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자사고
    2025-07-18
    검색기록 지우기
  • 신장암
    2025-07-18
    검색기록 지우기
  • 아나운서
    2025-07-18
    검색기록 지우기
  • 관제센터
    2025-07-1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314
  • [김기중 기자의 교육 talk] 학생만 불안한 ‘자율 자소서’

    자기소개서(자소서) 제출 시기를 두고 지난 3월 말부터 서울시교육청과 서울 지역 20개 자사고가 이어왔던 줄다리기가 끝났습니다. 학생들이 추첨에서 떨어질 것을 감수하고도 무조건 내야 했던 자소서를 학생이 원한다면 추첨이 끝난 다음에 낼 수 있게 됐습니다. 시교육청은 지난 10일 “자사고 지원 학생의 추첨 전 자소서 제출 의무를 없애기로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와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시교육청은 올 3월 추첨에서 당첨된 지원자만 자소서를 내도록 한 ‘2017년도 서울특별시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자사고가 지원자 모두에게 학교생활기록부와 자소서를 받고 추첨과 면접을 순차적으로 거쳐 최종선발하던 방식을 수정하도록 한 내용입니다. 시교육청은 이 고입 전형 기본계획에서 지원자를 대상으로 우선 추첨을 해 1.5배수를 거른 뒤에 학생부와 자소서를 내도록 하는, 선발 단계를 바꾸도록 제안했습니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지금처럼 추첨 전에 모든 지원자들의 자소서를 받겠다고 맞섰습니다. 자소서를 쓰면서 수험생들이 지원한 학교의 건학이념을 이해하고, 자신의 진로를 더욱 깊이 있게 탐색할 수 있기 때문에 자소서는 모든 지원자가 거쳐야 하는 필수 절차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추첨에서 떨어질지도 모르는 학생들에게서 왜 굳이 자소서를 받아야 하는지, 왜 자사고들이 시교육청에 맹렬히 반대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었습니다. 그 답은 일반고에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자사고가 입시가 끝난 뒤에도 자소서와 학교생활기록부 등을 폐기하지 않고 있다가 학교 결원이 발생하면 이를 이용한다는 겁니다. 자신의 학교를 지원했던 일반고 우수 학생들에게 접근해 자사고로 데려가는 것이죠. 이런 일이 버젓이 자행되면서 일반고에서 자사고를 찾아가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이런 배경을 감춘 채 갈등이 5개월 동안 이어졌습니다. 자사고 입시가 시작되기 3개월 전인 8월까지 마무리가 안 되면 올해 자사고 입시가 파행이 예고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자사고가 10일 오전 ‘학생들의 자율에 맡기자’는 절충안을 냈습니다. 시교육청이 합의하면서 “자사고를 지원하는 모든 학생이 자소서를 제출해야 했던 부담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자화자찬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합의 내용을 돌이켜보면 이 합의가 왜 ‘빈 깡통’인지 알 수 있습니다. ‘자소서 제출은 학생 자율’이라니 아이들이 자소서를 내지 않을까요? 자소서를 제출하지 않아서 혹시나 불이익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자소서를 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자신의 미래가 달린 일이니 뭐라도 해야 하는, 애처로운 처지이니까요. 자사고가 암암리에 지원자들에게 자소서를 제출하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자사고는 아이들의 자소서를 폐기할까요? 학교가 자소서를 품는 한 ‘아이들 빼가기’는 이어질 겁니다. 학생들이 냈던 자소서를 폐기했는지에 대해 시교육청이 이를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시교육청은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해 확답을 하지 못합니다. 대신 “우려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장학지도를 철저히 하겠다. 일단 시행해 보고 문제가 발생하면 고쳐 나가겠다”고 합니다. 철저한 지도감독을 약속했으니 지켜볼 일이긴 합니다만, 그럼 지금까지 6개월 동안 시교육청은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이 합의가 정말로 학생들을 위해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gjkim@seoul.co.kr
  • ‘명문대 텃밭’ 자사고, 서류·면접이 당락 열쇠

    ‘명문대 텃밭’ 자사고, 서류·면접이 당락 열쇠

    이과 운영·수능 등 대입 성적 좋아 고교 선호도 50.2%… 특목고 압도 1.86대1→1.90대1→2.02대1→2.66대1→2.67대1. 최근 5년 동안 전국 선발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10곳의 평균 입시 경쟁률 변화다. 과학고, 외국어고와 같은 특목고보다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전국 선발 자사고는 바뀌는 대학입시에 잘 적응하면서 경쟁력 있는 고등학교로 자리매김했다. 다음달 1일 민족사관고(민사고)를 필두로 시작하는 자사고 입시의 중요 포인트를 짚어봤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올해 고입설명회 참가자 32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자사고의 선호도는 50.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외국어고 19.1%, 과학고 13.2%, 영재학교 11.9%, 국제고 5.6% 순이었다. 5년 전인 2011년 조사에서 자사고가 42.6%, 외국어고가 34.3%였던 것에 비하면 격차가 더 커졌다. 2009년의 같은 조사에서는 외국어고가 45.3%로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이어 자사고가 28.3%였다. 선호하는 고교 유형이 외국어고에서 자사고로 이동했음이 확실히 드러난다. 자사고 인기의 이유는 당연히 대입 실적이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전국 선발 자사고는 외국어고와 달리 이과반 편성이 돼 있는 데다 과학고보다 상대적으로 선발인원이 많아 우수 학생들이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뤘다”면서 “최근 입시 성과에서도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상위권 대학 입학 실적이 좋고, 줄어든 정시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수능 성적 결과를 보이며 입지를 굳히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국 선발 자사고는 경기의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외대부고) 350명, 서울 하나고 200명, 강원 민족사관고(민사고) 165명, 전북 상산고 372명 등 10개교에서 올해 모두 2896명을 선발한다. 전국에서 선발하는 일반전형 모집인원이 1255명, 지역 일반전형 모집인원이 660명, 사회통합전형 369명, 기업임직원 자녀 전형 514명, 체육특기자 28명, 기타 70명이다. 전국 선발 자사고 입시 전형은 한마디로 ‘제각각’이다. 대개 1차에서 교과 성적을 보고 2차에서 면접을 보지만, 학교별로 선발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또 기업이 운영하는 포항제철고와 광양제철고, 하나고 등은 기업 자녀에게 일정 비율을 할애한다. 또 외대부고, 북일고, 상산고, 인천하늘고, 김천고 등은 전국 단위로 선발하면서도 해당 지역의 인재들을 선발한다. 전국 선발 자사고는 전기고교에 해당하기 때문에 1개 학교만 지원할 수 있으며, 수험생은 특목고에도 복수로 지원할 수 없다. 기회가 단 한번이기 때문에 합격을 위해선 자신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가장 중요하다. 올해 자사고 입시도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중학교 성적을 A~E 등급으로 매기는 절대평가 방식의 성취평가제를 적용한다. 1단계 전형은 대개 교과 성적만으로 선발하는데, 어지간한 고교는 지원자 대부분이 A등급이다. 특히 외대부고, 하나고, 민사고, 상산고 등은 대학 입학 실적이 좋아 올해도 경쟁률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들 고교는 과목 가운데 B등급 이하가 있으면 사실상 1단계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크다. 지원자들의 1단계 교과 성적 차이가 크지 않아 서류와 면접 평가로 겨루는 2단계 전형이 결국 당락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진학하려는 전국 선발 자사고를 결정했다면, 학교 특성을 제대로 파악해 맞춤형을 만들어야 한다. 전국 단위로 165명을 선발하는 민사고는 1단계 교과 성적으로 입학 정원 3배수 이내를 선발하고 나서, 2단계에서 1단계 교과점수(100점)와 서류심사 점수(100점)를 합산해 입학정원의 2.5배수 이내로 줄인다. 3단계에서는 2단계 환산 점수 100점과 면접으로 자기주도학습역량 및 영재성, 공동체 생활역량 및 인성에 대해 면접을 진행한다. 하나고는 일반전형으로 120명(모집 지역 서울시), 사회통합전형 40명, 하나임직원자녀 전형으로 40명(모집 지역 전국) 등 모두 200명을 선발한다. 1단계는 교과 성적(40점)과 출결(감점)로 모집정원의 2배수를 선발한다. 2단계는 서류 30점(자기주도학습영역 25점, 인성영역 5점), 면접 30점과 체력검사를 시행한다. 면접평가는 학생 1인당 15분 내외로 진행하고, 제출 서류의 사실 여부 확인, 제출 서류의 확장적 질문, 인성 및 리더십 평가 등을 한다. 외대부고는 국제과정, 인문사회과정, 자연과학과정별로 구분해 각 전형 단계를 진행한다. 1단계에서 중학교 교과 성적과 출결로 모집정원 2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1단계 성적(40점)과 서류평가 25점, 면접평가 35점을 종합해 평가한다. 2단계에서 서류보다 면접의 평가 배점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비중을 두어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서류평가는 자기소개서, 학교생활기록부 II, 교사추천서 등을 종합해 평가한다. 면접은 3인의 면접위원이 진행한다. 올해 자기소개서는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나의 꿈과 끼, 인성’을 종합적으로 1500자 이내로 작성하는 방식이다. 최종우 외대부고 입학홍보부장은 “면접에서 학생이 낸 자소서를 중심으로 질문을 하기 때문에 그 내용을 숙지해야 한다”면서 “면접 질문 사례 등은 입학설명회 등을 통해 안내하기 때문에 참고하면 좋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오늘의 눈] 학생 자소서를 움켜쥐려는 자사고/김기중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학생 자소서를 움켜쥐려는 자사고/김기중 사회부 기자

    “지난 학기 초에 한 자사고가 우리 학교 전교 2등 신입생에게 직접 연락했어요. 자기 학교에 결원이 생겼으니 전학 오라고 했답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일반고 교감이 2일 기자에게 씩씩거리며 말했다. 같은 지역에 있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개별적으로 접촉해 전학을 권유했다는 것이다. 이 학생은 전년도에 해당 자사고를 지원했다가 추첨에서 떨어졌다. 이 교감은 “자사고가 학생들이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폐기하지 않고 갖고 있다가 결원이 생기면 연락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이렇게 전교 상위권 학생들을 자사고에 빼앗겼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지난 3월 서울시교육청이 ‘2017학년도 고입 전형 기본계획’을 내놓았지만, 서울 지역 22개 자사고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2014년 신입생 모집 때부터 자사고는 지원자 모두에게 학교생활기록부와 자소서를 받은 뒤 추첨으로 일정 수를 거르고 면접을 거쳐 학생들을 최종 선발했다. 시교육청이 제시한 고입 전형 기본계획은 선발 단계를 바꿔, 지원자를 대상으로 우선 추첨을 해 1.2~1.5배수를 거른 뒤 학생부와 자소서를 받아 면접을 보도록 했다. 서울자사고협의회는 즉각 성명을 내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추첨 전에 모든 지원자들의 자소서를 받겠다”고 맞섰다. “자소서를 미리 받지 않으면 학교의 건학 이념도 모르는 학생이 추첨에서 붙을 우려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협의회는 결국 지난달 11일까지 제출해야 할 입학 요강도 제출하지 않았다. 어불성설이다. 추첨 전에 자소서를 받아 검토한 뒤 지원자를 추리고 추첨하는 과정을 진행했다면, 협의회의 성명에 정당성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소서만 받아 놓는다고 학생들의 수준을 판가름할 수 있을 리 없다. 중학교에서도 자사고의 학생 모집 행태에 냉랭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시교육청이 2주 전 서울시내 전 중학교의 교감과 교사 1명씩 780여명에게 “자사고가 자소서를 받고 나서 추첨을 하는 게 옳으냐”고 물어봤더니 응답자의 90% 이상이 “옳지 못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첨에서 떨어질 수도 있는 학생에게까지 자소서를 받는 일은 비상식이고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런데도 자소서를 먼저 받아 내려는 까닭은 나중을 대비해 일반고의 우수 학생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자사고는 결원이 생기면 공개 모집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보관하던 학생부와 자소서를 찾아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하소연하는 일반고 관계자들도 상당수다. 시교육청은 오는 10일까지 자사고들에 “기본계획을 지키지 않으면 입학 요강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현재 자사고 가운데 3개교만 시교육청의 안을 따르겠다고 밝혀 왔다. 자사고는 입학전형 3개월 전까지인 이번 달 내에 입학 요강을 승인받지 못하면 신입생을 선발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시교육청의 강수에도 기본계획을 따르지 않겠다는 자사고의 속내는 뭘까. 일반고 관계자들의 말이 틀렸다면 뭔가 그럴싸한 이유가 있길 기대한다. gjkim@seoul.co.kr
  • 참전용사 자서전 만든 고딩들… “내신보다 내실” 수재들의 선택… 2살 한민고, 발랄하게 Go Go!

    참전용사 자서전 만든 고딩들… “내신보다 내실” 수재들의 선택… 2살 한민고, 발랄하게 Go Go!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지요. 내 평생에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네요.”(6·25 참전용사 엄봉용씨) 지난 23일 경기 파주시의 백마부대 2만여평 부지에 자리잡은 군인 자녀들을 위한 기숙형 학교인 한민고등학교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6·25전쟁 66주년을 맞아 학교 인근의 참전용사 4명을 모시고 ‘6·25전쟁 참전용사 자서전 발간 기념식’을 개최했다. 조선영(89), 장오봉(86), 엄봉용(82), 김구현(85)씨 등 총 4명의 참전용사가 주인공이었다. 두 달 전 심장수술을 받아 입원한 김씨를 대신해서는 부인이 자리를 함께했다. 참전용사들을 인터뷰해 자서전을 발간하는 프로젝트에 참가한 20여명의 학생들은 이날 본 행사에 앞서 참전용사들 주위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프로젝트는 해가 갈수록 생존한 6·25 참전용사의 수가 줄어드는 것을 안타까워한 한민고 학생들이 자서전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지난 1년여 동안 진행됐다. 참전용사들은 한 명 한 명 소감을 얘기하며 전쟁 당시의 참혹함을 생생하게 전했다. 조씨는 “전투라는 건 한도 끝도 없지만 일주일 내내 자지 못해도 조금도 졸지 않았다. 그런 쓰라린 고통 속에서 전투를 했다”고 전했다. 김씨 대신 참석한 부인은 “남편이 참전했을 당시 총탄 3발을 맞은 흉터가 지금도 그대로 있다. 당시에 소대를 살리겠다고 양말을 벗어서 상처를 꽉 동여매고 십리 길을 뛰어서 인민군이 있는 장소를 알리자마자 기절했다고 한다. 일주일 만에 깨어났는데 한 달 휴가를 받고 집에 와서 저와 선을 본 뒤 바로 결혼을 했다”고 회고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는 한민고는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다. 2014년에 개교한 이 학교는 아직 1회 졸업생도 배출하지 않은 신생 고등학교다. 후기 일반고이면서도 자사고 또는 특목고의 성격을 지닌 학교다. 군인 자녀가 70%이고 경기도에 거주하는 일반인 자녀가 30%다. 특히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술·담배와 폭력, 불건전한 이성교제 등을 3금(禁)으로 정해 실천하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은 금지돼 있지만, 층마다 ‘카카오톡’과 영상 통화가 가능한 다기능 영상 공중전화기가 설치돼 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전교생이 오전 6시에 기상을 해 6시 10분까지 운동장에 모여 국가와 부모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린 뒤 30분간 체조와 달리기를 한 뒤 하루를 시작한다. 군인 자녀들이라서 군대식 교육이 익숙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한민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얘기를 듣고 난 뒤 이런 편견은 한순간에 깨졌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만족도가 전국 1위라는 게 이 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의 자랑이다. 한민고는 중학교 때 전교 1, 2등을 하던 전국 최고 성적의 중학생들이 모인 신생 명문고다. 김형중 교사는 “학생들 성적은 전국 평균 8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4년 개교 당시 일반 학생들의 입학 성적은 경기도교육청 내신성적 산출 기준으로 평균 197.5점(200점 만점), 군자녀 학생들은 193.7점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 학교가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인기를 끄는 비결은 뭘까. 교사와 학생들은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난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하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택해 들을 수 있다는 점을 제1순위로 꼽았다. 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를 비롯한 27명의 ‘한민고 서울대 멘토단’이 교육과정에 참여해 창의성을 배가했다. 가장 특별한 수업은 개교 이래 6개월 만에 자체 개발한 ‘융합수업’이다. 이 수업은 여러 선생님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각 교과목의 관점에서 설명함으로써 기존 교과목 간의 벽을 허무는 수업이다. 박정민(18)양은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여러 과목 선생님들이 한꺼번에 들어와 돌아가면서 수업을 하는 방식인데, 다른 학교에서도 참관 올 정도로 히트를 친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1인1기’도 자랑할 만하다. 문화인의 소양을 키우기 위해 학생 1명당 악기를 1가지씩은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한바다(18)양은 “외부 강사를 초빙해 1주일에 두 번씩 악기를 배우는데, 각자 악기를 맡아 공연을 하기도 한다”면서 “해외 배낭여행을 간 아이들이 6·25참전용사비 앞에서 직접 작사·작곡한 ‘못다 부른 아리랑’이라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1학년 학생들은 6박7일간 국내로, 2학년 학생들은 같은 기간 해외로 배낭여행을 가는 것도 이 학교만의 강점이다.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주제를 선택해 경쟁을 통해 최종 주제를 선정, 해외에서 다양한 문화를 체험한 뒤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김 교사는 “학생 전원이 해외로 배낭여행을 가는 학교는 우리 학교가 유일하다”고 자랑했다. 학생들은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부터 일요일 밤을 제외하고는 휴일과 공휴일에도 집에 가지 못한다. 학교에서 공휴일과 휴일에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주말특강프로그램인 ‘아낌없이 주는 한민’에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가수 인순이 등 유명인사들이 초빙됐다. 한민고 교사들의 교원 선발 경쟁률은 최고 80대1을 기록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만큼 최고 수준의 교사들을 갖춘 것도 한민고의 장점이다. 학비는 기숙사와 방과후학교 등 제반 비용을 모두 포함해 연간 1100만원이다. 하지만 신설 학교인 데다 1회 졸업생도 배출하지 못한 학교에 자식을 보내기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을 듯하다. 전교 1등을 하던 학생들일지라도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기숙형 학교에서는 성적이 떨어질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내신 성적에서 상당한 불리함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대해 김려원(18)양의 어머니 정유경(45)씨는 “군인이었던 아빠 때문에 아이가 중학교까지 무려 11번을 이사했고, 결국 아이가 중학교 2학년 때 더이상 이사 가기 싫어해 아빠가 전역을 했다”면서 “그런데 아이가 사교육을 할 수 없는 한민고를 가겠다고 해서 갈등도 많았지만 지금 너무 만족해하며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박기성(18)군의 어머니 강성아(45)씨는 “아이가 졸업을 하고도 3년을 더 다니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학교”라며 흐뭇해했다. 이해선(18)양의 어머니 김은주(52)씨는 “대학 진학 실적만으로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여기에서 아이들은 일반고에서 느끼지 못하는 것과 인성을 배운다”고 했다. 과학영재학교인 경기과학고의 교장을 지내고 한민고 초대 교장으로 부임한 전영호 교장은 “나라사랑 정신과 함께 인성과 창의 교육이 학교 교훈”이라면서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세간의 편견과 법적 미비 등으로 인해 한민고의 미래가 불확실한 것은 사실이다. 2010년도 2월 국방부에서 학교 설립 태스크포스(TF)가 만들어졌고 군인복지기본법으로 학교 설립 근거가 마련됐다. 당시 550억원의 국방부 예산이 투입돼 학교를 설립했지만, 이후 학교 운영과 관련해 법제처에서 제동을 걸고 있다. 19대 국회에 제출된 군인복지법에 학교 운영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만들었으나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현재는 학부모·법인이 75%, 교육청이 25% 비율로 운영비와 교원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에서 법적 미비로 법정부담금(교원 4대 보험 등)을 지원하지 못하면 교육청 산하로 바뀌게 된다. 한민고 설립 과정에 참여한 학교법인 한민학원 이재봉(육군 대령 출신) 사무국장은 “군인들은 명령에 따라 갑자기 이사를 가는 등 거주 이전의 자유가 없는데 자녀들이 무슨 죄가 있나”라면서 “군인 자녀에 대한 기숙형 학교 설립 및 지원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 사진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서울대 입학본부장 “학생부종합전형, 오직 학생부로만 평가”

    서울대 입학본부장 “학생부종합전형, 오직 학생부로만 평가”

    서울대학교는 학생부종합전형 지원자를 평가할 때 학교생활기록부를 유일한 평가 서류로 삼는다고 밝혔다.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15일 성동구 한양대 백남음악관에서 열린 ‘학생부종합전형 발전을 위한 제1회 고교-대학 연계 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권 본부장은 이날 발표에서 ”자기소개서만으로는 서울대학교에 합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학교생활기록부가 유일한 평가서류이고 자기소개서나 추천서, 프로필 등은 참고자료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자기소개서는 평가서류가 아니기 때문에 자소서 컨설팅은 입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최근 학부모나 교육시민단체가 ‘학생부종합전형은 사교육 시장 확대를 유발한다’고 비판한 것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권 본부장은 ”학생부종합전형은 교실에서 얼마나 능동적이고 자기주도적으로 학습을 하는지,토론을 지속하며 스스로를 계발해 나갈 내적 근력이 있는지를 학교생활기록부를 통해 평가하는 전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대는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총 5단계의 ‘다인 다단계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논문 등 비교과 항목을 요구해서 학생에게 부담을 준다거나,평가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외부의 지적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권 본부장은 이날 2016학년도 서울대 입학생 전형별 학교 유형 비율을 공개하기도 했다. 발표에 따르면 올해 서울대 전체 입학생 가운데 일반고 출신은 49.7%,자율고는 23.0%,특목고는 26.1%,기타 1.1%였다. 지난해는 일반고 50.1%,자율고 21.1%,특목고 27.5%,기타 1.4%였다. 올해 지역균형 전형은 일반고 85.9%,자율고 14.1%의 비율이었고 일반전형은 일반고 35.9%,자율고 19.5%,특목고 42.9%,기타 1.7%였다. 정시는 일반고 47.5%,자율고 36.3%,특목고 15.8%,기타 0.4% 비율이었다. 권 본부장은 ”수시에서 영재고나 과학고 출신 비율은 3년간 줄었고 일반고 비율은 늘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학생부종합전형이 부모의 경제력에 좌우돼 ‘금수저 전형’이라는 얘기나 특목고, 자사고, 강남 지역 학교들이 유리하다는 얘기는 그저 편견“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자사고·외고 ‘방과후학교서 선행학습’ 한다

    소외층 10% 이상 도시 학교 허용 차상위계층 학생 등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학생이 전체 학생 수의 10% 이상이면 도시에 있는 학교라도 방과후학교에서 선행학습이 가능해진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20% 이상 의무적으로 선발하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에서도 선행학습을 할 수 있게 된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교육 정상화법 시행령’ 개정령안을 13일부터 입법예고한다고 12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읍면 지역에 있는 농산어촌 지역 중·고교와 대통령령으로 정한 도시 저소득층 밀집 지역 중·고교가 방학뿐 아니라 학기 중에도 방과후학교에서 선행학습을 할 수 있다. 도시 저소득층 밀집 지역 학교는 차상위계층 학생 등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학생이 전체의 10% 이상 또는 70명 이상일 경우로 규정했다. 개정안이 적용되면 자사고와 외국어고 등이 선행학습 규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도시 지역 일반고는 일부 지역만 규제가 풀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안은 2014년 9월부터 시행된 공교육 정상화법에 따라 정규 수업 시간은 물론 방과후학교 시간에도 선행학습을 금지했던 것을 일부 완화하면서 마련됐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병원 안전사고 생기면 ‘주의보’ 내린다

    병원에서 발생한 환자 안전사고가 다른 병원에서도 반복될 우려가 있으면 사고 내용을 공개하도록 한 ‘의료사고 주의보’ 제도가 7월부터 시행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의 ‘환자안전법’ 시행을 앞두고 31일 국무회의에서 관련 시행령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2010년 의료사고로 사망한 정종현(당시 9세)군의 이름을 따 이른바 ‘종현이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의료사고 내용을 공유해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학습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2014년 12월 국회를 통과해 1년 7개월 만에 시행된다. 당시 종현이는 정맥에 맞아야 할 항암제 빈크리스틴을 의료진 과실로 척수강 내에 맞아 극심한 고통 속에 세상을 떠났다. 이 법에 따라 의료기관은 사망·장애·장해 등 환자의 안전사고를 복지부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환자 안전사고 보고가 병원의 의무는 아니다. 법안의 원안에는 병원이 안전사고를 의무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으나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 상임위 종합심사 과정에서 ‘자율’ 보고하는 것으로 일부 수정됐다. 자율 보고를 해도 병원에 불리한 조치는 취해지지 않는다. 병원급 의료기관에 환자 안전을 위한 국가환자안전위원회와 환자 안전 전담인력을 두도록 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겼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시행령안에는 국가환자안전위원회의 인적 구성, 안전사고 보고 온라인 시스템 위탁 운영사를 의료기관평가인증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 세 곳 중 한 곳으로 선정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의사상자 심사위원이 뇌물을 수수하면 공무원에 준해 형법을 적용하도록 한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도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3년째 오른 男高… 여전한 우세 女高

    3년째 오른 男高… 여전한 우세 女高

    시험 난도 상승 영향 분석 남녀공학 상대적 부진 이어져 지난 3년 동안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분석 결과 여자고교의 전반적 우세 속에 남자고교의 상승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녀공학고교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했다. 수능 난이도 변화와 함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이공계 열풍 등이 남고의 점수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3일 발표한 2016학년도 수능 성적 발표 결과를 토대로 서울신문이 2014, 2015학년도의 수능 점수를 학교 유형별로 다시 분석한 결과 지난 3년간 남고의 상승세가 뚜렷했다. 이번 분석은 매년 수능의 난이도가 달라지는 점을 고려해 해당 학년도의 남고, 여고, 남녀공학의 평균점수를 100점으로 한 뒤 다시 학교별로 계산한 것이다. 2014~2016학년도 수능 표준점수 평균은 전반적으로 여고가 우세했다. 2016학년도의 경우 국어A형, 국어B형, 수학A형, 영어 영역에서 여고가 가장 점수가 높았다. 하지만 3년 동안의 추이는 다소 다른 결과를 보였다. 국어A형은 남고가 2014학년도 101.8점이었지만 다음해 101.5점, 2016학년도 102.1점으로 올랐다. 반면 여고는 같은 기간 104.7점, 105.2점, 103.8점으로 주춤했다. 남녀공학은 3년 평균 97.4점을 기록해 부진을 면치 못했다. 국어B형은 남고가 99.1점에서 99.5점으로 오르고 2016학년도에 100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여고는 같은 기간 103.4점에서 103.6점, 2016학년도 103.6점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문과생들이 주로 보는 수학A형은 남고가 2015학년도 대비 2016학년도에 0.1점 떨어졌지만 여고는 0.4점이 떨어졌다. 이과생들이 보는 수학B형은 쉽게 출제된 2015학년도와 2016학년도 간 차이가 뚜렷했다. 남고는 0.5점 오른 반면 여고는 0.8점이 낮아졌다. 특히 이 영역은 지난해 여고가 처음으로 역전됐다가 올해 다시 남고가 재역전하면서 유일하게 남고가 여고를 앞섰다. 영어 영역 역시 남고가 2015학년도 100.9점이었다가 2016학년도 101.5점으로 올랐지만 여고는 103.6점에서 102.9점으로 하락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시험이 어렵게 출제되면 남학생이 더 잘 치르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나는데, 지난해 수능이 전년도 대비 어렵게 출제돼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금영 용산고(남고) 3학년 부장은 “자사고를 준비하다 탈락한 남학생들이 남녀공학 대신 남고를 선택하면서 전반적으로 남고의 점수가 올라갔다”면서 “정부의 이공계 지원 정책에 따라 일반고 가운데 과학중점학교에 대한 지원이 늘면서 인기를 끈 것도 남고 강세에 한몫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서울광장] 자소서와 등골 브레이커 ‘새끼’들/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자소서와 등골 브레이커 ‘새끼’들/황수정 논설위원

    “너거 아부지 머 하시노?” 영화 ‘친구’에서는 “건달입니더”가 대답이다. 이 설정이 로스쿨로 옮겨 가면 딴판이 됐다. 질문의 의도가 다르고, 답변의 기대치가 달라졌다. 실력자 아버지의 이름만으로 입학 보증수표를 받을 수 있었다는 그간의 소문이 사실로 확인되는 분위기다. 또래의 청년들은 거품 물어 성토할 힘도 없어 보인다. 인터넷에는 맥 빠진 한숨의 댓글이 수북하다. 삼류 영화를 왜 로스쿨 면접장에서 찍고들 있느냐고. 교육부가 전국 로스쿨의 입학 과정을 전수조사했다. 그 내용이 미리 새어나온 통에 벌집 쑤셔진 모양새다. 안 그럴 수가 없다. 자기소개서(자소서) 대신 아버지 소개서를 쓰다시피 해 입학한 사례가 무더기로 걸려 나온 모양이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법관 등 법조인 자녀들이 수십 명 포함됐다고 한다. 당사자들은 며칠째 오금이 저릴 것이다. 요지경 벌집 사정을 구경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썩 재미있지만은 않다. 법조인을 양성하는 대학 공간에서 아버지 소개서로 불공정 입학을 거래할 여지가 있다니. 입맛이 쓰다. 로스쿨 입시 공정성 논란이 거세지자 교육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바쁘다. 2018년도부터 정량평가 비중을 대폭 올리겠다는 요지다. 자소서에 부모나 친인척 신상 정보를 적으면 불이익을 받게 하겠다고 벼른다. 그런 규정은 대입 전형에도 진작에 못 박혀 있다. 로스쿨 관리가 대학 입시만도 못 했다는 얘기다. 2009년 로스쿨 도입 이후 고관대작 자녀들의 특혜 시비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이어졌다. 그런 북새통에도 로스쿨협의회가 부모 신상을 자소서에 쓰지 못하게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은 기껏 재작년이다. 이마저도 권고 사항이어서 위반한들 제재할 도리가 없다. ‘아버지 자소서’를 요구한 쪽은 사실상 로스쿨이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빤한 이유를 넘겨짚고 있다. 졸업생 취업 성적표 등에서 유력 인사의 아들딸은 이래저래 학교 위상을 세워 줄 잠재인력군이다. 야바위 자소서에 맙소사 소리가 절로 나온다. 불공정 자소서의 위험성은 로스쿨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입, 고입 현장의 사정도 아찔하다. 부모 신상을 밝히지 말라는 규정쯤 얼마든 기술껏 비켜 갈 수 있다. “아버지가 밤새 법률 서적을 뒤지고…” 식의 로스쿨 자소서가 도마에 올라 있다. 학생의 신변 환경을 암시하는 이런 정도의 자소서는 놀랄 것이 못 된다. 지금에서야 교육부가 놀라고 있으니, 그게 더 놀랍다.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아이를 특목고나 유명 대학에 보내 본 부모라면 너무 잘 안다. 그쯤의 요령은 기본이다. 혹독한 내신 경쟁을 걱정하면서도 특목고, 자사고에 기를 쓰고 아이를 밀어 넣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학의 학생부 전형에 절대적인 비교과 활동 계획을 학교가 알아서 관리해 주기 때문이다. 동아리, 독서활동 같은 학생부 관리에 손 놓고 앉은 일반고가 속수무책 죽어 가는 이유다. 좋은 학원의 기준도 마찬가지다. 한정된 글자 수의 자소서를 잘 쓰는 요령, 그 안에 엮을 스토리텔링의 소재까지 기획해 준다면 줄을 설 수밖에 없다. 자소서, 학생부 대비를 핑계로 학원들은 불안한 엄마들을 사흘들이 불러 모은다. 이것이 현실이다. 다양한 소양을 갖춘 부모는 아이에게 그 자체로 천부의 특혜다. 많이 가진 부모의 금수저 특혜는 로스쿨에만 있지 않은 것이다. 답답한 것은 이런데도 앞뒤 돌아보지 않고 학생부 전형에만 열 올리는 정책이다. 고 2가 대학에 가는 2018년도에 서울대는 입학 정원의 78.4%를 학생부 전형으로 뽑는다. 부모 노릇 하기 어려운 시대다. 흙수저 아버지야 말할 것도 없다. 금수저 아버지에게도 자식이 ‘등골 브레이커’가 되기 십상이다. 잘난 아버지의 이름이 해결사가 돼도 좋도록 한눈 질끈 감아 주는 정책은 그 자체로 함정이다. 조만간 교육부가 공개할 로스쿨 실태 조사 결과에 이목이 쏠려 있다. 자식을 불공정 입학시킨 대법관이 누구인지 여론은 멍석말이라도 할 기세다. 이 지경이 되도록 수수방관한 교육부도 크게 반성해야 한다. “금수저 아들을 키우는 것은 팔 할이 아버지의 이름.” 서정주의 명시를 패러디한 인터넷 우스개다. 아무리 접어 줘도 ‘아버지 입김’ 팔 할은 모른 척 참아 넘기기에는 너무 많다. 시인이 지하에서 벌떡 일어날 소리다. sjh@seoul.co.kr
  • “세월호 교훈 새 교육 열자”… 교육감 14명 ‘416교육체제’ 선언

    전국 시·도 교육감 14명이 세월호 참사를 교훈 삼아 새로운 교육을 만들겠다는 다짐과 함께 교육체제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14개 시·도교육청 교육감은 세월호 참사 2년을 맞아 20일 수원 경기도교육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린 ‘새로운 교육 전환을 위한 선포식’에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또 ‘기억을 넘어 희망을 만들겠습니다’라는 주제로 ‘416 교육체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새로운 교육체제 전환을 위한 선포식’도 가졌다. ‘행복한 배움으로 특별한 희망을 만드는 공평한 학습사회’를 비전으로 한 ‘416 교육체제’로 206개 세부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주요 정책과제로 수능 절대평가제 도입 및 수능 폐지 후 자격고사제 전환 등 대학입시제도 개선이 포함됐다. 현 대입 제도로는 대학 수학 능력이나 미래 인재 역량을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1단계로 수능 출제방식(수능과 EBS 연계)을 개선하고 2단계로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제로 바꾼 뒤 3단계로 수능 자체를 폐지하고 자격고사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자격교사를 통과한 지원자 중에서 정원만큼 추첨으로 선발하는 ‘자격고사 후 추첨전형’ 도입도 제시했다. 네덜란드 일부 대학처럼 아예 자격고사 없이 내신 일정 비율과 인성·창의성 요소 등으로 지원자 중에서 추첨 선발하는 ‘무시험 추천전형’ 도입도 대안으로 내놓았다. 특수목적고인 외국어고·국제고·과학고와 자사고를 단기적으로는 일반계 고교로 전환하는 논의도 나왔다. 그러나 이 제안은 일부는 국가나 중앙정부 수준의 정책 입안 과정에 해당되고, 추진 과정에서 교육계 내부의 진통이 예상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수광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부장은 “416 교육체제로 전환하려면 현 교육질서에 대한 문제의식과 비전 설정을 위한 지속적인 토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도 “4·16 이전과 이후의 교육은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주목받는 일반고] 서울 경기여고

    [주목받는 일반고] 서울 경기여고

    1908년 4월 순종의 명에 따라 우리나라 최초의 관립 여성교육기관인 한성고등여학교에서 출발한 경기여고는 누적 졸업생이 4만 300여명에 이르는 전통 있는 학교다. 탤런트 김혜자씨를 비롯해 이경숙 전 숙명여대 총장,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김영란 전 대법관 등이 이곳 출신이다. 1988년 서울 중구 정동에서 ‘강남의 노른자’로 불리는 개포동으로 이전하면서 대학 진학률도 향상됐다. 하지만 외국어고와 같은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 열풍이 거세지면서 경기여고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개교 100년을 앞둔 2007년에는 서울대 수시전형에서 합격자가 1명도 안 나오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최근 대학들이 수시전형 비중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경기여고는 대학입시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해 543명의 졸업생과 재수생 중 수시에서 193명, 정시에서 265명이 합격했다. 서울대의 경우 수시 11명 등 모두 16명이 합격했다. 또 고려대 26명, 연세대 22명, 이화여대 47명이 입학했다. 미국 윌리엄스대와 일본 와세다대, 게이오대, 메이지대 등 해외 대학 입학도 8명이었다. 외고나 자사고가 아닌 일반고에서 이 정도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수시전형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둔 데 대해 이옥란 교장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인성교육을 꼽았다. 이 교장은 4일 “아무리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도 인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차세대 리더가 될 수 없다”며 “우리만의 독특한 인성교육이 대학에서도 인정받아 수시전형에서 유리한 요소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여고는 1학년에 입학하면 모든 학생이 가정시간에 한 반씩 돌아가며 다도와 예절을 배우고 마지막에는 교사에게 절을 하는 ‘속수례’(束修禮)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다. 속수례는 원래 조선시대 왕세자가 성균관 대성전을 찾아 공자와 맹자에게 술잔을 올린 뒤 명륜당 대문에서 스승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예식으로, 낮은 몸가짐과 겸손한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런 의식을 통해 학생들이 공동체 의식을 기르고 이를 바탕으로 여성리더로서의 성품을 길러 나간다는 것이다. 홍경민 교감은 “학생회를 중심으로 연말에 동네 어르신을 상대로 봉사활동을 하는데 형식적인 봉사가 아닌 진심 어린 모습으로 임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3학년 학생회장 손현지 양도 “봉사활동 중에 우연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게 돼 수요집회에도 참석한 적이 있다”며 “학교에서 학생 자치활동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해줘서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대학 입학과도 연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여고에서도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동아리 활동과 소논문 쓰기 등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2학년 학생이 1학년 학생 영어를 가르치는 또래영어교사 프로그램인 ‘더 패스’(The PASS)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이는 영어 과목 부진 학생을 영어 교과 우수 학생이 가르치는 것으로 주로 장래희망이 교사로 사범대 진학을 노리는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의대와 간호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을 위해 이화여대 목동병원과 손잡고 진로체험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한 번에 10명씩 50명 안팎의 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4차례 토요일에 수술실을 견학하고 병원에서 심폐소생술 전문과정 시뮬레이션을 살펴본다. 의대나 간호대 진학을 원하는 학생이 자신의 능력이나 흥미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경기여고는 2014년 주요 대학 의예과에 21명을 진학시켰다. 방과후 수업의 질적 향상과 함께 제2외국어의 선택폭을 넓힌 것도 수시 합격생이 늘어난 요인으로 학교는 보고 있다. 3학년 진학담당 조내희 교사는 “학원가가 번성한 이곳에서 경기여고는 강남에서 가장 많은 방과후 교실을 운영하고 있을 것”이라며 “성과가 좋다 보니 재작년의 경우 100% 가까운 학생이 참여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수준 높은 방과후 교실을 통해 교사가 학생과 가까이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학생을 소개하는 자기소개서에서 강점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원어민 교사가 있을 정도로 제2외국어 선택폭도 넓은 편”이라면서 “토요일마다 대학전공과 연관된 진로탐색 프로그램을 하기에 학생들이 5~6월만 돼도 자기 전공에 확신을 갖게 돼 입시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여고는 2008년부터 ‘비전 2020’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개교 100주년을 맞아 ‘인류의 행복한 삶을 위해 헌신하는 글로벌 인재 양성’을 내걸고 만들었다. 이를 통해 사이버 상담을 확대하고 국내 및 해외 대학의 입시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한국의 차세대 리더십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유용 서울시의원 “흑석동에 고등학교 신설 ‘파란불’”

    유용 서울시의원 “흑석동에 고등학교 신설 ‘파란불’”

    서울시의회 유 용 의원(더불어민주당·동작4)은 지난 28일 이창우 동작구청장을 비롯하여 흑석초등학교, 은로초등학교 등 학부모들과 서울시교육청을 방문하여 흑석동 고등학교 신설(유치)·사립학교 이전 등에 관하여 조희연 교육감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 2015년 7월에 이어 흑석동에 고등학교가 신설·이전 될 수 있도록 조속한 방안을 해결해 줄 것을 위한 두 번째 자리였다. 동작구 흑석동은 2015년 7월 현재 기준으로 15,689세대 인구 36,376명이지만 주택이 많고 인구 과밀 현상으로 인해 뉴타운 사업추진 중이며 인근 노량진동과 상도동의 유입 인구가 합쳐진 지역이다. 고등학교가 한 개교도 없는 흑석동 주민들은 일반고를 비롯해 자사고, 특성화고, 실업고, 학력인정 고등학교 등을 포함한 고등학교 유치에 대해 주민의 85%가 설립을 요구하고 있으며, 흑석동 학부모의 75%도 일반계 고등학교 유치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담회 자리에서 유 의원을 비롯한 학부모들은 조희연 교육감에게 흑석동에 고등학교가 없어 관내 일반고 진학시에도 원거리 통학문제가 발생하여 학생과 학부모가 불만이 상존하고 흑석동, 노량진, 상도권역에 고등학교가 없어 거주지 이전고민과 원거리 배정으로 인하여 서초·강남·용산·영등포 등 인접 자치구로 교육이탈현상이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서울시 교육청의 교통여건 등을 무시한 단순통학거리, 통합학교군의 산술적 학생 수 등을 고려한 학생수용여건이 아니라 동작구의 교육적 수요와 환경을 고려한 학생교육여건 측면의 접근이 필요하며, 특히 창의적인 인재양성이 가능한 우수한 일반고의 신설 또는 학교 이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조희연 교육감은 “작년 7월 첫 번째 간담회에서도 밝혔듯이 현 상황에서는 학생 공급 상 전혀 문제가 될게 없고, 서울시와 교육청, 동작구청, 동작·관악교육지원청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여 흑석동 위상에 맞게 조속한 결정을 통해서 고등학교 이전·신설에 발 빠르게 대처하겠다고 약속하겠다.”고 답했다. 간담회 후 유 의원은 “흑석동에 고등학교 신설(유치) 및 사립학교 이전 등의 문제가 해결되면 학생들의 원거리 통학문제 해소, 동작구의 공교육 질 개선은 물론 비정상적 교육환경의 획기적인 분산과 더불어 서울시 공교육 질 개선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 한다”면서 서울시교육청과 조희연 교육감의 결정에 환영을 표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서울시, 수월성 교육 완전히 무시해선 안 돼

    서울시교육청이 고등학교 선발 체계를 전면 개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목고와 자사고의 학생 우선 선발권을 폐지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2018년 시행을 염두에 둔 개편안은 특목고-자사고-일반고 순인 현행 선발제도의 서열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지금처럼 특목고와 자사고가 학생을 먼저 뽑아 선점하는 방식 대신 일반고와 모두 동시에 선발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자사고 폐지를 통한 일반고 살리기를 취임 이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이번 개편안도 그런 구상을 받쳐 주는 밑그림이라 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 들어서도 두 차례나 외부 용역을 통해 고교 전형 방안 개선안을 모색했다. 용역 보고서가 제안했다는 방안은 모두 특목고와 자사고의 우선 선발권을 없애야 한다는 쪽이었다. 전·후기 선발 방식을 폐지해 서열화를 막는 한편 일반고 간 편차를 줄이는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특정 일반고에 우수 학생이 몰리지 않도록 중학교 성적 등급대로 학생들을 골고루 배정하겠다는 발상이다. 성적균형배정제는 조 교육감의 핵심 공약이기도 했다. 고교 서열화 문제는 시급히 개선해야 할 교육계의 중대 과제다. 경쟁에서 낙오한 집단이라는 생각에 일반고 학생들의 열패감과 무력감은 심각한 수준이다. 수업 시간에 아예 엎드려 자는 학생이 수두룩하고, 학생들이 알아듣든 못 알아 듣든 상관없이 교사들조차 자포자기 면피용 수업을 하고 있는 판이다. 하지만 고교 입시 체계를 덮어 놓고 단순화하는 방안이 전체 고교 역량을 끌어올리는 묘책인지는 백번 고민해야 한다. 추첨으로 특목고를 지원하게 하고, 자사고를 무력화시킨다고 일반고가 살아난다는 보장은 없다. 공교육의 질적 개선 없이 우수한 학생들을 억지로 일반고로 밀어넣어 봤자 폐단은 뻔하다. 학력의 하향 평준화는 물론이고 학교 수업에 만족하지 못하는 우수 학생들은 사교육에 더 매달릴 것이다. 일반고보다 몇 배의 학비가 드는데도 특목·자사고에 줄을 서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교육 경쟁력을 키우려면 수월성 교육 제도가 무시돼서는 안 된다. 일반고가 죽었다고 입으로만 걱정하지 말고, 과감하고 전폭적인 일반고 지원 대책을 먼저 내놓으라. 특목·자사고에 쏠렸던 시선들이 일반고로 저절로 돌아간다.
  • 서울시교육청 “외고·자사고·일반고 통합” 검토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시내 외국어고와 국제고,자율형 사립고를 장기적으로 일반고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고려대 교육학과 김경근 교수를 책임자로 한 연구팀이 ‘초·중등교육 정상화를 위한 고교체제 개편방안 연구’ 보고서를 최근 조희연 교육감에게 제출했다고 24일 밝혔다.   보고서는 현행 고교체제의 문제점으로 “특목고,자사고,일반고로 이어지는 수직적 서열체계가 강고하게 구축돼 고교 평준화 제도가 사실상 붕괴했다”고 지적했다.  현행 서울 고입 전형의 문제점으로는 일반고가 집중적인 불이익을 받도록 설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중학교 때 학업성취가 우수했던 학생들이 주로 전기고에 먼저 진학하면서 후기인 일반고는 중·하위권 학생들을 배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에 따라 고교 체제 개편과 함께 중기적으로 현재의 전·후기 선발을 폐기할 것을 제안했다. 대안으로는 3단계 배정 방안으로 전환을 제시했다.  1단계에서 특성화·마이스터고,2단계에서 특목고·자사고·일반고가 동시에 선발하고,3단계에서는 각 단계에서 부족한 인원을 충원하는 방안이다.  장기적으로는 외고와 자사고,국제고 등을 폐지하고 일반고에 통합시켜 일반고를 중심으로 고교체제를 단순화해야 한다는 처방도 내놨다.  서울교육청은 이런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본격적으로 고교 체제 개편 방안 검토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완성돼 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보고서는 큰 틀에서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앞으로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구체화하는 것은 또 다른 난제”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교통안전 행복두배] 술 마시고 늦은 밤 경운기 몰다가… 농기계 교통사고 치사율 10배 높아

    지난달 9일 전남 해남 화원면에서 문내면 방향으로 운행하던 자동차가 2차로로 지나가고 있는 경운기를 들이받아 경운기 운전자(87)가 현장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농어촌에서 흔히 발생하는 교통사고 유형이다. 농어촌지역 농기계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농기계 운전자가 대부분 노인들이라는 점에서 고령자사고 증가와도 연관된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0∼2014년) 농기계 교통사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사망자 수는 2010년 39명에서 2014년 75명으로 급증했다. 연령대별로는 전체 사망자 341명 중 70대 이상이 159명으로 46.6%, 60대가 99명으로 29.0%, 50대가 59명으로 17.3%를 차지해 연령이 높을수록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고유형별 교통사고 발생 건수를 전체 자동차 교통사고와 비교하면 차량 단독사고 비율이 전체 자동차 교통사고보다 6.3배 높았다. 사고 유형은 야간운행이나 음주운전, 조향장치 과다조작 등으로 인한 전도·전복(35%), 도로이탈(29%), 공작물 충돌(6%) 등으로 분석됐다. 특히 농기계는 사고발생 시 치사율이 일반 차량사고보다 10배(2014년 전체 1.39%, 농기계 14.18%) 이상 높다. 이는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는 농기계의 특성상 운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동승자가 함께 탑승했을 경우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용길 교통안전공단 도로교통안전처장은 “고령자일수록 상대적으로 시각, 청각 등 인지능력과 운전능력이 떨어져 농촌지역에 큰 문제가 되고 있다”며 “농기계를 운행할 때는 운전자만 탑승하고 음주운전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운전자 역시 농촌지역 도로를 지날 때는 속도가 느리고 식별이 어려운 농기계가 운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유념하고 방어운전을 해야 한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이과 강풍에 외고 열풍 시들 … 자사고 순풍에 일반고 역풍

    이과 강풍에 외고 열풍 시들 … 자사고 순풍에 일반고 역풍

    외국어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그리고 일반고. 좁은 대학문을 놓고 치열한 전쟁을 벌이는 이 세 학교군의 경쟁을 일컫는 이른바 ‘고교 삼국지’에서 외고가 주춤하고 자사고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전체 지형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불어닥친 이공계 선호 현상과 대입 판도 변화가 이 같은 현상을 불러온 것으로 분석된다. 외고와 자사고의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정작 벼랑 끝에 몰린 것은 일반고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24일 서울지역 외고들에 따르면 2016학년도 원서 접수를 최근 마감한 결과 6개 외고 평균 경쟁률(일반전형 기준)이 2.15대1을 기록했다. 2014학년도 2.10대1에서 2015학년도 2.51대1로 올랐다가 올해 하락했다. 반면 자사고는 2014학년도 1.66대1에서 지난해 1.80대1로 오른 데 이어 올해 1.94대1을 기록하며 꾸준히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 이과반을 운영할 당시 대입에서 ‘절대강자’로 통했던 외고의 경쟁률이 지난해에 비해 큰폭으로 떨어진 것은 이공계 선호 바람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장정현 한영외고 교감은 “이과반 운영 금지 이후 외고의 경쟁률이 하락세를 보이다 2014학년도부터 선발방식을 바꾸면서 반등했지만, 최근 불어닥친 이공계 선호 현상으로 올해 다시 하락했다”고 말했다. 외고의 경쟁률이 떨어진 또 다른 이유는 대입제도의 변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2016학년도 대입에서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의 비중은 7대3 정도였다. 2002년 3대7이던 것이 거꾸로 바뀐 것이다. 내신이 중요한 수시의 비중이 높아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내신 경쟁에서 불리한 외고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허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외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특기자전형과 논술이 폐지되는 추세이고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선발하는 정시의 비중도 계속해서 줄고 있다”면서 “최근 발표된 고려대의 2018학년도 전형 계획안도 외고 지원을 위축시켰다”고 말했다. 외고의 경쟁률 하락은 반대로 자사고의 경쟁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자사고인 중동고 오세목 교장은 “자사고는 내신에 있어서 외고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하고 최근 학생부 종합전형 등에 대비한 비교과에서는 일반고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 “자사고는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최근 입시 경향에 철저히 맞춰 교육한다. 그렇지 않을 땐 학부모들의 항의가 들어오고 평판도 나빠진다”며 “자사고끼리 치열한 경쟁을 하기 때문에 자사고 선호 현상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반고는 저조한 대입 실적 때문에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지역의 한 일반고 교사는 “중학교 상위권 학생은 자사고로, 중위권 학생은 취업이 잘되는 특성화고로 갈리면서 일반고는 사실상 ‘앙꼬 없는 찐빵’ 같은 신세가 돼 버렸다”면서 “조희연 교육감이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며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아주 미흡하다’는 말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심화하면 결국 고교 계급 체계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사고 가운데 일부는 외고의 인기를 능가할 것”이라며 “교육 당국이 일반고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는 이상 자사고와 외고에 밀린 일반고가 더이상 버티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檢 수사받는 하나高, 자사고 최고 경쟁률

    檢 수사받는 하나高, 자사고 최고 경쟁률

    하나고가 ‘입시 비리’ 파문에도 불구하고 올해 전국 단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신입생 모집에서 가장 높은 지원 경쟁률을 기록했다. 남녀 신입생 비율을 맞추기 위해 임의로 가산점을 준 사실이 드러나 서울시교육청이 자사고 지정 취소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최근 대학 입시에서 워낙 높은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19일 전국 자사고에 따르면 2016학년도 전국 단위로 선발하는 10개 자사고의 평균 경쟁률은 2.67대1로 지난해(2.66대1) 수준을 보였다. 이 중 하나고는 4.91대1로 지난해(5.66대1)에 이어 2년 연속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대청운고가 3.64대1, 외대부고 3.60대1, 상산고 3.41대1이었다. 포항제철고가 1.45대1로 가장 낮았고 이어 광양제철고가 1.47대1, 북일고 2.07대1이었다. 하나고가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은 대입 실적이 그만큼 탁월했기 때문이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하나고는 올해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 1단계 합격자를 75명이나 낸 것을 비롯해 연세대와 고려대 등 유명 사립대에 진학하는 학생도 일반고에 비해 월등히 많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에 진학하는 일반고 학생이 한 학교에 한 명도 안 되는 일이 많은 현 상황이 이어진다면 자사고 선호 구도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함께 마감된 서울 지역 자사고 경쟁률 역시 이런 현상을 그대로 보여 줬다. 서울 지역 22개 자사고의 지원율은 일반전형 1.94대1, 사회통합전형 0.43대1로 지난해와 비슷했다. 서울서부지검은 서울시교육청이 수사 의뢰한 하나고의 입시 비리 의혹 사건을 형사5부(부장 손준성)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시교육청이 확보한 관련 증거와 감사자료 등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하고 나서 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을 포함한 관련자 소환 검토 등 수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서 문제가 확인되면 즉각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자사고 재정 지원 깐깐해진다

    전국 시·도 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 기준이 강화된다. 최근 입시비리 등 부정이 적발된 하나고나 인천하늘고처럼 기업체가 설립한 자사고에는 일반 자사고보다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교육부는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자사고 재정 지원 기준 표준안’을 마련해 전국 시·도 교육청에 보냈다고 16일 밝혔다. 표준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자사고의 목적사업비 지원 규모가 일반 사립고 수준으로 제한된다. 목적사업비는 학교폭력 예방 지원 프로그램 운영비, 학교운동부 운영 경비 등 국가나 지자체가 학교의 특정 목적사업 수행을 위해 지원하는 예산이다. 표준안은 ▲시·도의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추진되는 사업 ▲개별법에 지원 근거가 있는 사업 ▲재난 복구나 정책 변경 ▲학생 안전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 등으로 지원 조건을 한정했다. 학교 시설비에 대한 지원도 제한된다. 자사고의 교육환경 개선 사업비는 A~E등급 가운데 낮은 등급인 D, E등급을 받는 등 안전과 관련된 중대한 사유 등에만 지원키로 했다. 이때에도 자사고는 재단이 일반 사립고 수준 이상 대응투자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표준안은 목적사업비와 학교 시설비 지원 등에 있어서 기업체가 설립하고 임직원 자녀를 별도 선발하는 자사고에 대해서는 그 기준을 더욱 까다롭게 하라고 명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반 국민의 학교 선택권에 일정 부분 제한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인 만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교육을 위한 재정 지원을 할 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란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표준안은 자사고에 대한 과도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됐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교육부에서 받은 ‘고등학교 유형별 목적사업비 지원 현황’에 따르면 교육부와 전국 시·도 교육청이 2011∼2013년 고등학교에 지원한 금액은 자사고가 학교당 연평균 9억 1000만원으로, 일반 사립고의 8억 6000만원보다 6.0% 더 많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하나高, 보정점수 주며 90명 부당 선발”

    “하나高, 보정점수 주며 90명 부당 선발”

    남녀 입학 비율을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하나고의 입시 비리가 사실로 드러났다. 남녀 학생의 비율을 맞추기 위해 신입생 입학전형 과정에서 합격선에 미치지 못한 학생들에게 ‘보정점수’를 따로 주는 수법으로 등수를 조작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15일 하나고의 이런 입시비리 정황과 운영비리 정황 등을 확인하고 하나학원 김승유 이사장 등 관계자들을 16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검찰 조사결과가 나온 뒤에는 자사고 지정취소 절차도 밟을 예정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하나고는 2011∼2013학년도 신입생 입학전형에서 1차 서류전형과 2차 면접전형이 끝난 뒤 명확한 기준이나 근거 없이 보정점수를 줘 지원자들의 등수를 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교육청 감사팀 관계자는 “1차와 2차 전형을 마치고 마지막에 ‘종합적 평가’라는 항목으로 자의적으로 보정점수를 줬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11학년도 28명(남자 25명), 2012학년도 33명(남자 29명), 2013학년도 29명(남자 24명) 등 모두 90명이 부당하게 합격했다. 하나고의 신입생 입학정원은 매년 200명가량이다. 시교육청은 2014∼2015학년도 입학 당시 성적 조작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감사팀 관계자는 “남녀 합격생 비율이 직전 3개 연도와 흡사하게 나온 것으로 미뤄 조작이 더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고가 재단인 하나금융그룹 임직원들이 출자해 설립한 시설 관리업체에 2010년부터 최근까지 100억원 상당의 학교 계약을 수의계약으로 몰아준 사실도 감사 결과 적발됐다. 국가계약법상 사립학교의 수의계약은 추정가격 5000만원 이하인 용역계약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하나고는 교사 신규 채용과정에서 공개채용을 하지 않고 이 학교에 1∼3년 근무한 기간제 교사 중 10명을 근무 평점과 면접만으로 정교사로 전환하기도 했다. 시교육청은 김 이사장과 하나고 교장·교감, 행정실장 등을 사립학교법 위반 등으로 16일 서울 서부지방검찰청에 고발키로 했다. 학교 교장과 교감, 행정실장에 대해서는 학교법인에 파면을 요구했다. 김형남 시교육청 감사관은 “검찰 조사 결과와 시교육청의 감사 결과가 일치한다면 하나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서울시의회가 지난 4월 구성한 하나고 특위가 8월 이 학교 전모 교사의 제보를 받아 관련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난 뒤인 9월부터 하나고에 대한 특별감사를 진행해 왔다. 한편 하나고는 보도자료를 통해 “시교육청이 ‘자사고 죽이기’에 나선 것”이라며 감사 결과를 부인하고, 감사에 대한 이의신청과 함께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장형우 기자의 입시 talk] (2) 물수능의 비밀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흘도 남지 않았습니다. 수험생들이 마지막 정리와 컨디션 관리에 몰두하는 시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수능 다음날인 13일 어떤 기사를 쓰게 될지가 궁금합니다. 참고로 지난해 수능 다음날 썼던 기사의 제목은 “‘물수능’ 변별력·사교육비 다 놓쳤다”였습니다. 그 뒤 일주일 동안은 영어와 생명과학Ⅱ의 출제오류 때문에 시끄러웠습니다. 올해도 같은 기사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출제오류만은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제발. 수년째 수능 뒤에는 어김없이 ‘물수능’ 논란이 펼쳐집니다. 대다수 언론은 수능이 너무 쉬워서 학생들의 학업 능력을 서열화할 수 있는 변별력이 약하다는 점을 우려합니다. 지난해 영어 영역에서 만점자가 응시자의 4%가 넘는 바람에 실수로 1개만 틀려도 2등급으로 내려갔던 상황을 보면 타당한 이야기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 수능이나 모의평가에 출제되는 문제가 쉬운 걸까요. 아니요. 어렵습니다. 수능 당일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등 시험이 시작되면 교육부 기자실에는 수험생들이 풀고 있는 시험지가 배포됩니다. 지난해에도 몇몇 기자들이 ‘왕년의 실력’을 발휘해 풀어보려 했지만 어려워서 이내 포기했습니다. 처음에는 ‘기자들이 공부한 지 오래돼서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현직 교사에게 물어봤습니다. 교사들은 모두 “문제 자체는 어렵다”고 했지만, “70% 이상이 EBS 수능 교재에서 나오기 때문에 학생들은 쉽게 푼다”고 답했습니다. 실제 수능에서 지문, 선택지까지 똑같이 나오니까 고3 학생들은 현재 EBS 교재 외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100점 만점에 최소 70점까지는 암기력 테스트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되다 보니 1993년 처음 수능이 치러졌을 당시의 “학력고사식 암기 위주의 학습에서 탈피하고, 대학에서 수학(修學)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자를 선발한다”는 취지는 무색해졌습니다. 그러면 교육 당국은 왜 도입 취지마저 훼손해 가면서 수능을 쉽게 내려고 하는 걸까요. 답은 ‘사교육비’입니다. 수능이 어려우면 국가가 사교육을 조장하는 꼴이 되고, 결국 집권 세력의 인기가 떨어집니다. 물론 ‘IMF 사태’로 불리는 1997년 말 외환위기의 영향이 지배적이었지만, 그해 12월 이뤄진 정부수립 이후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와 역대 최고의 ‘불수능’(어려운 수능)이었던 그해 시험의 영향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어쨌든 쉬워진 수능에 골치가 아픈 곳은 대학입니다. 수능으로 지원자 변별이 쉽지 않은 대학은 우수 학생을 뽑기 위해 대학별고사(논술고사)를 치러왔습니다. 그런데 교육 당국은 이마저도 사교육을 부추긴다며 ‘고교교육정상화기여대학지원사업’ 등의 각종 대학 지원사업을 무기로 대학별고사 축소, 또는 폐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대신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위주의 전형(종합·교과)을 확대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 입장에서는 어떤 고교인지도 보지도 않고 무조건 내신성적이 좋은 학생만을 뽑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과학고, 외국어고, 자사고 등 고교 입시 경쟁이 치열해집니다. 또 고교 내신 경쟁에도 사교육비가 들어갑니다. 뿐만 아니라 학생부 비교과 활동 관리에는 물량(사교육비)전과 함께 학부모의 정보전도 치열하게 벌어집니다. 어른들이 “학력고사가 좋았다”고 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zangzak@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