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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태일 분신사건은

    1970년 11월 13일 오후 1시 40분 서울 평화시장 앞. 재단사로 일하던 전태일은 근로기준법 해설서를 쥐고 몸에 불을 붙인 채 시장거리를 달리며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라고 외치다 쓰러졌다. 1948년 대구 봉제공의 아들로 태어난 전태일은 열두 살 때부터 날품팔이를 시작했다. 미싱사 보조로 일하다 1969년에는 재단사 모임 ‘바보회’를 만들었다. 당시 평화시장에서는 13~14세의 어린이들이 하루평균 14~15시간 동안 일하고도 하루 하숙비 120원의 절반도 안 되는 일당을 받는 등 살인적인 근로조건에 시달렸다. 전태일은 ‘삼동친목회’를 만들어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활동을 벌였지만 현실이 전혀 개선되지 않자 분신자살을 선택했다. 전태일 분신사건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근로기준법에 대한 각성을 불러오는 등 한국 노동 운동에 새 전기를 마련했다. 최저임금법은 1986년에야 만들어졌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데스크 시각] 교수가 자살할 정도면/최용규 사회2부장

    [데스크 시각] 교수가 자살할 정도면/최용규 사회2부장

    벌건 대낮에 막걸리병을 싸 들고 집에 들어가는 염 교수의 심정은 어땠을까. 세 병이나 들고 아파트 방문을 열었고, 아무도 없는 방에서 두 병을 비웠다. 손님이 온 것도 아닌데 혼자 마시겠다고 막걸리 세 병을 사 간 것부터가 예삿일은 아니었다. 크게 취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승과 하직할 자신이 없었나 보다. 염 교수는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그의 죽음은 그가 의도했든 안 했든 큰 파장을 몰고왔다. 염 교수는 꾹꾹 눌러 참아왔고, 부인에게조차 말 못할 참담함을 자신을 버리는 식으로 표현했다. 이 시대 지방대학의 교수가 처한 비참한 현실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고발한 것이다. 재앙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 교수확보율을 들이대며 대학을 옴짝달싹 못하게 했을 때부터 예견됐다. “이러다 큰일 나지, 사람 잡지.” 하는 우려가 염 교수 사건으로 현실화됐을 뿐이다. 이런, 사람 잡는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염 교수는 줄을 섰다고 봐야 한다.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 할 것 없이 걱정했을 법할 일을 이 장관이 몰랐을 리 없다. 몰랐다면 장관 자격이 없다. 대통령이 큰 감투를 주겠다고 해도 덥석 받을 일이 아니다. 알았다면 이런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다.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대학이라는 게 무엇을 하는 곳인가. 또 대학교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취업률을 가지고 대학 서열을 매기는 나라는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없다. 미국도 그렇고 중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는 도깨비 방망이 같은 잣대로 대학을 후려친다. 대학이 뭐하는 덴가. 교육과 연구가 본령이다. 미래의 가치를 만드는 곳이 바로 대학이다. 이것이 고루하고 한심하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과거의 대학이 그랬고 현재의 대학 역시 마찬가지여야 한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대학의 가치 창출을 가로막고 있다. 못하게 한다는 말이 더 정확하고 솔직하다. 입학할 때부터 이런저런 것 해야 취업하기 좋다 이런 식이다. 이 같은 풍토에선 미래가 있을 리 없다. 미래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꿈이다. 염 교수는 어떤 사람인가. 서예 하고 한문학 하는 교수다. 제대로 정신이 박혔다면 조선시대 선비정신을 계승했다고 봐야 한다. 고지식한 것은 당연하다. 현란하지 못하고, 능글능글한 웃음도 없을 터. 취업기술자보다는 백면서생 쪽에 훨씬 가까웠을 그다. 그런 그가 취업률 압박에 시달렸다면 정체성 혼란이 오는 것은 필연이다. 대학교수란 도대체 뭔가라는 실존적 고민에 빠지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이런 정체성 혼란이 교수 승진과 생존권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의 정신은 피폐해지고, 삶은 퍽퍽했을 것이다. 대학교수가 취업을 시키는 사람인가. 아니다. 굳이 취업과 연관시킨다면 취업을 준비시키는 사람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논문 한 편 더 쓸 게 아니라 한 명이라도 더 취업시키라고 죈다면 이게 정상이겠는가. 대학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짓이다. 언론에 터져나오는 지방대 교수의 현실을 보면 초등학교 교사만도 못하다는 자탄이 틀린 소리도 아니다. 교육과 연구는 뒷전에 밀렸다. 취업을 못 시키면 교수직 자체가 위태로운 지경이다. 이런 가공할 공포는 다름 아닌 정부가 조성했다. 교과부의 재정지원제한대학, 대출제한대학이라는 낙인은 대학의 본령인 연구와 교육을 박탈했다. 주홍글씨가 새겨진 대학에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는 원서를 넣을 리 없다. 도중만 목원대 역사학과 교수. 국립 타이완 사범대에서 석사, 베이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실력 있는 역사학자다. 그 역시 “얼마 전부터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는 말은 충격적이다. 현 정권이 들어서기 전만 해도 이런 일을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그의 탄식은 비단 도 교수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염 교수만의 고민이 아닐 것이다. 이쯤 되면 대학에 대한 교육권력의 폭력이 도를 넘은 것이다. 가정사나 치정문제도 아니고 대학교수가 자살할 정도라면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그렇지 않은가. ykchoi@seoul.co.kr
  • 영등포, 정신건강 무료 상담 서비스

    영등포구는 우울증과 불안감, 스트레스 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 주민을 돕기 위해 ‘정신건강 무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27일 밝혔다. 구는 최근 정신과 진료나 상담을 원하는 주민이 늘고 있지만 사회적 편견과 어려운 생활 여건 때문에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 지역 보건소를 통해 적극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구 정신보건센터는 평일 전화 상담(2670-4793)뿐만 아니라 야간과 주말에도 상담 가능한 24시간 상담 핫라인 전화(1577-0199)를 서울시와 함께 운영한다. 정신과 의사와 정신보건 전문 요원 등 13명의 전문 인력이 전화 상담, 내방 민원 상담뿐만 아니라 가정 방문 상담도 활발히 펼치게 된다. 또 매주 수요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정신과 전문의가 무료 상담을 진행한다. 구 정신보건센터 위탁 운영을 맡고 있는 가톨릭대 여의도 성모병원의 정신과 전문의가 파견돼 상담을 맡고 있다. 전문의 상담을 받으려면 센터 대표 전화(2670-4793)로 예약한 뒤 방문하면 된다. 개별 상담 후 사례 관리가 필요한 주민은 정신보건 전문 요원이 일대일로 맞춤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아울러 응급 상황 발생 시 위기 상황을 지원하고 우울 및 자살 고위험군의 경우 경제 수준에 따라 치료비와 심리 검사비도 지원한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일본 독도제소 제안에 분통 성폭행 여대생 자살에 분노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일본 독도제소 제안에 분통 성폭행 여대생 자살에 분노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으로 촉발된 한·일 외교갈등이 인터넷에서도 점입가경이다. 일본 독도제소가 1위에 올랐다. 지난 21일 일본 정부는 주한 일본대사관 오쓰키 고타로 참사관을 통해 외교부에 구상서를 전달했다. 일본이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하자고 한국 정부에 공식 제안한 것은 1962년 국교가 복원된 이후 50년 만이다. 성폭행 여대생 자살 사건이 두 번째로 많은 클릭을 이끌어냈다. 지난 20일 충남 서산의 한 여대생이 피자집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중 사장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전자발찌 실효성 논란이 뒤를 이었다. 지난 21일 서울 광진경찰서는 자녀를 유치원 통학버스까지 데려다 주는 틈에 열려 있던 현관문으로 침입한 뒤, 돌아온 이모(37·여)씨를 성폭행하려다 흉기로 찔러 살해한 서모(42)씨를 체포했다. 서씨는 성폭행 전과 12범으로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였다. 성추행 의대생 모친이 4위에 올랐다.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법은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해 복역 중인 고려대 의대생 배모(26)씨와 어머니 서모(52)씨에게 피해자 명예훼손 혐의로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몰고 가는 내용의 허위문서를 유포해 피해자에게 치명적인 2차 피해를 주고도 반성하지 않아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5위는 걸 그룹 티아라의 은정 (SBS주말드라마) ‘다섯손가락’ 하차다. 지난 22일 제작진은 홍다미 역할을 맡은 함은정의 출연 여부에 대해 긴급회의를 진행해 교체로 결론을 내렸다. 6위는 전 세계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관심을 끈 삼성 특허침해 배상 판결. 지난 25일 미국 새너제이 법원 배심원단이 삼성전자의 일부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애플의 모바일 특허와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며 10억 5185만 달러(약 1조 2000억원)의 배상을 명령했다. 인터넷 실명제 위헌이 뒤를 이었다. 지난 23일 헌법재판소는 손모씨 등 3명과 미디어오늘이 ‘인터넷 실명제는 사생활의 자유와 언론·출판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을 결정했다. 8위는 기성용 스완지시티 입단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가 지난 24일 홈페이지에 계약 기간 3년 조건으로 기성용을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지 언론은 이적료가 600만 파운드(약 106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9위는 또 한번의 묻지 마 폭행사건인 여의도 칼부림이, 10위는 이병헌 강병규 고소가 턱걸이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취업률 전쟁에 내몰린 대학] (상)지방대 교수의 비애

    [취업률 전쟁에 내몰린 대학] (상)지방대 교수의 비애

    “총장한테 불려갔다 나오면 당장 교수질을 때려치우고 싶은 게 한두번이 아닙니다.” 충청권 모 대학 A교수는 26일 “총장실 벽에 막대그래프로 학과별 취업률이 그려져 있는데 무슨 말을 하겠느냐.”며 이같이 털어놨다. 취업률이 낮아 매일같이 불려가면 총장은 “학과를 구조조정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정년이 보장되는 교수도 학과가 폐지되면 장담할 수 없다. A교수는 “오너가 있는 사립대는 정말 쫓겨날 수도 있어 취업률을 높이는 데 목을 맬 수밖에 없다.”며 “외국에 자녀를 유학 보내 한 해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교수들 심정은 어떻겠느냐.”며 혀를 찼다. 낮은 학생 취업률 등을 고민하다 자살한 대전 Y(57·서예한문학과) 교수가 몸담았던 대학은 지난해 9월 ‘정부의 재정 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된 뒤 교수를 대상으로 취업 성과급제를 전격 도입했다. 올 신학기부터 학생 1명을 교수 자신의 힘으로 취직시키면 50만원을 지급한다. 이 대학 관계자는 “정부가 대학을 평가할 때 전체 평점 중 취업률이 20%를 차지하는데 대학에서 어떻게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느냐.”고 난감해했다. 지방대 교수들이 ‘취업 세일즈맨’으로 전락한 지는 오래됐다. 총장실에 불려갔다 온 교수들은 기업을 찾아가 제자들의 취직을 눈물로 호소한다. A교수는 “공부만 해 온 교수들이 무슨 인맥이 있겠느냐. 취업 세일즈를 계속 하다 보면 자존심 센 교수들은 갑자기 ‘멘붕’에 빠지고 만다.”고 전했다. 이 대학 교수 몇명은 최근 이런 이유로 학교를 떠났다. 대전 모 사립대 이공계열 학부의 B(45)교수는 “대전의 공단부터 충남 당진, 충북 오송까지 안 다녀 본 곳이 없다.”며 “보따리장수가 된 기분까지 들 정도”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같은 대학 C(44)교수는 “취업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세미나나 연구 발표회보다는 기업체를 찾아다니다 다른 대학 교수를 처음 만나 인사할 때도 있다.”면서 “서로 웃으며 악수하지만 얼마나 쑥스러운지 모른다.”고 푸념했다. 대구 모 대학의 이모(58) 교수는 최근 서울의 중견 기업체를 다녀왔다. 이 기업 인사담당자인 제자에게 학생들의 취업을 부탁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요즘 경기가 어려워 채용 계획을 아직 세우지 못했다.”는 대답만 듣고 돌아와야 했다. 이 교수는 다음 주에도 경북 경산의 자동차 부품 공장을 찾아가 제자들의 취업을 부탁할 작정이다. 이 교수는 “취업률로 학과를 평가하고 평가 결과를 각 학과에 보내 모든 교수가 볼 수 있게 한다.”면서 “취업률로 평가하다 보니 교수들이 일년 내내 학생 취업에 매달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름 없는 지방대일수록 교수들의 취업률 높이기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광주의 모 대학 교수는 “대학 홈페이지에 학과별 취업률을 공시하다 보니 취업률이 낮은 학과 교수들은 취업 목표율을 달성하기 위해 기업체 방문 등의 각종 허드렛일에 매달리면서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을 받는다.”면서 “취업률이 오르지 않으면 학과가 폐지되거나 연봉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취업률 높이기 전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학과 및 교수별로 취업 인원을 할당하고 목표에 미달하는 교수에게는 성과급을 적게 주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는 대학도 여럿이다. 모 대학 총장은 취업률이 낮은 학과의 교수를 불러 이른바 ‘조인트’까지 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취업 문제는 경기와 기업이 살아야 뒤따르는 것인데 이를 해결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취업률을 잣대로 대학을 난도질하고 이것이 먹이사슬처럼 대학을 거쳐 아래로 흐르면서 교수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교수들의 이런 눈물겨운 노력에도 취업률이 오르지 않으면 상당수 지방대는 4대 보험만 되는 회사라면 업체를 가리지 않고 ‘가짜 취직’을 시키는 편법을 써 취업률을 높이고 있다. 실제 취직이 안 됐는데도 보험료를 대납해 주는 식이다. 몇몇 대학은 겸임교수를 뽑을 때 아예 대놓고 “몇 명이나 취직시킬 수 있느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겸임교수로 중소기업 사장이나 인맥이 좋은 직장인을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학은 또 학과별로 1명씩만 두게 돼 있는 조교를 ‘인턴조교’란 명목으로 2~3명씩 더 둬 취업률을 높이는 수법을 쓰고 있다. 지방대 교수들은 신입생 모집에도 내몰리고 있다. 대전의 모 대학 학과는 교수 숫자대로 권역을 나눈 뒤 고교를 찾아가 신입생 모집 활동을 벌이고 있다. 고 3 담임교사에게 “학생들 좀 보내 달라.”고 머리를 조아린다. 이 대학 D교수는 “어떤 때는 술집에 있던 고 3 담임교사가 불러내 술값을 대신 내준 적도 있다.”면서 “이럴 때는 너무 처참해 죽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충남 모 대학 총장이 교수들에게 버젓이 “너희가 가르칠 ×은 너희가 데려오라.”고 했다는 말은 지금도 이 바닥에서 전설(?)처럼 떠돈다. 대전의 모 대학 E교수는 “대학이 교수들의 취업 달성률을 공개하면서 망신을 주는 마당에 교수로서의 명예와 체신을 무슨 수로 지킬 수 있겠느냐.”면서 “교수들이 신입생을 충원하고 졸업생을 취직시키느라 수업에 열정을 쏟을 시간이 없다. 강의는 오래전부터 뒷전이 됐다.”고 자조했다. 대구 한찬규·광주 최치봉·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길섶에서] 모기올림/임태순 논설위원

    “고마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그동안 만나서 기쁘고 즐거웠는데…. 한편으론 죄송하네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만남이었지만 함께했던 동안의 설렘과 기쁨을 안고 떠납니다.” 카카오톡에서 이별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는 “여름만 해도 정말 행복했었는데…. 누군가의 미운 기억까지 아쉽고 그립네요.”라면서 여름과의 작별을 아쉬워했다. “날이 서늘해져 그런지 주위의 모든 게 서먹하게 느껴지고 마음도 몸도 이젠 견디기가 너무 힘듭니다. 무엇보다 사랑할 기운도 밥 먹을 힘도 없습니다.”라는 대목에선 자살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다. 그러나 말미에 “겨울을 버텨 보려 했지만 쉽지 않다.”면서 자신으로 인해 피를 본 사람들에게 다시 사과의 말을 전한 뒤 “내년 여름에 다시 보자.”고 해 불안한 마음은 사라졌다. 그리고 한참 여백을 두고는 ‘모기올림.ㅋㅋㅋ’라고 덧붙여 긴장했던 마음이 웃음으로 변하고 말았다. 길고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있다. 모기, 너도 참 고생 많이 했다. 모기여 안녕.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짓밟히는 알바생 인권] (5·끝) 전문가들이 말하는 해법

    이달부터 충남 서산의 한 미용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특성화고 2학년생 김모(16)양은 화가 치밀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미용실 주인이 일을 배울 때라며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시급 3000원만 주고 있어서다. 하지만 김양은 업주를 신고하지 못했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소개받은 업소인 데다 아르바이트생이 1명뿐이기 때문이다. 김양은 “신고하면 나인 줄 다 알 텐데 어떻게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양처럼 손해를 봐도 그냥 참아야 하는 것이 아르바이트생들의 현실이다. 아르바이트도 정당한 근로라는 인식이 부족한 데다 신고해도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구인·구직전문업체 알바천국이 대학생 1442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555명(38.5%)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신고했다’고 밝힌 응답자는 5.9%에 그쳤다. 고용노동부의 ‘2011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 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불이익을 당했다’고 답한 193명(전체의 23.3%) 중 44.9%가 ‘그냥 참고 일했다’, 39.3%가 ‘일을 그만뒀다’고 답했다. 한태호 청년유니온 노동상담팀장은 “노동청이 개선을 명령해도 사업주가 버티면 아르바이트생들은 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참고 말자’는 식으로 유야무야 넘어가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엄격한 법 집행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청년유니온 같은 노조나 청소년 시민단체 등이 위임을 받아 신고를 활성화하면 좋겠지만 이들 조직은 인력과 재정이 수요에 못 미친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알바생 비정규직 비율도 낮춰야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현재 위반 업주들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게 문제”라면서 “신고 활성화와 더불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르바이트생과 고용주 모두 근로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최저임금 준수 등을 위한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아르바이트생도 똑같은 근로자라는 인식을 갖도록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는 어떨까.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는 미성년자가 부당 행위에 더욱 취약한 점을 감안해 개별법으로 청소년 노동을 보호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단시간 근로자 보호법을 연구한 심재진 대구대 법학과 교수는 “아르바이트생의 정규직 비율이 높은 유럽과 달리 한국은 아르바이트생을 ‘일회용’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면서 “근로기준법 등 기본적 사항을 준수하게 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지나치게 높은 아르바이트생의 비정규직 비율을 낮춰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2010년 한국의 시간당 실질최저임금(구매력평가지수 기준)은 4.49달러로 미국(6.49달러)이나 프랑스(8.88달러) 등에 비해 크게 낮았다. ●고용부 “대학생 근로 상시 점검” 정부는 충남 서산의 여대생 자살사건을 계기로 아르바이트생의 처우 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성년 학생을 주로 고용하는 1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강화해 ‘연간 1시간 이상’으로 정해진 것을 다음 달부터는 사업주와 아르바이트생이 모두 참석하는 현장 집합교육으로 바꾸기로 했다. 사내 성희롱에 대한 과태료도 이전 최대 1000만원이던 것을 2000만원으로 조정했다. 성희롱 예방교육을 소홀히 한 사업주에 대한 과태료 역시 최대 3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높였다. 또 임금 체불 사업장은 명단공개를 시작했고 자금난 등으로 체불이 이뤄지는 영세 사업장에 대한 융자제도도 강화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그동안 13~18세 청소년들의 근로조건 보호를 위해 서면 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는지를 주로 점검했다면 앞으로는 연령대를 높여 대학생들의 근로조건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라면서 “아르바이트가 몰리는 방학 때만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에서 상시 점검체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산 이천열·서울 김진아 배경헌·이범수기자 baenim@seoul.co.kr
  • [주현진 특파원 베이징은 지금] 中 어느 기자의 자살

    “기자는 한 마리의 개와 같다.”(言官如狗·언관여구)며 중국 언론인을 은유적으로 ‘충견’에 빗대 풍자했던 중국 공산당 기관지의 중견 기자가 최근 자살했다. 그는 지인들에게 ‘벽’에 가로막힌 중국의 언론환경을 토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암울한 중국의 언론 현실이 새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중견 기자 쉬화이첸(徐懷謙·44)이 베이징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것은 지난 22일 오후 1시. 인민일보는 24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를 통해 그의 자살 소식을 전하면서 쉬화이첸이 최근 우울증 치료를 받아 왔다고 발표했다. 쉬화이첸은 최근 중국 언론인의 현실을 개탄한 언관여구(言官如狗)란 제목의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그의 자살이 중국의 억압적 언론체제와 무관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언관여구’는 근대 중국의 군벌정치가 위안스카이(袁世凱)가 자신의 정치투쟁에 총대를 메 줄 언관을 물색한 데서 비롯된 말이다. 쉬화이첸은 해당 글에서 “언관들은 정치적 후각이 발달했고, 진실 대신 주인에게 충성하는 특성을 지녔는데 그들이 살던 전제주의 제국시대는 막을 내렸지만 그들의 계승자들이 아직 얼마나 많이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며 공산당과 정부의 나팔수 역할을 해야 하는 관영언론 기자들의 현실을 개탄했다. 그는 지인들에게도 비슷한 말을 남겼다. 보하이(渤海)대 중국문화·문학연구소 장훙제(張宏杰) 부소장은 쉬화이첸이 생전에 자신에게 “생각하되 말하지 못하고, 말하되 쓸 수 없으며, 쓰되 게재할 곳이 없다. 그럼에도 ‘체제’를 벗어날 수 없다. 굶어 죽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의 신세한탄을 했다고 자신의 웨이보를 통해 전했다. 이날 웨이보에는 그의 자살과 관련된 글이 15만건을 넘어섰다. 중국 언론인 직업 준칙에는 ‘당의 노선을 선전하고 당과 정치적 의견을 일치시키며 당의 결정에 반하는 보도는 금지한다.’고 규정돼 있다. jhj@seoul.co.kr
  • [Weekend inside-변협 60년 영욕사] 공급과잉에 변호사 1인당 月 1.8건 수임… “먹고살기 빠듯”

    [Weekend inside-변협 60년 영욕사] 공급과잉에 변호사 1인당 月 1.8건 수임… “먹고살기 빠듯”

    서울 종로구의 한 상가건물 4층 한쪽 귀퉁이, 16㎡(5평) 남짓한 공간. 변호사 A씨의 법률사무소다. 간판도 없고 직원도 없다. 칸막이 한 개로 옆 도매상회와 분리돼 있을 뿐이다. 달동네 ‘복덕방’ 같다.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지 올해로 9년째. A씨는 한때 법조타운인 서초동에서 ‘잘나가는’ 변호사였다. 번듯한 사무소도 있었다. 민사소송을 전담하며 돈도 꽤 벌었다. 주위의 부러움도 샀다. 하지만 3여년 전부터 변호사 수가 급증하고 크고 작은 로펌에 밀리면서 수입이 뚝 떨어졌다. A씨는 직원을 줄이고 임대료와 관리비가 싼 변두리 지역을 전전했다. 판검사나 로펌 소속 연수원 동기들 사이에서 “A변호사 망했다더라.”는 소문이 돌았다. ‘다 끝났다.’는 생각과 수치심에 자살을 두 번 시도했다. A씨는 “두 번째로 손목을 그었다 병원에서 깨어나던 날 내 처지를 담담히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회고했다. 이후 그는 지금의 상가건물에 ‘무늬만’(?) 사무소를 열었다. A씨는 “요즘도 수임 건수가 적어 버티기가 힘들기는 마찬가지”라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자 했던 초심을 되찾았고 그 마음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변호사는 늘고 수임 건수는 줄고 지난 20일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1952년 8월 협회 인가 당시 변호사 수가 200여명이던 변협은 2010년 등록 변호사만 1만명을 돌파했다. 외형은 커졌지만 속은 까많게 타들어 가고 있다. 로스쿨 도입, 국내외 로펌 등 대내외 상황 변화로 변호사업계에 일고 있는 지각 변동 때문이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변호사 사무실만 열면 떼돈(?)을 벌던 시절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사법연수원 수료생이나 기존 개인 변호사들은 오늘도 A씨처럼 ‘살길’을 찾아 떠돌고 있다. 변협의 ‘역대 변호사 사무소 개업자 수 현황’에 따르면 1990년 1983명이던 변호사 수는 2000년 4228명, 2008년 8877명에 이어 지난 8월 기준 1만 1702명까지 늘었다. 10여년 사이 3배 가까이 폭증했다. 더구나 올해는 사법연수원생 1000여명에 로스쿨 출신 변호사시험 합격자 1450여명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판검사 임용 수는 제한돼 있다. 대부분 구직 전쟁에 내몰리고 그중 대다수가 실직 상태에 처하게 된다. 경기도교육청이 최근 6급 계약직 법률 전문가 1명을 채용하는 데 로스쿨 졸업자 10명, 사법연수원 수료생 1명 등 11명이나 응시했다. 지난 3월 계약직 공무원 1명 채용 때도 21명의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가 응시했다. 정태원 변협 대변인은 “넘쳐나는 공급량에 비해 시장 수요는 증가하지 않았다.”면서 “수요량은 인구수, 사회·산업적 구조와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사실상 변호사 수요가 증대할 만한 사회적 필요성이 대두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임 건수는 급감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2011년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수임 건수는 1.8건이다. 건당 최소 500만원을 웃돌던 수임료도 최근 평균 200만~300만원으로 떨어졌다. 서울 광진구에서 활동하는 이모 변호사는 “명예를 좇으려면 법원이나 검찰, 돈을 좇으려면 변호사를 하라는 말은 이미 과거가 됐다.”며 “보통 1년 이상 걸리는 민사 사건을 건당 200만원 받고 몇 건 수임했는데 먹고살기도 힘들다. 주변에는 개인 회생을 신청하는 변호사도 적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지방 변호사들의 사정은 더 눈물겹다. 월 5만원의 변협 회비조차 내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정 대변인은 “지방 변호사들을 흔히 ‘영일만’ 친구라고 부른다.”면서 “영일만은 ‘지난달 0건, 이달 1건’을 의미하는데 소송 사건이 적어 한 달을 공치는 변호사도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B변호사는 “수입이 없어 월 얼마를 번다고 말하기도 창피하다.”면서 “직원이랑 자장면 시켜 먹는 것도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국내외 로펌도 개인 변호사 생존 위협 국내외 로펌도 개인 변호사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로펌은 변호사 수에서도 압도적인 데다 보통 전문 분야가 나눠져 있어 해당 분야에 특화된 변호사가 소송을 전담한다. 그러나 개인 변호사는 특정 분야의 소송만 맡았다가 관련 수임이 들어오지 않으면 존립 기반이 무너지기 때문에 전문화가 어렵다. 법무법인 ‘더 펌’의 정철승 변호사는 “부동산, 금융, 의료 등 특정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부티크 펌’이 많아 로펌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개인 변호사의 사정은 더 어려울 것”이라고 털어놨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법률 시장이 개방되면서 영국, 미국 등 해외 굴지 로펌들도 속속 상륙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13개의 외국법 사무소 중 3개 사무소가 법무부 설립 승인 및 변협 등록을 마쳤고 10개 사무소는 법무부 설립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 가운데 영국 로펌들은 ‘싹쓸이 수임’으로 유명하다.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 영국 로펌이 진출하면서 자국 로펌이 초토화되기도 했다. 개인 변호사들의 설 자리가 더 축소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변호사의 존립 근간이 흔들리면서 변협도 대외 메시지보다는 구성원의 생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변협은 출범 이후 1987년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당시 고문 대책 공청회 개최, 1987년 6월 항쟁 때 호헌 반대 성명 발표와 거리 투쟁 등 군사독재 정권 아래에서는 양심적 목소리를 내며 인권 옹호의 최전선에 섰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변호사 일자리 창출 등 변협 소속 변호사들의 ‘밥그릇 챙기기’에만 함몰돼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신영무(69) 변협 회장도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국회의원 1명당 입법보좌관 1명 채용 ▲행정부의 법제과장 등 5급 이상 직책에 변호사 채용 등 일자리 마련을 촉구했다. 변협 소속의 한 변호사는 “변협이 공적이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이익 추구에 앞장서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변협의 정 대변인은 “변호사의 사명을 잃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하다.”면서 “변호사 사무실이 없어지고 있는데 사회 정의를 구현하라고 요구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변호사들도 “처음엔 다들 사회 부조리를 바꿔 보겠다는 뜨거운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당장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 정의는 남 얘기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변호사가 많이 배출돼 시장이 포화 상태”라면서 “법학 지식만 달달 외워서는 안 되고 힘들더라도 자기만의 특화 분야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 친한파 의원 ‘韓 때리기’ 왜

    이번 한·일 간 외교갈등 국면이 이전과 다른 점은 대표적인 친한파 의원들까지 ‘한국 때리기’에 가세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표적 친한파 의원으로 꼽히는 마에하라 세이지 민주당 정조회장마저 지난 19일 한 방송에 출연, “(이명박 대통령의 일왕 사죄요구 발언은) 무례하기 짝이 없다.”며 “이 대통령 임기 중 한·일 관계를 우호적으로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마에하라 정조회장은 ‘전략적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한 의원연맹’ 대표로 한국을 자주 방문하며 한국과의 관계에 공을 들이는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이 전략적 동맹을 맺어야 한다며 한·일 우호관계 구축에 힘을 쏟아왔다. 그런 그가 한국 비판에 나선 것은 한국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라는 게 민주당 내 기류다. 마에하라 정조회장의 측근은 “중국을 의식한 측면도 있지만 한국에 과거사 문제를 양보하는 등 그동안 정성을 들였는데도 이 대통령이 그렇게 심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면서 “특히 천황(일왕)에 대한 사과 요구는 한국에 우호적이던 민주당 내 친한 세력의 반발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곧 차기 중의원 선거를 치러야 하는 입장에서 영토문제를 놓고 한국에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 없는 점도 이들 친한파 의원들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지지율이 10~20%대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상황에서 강경한 대일전략을 펴는 한국에 밀린다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친한파 의원들의 활약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본 정부가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상황을 막을 수는 없게 됐지만 한·일 통화스와프 축소와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 저지 등 또 다른 보복조치는 이들이 막고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한·일 양국 정부가 공격 수위를 낮춰 이번 사태가 진정국면에 들어서면 수세에 몰린 민주당 내 친한파 의원들이 양국 간 중재활동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e@seoul.co.kr
  • [인터넷 실명제 위헌 파장] 공익보다 ‘익명표현 자유·개인정보 보호’의 손을 들다

    [인터넷 실명제 위헌 파장] 공익보다 ‘익명표현 자유·개인정보 보호’의 손을 들다

    ”본인 확인을 거쳐야 하는 이용자들은 자신의 신원 노출에 따른 규제나 처벌 등을 염려해 표현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본인확인제 시행 후 명예훼손 등 불법정보 게시가 의미있게 감소했다는 증거도 찾아볼 수 없고,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이 해외 사이트로 도피하는 등 당초 목적과 같은 공익을 실질적으로 달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헌법재판소의 판단) 숱한 논란을 낳았던 ‘인터넷 실명제’(본인확인제)가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으로 도입 5년 만에 폐지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후속 대책 마련에 착수하는 등 인터넷 규제 정책 개선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무분별한 인신 공격성 악플로 유명 가수와 연예인이 자살까지 한 사례가 있는 만큼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실명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헌재의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은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보호 및 프라이버시를 더 중요하게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과 교수는 “이번 판결로 인터넷 실명제의 공익적 필요성보다 1차적으로는 익명 표현의 자유, 2차적으로는 개인정보보호가 더 중요성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인터넷 실명제는 익명성을 악용한 불법 정보나 인신공격을 막아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조성하자는 취지로 2007년 도입됐다. 헌재는 입법 취지는 정당하다고 봤지만 인터넷 실명제가 그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을 하는 것으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를 합리적 이유 없이 제약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헌재는 “본인 확인을 거쳐야 하는 이용자들은 자신의 신원 노출에 따른 규제나 처벌 등을 염려해 표현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시했다. 최근 포털사이트 해킹 등 개인정보 집단 유출에 따른 개인 피해 위험성도 크게 봤다. 헌재는 “본인확인제에 따라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는 게시물이 삭제되지 않는 한 이용자 개인정보를 무기한으로 저장할 수 있다.”며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부당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유튜브가 2009년 본인확인제에 반대해 국내 게시판 기능을 없앤 점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 등장도 고려했다. 헌재는 “본인확인제 적용을 받지 않는 모바일 게시판, SNS 등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의 등장으로 본인확인제는 아주 제한된 범위에서만 실현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헌재의 이번 판결로 허위 정보를 통한 여론 오도,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 인사에 대한 인격 폄하 등의 악성 댓글이 범람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찮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2007년 가수 유니는 네티즌의 악플 때문에 자살했다. 이어 2008년 10월에는 배우 최진실씨도 악플 때문에 자살했다. 이 때문에 인터넷 실명제에서 나아가 인터넷 현명제(아이디가 아닌 실명으로 글을 올리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 상태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헌재는 인터넷 주소 등을 통해 가해자를 찾아낼 수 있고, 게시판 관리자가 정보를 삭제하거나 민·형사상 소송으로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후 규제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사전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번 헌재 결정으로 기존의 인터넷을 활용한 선거운동 제약도 많이 완화될 전망이다. 헌재는 선거운동 기간 인터넷 언론사 게시판에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 글을 올릴 경우,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합헌이라는 결정을 2010년에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헌재 관계자는 “이번 위헌 결정으로 2010년 결정의 효력이 바로 없어지진 않는다.”면서 “하지만 이번 판결에 합치하는 방향으로 해석해 앞으로는 그 효력을 감소시킬 것이고, 2010년 합헌 결정이 내려진 조항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법 개정을 하면 효력이 상실된다.”고 말했다. 김승훈·홍인기기자 hunnam@seoul.co.kr
  • 대학 취업률 발표 전날밤, 어느 인문학 교수의 자살

    대학 취업률 발표 전날밤, 어느 인문학 교수의 자살

    은은한 묵향을 뽐냈던 대전의 한 사립대 교수가 지난 22일 밤 자신의 집 안방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충청서단의 중견 서예가로 활동하다 뒤늦게 대학강단에 선 Y(57·서예한문학과) 교수는 정통 교수사회에서 볼 땐 늦깎이였지만, 환갑을 4년 앞둔 올해 박사학위를 받았을 만큼 학문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그런 그가 유서 한 장 남기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자 지역 교수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그를 잘 아는 동료 교수는 “평소 점잖은 분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유족은 경찰조사에서 “Y 교수가 평소 졸업생의 취업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족의 말대로라면 대학 취업률에 등 떠밀린 교수가 압박을 못 이겨 자살한 것이 된다. 깜짝 놀란 대학 측이 “Y 교수의 학과는 순수 인문·예술 전공이어서 (졸업생) 취업률에 대한 압박은 없었다.”고 부인하는 것은 당연하다. 취업률이 낮았던 이 대학은 지난해 재정 지원 제한대학에 포함됐다. 퇴출당하지 않으려면 취업률을 높여야 한다. 이 대학은 절치부심 끝에 지난해 50%대였던 취업률을 올해 60%대로 끌어올렸다. 획기적인 개선이다. 취업률 스트레스와 자살과의 상관관계가 이 사건의 핵심이다. 예고된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유족과 대학의 주장이 다른 만큼 진실규명은 경찰의 몫이 됐다. 취업률을 높이는 데 교수를 내모는 지금의 현실은 분명히 정상이 아니다. 대학의 본질은 연구와 교육이기 때문이다. 대전의 한 사립대 교수는 “논문 덜 써도 좋으니까 빨리 학생들 취업시켜 달라고 본부에서 얘기한다.”며 “대학교수로서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서울지역 대학 빼고는 정체성 위기가 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자 취업 안 시키고 싶은 교수가 어디 있겠느냐.”면서 “그러나 취업 한명 시켰느냐 못 시켰느냐가 교수 승진할 때 실적으로 반영된다면 곤란한 얘기”라고 말했다. Y 교수가 속한 서예한문학과 등 인문대는 취업률 제고에 한계가 있고, 이는 정부와 기업이 해결할 문제라는 시각이다. Y 교수의 사건을 계기로 교육과학기술부의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세계 어느 곳에도 취업률로 대학 등급을 매기는 나라는 없다. 교육 정상화, 연구 정상화 측면에선 독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목원대 도중만(50) 역사학과 교수는 “이런 식의 정책이 계속되면 서울 소재 대학 빼고 지방대학은 다 죽는다.”면서 “Y교수 사건도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교수 죽음 내모는 취업률 스트레스] “졸업생 취업률로 교수 평가… 남편은 스트레스 환자였다”

    [교수 죽음 내모는 취업률 스트레스] “졸업생 취업률로 교수 평가… 남편은 스트레스 환자였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전 모 대학 Y(57) 교수의 부인 K(53)씨는 “남편이 제자들의 취업을 걱정하면서 ‘힘들다. 미치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면서 “학교 일로 스트레스를 받아 술을 혼자 자주 마셨다. 학생취업 문제 말고는 다 좋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K씨의 말을 빌리면 취업률 스트레스가 Y 교수를 죽음으로 내몬 주범이다. K씨는 경찰에서 “남편이 막걸리 3병을 사와 마시는 사이 시장에 잠깐 다녀와 보니 안방 화장실 수건걸이에 큰 때밀이타월로 목을 매 숨져 있어 119구조대에 연락했다.”고 밝혔다. K씨가 시장에서 돌아왔을 때 안방의 문은 닫혀 있었다.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황급히 문을 따고 들어가 불이 켜진 방안 화장실을 살폈다. 그곳에 남편은 목을 매고 앉은 자세로 숨져 있었다. 안방엔 남편이 사온 막걸리 3병 가운데 2병이 비어 있었다. 남편의 몸에 상처나 유서는 없었다. K씨는 “내가 갱년기 투정을 부리니까 남편이 ‘나도 환자나 다름없다’는 말도 했다.”며 “참 힘들어했다.”고 덧붙였다. Y 교수의 서실 문하생 이모(43)씨는 “Y 교수는 책임감이 무척 강했다. 우리와 술을 마시면서 ‘학생들이 많이 안 온다’고 고민했다.”고 전했다. 이 대학은 지난해 정부의 재정 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됐다. 이후 대학 측에서 교수들에게 졸업생 취업률을 높이라는 독려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Y 교수가 몸담고 있는 학과의 올해 취업률은 30%대로 이 대학 전체 평균 취업률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지금은 각 대학마다 수시모집이 시작되고 있고, 교육과학기술부의 올해 부실대학 지정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이다. 한 동료 교수는 “부실대학으로 지정되니까 아무래도 더 독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Y 교수가 교수로 임용된 것에 자긍심이 매우 강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Y 교수는 성격이 꼼꼼했지만 시원시원한 면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술을 자주 마셨지만 집 뒷산을 산책하는 등 건강관리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대학 측은 “우리 대학 정도의 학생취업 독려는 다른 대학도 있는 것으로 취업률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한 것이 아니다.”면서 “Y 교수에게 약간의 우울증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Y 교수는 위염 증세는 있었지만 우울증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은 없다. Y 교수는 충남대 토목공학과를 다니면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서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한남대 미대 및 도시공학 등 2개의 석사학위를 땄고, 같은 대학에서 올해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 과정에서 서실을 운영하면서 대전지역 대학 시간강사로 일하다 2008년 3월 이 대학 조교수로 임용됐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 심사위원 등을 지냈고, 대전미술협회 초대 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Y 교수의 시신이 안치된 장례식장에는 23일 수많은 제자와 묵객, 동료 교수들이 찾아왔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실적 탓 사표 → 생활고 빚더미 → 신불자 → 묻지마 범행

    실적 탓 사표 → 생활고 빚더미 → 신불자 → 묻지마 범행

    퇴근 무렵 전 직장 동료와 행인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른 김모(30)씨의 인생 행로는 경쟁 사회 피로증이 폭발할 경우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다. 김씨는 지방대를 중퇴하고 서울에 온 지 4년 만에 번듯한 금융회사에 입사하며 부팀장 지위에까지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2일 검거 당시 주머니에는 현금 200원과 4000원이 충전된 교통카드 1장밖에 없을 정도로 패배자나 다름없었다. 4000만원 빚을 진 신용불량자이기도 했다. ●한때 신평사 부팀장 승승장구 23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지방대를 자퇴한 김씨는 2005년부터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인터넷 요금 전화 상담원으로 사회생활 첫발을 내딛고 2008년엔 유명 통신사로 옮겨 휴대전화 미납 요금 추심 업무를 맡았다. 2009년에는 모 보증보험사 신용채권관리팀으로 옮겨 근무하면서 추심업계에서 경력을 쌓아가던 중 유명 신용평가사인 A사에 2009년 10월 입사해 휴대전화 해지전팀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실적을 쌓아 부팀장으로까지 승진했다. ●고시원 방세밀려… 냉장고 ‘텅텅’ 그러나 실적 경쟁에 따른 압박은 날로 심해졌고 부팀장이 된 뒤 신입사원 교육 등으로 업무가 많아지자 김씨의 실적은 점점 떨어졌다. 김씨는 일부 팀원들로부터 “제 앞가림도 못 하면서 뭐하냐.”, “부팀장이면서 월급만 많이 받아 간다.”는 등의 비난을 듣게 됐다. 실적 압박과 동료와의 관계 악화로 결국 2010년 10월 김씨는 스스로 회사를 그만뒀다. 2011년 3월 김씨는 대출영업 회사에 들어갔지만 기본급 없이 실적만으로 임금을 받는 체계에서 실적 저조 끝에 지난 4월 퇴사했다. 이후 그의 생계는 급격히 기울었다. 관악구 신림동에 살던 김씨는 월세 40만원짜리 원룸에서 월세 20만원의 좁은 고시원으로 거처를 옮겼고 이마저도 최근에는 방세를 내지 못했다. 김씨가 살던 고시원 방의 냉장고는 텅텅 비었고 먹다 남은 수프가 김씨의 궁핍했던 생활을 짐작하게 했다. ●“점점 빚 늘어… 피해자에 죄송” 생활고에 쪼들려 노트북까지 내다 판 김씨는 검거될 당시 수중에 현금 200원과 4000원이 충전된 교통카드 1장밖에 없었다. 김씨는 한 통신회사에 취업하려 했지만 생활비 때문에 카드빚 등 4000만원의 빚을 진 신용불량자가 돼 그마저도 실패했다. 자신을 험담했던 A사 동료 6명에 대한 김씨의 원망은 날로 커져 갔다. 한두달 전부터 자살을 결심하면서 6명에 대한 살인 충동도 느끼기 시작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6명이 떠오를 때마다 과도를 구입해 숫돌에 갈곤 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새 직장에서 열심히 하면 다시 잘 풀릴 줄 알았지만 쉽지 않았고 점점 빚이 늘어났다.”며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 어제 집 밖에 나오지 않았어야 했는데….”라며 고개를 숙였다. ●현장 옆 기동대 늑장 출동 논란 한편 김씨 체포 과정에서 경찰의 늑장 대응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여의도 곳곳에 경찰력이 배치돼 있었는데도 늑장 출동으로 인해 부상자가 늘었다는 지적이다. 이날 범행 장소에서 50m 정도 떨어진 새누리당사 앞에서 쌍용차 관련 농성을 경비하는 기동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기동대 직원 4명이 현장으로 즉각 출동했고 지구대와 강력팀 형사들도 5분 만에 도착했다.”며 “불과 2분 사이에 범행이 벌어진 데다 피의자의 동선이 커서 시민들의 불안이 더 컸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신진호·이범수기자 sayho@seoul.co.kr
  • [교수 죽음 내모는 취업률 스트레스] 취업률 전광판 공개 ‘굴욕감’

    강원도의 K대는 지난 4~5월 전체 27개 학과별 취업률을 실시간으로 교내 전광판에 공개했다. 학교 측은 “학교 차원에서 취업을 장려하고 교수들이 여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수들은 불쾌해했다. 한 교수는 “학문의 성격에 따라 취업률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취업률을 일괄 공개해 서열화하는 것은 문제”라며 “취업률이 낮은 학과 교수들은 굴욕감마저 느꼈다.”고 밝혔다. 22일 대전의 모 대학 교수가 졸업생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대학들의 취업률 경쟁이 낳은 부작용을 여실히 보여 준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자금대출제한 대학 및 재정지원 제한 대학 등 부실대학 선정에 취업률을 핵심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취업률이 51%에 미달하는 대학을 부실대학 선정 때 우선 고려하기로 해 교수들이 받는 압박은 더욱 심해졌다. 자살한 교수의 학교에서는 “순수 인문사회계열 교수여서 취업에 대한 압박이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이 직·간접적으로 취업률 높이기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실제로 올해의 경우 졸업자 3000명 이상인 대학 중 취업률이 51%를 넘어선 곳은 23곳에 불과하다. 수많은 대학들이 잠재적 부실대학으로 찍혀 있는 셈이다. 지방대 교수들일수록, 또 인문사회나 예체능 계열일수록 취업률 높이기가 더욱 어렵다. 수도권 대학의 교수들도 학생들의 취업률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경기도의 한 사립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학교 측에서 교수마다 학생 취업 할당량을 주거나 목표치를 제시하는 등 교수들에게 영업사원의 실적 압박과 같은 스트레스를 가한다.”고 전했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kitsch@seoul.co.kr
  • “다시는 우리 딸과 같은 일 없도록 도와달라”

    “다시는 우리 딸과 같은 일 없도록 도와달라”

    “우리 딸은 이렇게 갔지만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충남 서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피자 가게 사장에게 성폭행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모(23)씨의 어머니 김모(49)씨는 23일 서산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서산 아르바이트생 성폭행 피해 대책위원회 출범 및 서산시민 1만명 서명운동’ 기자회견에서 슬픔을 억누른 목소리로 이같이 비장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씨를 기리는 묵념에 이어 첫 발언에 나선 김씨는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우리 딸은 이렇게 갔지만 지금도 젊은 아이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임금 착취를 당하고 있다. 나라가 법을 정해 19세 이상만 아르바이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는 제 마음을 여러분이 헤아려 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씨와 중·고교 동창인 친구 조모(23·여)씨는 “아르바이트하던 피자 가게 사장이 도대체 어떻게 협박을 했길래 내 친구가 자살을 했냐.”면서 “부디 재판으로 친구의 한이 풀릴 만큼 가해자가 죗값을 받을 때까지 시민들이 지켜봐 달라.”고 당부하며 말을 마쳤다. 서산 지역 시민단체로 구성된 서산 아르바이트생 성폭행 피해 대책위는 성명을 내고 “청소년 아르바이트에 대한 노동권 및 인권 실태 조사를 민·관·경 합동으로 시행해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프로야구] 죽자고 한 스퀴즈, SK 살렸다

    프로야구 한화 한대화 감독과 SK 이만수 감독은 현역 시절 호남과 영남을 대표하는 강타자였다. 한 감독은 해태(KIA 전신) 등에서 ‘해결사’로 활약했고, 이 감독은 삼성에서만 16년을 뛰며 홈런 252개(통산 10위)를 쳤다. 그러나 두 감독은 지난 22일 문학 경기 연장 벼랑 끝 찬스에서 강공이 아닌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고,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한화는 11회초 1사 3루에서 대타 이여상이 번트를 댔지만 파울이 됐다. 3루 주자 김경언의 스타트가 워낙 좋아 그라운드 안으로만 공이 들어왔어도 점수를 낼 수 있었던 상황. 볼 카운트가 불리해진 이여상은 삼진으로 물러났고, 다음 타자 오선진도 범타로 물러나며 이닝이 끝났다. SK도 11회말 무사 만루의 찬스를 잡았지만 대타 조인성이 내야 플라이로 물러나며 찬물을 끼얹었다. 더그아웃과 관중석 모두 머릿속에 병살타를 그리는 순간, 다음 타자 정근우는 절묘한 스퀴즈를 성공시키며 경기를 끝냈다. 올 시즌 처음이자 역대 23번째 끝내기 스퀴즈였다. 정근우의 스퀴즈는 3루 주자가 먼저 스타트하고 타자는 무조건 번트를 대는 ‘수이사이드’(suicide·자살) 스퀴즈였다. 이 감독의 지시가 없이는 불가능한 작전이다. 1사 3루와 1사 만루에서는 안타가 없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점수가 난다. 외야 희생 뜬공과 볼넷(사구 포함) 외에도 폭투와 패스트볼이 있다. SK는 정근우의 걸음이 워낙 빨라 병살타 우려가 적었다. 그런데도 두 감독이 리스크가 작지 않은 스퀴즈를 시도한 이유는 뭘까. 한 감독은 상대의 허를 찔렀다고 볼 수 있다. SK 내야진은 압박수비를 펼치고 있었고 타자는 감독이 믿고 내보낸 대타였다. 이여상은 최근 5경기 타율이 .389(18타수 7안타)일 정도로 타격감이 괜찮았다. 누구도 스퀴즈를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반면 이 감독은 정근우의 작전 수행력을 믿었다. 올 시즌 정근우는 타율이 .255에 그치며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그러나 야구 센스만큼은 여전히 국내 최고였고, 이 감독은 수이사이드 스퀴즈를 선택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사설] 병든 사회가 ‘묻지마 범죄’ 양산한다

    최근 불특정 대상을 겨냥한 ‘묻지마 범죄’가 잇따라 발생해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엊그제 서울 여의도와 21일 용인과 수원 등 이달 들어 전국에서 일어난 10여건의 사건들이 모두 ‘될 대로 돼라’ 식으로 일어난 범죄들이다. 이들 범죄자들의 특징을 보면 한결같이 경쟁에서 밀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막다른 골목에 처한 이들이다. 가정·직장·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자포자기하는 심정에서 일면식도 없는 애꿎은 시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던 것이다. 이런 범죄가 빈발한 것은 사회 양극화와 경제난 등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근원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묻지마 범죄’가 단순히 은둔형 외톨이들의 개인적인 불만과 분노가 폭발한 결과로만 보기 어려운 정황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여의도에서 전 회사 동료 4명을 흉기로 찌른 30대 김모씨만 해도 회사를 나온 뒤 직업을 구하지 못하자 복수심에 불탔다고 한다. 김씨가 “차라리 자살할까 하다 혼자 죽기 억울해 보복하고 싶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내용만 보더라도 사회적 실패자들의 개인적인 좌절이 사회에 대한 극도의 분노를 낳고, 이는 결국 범죄로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범죄의 유혹에 취약한 이들에 대한 주의 깊은 관심이 절실하다. 경찰청은 어제 경찰력을 최대한 투입해 치안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범죄는 강력한 처벌과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낙오되거나 도태된 이들을 사회가 보듬고 가지 않는다면 언제, 어디에서든 유사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우리 사회를 되돌아봐야 한다. 성공 지상주의, 물질 만능주의가 판치는 병든 사회는 이런 유형의 범죄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사회적 낙오자들에게도 패자 부활의 기회를 주는, 건강한 사회로 탈바꿈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긴급진단] 무차별 ‘묻지마 범죄’ 왜

    [긴급진단] 무차별 ‘묻지마 범죄’ 왜

    그동안 미국이나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던 불특정 다수 대상의 ‘묻지마 범죄’가 국내에서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스스로 사회에서 소외됐다고 여기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자기와 아무 상관없는 애꿎은 사람들에게 칼을 휘두르고 주먹을 날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미국에서 심심찮게 벌어지는 마구잡이 총기 난사와 비슷한 유형의 범죄들이다. 암울한 경제사정 속에 빈부·계층 양극화는 심해지고, 스트레스가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는 사회적·개인적 병리현상이 이런 범죄의 1차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아무도 범행을 예측할 수 없는 자기 포기형 강력범죄가 최근 늘고 있어 사회 전체 차원의 치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앞에서 흉기 휘둘러 4명 부상 22일 저녁 서울 여의도 대로변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은 전형적인 무차별 분노 분출형 범죄다. 흉기를 휘둘러 중태 1명을 포함, 4명을 다치게 한 김모(30)씨는 2009년 한 신용평가사에 스카우트돼 근무하면서 부팀장 자리에까지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실적이 오르지 않는 데다 사내에서 자신에 대한 험담이 돌기 시작하자 스트레스를 못 견뎌 자진 퇴사했다. 김씨는 이 회사에서 퇴직한 뒤 대출업무를 하는 업체에서 임시직으로 일하다 다시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경찰에서 “다른 회사에 취직해 보란 듯이 해내고 싶었는데 제대로 안 돼 너무 억울했다.”면서 “차라리 자살을 할까 하다 혼자 죽기 억울해 보복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천 새벽 귀가女 이유없이 폭행 앞서 지난 19일 새벽에는 인천 부평시장 인근을 걷던 여성 3명이 신원을 알 수 없는 괴한 2명에게 수십 차례 발길질과 주먹 세례를 당했다. 여성 중 1명은 코뼈가 부러지고 이가 빠졌다. 피해 여성은 “길을 걷다가 마주 오던 술취한 남성 2명과 부딪칠 것 같아 피한 뒤 계속 걸어갔다.”면서 “그런데 누군가가 뒤쫓아와 ‘야 거기 서봐’라며 1명을 무차별 폭행했다.”고 말했다. 피해 여성들은 마침 지나가던 경찰 순찰차를 세우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경찰은 “절도 신고가 접수돼 현장 출동 중”이라며 “112신고가 이미 접수됐으니 다른 순찰차가 곧 도착할 것”이라고 말한 뒤 현장을 떠났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화면에 담긴 폭행 장면을 토대로 2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용의자 2명을 쫓고 있다. 지난 21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에서 흉기를 휘둘러 일가족 3명 등 4명이 다치고, 1명이 사망한 사건 역시 따지고 보면 불특정 다수를 향한 분노의 표출이었다. 피의자 강모(39)씨는 술집에서 거스름돈 2만원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화풀이를 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경찰에서 “비도 오고 외롭고 해서 술을 마셨는데 술값 시비도 괘씸하고 해서 마트에 들어가 과도를 구입했다.”고 진술했다. 지난 20일 오후 1시 20분쯤에는 부산 강서구 명지동 한 편의점 앞길에서 최모(46·여)씨가 아무런 이유 없이 길가던 초등학생 양모(10)군과 이모(12)양에게 길이 30㎝의 공구를 휘둘러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또 지난 21일 오후 9시 30분쯤 용인시 수지구에서 50대 부부가 자신의 집 앞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2인조 괴한에게 둔기로 폭행당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 ●소통부재로 과정의 중요성 무시 최근 일어난 일련의 묻지마식 범죄에 대해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사건의 원인은 범인들이 살아오면서 느낀 좌절이고, 분노의 대상은 사회 전체의 모든 사람”이라면서 “우리 사회가 대단히 갈등적, 경쟁적, 적대적이 되면서 기물 파손이나 연쇄방화 등 불특정 다수를 향해 분노를 드러내는 사건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런 묻지마식 범죄는 소위 벽을 뛰어넘는 행위인데 일단 한 번 넘고 나면 그 이후에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 돼 관계없는 사람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도형 서울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내가 원하는 게 이뤄지지 않아도 과정의 중요성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 사회가 이런 과정의 중요성을 등한시한다.”면서 “소통을 위해 과정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해야 하고 살아가야 할 가치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대근·신진호기자 dynamic@seoul.co.kr
  • ‘피자집 사장’ 강간이냐 강간치사냐?

    충남 서산 피자가게 아르바이트 여대생을 성폭행해 자살에 이르게 한 업주 안모(37)씨에게 적용될 죄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서산경찰서에 따르면 안씨는 지난 20일 강간 및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 자살한 이모(23)씨가 안씨로부터 ‘성관계에 응하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내용의 협박을 받은 게 사실이라면 강간죄가 아닌 강간치사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강간죄는 3년 이상 유기징역에 단순 강간사건은 통상 징역 2년 내외가 선고되지만, 강간치사죄는 10년 이상 징역이나 무기징역에 처해져 형량이 훨씬 무겁다. 피해자 이씨는 휴대전화에 “그(안씨)가 나에게 협박을 계속하고 있다. 나를 죽일까 봐 너무나 공포스럽다. 그래서 대신 내가 죽는다. 경찰 아저씨 이 사건을 파헤쳐서 그 사람을 사형시켜 주세요.”라는 유서를 남겼다. 대전 소재 법무법인 동감의 김동철 변호사는 “결과하고 모두 연관시킬 수는 없지만 강간이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명확한 인과관계가 규명된다면 강간치사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산경찰서 관계자는 “기소권자인 검찰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고, 대전지검 서산지청은 “아직 수사 중인 사안이라 뭐라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서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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