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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이프 코리아] 지하철역사 스크린도어

    [세이프 코리아] 지하철역사 스크린도어

    “지하철 안전사고가 나면 기관사들은 한동안 운전하는 것이 두렵습니다. 그런데 스크린도어가 생기면서 운전석에 앉는 게 한결 편해졌어요. 사고의 중압감이 많이 사라졌거든요.”23년째 지하철 기관사로 일하는 박광홍(48)씨. 요즘은 승무사무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그가 매일 오가는 2호선 역사에 속속 스크린도어가 설치되고 있는 덕분이다. 그 역시 안전사고를 겪었다.1998년 11월 이대역에서 전동차에 50대 남성이 뛰어들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왼쪽 발이 절단됐다. 박씨는 “일단 철로에서 사고가 나면 중상이나 사망으로 연결된다.”면서 “스크린도어가 더 많이 설치되면 승객들에게 더욱 안전한 지하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크린도어 전국 50곳 운영중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스크린도어(PSD·Platform Screen Door)는 싱가포르 등 몇몇 나라에서나 볼 수 있었다. 승객의 안전사고와 열차풍(風)을 막는 스크린도어는 ‘안전 선진국’의 상징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10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사당역과 용두역에 설치되면서 ‘스크린도어 시대’가 열렸다. 이후 새롭게 세워지는 역을 중심으로 스크린도어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현재 스크린도어를 운영하고 있는 역사는 모두 50곳이다. 지역적으로는 ▲서울이 지하철 2호선 선릉역과 을지로입구역 등 16곳 ▲부산이 지하철 3호선 수영역, 대저역 등 17곳 ▲대구가 지하철 2호선 대실역 등 2곳 ▲광주가 지하철 1구간 도청역 등 2곳 ▲대전이 지하철 1구간 정부대전청사, 중앙로역 등 12곳이다. 수도권 전철 가운데는 신길역이 유일하다. ●승강장 미세먼지 35%나 감소 스크린도어의 가장 큰 장점은 자살 등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지하철이 승강장에 들어오면 열차문과 함께 열리고 닫힌다. 사람이 선로에 뛰어들 여지가 없다. 지하철 사상사고 통계도 스크린도어의 안전성을 말해준다.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입구와 강변역에서는 각각 3건씩의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 2호선 평균인 0.79건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그러나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지난 6월부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 스크린도어를 갖춘 다른 서울 지하철을 비롯해 스크린도어가 들어선 전국의 모든 역에서 사상사고가 없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한백수(51) 사당역장은 “신체 절단이 잦은 지하철 사상 사고를 겪고 뒷수습을 하고 나면 며칠동안 일도 제대로 못한다.”면서 “안전사고의 위험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는 것이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뒤 가장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직장인 이지혜(26)씨는 “승강장의 폭이 3m 정도에 불과한 삼성역에서는 사람에게 밀려 선로로 떨어질까봐 종종 불안했지만 스크린도어가 생긴 뒤 한결 마음을 놓게 됐다.”고 말했다. 스크린도어는 승강장의 공기질과 소음을 개선하는 데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메트로가 사당역에서 조사한 결과 미세먼지는 승강장에서 85㎍/㎡, 대합실에서 58.8㎍/㎡가 검출됐다. 스크린도어 설치 전보다 각각 35.3%,26.9% 줄어든 수치다. 소음도 8% 가까이 감소했다. 스크린도어가 승객들에게 더욱 쾌적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셈이다. ●“설치는 해야겠는데 돈이 문제” 스크린도어는 앞으로 더욱 확충된다. 서울시는 오는 2010년까지 242개 지하역사 전체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예산은 4000억원 가량 필요할 전망이다. 그러나 지하철을 운영하는 다른 지역은 망설이고 있다. 기존 역사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20억원 정도. 최근 관련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기술도 발전하면서 10억원 후반으로 비용이 줄어들었다지만 여전히 만만치 않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지방자치단체로서는 한 해에 서너개 역에 설치하는 것도 쉽지 않다. 서울 등에서 현재 운영되고 있는 스크린도어도 상당수는 민간 투자로 만들어졌다. 대가로 20여년 동안 광고권을 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지방도시는 ‘그림의 떡’이다. 승객이 서울보다 적다 보니 광고 효과가 떨어지고, 민간 투자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대다수 지역에서는 설치 계획이 초반부터 차질을 빚거나 아예 계획 자체를 수립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는 당초 스크린도어가 없는 1,2호선 71개 역사에 올해부터 2019년까지 해마다 5개씩 설치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예산 부족으로 사업이 전면 보류된 상태다. 인천지하철공사도 내년부터 2013년까지 부평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역부터 스크린도어를 순차적으로 만든다는 계획이었지만 내년 예산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대구와 광주는 계획조차 없다. 이에 따라 서울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의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구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적은 돈이나마 국가에서 지원한다면 스크린도어를 점진적으로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지하철 안전의 ‘균형 확충’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화재로 자동문 고장땐 질식등 대형참사 위험 지하철역의 스크린도어는 추락 등 각종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승강장의 공기질을 개선하며, 냉난방 효율을 높이는 등 다양한 순기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스크린도어를 설치한 결과 보완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승강장의 공기질이 개선된 것과 같은 이유로 전동차 내부의 공기질은 오히려 악화됐다고 승무원들은 입을 모은다. 또 스크린도어의 구조상 승강장 화재 등 비상상황에서는 오히려 대피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비상문 아는 시민 거의 없어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지하철 승강장에서 화재가 났다고 가정해 보자. 지상으로 통하는 출입구는 이미 화염에 휩싸여 있다. 열차가 다니는 선로로 대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스크린도어는 고정벽과 문으로 이뤄져 있다. 전동차가 진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화재가 났다면 스크린도어가 열리지 않는 만큼 탈출구는 스크린도어 양쪽 끝에 있는 수동식 비상문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를 알고 있는 시민은 거의 없다. 대전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역사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승강장 화재 때는 터널로 대피하도록 돼 있다.”면서 “비상시에 시민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스크린도어 관련 교육 강화와 시설 보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스크린도어를 뒤덮고 있는 광고판의 재질은 불에 잘 타지 않는 불연 폴리에틸렌이다. 그러나 엄청난 양의 잉크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광고판이 대형 화재 때 유독가스를 내뿜을 수 있다. ●“터널 안 공기 질 악화” 목소리도 전동차가 다니는 터널의 공기질도 문제다.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정연수 위원장은 “대부분의 기관사들이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뒤 차장석의 공기가 더 나빠졌다고 말한다.”면서 “터널 공기는 승객이 탄 전동차 안으로 계속 유입되는 만큼, 터널 공기를 정화하는 지상 도크 높이를 현재보다 높이고 터널을 물청소 할 수 있는 노즐을 선로에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는 주요한 이유가 ‘자살예방용’이라면 전국의 모든 역사로 확대하는 동시에 자살이 증가하는 사회적 원인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하철 안전사고의 대부분은 자살 시도로, 복잡한 시가지 역보다는 한가한 지상역에서 많이 일어난다. 이런 역의 스크린도어는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유도할 뿐 다른 효과는 없다는 것이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스크린도어 설치에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면서 “한정된 예산으로 어떻게 전국의 모든 지하철역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수원 청소년 자살예방센터를 찾아

    수원 청소년 자살예방센터를 찾아

    매년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 가운데 상당수가 우리 청소년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4년 한 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10대는 245명,20대는 1088명이라고 한다.20대의 사인(死因) 1위가 자살이고,10대의 사인 2위가 자살이라는 통계치에서 청소년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감지할 수 있다. “자살, 그런 거 하지마. 힘내! 내가 도와줄게.” 자살을 생각하는 청소년들을 자원봉사자와 또래 청소년들이 보듬는 곳이 있다. 지난 2001년 문을 연 수원시자살예방센터가 바로 그곳이다. 전문상담교육을 받은 자원봉사자 10여명이 인터넷상으로 상담을 해주고, 학생·시민 등 일반 자원봉사자가 지역 주민의 수호천사로 활동하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자살 고민을 무료로 상담해주는 국내 유일의 기관이다. ●가족이 문제해결의 열쇠 ‘엄마, 아빠가 이혼을 했어요. 다 내 탓인 것만 같고, 날 이해해주는 사람도 없고….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죠?” 수원시자살예방센터에는 이같은 청소년들의 고민이 매월 60∼70건씩 접수된다. 부모와의 갈등 등 가족문제를 상담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학교에서의 대인관계를 걱정하는 고민이 그 다음으로 많다. 센터의 김연숙 간사는 “청소년들의 고민이라고 하면 성적 걱정이 가장 많을 것 같지만 이곳에 올라오는 고민들을 보면 가족문제가 가장 많다. 성적 비관으로 자살했다고 전해지는 소식도 알고 보면 가족문제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청소년들의 고민이 단순하지 않다는 얘기다. 한 중학생은 “지금 중 3인데 갑자기 전학을 가야 한대요. 전 정말 내성적이라 친구를 사귀는 데 오래 걸려요. 솔직한 심정으로는 딱 죽고만 싶어요.”라며 도움을 청했다. 대인관계를 걱정하는 듯 보이지만 더 깊이 알고 보면 부모의 이혼과 갑작스러운 이사 등의 문제가 한데 얽혀 있다. 때문에 센터의 상담사들은 잘 될 거라는 말은 함부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김 간사는 “학생들이 고민을 얘기하면 우선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짚어주고 해결방법을 제시한다. 또 정도가 심각한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 준다.”고 설명했다. ●자살예방 교육이 중요 청소년들이 이처럼 복잡한 문제로 고민하지만 문제는 자신의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는 데 있다. 조기에 발견하면 치유할 수 있는 상처를 방치해 악화시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센터에서 운영하는 ‘친구사이’라는 청소년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센터에서는 수원시내의 중·고등학교를 직접 방문해 학생들을 상대로 교육을 하고 있다. 자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청소년들 스스로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 딱딱하고 무거운 강의가 아닌,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게임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효과가 높다. 빙고게임을 통해 자살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 친구들과 함께 고민을 풀어보는 시간도 갖는다. 센터측은 “‘자살’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학교에서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교육에 나서면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의 반응도 적극적으로 바뀐다.”고 전했다. ●청소년이 전하는 생명사랑 센터에서는 또 청소년을 위한 교육과 함께 청소년에 의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아름다운 사람지킴이’ 활동이 그것이다. 중학생들로 구성된 아름다운 사람지킴이는 거리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하고, 연극이나 동영상물을 만들어 자살예방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또 홍보활동을 위해 직접 스티커를 제작하고, 센터에서 발행하는 계간지 제작 과정에도 참여한다. 지난해 6개월간 아름다운 사람지킴이로 활동했던 이예진(권선중 2년)양은 “왕따를 당해 괴로워하는 친구의 얘기를 연극으로 꾸며 봤는데, 자살하는 사람들이 고민하는 불행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현재 활동 중인 정영준(매원중 2년)군도 “누구나 한 번쯤 자살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주위에 고민하는 친구가 있다면 부모님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또래 지도자’ 키워 청소년고민 해결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한 ‘또래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9일 “올해 자살예방 계획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중점 추진할 것”이라며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청소년의 경우 어른과 달리 주위 도움만 있으면 쉽게 자살을 포기하기 때문에 중점적으로 관리하면 자살률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복지부는 우선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의 협조를 받아 ‘또래 지도자 양성’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또래 지도자에게 자살예방 교육을 시켜 청소년들 스스로 친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수원자살예방센터의 교육 프로그램이 그 모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고민을 털어놓는 대상이 같은 또래이기 때문에 부모나 교사들을 상대로 자살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것보다 또래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청소년들이 자아 존중감을 향상시키고 자기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법 ▲갈등조정법 ▲스트레스 자가진단법 등의 내용을 담은 부교재를 제작하고, 청소년이 쉽게 접하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자살예방 홍보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안전환경조성’ 작업도 추진된다. 농약 등 자살도구가 될 수 있는 품목에 대한 제도적 관리를 강화하고, 건물 옥상에 유리벽을 설치하는 등 추락사의 환경요인 자체를 안전하게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현재 연구 중인 자살 원인과 예방법에 대한 용역결과가 나오는 대로 관련 부처와 협의해 자살예방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시론] 자살예방,종합대책이 나와야/이영문 아주대학교 정신과 교수·수원시자살예방센터장

    [시론] 자살예방,종합대책이 나와야/이영문 아주대학교 정신과 교수·수원시자살예방센터장

    최근 들어 자살에 대한 논의가 많다. 경제위기론과 자살을 연계시키는가 하면, 가치관의 혼란으로 인한 아노미적 자살에 대한 이론까지 언론은 한국인의 자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2004년 현재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자살인구수는 22.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에서 4위에 해당되며 증가율로 따져볼 때는 가장 높은 국가로 기록된다. 과연 우리나라는 소위 자살공화국인가?솔직히 표현하면 아직 정확한 통계를 가지고 있지 못하며 필자는 섣부른 결론을 내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중립적 자세다. 자살예방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기가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여전히 어려운 것은 단 하나, 왜 자살하는가의 문제이다. 개인적 결정이 결국은 자살자의 마지막 모습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강요나 스트레스에, 혹은 만성질병에 시달리는 사람일지라도 결국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고독한 개인의 결정이다. 과연 우리는 그 개인의 자살을 존중해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실의에 가득한 얼굴로 그 죽음에 대한 심리적 해부를 감행할 것인가. 어느 누구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바로 자살의 딜레마이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왜 자살이 증가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것보다는 이미 나타난 현상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대응하는 현실적 전략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현상은 선사시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진행되는 사회병리의 한 축으로 생각해야 한다. 있었던 현상을 그대로 인정하고 인간 생명에 대한 생각을 추스르는 것이 순서다.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호들갑 떨며 문제만을 외치는 것은 본질의 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늦은 감이 있으나 보건복지부가 최근 ‘자살예방 5개년 계획’을 준비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2010년까지 자살률을 18.2명 선까지 낮추고 생애주기에 따른 차별적 자살예방 전략을 짠 것은 자살문제에 분명 국가적 개입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문제는 구체적 실천과 이에 따른 소요예산의 마련이다. 자살은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사회적이고 생물학적 요인이 결부된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회, 종교, 철학, 의학 등의 분야에서 인간의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도를 내주기를 기대한다. 자살예방 문제는 보건복지부만의 소관업무가 아니다. 청소년의 자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입시제도 개선이 동반되어야 하며 가정폭력과 우울증이 연계된 문제는 여성부와 법무부의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적 빈곤에 의한 자살문제는 경제정책과 연관되어 있다. 한마디로 자살예방 문제는 그 시대, 한 국가의 사회철학을 대변해야 한다. 예컨대 사회경제적 구조에서 40대와 50대 남성의 지나친 경제부양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이 있다면 우리나라 자살률은 현저하게 낮아질 수 있다. 정신의학적 측면에서 보면 예방이 가능한 자살은 없다. 다만 자살에 이르는 정신질환의 중간 요인들을 치료할 수 있다. 따라서 정기적 정신건강 상담을 국가가 도울 수 있다면 미래의 정신질환을 예방함으로써 이로 인한 자살률을 낮출 수 있다. 또한 기존에 구축되어 있는 민간의 비영리기구들(한국자살예방협회, 생명의 전화 등)의 활동을 적극 지원해주는 것은 예산의 중복지출을 피하고 중재에 따른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역단위의 작은 실천 프로그램(가령 대구방송의 ‘생명사랑캠페인, 수원시자살예방센터의 아름다운 사람지킴이) 등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작은 것이 아름답고 생명력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는 국가적 혜안을 기대해 본다. 이영문 아주대학교 정신과 교수·수원시자살예방센터장
  • 페스트/최수철 지음

    흑사병으로도 불리는 ‘페스트(pest)’는 14세기 중기 유럽 일대를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은 전염병이다. 급속도로 번져가는 악성 바이러스에 당시 유럽 인구의 절반이 속수무책으로 목숨을 잃었다. 작가 최수철(47·한신대 문예창작과 교수)이 5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 ‘페스트’(문학과지성사)는 해가 갈수록 급증하는 자살을 21세기 페스트로 규정하고, 이를 둘러싼 부조리한 현실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원고지 3000장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소설의 무대는 인구 35만명의 소도시 무망. 최근들어 원인 모를 자살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자살예방센터 OSP에 근무하는 강시우와 최동호는 한시간이 멀다하고 벌어지는 자살현장을 쫓아다니며 전염병처럼 번지는 자살충동의 원인을 추적한다. 자살이 유행하면서 자살자의 유품을 수집해 판매하는 컬렉터 집단이 생기고, 제약회사에서는 자살방지약 개발에 열을 올린다. 자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심화되면서 도시는 점점 패닉 상태에 빠져든다. 자살 시도자들을 격리수용하는 시립정신병원은 환자들에 의해 점거되고, 중세 페스트가 창궐했던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신혼여행을 떠난 동호가 갑작스럽게 자살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폐쇄된 지방 소도시에서 원인 모를 전염병에 맞서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알베르 카뮈가 1947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연상시키는 구조다. 작가는 죽음에의 충동이 역병처럼 번지는 잿빛 도시의 광기 속에서 결국 인간의 삶 자체가 죽음으로 다가가는 여정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또 작품 속에 프로이트, 융, 키케로, 세네카, 니체 등의 글을 인용하며 자살에 대한 종교적·철학적 성찰을 모색한다. 전 2권, 각 권 95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잠깐 참으셔요 - 방년 20세의 겨울

    잠깐 참으셔요 - 방년 20세의 겨울

    늘어나는 여성자살 전체 사인(死因)의 제2위 「덴마크」10만명에 29명 한국은 25명의 자살률 자랑스럽지 못한 기록 『…「유다」가 은을 성소에 던져 넣고 물러가서 스스로 목매어 죽은지라』(마태복음 27장 5절) - 「유다」이후 많은 인간가족이 저마다의「절박한 이유」로 자살을 했다. 「클레오파트라」나「오필리아」,「마릴린·몬로」는 결국 자살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여심의 선각자지만 현대인에 있어, 특히 여자의 경우 자살은「아주 매력적인 것」으로까지 언제부터인가 심상에 뿌리 박혀져 버리고 말았다. 세계의 자살 추계는 10만에 대해 10명 꼴이 평균. 자살률이 제일 높은 나라는「덴마크」로 10만 명에 대해 29명이며 가장 적은 나라는 이태리,「스페인」으로 2명 꼴이다. 우리나라는 25명 정도로 자랑스럽지 못한 세계기록. 우리나라의 자살이「가난형」인데 반해「덴마크」같은 쪽은「부자형」으로 통하고 있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은 너무나「스트레스」가 없어도 파멸적인 고적감을 느끼게 된다는데「덴마크」같은 선진국의 자살이 이런「케이스」. 일반적으로 자살 기도자는 여성쪽에 많은데 남자와의 비율은 1대 1.3 정도. 그러나 여자에겐「미수」가 많아 실제로 죽는 숫자는 남녀가 비슷하다. 우리나라의 최근 자살추세를 보면 10대와 젊은 여성층에서 특히 자살자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은 한국 이외의 나라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너무나 한국적인 경향이라고-. 인간해약(解約) - 20세가 절정 67년 한 해 동안의 통계에 의하면 서울시내에서의 여성의 자살은 전체 사망원인의 제2위를 차지하고 있다. 1위는 결핵이며 3위는 암. 우석(友石)의대 산부인과 교실에서 최근 조사한 사인별 사망통계에 의하면 총 대상 1천 9백명 중 결핵으로 인한 병사는 309명이며 2위인 자살은 288명, 3위인 암은 209명이며 그 다음이 뇌일혈 167명, 모성사망 128명, 고혈압 110명의 순서로 되어있다. 자살자 중 36%인 105명은 겨울에 죽었으며 여름에는 80명, 가을에는 53명, 그리고 봄에는 50명이 각각 자신에 대한 살인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종전의 통계는 봄에 특히 자살기도자가 많음을 보여주었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겨울이 단연 으뜸. 이것은 또 다른 뜻에서 겨울이 자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최적의 계절이라는 의미도 된다. 자살을 가장 즐기는 여성군(群)은 어느 연령층일까? 우석의대의 이번 조사에 의하면 288명의 자살여성 중 33%인 95명은 20세에서 24세까지의 방년. 다음이 15세에서 19세까지의 10대 여성이며(47명), 25~29세는 46명, 30~34세는 36명, 35~39세는 21명, 40~44세는 18명, 그리고 45~50세는 21명으로 되어있다. 결국 많은 24세 이하의 꽃다운 처녀가 겨울이라는 낭만적인 계절을 택해 스스로「인간해약(人間解約)」을 하고 있다고 이번 조사를「리드」한 홍성봉(洪性鳳) 교수는 말하고 있다. 여자들은 왜 자살에 매료되는가? 장병임(張秉琳) 교수(서울문리대)는 가능한 자살예방수단으로「초자아(超自我)」를 역설한다. 『정신분석학상의「초자아」는 교육이다. 젊은 여성들의 자살은 90%가 애정문제에 원인이 있는데 이것은 가정교육이라는 하나의「절대수단」으로 극복될 수 있는 문제이다. 요즘 부모들은 딸에게 이성교제(정신적인)는 허용하면서 막상 정조관에 있어서는 애매하고 엄격한 자신들의 견해를 강요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결국 자살을 할 수 밖에 없는 젊은 여성들의「의식의 파탄」은 부모에게 절대적인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자살예비역 하루 20명꼴 「살 수 없어」아닌「싫어서」 예방센터 신세 4천여 성모병원 안에 있는 음독자살예방「센터」(소장 김종은(金鍾殷)박사)에는 해마다 약 9백명의 음독자가 들어온다. 67년 한 해 동안 이곳 신세를 진 자살기도자만 해도 남자 355명에 여자 488명 등 도합 843명. 그런가 하면 서울, 연세, 우석, 적십자 등 비교적 큰 종합병원의 응급실에 실려오는「자살예비역」만 해도 하루 20여명을 헤아린다. 김종은 교수에 의하면 지난 63년부터 67년까지 5년 동안 성모병원의 자살예방「센터」를 이용한(?) 음독자는 모두 4,548명에 이르고 있다. 남자는 1,975명이며 여자는 2,573명,「여성우세」는 여기서도 예외가 없다. 전체 자살기도자의 57%인 2,591명은 20대, 17.5%인 792명은 10대이며, 16.3%는 30대, 9.23%는 40대라는 것이 김종은 교수의 조사에서 밝혀지고 있다. 여성자살자에겐 자살원인, 자살방법, 연령분포 등 자살 주변에 얽힌 심리적「델리커시」가 현란하리만큼 많다. 한마디로 살 수 없어 죽는다는 것보다는 살기가 싫어서 죽는다는 것이 그녀들의 죽음의 변(辯). 20대 여성의 경우 자살원인의 46%가 애정 갈등으로 되어 있으나 간접적이고 충동적인 것까지 합하면 거의 90%가 애정문제에 귀착되고 있다.「도니제티」의「멜로디」같은「사랑의 묘약」이 그녀들의「목마른 상심」엔 필요하다는 얘기. 좀 묵은 통계지만 이 땅 춘향의 후예들에게는 거의「스폰테이녀스」할 정도로「자살에의 향수」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수년 전「가톨릭」의대에서 3천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여고생의 49%, 여대생의 62%가『자살을 할 수도 있다』는 우울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의지박약에서 오는 생활의 도피』라는「뒤르케임」의 자살론은 이젠 아무래도 너무 낡은 관념론인 것 같다. 한국 - 자살자의 천국 장병임 교수는 여자들, 특히 젊은 여자들의 자살을 최대한 막는 효과적인 처방으로『올바른 성교육의 실시』를 주창한다. 이성교제 자체를「타부」시 하든지, 그렇지 않을 바에야 최소한 정조관에 대한「개념의 정립」만큼은 딸들에게 세워 주어야겠다는 것이다. 한국「가이던스·센터」엘 찾아오는 여성 중「자살에의 의지」를 호소하는 층은「하이틴」과 25세 이전의 미혼여성들.「카운슬링」의 내용도 이상적인 상대를 얻기 위한 것보다는 이미 저질러진 사건들 - 이를테면 처녀성의 상실이라든지 혼전임신 같은 건강치 못한『어찌 하오리까』뿐이라고 장교수는 개탄한다. 「또 하고 말겠다」도 43%나 이유는 애정, 성교육 급무(急務) 김종은 교수는 이와는 좀 다른 각도에서 자살예방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전체 자살자의 반이 약물에 의한 자살을 기도하고 있으며 약물의 58%가 정신신경안정제인 만큼 이들 약품의 판매를 엄격히 규제하면 될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교수에 의하면 자살약으로 이용되는 정신신경안정제를 거의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대만 그리고「타일란드」정도 뿐이라고. 외국의 경우 한 번 자살을 기도한 사람은 으레 정신과에 입원시키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겨우 35%만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음독자살예방「센터」의 집계에 의하면 자살 재기도자는 전체의 10%이며『또 자살을 하겠다』는 사람만도 전체 자살기도자의 43%나 되고 있는 딱한 실정이다. 「딱한 여심(女心)」몇 가지 금년에 들어와서도 많은 생명이 자살의 길을 택했다. 현직 검사가 목매어 죽었는가 하면 대학교수가 채귀(債鬼:채무)에 시달리던 끝에 음독 자살했다. 국민학교 교장과 현직회사 사장이 빚에 쪼들려 투신을 했으며, 악명 높은 집단자살도 연달아 일어났다. 여자들의 자살은 그에 비하면 어울리지 않을 만큼 사뭇 분홍빛. 자살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딱한 여심」의 명세(明細)는 이러했다. <케이스·1> 최X순(32)여인. 어머니날인 5월 8일 세 딸과 함께 음독, 두 딸과 함께 자살했다. 작년 10월 남편과 사별한 최여인은『남은 두 아들을 공부시켜달라』는 요로에게 보내는 유서를 남겼다. <케이스·2> 김X자(27)양. 6월 5일 이룰 수 없는 결혼을 비관, 애인집의 연탄난로에 머리를 파묻고 자살했다. 노처녀인 김양은 애인과 깊은 관계까지 맺어 임신까지 했으나 사회적인 흠(전과자?)이 있는 남자에게는 딸을 줄 수 없다는 모정 앞에서 좌절, 자살했다.『엄마의 훌륭한 딸이 되고 싶었어요. 그러나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는 그분을 버릴 수는 없었어요…』김양의 유서. <케이스·3> 이X관(21)양. 6월 22일 조흥은행본점 12층에서 투신자살한 이양은 모 공대건축과 2년생. 2년 동안 서울대, 연세대를 계속 낙방한 것을 비관하고 자살했다. <케이스·4> 홍X정(35)여인. 1월 4일 애인 황모(24)씨와 인천 모 여관에서 권총 자살했다. 손아래 남자와의 사랑이 빚은 정사 사건. [ 선데이서울 68년 10/6 제1권 제3호 ]
  • [Doctor & Disease]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이춘성 박사

    [Doctor & Disease]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이춘성 박사

    “학교검진으로 척추측만증을 찾는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사람들은 학생의 건강보다 다른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척추측만증은 전염병인 결핵과는 다릅니다.” 의료계 안팎에서 ‘정직한 의사’,‘의학 원리주의자’로 평가받는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이춘성(50) 박사. 언제나 문제의식을 달고 살지만 뜻있는 사람들이 그를 외면하지 못하는 것은 그가 항상 탐구하는 자세를 흐트리지 않으며, 또 항상 ‘꼭 그래야만 하는 문제’를 들추기 때문이다. 그를 만나 청소년에게 많은 척추측만증을 두고 얘기를 나눴다. 측만증 학교검진이 왜 문제인가.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이게 학생 100명 중 2명 꼴로 있는 병인데 이걸 찾으려고 수많은 학생의 웃통을 벗겨 줄을 세운다는 점이다. 이게 정말 학교검진 대상인지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이게 집단의 건강을 해치지도 않고, 또 대부분의 부모들이 문제를 알고 있는데, 개인의 신체적 비밀을 드러내 친구들 놀림감을 만들어서야 되겠나. 이 병의 조기발견이 조기치료에 도움이 되느냐를 두고도 학계에서는 논란이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영국에서는 지난 83년부터 이 병의 학교검진을 이미 중단했다. 그의 논리는 명쾌했다. 지난 93년 미국에서의 의사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이 문제를 곧장 제기해 척추학회 찬반투표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이걸 가진 학생이 100명 중 2명이라고 했지만 그나마 문제가 되는 상태, 즉 척추가 20도 이상 휜 경우는 1000명 중 2∼3명 정도입니다. 그러니 여기에 쓰이는 인력과 예산을 다른 전염성 질환이나 비만, 자살예방 등 현실적인 곳에 쏟으라는 거지요.” 문제가 되는 척추측만증은 어떤 질환인가. -쉽게 말해 척추가 앞뒤가 아니라 옆으로 휘는 상태를 말한다. 이를 세부적으로 구분해 달라. -크게 구조성과 비구조성으로 나누는데, 비구조성은 예컨대 다리 길이가 달라 척추가 휘는 경우 등으로 본원적인 측만증과는 거리가 있다. 문제는 구조성으로 특발성, 선천성, 신경근육성 등으로 나누며 이 중 85∼90%를 특발성이 차지한다. 특발성은 대부분 청소년에게서 나타나 청소년측만증이라고도 한다. 유아형이나 연소기형도 있으나 발병 빈도가 많지 않다. 원인은 드러나 있는가. -비구조성은 다리 길이가 다르거나 허리디스크 등이 원인이 된 경우로 진정한 의미의 측만증은 아니고, 가장 발병 빈도가 많은 특발성은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선천성은 태어날 때부터 척추 기형이 동반된 경우고, 신경근육성은 신경 및 근육질환에 의해 생긴다. 또 말판증후군이나 신경섬유종증, 골형성부전증에 의한 측만증도 있다. 그는 책걸상이 측만증의 원인이라는 일부의 주장에 제동을 걸었다.“특발성은 서구에서도 아직 원인을 밝히지 못했는데 책걸상 탓이라고 단정하는 건 신중하지 못한 태도입니다. 지금까지 제시된 유전적 요인, 평형감각이나 성장호르몬 이상 등은 가설일 뿐이고, 최근에는 간뇌 뒤 송과선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의 양이 줄면 척추가 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정설은 아닙니다.” 좀 혼란스러운 면이 없지 않은데, 유병률은 어느 정도인가. -자꾸 일부에서 청소년 3분의2가 허리가 휘었다는 등의 얘기를 해 혼란이 있는데, 이건 사실이 아니다. 서울대병원이 제시한 측만증 유병률(10도 기준)은 2.28%였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또 판정 기준도 소개해 달라. -진단은 대부분 문진과 진찰,X레이 검사로 충분하며, 신경질환이나 근육질환 등 다른 원인이 의심되는 경우 예외적으로 CT나 척수강 조영술 등 정밀검사를 한다. 판정 기준은 척추가 휜 각을 근거로 하는데, 통상 10도 이상 휘어 있으면 측만증으로 본다. 치료문제를 거론하자 이 박사는 우리의 부실한 의료체계를 먼거 꺼냈다.“의료사고보험 얘긴데, 제대로 된 나라에 이게 없을 수 없지요. 그러다 보니 의사들은 위축돼 갈수록 방어진료만 하게 되고, 환자들 피해도 크지요. 보세요. 의료사고 한건 터지면 의사들 멱살 잡히기 예사고, 목소리 큰 사람만 득을 보잖아요. 이게 얼마나 기형적입니까. 의사나 환자 모두 낭떠러지에서 외줄을 타는 꼴이지요.” 치료 방법을 소개해 달라. -치료는 크게 관찰, 보조기치료, 수술 등 3가지로 구분한다. 관찰은 20도 미만의 만곡을 가진 환자를 3∼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주시하는 치료방법이다. 측만증은 수술이 능사가 아니다. 허리디스크의 경우 무려 70∼80%가 특별한 치료 없이도 저절로 좋아진다. 마찬가지로 측만증도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는 단계라면 이런 관찰 과정이 필요하다. 보조기치료는 20∼40도의 만곡을 가졌으며, 성장기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다. 성인 환자에게 이 치료는 효과가 없다. 의사마다 기준이 다르나 내 경우 성장기 환자는 40∼45도 이상, 성인의 경우 50∼55도를 넘으면 수술을 고려한다. 특히 성장기여서 만곡이 더 커질 우려가 있다면 수술치료가 좋다. 수술은 뼈를 이식하는 유합술이나 금속기기를 이용한 교정술을 통해 만곡을 작게 하고, 균형잡힌 척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박사는 의사가 많아선지 너무 공격적인 진료가 문제가 된다며 이런 견해도 덧붙였다.“우스운 얘기지만 환자는 의사 수에 비례해 증가합니다. 작위적인 환자가 적지 않다는 뜻인데, 의사가 떼돈을 벌고, 돈 있는 환자만 양질의 진료를 받는 사회는 분명 잘못된 사회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우리도 유럽처럼 사회주의 진료체계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의료의 주체는 당연히 환자이고 국민이니까요.” ■ 이춘성 박사는 ▲서울대의대 및 대학원(박사)▲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전임의(척추기형 및 소아정형외과)▲미국측만증연구학회 회원▲미국소아정형외과학회 및 척추외과학회 회원▲1996년 요부변성후만증 세계 최초로 보고▲2000년 미국측만증학회 우수논문상 수상▲‘상식을 뛰어넘는 허리병, 허리디스크 이야기’(서울대 이춘기 교수 공저),‘우리나라 중년 여성의 허리 굽는 병 요부변성후만증’,‘초·중·고등학생 척추 휘는 병 척추측만증’ 등 저술.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이은주씨 떠난 뒤…자살 2.5배 ‘베르테르 효과’

    이은주씨 떠난 뒤…자살 2.5배 ‘베르테르 효과’

    영화배우 이은주씨의 자살 사건을 모방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석동현)는 23일 올 초부터 이달 17일까지 관내(종로구·강남구·관악구 등 7개구)에서 발생한 자살사건을 분석한 결과 이씨가 숨진 2월22일 이후 하루 평균 2.13명이 자살, 그전의 평균 0.84명에 비해 2.5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충동적 20·30대 극단 선택 늘어 통계에 따르면,2005년 1월1일부터 2월22일까지 53일 동안 4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반면 이후 23일간 49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분석 결과 2월22일 이후 자살자 가운데 79.6%가 이씨와 같이 목을 맸다. 특히 이씨의 자살이 돌발적이고 충동적이기 쉬운 20,30대의 극단적인 행동을 자극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씨의 죽음 이후 20,30대 자살자는 49%(24명)로 이전 28.8%(13명)에 비해 크게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92%(22명)가 이씨와 같은 자살 방법을 선택했다.40,50대 자살자도 26.5%로 이씨 사건 이전의 15.4%보다 증가했다. 반면 60대 이후 자살자는 53.3%에서 24.5%로 감소했다. 자살자의 평균 연령은 약 45세로 이씨 자살 이전의 약 55세에 비해 10년 정도 낮아졌다. 조사 결과 이씨의 죽음을 계기로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으나 자살건수 증가와의 상관 관계는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씨의 자살이 일명 ‘베르테르 효과’(유명인의 사망을 모방한 자살)를 불러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작년 하루 30명꼴… 사망원인 5위 검찰 관계자는 “유명인의 자살은 젊은 층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자살풍조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홍식 한국자살예방협회 회장은 “유명인의 자살을 미화해서는 안 되고 예방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살은 우리나라 사망원인의 5위에 해당되며 2003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24명이 자살했으며, 지난해에는 자살이 급증해 하루 평균 3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우울증 70대 아내 살해후 목숨 끊어 한편 22일 낮 12시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H아파트 8층 김모(72)씨 집에서 김씨와 김씨 부인 박모(69)씨가 숨져 있는 것을 김씨 매형 박모(75)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숨진 박씨 얼굴에 목이 졸려 숨진 흔적이 있고 김씨가 평소 우울증을 앓아 왔다는 유가족 진술로 미뤄 김씨가 부인을 목졸라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옴부즈맨칼럼] 자살 부추기는(?)‘자살보도’/천원주 한국언론재단 언론인연수팀장

    서울신문은 영화배우 이은주씨의 자살사건과 관련,“외로운 죽음앞에 전태일 떠올라”라는 제목의 기사(2월25일자 8면)를 게재했다. 꽃같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고인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있는 내용으로 김근태 복지부장관의 홈페이지 글을 인용한 것이었다. 이 기사는 영결식을 스케치한 기사 ‘편히 가소서’의 바로 아래에 배치, 추모의 의미가 배가된 듯했다. 호스피스 대사로도 활동했던 고 이은주씨의 평소 이미지와 인기를 감안할 때 이 기사는 적절한 애도의 표시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처한 상황과 미칠 파장이 서로 다른 여배우와 노동운동가의 죽음에 동일한 의미를 부여하는 제목이 과연 바람직스러운 것이었는지는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자살을 영웅시한 나머지 전염효과를 빚어낼 우려가 있다는 말이다. ‘베르테르 효과’라는 말이 있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출판되자 유럽 각지에서 청소년들의 모방자살이 줄을 이었던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자살 행위가 언론이나 영화, 문학에서 영향을 받아 전염된다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다. 특히 연예인이나 유명 정치인의 자살 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보도는 일반인 자살의 경우보다 후속자살을 일으킬 가능성이 14.3배나 된다고 한다. 우리는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비극적인 죽음, 안상영 전 부산시장의 옥중자살,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한강 투신 등 유명인사들의 자살 보도에서 많은 문제점을 보아왔다. 시간별로 상황을 재구성하는 등 자살 방식을 세세하게 묘사했을 뿐만 아니라, 동정적 시각이 지나치다 못해 대상인물을 미화함으로써 사안의 본질을 실종시켰다는 비난을 받았던 터였다. 고 이은주씨 경우에도 달라진 점은 없었다. 서울신문의 보도를 예로 들면 자살 방식과 유서 내용을 상세히 공개한다든지, 자살원인을 돈 또는 노출연기로 단순화시켜 단정하거나, 흥미에 영합해 ‘상품화’한 책임(2월23일자 9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인터넷에 떠도는 자살 원인을 소개해 각종 억측을 확산시키는 구실을 하기도 했다(2월24일자 7면). 다만 경쟁지들이 이 사건을 단발적으로 접근했던 것과는 달리,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 필요성을 제기하고(3월2일) 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한 것(3월5일자 7면)은 평가할 만하다. 우리나라의 자살증가 속도는 OECD 국가중 1위이며 20대와 30대의 사망원인 중 자살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자살 사망자는 매일 30명꼴로 대구 지하철 참사를 1주일에 한번 경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하니 대책이 시급하지 않을 수 없다. 자살예방협회는 지난해 7월 기자협회와 함께 ‘언론의 자살보도 기준’을 권고한 바 있다. 기준에는 자살을 영웅적 행위나 낭만적 해결책처럼 포장하기, 자살 방법의 구체적 설명, 자살 원인 단순화하기, 자살이란 용어를 제목에 넣기 등을 피해달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미디어의 신중한 보도가 자살의 파급효과를 줄였다는 연구 사례도 있다.1994년 호주에서 청소년들의 우상이었던 유명 록그룹의 리드싱어가 권총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연구결과 그의 죽음이 호주 청소년들에게 별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그의 부인이 죽음을 낭만적으로 덧칠하지 않고 약물문제와 수차례의 자살 실패 등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함으로써 죽음을 건조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유명인의 자살에 대해 언론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정보 욕구를 충족시켜 줄 의무가 있다. 그러나 과도하고 신중치 못한 보도가 자칫 자살 풍조를 부채질한다는 사실도 고려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 천원주 한국언론재단 언론인연수팀장
  • 48분마다 1명 안타까운 죽음 저소득층 우울증 치료 지원

    48분마다 1명 안타까운 죽음 저소득층 우울증 치료 지원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중 자살률 4위, 자살 증가율 1위지만 이에 대한 국가 안전망이 부실하다는 (서울신문 3월 2일자 4면참고)지적에 따라 정부가 예방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오는 2010년까지 자살사망률을 10만명당 22.8명(2003년기준)에서 올해 20.5명,2010년 18.2명으로 낮추기 위한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저소득층 정신질환 치료비 지원 김근태 복지부 장관은 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강지원 변호사, 이시형·이광자 범국민생명존중운동본부 공동대표, 이홍식 한국자살예방협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목표와 방안을 제시했다. 김 장관은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전국 126곳인 정신보건센터를 2008년까지 246곳으로 늘리고 아동청소년 정신보건사업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돈이 없어 우울증 등 정신질환 치료를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에 대한 치료비도 지원키로 했다. 이밖에 ▲세계 자살예방의 날(9월10일) 생명존중을 위한 국민수칙 선포 ▲우울증 치료에 대한 공익광고와 우울증 무료상담 ▲정신건강주간(4월 1∼7일) 중 가족ㆍ친구에게 전화하기 ▲자살예방을 위한 홍보책자 보급 ▲아동청소년기 자살예방 매뉴얼 개발 ▲응급상황에 대비한 119 연계체계 구축에도 나서기로 했다. ●자살이 사망원인 5위에 올라 국내 자살자는 연간 1만 932명이나 돼 평균 48분마다 한 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조사됐다.1주일로 따지면 200여명이 자살, 대구 지하철 참사 때의 사망자 192명과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15∼69세 국민의 35%는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고 4.3%는 자살을 구체적으로 계획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은 4∼5월, 여성은 4∼6월에 자살을 많이 하고 도시보다 농촌에서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살은 지난 1993년 각종 사망 원인 중 9위였으나 2003년에는 간질환 교통사고 고혈압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앞지르고 5위를 차지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정신질환자 사회안전망 없다] 자살자 80% 우울증…3대 사망원인으로

    [정신질환자 사회안전망 없다] 자살자 80% 우울증…3대 사망원인으로

    정신질환 의심환자 및 정신질환자의 자살이나 범죄가 날로 크게 늘고 있지만 이에 대비한 사회안전망은 턱없이 부족하다.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 약물중독, 치매, 스트레스 등 정신질환은 본인은 물론 가정까지 파탄에 이르게 하는 고질병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3년 1만 932명이 자살로 사망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자살자의 80%가 우울증 단계를 거친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1980년대 중반부터 정신질환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시작했으나 허술하기만 하다. 이들을 위한 안전망 실태를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 피해사례· 실태 얼마전 톱스타 이은주씨가 우울증으로 자살, 큰 충격을 던졌다. 우울증 환자는 자신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가족 모두가 정상 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아들 흉기찔러… 처가 ‘강제수용’ 의심 지물포를 운영하고 있는 최모(45·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씨.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잘 나가는 사장님에 남 부러울 것 하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내 강모(40·주부)씨의 우울증으로 시작된 정신질환 때문에 재산을 날리고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해야 될 형편에 놓였다. 강씨의 병명은 주부 우울증으로 인한 정신강박증. 병원과 한의원 등을 전전하며 치료를 받았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한숨 짓는다.6개월 전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을 흉기로 찌르고 때리는 등 정신분열 증세까지 보여 요양시설에 보내기까지 했다. 최씨는 “아내가 질환을 앓고 있는 것보다 참기 힘든 것은 처가쪽의 불신”이라며 울먹였다. 부인이 병을 앓게 된 것이 모두 최씨 탓이라며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요양시설에 보낸 것을 두고도 ‘살기 싫으니까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자 취급한다.’며 강제 퇴소시켰다.”고 했다. 요즘엔 병원치료도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자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집안에 감시 카메라까지 설치해 놓았다. ●“애인 변심에… 죽게 놔둘것을” 경기도 광명시의 정모(53·미용실)씨. 아들만 생각하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2년 전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취업까지 했다. 집안 잔치까지 벌였다. 여자 친구도 자리를 함께 했다. 하지만 얼마 후 아들은 자살 소동으로 집안을 뒤집어 놓았다. 여자 친구가 헤어지자고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우울증에 시달리던 아들은 수면제 복용으로 목숨을 끊으려다 가까스로 살아났다. 정씨는 “벌 받을 소리지만 차라리 죽게 내버려 둘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숨지었다. ●한국 자살률 OECD 국가중 4위에 우울증을 비롯한 알코올 중독, 치매, 스트레스성 질환 등은 의학적으로 모두 정신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다. 정신질환은 고질병으로 재발률이 높아 완치를 기대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정신질환에 의한 문제는 전 세계적인 현상임을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결과를 통해서도 증명됐다. 세계보건기구는 사망과 질병에 의한 장애를 동시에 감안하면 1990년대에는 폐렴·장티푸스 등 법정 전염병이 주요 사망원인이었지만 2000년대에는 허혈성 심장질환, 우울증, 교통사고가 3대 주요 사망원인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이 가운데 정신질환이 차지하는 질병부담률이 1990년대에는 10%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에는 50% 이상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명에 영향을 주는 10대 장애 질병 가운데도 우울증, 알코올 중독, 조울증 등이 포함돼 있다. 국내 정신질환 역학조사에서도 우울증이 있을 경우 한 달에 최소 6일, 신체적 질병 4일, 불안장애 3일, 알코올 중독 2일씩 일상생활에 장애가 있다고 조사되었다. 전문가들은 사회·경제적 변화가 빠른 우리나라의 경우 정신질환 문제는 앞으로 큰 사회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직장에서의 조기퇴출, 경제난, 취업난 등으로 우울증이나 각종 스트레스성 정신질환이 증가 추세에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러한 우리나라 국민 정신건강의 악화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중 자살 사망률 4위라는 불명예까지 얻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국내에선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최근 국민 중 35%가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정신질환이 심각하다는 자료를 내놨다. 국가 차원의 자살방지를 위한 안전망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나 가족들의 고통에 비해 공적 부담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는 1980년대 중반부터 정신질환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회안전망의 수준은 다른 보건복지 대상자에 비해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신보건센터와 보건소를 통한 시설 역시 저소득층 정신 질환자나 무연고 환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으로서 역할밖에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전국 52개 시·군·구에만 시험적인 정신보건센터가 설치돼 있을 뿐이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올해 초부터 자살 등 위기상담을 위한 전국공통전화(1577-0119)를 개설했다. 이밖에 ‘자살예방을 위한 TV공익광고 방영, 정신보건센터 확충과 기능 강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선언적 단계에 그치고 있다. 금강대학 고수현 사회복지학 교수는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자살 충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신보건 서비스 체계를 강화하는 등 사회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전문가 제언-‘정신질환 미친사람’ 통념깨야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 등 사회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사회안전망 구축과 함께 정신과 치료에 대한 각종 편견을 없애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치료를 통해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조기 발견·치료못해 ‘사고’ 부른다 정신과 치료는 ‘미친 사람’이 받는다는 사회적 통념이 우선 깨져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도의 차이라는 주장이다. 얼마 전 숨진 이은주씨의 예에서 보듯 본인이 우울증을 정확히 알고 치료를 받았다면 불행한 사태를 예방할 수도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씨처럼 외부의 곱지 않은 눈을 의식해 치료를 소홀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곧 불행한 사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의사들은 정신장애를 크게 정신분열증과 우울증으로 구별한다. 이 중 전 국민의 1% 정도인 정신분열증도 문제지만 우울증이 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울대 신경정신과 함봉진 교수는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정신분열증 환자보다 10∼20배가 더 많다.”면서 “이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울증의 조기발견 및 치료를 위해서는 국가, 의료기관, 지방자치단체, 학교 등 각각의 단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을 만들어 적극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함 교수가 소개한 나라는 오스트레일리아. 국민소득이 높은 미국이나 영국보다 우울증 관리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의사와 지역사회가 잘 연결돼 있어 어느 쪽에서도 쉽게 체크할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동우 연구위원도 “우리나라는 아직 정신질환자에게는 사각지대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정신질환으로 발생하는 고통은 사회안전망을 통해 걸러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그런 수준에 와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2010년 全보건소에 정신보건센터 특히 높은 본인부담비율을 갖고 있는 건강보험체계는 노동능력을 상실하고 경제활동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정신질환자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서 위원은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정신보건센터를 대폭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246개 보건소 중 절반 정도인 126개소에 정신보건센터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2010년까지 전국 모든 보건소에 정신보건센터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기고] ‘생명사랑운동’으로 자살예방을/하상훈 서울 생명의 전화 원장

    우리는 한 명의 전도양양한 사랑스러운 여배우를 잃었다. 그녀는 죽어 이제 한줌의 재가 되었지만 아직도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우리의 앞에 서있다. 가족과 친구들은 갑작스러운 그녀의 죽음 앞에 너무 당황한 나머지 비탄을 느낄 새도 없을 것이다. 그녀는 연예계에서 일하는 동료 선후배들에게 큰 슬픔과 고통을 남겼을 뿐 아니라 자신을 좋아하고 따랐던 수많은 팬들의 일손을 놓게 했다. 일부 언론과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서는 실시간으로 이 여배우가 스스로 생명을 끊은 원인을 좇는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거의 모든 사이트가 그녀의 과거와 현재의 행적을 상세하게 올려놓고, 동영상으로 보여준다. 추모 사이트가 만들어지고, 수많은 팬들의 추모사와 애도의 글들이 사이버 공간을 가득 메운다. 그러나 일순간에 전 국민적인 관심사가 된 이 여배우의 죽음 앞에서 우리는 다소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꽃다운 나이에 가버린 그녀의 죽음을 놓고 우리는 우리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 우리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 갈등, 우울증 같은 정신과적 문제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복잡한 삶의 문제를 안고 해결을 위해 투쟁해 오던 그들의 노력이, 이와 같은 유명인의 자살 소식을 접하면서 ‘저런 사람도 죽는데’라는 생각과 함께, 일순간에 자신의 생명을 지탱해주던 저항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참 망각을 잘하는 국민들 같다. 자살이 무거운 주제라서 피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2003년부터 잇따른 사회 지도층 인사의 자살을 비롯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사람이 자살을 한다.OECD국가 중 자살률 4위로 연간 1만명 이상 자살하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우리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기에 방관자적 입장에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본다. 더 늦지 않도록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예방 교육과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더욱이 많은 연구들에 우울증과 자살은 그 상관관계가 높다는 결론이 나와 있기에 더 특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또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24시간 자원봉사를 하며 진력하고 있는 민간단체의 활동이 더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제 민관이 함께 노력하여 종합적인 자살 예방에 관한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자살은 잠시 관심을 끄는 일과성적인 사건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의 변화를 요구한다. 자살은 끝이 아니다. 그 시작은 개인적이지만 나타나는 결과는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자살을 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이고 우리 모두 공동책임을 져 나가야 한다. 서로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지금보다 더 요구되는 시기가 없는 것 같다. 이 여배우도 자신의 많은 문제들을 여러 사람에게 토로하고 싶었지만,‘도와 달라는 외침’이 그녀의 화려함 속에 숨어 들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자살은 더 이상 안 된다. 우리의 생명은 어떤 이유로든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제 범국민적으로 ‘우리의 생명이 세상보다 소중하다.’는 생명 사랑 운동이 불같이 일어나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있어야 생명의 존엄이 보장되는 희망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간도 위기와 자살 등 복잡한 삶의 문제에 처한 사람들이 한 가닥 희망을 찾아 상담실 문을 두드린다.365일 따뜻한 인간애(人間愛)를 가지고 그들을 아무 비판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상대의 고민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격려할 때 절망적인 그들의 목소리에 힘이 생기고, 삶에로의 새로운 용기를 갖게 할 수 있다. 이 여배우의 영결식이 치러진 오늘, 그가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라면 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가져본다. 하상훈 서울 생명의 전화 원장
  • 75세이상 자살률 13년전의 5배

    국내 75세 이상 초고령층의 자살률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남윤영 교수는 1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자살예방협회 학술 심포지엄에서 자살로 인한 사망 비율의 연령별 변화추이를 분석한 결과,2003년 한해 동안 75세 이상 초고령자가 10만명당 104.5명꼴로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1990년의 21.9명보다 4.7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전체 인구의 자살률은 10만명당 24.1명이었으며,65∼74세는 58.3명,55∼64세는 40.0명으로 고령층으로 갈수록 자살률이 높아졌다.25∼34세는 18.4명,35∼44세는 25.7명으로 집계됐다. 직업별로는 농·어민이 10만명당 39.4명으로 자살 위험이 가장 높은 직업군으로 나타났다. 한편 남 교수가 1990년부터 13년 동안 자살 방법을 분류한 결과 교살이나 질식이 34.4%로 가장 많았고, 약물복용 16.3%, 추락 9.6% 순이었다. 추락에 의한 자살은 1990년에는 3.0%인 98명에 불과했지만,2002년에는 16.0%인 1337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자살자의 혼인 상태는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49%로 가장 많았고, 미혼자 32%, 사별한 사람 12%, 이혼자 7% 순으로 나타났다. 남 교수는 “노인 자살이 서구 국가들보다 높은 수준이며 급증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사회기반 확충과 지지 체계의 강화, 노인 건강 증진 등 예방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메디컬 라운지] 정신분열치료제 보험급여 인정

    한국노바티스의 정신분열증 치료제 ‘클로자릴’(성분명 클로자핀)이 올해부터 정신분열증 환자의 자살예방에 대한보험급여를 인정 받는다.2003년 식약청으로부터 정신분열증 환자의 자살행동 치료제로 추가 적응증을 승인받은 ‘클로자릴’은 우리나라를 비롯, 미국, 스위스 등 세계 10여개 국에서 자살행동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 자살, 잠깐만요 상담 ☎1577-0199개설

    자살 등 위기 상담을 위한 전국 공통전화가 개설되고 자살예방을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도 펼쳐진다. 보건복지부는 생명존중에 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오는 10일부터 자살 등 위기상담을 위한 전국공통전화(1577-0199)를 개설,24시간 운영한다고 5일 밝혔다. 상담을 원하는 사람은 전국 어디서나 전화하면 시내요금으로 정신보건전문 요원의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와함께 국내 최초로 ‘자살예방을 위한 TV 공익광고’도 8일부터 방영한다.‘아빠의 빈자리’ ‘5분만 더 생각해 보세요’라는 제목의 이 광고는 앞으로 2개월간 방송 3사와 5개 케이블TV 및 지역 민방을 통해 볼 수 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씨줄날줄] 자살하는 사회/신연숙 논설위원

    지난 한해 자살한 사람이 하루에 30명꼴로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조사 이래 최고였다는 발표는 또 한번 우리 사회에서 자살의 문제를 되짚어보게 한다.최근 몇년 인터넷 사이트를 매개로 한 동반자살에서부터 재벌 총수의 자살로 시작된 사회 지도층인사의 연쇄 자살,카드빚과 실업 등 생활고로 인한 생계형 자살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유형의 자살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회 담론은 들끓었다.그러나 결과는 1998년 IMF 외환 위기 때를 월등히 뛰어넘는 자살률 급증세로 나타났다.무엇이 문제인가. 질 들뢰즈 같은 고명한 철학자들은 최고의 실존적 행위로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그러나 이런 자살은 극히 드문 예외적인 사례일 뿐,자살은 자의라기보다는 사회로부터 강요되고 있다는 게 사회학자들의 일반적 견해다.특히 우리 사회의 이혼율 증가 등 가족해체 현상,실직 등으로 인한 생활고,급격한 세대교체 등은 사회 결속력 약화가 자살을 증가시킨다는 뒤르켐의 이론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정신의학자들은 자살 원인의 60∼80%가 우울증,강박증 등 정신질환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실직,이혼 등 사회적 문제가 외부적 요인이라면 우울증 등 정신과적인 요인은 직접적인 자살 행동을 유발하는 내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따라서 ‘자살하는 사회’에 대한 해법도 외부적 요인과 내적 요인,양쪽을 동시에 해소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의 시각은 외부 요인 처방에 맞춰져 있다는 느낌이다.자살 문제가 나올 때마다 사회안전망 확충,신용불량자 구제,노인대책 등이 중점적으로 거론되지만 내적 측면의 접근은 거의 없다. 최근 정신과 의사 등을 중심으로 한 자살예방협회가 구성되기는 했다.그러나 우리 사회의 정신과 치료 문턱은 매우 높은 편이다.선진 외국처럼 접근이 쉽고,심리적,경제적 부담도 적은 심리치료,가족치료 서비스의 도입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현재 사회복지사나,상담센터가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보다 전문화된 사회복지서비스 형태로서 활성화된다면 각종 스트레스 등 질병전조를 사전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자살하는 사회’, 보다 다원적 해법이 필요하다. 신연숙 논설위원 yshin@seoul.co.kr
  • 자살보도 권고기준 마련

    최근 저명인사들의 잇단 한강 투신 등 자살이 꼬리를 물고 있는 가운데 자살에 관한 언론보도의 준칙을 담은 ‘언론의 자살보도 권고기준’이 채택됐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기자협회,한국자살예방협회는 29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권고기준을 발표했다.이 권고기준은 각 언론사에 전달되며 언론사별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이같은 권고기준은 미국과 일본,캐나다,오스트리아,호주 등 상당수 국가에서 마련돼 있다. 권고 기준은 ‘자살이 언론의 정당한 보도 대상이지만 자살보도가 청소년을 비롯한 공중에 미칠 영향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자살자 및 유족의 사생활 침해 배제 ▲자살자 이름,사진,자살장소,자살방법 등의 세밀한 묘사 금지 ▲자살의 영웅시,미화 금지 ▲흥미 유발이나 속보,특종 경쟁의 수단 배제 등을 제시했다. 특히 자살의 전염성을 감안,‘자살이 유행하고 있다.’는 등의 표현을 피하고 ‘자살하다.’를 ‘자살로 사망하다.’로 쓰는 등 세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자살 상세보도 못하게 한다

    앞으로 자살에 대한 구체적인 방식과 자살장소 등에 대한 언론보도가 대폭 규제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기자협회·자살예방협회와 함께 태스크포스(전문가팀)를 구성,자살에 대한 언론보도 권고안 작성에 들어갔다고 4일 밝혔다.자살보도 권고안은 언론보도의 6하 원칙 가운데 ‘어디서’와 ‘어떻게’를 배제하는 것으로,자살과 관련된 사실만 간략히 전달토록 하는 것이다.방송의 경우 자살장소 등에 대해선 화면을 내보내지 못하게 된다.이같은 권고안은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는 물론 미국과 스위스,아일랜드 등 일부 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다. 권고안이 다음달 초 마련되면 기자협회를 통해 전국 각 언론사에 이를 전달해 자율협약 형식으로 시행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어떤 방식으로 자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자살충동을 야기하는 요인이 된다.”면서 “권고안은 자살방지를 위한 언론보도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와 함께 자살충동을 느끼는 본인은 물론 가족,친구 등이 주변 사람들의 자살 징조를 포착할 경우 즉각 상담을 요청할 수 있는 상담전화를 전국에 개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아름다운 ‘사회문화사업’ 경쟁

    KT와 SK텔레콤이 사회문화사업에서도 경쟁 구도를 드러내고 있다. 이 사업은 KT가 3년전 ‘사랑의 봉사단’ 이름으로 먼저 시작했고,최근엔 ‘한국통신문화재단’을 ‘KT문화재단’으로 이름을 바꿔 문화사업 분위기를 일신했다.SK텔레콤은 수천억원 규모의 관련 재단 설립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4일 두 업체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올해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수천억원대의 사회공헌기금 출연을 추진 중이다.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우선 최고 2000억원의 기금을 만들어 10월까지 재단을 만들 계획이다.SK텔레콤의 지난해 순이익 1조 9000여억원의 10%에 이르는 액수다.기금은 저소득층 가정을 돕고,가출 청소년의 자활,장애청소년 정보화 등 청소년 복지활동 지원 등에 쓰일 전망이다. 이동통신시장의 강자인 SK텔레콤은 그동안 단발성 사회공헌사업을 했지만 수익 규모에 견줘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최근 이윤의 사회환원 분위기속에 KT의 사회공헌 활동도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KT는 SK텔레콤보다 3년 앞선 2001년 ‘KT사랑의 봉사단’을 출범시켰다.지난해 사회공헌부를 사회공헌팀(상무급)으로 승격시켜 공익사업과 자원봉사,기부협찬 등으로 세분화했다.한 해에 1000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285개 분야에서 628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자원봉사 활동은 한 해에 4회 이상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다.공익사업으로는 ‘인간사랑,환경사랑’이란 이름으로 ‘청각장애인 소리찾기사업’ ‘자살예방 캠페인’ 등을 하고 있다.한 해에 10명씩 지원하고 있다.임태영 사회복지부장은 “자연문화유산 보존운동의 일환으로 청정지역인 강원도 동강의 개발부지를 매입,전통가옥을 지어 훼손을 막고 있다.”며 차별화한 환경보호운동을 강조했다. KT는 또 1990년 출범,정보통신문화를 일궈온 한국통신문화재단을 지난 1일자로 ‘KT문화재단’으로 바꿔 새롭게 출발했다.문화재단은 다양하게 발전하는 ‘정보통신 문화와 예술’의 대중화와 정보통신 분야의 학술 및 교육활동을 지원하고 있다.특히 정보통신강국이 되면서 겪고 있는 정보화 역기능 해소에 역점을 둘 참이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자살증가율 1위 ‘병든 한국’

    우리나라의 최근 10년간 연평균 자살 증가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실업이나 가정불화를 비관한 자살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건복지부가 4일 발표한 ‘OECD 국가의 자살 사망률 및 변화추이’를 보면,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를 비교한 연평균 자살 증가율은 우리나라가 1명으로,멕시코(0.61명),일본(0.44명) 등을 제치고 가장 높았다.우리나라의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82년 6.8명에서 지난 92년엔 8.1명,2002년에는 18.1명으로 증가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최근 10년간 자살이 급증한 것은 생명경시 풍조가 급속히 만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우려된다. 덴마크는 자살률이 연평균 1.06명줄었고 헝가리(-0.98명),핀란드(-0.74명),스위스(-0.47명)도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터키를 제외한 OECD 29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헝가리,핀란드,일본에 이어 4위였다.헝가리는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24.3명)에서 최고를 기록했다.이어 핀란드(20.4명),일본(20명),한국(18.1명)의 순이었다. 그리스는 3.1명이었고 포르투갈(4.2명),이탈리아(5.7명),스페인(6.7명) 등 지중해 연안국의 자살률이 현격히 낮았다. 미국(10.1명),독일(11.2명),프랑스(15명),뉴질랜드(15.2명) 등은 중위권이다. 복지부 조남권 정신보건과장은 “실업이나 가정 해체를 이유로 한 자살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실업대책이나 가정 해체 방지대책이 필요하지만 당장은 지난달 설립한 ‘자살예방협회’에서 전화상담 등을 통해 자살을 줄여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자살…이홍식 교수 “예방이 최선의 치료”

    ●자살은 낙타 등이 부러지는 것과 같아 “자살은 마치 낙타 등이 부러지는 것과 같습니다.낙타 등은 무거운 짐 때문에 부러지는 게 아니라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상태에서 지푸라기 한 올만 더 올려도 부러지거든요.사람도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갖가지 안팎의 문제가 쌓인 상태에서 특정 상황에 노출되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하게 되는 겁니다.” 우리 사회에 우울한 자살의 행렬이 꼬리를 물고 있다.사이버 자살에 안타까운 가족 동반자살이 이어지더니 이제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성공한 사람들까지 주저없이 죽음을 택한다.가히 ‘자살 권하는 세상’이라 할 만하다.이런 시류를 걱정하며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장이자 한국자살예방협회장인 이홍식(54) 박사를 만났다.그는 “당사자는 생명의 단절이라기보다 고통의 면탈이라고 여기며 자살을 시도하지만 태어날 때처럼 인간에게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는 주어지지 않았다.”며 병적인 죽음,자살의 근절을 역설했다. 자살의 의학적 정의는 무엇인가. -의학적이라기보다 일반적 정의는 ‘그 결과를 알면서 스스로 택한 행동의 결과 죽음에 이르는 것’이다. ●20~40대 자살률 압도적 최근 들어 흐름이랄 정도로 자살이 잦다.빈도와 추세를 설명해 달라. -크게 늘고 있다.급격한 사회변화가 초래한 결과로 해석된다.10년 전에 비해 자살률이 2배로 늘었다.우리의 경우 연간 자살자가 6만4000명이나 되는데,이는 우리나라 8대 사망원인에 해당된다.문제는 사회의 근간이 되는 20∼40대의 자살률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그런 추세 변화의 원인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다차원,다면적 현상이어서 단순화하기가 쉽지 않지만,최근의 어려운 경제상황이나 빠른 사회변화에의 부적응,여기에 이어지는 가정붕괴와 절망감,증오감 등이 주된 원인일 것이다.그렇지만 한두 가지 단순한 이유로 자살을 택한다기보다 누적된 원인이 지속적으로 작용한다고 봐야 한다. ●중년층 자살, 실업률과도 관련 이 박사는 최근 이어지는 자살에 대해서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 “그렇더라도 IMF 당시 높아졌던 자살률이 그후 경제상황 호전과 함께 낮아졌다가 최근 들어 다시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는 것은 경제난으로 인한 실직과 미취업,가정붕괴 등이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증거”라고 들었다.그는 “일본의 경우에도 자살률은 실업률과 비례하며,우리나라 중년층 자살자가 느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만의 자살 유형이 따로 있는가. -단편적이지만,‘생계형’과 ‘비관형’이 양극점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가족동반 자살이 생계형이라면,정몽헌 회장이나 박태영 지사 등은 후자에 해당된다.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한 자살은 아주 독특한 유형이다.방법도 약물이나 흉기를 이용하던 과거와 달리 강이나 고층건물,지하철 등에 몸을 던지는 투신이 많다. 방법이 치명적,극단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회적 안전망 구축 필요 그는 이런 자살을 ‘결코 특정인,특정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모두가 고민해야 하는 공공의 문제’로 규정했다.사회적 분위기나 상황이 자살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조사해 보면,2002월드컵 당시 붉은악마가 응원 바람을 일으킬 때의 자살률은 크게 낮을 겁니다.사회에 구심점이나 지향할 공동의 가치가 있으면 자살률이 주는 반면,분열된 가운데 특정인이 고립되면 높아지지요.이런 점을 보더라도 자살을 특정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문제는 예방일 텐데,구체적인 징후를 어떻게 파악하는가. -전문가들도 고심하는 부분이다.그러나 분명히 징후는 있다.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국가적,국민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데. -총론적으로 이거다 싶은 예방법이 없다는 게 고민이다.그러나 자살을 개인 문제가 아니라 가족,사회,국가적 문제로 보고 접근하는 태도는 필요하고도 중요하다.위험인자를 제거하고,자살진료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의 의료제도적 문제,또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문제 등은 국가전략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사회구성원 모두가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건강한 의식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항우울제 등 약제 좋아… 예방 가능 치료는 어떻게 하나. -치료는 우울·조울증,정신분열증,알코올중독 등의 치료에 준한다.최근에는 항우울제 등 좋은 약제가 많아 많은 도움이 된다.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의 자살률이 준 것도 모두 약제의 영향이다.그러나 최선의 치료는 예방이다.암 같은 질병은 노력해도 걸릴 수 있으나,자살은 예방으로 얼마든지 구제가 가능하다.특히 자살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한 공공성 질환이라는 점,그리고 사회적 손실도를 감안할 때 20∼30대의 자살을 막을 안정망 구축이 시급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안전망이 필요한가. -크게 보면 예방과 치료,재활 및 사후 관리로 요약할 수 있다.자살은 성공률이 2.15%에 불과하지만 이보다 50배나 많은 사람이 자살을 기도하며,자살을 한 번 시도한 사람이 다시 시도할 확률도 무척 높다.이런 점에서 예방과 재활 및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자살은 제도나 의술만으로는 절대 감당할 수 없다.이것이 모든 사람이 자살의 심각성에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 ●따뜻한 손 먼저 내밀어야 이 박사는 끝으로 자살을 보는 우리 사회의 편견을 지적했다.“지금 같은 변화의 시대에 자살은 결코 무능하거나 실패한 사람의 선택이 아닌 만큼 모두가 자살을 시도했거나,하려는 사람의 심정을 이해하고 고통을 나누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유서를 쓸 여력도 없을 만큼 육체적,정신적으로 피폐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미는 것은 값진 인간애이기도 합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 갑작스레 변할 땐 의심 이 박사는 가족이나 친구 등이 잘 관찰하면 자살을 앞둔 사람은 틀림없이 특징적인 언행을 한다며 징후를 구체적으로 짚었다.그를 통해 자살의 징후를 짚어본다. 우선 들 수 있는 징후는 죽음에 대한 관심.죽은 사람에게서 일어나는 일이나 죽음과 관련된 책,영화,음악에 관심을 보이거나 삶이 허무하다고 강조하는 것 등이다.또 한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을 찾아 직·간접적으로 작별을 하거나 자신이 아끼던 물건을 나눠주며 주변을 정리하기도 한다. 평소와 달리 친구,취미활동에 무관심한 채 혼자 있으려고 하며,학생의 경우 공부를 하지 않고,성적이 떨어져도 별다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때론 돌발적으로 무모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더러는 주말이나 휴가 때 특별한 이유없이 가족과의 동행을 피하며,우울한 사람이 갑자기 밝아지거나 자살에 대해 얘기한 뒤 편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징후는 주로 미혼자나 독신자,별거 중인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그는 “이런 징후를 통해 자살 우려가 감지되면 즉시 가족이나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고 절대 혼자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자살에 이용할 수 있는 도구나 장소,상황으로부터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이미 자살을 시도한 사람인 경우 지체없이 응급실로 옮기되,사용한 약물 정보를 가져가면 치료에 도움이 되며,이때 환자와의 논쟁이나 설득은 금물이다. 이 박사는 “자살을 말하는 사람은 자살하지 않는다거나 자살 시도는 관심을 끌려는 행동이며,한 번 자살에 실패한 사람은 다시 시도하지 않는다는 등의 생각,자살이 유전이나 정신병이라는 것은 모두 잘못된 생각”이라며 “가장 위험한 것은 자살 징후를 파악하고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 이홍식 교수는 ▲연대의대 및 대학원(박사) ▲미국 UCLA,일본 홋카이도의대 교환교수 ▲대한정신분열병학회 부이사장 및 국제이사,대한신경정신의학회 국제이사,대한정신약물학회 이사장 등 역임 ▲현 대한정신약물학회장,국제신경정신약리학회 아시아위원장,세계정신분열병학회 이사,연대의대 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한국자살예방협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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