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자살
    2026-01-01
    검색기록 지우기
  • 전장
    2026-01-01
    검색기록 지우기
  • 하늘
    2026-01-01
    검색기록 지우기
  • 부검
    2026-01-01
    검색기록 지우기
  • 내각
    2026-01-0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0,267
  • ‘조들호2’ 박신양 vs 고현정, 본격 라이벌전 시작..팽팽한 기싸움

    ‘조들호2’ 박신양 vs 고현정, 본격 라이벌전 시작..팽팽한 기싸움

    ‘조들호2’ 박신양, 고현정이 서로를 향한 경고를 날리며 본격적인 라이벌전의 시작을 알렸다. 14일 방송되는 KBS2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2:죄와 벌’(이하 ‘조들호2’)에서는 박신양과 고현정의 강렬한 2차 대접전이 펼쳐진다. 앞서 지난 방송분에서는 윤정건(주진모 분) 죽음의 비밀과 국일그룹의 횡포를 눈치 챈 조들호(박신양 분)가 이자경(고현정 분)을 찾아가 고도의 심리전을 펼쳤다. “네가 그랬냐”, “내가 그랬다면요”라며 어느 한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은 팽팽한 기싸움이 안방극장에 흥미진진하고 짜릿한 재미를 선사했다. 이런 두 사람이 이번에는 서로에게 강력한 경고를 날리며 본격 라이벌전을 시작한다. 특히 조들호가 1년 전 잘못된 변호로 피해자가 자살했던 백승훈(홍경 분) 성폭행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다고. 치명적인 트라우마를 얻게 된 그 문제의 사건이 바로 이자경의 계획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조들호가 과연 이자경에게 어떤 말을 내뱉을지 궁금해지는 상황. 또한 이자경 역시 자신을 자극해 오는 조들호를 향해 서늘한 메시지를 날린다고 해 조들호와 이자경의 숨 막히는 대립이 기다려진다. ‘조들호2’ 관계자는 “이날 방송에서는 조들호와 이자경이 대립각을 세우며 정면충돌 한다. 박신양과 고현정, 두 배우가 발산하는 카리스마 연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예정이니 기대하셔도 좋다”고 전했다. 한편, KBS2 ‘조들호2’는 14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사진제공=KBS2 ‘조들호2’, UFO프로덕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사설] 미성년 음란물에 빠진 부끄러운 우리 사회

    온라인 공간에 떠도는 성(性)적 촬영물 4건 중 1건이 아동·청소년 음란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이 기획취재에서 확인한 형사정책연구원(형사연)의 온라인 성폭력 범죄 관련 자료를 보고 있자면 낯이 화끈거린다. 미성년자들이 출연하는 속칭 ‘신작’이 인터넷에 올라오면 그 즉시 평균 1만~2만회가 조회된다고 한다. 이런 현실이라면 우리는 누구도 성숙한 시민사회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 청소년 자살률이 세계 최고인 우리나라는 아동·청소년 음란물로도 세계 6위 생산국으로 기록된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야 할 일이다. 형사연에 따르면 지난해 9~10월 인터넷에 유포된 디지털 성폭력 촬영물 650건 중 178건(27.4%)이 중·고교생이 대상이었다. 미성년자를 등장시킨 동영상 가운데 86%가 당사자 모르게 촬영된 것들이며, 더욱 심각한 것은 아동·청소년 음란물은 온라인에서 거의 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텔레그램 비밀 채팅방에서 교복을 입은 여중고생의 음란물 영상이 시시각각 자유롭게 공유되고 있다니 개탄스러울 뿐이다.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 불법 촬영물 유통자를 벌금형 대신 징역형에 처벌하는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했다. 인터넷 방송인 양예원씨의 노출 사진을 무단 유포한 40대 남성에게 최근 법원은 1심에서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전처럼 벌금형이나 기소유예의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라 실형이 선고됐다는 점에서 사회 경종의 의미가 컸다. 하지만 디지털 성범죄 근절은 갈 길이 멀다. 음란물을 일방적으로 유포하는 범죄는 어떤 경우에도 무관용 원칙이 적용되며, 무엇보다 청소년을 음란물의 소재로 농락하는 범죄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
  • [나는 너의 야동이 아니다] “혼자 고민하고 있다면 꼭 도움을 요청하세요 우린 잘못한 게 없어요 당당하게 살아갑시다”

    [나는 너의 야동이 아니다] “혼자 고민하고 있다면 꼭 도움을 요청하세요 우린 잘못한 게 없어요 당당하게 살아갑시다”

    저는 서주영입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보도 ‘나는 너의 야동이 아니다’ 1회에서 사연이 소개된 동영상 유포 피해자 <1월 7일자 1, 2, 3면>입니다. 다른 서주영씨께는 죄송합니다. 제 얼굴과 실명을 모두 공개할까 생각했지만, 아직 어린 아이가 상처받을까 두려워 당신의 이름을 빌렸습니다.기사가 나간 뒤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님 두 분이 집으로 찾아오셨더군요. 향후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과 정부 지원 부분에 대해서 꼼꼼히 알려주며 신변보호도 약속해 주셨습니다. 저와 함께 경찰서에 같이 가 준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 효린, 제 피해 진술을 듣다가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린 여성 조사관님, 그리고 인연이 닿은 기자 모두 감사합니다. 당신들이 내밀어준 손을 잡고 다시 잘 살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고민이 많았습니다. 사연이 나가면 사람들이 오히려 저를 비난하고 손가락질할 거라고도 생각했는데 그건 제 착각이었습니다. 털어놓으니 되려 맘이 편했습니다. 막힌 둑이 무너진 것처럼 한없이 눈물이 나왔지만 숨은 편하고 크게 쉬어지더군요. 기사에 남긴 댓글, 하나하나 읽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제게 용기를 주셨어요. 물론 협박에 가까운 악플을 볼 때는 또 심장이 뛰어 뜬눈으로 밤을 새우기도 했습니다. 사회가 단번에 바뀌진 않겠죠. 하지만 좋게 바뀌는 과정이라고 믿습니다. 만약 당신이 과거의 저처럼 혼자 고민하고 있다면 도움을 청하라고 말씀드립니다. 물론 첫발을 떼는 게 정말 힘들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낭떠러지일 것 같거든요. 고민을 푸는 중인 다른 피해자분들에게도 힘이 되고 싶습니다. 그저 다른 분들이 제게 해 준 것처럼 아무 편견 없이 당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겁니다. 마음만으로 전할 수 있는 위안이 있잖아요. 그리고 만약 당신이 제게 “자살하고픈 심정”이라며 눈물을 흘린다면 옷깃을 꼭 붙잡을 겁니다. 그리고 말할 겁니다. “우린 잘못한 거 없습니다. 어깨 펴고 당당하게 살아갑시다”라고.
  • [나는 너의 야동이 아니다] “피해자 식별 안 돼도 처벌해야… 포르노 합법화는 논리적 비약”

    [나는 너의 야동이 아니다] “피해자 식별 안 돼도 처벌해야… 포르노 합법화는 논리적 비약”

    서울신문이 5회에 걸쳐 ‘난 너의 야동이 아니다’를 연재한 건 변화를 촉구하고 싶어서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의 신음소리는 깊지만, 자성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가해자들의 재범 비율과 촬영물의 유포 비율은 늘어만 간다. 정신적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감행하는 피해자가 적지 않지만 이들을 어떻게 치유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더디기만 하다. 서울신문은 김현아 법무법인 GL 변호사, 최종상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장,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 대표와 함께 해법을 모색했다. 임주형 탐사기획부 기자가 좌담을 진행했다.고통 →피해자들이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겪는 이유는. 윤김 교수 우리 사회엔 남성 중심적이고 이중적인 성규범이 존재한다. 남성에게 성경험은 우월함을 뜻하지만 여성에게 성경험은 순결과 온전성이 박탈된 것으로 치부된다. 그래서 피해자들에게 사회는 ‘○○녀’ 등 온갖 낙인을 붙이고 손가락질을 한다. 이 때문에 디지털 성범죄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 피해자들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탓한다. 때론 내가 사라지면 끝날 일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서 대표 영상을 본 많은 사람들이 되레 피해자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한다.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권고사직을 당한 피해자도 있다. 이런 사회적 낙인 때문에 대다수의 피해자들이 사회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정신적 고통뿐만 아니라 경제적 고립까지 겪으며 고통이 배가된다. 김 변호사 촬영 피해자들은 누군가가 내 영상을 가지고 있고 언제 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살아간다. 실제 유포되지 않은 피해자들의 고통 역시 촬영물이 유포된 피해자만큼이나 극심하다. 신고 →피해자들의 경찰 신고 비율이 낮은 이유는. 서 대표 증거가 충분해도 삭제만 해 달라고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조사나 재판 과정에서 가족이나 직장 동료에게 알려질까 두려워서다. 자칫 문란한 여성이란 낙인으로 사회에서 격리될 거란 공포심 때문이다. 김 변호사 불법 촬영물의 존재가 피해자가 신고하지 못하게 하거나 재판 과정에서 합의하도록 압박하는 수단이 된다. 불법 촬영물이 존재하면 언제든 재유포가 가능하다.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을 한다고 해도 어디에 어떻게 숨겨뒀을지 모르는 일이다. 법원이 피해 영상물 삭제 명령을 할 수 있게 법 개정을 해야 한다. 법원이 삭제 명령을 했는데도 영상이 발견되거나 재유포를 하면 바로 처벌이 가능하다. 소송에서도 피해자가 유리하다. 윤김 교수 가해자 처벌이 너무 약하다.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는 징역이 선고되는 비율도 낮고, 벌금형도 300만원 이하가 대부분이다.처벌 →성폭력 처벌법 14조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개정에 대한 평가는. 서 대표 일부 형량이 강화됐고, 피해자 스스로 촬영했어도 동의 없이 유포한 경우에 처벌할 수 있게 한 것 등은 긍정적이다. 다만 피해 촬영물을 방치한 유통 플랫폼 처벌 조항이 명시되지 않은 게 아쉽다. 불법 유통 시장을 없애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 변호사 유포 범죄의 형량이 더 강화됐어야 한다. 피해 촬영물은 언제든 재유포될 수 있고, 한 번 퍼지면 완벽한 피해 복구는 불가능에 가깝다. 벌금형을 없애고 무조건 징역형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프로필 사진에 음란물을 합성하고 편집하는 속칭 지인능욕을 처벌할 조항도 필요하다. 윤김 교수 얼굴 식별이 안 돼도 피해자가 자신이라고 하는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최근 일간베스트 저장소에 여자친구의 몸 사진을 올리는 일명 여친 인증 사건이 있었지만 처벌은 못하는 형국이다. 최 과장 웹하드나 음란사이트 운영자를 처벌할 때 구체적 피해상황이 나오지 않으면 강한 처벌이 어렵다. 그래서 성폭력 처벌법 대신 보통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혐의가 적용된다. 이러면 형량이 ‘1년 이하 징역 혹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너무 낮다. 긴급체포 요건도 아니고 대부분 구속조차 안 된다. 이렇다 보니 수사 중에도 사이트 운영을 이어 가며 수익을 내는 가해자도 많다. 벌금형을 받고 재범을 저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형량을 높여야 한다.해법 →범람하는 불법 촬영물과 웹하드 카르텔 문제의 해법은. 최 과장 경찰이 지난해 특별 단속을 통해 웹하드 40개 업체 운영자 53명을 검거하고 6명을 구속했다. 올해도 관계 부처들과 함께 2차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형사 처벌뿐만 아니라 웹하드 과태료 부과와 등록 취소 등 행정제재, 불법 음란물 삭제 통보, 불법 수입에 대한 세금 징수 등 종합적 제재가 가능할 것이다. 서 대표 웹하드 카르텔을 무너뜨리려면 관계 부처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웹하드의 생살여탈권을 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그간 자신의 역할을 방기해 왔다. 모바일 웹하드는 아예 사각지대다. 빨리 모바일에도 필터링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3년 전에 나왔지만 업계 반발 등을 이유로 지금까지 미뤄 왔다. 윤김 교수 필터링 업체가 웹하드 업체와 결탁돼 있다는 의혹도 계속해서 나왔다. 제대로 필터링하지 않은 회사는 이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본다. 김 변호사 웹하드 카르텔 문제는 이미 미국에서도 문제가 됐다. 필터링 업자가 불법사이트를 운영하다 걸렸고, 운영자에게는 징역 18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무리 음란물을 뿌려도 법정형이 최대 5년밖에 안 된다. 처벌 강화가 절실하다.피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퍼지는 피해 영상물을 줄이려면. 김 변호사 삭제가 가장 어려운 건 국내법 적용이 안 되는 해외에 서버를 둔 음란 사이트다. 하지만 최근 경찰이 해외 공조수사를 강화해 적극적으로 단속을 하고 있다. 최 과장 미국 국토안보부 수사국(HSI)과 협력해 미국에 서버를 둔 한국 음란 사이트 84곳의 운영자 인적 정보를 받을 예정이다. 통상 운영자가 검거되면 대부분은 사이트를 폐쇄한다. 하지만 검거 이후에도 사이트가 계속 운영된다면 아예 접속 자체를 막는 방식을 쓰고 있다. 물론 우회 접속할 수도 있어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사람들의 접속이 줄어 범죄 수익이 줄면 사이트 운영이 어려워지지 않겠나. 윤김 교수 시민단체인 한사성이 초국가적 피해 촬영물 삭제를 위한 국제연대체 구축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 또 미국에서도 음란사이트 운영자 처벌이 가능하도록 현지 피해자 지원 단체와 교류 중인 것으로 안다. 그런데 왜 정작 정부 차원의 노력은 없을까. 예컨대 피해 영상물을 원천 봉쇄하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일부 국가가 아닌 전 세계가 공유해야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다. 서 대표 언론에서도 풍선효과라는 단어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 조심할 필요가 있다. 마치 불법 촬영물이 영영 사라지지 않고 욕망이 옮겨 가는 방식으로 유지된다는 가해자들의 주장을 공고하게 만드는 위험한 단어다. 삭제 작업을 해 보면 영상이 단속에 따라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 간다기보다 이미 모든 플랫폼에 퍼져 있었던 경우가 많다. 초기에 집계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풍선효과처럼 비쳐질 뿐이다. 윤김 교수 일각에서 풍선효과로 내세우는 주장 중 하나가 상업 음란물(포르노) 합법화다. 포르노를 불법으로 막으니 풍선효과로 불법 촬영물 등이 판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논리적 비약이다. 불법 촬영물을 보는 사람들은 포르노는 조작이지만 불법 촬영물은 실제이고 희소성도 있다고 말한다. 결국 포르노가 합법화돼도 불법 촬영물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다. 삐뚤어진 욕망을 사회적으로 용인하지 말아야 한다.지원 →피해자 어떻게 지원해야 하나. 김 변호사 지금까지 피해자들이 디지털 장의사 등 사설 업체에 큰돈을 들여 영상을 직접 삭제해 왔지만 폐단이 너무 많다. 정부와 시민단체 중심의 삭제 지원이 중요하다. 지난해 여성가족부 산하에 피해 촬영물 삭제를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가 생겼다. 하지만 전담 인력이 16명으로 너무 적다. 예산 확보와 인력 충원이 절실한데도 디지털 성범죄 대응을 위해 책정됐던 26억 4500만원의 예산이 국회에서 통째로 삭감됐다. 매우 유감스럽다. 심각한 상황을 국회가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 도우려는 의지는 있는지 의문이다. 서 대표 정부의 삭제 작업에서 간소화됐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청소년 피해자의 경우 부모의 확인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가족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선이 필요하다. 최 과장 피해자 지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유포된 촬영물의 빠른 삭제와 차단이다. 사이트 운영자가 삭제 요청을 무시하면 경찰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심의를 요청하고 방심위 결정에 따라 방통위가 삭제 명령을 내린다. 이 과정을 빠르게 하기 위해 최근 실시간으로 경찰과 방심위가 심의 요청을 하고 결과를 받는 시스템도 만들었다. 복귀 →피해자들이 어떻게 하면 사회로 복귀할 수 있을까. 윤김 교수 결국 여성이 피해를 입었어도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성폭력 특례법 14조 1항의 처벌 근거 중 하나가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줬는지 여부다. 하지만 피해자가 느끼는 감정이 수치심이 됐을 때 피해자는 부끄러움에 숨는 존재가 된다. 피해자가 느껴야 할 감정은 수치심이 아니라 성적 불쾌감이다. 그럴 때 피해자들은 거리로 나가서 싸우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김 변호사 윤김 교수 말처럼 피해자의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아니라 가해 행위 자체가 침해 행위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구속 요건도 그렇게 변화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성폭력 문제를 교육할 때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수치심이나 도덕성에 호소하는 게 아니라 이런 가해 행위가 심각한 범죄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사회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피해자들이 사회로 나올 수 있다. 최 과장 가해자로부터 지속적인 유포 협박을 당하거나 고소 이후 보복 가해에 대한 공포심으로 외부로 나서지 못하는 피해자도 많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신변 불안을 호소하면 스마트워치를 제공하고 순찰 실시, 필요한 경우 동행하는 등 피해자가 안정적으로 사회에 복귀하도록 더 노력할 것이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 “우린 잘못한 게 없어요” 몰카 피해자 서주영씨의 절절한 당부

    “우린 잘못한 게 없어요” 몰카 피해자 서주영씨의 절절한 당부

    저는 서주영입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보도 ‘나는 너의 야동이 아니다’ 1회에서 사연이 소개된 동영상 유포 피해자 <1월 7일자 1, 2, 3면>입니다. 다른 서주영씨께는 죄송합니다. 제 얼굴과 실명을 모두 공개할까 생각했지만, 아직 어린 아이가 상처받을까 두려워 당신의 이름을 빌렸습니다.기사가 나간 뒤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님 두 분이 집으로 찾아오셨더군요. 향후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과 정부 지원 부분에 대해서 꼼꼼히 알려주며 신변보호도 약속해 주셨습니다. 저와 함께 경찰서에 같이 가 준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 효린, 제 피해 진술을 듣다가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린 여성 조사관님, 그리고 인연이 닿은 기자 모두 감사합니다. 당신들이 내밀어준 손을 잡고 다시 잘 살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고민이 많았습니다. 사연이 나가면 사람들이 오히려 저를 비난하고 손가락질할 거라고도 생각했는데 그건 제 착각이었습니다. 털어놓으니 되려 맘이 편했습니다. 막힌 둑이 무너진 것처럼 한없이 눈물이 나왔지만 숨은 편하고 크게 쉬어지더군요. 기사에 남긴 댓글, 하나하나 읽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제게 용기를 주셨어요. 물론 협박에 가까운 악플을 볼 때는 또 심장이 뛰어 뜬눈으로 밤을 새우기도 했습니다. 사회가 단번에 바뀌진 않겠죠. 하지만 좋게 바뀌는 과정이라고 믿습니다. 만약 당신이 과거의 저처럼 혼자 고민하고 있다면 도움을 청하라고 말씀드립니다. 물론 첫발을 떼는 게 정말 힘들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낭떠러지일 것 같거든요. 고민을 푸는 중인 다른 피해자분들에게도 힘이 되고 싶습니다. 그저 다른 분들이 제게 해 준 것처럼 아무 편견 없이 당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겁니다. 마음만으로 전할 수 있는 위안이 있잖아요. 그리고 만약 당신이 제게 “자살하고픈 심정”이라며 눈물을 흘린다면 옷깃을 꼭 붙잡을 겁니다. 그리고 말할 겁니다. “우린 잘못한 거 없습니다. 어깨 펴고 당당하게 살아갑시다”라고.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 ‘SKY 캐슬’ 조병규, 반전 미소 포착 ‘알 수 없는 두 얼굴’

    ‘SKY 캐슬’ 조병규, 반전 미소 포착 ‘알 수 없는 두 얼굴’

    ‘SKY 캐슬’에 출연 중인 배우 조병규의 장난기 가득한 스틸 사진이 공개됐다. 11일 공개된 사진 속 조병규는 생일을 축하하는 안경을 쓰고 환하게 웃는가 하면, 어두운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다. 상반된 분위기의 두 얼굴이 드라마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조병규가 표현하는 차기준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병규가 출연하고 있는 JTBC 금토드라마 ‘SKY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자식들은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리얼 코믹 풍자드라마. 조병규는 반항아적 면모를 가지고 있지만 최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는 고등학생 차기준을 연기하며 신스틸러로서의 활약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지난 주 방송에서 극 중 많은 비밀을 감추고 있던 김보라(혜나 역)의 추락사고가 장면이 그려졌고 이후 김보라의 죽음이 자살이 아닐 것이라는 추측에 아이들이 의심받게 된 상황에서 조병규는 담담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매 장면마다 진정성 있는 연기를 펼치며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처럼 갈수록 예측하기 어려운 극 흐름과 인물들 간의 대립으로 긴장감을 더하고 있는 극중 상황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조병규는 KBS2TV 드라마 ’후아유 – 학교 2015’로 데뷔했을 때부터 안정적인 연기로 호평을 받아왔으며 이번 ‘SKY캐슬’에서도 차기준과 동화되는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한편 JTBC 금토드라마 ‘SKY캐슬’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 11시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아무도 모른다, 이 수수한 평화의 땅…나만 알고 싶은 풍경 한 점 와인 한 잔

    아무도 모른다, 이 수수한 평화의 땅…나만 알고 싶은 풍경 한 점 와인 한 잔

    슬로베니아. 조금 낯선 나라다. 유럽 동남부에 자리한 나라인데 옛날에는 유고 연방에 속했다. 나라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슬라브족들이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슬로베니아에 관한 책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인터넷 서점을 찾아보면 김이듬 시인이 슬로베니아를 여행하고 쓴 여행기 ‘디어 슬로베니아’가 나온다. 슬로베니아에 교환 교수로 머물며 틈틈이 여행한 슬로베니아를 시인 특유의 감수성 어린 문장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는 슬로베니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는 ‘힐링’ 혹은 ‘위로’라는 말을 거의 쓰지 않는, 그것이 지닌 가식적인 느낌을 싫어하는 다소 까칠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온 후로 조금씩, 천천히 마음을 치유받았다. 바쁘게 뛰어다니며 불안하고 초조하게 살아온 지난 삶을 돌아보며 자족과 평화를 길어 올렸다. 태생적 방랑자인 양 수없이 여행을 다니며 노마드적인 생활이 몸에 배어 있는 내가, 슬로베니아에서 고향에서조차 느낄 수 없었던 수수하고 평화로운 삶의 길을 발견한 것이다.” 김이듬 시인의 이 감상이 가장 정확한 것임을 슬로베니아에 가보면 알게 되시리라. 별다른 일이 생기지 않는 나라. 뉴스를 따라가기조차 버거운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느린 시간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나라가 바로 슬로베니아다.슬로베니아는 발칸반도에 숨은 듯 자리잡고 있다. 면적은 전라도와 비슷하다. 인구는 200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나라가 워낙 작다 보니 동서를 횡단해 봐야 고작 3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슬로베니아를 여행하다 보면 맨날 국경지대만 다니게 된다. 여기는 헝가리, 저기는 독일, 저기는 크로아티아와 국경이다. 슬로베니아는 1991년 유고슬라비아 공화국이 해체되면서 독립했는데 이 나라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모르는 사람이 아는 사람보다 더 많다. 파울루 코엘류의 소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서 주인공 베로니카는 자살을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조국 슬로베니아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글을 쓴 기자에게 슬로베니아를 설명하는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는다. 그녀는 탄식한다. “슬로베니아가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몰라. 아무도. 이는 온당치 못한 국제적 무관심이다”라는 황당한 유서를 쓰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슬로베니아를 찾는 여행자들은 수도 류블랴나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발음하기가 약간 까다로운 이 도시는 한 나라의 수도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다.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큰 도시라고 하지만, 인구라고 해봐야 28만명밖에 되지 않는다. 어느날 가이드와 함께 류블랴나 거리를 걷는데 가이드가 이렇게 말했다. “아니 오늘 따라 왜 이렇게 못 보던 사람들이 많지?”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아, 오늘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구나.” 그렇다. 류블랴나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인근 도시와 국가에서 많은 사람들이 류블랴나로 온 것이다. 그러니까 류블랴나에서 태어나 30년째 살고 있는 그녀는 류블랴나 사람들 대부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류블랴나는 그만큼 작다.류블랴나 가운데 자리한 프레셰렌 광장은 오스트리아와 크로아티아, 이탈리아 등지에서 오는 기차들이 정차하는 중앙역과 가깝다. 그래서인지 언제나 여행자들과 현지인들로 붐빈다. 프레셰렌이라는 이름은 슬로베니아의 국민 시인인 프레셰렌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낭만주의의 선두주자였으며, 강렬한 문장으로 유명했던 시인이다. 그가 죽은 날인 2월 8일을 국경일로 정하고, 이날 전국적으로 그의 시를 읽는 낭송회와 콘서트, 연극 공연 등이 열린다고 하니 그에 대한 슬로베니아 국민들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동상은 아득한 시선으로 어느 지점을 응시하고 있는데 그 시선이 닿는 지점에는 그가 평생 사랑했던 여인 율리아 프리미츠의 집이 있다. 평생 사랑했지만 신분의 차이로 함께할 수 없었던 그들을 위해,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이루라는 의미로 이렇게 동상을 배치했다고 한다.광장 옆으로는 류블랴니차강이 흐른다. 강 양옆으로는 바로크 양식과 아르누보 스타일의 건축물이 즐비하다. 대부분 레스토랑과 카페, 서점 등이다. 소란스럽지 않아 산책을 하듯 느린 걸음으로 돌아다니기 좋다.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트리플교가 나온다. 슬로베니아의 대표적인 건축가 요제 플레치니크가 설계한 것으로 류블랴나 엽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류블랴나 여행의 하이라이트이자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명소는 류블랴나 성이다. 9세기에 처음 세워졌다가 1511년 지진으로 파괴된 후 17세기 초에 재건됐다. 성에 오르면 장난감 도시 같은 류블랴나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슬로베니아를 일컫는 또 다른 별명이 있다. ‘유럽의 미니어처’다. 이 작은 나라 안에 유럽의 모든 것이 다 모여 있기 때문이다. 블레드 호수에서 2시간 정도 북쪽으로 가면 피란 지역. 또 다른 풍경을 보여 준다. 이탈리아와 면한 휴양도시인데 슬로베니아 사람들도 즐겨 찾는다. 가이드는 피란이 너무 좋다고 했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곳을 꼽으라면 이곳일 거야.”●물 좋고 산 좋은 ‘유럽의 미니어처’ 유럽에서 유명한 온천지대 중 손꼽히는 곳이 슬로베니아다. 물이 좋기로 유명한 이 나라는 수로의 길이가 3만㎞에 달하고 수돗물은 그냥 마셔도 될 정도로 깨끗하다. 또한 나라 곳곳에 흩어진 87곳의 샘에서 온천수와 광천수가 솟아난다. 마그네슘과 칼슘이 풍부한 온천 지대는 고대 로마 시대부터 다양한 질병에 효능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도 크로아티아, 독일, 이탈리아 등 주변국부터 멀리 대만에서까지 치유 목적으로 여행객들이 찾아온다. 라스코 온천 마을은 EDEN(European Destination of ExcelleNce)이 뽑은 ‘2013 유럽 최고의 여행지’로 뽑히기도 했다. 라스코 지역은 중세 시대 로마인들에게 발견된 이래 선교사들이 주기적으로 방문했던 곳으로 1854년 합스부르크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가 공식적으로 온천 지역으로 명명했다. 알프스 풍경도 만날 수 있다. 알프스 하면 스위스를 떠올리지만 슬로베니아도 발을 걸치고 있다. 줄리안 알프스라고 부르는,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댄 북서부 산악지대다. 트리글라브 등 2000m 이상 고봉이 줄줄이 이어진다. 6월까지도 잔설이 남아 있을 정도다. 블레드 호수는 ‘줄리안 알프스의 진주’라고 불리는 곳이다. 둘레 6㎞의 작은 호수이지만 전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아 만들어졌다. 호수가 보여 주는 풍경은 정말이지 그림 같다. 푸른 물비늘을 일으키며 햇살을 반사하는 호수와 그 호수 위에 떠 있는 작은 섬, 그리고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알프스 산맥은 방금 달력에서 오려낸 듯한 풍경을 보여 준다. 블레드 호수가 유명한 건 블레드 호수에 떠 있는 블레드섬 때문이다. 이 자그마한 섬은 슬로베니아에서 유일한 섬으로 전통 나룻배 ‘플레타나’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블레드 호수엔 플레타나가 23척뿐이다. 18세기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 시대 때부터 그랬다. 합스부르크 가문은 블레드 호수가 시끄러워지는 걸 원치 않았고 딱 23척의 배만 노를 저을 수 있도록 허가했다. 그 숫자가 200년 넘은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뱃사공 일은 가업으로만 전해지고 남자만 할 수 있다고 한다.●첫맛은 화이트·끝맛은 레드 ‘오렌지 와인 ’ 슬로베니아 와인도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크로아티아, 포르투갈 등 유럽 국가들은 저마다 자기 나라 와인에 대한 찬란한 수식어를 붙이는데 슬로베니아 와인도 이 리스트에 한자리를 차지한다. 오렌지 와인이다. 많은 이들이 오렌지로 만든 와인이라고 오해하지만 당연히 포도로 만들었다. ‘제4의 와인’으로도 불린다. 몇 년 전 영국 와인저널 ‘디켄터’의 칼럼니스트 크리스 머서가 자신의 칼럼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은 오렌지 와인일 것”이란 추측을 해 세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화이트 와인 품종으로 레드 와인 양조 방식을 접목해 만들기 때문에 레드 와인의 풍부함과 화이트 와인의 상쾌함을 모두 갖고 있는 게 특징이다. 첫맛은 화이트, 끝맛은 레드다. ●400세 가장 오래된 포도나무 기네스북 올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나무도 슬로베니아에 있다. 드라바강을 중심으로 펼쳐진 마리보르는 슬로베니아 제2의 도시로, 생산되는 와인 중 90% 정도가 화이트 와인인, 그야말로 화이트 와인의 천국이다. 마리보르 사람들의 와인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은 대단한데, 그 자부심의 한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나무가 있다. 4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라 온 이 포도나무는 기네스북에 올랐으며, 16세기에 지어진 올드 바인 하우스의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슬로베니아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다. 여행하는 동안 한 번도 화내는 사람들을 만난 적이 없다. 어느 레스토랑에서 가이드가 내게 슬로베니아식 치킨을 맛보여 주기 위해 웨이터에게 10분 동안 치킨에 관해 이것저것 물었지만 그는 시종일관 웃으며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아마도 우리나라 같으면 메뉴판을 던져 놓고 나갔을 텐데 말이다. 김이듬 시인은 그의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대한 자유롭고 게으르게,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삶이라는 여행을 누려 가야겠다.” 슬로베니아를 여행하다 보면 알게 된다. 어쩌면 우리의 마음에 낙관과 사랑이 생겨나게 하는 것은 열렬함과 치열함이 아니라, 한낮의 따스한 햇볕과 한 줌의 시원한 바람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아닐까 하는 사실을 말이다. 글 사진 최갑수(여행작가) ■여행수첩 슬로베니아로 가는 직항은 없다. 뮌헨, 터키 등을 거쳐 가야 한다. 블레드는 오스트리아 국경과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오스트리아와 크로아티아 등 인근 국가에서 도착하고 출발하는 국제선 전용 기차역이 따로 있다. 자세한 정보는 유레일 홈페이지(www.eurail.com/kr)를 참조하면 된다. 중부 유럽과 발칸반도를 잇는 주요 열차편도 류블랴나를 거쳐 간다.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 늦다. 비자는 필요 없다. 통용되는 화폐는 유로화. 물가는 한국과 비슷하다. 슬로베니아 소시지로 크라니스카 크로바사가 있다. 다진 돼지고기에 마늘과 소금, 후추 등을 넣어 양념한다. 식감이 탄탄하고 간이 짭조름하다. 라스코와 유니온은 슬로베니아 맥주의 양대 산맥. 두 맥주 모두 풍미가 강한데 라스코는 쌉싸름한 맛이 강하고, 유니온은 부드러운 맛이 강하다. 포티차라는 음식도 있다. 호두나 허브, 양귀비씨, 치즈, 꿀을 넣은 것으로 롤케이크와 비슷하다. 결혼식이나 부활절, 성탄절과 같이 중요한 행사나 공휴일에 먹는 전통음식이다.
  • 이재명 경기지사 첫 재판 “변론 많이 했다…합리적 결론 날 것”

    이재명 경기지사 첫 재판 “변론 많이 했다…합리적 결론 날 것”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경기지사가 10일 첫 재판을 마친 뒤 “합리적 결론이 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4시 20분쯤 재판이 열린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3호 법정을 빠져나와 “(재판부에) 열심히 설명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실을 설명하는 것은 당사자인 제가 변호인보다 낫기 때문에 변론을 많이 했다”며 “기소돼 재판받는 것은 국민의 의무여서 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만큼 가외 시간을 확보해서 열심히 도정을 챙기겠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1시 45분쯤 법정 앞에 도착해 “도정을 잠시 비워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게 생각하고 최대한 빨리 재판을 끝내 도정에 지장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나 사필귀정을 믿고 대한민국 사법부를 믿는다”며 “제가 충실히 잘 설명하면 사실에 입각한 제대로 된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이 지사는 여러 의혹과 혐의에 대해 거듭 결백을 주장했다. 핵심 사안인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해서는 정당한 집무집행이었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지사는 “형님은 안타깝게도 정신질환으로 자살시도를 하고 교통사고도 냈고 실제로 나중에 형수님에 의해 강제입원을 당했다”며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은 (형님이) 정신질환으로 위험한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공무원들에게 진단을 검토한 과정을 보고 받고 전혀 불법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정당한 집무집행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이재명 첫 재판 ...대장동 개발업적 과장 뜨거운 공방

    이재명 첫 재판 ...대장동 개발업적 과장 뜨거운 공방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첫 재판에서 검찰과 이 지사 측이 ‘대장동 개발 업적 과장’ 사건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최창훈)는 10일 오후 2시 3호법정에서 직권남용,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첫 재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 지사 관련 3개 혐의 중 ‘대장동 개발 업적 과장, 검사 사칭,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시도’ 혐의 순서대로 재판을 하기로 했다. 이날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 업적 과장 혐의에 대해 직접 의견 진술을 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 측은 모두진술에서 이 지사가 지난 6·13 지방선거 기간에 공보물과 TV토론, 지역 유세 때 ‘대장동 개발로 5503억원을 성남시 수익으로 환수했고 시원하게 썼다’고 주장한 부분을 언급하며 “환수했다는 이익은 당사자간 약정에 불과하며 실제로 공원 조성공사는 삽도 뜨지 못했다.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직접 변론에 나섰다. “환수란 표현은 민간이 취할 이익을 공공이 환수했다는 뜻이고, 썼다는 표현은 이익의 사용처를 확정했다는 의미이지 집행을 완료했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판례는 유권자 입장에서의 해석을 견지하고 있다”며 “피고인의 말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 유권자들이 5503억원을 환수한 다음 사용했다고 받아들일 수 있어 명백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맞받았다. 이 지사는 “개발 이익을 성남시가 (현금으로) 받아 다른 사업을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절차와 비용이 많이 들어 사업자가 직접 자신의 돈으로 대장동 공원, 터널 등의 사업을 하도록 한 것”이라며 “대장동은 민간으로 넘어갈 이익을 시에서 공영개발로 변경하여 시민의 몫으로 되돌렸다. 사전이익확정방식의 개발이다” 이라고 재반박했다. 이 지사는 또 “지지율 격차가 너무 커 속여서 표를 얻을 상황이 아니었다.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보전받은 선거비) 38억원을 물어내야 해 개인적으로 파산하므로 정치적 생명을 잃는 것 이상이었다”며 선거법을 위반할 이유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1시 45분쯤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3호 법정 앞에 도착한 이 지사는 “언제나 사필귀정을 믿고 대한민국 사법부를 믿는다. 제가 충실히 잘 설명하면 사실에 입각한 제대로 된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 “도정을 잠시 비워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최대한 빨리 재판을 끝내 도정에 지장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을 향한 세 가지 혐의 등 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첫 공판에서 심리가 예정된 ‘대장동 개발업적 과장’ ‘검사사칭’과 관련한 허위사실공표 여부에 대해 모두 곡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핵심 사안인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해서는 정당한 집무집행이었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지사는 “형님은 안타깝게도 정신질환으로 자살시도를 하고, 교통사고도 냈고, 실제로 나중에 형수님에 의해 강제입원을 당했다”며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은 (형님이) 정신질환으로 위험한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공무원들에게 진단을 검토한 과정을 보고 받고 전혀 불법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정당한 집무집행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무죄 입증이 자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 지사는 “세상사 뭘 다 자신할 수 있겠는가”라며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겠다”고 답했다. 이 지사는 ‘친형 강제입원’, ‘대장동 개발업적 과장’, ‘검사 사칭’ 등 사건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지난달 11일 불구속기소 됐다. 다음 공판은 14일과 17일 오후 2시에 잡혀있다. 검찰과 이 지사측이 신청한 증인신문이 있을 예정이다.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한편 법원 안팎에는 이 지사의 지지자와 보수단체가 나오긴 했으나 대규모 집회·시위는 없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코리아나호텔 방용훈 자녀들 ‘어머니 학대’ 1심 집행유예

    코리아나호텔 방용훈 자녀들 ‘어머니 학대’ 1심 집행유예

    어머니를 강제로 사설 구급차에 태우려 한 혐의로 기소된 자녀들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최진곤 판사는 강요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의 딸(34)과 아들(30)에게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1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 이행을 선고했다. 앞서 방 사장의 부인 이모씨는 2016년 9월 서울 강서구 가양대교 인근에서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의 유서에는 가족과 금전 관계에 대해 토로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의 어머니와 언니는 방 사장의 자녀들이 고인을 생전에 학대했다면서 두 사람을 2017년 2월 검찰에 고소했다. 방 사장의 자녀들은 재판에서 고인을 강제로 구급차에 태운 사실관계는 인정했다. 그러면서 우울증을 앓던 어머니의 자살을 막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이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만큼 심각한 우울증을 겪는 상태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면서 “오히려 유서 등에는 극단적 선택보다 대화로 남편·자녀들과 갈등을 해소하길 바라는 단서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고인의 유서를 보면 오히려 이씨를 구급차에 태운 행위가 이씨를 더는 버티지 못하고 극단적인 심리 상태에 이르게 한 주요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아울러 “당시 이씨가 위험한 상태였다고 주장하면서도 해결방법을 강구하거나 이씨의 친정 가족과 상의한 바 없고, 사건 이후 안부를 묻지도 않았다”면서 “사회윤리나 통념에 비춰 용인될 행위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의) 이 행위로 피해자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 전부터 이미 모진 말과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해자의 형제들은 엄벌을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자녀들에게 헌신적이었던 이씨가 남긴 유서나 메시지 등에서도 ‘자식들이 망가지면 안 된다’는 취지의 표현을 한 점을 피고인들의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카카오 카풀 불만” 60대 택시기사 분신 시도

    “카카오 카풀 불만” 60대 택시기사 분신 시도

    9일 오후 서울 광화문역 KT빌딩 앞 도로에 정차 중이던 택시에서 카풀 서비스를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진 60대 택시기사의 분신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출동한 소방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3분쯤 둔탁한 폭발음 뒤에 ‘경기’ 차량 번호판을 단 은색 K5 택시에 불이 났고, 택시기사 몸에도 불이 붙었다. 소방대원에 의해 불은 약 6분 만에 진화됐다. 화상을 입은 택시기사 임모(65)씨는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졌다. 임씨는 전신에 2도 화상을 입었으며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목격자 박모(21)씨는 “운전석에서 불이 시작되더니 택시기사 몸에 옮겨붙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운전자가 자기 몸에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권수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자연합회 회장은 이날 오후 9시쯤 한강성심병원을 찾아 “유서 내용엔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불만 등이 수록돼 있는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 10일 카풀 서비스 시행에 반대해 항의하던 택시기사 최모(57)씨가 여의도 국회 앞에 몰고 온 자신의 택시 안에서 분신자살한 바 있다. 글 사진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법의 지엄함 보여달라” 안희정 항소심 마지막 재판서 읽힌 김지은 최후진술(전문)

    “법의 지엄함 보여달라” 안희정 항소심 마지막 재판서 읽힌 김지은 최후진술(전문)

    위력으로 비서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는 안 전 지사의 비서였던 김지은씨도 변호사를 통해 재판부에 최후 진술을 남겼다. 앞서 김씨는 지난해 12월 21일 항소심 법정에 나와 비공개로 6시간 남짓 증인신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결심공판에서 변호사를 통해 대신 읽혀진 최후 진술에서 김씨는 지난해 2월 처음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사실을 폭로한 뒤 11개월 동안 자신이 겪은 고통들을 털어놓으며 “누군가 ‘미투’ (폭로를 할지) 상담을 해오면 말릴지도 모르겠다”면서 재판부에 “다시는 미투를 고민해야 하는 사람이 이 땅 위에 나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안 전 지사를 향해선 “피고인 측이 쏟아내는 거짓과 왜곡된 주장들로 매번 새롭게 상처받고 찢겨진다. 침묵과 거짓으로 진실을 짓밟으려던 피고인과 주변 사람들의 반성 없는 태도에 괴로웠다”면서 “아직까지도 진심이 담긴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아무리 거대한 손이라도 인간의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면서 “아무리 힘 센 권력자라도 자신이 가진 위력으로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는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며 재판부에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김씨의 최후진술 전문. ▲최후 진술서 피해자 김지은입니다. 마지막 발언의 기회를 허락해주신 재판부께 감사드립니다. 피고인에게 당한 피해 사실을 고발하고 11개월이 지났습니다. 살아있는 권력 앞에 ‘진실’을 말하기까지 저는 오랜 시간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피고인은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였고 미래 권력이었습니다. 미래 권력은 현재진행형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에 그 힘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정·재계에 이르기까지 피고인과 관계를 맺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당연히 차기 대통령이라 여겼습니다. 사람들은 피고인을 그렇게 대했습니다. 피고인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그 유명세를 함께 누렸고, 외부의 많은 사람들은 피고인과 알고 지내기를 바랐습니다. 사회 곳곳에 관계 맺어 다각도로 생물처럼 뻗어나가는 살아 움직이는 거대 조직, 그 자체가 피고인이었습니다. 그런 피고인을 향해 미투를 한다는 것, “지금 당신이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안희정 개인에게만 한정된 외침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가진 정치적 지위와 관계 맺은 수많은 이들에 맞서 대항하는 것이었습니다. 저에게 미투는 단순한 고발이 아니라 가늠할 수 없는 힘과의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말하고 나서 쥐도 새도 모르게 매장당할지 모를, 그리고 살더라도 죽은 것 같이 살아가야 할, 자살행위와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죽게 되더라도 다시 그 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피고인의 사과를 듣고 한 번으로 끝날 것 같던 성폭행 피해는 반복되었고, 지난해 2월이 되어서야 저는 영원히 도망쳐 나올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매번의 피해는 제게 처음과 같았고, 반복되는 굴레에서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미투를 한 직후 제 가족들까지 언급하며 허위 사실들이 유포되었습니다. 수많은 악플들이 달렸고, 거짓 사진과 글들이 마치 사실인양 급속도로 퍼져나갔습니다. 허위 사실을 유포한 이들 중에는 안희정 지사의 측근들도 있었고, 정당의 주요직을 맡은 사람들도 있었으며, 팬클럽 회원들도 있었습니다. 최근 한명 두명 유죄 판결을 받아 벌금형에 처해지고 있지만, 2차 피해로 인한 제 삶은 이미 망가져 버렸습니다. 어쩌면 고발할 때부터 예견돼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검찰 조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검찰 진술에 성실하게 임했습니다. 마치 제가 가해자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꼼꼼하고 치밀하게 신문받고 답했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제 진술의 진실성을 검증받았습니다. 며칠에 걸쳐 제 휴대폰과 주변 모든 내역들까지 조사받았습니다. 제 진술이 진실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검찰이 피고인을 기소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피고인은 자신의 휴대폰을 파기했습니다. 피고인이 떳떳했더라면 왜 그 휴대폰을 파기하고 파기한 사실도 그토록 숨기려 하였을까요? 아무리 거대한 손이라도 인간의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1심 재판정에서의 진술은 16시간이 걸렸습니다. 숨이 막힐 정도로 고통스러웠습니다. 재판 내내 피고인이 기침소리를 낼 때마다 제 심장은 요동치고 정신은 점점 더 혼미해졌습니다. 피고인이 제 바로 옆에서 저를 압박하고 조여오는 것 같아 너무 힘들어 도망치고만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견뎌냈습니다.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밝혀낼 수 있다면 무엇이든 참아내겠다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장시간 오한을 견뎌가며 경험한 그대로를 말씀드렸습니다. 1심이 끝났고, 수개월이 지났습니다. 매일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피해 사실을 모두 잊어버리고 고통을 이겨내고 싶었지만, 2심에서 다시 진술해야 했기에 기억조차 지워버릴 수 없었습니다. 2심 항소심의 진술을 위해 지난 12월 21일 법원으로 오기까지 차라리 제게 무슨 일이 일어나 이 세상을 외면할 수 있다면 편하지 않을까 하고 바라기도 했습니다. 2심 재판부에서 진술하였습니다. 차라리 죽고싶을 만큼 힘겨웠지만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밝히겠다는 일념으로 다시금 참고 견뎌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24시간 업무 중인 비서에게 상사의 지위는 24시간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그것을 고의적으로 성범죄에 이용한 가해자는 마땅히 처벌받아야 합니다. 성실히 살아왔던 제 인생은 모두가 재판 중 가해자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피해자답지 않게 열심히 일해 왔다는 이유였습니다. 살아가기 위해 들인 저의 성실함은 일반적인 노동자의 삶으로 인정받기 이전에, 피해자다움과 배치되는 모습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일을 그만두고 캠프에 간 것은 팬심에 의한 것이었고, 근무시간의 제한 없이 일에만 매진해야 했던 것은 피고인이 좋아서였다는 근거로 사용되었습니다. 주변에 이야기해도 도움 받지 못해 이후 전혀 티내지 못했던 것은 피해자다움과 어긋난다는 이야기로 해석되었습니다. 전임 남자 수행비서들이 꾸준히 일상적으로 해왔고 수행비서의 기존 업무 중 하나였던 숙소 예약은 ‘관계를 원해 한 셀프 호텔 예약’으로, 피고인이 갑자기 기존 일정을 취소하고 식당에 가겠다고 하여 급히 통역인 부부와 동행한 레스토랑은 ‘단 둘이 간 와인바’로 바뀌었습니다. 만약 당시 정상적인 노동자로서의 삶을 보장받기를 요구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요? 피해자다운 것이 업무를 외면하고 현실을 부정하며 사는 것일까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하루의 업무가 절실했던 제가 당장 관두고 다른 일을 찾을 수 있었을까요? 평판이 존재하는 정치 영역에서 이미 ‘안희정 사단’으로 꼬리표가 붙은 제가 어디에 가서 직장을 구할 수 있었을까요? 피고인 측이 쏟아내는 거짓, 왜곡된 주장들에 이쯤이면 익숙해질 때도 된 것 같은데, 매번 새롭게 상처받고 찢겨집니다. 그동안 지독히도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침묵과 거짓으로 진실을 짓밟으려던 피고인과 주변 사람들의 반성 없는 태도에 괴로웠습니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은 저와 잘 지내던 동료이기도 했습니다. 피고인이 제게 했던 성폭행 직후의 사과는 진정한 사과가 아니었습니다. 항상 다음 범죄를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피고인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합의에 의한 관계가 아니었다. 죄송하다’고 미투 직후 게시글을 작성했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고인은 이 내용을 부인했습니다. 아직까지 피고인에게 진심이 담긴 사과를 받지 못했습니다. 제게 피고인은 처음부터 일을 그만두는 순간까지 직장 상사였습니다. 한번도 이성의 감정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습니다. 일반 직장인들이 가지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 애사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피고인은 저와 이성적인 관계였다고 말합니다. 언론에 어떤 관계를 입증할 사진이라고 언급한 사진은 수행 업무 중 뒤에 서있던 모습이었습니다. 업무상 가까이 서 있던 모습을 연인 관계라고 주장하는 근거로 사용했습니다. 피고인에게 연인 관계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누가 제게 미투를 상담한다면 저는 선뜻 권유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미투를 말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지난 11개월의 고통이 너무나 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함께 진실을 말해주는 분들이 겪은 수많은 어려움을 봐왔기에 이 과정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전해줄 것입니다. 제가 그 고통 속 다행히도 생존해 있을 수 있는 건, 미약한 저와 함께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였습니다. 숱한 외압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진실된 목소리를 내주는 분들이 계셨기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미투를 고민하는 분께 제가 겪은 그동안의 일들을 모두 말씀드릴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재판장님, 부디 사건의 내용을 꼼꼼하게 검토해주시어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판단을 해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아무리 힘 센 권력자라도 자신이 가진 위력으로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는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막대한 관계와 권력으로 진실을 숨기는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법의 지엄함을 보여주십시오. 그래서 다시는 미투를 고민해야 하는 사람이 이 땅 위에 나오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간절히,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2019년 1월 9일 피해자 김지은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김혜련 보건복지위원장, ‘대한노인회서울시연합회 신년인사회’ 참석

    김혜련 보건복지위원장(서초1) 2019년 기해년 시작을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하는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하여 2019년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효자손 큰딸로서의 역할을 약속하였다. 이날 대한노인회 신년인사회에는 서울시연합회 임원 및 지회장 비롯한 3천 350여개 경로당 지회 대표 등이 참석하였다. 이날 행사에서 김혜련(서초 1)위원장은 우리사회가 발전하면서 노령층 인구가 많아지는 것은 “노령층의 증가는 발전된 문명의 결과”라는 사회학자의 평가를 인용하며 열심히 일하고 경제적으로 성공한 국가를 이룬 보답으로 어르신들은 편안하고 안락한 노년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말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마땅히 그 권리의 실현을 책임지고 보장해야한다고 하였다. 김혜련 위원장은 이에 덧붙여서 우리사회는 어르신을 위한 복지 환경은 아직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하며,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이 가장 높은 통계치를 보여주는 것은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의 발전에 비해 부끄럽다고 말하였다. 따라서 2018년 하반기에 닻을 온린 제 10대 서울시의회는 어르신을 위한 실질적 사업의 추가 필요성을 고려하여 서울시와 협업하여 관련 정책을 고민하고 만들어 가겠다고 약속하였다. 또한, 2019년도에는 더 나은 어르신 복지 환경 및 어르신의 권리 향상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서울시 의회가 팔을 걷어 올리겠다고 약속하였다. 김혜련 위원장은 끝인사말에서 어른신은 ‘부양받는 대상’이 아닌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이바지하고 계신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전하며 서울시의회는 대한노인회의 자문과 충고를 받아들여 어르신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을 약속하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대검 압박 나선 김태우 변호인단 “공익제보자 징계는 범죄 행위”

    대검 압박 나선 김태우 변호인단 “공익제보자 징계는 범죄 행위”

    청와대 특별감찰반 파견 시절 골프 접대 의혹 등을 받는 김태우 검찰 수사관 측 변호인들이 김 수사관에 대한 징계 절차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김 수사관 측 변호인단은 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검은 김 수사관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징계 절차를 밟고 있고, 청와대는 공무상 비밀누설죄와 공공기록물관리 위반죄로 수원지검에 고발하는 등 공익제보자를 탄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수사관에 대한 징계 및 검찰 고발과 같은 불이익 조치를 계속 강행한다면 공익신고자보호법과 부패방지법 위반의 범죄 행위에 속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대검 징계위원회에 제출한 변호인 의견서도 공개했다. 이 의견서에는 “징계요구권자에게 징계 철회를 요청하는 것이 합법적인 업무 수행이라 할 수 있고, 징계 절차 속행으로 인해 불행한 일이 확대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내용이 나온다. 오는 11일 예정된 징계위원회를 앞두고 김 수사관 측이 대검을 상대로 사실상 압박을 가한 셈이다. 김 수사관 측은 “징계위원회가 예정대로 열린다면 (당사자와 협의해봐야 하겠지만) 참석하지 않을 생각도 갖고 있다”면서 “김 수사관이 불이익 조치를 받는다면 국민권익위원회에 원상회복 조치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는 서울동부지검 수사에만 적극 협조를 할 뜻도 내비쳤다. 김 수사관의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를 수사 중인 수원지검 조사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수사관 측은 “당사자는 검찰에서 정년 퇴직을 하고 싶어한다”면서 “공익제보자를 스스로 징계하는 것은 검찰로서 자살골을 넣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다소 흠집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라면서 “한 사람을 단죄해서 될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민낯”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 수사관 측은 지난 8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에 대해 직무유기,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법 위반 등 부패 행위와 공익 침해 행위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이들은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라 권익위에 불이익처분 금지 신청과 불이익처분 절차 일시정지 신청도 했다고 밝혔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나는 너의 야동이 아니다] ‘몸캠’에 낚인 남성들, 친구들이 내 영상 본다 생각하니…

    [나는 너의 야동이 아니다] ‘몸캠’에 낚인 남성들, 친구들이 내 영상 본다 생각하니…

    온라인 채팅 통해 성적 영상 촬영 유도 대화 시작되면 ‘해킹 프로그램’ 심어져 휴대전화 연락처 빼내 영상 유포 협박 피해자 1만명 추산… 중고생 40% 최대 계속 돈 주거나 몸캠피싱 ‘앞잡이’ 전락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의 절대다수는 여성이다. 그래서 남성은 피해자의 고통을 모른다. 아무리 근절을 외쳐도 절반뿐인 공허한 메아리가 되는 이유다. 그런데 피해자의 대부분이 남성인 디지털 성폭력이 있다. ‘몸캠피싱’이다. 서울신문이 만난 몸캠피싱 피해자들은 “죽는 게 낫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실제 2014년엔 몸캠피싱을 당한 남자 대학생이 투신 자살했다. 피해 남성들의 이야기를 모아봤다. 피해자의 입장이 된 남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몰카나 국산 야동이 왜 사라져야 하는지 남성들이 고민해 봤으면 한다.남성 피해자들의 줄은 한없이 길었다. 마치 맛집 앞에 대기번호를 받고 기다리다 주인이 번호를 부르면 반갑게 입장하는 듯했다. ‘오후 8시 9분, 12분, 20분, 22분, 28분, 32분, 34분, 39분….’ 지난달 10일 저녁 전국 곳곳에서 ‘몸캠피싱’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 시간이다. 서울신문이 한국사이버보안협회와 함께 중국에 거점을 둔 몸캠피싱 조직 서버에 접속한 결과, 2시간(오후 8~10시)만에 31명의 휴대전화에 이 조직이 배포한 해킹프로그램이 깔렸다. 평균 4분에 한 번꼴로 피해자들은 낚싯대에 걸렸다. 몸캠피싱은 온라인상에서 만난 피해자를 성적으로 유혹해 알몸이나 자위 영상을 찍도록 유도한 뒤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걸 말한다. 피해자 휴대전화에 몰래 해킹 프로그램을 심어 영상을 녹화하고, 지인 주소록(연락처)을 빼낸다. 해킹프로그램이 깔렸다는 건 몸캠피싱에 걸렸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몸캠피싱범은 이렇게 확보한 피해자 지인 휴대전화로 녹화한 영상을 유포한다고 협박한다. 피해자는 극심한 공포에 시달리고, 돈을 건네거나 다른 피해자를 낚는 ‘앞잡이’가 되는 등 범인의 ‘노예’로 전락한다. 낚시는 주로 저녁 시간에 시작된다. 먹잇감이 혼자 자기방에 앉아 휴대전화나 PC를 볼 시간을 기다린다. 이날 오후 8시 9분 당한 피해자는 학생이었다. 주소록에 ‘담임쌤’ ‘중2담임쌤’ 등 학생 휴대전화에 있을 법한 연락처가 연이어 나온다. 이런 경우 범인들은 주로 부모에게 접근해 “자식 인생 망치기 싫으면 입금하라”고 협박한다 불과 3분 뒤인 8시 12분 걸려는 피해자는 젊은 직장인 남성으로 추정된다. ○○○팀장님’ ○○○주임님’ 등 회사 동료와 ○○○누나’ 등 지인 연락처가 유출됐다. 다시 10분 뒤인 8시 22분 피해자는 무려 1456개나 되는 주소록이 유출됐다. ‘○○○부장’ ‘○○○사무장’ 등의 연락처와 함께 경남 지역 지명이 많았다.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는 중년 인사로 추정된다. 서울신문은 이런 방법으로 지난달 9~12일 나흘간 273명의 휴대전화에 해킹프로그램이 깔린 걸 확인했다. 김현걸 사이버보안협회장은 “해킹프로그램만 깔리고 실제 몸캠피싱을 당하진 않았을 사람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연간 국내 피해자는 1만명이 넘는다”고 말했다.하지만 수사기관이 파악하고 있는 몸캠피싱 피해는 실제의 1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대검찰청 통계를 보면 2017년 몸캠피싱은 1234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다수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신고조차 못한 것이다. 몸캠피싱의 최대 피해자는 청소년이다. 성적 호기심이 왕성해 선정적인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서울신문이 파악한 피해자 중 약 40%는 중·고등학생인 것으로 보인다. 경제력이 없는 청소년은 다른 범죄에 악용하는 경우도 많다. 채팅 앱 등에서 성인 여성인 것처럼 가장해 다른 피해자를 낚아오라고 협박하거나, 계좌번호를 빼앗아 대포통장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사회를 알 만큼 아는 성인도 걸려든다. 특히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는 직업군인 피해자가 많다. 이들이 피해를 당하면 주소록에 있는 다른 군인 이름과 연락처도 통째로 범인에게 넘어간다. 한 몸캠피싱 피해 지원 업체 관계자는 “범인들이 자주 활동하는 채팅 앱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 600만원을 내걸고 ‘장성들의 연락처를 구한다’는 글을 올린 걸 봤다”고 전했다. 피해자의 외모가 뛰어날 경우 영상을 온라인에 유출하기도 한다. 남성 피해물이 동성 간 성행위를 취급하는 사이트 등에선 인기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구글 검색이 되는 성인사이트 3곳에선 ‘○○대 ○○남’이란 제목의 영상이 잠시 돌아다녔는데, 몸캠피싱 피해자였다. 해당 영상을 삭제한 디지털 장의사는 “피해자가 외출도 못하는 등 극도로 불안해했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 같은 걱정이 돼 오랜 시간 대화하며 진정시켰다”고 회상했다. 디지털장의업체 오케이 연구소의 신재선 대표는 “몸캠피싱범에게 한번 돈을 보내면 또 요구하는 만큼 결코 협박에 굴복해선 안 된다”며 “가족 등 가까운 지인에게 사실대로 말한 뒤, 범인 메신저 아이디와 대화 내용을 캡처 해 수사기관과 피해지원 기관을 찾아가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나는 너의 야동이 아니다] “볼모가 된 영상통화… 직장 나가는 것도 힘들어요”

    “나도 피해자인데 파렴치한으로만 봐 부모님께 전송 협박에 대인기피증도” “의심 많은 성격인데 한순간 멍청이로 당해보니 몰카 피해자 심정 알 것 같아”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의 절대다수는 여성이다. 그래서 남성은 피해자의 고통을 모른다. 아무리 근절을 외쳐도 절반뿐인 공허한 메아리가 되는 이유다. 그런데 피해자의 대부분이 남성인 디지털 성폭력이 있다. ‘몸캠피싱’이다. 서울신문이 만난 몸캠피싱 피해자들은 “죽는 게 낫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실제 2014년엔 몸캠피싱을 당한 남자 대학생이 투신 자살했다. 피해 남성들의 이야기를 모아봤다. 피해자의 입장이 된 남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몰카나 국산 야동이 왜 사라져야 하는지 남성들이 고민해 봤으면 한다. “사실 심리치료를 받고 싶었어요. 하지만 의사도 ‘네가 잘못해서 그런 거잖아’라고 핀잔 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병원도 못 갔죠. 몸캠피싱 피해로 고통받던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를 본 적 있는데 그 심정 정말 공감해요. 가장 힘든 건 다른 사람들이 저를 피해자가 아닌 파렴치한으로 바라보는 거죠.” 수화기 너머로 들린 김강택(30·가명)씨의 목소리는 떨렸다. 취재진의 거듭된 설득에 어렵게 인터뷰를 결심한 김씨였지만, 자신의 신상이 기자에게 알려지는 건 원치 않았다. 김씨는 친구 휴대전화로 인터뷰하며 번호를 노출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타지로 출장을 간 김씨는 숙소에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한 채팅 앱에 접속했다. 김씨에게 접근한 여성은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극히 평범한 한국 여성’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김씨가 마음에 든다며 먼저 영상통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처음 본 여성이 영상통화 도중 ‘내가 먼저 벗었으니 너도 벗어’ 이러면 안 넘어갈 남자가 얼마나 있겠어요. 가끔 영상이 끊겨 ‘와이파이 속도가 떨어지나’라고 생각했지만, 의심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영상 속은 그녀와 저 둘밖에 없는 공간이었죠. ‘이런 세계도 있구나’ 하며 빠져든 순간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피해를 당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건 부모님이었다. 김씨는 “그녀도 그걸 걸고 넘어졌다. 부모님께 영상을 보내겠다고 협박하며 저를 궁지로 몰았다”고 했다. 당시 느꼈던 공포와 참담함은 반년이 다 된 지금도 다시 떠올리기 싫다고 했다. 한동안 김씨는 대인기피증에 시달렸다. 아는 사람이 조금만 쌀쌀맞게 대해도 ‘영상이 유출됐나’ 겁이 났다. 범인은 300만원을 요구했다. 응하지 않았다. 돈을 주면 또 협박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설 피해 지원업체를 찾아가 유포를 막아달라고 했고, 다행히 영상은 퍼지지 않았다. 몸캠피싱의 또 다른 피해자 이진호(32·가명)씨는 “스스로 의심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범인 앞에선 멍청이가 되고 말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채팅 앱에서 만난 여성과 영상통화를 했다. 여성은 처음부터 완전한 나체로 통화했고, 이씨가 옷을 입고 있자 “왜 벗지 않느냐”고 재촉했다. 뭔가에 홀린 것처럼 상의부터 벗은 이씨는 의심 없이 그녀가 전송한 해킹 프로그램도 깔았다. 그날은 아무 일 없이 넘어갔다. 하지만 다음날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고, 인터넷 검색을 하다 자신이 몸캠피싱에 걸린 것 같다는 걱정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 저녁부터 카카오톡으로 협박이 시작됐다. 겁에 질린 이씨는 곧바로 카톡에서 탈퇴하고 휴대전화를 바꿨다. 범인은 부모님에게 연락하며 300만원을 요구했다. 경찰을 찾아갔지만 “대꾸하지 않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고 했다. “사람을 만나는 게 너무 힘들어요. 특히 직장에서요. ‘동료들이 내 영상 본 거 아닐까’라는 생각만 들죠. 어머니와 누나들이 ‘이래서 너 회사 다닐 수 있겠느냐’며 걱정해요. 매일 지옥 같은 심정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당해보니 알겠습니다. 몰래카메라나 비동의 유포 성적 촬영물(속칭 리벤지포르노)에 당한 여성들의 심정을요….”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나는 너의 야동이 아니다] 미녀와의 짜릿한 채팅… 눈치 챘을 땐 나는 이미 노예였다

    [나는 너의 야동이 아니다] 미녀와의 짜릿한 채팅… 눈치 챘을 땐 나는 이미 노예였다

    능숙한 꼬드김에 영상통화로 이어져 “녹화됐다… 입금 안하면 유포” 겁박 중학생은 코묻은 돈까지 탈탈 털어내 ‘영상통화 스폰서’라며 여성 노리기도 “돈 없으면 몸으로 갚아” 성관계 압박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의 절대다수는 여성이다. 그래서 남성은 피해자의 고통을 모른다. 아무리 근절을 외쳐도 절반뿐인 공허한 메아리가 되는 이유다. 그런데 피해자의 대부분이 남성인 디지털 성폭력이 있다. ‘몸캠피싱’이다. 서울신문이 만난 몸캠피싱 피해자들은 “죽는 게 낫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실제 2014년엔 몸캠피싱을 당한 남자 대학생이 투신 자살했다. 피해 남성들의 이야기를 모아봤다. 피해자의 입장이 된 남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몰카나 국산 야동이 왜 사라져야 하는지 남성들이 고민해 봤으면 한다. 다정하고 달콤한 말을 건내던 그는 순식간에 ‘악마’로 돌변했다. 피해자들이 영상 유출에 대한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보이면 더 인정사정없이 몰아붙였다. 끊임없이 돈을 갈취했고, 일부 여성에게 노예 부리듯 성폭행까지 일삼았다. 서울신문은 한국사이버보안협회가 여명 서울시의원에게 제출한 피해자들의 기록을 바탕으로 범행 현장을 재연했다. 피해자들이 어떻게 범인에게 속았고, 어떤 협박을 당했는지 가감없이 공개해 추가 피해를 막으려는 취지다.●채팅 4시간 만에 80만원 뜯긴 24세 남성 군대를 갓 제대한 전승우(24·가명)씨가 카카오톡 아이디 ‘미향’과 처음 대화를 시작한 건 지난해 1월 4일 오후 9시 18분이다. 채팅 앱에서 알게 된 미향이 영상통화를 하자며 카톡 아이디를 건넸고, 전씨가 따로 말을 걸었다. 프로필 사진 속 미향은 한눈에 봐도 대단한 미인이었다. “그런데 이걸로 영통(영상통화) 어떻게 해요? ㅋㅋ”(전씨) “페이스톡 ㅋㅋㅋ 몰라?”(미향) “알아 ㅋㅋ 바로 건다.”(전씨) 9초, 8초, 10초. 전씨가 세 차례나 짧은 페이스톡을 걸었지만, 미향은 번번이 화면이 안 보인다고 했다. 미향은 “‘시크릿톡’ 있어? 이걸 깔면 보일 거야”라며 ‘Secre Talk.rar’란 압축파일을 건넸다. 용량 474.84kb의 작은 파일이었다. “깔았는데 아무것도 안 뜨는데? 서버 점검 중이래.”(전씨) “정말 점검 중이네…. 오늘 점검하나 봐.”(미향) 하지만 전씨가 파일을 내려받은 순간 휴대전화는 이미 해킹당했고, 문자메시지 내용과 지인 연락처가 모두 미향에게 넘어갔다. 미향이 건넨 파일은 휴대전화 정보를 탈취하는 악성 앱이었다. 미향은 “다시 한번 해볼까?”라며 먼저 영상통화를 제안했다. 9초간 페이스톡을 진행한 뒤 “보인다 ㅎㅎ”라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 민낯이라며 수줍어하는 척도 했다. 이어 서로 벗은 모습을 보여주자며 능숙하게 리드를 했다. 전씨의 상반신에 문신이 있는 걸 보자 “난 타투 있는 남자 좋아”라며 애교를 부렸다. 두 사람의 페이스톡은 오후 10시 10분까지 약 1시간가량 총 12차례 진행됐다. 짧게는 10초, 길게는 3분 22초간 이뤄졌다. 미향은 교묘하게 중간 중간 다양한 지시를 내렸다. 휴대전화를 고정해 전씨 얼굴과 은밀한 부위를 모두 볼 수 있게 해달라며 부탁했다. 그래야 자신도 흥분된다고 했다. “님 자위하는 동영상 녹화 끝났고요. 휴대전화 모든 지인 번호 해킹됐습니다. 80만원 보내고 깔끔하게 삭제하겠습니까. 아니면 동영상 유포 진행할까요. 바로 답장 안 하면 당장 유포합니다. 경찰에 신고해도 못 잡고 창피만 당하고 소문만 퍼질 겁니다. 생각 잘하세요.” 미향은 문자를 통해 본색을 드러냈다. 갑작스런 상황에 한동안 답을 못하던 전씨는 “합의하고 싶네요”라고 입력했다. 미향은 070으로 시작되는 번호를 알려준 뒤 당장 전화하라고 했다. “10초 내로 전화 안 하면 유포합니다. 10, 9, 8….” 카운트다운을 하듯 몰아붙였다. 급해진 전씨가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있다고 하자 1분 단위로 “빨리 구하라”고 재촉했다. 전씨는 미친듯이 전화를 돌려 지인들로부터 20만원을 빌렸다. 미향은 대포통장 계좌번호를 찍어준 뒤 당장 송금하고, 영수증을 사진으로 보내라고 했다. 제한 시간은 오후 11시. 딱 10분의 시간을 줬다. 사정없이 몰아치는 미향의 재촉에 전씨는 넋이 완전히 나갔다. 급히 편의점 자동화기기(ATM)로 달려갔지만, 송금 방법을 몰라 허둥댈 정도였다. 미향은 “송금하는 방법도 몰라? 개OO. 유포해줄까”라며 더욱 거세게 나왔다. 20만원을 송금하자 나머지도 입금하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60만원 빨리 구하세요. 30분…” “죄송합니다. 100통 넘게 전화했는데 다 (돈이) 없다고 합니다.” 전씨는 급기야 어머니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돈을 구했다. 미향은 또 다른 계좌번호를 줬다. 오전 1시 24분. 결국 전씨는 총 80만원을 보냈다. 미향과 카톡을 시작한 지 4시간 6분 만이었다. ●‘노예’가 되어버린 15살 중학생 “그래서 얼마 있냐고. 대답 안 해?” “제발요. 지금 현금은 없어요. 체크카드에 1만 2000원 있어요.” 지난해 2월 몸캠피싱에 걸린 중학생 윤성진(15·가명)군은 모바일 메신저 라인에서 손이 닳도록 범인에게 빌었다. ‘김다은’이란 가명을 쓴 범인은 자신을 25살이라고 소개했고, 윤군은 ‘누나’라고 부르며 따랐다. 어느 정도 친해지자 김다은은 “영섹(영상을 통한 성관계) 할래?”라며 꼬드겼다. ‘심야톡.zip’란 파일을 보내 깔게 한 뒤 윤군 휴대전화를 해킹했다. “합의라는 건 빈다고 되는 게 아니야. 지금 당장 편의점 가서 만원짜리 문상(문화상품권) 사.” 문화상품권은 구하기 쉬운 데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할 수 있어 몸캠피싱범이 자주 이용하는 거래 수단이다. 그렇게 범인들은 ‘코 묻은 돈’까지 탈탈 털었다. 김다은은 이후에도 윤군을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돈 없으니까 몸으로 때워”라며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윤군에게 20대 여성으로 가장해 남성들이 많이 찾는 채팅 사이트에 가입하라고 지시했다. 닉네임은 ‘외로워’나 ‘놀아줘’를 쓰라고 했다. 또 ‘야하게 놀아요. 화끈한 밤 같이 보내요’ 등의 메시지를 건넨 뒤 남성들이 접근하면 김다은의 라인 아이디‘ekdms0322’를 알려주라고 했다. 윤군을 일종의 ‘노예’로 부리며 또 다른 피해자를 낚으려 한 것이다. “일단 오늘은 (채팅) 앱 많이 깔고 내일부터 시작해. 앱 하나하나 들어가서 사람 끌어.”(김다은) “예 무조건 다 할게요. 살려주세요.”(윤군) “기억해. 잠수하는 순간 유포한다 영상. 내가 말 걸면 바로 답하고. 알았어?”(김다은) “절대 잠수 안 해요. 제발요.”(윤군) 윤군은 공포감에 휩싸였다. 돕지 않으면 학교는 물론 인생이 끝장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날 이후 윤군은 매일 4시간 동안(오후 8~12시) 온라인 호객 행위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김다은은 윤군을 ‘노예’로 부리면서도 돈을 뜯는 걸 멈추지 않았다. “일주일 내에 10만원 모으고. 알았지. 말 잘 들으면 유포 안 할게.” “최대한 구할게요. 용돈 당겨서 바로 받을게요. 10만 모으면 지워주시나요.” ●재력 과시한 남성에게 짓밟힌 21세 여성 “언제든지 그만둬도 돼요. 영통은 서로 부담 없고 사생활도 지킬 수 있잖아요.” 양아정(21·여·가명)씨는 지난해 3월 페이스북 메신저로 ‘paris’란 가명의 남자와 대화를 시작했다. paris는 자신과 정기적으로 영상통화를 하면 100만원씩 주겠다고 제안했다. 자신은 강남에 사는 사업가라고 소개했다. 양씨가 “○○○에 산다”고 하자 그쪽에도 자기 가게가 있다고 했다. 양씨에게 계좌번호를 찍어달라고 해 당장 송금할 것처럼 연기했다. 양씨는 주저했다. “왜 저 같은 애랑 스폰을…. 예쁘고 몸매 좋은 애들 많은데.” “(영상통화 시) 성적인 거 위주로 시키겠네요.” “생각해보고 연락드릴게요. 영통하는 거 캡처하고 그러는 거 아니죠?” paris는 갖은 말로 양씨를 안심시켰다. “저는 얼굴, 몸매 안 보고 지금 할 분을 구하는 거라….” “유출 걱정하시는데 저도 다 보여드려요. 그냥 서로 즐기는 거에요.” 계속된 설득에 양씨가 경계심을 풀자 paris는 화질이 안 좋다며 카톡에서 대화하자고 했다. 대화 장소가 바뀌자 한층 적극적으로 나왔다. 양씨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며 난감해하자 얼굴을 보인 채 나체 사진을 찍도록 유도했다. “죄송합니다. 안 할래요. 아직 돈 보내신 것도 아니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돈이 너무 절실해 잠깐 잘못 생각했어요.” 양씨는 점점 심해지는 paris의 요구에 그만하자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paris는 “녹화 다 했으니 쇼부(협상) 치자”며 속내를 드러냈다. “지인이 보면 무슨 생각할까”라고 협박했다. “아정씨한텐 선택권이 없는 거 같은데. 1. 노예 2. 섹파(성관계 파트너) 3. 영통 셋 중 하나 고르세요. 빨리 말해요. 시간 없음.” 올가미는 단단했다. 벗어날 수 없었고 하는 수 없이 그가 제시한 것 중 2번을 선택했다. 1번을 고르면 무슨 짓을 시킬지 두려웠고, 3번은 또 녹화를 할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paris는 협박 수위를 높였다. 집단 성관계를 하고 한 번에 끝내자고 했다. 양씨가 단호히 거절하자 자신과 10차례는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강요했다. 요구에는 다른 목적이 있었다. 사실 중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paris는 양씨를 직접 만나는 게 불가능했다. 직업이 없이 친구집에 얹혀산다고 한 양씨에게 돈을 뜯기도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paris는 ‘아는 동생’을 양씨에게 보낼 테니 그와 성관계를 한 번 맺는 것으로 마무리하자고 했다. ‘아는 동생’은 한국에서 활동 중인 다른 조직원으로 추정된다. “오빠를 만나야 영상을 지울 수 있지 동생을 만나는 건 아무런 의미 없잖아요.” 양씨는 버티다 못해 결국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아 진짜 왜 그러세요…. 만날게요. 날짜는 내일 연락드릴게요. (같이 사는) 친구가 (지금 집에) 와서요.”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부산 해운대 개 투하 사건 범인 잡혀

    부산 해운대 개 투하 사건 범인 잡혀

    부산 해운대의 한 오피스텔에서 개 3마리를 밖으로 던져 숨지게 한 20대 견주가 경찰에 붙잡혔다. 해운대경찰서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A(26, 여)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이날 오전 0시 50분쯤 부산 해운대구 좌동의 한 오피스텔 18층에서 포메라니안 3마리를 떨어뜨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포메라니안 3마리가 떨어져 죽었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은 해당 오피스텔의 거주자가 창밖으로 던진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탐문 수사를 진행하던 경찰은 A씨 지인으로부터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받았다는 신고를 받았다. 곧바로 A씨 자택으로 출동한 경찰은 강제로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A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경찰은 A씨가 심리적 불안증세를 보이고 있어 자살예방센터 직원, 케어경찰관 등을 대동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했다. 경찰은 A씨가 안정을 되찾는 대로 자세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사형 9시간 전 집행중지된 美사형수, 결국 자살로 생 마감

    사형 9시간 전 집행중지된 美사형수, 결국 자살로 생 마감

    자신을 빨리 죽게해달라고 호소했던 사형수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AP통신 등 외신은 네바다주 교도소에서 수감 중이던 사형수 스콧 레이먼드 도지어(48)가 독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네바다주 교정국에 따르면 사건이 벌어진 것은 지난 5일로, 이날 오후 4시 35분 경 도지어는 자신이 머물던 독방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됐다. 지난 2007년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도지어는 지난해 현지 뉴스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큰 관심을 모았다. 사형이 집행되기 불과 9시간 전 법원 판결로 형집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당시 제약사인 알보젠은 네바다주 교정국을 상대로 자사의 미다졸람 제품을 약물 주입형 사형에 사용하지 말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이를 법원이 받아들였다. 이 판결에 따라 도지어의 형집행은 잠정 중단됐다. 이 사건이 언론의 더 큰 관심을 모은 것은 역설적으로 정작 당사자인 도지어는 사형집행을 강력하게 원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곧 타의에 의해 원하지 않은 판결이 내려진 셈이다. 도지어는 당시 인터뷰에서 “교도소에서의 삶은 삶이 아니다”라며 “날 죽이겠다고 한다면 그렇게 해달라”며 빠른 형 집행을 위해 모든 항소를 포기했었다. 한편 도지어는 2002년 라스베이거스에서 한 남성을 토막살해한 혐의와 2005년 한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최종 사형을 선고받았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성폭행 주장 자살한 30대 부부, 1·2심 뒤집고 가해자 유죄

    30대 부부가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며 자살한 사건과 관련해 1·2심에서 성폭행 부분을 무죄 받은 남자가 파기환송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형사8부(전지원 부장)는 7일 박모(39)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강간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4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은 수사에서 법정까지 구체적이고 일관되지만 피고인은 수사에서 성관계를 부인하다 뒤늦게 인정하는 등 납득하기 힘든 진술을 하고 있다”며 “1·2심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되고 증명력이 떨어진다’며 무죄로 판단한 것은 자유심증주의 오해, 채증법칙 위반 등이 영향을 미친 잘못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30년 지기 친구가 출국한 틈을 이용해 그의 아내를 성폭행하고도 피해회복 조치 없이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는 노력이 없기 때문에 엄벌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폭력조직원인 박씨는 2017년 4월 충남 계룡시의 한 모텔에서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남편과 자녀들에게 위해를 가할 것처럼 협박해 친구의 아내인 A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폭력조직 후배들이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폭행한 혐의도 있었다. 1심은 2017년 11월 폭행 혐의만 유죄로 보고 징역 1년6월을 선고하고 A씨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5월 2심도 “성폭행을 했다는 사정을 찾아볼 수 없어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원심을 인정할 만하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A씨의 증언에 신빙성이 있다며 성폭행 부분을 항소심 재판부에 돌려보냈다. A씨 부부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지난해 3월 전북 무주의 캠핑장에서 동반 자살했다. 부부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살한지 10개월 만에 인정된 것이다. 부부는 유서에 ‘친구의 아내를 탐하려고 모사를 꾸민 당신의 비열하고 추악함’ ‘죽어서도 끝까지 복수하겠다’ 등의 내용을 남겼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