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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 연쇄 테러] “가족 부양 위해 한국 온 근로자일 뿐 무슬림들은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파리 연쇄 테러] “가족 부양 위해 한국 온 근로자일 뿐 무슬림들은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19일 낮 12시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모스크) 앞. 길게 늘어서 계단을 오르는 신도들이 보였다. 정기 ‘쌀라’(예배)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듯했다. 아랍계로 보이는 남성 신도들 사이로 한국인 여성 신도들도 눈에 띄었다. 8년 전 무슬림이 됐다는 30대 여성 최모씨는 “무슬림을 테러와 연결 지어 바라보는 시선에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 남산에 갔더니 아이들이 ‘히잡’(무슬림 여성이 머리을 감싸는 스카프)을 두른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IS(무장테러단체 이슬람국가)다’라고 소리를 치더군요. 무슬림은 위험하다, 테러단체다라는 편견이 아이들에게까지 생긴 것 같아 안타까워요.” ●시리아 난민 승인에 악플 빗발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 소행으로 밝혀진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국내 무슬림들 사이에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혐오증)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전날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알카에다 연계조직을 추종하는 인물이 검거됐다는 소식에 이어 시리아 난민 135명의 입국이 허가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 대해 인터넷에서는 무슬림을 향한 무차별적 비난이 쏟아졌다. 이를테면 “이슬람 사원들을 전부 다 없애 버리고 싶다. 이슬람 OUT”, “누가 난민인가. 이슬람 테러범들을 불러들였다.” 등의 글들이 SNS와 포털뉴스 댓글 등에 오르고 있다. 박모(34·여)씨는 “10년 전 이슬람교를 믿게 됐다. 여성 신도들은 더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이런 사건이 날 때마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아이까지 편견… 우리도 테러 반대” 실제로 이날 함께 예배에 참가한 신도 13명 중 10명은 본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한국에 와 공장에서 일하는 평범한 외국인 근로자들이었다. 이들은 “고향 가족들을 먹여살리려고 한국에 와서 착실하게 일할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도 한국인들과 다르지 않다”고 호소하는 목소리에는 억울함도 배어 있었다. 10년 전 한국에 온 하피츠 엠디(48·방글라데시)는 “파리 테러 사건에 대해 드는 감정은 우리나 한국인들이나 다를 바가 없다”며 “코란(이슬람 경전)에서도 무자비한 폭력은 절대로 행하지 말라고 나와 있다”고 말했다.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체류 중인 무슬림은 올 2월 기준 13만 5000여명으로 추정된다. ●이슬람혐오증 되레 테러 위험 높여‘이슬라모포비아’가 국내에서 테러가 발생할 위험을 오히려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중동학회 편집출판이사로 IS 영문판 홍보매체인 ‘다비크’를 분석해 논문을 쓴 정상률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극단주의자들은 전체 무슬림의 1%도 안 되는데, 잘못된 편견으로 종교적 차별을 한다면 우리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며 “이는 소외당한 무슬림들을 테러 세력으로 선동하려는 IS의 전략에 말려드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수영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흔히 테러를 자행하는 단체들은 세력을 불리기 위해 종교를 통해 집단의 논리를 세뇌하는데, 이를 특정 종교의 특징으로 인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3] 현대판 소도, 조계사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3] 현대판 소도, 조계사

     ‘조계사는 현대판 소도?’ 조계종이 속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한 밤중 불쑥 조계사를 찾아와 은신한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사회 일반의 눈치를 살피는 눈치다. 내 집에 들어온 절박한 중생을 내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엄연한 수배자를 무한정 품고 있을 수도 없고. 더군다나 한 위원장은 신변 보호 요청에 더해 조계종 화쟁위원회에 현 시국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 역할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 한상균 민노총위원장 “의지할 곳 조계사뿐”... 종단 진퇴양난 형국 조계종 내부에선 ‘어떻게 야박하게 내칠 수 있느냐’는 동정론 한 켠에 ‘왜 계속 조계사냐’는 푸념이 적지 않다. 실제로 철도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수배됐던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 부위원장이 2013년 12월 23일부터 지난해 1월14일까지 조계사에 은신하면서 조계종단은 심한 몸살을 앓았다. 그에 앞서 1994년 철도노조 집행부부터 1995년 한국통신 노조간부, 1998년 현대중기산업 노조원, 2002년 발전노조와 전국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잇따라 조계사로 숨어들었고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에 나섰던 광우병국민대책회의 박원석 상황실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수배를 피해 의탁한 곳도 모두 조계사였다.  수배자의 잇딴 은신과 관련해 조계종이 겪는 큰 갈등은 당연히 믿고 의지해 찾아온 손님의 대우 여부이다. 조계종은 자비와 관용을 으뜸으로 삼는 한국불교의 맏형 격 종단이다. 불교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바라보는 종단의 위상이 녹록치 않은 것이다. 실제로 한상균 위원장은 조계사측과 면담하면서 “갈데가 없었는데 믿고 의지할 곳이 조계사 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수배자들이 잇따라 조계사를 찾는 이유는 자비와 관용의 종단이란 점 말고도 정말 몸을 맡길 수 있는 마지막 은신처란 점 때문이다. 군부독재시절 민주화 운동 관련 수배자들이 마지막 은신처로 삼았던 명동성당은 노조파업 시위 주도자들의 단골 피신처로 바뀌면서 2000년 한국통신 노조원들의 농성 이후 ‘성당의 동의 없는 집회 불허’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조계사가 최후의 은신처가 된 셈이다. ● “사회와는 다른 종교계 보편적 가치체계 중요”... 화쟁위 결단 주목 결국 이번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의 은신 문제는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어떤 수순을 밟느냐에 따라 향배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화쟁위라면 조계종이 사회 현안과 갈등을 중재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풀기 위해 지난 2010년 구성한 특별기구이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난 2013년 철도노조 박태만 부위원장의 조계사 피신 때 ‘철도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 철도파업 사태를 본격적으로 중재하면서 사회 일반의 주목을 받았었다. 한상균 위원장이 화쟁위에 중재 요청을 하고 나선 것도 그 때문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는 지난 17일 불교계에선 처음으로 입장문을 발표, ”어려움을 당해 도움을 요청한 이에게 자비를 베풂은 종교 단체 본연의 역할”이라면서도 “폭력시위의 진위와 그 책임성 여부는 얼마든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관련해 변진흥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전 사무총장은 “먼저 범법의 기준을 개인적인 차원인 지, 공익을 위한 것이냐를 엄밀히 따질 필요가 있다”면서 “종교계가 사회와 정치권의 인식을 뛰어넘는 보편적인 가치 체계를 확립할 때 온당한 대우와 존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佛·美·러 ‘IS 폭격’… EU도 공조

    佛·美·러 ‘IS 폭격’… EU도 공조

    132명의 목숨을 앗아간 파리 테러범의 일부가 시리아 출신의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대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반(反)난민 정서가 증폭되고 있다. IS와의 전쟁을 선포한 프랑스는 이틀째 IS 본거지인 시리아 락까를 공습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워싱턴과 스웨덴을 공격하겠다는 위협 동영상과 이메일이 나오면서 테러 공포가 또다시 확산되고 있다. ●국경 봉쇄 등 反난민 정서 확산 난민으로 위장한 테러범이 유럽에 유입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경을 봉쇄하거나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국가들이 잇따르는 등 유럽연합(EU)의 난민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 AFP 등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난민 1만명 추가 수용 입장을 재확인하자 미시간, 앨라배마, 텍사스, 매사추세츠 등 27개 주(州)가 수용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국방부는 이날 밤부터 17일 새벽 락까를 공습해 IS 지휘본부와 훈련센터 등 2곳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최근 24시간 동안 두 번째로 프랑스군이 락까의 ‘다에시’(IS가 사용을 금지한 경멸적 아랍어 이름)를 상대로 공습을 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도 미국에 이어 장거리 폭격기와 해상 발사 크루즈 미사일을 동원해 락까를 공격했으며 항공로 안전을 위한 미국과의 규약에 따라 미국에 공격계획을 알렸다고 프랑스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EU 회원국들도 군사작전 등 전면적인 안보 구호와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공습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2012년 이후 처음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IS에 대한 “자비심 없는” 공격을 맹세한 직후에 단행됐다. 올랑드 대통령은 다음주 워싱턴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파리 연쇄 테러를 자행한 IS를 격퇴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獨경찰 테러 관련 女2명·男1명 체포 미국은 수도 워싱턴을 공격하겠다는 새로운 동영상이 이날 또다시 나와 초비상이 걸렸다. 또 스웨덴 정보기관인 사포(SAPO)의 프레드리크 밀데르 대변인은 “다음날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예고가 담긴 협박 이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프랑스와 벨기에 수사 당국이 파리 테러 용의자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로 알려진 살라 압데슬람(26)의 체포에 실패하면서 그에 의한 새로운 테러 우려도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독일 경찰은 17일 서부 도시 아헨에서 파리 연쇄 테러와 관련된 2명의 여성과 1명의 남성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이날 오전부터 국내 테러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 조정하고 경계태세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서울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파리 연쇄 테러] “테러리즘 뿌리 뽑을 것”… 헌법 개정 카드까지 꺼낸 올랑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파리 테러 배후인 이슬람국가(IS)에 강하게 맞서겠다고 천명했다. 우유부단한 성격 탓에 ‘몰랑드’(Mollande·말랑말랑한 올랑드)로 불렸던 올랑드 대통령이 단호하게 변신한 것은 지난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두 번째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베르사유궁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프랑스는 전쟁 중”이라며 “프랑스는 IS를 파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는 테러리즘을 뿌리 뽑을 것”이라면서 “그들이 우리를 무너뜨리려고 해도 우리의 조국, 가치, 삶은 무너뜨릴 수 없다. 그들은 절대로 프랑스의 영혼을 망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연설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40분간 진행됐다. 올랑드 대통령은 IS를 ‘다에시’라고 낮추거나 야만인, 적 등으로 과격하게 불렀다. 다에시는 IS의 아랍식 이름으로,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프랑스 의회는 상·하원(국민회의) 양원제다. 평소에 상원은 뤽상부르궁전, 하원은 부르봉궁전에서 열리지만 헌법 개정과 같은 중대사를 논의할 땐 베르사유궁에 함께 모인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공화정이 설립된 1848년 이후 베르사유궁에서 대통령이 연설한 것은 프랑스 역사상 세 번째”라며 이번 연설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연설이 끝난 뒤 모두 기립 박수를 보내 지지를 표했으며 국가 ‘라 마르세예즈’를 합창했다. 대외적으로 올랑드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에 테러와의 전쟁에 힘을 보태 줄 것을 촉구했다. 조만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했으며, 유럽연합(EU) 차원의 대응책도 요구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EU가 외부 국경을 좀 더 효율적으로 통제하지 않으면 국가별로 국경을 통제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EU를 해체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EU 회원국들은 17일 프랑스 정부의 요청에 따라 파리 테러 대응과 관련, 군사작전을 포함해 가능한 한 전면적 안보 구호와 지원에 나서는 데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고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밝혔다. 국내 대책도 밝혔다. 우선 자생적 테러리즘 근절을 위한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법 개정을 통해 테러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거나 테러를 저지를 위험이 있는 이중 국적자의 국적을 박탈하거나 추방하고, 요주의 인물에 대해 영장 없이 임의 수색하거나 가택연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2년간 경찰을 5000명 증원하는 등 군대와 사법부 대테러 인력을 늘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국방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며 의회의 도움을 요청했다. 테러 직후 선포한 국가 비상사태를 3개월 연장하겠다고도 밝혔다. ‘프랑스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라는 굴욕을 맛봤던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해만 해도 지지율이 20%를 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샤를리 에브도 테러에 단호하게 대처하면서 지지율이 40%까지 올랐다. 파리는 테러 이후 차분한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테러범에 대한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프랑스는 16일 밤부터 17일 새벽 사이 IS 본거지인 시리아 락까를 이틀째 공습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연설에서 휴전이나 중단은 없다며 자비심 없는 공격을 맹세한 상태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 佛·벨기에 등 다국적…지난달 유럽 온 시리아 난민도 ‘자폭’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 佛·벨기에 등 다국적…지난달 유럽 온 시리아 난민도 ‘자폭’

    프랑스 파리 테러를 자행한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대원 중에는 프랑스 국적의 남성도 있었다. 프랑스 검찰은 이들이 총 세 그룹으로 구성됐으며 이 중 7명은 테러 발생 직후 자살했거나 사살됐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을 종합해 보면 테러범들은 프랑스, 벨기에, 시리아 등 다국적 출신으로 추정되며 최소 7명으로 구성됐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테러를 “프랑스에 대한 전쟁 행위”로 규정하고 반격하겠다고 발표했다. 가장 처음 신원이 밝혀진 테러범은 프랑스 알제리계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난 오마르 이스마일 무스테파(29)다. 자살 폭탄 테러로 바타클랑 극장에서 손가락이 발견된 그는 파리 남쪽 쿠르쿠론 태생으로, 2010년까지 8건의 경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르몽드는 그가 2013~14년 겨울 시리아에 머물렀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프랑수아 몰랭 파리 검찰총장은 “우리의 목표는 테러범이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자금을 조달했는지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경찰은 아버지와 형 등 6명을 구금했고 자택을 수색했다. 또 다른 2명은 그리스에 각각 지난 8월, 10월 도착한 시리아 난민 출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니코스 토스카스 그리스 시민보호부 장관은 “테러 현장에서 발견된 시리아 여권 소지자가 지난달 3일 난민 69명과 함께 그리스 레로스섬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세르비아 언론을 인용해 10월 그리스에 입국한 난민 테러범은 아흐마드 알무함마드(25)라고 보도했다. 프랑스 경찰은 바타클랑 극장 테러 용의자 시신 근처에서 시리아 여권을 발견했지만 위조 여권일 가능성도 있다. 테러범은 총 세 그룹으로 나뉘어 바타클랑 극장, 극장 인근 거리, 축구 경기가 열린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을 공격했다. 7명이 사망했지만 실제 범인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IS는 성명에서 “8명의 형제가 이번 작전에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검찰은 테러 현장 인근에서 목격된 자동차 2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테러 당시 캄보디아 식당 인근에서 목격된 검정 세아트는 파리 외곽 몽트뢰유에서 발견됐다. 차 안에서는 테러범들이 사용한 총과 같은 종류인 AK47 소총 여러 정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한 대는 바타클랑 극장 인근에서 목격된 검정 폭스바겐 폴로다. 3명이 타고 있던 이 차는 벨기에 번호판을 달고 있었으며 벨기에에 거주하는 프랑스 남성이 렌트한 것으로 밝혀졌다. 벨기에 사법 당국은 프랑스 국경에서 테러 관련 용의자 3명을 체포했고 이들 중 2명은 벨기에인, 1명은 프랑스 국적자라고 밝혔다. 프랑스와 벨기에 수사 당국은 이들이 시리아 등에서 훈련을 받고 돌아온 유럽인인지, IS에서 직접 유입된 대원들인지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프랑스 내 공모와 함께 IS에 의해 외국에서 계획되고 조직된 전쟁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는 IS 집단의 야만인들에게 자비롭지 않을 것이다. 나라 안팎에서, 어디에서라도 모든 수단을 써서라도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서울현대도예공모전] 대상 조광훈씨 “치열하게 살아가는 젊은이들 고민 표현”

    영예의 대상을 차지한 조광훈 작가는 “대학 때부터 선망하던 선배 작가들이 대부분 서울현대도예공모전 출신이어서 언젠가는 꼭 대상을 받고 싶었다”면서 “도예를 배우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던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게 돼 무척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28회, 32회 서울현대도예공모전 입선에 이어 지난해 작품 ‘관계의 조건’으로 우수상을 받았던 그는 올해 숙원하던 대상을 받게 된 것에 대해 “작품을 출품하고 입상자 전시를 하면서 다른 작가들과 나란히 비교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고 최고의 상까지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힘겨운 현대 사회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겪게 되는 갈등과 고민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면서 “불안하고 안타까운 젊은 세대의 초상을 올해 중반부터 ‘백조가 될 줄 알았던 미운오리 새끼들’이라는 제목에 담아 전시회도 갖고 그 주제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시대를 평범하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 현대 사회 속에서 발버둥치는 청년 예술가로서의 고민과 갈등을 모두 녹여 냈다”면서 “치열한 경쟁 후에도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굴복하고 타협해야 하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겪는 인간성의 상실과 내적 갈등을 아이들의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계속 살아가며 마주하게 될 갈등 앞에서 조금은 더 인간다운 선택과 삶에 대해 고민하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는 그는 “공모전 대상 수상작가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좋은 작가가 되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다졌다. 건국대 공예학과에서 도자를 전공하고 홍익대 대학원 도예과를 졸업했으며 2011년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 2012년 대만 국제도자비엔날레, 2013년 터키 한국 초대전 등에 출품했다.
  • [사설] 위기의 소방공무원 지원 대책 절실하다

    소방공무원들이 털어놓은 현실이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안전장비조차 자비로 구입하는 데다 부상 치료비도 스스로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울, 불안장애 증세는 일반인에 비해 무려 15배나 높다고 하니 이들을 위한 정부의 대책이 시급하다. 어제 공개된 국가인권위원회의 소방공무원 인권상황 실태 조사는 일반 시민들이 느끼고 있었던 수준보다 훨씬 더 열악했다.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에 의뢰해 소방공무원 82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9.4%가 우울 또는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노동자의 우울·불안장애 비율에 비해 무려 15배나 높은 수치다. 지난해 전국에서 119구급차가 출동한 238만건 가운데 76만여건이 허위신고인 데다 소방공무원들에 대한 폭행까지 비일비재했다니 그럴 만도 하다. 듣는 능력(청력) 역시 일반인보다 약 15배나 떨어진다고 한다. 불면증이나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소방관은 응답자의 43.2%로 일반인의 20배에 이른다. 그동안 그들의 어려움이 짐작은 됐지만 이렇게까지 열악한 환경에 있었는지는 몰랐다. 우리 사회가 너무 무관심했다는 느낌을 지울 길이 없다. 더욱 한심한 것은 응답자의 93%가 ‘소방 업무는 위험하다’고 했지만 33.2%(2615명)는 최근 3년 사이에 장갑·랜턴·안전화 등 개인 안전장비를 자기 돈으로 구입했다고 답한 사실이다. 얼마 전 군 복무 중 부상을 당한 병사들이 일반병원에서 자비로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응답자 중 1년 동안 하루 이상 요양이나 병원 치료가 필요했던 소방공무원 1348명 가운데 실제 요양을 신청한 소방관은 225명에 그쳤다. 이마저도 승인을 받은 것은 173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누가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할 수 있을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이나 군인, 소방공무원 등은 항상 위험에 노출돼 위험수당 등 약간의 추가적인 보상을 받고 있다. 그것도 부족하지만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그들과 가족들에 대한 정신적인 상담 등 세심한 배려다. 각종 위험으로부터 시민을 구하고 국가·사회의 안전을 위해 희생하는 공무원들에게는 반드시 합당한 대우가 따라야 할 것이다.
  • 구민체육센터서 ‘볼링 한판’ 어때요?

    구민체육센터서 ‘볼링 한판’ 어때요?

    마포구가 빗물을 저수하는 유수지에 서울 최초로 공공볼링장을 갖춘 실내체육관을 건립하고 10일 개관식을 가졌다. 그동안 실내체육관이 부족해 다른 자치구 체육관을 빌려 행사를 가졌던 마포구민은 이날 새로 건립된 마포구민체육센터에 1000여명 이상 모여 체육관의 건립을 축하했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기피시설이었던 유수지를 주민들이 건강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다시 꾸미게 됐다”며 “체육활동 참여 기회를 늘려 건강도시 마포를 만들어 나가는 데 구의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수지에 세워진 마포구민체육센터는 비 피해를 막기 위해 바닥에 기둥을 세워 사람이 활동하는 공간을 2층 이상 높이에 위치하도록 한 필로티 공법으로 설계됐다. 공공시설 건립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울시 자치구들이 참조할 만한 사례라고 마포구 관계자는 귀띔했다. 마포구민체육센터에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최초로 12개의 레인을 갖춘 공공볼링장이 들어섰다. 김정호 마포구볼링연합회장은 “볼링은 유산소운동이 가능한 실내스포츠로 날씨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국민운동이지만 넓은 공간이 필요해 개인 사업자는 초기 투자비용 및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웠다”며 “공공볼링장이 생겼으니 그동안 높은 임대료 때문에 볼링장이 줄어들면서 침체됐던 볼링의 인기를 다시 한번 일으켜 보겠다”고 반가워했다. 지상 4층 규모의 체육센터는 체력단련실, 종합체육관을 갖추었으며 건립비용은 181억원이 들었다. 체육센터는 마포구생활체육회가 운영을 맡아 요가, 댄스, 탁구, 농구, 배구, 헬스, 배드민턴, 유아체육, 리듬체조 등 모두 100여개의 생활체육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마포구는 이용 인원이 하루 평균 1500명 이상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은 제2회 마포구청장배 장애인볼링대회가 열려 마포구에 거주하는 장애인과 가족, 자원봉사자 등 150여명이 새로 마련된 볼링장에서 처음 공을 굴렸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상가투자 성공 3요소 ‘배후수요•상품성•수익률’ 다 갖춘 ‘원흥역 반도 유스퀘어 상가’ 분양

    상가투자 성공 3요소 ‘배후수요•상품성•수익률’ 다 갖춘 ‘원흥역 반도 유스퀘어 상가’ 분양

    반도주택(대표이사 권보영)이 경기도 고양시 고양삼송지구 3-2, 3-3블록에서 '원흥역 반도 유스퀘어'를 분양해 수익형부동산 투자자들의 눈길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수익형부동산 시장은 차가워진 겨울날씨를 무색하게 할 만큼 뜨겁다. 장기적인 저금리 기조에 투자자들이 대거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 시중은행의 예금이나 적금에서 발생하는 이자는 더 이상 ‘수익’이라 할 수 없는 상황이 됨에 따라 보수적인 투자자들까지 수익형부동산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특히, 상가투자에서는 배후수요, 상품성, 수익성이라는 세가지 요소만 잘 파악하면 큰 위험 부담이 없다. ‘원흥역 반도 유스퀘어 상가’가 투자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이유가 바로 이 세가지 요소 때문이다. -상가투자 유의점 NO1. 배후수요 무엇보다, 상가투자 시 가장 기본적으로 파악해야 할 부분인 배후수요가 풍부하다. ‘원흥역 반도 유스퀘어 상가’는 총 4만 여 가구의 배후수요를 확보했다. 일단, 상가가 들어서는 삼송지구의 2만2,000여 가구의 배후수요를 확보하고 있으며, 삼송지구 남측으로는 9,000여가구가 입주하는 원흥지구가 인접해 있다. 또 지구 동측으로 8,400여 가구가 입주하는 지축지구가 있어 이를 아우르면 총 4만 여 가구에 이르는 것. 향후 배후수요 증가 및 상권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주변으로 신세계몰을 비롯해 농협하나로마트, 이케아(원흥지구) 등 대형 유통시설이 입주할 예정에 있다. 또 하반기 대우건설이 시공한 삼송테크노밸리의 입성도 이목거리다. 삼송테크노밸리 지식산업센터는 잠실주경기장(약 11만㎡)의 1.7배 크기로 이곳에는 360여개 제조업체가 입주할 예정이다. -상가투자 유의점 NO2. 상품성 두번째로 중요한 부분은 바로 상품성이다. 풍부한 배후수요를 확보하더라도 고객을 끌지 못하면 수익은 물론 상가의 가치도 하락하게 될 것. ‘원흥역 반도 유스퀘어는’ 상품성도 뛰어나다. 단지의 2•3층은 올해 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 상가 등 분야를 무관하고 높은 인기를 끈 테라스 설계로 구성된다. 테라스 설계와 고급 마감재 사용을 통해 심미적인 측면도 뛰어나 지역 내 랜드마크 상가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가의 공간구성도 뛰어나다. 일반적인 주상복합 상가 및 오피스텔의 전용률이 평균 40%대에 머무르는 반면, ‘원흥역 반도 유스퀘어’는 상가 전용률이 약 60%에 달해 넓은 실사용 면적을 사용할 수 있고, 쾌적하고 효율적인 공간활용이 가능한 것도 강점이다. -상가투자 유의점 NO3. 수익성마지막으로 수익성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수익성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분양가다. 분양가가 터무니 없이 비싸면 표면적인 수익률은 높을 수 있으나 투자비용 대비 실질수익은 낮을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원흥역 반도 유스퀘어 상가’는 더욱 매력적이다. 현재 사업지 인근 타 상가의 1층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주로 2,900만~3,500만원선에 형성되어 있고, 4,200만~5,000만원대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많은 반면, ‘원흥역 반도 유스퀘어 상가’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800만원대로 비교적 합리적이다. 특히, 삼송지구 내 인구대비 낮은 상가비율로 투자가치는 더욱 높다는 평가다. 상가 주변으로 4층 규모의 단지 내 상가를 제외하면, 대규모로 조성되는 상가가 부족한 만큼 ‘원흥역 반도 유스퀘어’의 희소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분양홍보관은 경기도 고양시 삼송동 348-1번지에 위치하며, 현재 정계약 접수 중이다. 입점은 2017년 1월 예정이다. 상가는 대지면적 3302㎡, 연면적 2만7318㎡ 규모에 지하3층, 지상 10층 180실 규모로 조성된다.문의전화: 1800-0068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 보통 사람들 ] 시대의 상처·아픔을 품다

    [ 보통 사람들 ] 시대의 상처·아픔을 품다

    “역사는 기득권자, 승리자의 기록이라고 하죠. 그 역사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드러나지 않는 보통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들도 역사의 주체입니다. 그늘 속에 갇힌 삶의 향기와 애환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시대의 고뇌와 상처를 보듬고, 부조리를 강렬하고 노골적인 화풍으로 드러내고자 했던 화가 안창홍(62). 그의 40여년에 걸친 작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나르지 못하는 새 : 안창홍 1972-2015’전이 11일부터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에서 열린다.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작품과 신작을 포함해 회화, 조각, 콜라주, 드로잉 등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작품 100여점을 선보인다. 개막에 앞서 전시장에서 만난 안창홍은 “회고전은 아니다”라면서 “한 작가가 어떤 방식으로 시대를 바라보고, 무엇을 통해 어떻게 발언하고 싶었는지 지나 온 과정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밀양 출신으로 부산 동아고를 졸업한 안창홍은 카뉴국제회화제 특별상(1989)과 제10회 이인성미술상(2009), 제25회 이중섭미술상(2013)을 수상했다. 내년 1월 1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현대인의 상처라는 큰 틀에서 ‘삶과 죽음’, 그리고 ‘시대의 초상’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나눠 선보인다. 전시장에는 3개의 벽면에 어린아이부터 청년, 노년까지 다양한 모습의 인물이 담긴 49개의 초상 사진이 일렬로 걸렸다. 사진 속 인물들은 한결같이 눈을 감고 있지만 입술은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다. 전령의 상징물인 나비 한 마리가 어깨에 살포시 내려앉아 있다. 부산비엔날레와 부산시립미술관 전시에서 선보였던 2004년의 대표작 ‘49인의 명상’이다. 1980년대 한 산동네의 사진관이 폐관하면서 버려진 네거티브 필름에서 무작위로 선택한 사진에 색을 입힌 작품이다. “사진 속 주인공들이 실재했던 시간들을 과거와 현재의 틈 사이에 놓음으로써 존재와 부재의 틈, 삶과 죽음의 틈, 소멸된 시간과 현재의 틈을 보여 주고 싶었다”는 작가는 “명상하듯이 눈 감은 얼굴들을 보면 자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탯줄을 그대로 감은 채 죽은 것 같은 아기 인형을 사진으로 찍어 대형 화면에 프린트한 ‘야만의 역사’는 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다. 그는 “15년 전 의료용 아기 인형에 에폭시로 분비물을 만들어 입체물을 만들어 놓았다가 지난 9월 터키 해변에서 세 살배기 시리아 어린아이의 시체가 발견된 사건 뉴스를 접하고 평면 작업으로 옮겼다”며 “어른들의 탐욕과 무자비함에 유린당한 어린 생명들을 위로하는 노래”라고 설명했다. 입체에서 평면까지 15년간의 창작적 고뇌가 곰삭은 작품인 셈이다. 4층 전시장은 한국 현대사에 대한 작가의 사고 흐름을 따라가 볼 수 있는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20대 작가로서 치열한 연구 과정을 담은 ‘자화상’(1973), ‘달을 보고 놀란 아이들’(1974) 등을 비롯한 미공개 초기작 20여점과 이번 전시 제목이기도 한 ‘나르지 못하는 새’(1991) 등 드로잉 작품들이 한켠을 차지한다. 1970년대 말 작가의 사회적 의식을 보여 주는 대표작 ‘인간 이후’(1979), 어두웠던 시절에 피어난 투쟁 의식과 절망이 반영된 ‘절규’(1986), 1990년대 자본주의 사회의 초상을 보여 주는 ‘우리도 모델처럼’(1991), 작가의 내면에 대한 실존적 고민을 담은 ‘어둠 속에서-인간은 결코 날지 못한다’(1991) 등 재료별·시대별로 다양하게 구성됐다. ‘평범한 사람들의 관능미를 끌어낸 ‘베드 카우치’ 연작과 연필로 그린 ‘사이보그’ 연작은 안창홍의 또 다른 면을 보여 주는 작품들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양산한 인간의 노골적인 야만성과 시대의 색깔을 담은 그의 작품들은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나는 밝은 쪽보다 어두운 쪽으로 더듬이가 발달한 사람이에요. 아름다움만 있는 게 우리의 삶이 아니잖아요. 시대의 빛과 아름다움보다는 어두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찢기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가요. 앞으로도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질 것입니다.” 글 사진 천안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가수 김장훈, 남수단 ‘올림픽 도우미’로

    가수 김장훈, 남수단 ‘올림픽 도우미’로

    ‘기부 천사’ 가수 김장훈(48)씨가 독립 이후 첫 올림픽 대회 출전을 꿈꾸는 남수단에 자비를 들여 스포츠 종목 코치들을 보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206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한 남수단은 내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7개 종목 출전 자격을 얻었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을 방문하기 위해 한국에 온 남수단 한인회장이자 남수단태권도협회장인 김기춘(65)씨는 9일 “김장훈씨가 남수단이 IOC로부터 승인받은 7개 올림픽 종목(축구, 농구, 탁구, 핸드볼, 복싱, 육상, 태권도)의 코치들을 현지에 파견해 남수단 국민들에게 올림픽 출전에 대한 희망을 선물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와 현재 진행 중”이라며 “이르면 내년 3월부터 남수단 선수들이 코치들과 함께 올림픽 준비 훈련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가 코치진 파견 시기에 맞춰 남수단 평화음악회 공연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공연 관련 기획안은 남수단 정부에 제출돼 장관 승인까지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정확한 지원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김씨는 남수단에 파견하는 코치진의 월급과 항공료 등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193번째 회원국인 남수단은 종교와 인종, 부족 간의 갈등으로 오랜 내전을 거쳐 2011년 수단으로부터 독립한 신생국가로 지난 8월 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IOC 제128차 총회에서 206번째 IOC회원국으로 최종 승인을 받았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해외여행 | 다시 피가 돈다-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바이칼 호수까지

    해외여행 | 다시 피가 돈다-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바이칼 호수까지

    ‘러시아’라는 세 글자가 내 속에서 퍼 올리는 건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음습하고 도덕적인 문학적 상념, 아침이면 의례처럼 볼륨을 높이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축축한 자조에 딱 들어맞는 ‘안나 게르만’의 로망스, 시적인 위로를 주는 ‘샤갈’의 그림들, 어감마저 차가운 ‘소련’이라는 이름, 저항의 로커 ‘빅토르 최’ 그리고 뜻도 모른 채 외던 ‘레닌’의 볼셰비키 혁명과 무자비한 해체의 역사…. 그 거대한 땅덩이의 체취를 맡고서야 알았다. 러시아의 실체는 도표화된 관념보다 몽롱하고, 드물게 아름답다는 것을. 편협한 인식을 뒤로한 채 ‘떠난다’는 것이 얼마나 심장 뛰는 일인지를. ●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 아시아도 유럽도 아닌, 러시아 “‘스파시바спаси?бо’라고 해요!”블라디보스토크 도착 사인이 떴을 때, ‘고맙습니다’가 러시아어로 무엇이냐고 묻는 타이완 승객에게 스튜어디스가 말했다. 그녀는 친절하게 ‘시’에 강세를 줘야 한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그 순간부터 ‘스파시바’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를 거쳐 이르쿠츠크를 지나 바이칼에 이르기까지 내가 아는 유일한 러시아어가 되었다. 지도 위에서만큼 러시아연방이 기세등등해 보일 때도 없다. 호주보다 두 배 이상 큰, 세계에서 가장 큰 영토를 가진 이 나라에서 프리모르스키 지방을 찾을 때는 손가락 방향을 오른쪽으로 한참 이동시켜야 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연해주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프리모르스키 지방의 중심도시다. 분명 이국인데, 거리에는 늘씬한 금발의 미녀들이 넘치는데, 왠지 낯설지가 않다. 그건 아마 DNA에 박힌 기억 때문일 게다.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의 시대를 지나고 1900년대 초 민족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곳도 여기니까. ‘동방을 지배하라’는 뜻에서 짐작하듯 작은 변방도시에 불과했던 블라디보스토크에 러시아가 부여한 의미는 노골적이다. 겨울에도 연안이 심하게 얼지 않는, 부동항 블라디보스토크는 1년 내내 항만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어 전략적 항구도시와 군항으로는 적격이었다. 극동함대 사령부 등 해군기지가 주둔하고,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의 원조물자가 옮겨지는 거점이기도 했으며, 극동 지역 외교와 상업의 중심지로도 활약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함정 10여 대를 격침시켰다는 잠수함 C-56(‘C’는 러시아어로 ‘에스’라고 읽는다. ‘중형급’이라는 표시)은 찬란했던 전장을 회고하는 구소련의 늙은 해군처럼 해양공원 앞 뭍에서 긴 휴식에 들어 있었다. 길이 77m의 이 강철 영웅에겐 엔진을 돌리던 승조원들의 함성은 사라지고 그들이 남긴 훈장과 어뢰, 기관총을 자랑하는 게 유일한 일과가 되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6.5m 좁은 폭, 그 안의 희박한 공기 탓인지 머리가 띵해져 잠수함에서 나왔다. 옆으로 용사들의 넋을 위로하는 ‘영원의 불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누군가 붉은 카네이션을 놓고 머리를 조아리는데 마침 뒤편 기도소에서 종이 울린다. 1941년과 1945년을 오르내리던 그 소리는 전쟁이 가당키나 하냐는 듯 평화로웠다. 1891년,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였던 니콜라이2세의 황태자 시절, 그의 방문을 기념해 세웠다는 개선문은 불과 몇 걸음 뒤다. 왜소한 풍채를 화려하게 치장한 그 건축물은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천성을 숨기고 자신만만한 ‘척’했다는 황제의 운명과 닮아 보였다. 혁명 후 파괴된 것을 고증을 거쳐 복원했다 해도 원형을 되찾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나 보다. 제정러시아의 문장이던 쌍두 독수리는 개선문 꼭대기에서 볼 수 없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세련되고 번화한 스베트란스카야 거리Svetlanskaya Street. 횡단보도의 초록 불은 바뀌는 순간 이미 9를 세고 있다. 으름장 놓는 선생님 같은 신호등을 째려보며 잰 발길을 놀려야 하는 일이 잦았다. 100년도 넘는 바로크양식의 건물들이 자리한 가로수 길을 걷고 있자니 막연히 ‘여긴, 유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거만하리만치 딱딱한 표정의 러시아인들을 보고 그 생각은 접기로 한다. 유라시아주의를 바탕으로 강대국을 재건한다는 국가의 외교정책에 이바지하듯, 아시아도 유럽도 아닌 이곳은 오로지 극동 러시아라는 자존감을 유지하고 있다. 스베트란스카야로부터 두 블록 떨어져 자리한 중앙광장은 소비에트 정권 수립을 위해 싸운 병사들을 기리는 동상만이 생생할 뿐, 혁명전사광장이라는 옛 이름은 의미 없어 보였다. 금요일이면 주말시장이 열리고 신년축제와 기념일 퍼레이드 등 이벤트의 무대가 된 지 오래다. 과거에도 지금도 이곳에서 집회는 계속되지만 혁명에서 놀이로 그 주제는 완전히 바뀌었다. 전설만 남은 영웅들의 흔적 블라디보스토크 둘째 날, 신한촌부터 찾았다. 신한촌은 일본에 의해 침탈된 국권회복을 위해 국내외 지식인들이 모여 결의를 다졌던 장소다. 고종이 파견한 헤이그 특사 중 한 명인 이상설, 상하이 임시정부 초대 국무총리였던 이동휘, 전설의 의병장이었던 홍범도를 비롯해 신채호, 안중근, 안창호 등 수많은 항일 독립운동가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야트막한 언덕을 넘어 아파트촌 어귀에 도착했을 때, 그곳이 신한촌 터라는 것을 눈치 챌 길은 보호 철책에 둘러싸인 ‘연해주 신한촌 기념탑’이 전부였다. 한인들이 살길을 찾아 연해주 땅을 처음 밟은 것이 1863년. 블라디보스토크가 극동 해군기지로 부상하면서 그들은 군항에서 작업인부로 일했다. 처음 자리 잡은 곳은 시내 중심부였다. 하지만 콜레라가 발생하자 시당국은 1893년 서쪽 아무르만 해안가로 한인들을 이주시키고 그곳을 ‘까레이스카야슬라보드카한인촌’, 우리말로는 개척리開拓里로 불렀다. 이후 1911년, 또 한 번의 위생 문제로 북쪽 2km 떨어진 라게르 산비탈로 이주한 한인들은 ‘노바야까레이스카야슬라보드카신한촌’를 형성했고, 이전의 거주지는 구한촌이라 불리게 되었다. 1914년, 신한촌은 3,000명이 거주하며 점차 자리를 잡아 갔지만 1937년, 스탈린이 극동에 살던 한인 17만명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시키면서 신한촌의 한인들 역시 카자흐스탄 등지로 이송되고 그 자리는 유럽과 러시아 노동자들의 차지가 되었다. 길이가 다른 커다란 세 개의 석조물. 가운데는 한국, 왼쪽은 북한, 오른쪽은 고려인을 포함한 해외 한민족을 상징한다는 기념탑 앞에서 조국의 미래를 밤새워 고민했을 독립 영웅들의 절절함을 가늠해 보기란 쉽지 않았다. ‘민족의 최고 가치는 자주와 독립…’이라는 기념탑의 글귀는 길 잃은 아이처럼 애처롭고 속상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블라디보스토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곳으로 향했다. ‘독수리 둥지’라는 뜻의 오리노예 그네즈도 산 정상은 214m에 불과하지만 도시에서 가장 높다. 계단을 올라서니 러시아의 키릴문자를 만든 아우 키릴로스와 형 메소디오스 형제의 동상이 십자가를 들고 블라디보스토크를 굽어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따라가니 바다 위에는 2012년 APEC 정상회담에 맞춰 완공한 루스키섬까지 이어진 금각만 대교가 장쾌했다. 서울 남산에서처럼 연인들이 자물쇠를 걸며 사랑을 맹세하는 건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혼 촬영이 한창인 신랑신부가 난간 틈을 비집고 자물쇠를 채우는 동안 신부보다 예쁜 들러리는 뭇 남자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아무르만 해변공원까지는 걸었다. 노천카페에 앉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명물인 메드베드카곰새우를 주문했다. 비릿하고 고소한 맛이 찬 맥주와 묘하게 어울렸다. 체 게바라가 그려진 티셔츠에 네덜란드 맥주를 마시는 청년들, 일본산 오토바이를 타고서 CF의 한 장면처럼 등장한 처녀들, 낚시를 즐기는 부부…. 히죽대며 그들의 모습을 훔치는 사이 새우껍데기만 자꾸 쌓여 갔다. ●하바롭스크Khabarovsk 시베리아횡단열차에서의 하룻밤 하바롭스크까지 가는 열차 출발 시간은 저녁 9시. 서둘러 짐을 챙기고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으로 향한다. 지는 해에 순종하며 기차역이 차분히 물들고 있었다. 1907년부터 5년에 걸쳐 지어졌다는 기차역은 제정 러시아의 건축양식으로 제법 낭만적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출발지이자 종착지다. 이곳에서 모스크바까지의 거리는 9,288km. 플랫폼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철로를 달렸다는 증기기관차도 보였다. 출발은 저녁 9시인데 플랫폼의 시계는 오후 2시를 가리킨다. 철도역의 모든 시간표는 모스크바가 기준이라는 것을 깜빡했다. 난민처럼 바닥에다 가방을 열어 젖히고 주섬주섬 필요한 물건만 미리 챙겼다. 출발시간이 다가오자 승무원은 여권과 승차권을 확인하고 탑승을 종용했다. 9번 칸, 객실번호 6호 23번. 4인 1실, 양쪽으로 2층 침대가 놓인 객실 ‘쿠페’는 좁았지만 불편함은 없었다. 서서히 열차가 움직이고, 시간이 지나야 시원해질 것이라는 차장의 말처럼 에어컨은 30분이 지나서야 제 기능을 발휘했다. 하바롭스크 도착은 내일 아침 8시. 무궁화호보다 더 느린 기차를 타고 밤새 11시간을 달려야 한다. 하얀 자작나무숲, 영화 <닥터 지바고>에 나올 법한 눈보라, 잠들지 않는 백야. 시베리아횡단열차에 엄청난 로망을 품은 사람들은 흔히 이런 것들을 상상한다. 러시아에 오기 전, 몽골을 거쳐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탔다는 친구는 말했다. “러시아 애들은 책만 읽고 얘기도 가족들끼리 소곤소곤. 같이 보드카 마시자던 러시아 아저씨 아니었으면 심심해서 아마 미쳐 버렸을 걸!” 모스크바까지 꼬박 달리는 이들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열차에서의 하룻밤만으로 그 기분은 짐작하고도 남았다. 낮도 아닌 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래야 반사되는 객실 내부가 전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산 가이드북을 뒤적이다 음악을 듣고, 러시아 사람들은 무엇을 하나 복도를 기웃대다가, 키릴문자가 새겨진 맥주를 마시고 남은 소시지 3개를 승무원에게 내미는 것 외에 달리 할 일은 없었다. 다행히 수다 떨 일행들이 있어 시간은 잘 갔다. 잠자리는 생각보다 아늑했다. 꺾이는 철로마다 침대가 심하게 덜컹대긴 했다. 하지만 낮에 흘린 땀이나 미처 못 지운 바지의 소스 자국, 떡진 머리도 문제될 게 없는데 그게 무슨 대수라고. 잠결에 2층 침대로부터 커튼콜처럼 내려왔다 올라가는 이불에 깜짝깜짝 놀라거나, 변기가 막힌 줄도 모르고 30분을 화장실 문 앞에서 참던 일만 빼면. 창문 너머 흘러가는 자작나무 사이로 스미는 햇빛을 보고 잠에 빠졌는데, 곧 정차한다는 소리에 허둥지둥 이불을 박차고 객실 문을 열어젖힌다. 열차가 멈춘 곳. 하바롭스크였다. 조금 더 머물고 싶던 도시 하바롭스크는 1991년 블라디보스토크가 개방되기 전까지 극동지역의 중심지였다. 이제는 그 영광을 물려줬지만 하바롭스크는 마치 권세를 내려놓은 자가 여유를 즐기듯 유유자적했다. 이 도시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레닌광장 북쪽에 자리한 청동 레닌상이다. 레닌이 사망한 이듬해인 1925년에 세워졌다는데 러시아 대부분의 지역에서 레닌의 동상이 철거된 데 반해 블라디보스토크와 이곳에서는 아직 건재하다. 레닌이 굽어보고 있는 광장은 하바롭스크의 행정 중심지다. 동쪽으로 하바롭스크주 정부청사가 보였다. 아침을 맞은 광장에는 벤치에서 조용히 휴식을 즐기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비둘기가 사람보다 많았다. 레닌광장 아래로 아무르스키 거리를 쭉 따라가면 길은 아무르 강변의 콤소몰 광장까지 잇닿는다. 콤소몰은 구소련 시절 공산주의 청년 정치조직의 이름이다. 광장에는 혁명 전사들의 모습이 조각된 오벨리스크가 굳건하고, 꼭대기에 소비에트를 상징하는 별이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광장 위 우스벤스키 성당이다. 성모승천성당으로 불리는 그곳은 소비에트 시절 파괴된 후 2001년 다시 동화 같은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아무르강이 눈앞인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걸음을 재촉했다. 총 길이만 2,800여 킬로미터. 몽골에서 발원해 하바롭스크를 거쳐 오호츠크해로 흐르는 아무르강은 중국에서는 흑룡강이라 부르는 그 강이다. 전망대 앞에는 강에 이름을 제공한 시베리아 초대 총독 무라비요프 아무르스키의 동상이 있는데, 여행지에서 만난 아무르라는 이름들은 죄다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향토박물관은 잠시 비를 피하기에는 맞춤이었다. 연해주 일대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박물관으로 본래 이름은 ‘그라제코프 주립 자연사박물관’. 이 역시 설립자의 이름을 딴 것이다. 122년의 전통이 축적된 내부에는 시베리아 메머드, 아무르 호랑이, 원주민인 나나이족과 우데게이족의 생활모습 등 하바롭스크주의 역사와 자연, 민속 등 자료 15만 점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구관에는 소비에트 시절과 관련한 물품들만 전시되어 있는데, 포스터부터 장신구까지 세월의 때가 묻은 낯설고 이색적인 소소함이 눈길을 끌었다. 강을 따라 북쪽에 다다르니 또 다른 아름다운 러시아정교회 성당이 자리했다. 프레오브라젠스키 성당은 황금색 돔과 새하얀 성당이 질서정연했고 내부는 황홀했다. 천장에 그려진 그리스도와 네 명의 사도, 정면 6층 제단의 성모와 성인들의 모습을 새긴 이콘(성상화)은 다른 세상의 것인 듯 신비롭고 이질적이었다. 이콘에 향했던 눈길은 머리를 가리고 촛불을 켜 기도하는 사람들에게서 한참을 머물렀다. 진지하고 경건했다. 그 경배의 몸짓 뒤에서 할 것이라고는 숨소리를 죽이는 것 외에는 없었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 Trans Siberian Railroad시베리아횡단철도는 모스크바에서 시작해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결하는, 총길이 9,288km의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다. 1891년에 착공해 1916년에 완공됐다. 90여 개의 도시를 거치는 동안 시간대만 7번이 바뀌고, 지나는 역만 60여 개다. 급행열차를 타면 일주일이 걸린다. 열차의 출발과 도착시간은 모스크바가 기준이다. 열차의 객실 등급은 1등석인 2인 1실의 ‘룩스Lyux’, 2등석 4인 1실의 ‘쿠페Kupe’, 3등석 6인실의 ‘플라츠카르타Pratskartny’와 지정 번호가 없는 8인 좌석의 ‘옵스치Obschy’로 나뉜다. 룩스와 쿠페는 객실이 분리되어 있지만 3등석은 객실 구분 없이 개방되어 있다. 콘센트가 있는 것은 1등석 객실뿐이다. 2등석은 객실 내부 말고 복도에 네 개, 화장실 밖과 안에 각 한 개씩 있다. 멀티 탭을 가져가면 도움이 된다. 열차 칸마다 뜨거운 물이 비치되어 라면이나 커피를 먹을 수 있다. 열차 한 칸당 두 명의 승무원이 교대근무하며 객실을 살피고 간단한 먹을거리도 판매한다. 술과 담배는 규정상 금지되어 있지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흡연자들은 보통 역에 정차할 때마다 내려 담배를 피우고 재빨리 오른다. 러시아 철도청 www.rzd.ru 러시아정교회 러시아정교회는 988년 블라디미르 대공에 의해 비잔티움의 동방정교를 받아들여 민족신앙과 결합한 종교다. 러시아정교회 건축양식의 가장 큰 특징은 독특한 양파 모양의 돔 ‘루꼬비짜’다. 눈이 많이 오는 러시아에서 눈이 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 외에도 기도가 하늘에 닿는다는 의미를 지닌다. 흰색과 황금색은 러시아정교회 초기의 가장 기본이 되는 색채로 흰색은 평화와 순결, 황금색은 신성을 상징한다. 예배는 사제는 있지만 설교는 하지 않고, 의자 없이 서서 참여한다. 또 악기의 반주 없이 오로지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성가를 부른다. 러시아정교회가 종교의 자유를 얻게 된 것은 고르바초프에 의해 1990년 소련 최고회의에서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법을 의결한 후부터다. ●이르쿠츠크Irkutsk 아! 바이칼 비행기가 이르쿠츠크에 도착한 시간은 자정 무렵이었다. 이르쿠츠크는 바이칼 호수를 가기 위한 관문. 둘러 볼 겨를 없이 아침이면 또 길을 떠나야 한다. 설렘과 염려를 교차시키느라 잠은 쉬 들지 못했다. 이르쿠츠크에서 바이칼호의 들머리까지는 버스로 3시간 반. 부리야트족 자치구인 우스찌아르다를 스치는 동안에는 가을을 준비하는 스텝짧은 풀로 뒤덮인 초원이 길게 이어졌다. 어렴풋이 호수가 시야에 들어올 무렵 버스가 멈춘 곳은 사휴르따 선착장이다. 목적지인 알혼섬을 가기 위해 철부선에 올랐다. 배는 물살을 가른 지 30분도 되지 않아 사람들과 자동차를 섬에 부려놓았고, 세상사 다 겪은 아이처럼 옹골찬 ‘우아직러시아 군용차량을 개조한 4륜 승합차’이 벌써 마중 나와 있었다. 운전기사 안톤은 숙소가 있는 후지르 마을까지 한 시간을 달려야 한다며 돌투성이 길을 망설임 없이 내달렸다. 요란한 진동 모터 위에 앉은 듯 엉덩이는 시종 덜덜거렸다. 바이칼 호수가 품은 22개의 섬 중 알혼은 가장 크고, 유일하게 사람이 사는 섬이다. 거제도의 두 배쯤 되는데, 다섯 개 마을의 주민 1,500명 가운데 대부분은 후지르 마을에 모여 산다. ‘알혼’은 부리야트 원주민어로 ‘태양이 비추는 땅’이라는 뜻이다. 연 강수량이 200mm에 불과해 스텝과 사막 그리고 화강암과 침엽수림이 전부다. 그 황량함을 심장처럼 품은 바이칼호수를 향해 원주민들은 ‘바이칼은 서 있는 불. 아직도 그 불은 식지 않고 있다’며 경외심과 두려움을 표현해 왔다. 숙소에 짐을 내리고 부르한Burkhan 바위가 보이는 언덕으로 갔다. 신성한 곳임을 알리는 13개의 세르게 신목. 조상신들이 모이는 곳을 지나니 검푸른 호수 앞으로 정좌한 두 개의 지엄한 바위가 보였다. 샤머니즘의 성지로 알려진 바로 그 자리다. 주위에는 히말라야에서 방금 내려온 성자 같은 복장을 한 외국인들이 손을 맞잡고 명상에 잠겨 있었고, 가부좌를 튼 채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는 이도 보였다. 무엇이 그들을 이곳으로 이끈 건지 모르겠지만 초자연적 존재와의 교류도, 북방 몽골인종의 시원이 서린 곳이라는 학설도, 부리야트인의 피를 이어받은 칭기즈칸의 무덤이 있다는 전설도, 그 순간 눈앞에 펼쳐진 바이칼 호 자체보다 신성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우아직은 섬의 가장 북쪽 하보이곶으로 달렸다. 날카로운 송곳니 모양을 한 절벽. 그곳에서 보는 바이칼은 호수가 아니라 바다, 그것도 대양이었다. 경계도 모른 채 펼쳐진 호수는 텅 빈 채 근원에 닿을 듯 아스라해서, 차라리 공허했다. 그날 밤, 호숫가에 앉아 마신, 수심 200m의 바이칼호 물로 만들었다는 보드카는 파도소리와 함께 목젖을 뜨겁게 타고 흘렀다. 떠나기 전 호수를 꼭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새벽 5시 혼자 숙소를 나섰다. 인기척 없는 마을을 두리번대며 방향을 가늠하고는 그 언덕에 다시 올랐다. 부르한 바위 앞, 잠이 덜 깬 호수는 몸을 뒤척였고 바람은 초연했다. 그리고…. 영원한 작별인 양 호수에 건넨 말은 이것뿐이었다. “스파시바… 바이칼.” ▶travel info AIRLINE대한항공에서 블라디보스토크와 이르쿠츠크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의 출발편은 매일 인천에서 오전 10시10분에 출발해 오후 1시50분에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고, 귀국편은 오후 2시50분에 출발해 오전 7시10분에 인천에 도착한다. 이르쿠츠크 노선은 12월25일부터 1월15일까지 동계노선을 주 2회(월·금요일)씩 총 6회 운항할 예정이다. 출발편은 저녁 8시50분 인천에서 출발, 밤 12시5분에 이르쿠츠크에 도착하고, 귀국편은 새벽 2시30분 출발, 오전 7시10분 인천에 도착한다. 인천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2시간 10분, 이르쿠츠크까지는 3시간 40분이 소요된다. SHOPPING알까기 인형 ‘마트료시카’19세기 말에 탄생한 나무로 만든 러시아 인형으로 엄마를 뜻하는 러시아어 ‘마티’에서 유래했다. 일본 전통인형인 ‘다루마’에서 영감을 얻어 1891년 러시아 민속공예화가 세르게이 말루틴이 처음 디자인했다고 전해진다. 둥근 몸통 안에는 작은 인형들이 겹겹이 들어 있는데, 일본정부에 선물하려고 만든 1세트 72개가 들어있는 대형 마트료시카는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시대에 따라 외형도 변해서 만화영화의 캐릭터나 대중음악가, 스포츠 스타나 정치인의 얼굴을 담은 마트료시카도 볼 수 있다. 가격은 싼 것은 대개 400~700루블 정도이지만 디자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FOOD국민음식 ‘보르쉬’와 ‘샤슬릭’ 러시아의 음식은 슬라브 전통에 서유럽과 몽골, 중앙아시아와 카프카스지역의 영향을 받아 대개 짜고 달고 신, 자극적이고 복합적인 맛이다. 대표적인 슬라브 전통음식인 ‘보르쉬’는 감자, 당근, 양배추에 비트와 토마토로 색을 낸 스프다. 샤슬릭은 러시아어로 ‘꼬치구이’라는 뜻이다. 이름보다는 맛 ‘오물‘오물은 바이칼호에서만 서식하는 토착 물고기다. 생긴 것은 우리의 청어와 닮았다. 회나 탕, 튀김, 샐러드 등 다양하게 먹는 방법이 있는데 자작나무에 훈제한 오물이 가장 인기다. 이르쿠츠크에서 바이칼로 가는 길에 있는 작은 항구 마을 리스트비얀카에는 오물을 파는 가게들이 잔뜩 있다. 가시가 적고 비리지 않아 담백하다. 39°도 41°도 아닌 40° ‘러시안 보드카’러시아를 대표하는 술, 보드카Vodka는 러시아어 ‘물voda’에서 유래되었다. 감자나 옥수수, 보리 등을 원료로 한 증류수로 무색, 무취, 무미다. 러시아 속담에 ‘4,000km는 길도 아니고 영하 40도는 추위도 아니며 40도가 아니면 술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19세기 후반, 원소주기율표를 만든 러시아의 화학자 멘델레예프가 가장 입맛에 잘 맞고 숙취를 일으키는 불순물이 제일 잘 걸러지는 최상의 알코올 도수가 40%라는 것을 발견했다. 보드카의 나라 러시아에서도 밤 11시부터 오전 8시까지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를 금지하고 있으며, 밤 10시부터 오전 10시까지는 도수 15% 이상의 주류 판매도 금하고 있다. MUSEUM연해주의 모든 것 ‘아르세니예프 향토박물관’1890년 개관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규모가 큰 박물관이다. 1906년 구시베리아 상업은행 건물로 옮겨졌는데, 아르세니예프는 연해지방을 서방에 알린 탐험가의 이름이다. 3층 건물 안에 연해주의 자연과 지리, 민속학, 고고학 사료들과 동식물 표본집, 화폐 등 약 20만 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주제가 딱히 구분되지는 않았지만 한국관에서는 지역에서 발굴된 발해의 유물을 볼 수 있다.20 Svetlanskaya Str. Vladivostok +7 4232 414 082 100루블평일 09:00~18:00, 토·일요일 09:00~17:30 HOTEL바이칼호 바로 옆 ‘바이칼로프 오스트록’알혼섬의 후지르 마을 입구에 있는 나무로 된 시베리아 전통가옥 형태의 숙소다. 2013년 문을 열었는데 114개의 객실에 250명을 수용할 정도로 알혼섬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깔끔하다. 특히 바이칼 호수 바로 앞에 위치해서 객실과 레스토랑에서 호수가 보이고 새벽에도 밤에도 산책을 할 수 있는데다, 부르한 바위까지도 도보로 20분 거리다. 7, 8월 성수기 스탠다드 트윈룸의 경우, 아침식사 포함 1박에 4,500루블(약 8만원), 화장실과 샤워실은 객실 3개가 있는 한 층에서 공동으로 사용한다. 욕실용품은 비치되어 있지 않다. 호숫가에서 바비큐를 할 수 있도록 그릴과 장작, 숯 등 일체의 도구도 대여해 준다. 666137, Russia, Irkutsk Region, Olkhonskyi District, Village Khuzir, Street Pribreznaya, 3+7 3952 404 202 www.baikalovostrog.ru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이세미 취재협조 대한항공 www.koreanair.com 참좋은여행 www.verygoodtour.com
  • 해외여행 | 태국-어둑한 마음에 볕을 러이Loei의 마법

    해외여행 | 태국-어둑한 마음에 볕을 러이Loei의 마법

    어쩔쏘냐. 삶이 내 뜻대로만 흘러갈 수 없으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불안에 흔들릴 때도 있는 법이다. 문제는 가슴에 쌓인 덩어리들을 어떻게 내보내냐는 것이다. 먹먹함에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찾아오면 그대 러이를 찾아가길. ‘겨우?’ 의심이 갈 법한 소소한 의식들이지만 당신을 구름처럼 가볍게 할 능통한 명약이 그곳에 있다. 태국 동북부 산악지대에 자리하고 있는 러이는 방콕에서 약 500km 떨어져 있다. 자동차로는 약 7시간이나 걸리는 지역이지만 태국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하면 1시간이면 충분하다. 가장 여행하기 좋은 시즌은 겨울이다. 라오스, 버마(현재 이름은 미얀마) 등의 국가와 근접해 있기 때문에 여러 양식의 문화를 한꺼번에 접할 수 있다.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던 버마를 견제하기 위해 라오스 왕자와 아유타야 공주가 혼인을 통해 손을 맞잡고 이 지역을 상징적인 평화의 지역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건축물에 전통 아유타야 방식은 물론 라오스식 건축 양식이 섞여 있단다. 물론 지역 주민들 또한 라오스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많다고. ●단사이Dan Sai 단사이는 피타콘 페스티벌이 열리는 단사이는 러이 지방의 소도시다. 30분~1시간 안팎의 자전거 투어로 마을 곳곳을 둘러볼 수 있는데, 마을 병원에서 시작해 피타콘 뮤지엄까지 이어지는 길은 가이드가 함께해 골목길을 거쳐가기 때문에 러이 사람들의 생활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다. 자전거 투어는 1회에 약 15~20달러면 충분하다. ▶러이의 마법 주문 1 무서운 표정 하지 말아요 음모라도 꾸민 듯이, 해가 바뀌자마자 안 좋은 일들이 겹쳤다. 보드를 타다가 생애 처음으로 뼈가 부러져서 한달 넘게 깁스를 했다. 출장으로 떠난 유럽에서 휴대폰을 분실했고, 지인과는 끝장까지 볼 요량으로 치열하게 싸웠다. 이번엔 또 무슨 불행이 기다리고 있을까. 자조 섞인 기대감으로 시작한 여행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내리쬐는 태양, 내 마음에도 태양의 흑점처럼 부글부글 화가 끓고 있었다. 방콕에서 국내선을 타고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러이에서 나 못지않게 화난 얼굴을 한 피타콘Phi Ta Khon 마스크를 만났다. “귀신의 형상을 한 피타콘은 이 마을의 상징이자 나쁜 기운을 의미합니다. 매년 6월에는 피타콘 페스티벌이 사흘간 크게 열리는데, 나쁜 기운을 몰아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설명을 들으며 왓 폰 차이Wat Phon Chai 마을의 피타콘 박물관Phi Ta Khon Museum으로 들어서자 사람 상반신만한 크기의 피타콘 마스크가 표독스러운 표정을 하고 노려보고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해 6월27일경에 사흘간 열리는 피타콘 페스티벌은 마을 주민들은 물론 태국 전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큰 축제다. 피타콘 마스크를 쓴 이들이 마을 사람들을 놀리듯이 행진하고, 사람들은 환호하며 어울리면서 평화와 안녕을 기원한단다. 축제가 가까워지면 마을 학교에서 모인 아이들은 피타콘 마스크를 만드는 데 여념이 없다. 아이들이 만든 피타콘 마스크는 정의 앞에서 호되게 당할 것만 같이 순수함이 숨어 있다. 진짜 무서운 귀신을 그려 주겠다, 마음먹고 붓을 집어 들었다. 뾰족뾰족 날이 선 손놀림으로 완성한 마스크는 내 심정 그대로다. 포악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붓을 내려놓자 마음은 한결 평안하다. 쌓여 있던 화가 마스크로 옮겨 간 것일까. 외지인들의 방문에 마을 사람들은 피타콘 페스티벌을 맛보기로 보여 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타콘 코스튬을 하고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한다. 허리춤에서 흔들리는 방울 소리와 마스크의 현란한 색깔이 와글와글 펼쳐지는 동안 신기하게도 엉켜 있던 마음이 설렁설렁 풀어지고 있었다. ▶러이의 마법 주문 2 위로의 말이 상냥해 고민을 직접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문제는 더욱 쉬워진다. 이곳엔 ‘자꾸안’이라 불리는 정신적 지주가 있다. 자꾸안은 신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존재다. 사람들은 질병이 생기거나, 집안에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 자꾸안을 찾아와 고민과 희망을 전하고 자꾸안은 그것을 기도를 통해 신에게 전달한단다. 나중에 소원이 이루지면 다시 돌아와 자꾸안에게 감사 인사를 올리는 것이 예의다. 자꾸안의 집에 들어가 마련돼 있는 종이에 소원을 적었다. ‘좋은 일이 생기게 해 주세요.’ 어차피 못 알아볼 테니 그동안 고민했던 것들을 주절주절 덧붙였다. 자꾸안에게 통역사가 간단히 내용을 전하자 잘 전달하겠다는 자꾸안의 답이 되돌아온다. 잘될 거라는 격려와 함께. 자꾸안의 집을 나서는데 괜히 발걸음이 가볍다. 명확한 답을 받은 것도 아니건만 잘될 거란 말이 든든하다. 마을 사람들도 이런 마음일 테다. 고민을 들어주고 격려를 받는 것만으로도 지친 마음은 재생의 힘을 얻는다. ▶러이의 마법 주문 3 비움의 길, 성인을 따라가는 길 불교인구가 95%에 달하는 태국에서는 단기간 출타를 하는 것이 낯선 풍경은 아니다. 태국의 왕 또한 왕이 된 후, 머리를 깎고 절에 들어가 약 15일을 보냈다. 큰 일을 앞두고 마음을 정진하기 위해, 혹은 건강을 위해 잠시 동안 출가한단다. 기간은 본인이 정할 수 있다고. 우리나라의 템플스테이가 범인의 신분으로 며칠 동안 불교를 체험할 수 있는 단기 프로그램이라면, 태국의 것은 정말 스님이 되었다가 다시 세속의 범인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마침 피타콘 뮤지엄 주변에서 출가를 앞둔 이들을 위한 의식이 열렸다. 오늘의 주인공은 젊은 청년 한 명과 중년의 남자 두 명이다. 온 마을 사람들이 다 모인 듯 바글바글한 절 뒤뜰에는 들뜬 목소리들이 가득하고, 태국 최신 가요일 법한 음악이 크게 울려 퍼진다. 새하얀 옷을 차려 입은 주인공들은 가만히 식을 기다리고 있다. 연꽃 한 송이를 들고, 파르라니 깎은 머리를 천으로 가리고서. 각자 다른 이유로 출가를 결심했겠지만 모두 결연한 표정이다.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과는 다르게 어쩐지 비장한 느낌마저 든다. 연이은 불행에 지쳤던 때라 의식을 기다리는 이들을 보며 괜한 기대감이 생겼다. 한 번쯤 시도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스쳐간다. 이때까지 있었던 문제들은 마음속에 쌓아두고 있는 것들이 많아서 생긴 것이 아니었을까. 불교의 이야기대로 마음을 비울 수 있다면 좀 더 행복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의식을 기다리는 이들도 마찬가지 기대를 품고 있을 터였다. 주인공들과 마을 사람들이 탑돌이를 시작한다. 온갖 축복의 말들이 쏟아진다. 행운을 의미하는 작은 동전들을 사방팔방에서 하늘로 던지고, 꽃가루까지 날린다. 그야말로 완전한 축복의 순간. 햇빛을 가리는 넓은 차양으로 호위를 받는 세 명의 주인공들은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걸었다. 복작복작한 가운데서도 이들에게서는 형형하게 빛이 나는 것만 같다. 그들의 여정에서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기를. 덕분에 나도 힘을 얻는다.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 방법은 놀랄 정도로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 말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치앙칸Chiang Khan 치앙칸은 메콩강 줄기를 따라 들어선 치앙칸에서는 새로운 차원의 태국 여행이 가능하다. 치앙칸을 둘러싼 자연을 느끼는 에코투어리즘이 유명하기 때문. 무엇보다 치앙칸의 명물은 ‘햇빛’인데, 일출과 일몰 시간이 되면 하늘이 오색으로 물든다. 메콩강에 비치는 노을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치앙칸에는 정갈하게 보존된 2~3층 높이의 전통 가옥들이 긴 골목을 형성하고 있는데, 마치 전통양식을 살려 보존해 둔 일본 골목을 찾아온 것처럼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저렴한 게스트하우스가 많고 소박하게 즐길 수 있는 유흥거리가 많아 태국의 대학생들이나, 유럽 관광객이 많이 찾아온다. 이곳의 매력에 빠져 길게 머무르는 여행자들도 많다고. 직접 만든 작은 소품들을 파는 숍, 파삿 체험을 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이태원 골목에 숨어있을 법한 예쁜 카페 등이 주를 이룬다. 뻔한 기념품이 아니라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물건이 많기 때문에 주머니가 넉넉하다면 과감히 지를 것을 추천한다. 강 주변의 레스토랑에는 저녁 늦은 시간까지 주홍빛 전등 밑으로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흘러나온다. 강 쪽으로 난 산책로에 서면 언제이건 여유롭고 조용하게 메콩강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마음을 쉬게 하고 싶은 사람에게 양손 엄지 척. 꼭 가보시라. ▶러이의 마법 주문 4 메콩강에 흘려 보낸 마음 출가 의식 때 우연찮게, 혹은 필연적으로 손에 날아들었던 행운의 동전을 만지작거리며 치앙칸으로 이동했다. 흑점처럼 타오르던 마음은 여정이 계속되면서 이미 작은 불길로 잦아든 지 오래다. 동행인들은 치앙칸에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넓은 메콩강 위에 나쁜 기운들을 쏟아낼 수 있을 거란다. 태국 전통 가옥들이 오밀조밀 들어선 치앙칸에 도착하자마자 골목길 안쪽의 작은 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간다.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플로팅 오브젝트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태국어로 ‘파삿 로이 코Pasard Loy Kror’라고 불리는 플로팅 오브젝트는 태국인들이 나쁜 일이 생기면 행하는 의식에 사용되는 것이다. 파삿에 촛불을 켜고 강 위에 흘려 보내면서 나쁜 기운도 같이 흘려 보내는 것. 태국 사람들은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면 파삿을 만들어 강으로 나선단다. 재료는 모두 자연에서 난 것이다. 대나무 줄기를 꺾어 틀을 잡고 대나무 잎으로 바닥을 만든다. 그리고 왁스 꽃으로 장식하고 사방에 작은 초를 꽂아 완성한다. 파삿을 완성하면 모두 동그랗게 둘러앉아 간단한 의식을 치른다. 등 뒤로 명주실을 크게 돌려 원을 만들고 짧은 기도를 한 뒤 등 뒤의 실을 무릎 앞으로 넘겨 가져온다. 나에게 있었던 나쁜 기운이 원을 따라 파삿으로 들어가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조심조심 양손으로 바삿을 들고 메콩강으로 간다. 자칫 우습게 보일 수도 있는 의식이었다. 누군가 ‘이 까짓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애타던 자에게는 이 과정과 행위들이 더없이 황홀한 순간이었다고 하면 믿으시려나. 강 위에 파삿을 띄우는 행위는 상상하는 것보다 더 뭉클한 것이었다. 공들여 만든 나의 파삿에 촛불을 켜고 메콩강의 흙빛 물 위에 올린 뒤 밀어냈다. 그때부터다. 찬찬히 마음이 해방감에 젖어 들었다. 정말로 파삿 안에 나의 나쁜 기운이 담긴 것처럼 말이다. 파삿을 물에 띄우고 나면 다시 보지 말아야 한다는 법칙에 따라 시선을 돌렸다. 멀리 누군가 띄운 걱정들이 어둑어둑한 강 물 위에서 반짝이며 흔들흔들 떠다니고 있었다. ▶러이의 마법 주문 5 비운 자리엔 반짝이는 행운을 담아 마음을 비웠으니 좋은 기운을 채울 차례다. 이른 새벽 숙소 앞에 작은 바구니를 들고 자리를 잡았다. 새벽마다 공양을 하는 스님들에게 보시하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보시는 일상과 같다. 매일 새벽마다 사람들은 골목길을 따라 앉아 스님들을 기다린다.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이런 풍경에 여행자도 동참할 수 있도록 보시할 음식과 전통 옷을 준비해 주기도 한다. 지금까지 참여했던 많은 의식들이 모두 나쁜 기운을 없애기 위한 것이었다면, 보시는 행운을 얻기 위한 것이다. 이곳 사람들은 스님에게 보시를 하면서 좋은 기운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주황색 승복을 걸친 맨발의 스님들이 자박자박 걸어온다. ‘좋은 일이 생기게 해 주세요.’ 기도하는 마음으로 흰 쌀밥 한 줌, 과자 한 봉지를 바구니에 담는다. 스님들은 때때로 멈춰서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며 행복을 기원해 준다. 새벽의 고요함 속에 중얼중얼 서로의 축복을 기원하는 순간이다. 이 경건한 의식은 쉬웠지만, 더없이 뿌듯한 것이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치앙칸에서의 보시가 마음을 정갈하게 만드는 것이었다면 반나파낫 타이담 문화마을Ban Na Pa Nat Taidam Cultural Village에서의 체험은 마음속에 반짝이는 기쁨을 채우는 시간이었다. 치앙칸에서 한 시간 거리인 반나파낫 타이담은 직조 기술로 유명한 마을. 100여 년 전 라오스에서 이곳으로 옮겨 온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때문에 태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그중에서도 집집마다 창과 문에 걸어 놓은 각양각색의 모빌이 가장 눈에 띈다. 색색의 실을 얇은 대나무 가지에 꼬아 만든 모빌은 ‘행운’을 의미한다. 행운이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에 창과 문에 걸어 둔단다. 벼가 자라는 시기, 농사일이 한가해지면 이곳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천을 짜거나 모빌을 만들며 시간을 보낸다. 덕분에 보통의 시골마을이 초록 일색이라면 이곳은 노랑, 빨강, 분홍 등 생기 넘치는 색이 가득하다. 실로 만든 공예품일 뿐인데 마음을 빼앗긴 것은 그 때문이다. 작은 나무에 걸려 바람에 흔들리던 모빌은 그 존재만으로도 즐거운 기운이 넘쳤고, 그 기운이 나에게도 전해졌던 것이다. 괜히 기분이 좋아져 콧노래가 절로 나올 지경이었으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행운을 가져다 주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그리고 그날 저녁 놀라운 행운이 나를 가득 껴안았다. 여행 중 잃어버린 귀한 물건을 공항에서 찾았던 것. 올 초부터 이어졌던 불행의 또 다른 연장선상이 될 뻔했던 분실 사고가 그야말로 ‘기적적으로’ 해결된 것이다. “이건 정말 대단한 행운이야.” 함께했던 사람들이 축하의 인사를 건넬 때, 같이 기도했을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가득 찼다. 그리고 짧은 여행에서 참여한 의식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미신 같거나, 소박했을지언정 절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순간들이. ▶travel info AIRLINE태국 수도인 방콕에서 러이행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자동차로는 7시간이 걸리지만, 비행기를 이용하면 1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다. 타이항공, 녹에어, 에어아시아 등이 러이행 국내선을 운행하고 있다. Restaurant란창 가든 바 & 레스토랑LanChang Garden Bar & Restaurant단사이 마을 인근의 모던 태국식 레스토랑. 생선, 고기, 야채 등 다양한 태국 요리를 선보이는데 기름지지 않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여러 나라에서 온 여행자들의 까다로운 입맛도 사로잡은 곳이다. 아주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아니지만 플레이팅에도 세세하게 신경을 쓰는 등 정찬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Muang Loei, Loei, Thailand 42000 +66 42 833 733 www.facebook.com/pages/LanChang-Garden-Bar-And-Restaurant Hotel푸파남 리조트 & 스파Phu Pha Nam Resort & Spa시내와 조금 떨어진 숲 속에 위치하고 있다. 목조건물로 내부 인테리어에서도 나무의 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창밖으로 푸른 숲의 기운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1층에 자리한 레스토랑은 나무에 둘러쌓인 큰 테라스가 있어 여유롭게 아침을 즐기기에 좋다. 다만 모기를 조심할 것. 음식은 기교 없이 담백하다. 태국 음식이 낯선 사람이라도 부담없이 도전 해 볼 수 있다. 252 Moo 1, Koakngam, Amphur Dansai, Loei 42120, Thailand +66 42 078 078 www.phuphanam.com 더 올드 치앙칸 부티크 호텔The Old Chiang Khan Boutique Hotel치앙칸에서는 메콩강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숙소를 정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곳은 메콩강 방향으로 난 숙소인데다, 100년 역사의 태국 전통 건물을 호텔로 만들었다. 손때 묻은 전통 가옥이 주는 넉넉함은 물론 일출이 시작되거나 노을이 지는 때, 호텔 곳곳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있으면 평화로운 기분이 마음을 촉촉하게 적신다. 현대식이 아니기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자잘한 것들이 있지만 그쯤은 이곳이 주는 기쁨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다. 치앙칸 골목이 시작되는 입구에 자리하고 있어 야시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288, Chiang Khan, Chiang Khan District, Loei 42110, Thailand +66 42 822 119 www.theoldchiangkhan.com Stupa프라 탓 스리 송 락Phra That Sri song Rak 1560년대 태국의 아유타야 왕국과 라오스 비엔티안 지방의 스리 사타나카나헛 왕국이 평화 협정을 맺고 만들었다는 사리탑이다. 사리탑은 신발을 벗고 입장할 수 있는데, 한낮에는 바닥이 뜨거우니 양말을 꼭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탑돌이를 할 때는 시계 방향으로 돌지만, 이곳에서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돈다. 몸의 왼쪽에 있는 심장을 사리탑과 더 가깝게 두기 위해서다. 큰 수트파 사방으로는 마을 사람들이 만든 대나무 공예품들이 쌓여 있다. 그것이 이곳 마을 사람들이 스투파를 사랑하는 방식이다. Temple왓 너라밋 위파타사나Wat Neramit Wipattasana대리석으로 지은 태국 방콕의 마블템플에서 모티브를 얻어 20여 년 전 만들어진 사원이다. 러이의 특산품인 분홍 대리석을 썼다. 치앙센 양식과 수코타이 양식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부처상은 은혜로운 미소와 함께 자비 넘치는 표정으로 완성됐다. 러이 지방 아티스트가 8년에 걸쳐 벽을 따라 그렸다는 벽화에서부터 중앙에 찬란한 황금빛으로 빛나는 부처상까지, 꼼꼼히 둘러볼수록 그 정성이 남다르다. 명상하는 사원이므로 여행자 또한 발소리와 목소리를 죽여 승려들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글·사진 차민경 기자 취재협조 태국관광청 www.visitthailand.or.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딸 있는 CEO가 더 자비로운 기업 경영한다”

    “딸 있는 CEO가 더 자비로운 기업 경영한다”

    앞으로는 입사지원서를 작성하기에 앞서 그 기업 CEO의 가족관계까지 잘 살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딸을 키우는 CEO들은 그렇지 않은 CEO들 보다 비교적 자비로운 기업 경영방침을 보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마이애미 대학교 헨릭 크론크비스크 교수와 중국·유럽 국제비즈니스 스쿨(China Europe International Business School) 프랭크 유 교수는 미국 내 400여 대기업 CEO들이 과거에 내린 사업 방침들을 분석한 뒤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기존 연구들에서 딸을 키우는 판사들은 좀 더 진보·민주적인(liberal) 판결을 내리는 편이며, 이는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며 “그러나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동일한 연구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조사 결과 딸을 가진 CEO들의 경우 ‘기업의 사회적 책임’부문에 있어 보다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말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직원들의 육아 권한보장, 탄력적 근무시간 보장, 합리적 정리해고, 직원에 대한 기업이익 공정분배, 여성·미성년자·장애인 직원 처우 개선 등의 사안을 아우르는 것이다. 연구팀은 “딸을 가진 CEO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관련 활동에서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며 “그러나 아들을 가진 CEO를 둔 기업들은 동일 효과를 보지 못했으며 더 나아가 CEO가 딸을 가진 사람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바뀐 기업들은 이러한 사안들에 있어 두드러지는 퇴보를 보였다는 점을 특기할 만하다”고 설명한다. 반면 딸이 있는 CEO를 새로이 기용한 기업들은 그 이후로 사회적 책임 관련 활동이 증강되는 현상이 관찰됐다. 거꾸로, 사회적 책임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활발히 수행해 온 기업들은 딸 있는 CEO를 기용할 확률이 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남성과 여성 CEO를 비교해본 결과 남성 CEO중 딸이 있는 사람들은 여성 CEO들이 내린 것과 유사한 종류의 사회적 책임 관련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미국 상장기업 CEO 중 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부분에 있어 좀 더 관대한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어 “부모들은 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만, 딸들 또한 부모의 직장에서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렇듯) 자녀들은 부모의 신념과 성향을 결정짓기 마련이며 이는 현재 미국 경제계 최고 사업가들의 실질적 의사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정책보다 패기·외모… 40대 꽃미남 리더 뜬다

    정책보다 패기·외모… 40대 꽃미남 리더 뜬다

    ‘용팔이’의 주원과 ‘두번째 스무살’의 이상윤이 드라마 종영과 함께 자리를 비운 새 둘 곳 없던 기자의 시선을 해외 채널 속 인물들이 사로잡았다. 그것도 미국 드라마 전문 채널인 HBO가 아니라 뉴스 전문 채널 CNN에서다. 29일(현지시간)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에 40대가 선출됐다. 운동 마니아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몸짱에 얼굴도 준수한 ‘조각 미남’으로 꼽힌다. 앞서 지난 20일 캐나다에서 43세의 꽃미모를 뽐내는 쥐스탱 트뤼도(승리 직후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정치인’으로 부각됐다) 자유당 대표가 총선 승리를 거두더니 비슷한 시기 중국과의 정상회담으로 분주했던 영국에선 44세 재무장관 조지 오즈번(이름마저 영국 첩보영화 주인공을 연상시킨다)이 카메라를 점령했다. 올여름까지만 해도 서너 시간에 한번꼴로 CNN에 얼굴을 비추던 41세 그리스 총리 알렉시스 치프라스가 재집권 달성 뒤 출연을 자제(?)하던 차에 외신 정치 뉴스는 다시금 섹시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성 질서가 한 차례 무너진 뒤 호감형 얼굴, 탄탄한 몸매, 빠른 정책 집행 능력을 보여주는 미모의 40대 정치인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47세였던 2008년에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버락 오바마(54)는 각종 사진마다 엿보이는 미끈한 ‘간지’에 힘입어 레임덕 위기에서 한발 비켜서 있다. 2010년 집권한 마르크 뤼터(48) 네덜란드 총리는 유니레버 직원 출신 특유의 깔끔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잘생긴 외모만큼 동성애 결혼으로도 유명한 룩셈부르크의 그자비에 베텔(42) 총리 역시 2013년 야 3당 연립을 이뤄내 집권에 성공했다. 청바지 차림으로 경차를 몰고 출근하며 깨끗한 정치를 선보이는 마테오 렌치(40) 이탈리아 총리도 2013년 새 정권을 창출한 인물이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이라도 열린다면 ‘역대급 최강 인증샷’이 기대된다. ●SNS 등 특유의 소통 능력으로 급부상 글로벌 정상들의 외모 업그레이드 배경은 뭐니 뭐니 해도 ‘젊음’이다. 20여년 넘게 이어진 신자유주의 열풍의 결과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폭발하고, 양극화로 귀결되고, 청년 실업 문제로 곪아 터진 가운데 각국에서 ‘기성 정치 타파’를 외친 40대 정치인이 부상했다. 이들은 패션과 외모를 ‘경쟁 자본’으로 중요하게 여긴 엑스(X)세대에 해당한다. 정치 스타일에서도 이들은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과거 주요 정치인들이 당내 영향력(계파), 매스미디어의 평가 등에 힘입어 지지세를 규합했다면 최근 급부상한 40대 정상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제되지 않은 생각을 드러내며 팬을 확보해 간다. 매스미디어 시절 유권자들이 정치인을 정책과 스캔들에 한정 지어 소비했다면 뉴미디어에 익숙한 지금의 유권자들은 정치인의 모든 것을 소비하고 있다.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멘토처럼 접근하는 40대 정상들이 급부상할 때 잘생긴 외모는 확실히 ‘묘약’이 됐다. ●보혁 이슈 해체… 뒤섞은 정책 내놔 근래 외신과 SNS를 점령한 캐나다의 트뤼도와 영국의 오즈번은 특히 유명인에 대한 대중의 환상을 충족시켜 주는 모델이다. 명문가 출신으로 명문대를 졸업한 둘은 ‘금수저 정치인’이란 공통점을 지녔지만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 다른 점도 많다. 예컨대 부모의 이혼을 겪은 트뤼도가 당초 정치에 뜻을 두지 않았다가 막내동생이 사망하는 불운을 겪고 정계에 본격 입문하는 ‘비극적 영웅 서사’를 따른다면 오즈번은 안정된 환경에서 준비된 정치인의 길을 걷는 ‘엄친아 판타지’를 충족시켰다. 트뤼도는 1984년까지 15년 동안 캐나다 총리를 지낸 피에르 트뤼도의 3형제 중 장남이다. 방송인 출신이었던 트뤼도의 어머니 마거릿 싱클레어는 트뤼도가 6살이던 1977년 별거를 시작했고 1984년 이혼할 때까지 영국 록그룹 롤링스톤스와 파티를 즐기고 미국 상원의원 에드워드 케네디와 염문을 뿌렸다. 아버지 트뤼도 역시 미국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등과의 염문에 휩싸였다. 트뤼도는 젊은 시절 바텐더, 연기자 등을 전전했지만 아버지의 정치 후계자로 지목되던 막내동생이 1998년 눈사태로 숨진 뒤 눈사태 안전 홍보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부터 정치에 뜻을 두기 시작했고, 2008년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트뤼도가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을 겪고 동생의 죽음이라는 비극을 계기로 정계에 입문한 반면 오즈번은 결격 사유 없는 정치 행로를 밟고 있다. 오히려 지나치게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것이 오즈번의 흠으로 지목될 정도다. 역시 엑스세대인 데이비드 캐머런(49) 총리 취임에 편승해 젊어진 영국 내각 분위기에 힘입어 38세였던 2010년 124년 만의 최연소 재무장관이 된 오즈번은 귀족 가문의 일원으로 남작 집안 귀족의 딸과 결혼했고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백만장자다. ●트뤼도 ‘같이 자고 싶은 총리’ 논란도 오즈번이 긴축재정, 공적연금 축소,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등을 외치는 강경 보수 정치인이라면 총선 승리 일성으로 “대이슬람국가(IS) 연합군에서 캐나다 전투기 철수”를 천명한 트뤼도의 공약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제 성장, 부자 증세, 난민 수용 확대 등으로 진보 정책 일색이다. 이처럼 급부상 중인 40대 정상급 정치인들의 이념 스펙트럼은 보수부터 진보까지 다양해 하나로 묶기 어려울 정도다. 오히려 이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내는 장치는 ‘생활 방식’에 있다. 특유의 소통 능력을 활용해 급부상한 뒤 좌고우면하지 않는 돌파력을 발휘해 세를 키우고, 정치적으로 파격적인 승부를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금슬에 기반한 단란한 가정’과 같은 바른 이미지를 버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경을 초월해 이들은 비슷하다. 정치적 파격과 바른 생활 이미지를 병존시킨 대표적인 예는 EU와의 구제금융 협상 과정에서 그리스의 EU 탈퇴(그렉시트) 국민투표, 조기 총선과 같은 정치적 승부수를 잇따라 던지면서도 동거녀인 페리스테라 베티 바치아나 앞에선 애처가의 면모를 감추지 않는 치프라스가 대표적이다. ●전문가 “이제부터 존재감 증명·평가” 이들의 정치·생활 방식은 엉뚱한 팬덤 현상을 일으켜 ‘정치의 주변화’를 부르기도 했다. SNS에서 회자되는 트뤼도의 별명은 ‘필프’(Pilf)인데 이는 ‘같이 잠자고 싶은 총리’(Prime minister I’d Like to F**k)란 뜻이어서 성추행 논란을 불렀다. 캐나다 방송이 ‘세계는 트뤼도의 외모를 좋아한다’고 비중 있게 보도하는가 하면 호주 뉴스 앵커는 트위터에 “자유당에 미안하지만 트뤼도가 너무 잘생겨서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잊어버렸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오즈번의 별명 역시 그의 원래 이름에서 기인한 ‘giddy’(발음은 ‘지디’가 아니라 ‘기디’이다)인데 ‘아찔하게 좋다’는 뜻을 담고 있고, 오즈번이 스타워즈 광선검 마니아라는 점 등도 시시각각 보도되고 있다. ‘앙팡 테리블’(무서운 신예)처럼 등장해 엔터테이너처럼 소비되는 이들의 정치는 정치 신인에서 권력의 정점에 오르기까지 시간을 단축시킨 요인이지만 이들의 존재감 증명은 지금부터라는 평가가 많다. 소통, 파격, 개인적인 매력을 무기로 든 새로운 정치법만 검증됐을 뿐 금융위기 이후 국제 리더십 공백 속에서 이들이 선보일 2008년 이전 기성과 다른 정책 실험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호주, 밀입국 브로커 매수… 난민선 돌려보내”

    호주 관리들이 수천㎞ 떨어진 바닷길을 건너 가까스로 호주 해안에 닿은 아시아계 난민들을 밀입국 알선업자를 매수해 되돌려 보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6월 이후 꾸준히 난민 보트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천명해 온 호주 정부는 이를 부인했으나 논란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는 28일(현지시간) 지난 5월 17일 65명의 난민을 태우고 인도네시아를 출발한 난민 보트가 호주 인근 공해에 접근했으나 호주 당국이 이들을 태우고 온 밀입국 알선업자들에게 3만 2000달러(약 3650만원)를 제공해 되돌려 보냈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당시 난민선에는 모두 6명의 밀입국 알선업자가 타고 있었다. 현재 인도네시아 경찰에 구금된 알선업자들은 호주 당국으로부터 각기 5000~6000달러를 100달러 지폐로 받았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사례는 닷새 뒤인 22일과 지난 7월에도 발생했다. 앰네스티는 15명의 난민 신청자를 인터뷰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호주 관리들이 선원들에게 돈을 줬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해상으로 호주에 들어가려는 선상 난민을 막는 ‘스톱 보트’ 정책 때문으로 풀이된다. 밀입국 난민 보트에 ‘무관용’으로 대응한다는 원칙을 굳게 지켜 온 호주에는 2013년 300척의 난민선이 닿았으나 지난해엔 1척으로 급감했다. 호주의 ‘스톱 보트’ 정책의 골자는 해군 함정이 난민선을 저지하거나 예인해 인도네시아로 인도하고 태평양 국가인 나우루와 계약해 난민 보호소를 운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에 대해 호주 일각에서는 ‘무자비하고 냉혹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가톨릭 신자인 토니 애벗 전 총리가 영국 런던에서 “오도된 박애주의가 유럽에 재앙을 안길 것”이라며 난민에 강경 대응하라고 유럽에 촉구하자 은퇴한 패트 파워 가톨릭 주교는 애벗 전 총리의 연설이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총선 앞둔 터키 정부, 물대포 앞세워 비판 언론사 진압

     다음달 1일(현지시간) 총선을 앞둔 터키 정부가 최루탄과 물대포를 앞세워 비판적인 언론사들을 진압하는 무리수를 뒀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들이 30일 전했다.  터키 당국이 겨냥한 대상은 카날투르크TV와 부균TV, 일간지 부균 등을 소유한 반정부 성향의 미디어그룹 코자 이펙 홀딩스였다. 터키내 무슬림이나 쿠르드족 등 비주류 계층을 주로 대변하면서 정부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AFP에 따르면 지난 27일 진압 경찰들이 코자 이펙의 본사 입구를 쇠톱으로 부수고 사무실에 난입했다. 이에 저항하는 직원들과 건물 밖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던 군중들은 경찰의 최루가스와 물대포에 무자비하게 진압됐다. 이 같은 경찰의 진입 장면은 카날투르크TV를 통해 생중계됐다.  경찰은 코자 이펙이 이슬람 사상가인 페툴라 귤렌(73)을 은밀히 지원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섰다고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숙적으로 알려진 귤렌은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선정한 ‘세계 100대 지성’ 중 1위를 차지할 만큼 영향력이 막대하다. 이슬람의 가치를 알리는 ‘히즈메트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막역한 관계였으나 터키에서 강압적 통치가 이어지자 등을 돌렸다. 터키 정부는 귤렌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했고, 코자 이펙 측이 귤렌에게 돈을 대고 있다며 탄압했다.  경찰의 무자비한 탄압에 항의하기 위해 현지 일간 부균은 27일자 신문 1면을 검은백 공백으로 게재했다. 코자 이펙 측은 “지난 2년간 엄격한 회계감사를 받았지만 정부가 어떤 단서도 찾아내지 못하자 벌인 폭력”이라고 규탄했다. 현지 언론인들도 “터키 역사상 가장 잔혹한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터키 정부와 코자 이펙의 악연은 지난 9월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부균이 1면에 정부가 시리아에서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를 지원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하자 소유주인 코자 이펙 본사에 대한 첫 압수 수색이 이뤄졌다.  코자 이펙의 최고경영자(CEO)인 아킨 이펙 회장은 경영권을 박탈당한 채 영국으로 피신했고, 기자 6명이 연행됐다. 이후 터키 정부는 관리위원회를 만들어 회사를 장악하려 했다.  유럽연합(EU)과 국제언론인협회(IPI) 등은 터키 정부의 언론탄압을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터키의 언론자유지수는 세계 149위로, 미얀마보다 낮다.  터키 정부의 언론 통제는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다.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에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한다. 최대 일간지 휴리예트를 소유한 도간그룹도 비판적 기사를 게재하다가 2009년에 무려 33억달러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코자 이펙이 힘을 잃으면서 터키의 독립적 언론은 도간(그룹) 밖에 남지 않았다”는 현지 언론인들의 개탄을 전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딸 있는 CEO, ‘기업 사회적 책임’ 더 활발하다 (연구)

    딸 있는 CEO, ‘기업 사회적 책임’ 더 활발하다 (연구)

    앞으로는 입사지원서를 작성하기에 앞서 그 기업 CEO의 가족관계까지 잘 살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딸을 키우는 CEO들은 그렇지 않은 CEO들 보다 비교적 자비로운 기업 경영방침을 보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마이애미 대학교 헨릭 크론크비스크 교수와 중국·유럽 국제비즈니스 스쿨(China Europe International Business School) 프랭크 유 교수는 미국 내 400여 대기업 CEO들이 과거에 내린 사업 방침들을 분석한 뒤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기존 연구들에서 딸을 키우는 판사들은 좀 더 진보·민주적인(liberal) 판결을 내리는 편이며, 이는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며 “그러나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동일한 연구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조사 결과 딸을 가진 CEO들의 경우 ‘기업의 사회적 책임’부문에 있어 보다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말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직원들의 육아 권한보장, 탄력적 근무시간 보장, 합리적 정리해고, 직원에 대한 기업이익 공정분배, 여성·미성년자·장애인 직원 처우 개선 등의 사안을 아우르는 것이다. 연구팀은 “딸을 가진 CEO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관련 활동에서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며 “그러나 아들을 가진 CEO를 둔 기업들은 동일 효과를 보지 못했으며 더 나아가 CEO가 딸을 가진 사람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바뀐 기업들은 이러한 사안들에 있어 두드러지는 퇴보를 보였다는 점을 특기할 만하다”고 설명한다. 반면 딸이 있는 CEO를 새로이 기용한 기업들은 그 이후로 사회적 책임 관련 활동이 증강되는 현상이 관찰됐다. 거꾸로, 사회적 책임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활발히 수행해 온 기업들은 딸 있는 CEO를 기용할 확률이 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남성과 여성 CEO를 비교해본 결과 남성 CEO중 딸이 있는 사람들은 여성 CEO들이 내린 것과 유사한 종류의 사회적 책임 관련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미국 상장기업 CEO 중 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부분에 있어 좀 더 관대한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어 “부모들은 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만, 딸들 또한 부모의 직장에서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렇듯) 자녀들은 부모의 신념과 성향을 결정짓기 마련이며 이는 현재 미국 경제계 최고 사업가들의 실질적 의사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100세시대 보험 길라잡이] 삼성화재 - 진단·수술·요양보장 ‘한번에’… 후유증 걱정도 ‘끝’

    [100세시대 보험 길라잡이] 삼성화재 - 진단·수술·요양보장 ‘한번에’… 후유증 걱정도 ‘끝’

    노인들이 꼽는 어려움 중 하나가 건강 문제다. 65세 이상 노인 중 고혈압, 당뇨 환자가 적잖다. 이런 만성질환은 심장, 뇌 질환 등 합병증까지 유발한다. 수술을 한 이후도 걱정이다. 남는 후유증 역시 고려해야 한다. 삼성화재는 이런 질병 진단부터 입원-수술-장애-요양-사망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보험으로 모든 위험을 보장하는 고객 맞춤형 ‘NEW새시대건강파트너’를 선보여 호응을 얻고 있다. 매달 20억원 이상 판매 중이다. 이 보험 하나로 질병뿐 아니라 각종 상해, 배상책임, 운전자비용 및 의료비 실손보험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상해나 질병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되면 치료비는 물론 생활비까지 대비할 수 있다. 한마디로 ‘올 킬’ 상품이라고 삼성화재는 설명한다. 만 15세에서 65세까지 가입이 가능하며 최대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보험료 납입은 최소 5년부터 최대 30년까지 5년 단위로 선택할 수 있다. 이 상품은 질병, 상해에 대비한 보장이 탄탄하다. 우선 기본계약은 상해로 인한 사망 또는 고도후유장해 보장이다. 고도후유장해란 병에 걸렸거나 다치고 난 뒤 치료를 했는데도 신체·정신적으로 후유증이 남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후유증이 생기면 가입 금액을 일시금 말고 매달 생활자금으로도 받을 수 있다. 4대(뇌, 심장, 간· 췌장, 폐) 중증질환 및 5대(위· 십이지장, 결핵, 신부전, 갑상선, 녹내장) 특정 질환에 대한 수술비도 준다. 입원하면 첫날부터 입원 일당을 지급한다. 골절, 화상, 깁스 치료비, 충수염 수술 등 일상생활 중 빈번히 발생하는 각종 생활 위험을 보장해 주는 담보가 특약으로 구성돼 있다. 또 ‘장기요양원지금’ 담보를 통해 상해나 질병으로 약관에 정한 ‘장기요양상태’가 되면 가입 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다. ‘질병장애’ 담보로 장애등급 1, 2, 3급에 해당될 경우 생활비를 보상받을 수 있다. 실손의료보험도 함께 들 수 있다. 특약으로 실손 보장을 추가하면 진단, 입원, 수술비 등 각종 치료비를 통합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손해보험 고유의 영역인 ‘가정일상생활배상책임’ 담보도 빼놓을 수 없다. 일상생활 중 발생하는 배상책임에 대해 1억원 한도로 보장이 가능하다. 주택의 소유, 사용, 관리로 인한 사고로 타인의 신체나 재산에 피해를 끼쳤을 경우가 해당된다. 예컨대 우리 집 누수로 이웃집 벽지가 상했을 경우 도배 비용을 보험사가 대신 내준다고 생각하면 쉽다.
  • 상생 공약·이익 환원 통 큰 경쟁…또 불붙은 대기업 ‘면세점 전쟁’

    상생 공약·이익 환원 통 큰 경쟁…또 불붙은 대기업 ‘면세점 전쟁’

    ‘동대문이냐, 남대문이냐.’ 서울 시내 면세점 운영권을 따내고자 4개 대기업이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관전 포인트는 단연코 상생이다. 네 곳 모두 중소기업을 키우고 지역 상인들을 돕는 데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을 쏟아붓겠다고 나섰다. 면세점 사업에 처음 도전하는 두산그룹은 26일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을 출범시켰다. 동대문시장을 살리기 위해 두산이 100억원을,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개인 재산 100억원을 냈다. 미국 클리블랜드재단처럼 주민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동대문에는 두타, 롯데피트인 등 대형 쇼핑몰 13곳이 있으나 손님이 줄면서 비어 있는 점포가 전체의 30%가 넘었다. 박 회장은 “100여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상업의 효시인 동대문 상권이 쇠락하고 있는데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여야 다시 살릴 수 있다”면서 “이번 재단 출범이 면세점 유치에 도움이 되길 바라지만, 유치에 실패하더라도 동대문에서 출발한 유일한 대기업으로서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차원에서 재단을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두산은 면세점 특허권을 따내면 영업이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두산은 5년간 면세점 이익을 5000억원으로 보고 있어 총기부금은 500억원으로 예상된다. 같은 날 신세계그룹의 계열사 신세계디에프는 남대문시장의 부활을 예고했다.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사장은 “상반기에 신규 면세점 입찰에서 고배를 마시고도 또다시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후보지로 내세운 이유는 남대문시장과 명동이 갖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600년 역사의 전통시장 남대문이 계속 퇴락하고 있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의 81%가 명동을 중심으로 관광을 시작하기 때문에 이 일대 상권을 살리려면 면세점만큼 좋은 대안이 없다는 게 신세계 측의 설명이다. 신세계는 남대문시장과 명동의 관광 인프라 개선에 530억원을 투입하는 등 상생 비용을 5년간 2700억원 내놓겠다고 밝혔다. 남대문을 스페인 전통시장 산타카테리나, 터키의 그랜드 바자르처럼 글로벌 명품시장으로 육성할 방안도 내놓았다. 중소기업 브랜드만 파는 전용층을 만들고 중기 매장 면적을 전체의 40%로 늘릴 계획이다. 면세점 후보 기업들이 상생 전략에 집중하는 까닭은 면세점 특허권 심사에서 중요한 평가 대상이기 때문이다. 평점 1000점 가운데 상생 점수는 300~450점이 걸려 있다. 직접적인 관련 항목은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과 상생협력을 위한 노력(150점), 중소기업 지원 방안의 적정성(중기 제품 판매실적 및 매장 크기)과 지역경제 발전 기여도(150점) 등 2개다. 지역 관광 인프라 구축을 위한 노력도 주변 환경요소(150점)에 포함된 평가 대상이다. 소공동 본점과 잠실 월드타워점을 지켜야 하는 롯데면세점은 앞서 지난 12일 ‘상생2020’을 발표해 중소 협력사 동반성장펀드(200억원) 등에 1500억원을 쓰겠다고 약속했다. 중기 매장 면적을 2배로 늘리고 중소브랜드 매출을 5년 뒤 4배로 키울 계획이다. 광진구 워커힐과 동대문에 면세점 유치를 추진하는 SK네트웍스는 8400억원의 투자비 가운데 2400억원을 중소 상생을 위해 내놓기로 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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