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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치료제가 되는 고전소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문장음미]

    삶의 치료제가 되는 고전소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문장음미]

    안 좋은 일을 겪을 때면 슬퍼했고 거기서 더 나아가 그 원인을 나에게서 찾았다. 습관적으로 내 탓을 하며 늘 두 번 아팠다. 그 일을 직면했을 때의 고통에서 한 번, 그것의 원인을 나로 삼는 자책에서 또 한 번. 그것이 가장 쉽게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태도로 살던 어느 날 우연히 “자신에게 두 번째 화살을 쏘지 말라”라는 문장을 읽었다. 그 순간 말로 표현 못 할 위로를 얻었다. 알고 보니 부처의 말에서 기인한 격언이었다. 불교를 소재로 한 종교적 성장 소설 이번 칼럼에서 소개할 책은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1877~1962)의 1922년 작품 ‘싯다르타’(Siddhartha)이다. 불교를 소재로 한 종교적 성장소설이며 실존 인물 부처를 모티브로 했다. 싯다르타는 ‘목적을 달성한 자’를 뜻하는 부처의 어릴 적 이름이다. 이 소설에서는 일평생 내면의 발전과 정신적 수련에 매진하며 구도의 길을 걸은 그의 일대기를 다룬다. 그리고 수행-득도-열반에 이르는 과정에서 그가 깨달은 진리를 담백하게 표현한다. 200페이지 남짓의 짧은 소설에 녹여낸 싯다르타의 삶을 간접 체험하고 나면 그동안 ‘내면 수련’을 등한시 해온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눈에 보이는 가치(부, 명예, 권력)와 그 반대의 것(내면의 성장) 사이에서 무엇이 결국 내 인생에서 우위에 있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이 소설은 여느 자기계발서나 에세이에서 말하는 ‘내면이 최고다’ 같은 뻔한 말을 뱉지 않는다. 왜 헤르만 헤세가 세계적인 대문호인지, 왜 싯다르타가 재독, 삼독을 해야 하는 명서인지 완독하고 나면 공감할 수 있다. 소설가 헨리 밀러의 말을 인용·각색하여 내 감상평을 남긴다면, 소설 싯다르타는 ‘큰 치유력을 가진 치료제 같은 소설’이었다. 큰 치유력을 가진 치료제 같은 소설 참고로 나는 불교가 아닌 다른 종교를 믿는다. 이에 내 안에 내재된 종교적인 무언가가 싯다르타를 읽을 때 괜한 반감을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했다. 역시나 괜한 걱정이었다. 싯다르타를 읽으며 동시에 실제 부처의 일대기를 다룬 책도 함께 읽었는데, 결국 부처를 신격화 한 건 그를 따랐던 제자들이었고 부처 본인은 그것을 바라지 않았다. 내가 두 책의 끝에서 느낀 불교의 원형은 종교색이 옅었고 마치 마음 수련과 정진에 목적을 둔 ‘철학’ 같았다. 실제 부처의 삶을 잠깐 이야기해 본다면, 그는 브라만(인도 카스트 제도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아들로 태어난 소위 말해 금수저였다. 하지만 어느 날 ’노,병,사‘의 두려움을 끝내 이겨내지 못하는 인간의 삶에 회의를 느꼈고, 이를 극복하고자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해 구도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은 2600년이 지난 훗날까지 전 세계에 전파되어 종교가 되었다. 이 소설을 함께 읽었던 나의 지인은 말했다. 굶어 죽지 않고 나름의 풍요를 누리는 오늘날 우리들의 삶이 출가하기 이전 부처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지만 부처는 그 환경에서 벗어나 인간의 근본적인 고통(노,병,사)을 극복하기 위한 정신 수련에 매진했고, 현재의 우리는 근본적 고통을 외면한 채로 부귀영화를 위해 애쓰며 산다. 나이 들고 병들고 죽으면 모든 게 끝나 버린다. 그 허무함과 덧없음을 우리는 체감하고 있지만, 삶의 태도를 바꾸는 건 쉽지 않다. 우리,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소설 싯다르타에서 발견한 몇 개의 인상적인 문장을 끝으로 본 칼럼을 마치려고 한다.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나요?” “나는 사색할 줄 압니다. 나는 기다릴 줄 압니다. 나는 단식할 줄 압니다.” “그토록 많은 어리석은 짓, 그토록 많은 실수, 그토록 많은 구토와 환멸과 비통함을 겪어야 했다니. 그렇지만 그것은 옳은 일이었다. (중략) 다시 제대로 잠을 자고 제대로 깨어나기 위해서는, 절망을 체험해야만 했고, 그 어떤 것보다 어리석은 자살이라는 생각을 떠올릴 정도까지 나락의 구렁텅이에 떨어져야만 했다. 내 안에 있는 아트만(자기 자신)을 다시 발견하기 위해 나는 바보가 되어야만 했다.” “내가 한 일 가운데 잘한 일, 마음에 드는 일,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 있으니, 바로 스스로를 증오하는 일을 그만둔 것, 어리석기 짝이 없고 황폐한 삶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 [K이슈 플랫폼] “의료조력사 입법 필요하지만, 임종돌봄 서비스 확충이 우선”

    [K이슈 플랫폼] “의료조력사 입법 필요하지만, 임종돌봄 서비스 확충이 우선”

    K이슈플랫폼은 사단법인 싱크탱크인 K정책플랫폼(이사장 전광우, 공동원장 정태용·박진)이 개최하는 월례 토론회입니다. 다툼만 있고 해결이 없는 우리 사회에 합의를 통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의제: 의료조력사 입법 필요한가 찬성: 이윤성 헌법재판소 행정사무관 반대: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사회: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K정책플랫폼 젠더위원장 원고: 박진 K정책플랫폼 공동원장(KDI대학원 교수)1. 문제 제기 김모 할머니는 2008년 2월 식물인간이 됐다. 자녀들은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 등 연명치료 중단을 요구했으나 주치의가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해 2009년 5월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김 할머니는 6월 인공호흡기를 뗀 뒤에도 튜브로 영양을 공급 받으며 생존하다 2010년 1월 사망했다. 그 이후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돼 죽음이 임박한 회복불능 환자가 의사를 표한 경우 의사는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 김 할머니처럼 식물 상태의 환자에 대해서는 가족과 의사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때 연명의료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을 말하며 통증 관리와 영양 공급은 중단할 수 없다. 지난해 이명식(61)씨는 존엄사를 입법하지 않고 있는 현재 상태는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는 2019년 말 가슴 아래 하반신이 전부 마비됐다. 두 다리, 흉부, 복부에 심한 통증이 있으나 2022년 9월부터는 마약성 진통제에도 내성이 생겨 통증을 이겨 내지 못하고 있다. 이씨와 같이 죽음에 임박해 있지 않더라도 현대의학으로는 회복불능 상태에서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면 이를 끝낼 수 있도록 의료의 도움을 받은 생명단축을 허용해야 할까?2. 찬반 토론 [사회] 안락사, 존엄사, 의사조력자살 등 다양한 명칭이 있는데 이에 대한 정리를 먼저 했으면 합니다. [반대] 죽음에 대해 존엄사 혹은 안락사라는 가치 판단을 하는 것은 죽음을 미화할 우려가 있습니다. 담담하게 행위 중심으로 의료조력사라고 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 [찬성] 좋습니다. [사회] 그럼 의료조력사와 현행 연명의료 중단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표와 같이 정리하고자 합니다. 의료조력사는 사망이 임박하지 않았더라도 극심한 고통을 겪는 환자에게 의료진이 약물 처방 등으로 사망 과정을 조력하는 제도로 정의하겠습니다. 자기결정권 행사를 전제로 하므로 의식불명 환자는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해야겠지요? (모두) 동의합니다. [사회] 그럼 의료조력사에 대한 찬성론부터 듣겠습니다.[찬성] 기대수명은 늘었지만 회복될 희망도 없이 고통을 느끼며 죽음을 기다리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들은 대체로 가족의 오랜 간병을 받거나 외롭게 요양원에서 생존을 이어 가지요. 이들은 육체적 고통은 물론 자존감 하락, 가족에 대한 미안함, 외로움 등으로 많은 심적 고통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처럼 회복 희망이 없고 완화치료에도 불구하고 큰 고통을 겪는 사람에게 의료조력사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본인도 고통, 무력감, 미안함에서 해방될 수 있지만 가족도 환자의 고통을 보는 슬픔에서 벗어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지요. 우리가 이를 허용하지 않자 스위스의 디그니타스를 찾는 한국인도 있는 실정입니다.[반대] 일반적으로 의료조력사는 죽음의 자기결정권을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그러나 임종 돌봄 관련 공공보조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이 제도가 도입되면 말기환자는 가족을 위해 의료조력사를 요청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 되면 오히려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의료조력사를 고려하기 전에 고통에 대처하는 의료수단의 개선이 우선이지요. 현재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위한 의료진과 시설이 크게 부족합니다. 또한 대상 질환도 현재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로 국한돼 있어 이를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찬성] 말씀하신 대안에도 불구하고 회복 불가능한 큰 고통이 있을 경우로 의료조력사를 제한하면 합의가 될 것 같습니다. [사회] 좋습니다. 다른 반대 이유도 말씀해 주시지요. [반대] 의료조력사가 허용되면 의사는 환자의 요청을 수용할 것인지, 그 환자의 신체 상태와 의사 결정 능력은 어떤지, 그 이행을 어느 의료기관에서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지 등을 결정해야 합니다. 우리 의료계는 이를 위한 절차나 의료윤리에 대한 훈련이 돼 있지 않습니다. 또한 조력하는 의사에 대한 법의 보호도 필요하지요.[찬성] 당연히 의사에게 거부할 권리를 부여해야 하겠지요. 의료조력사를 이행한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의사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말씀하신 의학교육 강화에 찬성합니다. 그래도 서울신문과 KBS의 설문조사를 보면 의사의 찬성률은 2008년 6%, 2016년 27%, 2023년 50%로 최근 15년간 급격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찬성률은 81%, 국회의원의 찬성률은 85%에 달했습니다.3. 합의 단계<br> [사회] 반대론은 호스피스 등에서의 완화치료에도 불구하고 심한 고통을 겪는 회복불능 환자에게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시겠습니까. [반대] 기존 연명의료결정법상 임종 돌봄 자기결정권을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현행법에서는 환자가 뜻을 밝혀도 의사 2인이 ‘임종 과정’ 진입을 인정해야 환자의 뜻이 이행될 수 있습니다. ‘임종 과정’에 이르기 전인 ‘말기’ 상태부터 연명의료 중단이 허용돼야 합니다. 그리고 연명의료의 범위도 좀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찬성] 찬성입니다. 말기란 회복 가능성이 없고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태이니 그렇게 개정되면 지금보다는 허용 범위가 넓어지겠습니다. [사회] 연명의료결정법 확대에는 서로 공감하셨네요. 반대론을 들어 보니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확대에는 공감하지만 의료조력사의 부작용을 우려하시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료조력사 입법에 동의하면서 그 이전에 필요한 전제 조치로서 정부의 호스피스 등 임종 돌봄 서비스 확충, 관련 의료 부문의 교육과 인적·물적 자원 강화에 합의하면 어떨지요. [반대] 국민의 공감대 형성과 오남용 감시 조치도 포함시켰으면 합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 내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기능과 인력 확대가 그 예입니다. [찬성] 좋습니다. 입법 과정에서 이러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으면 합니다. 다만 그 과정은 오래 걸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 점에서 당장 시행을 목표로 하지는 않되 입법 자체는 지금부터 추진하는 것으로 합의했으면 합니다. [반대] 입법은 추진하되 시행은 상기한 전제가 상당 부분 충족되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시점으로 미루는 것으로 한다면 합의할 수 있습니다. [찬성] 좋습니다. [사회] 합리적인 토론을 보여 주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 ADHD 등 병원 찾은 아이들 12만명… 진료비도 661억에 달해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ADHD 등 병원 찾은 아이들 12만명… 진료비도 661억에 달해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팬데믹 전후 3년 만에 60% ‘껑충’인프라·정책은 우울·불안 등 중점“충동성·산만함 등 대책도 마련을”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의 마음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실태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로 확인됐다. 팬데믹 시기를 전후한 4년 동안 ‘소아기 및 청소년기에 주로 발생하는 행동 및 정서장애’로 진료받은 19세 이하 인원과 총진료비가 연평균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2012년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들던 추세가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반전된 것이다. 심평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을 활용해 ‘소아기 및 청소년기에 주로 발생하는 행동 및 정서장애’(질병코드 F90~F98) 6개 질환에 대한 심사결정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9년 8만 2571명이던 진료인은 2022년 12만 167명으로 3년 만에 45.5% 늘어난 것으로 25일 파악됐다. 같은 기간 총진료비는 411억 8379만원에서 661억 2626만원으로 60.6% 증가했다.‘소아기 및 청소년기에 주로 발생하는 행동 및 정서장애’는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F90) ▲행동장애(F91) ▲행동 및 정서의 혼합된 장애(F92) ▲소아기에만 발병하는 정서장애(F93) ▲소아기 및 청년기에만 발병하는 사회적 기능수행장애(F94) ▲틱장애(F95) ▲소아기나 청년기에 주로 발병하는 기타행동 및 정서장애(F98) 등 7가지 세부 상병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나 신체 일부를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틱장애의 경우 정서적 이상 때문에 발병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분석에서 제외했다. 다만 틱장애 총진료비 역시 4년 동안 약 78억원에서 약 113억원으로 증가했다. F90~F98 질환들은 대부분 외현화 질환으로 분류된다. 정신질환 중 불안·우울 등의 마음 상태를 내재화 질환으로, 과도한 충동성·산만함·반항 등의 태도를 외현화 질환으로 분류하는데 아동·청소년 시기에 주로 발현되고 성인이 되면 자제하게 되는 외현화 질환들이 ‘소아기 및 청소년기에 주로 발생하는 행동 및 정서장애’로 분류된 것이다. 내재화 질환이라는 불안·우울은 편안한 마음과 ‘질’(質)적으로 다른 상태다. 그러나 충동성이나 산만함은 사람들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다. 이상행동이 과도하게 잦을 때, 즉 증상의 ‘양’(量)이 많을 때 질환이 된다. 비 오는 날 우산을 잃어버린 경험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이 없고 자신도 모르게 무례한 말을 뱉고 뒤돌아 후회하는 실수를 일생 한 번도 안 한 사람이 없지만 이런 일이 자주, 어떤 상황에서든, 안 하려고 노력해 봐도 안 되는 게 ‘양’이 문제가 되는 경우다. 우울한 마음에 대해선 공감하고 걱정하는 게 예의인 데 비해 충동성이나 산만함의 ‘양’을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엔 “(신경쓰면 실수가 줄 텐데) 너도 정신 좀 차리고 살라”는 식의 훈계를 일삼는 사회적 태도는 그간 정책 흐름에 반영돼 왔다.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공공 영역 상담 인프라 대부분이 우울·불안·자살충동과 같은 내재화 질환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최근 통계는 ADHD를 비롯한 외현화 질환 증가와 관련된 대책 마련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
  • 코로나 겪고 ‘마음 건강’ 무너진 아이들… “ADHD는 지원 사각지대”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코로나 겪고 ‘마음 건강’ 무너진 아이들… “ADHD는 지원 사각지대”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도례미 서울대병원 교수의 진단코로나 후 정서·사회성 발달 문제방치 땐 불안·우울·자해 등 이어져유병률 최고 7%… 예방 대책 필수“좋은 어른 통한 정서적 회복 도와야” “지난해 교사들이 상복을 입고 거리에 나와 공교육을 살려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목소리도 못 내는 우리 아이들을 살려달라는 호소였어요. 지금 아이들이 가장 아픕니다.”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임상심리전문가인 도례미(사진) 서울대병원 연구교수는 25일 “코로나19 이후 학습 공백에만 신경을 쓰는 사이 학생들의 정서, 주의력, 사회성 발달 등 전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시기 어른들이 일자리 상실, 소득 감소, 사회적 관계 단절 등 여러 위기를 겪는 동안 아이들이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빈도가 늘었다는 것이다.지난해 서이초 사건 이후 벌어진 시위는 교육현장에 누적된 여러 구조적인 시스템의 문제점과 코로나19 이후 많은 아이들이 처한 어려움을 대변한 사건이라고 도 교수는 설명했다. 한 학급에 산만하면서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2~3명씩 되면서 제대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 표출된 사건이라는 것이다. 시위가 벌어지던 당시 도 교수는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자살 관련 사건이 발생한 학급의 담임교사들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 등을 통합지원하는 ‘네잎 클로버를 찾아가는 위기지원단’ 단장으로 활동했다. 서울동부교육지원청과 함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아이들을 맡은 교사들을 만나 학생 지도법과 학급운영 방법을 교육하고 관련 매뉴얼을 만들기도 했다. 도 교수는 “코로나19 기간 친구와 이야기를 하면서 사회적인 대처 능력과 기술을 익힐 기회를 잃은 탓에 학생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횟수가 늘고 수위 또한 높아졌다”면서 “기존에 정신장애를 겪던 아이들은 더욱 불리한 상황에 처한 경우가 많았다”고 짚었다.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의 충동적이고 산만한 행동이 두드러지면서 학생 생활지도나 학습지도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교사들도 부쩍 늘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ADHD의 유병률을 5~7%로 본다. 국내 연구에서는 12%까지 유병률을 보기도 한다. 저학년 때 주로 진단이 내려지며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를 통해 나을 수 있는 질환이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적대적 반항장애, 품행장애를 동반하기도 한다. 아동일 때 ADHD 진단을 못 받거나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로 성인이 되면 우울이나 불안, 자살충동, 자존감의 문제를 겪기도 한다.하지만 특수교육법에서 규정한 특수교육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ADHD는 당국의 관심 밖 사각지대에 머물렀다. ADHD만 진단받아서는 교육복지 혜택을 받기 어렵고, ADHD면서 경제적 취약 계층이거나 학교폭력의 가·피해자가 됐을 때 ADHD에 동반되는 다른 사유를 근거로 지원 대상이 되곤 한다. 그래서 ADHD 문제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려면 기존 교육복지의 틀을 문제 예방 중심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도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ADHD로 보이는 충동적이고 산만한 아이들이 급증하는 양상을 눈여겨볼 것을 주문했다.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ADHD는 사회 양극단에서 서로 다른 이유로 빈번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에서는 ADHD를 겪는 아이에 대한 적정한 관리가 부족함에 따라 공격성이나 이상행동이 격화되는 경향이 발견되고, 공부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를 겪는 중산층이나 고소득층 아이들도 ADHD 진단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빈부에 따라, 지역에 따라, 가족 구성에 따라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ADHD로 인한 아이들의 여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아이 주변에 건강하고 따뜻한 어른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아이들은 정신적인 문제를 회복하고 삶의 기술을 터득한다”면서 “담임교사는 가정에서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가 의지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유일한 어른이자 건강한 어른의 롤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교사의 소진과 무력감을 방치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아이의 정서적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보살핀 사회는 반드시 보답을 받는다는 것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 교수는 “사회복지사를 만나 자신의 문제를 해결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선 매우 높은 공동체 의식과 사회에 대한 믿음이 드러난다”면서 “좋은 어른과 좋은 사회가 아이를 보살필 때 아이들이 주는 보답은 타인에 대한 존경과 존중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 [단독] ADHD의 습격, 학교가 아프다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단독] ADHD의 습격, 학교가 아프다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18세 이하 코로나 이후 2배 급증… “가위로 선생님 머리카락 싹둑, 칼부림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치료’ 아닌 ‘교육’에 떠넘긴 질병… “부모 동의 없인 상담도 못해요” 학생의 문제행동을 제어할 훈육 수단이 사라진 교실, 이른바 ‘교실붕괴’의 실태를 알리기 위해 지난해 교사들이 거리에 나섰다. 이제 새 학기부터 교사들은 수업 방해 학생을 교실에서 내보낼 수 있게 됐고,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더이상 아동학대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문제가 발생한 뒤 수습하는 제도일 뿐이다. 각종 갈등을 야기한 학생의 문제행동과 정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쪽으로의 변화는 첫발도 떼지 못했다. 사고 이후 대책만 있고 예방 조치는 없는 학교라면, 학생들은 사고를 치기 전까지 또다시 방치된다. 더이상 이 문제를 방치할 수 없는 이유, 그리고 정신과적 질환(질병코드 F)을 지닌 정서·행동 장애 학생을 구하기 위해 먼저 나선 현장을 5회에 걸쳐 전한다.싹둑.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수업을 시작했는데도 허공에 가위질을 이어 가던 1학년 아이에게 교사가 “이제 가위는 넣어두고 책을 펴 볼까”라고 말을 건네는 순간 아이가 들고 있던 가위가 교사의 눈앞으로 쭉 뻗어 나왔다. 책상 위로 떨어진 머리카락 때문에 아이가 더 놀랐을까 봐 교사는 괜찮은 척, 위험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 뒤 옆 머리 한 움큼이 댕강 잘린 채로 나머지 수업을 마무리해야 했다. 옆 학교에서는 문구용 커터칼로, 다른 교실에서는 우산으로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소문이 최근 몇 년간 퍼지더니 초등 저학년 교실 책상 속 바구니에서 날카로운 물건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수업에 꼭 필요할 때만 가위를 나눠 주도록 정한 학교도 생겼다. 평소 위험한 행동을 하는 몇 아이만 가위를 교실 뒤 사물함에 보관하도록 했다가 학부모가 ‘차별’이라고 항의하자 아예 모든 학생에게서 가위를 뺏도록 규칙을 정한 것이다.초등 저학년 교실에 가위를 두지 못하거나 안전사고가 걱정돼 학교 운동회를 열지 못하고 나중에 이상하게 활용될지 모른다며 교사들이 졸업앨범 사진을 찍지 않을 정도로 지금 우리 학교의 질서는 깨졌다. 지난해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충동 범죄가 학교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벌어지고 있던 일일 정도로 무질서한 상태다. 지난달 서울 서이초 교사의 순직 인정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선 교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공공장소에서 시민을 향해 칼을 휘두르거나 버스 정류장으로 자동차를 돌진시킨 이상동기범죄가 일어났을 때 교사들은 분을 참지 못해 수업 중 책상을 집어던지며 소리를 지르던 초등 고학년 아이의 모습을 떠올렸다. 민원 담당 공무원을 향해 무례하게 항의하는 민원인에 대한 뉴스가 나오면 밤에도 전화하던 학부모가 떠오르고, 정치인 피습 사건이 일어나면 보드게임 규칙을 바꿔 달라고 떼를 쓰다 돌연 옆에 있던 물건을 친구를 향해 집어던지던 아이가 생각난다.쉬는 시간마다 짝꿍을 쫓아다녀 결국 짝꿍이 등교를 거부했던 이야기, 2~3시간이 넘게 울음을 멈추지 않던 아이, 수업 중 갑자기 교실을 뛰쳐나가더니 운동장 한편에서 색연필을 갈아 물에 타 마시려던 아이를 겨우 말린 이야기까지…. 특히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문제행동이 더 다양해지고 심해졌다고 말하던 한 교사는 25일 “교실에서 칼부림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라고 냉소했다. 또 다른 교사는 “교실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행동을 책임지느라 쉬는 시간에 화장실도 못 간다”고 말했다. 대형사고 발생 전 그 징조로 29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300번의 사소한 징후가 있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에 빗대 우리 사회에서 벌어졌던 강력 사건들을 설명한다면, 최근 몇 년 동안 학교는 이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사고와 징후를 축적하는 공간이 된 듯한 모습이다. 교사들은 대형사고를 막았을지 모른다는 보람 대신 무기력과 소진, 번아웃을 호소했다. 최근 교사들이 통제해야 하는 학생들의 문제행동은 그저 철 모르는 아이들의 개구진 행동을 넘어서 임상적인 진단과 치료 없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 수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학생들이 보이는 산만함·충동성·과잉행동은 교사들이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학생의 문제행동으로 꼽힌다. 지난 2022년 10월 좋은교사운동이 유·초·중 교사 68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현재 수업하는 교실에 정서·행동 위기학생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87.1%였는데, 위기학생 유형을 구분하는 복수응답 조사에서 78.6%가 ADHD를 꼽았다. 정확한 진단을 근거로 답한 게 아니라 교사가 봤을 때 ADHD 성향이 보이면 ADHD로 답변한 내용이어서, ADHD를 선택한 78.6% 안에 불안장애·품행장애 등 유사 ADHD 증상들이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반항(52.9%), 품행(50.5%), 무기력(49.7%) 등이 뒤를 이었다.실제로 코로나19를 전후해 ADHD 진단(초진)을 받은 18세 이하 인원은 급증했다. 2018년 연간 1만 7904명이던 18세 이하 초진인원은 2022년 3만 5973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성인 ADHD 초진 인원은 6070명에서 3만 2323명으로 4년 만에 약 5배가 됐다. ADHD 진단, 치료를 받지 않는 인원까지 더하면 교사들은 ADHD가 매우 빠르게 증가한다고 체감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ADHD가 급증하고 있지만 교육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는 우울·자살 등의 내재화 질환을 먼저 살핀다. 아이들의 과잉행동이나 반항행동을 ‘치료’가 아닌 ‘교육’의 영역으로 보고 있어서다. 그러나 ADHD적인 행동들은 본인이 통제하기 어렵고,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치료와 교육이 이뤄져야 완치될 수 있다. 역으로 아동기에 적절한 ADHD 치료와 교육을 받지 못하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됐을 때엔 권위를 무시하는 ‘적대적 반항장애’, 사춘기 이후에는 불법행위도 마다하지 않는 ‘품행장애’, 성인이 돼선 ‘약물남용’이나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발병할 여지가 커진다는 연구들이 있다. 게다가 한국에서 ADHD 아동 대부분은 특수교육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로 신체장애와 지적장애를 특수교육 대상으로 삼고 있어서다. 2019년 9만 2968명이던 특수교육 대상자는 2022년 10만 3695명으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정서·행동장애로 특수교육 대상자가 된 인원은 2182명에서 1865명으로 줄었다. 정서·행동장애를 특수교육에 넣지 않은 까닭에 한국의 특수교육 대상자 비중은 1.6%(2020년 기준)로 호주(18.8%·2017년), 미국(14.1%·2018~2019년), 일본(5.0%·2019년)에 크게 뒤진다.물론 같은 특수교육이라도 시각·청각장애 교육이 장애교육이라면, ADHD 학생을 위한 교육은 학생 맞춤형 교육에 가깝다. 미국에서는 ADHD 학생을 위해 담임교사, 상담교사, 학교 관리자, 교육청 담당자 등이 맞춤형 학습계획을 짜고 시험 시간을 늘려 주거나 보조교사를 배치하는 등의 수업지원을 한다. 미국에서는 최소 4명 이상이 ADHD 학생 지도에 개입하지만 한국에서는 담임교사와 부모가 다 알아서 지도해야 한다. 특히 교사가 ADHD 맞춤형 지도를 위한 첫걸음으로 진단·상담을 하려고 해도 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교사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 이때 가장 큰 피해는 자신에게 맞는 교육을 받지 못하는 ADHD 학생에게 돌아간다.
  • [단독] ADHD의 습격, 학교가 아프다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단독] ADHD의 습격, 학교가 아프다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18세 이하 코로나 이후 2배 급증… “가위로 선생님 머리카락 싹둑, 칼부림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 학생의 문제행동을 제어할 훈육 수단이 사라진 교실, 이른바 ‘교실붕괴’의 실태를 알리기 위해 지난해 교사들이 거리에 나섰다. 이제 새 학기부터 교사들은 수업 방해 학생을 교실에서 내보낼 수 있게 됐고,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더이상 아동학대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문제가 발생한 뒤 수습하는 제도일 뿐이다. 각종 갈등을 야기한 학생의 문제행동과 정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쪽으로의 변화는 첫발도 떼지 못했다. 사고 이후 대책만 있고 예방 조치는 없는 학교라면, 학생들은 사고를 치기 전까지 또다시 방치된다. 더이상 이 문제를 방치할 수 없는 이유, 그리고 정신과적 질환(질병코드 F)을 지닌 정서·행동 장애 학생을 구하기 위해 먼저 나선 현장을 5회에 걸쳐 전한다.싹둑.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수업을 시작했는데도 허공에 가위질을 이어 가던 1학년 아이에게 교사가 “이제 가위는 넣어두고 책을 펴 볼까”라고 말을 건네는 순간 아이가 들고 있던 가위가 교사의 눈앞으로 쭉 뻗어 나왔다. 책상 위로 떨어진 머리카락 때문에 아이가 더 놀랐을까 봐 교사는 괜찮은 척, 위험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 뒤 옆 머리 한 움큼이 댕강 잘린 채로 나머지 수업을 마무리해야 했다. 옆 학교에서는 문구용 커터칼로, 다른 교실에서는 우산으로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소문이 최근 몇 년간 퍼지더니 초등 저학년 교실 책상 속 바구니에서 날카로운 물건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수업에 꼭 필요할 때만 가위를 나눠 주도록 정한 학교도 생겼다. 평소 위험한 행동을 하는 몇 아이만 가위를 교실 뒤 사물함에 보관하도록 했다가 학부모가 ‘차별’이라고 항의하자 아예 모든 학생에게서 가위를 뺏도록 규칙을 정한 것이다. 초등 저학년 교실에 가위를 두지 못하거나 안전사고가 걱정돼 학교 운동회를 열지 못하고 나중에 이상하게 활용될지 모른다며 교사들이 졸업앨범 사진을 찍지 않을 정도로 지금 우리 학교의 질서는 깨졌다. 지난해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충동 범죄가 학교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벌어지고 있던 일일 정도로 무질서한 상태다. 지난달 서울 서이초 교사의 순직 인정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선 교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공공장소에서 시민을 향해 칼을 휘두르거나 버스 정류장으로 자동차를 돌진시킨 이상동기범죄가 일어났을 때 교사들은 분을 참지 못해 수업 중 책상을 집어던지며 소리를 지르던 초등 고학년 아이의 모습을 떠올렸다. 민원 담당 공무원을 향해 무례하게 항의하는 민원인에 대한 뉴스가 나오면 밤에도 전화하던 학부모가 떠오르고, 정치인 피습 사건이 일어나면 보드게임 규칙을 바꿔 달라고 떼를 쓰다 돌연 옆에 있던 물건을 친구를 향해 집어던지던 아이가 생각난다. 쉬는 시간마다 짝꿍을 쫓아다녀 결국 짝꿍이 등교를 거부했던 이야기, 2~3시간이 넘게 울음을 멈추지 않던 아이, 수업 중 갑자기 교실을 뛰쳐나가더니 운동장 한편에서 색연필을 갈아 물에 타 마시려던 아이를 겨우 말린 이야기까지…. 특히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문제행동이 더 다양해지고 심해졌다고 말하던 한 교사는 25일 “교실에서 칼부림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라고 냉소했다. 또 다른 교사는 “교실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행동을 책임지느라 쉬는 시간에 화장실도 못 간다”고 말했다. 대형사고 발생 전 그 징조로 29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300번의 사소한 징후가 있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에 빗대 우리 사회에서 벌어졌던 강력 사건들을 설명한다면, 최근 몇 년 동안 학교는 이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사고와 징후를 축적하는 공간이 된 듯한 모습이다. 교사들은 대형사고를 막았을지 모른다는 보람 대신 무기력과 소진, 번아웃을 호소했다. 최근 교사들이 통제해야 하는 학생들의 문제행동은 그저 철 모르는 아이들의 개구진 행동을 넘어서 임상적인 진단과 치료 없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 수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학생들이 보이는 산만함·충동성·과잉행동은 교사들이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학생의 문제행동으로 꼽힌다. 지난 2022년 10월 좋은교사운동이 유·초·중 교사 68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현재 수업하는 교실에 정서·행동 위기학생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87.1%였는데, 위기학생 유형을 구분하는 복수응답 조사에서 78.6%가 ADHD를 꼽았다. 정확한 진단을 근거로 답한 게 아니라 교사가 봤을 때 ADHD 성향이 보이면 ADHD로 답변한 내용이어서, ADHD를 선택한 78.6% 안에 불안장애·품행장애 등 유사 ADHD 증상들이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반항(52.9%), 품행(50.5%), 무기력(49.7%) 등이 뒤를 이었다.실제로 코로나19를 전후해 ADHD 진단(초진)을 받은 18세 이하 인원은 급증했다. 2018년 연간 1만 7904명이던 18세 이하 초진인원은 2022년 3만 5973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성인 ADHD 초진 인원은 6070명에서 3만 2323명으로 4년 만에 약 5배가 됐다. ADHD 진단, 치료를 받지 않는 인원까지 더하면 교사들은 ADHD가 매우 빠르게 증가한다고 체감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ADHD가 급증하고 있지만 교육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는 우울·자살 등의 내재화 질환을 먼저 살핀다. 아이들의 과잉행동이나 반항행동을 ‘치료’가 아닌 ‘교육’의 영역으로 보고 있어서다. 그러나 ADHD적인 행동들은 본인이 통제하기 어렵고,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치료와 교육이 이뤄져야 완치될 수 있다. 역으로 아동기에 적절한 ADHD 치료와 교육을 받지 못하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됐을 때엔 권위를 무시하는 ‘적대적 반항장애’, 사춘기 이후에는 불법행위도 마다하지 않는 ‘품행장애’, 성인이 돼선 ‘약물남용’이나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발병할 여지가 커진다는 연구들이 있다. 게다가 한국에서 ADHD 아동 대부분은 특수교육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로 신체장애와 지적장애를 특수교육 대상으로 삼고 있어서다. 2019년 9만 2968명이던 특수교육 대상자는 2022년 10만 3695명으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정서·행동장애로 특수교육 대상자가 된 인원은 2182명에서 1865명으로 줄었다. 정서·행동장애를 특수교육에 넣지 않은 까닭에 한국의 특수교육 대상자 비중은 1.6%(2020년 기준)로 호주(18.8%·2017년), 미국(14.1%·2018~2019년), 일본(5.0%·2019년)에 크게 뒤진다. 물론 같은 특수교육이라도 시각·청각장애 교육이 장애교육이라면, ADHD 학생을 위한 교육은 학생 맞춤형 교육에 가깝다. 미국에서는 ADHD 학생을 위해 담임교사, 상담교사, 학교 관리자, 교육청 담당자 등이 맞춤형 학습계획을 짜고 시험 시간을 늘려 주거나 보조교사를 배치하는 등의 수업지원을 한다. 미국에서는 최소 4명 이상이 ADHD 학생 지도에 개입하지만 한국에서는 담임교사와 부모가 다 알아서 지도해야 한다. 특히 교사가 ADHD 맞춤형 지도를 위한 첫걸음으로 진단·상담을 하려고 해도 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교사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 이때 가장 큰 피해는 자신에게 맞는 교육을 받지 못하는 ADHD 학생에게 돌아간다.
  • [기고] 보이는 112, 순찰로봇… ‘과학 치안의 시대’

    [기고] 보이는 112, 순찰로봇… ‘과학 치안의 시대’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긍정적 변화와 부정적 변화를 동시에 가져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만 16~64세의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 3583만명에서 2040년 2676만명으로 907만명이나 감소할 전망이다. 신종범죄 증가와 공직사회의 인력수급난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에서는 치안 분야 과학기술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2015년 시작된 경찰의 과학기술 도입 역사는 길지 않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면 형사 드라마의 첨단기술을 현실로 옮긴 것처럼 인상적이다. 인력 위주의 전통적인 방식에서 과학기술에 기반한 시스템 중심으로 경찰 활동이 변화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먼저 사회적 약자 보호에 기여하고 있다. ‘보이는 112’는 위급한 상황에 놓여 있는 신고자의 주변 영상과 위치가 전송돼 현장 대응 시간을 단축해 신속한 인명 구조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긴급구조 정밀 측위 탐색 기술’은 위치추적 반경을 50m 이내로 고도화하고 와이파이 송신기를 이용해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있는 기술이다. 지난해 현장 실증 과정에서 자살기도자·실종자·치매 어르신 등 66건의 인명을 구조했다고 한다. 과학수사 역량도 강화되고 있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가 개발한 화재 사건 현장에서의 기체(냄새) 포집·분석 기술은 2022년 12월 국제공인시험기관(KOLAS)의 인정을 받았고 기체 증거의 객관성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 법곤충을 통해 사망 시간을 추정하는 ‘법곤충 감정’, 16종의 마약을 현장에서 동시에 탐지할 수 있는 ‘마약 탐지 키트’ 등 과학수사의 정밀도를 크게 향상한 것들이 모두 과학 치안의 산물이다. 현장 대응 역량의 강화를 위한 다양한 기술도 도입되고 있다. 과거의 데이터를 분석해 범죄 위험도를 예측하는 ‘프리카스’(Pre-CAS)를 통해 보다 적극적인 범죄예방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경찰 드론의 도입도 놀라운 혁신 사례다. 최근 3년간 전국에서 1만 2600여회에 걸쳐 총 24만여 시간을 비행했다. 광범위한 실종자 수색 현장에서 경찰 드론 1대는 약 120명의 인력을 대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저위험 권총, 신형 방패, 방검조끼 등도 보급을 앞두고 있다. 이 외에도 무인 순찰 로봇, 사이버범죄 대응 기술 등 다양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윤희근 경찰청장도 취임 이후 ‘선도적 미래 치안’을 강조하고 있다. 경찰 업무에 과학기술을 접목하는 ‘과학 치안으로의 치안 패러다임 변화’는 국민 일상 최접점에 있는 경찰 활동이 더 진화된 방식으로 고도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정부 혁신의 여정이기도 하다. 2015년 경찰의 과학기술 도입 당시부터 현재까지 ‘치안 분야 과학기술 운영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경찰의 부단한 노력을 지켜봤다. 공학자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통해 과학 치안의 지평이 넓어지고 두터워지길 기대한다. 홍성현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 ‘논문 조작’ 국립대교수 경찰조사 받던 중 숨진 채 발견

    ‘논문 조작’ 국립대교수 경찰조사 받던 중 숨진 채 발견

    논문 조작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한 국립대 교수가 숨진 채 발견됐다. 22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20분쯤 부안군 변산면의 한 해수욕장 인근에서 전북의 한 국립대 교수 A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오후 5시 40분쯤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차 안에서 숨진 A씨를 발견했다. A씨는 재계약 임용을 앞두고 연구 실적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제출한 논문을 임의로 조작, 심사위원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구속돼 검찰에 송치됐다. 이후 그는 구속적부심을 통해 최근 풀려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차 안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강력범죄 정황은 없는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전두환이 “애 죽으면 너도 죽어” 경고… 고문에 한쪽 눈 잃은 이상출씨 피해 인정

    전두환이 “애 죽으면 너도 죽어” 경고… 고문에 한쪽 눈 잃은 이상출씨 피해 인정

    억울하게 유괴범으로 몰려 고문당하다 한쪽 눈을 잃은 이상출(68)씨의 피해 사실을 확인했다고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21일 밝혔다. 이씨는 1980년 11월 발생한 ‘이윤상군 유괴살해 사건’ 당시 유괴범으로 몰렸다. 이군은 유괴된 다음 날 죽었지만 1년 넘게 범인을 잡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이군의 옆집에 살며 정육점을 운영하던 이씨를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하고 고문해 가축 도살용 트럭으로 납치해 살해했다는 허위자백을 받아냈다. 여관방에 갇혀 고문당한 이씨는 후유증으로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고 이후에도 오랜 기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다. 당시 사건은 사회에 일으킨 파장이 커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특별담화를 통해 “윤상이가 살면 네놈도 살 것이고 윤상이가 죽으면 네놈도 죽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경찰은 명확한 범행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자 이씨를 공갈 등 혐의로 지인과 함께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이씨는 재판에 넘겨졌으나 법원은 불법 체포·구금된 그가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진술했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가 억울하게 고문당한 사건의 진범은 이군이 다니던 학교의 체육 교사였던 주영형이었다. 주영형은 여고생 2명과 함께 범행을 저질렀으며 이들과 동반자살을 계획했다가 1981년 11월 30일 모두 검거되면서 무산됐다. 주영형은 수감 중 종교에 귀의해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1983년 7월 9일 서울구치소 내 사형장에서 교수형이 집행됐다. 당시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던진 이 사건은 이청준의 소설 ‘벌레 이야기’, 영화 ‘밀양’, ‘친절한 금자씨’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진실화해위는 경찰이 구속영장 발부 등 법적 근거 없이 이씨를 불법 구금하고 가혹행위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경찰의 별건 구속·수사 또한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을 명백히 위배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진실화해위는 이씨에 대한 사과와 명예·피해 회복 조처를 경찰청에 권고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날 ‘경북 지역 미군 관련 민간인 희생 사건’에 대해서도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진실화해위는 한국전쟁 기간인 1950년 7~9월 경북 영덕·울진·예천군 등 지역에서 미군의 폭격과 포격, 총격 등으로 민간인 33명이 희생당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밖에도 진실화해위는 ‘육군보안사령부 불법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 ‘성신호 등 납북귀환 어부 인권침해 사건’ 등 8건에 대해서도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 10년째 한국살이 미 칼럼니스트 “‘아이서울유’ 기발했다”

    10년째 한국살이 미 칼럼니스트 “‘아이서울유’ 기발했다”

    ‘뉴요커’와 ‘로스앤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콜린 마샬은 “한국은 너무 빨리 변하고 자주 달라지기 때문에 완벽하게 정의하는 것이 불가능한 나라”라고 말한다. 그는 로스앤젤레스에서부터 한국의 문학과 영화 그리고 건축에 대한 글을 써오다 10년 전 한국에 대한 글을 더 깊게, 더 잘 쓰고 싶어서 수년간의 계획 끝에 한국에 왔다. 그는 ‘한국 요약 금지’라는 책을 통해 한국의 복잡하면서도 모순적인 현실을 전달한다. 콜린 마샬은 브랜딩 컨설턴트인 사이먼 안홀트의 말을 인용, 한국 브랜딩 책임자의 약점으로 “조급함, 객관성 결여, 지루한 전략, 잘못된 리더십, 홍보 효과에 대한 순진한 믿음, 빠른 해결책과 지름길에 대한 욕구”를 꼽았다. 한국의 공식적인 마케팅 활동은 이상하게도 한국만의 특수성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I·SEOUL·U가 정말로 별로인가요?”라고 묻는다. 그는 한국인이 외부의 기준과 평가를 너무 의식한다며 “한국 지인들은 나와 만날 때마다 한국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알려달라고 요청한다. 나는 몇 년 동안 그 질문에 단 한 번도 딱 부러지게 대답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콜린 마샬은 “한국인은 한국의 좋은 점은 보지 못하고, 부정적인 면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서울시의 슬로건이었던 ‘I·SEOUL·U’를 그 예로 들었다. 콜린 마샬이 보기에 ‘I·SEOUL·U’는 오히려 “파격적이고 기발한” 문구다. 그는 칼럼니스트 앤드루 새먼의 분석을 빌려 ‘I·SEOUL·U’가 나이키의 부메랑 모양 로고인 ‘스우시swoosh’와 전설적인 그래픽 디자이너 밀턴 글레이저의 ‘I ♥ NY’와 같은 “고전적 브랜딩의 사례”처럼 감성적인 호소력을 발산한다는 것이다. 또한 서울의 관광 홍보가 주 타깃으로 삼는 대상인 중국과 일본에게는 ‘I·SEOUL·U’가 가지고 있는 명확한 단순함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상대적으로 영어를 잘 사용하지 못하고 동시에 잠재력이 높은 타깃 시장에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오스카 수락한 봉준호의 ‘한국어’ 한국 사람들은 오랫동안 자국어의 ‘마이너’한 지위를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영어에 의존하는 산업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봉준호 감독이 미국 대중문화의 가장 핵심적인 행사라고 할 수 있는 오스카에서 한국어를 주저하지 않고 말하는 모습이 매우 고무적이었다고 말한다. 또 서울을 배경으로 한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게임’ 같은 콘텐츠가 “풍요로움에 대해 표출된 불만 그 자체가 수출 효자 상품이 되어 한국산 이름을 달고 팔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상황이 역설적이라고 지적한다. ‘한국기행’ 프로그램을 가장 추천한다는 그는 “그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얼마나 더 그곳에 남아 있을까?”라며 서울에서 경험하지 못한 더 크고 맛깔난 한국이 있는 지방이 소멸할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또한 한국은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인기 강연들은 불행을 직시하고, 결혼 생활에서 ‘공정한 거래’를 실천하고, 사회적 기대에 너무 휘둘리지 않을 것을 제안해왔다며 “그런 주제들로 강연을 듣더라도 그저 계속 살아갈 방법을 찾는 일은 더 복잡해지지도 더 쉬워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 기사가 한국을 설명하고 묘사하는 방식은 한결같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 한국인들은 밤늦게까지 너무 열심히, 죽어라 일하는 사람들, 가장 유명한 한국어는 ‘빨리빨리’, 한국인의 근성은 냄비근성. 콜린 마샬은 이 책을 쓴 이유로 “K-팝과 성형수술, 북한의 위협처럼 외신이 주로 다루는 소재 정도로만 한국을 알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내가 관찰하고 만난 한국을 새롭게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했다.“한국을 즐기는 코노셔 되고 싶어” 그를 포함한 외국인 친구들은 “모두가 불만투성이다. 모든 것이 너무 경쟁적이다. 운전자는 난폭하고, 공기 질도 나쁘다. 서울서 볼만한 가게는 스타벅스, 패스트푸드, 편의점뿐이다. 획일화된 건물들만 즐비한 도시는 한마디로 못생겼다”라는 단점을 늘어놓지만 그만큼 장점도 존재한다. 커피숍에 물품을 놓음으로써 내 자리를 지킬 수 있고, 병원을 포함해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거의 10분 이내에 있고, 팁을 주지 않아도 되며 쓰레기는 항상 쓰레기봉투에 담겨 있는 것 등이다. 편리한 지하철과 도서관, 포장마차 그리고 떡튀순(떡볶이·튀김·순대) 등은 서울살이를 사랑하게 하는 작고도 큰 이유다. 콜린 마샬은 한국 전문가보다는 한국 코노셔(전문적인 지식을 갖추는 데 집중하기보다 관심과 흥미를 꾸준히 유지해 더 잘 감상하려는 사람)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김치의 나라, 삼성의 나라, 자살의 나라, BTS의 나라 등 요즘 사람들은 압축된 개념을 사용하지만 이는 실제 한국의 복잡하면서도 모순적인 현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라며 “서울은 모두가 싫어하지만 아무도 떠나지 않는 도시다. 밤에 멀리서 바라보면 세상에 이보다 더 아름다운 도시는 없다”라고 예찬했다.
  • 무릎 꿇리고 폭언… 진상고객 못 참아… 도쿄도, 갑질 방지 조례안 도입한다

    무릎 꿇리고 폭언… 진상고객 못 참아… 도쿄도, 갑질 방지 조례안 도입한다

    일본 도쿄도가 폭언과 과도한 사과 요구 등 ‘고객 갑질’을 방지하는 조례를 일본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도입한다. 요미우리신문은 20일 고객이 기업 종업원에게 불합리하거나 악질적인 요구를 하는 ‘카스하라’를 방지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도쿄도가 마련해 올해 안에 도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카스하라’는 영어 단어 고객(customer)과 괴롭힘(harassment)의 일본식 발음인 ‘카스타마’와 ‘하라스멘토’의 앞부분만 결합해 만든 단어다. 고객 갑질을 뜻하는 ‘카스하라’와 비슷한 말로 ‘파와하라’도 있는데 이는 파워(힘)와 괴롭힘을 합한 단어로 주로 직장 상사들이 부하 직원을 괴롭히는 것을 가리킨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고객이나 거래처의 무리한 주문이나 요구로 정신질환을 앓아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사례는 2022년까지 10년간 89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29명은 자살이나 자살 미수 사례로 분류됐다. 고객을 왕처럼 모시는 친절로 유명한 일본에서는 카스하라 때문에 충격을 받아 이직하거나, 목숨을 끊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소매업과 서비스업계를 중심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공무원, 간호사, 버스 기사, 편의점 직원 등 명찰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서비스하는 ‘명찰 문화’도 카스하라 탓에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악성 민원인 때문에 공무원 명찰에서 이름은 빼고 성만 기재한다. 아키타현 노시로시의 다이이치 버스회사는 지난해 3월 지역신문에 고객 갑질을 고발하는 내용의 ‘그 불만, 지나친 것 아닌가요?’란 광고를 실어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도쿄도는 직원에게 무릎을 꿇리고 사과하도록 강요하거나 과도한 요구를 반복하는 등이 카스하라에 해당한다는 구체적 내용은 가이드라인에 담을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조례안에서 종업원을 고객 갑질로부터 지키는 기업 책무도 규정할 계획”이라며 “지나친 갑질은 강요죄로 처벌할 수 있어 벌칙은 규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서울, 교통사고 안전도 ‘최상’… 광주·경기 화재 대응 1위

    서울·경기·세종·전북·광주 1등급부산, 1만명당 자살 최다 ‘불명예’ 서울과 경기, 세종, 전북, 광주 등 5개 광역자치단체가 지자체의 안전 역량을 나타내는 ‘2023년 지역 안전지수’ 1등급 지역으로 선정됐다. 행정안전부는 2022년 통계를 기준으로 교통사고, 화재, 범죄, 생활안전, 자살, 감염병 등 6개 분야의 지역 안전지수를 산정한 결과를 19일 공개했다. 행안부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지역·분야별 안전수준과 안전의식 등 안전 역량을 진단하고 이를 지수로 산출해 2015년부터 해마다 공개하고 있다. 예컨대 교통사고 지표는 인구 1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50%), 도로 면적당 교통 단속 폐쇄회로(CC)TV 대수 및 교통안전환경개선사업 예산액(20%), 교통사고 발생 예방 및 주민 노력(20%) 등 정량·정성적 평가를 종합해 산출하는 방식이다. 교통사고·생활안전·자살 분야에선 서울과 경기가 가장 안전한 1등급으로 조사됐다. 화재 분야는 광주와 경기, 범죄는 세종과 전북, 감염병은 세종과 경기의 안전 역량이 가장 돋보였다. 특히 광주는 화재 분야에서 동절기 대비 취약시설 안전점검을 운영한 성과를 인정받아 전년도 6등급에서 1등급으로 상승했다. 반면 부산은 자살 분야에서 중구·동구·부산진구·연제구·해운대구 등 전체 구의 80%인 12개 구가 4·5등급을 받는 등 광역지자체 중 인구 1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가 가장 높았다. 도 가운데 교통사고 사망자 1위(5등급)는 경북이었다. 관광지로 인기가 많은 제주는 범죄와 생활안전 분야, 전남은 화재와 감염병 분야에서 가장 취약한 5등급을 받았다.
  • 서울은 교통사고, 세종은 범죄 ‘안전 최상’… 부산, 자살률 최고 ‘불명예’

    서울은 교통사고, 세종은 범죄 ‘안전 최상’… 부산, 자살률 최고 ‘불명예’

    경기, 감염병 등 5개 분야 1등급광주 화재, 전북 범죄 분야 우수 제주 범죄·전남 화재 분야 최하위6개 분야 사망자 2만 1226명 서울과 경기, 세종, 전북, 광주 등 5개 광역자치단체가 지자체의 안전 역량을 나타내는 ‘2023년 지역 안전지수’ 1등급 지역으로 선정됐다. 행정안전부는 2022년 통계를 기준으로 교통사고, 화재, 범죄, 생활안전, 자살, 감염병 등 6개 분야의 지역 안전지수를 산정한 결과를 19일 공개했다. 행안부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지역·분야별 안전수준과 안전의식 등 안전 역량을 진단하고 이를 지수로 산출해 2015년부터 해마다 공개하고 있다. 예컨대 교통사고 지표는 인구 1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50%), 도로 면적당 교통 단속 폐쇄회로(CC)TV 대수 및 교통안전환경개선사업 예산액(20%), 교통사고 발생 예방 및 주민 노력(20%) 등 정량·정성적 평가를 종합해 산출하는 방식이다. 교통사고·생활안전·자살 분야에선 서울과 경기가 가장 안전한 1등급으로 조사됐다. 화재 분야는 광주와 경기, 범죄는 세종과 전북, 감염병은 세종과 경기의 안전 역량이 가장 돋보였다. 특히 광주는 화재 분야에서 동절기 대비 취약시설 안전점검을 운영한 성과를 인정받아 전년도 6등급에서 1등급으로 상승했다. 반면 부산은 자살 분야에서 중구·동구·부산진구·연제구·해운대구 등 전체 구의 80%인 12개 구가 4·5등급을 받는 등 광역지자체 중 인구 1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가 가장 높았다. 부산은 화재 분야에서도 5등급을 받았다. 도 중에 자살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강원(5등급)으로 강릉시·태백시 등 전체 시의 71%인 5개 시가 4·5등급이었다. 기초 지자체 가운데 시에서 자살 분야 5등급을 받은 곳은 경기 동두천시, 충북 제천시, 충남 공주시·보령시, 경북 영천시, 경남 통영시 등이었다.관광지로 인기가 많은 제주는 범죄와 생활안전 분야, 전남은 화재와 감염병 분야에서 가장 취약한 5등급을 받았다. 도 가운데 교통사고 사망자 1위(5등급)는 경북이었다. 대전은 범죄 분야에서, 대구는 감염병 분야에서 최하위 5등급을 받았다. 시군구에서 범죄 5등급에 속한 곳은 경기 부천·평택·안산·오산시, 전남 목포시, 경남 진주·김해시, 부산 기장군, 대구 달성군, 경기 가평군, 강원 고성군, 충북 음성군, 경북 칠곡군, 서울 강남·종로·중구 등이었다. 시에서는 충남 계룡이 4개 분야(화재·범죄·자살·감염병), 경기 과천·의왕(생활안전·자살·감염병), 구리(교통사고·생활안전·감염병), 군포(교통사고·화재·생활안전), 하남(화재·자살·감염병), 용인(교통사고·자살·감염병)은 3개 분야에서 1등급을 받았다. 군·구에서는 대구 달성·경북 칠곡(교통사고·화재·생활안전), 전북 진안(화재·범죄·자살), 서울 서초(교통사고·자살·감염병), 광주 남구(화재·범죄·생활안전), 울산 동구(교통·범죄·감염병)가 3개 분야에서 1등급이었다.행안부는 모든 분야에서 1·2등급을 받은 경기 의왕·하남·용인, 충남 계룡, 울산 북구와 5개 분야에서 1·2등급, 나머지 1개 분야에서 3등급을 받은 전남 영광을 ‘안전지수 우수지역’으로 선정했다. 또 226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하위등급(4·5등급)이 없는 30개 지역 중 우수 지역 6개를 제외한 24개 지역을 ‘안전지수 양호지역’으로 정했다. 지역 안전지수 6개 분야에서 2022년 총 사망자는 2만 1226명이었다. 어린이보호구역 법령 시행(민식이법), 범죄예방 환경설계 등 예방 사업을 확대하면서 전년보다 3.3%(735명) 감소했지만 여전히 2만명이 넘게 목숨을 잃었다. 특히 화재, 생활안전 분야 사망자는 야외 활동 증가에 따른 익사와 대형화재 등 사고 발생 증가로 전년보다 2%(72명) 늘어난 3759명이 숨졌다.
  • [최보기의 책보기] 정치는, 스웨덴 사민당을 수입하라

    [최보기의 책보기] 정치는, 스웨덴 사민당을 수입하라

    한국에서 보수는 경제성장, 진보는 불평등 축소에 더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스웨덴 사민당은 둘 중 양자택일을 선택하지 않았다. 경제성장, 기업경쟁력,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 사회적 평등을 ‘동시에 충족하는’ 미션을 자신들의 과제로 상정하고, 달성했다. 사민당은 100년 중 80년을 집권했는데, 자신들의 역할을 야당 혹은 비판 집단에 한정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이들은 주류적 세계관으로 무장하고 ‘좋은 나라 만들기’에 매진했다. 사민당의 역사를 안 이후 나의 로망은 내가 속한 정당을 정치공학과 정책공학 모두에서 유능한 정당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위는 『이기는 정치학』을 펴낸 재야 경세가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의 서문 중 일부이다. 『이기는 정치학』 소개는 이것으로 충분하다. 이 책은 총선을 앞두고 장사나 하려고 급히 낸 책이 아니다. 6년 5개월, 240회 독서모임을 가졌던 ‘신성장학파’ 활동 및 내공 깊은 학자들과 꾸준히 벌였던 토론의 결실이다. 저자는 “정치가 세상의 전부는 아니나 ‘정치가 국가, 국민이라는 공동체의 운명을 결정’하므로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자 주장에 덧붙여 필자에게 현재 한국 정치와 정치인에게 가장 큰 민원을 말하라면 첫째, 제발 능력이 되는 사람이 정치에 나서달라. 둘째, 일신영달, 가문영광이 아니라 제발 국가와 국민을 걱정하는 역사적 사명감으로 나서달라. 셋째, 정치에 입문했거든 선거공학 대신 정치공학, 정책공학을 열심히 공부해서 제발 ‘좋은 나라 만들기’에 매진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너무나 허망한 꿈일 것이니 여당/야당, 진보/보수/중도, 언론 모두 싸잡아 지금 이게 정치인가? 최병선 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등이 펴냈던 『민주주의는 만능인가』(2019. 가갸날)의 표지에는 “민주주의는 영속되는 법이 없다. 곧 쇠퇴하고, 탈진하고, 자살한다. 이제껏 자살하지 않은 민주주의는 없다.”는 존 애덤스의 말을 진하게 새겨놓았다. 어떤 국가적 사안이든 오직 선거와 정략과 다수결로 싸우고 밀어붙이는 나라의 정치인과 국민에게 던지는 준엄한 경고 아니겠는가!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與 “軍장병 급식비 올리고 상해보험 전면 시행”

    與 “軍장병 급식비 올리고 상해보험 전면 시행”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군인 상해보험 제도’를 전면적으로 추진하고, 군 안전사고 컨트롤타워인 ‘군 종합 안전센터’를 설립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군인 급식비 단가를 올려 급식의 질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18일 국회에서 이런 내용의 ‘국민과 함께하는 안전 국방’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군인 상해보험은 현재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제도인데, 이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통합해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군 종합 안전센터를 만들어 군의 안전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현재 군별로 나눠진 안전담당부서를 총괄하는 기관을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또 군 장병의 급식비 단가를 현재 1일 1만 3000원에서 1만 5000원으로 올려 급식의 질을 높이고, 급식 민간 위탁을 확대해 전문적인 급식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전했다. 군인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자살예방교육 서비스를 확대하고, 정신건강 관련 담당자를 정직원으로 채용해 전문성을 높이기로 했다. 군무원 당직비도 현재 평일 2만원, 휴일 4만원에서 평일 3만원, 휴일 6만원으로 1.5배 높이고, 근무지 이동이 잦은 직업군인들의 현실을 고려해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이사 화물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외 국민의힘은 군 전사자·순직자 유가족의 손해배상 청구를 가능하게 하는 국가배상법 개정안 통과에 힘쓰기로 했다. 현행 국가배상법에 따르면 군인 등이 전사·순직하거나 상해를 입었을 때 본인과 유족이 재해보상금 등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엔 국가배상법·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국민의힘이 이날 발표한 국방 공약 내용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총선 5호 공약에 대한 맞불 성격이다. 당시 민주당은 군인·군무원의 당직근무비를 일반 공무원 수준인 평일 3만원, 휴일 6만원으로 인상하고, 예비군 동원 기간을 1년 단축하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 與 “軍 장병 급식비 올리고 상해보험 전면 시행”

    與 “軍 장병 급식비 올리고 상해보험 전면 시행”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군인 상해보험 제도’를 전면적으로 추진하고, 군 안전사고 컨트롤타워인 ‘군 종합 안전센터’를 설립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군인 급식비 단가를 올려 급식의 질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18일 국회에서 이런 내용의 ‘국민과 함께하는 안전 국방’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군인 상해보험은 현재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제도인데, 이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통합해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군 종합 안전센터를 만들어 군의 안전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현재 군별로 나눠진 안전담당부서를 총괄하는 기관을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또 군 장병의 급식비 단가를 현재 1일 1만 3000원에서 1만 5000원으로 올려 급식의 질을 높이고, 급식 민간 위탁을 확대해 전문적인 급식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전했다. 군인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자살예방교육 서비스를 확대하고, 정신건강 관련 담당자를 정직원으로 채용해 전문성을 높이기로 했다. 군무원 당직비도 현재 평일 2만원, 휴일 4만원에서 평일 3만원, 휴일 6만원으로 1.5배 높이고, 근무지 이동이 잦은 직업군인들의 현실을 고려해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이사 화물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외 국민의힘은 군 전사자·순직자 유가족의 손해배상 청구를 가능하게 하는 국가배상법 개정안 통과에 힘쓰기로 했다. 현행 국가배상법에 따르면 군인 등이 전사·순직하거나 상해를 입었을 때 본인과 유족이 재해보상금 등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엔 국가배상법·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국민의힘이 이날 발표한 국방 공약 내용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총선 5호 공약에 대한 맞불 성격이다. 당시 민주당은 군인·군무원의 당직근무비를 일반 공무원 수준인 평일 3만원, 휴일 6만원으로 인상하고, 예비군 동원 기간을 1년 단축하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 독일 고전주의 문학을 완성한 두 작가 괴테와 실러의 ‘브로맨스’ [한ZOOM]

    독일 고전주의 문학을 완성한 두 작가 괴테와 실러의 ‘브로맨스’ [한ZOOM]

    오스트리아 수도 빈(Vienna)의 중심에 있는 호프부르크 왕궁과 오페라 극장 사이에는 대문호(大文豪)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1749~1832) 동상이 세워져 있다. 괴테 동상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도로를 건너면 빈 미술 아카데미(Academy of Fine Arts Vienna)가 나온다. 화가를 꿈꾸던 히틀러가 두 번이나 입학시험에 떨어진 것으로 유명한 이 학교 앞 작은 공원에는 대문호 요한 크리스토프 프리드리히 폰 실러(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1759~1805)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18세기 독일 고전주의 문학을 완성한 두 위대한 작가 괴테와 실러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다. 1749년생 괴테와 1759년생 실러는 10살의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브로맨스’(Bromance)를 이어갔다. 강연회에서 처음 우연히 만났던 두 사람은 1794년 실러가 발간한 고전주의 문학 잡지 ‘호렌’(Horen)에 괴테가 함께하면서 본격적인 협력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학계에서는 두 사람이 함께한 10년을 독일 고전주의 문학이 꽃피운 시간으로 평가하고 있다.‘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파우스트’ 그리고 괴테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파우스트 앞에 악마가 나타난다. “당신이 원하는 쾌락을 주겠소. 만약 그 쾌락에 만족한다면 ‘시간아 멈추어라! 너는 진정 아름다우니!’를 외치시오. 그때 당신의 영혼을 가져가겠소.” 악마의 제안을 받아들여 청년이 된 파우스트는 그레트헨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악마의 음모에 빠져 파우스트는 그레트헨의 오빠를 죽이게 되고, 그레트헨은 파우스트 사이에서 가진 아이를 죽인 죄로 감옥에 갇힌다. 파우스트는 그녀를 탈출시키려 하지만 그녀는 거부하고 법의 심판을 받아들인다. 파우스트는 악마의 도움으로 트로이 전쟁 시대로 넘어가 당대 최고의 미녀 헬레네와 결혼한다. 하지만 아들의 죽음으로 헬레네는 사라지고 파우스트는 다시 현재로 되돌아온다. 황제를 도와준 대가로 땅을 받아 간척사업에 몰두하지만 악마가 끊임없이 방해를 한다. 시간이 흘러 경험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달은 파우스트는 ‘시간아 멈추어라! 너는 진정 아름다우니!’를 외친 후 쓰러진다. 악마는 약속대로 파우스트의 영혼을 가져가려 하지만 악마 앞에 천사들이 나타나 파우스트의 영혼을 구한다. 괴테는 실러와 함께 독일 문학의 황금시대를 열었던 작가였다. 그는 20대 초반 자신의 경험을 모티브로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772)을 발표했다. 이 작품의 인기와 영향은 엄청났다. 주인공 베르테르의 패션이 유럽 전역에서 유행하고, 실연당한 사람들이 베르테르처럼 권총으로 자살하는 ‘모방자살’(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이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였다. 이 작품으로 괴테는 엄청난 명성을 얻었지만, 정작 그는 해적판 때문에 돈을 벌지는 못했다. 게다가 괴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작가로 기억되는 것이 싫어 다른 작품을 계속 냈지만 ‘파우스트’ 마저도 그 인기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세계 문학사의 위대한 걸작으로 손꼽히는 ‘파우스트’(Faust)는 괴테가 평생을 바쳐 완성한 작품이다. 수많은 작가, 음악가, 화가들이 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갔으며, 20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뮤지컬과 연극 무대를 통한 공연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빌헬름 텔’과 ‘환희의 송가’ 그리고 실러 스위스를 지배하던 오스트리아는 스위스 각 주(州)에 태수를 보내 스위스인들의 저항의지를 꺾었다. 스위스에서 가장 저항이 강한 곳은 우리(Uri) 주에 있는 ‘알트도르프란’ 마을이었다. 이 마을의 태수는 포악하기로 유명한 ‘헤르만 게슬러’였다. 이 마을에는 ‘빌헬름 텔(William Tell)’이라는 사냥꾼이 살고 있었다. 평소처럼 사냥한 고기를 팔기 위해 아들과 함께 시장에 간 텔 앞에 병사들이 나타나 창을 겨누었다. 그리고 병사들 사이로 나타난 태수가 소리쳤다. “너희들은 왜 나의 모자 앞에서 예의를 갖추지 않은 것이냐!” 얼마 전 태수는 마을 광장에 모자를 걸어 놓고 지나는 사람들마다 모자를 향해 인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텔은 산 속에 살고 있어 이 사실을 몰랐다. 태수는 텔에게 말했다. “자네가 명사수라고 들었다. 만약 자네가 자네 아들의 머리 위에 놓인 사과를 석궁으로 맞춘다면 특별히 살려주겠다.” 텔은 아들의 머리 위에 놓인 사과를 맞추었다. 사람들이 기뻐하는 와중에 텔은 가슴 속에 숨겨두었던 화살을 들키고 말았다. 만약 사과를 맞추지 못한다면 그 자리에서 태수를 죽이기 위해 숨겨두었던 화살이었다. 텔은 밧줄에 묶여 끌려갔다. 텔을 태운 배가 호수에서 폭풍을 만났다. 태수는 어쩔 수 없이 배를 다루는데 능숙한 텔의 밧줄을 풀어주었다. 텔은 배를 운전하다가 배가 바위에 부딪히기 직전 탈출했다. 그리고 항구 주변에 숨어있다가 배에서 내린 태수를 쏘아 죽였다. 이 사건으로 스위스 독립혁명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실러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스위스에 가 본 적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스위스 여행 경험이 있는 소울메이트(Soulmate) 괴테가 도와주어 이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반대로 괴테 역시 포기했던 ‘파우스트’를 실러의 격려 덕분에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실러는 괴테와 함께 독일 고전주의 문학을 완성한 작가였다. 그의 작품들은 ‘빌헬름 텔’처럼 인간의 자유와 자유를 위한 투쟁을 바탕으로 했다. 악성 베토벤도 실러의 작품을 좋아했다. 그래서 1824년 발표한 교향곡 9번 ‘합창’에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 일부를 가사로 사용했다.영원한 소울메이트 독일 프랑크푸르트(Frankfurt) 출신 괴테와 뷔르템베르크(Wurttemberg) 출신 실러 두 사람은 모두 바이마르(Weimar)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두 사람으로 인해 바이마르는 독일 문학의 중심지로 성장했고 도시 곳곳에 괴테와 실러의 흔적이 남아 있다. 바이마르는 1919년 독일 바이마르 헌법을 제정한 도시로도 유명한 곳이다. 바이마르 국립극장 앞에는 괴테와 실러가 나란히 서있는 동상이 세워져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190㎝ 대의 실러와 160㎝ 대의 괴테를 같은 크기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 작품 앞에 서면 위대한 작품을 남겨준 두 사람에 대한 감사함과 존경심, 그리고 두 사람의 브로맨스가 천국에서도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조각가 ‘에른스트 리첼’(Ernst Rietschel)의 마음이 느껴진다. 한정구 칼럼니스트 deeppocket@naver.com
  • “유동규 차량이 1.8초 늦게…” ‘음모론’ 제기됐던 교통사고 결론

    “유동규 차량이 1.8초 늦게…” ‘음모론’ 제기됐던 교통사고 결론

    ‘대장동 의혹’ 사건의 핵심 증인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의 교통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공소권 없음’ 판단을 내렸다. 17일 경기 의왕경찰서는 유 전 본부장 차량과 화물차가 충돌한 사고를 이달 초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 전 본부장의 차량이 화물차보다 나중에 차로에 진입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봤다. 앞서 지난해 12월 5일 오후 8시 30분쯤 봉담과천도시고속화도로 봉담 방향 월암 IC 부근에서 유 전 본부장이 탑승한 SM5 승용차와 8.5t 화물차가 충돌했다. 사고는 편도 3차선 도로의 3차로를 주행하던 유 전 본부장 차량이 2차로로 차선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1차로를 주행하던 화물차도 2차로로 합류하면서 화물차의 우측 전면부와 유 전 본부장 차량 좌측 후미가 충돌했다. 유 전 본부장 차량은 사고 충격으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뒤 정차했다. 유 전 본부장은 대리 기사가 운전하는 자신의 차량 뒷좌석에 탑승하고 있었다. 그는 두통과 허리 통증을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진료받았다. 경찰은 조사 결과 유 전 본부장의 차량이 상대 차량보다 1.8초가량 늦게 2차로에 진입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다만 양측 차량이 안전 운전 의무를 불이행한 것으로 보고 각각 범칙금을 부과했다. 사고 당시 온라인상에서는 화물차가 유 전 본부장의 차량을 고의로 충돌했다는 등의 각종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 역시 “난 절대 자살하지 않는다. 만약 내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면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인해 생긴 일로 생각해 달라”고 주장해 의혹을 키웠다. 사고 화물차의 운행기록계(DTG)를 조사한 결과, 해당 화물차는 당시 하남에서 출발했고 월 16회 같은 경로를 주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양측이 거의 동시에 2차로에 진입하면서 사고가 난 것”이라며 “고의 사고가 아니고 범죄 혐의점이 없어 공소권 없음으로 조사를 종결했다”고 밝혔다.
  • “저 패딩 내 아들 거예요”…집단폭행 당하다 추락사한 ‘중2’ 엄마는 처참히 무너졌다[전국부 사건창고]

    “저 패딩 내 아들 거예요”…집단폭행 당하다 추락사한 ‘중2’ 엄마는 처참히 무너졌다[전국부 사건창고]

    러시아 국적 엄마와 단둘이 살아동창들 “자살로 위장” 공모·진술 “저 패딩도 내 아들 거예요.” 엄마는 중학교 2학년생 아들이 집단폭행 당한 끝에 아파트에서 추락사한 뒤 인터넷에 러시아어로 이같은 글을 올렸다. 한 폭행 가담 중학생이 검거돼 영장실질 심사를 받으러 가면서 입은 베이지색 패딩을 가리킨 것이다. 러시아 국적의 엄마는 아들과 단둘이 살았다. 형편도 어려웠다. 아들 A(당시 14세)군이 추락사한 것은 2018년 11월 13일 오후 6시 40분쯤 인천시 연수구 청학동의 한 아파트 15층 옥상에서였다. A군을 폭행한 아이들은 이모(당시 14세)군 등 중2 남학생 3명과 여중생 김모(당시 15세)양을 포함해 모두 4명이었다. A군과 초등학교 동창 등으로 같은 동네에서 살았다. 이군 등은 이날 오후 5시 30분쯤 “우리가 빼앗은 네 전자담배를 돌려주겠다”고 불러냈다. A군이 나타나자 아파트 옥상으로 끌고 갔다. 이어 욕설을 퍼부으며 1시간 넘게 주먹과 발로 얼굴 등 전신을 집단폭행했다. 이들은 때리다 지쳤는지 잠시 쉬었고, A군은 그사이 옥상 난간에 매달렸다 아래 에어컨 실외기 위로 뛰어내렸다. 그는 “이렇게 맞을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실외기에서 중심을 잃고 추락했다. 주민들과 아파트 경비원이 119에 신고했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 앞서 A군은 이날 새벽에도 이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 A군이 다른 초등 동창과 전화하면서 “걔(이군 일행 중 한 명) 아빠 얼굴이 못생긴 BJ(유튜버·인터넷 방송진행자)를 닮았다”고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들과 2명이 더 합세한 남녀 중학생 6명은 이를 보복하기로 하고 오전 2시쯤 PC방에 있는 A군을 인근 공원으로 데려갔다. 이들은 A군이 입고 있던 패딩과 14만원 상당의 A군 전자담배를 빼앗고 공원 두 곳을 옮겨 다니며 때렸다. 폐쇄회로(CC)TV가 없는 곳을 선택했다. 이를 견디지 못한 A군이 달아나자 전자담배를 미끼로 아파트 옥상으로 불러내 무자비한 집단폭행을 가하다 끝내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이군 등은 A군이 추락해 숨지자 옥상 현장에서 “A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하자”고 ‘자살’로 위장하기로 입을 맞췄다. 실제로 경찰에서도 “옥상에서 대화하던 중 A군이 갑자기 ‘자살하고 싶다’며 옥상 난간을 붙잡아서 말렸지만 듣지 않고 스스로 뛰어내렸다”면서 폭행 사실을 은폐했다.‘살해 후 위장설’…부검 ‘추락사’여학생 앞에서 바지 벗도록 강요 경찰은 아파트 CCTV를 분석해 이군 등이 A군을 강제로 옥상에 끌고 올라간 사실을 확인하고 추궁 끝에 폭행 사실을 자백받았다. “발견 당시 A군 시신이 굉장히 차가웠다”는 아파트 경비원 등의 진술이 전해지면서 ‘살해 후 추락사 위장’ 의혹이 불거졌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결과는 ‘추락에 의한 사망’이었다. 경찰은 이군 등 남학생 3명과 김양을 상해치사, 상해 등 혐의로 구속했다. 공범 중 한 명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다 숨진 A군의 패딩 점퍼를 입고 포토라인에 섰다. A군 엄마의 눈에는 가장 먼저 그 패딩이 들어왔고, 처참히 무너졌다. 엄마는 “아들이 최근에 옷과 휴대전화 등을 자주 잃어버렸다”고 했다. 이군 등은 “패딩은 빼앗은 게 아니라 우리 점퍼와 바꾼 것”이라고 진술했다. 1차 폭행 때 있었던 한 여중생은 이들이 공원 입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A군을 무릎 꿇린 뒤 폭행을 자행했다고 진술했다. 이 여중생은 “이군 등 2명이 주도해 A군의 뺨을 여러 차례 때렸고, 계속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면서 “A군은 코피를 흘렸고, 이군 일당이 빼앗다시피 바꿔 입힌 패딩 점퍼가 코피로 흠뻑 젖었다”고 전했다. 이군 등은 피에 젖은 이 점퍼를 나중에 불에 태워 없앤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이군 등이 패딩 점퍼를 벗기자 A군이 달아났고, 일행 한 명이 쫓아갔지만 놓쳤다”며 “A군은 작은 체구뿐 아니라 러시아 혼혈로 이국적으로 생겨 동급생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이 때문에 그는 이군 등 동급생에게 음식이나 필요한 물건을 사주면서 관계를 이어갔다. ‘물주’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군 등은 여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A군의 바지 등을 벗도록 강제해 수치심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학생들은 A군과 초등학교 저학년 때 친하게 지내다 6학년 말부터 괴롭히기 시작해 중학교 때 본격적으로 폭행하고 학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중에는 다문화가정 출신과 위기 청소년도 있었다. A군은 평소 이군 등 집에 옷을 놓고 왔고, 엄마가 “옷을 가져오라”고 해도 가져오지 못했다. A군의 어머니는 “가해 학생 한 명이 우리 집에 놀러 왔을 때 치킨을 사줬는데 아들은 하나도 먹지 못했다”고 눈물을 훔쳤다. A군이 그동안 이들에게 얼마나 괴롭힘을 당하고 위축돼 있었는지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흉악 범죄가 급증합니다. 우리 사회와 공동체가 그만큼 병들어 있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직시하고 아우성치지 않으면 나아지지 않습니다. 사건이 단순 소비되지 않고 인간성 회복을 위한 노력과 더 안전한 사회 구축에 힘이 되길 희망합니다.“소년법 없애라” 청원 쇄도주범 6년~3년 6개월 징역형 하지만 경찰은 “가해 학생들이 미성년자이고, 범행 장소가 옥상이어서 위험하다’는 이유로 현장검증을 실시하지 않았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군 등 가해 학생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촉구하는 글이 쇄도했다. ‘19세 미만 청소년의 형량을 제한하는 소년법을 없애달라’는 목소리가 컸고, 많은 공감을 얻었다. 1심을 맡은 인천지법 형사 15부(부장 표극창)는 2019년 5월 상해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군 등 4명에게 장기 징역 7년~3년, 단기 4년∼1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이군에게 소년법 대상 미성년자를 상해치사죄로 처벌할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인 징역 장기 10년, 단기 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A군은 이군 등의 계속된 폭행을 피하려고 3m 아래 실외기 위로 탈출하려다가 실족해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는 인과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 A군은 성인도 견디기 힘든 장시간 가혹행위에 극심한 공포심과 수치심에 시달렸고, 다른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추락했다”며 “이군 등은 A군이 극단적인 탈출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한 사망 가능성 또한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항소심을 진행한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 한규현)는 2019년 9월 주범인 이군에 대해 장기 6년~단기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감형했다. A군 유족과 합의했다는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이군은 1심에서 장기 7년~단기 4년 징역형을 받았었다. 나머지 3명은 이군보다 낮은 1심의 형량이 그대로 선고됐다. 재판부는 “A군은 극심한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하다 위험을 무릅쓰고 이를 피하려고 했고, 그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감히 짐작하기조차 어렵다”며 “사망이란 결과를 고려하면 이군 등은 일정 기간 징역형으로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죽이려는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었고, 모두 범행을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는 만큼 사회에 복귀해 건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반영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지인 면회 오자 “너나 잘 사세요”주인 잃은 패딩, 엄마에게 반환 구속된 이군 등을 면회했다는 한 지인은 방송 시사 프로그램에서 “이군 등이 웃고 즐거워 보이고 아주 편해 보였다”며 “(그들이) ‘구치소에 누워서 TV도 볼 수 있고, 오후 9시에 자서 아침에 일어나 콩밥을 먹고 그냥 편하다’고 했다”고 전해 공분을 샀다. 또 다른 지인도 “‘구치소에서 나오면 제대로 살라’고 했더니 ‘너나 잘 살라’면서 웃었다”며 “가해 학생들은 후회도, 반성도 없어 보였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군 등 10대 4명은 “항소심 형량도 무겁다”고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019년 12월 이를 기각했다. 이들이 빼앗다시피 가져간 A군의 패딩 점퍼는 경찰에 의해 주인인 A군 대신 그 엄마에게 반환됐다.
  • 월급 떼여 자살소동, 임금 달라 요구하자 고소 위협까지…끊이지 않는 ‘임금체불’ 고리[취중생]

    월급 떼여 자살소동, 임금 달라 요구하자 고소 위협까지…끊이지 않는 ‘임금체불’ 고리[취중생]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설 명절 연휴 전날인 지난 8일 오전 5시 50분쯤, 서울 중구의 한 건설 현장 옥상 난간에 노동자 A씨가 걸터앉았습니다. A씨는 “누구든 다가오면 뛰어내리겠다”며 난간에 앉았다 섰다를 반복했고, 위태롭게 난간 위를 걷기도 했습니다. 일용직 현장 반장이던 A씨는 하청업체 측에 팀원 20여명 몫의 밀린 임금 70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려고 그렇게 한참 동안 옥상 난간에 버티고 서 있었습니다. 경찰과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당일 해당 건물 시공을 맡은 건설사 측은 하청업체 대신 체불임금을 냈고, 사건은 일단락됐습니다. 해당 건설사 관계자는 “하청업체에서 임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생긴 일로 추후 하청업체에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일하고도 못 받은 체불액 역대 최대치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여파 등으로 지난해 임금체불이 크게 늘면서 노동자들이 진정 제기나 형사고소 등을 진행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A씨처럼 자살 소동까지 벌이기도 합니다.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임금체불액은 1조 7845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4373억원(32.5%) 증가한 수치입니다. 체불 피해 노동자도 27만 5432명으로, 1년 전보다 3만 7000명 늘었습니다. A씨 사례처럼 물리력으로 사측을 ‘압박’해 임금 문제가 일시 봉합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임금 지불 능력이 없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노동자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정부가 밀린 임금을 업체 대신 지불하는 ‘대지급금’ 현황을 보면 지난해 전체 업종 기준 6869억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습니다. 월급 재촉 연락에 돌아온 건 ‘스토킹’ 고소 20대 건설노동자 B씨도 임금체불로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 업체에서는 사흘 치 임금인 90만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B씨와 함께 공사를 진행한 동료는 ‘밀린 임금 대신 시공에 사용한 바닥재라도 뜯어가겠다’며 울분을 토했다고 합니다. B씨는 돈을 받기 위해 고용부에 임금체불 진정을 넣고, 업체 대표와 대표의 가족에게 문자와 음성메시지로 임금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임금 독촉에도 연락이 없던 업체 대표는 B씨가 가족에게 연락하자 스토킹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올해 특별근로감독을 강화하는 등 임금체불 문제를 엄단하겠다고 나섰지만, 돈을 받아야 하지만 ‘을’의 입장인 노동자들은 개별적으로 승산 없는 항의만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설이나 추석 연휴 등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대지급금 지불 상한액을 올려 실질적인 피해 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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