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혁신적인 새 제품 곧 출시”
“주가가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지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상훈 사장의 말은 삼성전자가 오랜 침묵을 깨고 애널리스트데이를 연 이유를 함축한다. 삼성전자의 애널리스트데이는 2005년 이후 8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연달아 사상 최고 분기 실적을 기록했지만, 전년 대비 주가는 한때 20%가량 떨어졌다. JP모건의 보고서 한 장에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14조원가량 증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로서는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 9월 말 현재 각각 1.6배와 7배 수준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 낮기 때문이다.
모두 발언에 나선 이 사장이 민감한 인수합병(M&A) 문제부터 배당금, 장기 투자계획까지 두루 언급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이 사장은 “지난 3년간 매년 평균 16%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면서 “지역별 매출 비중도 미국 28%, 유럽 23%, 중국 18% 등으로 균형이 잘 잡힌 구조”라고 밝혔다. 50조원에 달하는 현금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건지도 언급했다. 그는 시설, 연구개발(R&D), 특허, 마케팅, 인재육성, M&A 등의 6대 핵심 역량을 지속적인 투자대상으로 꼽았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애플에 비해 낮은 배당률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주가가 오르지 않는 요인으로 낮은 배당률을 꼽는다. 삼성전자의 배당률은 통상 애플의 배당률에 못 미치는데, 투자자로서는 그만큼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애플은 지난 4월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통해 주주에게 돌아가는 부를 2배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 주가는 30% 이상 올랐다. 이 사장은 “올해 배당률은 올해 평균 주가의 1%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시가 배당률이 0.47%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2배 이상 올리겠다는 당근을 건넨 셈이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단단한 현재 실적을 언급했다. 신 사장은 앞서 JP모건의 보고서를 겨냥한 듯 “갤럭시S 시리즈와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합해 1억대 이상 판매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태블릿PC 판매량도 4000만대를 넘겨 업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새로운 혁신적인 제품이 곧 시장에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스마트폰 시장 둔화로 삼성전자가 정체기를 맞을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권 부회장은 “정보기술(IT)산업과 전자산업은 아직 둔화되지 않았다”면서 “미개척 분야와 지역이 있고 경쟁사보다 삼성전자는 기술력도, 시장을 보는 눈도 탁월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차기 주력시장으로는 ▲자동차 ▲헬스케어·의료기기▲가전제품 ▲교육을 꼽았다. IT산업을 접목한다면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날보다 2.29% 하락한 145만 1000원을 기록했다. 외국인 매물이 몰린 것이 원인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단기 차익 실현 물량이 집중적으로 몰렸기 때문일 뿐”이라며 추가 해석에 선을 그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