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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우! 과학] 구석기 인류 ‘식인’ 증거 발견...두개골은 그릇 사용

    [와우! 과학] 구석기 인류 ‘식인’ 증거 발견...두개골은 그릇 사용

    구석기 시대 인류가 식인(食人·cannibalism)을 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들이 무더기로 발견됐다.최근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 등 연구팀은 서메셋 지방의 고흐 동굴에서 발견한 유골들을 분석한 결과 명백한 식인의 증거들을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30년 전 처음 발굴된 이 인간의 뼈들은 약 1만 4700년 전 것으로 놀랍게도 이빨로 뜯어먹은 것은 물론 당시 도구로 살을 발라낸 흔적까지 드러났다. 특히 두개골의 경우 컵이나 그릇으로 사용하기 위해 도구로 가공된 흔적까지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당시 인류가 다른 인류를 식량으로 활용하고 해골 등 일부 남은 것은 그릇 등으로도 광범위하게 활용했다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     연구팀은 1만 4700년 전은 구석기시대 최후기인 마들렌기(Magdalenian) 단계로 이 시기 유럽에 살던 인류는 동굴에 모여 살면서 수렵과 채집은 물론 식인도 하며 살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를 이끈 실비아 벨로 박사는 "살을 발라내고 탈구시키고 뼈에 구멍을 내는 이같은 모습은 명백한 식인의 증거" 라면서 "다른 인류를 사냥해 먹었다기 보다는 가족 혹은 친척의 시신을 처리하는 장례의 풍습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뼈에서 살을 발라낸 흔적이 매우 꼼꼼하게 이루어졌으며 대부분 얼굴에 집중돼 있다" 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학술지 인간 진화(Human Evolution) 최신호에 게재됐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침팬지도 길 건널 때 ‘좌우’ 살핀다

    침팬지도 길 건널 때 ‘좌우’ 살핀다

    침팬지도 길을 건너기 전에 좌우를 살피는 행동을 하는 것이 연구로 밝혀졌다. 영국 과학전문 뉴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프랑스와 우간다의 영장류학자들이 침팬지 거의 대부분이 길을 건널 때 좌우를 살피는 행동을 보이는 것을 오랜 기간에 걸친 조사를 통해 확인했다. 연구팀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2년 5월 동안 우간다 키발레 국립공원에 있는 침팬지 서식 구역(Sebitoli)에서 고속도로를 건너는 침팬지 122마리를 영상 관찰한 결과를 분석한 결과, 90% 이상이 좌우를 살피고 길을 건너는 것을 밝혀냈다. 공개된 영상은 침팬지 4마리가 도로를 건너기 전 탐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선 무리의 우두머리인 수컷이 좌우를 살피며 빠르게 도로를 건너자 그 뒤를 따라 다른 2마리가 길을 건넌다. 그런데 아직 어린 침팬지 1마리가 겁을 먹었는지 길가에서 머뭇거린다. 가장 먼저 길을 건넜던 수컷은 맞은편에서 잠시 기다린다. 하지만 이 수컷은 어린 침팬지가 머뭇거리자 가야 할 길을 향해 나간다. 그러자 어린 침팬지는 마침내 무리를 따라 길을 건너는 데 성공한다. 연구를 이끈 파리국립자연사박물관의 영장류학 박사과정 마리 시보 연구원은 “우리는 침팬지가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보이는 행동을 처음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인류와 가장 가까운 동물 중 하나인 침팬지가 우리와 거의 다르지 않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것. 짜증을 내며 성질을 부리는 침팬지들도 지금까지 연구를 통해 뚜렷한 문화를 갖고 있고 심지어 재미로 퍼즐을 맞출 수 있는 것을 보여줬다. 또 일부 침팬지의 단기 기억력은 인간보다도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영장류 학회지인 미국영장류지(American Journal of Primatology) 4월 10일 자에 게재됐다. 사진=뉴사이언티스트/유튜브(https://youtu.be/f5Q0pWSeeZc)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한강서 죽은 채 발견된 멸종위기 쇠돌고래

    한강서 죽은 채 발견된 멸종위기 쇠돌고래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선유도공원 한강 선착장 인근에서 산책 중이던 함모씨가 발견해 소방당국에 신고한 돌고래. 이 돌고래는 길이 1m가량이며 국제멸종위기종인 쇠돌고래과 상괭이종으로 확인됐으나 부패가 심해 검안 뒤 폐기된다고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밝혔다. 한강에서는 2006년 4월 22일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 서래섬 인근에서 자연사한 상괭이가 처음 발견됐다. 한강사업본부 양화안내센터
  • 신화속 용이 현실로?...‘난쟁이 용’ 별명 신종 도마뱀 발견

    신화속 용이 현실로?...‘난쟁이 용’ 별명 신종 도마뱀 발견

    지구상에는 아직도 인류가 확인하지 못한 동물들이 많은 것 같다. 최근 페루와 에콰도르 공동 연구팀은 남미 안데스 산맥 속 숲에서 신종 도마뱀 3종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나무도마뱀(Enyalioides)에 속하는 이들 신종 도마뱀(학명· Enyalioides anisolepis, Enyalioides sophiarothschildae, Enyalioides altotambo)은 녹색과 적색 등의 색깔을 가져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며 '난쟁이 용'이라는 거창한 별칭도 얻었다. 이 도마뱀들을 발견해 신종으로 확인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후원을 받은 연구팀은 방대한 안데스 산맥의 자연 속을 수년 간 샅샅이 훑었다. 조사를 통해 연구팀은 새와 양서류를 포함한 대략 1500종의 척추동물을 분석했으며 이 과정에서 특이한 색깔과 비늘을 가진 도마뱀 3종을 발견했다. 이후 연구팀은 이 도마뱀들을 대상으로 DNA 분석을 실시해 최종적으로 신종 임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에콰도르 자연사박물관 오마르 토레스-카르바할 박사는 "최근 몇 년 사이 이 지역에서 신종 도마뱀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면서 "그만큼 안데스 산맥 지역이 지구의 생명 다양성을 보여주는 동물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고 밝혔다. 또한 연구팀은 왜 이 도마뱀에 난쟁이 용이라는 특별한 별칭을 붙였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토레스-카르바할 박사는 "거칠고 화려한 특징을 가진 이 도마뱀의 비늘 등 신화 속에 나오는 용의 묘사와 크기만 다를 뿐 외양이 비슷하기 때문" 이라면서 "아직 자연 속에는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수많은 동물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난쟁이 용’ 별명얻은 ‘신종 도마뱀’ 3종 남미서 발견

    ‘난쟁이 용’ 별명얻은 ‘신종 도마뱀’ 3종 남미서 발견

    지구상에는 아직도 인류가 확인하지 못한 동물들이 많은 것 같다. 최근 페루와 에콰도르 공동 연구팀은 남미 안데스 산맥 속 숲에서 신종 도마뱀 3종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나무도마뱀(Enyalioides)에 속하는 이들 신종 도마뱀(학명· Enyalioides anisolepis, Enyalioides sophiarothschildae, Enyalioides altotambo)은 녹색과 적색 등의 색깔을 가져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며 '난쟁이 용'이라는 거창한 별칭도 얻었다. 이 도마뱀들을 발견해 신종으로 확인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후원을 받은 연구팀은 방대한 안데스 산맥의 자연 속을 수년 간 샅샅이 훑었다. 조사를 통해 연구팀은 새와 양서류를 포함한 대략 1500종의 척추동물을 분석했으며 이 과정에서 특이한 색깔과 비늘을 가진 도마뱀 3종을 발견했다. 이후 연구팀은 이 도마뱀들을 대상으로 DNA 분석을 실시해 최종적으로 신종 임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에콰도르 자연사박물관 오마르 토레스-카르바할 박사는 "최근 몇 년 사이 이 지역에서 신종 도마뱀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면서 "그만큼 안데스 산맥 지역이 지구의 생명 다양성을 보여주는 동물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고 밝혔다. 또한 연구팀은 왜 이 도마뱀에 난쟁이 용이라는 특별한 별칭을 붙였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토레스-카르바할 박사는 "거칠고 화려한 특징을 가진 이 도마뱀의 비늘 등 신화 속에 나오는 용의 묘사와 크기만 다를 뿐 외양이 비슷하기 때문" 이라면서 "아직 자연 속에는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수많은 동물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파리 천국?...LA도심 ‘신종 30종’ 발견

    파리 천국?...LA도심 ‘신종 30종’ 발견

    생물학자들에게는 생명의 경이를 입증하는 놀라운 연구이지만, LA 시민에게는 상당히 불쾌할 수도 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LA에 있는 국립 자연사 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 of Los Angeles County (NHM))의 곤충학자인 에밀리 하톱(Emily Hartop)과 그 동료들은 LA 도시 지역에서 벼룩파리(Phoridae) 과에 속하는 파리 신종을 무려 30종이나 발견했다. 한 번의 연구로 신종을 이렇게 많이 발견한 것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점은 열대 우림이 아닌 도시 한복판에서 이런 연구 성과를 거뒀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바이오스캔 BioSCAN (Biodiversity Science: City and Nature)이라는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중 이와 같은 성과를 올렸다. 도시는 일반적으로 사람 이외의 생명체가 살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장소이다. 사실 종종 사람이 살기에도 너무 오염된 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도시에는 사람 이외의 생명체도 번성하고 있다. 비록 인간은 원하지 않지만 파리, 바퀴벌레, 모기, 쥐 등 각종 불청객이 인간의 박해(?)에도 불구하고 도시에서 번창하고 있다. 이렇듯 많은 개체 수가 번성한다면 이 지역 생태계는 매우 큰 생물학적 다양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생물학적 다양성은 얼마나 건강하고 생산적인 생태계인지 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아마존의 열대 우림에서는 한 그루의 나무에서조차 수많은 곤충이 서로 공존하면서 살고 있다. 이번 연구로 LA는 파리에 있어서만큼은 열대 우림에 맞먹는 생물학적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연구팀은 LA의 일반 가정집과 여러 장소에 자동화된 파리 포획 장치를 설치하고 3개월에 걸쳐 표본을 수집했다. 그리고 이들을 분석한 결과 무려 1만 종에 달하는 파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중 벼룩파리과 Megaselia 속에 속하는 파리 30종이 새롭게 발견된 것이다. 이와 같은 놀라운 생물 다양성은 LA 지역이 파리가 서식하기에 좋은 따뜻한 지역일 뿐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처럼 없어지지 않는 풍족한 식량 공급원이 존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 결과는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까지 크게 놀라게 했다. 바이오 스캔 연구의 책임자인 브라이언 브라운 박사(Dr. Brian Brown) 이렇게 도심 지역에서 이렇게 많은 신종이 발견된 것이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이 연구 결과는 곤충학자들에게는 경이로운 일이겠지만, LA 시민들과 이 지역 보건 당국에는 좋은 뉴스라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부분 파리들은 보기 흉한 것을 제외하면 해가 없지만, 일부는 질병을 옮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여전히 파리들이 번성하긴 하겠지만, 이들을 박멸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와우! 과학] 번창하는 파리?...LA도심서 ‘신종 30종’ 무더기 발견

    [와우! 과학] 번창하는 파리?...LA도심서 ‘신종 30종’ 무더기 발견

    생물학자들에게는 생명의 경이를 입증하는 놀라운 연구이지만, LA 시민에게는 상당히 불쾌할 수도 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LA에 있는 국립 자연사 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 of Los Angeles County (NHM))의 곤충학자인 에밀리 하톱(Emily Hartop)과 그 동료들은 LA 도시 지역에서 벼룩파리(Phoridae) 과에 속하는 파리 신종을 무려 30종이나 발견했다. 한 번의 연구로 신종을 이렇게 많이 발견한 것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점은 열대 우림이 아닌 도시 한복판에서 이런 연구 성과를 거뒀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바이오스캔 BioSCAN (Biodiversity Science: City and Nature)이라는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중 이와 같은 성과를 올렸다. 도시는 일반적으로 사람 이외의 생명체가 살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장소이다. 사실 종종 사람이 살기에도 너무 오염된 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도시에는 사람 이외의 생명체도 번성하고 있다. 비록 인간은 원하지 않지만 파리, 바퀴벌레, 모기, 쥐 등 각종 불청객이 인간의 박해(?)에도 불구하고 도시에서 번창하고 있다. 이렇듯 많은 개체 수가 번성한다면 이 지역 생태계는 매우 큰 생물학적 다양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생물학적 다양성은 얼마나 건강하고 생산적인 생태계인지 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아마존의 열대 우림에서는 한 그루의 나무에서조차 수많은 곤충이 서로 공존하면서 살고 있다. 이번 연구로 LA는 파리에 있어서만큼은 열대 우림에 맞먹는 생물학적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연구팀은 LA의 일반 가정집과 여러 장소에 자동화된 파리 포획 장치를 설치하고 3개월에 걸쳐 표본을 수집했다. 그리고 이들을 분석한 결과 무려 1만 종에 달하는 파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중 벼룩파리과 Megaselia 속에 속하는 파리 30종이 새롭게 발견된 것이다. 이와 같은 놀라운 생물 다양성은 LA 지역이 파리가 서식하기에 좋은 따뜻한 지역일 뿐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처럼 없어지지 않는 풍족한 식량 공급원이 존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 결과는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까지 크게 놀라게 했다. 바이오 스캔 연구의 책임자인 브라이언 브라운 박사(Dr. Brian Brown) 이렇게 도심 지역에서 이렇게 많은 신종이 발견된 것이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이 연구 결과는 곤충학자들에게는 경이로운 일이겠지만, LA 시민들과 이 지역 보건 당국에는 좋은 뉴스라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부분 파리들은 보기 흉한 것을 제외하면 해가 없지만, 일부는 질병을 옮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여전히 파리들이 번성하긴 하겠지만, 이들을 박멸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명인·명물을 찾아서] 강릉 경포호 가시연 습지

    [명인·명물을 찾아서] 강릉 경포호 가시연 습지

    반세기 동안 땅속에 묻혀 있던 강원 강릉 경포호 가시연 습지가 국내 최대 생태탐방 학습장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수천년 동안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 독특한 생태계를 간직한 경포호수 주변이 옛 모습을 되찾으며 생태탐방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수년 전까지 물 흐름이 막혀 악취를 풍기던 호수가 2013년부터 각종 동식물이 상존하는 최고의 생태탐방지역으로 재탄생되면서 주말이면 하루 3000~3500명의 탐방객들이 찾고 있다. 겨울이면 철새 탐조, 봄부터 가을까지는 각종 식물과 동물 관찰을 할 수 있도록 나무 데크와 흙길을 만들어 놓았다. 멸종 위기종인 가시연과 긴흑삼릉 서식이 확인되고 삵과 수달까지 발견되면서 탐방객들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습지 규모도 넓혀 가고 있다. 경포호수 1㎞ 안팎의 거리에 있는 경포천과 사천천, 순포호도 생태호수와 관광지로 만들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국내 최대 생태탐방 습지 명소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주변에는 경포대와 해운정 등 선조가 머물던 정자들이 곳곳에 있고 선교장과 허난설헌 생가, 녹색도시체험센터 등 볼거리와 체험할 곳이 줄줄이 있어 관광을 겸한 탐방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강릉시는 지금은 무료 탐방이 가능하지만 좀 더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뒤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전후해 영국 아룬델습지나 런던습지처럼 유료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박효재 강릉시 녹색도시과 담당은 “호수를 습지로 정비하고 개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희귀 동식물들의 서식이 확인되면서 전국에서 탐방객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경포호수는 1920년대까지만 해도 160만㎡ 면적에 둘레가 12㎞나 되는 큰 호수였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기수 지역에 파도와 모래에 의해 사구 둑이 만들어지면서 물을 담아두는 석호(潟湖)로 생성됐다. 호수는 4000여년 전 후기빙하기 해수면 상승과 파도에 의해 생겼다. 이후 해양생태계와 담수생태계가 공존하며 독특한 생태계를 꾸려 왔다. 장마나 홍수, 높은 파도에 의해 바다와 호수를 막고 있던 모래사구가 무너지는 갯터짐현상이 일어나면 담수생태계와 해양생태계가 교류하고 순환했다. 이 같은 현상으로 경포호수에 담겨 있던 높은 영양분의 민물이 바다로 나가면서 바다는 풍성한 플랑크톤으로 생명력이 왕성해졌다. 지난 수천년 동안 바다와 민물이 공존하며 다양한 생물들을 키워내 ‘자연생태계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톡톡히 해 온 셈이다. 더불어 석호의 퇴적층은 지난 수천년의 세월 동안 이 지역의 기후변화와 동식물상의 변화 등 지역의 자연사를 차곡차곡 간직한 ‘자연사 박물관’ 역할까지 하고 있다. 호수 주변 자연경관은 아름답고 수려해 옛 선인들은 이곳을 찾아와 자연을 노래하고 호연지기를 키웠다. 하지만 1960년대 새마을운동 바람이 불면서 식량 자급 증산으로 호수 생태계는 시련을 겪었다. 버려진 땅, 쓸모없는 땅으로 간주됐던 호수 주변의 습지는 개간을 통해 농경지로 탈바꿈됐다. 1970년대 초 호수로 유입되던 경포천과 안현천의 물길을 바다로 직접 돌림에 따라 1920년대에 비해 호수 규모가 절반으로 줄었다. 이런 영향 탓에 경포호는 유입 하천이 끊기고 바다로 통하는 물순환 고리마저 단절되면서 극심한 오염으로 몸살을 앓았다. 경포호는 악취 발생, 물고기 폐사 등 최악의 위기를 겪어야 했다. 주기적으로 오염된 호수 바닥 개흙을 걷어 내도 부패를 막지 못했다. 마침내 2000년대 초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경포호의 원형을 되찾고 기수 지역 생태계 복원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 경포호 생태 복원 사업의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 강릉시에서 2006년부터 추진해 온 경포 습지 복원 사업은 2009년 강릉 경포 지역이 정부의 저탄소녹색시범도시로 선정되면서 탄력을 받아 2012년 말 완료됐다. 처음 1단계는 경포호수 수질을 정화하기 위해 호수 주변에 수생식물을 심은 9641㎡ 규모의 여과지를 두는 소규모 사업으로 출발했다. 이후 2단계로 호수 하구에 방치된 폐양식장을 활용해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물길을 터 주는 2만 9960㎡ 규모의 습지생태원을 만들었다. 민물과 바닷물이 다시 교류하면서 사라졌던 가시고기가 돌아오고 생태계가 살아났다. 이곳에는 나무 데크를 이용한 생태탐방로와 조류 관찰 오두막, 기수 생태학습장을 뒀다. 3단계로 27만 3515㎡ 넓이에 만들어진 가시연습지 조성이 가장 큰 사업이었다. 농경지로 개간됐던 지역을 상류 택지 개발에 따른 홍수 유수지 기능과 생태습지 역할을 위해 만든 것이다. 조성 과정에서 1960년대 이전까지 이곳에 자생하던 가시연이 발견됐고 발아에 성공하면서 일대 습지는 아예 가시연 습지 지대로 만들어졌다. 연잎에 가시가 돋는 가시연은 환경부 멸종 위기 2급으로 분류될 만큼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식물로 특별 재배, 관리되고 있다. 또 지난해 이곳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서식하는 멸종 위기 수생식물인 긴흑삼릉까지 발견돼 가치를 더하고 있다. 생태가 살아나면서 이곳을 찾는 생물들도 급격히 늘고 있다. 쇠뜸부기사촌, 물꿩, 호사도요 등의 조류가 발견되는가 하면 사라졌던 큰 가시고기가 나타났고 수달과 삵 등의 포유류도 서식하는 곳으로 변모했다. 호수에서 상류로 이어지는 경포천 주변도 연계해 습지 등으로의 조성이 한창이다. 조선시대 전통 한옥인 선교장 인근까지 하천 폭을 넓혀 나룻배를 띄워 관광상품화하는 고향의 강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미 사업을 끝낸 유천 생태저류지의 경우 저류지와 함께 갈수기에 바닥이 드러나는 곳을 봄에는 유채꽃밭으로, 가을에는 코스모스꽃밭으로 가꿔 또 다른 볼거리를 만들었다. 경포호수 북쪽에 있는 사천천, 순포호 주변 농경지와 묵은 논 16만여㎡를 내년까지 정비하고 생태하천으로 복원해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경포 지역은 깨끗한 바닷가의 명성에 이어 대규모 생태 체험, 호수변에 2013년 국내 처음 자연에너지 체험 장소로 설립된 녹색도시체험센터, 각종 정자, 선교장, 허난설헌 생가 등 문화 유적까지 어우러져 생태를 겸한 전국 최고의 관광 명소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조영각 강릉시 녹색도시과 생태습지계장은 “생태해설사까지 9명을 두고 전국 최고의 생태습지탐방지로 만들겠다”면서 “살아나는 경포호 주변 습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영국 등 선진 습지처럼 유료화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강릉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생방송 중 리포터 귀에 알 낳고 도망치는 나방

    생방송 중 리포터 귀에 알 낳고 도망치는 나방

    박물관에서 뉴스를 전하던 리포터가 나방에게 테러(?)를 당했다. 25일(현지시간) 허핑턴포스트 영국판은 최근 미국 폭스뉴스5 리포터 밥 버나드(Bob Barnard)가 워싱턴DC의 자연사박물관에서 나방 관련 뉴스를 보도하던 중 거대 나방이 귀에 알을 산란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영상에는 나방관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아프리카 거대 나방인 달 나방(Moon Moth )을 어깨 위에 얹고 박물관 직원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담겨 있다. 잠시 후, 나방관 한편에 마련된 꽃밭의 나방과 나비들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사이, 달 나방이 밥의 귀로 기어 올라간다. 곧이어 박물관 직원이 알에서 깨어나온 애벌레가 나방과 나비가 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설명이 끝나자 밥이 거대한 나방을 귀에 붙인 채로 나방관을 방문했을 때 꼭 봐야 하는 나방이나 나비에 관해 묻는다. 직원의 친절한 설명이 이어지고 뉴스는 끝난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 방송이 나간 직후, 밥 버나드는 달 나방이 자신의 귀에 두 개의 알을 낳았다고 트위터에 사진과 함께 글을 남겼다. 아프리카 거대 나방인 달 나방의 산란 장면이 고스란히 생중계된 셈이다. 사진·영상= Bob Barnard Twitter / GALAXY youtube 손진호 기자 nasturu@seoul.co.kr
  • 일일 유동인구 3만명 특급 상권 ‘세종비즈니스센터’ 분양

    일일 유동인구 3만명 특급 상권 ‘세종비즈니스센터’ 분양

    정부세종청사 바로 앞에 위치한 세종비즈니스센터가 일일 유동인구 3만명 이상의 특급 상권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의 테헤란로’라 불리는 가름로 대로변에 위치한 초대형 오피스 상가 ‘세종비즈니스센터(SBC)’는 지난해 11월 분양을 개시한 이래 메이저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입점 문의가 쇄도하는 등 분양 열기가 고조되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2016년 9월 준공 예정인 세종비즈니스센터는 대지 2,793평에 지하3층, 지상6층 규모의 건물로 1~3층은 상가, 3~6층은 오피스로 구성되어 있다. 세종비즈니스센터가 위치한 세종시 1-5 생활권 C50 블럭은 인근에 36개 행정기관과 국책연구단지 20곳 등 상당수의 정부산하기관이 자리잡고 있다. 도로 5분 거리 내에 호수공원과 정부세종청사도 위치해 있다. 상주근무인원만 1만3,000여명에 이르는 데다, 주변 오피스텔 2,500세대도 배후수요로 끌어들일 수 있어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가까운 거리에 국가기록박물관, 자연사박물관, 디자인미술관, 도시건축박물관, 디지털문화유산상영관 등 5개의 박물관단지가 조성되면 세종비즈니스센터 일대는 유동인구 일일 3만명 이상에 이르는 특급 상권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처럼 미래가치가 높은 곳이지만 세종비즈니스센터는 주변보다 오히려 시세가 저렴한 편이다. 1층 기준 평당 500~800만원 가량 시세가 낮은 상황이어서 저렴하게 상가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세종비즈니스센터 분양 담당자는 “세종비즈니스센터는 인근 주변상가에 비해 20% 이상 저렴한 합리적인 분양가로 상가투자를 할 수 있다”며 “향후 미래성장가치가 높은 만큼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계약금 10%만 납입하면 중도금 40% 전액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상가 분양과 관련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세종시 대평동에 위치한 홍보전시관이나 상가문의 전화(1899-1222)를 이용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올라! 쿠바 개방시대로] 美와 관계 정상화 이후 제2 혁명

    [올라! 쿠바 개방시대로] 美와 관계 정상화 이후 제2 혁명

    “택시 타시겠어요?” “우리 택시 타세요. 다양한 종류의 택시 중 고를 수 있어요.” 지난 12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 국제공항에 내려 입국장을 빠져나오자 현지인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기자를 서로 택시에 태우려고 경쟁을 벌였다. 15년째 회사 택시 기사를 하고 있다는 한 쿠바인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발표 이후 관광객이 꽤 늘어난 것 같긴 한데 아직 미국인들은 본격적으로 오지 않고 있다”며 “관광객이 늘면서 나처럼 회사 택시가 아니라 자영업 택시가 늘어나 경쟁이 심하다”고 말했다. ●50년 넘은 캐딜락 택시… 시내 곳곳서 관광객 잡기 아바나는 이른바 ‘택시의 천국’이었다. 특히 1950년대 생산된 캐딜락·크라이슬러 컨버터블 등 골동품 자동차가 다양한 색깔을 뽐내며 관광객을 태우고 거리를 질주했다. 미국의 금수 조치 후 자동차 수입이 제한되면서 오래된 자동차들이 부품을 겨우 구해 수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 부품은 한국 현대, 일본 미쓰비시 제품을 쓰고 있다. 기자가 머문 코파카바나 호텔 등 숙박시설과 식당, 바 등이 즐비한 거리는 저녁이 되니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호텔은 모두 국영이지만 민박집과 식당, 바 등은 상당수가 민영화돼 자영업자들에 의해 운영된다. 인근 환전소는 달러·유로 등을 외국인용 쿠바 화폐(CUC)로 바꾸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국영 환전소는 모두 환율이 같았지만 몇몇 쿠바인들이 기자에게 다가와 ‘환전 골목’을 알려주며 우대 환율을 제시하기도 했다. 환전소 관계자는 “외국인용 CUC와 일반인용 화폐(CUP)를 통합하는 화폐 개혁 작업이 진행 중인데, CUC 대 CUP가 1 대 24로 너무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최근 CUP 단위를 올린 큰 지폐가 등장했다”고 귀띔했다. ●성조기 옷 입은 종업원… 가게 벽엔 자유의 여신상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한 고급 식당은 피아노 연주와 함께 찰리 채플린 주연 무성 영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지난해 2층짜리 주택을 개조해 식당을 차렸다는 주인은 “자영업 허용으로 식당과 민박, 택시 등 관광객용 돈벌이가 이뤄지고 있지만 밀려드는 관광객을 감당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식당 옆 젊은이들로 가득 찬 바에는 어두운 조명 속에 미국 성조기가 그려진 옷을 입은 종업원들과 자유의 여신상 벽화가 눈에 띄었다. 이튿날 찾은 아바나 혁명광장과 독립영웅 호세 마르티 기념탑 인근에도 형형색색 택시를 타고 온 관광객들로 가득 찼다. 유럽에서 온 부부는 “쿠바 여행은 두 번째다. 미국과 수교하기 전 모습을 보고 싶어 다시 왔다”고 말했다. 센트로 아바나 지역에 위치한 옛 국회의사당도 관광객들의 눈길을 끈다. 미 의회의사당과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1929년 지어져 1959년 혁명 직전까지 의회로 쓰이다가 국립자연사박물관으로 바뀐 이 건물은 연내 의회 재입주를 목표로 개·보수가 한창이었다. 한·쿠바교류협회 정호현 쿠바지사 실장은 “옛 국회의사당 건물은 미 의회의사당 건물보다 조금 더 크게 지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역사적인 건물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맞춰 되살아난 셈이다. 글 사진 아바나(쿠바)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42. 시동생과 함께 남편 살해한 17세 신부의 패륜 [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42. 시동생과 함께 남편 살해한 17세 신부의 패륜 [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사람이 대체 어느 정도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끔찍한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보험금을 노려 두 명의 남편과 시어머니를 독극물로 살해하고 자기 친딸까지 희생시키려 한 40대 주부가 온 국민을 전율케 했습니다. 그렇다면 아래의 남편 살인 사건은 어떻습니까. 1970년 여름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악녀와 시동생의 범행 일지입니다. ▒▒▒▒▒▒▒▒▒▒▒▒▒▒▒▒▒▒▒▒▒▒ [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42. 시동생과 함께 남편 살해한 17세 신부의 패륜 (선데이서울 1970년 7월 2일자) 너무도 끔찍한 사건이 충남 금산의 어떤 외딴집에서 일어났다. 17세 짜리 형수와 19세 시동생이 28세의 친형을 살해하고 시신 옆에서 또 한번 불륜의 정을 통했다. 형수는 결혼 1개월도 못되어 시동생과 패륜에 빠지고 넉달만에 남편을 살해한 뒤 보따리를 들고 줄행랑을 쳤다가 드디어 쇠고랑을 차고 말았다. 가난한 신혼에 짜증내자 그때마다 시동생이 위로 김모(17)양은 전북에서 태어나 어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서모(庶母·아버지의 첩) 밑에서 자랐다. 3년 전부터 전주, 광주 등지에서 식모살이를 해오던 김양은 서모도 세상을 떠나자 식모살이를 청산하고 지난 1월 서외삼촌인 전모(38)씨의 금산 집으로 갔다. 이것이 비극의 출발점이었다. 전씨는 2월 초 같은 마을에 사는 박모(28)씨와 생질녀 김양의 혼담을 진행시켰다. “두 집이 가난하니 서로 결혼시켜 알뜰히 살도록 해주자”고 했다. 혼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돼 박씨와 김양은 2월 24일 약혼식을, 이틀 뒤인 26일 결혼식을 올렸다. 김양이 금산으로 온 지 1개월여만이었다. 신랑 박씨는 입이 딱 벌어지게 좋았다. 젊은 신부에 마음이 온통 쏠려 3만원의 이잣돈과 장리쌀 2가마를 누이 박모(32) 여인을 통해 얻어 동네사람들과 가까운 친척들을 불러 결혼식을 올렸다. 가난한 살림에 신혼여행을 갈 수 없었던 부부는 신랑집인 마을 맨끝 산마루집 흙담 2간의 아랫방에 신방을 차렸다. “내 비록 국민학교(초등학교)조차 못 나오고 가난하지만 몸뚱이 하나는 튼튼해. 젊은 몸뚱이니까 밥은 안 굶겨. 당신만은 꼭 행복하게 해줄게….” “재미있게 한번 살아보자고요. 저도 객지에서 식모살이 하다가 이렇게 시집을 오니 참 재미있고 즐겁네요.” 그런데 열일곱살 마누라는 싫증을 너무 빨리 느꼈다. 주된 이유는 남편이 촌스럽다는 것. 재산이라고는 겨우 인삼밭 3간(약 50평) 밖에 없고 남의 땅을 소작하고 있는 박씨. 게다가 남편은 왜 이렇게 촌스럽게 생겼는지. TV도 없고 전화도 없고. 도시에서 잘 사는 집 식모살이를 해봤던 김양은 시골에서의 이런 신혼생활에 며칠 못가 염증이 나고 말았다. 눈에 찰 것이 하나도 없었다. 결혼 10일이 지날 무렵부터는 남편에게 “촌사람 같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털어놓았고 이는 부부싸움으로 이어졌다. 그럴 때마다 시동생인 박모(19)군이 자기보다 두 살 어린 형수를 위로하며 싸움을 말리곤 했다. 패륜은 우연히 시작되고 현장들키자 살해를 공모 결혼하고 만 1개월에서 하루가 모자라는 지난 3월 25일. 아침부터 사소한 일로 김양과 박씨는 언쟁을 했다. 박씨는 집을 나가 마을로 갔고, 홀로 있는 시어머니 홍모(51) 여인과 13살 된 시누이는 인삼밭에 가고 없었다. 오후 4시쯤. 그날따라 봄 기운은 고사하고 매섭게 추운 날씨였다. 시어머니와 남편을 비롯한 다섯 식구 중 세 명이 집을 나가고 나니 남은 것은 두 살 차이 나는 형수와 시동생뿐. 김양이 부엌일을 끝내고 박군이 누워있는 이불 속으로 몸을 녹이려 파고든 것이 불륜의 출발점이었다. 갑작스럽게 형수의 온기를 느낀 박군은 참을 수 없는 충동에 형수를 부둥켜안았고, 김양도 순식간에 시동생에게 몸을 맡겼다. 남편에 불만이 있는 데다 박군이 항상 자기 편에서 두둔을 해주곤 했기에 호감이 가던 중 연령으로도 10여살 위인 남편보다 홀가분한 시동생의 품에 손쉽게 파고들고 말았다. 불륜은 거의 매일 같이 계속됐다. 식구들이 일하러 가거나 마을을 간 틈을 타 벼락같이 진행됐다. 이들은 남의 눈을 두려워할 겨를도 없이 인삼밭이 띄엄띄엄 있는 뒷산으로까지 장소를 옮겨 가며 불륜행각을 이어갔다. 그러던 지난 6월 5일 새벽 4시쯤. 논물을 보러 남편이 집을 나간 사이 시동생과 함께 어울리고 있다가 그 사이에 돌아온 남편에게 2개월 10일간이나 비밀리에 지속해 온 부정의 현장을 들키고 말았다. 그때부터 가정불화는 한층 심해졌다. ‘겨우 빚까지 얻어 맞아들인 아내를 쫓아버리자니 가난한 살림에 새로 장가를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남편 박씨의 고민은 깊어갔다. 결국 박씨는 부인과 함께 딴 집으로 이사를 나가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이사 준비를 서둘렀다. 하지만 김양의 생각은 달랐다. 부정이 탄로난 그날부터 남편을 살해할 결심을 하고 그 방법만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시동생과도 머리를 맞댔다. 결국 형수는 시동생을 시켜 금산 장날인 6월 12일 읍내에서 15원을 주고 극약 한알을 사도록 했다. 이어 15일 남의 집 모내기를 하고 막걸리 두어잔을 먹고 울적해진 박씨는 같은 마을에 있는 누나네 집을 찾아가 “내일 방을 얻어 이사를 갈 테니 독 2개와 잔그릇 몇개만 장만해 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그날 자정 무렵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약 30분뒤 아내가 갖다주는 극약이 든 냉수를 아무 의심없이 벌컥벌컥 들이킨 박씨. 고통에 몸부림치는 형의 머리를 동생은 미리 준비한 몽둥이로 힘차게 내리쳤다. 박씨는 그 자리에서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한채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날 밤 시어머니는 13세 된 딸과 인삼밭을 지키러 나가고 없었다. 죽여놓고 자연사를 위장 장례 치르고 도망쳤으나 박씨를 살해한 이들은 자연사를 가장하기 위해 시신을 마당으로 굴러뜨려 얼굴에 상처를 입게 한 뒤 다시 방으로 끌어들이는 등 잔인한 살인 연극을 꾸몄다. 박군은 16일 새벽 4시 30분쯤 동이 트자 같은 마을에 살고있는 누이집으로 달려가 “형이 소변보러 간다고 밖에 나가다가 넘어져 죽었다”고 태연히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누나가 허겁지겁 뛰어왔지만 동생은 이미 뻣뻣한 시신이 되어 있었다. 일단 자연사로 넘겨 날이 밝자 약 500m 떨어진 마을 뒤 밭에 시신을 묻었다. 이것으로 일단 사건은 일단락. 매장 다음날인 17일 낮 11시쯤 김양과 박군은 “남편과 형이 죽은 집에서는 살기 싫다”는 구실을 대며 옷가지를 싸들고 중매를 선 전씨 집에 들러 “집을 나간다”고 전한 뒤 자취를 감췄다. 뭔가 수상쩍다고 느끼고 있단 전씨는 의심이 깊어졌다. 박씨 어머니 홍 여인으로부터 이런 사실을 들은 박씨의 6촌형은 홍 여인과 함께 경찰의 문을 두드렸다. 박씨의 사망이 석연치 않다고 했다. 경찰은 연고지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해 김양과 박군을 긴급수배했다. 박군과 김양은 금산읍의 한 하숙집에서 이틀 동안 단꿈을 즐기다가 돈이 떨어지자 금산군 군북면에 있는 고종사촌 형 황모(45)씨 집에 숨어 있다가 잡혔다. 이들은 경찰 앞에서 박씨가 숨지고 난 다음 시신 옆에서 성관계를 가졌다고 천연덕스럽게 진술했다. “약간 겁은 났지만 마음놓고 즐길 수 있었다”고. 정리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신문은 1960~70년대 ‘선데이서울’에 실렸던 다양한 기사들을 새로운 형태로 묶고 가공해 연재합니다. 일부는 원문 그대로, 일부는 원문을 가공해 게재합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어린이·청소년기를 보내던 시절, 당시의 우리 사회 모습을 현재와 비교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원문의 표현과 문체를 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일부는 오늘날에 맞게 수정합니다. 서울신문이 발간했던 ‘선데이서울’은 1968년 창간돼 1991년 종간되기까지 23년 동안 시대를 대표했던 대중오락 주간지입니다. <편집자註>
  • 최적의 속눈썹 길이 “눈 폭의 3분의1 적당” 더 길어도 안 좋은 이유는..

    최적의 속눈썹 길이 “눈 폭의 3분의1 적당” 더 길어도 안 좋은 이유는..

    최적의 속눈썹 길이, 고슴도치부터 기린까지 연구한 결과 보니 ‘눈 폭의 3분의1’ ‘최적의 속눈썹 길이’ 최적의 속눈썹 길이는 ‘눈을 떴을 때 그 폭의 3분의 1 길이’라는 연구 결과가 화제다. 최적의 속눈썹 길이는 눈을 떴을 때 그 폭의 3분의 1 길이가 가장 적당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 폭스뉴스는 25일(현지시각) 최적의 속눈썹 길이의 속눈썹이 안구 건조를 막는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다 보도했다. 애틀랜타 조지아 기술연구소의 기계공학자인 데이비드 후는 “지금까지 속눈썹의 기능은 햇빛 차단, 먼지 유입 방지, 눈깜박임반응 방아쇠 장치(blink-reflex triggers) 등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속눈썹의 이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는 없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후와 동료들은 살아있는 흰눈표범이나 야생 멧돼지의 눈을 관찰하기보다는 뉴욕 자연사박물관 지하에 보관된 동물 가죽의 눈썹을 연구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들은 고슴도치에서부터 기린에 이르기까지 포유동물 22종을 대상으로 눈을 떴을 때의 크기와 속눈썹 길이를 측정했다. 측정 결과,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눈을 가진 고슴도치는 그 눈의 직경이 1㎝에 불과했고 기린 눈은 약 4㎝였다. 사람 눈의 크기는 2㎝가량이다. 연구원들은 예상대로 속눈썹이 길수록 눈도 크며, 평균적으로 속눈썹 길이는 눈 너비의 3분의 1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또 속눈썹 길이와 눈 속 공기흐름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실험을 했다. 조그만 접시에 각각 다른 길이의 인조 속눈썹을 붙이고 안구 표면의 얇은 눈물막 기능을 하도록 물을 조금 부은 뒤 저속 풍동(低速 風洞)에 넣어놓고 물이 증발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를 측정했다. 이 실험을 통해 수분 증발을 막는, 즉 안구 건조를 막는 적절한 속눈썹 길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속눈썹은 바람의 흐름을 안구 표면으로부터 떼어놓는 일종의 ‘과속 방지턱’ 역할을 한다고 후는 설명했다. 또 속눈썹이 없다면 안구 건조, 박테리아 등 미세 입자의 틈입에 취약해진다고 덧붙였다. 과속 방지턱이 클수록 효과가 크듯이 속눈썹이 길수록 좋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너무 길면 오히려 깔때기로 눈에 바람을 불어넣는 것 같은 현상이 생겨 안구를 더 건조하게 만든다. 한편 이들 연구팀은 낙타 속눈썹에서 훌륭한 인조 속눈썹 제조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낙타의 2열로 된 촘촘한 속눈썹은 안구 표면을 스쳐 지나가는 공기 흐름을 차단시켜 건조한 모랫바람에도 견딜 수 있게 해준다. 이들은 “낮은 투과성을 가진, 즉 촘촘하면서도 휘어진 인조 속눈썹을 착용할 경우 안구 보호, 안구 건조 예방 효과 등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네티즌들은 “최적의 속눈썹 길이 대박이다”, “최적의 속눈썹 길이, 길수록 좋은 거 아닌가”, “최적의 속눈썹 길이, 요즘 아이들 속눈썹 길던데 환경의 변화와 연관 있을 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불상 안에 잠든 약 1000년 전 승려 미라 발견

    불상 안에 잠든 약 1000년 전 승려 미라 발견

    1000년 전 만들어진 불상 안에서 당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도승의 미라가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덜란드 아메르푸르트의 의학센터 전문가들이 지난 1월 몽고에서 출토된 이 불상을 정밀 조사한 결과, 내부에서는 지금으로부터 11~12세기 무렵인 1050~1150년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수도승의 미라를 발견했다. 불상 안의 미라는 장기가 모두 제거된 상태로 결가부좌 자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고대 중국어가 쓰여진 오래된 종이가 함께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외부 CT촬영 및 불상 내시경 검사, 미라 DNA 검사 등을 통해 이를 확인했으며, 검사 결과 및 불상 안에서 미라와 함께 발견된 기록 등을 미뤄 봤을 때 이 미라의 주인이 ‘리우콴’이라는 이름의 승려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미라가 일명 ‘살아있는 부처’가 되기 위한 과정에 처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고대 중국 승려들 사이에서는 미라가 된 승려를 사망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했고, 다만 무아지경에 빠진 것이며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신적인 존재로 인식돼 왔다. 고대 기록에 따르면 이 승려는 지금으로부터 약 1000년 전인 1100년에 생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온라인매체인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즈는 “특히 불교신자 사이에서는 리우콴이라는 전설적인 승려는 아직 죽지 않았으며, 명상의 상태에 있는 것이라는 믿음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수도승의 미라를 감싼 이 불상은 현재 네덜란드 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으며, 오는 5월 헝가리 자연사박물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샌디에이고로 떠나는 고래관찰 여행

    샌디에이고로 떠나는 고래관찰 여행

     미국 샌디에이고 관광청이 지역 명물 여행상품인 고래관찰 투어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고래관찰투어는 샌디에이고에서 가장 유명한 볼거리 중 하나로, 2월에서 4월은 샌디에이고 라호야 앞바다를 통과하여 북쪽으로 이동하는 캘리포니아 쇠고래를 볼 수 있는 최적의 시즌이다.  ●스크립스 버치 아쿠아리움  샌디에이고 라호야의 버치 아쿠아리움(www.sandiego.org)은 쇠고래의 이동철을 맞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박람회를 선보인다. 라호야의 아름다운 해안과 넓게 펼쳐진 태평양의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아쿠아리움 내 야외 타이드풀 전시관에서 쇠고래 무리의 이동 모습을 직접 관찰할 수도 있다.  ●버치 아쿠아리움-플래그십 크루즈  버치 아쿠아리움 크루즈(www.flagshipsd.com/whale-watching)는 샌디에이고 만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에 탑승, 쇠고래를 보다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두 척의 여객선이 매일 아침 9시 45분에 동시 출발해 3시간 30분에 걸쳐 재미있는 여정을 진행한다. 승선한 방문객들은 쇠고래에 관한 자료 및 버치 아쿠아리움 연구원들이 손수 들려주는 가이드 투어도 만나볼 수 있다.  ●샌디에이고 자연사 박물관-혼블로어 크루즈  4월 26일까지 샌디에이고 자연사 박물관과 혼블로어 크루즈(www.hornblower.com) 가 함께 3시간 30분에 걸친 고래 관찰 어드벤처를 선보인다. 해양생태계에 관한 전문가의 해설과 함께 스낵바 이용, 쌍안경 대여, 비디오 감상, 화석 전시 등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매일 아침 9시 30분에 출발한다. 투어 중 고래를 보지 못하면 승선권을 다시 지급하는 ‘고래 보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웨일 워치  샌디에이고 웨일 워치(www.sdwhalewatch.com)는 연중 고래 구경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샌디에이고 유일의 고래관찰 전용선 프라이버티어를 타고 12월에서 4월까지는 쇠고래를 볼 수 있으며, 5월에서 11월까지는 대왕고래와 긴수염고래를 볼 수 있다. 매일 미션베이의 시포스 항구에서 출발해 3시간 동안 진행된다.  ●라호야 카약  라 호야 카약을 이용하면 4월까지 쇠고래를 보다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매일 아침 10시 라호야 해안에서 출발하여 2시간 동안 근방 라호야 해안지대를 따라 이동한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권위자에게 듣는 판례 재구성] 환자의 회생 가능성에 따라 치료 중단 여부 결정…美·교황청 등서도 ‘자연사법’제정해 정당성 인정

    [권위자에게 듣는 판례 재구성] 환자의 회생 가능성에 따라 치료 중단 여부 결정…美·교황청 등서도 ‘자연사법’제정해 정당성 인정

    대법원은 2004년 이른바 보라매병원 사건(2002도995)에 이어 2009년 신촌 세브란스 김 할머니 사건(2009다17417)에서 연명치료의 필요성에 관련된 판결을 선고했다. 언뜻 보기에 두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모순되는 듯이 보일 수도 있다. ●보라매병원 사건 1997년 12월 술에 취해 화장실을 가던 50대 남성이 중심을 잃고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후송됐다. 환자의 가족은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태에 있었다. 환자의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 즉 회복 가능한지와 어떤 처치를 해야 하는지를 알아내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이런 상태에서 환자의 부인은 이틀 후 “더이상의 치료비를 추가 부담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퇴원을 요구했다. 의사는 처음에 “퇴원한 후 인공호흡기를 떼면 사망한다”고 경고했지만 거듭된 퇴원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퇴원시킨 후 동행한 수련의로 하여금 인공호흡기를 떼도록 했다. 환자는 곧 사망했다. 이런 사정을 제3자가 검찰에 고발했고, 환자의 부인과 이에 관여한 의사들은 살인죄로 기소됐다. 7년에 걸친 치열한 법리 공방 끝에 항소심과 대법원은 환자의 부인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정범’, 의사들에게는 ‘작위에 의한 살인방조범’을 인정했다. 법원은 피고인들의 ‘딱한 사정’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하지는 않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러나 이 판결은 유죄 판결이었다. 이 때문에 법원이 보호자와 의사들에게 마치 무한정하게 연명치료에 진력해야 할 의무를 부과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많은 병원에서 의식을 잃은 환자가 입원한 후 일단 연명치료 장치를 부착한 이후에는 연명치료의 지속이 무의미한 경우에도 법원의 재판이 없으면 연명치료 중단을 거부하는 행동이 빈발했다. 신촌 세브란스 김 할머니 사건은 바로 이런 분위기에서 발생했다. ●신촌 세브란스 김 할머니 사건 “의학적으로 의식의 회복 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의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 명백한 사안.” 김 할머니(당시 77세)가 의식을 잃고 후송돼 병원에서 인공호흡기 등 연명치료 장치를 부착했을 때 제3자적 입장에 선 의사들의 판단은 이러했다. 이런 경우에 이뤄지는 의사들의 진료행위(연명치료)는 원인이 되는 질병의 호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호전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에서 오로지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이뤄지는 치료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이러한 치료를 ‘무의미한 연명치료’라 부른다. 대법원은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후에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명치료의 중단이 허용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판시에 기초해 보호자 측은 할머니에게 부착시킨 연명치료 장치를 분리했고, 할머니는 200일 뒤 사망했다. 병원 측의 의사나 보호자는 살인 혐의로 조사를 받거나 기소되지 않았다. ●‘한국형 자연사법’ 제정과 문화 정착의 필요성 두 사건을 살펴보면 대법원의 판결이 상호 모순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어떤 경우에 보호자는 연명치료에 진력해야 하고, 어떤 경우에 환자 본인은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지에 관해 법원이 일정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당시 한국 사회가 아직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지 못한 혼돈 상태에서 사건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두 판결은 현재 한국의 경제 현실과 의료 현실을 직시하고 현재의 합리적인 의료지식의 수준에서 현명한 기준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죽음을 미리 생각하고 유언을 작성해 둔다든가, 자신이 불행한 사건으로 뇌사나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에 놓이게 되면 어느 정도 의사표시를 미리 하는 경우가 있다. 연명치료를 시도하라든가 혹은 연명치료를 하지 말고 장기를 기증하라든가 하는 의사표시를 이른바 사전의료지시라 한다. 그러나 2015년 현재에도 한국인은 이러한 사전의료지시에 익숙하지 않다. ‘어떻게 품위 있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깊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지속하는 것은 숭고한 일일 수 있지만 냉철하게 생각해 보면 불합리한 일이다. 또 이 문제(존엄사)를 안락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이제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환자가 안락사를 바라는 케이스가 거의 희박할 뿐만 아니라 도의적으로 보아도 회생 가능성이 있다면 가급적 의료행위가 이뤄져야 한다. 보라매병원 사건에 대해 법원이 의사들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이유는 “환자가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신촌 세브란스 김 할머니 사건은 확률상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사안이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은 1976년 미국에서 ‘자연사법’으로 합법화됐고, 1980년 로마 교황청은 이를 ‘존엄사’로 규정해 그 정당성을 인정했으며, 2000년 대만은 미국을 본받아 자연사법을 통과시켰다. 한국의 시민사회(NGO) 부문에서는 이에 관한 최소한의 지식을 전파해 환자 본인이 미리 품위 있는 죽음을 이성적으로 준비하는 문화를 NGO 차원에서 전개하고, 정부는 이러한 시민운동을 지원하고 장려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를 바란다. ■심희기 교수는 ▲서울대 법학 박사 ▲영남대 법과대학 교수 ▲법과사회 이론학회장 ▲한국형사정책학회 편집이사 ▲한국형사판례연구회 이사 ▲한국비교형사법학회 이사 ▲한국형사법학회 이사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
  • [권위자에게 듣는 판례 재구성] 연명치료 의무와 연명치료 거부권

    판례의 재구성 23회에서는 연명치료를 두고 발생한 이른바 보라매병원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2002도995)과 신촌 세브란스 김 할머니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2009다17417)을 소개한다. 2004년 대법원이 선고한 보라매병원 사건과 5년 뒤인 2009년 세브란스 김 할머니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단과 이에 대한 해설을 형법 분야의 권위자인 심희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부터 듣는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뇌종양 말기 여성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존엄사를 예고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미국뿐 아니라 온라인상에서는 이 여성의 선택을 두고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존엄사는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와 가치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게 하는 행위 또는 소극적 안락사를 의미한다. 미국의 경우 회생불능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을 담은 자연사법이 모든 주에서 합법이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룩셈부르크는 존엄사는 물론 안락사까지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3년 7월 국가생명윤리위원회가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환자의 의사를 알 수 없을 경우 가족 2명 이상의 동의와 의사 2명의 확인이 필요하다”는 조건과 함께 연명의료 중단 도입에 합의했다. 생명윤리위원회는 당시 정부에 법제화를 권고했지만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법제화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존엄사 논쟁의 시작은 1997년 이른바 ‘보라매병원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그해 12월 50대 남성 A씨가 경막외 출혈상을 입고 서울 보라매병원으로 후송됐다. 의사들은 경막외 혈종 제거 수술을 했지만 A씨는 자가호흡이 어려워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상태로 계속 치료를 받게 됐다. 부인은 병원비 부담을 이유로 병원 측에 퇴원을 요구했다. 의사는 “인공호흡기를 떼면 사망한다”고 경고했지만 거듭된 퇴원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다. 퇴원 후 인공호흡기를 뗀 A씨는 곧 사망했다. 이들은 제3자의 고발로 인해 살인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부인을 살인죄의 공범(교사범)으로, 의사들은 살인죄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부인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의 정범으로, 의사들은 살인죄의 공범(방조범)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2004년 6월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던 환자를 보호자 요구로 퇴원시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들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들의 지시로 환자를 집으로 옮긴 뒤 인공호흡기를 뗀 수련의에 대해서는 “의료행위 보조자로서 전문의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남편을 퇴원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부인은 항소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상고를 포기해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담당 의사로서 퇴원을 허용하는 행위는 피해자의 생사를 민법상 부양의무자 지위에 있는 부인의 의무이행 여부에 맡긴 데 불과하다”며 “이후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나 그에 이르는 사태의 핵심적 경과를 계획적으로 조종하거나 저지 혹은 촉진하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수련의에게 피해자를 집으로 후송하고 호흡보조장치를 제거할 것을 지시하는 등의 행위를 통해 부인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를 용이하게 했다”며 “살인을 방조했을 뿐이라고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이후 형사처분을 두려워하는 병원들이 회복 불가능한 환자에게도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계속하는 것을 두고 논쟁이 거듭됐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5년이 지난 2009년 신촌 세브란스 김 할머니 사건이 발생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09년 5월 회복 불가능한 상태의 김모(당시 77세) 할머니의 가족이 병원을 상대로 낸 무의미한 연명치료 장치 제거소송 상고심에서 대법관 9대4 의견으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장치를 제거해 달라는 가족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다. 대법원은 “인간의 생명은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전제로,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 이러한 생명과 직결되는 진료행위 중단 여부는 제한적으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다면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신체침해 행위에 해당하는 연명치료를 환자에게 강요하는 것이 오히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하려는 환자의 의사결정을 존중하는 것은 헌법정신이나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복 불가능한 사망 단계에 이른 후에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명치료의 중단이 허용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겨울 가족 나들이 어디로

    겨울 가족 나들이 어디로

    여행지 선정하기가 만만치 않은 계절이다. 날씨는 차고 볼거리는 많지 않다. 이럴 때는 실내 시설을 찾는 게 좋은 방법이다. 전국에 박물관, 미술관은 셀 수 없이 많다. 그 가운데 가족과 함께 돌아볼 만한 독특한 체험 공간들을 추렸다. 강원 원주의 ‘뮤지엄 산’ ●조선시대 관찰사의 ‘사무실’은 어땠을까 원주는 조선 초기부터 500년간 강원 감영이 있던 도시다. 관찰사의 업무 공간이자 중앙의 정치 이념과 문화를 지역에 전하던 감영은 정보가 가득한 책도 출판했다. 자연스레 목판을 제작하고, 종이를 만들고, 책을 보관하는 기술도 발달했다. 원주 곳곳에 당시를 되돌아보는 문화 공간들이 늘어서 있다. 책을 만들기 위해 글자나 그림을 나무에 새긴 목판과 판화를 전시하는 고판화박물관, 한지부터 현대의 종이까지 작품으로 만날 수 있는 뮤지엄 산(SAN), 책과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를 눈앞에 펼쳐 놓은 오랜미래 신화미술관이다. 고판화박물관 (033)761-7885, 뮤지엄 산 (033)730-9000, 오랜미래 신화미술관 (033)746-5256. 전남 목포자연사박물관 ●어린이바다과학관·근대 문화유산 ‘알찬 공부’ 목포는 박물관 투어에 맞춤한 도시다. 박물관 사이 거리가 가깝고, 자연사부터 수중고고학까지 테마도 다양하다. 갓바위 주변에 목포자연사박물관, 목포문학관, 남농기념관, 목포생활도자박물관, 문예역사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등 박물관과 전시관이 모여 있어 도보로 이동하며 관람을 즐기면 된다. 아이가 있다면 목포자연사박물관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를 둘러보고, 차로 10분 거리인 목포어린이바다과학관까지 관람하는 코스가 무난하다. 여기에 목포의 상징 유달산, 구도심의 근대 문화유산, 목포진역사공원까지 둘러보면 알찬 목포 여행이 완성된다. 목포자연사박물관 (061)274-3655, 목포어린이바다과학관 (061)242-6359. 서울 국립한글박물관 ●한글 창제 원리부터 국어로 정착되기까지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에 대한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지난해 10월 9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에 문을 열었다. 2층 주전시실에선 ‘한글이 걸어온 길’을 주제로 한글 창제 원리와 한글이 국어로 정착되기까지 과정을 다양한 자료와 전시물을 이용해 소개한다. 3층 기획전시실에서는 세종대왕의 업적을 현대미술로 새롭게 해석한 특별전 ‘세종대왕, 한글문화 시대를 열다’가 진행 중이다. 전시실 맞은편의 한글놀이터는 한글과 놀이를 결합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전문 해설사가 동행하는 무료 해설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국립한글박물관 인근에 국립중앙박물관도 있다. 국립한글박물관 (02)2124-6200, 국립중앙박물관 (02)2077-9000. 강원 속초 국립산악박물관 ●와, 박영석 대장님이 직접 쓰던 장비라니… 한국은 산악 강국이다. 1977년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8848m)에 오른 고 고상돈 대장을 비롯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히말라야 14좌 완등자를 배출했다. 속초 노학동에 세워진 국립산악박물관은 이 같은 한국의 등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박물관은 한국 대표 산악인 50여명의 발자취 등의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특히 제2전시실 명예의 전당에는 고 박영석, 오은선 대장 등 5명의 산악인이 실제 사용하던 장비와 유물이 전시돼 있다. 암벽 체험실에선 전문가에게 인공 홀드(인공 암벽에 설치된 손잡이나 발디딤용 도구) 이용법과 자세, 이동법을 배우고 암벽 타기에 도전할 수 있다. 고산 체험도 이색적이다. (033)638-4459. 안산 대부도 유리섬·종이미술관 ●유리·한지로 내 작품 만들어 볼래요 안산의 대부도에는 순수한 감성을 일깨우는 체험 공간이 많다. 그 가운데 유리섬은 유리로 만든 예술 작품을 보고 체험도 할 수 있는 곳이다. 유리공예시연장에선 1200도가 넘는 가마에 유리를 녹이고 파이프로 모양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유리공예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종이미술관은 한지 공예 작품을 감상하고 체험하는 곳. 한옥 숙박 체험도 할 수 있다. 대부도 해안을 연결하는 ‘대부해솔길’ 4코스가 유리섬과 종이미술관을 지난다. 한적한 어촌마을을 구경하며 잠깐 걸어도 좋다. 이 밖에 베르아델 승마클럽, 안산어촌민속박물관, 정문규미술관 등도 볼만하다. 대부도 유리섬 (032)885-6262, 종이미술관 (032)887-0606. 전북 무주 태권도원 ●세계에서 가장 큰 경기장·태권도 체험 공간 지난해 무주의 백운산 자락에 태권도원이 들어섰다. 태권도의 역사가 오롯한 태권도박물관, 세계 최대 규모의 경기장, 태권도 체험관 등 태권도의 모든 것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태권도원에는 도전의 장(체험 공간) 외에 태권도 수련에 필요한 도약의 장(수련 공간), 전통 정원 호연정부터 전망대에 이르는 도달의 장(상징 공간) 등도 마련됐다. 무주 읍내에는 기이한 행동과 작품 활동으로 ‘조선의 반 고흐’라 불리는 조선시대 화가 최북과 일제강점기에 창씨개명으로 절필한 뒤 36세에 짧은 생을 마친 문학비평가 김환태의 삶과 업적을 만나 보는 최북미술관, 김환태문학관이 있다. 태권도원 (063)320-0114, 최북미술관&김환태문학관 (063)320-5636. 충남 공주 국립공주박물관 ●선사시대부터 현대미술까지 시간여행 떠나요 공주로 떠나는 박물관, 미술관 나들이는 타임머신을 탄 듯 흥미롭다. 선사시대 유적부터 삼국시대를 거쳐 현대미술까지 아우르는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 계룡산 갑사 인근의 임립미술관은 1997년에 문을 연, 충청남도 사립 미술관 1호다.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한 뒤 그리기, 만들기 등 체험도 할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와 글램핑장도 마련해 뒀다. 웅진동의 국립공주박물관에선 백제 무령왕릉 출토품 4000여점을 전시한다. 석장리박물관은 한국 최초의 선사 박물관이다. 선사시대 인물 모형, 움막집 등을 배경으로 선사시대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임립미술관 (041)856-7749, 국립공주박물관 (041)850-6300, 석장리박물관 (041)840-8924. 경북 고령 대가야박물관 ●500년 역사, 가야인의 숨결 고스란히 느껴요 대가야의 수도였던 고령은 경주, 부여 등에 못지않은 고도다. 고령읍 대가야로 일대에 500년 대가야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특히 지산삼거리의 대가야로를 사이에 두고 북쪽 대가야박물관과 남쪽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가 이웃하고 있다. 이들을 아우르는 주산의 남동쪽 능선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된 고령 지산동 고분군도 있다. 세 곳 모두 걸어서 오갈 수 있는 거리다. 대가야박물관은 대가야역사관, 대가야왕릉전시관, 어린이체험학습관으로 구성된다. 끝자리 4, 9일에 열리는 고령 오일장도 다녀올 만하다. 대가야박물관 (054)950-7103.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철새들의 천국’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

    [명인·명물을 찾아서] ‘철새들의 천국’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

    “저기 봐, 고니들이 소리를 지르고 입을 부딪치고 싸우고 있네.” “싸우는 게 아니고 사랑 표현을 하는 것 같은데….” 지난 31일 오후 경남 창원시 동읍 주남저수지. 햇살이 따듯하게 내리쬐는 저수지 둑길을 걷던 정모(43)씨 부부는 저수지 안에서 ‘꽥~꽥’ 소리와 함께 큰 날개를 퍼덕이며 긴 목과 몸통을 서로 부딪치는 고니 무리를 신기한 듯 지켜보고 있었다. 주남저수지는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로 철새들의 천국으로 불린다. 계절마다 찾아오는 철새가 150여종에 이른다. 주남저수지를 찾는 철새 가운데 천념기념물이 20여종, 환경부 멸종위기종이 50여종이다. 주남저수지에 겨울철새는 10월부터 찾아오기 시작해 다음해 3월까지 1만~2만 마리가 겨울을 보낸다. 여름철새는 4월부터 9월 사이 하루 5000~6000마리가 관찰된다. 주남저수지의 볼거리는 철새뿐만 아니다. 233종의 수생식물과 갖가지 수서곤충, 어류 등이 1년 내내 살아 숨 쉬는 아름다운 사계를 볼 수 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다.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야생동식물로 지정한 가시연꽃을 비롯해 줄, 생이가래, 물억새, 연꽃, 갈대, 물피, 창포, 물옥잠, 붕어마름 등의 수생식물이 군락을 이뤄 자생하고 있다. 170여종에 이르는 곤충은 어류와 철새에게 먹이를 제공한다. 붕어, 쉬리, 뱀장어, 연어, 잉어를 비롯해 25종이 넘는 어류가 서식한다. 그래도 주남저수지의 으뜸 볼거리는 철새다. 특히 철새의 제철은 겨울이다. 겨울로 접어들면 멀리 시베리아 등지에서 각종 철새 수만 마리가 주남저수지로 찾아와 3월까지 지낸 뒤 돌아간다. 10월이 되면 큰부리큰기러기와 청둥오리, 흰죽지 등이 겨울철새 선발대로 가장 먼저 찾아온다. 본격 겨울로 접어드는 11월이면 고니와 큰고니,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가창오리 등이 줄지어 모습을 나타낸다. 가창오리를 비롯해 크고 작은 철새 수십~수천 마리가 넓은 저수지 위를 한꺼번에 날아오르고 내려앉는 모습은 장관이다. 머리 위로 날아가는 기러기와 가창오리 떼의 화려한 군무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철새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도록 군데군데 망원경도 설치돼 있다. 물속 여기저기서 자맥질을 하거나 헤엄을 치는 철새들 사이에서 머리를 물속으로 깊숙이 처박고 공중으로 다리를 들어 물구나무를 선 자세로 먹이를 찾는 고니가 탐조객들의 눈길을 붙잡는다. 철새들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몸짓과 움직임, 저수지 안 갈대숲, 둑길을 따라 우거진 억새밭 등 주남저수지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조류 전문가와 탐조객들이 찾는다. 저수지 둑을 따라 가까이서 철새를 관찰할 수 있도록 조성된 둑길은 휴일이면 탐조객들로 넘친다. 겨울철 휴일, 주남저수지 방문객은 하루 3000~4000명에 이른다. 철새들의 아름답고 황홀한 자태를 담기 위해 둑길 군데군데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기다리고 있는 사진작가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주남저수지는 산남저수지(96만㎡), 주남저수지(403만㎡), 동판저수지(399만㎡) 등 3개 저수지로 이뤄진 습지성 호수다. 3개 저수지는 물길로 이어져 있다. 아주 먼 옛날부터 동읍과 대산면 지역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해 줬던 자연 늪이다. 주남저수지는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냥 거대한 저수지에 지나지 않았다.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용도 외에도 주민들에게 계절마다 민물새우나 민물조개, 민물고기 등 먹을거리와 갈대, 억새 같은 땔감을 제공했다. 1980년대 들어 5만여 마리의 가창오리를 비롯해 수만 마리의 철새가 몰려와 겨울을 나는 게 관찰되면서 철새도래지로 각광받게 됐다. 가창오리는 해마다 2만여 마리가 찾아오다가 1990년대부터 천수만과 금강하구, 전남 해남 등으로 나누어 겨울을 지내면서 주남저수지를 찾는 숫자가 줄었다. 겨울철 주남저수지를 찾는 철새는 100여종이 넘는다. 노랑부리저어새, 개리, 큰고니, 두루미, 흑두루미, 재두루미, 황새, 원앙을 비롯해 많은 천연기념물 조류가 관찰된다. 이 가운데 노랑부리저어새와 개리 등은 희귀새로 주남저수지를 찾아오는 숫자도 해마다 10마리가 되지 않는다. 지구상에 2000여 마리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두루미는 1997년 어린 새 한 마리가 주남저수지에서 월동하는 게 관찰된 뒤 지금까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황새도 1988년 10월 한 번 찾아온 뒤 아직 관찰되지 않고 있다. 동박새, 딱새, 황조롱이, 종다리, 참새, 매, 소쩍새 같은 텃새들은 1년 내내 주남저수지를 지키며 찾아오는 탐조객들의 눈과 귀를 심심하지 않게 해 준다. 창원시는 1999년부터 저수지 주변 토지 소유 주민들과 생물다양성 관리 계약을 맺고 재배한 보리와 벼를 해마다 철새들의 먹이로 공급한다. 주남저수지를 찾는 철새들이 주변 농경지에 피해를 주는 것을 보상하고 철새 도래지도 보존하기 위한 것이다. 해마다 볍씨 1만 2000㎏을 저수지 주변 농경지에 철새 먹이로 뿌려 준다. 2008년부터는 개인 소유의 주변 농지를 사들여 철새들의 서식 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해마다 진행하고 있다. 창원시는 철새 보호와 탐조 편의를 위해 2008년 국비와 시비 등 모두 76억원을 들여 전선 지중화를 하고 황톳길 탐방로를 조성했다. 철새들이 안심하고 하늘로 날아다닐 수 있도록 저수지 주변에 서 있던 전신주 70여개를 철거하고 전선을 땅 밑으로 설치했다. 저수지 옆에는 주남저수지의 생태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실 등을 갖춘 생태학습관이 있다. 생태학습관 가까이에 람사르 기념관이 있다. 람사르 기념관은 2008년 창원에서 열린 제10회 람사르총회를 기념하고 습지 보전 등의 람사르 정신을 알리기 위해 건립됐다. 1층에는 람사르 기념실, 기획전시실, 회의실, 카페테리아, 2층에는 영상실, 어린이 람사르 습지실, 도서자료실, 전망대 등이 있다. 창원시와 지역 주민 등은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인 주남저수지의 가치와 보존 필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07년부터 해마다 11월 말~12월 초에 주남저수지 철새 축제를 연다. 경남도청 공보관실에 근무하는 최종수(51·한국생태사진가협회 회원) 한국조류보호협회 창원시지회장은 “천연기념물 제201호 큰고니 1700여 마리와 천연기념물 제203호인 재두루미 300여 마리가 올겨울 주남저수지를 찾아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新인류로 추정되는 ‘아래턱 화석’ 타이완서 발견

    新인류로 추정되는 ‘아래턱 화석’ 타이완서 발견

    타이완 해저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신종 인류로 추정된 화석이 발견됐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등 과학전문매체가 27일 보도했다. 이 화석은 타이완 인근 해역에서 최근 낚시를 하던 어부가 해저 60~120m 지점에서 건저올린 것으로, 이를 처음 발견한 어부는 이를 인근 골동품 가게에 팔았다. 이후 골동품에 관심이 있는 한 수집가가 가게를 둘러보다 이를 발견하고는 타이완의 국립자연사박물관에 조사를 맡겼다. 전문가들은 이 화석이 발견된 지역의 이름을 따 ‘펑후 1’(Penghu 1)이라고 명명하고 이를 자세히 살핀 결과, 이는 약 20만 년 전 살았던 인류의 아래턱뼈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아래턱뼈화석에는 ‘나이’를 가늠할 자료가 될 치아가 고스란히 보존돼 있는데, 이러한 모양은 160만 년 전부터 25만 년 전까지 살았던 호모 에렉투스와도 다른 형태였다. 일반적으로 현생 인류와 거의 비슷한 치아와 아래턱뼈의 형태는 260만~1만1700년 전부터 나타났는데, 이번에 발견된 것은 호모 에렉투스보다 더 치아 크기가 크고 튼튼하다는 차이점이 있다. 연구진은 중국 대륙 남부에서 발견된 40만 년 전 인류 화석과 비교했는데, 같은 아시아대륙에서 발견됐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공통점을 찾지 못했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인근 지역에서 발견한 화석들과 비교한 결과 완전한 별개의 종(種)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히 신(新)인류인지 아닌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설명했다. 함께 연구를 진행 중인 일본 도쿄 국립자연사박물관의 고인류학자 요우스케 카이푸는 “우리는 인근에서 다른 화석의 조각을 찾아 연구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번 화석의 발견은 아시아에 살았던 고대 인류의 연결고리를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온라인판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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