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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18대 대통령 취임-취임사 전문]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 씻어내고 신뢰의 자본 쌓겠다”

    [박근혜 18대 대통령 취임-취임사 전문]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 씻어내고 신뢰의 자본 쌓겠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00만 해외동포 여러분! 저는 오늘 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에게 이런 막중한 시대적 소명을 맡겨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리며,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이명박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그리고 세계 각국의 경축 사절과 내외 귀빈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의 뜻에 부응하여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이뤄낼 것입니다. 부강하고, 국민 모두가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오늘의 대한민국은 국민의 노력과 피와 땀으로 이룩된 것입니다. 하면 된다는 국민들의 강한 의지와 저력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위대한 성취의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우리의 역사는 독일의 광산에서, 열사의 중동 사막에서, 밤새 불이 꺼지지 않은 공장과 연구실에서, 그리고 영하 수십도의 최전방 전선에서 가족과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위대한 우리 국민들이 계셔서 가능했습니다. 저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신 모든 우리 국민들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 온 우리 앞에 지금 글로벌 경제 위기와 북한의 핵무장 위협과 같은 안보 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자본주의 역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번 도전은 과거와는 달리 우리가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만 극복해 나갈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을 믿습니다. 역동적인 우리 국민의 강인함과 저력을 믿습니다. 이제 자랑스러운 우리 국민 여러분과 함께 희망의 새 시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고자 합니다. 국민 개개인의 행복의 크기가 국력의 크기가 되고, 그 국력을 모든 국민이 함께 향유하는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이 선순환하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새 정부는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그리고 ‘문화융성’을 통해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열어갈 것입니다. 첫째, 경제부흥을 이루기 위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추진해 가겠습니다. 세계적으로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산업이 융합하고, 문화와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 간의 벽을 허문 경계선에 창조의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기존의 시장을 단순히 확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융합의 터전 위에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창조경제의 중심에는 제가 핵심적인 가치를 두고 있는 과학기술과 IT산업이 있습니다. 저는 우리 과학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학기술들을 전 분야에 적용해 창조경제를 구현하겠습니다. 새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는 이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창조경제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입니다. 창조경제는 사람이 핵심입니다. 이제 한 사람의 개인이 국가의 가치를 높이고, 경제를 살려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수많은 우리 인재들이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겠습니다. 또한 국내의 인재들을 창의와 열정이 가득한 융합형 인재로 키워 미래 한국의 주축으로 삼겠습니다.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공정한 시장질서가 확립되어야만 국민 모두가 희망을 갖고 땀 흘려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일어설 수 있도록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펼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경제의 중요한 목표입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을 좌절하게 하는 각종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서, 어느 분야에서 어떤 일에 종사하든지 간에 모두가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그런 경제 주체들이 하나가 되고 다 함께 힘을 모을 때 국민이 행복해지고 국가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저는 그 토대 위에 경제부흥을 이루고, 국민이 행복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국가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국민의 삶이 불안하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노후가 불안하지 않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진정한 축복이 될 때 국민행복시대는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어떤 국민도 기초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국민맞춤형의 새로운 복지패러다임으로 국민들이 근심 없이 각자의 일에 즐겁게 종사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저는 개인의 꿈을 이루고 희망의 새 시대를 여는 일은 교육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을 통해 개인의 잠재된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국민 개개인의 능력을 주춧돌로 삼아 국가가 발전하게 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고 했습니다. 배움을 즐길 수 있고, 일을 사랑할 수 있는 국민이 많아질 때, 진정한 국민행복 시대를 열 수 있습니다. 어느 나라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사람입니다. 개인의 능력이 사장되고, 창의성이 상실되는 천편일률적인 경쟁에만 매달려 있으면 우리의 미래도 얼어붙을 것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모든 학생들의 잠재력을 찾아내는 일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앞으로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능력을 찾아내서 자신만의 소중한 꿈을 이루어가고, 그것으로 평가받는 교육시스템을 만들어서 사회에 나와서도 훌륭한 인재가 되도록 할 것입니다. 학벌과 스펙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사회에서는 개인의 꿈과 끼가 클 수 없고, 희망도 자랄 수 없습니다. 개개인의 꿈과 끼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를 학벌위주에서 능력위주로 바꿔 가겠습니다. 또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민 행복의 필수적인 요건입니다.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도, 여성이나 장애인 또는 그 누구라도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정부 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 힘이 아닌 공정한 법이 실현되는 사회, 사회적 약자에게 법이 정의로운 방패가 되어 주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1세기는 문화가 국력인 시대입니다. 국민 개개인의 상상력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입니다. 지금 한류 문화가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기쁨과 행복을 주고 있고, 국민들에게 큰 자긍심이 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대한민국의 5000년 유·무형의 찬란한 문화유산과 정신문화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새 정부에서는 우리 정신문화의 가치를 높이고, 사회 곳곳에 문화의 가치가 스며들게 하여 국민 모두가 문화가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문화의 가치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지역과 세대와 계층 간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생활 속의 문화, 문화가 있는 복지, 문화로 더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문화와 첨단기술이 융합된 콘텐츠산업 육성을 통해 창조경제를 견인하고, 새 일자리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인종과 언어, 이념과 관습을 넘어 세계가 하나 되는 문화, 인류평화발전에 기여하고 기쁨을 나누는 문화, 새 시대의 삶을 바꾸는 ‘문화융성’의 시대를 국민 여러분과 함께 열어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국민행복은 국민이 편안하고 안전할 때 꽃 피울 수 있습니다. 저는 국민의 생명과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은 민족의 생존과 미래에 대한 도전이며, 그 최대 피해자는 바로 북한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은 하루빨리 핵을 내려놓고, 평화와 공동발전의 길로 나오기 바랍니다. 더 이상 핵과 미사일 개발에 아까운 자원을 소모하면서 전 세계에 등을 돌리며 고립을 자초하지 말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함께 발전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현재 우리가 처한 안보 상황이 너무도 엄중하지만 여기에만 머물 수는 없습니다. 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로 한민족 모두가 보다 풍요롭고 자유롭게 생활하며,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을 만들고자 합니다. 확실한 억지력을 바탕으로 남북 간에 신뢰를 쌓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습니다. 서로 대화하고 약속을 지킬 때 신뢰는 쌓일 수 있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규범을 준수하고 올바른 선택을 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진전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가 꿈꾸는 국민행복시대는 동시에 한반도 행복시대를 열고, 지구촌 행복시대를 여는 데 기여하는 시대입니다. 앞으로 아시아에서 긴장과 갈등을 완화하고 평화와 협력이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및 아시아, 대양주 국가 등 역내 국가들과 더욱 돈독히 신뢰를 쌓을 것입니다. 나아가 세계 이웃들의 아픔을 함께 고민하고, 지구촌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의 임무를 시작합니다. 이 막중한 임무를 부여해 주신 국민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반드시 열어나갈 것입니다. 나라의 국정 책임은 대통령이 지고, 나라의 운명은 국민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나가는 새로운 길에 국민 여러분이 힘을 주시고 활력을 불어넣어 주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지금, 국가와 국민이 동반의 길을 함께 걷고,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이 선순환의 구조를 이루는 새로운 시대의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우리가 그 길을 성공적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이 서로를 믿고 신뢰하면서 동반자의 길을 걸어가야만 합니다, 저는 깨끗하고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를 반드시 만들어서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얻겠습니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씻어내고 신뢰의 자본을 쌓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뿐만 아니라 공동의 이익을 위해 같이 힘을 모아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시절 우리는 콩 한 쪽도 나눠 먹고 살았습니다. 우리 조상은 늦가을에 감을 따면서 까치밥으로 몇 개의 감을 남겨 두는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계와 품앗이라는 공동과 공유의 삶을 살아온 민족입니다. 그 정신을 다시 한 번 되살려서 책임과 배려가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 간다면, 우리 모두가 꿈꾸는 국민 행복의 새 시대를 반드시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방향을 잃은 자본주의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며, 세계가 맞닥뜨린 불확실성의 미래를 해결하는 모범적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저와 정부를 믿고, 새로운 미래로 나가는 길에 동참하여 주십시오. 우리 국민 모두가 또 한 번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는 기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합쳐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만들어 갑시다. 감사합니다.
  • 점점 벌어지는 대한민국 빈부 격차

    점점 벌어지는 대한민국 빈부 격차

    지난해 빈부 격차가 9년 전보다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꼭짓점을 찍었던 소득 양극화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모습이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소득은 135만 2000원, 상위 20%인 5분위 월소득은 774만 7000원이다. 전국 단위 가계소득 조사가 처음 실시된 2003년과 비교하면, 1분위 월소득은 92만 7000원에서 42만 5000원(46%) 늘었다. 반면 5분위는 491만 7000원에서 283만원(58%) 증가했다. 5분위 소득을 1분위 소득으로 나눈 배율은 2003년 5.31배에서 2012년 5.73배로 확대됐다. 두 계층의 소득 격차는 2006년 5.86배, 2008년 6.15배까지 벌어졌다가 2009년(6.03배)부터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 하지만 벌어진 속도에 비해 좁혀지는 속도는 더뎌 여전히 ‘빈익빈 부익부’가 심각한 양상이다. 빈곤층일수록 가구주 연령이 높았다. 1분위는 평균 57.6세인 데 반해 5분위는 48.0세로 열 살 가까이 차이 난다. 최근 또 하나의 사회 문제로 떠오른 ‘실버 푸어’(노인 빈곤층)가 통계적으로도 확인된 셈이다. 소비 위축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4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소비지출은 월평균 241만 2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소비지출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1.0%에 이어 분기 연속 1%대에 머물렀다. 통계청은 “자산가치 하락과 빚 부담, 미래 불확실성 등으로 못 쓰고 덜 쓰는 경향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中 면피용 빈부격차 해소안”

    중국이 국민들의 최대 불만인 빈부격차를 해소하겠다며 6일 소득분배개혁안을 발표했다. 개혁안 도출까지 무려 9년이나 걸렸다. 하지만 원론적인 선언 외에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아 벌써부터 ‘면피용’ 이라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국무원이 이날 비준한 ‘수입(소득)분배제도 개혁 심화에 관한 약간의 의견’에 따르면 당국은 오는 2020년까지 주민소득을 2010년 수준의 배로 확대하고,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근로소득의 비중을 높이는 한편 사회보장성 재정지출을 늘리기로 했다. 또 부동산 보유세 부과 시범지역을 확대하고, 양도세 등을 차등화해 고가주택을 매매할 때 더 많은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장기적으로 상속세 도입도 검토키로 했다. 특히 과도하게 많은 임금을 지급하는 국유기업에 대해서는 임금 상한선을 설정하고, 고위간부의 임금인상률을 직원 평균 이하로 낮추도록 했다. 이번 개혁안에 대해 베이징이공대 경제학과 후싱더우(胡星斗)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정부가 공평한 소득분배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용이 모호해 실질적인 의미는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국가자산을 독점하는 국유기업 개혁 방안이 빠져 있는 데다, 지하경제나 음성·불법소득 해소에 대한 강력한 의지도 담겨 있지 않아 변죽만 울렸다는 것이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9억 넘는 순자산에 1% 과세땐 세수 7조

    9억 넘는 순자산에 1% 과세땐 세수 7조

    매년 7조 3000억원. 한 국책연구기관이 9억원이 넘는 순자산(자산-부채)에 대해 평균 1%의 부유세를 매기면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세수다. 대신 종합부동산세는 폐지하자고 제안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복지공약 세원은 연간 27조원이다. 노영훈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일 ‘부유세와 종부세:보유세의 조세정책적 의미’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국내에서 처음 부유세 도입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통계청의 ‘2011년 가계금융자산조사 미시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했다. 노 위원은 “부유세를 도입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세를 보완할 수 있다”면서 “동시에 빈부격차와 소득불평등 문제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총 조세수입 대비 개인소득세 비율은 2008년 기준 15.0%로 미국(41.9%), 일본(32.6%), 프랑스(17.4%)보다 크게 낮다. 그는 또 “부유세 도입은 상장주식 양도차익과세나 부동산 임대소득 과세 정상화 등에도 필요하다”면서 “특히 2008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정부가 개선방향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는 주택분 종합부동산세를 개편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유세가 종부세와 가장 다른 점은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제한 순자산에 대한 과세라는 점이다. 노 위원은 순자산 9억원 초과 15억원 이하에 0.75%, 15억원 초과 30억원 이하에 1%, 30억원 초과에 1.5%의 세율을 과세하는 방안을 내놨다.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9억원 초과분에 대해 종부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준을 9억원으로 잡았다. 이 경우 해당 가구는 91만 8328가구이며 여기서 나오는 세수는 7조 3567억원이다. 금융자산까지 더해져 종부세보다 과세대상이 많아지면서 세수도 늘었다. 2011년 기준 종부세 과세대상은 20여만명, 세수는 2조 4000억여원이다. 모든 자산의 합이다 보니 자산이 많은데도 주택보유세 부담은 되레 낮은 문제점도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분 종부세 과세 대상 중 소득 5분위(상위 20%)의 주택보유세 실효세율은 0.32%로 다른 소득 분위(0.39~0.40%)보다 낮았다. 반면 9억원 초과 순자산에 대해 부유세를 부과하면 5분위의 주택보유 실효세율은 0.34%로 1~2분위(각 0.24%)보다 높았다. 9억원 초과분에 대해 과세하면서 자가거주주택인 경우 시가의 30%를 빼주는 방안, 이에 더해 소득 대비 세 부담 상한을 50%로 하는 경우도 있다. 각각의 경우도 세수가 5조~6조원가량 예상된다. 특히 소득을 고려했을 때의 소득분위별 주택보유 실효세율은 1분위(0.11%), 2분위(0.19%), 3~5분위(0.33%)로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 위원은 “부유세는 단순히 부자를 못 살게 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득과 재산이 많은 사람이 좀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과세 원칙을 세우는 일”이라면서 “집은 있지만 빚도 많은 사람에게 큰 세 부담을 안겨 주는 등 문제가 많은 종부세를 대신하면 부동산 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고 말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커버스토리] 증세, 결국은 부가세 vs 부유세

    [커버스토리] 증세, 결국은 부가세 vs 부유세

    대다수의 사람에게 세금을 더 걷을 것인가, 부자 등 특정 계층에게만 세금을 더 걷을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35조원 규모의 복지 공약을 내걸면서 증세는 우리 사회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워낙 파장이 큰 사안이라 정치권도 쉽사리 공론화시키지 못하고 있지만 학자들 사이에서는 증세 불가피성을 얘기하는 목소리가 크다. 논쟁은 부가가치세율 인상 등 보편적 증세와, 부유세 신설 등 부자 증세로 나뉜다. 25일 각 진영의 대표주자에게서 논리를 들어보았다. ■‘부가세 인상론자’ 강봉균 건전재정포럼 대표 “부가세 2%P 올리면 세수 15조↑ 국민 공감대 마련 보편적 증세를”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봉균 건전재정포럼 대표는 국내의 대표적인 보편적 증세론자이다. 여러 세미나 등을 통해 부가가치세율 인상 등 지속 가능한 보편적 증세를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부가세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붙기 때문에 세율이 올라가면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획일적으로 부담이 늘어난다. 강 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부가세율이 18.5%”라며 “우리나라만큼 낮은 부가세율(10%)을 적용하는 선진국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부가세율을 2% 포인트만 올려도 연간 세수가 15조원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그가 부가세 인상을 주장하는 배경에는 잠재성장률(물가 상승 등의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고 도달할 수 있는 성장 최고치)에 못 미치는 저성장 기조에 따라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는 우리나라 현실이 깔려 있다. 강 대표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를 밑돌면 연간 15조원의 적자 국채 발행 요인이 발생한다”면서 “여기에 새 정부의 공약 이행을 위해 10조원의 적자 국채가 추가로 발행되면 총 규모가 25조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보편적 증세 없이는 순식간에 재정 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부가세를 높이면 물가가 올라간다’는 일부의 우려에 대해서도 “이론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강 대표는 “일본도 5%인 부가세율을 2015년에 10%로 인상하기로 결정했고, 장기 경기 침체 우려 때문에 물가상승률을 0% 수준에서 2%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면서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부가세율을 인상한다고 기업이 쉽사리 물건값을 올리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강 대표는 “새 정부가 증세 없이 조세부담률을 2% 포인트 가까이 높이려면 세무조사를 강화하는 등의 무리수가 나올 수 있다”면서 “그렇다고 (충분한 국민적 합의 없이) 보편적 증세를 성급하게 밀어붙이면 극심한 조세 저항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재원 대책으로는 복지공약 실천에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한 만큼 고부담 고복지로 갈 것인지, 아니면 저부담 저복지를 선택할 것인지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 대표는 “적자 국채를 어느 정도 발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국회 차원의 논의가 이뤄진 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증세밖에 도리가 없다’는 당선인 측의 솔직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올해 예산은 이명박 정부가 짰으니 내년 예산 편성 때 자연스럽게 복지 공약 이행에 대한 논의가 재정부와 국회 등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면서 “여러 전제들이 충족된 조건 하에서 내년부터 부가세율 인상 등 보편적 증세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부유세 신설론자’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 “부자·대기업이 세금 더 내야 부유세, 지하경제 양성화 도움” “그동안 많은 혜택을 누려온 부자들이 세금을 좀 더 내도록 하는 것이 새 정부가 사회를 통합해 나가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복지 공약 재원 135조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부유세는 도입돼야 한다”며 부자 증세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소득 상하위 20%간의 자산 격차는 2006년 4.5배에서 2011년 5.7배로 해마다 벌어지고 있다. 이런 부(富)의 극심한 양극화에 복지 확대 요구까지 커지면서 2000년대 들어 선거 때마다 ‘부유세 신설’이 여론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는 김무성 새누리당 전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부유세 신설 필요성을 거론했다가 하루 만에 부랴부랴 거둬들이기도 했다. 부유세는 개인이나 가구의 순자산(부채를 뺀 자산) 초과분에 대해 일정 세율로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부의 재분배 기능이 크다. 과세 대상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통상 순자산 10억원 이상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 10일 발표한 ‘2011년 세계노동보고서’에 따르면 자산규모 상위 10%의 우리나라 부자들에게 3% 세율의 부유세를 매길 경우 연간 64조원의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 유 교수는 “앞으로 더 많은 국민에게 좀 더 투명한 과세 부담을 지우려면 부자나 대기업들이 지금 더 부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부유세를 도입하면 박 당선인이 약속한 지하경제 투명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영국 시민단체인 조세정의네트워크는 1970년부터 40년간 한국에서 해외 조세피난처로 이전된 자산이 7790억 달러(약 833조원)라고 주장했다. 중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라는 것이다. 실제 관세청에 적발된 해외 자산도피 규모는 2007년 166억원에서 2010년 1528억원으로 3년새 9배 이상 급증했다. 유 교수는 “부유세가 도입되면 국세청 등 세정당국이 좀 더 정밀한 세정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독주택이나 상업용 수익건물의 부속토지는 가격이 실제보다 낮게 책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가의 미술품이나 골동품은 시가 파악이 어렵다는 점 등도 부자 증세를 실행하기 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다. 부유세를 도입하면 부의 해외 이전 내지 자산 도피를 부추길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유 교수는 “운전자들이 신호 규정을 잘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신호등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내국인의 해외 부동산 및 금융자산 소유 현황과 분기별 외환송금정보, 환치기(외국에서 빌려쓴 외화를 국내에서 한화로 갚는 것) 사례 등을 좀 더 면밀히 감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한국인 은퇴준비 50대가 가장 부족

    ‘한국 국민 중 50대의 은퇴 준비가 가장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자산운용업체인 피델리티자산운용은 1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대 노년·은퇴설계지원센터와 함께 연구한 ‘2012년 피델리티 은퇴준비지수’를 발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50대의 은퇴소득대체율은 39%지만 목표소득대체율은 59%로 20% 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은퇴소득대체율은 은퇴 후 실제 예상되는 소득이 은퇴 직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목표소득대체율은 은퇴 후 희망 생활비가 은퇴 직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두 대체율의 차이가 클수록 은퇴 이후 희망하는 생활수준과 실제 은퇴준비 수준 간 괴리가 크다는 의미이다. 20대는 차이가 14% 포인트로 50대 뒤를 이어 낮은 은퇴준비도를 보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로 인한 청년 실업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은퇴준비가 가장 잘돼 있는 연령계층은 30대였다. 30대의 은퇴준비 격차는 11% 포인트로 전체 연령계층 중 가장 낮았다. 직업별로 살펴보면 사무직의 은퇴준비격차(8% 포인트)가 가장 낮아 다른 직군보다 은퇴준비 정도가 양호했다. 판매직(27% 포인트)이 은퇴 준비에 가장 취약한 직군으로 조사됐다. 국민 전체로 보면 이 격차는 2년 전보다 다소 줄어들었다. 2010년에는 목표소득대체율이 62%였으나 이번에는 61%로 줄어들었다. 반면 은퇴소득대체율은 2010년 42%보다 1% 포인트 올랐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원·달러 - 원·엔 동시하락 ‘공포의 환시장’

    원·달러 - 원·엔 동시하락 ‘공포의 환시장’

    11일 오전 9시 서울 외환시장 개장과 동시에 달러당 1060원선이 무너지자 외환딜러들은 “올 것이 왔다”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서였다. 이날 원·엔 환율도 2년 6개월 만에 100엔당 1200원선이 붕괴됐다. 원화 가치가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에 대해 동시에 초강세를 보인 것이다. 원화 강세는 수입물가 안정에 도움을 주지만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소리 없는 전쟁터’로 불리는 외환시장의 공포감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이날 원화 환율이 하락한 것은 미국·일본의 양적완화라는 대외 요인과 한국은행의 금리 동결이라는 대내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다. 전날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기준금리를 0.75%로 7개월째 동결하면서 추가 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에 따라 유로화는 상승했고,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달러는 하락했다. 전날 나온 중국 경제지표도 한몫했다. 11월 중국 수출 증가율은 2.9%였던 데 반해 12월 수치는 14%로 올라갔다.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예상과 달리 중국 수출 실적이 높게 나오자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와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아시아 신흥국으로 자금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유동성 확대 정책은 엔화 약세를 유도했다. “엔·달러 환율을 세 자릿수로 올려 놓겠다”고 공언한 아베 총리는 20조엔(약 240조원)이 넘는 경기부양책을 승인했다. 현재 엔·달러 환율은 88.9엔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엔화를 빌려 제3국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에 대한 기대감과 한은의 금리 동결로 (차익을 노린) 유동성이 유입돼 원화가 더 강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수출 기업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수출 주력업종인 1차 금속제품, 컴퓨터·영상음향·통신장비제품 등의 수익 악화로 인한 타격이 특히 클 것으로 보인다. 이제 관심사는 원·달러 환율 1000원선 붕괴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외환당국이 개입할 경우 달러당 1040~1050원선은 유지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외환당국이 곧 추가 규제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영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정부가 환율을 반등시키기보다는 하락 속도를 조절하는 선에서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공업체들의 환전 물량 등이 (원화가 초강세를 보였던) 2007년의 3분의1 정도 수준이어서 (환율이) 더 떨어지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고덕기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축소되고 있어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확대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반면 조재성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는 분위기여서 하반기에 1000원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2)교육이 만드는 코리아 카스트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2)교육이 만드는 코리아 카스트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 중 강남구에서 수학능력시험 상위권인 1, 2등급을 받은 학생의 비율이 나머지 지역보다 최대 8.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북 학군 간 학력의 차이가 확인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면서 “저소득층 가정에 대한 교육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9일 서울신문이 교육정보업체 이투스청솔과 함께 서울 지역의 2012학년도 수능 성적을 분석한 결과 강남구의 경우 외국어영역에서 1, 2등급을 받은 학생 비율이 전체의 29.3%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초구가 두 번째인 24.2%로 높았고 양천구가 18.3%로 뒤를 이었다. 반면 금천구는 3.4%의 학생만이 외국어영역에서 1, 2등급을 받아 그 비율이 서울에서 가장 낮았다. 강남구와는 무려 8.6배 차이가 났다. 중랑구도 5.4%만 1, 2등급을 받았다. 서울 지역 전체 학생 중 외국어영역에서 1, 2등급을 받은 학생은 13.9%였다. 서울 평균보다 높은 곳은 강남, 서초, 양천, 노원, 송파 등 5곳이다. 수리영역도 마찬가지였다. 강남구는 26.8%가 1, 2등급을 받았고 서초구 22.8%, 양천구 17.4%로 외국어영역과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반면 금천구와 성동구는 각각 3.9%와 6.7%만 1, 2등급을 받았다. 언어영역에서도 강남구(23%)가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고 금천구(5%)가 가장 낮았다. 평균 성적에 있어서도 강남구는 외국어영역에서 3.7등급을 받은 반면 금천구는 5.85등급으로 2등급 이상 낮았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강남, 서초, 양천 등 수능 성적이 좋은 곳이 역시 잘사는 동네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노원구는 잘사는 지역은 아니지만 중계동 은행사거리를 중심으로 교육열이 높은 화이트칼라 중산층과 사설 학원가가 밀집돼 있어 성적이 우수했다”고 설명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표상으로는 지역적 교육 격차인 것 같지만 실상을 보면 부모의 경제력 차이가 자녀 성적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면서 “특히 화이트칼라 계층 부모들은 교육에 대한 투자가 나중에 자녀들에게 어떤 경제적 차이를 발생시키는가를 몸소 체험한 만큼 교육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그 결과 사교육의 혜택을 받은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해 좋은 직장에서 더 많은 수입을 얻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3.3㎡당 아파트 가격과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소유자의 주거 현황 및 수능 성적은 정비례한다. 지난 주말을 기준으로 강남구의 3.3㎡당 아파트 평균가는 2900만원으로 가장 높은 반면 금천구는 988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또 10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가진 부자의 수도 강남구가 1만 800명으로 가장 많았고 금천구는 500명으로 가장 적었다. 강남구는 1000명당 1.9명이 10억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반면 금천구는 0.2명에 그쳤다. 강남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193만원으로 서울 지역 평균인 42만원의 4.59배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관계자는 “통계야 4~5배 차이지만 실제로 고등학교 때 쓰는 돈은 10배 이상 차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런 차이는 대학 진학률로 나타난다. 2011학년도 자치구별 서울대 진학률을 살펴보면 강남구는 1만명당 173명이 서울대에 들어갔고 서초구는 150명이 진학했다. 하지만 금천구와 구로구는 1만명당 18명에 그쳤다. 김영철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교육 양극화가 심화되면 교육을 통한 사회 계층 이동이 어려워지고 결국 사회에 대한 불만이 늘어나 통합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면서 “새 정부는 교육을 통한 사회 계층 이동이 가능하도록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 지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정부, 3년만에 외환시장 개입 ‘구두경고’

    정부, 3년만에 외환시장 개입 ‘구두경고’

    미국과 일본이 경쟁적으로 돈을 풀면서 금융·외환시장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자 외환 당국이 3년 만에 공개적인 구두개입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달러당 1000원선이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끈다. 기획재정부는 8일 펴낸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월호에서 “투자 부진과 환율 변동 확대 등 국내 경제의 불안요인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대내외 경제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금융·외환시장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재정부가 그린북에서 금융·외환시장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9년 2월 이후 처음이다. 환율 변동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도 2010년 10월 이후 첫 사례다. 김정관 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최근 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이 외환시장의 주요 매수세력과 역외세력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고 한 내용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렇듯 그린북을 통해 일종의 구두개입에 나선 것은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와 일본 아베 정권의 통화완화정책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환율 변동폭 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말 달러당 1082.90원에서 이날 1063.00원으로 20원 가까이 떨어졌다. 당국의 구두 경고에 시장은 움찔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0.7원 떨어졌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원·달러 환율이 1000원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덕기 선임연구원 등은 이날 낸 ‘최근 외환시장의 3대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단기간에 원·달러 환율이 세 자릿수로 급락할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 고 연구원은 “외환시장이 2005~2007년처럼 달러화와 엔화가 동시에 약세를 보이는데 원화만 강세를 띠는 특수한 상황”이라면서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약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 이유로 최근 안전자산(달러) 선호현상이 여전히 2005~2007년의 위험자산 선호현상 수준에 못 미친다는 점을 들었다. 아직 안전자산 수요가 크기 때문에 당시와 같은 달러 약세는 나타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엔화 약세에 대해서도 “과거 장기간 엔화 약세를 불러온 ‘엔 캐리 트레이드’가 지금은 미국-일본의 금리격차 축소로 확대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어 “새 정부가 외환건전성 부담금 요율 인상 등 추가 조치를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외환 당국의 인센티브 조치 등에도 불구하고 거주자 외화예금은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360억 3000만 달러다. 전월보다 23억 5000만 달러 줄었다. 김기훈 한은 자금이동분석팀 차장은 “자금 유출이 월말에 집중된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최근의 환율 하락과는 연관성이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4대 은행 PB가 말하는 재테크, 궁금해요?

    4대 은행 PB가 말하는 재테크, 궁금해요?

    올해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바뀐다는 소식에 시중은행 프라이빗 뱅킹(PB)센터는 눈 코 뜰새 없이 바쁘다. 금융자산이 많은 사람은 많은 대로,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한 푼이라도 더 불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요즘이다. 우리·국민·신한·하나은행의 대표 PB들에게 올 한 해 돈 굴리는 방법에 대해 물어봤다. PB들은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고, 각종 비과세 및 세금우대 상품을 활용하는 등 세제혜택을 노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혜숙 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미국의 재정절벽(급격한 재정지출 감소) 문제가 해결된 데다 미국·일본·중국 등이 경쟁적으로 돈을 풀고 있어 상대적으로 싼 자산으로 돈(글로벌 유동성)이 몰릴 것”이라면서 “신흥국 주식·채권 등 위험자산에 눈 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워낙 시중금리가 낮아 예·적금에만 돈을 묶어 두면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위험자산에도 분산투자하라는 조언이다. 올해 재테크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세(稅)테크다. 워낙 시중금리가 낮아 상품별 수익성 격차가 크지 않은 반면, 세금은 과세 여부에 따라 최종 수익률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세금을 덜 내거나 안 내는 것이 바로 돈 버는 지름길이다. 김웅태 우리은행 투체어스 대치중앙센터 팀장은 “비과세 상품은 재테크의 필수”라면서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비과세 재형저축 상품에 우선적으로 가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형저축은 총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자나 소득 3500만원 이하 사업자라면 가입할 수 있다. 분기별로 300만원까지 넣을 수 있고, 7년만 유지하면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유망 투자 부문으로는 주가연계증권(ELS), 브라질 채권, 하이일드 채권(신용등급이 낮은 회사 채권)이 꼽혔다. ELS는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주가가 정해진 수준 이하로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 손해 없이 비교적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어 대부분의 PB들이 공통으로 추천했다. 김웅태 팀장은 “올해는 글로벌 증시의 흐름을 크게 바꿀 만한 추가 호재가 없고 일정한 구간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ELS는 일정 부분 원금이 보전되면서 조건 달성에 따라 연 7~15%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채권은 비과세 혜택이 있고, 국내 채권에 비해 고수익(연 9%)을 기대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다만 거액을 거치식으로 투자해야 하는 것이 단점이다. 김영호 하나은행 영업1부 골드클럽 부장은 “브라질돈(헤알화)과 원화 환율이 최저점에 있어 추가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일드 채권은 고위험·고수익 상품이다. 브라질 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적립식 투자가 가능하다. 김승희 신한은행 PWM 도곡센터 팀장은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는 데다 경기 침체에 따른 투자 축소로 인해 현금성 자산이 늘어나고 부채가 감소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수익률(연 20%)보다 기대치를 낮춘다면 한 자릿수 후반대의 고수익이 가능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물가연동국채도 여전히 추천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물가연동국채는 채권 액면에 대해 정부가 원금을 보장한다. 2014년까지 사들이면 물가상승분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김승희 팀장은 “대선 이후 공공요금이 줄줄이 오르고 있고 생활물가도 오르고 있어 (물가연동국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주가지수 연동 정기예금(ELD)이나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정(CMA) 등 현금성 자산에도 분산투자하라는 조언이 많았다. 예금상품에 자산의 30~40%를 묶어두고, 그 수익으로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면 초저금리 시대에 안정적인 보너스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돈 풀어 경기부양 그만… 경제체력 더 약화”

    “돈 풀어 경기부양 그만… 경제체력 더 약화”

    “버핏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 건설부(현 국토해양부)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 등을 지낸 박승(77)씨를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만났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경제 원로의 조언을 듣기 위해서였다. 박 전 총재는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최근의 증세 논란부터 질타했다. 부자와 대기업이 워런 버핏 미국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정신을 적극 본받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앞으로 집값이 10%가량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지금의 저성장·고실업 상황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할 게 아니라 경제 체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곁들였다. 박 전 총재는 “버핏 회장이 ‘나를 부자로 만든 것은 바로 사회다. 따라서 나는 세금을 더 내야 하고 내 자산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정신을 우리나라 대기업과 부유층도 되새김해야 한다”고 주문한 뒤 자신도 사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다시 한번 공언했다. 박 전 총재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소득 재분배 기능이 가장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담세율(국내총생산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20%다. 선진국은 26% 수준이다. 각종 보험이나 연금 부담을 포함한 공적부담률도 26%로 역시 선진국 수준(45%)을 밑돈다. 그는 “앞으로 저성장·고실업에 양극화가 결합돼 나타나는 것이 문제”라며 “양극화와 빈부 격차로 인한 민생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박근혜 정부가 신경 써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해결책은 대기업을 크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에 집중돼 있는 소득을 전체 국민에게 순환되도록 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무엇보다 “800만명에 이르는 절대 빈곤층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새 정부가 과감한 소득 재분배 정책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총재는 구체적으로 “담세율을 당장 23% 수준으로 올려 적어도 연간 30조~40조원의 추가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증세 대상은 대기업과 고소득층이다. “자유개방경쟁의 시장질서, 자유무역, 환율, 조세·산업정책 등 국가 시책 면에서 특혜적 혜택을 누려왔고 또 누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전 총재는 지금의 경기 부진을 ‘일본형 불황’이라고 평가했다. 돈을 풀어도 투자가 늘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경기부양책에 부정적이다. 그는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면 효과는 적고 정부 부채 증가, 국제수지 악화 등 경제 체질만 약화시킬 것”이라며 반대했다. 대신 “정부 부채와 가계 부채 통제, 국제수지 안정, 내핍 체제 구축 등을 통해 경제 체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는 오래갈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는 늘지 않고 집값은 너무 비싸 수요가 줄고 있고 젊은 세대의 주택관이 바뀌고 있으며 잦은 직장 이동으로 전·월세 선호 심리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집값 하락은 구조적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박 전 총재는 “선진국은 최근 5년간 집값이 30%나 떨어졌다”면서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 집값은 아직 보합세인 만큼 10%쯤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는 국민들의 재산 형성 과정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박근혜 정부 대한민국의 과제] (1) 사회 대통합 어떻게

    [박근혜 정부 대한민국의 과제] (1) 사회 대통합 어떻게

    새 대통령을 맞는 대한민국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사회 대통합이다. 지난해 대선에서도 세대별, 지역별로 지지 후보가 나뉘면서 대한민국호의 분열이 더 심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회 대통합을 위해서는 사회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는 게 첫 번째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심화된 정치적 분열도 시급히 치유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기에 앞서 정확한 진단을 주문했다. 겉으로 드러난 갈등 구조만이 아니라 감춰진 구조적인 갈등 양상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31일 “우리 사회에는 노사 간 갈등, 지역 간 갈등, 세대 간 갈등 등 구조적인 차원과 정치권에 의해 강화된 차원의 갈등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노사 문제에 대해 “현재 이명박 정부는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문제 등 노동계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박근혜 정부 초기에는 그런 부분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복지 문제와 관련해서는 “세대 간 갈등은 복지 문제와 연결되는데 공공 부문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젊은 세대의 좌절감을 극복하도록 해야 하고 노인 빈곤층 문제에 대해서도 장기적으로 젊은 세대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세대 간 연대를 정치권이 이끌어야 한다”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신 교수는 “사회 대통합을 위해 노동 분야 대타협, 복지 분야 대타협을 이끌어내 이명박 정부와 정책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념 지향성이 달라 사회 통합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역대 정권들은 이념적인 지향이 서로 다른 경우 너무나 분명한 선 긋기를 해 왔다”면서 “새로 정권을 이어받은 수권 정당은 이념적인 차별을 담은 입장이 정책으로 연결되는 패턴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 교수는 또 “대선에 출마한 후보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과 선택의 과정에 지역주의가 아직도 영향을 주고 있는 부분이 걱정”이라면서 “정치적인 해법만이 아니라 문화, 경제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합을 위한 해법으로는 사회 경제적인 기반, 특히 지난해 정치권에서 가장 큰 화두가 됐던 경제민주화를 꼽았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갈등을 강화시켰던 교육 격차, 비정규직 소득 격차 등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국민 통합을 위한 기반, 즉 사회 경제적인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도 “경제민주화와 복지 국가가 사회 통합의 지름길”이라면서 “가장 고통받는 것이 중소기업, 중소상인이다. 특히 비정규직과 청년들, 빈민들에게 적절한 복지 정책과 일자리 정책을 제공하고 재벌에 대한 탐욕 규제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 팀장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말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면 이를 임기 초에 강력히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도 “정책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이른바 지역적으로 소외된 지역, 계층적으로는 약자, 중도서민, 기업 측면에선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이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도록 정책 비중을 둬야 한다”면서 “사회정책적으로 소외된 그룹들을 정책 중심에 놓고 국가에서 풀어야 될 문제가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두고 해결해야 우리 사회가 공정하고 균형 잡힌 경제 발전의 틀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가 단순히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시혜적 성격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김 교수는 “물질적 수혜보다 주요 경제정책 수립 과정 등에서 참여와 결정권을 주는 것이 경제민주화”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면서 돈을 얼마 주고 하는 것보다는 사회 경제적 약자들에게 중요한 경제정책 수립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는 노동자의 경영 참여라든지, 기업의 사회적 시민 참여 경영 같은 부분들이 만들어져야 경제민주화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도 “계층 간 격차 문제를 풀어야 한다”면서 “자산 소득이나 부동산, 그 밖의 재산을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 간의 격차가 커졌다. 수도권과 지역 간의 격차도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더 많은 노동자가 자살을 할까 우려스러운데 복지 효과는 시간이 걸린다. 돈이 풀리고 안정되려면 최소한 2~3년이 걸린다”면서 “이보다 우선 일자리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정리해고 등이 심각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신 교수는 “일자리를 늘리기 전에, 기존에 있는 일자리를 안정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현재 고용의 질이 낮아서 이를 높이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영논리에 기반을 뒀던 정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치가 통합을 위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분열을 만들어내는 폐해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동안은 여야가 자꾸 대립 쟁점을 만들어 서로 싸웠는데 이젠 합의의 쟁점을 만들어 가야 한다. ‘다 같이 잘살자’는 식의 경제민주화 같은 것이 합의의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현재 대표성이 기성정당 중심으로 돼 있다. 타협이나 협조를 불가능하게 하는 양대 정당 구도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회 대통합을 위해 박근혜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은 계층에 주목했다. 가 교수는 “박 당선인이 18대 대선에서 51.6%를 얻어 최다 득표를 했지만 한편으로는 48.0%라는 최다 반대표를 받았다”면서 “그분들을 껴안으려면 야당 지도부나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회동하는 등 야당을 잘 껴안아야 한다. 그게 통합의 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가 교수는 또 “역대 대통령들이 과거에는 당정협의도 통보하는 형태로 하는 등 국회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국회에 대한 존중감을 보여주는 것이 사회 통합을 위한 하나의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 통합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경제 양극화”라면서 “소외 계층이나 빈곤층을 포괄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합을 위해서는 특히 인사 탕평책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탕평인사를 위해서는 인사 관리 전문 기구의 부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백종섭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가장 크게 실수한 것은 탕평책을 펴지 못한 것”이라며 “박 당선인도 탕평책과 소통 문제, 전문가 활용, 이 3가지를 잘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인사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무현·김대중 정부의 인사 관리 기능을 이명박 정부가 없앴는데 그러다 보니 인사 기능이 약화되고 유명무실해졌다고 꼬집었다. 실제 이전 정부에서 독립기구였던 중앙인사관리위원회가 이명박 정부에서는 행정안전부로 편입되면서 인사의 독립성이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 교수는 “행안부에 안보·비상 기능까지 합쳐지면서 빈발하는 비상 상황에 장관이 신경을 쓰다 보니 자연히 인사 기능이 부실해졌고 인사 총괄은 현재 차관도 아니고 인사실장이 맡아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인사 관련 전문기구가 있어야 하는데 부는 너무 크고 처 단위로 미국의 인사처(OPM) 같은 조직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회 통합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창구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신 교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구, 채널 등을 제도화해서 국민 상황을 점검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뒤 예산 우선순위를 정하는 등 5년간의 로드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대선 이후 정국] (하) ‘위기의 진보’ 앞날은

    [대선 이후 정국] (하) ‘위기의 진보’ 앞날은

    진보진영의 참패로 끝난 18대 대선은 사회적 약자들의 불만이 곧바로 진보의 동력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줬다. 30대와 함께 진보적이라고 여겨졌던 20대는 실리적 투표 성향을 보였고 저소득층의 상당수에서는 보수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진보가 스스로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를 꾀하지 않고 2030세대의 표심과 소득별 계층의 표심에만 의존해서는 정권을 잡을 수 없음이 이번 대선을 통해 확인된 셈이다. ●스스로 혁신 못하면 도태 불가피 전문가들은 진보 스스로 혁신하지 않는 한 도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중들이 동의하지 않는 것을 설득시키려 하지 말고 전 세대의 선호를 반영한 실용정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당장 진보의 추상적 언어 부터 구체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잘살아보세’라는 구호가 1970년대 고도성장의 향수를 자극하는 슬로건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민주당에게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추상적 구호 보다 더 명쾌한 해법을 원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3일 “진보가 새롭게 내놓을 수 있는 상품에 대한 본질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선거는 항상 변화를 잉태한다. 진보진영에선 이번 결과를 후퇴라고 보지 말고 브라질 전 대통령 룰라와 같은 리더십으로 보수의 제3의 길과 진보의 제3의 길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브라질 룰라 경제정책서 배워야 좌파로서는 최초로 브라질 대통령에 당선된 룰라는 경제정책에서는 전임 우파 정권과 연속성을 갖되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정책은 차별화했다. 그러면서 불평등을 완화시키고 브라질의 고질적인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했다. 자신의 이념적 노선보다 대통령으로서의 현재 과업에 충실하며 퇴임 후 더 존경받는 정치 지도자로 남았다. 진보의 부정적 언어를 긍정적 언어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야권 인사는 “예전의 진보는 개혁과 변화였는데 지금은 종북 좌파에 대선 후보 TV토론 이후 싸가지 없는 애들이란 이미지까지 더해져 밑바닥으로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진보적 가치를 찾기 이전에, 진보의 언어를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것에서 희망의 언어로 바꾸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진영의 인적 자산은 그래도 이명박 정부 이전보다는 풍부한 편이다. 진보는 2007년 보수 세력이 정권을 잡은 이후 위기감에 끊임없이 인물을 길러냈고, 시민사회 세력과 폭넓게 손을 잡았다. 안철수 전 후보와 김두관 전 경남지사,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 등 기존 주자 외에 안희정 충남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야권의 차기 주자로 거론된다. 조국 서울대 교수 등 시민사회 세력에서 의외의 인물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여준 전 민주당 국민통합추진위원장 등 중도 보수 성향의 인물과도 충분히 화학적 결합을 할 수 있음을 이번 대선을 통해 보여줬다. ●安 귀국후 진보세력 재편될 듯 변화와 쇄신이 이뤄진다면 5년 뒤 재기에 나설 수 있는 자산은 풍부한 상태다. 관건은 민주당 주류 세력과 전통적 야권 지지층이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에 달렸다. 안 전 후보가 미국에서 돌아온 뒤 ‘안철수 세력’이 민주당 개혁의 리더로 나서든, 안철수를 중심으로 정계개편이 이뤄지든 기존 진보세력의 해체와 재구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안철수 발 정계개편은 진보의 향후 미래를 결정할 1차 위기이자 변화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2012 중국의 변화, 시진핑 시대] 성장·정의 두 토끼 잡아라…시진핑 개혁 시작된다

    [2012 중국의 변화, 시진핑 시대] 성장·정의 두 토끼 잡아라…시진핑 개혁 시작된다

    중국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전대)가 8일 개막한다. 전대 폐막 직후인 15일 열리는 18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8기1중전회)를 통해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은 후진타오(胡錦濤)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뒤를 이어 공산당 총서기에 선임돼 5세대 지도자로 등극하게 된다. 마침내 ‘시진핑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의 국가건설,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의 경제발전에 이어 향후 10년간 중국을 이끌 시진핑의 ‘청사진’에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하지만 당장 그가 이어받을 집권 환경은 유리하지 않다. 대내외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중국호(號)를 끌고 나가야 하는 과제가 산더미처럼 놓여있다. 우선 시진핑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이래 성장세가 가장 둔화된 시점에 집권하게 된다. 올해 중국의 성장세는 7%대 중반으로 199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수도 있다. 경제적 난관을 돌파하려면 무엇보다 경제개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중국의 부와 자원을 독점하고 있는 국유기업의 독점을 깨고 그들이 독점하던 과실을 국민에게 나눠줄 수 있는 개혁을 단행해야 하는 것이다. 동시에 여전히 성장을 위해 속도를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사회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1000만여명씩 쏟아지는 취업인구를 흡수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성장률도 포기할 수 없다. 후 주석과 달리 경제가 발달한 푸젠(福建)성 , 저장(浙江)성, 상하이에서 행정 경험을 쌓았다는 점에서 난관에 봉착한 중국 경제의 획기적인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중국 봉쇄’를 돌파하고 대국굴기(大國?起·대국으로서 우뚝 일어섬)를 완성해야 한다. 시 부주석은 이미 지난 7월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평화포럼에 “중국과 미국은 서로 각자의 관계와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며 미국을 향해 새로운 대국관계(大國關系) 구축을 요구한 바 있다. 미국과 대등한 협력자로 세계질서의 새판을 짜겠다는 포부다. 이 밖에 중국의 사법독립, 당·정분리, 당내 민주화 등 정치적 개혁과제는 물론, 호적제 개선, 1자녀정책 폐지, 도시와 농촌 격차 해소 등 사회의 공평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시 부주석이 외교 문제를 제외하고는 비전을 내비친 발언을 한 적은 없지만 중국인들은 그가 능력 있는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친다. ‘태자당’(당·정·군 혁명원로 자제 그룹) 출신인데다 장쩌민 전 주석이 이끄는 상하이방(상하이 지역 관료 출신)의 지원을 받아 권좌에 오른 인물이기 때문이다. 자수성가한 후 주석과는 달라 각종 개혁 과제들을 수행하는 데 보다 유리하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시진핑 시대’의 개막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후 주석이 지난 10년간 권력 내부에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 인맥을 두루 양성해왔다는 점에서 공청단파와의 협력은 불가피하다. 실제 올 들어 선출된 31개 성·시의 당서기 등 당 고위층 인사 433명 가운데 148명이 공청단 출신으로 밝혀졌다. 공청단은 6세대 지도부에 오를 만한 인재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데다 이번에 선출될 중앙위원 및 후보위원들도 대거 확보한 상태다. 시진핑 시대가 개막하지만 총리로 내정된 리커창(李克强) 부총리와의 ‘협력’이 필수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리 부총리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는 격이 다르다. 후 주석은 1992년 일찍이 최고지도부 대열인 상무위원에 진입했지만 원 총리는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2년에야 상무위원이 됐다. 반면 리 부총리는 시 부주석과 함께 17차 전대 때 상무위원이 돼 국정운영에 나섰다. 베이징이공대 후싱더우(胡星斗) 교수는 이 같은 ‘시·리 체제’와 관련, “서로 견제와 감시를 통해 경쟁하는 두 세력의 동거가 시작된 것으로 일종의 비규범적인 중국식 민주주의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정치적 자산인 태자당과 상하이방은 개혁의 대상이기도 한 기득권 세력이라는 점에서 이는 시진핑 시대의 장애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의 정치평론가 장리판(章立凡)은 “중국은 더 이상 개혁을 늦출 수 없는 상황에 있고, 중국 국민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태에 있다.”면서 “시 부주석이 과연 기득권자들을 설득하고 과감한 개혁을 할 수 있을지가 그의 성공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선택 2012 민심탐방-내게 대선은 [ ]다] (3) 여성 직장인에게 듣다

    [선택 2012 민심탐방-내게 대선은 [ ]다] (3) 여성 직장인에게 듣다

    ‘여성 상위시대라고?’ 사상 처음 유력한 여성 대선 후보가 나왔다지만 아직은 사회 곳곳에서 여성이 약자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성이 아닌 직장인으로 오롯이 평가받고 싶지만 ‘유리천장’은 여전히 높은 벽입니다. 엄마라는 이유로 자신의 능력을 100% 펼칠 수 없는 제도적·사회적 불평등도 도사리고 있습니다. 18대 대선 후보들이 화려한 포장과 함께 내놓고 있는 여성·보육정책들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여성 직장인 3명에게 이번 대선에 거는 기대를 들어봤습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지난해 1.24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고안의 절반 수준인 보육·유아교육 재정지원 비율(2011년 GDP 대비 0.53%), 아시아 최저 수준의 기업 여성임원 비율(1%), 여성격차지수 세계 135개국 중 107위(지난해 세계경제포럼)….’ 각종 수치로만 보면 적어도 대한민국은 여성 분야의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직장맘’들은 “우리나라의 보육 환경과 여성의 기업 근무 환경은 갈 길이 한참 멀다.”고 입을 모았다. 미혼인 직장 여성도 “고용과 승진은 ‘유리천장’에 막히고, 보육은 엄마에게만 맡기는 사회 시스템 탓에 결혼을 외면하는 또래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기업·보육 환경 갈 길 멀어” 그럼에도 이들은 올해 18대 대선을 ‘바람’이라고 정의했다. 바람은 자유로운 공기이기도 하고, 거센 바람을 일으켜 낡은 구태를 집어삼킬 수도 있다. 또 어떤 일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기도 하다. 지금 당장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게 버겁지만 앞으로 5년 뒤엔 ‘나도, 아이도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나라’를 꿈꾸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다. 국민 마음 속에서 진정한 ‘바람’을 탄 후보가 당선되기를 소망하는 마음도 보인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반도체 부품업체인 시리얼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코리아의 서현아(34) 과장은 7살 아들, 5살 딸을 둔 워킹맘이다. 회사에선 자산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시부모님이 육아를 도와주는 서씨는 어린이집이나 보육 도우미에 기대야 하는 동료들에 비해선 그나마 숨통이 트인 편이다. 그런 서씨도 업무 특성상 오후 10시 넘어서까지 회의가 이어질 때가 다반사이고, 그럴 때마다 가시방석이다. 그는 “직장맘이 야근 때 회사 눈치를 본다면 아이도 어린이집에서 눈칫밥을 먹는다.”고 했다. 첫 아들을 낳았을 당시 법적으로는 출산휴가·육아휴직이 모두 보장돼 있었지만 4주만 쉬고 출근해야 했다. 실제로 취업포털 커리어가 최근 직장인 57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육아휴직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직장 내 눈치’가 절반 이상(51.9%)를 차지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A사에서 건축설계를 하는 신효민(29)씨는 9개월된 딸을 두고 복직한 지 한 달째를 맞고 있다. 대기업이라서 후생 복지가 좋은 편인데도 신씨는 “복직 이후 아직 저녁 7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없다.”고 했다. “산후 1년은 모성보호 기간이라 야근·휴일 근무를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지만 아무도 ‘먼저 집에 가라’고 하지 않아요.”라고 신씨는 한숨지었다. 한 달에 150만원이나 드는 보육 도우미 비용도 만만치 않다. 분유값, 기저귀값까지 합하면 한달 200만원을 훌쩍 넘는다. 그는 “아이를 낳아보니 안 낳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겠더라.”면서 “유럽 선진국은 보육료가 거의 안 드는데 우리는 돈이 없으면 아이를 낳을 수도 없다.”며 씁쓸해했다. 직장 새내기로 EBS 라디오부 조연출로 일하는 백지은(28)씨는 최근 면접을 봤던 회사에서 비슷한 스펙의 남성 지원자에게 밀려 최종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미혼인 백씨는 “사회인으로 입문하는 시점에 성별을 이유로 차별부터 당하니 사기가 꺾이더라.”고 털어놨다. 각 후보마다 앞다퉈 내놓은 각종 육아 보육 대책도 대부분의 직장맘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백씨는 “(보육정책이 실현되려면) 기업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그나마 혜택을 받으려면 대기업에 근무해야 되는 것 아니냐.”면서 “노동자의 7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근로자에게는 먼 나라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씨는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도 육아 휴직을 다 못 쓰고 승진에서 밀릴까 하소연한다.”면서 “이런 모습을 보면 굳이 결혼을 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여성·보육 공약에 대해 “워킹맘들의 마음만 잔뜩 부풀려놓고 당선 이후엔 실망하게 만드는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서 과장은 “민간 어린이집 수준이 그야말로 들쭉날쭉하다. 보육료는 어린이집이 아니라 가정에 직접 지급했으면 좋겠다.”면서 “초등학교 방과 후 학습을 정규과정으로 편입하면 일하는 엄마들이 마음 편히 질 좋은 교육을 아이들에게 시켜줄 수 있다.”고 후보들에게 제안했다. 정부 운영 24시간 키즈카페와 직장맘 문화수당도 아이디어로 내놨다. 사회 인식의 변화도 주문했다. 신씨는 “고위 임원 중에 ‘육아휴직을 하는 사람들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하는 분들이 아직도 있다.”고 전했다. ●마음만 부풀리는 ‘풍선 공약’ 그만 각 후보마다 여성·보육 정책은 화려하지만 재원 확보안이 불투명한 것도 문제다. 백씨는 “이번 대선을 계기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대되기를 바라지만 공약들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혼여성 직장인 비율에 따라 회사의 세금을 감면해 주거나 아이 나이에 맞는 맞춤형 보육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삼성·LG ‘40년 전쟁’] 이병철 “우리도 전자산업 할라카네”… 이 한마디로 ‘전쟁’ 불붙다

    [삼성·LG ‘40년 전쟁’] 이병철 “우리도 전자산업 할라카네”… 이 한마디로 ‘전쟁’ 불붙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인 삼성과 LG는 전자를 중심으로 통신, 화학, 금융 등 주요 사업마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라이벌 구도를 이어 왔다. 두 그룹의 역사는 상대방과의 전쟁의 역사라 할 수 있을 만큼 지난 40여년간 각 분야에서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을 펼쳐 왔다. ●구인회 회장, 삼성과 동양방송 동업관계도 끊어 그(이병철 회장)는 삼성전자의 설립 구상 단계이던 1968년 봄, 안양골프장(현 안양베네스트GC)에서 구(인회) 회장을 만났다. “구 회장! 우리도 앞으로 전자산업을 할라카네.” 이 회장은 별다른 생각 없이 지나가는 투로 한 마디 던졌으나 구 회장은 벌컥 화부터 내며 쏘아붙였다. “이익이 남으니까 할라 카는 거 아이가. 사돈이 논을 사믄 배가 아프다 카더마는 옛말이 그른기 하나도 없는 기라.” 이 회장의 지나가는 말 한 마디에 속이 뒤집힌 구 회장은 작별인사도 없이 벌떡 일어서 등을 돌렸고 이 회장은 난감한 표정으로 구 회장의 뒷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서먹서먹하게 돌아선 두 사람은 이후 동양방송(현 KBS2)의 동업관계도 끊고 말았다. -‘삼성가의 사도세자 이맹희’(이용우 저) “그쪽에서 꼭 그리 하겠다면, 서운한 일이지만 우짜겠노? 서로 자식을 주고 있는 처진데 우짜노 말이다. 한 가지 섭한 점이 있다면, 금성사가 지금 어려운 형편에 있는 점을 노려서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자고 덤비는 것 같은 기라. 그러나 나는 내 할 일만 할란다. 나도 설탕 사업 할라카면 못 할기 있나. 하지만 나는 안 한다. 사돈이 하는 사업에는 손대지 않을 기다.” -‘한 번 믿으면 모두 맡겨라’(구인회)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과 LG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은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죽마고우였다. 동양방송을 공동 설립하고, 사돈까지 맺으며 인생의 오랜 시간을 막역한 사이로 지냈다. 하지만 1968년 삼성이 일본 산요와 합작을 통해 삼성전자 설립을 준비하면서 양측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1958년 금성사를 설립해 첫 국산 라디오 ‘A-501’을 히트시키면서 국내 가전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LG로서는 삼성의 도전이 달가울 리 없었다. 당시 LG는 “삼성이 일본 업체를 끌어들여 국내에 막 움트기 시작한 전자산업의 싹을 제거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정부는 “생산물량 전부를 해외에 수출한다.”는 조건으로 삼성의 전자산업 진출을 허가했다. 흑백 TV 시장에서는 LG가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하지만 삼성은 1981년 컬러 TV 시대 개막과 함께 절전형 프리볼트 TV인 ‘이코노빅’을 내놓아 승기를 잡는다. 전력난에 시달리던 당시 상황과 잘 맞아떨어지는 제품을 내놓으며 삼성은 1984년 국내 TV시장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오르게 된다. LG는 이때부터 삼성의 신기술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서로 물고 물리는 혈투를 벌인다. 1992년 삼성전자가 위성수신 컬러 TV를 선보이자 며칠 지나지 않아 LG도 똑같은 기능의 제품을 내놓았고, 1993년 삼성이 원적외선 바이오 TV를 출시하자 한 달 뒤 원적외선에 음이온까지 발생시키는 TV로 맞대응하는 식이었다.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대형 TV 수요가 생겨나던 1995년 삼성이 ‘명품’이라는 이름의 브랜드를 내놓자 LG는 ‘아트비전’으로 응수했다. ●반도체·금융 분야에서 양사 명암 엇갈려 흑백 TV에서 시작된 양사의 40년 전쟁은 컬러 TV, 액정표시장치(LCD) TV,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 등을 거치며 지금은 전자를 중심으로 거의 모든 분야로 확대됐다. 특히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새로운 라이벌전이 시작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모두 글로벌 1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분야도 두 업체가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 이렇듯 두 기업은 많은 분야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며 경쟁하고 있지만, 현재 두 그룹의 매출 규모는 삼성(314조원)이 LG(142조원)를 두 배 이상 앞선다. 2003년 GS, LS, LIG그룹과 분리되고, 외환위기 이후 LG가 반도체 및 금융 사업 분야를 포기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삼성전자가 1983년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 D램을 개발해 반도체 신화를 써 나가자 LG도 곧이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며 삼성 추격에 나섰다. 하지만 LG의 반도체 사업은 적자로 어려움을 겪다 외환위기 당시 ‘빅딜’을 통해 현대에 사업을 넘겨주게 된다. 금융 분야도 마찬가지. LG카드는 ‘위기가 기회’라는 판단에 따라 외환위기 당시 100만명의 신규 회원을 확보하는 등 저돌적인 경영에 나서 1998년 카드업계 1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무리한 확장으로 신용카드 연체가 급증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닥쳤다. LG그룹은 이미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마친 뒤여서 LG전자·LG화학 등 계열사의 지원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결국 LG카드 최대 주주인 구본무 회장이 직접 나서 자신이 갖고 있던 LG카드, LG투자증권, ㈜LG의 지분을 담보로 내놓고 나서야 어렵사리 사태를 해결할 수 있었다. LG는 당시 사건을 계기로 금융 분야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삼성이 치고 나가면 LG가 곧바로 따라붙어 삼성과 LG의 최근 양상을 살펴보면 ‘삼성이 먼저 치고 나가면 LG가 곧바로 따라붙는’ 식의 경쟁 구도를 확인할 수 있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 축구팀(첼시-풀럼) 후원과 프리미엄 브랜드 휴대전화(애니콜-싸이언) 개발, 제품별 개별 브랜드 전략을 통한 가전 마케팅(파브-X캔버스)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 vs LG 그들의 전쟁은 계속된다’의 저자인 박원규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브랜드 전쟁에서는 일단 삼성이 판정승을 거둔 셈”이라면서 “외환위기 이후 삼성과 LG의 실적 차이가 마케팅·브랜드 투자의 차이로 이어지면서 격차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가정이긴 하지만 일부에서는 LG가 외환위기 이후에도 반도체와 금융 분야를 계속 가져가고, 2003년 GS와 LS, LIG 등의 분리를 조금 더 늦췄다면 지금의 삼성과 LG의 구도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현대차 연봉 8934만원… 제조업체로 첫 1위

    현대차 연봉 8934만원… 제조업체로 첫 1위

    현대차 직원 평균 연봉이 30대 기업 최고로 조사됐다. 금융·서비스업계를 제치고 제조업체가 평균 연봉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지나친 인건비 부담이 자동차 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24일 재계 정보 사이트 재벌닷컴이 총수가 있는 자산 순위 30대 그룹 소속 193개 상장사의 지난해(회계연도 기준) 임직원 연봉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직원 평균 연봉은 8934만원으로 2위 삼성생명(8913만원)을 근소하게 제치고 제조업계로선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국내 30대 그룹의 직원 평균 연봉은 6349만원이었다. 현대차와 삼성생명에 이어 직원 연봉이 많은 곳은 SK증권(8509만원)과 기아자동차(8491만원), 삼성증권(8458만원), 삼성화재(8310만원), 삼성엔지니어링(8184만원) 순이었고, 삼성전자는 7760만원으로 11위에 올랐다. 전체 그룹 기준으로도 현대차그룹의 직원 연봉이 가장 높았다. 현대차의 10개 상장사직원 연봉은 8401만원으로, 2위인 현대중공업(3개사·7636만원)보다 765만원 많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기아차 공장에는 근속연수가 높은 직원들이 많아서 평균 연봉이 높게 나타난 것”이라면서 “제조 원가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자동차업계 평균으로 차값 인상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재계 서열 1위인 삼성은 7481만원으로 3위를 차지했고, 대림(6869만원)과 현대(6319만원), 두산(6291만원), 미래에셋(6124만원)그룹의 직원 연봉이 각각 6000만원을 넘었다. 유통 업계 연봉은 10위권 기업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유통 ‘골리앗’이라 불리는 신세계(3529만원)와 롯데(3716만원), 현대백화점(3795만원)그룹의 직원 연봉도 4000만원에 미치지 못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계산원 등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평균 연봉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30대 그룹 등기임원(사외이사·감사 제외)의 평균 연봉(실지급 기준)은 8억 4000만원이었다. 삼성그룹(17개 상장사)의 등기임원(52명) 평균 연봉이 21억 40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화(14억 5000만원), 현대(13억 8000만원), SK(11억 9000만원)가 뒤를 이었다. 반면, 웅진그룹 등기임원 연봉은 1억 9000만원으로 30대 그룹 중 가장 적었다. 영풍(2억 4000만원)과 대림(2억 8000만원)그룹도 등기임원의 연봉 수준이 3억원 미만으로 그룹 간 등기임원의 연봉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Weekend inside] 東아시아 갈등 부추기는 中좌파·日우익

    [Weekend inside] 東아시아 갈등 부추기는 中좌파·日우익

    일본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조치를 비난하며 중국 베이징의 일본대사관 앞에 몰려든 1만여명의 중국 시위대는 마오쩌둥(毛澤東) 사진을 앞세웠다. 대열의 선두에는 ‘마오쩌둥 사상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다’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마오쩌둥 시대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중국의 좌파가 반일 시위의 선봉에 선 것이다. 지난달 한국과 일본 간의 독도 분쟁이 한창일 때 일본 도쿄의 한국대사관 앞에서는 연일 우익단체들의 반한 집회가 개최됐다. 이들은 도쿄 신오쿠보의 코리아타운으로 몰려가 “한국인들은 한국으로 꺼져라.”라고 외치며 일본인들의 반한 의식을 부추겼다. 중국의 좌파와 일본의 우익이 동아시아 영토분쟁의 와중에서 동시에 득세하고 있는 사실은 아이로니컬하다. 중국 좌파와 일본 우익의 실체가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中, ‘민족’ 앞세워 反체제 결집 ●‘체제 불만’ 저소득층·젊은이들 관심 커져 좌파가 반일 시위의 선봉에 등장하자 중국 당국은 긴장하고 있다. 실제 이번 반일 시위에서는 마오쩌둥의 초상화가 내걸리고, 좌파의 아이콘인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를 지지하는 구호가 터져나왔다. 마오가 농민과 노동자 계급을 지지기반으로 두었고, 보 전 서기가 ‘홍색(공산당) 캠페인’을 펼치며 분배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이번 시위를 통해 현 체제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좌파는 옛좌파, 극좌파, 신좌파 등으로 분류되지만 모두 개혁·개방 노선에 반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빈부격차 확대 등 양극화 심화와 농민시위 빈발 등 사회문제 대두가 시장경제도입 등 개혁·개방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양극화와 실업난으로 고통받는 저소득층과 젊은층이 이들의 목소리에 차츰 귀를 기울이고 있다. 중국에서 좌파는 마오의 ‘홍위병’에서 시작됐다. 대약진운동 실패 등으로 마오에게 위기가 닥치고, 우파의 목소리가 득세하자 마오는 극좌파 홍위병들을 앞세워 체제를 유지했다. 개혁·개방 이후 꼬리를 감춘 좌파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우파를 맹공격하며 과거로의 회귀를 주장했지만 덩샤오핑(鄧小平)이 ‘흰 고양이’인 우파 개혁·개방론자들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또 한 번 고배를 마셨다. 지난 15일과 16일 광둥(廣東)성 선전(深?)의 반일 시위는 일본의 중국영토 잠식에 대한 불만과는 전혀 상관없이 사회적 불만을 표출하는 반정부 성격의 장으로 비화됐다. 그리고 이를 통해 좌파가 민족주의를 앞세워 기득권에 불만을 가진 대중들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중국 개혁·개방의 1번지인 선전은 대표적인 수출 가공 기지로 각지에서 몰려든 농민공만 100만명이 넘는 만큼 빈부격차가 심하고 사회불만도 팽배해 좌파에 대한 지지 여건은 충분한 셈이다. ●당국서도 민족주의 고리로 영토분쟁에 활용 좌파의 주요 목적은 개혁·개방 저지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공격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와 관련, 좌파 이념의 산실 역할을 하는 마오쩌둥 깃발(毛澤東旗幟), 오유지향 등의 인터넷포털에서는 지난달 원 총리의 파면을 요구하는 전·현직 공산당 간부들의 연대서한이 공개됐다. 이들은 원 총리가 개혁·개방이라는 미명 아래 국유기업을 축소, 해체하고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확대시켜 온 탓에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 좌파 지식인은 “중국이 개혁·개방에 나서지 않았더라도 상당한 자산을 갖췄을 것”이라면서 “개혁·개방 이후 중국이 엄청난 성장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이 번 돈은 진짜 자산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통해서도 지금 못지않은 부를 형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직 좌파의 목소리가 주류는 아니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가 영토분쟁 국면에서 민족주의 카드를 꺼내들면서 개혁·개방을 공격하는 좌파와 민족주의라는 공통분모를 갖게 되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물론 중국 당국이 좌파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앞으로도 민족주의 카드를 견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좌파가 민족주의를 내세워 국민들의 반일, 반한 감정을 자극하고 이 과정에서 당국으로선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중국의 빈부격차와 공직부패 등 사회모순이 예전보다 훨씬 심각해졌으며, 3억명이 넘는 중국인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지도부는 대일 강경기조를 외치는 국내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 지도부가 좌파 기류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日, ‘독도’ 빌미 反韓의식 조장 ●네트워크 활동 탓 ‘인터넷 우익’ 파악 어려워 일본 우익의 기원은 1868년 1월 3일 메이지유신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도쿠가와 막부가 막을 내리고 왕정으로 복귀하면서 황국사관과 국수주의를 주창하는 정치가들이 조직적으로 활동하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현재는 전국적으로 지부를 설치하고, 광범위하게 활동하는 단체는 없다. 다만 자민당과 민주당 의원 가운데 보수의 목소리를 내는 일부 인사들을 지원하는 단체들이 적지 않다. 우익계의 시민단체는 유신 정당의 계보를 잇는 ‘잇수이카이’(一水會)가 대표적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밖에 우익단체 연합체인 ‘전일본 애국자 단체회의’ 등이 있다. ‘애국’이 포함된 단체명을 사용하면 십중팔구 우익단체가 분명하다. 1990년대 중반부터 고용 불안이 심해지면서 ‘인터넷 우익’이라고 불리는 젊은이들이 등장했다. 실체가 분명하지는 않지만 대부분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빼앗겼다’는 심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 등 재일동포 기업인이 대두하고, 한류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재일) 한국인이 일본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과도한 위기감을 내세워 동조자들을 규합하고 있다. 전체 인터넷 이용자의 1∼3%에 불과하지만 ‘2채널’ 등 특정 사이트에 모여들어 발언력을 키워 왔다. 일방적인 주장을 늘어놓을 뿐 공개적인 논쟁을 꺼린다. 한국, 북한, 중국에 거부감을 보이고, 특히 한국에 대한 심한 적대감을 표출한다. 이들은 노골적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려 ‘한국인은 일본에서 나가라’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드라마 상영 시간이 길다는 이유로 민영 방송사인 후지TV에 몰려가 한류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기존의 우익단체들은 공안 당국에 의해 관리된 측면이 있지만 인터넷 우익은 네트워크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어 당국이 전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현황조차 파악하기 힘든 실정이다. ●보수층서도 극한적 배타의식에 비판적 우익단체들은 지난 2009년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이후 추진했던 외국인의 지방참정권 부여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여 일부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독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를 둘러싸고 한국, 중국, 러시아와의 영유권 분쟁이 격해지자 상대국에 대한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일·한 단교 공투위원회’와 ‘유신정당 신풍’, ‘일본청년사’, ‘민족동맹’, ‘힘내라 일본! 전국행동위원회’ 등 인터넷 우익들이 요쓰야의 한국대사관과 도쿄 코리아타운인 신오쿠보의 반한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옆에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는 일본땅’이라고 적힌 말뚝을 갖다 놓은 스즈키 노부유키는 ‘유신정당 신풍’의 대표이다. 우익 시위대는 최근에도 한국 음식점과 한류 상품점이 즐비한 거리를 행진하며 “한국인은 한국으로 꺼져라.”, “역사상 최대 날조가 위안부 강제연행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거나 한국 상품을 구입한 일본인에게 “왜 한국 물건을 사느냐.”고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배타주의적 목소리에 대해서는 일본 내 진보 인사들은 물론이고 보수층조차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우익 단체인 잇수이카이의 스즈키 구니오 고문은 최근 보수 성향 주간지 ‘사피오’ 기고문에서 “일본의 역사는 중국이나 서구 문명을 무제한적으로 수용해 가면서 발전해 왔다.”며 “한국인 등에 대한 차별 의식이나 배외 의식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비판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Weekend inside] 日 대부업체의 한국 점령사

    [Weekend inside] 日 대부업체의 한국 점령사

    대부업계 1위인 일본 회사 러시앤캐시가 지난 13일 6개월의 영업정지를 면했다. 그동안 턱밑까지 추격해오던 또 다른 일본업체 산와머니를 따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 두 회사 모두 법정 최고이자율(39%)을 위반, 기존 최고금리인 44%를 받아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러시앤캐시는 신규대출이 아니라는 점이 받아들여져 영업정지를 피했다. 두 업체를 떨게 했던 법정 최고 이자율은 그러나 한때 없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월. 대부업계는 정부로부터 ‘예기치 않은 선물’을 받았다. 이자율 최고 상한선인 연 40%가,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한 ‘효율적 재원 배분’이라는 명분 아래 폐지됐다. 하지만 IMF가 고금리 정책을 요구했지, 이자 상한선 폐지를 요구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당시 일본의 법정 최고 이자율은 29.5%였다. 일본 정부의 감독도 엄격했다. 일본 대부업체로서는 ‘탐스러운 새 시장’이 바로 옆 나라에 생긴 셈이다. 러시앤캐시(회사명 A&P파이낸셜)는 최고 이자율 폐지 이듬해인 1999년 10월 한국에 상륙했다. 일본 법인인 J&K캐피털이 99.97%의 지분을 갖고 있다. 미즈사랑, 원캐싱 등이 자회사다. 국내 대부업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가 처음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9월 말 기준 자산총계는 491억원, 이자수익 142억원, 순이익 23억원이었다. 가장 최근 감사보고서인 2011년 9월 말 기준으로는 자산이 2조 955억원으로 43배 급증했다. 이자수익은 6677억원으로 같은 기간 47배, 순이익은 948억원으로 41배 늘어났다. 12년 사이에 40배 이상 급성장한 것이다. 순익만 놓고 따져도 러시앤캐시는 12년 동안 총 6231억원을 벌어들였다. 산와머니는 9년여 동안 6524억원을 벌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대출금 상환이나 이자 지급 등을 통해 일본으로 흘러들어갔다. 여기에는 앞서 말한 이자제한법 폐지가 1등 공신 역할을 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의 이자제한법은 1962년 처음 제정됐다. 당시에는 최고 한도가 연 20%였다. 이후 최고 한도가 오르내렸지만 외환위기 직후에도 연 40%로 유지됐다. 이자제한법 폐지는 사채 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소규모 사채시장이 일본 대부업체의 상륙으로 전국을 상대로 영업하는 법인 시장으로 바뀌었다. 대출과 추심(빚 회수) 기법이 선진화돼 있는 일본 대부업계는 빠른 속도로 국내 시장을 잠식해 갔다. 내수 확대를 위해 장려된 신용카드 사용도 빼놓을 수 없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은 신용카드를 사실상 무제한 발급했다. 신용카드사는 1999년 영업정보 유출을 이유로 신용카드 사용자에 대한 정보공유를 거부했다. 2003년 ‘카드 대란’이 터지고서야 4장 이상 카드 소지자의 정보 공유가 이뤄졌다. 지금은 2장 이상 보유자의 정보가 공유된다. 카드 거품이 터지면서 ‘돌려막기’가 시작됐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소비자들은 대부업체를 찾았다. 이자제한법 폐지와 신용카드 정보 미공유라는 두 개의 정책 공백은 국내 금융시장에는 독이 됐지만 일본 대부업체에는 비약적인 발전의 토양이 됐다. 러시앤캐시에 이어 2002년 8월 또 다른 일본계인 산와머니(산와대부)가 한국에 진출했다. 그해 10월 최고 이자율을 66%로 정한 대부업법이 시행됐다. 국내 토종업체로 업계 3위인 웰컴크레디라인(웰컴론)도 이때 세워졌다. 2003년 257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산와머니는 지난해 4509억원을 벌며 17배 성장했다. 최대주주는 일본 산와그룹이 출자한 페이퍼컴퍼니 유나이티드(지분 95%)다. 러시앤캐시가 언론 인터뷰나 대부업협회 업무에 적극적인 것과 달리 산와머니는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편이다. 일본 대부업체들은 정보기술(IT)에 적극 투자, 1시간 안에 대출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누가 더 빨리 대출해주느냐의 경쟁이었다. 서울 강남·잠실 등에 세련된 사무실도 갖췄다. 돈을 빌릴 때마다 시중은행들의 고압적인 자세에 굴욕감을 느껴야 했던, 신용등급이 낮은 소비자들에게는 새로운 서비스가 시작된 것이다. 물론 그 대가는 높은 이자였다. 이들은 마케팅에도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유명 연예인에게 억 단위의 모델료를 지급하고, 케이블방송에 엄청난 광고를 했다. 러시앤캐시는 최근 1년간(2010년 10월∼2011년 9월) 595억원, 산와머니는 지난 한해 534억원을 광고선전비에 썼다. 지나친 물량 공세라는 지적에 러시앤캐시 측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얼른 기억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케이블방송의 광고 가운데 대부업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넘는다. 이들의 성장에는 제1금융권의 도움도 작용했다. 러시앤캐시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농협은 금리 연 7.5%로 50억원, 우리은행은 8.43%로 10억원, 신한은행은 6.41%로 4억 9475만원을 이 회사에 대출해줬다. 하나은행은 2001년 러시앤캐시에 10.5% 금리로 10억원을 빌려주는 등 초기 진출을 도왔다. 국내 은행에서 저금리로 종잣돈을 빌려 급전이 필요한 개인 고객에게 20~30%대 고금리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익이 많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은행만 대부업체에 돈을 빌려주는 것은 아니다. 산와머니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메릴린치에서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거래금리)에 4.5% 포인트를 더한 금리로 540억원을 대출받았다. 시중은행의 해외 차입 금리는 리보+1% 포인트 안팎이다. 저축은행들도 10%대 금리로 대출해줬다. 전주(錢主)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거래처이기 때문이다. 최윤(재일교포) 러시앤캐시 회장도 8.5∼10.0%에 160억원을 자사에 대출해줬다. 일본 업체들의 성공으로 토종 대부업체도 늘어났다. 법인 대부업자는 2008년 말 1199개에서 지난해 말 1625개로 3년 사이 35.5% 늘었다. 물론 1, 2위 일본 업체의 아성은 굳건하다. 토종인 웰컴론은 격차 큰 3위다. 실적이 두 업체의 절반 수준이다. 고리대금업의 피해와 극복 사례 등을 담은 책 ‘머니 힐링’(가제)을 준비 중인 조성목 금융감독원 저축은행검사1국장은 “자본력에서 차이가 나는 만큼 일본계 대부업체의 독점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경하·이성원기자 lark3@seoul.co.kr
  • [농협 겉도는 ‘신·경 분리’ 6개월] (상) ‘무늬만 금융지주’ 농협금융

    [농협 겉도는 ‘신·경 분리’ 6개월] (상) ‘무늬만 금융지주’ 농협금융

    올 3월 2일 농협협동조합은 ‘50년 만의 대수술’을 감행했다. 은행을 중심으로 한 신용(금융)사업과 유통·판매를 중심으로 한 경제사업으로 쪼개진 것이다. 그로부터 6개월. 농협은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까. 농협 노조가 농협법 재개정 등을 요구하며 지난 주말 도심에서 대규모 시위를 여는 등 안팎으로 어수선하다. 무엇이 문제이고 해법은 없는지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그저 느린 곰이었다.” 농협금융지주 출범 6개월을 평가해 달라는 요청에 한 시중은행 직원이 3일 내놓은 대답이다. 농협은행, 농협생명보험, 농협증권 등을 자회사로 둔 농협금융이 출범할 때만 해도 국내 금융권은 “느리지만 거대한 곰이 온다.”며 내심 긴장했었다. 하지만 막상 ‘일합’을 겨뤄보고는 농협의 존재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달 31일 나온 농협금융의 2분기 실적은 초라하다. 핵심 자회사인 농협은행의 1인당 생산성(순익을 직원 수로 나눈 수치)은 1398만원이다. 시장 1위인 신한은행(2700만원)의 절반밖에 안 된다. 금융지주 소속 은행들과 비교해도 하나(2288만원), 국민(2264만원), 우리(1461만원)에 이어 ‘꼴찌’다. ●순익 대부분 농협은행에 의지 농협금융 측은 자신들을 우리, 국민 등과 더불어 5대 금융지주로 불러달라고 곧잘 주문한다. 하지만 ‘빅5’ 소속 은행 가운데 분기(석 달) 순익이 2000억원이 안 되는 곳은 농협은행이 유일하다. 2분기에 1890억원을 벌어들였다. 국민(4891억원), 신한(3896억원), 우리(2205억원), 하나(2111억원) 은행도 전분기에 비해 순익이 크게 줄어들긴 했지만 2000억원대는 모두 방어했다. 농협손보 등 다른 자회사들의 순익을 전부 합치고 출범 첫 달(3월) 실적까지 포함해도 지주회사 전체 순익은 2251억원에 불과하다. 그것도 순익의 대부분을 농협은행에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무늬만 금융지주’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신동규 농협금융 회장이 올해 목표로 잡은 순익은 1조 128억원. 이제 22%를 달성했으니 이런 추세라면 신 회장은 취임 첫해부터 시장과의 약속을 못 지킬 공산이 높아졌다. 농협금융 측은 “출범 초기 인프라 구축 등으로 판매관리비(8388억원) 지출이 많았고 충당금(떼일 것에 대비해 쌓아두는 둔) 적립액(3600억원) 등이 늘었기 때문”이라면서 “임원들이 연봉을 10% 반납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만큼 하반기에는 좀 더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농협’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대가로 해마다 수천억원의 브랜드 사용료(최근 3년 영업이익의 2.5%)를 농협중앙회에 내야 하는 등 구조적으로 순익을 많이 내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상반기에만도 농협은행은1740억원의 브랜드 사용료를 물었다. 연간 전체로는 4351억원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출자 배당과 이용 고배당(농협 이용실적에 따른 조합원 배당)도 해야 한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1대주주 체제다. 브랜드 사용료, 배당 등으로 연간 7000억원 이상의 돈을 농협중앙회에 ‘바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해 순익과 거의 맞먹는 규모다. 겉으로는 “협동조합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만, 갈 길이 바쁜 농협금융으로서는 내심 부담스러운 표정이다. 농협금융의 6월 말 현재 총자산은 247조원이다. 우리(406조원), KB(369조원), 하나(364조원), 신한(339조원) 금융과는 격차가 무척 크다. 다른 그룹들이 한사코 ‘4대 지주’라는 표현을 쓰며 농협을 끼워주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농협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13.84%로, 18개 시중은행 평균치(13.88%)에조차 못 미친다. 지난해 말(15.67%)보다 2% 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농협생보(205.90%)와 농협손보(337.70%)의 지급여력비율 역시 3월 말(208.69%, 366.43%)보다 각각 하락했다. 신 회장이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들 계열사의 증자를 언급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은 최고경영자(CEO) 리스크 등을 들어 다소 회의적이다. 신 회장은 초대 CEO인 신충식(현 농협은행장)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으로 지난 6월 27일 취임했다. 양측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취임 직후부터 대주주인 최원병 농협중앙회장과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 회장이 신 회장의 취임식에 불참한 것이 발단이 됐다. ●큰손·기업 고객층 빈약 최대 약점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회장 위에 또 한 명의 상전이 있는 옥상옥 구조”라면서 “대통령과 포항 동지상고 동문인 최 회장과 고위 경제관료 출신의 PK(부산경남) 핵심인 신 회장의 관계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신 회장은 사석에서 이에 대한 고충을 여러 차례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이 기획재정부의 1급까지 지냈다는 점에서 구성원들의 기대가 컸지만 정부로부터 받기로 한 1조원 출자 문제도 여전히 겉돌고 있다. 신·경 분리 과정에서의 일처리 미흡으로 공정거래위원회와는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고, 은행법 위반으로 100억원대 세금마저 물 처지에 놓였다. 최대 강점이라던 거미줄 점포망은 최대 약점으로 전락했다. 농협은행의 점포 수는 6월 말 현재 1182개다. 국민·주택은행이 합쳐진 국민은행(1177개)보다도 많다. 이 가운데 서울 점포는 17%인 200개에 불과하다. ‘큰손 고객’과 ‘기업 고객’층이 빈약하다는 의미다. 똑같은 장사를 해도 이익을 많이 내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하나금융의 전직 임원은 농협금융 출범 당시 이런 말을 했다.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큰 위협은 못될 것이다. 하나나 신한에는 있지만 농협에는 없는 게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뱅커 DNA(은행원 기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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