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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재 점검 ‘드론’·간편 제작 ‘아교’… 놀라운 최신기술, 전통을 이어가다

    문화재 점검 ‘드론’·간편 제작 ‘아교’… 놀라운 최신기술, 전통을 이어가다

    문화재 수리에 쓰이는 접착제 아교튜브제형 등 시제품 개발… 사용 간편드론 활용 문화재 일상점검 시스템재해 피해 규모 등 3D로 신속 파악“여기 ‘3분 카레’처럼 보이는 이 제품도 아교입니다. 물에 중탕하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간편하게 쓸 수 있습니다.” 국내 유일의 문화재 분야 전문 전시회인 ‘2020 국제문화재산업전’ 개막일인 지난 26일 경북 경주 화백컨벤션센터 전시장에서 정용재 한국전통문화대 교수가 진열대에 놓인 레토르트 파우치를 가리키며 말했다. 동물의 가죽, 힘줄 등으로 만든 천연 단백질 접착제인 아교는 전통적으로 단청, 목조각, 소목 등에 활용돼 왔지만 1970년대부터 화학 접착제가 급격히 보급되면서 이제는 중요 문화재를 보수할 때나 일부 장인을 제외하고 공예 현장에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전통 공예가들이 ‘아교만 한 접착제가 없다’고 할 정도로 기능은 뛰어나지만 막대, 분말 등 고체 형태의 아교를 불려서 끓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데다 동물성 단백질 특성상 잘 썩는 등 관리가 어려워 외면받았다. 한국전통문화대는 이번 산업전에서 지난 3년간 개발한 목공예용 친환경 천연 기능성 아교를 처음 선보였다. 접착력과 보존성을 강화하고 유해 성분으로부터 안전성을 높이는 한편 천연 아교 사용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아교를 겔화시킨 튜브 제형과 레토르트 제형 등 다양한 형태의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정 교수는 “목공예 장인들과 지속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천연 아교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개선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특허출원한 기술은 앞으로 산학협력을 통해 상용 제품으로 생산돼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수출할 계획이다.문화재청과 경북도, 경주시가 2018년부터 매년 주최하는 ‘국제문화재산업전’은 문화재 보존과 안전 방재, 수리 복원, 디지털 헤리티지 등 각 분야의 신기술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지난 28일까지 3일간 열린 올해 행사에는 기업체와 공공기관 등 70여곳이 참여해 270여개 체험관을 운영했다. 경주의 스타트업 기업인 리하이는 드론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옥외 문화재 일상점검 시스템을 소개했다. 태풍, 지진, 산불 같은 자연재해로 문화재가 입은 피해를 확인할 때 사람이 현장에 가지 않고도 드론으로 촬영한 데이터를 비교해 파손 상태와 피해 규모 등을 3차원(3D) 영상으로 신속히 파악할 수 있다. 추혜성 리하이 대표는 “문화재와 드론을 결합한 4건의 특허를 출원했다”며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인 점검이 가능한 드론 스테이션 구축 등을 통해 문화재 방재 기술에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일제강점기 이후 단절된 석채의 복원 생산에 성공해 채색 문화재 소재산업의 국산화를 이끈 가일전통안료(대표 김현승)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지능형 문화재 방재 시스템을 개발한 한국아이티에스(대표 하승태)는 올해 문화재산업 기술·진흥 유공 단체 표창을 수상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내년부터 시작하는 문화유산 연구개발(R&D) 사업을 통해 인문지식과 과학기술이 뒷받침된 문화유산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경주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분쟁’ 한국타이어 지주사 대표 된 조현범 ‘승계구도 굳히기’

    ‘분쟁’ 한국타이어 지주사 대표 된 조현범 ‘승계구도 굳히기’

    한국타이어 일가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가운데 막내인 조현범(48)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이 지주사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조현범 사장이 장남 조현식(50)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대표이사 부회장과의 전면전을 선포함과 동시에 승계구도 굳히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조현식·조현범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두 형제가 지주사 대표이사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그룹 관계자는 29일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면서 “조현식 부회장은 그룹 이미지 개선과 계열사 시너지 창출에, 조현범 사장은 신사업 개발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에 각각 주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버지 조양래(83) 회장이 그룹 지분 23.59%를 모두 조현범 사장에게 양도한 만큼 이번 인사도 조현범 사장에게 힘을 싣는 결정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경영권 분쟁 구도는 조양래 회장이 미는 막내 조현범 사장에 맞서 장녀 조희경(54)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차녀 조희원(53)씨, 장남 조현식 부회장이 ‘3자 연합’을 이룬 형국이다. 조양래 회장은 지난 6월 막내 조현범 사장에게 지분 전량을 양도하며 사실상 경영권을 물려줬다. 조현범 사장의 지분이 42.90%로 늘어나면서 ‘조현식(19.32%)-조현범(19.31%)’ 형제경영 구도가 깨지자, 큰누나인 조희경 이사장이 “지분 양도가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이뤄졌는지 확인해봐야 한다”며 서울가정법원에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여기에 조현식 부회장과 조희원씨가 가세하며 ‘남매의 난’이 시작됐다. 조희경 이사장은 0.83%, 조희원씨는 10.82%의 지분을 들고 있다. 3자연합의 지분율은 30.97%로 조현범 사장 42.90%에 11.93%가 모자란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네 잘못이 아니야” 강원교육청 코로나19 학생들 심리치료 나서

    “코로나19, 네 잘못이 아니야” 학생들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자 강원도교육청이 심리방역 지침을 안내했다. 29일 강원도교육청이 낸 지침에 따르면 먼저 코로나19 확진으로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이어가면서 고립감과 정신적 충격을 느끼는 학생에게는 ‘네 잘못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거듭 심어주면서 상황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도록 했다. 전화와 메신저 등을 통해 지속해서 친구, 보호자, 학교와 연결된 느낌을 주고, 타인을 위해 격리 조치를 따르는 학생에게 감사하다고 표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안내했다. 식사량 저하, 불면 등 우울 증상 발생 시 전문가와 연결해야 하고 공포, 불안감, 짜증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란 것을 조언해야 한다. 격리 기간 독서, 그림, 미디어 시청 등 육체적 접촉이 없는 활동을 권장하는 것이 좋다. 격리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학생에게는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어려움을 경청해줘야 한다.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한다면 힘든 경험을 하고 온 학생이 ‘어려움을 표현하지 말라’,‘ 당신의 고통에 관심이 없다’는 태도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학교 교사는 학생이 현재 완치 상태로 전염 위험성이 없어 돌아왔음을 주위 학생들에게 공식적으로 알려 낙인 효과를 막아야 한다. 학생이 일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2주가량 시간을 주고 배려하면서 작은 일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자주 물어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강원도교육청은 학교 내 Wee클래스와 교육청 Wee센터를 통해 개별 심리상담을 지원한다. 강원대병원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강릉율곡병원 내 Wee센터를 통해서도 상담받을 수 있다. 강원도교육청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거나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를 했던 교사와 코로나19로 불안감을 느끼는 교사를 위해서도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27일까지 강원지역에서는 학생 5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가운데 34명은 완치 후 학교로 돌아갔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코로나19를 이기고 학교에 돌아온 학생들이 우울감에서 벗어나 다시 학교에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심리 상담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관피아’ 없앤다더니 ‘로비스트’ 키우나…전직 관료들 금융기관장 싹쓸이

    ‘관피아’ 없앤다더니 ‘로비스트’ 키우나…전직 관료들 금융기관장 싹쓸이

    손보협회장 등 관료 출신 줄줄이 내정업계, 인맥 통한 이해 관계 대변 기대하는 일에 비해 ‘수억 연봉’이 매력‘관피아 방지법’ 비웃 듯 우회 취업“당국 출신 취업불승인·제한 4명뿐”고액 연봉 등 좋은 처우를 보장받는 각 금융협회장 자리를 전직 관료들이 쓸어 담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관피아’(관료+마피아)가 지탄받자 잠시 주춤했지만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다시 진출하고 있다. 퇴직관료의 영향력을 이용해 민감한 현안을 풀려는 업계의 바람과 일자리를 찾는 퇴직관료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관료 출신이 업계를 대변하는 과정에서 인맥 등을 활용하면 자연스레 이해충돌이 생길 수 있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금융 관련 협회 3곳의 신임 협회장 선출 절차가 진행됐는데 이 중 2곳에서 전직 관료가 수장으로 낙점됐다. 금융위원회 출신인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각각 손해보험협회장과 은행연합회장에 내정됐다. 나머지 1곳인 생명보험협회장에는 3선 의원 출신인 정희수 보험연수원장이 내정됐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에서 일해 ‘낙하산’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공적 성격의 금융기관장 자리도 금융관료 출신이 꿰차고 있다. SGI서울보증의 신임 사장으로는 유광열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선임됐다. 공석인 한국거래소의 새 이사장으로는 손병두 전 금융위 부위원장이 거론된다. 거래소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모험자본 육성에만 몰입하느라 시장의 신뢰와 건전성을 저해한 책임이 있다”며 손 전 부위원장의 선임을 반대했다. 금융협회장이나 기관장은 전직 관료들에게는 탐나는 직장이다. 우선 급여가 많다. 정 전 이사장은 2015년 12월 이후 한국증권금융 대표,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을 거치며 약 5년간 20억원 넘는 급여를 받았다. 또 손보협회장 연봉도 3억원 중반대로 알려졌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협회장 자리는 높은 연봉 외에도 책임이 크지 않아 업무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덜해 관료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협회들도 관료 출신 수장을 바라는 분위기다. 인맥 등을 활용해 시행규칙 개정 같은 ‘로비’를 해 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은밀한 로비는 막기 어렵기에 차라리 로비스트법을 만들고, 등록하지 않고 청탁하면 강력히 처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피아 방지법’이 있지만 적용 과정에 구멍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료 출신은 퇴임 뒤 3년간 유관기관 재취업 때 인사혁신처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취업 가능 기준이 ‘국가의 대외경쟁력 강화와 공공의 이익, 경영 개선, 전문성이 증명되는 경우로서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을 경우 등’이라고 돼 있어 ‘고무줄 심사’를 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 8월까지 취업심사를 본 기획재정부·금융위 출신 퇴직공무원 53명 중 취업 불승인과 취업 제한에 걸린 사례는 모두 4명뿐이다. 공직자윤리 심사를 우회할 방법도 있다. 채원호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퇴임 전 일반총무 같은 자리로 보직 세탁을 한 뒤 재취업하는 꼼수를 쓰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재벌 계열사의 비금융 계열사로 들어가 금융 계열사 일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관피아 방지법’ 이후에도 계속 논란이 되는 관피아·정피아 인사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박 의원은 “국내금융기관에 대한 낙하산으로 금융개혁에 방해가 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관련법을 개정해 낙하산 방지와 금융기관 자체 내부승진이 가능하도록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한범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은 “협회장 자리 같은 경우는 정부임명권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감시가 더 절실히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 고래 130여 마리, 뉴질랜드서 떼죽음…원인은 미스터리

    고래 130여 마리, 뉴질랜드서 떼죽음…원인은 미스터리

    뉴질랜드 중동부 남태평양에 있는 채텀제도에서 돌고래와 고래 130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채 발견됐다. 영국 가디언 등 해외 언론의 25일 보도에 따르면 뉴질랜드 자연보존국(Department of Conservation, 이하 DOC)은 지난 22일 위 지역에서 파일럿 고래 97마리와 돌고래 3마리가 좌초로 목숨을 잃었고, 그마나 목숨이 붙어있었던 파일럿 고래 28마리와 돌고래 3마리 역시 상태가 좋지 않아 안락사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고래 130여 마리가 떼로 죽은 채텀제도는 고래가 좌초돼 목숨을 잃기로 악명이 자자한 곳이다. 뉴질랜드 DOC에 따르면 채텀제도에서는 1981년 당시 한 번에 최대 1000마리의 고래와 돌고래가 한꺼번에 좌초돼 죽음을 맞이한 장소다. 이 같은 일이 자주 발생하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질병이나 지리적 특성, 빠르게 달라지는 조류와 극변하는 날씨, 바닷길을 잘못 찾아드는 일 등이 원인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일각에서는 기후변화도 그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과학자들은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면서 고래의 먹이가 해안에 더 가깝게 이동하고, 이를 쫓던 고래들이 얕은 물까지 헤엄쳤다가 다시 깊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해 좌초된다고 주장한다. 채텀제도 원주민들은 좌초돼 목숨을 잃는 고래의 수가 매년 더 많아지고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채텀제도에서 좌초돼 목숨을 잃은 고래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파일럿 고래는 지난 9월 호주에서도 한꺼번에 좌초돼 위기를 겪었다. 당시 호주 남동부 태즈메이니아섬의 모래톱에 걸린 파일럿 고래의 수는 무려 450마리에 이르렀으며, 이중 상당수가 다시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수컷 한 마리가 귀한데…멸종위기 바다거북의 안타까운 죽음

    수컷 한 마리가 귀한데…멸종위기 바다거북의 안타까운 죽음

    미국의 한 해변에서 죽어가던 바다거북이 극적으로 구조됐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매스 오듀본 야생동물보호협회는 며칠 전 트루로 해변에서 구조된 바다거북이 나흘 만에 죽었다고 밝혔다. 20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한 해변에 무게 160㎏짜리 붉은바다거북 한 마리가 쓸려왔다. USA투데이는 30년 된 거대 붉은바다거북이 완전 마비 상태로 발견됐다고 전했다. 현지 관계자는 “해변에 고립된 거북은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겨우 숨만 붙어있는 수준이었다”고 밝혔다.날씨가 추워지면 바다거북은 따뜻한 물을 찾아 헤엄쳐 가는데, 미처 다 빠져나가지 못한 거북이 냉수에 얼어붙어 해변으로 떠밀려오는 경우가 잦다. 특히 몸길이 1m 미만의 켐프각시바다거북 등 작은 거북과 새끼 거북이 많은데, 이처럼 160㎏에 달하는 거대 거북이 떠밀려오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매스 오듀본 야생동물보호협회 바다거북 구조대 카렌 두르드빌은 “고립된 성체 바다거북을 만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차가운 물에 마비되는 거북은 대부분 어린 개체”라고 밝혔다. 며칠 사이 구조한 거북 150마리 대부분이 작은 개체였다고도 부연했다. 죽어가던 거북은 일단 보스턴 소재의 한 수족관으로 옮겨져 집중 치료를 받았다. 수의사들은 거북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고 혈액 채취와 엑스레이 촬영 등 검사를 진행했다.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 걱정했지만 거북은 첫날 밤을 무사히 넘겼다.조금 나아지는가 싶었던 거북 상태는 그러나 다시 악화했다. 뉴잉글랜드 수족관 측은 24일 “건강 문제를 견디지 못한 거북이 결국 숨을 거뒀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거북이 길게는 몇 달간 폐렴과 장기기능부전 등 질병에 시달린 흔적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낮아진 해수 온도가 아닌 다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사인과 관계 없이 전문가들은 멸종위기 바다거북의 죽음 자체에 깊은 상실감을 표했다. 붉은바다거북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레드리스트 멸종위기(EN) 등급에 올라 있다.특히 바다거북 99%가 암컷인 상황에서 한 마리가 아쉬운 수컷 성체가 죽었다며 안타까워 하는 이가 많았다. 뉴잉글랜드 아쿠아리움 찰스 이니스 박사는 “지구가 따뜻해질수록 점점 더 많은 암컷을 보게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수컷 거북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바다거북 성별은 온도에 따라 결정된다. 지구온난화로 현재 지구상 바다거북의 99%가 암컷으로 구성돼 있다. 2018년 미국 해양대기청(NOAA) 발표를 보면 호주 북동부 연안에 사는 푸른바다거북 암컷 비율은 어린 거북에서 99.1%, 청소년기 거북에서 99.8%, 다 자란 거북에서 86.8%로 확인됐다. 지구온난화가 초래한 성별 불균형이 번식을 가로막아 바다거북의 절멸로 이어질 거란 암울한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취약계층 심리 건강 지킨다… ‘코로나 블루’ 보듬는 이웃들

    취약계층 심리 건강 지킨다… ‘코로나 블루’ 보듬는 이웃들

    ‘주민이 주도적으로 건강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로 2015년부터 진행 중인 서울시의 ‘건강생태계’ 사업이 ‘코로나 블루’ 시대를 맞아 주민의 심리 건강을 지키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재택근무, 자가격리, 비대면이 늘어나면서 우울감과 고독, 허탈, 분노, 짜증 등이 쌓여 심리 방역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심리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는 대표적인 곳은 성북구다. 구는 건강 의제의 중심을 코로나19 대응에 뒀다. 특히 사회적 고립에 취약한 65세 이상 고령자들의 정서 지원과 건강한 삶을 위한 ‘마실친구와 찾아가는 건강박스’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지난 8월부터 성북구에 사는 60세 이상 독거노인 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총 14명의 ‘마실친구’가 2인 1조로 팀을 나눠 독거노인 집을 1주 간격으로 3번 방문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문 전에 전화로 안부를 묻고 방문 시 집에 들어가지 않고 집 앞에서 ‘건강박스’를 전달한다. 건강박스는 ▲영양간식 ▲건강음료 ▲구강건강키트 ▲기저질환별 식생활 안내서 ▲치매예방 활동교재로 구성돼 있다. 건강박스는 성북구보건소와 성북구 치매안심센터, 한살림 성북지구 등이 협력해 만든다. ●코로나 장기화로 ‘심리 방역’ 중요해져 성북구에서 활동하는 채찬영(56)씨는 “단순히 물품을 전달하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주민이 이웃의 안부를 묻고 건강을 챙기는 지역사회의 마실친구가 돼 서로 돌보는 것”이라고 했다. 조모(71·장위동)씨는 “가족도 미처 돌보기 쉽지 않은 노인들에게 한 주가 멀다 하고 찾아주고 관심을 가져 주니 더없이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은평구도 지난해 건강생태계 사업 중 하나인 ‘건강돌봄학교’를 수료한 지역주민들로 ‘건강돌봄자원활동단’을 꾸렸다. 정기적 자원활동모임인 ‘활짝’, 부정기적인 ‘반짝’, 돌봄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춘 ‘단짝’이 활동한다. 활동단은 치매노인과 보호자를 위한 ‘서로돌봄카페’를 지난 7월 열었다. 카페는 매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연서로 15길 8의 ‘전환마을 밥풀꽃’에서 운영된다. 지역의 치매노인과 보호자, 70대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모두 함께 어우러진 ‘서로 돌봄’을 추구한다. 관절가동운동, 치매예방 건강박수, 어르신과의 대화 및 간단한 게임, 만들기 놀이 등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치매환자와 보호자를 포함한 지역주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성동구도 코로나로 대인 관계가 끊어진 주민들을 위해 실외에서 ‘몸살림’ 운동을 할 수 있는 ‘서울숲모여라’ 프로그램을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가량 운영하고 있다. 탁 트인 야외에서 자연에 몸을 맡기며 스트레칭과 이야기 있는 걷기 운동을 한다. 모임을 주도하는 이안나(50)씨는 “코로나로 인해 실내에서 했던 운동이나 인간관계가 금지됨에 따라 야외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고 시도했는데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관이 협력하는 서울시의 건강생태계 조성사업이 사회계층과 세대 간 건강불평등을 해소하고 있다. 주민이 중심이 돼 지속가능한 지역형 건강증진사업을 할 수 있게 지자체가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단순히 구 보건소에서 주민들의 건강 상태를 살피는 차원이 아닌 다양한 건강 문제를 주민 스스로 발굴해 나가는 게 목표다. 이 과정에서 지역 자원들과 연계함으로써 민관 협력 기반이 구축된다. 이 사업은 2015년 초기엔 성북·성동·도봉·금천구 등 4개 자치구에서 시작했으며 현재 관악·강동·서대문 등 11개 자치구로 늘었다.●2015년 4개 구 시작… 11개 구로 늘어나 하지만 예산 규모가 사업의 중요성에 비해 작은 게 문제다. 한 해 예산이 2015년 2억원에서 출발해 올해는 5억 9800만원에 그쳤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전체 예산 규모가 워낙 작다 보니 자치구에서 사업을 포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코로나로 심리 방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임에도 예산이 적어 아쉽다”고 말했다. 민앵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상임이사도 “사업의 효과가 입증됐음에도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안타깝다”며 “구 보건소 등 지역 내 공공의료기관과 돌봄서비스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건강생태계조성사업은 시민 간 더욱 밀착하며 돌봄의 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주민참여형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양극 사이를 넘나들다… 콘크리트 속 자연과 인간의 공생

    양극 사이를 넘나들다… 콘크리트 속 자연과 인간의 공생

    #건축을 향한 여정 안도 다다오가 복서였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는 우연히 고서점을 지나가다 발견한 르코르뷔지에 전집에서 그의 스케치를 보고 자신도 건축을 해야겠다고 결정했다. 순간의 일이었으나 당시 그의 결정이 우연만은 아니었다. 안도는 일본 목구조 속의 빛과 공간감에 대해 감각적으로 많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르코르뷔지에의 스케치에 반하면서 건축을 향한 신념은 굳어져 갔다. 무엇보다 세계 거장들의 작품을 답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남들이 대학을 갈 때 배낭을 둘러메고 거장들의 작품을 보기 위해 러시아 횡단을 시작한다. 목적지는 유럽이었다. 1965년 25세가 되던 해 안도는 유럽 여정을 마치고 아프리카 케이프타운을 경유해 일본으로 돌아가려고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배를 기다리는 동안 르코르뷔지에가 설계한 뤼니테 다비타시옹을 찾아 스케치에 전념했다. 그러곤 끝없이 펼쳐진 지중해를 바라보며 건축의 원형을 서양에서 구하려고 했던 초기의 자기 생각을 되짚어 보고 있었을 것이다. 비슷한 시간 마르세유에서 그리 멀지 않은 카프마르탱의 작은 오두막에서 르코르뷔지에는 인생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의사가 수영을 엄격히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오솔길을 내려와 지중해의 바닷속으로 들어간 것이 치명적이었다. 그의 유해는 해변가에 눕혀졌고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대가와의 만남은 공간적으로 이어졌다. 마르세유를 떠난 여객선은 지중해를 가로지르며 인도를 향해 떠나고 있었고, 안도는 배고픔을 잊은 채 르코르뷔지에가 설계한 라투레트 수도원 남쪽 파사드의 음률을 음미하고 있었다.#공간 건축을 향하여 필자는 파리 유학 중 1992년 9월 퐁피두센터에서 안도의 강연을 들었다. 그의 모습은 모노크롬 그대로였다. 짧은 커트의 단발머리와 수도승 같은 그레이톤의 재킷을 입고 있었다. 강연에서 그가 했던 말이 기억에 생생하다. “저에게 건축은 두 대립되는 사이(間)를 고민하고 방황을 계속한 끝에 자신의 의지를 예리하게 갈고닦은 그 순간에 나타난다고 봅니다. 그것은 공간의 형태, 서양과 동양, 내부와 외부, 추상성과 구상성, 부분과 전체, 역사와 현재, 과거와 미래, 그리고 단순성과 복잡성 등으로 결코 한자리에 머물 수 없는 양극 사이에 존재합니다.” 안도는 자연을 재해석하기 위한 새로운 자기만의 공간언어가 필요했다. 안도는 공간언어 체계를 르코르뷔지에와 루이스 칸이라는 두 거장에게서 가져왔다. 르코르뷔지에로부터는 수평성의 자유로운 벽의 개념을, 칸에게서는 바로크의 침묵의 벽을 연구했다. 안도는 두 거장의 숨결을 놓치지 않으면서 자신의 독자적인 건축언어를 쓰기 시작했다. 근대 건축에서 건축과 공간을 해석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는 중력과 대응하는 자세에 있다. 그 해석은 정적인 공간과 동적인 공간으로 구분되는데 정적인 공간은 수직적 개념이고 동적인 공간은 수평적 개념을 지향한다. 수직의 빛은 천창을 통한 신비로운 빛을 지향하고 수평의 빛은 다양한 오브제와 만나는 수평의 움직임을 유도한다. #자연과 교감하는 공간 안도는 초기의 주택 프로젝트에서 자연과 건축의 조화로운 공간 개념을 정(靜)적인 공간으로 설정하고 있다. 정의 개념은 주위 환경이나 장소성을 중요시하게 되는데 동양에서의 집의 개념은 건물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거주하는 영역’을 가리킨다는 의미이다. 그의 관심사가 지역성이나 주변의 자연환경에 집중하는 이유이다.공간의 경험에는 관심이 없었던 그는 고베의 ‘바람의 교회’에서는 로코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긴 복도를 만들어 인간의 육감을 통한 공간을 연출했고, 시간을 공간에 불러들이면서 움직임이 있는 동(動)의 건축으로 진화한다. 시간은 건축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한다. 추상적인 시간은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지만, 공간을 빌려 비로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시간의 개념은 공간의 폐쇄성을 무너뜨리고 공간의 흐름을 중요시하는 체험적 공간 속으로 유도한다.자연과 건축공간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그는 초기의 연작을 통해 건축 공간 속에 자연을 표현하는 방법의 단계별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빛의 교회’에서는 정적인 공간 속에서 빛의 연출을 통해 잔잔한 무브망(움직임)을 유도하고 있으며, ‘바람의 교회’에서는 자연과 인간을 교감시키는 선적 공간이 대두되고 있다. ‘물의 교회’에서 볼 수 있는 진입로의 긴 여정은 새로운 공간 건축을 유도하는 시도가 됐다. ‘물의 교회’에서는 자연과 사계절에 대응하는 건축의 자세를 보여 주고 있다. #정적인 건축 속의 움직임 그의 초기 작품은 일본적인 정서를 표현하는 정적인 공간에서 점진적으로 서양의 공간언어에서 오는 체험적이고 동적인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안도는 많은 회고록에서 르코르뷔지에를 정신적으로 교감하는 스승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과연 그는 르코르뷔지에로부터 무엇을 배웠을까. 안도가 르코르뷔지에로부터 사사한 것 중 중요한 근대 5원칙이나 공간의 개념을 발견하기는 쉽지가 않다. 그는 오히려 이를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고시노’ 주택에서는 필로티를 적용하는 대신 외벽이 지하까지 박혀 있으며 외부의 창은 수평성 대신 수직성을 띠고 있다. 또한 도미노이론에 대해서는 기둥의 하중을 분리해 공간에 자유를 부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기둥의 상징적 의미가 상실되며, 따라서 최대한 지면과 접하는 벽이 기둥보다 더 자연과 교감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초기의 작품에서 기둥은 일본 신사의 상징적 의미를 표현하거나 오브제와 프레임의 역할로서 끊임없이 변하는 경계를 주시하고 있다. ‘스미요시 나가야’ 주택을 설계할 당시 안도는 밀폐된 공간(3.6×14.5m) 속에서 수도승처럼 참선하며 빛, 소리, 온도가 존재하지 않는 최초의 공간 속에서 무의식의 상태가 됐을 것이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한 줄기 빛이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새소리와 함께 따스한 온기를 느끼게 됐을 것이다. 자연의 빛에서 침묵이 만들어지고 온기와 새소리는 자아를 발견하게 한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한 곳에 머물거나 어떤 부류에 속하는 것을 부정하고 있다. 인위와 자연, 움직임과 멈춤, 형태와 공간, 단순과 복잡, 이것들의 양극 사이를 넘나드는 것이다.#탈중심의 즐거움 필자는 학부에서 응용미술을 공부하던 중 한 건축가의 특강을 듣고 건축에 입문하기로 결심했다. 정림건축에서 근무하던 중 당시에 유행하던 해체주의를 공부하기 위해 파리 유학길에 오른다. 하지만 세계 철학의 중심지 파리에 해체주의에 대한 담론은 없었고 학생들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 사조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을 보고 뿌리도 없이 유행에 휩쓸리는 한국 건축의 한계를 경험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변하는 파리의 하늘 밑에서 나 자신의 존재는 없었다. 존재의 가치가 소외된 자신은 무한히 자유롭다. 하루를 끝내는 석양 아래에서 인간의 삶의 순수를 노래하는 어느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돌아가자. 대자연의 어머니의 품으로. 역사로부터 지켜지는 것은 아름답다. 너의 지친 노동으로부터 바람의 숨결로 너를 쉬게 하리라.” 콘텍스트는 땅을 읽는 방식이지만 실제로는 논리적 혹은 합리적으로 대하는 자세가 아닌 경제적 논리에 의해 좌우되곤 한다. ‘콘텍스트 건축’은 태와 터가 지닌 역사의 주위를 맴도는 자연환경, 예를 들면 바람이 어떻게 불고 빛의 강도는 어떠한가 하는 식의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콘텍스트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순수의 정신이야말로 이 시대에 사라진 휴머니티를 되찾을 수 있는 새로운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은 초기의 작품에서 정리되고 있다. ‘메종 드 고기리’의 부지는 개발업자들의 땅 나누기 수법에 자연이 난도질당한 곳이었다. 콘텍스트가 죽은 곳에서 건축물의 공간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밤나무가 우거진 대지를 처음 접했을 때 밤나무를 어떻게 내부 공간 깊숙이 끌어들일까 하는 화두가 계획의 중심이 됐다. 대지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감각과 감성을 포착하는 것, 그것이 감성적 콘텍스트 계획의 시발점이다.‘메종 드 나튀르’는 부암동의 성벽에 세워진 건축물이다. 콘텍스트가 강한 부암동의 지형들에 순응해 자신을 조심스럽게 드러내는 방법을 고민했다. 전통 공간에서의 채와 마당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내외부의 공간이 하나의 시나리오를 가지면서 다양한 시퀀스를 제공한다. 시나리오적 공간과 전통 공간의 접목을 시도한 작품이다. 빛과 소리를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림자가 만들어지는 정적인 공간과 이야기가 있는 동적인 공간이 있는 작품이다.‘메종 드 테르’는 정제된 매스가 자연의 소리와 만나는 소리의 집이다. 개울가의 소리를 담기 위한 발코니 공간과 새들이나 바람이 지나갈 수 있는 중정의 공간을 계획했다. 비어 있는 마당의 즐거움은 잔잔한 그림자와 작은 공연장의 소리를 담아낸다. 자신의 내부로의 느낌이 있듯이 건축공간도 내부의 공명에 의해 존재를 나타낸다. 움직임이 없으면 존재가 없다. 대상의 중심에 빠질수록 의식의 중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중심으로부터 탈출하는 방법은 변방의 한가로움을 탐하는 즐거움을 아는 것이고 그것을 내면과 연결하는 것이다. 그것을 찾기 위해 오늘도 바깥에서 서성이고 있다. 건축가 전인호
  • 한푼 안 쓰고 조원태 지분 47%로?… ‘항공 빅딜 운명’ 새달 1일 결판난다

    한푼 안 쓰고 조원태 지분 47%로?… ‘항공 빅딜 운명’ 새달 1일 결판난다

    산은이 갖게 될 지분 10%, 趙 우호 가능성“혈세 투입해 경영권 방어” 비판 못 피해조종사協 “구조조정 없는 합병 못 믿어”노조도 “구체 계획 못 밝히면 인수 저지”3자 배정 유상증자 가처분 결과에 갈릴 듯정부가 추진하는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의 ‘항공 빅딜’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특혜 시비로 번지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산은이 주도한 항공 빅딜에 ‘밀실야합’ 의혹이 제기되자 “재벌 특혜가 아니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항공수송업에 대한 특혜”라고 직접 해명까지 하고 나섰지만 오히려 비판 여론은 커지는 분위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내세우는 ‘구조조정 없는 합병’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조종사협회는 산은 이 회장의 기자회견 다음날인 지난 20일 입장문을 내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지금도 항공인력 절반 이상이 휴직을 병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조정 없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는 발표는 누구도 현실성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합병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스타항공 사태를 거론하면서는 “정부를 더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도 했다. 협회에는 아시아나, 대한항공 등 12개 항공사 4700명의 조종사들이 가입해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도 “정부가 구조조정 없이 인수합병을 이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전 국민과 항공업계 노동자들에게 충분히 이해시켜야 한다”면서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다면 모든 법적, 물리적 대응으로 인수합병을 저지할 것”이라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무엇보다 산은이 대한항공 대신 한진칼에 출자하는 것은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재벌 총수인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나선 것이란 점에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데 국책은행인 산은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5000억원과 전환사채(CB) 3000억원 발행을 통해 10.6%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며, 이 지분은 현재 경영권 분쟁에 놓인 조 회장 측에 우호 지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다. 유상증자 이후 산은을 포함한 조 회장 측 지분은 47~48%로 올라서는 반면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3자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지분율은 40%대로 낮아진다. 조 회장은 사재를 한 푼도 들이지 않고 경영권 방어는 물론 경쟁사인 아시아나까지 지배하게 되고, 산은은 구조조정을 조 회장 손에 넘겼다는 얘기가 나온다. 항공 빅딜은 1차로 다음달 1일쯤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신주발행금지가처분신청 결과에 따라 갈린다. 앞서 KCGI 측은 경영권 분쟁 중인 회사에서 특정인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불법이라는 논리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3자연합은 소송과 함께 ‘실탄’ 확보 작업도 계속하고 있다. KCGI 종속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최근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1300억원을 확보했고 조 전 부사장도 보유 주식을 담보로 현금을 대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확보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약 42.9%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결합이 타당한지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두 회사의 합병에 대해 “원칙과 법에 따라 경쟁 제한성이 있는지, 소비자 후생에 악영향이 있는지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와우! 과학] 회춘의 묘약은 ‘고압산소’…텔로미어 늘리고 노화세포 줄여

    [와우! 과학] 회춘의 묘약은 ‘고압산소’…텔로미어 늘리고 노화세포 줄여

    이스라엘의 과학자들이 인간의 노화 과정을 세포 수준에서 되돌리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미국 과학전문 사이언스데일리 등 외신 20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와 샤미르의료원 등 공동연구진은 고압산소요법(HBOT)으로 인간의 텔로미어를 연장하고 노화세포를 줄일 수 있었다. 여기서 텔로미어는 염색체의 말단소립을 말하며 그 길이가 줄어드는 것은 생명을 위협하는 다양한 질병의 발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리고 노화세포의 축적 역시 나이와 관계가 있는 건강 상태나 질병에 관여한다. 이런 요인은 노화 과정의 주요한 특징인데 암이나 심혈관계질환, 당뇨, 치매 또는 알츠하이머병의 발병과도 관계가 있다. 이스라엘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건강한 만 64세 이상 노년층 남녀 35명을 대상으로 90일간 매일 HBOT를 받게 했다. HBOT는 주 5회 진행하고 이틀 쉬는 방식으로 총 60회 진행됐으며, 1회의 치료 시간은 90분이었다.참가자들은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고압산소장치 안에 들어가서 호흡기를 착용하고 2기압의 100% 산소를 흡입했는데 20분마다 5분씩 쉬는 시간이 제공됐다. 그리고 치료 시작 전과 30회 시점, 60회 시점 그리고 1~2주 뒤쯤 치료 상황을 살피기 위해 이들 참가자의 혈액 표본을 채취해 말초혈액단핵세포(PMBC)에서 텔로미어의 길이와 노화세포의 상태를 평가했다.그 결과, 도움 T세포와 세포독성 T세포, 자연살상(NK) 세포 그리고 B세포(B림프구)의 텔로미어 길이가 20% 이상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참가자들의 텔로미어가 25년 더 젊었을 때와 같은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변화는 B세포에서 나타났는 데 치료 30회 시점에서 25.68%, 60회 시점에서 29.39% 그리고 1~2주쯤 뒤에는 37.63%까지 늘었다.이보다 중요한 점은 이번 실험으로 참가자들의 노화세포가 크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노화한 도움 T세포의 경우 그 수는 37.3% 줄었고 세포독성 T세포는 10.96% 감소했다. 사실 인간의 텔로미어가 연장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최근 한 연구에서 장기간 유산소 운동으로 텔로미어가 최대 5%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었다. 하지만 이런 연구의 대부분은 텔로미어와 항산화의 관련성을 나타낸 것으로, 진정한 노화 과정의 역전이라고는 할 수 없다. 반면 이번 연구는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텔로미어의 대폭적인 연장뿐만 아니라 노화세포 역시 크게 줄었다는 점이 인정된 노화 과정의 역전인 것이다. 지금까지 이처럼 뚜렷한 성과가 나타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에이징’(Aging) 최신호(18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언젠가는 나도…엄마가 되지 않을까?” 난자 냉동한 이유[이슈픽]

    “언젠가는 나도…엄마가 되지 않을까?” 난자 냉동한 이유[이슈픽]

    여성 나이 들수록 난소 기능 떨어져저하된 난소 기능 거의 회복 불가능‘난자 냉동’ 가임력 보존하는 한 방법미혼여성 냉동난자 시술 건수↑2010년 14건→2019년 493건 최근 일본에서 정자 기증을 통해 ‘비혼 출산’을 한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가 화제를 모은 가운데, 난소 기능을 점검해 건강한 시기의 난자를 동결·보관하는 ‘난자 냉동’이 가임력을 보존하는 한 방법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나이가 들수록 난소의 기능이 떨어져 임신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올해 41세인 사유리도 지난해 10월 생리불순으로 국내 한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난소 나이가 48세로 자연 임신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고 비혼 상태에서 임신을 결심했다. 사유리는 출산만을 위해 급하게 결혼할 사람을 찾고 싶지 않아 결혼하지 않고 엄마가 되기로 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출산·육아 관련 카페에는 “내 난자 몇 개 남았지…나도 시술해야겠다”, “시술해보신 분 계신가요? 가격은 얼마일까요?”, “언젠가는 나도…엄마가 되지 않을까? 냉동 난자에 관심 있어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난자 냉동 시켜야겠다”등 ‘난자 동결 시술’ 관련 질문과 글이 올라온다. 차병원, 미혼여성 냉동난자 시술2010년 14건→2019년 493건 22일 차병원그룹에 따르면 차병원에서 미혼여성에 시행한 난자 동결보관 시술 건수는 2010년 14건에서 2019년 493건으로 10년 새 35배로 늘어났다. 이번 통계는 미혼여성에 한한 것이다. 기혼 여성은 난자를 장기간 냉동 보관하기보다는 인공수정 등의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고 병원은 전했다. 이들이 냉동 보관하는 난자의 개수는 개인에 따라 다르다. 이혜남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교수는 “요즘에는 대부분 가임력을 보존하기 위해 난자의 냉동보관을 결정한다. 오히려 암 환자와 같은 사례는 드문 편”이라고 말했다.가임력, 젊은 나이에도 환경적 요인으로 저하될 수 있어 일반적으로 여성은 나이가 들수록 난소의 기능이 떨어져 이로 인한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다. 차병원에 따르면 냉동 난자 시술을 받은 여성의 70% 이상이 35세 이상이었다. 의료계에서는 여성의 가임력에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는 요인으로 난소 내 난자 개수를 지목한다. 여성은 태어나기 전부터 일정량의 난자를 보유하고 있는데, 난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엄마 배 속에 있는 태아일 때 보유하는 난자 수가 최대치에 이르렀다가 태어날 때는 100만∼200만개가 된다. 생리가 시작하는 사춘기 때 30만개로 줄어들고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거듭 감소해 폐경이 근접해지는 50세 무렵에는 약 1000개 미만만 남는다. 특히 35∼37세부터 본격적으로 난자의 개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이쯤 난자 동결보관 시술을 결심하고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 난자를 냉동한 직장인 박아름(34) 씨는 “최근 사유리 씨가 자발적 미혼모를 택했다는 소식을 듣고 난자를 냉동시키기로 했다”며 “혼자라도 아이를 낳고 싶지만, 아직은 사회적 시선도 무서워 엄두를 못 낸다. ‘언젠가는 나도 엄마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결정했다”고 말했다. 난자 냉동, 단순한 걱정보다는 신체적 조건과 상황에 맞춰 선택해야 전문가들은 단순한 우려나 걱정으로 인해 난자를 냉동 보관하기보다는 개인의 신체적 조건과 상황에 맞춰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난소 나이 검사’로 알려진 항뮐러관 호르몬 수치 검사(AMH 검사)를 통해 난소 기능을 가늠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 검사는 남아있는 난자 개수를 측정해 난소 기능이 나이에 적합한지 확인하는 것이다. 항뮐러관 호르몬은 난포에서만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이 많이 분비된다는 것은 난소 안에 배란될 난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적게 분비된다는 것은 배란될 난포가 적다는 의미다. 자신의 AMH 수치가 평균보다 낮은 상태라면 또래보다 난자가 더 고갈돼 있다고 보면 된다. 이 교수는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난소 기능 검사를 통해 본인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난소의 혹 등으로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의사와 난자 동결에 대해 상의를 해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집안에서 조기 폐경을 겪은 어머니 혹은 자매가 있다면 병원에 방문해 고위험군인지 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난소 기능 검사를 거쳐 난자를 동결 보관하기로 했다면 규칙적으로 검사를 받고 난자를 채취해야 하므로 2주 정도 여유가 있을 때 진행하는 게 좋다. 금연, 금주 등으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난자를 냉동한 뒤 임신을 시도할 때는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게 된다. 그러나 냉동된 난자를 이용한다고 해서 100% 임신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냉동보관 하는 난자가 있더라도 환자 상태에 따라 자연 임신이 가능하다면 보관한 난자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어미가 버린 새끼 침팬지, 태어나 처음 웃은 뭉클한 순간 (영상)

    어미가 버린 새끼 침팬지, 태어나 처음 웃은 뭉클한 순간 (영상)

    어미에게 버림받은 새끼 침팬지가 태어나 처음 웃음을 보였다. 17일(현지시간) CBS볼티모어는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 메릴랜드동물원에 사는 새끼 침팬지 ‘메이지’가 생애 첫 함박웃음을 지었다고 전했다. 8월 28일 오클라호마동물원에서 태어난 새끼는 얼마 못 가 어미에게 버림받았다. 지금은 메릴랜드동물원으로 옮겨져 사육사들 손에 크고 있다. 본래 야생 침팬지들은 생애 전반에 걸쳐 다각적이고 복합적인 사회적 교류를 배워 나간다. 새끼 침팬지 시절에는 어미와의 강한 유대관계를 통해 사회생활을 배운다. 생후 2년 정도는 어미가 새끼를 늘 데리고 다니며 4~6세가 될 때까지도 어미의 보살핌은 계속된다.어미의 보살핌이 가장 절실한 시기에 고아가 됐지만 새끼의 발육 상태는 다행히 정상이다. 생후 11주 차였던 지난 3일 촬영된 영상에는 새끼 침팬지가 인간의 아기와 다를 바 없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거울 앞에서 입술을 쭉 내밀어 보이는 등 자신을 인식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사육사가 배를 간지럽히자 태어나 처음으로 활짝 웃으며 낄낄거리기도 했다. 침팬지의 초기 성장 속도는 인간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생후 4개월부터 운동 능력이 발휘되며 12개월부터 의사소통 특성이 나타난다. 14개월부터는 사회적 상호작용 기술이 늘고, 15개월부터는 미세 운동 능력이 발현된다. 동물원 측은 “침팬지는 보통 생후 12주에서 16주 사이 운동 능력이 나타난다. 메이지도 특정 물체를 응시하거나 집중할 수 있을 만큼 자랐다”고 밝혔다. 사육사도 “3시간마다 분유를 먹고 잠을 잔다. 근육 강화를 위해 놀이 운동을 하며 상호 작용 능력도 기르고 있다”면서 이대로면 다른 암컷에게 입양되는데도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진화상으로 인류와 가장 가까운 유인원인 침팬지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레드리스트 위기(EN) 등급에 올라 있다.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4개 침팬지 아종이 모두 멸종위기 상태로, 동부 침팬지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아종은 각각 수천 마리 정도만이 남아 있다. 특히 서부아프리카침팬지는 개체 수가 근 100년 동안 80%나 줄어들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中 강 한복판서 빙글빙글 도는 ‘얼음 원반’ 포착 (영상)

    中 강 한복판서 빙글빙글 도는 ‘얼음 원반’ 포착 (영상)

    강물에 둥둥 뜬 상태로 천천히 회전하는 ‘얼음 원반’(ice disk 혹은 ice circle)이 포착됐다. 중국 신화통신은 네이멍구자치구 건허시 외곽 강 한복판에 지름 6m짜리 얼음 원반이 형성됐다고 전했다. 네이멍구자치구 북쪽 후룬베이얼에 있는 건허시는 연평균 기온이 영하 5.3도로 중국에서 가장 추운 도시로 꼽힌다. 한겨울에는 영하 58도까지 기온이 내려갈 만큼 추위가 혹독하다. 1년 중 8개월이 겨울인 건허시를 중국인들은 ‘냉동고 도시’라 부르기도 한다.지난 18일 이곳에서 반시계방향으로 느리게 회전하는 얼음 원반이 포착됐다. 얼음 원반이 강물에 둥둥 뜬 상태로 빙글빙글 도는 신기한 자연 현상에 현지 사회관계망 반응도 뜨거웠다. 주민들은 작년 겨울에도 같은 현상을 목격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1월 목격된 지름 2m짜리 작은 얼음 원반 역시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했다. 스스로 회전하는 얼음 원반에 대한 기록은 과거부터 존재했다. 북미와 스칸디나비아는 물론 1895년 뉴욕 미아누스강에서도 1분에 60도씩 회전하는 얼음 원반이 목격됐다.하지만 회전력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과학자끼리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 연구팀은 2015년 미국 물리학회 동료 검토(peer review) 과학저널 ‘피지컬 리뷰 E’에 게재한 실험 보고서에서, 따뜻한 강물이 얼음을 녹이면서 회전력을 발생시킨다는 이론을 펼쳤다. 얼음 아랫부분이 서서히 녹아 물속으로 가라앉으면서 소용돌이가 발생하고, 소용돌이가 만든 회전력에 의해 위쪽 얼음이 돌면서 주변 얼음과 부딪혀 완벽한 원형을 이룬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얼음 아랫부분이 녹아 수평으로 회전하면서 위쪽으로는 수직 소용돌이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때 물 온도가 높을수록 회전 속도는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서던메인대학교 물리학자 폴 내크로시스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소용돌이는 강물 흐름 탓이지 수온과는 관계가 없다는 주장이다. 내크로시스 박사는 지난해 1월 미국 메인주 프리섬프스콧강에 지름 100m 대형 얼음판이 형성됐을 때도 수온은 그리 높지 않았다는 게 그 증거라고 밝혔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서울광장] 크론보르성, 나오시마, 경주 경마장 부지/서동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크론보르성, 나오시마, 경주 경마장 부지/서동철 논설위원

    일본 세토내해의 나오시마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지추(地中)미술관과 이우환미술관, 베네세미술관이 들어서며 일약 ‘예술의 섬’으로 떠올랐다. 지추미술관은 바다가 보이는 작은 봉우리에 2004년 이름처럼 지하에 지어졌다. 주변 경관은 우리 서남해안의 작은 섬처럼 소박하기만 하다. 그럴수록 지추미술관은 그렇게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에게 역설한다. 덴마크의 항구도시 헬싱외르에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의 배경으로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오른 크론보르성이 있다. 그런데 크론보르성에서 500m도 떨어지지 않은 옛 부두에 국립해양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돌아가는 관광객이 적지 않다. 크론보르성의 역사적 경관을 훼손하지 않으려 박물관을 땅 위에서는 보이지 않게 지었기 때문이다. 덴마크 건축가 비야르케 잉겔스가 설계한 해양박물관은 과거 선박수리소로 쓰였던 드라이도크를 활용해 2013년 완공됐다. 폐쇄된 드라이도크의 배 모양을 살리면서 벽체 쪽을 전시공간으로 만들었는데, 각 전시공간은 드라이도크 내부에 이리저리 이어 놓은 다리로 오갈 수 있다. 나오시마 지추미술관이 자연 경관의 조화를 꾀했다면 덴마크해양박물관은 문화유산과 어떻게 하면 이질감 없이 어울릴 수 있는지 고민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노력은 21세기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파리의 강제 이송 희생자 추념관을 기억해야 한다. 파리의 센강은 퐁네프 다리 주변에서 갈라져 시테섬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흐른다. 한강의 중지도를 연상하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시테섬에는 지난해 4월 대화재가 일어난 노트르담대성당이 있다. 노트르담대성당과 센강이 다시 합류하는 두물머리 사이에 1962년 세워진 추념관이 있다. 추념관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국민 20만명이 독일의 강제수용소로 끌려가 희생된 아픔을 기억한다. 지상에서 보이지 않도록 지하에 추념관이 지어진 것은 전쟁의 억압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노트르담대성당에 대한 절대적 존중의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이런 개념의 문화공간은 우리나라에도 있다. ‘보이지 않는 박물관’이라는 콘셉트로 지난 1월 문을 연 국립익산박물관이다. 신수진 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장이 설계한 익산박물관은 미륵사터의 폐허미를 해치지 않는 것은 물론 미륵사 서탑의 모습을 부각시키고자 몸을 낮췄다. 계단을 올라야 하는 다른 박물관과 달리 이 박물관에 들어가려면 경사로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반면 경주 황룡사터에 들어선 황룡사역사문화관은 주춧돌밖에 남아 있지 않다시피 한 이 삼국시대 절터의 쓸쓸한 아름다움을 확실하게 반감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현재의 황룡사문화관이 건축적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 더구나 문화관의 지상 건립은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9층석탑을 비롯한 황룡사 전체 사역의 복원을 전제로 했을 것이다. 마사회가 경주에 경마장을 세우려 해서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손곡동과 물천리 일대로 면적은 96만 5000㎡에 이른다. 발굴조사 결과 신라 및 통일신라 시대 토기가마와 숯가마가 대규모로 확인됐다. 결국 2001년 전체 부지의 97%인 85만 3000㎡가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으로 지정되면서 경마장 건설계획은 백지화됐다. 하지만 보문단지와 야트막한 야산을 사이에 둔 이 땅에 대한 개발압력은 지금도 거세기만 하다. 마사회는 이후 경주 경마장 부지의 매각을 추진했지만, 개발이 어려워 경제성이 없는 만큼 원매자는 없었다고 한다. 결국 마사회는 경마장 부지를 정부에 기부채납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현재 경주 경마장 부지의 활용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경주는 지금 단순한 유적 관광을 넘어 새로운 개념의 문화유산 전시 및 교육, 체험 공간의 필요성을 극대화해야 하는 상태이다. 지역 여론 역시 문화재청이 주도하는 국책 문화 시설이라면 더 많은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공감한다. 경마장 부지가 자연 및 문화 유산을 훼손하지 않는 ‘보이지 않는 문화유산 단지’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손곡(蓀谷)은 ‘창포가 우거진 계곡’이라는 뜻이다. ‘예술의 섬’ 나오시마는 과거 아무것도 없었지만, 손곡은 이미 ‘아트밸리’로 발돋움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지 않은가. sol@seoul.co.kr
  • [임효진의 입덕일지] 알았지만 알지 못했던 산후 세계

    [임효진의 입덕일지] 알았지만 알지 못했던 산후 세계

    “예상과는 너무 달랐다.”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을 관통하는 대사다. 출산 직전 과정부터 출산 직후 산모들의 모습을 그린 ‘산후조리원’은 생생한 표현으로 시청자들을 모으고 있다. 엄마를 처음 겪는 딱풀이 엄마 오현진(엄지원)의 서툴면서도 매사 솔직한 모습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오현진은 출산 과정에 대해 ‘굴욕기, 짐승기, 대환장파티기’라고 말한다. 드라마에서는 이를 유쾌하게 풀어냈음에도 주변 지인들이 평온하게 전달하던 ‘그 상황’은 꽤나 힘든 과정이었음을 알게 됐다. 아이를 품에 안기까지 엄마는 온 힘을 다해 진통과 분만의 과정을 겪는다. 드라마는 출산 이후에도 산모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점을 짚는다. 오현진은 그토록 원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신 ‘미역국’을 먹어야 했다. 달라진 몸 상태에 적응하기도 바쁜 와중에 아이는 울음을 그칠 줄 모른다. 드라마는 우왕좌왕하는 오현진의 모습을 통해 산모의 어려움을 자연스레 공감할 수 있게 한다.드라마에서 보듯 출산을 겪는 산모의 모습은 상상만큼 평온하거나 아름답지만은 않다. 하지만 사람들은 출산 후 복귀하는 연예인들에 대해 사뭇 까다로운 잣대를 대곤 한다. 연예인들은 출산 전후가 다르지 않아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 같은 시각에 대해 ‘산후조리원’은 한효린(박시연)의 에피소드를 꺼낸다. 톱스타였던 그는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급격히 체중이 늘어났고, 이전과 달라진 자신의 모습이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하지만 그런 한효린에게 루다(최리)는 “몸 풀고 있는 산모가 말라깽이인 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라고 말한다. 드라마는 산모에게 행복하고 좋은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연예인이든 아니든, 모두에게 모두가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드라마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바로 ‘모성애’다. 자식에 대한 엄마의 본능적인 사랑을 모유를 먹이냐 분유를 먹이냐의 문제로 구분한다. 사랑이 엄마(박하선)는 모성애가 가득 찬 엄마가 되려면 ‘완전 모유수유’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애한테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내가 모유를 안 줘서 그런 건 아닐까, 평생 후회할 것”이라며 엄마가 느낄 죄책감까지 말한다. 하지만 루다는 “진짜 구시대적이고 별로”라며 분유를 먹이겠다고 선포한다. 사실 모유와 분유를 먹이는 것은 수많은 요인들을 바탕으로 결정되며, 한 가지만이 정답이라 할 수 없다. 드라마는 이를 모성애와 죄책감으로 연결 지었던 그간의 편견을 유쾌하게 깨며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이 외에도 ‘산후조리원’은 그 안에서 남편들이 겪는 고충 등 드라마에서 흔히 접할 수 없었던 출산 에피소드를 다룬다. 모두가 알지만 대놓고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은 재치와 더해져 공감과 이해를 얻었다. 3a5a7a6a@seoul.co.kr
  • 긴긴 겨울을 견뎌내다…더 간절히, 더 가고프다

    긴긴 겨울을 견뎌내다…더 간절히, 더 가고프다

    다시 록다운 된 지 15일째. 11월 한 달을 잘 넘겨야 크리스마스 때 고향에도 가고 작은 연말 모임이라도 할 텐데…. 영 그른 것 같다. 독일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매일 늘어만 가는 중이고, 매일 2만명을 육박하고 있다. 12월 크리스마스 마켓은 일찌감치 취소됐고, 이대로라면 레스토랑과 카페도 계속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 지금도 배달과 픽업만 가능한 상태다. 어디 들어가서 따뜻하게 커피 한 잔 마시고, 밥 먹는 건 다시 불가능한 일이 됐다. 이 평범한 일상이 목 빠지게 기다려야 하는 일이 될 줄이야. 12월엔 가능할까? 지금으로선 으슬으슬하고 뿌연 베를린 날씨만큼이나 잿빛이다.이런 날 유독 생각나는 건 뜨끈한 사우나다. 뜨거운 증기가 가득한 사우나에서 땀을 쫙쫙 흘리고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고, 또다시 사우나에서 몸을 데우고. 베를린의 긴긴 겨울을 견디는 유일한 방법인데, 이걸 못 하게 되니 더 간절하고 더 가고 싶다. 베를린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우나 바발리 얘기다. 그래도 록다운되기 전 한 번 다녀온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밀폐된 사우나 안에서 몇십 분씩 여러 사람이 앉아 있으니 코로나19가 터진 뒤에 바발리는 다시 못 갈 줄 알았다. 하지만 이곳도 코로나19 규정 수칙에 맞춰 입구에서 체온 체크부터 실내의 자리 간격 배치까지 새로운 방역 수칙을 가지고 다시 문을 열었다. 바발리의 드넓은 야외 정원과 자쿠지, 수영장만 여는 게 아니라 실내 사우나까지 다시 열었을 땐 행복한 비명이 절로 나왔다. 얏호, 바로 수건과 가운, 슬리퍼를 싸 들고 바발리로 갔다. 거대한 스파 단지에 13개나 있는 사우나는 지도를 들고 찾아다녀야 할 정도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시간대별로 있는 필링 프로그램도 헤매기 십상이다. 코코스 필링, 인퓨전 사우나, 온도가 가장 뜨거운 베닉 사우나 등 이름만 봐서는 정확하게 어떤 건지 감이 잘 안 오는 것도 많다. 그럴 때 이곳을 잘 아는 현지 친구가 동행을 하면 두세 배는 더 알차게 즐길 수 있다. 단 그 친구가 서로의 알몸을 보아도 별로 어색하지 않은 사이여야 좋다. 사우나 안에서는 모두가 알몸인 상태로 앉아 있기 때문이다.유럽의 다른 도시에서도 사우나를 해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대놓고 앉아 편안하게 즐기는 건 바발리에서 처음 해 봤다. 그래서 바발리에는 유독 커플이 많이 온다. 서로의 알몸을 보는 게 어색하지 않은 부부와 커플들에겐 그냥 자연스러운 곳이다(갖고 들어가는 긴 타월은 몸에 두르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와 발이 타올 안에 들어가게 앉는 바닥 깔개용으로 쓴다). 물론 안을 지나다니다 보면 휴식을 취하는 스파베드에서, 벽난로 앞에서, 자쿠지 안에서 키스를 하거나 목에 팔을 두르고 있는 커플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보는 사람이나 뒹구는 사람이나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그 자유로움 앞에서 나는 종종 베를린에 있다는 걸 실감한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바발리 사우나에는 앉을 수 있는 자리 표시가 생겼다. 원래 인원의 반만 들어갈 수 있고, 1.5m 간격으로 모든 자리와 의자, 스파 침대가 떨어져 있다. 그렇다 보니 내부는 훨씬 덜 붐빈다. 특히 부채를 든 마스터가 들어오는 필링 프로그램은 한번 시작하면 언제나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는데, 그 프로그램이 모두 중단되면서 훨씬 느긋하고 여유롭게 소수의 사람들이 사우나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사우나를 오는 전체 사람 수가 적어진 영향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즐긴 사우나는 아이러니하게도 편한 점이 있었다. 바이러스에 대한 걱정과 우려 속에서 사람들은 더 거리를 두고 더 조심스럽게 서로의 영역을 지켰다. 한 달에 한 번은 가고 싶었던 바발리는 서울 목욕탕에서 하듯 때는 못 밀지만 사우나도 하고, 온천 하듯 야외 자쿠지에서 몸을 녹일 수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 간 것 같은 이국적인 분위기와 휴식이 따뜻하고 달콤하다. 이번 록다운이 풀리면 내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이곳으로 할 참이다. 상황이 좋아지면 베를린 근교의 온천 지역으로 유명한 바트자로프에도 가볼 계획이다. 미네랄이 풍부한 진흙과 온천수, 테르말 스파가 있어 베를린 사람들이 종종 간다. 베를린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로 주말 여행지로 적당하다. 그곳에서 한나절 사우나를 하는 상상을 하면서 일단 남은 날들을 견뎌 본다. 유럽에서 사우나에 재미를 붙인 건 언제부터였을까. 스위스의 작은 도시들을 여행할 때 그 매력을 조금 알았던 것 같다. 계절은 항상 겨울로 가는 늦가을이었고, 알프스의 웅장한 산맥이 보이던 따뜻한 야외 온천풀에서 몸이 노곤노곤해졌다. 그 기억은 리기산 칼트바트 마을 근처에, 벵겐의 작은 호텔 사우나 안에, 그리고 발레주의 크랑몬타나에 멈춰 있다.유럽의 스파에서는 수질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이 물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요소란 생각이 든다. 산세가 깊고 자연이 아름다운 곳에는 어김없이 스파가 발달해 있다. 로마시대부터 귀하게 여겨 온 광천수가 유명한 온천 마을부터 스위스의 깊고 작은 마을에까지 근사한 스파 시설이 있다. 사람들은 온천수에 몸을 담그는 행위에서 그치지 않고, 대자연을 바라보며 정신적인 휴식, 힐링까지 하고 싶은 바람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명품 도시 크랑몬타나에서 경험한 스파도 기억에 남는다. 이곳은 돈 많은 스위스 사람들이 겨울 휴가를 오는 현지 휴양지다. 시내만 나가도 도시의 부유함이 금방 느껴진다. 시내는 엄청 작은데 오메가, 프라다, 샤넬 같은 브랜드 숍이 줄지어 있다. 가게 간판으로 걸어 놓은 커다란 시계도 진짜 오메가다. 하지만 크랑몬타나에서 가장 명품인 건 이런 브랜드들이 아니라 마테호른에서 몽블랑까지 이어지는 산봉우리와 대자연의 절경이다. 그걸 사우나를 하며 알았다. 해발 1100m 크랑몬타나의 작은 호텔 자쿠지에서 장작 타는 냄새를 맡으며 어둠이 내려앉은 론 골짜기와 스위스의 명품 절경을 즐겼다.사우나 안에서는 수영복을 입긴 했지만, 남녀가 함께 들어가는 사우나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수증기로 꽉 찬 습식 사우나 안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성큼성큼 들어갔다가 구석구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형체가 드러나서 혼자 당황했던 기억. 그때부터 유럽의 사우나를 조금씩 맛보기 시작했다. 만년설이 남아 있는 알프스와 몽블랑을 바라보면서 머리까지 쨍하게 뚫고 들어오던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즐겼던 스파, 지금 생각하면 모든 것이 행운이었구나 싶다. 아무 걱정 없이 여행할 수 있었던 시절을 위해 건배.깜놀… 혼욕에 알몸 사우나더 깜놀… 자연 온천수 힐링 지금은 남녀가 다 벗고 같이 들어가는 사우나를 독일인만큼이나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지만, 내게도 처음은 충격과 당혹스러움의 연속이었다. 꽤 적응 기간이 필요한 문화 충격이었다. 3년 전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사우나는 그래서 평생 잊을 수 없다. 블레드는 슬로베니아의 대표 휴양 도시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알프스산맥이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을 거쳐 이곳 블레드까지 닿아 있다. ‘율리안 알프스’라 불리는 산 꼭대기의 만년설과 빙하가 녹아 생긴 호수가 눈부시게 아름답다. 블레드는 오래전부터 힐링을 위한 휴양지였다. 1852년 스위스 출신의 의사 아르놀트 리클리가 요양차 이곳에 왔다가 병이 나아 돌아갔다. 당시 그의 치료를 도운 것은 매일 한 일광욕, 수영, 오래 걷기였다. 2년 뒤 다시 블레드로 돌아온 그는 공기, 물, 햇살을 중심으로 하는 자연치유 요양소를 차리고, 유럽의 부유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요양을 원하는 사람은 물론 당시 아편이나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도 대상이었다. 블레드는 곧 유럽 전역으로 알려지고, 좋은 수질로 스파산업도 발전했다. 11월의 단풍이 짙었던 블레드 호숫가 주변에는 스파와 시설을 잘 갖춘 호텔이 많았다. 블레드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그랜드호텔 토플리체의 테르말 스파가 꼽힌다. 17세기에 발견된 22도의 자연 온천수를 이용하는 스파다. 미네랄이 많이 함유된 이 물은 목욕 중 직접 마시기도 한다. 그리스 신전의 기둥처럼 돼 있는 스파 내부는 100년 넘은 원형을 보존한 상태로 개조돼 더욱 근사했다. 블레드에서 가장 럭셔리한 호텔 스파답게 분위기와 시설 모두 고급스럽다.자연 온천수는 아니지만, 내가 머물렀던 블레드 골프호텔에는 보다 대중적이고 큰 규모의 스파 시설이 있다.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 대형 아쿠아존과 알몸으로 들어가는 사우나로 구분돼 있다. 수영복을 안 가져간 나는 사우나만 하려고 방에서 샴푸와 린스를 챙겨 갔다. 사우나는 옷을 갈아입는 곳부터 남녀 구분이 없었다. 정해진 사물함 번호 앞에서 여자건 남자건 옷을 훌렁 벗었다. 샤워를 하려고 들어간 샤워장엔 아예 문이 없었다. 이는 열심히 머리를 감는 동안 누구든 지나가며 볼 수 있는 ‘개방된 구조’라는 뜻이다. 나는 그 뻥 뚫린 샤워장에서 머리를 감을 용기가 없었다. 조용히 다시 방으로 올라온 나는 머리를 깨끗이 감고 사우나로 내려갔다. 슬로베니아만의 스파법이 있나 싶어 사우나 안에 있는 직원에게 물어보기까지 했다. 멋 모르는 동양인이 실수를 하면 안 되니까. 그들이 하는 것처럼 사우나를 하고 싶었다. 별다른 건 없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사우나 안에서 땀을 흠뻑 낸 다음 나와서 샤워로 씻어 내고 다시 사우나로 들어가는 걸 반복하면 된다고 했다. 물도 충분히 마시고. 사우나 안에서 타월을 몸에 둘러도 되는지도 물어봤다.“꼭 벗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벗고 있는 게 훨씬 편할 텐데요. 너무 더워서 힘들 거예요. 맨 몸으로 있는 게 더 좋아요.” 오로지 다른 점이라면 여자뿐만 아니라 알몸의 슬로베니안 남자들도 있고, 나이 많은 노인들이 아니라 젊은 커플, 남자들도 많았다는 것이다. 함께 출장 중이던 잡지 기자 동료 둘과 함께 셋이서 열심히 블레드의 사우나를 탐방했다. 일행 중엔 20대의 젊은 기자들도 있었지만, 사우나를 아침저녁으로 들락거린 건 중년의 여자 기자들뿐이었다. 매일 빠듯한 일정 때문에 블레드에서 몇 시간씩 스파를 할 여유는 없었지만 그 짧은 사우나 후에도 보들보들한 피부와 ‘물광’이 흐르는 얼굴에 서로 감탄했다.블레드와 함께 유명한 또 하나의 스파 휴양지로는 돌렌스케토플리체가 있다. 슬로베니아 동남쪽에 있는 도시. 해발 179m에 자리한 이곳에는 포도원과 과수원이 많고 무엇보다 13세기 초에 발견된 온천수가 유명하다. 블레드는 율리안 알프스에서 스키를 탄 뒤 스파를 즐기려는 젊은층이 많이 찾는 반면, 이곳 돌렌스케토플리체는 전문적인 치료와 요양을 하는 노년층이 많이 찾는다.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치료가 결합된 만큼 이곳의 웰빙센터는 시설도 보다 전문적인 프로그램으로 짜여져 있다.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발네아웰니스센터 안에는 세 개의 큰 야외 온천풀과 실내 풀이 갖춰져 있는데, 발네아호텔에서 긴 실내 통로를 통해 목욕 가운만 입고도 스파센터로 갈 수 있었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더욱 유용한 통로다. 슬로베니아를 떠나는 날 아침에도 이곳에서 사우나를 했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밖을 내다보며 조용히 몸을 담그고 있던 시간. 사우나를 하느라 마을은 둘러보지도 못했지만 조금도 아쉽지 않은 여행이었다. 이동미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
  • 복지부 “‘정자기증’ 비혼 임신 불법 아냐”…허수경도 있었다

    복지부 “‘정자기증’ 비혼 임신 불법 아냐”…허수경도 있었다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의 ‘비혼’ 출산 이후 한국에서도 비혼 임신·출산이 가능한지 논란이 벌어진 가운데, 18일 보건복지부가 한국에서 비혼 상태로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고 밝혔다. 지난 16일 사유리는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이 시험관이 가능하고 모든 게 불법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설명에 따르면 생명윤리법은 임신을 위한 체외수정 시술 시 ‘시술 대상자의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 배우자 서면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배우자가 없는 경우’는 서면동의가 필요 없으며 불법도 아니다. 동의서에 있는 ‘해당 배우자’ 부분은 공란으로 두면 된다. ‘금전, 재산상의 이익 또는 그 밖의 반대급부(反對給付)를 조건으로 배아나 난자 또는 정자를 제공 또는 이용하거나 이를 유인하거나 알선해서는 안 된다’는 법 조항 등을 위반하지 않는다면 비혼자의 체외수정은 불가능한 것도, 불법도 아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산부인과학회 내부 지침 등에 의해 기증된 정자를 이용한 체외수정이 힘들 수는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2017년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을 만들면서 “정자공여시술은 원칙적으로 법률적 혼인 관계에 있는 부부만을 대상으로 시행한다”고 정한 바 있다. 법이 비혼 여성을 위한 시술을 제한하지도 않지만 보호하지도 않다 보니, 혹시 모를 분쟁 등을 우려해 일선 병원에서는 시술을 꺼리게 되는 것.과거 국내에서 방송인 허수경도 비혼 상태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한 바 있다. 허수경은 두 번의 이혼 후 정자를 기증 받아 세 번째 도전 만에 2008년 딸을 얻었다. 당시 허수경은 현재 사유리에게 쏟아지고 있는 응원과 달리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는 2017년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 출연해 “남편 없이 혼자 낳아 기른 딸이기 때문에 떠들썩하게 아기를 낳아 길렀다. 당시 논쟁거리였기 때문에 힘들었지만 주변에서 챙겨주는 사람도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공공정자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을 비롯해 영국과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는 법적 부부뿐만 아니라 미혼모와 동성 부부도 정자를 기증받을 수 있다. 반면 프랑스와 중국은 법적 부부만 기증받을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티라노 vs 트리케라톱스’ 싸우다 함께 죽은 화석 박물관 전시

    ‘티라노 vs 트리케라톱스’ 싸우다 함께 죽은 화석 박물관 전시

    공룡시대 최강 사냥꾼인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와 뿔로 유명한 '트리케라톱스’(Triceratops)의 최후 혈투가 담긴 극히 희귀한 화석이 박물관에 기증됐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 등 외신은 한 비영리단체가 '결투 공룡'(Dueling dinosaurs)이라는 이름의 화석을 노스 캐롤라이나 박물관에 기증해 연구는 물론 일반인들도 관람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2006년 몬타나의 산비탈에서 발견된 이 화석은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화석'이라고 일컫어졌을 정도로 가치가 매우 높다. 그 이유는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나 볼 법한 전투 장면이 그대로 재현됐기 때문이다.지금으로부터 약 6700만 년 전 이 지역에서 티라노사우루스와 트리케라톱스의 전투가 벌어졌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이들은 뒤엉킨 채 한꺼번에 매장돼 화석화됐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잘 알려진대로 최강의 육식공룡이며 ‘세 개의 뿔’이 특징인 트리케라톱스는 우락부락한 외모와는 달리 초식공룡이다.특히 이 화석은 보존상태도 매우 좋아 높은 연구가치로 평가 받았으나 이후 법적 소송에 휘말렸다. 이 화석의 소유권을 놓고 땅 주인과 채굴권을 가지고 있던 권리자 간의 법적 분쟁이 벌어진 것으로 지난 6월 항소법원은 이 화석을 땅 주인의 것으로 판결했다. 보도에 따르면 '노스 캐롤라이나 자연과학박물관의 친구'라는 이름의 비영리단체는 이 화석을 개인 펀드로 취득했으며 박물관에 기증하겠다고 발표했다. 노스 캐롤라이나 자연과학박물관 에릭 도프만 관장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고생물학적 발견 중 하나를 소장할 수 있게 돼 너무나 기쁘다"면서 "2022년에 일반 전시는 물론 연구용과 과학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비혼 출산 사유리, 우리나라서 출산했다면 처벌”[이슈픽]

    “비혼 출산 사유리, 우리나라서 출산했다면 처벌”[이슈픽]

    공공정자은행 이사장 “국내도 올 것이 왔다”“OECD 국가 대부분 가능”“우리나라에선 불가능…혼인 관계 있어야”“선진국은 임신이나 출산은 개인이 선택” 일본 출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41)의 ‘결혼 없는 출산’에 여론이 뜨겁게 달아오른 가운데 한국공공정자은행 박남철 이사장이 “사유리 씨의 경우를 보면 우리나라에도 이 부분에 대해서 올 것이 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박 이사장은 “급격히 서구화되고 있는 젊은 층의 사고에 부응하고 또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성공한 비혼 여성들이 스스로가 선택하여 출산의 기회를 가지고자 하는데 법적으로 또는 의학적으로 도움을 줘야 할 것으로 생각이 든다”며 이같이 밝혔다. 부산대병원 비뇨기과 교수인 박 이사장은 “이미 서구 선진국에서는 이런 경험들이 한 30년간 있다”며 “OECD 국가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비혼 여성에서 비배우자 인공수정으로 출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비혼 출산’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박 이사장은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다”며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으로 혼인 관계에 있는 부부의 경우에만 비배우자의 인공수정을 허가하고 있다. 비배우자 인공 시술하기에 앞서서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야 할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사유리씨가 국내 산부인과에서 이런 시술을 받았다면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는 “미혼 독신녀이기 때문에 처벌될 수가 있다”며 “생명윤리법은 벌칙 규정이 굉장히 강한 법으로 체형이나 아주 높은 벌금형으로만 구성됐다”고 말했다.허수경은 어떻게? “당시 관련 법 정립 안 돼 가능” 과거 방송인 허수경씨가 독신 상태에서 비배우자 시험관 시술을 받았나 하는 시청자 질문에 박 이사장은 “2007년 그 당시에는 관련 법들이 정립이 안 돼 있고 언론이나 또 실제 필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크게 고민하지 않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만약 아이가 커서 나중에 아빠를 찾고 싶어 하면, 알고 싶어 하면 그럼 누가 답해 줄 것이냐”, “여성 혼자 출산 결심하고 아이 낳았다가 나중에 감당하지 못해서 아이를 버린다든지 하면 어떡할 것이냐”는 등의 우려에 대해서 박 이사장은 “부작용을 굉장히 침소봉대해서 보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박 이사장은 “선진국에서 비배우자 인공수정을 허용하는 이유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선택은 개개인이 결정할 문제지 국가나 사회가 할 수 있다. 또는 할 수 없다, 일방적으로 강요할 부분은 아니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며 “국가는 비혼 독신 여성이나 난임 부부에게 비배우자 인공수정을 위한 양질의 정자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이사장은 “비배우자 인공수정을 통해서 아기를 낳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임신과 출산의 조건이 잘 갖춰진 사람들이 아기를 가지려고 한다. 비배우자 인공수정을 통해서 태어난 아이들이 정상적인 부부에서 태어난 애들보다 훨씬 건강하고 부작용이 정상적인 부부는 한 4% 나오는데 비배우자 인공수정에서는 1%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부연했다.자발적 비혼모 된 사유리 “앞으로 아들위해 살겠다” 사유리는 앞서 16일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임신 당시 촬영한 사진을 게재하며 “2020년 11월 4일 한 아들의 엄마가 됐다”며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지금까지 내 위주로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아들을 위해 살겠다”고 출산 소식을 전했다. KBS에 따르면 사유리는 3.2kg의 건강한 남자아이를 지난 4일 일본에서 출산했다. 미혼인 사유리는 일본의 한 정자은행에 보관돼 있던 한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에 성공했다. 사유리는 지난해 10월 한국의 한 산부인과를 찾았고, 당시 난소 나이가 48세로 자연임신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고 ‘자발적 미혼모’가 되기로 결심했다. 한국에선 미혼 여성에게 정자기증을 해주는 병원을 찾을 수 없었던 사유리는 본국인 일본으로 건너가 정자를 기증받고 남아를 출산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비혼모를 자처한 용기 있는 선택인지, 아빠 없는 아이를 만든 이기심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불임 부부를 위해 우리도 정자·난자 기증이 쉬운 사회를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건조한 날씨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모발에 영양분 주세요

    건조한 날씨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모발에 영양분 주세요

    머리 감지 않고 60개 정도 당겼을 때3개 이상 빠지면 ‘탈모 진행중’ 의심남성 30대 초반·여성 40대 많이 빠져 균형 잡힌 식단·두부·야채 섭취 도움지나친 스트레스 피하고 숙면도 중요머리 감을 때 가벼운 두피 마사지 효과지루피부염 환자는 잦은 파마 피해야‘가을바람과 함께 떨어지는 머리카락.’ 낮은 짧아지고 건조한 계절이 되면 탈모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은 데서 나온 표현이다. 반갑지 않은 불청객, 탈모의 원인과 증상, 대처법을 알아본다. 사람은 동물과 달리 각각의 모발이 독립적인 성장 주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동물처럼 털갈이를 하지 않고 일정한 수의 모발을 유지할 수 있다. 인종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동양인의 모발은 대략 9만~10만 가닥 정도라고 한다. 모발은 평균 3~10년을 성장하며 하루 평균 50~100개 정도가 자연적으로 빠지고 같은 수의 모발이 새로 생겨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평균 하루 60~80개 정도 빠지면 정상적인 상태라고 말한다. 하지만 새로 자라는 숫자보다 더 많은 모발이 빠지는 현상이 나타나면 모발 개수가 점차 줄어들어 흔히 얘기하는 탈모증에 이르게 된다. 탈모증인지 아니면 자연스런 모발의 생장 과정인지를 스스로 알아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모발을 당겨 보는 것이다. ‘당김 검사’라고 한다. 최소 하루 전부터 머리를 감지 않은 상태에서 엄지와 검지, 중지를 이용해 모발의 뿌리 근처에서 60개 정도의 모발을 팽팽하지만 강하지 않게 당겼을 때 3개 이상의 모발이 떨어져 나오면 탈모가 진행 중이라고 의심할 수 있다.●두피 혈액 순환 안 되면 평소보다 많이 빠져 모발의 성장과 수명에는 영양상태나 호르몬, 기온, 햇빛 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가을, 겨울철에는 일조량의 변화로 탈모에 영향을 주는 체내 호르몬 분비가 변하고 차고 건조한 날씨가 두피의 혈액 순환을 방해해 모발을 건조하게 만들기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탈모가 생길 수 있다. 경희대한방병원 한방피부센터 김규석 교수는 “여름철 강한 자외선과 땀, 피지, 먼지 등으로 두피와 모발이 손상을 입은 경우 가을에 본격적인 탈모가 시작될 수 있다”면서 “가을 탈모는 실내 난방 생활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두피가 더욱 건조해지는 겨울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생활습관과 계절의 변화에 따른 일조량을 고려할 때 가을부터 겨울까지 일어나는 탈모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음식물의 소화흡수를 통해 만들어진 영양분인 정혈(精血)이 온몸의 세포, 조직, 기관에 충분히 영양을 공급하고 남아돌아야 비로소 모발에 공급될 수 있다고 본다. 이 때문에 한의학에서는 모발 생장에 필요한 많은 양의 에너지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인체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것을 탈모 치료의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사람의 모발은 평생 수차례에 걸쳐 성장하고 빠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모발주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모발주기에서 모발이 활발하게 자라는 시기를 생장기, 모발이 성장을 멈추고 빠져나가는 시기를 휴지기라고 한다. 정상적으로는 전체 모발의 10% 정도가 휴지기 모발로 알려져 있다. 여름철에는 기온이 높고 우리 몸의 대사도 활발해 생장기 모발의 비율이 높아졌다가 가을이 되면 대사율이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휴지기 모발 비율이 높아진다. 이를 계절에 따른 ‘휴지기 탈모’라고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허창훈 교수는 “휴지기 탈모는 대부분 증상이 심하지 않고 3~4개월 안에 회복되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다만 시간이 지나도 탈모가 멈추지 않으면 의사와 상의해 다른 요인이 있는지 알아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탈모 증상이 주로 나타나는 연령대는 남녀가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이르면 10대 후반부터 나타나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증상이 뚜렷해진다. 여성은 20대 후반에 시작돼 40대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김도영 교수는 “한국인의 경우 서양인보다 탈모 증세가 좀더 늦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도 점차 식생활을 포함한 전반적 생활 패턴이 서구화되면서 발병 연령이 남녀 모두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탈모증은 정확한 진단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탈모를 예방하는 특별한 음식 같은 건 세상에 없다고 강조한다. 특정 식품이 탈모를 치료할 수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도 없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장성은 교수는 “탈모 예방이나 치료에 도움이 되는 건 각종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균형 잡힌 식단”이라면서 “다만 동맥경화 같은 심장질환과 머리털이 빠지는 증상이 상당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나친 동물성 지방은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두피 마사지도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과도한 경우에는 오히려 탈모를 촉진할 수도 있다고 장 교수는 덧붙였다. ●‘특정 식품이 탈모 치료’ 과학적 근거 없어 탈모를 예방하려면 모발에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인체 시스템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소 지나친 스트레스를 피하고 충분히 잠을 잔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은 모발 성장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몸을 이완시키는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게 좋다. 반신욕이나 족욕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두피와 얼굴로 지나치게 열이 몰리거나, 땀을 내면 기운이 빠지는 체질이라면 높은 온도에서 장시간 반신욕으로 땀을 빼거나 몸의 열을 높이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평소 달거나 기름진 음식, 과도한 음주는 피한다. 체내 노폐물이 쌓이면 지루성 피부염 등 두피 염증을 일으키고 탈모의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신 콩이나 두부 등 식물성 에스트로겐, 생선, 들깨 같은 필수 지방산, 항산화 작용을 하는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도움이 된다.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끼니를 거르거나 TV, 컴퓨터 모니터 등을 오랜 시간 마주 하고 잠을 늦게 자는 생활습관은 피해야 한다. 평소 머리를 감거나 빗을 때 가볍게 두피 마사지를 하는 습관도 권장된다. 모발 성장에 효과가 있다고 밝혀진 녹차, 사과, 포도, 보리 등의 자연추출물을 이용해 아침, 저녁으로 하루 두차례 마사지를 하는 게 좋다. 손가락 끝 지문 부위로 5~10초간 머리를 지그시 누르는 방식으로 5~10분 정도 두피 전체를 마사지한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모발 손상을 막기 위해 저녁에 머리를 감되 머리를 완전히 말린 뒤 잠자리에 든다. 한양대병원 피부과 김정은 교수는 “두피에 만성 염증성 질환인 지루피부염을 가진 환자는 잦은 파마나 염색은 피하는 것이 좋다”면서 “자칫 피부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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