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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4명 중 1명, 재산 절반 베팅… 수익률은 ‘버틸 힘’서 갈린다 [2026 투자 격차 리포트]

    [단독] 4명 중 1명, 재산 절반 베팅… 수익률은 ‘버틸 힘’서 갈린다 [2026 투자 격차 리포트]

    “수익은 나는데, 마음은 편하지 않습니다.” 광역시에 사는 40대 공무원 A씨는 자기 돈의 10배를 빌려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자기자본이 1억원이면 10억원을 더 빌려 11억원어치를 굴리는 식이다. 이를 ‘레버리지’ 투자라고 한다. 빌린 돈까지 더해 투자 규모를 키우는 방식이다. 주가가 오르면 수익은 빠르게 불어나지만, 떨어지면 손실과 대출 상환 부담이 동시에 커진다. A씨는 현재 30% 넘는 수익을 내고 있지만 총자산의 90% 이상을 시장에 넣어 둔 탓에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수익률 가른 ‘돈의 출처’근로·사업소득 투자자, 플러스 67%대출 기반 투자자는 마이너스 50%개인 직접 투자로 변동성 위험 높아23일 서울신문이 20~60대 투자자 300명을 대상으로 투자 방식과 위험 인식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투자 격차는 결국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에서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300명 중 30명(10.0%)은 돈을 빌려 투자했다고 답했다. 이들 중 자기 돈과 비슷한 수준(90~100%)을 빌린 사람은 4명(13.3%)이었다. 여기에 자기 돈의 두 배 이상(200~1000%)을 빌린 3명(10.0%)까지 합하면, 총 7명(23.3%)은 자기자본과 맞먹거나 그 이상을 빌린 셈이다. 주가가 오르면 수익이 빠르게 늘지만, 떨어지면 손실도 못지않게 커질 수밖에 없다. 개인 투자자가 감당해야 할 위험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문제는 투자 비중이다. 총자산의 70% 이상을 투자했다는 응답은 37명(12.3%), 50% 이상 70% 미만은 36명(12.0%)이었다. 300명 중 약 73명(24.3%), 즉 4명 중 1명은 전 재산의 절반 이상을 시장에 넣었다. 반면 10% 미만은 94명(31.3%), 10~30% 미만은 85명(28.3%)이었다. 전 재산의 10%를 투자한 사람과 70%를 투자한 사람의 충격은 다르다. 손실이 클수록 회복에 걸리는 시간, 심리적 압박, 소비 위축 폭까지 커진다. 일상 흔드는 투자, 몸에 남는 손실10명 중 1명 ‘빚투’… 수익이 생활비하락장서 못 버티고 손절매 이어져26% “우울·불안”… 수면 장애 겪기도투자 자금의 출처에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근로·사업소득 기반 투자자의 플러스 수익 비중은 66.7%로 손실(33.3%)의 2배였다. 반면 대출 기반 투자자는 플러스 50.0%, 마이너스 50.0%로 반반이었다. 같은 종목을 사도 결과가 다른 이유는 ‘버틸 여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여유 자금으로 투자하면 하락장에서 기다릴 수 있지만, 빌린 돈은 이자를 갚아야 한다. 버티지 못하면 손절매로 이어지고 손실은 확정된다. 돈의 성격이 수익의 성격을 바꾸는 셈이다. 수익이 곧바로 생활비로 이어지는 구조도 적지 않았다. 수익금 활용 계획을 묻는 질문에 ‘여유 자금’이 120명(40.0%), ‘재투자’가 76명(25.3%)으로 뒤를 이었지만 ‘생활비’가 67명(22.3%)이었다. 서울에 사는 20대 직장인 서모씨는 “주가가 떨어지면 월세와 카드값이 먼저 떠오른다”고 했다. 손실을 만회하려 추가 매수에 나섰다가 투자 규모가 더 커졌다고도 했다. 투자가 이제 자산 증식 수단을 넘어 생계 전략이 됐다는 의미다. 투자 방식은 개별 주식(63.0%, 189명)이 가장 많았고 상장지수펀드(ETF)가 96명(32.0%)으로 뒤를 이었다. 투자 정보 출처는 뉴스 71명(23.7%), 유튜브 59명(19.7%), 지인 53명(17.7%), 온라인 커뮤니티 45명(15.0%), 금융사 직원 15명(5%), 증권사 리포트·공시 등 19명(6.1%) 순이었다. 투자 기간은 1년 이상 5년 미만이 124명(41.3%)으로 가장 많았다. 전문가에게 맡기기보다 직접 종목을 사고파는 만큼 시장이 흔들리면 손실도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방식이다. 원금 손실 가능성(158건·복수 응답), 시장 급변 시 대응 수단 부족(112건·복수 응답), 정책 변화 불확실성(102건·복수 응답), 정보 비대칭(87건·복수 응답)이 주요 불안 요인으로 꼽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손실은 계좌 잔고를 넘어 일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투자 결과로 우울·불안, 식욕 감퇴, 체중 감소 등 변화를 경험했다고 답한 응답은 77명(25.7%)이었다. 특히 마이너스 50% 이상 손실 구간에 위치하는 10명 중 8명 이상이 수면 장애나 체중 변화를 겪었다고 응답했다. 부산에서 취업을 준비 중인 박모(26)씨는 “하루 수십 차례 주식 앱을 확인하다 보니 일상 생활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설문 300명 어떻게 조사했나 서울신문은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9일까지 4주간 20대 이상 주식 투자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서울신문 홈페이지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진행됐으며 응답자는 남성 177명(59%), 여성 123명(41%)이었다. 연령대는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비교적 고르게 분포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42%로 가장 많았고 경기(20%)와 6대 광역시(16.3%)가 뒤를 이었다.
  • [단독] 자산가 37% vs 개미 1%… 수익률 양극화… 돈이 돈을 벌었다 [2026 투자 격차 리포트]

    [단독] 자산가 37% vs 개미 1%… 수익률 양극화… 돈이 돈을 벌었다 [2026 투자 격차 리포트]

    전 재산 투자한 20대 수익률 -42%자산가는 5억 증여받아 50억 운용 코스피가 연일 신기록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 숫자가 모두의 성공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누군가는 몇 차례 거래로 수십 퍼센트의 수익을 올리고 누군가는 수십 번을 사고팔고도 마이너스다. 자산 규모에 따라 정보 접근력, 투자 방식, 위험을 견디는 여력이 달라지면서 수익률 격차가 뚜렷해졌다. 서울신문은 증권사와 투자자들을 심층 취재해 정보·시간·네트워크가 투자 성과를 좌우하는 구조적 현실을 점검하고, 자본시장이 모두를 위한 성장의 무대가 되려면 어떻게 거듭나야 할지 4회에 걸쳐 짚는다. 김성현(27·가명)씨는 고시원에 살며 아르바이트 세 곳을 전전한다. “안 하는 사람이 없다”는 말을 듣고 지난해 주식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2만원짜리 종목이 3만원이 되며 자신감이 붙었다. 초심자의 행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곧 미국에서 신약 허가가 나온다’는 인터넷 글을 보고 1년간 총 1500만원을 바이오주에 투자했지만 현재 수익률은 -42%다. 투자금은 그의 전 재산이었다. 10억원 이상 자산가의 모습은 달랐다. 30대 스타트업 사업가 송세원씨는 부모에게 5억원을 증여받아 투자로 자산을 불렸다. 현재는 약 50억원을 운용한다. 그는 증권사 전담 프라이빗뱅커(PB)를 통해 자산을 나눠 관리한다. 40%는 공격적으로, 나머지는 장기 투자로 묶는다. 특히 상장 전 주식을 장외에서 거래하는 ‘프라이빗 딜’ 기회도 고액 개인 투자자 네트워크를 통해 얻는다. 상장 후 주가가 오르면 그 차익을 고스란히 가져가는 구조다. 벤처캐피털(VC), 고액 투자 네트워킹을 통해 알게 된 지인에게서도 유망 종목이나 상장 정보 등을 듣는다. 그는 “정보와 네트워크가 곧 수익”이라고 했다. 이런 투자 격차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10억원 이상을 굴리는 자산가는 지난해 평균 40%에 가까운 수익을 낸 반면 1000만원 미만 소액 투자자의 수익률은 1%대에 그쳤다. ‘돈이 돈을 벌고 있다’는 의미다. 정보·네트워크가 곧 수익전문 PB에게 받는 체계적 자산 관리상장 전 장외 거래 ‘프라이빗 딜’ 기회지인에 유망 종목·상장 정보 얻기도서울신문이 23일 국내 대형 증권사에 의뢰해 고객 100만명의 지난 한 해 연간 수익률(잔고 기준·2024년 말 대비)을 분석한 결과 이 증권사 계좌에 10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고객의 수익률은 평균 37.4%였다. 전체 분석 대상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100만원 이상 1000만원 미만 투자자의 수익률은 1.5%에 그쳤다. 2%대 예금 금리만도 못하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2.1%)에도 못 미친다. 사실상 ‘마이너스’라고 봐야 한다. 2025년은 코스피가 75.6% 오른 해였지만, 자산이 가장 적은 구간에서는 상승장의 온기를 거의 누리지 못한 셈이다. 같은 시장에서 출발했지만 도착 지점은 달랐다. 올들어 지난 두 달여간 코스피가 40% 가까이 오른 만큼 이런 추세라면 투자 격차는 더 벌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수익률 자료를 제공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산 구간별 수익률은 공모주 관련 출금 금액을 제외한 데이터로 이를 포함할 경우 수익률은 일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 외 투자자 수익률은 구간별로 ▲5000만~1억원 미만 31.4% ▲1억~3억원 33.2% ▲3억~ 5억원 미만 32.0% ▲1000만~5000만원 미만 29.1%였다. 격차는 ‘거래 방식’에서도 드러났다. 주식 거래 횟수를 보면 자산 10억원 이상 고객(수익률 평균 37.4%)의 회전율은 421%였다. 회전율은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얼마나 사고팔았는지 보여 주는 지표다. 100%면 한 번 사고판 것이다. 421%는 약 네 번 거래했다는 뜻이다. 적게 사고 오래 들고 가는 전략으로 37% 수익을 냈다는 의미다. 반면 100만원 이상 1000만원 미만 투자자의 회전율은 1만 6634%였다. 160번 넘게 사고판 셈이다. 하지만 수익률은 1%대였다. 적은 돈으로 수익을 내려다 보니 ‘짧게 자주’ 거래하는 전략을 택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시장에서는 이를 ‘패닉 매매’라고 부른다. 하락장에서 손실을 만회하려다 매매 횟수만 늘어나는 현상이다. 울산에 사는 박모(48)씨가 그런 경우다. 그는 2019년 말 직장 생활로 모은 돈을 다 털어 공업 단지를 낀 목 좋은 자리에 편의점을 차렸다. 이듬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공장들이 문을 닫았다. 막막해진 그는 ‘전기차가 뜬다’는 온라인 글을 보고 빚까지 얻어 한 코스닥 전기차 기업에 2억원을 투자했다. 주가는 2021년에 고점을 찍고 미끄러졌지만 ‘버티면 언젠가는 오른다’는 생각에 3년 넘게 50번(1억원가량)이나 물을 타며(추가 투자) 폭풍 매매를 했다. 해당 종목은 지난해 상장 폐지됐다. 가맹 계약을 채우지 못해 3000만원 웃돈을 주고 편의점 문을 닫은 박씨는 현재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부의 대물림 만드는 ‘시간’1000만원 미만 구간선 ‘폭풍 단타’수익률 1.5%… 물가상승률 못 미쳐10억 이상 고객은 회전율 낮은 ‘장투’증권업계 관계자는 “같은 3% 수익률이라고 해도 100억원을 투자하면 3억원, 100만원을 투자하면 3만원의 수익이 나니 투자자의 체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때문에 시드머니가 적은 이들이 더 공격적으로 투자하지만 주가가 내릴 때는 크게 고꾸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자산가들에게는 전문가가 전담으로 붙어 부의 대물림을 돕는다. 전문가들은 자산가들이 대외 경제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주식·부동산·채권 등 자산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도록 조언한다. 최성훈(51)씨는 부모에게 강남 집을 증여받기 전 서울 강남구의 PB팀을 소개받았다. 그는 “주식 투자뿐 아니라 규제가 완화될 부동산 지역 추천이나 장기 투자 상품, 적금 특판 상품, 상속과 증여 등 가족 재산까지 종합 관리해 줘 자녀에게도 연결해 줬다”고 했다. 자산가 가정에서는 투자 교육도 빠르다. 20대 대학생 김가온씨는 중학생 때부터 부모가 만든 계좌를 통해 투자했다. 현재 시드머니는 4억원, 수익률은 약 30%다. 그는 “부모님이 ‘왜 이 회사를 사야 하는지’를 보고 단기 매매보다는 장기 가치 투자를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 행동주의 주주 압박, GA·지방지주까지 확산

    대형 지주에 머물던 주주 압박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그동안 행동주의의 무대였던 KB·신한 등 대형 금융지주를 넘어 지방 금융지주와 법인보험대리점(GA)까지 주주 권리 강화의 시험대에 오르는 분위기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11일 상장 GA인 에이플러스에셋에 현재 보유 중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알테오젠 등 67억원 규모의 상장 주식을 모두 처분하라고 요구했다. 본업에 집중하라는 취지에서다. 얼라인은 에이플러스에셋 지분 18.0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보험 판매업이라는 업종 특성과 비교적 작은 기업 규모 탓에 주주 요구가 크지 않았던 GA도 이제는 주주 이익 보호에 예외가 아니게 됐다. 얼라인은 지난해 11월부터 에이플러스에셋에 본격 개입했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에이플러스에셋 주가는 지난해 11월 17일 5900원에서 18일 공개매수 발표 직후 7670원으로 급등했다.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 이 날에는 1만 4000원에 마감했다. 3개월 만에 두 배 이상 폭등했다. 얼라인은 이 회사에 비핵심 자산 매각뿐 아니라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감사위원 확대, 경영진 보상체계 공개 등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요구 사항에 대해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얼라인은 DB손해보험 지분 약 1.9%를 보유한 뒤 공개 주주 서한을 발송해 자사주 12%대 미소각 문제도 지적했다. 주주환원율을 올리고 내부거래위원회를 재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지방 금융지주도 행동주의 펀드 요구에 따라 주주 권익 보호에 나서고 있다. 또 다른 행동주의 펀드 라이프자산운용은 BNK금융지주 지분 약 4%를 토대로 사외이사 선임 절차 개선과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라이프 측은 주식보상제도(RSU) 도입도 제안했는데, BNK는 RSU 도입 안건의 주총 상정 여부를 검토 중이다. 앞서 JB금융은 삼양사와 OK저축은행, 얼라인파트너스 등 주요 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선임하기도 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 논의가 있다. 앞서 주주 충실 의무(1차), 집중투표제(2차)를 포함한 개정안에 이어 주주 권한이 강화되는 흐름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순한 주가 상승을 넘어 자본 배분의 합리성과 이사회 책임성을 재정비하자는 요구가 힘을 얻고 있다”고 했다.
  • [열린세상] 압축사회의 주름살을 펴야 할 때

    [열린세상] 압축사회의 주름살을 펴야 할 때

    대한민국의 2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참으로 극적인 현대사의 증인들이다. 1970년생인 필자는 유년 시절 호롱불 아래서 숙제하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마을 이장댁에서 출발한 전기라는 문명의 혜택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야 받게 되었다. 초가지붕은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고 버스의 뒤꽁무니를 쫓아 다니게 됐다. 도구의 삶에서 기계를 이용해 농사를 짓는 문명의 전환이 시작되었다. 그 세대가 장년이 되어 손안의 스마트폰에 AI와 로봇이 공존하는 초고도 문명사회를 살고 있다. 불과 반세기 만에 서구 사회가 수백년간 겪은 변화를 압축적으로 통과한 것이다. 이들은 80년대 PC 보급, 90년대 인터넷 혁명, 2000년대 벤처 붐과 스마트폰 혁명을 모두 겪으며 정보기술(IT) 활용 능력을 체득한 ‘디지털 원주민’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시에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의 돌봄을 기대할 수 없는 첫 세대인 ‘마처 세대’로서, 서구 사회가 단기간에 겪은 변화를 단 50년 만에 통과한 ‘압축 사회’의 주역이자 고독한 관찰자로 서 있다. 한마디로 ‘압축 인간’인 것이다. 이 압축 성장의 속도는 눈부셨으나 그 가속도가 만들어 낸 원심력은 우리 사회 곳곳에 치명적인 독소를 비산시켰다. ‘더 빨리’ 가기 위해 선택한 효율성은 ‘승자 독식주의’를 시대의 정의로 둔갑시켰고, ‘함께’라는 가치는 ‘나만 잘살면 된다’는 개인주의와 ‘돈이 곧 인격’이라는 자본 만능주의에 자리를 내주었다. 이러한 의식 구조의 파괴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지점은 바로 ‘주택’이다. 압축 사회를 살아온 70년대생은 초가집, 슬레이트 블록집, 다가구·다세대, 빌라를 전전하며 지하층, 옥탑방, 고시원을 체험하고 결혼 이후에는 아파트라는 목표를 향해 몸과 마음을 바쳤다. 그사이 인간이 몸을 뉘고 삶을 일궈야 할 아늑한 주거 공간을 손에 쥔 이들도 있고, 아직까지 무주택자로서 천정부지로 폭등한 집값을 견디며 세입자로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어느덧 투기와 재산 증식의 유일한 수단으로 전락한 주택 가격의 유례없는 앙등은 단순한 경제지표 상승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돌이키기 힘든 우리 사회 갈등의 원인이기도 하다. 기성 세대가 자산 증식의 축배를 들며 ‘부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동안 그 천문학적인 비용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의 부채로 전가되고 있다. 오늘날 주택은 계급을 나누는 잣대가 되었고 성실하게 일해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절벽’이 되었다. 높은 집값을 견디지 못한 젊은 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사치를 넘어 ‘공포’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삶의 터전 밖으로 계속해서 내몰리는 청년들의 좌절은 세대 간 불신과 갈등을 낳았고, 이는 공동체의 존립을 흔드는 근본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모두의 욕망이 된 아파트는 끊임없이 진화해 화려한 상품이 되었으나,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앞세운 담장 안 아파트는 유례없이 취약해진 ‘압축된 인간’들의 전시장이나 다름없다. 압축 사회는 우리에게 서늘한 질문을 던진다. 물질적 풍요와 성장을 위해 인간다움을 유보했던 우리가 이제는 ‘모두의 실패’라는 쇠퇴의 과정마저 압축하려 하는 것은 아닌가. 그동안 우리는 ‘돈’이라는 거대한 압력 아래 이러한 소중한 가치들을 구겨 넣고 압축된 채 살아왔다. 하지만 우리가 결코 압축해서도, 압축되어서도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바로 공동체를 향한 사랑, 이웃을 향한 배려, 그리고 후손의 미래를 염려하는 정신의 고귀함이다. 이제 압축 성장의 그래프가 아닌, 삶의 질과 존엄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키를 틀어야 한다. 주택이 누군가의 배를 불리는 전유물이 아니라 모두의 안식처가 되는 사회, 미래 세대의 희망을 가불해 현재의 풍요를 연명하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는 그 압력 속에서 겹겹이 구겨진 인간의 마음과 정신의 주름을 활짝 펼 때이다. 유창수 전 서울시 부시장
  • 16조 들여 경제지도 바꾼다… 오세훈 “새로운 강북 만날 것”

    16조 들여 경제지도 바꾼다… 오세훈 “새로운 강북 만날 것”

    성장거점형 복합개발 사업 추진기금 4.8조 조성 교통 인프라 구축강북횡단 지하도시고속도로 건설 서울시가 16조원을 투입해 강북 교통망을 확충하고 일자리와 산업 거점을 조성하는 ‘다시, 강북전성시대 2.0’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노후 주거지 및 상업 지역에 대한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부여로 개발을 활성화한 ‘강북전성시대 1.0’ 이후 2년여 만에 나온 후속 전략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9일 서울시청 서울갤러리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강북을 더 이상 베드타운이 아닌, 대한민국의 다음 성장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 키우겠다”면서 “짧게는 4년, 길게는 10년 뒤 교통, 산업, 일자리가 어우러진 완전히 새로운 강북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 프로젝트의 핵심은 16조원(국고보조금 및 민간투자 6조원+시비 10조원)을 강북에 투자해 교통망을 혁신하고 산업거점을 조성하는 것이다. 우선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등 민간개발 사전협상으로 확보된 공공기여분(현금) 2조 5000억원과 공공부지 매각 수입 2조 3000억원을 재원으로 ‘강북전성시대기금’ 4조 8000억원을 조성한다. 이 기금은 강북권 접근성 강화와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교통 인프라 구축에 투자된다. 강북권 철도와 도로 사업에 5조 2000억원 규모의 중장기 재정투자도 병행한다. 시는 재원 확보를 위해 민간개발 사전협상제도 운용 방식을 바꿔 기반 시설로 받는 공공기여분은 줄이고 현금 비중은 늘릴 계획이다. 또 기반 시설이 충분한 강남은 재투자하는 공공기여분을 줄이고 다른 지역에 사용 가능한 현금 공공기여 비중을 기존 30%에서 70%로 확대한다. 오 시장은 “강남 권역은 강북보다 생활 SOC(사회간접자본)가 양호하다.(공공기여를) 100% 그 근처에 쓰기보다 절실하게 개발이 필요한 곳에 쓰는 게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교통 인프라 혁신을 위한 8개 사업을 추진한다. 내부순환로∼북부간선도로 지하 20.5㎞ 구간에 왕복 6차로 강북횡단 지하도시고속도로를 건설한다. 동부간선도로 15.4㎞ 구간(월계IC∼대치IC)도 왕복 4차로로 지하화한다. 완공되면 동남∼동북권 통행시간이 20분 단축된다. 강북 전역을 성장권역으로 재편하기 위한 산업·일자리 관련 4개 사업도 진행된다. ‘성장거점형 복합개발사업’은 주요 거점에 상업·업무·주거 기능이 어우러진 공간을 만드는 정책이다. 도심·광역중심과 환승역세권에서 개발사업을 할 때 비주거 용도를 50% 이상 확보하면 일반 상업지역 용적률을 최대 1300%까지 완화한다.이를 통해 고밀 복합 랜드마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 수돗물을 믿을 水 없다고?… 플라스틱 생수의 ‘불안 마케팅’

    수돗물을 믿을 水 없다고?… 플라스틱 생수의 ‘불안 마케팅’

    지난달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의 시판 생수 속 나노 플라스틱 연구 결과가 언론에 보도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연구팀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 연구논문에서 생수 1ℓ에서 7종류의 플라스틱 입자 24만개가 나왔으며 이 가운데 미세 플라스틱보다도 작은 나노 플라스틱이 90%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나노 플라스틱은 1㎛보다 작은 크기로 혈액과 간, 뇌에 침투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다. 미국의 사회학자인 대니얼 재피 포틀랜드 주립대 교수가 10년이 넘는 집필 기간을 통해 출간한 ‘언보틀드’ 역시 이 문제에 주목한다. 그는 병입 생수가 나노 플라스틱 문제뿐 아니라 어떻게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갉아먹고, 인권과 미래를 빼앗아 가는지 추적한다. 소규모 소비자층의 사치재였던 병입 생수는 불과 40년 사이 어떻게 30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소비재가 됐을까. 저자는 이른바 ‘빅4’라 불리는 음료 기업(네슬레, 코카콜라, 펩시, 다논)이 전 세계적으로 병입 생수 사업을 급격하게 확장하면서 펼친 기만적 마케팅이 공공 상수도 운영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 그는 병입 생수 산업이 기회주의적이고 기만적인 마케팅을 통해 대중에게 수돗물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을 심었고 결국 공공 인프라 개선을 위한 투자 압력을 낮췄다고 강조한다. 결국 개선되지 못한 상수도 공급망이 깨끗한 물을 공급하지 못하고, 이는 다시 병입 생수 구매로 돌아서게 만드는 악순환을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물은 어떤 것과도 다르다. 모두가 물에 연결되어 있다”며 플라스틱병에 담겨 있는 것은 물뿐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병입 생수가 환경오염(플라스틱 쓰레기), 생태 위기(지역 담수 고갈), 기후 위기(잦은 가뭄)뿐 아니라 불평등(저개발, 저소득층의 식수 부족), 공공성 위기(예산 부족과 낙후된 수도 인프라), 자본주의(민영화, 상품화, 강탈에 의한 축적), 공중보건(수돗물보다 22배 많은 미세 플라스틱) 등 여러 문제가 교차하는 지점에 논쟁적으로 놓여 있음을 드러낸다. 지난해 6월 세계환경의 날에 맞춰 제주를 찾은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한국은 수도꼭지를 틀기만 해도 깨끗한 물이 나오는 환경을 가졌는데 왜 플라스틱 생수를 구매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은연중에 수돗물에 대한 두려움을 퍼뜨리고 있는 물 관련 상품 광고들에 대해 무엇이 진실인지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 “교육·교통·일자리 대개혁… 떠나지 않아도 되는 도봉 만들 것”[2026 새해 포부-서울 단체장에게 듣는다]

    “교육·교통·일자리 대개혁… 떠나지 않아도 되는 도봉 만들 것”[2026 새해 포부-서울 단체장에게 듣는다]

    현 민선 8기 핵심사업 만족도 96%GTX-C 개통 땐 창동~삼성 10분대우이방학 경전철 연장도 실행 단계89곳 정비… 2034년까지 1만호 공급기존 고교→중학교 변경 논의 탄력한옥마을·스포츠파크 조성 힘쓸 것 “도봉은 지금 교육·교통·문화·일자리·주거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과도기다. 머물고 싶은 도시, 떠나지 않아도 되는 도시의 기반을 만들겠다.” 오언석(55) 서울 도봉구청장은 지난 2일 구청장 집무실에서 진행한 서울신문 신년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젊은 세대가 일하고 즐기며 살 수 있는 생활권을 촘촘하게 채워나갈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재건축·재개발이 본격화하면 당분간 인구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주거 구조를 다시 짜고 교통·문화 인프라가 맞물리는 시점을 지나면 도봉의 체질이 바뀔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창동민자역사와 서울아레나, GTX-C와 우이방학역 신설 등 굵직한 사업을 축으로 문화·체육 인재 육성과 관광 거점 구상까지 더해 ‘사람이 머무는 도봉’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다음은 오 구청장과의 일문일답. -지난 4년의 가장 의미 있는 성과를 꼽는다면. “행정 성과를 숫자로만 말하긴 어렵지만, 객관적 지표로 확인할 수 있는 도봉의 변화는 분명하다. ‘2024 도봉구 정책 설문조사’에서 민선 8기(2022년~) 핵심사업에 대한 만족도는 96%, ‘2025 도봉구 행정수요조사’에서 구정 운영 전반에 대한 만족도는 94.5%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의 ‘2025년 지역안전지수’에서는 화재·범죄·생활안전·자살 등 4개 분야 등급이 상승했다. 특히 ‘2024 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 지역사회조사’에서는 주거환경과 안전, 교육, 복지서비스 등 14개 항목에서 서울 25개 자치구 중 1위를 기록했다. 구민 참여와 기관 협조로 이룬 결과다. 지표는 결과이자 출발점이다. 올해는 그 성과가 복지·교통·주거·문화 전반에서 겹쳐 작동하도록 속도를 내겠다.” -창동 민자역사와 서울아레나 조성을 기점으로 도봉은 어떻게 달라질까. “창동은 도봉의 변화를 이끄는 중심축이다. 12년 만에 공사를 재개한 민자역사는 이미 공정률 93%를 넘겨 준공을 앞뒀다. 서울아레나도 2027년 개관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두 사업이 완성되면 도봉은 단순 주거지가 아니라 공연·관광·소비가 이뤄지는 동북권 복합거점으로 재편된다. 금리 인상과 기관 협의 등 쉽지 않은 과정도 있었지만, 운수 수입 배분 문제와 같은 현안을 조정하며 사업 정상화를 끌어냈다. 현재는 교통·주차·상권·숙박 대책을 포함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개관 이후 변화까지 미리 준비하고 있다. 시설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머무는 구조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창동 일대 발전을 뒷받침할 GTX-C 개통과 우이방학역 신설 등 교통 인프라 확장 구상을 들려달라. “교통은 도시의 체질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GTX-C 개통은 ‘도봉의 시간’을 단축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창동~삼성역이 10여 분대로 연결되면 ‘멀다’는 인식이 바뀌고, 주거·상권·기업 입지에도 연쇄 변화가 일어난다. 특히 도봉구간 지하화를 확정해 소음과 단절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소한 점이 의미있다. 우이방학 경전철 연장 역시 숙원을 실행 단계로 끌어올렸다. 1·4·6·7호선과 환승 체계를 강화해 생활권 접근성을 높이겠다. 나아가 SRT 창동 연장, 경원선 지하화까지 광역교통 축을 촘촘히 연결할 계획이다. 전체적으로 역 주변의 보행 환경, 환승 체계, 버스 노선과의 연결, 주거지와 상권을 잇는 동선까지 정비해 생활교통 전반을 개선하겠다.” -주거 노후화 정도도 높은데, 도시 재정비 방향은. “주거 여건 개선은 구민 삶의 안전과 직결된 가장 큰 과제다. 오래된 주거지는 집만 낡은 것이 아니라 주차·도로·안전 등 생활 기반까지 함께 노후화돼 왔다. 그래서 정비사업을 단순한 개발이 아니라 주거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과정으로 보고, 전담 부서인 재건축재개발과를 신설해 행정 지원 체계를 갖췄다. 도봉은 공시지가가 저렴하다는 특성으로 정비가 탄력을 받을 여지가 있다. 다만 그만큼 공공이 균형을 잡아야 한다. 900여 명이 참여한 주민설명회를 통해 규제 완화 내용과 추진 절차를 공유했고, 고도지구·용적률 완화 이후 정비사업은 40여 곳에서 89곳으로 늘었다. 2034년까지 1만 호 공급을 목표로 속도를 내되, 주거와 학교·공원·보행 환경이 함께 개선되는 ‘머무는 도시’의 기반을 만들겠다.” -‘사람이 머무는 도봉’을 만들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재건축이 본격화하면 이주로 당분간 인구가 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나면 사람이 몰린다’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향후 10년 정도 지나면 인구가 대폭 늘어날 거라고 예상한다. 중요한 건 재건축을 아파트 사업으로만 보지 않고, 교육·교통·문화·일자리·자연환경을 한꺼번에 재배치하는 도시계획으로 끌고 가는 일이다. 특히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건 교육 문제다. 초등학교는 가까운데 중학교가 멀어 이사한다는 이야기가 반복된다. 이런 생활권 공백을 줄이기 위해 기존 고등학교를 중학교로 변경하는 방안 등 시설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부·국회와 논의해 왔다. 또 재건축으로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할 생활 SOC(사회간접자본)를 미리 깔아야 한다. 결국 ‘떠나지 않아도 되는 도시’를 만드는 게 목표다.” -가수·운동선수·문화예술인 지원과 관광 거점 조성 구상은. “문화·체육 지원은 일회성이 아니라 도시의 체질을 바꾸는 기반이다. 2023년부터 지역문화예술인 52팀 149명을 선발해 공연 기회를 넓혔고, 음악창작지원 플랫폼인 OPCD(오픈창동)과 이음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청년 음악인 창작 생태계를 키워왔다. 도봉구 브레이킹팀에서 국가대표를 배출하고 전국체전 메달을 따면서 도시 이미지를 바꿨다. 이 흐름을 관광과 연결하려 한다. 도봉산의 자연과 창동권 문화 인프라를 잇고, 확보한 화학부대 부지(옛 육군 화생방 훈련장)를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약 3만5000㎡ 규모의 부지에 한옥마을을 만들어 전통 체험과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가까운 곳에 축구·풋살·테니스장을 갖춘 도봉 스포츠파크를 조성해 생활체육과 여가 기능을 강화하겠다. 문화·자연·체험이 연결된 동선을 마련하겠다.” -어떤 구청장으로 구민들에게 기억되고 싶은가. “제가 가장 의미 있게 해낸 일은 구청장과 주민의 거리를 ‘가족’처럼 좁힌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를 부르는 ‘오서방’이란 호칭은 단순한 별명이 아니라, 누구나 편하게 다가와 부를 수 있는 존재가 됐다는 의미다. 누구보다 주민과 가깝고, 즐겁게 구정을 운영했다. 앞으로도 형 같고, 오빠 같고, 아들·손자·삼촌 같은 사람으로 남겠다.”
  • 트럼프 “日 투자 시작”… 한국에 독촉장 되나

    트럼프 “日 투자 시작”… 한국에 독촉장 되나

    일본이 미국과 체결한 무역 합의 이행을 위한 첫 조치로 에너지·전력·핵심광물에 52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단행한다. 일본이 본격적으로 미국에 돈 보따리를 풀면서 아직 투자 계획을 정하지 않은 한국에도 한층 거센 압박이 가해질 전망이다. 한국은 일본과 유사한 합의를 맺은 터라 에너지와 핵심광물 등에 대한 투자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일본이 5500억 달러(약 796조원) 규모 대미 투자 첫 프로젝트로 에너지 등에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거대한 미일 무역 합의가 마침내 출범했다”며 “텍사스주의 석유·가스, 오하이오주의 발전, 조지아주의 핵심광물 등 전략적 분야에서 세 가지 대규모 프로젝트를 발표한다”고 전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 프로젝트들은 전력 생산, 석유·가스, 첨단 제조업 등 미국 경제 핵심 분야에 360억 달러(52조원)를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의 설명을 종합하면 오하이오주에는 330억 달러를 투입한 미국 내 최대 규모 천연가스 발전 시설을 건설해 9.2기가와트(GW) 규모의 전력을 생산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이는 원전 9기가 생산할 수 있는 전력량이며 미국 내 74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텍사스주에는 아메리카만에 연간 200억~300억 달러 규모를 수출할 수 있는 심해 원유 시설을 건설한다. 조지아주에는 첨단 산업·기술 생산에 필수적인 합성 산업용 다이아몬드 제조 시설을 구축하고 미국 내 수요를 충당한다. 러트닉 장관은 “이번 프로젝트로 인해 수천개의 고임금 미국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일본은 자본을 공급해 수익을 얻고, 미국은 전략적 자산과 확대된 산업 역량, 강화된 에너지 패권을 얻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일본의 대미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본은 지난 12일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을 워싱턴DC에 파견해 러트닉 장관과 회담하는 등 미국과 대미 투자 1호 안건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한국에 대해서도 대미투자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아 한국에 대한 관세를 무역 합의 이전 수준인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일본을 상대로 첫 투자를 이끌어 낸 만큼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도 한층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대미 투자처를 에너지와 핵심광물 등으로 정한 것은 이들 분야 육성이 시급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인공지능(AI) 산업 확산과 데이터센터 급증으로 전력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고, 지난해 중국과의 ‘관세 전쟁’에서 희토류 통제에 고전하는 등 핵심광물에 대한 약점을 노출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도 이들 분야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 체결한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에서 대미 투자 분야로 에너지, 반도체, 의약품, 핵심광물, AI, 양자컴퓨팅 등을 언급한 바 있다. 일본 내에서는 이번 대미 투자가 관세 부담을 미국 내 전략 인프라 확보로 전환한 거래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이를 미일 관세 협의를 바탕으로 한 ‘전략적 투자 이니셔티브’의 첫 사례로 규정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엑스(X)에 “중요 광물·에너지·AI·데이터센터 등 경제안보 핵심 분야에서 양국이 공급망을 구축해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미투자가 실제 일본 내 산업으로 얼마나 환류될지는 과제로 지적된다. 일본 기업이 프로젝트 비용을 얼마나, 어떤 조건으로 부담할지도 불분명하다. 다나카 미치아키 일본공업대 기술경영연구과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투자 효과가 일본 산업 전반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현지에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 중장기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NHK에 따르면 오하이오주 가스화력발전소 사업에는 도시바·히타치제작소·미쓰비시전기·소프트뱅크그룹 등이, 텍사스주 석유·가스 수출 시설 사업에는 상선미쓰이·일본제철·JFE스틸 등이 참여를 검토 중이다.
  • 코스피 5500도 뚫었다… “한국 덕에 MSCI 아태 지수 신기록”

    코스피 5500도 뚫었다… “한국 덕에 MSCI 아태 지수 신기록”

    한국 증시의 가파른 상승세가 아시아 증시 전반의 흐름까지 바꾸고 있다. 코스피가 반도체 대형주의 강세에 힘입어 12일 사상 처음으로 5500선을 돌파한 가운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도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 지수는 한국·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주요 국가 주식시장 흐름을 종합한 글로벌 대표 지역 주가지수다. 블룸버그는 “한국 증시 영향으로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가 0.7%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 지수의 연초 이후 상승률은 13%로, 같은 기간 1.4% 상승에 그친 미국 S&P500을 크게 웃돌았다. 블룸버그는 한국 증시의 상대적 강세 배경으로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나타나는 ‘탈미국’ 흐름을 함께 들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13% 오른 5522.27에 마감했다. 하루동안 사상 첫 5400선과 5500선 돌파 기록을 연달아 세웠다. 지난달 27일(5084.85) 5000선을 넘긴 지 12거래일 만에 5500선에 도달했다. 연초 이후 코스피 상승률은 30.65%다. 간밤 뉴욕시장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10% 가까이 급등하면서 미국뿐 아니라 국내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도 크게 개선된 모양새다. 삼성전자가 6.44% 오른 17만 8600원에 마감하며 사상 처음으로 17만원대에 올라섰고, 장중에는 17만 9600원까지 오르며 ‘18만 전자’에 바짝 다가섰다.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 출하 소식이 전해지며 상승 폭을 키웠고, 시가총액은 8272억달러로 늘어 세계 15위 수준까지 올라섰다. SK하이닉스도 3.26% 상승하며 반도체주 동반 랠리를 뒷받침했다. 수급도 외국인·기관 매수에 쏠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조 137억원, 기관은 1조 3687억원을 각각 쓸어 담았다.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는 지난해 10월 2일 이후 약 4개월 만에 최대치다. 반면 개인은 4조 4492억원을 순매도하며 역대 최대 순매도를 기록했다. 같은 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9원 내린 1440.2원에 거래를 마쳤다. 나흘 연속 하락으로, 주간 거래 기준 1440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달 30일 이후 9거래일 만이다. 증시가 급등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주가 1000원 미만의 ‘동전주 퇴출’을 골자로 한 구조 개편에 착수한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동전주는 주가 변동성이 높고 시가총액이 낮아 주가조작의 대상이 되기 쉽다”며 상장폐지 개혁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주식시장을 백화점에 빗대며 “상품 가치가 없는 썩은 상품, 가짜 상품이 많으면 누가 가겠느냐”고 지적한 지 약 2주 만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코스닥 상장폐지 대상 기업 수가 기존 예상 50개 내외에서 약 150개, 최대 220여개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스닥 상장사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개편안에 따르면 오는 7월 1일부터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은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1000원 이상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액면병합을 통한 형식적 회피를 막기 위해 병합 후 주가가 액면가 미만인 경우에도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시가총액 기준 상향 일정도 앞당긴다. 당초 시가총액 기준을 매년 상향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반기 단위로 조기화해 코스닥 상장사 기준 올해 7월 200억원, 내년 1월 300억원으로 강화한다.
  • ‘60조’ KB, 금융지주 첫 시총 돌파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KB금융지주가 국내 은행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시가총액 60조원을 넘겼다. 주가가 오르면서 그동안 억눌려 있던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배에 도달했다. PBR은 기업의 주가가 장부상 순자산 가치의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그동안 국내 금융주는 실적이 견조해도 시장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 자산 가치보다 주가가 낮게 형성되며 PBR 0.4~0.6배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KB금융이 보통주자본비율(CET1)과 연계한 밸류업 계획을 내놓고,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 강화를 분명히 한 점이 이런 인식 변화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등 성장주 중심의 장세와는 별개로, 금융주 역시 더 이상 단순한 저평가 종목이 아니라 기업 가치가 주가에 반영되는 대상으로 재평가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시장은 받아들이고 있다.
  • [데스크 시각] 지금의 1년과 5년 전 1년은 다르다

    [데스크 시각] 지금의 1년과 5년 전 1년은 다르다

    지난달 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반도체특별법은 1년 전 통과됐어야 했다. 그런데 연구개발(R&D) 직군의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넣을지 말지에 발목 잡혀 1년을 허비했다. 지난 1년은 5년 전, 10년 전 1년과는 차원이 다르다. ‘삐끗’하면 1년 뒤처지는 게 아니라 세대를 통째로 놓칠 수 있는데도 국회에서는 그런 위기감을 느낄 수 없었다. 그 1년은 막대한 자금과 정책적 지원을 무기로 무섭게 따라붙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조금이라도 벌릴 마지막 기회였을 수 있다. 그럼에도 입법 지연과 관련해 책임지는 이가 없다. 업계라도 이 기막힌 현실에 쓴소리를 해야 했다. 그러나 경제단체와 반도체 산업계는 기다렸다는 듯 환영 입장을 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측은 지난해 2월 국회 토론회에서 “시간을 기준으로 R&D를 하면 성과가 나기 쉽지 않다”고 주장했는데, 이번 입장문에서는 주 52시간 예외 조항이 빠진 데 대한 아쉬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반도체 산업의 혁신 성장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보내 준 국회와 정부에 감사드린다”는 입장문은 국회가 반성할 기회조차 차단해 버렸다. 세계는 기술 전쟁에 한창인데 ‘당내 싸움’에 매몰된 국회는 법안 처리가 뒷전이다 보니 참다못한 대통령이 국회의 입법 지연을 몇 차례나 문제 삼았다.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다른 나라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바로 뒤처지는 엄중한 현실”이라는 대통령의 지난 10일 국무회의 발언은 그간의 입법 관행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경고에 가까웠다. 기술이 외교·안보와 산업의 중심이 되는 기정학적 시대에 걸맞게 입법 우선순위도 재정렬이 필요하지만 여당은 검찰개혁, 사법개혁의 굴레에 갇혀 미래를 대비하는 입법에는 손도 못 대는 형국이다. AI의 일자리 침공으로 선망의 직업이었던 변호사·의사·회계사 등 전문직도 위협받고 있다. 신입 변호사·회계사 여러 명이 하던 일을 생성형 AI가 대체하면서 변호사·회계사 채용 수요가 줄고 있는 현상은 시작일 뿐이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리걸테크 정책 토론회’에서 최이선 한국인공지능진흥협회 변호사는 “잃어버린 시간은 자본으로도 살 수 없다”고 했다. 또 글로벌 리걸테크 시장은 이미 거대한 ‘시간의 복리’ 게임에 돌입했다고 했다. AI 성능이 더 좋아질수록 AI의 발전 속도가 가팔라져 한번 격차가 벌어지면 그걸 만회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당장 필요한 건 완벽한 법을 만들기 위한 공방이 아니라 혁신 기업들이 법적 불확실성 없이 달릴 수 있는 최소한의 트랙을 깔아 주는 ‘입법적 결단’이라는 게 최 변호사의 주장이다. 기업용 AI 서비스 ‘클로드 코워크’로 소프트웨어(SW) 기반 빅테크 기업들을 초긴장시킨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지난달 “AI가 가져올 노동시장 변화가 과거 기술에 비해 훨씬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2만 자 분량의 에세이를 블로그에 올린 아모데이는 “지난 2년 동안 AI 모델은 단 한 줄의 코드조차 제대로 작성하지 못하는 수준에서 거의 모든 코드를 작성하는 수준으로 발전했고, 머지않아 SW 엔지니어의 모든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어 전설적인 프로그래머들도 점점 더 자신을 ‘뒤처졌다’(behind)고 표현한다”는 게 아모데이의 전언이다. 이 엄청난 AI 발전 속도에 발맞추려면 국회에도 체질 변화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여당이 ‘압도적 입법 속도전’으로 화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노동시장 전반에 대한 개편부터 재교육, 사회안전망 구축에 이르기까지 선제적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기존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속도보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속도가 더 빠를 수 있게 입법적 뒷받침을 하는 것도 국회 몫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그냥 늦은 게 아니고 이미 끝난 거다. 김헌주 정치부 차장
  • [홍기빈의 미래완료] ‘뒤돌아보며’

    [홍기빈의 미래완료] ‘뒤돌아보며’

    영어의 완료 시제는 영어 문법에서 어려운 부분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인들이 애먹는 시제가 미래완료다. ‘두 개의 시점을 함께 품고 있는 시제’라는 완료 시제의 정의도 아리송한 판에 또 그 기준의 시점이 미래라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 영어 교사는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말 예문부터 들어 주는 것이 보통이다. “맥주 사러 거기까지 갔다 오면 치킨 다 먹고 끝났겠다.” 대충 이런 식으로. 지금 진행 중인 혹은 조만간 시작될 변화는 어떤 결과를 낳게 될 것이며,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보면 그 결과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상이 되어 있을 것이다. 집 전화에 붙들려 있었던 사람들이 1990년대에 들어서자 이동통신 출현이라는 변화를 겪게 되었다. 그 변화는 여러 희한한 형태의 기기들을 줄줄이 낳았고 2000년대 말 정도에 일단락되었다. 그 옛날 삐삐를 처음 쓰기 시작했던 사람들은 그로부터 20년도 안 되어 스마트폰이라는 경천동지의 물건이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겠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나 요람에서부터 스마트폰과 함께 자라난 이들은 삐삐 진동만 오면 급하게 공중전화로 달려가던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뒤돌아보면’ 엄청난 변화가 이미 벌어진 것이다. 미래완료라는 시제는 이렇게 진행 중인 혹은 진행이 시작될 변화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를 미래의 시점에서 돌이켜 보는 관점이다. 하나의 시간이 아니라, 먼 미래와 현재라는 (혹은 근미래) 두 개의 시점을 안에 품고서 이를 대조시킨다. 지금 보면 작은 흐름이지만 미래에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일, 지금은 잘 감지하지도 못하는 사건이지만 미래에는 결정적 전환점으로 인식될 거대한 변화의 씨앗, 그럼에도 이러한 변화들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인식 지연 등이 모두 이러한 시제 표현으로 담겨지게 된다. 미래에 대한 예측이나 의지 및 소망을 막연한 미래로 투사하는 미래 시제와 달리, 이는 변화의 흐름과 방향과 결과에 초점을 두는 표현이 된다. 이러한 미래완료 시제를 그대로 문학적 장치로 활용한 유명한 작품이 1888년에 미국에서 나온, 공상과학 미래 소설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드워드 벨러미의 ‘뒤돌아보며’(Looking Backward)이다. 2020년대를 시작으로 목이 부러질 정도의 속도로 진행되는 지금의 변화는 이런 미래완료의 시제로도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엔비디아에 이어 자본시장의 총아로 사랑받고 있는 팔란티어라는 기업은 그 놀라운 기업 성장의 내러티브와 잠재적 미래가치라는 측면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이 기업이 발명해 낸 새로운 시스템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래서 미래 세상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한마디로 30년 후에 ‘뒤돌아볼 때’ 어떤 사건으로 보일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494년 루카 파치올리가 복식부기의 원리를 집대성한 저서를 출간했을 때 그것이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문명의 태동을 알리는 대사건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동시대인은 없었을 것이며, 이는 20세기 초가 되어서야 좀바르트나 베버 등의 경제사가들에 의해서 밝혀진 바이다. 팔란티어 시스템은 업무·인력·자산을 분리된 항목이 아니라 상호연결된 존재로 재구성하는 ‘온톨로지’의 혁신을 통해 20세기를 풍미했던 테일러주의적 관료제에 근거한 현재의 기업 조직 체계를 통째로 날려버릴 가능성을 품고 있다. 100년 후의 사람들은 어쩌면 이를 ‘기업과 경영의 소멸’이 시작된 사건이라고 기억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는 이렇게 ‘뒤돌아보면’ 역사의 이정표가 될 대사건들이 정신없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선 어떤 현미경 혹은 망원경을 동원해야 할까. 우리는 변화를 현재진행형의 시제로 파악하는 데 익숙해 있다. 이미 시작되어 미래의 어느 시점에 끝날 변화의 한가운데서 그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관점이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태풍의 눈 한가운데로 들어간다고 해서 태풍의 진면목이 포착되는 것도 아니며 그 진행 경로와 피해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미래완료의 시점은 꼭 필요하다. 목적어가 아닌 주어가 되기 위해서라도.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 [단독] 국제학교 재학생 최대 25% 급감…  빨간불 켜진 ‘제주 영어교육도시’

    [단독] 국제학교 재학생 최대 25% 급감…  빨간불 켜진 ‘제주 영어교육도시’

    학령인구 감소·비인가 학교 확산1년 새 국제학교 4곳 482명 줄어“직항 확대 등 정주여건 개선해야” 제주 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들이 학생 수 급감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1년 사이 재학생이 10% 넘게 줄면서 ‘유학 대체 모델’로 불리던 영어교육도시의 지속가능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11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 4곳의 재학생은 2024년 4613명에서 2025년 4131명으로 10.4% 감소했다. 특히 브랭섬홀 아시아(BHA)는 1189명에서 886명으로 25.5% 급감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한국국제학교 제주(KIS)는 1060명에서 988명으로 6.8%, 노스런던컬리지에잇스쿨 제주(NLCS)는 1305명에서 1282명으로 1.8%,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 제주(SJA)는 1059명에서 975명으로 7.9% 줄었다. 교사 수 역시 NLCS 14.1%, BHA 15.9%, SJA 13.6% 감소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 10일 국제학교장 간담회를 직접 주재했다. 국제학교는 영어교육도시의 핵심 인프라다.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글로벌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의뢰한 분석에 따르면 국제학교는 연간 약 2958억원의 소득 창출과 2만 5540명 취업 유발 효과를 낸다. 2011년 이후 유학수지 개선 효과도 1조 4165억원에 달한다. 국제학교 개교 이후 서귀포시 대정읍 인구도 증가세로 전환됐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빠르게 식고 있다. 국제학교 측은 학령인구 감소와 전국 200여개 비인가 국제학교 확산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비인가 국제학교는 국내 학력은 인정되지 않지만 해외 대학 진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을 유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레어 리 BHA 총교장은 “비인가 학교의 운영으로 인가 학교에서 학생들이 빠져나가고 있다”며 도와 중앙정부에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국제학교 졸업생 학부모 A씨는 “학령인구 감소, 교육 선택 다양화, 해외 유학 회귀가 맞물린 결과”라며 “최근에는 해외 명문학교 진학을 위해 떠나거나 가족과 떨어지기 싫어 육지 학교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짚었다. 이런 흐름 속에 영어교육도시 다섯 번째 국제학교로 2028년 8월 개교 예정인 미국 풀턴 사이언스 아카데미 애서튼(FSAA)이 반등 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FSAA는 순수 민간자본으로 설립되는 첫 국제학교로 학생 1354명 규모다. 한 교육 전문가는 “재학생 상당수가 고소득층 자녀인 만큼 의료·여가시설과 제주~인천 직항 확대 등 정주여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부산, 입체 교통망 구축… 물류난·정체 풀어 동서 균형 발전

    부산, 입체 교통망 구축… 물류난·정체 풀어 동서 균형 발전

    만덕~센텀 대심도 터널 개통전 차종 통행 국내 첫 지하고속도로 42분 걸린 동서 부산 11분대에 연결남해·동해고속도로 잇는 최단거리간선도로 평균 속도 45% 증가할 듯착공·추진하는 도로 개설 사업가덕대교~송정IC, 신공항·신항 대비낙동강 교량 연결 땐 서부산 하나로반송터널, 중·동부산 최단거리 연결의성로~남해고속도 잇는 길도 건설 부산 교통망이 거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도심 지하를 관통하는 대심도 터널을 비롯해 각종 기반 시설이 들어서면서다. 부산은 산이 많고 바다를 낀 지형에다 6·25 전쟁 때 비계획적으로 형성된 도시인 탓에 정체가 일상이었지만 교통 지도가 입체적으로 재편되면서 시민 일상이 쾌적해지고 동·서 균형 발전으로 도시 경쟁력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시는 10일 0시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를 개통했다. 북구 만덕동과 해운대구 재송동을 잇는 총연장 9.62㎞의 도로는 부산 첫 대심도 터널인 동시에 전 차종이 이용할 수 있는 우리나라 첫 대심도다. 대심도는 지하 40m 이상 깊이에 건설된 지하도로를 말한다. 그간 만덕에서 센텀으로 가려면 만덕대로와 충렬대로를 거쳐야 했다. 이 구간은 부산에서 정체가 가장 심한 곳으로 도로 용량 대비 서비스 수준(LOS)이 6단계(A~F) 중 최하급인 E, F였다. 작은 장애에도 정체가 발생하거나 교통량이 용량을 초과해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는 뜻이다. 실제 출퇴근 시간 평균 시속은 10~20㎞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심도 개통으로 약 42분 걸리던 만덕~센텀 이동 시간이 11분 수준으로 30분 이상 단축된다. 시민 1명당 매일 왕복 1시간,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240시간의 출퇴근 스트레스를 줄이고 그만큼 삶의 질을 높이게 된 셈이다. 통행 시간 단축과 공회전 감소에 따른 운행비 절감, 대기오염 물질 배출 감소 등 사회적 비용 절감액도 연간 648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상 도로 교통량의 약 25%를 대심도가 흡수해 주요 간선도로의 평균 속도도 최대 4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덕~센텀 대심도는 부산 주요 중심지와 거점을 연결하는 내부 순환망의 마지막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동·서부산을 10분대로 연결해 단절됐던 생활권을 하나로 묶고 실질적인 균형 발전을 이끄는 기반으로 주목받는다. 또 남해고속도로와 동해고속도로를 잇는 최단 경로를 확보하게 돼 화물 운송 시간 단축과 물류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신공항·신항 물류·여객 효율 향상 기대 신공항 개항에 대비하는 기반인 ‘가덕대교~송정교차로(IC) 고가도로’ 건설 사업도 최근 기공식을 마치고 본격적인 공정에 들어갔다. 강서구 송정동 가덕대교와 송정IC를 직결하는 이 고가도로는 왕복 4차로, 총연장 2.72㎞ 규모로 조성된다. 신공항 개항과 부산항 신항 개발에 따라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교통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건설하는 도로다. 이 도로가 지나는 녹산국가산업단지 일대는 현재 상습 정체에 시달리고 있다. 2030년 고가도로가 완공되면 도로 입체화에 따른 용량 증대로 신공항과 신항을 오가는 물류·여객 효율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고가도로와 현재 추진 중인 대저·엄궁·장낙대교 등 낙동강 횡단 교량을 유기적으로 연계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낙동강이 갈랐던 서부산 권역이 하나로 합해져 명지, 에코델타시티 등 신도시 인구 유입이 촉진되고 물류 흐름도 원활해져 큰 생산 유발 효과를 낼 전망이다. 최근에는 제5차 대도시권 교통혼잡 도로 개선사업 계획(2026~2030년)에 시가 제출한 4개 사업이 반영돼 국비 2527억원을 확보하면서 간선축을 강화하고 도심과 외곽 간의 연계를 높이는 도로 건설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주목할 부분은 금정구 회동동과 해운대구 송정동을 잇는 반송 터널이다. 이 터널은 경제성 부족 등을 이유로 1~4차 대도시권 교통혼잡 도로 개선사업 계획에서 모두 탈락했지만 주변 개발에 따른 교통수요 증가 등을 강조한 덕에 이번에는 반영됐다. 터널이 개통되면 중·동부산이 최단 거리로 연결돼 지금처럼 해운대로, 반송로를 이용하는 것보다 통행 시간이 26~35분 단축된다. 이와 함께 남해고속도로 교통수요를 분산하고 북구 의성로의 혼잡을 줄이는 ‘의성로~남해고속도로 연결도로’도 계획에 반영됐다. 오시리아 관광단지의 차량 소통을 개선하는 ‘해운대로 지하차도 건설’도 포함됐다. ●가락 요금소-서부산IC 통행료 무료 추진 부산시는 최근 ‘유료도로 천국’이라는 오명도 조금씩 씻어내고 있다. 부산은 바다와 강을 끼고 산이 많은 지형 때문에 터널과 교량으로 도로를 이어 오면서 전국에서 유료 도로가 가장 많은 지역이 됐다. 예산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터널·교량 건설비용을 민간 자본으로 조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 가계와 기업 물류비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시는 순차적 무료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시는 서부산에 있는 을숙도대교와 산성터널의 출퇴근(오전 6~9시, 오후 5~8시) 시간 통행료(각 1400·1500원)를 지난해 11월부터 면제했다. 이 도로 주변은 대중교통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우회로를 이용하면 시간이 오래 걸려 시민들이 유료 도로를 타는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 오는 6월부터 남해고속도로 제2지선 가락 요금소에서 서부산교차로(IC) 구간 통행료도 지원된다. 이 구간은 부산의 주요 산업단지와 부산신항을 잇는 구간으로 고속도로 기능을 상실해 시내 도로와 다름없지만 통행료를 내야 해 시민과 녹산·화전·미음 산단 등 13개 산단 내 3000개 기업에는 적잖은 부담이 됐다. 이에 시는 지난해 9월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한국도로공사가 제공하는 출퇴근 시간 할인 외 금액을 시가 지원해 오전 6~9시, 오후 5~8시 통행료를 사실상 무료화했다. 시 관계자는 “대심도 개통 등 최근의 성과는 단순히 도로를 잇는 것을 넘어 지리적 단절을 극복하고 동서 균형발전을 이끄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제일건설 ‘부실’ 무궁화신탁 통째 인수 검토

    무궁화신탁 자회사 현대자산운용 인수를 추진해온 제일건설이 모회사인 무궁화신탁 자체 인수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8일 알려졌다. 무궁화신탁을 둘러싼 주식담보대출과 사모펀드, 공제조합 등이 얽힌 이른바 ‘무궁화신탁 사태’가 불거지면서 제일건설이 모회사 인수까지 검토 범위를 넓힌 것으로 파악된다. 무궁화신탁은 오너인 오창석 회장의 무자본 확장 과정에서 주식담보대출로 SK증권으로부터 약 1500억원을 조달했고, 이후 담보 가치 하락으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하자 사모펀드와 공제조합 자금을 동원해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후순위채를 발행하며 연명해왔다. 이후에도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붕괴하며 부실이 고착됐고, 손실 부담은 무궁화신탁 내부가 아니라 증권사와 사모펀드, 건설공제조합, 농협중앙회 등 외부 자금으로 순차 전가됐다. 당초 제일건설은 현대자산운용 인수에 무게를 두고 협의를 진행해왔고, 시장에서는 지난해 인수 성사가 유력하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현재까지 금융감독원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업계에서는 과징금과 일부 부실 사업장을 함께 안고 있는 제일건설이 신탁사와 자산운용사를 동시에 확보해 부동산 개발과 금융을 아우르는 사업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제일건설의 최근 실적 흐름을 감안하면 부담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제일건설 관계자는 “관련 사안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며 “현재 당사의 최우선 순위는 현대자산운용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원만히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 LG엔솔, 캐나다 ESS공장 단독 인수… K배터리 ‘中 배제’ 북미 시장 각축전

    LG엔솔, 캐나다 ESS공장 단독 인수… K배터리 ‘中 배제’ 북미 시장 각축전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북미 배터리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는 국면에서 사실상 중국 제품이 배제되자 이를 사업 확대 기회로 판단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ESS 배터리 생산 역량을 2배 가까이 확대해 60GWh 이상 갖출 계획으로 이중 북미 비중이 50GWh 이상 차지할 것이라고 8일 밝혔다. 올해 신규 수주 목표는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90GWh)를 넘기는 것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일 글로벌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캐나다에 합작법인으로 세운 ‘넥스트스타 에너지’를 단독 공장으로 인수했다. 스텔란티스가 보유한 지분 49%를 인수해 100% 자회사로 전환한 것이다. 넥스트스타 에너지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ESS용 배터리를 생산하기 시작한 공장으로, 이곳을 북미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번 인수로 북미에 3곳의 ESS 거점을 확보했다”며 “모두 기존 전기차(EV) 라인을 활용해 운영과 자본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도 ESS 시장 확대에 맞춰 제품 포트폴리오와 사업 기반을 넓히고 있다. 올해 미국 현지 ESS 생산을 추진 중이며 ESS 매출을 전년 대비 약 50%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비중국계 각형 ESS 제품군도 확대했다. SK온도 올해 ESS 수주 목표를 20GWh 이상으로 잡고 북미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 미국 플랫아이언과 1G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북미 시장에 진출했고 2030년까지 최대 6.2GWh 추가 협상권도 확보해 물량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요건을 충족하고 ESS를 양산할 수 있는 업체가 사실상 한국 기업뿐”이라며 “북미 지역이 ESS 시장 선점의 관건”이라고 했다.
  • [데스크 시각] 누구를 위한 행정통합인가

    [데스크 시각] 누구를 위한 행정통합인가

    이재명 정부가 통합특별시를 만드는 광역단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의사를 밝힌 후 전국 각 광역자치단체마다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대전·충남, 광주·전남에 이어 부산·경남, 대구·경북까지 가세해 오는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통합 지자체장 선출, 7월 1일 자 통합특별시 출범이 시간표로 정해진 수순이다. 정부는 통합 지자체에 4년간 최대 20조원 규모 재정 지원과 서울시 수준의 행정·재정적 특례 부여를 약속했다. 차관급 부단체장 수 확대, 인사 운영 자율성 강화, 2차 공공기관 이전 시 우선 배려 등 파격적인 권한 이양도 예고됐다. 하지만 불과 4개월을 남겨 놓은 시간표 앞에서 각 지역별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일부 지역 주도로 이뤄지는 통합에 대한 지역 소외론·속도전 우려, 주민 여론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데 따른 졸속 논란이 그것이다. 또 정치적 논리로 흐르는 통합 작업에 관한 반대론도 불거졌다. 행정통합을 하려면 먼저 법을 바꿔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광주·전남 및 대전·충남 통합 특별법을, 국민의힘은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을 각각 발의했다. 여야 공히 텃밭 지역에서 통합의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모양새다. 상황이 이렇자 행정통합에 가장 먼저 발 벗고 나섰던 국민의힘 소속 이장우 대전시장, 김태흠 충남지사는 “고도의 자치권과 예산 배당안은 외면당한 채 물리적 통합 위주로 진행되고 있고, 광주·전남 쪽에 비해서도 차별당하는 법안”이라며 태도를 바꿨다. 한편에서는 가뜩이나 지역 소멸 우려가 커진 마당에 지역 통합이 ‘강자 논리’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 청사 위치·지자체 명칭을 둘러싼 갈등, 자원 쏠림, 기초지자체 자치권 문제 등이 그렇다. 특히 ‘광역시’가 없어서 행정통합을 하지 못하는 전북·강원·제주 지역의 볼멘소리는 더 크다. 안동·예천 같은 경북 북부권 등 낙후 지역 소외, 세종시 등 기존 지역 역차별 우려도 제기된다. “행정통합으로 지역 내 대도시만 커지고 작은 지역은 더 쪼그라드는 것 아니냐”는 이들 지역의 공포감은 서울 같은 대도시 주민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과거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이 무산됐던 악몽이 있는 부산·경남도 경제·문화 인프라가 집중된 부산으로 인구·자본이 쏠리는 ‘부산 빨대’ 효과를 두려워한다. 창원, 김해 등 동부 경남권과 달리 서부 경남권에 속하는 진주, 사천은 지역 격차 가속화를 저어하는 분위기다. 특별법안에 지역 민원 조항을 끼워 넣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민주당의 광주·전남 통합 특별법은 미국 연방정부 수준 자치를 위해 370개나 되는 특별예외조항을 집어넣었다. 이렇게 되면 개발 계획을 세울 때 환경 규제를 사실상 마음대로 피해 갈 수도 있게 된다. 예산 문제 역시 산 넘어 산이다. 통합 지자체들은 국고보조금과 교부세를 단순히 합치는 것을 넘어 통합에 따른 인센티브, 포괄적인 예산 집행권을 요구하고 있다. 부가세·소득세 등 국세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하는 특례도 포함된다. 또 부산·경남 등 일부 지자체는 “정부의 4년 한시적 지원안이 미흡하다”며 영구적인 지방세 재배분, 완전한 자치권까지 요구한다. 근본적으로는 행정통합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구 유입이 과연 기대한 대로 이뤄질지, 교육 자치 침해 등 부작용은 어떻게 해결할지 등도 문제다. 결국 행정통합이 주민들이 원하며 만족할 수준으로 완성되려면 6월 지방선거 전 윤곽 완성, 7월 통합특별시 출범 같은 데드라인에 꿰맞출 일이 아니다. 입법 골든타임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지방 소멸 해결책’으로 나온 행정통합이라면 균형 발전 대책을 더 고심하고 주민 의견을 한마디라도 더 듣는 게 순리다. 정부 치적 쌓기용이 아니라면 과연 누구를 위한 행정통합인지 중앙·지역 정치권 모두 대전제의 질문부터 곱씹어 봐야 하겠다. 이재연 전국부 차장
  • [모종린의 문화로 읽는 AI시대] ‘AI 도시’ 샌프란시스코, 어떤 삶이 만들어지고 있나

    [모종린의 문화로 읽는 AI시대] ‘AI 도시’ 샌프란시스코, 어떤 삶이 만들어지고 있나

    도시로 온 테크 라이프스타일테크기업, 자기기술 적용 도시로 이동일·삶 도시 전체로 확장… 동네가 일터재택근무 강화, AI가 핵심도구로 작용도심 생활→동네 중심의 삶으로 이동테크 라이프스타일의 그림자창업자 중심의 강력한 통제 정당화일·삶 경계 허무는 극단적 노동 전환테크 종사자 동네 임대료·집값 급등구도심은 공실 늘고 우범지대 전락현재 테크산업·바람직한 미래반정부·반권위 표방하던 테크 문화국가권력과 결합, 배타적으로 변모개인 자유 중심 기술 사회 실현 과정우리가 지지·선택하는 삶의 방식 중요 인공지능 도시란 무엇인가? 흔히 두 가지 답이 제시된다. 첫째, AI 산업이 집중된 도시. 둘째, AI 기술로 교통·에너지·치안을 관리하는 스마트 시티. 이 기준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명백한 AI 도시다. 세계 AI 산업을 선도하고, 거리를 달리는 웨이모 자율주행 택시가 기술 적용의 선진성을 증명한다. 그러나 AI 도시를 이렇게 정의하는 것은 본질을 놓친다. 증기기관이 도시를 바꾼 핵심은 공장이 아니라 노동과 주거의 분리였고, 자동차가 도시를 재편한 이유는 도로 기술이 아니라 교외 도시의 탄생 때문이었다. 기술이 도시를 바꾸는 것은 산업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만들어 내는 삶의 질 때문이다. 따라서 AI 도시를 이해하는 핵심 질문은 AI가 어떤 산업과 시스템을 만드는가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사는 도시를 만들어 내고 있는가다. 샌프란시스코는 이 질문에 가장 먼저 답을 보여 주는 도시다. 이 도시는 AI 이전부터 테크 라이프스타일의 실험장이었고 지금도 AI 시대의 현재형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테크’는 도시를 선택의 공간으로 바꿔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산업 분류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테크는 더 이상 기업 이름이나 산업 섹터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람들이 어디서 일하고, 어떻게 이동하며, 무엇을 소유하지 않기로 선택하는지로 드러난다. 20세기 자본주의의 표준적 삶의 모델은 은행가였다. 금융을 중심으로 한 이 삶은 도심 오피스, 정장, 출퇴근, 자동차 소유, 안정된 경력 경로를 전제로 했다. 도시는 이 삶의 방식을 지원하기 위해 중심업무지구(CBD)를 중심으로 조직됐고 질서와 위계는 도시의 미덕이었다. 테크 엘리트는 이 모델을 전복하기보다 다른 규칙을 제안했다. 위험을 관리하는 금융과 달리 테크는 불확실성을 실험하는 산업이었다. 그 결과 테크 라이프스타일의 핵심은 소유보다 접근, 안정성보다 유연성, 위계보다 자율성이 됐다. 은행가 라이프스타일이 도시를 ‘관리의 공간’으로 만들었다면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도시를 ‘선택의 공간’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초기의 하이테크 산업은 도시적이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까지 테크 산업의 중심은 실리콘밸리의 교외 캠퍼스였다. 자동차 이동, 넓은 대지, 사내에서 완결되는 일과 놀이. 이 시기의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여전히 교외형이었다. 전환점은 2010년대 초반이다. 개인과 개인, 소비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부상과 함께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들은 자신의 기술이 적용되는 도시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기업의 이전은 곧 삶의 방식의 이전이었다. 일과 삶은 회사 안이 아니라 도시 전체로 확장됐고 카페와 공원, 코워킹 스페이스와 동네가 새로운 일터가 됐다. 이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 장면이 2012년 마크 저커버그의 샌프란시스코 이주다. 그는 돌로레스 하이츠 지역에 주택을 구입하며 도시 생활을 시작했다. 테크 엘리트의 삶의 무대가 폐쇄된 교외 캠퍼스가 아니라 도시의 공공 공간과 동네로 이동했음을 보여 주는 사건이었다. 이후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더욱 강한 도시적 특성을 띠기 시작했다. 공유경제의 확산과 함께 자동차 소유를 거부하고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고 이동의 자유보다 이동하지 않을 자유, 즉 동네 안에서 삶이 완결되는 구조가 중요해졌다. ●재택근무·디지털 노마드, 동네로 회귀 이러한 동네 중심 삶의 방식은 2020년 이후 재택근무의 구조화로 더욱 강화됐다. 팬데믹은 원격근무를 일시적 대안이 아니라 기본값으로 만들었고, AI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도구로 작동했다. 중요한 변화는 단순히 ‘집에서 일한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도심 오피스로의 출퇴근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직장 위치가 아니라 살고 싶은 동네를 기준으로 거주지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 일하던 테크 노동자들은 미션 디스트릭트, 헤이즈밸리는 물론 오클랜드, 버클리, 심지어 샌타크루즈 같은 교외 소도시로 분산됐다. 이는 교외화가 아니라 동네의 재발견이었다. 디지털 노마드의 확산 역시 유사한 효과를 가져왔다. 디지털 노마드는 특정 회사나 도시에 고정되지 않은 채 일하는 삶의 방식이다. AI 도구의 발전은 개인이 혼자서도 고부가가치 노동을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고 이는 디지털 노마드를 소수의 예외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가능한 삶의 형태로 전환시켰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반드시 ‘떠도는 삶’만을 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많은 이들은 몇 달은 다른 도시나 국가에서, 몇 달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생활하며 이동과 정착을 반복한다. 그리고 이들이 돌아오는 곳은 도심 오피스가 아니라 동네다. 카페에서 일하고, 공원을 산책하며, 동네 식당에서 식사하는 일상. 디지털 노마드에게 중요한 것은 이동의 자유가 아니라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질 높은 동네의 존재였다. 재택근무든 디지털 노마드든, AI 시대의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한다. 도심 오피스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 동네 중심의 삶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플랫폼과 AI 산업이 샌프란시스코의 준공업 지역 SoMa(South of Market)에 집중되면서 미션 디스트릭트, 헤이즈밸리 같은 주거 지역이 새로운 테크 라이프스타일의 거점으로 부상한 것도, 벌링게임, 산마테오 같은 소도시들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과거 실리콘밸리의 고립된 캠퍼스가 아니라 일·여가·주거가 근거리에 모인 완결된 동네를 추구한다. ●권위주의 탓 테크 라이프스타일 변질 그러나 AI 시대 삶의 방식에는 어두운 이면이 존재한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회자되는 ‘파운더 모드’(Founder Mode)는 창업자 중심의 강력한 통제를 정당화한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후 대량 해고와 극단적 업무 강도가 보여 주듯 자율과 유연성을 표방하던 테크 문화는 권위주의적 기업 운영으로 선회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곳곳의 해커 하우스(Hacker House)는 이를 공간적으로 드러낸다. 좁은 방에 2층 침대를 넣고 장시간 노동에 몰두하는 이 공간에서,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은 일과 삶의 경계를 허무는 극단적 노동으로 전환된다. 이러한 변화는 테크 엘리트들의 주거 방식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뉴욕타임스는 2024년 8월 메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팰로앨토의 부유층 주거지 크레센트파크에서 지난 14년간 약 1억 1000만 달러를 들여 인근 주택 11채를 매입해 대규모 사유지 단지를 조성한 과정을 상세히 보도했다. 끊임없는 공사 소음, 교통 차단, 감시 카메라 설치, 주차 공간 잠식은 이웃 주민들의 일상을 침해했고 일부 주택을 사립학교로 전환하면서 공공 공간의 사유화 논란이 불거졌다. 주민들은 시 정부가 저커버그에게 특혜를 주었다고 비판했지만, 긴 공사와 강력한 보안은 계속되고 있다. 2012년 저커버그가 샌프란시스코 돌로레스 하이츠 주택 구매 시 보여 주었던 개방성과는 반대로 팰로앨토에서는 배타적 요새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테크 붐이 샌프란시스코 양극화 유발 동시에 테크 붐은 샌프란시스코의 도시 구조 자체를 양극화시켰다. 테크 종사자들이 선호하는 미션디스트릭트, SoMa, 헤이즈밸리의 임대료와 주택 가격은 급등했다. 반면 과거 도심의 중심이었던 유니언스퀘어와 마켓스트리트는 재택근무 확산으로 오피스 공실률이 치솟으며 우범지대로 전락했다. AI와 테크 라이프스타일이 만들어 낸 도시는 고소득 테크 노동자를 위한 창조적 동네와 그들이 떠난 후 방치된 구도심으로 분리되고 있다. 선택의 자유를 강조하는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그 선택에서 배제된 이들에게는 배제의 논리로 작동한다. 이 모든 변화의 배경에는 테크 산업과 국가 권력의 결합이 있다. AI, 반도체, 우주, 국방 기술이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팔란티어, 앤듀릴 같은 국방 기술 기업이 실리콘밸리 중심부로 들어왔다. 반정부·반권위를 표방하던 테크 문화는 이제 안보와 통제의 언어를 적극 수용한다. 군산복합체는 플랫폼 기업과 AI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개방을 상징하던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배타성과 차단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미래는 기술 아닌 우리의 선택에 달려 AI 도시를 산업 집적지나 스마트 시티 기술로만 정의한다면,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친다. 도시를 바꾸는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만들어 내는 삶의 질이다. 샌프란시스코가 AI 도시로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오픈AI나 앤스로픽 본사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AI 기술이 실제로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 사는 곳, 이동 패턴, 소유 태도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가 보여 주는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모순적이다. 권위주의적 기업 문화, 극단적 노동, 요새화된 주거, 양극화된 도시가 한 측면이라면 동네 중심의 삶, 소유가 아닌 접근, 이동의 자유는 다른 측면이다. 후자는 1970년대 이후 실리콘밸리가 추구해 온 개인 자유 중심 기술 사회가 도시에서 실현되는 과정이다. 히피 운동과 해커 윤리에서 출발한 테크 문화의 본질-위계보다 자율성, 소유보다 접근, 통제보다 선택-은 AI를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열릴 가능성을 보여 준다. 중요한 것은 이 가능성이 아직 닫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두 방향의 테크 라이프스타일이 경합하는 도시다. 결국 AI 도시의 미래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지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KB금융 5.8조, 신한금융 4.9조… 작년 순이익 사상 최대

    KB금융 5.8조, 신한금융 4.9조… 작년 순이익 사상 최대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지난해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각각 6조원, 5조원 클럽 고지에 바짝 다가섰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와 금리 인하 영향으로 이자이익 성장세가 둔화한 가운데, 비이자이익 확대와 비은행 자회사 실적 회복이 실적을 지탱했다. 5일 각 사 공시에 따르면 KB금융의 2025년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5조 84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1% 증가했다. 신한금융도 같은 기간 4조 971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보다 11.7% 늘었다. 연간 순이익 기준으로는 KB금융이 신한금융을 8714억원 앞서며 2년 연속 ‘리딩금융’ 자리를 지켰다. 이자이익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두 지주 모두 비이자이익 확대에 실적 개선의 무게를 실었다. KB금융의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4조 8721억원으로 전년 대비 16.0% 늘었다. 증권 수탁수수료 확대와 자본시장 관련 운용 수익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신한금융의 비이자이익도 3조 7442억원으로 14.4% 증가했다. 수수료 이익과 유가증권 관련 이익, 보험이익이 고르게 늘며 지주 실적을 뒷받침했다. 은행 부문 실적은 큰 폭의 확대보다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3조 86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8% 증가했지만, 이자이익 증가 폭은 제한됐다. 신한은행의 경우 순이익이 3조 7748억원으로 2.1% 늘며 은행 부문 실적을 방어했다. 반면 비은행 부문에서는 KB증권 순이익이 6739억원으로 전년 대비 15.1% 증가했고, 신한금융은 신한투자증권 순이익이 3816억원으로 1년 새 113.0% 늘었다. 신한자산신탁도 19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두 지주 모두 사상 최대 실적에 맞춰 주주환원 규모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KB금융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연간 주주환원 계획 가운데 결산 현금배당 5755억원과 올해 자사주 매입·소각 6000억원을 의결했다. 신한금융도 같은 날 이사회를 통해 결산 현금배당 4177억원과 올해 추가 자사주 취득 5000억원의 주주환원 계획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연간 기준 총주주환원율은 KB금융 52.4%, 신한금융 50.2%로 각각 집계됐다.
  • ‘제미나이 효과’

    ‘제미나이 효과’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부문의 가파른 성장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연간 매출 4000억 달러(약 586조원) 고지를 넘어섰다. 알파벳은 4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1138억 3000만 달러(약 166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클라우드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48% 폭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순다르 피차이 CEO는 “제미나이 3 모델이 주요 이정표가 됐다”며 “AI가 검색과 클라우드 전반에 강력한 추진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파벳은 올해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본지출(CAPEX)을 전년 대비 약 2배 수준인 최대 1850억 달러(약 269조 원)까지 공격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반면, 알파벳의 호실적에도 AI가 기존 산업을 잠식할 것이라는 증시의 공포는 이어졌다. AI 업체 앤트로픽이 AI 도구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를 선보인 이후 월가에서는 AI가 기존 소프트웨어(SW)를 대체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며 연이틀 하락세를 보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전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I 컨퍼런스에서 “SW 산업의 도구가 쇠퇴하고 AI로 대체될 것이라는 이유로 많은 SW 기업 주가가 큰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이는 세상에서 가장 비논리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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