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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 인사이드] 평범한 부모는 왜 두 딸을 죽였나… 포천 자매 살해사건 재구성

    [투데이 인사이드] 평범한 부모는 왜 두 딸을 죽였나… 포천 자매 살해사건 재구성

    성탄절 분위기가 채 가시지 않은 2011년 12월 30일. 경기 포천시 이동면 여우재고개 6부 능선 계곡에서 처참하게 일그러진 진청색 중소형 승용차와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두 소녀의 시신이 유골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동반 자살하겠다”는 편지를 매형과 누나에게 보낸 이모(46)씨가 아내 정모(37)씨와 함께 두 딸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전국에 지명수배했다. 지난 10일 사건 발생 2년 2개월 만에 부산의 한 농장에서 이씨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세상은 이씨 부부가 천륜을 저버리고 몹쓸 짓을 했다며 혹독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한 평범한 젊은 부부가 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두 딸을 목 졸라 살해하고 동반 자살을 기도했을까. 부인 정씨는 아동학습지 판매 회사인 A사의 경기 고양 시내 모 지점 영업팀장을 지내면서 1억 3000만원에 가까운 빚을 져 괴로워했다. 당시 1년간의 지역국 매출 6억원 가운데 4억 5000만원이 정씨 실적이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빚은 늘어만 갔다. 급한 김에 책을 팔고 고객에게서 받은 현금으로 돌려 막기를 한 사실이 회사에 적발돼 팀장에서 평사원으로 강등된 것은 물론 1000만원의 벌금까지 물게 돼 빚을 내 해결해야 했다. 이 때문에 월급은 본부장이 직접 관리하고 정씨는 고작 50만원만 손에 쥐게 됐다. 공금에 손을 댄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 회사 빚은 매달 600만~700만원씩 상급자 신용카드를 빌려 상환했으나 빚은 줄지 않았고 모든 짐은 정씨 책임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이씨 부부가 얹혀살고 있던 누나 집도 몇 개월째 월세를 못 내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한 달 후면 중학생이 될 큰딸(당시 12)의 교복은 구입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곤궁한 처지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정씨는 2011년 2월 15일 포천시 이동면 백운계곡의 한 민박집 주차장에서 남편 이씨의 누나에게 쓴 유서에서 당시 참담한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처음 ‘형님’이라 불러 보네요. (중략) 아이들을 키울 자신도 없고 미래도 보이지 않기에 이리 죽을 결심을 했습니다. 세상이 참 무섭다는 거 너무 늦게 깨달아 죄송합니다. (중략) 제가 사치스러운 것도 아니고 제 욕심만 채우자고 했던 일도 아닙니다.” 정씨는 옴짝달싹 못할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죽음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남편 이씨는 그런 아내를 달래기 위해 2011년 2월 14일 새벽 4시 고양시 일산 집을 나섰다. 누나와 매형에게는 “바람 쐬러 간다”는 메모를 남겼다. 이씨 부부는 집을 나선 지 13시간 만인 오후 5시쯤 이동면 백운계곡의 한 민박집 3호실에 투숙했다. 큰딸 민이(가명)와 둘째 영이(10·가명)는 일찍 재우고 이씨는 밤을 새워 가며 아내 정씨를 설득했지만 정씨의 자살 의지는 확고했다. 이씨도 “차라리 함께 죽자”며 체념했다. 이튿날 오후 1시 20분쯤 이씨는 지인에게서 21만원을 입금받아 근처 편의점에서 유서를 작성하기 위해 편지지와 편지봉투, 볼펜을 구입해 민박집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방에서 놀고 있었고 부부는 주차장에 세워 놓은 승용차 안에서 각자 유서를 써 내려갔다. 이씨는 매형에게, 정씨는 처음으로 남편의 누나인 시누이에게 편지지 한 장 가득 꾹꾹 눌러 유서를 썼다. 정씨는 유서에서 “잠시 후 저희 손으로 아이들 목을 졸라야 합니다. 이런 부모가 또 있을까요?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모든 사람에게 더 큰 피해를 주지 않는 것입니다.” 남편 이씨도 눈물로 매형에게 유서를 써 내려갔다.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 남아 있으면 천덕꾸러기가 될 것 같아 저희가 데려갑니다. 불쌍한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죽을 각오로 잘 살아보려 했는데 현실은 너무 무섭습니다. 어제도 결정을 해서 행동으로 옮기려 했으나 아이들의 눈을 보니 차마 할 수 없었습니다.” 오후 5시쯤 근처 이동우체국에서 남편이 우표를 구입해 편지를 우체통에 넣고 밤 11시쯤 다시 민박집에 투숙했다. 민이와 영이는 잠시 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한 채 이내 잠이 들었다. 이씨는 천천히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주방 가스레인지와 연결된 LPG의 호스를 칼로 반쯤 잘랐다. 정씨는 말없이 옆에 서서 물끄러미 지켜봤다. 이씨는 밖으로 나가 낮에 민박집 주인으로부터 고기를 구워 먹는다며 받은 번개탄 2장에 불을 붙였다. 냄비에 담긴 번개탄을 방 안 출입문 앞에 놓은 이씨 부부는 꼭 안고 자리에 누워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꽈당’ 하고 냄비 떨어지는 소리와 누가 넘어지는 소리에 가족들이 잠에서 깼다. 막내 영이가 화장실을 가던 중 그만 번개탄이 들어 있는 냄비를 밟고 넘어진 것이다. 이씨는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 즉시 창문과 출입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번개탄을 밖으로 던졌다. 이튿날 오전 11시 민박 집을 나온 일가족은 일동면 화대리 제일유황온천 부근 음식점에서 늦은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했다. 주차장으로 나온 정씨는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는 죽기로 했으니 너희들은 보육원에 보내 주겠다”며 처음으로 죽음을 암시했다. 큰딸은 울면서 따라 죽겠다고 했고 작은딸은 울기만 했다. 오후 6시쯤 지인에게 빌린 돈 15만원을 근처 농협에서 찾아 산정호숫가의 한 숙박업소로 이동했다. 길가 마트에서 막걸리와 소주를 각각 2병 사고 번개탄을 3장 구입했다. 새벽 2시쯤 졸음을 이겨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가까스로 다독여 차에 태우고 호숫가 공터에 차를 세운 후 불붙은 번개탄 3장을 냄비에 담아 차량 안 정씨 다리 밑에 놓았다. 잠을 청한 지 2시간쯤 지난 새벽 4시. 두 딸이 괴로워하며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아이들이 있는 뒷자리로 넘어가 작은아이부터 목을 졸랐고 정씨는 발버둥치는 아이들 다리를 잡았다.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 고요함과 두려움이 엄습했다. 두 딸을 뒷자리와 그 밑에 각각 눕힌 이씨 부부는 차량을 추락시킬 장소를 찾아 1시간여 동안 주위를 배회했다. 여우재고개 6부 능선 계곡이 적당해 보였다. 차량을 그대로 몰아 돌진했다. 70m 아래로 떨어진 자동차는 휴지 조각처럼 구겨졌고 두 딸의 시신은 차장 밖으로 튕겨져 나갔지만 안전띠를 맨 이씨 부부는 멀쩡했다. 가까스로 차량을 빠져나온 부부는 소나무 가지에 줄을 걸어 나란히 목을 맸지만 나뭇가지는 두 사람의 체중을 견뎌내지 못했다. 2월 중순 여우재 계곡은 한겨울 날씨 그대로였다. 가만히 있으면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질긴 목숨은 4~5일이 지나도 이상이 없었다. 결국 부부는 계곡을 걸어 나와 산정호수로 갔고 화장실, 빈 컨테이너 등에서 며칠을 더 보냈다. 2월 25일 오후 1시 40분쯤. 부부의 편지를 받은 이씨의 매형 차모씨가 급히 일산경찰서 실종수사팀을 찾아가 유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이때 이씨가 산정호수 부근 현금지급기에서 지인들이 보내준 현금을 3회에 걸쳐 인출하자 경찰은 단순 가출로 봤다. 여러 차례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실패하자 부부는 3월 1일 버스를 이용해 의정부 시내로 들어갔다. 다시 지인들에게 소액을 통장으로 받아 인출한 다음 병원을 찾아갔다. 이씨는 동상에 걸려 걷기가 어려웠다. 정씨는 상태는 덜했지만 치료가 필요했다. 열흘간 의정부에 머물면서 병원 치료를 받은 부부는 강릉 주문진으로 몸을 옮겼다. 강릉에서도 이씨는 병원을 오가야 했다. 같은 달 23일까지 강릉을 배회하던 부부는 눈에 잘 안 띄는 시골로 도피하기로 하고 PC방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마침 충북 진천의 한 오이 재배 농가에서 낸 구인광고를 보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부부는 월 230만원을 받기로 했다. 3개월 후인 6월 30일 말없이 편지만 한 통 써 놓고 충남 보령(대천)으로 이동했다. 약 1주일간 모텔을 전전하며 발길 닿는 대로 움직였다. 이후 경북 상주 버섯농장, 경북 청도 염색 공장, 새마을 농장을 돌며 하루벌이를 했으나 힘에 부쳤다. 다시 인터넷 구인광고를 검색해 7월 21일 경남 밀양의 한 펜션에서 둘이 250만원을 받기로 하고 몸을 의탁했다. 그러나 다른 종업원과 마찰을 빚어 한 달을 겨우 채우고 경남 마산, 전남 여수, 충남 강경, 전남 해남을 떠돌았다. 9월 추석 명절 직전 부산의 한 농장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를 봤다. 명절 연휴가 지난 뒤 오라고 했다. 부부는 220만원을 받기로 했다. 1년 6개월 지나는 동안 월급도 오르고 잘 지내는가 싶었지만 천륜을 어기고 이 하늘 아래 숨을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지난 10일 오후 4시 ‘중요 지명 피의자 종합수배’ 전단을 본 한 주민의 신고로 부부는 사건 발생 2년 2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경찰로부터 신병을 넘겨받은 포천경찰서는 12일 이씨와 정씨 부부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두 자녀 살해범인 이들도 평범한 대한민국 엄마 아빠였다. 이씨는 전문대학과 같은 2년제 동국대 전산원을 졸업하고 용산 전자상가 등에서 컴퓨터 관련 일을 했다. 집 전세금 전체를 털어 지인들과 함께 하던 사업이 잘못돼 누나 집에 얹혀살게 됐지만 닥치는 대로 일을 할 만큼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 역시 고등학교 졸업 학력으로 조금이라도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맞벌이에 나섰다. 국내 유명 아동학습지 회사에 입사해 영업팀장직에 올랐다. 한 질에 70만~100만원 하는 교재를 팔면 13%의 판매 수수료가 수당으로 떨어졌다. 실적 부담에 쫓겨 허위 판매를 하고 허위 판매 대금을 입금하기 위해 고객으로부터 현금으로 받은 책값을 유용한 것이 화근이 됐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회사는 돈을 벌었지만 자신과 직원들의 빚은 줄기는커녕 점점 늘어만 갔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민이와 영이는 교우 관계가 매우 좋았다. 성적도 중상위권이었다. 두 자매의 담임교사들은 “민이는 특히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책임감도 강했다. 어머니 역시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다른 엄마들보다 강했다”면서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사를 맡은 포천경찰서 김중기 형사는 “이씨 부부 모두 지극히 평범한 엄마 아빠였지만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잘못된 판단을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그들은 왜 어린 두 딸을 목졸랐나…포천 자매살해사건 재구성[단독]

    그들은 왜 어린 두 딸을 목졸랐나…포천 자매살해사건 재구성[단독]

    성탄절 분위기가 채 가시지 않은 2011년 12월 30일. 경기 포천시 이동면 여우재고개 6부 능선 계곡에서 처참하게 일그러진 진청색 중소형 승용차와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두 소녀의 사체가 유골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동반자살 하겠다”는 편지를 매형과 누나에게 각각 보낸 이모(46), 정모(37·여)씨 부부가 두 딸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전국에 지명수배했다. 지난 10일 사건 발생 2년 2개월 만에 부산의 한 농장에서 이씨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세상은 이씨 부부가 천륜을 저버리고 몹쓸 짓을 했다며 혹독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평범한 한 30~40대 젊은 부부가 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두 딸을 목졸라 살해하고 동반 자살을 기도했는지를 심층취재했다.  동반 자살 배경  부인 정씨는 아동학습지 판매회사인 A사 경기 고양시내 모지점 영업팀장을 지내면서 1억 3000만원에 가까운 빚을 져 괴로워했다.  당시 1년간의 지역국 매출 6억원 가운데 4억 5000만원이 정씨 실적이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빚은 늘어만 갔다. 급한 김에 책을 팔고 고객으로부터 받은 현금으로 돌려막기를 한 사실이 회사에 적발돼 팀장에서 평사원으로 강등된 것은 물론, 1000만원의 벌금까지 빚을 내 해결해야 했다. 이 때문에 월급은 본부장이 직접 관리하고 정씨는 고작 50만원만 손에 쥐게 됐다. 공금에 손을 댄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 회사 빚은 매달 600만~700만원씩 상급자 신용카드를 빌려 상환해야 했으나 빚은 더욱 늘어만 갔고, 모든 짐은 정씨 책임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이씨 부부가 얹혀 살고 있던 누나집도 몇 개월째 월세를 못내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다음 달 중학생이 될 큰 딸(당시·12)의 교복은 아직도 구입하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곤궁한 처지를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정씨는 2011년 2월 15일 포천시 이동면 백운계곡의 한 민박집 주차장에서 남편 이씨의 누나에게 쓴 유서에서 당시 참담한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처음 ‘형님’이라 불러 보네요(중략) 아이들을 키울 자신도, 미래도 보이지 않기에 이리 죽을 결심을 했습니다. 세상이 참 무섭다는 거 너무 늦게 깨달아 죄송합니다(중략) 제가 사치스러운 것도 아니고 제 욕심만 채우자고 했던 일도 아닙니다”  마지막 가족 여행  정씨는 옴짝달싹 못할 처지를 벗어 날 수 있는 길은 죽음 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남편 이씨는 그런 아내를 달래기 위해 2011년 2월 14일 새벽 4시 고양시 일산 집을 나섰다. 누나와 매형에게는 “바람 쐬러 간다”는 메모를 남겼다.  이씨 부부는 집을 나선지 13시간 만인 오후 5시쯤 포천시 이동면 백운계곡 한 민박집 3호실에 투숙했다. 민이(가명·당시 12), 영이(가명·10)는 일찍 재우고, 이씨는 밤 새워가며 아내 정씨를 설득했지만, 정씨의 자살 의지는 확고했다. 이씨도 “차라리 함께 죽자”며 체념했다. 이튿날 오후 1시 20분쯤 이씨는 지인에게 21만원을 입금 받아 근처 편의점에서 유서를 작성하기 위해 편지지와 편지봉투, 그리고 볼펜을 구입해 민박집 주차장으로 돌아 왔다.  아이들은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방에서 놀고 있었고, 부부는 주차장에 세워놓은 승용차 안에서 각자 유서를 써 내려 갔다 이씨는 매형에게, 정씨는 처음으로 남편의 누나인 시누이에게 편지지를 한 장 가득 꾹꾹 눌러 썼다.  정씨는 유서에서 “잠시 후 저희 손으로 아이들 목을 졸라야 합니다. 이런 부모가 또 있을까요? 사는 것 보다 죽는 게 모든 사람에게 더 큰 피해를 주지 않는 것입니다”  남편 이씨도 눈물로 매형에게 유서를 써 내려갔다.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 남아서 천덕꾸러기가 될 것 같아 저희가 데려갑니다. 불쌍한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죽을 각오로 잘 살아보려 했는데 현실은 너무 무섭습니다. 어제도 결정을 해서 행동으로 옮기려 했으나 아이들의 눈이 밟혀 못했습니다”  오후 5시쯤 근처 이동우체국에서 남편이 우표를 구입해 우체통에 넣고, 밤 11시쯤 다시 민박집에 투숙했다.  민이와 영이는 잠시 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한 채 이내 잠이 들었다. 이씨는 천천히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주방 가스레인지와 연결된 LPG가스의 호스를 칼로 반 쯤 잘랐다. 정씨는 말 없이 옆에 서서 물끄러미 지켜봤다. 이씨는 밖으로 나가 낮에 민박집 주인으로부터 고기를 구워 먹는다며 받은 번개탄 2장에 불을 붙였다. 냄비에 담겨진 번개탄을 방안 출입문 앞에 놓은 이씨 부부는 꼭 안고 자리에 누워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꽈당’ 냄비 부서지는 소리와 누가 넘어지는 소리에 가족들이 잠에서 깼다. 막내 민이가 화장실을 가던 중 그만 번개탄이 들어있는 냄비를 밟고 넘어진 것이다. 이씨는 ‘이건 아니다’는 생각에 즉시 창문을 열고 출입문을 열어 환기 시키고 번개탄을 밖으로 던졌다.  이튿날 오전 11시 민박 집을 나온 일가족은 일동면 화대리 제일유황온천 부근 음식점에서 늦은 아침 겸 점심식사를 했다. 주차장으로 나온 정씨는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는 죽기로 했으니 너희들은 보육원에 보내주겠다”며 처음으로 죽음을 암시 했다. 큰딸은 울면서 따라 죽겠다고 했고, 작은 딸은 울기만 했다.  오후 6시쯤 지인에게 빌린 돈 15만원을 근처 농협에서 찾아 산정호숫가에 한 숙박업소로 이동했다. 길가 마트에서 막걸리와 소주를 각각 2병 사고, 번개탄을 3장 구입했다. 새벽 2시쯤 졸음을 이겨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가까스로 다독여 차에 태우고 호숫가 공터에 차를 세운 후 불붙은 번개탄 3장을 냄비에 담아 차량 안 정씨 다리 밑에 놓았다. 잠을 청한지 2시간쯤 지난 새벽 4시. 두 딸이 괴로워 하며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아이들이 있는 뒷자리로 넘어가 작은 아이부터 목을 조르고, 정씨는 발버둥치는 아이들 다리를 잡았다. 폭풍같은 시간이 지나 고요함과 두려움이 엄습했다.  두 딸을 뒷자리와 그 밑에 각각 눕힌 이씨 부부는 차량을 추락시킬 장소를 찾아 1시간 여 동안 주위를 배회했다.  여우재고개 6부 능선 계곡이 적당했다. 차량을 그대로 몰아 돌진했다. 70m 아래로 떨어진 자동차는 휴지조각처럼 구겨지고, 두 딸의 사체는 차장 밖으로 튕겨져 나갔지만 안전띠를 맨 이씨 부부는 멀쩡했다. 가까스로 차량을 빠져 나온 부부는 소나무 가지에 줄을 걸어 나란히 목을 맸지만 나뭇가지는 두 사람의 체중을 견뎌내지 못했다. 2월 중순 여우재 계곡은 한 겨울 날씨 그대로였다. 가만히 있으면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질긴 목숨은 4~5일이 지나도 이상이 없었다.  결국 부부는 계곡을 걸어 나와 산정호수로 걸어갔고, 화장실, 빈컨테이너 등에서 며칠을 더 보냈다.  2월 25일 오후 1시40분쯤. 부부의 편지를 받은 매형 차모씨가 급히 일산경찰서 실종수사팀을 찾아가 유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이씨는 이때 산정호수 부근 현금지급기에서 지인들이 보내준 현금을 3회에 걸쳐 인출하자 경찰은 단순 가출로 봤다.  자살 포기  여러 차례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실패하자, 부부는 3월 1일 버스를 이용해 의정부시내로 이동했다. 다시 지인들에게 소액을 통장으로 받아 인출한 다음 병원을 찾아갔다. 이씨는 동상에 걸려 걷기가 어려웠다. 정씨는 상태는 덜했지만 치료가 필요했다. 열흘간 의정부에 머물면서 병원 치료를 받은 부부는 강릉 주문진으로 이동했다. 강릉에서도 이씨는 병원을 오가야 했다. 같은 달 23일까지 강릉을 배회하던 부부는 눈에 잘 안 띄는 시골로 도피하기로 하고 PC방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마침 충북 진천의 한 오이 재배농가에서 낸 구인광고를 보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부부는 월 230만원을 받기로 했다. 3개월 후인 6월 30일 말 없이 편지만 한 통 써놓고 충남 보령(대천)으로 이동했다. 약 1주일간 모텔을 전전하며 발길 닿는 대로 움직였다. 이후 경북 상주 버섯농장, 경북 청도 염색공장, 새마을 농장을 돌며 하루벌이를 했으나 힘에 부쳤다.  다시 인터넷 구인광고를 검색해 7월 21일 경북 밀양의 한 펜션에서 둘이 250만원을 받기로 하고 몸을 의탁했다. 그러나 다른 종업원과 마찰을 빚어 한 달을 겨우 채우고 경남 마산, 전남 여수, 충남 강경, 전남 해남을 떠돌았다. 9월 추석 명절 직전 부산의 한 농장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를 봤다. 명절연휴가 지난 뒤 오라고 했다. 부부는 220만원을 받기로 했다. 1년 6개월 지나는 동안 월급도 오르고 잘 지내는가 싶었지만 천륜을 어기고 이 하늘 아래 숨을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지난 10일 오후 4시 ‘중요 지명 피의자 종합수배’ 전단을 본 한 주민의 신고로 부부는 사건 발생 2년 2개월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경찰로부터 신병을 넘겨 받은 포천경찰서는 12일 이씨와 정씨 부부를 살인 및 사채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친자매 살해범도 평범한 엄마 아빠였다  부부는 평범한 대한민국 엄마 아빠였다. 이씨는 전문대학과 같은 2년제 동국대 전산원을 졸업하고 용산 전자상가 등에서 컴퓨터 관련 일을 했다. 집 전세금 전체를 털어 지인들과 함께 하던 사업이 잘못돼 누나 매형집에 얹혀 살게 됐지만, 닥치는 대로 일을 할 만큼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 역시 고등학교 졸업 학력으로 조금이라도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맞벌이에 나섰다. 국내 유명 아동학습지 회사에 입사해 영업팀장직에 올랐다. 한 질에 70만~100만원 하는 교재를 팔면 13%의 판매수수료가 수당으로 떨어졌다. 실적 부담에 쫓겨 허위 판매를 하고, 허위 판매대금을 입금하기 위해 고객으로부터 현금으로 받은 책값을 유용한 것이 화근이 됐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회사는 돈을 벌었지만, 자신과 직원들의 빚은 줄기는 커녕 점점 늘어만 갔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민이와 영이도 교우 관계가 매우 좋았다. 성적도 중상위권이었다. 두 자매의 담임교사들은 “민이는 특히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책임감도 강했다. 어머니 역시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다른 엄마들 보다 강했다”면서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사를 맡은 포천경찰서 김중기 형사는 “이씨 부부 모두 지극히 평범한 엄마 아빠였지만,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잘못된 판단을 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실패한 기업인들이 찾는다는 그 섬… 4주간 무슨 일이

    [주말 인사이드] 실패한 기업인들이 찾는다는 그 섬… 4주간 무슨 일이

    해마다 100만여명이 창업을 하지만 80여만명이 폐업을 한다. 금융위원회와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창업 기업의 생존율은 3년 후 55%, 5년 후 39%, 10년 후 24%에 불과하다. 창업자 10명 중 5명이 3년 내 문을 닫는 셈이다. 창업 기업의 폐업 횟수는 1.3회, 재창업 횟수는 0.8회로 폐업 후 50%는 재기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번 쓰러지면 재기하기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실패한 기업인은 죄인이 아니지만 일순간 ‘인생의 낙오자’로 전락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의 재기를 ‘힐링’으로 접근한 색다른 시도가 남해의 외딴섬, 경남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 죽도에서 진행되고 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조차 없이 벼랑 끝에 몰린 19명이 지난 2월 24일 무거운 마음으로 섬을 찾았다. 4주간의 시간,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지난달 21일 통영에서 배를 타고 1시간 만에 도착한 죽도는 인적이 드문 조용한 섬이다.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이 폐교를 리모델링한 죽도연수원에서는 ‘실패 중소기업인 힐링캠프’가 진행되고 있었다. 2011년 11월 첫 캠프를 연 뒤 5회째다. 캠프는 3월과 6월, 11월 등 매년 3차례 진행된다. 연수원으로 가는 길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가파른 오르막길에 세워진 표지판이 눈에 띈다. “묵은 마음 비워서 맑고 둥근 마음만 가득 채워 가는 곳…허밀청원.” 섬에 내리기 전까지 ‘외인구단’이나 ‘실미도’를 연상했기에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글귀다. 가쁜 숨을 돌리려 들어간 연수원 식당에서 형광색 점퍼를 입은 이들이 반갑게 인사한다. 캠프 참가자들이다. 퇴소를 앞두고 그동안 생활했던 텐트와 침낭 등을 정리해 햇볕에 말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표정이 밝은 그들의 모습에서는 얼마 전까지 ‘인생 실패자’로 자책하며 방황했다는 사실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상하(43) 원장은 “이곳에서 ‘재기’는 재창업이 아니라 잃었던 용기를 되찾고 깨진 가족이 만날 수 있도록 마음을 정화하는 것”이라며 “실패한 사람에게는 실패 마인드가 숨어 있는데 치유 없이 정상적인 패자 부활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4주간 무료로 진행되는 힐링캠프는 방목 형태로 진행된다. 주입식 강의나 창업 스킬 등 성공 기법을 전수하는 과정은 없다. 100명이 넘는 재능 기부자 중 컨설턴트는 배제하고 종교인과 심리치료사 등이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철저하게 ‘의도된 불편함’을 극복하며 스스로 마음을 관리하는 시간의 반복이다. 사업 실패로 같은 아픔을 경험했던 설립자와 한 원장의 신념, 그리고 재기 과정에서 간절히 필요했던 것을 녹여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캠프는 술과 담배, 휴대전화, 지갑을 수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4주간을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라는 취지다. 오전 5시 50분 기상과 함께 편치 않은 산길을 헤치고 명상 바위에 오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취침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식사는 하루 2끼만 제공하고 입소 다음 날부터 퇴소 전날까지 26일간 텐트에서 야영한다. 초기 2주간은 강의장을 제외하고는 대화도 차단된다. 캠프에서는 자급자족을 하기에 농촌 활동도 필수 일과다. 한 원장은 “실패한 기업인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환경을 탓하고 남을 원망한다”면서 “신세 한탄이 아니라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모든 게 내 탓’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강당에는 “나는 지금 여기에 왜 와 있는가”, “고난과 좌절은 성공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나는 모든 면에서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자기 암시 글들이 곳곳에 걸려 있다. 캠프 참가자는 3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하다. 처음에는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고 쉽게 말문도 열지 않는다. 실패의 기간이 길수록 이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얼굴은 죽을상이고 의욕은 찾아볼 수 없다. 참가자들은 구구절절한 사연을 토로하지만 캠프에서는 철저히 무시한다. “나는 잘했는데…”라고 할 때마다 “너로 인해 다른 사람이 행복했는가”라는 질문이 되돌아간다. 휴먼 영화를 시청하고 100배 절을 올리고 사이코드라마에 직접 출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마음의 변화를 겪는다. 야영은 캠프의 ‘백미’다. 산속에 설치된 텐트 간 거리는 30m가 넘는다. 아무런 간섭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던 회한, 후회의 뜨거운 눈물을 수없이 흘린다고 한다. 18년간 전자계통사업을 하다 2008년 폐업한 김경곤(59)씨는 “여기 온다고 뭐가 해결될까 하는 고민과 창업자금을 받는 데 유리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반신반의했다”면서 “마음의 어두운 그림자를 털어내면서 몸과 마음이 맑아졌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식품제조유통업을 했던 정영준(51)씨는 위기 탈출을 위해 입소했다. 정씨는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 왔지 스스로를 되돌아볼 기회가 없었는데, 매우 유용한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실패한 기업인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김경곤씨는 “아침이 밝아 오는 것이 싫었고 내 이름이 적힌 우편물을 받는 게 두려웠다”면서 “특히 나 때문에 가족까지 피해를 당하는 것이 가장 괴로웠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당시 자살하는 사람에게 공감이 갔다”면서 “남을 원망하는 마음만 들고, 내가 왜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되면서 술로 시간을 허비했다”고 회고했다. 사업이 망한 이들은 대부분 신용불량자로 전락한다. 작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신용을 회복해야 하는데 상당수는 빚의 늪에서 헤어날 방법을 찾지 못한다. 익명을 요구한 40대 후반 남성은 “신용 회복을 하더라도 카드 발급이나 대출이 안 되는 등 재기를 위해 기댈 언덕이 없다”면서 “사업이 잘되면 금융권이 제일 먼저 고개를 숙이며 찾아오지만 반대 상황에서 가장 먼저 발목을 잡는 것도 금융권”이라고 성토했다. 캠프를 거쳐 간 68명 중 50%가 재창업(12명)을 하거나 취업에 성공했다. 5년간의 아픔을 딛고 대구에서 재기한 향천의 김영만(47) 대표. 그는 2차례 누룽지 제조 업체를 운영하다 무일푼으로 쫓겨났다. 2008년 이후 신용불량자로 4년간 ‘바닥 인생’을 경험했다. 지난해 3월 2회 캠프에 참가한 후 중소기업청의 재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재기했다. 김 대표는 “항상 자만하지 말고 겸손하라고 스스로에게 경종을 울린다”고 전했다. 지난달 22일 4주간의 일정을 마친 5회 캠프 참가자들이 1명의 낙오자도 없이 섬을 나섰다. 그토록 힘겨워했던 현실 속으로 다시 들어선 것이다. 오늘의 실패를 자산이자 축복으로 되돌리는 항해가 시작됐다. 글 사진 죽도(통영)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그래픽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 [프리뷰]성상납 그린 ‘노리개’ 충격적인 이유

    [프리뷰]성상납 그린 ‘노리개’ 충격적인 이유

    노리개. 사전적 의미중 하나는 ‘심심풀이로 가지고 노는 물건’이다. 예전 같았다면 장난감을 연상했겠지만, 지금은 ‘노리개’ 하면 많은 사람들이 ‘성(性)노리개’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린다. 특히 장난삼아 가지고 노는 여성을 뜻하는 ‘성 노리개’는 몇 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故장자연 사건을 통해 더욱 친숙한 단어가 됐다. 개봉을 앞둔 영화 ‘노리개’(각본/감독 최승호, 주연 마동석, 이승연, 민지현)는 스타를 꿈꾸다 결국 성 노리개로 전락한 20대 여성의 숨겨진 진실을 그렸다. 이 한 줄의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故장자연 사건을 영화화 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배우를 꿈꾸는 25살의 정지희(민지현 분)는 소속사의 외압과 강요로 소속사와 언론사 대표 등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성상납을 한다. 수치심을 견디지 못해 꽃다운 생명은 결국 스스로 지고, 한 기자와 변호인은 권력으로 자신의 죄를 무마하려는 세력에 대항하지만 쉽지 않다. ‘노리개’라는 강한 제목이 암시하듯, 영화는 변태적인 성행위로 여성을 노리개 삼거나 또는 한 여성의 꿈과 희망을 담보 삼아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권력자의 부조리함을 적나라하게 말한다. 특히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이면에 깊게 드리워진 연예계의 어두운 그림자는 관객들로 하여금 다시 한 번 ‘몹쓸 세상’을 탓하게 한다. 법대 출신의 최승호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국민들이 생각하는 법과 실제 법의 괴리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어느 누가 봐도 추악할 뿐인 범죄자, 소위 ‘거물’들은 유유히 수사망과 법망을 빠져나가고 애꿎은 희생자만 영정 사진 속에서 웃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영화는 연예계 성상납이라는 탈을 쓰고 부조리한 세력과 법의 이중성을 이야기 한다. 한때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자극적인 소재를 다뤘지만, 영화는 다소 단편적이고 미지근하게 흐른다. 여배우 자살사건을 쫓는 기자(마동석 분)와 변호사(이승연 분)의 동기나 캐릭터의 임팩트가 시원찮은데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건’이라는 전제 하에 스토리가 진행되다보니 다소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아쉽다. 영화 속 기자는 과거 성상납을 강요받았다는 한 여성에게 “‘이쪽 세계’(연예계)를 잘 모르면서 그저 스타를 꿈꾸는 청소년들을 위해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해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이 여성은 “내가 나의 아픈 기억을 꺼내놓는다고 해서 그들이 스타가 되려는 꿈을 접을 것 같냐.”며 씁쓸해한다. 맹목적으로 스타가 되려는 이들도, 꿈을 꾸는 꽃다운 청춘을 무참히 짓밟는 이들도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장면이다. 18일 개봉.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장편 정치역사 소설 ‘1987’낸 하창수

    [저자와의 차 한잔] 장편 정치역사 소설 ‘1987’낸 하창수

    1987년은 실로 많은 사건이 발생한 해이다. 1월 14일, 서울대 학생인 박종철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받다가 질식해 세상을 떠났다. 6월 10일, 수많은 사람이 서울 도심을 행진했다. 연세대 학생인 이한열이 최루탄을 맞고 사경을 헤맸다. 이어 6·29 선언이 나왔다. 8월 29일, 국내 한 종교집단에서 32명이 집단으로 자살한 변사체가 발견됐다. 8월 31일, 정당 대표들이 모여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자는데 합의했다. 10월 12일, 국회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의 6공화국 헌법을 통과시켰다. 11월 29일, 대한항공 858편 보잉 707여객기가 미얀마 근해인 안다만 상공에서 공중 폭파돼 탑승객 115명이 전원 사망했다. 12월 26일,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치러졌다. 그리고 또…. “시간은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그 누구도 시간의 멱살을 잡고 늘어지고 분탕질을 치고 욕설을 뱉을 수는 있지만 멈추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예전에 일어났던 일이 다시 일어날 수 있고 또 전혀 새로운 일들이 터질 수도 있습니다. 1987년은 그 멈추지 않는 시간의 한때였고, 그 이전의 미래였고, 그 이후의 과거였습니다.” 장편 소설 ‘1987’은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저자 하창수(53)씨의 10번째 장편 소설로 원고지 3000매라는 방대한 분량이다. 이 속에는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한마디로 말하면 1987년을 중심으로 이전 10년과 이후 10년을 주축으로 하면서 3대에 걸친 가족사와 현대사를 다룬 정치역사 소설이다. 이러한 시공간적 배경을 바탕에 깔면서 ‘누가 적이고, 누가 동지인가’라는 물음표를 들고 ‘나는 누구인가’를 향해 끊임없이 달려간다는 것이 이 소설의 중심 축이다. 따라서 이 작품의 표면적 주제는 적론(敵論)이다. ‘도대체 적은 누구란 말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소설적 답변이 647페이지를 관통한다. ‘누가 적인지 알 수 없다’는 작중 인물의 고통스러운 외침은 처절하다. 이 작품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6·29 선언, 3당 합당 등을 먼 배경으로 삼아 정치적 공기를 깔고 시작된다. 하지만, 작가는 암시만 줄 뿐 시대적 사건을 구체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소설 속 인물들은 주요 사건에 연루돼 있지만, 소설은 철저히 개인사를 통해 시대를 바라본다. 소설을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은 소설가 윤완, 테러리스트 선우활 등 2명이다. 윤완은 소설가의 감각으로 선우활의 개인사에 대해 강렬한 작가적 흥미를 느낀다. 그가 주목한 것은 권력층이 정치적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비밀리에 운용하는 조직이다. 여기에는 정보기관 등 권력자들이 관여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조직과 대척점에 있는 반정부 조직이 운영하는 비밀 테러단체의 존재다. 폭력적 방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이들은 평범한 시민으로 위장한 채 각계각층에 잠복해 있다. 이 두 개의 조직은 상생의 관계에 놓여 있다. 적이자 동지이다. 이런 것들을 지켜본 윤완은 소설로 쓰려 하지만 시대가 허용하지 않는다. 현대 정치의 흑막과 미스터리한 상황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만들어내면서 추리적 긴장감으로 소설 전체를 지배한다.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문민정부가 들어선 뒤였습니다. 3당합당의 막전막후에 대해 다시 알게 되면서 충격에 빠졌습니다. 문민정부가 과연 민(民)이 세운 정부인지. 군부독재의 연장선상인지 궁금해서 공부를 하다 보니 결국 1980년대, 70년대, 60년대, 한국전쟁, 일제 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더군요. 아버지의 아버지 시대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고 펜을 들기 시작했습니다. 완성하기까지 13년 걸렸네요.” 책 속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인간의 세계는 비밀로 지탱된다. 비밀을 영원히 깊디깊은 암흑 속에 가두려는 자와 어떻게든 그것을 까발리려 공개하려는 자 사이의 긴장, 이 정치적 관계가 결국 인간 사회를 유지하게 하였다고 하면 억측일까.’ 이 소설이 주는 궁극적인 메시지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국인의 정체성 찾기”라고 대답한다. 저자는 1987년 계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당선작 ‘청산유감’으로 등단했다. 1991년 작가의 군대체험을 바탕으로 한 장편소설 ‘돌아서지 않는 사람들’로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다. 조선시대 이단 화가들의 장대한 파노라마를 그린 ‘그들의 나라’, 정신병적 기제를 집요하게 파고든 ‘함정’ 등 25년 동안 10편의 장편소설을 펴냈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15년 만에… 김훈 중위 순직 인정받을 듯

    15년 만에… 김훈 중위 순직 인정받을 듯

    1998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총상을 입고 사망해 대표적 군 의문사 사건의 희생자로 남은 고(故) 김훈(당시 25세) 중위가 사건 15년 만에 순직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방부 관계자는 5일 “사망 원인이 불명확한 사망자에 대해서도 공무상 연관성이 있으면 순직을 인정하는 내용으로 ‘전공사상자 처리 훈령’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개정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충분한 의견수렴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김 중위의 아버지인 김척 예비역 육군중장은 “진상 규명 불능으로 순직 처리하는 것이 아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는 것”이라면서 “자살을 전제로 순직 처리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8월 부적절한 초동수사로 사망원인 규명이 불가능해진 김 중위를 순직 처리하라고 권고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7월 공무로 정신질환 치료를 받았거나 구타·폭언 등으로 자살한 군인도 순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훈령을 개정했으나 김훈 중위의 경우 자살로 결론을 내리더라도 원인이 불명확해 해당 규정의 적용을 못 받았다. 이에 권익위가 원인불명의 사망자도 공무상 연관이 있으면 순직 처리할 수 있게 훈령을 개정하라는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육군에서 김 중위를 순직으로 인정한 후 국가보훈처에서 이를 다시 심사해 보훈보상대상자로 지정하면 유족들은 월 76만원 이상의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고, 국가유공자로 지정될 경우 국립묘지 안장이 가능하다. 국방부의 훈령 개정 검토에도 불구하고 김 중위 사망 원인에 대한 논란은 남게 될 전망이다. 김 중위는 1998년 2월 24일 JSA 경비초소에서 오른쪽 관자놀이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으나 당시 최초 현장감식 두 시간 전에 이미 ‘자살’로 보고되는 등 부실한 초동 수사가 논란이 됐다. 군 당국은 1, 2, 3차에 걸친 조사 끝에 김 중위가 권총으로 자살했다고 결론을 내렸으나 유족들은 현재까지 자살을 인정하지 않고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사망 전 자살을 암시하는 행동이 없었다는 점, 권총 자살의 경우 나타나는 화약흔이 그의 오른손에서 발견되지 않는 등 의혹이 남았다. 대법원은 2006년 사망 원인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여부는 초동수사 미흡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충남 음독·인천 압수수색… 교육감들의 추락

    충남 음독·인천 압수수색… 교육감들의 추락

    김종성(63) 충남교육감이 장학사 시험문제 유출 비리와 관련해 재소환 조사 다음 날인 19일 음독자살을 시도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김 교육감은 관련 직원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경찰 수사망이 조여 오자 압박감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김 교육감이 낮 12시 30분쯤 대전 중구 태평동 B아파트 교육감 관사에서 300㎖짜리 원예용 제초제 ‘반벨’ 한 병을 마시고 쓰러져 있는 것을 외출했다 돌아온 아내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전날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돼 오후 11시 30분까지 조사를 받고 귀가한 지 13시간 만이다. 김 교육감은 출동한 구급대원에 의해 대전성모병원으로 이송돼 위세척 등의 응급조치를 받은 뒤 농약 중독 치료 분야 권위자가 있는 순천향대병원으로 옮겨졌다. 김 교육감의 관사 서재에서는 유서 형태의 메모가 발견됐다. 메모에는 ‘교육 가족에게 미안하다. 내 부덕의 소치다’ ‘깨끗하게 살아온 나를 믿지요. 부끄러움이 없습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김 교육감은 지난해 7월 14, 28일 치러진 도교육청 장학사 선발 시험문제 유출 사건으로 수사를 받아 왔다. 이 사건은 같은 해 8월 교육계 직원이 경찰에 제보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5개월간의 내사 끝에 지난달 태안교육지원청 장학사 노모(47·구속)씨와 천안의 현직 교사 김모(47)씨, 도교육청 인사담당 장학사 조모(52)씨, 감사담당 장학사 김모(50)씨 등 4명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이 과정에서 장학사 시험문제 출제위원 A(48·천안교육지원청 장학사)씨는 음독자살했다. 노씨 등은 장학사 시험을 앞두고 중등 16명과 초등 2명 등 응시 교사 18명에게 문제를 건네고 1인당 1000만∼3000만원씩 모두 2억 6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18명 모두 시험에 합격했다. 장학사 김씨 등은 수사 과정에서 “김 교육감이 시험문제 유출을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같은 진술 등을 토대로 지난 15, 18일 두 차례 김 교육감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소환해 유출 지시 여부와 돈의 사용 목적 등을 조사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유출 연루 직원들이 ‘교육감이 무슨 죄가 있느냐. 걱정하지 말라’고 김 교육감을 안심시켰다가 수사 과정에서 정반대로 진술해 이에 대한 배신감에 심적 압박이 컸다”면서 “김 교육감이 재소환 다음 날인 19일 연가를 낸 뒤 오후 1시쯤 출근하겠다고 수행비서에게 알렸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몰랐다”고 말했다. 조대현 충남경찰청 수사2계장은 “변호사 2명이 동석했으며 조사 과정에서 강압은 없었다. 재소환 때 자살 시도를 암시할 만한 김 교육감의 심경 변화도 없었다”면서 “장학사 시험 비리 수사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김 교육감에 대한 사법 처리도 신병에 변화가 없는 한 다음 주중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천지검 특수부는 이날 인사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인사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나 교육감이 2010~2011년 측근을 승진 대상자로 내정한 뒤 근무평정을 유리하게 조작할 것을 인사 담당자에게 지시했는지를 수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또 나 교육감이 음주운전 등으로 징계받은 공무원의 승진 후보자 순위를 상향 조정하기 위해 당시 인사위원장인 부교육감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인천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자살 부산 초등생 ‘심리적 부검’

    부산경찰청은 지난달 29일 개학을 앞두고 목을 매 숨진 부산 모 초등학교 A(11)군에 대해 심리적 부검을 실시한다고 4일 밝혔다. 부산경찰청 과학수사계에 따르면 A군의 사망 직후 물리적 부검에서는 타살 혐의 없이 스스로 목을 매 숨진 것으로 결론 났지만 뚜렷한 자살 동기를 찾지 못해 수사 차원에서 심리적 부검을 실시키로 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심리면담 조사표’에 따라 A군의 어머니·조부모 등 유족, 주변 친구 등을 대상으로 26개 항목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다. 심리적 부검이란 물리적 사인을 규명하는 일반 부검과 달리 죽음에 이른 심리적 요인을 조사하는 것이다. 조사표는 질병, 가족관계, 학력, 거주 형태, 소득, 가족 갈등, 종교 등 26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A군은 지난달 29일 0시 20분쯤 집 인근의 한 체육시설에서 운동기구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러나 유서도 없고 자신의 컴퓨터 일기 등에서도 죽음을 암시하는 흔적이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부검을 실시해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결론 냈다. 하지만 A군이 자살할 만한 뚜렷한 이유가 발견되지 않아 이례적으로 심리적 부검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자살자에 대해 심리적 부검을 하는 것은 드문 일로 부산에서는 2010년 처음 실시된 이래 두 번째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경찰청과 부산시는 최근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심리적 부검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해 오는 12일부터 본격 시행하기로 하고 현재 15개 경찰서별로 형사계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에 실시하는 심리적 부검은 최근 부산시와 부산경찰청이 자살자 전원에 대해 실시하기로 한 심리적 부검과는 다소 다른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부산시가 하려는 것이 자살 예방 목적이라면, 우리가 하는 것은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을 밝히는 수사 차원의 부검”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경찰 ‘카톡’ 두 생명 살렸다

    경찰 ‘카톡’ 두 생명 살렸다

    울산의 한 경찰관이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을 활용해 자살을 시도한 2명의 목숨을 구했다. 울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3일 오전 10시 35분쯤 울산지방청 112센터에 ‘아들이 죽어간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대구에 사는 김모(50)씨가 “울산에서 대학을 다니는 아들(23)이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를 보내온 뒤 전화가 끊겼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무거동 일대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지만 정확한 위치를 몰라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울산지방청 112센터 이성진(42) 경사가 김씨의 아들과 휴대전화 카카오톡 메시지 대화를 시작했다. 이 경사는 김씨와 평소 친분이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하면서 집 위치를 알아냈다. 이 경사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에게 집 위치를 알려줘 신고 접수 20분 만에 김씨가 자살을 시도한 원룸을 찾아낼 수 있었다. 경찰은 원룸 창문을 뜯고 들어가 착화탄 25개를 피워 놓고 친구와 함께 쓰러져 있던 김씨를 병원으로 옮겼다. 이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목숨을 구했다. 이 경사는 “친근하게 대화를 이어가며 설득했더니 김씨가 ‘죄송합니다’라며 뉘우치며 자신의 위치를 알려줬다”면서 “경찰 신분을 속이는 거짓말을 한 셈이 됐지만, 소중한 두 생명이 이번 실수를 반성하고 다시 살아갈 기회를 얻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2012년 12월 21일 행성 ‘니비루’ 충돌 가능성은?

    2012년 12월 21일 고대 마야인들의 예언대로 지구가 정말 멸망할까? 최근 가상 행성 니비루(Nibiru)가 지구와 충돌해 인류가 멸망한다는 루머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져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까지 진화에 나섰다. 이같은 소문은 소위 ‘마야 종말설’과 맞물려 있다. 이른바 ‘마야 종말설’은 고대 마야인이 쓰던 달력에 기초한 것으로 기원전 3114년 8월 13일을 원년으로 시작해 13번째 박툰(394년의 주기)인 2012년 12월 21일을 끝으로 달력이 끝난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2012년 12월 21일을 지구 종말의 날로 예측하고 있는 것. 해외언론들은 전세계 수백만의 사람들이 이같은 소문을 믿고 두려워하고 있으며 10대들의 경우 자살할 가능성도 있다는 경고까지 전했다. 실제로 프랑스 당국은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피난 성소로 전해지는 부가라크 마을의 피크 드 부가라크 산에 대한 봉쇄 조치까지 내렸으며 당일인 21일에는 약 10만여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대해 NASA 에임스 연구소의 데이비드 모리슨 박사는 “전세계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지만 이는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모리슨 박사는 “종말론을 믿는 사람들은 먹거나 잠도 자지 않고 걱정하고 있다.” 면서 “심지어 어린학생들까지 지구멸망이 일어날까봐 두렵다는 메일을 나에게 보내곤 한다.”고 밝혔다. 박사는 소위 행성 니비루에 대한 정체도 폭로했다. 모리슨 박사는 “니비루는 실체가 없는 상상 속의 행성에 불과하다.” 면서 “역사상 단 한 차례도 관측된 적이 없는 가상 행성”이라고 설명했다. 역사책 속 ‘니비루’는 약 6000년 전 수메르인이 태양계에 존재한다고 주장한 행성으로 지난 2003년 5월 지구와 충돌한다는 예언이 퍼졌으나 역시나 아무일 없이 지나갔다. 모리슨 박사는 “니비루 같은 행성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면 과학자들은 적어도 10년 전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오는 21일 이 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면 지금쯤 육안으로도 볼 수 있으니 직접 찾아보라.”고 밝혔다.   한편 마야종말설 역시 한편의 해프닝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전문가들이 2012년 12월 21일은 지구 종말의 날이 아닌 또다른 주기의 시작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기 때문. 미국 툴래인 대학교 마르첼로 카누토 교수는 “2012년 12월 21일은 고대 마야인들의 중요한 캘린더 상의 이벤트 날일 뿐”이라며 “유물 어디에도 지구 종말을 암시하는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인터넷뉴스팀
  • 김장훈·싸이 불화… 공연 기법·스태프 빼가기 탓?

    김장훈·싸이 불화… 공연 기법·스태프 빼가기 탓?

    가요계의 ‘절친’으로 소문난 가수 김장훈과 싸이의 불화설이 연예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둘의 갈등은 김장훈이 지난 6일 돌연 “사랑하는 내 나라를 몇 년간 떠나겠다.”고 밝히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둘의 불화설은 김장훈이 지난해를 끝으로 더 이상 합동 공연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흘러나왔다. 불화설의 핵심은 김장훈이 싸이가 자신의 공연 아이디어를 모방하고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공연 스태프들을 빼간 것에 심한 배신감을 느낀 데 있다. 이들이 처음 공연 호흡을 맞춘 것은 2003년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김장훈이 싸이의 단독 콘서트 연출을 맡으면서부터다. 하지만 이들은 2004~2006년 각자 연말 공연을 열면서 경쟁자 관계로 변했고 잠시 ‘냉전’의 시기를 겪었다. 그러다 싸이가 군 재입대로 힘겨운 시간을 보낼 때 김장훈이 자주 면회를 가 힘을 실어줬고 그 기간 동안 싸이의 회사 식구들을 거둬 함께 일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싸이는 자작곡 ‘소나기’를 김장훈에게 선물했고 제대 이후 함께 공연 기획사를 설립해 ‘완타치’라는 합동 공연에 나서 연 매출 100억원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합동 공연 중단을 선언한 후 둘은 지난 5월 MBC 예능프로그램 ‘놀러와’에 출연해 신경전을 벌였다. 당시 김장훈이 싸이가 자신의 공연 연출 기법을 응용한 것을 지적하자 싸이가 “후배가 선배한테 배우는 것이 무슨 문제냐.”며 맞섰던 것이다. 김장훈은 지난 9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예전에 이승환씨가 자신의 공연을 도용당했다고 불만을 토로한 입장이 이해가 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싸이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김장훈은 지난 4일 “믿는 이들의 배신에 더는 못 견디는 바보입니다. 미안해요.”라며 마치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 이어 5일 밤 싸이가 병원에 입원 중인 김장훈을 방문해 8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나눴고 두 사람이 화해했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김장훈이 6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11일 앨범 발매일까지 미루고 당분간 한국을 떠나려고 하는데 왜 자꾸 상황을 언론 플레이로 몰고 갑니까. 이러려고 6개월 만에 찾아와 밀고 들어왔나. 결국 진흙탕이 되나.”라면서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둘의 불화설이 알려지자 가요계 관계자들은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싸이의 소속사 관계자는 “문제가 된 공연 스태프들은 외주 업체 직원들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상황인데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교수도 7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장훈이 형 병동에 와서 아침도 잘 먹었다. 점차 안정을 찾는 것 같아 다행”이라며 “(김)장훈이 형과 싸이 사이에 좀 안 좋은 일이 있었지만 잘 이겨내리라 생각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많은 네티즌들도 “사비까지 털어 독도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광고를 해 온 김장훈을 섣불리 비난해서는 안 된다.”거나 “김씨가 그동안 훌륭한 활동을 한 것은 맞지만 공인이 SNS에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남겨 온갖 추측과 의혹이 난무하게 만든 것은 옳은 자세가 아니다.”라는 등의 엇갈린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이은주·유대근기자 erin@seoul.co.kr
  • 생활고에 시달리다… 젊은 주부들의 잇단 자살

    생활고에 시달리던 30~40대 주부들이 어린 자녀와 함께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 1일 오전 6시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 J아파트 7층 진모(31)씨의 집에서 진씨와 9살·6살난 두 아들이 함께 숨져 있는 것을 경찰관이 발견했다. 진씨의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새벽에 ‘남편 곁으로 간다. 119와 112에 신고해 수습해 달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깜짝 놀라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진씨는 사망 전 오빠와 여동생 등 가족에게도 죽음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발견 당시 진씨와 두 아들은 거실에 나란히 누워 있는 상태였다. 옆에는 약물이 든 플라스틱 통과 유서가 널려 있었다. 유서에는 특별한 사연 없이 두 아들과 자신이 독극물을 마신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인 ‘02시, 02시 40분, 03시 나.’라고 쓰여져 있었다. 경찰은 진씨가 우울증과 생활고를 비관하다 청산가리로 추정되는 독극물을 두 아들에게 차례로 먹인 뒤 자살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진씨의 남편 엄모(34)씨는 집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엄씨는 화물차 운전으로 생계를 꾸려 왔으나 벌이가 시원찮아 생활이 어려웠고 빚을 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의 한 아파트 15층에 사는 이모(45)씨도 이날 낮 12시 15분쯤 집 베란다 창문에서 아들(3)을 안고 화단으로 뛰어내려 숨졌다. 아들은 엄마 옆 2m가량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아들은 엄마 품에 안겨 떨어진 탓에 다행히 목숨을 건져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씨 가족은 아파트 월세가 몇 달간 밀려 이날 오전 일산동구 장항동의 한 오피스텔로 이사 중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씨의 남편(53)이 이삿짐센터 직원들과 함께 오피스텔로 짐을 나르러 간 사이 이씨가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부인이 오피스텔 월세 보증금이 모자란 것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는 유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전주 임송학·고양 한상봉기자 shlim@seoul.co.kr
  • 女제자 성추행 교사, 발뺌하며 한다는 소리가..

    女제자 성추행 교사, 발뺌하며 한다는 소리가..

    충북 제천경찰서는 27일 여고생 제자를 성추행한 A고 교사 B씨에 대해 강간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근무했던 충주시의 한 고교 2학년 여학생 2명을 이달 13일 제천에 있는 자기 집으로 불러 함께 술을 마시다가 이들이 잠들자 한 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교사는 경찰의 출석 요구를 받자 하루 뒤인 18일 출근하지 않고 잠적했다. 그는 당시 ‘억울하다. 용두산으로 간다’며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문자메시지를 학교 교감에게 보내 경찰이 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5일 경기도 의정부 친척집에서 체포된 B씨는 “술을 같이 마신 것은 맞지만 성추행하지는 않았다.”며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이 B씨의 구강세포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여학생의 몸에 묻은 타액과 DNA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美유명패션지의 무례, 故김다울 사진 사용 논란

    美유명패션지의 무례, 故김다울 사진 사용 논란

    3년 전 세상을 떠난 톱모델 김다울의 사진이 패션매거진 ‘글래머’ 미국판 최신호에 실려 논란이 일고 있다고 18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이는 이를 본 일부 독자가 고인에 대한 실례라며 불만을 제기했기 때문. 문제의 사진은 김다울이 생전 모델로 활동할 당시 찍었던 패션 사진으로, 여성이 청바지를 입는 ‘52가지 방법’에 대한 코너에 실렸다. 사진 속 김다울은 페일 블루(바랜 청색의 총칭) 데님 셔츠와 진청바지를 입고 미소를 짓고 있다. 이에 대해 글래머 매거진 편집팀 측은 김다울의 ‘뒷 이야기’(사정)를 알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글래머 매거진 대변인은 패션정보사이트인 패셔니스타닷컴에 “장기간 백스테이지를 담당하고 있는 사진작가 마크 레이보위츠가 이 사진을 촬영했었다.”면서 “사전에 이 같은 소식을 알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주의한 실수로 독자로부터 경고를 받았다면서 “후회스럽고도 실망스럽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故) 김다울은 2007년 파리 패션위크를 통해 패션모델로 데뷔했으며 뉴욕과 밀라노, 런던 패션위크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생전 그녀는 세계적인 브랜드인 샤넬 등의 모델로도 활동했으나, 지난 2009년 프랑스 파리에 있는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고 김다울은 앞서 자신의 블로그와 미니홈피를 통해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수차례 올렸었다. 이에 대해 소속사 측은 “최고의 위치에 선 김다울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 자살을 선택한 이유일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사진=김다울 공식 사이트(위), 데일리메일(글래머 매거진) 캡처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거대한 숲에서 인간의 자기 모순과 추함을 보다

    거대한 숲에서 인간의 자기 모순과 추함을 보다

    “숲에서 부엉이가 울고 나무들이 달려든다고요.”(40쪽) 편혜영(40)이 쓴 장편소설 ‘서쪽 숲에 갔다’(문학과지성사 펴냄)는 읽는 내내 이 구절을 챙겨야 한다. 보통 소설이라는 것이 읽어 가면서 플롯을 이해하고 주인공과 동일시하면서 결과적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그래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주요한 지점마다 미궁에 빠지는 느낌이다. 이런 식이다. 가사 문제 변호사 이하인은 어느 날 실종된 형 이경인을 찾아 나선다. 이경인은 산의 관리인으로 있었다. 그리고 실종되기 전 병원에 있는 어머니에게 전화해 ‘부엉이~’ 운운한다. 형은 자신의 치통 등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이하인에게 폭력을 가해서, 이하인은 어린 시절 형이 죽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기를 꿈꿔 왔다. 탐정이 된 듯 이하인은 주민들에게 수소문한다. 2주 전에 관리인으로 부임한 박인수, 세탁소 주인 최창기, 서점 주인 한성수, 술집 주인 이안남, 관리소의 진 등이다. 그런데 이하인이 형을 찾지도 못했는데 뺑소니 트럭에 치여 죽고 만다. 어처구니없는 1부의 끝이다. 적자 서점을 12년째 운영하는 한창기는 진에게 빚이 있지만, ‘그 숲에서 한 일, 그동안 목격한 것, 그가 공모자로 가담한 일 모두가 담보였다.’고 말해 무엇인가가 엄청난 음모가 숨겨져 있다는 암시를 팍팍 해 놓았다. 때문에 실망과 맥빠짐을 정리하고, 실종된 이경인도 찾아야 하니까 2부에 기대를 걸어야 했다. 그러나 2부에서 형은 잊혀진다. 대신 새로운 관리인 박인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박인수는 전도양양한 회사원이었지만, 이직에 실패하면서 인생이 무너져 내렸다. 하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지만 계속 미역국을 먹는 박인수는 점차 술에 의존해 살아간다. 술에 취해 자살을 시도했고, 자살에 실패한 날 외동아들 세오를 집어던져 머리를 다치게 한다. 그 결과 세오는 아토피를 앓게 되고, 아빠를 두려워한다. 인생에 실패해서 술을 마시는지, 술을 자꾸 마셔서 삶이 실패하는지 선후가 헷갈리게 된다. ‘악마가 사람을 일일이 찾아다니기 어려울 때는 대리로 술을 보낸다.’는 프랑스 격언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3부는 세탁소 주인 최창기, 서점 주인 한성수, 술집 주인 이안남, 관리소 진의 과거사가 펼쳐진다. 마치 만화가 윤태호의 ‘이끼’가 떠오르는 인생들이다. 마치 진은 이끼의 이장 같고, 나머지는 어떤 엄청난 일의 공모자들로 보인다. 남자 형제 사이의 이 갈리는 폭력을 그리면서 로펌 사무장의 입을 통해 “안 친한 가족이 널렸습니다. 게다가 가족보다 친하다는 말은 가족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는 말입니다. 다른 사람에 비해서 친해 보인다는 것이지 속을 다 내보일 정도로 친한 건 아닙니다. 어쩌면 가족보다 더 지독한 관계일 수도 있고요.”라며 그 일당의 관계를 암시했다. 그런데 진과 그 일당이 저질렀다는 불의나 범죄는 변호사 이하인을 교통사고사로 위장해 살해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 사소하다면 사소하다. 따라서 불안과 공포를 따라서 이 소설을 독해해 나갔다면 심각한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도대체 이 소설이 뭐냐? 이경인에서 박인수로, 박인수에서 또 다른 관리인으로, 그것도 알코올 중독자를 또 고용해 똑같은 사건이 반복적으로, 안과 밖이 다르지 않고 끝없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결론 없이 진행될 것을 암시한다. 우리 사회는 거대한 음모도 아닌 사소한 음모에 결탁돼 타인을 이용하고 기망하면서, 술에 취해 어느 것이 현실이고 어느 것이 취중 현실인지 모르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끝내 깔끔한 결론에 도달할 수 없다는 점에서 탐정소설은 아니다. 스릴러 장르 소설 같기도 하지만, 끝내 순수소설이라고 내세우는 이유가 바로 이런 작자의 의도에 있는지도 모른다.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인 작가는 2007년 한국일보문학상을 시작으로 이효석문학상(2009), 오늘의 젊은예술가상(2010), 동인문학상(2011)을 수상했는데, 다수의 문학상을 휩쓸 만한 내공을 느낄 수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신인 여배우 정아율 자살

    신인 여배우 정아율 자살

    신인 여배우 정아율(25)씨가 13일 오후 9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택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채 발견됐다. 이웃에 사는 후배 A(24·여)씨가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집으로 찾아왔다 숨진 정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평소 우울증을 앓아오던 정씨가 신변을 비관해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정씨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잇따라 올렸던 것으로 밝혀져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의지할 곳 하나 없는 내 방에서 세상의 무게감이 너무 크게 느껴지고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엄청난 공포가 밀려온다.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나봐. 엄마 아빠 보고 싶다.’고 썼다. 자살 직전인 11일에도 ‘아무것도 위로가 안 돼.’라는 글을 남겼다. 정씨는 12일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귀가한 뒤 혼자 신변을 정리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판단,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결론 내렸다. 정씨는 지난달 7일 처음 방송한 KBS2 TV소설 ‘사랑아 사랑아’에서 주인공 홍승희(황선희)의 친구 영심이로 단역 출연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uol.co.kr
  • 부산서 남녀 2명 오피스텔 옥상서 투신 자살

    부산서 남녀 2명 오피스텔 옥상서 투신 자살

    12일 오전 3시 45분쯤 부산 남구 대연동 A 오피스텔 1층 화단에 김모(31)씨와 이모(17)양이 떨어져 숨져 있는 것을 건물 경비원 김모(69)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비원 김씨는 “밖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나 주변을 둘러보니 남녀 2명이 추락해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건물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사건 발생 10분 전 오피스텔 현관으로 들어와 20층 옥상 벤치에 잠시 머무르고 나서 난간 쪽으로 다가가 사라진 정황을 확인, 스스로 몸을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지난 10일 카카오톡을 통해 “결심했나요” 등의 동반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의 글귀를 주고받은 점으로 미뤄 동반 투신 자살한 것으로 보고 유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자살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양은 경기 포천에서 어머니와 살다 학교를 그만두고 4, 5년 전에 부산으로 왔으며 최근 이 오피스텔에 월세를 얻어 혼자서 생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섣부른 충고 대신 환자의 고충 경청 치료·복약 적극 관리

    주부 박수정(42)씨는 혼자 사는 고령의 어머니(73)가 걱정이다. 근래 날짜 가는 것도 잘 모르고, 기억력도 나빠지고 있어서다. 지난달 초에 찾았을 때는 그전에 해드린 반찬이 상한 채 고스란히 냉장고에 들어있어 깜짝 놀랐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타박이라도 하면 3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얘기만 늘어놓는다. 지난달 만났을 때 어머니는 “밤잠을 못 잔다.”고 털어놨다. “잠들기도 어렵지만, 뒤척거리다 겨우 잠이 들어도 금방 깨고, 새벽 3시가 넘으면 그나마 다시 잠들지도 못해 뜬눈으로 밤을 새운다.”는 것이었다. 틀림없는 치매라고 여겨 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찾아 신경인지검사, 뇌영상검사 등을 받은 결과 노인성 우울증이었다. 주치의로부터 환자 관리교육 등을 받았으며, 치료 4주 만에 점차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해 안도하고 있다. 김기웅 교수는 노인성 우울증에 대한 환자와 보호자의 인식이나 태도가 달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환자는 우울증이 결코 자신이 나약해서 생긴 병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다른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릴 것을 권했다. “중요한 것은 적극적으로 치료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라는 김 교수는 “치료를 받더라도 금방 좋아질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를 갖지 않아야 하며, 중요한 의사 결정은 병이 나은 뒤로 미루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지원 교수는 가족들의 태도를 짚었다. “앞의 사례에서 보듯 가족들은 환자의 증상에 관대해야 하는 것은 물론 치료와 복약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며, 치료만 잘 받으면 얼마든지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교수는 특히 환자와의 소통과 교감을 강조했다. 환자의 고충을 경청하고 이해하되 특정 사안에 대해 섣부르게 충고하지 않아야 하며, 환자가 자살을 암시하는 언행을 할 경우 반드시 주치의에게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알아… 그래도 찾자, 희망

    ‘반딧불의 잔존’(김홍기 옮김, 도서출판 길 펴냄)의 저자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59)에게 역사란, E H 카에게 빗대 말하자면 ‘연대기적 욕망과 시간착오와의 대화’다. 과학으로서의 역사는 반듯한 일직선상에다 역사를 정리해 두고자 하지만, 들여다보면 볼수록 그렇지 않은 증거들이 속출한다는 의미다. 카가 실은 소련사 연구자였지만 역사철학으로 이름을 남겼듯, 저자도 역사철학을 건드리지만 원래는 미술사학자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확실히 더 구미가 당기게 말하자면, 저자의 핵심 목표는 좌파 ‘종교’에 맞서 좌파 ‘정치’ 구출하기다. 이는 ‘호모 사케르’를 내세운 조르조 아감벤을 “잔혹한 지평”, ‘다중’이니 ‘대중지성’이니 하는 말들을 퍼트린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를 “유쾌한 지평”이라 부르는 데서 명확히 드러난다. 잔혹하냐 유쾌하냐의 차이일 뿐 지평은 지평이다. 지평이란, 저 너머 어딘가에 광영된 세상이 있으리라는 ‘종교적’ 태도다. 못 미치면 종말론이요, 다다르면 구원론이다. 거대한 빛을 상정하는 지평 대신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산발적이고, 취약하고,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출현하고, 소멸하고, 재출현하고, 재소멸”하는 “이미지”다. “지평, 즉 저편을 본다는 것은 우리를 스치는 이미지들을 보지 않는 것”이며 “지평에만 배타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최소의 이미지를 응시하지 못하게 되어 버리는 것”이라서다. 책의 부제가 ‘이미지의 정치학’인 까닭이다. 저자의 출발점은 이탈리아 신사실주의를 이끌었던 피에르 파솔리니(1922~1975)가 1941년과 1975년에 각각 남긴 두 메모다. 키워드는 반딧불이다. 이탈리아어로 강렬한 빛은 루체(luce), 이걸 약하고 작은 빛으로 축소한 단어가 루치올라(lucciola)다. 루체가 강렬한 서치라이트라면 루치올라는 어디선가 반짝대고 있을 미광(微光)쯤 된다. 루치올라는 반딧불이란 뜻이기도 하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미지로서의 반딧불이다. 파솔리니는 1941년, 그러니까 사나운 경비견이 컹컹 짖어대면서 파시즘의 강력한 서치라이트가 사회를 비추던 그때에는 루치올라, 즉 반딧불을 찬양한다. “이런 시대에 사기와 기만의 교사자들이 충만한 영광의 빛 속에 있고, 능동적이든 수동적이든 상관없이 모든 종류의 저항자들은 도주하는 반딧불로 변형”한다. “가능한 한 이목을 끌지 않아야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그들의 신호를 발산”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1975년 파솔리니는 이 반딧불이 ‘소멸’됐다고 주장한다. 2차대전 종전과 함께 파시즘의 시대는 끝났지만 그 이후 역사 전개 과정을 보면 “더욱 심층적인 파시즘이 무솔리니의 행적을 대체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파시즘의 서치라이트 틈바구니에서 용케도 살아남았던 반딧불들은 더 사나워진 서치라이트, 그러니까 “감시탑, 정치인의 대중집회, 축구장, 텔레비전 세트 등이 갖춘 서치라이트”에 노출됐다. 이렇게 “모든 사회적 공간을 포위”당해버리니 “어느 누구도 더 이상 서치라이트의 기계적 눈초리에서 달아날 수 없게” 됐다. 반딧불은 결국 “순결을 상실하기보다는 역사에서 스스로 말소되기를 선호”한다고 결론짓는다. 저자는 이런 파솔리니를 강하게 비판한다. “전체주의 기계를 지목하는 것과 그 기계에 전폭적인 승리를 넘겨주는 것은 서로 별개의 문제”다. “검은 밤이나 서치라이트의 눈부신 빛만 보는 것”은 “패배자로 행동하는 것”이다. “개방의 공간, 가능성의 공간, 미광의 공간,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공간을 보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반딧불이 소멸하는 것은 오로지 관찰자가 뒤쫓기를 포기하는 한에서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하다. 현 상황에 비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그럴수록 밤에 눈을 뜨고, 쉬지 않고 돌아다니고, 다시금 반딧불을 추구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이런 희망의 근거는 어디 있던가. 단순하다. 반딧불이 거기 있어서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죽음을 넘어서서 이야기하고 증언하고자 하는 이야기꾼의 주권적 욕망”이 있다. 이 욕망이 있는 한 반딧불은 어디서나 반짝인다. 광장의 촛불이건 SNS상의 한숨과 탄식이건. 그래서 문제는 반딧불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알아차리느냐 못하느냐다. 파시스트의 서치라이트건 좌파종교의 지평이건 강렬한 빛에 노출된 이는 반딧불을 놓치겠지만, 애써 찾는 이에게 반딧불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저자는 이미지로서의 반딧불을 프로이트의 ‘징후’에 빗댄다. 정신분석학의 철칙은 ‘억압된 것의 귀환’이다. 억압이 있다면 어디선가 반딧불도 파르르 날아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저자가 “반딧불의 소멸을 방관하지 않는 것은 오로지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프랑스에서는 30여권의 저서를 쏟아낸 중견학자라지만, 한국에서 번역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해서 번역자가 저자의 사상 전반을 설명해 둔 해제도 꼭 참고해볼 만하다. 한국 상황에서도 요모조모 읽힐 부분들이 많다. 방향성을 잃고 파격으로 치닫는 현대 예술에 대한 고민에도 참조할 수 있고, 연대기적 욕망을 뚫고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미시사에 대한 암시로 봐도 좋다. ‘우리 안의 파시즘’(삼인 펴냄)으로 파시즘에 대한 논란을 불러왔던 임지현 한양대 교수와 ‘헌법의 풍경’(교양인 펴냄)에서 우리 헌법의 기본정신을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정리한 김두식 경북대 교수와 비교해 봐도 좋다. 숱한 사상가들이 등장하지만 저자의 가장 큰 밑천은 발터 베냐민이다. 히틀러에게 쫓기자 피레네산맥에서 독약을 먹고 자살한 그 사람이다. 그러니까 죽어버린 베냐민으로 살아남은 파솔리니를 잡은 셈인데, 어쩌면 절망도 살아남은 자의 사치가 아닌가 싶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자에게 반딧불 찾기는 의무일는지 모른다. 2만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의협·방통심의위 자살예방 MOU

    의협·방통심의위 자살예방 MOU

    경만호(왼쪽)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박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은 6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자살예방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의협과 방통심의위는 앞으로 자살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자살 암시 게시글에 대한 전문가 상담과 위안 글 게시, 자살예방 홍보활동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경만호 회장은 “이번 업무협약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의사들의 사명을 인터넷을 통해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라며 “자살자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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