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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시각] 극단은 피해야 한다/손성진 사회부 차장

    한국인들이 유별난 것 중의 하나가 극단(極端)을 따르고 극단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에 오르는 자살이라는 마지막 선택을 한 이들의 사연은 읽기도 언짢다.10년 만에 자살률은 두 배로 높아져 45분에 한 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 끔찍한 세상이 됐다. 지도층의 자살이 잇따르자 국회의원에게서 자살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는, 해외토픽감의 웃지 못할 캠페인도 벌어진다. 이혼도 부부임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이혼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몇 번째 안에 든 자살률보다도 더 부끄러운 세계 최고 기록이다. 연 증가율이 15%에 이를 정도로 초고속으로 늘어나는 이혼이 사회 기반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단식투쟁은 뜻을 이루기 위해 가장 손쉽게 선택하는 수단이 됐다. 정치인들의 저항 수단으로 인식되던 단식이 노조위원장이나 시민운동가에서 고위 공무원, 학생에게까지 전염병처럼 번졌다. 천성산을 살려야 한다는 지율 스님의 뜻에는 찬동하더라도 죽음을 담보로 한 단식투쟁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방송대 이필렬 교수가 환경 운동가들의 극단적인 투쟁 방식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그런 연유다. 그렇게 해서 목적을 이룰지는 모르나 멀리 보면 환경 운동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이 교수는 경고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 교수의 말처럼 부안 핵폐기장, 새만금, 천성산, 사패산 등의 환경 문제에서 운동가나 주민들은 모두 극단적인 방법으로 원하는 바를 얻어냈다. 그러나 이런 투쟁방식은 환경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민들까지 점점 외면하도록 만든다. 실제로 환경단체의 회원 수는 최근 들어 줄고 있다고 한다. 극단, 또는 극의 추구는 환경보다는 이념 문제에서 더 심각하다. 반대 정파에게도 따뜻한 박수를 보내고 격려하는 모습을 우리 정치인들에게서 볼 수 없는 것은 서글픈 현실이다. 관용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이념논쟁가나 정치인들은 이기심으로만 똘똘 뭉쳐진 아귀 같다. 극단을 혐오하는 사람들은 중도적인 단체로 돌파구를 찾아 침묵하는 다수의 대변체가 되려 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시변(市辯)’이 생겼고 중도 성향의 ‘바른 교육권 실천행동’이 출범했다.‘신중도 포럼’‘자유지식인선언그룹’ 등의 단체들도 극단에 반감을 표시한다. 극단을 외치는 건 최소한이라도 얻으려면 최대한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 때문인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얻으려면 무리한 요구라도 해야 한다는 그릇된 욕심 탓인가. 그렇지 않다면 자살을 하고, 단식투쟁을 벌이고, 좌우 이념에 지나치게 집착하도록 저들을 내모는 잘못된 사회구조 때문인가. 극단적인 선택과 양보 없는 충돌은 정이 메말라 버린 사회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가난했던 시절에는 정이라는 끈으로 서로를 보듬었던 우리들이 아니던가. 그 시절의 낭만과 정을 그리워하는 것은 춥고 건조해진 마음에서 나오는 반작용이다.50,60년대 시인들의 낭만적 생활을 극화한 EBS ‘명동백작’에 보낸 남녀노소의 박수는 아직도 가슴은 뜨거움을 보여준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들에게 언제든 십시일반의 위력을 보여줄 준비가 우리는 돼 있다. 극단을 피하고, 피하게 할 따스함이 우리 피부 속에, 살 속에 스며 있는 것이다. 대화와 타협, 양보가 있는 곳에서는 극단이 존재하기 어렵다. 극단을 피하려면 사회 안전장치의 확대와 제도 개선을 통한 병인(病因) 치유가 급하다. 그보다 더 급한, 정과 낭만이 넘쳐 나는 사회는 언제쯤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손성진 사회부 차장 sonsj@seoul.co.kr
  • 日서도 비정규직 임금차별 심각

    일본에서 급증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임금차별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4일 보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10년 전에는 19%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9%로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정규직의 40%에 불과한 실정이다. OECD는 “일본의 노동시장은 잘 훈련받고 많은 임금을 받는 정규직 노동자와 낮은 기술 수준에 적은 월급을 받는 비정규직으로 ‘위험스럽게’ 양분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특히 이같은 양분화 현상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 내에서도 ‘평생직장’으로 상징되는 전통적 직장 개념이 무너진 뒤 새로운 체계가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의 한 관료는 경제가 회복세로 접어든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자살률이 낮아지지 않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전통적 직장 개념이 사라진 것에 대한 절망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최근 노동시장 변화에 관한 보고서에서 7년째 계속되고 있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비정규직 문제가 심화되는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주 일본 경제재정자문회의가 마련한 ‘일본 21세기 비전’ 보고서 초안에서는 연금제도의 개선과 함께 노동자들이 더 자유롭게 직장을 옮길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여성 노동자들이 더 쉽게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 있도록 하고, 노동자들이 75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OECD의 한국·일본 담당관인 렌달 존스는 “OECD의 주된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정규직-비정규직 사이에 회복될 수 없는 단절이 생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씨줄날줄] 홀리데이 블루스/김경홍 논설위원

    “동전에는 앞뒷면이 있다.” 흔히 인용되는 말이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듯이 만사에는 밝고 어둠이 내재해 있다는 뜻이다. 한데 최근 한 정치인이 “동전에는 옆면도 있다.”고 했다. 극한대치로 타협의 기미가 없는 정치세력들을 빗댄 것으로 보인다. 동전의 옆면은 앞뒷면에 비해 그 여지는 좁지만 중간지대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 해가 저문다. 따뜻하고 포근한 연말을 보내고, 새해를 희망과 함께 맞자는 소망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하지만 연말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다. 일자리를 찾는 행렬은 늘어만 가고, 중산층이 사라져 가는 현실은 어둡기만 하다. 중간지대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5세 어린이가 굶어 죽은 이야기는 비극이다. 그저께도 경남 마산의 한 근로자는 비정규직신분을 비관해 목숨을 끊었다. 지난 10월 훈련중 함정침몰로 사망한 순직군인의 부인도 삶을 포기했다. ‘편안한 삶’을 살고싶어 하는 인간들의 욕망은 어디서나 같을 것이다. 미국의 언론들이 최근 가장 즐거워야 할 연말연시 휴가철에 실업, 재난, 질병, 이혼 등으로 가족과 함께 지내지 못하는 처지를 비관하는 사람들을 위해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연말연시는 자살률도 높다고 한다. 연말연시 휴가철의 우울증을 그들은 ‘홀리데이 블루스’라고 부른다. 우울한 축제라고 불러도 될까.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우울증 극복 방법으로는 과도한 음주를 피하고, 충분한 휴식과 적당한 운동을 권하고 있다. 또 완벽을 기대하지 말고 합리적인 수준에 맞출 것과 골치아픈 일들은 접어둘 것, 단 15분만이라도 긴장을 풀 것을 처방하고 있다. 자족과 명상, 망각, 정신건강 등 우리네 처방과도 다르지 않다. 이런 대안도 있다. 새로운 일을 찾을 것, 돈 안 드는 활동을 즐길 것, 남을 위해 무슨 일인가 할 것, 자신을 염려해주는 사람과 지낼 것,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려 볼 것, 특별한 음식을 해먹거나 특별한 행사를 가져볼 것, 스스로 슬퍼하도록 내버려 둘 것 등이다. 더 구체적이라고 하겠다. 불행의 한쪽에는 행복도 있다. 불행에서 행복으로, 행복에서 불행으로 건너가는 중간지대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에 있더라도 좋은 쪽을 바라보는 것이 희망이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seoul.co.kr
  • [씨줄날줄] 475세대/김경홍 논설위원

    ‘475세대’라는 말은 좀 생소하다. 왜냐하면 한동안 ‘386세대’라는 말이 마치 세상을 바꾸는 키워드라도 되는 양 유행했기 때문이다. 386세대는 나이는 30대이고, 대학은 80년대에 다녔고, 태어난 것은 60년대라는 말이다. 같은 기준으로 475세대는 나이가 40대, 학번은 70년대, 생년은 50년대를 말한다. 이른바 ‘3김시대’ 때까지는 정치나 사회주도세력을 4·19세대,6·3세대, 민청학련세대 등으로 구분한 적이 있다. 어느 세대가 그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느냐는 세대교체라든가, 사회발전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그래서 386세대가 정치의 신진세력으로 등장한 것은 민주화세대라는 기본을 바탕으로 젊고, 깨끗하고, 개혁적인 이미지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치권에서 상당수 세력을 확보한 386세대는 이제 경험미숙이나 편향적인 시각, 전 세대와 다를 바 없는 처신 등으로 인해 이제 검증받아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 윗 세대의 기득권에 눌려지냈고, 이제 386세대의 흐름에 밀린 475세대는 잊혀진 세대로 전락했다. 오죽하면 475세대를 화투칠 때 흑싸리, 난초, 홍싸리 띠로 점수가 나는 ‘초단세대’라는 말까지 나왔을까.475세대는 청바지와 통기타, 장발이라는 사회문화적 분위기와 함께 유신과 군사독재시절의 암울한 정치시대를 거쳐왔다.475세대의 몸부림이 80년대 민주화 시대의 밑거름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대다수의 40대들은 사회로부터 밀려나고 있다.‘사오정’ ‘오륙도’라는 유행어에서도 40대가 중심에 있고,40대의 자살률과 범죄율이 다른 세대보다도 높아지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열린우리당의 475세대가 ‘세대와 이념의 중재자’라고 자처하면서 사회통합을 주도하자고 선언했다고 한다. 동감이 가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기껏 세대로 역할을 구분하자는 발상은 실망스럽다. 정치세력들이 이념도 모자라 나이까지 편가르기를 하는 인상이어서 안타깝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단순히 세대가 같다고 생각이나 역할이 같을 수가 있겠는가. 좌우나 세대로 가르는 분류법은 너무 후진적이어서 마치 컬러시대에 흑백TV를 보는 느낌을 준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seoul.co.kr
  • [열린세상] 위험수위에 오른 자살 증가/심영희 한양대 사회대학장

    지난달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3년 사망원인 통계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1만 1000명으로 하루평균 30명씩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4명으로 지난 1983년 통계청이 사망원인 통계조사에 나선 이래 최고치라고 한다. 연도별 추이를 비교하기 위해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을 살펴보면 80년대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필자의 계산에 의하면 1980년 22.6명,1981년 20.8명,82년 22.0명,83년 20.0명으로 80년대 초반에도 비교적 높았다.따라서 1980년을 기준으로 하면 헝가리,덴마크,오스트리아,핀란드,스위스에 이어 세계 6위를 기록했다.이는 당시 권위주의 정권하의 암울했던 사회적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자살률은 91년 인구 10만명당 9.7명까지 떨어졌다가 증가세로 돌아서 96년과 97년 14.1명으로 증가했고 외환위기를 맞은 98년에는 19.9명으로 정점에 이르렀다. 그러다가 다시 감소하기 시작해 2000년 14.6명에 이르렀다가 2001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2002년 19.1명으로 외환위기 직후의 수준으로 되돌아갔고,2003년에는 24.0명으로 최고치에 이르게 된 것이다.이는 1980년대와 외환위기 당시의 수준을 모두 넘어서는 것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발표한 사망률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02년 기준으로 헝가리,핀란드,일본에 이어 4번째였다.2003년 24명으로 급등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추정하는 보도도 있다.여기에 우리나라의 낮은 출산율을 감안한다면,세계에서 가장 적게 낳고 가장 많이 자살하는 나라가 될지도 모르겠다.실로 경악할 상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살이 이처럼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사람들은 왜 자살을 하는 것일까? 돌이켜보면,예전에는 소값 폭락으로 자살하는 농민,고시에 낙방했다고 자살하는 대학생,부모의 반대로 결혼하지 못해 동반자살하는 젊은 연인들,애인이 변심했다는 이유로 자살하는 경우 등 경제적 이유나 좌절로 인한 자살이 많았다.하지만 최근에는 카드빚으로 인한 자살,왕따로 인한 자살,직장을 잃은 주부의 자살,게임과도 같은 자살,아바타 옷값 때문에 야단맞은 초등생의 자살 등 우울증,정체성 상실로 인한 자살 등이 늘고 있다.달리 표현하면 자살도 시대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위기상담을 해주는 상담서비스센터에 올라온 상담 내용을 보면 빈도가 가장 많은 유형이 부채,사업 실패,카드 빚 등으로 인한 자살이다.이는 만성빈곤으로 인한 ‘도구적 자살’일 뿐 아니라 갑작스러운 경제난으로 인한 ‘아노미적 자살’에 해당되는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우리 사회는 그동안 돌진적 산업화를 통해 물질을 숭배하는 풍토가 만연해 있는데 경제가 갑자기 너무 어려워지면서 삶의 의욕을 상실한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이 문제를 극복하려면 여러 대책이 필요하다.우선 사회의 빈곤층이나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대,신용불량자에 대한 구제대책과 같은 구조적 접근이 뒤따라야 한다.아울러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는 생명존중 사상을 고취시킬 필요도 있다. 그러나 자살이 많다는 것은 개인이 절망감,우울,분노,수치감,삶의 의욕 상실과 같은 심리적 위기에 처했음에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주위에 없고,네트워크가 해체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따라서 국가와 사회는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국가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후원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과 기관들을 적극 지원하고,가족과 친족,공동체는 신뢰할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심영희 한양대 사회대학장
  • [씨줄날줄] 자살하는 사회/신연숙 논설위원

    지난 한해 자살한 사람이 하루에 30명꼴로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조사 이래 최고였다는 발표는 또 한번 우리 사회에서 자살의 문제를 되짚어보게 한다.최근 몇년 인터넷 사이트를 매개로 한 동반자살에서부터 재벌 총수의 자살로 시작된 사회 지도층인사의 연쇄 자살,카드빚과 실업 등 생활고로 인한 생계형 자살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유형의 자살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회 담론은 들끓었다.그러나 결과는 1998년 IMF 외환 위기 때를 월등히 뛰어넘는 자살률 급증세로 나타났다.무엇이 문제인가. 질 들뢰즈 같은 고명한 철학자들은 최고의 실존적 행위로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그러나 이런 자살은 극히 드문 예외적인 사례일 뿐,자살은 자의라기보다는 사회로부터 강요되고 있다는 게 사회학자들의 일반적 견해다.특히 우리 사회의 이혼율 증가 등 가족해체 현상,실직 등으로 인한 생활고,급격한 세대교체 등은 사회 결속력 약화가 자살을 증가시킨다는 뒤르켐의 이론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정신의학자들은 자살 원인의 60∼80%가 우울증,강박증 등 정신질환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실직,이혼 등 사회적 문제가 외부적 요인이라면 우울증 등 정신과적인 요인은 직접적인 자살 행동을 유발하는 내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따라서 ‘자살하는 사회’에 대한 해법도 외부적 요인과 내적 요인,양쪽을 동시에 해소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의 시각은 외부 요인 처방에 맞춰져 있다는 느낌이다.자살 문제가 나올 때마다 사회안전망 확충,신용불량자 구제,노인대책 등이 중점적으로 거론되지만 내적 측면의 접근은 거의 없다. 최근 정신과 의사 등을 중심으로 한 자살예방협회가 구성되기는 했다.그러나 우리 사회의 정신과 치료 문턱은 매우 높은 편이다.선진 외국처럼 접근이 쉽고,심리적,경제적 부담도 적은 심리치료,가족치료 서비스의 도입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현재 사회복지사나,상담센터가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보다 전문화된 사회복지서비스 형태로서 활성화된다면 각종 스트레스 등 질병전조를 사전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자살하는 사회’, 보다 다원적 해법이 필요하다. 신연숙 논설위원 yshin@seoul.co.kr
  • 자살 하루 30명꼴…작년 11000명 사상최다

    자살 하루 30명꼴…작년 11000명 사상최다

    생활고·취업난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지난해에는 인구 10만명당 24명꼴로,‘자살에 의한 사망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암·뇌혈관질환 등에 이어 자살이 사망원인 5위 안에 들기는 처음이다.이에 따라 만연된 생명경시 풍조를 바로잡고,이들을 보호하는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자살률,IMF때보다 높아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3년 사망원인 통계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1만 1000명으로,하루 평균 30명씩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인구 10만명당 자살한 사람은 24명으로 전년보다 4.9명이나 늘었다.지난 1983년 통계청이 사망원인 통계조사에 나선 이래 역대 최고치다.10년 전인 93년(10.6명)보다 2.3배나 급증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30개 회원국의 연령표준화 사망률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02년 기준 18.7명으로 헝가리(23.2명),일본(19.1명),핀란드(18.8명)에 이어 4번째였다.따라서 지난해 24명으로 급등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자살로 인한 조(粗)사망률(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를 의미)은 98년 IMF 외환위기때 19.9명까지 치솟았다가 하락한 뒤 2001년부터 3년째 급증하고 있다.특히 자살은 20∼30대 사망원인 1위이며,자살한 사람의 절반 가량이 20∼4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생명 경시풍조와 함께 경기침체에 따른 취업난·생활고·이혼증가·노후불안 등이 원인인 것으로 풀이됐다. 고려대 안암병원 이민수 교수는 “젊은 층은 급격한 사회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좌절감이 커지고,40∼50대는 직장을 잃거나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자살하려는 경우가 많다.”면서 “상담전화 등 사회안전망이 확충된다면 자살률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연간 사망자 수는 24만 6000명으로,하루 평균 673명이 사망했다.원인별로는 암이 6만 4000명으로 가장 많았고,뇌혈관질환(3만 6000명)·심장질환(1만 7000명)·당뇨병(1만 2000명)·자살(1만 1000명) 등의 순이었다. ●암 부동 1위,추락사 급증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인구 10만명당 131.8명으로 전년보다 1.1명 늘었다.10년 전보다는 21.2명이나 급증,사망원인 1위(25.9%)를 고수했다. 추락사고로 인한 조사망률(7.3명)도 급증해 사상 처음으로 사망원인 10위권에 들었다.통계청 관계자는 “고령층 인구가 증가하면서 넘어져 생긴 골절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면서 “특히 10년 전에 비해 노년층 여성의 추락사고가 늘었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지구촌 40초에 한명꼴 자살

    |파리 함혜리특파원|지난 2000년 전 세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81만 5000명이며 이를 비율로 따지면 10만명당 14.5명이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지구 상의 어딘가에서 40초당 1명이 자살한 셈이다.세계보건기구(WHO)는 8일 자살이 교통사고와 각종 재난,질병에 이어 13번째로 많은 희생자를 낸 사인에 속한다며 정부와 민간 부문에서 자살 방지에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오는 2020년에는 매년 자살자가 15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자살방지의 날’(10일)을 앞두고 WH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살 기도는 여자가 남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자살 건수는 남자 쪽이 높다. 국제자살방지(IASP)의 라스 멜룸 회장은 이에 대해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훨씬 치명적인 수단을 사용해 자살을 시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령층으로 보면 60대 이상이 15∼29세 연령층보다 자살률이 3배나 높지만 절대적인 숫자는 45세 이하가 더 높았다.자살 기도는 젊은층에서 높았다.15∼25세 사이의 연령층에서 자살기도와 실제자살의 비율은 100∼200대1이었다.전체적으로 보면 자살을 기도한 사람 가운데 10%가 뜻을 이룬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WHO와 IASP는 자살은 남은 가족·친지,친우들에게 심리적·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정부와 의료계,사회복지활동가,학계,언론계에서 자살 방지를 위한 연구와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lotus@seoul.co.kr
  • [독자의 소리] 걱정되는 ‘생명 경시’ 풍조/윤형근 (인천 중부경찰서 소연평경찰초소 경장)

    불량 만두를 만들었다고 지목받은 만두업체 사장이 국민에게 죄송하다면서 한강에 몸을 던졌다.근래에 들어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이가 늘고 있다.비리 혐의로 조사 받던 고위 공직자가 투신하고,빈곤을 이기지 못한 서민이 죽음을 선택한다.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가 자살률 1위라니 생명 경시 풍조가 어느덧 이 지경까지 됐나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살하는 이들은 ‘용서해라,무거운 짐 때문에 간다.’라고 유언한다.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야 한다.자살은 무거운 짐을 가져가는 게 아니라 남아 있는 자식과 부모,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는 고통을 준다는 사실을…. 그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자살은 결코 최선책이 아니라 책임회피 수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필생즉사 필사즉생(必生卽死 必死卽生)’이라는 말이 있다.‘죽기를 각오하고 노력하면 못 이룰 것이 없다.’는 뜻이다.죽을 힘을 다해 새 길을 모색하다면 자살을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윤형근 (인천 중부경찰서 소연평경찰초소 경장)˝
  • [씨줄날줄] 자살 왕국/손성진 논설위원

    “죽음에 관해서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기 마련이다.”철학자 세네카의 말이다.세상을 떠날 방법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뜻이다.역사상 수많은 인물들이 죽음의 방법으로 자살을 선택했다.네로,히틀러,고흐,김소월,전혜린,장국영에 이르기까지.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자살의 동기는 무려 989가지,방법도 83가지나 된다고 한다.1974년 미국의 여성 아나운서는 생방송 도중 권총으로 자살했다.1983년 프랑스에서는 한 주민이 냉동고에 들어가 목숨을 끊었다. 한강다리가 ‘자살 명소(?)’로 해외토픽에 날지도 모르겠다.한남대교와 반포대교에서 지도층 인사들의 투신이 잇따르자 자살을 막기 위해 경찰을 배치하는 웃지 못할 일도 생겼다.여섯번 뛰어 내렸다가 구조된 뒤 일곱번째 기어코 자살한 60대 노인도 있다.외국에도 자살 명소가 한두 군데씩 있다.일본에서는 후지산 자락의 ‘아오키가하라’ 침엽수림이다.소설의 자살 장소로 나온 이곳에서 발견되는 유해는 한해에 60∼70구나 된다고 한다.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나 호주 시드니의 갭 공원도 유명하다.한국에서는 부산 태종대의 자살바위가 이름났지만 요즘은 거의 자살자가 없다. 1935년 헝가리에서 발표된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우울한 일요일)’라는 노래를 듣고 두달만에 187명이 자살했다고 한다.한 여인을 사랑한 세 남자의 비극을 담은 노래는 몇년전 영화로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다.애틋한 선율과 가사가 자살심리를 자극했다는 것이다.그런데 헝가리가 현재 OECD 국가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라는 것이 이채롭다.한국은 헝가리에 이어 핀란드,일본 다음으로 자살률 4위다.헝가리의 경우 마약,알코올 중독,실업 등이 문제라고 한다.장기불황을 겪고 있다지만 일본이 2위라는 것도 의외다.자살률이 소득수준과는 관계없다는 뜻이다.세계 최빈국인 방글라데시가 행복지수는 1위다.그만큼 자살률도 낮다.종교의 영향이다. ‘4대 자살왕국’중 헝가리와 핀란드는 자살률이 감소하고 있는데 한국과 일본은 더 늘고 있어 문제다.일본의 경우 지난해 자살자가 3만 2082명으로 역대 최고로 기록됐다.우리나라도 10년간 자살증가율 1위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세웠다.이대로 가다간 자살왕국의 순위가 수년 내에 바뀔 것이다. 손성진 논설위원 sonsj@seoul.co.kr˝
  • 자살증가율 1위 ‘병든 한국’

    우리나라의 최근 10년간 연평균 자살 증가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실업이나 가정불화를 비관한 자살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건복지부가 4일 발표한 ‘OECD 국가의 자살 사망률 및 변화추이’를 보면,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를 비교한 연평균 자살 증가율은 우리나라가 1명으로,멕시코(0.61명),일본(0.44명) 등을 제치고 가장 높았다.우리나라의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82년 6.8명에서 지난 92년엔 8.1명,2002년에는 18.1명으로 증가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최근 10년간 자살이 급증한 것은 생명경시 풍조가 급속히 만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우려된다. 덴마크는 자살률이 연평균 1.06명줄었고 헝가리(-0.98명),핀란드(-0.74명),스위스(-0.47명)도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터키를 제외한 OECD 29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헝가리,핀란드,일본에 이어 4위였다.헝가리는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24.3명)에서 최고를 기록했다.이어 핀란드(20.4명),일본(20명),한국(18.1명)의 순이었다. 그리스는 3.1명이었고 포르투갈(4.2명),이탈리아(5.7명),스페인(6.7명) 등 지중해 연안국의 자살률이 현격히 낮았다. 미국(10.1명),독일(11.2명),프랑스(15명),뉴질랜드(15.2명) 등은 중위권이다. 복지부 조남권 정신보건과장은 “실업이나 가정 해체를 이유로 한 자살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실업대책이나 가정 해체 방지대책이 필요하지만 당장은 지난달 설립한 ‘자살예방협회’에서 전화상담 등을 통해 자살을 줄여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자살…이홍식 교수 “예방이 최선의 치료”

    ●자살은 낙타 등이 부러지는 것과 같아 “자살은 마치 낙타 등이 부러지는 것과 같습니다.낙타 등은 무거운 짐 때문에 부러지는 게 아니라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상태에서 지푸라기 한 올만 더 올려도 부러지거든요.사람도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갖가지 안팎의 문제가 쌓인 상태에서 특정 상황에 노출되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하게 되는 겁니다.” 우리 사회에 우울한 자살의 행렬이 꼬리를 물고 있다.사이버 자살에 안타까운 가족 동반자살이 이어지더니 이제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성공한 사람들까지 주저없이 죽음을 택한다.가히 ‘자살 권하는 세상’이라 할 만하다.이런 시류를 걱정하며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장이자 한국자살예방협회장인 이홍식(54) 박사를 만났다.그는 “당사자는 생명의 단절이라기보다 고통의 면탈이라고 여기며 자살을 시도하지만 태어날 때처럼 인간에게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는 주어지지 않았다.”며 병적인 죽음,자살의 근절을 역설했다. 자살의 의학적 정의는 무엇인가. -의학적이라기보다 일반적 정의는 ‘그 결과를 알면서 스스로 택한 행동의 결과 죽음에 이르는 것’이다. ●20~40대 자살률 압도적 최근 들어 흐름이랄 정도로 자살이 잦다.빈도와 추세를 설명해 달라. -크게 늘고 있다.급격한 사회변화가 초래한 결과로 해석된다.10년 전에 비해 자살률이 2배로 늘었다.우리의 경우 연간 자살자가 6만4000명이나 되는데,이는 우리나라 8대 사망원인에 해당된다.문제는 사회의 근간이 되는 20∼40대의 자살률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그런 추세 변화의 원인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다차원,다면적 현상이어서 단순화하기가 쉽지 않지만,최근의 어려운 경제상황이나 빠른 사회변화에의 부적응,여기에 이어지는 가정붕괴와 절망감,증오감 등이 주된 원인일 것이다.그렇지만 한두 가지 단순한 이유로 자살을 택한다기보다 누적된 원인이 지속적으로 작용한다고 봐야 한다. ●중년층 자살, 실업률과도 관련 이 박사는 최근 이어지는 자살에 대해서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 “그렇더라도 IMF 당시 높아졌던 자살률이 그후 경제상황 호전과 함께 낮아졌다가 최근 들어 다시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는 것은 경제난으로 인한 실직과 미취업,가정붕괴 등이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증거”라고 들었다.그는 “일본의 경우에도 자살률은 실업률과 비례하며,우리나라 중년층 자살자가 느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만의 자살 유형이 따로 있는가. -단편적이지만,‘생계형’과 ‘비관형’이 양극점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가족동반 자살이 생계형이라면,정몽헌 회장이나 박태영 지사 등은 후자에 해당된다.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한 자살은 아주 독특한 유형이다.방법도 약물이나 흉기를 이용하던 과거와 달리 강이나 고층건물,지하철 등에 몸을 던지는 투신이 많다. 방법이 치명적,극단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회적 안전망 구축 필요 그는 이런 자살을 ‘결코 특정인,특정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모두가 고민해야 하는 공공의 문제’로 규정했다.사회적 분위기나 상황이 자살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조사해 보면,2002월드컵 당시 붉은악마가 응원 바람을 일으킬 때의 자살률은 크게 낮을 겁니다.사회에 구심점이나 지향할 공동의 가치가 있으면 자살률이 주는 반면,분열된 가운데 특정인이 고립되면 높아지지요.이런 점을 보더라도 자살을 특정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문제는 예방일 텐데,구체적인 징후를 어떻게 파악하는가. -전문가들도 고심하는 부분이다.그러나 분명히 징후는 있다.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국가적,국민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데. -총론적으로 이거다 싶은 예방법이 없다는 게 고민이다.그러나 자살을 개인 문제가 아니라 가족,사회,국가적 문제로 보고 접근하는 태도는 필요하고도 중요하다.위험인자를 제거하고,자살진료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의 의료제도적 문제,또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문제 등은 국가전략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사회구성원 모두가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건강한 의식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항우울제 등 약제 좋아… 예방 가능 치료는 어떻게 하나. -치료는 우울·조울증,정신분열증,알코올중독 등의 치료에 준한다.최근에는 항우울제 등 좋은 약제가 많아 많은 도움이 된다.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의 자살률이 준 것도 모두 약제의 영향이다.그러나 최선의 치료는 예방이다.암 같은 질병은 노력해도 걸릴 수 있으나,자살은 예방으로 얼마든지 구제가 가능하다.특히 자살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한 공공성 질환이라는 점,그리고 사회적 손실도를 감안할 때 20∼30대의 자살을 막을 안정망 구축이 시급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안전망이 필요한가. -크게 보면 예방과 치료,재활 및 사후 관리로 요약할 수 있다.자살은 성공률이 2.15%에 불과하지만 이보다 50배나 많은 사람이 자살을 기도하며,자살을 한 번 시도한 사람이 다시 시도할 확률도 무척 높다.이런 점에서 예방과 재활 및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자살은 제도나 의술만으로는 절대 감당할 수 없다.이것이 모든 사람이 자살의 심각성에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 ●따뜻한 손 먼저 내밀어야 이 박사는 끝으로 자살을 보는 우리 사회의 편견을 지적했다.“지금 같은 변화의 시대에 자살은 결코 무능하거나 실패한 사람의 선택이 아닌 만큼 모두가 자살을 시도했거나,하려는 사람의 심정을 이해하고 고통을 나누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유서를 쓸 여력도 없을 만큼 육체적,정신적으로 피폐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미는 것은 값진 인간애이기도 합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 갑작스레 변할 땐 의심 이 박사는 가족이나 친구 등이 잘 관찰하면 자살을 앞둔 사람은 틀림없이 특징적인 언행을 한다며 징후를 구체적으로 짚었다.그를 통해 자살의 징후를 짚어본다. 우선 들 수 있는 징후는 죽음에 대한 관심.죽은 사람에게서 일어나는 일이나 죽음과 관련된 책,영화,음악에 관심을 보이거나 삶이 허무하다고 강조하는 것 등이다.또 한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을 찾아 직·간접적으로 작별을 하거나 자신이 아끼던 물건을 나눠주며 주변을 정리하기도 한다. 평소와 달리 친구,취미활동에 무관심한 채 혼자 있으려고 하며,학생의 경우 공부를 하지 않고,성적이 떨어져도 별다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때론 돌발적으로 무모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더러는 주말이나 휴가 때 특별한 이유없이 가족과의 동행을 피하며,우울한 사람이 갑자기 밝아지거나 자살에 대해 얘기한 뒤 편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징후는 주로 미혼자나 독신자,별거 중인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그는 “이런 징후를 통해 자살 우려가 감지되면 즉시 가족이나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고 절대 혼자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자살에 이용할 수 있는 도구나 장소,상황으로부터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이미 자살을 시도한 사람인 경우 지체없이 응급실로 옮기되,사용한 약물 정보를 가져가면 치료에 도움이 되며,이때 환자와의 논쟁이나 설득은 금물이다. 이 박사는 “자살을 말하는 사람은 자살하지 않는다거나 자살 시도는 관심을 끌려는 행동이며,한 번 자살에 실패한 사람은 다시 시도하지 않는다는 등의 생각,자살이 유전이나 정신병이라는 것은 모두 잘못된 생각”이라며 “가장 위험한 것은 자살 징후를 파악하고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 이홍식 교수는 ▲연대의대 및 대학원(박사) ▲미국 UCLA,일본 홋카이도의대 교환교수 ▲대한정신분열병학회 부이사장 및 국제이사,대한신경정신의학회 국제이사,대한정신약물학회 이사장 등 역임 ▲현 대한정신약물학회장,국제신경정신약리학회 아시아위원장,세계정신분열병학회 이사,연대의대 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한국자살예방협회장. ˝
  • [CEO 칼럼] 한국경제의 뉴 패러다임

    지난 천년 이상,한편으로는 일의대수(一衣帶水)의 이웃 나라요,한편으로는 늘 경쟁관계에 있던 중국의 지난 10여년간의 경제적 급성장이 눈부시고 부럽기 한이 없다.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3%에도 못 미쳤는데,중국은 사스 파동 등에도 불구하고,또다시 8.5%를 넘어 경이적인 발전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 제품의 수출시장 점유율은 미국 시장에서 이미 한국의 3배,일본시장에서는 4배를 훨씬 넘어섰다.중국의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외국인 직접 투자는 지난해 800억달러를 넘어 한국의 10배를 크게 초과했다.인구로 한국의 27배가 넘고,국토가 95배를 넘는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을 끝내고,상하이엑스포를 끝내는 2010년 얼마나 더 큰 나라가 될까.우리나라와는 지난 15년여간처럼 상생관계 내지 동반성장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아니면 150년 전의 불편한 관계로 급격히 재편되고 말 운명인가. 우리나라 제조업의 공동화는 이미 심각한 상태다.지난 10여년 사이 제조업 종사자수가 100만명 이상 감소했다.산업자원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체의 42%가 5년내에 국내 공장을 추가로 축소하거나 폐쇄시키고 해외로 이전해갈 계획이다. 이로 인한 우리나라의 일자리 부족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사오정’,‘오륙도’라며 중년의 실업을 자괴적으로 한탄하던 것도 이미 사치가 되어가고 있다.이제는 ‘삼팔선’,‘이태백’이라는 신조어가 사회를 풍미하며,암담한 내수시장의 침체와 이에 따른 대량실업을 경고하고 있다.청년 실업은 특히 심해서 실질 실업률은 20%선을 넘어,100만명이 넘는 경제활동 가능인구가 최신 지식과 기술을 사장시키며 경제 활동에서 소외돼 떠돌고 있다. 더구나 다음 10년간,25세 이상 취업희망 인구는 추가로 300만명 이상 증가될 전망인데,우리나라의 일자리는 현재 방식대로라면 100만개 이상 줄어들 것이다.이 엄청난 수급 불균형은 이미 심각한 상태에 와 있는 빈익빈의 문제,신용불량자 400만명의 문제,자살률 세계 4위 등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확대·재생산시켜가며 우리사회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으로까지 몰고갈 추세이다. 우리나라와 우리 경제가 살려면 재래식 패러다임을 버려야만 한다. 재래식 방식으로 수출만 진흥시키면 따라올 줄 알았던 일자리 창출은 결코 일어나지 않고 있다.제3국 외국인 근로자를 불러다 저임금을 주면 견뎌낼 줄 알았던 중소기업들도 상당수 한계상황에 몰려 있다.유로화와 엔화에 대비해 과도하게 저평가되고 있는 현재의 원화 환율이 일부 산업의 수출경쟁력을 역사상 최고의 위치에까지 끌어올려 놓았지만,비정상적인 환율에 의존하는 우리 수출과 경제의 장래는 오히려 기형적이고 위태롭기까지 하다. 제는 정말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할 때이다.수출 시장이건 내수 시장이건 저가격 제품은 대부분 더 이상 한국의 몫이 아니다.우리나라 제품이 20년전 저가격으로 유럽과 미국,일본 시장을 잠식할 수 있었듯이,이제 중국제품으로 대표되는 저임금 국가들의 제품이 우리의 수출시장과 우리의 안마당인 내수시장까지 급속히 뺏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략 경영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는 대안으로,차별화 전략과 고급화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평생 학습에 의한 평생혁신체제가 국가와 사회와 산업 전반에 내부화되어 있어야 한다.이제 우리나라의 각계 지도층이 모두 한마음이 되어,우리사회를 과거보다 한 단계 높은 지식기반,고기술 사회,고신뢰 사회로 하루빨리 이행시켜야 한다.특히 모든 영역의 최고경영자(CEO)는 기업이든,정부든 제3섹터이든 최고 교육책임자(Chief Education Officer)로서의 책임을 맡아 직장을 단순한 생산기관으로서만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평생학습과 평생혁신을 실천하는 평생교육기관으로 재창조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 독자의 소리/ 지하철 투신자살 예방대책을 외

    지하철 투신자살 예방대책을 지난 13일 서울 지하철 5호선 화곡역에서 한 남자가 열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또 같은 날 부산 지하철에서도 한 남자가 선로에 뛰어들어 숨졌다.올해 지하철 선로에 몸을 던져 자살한 사람만도 30명이 넘는다니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시민의 편의를 위해 만든 지하철에서 자살과 사고가 부쩍 늘고 있으니 안타깝다.지하철당국은 러시아워 등에 공익요원을 배치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일부 승강장에 안전 펜스를 설치했지만 이 역시 계단 가까운 곳에 띄엄띄엄 놓여있어 너무 형식적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한국이 지하철 사고와 지하철 투신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안을지도 모른다.지하철 사고를 원천적으로 막으려면 전동차가 정차해야 문이 열리는 안전 시스템을 하루빨리 설치해야 한다. 박동현(서울 관악구 봉천동) 달력 재활용지 사용했으면 새해를 앞두고 갖가지 그림과 사진을 담은 달력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하지만 대부분의 달력 용지가 고급종이라는 점이 아쉽다. 달력은 날짜 확인과 음력,절기,생일이나 결혼기념일,경조일에 대한 정보 등을 얻는 것으로 족하다.그런데 일회용이나 다름없는 달력에 비싼 최고급 용지를 사용한다는 것은 지나친 낭비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만든 달력들이 집안에서 흔히 방치되고 있어 안타깝다. 개중에는 사용하지 않고 버려지는 달력도 적지 않다.앞으로 달력을 만들 때 재활용지를 사용하면 어떨까. 또한 여분의 달력이 있다면 양로원이나 불우시설 등에 나눠주는 것이 이웃간의 정을 돈독히 하고 자원절약 차원에서도 좋다고 생각한다. 김미라(edutops@edupia.com)
  • 편집자에게/ “청소년자살 국가적 차원 예방책 마련을”

    -‘자살은 없다’ 기사(대한매일 11월3일자 25면)를 읽고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자살 사태는 급기야 ‘신드롬’으로 불리기에 이르렀다.인터넷 자살사이트가 문제인가 하면,가족 동반자살에 중·고교생들의 자살 소식도 끊이지 않고 있다.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가운데 자살,특히 청소년 자살을 개인적 선택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국가와 의료계,학교와 가정이 공동으로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대한매일의 기사는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기사에 우리 나라의 자살률이 일본·스위스·프랑스에 이어 세계 4위라는 자료가 제시돼 있어 놀랐다.아무리 유족하고 불편없는 삶을 사는 사람도 더러는 ‘죽음’을 생각하고 ‘자살’을 눈여겨보는 것이 사람의 일인지라 충격은 더하다.얼마전 우리 동네에서도 한 여고생이 공부 부담을 못이겨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들었다.이유가 어디에 있든 사회의 구성원이 자살을 선택하는 사회는 문제가 있다.특히 청소년 자살은 그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범국가적 역량을 모아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죽은 이를 두고 “제 명이 거기까진가 보다.”라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자살은 대부분이 충동이며,충동은 가라앉히고 진정시킬 수 있다.차제에 효율적인 자살 방지대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오숙희 주부·서울 강동구 둔촌동
  • [CEO 칼럼] 이제는 희망을 얘기할 때

    최근 한 방송에서 급증하는 자살 사건을 조명한 프로그램을 인상깊게 본적이 있다. 자살 동기 중 가장 큰 것은 삶에 대한 희망을 잃고 상실감이 깊이 내재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인지 올들어 유난히 늘어난 ‘일가족 동반자살’의 현실은 우리 모두를 안타깝게 한다.생활고를 비관해 자식들과 동반 자살한 어느 주부의 이야기는 모든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지만 비정한 현실의 한 단면을 들여다 보는 것 같아 사회인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높은 실업률과 자살률,이민열풍이 세태를 반영한다고 하지만 국가 앞날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푸념만 할 수는 없다.더욱이 ‘IMF(국제통화기금)외환위기 때보다 더 하다.’는 게 요즘 통설이지만 빈익빈(貧益貧)부익부(富益富)의 논리로 이 모든 난제들을 풀어나갈 수는 없지 않은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목표로 각계에서는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그러나 각각의 해법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점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건전한 기업 활동이 활성화되고 움츠러든 기업의 의욕이 되살아나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청년 세대들은 취업난을,중소기업은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무엇이 문제인가.견실한 중소기업들은 미래 우리 산업의 핵심이다.대기업 중심의 체질을 개선해 중소기업의 역량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인력 풀(pool)을 체계화해 인턴십 강화와 글로벌 현장 실습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일자리를 창출,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면 실업을 방지하고 산업 전반에 걸친 불경기를 해소하는 값진 열쇠가 될 것이다. 우리는 해방 이후 나라의 기본이 채 갖추어지기도 전에 ‘한국 전쟁’이라는 비극을 겪어야 했다.지금도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이라는 타이틀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조국을 사수한 우리의 아버지와 형님들은 나라를 구해야 되겠다는 믿음 하나만으로 숱한 고통을 이겨냈다.전쟁의 파편이 던지고 간 허허벌판에서 맨 주먹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고 공업입국의 기치를 드높였다. 이같은 힘의 원천은 무엇인가.서로에 대한 믿음과 내일에 대한 희망이 있었기에 불가능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어떠한 상황에서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다면 잠재적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고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다. 가지지 못한 것,잃어버린 것에 대한 미련과 욕심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누리고 있는 것에 대해 상대적인 가치를 부여할 줄 아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혹독한 시련은 사람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고 했던가.태풍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고 수재민도 남겼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과 희망만은 가져가지 못했던 것 같다. 지금이야 말로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간절히 의지해야 한다.정부가 국민에게,대기업이 중소기업에,부유한 이가 가난한 이에게,명예를 가진 이가 평범한 이에게 또 그 반대의 입장에서도 한 쪽의 일방적인 희생과 요구가 아닌 서로가 서로를 감싸안고 상생(相生)의 두바퀴를 만들어야 할 때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사회적 무관심 속에 버려지는 또다른 비극적인 자살 사건을 계속 지켜보며 살아갈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태 용 대우 인터내셔널 대표
  • 자살은 없다

    자살이 갖는 정신병리학적 의미는 무엇일까? 최근들어 가족 동반,인터넷을 매개로 한 집단 자살,분신 등 갖가지 유형의 자살이 꼬리를 물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죽음을 선택하는 현실은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한다.물론 나름대로는 절박한 상황이었을 것이고,제각각 사연을 갖고 있지만 자살이라는 사회현상을 보는 의학자들의 시각은 의외로 간명하다.‘자살은 심각한 정신의학적 문제이며,정부와 국민,의료계가 서둘러 공동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연세의대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병원장 이홍식)이 주최한 ‘한국사회의 자살,그 진단과 대책’ 심포지엄이 1일 이 병원 멕라렌홀에서 열려 자살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예방책을 제시했다.이날 발표된 연구발표를 중심으로 자살을 보는 의학적 견해와 예방책 등을 짚어본다. ●한국인의 자살실태와 추이 지난 90년 이후 12년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38만3000여명이 자살을 시도해 이 가운데 6만4000여명이 목숨을 끊었다.6명이 자살을 시도해 이 중 1명이 숨진 꼴이다. 자살률도 급등하고 있다.지난 92년 인구 10만명당 9.7명이던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2001년에는 15.5명으로 늘어났다.특히 이 기간에 자살로 인한 청소년의 사망 건수가 교통사고에 이어 2위로 나타나 암보다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이같은 추이는 일선 병원의 임상자료에서도 잘 나타난다.세브란스병원 응급실 집계에 따르면 지난 98년 자살을 시도해 병원을 찾은 환자는 연간 55명이었으나 2002년에는 107명으로 2배 가량이나 됐다.이들 중 60% 이상이 여자였으며,청소년은 98년 17명이던 것이 2002년에는 23명으로 늘었다.이들 중에서도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80%나 됐다. ●청소년 자살,무엇이 문제인가 독립 인격체이면서도 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판단력이 취약한 청소년들이 현실에 대한 손쉬운 일탈의 수단으로 자살을 택한다는 것은 결코 개인의 문제일 수 없다.비인간적이고 비교육적인 환경,이를테면 빈부 격차의 심화와 입시 및 성적 지상주의 교육,음란·퇴폐문화의 확산에 무방비로 노출된 청소년의 자살은 일정 부분 기성세대가 조장했다는 점에서 그렇다.더구나우리 사회가 청소년복지에 소홀한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의 자살이 사회적 합의와 이에 따른 대안 부재의 상황에서 비롯됐음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청소년 가운데 실제로 병원 치료를 받은 경우는 22%에 불과하다.한번 자살을 시도한 사람 가운데 25%가 다시 자살을 시도한다는 일반적 예측으로 볼 때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수많은 청소년들의 자살 가능성이 잠복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임상 시각에서 본 자살 조사 결과 98∼2002년 사이에 자살을 시도한 청소년의 87%가 정신과적 증상이나 문제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우울증이 압도적으로 많은 66%나 됐으며 평소 충동조절에 문제가 있는 사람도 60%를 넘었다. 분당서울대병원 하규섭 교수는 “자체 조사결과 자살을 시도한 사람의 80∼90%는 정신병적인 문제를 갖고 있었으며 이 중 70% 정도는 우울증의 발현이 자살을 시도한 직접적인 원인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연세의대 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 청소년은 자살충동의 방어력이 취약하다는 점이 문제이며,취약성의 중요 요인으로는 우울증이 꼽히나 자살을 시도하는 청소년의 50% 정도는 비행장애를 갖고 있으며 식이장애,조울증,약물 남용도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예방책과 대책 미국의 경우 ‘자살은 예방이 가능한 공공의료의 문제’라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지난 2000년 국가 차원에서 자살예방의 틀을 만들어 운영중이다.영국도 지난해 보건부 주도로 자살 예방프로그램을 만들어 2010년까지 자살률을 20% 감소시킨다는 전략적 목표를 세웠다. 같은 해 일본에서도 후생성 자살예방특별위원회가 국가 자살예방정책을 수립,시행중이다.이런 점에서 우리도 자살예방을 위해 의료계와 국가가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이와 관련, 연세의대 정신과학교실에서는 최근 자살 위험이 높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세브란스 프로토콜’ 개발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여기에는 △응급환자 치료전략 △정신과 치료전략 △교육 및 재활프로그램 운영 △체계적인 연구 과제 등이 포함돼 있다.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이홍식 병원장은 “자살은 예방과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특히 청소년의 경우 자살할 우려가 있는 상황에 국가가 적극 개입하는 등 전략적인 예방 및 치료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jeshim@
  • [열린세상] 청소년 자살 사회문제다

    지난해 미군 장갑차에 의해 희생된 두 여중생의 죽음을 애도하는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연이은 초등학생의 자살 사건이 있었다.남에 의한 죽음에는 분노하는 우리 국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린 생명에게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듯한 태도에서 모순을 느꼈다.어쩌면 청소년의 자살은 해마다 겪었던 일이라 국민 모두가 무디어졌을 것이다.하지만 최근 자살이 급격히 늘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이제는 더 이상 이 문제를 외면하기 힘든 상태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우리 사회에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아직 많이 부족하며 심지어 대책마련을 위한 노력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자살 빈도에 대한 기본적 자료조차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자료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외국의 연구 결과들로 유추를 하고 있지만 자살현상은 문화에 따라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우리 실정을 제대로 반영하는 연구가 가장 기초가 되어야 한다. 특히 최근 카드 빚 문제를 포함한 생계형 자살과가족동반 자살이 많이 증가하면서 우리 사회의 자살 문제를 저소득층의 복지 수준을 올리는 쪽으로 연관시키는 경향이 강하다.하지만 자살은 연령에 따라 상당히 다른 양상을 나타낸다.최근 청소년 사망 원인의 2위로 떠오른 자살 문제는 어른들의 자살과는 다른 각도로 조명해야 한다.자살의 역학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춘기가 되면 급속도로 자살 성공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청소년들의 자살은 어떤 심리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상당히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흔히 다음과 같은 유형들로 분류하여 볼 수 있다.첫째,현실 상황에서의 불만에 대한 분노 표현의 한 수단으로 자살을 택하는 것이다.이는 항상 자녀에게 강요를 하는 부모에 대한 복수로서 자살을 택하는 청소년들에게서 볼 수 있다.둘째,잘못을 저지른 자신에 대한 속죄,혹은 스스로를 벌하는 심리에서 자살을 기도할 수 있다.특히 청소년 시기는 아직 자아가 성장하는 단계에 있으므로 비교적 가벼운 자신의 결점이나 잘못에 대해 과도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쉽게 극단적 생각에 빠질수 있다.셋째,현재의 자신을 부인하고 다시 새롭게 태어나고 싶다는 마음에서 자살을 택하는 경우이다.가끔 지나치게 종교에 몰입하다가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경우에서 종종 관찰된다.넷째,사랑하는 사람과 결별했을 때 자살을 택하는 경우이다.청소년기에 이성 친구와의 결별 후에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높은 이유가 될 수 있다.다섯째,집단 관계에 과도하게 몰입되어 개인의 정체성이나 판단이 마비되고 집단 정체성만이 작용하여 함께 동반 자살을 택하는 경우이다.아직 자아 정체성이 확고하지 않은 청소년들은 집단의 명분을 앞세워 우발적으로 함께 위험한 일을 도모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이러한 다섯 가지 유형 이외에도 정신의학적 측면에서는 심한 우울증이 있을 때 자살의 위험률이 가장 높다고 본다.우울증은 몹시 울적하고 가라앉거나 슬픈 기분이 오래 지속되고,매사에 흥미가 없어지며 심해지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식욕이 없어지며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게 되는 상태이다.특히 청소년기의 우울증은 괜히 짜증을 많이 내고 충동적인 행동을하거나 학업 성적이 뚝 떨어지는 증상이 흔하여 주변 사람들로부터 성격이 나빠지거나 게을러졌다고 오해를 받는 경우가 흔하다.이러한 우울증이 오래 지속되면 모든 일을 자신의 잘못으로 돌려 죄책감이 심해진다.또한 우울한 상태가 너무 고통스러워 이럴 바에는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으로 결국 자살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청소년이 자살에 이르게 되는 다양한 원인들을 살펴보면 평소 이들의 마음을 잘 이해해 주게 되면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또한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문제는 그대로 방치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부모,교사가 노력하는 것이 몹시 필요하다.또한 자살 충동이 심한 청소년들을 응급으로 상담해주는 ‘핫 라인(hot line)’을 마련하는 것 역시 자살률을 감소시키는 중요한 사회적 제도이다.청소년의 자살 문제를 추상적인 사회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보다는 좀더 개별적으로 직접적 도움을 주는 쪽으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신 의 진 연세대 의대 교수 소아정신과
  • ‘목숨 끊는 황혼’ 하루 8명/전체 자살률의 2배 이상 교통사고 사망 OECD 최고

    지난 13일 이모(77·인천시 부평구) 노인이 인천 동암역에서 진입하는 열차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슬하에 3남1녀를 둔 이 노인은 지난 4월 함께 살던 큰아들집에서 나와 혼자 지내다 결국 ‘일’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들이 ‘불행한 황혼’을 보내고 있다.인생 말년에 자살하는 노인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두배 이상 많고,날마다 22명의 노인이 폭력사건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교통사고로 숨지는 노인의 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최고’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도 따라다닌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자살률은 10만명당 28.94명이었다.노인은 10만명당 62.46명이 목숨을 끊어 자살률이 2.15배나 높았다.2001년에는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아 전체 자살률의 2.3배를 기록했다. 이처럼 노인들의 자살이 많은 것은 경제적 불안정,조기퇴직,건강악화,소외감 등으로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체 자살자 가운데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99년 19.43%,2000년 19.75%,2001년 24.59%.2002년 24.47%,올들어 7월까지는 28.94%로 늘었다.이 기간에 평균적으로 노인은 하루 7명꼴로 자살했지만,올들어서는 더 늘어나 8명꼴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할아버지가 목숨을 끊는 경우가 할머니보다 두배나 많았다.99년 이후 지난 7월까지 자살한 노인은 1만 2557명으로 이 중 남성이 8223명(65.49%)이었다.65세 이상 노인 10만명당 교통사고 희생자수는 57.8명(2000년 기준)으로,OECD 가입국 가운데 가장 높았고,심지어 영국(7.3명)의 8배였다. 특히 2001년 노인 교통사고 유형별 사망자를 보면 보행중 일어난 사고가 1239명(60.6%)으로 5명 가운데 3명이 보행 중에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노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도 심각해 2001년부터 지난 6월까지 1만 9580명의 노인이 폭력을 당해 매일 22명이 피해자가 됐다.같은 기간 노인 대상의 살인과 강도,방화사건도 873건에 달했다. 김 의원은 “노인자살·노인폭력 등 위급한상황에 처해 있는 노인들을 도와줄 노인상담센터의 숫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수기자
  • [열린세상] 갈등보다 심각한 사회이탈

    지난 3월1일에 이어 8월15일에도 서로 대립된 이념과 주장을 대변하는 대규모 집회가 동시에 있었다.한편에서는 미군을 반대하는 집회가,다른 한편에서는 북한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고,정치지도자들도 이념성향에 따라 갈라져 서로 다른 집회에 참석하였다.이를 두고 우리 사회의 이념적 양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해방 직후의 이념적 대립을 예로 들며 그 파국적 결과를 경고하는 경우도 있다.분명 우리 사회의 갈등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며,사회통합의 노력은 이루어져야 한다.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어쩌면 보다 더 우려할 일이 있다.그것은 바로 우리 사회를 포기한 채 등지고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경제학자 허시만에 따르면 시장이나 조직에서 불만이 있을 때 시장의 고객이나 조직의 성원들이 묵묵히 참고 견디는 충성(loyalty)의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면 저항(voice)과 이탈(exit)의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고 한다.고객의 경우 상품에 대해,조직 성원의 경우 조직에 대해 애착이 크거나 저항을 통한 불만의 해결 가능성이 높을 때 이들은 저항을 선택한다.반대로 애착이 낮고 불만의 해결 가능성이 낮다면 이들은 이탈을 선택할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전체 사회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투표 혹은 집회나 시위를 통해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저항에 해당할 것이다.그렇다면 이탈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일까? 자살의 증가,출산의 감소,이민 희망자의 증가를 모두 사회로부터 이탈의 징후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본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 심각한 이탈의 위기에 놓여 있다. 지난해 총 자살건수는 1만 3055건으로 지난 10년 동안 2배 이상이 늘었다.이러한 증가율은 세계적으로 높은 것이다.자살률 역시 10만명당 27명을 넘어서 세계적으로 대단히 높은 수준을 보인다.사회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으로 자살만큼 극단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자살률이 늘어나는 것만 세계적인 것은 아니다.출산율이 떨어지는 것 역시 세계적이다.지난해 우리나라의 가임 여성 1명당 평균 자녀수는 1.17명이었다.30년 전의 4명에서,10년 전의 2명을 거쳐,세계에서 가장낮은 현재의 수준에 이르기까지 놀라운 속도로 출산이 줄어들었다.아이를 낳아 키우는 물적·심적 비용이 너무나 커서 도저히 엄두를 낼 수 없다는 말이 공공연히 언론에 등장하는 상황이다.원치 않는 미래로부터의 이탈인 셈이다.사회 유지의 가장 기본적 요건인 성원의 재생산이 위협받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민의 경우 사정은 다소 달라 보인다.90년대 중반 이후 이민자의 수는 다소 줄었고,최근에도 급격한 이민의 증가가 나타나지는 않는다.하지만 이민 대상국들의 엄격한 정책 때문에 이민 가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올해 초에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젊은층의 절반 이상이 갈 수만 있다면 이민을 가겠다고 응답했다.학력이 높을수록 이민을 가려는 성향이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떠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무역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수출 주력 제조업체의 74%가 공장을 외국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한다.생산설비의 이전은 일자리의 감소를 의미한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들에 따르면 여당과야당의 지지율은 20%와 30% 사이에서 각축을 벌인다고 한다.조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40% 내지는 50%에 가까운 사람들이 마음 붙일 정당이 없는 셈이다.허시만의 이론에 따르면 시장에서의 고객의 이탈은 경쟁을 자극해서 보다 나은 상품의 공급을 가져온다고 한다.하지만 사회로부터 성원의 이탈은 돌이킬 수 없는 사회의 공동화라는 결과를 낳는다.애착도 사라지고 변화의 희망도 버린 채 사회를 등지고 벗어나려는 대열이 늘어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없다.목소리 높인 저항만이 아니라 침묵 속의 이탈에도 시급하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한 준 연세대교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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