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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괴산군 “마음건강 공짜로 체크해보세요”

    괴산군 “마음건강 공짜로 체크해보세요”

    충북 괴산군은 지역주민 정신건강 증진과 자살예방을 위해 군 보건소 1층 로비와 군청 민원지적과에 ‘마음건강 무인검진기’를 1대씩 설치했다고 3일 밝혔다. 검진기는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쉽게 조작이 가능하다. 이름, 나이, 휴대폰번호 등을 입력한 뒤 개인정보처리를 동의하면 검사가 시작된다. 검사는 ‘최근 우울한 적이 있는지’ 등 다양한 질문에 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1~2분이면 끝난다.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검진결과는 바로 인쇄해 받아볼 수 있다. 검진 후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면 군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돼 전화상담, 치료연계 등 꾸준한 관리서비스가 제공된다. 군은 타 지역 주민이 검진기 이용결과 고위험군에 해당되면 거주지역 보건소로 자료를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군이 검진기를 설치한 것은 정신건강 검진을 꺼리는 지역주민에게 좀 더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조기검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고위험군 관리를 통해 충북에서 가장 높은 노인 자살률을 낮추려는 목적도 있다. 군 관계자는 “대민업무 부담이 큰 민원담당 공무원들도 적극 이용토록 할 예정”이라며 “코로나19가 진정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괴산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낯선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낯선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타인의 해석/말콤 글래드웰 지음/유강은 옮김/김영사/472쪽/1만 8500원 2015년 7월 10일 백인 경찰관 브라이언 엔시니아는 텍사스주 프리뷰대 인근에서 흑인 샌드라 블랜드의 차를 세운다. 블랜드가 차선 변경 시 깜빡이를 켜지 않아서다. 조사에 협조해 달라는 엔시니아와 강경하게 버틴 블랜드 사이에 말싸움은 점차 거세지고, 결국 엔시니아는 블랜드를 체포한다. 그리고 유치장에 갇힌 블랜드는 3일 뒤 자살한다. 엔시니아가 블랜드를 체포하기까지 영상이 유튜브에 오르면서 미국 전역은 들끓었다. 사건 전에 벌어졌던 백인 경찰관의 흑인 소년 총격사건 등과 겹쳐지며 결국 이 사건은 인종갈등 문제로까지 번졌다. 그러나 그것뿐일까. 우리가 이 사례에서 놓친 것은 없을까.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유명한 ‘아웃라이어’, 역경과 결점의 힘을 보여 준 ‘다윗과 골리앗’, 처음 2초 직관의 힘을 다룬 ‘블링크’ 등으로 유명한 경영사상가 말콤 글래드웰은 6년 만에 낸 ´타인의 해석´을 통해 이 사건을 분석하고, 낯선 사람을 대할 때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3가지 오류를 짚어 낸다. 저자는 우리가 타인이 정직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진실기본값 이론’을 첫 번째 오류로 꼽는다. 대학 풋볼팀 코치가 소아성애자로 밝혀지는 데 첫 제보 이후 판결까지 16년이 걸렸고,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쿠바를 위해 일해 온 스파이의 정체가 탄로 나는 데에도 십수년이 걸린 사례를 든다. 두 사건에서 동료들은 적극적으로 가해자를 두둔했다. 우리는 결정적 증거가 나타날 때까지, 믿을 수 없을 때까지 믿는 경향이 강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타인의 태도와 내면이 일치한다고 착각하는 ‘투명성 관념 맹신’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인간 판사와 인공지능의 보석 결정을 비교해 보면 인공지능의 판단이 훨씬 낫다. 판사들이 풀어준 이들의 재범률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판사들은 “피의자가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이유를 들었는데, 저자는 이를 가리켜 우리가 겉으로 드러나는 태도를 너무 믿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특정한 행동이 특정한 조건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결합성 무시´도 오류를 일으킨다. 우리는 우울증이 심한 사람이 자살한다고 생각하게 마련이지만, 환경의 영향이 자살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예컨대 도시가스를 천연가스로 전환하자 전체 자살 건수가 확 줄어들었다. 자살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자, 자살률이 매우 줄어든 것이다. 저자는 결국 타인을 제대로 해석하려면 끊임없이 의심하고, 그들이 보이는 태도가 내면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하며, 사건이 자주 벌어지는 환경도 잘 살펴야 한다고 충고한다. 엔시니아와 블랜드의 사례는 결국 두 번째 오류인 ‘투명성 관념 맹신’에 있다. 경찰관인 엔시니아는 타인이 정직할 것이라 가정하는 ‘진실기본값 이론’은 잘 피했지만, 블랜드의 태도를 오인했다. 물론 경찰관이 실적을 올리는 것을 중시하는 정부 당국의 태도, 즉 ‘결합성 무시’도 놓쳐선 안 된다. 극단적인 사례를 일반화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작은 사건 하나에서 시작해 여러 사례를 들고, 이를 통해 인간의 숨겨진 의식을 끄집어내 이론으로 정리한 저자의 식견은 확실히 탁월하다. 여러 사례를 이야기꾼처럼 이어 가는 실력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여전하다. 의사소통의 문제를 다룬 저서가 우리 사정과 다소 다른 부분도 있지만, ‘믿고 읽는 저자’라는 수식어가 이번에도 아깝지 않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불안→분노·우울… 취약집단 ‘심리방역’ 절실”

    “불안→분노·우울… 취약집단 ‘심리방역’ 절실”

    #1 취업준비생 박지영(29·가명)씨는 이달부터 될 수 있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다. 걸어서 한 시간 내 거리면 그냥 걷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려는 이유도 있지만, 교통비를 줄여보기 위해서다. 박씨는 집에서 용돈을 받아 생활하는데,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부모님의 한숨 소리를 못 들은 척하기가 어려웠다. 요즘 가장 큰 걱정은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것보다 취업문이 막혔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대학을 졸업한 박씨는 반년간 준비한 덕에 목표치를 웃도는 토익 점수도 만들어 놨지만, 원하는 기업의 채용 일정이 중단되면서 올 상반기 취업은 사실상 포기했다. 취업 스터디 모임도 무기한 연기되고, 평소 이용하던 도서관도 휴관해 일주일 중 5일은 집 밖에 나가지 않는다. 박씨는 18일 “경제 활동도 안 하는 내가 마스크를 축내기가 미안해 외출 자체를 가급적 자제하고 있다”며 “신천지 뉴스만 보면 마음속 깊은 곳부터 화가 치밀어 올라 뉴스도 잘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2 “누구든지 걸리기만 해봐. 다 죽여버릴 거야.” 공적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지난 9일 오후 5시쯤 경기 광주시의 한 약국에선 소동이 벌어졌다. 약국 인근에서 막걸리 3통을 마신 한 노인(63)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자 낫으로 약사를 위협하며 화풀이를 한 것이다. 평소에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을 항상 토로했던 이 노인은 “누구든지 걸리기만 하면 죽이겠다”며 약사를 위협했고, 결국 특수협박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다. 코로나19가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잠식하면서 ‘코로나 블루’(코로나19 전파에 따른 우울감)가 확산하고 있다. ‘나도 감염될 수 있다’는 불안의 정서가 점차 분노와 우울로 치닫는 것이다. 특히 확진환자가 밀집된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났다가 지금은 전국화되는 추세다. 자영업자 등 집단 폐업의 위기에 처한 이들이나 주부 등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상을 포기해야 하는 이들에게까지 코로나 블루가 확산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우리 국민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할수록 일상에서 많은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지난달 25~28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코로나19로 일상이 절반 이상 정지된 것으로 느낀다’라고 답한 이들은 59.8%에 이르렀다. 1차 조사(1월 31일∼2월 4일) 때 응답한 비율(48.0%)보다 11.8% 포인트 증가했다. ‘일상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1차 10.2%에서 2차 4.2%로 줄었다. 연구팀은 “일상 변화는 여성과 보수, 대구·경북 지역, 판매·영업·서비스직 등이 상대적으로 크게 경험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불안의 감정은 줄어드는 대신 분노의 감정은 커졌다. 같은 조사에서 ‘코로나19 뉴스·정보를 접할 때 떠오르는 감정’으로 불안은 1차 조사 때 60.2%에서 2차 조사 때 48.8%로 줄었지만 분노는 6.8%에서 21.6%로 급증했다. 전염병 출몰 초기엔 ‘나도 감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지배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코로나19 예방 수단인 마스크를 구할 수 없게 되자 불안이 분노로 변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블루를 이겨내려면 국민 개인의 ‘마음 수양’에만 기댈 게 아니라 코로나19로 피해를 보고 있는 이들에게 사회적 돌봄과 지원의 손길을 보내는 사회·심리방역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 교수는 “일상이 정지되면서 압박이 커지는 저소득층이나 돌봄·가사 부담이 커지는 여성·주부들,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려운 20대나 비정규직에게 사회가 지원해 주고 대책을 마련해 줄 때 사회·심리방역에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심리방역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은 노인이나 장애인 등 고립의 위험이 크면서 여러 정보나 인적 네트워크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라면서 “실제로 사스(중중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노인 자살률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나 친척 등을 포함한 우리 주변의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백종우의 마음의 의학] 코로나19와 자살예방,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백종우의 마음의 의학] 코로나19와 자살예방,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코로나19가 기세등등하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 연구를 보면 국민의 절반 이상이 ‘일상이 멈췄고 불안과 분노가 늘었다’고 답했다. 감염병 스트레스는 건강에 대한 위협에 그치지 않는다. 많은 국민들이 심각한 경제적 타격에 고통받고 있다. 자살은 이미 우리나라에서 재난이다. 2018년 1만 3670명을 잃었다. 하루 37명꼴이다. 자살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급속히 증가한 뒤 2011년 최고치에 이르렀다. 해마다 3월은 자살률이 가장 높은 시기이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자살의 주요 동기는 결국 건강과 경제 문제가 핵심이다. 코로나19로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이 시기에는 자살대책도 시급하다. 코로나19에 집중하는 사이 만성질환이 악화되거나 정신질환이 재발하는 사례가 있을까 우려스럽다. 최근 약물을 중단한 상태에서 입원실을 찾지 못한 한 조현병 환자가 사람을 다치게 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해외에선 코로나19 확진을 두려워한 사람들이 자살하는 사례도 잇따른다고 한다. 감염병 스트레스는 누군가에겐 죄책감과 혐오로 자살을 생각하게 할 만큼 고통스럽다. 의료진과 방역 관련 종사자 역시 갈수록 위험하고 피로가 쌓이는 속에서 과로와 상실감에 노출될 수 있다. 보건소와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기존 자살예방 인력까지도 코로나19 방역에 투입되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자살예방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난 5일 일본의 자살예방의원연맹은 자살증가를 막기 위한 긴급 자살예방 대책을 정부에 요청했다. 우리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감염병 재난이 닥쳤을 때 자살예방을 위해선 일단 대면 상담에 제약이 많은 걸 감안해 자살예방 상담전화(1393)와 정신건강 상담전화(1577-0199)를 강화해야 한다. 이미 코로나19 스트레스로 정신건강 전화상담을 이용한 국민이 2만명이라 한다. 인력과 회선을 늘려 위기에 빠진 국민의 구조요청에 응답하지 못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젊은층과 청소년을 위해서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상담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공 체계가 어렵다면 민간 서비스라도 활용해야 한다. 코로나19 사망자의 유가족, 확진자, 자가격리자, 의료진, 현장인력 등에 맞는 지원서비스가 필요하다. 보건복지부 통합심리지원단은 자가격리자 정신건강서비스와 함께 이번 주부터 생활치료시설과 감염병 전담병원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배치하기로 했다. 재난에 맞서기 위해선 민관협력으로 풀어 가야 한다. 아무리 공공 서비스가 수백개, 수천개 있어도 절망에 빠진 사람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자살예방법 3조에 의하면 자살위기에 빠진 국민은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혼자서 끙끙 앓고 있다면 주변에서 미리 알아차릴 수 있는 관심이 필요하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그리고 도움을 요청할 권리가 있다.
  • [똑똑 우리말] 감염률과 치사율/오명숙 어문부장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확진환자의 80%는 의학적 처치가 필요 없는 경증이라든가 메르스에 비해 감염률은 높지만 치사율은 낮다는 설명에도 감염에 대한 공포가 일상을 마비시켰다. 전염병의 위력을 나타내는 감염률(感染率)과 치사율(致死率). 그런데 같은 한자인 ‘률’(率)은 왜 두 단어에서 ‘률’과 ‘율’로 다르게 표기되는 것일까. 한글맞춤법 두음법칙은 ‘녀자’(女子)는 ‘여자’로, ‘량심’(良心)은 ‘양심’으로, ‘래일’(來日)은 ‘내일’로 적는 것처럼 ‘ㄴ’과 ‘ㄹ’이 단어의 첫머리에서 발음되는 것을 꺼려 ‘ㄴ’과 ‘ㄹ’이 사라지거나 ‘ㄹ’이 ‘ㄴ’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단어의 첫소리에만 적용되는 두음법칙에도 예외 조항은 있다. ‘모음’이나 ‘ㄴ’ 받침 뒤에 이어지는 ‘렬, 률’은 ‘열, 율’로 적는다는 것이다. ‘치사율’은 이 조항이 적용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치사율’의 경우 ‘률’이 받침이 없는 ‘사’의 모음 ‘ㅏ’ 뒤에 이어지므로 ‘ㄹ’이 사라져 ‘율’로 적는 것이고 ‘분열’(分裂), ‘환율’(換率)의 경우는 ‘ㄴ’ 받침 뒤에 ‘렬, 률’이 왔기 때문에 역시 ‘ㄹ’이 사라져 ‘열, 율’로 적는 것이다. ‘감염률’의 경우는 ‘ㄴ’ 받침이 아닌 ‘ㅁ’ 받침 뒤에 ‘률’이 왔기 때문에 한자음 그대로 ‘률’이라고 적는다. ‘합격률’, ‘자살률’, ‘시청률’, ‘실업률’ 역시 ‘ㄴ’ 받침이 아닌 ‘ㄱ’, ‘ㄹ’, ‘ㅇ’, ‘ㅂ’ 받침 뒤에 ‘률’이 왔기 때문에 한자음 그대로 적는 것이다. oms30@seoul.co.kr
  • 30년 전보다 소득 늘어도… 한국인 행복지수 그대로

    30년 전보다 소득 늘어도… 한국인 행복지수 그대로

    한국인의 행복 수준이 30년 전과 마찬가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1개국 중 23위에 머무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득 수준이 향상됐지만 양극화에 따른 소득 격차가 확대됐고, 건강은 좋아졌지만 안전에 관한 행복도는 크게 낮아졌다. 5일 한국경제학회 한국경제포럼에 실린 ‘행복지수를 활용한 한국인의 행복 연구’에 따르면 물질적·사회적 기반에 관한 행복지수는 1990년과 2017년 모두 OECD 31개국 가운데 23위였다. 한국의 소득 수준은 1990년 OECD 28위였으나 2017년 20위로 8계단 올라섰다. 당시 6516달러에 불과하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 9743달러로 크게 올랐다. 하지만 안전에 관한 지수는 1990년 15위로 중위권이었으나 2017년 30위로 떨어졌다. 한국인이 체감하는 심리적 안전 수준이 악화됐고 자살률도 올라갔기 때문이다. 소득 격차는 1990년 21위에서 2017년 27위로 6계단 내려왔다. 국민들의 전체적인 소득 수준이 높아졌지만 빈부 격차는 더 벌어지며 행복도를 끌어내린 것이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백종우의 마음의 의학] 자살을 막기 위한 ‘찾아가는 의료 시스템’

    [백종우의 마음의 의학] 자살을 막기 위한 ‘찾아가는 의료 시스템’

    새벽 인적 드문 곳에서 자살을 시도한 남성이 응급실로 실려 왔다. 71세였다. 혼자 살면서 몸이 아파 걷지도 못하고 월세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 있다가 우울증에 빠졌다. 경추 손상이 있었지만 의식이 돌아왔다. 응급처치 후 중요한 조치에 착수했다. 응급의학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 사례관리자는 사회복지실과 정신건강복지센터와 함께 사례회의를 진행했다. 정신과 치료비를 지원했고 종교재단을 통해 생계비 지원을 연결했다. 집희망주거복지센터의 임대료 지원으로 주거지도 확보했다. 2007년부터 응급실로 내원한 자살 시도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하고자 했다. 3년이 지나고 의지만으론 한계가 많다는 걸 절감할 즈음 원주세브란스병원 민성호 교수팀이 시작한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모델은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에 주목하게 됐다. 당시 매년 3만명의 자살 시도자가 응급실에 왔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는 경우는 고작 8%였다. 서울시에서도 시범사업을 해 봤지만 서울시 자살예방센터로 가 보라는 응급의학과의 안내에 동의한 비율은 12%뿐이었다. 민성호 교수팀은 정신건강간호사를 응급실에 배치, 매주 사례회의를 통해 자살 시도자에게 치료와 지원을 하고자 노력했다. 곧 자살 시도자 가운데 3분의2가 서비스를 받게 됐다. 보건복지부 예산 지원으로 세 병원으로 시작해 올해는 88개 병원으로 늘었다. 자살 시도자의 사망률을 3분의1로 줄이는 효과가 검증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응급실은 500개가 넘고 자살 시도자 외에 외래와 입원환자 고위험군에 대한 서비스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상황이다. 일본은 Action-J 프로젝트란 국가지원연구를 거쳐 2016년부터 의료보험수가로 모든 의료기관에서 자살 지도자 관리를 시행할 기반을 마련했다. 미국 보훈병원에선 퇴역군인을 위한 프로젝트를 시행한다. 의무기록기반 빅데이터 시스템이 자동으로 자살 위험군의 차트에 파란색 깃발을 올리면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들로 구성된 팀이 포괄적 방문 서비스를 한다. 인구 500만명인 덴마크에선 찾아가는 자살예방클리닉을 200곳 넘게 운영해 인구 10만명당 35명이던 자살률을 10명 수준으로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우리나라 자살예방법 제3조엔 국민이 자살 위험에 빠진다면 국가에 구조를 요청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실제 국민의 권리 행사를 위한 기반은 여전히 미약하다. 이를 해결할 대책 중 하나가 병원의 찾아가는 서비스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 병원에 찾아가는 서비스를 담당할 팀 구성을 지원하고 이들이 위기에 처한 국민에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희망의 연결을 늘려 갈 때 자살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2018년 기준으로 1만 3670명이 소중한 생명을 스스로 버렸다. 국가와 사회가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에 자살 예방 정책이 놓이기를 기대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 [데스크 시각] 새해 모두 안녕하십니까/안동환 탐사기획부장

    [데스크 시각] 새해 모두 안녕하십니까/안동환 탐사기획부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를 드론으로 공습 살해한 후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은 이제 더 안전해졌다”고 말했다. 선전포고도 없이 외교 목적으로 이라크를 방문 중인 이란의 정규군 총사령관을 암살하도록 한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 선택으로 세계가 더 안전해졌다고 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인식은 섬뜩하다. 오히려 “자고 일어나니 더 위험한 세계를 목격하게 됐다”는 프랑스 외교관의 탄식이 더 상식적이지 않은가. 트럼프가 집권하고 통계상으로 미국(인)은 안전해졌다. 그가 2017년 1월 제45대 미국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후 미국의 살인사건 발생치는 역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미 법무부·연방수사국(FBI) 집계에서 트럼프의 임기 첫해 전국 살인율은 10만명당 5.3명에서 지난해 5.0명으로,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1980년 10만명당 10.2명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수도 워싱턴DC의 살인 발생 건수는 1991년 482건에서 2017년 116건으로, 뉴욕의 일일 총격 발생 건수는 1990년 13건에서 지난해 2건으로 뚝 떨어졌다. 평범한 미국인 대부분이 매년 살인, 폭력 등의 강력 범죄가 늘고 있다고 믿고 있는 역설의 반전은 트럼프 시대의 미국인들이 역사상 정점을 찍을 만큼의 절망스러운 죽음을 더 많이 목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학자들이 주시하는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 수는 2017년에만 전년 대비 9.6%가 는 7만 237명이었다. 총기 자살은 총기 살인의 감소분을 메우고도 두 배 더 많다. 국가 자살률 통계를 보면 1999년 이후 10만명당 10.5명에서 2017년 14명으로 최고치에 도달했다. 트럼프의 재임 첫해 미국인 4만 7173명이 목숨을 끊었다. 그 죽음들이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의식의 흐름대로 쏟아내는 언어적 토사물”(CNN 논평) 같은 그의 트윗 폭탄들이 미국인들의 일상을 불안하게 한다.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11월까지 대통령 취임 후 트럼프가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 1만 1000여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누군가를 ‘공격’하는 트윗이 5889건으로 절반을 넘었다. 공격 대상은 정적인 민주당뿐 아니라 로버트 뮬러 특검, 언론, 동맹국, 이민자, 사회적 약자까지 광범위했고, 극단적인 자기애와 승부욕만큼이나 강렬한 증오심을 담았다. 오죽하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 미국인의 우울증 발병 빈도가 증가했다는 주장까지 나올까. 친트럼프와 반트럼프로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최고 지도자가 증오·혐오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시대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아마 빈곤층일 것이다. 소득이 낮고 상대적 박탈감이 큰 사회에서 정신건강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비용의 장벽 안에서 길을 잃는다. 안전한 미국은 점점 폭력적 성향을 띠는 미국 우선주의와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감추는 포장지가 된다. 우리 사회도 경제적 불안감이 커지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줄어들고 있다는 걱정이 많다. 지난 5일 경기 김포시에서 여덟 살 아이와 30대 어머니, 60대 할머니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년간 극심한 생활고를 호소하며 세상을 등진 일가족이 70여명에 이른다. 위기 가족들은 월세나 전기료·관리비 미납, ‘0’이 찍힌 통장 잔고 등 제각각 절박한 신호를 보냈지만 사회안전망은 작동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공약도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부러진 사다리의 아래쪽 가로대에 위태롭게 한 발을 내디디며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이웃들이여. 새해 부디 안녕하시기를! ipsofacto@seoul.co.kr
  • 트럼프 시대 미국인들은 더 안전해졌을까

    트럼프 시대 미국인들은 더 안전해졌을까

    트럼프 집권 후 살인율 역대 최저의 역설 희망잃은 현실 반전…비극적 죽음 최고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를 드론으로 공습 살해한 후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은 이제 더 안전해졌다”고 말했다.선전포고도 없이 외교 목적으로 이라크를 방문 중인 이란의 정규군 총사령관을 암살하도록 한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 선택으로 세계가 더 안전해졌다고 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인식은 섬뜩하다. 오히려 “자고 일어나니 더 위험한 세계를 목격하게 됐다”는 프랑스 외교관의 탄식이 더 상식적이지 않은가.트럼프가 집권하고 통계상으로 미국(인)은 안전해졌다. 그가 2017년 1월 제45대 미국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후 미국의 살인사건 발생치는 역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미 법무부·연방수사국(FBI) 집계에서 트럼프의 임기 첫해 전국 살인율은 10만명당 5.3명에서 지난해 5.0명으로,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1980년 10만명당 10.2명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수도 워싱턴DC의 살인 발생 건수는 1991년 482건에서 2017년 116건으로, 뉴욕의 일일 총격 발생 건수는 1990년 13건에서 지난해 2건으로 뚝 떨어졌다. 평범한 미국인 대부분이 매년 살인, 폭력 등의 강력 범죄가 늘고 있다고 믿고 있는 역설의 반전은 트럼프 시대의 미국인들이 역사상 정점을 찍을 만큼의 절망스러운 죽음을 더 많이 목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학자들이 주시하는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 수는 2017년에만 전년 대비 9.6%가 는 7만 237명이었다. 총기 자살은 총기 살인의 감소분을 메우고도 두 배 더 많다. 국가 자살률 통계를 보면 1999년 이후 10만명당 10.5명에서 2017년 14명으로 최고치에 도달했다. 트럼프의 재임 첫해 미국인 4만 7173명이 목숨을 끊었다. 그 죽음들이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의식의 흐름대로 쏟아내는 언어적 토사물”(CNN 논평) 같은 그의 트윗 폭탄들이 미국인들의 일상을 불안하게 한다.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11월까지 대통령 취임 후 트럼프가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 1만 1000여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누군가를 ‘공격’하는 트윗이 5889건으로 절반을 넘었다. 공격 대상은 정적인 민주당뿐 아니라 로버트 뮬러 특검, 언론, 동맹국, 이민자, 사회적 약자까지 광범위했고, 극단적인 자기애와 승부욕만큼이나 강렬한 증오심을 담았다. 오죽하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 미국인의 우울증 발병 빈도가 증가했다는 주장까지 나올까. 친트럼프와 반트럼프로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최고 지도자가 증오·혐오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시대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아마 빈곤층일 것이다. 소득이 낮고 상대적 박탈감이 큰 사회에서 정신건강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비용의 장벽 안에서 길을 잃는다. 안전한 미국은 점점 폭력적 성향을 띠는 미국 우선주의와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감추는 포장지가 된다. 우리 사회도 경제적 불안감이 커지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줄어들고 있다는 걱정이 많다. 지난 5일 경기 김포시에서 여덟 살 아이와 30대 어머니, 60대 할머니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년간 극심한 생활고를 호소하며 세상을 등진 일가족이 70여명에 이른다. 위기 가족들은 월세나 전기료·관리비 미납, ‘0’이 찍힌 통장 잔고 등 제각각 절박한 신호를 보냈지만 사회안전망은 작동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공약도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부러진 사다리의 아래쪽 가로대에 위태롭게 한 발을 내디디며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이웃들이여. 새해 부디 안녕하시기를!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최저 시급 1달러 인상하면 자살률 최대 6% 감소” (美 연구)

    “최저 시급 1달러 인상하면 자살률 최대 6% 감소” (美 연구)

    미국인의 사망원인 7번째를 기록할 만큼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잡은 자살률을 낮추는 방법이 최저임금 인상에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은 연방 최저임금을 하한선으로 두고 주별로 각기 다른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현재 기준 연방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13일 기준, 한화 약 8380원) 수준이다. 에모리대학 연구진이 1990~2015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 중 최종학력이 고등학교 졸업인 18~64세 성인 39만 9206명과 최종학력이 대학교 졸업인 14만 176명을 대상으로 자살률과 최저시급 및 실업률 사이의 연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최종학력이 고등학교 졸업인 성인 그룹의 최저시급이 1달러(약 1156원) 오를 때마다, 자살률이 3.5%에서 최대 6%까지 줄어든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러한 현상은 실업률이 높은 기간에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특히 현재의 연방 최저임금이 규정된 2009년을 기점으로 최저시급과 자살률 사이의 연관성이 강해지는 것을 확인했다. 고졸 학력의 노동자들이 최저시급 1달러 인상의 혜택을 입을 경우, 해당기간 동안 1만 3800명, 2달러(약 2312원)가 인상될 경우 2만 5900명의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 대상으로 삼은 전체 기간으로 확대해서 분석할 경우, 최저시급이 1달러 오르면 2만 27550명, 2달러 오르면 5만 7350명의 극단적 선택을 예방할 수 있었다. 다만 대졸자 이상에게서는 최저시급과 자살률 사이의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았다. 연구를 이끈 존 코프먼 에모리대학 교수는 “최저임금법은 잠재적으로 부와 건강 사이의 관계에 기여하며, 저임금 노동자 및 우울증과 자살의 위험이 높은 부양가족의 웰빙과도 직결된다”면서 “개개인에게 우울증이나 자살의 충동과 싸우라고 하는 것보다는 (정책 변화 등) 위로부터의 변화가 이들의 정신건강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알렉스 거트너 교수는 “최저임금법은 경기침체 기간에도 수입을 일정수준으로 유지하는데 영향을 미치며, 이는 노동자들이 실업 상태의 친구나 부양가족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영국에서 발행되는 국제학술지 ‘역학과 공동체 건강 저널’(Journal of Epidemiology and Community Health) 최신호에 실렸다. 한편 미국 연방정부는 시간당 7.25달러인 최저임금을 2009년 이후 변동하지 않고 있지만, 일부 주의 경우 최저임금이 15달러에 육박한다. 올해 들어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미국 내 최저임금은 빠르게 오르고 있는 추세다. 지난 2일 미 경제정책연구소(EPI)는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새해 들어 680만 명의 노동자들이 82억 달러(9조 5000억 원)를 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씨줄날줄] 소방관의 정당방위/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소방관의 정당방위/박록삼 논설위원

    총 5만 2245명. 대한민국 소방관이다. 소방관 1명이 국민 1004명을 담당한다. 올 상반기 119종합상황실에 접수된 신고는 517만 5251건이었다. 하루 평균 2만 8435건, 3초에 1번꼴이다. 하지만 화재 진압과 긴급 구조 등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 주는 대가는 가혹했다. 소방관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31.2명으로 일반인(25.6명)의 1.21배 수준이다. 최근 소방관 대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위험군’이 5.6%, 우울증 위험군은 2203명(4.6%), 자살 위험군은 2453명(4.9%)이다. 끔찍한 사고 현장을 가장 먼저 목격하며 죽음과 삶이 갈리는 순간에 일상이 고스란히 노출된 탓이다. 지난 24일 전주지방법원의 판결이 논란이 되고 있다. 취객에 대응하다가 전치 6주 상해를 입힌 소방관에게 200만원 벌금형이 선고됐다. A(당시 50세)씨는 사건 당일인 지난해 9월 19일 오후 7시 40분쯤 심장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A씨 어머니가 119구조대에 신고했다. 당시 A씨는 만취 상태였다. 급히 출동한 정읍소방서 소속 B(34) 소방교는 동료 소방대원과 함께 심전도 검사, 혈압·맥박 검사 등에 나섰다. 측정 결과 A씨에게 특별한 이상이 없자 “(요청한 전북대병원이 아닌) 가까운 병원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A씨가 욕설을 퍼부으며 위협했고, B소방교는 A씨를 밀치며 제압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발목 골절상을 입었고, A씨의 어머니는 B소방교를 상해 혐의로 고발했다. A씨는 당뇨 합병증 등 지병으로 지난 10월 숨졌다. 이틀에 걸쳐 15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국민참여재판에서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은 팽팽히 맞섰다. 특히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 7명 중 5명이 유죄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소방관의 보디캠 영상에 담긴 내용을 포함한 여러 정황 등을 종합해 보면 B소방교가 정당방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섬뻑 논란이 일었다. A씨가 10차례나 만취 상태로 119에 이송된 전력이 있다는 점, A씨의 발목 골절과 제압과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변호인 측 주장이 채택되지 않은 점 등이다. ‘그럼 소방관은 맞고만 있어야 하느냐’라는 근본적 문제까지 나왔다. 최근 5년간 폭행을 당한 소방관 수는 1051명이다. 소방공무원에 대한 폭언·폭행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절반 가까운 436건은 벌금형(46.5%)이었고 구속까지 이른 경우는 5.5%에 불과했다. B소방교의 항소가 불가피하다. ‘소방관의 정당방위’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 또한 쉬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youngtan@seoul.co.kr
  • 국민 1인당 외래진료 작년 16.9회… OECD 회원국 평균의 2.3배 넘어

    국민 1인당 외래진료 작년 16.9회… OECD 회원국 평균의 2.3배 넘어

    우리나라 국민의 연간 외래진료 횟수와 입원일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2배 이상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보건복지부의 ‘2019 보건복지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의사에게 외래진료를 받은 횟수는 16.9회이며 환자 1인당 평균 입원일수는 19.1일로 집계됐다. 2017년 기준으로 OECD 연간 1인당 평균 외래진료 횟수는 7.1회, 환자 1인당 평균 입원일수는 8.2일이었다. 국민 1인당 외래진료 횟수는 2015년 16.0회, 2016년과 2017년 16.6회에서 2018년까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환자 1인당 평균 입원일수는 2015년 17.9일에서 이듬해 17.4일로 다소 줄었다가 2017년 18.5일로 다시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2018년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한 사람수)은 26.6명으로 전년(24.3명) 대비 2.3% 증가했다. OECD 국가 평균 11.5명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성별로는 남성 자살률(38.5명)이 여성 자살률(14.8명)에 비해 2.6배 높았다. 10~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로 나타났다. 뇌사 장기기증자수는 2017년 515명에서 2018년 449명으로, 장기이식건수는 2017년 1968건에서 1750건으로 줄었다. 우리나라 국민의 2018년 10대 사망원인은 암,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질환, 자살, 당뇨병, 간질환, 만성하기도질환, 알츠하이머, 고혈압성질환 순으로 나타났다. 근무 중인 구급대원이나 의료인을 제외한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비율은 2008년 1.9%에서 2014년 12.9%, 2018년 23.5%로 꾸준히 늘고 있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3040 생산직 아빠의 눈물

    3040 생산직 아빠의 눈물

    작년 제조업 일자리 6만개 감소 연령별로는 30~40대 13만개 급감경남 창원의 선박부품 회사에 다녔던 김모(38)씨는 지난해 실직 뒤 석 달을 놀다 올 초 서울로 올라와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최근 조선업 분위기가 살아난다는 소식에 예전에 일했던 회사에 연락을 했지만, 아직 사람을 다시 뽑을 정도는 아니라는 답을 들었다. 김씨는 “다른 동료들보다는 젊기 때문에 그나마 재취업에 유리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동료들은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빨리 조선업이 살아나서 가족이 있는 창원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일자리행정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일자리는 2342만개로 1년 전보다 26만개 늘었다. 하지만 조선과 자동차, 기계 등을 중심으로 고강도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지난해 제조업 일자리는 6만개나 줄었다. 산업별로는 도소매업(7만개)과 부동산업(7만개),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4만개), 숙박 및 음식점업(4만개) 등에서 일자리가 늘었다. 반면 조선·자동차·화학 등에서 제조업 일자리 6만개가 사라졌다. 특히 제조업이 지역 경제의 중심인 경남과 울산 등에서 실업률이 치솟아 이 지역 30~40대 자살률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경남 거주 35~39세의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017년 28.9명에서 지난해 37.7명으로 30.4% 늘었다. 40~44세는 같은 기간 23.4명에서 41.8명으로 78.6% 급증했다. 울산도 35~39세 31.5명에서 41.0명으로, 40~44세에서는 25.7명에서 41.0명으로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19세 이하(-3만개)와 30~39세(-8만개), 40~49세(-5만개)에서 일자리가 줄었다. 반면 20~29세(2만개)와 50~59세(14만개), 60세 이상(25만개)에선 늘었다. 또 산업별 일자리 규모는 제조업이 20.0%로 가장 많았고 도소매업(12.8%), 건설업(8.9%),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8.3%) 순이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에서 7만개의 일자리가 늘었고 중소기업은 16만개, 비영리기업은 3만개가 늘었다. 종사자 규모별로는 300명 이상 기업에서 14만개가 늘었고 50∼300명 미만 기업 10만개, 50명 미만 기업에서는 2만개 증가했다. 반면 직원 1~4명 기업에서는 일자리가 24만개 줄었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3040 생산직 아빠의 눈물

    경남 창원의 선박부품 회사에 다녔던 김모(38)씨는 지난해 실직 뒤 석 달을 놀다 올 초 서울로 올라와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최근 조선업 분위기가 살아난다는 소식에 예전에 일했던 회사에 연락을 했지만, 아직 사람을 다시 뽑을 정도는 아니라는 답을 들었다. 김씨는 “다른 동료들보다는 젊기 때문에 그나마 재취업에 유리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동료들은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빨리 조선업이 살아나서 가족이 있는 창원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일자리행정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일자리는 2342만개로 1년 전보다 26만개 늘었다. 하지만 조선과 자동차, 기계 등을 중심으로 고강도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지난해 제조업 일자리는 6만개나 줄었다. 산업별로는 도소매업(7만개)과 부동산업(7만개),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4만개), 숙박 및 음식점업(4만개) 등에서 일자리가 늘었다. 반면 조선·자동차·화학 등에서 제조업 일자리 6만개가 사라졌다. 특히 제조업이 지역 경제의 중심인 경남과 울산 등에서 실업률이 치솟아 이 지역 30~40대 자살률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경남 거주 35~39세의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017년 28.9명에서 지난해 37.7명으로 30.4% 늘었다. 40~44세는 같은 기간 23.4명에서 41.8명으로 78.6% 급증했다. 울산도 35~39세 31.5명에서 41.0명으로, 40~44세에서는 25.7명에서 41.0명으로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19세 이하(-3만개)와 30~39세(-8만개), 40~49세(-5만개)에서 일자리가 줄었다. 반면 20~29세(2만개)와 50~59세(14만개), 60세 이상(25만개)에선 늘었다. 또 산업별 일자리 규모는 제조업이 20.0%로 가장 많았고 도소매업(12.8%), 건설업(8.9%),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8.3%) 순이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에서 7만개의 일자리가 늘었고 중소기업은 16만개, 비영리기업은 3만개가 늘었다. 종사자 규모별로는 300명 이상 기업에서 14만개가 늘었고 50∼300명 미만 기업 10만개, 50명 미만 기업에서는 2만개 증가했다. 반면 직원 1~4명 기업에서는 일자리가 24만개 줄었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노인일자리 사업 ‘퍼주기’ 비판 있지만… 어르신 빈곤율·우울증 ‘뚝’

    노인일자리 사업 ‘퍼주기’ 비판 있지만… 어르신 빈곤율·우울증 ‘뚝’

    매달 일자리 통계가 발표되면 60대 이상 취업자 증가폭을 둘러싸고 논란이 인다. 재정으로 만든 단기 일자리라는 점이 주요 내용이다. 이런 현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한국이 늙어가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인 자살률은 물론 빈곤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명제는 노인에게도 일정 부분 맞는 말이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내년부터 노인으로 분류되는 65세 이상 인구에 진입한다.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사회를 바꿔 왔던 이들이 모두 ‘노인’이 되기 전에 관련 논쟁이 마무리되고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태어난 아이는 23만 231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만 2280명)보다 1만 9963명 적다. 보통 4분기(10~12월)에는 자녀가 2~3달 정도 자라서 나이 한 살을 더 먹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 태어나는 아이 수가 적다. 출생아수 40만명이 붕괴된 시기가 2017년인데 2년 뒤인 올해 출생아수가 30만명이 넘을지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태어나는 아이는 적고, 베이비부머가 나이가 들면서 전체 인구에서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2018년 기준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고령화 비율은 14.3%다. 유엔은 고령화 비율이 7%면 고령화사회, 14%가 넘으면 고령사회, 20%가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1999년)에서 고령사회(2018년)가 되는 데 19년이 걸렸고, 초고령사회가 될 때까지는 7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에 따르면 2030년에는 고령화 비율이 25.0%로 인구 4명 중 1명은 65세가 넘게 된다. 통계청이 최근의 초저출산현상 때문에 5년마다 하는 장래인구 추계를 2년 앞당겨 올해 발표한 결과다. ●노인 고용률 늘었지만 빈곤율도 높은 상황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60세 이상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만 3000명 늘었다. 60세 이상 인구는 54만 7000명 늘었다. 60세 이상 고용률은 지난 10월 43.3%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 포인트 높아졌다. 좀더 세부적으로 보면 60대 초반(60~64세)은 60.8%로 0.7% 포인트, 65세 이상이 35.3%로 1.8% 포인트씩 높아졌다. 60대 초반의 고용률이 65세 이상에 비해 월등히 높지만, 증가폭은 65세 이상이 훨씬 크다. ‘일하는 노인이 행복하냐’는 논란이 있지만, 다른 국가와 비교해 보면 고용률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2018년 기준 55~64세 고용률은 66.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평균(61.8%)보다 높지만 일본(76.3%), 스위스(73.0%), 독일(72.4%) 등 부지런한 나라로 평가받는 국가들에 비해서는 낮다. 55~64세 고용률은 모든 회원국에서 최근 5년간 증가하는 추세다. 의학의 발달로 건강한 노인이 늘어나면서 고용률도 높아지고 있다. 반면 66세 이상 인구 중 소득이 중위소득(소득 규모를 한 줄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에 오는 소득)의 50%가 안 되는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인 노인 빈곤율은 43.8%로 OECD 평균(14.0%)의 세 배 수준이다. 한국 다음으로 노인 빈곤율이 높은 나라는 에스토니아(35.7%), 라트비아(32.7%), 리투아니아(25.1%) 등으로 2010년 이후 OECD에 가입한 나라들이다. 55~64세 고용률이 64.0%로 한국보다 낮은 미국은 노인 빈곤율은 23.1%로 한국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55~64세 고용률이 63.6%인 캐나다의 노인 빈곤율(12.2%)도 마찬가지다. 특히 한국의 연령별 빈곤율은 17세 이하는 14.5%로 OECD 회원국 중 11위, 18~65세 빈곤율은 12.7%로 9위다. 한국의 연령별 소득이 60대 초반에 급격히 줄어들면서 빈곤율이 높아진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이 시기는 직장에서 은퇴하고 자녀를 독립시키는 시기다. 본인은 부모를 부양했지만 자식의 부양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세대의 특성이 반영됐다. ‘마처세대’(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면서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는 그나마 낫다. 요즘은 부모를 부양하면서 다 큰 자식도 부양하는 이중 부양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빈곤에 허덕이다 보니 자살률이 높다.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4.3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이 결과를 만든 것이 노인의 자살이다.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한국과 OECD 회원국의 평균 자살률은 10대는 유사한 수준이다. 그러나 20대부터 60대까지는 한국이 2배가량, 70대와 80세 이상에서는 한국이 3배 이상 더 높다. 은퇴가 시작된 베이비부머가 앞으로의 자살률 추이를 결정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60대 후반과 70세 이상 등 통계 세분화 필요 베이비부머의 은퇴에 맞춰 통계를 연령대별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60대의 건강과 노동 능력 등을 고려하면 70세 이상이라는 범주가 따로 필요하다. 정부는 노인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논의를 공식화하고 있다.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 알맞은 정책이 나오려면 60대 후반과 70세 이상을 분리하는 통계가 많이 쌓여야 한다. 언젠가는 이뤄질 노인 연령 상향 이전에 두 연령대에서 각각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전체 통계를 왜곡시키는 현상도 막을 수 있다. 현재 통계에서는 70대와 80대는 60대 이상이나 65세 이상으로 함께 측정된다. 취업자 증감에서 65세 이상을 빼면 지난 5월부터 취업자가 전년 동월보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60대 이상으로 빼는 범위를 넓히면 올 들어 8월과 10월 두 달만 취업자가 전년 동월보다 늘어났다. 노인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고 노인일자리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와 상관없이 고용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음을 보여 준다. 고용부에 따르면 노인일자리 참여자 중 70세 이상 비율이 지난 10월 기준 86.5%다. 일자리보다 복지에 가깝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일자리사업에 참여한 노인의 빈곤율은 사업 참여 전 82.6%에서 참여 이후 79.3%로 감소했다. ●“단순한 일자리 아닌 지역사회에 긍정 영향” 특히 우울의심 비율이 32.3%에서 7.3%로 감소해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일을 통한 사회 참여와 보충적 소득 창출 목적의 복지정책으로 2004년 도입된 노인일자리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셈이다. 노인일자리 사업이 도입된 지 15년이 되면서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노인일자리 참여자는 주로 저소득 계층이고 여성, 고령, 저학력 노인의 참여율이 높다. 반면 참여 희망자는 남성, 저연령층 노인, 고학력자, 자녀 동거 노인 등의 비중이 높다. 즉 이들의 활동 수요에 맞는 일자리나 사회활동이 필요하다. 노인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도 있어야 한다. 강은나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노인일자리 사업이 노인을 위한 단순한 일거리 또는 경제적 지원만을 위한 사업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라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lark3@seoul.co.kr
  • [홍석경의 문화읽기] 우울한 사회의 정신건강

    [홍석경의 문화읽기] 우울한 사회의 정신건강

    기분이 가라앉고 자신감이 없으며, 그러다 보니 자기비판이 심하고 우유부단해진다. 주변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감소하거나 사라지고 모든 욕망이 낮아진다. 피곤하지만 잠이 오지 않고 급기야 몸도 아프고 건망증도 심해진다. 당연히 입맛도 잃는다. 가장 흔한 자각증세는 자고 일어나도 피곤이 풀리지 않는 상태. 당신은 이 중 몇 가지에 해당하는가. 이것은 만성피로가 아니라 우울(depression)이고, 이 중 몇 가지를 지니고 있다면 우울증을 앓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한국은 성장이 빨랐던 만큼이나 사회의 갈등과 모순을 적절히 해소하지 못한 채 급하게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고, 사람들도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이 선진국병의 세계로 들어왔을 것이다. 끝없는 경쟁, 빈부격차의 심화, 주택난, 출생률의 저하, 부모보다 악화한 사회환경 속에서 나에게 끝내 자리를 내어 줄 것 같지 않은, 나는 영원히 잉여일 것 같은 차갑고 경쟁적인 사회의 모습, 이 모두가 청년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증발시키고 집단적인 우울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가장 연약한 고리인 아이돌들이 먼저 세상을 뜬다. 그중에서도 더욱 보호받지 못하고 들판에 나체로 혼자 서 있었던 여자 연예인들이 살아 보려고 몸부림치다 스러지고 있다. 이들의 죽음은 유명인이기에 가시적이고 상징적일 뿐, 이들도 수치로만 존재하는 한국의 높은 청년 자살률의 일부일 뿐이다.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대한민국은 새 생명이 태어나기도, 오래 살아가기도 힘들다. 한국의 20대 사망 원인의 50%가 자살이고 20대 자살 동기의 40%가 정신적 문제라고 한다. 다른 원인이 있다 할지라도 극단적 선택의 직접 원인은 정신적 문제인 경우가 많다. 여기엔 우울증뿐 아니라 다른 이름의 정신적 문제들이 포함될 수 있겠으나, 우리의 일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상태, 유전이나 가족력과 상관없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우울증은 당장에 국가적 대응을 해야 할 정도로 긴박한 상태라고 생각한다. 우울증의 원인인 사회문제 해결을 기다릴 수도 없고, 자살수단을 통제한다는 일차원적 처방도 부족하다. 그러나 자살의 중요한 원인인 우울증은 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 정신과에 가지 않고도 일반의가 처방할 수 있는 약도 있고, 보험 대상이며 의료정보도 보호된다. 그런데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의사를 찾는 비율은 선진국의 4분의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국가는 우울증에 대한 국민의 태도 변화를 위해 당장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캠페인과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방탄소년단의 멤버 슈가도 우울증을 겪었고 노래 가사에서 정신과에 다닌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래퍼의 열정을 이해받지 못하던 시절 빠져든 우울을 이겨 내기 위해 병원에 다녔던 과거에 대한 토로가 수많은 세계의 청년들의 공감을 얻어 냈다. 프랑스에서 사는 동안 필자 또한 우울증을 경험했다. 이대로 노력하며 살아도 상황이 나아지리란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회복되지 않는 피곤과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증상이 계속되자 가정의는 바로 가벼운 우울증약을 처방해 주었다. 그 후 3년이나 약을 복용하면서 힘든 인생의 에피소드를 무사히 지나칠 수 있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우울증약 소비가 제일 높은 나라이다. 과도한 의료보험지출에 불만인 공무원들은 프랑스 의사들이 너무 쉽게 우울증약을 처방하기 때문이라고 투덜대지만, 이처럼 우울증약을 예방적으로 처방하기에 프랑스가 더 심한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옳다. 우울증약을 복용하면서도 프랑스인들은 열심히 사랑하고, 유럽 최고의 출산율을 기록하며, 최고의 노동생산성과 휴가를 즐긴다. 또한 프랑스인들은 인생의 어느 기간에 정신분석가나 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장기간 만나면서 상담하는 일이 흔하다. 교육과 생활 수준이 높은 도시에 사는 중산층인 경우 그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 파리지앵들의 대화에서 “누구와 상담 중”이란 말을 듣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자신의 정신건강을 위한 평생의 배려이다. 이것은 신체의 건강을 위해 비타민을 먹고 조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울, 이제 감정적으로가 아니라 의학적으로 대처할 때다.
  • [백종우의 마음의 의학] 자살생존자가 만드는 살 만한 사회

    [백종우의 마음의 의학] 자살생존자가 만드는 살 만한 사회

    자살로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남겨진 이들을 ‘자살생존자’(Suicide Survivor)라고 한다. 한 사람의 자살은 적어도 6~8명, 많으면 28명에게 커다란 영향을 준다고 한다. 지난해에도 우리는 1만 3670명을 자살로 잃었고, 이 안타까운 죽음으로 매년 7만명이 넘는 자살생존자가 발생하고 있다. 중앙심리부검센터 대국민 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 10명 중 3명은 지인을 자살로 잃은 경험이 있을 정도다. 트라우마의 고통은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이에게 그저 마음의 상처만 남기진 않는다. ‘도대체 어떻게 했기에? 왜 막지 못했을까?’ 주변의 이해 부족과 갈등에 상처는 깊어지고 결국 침묵만 남게 된다. 어떤 가족은 둘로 갈라져 만날 수조차 없게 된다. 가장을 잃은 가족은 경제적 고통에 신음한다. 미국 자살유족의 날을 지정하는 데 기여한 해리 리드 전 상원의원은 부친을 잃은 자살생존자였다. 1980년대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자살예방민간재단을 만들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1998년 미 의회의 자살예방결의안 통과로 이어졌다. 1999년 일본의 자살 사망자가 3만 5000명이 된 시점에서 자살로 부모를 잃은 유자녀 4명이 NHK 다큐멘터리에 출연하고 책을 내고 거리로 나가 국민의 서명을 받았다. 이는 2006년 자살예방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이후 일본의 자살률은 34% 감소했다. 가장 고통받은 이들의 목소리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때 변화가 시작된다. 자살생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그간 각 지역자살예방센터, 생명의 전화 등 민간기관 등에서 자조 모임을 가지고 노력해 왔지만, 문제의 크기에 비해 다가갈 시스템이 부족했다. 지난해 증평 모녀 사건을 겪은 후 다행스럽게도 경찰과 행정기관이 자살생존자와 시도자에게 도움받을 수 있는 서비스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통과돼 올해 6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자살유가족에 대한 원스톱지원센터 시범사업도 3개 지역에서 시행 중이다. 지난 22일에는 중앙심리부검센터가 진행하는 세계유가족의 날 행사가 있었다. 이날 자살생존자들이 동료 상담가로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때론 어떤 전문가보다도 직접 고통을 겪어본 사람의 공감이 가장 큰 위로가 된다. 영국과 호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자살생존자를 동료 상담가로 양성해 다른 유가족을 돕는 체계를 국가가 지원하고 있다. 자살생존자 활동가 한 분은 ‘내 가족은 그때 아팠던 거예요. 그런데 도움을 청하는 방법을 몰랐던 거죠’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지금 아파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한다. 이 소중한 마음이 현실의 장벽에 다시 막혀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 때로 커다란 고통이 만드는 부정적 감정에 ‘부정’하고 ‘외면’하고픈 마음이 생길 수 있다.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안타까운 죽음을 이들과 함께 애도하고 기억하며 우리 사회의 빈 곳을 채워 나간다면 좀더 살 만한 사회로 나갈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지인·친구도 유족으로 봐야… 전문가 사전상담 필요

    SNS 통해 보낸 위험신호 미리 감지해야 기업 법정의무교육에 ‘자살예방’ 포함을 가수 구하라씨가 지난 24일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그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보낸 위험신호를 감지하고 전문가들이 사전에 개입했더라면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구씨는 지난달 절친한 친구인 가수 설리가 사망한 뒤 큰 충격을 받은 듯 SNS 라이브 방송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 사람의 자살은 적어도 6~8명, 많게는 28명의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미 구씨가 SNS를 통해 사회를 향해 위험신호를 보냈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25일 “이번 구하라씨 사건의 경우 절친이었던 설리의 죽음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그렇다면 유족의 개념을 지인, 동료, 친구로 확대해야 하고 이들에 대해서도 상담이나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리의 친구인 구씨도 자살자의 유족으로 보고 적극적인 개입이 이뤄졌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주위 사람들이 위험신호를 알아차리는 교육을 받았다면 구씨의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도 있었다. 신 부센터장은 “연예인은 소속사에서 알아서 하는 측면이 있고 언론에 보도되는 것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병원이나 자살예방센터의 개입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 기업의 법정의무교육에 자살예방 교육을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심리부검센터의 ‘2015 심리부검 결과 보고서’를 보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 10명 가운데 9명은 사망 전 자살할 의도가 있음을 드러냈지만 유가족의 81.0%는 이를 인지하지 못해 적절한 도움을 주지 못했다. 생전 88.4%는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었고 이 가운데 74.8%가 우울 장애를 앓고 있었으나 사망 직전까지 꾸준히 우울증 치료를 받은 사람은 15.0%에 불과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살률이 우리의 3분의1인 미국 뉴욕주에서는 한 명의 시민을 잃으면 유족의 동의를 거쳐 검시관, 경찰, 소방관, 관련 부처 공무원, 정신건강전문가, 주민대표, 의원 등 수십 명이 모여 온종일 자살을 막을 방법은 없었는지 돌아보고 주 정책에 반영한다”며 “민관이 적극 나서 빈틈을 메우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번개탄·농약은 ‘자살위해물건’… 온라인 유포 금지

    자살을 부추길 목적으로 번개탄이나 농약 관련 정보를 온라인에 퍼뜨리다가 적발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보건복지부는 ‘일산화탄소 독성효과를 유발하는 물질’과 ‘제초제, 살충·살진균제의 독성효과를 유발하는 물질’을 자살위해물건으로 지정하는 고시를 제정하고 입법 예고했다고 19일 밝혔다. 번개탄, 연탄, 농약, 제초제, 살충제, 진균제 등 독성이 있는 물건은 많지만, 고시에 물건명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자살위해물건을 구체적으로 정하면 되레 자살 방법이나 수단을 홍보하는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있어서다. 2011년 번개탄을 이용한 가스 중독 자살은 전체 자살 수단 가운데 7.9% 정도였지만, 2013년 12.6%로 급증해 목맴, 추락에 이은 3대 자살수단에 진입했다. 2012년까지 한국의 3대 자살 수단은 목맴, 뛰어내림, 살충제로 전체의 81.9%를 차지했었다. 정부는 자살위해물건 접근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1년 맹독성 농약 11개 제품에 대한 등록을 취소한 이후 실제로 음독자살이 줄었고, 2006년 지하철 역사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한 뒤론 투신 사고가 줄었다. 홍콩 정부는 번개탄을 진열하지 않고 점원이 직접 보관함에서 찾아 주도록 구매 방법을 변경해 번개탄 자살률을 크게 감소시켰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日 언론의 무분별한 한국 비방은 전체주의적 발상”

    “日 언론의 무분별한 한국 비방은 전체주의적 발상”

    日 젊은이들, 한국 비난 무비판적 찬동 세계적 파시즘 움직임… 주의 기울여야 효율성 기반한 AI의 발전 부메랑 우려 고난 겪는 한국 젊은이들 자책 말아야“일본 일부 언론의 비열한 한국 비방 기사가 불쾌함을 낳아 매우 안타깝습니다.” 20년 전 ‘나무늘보 친구들’이란 단체를 만들어 친환경적인 삶을 사는 ‘슬로 라이프’ 운동을 시작한 쓰지 신이치(67) 일본 메이지가쿠인대학 교수는 최근의 한일 양국 관계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서울연구원에서 ‘행복의 경제학’으로 강연을 한 세계적 환경운동가 쓰지 교수를 지난 1일 서울신문이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부친이 황해도 출신이지만 쓰지 교수는 한국어를 하지 못한다. 그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반민주주의적이고 파시즘적 경향이 일어나고 있는데 지금 일본이 한국을 대하는 것도 이러한 영향의 일부”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이 한국을 비난하는데 젊은이들이 무비판적으로 찬동하는 점은 실망스럽다며 우려를 보였다. 이어 “일본 정부의 전체주의화에 한국 국민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슬로 라이프’는 영어에 없는 단어를 쓰지 교수가 직접 만든 것으로 평화롭고 친환경적인 삶을 가리킨다. 환경파괴를 낳는 무조건적 경제성장이 아니라 행복의 경제학을 생각한다는 의미다. 쓰지 교수는 “지난 20년간 사회는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속도로 열악해졌다”며 “기후온난화만 보더라도 우리가 한 운동이 효과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지금 상황에서 무력감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자살률 세계 1위, 출산율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 사회의 젊은이들에게 현재의 고난은 개인 문제가 아니므로 스스로를 자책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높은 자살률과 낮은 출산율이란 위기를 거꾸로 생각하면 삶을 근본부터 생각할 수 있는 계기”라며 “인류 역사상 최초로 생긴 문제에 한국 젊은이들이 부딪히고 있다”고 했다. 한국 젊은이들이 처한 상황은 현재 환경문제와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인데 이는 경제 성장이란 환상에 인류가 갇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원래 경제는 사회의 일부였는데 현재는 사회가 경제의 일부로 여겨지는 역현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경제는 멈출 수 없는 브레이크가 됐고, 한국 사회가 열광 중인 인공지능(AI)이나 4차 산업혁명도 효율성이란 위험한 단어에 기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쓰지 교수는 한국 사회뿐 아니라 인류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진단했다. AI와 유전자 조작을 찬양하며 자연을 정복하고자 하는 노력은 결국 인간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정치는 모든 것을 수치화하려 하는데 정책을 결정할 때는 사랑을 가장 중심에 둬야 의미 있는 방향으로 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 사진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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