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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영상] 하와이 마우이섬 조난 16일 만에 무사히 구조된 요가 강사의 비결

    [동영상] 하와이 마우이섬 조난 16일 만에 무사히 구조된 요가 강사의 비결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에서 실종됐던 30대 여성이 자원봉사자들에게 무사히 구조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요가 강사인 어맨다 엘러(35). 친구와 가족들은 그날 아침 트레킹에 나선 그녀가 돌아오지 않자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다음날 그녀의 SUV 자동차와 휴대전화가 차 안에서 발견됐다. 그녀의 행적이 2주 넘게 발견되지 않자 세 대의 헬리콥터를 띄워 수색했고, 구조를 도운 이에게 1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그런데 지난 24일 마카와오 삼림 공원 안의 깊은 계곡에서 구조 헬리콥터를 보고 손을 흔드는 그녀가 발견된 것이다. 미국 ABC 뉴스에 따르면 고펀드미 게정을 통해 많은 돈이 모금됐고 그녀를 발견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현상금은 그녀가 오후 5시쯤 발견된 날 아침에 5만 달러로 오른 상태였다. 그녀를 구조한 크리스 베르퀘스트는 “우리 모두 깜짝 놀라 얼어붙었다. 너무 빨리 날아가 지나치지 않도록 꼼꼼히 수색한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공중 수색에 나섰던 자비에르 칸텔롭스는 믿기지 않는 구조 소식을 페이스북에 올린 뒤 그녀를 발견한 것이 일생일대 최고의 날이었다”고 돌아봤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녀는 신발도 양말도 없이 맨발이었고 햇볕에 흉하게 피부가 탄 상태였다. 하지만 경미한 부상만 입었을 뿐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했고 자신을 구조한 자원봉사 남성들과 함께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동영상을 보면 엘러의 아버지는 딸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어린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어머니 줄리아 역시 2주 넘게 조난 당했는데도 놀랍게도 건강한 몸이었다고 기뻐했다. 어머니는 딸이 살아 있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끼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한 순간도 포기하지 않았다. 절망이 엄습하는 순간에도 우리가 구조 프로그램을 계속하기만 하면 그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렇게 한 결과 우리는 결국 그녀를 발견해낼 수 있었다.” 그녀는 체중이 줄긴 했지만 베리 류를 많이 따먹고 물이 풍부한 지역이라 생존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미중 무역전쟁의 ‘봉’은 두 나라 소비자들”

    “미중 무역전쟁의 ‘봉’은 두 나라 소비자들”

    미국이 중국산 수입제품에 대해 무자비하게 때린 관세폭탄의 ‘루저’(loser·패배자)는 미중 두 나라 소비자들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CNBC방송 등에 따르면 기타 고피나트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3일(현지시간) IMF 블로그에 올린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이라는 제목의 공동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중국 업체들로부터 거둬들인) 관세 수입은 사실상 미국 수입업체들이 거의 전적으로 부담한 것”이라며 “이는 의도하지 않은 대상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앞서 지난해 7월 340억 달러(약 40조 4500억원)와 8월 160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매겼다. 이후 지난 10일 2000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역시 10%에서 25%로 인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나머지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도 25%의 관세 부과를 위한 준비 절차에 돌입했다. 고피나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탁기 등과 같이 대중 관세 가운데 일부는 미 소비자들에게 전가돼 왔고 나머지는 미 수입업체들이 이익 마진을 낮추면서 관세 충격을 흡수해왔다”고 설명했다. 미 정부가 중국의 수출업체에 관세를 부과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미국의 수입업자들이 고스란히 관세 부담을 지게 됐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미국이 부과한 관세를) 중국이 아닌 미국 소비자들과 기업들이 부담해왔다”며 “미국과 중국의 소비자들이 명백히 무역전쟁의 ‘루저’”라고 강조했다. AFP통신은 “(대중 관세에 따른) 관세를 중국이 지불하고 있으며, 이는 미 국고에 수익을 제공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피나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나머지 중국산 제품 전체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경우 경제 피해는 더 악화할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을 0.3%포인트 축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 상황에서는 글로벌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최근의 (긴장) 격화는 비즈니스와 금융시장 심리를 크게 훼손할 수 있고 글로벌 공급체인을 붕괴시키고 올해 예상되는 글로벌 성장세 회복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IMF는 미중 무역갈등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 0.2∼0.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IMF는 앞서 지난 4월 중국·유로존의 경기둔화, 글로벌 무역갈등, 금융시장 불확실성 등을 리스크 요인으로 꼽으며 올해 세계경제 성장 전망치를 기존보다 0.2%포인트 끌어내린 3.3%로 제시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국내 제조업 기회 확대 위해 디지털혁신 가속화해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 김대희)은 KISDI Premium Report(19-03) ‘디지털 혁신이 가져올 제조업의 변화와 대응방안’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촉발하고 있는 제조업의 생산방식, 가치창출방식의 혁신, 이러한 변화가 가져올 제조업의 새로운 기회에 대해 논의하며 국내 제조업의 디지털 혁신 가속화를 위한 정책 과제들을 제시했다. 그동안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제조업의 산업 지형을 파괴하는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의 구현을 가능하게 하며 성장 한계에 직면한 제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어 왔다. ICT전략연구실 이경선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제조 현장에서 디지털화, 지능화, 유연화가 진행됨에 따라 생산공정 전반의 효율성, 신뢰도, 민첩성, 시장 대응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있으며 이러한 제조 현장의 혁신적 변화는 실제로 비즈니스 전략 선택의 제약요소 완화로 이어지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의 고객 가치 창출을 지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현재 소수 글로벌 선도기업들을 제외하면 제조업의 스마트화가 더디게 진행 중이라는 점에 우려를 표시하며 국내 제조업의 기회 확대를 위한 빠른 대응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도입 및 활용이 더디게 진행되는 이유로 중소제조기업의 디지털 역량 미흡, 높은 투자비용, 기술자산의 경직성, 기계 대체 가능성으로 인한 노동자들과의 갈등 등을 언급하며, 향후 국내 제조업의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자금 지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정부의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노력에 더불어 ▲중소제조기업의 디지털 역량 강화 ▲제조혁신의 연결성·확장성·유연성 강화 ▲인간중심 기술개발 지원 등을 위한 정책적 노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활용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 걸친 지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글로벌 기업들도 다양한 혁신주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디지털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며 향후 정부는 중소제조기업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외부와의 협력을 통한 혁신활동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특히, 스마트 공장 보급·확산에 있어 수직적 상생, 수평적 공생모델의 도입확대가 필요하며 다양한 혁신주체들과 비즈니스 혁신을 위한 오픈 협업, 첨단 기술의 중소기업 이전 및 활용 등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둘째,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활용도를 높이고 기술도입 실패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연결성, 확장성, 유연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연구개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과제로 가치창출의 범위 확장을 위한 산업인터넷 플랫폼 구축 및 생태계 차원의 최적화 추진, 기술자산의 상호운용성 확보를 위한 국제적 협업 강화 및 생산설비·솔루션의 연결·확장성 확대, 고객 대응력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품질관리, 유연생산 등) 지원 등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노동자와의 갈등 요인을 낮추기 위해 기술도입의 혜택이 노동자들에게도 돌아가는 인간중심 기술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생산성 제고와 동시에 일자리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저부가가치·유해작업의 자동화 지원, 작업자가 기술도입에 따른 업무변화에 보다 쉽게 적응하고,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보다 가치 있는 일에 종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용자중심 시스템 개발 등을 제안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제프리 러시 성추행 과장 보도한 호주 신문에 23억원 배상 판결

    제프리 러시 성추행 과장 보도한 호주 신문에 23억원 배상 판결

    1996년 영화 ‘샤인’으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은 호주 배우 제프리 러시(68)가 지난해 미투 운동의 와중에 동료 여배우의 성추행 주장을 과장 보도한 언론사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을 받아냈다. 호주 시드니 법원은 지난 2015년 제작을 맡은 러시와 함께 연극 ‘리어왕’에 함께 출연한 에린 진 노빌에게 러시가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기사를 내보낸 호주 데일리 텔레그래프를 발행하는 네이션와이드 뉴스에게 290만 호주달러(약 23억 7000만원)를 손해배상금으로 지불하라고 23일(현지시간) 판결했다. 호주에서 한 개인에게 명예훼손 손해배상금을 지불하라고 판결한 것으로는 최다라고 영국 BBC가 전했다. 호주 ABC 방송 보도에 따르면 손해배상 판결액 가운데 85만 호주달러가 일반 배상액이고 경제적 손실에 대한 배상액이 100만 호주달러, 미래 경제적 손실에 대한 배상액이 91만 9678 호주달러, 여기에 이자로 4만 2000 호주달러까지 더해졌다. 그나마 러시가 원래 생각했던 청구액은 2500만 호주달러였으니 이 정도 선에서 막은 것도 다행이었다. 마이클 위그니 판사는 노르의 주장이 “과장된 경향이 있었다”면서 “무자비할 정도로 무책임한 선정적 저널리즘은 최악이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네이션와이드 뉴스는 당연히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의 변호인 수 크리산도우는 그 신문이 “불편부당함이 완벽하게 결여됐고 상업적 센스도 부족했음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피고측 변호인 톰 블랙번은 러시가 “어떤 비판에도 문을 닫으려 했고 (원고가 주장한 대로) 같은 주장을 다시 보도하는 것을 막으려 하면 미투 운동을 보도하는 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항변했다. 다른 여배우 야엘 스톤도 러시가 자신에게 부적절한 짓을 했다고 비난했다. 텔레그래프 측은 스톤의 주장을 증거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러시에 대한 선입견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막았다. 또다른 여배우 레벨 윌슨은 지난해 바우어 미디어가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묘사한 기사들이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 470만 호주달러를 손해배상액으로 얻어냈지만 나중에 항소심에서 “그만한 명예가 훼손됐고 경제적 손실을 봤다고 주장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60만 호주달러로 감경됐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세금·이자 내느라고…10년 만에 가계 처분가능소득 줄었다

    세금·이자 내느라고…10년 만에 가계 처분가능소득 줄었다

    전체 월평균 소득 1.3% 늘었는데 세금 등 비소비지출은 8.3% 급증 상·하위 20% 가구 소득 동반 감소 소득분배지표 작년보다 소폭 개선우리나라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쪼그라들었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이 동반 감소하는 이례적인 현상도 빚어졌다. 소득은 ‘제자리걸음’ 중인데 세금과 사회보험료, 이자비용 등 비소비지출은 ‘뜀박질’을 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1분기 소득부문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74만 8000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376만 7400원)보다 0.5%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분기(-0.7%) 이후 처음으로 줄어든 것이다. 처분가능소득은 명목소득에서 소비와 무관한 비소비지출을 빼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을 의미한다. 비소비지출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 컸다. 지난 1분기 전국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107만 8300원으로, 1년 전(99만 5500원)보다 8.3% 증가했다.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이자비용이 17.5%나 급등했다. 특히 소득 상위 20~40%에 해당하는 4분위의 비소비지출이 17.4%(129만 9000원)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상여금 감소에 따른 근로소득 감소로 5분위(상위 20%) 가구 중 근로자 가구가 4분위로 떨어진 부분이 있고, 4분위는 근로소득이 늘면서 조세 지출도 많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이러한 소득 감소는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에서 모두 나타났다. 1분위(하위 20%) 가구의 소득은 125만 5000원으로 1년 전보다 2.5% 감소했다. 근로소득이 40만 4000원으로 14.5%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2·3분위 자영업 가구의 소득이 감소해 1분위로 떨어진 게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꾸준히 소득이 증가했던 5분위 가구도 992만 5000원으로 1년 전보다 2.2% 감소했다. 5분위 소득이 감소한 것은 2015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또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82만 6000원으로 증가율은 1.3%(실질 기준 0.8%)에 그쳤다. 2017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지난해까지 이어졌던 저소득층의 소득 급락세는 다소 주춤했지만, 시장의 소득 창출력을 회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박 과장은 “2017년 노사 합의 지연으로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상여금이 지난해 1분기에 지급되면서 ‘역기저효과’에 따라 1분기 근로소득 증가율이 크게 둔화됐다”면서 “사업소득도 도소매·음식·숙박업을 중심으로 자영업 업황이 부진하면서 줄어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상하위 가구의 소득이 모두 줄어들면서 소득분배지표는 소폭 개선된 모습이다. 1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80배로 1년 전(5.95배)보다 0.15 낮아졌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분위 계층의 평균소득을 1분위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클수록 소득 분배가 불균등한 것으로 해석된다. 1분위 균등화 소득은 1년 전보다 0.4% 늘었고, 5분위는 2.1% 줄었다. 1분위 가구의 경우 아동수당과 실업급여, 국민연금, 기초연금 등 공적이전소득이 1년 전보다 31.3%나 증가했다. 박 과장은 이에 대해 “정부의 정책적 효과가 사상 최대”라고 말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인간에 대한 뜨거운 믿음, 새로운 노무현의 시작이다

    인간에 대한 뜨거운 믿음, 새로운 노무현의 시작이다

    서울 자치구엔 고 노무현(1946~2009) 전 대통령의 가치를 계승하는 5인방이 있다. 박성수 송파구청장, 서양호 중구청장, 오승록 노원구청장, 이창우 동작구청장,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참여정부 출신으로, 노 전 대통령 정신을 풀뿌리에서 실천하고 있다.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노무현의 사람들’을 만나 노 전 대통령이 오늘날 갖는 의미, 오롯이 이어 나가야 할 노 전 대통령 정신에 대해 들어봤다. ■박성수 송파구청장 “전략보다 꿈 실천하려던 의지 반드시 계승”박성수 서울 송파구청장은 23일 “그저 그리운 과거 인물로 추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무현 전 대통령 철학을 현재, 그리고 미래 사회에 새롭게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 감사인 그는 수원지검 검사로 일하던 2005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참여정부에 합류해 2008년 2월까지 2년 6개월에 걸쳐 노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 2007년엔 법무비서관으로 승진해 국정현안 법률보좌, 권력기관·사법개혁을 다뤘다. 특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나 검경 수사권 조정을 강하게 추진했다. 야당과 검찰 반대로 입법부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친정’에 개혁의 칼끝을 겨눈 셈이다. “2007년 6월 대통령 부부가 민정수석실 비서관 격려 오찬을 마련했어요. 대통령은 ‘박 비서관, 검찰로 돌아가면 왕따 당하는 거 아닌가. 날 도운 것 때문에’라고 농담을 건넸습니다. 따뜻하면서도 씁쓸한 미소가 머리에 맴돌아요. 임기가 상당히 남았는데도 보좌진 앞길을 걱정한 사려, 정치판에서 느꼈을 회한이 담겨서겠죠.” 박 구청장은 노 전 대통령을 ‘인간에 대한 뜨거운 믿음’을 가진 사람으로 기억했다. “유독 떠오르는 말씀이 있어요. ‘세계 역사는 전략과 정책에 의해 이뤄지는 게 아니라 인간의 꿈과 의지로 이어진다. 꿈과 의지를 가진 사람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할 때 그것을 제시하는 게 전략이다. 전략 이전에 꿈을 먼저 얘기하자’. 인간이 곧 원동력이자 목표라는 점을 잊지 않고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꿈과 실천의지를 갖는 게 그분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입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서양호 중구청장 “서민의 삶 품는 풀뿌리 민주주의 완성할 것”“정치를 하면서 지금도 불쑥불쑥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생각해요. 그가 걸었던 길을 따르고 있는지 자문하면서요.”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은 23일 “200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고군분투하던 모습이 가장 아름다웠다”고 회고했다. 이어 “‘나서지 마라. 모난 돌이 정 맞는다’며 현실에 안주하던 나에게 불벼락을 내린 사람이 바로 노무현이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30대이던 서 구청장은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알지는 못했지만 “반칙과 특권, 부정과 부패가 아닌 상식과 정의가 통하는 세상을 만들자던 모습을 보며 조용히 운동원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당시 동교동계는 이인제 전 의원을,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과 보좌관들은 고 김근태 전 의원을 지지하는 분위기였지만, 서 구청장은 그 이전부터 지역주의에 맞서 싸운 노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덧붙였다. 당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위원회에서 메시지 전문위원으로 일하던 그는 노 전 대통령 당선 뒤에는 청와대로 들어가 정무수석실과 인사수석실 행정관으로 4년간 대통령을 모셨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당선 뒤에도 어떻게든 이기는 것보다 원칙을 가진 싸움이 되도록 항상 고민하며 신념을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국가 예산과 방향을 다루는 국회 의석 확보도 중요하지만 서민들 생활과 삶을 직접 책임지는 기초행정 단위인 지자체야말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며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꾸렸다고 소개했다. 서 구청장은 “노 전 대통령의 뜻을 계승해 지역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완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오승록 노원구청장 “쇼맨십보다 반칙·특권 없는 세상 다시 떠올려”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은 지난 19일 구민 400여명과 함께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23일 추도식에도 참석했다. 오 구청장은 노 전 대통령과 2002년 선거 때 남다른 인연을 맺었다. 오 구청장은 “국회 비서관을 하고 있었는데 대선 캠프에서 의전 담당을 뽑는다는 말을 들었다. 운 좋게 뽑혀 행사 의전을 맡으면서 함께 일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런 인연으로 결국 노 전 대통령 임기 내내 청와대에 몸담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2007년 10월 2~4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때 노 전 대통령이 부인 권양숙 여사와 나란히 군사분계선(MDL)을 두 발로 넘어서는 장면이다. 오 구청장이 바로 이벤트를 기획한 주인공이다. 하지만 처음엔 노 전 대통령이 “작위적으로 연출하지 말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오 구청장은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에게 졸랐다. 문 실장이 ‘북측과 이미 합의를 마쳤다’며 설득해 성사된 것”이라고 돌아봤다. 오 구청장은 “노 전 대통령도 나중에는 분단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세계에 과시한 상징적인 장면이었다며 흡족해했다. 더군다나 직접 ‘기획한 사람에게 훈장을 주라’고 지시한 덕분에 훈장까지 받게 됐다”며 웃었다. 오 구청장은 “국면 전환을 위해서나 민생을 살핀다는 이유로 전통시장을 방문해 순대도 먹고 하라는 건의를 여러 차례 받았지만 단호히 물리쳤다”고 밝혔다. 이어 “갈수록 활개를 치는 노이즈 마케팅을 보며 노 전 대통령이 꿈꾼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이창우 동작구청장 “사람의 가치 우선하는 세상, 그 힘 모으겠다”“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순간도 자신을 위해 살지 않고 오롯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실현하려 애쓴 분입니다. 시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갈구하고 그런 세상을 이루려고 분투하셨죠. 집무실에 걸린 그분 사진을 보며 그 정신을 이어가자고 늘 각오를 다집니다.” 이창우 서울 동작구청장의 구청 집무실 책상 뒤 벽면에는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이 두 장 걸려 있다. 하나는 2003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산 당시 함께 촬영한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고인의 영정 사진으로 알려진, 온화한 미소를 띤 사진이다. 사진들은 “노 전 대통령이 그토록 소망하셨던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이 구청장의 의지를 다잡게 하는 동력이다. 1996년 고 김대중(1924~2009) 전 대통령이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 당직자로 정계에 뛰어든 그는 노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후보로 선출됐을 때 비서실에서 일하며 각별한 인연을 쌓았다. 2003~2008년 청와대 제1부속실 선임행정관을 지내며 “정치철학이나 사람에 대한 배려, 공직자로서의 역할 등을 빠짐없이 배웠다”고 할 정도로 고인을 정치 인생의 구심점으로 여긴다. 이 구청장은 계승해야 할 ‘노무현 정신’을 그와 생전 함께 나눈 마지막 대화에서 찾았다. “돌아가시기 4개월 전인 2009년 1월 ‘이듬해 지방선거에 출마하고 싶다. 대통령께서 갈망한 사람 사는 세상, 동작구 편을 만들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2010년 경선에서 탈락해 약속을 못 지켰지만 2014년 당선되고 지난해 재선하면서 ‘사람 사는 동작’을 구 슬로건으로 내걸었습니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 여러 원칙과 결정에서 사람의 가치를 우선하는 세상을 염원했던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현실화하는 데 힘을 모으겠습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정순균 강남구청장 “지역주의 타파 힘썼듯… 다른 의견 배려”“여야를 막론하고 여전히 구태 정치가 남아 있다. 정치인들이 아직도 지역 문제를 내세워 반사이익을 취하려 합니다.” 정순균 서울 강남구청장은 계승해야 할 노무현 전 대통령 정신으로 정치개혁과 지역주의 타파를 들며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현 정치권을 꼬집었다. 노 전 대통령은 1990년 3당 합당(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 이후 지역주의 타파에 주력했다. 영남과 호남을 기반으로 한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극복에 실패했다고 보고 주요 목표로 설정했다. 정 구청장은 “자기와 다른 의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노 대통령 정신이 살아 있는 한 지역주의는 꾸준히 옅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정 구청장은 1991년 정치부 기자 시절 민주당 대변인이던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2001년 정계에 입문, 이듬해 5월 노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뒤 언론특보를 맡았다. 경선 직후 40%를 웃돌던 노 전 대통령 지지도가 ‘김영삼 시계 사건’과 함께 10%대로 주저앉고, 후보단일화 때 당 안팎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도 끝까지 곁을 지켰다. 참여정부 출범 후 국정홍보처장,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사장을 역임했다. 정 구청장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자유와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이라는 방향을 제시했고, 동시에 그 결과를 얻기까지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지나야 하는지도 깨닫게 해줬다”고 했다. “그분은 우리 사회와 진보의 갈 길을 치열하게 찾았어요. 소신이 뚜렷하지만 다른 사람 말을 듣고 배려할 줄 알았습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정개·사개특위, 새달 말 해산 땐 범보수 힘 실리나

    나경원 “기존 틀서 실질적 논의 어렵다” 상임위 이관시 위원 구성도 보수측 유리 패스트트랙 최장 심의 기간 모두 채우면 본회의 상정은 총선 두달 전 2월 초 가능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권이 최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6월 말 해산을 요구하고 나선 배경에는 정교한 전략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특위 기한 연장 문제에 대해 “기존 틀에서는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되기 어렵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도 “특위를 또 연장하느냐, 소위원장을 누구로 하느냐 등을 놓고 논쟁을 벌이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밝혔다. 정개·사개특위는 다음달 30일 활동이 종료된다. 만약 두 특위에 대한 활동기한이 연장되지 않으면 정개특위가 다루는 선거법 개정안은 행정안전위원회로, 사개특위 담당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법, 검경수사권 조정법 등은 법제사법위원회로 각각 이관된다. 특위가 아닌 상임위로 논의의 장이 바뀌면 패스트트랙에 부정적인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우선 현재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위원장은 각각 정의당 심상정 의원, 민주당 이상민 의원으로 모두 범여권 인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특위 활동이 종료되면 법사위의 경우 한국당 여상규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논의 과정에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릴 수 있다. 특위에서 상임위로 넘어갈 경우 위원 구성도 범보수 진영에 유리해진다. 현재 정개특위에는 민주당, 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의원들이 들어가 있는데 행안위에는 민주당, 한국당, 바른미래당, 평화당에 애국당(조원진)과 무소속(이언주) 의원이 포함된다.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법안은 상임위에서 최장 180일의 숙려 기간을 갖게 되는데 재적위원 3분의1 이상이 요구하면 이 기간을 90일로 단축할 수 있는 안건조정위원회를 꾸릴 수 있다. 하지만 위원장이나 위원 구성이 보수진영 쪽으로 쏠리면 안건조정위 구성 요건을 갖추더라도 민주당이 독단적으로 일을 추진하기 어려워진다. 정치권 관계자는 “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등 패스트트랙 각 단계에서 최장 심의 기간을 다 채워버리면 본회의 상정은 내년 총선을 두 달 앞둔 2월 초에나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국민이 주역” 盧의 정신…시민참여 정책·엘리트 정치 타파 밑거름

    “국민이 주역” 盧의 정신…시민참여 정책·엘리트 정치 타파 밑거름

    시민참여형 주민소환·주민투표제 정착 지방분권법 제정… 중앙정부 권력 이양 ‘노사모’ 새로운 정치인 팬덤의 힘 보여줘 공수처 설치·자치경찰제 도입은 ‘미완’ 전문가 “盧의 정신 계승 文정부 성공 달려 대탕평 인사·타협의 문화 정착시켜야”“국민은 더이상 정치의 관객이 아니라 주역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우리 정치의 수준을 하루아침에 일류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것은 위대한 정치혁명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뜻을 받들어 반드시 이 정치혁명을 성공시키겠습니다.”(2002년 12월 18일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자회견 중 한 발언) 역사상 첫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가 되고 시민들이 모은 돼지저금통으로 선거를 치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철학의 핵심은 시민 참여였다. 스스로를 ‘시민 혁명’의 수혜자로 여긴 그는 제도권 정치에서 시민의 뜻을 실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신념 때문에 정책 기조도 시민의 힘을 강화하는 데 모였다. 그가 뿌린 참여 민주주의와 탈권위주의의 씨앗은 지금 사회 곳곳에 퍼져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유산’으로 남긴 대표적 시민 참여형 정책으로는 주민소환제와 주민투표제가 꼽힌다. 시민이 권력자를 감시할 수 있도록 한 이 제도의 시행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중요 정책사항을 주민이 직접 투표로 결정할 수 있게 됐고, 주민이 행정처분이나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단체장을 소환해 통제할 수 있게 됐다. 참여정부 때 확립된 ‘주민 참여’ 기조는 이후 보수 정부로도 계승돼 주민참여예산제 시행(2011년 9월) 등으로 이어졌다. 소수 권력자가 결탁해 이해관계에 따라 나눠갖던 예산을 일부나마 주민들이 실생활에서 원하는 것에 집행할 수 있도록 바뀐 것이다. 참여정부는 또 장관에게 인사운영 자율권을 부여해 책임행정을 강화했고 지방분권특별법을 만들어 청와대로 쏠렸던 권력도 각 부처와 지방으로 넘겼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노 전 대통령이 추진한 급격한 변화를 두고 정권 초기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고 정권 후반부에서는 피로감이나 실망이 겹치기도 했지만, 그가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는 씨앗을 뿌린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정치 문화도 노 전 대통령의 등장을 기점으로 크게 변했다. 일부 엘리트들이 권력을 독점하던 ‘정치 카르텔’을 깼기 때문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라고 하면 ‘검은 양복 입은 사람들이 한 자리씩 차지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노 전 대통령이 이를 바꿨다”면서 “기존의 정치 신화를 무너뜨린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평범한 시민과 시민단체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정치인 팬덤을 보여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노무현 정신 속에서 등장했다. 고재순 노무현재단 사무총장은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 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좀 신명 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을 희망한다’는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정치인이야말로 도와야 한다’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권력 분산과 사회 개혁 비전 중에는 여전히 열매를 맺지 못한 것도 많다. 참여정부의 국정과제에 들어 있던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공수처) 설치와 국가 경찰 기능 중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에 주는 자치경찰제 도입 등은 아직 실현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노무현 정신’의 핵심을 어떻게 이어가느냐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성공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10년간 보수정권을 거치며 권위적 문화로 회귀하는 등 노무현 정신은 그동안 진전과 후퇴를 반복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입법·사법부의 균형 등 권력기관의 분권화에 초점을 맞춰 노 전 대통령의 철학을 계승하고 있지만, 정책 추진 과정에 반작용이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대탕평 인사나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이 만들려던 특권과 차별 없는 세상은 결국 문 대통령의 과제”라며 “이것이 성공하려면 단지 눈에 보이는 권위주의 타파뿐 아니라 진짜 권력을 내려놓고 자신의 지지층 이외의 사람들과도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국민이 주역” 盧의 정신… 시민참여 정책·엘리트 정치 타파 밑거름

    “국민은 더이상 정치의 관객이 아니라 주역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우리 정치의 수준을 하루아침에 일류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것은 위대한 정치혁명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뜻을 받들어 반드시 이 정치혁명을 성공시키겠습니다.”(2002년 12월 18일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자회견 중 한 발언) 역사상 첫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가 되고 시민들이 모은 돼지저금통으로 선거를 치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철학의 핵심은 시민 참여였다. 스스로를 ‘시민 혁명’의 수혜자로 여긴 그는 제도권 정치에서 시민의 뜻을 실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신념 때문에 정책 기조도 시민의 힘을 강화하는 데 모였다. 그가 뿌린 참여 민주주의와 탈권위주의의 씨앗은 지금 사회 곳곳에 퍼져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유산’으로 남긴 대표적 시민 참여형 정책으로는 주민소환제와 주민투표제가 꼽힌다. 시민이 권력자를 감시할 수 있도록 한 이 제도의 시행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중요 정책사항을 주민이 직접 투표로 결정할 수 있게 됐고, 주민이 행정처분이나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단체장을 소환해 통제할 수 있게 됐다. 참여정부 때 확립된 ‘주민 참여’ 기조는 이후 보수 정부로도 계승돼 주민참여예산제 시행(2011년 9월) 등으로 이어졌다. 소수 권력자가 결탁해 이해관계에 따라 나눠갖던 예산을 일부나마 주민들이 실생활에서 원하는 것에 집행할 수 있도록 바뀐 것이다. 참여정부는 또 장관에게 인사운영 자율권을 부여해 책임행정을 강화했고 지방분권특별법을 만들어 청와대로 쏠렸던 권력도 각 부처와 지방으로 넘겼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노 전 대통령이 추진한 급격한 변화를 두고 정권 초기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고 정권 후반부에서는 피로감이나 실망이 겹치기도 했지만, 그가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는 씨앗을 뿌린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정치 문화도 노 전 대통령의 등장을 기점으로 크게 변했다. 일부 엘리트들이 권력을 독점하던 ‘정치 카르텔’을 깼기 때문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라고 하면 ‘검은 양복 입은 사람들이 한 자리씩 차지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노 전 대통령이 이를 바꿨다”면서 “기존의 정치 신화를 무너뜨린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정식 코스를 밟은 권력 엘리트들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정치의 틀을 깼다”며 “평범한 시민과 시민단체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정치인 팬덤을 보여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노무현 정신 속에서 등장했다. 고재순 노무현재단 사무총장은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 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좀 신명 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을 희망한다’는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정치인이야말로 도와야 한다’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권력 분산과 사회 개혁 비전 중에는 여전히 열매를 맺지 못한 것도 많다. 참여정부의 국정과제에 들어 있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국가 경찰 기능 중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에 주는 자치경찰제 도입 등은 아직 실현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노무현 정신’의 핵심을 어떻게 이어가느냐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성공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10년간 보수정권을 거치며 권위적 문화로 회귀하는 등 노무현 정신은 그동안 진전과 후퇴를 반복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입법·사법부의 균형 등 권력기관의 분권화에 초점을 맞춰 노 전 대통령의 철학을 계승하고 있지만, 정책 추진 과정에 반작용이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대탕평 인사나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이 만들려던 특권과 차별 없는 세상은 결국 문 대통령의 과제”라며 “이것이 성공하려면 단지 눈에 보이는 권위주의 타파뿐 아니라 진짜 권력을 내려놓고 자신의 지지층 이외의 사람들과도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서거 10주기를 맞아 최근 공개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필 메모에는 학벌, 파벌 사회에 대한 그의 고뇌와 언론에 대한 적개심, 개혁 정책 추진 과정에서 느낀 답답함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22일 “우리 사회가 학벌, 네트워크, 연고 이런 게 있는데 연고를 중심으로 움직여본 적이 한 번도 없는 분이 대통령까지 됐다”며 “그런데 대통령이 되고 보니 ‘깜이 아니다, 자격이 없다’는 논란이 1년 내내 계속되는 걸 보고 절박한 느낌을 많이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외로이 떠 있는 대통령’이란 메모를 남긴 것에 대한 해석이다. 뉴스타파는 지난 21일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해 노 전 대통령이 작성한 266건의 친필 메모를 공개했다. 친필 메모에서 노 전 대통령은 학벌 사회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힘을 쏟았으며 이런 고민은 탄핵 정국에서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 탄핵안 처리 직전인 2004년 3월 기자회견을 앞두고 작성된 메모에서 노 전 대통령은 “학벌사회, 연고사회, 외로이 떠 있는 대통령”, “예측을 깨고 당선된 죄, 지역구도 극복 죄”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학벌과 연고 없이 당선된 대통령으로서의 외로움을 독백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임기 내내 자신을 향해 집요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던 보수 언론을 바라보는 시각도 드러났다. 그는 임기 말이었던 2007년 3월 수석보좌관회의 중 남긴 메모에 “언론과의 숙명적인 대척”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또 “식민지 독재하에서 썩어빠진 언론”, “그 뒤를 졸졸 따라가는 철없는 언론”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대통령 이후, 책임 없는 언론과의 투쟁을 계속할 것”,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정부를 방어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 밖에도 노 전 대통령의 메모에는 국정 운영 과정에서 느낀 고뇌의 흔적이 나타나 있었다. 임기 초반인 2003년 9월 대통령 주재 시도지사 회의를 하면서 “결단은 상황의 제약을 받는다”, “되게 하는 지혜를 모아보자”라고 적었다. 2005년 규제개혁 추진 보고 회의 도중 “시간이 참 많이 걸린다. 참 느리다는 느낌”이라며 개혁 추진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했다. 임기 중반인 2006년 제4기 국민경제자문회의 도중에는 “정부 뭐하냐? 똑똑히 해라”라고 메모했으며 2007년 대학 총장 토론회에서 작성된 메모에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강자의 목소리가 특별히 큰 사회”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같은 해 열린 국민경제자문위원회 도중에 노 전 대통령은 조세와 국민 부담을 줄이지 못한 부분과 교육, 부동산 정책이 미완으로 끝난 게 스스로 아쉽다고 적었다. 노 전 대통령은 각종 업무보고나 대통령 참여 행사 등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바로 생각나는 아이디어나 느낌을 메모지에 써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새롭게 공개된 266건의 메모는 노 전 대통령이 2003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정상회담과 부처 업무보고, 수석보좌관회의를 비롯한 각종 회의 도중 직접 작성한 메모로 일반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친필 메모 266건을 주제별로 분류하면 정책·행정 92건, 경제·부동산 53건, 외교·안보 41건, 교육·과학기술 33건, 언론·문화 12건 등으로 구성됐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오티콘 코리아, 덴마크 왕세자비 방문한 서울대병원 워크샵 참여 및 청각평형센터 투어

    오티콘 코리아, 덴마크 왕세자비 방문한 서울대병원 워크샵 참여 및 청각평형센터 투어

    오티콘 코리아는 22일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진행된 한국-덴마크 수교 60주년 기념 헬스케어 트랙 워크샵에 참여했다고 밝혔다.치료 수단의 혁신(Innovation in Therapeutic Measures)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날 세미나 및 워크샵에는 양국 60주년을 기념하여 방한한 덴마크 왕세자비 및 덴마크 보건부 차관, 덴마크 의약청장이 참여한 가운데 워크샵 동안에 서울대학교병원장인 서창석 병원장의 기조를 시작으로 서울대학교병원의 연구 성과 및 혁신을 위한 노력과 과학 발전을 통해 이룬 덴마크인의 삶의 혁신, 혁신적인 생명과학을 통한 한국과 덴마크의 파트너십 기회에 대한 논의를 하는 등 양국의 패널과 참여자들이 다양한 주제와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워크샵 이후 덴마크 보건부 차관(Danish Health Ministry Permanent Secretary)인 페어 오켈스(Per Okkels)와 덴마크 의약청장(Danish Medicines Agency Director General)인 토마스 센데로비츠(Thomas Senderovitz)는 덴마크 대사관 인사 및 덴마크 기업 인사들과 함께 오티콘 재단의 기증을 통해 설립된 청각평형센터에 방문했다. 청각평형센터는 덴마크의 오티콘 재단(Oticon foundation)로부터 청각, 평형, 보청기 검사 및 관련 교육 장비를 위해 8억원을 기증받아 설립됐다. 이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한국의 고령화 추세에 대비해 요구되는 청각전문가를 수요를 충족시키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 및 인프라가 부족한 국내 현실을 개선하고자 설립됐고 청각사 교육 및 실습, 의과대학 학생 및 대학원생의 청각학 교육 실습을 체계적으로 진행해 국내 청각학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22일 오전 청각평형센터를 방문한 덴마크 주요 인사들은 서울대학교병원 박무균 교수로부터 설립의 목적과 취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센터의 곳곳을 살피고 투어에 참여했다. 오티콘코리아의 박진균 대표는 이번 행사를 통해 “덴마크 대표 청각 헬스케어 기업으로서 오티콘 코리아는 한국 및 덴마크 관계 증진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하면서도 국내 사회에 더 큰 이로움을 전하며 발전하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사명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한편 오티콘 코리아는 덴마크 디만트 그룹사의 한국 지사로 오티콘 보청기 외에도 버나폰 보청기, 청각진단검사장비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청각전문회사이다. 청각진단장비 분야에서 세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터어커스틱스(Interacoustics), 오티콘 보청기의 음향처리기술과 인공 와우(Hearing Implant) 기술이 접목된 장비를 생산하는 오티콘 메디컬(Oticon Medical) 등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포토] 어린이병원 찾은 메리 덴마크 왕세자비

    [포토] 어린이병원 찾은 메리 덴마크 왕세자비

    덴마크의 프레데릭 크리스티안 왕세자 부인인 메리 왕세자비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꿈틀꽃씨쉼터를 방문해 어린이들과 미술놀이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5.22 연합뉴스
  • 서울 명예시민 된 덴마크 왕세자 부부

    서울 명예시민 된 덴마크 왕세자 부부

    박원순 서울시장은 21일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프레데리크 크리스티안(51) 덴마크 왕세자와 메리 왕세자비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했다. 왕세자 부부는 한국·덴마크 수교 60주년을 맞아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국빈방문 중이다. 왕실 부부가 동시에 서울시 명예시민증을 받기는 처음이다. 프레데리크 왕세자는 덴마크 여왕 마르그레테 2세와 부군 헨리크의 장남으로 덴마크 왕위계승 서열 1위다. 호주 출신 메리 왕세자비는 아버지인 존 도널드슨 교수가 2002년부터 3년 동안 카이스트에 재직해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박 시장은 수여식에 앞서 비공개로 열린 왕세자 부부 면담에서 주한 덴마크 기업들의 사회공헌 사업에 감사를 표시했다. 또 녹색성장 국가인 덴마크와 환경 분야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노무현 서거 10주기] “막하자는 거죠” 기득권과 맞짱 떴던 盧… 공수처 설립·검경 개혁은 아직 미완

    청탁금지법 등 권력 유착 옅어지는 계기 국정원 대공수사권 이관은 현재진행형 “이쯤 되면 막하자는 거죠?”(2003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 12일 만인 2003년 3월 9일, 검찰 개혁 일성으로 마련된 대통령과 평검사들과의 맞짱 토론 장면이 전국에 생중계됐다. 당시 평검사였던 김영종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은 ‘정작 대통령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며 의혹을 제기했고, 노 전 대통령은 쿨(?)하게 응수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기득권 집단의 성역으로 여겨졌던 검찰 조직의 저항에 맞부닥쳤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날 대화에서 그의 파격적인 어법과 격의 없는 태도는 훗날까지 회자됐다. 문재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자서전 ‘운명’에서 “노 전 대통령은 젊은 검사들과의 대화를 통해 (검찰총장 임기 보장 등) 인사 오해를 풀고 검찰 개혁 방안을 놓고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길 원했다”면서 “그러나 젊은 검사들이 천편일률 인사 문제만 따져 물으며 목불인견이 됐다”고 회고했다. 참여정부 당시 검찰과 국가정보원, 국세청 등 주요 권력기관의 부패 및 불합리한 특권 고리를 차단하기 위한 권력기관 개혁이 야심 차게 추진됐다. 노 전 대통령은 “특정기관의 독점적 권한을 나눠 반칙과 특권으로부터 각 기관이 주어진 역할을 책임 있게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수시로 강조했다고 한다. 권력기관과 정권의 유착도 사라져야 한다고 믿었다. 수사 개입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청와대와 검찰 사이 핫라인을 끊어버린 것도 참여정부 민정수석실이다. 국정원의 인권침해, 위법한 정보수집 활동에 대한 척결이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다. 노 전 대통령은 국정원의 ‘탈정치·탈권력화’를 위해 국정원이 정보영역 활동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믿었다. 이에 따라 국정원 직원의 관공서, 언론기관 상시출입이 금지됐다. 국정원의 대통령 주례 대면보고, 독대보고도 이 시절엔 사라졌다. 국세청의 표적성·보복성 세무조사가 정권 운용 수단으로 동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민관 합동 개혁이 이뤄졌다. ‘1회 접대비 상한 50만원, 기업 접대 범위에서 골프·유흥업소 제외’ 등이 시행됐는데, 현 청탁금지법의 시초가 된 셈이다. 이후 10년의 세월 동안 노 전 대통령이 뿌린 씨앗은 조금씩 싹을 틔웠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 부패, 권력유착은 투명한 시스템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통과된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공직사회의 무사안일 및 부패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뜻을 이루지 못했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와 검경 개혁은 문재인 정부 들어 기본 틀이 잡혀 가는 중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 신설안이 지난달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며 밑바탕이 마련됐다. 수사권 조정안은 검찰 권한의 일부를 떼어 경찰에 독자적인 수사권·수사종결권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경찰에 국가수사본부 설치, 자치경찰제 도입을 통한 경찰권력 분산, 정보경찰 혁신 등이 포함됐다. 공수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범죄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이들 법안이 내년 총선, 선거제 개편과 맞물려 최장 330일까지 논의 가능한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어떻게 변형될지는 미지수다. 국정원 개혁 역시 ‘국내정보 담당관제’(IO)와 국내정보수집 전담조직 폐지 등 원칙적으로 정치 개입이 금지되긴 했지만, 대공수사권을 일반 수사기관으로 옮기는 국정원법 개정안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개혁·평화의 꿈 ‘새 노무현’ 시대

    개혁·평화의 꿈 ‘새 노무현’ 시대

    23일이면 노무현(얼굴) 전 대통령이 황망하게 떠난 지 어느덧 10년이다. 강산이 변할 만큼의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노 전 대통령이 우리 사회에 던졌던 숙제들은 여전히 우리의 어깨를 무겁게 누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상식이 통하고 원칙이 지켜지고 법이 공정하게 집행되는 나라’, ‘정경유착, 반칙, 특혜 특권이 없는 사회’를 꿈꿨다. 그는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정치생명을 걸었으며, 특권 철폐를 위해 대통령의 권위를 내려놓으면서까지 기득권과 맞서 싸웠다. 그런 ‘노무현 정신’은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충격파를 던졌고 기득권 세력들은 그를 불편해했다. 당시만 해도 무모할 것 같았던 노무현 정신은 어느새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 공직과 언론 등의 특권 철폐를 겨냥한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됐고,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영남 약진으로 지역구도가 상당 부분 무너졌다. 하지만 ‘노무현의 숙제’가 완료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부 공직자와 재벌의 ‘갑질’ 등 철폐돼야 할 특권의식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 파문에서 보듯 영호남 지역주의에 기대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퇴행적 정치문화는 아직 청산되지 않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 개혁 등 노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개혁법안들이 우여곡절 끝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긴 했지만, 본회의 처리를 아직 100% 장담할 수 없을 만큼 기득권 세력들의 반발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10년 전 노무현의 제안은 유효하다. 대연정, 중대선거구제, 책임총리, 개헌 등 문제제기는 정확했지만, 제대로 주목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노무현 시대가 뿌려 놓은 정치개혁의 씨앗이 지금도 크고 있으며 퇴보하지 않고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10주기를 맞아 노무현재단이 내건 구호는 ‘새로운 노무현’이다.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아직도 추모나 슬픔, 안타까움, 미안함이 남았지만, 극복하고 자라나는 세대들을 ‘새로운 노무현’으로 키우는 데 정성을 쏟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노무현’은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실현치 못했던 염원이기도 하다. 그는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새 시대의 첫차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내 운명은 새 시대의 첫차가 아니라 구시대의 막차가 되는 것이었다”고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포토] 한국서 쿠킹쇼 참여한 덴마크 왕세자비

    [포토] 한국서 쿠킹쇼 참여한 덴마크 왕세자비

    덴마크의 프레데릭 크리스티안 왕세자의 부인인 메리 왕세자비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덴마크요리 쿠킹쇼 무대에 올라 음식을 만들고 있다 . 2019.5.21 연합뉴스
  • 바른미래당 오신환 “주말 지나면 국회 정상화 일정 가시권”

    바른미래당 오신환 “주말 지나면 국회 정상화 일정 가시권”

    지난 20일 저녁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의 각 원내대표들과 맥주 회동을 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이번 주말이 지나면 국회 정상화 일정이 가시권 안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원내대표 선출 후 첫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전날 저녁 맥주 회동에서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국회 파행의 장기화는 안 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날 국회 정상화 방안을 전격 도출하는 것이 제 희망이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감정의 골이 깊은 상황이라 분위기가 무르익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전했다. 오 원내대표는 “3당 원내대표가 이른 시일 내에 만나기로 한 만큼 적절한 시점에 성과를 만들겠다”면서 “‘플레이메이커’로서 판을 깔고 정당 간 협상을 리드해서 합의를 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오 원내대표는 회의가 끝나고 취재진에게 전날 맥주 회동에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 기간 연장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두 특위의 활동 기간은 다음달(6월) 30일까지다. 앞서 정개특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선거에서 각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 수를 배분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선거연령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추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사개특위는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내용 등의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및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패스트트랙)했다. 오 원내대표는 “특위 연장 문제를 갖고 밀고 당기며 다른 문제까지 해결하지 못할 바에는 각 소관 상임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로 보내 패스트트랙 취지에 맞게끔 협의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왕좌의 게임] 여주 분석 2-세르세이 “암사자가 양들의 의견 들어서야”

    [왕좌의 게임] 여주 분석 2-세르세이 “암사자가 양들의 의견 들어서야”

    드디어 19일(미국 시간) ‘왕좌의 게임’이 기나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2011년 4월 시즌 1의 첫 회가 방영된 지 8년 1개월여 만이다. 이 드라마가 전대미문의 폭발적인 인기를 끈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굉장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완결편인 시즌 8은 거의 여자들의 무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영국 BBC가 영문으로 200자 원고지 70장 분량의 기사와 화려한 일러스트레이션, 사진을 곁들여 가상의 대륙 웨스터로스의 역사를 바꾼 여성 캐릭터들과 의미있었던 대사를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비주얼 저널리즘 팀의 데이비스 수랴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마유리 메이 린이 협업한 것이라고 방송은 소개하고 있다. ‘BBC 뉴스, 웨스터로스’라고 재치있는 발신지 표시를 하고 헤더 첸과 그레이스 초이가 작성한 기사는 들어가는 글의 끝에 ‘주의: 밤은 어둡고 스포일러는 가득하다. 이 드라마에 꽂히지 않은 분이라면 그냥 지나치는 게 최선이다. 꽂힌 분이라면 읽어보시라’고 토를 달았다. 국내에서는 24일 마지막 회가 방영된다. 국내 팬에게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하루 한 명씩 소개하는데 두 번째는 세르세이 라니스터다.“넌 여왕이 될 거야. 더 어리고 아름다운 여왕이 나올 때까지만, 넌 그애에게 모든 것을 빼앗길 거야.” 이 시리즈를 대표하는 악역 가운데 하나인 세르세이 라니스터가 어릴 적 들었던 이 예언은 지난 회 방영분에 대너리스 타르가리옌에 의해 왕좌에서 쫓겨나며 끔찍하게 적중했다. 권력에 대한 집착 때문에 권력을 잃는 모순을 보여주는 세르세이를 연기한 레나 헤디는 “세르세이는 늘 혼자가 운명처럼 새겨졌다. 모든 좋은 동맹들과 관계, 평생의 사랑을 파괴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실제로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통째로 부인해왔다”고 말했다. 재임 기간 세르세이가 칠왕국에 미친 영향을 정확히 규정하긴 힘든 일이다. 늘 뭔가 복잡한 일들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팝문화 칼럼니스트이며 타르가리옌 지지자인 스테파니 윌슨은 세르세이가 자신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의 덫에 갇힌 희생자라고 생각한다. “세르세이는 뼛속까지 악당이지만 적들이 움직이는 한 그랬고, 그는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남자들과 잘 어울렸지만 그녀가 그렇게 힘들게 싸워온 권력과 막멎는 여왕 타이틀을 얻을 만했다. 그러나 그녀의 무자비함과 새디즘은 그녀 스스로로도 행복하지 않은 감정에 사로잡히게 했다.” 아직 더 최악의 상황은 남아 있으며 더 미치기 전에 웨스터로스를 떠나는 것보다 나은 선택은 없어 보인다고 기사는 지적했다. 기사는 왠지 세르세이를 두 번째 여자 주인공으로 꼽고도 특별한 대사를 선택하지 않았다. 다음 주인공 역시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윈터펠의 여주인 산사 스타크다. 여주 분석 1 대너리스 보러 가기 아래 BBC 동영상은 대너리스 타르가리옌의 집이었던 드래곤스톤의 촬영 장소인 스페인 산후안 드 가스텔루가체 섬 풍광이다.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관광객들이 물밀 듯 밀려온다는 내용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가 싶었던 기이한 나선형 계단은 실제로 있었으며 두 차례 화재로 전소됐다가 나중에 재건된 교회 대신 웅장한 성채가 CG로 구현된 것이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포토] 문재인 대통령 부부, 덴마크 왕세자 부부와 만남

    [포토] 문재인 대통령 부부, 덴마크 왕세자 부부와 만남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한·덴마크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방한한 덴마크의 프레데릭 크리스티안 왕세자와 부인 메리 왕세자비를 만나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5.20 연합뉴스
  • 아침부터 보타이 매고 힐 신고… 칸을 향한 리스펙트 줄을 섰다

    아침부터 보타이 매고 힐 신고… 칸을 향한 리스펙트 줄을 섰다

    타란티노·다르덴 형제 등 거장 작품 상영 정성껏 차려입고 “티켓 구해요” 팻말 더운 날도 비오는 날도 기다림 마다 안 해 넷플릭스 시대에 비현실적 ‘문화적 의례’ 그 중심에 진출한 한국 영화들 낭보 기대 5월 16일 오전 7시 30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 앞은 벌써 경쟁부문 초청작인 ‘바쿠라’(클레버 멘도사 필로·줄리아노 도르넬리스 감독)를 보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8시 30분 상영, 2300석 규모의 큰 극장이지만 더 좋은 자리에서 영화를 보고 싶다는 욕구가 이른 아침부터 영화제 참가자들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10시 50분쯤, 영화를 보고 메인 행사장인 팔레 드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을 나오자 건물 앞에서 영화제 상영작들의 티켓을 구한다는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칸영화제는 일반 관객들이 영화를 예매해서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이처럼 티켓은 있으나 다른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는 영화 관계자들의 ‘자비’를 구하는 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혹시라도 공식 상영회의 티켓을 얻어 레드 카펫을 밟는 행운을 누리게 될까 오전부터 보타이를 매거나 하이힐을 신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쩐지 감동적이다.그렇다. 영화가 뭐길래. 동시대의 크리에이터는 유튜버고, 데이트 신청은 ‘넷플릭스 같이 볼래?’ 아니던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에 대한 동경도, 영화관 나들이에 대한 낭만도 거의 사라져버린 시대에, 고작 영화를 보려고 지중해의 뜨거운 햇빛을 마주하며 한 시간씩 줄을 선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런 수고를 기꺼이 감수하려는 사람들이 모인 이 공간에서 그러한 행위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아침 8시 30분부터 밤 12시까지 밥도 거의 먹지 않고 많게는 대여섯 편의 영화를 영화관에서 감상하며 마냥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 말초신경이 아닌 영혼의 중심부를 건드리는 영화와 그런 영화를 만든 이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내는 곳. 정성껏 옷을 차려입는 것으로 시작해 붉은 융단이 깔린 계단을 올라가 스태프들의 안내에 따라 착석을 하고, 저 신비스런 오프닝 시퀀스와 함께 스크린의 환영에 빠져드는 문화적 ‘제의’(ritual)로서의 영화 감상이 아직 유효한 곳. 5월 중순의 팔레 드 페스티벌 안팎은 사실상 이렇게 비현실적인 풍경으로 물든다.72회째를 맞는 올해는 개막작으로 선정된 짐 자무시의 ‘더 데드 돈트 다이’를 비롯해 쿠엔틴 타란티노, 페드로 알모도바르, 다르덴 형제, 켄 로치, 테런스 맬릭 등 거장들의 작품이 대거 경쟁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영화를 향한 ‘리스펙트’를 가진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한 프로그래밍이다. 어느 때보다 많은 여성 감독들의 연출작이 초청된 점도 주목해 볼 만하다. 작년에는 11편이 여성 감독들의 작품이었지만, 올해는 스무 명의 여성 감독이 초청받았다. 그중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은 무려 8편이 여성 감독의 작품으로 채워져 있다. 세계적인 젠더 균형 이슈에 민감하게 대처한 결과다. 수작을 알아보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한국영화가 상영되는 것을 목도하는 것은 큰 기쁨이다. 스크린독과점, 블록버스터들의 잇단 흥행부진, 참신한 각본 및 걸출한 신예의 부재 등 해결해야 할 사안들을 안고 있음에도 우리 영화가 기본적으로 저력을 갖고 있고, 세계 영화라는 커다란 장(場) 안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영화사를 견인해 가는 주체임을 보여 주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올가을 100주년을 맞는 한국영화 제작의 역사가 서구에 비해 20여년이나 늦게 시작됐다는 점, 한국영화가 꽤나 늦게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점 등을 상기해 볼 때 이는 고무적인 일이다. 올해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경쟁 부문)과 이원태 감독의 ‘악인전’(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 연제광 감독의 ‘령희’(시네 파운데이션 부문)가 공식 초청됐다. 특히 경쟁 부문에 한국영화가 4년 연속 초청된 것은 의미가 크다. 수상작들은 심사위원들의 취향과 심사 당일 분위기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그 이전에 현장에서 전해지는 전문가들과 관객들의 평가는 그보다 더 정직하고 객관적이며, 그만큼 관계자들에게 긴 여운을 남기기 마련이다. 21일(현지시간) 밤 10시 공식 상영회를 갖는 ‘기생충’에는 어떤 말들이 피어오를까. 근래 많이 푸석해진 한국영화계를 촉촉하게 적셔 줄 반응들이 따라오기를 기대한다. 윤성은 영화평론가
  • ‘이몽’ 이요원, 김태우 죽음에 각성..‘이태준 열사’ 재조명 “전율”

    ‘이몽’ 이요원, 김태우 죽음에 각성..‘이태준 열사’ 재조명 “전율”

    MBC ‘이몽’ 이요원이 김태우의 죽음에 각성했다. 김태우의 복수를 위해 총을 든 이요원은 유지태에게 두 번째 정체가 ‘한인애국단’임을 밝힌 뒤 경성에서 본격적인 공조의 시작을 알려 관심을 높였다. 18일 방송된 MBC 특별기획 ‘이몽’(연출 윤상호, 극본 조규원) 9-12화에서는 유태준(김태우 분)의 죽음을 계기로 독립운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이영진(이요원 분)과 김원봉(유지태 분)의 모습이 그려져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영진-김원봉은 각자의 속내를 감춘 채 코민테른 자금의 총책으로 알려진 유태준과 만주에서 접선했다. 이때 유태준은 이영진에게 “내가 바라는 건 이런 거야. 내 딸이 부르는 노래가 언제까지나 조국의 언어이길. 내 딸이 자유롭게 살아갈 삶의 터전이 아버지와 그 아버지가 묻힌 조국의 땅이길 바래”라며 독립운동에 목숨을 건 이유를 밝혀 가슴을 찡하게 했다. 이에 이영진은 상하이에서 김구(유하복 분)를 만나라 제안했고, 유태준 또한 상하이행을 결정해 관심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유태준은 상하이로 향할 수 없었다. 앞서 김원봉의 총에 맞아 기차에서 떨어진 로쿠(유상재 분)를 구한 관동군(만주에 주둔했던 일본 육군부대) 대위 무라이(최광제 분)는 유태준이 가진 코민테른 자금의 금액을 듣고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이영진-김원봉-김남옥(조복래 분)과 민병대까지 모두가 코민테른 자금을 운반하던 폭탄제조 기술자 마자르(백승환 분)를 구하러 나간 사이 일은 벌어졌다. 유태준의 오두막터를 덮친 무라이는 숨겨둔 돈을 찾지 못하자 마을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총살했다. 하지만 유태준은 “십 년이 지나도 백 년이 지나도 너희들이 저지를 죗값 반드시 치르게 될 거다”라며 죽음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울컥하게 했다. 이후 마자르를 구해 돌아온 이영진-김원봉은 처참한 현장의 모습에 분노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고, 그렇게 이영진은 각성했다. 유태준의 복수를 위해 관동군 무라이 부대 주둔지로 향한 이영진-김원봉은 김남옥과 민병대가 전투를 벌이는 사이 지하 터널을 이용해 주둔지 안으로 진입했다. 이내 무라이와 마주한 두 사람. 싸늘한 눈빛으로 무라이를 바라보던 이영진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방아쇠를 당겨 그를 처단했다. 그렇게 유태준의 복수에 성공하고 돌아온 이영진은 “난 판세를 바꿀 생각입니다”라며 독립운동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김원봉에게 “저도 도울게요”라며 공조의 뜻을 드러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이영진은 경성으로 향하기 전 김원봉에게 ‘한인애국단’ 소속임을 밝히며 악수를 제안했고, 그를 끌어당겨 등을 토닥이는 김원봉의 모습이 그려져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여전히 임시정부의 밀정 ‘파랑새’라는 정체는 밝히지 않은 상황. 이에 이영진이 경성에서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궁금증이 모아진다. 이후 경성으로 돌아온 이영진-김원봉. 이영진은 그 동안 거부해왔던 총독부 병원 생활을 택했고, 김원봉은 아지트 겸 작업실로 양장점을 열고 고순도의 폭약을 만들기 위해 안동에서 독립운동가 이준형(손병호 분)을 만나는 등 본격적인 행동을 위한 발판을 다졌다. 더욱이 김원봉의 아지트에 입성한 이영진과 그 곳에 있던 김남옥-김승진(김주영 분)-차정임(박하나 분)-마자르의 만남이 그려져 독립을 위해 한 뜻으로 뭉친 이들의 활약에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편, 이영진을 기다리던 후쿠다(임주환 분)는 그를 돕기 위해 법무국장 오다(전진기 분)에게 마쓰우라가 이끄는 특무1팀을 자신에게 맡겨 달라 제안했다. 하지만 말미 이영진-김원봉이 함께 양장점을 나서는 모습을 보고 눈을 떼지 못하는 후쿠다의 굳은 표정이 포착돼 이들이 얽히고 설키며 펼쳐질 이야기에도 궁금증이 높아진다. 무엇보다 ‘이몽’은 죽음 앞에서도 독립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내비쳤던 이태준 열사(극중 이름 ‘유태준’)의 삶을 재조명해 시청자들의 가슴에 먹먹한 울림을 선사했다. 더욱이 같은 목표를 향해가던 유태준의 처절한 죽음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이영진-김원봉의 모습은 보는 이들까지 눈물짓게 했다. 이에 앞으로 또 어떤 독립운동가들을 재조명해 안방극장에 묵직한 전율을 선사할지 기대감이 상승된다. ‘이몽’ 방송 직후 각종 SNS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영화 한 편 보는 것 같았다”, “끝에 독립운동가들 나올 때 가슴이 뭉클해져요”, “몰입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다. 연기 구멍도 없고 내용도 좋고 심장도 쫄깃함”, “토요일은 ‘이몽’ 보는 낙으로 산다”,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었다”, “경성에서 펼쳐질 이야기가 기대돼요” 등 뜨거운 반응을 보냈다. 한편, MBC 특별기획 ‘이몽’은 일제 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일본인 손에 자란 조선인 의사 이영진과 무장한 비밀결사 의열단장 김원봉이 펼치는 첩보 액션 드라마. 매주 토요일 밤 9시 5분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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