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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선진국의 조건 돈, 몸, 정신/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선진국의 조건 돈, 몸, 정신/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을 자축하는 분위기 속에서 솔깃한 구호가 들려 온다. 역대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던 나라들이 선진국이었던 만큼 이참에 우리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국가로 가자는 것이다. 어렵게 삼수까지 하면서 유치한 평창 올림픽이 다시금 우리 특유의 합심과 끈기로 세계적인 성공 사례가 됐으면 좋겠고, 또 그 덕에 대한민국이 스키점프하듯 훌쩍 선진국으로 진입하기를 바란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이 있다면 돈 건강, 몸 건강, 정신 건강일 것이다. 우선 더욱 경제 성장을 이뤄 잘살아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돈이 많은 중동 산유국을 선진국이라고 부르지 않듯이 부자 나라라고 반드시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돈을 버는 과정이 공정하고, 또 돈을 가진 사람들의 사고가 건강해야 한다. 선진국 사람들은 몸이 건강하다. 거리는 언제나 조깅족이나 사이클링족으로 활기를 띤다. 우리 사회도 생활체육이 널리 보급됐지만 보신 식품, 보약, 심지어 성형수술에 의존하는 건강관리 풍조가 여전하다. 돈보다는 땀과 시간으로 몸 건강을 유지해야 선진국이다. ‘돈’과 ‘몸’ 상태는 그런대로 선진국 대열. 하지만 정신 건강을 물으면 우리는 자신이 없다. 아니 무모한 자신감이 정신 건강을 해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소식에 가려진 해병대 병사 4명 총격 사망 사건과 그에 대한 대처가 좋은 사례다. 여전한 군대 내 병사들 간 구타나 가혹 행위도 한심하기 짝이 없지만, 정서적 장애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 병사를 다루는 군대와 일반 사회의 태도는 너무나 후진적이다. 문제의 김 상병은 “훈련소에서 실시한 인성검사 결과 불안, 성격장애, 정신분열증 등이 확인돼 부대 전입 후 특별관리대상”이었다는 것이 해당 부대 소초장의 진술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김 상병은 부대가 아니라 병원으로 보내 의사의 도움을 받도록 해야 했다. 우울증, 성격장애, 피해망상, 분열증과 같은 소위 정신병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지와 편견이 피할 수 있는 참혹한 사건을 방치한 꼴이다. 그 와중에 일부 언론은 ‘군기가 빠져서’ 그렇다느니, 안 되면 되게 하라는 ‘해병대 정신’은 어디 갔냐는 식의 ‘정신 나간’ 말과 글을 쏟아냈다. 우울증은 도파민 등 뇌의 신경전달 물질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뇌질환의 일종으로, 성인인구 10명 중에 1명 정도가 이 질환을 경험한다고 한다. 우울증 환자의 3분의2가 자살을 생각하고, 피해망상이나 분열증과도 연관이 있다. 원인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하지만 병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환자는 “아프다.”는 사실을 감추려 하고, 사회는 집단적인 무지를 드러낸다. 정신력과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있으리라는 잘못된 상식이 만연해 있고, ‘정신병 환자’ ‘미친 사람’ 딱지를 붙이는 고약한 사회심리도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의사 만나기를 꺼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신과 의술은 선진국 수준이다. 그러나 정신병을 바라보는 사회의 정신건강은 후진국 수준이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쯤으로 여기고 의사를 찾아 쉽게 치료받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삶의 재미를 선사하던 최진실과 같은 우울증 연예인들의 죽음에 속수무책이었고, 얼마 전 해병대 참사도 미리 막지 못했다. 아마도 하루 평균 24명이 자살을 선택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자살률 1위의 오명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터이다. 선진국인 미국의 정신건강 관리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20세기 초 실용주의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 등이 미국정신건강협회를 설립해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알리는 사회운동에 나섰고, 1917년 1차 세계 대전 때부터 육군과 해군에서 ‘정신 건강’ 프로그램을 실시했으며, 1946년 국가 정신건강법 제정, 1955년 의회 내 ‘정신병 및 정신건강위원회’와 1977년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위원회가 설립됐고, 1980년 이후로는 어린이, 노인, 이민자 중 정신병 환자들이 인권·고용이나 복지 부문에서 소외와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배려 정책을 내놓기에 이른다. 올림픽 유치의 기쁨이 돈과 몸 건강, 그리고 ‘아픈’ 사람을 배려하는 정신 건강에 미칠 수 있기를.
  • [열린세상] 엔도르핀적 격정에서 세로토닌적 삶으로/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열린세상] 엔도르핀적 격정에서 세로토닌적 삶으로/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반값 등록금 투쟁을 하고 힘빠진 모습으로 학교에 돌아오는 학생들을 보면 교수로서 참 미안하고 안쓰럽다. 고액 연봉을 받는 노동자들도 불만에 가득찬 파업을 하는 요즘이다. 모두들 삶이 고달프다고 아우성이다. 이런 아우성에 편승해 이해득실을 따지는 정치인들의 계산법에는 말문이 막힌다. 그럼 도대체 누가 행복한가? 더 큰 걱정은 정치가 바뀌고 제도가 개선된다고 해서 근본적인 불균형과 불평등이 별로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인류의 역사가 그러했다. 끊임없이 진보를 외치고 발전을 내세웠지만 삶의 질과 만족도는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문명론자들은 수렵채취시대에서 농경사회로, 다시 도시사회와 정보시대로 갈수록 진보고 발전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최근 연구들을 보면 수렵채취시대 사람들의 협동심과 영양상태가 현대인 못지않게 양호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농경시대 사람들의 노동강도는 그 이전 시대보다 더욱 가혹했으며, 삶의 스트레스가 훨씬 높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때부터 외형적 물질생산만 중시되고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뒷전이었다. 한 인문학자의 보고에 의하면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하드자족은 수렵을 해서 먹고 살아가는데, 위험을 뚫고 사냥감을 포획한 전사는 먹이의 분배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한다.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가 아니라 공동체 모두가 함께 일하고 함께 먹을 권리를 갖는 것이다. 더욱이 그 사냥꾼은 여성들이 최고로 선호하는 신랑감이 되었고, 이미 마을의 존경과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인물이 되었다. 엄청난 사회적 자본을 가진 셈인데, 사냥감 분배에조차 특권을 준다면 그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획득한 사회적 자본에 대한 사회적 세금을 내는 셈이다. 지금 우리가 그렇게 외치고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보다 훨씬 차원 높은 삶이 아니겠는가. 물질적 성취가 곧바로 행복과 직결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른 방식의 삶에도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많이 생산하는 대신 적게 원하는 삶의 지혜가 대안이다. 꼭 필요한 만큼만 사냥하고 후손을 위해 지속가능한 자원을 남겨두는 아프리카 케냐 마사이족의 삶에서도 교훈을 얻는다. 나는 틈이 나면 강원도 어느 숙박시설에서 휴식을 취하곤 한다. 그곳에는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고 텔레비전은 물론 인터넷도 되지 않는다. 처음 얼마 동안은 첨단 정보로부터 고립된 금단현상으로 불편하지만 곧 익숙해진다.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세상도 변함없이 잘 돌아가고 어쩌면 나 때문에 고통받고 숨죽이며 살아야 하는 누군가가 가능성의 기회를 맞아 떠오를지 모른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는 생각이 다른 삶을 찾는 시작이 아닐까. 산업시대 앞만 보고 달려야 할 때는 우리 몸에 격정과 신기를 주는 엔도르핀과 노르아드레날린이 과다분비되었을 것이다. 그 덕분에 빨리빨리를 외치며 급속한 성장을 이루었다. 이만했으면 숨고르기를 통해 한번쯤 뒤돌아보면서 아직 뒤처져 걷는 힘든 이웃에게 손을 내밀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볼 때다. 1인당 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서면 아무리 물질적 성장을 해도 삶의 질과 만족도는 더 이상 기대만큼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이 공통된 연구결과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무게중심이 주어져야 한다. 차분한 열정으로 행복과 창의력을 북돋아주는 세로토닌이 답이다. 세로토닌은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 극단적 대결, 격정적 환호, 샘솟는 의욕보다는 적절한 조절기능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세계 최고의 자살률, 도박 공화국이라는 자화상을 앞에 두고 더 빠르게, 더 자극적인 것을 양산해 내는 엔도르핀 문화와는 이제 작별을 고해야 한다.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고 일하는 보람을 통해 존재감을 느끼는 세로토닌 문화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우리 삶의 새로운 방향이 아닐까? 보통의 일을 대를 이어 묵묵히 지켜가는 힘, 화려한 외피를 두르는 것보다는 자신의 색깔을 더욱 소중히 여기는 태도가 바로 세로토닌적 삶이다.
  • “자살 유가족과 고통·희망 함께 합니다”

    서울시가 자살 유족들의 정신적, 심리적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활동과 참여를 유도하는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자살 유족은 자살 고위험군으로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가족의 자살을 경험한 유족들은 일반인보다 행동증후군이 8배, 기분장애가 6배, 기질성 정신장애가 5.7배 증가하는 등 생리적 장애 및 신체적 요인과 관련된 증상이 나타날 확률이 더 높다. 부정, 우울, 무력감, 수치심, 죄책감 등의 애도반응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정상적인 감정으로써 충분히 표현되어야 한다. 누나인 배우 최진실의 죽음으로 자살 유가족이 된 배우 최진영 역시 누나의 죽음으로 말미암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몇 년 후 자살한 사례를 보아도 자살 유가족 관리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시는 이들 가족에 대한 정기모임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자작나무’로 불리는 이 모임은 ‘자살유족의 작은 희망 나눔으로 무르익다’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2009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다. 세계 주요도시 인구 10만명당 자살사망률은 뉴욕 5.5명, 런던 9명, 홍콩 15.2명, 도쿄 23명이고, 서울은 26.1명이다. 국외 연구에서 1명이 자살을 하면 최소한 혈연관계에 있는 6명의 유족이 생긴다고 하는데, 이에 따라 한국에는 9만 2478명의 자살 유족이 있고 서울시에는 1만 5972명의 유족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는 2008년부터 시작한 자살유족 모임인 ‘자작나무’ 서비스를 매월 둘째 주 목요일 오후 7시 진행한다. 서울시 이정관 복지건강본부장은 “아직 자살유족에 대한 서비스는 다소 미비한 편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자살유족에 대한 서비스 제공이 사후관리뿐 아니라 자살예방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의 3707-9140, 1577-0199.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행복한 뉴스? /임종섭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옴부즈맨 칼럼] 행복한 뉴스? /임종섭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얼마 전 서울신문에 2개의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첫번째 기사는 ‘세계가 반한 서울의 매력’이란 제목으로, 두번째 기사는 ‘OECD 행복지수 발표, 호주 1위… 한국은?’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 삶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 삶의 질에 대한 상반된 모습을 담고 있어 혼란스럽다. 우리가 사는 현실이 어찌 하나의 분명한 현실만 있겠는가마는, 한 기사는 서울이 매력적인 이유를 50가지로 상세하게 설명하는 반면 다른 기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행복지수’에서 한국이 34개 회원국 중 26위로 우리나라 국민은 자신이 행복하지 못하다고 여긴다고 보도했다. 서울이 좋은 이유가 50가지나 되는데 국민의 행복지수는 하위권인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살기가 어려워서 그럴 것이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현상은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됐으며 주된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이 꼽혔다. 행복을 느끼기에는 부족한 우리나라의 사회 환경도 무시할 수 없다. 호주나 미국처럼 많은 공원과 곳곳에 푸른 잔디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하고 인구밀도는 높다. 과열된 경쟁심리가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 대학까지 이어지며 이에 따라 사회생활도 자유롭지 못하다. 어찌 보면 행복해지고 싶어도 그러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래서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것일까. 국민의 행복지수는 굳이 OECD 자료를 통하지 않아도 언론보도에서 가늠할 수 있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자극적이고 폭력적이며 부정적인 내용을 여과 없이 내보내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 언론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언론은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뉴스거리 중 일부를 국민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중요한 의제로 보도하면서 사회통합의 기능을 수행한다. 학자들은 이를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이라고 부른다. 이 의제는 갈등, 대립, 사회적 모순 등 부정적 내용뿐만 아니라 사회통합의 의미를 살려 국민이 누리고 싶은 삶의 모습도 담아야 한다. 행복하지 못한 국민이 많을수록 사회의 건강성은 약해지며 그만큼 언론의 사회적 역할은 커진다. 따라서 삶에 희망을 주고 방향성을 보여주는 의제를 개발해 지속적으로 보도하는 게 필요하다. 지난 5월 31일 24회 세계 금연의 날 언론 보도를 보면, 이날을 기념한 일회성 뉴스에 머물러 금연의 날이기에 보도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세계 금연의 날에 관련된 신문기사들을 매년 비교해 보면, 비슷한 내용과 관점을 다룬 기사가 많을 것이다. 흡연 문제가 건강한 삶과 어떻게 관련되며 금연구역이 지켜지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무엇인지를 심도 있게 연속적으로 보도해야만 금연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OECD 행복지수에 대해 서울신문 기사는 발표 자료의 의미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간단하게 다루었다. 국민의 행복지수가 OECD 국가 중 하위권이라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이며 일회성으로 가볍게 보도될 사안이 아니다. OECD의 자료 발표가 정기적으로 있는 만큼, 행복지수에 대한 언론보도 양식과 국민의 행복지수와 어떤 연관성을 찾을 수 있겠다는 엉뚱한 생각도 든다. 행복의 현주소를 심층적으로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하나씩 찾아보는 기사를 독자는 원할 것이다. 이런 기사를 연중 지속적으로 이어갈 때,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에서 말하는 중요한 의제가 국민 사이에 인식될 것이며 사회통합에도 기여할 것이다. 경쟁력이 국가·기업·대학에서 중요한 평가지표로 부각되는 지금, 국민의 행복지수는 이 경쟁력과도 연관될 것이다. 호주 사람들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다르지는 않다. 똑같이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 하며 이런 삶을 다음 세대들도 마음껏 누리기를 원하는 것은 같다. 언론이 갈등적, 자극적, 폭력적, 일회성의 뉴스보다는 행복해질 수 있는 뉴스를 많이 취재해 보도하기를 기대한다. 그런 기사일수록 오래 기억되며 우리 사회의 건강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 [최종찬 따뜻한 사회] 국민 행복지수를 만들자

    [최종찬 따뜻한 사회] 국민 행복지수를 만들자

    국정운용의 우선순위와 각종 통계, 지표는 상호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제 성장을 중시하면 그와 관련된 통계가 많이 개발된다. 경제 성장 관련 통계나 지표가 많으면 국민적 관심사가 높아져 그 분야의 정책우선순위가 높아진다. 예컨대 사회적 신뢰나 사회적 유동성(social mobility)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의미 있는 통계나 지표가 정기적으로 생산되지 않으면 문제가 개선되는지 악화되는지 알 도리가 없어 관련 정책에 대한 관심도 낮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 국가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지표는 국내총생산(GDP)과 1인당 GDP라고 생각된다. 이는 국가와 국민의 경제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클수록 물질적으로 풍요롭다고 볼 수 있다. GDP관련 통계는 많이 개발됐다. 따라서 GDP가 낮으면 왜 낮아졌는지, 적정 GDP 증가율은 어느 수준인지 등 많은 분석과 연구가 이뤄진다. GDP는 경제력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이지만 GDP 증가 자체가 행복은 아니다. 그동안 경제는 괄목하게 성장하였으나 행복도 그에 상응하게 늘어난 것은 아니다. 실제 우리생활은 과거보다 물질적으로 엄청나게 발전하였다. 오늘날 중산층 생활수준은 중세의 제왕들보다 낫다. 17∼18세기 제왕이라 하더라도 오늘날의 냉난방 시설·수세식 화장실·냉장고와 같은 시설을 갖지 못했고, 페니실린만 맞으면 나을 병도 못 고치고 죽었으며, 비행기로 외국 여행도 못했다. 생명의 위협을 받을 정도로 빈곤한 상태에서는 행복을 못 느낄 것이다. 그러나 그 단계를 벗어나면 행복은 물질적인 성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인 형평성, 남을 배려하는 문화 등 많은 비물질적인 요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세계 각국의 행복지수를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경제적으로 빈곤한 방글라데시나 부탄 같은 나라의 행복지수가 높은 반면, 부유한 국가 중에서 행복도가 낮은 나라도 많다. 우리나라도 소득이 크게 늘어났음에도 행복의 마이너스 척도인 자살률, 이혼율은 과거보다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이제부터는 국민의 행복을 국정의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 행복을 중시하면 국정운영도 현재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안전, 환경, 여가 등 삶의 질적 개선에 대한 관심이 증대할 것이다. 소득분배나, 사회적 양극화 개선에 관한 정책의 우선순위가 높아질 것이다. 현재는 이렇다 할 국민행복지수가 없으므로 소득분배 개선보다는 경제성장률을 중시한다. 소득분배 악화는 지표화가 미흡해 당장 눈에 안 띄지만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것은 정부 치적 홍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국민행복지수가 개발되어 형평성에 관심이 높아지면 정부는 현재보다 소득분배에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국민의 행복을 국정 우선순위에 두려면 우선 국민의 행복상태를 알아야 한다. 행복은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정의도 다르고 계량화하기도 어렵다. 현재도 행복과 관련된 지표가 없지 않다. 도시근로자 가계소득분포, 평균수명, 자살률, 이혼율 등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지표를 심층분석하여 종합적으로 국민의 행복상태를 알려주는 지표는 없다. 따라서 국민들이 과거보다 행복해졌는지 불행해졌는지 알지 못한다. 물론 국민행복지수 개발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정부가 국민의 행복 상태에 대한 관심을 덜 기울여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국제적으로 행복지수 개발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5월 2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당신의 더 나은 삶 지수’(Your Better Life Index)라는 일종의 행복지수를 공개했다. OECD는 삶의 질을 측정하기 위해 주택, 소득, 일자리, 공동체, 환경, 생활 만족도, 일과 여가의 조화 등 11개 기준을 선정했다. 이를 기초로 각국이 스스로 지수를 완성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센 교수와 스티글리츠 교수에게 국민행복지수 개발을 요청한 바 있다. 국민행복지수를 적극 개발하여 국민의 궁극적 욕구인 행복에 대해 정부와 사회의 관심이 증대되기를 기대한다.
  • “돈 없으면 죄수 석방하라”

    “돈 없으면 죄수 석방하라”

    ‘죄수의 인권’과 ‘시민의 안전권’ 사이에서 가치의 무게를 저울질하던 미국 대법원이 결국 인권의 손을 들어줬다. 가용인원을 넘어선 재소자를 받아들인 캘리포니아주 교도소에 “수감 인원을 줄이라.”고 명령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형기를 채우지 않은 흉악범이 대거 풀려난다면 치안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파산 직전의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캘리포니아에서 정의의 지향점을 둘러싼 논란이 불붙고 있다. 미 연방대법원은 2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법원이 재소자 과밀문제를 해소하려고 주 정부에 “교도소 수감자 4만 6000명을 줄이라.”고 명령한 것은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주 정부가 교정시설의 포화현상을 방치해 ‘잔혹하고 비상식적인 형벌 부과 금지’를 규정한 미 수정헌법 8조를 위반했다고 해석한 것이다. 이번 판결에 따라 캘리포니아 주는 현재 14만~16만명가량인 교도소 수감 인원을 2년 안에 11만명으로 줄여야 한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수용자 감축이다. 9명의 대법관 중 5명이 합헌 판결을 내렸고 보수성향인 4명은 반대의견을 냈다. 다수 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취약한 교정시설 환경을 비판했다.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캘리포니아 교도소 수감자들이) 공중전화 부스만 한 감방에서 화장실도 없이 생활한다. 이 때문에 이 교도소 수감자의 자살률이 다른 지역 교도소보다 80%나 높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 주 교도소에서는 수감자들이 먹고 잘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체육관 등에서 살을 부딪치며 생활하는 일까지 생겼고 50여명이 화장실 한칸을 함께 쓰기도 한다. 또 인력과 시설 부족으로 신체적·정신적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다수의 대법관들이 캘리포니아 시민의 안전을 걸고 도박을 하는 꼴”이라며 이번 판결에 반기를 들었다. 보수성향인 앤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은 “이번 결정은 미국 역사상 가장 급진적인 명령일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도 “(감축 예정인) 4만 6000명은 3개 사단급 병력과 맞먹는 숫자”라며 이들이 풀려나면 심각한 위협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수용 인원 감축 방법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케네디 대법관은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수감자를 조기 석방하는 것 외에 새 교도소를 짓거나 국영 교도소로 일부를 옮기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주 정부가 재정위기를 겪는 탓에) 스스로 수감시설을 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올해 초 주의회에 수감자 일부를 연방 교도소로 옮기거나 조기석방하는 내용을 담은 감축안을 제출했다. 주 정부 측은 “폭력적인 수감자는 조기석방시키지 않을 것이며 이들을 제외한 수천명이 석방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독거노인 사랑잇기] (1부) 벼랑 끝에 선 노인들 (11) 노인이 자살하는 사회

    [독거노인 사랑잇기] (1부) 벼랑 끝에 선 노인들 (11) 노인이 자살하는 사회

    사람마다 자살을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외로움과 질병, 빈곤이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노인은 이런 문제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례가 무수히 많다. 세계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자화상 뒤에는 이런 노인 자살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노인 자살에 대한 문제의식은 여전히 수면 아래 잠복해 있다. 노인의 자살 문제를 공론화하는 논의 자체를 금기시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23일 통계청의 2009년 사망 통계 자료에 따르면 80세 이상 노인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127.7명으로 1999년(47.3명)과 비교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60대는 28.9명에서 51.8명으로, 70대는 38.8명에서 79명으로 급증했다. 10대(5.1→6.5명), 20대(13.1→25.4명), 30대(17.3→31.4명), 40대(21.3→32.8명), 50대(23.2→ 41.1명)보다 훨씬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10대 자살률과 80대 자살률을 비교하면 20배의 차이를 보인다. 전체 자살자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자살자 비중은 해마다 25~30%를 차지하고 그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보다 압도적으로 자살자 수가 많았다. 실제로 80세 이상 남성 노인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무려 213.8명에 달했다. 80세 이상 여성 자살자 수는 92.7명으로 남성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노인 자살자가 많은 것은 노인의 자살 성공률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2006~2007년 6개 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자살 시도자를 분석한 결과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 성공률은 31.8%로 다른 연령층의 자살 성공률보다 약 4배 높았다. 청년층은 주로 술을 마시고 우울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는 사례가 많지만 비교적 자살 충동성이 낮고 계획적인 자살을 하는 사례가 많다. 질병관리본부 조사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음주 상태에서 자살하는 비율은 24.7%로 20대(48.1%), 30대(53.9%), 40대(52.6%), 50대(47.4%)에 비해 크게 낮았다. 따라서 자살 시도 전에 징후를 확인하면 비극적인 상황을 막을 여지가 많다. 최근 황혼 이혼이 증가하고 독거노인이 급증하면서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조사에서도 자살 시도자들은 자살 시도의 주요 이유로 질병(35%)과 우울증(19.6%), 자녀와의 갈등(9.8%) 등을 꼽았다. 노인은 주로 자녀와 친척의 지원에 의존하기 때문에 홀로 사는 노인은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도 높다. 외환위기 직후 노인 자살이 늘어난 것도 경제적인 문제와 연관돼 있다. 현재 노후 대비가 없는 65세 이상 노인이 60% 수준이어서 노인 자살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도시보다 농촌 노인들의 자살 위험이 높은 것으로 분석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전북 익산 노인종합복지관이 2009년 독거노인 11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42%(482명)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하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농촌 노인의 자살 위험은 통계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자살예방협회는 행정안전부의 인구 통계를 기초로 2008년 고령화 비율이 가장 높은 농촌 지역과 가장 낮은 도시 지역의 자살률을 비교했다. 고령화 비율이 30.4%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전남 고흥군의 경우 자살률은 10만명당 20.4명, 고령화 비율이 30.2%인 경북 군위군은 자살률이 29.5명, 같은 고령화 비율을 보인 경북 의성군은 39.3명이었다. 반면 고령화 비율이 3.6%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울산 동구는 자살자 수가 13.6명에 불과했다. 고령화 비율이 4%인 울산 북구는 17.9명으로 역시 20명을 넘지 않는 수준이었다. 결국 농촌 노인에 대한 접촉을 늘리고 의료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상담방법을 개발하고 효과적인 자살 예방을 위해 의료기관, 경찰 등이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노인복지관 등 노인관련 기관에서 자살 위험이 높은 노인에게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윤기 서울 북부노인병원 정신과 과장은 “실질적인 자살 예방 홍보와 교육은 물론 노인 전문가의 개입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주목받는 경기 연천 ‘독거노인 미소 만들기 운동’

    주목받는 경기 연천 ‘독거노인 미소 만들기 운동’

    도시의 홀몸노인에 비해 농어촌 노인이 느끼는 고독감은 더 심각하다. 농어촌의 경우 인적이 드물고 문화·요양 시설도 부족하다 보니 외로움은 그만큼 배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책적·제도적 개선도 필요하지만, 이들의 고독감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정신적 유대’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경기 연천군의 ‘독거노인 미소만들기 운동, 원-투-원(one-to-one) 사랑 릴레이’가 주목을 끈다. 이는 홀몸노인과 주민이 1대1 자매결연을 맺는 운동이다. 자매결연을 통해 지속적인 연락망을 구축, 세대 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서로 간의 유대감을 고취시키기 위한 취지다. 물론 이 릴레이 운동은 특화된 농어촌형 사회 안전망이다. 각박하고 사람이 북적이는 도시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촌맺기가 농어촌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수월히 추진될 수 있는 까닭이다. 연천노인복지관에서 지난달 첫 시동을 걸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 운동은 민간 영역의 ‘봉사정신’에만 의탁하지 않는다. 지역의 지도자들이 직접 나서 모범을 보인다. 유상호 연천군의원 등 6명이 직접 홀몸노인과 일촌을 맺기도 했다. 지난달 개최된 발대식에서는 김규선 연천군수 등이 직접 홀몸노인 안전지킴이로도 나섰다. 복지관은 이 사업을 통해 군청 및 군의회, 지역봉사단체 등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역 홀몸노인 960명 모두와 1대1 자매결연 맺기를 할 예정이다. 복지관은 홀몸노인과 주민들의 지속적인 교류가 ‘고독사(孤獨死)’나 노인 자살률을 낮추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윤숙 복지관 재가복지팀장은 “이제 첫걸음을 뗀 상태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지만, 홀몸노인과 주민들의 반응이 무척 좋다.”면서 “도시와는 달리 방법을 찾기 어려운 농어촌 지역의 홀몸노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생명의 窓] 교육과 불만 공화국/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

    [생명의 窓] 교육과 불만 공화국/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

    공자는 누구보다도 배우기를 좋아했다. 이른바 그의 ‘호학’(好學) 정신이다. “열집이 사는 작은 마을에도 반드시 신의와 충절을 지키는 사람이 있겠지만, 나만큼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不如丘之好學)이라고 했다. 배우는 것이 좋아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심지어 몸이 늙어가는 것도 알지 못했다고 한다. 한 가지 예로 주역(周易)을 좋아하여 열심히 읽느라 책을 매고 있던 가죽끈이 세번이나 끊어질 정도였다. ‘위편삼절’(韋編三絶)이다. 공자는 또 “알기만 하려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之者)고도 했다. 무슨 일을 하는데, 그 일 자체가 좋아서 즐겨 하는 것과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있다. 좋아서 자발적으로 하는 것은 신이 나서 하게 되지만, 해야 되기 때문에 억지로 하게 되면 신명나게 할 수가 없다. 같은 소설책이라도 자기가 좋아서 읽게 되면 한자리에서 다 읽게 되지만, 학교 숙제로 읽어야 한다면 계속 남은 책장을 세며 읽게 된다. 컴퓨터 게임을 하다가 막 끝내고 공부를 하려는데, 엄마가 들어와 공부하라고 소리치면 공부하려던 마음이 싹 가신다. 신나게 하던 일마저도 멍석을 깔아주고 하라고 강권하면 할 맛이 사라진다. 피아노 배우는 경우를 상상해 보라. 한 아이가 집에 새로 들여온 피아노 건반을 두드려 보니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 이쪽저쪽 건드리니 각각 다른 소리가 나는 것이 신기했다. 계속 피아노를 치다가 보니 간단한 노래도 칠 수 있게 되었다. 신이 났다. 그러자 어머니가 바이엘·체르니 교본도 사주고, 선생님도 붙여주며, 피아노를 좀 더 체계적으로 배워 보라고 한다. 전보다 더 잘 치게 되고 더 즐겁다. 그러다가 동네 피아노 콩쿠르가 있으니 나가 보겠느냐고 한다. 일등을 해도 좋고 일등을 하지 않아도 좋다. 피아노 치는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고, 피아노를 더 잘 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서 좋다. 일등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무엇보다 피아노를 신나게 치며 즐기는 삶을 산다는 것 자체가 만족스러운 것이다. 이렇게 즐기다가 저절로 실력이 점점 좋아져 결국 훌륭한 음악가가 된다. ‘스스로 동기가 유발된’(intrinsically motivated) 경우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 아이는 엄마의 강권에 의해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다. 엄마는 딸이 피아노를 쳐서 동네 콩쿠르에서 일등을 하면 딸의 장래에도 좋고, 자기의 자존심에도 보탬이 된다고 생각해서 딸에게 피아노를 시킨다. 딸은 피아노가 별로였지만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열심히 연습한다. 엄마가 옆집 아이를 보라고 다그치기에 옆집 아이보다 더 연습을 많이 해서 꼭 그 아이를 이기고 콩쿠르에서 일등을 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동네 콩쿠르에서 일등을 하지 못했다. 너무 분하고 슬프다. 그동안 죽으라고 피땀 흘려 연습한 것이 모두 허사요, 시간낭비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왕 연습한 것이 아까워 다시 열심히 연습해 다음 콩쿠르에서 일등을 했다. 그러나 기쁜 것도 한순간. 그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란 말인가? 허탈하다. 경쟁에 져도 불만, 이겨도 불만이다. 외부에서 ‘동기가 강요된’(extrinsically motivated) 경우다. 왜 공부하는가? 한국에서의 공부란 대부분 어릴 때부터 부모의 강권에서 시작된다.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별별 공부를 다 시킨다. 그 공부는 경쟁에서 이긴다고 하는 목적 하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하면 지나칠까? 모르던 것을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얼마나 기쁜가.”하는 공자의 호학 정신에서 너무 멀다. 어떻게 해서라도 ‘엄친아’처럼, 혹은 그보다 더 좋은 성적을 얻어 사회적으로 성공한다는 치열한 경쟁의식 하나로 악전고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는다. 그러다가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 못해도 물론 허탈하고, 비록 이룬다 해도 역시 허탈하다. ‘불만 공화국’에 자살률 상위국, ‘행복지수’(GNH) 하위국. 이것이 우리가 교육에서 바라던 바일까? 더 많은 학생들에게서 호학의 자세를 보고 싶다.
  • [옴부즈맨 칼럼] 올 4월은 카이스트에 잔인한 달/강청완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부 4년

    [옴부즈맨 칼럼] 올 4월은 카이스트에 잔인한 달/강청완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부 4년

    ‘카이스트’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실제 카이스트를 무대로 재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였다. 머리 좋고 인물 좋고 인간적이기까지 한 수재들의 이야기는 많은 공감과 흥미를 자아냈다. 일요일마다 드라마를 즐겨 보며 대학생활에 대한 로망을 키워가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카이스트 학생들의 평범한 고민에 대한 이야기다. 최고의 수재들이 모였지만 20대 초반 젊은 대학생들의 이야기인 만큼 다양한 고민과 아픔이 극 중에 그려진다. 공부는 잘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마음 여는 것이 어려운 여주인공, 주위의 지나친 기대가 부담스러운 1등, 공부에만 전념해 목표를 이뤘지만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 대한 일화는 지금 돌아봐도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드라마가 종영된 지 10년도 더 지났기 때문일까. 많은 사람들이 잊은 것 같다. 다만, 언론에 보도된 요즘 카이스트 학생은 ‘국민의 세금으로 공부하기 때문에 더욱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학생들일 뿐이었다. 서울신문도 발 빠르게 이번 사태를 보도했다. 문제가 이슈화된 지 며칠 후인 4월 9일 보도된 ‘카이스트의 슬픈 봄’ 기획기사는 카이스트 내의 분위기를 잘 전해 주었다. 학교 관계자와 다양한 학생들 인터뷰도 내부 구성원들의 견해차를 선명히 알게 했다. 다양한 취재원으로 기사 내용의 넓이와 깊이가 더해진 좋은 보도였다고 생각한다. 이어진 12일 자 2~3면에 걸쳐 다뤄진 ‘카이스트 어디로’에서는 카이스트 출신 동문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형식의 기사가 참신했다. 서울신문은 2주 남짓한 기간에 카이스트 관련 기사를 40꼭지가 넘게 지면에 보도했다. 그만큼 이번 사태가 우리 사회 전체에 주는 파문이 컸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남 얘기만 같지 않은 대학생의 처지에서 볼 때 기성 언론 및 서울신문의 보도에는 몇 가지 아쉬움이 있다. 보도의 양과 질에 대한 것이 아닌,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것이다. 사태가 커지면서 여론의 화살과 언론의 관심은 서남표 총장의 개혁과 이를 둘러싼 움직임으로 쏠렸다. 무리한 서남표식 개혁이 희생을 불러일으켰다는 비판도 있고 이에 대한 반박도 있다. 서울신문 역시 두 차례 사설을 통해 이에 대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개혁과정에서 나온 부작용은 보완하되(9일 자 27면) 경쟁을 골자로 하는 개혁은 계속해야 한다는(14일 자 30면)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카이스트의 ‘개혁’ 문제를 둘러싼 찬성과 반대의 문제로만 비치게 하는 시각에는 핵심이 빠져 있다. 논란의 와중에서 이번에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와 관심이 그것이다. 아직 한달도 채 되지 않았다. 어린 학생들의 죽음을 뒤로하고 개혁과 경쟁의 문제로만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고인들은 경쟁의 낙오자, 실패자쯤으로만 그려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누구도 경쟁을 나쁘다고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번에 죽은 학생들이 서남표식 개혁정책에 반대한다며 소리치며 투신한 것이 아니다. 모두가 각자 나름의 이유와 고민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죽음을 택하기 전까지 사무치도록 외롭고 괴로운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그들의 옆에는 누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차등등록금제와 영어강의제 폐지를 고민하기 전에 더 크고 무거운 고민거리가 있었다고 본다. 사회 전체가 함께 아파하고 고민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자살률 세계 1위의 나라다. 죽고 싶어 하는 국민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라는 소리다. 내년 3월이면 자살방지법이 발효된다. 법의 취지는 자살을 막자는 것뿐 아니라 자살에 무덤덤해진 사회에 생명존중의 가치를 다시 환기시키자는 것이다. 자살의 피해자들을 단순히 낙오자나 희생자로만 보는 시각은 곤란하다. 그런 의미에서 3월 30일 자 서울신문 칼럼 ‘위험사회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의 육성은 새길 만하다.
  • 카이스트 총장 비판 확산속 15일 긴급 임시이사회

    카이스트(KAIST) 학생 4명의 잇단 자살로 서남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15일 열리는 카이스트 임시 이사회에서 서 총장의 거취 문제가 다뤄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교육과학기술부와 카이스트에 따르면 오명 카이스트 이사장은 오는 15일 오전 7시 30분 서울 강남 메리어트 호텔에서 긴급 임시 이사회를 열기로 했다. 이사회에서는 학생들의 자살사건과 관련한 현황 보고와 함께 학교 측이 내놓은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관심을 끌고 있는 서 총장의 해임 등에 관한 건은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한 카이스트 기획부장은 “오 이사장의 지시로 이사회 안건과 관련된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의 자살사건과 관련한 안건이 유일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하지만 카이스트 정기 이사회가 아닌 임시 이사회가 급히 개최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여론의 향방에 따라서 서 총장의 거취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학교 측이 이사회에 보고할 내용에는 지난 8일 열린 서 총장과 학생들 간의 간담회뿐만 아니라 12일 오후에 있을 예정인 2차 간담회, 11~12일 이틀간 휴강을 하면서 교수와 학생들의 토론회 등에서 나오는 의견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날 “미국의 명문대는 자살률이 더 높다.”는 서 총장의 발언이 공개되면서 학생들이 다시 술렁였다. 서 총장은 카이스트 교과개혁을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1학년생 이모(21)군과 가진 지난 5일 면담에서 이런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 총학생회(회장 곽영출)는 이날 하루 종일 회의를 했다. 서울대에 이어 카이스트 교수들도 서 총장의 퇴진론을 거론했다. 한상근 카이스트 수학과 교수는 학생 커뮤니티 사이트에 “서 총장이 사퇴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다고 생각한다. (학생이 네번째로 자살한) 지난 7일 사퇴하는 것이 적절했는데 이제 명예로운 퇴임 시기를 놓친 듯하다. 영어수업 대신에 일정 수준의 토익(TOEIC) 점수를 요구하자. 이 글을 쓴 이유는 친구들로부터 ‘애들 좀 그만 죽여라’는 소리를 들어서이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카이스트의 슬픈 봄] 세계 주요국 엘리트 교육

    ■미국 - 우수학생 삶의 기술 부족, 불만 해소 운동법 하버드대를 비롯한 미국의 명문대에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다. 학생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하고 학업에 따른 스트레스도 클 수밖에 없다. 대학들은 학생들이 치열한 교육환경에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미국의 수재들이 모이는 하버드 대학은 ‘진리추구’를 기치로 ‘학문 지상주의’를 지향한다. 하버드대에서는 학생의 리더십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특히 토론 중심의 세미나와 강의에서 지성인에게 필요한 설득력과 발표력을 기르도록 해 미국 사회에서의 핵심 리더를 배출해 내는 것이 학교의 목표다. 학점이 나쁘면 대학원이나 사회 진출시 불이익을 당하게 돼 있어 학생들은 학점관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때문에 누구나 ‘하버드대의 공부벌레’가 되지 않을 수 없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한국 대학보다 훨씬 세다는 지적이다.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한 한국 학생에 따르면 “성적 때문에 중도 탈락하거나 전학을 가는 학생도 있다.”면서 “들어오기도 힘들지만 보통 실력과 체력으로는 버티기가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고등학교에서는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는 수재들이 명문대에 입학해서 자신보다 우수한 학생들과 접하면서 한계를 느낄 때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볼 수 있다. 하버드대 리처드 카디슨 박사(의학)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그만큼 삶의 기술과 상식이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경쟁이 치열한 명문대일수록 자살률이 높은 편이다. 2001년 ‘글로벌 스터디’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매사추세츠공대(MIT) 학생들의 연간 자살률은 10만명당 20.6명으로, 같은 연령대(17~22세) 미국 전체 젊은이 평균(13.5명) 자살률의 2배에 육박한다. 그래도 대학 당국의 노력으로 미국 대학생의 자살률은 해마다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특히 자살이 단순한 스트레스로 인한 보편적 현상이 아니라 치료해야 할 질병이라는 인식이 점차 자리 잡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 등 전문가들을 적극 활용해 학생들의 심리상태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에는 주로 친구나 부모를 통해 고민을 해결하던 학생들이 갈수록 전문가의 체계적인 조언에 기대는 ‘바람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일리노이주립대의 경우 학생들에게 학기당 4차례 정신과 상담을 의무화한 이후 자살률이 40%가량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병적인 폭음 치료를 위해 익명으로 신청을 받은 뒤 교육 프로그램을 안내해주는 대학도 생겼다. 여러 겹의 조언자를 지정해 자살 징후를 촘촘하게 진단하는 미 공군식 자살방지 프로그램도 주목받고 있다. 지도교수, 학교경찰, 전문의 등이 번갈아 가면서 학생들의 상황을 점검하고 상담해주는 방식이다. 학생들이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운동시설에 각별한 투자를 하는 것도 미국 대학들의 특징이다. 교외에 따로 떨어져 있는 대학일수록 학생들이 고립감과 우울함을 느끼기 쉽기 때문에 대학 당국은 미식축구, 야구, 소프트볼, 수영, 스쿼시, 배드민턴, 농구, 배구 등 온갖 스포츠를 두루 즐길 수 있는 대형 실내외 시설을 갖추고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일본 - 취업 보장된 경쟁 최소화 유토리 교육 일본도 학력경쟁을 당연시하는 풍조가 있지만 소득격차에 따라 양극화가 극심하고, ‘유토리 교육’의 영향으로 대학에서의 경쟁은 한국보다 치열하지 않다. 이런 이유로 최근 몇년간 명문대생이 학업 때문에 고민하다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게 교육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우선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는 학생들이 부모의 소득수준에 따라 상당히 제한돼 있다. 부유층 세대의 학생들의 경우에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자신의 진로가 사실상 결정된 경우가 많아 학생들이 학업 스트레스를 덜 받는 편이다. 실제로 일본 대학의 부유층 조사에서는 연간소득이 3000만엔(약 3억 8200만원) 이상인 고소득자의 약 70%가 자녀를 사립학교로 진학시키고, 40%가 연간 300만엔(약 3820만원)을 학비로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대 공학계 연구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장화선(27)씨는 “도쿄대에 입학한 이후부터 사실상 취업이 보장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업보다는 클럽이나 사회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졸업 후 입사할 때도 성적증명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고 회사도 명문대생들에게는 대학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을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도쿄대 코마바 캠퍼스에서 만난 대학생 타무라(21)도 “도쿄대생이라는 자체로 자부심이 강해 학업성적을 비관해 자살하는 학생이 있었다는 경우를 들어보지 못했다.”며 카이스트대 재학생들의 잇단 자살소식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였다. 일본의 유토리 교육의 영향으로 학업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점도 학생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적은 이유다. 유토리 교육은 ‘여유 있는 교육’이라는 뜻이다. 고도 경제성장기 때 입시 경쟁이 과열됐고 그에 대한 반성으로 도입됐다. 학생들의 교육 부담은 줄이고 창의력을 키우자는 목표로 2000년대 초반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교육 전문가들은 일본 학생들의 학력수준이 유토리 교육 때문에 저하됐다며 오히려 경쟁 교육방식을 도입하자는 목소리를 높일 정도다. 지난달 31일 발표한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에도 유토리 교육을 탈피한다는 취지의 교과서 내용이 무려 24%나 증가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프랑스 - 학비 공짜 월급도… 정부 관료로 특채 프랑스를 흔히 자유와 평등의 나라라고 하지만 프랑스만큼 철저하게 엘리트 주의를 유지하는 나라도 드물다.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교육받을 기회를 주되 개인의 ‘실력’에 따라 철저하게 다른 대우를 한다. 좋은 대우를 받는 엘리트 그룹에 진입하려면 피나는 노력과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한다. 프랑스 고등교육의 핵심이자 가장 큰 특징은 ‘대학 위의 대학’이라고 하는 그랑제콜(Grandes Ecoles)을 중심으로 하는 엘리트교육시스템이다. 프랑스의 엘리트교육이 다른 나라와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들을 국가고시(콩쿠르)를 통해 소수 정예로 선발해 국가가 가르치고 훈련시켜 등용한다는 점이다. 전국에 100여개에 이르는 국립 그랑제콜은 어려서부터 수재 소리를 들어야 입학할 수 있다.특히 이과 부문 최고의 영재들이 다니는 에콜폴리테크니크와 최고 프랑스 두뇌의 산실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에콜노르말 등 최상위의 그랑제콜에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따기에 해당한다. 프랑스의 고교 졸업생 80만명 중 바칼로레아(대학수학자격시험) 상위 4% 내에 드는 학생들은 고등학교 졸업 뒤 2년 과정의 그랑제콜 준비학교(에콜 프레파라투아르)에 들어간다. 준비학교는 철저하게 그랑제콜 콩쿠르 준비만 하는 학교다. 학생들은 성적에 따라 희망하는 학교에 복수지원해 필기시험 1주일, 구두시험 1주일 등 2주일간의 테스트를 받는다. 이렇게 해서 최소 400대1의 경쟁을 뚫어야 국가가 인정하는 상위 그룹의 그랑제콜에 들어갈 수 있다. 어렵게 들어간 만큼 국가에서는 최고의 대우를 해주며 최고의 수준으로 키운다. 미래의 지도자가 될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베푼다. 학비는 물론 공짜다. 에콜폴리테크니크와 에콜노르말은 국가에서 학생들에게 월급까지 주며 공부를 시킨다. 졸업생들은 최고의 엘리트로 대접받으며 상상하기 어려운 특권을 누린다. 졸업과 동시에 주요 부처의 관료로 임명돼 주요 정책을 입안하거나 프랑스를 대표하는 국영 기업체나 글로벌 기업의 간부로 스카우트돼 곧바로 현장에 투입된다. 함혜리기자 lotus@seoul.co.kr
  • [열린세상] ‘위험사회’ 대책이 필요하다/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위험사회’ 대책이 필요하다/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카이스트에서 또 한명의 학생이 자살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2개월 전 실업계고교 출신 학생이 입학 1년 만에 성적 문제 등을 고민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앞날이 구만리 같은 청년이 생때같은 목숨을 버릴 때 겪었을 고통과 불안, 좌절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대책이다. 자살은 전염성이 강하다. 한 사람이 자살하면 주위의 6명이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는 조사 보고가 있다. 카이스트는 실업계교 학생의 자살 이후 ‘자살사고 방지 대책위원회’와 ‘새내기 지원단’ 운영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웠으나 연이어 또 다른 자살이 발생, 매우 당혹스러워한다고 한다. 군대 내 자살도 마찬가지다. 올해 1월 국방부 ‘군 사망사고 현황’에 따르면 2009년 군내 사고로 사망한 군인은 113명으로 2008년에 비해 21명이 줄어들었지만 자살로 사망한 군인은 75명에서 81명으로 6명이 늘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국방부가 2009년 1월부터 81억원의 예산을 편성하여 ‘자살예방 종합시스템’을 정립해 시행하고 있으나 군 자살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단 자살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지난 26일은 천안함 침몰 1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생사를 넘나드는 충격적인 사건 이후 살아남은 생존자 대부분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전쟁, 고문, 자연재해, 사고 등의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사건 기억을 통해 계속적인 재경험을 하게 돼 고통을 느끼며,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심신을 소비하는 질환이다. 신체적 부상보다 후유증이 더 무서운 정신적 상처(Trauma)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별다른 조치가 없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이들이 국가 유공자로 등록된다고 해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등의 심리질환은 보훈병원에서 지원대상이 아니다. 더군다나 지방보훈병원은 정신, 심리질환자 치료를 위한 전담 병실이나 전문인력, 상담 클리닉조차 없다. 천안함 침몰과 같은 대규모의 국가적 재난과 지진, 해일, 홍수와 같이 공포스러운 천재지변은 이제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우리 곁에 상존하는 위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위험사회’의 저자인 사회학자 울리히 베크는 “도처에 잠복해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위험, 그 위험에 대한 불안”이 현대와 다른 시대를 구별 짓는 특징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한국 사회가 ‘아주 특별하게 위험한 사회’임을 지적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최고의 자살률, 북한의 위협, 그리고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통한 무한경쟁의 사회,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대형사고와 사건 등 개인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반복적인 위험이 우리 사회를 ‘아주 특별하게 위험한 사회’로 몰아가고 있음은 사실인 듯하다. 더군다나 이러한 위험에 대해 ‘시간이 흐르면 좋아질 거야.’, ‘난 괜찮겠지.’와 같은 근거 없는 낙관주의의 팽배는 체계화되고 조직화된 대책과 예방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 여론을 의식한 일시적 미봉책은 이제 만성화된 생존위협에 대한 공포 치료엔 역부족인 듯하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대형 참사 피해자들을 상대로 심리치료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2001년 뉴욕의 아메리칸항공 여객기 추락사고 때는 피해자들을 위한 심리상담팀이 꾸려져 생존자와 유가족을 도왔다. 9·11 테러 때도 정신과 의사 수백명이 자원봉사팀을 꾸려 생존자와 목격자에 대한 치료에 나섰다. 자살률을 줄이는 데 성공한 국가들은 모두 자살 예방을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시켜 자살 예방과 생명 사랑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위험에 대한 시민 교육이 생애 초기부터 활성화되어야 한다. 재난의 생존자뿐 아니라 만성화된 불안과 공포를 경험하고 있는 국민들에 대해 의료진의 체계적인 조율과 조정이 이루어지는 지역사회 내 공공의료 네트워크를 가동해야 할 것이다.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4개월이 흘러가고 있다. 일본 지진에 대한 인도주의 물결속에 연평도 주민들이 지금 어디서 어떻게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 돈만 있으면 성공적 노후생활 될까

    2008년 기준으로 한국인들의 평균 수명은 80.1세다. 직장인의 평균 퇴직 연령은 54세. 대부분의 한국인이 ‘월급쟁이’로 산다고 보면 직장에서 퇴직한 뒤 죽을 때까지 30년가량을 뚜렷한 수입 없이 먹고살아야 한다. 그럼 대한민국의 복지 제도는 나의 노후를 책임질 만큼 우수한가. 별로 그렇지도 않다. 3층보장시스템(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은 언감생심이다. 은퇴 후 도시에서 창업을 해 성공하거나 재취업하기도 만만치 않다. 60대 이후의 고용시장은 정글과도 같다. 유연성은 찾아볼 수 없고 지속적으로 하기 힘든 ‘3D 업종’이 대부분이다. 스스로 노후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앞날이 어두울 수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현실이 이를 잘 말해 준다. ‘은퇴하면 뭐 먹고 살래’(유상오 지음, 나무와숲 펴냄)는 제대로 노후 계획 세우는 방법을 전한다. 일본 지바대에서 환경계획학 박사학위를 받고 ‘은퇴 코디네이터’로 활동 중인 저자는 노후 자금을 모으는 것이 은퇴 준비의 전부가 아니며 돈이 없다면 돈 없이도 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노후 자금보다 중요한 게 건강과 가족, 친구, 일과 공부, 취미와 봉사라는 것. 돈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삶의 다양한 가치를 실현해 나가라는 얘기다. 저자는 대안으로 귀농을 제시한다. 최소한의 텃밭과 빈집을 임대한 뒤 무농약 혹은 유기농산물을 재배해 자식들과 지인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해 주는 삶. 기본 생활이 가능한 것은 물론, 도시 생활에서 맛보지 못했던 여유까지 누릴 수 있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아울러 은퇴자가 하지 말아야 할 ‘4척’으로 아는 척, 가진 척, 잘난 척, 있는 척을 든다. 귀농·귀촌 후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도 금물이다. 대신 도시에서 하던 일과 취미로 농사를 짓는 일을 병행하는 반농반사(半農半事)를 권한다. 농민이 생산한 것을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등의 일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을 주민과의 관계가 좋아지고 소득도 높아져 행복하게 마을에 안착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다. 저자는 성공적인 귀농·귀촌 생활을 위해 7년여간 사례 조사를 벌였다. 이를 통해 전국 3만 5900개의 마을 중 귀농·귀촌을 해도 좋은 곳을 택하는 방법, 정부가 추천하는 지역(www.welchon.com), 농촌을 잘 모르는 도시인들이 어떤 마을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무턱대고 아무 곳이나 들어가면 실패하기 쉬우므로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주관하는 귀농·귀촌 교육을 받을 것도 권장한다. 1만 3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미국 강타한 ‘중국식 호랑이 엄마 교육법’[전문]

    미국 강타한 ‘중국식 호랑이 엄마 교육법’[전문]

     “밤샘 파티, 아이들끼리의 외출, 학교행사에 대한 불만, TV시청과 컴퓨터게임, A 학점이 아닌 다른 성적, 체육과 학예회를 제외한 다른 과목에서 1등을 놓치는 일, 피아노와 바이올린 이외의 악기 연습… 이런 일들은 우리 집에서는 절대 허용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중국 엄마들이 성공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방식이다.”  때아닌 ‘중국식 교육법’ 논란이 미 전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발단은 ‘제국의 미래’의 저자이자 성공한 중국계 미국 여성의 전형으로 꼽히는 에이미 추아(사진) 예일대 법대교수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출간한 자전적 에세이 ‘호랑이 엄마의 군가(Battle Hymn of the Tiger Mother)’다. 이 책은 발매 당일 아마존 판매 순위 6위에 올랐고,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추아 교수는 이 책에서 18세인 소피아와 15세인 루이사 등 실제 두 딸의 교육을 본인이 어떤 식으로 관리했는지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 주입식 교육과 성적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중국 전통 방식’으로 묘사하면서 “중국 뿐 아니라 한국, 인도, 자메이카, 가나 등에서도 이같은 교육법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양 어머니들은 중국 어머니들의 자녀교육이 이뤄낸 결과에 대해서는 부러워하지만, 교육 방법을 따라하지는 않으려 한다.”면서 “30분~1시간의 피아노 연습에 만족하는 미국 어머니들과 2~3시간은 해야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중국 어머니간의 차이는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추아 교수의 책에 대해 뉴욕타임스(NYT), 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과 교육학자, 작가들이 연일 강력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아이들에게 ‘게으름뱅이’‘쓰레기’ 같은 모욕적인 말을 하거나 피아노 연주가 충분히 않다고 생각하면 화장실에도 못 가게 한 추아 교수의 교육 방식은 사실상 ‘인권 유린’이자 ‘아동 학대’라는 것이다.  NYT는 18일 “학업이나 음악에 대한 기술은 늘겠지만, 강요된 교육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애정을 파괴한다.”면서 “이같은 교육법 때문에 15~24세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다른 인종에 비해 자살률이 월등히 높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아 교수의 책을 요약해 지난 8일 처음 게재한 월스트리트저널의 홈페이지에는 추아 교수에 대한 옹호와 비판의 글이 수천개 이상 달렸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도 네티즌들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대인인 제드 루벤펠드 예일대 교수와 결혼한 추아 교수가 방향제시를 중시하는 이스라엘식과 주입 위주인 중국식 등 두 가지 교육법을 혼용해 딸들을 키우고도, 지나치게 중국식 교육법만 책에서 서술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USA투데이는 “자녀 교육에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으며, 옳은 방법을 지목할 수는 없다.”면서 “똑같은 방식으로 교육을 받았지만 추아 교수의 큰 딸은 카네기홀에서 연주했고, 둘째딸은 테니스에 더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자 추아 교수 역시 해명에 나섰다. 자신의 육아 경험이 아시아나 중국을 대표하는 방식이 아닐뿐더러 책에서 교육법을 제시하려고 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 책은 두 딸을 키운 경험담일 뿐 결코 육아전문서적이나 교육책이 아니다.”면서 “중국식과 서양식에서 장점을 모은 교육법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나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완성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다음은 2001년 1월 8일 월스트리트저널에 에이미 추아가 직접 게재한 기고문-왜 중국 엄마들은 우수한가?에이미 추아(예일대 법학 교수) “가벼운 데이트, TV 금지, 컴퓨터 게임 금지, 오랜 시간의 음악 교습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반항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많은 사람들이 중국 부모들이 어떻게 아이를 성공적으로 키울 수 있는지 그 비결에 대해 궁금해한다. 수많은 중국계 수학 천재와 음악 신동의 가정 교육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알고 싶어한다. 이제 실제로 성공적인 육아를 했다고 자부하는 내가 그들에게 그 답을 알려주고 싶다. 내 두 딸 소피아와 루이사(룰루)에게는 금지된 일들이 몇가지 있다. ‣ 밤샘 파티‣ 아이들끼리의 외출‣ 학예회 연극‣ 학예회 연극에 참가하지 못하는 데에 대한 불만‣ TV 시청과 컴퓨터 게임‣ 스스로 선택한 과외 활동‣ A 이외의 성적‣ 체육과 연기 이외의 과목에서 1등을 놓치는 일‣ 피아노와 바이올린 이외의 악기‣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습을 하지 않는 것 ‘중국 엄마’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사용해 보자. 한국이나 인도, 자메이카, 아일랜드, 가나 등에서도 육아법이 비슷한 이같은 ‘중국 엄마’들을 찾을 수 있다. 반대로 중국 엄마들 중에서도 아예 서양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있고, 중국 전통 방식의 육아법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을 실제 서양 엄마들을 포함해 ‘서양 엄마’라고 지칭해보자. 항상 느끼는 일이지만, 서양 엄마들은 아무리 본인이 엄격하다고 생각해도 중국 엄마와는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내 미국 친구들은 고작 30분, 많아야 1시간의 피아노 연습을 매일 시키는 것만으로 “자녀에게 엄격하다.”고 말하곤 한다. 중국 엄마들은 ‘한시간은 기본이고, 2~3시간은 연습해야 실력이 향상된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문화적 배경이나 전통을 언급하는 것은 언제나 신중해야 하지만, 중국과 서양의 각기 다른 육아법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에 대한 비교 연구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50명의 미국(서양) 엄마와 48명의 중국계 이민자 엄마를 대상으로 진행한 한 연구를 살펴보자. 70%의 서양 엄마들은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거나 “부모는 아이들에게 공부하는 것이 즐겁다고 가르쳐야 한다.”는 신조를 갖고 있었다. 반면 중국 엄마들 중에서는 위와 같이 생각한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 대신 중국 엄마들은 자녀들이 항상 최고의 학생이 되는 것과 학업적 성취가 성공한 육아의 척도라는 명확한 의식이 있었다. 심지어 자녀가 다른 아이들보다 뛰어나지 않은 것은 ‘문제’로 받아들였고, 이는 부모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중국 엄마가 서양 엄마에 비해 최소 10배 이상의 시간을 자녀와 공부하는 데 쓴다는 또 다른 연구결과도 있다. 그 시간을 서양 아이들은 대부분 스포츠팀에서 즐기면서 보낸다. 중국 부모들은 일반적으로 “무엇을 하든 잘하게 되기까지는 결코 즐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노력을 해야 하는데, 아이들은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하고 좋은지를 판단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 스스로는 이같은 노력을 하지 못한다고 느낀다. 이같은 중국 부모들은 육아 철학은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반항을 하는 등 갈등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언제나 시작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법이다. 아이들의 저항을 초기에 제압하지 못하는 것은 서양 부모들이 이같은 교육법을 포기하게 되는 이유다. 하지만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중국식 육아 전략은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연습, 연습, 연습을 계속 강조하면 결국에는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미국에서 ‘주입식 교육’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 수학, 피아노, 야구, 발레 등 어떤 과목에서건 아이들은 두각을 나타내면 부모의 칭찬과 감탄, 만족을 듣게 된다. 이같은 관계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신뢰감을 쌓을 수 있도록 돕고 아이들은 재미없던 일에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부모 입장에서는 좀 더 쉽게 자녀가 더욱 열심히 노력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중국 부모들은 자녀들에게서 서양 부모들을 얻을 수 없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 어린 시절, 난 최소한 한 번 이상 어머니에게 격하게 대들었던 적이 있다. 우리 아버지는 날 중국어로 ‘쓰레기’라고 불렀다. 이런 꾸짖음은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난 비참함과 절망감을 느꼈고, 이는 내가 한 행동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졌다. ‘쓰레기’라는 표현이 내 자존심에 타격을 주지는 않았다. 내 부모가 얼마나 나를 높게 평가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 한번도 실제로 내가 쓰레기라고 생각한 경우는 없었다. 어른이 된 후 난 내 부모가 나한테 했던 행동을 그대로 소피아(큰 딸)에게 한 적이 있다. 소피아가 나에 대해 심하게 반항하자, 영어로 ‘쓰레기’라고 욕을 했다. 저녁 파티 자리였고, 난 자리를 뜨려고 했다. 메시라는 파티 참석자는 눈물을 보이며 파티장을 나가버렸다. 파티를 열었던 내 친구 수잔은 나를 달래고, 손님들을 설득하는데 애를 먹었다. 이는 중국 부모들이 ‘상상할 수 없는 행동’까지도 실제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행동이라도 말이다. 중국 엄마들은 딸에게 “이봐 돼지, 살 좀 빼”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서양 엄마들은 핵심에 접근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도면서 “건강을 생각하라.”고 하는데 그친다. 자녀에게 욕을 한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 결과 그들의 자녀는 여전히 폭식하고, 또다시 절망에 빠진다.(난 서양 아버지가 자신의 다 큰 딸에게 “아름답고 완벽하고 유능하다.”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나중에 그 딸은 나에게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내가 정말 쓰레기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중국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명확하게 지시한다. 서양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고작해야 “최선을 다해라.”고 말할 뿐이지만, 중국 부모들은 “너는 게을러 빠졌다. 너의 반 친구들이 전부 너를 짓밟고 있다.”고 말한다. 서양 부모들은 자녀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자녀들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만 신경쓰느라 발버둥치고 있다. 난 아주 오랫동안 중국 부모들이 어떻게 자녀를 키우는지 지켜보고 고민해왔다. 그 결과 중국과 서양의 육아법에는 크게 세가지 다른 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첫째, 서양 부모들은 자녀의 자존심에 대해 극단적으로 신경을 쓰고 있다. 서양 부모들은 자녀들이 실패를 경험했을 때 어떻게 느낄지를 걱정하고, 끊임없이 안심시키기 위해 애쓴다. 평범하거나 낙제했을 때도 자녀를 ‘잘했다’고 칭찬하는데 급급하다. 다시 말해 영혼의 안식을 찾아주려고만 한다. 중국 부모는 같은 경우에 전혀 다르게 반응한다. 예를 들어, 자녀가 ‘A-’의 성적을 받아들고 집에 오면, 서양 부모들은 대부분 칭찬을 한다. 반대로 중국 엄마는 무서운 표정으로 무엇을 잘못해 ‘A’가 되지 않았는지 묻는다. 자녀가 B를 받아와도 서양 부모들은 여전히 칭찬을 한다. 어떤 서양 부모들은 자녀를 앉히고 꾸짖지만, 그마저도 조심스럽고 자녀의 눈치를 살피는 와중에 이뤄진다. ‘멍청하다’‘보잘 것 없다’‘불명예스럽다’는 식의 표현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이는 서양 부모들이 자녀들이 잘못본 시험으로 인해 그 과목을 외면하게 되거나, 나아가 전반적인 학교생활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녀의 성적이 계속 오르지 않는다면 서양 부모들은 학교장이랑 약속을 잡아서 학교의 교육법 문제를 지적하거나, 교사의 자질을 걸고 넘어진다. 실제로는 드문 일이지만, 중국 학생이 B를 받는 경우 학생은 소리를 지르고 머리를 쥐어뜯으면 폭발하게 돼 있다. 엄마가 곧 수십~수백개의 시험지를 풀게 하도록 할 것이고, A를 받을 때까지 이같은 일이 계속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부모들이 자녀에게 ‘완벽한 성적’을 요구하는 것은 자녀들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완벽한 성적’을 받지 못하는 것은 곧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적부진이 자녀에 대한 비난이나 체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 부모들은 자녀들이 이같은 비난과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성장할 만큼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중국 부모들은 자녀들이 자신들에게 모든 부분에서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이같은 생각의 근저에는 아마 유교적인 전통과 자녀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과 연결시키는 경향 때문으로 보인다.(중국 엄마들이 엄청난 시간을 자녀를 가르치고, 연습시키고, 살피고, 사생활을 알아내는데 보내는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중국 자녀들은 이같은 부모의 은혜를 갚아야 하고, 복종해야 하며, 그들을 자랑스럽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반면 서양 사람들은 부모가 자녀에게 은혜를 베풀었다는 인식이 없다. 내 남편 제드(제드 루벤펠드 예일대 법학교수)만 해도 나와는 생각이 전혀 다르다. 한번은 그가 “자녀는 부모를 고를 수 없다.”면서 “애들은 실제로 태어나는 것조차 선택할 수 없는데, 부모가 알아서 태어나게 한 것인 만큼 부모가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자녀가 부모에게 빚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부모는 은혜를 베푼 것이 아니라 책임만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인식은 때론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인) 나에게 서양 학부모와 심각한 의견차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셋째, 중국 부모들은 자녀를 위한 최선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으며, 이 때문에 자녀의 희망과 선택을 결정할 권한이 있다고 믿는다. 이 때문에 중국인 가정의 딸들은 고등학교에서도 남자친구를 사귈 수 없고, 중국 어린이들은 야영캠프에 갈 수 없다. 또 중국 아이들은 부모들에게 “학교 연극에 참여하고 싶어요. 난 주민6을 맡았단 말이에요. 매일 학교 방과후 4시간 동안 연습을 해야 하고, 주말에도 나가야 해요.”라고 요구하는 것 따위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한다. 노파심에서 말하자면, 중국 부모들의 이런 행동이 자녀를 돌보지 않는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선 곤란하다. 반대의 경우에, 중국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어떤 것이든 포기할 수 있다. 단지 서양과는 육아 방식이 다를 뿐이다. ‘강압적인 중국식 육아법’의 사례를 들어보자. 7살인 룰루(둘째딸)는 프랑스 작곡가 자크 이버트의 ‘작고 하얀 당나귀’를 연주하고 있었다. ‘작고 하얀 당나귀’는 듣는 것만으로 시골길을 뛰노는 당나귀를 저절로 연상케하는 사랑스런 곡이다. 그러나 이 곡은 양손이 따로 노는 불규칙적인 리듬으로 이뤄져 있어 어린이들이 연주하기에는 정말 어렵다. 결국 룰루는 연주해내지 못했고, 주말 내내 룰루와 나는 한 손씩 따로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일을 반복해야 했다. 하지만 두 손으로 함께 연주하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계속 연주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강습 전날 룰루는 포기를 선언했다. 난 “피아노로 돌아가라.”고 명령한 뒤 “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아노로 돌아가자 룰루는 갑자기 악보를 구긴 후 찢어버리고, 발로 차고, 주먹질을 하며 반항하기 시작했다. 난 테이프로 다시 악보를 붙였고 코팅을 해서 다시는 찢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는 룰루의 인형집을 차에다 실은 후 “니가 ‘작고 하얀 당나귀’를 내일까지 완벽하게 연주하지 못한다면 인형집을 구세군에다 기부해 버리겠다.”고 말했다. 룰루는 “엄마가 인형집을 기부하면 내가 피아노를 칠 필요가 없겠네요.”라고 말했다. 난 “점심, 저녁, 크리스마스와 하누카 선물, 생일선물과 파티가 없어질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래도 룰루는 굽히지 않았다. 난 룰루에게 “넌 할 수 없을까봐 두려운 나머지 아예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비겁하고, 게으르며, 멋대로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남편이 나서 나를 한쪽으로 끌고 갔다. 그는 룰루를 비난하지 말라고 요구했고, 협박이 실제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내 생각에 난 실제로 룰루를 비난하지 않았으며 단지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또 그는 내가 룰루가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 부분에 대해 “룰루는 단지 기술적인 문제로 연주를 하지 못하는 것이고, 그 수준까지 이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난 남편에게 “당신은 단지 룰루를 믿지 못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남편은 반박했고, 난 “소피아는 룰루의 나이에 저 곡을 훌륭히 연주해 냈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남편은 “룰루와 소피아는 다른 사람”이라는 논리를 폈다. 나는 비꼬는 투로 강하게 부정했다. “모든 사람은 각자 뛰어날 수 있는 분야를 갖고 있다. 패배자조차도 자신의 분야에서는 특별할 수 있다. 걱정하지 마라. 난 기꺼이 룰루가 저 곡을 연주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할 것이다.”난 다시 룰루에게 돌아갔고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저녁부터 밤까지 연습을 계속했고, 조는 아이를 계속 깨웠다. 물을 먹거나 화장실을 가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집은 마치 전쟁처 같았고, 결국 난 목이 쉬어버렸다. 어느 순간, 결국 룰루는 해냈다. 두 손을 조화롭게 연주하고 있었다. 룰루는 내가 한 말을 이해하게 됐다. 연습을 계속했고, 점점 빨리 완벽하게 칠 수 있게 됐다. 그 아이에게서는 광채가 났다. “엄마. 보세요. 정말 쉬웠요.” 이 말을 하고 난 후 룰루는 피아노를 계속 쳤다. 그날 밤, 룰루는 내 침대에서 함께 끌어안은 채 잠들었다. 몇주 후 열린 리사이틀에서 룰루가 ‘작고 하얀 당나귀’를 연주하자 다른 부모들이 나를 찾아와 “룰루는 정말 완벽한 연주를 해냈다.”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 일로 인해 남편은 내 육아법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서양 부모들은 자녀들의 자존심을 걱정한다. 그러나 부모 입장에서 말하자면 자녀들의 자존심을 가장 크게 상처 입히는 것은 하던 일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자녀가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고 믿게 도와주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서양에서 출간된 책들은 아시아계 엄마들을 ‘냉혹함’‘혹사’‘계획적’인 존재로 묘사하고, 자녀들의 실제 흥미를 무시한 채 강요한 일삼는 것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중국 엄마들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그들은 자식을 위해 서양 엄마들보다 더 많은 희생을 한다고 믿으며, 자녀들을 잘못된 길에서 보호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양측의 오해 모두에 근거는 있다. 모든 부모는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중국 사람들이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이 남들과 조금 다를 뿐이다. 서양 부모들은 자녀를 한 개인으로 존중하고 그들의 열정을 일깨우기 위해 용기를 심어준다. 또 자녀의 선택을 중시하고, 자연적인 환경에서 그들이 스스로 긍정적이 될 수 있도록 돌본다. 그러나 중국 부모들은 자녀를 보호하는 최고의 방법은 그들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충분한 능력을 갖추도록 만들며 구체적인 기술과 일하는 습관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차이가 있다.
  • [Weekly Health Issue] (45) 이동익 가톨릭중앙의료원장 신년제언

    [Weekly Health Issue] (45) 이동익 가톨릭중앙의료원장 신년제언

    건강한 삶이란 어떻게 꾸리는 삶일까. 삶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문제이지만 이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모두가 희구하고, 그래서 이를 위해 온갖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건강을 얻는 것은 아니다. 건강의 범주를 몸의 문제에서 정신의 문제로 넓혀 보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건강한 삶이 이룰 수 없는 신기루는 더더욱 아니다. 주변에는 심신이 온전히 건강해 삶 자체가 축복인 사람이 적지 않다. 현대인의 일상에 낙인처럼 새겨진 이런 건강을 화두로 이동익 가톨릭중앙의료원장 신부의 얘기를 듣는다. 그는 ‘영육(靈肉·심신)의 조화’를 건강의 절대적 조건이라고 제시했다. ●먼저, 올해 의료계의 현안을 전망해 달라. 올해도 굵직한 이슈가 많다. 모두가 의료환경이나 제도 측면에서 관심을 쏟아야 할 현안들이다. 특히 스마트폰을 비롯한 태블릿PC의 등장에 따른 진료시스템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환자가 진료의 주체로 등장한다는 의미다. 환자와의 소통, 환자 ‘케어’(care)라는 측면에서 각종 스마트 기기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도 지난해부터 ‘스마트 하스피털’을 준비해 올해는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보건복지부가 밝힌 것처럼 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의 본인부담금이 인상된다면 가벼운 질환자들은 주로 1차 의료기관을 찾고, 중증 질환자들은 큰 병원을 찾는 시스템이 틀을 갖출 것이다. 이는 다른 시각에서 의료기관 간의 본격적인 ‘실력 경쟁’을 뜻한다. 그렇게 되면 진료는 물론 연구와 연계된 첨단의료 개발이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다 의료기관의 사회적 책임에 근거한 윤리경영과 리베이트 쌍벌제 등도 주목할 사안들이다. ●사람들이 꿈꾸는 건강한 삶이란 어떤 삶일까. 건강한 삶이란 육신뿐 아니라 마음이나 정신의 안정도 함께 유지하는 삶이지 않을까. 새의 날개에서 보듯 한쪽만의 평온이 온전한 행복은 아니다. 모든 이들이 갈구하는 건강한 삶이란 결국 육신과 영성이 저울처럼 균형을 이루는 삶이며, 우리 의료원이 ‘전인치료’를 중요한 치유의 방법으로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건강한 삶의 측면에서 현대인의 문제를 짚어달라. 기술과 기기의 발달로 질환에 대한 치료 범위는 더욱 넓어졌다. 이제는 빨리 찾아내기만 한다면 물리적으로는 거의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다. 문제는 지나친 경쟁과 숨가쁜 변화에 내몰린 사람들의 정신이 황폐해진다는 점이다. 그들의 정신은 피곤하고 불안하다. 게다가 경제난과 남북 갈등 등 질병 외적인 문제까지 더해져 사람들의 정신이 더욱 피폐해지고 있다. 마음이 여유를 잃고 점점 병들어간다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문제다. ●심신의 건강에 운동이 중요하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운동은 어떻게 하는가. 요즘 반성하는 주제 중 하나다. 사제들은 신학교 때부터 열심히 운동을 한다. 영적 수양을 통해 영육이 합치된 존재를 추구하는 사제 공부에서 운동도 중요한 수련이기 때문이다. 나도 한때는 이종격투기를 할만큼 과격한 운동을 즐겼는데, 의료원장을 맡고부터는 시간을 내기가 정말 어렵다. 그 때문에 요즘에는 영적으로도 피폐해지는 느낌을 받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올해 첫 결심이 운동이었다. 산책이나 걷기, 등산을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직무상 가끔 골프도 하는데, 소통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 운동은 아닌 것 같다. 잘 치지 못해서 그럴 것이다. ●일상적인 섭생은 어떻게 하며, 또 어떻게 해야 잘 하는 것일까. 어떻게 내 문제만 찝어내는 것 같다.(웃음) 나는 음식은 가리지 않는다. 육식도 특별히 제한하거나 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식 원칙만은 지키려고 애쓴다. 그런데 의료원장을 맡다보니 모임이 잦고, 모임에 따라 과식은 물론 술도 하게 되더라. 섭생에서는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만 먹는 절제가 중요한데, 요즘 사람들 사실, 너무 잘 먹고, 많이 먹어서 문제가 된다. 나도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건강검진의 비용 대비 효율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참, 미묘한 문제다. 대형병원들의 건강검진 마케팅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금의 의료수가 체계에서는 투자를 위한 수익 창출이 어렵다. 그걸 건강검진서비스로 보전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의 본인부담금 조정 등 수가 체계에 변화를 줘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들이 양질의 건강검진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공적 의료체계의 기반을 다져야 할 것이다. 물론 질환의 조기 발견 등 건강검진의 긍정적 성과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특히 암이나 성인병의 조기 발견에 있어 건강검진이 갖는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질병없이 살기는 어렵다. 질병에 대처하는 바람직한 자세를 제시해 달라. 질병은 피하기 어렵지만 예방이 가능한 점도 생각해야 한다. 질병은 예방이 최선이며, 이를 위해 건강하게 생각하고, 먹고, 자고, 운동하는 것은 물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큰 병을 근본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인간이 병마의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은 아직 없다. 그렇다면 질병의 실체를 인정하고, 착실하게 치료 받는 것이 중요하다. 종교도 큰 위안과 힘이 되는 건 물론이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으로는 국가와 사회가 병마로 고통받는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 아니겠는가. ●현행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가 너무 협소하다는 이들도 없지 않다. 바람직한 의료보험의 비전을 제시해 달라. 무엇보다 보험재정의 악화가 걱정이다. 지난해만 1조 3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는데, 이는 곧 진단 및 치료 범위의 축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의사들 입장에서는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데, 수가 문제로 그렇게 못 한다면 그런 불행도 없지 않겠는가.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급증하는 자살률에서 보듯 생명에 대한 존엄성은 더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적 안전망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실효적 대책은 거의 없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최종찬 따뜻한 사회] 감사와 긍정의 삶

    [최종찬 따뜻한 사회] 감사와 긍정의 삶

    대부분의 세상 사람들은 돈을 벌거나 승진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행복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면 돈 벌고 출세하면 자동적으로 행복해지는 것일까? 일전에 모 대기업의 잘나가던 엘리트 임원이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 이유는 그동안 회사에서 승승장구하다가 그가 맡았던 일이 소기의 성과를 이루지 못하여 동료에 비해 좌천당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먹고살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자존심이 상하여 자살한 것이다. 행복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다. 행복은 자기가 원하는 것에 비해 얼마나 가졌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자기가 가지고 있거나 성취한 것에 대해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하다. 어느 공원에 노() 신사가 우울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옆 사람이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니 “내 자산이 100만 달러가 되어서 그런다.”고 하였다. “100만 달러나 되는데 왜 그리 슬퍼하느냐.”고 물었더니 “얼마 전에는 1000만 달러였는데 10분의1로 줄어 마음이 아프다.”고 하였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과거 1960∼70년대에 비하면 엄청나게 살기 좋아졌다. 그래서 모두 과거보다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는가?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 이유는 남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부인들이 동창회에 갖다온 후 부부싸움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동안 노력하여 30평 아파트에 자가용도 마련해 기분이 좋았는데 학교시절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한 친구가 40평의 아파트에 자기보다 더 큰 차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질적으로는 과거보다 크게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결국 남과 비교하면서 우리의 기대 수준이 너무 빠른 속도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성취동기가 크다. 즉, 돈 벌고 출세하여 남보다 나아져야겠다는 의욕이 넘친다. 이와 같은 민족성이 그동안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불만을 초래해 사회적 갈등과 불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감사와 긍정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물이 2분의1컵 남았을 때 어떤 사람은 “물이 반밖에 안 남았다.” 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물이 반이나 남았다.”라고 말한다. 교통사고로 팔이 부러졌을 경우 “재수 없게 나만 왜 교통사고를 당했는가.”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죽지 않고 팔 부러진 정도로 부상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신발 세일즈맨 두 사람이 아프리카에 시장조사차 가서 본사에 보고했다. 한 사람은 “아무도 신발을 안 신어 신발 팔 가능성이 없습니다.”라고 보고하고, 또 다른 사람은 “현재 아무도 신발을 안 신고 있어 앞으로 시장수요가 무궁무진합니다.”라고 보고했다. 이와 같이 생각하기에 따라 모든 일이 달라진다. 감사와 긍정의 마음을 갖는 것은 특별히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 개인과 우리 사회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 나는 우리 국민 모두가 감사와 긍정의 생각을 갖도록 국민의식 변화운동을 제안한다. 우선 학교교육부터 감사와 긍정의 마인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초등학교 시절 교통안전 교육은 열심히 받아 모든 국민이 기억하지만 감사와 긍정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교육을 받은 기억은 별로 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라고 한다. 현대 사회에서 위장병 등 대부분의 질병은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자살과 스트레스 예방에 가장 좋은 치료제는 감사와 긍정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과목은 행복론이라고 한다.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도 최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센 교수와 스티글리츠 교수에게 국가 행복지수 개발을 요청했다고 한다. 올해부터는 우리 국민이 모두 감사와 긍정의 마음을 가져 우리 사회가 갈등도 적어지고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 타임 선정 올 실패기술 25선

    타임 선정 올 실패기술 25선

    첨단 기술의 대변혁이 일어난 올 한해 동안 인류는 수많은 상상을 현실로 바꿔냈다. 그러나 성공한 기술 뒤편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실패 사례가 있었다. 미 시사 주간 타임 온라인판은 올 한해 시장에서 쓴맛을 보거나 논란을 일으킨 대표적인 ‘실패 기술’ 25선을 추려 23일 발표했다. 우선 온라인시장의 거인으로 우뚝 선 구글의 실패 사례가 눈에 띈다. 대표적인 기술이 개인정보 유출 파문을 낳았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 S)인 ‘구글 버즈’다. 구글은 페이스북 등 기존 SNS 서비스의 아성을 뛰어넘으려고 버즈를 내놓았으나 이 서비스를 통해 G메일 사용자의 이메일 주소를 동의 없이 공개했다가 논란을 빚었다. 결국 구글은 피해자들에게 850만 달러(약98억원)를 주기로 합의하고 이 일을 마무리 지었다. 구글의 또 다른 SNS 서비스인 ‘웨이브’도 1년여간 임시 서비스만 제공하다가 소비자의 호응을 얻지 못해 개발을 중단했다. 아이폰 등으로 ‘스마트 혁명’을 이끈 애플도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었다. 아이폰 4의 특정 부위를 손으면 감싸면 수신 감도가 떨어지는 ‘안테나 게이트’로 홍역을 치렀던 애플은 아이패드 등 자사 제품을 하청받아 만드는 팍스콘사의 중국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잇달아 자살하자 고개를 숙였다. 애플사는 공식적으로 ‘근로자의 연이은 자살에 슬픔과 혼란을 느낀다.’고 밝혔으나 최고경영자인 스티브잡스가 애플을 비난하는 자사제품 이용자에게 “팍스콘 공장의 자살률은 중국 평균 자살률을 밑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 비난받았다. 또 올해 최악의 환경 재앙인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고를 일으킨 영국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사의 석유 굴착 기술도 실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BP는 심해에 로봇을 내려보내 손상된 유정 파이프를 수리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유출 지역을 거대한 돔으로 덮고 파이프를 연결해 원유를 빼내려던 시도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타임은 이 밖에 ▲출시 2개월 만에 판매가 중단된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스마트폰 ‘킨’ ▲비싼 가격 탓에 판매가 부진했던 3D TV ▲화질 논란을 일으켰던 3D 영화 등을 대표적인 실패 기술로 꼽았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2009년 출생아 평균 80.5세까지 산다

    2009년 출생아 평균 80.5세까지 산다

    지난해 태어난 아기들은 남녀 평균 80.5년(80년 6개월)을 살 것으로 추산됐다. 남자는 77.0년, 여자는 83.8년이다. 최근 10년 새 5세가량 수명이 연장됐다. ●55세 퇴직 남자 25년 살 준비해야 통계청이 9일 발표한 ‘2009년 생명표’에 따르면 지난해 태어난 아이의 기대수명은 80.5년으로 10년 전인 1999년보다 4.9년, 1970년보다는 18.6년 늘었다. 남아는 77년, 여아는 83.8년으로 남녀 간 기대수명 차는 1985년 8.4년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다.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남녀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높았다. OECD 평균(남자 76.4년, 여자 82.1년)에 비해 남자는 0.6년, 여자는 1.7년 길다. 하지만 남녀 간 기대수명 차이는 6.8년으로 OECD 국가의 평균(5.7년)보다 컸다. 남자의 경우 OECD 회원국 중 기대수명이 가장 긴 스위스에 비해 2.8년, 여자는 일본에 비해 2.3년이 각각 짧았다. 연령별로 더 살 수 있는 기대여명은 2009년 만 나이를 기준으로 ▲30세 남자 47.9년, 여자 54.5년 ▲45세 남자 33.8년, 여자 40.1년 ▲55세 남자 25.1년, 여자 30.6년 ▲65세 남자 17.0년, 여자 21.5년 등 모든 연령대에서 증가했다. 지난해 태어난 아이들이 특정연령까지 살 확률을 보면 65세까지가 남자 83.7%, 여자 93.0%였으며 80세까지는 남자 50.2%, 여자 73.0%였다. 남자 출생아가 80세까지 생존할 확률이 절반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2008년에는 48.4%, 1999년에 33.2%였다. 80세까지 살 확률은 10년 전보다 남녀 각각 17.0%포인트, 15.4%포인트 상승했다. ●암·뇌혈관·심장질환 사망확률 40% 넘어 지난해 출생아가 암으로 사망할 확률은 남자가 28.1%로 전년보다 0.4%포인트 줄어든 반면 여자는 16.7%로 0.6%포인트 늘었다. 뇌혈관질환 사망확률은 남자 10.7%, 여자 12.3%였고 심장질환은 남자 8.7%, 여자 11.3%였다. 이 3대 사인에 의한 사망확률은 남자가 47.6%로 0.5%포인트 줄어든 반면 여자는 40.3%로 0.1%포인트 늘었다. 10년 전보다 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늘어난 반면 뇌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확률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는 1999년과 비교해 암-자살-폐렴 순으로, 여자는 암-심장질환-폐렴 순으로 사망확률이 증가했다. 자살로 사망할 확률은 남자 4.0%, 여자 2.3%로 10년 전보다 2.0%포인트, 1.4%포인트 증가했지만 전년 대비 상승폭이 각각 0.6%포인트, 0.4%포인트에 달해 최근 자살률 급증세를 반영했다. 3대 사인이 모두 제거된다면 지난해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남자 8.7년, 여자 6.6년 길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암이 제거되면 남자 4.9년, 여자 2.8년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현재 65세인 남자는 3대 사인을 제거할 때 애초 기대여명보다 7.4년, 여자는 5.6년 더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리더 34인, 국격을 말하다

    지금 이 순간, 우리나라의 위상 점수를 한번 매겨 볼까. 경제 규모 세계 13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 여기까지는 좋은 부분이다. 자살률·이혼율·교통사고 사망률 최고 수준, 이민 가고 싶은 나라 50위…. 세계인이 인정하는 경제대국으로서 나날이 위상을 높여가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이 존재한다. 국격, 즉 국가의 품격에 대한 논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최근 출간된 ‘대한민국 국격을 생각한다’(이어령 등 34인 지음, 올림 펴냄)는 국격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김주영 소설가, 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등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 34명이 나라의 품격과 위상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언을 제시한다. 국가의 품격은 과연 어떻게 완성되는가 하는 물음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하는 책이다. 여기에서 이 전 장관은 “우리 안의 천격(賤格)을 걷어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예전에는 가난해도 ‘격’이 있었다. 그런데 경제적 부를 얻은 대신 우리 고유의 격을 잃고 말았다.”고 지적한다. 이어 한국적 조화와 융합이 필요할 때라고 일갈한다. 한 전 장관은 내부적으로 우리 국민이 생각하는 국격과 대외적으로 외국인이 바라보는 국격 간에 차이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평가 기준에 얽매이지 말고 국격이 높다고 생각되는 나라를 선정해 그들이 가진 장점으로 우리 안의 부족한 점을 보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국격 제고는 일시적 ‘운동’보다는 꾸준한 ‘활동’의 산물”이라고 강조한다. 이 사장은 리더들이 불필요한 프로토콜(규약)을 없앰으로써 가치 상응을 꾀하는 데 나설 것을 주문한다. 경영전문가 공병호씨는 “국격은 인격의 합(合)이므로 개인의 인격을 가다듬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고 하고, 신상훈 방송작가는 “서민의 막힌 속을 뚫어주는 지도자가 진짜 지도자”라며 청와대에 유머 작가를 둘 것을 제안한다. 1만 3000원.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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