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자살률
    2026-01-23
    검색기록 지우기
  • 부상자
    2026-01-23
    검색기록 지우기
  • 마케팅
    2026-01-23
    검색기록 지우기
  • 이혼율
    2026-01-23
    검색기록 지우기
  • 국방비
    2026-01-2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058
  • [자치단체장 25시] ‘1대1 결연’ 민간 참여 활발… 더 강력해진 동대문 복지

    [자치단체장 25시] ‘1대1 결연’ 민간 참여 활발… 더 강력해진 동대문 복지

    1970년 어느 추운 겨울날, 16살 소년은 상경한 동네 형 주소 하나만 들고 전라남도 나주에서 무작정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4남 1녀의 셋째인 그는 ‘농사를 지으라’는 아버지의 권유를 뿌리치고 집을 나섰다. 공부가 하고 싶었다. 남들처럼 대학도 가고 싶었다.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그가 낮에는 신문을 돌리고 저녁에는 신문보급소 한쪽에서 공부하며 고달픈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얄팍한 침낭에 의지한 채 추운 겨울을 몇 해 보냈다. 낮에 돈 벌고 저녁에 공부하는 청년이 혼자만은 아니었겠지만 추위와 배고픔, 외로움은 정말 견디기 어려웠다고 했다. 1976년 어렵게 부산 동아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지만 1979년 부마항쟁의 주동자로 몰리면서 보안사 지하실에서 36일 동안 모진 고문을 당했다. 헌병대와 교도소를 거쳐 다시 사회로 나왔다. 덕분에 대학 졸업까지 12년이 걸렸다. 참담한 심정이었던 그에게 한 줄기 빛이 되었던 사람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1985년 민주화추진위원회(민추협)의 선전부장으로 활동하면서 김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 그러던 그에게 김 전 대통령이 ‘사인여천’(事人如天)이라는 휘호를 써주었다. 동대문과는 당시 최훈 국회의원을 도우면서 인연을 맺었다. 우여곡절이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추위와 외로움에 떨던 신문팔이 소년이 ‘사람 섬기기를 하늘같이 하라’는 사인여천의 뜻을 행하며 이제는 37만 서울 동대문 주민을 책임지는 지역 수장이 됐다. 민선 2기에 이어 5기와 6기를 이어가며 동대문 발전을 이끄는 유덕열 구청장이 그 사람이다. ●부마항쟁 소용돌이 속 12년 만에 대학 졸업 허기진 배를 수돗물로 채우고,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추위와 배고픔, 외로움의 고통을 알 수 있을까. 흙수저로 태어나서일까. 유 구청장은 구정의 방점을 ‘복지’에 찍었다. 그는 “창피한 일이지만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이 1위다. 이는 어렵고 힘든 이웃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내가 동대문구청장을 하는 동안은 춥고 외로워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주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유 구청장은 민선 2기부터 1대1 희망결연 등 ‘동대문형 복지공동체 보듬누리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실 자치구의 힘만으로는 어려운 이웃 모두를 돌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소외계층을 위해 민관을 하나로 묶은 것이다. ‘보듬누리 사업’은 구 직원들과 소외계층 간 결연을 민간으로까지 확대한 ‘희망의 1대1 결연’에 이웃의 복지를 주민 스스로 해결해 나가고자 꾸려진 ‘동(洞) 희망복지위원회’를 결합했다. 구 직원과 어려운 이웃을 연결한 ‘희망의 1대1 결연’만으로 복지사각 지대를 완전한 해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14개 동별 희망복지위원회를 만들어 지역 자체적으로 각종 현안을 풀어가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30~80명 주민으로 구성된 희망복지위원회는 십시일반 자체 기금을 마련해 직접 어려운 이웃의 생활안정과 자립을 돕고 있다. 복지의 그물망이 촘촘해지고 사각지대가 줄었다. 이런 노력으로 보듬누리는 ‘2013 지방 3.0 공모사업’ 대한민국 대표 60개 사업에 선정됐을 뿐 아니라 ‘2012 서울시 희망온돌프로젝트 최우수상’, ‘제9회 대한민국 지방자치경영대전 복지서비스부문 최우수상’, ‘제1회 지방정부정책대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인정받았다. 유 구청장은 “다 같이 잘사는 동대문, 누구나 희망을 품고 사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 나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성취도 평가 성적 향상… 교육투자 ‘결실’ 신자유주의 물결이 몰아치면서 우리 사회에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하고 있다. 한번 흙수저는 영원한 흙수저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유 구청장은 빈곤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공교육’ 정상화에서 찾고 있다. 그는 “올바른 교육만이 가정의 행복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이라면서 “지역 청소년들이 꿈과 희망을 품고 자신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청소년을 위한 교육예산을 줄이지 않고 있다. 유 구청장은 “우리 구는 교육지원에 과감한 투자와 관심을 기울인 결과 학생 1인당 지원액이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남구 다음으로 가장 많다”면서 “학생들의 학력 신장뿐 아니라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각종 방과 후 프로그램 등에 우선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 동대문구가 속한 동부교육지원청이 서울시 11개 교육청 중에서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민선 5기 구청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유 구청장은 가장 먼저 교육경비 보조금 지원 범위를 8%에서 10%로 올릴 수 있도록 ‘교육경비 보조에 관한 조례’를 개정했다. 따라서 2010년 68억원이던 교육예산을 2011년에는 112억원으로 두 배가량 늘렸고, 2012년에는 123억원 등으로 점차 늘려갔다. 학생 1인당 지원액 기준으로 서울에서 강남구 다음까지 늘렸다. 그 투자의 결과로 동대문구가 속해 있는 동부교육지원청이 서울시 11개 교육지원청 중에서 3년 연속 우수 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교육 으뜸도시로서의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무엇보다 학습성취도 평가 결과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줄고 보통학력 이상인 학생은 증가하는 등 학생들의 성적이 지속적으로 향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고 싶어도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원에 다닐 수 없는 지역 학생을 위해 지역 학원을 무료로 다닐 수 있도록 돕는 ‘희망드림 스터디 학습나눔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또 학습나눔사업으로 현재 23개 학원에서 70여명의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아울러 구 교육비전센터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진로·학습상담 등 전문화된 교육 토털서비스를 제공하고, 동대문 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에서는 자유학기제 지원프로그램, 진로탐색과 체험프로그램, 진로동아리, 직업체험페스티벌 등 총 6개 분야 19개 진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지역 청소년의 꿈과 희망을 키워주고 있다. ●약령시 한방메카 개발 땐 ‘K의학’ 한류 동력 유 구청장은 동대문의 미래 먹거리 만들기도 고민한다. 사실 복지와 교육도 지역 경제발전과 뗄 수 없는 상관관계가 있다. 그는 “2017년이면 청량리역사 주변 개발이 본궤도에 오르고 국내 한방재료의 메카 약령시와 바이오·의료 연구단지인 홍릉 주변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할 것”이라면서 “꿈꾸던 동대문이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속칭 청량리 588 주변에 1970년대 지어진 건물들이 사라지고 호텔과 공연장 등을 갖춘 42층 랜드마크 타워가, 인근 동부청과시장 부지에는 50~59층 4개 동, 1160가구의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서는 등 대표적인 구도심이었던 동대문구가 변신할 예정이다. 또 오는 12월 한방 공방과 카페, 족욕 체험장 등 다양한 체험 공간 등으로 꾸민 한방진흥센터가 들어설 약령시도 국외관광객을 모으는 동대문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유 구청장은 “케이팝, K푸드 등에 이어 한약과 침술, 뜸 등 ‘K의학’이 한류를 이어가는 힘이 될 것”이라면서 “한방진흥센터가 문을 열면 여행사와 관광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총력전을 펼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1만 3900가구가 들어서는 전농·답십리 재개발 사업은 입주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재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동대문=낙후지역’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유 구청장은 “45년 전 배고프고 외로웠던 신문팔이 소년의 꿈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면서 “동대문구를 지역주민과 함께 살기 좋은,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생명의 窓] 낙화를 보다/정찬주 소설가

    [생명의 窓] 낙화를 보다/정찬주 소설가

    내가 사는 산중은 새들이 계절을 알려 준다. 해마다 찾아오는 철새가 무슨 달인지를 알려 준다. 그런데 이삼 년 전부터는 철새들의 출현이 들쑥날쑥 제멋대로이다. 휘파람새는 대개 2월 중하순 밤에 나타나 후이후이 하고 우는데 올해는 며칠 전 꼭두새벽에야 녀석의 소리를 들었다. 하도 반가워 자는 안사람을 깨워 함께 들었다. 삼짇날 무렵에 날아오는 제비도 아직 소식이 없다. 산방 앞뒤 처마에 있는 제비집은 비어 있을 뿐이다. 철새들이 계절 감각을 잃어버린 까닭은 지구온난화 영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때맞추어 출현한 철새는 노랑할미새다. 녀석은 무뚝뚝한 나보다는 안사람이 더 좋은지 안사람의 도예공방 처마에 둥지를 짓고 산다. 겨울잠을 자러 사라졌던 박쥐도 다시 나타났다. 박쥐는 가을까지 산방 안에서 사는 식구 같은 존재다. 박쥐의 끼니는 모기와 파리들이다. 박쥐가 위엄을 보이자 파리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손님들에게 늘 자랑하는 이야기지만 나는 박쥐 덕분에 살충제를 사용해 본 적이 없다. 며칠 전 서울에서 네 분의 손님이 봄꽃 구경을 하고 갔다. 모두 해방 전후에 영등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함께 다닌 처형의 동창이었다. 봄꽃들을 보고 감탄하는 모습이 소녀들 같았다. 그분들이 왔을 때는 매화꽃과 산수유꽃, 생강나무꽃이 아쉽게도 졌으나 다행히 자두나무꽃, 벚꽃, 동백꽃은 만개해 있었다.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의 낙화를 보니 꽃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침 비가 한두 방울씩 듣고 있다. 연못에 점점이 떨어진 벚꽃의 낙화를 혼자만 보기 아까워 스마트폰에 담아 두었다가 지인들에게 보낼 참이다. 동백꽃 역시 마찬가지다. 무미건조한 마당을 붉게 수놓은 낙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낙화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완성되는 꽃이 있다면 바로 동백꽃이 아닐까 싶다. 떨어진 동백꽃을 몇 개 주워 와 과일을 담는 옥빛 백자과반에 올려 본다. 오늘따라 동백꽃 낙화가 선혈이 응고된 것처럼 검붉다. 문득 ‘그대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라는 불가의 금언이 떠오른다. 몇 년 전에 내 산방을 찾아온 수도자도 생각난다. 수도자는 차를 몇 잔 마신 뒤에 찾아온 용건을 꺼냈다. 그는 내게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10년간 자살률 1위이며, 청소년의 자살률은 아주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수도자는 내게 ‘생명생존선언문’의 초안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 아마도 수도자는 시민단체 차원에서 계몽운동을 하려고 준비 중인 것 같았다. 그래서 초안은 써 주되 운동단체에 내 이름을 올리는 것은 안 된다고 조건을 달았다. 이름만 걸고 활동하지 않는 것은 나를 속이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세상의 모든 생명은 한 뿌리입니다. 나와 이웃은 한 뿌리의 이파리들입니다. 한 이파리가 불행하면 다른 이파리도 불행하게 됩니다. 이것이 내가 행복해야 할 이유입니다. 따라서 나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내 생명을 지켜야 할 무한책임이 있습니다.(하략)’ 이처럼 초안의 서두를 써 주었는데 이후 어떻게 수정 보완됐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그 수도자를 잊고 지냈다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다. 지옥이 저승에 있는 줄 알았는데 나이 들고 보니 그게 아니다. 자기 생을 반납하는 이들마다 절박한 사연이 있었겠지만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다친 산새를 돌본 일이 있다. 산새는 솜털처럼 가벼웠다. 그때 나는 ‘사람도 산새처럼 가벼워진다면, 미망과 욕심을 내려놓는다면 바람처럼 걸림 없이 살 수 있을 텐데’ 하고 자각했다. 비바람에 피어난 봄꽃이 오늘은 비바람에 지고 있다.
  • 국민발안·파면제 정치 혁신 의지…자칫 대한민국 소송 공화국 우려도

    국민발안·파면제 정치 혁신 의지…자칫 대한민국 소송 공화국 우려도

    국민의당이 20대 총선에 내건 10대 공약 중 1호 공약을 제외한 2~10호 공약을 분석한다. ●국민의 뜻으로 정치 혁신 국회 차원의 국민발안제·국민파면(소환)제 도입을 제시해 국민이 주체가 되는 정치혁신 제도에 대한 의지가 엿보인다. 반면 입법 가능성 자체는 희박해 보인다. 예상되는 부작용 및 대처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이 전무하다. 대한민국을 소송공화국으로 만들 우려도 있다. ●힘든 국민을 웃는 국민으로 만드는 복지 ‘인구 5000만 프로젝트’를 통한 복지투자 방안은 취약계층 지원, 공정한 경쟁기회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민간의료보험법, 국민연금법 등 개정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연간 5000억원 규모의 재정소요를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그 10배 이상이 들 것으로 보인다. 실손보험료 인하 공약보다 과잉진료 관행 개선 등 시스템 혁신이 시급하다. ●공정 출발, 공정 결과 청년희망 프로젝트 ‘청년사회안전망’ 구축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높은 편이고, 청년고용을 단순한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다각도로 해결하려고 고민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예산 책정이 필요하다. 대학입학금 폐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미취업 청년에게 보조금 지급은 고용보험 설립 취지와는 어긋난다. ●노동 일자리 관련 임금격차 해소 비조직화된 근로자 보호를 위한 ‘노동회의소’ 설립, 임금격차 해소 등은 사회공정성 회복이 기대된다. 실제로 예상되는 갈등 대비 소요재원을 매우 적게 추정했다. 공공기관 청년고용 의무비율 상향조정은 재정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어르신 빈곤 제로 시대 노년층 빈곤율·자살률을 고려한 일자리 확대 방안을 내놨다. 퍼주기식 지원보다 취업강화훈련제 등 생산적 대안이 돋보인다. 소요재원을 1조원으로 잡았으나 실현 가능성이 낮은 세출조정 위주여서 구체적인 재정 분석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수준의 사회보험료 지원과 노인일자리 창출이 어떻게 연계되는지 불분명하다. ●사교육비 부담과 학업 스트레스 없는 환경 공정한 경쟁기회 보장과 학생복지 증대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다양한 형태의 교육혁신 방안을 제시했다. 무상급식 등 정책 대비 재원을 과소 책정했다. 사교육비 절감책으로 교원임용 성평등할당제 도입 등 교사 성비 균형을 내놓는 등 세부공약에서 관점이 흐려졌다. ●성평등·사회적 약자 평등한 대한민국, 모두가 당당한 사회 성차별 없는 일터 조성, 가정폭력 예방, 장애인 지위 향상 등 차별 없는 사회를 약속했다. 산모 전담 간호사제, 성폭력 피해 구제 등 실제로 많은 예산이 필요한 사업들에 예산 책정을 과소하게 했다. ●협동과 상생의 활기찬 농어촌 농어민 소득증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놨다. 다른 정당과 달리 농림수산축산업을 주요 공약에 포함시켜 고령화 등 문제가 심각한 농어촌 대책에 신경 썼다. 무역이익공유제 도입 등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먹거리, 물, 환경의 총체적 안전 건강과 행복한 삶의 보장 측면에서 의미 있는 공약이다. 식품위생법, 공공주택특별법 등 법률 개정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주체를 설득시켜야 하고, 일부 계층의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지 논란이 될 수 있다. 정리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우울증, 유전자 탓 아닌 해고, 학대 등 사회적 요인 탓”

    “우울증, 유전자 탓 아닌 해고, 학대 등 사회적 요인 탓”

    현대인에게서 심심치 않게 발병하는 우울증의 원인을 유전적 측면 보다는 사회적 측면에서 찾아야 하며, 우울증의 원인을 유전자에서 찾는 것은 지나친 돈 낭비와 다름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리버풀대학의 심리학자 피터 킨더만은 영국 BBC라디오에 출연해 “현재 영국 의료연구위원회(Medical research council, MRC)가 우울증의 원인을 유전학적인 측면에서 분석하는데 지나친 예산을 사용하고 있으며, 별다른 효과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많은 연구를 통해 사람들을 병들게 하는 유전자를 발견하긴 했지만,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의 질병을 유발하는 진짜 원인은 취업난이나 실직 또는 어린 시절 학대 등 사회적 위기”라고 강조했다. 킨더만 박사의 주장에 따르면, 통계적으로 봤을 때 실업률이 치솟은 지역의 자살률 역시 상승하며, 어릴 때 생긴 트라우마는 성인이 돼서까지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사회적 영향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것. 킨더만 박사는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특정 유전자 혹은 뇌 기능에서 기인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것들이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유전자와 우울증을 연관시키는데 지나치게 집중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에 따르면, 영국에서 정신질환과 관련한 의료비 지출은 매년 700억 파운드(약 116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MRC가 정신질환 연구에 투자하는 예산은 전체의 3%에 불과하고, 이중 상당수를 유전적 분석에만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한편 학계에서는 우울증과 조울증 증상을 유발하는 5-HTTLPR와 같은 특정 유전자가 있으며, 이러한 유전자는 부모로부터 대물림 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이러한 특정 유전자를 조절하면 우울증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9개월새… 학생 24명 자살, 잿빛 미래에 신음하는 홍콩

    9개월새… 학생 24명 자살, 잿빛 미래에 신음하는 홍콩

    中의존 심화돼 금융허브도 옛말 경기 침체에도 부동산은 폭등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2일 ‘야외 활동 시간이 죄수보다 적은 홍콩 학생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홍콩대 자살예방센터가 홍콩 초·중·고교의 체육 및 야외 활동 시간을 조사한 결과 체육 교과는 물론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을 다 합쳐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동안 야외 활동 시간은 하루 평균 59분에 불과했다. 이는 교도소 수감자들의 하루 평균 60분에 못 미쳤다. SCMP가 이런 보도를 한 이유는 최근 젊은이의 자살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3월 들어서만 벌써 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지난해 9월 새 학기가 시작된 이후 24명이 자살했다. 이 중 대학생이 11명, 중고생이 13명이었는데 20명이 성적을 비관해 목숨을 끊었다. SCMP에 따르면 홍콩의 ‘입시 지옥’은 전 세계에서 한국 다음이다. 홍콩 중·고등학생의 1년 수업 시간은 1140시간으로 한국 학생의 1540시간에 이어 2위였다. 수업 후 과외 시간도 한국이 5시간, 홍콩은 4시간으로 1, 2위였다. SCMP는 “한국 학생의 자살률이 (아직은) 세계 최고”라고 설명했다.홍콩의 젊은이들이 희망을 잃어 가고 있다는 징표는 다른 곳에서도 감지된다. 지난 20일에는 2014년 ‘우산혁명’을 이끌었던 학민사조(學民思潮)가 해체됐다. 중·고등학생이 주축인 이 단체는 행정장관 직선제 쟁취 투쟁을 이끌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14살에 이 단체를 조직해 17살에 우산혁명의 한가운데에 섰던 조슈아 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더이상 학교에서 정치 운동을 벌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홍콩의 대학과 중·고등학교의 탈정치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친중국 학생단체가 기존 학생운동을 빠르게 대체해 가고 있다. 오갈 데 없는 젊은이들의 분노는 올 설 연휴 몽콕 광장의 유혈 시위처럼 산발적인 폭동 형태를 띠기도 한다. 하지만 과격 시위는 중국에 통제 강화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홍콩 업무를 총괄하는 중국의 장더장(張德江) 당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거리의 정치’가 홍콩의 이미지를 더럽혀 외국인 투자자들이 홍콩을 빠져나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시아의 금융·물류 허브라는 명성은 껍데기만 남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세계 최대를 자랑하던 홍콩의 화물 물동량은 지난해 세계 5위로 떨어졌다. 홍콩달러가 투기 자본의 먹잇감이 되면서 중국의 외환 방어 없이는 환율 정책을 유지해 나갈 수 없을 지경이 됐다. 무디스는 지난 12일 홍콩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그 이유를 중국 의존성 심화라고 지적했다. 금융과 실물은 최악인데도 부동산 가격은 위태롭게 고점을 유지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20일 “홍콩의 신혼부부들이 비싼 집값 때문에 결혼하자마자 별거에 들어가 각자 부모 집에 얹혀사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대 도시연구소에 따르면 18~35세 홍콩 젊은이 중 독립하지 못한 채 부모와 같이 사는 비율은 76%로 나타났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부산시, 산하 보건소 조직 개편 추진.

    부산시가 양질의 의료지원을 위해 보건소 인력 확충 등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추진한다. 부산시는 구·군 보건소 조직이 지난 50년간 단 한차례도 증 ·개편이 없어 현재 실정에 맞지않는 등 문제점이 많아 보건소 조직을 개편한다고 16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구·군 보건소가 전문 인력 최소배치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인원이 절대 부족하며, 심한 보건소는 최소배치기준보다 17명이나 모자란다. 전국의 보건소 직제는 서울 4과, 인천 3과 ,광주 3과, 대구 3과이나 유독 부산은 인구 면적 관계없이 1과로 편제돼 있다. 이로인해 부산보건소 공무원은 1인당 전국평균 4016명보다 훨씬 많은 6000명의 시민을 돌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인력보강 등을 위해 보건소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조직개편을 강력하게 추진키로 했다. 시가 마련한 주요 개편안은 보건소를 보건정책과와 건강증진과의 2과 체제로 만들고, 팀과 인력확충,메르스 등 해외 신종 감염병 신속 대응 등을 위한 감염병관리팀 설치 등이다. 또 자살률 감소 등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정신보건팀, 암과 심뇌혈관질환 사망률 감소를 위한 동 단위 건강팀(마을건강센터 설치) 등도 설치키로 했다. 시는 오는 2020년까지 4개년에 걸쳐 지역실정에 맞게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김기천 시 건강체육국장은 “이번 조직개편은 국제적 관문 도시로서의 해외유입 신종 감염병에 대한 신속대응과 지역사회 감염병 확산 예방에 크게 기여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평생 벌어도 집 못사는 사회의 ‘대안 찾기’

    평생 벌어도 집 못사는 사회의 ‘대안 찾기’

    아버지의 나라, 아들의 나라/이원재 지음/어크로스/328쪽/1만 5000원 1960년에 100달러를 밑돌던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에는 3만 달러에 육박해 55년 만에 300배가량 늘어났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도 300배 행복해졌을까. 지난 20년간 가파르게 치솟은 자살률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를 달리는 사회관계망 지수를 보면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경제평론가인 희망제작소 이원재 소장은 이 책에서 아버지 시대의 성장, 소득 담론이 불어넣은 희망과 약속이 어떻게 깨져왔는지 밝힌다. 그리고 저성장 시대에 본격 진입한 우리가 새롭게 성찰해야 할 질문들을 던진다. 학업을 마친 후 평균적인 직장에 취업하고 열심히 일해서 내 집 마련을 꿈꾸고 은퇴 이후에 작은 가게를 꾸리며 적절한 소득으로 살아가는 것을 기대했던 아버지 세대의 인생 계획은 자식 세대에게는 도달 불가능한 목표가 돼 버렸다. 아들의 나라에서는 불평등이 심화되고 사회 구성원들의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파국이 예고되어 있다는 저성장 시대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 소장은 아버지 세대가 굳게 믿는 성장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이 더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보고 이에 절망하는 대신 새로운 사회로 가는 길을 모색해 보자고 제안한다. 저자는 책의 1부에서 아버지 세대에 만들어진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는 자식 세대의 현실을 냉정히 살펴보고 2부에서는 다섯 가지의 핵심적 경제 이슈인 성장, 소득, 일자리, 기술, 노후 등에 대한 새로운 사고를 일깨운다. 그리고 3부에서는 우리가 옮겨가야 할 사회와 새롭게 마련해야 할 선택지를 제시한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농촌에는 농약보관함, 도심에는 택배안전보관함

    농촌에는 농약보관함, 도심에는 택배안전보관함

    충북지역 농촌에는 농약안전보관함을 설치하고, 도심에서는 여성택배안전보관함을 운영한다. 충북도는 23일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한국자살예방협회와 ‘농약안전보관함 보급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으로 도내 11개 시·군에서 희망한 13개 마을 505가구 에 농약안전보관함을 보급한다. 이 보관함은 잠금장치가 있어 농약을 음료수로 착각해 마시거나 충동적인 자살사건을 예방할 수 있다. 13개 마을에는 폐농약수거함도 1개씩 설치한다. 모은 폐농약은 읍·면사무소가 수거한다. 농약안전보관함과 폐농약수거함 제작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맡는다. 도와 자살예방협회는 농약안전보관함 사후관리 및 정신건강증진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승우 도 보건정책과장은 “충북은 2014년 기준 자살률이 전국 3위인데다 도내 자살자 중에 농약 자살이 세 번째로 높아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자살방지와 쾌적한 마을 조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양한 여성친화도시 사업을 벌이는 청주시는 1인 가구가 많은 사창동 주민센터와 청주흥덕도서관 등 2곳에 여성안심택배보관함을 설치해 오는 12월까지 시범 운영키로 했다.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이용자가 여성안심택배보관함이 설치된 주소를 ‘받는 주소지’로 지정한 뒤 물품이 택배보관함에 도착하면 보관함 위탁업체가 배송일시와 인증번호를 문자로 보내준다. 인증번호는 택배보관함을 열 수 있는 비밀번호다. 365일 24시간 운영되며 물품 도착 후 48시간 안에 찾아가면 이용료가 없다. 이후에는 1일마다 1000원을 내야 한다. 남성들도 이용할 수 있다. 시는 반응이 좋으면 내년에 확대할 예정이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자살예방전문가에 서울시의장 표창

    자살예방전문가에 서울시의장 표창

    서울시의회는 지난 2월 2일(화) 이신혜 의원(청년발전특별위원회 부위원장, 더불어민주당)의 추천으로 자살예방전문가 외 총 7명에게 서울시의장 표창을 수여했다. 이날 수상한 서울기독대학교 이명훈 교수는 은평구 15개 학교에서 자살예방교육을 실시하였고, 나사렛대학교 장창민 교수는 현재 10년 이상 자살예방강의를 통해 자살예방 활동을 하였다. 생명문화학회 사무국장을 역임한 이희영 박사 역시 서울시 자살예방 활동 활성화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전국 최초로 자살예방만을 목적으로 운행 중인 생명문화버스와 자살예방교육 교재개발 등을 제안한 이신혜 의원은 “지난 11년 동안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씻어내고 청소년, 청년층에서부터 시작하여 전체적인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던 중 자살예방현장에서 오랜 시간 일관성 있게 봉사하셨던 분들에게 서울시의장 표창을 추천하였다”라고 추천의 이유를 밝혔다. 더불어 건강한 서울을 만드는데 공헌한 국립서울병원 김규린 정신전문간호사, 서울의료원 윤미경 간호사, 상계백병원 고혜진 간호사와 공정한 언론을 시민들에게 제공하는데 공헌한 팩트TV 김민영 PD도 이날 함께 표창했다. 이의원은 축사를 통해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시는 분들의 노력이 모여서 더 행복한 서울, 건강한 서울, 공정한 서울이 만들어져가는 것 같다. 앞으로도 사회의 각 분야에서 묵묵히 노력하신 분들이 격려 받는 문화를 조성해 긍정적인 영향력이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에 미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

    [자치단체장 25시]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

    천장 조명을 반쯤 꺼 둬 어둑한 사무실. 다섯 단짜리 책장을 빼곡히 메운 분야를 가리지 않은 책들. 한쪽에 자리한 고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초상화. 김성환(51) 서울 노원구청장의 30평(99.9㎡) 남짓한 구청사 집무실을 둘러보면 그의 철학과 가치관, 관심사를 엿볼 수 있다. “인구 58만명인 노원구에서 ‘동네일’을 한다”고 스스로 말하지만, 세계 70억 인구를 위협하는 에너지 고갈과 환경오염 문제를 고민하는 지구주의자다. 정치·행정학뿐 아니라 천문학 등에도 관심이 많은 호기심꾼이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삶과 정치관 등에 큰 영향을 받은 진보주의자다. 김 구청장은 27일 구청 집무실에서 서울신문과 만나 ‘공존’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는 “행정가이자 정치인, 한 명의 인간으로서 궁극적으로 관심 있는 주제는 ‘어떻게 더불어 살 것인가’ 하는 점”이라며 “올해에도 이 고민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는 구정을 펴고 싶다”고 말했다. ●“이웃끼리 웃고 떠드는 마을 만들 것” 사람과 생명. 김 구청장이 올해 벌일 사업의 특징은 두 키워드로 압축된다. 사실 2010년 처음 구청장이 된 이후 구정 철학이 바뀐 적은 없다. 그는 “자살예방사업과 심폐소생술 교육, 금연도시 프로젝트 등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김 구청장의 대표 정책인 자살예방사업은 올해 주요 타깃을 40·50대 중장년층으로 처음 낮춘다. 지금까지는 65세 이상 노인이 주요 목표층이었다. 그는 “높은 실업률 등 사회적 여건 탓에 중장년층 자살률이 지역 평균 자살률을 웃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심코 넘길 수 있는 현상과 통계를 살펴 자살 징후를 집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컨대 전기·수도·가스 요금을 3개월 이상 체납했거나 최근 1년간 병원 진료를 집중적으로 받은 위기 주민을 찾아내 관리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니 자살자들은 사망 전 1년 동안 근골격계나 정신질환 관련 진료를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올해 지역 내 정형외과 등에 부탁해 자살 징후가 있는 환자를 발견하면 구의 상담 서비스 등을 받도록 유도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 공동체 복원’도 김 구청장이 임기 안에 꼭 이루고 싶은 사업이다. 이웃끼리 인사하고 웃고 떠드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2012년부터 인사하기 운동, 나누기 운동, ‘마을이 학교다’ 캠페인 등을 벌여 왔다. 올해에는 ‘노원아, 놀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주민에게 문화·체육 활동을 권하는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다. 김 구청장은 “한 공간에 모여 즐겁게 놀았던 기억이 쌓여 한 사람의 행복감과 사회적 연대 의식을 높인다”면서 “생활체육 교실을 열어 모두 운동을 하나씩 배울 수 있게 하고 찾아가는 문화공연을 확대해 매달 공연을 1편씩은 볼 수 있게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월계동에 문화체육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상계동에 시립어울림체육센터를 유치하는 등 생활체육 공간도 늘릴 계획이다. 녹색사업도 계속된다. 노원구를 ‘태양의 도시’로 만드는 게 올해 목표다. 김 구청장은 “지역 내 모든 건물을 ‘작은 발전소’로 만들 계획”이라며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 설치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시설을 2018년까지 1만 5800가구에 보급해 에너지 자립도시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현장서 구상한 정책, 구청장 된 뒤 실현 김 구청장은 ‘노원의 사위’다. 전남 여수시 거문도가 고향인 그는 1991년 노원구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연애를 위해 이곳으로 이사 온 게 시작이었다. 그는 “당시 여자친구였던 아내가 상계동에 살았는데 막차로 지하철역까지 바래다주고서 집이 있던 신촌으로 돌아가려니 택시비가 많이 들었다. 그래서 함께 살던 누나를 꾀어 상계9동 보람아파트로 이사를 왔다”며 웃었다. 1995년 상계9동에서 그해 처음 실행된 구의원 선거에 출마, 당선돼 정치에 입문했다. 또 1998년에는 시의원이 돼 4년간 일했다. 그는 “시·구의원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지만 지역 현장을 보고 배우며 꿈꿀 기회가 됐다”고 회상했다. 구의원 때 구상했던 정책을 구청장이 된 후 실현하기도 했다. 서울과학관 유치가 대표적이다. 김 구청장은 “당시 대규모 부지가 경매에 나왔는데 구청장에게 ‘이 땅을 사서 과학관을 짓자’고 말했다가 거절당했다. 자치단체가 경매 매물을 산다는 게 상상이 안 됐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때 고민해 둔 덕에 2011년 구청장이 된 뒤 서울과학관을 하계동 불암산 자락에 유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참여정부 때인 2003~2006년 청와대에서 정책조정비서관 등으로 일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4년간 지낸 일을 “용케 살아남았다”고 표현했다. 워낙 인재가 몰리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곳이라 3년 넘게 근무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노 전 대통령은 김 구청장에 대해 “386세대는 정무·민정 업무에는 탁월한데, 정책 만드는 일을 잘하는 이가 별로 없다. 김성환이 유일한 예외”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김 구청장은 구정을 펴다 방향을 잃을 때마다 노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얘기를 나침반처럼 꺼내 본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 직원들에게 ‘비서든, 행정관이든 직급에 관계없이 대통령적으로 꿈꾸고 대통령적으로 사고하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고 전했다. 어떤 이슈가 터졌을 때 내가 맡은 일 처리에만 급급해하지 말고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으라는 뜻이다. 그는 “지역사회에서 일하는 것이 중앙정치를 하는 것보다 나은 점이 많다”며 “부처나 기관 간 칸막이를 뛰어넘어 협업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치구와 경찰, 병원, 통반장 등이 힘을 합쳐 성과를 낸 자살예방사업이 대표적이다. 김 구청장의 별명은 ‘똘똘이 스머프’다. 둥근 안경을 쓴 모범생 외모인 데다 정책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놓아 붙은 별명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책 대신 돌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1980년대 열혈 운동권 대학생이었다. 판사를 꿈꾸며 1983년 연세대 법학과에 진학한 김 구청장은 1학년 때부터 사법고시를 준비하려 각종 수험서를 샀다고 한다. 그러나 캠퍼스에 죽치고 있던 ‘백골단’(사복 경찰)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야성이 깨어났다. 그는 “한 학기가 끝나기도 전 서점에서 민법총칙 등 법학서를 모두 사회과학 서적으로 교환했다”고 말했다. 1987년 6월 항쟁 때는 범민주세력 결집체인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국본)의 학생 실무 책임자를 맡았다. 그는 “불의와 맞서 싸워 절차적 민주주의를 얻었던 승리의 기억이 이후 정치인으로 살아가는 데 큰 자산이 됐다”고 밝혔다. 김 구청장에게 살면서 이루고 싶은 마지막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매주 성당에 가 기도할 때마다 ‘사람과 사람,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기도한다”며 “환경을 지켜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갈 수 있고 경제적 양극화를 줄여 우리 사회가 건강히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답했다. 글 사진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1] 노인들이 자살하는 나라의 이야기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1] 노인들이 자살하는 나라의 이야기

    글의 제목을 ‘노인들이 자살하는 나라의 이야기’라고 적고 보니 왠지 느낌이 이상합니다. 자살을 미화하려는 것도 아니고, 권장하려는 건 더더욱 아닌데, 그런 나라의 이야기라니 이상하게 여길 법도 합니다. 세상 일 다 보고, 생각하기 나름이듯 이 글도 ‘노인이 자살하지 않는 나라’ 쯤으로 하면 좋으련만 그런 식상한 접근이야 우리 사회에서 다른 주제로도 이미 일반화 돼있고, 또 사회적으로 수도 없이 다뤄져 온 자살의 실상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그냥 처음 생각 대로 가려 합니다.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니까요.  모든 생명이 희구하는 본원적인 가치는 삶입니다. 삶이란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생명활동을 이어가는 것이기도 하고, 권리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본질적이고 천부적 권리인 생존권의 실체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한 사회의 법과 제도, 윤리와 관행이 망라된 모든 역량이 개개의 삶을 지지하고, 보호하고, 신장해야 합니다. 이는 중세 이후 인본주의의 태동으로 인간 자체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하면서 비로소 시작된 가치체계이지만, 그렇다고 그 전에 인간에 대한 성찰이나 인식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가장 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요소가 바로 종교라고 생각됩니다. 서양의 기독교는 물론 동양의 불교와 유교 등 거의 모든 종교는 인간에 대한 배려를 근본으로 삼고 있으니까요. 역사학자들이 암흑기라고 말하는 그런 시대에 비하면 확실히 지금은 인본주의의 절정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상, 어떤 이념도 인간이라는 주체적 가치를 뛰어넘지 못합니다. 인간의 의미는 절대적입니다. 누구도 훼손할 수 없고,변질시킬 수도 없습니다. 이전의 시대와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이지만, 아무도 놀라워 하지 않습니다.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칼하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 사례는 늘어가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기는 것일까요? 비단 자살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100년 전, 200년 전, 그보다 더 오래 전에 비해 지금이 비자연적인 사망자가 더 많습니다. 물론 시대마다 절대 인구가 달라서 단선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한 개인이 태어나 천수를 다하고 죽는 것을 자연적인 사망이라고 한다면, 자살이나 전쟁 등으로 죽는 소위 비자연적인 죽음이 많다고 여겨지는 것은 또 무엇 때문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옛날에 비하면 정말 살기 좋다”고들 말하는 세상인데 말이지요. ●더는 ‘사람의 것’이 아닌 세상 많은 전문가들은 그 이유 중 하나로 인간 소외를 꼽습니다. 자살이란 절망의 극단적인 표현 방법입니다. 절망이란 더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문제는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집단적으로 절망을 느끼는 상황에 처해 있는 지금의 상황입니다. 예전에 비해 국부는 엄청나게 늘었고, 시민 권익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면서 아동이든, 노인이든, 여성이든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복지정책이 준비돼 있습니다. 살려고 하면 어떻게든 살 방법이 있는 세상이지요. 그런데도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절망하고, 그 절망을 이겨내지 못해 무참하게 스러지고 마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다. 우울증 등 신경정신 분야의 질병을 말하는 사람도 있고, 죽음을 죄악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고 믿는 사회문화적 풍조를 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간 소외가 자살을 부른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필자의 생각에는 모두 다 맞는 진단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자살의 원인을 중요도에 따라 서수화할 수 있다면 저는 사람과 사람, 사회와 사람 사이에 형성된 관계의 해체와 새로운 관계의 재구성이 주는 문제를 가장 앞머리에 두고 싶습니다. 관계의 해체란 레고를 재조립하듯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일종의 변혁입니다. 나이가 한 사오십 쯤 된 사람이 어떤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 자신을 중심으로 형성된 모든 인간관계를 해체, 정리한다고 생각해 보면 거기에서 오는 파장이 얼마나 클지 상상하기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관계란 아무리 개인적이라도 사회적인 특성을 갖습니다. 왜냐고요? 개인이란 혼자를 말하지만, 그런 개인과 개인이 어떤 형태로든 관계망을 형성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 사회를 구성하는 일이기도 하고, 또 사회라는 게 관계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런 개개인의 관계가 확장된 단위일 뿐이니까요. 그런데, 한국전쟁 이후 급속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한 앞뒤 세대들이 바로 이런 관계의 해체에 직면하게 됩니다. 대가족제도의 해체에 따른 가족의 분화, 여기에서 비롯된 부양체계의 붕괴와 노후 소득의 중단, 도시화에 따른 생활방식의 변화 등은 필연적으로 부적응의 문제를 낳고, 전통적인 삶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들을 고립무원의 상태로 몰아 넣습니다. 이 세대에게 세상은 예전처럼 외로울 때 누군가가 보듬어 주고, 힘들 때 누군가가 부축해 주는 생활공동체, 운명공동체가 아니라 걸핏하면 뒤통수를 호되게 얻어맞거나 진흙 구덩이에서 짓밟히고 마는 전쟁터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먹고 자고 입고 쉬고 노는 일이 모두 자신이 체득해 왔던 그런 일들이 아니게 되었고, 누군가와 소통하고 교류하는 일이 모두 벽에 막히게 되었습니다. 그 세대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되는 일은 아무 것도 없는 세상이 되고 만 것이지요.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는 격언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세상, 예전에는 ‘사람의 세상’이었지만, 어느 새 ‘세상의 사람’이 되었고, 그렇게 삶의 주체와 객체가 바뀐 세상에서 그들은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이 외길로 내몰리게 됐지요. 그래서 그들은 가장 극단적이이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믿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자살공화국’의 실상 필자는 시골에서 낳고 자랐습니다. 시골이라도 100호쯤 되는 제법 큰 동네였는데, 당시는 대가족이 대세여서 한 집당 식구가 보통은 5∼6명, 많은 집은 10명도 넘었으니 어림잡아도 족히 수백명이나 되는 주민들이 어우러져 함께 살았지요. 생각해보면, 집집마다 조부모, 부모, 자식 등 3대는 보통이었고, 더러는 자녀들이 결혼해 애를 낳은 4대 집안도 있었습니다. 사람이 많으니 별별 일들이 많았지요. 더러는 다투기도 했고, 그러다 화가 받쳐 목을 매거나 농약을 들이키는 ‘아주 놀랍고 특별한’ 사단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만, 살림살이가 어려워 먹고 사는 일에 지쳤다고, 의지가지가 없어서 외롭다고, 술이나 도박에 빠져 패가망신했다고 함부로 목숨을 버리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제가끔 받아서 태어난 명(命)은 다 하고 가는 게 사람의 도리라고들 여겼고, 사는 일 바빠서 그럴 짬이 없었는지 우울증처럼 자칫 죽음을 부르는 병을 가진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런 우리나라가 최근 10년이 넘도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연간 자살인원은 인구 10만 명당 29.1명이나 됩니다. 세계 평균인 12.4명을 두 배나 넘는 규모이지요. 이 중에서 노인 자살률만 따로 떼어서 보면 더 놀랍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4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70세 이상 노인 10만 명당 116.2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더군요. 이런 자살 규모는 최소 5.8명에서 최대 42.3명에 그치고 있는 다른 나라의 노인 자살률과 비교하면 최대 20배가 넘습니다. 필자가 왜 ‘노인이 자살하는 나라’를 제목으로 특정했는지 이제 이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시겠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는 나라입니다. 노인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고, 그래서 노후를 고립된 상태로 맞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노인의 자살은 치명적이라는 특성도 갖고 있지요. 젊은 층과 달리 노인들은 첫 자살 시도로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노인자살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지지부진하고, 사회적 관심사에서도 한참 벗어나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자살공화국’이라고 말하면 실상을 모르는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나 죽기에…”라거나 “다른 나라라고 크게 다르겠어?”라고 말하기 쉽지만, 앞서 제시한 자료를 보면 젊은 층이라도 막연하나마 위기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 자살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노인 자살에는 나름의 사회적 함의가 응축돼 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이제는 원인을 찾아 방책을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자살을 생각하는 노후 이런 조사 결과를 보면 또 어떤 생각이 들까요?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팀이 이런 조사를 했습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 노인 자살 문제의 원인을 심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호트(cohort)조사를 통한 전향적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코호트 조사란, 특정 집단(코호트)을 미리 정한 뒤 이후의 경과와 결과를 조사해 미래에 발생할 현상을 예측하는 전향적 조사방법을 말합니다. 예컨대, 한 마을을 조사 대상으로 정한 뒤 이 마을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을 종합적으로 취합, 분석해 향후 일어날 일들을 예측해 내는 방식이지요. 세계기분장애학회 공식 학회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최신호에 실린 이 조사 결과에는 주목할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연구팀은 경기도 오산시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노인 655명을 대상으로 2010년 2월부터 2013년 1월까지 국제신경정신분석도구(Mini-international Neuropsychiatric Interview)를 이용해 개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노인의 자살 성향, 자살 시도 등의 문제와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서였지요. 인터뷰에는 숙련된 간호사를 투입, 노인별로 1개월에 걸쳐 자살 행동경향을 인터뷰하고, 이들의 일상을 추적 관찰했습니다. 그렇게 수집한 자료를 연령·성별 보정과정을 거쳐 표준화한 결과, 한 달 간 자살 충동을 느낀 노인을 연간으로 환산하니 1000명당 70.7명이나 됐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실제 자살을 시도한 노인이 연간 1000명 당 13.1명에 달했고, 자살을 시도한 노인 9명 중 1명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점을 보면, 길거리에서 또는 공원이나 지하철에서 우리 곁을 무심히 지나치는 많은 노인들이 실은 남모르게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래서 그들을 더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이해해 주고, 관심을 가져줘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물론 노인 자살이 갖는 사회적 함의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그들도 국민인데, 왜 국가는 그들의 죽음을 거의 방치 수준으로 외면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통렬한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정부는 나름대로 많은 노인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좋은 정책이란 선거 때 공약으로 제시했다가 나중에 적당히 물을 타서 생색만 내거나, 결국 흐지부지 되는 그런 공약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그들의 삶을 껴안을 수 있는 것이라야 합니다. 정부가 ‘그래도 주어진 여건 하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 하고 있다’거나 ‘재정 여건이 그런데 어쩌라는 말이냐’고 항변하는 건 후안무치한 일입니다. 사람의 목숨과 무관한 일에는 아까운 줄 모르고 돈을 펑펑 써대는 정부가 한다는 변명이 이 정도라면, 이는 정책이 노인복지의 최소한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에 다름 아니니까요. 물론 아무리 잘 해도 자살 없는 사회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갖고 노력하면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부끄러운 오명에서는 벗어날 수 있고, 오명의 문제보다 더 값진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습니다. 자살률이라는 게 많은 사회지표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지만, 이것이야 말로 정치인과 고위 관리들이 입에 달고 사는 국격의 중요한 잣대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노인들이 자살하지 않는 나라를 위해 자살은 무서운 일입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통째로 지우고 없애려 한다는 것은 아픔입니다. 사회적 또는 경제적 관점의 ‘손실’ 때문만은 아닙니다. 하나의 공동체로 형성돼 있는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가 ‘더는 살아낼 수가 없다’거나 ‘죽는 게 낫다’고 판단해 자살을 선택한다는 것은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더할 수 없는 충격이고 상실입니다. 한 사람의 죽음을 실체적으로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이는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렇게 자살로 야기되는 충격과 상실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김기웅 교수팀의 조사 결과, 자살 성향의 발생은 우울증이 있는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3배 이상 높았습니다. 자살의 상당 부분이 실은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셈이지요. 우울증에 대한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료인들의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우울증 환자가 상시로 죽음을 생각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주변 여건이 한 개인을 삶보다 죽음 쪽으로 내모는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타이완의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1989년 영화 ‘비정성시(悲情城市)’에서 드러나는 비인간적인 도시화의 한 단면이기도 할텐데, 여기에서 중요한 요인이 바로 경제적으로 자활 능력이 없다는 점과 자신이 구축해 온 관계의 해체입니다. 관계의 해체야 익히 아는 일이지만, 경제적 요인이 노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사실 역시 충분한 근거가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인은 일단 자살 성향이 발생하면 만성화될 위험이 2배 이상 높았으며, 자살 성향이 있는 노인들 중 혼자 살거나 알코올 남용에 빠진 경우 자살 시도의 위험이 무려 6배 이상 높게 나타나기도 했으니까요. 그렇다고 대책이 없지는 않습니다. 먼저, 자살에 취약한 노인 계층의 빈곤 대책이 있어야 합니다. 꼭 노인이 아니더라도 먹고 사는 일에 지치면 누구나 죽음을 생각합니다. 홀로 사는 노인들에 대한 사회관계망 형성도 중요한 숙제입니다. 자살은 자기 곁에 아무도 없다거나 의지처가 없다고 느낄 때 주로 결행하니까요. 고독한 노후의 외로움을 술로 달래는 노인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리도 당연히 필요하겠지요.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적절한 운동이 이런 자살 성향을 3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사회에서 개별 노인들의 신상을 정확히 파악해 적절한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의미있는 자살 예방책이 될 수 있겠지요.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선거 때만 되면 난무하는 노인정책 공약이 실은 푼돈으로 노인문제를 덮겠다는 방식이라면 ‘자살공화국’에서 벗어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다시, 김기웅 교수의 제언을 듣습니다.“안타깝게도 높은 노인 자살률이 떨어지지 않고 있는데, 이는 홀로 사는 노인과 빈곤한 노인의 증가와 이에 따라 발현율이 점점 더 높아지는 우울증에 대한 소극적 대처와 자신의 삶에 대한 애착의 상실이 주요인이다. 따라서, 노인에 대한 경제·사회적 안전망 강화와 함께 일상적으로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노인 자살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jeshim@seoul.co.kr
  • 캐나다 17세 소년 집·학교서 총기 난사… 가난·인종차별이 만든 ‘라로슈의 비극’

    캐나다 17세 소년 집·학교서 총기 난사… 가난·인종차별이 만든 ‘라로슈의 비극’

    캐나다에서는 개인이 소유한 모든 총기를 당국에 등록해야 하는 등 미국보다 규제가 엄격해 총기 사고가 드물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서부의 한 소도시에서 11명의 사상자를 낸 총격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학생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1989년 몬트리올 이공학교 총기 난사 사건 이후 26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총격 사건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건이 일어난 곳이 캐나다에서 유독 가난과 차별로 얼룩진 역사를 가지고 있어서다. 지난 22일 서스캐처원주 라로슈에서 17세 청소년이 자신의 집과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형제 2명과 교사 2명 등 4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했다. 이튿날 경찰에 구속된 범인의 신원은 캐나다 청소년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비극의 현장이 된 라로슈는 인구 2600여명의 작은 도시다. 주민의 약 96%는 캐나다 원주민 가운데 하나인 데네족 출신으로 이들은 전통적으로 사냥과 낚시로 생계를 유지해 왔다. 시대가 바뀌어 전통적 생활방식은 몰락했고 현대적 교육을 받은 데네족 출신 청년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했지만 낙후된 지역에서 일할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이곳에 둥지를 튼 기업은 극소수이며 은행과 극장은 물론이고 변변한 레스토랑과 커피숍조차 없다. 경찰, 교사 등 그나마 전문직은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진 다른 지역 출신 차지였다. 라로슈 밖으로 눈을 돌리려 해도 데네족 언어와 정체성에 익숙한 청년들이 유럽 출신이 주류를 이룬 대도시에서 자리잡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라로슈의 실업률은 캐나다 전체 실업률(7%)보다 약 3배 높은 20%에 육박한다. 캐나다 다른 지역에 비해 자살, 알코올 및 약물 중독, 가정폭력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유독 많다. 라로슈를 포함한 서스캐처원주 북서부 지역의 평균 자살률은 10만명당 43.4명으로 주(州) 평균에 비해 약 3.4배 높았다. 특히 이번 총격 사건처럼 희망 없는 청소년의 폭력사건이나 자살 사건이 잦아 심각성을 더한다. 토론토 험버대의 마크 토튼 형법학 교수는 “라로슈의 인종차별과 빈곤 탓에 벌어지는 가정폭력, 약물중독 등을 고려하면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불안뿐인 백세 인생, 솔직히 두렵다 전해라

    불안뿐인 백세 인생, 솔직히 두렵다 전해라

    나이 듦 수업/고미숙 외 지음/서해문집/240쪽/1만 3500원 나는 별일 없이 늙고 싶다/다비드 구트만 지음/배성민 옮김/청아출판사/392쪽/1만 6000원 ‘100세 시대’ ‘회색 쇼크’ ‘인생 2막’…. 노인 삶에 초점을 맞춘 말들이 홍수를 이룬다. 평균 수명 80세를 넘은 이 땅에서 이제 노인 문제는 노인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젊은 층과 중장년층 또한 고령화 사회를 향한 불안과 고민이 많다. ‘100세 시대’의 주연이라 할 수 있는 노인을 바라보는 연령대 간 인식 차 또한 현격하다. 노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한국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81.9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0배로 세계 1위 수준이다. 노인 생활고와 스트레스는 그 수치에 비례한다. ‘나이 듦 수업’은 고통의 노인, 위기의 노인을 촘촘하게 들춰냈다. 고전인문학자 고미숙, 여성학 연구자 정희진, 심리학자 김태형, 물리학자 장회익, 서울시 인생이모작지원단장 남경아, 사회복지사 유경씨 등 논객 6명의 원인 찾기와 해결 모색이 도드라진다. 고미숙, 정희진, 김태형씨가 사회적 차원에서 진단해 ‘노년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밝혔다면 장회익, 남경아, 유경씨는 ‘노년 문화’를 만들기 위한 개인 차원의 노력들을 제시해 비교된다. 이 가운데 고씨는 자본주의 문화와 정신적 빈곤에서 고령화 사회와 장수에 대한 불안 원인을 찾아낸다. 인간 삶은 계절 순환처럼 봄―여름(유년기―청년기) 발산, 가을―겨울(중년기―노년기) 수렴의 특성을 갖는데 자본주의 문화는 끊임없는 성장과 소비를 종용하며 청춘에 머물 것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나이에 걸맞게 성숙하지 못하고 ‘애송이’로 남아 있다가 덜컥 노년기를 맞아 늙음과 죽음을 두려워하게 됐다”는 고씨는 그래서 ‘청춘’에서 해방되고 ‘어른’으로 늙어 갈 수 있도록 스스로 용기를 갖자고 말한다. 김씨는 한국 노인 세대가 ‘꼰대’ 취급을 받게 된 배경을 탐색해 흥미롭다. 노인들이 혐오 대상으로 전락한 건 꼰대가 됐기 때문이라는 김씨는 전쟁과 독재정권을 겪으며 ‘반복적으로 패배’하고 지배 집단에 순종해 살아온 우리 노인들의 내면적 아픔을 콕 짚는다. 그에 따르면 권위주의, 보수적 성격의 지금 노인 세대는 ‘나쁜 분’들이 아니라 ‘아픈 분’들이다. 그래서 노인 세대는 자기 치유 과정을 통해 분열적 ‘꼰대’가 아닌 통합적 ‘꽃대’로 다시 태어나도록 해야 한단다. 올해 78세의 장씨는 “낙엽이 떨어져야 나목의 모습이 온전히 보이듯 나이 듦 없이는 세상을 명료하게 볼 수 없다”며 노년의 가치가 지혜에 있음을 역설한다. 유씨는 “노년의 행복을 결정하는 중요한 열쇠 중 하나가 바로 관계”라며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힘주어 말한다. 그래서 체면을 내려놓고 부드러운 말, 먼저 내미는 손, 어려울 때 직접 찾아가고 챙겨 주는 정성이 중요하며 소통을 위해 무관심, 무신경, 무표정의 ‘3무(無)’부터 버리라고 일갈한다. 그런가 하면 남씨는 “삶의 후반전에도 소득만을 목적으로 일하기보다는 그동안 쌓은 경험과 능력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하는 게 훨씬 보람 있고 현실적”이라며 이제 ‘일자리’에서 ‘일거리’의 개념으로 인식을 바꿔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그에 비해 ‘나는 별일 없이 늙고 싶다’는 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3%인 고령화 사회 한국의 중장년층 입장에서 ‘어떻게 행복한 노년을 맞고 보낼지’를 조언한다. 인생의 의미를 발견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심리치료기법인 로고테라피를 통한 접근과 조언이 흥미롭다. 저자는 무엇보다 나와 남을 함께 높이는 인간 존엄을 존중하면서 선택의 자유를 즐기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제 인생을 선택하고 만들어 갈 권리를 소중하게 여길 것을 거듭 강조한다. 특히 ‘인생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중시한다. 분명한 목적이 없는 인생, 즉 ‘실존적 공허’ 속에 사는 사람은 인생의 의미를 찾도록 반드시 도와줄 것을 당부하기도 한다.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인생의 의미가 생기는 법. 저자는 “인생에서 받은 선물은 모두 인생의 핵심 의미를 깨닫기 위한 것”이라며 “노화를 겪는 개인은 제대로 나이 드는 기술부터 배워야 한다”고 매듭짓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우리 동네 내과서도 우울증 약 처방돼요

    가벼운 우울증 환자는 2017년부터 동네 내과 등에서도 항우울제를 처방받을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 진료과 의사도 항우울제를 처방할 수 있도록 내년에 우울증 진단도구를 개발한다고 28일 밝혔다. 지금도 의사라면 누구나 항우울제를 처방할 수 있지만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우울증을 어떻게 진단해야 할지 몰라 실제 처방률은 높지 않다. 복지부 관계자는 “우울증 환자가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길 꺼려 모든 의원이 주요 정신과적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할 수 있게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내년에 우울증을 선별할 수 있는 설문 형태의 진단도구가 개발돼 2017년 상용화되면 일반 진료과에서의 항우울제 처방이 늘 것이라고 복지부는 내다봤다. 일반 진료과에서 항우울제를 처방할 땐 2개월을 넘겨선 안 되며, 장기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는 정신건강의학과에 연계해야 한다. 내과 등에서 항우울제를 처방받아도 정신질환을 의미하는 상병코드(F)는 남는다. 복지부가 일반 진료과의 항우울제 처방을 독려하기로 한 것은 우리나라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가운데 1위인데도 항우울제 처방은 27위로 최하위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우울제 처방 확대가 의약품 오·남용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조울증 환자에게 항우울제를 잘못 쓰면 증세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은 상담이 함께 이뤄져야지 약만 쓴다고 해결될 질병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사설] 새해엔 빈곤 노인에게 더 큰 관심을

    75세 이상 노인 10명 중 6명이 빈곤층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분석한 결과 드러난 수치다. 정부가 지난해 노인 복지에 투입한 예산은 9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막대한 예산이 노인 취약 계층에 온기를 제대로 불어넣지 못해 정부의 노인복지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는 노인빈곤율 1위, 노인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갖고 있다. 주변을 봐도 노구를 이끌고 폐지를 주우러 다니는 노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폐지를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는 노인들도 있다. 일주일 꼬박 모은 폐지와 재활용품이 트럭 하나를 가득 메워도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4만 7000원 정도다. 혹여 아프기라도 하면 치료는 고사하고 쥐꼬리만 한 벌이마저 못 하니 빈곤의 수렁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힘겹게 살면서도 부모를 봉양한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에게는 봉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가 그들이다. 노인의 소득은 노후에도 일할 수 있는 일자리 여부와 국민연금의 혜택을 받느냐 못 받느냐에 달렸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실업난에 처한 젊은이들도 수두룩하니 노인들이 일자리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가장 인기 있다는 아파트 경비직만 하더라도 경쟁이 최소 5대1 정도다. 노인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언덕인 공적연금도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1988년 국민연금제가 도입됐지만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된 것은 1999년이니 현재 75세 이상 노인들은 가입할 틈이 없었던 불행한 세대다. 노인들이 직면한 문제는 가난만이 아니다. 홀로 고독하게 지내다 우울증과 치매 등에 걸리는 독거노인들의 문제도 심각하다. 정부가 지난해 같이 숙식을 하는 ‘공동홈’ 시범사업을 실시한 것도 노인 문제를 종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으려 했던 의미 있는 시도였다. 전국 127군데에 들어간 예산이 2년간 100억원에 불과한데도 노인들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다. 하지만 이 사업도 예산을 이유로 기획재정부에서 없애 버렸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의 선심성 지역 예산에는 수천억원을 편성하면서 가난하고 외로운 노인들을 위한 복지사업을 접는 것이 말이 되는가. 정부는 빈곤 노인들이 최소한의 희망이라도 품고 살아갈 수 있도록 노인복지 정책을 새로 짜야 한다. 지역사회에서도 빈곤 노인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복지에 공짜 없다… 高복지·低복지 선택 뒤 비용부담 합의해야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복지에 공짜 없다… 高복지·低복지 선택 뒤 비용부담 합의해야

    특별기획팀은 지난 두 달간 죽은 ‘김 노인’을 찾아 헤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률 1위’라는 낯부끄러운 현실 앞에서도 둔감해져만 가는 우리 사회에 일말의 경각심을 던지려면 빈곤의 늪에 빠져 스스로 삶을 마감한 노인의 목소리가 필요했다. 불경스럽지만 김 노인의 심리 부검을 진행한 이유다. 노년층이 빈곤의 나락에 빠지는 경로를 찾고자 복지·통계·재무 전문가 집단에 의뢰해 맞춤형 세부 분석도 진행했다. 또 취재 과정에서 생존을 위해 일해야 하는 또 다른 김 노인과 조우했다. 4부의 ‘누가 김 노인을 죽였나’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우리 노인들의 현실을 되짚어 보고 노인복지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지난 2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신문사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김선태 노년유니온 위원장, 이동욱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 정경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장,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나다순)가 참석했다. 이상과 현실, 재정과 복지 사이에서 팽팽한 격론이 있었지만 접점도 많았다. →통계상 국내 노인 2명 중 1명이 빈곤층이다. 일각에서는 현실보다 과하게 잡힌 수치라고 보는데. 김선태 위원장 과장된 수치가 아니다. 현재 노인 세대는 부모를 봉양한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 봉양을 못 받는 첫 세대다. 노후 준비는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막상 늙으니까 자녀에게 봉양을 받기는커녕 결혼시키고 대학 등록금 대느라 허리가 휜다. 가진 건 집 한 채뿐인데 이를 처분해 쓰다 보면 어느새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 답답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노인 연령을 70세로 올려서 복지 혜택을 주는 시점을 늦추려 하거나 노인 빈곤 현실을 측정하는 지표인 상대빈곤율(중위 소득 50% 미만 가구 비율)이 과장됐다면서 대체할 지표를 찾으려 하는 건 꼼수다. 이동욱 실장 정부도 빈곤율 수치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우리 상대빈곤율이 47%대로 OECD 회원국 중 제일 높은 게 맞다. 다만 다른 나라와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선진국의 공적연금 체계는 길게는 100년 가까이 됐다. 이 나라의 노인들은 젊을 때 공적연금에 가입한 덕에 지금 충분한 혜택을 받는 것이다. 우리는 국민연금제가 1988년 도입돼 27년밖에 안 됐다. 이렇게 역사적 차이가 나는데 현재 시점에서 뚝 잘라 다른 나라와 비교하며 우리 노인들이 받는 공적연금 혜택이 적다거나 상대적 빈곤율이 높다고만 하는 건 맞지 않는다. 또 전통적으로 부동산을 선호하는 우리 특유의 문화도 감안해야 한다. 상대빈곤율은 현재 버는 소득을 기준으로 얼마나 가난한지 보는 지표인데 우리 노인 세대는 자산의 80% 정도가 부동산이다. 돈을 깔고 앉아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같은 비금융자산을 금융자산으로 바꿔 보면 우리 빈곤율이 조금 낮아질 수 있다. 정경희 센터장 우리 노인들이 자가 주택 등 부동산을 가진 비율이 높은 건 맞지만 자산으로서 가치는 크지 않다. 그래서 자산까지 합쳐 빈곤율을 계산해도 많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국내 노인 빈곤이 심각해진 건 급격히 인구 고령화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공적연금제가 성숙할 시간이 없었다. 노년기 소득을 공적연금이 채워줄 수 없다면 자녀가 주는 용돈 등 사적이전소득이 공백을 메워야 하는데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노인의 사적이전소득이 급격하게 줄었다. 주은선 교수 국민연금제가 성숙하면 노인 빈곤이 해결될지를 잘 따져 봐야 한다.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 비율은 점점 늘겠지만 중요한 건 소득대체율(연금 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수준)이다. 국민연금이 성숙해져도 소득대체율은 평균 20%를 못 넘는다. 지금 가치로 45만원 수준에서 왔다 갔다 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현행 국민연금제가 노인 빈곤을 해결할 괜찮은 제도가 될 거란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 이 실장 국민연금이 성숙해도 은퇴 이후 ‘소득 절벽’(퇴직 이후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별 소득 없이 버티는 기간)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 하지만 그 기울기는 지금보다 완만해질 것이다. 공적연금 등이 노년기 필요한 돈을 100% 채워줄 수는 없다. 선진국도 공적연금이 노후 필요 자금의 70~80% 정도만 맞춰준다. 나머지 여백은 사회적으로 함께 노력해 노후에 미리 대비하도록 해야 한다. →국내 노인 빈곤 대책의 핵심은 무엇인가. 주 교수 노후 소득 보장과 관련해 중요한 두 축은 노동권과 국민연금이다. 즉, 평생 적절한 임금 등 질을 갖춘 일자리가 보장됐는지와 노년에 괜찮은 수준의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지가 노인 빈곤 문제의 원인이자 해법이 될 수 있다. 노후에 두 소득 중 연금소득이 높아야 정상인데 우리나라는 근로소득이 더 높다. 다른 나라 사례를 봐도 공적연금의 질이 높을수록 노인 빈곤은 떨어진다. 정 센터장 국내 노인 빈곤 정책을 세울 때 현재 노인과 미래 노인을 위한 전략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국민연금은 지금 당장 가난한 노인에게 즉각적인 도움이 될 수 없는 구조다. 노인들에게 당장 유용할 제도를 마련하는 동시에 미래 노인 세대를 위해서는 공적연금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논의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두 차원의 논의가 섞여 있다. →현재 노인 일자리에 대해 평가한다면. 김 위원장 가장 흔한 게 경비직이다. 경쟁이 최소 5대1이 될 정도로 심하다. 그래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아도 잘릴까 봐 불평하지 못한다. 정부의 공공일자리는 한 달에 36시간 일하고 20만원을 받는다. 월급여가 10년째 20만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이다. 예산은 적게 편성하면서 일하는 인원만 늘렸다. 주 교수 일자리 문제도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방식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평생 일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평균연령이 50대 초반인데 연금은 60대 중반이 돼야 받는다. 이 기간을 줄여야 한다. 또 중요한 건 ‘고용 없는 성장’, 즉 장기적으로 돈 받고 일하는 일자리가 점점 줄 것이라는 점이다. 노인 빈곤 해결에 있어 노인 일자리 정책이 연금의 역할을 대신해줄 수 있는 것처럼 믿어서는 안 된다. 정 센터장 중요한 건 50대냐, 60대냐가 아니라 그 사람이 얼마나 생산성을 가졌느냐다. 이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 실장 정부가 공적자금에 의존해 노인 일자리를 무한정 만들기는 어렵다. 그래서 기업이 노인을 뽑도록 해야 한다. 긍정적인 점은 통계 분석을 했더니 60~65세의 생산성이 청·장년층에 비해 확 떨어지지는 않았다. 노인을 고용하면 기업 입장에서 왜 유리한지 보여주고 공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 또 일자리 정책이든 연금 제도든 어느 하나로 모든 것을 대체할 수는 없다.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세대별로 상황에 맞게 노후를 준비하도록 해줘야 한다. 예컨대 노년까지 20년 이상 남은 세대는 그 기간에 어떻게 준비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는지 설계를 돕고 교육해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는 국민연금 평균 가입 기간이 약 112개월인데 120개월(10년)을 채워야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연금 수령 최소 기간을 채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현재 노인들에게는 국가가 지원비를 주거나 일자리를 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노인 빈곤 해결을 위해서는 가족의 역할도 중요하다. 재산 증여를 받은 뒤 부모 봉양은 하지 않는 자녀가 많은데. 정 센터장 요즘 언론에서 부모 공양을 소홀히 하는 자녀 얘기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관점을 옮길 필요가 있다. 자녀 중심의 시각보다는 노인이 스스로 권리나 자주성을 강조하는 식 말이다. 모든 사람이 개인주의자가 되는 게 맞지 않나. 자산 관리 계획을 세울 때도 자녀의 관점이 아니라 내 노후를 염두에 두고 설계해야 한다. 정부는 공적 제도를 개선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 노인 당사자들은 ‘내 것은 내가 지킨다’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자녀가 효도해야 한다’는 심정적 논리는 더이상 먹혀들지 않는다. ‘자산과 에너지를 어떻게 분배해 스스로 노후를 대비할 것이냐’ 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주 교수 자녀가 가난한 부모를 보살피지 않는 현상 이면에는 자식 세대도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현실이 있다. →노인 빈곤 정책의 우선순위는 누구에게 둬야 한다고 보나. 정 센터장 재원이 제한된 만큼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우선 절대빈곤층(가구소득이 최저생계비(2015년 4인 가족 기준 166만 8000원) 이하인 가구)부터 챙겨야 한다. 통계상 우리 노인 중 30% 정도가 절대빈곤인데 문제는 10%가량만 기초생활보장대상자라는 점이다. (부양의무 기준 등에 막혀 대상에서 빠진) 나머지 20%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와 관련한 대책을 재원 마련 등과 연계해 심각하게 얘기해 봐야 한다. 절대빈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채 상대빈곤을 끌어내리는 문제까지 논하려 하니까 정책적 우선순위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예컨대 도시 노인을 위해서는 주거비 부담 경감 대책을 마련하고 농어촌 노인을 위해서는 맞춤형 급여를 도입하면 절대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기초생활보장제와 기초연금제 등 각각의 제도가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좀 더 솔직히 밝힐 필요도 있다. 주 교수 지난해 7월부터 기초연금급여를 20만원씩 주고 있지만 절대빈곤율은 3~4% 정도 떨어지는 수준이다. 절대빈곤층이 얼마나 가난한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어떤 정책 수단을 통해서든 최저생계 이상은 유지해야 한다는 당위가 있다. 김 위원장 기초생활수급자인 노인들은 기초연금 효과를 누릴 수 없어서 원망이 크다. 정부는 이중 지원이라는 논리로 기초연금을 준 만큼 기초생활 생계급여를 깎는다. →후기(75세 이상)노인과 여성, 독거노인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 대책은. 이 실장 후기노인이 되면 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제때 치료받도록 돕고 입원비 부담은 줄여줘야 한다. 아픈데 돈이 없어서 집에 혼자 있게 해서는 안 된다. 이제 막 시작한 단계지만 정부도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제도를 운용해 홀로 사는 노인에게 자주 찾아가거나 전화해 상황을 확인한다. 가장 급한 부분은 맞닥뜨린 질병에서 벗어나고 고독을 느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막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정 센터장 65세 이상 인구 중 8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는데 80세를 넘어가면 질병 등으로 인해 신체 능력이 급감한다. 늙을수록 노인의 경제적 양극화가 심해진다. 사실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애매한 상황에 놓인 노인들이다. 가난하고 아픈데도 요양시설을 이용할 장기요양등급은 받지 못한 노인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점점 늘 것이다. 주 교수 후기노인, 독거·여성노인 등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풀려면 결국 돈을 써야 한다. 빈곤 문제가 심각하면 공적 노후소득보장을 더 강화해야 한다. 고령 인구가 늘면 복지 수요도 커진다. 돈주머니가 한정돼 있다며 칸막이를 쳐 놓고 끝낼 문제가 아니다. 심각성을 인지하고 정책 우선순위를 높여야 한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제3차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대한 평가는. 이 실장 노인 빈곤을 낮추기 위해 주택연금(주택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매월 연금을 받고 대출자가 사망하면 주택을 처분, 정산해 주택가격에서 연금 수령액을 제하고 상속인에게 주는 제도) 가입률 끌어올리기 등 주택과 농지 얘기를 넣었다. 우리 국민들은 집, 땅에 대해 ‘자식에게 물려줘야 하는 것’이라고 인식한다. 그런데 생각을 바꿔서 노후 준비에 활용하면 국민연금의 보완책으로 여러 대안이 나올 수 있다. 정 센터장 최근 방점이 저출산에 찍히니까 고령화에 대한 종합적 시각이 약해진 것 같다. 이전에는 노인종합계획 등을 세워서 단기 성과에만 얽매이지 않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예컨대 노인 단독 가구가 증가하면서 우리 사회제도가 많이 바뀌어야 하는데 그런 그림을 그리는 일에 관심이 적은 것 같다. 노인들이 다양해지면서 그들이 자율성과 독립성을 발휘할 가능성도 커졌다. 그래서 사회적 안전망을 어떻게 깔아주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주 교수 이번 대책을 보면 지나치게 노인의 자율성에만 기댄 내용이 많다. 주택연금 등 사연금 가입자 수를 늘리겠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연대성을 촉진할 만한 대책은 미흡하다. 특히 소득 보장에서의 연대성, 즉 공적연금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수준의 복지를 해야 한다고 보나. 고비용 고복지인가, 저비용 저복지인가. 정 센터장 고복지와 저복지 중 하나를 택할 만큼 내 관점이 뚜렷이 서 있지는 못하다. 다만 확실한 건 비용 없이는 복지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가 도달해야 할 최소한의 복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사회적 합의를 하고 그 선까지 가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비용 부담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해야 한다. 복지 목표에 대해 합의하면서 비용 문제는 언급하지 않다가 나중에 비용 얘기가 나오면 합의가 없던 것이 돼 버리는 악순환이 있는데 이를 경계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의 절대빈곤은 어떻게든 공적으로 해결한다고 합의하고 이를 위해 제도의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주 교수 복지를 할 것이라면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지출은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조세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는 공정성에 대한 의심 탓이다. 조세 항목 중 그 돈을 사회보장 영역에서 쓴다고 하면 사회에서 어느 정도 동의할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납세자들이 세금을 내면 그게 어디에 쓰일지 모른다는 데 있다. 국가에 대한 오래된 불신이 있는 것이다. 그런 의심을 타개해줄 수 있는 선언과 행동이 필요하다. 진행 유영규 특별기획팀장 정리 유대근·윤수경 기자 dynamic@seoul.co.kr
  •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75세 이상 빈곤율 나 홀로 역주행… 하루하루가 고단하다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75세 이상 빈곤율 나 홀로 역주행… 하루하루가 고단하다

    만 75세 이상인 사람 10명 중 6명이 ‘빈곤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통계는 국내 노인복지의 현주소를 가감 없이 보여 준다.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데도 기초생활 수급을 받지 못한 노인들, 인생 황혼기에 노구를 이끌고 생활 전선에 뛰어드는 여성들, 다가오는 죽음을 혼자서 기다리는 독거노인들의 현실이 그 속에 반영돼 있다. 그러나 정부는 ‘불편한 진실’을 애써 외면하려는 듯 이에 대한 공식 통계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일자리 막혀, 질병에 갇혀… 서러운 후기노인 몸이 쇠약한 만 75세 이상 ‘후기노인’이 더 쉽게 빈곤의 늪에 빠지는 현실은 국내 노인들의 소득체계와 관련이 깊다. 김재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후기노인은 이곳저곳 아픈 곳이 늘어나는 반면 안정된 소득원은 없어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가난해지는 악순환 속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국민연금 수급자가 많고 아직 일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건강한 ‘전기노인’(65세 이상~75세 미만)과도 크게 대비되는 이유다. 나이가 들수록 노동의 생산성 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자리와 근로소득의 감소는 피할 수 없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노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65~69세 노인은 39.1%가 일자리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70~74세 중 일하는 비율은 31.5%였고 ▲75~79세 25.3% ▲80~84세 16.4% ▲85세 이상 6.3% 등으로 경제활동 비율이 줄어들었다. 국민노후보장 패널조사 5차(2013년) 자료로 전·후기노인 가구주의 한 달 근로소득을 분석한 결과 후기노인은 44만 9200원을 벌어 전기노인(50만 8700원)보다 적었다. 서울 종로의 한 노인복지센터에서 만난 김희운(75)씨는 “65세가 넘으면 사기업 중에는 뽑는 데가 거의 없다. 월 20만원 주는 공공근로라도 얻으면 다행”이라며 “나이 들수록 몸이 아파 들어갈 돈은 많은데 일해서 버는 돈은 줄어 살기 힘들다”고 밝혔다. 빈곤 노인에겐 마지막으로 기댈 공적연금 수급률도 연령이 높아질수록 떨어진다. 후기노인의 국민연금 수급률은 14.3%로 전기노인(42.7%)의 3분의1 수준에 그쳤다. 이렇다 보니 가난한 노인들이 국가로부터 받는 연금 등 공적이전소득은 전기노인의 경우 월평균 28만 2000원이었지만 후기노인은 26만 1000원으로 오히려 적었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제는 11년이 지난 1999년에야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됐기 때문에 현재의 후기 고령 노인은 가입할 틈이 없었다. 후기노인은 다른 연령대와 달리 갈수록 빈곤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들을 위한 맞춤형 대책은커녕 빈곤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노인복지 정책은 65세 이상의 모든 인구를 대상으로 놓고 수립하기 때문에 후기노인만을 별도로 고려하는 정책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무관심 속에 벼랑 끝에 내몰리다 보니 막다른 선택을 하는 비율도 높았다. 우리나라 노인(65세 이상)의 자살률은 10만명당 55.5명 수준이지만 75~79세는 66.5명, 80세 이상은 78.6명이었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안전건강연구센터장은 “빈곤 노인이 어려움을 겪는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로 묶어 동일한 정책을 펴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사별한 여성 노인, 연금 수급도 男의 절반 복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 빈곤의 문제도 심각하다.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 이봉주 교수팀이 한국복지패널 9차(2013년) 자료를 통해 국내 빈곤 가구에서 돈을 버는 가구원의 성비를 따져 보니 여성이 68.8%로 남성(31.2%)보다 2.2배 많았다. 유정미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여성 빈곤층 중에는 남편과 함께 살다가 사별하면서 홀로 생계를 꾸리게 된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여성 노인의 가난을 이해하려면 생애 근로 경험을 따져 봐야 한다. 박성정 여성연 여성고용인재연구실장은 “노인들의 큰 소득원인 국민연금은 평생 일하며 낸 만큼 받는 구조인데 주로 가사노동을 한 여성 노인은 연금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가입 기간이 짧아 연금을 별로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 여성 노인의 연금 수급률은 24.3%로 남성 노인(50.8%)의 절반 수준이었다. 수급 금액 자체도 적어 월평균 21만 2000원 정도로 남성(33만 5000원)의 3분의2에 그쳤다. 남편 사망이나 이혼으로 혼자 사는 여성 노인은 빈곤의 나락으로 더 쉽게 떨어졌다. 삼성생명 유 연구원의 분석 결과 독거 여성 노인 가구의 소득 빈곤율은 74.7%(2011년 기준)로 4명 중 3명꼴이었다. 여성연 박 실장은 “정부가 고령 여성 맞춤형 복지 정책을 특별히 세우지는 않았다”면서 “20~30대 청년층이 겪는 실업과 경력 단절 등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새로 정책을 만들 때 무게중심이 청년층 위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가난해도 자녀 있다고 수급자 대상서 빠져 ‘비수급 노인 빈곤층’의 사정도 위태롭다. 소득이 최저생계비(2015년 4인 가족 기준 166만 8000원)를 밑돌지만 돈 버는 자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기초생활 수급권자에서 제외된 사람들이다. 문제는 비수급 빈곤층 자녀 중에 부모를 전혀 돌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국내 비수급 빈곤층의 정확한 규모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비수급 빈곤 노인이 겪는 큰 어려움은 의료비다. 문진영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수급권자가 되지 못하면 1종 의료급여 대상이 될 수 없고 건강보험 혜택만 받을 수 있다”며 “병치레가 많은 노인층에 기초 수급을 받느냐, 못 받느냐는 엄청난 차이”라고 말했다. 1종 의료급여 대상자는 외래 진료 때 1000원, 약국은 처방전당 500원, 입원은 2만원까지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문 교수는 “빈곤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대폭 완화하거나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예산 문제를 들며 난색을 보인다”고 밝혔다. 특별기획팀 tamsa@seoul.co.kr ■후기 노인 75세 이상의 노인을 뜻한다. 65세 이상을 모두 ‘노인’으로 묶어 계산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선진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는 노인 빈곤율 등 통계를 전·후기로 구분해 산출한다. 평균수명 증가로 과거보다 노인계층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고 이를 통해 보다 밀도 있는 분석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전기노인(65~74세)은 여전히 건강을 바탕으로 직접 돈을 버는 경우가 비교적 많지만 후기노인은 건강 악화 등으로 연금에만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진다. 후기노인 인구는 지난해 286만 1673명으로 전기노인(438만 2900명)의 3분의2 수준이었지만 한 해 쓴 진료비는 9조 8814억원으로 전기노인(9조 9419억원)과 거의 비슷했다.
  • 저녁형 우울증 환자 자살 위험 높다던데

    저녁형 우울증 환자 자살 위험 높다던데

    저녁형 인간이 아침형 인간보다 우울증으로 자살할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일 이승환 인제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최근 120명의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자살 위험을 분석한 결과 저녁형 인간이 아침형 인간보다 2배 이상 자살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계절성 변화에 취약한 우울증 환자도 자살 위험이 1.6배가량 높았다. 우울증 환자의 자살률은 10~15%에 이른다는 연구가 나올 만큼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기분장애학회 공식학술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실렸다. 이 교수와 우울증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Q. 정상적인 수면리듬이 깨지면 왜 우울증이 심해지나요. A. 수면이 부족해지면 기분이 불안정해지고 충동적으로 변합니다. 충분히 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뇌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것이지요. 경쟁 사회에서 밤늦게 활동해야 하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반드시 하루 6시간 이상은 수면을 취해야 합니다. Q. 우울증 치료의 기본은 햇빛이라고 하는데 왜 그렇습니까. A. 햇빛을 보면 강한 빛 자극이 눈에 들어가 뇌에 전달되고 신호체계를 초기화(제로세팅)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강한 빛 자극이 뇌를 안정화해 주는 것이죠. 햇빛을 보지 않으면 생체리듬에 교란이 일어납니다. 우울증은 생체리듬이 정상적이지 못해 일어나는 대표적인 병입니다. 저녁에 일찍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면 우울한 기분에서 회복될 수 있어요. 파국을 미리 예방할 수 있습니다. Q. 우울증 환자가 약물치료를 기피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왜 약을 먹어야 합니까. A. 우울증 약물치료는 당뇨나 고혈압 치료와 사실 똑같다고 보면 됩니다. 규칙적인 생활과 식이요법, 꾸준한 운동 등 굉장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어쩌면 약물치료를 줄이거나 중단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일도 좀 쉬고 운동도 하고 규칙적으로 생활해야 하는데 바쁘고 힘들고 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우울증이 오는 것 아닐까요. 꾸준히 약물치료를 하면서 전문의와 상담하고 동시에 생활패턴을 바꾸는 것이 가장 빠른 길입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우울증 환자, 저녁형이 아침형보다 자살위험 2.5배”

    “우울증 환자, 저녁형이 아침형보다 자살위험 2.5배”

    우울증 환자는 아침형보다 저녁형 생활습관을 가진 경우 자살위험이 2.5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승환 인제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120명의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자살 위험성을 분석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자의 주요 활동시간에 따라 아침형, 저녁형으로 나눠 자살생각 위험점수를 측정했다. 그 결과 아침형 우울증 환자는 자살 위험도가 6점에 머문 반면 저녁형은 14.73점으로 2.5배에 달했다. 또 우울증 환자의 자살 위험도는 계절성 변화 여부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계절성 우울증 환자의 자살 위험도(16.23)는 비계절성(9.81)보다 크게 높았다.  연구팀은 저녁형 생활습관이 조울증 성향을 높여 충동적인 자살시도가 많은 것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저녁에 일찍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면 생체리듬을 정상화함으로써 우울한 기분에서 회복하는 것은 물론 자살 등의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다고 연구팀은 조언했다. 이와 함께 계절성 우울증에는 신체 리듬, 호르몬 및 일조량, 기온 같은 환경 변화가 생체리듬의 교란을 가져와 자살사고를 유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승환 교수는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계절성 변화나 아침형, 저녁형 유형에 따라 자살사고의 변화를 보고한 것은 국제적으로도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런 특징을 치료에 반영한다면 자살 시도율이 10~15%에 달하는 국내 우울증 환자의 자살률 감소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기분장애학회 학술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최근호에 발표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노인 자살 더 수수방관하지 말아야

    어제 아침 서울신문에서 확인한 노인 빈곤 및 자살의 현실은 참담했다. 잘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1.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그런데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은 이보다 훨씬 높아 10만명당 무려 49.6명에 이른다. 노인 자살률이 가장 낮은 네덜란드는 인구 10만명당 2.0명에 불과하다. 이렇게 보면 한국의 자살률이 치솟은 것은 노인 자살률 때문이고, 높은 자살률의 배경에는 다시 49.6%의 압도적인 노인 빈곤율이 도사리고 있다. OECD 국가의 평균 노인 빈곤율은 12.6% 정도라니 한국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우리 어르신들의 처지가 안타까울 뿐이다. 한국의 노년 세대는 한마디로 빈곤과 자살의 취약 계층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10.9%는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이 40.4%로 가장 많았고, 건강이 24.4%로 뒤를 이었다. 노인 빈곤의 실상은 OECD 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한국 남성의 실질 은퇴 연령은 72.9세로 2년 전보다 1.8년 늘어났다. 여성의 실질 은퇴 연령은 70.6세로 지난해 처음 70대에 진입했다. 2007년보다 2.7년 늦춰진 것이다.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생계 때문에 늦은 나이까지 허드렛일에 매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다 건강이 견뎌 내지 못하면 극단적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 우리 어르신들이다. OECD 보고서는 상황이 호전되기는커녕 급격히 악화돼 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지난해 자살한 사람 가운데 60세 이상은 4141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질병 때문에 돌아오지 못할 길을 택한 노인이 전체의 44.0%에 이르는 1824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의 노인 자살이 보여 주는 특징의 하나가 외로움과 심리적 고립감이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지금의 노년 세대는 늙은 부모를 봉양한 마지막 세대이지만 자녀로부터 부양받지는 못하는 세대다. 경제적인 대비는 물론 심리적인 대비도 없이 노년을 맞았다는 것이다. 인간의 수명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조만간 100세 시대를 맞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노인 빈곤에 대한 대책이 없는 100세 시대는 노년 세대의 불행만 커지는 시대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 노인 복지의 당면 목표를 노년 세대의 행복이 아닌 빈곤의 퇴치와 생존에 맞추어야 한다. 재원 마련의 문제에 국한돼서는 안 될 일이다. 노년 세대가 외로움을 떨치고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한국식 노인복지로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