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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우 서울시의원, ‘2020 청소년희망대상’ 수상

    김경우 서울시의원, ‘2020 청소년희망대상’ 수상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김경우 의원(더불어민주당, 동작2)은 지난 12월 한국청소년재단이 주최·주관한 ‘2020 청소년희망대상’을 수상했다. ‘2020 청소년희망대상’은 청소년의 교육 및 복지 증진과 청소년의 전반적인 삶 개선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한국청소년재단은 청소년희망대상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친 후 2020년 11월 9일부터 12월 7일까지 청소년 1000인의 온라인 투표를 통해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특수학교 전문 상담교사 배치 부족 문제, 발달장애아동 치료지원 바우처 사용 불편 등의 개선을 촉구하고, 학교 통학로 및 노후·방치된 학교 시설물의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등 청소년의 복지증진과 교육 환경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또한 서울시립청소년시설장과의 간담회를 통해 청소년시설이 겪는 어려움과 발전방안을 고민하고, 청소년 자살예방 전문가 콘퍼런스(청소년이 찾은 해답, 서울시에서 방향을 찾다)를 개최해 청소년 자살예방 관련 전담기관의 필요성, 자살예방 프로그램 개발, 자살예방 교육의 필요성, 자살예방을 위한 중장기 발전 방안 등을 제안했다. 끝으로 김 의원은 “청소년 1000명이 직접 투표로 선정했기 때문에 청소년희망대상 수상이 더욱 뜻깊게 느껴진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청소년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 청소년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지난달 사망 英 모델 스텔라 테넌트 “극단 선택” 가족이 확인

    지난달 사망 英 모델 스텔라 테넌트 “극단 선택” 가족이 확인

    쉰 번째 생일 닷새 뒤인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난 영국 패션모델 스텔라 테넌트가 “한동안 좋지 않은” 시기를 보낸 뒤 극단을 선택한 것이라고 가족들이 확인했다. 가족들은 “딸이 살아갈 수 없다고 느낀 것에 대해 깊은 슬픔과 절망을 느낀다”면서 “동정과 지지의 메시지가 쏟아진 데 대해 감사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딸이 “가까운 친구와 좋은 친구들이 존경하던 아름다운 영혼이었다”며 창의성과 지적이며 유머로 많은 이들을 감명시킨 센스있고 재능 많은 여인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스텔라를 잃은 가족들이 사생활을 계속 보호해줄 것을 가슴으로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BBC는 이를 전하며 가족이라고 표현했는데 일부 매체는 부모들이라며 이름까지 박았다. 1970년 런던에서 태어난 고인은 귀족적인 용모로 큰 인기를 끌었다. 스물두 살이던 1993년 보그 영국판에 화보가 실리면서 이름을 알려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 장 폴 고르티에와 함께 작업했다. 1998년 캣워크에서 은퇴했지만 나중에 복귀했다. 빨리빨리 유행을 바꾸는 ‘패스트 패션’이 환경에 폐해를 끼친다며 에너지를 절감하고 옷 낭비를 줄이는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프랑스 태생 사진작가 데이비드 라스넷과 1999년 결혼해 네 자녀를 뒀는데 지난해 이혼했다고 발표했다. 폴 매카트니의 딸이자 디자이너인 스텔라 매카트니, 빅토리아 베컴, 동료 모델 나오미 캠벨 등이 추모의 글을 잇따라 올렸다. 캠벨은 “모든 면에서 품위가 있었다”고 애도했고, 빅토리아 베컴은 “믿을 수 없는 재능이었다”고 돌아봤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오성홍기 아래 잊혀진 공민들

    오성홍기 아래 잊혀진 공민들

    민간중국/조문영 외 12인 지음/책과함께/360쪽/1만 8000원 1978년 개방개혁 이후 부단한 노력으로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나라가 됐다. 그러나 국가 주도의 강력한 계획 경제 추진으로 옛 질서들은 와해됐고, ‘하나의 중국’ 정책에도 내부는 여전히 요동친다. 격변의 역사를 위인들의 서사로만 읽어내기엔 무리가 있다. 그래서 ‘민간중국´은 현대 중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조명해 중국의 속살을 캐낸다. 문화인류학자 13명이 지난 20여년 동안 중국에서 현지 조사하거나 장기 교류하며 만난 개인과 가족, 지역 주민의 이야기를 풀었다. 중국인들의 삶을 관통하는 단어는 ‘공산당’이 아닌 ‘자본주의’다.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2004년 만난 푸순 지역 노동자 가족이 이런 사례다. 대학원생 리핑의 아버지는 과거 홍위병이었지만, 구조조정에 따라 국영기업에서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나앉은 ‘시아깡’이 됐다. ‘직책에서 내려오다’라는 의미의 시아깡은 사회주의 체제에서 금기시하는 ‘실업’의 다른 표현이다. 국가에서 버림받은 이들은 가족을 중심으로 고난을 극복한다. 살던 집은 월세를 벌려고 내놓고, 자신들은 친척들과 뭉쳐 산다. 시장에선 작은 가판을 운영한다. 국가가 삶을 보장할 수 없게 된 사회에서 가장 확실한 생존 전략은 자녀 교육이었다. 칭화대 경제학과 대학원에 들어가면서 가족의 영웅이 된 리핑은 베이징에 정착한 뒤 사촌 여동생 양양의 일자리를 알선한다. 조 교수가 2011년에 다시 만난 양양은 예쁘게 화장하고 쇼핑몰을 놀러다니던 철부지가 아니었다. 리핑의 인맥으로 베이징의 한 부동산 회사에 취업해 흙먼지 휘날리는 공사 현장 한편에 마련된 컨테이너에서 살고, 야간대학을 다니며 미래를 꿈꾼다. ‘개방개혁의 1번지’ 선전시의 변화는 자본주의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듯하다. 개방개혁 이전의 선전은 남쪽 변경에 있는 인구 3만명의 한적한 어촌이었다. 중앙 정부는 1980년 별다른 경제적 지원 없이 선전에 ‘자율권’만 줬다. 선전은 ‘홍콩식 자본주의’를 배워 가며 4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 1만배 상승이라는 기적을 일궜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절반은 중국, 나머지는 홍콩에 속한 선전 뤄팡촌의 촌장 천톈러는 개발 반대론자들이 “자본주의가 좋으냐, 사회주의가 좋으냐”고 따지자 “인민 생활이 좋아지면 우리는 국가와 제도를 옹호할 것”이라고 답한다. 그러나 선전의 화려한 발전 뒤에는 폭스콘 노동자의 잇따른 투신자살 사건, 그리고 ‘기회의 땅’에서 밀려난 이들의 근근한 삶이 있다. 빌딩으로 둘러싸인 미개발촌 ‘성중촌’ 세입자들은 순식간에 길거리로 내몰린다. 작품을 팔 수 없는 이슬람 회족 예술가, 주먹 출신의 성공한 조선족, 관광지 개발에 따른 마을 이전에 반대하는 다이족 노인들의 삶에서는 소수민족의 애환을 읽을 수 있다. 한족을 제외한 55개 민족이 무려 1억명을 넘지만, 이들은 여전히 ‘소수민족’일 뿐이다. 격변기를 살아온 이들에게 국가의 의미는 희미해졌다. 중화인민공화국의 ‘공민’이라는 분명한 정체성 대신 제목인 ‘민간’으로 이들을 에두른 것은 이런 이유다. 이들에게 국가는 이제 어떤 존재일까. 가족, 민족, 계층, 젠더, 세대, 지역, 국경 등 다양한 층위를 가로지르는 삶의 조각보를 들여다보면, 중국에 관한 이해의 깊이도 깊어질 것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누가 17살 고교생 민우를 죽였나 [강주리 기자의 K파일]

    누가 17살 고교생 민우를 죽였나 [강주리 기자의 K파일]

    보육원서 ‘홀로서기’ 1년 앞둔 고교생 투신아동복지법상 만 18세면 보육원 퇴소해야대학 진학·장애 등 특정 사유시 연장 가능연평균 퇴소자 2500명 중 절반은 18살“퇴소 시점 못 박지 말고 준비 기간 줘야”“전문위탁제 활성 시급, 당국 관심 필수”“퇴소 후 원하면 돌아올 수 있는 기회 줘야”“저기 높이가 얼마나 될까.” 민우(가명)는 보육원에서 멀지 않은 한 건물을 바라보며 지인에게 물었다. 그리고 며칠 뒤 이 건물 옥상에 섰다. 구호용 매트리스가 깔리고 있었지만 민우는 기다리지 않고 허공에 몸을 던졌다. 작은 상자에 갓난아기로 담겨 보육원에 온 지 열일곱 해 만이었다. 마지막 순간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누가, 무엇이 민우를 죽게 했을까. “부모 없는 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 조울증에 코로나 시기 겹쳐 상태 악화 올해 보육원 퇴소 법적 나이 도달 지난달 28일 광주 남구의 한 건물 옥상에서 ‘홀로서기’를 준비 중이던 고교생 민우가 투신해 목숨을 잃었다. “자유롭고 싶다”며 본인이 나가길 원했고 자립교육도 받았다고 보육원 측은 전했지만, 조울증을 앓았던 민우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등교마저 중단된 지난해 수차례 자해를 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8~9월, 10~11월 두 차례 병원 입원까지 한 것으로 광주 남부경찰서 등 관계기관 조사 결과 7일 확인됐다. 아동복지법(16조)상 보육원 청소년은 만 18세가 되면 보호 기간이 종료된다. 남구청은 “올해 18살인 민우는 4개월 뒤 퇴소할 수 있지만 고교 졸업을 감안해 1년 뒤인 내년 4월 퇴소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보육원 측은 “자립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복지 전문가들은 “보호 종료를 앞둔 아이들은 의지할 데가 없어 ‘애정 결핍’ 정도가 매우 커진다”면서 “자립교육을 받았다 해도 형식적으로 참여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우는 최근 주변에 “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하며 부모가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매년 1300명, 18살에 홀로서기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보호 종료로 인해 아동양육시설(281개)을 퇴소하는 인원은 연평균 2500명에 이른다. 2019년에도 2587명이 퇴소했다. 대학 진학, 장애 등 사유가 있으면 연장이 가능하지만 이 중 절반 정도인 1300명은 연장 없이 18살에 퇴소해 사회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퇴소 연령 상향 조정에 대해 “보호는 단기보호, 원가족 복귀를 지향한다”면서 “퇴소 시기 아동들은 사실 청소년보호체계로 넘어가야 하나 시스템이 미흡해 아동복지법 내 머무는 것으로 20대 중반까지 연장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보호가 종료되면 자립정착금 500만원과 3년간 자립수당 월 30만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임대주택 등 주거지원 등을 받는다. 후원자가 있으면 후원액 만큼 정부가 매칭 지원(최대 5만원)해주는 디딤씨앗통장(아동발달지원계좌·CDA)도 받을 수 있다. “자립정착금, 돌연 부모 나타나 강탈”사기 당해 범죄 빠지는 경우 비일비재 사회 무관심·당국 소극행정·코로나 삼중고 잘해 내는 이들도 있지만, 계약 사기로 정착금을 날리고 비행과 범죄로 빠져드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돌연 부모가 나타나 지원금을 강탈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추적 조사가 매우 필요하지만 ‘감시 받는다’는 우려에 당사자 동의를 받기가 어려워 현황 파악조차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아동복지법 38조·42조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이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대상아동의 퇴소 이후 자립 지원을 위해 주거·생활·교육·취업 등과 자산 형성·관리를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해 보호 종료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국상담심리학회와 연계해 심리상담을 강화하고 주거지원통합서비스를 마련해 사례관리사를 통한 아동 일대일 지원에도 나섰지만, 예산당국과 지자체의 소극적인 집행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효과는 미미한 상태다. 정치·사회적 관심도 낮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을 위한 출산장려책 못지않게 부모에게서 외면 받는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이미 소중한 목숨을 갖고 태어나 생활하고 있는 수많은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해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지방이양사업 특성상 지자체의 관심과 적극 행정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우울증·학대피해 등 세심히 돌봐줄 전문 가족위탁제 활성화 해야” 민우처럼 심리치료가 절실한 청소년의 경우 전문 가족위탁제를 활성화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민우의 죽음은 당연히 자립문제와 연결돼 있다”면서 “특히 심리 상태가 불안정하고 약한 아이일수록 생활 환경 자체가 치료 환경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행정편의적으로 정보 없이 사회로 내몰리거나 퇴소 불안을 겪지 않도록 우울증·학대피해 아동 등을 세심하게 돌봐 줄 전문 가족위탁제를 실질적으로 활성화하고 퇴소 후에도 본인 희망 시 다시 보육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청소년을 성인처럼 다뤄서는 안 돼”“충분한 유예기간·상시 상담 가능해야” “집 계약서 작성 등 실질적인 교육 필요”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살은 계속해서 사인을 보낸다”면서 “치료를 받겠다고 의지를 밝혔던 민우는 더더욱 살릴 수 있는 아이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굉장히 불안한 시기의 청소년들은 아직 사회에 나갈 준비가 안 되어 있고 실제 성인처럼 다뤄져서는 곤란하다”면서 “부모가 있는 가정에서 성장한 학생들도 대학 졸업 후 곧바로 경제적 독립이 어렵고 취업·결혼이 늦어지면서 홀로서기가 힘든데 보육원에서 성장한 요보호 아동이나 청소년의 경우는 부담이 더욱 커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보호종료시기의 청소년들은 일반 가정의 청소년들보다 심리적으로 위약한 상태이고 개인차도 매우 커서 좀더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퇴소 시기를 과감히 없애거나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유예기간을 주고 집 계약서 작성 등 현실에 맞는 실질적인 교육과 법률 지원, 상시 상담 시스템을 통해 고립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호 종료 아동이 자립 교육이나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도록 아동권리보장원에서는 ‘찾아가는 자립교육’과 ‘사이버 자립교육’을 운용해 지원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인 카카오톡에서는 ‘아동자립지원’이라고 치면 채널 구독을 통해 정보를 접할 수 있다. 복지부는 다른 부처와의 연계성을 높인 자립지원 모바일앱 ‘자립정보온’을 지난해 개발해 이달 초부터 서비스한다. 스마트폰 앱에서 다운로드 받으면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호종료 아동 멘토링 프로그램인 ‘바람개비 서포터즈’를 신청하면 심리 상담도 할 수 있고 먼저 홀로서기에 나선 선배들로부터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생활 정보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주리 기자의 K파일은 강주리 기자의 이니셜 ‘K’와 대한민국의 ‘K’에서 따온 것으로 국내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다룬 취재파일입니다. 주변의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사까지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온라인 서울신문에서 볼 수 있습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문소영 칼럼] ‘초심’을 돌아봐야 한다

    [문소영 칼럼] ‘초심’을 돌아봐야 한다

    “나는 진작에 전향했다.” 늙은 작가는 낙담한 얼굴을 마른 손바닥으로 쓸어 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지난해 11월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6가지의 이유로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하겠다고 밝힌 뒤 20일 가까이 법무부는 압박하고, 윤 총장은 저항하는 모양이 일일연속극 찍듯 하던 시절이라 “검찰개혁의 명분도 흩어지고, 이러다 다들 문 정부에서 마음이 떠나겠다”고 하자, 그는 비장한 어투로 그리 말했다. “전향할 곳도 없는데…”라고 덧붙이며 말끝을 흐렸다. “지난해 대통령이 ‘조국에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을 때지, 아마! 나는 문재인 정부는 아주 다를 줄 알았다. 조국이 불법까지는 아니더라도 편법을 써서 애들을 진학시키는 등 청문회에서 특권층의 반칙과 비상식을 보여 줘 국민 마음이 다쳤잖아. 문 대통령은 그 다친 마음을 쓰다듬을 것이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똑같은 거 같더라고.” 작가는 또 이제 80에 가까워지는 탓에 대지 100평의 단독주택을 팔고 서울 시내 아파트로 들어가 보려고 했더니, 40평대의 아파트 가격을 도저히 맞출 수 없다고. 2017년 문 정부 출범을 적극 지지했던 그는 조국 사태를 지나면서 마음에 상처를 입었고, 아파트값 폭등에 또 힘들어했다. 그는 딸이 운동권 출신의 사윗감을 데려왔을 때 ‘작가적 양심’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혈육의 안위’를 지킬 것인지를 고심하다가 “사랑의 끝에는 사랑이 있지”라며 작가적 양심의 승리를 선언했지만, 이제 그 마음이 어디에 자리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이 늙은 작가처럼 문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으나 갈 곳을 잃은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2016년 10월에 시작된 ‘촛불집회’에 최소 한두 번은 참석하며, ‘최순실 국정농단’을 응징하여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겠다고 다짐하던 사람들이었다. 4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촛불정부’ 문재인 정부가 무엇을 했는가 자문하고 있다. 서울신문이 현대리서치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12월 28~30일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 결과 10명 중 6명 가까운 사람들이 ‘촛불정신을 계승 못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런 여론은 한국일보·한국리서치의 신년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54.6%였다. 최근 대통령 국정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30대 후반의 낮은 지지율이 재차 확인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현 정부 지지 세력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이 있다. 촛불정부의 시작은 ‘운동권 진보만’ 똘똘 뭉치지 않았다. 2016년 12월 10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을 때 찬성표 234표 중에는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 소속이면서도 ‘대통령 박근혜 탄핵소추안’에 찬성한 국회의원이 62명이 있었다. 찬성표의 26.5%나 된다. 이들이 현재는 독자적 정치세력이 못 된 채 흩어지고 일부는 국민의힘으로 흡수됐으나, 흔히 ‘건전보수’ 또는 ‘중도보수’는 진보세력 등과 힘을 합쳐서 새 정부를 세웠다. 직접적으로 말해서 이들을 반대세력으로 돌려세워서는 국정 운영을 원활하게 할 수 없다는 의미다.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지난 1년간 추 장관이 윤 총장과 갈등하며 압박해 얻은 것은 무엇인가. 국가도 개인처럼 한정된 자원을 잘 배분하는 게 중요하다. 코로나19 국난으로 모든 국민이 과잉 스트레스에 노출된 상황에서 블랙홀처럼 ‘추ㆍ윤 갈등’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면 필수불가결한 분야의 자원 배분은 제한되기 마련이다.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16개월 된 아이 정인이 사건으로 연초부터 당정이 불난 호떡집같이 소란스러우나 이 사건이 처음 언론에 노출된 시점은 지난해 11월 중순이었다. 주요 언론 중 사설로 다룬 매체는 서울신문(11월 13일자)과 경향신문(11월 14일자)뿐이다. 어찌 보면 어젠다 설정에서 정치권도 언론도 실패한 것인데, 그 원인 중 하나는 추ㆍ윤 갈등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탓에 정인이나 코로나19로 생활고로 자살하는 가족들, 택배 물량에 치여 과로사하는 특수고용노동자들, 산재 사망에 내몰리는 건설노동자들 옆에서 ‘힘을 주는 정치’가 사라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른바 ‘진보정권’이라면 최소한 이 시기에 한국사회가 후퇴한다고 인식하게 해서는 안 된다. 정권 획득의 목적이 무엇이었나 지금이라도 되돌아보고 새 각오를 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등 꼭 필요한 입법을 해야 한다. 180석을 낭비하지 말자. symun@seoul.co.kr
  • 남인순 해명에 여성단체 분노 “피해자 등지고 박원순 보살핀 배신자”

    남인순 해명에 여성단체 분노 “피해자 등지고 박원순 보살핀 배신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 전날 서울시 젠더특보와 통화해 성추행 관련 고발 사건을 알렸다는 의혹을 받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통화는 했지만, 피소 사실을 유출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남 의원의 해명에 박 시장 피해자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재련 변호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런 뜻인가? 음주후 운전은 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닙니다”란 것이냐고 지적했다. 또 “담배는 피웠지만 담배연기는 1도 마시지 않았습니다”란 뜻이냐고 물었다. 검찰의 수사발표로 피해자와 여성단체의 법적 대응에 대한 사실을 사전에 박 시장 측에 알린 사람이 남 의원이라고 밝혀졌으나 연락두절 상태이다가 6일 만에 입을 열어 통화는 했지만, 유출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김 변호사는 “고소장이 완료된 상태에서 7월 7일 중앙지검 검사에게 전화해 8일 면담을 하기로 약속을 잡은 직후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님께 고소예정임을 알리며 지원요청을 했다”면서 “상담소 지원요청도 피해자와 미리 상의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7월 8일 남 의원이 자신의 보좌관을 지낸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와 통화했고 다음날인 9일 박 전 시장이 사망했는데 피소사실을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어 “피소예정과 피소는 다르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지난 7월 김 변호사는 7월 8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하기 하루 전인 7일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조사부 부장에 연락하고 면담을 요청하자, 피고소인이 누구인지 확인해야 면담을 검토할 수 있다고 해서 피고소인을 밝혔다고 당시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이어 8일 부장검사 면담을 피해자와 하기로 약속했는데 전날 저녁 부장검사가 연락와 ‘본인 일정 때문에 8일 면담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남 의원이 ‘불미스러운 일이 있느냐’면서 임 젠더특보에게 전화를 건 것은 8일 오후 2시 28분이며, 고소장이 서울청에 접수된 것은 8일 오후 4시 30분쯤이다.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6일 성명서를 내고 “유출무죄를 주장하는 남인순 의원은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전고지는 인정하는가”라며 “여성계를 배신한 남인순 의원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여성정치네트워크 측은 “피해자는 사력을 다해 유사한 피해를 받아온 여성들의 편에서 선 변호인과 여성단체의 지원을 받으며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을 위해 첫 발을 떼었지만, 국가 시스템의 문턱을 넘기도 전에 소위 ‘박원순 사람들’ 즉, 인맥이라는 밧줄에 꽁꽁 묶이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이야말로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하고 다시 피해받지 않을 수 있는 전기가 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의 피해지원 요청을 받은 한국여성단체연합의 김영순 상임대표는 남 의원에게 사건을 알리고, 남 의원은 자신의 보좌관 출신인 서울시젠더특보인 임순영에게 사건을 사전 고지시켜 가해자가 사건을 인지하고 증거를 인멸할 기회를 주었다고 성명서는 주장했다. 또 가해자의 증거 인멸의 최후 수단은 가해자의 사망이라고 부연했다. 성명서는 ‘시장 직을 걸고 대응’하겠다던 박 시장은 ‘파고를 넘을 수 없어’ 자살했다고, 검찰 조사 결과 밝혀진 휴대전화 증거분석 내용을 인용했다. 성명서는 남 의원이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부르고, 박 시장 사망 당시 민주당 여성 최고위원을 맡은 상황에서 차기 지명직 최고위원 두 명도 전원 여성으로 하자고 제안했다고 지적했다. 성명서는 “피해 여성을 피해호소인이라 애써 호명하며 남성 가해자에게 조력하는 국회의원이 여성들에게 무슨 쓸모가 있으랴”라고 한탄하며 “성폭력 피해자를 등지고 남성 가해자의 안위를 보살폈던 배신자로 기록되기 전에 국회의원 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별거 중인 남편이 신고” 수원 세 모녀 숨진 채 발견(종합)

    “별거 중인 남편이 신고” 수원 세 모녀 숨진 채 발견(종합)

    수원 한 아파트서 흉기에 찔려 숨져함께 발견된 친정어머니도 위중한 상태가정불화에 따른 극단적 선택 추정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4일 오후 7시 15분쯤 수원시 장안구 한 아파트 거실에서 A(43)씨와 그의 두 딸(13세, 5세)이 흉기에 찔려 숨져 있는 것을 남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흉기에 찔린 상태로 함께 발견된 A씨의 어머니 B(65)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지만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선 A씨와 B씨가 남긴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B씨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두 딸도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씨 등이 남긴 유서와 A씨 남편의 진술 등을 토대로 가정불화에 따른 극단적 선택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별거 중인 남편이 짐을 가지러 왔다가 이들을 발견해 신고했다”면서 “유서 내용으로 볼 때 가정불화가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현장에서 범죄 혐의점은 확인되지 않았고 A씨 가족과 관련해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 신고도 접수된 이력이 없다”며 “수사가 진행 중이라 자세한 사항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경찰, 이낙연 측근 사망사건 내사종결…“타살 혐의 없어”

    경찰, 이낙연 측근 사망사건 내사종결…“타살 혐의 없어”

    경찰이 지난 12월 3일 숨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부실장 이모씨(54)의 사망사건을 “타살 혐의점이 없다”며 내사 종결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수사 과정에서 타살 혐의점은 없었다”며 이씨의 사망사건을 지난달 말 내사 종결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은 이씨의 사망 현장감식 결과, 휴대폰과 수첩 및 지갑이 발견됐으나 유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또 “수사 과정에서 타살이라고 볼 수 있는 흔적이 없었다. 부검은 유족이 원하지 않아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의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문자, 사진파일과 인근 폐쇄회로(CC)TV, 유족들의 증언을 조사해 사건 당일 이씨의 행적을 추적했다. 다만 경찰은 이씨 휴대전화에 대해 통신 영장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아 기각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3일 오후 9시15분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후생관 인근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이씨는 4·15총선에서 서울 종로구 후보로 출마한 이 대표 선거사무실 복합기 대여료 76만원을 옵티머스자산운용 관계사 트러스트올로부터 지원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된 2명 중 한 명이다. 이씨는 아울러 옵티머스 로비스트 4인방 중 한명인 김모씨가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의 지시를 받고 이낙연 대표의 서울 사무실에 소파 등 약 1000만원 상당의 가구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관련된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사망 전날인 지난달 2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에 변호인과 함께 출석해 오후 6시30분쯤까지 조사를 받았고, 저녁식사 후 조사를 재개하기로 했지만 이후 소재가 확인되지 않았다가 다음날 주검으로 발견됐다. 한편 이씨는 이 대표가 국회의원,전남도지사를 지낼 때 보좌했던 핵심 참모로 꼽힌다. 지난 2014년 전남지사 선거 민주당 경선 때 후보로 나선 이 대표측의 수천만원 당비 대납에 연루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바 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달콤한 인생’ 다시 볼까

    ‘달콤한 인생’ 다시 볼까

    예술영화 전용관 아트나인이 월례 기획전 ‘영화관주의! 2021년 다시, 영화관’을 시작한다. 첫 기획으로 이탈리아 영화 황금기였던 1960~1980년대 대표작 4편을 이달 매주 1편씩 상영한다. 우선 5일에는 이탈리아 영화를 전 세계에 알린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달콤한 인생’(1960)으로 문을 연다. 삼류 신문사에서 가십 기사를 쓰는 마르셀로는 클럽을 전전하며 술과 여자로 인생을 보내는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절친한 친구 스타이너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실의에 빠진다. 삶의 가치와 의미에 관해 회의를 품는 주인공을 잘 묘사해 제13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사실적인 현실에서 몽상적인 세계까지 다양한 영상 언어로 구사한 감독의 영화들은 돌체앤가바나를 비롯한 수많은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12일에는 네오리얼리즘의 거장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의 ‘해바라기’(1970)를 상영한다. 12일 동안의 짧은 신혼 생활 후 안토니오는 입영 통지를 받고 시베리아 전선으로 떠난다. 안토니오의 전사 통지를 받은 아내 조반나가 러시아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이탈리아 대표 배우 소피아 로렌이 조반나 역을 맡아 해바라기처럼 한 남자를 그리워하는 여인의 절절함을 훌륭하게 연기해 세계적인 배우로 떠올랐다. 19일에는 19세기 후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귀족의 속물주의와 배신을 다룬 영화 ‘순수한 사람들’(1976)이 관객을 찾는다. 유부남 툴리오는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와 놀아나고, 그의 부인은 젊은 소설가와 정을 통한다. 삶과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보여 주는 작품이다.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이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소설 ‘무고한 존재’를 영화화했다. 26일에는 이탈리아 모더니즘의 거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여성의 정체’(1982)를 상영한다. 이혼한 영화감독 니콜로가 여배우를 찾다가 고혹적인 여인 마비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으로, 제35회 칸국제영화제 35주년 특별기념상을 받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1등급, 1등급, 1등급… ‘가장 안전한 도시’ 광진

    1등급, 1등급, 1등급… ‘가장 안전한 도시’ 광진

    서울 광진구가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0년 지역안전지수’ 중 화재·생활안전·감염병 3개 분야에서 1등급을 획득해 가장 안전한 도시로 평가받았다고 4일 밝혔다. 지역안전지수는 행안부가 매년 전국 자치단체의 안전수준을 평가해 발표하는 수치다. 화재·교통사고·범죄·생활안전·자살·감염병 등 6가지 분야로 나뉘어 1~5등급이 부여된다. 특히 구는 행안부가 지역안전지수를 공표하기 시작한 2015년부터 5년 연속 4등급으로 평가받았던 범죄 분야에서 처음으로 한 등급 상승한 3등급을 획득하는 성과를 이뤘다. 이번 등급 상승은 범죄예방디자인사업, 안심 거울길 조성, 1인 여성가구 안심주거 물품 지원 등 다양한 정책 추진을 통해 구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치안환경을 조성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또한 서울시 범죄 발생현황 통계를 분석한 결과 광진구는 최근 5년간(2015~2019) 서울시 자치구 중 5대 범죄가 가장 많이 줄어든 구로 나타났다. 구는 내년 상반기까지 15개 전 동을 대상으로 범죄로부터 더욱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구축하고, 환경을 정비해 범죄를 예방하는 환경설계기법인 셉테드(CPTED) 기법을 도입할 예정이다. 김선갑 광진구청장은 “안전한 환경은 삶을 뒷받침하는 기본적인 전제로, 이번 성과는 우리 구의 노력이 결실을 이룬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앞으로도 구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2.5단계 피로감, 더 커진 양극화… 취약층 경제·심리방역 급하다”

    “2.5단계 피로감, 더 커진 양극화… 취약층 경제·심리방역 급하다”

    지난해보다도 극심한 ‘코로나 블루(우울)’가 올해 마음건강을 덮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활동이 장기간 제한되고 사회계층별 양극화까지 심화하면서 불안과 우울, 분노 수준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방역 수위가 높아지며 시설 폐업이 잇따르고 헬스장을 운영하던 50대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생존권이 위협받으면서 방역에 불복하는 이들도 생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2년째를 맞는 올해 경제적·심리적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핀셋 경제·심리방역’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영문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은 4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자살은 되레 약간의 회복 기미가 있을 때 발생한다”며 “코로나19 충격파가 가장 컸던 지난해보다 회복기에 들어설 올해 자살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살 예방 상담전화(1393) 통화건수는 2019년 8월 6468건에서 지난해 8월 1만 7012건으로 1년 새 2.6배 늘었고,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은 2018년 4.7%에서 지난해 5월과 9월 10.1%와 13.8%로 각각 급증했다. 통상 재난 초기에는 ‘맞서서 잘 이겨내자’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다 같이 어려우니 상대적 박탈감도 덜하다. 그러나 코로나19 2년째에 접어들며 경제가 조금씩 회복될 때 자신만 제자리라면 가까스로 지켜오던 심리적 방어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에 고소득층인 소득 4~5분위 가구의 근로·사업소득은 전년 같은 달보다 3.6~4.4% 감소하는 데 그친 반면 저소득층인 1분위 가구 소득은 17.2%나 감소하는 등 격차가 확대됐다. 코로나19의 충격이 저소득층에 집중돼 양극화가 고착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저소득층의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다. 우석훈 성결대 교수는 핀셋 심리방역을 해야 할 위험 계층으로 ‘20대·여성·장기실직·1인가구’를 꼽았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0’을 보면 코로나19로 고용이 가장 크게 감소한 계층은 여성, 20대 이하, 임시직 근로자였다. 우 교수는 “고립과 실직 등 정신건강 위험 요소가 겹친다면 자살이 증가하는 등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도 지난해 말 ‘코로나19 대응 자살예방 강화대책’을 마련했다. 염민섭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정신건강 지원 인력을 늘리고 영상상담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심층상담이 필요한 분들도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하려면 자영업자에 대한 심리방역에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 불복 등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이 계속되면 극단적 선택 등 또 다른 비극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정부가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 심리지원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서비스를 적극 연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英 법원, ‘위키리크스’ 설립자 어산지 미국 송환 불허

    英 법원, ‘위키리크스’ 설립자 어산지 미국 송환 불허

    영국 런던 중앙형사법원이 ‘위키리크스’를 설립해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를 폭로하고 영국 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줄리언 어산지(49)를 미국으로 송환시키지 않기로 4일(현지시간) 결정했다. 재판부는 또 어산지 석방을 명령했다. 미국 정부는 항소해 어산지에 대한 범죄인 인도 송환 소송을 계속할 방침이다. 호주 출신인 어산지는 2010~2011년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문서, 미국 국무부 외교 기밀문서를 위키리크스에 공개, 방첩법 위반 등 18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은 어산지가 미 육군 정보분석 요원이던 첼시 매닝과 공모해 기밀 정보를 빼냈고, 위키리크스 때문에 미국 정보원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어산지는 매닝과의 공모 혐의를 부인하고, 미국 정보원들이 위험에 빠진 증거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위키리크스 폭로 뒤 어산지는 영국 주재 에콰도르대사관에서 7년간 도피생활을 하다가 2019년 4월 영국 경찰에 체포돼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미국은 2003년 영국과 맺은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어산지를 미국으로 송환 요청하는 소송을 영국 법원에 제기했다. 그러나 이날 법원이 “어산지를 송환할 경우 그가 자살할 위험이 있다”며 미국의 청구를 기각함에 따라 그의 송환 관련 절차는 장기화될 예정이다. 앞서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국경없는기자회 등은 어산지를 체포하고 송환 절차를 밟게 하는 조치들이 언론자유 침해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라임 의혹’ 윤갑근 전 고검장 딸, 극단적 선택 시도로 중상

    ‘라임 의혹’ 윤갑근 전 고검장 딸, 극단적 선택 시도로 중상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와 관련한 로비를 벌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국민의힘 충북도당 위원장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의 딸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다 중상을 입었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58분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모 아파트에서 윤 전 고검장 딸 A씨(29)가 7층에서 1층으로 뛰어내렸다. 투신 전 의심신고를 받고 오전 5시 33분경 출동한 119구급대는 아파트 밑에 에어매트를 설치했다. 하지만 A씨는 추락 과정에서 나무와 차량 보닛 등에 부딪히면서 에어매트 옆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곧바로 충북대병원으로 옮겨졌고, 머리와 다리 등을 크게 다쳤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응급 치료 후 의식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남은 가족을 잘 부탁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에 따르면 A씨는 최근 구속된 윤 전 고검장의 처지를 걱정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윤 전 고검장 구속 후 교도소 이메일을 통해 “보고 싶다”, “같이 살자” 등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윤 전 고검장은 지난달 2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윤 전 고검장은 만기가 도래한 라임 펀드의 재판매를 우리은행장에게 청탁하는 대가로 2억원대 자문료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자폭 테러 美 내슈빌 추락 소동…25층서 뛰어내린 투숙객들 (영상)

    자폭 테러 美 내슈빌 추락 소동…25층서 뛰어내린 투숙객들 (영상)

    크리스마스 자폭 테러로 뒤숭숭한 내슈빌에서 추락 소동이 벌어져 주민들이 또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3일(현지시간) CNN은 테네시 주 내슈빌의 한 호텔 투숙객 두 명이 낙하산을 매고 옥상에서 뛰어내려 혼란을 빚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1일 밤 내슈빌 그랜드하얏트호텔 투숙객 두 명이 25층 옥상 난간에 올라섰다. 각각 회색과 빨간색 배낭을 멘 남성 두 명은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거침없이 난간에서 뛰어내렸다. 이를 본 다른 손님들은 놀라 비명을 질러댔다. 크리스마스였던 지난 25일 호텔과 멀지 않은 장소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한 터라 공포가 더했다. 내슈빌 경찰국은 보고서에서 “호텔 옥상 바에서 투숙객 두 명이 뛰어내리자 바에 있던 손님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당시 현장을 촬영한 영상에는 뛰어내리지 말라는 일부 목격자의 만류와 공포에 질린 다른 손님들의 아우성이 담겨 있다.난간에서 뛰어내린 남성들은 곧 낙하산을 펼치고 안전하게 지상에 착지, 건너편 주차장으로 가 미리 준비한 차를 타고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들은 모두 호텔 투숙객으로 확인됐으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호텔 측은 “사건 이후 지역 경찰과 즉시 협력했으며, 해당 투숙객 두 명은 강제 퇴거 조치했다. 호텔 출입도 금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런 무모한 행동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이다. 투숙객들은 ‘베이스점핑’의 일환으로 호텔 옥상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베이스점핑은 건물이나 절벽, 교량 등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낙하산으로 착지하는 익스트림 스포츠다. 극한의 짜릿한 만큼이나 많은 위험을 수반하는 익스트림 스포츠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종목으로 꼽힌다. 곳곳에 장애물이 있어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스카이다이빙보다 사고 가능성도 크다.지난해 11월 부산 해운대 고층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렸다가 입건된 러시아 남성들도 베이스점핑 스포츠맨들이었다. 높이 413m, 101층짜리 부산 엘시티 건물을 노리고 원정 온 이들은 하루 간격으로 40층과 42층 건물에 무단으로 침입해 뛰어내렸다가 붙잡혔다. 2018년 중국 최고층 건물인 높이 518m ‘차이나준’ 옥상에서 활강해 구류 10일의 처벌을 받은 전력도 있다. 한편 내슈빌에서는 지난달 25일 인터넷기술자 출신 앤서니 퀸 워너(63)가 자신의 캠핑용 차량을 터뜨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다른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차량이 터진 장소가 미국의 대표 통신사 AT&T 전화교환국 옆이라 5G 이동통신망 공격설이 대두됐다. 하지만 수사 당국은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단독] 지속가능 의료체계… 공공성 강화로 키워야

    [단독] 지속가능 의료체계… 공공성 강화로 키워야

    “정부가 책임을 민간에게만 떠넘기는 의료체계는 결국 지역별 의료 양극화, 대형병원 독과점, 과잉진료와 중복검사로 이어질 뿐입니다. 코로나19 시대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는 공공의료 강화와 민간의료시장의 공공성 강화에서 나옵니다.” 김윤(54) 서울대 의대 교수는 3일 서울신문과의 신년인터뷰에서 “공공병원 자체의 규모를 키워 전체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공공병상 비중을 키워야 한다”면서 “국립대병원이 공공의료에서 핵심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이렇게 강조했다.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포용사회분과 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6개월에 걸쳐 코로나19 겨울철 대유행에 대비한 병상과 인력 동원체계 보고서를 만들었는데도 청와대가 이를 묵살해 버렸다”면서 “청와대에서 우리 보고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코로나19 겨울철 유행에 대비한 병상 동원체계 구축 방안을 연구한 계기는. “정책기획위원회 차원에서 지난 3월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대구·경북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을 겪으면서 코로나19 대응의 핵심인 병상과 인력 확보를 위한 실천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문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종구 전 질병관리본부장이 연구를 총괄했고 보건의료체계, 감염, 재난, 백신, 총괄기획 등 5개 분과로 구성해 50~60명이 달라붙어 보고서를 만들었다. 그 가운데 내가 맡은 보건의료체계분과는 병상과 인력 확보를 포함한 의료체계 대응에 관한 것에 주력했다.” -청와대는 어떤 반응이었나. “8월에 청와대에 보고했다. 먼저 김연명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에게, 그다음에 김상조 정책실장에게 보고했다. 그사이 광화문집회로 인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김 실장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잘 알았다. 대통령께 보고할 자리를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그 뒤로 아무 소식이 없었다. 결국 보고서를 발간도 못 하고 지금껏 묵혀만 놓고 있다. 정부 대응을 봐서는 대통령께 보고를 안 했을 것 같다. 당시 청와대에서 우리 보고에 더 신경 썼더라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 많이 아쉽다.” -보고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나. “코로나19 대규모 감염에 대비해 민간병상 동원과 의료인력 확보를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1660명 규모로 2개월 지속된다고 보면 확진자 규모가 10만명까지 올라간다. 그런 상황에서는 민간병원의 격리병상 40%를 동원하지 않으면 대응이 불가능하다. 그걸 위한 투자와 인력교육, 공조체계, 설득과 보상 등을 담았다. 결국 보건의료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만 코로나19에 맞설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는 적극적이나 병상 확보에는 소극적인데. “거리두기는 확진자를 줄이는 데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부족한 병상 동원능력을 국민의 희생과 헌신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결국 국가의 방역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방식이다. 거리두기로 확진자 증가 추세를 늦추면서 동시에 신속하게 병상과 인력을 확충해야 했는데 시스템을 고칠 생각은 않고 거리두기만 강조하니 결국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큰 비용을 치르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소상공인이나 비정규직, 실업자들에게 제대로 보상을 해 주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 학력차, 돌봄공백, 자살, 가정폭력 등 거리두기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사회적 불평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국민들이 거리두기를 할 여력도 고갈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최근 민간병상 동원에 나섰다. 보고서에 담겼던 것이 뒤늦게라도 반영된 것인가. “상황이 급하니 땜질하는 수준이다. 하루 확진자가 1000명 나오니 몇 주나 걸려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 1%를 동원한다는데 그럼 2000명 발생하면 2% 내놓으라고 할 건가. 현재 상태는 요양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와도 병상이 부족해 병원으로 옮기기도 벅차다.” -K방역의 초기 성공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 문 대통령은 공공의료 확대 강화를 수차례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실제 정부 움직임은 반대로 가고 있다. 대통령이 병상 동원체계 마련을 지시했는데 청와대에서 대통령에게 보고도 안 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문 정부 인사들은 여전히 개발국가시대 패러다임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 같다. 한국판 뉴딜만 봐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공공병원을 짓는 계획은 하나도 없다. 민간병상을 동원하는 데 필요한 몇천억 원을 아끼려다 결국 수십조 원을 날려 먹는 것이다. 단순 경제 논리로만 따져도 실패다.” -지속가능한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제언은. “수십 년 동안 의료전달체계를 민간에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그 결과는 지역별 의료 양극화와 대형병원 독과점, 과잉진료와 중복검사다. 병상과 장비는 공급 과잉인데 제대로 쓸 수 없고 인력은 공급 부족이다. 감염병 대응은 언감생심이다. 지속가능한 의료체계가 되려면 공공의료 비중을 확대하고 민간의료시장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공공병원 자체 규모를 키워 전체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공공병상 비중을 키워야 한다. 일단 올해는 사실상 민간병원처럼 움직이는 국립대병원이 공공의료에서 핵심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새해 첫날 헬스장서 관장 숨진 채 발견…“업계 곡소리 난다”

    새해 첫날 헬스장서 관장 숨진 채 발견…“업계 곡소리 난다”

    50대, 자신이 운영하던 헬스장서 발견가족에 메모 남겨…극단적 선택 추정헬스장 운영자 커뮤니티 추모글 잇따라 대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던 50대가 새해 첫날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헬스장 운영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영업 제한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긴 부작용이라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3일 대구소방본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6시 40분쯤 대구 한 헬스장에서 관장 A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란 내용의 메모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타살 등 범죄 혐의점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인을 수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헬스장 운영자가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고인을 추모하는 취지의 글이 퍼지고 있다. 한 회원은 “신천지 때문에 두 달 문 닫고 너무 힘들었다”며 “이제 좀 살 만하나 했더니 헬스업계 곡소리 난다”고 썼다. 이어 “이게 현실이고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지난해 2월에는 왜 대구만 이렇게 힘들어해야 하는지 억울했는데 이제 전국적 불행이다”라고 호소했다. 회원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 피해를 호소하며 고인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현재 대구지역 사회적 거리두기는 2단계이지만, 지난달 24일부터 연말연시 방역강화 대책 시행으로 실내체육시설 이용 인원이 제한되고 오후 9시 이후 운영이 금지됐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단독] 코로나19 겨울철 대유행 대비계획, 청와대가 묵살했다

    [단독] 코로나19 겨울철 대유행 대비계획, 청와대가 묵살했다

    “정부가 책임을 민간에게만 떠넘기는 의료체계는 결국 지역별 의료 양극화, 대형병원 독과점, 과잉진료와 중복검사로 이어질 뿐입니다. 코로나19 시대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는 공공의료 강화와 민간의료시장의 공공성 강화에서 나옵니다.” 김윤(사진·54) 서울대 의대 교수는 3일 서울신문과의 신년인터뷰에서 “공공병원 자체의 규모를 키워 전체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공공병상 비중을 키워야 한다”면서 “국립대병원이 공공의료에서 핵심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포용사회분과 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6개월에 걸쳐 코로나19 겨울철 대유행에 대비한 병상과 인력 동원체계 보고서를 만들었는데도 청와대가 이를 묵살해 버렸다”면서 “청와대에서 우리 보고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코로나19 겨울철 유행에 대비한 병상 동원체계 구축 방안을 연구한 계기는. “정책기획위원회 차원에서 지난 3월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대구·경북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을 겪으면서 코로나19 대응의 핵심인 병상과 인력 확보를 위한 실천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문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종구 전 질병관리본부장이 연구를 총괄했고 보건의료체계, 감염, 재난, 백신, 총괄기획 등 5개 분과로 구성해 50~60명이 달라붙어 보고서를 만들었다. 그 가운데 내가 맡은 보건의료체계분과는 병상과 인력 확보를 포함한 의료체계 대응에 관한 것에 주력했다.” -청와대는 어떤 반응이었나. “8월에 청와대에 보고했다. 먼저 김연명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에게, 그다음에 김상조 정책실장에게 보고했다. 그사이 광화문집회로 인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김 실장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잘 알았다. 대통령께 보고할 자리를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그 뒤로 아무 소식이 없었다. 결국 보고서를 발간도 못 하고 지금껏 묵혀만 놓고 있다. 정부 대응을 봐서는 대통령께 보고를 안 했을 것 같다. 당시 청와대에서 우리 보고에 더 신경 썼더라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 많이 아쉽다.” -보고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나. “코로나19 대규모 감염에 대비해 민간병상 동원과 의료인력 확보를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1660명 규모로 2개월 지속된다고 보면 확진자 규모가 10만명까지 올라간다. 그런 상황에서는 민간병원의 격리병상 40%를 동원하지 않으면 대응이 불가능하다. 그걸 위한 투자와 인력교육, 공조체계, 설득과 보상 등을 담았다. 결국 보건의료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만 코로나19에 맞설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는 적극적이나 병상 확보에는 소극적인데. “거리두기는 확진자를 줄이는 데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부족한 병상 동원능력을 국민의 희생과 헌신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결국 국가의 방역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방식이다. 거리두기로 확진자 증가 추세를 늦추면서 동시에 신속하게 병상과 인력을 확충해야 했는데 시스템을 고칠 생각은 않고 거리두기만 강조하니 결국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큰 비용을 치르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소상공인이나 비정규직, 실업자들에게 제대로 보상을 해 주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 학력차, 돌봄공백, 자살, 가정폭력 등 거리두기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사회적 불평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국민들이 거리두기를 할 여력도 고갈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최근 민간병상 동원에 나섰다. 보고서에 담겼던 것이 뒤늦게라도 반영된 것인가. “상황이 급하니 땜질하는 수준이다. 하루 확진자가 1000명 나오니 몇 주나 걸려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 1%를 동원한다는데 그럼 2000명 발생하면 2% 내놓으라고 할 건가. 현재 상태는 요양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와도 병상이 부족해 병원으로 옮기기도 벅차다.” -K방역의 초기 성공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 문 대통령은 공공의료 확대 강화를 수차례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실제 정부 움직임은 반대로 가고 있다. 대통령이 병상 동원체계 마련을 지시했는데 청와대에서 대통령에게 보고도 안 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문 정부 인사들은 여전히 개발국가시대 패러다임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 같다. 한국판 뉴딜만 봐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공공병원을 짓는 계획은 하나도 없다. 민간병상을 동원하는 데 필요한 몇천억 원을 아끼려다 결국 수십조 원을 날려 먹는 것이다. 단순 경제 논리로만 따져도 실패다.” -지속가능한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제언은. “수십 년 동안 의료전달체계를 민간에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그 결과는 지역별 의료 양극화와 대형병원 독과점, 과잉진료와 중복검사다. 병상과 장비는 공급 과잉인데 제대로 쓸 수 없고 인력은 공급 부족이다. 감염병 대응은 언감생심이다. 지속가능한 의료체계가 되려면 공공의료 비중을 확대하고 민간의료시장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공공병원 자체 규모를 키워 전체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공공병상 비중을 키워야 한다. 일단 올해는 사실상 민간병원처럼 움직이는 국립대병원이 공공의료에서 핵심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블랙(ABOUT THE DARK)/우솔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블랙(ABOUT THE DARK)/우솔미

    등장인물 수용 29세/ 벽을 허무는 집주인 이리 30세/벽을 허무는 집주인의 친구옥형(노파) 88세/벽이 허물어지는 집 아랫집 거주자 때2017년 어느 가을 곳수용의 집 무대 벽이 있다. 벽의 좁은 면이 관객을 향하고 있다. 벽을 가운데 두고 하수로 붉은 조명, 상수로는 햇살 같은 밝은 조명. 붉은 조명은 빌라 주민들이 삼삼오오 돈을 모아 만든 ‘특수학교 설립 반대’ 현수막의 붉은 천에 빛이 투과된 것이다. 무대 뒤쪽, 현관문이 벽과 같은 방향으로 있고 문과 이어지는 계단은 불투명한 박스와 닿는다. 박스는 사람 하나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옥형의 집이다. 옥형은 수용의 집 아래층에 사는 노파이지만, 우리가 만드는 것이 무대이니만큼 상상력을 발휘하여 수용의 집보다 위에 있다고 약속하자. 공업용 마스크를 낀 수용 하수 등장. 낡은 후드와 트레이닝 바지 차림의 수용은 어딘가 무기력해 보이지만 분무기와 김장비닐을 든 손에는 비장함이 은근하게 뿜어져 나온다. 수용, 비닐을 바닥에 깐다. 아주 꼼꼼히. 그사이 이리, 상수 등장. 붉은 천을 허리와 목에 두르고 양손에 커다란 망치를 하나씩 끌고 온다. 옆이 트인 롱스커트 사이로 보이는 다리와 팔뚝의 타투들과 붉은 천, 망치의 조화는 길거리 행위 예술가를 연상시킨다. 이리 (붉은 방을 둘러보며 기운을 한껏 느껴본다) 느껴져. 느껴져, 느껴져! 느낌이 팍! 온다, 와. 수용 … 이리 딱이야, 딱. 아주 먹고 죽기 딱이야. (손을 까딱거리며 허공에서 술잔을 넘긴다) 뭐랄까, 아주 옥보단스러워. 수용 일조권을 침해받는 참혹한 현장이야. 전혀 옥보단스럽지 않아. 이리 하루만 빌려줘라. 네가 우리 집에 가서 자. 수용 얼마 줄 건데. 이리 얘 봐라. 무슨 돈을 달래. 서울 살더니 양아치 다 됐다. 수용 나 원래 서울에서 태어났는데? 이리 서울시장은 뿌듯하겠어. 서울시민이 이렇게 우정보다 돈이 먼저인 양아치라서. 수용 (가만히 생각에 빠져든다) 뿌듯하기보다는 머리 아프지 않을까. 네 말대로 서울에 살면 돈만 밝히는 양아치가 되면, 서울시민은 곧 양아치란 말인데. 이 많은 양아치들을 다 관리하려면 시장은 최고의 양아치가 해야겠네. 이리 하여튼. 또 이상하게 진지해지지. 으, 진지충. 헛소리는 됐고, 하루만 빌려줘. 수용 (마스크를 하나 주며) 네 룸메 코 골아서 싫어. 이리 오랜만에 나비랑 오붓하게 시간 좀 보내 보자. 수용 나비? 이리 말 안 했나. 애인. 뉴 원. 수용 그새? 울고불고할 땐 언제고. 체력도 좋다. 이리 능력이 좋은 거지. 수용, 비닐을 다 깔고 일어서는데 비틀 이리 (곰곰이) 체력도 좋긴 해야겠다. 하여튼, 진짜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하루만 빌려줘. 어? 알겠지? 수용 너 오늘 우리 집에 왜 왔어? 이리 네가 오라며 새끼야. 수용 내가 왜 오라고 했어? 이리 하, 진짜 장난치나. (가만 돌이켜보다 손에 망치를 보고) 아… 벽…! 수용 그래, 오늘이면 옥보단도 안녕인데. 뭘 자꾸 빌려 달래. 수용, 마스크를 끼고 벽 앞에 선다. 이리 진짜 하게? 수용, 이리에게 마스크 하나를 주고 망치 하나를 받는다. 심호흡. 수용, 벽을 내리친다. 엄청난 진동과 소음 그리고 뿌옇게 이는 먼지. 삭막함이 감돈다. 수용, 다시 벽을 내리치려는데 이리 말린다. 이리 야, 잠깐만. 수용 왜? 이리 아니, 아랫집에서 올라오겠어. 진동이 장난 아닌데? 수용 아랫집만 올라 오냐. 엄청 커다란 직사각형 박스 하나에 벽을 댄 게 다인데. 다 쫓아오겠지. 이리 그냥 저번처럼 해. (몸에 두르고 있던 붉은 천을 흔들며) 두 번 했는데 세 번은 쉽지. 수용 세 번짼 수선비를 청구하겠대. 이리 얼만데, 얼마면 되는데. 누나가 해결해 줄게. 멀쩡한 벽을 허무는 것보다는 수선비가 낫지 않냐. 수용 빛 없이 사는 삶을 네가 알아? 숲세권 남향에 사는 네가 빛이 없어서 사람이 바싹바싹 말라가는 기분을 알 리가 없지. 머리랑 마음이 건조해지다 못해 바스러지는 기분이야. 이리 빛이 많아야 바싹바싹 마르지 없는데 왜 말라. 그냥 문을 열어 놓고 살던가. 수용 문이라는 건, 열고 닫으라고 있는 거야. 그게 문의 역할이지. 한 번 열면 언젠간 닫아야 제 역할을 다하는 거라고. 닫히지 않는 문은 문이 아니지. 그럴 바엔 없는 게 나아. 이리 그럼 창문을 만들자. 수용 (벽을 치며) 만들고 있잖아. 엄청 커다란. 창틀도 없고 유리판도 필요 없는 실용적인 창문. 이리 극단적인 놈. 수용 뭐든 확실한 게 좋잖아. 수용, 다시 벽을 허물기 시작 이리 어떻게 세상이 모 아니면 도, 흑 아니면 백으로 굴러가. 너 그거 강박이야. 괜히 바짝바짝 마르는 게 아니라고. 그래도 뭐 마른 장작이 잘 탄다더라. (쿵) 수용 이렇게 살다 죽겠지 뭐. 이리 무모한 놈. (쿵) 수용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나는 자살할 것 같아. 이리 또 데드타임! 웬일로 그냥 넘어가나 했다. 수용 데드타임? 이리 그래, 너 죽는다는 소리 하는 거. 수용 왜 사람들은 이름 짓길 좋아할까. 이리 언젠 병에 걸려 죽을 것 같다며. 수용 엄밀히 말하면 병이긴 하지. 내 죽음의 원인은 내 안에 우울이니까. 있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이 세상에 있대. 말이 돼?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세상을 그렇게 살아질 수가 있는 건가. 이리 오늘은 아니지? 수용 뭐가? 이리 데드타임. 수용 오늘은 벽을 허물어야지. 그때, 관리실 방송. 수용과 이리, 방송이 나오는 천장을 가만 본다. 방송 아아, 관리실에서 알려드립니다. 잠시 후 2시부터 특수학교 설립 반대 관련 7차 회의가 있을 예정입니다. 회의 후 시위가 바로 시작되니 참석을 희망하시는 모든 주민들은 2시, 아니 정정하겠습니다. 1시 50분까지 늦지 않게 관리실로…. 수용 다 저기 가느라 벽이 무너지는지, 빌라가 무너지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신경도 안 써. 그러니까 오늘 끝내야 돼. 수용, 다시 망치질을 시작하고 이리, 소음과 먼지 속에서 분무기로 물을 뿌려 먼지를 잠재운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이리, 수용의 얼굴에 물을 뿌린다. 수용 야! 이리 바싹바싹 마른다길래. 그때, 무대에 노파 등장. 노파가 있는 곳은 수용과 이리가 있는 공간과 다른 공간. 지팡이를 짚고 느린 걸음으로 나오는 노파는 명절에 자식이 사준 듯한 빳빳한 꽃무늬 재킷에 펑퍼짐한 배바지를 입고 낡은 크로스백을 맨 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무대를 둘러 계단으로 향한다. 이리 (창밖을 보다) 야, 근데 저기에 아랫집 할머니는 없는 것 같다? 수용 네가 아랫집을 알아? 이리 오다가다 몇 번. 그 할머니가 좀 인상적이잖아. 정제되지 않은 순수함이 있다고 해야 되나? 직설적이면서 약간 자기 방어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게 꽤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았겠다 싶지. 괜히 과거를 상상하게 만들잖아. 수용 순수는 무슨. 그냥 괴팍한 할머니야. 아는 것도 없으면서 아는 척만 하는 딱 옛날 사람. 이리 와우. 노인 혐오야? 수용 무슨 내가 그런 몰상식한 사람이야? 이건 정당한 혐오야. 이리 (웃음이 터진다) 세상에 정당한 혐오도 있어? 수용, 상의를 걷어 올리자 시퍼런 멍이 배에 크게 있다. 이리 그래, 언젠가 너 맞을 것 같더라. 수용 야. 이리 누구야, 누가 이랬어. 남의 집 귀한 자식을…. 왜 맞고 다니냐 너는, 속상하게. 수용 정제되지 않은 순수함을 갖고 계신 분. 이리 할머니한테? 이게 할머니가 만든 멍이라고? 수용 어. 이리 역시 호기심을 자극한다니까. 아니 그렇잖아. 지팡이에 겨우 의지해서 걷는 할머니가… 또 네가 싹수없게 굴었지. 수용 내 싸가지도 가릴 건 가려. 이리 근데 진짜 왜 그런 건데? 수용 이름 석 자 부탁한 대가야. 이리, 한쪽에 놓인 빈 서명지를 들어 본다. 이리 자가인가? 수용 뭐? 이리 아니, 그 정도로 반대하는 거 보면. 강경한 표현이잖아. 수용 강경한 정도가 아니라 말 그대로 폭력적이지. 이리 너무 텅 비었다. 나라도 서명 해줄까? 학교 설립 찬성해. 수용 너는 우리 구민이 아니라서 소용없어. 빌라 주민들의 소란스러운 소리. 장애학교 반대 시위가 시작됐다. 이리 서명이라는 게 굉장히 순수한 방식이야. 동시에 직설적이기도 해. 굉장히 너답다. 수용 내가 순수하고 직설적이라고? 이리 나 이사 올까? 그럼 나도 지역구민 되잖아. 수용 됐어. 이리 나도 해본 말이다 뭐. 수용 불편과 불만을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을 해야 해소되는 건 맞지. 그게 옳은 방향이야. 하지만… 그 사람들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지만, 과연 옳은 방향인가 의문을 던질 수는 있잖아. 저 사람들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어떻게 확신하고 있는 거지. 저 확신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건데. 나는 그게 무지라고 생각해. 그사이, 노파 집 앞에 도착해 가방을 뒤지고 깜빡깜빡하는 현관 비밀번호를 적어 놓은 노트를 찾는다. 이옥형이라 커다랗게 적힌 노트를 꺼내는데 노트 사이에서 날이 시퍼런 과도가 뚝! 떨어진다. 떨어진 건 작은 과도지만 운석이 떨어진 듯한 소리와 진동이 무대를 흔든다. 수용과 이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래로 향하고 잠시 사이. 노파가 과도를 주워 넣는 그사이, 무대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 노파 천천히 과도를 집어넣고 비밀번호를 확인하곤 집으로 들어간다. 밖에 소리가 무대를 환기하고 이리 (창밖을 보곤) 열정적이네. 그래도 생각해 보면 너무 비난만 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해. (수용의 시선을 느끼고) 야, 레이저 나오겠다. 분명히 말하는데 옹호하는 거 아니야. 그냥 공감능력을 지닌 인간으로서 감정이입을 해보자는 거지. 사실 그렇잖아. 누가 좋아해, 동네에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말도 있고. 수용 부동산이 떨어진다는 실질적인 증거는 어디에도 없어. 집값이 떨어진다는 가설은 무지에서 시작된 삐뚤어진 믿음이야. 수용, 망치질을 시작한다. 이리 그래 좋아, 뭐가 됐든. 그 믿음이 아틀라스처럼 세상을 지탱하고 있잖아. 저 자리가 원래 학교 부지란 이유 말고 다른 이유는 뭔데. 학군 빵빵한 동네가 지하철로 네 정거장만 가면 되잖아. 그렇게 멀지도 않아. 공사부지 맞은편은 곱창에 포차, 막걸리 온갖 술집이 줄 서 있더만. 워싱턴 노래방 간판이 애들 하굣길을 밝혀 주겠지. 이 동네보다는 그 동네가 백 번 나아. 안 그래? 수용 …. 이리 기시감 들지 않아? 수용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이리 한국전쟁 이후 국가적으로 밀고 있는 꽤 전통적인 방식인데. 그놈의 낙수효과야말로 삐뚤어진 믿음 아니야? 이게 진짜 먹힐 거라고 생각하는 뿌리 깊은 믿음. 네 말대로 무지에서 비롯된 거지. 될 놈만 건지고 나머지는 버리겠다는 걸 그럴듯하게 이름 붙여서 포장을 해요. 항상 그럴듯해 보이는 게 사람 눈 돌아가게 만들잖아. 난 그놈의 낙수효과가 대한민국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해. 수용 가부장제의 근본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이리 야 너. 짜식, 평소에 내 말을 아주 허투루 듣는 건 아니었구나. 수용 그럼. 귀는 문이 아니잖아. 닫히질 않아. 이리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수용 가끔은 닫혔으면 좋겠지만…. 이리 삐뚤어진 세상을 바로잡는 건 중요해. 근데 이 망할 놈의 세상은 밑 빠진 독이라서 어딘가는 새게 되어 있잖아. 수용 왜 날 봐. 계속해. 이리 성장이 제1의 명분이 되는 시대는 흘러가고 있어. 이젠 희생의 이유도 살펴봐야 할 때가 왔다는 거지. 최소한의 납득과 보상은 있어야 한다는 말이야. 수용 애들만으로는 부족한 거야? 이리 뭐가? 수용 아이들이 배울 곳이 필요하다. 이걸로는 최소한의 납득과 보상으로 부족해? 이리 무엇보다 중요하지 수용 꼭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더라도 인류애적인 충만함을, 정신적인 보상을 얻을 수도 있어. 안 그래? 이리 …. 수용 왜 아무 말도 안 해? 이리 것도 능력이야. 한 번에 양쪽을. 수용 양쪽을 뭐. 이리 아냐. (쿵) 이리 하여튼 지금은 어떤 이유도 저 사람들한텐 먹히지 않을 수도 있어. (쿵) 이리 (밖을 보며) 한껏 쫄아 있으니까. 나는 저 사람들의 확신이 무지에서 나온 게 아니라 이번에도 버려질 거란 공포에서 나왔다고 봐. (쿵) 수용 시끄럽지? 수용, 음악을 튼다. life is killing - type O negative 수용 소음에는 락이지. 소음은 음악소리에 묻히고 뿌연 먼지 사이로 둘, 망치질. 벽을 타고 온 진동이 노파의 아크릴 박스를 사정없이 흔든다. 노파, 공포에 질린 비명이 락에 묻히고 노파의 사정과는 별개로 망치질을 하는 수용과 이리의 모습은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등록금 인상에 반대 시위를 하는 프랑스 청년들의 모습과 겹쳐 보이기도 하고 어느 삭막한 공사장의 인부 같아 보이기도 하다. 일순간 음악이 멈추고 노파가 있는 불투명 박스에 조명 노파 아주 발광을 허네! 수용, 노래를 멈춘다. 이리 왜? 수용 뭐라고 하지 않았어? 이리 아니. 수용 (귀를 파며) 아닌가. 이리 살살해, 스윙에 감정이 실렸다. 누구 생각해? 수용 여럿 (쾅) 생각하지. 이리, 분무기로 먼지를 잠재운다. 수용 사람들이 타격감에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잖아. 복싱이나 야구공 치는 것처럼. 아무래도 난 때리고 (쾅) 던지고 (쾅) 치고 박으면서 (쾅) 스트레스 푸는 거엔, 적합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수용, 손목을 턴다. 이리 (덥다. 옷을 펄럭) 너도 참, 손목 아프단 말을 장황하게 한다. 수용 (보곤) 옷 빌려줄까? 이리 아니, 됐어. 수용 먼지 엄청 붙었네. 이리 블랙이 적나라하지. 수용 하나 가져다줄게. 이리 아냐, 됐어. 수용 아냐 가져다줄게. 이리 아니 괜찮아. 수용 불편해 보여. 가져다줄게. 이리 진짜 괜찮다고. 수용 나도 진짜 괜찮아. 이리 아니. 괜찮다니까? 수용 왜 화를 내. 이리 화를 낸 게 아니라. 됐다고 했는데 못 알아들으니까. 크게 얘기 해준 거지. 수용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이리 남자들 종족 특성이야? 왜 노를 못 알아듣지? 강요하지 마. 수용 내가 언제 강요를 했다고 그래. 이리 방금. 수용 그냥 물어본 거잖아. 불편해 보이니까. 이리 필요 없다고 분명히 말했잖아. 일곱 번째로 말해줄게. 됐어. 필요 없어. 난 이 옷이 좋아. 불편하든 더러워지든 이미 나랑 한몸이라고. 네가 신경 쓸 거 아니란 거지. 알겠어? 수용 그래. 그럼. 이리, 망치질 이리 넌. 매사에 모든 걸 통제해야 속이 시원해? 왜 그래? (쾅) 이리 무지에서 나온 삐뚤어진 믿음? 웃기네. 야, 이름 짓기 좋아하는 건 나보다 네가 더해. 벽을 마구 치며 쏟아낼 대로 쏟아낸 이리, 숨을 고르고 이내 머쓱해진다. 수용 …. 이리 야. 미안하다. 수용 …. 이리 미안하다고. 수용 어. 이리 된 거지? 수용 …. 이리 미안해. 너도 알잖아. 내가 한 번씩 예민해지는 거. 수용 한 번씩이 아니잖아. 항상 예민해. 이리 항상은 아니지. 수용 맞아. 그리고 네가 알아둬야 할 게 있는데, 나도 너 못지않게 예민해. 난 화장실에 앉아서도 생각하는 걸 멈출 수 없어. 잘 때도 먹을 때도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서 미쳐버릴 것 같아. 어쩌면 이미 미쳐버린 걸지도 모르지. 차라리 미쳐버렸으면 좋겠다 싶어. 그게 더 확실하잖아. 어중간하게 미쳐 있는 것보단 명백한 환자가 되는 게 낫지. 이리 무슨 그런 말이 있냐. 수용 나는 그렇다고. 정상도 아니고 비정상도 아닌 경계에 서서 가랑이가 찢어질 것 같은 기분을 네가 알아? 이리 알지. 내가 여자 좋아하는 걸 알았을 때 그랬지. 수용 … 말이 나와서 말인데. 어머니한테 커밍아웃 언제 할 거야? 이리 갑자기 그 말이 왜 나와? 확실한 건 네 인생만,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수용 말이 나올 만하니까 하는 거야. 성 서방 밥은 잘 먹고 다녀? 불쑥불쑥 연락 올 때마다 무시도 못하고 답장도 못하고 얼마나 난감한 줄 알아? 3년이야. 이사 도와준 대가가 이렇게 부담스럽고 죄책감 드는 건 줄 알았음 도와 달라고도 안 했지. 커밍아웃을 하느냐 마느냐는 네 선택이지만 나까지 죄책감 들게 만들지는 말아 주라. 이리 … 말을 하지 그랬냐. 둘 다 입 꾹 다물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수용 나는 그렇다 쳐도 너희 어머니는 아니었을걸. 네가 보기에 내가 무모하고 강박적으로 보이겠지만 내가 볼 때 넌 무책임하게 도망만 다니는 걸로 보여. 시간은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아. 그냥 유예시킬 뿐이지. 편한 선택은 그만할 때도 됐잖아? 이리 내가 편하게 사는 것 같아? 수용 최소한 네 멋대로 사는 걸로는 보여. 이리 진짜 멋대로 사는 게 누군데. 세상이 어떻게 모 아니면 도로 돌아가. 불가능한 걸 바라면서 이게 왜 불가능하지 왜 이렇게 안 되지, 사람들이 왜 서명을 안 해 주지. 하루라도 징징거리는 걸 멈추고 저 사람들이 왜 저러는지 궁금해하긴 해봤어? 아니지. 네가 생각할 때 저 사람들은 나쁜 사람이니까. 안 그래? 그렇게 결론지었잖아. 왜? 그게 쉽고 편하니까. 수용 그래! 맞아! 왜냐고? 누구나 배울 권리가 있으니까! 이리 정신적 보상 같은 소리하고 있네! 누가 아니래? 수용 아니라잖아! 그러니까 저러지. 수용과 이리 사이에 침묵이 잠시 흐른다. 이리 내 말 듣긴 했니? 수용 내 귀는 문이 아니니까. 이리 칸트도 너보단 융통성 있을 거야. 알지 칸트? 골방에 틀어박혀서 글만 쓰던 외톨이. 제발 사람 좀 만나. 글로 배우지 말고. 그러다가 너도 청혼 승낙만 7년 고민하는 수가 있어. 결혼해야 하는 이유 354가지,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350가지 쓰면서. 수용 … 내내 날 그렇게 생각했어? 이리 언제부터 내 생각이 중요했냐. 넌 너 이외의 사람들은 다 멍청하고 덜떨어졌다고 생각하잖아. 수용 내가 언제. 이리 자신을 한 번 돌아봐. 수용 … 그만 가주라. 이리 왜 도와 달라며. 아, 그래서 불렀니? 옛말에 무식한 놈이 힘세다고 이런 일엔 내가 나서야지. 수용 됐어, 가. 네 도움 필요 없어. 이리 정말? 수용 그래. 이리 후회 안 하지? 수용 그래! 정말 진짜로 필요 없어. 이리 그래 그럼! 이리, 돌아갈 채비 하는데 초인종 소리. 수용, 현관으로 가(계단의 문이 아닌 객석을 향해) 손님을 확인하는데 이리 간다 수용, 이리를 잡고 숨을 죽인다. 이리 왜? 문 두드리는 소리 이리 놔. 수용 (속삭이듯) 아랫집. 이리 이런 게 자승자박이란 거다. 이리, 문으로 향하고 수용 어디 가. 이리 가라며. 수용 할머니 가면 가. 이리 벽은 허물면서 저깟 문은 하나 못 여냐. 수용 그게 아니라. 손에 뭐가 있어. 이리 뭐? 수용 몰라. 뾰족하고 날카로운 걸 쥐고 있어. 송곳이나 드라이버 같아. 이리, 현관(객석을 향해)으로 가 보면 커다란 스크린에 할머니의 모습이 뜬다. 모니터로 보이는 노파는 인터폰 렌즈에 왜곡된 모습이다. 괴이하고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이리 진짜네…. 수용 잘못하다간 오늘 피 보겠어. 이리 피는 무슨. 수용 말했잖아 전형적인 옛날 사람이라고. 이리 나도 난데 너 너무 고정관념으로 뚤뚤 뭉친 거 아니냐. 그냥 할머니야.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라고. 수용 네가 안 맞아 봐서 그래! 이리 쫄았구만. 수용 … 얼마나 아픈데. 이리, 다시 현관으로 가 동태를 살피곤 이리 안 가시네…. 수용 그냥 없는 척하자. 층간소음에 살인도 난다잖아. 이리 그 난리를 쳤는데 없는 척이 돼? 수용 해보고 말해. 왜 안 해보고 그래? 이리 넌 이상한 데서 긍정적이다? 수용 넌 남 일에만 용기를 내잖아. 이리 그래, 알겠어. 집주인 마음대로 해. 말 그대로 집주인이 주인이니까. 이리, 가방을 대충 던지곤 의자에 털썩 앉는다. 가만 보던 수용은 멀찍이 떨어진 바닥에 앉는다. 이리 왜 바닥에 앉아? 수용 왜. 이리 지금 눈치 주냐. 수용 그건 무슨 피해망상이야. 이리 네가 나중에 또 뭐라고 할까 봐 그러지. 불만 있을 땐 말 안 하고 한참 지나서 말하잖아. 수용 내가 쌓아 두는 게 아니라 네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거지. 이리 실수가 실순지 어떻게 알아, 말을 안 하는데. 수용 어떻게 몰라? 이리 넌 아니? 수용 당연하지. 내가 네 입장이었으면. 이리 그런 가정은 하지 말자. 넌 내가 아니잖아. 나도 네가 아니고. 수용 상식에 대한 얘기야. 이리 이젠 내가 상식도 없다? 수용 (난감하지만 거짓말을 할 순 없지) 가끔. 이리 너한테 난 대체 뭐냐? 수용 친구. 이리 원래 친구한테 이래? 아님 나한테만 이래? 수용 내가 뭘…. 이리 방금! 수용 조용히 해. 이리 내가 상식이 없다며 아까는 정상 아니라고 하더니 넌 상식도 없고 정상도 아닌 애랑 왜 친구 하냐. 노파 (문 쿵쿵) 안에 없어? 있지? 수용 가끔 그렇다고. 왜 이렇게 발끈해? 나도 가끔은 상식 없이 굴어. 이리 정말 박수를 보낸다. 노파 있네. 문 좀 열어봐, 총각! 이리 저 할머니 말귀 어두운 거 맞아? 별로 크게 말 안 하는데 다 들어. 수용 그래 내가 미안하다. 미안해. 이리 아이고, 엎드려 절 받기다. 수용 그래, 그것도 내가 미안해. 이리 할머니 아니었음 절대 안 했을 말이지. 노파의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수용, 무릎을 꿇는다. 이리 뭐하냐? 수용 미안. 이리 일어나…! 수용이 일어나지 않자 이리도 같이 무릎 꿇고 이리 뭐 하자는 거야. 수용 네 방식대로 사과하잖아. 이리 이게 무슨 내 방식이야. 수용 날 감정적으로 굴복시키고 싶어 하잖아. 이리 날 그런 쓰레기로 봤어? 수용 내 사과를 사과로 인정하질 않잖아. 이리 그건 맞는데. 수용 그것 봐. 이리, 노파가 만들어 내는 소음과 수용의 행동에 머리가 터질 듯하다. 이리 나중에 하자. 제자리걸음이야. 차라리 저쪽을 선택할래. 수용, 이리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이리 뭐해…! 수용 가지 마. 이리 왜 이래, 얘가…! 수용 이대로 나갔다가 무슨 일을 당할 줄 알고! 이리 하지 마. 기분 되게 이상해. 두 사람 잠시 실랑이를 벌인다. 그 순간 노파의 문 두드리는 소리가 멈춘다. 두 사람 문을 가만 바라보고 노파, 집 안 소리를 듣기 위해 문에 귀를 대 본다. 이리 봐, 조용해졌어. 수용 안 갈 거지? 이리 어! 수용, 이리를 놓아 준다. 이리, 문으로 향하니 수용은 움찔거리고 이리 안 가! 이리, 문에 귀를 대 본다. 수용 (조심스레) 갔어? 이리 (속삭이며) 몰라. 노파 이봐! 이리, 화들짝 놀라 되돌아온다. 수용 거 봐. 이리 오늘 무슨 날이냐. 미치겠네. 벽하고 말하는 것 같아. 수용 나 말하는 거야? 이리 총체적으로 다. 노파, 문틈에 종이 한 장을 끼워 놓고 돌아간다. 수용 내가 벽이면, 나도 이렇게 부숴버릴 거야? 이리 부수는 건 네 아이디어잖아. 귀찮게 뭐 하러 그래. 나였음 그냥 이사 갔어. 수용 … 지금 절교 선언한 거야? 이리 아니. 뭐래 정말. 지금 벽 얘기하던 거 아니었어? 수용 그래, 벽 얘기하고 있었지. 네가 벽이랑 얘기하는 것 같다며. 이리 아니, 내가 말한 벽은 이 벽이고, 나라면 그냥 이사를 갔을 거라고! 네가 말한 벽은 그러니까 너고 네가 벽이라면 나는 이사를 가는 게 아니라, 그냥 문을 하나 내든가 창문을 하나 뚫든가 어? 뭐가 이렇게 어렵지. 울어? 이리, 적잖이 당황스럽다. (이쯤 노파는 자리를 뜨고) 수용 …. 이리 미안해. 수용 네가 왜 사과하는데? 이리 내가 남자 눈물에 약하잖아. 몰라, 그냥 튀어나왔어. 넌 왜 우는데. 무슨 일 있어? 오늘이 그날은 아니지? 아까 분명히 아니라고 했다? 수용 무슨 날. 이리 데드타임. 수용 아니야. 그냥…. 조기 갱년기 같아. 이리 이제 스물아홉이 웃기네. 수용 아예 가능성 없는 얘기는 아니지. 요즘 애들 사춘기 일찍 온다며. 아니면 비타민D 부족 우울증이든가. 모르겠어. 세상에 거대한 벽이 느껴져. 이리 세상에 혼자 남은 것 같고? 수용 너도 그래? 이리 생리 전 증후군이 딱 그래. 너도 정신적 생리하니? 수용 장난치지 마. (사이) 나는 그냥 햇빛을 보며 살고 싶어.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건가. 이리 내가 아까 했던 말은…. 수용 동구에 특수학교 설립이 2012년에 결정됐어. 근데 어떻게 된 줄 알아? 예정대로라면 올해 3월에 개교를 해야 했거든? 근데 아직 벽돌 한 장 못 얹었어. 여기는 그렇게 되면 안 되는데…. 희망이 안 보여…. 이리 희용소는 눈에 보이는 게 아니지. 수용 희용소? 이리 희망, 용기, 소망. 희용소. 수용 (한숨) 오늘은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마. 이리 장난치는 거 아냐. (잠시 생각을 고른다) 사랑이 눈에 보이니? 느끼는 거지. 사람을 움직이는 건 생각보다 사소해. 아주 작은 떨림이면 충분하거든? 나는 내가 처음 좋아했던 애를 떠올리면 지금도 손끝이 떨려. 심장은 말할 것도 없지. 여기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파동이니까. 내가 그 애랑 잘되지 않았다고 해서 걜 사랑하지 않게 되는 걸까? 내 첫사랑은 지독한 이성애자고 나는 더 지독한 레즈비언이라서 영원히 평행선에 설 수밖에 없지만, 걘 여전히 내 첫사랑이야. 결과가 본질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희망도 똑같아. 느끼는 거지. 수용 그러면 더 확실하네. 왜냐면 내가 요 근래 느끼고 있는 건 절망과 인류에 대한 혐오뿐이거든. 이리 진동을 만들고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네가 심장인가 보지, 네가 망치인 거야. 아까 망치질해 봐서 알잖아. 망치질하는 놈 손목은 아 나는 거라고. 그래서 네가 지금 힘들고 또 뭐냐, 절망과 인류에 대한 혐오를 느끼는 거야. 누군가는 네가 만든 진동을 느끼고 있어. 수용 … 희망사항이다. 이리 최소한 나는 느껴. 그러니까 너무 그러지 마. 이리, 수용의 곁으로 가 가만 안아 준다. 수용, 이리의 어깨에 머리를 가만 기댄다. 이리의 서툰 위로가 마음에 닿는다. 수용 내가 여자가 되면 날 사랑해 줄래? 이리 무슨 소리야. 수용 몰라, 그냥 튀어나왔어. 이리 난 널 사랑해. 네가 나에게 주는 스트레스와 삶의 충만함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어. 수용 스트레스는 알겠는데 삶의 충만함은 뭐야? 내가 너한테 그런 걸 줘? 이리 응. 수용 …. 수용, 쿵쾅쿵쾅 뛰는 심장을 느끼며 일어서 문으로 향한다. 이리 왜? 수용 좀 덥지 않아? 난 좀 덥네. 이리 열게? 수용 어. 열어드리게. 이리 이제 안 무서워? 수용 아니. 어. 아니. 내가 언제 무서워했다고 그러냐. 그냥, 혼란스러웠던 거지…. 가신 것 같기도 하고. 아직 계시면 나한테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걸 테니까…. 이리 갑자기 용감해졌네. 수용 도와주겠지 뭐…. 이리, 그런 수용을 보며 미소 짓고 수용, 머쓱하게 돌아서며 현관문(계단에 있는 문)을 연다. 무대 위 작은 무대, 노파는 종이 한 장을 날려 보낸다. 종이는 수용 앞으로 떨어진다. 특수학교 설립 찬성 서명서다. 이리 뭐가 적혀 있는데? 수용과 이리, 적힌 글을 보고 내가 배움이 짧아 글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알게 되어 늦게나마 표를 줍니다. 내 이름 석 자가 좋은 일에 쓰여 참 기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아프게 해서 미안합니다. 이웃사촌 김옥형. 옥형이 있는 아래를 본다. 글쓰기 연습을 하는 옥형의 모습에서 암전.
  • 한정수, 곽진영 회복 소식에 “너무 착한 사람인데... 누나 힘내요”

    한정수, 곽진영 회복 소식에 “너무 착한 사람인데... 누나 힘내요”

    배우 곽진영이 극단적 선택을 해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배우 한정수가 안타까움과 함께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31일 한정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누나 힘내요. 너무 너무 착한 사람인데. 곽진영 누나. 착한 사람”이라고 글을 올렸다. 글과 함께 올린 사진은 지난 SBS 예능 ‘불타는 청춘’에 출연한 곽진영의 모습이었다. 앞서 이날 한 매체는 곽진영이 지난 30일 김치 사업을 운영 중인 전라남도 여수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인근 병원 중환자실에 실려갔다가 이날 오전 가까스로 의식을 회복했다고 보도했다. 곽진영은 최근 지속적인 악성 댓글 등을 이유로 지인들에게 심적 고통을 호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곽진영은 1991년 MBC 공채 20기 탤런트로 데뷔한 뒤 ‘여명의 눈동자’, ‘사랑을 그대 품 안에’ 등에 출연했다. 1992년 방송된 드라마 ‘아들과 딸’에서 막내 딸 종말 역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2010년에는 김치 사업을 시작해 사업가로서도 성공을 이뤘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얼굴 한 번 못 보고 가족을 보냈습니다… ‘코로나 유족’이라 슬픔마저 삼킵니다

    얼굴 한 번 못 보고 가족을 보냈습니다… ‘코로나 유족’이라 슬픔마저 삼킵니다

    ‘104번째 확진자(1957년생 남성, 2월 20일 확진), 청도 대남병원 입원치료 중 2월 19일 사망.’ 코로나19 확진자의 죽음을 이 한 줄로 요약해 빼곡히 기록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코로나19 사망자 명단은 A4용지로 30장에 달한다. 30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879명이 죽음을 맞았다. 매일 날아오는 부고(訃告)에 생경한 죽음은 어느덧 무덤덤한 것이 됐다. 하지만 유족들의 아픔은 현재 진행형이다. 30장 분량의 명단 이면에는 한 사람의 일생과 죽음, 남은 가족의 고통이 송곳처럼 박혔다. 확진자와 그 가족에 대한 낙인찍기를 멈추고 사회적 애도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사망자의 약 95%는 60세 이상의 고령층이며, 대다수가 기저질환자다.사망자 상당수는 확진 한 달 이내에 세상을 떠났다. 확진부터 사망까지 단 하루가 걸리거나 확진 당일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어디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도 모르고 황망한 죽음을 맞은 셈이다. 가족이 원하면 개인보호구를 착용하고 임종을 지켜볼 수 있지만, 감염병의 특성상 정상적인 장례 절차는 밟지 못한다. 백종우(경희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남은 유족의 고통에 주목했다. “장례 절차라는 게 결국 가족, 친구, 동료가 모여 고인의 죽음을 슬퍼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과정인데 감염병 재난 때는 장례를 제대로 못 치르거나 시신을 보지도 못하고 화장하는 상황이 벌어지다 보니 가족이 더 큰 슬픔을 느끼게 됩니다. 그만큼 충격에서 벗어나는 게 일반적인 경우보다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가족에게 감염돼 사망한 경우라면 유족들은 상당히 오랜 기간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 사업부장 심민영 교수에 따르면 통상 코로나19 사망자의 유족들은 회피·고립→애도→분노를 차례로 경험한다. 가족이 코로나19로 숨졌다면 그 유족도 확진 판정을 받거나 격리된 경우가 많아 적극적으로 주변에 알리고 장례를 준비하기보다 쉬쉬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피해자를 ‘가해자’로 보는 낙인찍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 중에 확진자가 많다면 가족을 잃은 아픔을 호소하는 것조차 시선을 끌 수 있어 꿀꺽꿀꺽 슬픔을 삼킵니다. 처음에는 우리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고 드러내려 하지 않지만, 이후 애도의 감정과 원통한 감정이 복받칩니다. 꽤 장기적인 심리상담을 필요로 하는 유족들이 많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슬픔과 원통한 감정을 표현하면 정서적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상처를 숨기고 덮으면 겉으론 아물더라도 속으론 곪아 들어간다. 병상이 없어 변변한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가족을 떠나보낸 경우라면 좌절감, 무기력, 불안과 분노를 겪게 된다. 대구 지역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 19명은 지난 7월 국가를 상대로 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집단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유족 측 소송대리인 권오현 변호사는 “지금 수도권처럼 당시 대구도 병상이 없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면서 “제때 치료받지 못해 후유증으로 돌아가신 분도 있고,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분도 있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2차, 3차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병상 확보를 위해 노력해 달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 원고 유족들과 같은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준비가 안 됐다”며 “이분들의 사망에 국가가 중대한 책임이 있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유족들에겐 떠난 이를 함께 기억하고 함께 슬퍼하면서 추억을 되새길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같은 감염병 재난 상황에선 국가 차원에서 분향소를 설치하기도 힘들다. 그럼 코로나19 사망자를 위한 ‘비대면’ 추모공간은 어떨까. 백 교수는 “기억되지 못하고 추모 없이 떠난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며 “온라인 추모공간에서라도 함께 애도하고 위로하는 마음을 가져 준다면 유족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다. 코로나19 사망자들의 죽음이 불명예스러운 게 아니라는 것을 다 함께 이야기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황필규 변호사는 “공포의 지표가 되어버린 비현실적인 숫자에서 이제 상처와 아픔을 봐야 한다”며 “죽음을 진정으로 슬퍼하고 위로하는 것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가 잃어버리면 안 되는 가장 소중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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