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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나우두, 결혼 석달만에 파경

    |상파울루 연합|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 소속의 세계적인 축구스타 호나우두가 숱한 화제 속에 결혼식을 올린 지 3개월이 채 안돼 부인과 결별에 합의했다고 브라질 언론이 11일 보도했다. 호나우두의 부인인 모델이자 TV 사회자인 다니엘라 시카렐리의 측근은 이날 오후 “시카렐리가 호나우두와 86일간의 짧은 결혼생활을 정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측근은 호나우두와 시카렐리가 결별에 합의했다는 말만 하고 있을 뿐 자세한 이유에 대해서는 서로 입을 다물고 있다고 전했다. 브라질 언론도 “세계적인 커플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86일이었다. 호나우두와 시카렐리는 공식적으로 결별 합의 사실만을 밝혔을 뿐 결별에 이르게 된 사연에 대해 일절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호나우두와 시카렐리는 지난 2월14일 프랑스의 샹틸리 성에서 전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초호화 결혼식을 올렸으나 호나우두가 전 부인인 밀레니 도밍게스와 정식 이혼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결혼미사를 주관한 가톨릭 신부가 결혼의 정당성에 대해 해명하고 나서는 등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시카렐리는 결혼식을 올린 지 한달여 만에 임신했으나 지난달 26일 자연유산되면서 심리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것이 결별에 이르게 된 이유의 하나가 됐을 것이라고 브라질 언론은 보도했다.
  • [사설] 출산 휴가급여 정부 지원 옳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국가적 당면과제로 떠오른 저출산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출산 전후 휴가기간 90일 동안의 급여(월 135만원 한도)를 전액 고용보험과 정부의 일반회계에서 부담키로 합의했다. 또 임신 4∼7개월에 자연유산하거나 사산한 경우 45일의 유급휴가를 부여키로 했다. 출산 휴가급여의 60일분은 기업이, 나머지 30일은 고용보험에서 부담하고 유산 및 사산 휴가가 전혀 보장되지 않은 현 제도와 비교하면 출산을 앞둔 근로여성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정부 예산에서 부담의 일부를 떠맡기로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정책 방향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2002년 1.17명,2003년 1.19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전되고 있다. 여성의 출산 기피가 이처럼 극심함에도 모성보호 부담을 대부분 기업에 떠맡김에 따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해왔다. 특히 여성근로자의 70%를 차지하는 비정규직의 경우 ‘눈치’가 보여 출산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던 게 현실이다. 그러나 출산 휴가급여의 3분의 2를 고용보험에 떠넘긴 것은 문제라고 본다.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항목에 출산 급여가 맞지 않다는 견해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2006년부터 1100억원,2008년부터 2000억원이 출산 휴가급여로 추가 지급되면 고용보험 재정이 급속히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선진국처럼 모성보호 비용은 국가 재정에서 부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고용보험 재정이 여력이 있다는 이유로 ‘목적외 전용’을 해선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기혼여성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출산이나 유산·사산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그것이 제도보다 우선돼야 한다.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4) 가고시마에서 만난 마지막 사무라이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4) 가고시마에서 만난 마지막 사무라이

    온천욕을 즐기고, 골프 치는 곳으로 우리에게 제법 알려진 일본 규슈의 최남단 가고시마. 지난해 12월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을 가진 장소로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정작 노 대통령이 바라보던 가고시마 해변이 일본 근대사는 물론이고 한·일 관계사의 엄청난 비밀을 안고 있음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와 도공의 가업을 이어온 심수관은 인구에 회자되지만, 정작 한반도 식민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한 사나이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모른 척한다. 오늘도 검푸른 바다로 요동치는 현해탄 언저리 규슈 곳곳에는 바다를 통한 한반도 침략의 징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 오늘의 바다 이야기는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1827∼1877)라는 가고시마 출신의 한 근대 인물에 할애하고자 한다. ●메이지유신 기념해 만든 ‘레이메이칸’ 가고시마 시내의 야트마한 언덕 같은 시로야마(城山)를 오르면 지금도 뿜어져 나오는 활화산 ‘사쿠라지마’가 한눈에 들어온다. 참으로 웅장한 화산섬. 시로야마는 사이고가 마지막으로 자결한 ‘신성한’ 곳으로 널리 알려져 그가 최후를 맞이한 동굴은 흡사 성지처럼 순례하러 찾아오는 일본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시로야마 바로 밑은 이 일대의 문화 중심지. 데루쿠니 신사를 비롯하여 현립 박물관, 도서관, 미술관이 모여 있다. 사이고의 동상과 그가 속했던 사쓰마번의 번주들 동상이 서 있고, 그 인근에 심상치 않은 건물이 하나 있으니, 바로 레이메이칸(黎明館)이다. 역사 자료센터인 레이메이칸은 메이지 100년에 해당하는 1968년을 기념하여 1983년에 개관한 종합박물관이다. 여명이 밝아오듯 일본 메이지유신의 첫 장이 열렸음을 기념하는 곳이다. 정원에 세워진 ‘죽마고우들’ 동상에서 범상치 않은 인물군을 만나게 된다. 사이고는 물론이고 오쿠보 도시미치(大久保利通) 같은 메이지유신의 주역들이 한데 어울려 있다. 사이고는 사쓰마번 출신으로 메이지유신의 1등 공신이다. 어떤 의미에서 1868년의 유신혁명은 사이고의 혁명이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일본의 오늘은 메이지유신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니, 일본 근·현대사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상은 가히 절대적이다. 명문이 아닌 하급 무사 출신이었던 사이고를 알려면 먼저 사쓰마번을 이해해야 한다. 사쓰마는 번주인 시마즈씨(島津氏)의 개화 조치로 일찍부터 외래 문물을 받아들여 부국강병을 모색했다. 막부의 쇄국에도 불구하고 오키나와를 창구로 해상활동을 하고, 부단히 해외정보를 접하였다. 종자도 등을 통하여 포르투갈의 선진 무기들이 들어오는 등 각종 문물이 쉼없이 유입됐다. 중앙 정부가 요구해 오는 재정지출과 부역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번의 재정개혁을 성공시켰으며, 에도 말기에는 진보적인 의식을 가진 군주가 등장, 유신을 향한 에너지를 축적했다. 사이고 같은 인물은 이같은 현명한 군주들을 만남으로써 뜻을 펼 수 있었다. 메이지유신에서 사이고나 오쿠보 등 가고시마 출신 인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이런 배경을 갖는다. ●한반도를 정복하라 ‘정한론’ 대두 유신혁명사에서 결정적인 의미를 지닌 것은 그 유명한 사초(薩長)연합이다. 오늘의 가고시마를 지배했던 사쓰마번과 시모노세키 근처의 조슈번이 극적인 연합을 이뤄낸 것이다. 사초연합군이 붕괴에 직면한 막부정권을 타도하기 위한 조서를 손에 쥔 바로 그 날, 쇼군이 자진해서 3세기에 걸쳐 이어온 정권을 포기한다. 이로써 일본에서 봉건적 막부체제가 종언을 고하고, 근대의 시작인 메이지시대가 열리게 된다. 그런데 한반도 정벌을 둘러싼 인식차이로 인하여 심각한 내전이 발생한다. 일찍이 정한론을 제창한 이는 기도 다카요시(木戶孝允). 그는 조슈번의 명문으로 비밀리에 사쓰마번과 막부 타도의 밀약을 맺은 자로, 사이고·오쿠보와 더불어 ‘유신 3걸’로 불린다. 그는 한말 대원군 시절, 조선 정부에 사절을 파견한 뒤 냉담했던 조선정부의 반응에 격분해 “실로 하늘을 함께 할 수 없는 도적들이다. 반드시 이들을 처버려야 한다.”고 선언한다.“기선 군함도 필요없고 다만 무사들이 가벼운 배를 타고 해협을 횡단하도록 허락하기만 하면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이 주창한 한국 침략론은 드디어 사이고가 이끈 대사파견론, 즉 자신이 한반도 사절로 가서 최후의 담판을 짓겠노라는 정한론으로 발전하고, 이 정한론은 정부 수뇌부들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을 일으킨다. 결말은 사이고를 비롯하여 그를 지지하는 친구 이타키가 다시스케(板垣退助) 등 여러 사람들의 사직으로 일단락되거니와 그 여파는 사가(佐賀), 구마모토(熊本), 하기(萩)의 반란, 그리고 사이고가 주동이 된 세이난(西南戰爭·1877년)으로 발화되었다. 정한론은 두말 할 것도 없이 막부 체제가 끝나면서 일거리가 없어진 무사출신 낭인집단들의 반발을 해외로 돌리려는 의도에서 나왔다. 외압이 강해지는 조건에서 일본과 가장 가깝고, 열강의 입김이 아직 충분히 미치지 않는 한국은 누가 보더라도 입맛 당기는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한국은 그들의 눈에 오로지 침략의 대상으로만 비쳤을 뿐이었다. ●日역사의 위대한 2명, 도요토미와 사이고 정한론을 주장한 사이고 일파는 이와쿠라 도모미, 오쿠보 도시미치 등의 반대론에 패하여 하야했으나, 반대파들도 정한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었으니 그들의 생각이 사이고 등의 정한론과 근본적으로 대립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시기나 방법, 또 정한 주도권에 대한 반대에 불과했다. 오쿠보는 그의 유신혁명 동지이며 사이고의 출생지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서 태어난 친구이자 동지였음을 기억하자. 사이고 등의 하야 후 약 반년이 지난 1874년 4월, 일본은 타이완에 출병했으며, 곧이어 1876년에는 강화도 수호조약이 체결되어 한국은 일본에 개항하게 되며, 이로써 구멍 뚫린 댐처럼 식민화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정한론 반대를 둘러싼 논쟁이 어디까지나 내부 시기조율에 불과했음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삿포로 농학교를 나와 미국 신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지식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한국 무교회주의자 김교신과 함석헌도 감화를 받은 우치무라 간조(內村鑑三)의 영문판 인물일본사(1894년 간행)를 펴보면 첫 장을 사이고가 장식한다.“일본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2명을 고르라고 한다면, 망설이지 않고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사이고의 이름을 들 것이다. 둘 다 대륙 방면에 야망을 품고, 세계를 활동무대로 여겼다.” 그는 이어 “가장 위대한 인물이 세상을 떠났다. 그가 마지막 사무라이지 않을까.”라고까지 했다. 오늘도 수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들이닥치는 규슈에서 ‘사이고’를 생각함은 매우 지난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히 일본 메이지유신의 시작과 완결은 모두 가고시마라는, 변방 중의 변방 바닷가에서 이루어졌다. 레이메이칸 전시실에는 재미있는 그림이 하나 걸려 있으니 정한회의도, 즉 ‘한반도 침략대책회의’란 그림이 그것이다. 앞에서 거론한 인물은 물론이고 이토 히로부미도 함께 그려져 있으니, 그도 한반도에서 가까운 조슈번 출신이다. ●사이고, 日선 영웅이나 우리에겐… 규슈는 본디 왜구들의 본거지였다. 왜구는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오키나와 일대를 무대로 활약하던 일군의 해상세력이었으니, 그들의 후손이 결국은 메이지유신도 성공시켰고, 끝내는 한반도 침략도 해치운 셈이다. 그들은 뿌리깊은 해상세력이었다. 중세의 국제 무역항이었던 하카다(博多)가 있는 후쿠오카에서 흑룡회 같은 대륙 낭인집단을 결성, 조선 일대와 만주 벌판을 누볐으며, 끝내 명성황후를 무참하게 난도질하고 시간(屍姦)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일본이 섬이라면, 규슈는 섬 중의 또 다른 섬이다. 여말선초의 왜구로부터 임진왜란, 근세의 한반도 침략에 이르기까지 규슈 곳곳이 연관되지 않은 곳이 없다. 지금도 가고시마 시내의 유신기념관인 후루사토칸의 복판에 늠름하게 서 있는 이도 사이고다. 도쿄에 있는 우에노공원의 개를 끌고 서있는 동상도 바로 사이고다.1898년 동상이 세워질 당시, 제막식에는 전국 각지에서 사이고의 덕을 기리려는 사람들이 무리지어 모여들었다고 한다. 가고시마 시내에는 사쓰마 번주의 그림 같은 정원이 나오고, 슈우세이칸(集成館)이 세워져 있어 해외로부터 바다를 통한 근대를 모색했던 그들의 온갖 ‘실험’들이 형상화되거나 유물로 전시돼 있다. 가고시마 해변을 따라서 조금만 내려가면 지란(知覽)이 나오고 250여년 전에 조성된 무사마을을 만나게 된다. 이 마을은 일찍이 오키나와와 해상교역을 하던 출구였다. 지란에는 일제시대에 오키나와 바다로 출격했던 가미카제들의 흔적이 밴 곳이다. 가고시마현의 기리시마에 오르면 가라쿠니다케(韓國岳)가 있다. 정상에서 바다 건너 멀리 한반도가 보일 정도로 높다고 하여 한국악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한반도 바다의 관해겠지만, 달리보면 한반도 침략의 대망을 키운 곳 아니겠는가. ●고통스럽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는 가고시마 해변에서 마지막 사무라이를 떠올리면서 한반도와 일본 간의 바닷길에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고통스럽지만 정작 정한론의 고장인 가고시마를 미워할 수만은 없음은 웬일일까. 일찍이 바다를 통한 부국강병의 길을 찾아내 이를 실천한 변방 사람들의 선진적 해양관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어서일 것이다. 게다가 가고시마 남방 60㎞ 지점에 떠있는 야쿠시마처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천혜의 비경을 훼손없이 간직한 그들의 바다자연을 아끼는 의지에도 또한 예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취재협조:한국학술진흥재단 21세기 민중생활사연구단
  • [시론] 韓·日 과거 60년과 미래/김용운 한양대 명예교수

    [시론] 韓·日 과거 60년과 미래/김용운 한양대 명예교수

    2005년 광복 60년을 맞이한 한국민은 그간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미래를 설정하는 중요한 시점에 있다. 대한민국은 독립국가의 위상을 굳히기 위해 반공과 반일의 기치를 들고 출발했으며 시련 끝에 오늘의 자리에 도달했다. 냉전 붕괴와 6·15 남북수뇌의 공동선언으로 ‘반공’은 ‘민족화합’으로,‘반일’은 ‘공동번영과 미래지향’으로 승화되었고 광복 당시의 노선 선택은 옳았음이 입증되었다. 반일정책은 단지 식민지지배에 대한 감정적 반발은 아니었고, 전통에 뿌리를 둔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것이었다.20세기 전세계는 근대화에 그 명운을 걸었으며, 실제로 일본의 서구화의 성공은 한국의 좌절을 의미했다. 일본을 통해 한국에 유입된 근대적 요소는 일본문화에 여과된 것이므로 그대로 계승하게 되면 영영 일본에 문화적 예속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 한국 전통에 기반을 둔 현대문화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약 30년 한 세대가 지날 무렵부터, 가령 윤이상의 음악, 김은국의 문학 등 한국적 가치에 뿌리를 둔 국제수준의 작품을 전세계에 발신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최근의 한류, 곧 한국적 대중문화는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현재 한국의 문화산업 성장률은 세계 평균의 4배를 넘는데, 이들은 한결같이 그간 육성해온 한국적 가치관과 문화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는 자신을 갖고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단행할 수도 있었다. 지난 60년 간 성과의 토대 위에 앞으로의 국가노선은 ‘평화통일’,‘동북아의 중심국가로서의 위상확립’이 될 것이다. 그 작업은 주변국과의 협력을 전제하는 것으로, 이미 6자 회담의 틀은 마련되어 있다. 현재 그 목적은 비핵문제 중심으로 국한되어 있으나, 필연적으로 ‘한반도의 완전평화’, 그리고 ‘동북아시아 공동체 형성’으로 확장되어갈 것이다. 또한 비핵, 동북아공동체 형성과 통일은 삼위일체의 관계에 있으며 궁극적으로 영세중립화로 이어진다. 6자의 합의점은 수학의 6원연립방정식과도 같이, 공간상의 6개의 직선이 한 점에 만날 곳을 정하는 일인데, 어느 한 곳으로 치우쳐서는 안 되기에 각 나라들과 신뢰관계 구축이 절실하다. 그것은 표면적인 외교언사나 술책의 차원으로는 안 되며 보편적 이상을 공유함으로써 가능하다.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태도가 눈앞의 이해득실을 극복할 수 있으며, 문화교류는 공동번영과 평화로 이어진다. 1998년 민간 주도의 한·일문화교류회는 일본측 히라야마(平山郁夫) 위원이 제의한 ‘고구려 고분벽화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지정에 관한 일’과 한국 측이 제의한 반세기 동안 인적이 없는 ‘휴전선 일대 자연의 세계자연유산 지정에 관한 일’을 채택하고 함께 추진키로 하였다. 문화 교류의 궁극적 목적이 평화에 있음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히라야마씨의 국제적 영향력과 적극적 활동에 힘입어 북한 소재의 유물이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앞으로 여러 나라가 협력한다면 ‘휴전선 일대의 세계평화공원화’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문화, 환경 등 인류적 보편차원의 일이 전세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 속에 한반도의 영세중립화도 가능하다. 우리는 올해가 을사조약 체결 100년인 것과 가해자의 양심문제를 잊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보다 중한 것은 미래에 있다. 과거 60년 한국은 신생 독립국으로서 정체성 확보를 위해 ‘반대와 배제’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믿음과 상생’의 길로 세계를 향해야 한다. 김용운 한양대 명예교수
  • 강풍·눈보라속 “백두대간 보호” 합창

    강풍·눈보라속 “백두대간 보호” 합창

    “백두대간 보호 원년을 맞아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귀중한 자연유산을 미래 세대에 온전히 계승할 것을 다짐합니다.” 조연환 산림청장 등 산림 공무원과 임업인 등 250여명이 을유년 업무를 강풍과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백두대간에서 힘차게 시작했다.‘산사람들’은 3일 오후 3시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대관령 정상(해발 950m)에서 현장 시무식을 가졌다. 이번 행사는 올해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는 원년을 맞아 백두대간 보전의 중요성을 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개청 이래 백두대간에서의 첫 시무식일 뿐 아니라 임업인과 산림경영인 등이 동참한 이례적 자리였다. 특히 이곳은 산림청이 지난 2002년 백두대간 생태복원을 위해 13㏊에 전나무와 분비나무 등을 조림한 곳이기도 하다. 산림청 남성현 기획관리관은 “이번 행사는 백두대간과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겠다는 염원과 현장 속에서의 산림행정을 실현하기 위한 강한 혁신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서 있기조차 힘든 초속 16m의 강풍과 눈보라가 치는 가운데 열린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백두대간 보전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이들은 산림헌장 낭독에 이어 ‘만세 삼창’을 외치면서 백두대간 보호를 다짐했다. 조 청장은 신년사를 대신해 “우리를 맞는 마루금에서 바람은 거세고 기온은 차가우나 우리의 가슴은 불타고 기상은 드높다. 오라 산이여. 오라 숲이여. 오라, 나무들이여….”라는 내용의 자작시를 낭송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거센 바람과 눈보라를 뚫고 선자령(1157m)까지 4㎞에 달하는 등반에 나섰다. 조 청장은 행사가 끝난 뒤 “숲이, 특히 백두대간이 난개발과 국민의 무관심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면서 “산을 지키고 관리하는 부서이자 산 전문가라는 자부심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자리가 됐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임업후계자 김규석(44·전북 순창군)씨는 “올해는 백두대간보호법이 시행되는 원년이어서 오늘 행사는 매우 뜻깊다.”면서 “우리의 외침이 백두대간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촉발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횡계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녹색공간] 불씨가 꺼져가고 있다/김하돈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정책위원장·시인

    백두대간 보호법의 시행을 앞두고 정부, 지자체, 주민, 시민단체가 마주 앉는 현장 쟁점토론회가 몇 군데서 열렸다. 다른 이야기는 접어두더라도 그 동안 현장 주민들에게 전달된 법안의 취지와 내용에 대한 극심한 왜곡과 와전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집을 지을 수 없고 농사도 지을 수 없다는 소문은 고사하고, 땅을 사고 팔거나 심지어 무덤도 쓸 수 없다는 대목에 이르면 아연실색할 뿐이다. 낱낱이 거짓이다. 당연히, 처음부터 이 법률에 의해 발목이 잡힌 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지자체의 선전에 불과했다. 더욱 분통이 터질 일은 그동안 정부부서에서 보호지역 주민과 지자체에 대한 지원과 보상에 대하여 오랜 연구와 검토로 정리된 일정의 성과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해서는 단 한 토막도 현장에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법률의 진정한 제정 이유나 가치에 대한 인식도 대부분 호도되어 있다. 백두대간이 풍수지리에 근거한 턱없는 미신이라거나 정부부서의 탁상공론식 줄긋기에 불과하다는 말들이 그렇다. 단언하건대, 백두대간을 지정 보호하자는 취지의 뿌리는 풍수지리도 아니요, 국가 행정부의 막연한 보호구역 줄긋기도 아니다. 지금 한반도의 육상 생태계는 완전히 파괴되어 거의 초죽음에 이르렀다. 저 아름다운 설악산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지 못한 이유를 아시는가? 산은 그 어느 나라의 것보다 갑절 아름답지만 동식물의 서식이 절멸되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가 코앞이니 그러려니 한다 해도, 언젠가는 깨끗한 물, 맑은 공기를 복원하기 위하여 무수한 노력을 기울이는 날이 올 것이다. 바로 그때,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끊이지 않고 오르내리는 백두대간이야말로 한반도 육상 생태계를 복원하는 불씨이다. 불씨가 남아 있어야 다시 불을 지필 것 아니겠는가! 하여, 이제라도 이 마지막 남은 불씨를 꺼뜨리지 말고 보호하자는 것이 이 법률의 절박한 염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서인 산림청은, 현장의 주민반대로 위장한 지자체의 개발논리 벽 앞에서 당황하여 이런저런 개발예정지 및 쟁점지역을 모두 제외시킬 작심을 하고 있다. 그리 되면 그것은 이미 ‘보호법’이 아니라 ‘관리법’에 불과하다. 군데군데 대형 국책사업으로 끊어지고, 듬성듬성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잘리고, 이런저런 이유로 구멍 나고 비루먹은 백두대간 보호법은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속절없이,1월1일이 다가오고 있다. 보호구역도 없는 보호 법률이 시행되는 그날 아침을 새해라고 달갑게 맞아야 하는 운명이다. 흐르는 세월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니 그렇게 해가 바뀐다 하더라도, 부디 새해에는 정부와 지자체와 국민이 모두 함께 백두대간의 진정한 복원과 보전의 명제가 정녕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되묻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호구역의 넓이나 길이가 아니라, 무엇을, 왜, 얼마나 끊이지 않게 연결해야 하는가에 대한 원칙과 방식이다. 그리하여 그 침범할 수 없는 원칙과 방식이 서면, 국가는 지자체와 주민들이 규제에 의해 입은 손실을 지원 보상하고, 지자체나 주민들은 그에 따른 국가 차원의 절박한 ‘불씨’ 보전의지를 수용하고 동참해야만 한다. 피할 수 없는 개발도 생태계 보호선에서 조금씩 물러나고, 또 어느 곳에서는 보호구역도 조금쯤 양보하자. 무슨 한이 있어도 백두대간만큼은, 그 한반도 육상 생태계의 마지막 불씨만큼은 꺼뜨리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자손만대로 물려줄 국토를 살리는 외길이다. 김하돈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정책위원장·시인
  • [14일 TV 하이라이트]

    ●청소년 원탁토론(EBS 오후 8시10분) 교육정책의 주체인 교육부가 대입제도를 두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학교수업에 학원, 과외까지 학생들의 부담은 늘어만 간다.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내신을 강화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대학 입시제도의 올바른 해법은 무엇인지를 교육제도의 직접 수혜자인 청소년들과 함께 토론한다. ●부모님 전상서(KBS2 오후 7시55분) 성실을 설득하려는 창수의 노력은 계속되고, 성실은 준이의 행동을 거슬려 하는 창수가 끔찍하고,“이혼하면 가출해서 막 살아버리겠다.”는 수아 앞에서 할 말을 잃는다. 아리 아빠는 아리가 시댁에 들어가 살아야 하는 것이 내키지 않지만 아리의 결정에 따른다. ●결정!맛 대 맛(SBS 오전 10시50분) 한식 포장마차 대 일식 포장마차의 맛대결. 매운맛이 일품인 매운 꽃게찜과 바다 냄새가 향긋하게 퍼지는 날치알이 별미인 해물 계란탕이 메뉴로 등장하는 한식 포장마차, 연어로 감싼 고구마 호박찜, 탱탱한 어묵과 진한 국물 맛이 그만인 일식 포장마차의 맛대결을 지켜본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후 1시25분) 수많은 희귀생물의 서식지인 갈라파고스섬. 멸종위기의 동물들과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열대우림의 중앙아프리카, 늑대 박물관이 있는 이탈리아의 압루조, 자연림과 야생동물의 천국인 캄보디아의 카다몸산맥 등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지역을 찾아가 본다. ●최동호의 CEO포커스(iTV 오전 9시15분) 일본에서 태어나 광복이 된 11살 때 귀국하는 바람에 후쿠오카에서 다닌 초등학교 4학년 중퇴가 학력의 전부인 광동제약의 최수부 회장. 최 회장은 밑바닥 외판원 시절의 경험과 거기서 얻은 산지식을 바탕으로 나이 28세에 광동제약을 차려 오늘의 중견 제약기업으로 일궜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MBC 오후 6시) ‘러브하우스’에서는 투명한 미소와 달콤한 사랑의 전령사 슈가와 오석규 디자이너가 김포의 이광병씨 댁을 찾아간다.‘대단한 도전’시간에는 지성과 야성을 겸비한 가요계의 신화창조 그룹 신화가 출연한다. 신화와 함께 젊음과 패기의 상징인 럭비를 배워본다. ●열린음악회(KBS1 오후 6시) 한·러 수교 120주년 및 한인이주 140주년 기념으로 모스크바 크렘린 대극장에서 열린 ‘열린음악회’. 첫 무대로 러시아 민속단 돈 코자크무용단, 돈 코자크 합창단, 러시아 대통령오케스트라,KBS관현악단의 합동 공연으로 문을 연다. 패티김 조영남 신효범 현철 구준엽 임태경 등이 출연한다.
  • 비취빛 비경-中 주자이거우·황룽

    비취빛 비경-中 주자이거우·황룽

    남태평양의 에메랄드빛 바다에 한국의 10월 비취빛 하늘이 내려앉았다면? 더구나 이같은 환상적 풍광이 해발 3000m가 넘는 첩첩산중에 펼쳐져 있다면 과연 믿는 이들이 있을까.중국 쓰촨(四川)성 북단 아바 창(藏)족·창(羌)족 자치주에 자리잡은 주자이거우(九寨溝)와 황룽(黃龍).두 곳을 둘러보고나서 기자는 신비스러우면서도 약간은 황당하게 다가오는 느낌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한국인들에겐 낯설지만 두 풍경구는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 및 ‘세계생물보호구’,‘21세기 녹색환경구’ 등 굵직한 타이틀을 3개나 보유한,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비경지역이다.중국인들에게 흔히 ‘신비의 동화세계’로 불리는 주자이거우와 황룽으로 안내한다. 쓰촨성의 성도(省都)인 청두(成都)국제공항을 출발한지 30분 남짓 흘렀을까.도착지인 주자이황룽 공항에 곧 도착한다는 기내방송이 나오고,승객들이 앞다퉈 창밖으로 눈을 돌린다.바다를 이룬 구름을 비집고 우뚝 솟은 설산(雪山)이 마치 남극바다에 떠 있는 빙산 같다.해발 2000∼5000m의 험산과 고원지대로 이루어진 주자이거우는 미처 발을 딛기도 전 이렇게 방문객을 사로잡고 있었다. 주자이황룽 공항.비행기를 빠져나와 바쁘게 100여m쯤 걸었을까.갑자기 머리가 띵해지면서 숨이 차다.“천천이 걸으세요.공항의 해발고도가 3500m예요.” 일행중 고도계와 기압계를 겸한 시계를 차고 있는 이가 뒤에서 소매를 잡으며 말한다.평지에서 1을 가리키던 기압이 0.63을 가리키고 있다.어쩐지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하더라니. 공항에서 주자이거우까지는 버스로 1시간30분 거리.최근 포장된 듯한 아스팔트길이 꼬불꼬불 끝없이 이어진다.고산 반응으로 가뜩이나 어지러운데 마치 꽈배기를 꼬아놓은 듯한 도로를 가다보니 모두 제정신이 아니다. 버스 창 밖으로 막 가을색이 들기 시작한 고원의 풍광이 펼쳐진다.노랑과 연주홍,연초록이 띠를 두른 듯한 고원지대.사람들은 어지러운 가운데서도 연신 ‘곱다.’를 연발하며 눈을 떼지 못한다. 주자이거우(九寨溝)를 한자로 풀어보면 아홉개의 성채가 있는 해자다.과거 이 협곡을 중심으로 9개의 티베트족(창족) 마을이 있었다고 한다.지금도 창족들이 주류를 이루어 산다. 주자이거우는 해발 4528m의 최고봉을 중심으로 Y자형의 협곡을 이루고 있다.신생대 4기 빙하기가 지나면서 엄청난 규모의 물줄기가 쏟아져 내려오면서 협곡을 만들었고,그 과정에서 수많은 폭포와 호수를 형성했다고 한다.계곡 주변의 원시림은 중국이 자랑하는 판다의 고향이다. 관람은 3개 코스로 나누어 할 수 있다.첫번째 코스는 계곡 입구부터 Y자형 계곡의 삼거리격인 낙일랑폭포까지,두번째는 폭포부터 왼쪽 계곡 끝의 장해(長海)까지,세번째는 폭포부터 오른쪽계곡 끝의 원시림 입구까지다. 코스를 따라 100여개의 크고 작은 호수와 폭포들이 펼쳐지며 탄성을 자아낸다.하나하나에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이름을 지어놓았다.워낙 과장이 심한 게 중국 풍경과 요리 이름이라고 하지만,주자이거우에선 이같은 과장이 결코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 특히 5㎞에 걸쳐 갖가지 모양의 호와 소가 이어지는 수정군해(樹正群海),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모양이 작은 불꽃이 꽃을 이루고 있는 듯한 화화해(火花海),한 마리의 용이 물속에서 꿈틀거리는 듯한 와룡해(臥龍海),해발 3100m에 마치 남태평양의 바다를 옮겨놓은 듯한 장해(長海)는 주자이거우 관람의 핵심 포인트다. 폭이 325m,높이 35m에 달하는 낙일랑폭포와,벼랑에 오색 비단을 걸어놓은 듯한 진주탄(珍珠灘)폭포에 이르면 거대한 물줄기가 토해내는 굉음과 아름다움에 취해 모두들 할말을 잃는다. 주자이거우의 비경은 국내에 개봉됐던 중국영화 ‘영웅’에서 일부 소개됐다.비록 잠깐 스치듯 지나갔지만 주인공 이연걸이 수면을 차고 솟구치며 기상천외한 무공을 펼치던 오묘한 빛깔의 호수가 바로 주자이거우의 전죽해(箭竹海)다. 주자이거우 풍광의 핵심은 물색이다.온세상의 옥을 모두 거두어다가 이곳에 녹여놓았는지,호수들은 한결같이 투명한 연둣빛을 띠고 있다.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신비스러운 물빛을 설명해주는 키워드는 탄산칼슘이다.석회암 지역에서 빠져나온 탄산칼슘 성분이 물에 녹아 이같은 빛깔을 낸다고 했다. 주자이거우 투어는 계곡내에서 운행되는 셔틀버스를 타야만 한다.오염을 막기 위해 다른 차는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다.다만 시간이 넉넉할 경우 버스를 타지 말고,나무를 깔아 만든 등산로를 이용해 트레킹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총 80㎞가 넘는 3개의 코스를 트레킹으로 둘러보려면 사흘은 잡아야 한다.입장료는 3∼10월 145위안,11∼2월 100위안. ■오색호수 영롱 天土 정원 황룽 주자이거우 숙박촌에서 동쪽을 향해 버스로 2시간쯤 가면 황룽(黃龍)이 나온다.황룽은 창족어로 ‘써얼취’라고 불리는데,‘오색영롱한 호수’란 뜻이다. 마치 한국의 산간 오지의 다랑논에 비취빛 물을 담아놓은 듯하다.크고작은 수백개의 연못이 계단을 이루듯 계곡을 메우고 있고,그안엔 한결같이 연녹색 또는 황금색 물이 가득 들어있다.이곳은 주자이거우와 달리 걸어서만 계곡을 오를 수 있다.해발 3000m부터 시작되는 계곡을 따라 3600m 높이까지 왕복 8.2㎞의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길 바닥은 약간의 쿠션감이 느껴지는 황토를 깔았다. 길 양편으로 계속 이어지는 연못들은 대부분 군락을 이루고 있다.각 군락마다 분경지(盆景池),영월채지(映月彩池) 등 저마다 그럴듯한 이름으로 불린다.황룽의 수십개 연못군락중 백미는 가장 꼭대기(해발 3600m)에 자리잡은 오채지(五彩池)다. 고색창연한 사찰 황룽사 위쪽에 연못이 타원형 군락을 이루고 있는 오채지.‘천상(天上)의 정원’이 있다면 아마 이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연못에 담긴 물들은 바닥의 티끌까지 보일 정도로 맑다.10월 중순에 이르면 연못 주위의 숲이 빨갛게 물들면서 아름다움이 절정이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 이름다운 연못이 어떻게 다랑논처럼 계단을 이루고 있을까.비밀의 열쇠는 놀랍게도 나뭇잎과 석회가루다.나뭇잎이 물에 떠밀려 내려오다가 얕은 곳에서 정지하면 물에 용해된 석회성분이 달라붙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둑이 형성된다고 가이드가 설명한다. 오채지를 한바퀴 돌아 하산길로 접어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황룽사에 들르게 된다.고대부터 신성한 터로 여겨진 곳으로 현재 사찰의 면모는 명대에 완성됐다고 안내판에 씌어 있다.규모는 작지만 불교신자들에겐 상당히 유명한 절이라고 한다. 내려갈 때는 속도를 빨리해 주차장에 닿았다.인근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하는데,일행들의 얼굴이 백지장 같다.고산반응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듯했다.일부는 올라갈 때 휴대용 산소까지 사서 마셨는데도 마찬가지다. ●주자이거우의 사람들,창(藏)족 주자이황룽 공항에 도착하면 이색적인 풍광 하나가 궁금증을 자아낸다.마치 시골 초등학교 운동회때 운동장을 가득 덮은 만국기처럼 오색띠가 여객청사를 장식하고 있다.빨강,황금,청,초록,하양.이 다섯가지 색깔은 바로 주자이거우의 자연,그리고 이곳 주인공인 창족의 생활을 내포하고 있다. 빨강은 권위,황금은 수확,청은 하늘과 바다,초록은 초원,흰색은 청결함과 순수함을 뜻한다.주자이거우에선 가정집,호텔,시장 등 어디를 가든 이 오색깃발이 펄럭인다. 예로부터 유목과 농경에 종사해온 창족은 독특한 관습을 가진 독실한 불교도들이다.그래서 둘째아들은 무조건 승려로 출가시킨다.창족은 놀랍게도 일처다부제 전통을 갖고 있다.남자는 유일하게 장남만 정식 결혼을 할 수 있다.두 사람은 나머지 남동생들을 데리고 살아야하며,형수는 시동생과도 잠자리를 같이한다.결혼하지 못한 여자와 남자가 많다 보니 강간이 많이 일어나는데,관습상 죄를 묻지 않는다고 한다.지금은 중국의 법률에 따라 불법에 해당되지만 아직도 상당수는 이같은 관습을 따른다고 한다. 매장 방식도 독특하다.매가 시체를 먹게 하는 조장(鳥葬·천장으로도 불림),물에 띄워보내는 수장,높은 탑에 놓아두는 탑장,불태우는 화장,땅속에 묻는 토장 등 다섯가지.죽은 자의 지위에 따라 방식을 달리하는데,가장 지체가 높은 사람은 조장,가장 낮은 이들은 토장으로 묻힌다. 창족의 집은 화려하다.그들의 상징인 오색을 적절히 섞어서 장식하기 때문이다.집은 지금도 현대적 측량기구 없이 짓는다.고산에서 흘러내린 타원형 돌(‘어란석’이라고 불림)로 집의 기초를 세우고,2층은 목재를 이용해 짓는다.보통 1층은 창고와 동물 우리로 쓰고,사람은 2층에 거주한다. 주자이거우 숙박촌에 가면 창족의 전통공연을 볼 수 있다.19곳에서 매일 열릴 정도로 성황을 이루는데,상당히 박진감 있으면서 재미 있다.공연장에 입장할 때 얇은 흰색 머플러를 하나씩 준다.관객들은 공연중 마음에 드는 창족 가수나 무용수의 목에 이 머플러를 걸어준다.공연 관람료는 20달러 정도. ●청두도 둘러 보세요 주자이거우에 가려면 청두(成都)에 하루쯤 묵게 마련이다.청두는 2∼3세기 삼국시대 촉한의 수도였던 쓰촨성의 성도(省都).쓰촨성은 기름진 분지지형에 자리잡고 있으며,사시사철 온화한 기후로 혹한과 혹서가 없는 중국 최대의 곡창지대다.사방이 험준한 산악으로 둘러싸여 있는데,주자이거우도 여기에 해당한다.그중에서도 험하기로 유명했던 고촉도(古蜀道·촉한의 청두와 위나라 시안을 잇던 산악길)가 바로 여기다. 청두 시내엔 제갈량의 위패와 유비의 묘가 있는 무후사(武侯祠)가 있다.또 당나라 때 시성으로 불리는 두보가 안사의난을 피해 피란을 와서 기거하던 두보초당이 있어 사시사철 관광객들이 몰린다.청두에서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두시간쯤 가면 러산(樂山)시다. 작은 산이 하나의 불상을 이룬 러산타포(낙산대불)가 있다.벼랑을 깎아 만든 이 불상은 높이가 71m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석각불상.당나라 시기(712년) 만들기 시작해 90년이 지나 완성됐다고 한다. ■ 꼭 챙기세요 ●항공편 및 환전,기후,시차 주자이거우로 들어가는 중국 국내선 항공편중 90% 이상이 청두에서 출발한다.청두까지는 인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1588-8000)이 주 3편(화·목·일 오전 9시45분) 비행기를 띄운다.3시간30분 소요.청두에서 주자이거우까지는 하루 수차례 국내선이 뜬다.50분 소요.주자이거우와 황룽은 위도상 아열대지역임에도 해발 2000∼4000m의 고지대라 기온이 10∼15도 정도로 낮다.긴팔 옷과 두꺼운 자켓이 꼭 필요하다.한국 원화는 쓰기 어렵기 때문에 중국 위안화로 바꿔가야 한다.1위안은 150원.시간은 한국보다 1시간 늦다. ●여행상품 모두투어(www.modetour.co.kr)에서 주자이거우와 황룽,러산을 묶은 4박5일 상품은 109만 9000원,주자이거우와 황룽,두보초당을 묶은 3박4일 상품은 89만 9000원에 각각 판매중.(02)7288-376. ■ 양고기바비큐도 맛보세요 유명한 쓰촨요리는 청두에서 마음껏 맛볼 수 있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마파두부 등 다채로운 쓰촨요리를 내는데,값도 저렴한 편이다.주자이거우에는 각국 관광객들의 입맛을 고려해 덜 매운 퓨전형 쓰촨요리가 많다.주자이거우 숙박촌엔 양고기집이 많다.특히 양을 통째로 굽는 양고기바비큐가 먹을 만하다.미리 주문하면 숯불에 5∼10시간 서서히 구워 부위별로 잘라서 내준다. 고산지역에서 자라 양 특유의 냄새를 거의 느낄 수 없다.특히 갈비 구이가 맛있다.1마리 요리해주는데 1000위안(15만원) 정도.20여명이 실컷 먹을 수 있다. 주자이거우(중국 쓰촨성) 글 · 사진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유네스코 세계유산 시리즈/마르코 카타네오 등 지음

    유네스코 세계유산 시리즈/마르코 카타네오 등 지음

    세계유산은 1972년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유산 및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에 따라 정부간 회의인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으로 지정된 각국의 유산을 말한다.‘문화유산’과 ‘자연유산’,그리고 문화와 자연 특성을 모두 지닌 ‘복합유산’으로 분류된다.1978년부터 지정해온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된 건수는 2004년 7월 현재 134개국에 걸쳐 788건.이 중 문화유산은 611건,자연유산은 154건,복합유산은 23건이 올라 있다.한국은 종묘,해인사 팔만대장경,불국사·석굴암,창덕궁,수원 화성,경주역사유적지구,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 등이 등록돼 있다.북한의 고구려 고분 유적은 올해 새로 지정됐다. 인류문화의 보고인 ‘세계유산’을 화보와 함께 소개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시리즈(전 3권,마르코 카타네오 등 지음,생각의 나무 펴냄)가 출간돼 관심을 모은다.‘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유네스코 세계고대문명’ 등으로 나눠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꾸몄다. ●유럽도시부터 남아메리카까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된 600여 개의 유산 가운데 절반 이상은 구세계,즉 유럽에 속해 있다.하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김충선 옮김)은 특정국가나 문화에 치우치지 않고 유럽의 도시부터 남아메리카의 바로크 양식 성당에 이르기까지 고루 다룬다.종교라는 모티프는 유럽 각지에 스며들어 있다.책에 소개된 포르투갈 리스본의 성 히에로니무스 수도원이나 그루지야의 바그라티 대성당은 종교로부터 영감을 얻은 대표적인 경우다.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된 아메리카 대륙의 유산은 50여개.그러나 아메리카 토착문명을 보여주는 곳은 푸에블로 인디언들이 살고 있는 미국 뉴멕시코주 푸에블로 데 타오스 하나뿐이다. ●오세아니아 고유한 생물 이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손수미 옮김)은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자연유산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보호구역 100곳을 골라 실었다.유네스코 세계유산 중 복합유산의 수를 합해도 자연유산의 수는 전체 유산의 25%를 넘지 않는다.문화유산의 3분의1 정도에 불과하다.자연유산을 확보하고 보존해 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절실함을 일러주는 대목이다.이 책에서는 태초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자연유산을 소개한다.특히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대륙인 오세아니아에서는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고유한 생물상을 만날 수 있다. ●스페인 알타미라동굴 벽화도 ‘유네스코 세계고대문명’(이은정 옮김)은 세계의 고고학 유적지를 다룬다.‘역사 이전의 시스틴 성당 벽화’라는 명예를 얻기 위해 열띤 경쟁을 벌인 고대 회화의 걸작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과 프랑스 라스코 동굴 벽화를 비롯,몰타와 키프로스처럼 완전히 고립된 지중해의 섬에서 발달한 독특한 고대 문명,인도네시아 산기란 고고 유적지와 중국의 저우커우뎬 유적지 등 지적 모험의 장으로 독자를 안내한다.시리즈는 대형판형의 고급 수제본 양장으로 각권 9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8) 생태계의 小우주, 습지의 재발견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8) 생태계의 小우주, 습지의 재발견

    탐사활동이 어느덧 중반을 넘은 6월12일 낮,취재팀은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운금리 야산을 올랐다.산 기슭엔 엔진이 모두 제거 된 중형 미군 트럭이 녹슨 채로 방치돼 있었다.벌집처럼 뚫린 수 백군데 총상으로 성한 데라곤 없었다.앞 유리창마저 기관총과 소총 세례로 거미줄처럼 갈라졌다.초여름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었지만 인적없는 곳에서 트럭은 음산한 괴물같은 모습이다. 이곳엔 취재팀이 탐사기간 중 찾아낸 내륙 습지 가운데 생태학적으로 거의 완벽한 습지가 펼쳐져 있다.트럭은 민통선 내에서도 민간인 출입이 철저하게 금지된 민통선 사격장내 피탄용 타깃이었다.수십년 동안 습지 위론 포탄과 총알이 금속성 굉음을 내며 과녁을 향해 날았을 테고,습지에 터잡은 개구리와 잠자리는 그때마다 머리를 물속으로 박고 몸을 떨었을 것이다. 습지는 ‘Danger-불발탄 위험지역’이라는 글자가 선명한 경고판을 문패삼아 300여평 모나지 않은 사각형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상수리나무·아카시나무·신나무·버드나무 군락과 산딸기가 자라는 야산을 양 옆에 끼고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을 연출한다.깊이 50㎝ 남짓한 습지 수면엔 개구리밥이 떠 있고,줄·고랭이와 함께 부들·창포·갈대·수련 등 수생식물이 절묘한 배치를 이루고 있다.습지에 한발을 디디고 올챙이와 소금쟁이·잠자리를 살피고 있는 사이 습지옆 풀숲에서 까투리 한마리가 푸드득 소리를 내며 날아 올랐다. 이 지역 관할 육군 OO사단 관계자는 “꾀꼬리·호반새·뻐꾸기·딱따구리 등 조류는 물론이고 산돼지와 고라니·산토끼 등이 많이 모여산다.”면서 “6월 하순부터 늦여름까지는 요즘은 잘 찾아보기 힘든 반딧불이가 집단으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광경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탐사대장인 김귀곤 서울대 교수는 “더 할 나위없는 완벽한 생태공원 그 자체”라면서 탄성을 질렀다.자칭타칭 ‘습지 마니아’인 그는 쉴 새 없이 경탄할 뿐이었다.그러나 습지를 포함한 인근 지대는 온통 ‘불발탄 지역’이어서 취재팀은 발걸음을 쉬 내딛지 못했다. 탐사대는 이곳 습지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스토리사격장 내에 있다는 사실을 철책 출입문을 되돌아 나온 후에야 확인했다.파주시 파평면 금파리의 임진강 북진교를 넘어 민통선으로 들어선 뒤 비포장 군사도로를 달리다 차량을 잠시 세우고 야산 소로길을 따라 들어간 곳이 바로 스토리사격장이었던 것이다.사격장에 둘러쳐진 철책 출입문 팻말을 다시한번 유심히 보았다.‘대규모 대포 및 소총사격지역’이란 문구가 한글과 영문으로 나란히 적혀 있다.미군 관계자에게 전화를 넣으니 “불발탄 투성이라 출입할 수 없는 곳인데 어떻게 들어갔느냐.”며 경계를 하면서도 “사격장 경계지역 안쪽으로 그런 습지가 여러 곳 있다.”고 말했다. 주변 여건으로 미뤄 그가 말하는 습지의 상당수는 오랜 세월 경작이 포기된 전답이 습지로 변한 곳일 가능성이 커 보였다.김귀곤 교수는 “미군에 의해 출입통제된 곳이니 민통선 지역내 비무장지대인 셈”이라며 “반드시 사격장내 다른 습지도 조사해야 하고 사유지라면 매입해 ‘생태계의 소우주’를 눈으로 보는 교육장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희망은 당장 현실화하기엔 어려운 실정이다.스토리사격장은 본래 우리 정부가 땅주인의 동의와 보상도 없이 미군에 공여한 땅이고,사격장내 출입경작을 일부 허용해 왔으나 미군과 주민사이의 마찰과 안전을 이유로 지난해 사유지 모두를 정부가 매수했다.미군은 이곳에 총연장 5.4㎞의 철책을 세우는 공사를 불발탄 제거작업과 함께 시작했다.미군측은 고라니·멧돼지 등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철책을 따라 50m에 한 곳씩 설치하기로 했지만,환경단체에선 인공구조물에 워낙 의심이 많은 야생동물들이 통로 이용을 기피해 사격장이 군사적 용도로만 쓰여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철책이 세워진 이후 ‘마음놓고’ 계속될 사격 훈련에 동물이든 습지든 온전하리란 보장도 전혀 없다. 탐사대는 스토리사격장 외에도 강화도 북부 해안 구등곶 등대 인근과 연천군 중면 횡산리,강화대교 하류 3㎞ 지점 해안도로 옆,임진강 지천인 연천의 사미천 하천변 등 DMZ 인근 지역에 다양하게 자리잡고 있는 내륙습지와 여러번 마주쳤다.김귀곤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엔 국제적으로 인정된 습지가 20곳을 넘지만 서해∼한강하류∼임진강하류∼사천을 따라 이어지는 남방한계선 주변에도 학술적으로 가치있는 다양한 미확인 내륙습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된 것만도 소중한 성과”라고 말했다. 연천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전문가 칼럼 DMZ에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는 습지는 우리의 자연유산이면서 문화유산이다.이처럼 DMZ 습지가 자연자원과 문화유산으로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DMZ에는 희귀 동·식물과 그들의 서식처가 있다.생물다양성이 풍부하며 독특한 지질학적 특징물과 수려한 자연경관도 있어 세계자연유산의 지정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계(視界)청소를 위한 화공작전이나 자연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지나간 계곡에는 습지가 형성되어 있다.51년 동안의 생물학적 과정을 거쳐서 형성된 역사경관이 습지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그야말로 역사의 흐름이 자연에 배어져 나타나는 문화자원이 된 것이다.DMZ에서는 양구 대암산 용늪을 비롯하여 여러 곳에 이탄지로 추정되는 곳들이 발견된다.수 백년 혹은 수 천년 이상 썩은 식물의 뿌리와 줄기,잎,꽃과 종자가 쌓인 습지들이다.그래서 이탄지는 수 백∼수 천년 전의 환경생태를 파악하고,당시의 기후나 문화 등도 추정할 수 있는 귀중한 땅이다.평야지의 묵논에 광대하게 펼쳐져 있는 소택형 습지는 농경문화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경관도 연출하고 있다. 습지는 생명의 원천이다.DMZ를 찾는 겨울철새인 두루미와 재두루미,그리고 여름철새인 왜가리와 백로류와 같은 물새류의 주요 서식처는 습지이다.멧돼지·고라니·산양과 같은 대형포유류의 서식처도 직·간접적으로 습지와 연결되어 있다. 귀중한 유산이 된 이들 DMZ 습지의 가치가 국·내외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왔음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그러는 가운데 이 같은 귀중한 습지가 그 동안 알게 모르게 사라져 온 것도 사실이다.따라서 이제는 DMZ의 ‘습지 총량유지’ 정책이 요구된다.DMZ 내에 있는 전체 습지의 면적을 더 이상 소실시키지 않고,관리해 나가기 위한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이를 위해서는 DMZ의 습지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현황 조사와 유형 분류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 그런 다음에 세계유산이나 유네스코 접경 생물권 보전지역 혹은 람사사이트로 지정,관리토록 하자.습지는 유역 차원에서 관리되어야 한다.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DMZ 5대 강에 대한 습지 통합관리를 통해 남북 환경협력의 계기를 만들어 보자. 김귀곤 서울대교수 환경생태계획학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8) 생태계의 小우주, 습지의 재발견

    탐사활동이 어느덧 중반을 넘은 6월12일 낮,취재팀은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운금리 야산을 올랐다.산 기슭엔 엔진이 모두 제거 된 중형 미군 트럭이 녹슨 채로 방치돼 있었다.벌집처럼 뚫린 수 백군데 총상으로 성한 데라곤 없었다.앞 유리창마저 기관총과 소총 세례로 거미줄처럼 갈라졌다.초여름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었지만 인적없는 곳에서 트럭은 음산한 괴물같은 모습이다. 이곳엔 취재팀이 탐사기간 중 찾아낸 내륙 습지 가운데 생태학적으로 거의 완벽한 습지가 펼쳐져 있다.트럭은 민통선 내에서도 민간인 출입이 철저하게 금지된 민통선 사격장내 피탄용 타깃이었다.수십년 동안 습지 위론 포탄과 총알이 금속성 굉음을 내며 과녁을 향해 날았을 테고,습지에 터잡은 개구리와 잠자리는 그때마다 머리를 물속으로 박고 몸을 떨었을 것이다. 습지는 ‘Danger-불발탄 위험지역’이라는 글자가 선명한 경고판을 문패삼아 300여평 모나지 않은 사각형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상수리나무·아카시나무·신나무·버드나무 군락과 산딸기가 자라는 야산을 양 옆에 끼고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을 연출한다.깊이 50㎝ 남짓한 습지 수면엔 개구리밥이 떠 있고,줄·고랭이와 함께 부들·창포·갈대·수련 등 수생식물이 절묘한 배치를 이루고 있다.습지에 한발을 디디고 올챙이와 소금쟁이·잠자리를 살피고 있는 사이 습지옆 풀숲에서 까투리 한마리가 푸드득 소리를 내며 날아 올랐다. 이 지역 관할 육군 OO사단 관계자는 “꾀꼬리·호반새·뻐꾸기·딱따구리 등 조류는 물론이고 산돼지와 고라니·산토끼 등이 많이 모여산다.”면서 “6월 하순부터 늦여름까지는 요즘은 잘 찾아보기 힘든 반딧불이가 집단으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광경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탐사대장인 김귀곤 서울대 교수는 “더 할 나위없는 완벽한 생태공원 그 자체”라면서 탄성을 질렀다.자칭타칭 ‘습지 마니아’인 그는 쉴 새 없이 경탄할 뿐이었다.그러나 습지를 포함한 인근 지대는 온통 ‘불발탄 지역’이어서 취재팀은 발걸음을 쉬 내딛지 못했다. 탐사대는 이곳 습지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스토리사격장 내에 있다는 사실을 철책 출입문을 되돌아 나온 후에야 확인했다.파주시 파평면 금파리의 임진강 북진교를 넘어 민통선으로 들어선 뒤 비포장 군사도로를 달리다 차량을 잠시 세우고 야산 소로길을 따라 들어간 곳이 바로 스토리사격장이었던 것이다.사격장에 둘러쳐진 철책 출입문 팻말을 다시한번 유심히 보았다.‘대규모 대포 및 소총사격지역’이란 문구가 한글과 영문으로 나란히 적혀 있다.미군 관계자에게 전화를 넣으니 “불발탄 투성이라 출입할 수 없는 곳인데 어떻게 들어갔느냐.”며 경계를 하면서도 “사격장 경계지역 안쪽으로 그런 습지가 여러 곳 있다.”고 말했다. 주변 여건으로 미뤄 그가 말하는 습지의 상당수는 오랜 세월 경작이 포기된 전답이 습지로 변한 곳일 가능성이 커 보였다.김귀곤 교수는 “미군에 의해 출입통제된 곳이니 민통선 지역내 비무장지대인 셈”이라며 “반드시 사격장내 다른 습지도 조사해야 하고 사유지라면 매입해 ‘생태계의 소우주’를 눈으로 보는 교육장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희망은 당장 현실화하기엔 어려운 실정이다.스토리사격장은 본래 우리 정부가 땅주인의 동의와 보상도 없이 미군에 공여한 땅이고,사격장내 출입경작을 일부 허용해 왔으나 미군과 주민사이의 마찰과 안전을 이유로 지난해 사유지 모두를 정부가 매수했다.미군은 이곳에 총연장 5.4㎞의 철책을 세우는 공사를 불발탄 제거작업과 함께 시작했다.미군측은 고라니·멧돼지 등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철책을 따라 50m에 한 곳씩 설치하기로 했지만,환경단체에선 인공구조물에 워낙 의심이 많은 야생동물들이 통로 이용을 기피해 사격장이 군사적 용도로만 쓰여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철책이 세워진 이후 ‘마음놓고’ 계속될 사격 훈련에 동물이든 습지든 온전하리란 보장도 전혀 없다. 탐사대는 스토리사격장 외에도 강화도 북부 해안 구등곶 등대 인근과 연천군 중면 횡산리,강화대교 하류 3㎞ 지점 해안도로 옆,임진강 지천인 연천의 사미천 하천변 등 DMZ 인근 지역에 다양하게 자리잡고 있는 내륙습지와 여러번 마주쳤다.김귀곤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엔 국제적으로 인정된 습지가 20곳을 넘지만 서해∼한강하류∼임진강하류∼사천을 따라 이어지는 남방한계선 주변에도 학술적으로 가치있는 다양한 미확인 내륙습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된 것만도 소중한 성과”라고 말했다. 연천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전문가 칼럼 DMZ에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는 습지는 우리의 자연유산이면서 문화유산이다.이처럼 DMZ 습지가 자연자원과 문화유산으로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DMZ에는 희귀 동·식물과 그들의 서식처가 있다.생물다양성이 풍부하며 독특한 지질학적 특징물과 수려한 자연경관도 있어 세계자연유산의 지정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계(視界)청소를 위한 화공작전이나 자연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지나간 계곡에는 습지가 형성되어 있다.51년 동안의 생물학적 과정을 거쳐서 형성된 역사경관이 습지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그야말로 역사의 흐름이 자연에 배어져 나타나는 문화자원이 된 것이다.DMZ에서는 양구 대암산 용늪을 비롯하여 여러 곳에 이탄지로 추정되는 곳들이 발견된다.수 백년 혹은 수 천년 이상 썩은 식물의 뿌리와 줄기,잎,꽃과 종자가 쌓인 습지들이다.그래서 이탄지는 수 백∼수 천년 전의 환경생태를 파악하고,당시의 기후나 문화 등도 추정할 수 있는 귀중한 땅이다.평야지의 묵논에 광대하게 펼쳐져 있는 소택형 습지는 농경문화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경관도 연출하고 있다. 습지는 생명의 원천이다.DMZ를 찾는 겨울철새인 두루미와 재두루미,그리고 여름철새인 왜가리와 백로류와 같은 물새류의 주요 서식처는 습지이다.멧돼지·고라니·산양과 같은 대형포유류의 서식처도 직·간접적으로 습지와 연결되어 있다. 귀중한 유산이 된 이들 DMZ 습지의 가치가 국·내외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왔음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그러는 가운데 이 같은 귀중한 습지가 그 동안 알게 모르게 사라져 온 것도 사실이다.따라서 이제는 DMZ의 ‘습지 총량유지’ 정책이 요구된다.DMZ 내에 있는 전체 습지의 면적을 더 이상 소실시키지 않고,관리해 나가기 위한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이를 위해서는 DMZ의 습지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현황 조사와 유형 분류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 그런 다음에 세계유산이나 유네스코 접경 생물권 보전지역 혹은 람사사이트로 지정,관리토록 하자.습지는 유역 차원에서 관리되어야 한다.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DMZ 5대 강에 대한 습지 통합관리를 통해 남북 환경협력의 계기를 만들어 보자. 김귀곤 서울대교수 환경생태계획학
  • [6일 TV 하이라이트]

    ●타임머신(오후 10시35분) 1992년 10월 28일,시한부 종말론자들에 의해 주창된 휴거설로 인해 한반도가 발칵 뒤집혔던 스토리의 전모를 알아본다.6·25 전쟁 때 포로가 되어 북한으로 끌려갔다가 43년 만인 94년 10월 23일 북한을 탈출해 고향으로 돌아온 육군소위 조창호의 인생 역경사를 돌아본다. ●인사이드 월드(오후 1시25분) 무한 에너지를 꿈꾸며 노력하는 각국 사람들을 만나본다.영국의 ‘페라미스’라는 장치는 파도가 치면 상하좌우로 움직여 수압펌프가 작동하고 이를 이용해 전기를 만든다.짐바브웨에서는 시냇물을 이용한 작은 댐을 만들었다.이 댐으로 전기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식수와 농수까지 얻을 수 있다. ●책,내게로 오다(오후 9시20분) 우리는 지금 ‘한국의 미(美)’에 대해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은 아닐까? 그 잃어버린 기억을 감성으로 되살려와야 한다는 저자 강영희를 만나 ‘금빛 기쁨의 기억’을 전해 듣는다.‘소년에게 길을 묻다’코너에서는 현길언의 ‘전쟁놀이’를 살펴본다. ●게릴라 리포트(오후 8시20분) 각종 도시개발로 연못과 습지가 파괴되고 수질오염도 심해지면서 매화마름은 이제 서해안 일부 논이나 습지에서만 겨우 찾아 볼 수 있다.지난 98년 강화도에서 발견된 매화마름의 군락은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힘으로 예쁘게 잘 관리되고 있다.시민자연유산 1호인 매화마름꽃을 만나본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오후 5시) ‘병아리 유치원’코너에 듀오 앨범을 낸 손지창과 이장우가 특별 출연한다.손지창은 장우의 아빠로,이장우는 유치원생으로 등장해 코믹한 무대를 꾸리고 미니 콘서트도 마련한다.‘비둘기 합창단’코너에서는 미나의 섹시 댄스와 강현수가 소개하는 가수들의 목 푸는 방법을 보여준다. ●알게 될 거야(오전 9시50분) 어느 날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사업부도로 인해 나경의 가족은 제주도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마지막 희망이었던 애인마저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나경은 절망하지만 혜란의 작전으로 통쾌한 복수를 하고,영미와 혜란의 제안으로 셋은 함께 살기로 한다. ●무인시대(오후 10시10분) 황도군은 노비들의 산중 은신처를 공격하고,노비 군대의 수장 미조이는 이에 대항하나,황도군의 화살을 맞고 위기에 처한다.만적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미조이는 홍련화가 머물고 있는 암자에서 치료를 받는다.한편 최충헌은 노비들을 문초하여 그들의 우두머리가 미조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
  •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이란

    ●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이란 훼손위기에 놓인 자연이나 문화유산을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이나 기부·증여를 통해 확보한 뒤 이를 영구히 보전관리하는 시민운동을 말한다.우리말로 하면 ‘자연유산 신탁운동’으로 풀이된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태동시킨 영국이 가장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역사만도 100년이 넘는다.전 국토의 1.5%와 해안지역의 17%를 소유해 영구적으로 보호하는 성과를 일궈냈다.일본을 비롯,뉴질랜드 등 세계 26개국에서 이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0년 1월 사단법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공식 출범됐지만 활동이 저조한 상태다. ˝
  • ‘내셔널트러스트’ 날개 단다

    2006년 시행 예정인 국민신탁법(가칭) 제정을 앞두고 국내 내셔널트러스트(NT) 운동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국민신탁법은 새로운 공공신탁제도로 NT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환경부가 특별법으로 입법을 추진중이다. 이에 대해 그 동안 국민신탁법 제정을 요구해왔던 관련 단체들은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도 수행 주체(조직)에 대해서는 입장을 달리하고 있어 관계부처 협의 및 국회 심의과정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민·관협력 NT운동 활성화 국민신탁법은 시민들의 자발적 모금과 기부 등으로 이뤄지는 NT운동의 애로 해소 및 활성화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이다. NT 활동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유도와 매입 자산에 대한 보호가 뒤따라야 하나 현행법에서는 이를 기대할 수 없다.국내 NT활동이 어렵고 부진한 가장 큰 이유이다.기부가 필수적이지만 기탁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없다보니 생각에만 머물고 권유 역시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보호가 시급해 매입하더라도 소유 및 관리·유지에 드는 세금 부담이 크다.이에 따라 신탁법은 이를 공유·공공개념으로 분류,면세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신탁자산에 대한 기부 및 보전적 관리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이다. 2000년 11월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녹색연합이 백두대간 보호를 위해 매입한 변전소 부지에 대해 강제수용 명령을 내렸다.개발법 우위의 상황을 그대로 반영했다.신탁법은 국민신탁 자산과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개발사업이 상충할 때 이를 조정하고 보전우위를 결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중재권한은 국회와 행정부,법원중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아울러 신탁법은 시작 단계에서 정부 및 지방예산을 뒷받침할 수 있게 돼 재정난을 호소하는 관련 단체들에는 단비같은 소식이다. 환경부 자연정책과 박연재 서기관은 “국민신탁법은 초보적·제한적 수준인 국내 NT운동 지원 및 활성화를 위한 민·관 협력”이라며 “자연과 문화유산 보호가 정부에서 시민 주도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조직화는 다양성 막을 수도 국민신탁법 제정과 달리 수행 주체에 대해서는 관련 단체들의 입장이 대조적이다.신탁법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국민신탁조직이 필요하다.NT운동의 활성 및 안정화,신탁자산의 투명한 운영·관리의 필요성을 위해서다. 정부가 추진중인 안에 따르면 사단·재단법인 형태인 기존 단체들은 자산을 국민신탁에 출연하고 단체를 해체해야 한다.사실상 단일 NT단체가 설립되는 것이다. 한국법제연구원 전재경 연구위원은 “신설되는 국민신탁은 특별 수행조직으로 민간 또는 정부조직이 아닌 독립법인체”라며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각 단체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NT단체 한 관계자는 “국민신탁법이 자율적 참여로 전개될시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다.”고 단일 조직론에 공감을 표했다. 그러나 참여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국민신탁에 소속되지 않은 단체에 대해 세제 혜택 및 경상운영비 등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대해 비판여론도 만만찮다. 김희송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사무국장은 “협의체가 아니고 단일 조직화하겠다는 것은 NT 운동의 취지에 맞지 않고 오히려 또다른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며 “특정 단체를 위한 특별법으로 제한을 둬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황평우 문화유산위원회 부위원장은 “단일화는 지역 소외 및 다양성을 저하시킬 수 있는 만큼 지역 자생단체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며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이라는 측면에서 주관부처도 환경부보다 문화재청이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서기관은 “개별 활동단체 지원은 부처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국내 NT운동 아직은 초보단계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활동중인 국내 NT 단체는 14개다.대부분 영세하고 지역단체들을 중심으로 회원 8850여명,적립 기금 6억 5000여만원 규모인 것으로 파악됐다.기금은 개인보다 기업들의 기부가 많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 성과도 거뒀다.대전의 오정골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현 역사경관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은 99년 사유지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선교사촌을 지켜냈다.2001년 6월에는 문화재자료 44호로도 지정됐다.직접 매입은 못했지만 3자의 매입을 주선해 보전 토대를 마련하면서 국내 NT운동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94년 공유화운동을 시작,2000년 재단법인으로 등록한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는 지난해부터 기증 및 매입에 나서 7만여평의 땅을 확보해 무차별한 개발을 막아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국내 NT운동의 장을 마련한 것은 2000년 출범한 사단법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지난해 5월 ‘시민 자연유산 1호’로 인천시 강화군 매화마름 군락지 910여평을 사들였다.11월에는 기부로 자금을 마련해 ‘시민 문화유산 1호’인 서울 성북동 최순우 옛집을 매입했다. 조성집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사무처장은 “우리 사회도 사람과 직접 관련된 기부 및 참여는 매우 활발하나 말 못하는 자연과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아쉬워했다.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 시민문화유산 1호 탄생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시민문화유산 1호인 서울 성북동 ‘최순우 옛집’이 10일 개소식을 갖는다. 내셔널트러스트란 보전가치가 있는 자연 및 문화 유산을 시민들의 기증과 기부를 통하여 확보한 뒤 시민들이 주도하여 관리하는 시민운동.사단법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공동대표 김상원 김성훈 양병이)는 지난 2002년 12월 시민들의 성금으로 매입한 최순우 옛집의 복원·수리공사가 끝남에 따라 시민들에게 공개하게 됐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역임하며 한국미술사연구의 기틀을 마련한 혜곡 최순우(1916∼1984) 선생은 수많은 논저를 통하여 한국미술에 대한 국민의 이해의 폭을 넓힌 미술사학자.그가 1976년 사들여 작고할 때까지 살았던 ‘최순우 옛집’은 전 국민의 필독서가 된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를 쓴 곳이기도 하다. 성북동 고택은 1920년대에 지어진 한옥으로,조선말기 선비집의 운치를 그대로 이어받았다.ㄱ자형 안채와 ㄴ자형 사랑채,행랑채가 마주보고 있으며 소나무 산수유 등이 심어진 뒤뜰도 아름답다.집안에는 ‘두문즉시심산(杜門卽是深山)’이라는 혜곡 선생이 쓴 현판이 걸려 있다.‘문을 닫아 걸면 이곳이 바로 깊은 산중’이라는 뜻이다. 대지 120평에 건평이 45평인 이 집은 혜곡의 외동딸이 관리해 왔으나 다가구 주택 건축바람이 불면서 보전에 어려움을 겪었다.2001년 1월 발족한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위원회(위원장 김홍남 국립민속박물관장)는 같은 해 9월부터 국민모금운동을 전개하여 사들일 수 있었다. 집값은 7억 8000만원으로 모금액은 8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매입 이후 보수·복원 자문회의를 거쳐 공사를 끝마치기까지 들어간 비용의 100%를 민간모금으로 충당했다. 최순우 옛집은 한국 전통공예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전시공간으로 거듭난다.시민참여 문화유산 보전의 명실상부한 첫번째 성과인 만큼 당연히 시민들에게 되돌려지는 것.사랑채에는 고택을 관리·운영하고,문화유산 보전에 필요한 민간기금 모금을 선도할 ‘재단법인 내셔널 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이사장 김인회 전 연세대 박물관장)이 입주한다.최순우 옛집 개소식은 문화유산기금 발족식을 겸하게 된다. 내셔널 트러스트는 최순우 옛집에 이어 오리 이원익(1547∼1634)선생의 유적지인 광명시 충현서원터와 서울 안국동의 윤보선 전 대통령이 살던 집,안동 하회마을의 북촌댁,인천 근대문화유산 지역,대천 선교사수양관 등을 보전대상으로 선정해 놓았다. 이에 앞서 내셔널 트러스트는 2002년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를 시민자연유산 1호로 확보하여 시민들의 자연체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초지리에 있는 매화마름 군락지는 땅주인 사재구씨가 112평을 무상으로 기증했고,800평은 시민기금으로 매입할 수 있었다. 한편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오는 2020년까지 국민소득의 1%를 시민자산의 매입과 관리·운영을 위하여 적립하고,100만명의 회원과 5만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하며,전국토의 1%를 소유 관리하는 시민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목표를 세웠다.최순우 옛집이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에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바라고 있다.(02)739-3131.www.nationaltrust.or.kr 서동철기자 dcsuh@˝
  • [국제플러스]이집트 사이버 박물관 개관

    |카이로 연합|이집트 5000년 역사 유물을 전세계 어디에서나 인터넷을 통해 관람할 수 있게 됐다.이집트 문화자연유산기록센터(CultNat)와 미국 IBM사가 3년여간의 공동 작업 끝에 개발한 웹사이트 ‘이터널 이집트(eternalegypt.org)’가 25일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기자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배경으로 하는 사이트에 접속하면 대(大)피라미드 등 기자의 피라미드군(群)을 비롯해 아부 심벨 사원과 룩소르의 카르낙 신전,알렉산드리아의 카이트 베이 요새 등 이집트 전국의 유적과 유물을 일목요연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 中, 고구려史 왜곡/남북통일후 국경문제 노린 포석

    ‘동북공정(東北工程)’ 프로젝트 아래 추진되고 있는 중국의 ‘고구려 빼앗기’가 한·중 양국의 ‘역사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중국은 한국인의 접근을 철저히 통제한 채,광개토대왕비 등 고구려 유적이 산재한 지린(吉林)성 지안(集安) 일대 고구려 유적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있다.이에 대해 한국의 학계와 시민단체,정부는 이를 중국 정부 차원의 계획적인 역사왜곡으로 규정,대응책 마련에 나섰다.특히 학계에선 중국이 고구려뿐 아니라 발해, 고조선까지 중국의 역사로 편입시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제2의 나당전쟁’으로 규정하는 등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최근 큰 이슈로 등장한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논란을 짚는다. ●‘고구려 빼앗기’의 실질과 전망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은 몇몇 학자들의 욕심이 아니라 ‘중화민족주의’를 내세운 중국 정부의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정책 사안이다.중국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중국은 통일적 다민족국가이며,중국 영토 안에서 이뤄진 역사는 모두 중국 역사”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지난해 2월부터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중국변강사지연구중심(中國邊疆史地硏究中心) 주도로 진행 중인 ‘동북공정’ 5개년 연구 프로젝트는 이같은 주장을 집약한 국책사업으로, ‘고구려 빼앗기’가 그 중심에 있다.그 요체는 ▲고구려인의 뿌리는 고대 중국의 소수민족이며 ▲고구려 건국 지역 및 기본 관할범위가 중국 경내이고 ▲고구려는 중원 왕조의 책봉을 받은 종속관계를 유지했다는 것이다.국내 학계에서는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을 배경으로 한 이 프로젝트는 분명하게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이며,장기적으로 볼 때 남북통일 후의 국경문제를 비롯한 영토문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고 있다.한반도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 탈북자 증가 추세를 감안해 남북통일 후 동북지역의 소수민족, 특히 조선족을 통제해 중국의 영향권 아래 두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국내 대응과 문제점 양국의 역사전쟁이 가열되면서 학계와 시민사회단체,정부가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우선 한국고대사학회는 ‘중국의 고구려사왜곡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내년 3월 고구려 고분벽화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열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론을 조성할 계획이다.역사문제연구소 등 87개 시민단체 연합모임인 일본교과서바로잡기운동본부는 청와대와 교육인적자원부·외교통상부에 정부 입장과 향후 대응책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제출했으며, 국내 관련 학회를 중심으로 중국의 역사 왜곡에 조직적으로 대응할 체계를 마련 중이다.정부 쪽에서는 교육부 산하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가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 위탁해 중국 교과서 26종을 포함한 44개국 148책의 한국 역사 관련 내용을 분석 중이며, 학계의 연구성과를 토대로 외교부가 이를 바탕으로 대응하되 정당과 시민단체가 감시·후원과 국제연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졸속대응보다는 고대사 연구풍토 개선과 국내 학계의 반성,남북 공조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중국 간행물을 종합적으로 수집하는 연구소조차 없어 연구자가 개인적으로 책을 구입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에서 국가적으로 움직이는 중국에 대응할 힘이 없다는 것이다.학계는 지난 7월 북한이 신청한 고구려 고분군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이 보류된 것도 중국의 조직적인 힘의 결과로 본다. 역사비평 겨울호에서 송기호 서울대 교수는 “중국이 고구려사를 자국사에 넣고자 하는 움직임을 더욱 부추긴 요인 중 하나가 북한의 주체사관과,정부의 비호 아래 ‘단군조선의 영토가 베이징까지 미쳤으며 신라가 만주까지 통일했다.’고 주장해온 재야사학자 혹은 국수주의자들의 행태”라며 “국수주의와 아마추어리즘으로 중국에 대응하려는 지금의 움직임을 경계하면서 북한을 도와 고구려 벽화고분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성호 기자 kimus@ ■고구려 고분벽화 문화유산 등록 中, 유적 이름만으로 신청 경계를 2004년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총회가 열린다.고구려 고분벽화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놓고 북한과 중국이 맞붙을 치열한 격전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이 대회를앞두고 한국도 모든 외교력을 총 동원하여 ‘예루살렘 케이스’를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 같다. 유네스코 회원국들이 문화유산 혹은 자연유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는 방식은 세 가지다.첫째는 한국의 석굴암처럼 한 나라가 단독으로,두번째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 걸쳐 있는 ‘과라니족의 예수회 선교단’처럼 두 나라가 공동 등록하는 방식이다. 세번째가 예루살렘 방식이다.예루살렘은 유대교와 기독교·이슬람교 공동의 성지.예루살렘은 유대교를 신봉하는 이스라엘에 있지만 1981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한 것은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요르단이다.예루살렘은 현재까지 국가이름이 명시되지 않은 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유일한 사례다.우리쪽에서는 쑤저우 총회에서 북한과 중국이 일단 첫번째 방식으로 대결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 같다.북한 내 고구려 벽화고분은 북한이,중국 내 고구려 벽화고분은 중국이 각각 신청하는 방식이다.두번째 방식은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고구려가 자국의 지방사라고 억지를 쓰는 중국쪽에서도 검토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세번째 방식이다.중국이 지안(集安)의 벽화고분은 물론 평양 일대의 고구려 벽화고분까지 포괄하여 국가가 아닌 유적의 이름으로 신청할 수도 있음을 예루살렘의 사례는 보여주고 있다. 이 경우 중국의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고구려 벽화고분군(群)’에 국적은 명시되지 않겠지만,신청한 나라가 중국이라는 사실은 기록으로 남는다.이렇게 되면 고구려 문제와 관련하여 중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심어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중국으로서는 얻을 것만 있고,잃을 것은 없는 선택이다. 서동철 기자 dcsuh@
  • NGO / 내셔널트러스트운동 3년 어디까지 왔나 정회원 1200여명… 존폐 기로

    ‘내셔널트러스트(NT)운동’은 훼손위기에 놓인 자연이나 문화유산을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이나 기부·증여를 통해 확보한 뒤 이를 영구히 보전관리하는 시민운동을 말한다.우리말로 하면 ‘자연유산 신탁운동’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0년 1월 사단법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공식적으로 닻을 올렸다.하지만 출범 이후 만 3년이 흘렀지만,활동이 저조해 위기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참여율이 너무 낮은데다 기금 조성이 형편없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에서 환경부가 자연과 문화유산 보존이라는 이 운동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법제화를 추진하는 등 ‘수혈’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불씨가 살아날지 주목된다. ●매화마름·최순우 古宅 매입이 성과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태동시킨 영국이 가장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역사만도 100년이 넘는다.전 국토의 1.5%와 해안지역의 17%를 소유해 영구적으로 보호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이웃나라 일본을 비롯,뉴질랜드 등 세계 26개국에서 이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국내에도 이 운동의 성격을 띤 지역단위의 시민운동들은 90년대부터 있어왔다.무등산 지키기와 대전 오정골 외국인선교사촌 보존운동,경기도 맹산 반딧불이 자연학교 조성,고양시 고봉산 한뼘사기,용인 대지산 지키기 운동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0년 1월 300여명의 각계 전문가와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본부가 출범되면서부터다. 당시 그린벨트 보전의 실패를 경험한 시민·환경단체들은 대안운동으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국토 1% 소유·관리가 목표 한국 내셔널트러스트 운동본부의 사업목표는 2020년까지 전국의 보호대상지 100곳을 발굴해 내셔널트러스트 방식으로 소유·관리하고 국민총생산의 1%가 이 운동을 위한 자산으로 적립되도록 하는 것이다. 또 회원 수를 100만명으로 늘리고,자원봉사자를 5만명까지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한 실천사업으로 자연자원에 대한 모니터링과 보전대상지 선정관리,후원인·국민모금운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아울러 정부 차원의 법제도 정비와 특별법 형태의 ‘국민자연신탁법’ 입법 청원운동 등도 펼치고 있다. 조직의 활성화를 위해 지방 트러스트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연대를 모색 중이다.현재 200여명의 시민전문가들이 분과별로 활동하고 있으며 1200여명의 정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로는 시민들의 기금으로 강화군 매화마름 군락지와 미술사학자 최순우 고택(古宅)을 사들인 것이 꼽힌다.시민 자연유산 1호로 기록된 매화마름은 912평으로 112평은 무상 기증받았고,800평은 4800만원의 시민기금으로 매입했다. 최순우 고택 역시 10여명으로부터 8억여원을 기부받아 매입,시민 문화유산 1호가 됐다. ●정부 ‘국민신탁법' 추진 활성화기대 무엇보다 이 운동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회원 확보와 기금 조성이 시급하다.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참여율은 무척 저조한 편이다. 기금조성을 위해 각종 모금운동과 기부·기증운동,헌납운동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지금까지 3년간 모금액은 고작 11억여원에 불과하다. 국민자연신탁법 입법 청원운동을 전개하고 있는것도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다.여기에는 자연과 문화유산이 국민들의 공동소유라는 법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뜻도 담겨 있다. 하지만 기부문화가 불충분한 우리나라에서 이 운동이 성공할 수 없다는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보전 대상에는 고가의 토지가 많아,국민들의 자발적인 기부와 성금으로 보전지를 취득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또 취득 자산에 대한 법적 보장,즉 신탁으로서의 법적 지위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문가들은 “이 운동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일정기간 정부 차원의 재정적인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자연보전 차원에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적극 권장돼야 한다.”면서 “국민자연신탁법 제정의 필요성과 관련해 이미 용역을 의뢰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이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용역결과가 나오는 대로 입법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유진상기자 jsr@
  • 산양 찾아 산속 헤매지만 행복/12년째 설악산 산양 보살피는 박그림 씨

    설악산에 ‘산양의 똥을 먹는 남자’가 있다.환경운동가이자 설악산 산양의 ‘대부’인 박그림(56)씨.서울 토박이였던 그가 설악산에 터를 잡고 산양의 뒤를 보살펴온 지 어느새 12년째. 사냥과 등산객들의 등살에 점점 산양들의 보금자리가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까워 아예 설악산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그는 지금도 침낭 하나 둘러메고 며칠씩 산양의 흔적을 찾아 산속을 헤맨다. 남부럽지 않은 기업체 사장을 그만두고 입산해 산양과 각종 들짐승과 더불어 살고 있지만 한순간도 후회한 적이 없다. 그와 며칠동안 연락되지 않으면 어김없이 산양을 찾아 나선 날이다. ●산양과 함께 노숙생활도 산양은 천연기념물 제217호로 백두대간에 얼마 남지 않은 야생동물 가운데 하나다.박씨가 추정하는 설악산 내 산양은 100마리 이내.설악산이 오염되면서 산양의 서식처도 급속히 파괴돼 이나마 언제 자취를 감출지 모를 일이라고 한탄한다. 그는 스스로를 설악산의 노숙자라고 말한다.산양을 찾아 나서면 바위동굴이나 나뭇잎 위에서 잠을 잔다.산양이 음식냄새를 싫어할까봐 아예 주식도 생식으로 바꿨다. 배낭 짐도 줄일 겸 음식냄새를 풍기지 않는 분말형 생식 한 줌을 털어넣고 물마시면 식사가 끝난다. 서울 토박이인 그가 설악산에 보금자리를 꾸린 것은 1992년부터.이전까지만 해도 20여년 동안 의류에 부착하는 각종 ‘라벨’과 불순물을 걸러내는 ‘여과기’ 생산업체 사장님으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다. 65년 고교 시절 설악산을 처음 찾은 뒤 70년초 한국산악회 회원으로 등록하면서 발길이 더욱 잦아졌다. 찾을 때마다 달라져 가는 설악산은 그의 마음을 흔들었고 고민 끝에 가족들을 설득해 아예 설악산으로 터전을 옮겨버렸다. ●어머니 품속 같은 설악산 사업까지 내팽개쳤어야 했느냐는 질문에 “설악산은 제게 꿈과 희망을 준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습니다.어머니가 병들어 신음하고 있다면 자식으로서 당연히 곁에서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설악산 가까이서 산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는 것이다. 당시 설악산에 내려와 함께 일할 사람들을모으는 것이 시급했다.그래서 이듬해 직접 ‘설악녹색연합’이란 단체를 만들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설악산을 지키는 일을 시작했다. 산양에 대해 매달리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지금도 설악산에는 멧돼지,노루,고라니,오소리,산토끼 등 보호해야 할 많은 들짐승들이 살아가고 있다. 그중 산양은 멧돼지 다음으로 덩치가 큰 포유동물.그가 산양에 대해 애착을 갖게 된 이유는 이렇다. 95년 정부는 유네스코에 설악산을 야생동물의 보고인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신청을 했다.당시 캐나다 조사관이 설악산을 찾았을 때 박씨가 가이드를 맡았다고 한다.조사관은 현장을 둘러보고 ‘보고서에 나와 있는 야생동물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결국 유네스코 자연 유산지정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그 일이 있은 뒤 박씨는 야생동물 보호에 나서기 시작했다.제일 먼저 개체 수가 적은 종부터 보호에 나섰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산양이었다. ●자연은 간섭말고 버려둬야 “산양똥을 먹기 시작한 건 먼저 그들을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지금도 산속을 돌아다니다 윤기가 흐르는 산양의 배설물을 볼 때는 마음이 즐거워집니다.산양들이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산양을 쫓아다니며 찍은 사진만도 1만여점에 달한다.산양에 관한 책도 냈다.최근엔 150여장의 슬라이드를 이용해 각급 학교 학생을 비롯,공무원교육원 생태학습 강의에 나서기도 한다.슬라이드를 한장한장 넘기며 설명하는 그의 강의를 듣다 보면 어느새 자연에 대한 숙연함마저 느끼게 된다. 그는 학교강의 등에서 받는 강의료,일년에 두 차례의 설악산 생태조사 참여비 등이 수입의 전부다.겨우 생활을 꾸려갈 정도지만,산양을 가까이서 돌볼 수 있어 마음은 언제나 평온하다. “때로는 제가 서있던 곳에 산양이 서성대다 간 발자국을 보기도 합니다.산양은 늘 자기가 살던 구역안에서만 사는데,워낙 똑같은 길을 자주 다니다 보니 산양도 저를 적으로 보지 않고 지켜보았다는 증거입니다.” 환경보호란 간섭하지 않고 내버려두고 야생동물도 그냥 저희들끼리 알아서 살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변한다. 환약처럼 생긴 산양똥을 늘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는 박씨는 올무에 걸려 울부짖는 산양의 몸부림치는 모습이 눈에 거슬려 틈만 나면 설악산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닌다고 말했다. 설악산 유진상기자 jsr@
  • 이런 책 어때요 / 세계 자연유산 답사

    허용선 지음 사계절 펴냄 세계유산이란 유네스코가 1972년 채택한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협약에 따라 지정한 유산을 말한다.세계유산은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으로 나뉘며,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의 특징을 모두 갖춘 게 복합유산이다.지난해 7월까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은 125개국 730건.이중 자연유산은 144개,문화유산은 563개,복합유산은 23개다.자연유산 지역은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 많다.저자는 균형잡힌 시각으로 그 역사를 전한다.예컨대 인도네시아의 우중쿨론 국립공원은 독립을 요구하는 수많은 동티모르 사람들이 피를 흘린 곳이다.1만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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