천문학적인 액수의 추가 투자가 이뤄졌지만 이에 견줘 거둬들인 성과는 너무 미미하다고 감사원은 지적하고 있다. 감사원은 해외 자원 개발의 문제점으로 ▲무분별한 집중 투자 ▲외국 자원 시장에 대한 무지 ▲경쟁적인 외형 확장 ▲실패를 예측한 뒤에도 제어가 불가능한 점 등을 꼽았다. 즉 정부의 정책에 따라 무리하게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고 있는 중에도 아무도 이를 문제 삼지 않고 진행한 결과 추후 투자액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는 에너지 자원의 국내 확보를 위해 1984년부터 35조 8000억원을 투자해 169개 해외 사업에 참여했으나 실제로 확보한 실적은 지나치게 적었다. 더구나 이후 48개 사업에 기존 투자액보다 더 많은 46조 6000억원의 추가 시설 투자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나 해외 투자에 나선 한국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측은 “자원 개발은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고 해명했으나 이는 세계 자원 보유국들이 자국의 자원에 대한 국외 반출을 제한하기 이전의 경우에 해당한다. 포스코 계열인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유전 개발의 경우도 획득한 석유는 미얀마 측과의 조율을 거쳐 중국에 수출한 뒤 그 수익만 대우인터 측이 챙기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비상시 자원의 국내 확보는 쉽지 않다. 비상시 자원을 교환하는 조건이 있으나 절차가 까다롭고, 3개 공사는 이 같은 조건도 빼놓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초 목적인 자원 확보보다 민간 기업처럼 지분 투자를 통한 수익 창출에 나섰으나 이마저 무리한 투자로 수익성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번 감사를 통해 3개 공사는 사업 진행 부서에서 위험 요인을 축소, 은폐하는 등 사업 타당성을 왜곡했지만 이를 견제할 수 있는 내부 통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2007년부터 7차례에 걸쳐 자원 개발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번 감사는 자원 개발 정책을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관련 비리 적발보다는 개선에 치중했다”면서 “에너지경제연구원과 함께 개선 건의에 관한 감사 결과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임 정부의 실패한 정책을 겨냥한 ‘표적 감사’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감사 결과를 놓고 새누리당의 일부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이 반발하고 있는 데다 이 전 대통령도 회고록에서 “퇴임한 지 2년도 안 된 상황에서 자원 외교를 평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고 밝힌 바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또 감사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4월 감사에서는 석유·가스의 경우 자주개발률이 2003년 3.1%에서 2011년 13.7%로, 유연탄 등 5대 전략 광물은 2003년 18.2%에서 2011년 29.0%로 증가했다며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지만 이번에는 성과가 저조하다며 평가를 바꾼 부분도 주목된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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