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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곳에 가고싶다] 맛의 키워드 키조개

    전남 장흥군 득량만에서 자라는 키조개는 단연 최고품으로 쳐준다. 식물성 플랑크톤 등 미생물이 풍부한 청정해역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100% 자연산이어서 웰빙식품이나 다이어트용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생긴 모양이 아이들이 이불에 오줌을 싸면 머리에 둘러쓰고 소금받으러 간다는 ‘키’와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 키조개다. 남녀노소 누구나 회나 구이로 즐겨 먹을 수 있고 씹을수록 담백함과 고소함이 입안 가득 감돌아 게눈 감추듯 접시를 비우게 된다. 키조개의 얇은 껍데기 안에는 동그란 모양의 패주(貝柱·가이바시)가 웅크리고 있다. 여기에는 아미노산과 철분, 불포화 지방산이 많아 빈혈이나 동맥경화, 피부미용 등에 특히 좋다. 패주는 둥근 모양대로 날 것으로 썰어 초장에 살짝 찍어 먹어도 비릿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입맛에 따라 살짝 데쳐 먹어도 고소한 맛이 난다. 애주가들은 패주 등을 넣고 끓인 국을 들이켜면 더부룩한 속이 금방 풀린다. 또한 쇠고기 등심과 함께 장흥지역 특산물인 표고버섯을 올려놓고 구우면 바다와 산의 구수한 향이 어우러져 독특한 맛이 우러난다. 이맘 때면 장흥에는 키조개 맛을 보기 위해 전국의 식도락가 등 10만여명이 몰려 들어 포구의 맛과 향취에 젖어들기도 한다. 3∼4명이 너끈히 먹는 한 접시에 3만원이다. 키조개 구이나 무침을 먹고 난뒤 득량만의 또다른 별미인 바지락 회무침에다 뜨끈뜨끈한 밥을 서너 그릇 비벼 먹는 사람도 많다. 득량만 앞 300∼400㏊는 온통 키조개 밭이다. 이곳에 자연산 키조개 종패(새끼 키조개)를 뿌려놓으면 2년 만에 30㎝ 크기로 자란다. 다른 갯벌에서보다 1년 이상 빨리 자라는 셈이다. 고흥반도를 마주보고 있는 득량만에는 풍랑이 심하지 않고 수심도 키조개 생육에 적합한 20m 안팎이다. 이 정도 크기로 자라면 개당 1500원에 팔린다. 장흥군 안양면 주민들에게 키조개는 바다의 황금이다. 가끔 여름철 태풍이 종패를 무더기로 몰고 와 돈벼락을 안겨주기도 한다. 수문·용곡·사촌·율산·수락리 등 5개 마을 173어가가 키조개를 캐 소득을 올린다. 사촌마을 김충모(47) 어촌계장은 “우리마을에는 적립금 40억원의 마을금고가 있을 정도로 키조개는 주민들에게 보배 같은 존재”라고 자랑했다. 안양면에만 키조개를 잠수해서 캐오는 다이버가 40명 가량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일당은 30만원을 웃돈다. 키조개 양식과 다이버로 수입이 짭짤하다 보니 수문리 등 마을마다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수문항에는 현재 36척의 키조개 채취 허가선이 조업중이다. 지난해 키조개 3579t을 건져 올려 100억∼1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1990년대 1만 5000t 이상을 생산해 일본으로 수출할 때는 1000억원대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은 중국산 공세로 수출량이 크게 줄었고 국내에서 소화하려다 보니 값도 그만큼 빠졌다. 장흥에는 수문수산과 장흥키조개, 흥일수산, 해동수산 등 4곳에서 가공식품을 만들어 낸다. 키조개 통조림과 젓갈, 이를 재료로 한 우동과 국수도 출시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수문리에 가면 키조개 전문식당으로 바다하우스, 정남진횟집, 삼화관광횟집, 옥섬횟집을 비롯해 24시간 찜질방과 해수사우나가 완비된 옥섬워터파크에서 키조개 요리를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장흥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알뜰살뜰 정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27일 오후 4시 문화센터에서 임산부를 위한 ‘출산강좌 교실 ’을 연다. 주요 강좌내용은 ▲아기 모자 직접 만들어보기 ▲출산 준비물 ▲출산 전후 몸매 관리법 등이다. 강좌에 참여하는 모든 소비자들에게 출산용품·임부복·발육제품·신생아의류 등을 10∼30% 할인 해주는 특별 쿠폰북 등을 사은품으로 제공한다. ●롯데마트 수지점은 30일까지 식품·생활용품 등 인기상품 70여개 품목을 최대 50%까지 할인 판매하는 ‘절반가 5일장’을 연다. 대표 품목은 청정원 양조간장 2개 3800원, 취영루 군만두 2개 5500원, 한스푼테크 2개 7900원, 제주 선동갈치 3마리 8800원 등이다. ●인터파크(www.interpark.com )는 오픈 9주년을 맞아 다음달 6일까지 다양한 기념 이벤트를 연다.‘현빈 걱정마 게임’ 이벤트에선 게임을 즐기고 점수에 따라 홈시어터, 플레이스테이션2 등 경품을 받을 수 있다.‘9가 있는 사진전’은 생활 속에서 발견한 ‘9’ 모양을 찍어 사이트에 올리면 조회수에 따라 70만원짜리 여행상품권 등을 나눠준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6월7일까지 수도권 7개 점포에서 다양한 수산물 축제를 진행한다. 목동점(29일까지)과 신촌·중동점(30일∼6월5일)은 수협 직송전을 열고 완도산 양식 전복(100g·7000∼1만 1000원)·키조개(3000원)·자연산 골뱅이(100g·3200원) 등을 판매한다. ●그랜드백화점 일산점은 오는 2일까지 수박이나 참외를 사은품으로 증정하는 사은행사를 실시한다. 당일 여성캐주얼이나 가구, 주방, 침구용품을 10만원 이상 구매하면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수박이나 참외 중 하나를 증정한다. ●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은 29일까지 하루 선착순 3명의 소비자들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행사를 갖는다. 고세·파비안느·트리아나·이뎀 등은 선착순 3명에게 50% 할인 혜택과 당일 15만/30만원 소비자에게 상품권 각 1만/2만원권을 사은품으로 증정한다. ●KT몰(www.ktmall.com)은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SK-Ⅱ 기획전’을 다음달 30일까지 열고 SK-Ⅱ 제품을 최고 40%까지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화이트닝소스 클리어 스팟(28세트)’을 8만 9600원에,‘페이셜 트리트먼트 마스크(6세트)’를 7만 3900원에 내놓았다. ●롯데닷컴(www.lotte.com)은 여름방학 배낭여행 성수기를 맞아 대학생과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29일과 다음달 5일 국가별 무료 배낭여행 설명회를 명동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개최한다. 참가자들은 유럽도시 지도와 현지 할인쿠폰 등을 선물로 받는다. 설명회에서 여행을 예약하면 상품비용 20만원을 할인해 준다. ●대상은 31일까지 참신한 아이디어로 제품 개발에 참여할 ‘청정원 주부모니터요원’을 모집한다. 모집인원은 120명. 음식에 대한 관심이 많은 20∼40대 서울·경기지역 거주 전업주부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모니터요원에게는 테스트료와 청정원 제품을 지급한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www.outback.co.kr)는 다음달 15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아웃백 와인파티’ 참가자 20명을 모집한다. 당첨자는 다음달 23일 오후 7시 아웃백 신천점에서 열리는 와인파티에 참여한다.
  • 동해안서 마비성 독소 패류 발견

    경북 동해안 연안에 서식하는 자연산 패류 ‘진주담치’ 에서 마비성 패류 독소가 검출돼 채취가 전면 중단됐다. 지금까지 남해안에서만 발생하던 패류 독소가 동해안에서 발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5일 포항지방해양수산청 영덕해양수산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영덕군 영해면 연안에 서식하는 진주담치를 1주일 간격으로 채취해 국립수산과학원에 검사 의뢰한 결과, 지난 10일 의뢰한 진주담치에서 허용 기준치를 초과하는 패류 독소가 검출됐다. 이번에 검출된 진주담치 독소 함유량은 122㎍/100g으로 허용기준치 80㎍을 42㎍ 초과했다. 마비성 패류 독소를 사람이 섭취할 경우 30분 후면 입술, 혀, 안면마비 등의 증상에 이어 목, 팔 등 전신이 마비되고 심하면 호흡 마비로 사망할 수 있다고 영덕해양수산사무소 관계자가 밝혔다. 패류 독소는 주로 봄철 수온 7∼15℃에서 발생하며 수온이 18℃ 이상이면 자연 소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덕해양수산사무소 관계자는 “독소가 검출된 진주담치는 끓여 먹어도 독소가 소멸되지 않기 때문에 자연 소멸시까지 채취, 가공을 전면 금지한다.”면서 “그러나 진주담치 이외 다른 수산물은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밝혔다. 영덕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이집이 맛있대] 부산 다대동 ‘철희초장 횟집’

    [이집이 맛있대] 부산 다대동 ‘철희초장 횟집’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다. 꽃피는 봄철에는 도다리가 횟감으로 가장 맛이 있고 가을에는 기름기가 꽉 찬 전어를 먹으라는 뜻이다. 입맛없고 나른함을 더해주는 요즘 제철을 만난 도다리회에 흠뻑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부산 사하구 다대동 다대포 포구에 자리잡고 있는 ‘철희초장횟집’은 ‘자연산도다리회’를 싼값에 맛 볼 수 있는 부산에서 몇 안 되는 횟집 중 한 곳이다. 도다리는 포를 떠도 맛있지만 ‘뼈째 썰기(세코시)’가 더욱 맛있다. 칼로 먹기 좋게 다져 놓은 세코시는 잔뼈와 함께 씹히는 맛이 고소함을 더해준다. 주인 강명희(46)씨는 “세코시는 고기 결따라 써는 게 아니라 반대로 썰어야 가시가 목에 걸리지 않고 부드럽다.”고 나름대로 비결을 밝혔다. 흔히 미식가들은 맛있는 생선회의 조건으로 싱싱한 활어와 요리사의 칼맛을 손꼽는다. 강씨의 회 써는 솜씨는 20년 경력이 말해주듯이 날래고 매섭다. 생선회의 길이와 크기가 자로 잰 듯이 일정하다. 이집의 특징은 수족관이 없다는 것. 그래서 재고(?)가 없다. 그날그날 활어센터에서 필요한 만큼 즉시 구입해 손님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신선도가 매우 뛰어나다. 주로 단골들이 전화로 미리 예약을 하고 찾고 있으며 입소문이 나 멀리 서울과 대구 등지에서도 찾아온다고 한다. 1인당 2만∼3만원(고급어종)정도면 생선회, 매운탕, 식사에다 소주까지 곁들일 수 있다. 특히 강씨가 직접 끓여주는 매운탕 맛은 일품이다. 장만한 횟감 뼈와 바닷장어 내장 등을 마늘, 고춧가루, 무 등 갖은 양념과 함께 푹 고은 매운탕맛은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그만이다. 제철에 나오는 나물 무침과 까나리 젓갈, 묵은김치 등도 입맛을 돋우는 데 한몫 보탠다. 강씨는 “집에서 우리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정성껏 음식을 장만한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이집이 맛있대] 충남 홍성군 ‘김가네 볼태기’

    [이집이 맛있대] 충남 홍성군 ‘김가네 볼태기’

    ‘볼태기’는 볼의 속어로 사람이 들으면 기분 나쁠지 모르지만 생선은 이 부분 살이 귀한 대접을 받는다. 육질이 쫄깃쫄깃해 맛이 좋기 때문이다. 볼태기가 붙어 있는 머리를 넣어야 생선 매운탕도 훨씬 구수해진다. 볼태기가 붙은 대구 머리만 넣고 매운탕을 끓이는 집이 있다. 충남 홍성군 갈산면 상촌리 ‘김가네볼태기’. 부산에서 대구를 가져다 쓴다. 주인 김덕배(48)씨는 “대구 중에서도 민대구만 쓴다.”며 “민대구는 남태평양 심해에서 사는 고기로 대구 가운데 가장 맛과 질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 집 대구탕은 담백하고 시원해 속푸는 데도 제격이다. 비린내는 전혀 나지 않는다. 구수한 맛이 우러나 감칠맛이 입안에 감돈다. 김씨는 “대구도 질이 좋지만 육수가 맛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육수는 매일 아침 만든다. 육수는 물에 무와 다시마 등 10여가지를 넣고 2시간에서 2시간반을 끓이면 된다. 구체적인 육수제조법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씨는 “전국의 대구 전문음식점을 다 다녀보면서 연구, 나름의 요리비법을 터득했다.”고 했다. 육수가 만들어지면 대구를 넣고 끓여놓은 뒤 손님상에 올릴 때 다시 끓이면서 먹게 한다. 상에 올려지는 매운탕에는 미더덕, 콩나물, 미나리 등이 들어간다. 야채와 볼태기 살은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 먹으면 맛이 있다. 볼태기 살과 내장은 쫄깃쫄깃하면서 부드러운 촉감을 준다. 김씨는 “재료란 재료는 모두 최고를 써 야채도 부드럽고 자연산 같은 향취가 난다.”고 전했다. 볼태기찜도 담백하고 부드럽다. 제조법은 아구찜과 비슷하지만 요리재료는 태양초 등 최고급만 쓰고 있다. 손님들이 원하는 대로 매운 정도를 조절해준다. 밥은 김과 참기름 등을 넣어 볶아먹을 수도 있다. 탕이나 찜 모두 3만 5000원짜리면 4명이 족히 먹을 수 있다. 늘 손님이 붐비고, 자리가 넉넉하지 않아 예약하고 가는 것이 좋다. 홍성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9)활어·선어·싱싱회, 진실과 오류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9)활어·선어·싱싱회, 진실과 오류

    먹을거리만큼 살아가는 데 소중한 게 또 있을까. 그런데 열심히 먹기만 하지 밥상의 안전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이 없는 게 우리의 세태다. 회(膾)만 해도 먹는 데는 열심이지만 그에 상응한 정확한 인식이 부족해 ‘비싼 값 지불하고 값싸게 먹기’ 일쑤다. 우리들의 회 문화에 관한 상식을 점검할 필요성을 느낀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회가 이렇게 대중화된 건 단군 이래 처음이다. 바다나 강에서 회를 뜨기는 했어도 운반이나 저장문제 때문에 예전에는 제한적으로만 즐겼을 뿐이다. 물론 소 돼지 닭 같은 육식도 제한적 선택만 가능했다.1970∼1980년대가 동물성 단백질 섭취량이 엄청(?) 늘어난 시기였다면, 경제적 부가 일정하게 축적된 90년대부터는 해산물 소비가 급증한다. 이른바 웰빙 슬로건이 내걸리면서 건강식인 해산물이 보다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런데 회에 관한 일반의 상식은 여전히 ‘바닥’이다. ●전치10주 중상 입은 생선 먹는 꼴 회의 문화적 우성은 역시 일본의 ‘사시미’다. 해양선진국 중에도 회를 사양하는 민족이 많은 반면, 일본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기반으로 이를 정교하게 발달시켜 세계화에 성공하고 있다. 김치 없는 우리 식탁이 뭔가 빠진 듯하다면 횟감 없는 일본식탁도 쓸쓸한 풍경이리라. 일본인에게 회는 ‘라면’같이 일상적인 것이며, 이제 ‘사시미’와 ‘스시’는 만국공통어로 통용되고 있지 않은가. 서양인은 본디 회를 즐기지 않았다. 회 문화가 진출했다지만 아직도 제한적이다. 그러나 미국 동부의 코넬대학 같은 시골 대학촌에도 초밥집이 진출해 있으니 샌프란시스코 같은 해변은 두말 할 것도 없다. 그런데 유심히 보면 초밥집은 있는데 수조는 보이지 않는다. 중국 광저우 같은 유수의 해양도시를 가보아도 수조를 두고 횟감을 파는 음식점은 없다. 일본 시모노세키에 있는 최대 규모의 어시장을 누비고 다녀도 수조는 없다. 의문이 풀린다. 펄떡거리는 활어를 그 자리에서 회 쳐 먹는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는 점이다. 회는 살아있는 활어와 일단 죽여서 숙성시킨 선어로 구별한다. 한국 사람들은 자기 눈으로 ‘확인 사살’해 그 자리에서 쳐낸 활어만을 굳게 신뢰한다. 그러나 먼 바닷가에서 시장이나 음식점으로 실려오면서 온갖 사투를 벌이고, 중간 유통업자를 거쳐 최종 소비처로 팔려가는 과정을 생각하면 우스갯소리로 전치 10주 정도의 뇌진탕에 골절상을 입은 소위 ‘중병 걸린 생선’을 먹게 되는 꼴이다. 바닷가에서 곧바로 옮겨온 물고기는 그대로 먹는 법이 아니다. 물고기도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므로 2∼3일쯤 지난 다음에 잡아야 제격인데, 사람들은 바로 도착한 놈이 좋다고 그저 믿어 버린다. 그래서 횟집에는 반드시 수조가 있어야 하지만,‘사시미의 나라’ 일본에도 살아있는 물고기만이 싱싱하다는 믿음은 없다. 회 문화는 일본에서 들여왔으면서도 이것만은 우리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일본인들은 ‘씹히는 맛’보다 미각 선호 한국인은 쫄깃한 횟감을 선호한다. 한마디로 ‘씹히는 맛’을 즐긴다. 그래서 갓 잡아 올린 놈을 즐긴다. 반면에 일본인들은 씹히는 맛보다 미각을 택한다. 생선회 전문가인 부경대 조영제 박사는 이를 양국의 식문화 차이로 설명한다. 우리는 넙치·우럭·농어 같이 육질이 단단하여 씹힘성 좋은 흰살 생선을, 일본은 방어·참치·전갱이 같이 육질은 연하지만 혀로 느끼는 맛이 좋은 붉은살 생선을 선호한다. 또 초밥과 횟감 비율이 8대2나 돼 ‘초밥을 먹기 위해 회를 먹는다.’는 말이 생길 만큼 초밥을 즐긴다. 반면에 우리는 2대8로 회 선호도가 높다. 따라서 초밥 즐기는 일본인이 활어보다 선어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선어는 갓 잡은 활어보다 씹힘성은 떨어지지만 잡은 뒤 10∼15시간이 지나면 육질부의 이노신산이 많아져 맛이 극대화된다. ●선어·활어 장점 두루 살린 싱싱회 그렇다면 선어와 활어의 장단점을 두루 취할 방도는 없을까. 그래서 등장한 것이 이른바 싱싱회. 싱싱회란 선어의 일종으로, 갓잡아서 위생적으로 손질한 뒤 냉동이 아닌 냉장 상태로 소비처에 공급하는 횟감을 뜻한다. 해양수산부 수산정책국 이인수 박사는 “해양수산부나 수협 등 전문가들의 노력에 비하면 세간의 인식이 전혀 바뀌지 않아 이런 시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싱싱회로 가야 하는 행로는 분명한데 인식의 문제이지요.” 눈 앞에서 퍼덕이는 놈만을 싱싱하다고 믿는 우리의 음식관을 일조일석에 바꿀 수 없어 엄청난 고비용을 치르는 중이다. 활어 운송비가 들고, 음식점에도 수조를 설치해야 하며, 물갈이 등 관리비용도 많이 든다. 당연히 유통 중의 폐사율도 높다. 또 내장이나 뼈, 머리 같은 부산물이 50%나 되니 불필요한 운반이 되고 말아 원가가 비쌀 수밖에 없는 활어문화에 단단히 발목이 잡혀 있는 셈이다. 횟집촌을 가다 보면 ‘마리당 9900원’ 식으로 적어 내건 가격표를 자주 보게 된다.500g 정도의 미숙어를 이렇게 파는데, 그걸 모르는 사람들은 이를 ‘싼 게 비지떡’인 줄도 모르고 선호한다. 성장한 1㎏ 이상 크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양식장 출하 때도 500g짜리 미숙어는 비싸게 팔리는 반면 오래 키워 맛이 있는 놈은 싸구려로 팔리는 엉뚱한 문제가 발생한다. 사실,1㎏짜리를 시켜도 정량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소비자만 ‘봉’이 되고 있으니 우리 수산물도 정량화·규격화 단계로 들어서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최대의 싱싱회 공장인 포항의 한국빙온을 찾았다. 횟집을 연상하면 안된다. 어엿한 공장이다.1일 5∼10t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수조에서 건진 회는 즉살해 얼음물에 씻는다. 내장을 바르고, 탈피기로 껍질을 벗긴 뒤 다시 얼음물에 채운다. 살균한 타월로 말아서 탈수하고, 적절하게 다듬어 진공포장해 얼음을 재워 냉장 상태로 유통시킨다. 직원들은 위생복을 입고, 소독을 해가면서 공정에 임한다. 바닷가에서 갓 잡아 퍼덕거리는 횟감을 그대로 위생처리, 일사불란하게 유통시키는 시스템이다. 이곳 장석원 대표는 “위생적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식품이 절대 안전하고, 싸게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런 방식으로 회를 먹을 경우 최고 30∼40%선에서 절반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술집 분위기인 횟집에 주부가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 쑥스러운 경우도 많다. 저변 확산을 위해 가정에까지 회가 공급되려면 현재의 횟집이나 횟감 판매구조로는 어림없다. 아무리 싱싱하다 해도 직접 회를 뜰 수 있는 기술은 아무나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선어 공급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이점이 크다. 또 연간 한국인의 횟감 소비액이 6조∼7조원에 달한다고 볼 때 엄청난 이득이 창출될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여전히 눈앞에서 퍼덕거리는 횟감만을 좋아할까. ●자연산 선호는 반환경적 습속 한번 잘못 길들여진 문화는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창해를 누비는 싱싱한 바닷고기에 관한 ‘상상의 공동체’가 우리의 뇌리에 흡사 꿈처럼 박혀있기 때문이다. 현실은 이렇다. 창해를 누비는 싱싱한 물고기는 거의 없다. 횟감의 90% 이상은 양식이다. 자연산은 잡히더라도 소량일 뿐더러 자연산을 마구잡이로 훑어내는 소형 기선저인망(일명 고테구리)은 어족보호 차원에서 금지시켜야 하기 때문에 자연산 선호 자체가 반환경적인 습속이기도 하다. 어차피 이제는 양식어류를 먹고 살아야 한다. 자원이 절대적으로 줄어든 탓도 있지만 한국인들의 횟감 선호도가 급등한 데다 늘어난 외식문화의 수요까지 감당하려면 자연산으로는 어림도 없다. 따라서 과학적·합리적으로 양식업을 확충해야 하며, 소비와 유통도 코페르니쿠스적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바닷가 횟집의 엄청난 생태오염 혹 바닷가에 즐비한 횟집이 야기하는 엄청난 생태오염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환경운동단체 어느 누구도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민중이 먹고 사는 문제라는 단 한가지 이유로 횟집에서 배출하는 엄청난 부산물과 박테리아로 오염된 수조의 물, 쓰레기 분리수거 등에 대해 너무나 무관심하다. 더 이상 이런 바닷가 횟집들이 낭만의 대상이어서는 안된다. 전세계 어디에도 이만한 물량으로 수조가 즐비한 바닷가 풍경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가 한국이 회 문화의 세계적 선진국이라서 용인되는 것인가! 무를 당근으로 알고, 쑥갓을 상추로 알고 먹는 소비자는 없다. 그런데 ‘모둠회’라는, 내용물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회를 먹는 소비자들이 의외로 많다. 횟집 주인은 소비자에게 무슨 회인지를 분명히 설명해 줄 의무가 있다. 횟감의 생산자 실명제가 이뤄지지 않아 항생제에 찌든 값싼 중국산이 슬쩍 끼어든다. 어디에서 누가 잡았는지, 어느 양식장에서 누가 길렀는지도 모른 채 소비자들은 그저 먹고 값만 치른다. 지난 4월22일, 국회에서는 이영호 의원이 주도하고 바다포럼과 한국수산회 등이 주최한 ‘비브리오패혈증을 법정전염병에서 제외시키자.’는 요지의 입법공청회가 열렸다. 여름철만 되면 비브리오경계령이 발동되어 전국의 횟집들은 문을 닫는다. 비브리오는 노약자 등 신체가 약한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식중독일 뿐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할 병증이 아닌데도 언론 등의 과장 보도 때문에 국민들이 ‘공포의 전염병’으로 잘못 알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익히지 않은 횟감을 불결한 곳에서 조리해 판다면, 비브리오패혈증 등의 병이 생길 것은 자명하다. 조리해 먹는 육고기와 달리 횟감은 말 그대로 ‘날것’이다. 열악한 음식점에서 비위생적으로 조리해 내다 보면 식품안전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더러운 그릇, 씻지 않은 도마, 병균이 들끓는 행주 등을 누가 다 감시하랴. 이제 원산지 표기가 분명하고, 정량을 지키고, 세무서에서 세수를 분명히 파악할 수 있고, 소비자는 위생적인 양질의 회를 눅은 가격에 먹고, 양어장은 안정적 판로를 확보하고, 비브리오 파동 같은 위험부담에서도 벗어나는 ‘윈윈 전략’을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거제도에서 대형 양식장을 경영하면서 싱싱회를 맨 처음 시작해 일본으로 수출하고, 한때 도쿄 스즈키 수산시장의 최대판매량까지 올렸던 일운수산 김산세 회장의 지적을 아프게 들어야 한다.“회를 어디 배 채우려고 먹습니까? 맛으로 승부해야죠. 수산양식도 미래 전략산업으로 거듭나야 하고 활어만 선호하는 소비자도 이제는 생각을 고칠 때가 됐다고 봅니다.” 급격한 변화의 요구는 이제 우리의 식탁까지 당도해 있다.
  • [수도권 5일장] 양평 용문장

    [수도권 5일장] 양평 용문장

    혹시나 닳고 더렵혀질세라 신지도 못하고 모셔둔 하얀색 운동화, 아파야만 먹을 수 있었던 바나나, 입기가 아까워 장롱 속에만 넣어두고 꺼내보던 설빔 옷…. 이런 ‘대단한’ 물건이 지천에 깔린 ‘전통 5일장’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어린이들에게는 꿈을 키우는 무대였고, 어른들에게는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던 사랑방이었다. 전국 각지의 5일장을 돌며 행상을 하던 도부꾼들에게는 고향 집 같은 곳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신기한 물건에 넋을 잃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뱀장수들의 걸쭉한 육담, 한푼이라도 손해보지 않으려고 애면글면 시끌벅적하게 벌이는 흥정,‘무림 고수’들이 펼치는 약장수들의 차력시범은 삶의 고단함을 떨어내는 청량제였다. 그러나 산업화의 그늘이 짙어지며 쇠락의 길을 걷는 게 사실이지만, 아직도 우리의 주변에는 그 명맥을 유지하며 숨쉬고 있다. 수도권 지역의 5일장을 찾아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여행을 떠나본다. 산나물로 유명한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용문장’이 바빠지고 있다. 산이나 들에서 농민들이 직접 손으로 따온 산나물이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제철을 맞은 산나물을 팔고사는 사람들로 크게 붐비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말에 열리는 장날에는 용문산에 놀러온 관광객들마저 너도나도 조금씩 산나물을 사가는 바람에 물건이 일찍 동나기가 일쑤다. ●가게·노점 200여개… 5·10일에 장 서 “두릅 한관(4㎏)에 5만원이요,5만원. 거져 주는거나 다름없어요. 사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7만원에 팔던 것이라오.” 지난 25일 오전 10시쯤 양평군 용문 시외버스터미널 옆은 산에서 따온 산나물을 팔려고 좌판을 벌인 10여명의 상인들이 손님들을 부르는 목소리들로 초등학교 노는 시간처럼 왁자지껄해 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웠다. 두릅을 팔려고 목소리를 높이던 이중선(68·여)씨는 “이것(두릅)을 팔아야 월말에 세금 내는데 조금 보탤텐데….”라며 “농사일을 하다가 조금 늦게 나오는 바람에 가시에 찔리며 애써 따온 두릅을 못팔게 생겼다.”며 울상을 지었다. 친구들과 함께 두릅을 만져보고 향을 맡아보던 정분순(54·여·서울시 성동구 자양동)씨는 “‘떡 본김에 제사를 지낸다.’고 두릅이나 좀 사가야 겠다.”며 “산에서 직접 채취한 산나물인 덕분인지, 일반 재배한 산나물과는 달리 향이 매우 진한 것 같아 정말 먹음직스럽다.”고 말했다. 1950년대 6·25전쟁 전후에 생긴 용문장은 5일과 10일에 장이 서는데,500여평 규모에 200여개의 가게와 노점이 자리잡고 있어 나름대로 전통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주요 상품인 산나물을 빼면 옷·생활용품 노점들이 빼곡히 들어찬 시골의 다른 5일장과 비슷한 풍경이다. 산나물이 주로 거래되는 곳은 용문 시외버스터미널 옆에 형성되는 10여곳의 노점과 용문사 앞 주차장에 마련된 10여곳의 상설 가게 등이다. ●깨끗한 환경서 채취… 양 많고 진한 향내 양승덕 용문농협 상무는 “용문장이 산나물로 유명해진 것은 서울의 젓줄인 팔당 상수원의 보호 정책 덕택으로 용문산 등이 오염되지 않아 깨끗한 환경을 지녔는 데다, 산나물이 나는 양도 많고 향기가 진하기 때문에 찾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이곳에서 많이 나는 산나물은 두릅·더덕·취나물·참나물·다래순·홋잎·묵나물·돌미나리·참비름·돌나물·반대나물·고사리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두릅(4㎏)은 7만∼8만원, 더덕(1㎏)은 1만원, 취나물(600g)과 나머지 산나물은 2000∼3000원에 팔리고 있다. 주로 거래되는 시간은 오전 6시와 7시 사이. 서울 등에서 온 중간도매상 10여명이 1시간 남짓 팔러나온 100여명의 농민들과 몇차례 흥정한 뒤 곧바로 거래를 한다. 이때 대부분의 물량이 소진되고 팔리지 않거나 이보다 조금 늦게 나오는 물건들은 일반 소매 형태로 오후 늦게까지 거래된다. 이곳에서 20년 이상 장사를 해온 이경임(61·여)씨는 “요즘들어 경기가 좋지 않은 탓인지, 산나물을 구경만하고 잘 사가지 않는다.”며 “더욱이 명예퇴직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이산저산을 찾아다니며 산나물을 캐가는 바람에 산나물의 양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산나물의 출하시기는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한창 제철을 맞은 두릅은 대략 다음달 초순이면 장을 마감한다. 취나물은 5월 초순∼중순이 제철이고, 참나물과 고사리는 5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온다. 권성오 용문장 상인연합회 회장은 “산에서 직접 따온 산나물은 출하 시기가 상당히 짧아 한시적이다.”며 “상큼하고 맛이 좋은 웰빙식품인 자연산 산나물을 맛보려면 다음달 장날(5·10·15·20·25·30일)에 맞춰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평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교통편 ●시외버스는 서울 상봉터미널에서 15분 간격, 동서울터미널에서 4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열차는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중앙선을 타고 용문역에서 내리면 된다. ●승용차를 이용할 때는 서울 강북지역의 경우 망우리·구리·팔당·능내로 이어지는 6번 국도를 타면 1시간 정도 소요된다. 강동·강남지역은 올림픽도로를 이용해 미사리를 지나 양평읍을 거쳐 15분 정도 가면 된다. ■ 자연산 파는곳은 극소수 마른나물은 우체국쇼핑 산에서 채취한 자연산 산나물을 파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상품이 아니어서, 농민들이 바쁜 농사일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 따온 것들이 대부분인 까닭에 물량이 매우 적은 편이다. 자연산 산나물을 판매하는 백화점과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는 거의 전무한 상태이고, 판다고 해봤자 1주일 정도 기획 이벤트로 판매 행사를 갖는 정도이다. 자연산 산나물을 많이 판매하는 곳은 재래시장으로는 서울의 경동시장과 청량리시장이고, 우리 농산물 직거래 장터인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 뿐이다. 인터넷 쇼핑몰로는 지리산·한라산·설악산에서 나는 자연산 산나물을 말려서 판매하는 우체국쇼핑(http://mall.epost.go.kr)만 있다. 일부 재래시장이나 유통업체에서 판매하는 산나물은 자연산이 아니라, 대부분 하우스나 산에서 재배한 상품이라고 보면 된다. 경동시장·청량리시장은 용문장과 양평장 등을 비롯해 경기·강원 지역에서 나오는 산나물을 주로 취급한다. 두릅 한 근(400g)에 7000∼1만원, 취나물·머우나물 등 다른 산나물은 한 근에 2000∼3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오후 4시 이후에는 떨이상품이 많이 나오는 까닭에 조금 더 싸게 살 수 있다. 농협하나로클럽 양재점은 강원도 평창 대화농협에서 채취한 자연산 산나물을 선보였다. 주요 상품은 참두릅과 원추리, 머우잎, 다래순 4가지. 가격은 참두릅(100g) 2800원, 원추리 700원, 머우잎 720원, 다래순 1280원이다. 우체국쇼핑은 지리산 청학동 산나물세트(취나물+표고버섯+토란대 각 100g,1만 1400원), 울릉도 산나물 부지갱이나물(1㎏,2만 2000원), 설악산 산채류세트1(표고버섯+얼러지+취나물+곰취나물+고사리+다래순 각 100g,3만 6200원), 설악산 산채류세트2(취나물 300g+고사리 100g,2만 6200원, 한라산 산채류고사리(600g,3만 6000원) 등 35개 제품을 내놓았다. 양평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버섯 영양의 보고 웰빙에 으뜸

    버섯 영양의 보고 웰빙에 으뜸

    목이버섯·잎새버섯·석이버섯·아가리쿠스버섯·수향버섯·포토벨라버섯·참숯병팽이버섯·홍삼팽이버섯·참송이버섯·셀레늄노란꽃버섯…. 버섯이 똑똑해지고 있다. 버섯은 수분이 90%고 나머지 10%가 단백질·지방질·당질·미네랄 등으로 구성돼 있는 만큼 저칼로리 식품이면서도 단백질 등 영양소가 풍부하므로, 신체 면역력을 높여 성인병을 예방하는 웰빙 식품으로 각광받으며 다양한 버섯제품이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황성재 신세계 이마트 버섯 담당 바이어는 “버섯은 농약이 있으면 자라지 못하는 특수한 식물이어서 값싸게 풍부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최고의 웰빙식품”이라며 “올들어 버섯 가격이 지난해보다 30% 정도 떨어진 데다 최근의 웰빙 바람에 힘입어 버섯을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상품은 목이버섯·잎새버섯·석이버섯·아가리쿠스버섯·수향버섯·포토벨라버섯·참송이버섯·셀레늄노란꽃버섯 등이다.‘목이버섯’은 나무에 붙어 있는 모양이 사람의 귀처럼 생겼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다. 버섯향이 강하지 않고 맛도 담백한 덕분에 다양한 요리재료로 사용된다. 특히 치질과 변비, 하혈 치료에 좋고 항암제나 백혈병 치료에도 사용되는 등 장수식품으로 알려져 인기를 끌고 있다. 잡채나 중국요리에 널리 쓰인다. 건버섯 형태로 판매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회색과 검은색을 띠는 부채꼴 모양의 ‘잎새버섯’은 국내에는 아직 생소하지만, 버섯을 좋아하는 일본에서는 웰빙 식품으로 자리잡았다. 아토피성 피부염과 천식, 만성비염과 같은 알레르기성 질환에 좋은 것은 물론 암이나 비만, 고지혈증 예방도 효과적이다. 국내에서는 재배가 힘들어 살 수 있는 곳이 드물다는 단점이 있다. ‘석이버섯’은 목이버섯처럼 사람의 귀처럼 생겼는데, 바위에 붙어 자란다.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며 독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표면은 황갈색으로 광택이 없는 편이다. 마르면 단단해지지만 물에 담그면 회록색으로 변해 연하게 된다. 맛이 담백하고 튀김 요리에 많이 사용된다. 한방에서는 강장·각혈·하혈 등에 지혈제로 이용한다. 신령버섯으로 불리는 ‘아가리쿠스버섯’은 양송이 버섯과 비슷하게 생겼다. 자루의 색이 희고 버섯향이 향긋하다. 면역력을 높이고 항암작용을 하며, 콜레스테롤 억제 기능도 있다.‘수향버섯’은 팽이버섯보다 크고 색깔도 더 진해 노란 빛깔을 띠는 팽이버섯으로 일반 재배된 상품이다. 큰송이 버섯으로도 불리는 ‘포토벨라버섯’은 국내에 도입된지 얼마 되지 않은 새로운 버섯. 크기가 크고 씹히는 느낌이 좋다.‘참숯병팽이버섯’은 버섯 배양지에 정화기능이 뛰어난 참숯을 넣어 재배한 팽이버섯. 팽이버섯보다 육질이 단단하고 탄력감이 뛰어나다.‘홍삼팽이버섯’은 버섯 배양지에 홍삼 추출물을 첨가해 재배한 팽이버섯으로 팽이버섯보다 생육기간이 긴 덕분에 저장하기 쉽고 쫄깃쫄깃한 맛이 난다. 자연산 송이버섯에서 균을 떼어내 배양한 ‘참송이버섯’은 자연산 송이의 고유한 맛과 향에 있지만, 항암·면역 성분인 베타글루칸이 다른 버섯에 비해 많이 함유하고 있다. 베타글루칸의 경우 자연산 송이가 100g당 20g 정도인데 비해 참송이는 26.2g이나 된다. ‘셀레늄 노란꽃버섯’은 설악산 백담사 주변에 자생하는 노란느타리버섯 종균을 유기 셀레늄을 전이시킨 배양지에 키운 것으로, 손쉽게 재배를 할 수 있다. 버섯 100g당 셀레늄 150㎍을 함유하고 있다. 셀레늄은 인체 신진대사에 필요한 미네랄의 일종으로 결핍되면 간질환·세포 노화·면역 기능 저하 등으로 여러가지 성인병을 유발하지만, 충분히 섭취하면 암 발생을 억제하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학명 현대백화점 농산물 담당 바이어는 “버섯은 가격과 맛·향이 천차만별인데, 버섯 고유의 향을 잃지 않도록 종류에 따라 요리법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며 “양념이나 조미료를 가능한 한 넣지 않고 짧은 시간 안에 씻어야 하며, 굽거나 삶을 때 살짝 굽거나 끓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할인점들 줄줄이 기획전 할인점들이 다양한 버섯 기획·할인행사를 마련하고 대대적인 ‘버섯 마케팅’에 나섰다. 신세계 이마트는 24일까지 버섯을 20% 이상 할인 판매하는 ‘버섯 행복쇼핑전’을 진행한다. 새송이버섯(400g) 2480원, 참타리버섯(200g) 950원, 양송이버섯을 1750원에 선보였다. 롯데마트는 느타리버섯과 새송이버섯 2개 품목에 대해 할인 행사를 펼친다. 느타리버섯(250g)은 24일까지 35% 할인된 1980원, 새송이버섯(350g)은 27일까지 22% 할인된 2880원에 판매한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27일까지 양송이·새송이·팽이·맛타리버섯 등으로 이뤄진 모듬버섯 팩(300g)을 30% 할인된 1980원에 파는 ‘친환경 버섯기획전’을 갖는다. 이밖에 맛타리버섯(250g) 2450원, 목이버섯(50g) 1980원, 석이버섯(30g) 1850원, 새송이버섯(350g) 2680원, 느타리버섯(250g)을 2150원에 내놓았다.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은 30일까지 ‘버섯 모음전’을 진행한다. 새송이버섯(500g) 3650원, 셀레늄노란꽃버섯(150g) 1500원, 참숯병팽이버섯(100g) 390원, 홍삼팽이버섯 300원, 팽이버섯 200원, 양송이버섯 660원, 표고버섯 1250원, 애느타리버섯(200g)을 990원에 판매한다. 그랜드마트는 28일까지 여러가지 버섯을 10∼30% 할인 판매하는 ‘버섯 페스티벌’ 행사를 실시한다. 새송이버섯(500g) 2680원, 맛타리버섯(200g) 980원, 병팽이버섯(300g)을 780원에 출시했다. 킴스클럽 강남점은 24일까지 ‘버섯 모음전’을 마련했다. 양송이버섯(150g) 1480원, 새송이버섯(500g) 4180원, 느타리버섯(300g)을 1480원에 내놓았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⑥- 현대백화점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⑥-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3남인 정몽근(63) 회장이 이끌고 있다. 9남매(8남 1녀) 가운데 작고한 몽필씨를 제외하면 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이어 두번째 ‘큰 형님’이지만 MK(몽구),MH(몽헌),MJ(몽준) 등 이른바 3M으로 불리는 화려한 다른 형제들에 가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이 거의 없다. 원래 나서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인 데다 처음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이래저래 세간에서 멀어진 ‘황태자’가 됐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의 역사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부친의 후광으로만 생각하지 못할 정 회장의 ‘몫’이 있다. 역시 ‘왕 회장’의 아들답게 때로는 부친과의 담판을 통해 새 사업을 추진하고, 때로는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경영상의 문제들을 다른 형제들과 대화로 풀어내며 회사를 일궈왔다. 그가 1974년 현대백화점의 전신인 금강개발산업주식회사를 맡을 당시 회사는 현대그룹 주력사인 현대건설의 외곽 지원업체에 불과했다. 개발시대에 쭉쭉 뻗어나가던 현대건설이 진출하는 국내외 현장에 식품과 의복 등 잡화류를 공급하고 동부이촌동 등 6개의 금강슈퍼마켓 등을 운영하던 작은 회사였다.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은 현재 주력사업인 백화점외에 홈쇼핑, 지역케이블 방송사업 등 계열사 20개를 거느린 유통그룹으로 우뚝 섰다. 지난해 매출이 5조 2500억원, 영업이익은 3300억원에 이른다. ●부친 설득해 한강가에 세운 명품백화점 현대백화점 사람들은 정 회장을 사실상의 창업자라고 말한다. 다른 형제들이야 자동차, 중공업 등 부친이나 삼촌들이 키워온 중후장대한 기업을 물려 받았지만 정 회장의 출발은 그들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 한 임원은 “기껏해야 현대건설의 하청업체 수준이었던 회사가 그룹사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시작한 것은 바로 1985년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을 지으면서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의 모태가 된 압구정 본점을 짓고 그 이후 이윤을 남겨 1988년 무역점을 짓고 또 다른 백화점을 문여는 등 새 점포가 늘어나면서 지금의 그룹사로 발전된 것이라는 얘기다. 70년대 중반 이후 압구정동은 대규모 현대아파트단지가 들어섬에 따라 건축법상 근린상가를 의무적으로 지어야 했다. 당시 현대아파트의 건설주체인 한국도시개발(현대산업개발)은 롯데, 신세계 등 유통업체에 백화점 진출 의사를 타진했으나 반응은 시큰둥했다. 당시 아파트만 덩그러니 서 있고 배나무 밭으로 황량했던 이 곳은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누가 봐도 백화점 입지로는 적합하지 않았다.“현대가 백화점 사업에 성공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극언을 서슴지 않던 기업인이 있을 정도였다. 이 때 정 회장은 백화점 진출 의사를 밝혔다. 예상대로 그룹 안팎의 반대에 부딪혔다.“현대가 유통경험이 없는 데다 아파트 단지 배후에 한강이 흐르고 백화점 옆에 고가도로(동호대교 연결)가 가로지르는 등 사업 타당성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일본 도쿄에 있는 다카시마야 백화점 후다코다마가와점의 성공을 예로 들며 부친을 적극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 백화점은 현대백화점과 마찬가지로 주변에 강이 흐르고 부촌에 자리잡고 있어 입지 여건이 비슷했다. 정 회장은 청운동 본가를 찾아가 사업 보고서를 보이며 백화점 사업을 고집했다.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던 왕 회장도 아들의 집념 어린 설득에 결국 사업 참여를 결심했다. 현대가에서는 이를 두고 “몽근이한테도 이런 사업에 대한 의지와 추진력이 있었느냐.”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때 정 회장의 뚝심이 발휘된다. 다른 유통업체들이 구조조정을 하며 신규 출점을 주저하고 저가 정책을 추진할 때 정 회장은 오히려 거꾸로 가는 정책 결정에 손을 들어줬다.98년 부도위기에 놓인 서울 신촌 그레이스백화점을 인수해 신촌점으로, 울산 주리원 백화점 2곳을 인수해 울산점으로 탄생시키고, 서울 천호점도 문 열었다. 최고급 인테리어와 상품을 앞세워 ‘명품 백화점’임을 일반에 각인시키며 고급화 전략을 폈다. 이같은 정 회장의 역발상 기조에 대해 당시 유통의 흐름을 거슬렀다는 지적도 있지만 내부에서는 이런 정 회장의 정면 돌파형 리더십이 현대백화점의 성공 기반이 됐다고 평가한다. ●삼국지 꿰뚫는 ‘리틀 왕회장’ 정 회장의 이런 일면은 평소 삼국지 등 각종 전략 서적을 즐겨 읽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는 신규 백화점 출점후 임원들과 갖는 자리에서 ‘적벽대전’ 등 삼국지에 나오는 얘기들을 즐겨 인용한다. 중국 삼국시대 양쯔강 남안에 있는 적벽에서 위나라 조조가 오나라의 손권, 촉나라의 유비 연합군과 치른 전투 내용을 줄줄이 꿰며 승전 전략을 소개한다. 현대백화점의 한 임원은 “정 회장은 삼국지에 나오는 장수 이름과 전투 내용을 거의 외우다시피한다.”고 전했다. 그는 실제로 삼국지에 등장하는 ‘장수’ 형상이다. 골격이 큰 몸집에 굳게 다문 입, 솥뚜껑처럼 큰 손과 발은 여지없이 현대가의 혈통을 지닌 남자임을 보여준다. 나이 들면서 얼굴에 돋아나는 검버섯과 걸음걸이를 보면 부친인 왕 회장과 흡사하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세간에는 한때 ‘건강 이상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매일 오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내에 있는 백화점 본사 4층 회장실에 출근, 굵직한 사업의 방향타 역할을 한다. 서울 시내 6개 백화점과 중동점 등 7개 백화점 가운데 하루에 2∼3군데의 백화점을 순시하는 이른바 ‘점 순회’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 점포당 30분 정도 걸린다. 비슷한 시간대에 항상 나타나는 정 회장을 보고 매장 직원들이 인사하면 “어잇!”하며 꼭 화답을 한다. 매일 출근하다시피하니 직원들도 정 회장을 낯설어 하지 않는다. 매장을 지나다 고객들을 만나면 먼저 지나가도록 자신은 비켜 서는 서비스 정신도 몸에 배었다. 정 회장의 현장 중시 스타일도 부친과 닮은 꼴이다. 백화점 신축 공사 현장에는 늘 그의 발걸음이 닿는다. 공사장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안전모를 쓰고 있는 그의 모습은 마치 ‘왕 회장’을 보는 듯하다고 현대백화점 맨들을 말한다. 그는 문제가 발생하면 항상 대화로 풀 것을 강조한다. 한번은 건설 현장에서 이뤄진 브리핑 도중 간부들간에 이견이 생기자 정 회장은 “여러 사람의 의견이 함께 반영되는 것이 최선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투박한 외모와 달리 자상한 편이라고 주변 사람들은 얘기한다. 백화점을 둘러보아도 상품이 진열돼 있는 멋진 매장보다 주차장, 식품 작업장 등 구석진 곳을 먼저 찾는다. 어려운 여건속에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봉투에 넣지도 않고 자신의 지갑에서 20만∼30만원씩 꺼내 “소주에 삼겹살이나 하라.”며 격려금을 건넨다. 다음날 이들을 만나면 “회식 잘 했냐.”는 인사도 잊지 않는다. 지난해 정 회장 생일에는 시내 모음식점에서 전·현직 임원들을 초청, 식사를 함께 하기도 했다. 이날 정 회장 부부는 물론 장남 지선씨 부부도 나서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는 또 ‘주차장 제일론’을 갖고 있다. 임원들이 상품과 서비스, 매장 환경을 중요시한다면 정 회장은 임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설은 주차장”임을 내세운다. 현대백화점 목동점·미아점의 주차장 진입로 폭이 다른 백화점과 비교해 훨씬 넓은 것은 여성 고객들을 위해서다. 주차장 하나에도 “고객을 최우선으로 배려하라.”는 정 회장의 경영철학이 담겨있는 셈이다. ●황산덕가(家) 손녀 며느리로 맞아 경복고, 한양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정 회장은 현대그룹 회장 비서실에서 평사원으로 있던 우경숙(54)씨와 결혼, 슬하에 지선(33), 교선(31) 등 2남을 뒀다. 부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여성스러우면서도 야무진 외모에 차분하고 깔끔한 성격의 우씨를 내심 며느리감으로 점찍었다는 후문이다. 우씨의 친정은 평범한 집안으로 부친은 우호식 전 현대그룹 고문이다. 우씨는 중앙여고를 졸업했다. 장남 지선씨는 경복고와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현대가 3세들이 대부분 미국 유학파이듯 그도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사촌형제들 가운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외아들 의선(35)씨와 가깝다. 아무래도 지선씨가 손아래 동생이다보니 의선씨로부터 사업상 조언을 받는다는 후문이다. 사업외에 여러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는 사이다. 지선씨는 고교 동창의 소개로 만난 동갑내기 황서림씨와 2001년 10월 정 회장의 서울 성북동 자택에서 결혼, 장남 창덕(1)군을 두고 있다. 서림씨는 황산덕 전 법무장관의 손녀로 서울예고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성격이 활달하고 대인관계가 좋아 선후배와 교수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다.”고 기억했다. 지난 97년 삼성문화재단이 선정한 문화예술인재로 뽑혀 장학금을 받으며 미국 뉴욕대에서 미술관 경영을 전공했다.99년부터 1년간 세계 3대 미술관 중의 하나인 뉴욕 근대미술관 뉴미디어 부서에서 부지배인을 맡았고,2000년 3월부터 5개월 동안 세계적인 일본 멀티미디어 작가 마리코 모리의 스튜디오 조교를 지냈다.2000년 7월부터 뉴미디어와 교육 인터넷사이트에서 웹 프로듀서로 근무하기도 했다. 지선씨는 서림씨를 처음 보는 순간 아내로 맞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특히 밝고 쾌활한 성격을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한다. 서림씨 역시 정 부회장의 과묵하고 남자다운 면이 좋았다고 한다. 교선씨는 경복고, 외국어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뉴욕 아델파이대에서 경영학석사를 땄다. 대학시절 청바지와 면티를 입고 다니는 등 소탈하게 생활해 같은 학과 친구들조차 그가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현대가의 3세라는 사실을 몰랐을 정도다. 같이 학교를 다닌 친구들에 따르면 지갑에 돈도 별로 없이 구내식당에서 밥먹고 버스를 몇번씩 갈아타고 통학하는 등 검소한 생활을 했다. 부드러운 성격에 논리도 갖춰 친구들 사이에 이견이 생기면 중재역할을 맡곤 했다. 한때 미대 진학을 고려 했을 정도로 그림에 재능이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대원강업 허재철 부회장의 2녀 중 장녀인 승원(30)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승원씨는 이화여대를 졸업한 뒤 미국 컬럼비아대 치과대에 다녔던 재원이다. 교선씨와 승원씨는 학교가 같은 미국 뉴욕에 있어 유학시절 자연스럽게 1년6개월 정도 사귀었다. 현대가와 사돈을 맺은 허 부회장은 32년간 스프링과 차량 시트 등 자동차 소재의 국산화에 앞장선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인 대원강업의 오너겸 전문경영인이다. 연 매출 3600억원 정도다. ●현대백화점 이끄는 파워 엘리트 하원만 현대백화점사장은 1978년 입사해 기획·관리·영업·구매·마케팅 등 백화점 업무를 두루 거쳐 2003년 1월 현대백화점 사장에 오른 백화점통이다.“백화점은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생활문화를 제안하는 곳”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다른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라이프 스타일리스트 현대백화점’을 새 전략으로 내걸고 있다 부드러운 외모이지만 승부욕과 추진력을 갖췄다는 평이다.“음식재료나 요리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식품 책임자를 할 수 있냐.”며 지난해 식품 책임자 전원을 요리학원에 다니게 했다. 또 여성 심리를 모르고는 유통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직원들에게 여성 심리를 알 수 있는 책 읽기와 ‘엄마를 잡아라’나 ‘왓 위민 원트’와 같은 영화 감상도 권하는 섬세한 스타일이다. 지난해 백화점협회장으로 취임, 일본백화점협회와의 68년 만의 교류방문 등을 펼치고 있다. 경청호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 사장은 영업·관리·기획 등 백화점의 주요 포스트를 두루 거쳤다.2003년 부사장을 달고 현대백화점그룹 경영지원실장을 맡아오다 지난 1월 경영지원실의 기능과 역할이 대폭 강화되면서 기획조정본부 사장을 맡고 있다. 기획조정본부는 그룹내 투자·인사 등 주요 핵심 업무를 조정, 통합하는 조직으로 다른 대기업의 구조조정본부와 같은 역할을 한다. 최근 경기침체로 인한 유통업계 불황 타개를 위해 구조조정의 중추적 역할을 맡기도 했다. 회사내 권위, 형식, 온정주의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 사장은 평소 메모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기억력이 비상해 보고하는 임직원들이 땀을 흘릴 정도다. 열가지 사안을 한가지로 압축해 신속정확히 처리하는 업무방식과 건강 및 체력관리 등 자기관리가 워낙 치밀해 빈틈이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간부들과 소줏잔을 기울이는 회식자리에서는 위트나 유머로 웃음바다를 만들곤 해 인간적 매력도 있다는 평이다. 김태석 현대백화점 H&S·현대푸드시스템 사장은 78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경리·회계·재무 등 관리 및 지원업무를 거쳤다. 지난해 말까지 백화점 영업본부장직을 맡다가 올부터 현대백화점H&S와 현대푸드시스템의 대표이사 사장직을 맡고 있다. 김 사장은 일, 생활 모든 면에서 폭이 넓은 CEO이다. 특히 진솔한 대화를 통한 친화력있는 리더십이 돋보인다. 일본 전국시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이야기를 다룬 ‘대망’을 임직원들의 필독서로 권한다. 김 사장은 임직원들이 자기 업무에 자긍심을 가질 것과 직무에 필요한 다양한 자격증 취득을 독려하는 등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광균(부사장) 한국물류 대표는 74년 현대그룹에 입사, 현대백화점 천호점장·무역센터점장·현대백화점 H&S 대표이사를 거쳤다. 낙후된 물류 시스템을 바꿔 유통 경쟁력을 높이는 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반백의 머리와 걸쭉한 목소리로 처음 만나는 사람도 오랜 지기처럼 느껴지게 하는 친화력을 갖고 있다. 홍성원(부사장) 현대홈쇼핑 대표는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출신으로 ‘열린 CEO’라는 의견수렴 제도를 운영, 현대홈쇼핑의 무형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 성공했으며, 홈쇼핑업계의 후발주자로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일 새벽 집 근처 산 바위에 앉아 하는 명상으로 하루를 연다. 명상에서 얻은 업무 관련 아이디어를 감성적으로 표현한 일일쪽지를 이메일 형태로 아침마다 전직원에게 보내 새로운 업무 활력을 제공한다. 최신 유행가도 따라 부르고 패션 감각을 갖고 있으며 젊은 직원들과도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다. bori@seoul.co.kr ■ 장남은 백화점, 차남은 H&S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의 후계 구도는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정 회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두 아들에게 백화점 관련 주식을 증여하며 자신의 지분을 계속 축소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장남 지선(33)씨는 현대백화점 지분 15.72%에 현대푸드시스템의 현대백화점 지분 4.3%를 더해 사실상 20.02%의 백화점 지분을 확보, 최대 주주가 됐다. 차남 교선(31)씨도 지난해 처음으로 부친으로부터 현대백화점 H&S의 주식 56만주(10%)를 증여받아 2대 주주가 됐다. 지선씨는 현대백화점, 교선씨는 현대백화점 H&S로 형제간에 경영권 관할이 가시화된 것이다. 현대백화점 H&S는 여행사 현대드림투어와 기업들의 명절 선물사업을 하는 백화점 특수판매 회사로 이뤄져 있다. 지선씨는 2001년 현대백화점 기획실장(이사)으로 기획·인사·재무·조직관리 등 핵심 업무를 두루 맡아왔다.2003년에는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부회장 직함을 달면서 지선씨는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던 백화점 경영에 점차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백화점 등 계열사들을 세차례에 나눠 한달에 한번씩 경영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계열사의 투자·인사는 물론 업무 조정·통합 역할까지 진두지휘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외부에서는 여전히 경영수업 중이라고 생각하지만 정 부회장은 실질적으로 그룹 경영 전반에 걸쳐 부회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선씨는 부회장이 되자 마자 어려움에 처했다. 경기침체로 백화점 업계가 불황을 겪으면서 현대백화점은 다른 유통업체와 달리 할인점이 없는 사업구조와 신규사업 진출 부진으로 미래 성장성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 부회장은 최근 회사의 미래성장 엔진 발굴에 적극적인 자세를 강조한다.“유통이든 유통이 아니든 수익을 내 회사에 도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신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회사 역량 강화를 위해 외부 자문도 구하라.”는 제안도 했다. 그렇지만 “사업을 하다보면 구름도 끼고 햇볕도 드는 것”이라면서 자신감을 보이기도 한다. 또 지난 1월 조직개편을 단행, 기존의 경영지원실을 기획조정본부로 승격시키며 조직 장악에 나섰다. 사회공헌 활동에도 관심이 많아 최근 경영전략회의에서 ‘매칭그랜트’제도 도입을 지시하기도 했다. 임직원이 매달 봉급에서 일정 금액을 자발적으로 기부하면 회사에서도 그만큼의 금액을 출연해 사회공헌기금을 마련하는 이 제도는 유통업계에서는 처음 시도됐다. 정 부회장은 사내에서 “과묵하면서도 매우 꼼꼼하고 생각이 깊다.”는 평을 듣는다. 주요 회의에서도 다른 임원들의 의견을 경청한 뒤에 소신껏 자기 의견을 제시한다. 소수의견이라도 타당성이 있으면 흔쾌히 수용하고 정책방향을 수정하는 합리적인 스타일이다. 정 부회장은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아버지를 꼽는다. 올해 계열사별 신년 업무 브리핑 이후 간부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아버님은 말씀하시기 전에 먼저 상대방의 얘기를 듣는 스타일로 나도 아버지처럼 훌륭한 커뮤니케이터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웬만해서 지치지 않는 강인한 체력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이다. 동생 교선씨는 지난해 1월 경영지원실 산하 경영관리팀장(부장)을 맡은 데 이어 올해 기획조정본부 기획담당 이사로 경영 수업을 하고 있다. 일을 배우는 단계여서인지 매사에 열심이다. 형 지선씨보다 선이 굵고 상당히 활동적인 성격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이들 형제는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사 사무실 4층에서 나란히 근무하고 있다. bori@seoul.co.kr ■ ’숨은 실세’ 우경숙 고문 정몽근 회장의 부인 우경숙(54) 고문은 현대가의 다른 며느리들과 달리 회사 경영에 참여한 활동파다. 현대가의 딸과 며느리들이 대부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지시로 소리없이 문밖 출입을 했던 집안 분위기를 감안할 때 상당히 이례적인 케이스다. 훗날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선 것과도 사뭇 다르다. 우 고문은 사실 정 회장과 결혼후 현대가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남편을 내조하는 전형적인 주부에 머물렀다. ●비서실 근무하다 며느리 낙점 현대그룹 비서실에서 근무한 인연으로 현대가에 시집와서인지 우 고문은 시부모를 극진하게 모셨다고 한다. 본격적인 백화점 사업을 하기 전인 70년대 후반 울산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시절, 우 고문은 수시로 울산 방어진 수산시장에서 ‘참전복’을 공수해 청운동 본가로 보냈다.“정말 복 덩어리 음식이 참전복인 만큼 어른들 건강에 좋다.”며 살이 통통한 자연산만 고집했다. 잘 익은 제철 과일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처럼 가정사에만 신경쓰던 당시 우 고문의 대외 활동이래야 1985년 백화점사업을 시작하기 전 서울 압구정동 본사의 작은 건물 직원식당에서 창립기념일 등에 참석하는 수준이었다. 우 고문은 회사 행사에서 시어머니인 변중석 여사와 함께 임직원들에게 직접 떡과 과일 등을 담아주는 일을 했다고 당시 직원들을 기억한다. 그러던 우 고문은 백화점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0년부터 96년까지 우고문은 상무 직급을 달고 현대백화점의 신상품 개발 담당 업무를 맡았다. 유통업계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으로서는 롯데, 신세계백화점과 경쟁하기 위해 고급화·차별화 전략이 절실했던 시기다. 그래서 백화점 PB(자체브랜드)개발에 주력했다. 상품개발부 직원 30여명과 함께 그가 개발한 자체브랜드는 ‘시그너스’‘벨라지’‘아르모니아’ 등이다. 특히 아르모니아는 강남의 전문직 여성들 사이에 한때 붐을 일으킬 정도로 히트를 쳤다. 96년에는 전세계에 10개의 매장만 운영할 정도로 신규 매장 출점에 까다로운 이탈리아 하이패션 브랜드 ‘지비에르돈나’를 압구정점에 유치하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명품 브랜드 유치 수완도 당시 상품개발 부문에서 같이 일했던 직원들로부터 우 고문은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패션을 보는 안목과 미적 감각이 남다르다.”는 평을 들었다. 계절에 앞서 주력 상품을 고르는 과정에도 직접 참여하고 의견을 내놓아 담당 바이어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틈틈이 집에서 그리는 서양화 실력은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나면 미술전이나 각종 전시회를 찾는 것도 우 고문의 패션 센스와 맥을 같이 한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 그는 최근 몇년사이 점포수 확대와 홈쇼핑 등 사업 다각화가 이뤄지고, 현대백화점이 현대백화점 H&S와 분할되는 과정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계열사간 투자, 인사에 관한 업무조정 및 중재가 필요한 시기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의 역할이 부각됐던 것이다. 때문에 그룹 안팎에서는 ‘우씨’집안에서 백화점 경영을 섭정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2003년 장남인 지선씨가 그룹 부회장을 맡으면서 우 고문에게 쏠리던 시선은 상당 부분 거두어졌다. 온화한 성품이지만 장남의 후계구도를 굳히는 과정에서 우 고문의 역할이 다소 과장되면서 실제 이미지와는 다르게 알려지기도 했다. 그는 두 아들이 경영에 적극 참여하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다만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사무실을 두고 이곳에서 지인들을 만나기도 하고 백화점 분위기도 살핀다. 가끔 백화점 영업이나 환경에 대해 세심한 조언을 해 매장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다.500평 규모의 현대백화점 본점 옥상을 잔디공원으로 바꿔 고객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토록 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지난해부터 백화점 직원과 협력사원이 함께 하는 지역 사회단체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우 고문이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bori@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7)거제도의 숭어잡이 ‘육소장망’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7)거제도의 숭어잡이 ‘육소장망’

    암벽 위 진달래가 꽃그림자를 드리울 즈음이면, 숭어떼가 몰려온다. 봄이왔다는 증거. 숭어만이 그러한가. 강과 바다를 오고가는 모든 고기들이 입춘만 지나면 봄을 알아차리고 운동량이 부쩍 증가한다. 거제도 최남단의 그림 같은 해금강이 건너다 보이는 남부면 다포리로 숭어잡이를 찾아나섰다. 숭어는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을 가리지 않는다. 한반도에서도 제주로부터 동서남해를 막론하고 없는 곳이 없으나 거제도 숭어잡이는 남다르다. 일명 숭어둘이, 혹은 육소장망(六張網)이라 불리는 전통어법은 부산 가덕도로부터 거제 남동해 곳곳에서 펼쳐진다. 가덕도는 TV 등을 통해 간간이 소개된 반면 거제도는 일반에 알려져 있질 않다. 신항 건설로 급속히 가덕도 어장이 사라졌지만 거제도의 지세포, 양화, 학동, 다포, 도장포에서는 현행 어법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산길 30분 올라가자 얼기설기 엮은 망통이… 어민 임성덕(59세)씨가 천장산 기슭의 망통으로 안내했다. 족히 30분 이상 산길을 걸었다. 바닷가 가파른 벼랑의, 사람 하나 겨우 다닐 수 있는 좁은 소로가 동네사람들이 오랜 세월 오고가던 숭어잡이 길이다. 동백 팔손이를 비롯한 상록수들이 남도임을 실감시켜준다. 망통은 깎아지른 벼랑 끝에 서 있다. 바다 사나이 하나가 묵묵히 망을 응시하고 있다. 얼기설기 엮은 헛간이 벼랑에 의지하여 간신히 바위에 매달려 있고 그 안에 사내들 몇몇이 둘러앉아 바다를 응시한다. 하늘에서 움직임을 굽어보면서 숭어떼가 들이닥치기를 기다렸다가 그물로 둘러싸서 잡는 글자 그대로 ‘둘이(두르다)’이다. 숭어는 2월1일부터 5월30일까지 날을 정해놓고 잡는다. 소머리 받치고 고사부터 지내는데 예전에는 무당까지 모셔다가 날 받는 날, 즉 낙망일을 정하였다. 그물은 포구를 향하여 ‘ㄷ’자 형으로 놓는다. 아가리가 포구를 향해 있어 외해로 나가는 길목을 차단하게끔 입을 벌려놓았다. 강철안 어촌계장은 “갯가를 문전문전 타고 다니지요.”라고 한다. 가덕도 쪽에서 내려온 숭어가 건너편 해금강에서 다포리 내만으로 접어들면서 육지로 바짝붙어서 골골이 만을 들른다는 설명이다. 산에서 내려오는 민물을 받아먹으려고 골에서 머물다가 어느날 갑자기 커다란 숭어 대군이 몰려오면 떼거리에 합세하여 포구의 모든 숭어들이 일제히 이동한다. 광장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출구에서 몰려드는 일련의 군중을 만나게되면 갑자기 합세하는 심리와 같다고나 할까. 수만마리 숭어들이 바다로 내려가는 통로는 어느 해나 일관되게 산 아래 육지쪽이다. 숭어 길목에 정확하게 그물을 놓는다. 어느 시각에 대군이 지나칠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망쟁이는 바다 빛깔의 변화를 보고서 민감하게 알아차린다. 입춘 직후에는 숭어가 ‘바닥을 기기 때문’에 여간한 전문가가 아니면 알기 어렵다. 그러나 봄빛이 짙어지면 숭어가 물 위로 뜨기 때문에 웬만한 어민들도 알아차린다. 망쟁이(어로장)는 고도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금년에도 건너편 해금강에서 어민 최봉조(33)씨를 돈까지 주고 모셔왔다. ●숭어 몰려오면 물색 짙어져 ‘나이 젊어도 고기를 잘 보기 때문’이라나. 노련한 어부들도 숱하겠건만 고기도 아무 눈에나 띄는 것은 아닌가보다. 고기가 몰려오면 물색이 짙어진다. 고기 눈이 밝은 어로장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어민 17명이 한 팀을 이루어 전형적인 어촌 공동체의 협업정신을 발휘한다. 예전에는 그물을 돈 있는 선주가 담당하였으나 어촌계 몫으로 바뀌었다. 육소장망은 여섯 척의 배에서 비롯되었다. 좌우로 세 척씩 여섯 척이 진을 짜듯 벌려 있다가 숭어가 들어온다는 신호가 망통에서 내려오면 바짝 조여서 빈틈없이 에워싼다.‘독 안에 든 쥐’가 이것이다. 가덕도에서는 근래까지도 배를 이용하는 반면에 거제도에서는 10여년 전부터 고정적으로 그물을 쳐두는 것으로 개량화되었단다. “얼마나 잡힙니까.” “많게는 2만마리고요, 엊녁에도 5000마리 잡았어요.”그물질 한번에 2만마리라니. 마침 찾아간 날은 고기가 들지않았다고 울상이었는데 그래도 족히 500여마리는 잡혔다. 어촌계에서 10%를 제하고 나머지는 참가자들이 공평하게 분배한다. 객주가 전량 수거하여 부산권역으로 팔려나간다. 양이 많으면 노량진수산시장까지도 나가는데, 문제는 숭어값. 예전에 마리당 7000∼8000원 하던 것이 금년에는 마리당 1600원이다. 그래도 숭어잡이철은 비수기인지라 어민들로서는 제발로 찾아들어 잡혀주는 숭어가 고맙기만 하다. 숭어가 제 대접을 받지 못함은 흔하기 때문이다. 경상도뿐만 아니라 전남의 영산강, 평북의 청천강, 경기의 한강 등에도 많이 회유한다. 어릴적과 성어 이름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 재미있다.1000여개의 토속이름이 분포하고 있으니 그만큼 흔하다는 증거다. 모치, 모쟁이 같은 어린 숭어 이름이 그것이다. 식성이 까다로워 양식이 어려우며 95% 이상이 자연산인데다가 기름진 숭어는 피로회복에도 그만이니 하대할 수산물이 아니리라. 지역명산으로 출시되는 영산강 몽탄의 숭어알로 만든 영암어란은 임금님 진상품이었으니 지금도 웬만한 가격을 치르지 않고는 서민들은 접할 수 없는 진미이다. 망을 보아 고기를 잡는 어법은 멸치도 예외가 아니었다. 산에 오른 망쟁이가 회유하는 멸치떼를 발견하면 신호를 보내어 일제히 후리로 끌어당겨 많은 양의 멸치를 잡곤 하였다. 고래잡이에서도 고래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했으니, 잡은 고래몫에서 일정 부분을 발견한 이에게 먼저 떼줄 정도였다. 고기들이 몰려들어옴을 눈으로 발견할 수 있음은 그만큼 자원이 풍부했다는 증거. 사람들은 사람의 눈 대신에 첨단 어군탐지기로 ‘싹쓸이어법’을 감행하고 있으니, 육소장망 같은 어법은 하루에 1만마리씩 많은 양이 잡히기도 하지만 그래도 ‘기다림의 어법’이란 점에서 쫓아가서 잡는 ‘싹쓸이어법’에 비할 바가 아니다. 어쩌면 갯가로 몰려드는 숭어떼마저 사라지고 육소장망마저 멈춘다면 거제 바닷가의 봄은 꽃은 피웠으되 봄은 오지 않은 셈이 되어 레이첼 카슨의 표현대로 ‘침묵의 봄’으로 변하리라. ●멸치·대구·감성돔… 경남 최대의 어장 거제는 경남 최대 어장 중의 하나다. 멸치, 대구는 물론이고 감성돔, 볼락, 도다리 같은 고급어종이 많이 잡힌다. 우리나라 두 번째로 큰 섬답게 해안이 제주도보다도 크며 61개섬이 퍼져 있어 넓은 어장을 자랑한다. 관광객에게는 해금강이 관광명소로만 여겨지겠지만 고기들에게는 안식을 취할 수 있는 정거장 같은 곳들이다. 봄철에는 갓 잡은 도다리와 쑥을 끓인 쑥국을 식당에서 마주칠 수 있는 행운이 뒤따라 진한 봄내음을 식탁에서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곳이 거제바다다. 이곳은 전통시대부터 어업규모가 만만치 않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오죽하면 ‘아배가 멸치를 잡기 때문에 멸치값이 올랐다.’는 소문까지 났을까. 거제도뿐 아니라 전라도까지 진출하여 잡아들이고 있다. 동지를 전후하여 찾아가면 대구 전진기지로 분주하다. 거제도를 중심으로 진해만과 거제 외포리 근해 통영해안에서 잡아들여 대구국과 내장탕을 끓이고, 대구포도 말린다. 예로부터 고급음식이었으니 돈 없는 사람은 명태를 사먹고 돈 있는 이나 대구를 먹었다고한다. 식당에서 볼락젓을 내오는 경우가 있다. 어린 볼락으로 담근 젓갈인데, 일찍이 김정은 우해이어보에서 이렇게 말하였다.‘보라어’를 ‘보락’이나 ‘볼락어’라 부른다. 방언에 엷은 자주색을 보라(甫羅)라고 하는데 ‘보’는 아름답다는 뜻이니, 보라는 아름다운 비단이다. 보라라는 이름은 여기서 유래되었을 것이다. 해마다 거제도 사람들이 보라어를 잡아 젓갈을 담아 배로 수백 항아리씩 싣고 와서 포구에서 팔아 생마(生麻)와 바꾸어갔다고 전해진다. ●日침탈·포로수용소… 모진 역사도 견뎌내 어업이 활발한 반면에, 생필품이 늘 부족하였다는 뜻이다. 실제로 산이 많고 거칠며 농토는 적은 반면에 고기는 흔했다. 그래서 일찍부터 어업이 성했으니, 장승포나 지세포 같은 포구는 동서해안의 작은 포구에 비할 바가 아니다.1995년에 장승포시와 거제군을 합쳐서 거제시로 재탄생하였다. 김광수 거제수협전무는,“고현으로 기관이 다 옮겨갔어도 어업의 본부격인 거제수협만큼은 장승포에 있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옥포대첩이 이루어진 옥포성, 임진왜란 당시에 우수영이던 개배량성, 왜구들이 쌓은 견내량 같은 왜성 흔적은 일찍부터 일본의 침탈이 집중화된 해변임을 말해준다. 옥포조선소가 들어선 옥포에서 보자면 대한해협과 대마도가 빤히 보이니 임란 전에도 왜선들이 시도때도없이 출몰하였다. 본격적 어업침탈은 합방 19년 전인 1891년에 시작된다. 에히메켄(愛媛縣) 우오시마무라(魚島村)에서 어민 수백명이 구조라로 집단이주하여 멸치잡이에 종사한다. 합방도 되기 전에 일본인회, 학교조합이 들어선다. 일제의 폭압적인 지원에 힘입어 조선어민들은 어장을 내주어야 했다.‘일제36년’이라 하는데 틀린 계산법이다. 이후에 구조라 북쪽의 지세포, 장승포가 일본인에 의해 건설된다. 조선시대의 지세포성이나 구조라성이 모두 왜적을 방비하기 위함이었는 바, 하필 그곳에서부터 일제의 어업침탈이 시작되었으니 아이러니컬하다. 게다가 한국전쟁으로 말미암아 조용했던 섬에 미군들이 몰려들고, 한때 17만명에 이르는 전쟁포로들이 360여만평에 수용되었다. 좌우 대립 속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갔으니 전국의 유명 관광지로 연간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찾아드는 이 아름다운 섬에도 외세의 개입은 한시도 끊이지 않았던 셈이다. 수용소는 유적지로 변신하여 역사교육 현장으로 뭍에서 온 이들을 맞아들인다. 조만간 거제 장목과 부산간의 거가대교까지 개통된다고 하니, 거제의 변신은 어디까지일까.
  • [어촌은 지금 구조조정중] ⑤ 청해진에서 해법을 찾는다

    [어촌은 지금 구조조정중] ⑤ 청해진에서 해법을 찾는다

    ■ 어류양식 ‘쪽박’… 전복양식은 ‘대박’ “빼도 박도 못하요.” 명사십리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전남 완도군 신지도. 쪽빛 바다와 모래사장, 해송 등 빼어난 경관 뒤로는 어민들의 슬픔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육지와 바다에 온통 어류 양식장이지만 이곳 주민들은 지금 빚과의 전쟁 중이다. 불과 5년 전, 완도읍 내 단란주점 등 술집에서 “신지도 사장님과 사모님들 덕분에 산다.”는 말이 돌았다.90년대 말 광어와 우럭을 키워 뭉텅이 돈을 만졌을 때다. 신지면사무소 앞 금모래 식당 주인 아주머니는 “5년 전에는 면 소재지에 다방만 9개나 됐고 여종업원만 20명 가까이 됐으나 지금은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완도수협 신지지점 남자 직원도 “신지도 수협 대출자 1000여명 중 10% 가량이 악성 연체자”라고 실상을 전했다. 완도군 내 어류양식 400여 가구 중 신지도(1900여가구)에만 160여 가구가 우럭과 광어를 기르고 있다. 나머지는 미역과 다시마 등 해조류 양식을 한다. 이 섬에서 ‘부자마을’로 통하던 송곡리.163가구 중 45가구는 어류양식이고 나머지는 패류와 해조류를 기른다. 어류양식 중 35가구는 바다에서 가두리를 막아 우럭을,10가구는 육상 축양장에서 광어를 키운다. 이 마을 김원재(59) 이장은 “마을 주민 중 50명 이상이 신용불량자이고 빚 5억원은 기본,10억∼20억원도 부지기수다. 일반대출 때 서로가 연대보증해 줄초상 났다.”고 말했다. 사모님 소리 듣던 이 마을 젊은 아낙들 가운데는 완도읍 내 전복 선별장이나 미역·톳 가공공장을 전전하며 날품을 팔고 있었다. 가두리 양식장으로 종종걸음을 치던 박종두(50·송곡리)씨는 “수협과 농협 빚이 10억원도 넘소.2년 동안 키운 우럭이 30만마리나 되는 데도 본전은 커녕 연체이자(17.0%)도 못낼 판이요.”라고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해상 우럭과는 달리 육상 광어는 값이 지난해 절반으로 폭락하면서 부도자가 속출하고 있다. 신지도에서는 지난해 말이후 네집이 부도처리됐고 서너집이 경매로 나올 태세다. 2㎏짜리 광어는 마리당 5000원가량 손해보고 1만 500원이나 1만원에 넘긴다. 사료값을 아끼기 위해서다.8만마리 기르는데 한 달에 사료값 3600만원, 전기료 700만원, 영양제·어병 약품비·인건비(3명) 600만원 등 5000만원이 든다. 20∼50% 수입관세를 무는 중국산 농어는 ㎏에 5000원선이다. 완도지역 양식업자들이 중국으로 건너 가 기른 뒤 다시 들여오기도 한다. 수입된 농어와 점성어는 완도읍 내 농공단지 축양장에서 기른다. 지난해 완도항으로 수입된 중국산 활어는 1만 7000㎏. 농어·점성어·감성돔 순이다. 지지난해는 2만㎏ 넘게 들어왔다. 반면 완도군 노화읍은 대박을 터트린 전복 양식장으로 유명하다. 미역과 다시마 등 전복 먹이를 직접 기르는 복합양식으로 생산원가를 줄였고 남들보다 먼저 시작해 성공했다. 지난해 노화읍 내 830㏊에서 400억원을 벌어들였다. 미라리 마을에서만 150억원을 벌었다. 미라리 최운재(45) 자율어촌계장은 “92년 전복 시험양식을 거쳐 97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갔고 지금은 70가구가 호당 연 평균 3억원을 번다.”고 말했다. 글 완도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기고] 어획량 제한 어종 확대해야/ 김영규 국립수산과학원 원장 최근 우리나라의 수산자원은 지속적인 생산을 위협할 정도로 자원이 크게 줄고 있는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어획물의 구성도 고급어종에서 저급어종으로 바뀌고 각 어종의 미성어 어획비율도 증가하는 등 생태적으로 불안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수산자원 회복정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정부뿐만 아니라 과학자, 업계, 어업인 등 수산관련분야에 종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과학자들은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자원을 보다 정확히 진단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자원조사전용선 등을 이용해 주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자원조사를 하고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또 주요 어종들에 대한 정확한 자원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산란, 성숙, 성장, 분포 이동 등 자원생태학적 변동요인 역시 주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어업인 스스로 자원을 이용하고 관리하는 자율관리어업체제의 확산을 유도하고, 현재 고등어 등 9개 어종에 대해 실시하고 있는 총허용어획량 대상 어종을 연차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수산자원보호를 위한 법령, 규제 등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하며, 수산자원관리법 같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법령제정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 과다사용 어구수를 제한하고 어구의 실명제를 적극 시행해야 한다. 생분해성어구, 치어탈출장치 등 환경친화적이고 자원관리형의 어구를 어업인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적극적인 자원조성을 위해서 생태학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우량품종인 수산종묘의 연구개발 및 환경보전을 위한 연안환경의 변화와 예측능력을 높이는 연구도 뒤따라야 한다. 황폐화되어 가는 연안어장에 대해서는 연안 해조장, 해중림의 조성, 종묘생산과 방류, 인공어초어장 조성 등을 통해 산란장과 성육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생활하수의 유입을 차단하는 하수처리종말처리 시설 등을 확충해 바다 오염을 최대한 막고 해상쓰레기 수거시설을 확대해 깨끗한 바다를 유지하는데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산자원을 이용하는 어업인들은 수산자원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 ‘우리 앞바다 자원은 내가 관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적극적이고 책임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 양식 성공사례 2題-경남 거제수협 김선기 조합장 “품종 선택만 잘하면 해외시장도 충분히 공략할 수 있습니다.” 경남 거제수협 김선기(42) 조합장은 내로라하는 어류양식업체 3개를 경영하면서 2000여 조합원의 소득증대를 책임지고 있는 최고경영자다. 김 조합장은 지난해 7월 아무도 생각지 못한 해삼 종묘생산에 성공, 이를 어민들의 소득증대로 연결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는 “해삼은 해저의 모래나 뻘 속에 포함된 유기물을 섭취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어느 해역에서도 양식이 가능하다.”며 “양식대체 품종으로 적격”이라고 강조했다.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떨어진 넙치·우럭 등을 대신할 경우 생산량 조절로 제값을 받을 수 있고,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해삼은 판매가 용이해 1석2조라는 것이다. 지난해 울진 어류센터로부터 종묘를 분양받은 ‘강도다리’도 ‘대박’이 예감된다. 곧 채란할 수 있어 종묘를 대량으로 생산할 채비도 갖췄다. 희귀종을 선호하는 중국 바이어들이 몸길이 5㎝를 기준으로 마리당 3달러에 사겠다며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6남매의 맏이로 5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그는 거제고를 졸업한 84년 피조개 양식에 손을 댔다가 실패하고,2년 후 우렁쉥이 종묘생산에 성공했다. 이를 발판으로 한창 인기를 끌던 넙치와 우럭 종묘를 생산, 히트를 쳤다. 그는 “대량생산의 ‘노하우’는 초기 먹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먹이의 영양과 양, 방법, 시기 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의 수산통계는 엉터리”라며 정확한 통계와 어자원 보호를 위해서는 수산물 ‘강제상장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임의상장제로는 집계가 제대로 될리 없고, 치어 남획을 막을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1차 산업도 하늘만 쳐다보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배우고 연구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 거제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양식 성공사례 2題-경북 경주시 감포읍 나정2리 아미노산이 풍부한 건강식품 참전복 등의 양식사업으로 ‘부자(富者) 어촌’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경북 경주시 감포읍 나정2리 어촌계. 이 마을은 지난 96년부터 황폐화된 마을어장을 새롭게 단장, 고부가 품종인 참전복을 비롯해 성게·미역·해삼 등을 대량 생산해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자연산 참전복 6.6t을 비롯해 미역 등 어패류 50여t을 생산,37명의 계원들이 가구당 27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마을어장의 연간 어업생산에 따른 어촌계원들의 수입은 50만원 정도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어촌계는 지난 10년 동안 스스로 어린 전복 100만 마리를 방류하는가 하면, 불가사리 등 어패류 해적생물 퇴치와 함께 오·폐수 수거작업 등을 꾸준히 벌여 왔다. 이른바 어촌계원들이 타율적 어업관리에서 벗어나 어장과 어자원을 직접 관리하는 ‘자율관리형 어업’을 추진해 왔다는 것이다. 2002년 전국 최우수 어촌계로 선정돼 해양수산부로부터 받은 사업비 10억원 전액도 양식장 개발사업에 투자했다. 아울러 매년 어촌계원들의 수익금 가운데 20%를 적립했다가 다시 어장에 투자하는 등 ‘기르는 어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어촌계는 이와 함께 양식장 개발과 관광기반 조성을 위해 1㏊의 먹이어장을 개발하고, 전복초를 이용한 양식 및 보라성게 채취 체험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최근 들어 나정2리 어촌계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서·남해 어민 등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신규섭(53) 나정2리 어촌계장은 “이런 추세라면 2007년쯤에는 가구당 4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어촌은 지금 구조조정중] ④연근해 어업 구조조정

    [어촌은 지금 구조조정중] ④연근해 어업 구조조정

    ■ 최저입찰제 도입… 어선감척 보상 ‘갈등’ 바다에는 지금 ‘사라호’보다 강력한 구조조정 태풍이 휘몰아 치고 있다. 50년 이상 ‘관행’을 이유로 지속된 싹쓸이 조업이 해경의 날선 단속으로 자취를 감추거나 꽁무니를 빼고 있다. 이와 맞물린 연·근해 어선 감척도 보상 액수와 범위로 폭풍전야다. 통상 10t이상인 근해어선은 지난해까지 보상이 마무리됐다. 문제는 국내 등록어선의 90%를 웃도는 10t미만의 연안어선을 정리하는 일이다. 다음달 말부터 보상에 들어간다. 전남은 전국 등록어선의 절반을 웃도는 3만 6898척이 있으며, 이 가운데 1000척을 2008년까지 줄인다. 지난해까지 485척을 줄였다. 이 가운데 근해어선이 127척, 연안어선이 160척이다. 전남 여수 국동항에서 만난 근해어선 선주 이관형(51)씨는 “10t짜리 근해유자망 보상가로 1억 6000만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5t짜리 5000만원 보상설… “부족” 하지만 연안어선은 대상자가 많고 예산이 부족하다. 전남도는 올해 134억원으로 124척을 보상한다. 어민들은 노령화와 채산성 악화 등을 이유로 감척보상 확대에 적극적이다. 여수시 화양면 용진어촌계장 채형채(54)씨는 “연안어선 5t짜리 보상가로 5000만원설이 나오지만 어가마다 4000만원이 넘는 빚이 있다.”며 “수협이 먼저 보상비를 챙기면 어민들은 배만 날리는 꼴”이라며 가슴을 친다. 이 마을 어민들은 최소한 8000만원을 요구했다. 현재 전국 어촌계는 1913개, 어촌계별로 1척씩 5000만원에 보상한다고 쳐도 950억원이 든다. 정부의 올 감척보상비는 470억원이다. 정부는 이번에 감척 보상가를 매기는 데 입찰제를 도입한다. 정부가 어선별·업종별 위판실적 평균가를 내 어업손실액(폐업)을 제시하면 어민들이 폐업 응찰가를 써내는 최저 입찰제 방식이다. ●입찰제 도입으로 보상금 줄까 걱정 하지만 어민들은 폐업액은 물론 어선·어구에 대한 감정평가액이 시가보다 턱없이 낮을 것을 우려한다. 1t짜리 연안낭장망배가 있는 임채운(57·전남 여수시 남면 송고리)씨는 “멸치와 새우만 잡아도 한해 7000만원 이상을 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어선정리에 따라 양식업과 관광업 등으로 업종 전환을 꾀하고 있다. 어민들도 감척보상 대가로 양식업 면허를 요구한다. 그러나 국내 양식장도 이미 포화상태다. 양식 어류는 수입량이 늘고 소비가 줄면서 설상가상이다. 전남 완도의 한 수입업자는 “중국산 점성어(점민어)는 ㎏당 5000∼6000원에 소매상에 넘긴다.”고 말했다. 완도 어류양식수협 관계자는 “국내 양식산인 광어는 ㎏당 1만원선에, 우럭은 500g당 1만 1000원선”이라고 밝혔다. 여수·완도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어선감척 후 대안은-값싼 중국산 공세에 양식업도 위기 정부가 어선 감척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양식업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어민들에게는 녹록지가 않다.‘대박’보다는 ‘쪽박’이 될 확률이 훨씬 더 높다는 게 양식업자들의 주장이다. 지금 국내 어류와 패류, 해조류 등 3대 양식업은 총체적인 위기다. 경기침체로 횟감 소비량이 크게 줄면서 어류 양식업자들이 빚더미에서 허우적거린다. 값싼 중국산의 공세에 국내 양식업이 송두리째 거덜날 상황이다. 지난해 전남지역 수산물 생산량(68만t)만 보더라도 양식업이 53만t(79.4%)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고기잡이로는 14만t(20.6%)에 그쳤다. 지금 국내 양식업 중 그래도 목돈이 되는 것은 전복이다.3년가량 키워 ㎏당 5만원 이상이면 남는데 지금 6만원선을 웃돌고 있다. 하지만 전복도 3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최대 전복 양식장이 있는 전남 완도군. 지난해 2400가구가 2463㏊에서 1270t을 생산해 670억원을 벌었다. 김종식 완도군수는 “완도군에서는 지난 3년 동안 단 한 건도 신규로 전복양식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며 “지금 시설로도 포화상태인데 이제 시작한다면 내다 팔 때쯤에는 공급 과잉이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또 굴이나 홍합 등 패류는 생산량에 비해 소비량이 뒷받침해 주질 못한다. 김·톳·다시마 등 해조류는 젊은층이 외면하면서 소비량이 급감, 어민들 사이에서는 사양업종으로 인식된다. 한창 미역을 출하중인 완도군 금일읍 하화전 안정길(50)씨는 “지난해 양식 미역을 ㎏당 80∼100원에 팔았는데 올해는 홍수출하로 40∼50원이라도 공장에 넘긴다.”고 말했다. 가장 문제는 어류양식장이다. 한마디로 풍전등화다. 어민들은 해놓은 시설물을 놀릴 수 없어 고기를 넣는다고들 스스로 비하한다. 심하게 말하면 어류 양식업자 열에 다섯은 신용불량자 신세다. 국내산에 비해 절반 값도 안 되는 중국산 점민어를 비롯해 농어 등이 시장을 석권하면서부터다. 지난해 중국산 활어 수입량은 2만 3000t(940억원)으로 집계됐다. 육상 축양장은 열에 아홉 곳은 광어를 기른다.2002년부터 “광어 기르면 돈 번다.”는 소문에 엄청난 시설자금을 들여 앞다퉈 뛰어들었다.3년이 지난 지금 공급과다와 소비 급감으로 광어는 판로가 막혔다. 양식어민들은 한 푼이라도 사료값을 줄이기 위해 생산원가도 안 되는 값에 앞다퉈 출혈판매 중이다. 축양장에서 만난 직원 이일주(35·완도군 신지면 동고리)씨는 “광어는 ㎏당 생산원가가 1만 5000원인데 1만원에 팔고 있으니 마리당 5000원을 손해보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나마 바다 가두리에서 키우는 우럭은 지난해 태풍과 중국에서 수입량이 줄면서 값을 물고 있다. 박홍광(65·여수시 남면 화태도)씨는 “우럭은 물량이 달려 500g에 1만 1000원을 넘고 있어 그나마 괜찮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로 홍해삼과 청해삼 양식에 성공한 김용덕(38·완도군 완도읍 군내리)씨는 주위에서 성공한 양식어민으로 통한다. 양식장 400여평에서 해삼 130만마리를 부화시켜 연간 2억원 벌이를 한다. 그러나 김씨는 “다시마와 미역 등 사료를 직접 길러 전복을 기른다. 전기료와 기자재, 시설비 소모품비 등으로 연간 8000만원이 들어가고 재투자비를 제하고 나면 손에 쥐는 건 사실상 2000만∼3000만원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돈을 벌려면 전복과 미역 등을 함께 기르거나 종묘를 직접 생산하는 복합양식밖에 없지만 어민들에게는 기술력 때문에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완도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바뀐 위판장 풍경 위판장이고 시장이고 펄떡거리는 쓸 만한 자연산 활어는 이제 ‘천연기념물’쯤으로 치부된다.99%가 국내외 양식산으로 자리바꿈됐다. 전국에서 하루 2000여명이 찾는다는 활어 판매 전문인 전남 여수 남산시장. 수족관에서 양식농어를 꺼내 바쁜 손놀림을 하던 순천횟집 여주인 기은정(49)씨는 “여그와서 자연산 찾으먼 바보라고. 인자 손님들도 국내산 양식을 선호한당게.”라고 웃었다. 위판장도 1995년을 정점으로 가파른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바다에 고기가 없다 보니 고깃배가 크게 줄었다. 여수를 상징하던 안강망배(돔·농어·조기잡이배)는 160척에서 지금은 26척만 남아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8일 새벽 4시 여수 중앙시장. 고테구리 단속 이전 발디딜 틈이 없이 붐비던 경매시장이었으나 상인과 어민 등 합쳐봐야 50명 남짓이다. 여수시 남면 서고지 양식장에서 들어온 값싼 양식 숭어 수백마리가 시장바닥에 널부러져 그나마 고기맛(?)을 불어넣었다. 어른 팔뚝만 한 게 마리당 1700∼2000원이다.8년째라는 강종남(42·여수시 중앙동) 경매사는 “고테구리 단속 이후 사실 경매 물량이 없다.5t 미만 채낚기로 잡은 돔이나 농어 몇 마리가 보다시피 전부”라고 말했다. 활어가 사라진 자리는 냉동처리된 수입산 상자로 채워졌다. 병어·민어·삼치·갈치·명태·가오리·도다리는 상자당 3만∼4만원선에 낙찰됐다. 양태·서대·민어·조기도 80% 정도는 중국산이었다. 한 아주머니는 “갈치는 요즘 독도를 들먹거리는 일본 것인디. 안 먹어야 한디, 고기가 있어야제….”라면서 갈치 상자를 끌고 갔다. 같은 날 새벽 5시30분. 국동 여수수협내 위판장. 소흑산도와 동지나해 등에서 조업 보름 만에 들어 온 안강망과 저인망 등 중선배 4척이 냉동 고기상자 3000여개를 토해냈다. 입찰자 200여명, 트럭 10여대가 있었지만 위판장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요즘 동지나해에서 잘 잡힌다는 조기와 아귀가 위판장을 점령하다시피 했다. 조기는 상자당 10만원, 젓갈을 담그는 송어는 3만원. 양식장 사료로 쓰이는 조기 새끼인 깡다리는 위판장에 못 들어오고 산더미처럼 밖에 쌓아뒀다. 동이 훤히 틀 때쯤 대여섯 번 위판장소를 옮겨가던 경매는 싱겁게 끝이 났다. 수협위판장 김향모(55·여수시 신월동) 경매실장은 “올 들어 위판장 반입량도 지난해 대비 2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95년까지만 해도 이곳 하루 위판량은 10만 상자. 연간 위판액이 1800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800억원대로 곤두박질쳤다고 한다. 경매사들은 “고기가 적어 흥이 나질 않는다.”고 푸념이다. 여수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어촌은 지금 구조조정중] ③반발하는 어민들

    [어촌은 지금 구조조정중] ③반발하는 어민들

    어민들은 고테구리 어업이 불법이지만 수십년 넘게 생계를 유지해온 생업인데 정부가 전업 등에 필요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주지 않고 막무가내로 단속만 해 살 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어민들은 전업을 하거나 자구책으로 영어조합설립과 수산양식장 조성, 조업구역 확대, 어업허가권 변경 등 정부 지원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지역 어민들은 수자원 보호를 위해 고테구리업을 포기하고 전업을 고려하고 있으나 해안쓰레기 수거와 같은 생계지원 사업이 극히 형식적이고, 전업자금 지원 역시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전국어민총연합 전 회장 정남준(69 부산 서구 암남동)씨는 “부산은 주로 통발업 허가를 갖고 있는데 이 방법으로는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며 “부산앞바다 실정에 맞는 연승업으로 허가를 바꿔줄 것”을 주문했다. 경남 통영지역 어민들은 영어조합 법인을 구성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사천지역 어민들은 수산양식장 및 어장 피해의 주범으로 떠오른 불가사리 퇴치를 위한 퇴비공장과 대형양식장 면허를 각각 희망하고 있다. 이들은 사업비의 일부를 자신들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전남 지역 어민들은 어선과 어구에 대해서만 보상키로 한 정부방안에 강력하게 반발해오다 최근에는 감척 배에 대해 시가수준으로의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또 ▲새우조망허가 및 조업구역 확대▲인공어초 사후관리사업 용역을 영어조합법인에 발주▲현재 10t 미만인 낚시어선을 20t 미만으로 상향 조정해줄 것과 실뱀장어 안강망어업을 끌망어업으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어민 총연합회 여수지구회 이영춘(51·여수시 돌산읍 우두리)회장은 “소형기선저인망 어선을 갖고 있는 어민들은 위판실적이 없어 일반감척 보상기준처럼 3년치 어업손실을 받을 수 없다.”며 “감척 대상 어선에 대해 시가대로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800여척의 소형기선저인망이 있는 전남 여수지역은 관광낚시어선, 체험관광단지 개발, 수산물 가공공장 유치, 관광숙박시설 확대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정부의 차별화 정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부산 다대어민회 박상규(55)회장은 “고테구리가 불법어업이지만 어민들은 정부의 묵인아래 생계를 유지해 왔는데 어느날 갑자기 배를 뺏는 것처럼 정리해서는 안 된다.”며 “어민들이 전업을 준비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뒤틀린 ‘활어회 문화’ 불법어로 부채질 전남 여수시내 어느 횟집과 식당에서도 세코시(뼈코시)가 나온다. 세코시는 아직 덜 자란 어른 손바닥만한 도다리·노래미·광어·돔·농어·숭어 등을 뼈째로 썬 것. 된장이나 초장에 찍어 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진하게 배어나와 술 안주로 그만이다. 활어회보다 값이 싸고 “믿고 자연산을 먹는다.”며 애주가들이 즐겨 찾는다. 일부 양식장에서 빠져 나온 돌돔이나 도다리 새끼도 있지만 세코시 재료는 자연산으로 보면 맞다. 여수시청 앞 횟집의 남자 주인은 “요즘 고테구리 단속으로 수족관에 고기가 없을 정도여서 값이 큰폭으로 올랐다.”며 “하지만 우리 집은 자연산 아니면 취급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집에서는 도다리 세코시를 1인분에 3만원 받다가 물량이 달리는 바람에 얼마 전부터 4만원으로 33%나 올렸다. 자연산 치어를 선호하는 뒤틀린 활어회 문화가 귀중한 어족자원의 남획을 부추기고 있다. 수요만 있다면 공급은 물불을 안 가리기 마련. 산란기인 금어기에 연안으로 모여드는 어린 고기는 표적 대상이다. 소형기선저인망뿐 아니라 연안에서 조업이 금지된 대형기선저인망과 트롤어선 등도 가세해 1㎝ 이하 치어까지 모조리 쓸어담고 있다. 이들과 연계해 ‘자연산’ 치어만을 전문으로 식당이나 횟집, 회센터에 공급하는 중간상들은 점조직으로 활동한다. 고테구리로 모아 온 치어 운반선을 인적이 뜸한 곳에 대고 활어차로 옮긴다. 좀 크다 싶으면 횟집으로 넘기고 더 작은 것은 양식장으로 넘기기 때문에 이문이 쏠쏠한 편이다. 이런 까닭에 살벌한 단속에도 “돈이 된다.”며 불법조업이 기승을 부린다. 적발된 어선의 절반 가까이가 소형기선저인망이다. 목포해경 직원은 “지난해 뜰망으로 치어만을 잡은 어부를 잡아 여죄를 추궁했더니 100번 이상 조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고테구리 조업은 첩보작전을 방불케 한다. 무전기 이용은 기본이고 바람 부는 밤에 어로작업을 하는 것이 철칙이다. 특히 도피로 확보와 판매망 점조직은 안전판 역할을 한다. 잡혀서 벌금을 무느니 그물을 끊고 삼십육계 줄행랑을 놓고 새 그물을 사는 게 오히려 더 싸다는 얘기다. 전남도청 단속직원은 “지난해 말 여수와 고흥반도 사이에서 고테구리 배를 적발했다.”며 “그러나 바람이 세고 날이 어두워 단속선에서 보트를 내려 쫓아가니 양식장 사이로 달아나 버렸다.”고 털어놨다. 수백만원 벌금을 물게 된 김모(56)씨는 “고테구리로 잡은 고기를 트럭으로 옮겨 싣다가 대기중이던 해경에 적발됐다.”며 자신의 재수없음을 탓했다. 여수해경 관계자는 “육지에서 적발하는 경우는 십중팔구 어민들이 신고한 덕분”이라고 어민들의 신고를 당부한다. 안강망 선장 김모(50대 초반)씨는 “조업을 마치고 들어오는데 완도 청산도 근방에서 고테구리 배들이 단속망을 피하면서 조업하는 무전 내용을 여러번 엿들었다.”고 귀띔했다. 여수시내 몇몇 횟집 주인들은 “병어나 삼치·농어·돔 등은 냉동했다가 회로 치거나 이를 냉장고에서 숙성하면 육질이 쫄깃쫄깃해진다.”며 “선어회가 활어회보다는 깊은 맛이 더 난다.”고 강조했다. 생선회의 원조격인 일본에서도 활어보다는 선어회를 즐긴다고 하는데 우리들만 유달리 활어회를 고집하고 있다. 여수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정영훈 해양부 어업지도과장 해양수산부 정영훈 어업지도과장은 소형기선저인망어선(일명 고테구리) 정리특별법 시행과 관련,“어장을 보호하고 영세어민도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면서 “지원금 수준 등은 전문가·어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특별법이 제정된 배경은. -고테구리 어업은 허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배를 사들여 정리하려는 것이다. 고테구리 어업을 금지한 수산업법에 따라 단속하다 보니 영세어민들이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반발도 컸다. 이에 따라 특별법을 통해 정부 예산으로 어민들의 배를 사들이고 이들의 어업활동을 지원하게 된 것이다. 어민들은 보상가가 낮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데, 보완할 점은 없는가. -처음에는 배만 감정가만큼 보상하려고 했지만 입법과정에서 어민들의 의견을 반영, 어업허가 폐지에 따른 지원금을 최고 2000만원까지 더 주게 된 것이다.5t짜리 배의 경우 배 감정가 2000만원에 지원금 2000만원까지 최고 4000만원을 받는다. 배를 정부에 팔지 않고 보유하면서 합법어업으로 전업할 경우 5000만원까지 융자해준다. 또 고테구리 어업을 못하게 된 어민들이 해안 쓰레기수거사업에 참여하면 1인당 하루 3만원씩 준다. 특별법에 따른 보상금은 전문가와 어민 대다수가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물론 일부 불만이 있을 수 있다. 예산이 없어 5년간 연차 정리할 경우 완전 근절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예산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나. -5년 한시법이지만 올 4월부터 1년간 신청을 받기 때문에 1년내 대부분 정리가 될 것이다. 폐기처리 등 사후관리를 위해 5년이란 시한을 둔 것이다. 올해는 기존 예산 전용을 통해 집행하고 내년에는 국회에서 새 예산안에 반영할 것이기 때문에 예산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 지자체와의 예산 분담비율 문제는 현재 협의 중으로, 사업 수행을 위해 원만히 해결될 것이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고테구리어업 소굴’ 오명 듣던 부산 다대포 얼마전까지만 해도 불법어로인 고테구리어업의 소굴이라는 오명을 들었던 부산 사하구 다대동 다대포 연안. 지난해 8월 정부의 소형기선저인망(고테구리)에 대한 단속이 실시된 이후 된서리를 맞았다. 전성기(?)였던 지난 1995,96년도에는 고테구리 어업에 종사하던 배만 무려 400여척에 달했을 정도로 다대포는 불법어업의 전진기지로 이름을 떨쳤다. 당시 부산 미식가들에게는 ‘자연산 활어를 맛보려면 다대포로 가라.’ 는 말이 돌 정도로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귀한 자연산 고기가 넘쳐나는 등 불법어획물이 판을 쳤다. 횟집들도 ‘자연산 전문 취급’이라는 글귀를 내걸고 손님을 끌어왔다. 특히 겨울철이면 불법으로 잡은 ‘돌가자미회’맛을 보기 위해 먼 외지에서도 손님이 끊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 97년 IMF(국제통화기금)체제로 경기가 나빠지고 단속이 강화되자 고테구리업도 서서히 사양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현재는 전성기때의 4분의 1수준인 99척이 남아 있으나 이중 일부만 허가를 받은 자망업을 할 뿐 거의 다 배를 매달아 놓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어민 오학갑(47·부산 사하구 다대동)씨는 “바다에 고기가 나지 않아 정상적인 조업으로는 고기가 안 잡힌다.”며 “기름값과 인건비 빼고 나면 적자.”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어민들 대부분은 이곳보다 다소 사정이 나은 포항, 울산 등 외지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주인 잃은 텅빈 배들만이 정리될 날만 기다리고 있다. 횟집들도 덩달아 타격을 입고 있다. 장사가 안돼 문을 닫는 업소가 여러곳 생겨나는 등 지역 경제도 꽁꽁 얼어붙었다. 양식활어는 집 가까운 횟집에서도 손쉽게 먹을 수 있어 구태여 멀리 다대포까지 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곳 S횟집 주인 김모(48)씨는 “경기불황 등 여파도 크지만 자연산 횟감의 공급 감소로 인해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어촌은 지금 구조조정중] ①어장 황폐화 주범 고테구리

    [어촌은 지금 구조조정중] ①어장 황폐화 주범 고테구리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해양수산부에서 어선감척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연안어선은 90년대 중반부터 실시됐으며 어장황폐화를 가져온 소형기선저인망어선에 대해서는 이달부터 본격적인 단속과 함께 정리에 들어갔다.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는 어천을 다섯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어장 황폐화를 가져온 소형기선저인망어업은 속칭 고테구리로 불린다. 일제때 우리나라 연안에서 일본인들이 자행한 어법으로 광복이후 국내 어민들도 도입했다. 당시는 무동력이어서 어자원을 고갈시킬 정도는 아니었지만 동력선이 등장하면서 어업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시켰다. 1953년 수산업법이 제정되면서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연안에서의 조업이 금지됐으나 50년이 넘도록 쉬 근절되지 않고 있다. ●전남 1815척… 절반넘어 해양수산부가 소형기선저인망어선 정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조사한 결과 국내 고테구리어선은 3586척. 지역별로는 전남이 1815척(50.6%)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경남((726척)·전북(656척) 등 순이며, 경기에는 단 한척뿐이다. 대부분 어업허가를 갖고 고테구리어업을 하고 있으며, 무허가 어선은 499척에 불과하다. 고테구리 어선들은 경남 홍도 및 남해 세존도, 전남 소리도와 백도주변 해역, 서해안은 전북 위도와 어청도사이 해역을 훑고 다닌다. 지난해 8월 이후 단속이 강화되면서 일부는 제주근해까지 내려가 조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남도 김상옥 어업지도계장은 “도내에 선적을 둔 10t급 고테구리 10여척이 추자도 근해에서 조업한다는 첩보를 입수했지만 꼬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요즘은 주로 야간이나 새벽에 조업하면서 단속을 피하고 있지만 종전에는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버젓이 조업했다.30∼50척씩 선단을 이뤄 조업하다 단속에 조직적으로 맞서거나 예사로 단속 공무원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어업지도선 고의로 들이받기도 지난해 8월 전북 군산 앞바다에서 불법어업을 단속하던 공무원이 폭행을 당했고,2003년 2월에는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고테구리 어선을 적발한 공무원 3명이 어민 김모(42)씨가 휘두른 흉기에 부상을 입었다. 또 지난해 6월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어업지도선이 고테구리선을 적발, 선원을 검거하려고 하자 인근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 27척이 몰려 방해했다. 고테구리 어선이 어업지도선을 에워싼 채 1척이 돌진, 선박을 파손시켰으며, 다음날에는 여수지역 어민들이 여수신항에 정박 중인 어업지도선을 국동항으로 강제예인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고테구리는 지난 9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 전 해역에서 성행했으나 동해안과 제주해역에서는 7∼8년 전쯤 근절됐다.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해안에서는 여전히 고테구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어업에 대한 당국의 단속은 미온적이었고, 처벌이 가벼웠기 때문이었다. 지역경제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에 반짝 단속에 그쳤고, 지난 96년이후 연간 3000여건이 적발되지만 생계형 범죄라는 이유로 벌금형으로 선처,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해양부는 지난해 8월부터 법무부와 검찰, 해양경찰청, 행정자치부 및 지자체 등과 합동으로 불법어업은 물론 불법어획물 유통에 대해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고테구리 조업은 강력한 단속에 크게 위축됐지만 불법조업은 여전하다. 지난달 29일 자망어선 선주 유모(54)씨와 통발어선 선장 제모(51)씨가 고테구리 어업을 하다 통영해경에 긴급체포됐다. ●연안 어업소득의 1.5배 달해 어민들이 고테구리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은 손쉽게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고테구리 어선의 연간 소득은 2500만∼6500만원으로 여타 연안어업에 비해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어민회 총연합 김인규 의장은 “수입이 얼마인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한달에 15일정도 조업하는 것으로 보고 판단하라.”며 정확한 수입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관계 공무원들은 부부가 조업하는 3∼5t어선의 경우 한번 조업으로 30만원정도 벌어 기름값 등 경비 10만원을 제하고도 20만원쯤 남긴다고 설명했다.10t이상 대형은 이보다 훨씬 높다. 선원 3명이 4∼5일 조업으로 400만∼500만원을 거뜬히 번다는 것이다. 고테구리 그물에 걸리는 어류는 고급 횟감인 넙치와 돔을 비롯, 새우 문어 등 저서어종. 자연산 선호풍조에 따라 활어는 부르는 게 값이다. 아울러 몸길이 2∼3㎝정도의 치어는 가두리양식장에 넘길 수 있어 판매도 손쉽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고테구리 어업이란 소형기선저인망어업인 고테구리(小手繰)는 주로 20t 미만의 소형어선을 이용, 바다 밑바닥을 그물로 끌어 고기를 잡는 저인망 어업을 일컫는다. 고테구리 어업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25∼30㎜ 크기의 촘촘한 그물망코로 만들어진 어구를 사용, 치어부터 성어까지 온갖 어종을 싹슬이해 자원을 고갈시키기 때문이다. 고테구리는 일제시대때 우리나라 수역에서 불법으로 고기를 잡던 일본 기선저인망 어업이 그 유래다. 당시만 하더라도 조그만 목선인 무동력선을 이용하고 어구나 고기잡이 기술이 원시적인 수준이어서 그다지 문제가되지 않았는데, 광복이후 사회 질서가 혼란한 틈을 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정부는 고테구리 어업을 막고 수산자원 보호 등을 위해 1953년 연안수역에서의 기선저인망 영업을 금지시키는 수산업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정부가 1965년 한·일어업협정때 일본으로부터 지원받은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어민들을 지원하자 일부 어민들이 동력선을 구입, 고테구리 어업에 나서는 등 한때 전국적으로 그 규모가 5000척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어업방법은 비교적 단순하다. 어선 한척이 자루모양의 그물을 로프로 연결해 바닥을 끌면서 고기를 잡는데 어구 입구를 넓힐 수 있는 전개판(展開板)을 달고 있어 어획량이 다른 어업에 비해 월등히 높다. 특히 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어구 끝부분에 자루를 매달아 놓아 치어의 남획은 물론, 어구가 바다 밑바닥을 끌게 돼 생태계를 파괴시켜 연안 어족자원의 씨를 말리는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바다청소선 ‘환경1호’ 홍기주 선장 양식장이 늘고 대형그물 사용 횟수가 증가하면서 바닷속이 쓰레기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해양부는 지난해 조사한 국내 10대 어장의 쓰레기 양은 2만t이고 연안어장으로 확대하면 40만t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수거실적은 2678t이고 이중 폐어망이 2400t에 그쳤다. 올해 정화 사업비는 지난해와 같은 100억원이 책정됐다. 한국해양오염방제조합 소속으로 전남도 내 바다 청소선인 환경 1호(120t급) 선장 홍기주(55)씨는 34년차 선장이다. 유령어업이 무엇인가. -폐그물이 올라올 때면 주렁주렁 걸려 죽은 썩은 고기들의 냄새로 코를 들지 못할 정도로 악취가 심하다. 작은 고기나 게 등이 폐그물에 걸리면 이를 잡아먹으려는 좀 더 큰 고기가 순차적으로 걸려들어 죽어간다. 이를 어민들이 유령어업이라 부른다. 폐그물에 한 번 걸리면 절대 빠져나갈 수가 없다. 불법어구량은. -지난해 여수 관내 거문도 나로도 일대에서만 폐어구와 폐기계 등 800t을 건져 올렸다. 수백년이 가도 썩지 않는다는 양식장에서 버린 10여m짜리 굵은 동앗줄과 여기에 끼어둔 고무, 태풍에 떠밀려 온 그물량이 엄청나다. 또 게나 낚지·문어 등이 들어가는 폐통발이 가장 많다는 게 문제다. 삼중자망은 길이가 200m 폭 20m도 넘는다. 농어잡는 유자망, 피조개와 새조개 채묘틀 그물 등 가지가지다. 단속이 강화되면서 새 그물도 적잖게 올라온다. 아마 달아나면서 잘라버린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작업하나. -한국해양기술원이 음파탐사기로 쓰레기 지점을 파악하거나 어민들 신고로 잠수부가 확인한 뒤 작업에 들어간다. 양식장과 어장이 형성된 곳에 쓰레기도 많다. 지형적으로 완도군과 신안군 해역은 섬으로 둘러싸여 조류의 흐름이 약해 쓰레기가 더 많다. 한 지역에서 3∼4개월씩 작업한다. 수심 7∼40m에 쇠갈고리를 던져 넣어 배를 끌면서 쇠줄로 감아 올린다. 길이 40m 폭 30m 짜리 그물이면 20t도 넘는다. 그물이 바닥 70㎝ 이상 박혀 있다가 배가 끌면서 튕겨 나와 100t이 넘는 배가 기우뚱할 때면 아찔하다. 그물이 크고 엉켜 있다 보면 2∼3일 동안 끌고 다니다 잠수부가 줄을 잘라 올리기도 한다. 이 쓰레기는 바지선으로 옮겨져 운반·처리된다. 여수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5)통영의 해양문화와 굴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5)통영의 해양문화와 굴

    국방, 예술, 수산, 관광, 생태. 이 복잡하고 동거가 불가능해 보이는 항목들이 한 동네에 밀집된 곳을 한 곳만 들라면 나는 주저없이 남해안 통영을 꼽겠다. 무언가 하나쯤이 돋보이는 바닷가는 많지만, 통영같이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곳이 또 있을까. 이름하여 ‘조선의 나폴리’. 섬과 섬이 꼬리를 문 한려수도의 미려한 절경이 펼쳐진 가운데 하얀 집들이 초록빛 바다색과 어우러지고, 비구름이 섬 봉우리를 감싸도는 풍광은 가히 ‘조선의 나폴리’란 별칭이 어울릴 만하다. 솔직히 말한다면 ‘이탈리아의 통영’이란 표현이 오히려 걸맞을 것 같기도 한 곳. ●군사와 예술이 묘하게 어우러진 곳 그래선지 예술가들이 유난히 많이 배출된 곳이기도 하다. 윤이상 김상옥 박경리 유치환. 그들의 고향도 통영이다. 임진왜란의 엄혹했던 시절,‘지고도 이긴 그 전쟁’을 상징하는 세병관이 있는 곳인가 하면, 코 앞에 한산도가 있어 당대의 피어린 해전을 돌이켜보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다 보니 승전무 같은 ‘국방예술’을 비롯, 나전칠기, 통영갓, 소목, 두석 같은 수공업이 발달했다.1604년 통제영이 이곳으로 옮겨 오면서 육방이 설치돼 군수품·관수품·민수품 등 다양한 수공예품이 생산되었다. 통영오광대, 남해안별신굿 같은 국가 중요무형문화재가 가장 많이 밀집된 곳 또한 통영이다. 군사와 예술이라는, 언뜻 서로 조화될 것 같지 않은 양자가 절묘하게 결합해 예부터 예향의 본거지로 꼽혔다. 세계 해전사에 빛나는 한산대첩도 기실 어부 김천손의 첩보에 힘입은 것이었다. 숱하게 왜구에 시달려 온 이곳 어부들은 평소에는 고기를 잡지만 유사시에는 전선에 배치돼 그들을 물리치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순신의 전략가적 자질을 과소평가할 수 없지만 그 바탕에 어부들의 숨은 공로가 있음은 무엇을 말하는가. 통영 사람들은 배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방이 바다인 곳에서 살아 바다생활에 체화되었기 때문이다. 태평양 팔라우제도의 원주민들을 보면 그들이 천부적인 뱃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작은 배로 망망대해를 용하게도 떠다닌다. 자잘한 다도해의 섬 사이를 누비면서 거칠 것 없이 달리고, 맘 먹은 곳에 닻을 내리고, 정확하게 낚시를 던진다. 해저 지형은 물론이고 조류, 어종, 바람, 암초 등 선대에게 배우고 스스로 체득한 온갖 바다정보를 유전인자처럼 내장하고 바다삶을 살아가고 있다. 통영사람들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 바다를 마당 삼아 살아온 덕분에 왜병을 물리치는 든든한 파수 역할을 해낼 수 있었으리라. 이순신이 새삼 강조되는 시대에, 그 이순신을 가능하게 한 인적 토대로서 바다사람들의 삶을 한번쯤 진지하게 되돌아 봐야 하지 않을까. ●왜란 때 통신수단으로 사용… ‘충무 방패연’ 통영의 삼덕포구, 한산도, 사량도, 견내량, 적덕, 착량, 걸망포 등은 당시 승첩의 현장이거나 함대의 병참·기항지로 제 역할을 다한 곳들이다. 전쟁이 끝나면서 지금의 통영땅 전신인 두룡포에 경상·전라·충청도 3도의 수군을 관장하는 삼도수군통제영이 옮겨오게 된다. 두룡포기사비문에 ‘서쪽으로는 판데목에 의지하고 동으로는 견내량을 끌고 있으며, 남으로는 큰바다와 통하고 북으로는 육지와 이어져 있어 깊어도 구석지지 않고 얕아도 드러나지 않아 진실로 수륙의 형세가 국방의 요충’이라 하였다. 말하자면 임진왜란이란 미증유의 전란을 겪으면서 국가적으로 건설된 계획적인 군사도시가 곧 통영이니, 그로부터 일제에 의해 통제영이 철폐될 때까지 300여년간 지속되면서 독특한 해양문화를 형성해 온 셈이다. 돌이켜 보면 ‘상처입은 용’ 윤이상 선생이 애타게 보고싶어 하던 고향도 바로 통영의 푸른 바다였다. 그는 루이제 린저와의 대담에서도 ‘보고 싶은 고향땅 쪽빛 바다’를 애달프게 증언하지 않았던가. 그는 아마 꿈 속에서 훨훨 날아오르는 유명한 ‘충무 방패연’을 상상했을 것이다. 내륙지방에서 만든 한지 반장짜리 연과 달리 바람이 센 바닷가 통영의 연은 대문짝만 하게 만들었다. 임진왜란 때 통신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유서깊은 그 연 아닌가. 그 연에 날지 못한 윤이상 선생의 비원이 서려 있는 듯하다. ‘통영문화의 지킴이’ 김세윤 문화원장은 “윤이상 선생이 통영에서 살 적만 해도 국악을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며 통영의 문화적 환경을 설명한다. 그의 음악에서 한국적 정서를 읽을 수 있다면 이는 전적으로 고향 바닷가에서 싹 틔우고, 배불린 것이리라. 그는 “통영이 예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통제영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활발한 수산업에 기반한 물적 토대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향’ 만들어낸 또 다른 공신, 굴 옳은 말이다. 수많은 통영의 예술인이 외국 유학을 떠날 수 있는 배경에는 수산업으로 형성된 진취적 기질과 풍요가 바탕이 된 셈이다. 이렇듯 통영의 역사와 문화라는 것도 모두 어업에 종사하며 삶을 일궈 온 통영 사람들만의 독특한 삶의 방식이 배태한 것 아니겠는가. 그들이 전통시대의 뛰어난 해군이자 노련한 어민들이었다는 사실이 곧 이곳의 역사이자 문화인 셈이다. 오늘날의 통영 어업을 이해하려면 통영항에 위치한 ‘굴수하식수산업협동조합’이란 다소 긴 이름의 조합을 찾아가야 한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굴의 80%가 이 조합에서 생산되고 있으니 굴이 없다면 통영경제도 사실상 ‘끝’이며, 도시의 소비자들도 굴 대신 금을 먹는 게 더 쉬울지도 모른다. 굴껍데기를 까는 여성 노동력, 굴 양식에 필요한 자재를 공급하고 판매하는 이들, 굴을 조리해 파는 음식점까지 모두 포함한다면 무려 4만여명이 굴에 생계를 의지하고 있다. 그만큼 굴은 통영 경제에 절대적이다. 20대에 굴조합에 뛰어들어 30년이 넘는 세월을 오로지 굴 하나에 바친 이 조합 이종훈 전무를 만났다. 그에 따르면 굴은 바위에 붙어사는 바위굴, 그리고 줄에 매달아서 물 속에 드리워 키우는 수하식 굴로 나누는데, 바위굴은 전체 생산량의 10%도 안 된다.90%의 굴이 수하식이다. 그런데 그 수하식을 사람들은 ‘양식’이라고 ‘오해’한다. 굴은 엄밀하게 말해 양식이 없다. 긴 줄에 수직으로 매달아 키워낼 뿐 인공 먹이를 주거나 하는 따위의 양식과는 전혀 다르다. 굴은 양식어류와 달리 제공하는 사료가 아닌 자연 플랑크톤을 먹고 성장한다는 아주 간단한 상식을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 한국인의 수산물 선호도는 높아가지만, 정작 수산물 이해도는 아직 낮다. 굴에 대해서도 엄청난 오해를 갖고 있지 않은가. 이곳에서도 처음에는 일본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맹종죽을 이용한 뗏목식 시설을 도입했다. 그러나 비싼 대나무값 때문에 물 속에 줄을 드리워 굴을 매다는 연승로프식인 수하식을 개발했다. 한국 굴의 대부분이 자라는 통영, 거제, 고성, 여수 바닷가에 둥둥 떠있는 긴 줄과 부표들이 바로 수하식 굴밭의 표지판이다.“수하식은 바다면적을 늘리는 일대 전환으로, 오늘날 우리가 이만큼 싸게 좋은 굴을 섭취할 수 있는 것도 전적으로 수하식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FDA도 인정한 통영의 굴 한국인들은 전통적으로 바위에 붙은 작은 굴, 즉 석화를 선호한다. 반면에 알이 큰 수하식 굴은 상대적으로 낮게 친다. 바위굴은 썰물 때 성장을 멈추는 반면 수하식굴은 항상 물 속에 잠겨 있어 물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성장한다. 이런 이치를 아는 외국에서는 그래서 우리와 달리 수하식 굴을 더 위로 친다. 실제로 미국 FDA는 매년 조사관을 파견해 통영, 고성, 여수, 고흥, 거제 일대의 굴밭을 샅샅이 조사한다. 미국은 물론 EU 및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수입식품으로 인한 자국민의 공중보건상의 위해를 차단하기 위해 자국으로 수입되는 수산물에 대하여 수출국이 그 위생상태를 보장하여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며 이렇게 현지조사를 벌이고 있으니, 그들의 검증이 곧 상품의 보증이기도 하다. FDA는 고흥, 여수, 남해, 통영, 거제, 고성 등의 남해안 일대를 수출용 패류생산 지정해역으로 설정, 엄정한 검사기준을 적용해 수입을 허가하고 있다. 말하자면, 까다로운 선진 외국에서 그 청정성을 인정해 사들이는 굴이 이곳 남해안의 수하식 굴이며, 국내 소비량도 90% 이상을 이곳에서 공급한다. 한려수도가 한국 최고의 청정해역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씨알 작은 자연산 굴이 아무래도 좋다.”는 오해로는 더 이상 우리의 식탁 안전과 소비량, 낮은 가격 등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이곳에서는 오후 6시면 전국 유일의 굴공판장이 열린다. 저마다 자신들이 생산한 굴을 박스에 담아 낸다. 굴조합 엄철규 과장은 “생산자들의 이름이 모두 등록되며, 같은 굴이라도 실명제로 체크되어 가격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고 설명한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굴이 클수록 비싸다. 이곳에서는 ‘벗굴’이라고 부르는, 크기가 주먹만 한 굴을 접시에 올려놓고 칼로 썰어먹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가 선호하는 ‘쪼잔한 굴’은 상품으로 치지도 않는다. 알이 꽉 차서 영양가가 오를대로 오른 큰 굴이 그들의 기호에 어울린다고 믿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예전에 먹던 식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해 전국 생산량의 10%에도 못미치는 바위굴을 선호한다. 사실 바위굴 중에는 깨끗한 곳에서 나는 것도 있지만 갯가의 오염된 환경에서 채취되기도 해 식탁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일도 없지 않다. 한국인의 보수성과 과거 집착은 굴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거기에서 비롯된 온갖 편견과 오해가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회는 물론 전, 찜, 튀김, 구이, 국이나 죽, 밥, 젓 등 세기조차 어려운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굴은 그저 날로 먹는 것으로만 아는 실정이다. 중국에서 선호하는 굴은 말린 건굴이며, 미국인들은 통조림문화에 길들여져 면실유로 만든 통조림을 수입해 간다. 반면 우리는 이만큼 다양한 굴음식을 향유하고 있으니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그럼에도 우리의 인식은 이렇듯 보수적이다. 술꾼들 해장용으로 선짓국, 콩나물국 등은 알려졌지만 굴국은 아는 사람조차 드물다. ●철마가 새끼치고, 돌계집은 노래하고 통영을 떠나오면서 습관처럼 미륵섬 미륵사를 찾았다. 조계종 초대 종정이었던 효봉선사가 창건한 절이다. 그가 미륵섬에 온 것은 한국전쟁 때. 도솔암에서 도솔선원을 차려 문제(門弟)들을 거느리고 선정(禪定)에 들었다. 아름다운 다도해에 고즈넉하게 자리잡아 미래사라는 현판을 걸었으니, 그도 미륵의 당래하생을 염원했던 것일까. 미래사 입구에 세운 효봉 스님 비문에 담긴 화두를 떠올린다.‘천지가 뒤바뀌고, 철마가 새끼치며, 돌계집은 노래하고, 나무장승 춤을 추다.’ 이 뒤집힘의 엄청난 미학까지 통영 바닷가에서 배우고 온다.
  • 산나물 대량생산 길 트였다

    발아와 이식이 어려워 인공재배가 불가능했던 산나물 종자를 인공 발아시킬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산나물 대량재배의 길이 열였다. 1일 강원도 농업기술원 산채시험장에 따르면 온도와 습도조절 등 생육조건에 맞는 특수처리를 통해 음나무를 비롯한 어수리, 누룩치 등의 종자를 인공발아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재배가 어려워 자연산에만 의존하던 산채들은 대부분이 비싼값에 팔리고 있다. 이번 발아기술 개발로 획기적인 농가소득증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누룩치의 경우 서식조건이 까다롭고, 야생 누룩치를 포장에 심는다 해도 생존율이 거의 없어 인공재배가 불가능했다. 보통 재래시장에서 18∼20g 상당의 잎 1개가 1000원을 호가하고 있다. 음나무나 어수리 역시 땅에 파종할 경우 발아율이 너무 낮아 재배가 힘들었지만 비닐하우스에서 섭씨 5∼15도의 변온처리나 5도의 항온처리 등 온도와 습도 조절로 80%이상의 발아율을 보이고 있다. 산채시험장은 재배 가능한 산채 중에서도 장기적인 발아기간을 필요로 하는 30여종의 산채 역시 이같은 방법으로 종자를 인공 발아시킬 경우 발아기간이 짧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산채시험장 김종환계장은 “연구사업 후 남는 소량을 농가에 직접 공급하기에는 수량에 한계가 있는 만큼 농민들에게 재배기술 등을 확대 보급하는 교육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이집이 맛있대] 제주시 신제주 ‘꽃게마을’

    [이집이 맛있대] 제주시 신제주 ‘꽃게마을’

    왕게(kingcrab)찜이 맛있는 계절이다. 암컷이 4∼5월이면 알을 낳게 돼 지금이야말로 알이 밴 상태가 그만이고, 인절미처럼 쫄깃쫄깃한 육질 맛도 제철이다. 제주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5분거리에 있는 제주시 신제주 구 신한백화점 뒤편에 있는 ‘꽃게마을’에 가면 왕게찜의 참맛을 즐길 수 있다. 수컷 킹크랩은 이등변 삼각형, 암컷은 원형에 가깝다. 이 집에서는 게의 본맛을 즐기게 하기 위해 살아있는 킹크랩을 바로 삶는다. 물에 적당히 불을 조절하면서 두번 삶아 내온다. 채반 위에 풍성히 쌓여 게 특유의 냄새를 풍기는 킹크랩찜과 수북한 알덩어리는 보기만 해도 침이 저절로 고인다. 다리살은 맨 끝마디를 부러뜨린 후 당기면 살 전체가 통째로 빠져 나온다. 다리를 가위로 세로로 길게 잘라 포크로 꺼내 먹어도 재미있다. 게의 껍질에 담아내는 비빔밥도 맛있다. 껍질의 밥과 참기름, 깨, 김, 쪽파와 비빈 후 다시 몸통에 담아낸 비빔밥은 조개국물과 같이 먹으면 더 맛있다. 말만 잘하면 자연산 미역에 성게를 얹어 왕게찜과 함께 먹는 호강도 누릴 수 있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seoul.co.kr
  • [이집이 맛있대] 광주 금호동 ‘갯마을’

    [이집이 맛있대] 광주 금호동 ‘갯마을’

    보통 장어류는 고단백의 강정식품에 속한다. 뱀장어, 참장어, 갯장어, 붕장어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중 붕장어는 연안에서 서식하며 사시사철 대량으로 잡힌다. 굳이 양식할 이유도 없어 시중에 유통되는 것은 대부분 자연산이다. 맛과 영양은 어느 장어류에 뒤지지 않으면서도 가격은 싼 편이다. 지방에 따라 갯장어나 참장어 등으로 불리기도 하며,‘아나고’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 ‘갯마을’(주인 김원탁·58)에 가면 다양한 붕장어 요리를 즐길 수 있다. 그중 숯불구이는 아무 데서나 맛볼 수 없는 별미다. 붕장어 요리는 담백한 맛 때문에 회나 탕으로 인기가 높지만 민물 뱀장어처럼 구워내는 곳은 드물다. 이 음식점에서는 1㎏ 안팎(어른 팔뚝 굵기)의 장어를 손질한 뒤 3∼4㎝ 크기로 잘라 숯불에 굽는다. 왕소금을 뿌려 굽는 소금구이, 뼈를 발라내지 않는 통구이, 양념구이 등이 있다. 장어 몸체가 노릇노릇할 정도로 익으면 파를 다져넣은 양념장에 찍거나 신선한 채소에 싸먹는다. 통통한 살점을 한입 넣고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더한다. 장어의 간과 내장도 곁들여 굽는다. 소주 안주로도 그만이다. 봄철 입맛을 돋우는 스태미나식으로 더욱 좋다. 밑반찬은 여주인 강순덕(52)씨의 손맛에서 우러난다. 주방장을 겸하고 있는 강씨는 고흥 등 전라도 해안지방에서 전해 내려온 무·물김치를 잘 담는다. 여름철에는 열무김치로 대신한다. 마른 학꽁치 무침도 감칠맛이 난다. 강씨는 “남해안 청정 해역에서 갓 잡아올린 붕장어를 원료로 쓰기 때문에 신선함이 구이 맛을 좌우한다.”며 “입맛이 떨어지기 쉬운 요즘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이집이 맛있대] 서울 마포 ‘목포세꼬시’

    [이집이 맛있대] 서울 마포 ‘목포세꼬시’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도 바닷가 같은 분위기에 젖어볼 수 있는 횟집이 있다. 서울 마포구 홀리데이인서울 뒤쪽 목포세꼬시는 어느 선창가의 인심이 좋은 부부가 하는 횟집처럼 허름한 분위기다. 어찌보면 선술집같은 느낌이지만 방송·연예인들의 서명이 벽에 가득할 만큼 소문났다. 목포세꼬시의 대표적인 메뉴는 잡어세꼬시. 뼈째 썰어 먹는 생선회인 세꼬시는 생선의 선도와 함께 조리사의 칼끝에서 한 맛이 더 난다. 주인 겸 조리사 이건영씨는 서울과 캐나다 토론토의 특급호텔 일식집에서 20년간 칼을 잡았다. 여기서 독립한 지는 6년째. 쓰는 생선은 계절마다 바뀌는데 모두 뼈째 쓰는 까닭으로 뼈가 지나치게 세지 않은 작은 생선을 쓴다. 요즘은 게르치·부세·줄돔·도다리·모치(숭어새끼) 등이 3종류 이상 나온다. 잡어는 모두 경남 삼천포항 등 남해안에서 가져온 자연산이다. 이집의 세꼬시는 씹는 맛이 약간 거친 듯 투박하다. 뼈를 아작아작 씹어보면 고소한 맛이 난다. 살집은 졸깃하면서 담백하다. 참치처럼 부드러운 듯 물컹한 맛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정도. 회를 한 접시 주문하면 개불과 해삼·오징어 등 곁들이는 음식도 푸짐하다. 깻잎·상추·당근 등 야채와 함께 나오는 호박고구마도 별미다. 산뜻하면서 시원한 미역국이 일품이다. 또 한가지는 홍어회. 주인 이씨는 “홍어는 국산이 아니라 중국산”이라고 솔직하게 인정한다. 국산은 귀하고 칠레산은 냉동인 반면 중국산은 싸게 생물로 들어오기 때문에 쓴단다. 국산이라고, 흑산도산이라고 주장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믿음이 간다. 삭힌 정도가 코를 뚫리게 할 정도로 강하진 않지만 혀끝은 톡 쏜다. 점심시간에 찾을 수 있는 메뉴는 생태찌개. 하얀 동태 속살이 풀리지 않고 그대로다. 온갖 야채를 많이 넣은 까닭에 맛이 담백하면서 시원하다. 고춧가루를 풀어 벌겋게 나온다. 생태찌개는 1인분을 팔지 않는 것이 흠이다. 글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잘먹고 잘사자]느껴봐~ 오!미자

    [잘먹고 잘사자]느껴봐~ 오!미자

    “시고, 달고, 맵고, 쓰고, 짜고….” 오미자(五味子)는 그 영롱한 색깔만큼이나 오묘한 맛이 일품이다. 다섯가지 맛이 오장육부에 작용해 각종 효능이 탁월한 신비의 생약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제대로 우려낸 오미자액은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선홍색을 띤다. 오미자액을 입에 머금으면 눈이 질끈 감기는 신맛이 온몸을 감싼다. 하지만 곧바로 달콤하면서 알싸하며 개운한 쓴맛이 뒤끝에 남는다. 오미자는 미나리아재비목 목련과의 낙엽성 덩굴식물로 우리나라 산지 경사면에 자생한다.5∼7월 황백색 꽃이 피고,9월쯤 지름 5∼7㎜의 진홍색 둥근 열매가 포도송이처럼 탐스럽게 맺는다. 잘 익은 이 열매를 검붉게 말린 것이 보통 가정에서 먹는 오미자다. 동의학 사전에는 오미자는 기와 폐를 보하고 기침과 갈증을 멈추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적고 있다. 헛땀을 막고 유정, 유뇨, 빈뇨를 없애주며 몸의 진액을 보충해 준다. 정신을 안정시켜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효과도 높다. 약리학적으로는 중추신경계 흥분작용, 피로회복 촉진, 심장혈관계통 기능회복, 혈압조절, 위액분비조절, 이담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래를 없애고 포도상구균, 이질균, 폐렴균 등을 억제하는 작용도 한다. 그러나 급성 기관지염 등 폐질환으로 체온이 상승할 때는 금하는 것이 좋다. 이같은 탁월한 효능 때문에 오미자는 웰빙시대의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 중국, 일본, 사할린 등지에도 분포되고 있지만 전북 장수산을 최고로 친다. 장수군은 해발 400m가 넘는 산간 고랭지로, 기후와 토질이 오미자 생산에 최적지이기 때문이다. 해발 700m가 넘는 남덕유산 자락에서 채취되는 자연산 오미자가 으뜸이다. 최근들어 재배기술이 발달해 무공해 청정지역인 ‘장수 오미자’는 자연산에 버금가는 약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수 오미자는 자생 군락지와 비슷한 환경인 해발 550∼740m 산자락에서 재배된다. 재배 면적은 111.7㏊로 전국 510㏊의 22%에 이른다. 장수읍 덕산리, 번암면 동화·지지리, 장계면 대곡리, 천천면 와룡리 등 산 좋고 물 맑은 군 전역에서 두루 생산된다. 이 지역은 연평균 기온이 10.6℃이고, 오미자 열매에 살이 오르는 7월 평균 기온이 23℃로 매우 알맞은 조건이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 오미자 고유의 맛과 향, 색깔이 뛰어나다. 장수군 농업기술센터 정석구 계장은 “장수 오미자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하는 친환경 건강식품으로 소비량이 계속 늘고 있다.”면서 “일조량이 풍부하고 유기물 함량이 많은 비옥한 토지에 아치형 재배법을 도입해 타지산보다 품질이 우수하다.”고 말했다. 오미자를 웰빙식품으로 즐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오미자차=생수 2000㏄에 오미자 10g을 넣고 밤새 우려낸 물에 한봉꿀을 넣어 마신다. ●피로회복=오미자 2g과 인삼 4g을 함께 넣어 차를 만들어 마신다. 오미자는 한번만 끓여내는 것이 좋다. ●기침·가래=오미자 8g, 도라지 10g을 물 500㏄에 넣어 50㏄씩 마신다. ●오미자술=소주 500㏄에 오미자 50g을 넣고 서늘한 곳에 두고 한번씩 흔들어준다.15일 정도 지나면 선홍색을 띤 오미자술이 된다. 장수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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