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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리카의 세브란스’ MCM 세우고 의대까지… “무조건 퍼주기? 희생을 나누어서 가능했어요”[월요인터뷰]

    ‘아프리카의 세브란스’ MCM 세우고 의대까지… “무조건 퍼주기? 희생을 나누어서 가능했어요”[월요인터뷰]

    ‘아프리카 최고 수준’ 명성기독병원 “무조건 퍼주는 게 능사 아니야”지속 가능한 의료 서비스 구축6·25 참전용사·극빈자는 무료첫 비영리 민영교도소 ‘소망교도소’DJ 부탁 계기로 설립 산파 역할1000명 교인·전문가 수감자 교육“범죄자 변화, 기독교 접근 효과 입증”‘홀사모’ 울타리 되고 위기의 교민 지원목사 남편과 사별한 사모들 챙겨작년 미사일 쏟아지던 예루살렘서교회 네트워크 활용 교민 탈출 도와종교의 역할에 대하여“서로 공통분모 찾는 여유 필요양극화 해결 위한 첫걸음 될 것”출산 장려·미혼모 지원 활동도우리는 평생 달의 한 면만 보고 산다. 다른 면이 없는 건 아니다.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이면의 모습까지 합쳐져야 달은 비로소 온전한 모습이 된다. 이제부터 전하려는 ‘사람 김삼환’ 이야기도 비슷하다. 우린 오랜 시간 동안 ‘목사 김삼환’만 봐왔다. 그 이면에 드러나지 않은 사람의 모습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건 최근 출간된 ‘작은 파도가 물결이 되어’(은파기념사업회 지음, 현암사)란 책이다. 김삼환(81) 명성교회 원로목사의 아호 은파(恩波·은혜의 파도)를 모티프로 삼은 일종의 평전이다. 책이 전한 문자의 향기도 인상적이었지만,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어렵게 인터뷰가 성사됐고, 그의 입을 통해 지난한 삶을 건너온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는 국내 최대 교회 중 하나다. 교인이 10만명에 가깝다. 한국 최대라는 건 곧 세계적으로도 그렇다는 것과 의미가 같다. 1980년 설립된 명성교회가 채 50년도 되기 전에 초대형 교회로 성장한 배경엔 김 목사가 있다. 그는 현재 담임목사가 아닌 원로목사로서 2선에 물러나 있지만,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하순 명성교회에서 진행됐다. ●일어설 힘을 주는 ‘참도움’ “무조건 퍼주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당장 필요하다고 돈을 주는 것보다 일어설 힘을 주고 방책을 알려주는 게 ‘참도움’이지요.” 명성교회가 2004년 에티오피아에 설립한 명성기독병원(MCM)은 단순한 자선 병원이 아니다. 140년 전 선교사들이 한국에 와 의료와 교육의 씨앗을 뿌렸듯, 그 은혜를 에티오피아에 돌려주겠다는 뜻에서 출발했다. 6·25전쟁 당시 군인 6000명을 보내 대한민국을 위해 싸워준 에티오피아에 대한 보은의 마음도 담았다. MCM은 처음부터 영리 병원으로 운영됐다. 극빈자와 6·25 참전용사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진료비를 받았다. 이 결정이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중국을 비롯해 막강한 자본을 앞세운 서구의 비정부기구(NGO)들이 앞다퉈 에티오피아에 병원을 세웠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구 의료진은 자원봉사 형태로 근무하다 떠나갔고, 그들이 세운 병원은 모두 문을 닫았다. 의연하게 남은 건 MCM 하나였다. 김 목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140여년 전 미국 선교사 호러스 알렌이 우리나라에 광혜원(현 세브란스 병원)을 설립해 사람들을 치료하고 의료진을 양성한 것처럼, 단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병을 고쳐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에티오피아에 지속 가능한 병원을 세우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습니다.” 그 목표는 어느 정도 이뤄졌다. ‘아프리카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MCM의 현주소다. ●명성의과대학(MMC) 설립 김 목사의 또 다른 목표는 의과대학 설립이었다. 에티오피아에 의대가 없던 건 아니었다. 졸업한 뒤 의료 인력 대부분이 더 나은 환경을 찾아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게 문제였다. 이 고질적인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12년 명성의과대학(MMC)이 첫발을 뗐다. “아프리카 최고의 병원이 있고, 최고의 의대가 있으니 이제 고급 의료 인력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일만은 막을 수 있게 됐어요.” 2018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 MMC는 현재 연세대·한양대 등 국내 대학병원과 협업 시스템을 구축해 의료 인재를 꾸준히 길러내고 있다. 김 목사는 MCM과 MMC를 에티오피아인들 손에 완전히 넘길 시점을 “2040년”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돈을 줄 수는 있어요. 하지만 희생을 나누지는 못해요. 명성교회가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건 예전 우리나라를 일으킨 선교사들처럼 희생을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 경기 여주시에 자리 잡은 소망교도소는 한국 최초의 비영리 민영교도소다. 재단법인 아가페가 2010년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김 목사가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탁을 받은 게 계기가 되어 산파역을 담당했다. 소망교도소는 일반 교도소와 달리 1000명 이상의 교인과 전문가들이 참여해 수감자 각자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 김 목사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제도 확대를 촉구한다. “범죄자들을 변화시키는 데 기독교적 접근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게 입증됐어요. 민영교도소 확대, 민영 여성 교도소 신설 등을 국가와 사회가 좀 더 전향적으로 검토할 때입니다. 하나님 나라에는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있어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통일교·신천지, 교회와 한자리 안 돼”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지혜가 필요할까. 이 질문에 김 목사는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성경 말씀과 기독교의 본질을 넘지 않는 한 교회가 과격해지는 건 삼가야 합니다. 부부간에도 다툼이 있지 않습니까. 서로 공통분모를 찾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함부로 서로에게 돌을 던지지도 말아야지요. 특히 목회자들은 종교 지도자의 언어로 다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종교 집단을 둘러싼 수사 논란과 관련해서는 단호했다. 말은 짧았지만 무게는 묵직했다. “통일교와 신천지는 교회가 아닙니다. 이들과 교회를 한자리에 세워선 안 됩니다.” ●홀로 남겨진 사모들을 위한 울타리 “하나님 나라에 낙오자가 없어야 한다”는 신념은 은파장학회와 복지재단으로도 이어졌다. 그가 주목한 또 다른 사각지대가 있었다. 바로 목사로 일하던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아내, 이른바 ‘홀사모’들이다. ‘사모’는 겉으로는 모두 잘 먹고 잘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남편이 세상을 뜨는 순간 상황은 급변한다. 살던 사택을 비워야 하고, 홀로 생계를 꾸려야 한다. 평생 목회자의 아내로만 살아온 탓에 세상 물정에 어두울 수밖에 없다. 홀사모들은 이제 서로서로 울타리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한 홀사모는 말했다. “눈물 달고 살 때,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옆집에 가면 얘기가 다 되는 거예요. 이 자체가 울타리인데, 이게 진짜 귀한 곳이구나 싶었습니다.” ●미사일이 날아드는 예루살렘에서 책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교전이 벌어졌다. 이란의 미사일이 예루살렘 하늘로 날아들었다. 아이언 돔(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이 예루살렘 상공을 방어하고 있다지만, 미사일 하나라도 뚫리면 생지옥이 펼쳐진다. 당시 김 목사도 그 자리에 있었다. “한국전쟁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긴박한 상황”이었다. 돈 좀 있다는 이들은 수억원짜리 개인 전세기로 가족 몇 명만 챙겨 탈출했다. 김 목사는 달랐다. 현지 교회 네트워크를 활용해 버스를 수배한 뒤 한국 교민들과 함께 예루살렘을 빠져나왔다. 탄도미사일과 요격미사일이 굉음을 내며 맞부딪치는 그 순간에도 그의 시선은 자신이 아닌 곁에 있는 이들을 향해 있었다. 국내에는 ‘교민들이 무사히 대피했다’는 결과만 전해졌을 뿐, 그 과정에서 누가 무엇을 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달의 이면이 살짝 드러난 셈이다. ●고난을 ‘삶의 나침반’으로 김 목사는 사실 무너질 이유가 누구보다 많은 사람이다. 태어나기도 전에 두 누이를 잃었고, 폐병으로 죽음 바로 앞까지 갔다 왔다. 곡괭이에 눈을 찔려 안구가 탈구되는 고통을 겪기도 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첫 아이를 먼저 보내는 참척(慘慽)의 아픔이야 더 말할 게 없다. 하지만 고통은 그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오히려 낮은 곳을 향해 걸어가게 만드는 나침반이 됐다. “병에 걸렸다고 인생을 놓아버릴 수는 없지요. 하나님이 주신 목숨이니 하나님 뜻대로 하실 거라 믿고, 그저 할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최선인 거지요.” 그의 삶은 낮은 곳을 본능적으로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용산참사, 근로정신대 등 사회·정치적 비탄의 자리에 그는 언제나 함께했다. 꼬박 20년 간 남모르게 이어온 출산 장려 지원, 수백명의 미혼모에게 출산 비용과 산후조리 비용을 대주는 일도 이제야 조금씩 알려졌다. 인터뷰는 끝났다. 끝내 묻지 못한 게 있다. 그의 사랑 이야기다. 책에도 ‘아내’의 이야기는 나오지만, ‘목사님 사모’로서의 이야기가 전부다. 둘만의 이야기는 언젠가 ‘아내’의 입을 통해 듣기로 한다. 달의 이면은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다.
  • 수수료만 16조 떼돈… 증권사 순익 40% 뛰었다

    수수료만 16조 떼돈… 증권사 순익 40% 뛰었다

    증시 호황으로 지난해 증권사들이 수수료로만 16조원이 넘는 수익을 거둬들였다. 이에 힘입어 당기순이익도 1년 새 40% 가까이 뛰며 역대 최대 수치를 갈아치웠다. 다만 ‘장사를 잘해서’라기보다 거래 급증에 기대 돈을 번 측면이 컸다. 2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증권·선물회사 잠정 영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61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9조 6455억원으로 전년보다 38.9% 급증했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업계 최초로 한국투자증권이 순이익 2조원을 넘기는 등 개별 증권사들도 줄줄이 기록을 갈아치웠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10%로 올라 ‘두 자릿수 수익률’을 회복했다. 특히 수수료 수익 증가가 호실적을 이끌었다. 지난해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은 16조 6159억원으로 2024년(12조 9517억원)보다 28.3% 증가했다. ‘동학개미운동’이 일었던 2021년(16조 8049억원) 이후 4년 만에 다시 16조원대로 올라섰다. 투자자들로부터 매매 주문 대가로 받는 수탁 수수료는 8조 6021억원을 기록해 1년 사이 37.3% 늘었다. 이 기간 유가증권·코스닥 시장 거래대금이 4669조원에서 6348조 2000억원으로 1679조 2000억원 증가하면서다. 해외주식 결제금액도 5301억달러(약 797조 9600억원)에서 24.3% 증가했다. 보통 증권사들이 매기는 국내·해외주식 거래 수수료는 회사에 따라 0.1~0.2%대 수준으로, 거래대금이 급증하며 수수료 이익도 늘어난 것이다. 기업금융(IB)부문 수수료는 지난해 4조 864억원으로 인수·주선 및 채무보증 수수료 증가 등으로 전년보다 9.2% 증가했다. 자산관리부문 수수료는 1조 6333억원으로 펀드판매·투자일임 수수료 증가 등에 따라 전년 대비 26.4% 늘었다. 지난해 증권사 자산총액은 943조 9000억원으로 전년 말대비 25.0% 증가했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순자본비율은 평균 915.1%로 전년 말(801.2%) 대비 113.9% 포인트 상승했다. 겉으로 보면 ‘체력’은 좋아졌다. 하지만 레버리지비율이 693.7%까지 올라간 점은 눈에 띈다. 자산 확대 과정에서 빚을 활용한 투자도 함께 늘었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중동 전쟁으로 주가가 급등락하고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며 “증권사의 손실 흡수 능력과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자산보다 빚이 더 많은 고위험 가구 46만… 35%가 2030

    자산보다 빚이 더 많은 고위험 가구 46만… 35%가 2030

    사회초년생 직장인 이모(27)씨는 최근까지 국내 증시가 급등하자 ‘나만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신용대출로 주식을 샀다. 하지만 중동 전쟁 이후 주가가 흔들리면서 빚을 안고 투자에 나선 선택이 오히려 더 큰 위험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주택 구입과 주식 투자를 위해 빚을 지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26일 공개한 ‘금융안정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고위험가구 45만 9000가구 중 20∼30대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34.9%로 집계됐다. 이 비율은 2020년(22.6%)보다 12.3% 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청년층의 금융부채 규모도 2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치솟는 집값과 주가 상승에 ‘지금 아니면 늦는다’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소득이 부족한 청년층까지 대출을 끌어 투자에 뛰어든 결과다. 한은은 “부채 상환 부담이 크게 확대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환율·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한은은 취약차주 연체율 상승과 고위험가구 증가가 맞물릴 경우 금융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2월말 중동 사태 발발 이후 달러화 강세로 주요국들보다 크게 올랐다. 중동사태가 터지기 직전 영업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9영업일 뒤 한국의 환율 상승률은 4.1%에 달했다. 영국(1%), 유럽연합(2.6%), 일본(2.1%), 중국(0.3%), 말레이시아(0.9%), 대만(2%), 브라질(2.4%) 등과 비교해도 상승 폭이 컸다. 주가 하락폭도 주요국보다 높았다. 한국의 주가는 같은 기간 12.1% 하락했지만 미국, 영국, 독일, 일본은 각각 3%, 5.2%, 0.8%, 7.5%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이는 구조조정 진행 중인 석유화학 업종의 중동지역 원유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70.7%에 달하며, 이 중 99%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특히 지난 4일엔 주가변동성지수(V-KOSPI)가 치솟아 역대 최고치(80.37)를 기록한 바 있다. 한은은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하면 국내 실물경제에 연쇄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특히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은 부동산 경기 둔화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까지 겹치면서 자본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다. 이는 위험자산인 대출·채권 등이 늘어나거나 자본이 줄어드는 상황을 뜻한다. 중동 전쟁이 길어지면 기업들이 회사채를 갚지 못하는 위험이 커질 수도 있다. 이수형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중동 리스크 장기화로 물가 상승 압력과 성장 둔화 위험이 동시에 커지는 복합 위기 상황”이라며 “충격이 금융시스템으로 번지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신한 진옥동·BNK 빈대인 ‘2기 체제’ 닻 올렸다

    신한 진옥동·BNK 빈대인 ‘2기 체제’ 닻 올렸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을 확정하며 2기 체제를 공식화했다. 신한금융은 26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진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진 회장은 2029년 3월까지 3년간 그룹을 이끌게 된다. 진 회장은 88.0%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국민연금이 라임펀드 사태(부실 펀드 환매중단 사고) 당시 책임 이력을 이유로 진 회장 선임을 반대했지만 주주들은 최근 3년간 실적 개선과 조직 안정, 내부통제 강화 성과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4조 97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율도 5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자본준비금 약 9조 9000억원을 감액해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는 안건도 의결되면서 향후 비과세 배당 재원도 확보했다. 이사회는 기존 사외이사 4명을 재선임하고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등 개편을 마쳤으며, 상법 개정 흐름에 맞춰 ‘독립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진 회장 2기 경영의 핵심 과제는 비은행 부문 강화다. 현재 비은행 이익 비중은 29.3% 수준으로 과거 40%대를 밑돌고 있어 수익 구조 다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KB금융과의 순이익 격차는 8700억원까지 벌어졌고 시가총액 차이도 12조원 이상 확대되며 리딩금융 경쟁 압박이 커지고 있다. 같은 날 부산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빈대인 BNK금융 회장도 금융당국의 ‘참호구축’ 지적에도 주주들의 지지를 받으며 연임에 성공했다. 빈 회장은 2029년 3월까지 임기를 이어가며 2기 경영을 본격화한다. BNK는 사외이사 7명 중 4명을 주주 추천 인사로 선임하며 이사회 구조를 바꾸는 동시에 주주 의견 반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재편했다.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별도로 진행 중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일정 부분 정기화된 상태이고, 정부 차원의 추가 점검과 입법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르면 4월 중 방향이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열린세상] 자본시장법 19년, 성찰과 과제

    [열린세상] 자본시장법 19년, 성찰과 과제

    2003년 일부 법학자들이 우리나라의 금융법 제도를 영국처럼 통합법 체계로 바꾸자는 주장을 한 적이 있다. 은행법, 보험업법, 구 증권거래법을 수평적으로 통합하자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기관별 고유한 규제 철학 및 업종 간 이질성이 뚜렷하므로 법률 통합에 따른 혼란이 우려돼 위 논의는 중단되었다. 이에 2005년 정부는 자본시장에 국한된 통합법 제정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민관 전문가들의 참여로 발족한 제1기 자본시장통합법 태스크포스(TF)는 ‘자본시장 혁신과 금융기관의 경쟁력 강화’를 기치로 내걸고 금융투자상품 개념의 포괄주의화, 업무 겸업 확대, 동일 기능·동일 규제, 투자자 보호 선진화라는 4대 원칙을 수립했다. 과거 증권거래법 체제는 상품을 엄격히 열거해 규제했기에 시장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려웠다. 자본시장법은 이를 포괄주의로 전환함으로써 법률 개정 없이도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을 제때 공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모든 금융투자업자 간 겸영을 허용함으로써 업무 범위를 대폭 확대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유사 기능에 대해 동일한 규제를 적용함으로써 규제의 차별성을 철폐하고자 했다. 혁신과 수반해 투자자 보호 체제를 선진화해야 한다는 필자의 주장이 관철돼 설명 의무, 적합 투자 권유, 부당 권유 금지 등 관련 내용들도 정비되었다. 2007년 자본시장법이 제정된 후 19년이 흘렀다. 그사이 모든 금융투자업자들의 업무 범위는 분명히 확대되었다. 다만 국내 자본시장에서 혁신과 규제 완화가 충분히 이루어지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금융투자업자가 양성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남는다. 우선 금융투자상품의 포괄주의화는 투자자들의 투자 편의를 증진시켜 새로운 투자상품에 대한 투자 기회를 확대하자는 취지였으나, 현실에서는 불공정 행위 규제 여부에만 논의가 매몰되었다. 불공정 행위 척결은 당연한 과제이나, 포괄주의의 도입 취지와 달리 규제 강화에만 편중된 논의 구조는 정작 혁신적인 금융투자상품 도입을 지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향후 시행될 토큰증권(STO)법이 이러한 정체를 해소할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기능별 규제 원칙도 본래의 취지가 왜곡되었다. 현재의 규제는 금융투자업자의 규모와 관계없이 대형사와 중소형사 모두에 형식적으로 동일 기능·동일 규제라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중소형사의 혁신 및 성장을 가로막고 대형사의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도구로 전락했다. 진정한 기능별 규제란 업무 범위와 규모에 따른 규제의 차등적 적용을 의미한다. 최근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논의되는 규모별 차등 규제 방안이 전체 금융권으로 확대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거 오프라인 영업이 활발하던 시절 만들어진 투자자 보호 조항들은 2026년 현재의 디지털 환경과 동떨어져 있다. 원칙은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적용돼야만 그 빛을 발하는 것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인공지능(AI) 및 온라인 환경 변화를 반영한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다. 법률이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법률이 원래 제정 취지와 전혀 다르게 운용됨으로써 자본시장의 혁신을 오히려 저해한다면, 그 정당성은 상실될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 당국은 이제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혁신과 경쟁력 증진에 주안점을 두고 투자자 보호 정책을 운영할 것인가, 아니면 규제의 칼날을 휘두르는 것에만 안주할 것인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시기일수록 자본시장법 제정 당시의 본래 입법 취지를 되새겨야 한다. 당국은 규제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시장의 역동성을 살리는 균형 잡힌 감독 행정을 펼쳐야 할 것이다. 김용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세종로의 아침] 집, 사는 곳을 사는 것

    [세종로의 아침] 집, 사는 곳을 사는 것

    이재명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부가 집값 안정에 대한 의지를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내보이는 가운데 다소 놀라운 통계들이 나왔다. 지난해 대출 문턱이 높아진 가운데 30대가 서울 아파트를 역대급으로 사들였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생애 첫 집’으로 서울의 아파트나 다가구주택 등을 매수한 이들 중 30대는 49.8%로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어차피 계속 오를 집값,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불안 심리(FOMO)도 있겠지만 대출만 받아 사기는 힘든 가격이다. 부모 찬스나 주식·코인 대박, 로또 같은 엄청난 행운이 따랐을 가능성이 크다. 또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한 지난해 6·27 대책 이후 약 6개월 만에 2조원이 넘는 주식·채권 매각 대금이 서울 주택 매수 자금으로 이동했다. 정부는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자본을 이동시키려 하는데 실상은 주식으로 번 돈이 다시 부동산에 묶이는 모습이다. 주식 매매 이익으로 서울 아파트를 산 30대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는 확실치 않다. 다만 최근에 집을 보러 오는 30대의 경우 주식이나 코인으로 돈을 모은 경우가 많다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말에서 힌트를 얻는다. 30대는 왜 지금 부동산에 소위 ‘베팅’을 할까.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이라거나 금융 지식이 가장 풍부한 세대라는 MZ세대도 결국 부동산 투기에 나서기로 한 것일까. 말끔한 해석이 되지 않을 때 한 부동산 전문가의 말이 새롭게 와닿았다. “30대에게 집은 진짜로 ‘사는 곳’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태어날 때부터 아파트에서 거주한 경우가 많고 학군, 역세권, 직주근접 등 부동산 시장의 선호 조건을 누리며 자랐거나, 그게 편리하고 좋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자란 세대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살 집에 대한 눈높이는 오히려 부모보다 높을 수 있다. 더이상 부모 세대만큼 쉽게 집을 사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던 시대도 아닐뿐더러 주거 환경 자체가 다른 30대에게 집은 삶의 질을 가르는 기회이자 인프라인 셈이다. 좋은 직장이 있는 서울과 수도권에 몰리고, 가정을 꾸려 다수가 생활하기 좋다는 선호 지역에 살기를 원하는 것은 이들의 합리적인 선택이자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가가 없는 30대의 조급함과 공포도 부모 세대와 그 크기가 다를 것이다. 부모의 돈도, 코인 벼락도, 로또의 행운도 기대할 수 없는 대다수의 30대는 부동산 가격의 벽 앞에 선택지가 거의 없다. 최근 정부의 압박으로 서울 아파트 매물이 두 달간 40% 넘게 늘고, 강남 3구와 용산 등 핵심지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자력으로 집을 마련하려는 이들에겐 여전히 넘기 어려운 벽이다. 그렇게 핵심지 밖으로, 서울 밖으로, 전월세로 멀어지는 격차들을 좁혀 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너무 잘 아는 세대다. “집은 사는(Live) 곳이지 사는(Buy) 것이 아니다”라는 이 대통령의 철학은 오랫동안 확고하게 이어져 왔다. “부동산 투기를 방치하면 나라 망한다”는 메시지도 마찬가지다. “0.1%의 물 샐 틈도 없게” 촘촘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주문에는 이번에는 반드시 이긴다는 자신감도 보인다. 다만 다주택자 또는 고가 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내놓고, 집값이 떨어지고 난 뒤 ‘구매 행위’의 열기를 잠재운 그다음엔 ‘거주하는 곳’에 대한 고민과 설명이 필요하다. 사지 못하게 하려면 안 사도 괜찮은 환경을 갖춰야 하고, 서울 아파트 쏠림이 문제라면 서울 밖의 삶도 서울 수준에 근접하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30대가 왜 이토록 비싼 서울 아파트를 무리하게 사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공공주택 공급이나 규제만으로는 이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할 수도 있다. 30대의 박탈감을 정부가 더 조급하게 여기지 않으면 자산 흐름이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 가더라도 또 다른 격차가 굳어질 뿐이다. ‘살기 좋은 곳’을 어떻게 늘릴지에 대해 명확한 청사진을 내놓을 때 시장도 정부의 의지를 진정성 있게 신뢰할 것이다. 허백윤 산업부 기자(차장급)
  • 낙조에 흘려보낸 못난 마음… 그래서 당신은 잘 지냈나요[박상준의 문장 여행]

    낙조에 흘려보낸 못난 마음… 그래서 당신은 잘 지냈나요[박상준의 문장 여행]

    한 편의 영화 같은 봄날‘파반느’ 스크린에 비친 도시고가 아래 이화달팽이길가로등 불빛 아래 나눈 진심용기와 희망을 품은 동네한 줄의 사랑 담은 책방방산종합상가 A동 132호빛나지 않는 존재들의 반짝임서로가 서로를 발견하는 곳그래서, 그곳 이름이 ‘그래서’“사람들이 말하는 꿈같은 일이란 실은 별다른 일이 아니야. … 그냥 살아가듯이 그냥 사랑하는 거야. 기적 같은 사랑이란 그런 거라구. 보잘것없는 인간이 보잘것없는 인간과 더불어…누구에게 보이지도, 보여줄 수도 없는 사랑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나가는 거야.”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박민규) 中 외롭고 막막하여 단단한 벽, 자꾸만 세상의 바깥으로 떠미는 원심의 힘. 이데올로기가 된 외모와 그마저 수정 가능한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소설 속 요한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구심은 사랑을 상상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누군가를 향한 맹목의 사랑은 애당초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었던 일이므로. 거친 숨을 내쉬며 낙산의 계단을 오르다가, 가쁜 숨들이 오가는 시장을 거닐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면 나를 닮은 그들이 있다. ●사뿐사뿐 이화동 영화 ‘파반느’를 보고 원작 소설을 다시 꺼내 읽는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위즈덤하우스)는 못생긴 ‘그녀’, 상처를 가진 ‘나’ 그리고 요한의 사랑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박민규 작가는 “아주 못생겼어도 나를 사랑했겠느냐”라는 아내의 질문을 받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나 품 안에 못생긴 상처 하나씩을 안고 살아간다. 소설 속 그녀를 연기한 고아성 배우의 말을 빌리면, 아름다워야만 한다는 세상의 묵시와 그러므로 더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욕망의 이면에는 우리 각자의 “사랑할 자신이 없는 못난 마음”이 있다. 영화 ‘파반느’는 영상에 익숙한 오늘의 세대와 같이 도시 속을 거닐며 그 상상을 조금 더 익숙한 언어로 풀어놓는다. 소설 속 그 무대는 1980년대의 서울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 도시가 정확히 어디인지, 어느 시대를 살아가는지 말하지 않는다. 대신 많은 장면을 서울에서 촬영했다. 이종필 감독은 오늘의 서울에서 용기와 희망이 되는 장소들을 찾아 카메라에 담는다. 이화동, 방산시장, 신촌의 창전동 골목, 주인공들이 배드민턴을 치던 연희동 궁동공원, 신수동 도프레코드 같은 쌈지의 장소는 오래도록 변하지 않은 서울의 동네다. 그래서 영화가 그린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의 도시는 노란색 조명처럼 따뜻하다. 그 가운데 이화동은 나(영화 속 경록)와 그녀(영화 속 미정)의 사랑이 시작되는 장면으로 인해, 가장 밝게 빛난다. 영화 속 미정의 집은 이화달팽이길 위쪽 골목이다. 이화달팽이길은 그 모양이 달팽이 집 문양과 비슷해 달팽이길이다. 높은 옹벽을 마주한 채 다리 아래에서 위로 나선을 그리며 오른다. 경록과 미정이 가로등 불빛 아래, 봄 햇살 같은 진심을 주고받던 장소는 이화달팽이길 위쪽의 충신4나길과 낙산성곽서길 사이 콘크리트 계단 앞이다. 그리고 다음 날, 미정은 나비처럼 손끝을 팔랑거리며 이화동 계단을 경쾌하게 내려온다. 찬란한 하루의 시작, 그때 미정은 처음으로 고개를 든 채 걷는다. ●한양도성 그리고 고궁을 걷는 길 미정의 집에서 조금 더 오르면 낙산성곽서길이다. 서울 한양도성 가운데 비교적 걷기가 편하고 전망이 빼어나며 쉼터가 많은 구간이다. 영화가 담지 못한 장면의 바깥에서, 미정과 경록은 한양도성을 동무 삼아 낙산 정상과 한양도성박물관 사이를 반복해 오래 걷지 않았을까. 사람들과 부대끼지 않으며 내 사는 도시의 전경을 곁에 두고 나란히 걸을 수 있는 길은, 막 사랑에 빠진 이들이 서로를 곁눈질하고 발을 맞추기에 알맞다. 또 해 질 녘에는 서로의 수줍은 마음을 붉게 물든 노을 속에 숨길 수 있다. 그 길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놓지 못하는 인간들은, 그래서 서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현실의 연인들은 낙산 정상에서 곧장 창신동 쪽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낙산5길의 채석장전망대 카페 낙타는 옛 채석장 산기슭에 기댄 ‘十’자 모양의 건물이다. 카페 낙타의 ‘一’자에 해당하는 내부에서는 창신동과 숭인동 군락과 동망봉이 보인다. 동망봉(東望峰)은 슬픈 역사가 깃든 장소다. 그 이름은 동쪽을 바라본다는 뜻이다. 동쪽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도 나오는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를 가리킨다. 단종의 비 정순왕후는 82세까지 동망봉 정업원(청룡사)에서 지내며 단종을 그리워했다. 동망봉 반대편은 옛 한양의 압도적인 풍경이 금세 그 쓸쓸함을 지운다. 성곽을 곁에 두고 걷기에는 이화동 낙산성곽서길이 좋지만 한양도성을 포함한 전망은 한양도성 일대보다 낙산5길이 낫다. 한양도성과 남산 위 N서울타워와 시가지 전경은 들뜬 마음을 한껏 더 부풀게 한다. 그래서 주변의 카페나 식당은 하나같이 그 전망을 품고 있다. 옥상 전망대, 테라스의 난간, 실내의 통창, 주택을 개조한 자그마한 방 등 형태가 다양해 선호대로 택할 수 있다. 영화 ‘파반느’가 이화동에서 사랑을 시작했다면,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가 택한 장소는 고궁이다. ‘가고 싶은 곳 없어요?’라는 나의 말에 그녀는 얼마간 머뭇거리다 ‘고궁’이라고 답한다. ‘어느 한가한 도서관을 열 배는 확장’시켜 놓은 옛 궁궐을, 두 사람은 자주 찾는다. 그때 고궁을 걷는 그녀의 마음은 사랑에 대한 믿음과 상실에 대한 두려움, 왕녀와 시녀 중 어느 쪽에 속했을까. 소설에 고궁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고궁을 나와서는 화랑에 들렀고 드립 커피를 마셨다고만 쓰여 있다. 궁궐을 따라 걷는 코스는 정동길이나 국립현대미술관이 있는 사간동 일대가 운치 있다. 그러나 소설의 두 사람에게는 사람이 적어 한적한 창덕궁 서쪽 원서동이 적당하다. 창덕궁 돈화문에서 원서동빨래터까지 700m 남짓한 거리는 북촌에서도 가장 고즈넉한 골목이다. 곧 창덕궁 후원의 숲과 맞닿아 푸르고 길이 끝날 즈음에는 종로구립 고희동미술관이 반긴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 춘곡 고희동이 40여 년간 머문 옛집에는, 고희동 화백과 동료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군방자재(群芳自在)’는 고희동 외 일곱 명의 작가가 같이 그린 작품이다. 매화와 국화와 수선화가 계절과 무관하게 한데 피어 있어 오래도록 들여다보게 한다. 봄날에는 창덕궁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고궁의 봄은 어디든 아름답지만 봄꽃으로만 치자면 단연 창덕궁이다. 특히 성정각 담을 낀 후원의 입구는 매화의 천국이다. 겹겹이 붉은 자시문 앞 만첩홍매를 시작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낙선재 쪽으로 가지를 드리운 수양벚나무는 이르지만 여느 꽃들은 3월 하순이면 활짝 피어난다. 그즈음 성정각 안쪽에서는 담 위로 높게 자란 살구꽃이 곱다. ●그래서 책방, 방산시장의 숨은 발견 영화와 소설에는 세 사람이 근무하는 백화점 ‘유토피아’와, 멀지 않은 단골 술집 ‘켄터키HOPE’가 자주 등장한다. 영화는 유토피아를 나와서 희망(HOPE)을 찾아가는 길로 방산종합시장을 택한다. 어느 날 경록은 사람을 상대하는 것보다 비를 상대하는 게 쉽다는 미정 쪽으로 제 옷이 젖는 줄도 모르고 우산을 기울이며 걷는다. 그 또한 방산종합시장 동남쪽 오거리에서 촬영한 장면이다. 방산종합시장은 6·25 전쟁을 전후해 미군의 식료품이 거래되는 ‘양키시장’이었으나 1976년 옛 방산국민학교 터에 시장이 개설되며 지금의 형태를 갖췄다. 지류와 인쇄, 포장 재료가 주를 이루고 판촉물 가게가 여럿이다. 다른 존재를 빛나게 하는, 주연보다 조연들의 시장인 셈이다. 이종필 감독이 방산시장을 택한 건 그런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빛나지 않는 존재들의 반짝임. 그리고 시장 안에는 정말 그런 장소가 숨어 있다. 박민규 작가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요한의 입을 빌려 “인간은 하나의 극을 가진 전선 같은 존재”라고 썼다. 그러므로 서로가 서로의 영혼에 불을 밝히고 서로를 발견해야 한다고. 방산종합상가 A동 2층 132호에 있는 책방 ‘그래서’는 방산시장의 발견이다. 상가는 무뚝뚝한 복도를 사이에 두고 라벨, 인쇄, 포장 자재를 다루는 사무실과 작업실이 마주한다. 그 틈에 뿌리내려 7년을 살아낸 책방은 낯설어 진귀하다. 이현행, 오주현 씨는 책방 안에서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자꾸만 묻는다. 그래서 요즘은 어떻게 지내요?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사는지, 어떤 꿈을 꾸는지,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그래서, 책방의 이름이 ‘그래서’다. 작고 사소한 존재들을 응원하는 그들만의 방식이다. 책방에 그치지 않는다. 전시하는 쇼룸과, 워크숍이 이뤄지는 워크룸까지 포함한다. 때로는 방산시장에서 남은 자투리 종이처럼, 쓸모를 다한 것들을 지역 예술가와 되살리는 프로젝트를 하는데, 이는 전시로, 워크숍으로 그리고 다시 기록으로 남겨져 순환한다. 그렇게 책방과 연을 맺은 작가들이 방산시장 안에 하나둘 자리를 잡고 연대한다. 아직은 대여섯 곳에 불과하지만 첫 프로젝트로 6월 서울국제도서전 기간에 맞춰 ‘서울자체도서전’을 열 계획이다. ●두릅과 귀여운 할머니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좋은 여름)’를 쓴 하정 작가의 여름맨션(A동 3층 78호)도 그중 한 곳이다. 작가의 작업실이지만 책이나 굿즈를 파는 곳이기도 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는 작가가 여행 중에 덴마크 모녀를 만나 빚은 추억의 기록이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서로의 삶을 밝히는 이야기라 좋다. 그렇게 방산시장을 오가다 보면 간판 하나, 상자 하나, 라벨 하나도 예사롭지 않다. 작은 것들의 반짝임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의 주인공 그녀는 스스로를 오래전 “마음속에서... 얼굴을 도려낸 여자”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인간은 서로를 사랑하는 한 “스스로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는 동물”이다. 그녀 또한 사랑을 추억하므로 소설의 바깥에서 귀여운 할머니로 늙어가고 있지는 않을까. 방산시장을 나와서는 ‘희망’으로 옮겨간다. 퇴계로 방면으로 10여 분 거리에는 두릅이라는 술집이 있다. 영화 ‘파반느’에서 세 사람의 단골 술집 켄터키HOPE의 외관이 두릅을 빌려왔다. 켄터키HOPE의 간판이 빛나던 자리에는 다시 두릅의 한자인 ‘吻頭(문두)’가 걸려 있다. 김도현 씨는 작은 선술집을 내고 싶어 주류 도매업체와 기획사에서 일하며 두릅을 준비했다. 두릅 하면 자연스레 나물이 떠오르는데 실은 이유 없이 붙인 이름이다. 그래서 로마자 표기는 Dureup에서 ‘eu’(이유)가 없는 Durp다. 영화 ‘파반느’에서는 호프(HOP)에 ‘E’가 붙어 희망(HOPE)이 되었던가. 자신의 가게에 ‘세월이 묻는 게 좋다’는 그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파반느’의 두 주인공이 즐겨 찾기에는 힙(hip)한 술집이기는 하다. 글·사진 박상준 여행작가
  • [단독] ‘도이치 문건’ 이창수 부임 전 작성… ‘불기소’ 수정 정황 파악 주력

    [단독] ‘도이치 문건’ 이창수 부임 전 작성… ‘불기소’ 수정 정황 파악 주력

    2차 종합특검(특별검사 권창영)이 확보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불기소 문건’이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부임 전인 2023년 최초 작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2024년 5월 직을 맡은 이 전 지검장의 구체적인 문건 수정 지시 정황을 파악하는 게 특검의 과제가 됐다. 26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불기소 문건’이 최초 작성된 건 2023년이었다. 종합 특검은 전 공주지청장인 A부장검사가 이 문건을 작성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A부장검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담당 수사팀에서 근무하다가 이 전 지검장 부임 직후 공주지청으로 인사 이동한 뒤에도 수사팀에서 활동했다. 특검은 2024년 10월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가 불기소 처분되기까지의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면서 ‘불기소’ 등의 문구가 기록된 문건을 조사 중이다. 이 서류의 최종 수정 시점은 2024년 5월로 알려졌다. 통상 검찰의 인사이동이 이뤄지면 인수인계를 위해 기존 자료들을 보완, 수정하고 날짜를 최신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에 특검은 이 전 지검장 부임 이후 불기소 표현 등 새 내용이 추가됐는지 입증하는데 수사력를 집중하고 있다. 종합특검 관계자는 “공주지청에서 근무했던 검사가 문건을 작성한 정황을 파악했기 때문에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이라며 “아직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김지미 특검보는 이날 경기 과천시 특검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군과 해양경찰의 ‘내란 가담 의혹’ 수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홍창식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이날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안성식 전 해경 기획조정관도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특검은 또 최근 사무실 주변에서 드론을 이용한 기관 내부 촬영 시도가 발생해 이에 대한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 “코스닥판 삼성전자 육성해야 삼천스닥”

    “코스닥판 삼성전자 육성해야 삼천스닥”

    코스닥, 장투할 대표 기업 부족해시장 이원화… 가치 인정받는 계기액티브 ETF, 주도주 미리 담는 것AI 투자는 사모대출펀드 주의해야국내 장기 투자자엔 세제 혜택을 “코스닥에도 삼성전자 같은 간판주가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기관이 움직이고 ‘삼천스닥’(코스닥 3000)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코스닥 부흥 의지를 내비치자 자산운용업계도 분주해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상장지수펀드(ETF) ‘TIGER’를 맡고 있는 이정환(45) 상무는 25일 서울신문과 만나 “그동안 기관이 코스닥에 선뜻 들어오기 어려웠던 건 사실”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코스닥의 약점을 ‘기초체력’에서 찾았다. “코스피는 반도체라는 확실한 축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지만 코스닥은 정책 기대감에 비해 펀더멘털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있다”는 것이다. 변동성이 큰 것도 결국 “믿고 오래 들고 갈 대표 기업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코스닥 시장 이원화(프리미엄·스탠더드)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쉽게 말해 우등반을 만드는 것”이라며 “그동안 코스닥에 있으면 기관 투자를 받기 어렵고 기업가치도 제대로 인정받기 힘들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를 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도입된 코스닥 액티브 ETF도 시장 변화의 한 축으로 꼽았다. 미래에셋 역시 ‘TIGER 기술이전바이오액티브 ETF’를 출시했다. 그는 “운용사들이 비교적 탄탄하고 성장성이 높은 기업을 골라 담은 만큼 ETF에 포함된 기업 상당수가 향후 1군 시장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며 “액티브 ETF가 주도주 후보군을 미리 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망 업종으로는 코스닥에서 바이오, 코스피에서는 인공지능(AI)·반도체·원자력을 제시했다. 다만 AI 투자에 대해서는 경계심도 드러냈다. “AI 관련 기업들이 매출채권 등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데 업황이 꺾일 경우 연쇄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레버리지가 쌓인 구조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모대출 펀드에 투자한 개인뿐 아니라 관련 업종 투자자들까지 영향을 받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를 통해 판매된 해외 사모대출 펀드 잔액은 약 17조원으로 집계된다. 코스닥 시장에서 ‘멀티배거’(수익률 수배) 종목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장기투자 활성화가 돼야 한다고 이 상무는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단기 투자와 장기 투자를 구분해 세금을 내게끔 한다. 국내에서도 장기 투자자에 대해 소득공제를 늘리는 등 세제혜택을 강화한다면 코스닥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는다고 느낄 것”이라고 했다. 투자자들에게는 “연금 계좌 등을 활용한 장기 투자로 복리 효과를 누리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2009년 한화자산운용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NH아문디자산운용을 거쳐 2021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합류한 이 상무는 업계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한 ETF 전문가다. 그는 코스닥 시장의 과제를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주도주가 없으면 시장도 없습니다.”
  • [사설] 반가운 출산율 반등… 수도권·지방 격차 해소가 관건

    [사설] 반가운 출산율 반등… 수도권·지방 격차 해소가 관건

    지난 1월 출생아가 약 2만 7000명으로 같은 달 기준 7년 만에 가장 많았고 이에 따른 합계출산율도 1.0명에 육박했다는 소식이다. 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이 올라간다니 다행스럽지만, 출생아 수뿐만 아니라 혼인 건수 등에서 지역별 격차가 여전히 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국가데이터처가 어제 발표한 인구 동향에 따르면 1월 출생아 수는 2만 6916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17명(11.7%) 늘었다. 1월 기준 2019년(3만 271명)에 이어 7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도 1월 0.99명으로 1년 전보다 0.10명 늘었다. 2024년 1월 월별 합계출산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것으로, 1.0명에 근접한 수치다. 전 연령대에서 증가한 가운데 30대 초반이 8.7명, 30대 후반이 8.0명 늘어난 영향이 컸다. 출산의 선행지표 격인 결혼 건수도 1월 2만 2640건으로 전년 동월보다 2489건(12.4%) 늘어 8년 만에 최대치였다. 유엔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올해 0.76명으로 예상돼 1.0명에 못 미친다. 2018년 1.0명 아래로 내려간 뒤 대만·홍콩 등과 함께 1.0명이 안 되는 최저 출산율 국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출산율과 결혼 건수가 늘어난다고 해도 1.0명을 넘으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인구 동향 통계에 따르면 1월 출생아 수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대폭 늘었으나 세종은 오히려 줄었고 울산·강원 등은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결혼 건수도 서울·경기·부산 등은 증가했지만 세종·강원·전북 등은 감소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모처럼 만의 출산율과 결혼 증가세를 이어 가려면 지원금 확대 등 단기 처방만으로는 어렵다. 수도권 쏠림을 막기 위한 지역별 주거·일자리 안정과 보육·교육·인프라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2차 공공기관 이전도 일자리와 자본을 분산함으로써 출산율 제고로 이어져야 한다.
  • [차현진의 박람궁리] 가상자산 사업, 무엇이 중헌디

    [차현진의 박람궁리] 가상자산 사업, 무엇이 중헌디

    회사는 법인격과 주주(지배구조)와 사업 범위로 구성된다. 은행에 대한 규제도 결국은 지배구조나 사업 범위를 제한하는 것으로 압축된다. 둘 중 어떤 것을 우선하느냐는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은 사업 범위 규제를 우선한다. 그 시작은 1784년 뉴욕은행의 설립이다. 이 은행 정관에는 ‘상품 매매와 중개 사업은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훗날 초대 재무장관이 된 알렉산더 해밀턴 변호사가 그 정관을 만들었다. 그는 다른 사람의 돈을 맡은 은행은 책임성이 크므로 사업 범위 제한을 통해서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 원칙을 금산분리라고 한다. 건국 직후 뉴욕은행은 독점 은행이었으며, 대주주들은 대부분 해밀턴이 이끌던 연방파였다. 토머스 제퍼슨이 이끄는 공화파 성향의 상인과 수공업자, 농민은 대출받기가 어려웠다. 그러자 공화파의 에런 버가 꼼수를 부렸다. 당시 뉴욕시에 창궐했던 황열병을 줄이기 위해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겠다면서 ‘맨해튼 컴퍼니’를 세웠다. 트로이의 목마였다. 1799년 설립된 맨해튼 컴퍼니는 수도회사다. 하지만 정관에는 “유휴 자금은 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어떤 금융 거래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숨어 있었다. 그것을 근거로 본업은 제쳐 두고 은행업으로 직행했다. 돈줄이 말랐던 사람들에게 맨해튼 컴퍼니는 구세주였고, 공화파의 인기는 폭발했다. 덕분에 1800년 대선에서 제퍼슨은 대통령, 버는 부통령이 됐다. 그 ‘맨해튼 컴퍼니’가 지금은 JP 모건 체이스 은행으로 남아 있다. 미국 은행계를 이끄는 이 굴지의 은행은 금산분리 원칙 밖에서 탄생한 사생아다. 그 씁쓸한 경험 때문에 미국은 은행의 사업 범위에 관해 엄격하다. 예를 들어 1970년대 후반 저축은행들이 은행처럼 지급결제 서비스를 취급하게 해 달라고 성화할 때 의회는 그 요구를 받아들였다. 대신 은행과 똑같이 지급준비의무를 부과했다. 저축은행을 은행으로 취급할지언정 은행업의 영토는 건드리지 않았다. 지배구조도 부차적인 문제였다. 한국은 반대다. 사업 범위보다 지배구조를 중시한다.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하는 것을 막는다는 이유로 은행 주식의 보유와 의결권을 제한한다. 반면 증권사가 은행처럼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CMA)하고 유사 예금(IMA·발행어음)을 취급하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우리 정부는 은행업 영토 훼손을 오히려 자본시장 발전이라고 믿는다. 미국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접근법이다. 은행 규제에 관한 한미 간의 접근 방식 차이가 최근 가상자산업을 두고 다시 드러나고 있다. 지금 미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시장구조법(CLARITY Act)을 두고 의회가 진통을 겪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자의 대출과 이자 지급이 은행업의 선을 넘으며 금융 불안을 초래한다는 반론 때문이다. 한국의 관심은 전혀 다르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만들면서 가상자산 거래소나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자의 지배구조가 핵심 쟁점이다. 기존 주주의 주식 처분까지 거론된다. 그러다 보니 이용자 보호와 금융안정에 허점이 생긴다. 우리나라의 소상공인들은 영업난에 허덕이면서도 수표의 부도만은 피하려고 사력을 다한다. 수표를 부도냈다가는 엄중한 형사 처벌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부정수표단속법의 힘이다. 그 법은 공룡급 핀테크의 신종 지급수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2년 전 티몬 캐시와 위메프 포인트라는 지급수단이 물거품이 되었을 때도 엄한 처벌이 없었다. 이용자만 땅을 쳤다. 장차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더라도 마찬가지다. 이용자 보호와 금융 안정을 고려하지 않는 금융혁신은 사상누각이다. 미국식 금산분리의 핵심은 은행 영업의 테두리 즉 넘나들지 말아야 할 선을 명확히 긋는 것이다. 한국식 금산분리는 그 경계선에 관해 무감각하다. 지배구조에만 관심을 둔다. 그 습관이 가상자산 사업에도 이어진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의 지배구조는 열심히 따지면서 과연 무엇을 엄히 지키도록 하고 감시할지에 관해서는 소홀하다. 이용자 보호와 금융 안정이 물건너간다. 차현진 호서대 디지털금융경영학과 교수
  • “LS식 쪼개기 원천 차단… 벤처 자금조달은 위축시켜선 안 돼”

    “LS식 쪼개기 원천 차단… 벤처 자금조달은 위축시켜선 안 돼”

    “중복상장 땐 모기업 30% 저평가”주주충실 의무 원칙 등 정착 주문‘유연한 분할제도’ 등 대안도 제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주주 보호를 위해 중복상장의 원칙적 금지를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기존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 원칙’이 정착된다면 연성 규범의 유연한 설계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25일 나왔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5일 민주당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중복상장 쟁점과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3차례 걸친 상법 개정을 통해서 강력한 전제 조건들이 수집됐기 때문에 잘 정착만 된다면 연성 규범들을 여건에 따라서 유연하게 설계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복상장은 상장된 모회사가 자회사를 물적분할로 떼어 내 상장시키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을 뜻한다. 핵심 사업이 모회사로부터 분리되면서 기업의 가치는 물론 기존 주주들의 권익도 훼손된다는 논란을 낳았다. 지난해 LS그룹이 비상장 증손회사인 에식스솔루션즈의 상장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되자 지난 1월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남 선임연구위원은 자회사의 중복상장이 모기업의 기업가치를 하락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회사 상장 이후 모회사 기업가치는 상장 이전보다 30% 이상 저평가되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중복상장 자회사 역시 일반 신규 상장기업보다 기업가치가 20% 이상 낮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으로 신생 테크기업의 안정적 경영지배 요구 증가와 투자자 그룹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요구 모두 현실”이라며 “신규상장 심사 강화에서 시작해 기존 중복상장 구조의 점진적 해소를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중복상장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제는 한국의 경직된 분할제도가 주주에게 충분한 선택권을 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며 “정책도 중복상장을 일률적으로 금지할 게 아니라 기업의 성장과 자본조달 수요를 존중하면서도 기존 주주가 자회사로 이동하거나 자회사 성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연한 분할제도를 도입하는 데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안상준 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은 기업의 성장 동력을 고려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획일적 규제보다는 자회사 독립성과 상장을 통한 신규 자금 조달의 필요성 등 개별 기업의 상황을 고려해 기업의 성장 동력을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2분기 내 중복상장 규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민주당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오기형 특위 위원장은 “6월부터는 실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 봄, 죽음을 사색하기 좋은 계절…영생 아닌 순환의 섭리 속으로 [오경진의 폐허에서 무한으로]

    봄, 죽음을 사색하기 좋은 계절…영생 아닌 순환의 섭리 속으로 [오경진의 폐허에서 무한으로]

    영원히 죽거나 살아있는 것은 없어생과 사 아닌 ‘따스함’만 영원할 뿐오늘날 우리의 마법은 ‘과학 기술’인간이라는 종의 이기심 담겨 있어거대한 순환, 정복 대신 ‘수용’해야“지나치게 오랫동안 변하지 않아 온 것은 스스로를 파괴합니다. 숲은 죽고 또 죽음으로써 살아 있기에 영원하지요.”(어슐러 르 귄, ‘어스시 연대기’ 중 ‘아즈버’) 길었던 죽음도 종말을 맞는다. 봄은 그런 것이다. 죽어있던 것들이 깨어난다. 마치 누군가의 부름을 받은 것처럼. 생명은 경이로운 현상이다. 세계를 죽어있는 채로 놔두지 않는다. 폐허 가운데서 기어이 풀 한 포기를 틔워낸다. 도시를 빈틈없이 꽉 채우는 게 문명의 속성이라지만, 거기서도 물끄러미 피어난 풀과 꽃을 보라. 그렇게 순진하게 제 자리를 주장하는 그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을 도리가 있는가. 그 풀과 꽃을 보며 죽음과 살아있음에 관한 생각에 잠긴다. 무엇도 영원히 살아있지 않다. 그러나 동시에 무엇도 영원히 죽어있지 않다. 정교하고도 거대한 순환. 솜씨 좋은 기계공의 작품일까. 여기서 그의 의도를 파악하는 건 우리의 몫이 아니다.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하는 힘, 바로 따스함. 그것만이 영원하다는 것. 이걸 알아채야 한다. 이렇게 봄은 죽음을 생각하기 좋은 계절로 변모한다. 무엇이 죽었나. 무엇이 죽었기에 이토록 찬란한 생명이 나의 눈앞에 펼쳐지는가. ‘세계 3대 판타지 소설가’라는 상찬이 어색하지 않은 거장 어슐러 르 귄의 ‘어스시 연대기’를 오랜만에 다시 펼친다. 마법을 잃어버린 시대에 마법사의 이야기를 읽는다. 무슨 의미일까. 다만 분명히 할 것이 있다. 여기서 우리가 마법을 잃어버린 건, 우리의 이성이 마법을 허무맹랑한 것으로 치부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나도 눈부시게 발달한 과학기술이 기적에 가까웠던 마법을 가능한 것으로 바꿔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에게는 기적도 마법도 없다. 르 귄이 소설로 펼치고 있는 마법과 환상은 이제 새롭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뼈저리게 새겨야 할 메시지는 따로 있다. 순환과 균형의 회복, 이것이 마법사의 책무라는 깊은 통찰이다. 종교의 본질이 개인의 복을 구하는 게 아니듯 마법 역시 마법사 개인의 부귀영화를 위한 게 아니다. 인간 때문에 어지러워진 세계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일. 세계를 세계 그 자체로 두는 일. 거대한 순환과 균형을 ‘정복’하지 않고 그저 ‘수용’하는 태도. “나는 내가 죽을 때 다른 필멸의 존재들처럼 세상의 더 위대한 존재에 다시 합쳐지리라고 믿어요. 풀이나 나무나 짐승들처럼.” 긴 연대기의 끝에서 여주인공 테나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과연 가능한 경지인가. “개나리/ 진달래/ 활짝 핀 날은 해마다/ 흐리고/ 바람불거나/ 비 나린다/ 꽃은 떨어져 짓밟히고/ 향기는 젖어 독가스처럼 퍼진다/ 날이 개면/ 봄은 이미 가 버리고/ 농약 뿌린 가지마다/ 똑같은 열매가 달린다/ 젊음을 놓치고/ 짓밟힌 꽃과 떨어진 열매는/ 썩어서 오히려/ 거름이 된다고 하자/ 가을에 익은 탐스런 열매는/ 그러나 누가 따먹느냐”(김광규, ‘꽃과 열매’ 전문) 생(生)이 약동하는 봄을 우리의 마음은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 기어이 어깃장을 놓는다. ‘개나리’와 ‘진달래’가 주는 기쁨을 그저 누려도 좋으련만. 흐리다고, 바람이 분다고, 비가 내린다고 아쉬워한다. 그런 마음은 꽃을 짓이기고 그것의 향기를 ‘독가스’로 치환한다. 꽃이 사라진 곳에서 우리는 ‘똑같은 열매’가 자라나길 욕망한다. 모든 열매가 모양이 비슷하게 예뻤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당도도 균일했으면 좋을 것이다. ‘농약’은 그걸 가능케 하는 오늘날의 마법이다. 농약 덕분에 우리는 똑같은 열매를 똑같은 당도로 먹을 수 있다. 요즘에는 손가락 몇 번 까딱이면 집 앞까지 배달해 주니, 이것이 마법이 아니라고 말할 도리가 없다. 하지만 그게 과연 마법사가 할 일인지는 다시 생각할 문제다. 개나리와 진달래는 기꺼이 썩어서 거름이 된다. 인간은 어떤가. 죽을 준비가 돼 있는가. 죽음을 품고 더 큰 존재로 포섭될 수 있는가. 아니 그전에, 과연 풀과 나무와 짐승이 우리보다 더 ‘위대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가. “극우 세력은 국가, 종교, 인종 같은 이데올로기의 깃발 아래 모여들지만, 그 깃발을 세우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로 가동되는 자본주의 경제의 지지대가 필요하다. 유럽 극우 정당의 부상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와 중동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에너지 패권 전쟁의 배후에도, 자본주의 경제와 극우 이데올로기의 위험한 밀월 관계가 숨겨져 있다.”(박지형, ‘왜 극우는 기후위기를 부정하는가’) 김광규 시에서의 ‘농약’을 오늘날 우리가 의존하는 ‘화석연료’로 비약해도 큰 무리는 아닐 것이다. 거기에는 매한가지로 인간이라는 종의 이기심이 담겨있다. 생태학자 박지형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부상하는 극우 정치가 왜 기후위기라는 엄연한 사실을 외면하는지 그 구조를 폭로한다. 그들은 기후위기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 그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낸 유권자들에게 약속했던 ‘달콤한 미래’를 포기하고 철회하는 일이라서다. 그리고 나아가 욕망만으로는 세계가 더는 작동될 수 없다는 것을 선언하는 것이라서다. 결국 우리는 모두 존엄하고 조용한 죽음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기도 하다. 과연 우리가, 인간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활력이 넘치는 얼굴로 “드릴, 베이비 드릴”을 외치는 정치인의 얼굴을 본다. 끊임없이 죽음을 유예하는 우리가 과연 담담히 순환의 섭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영생을 탐한 자의 말로는 비참하다. 우리 문명의 끝은 어떨까.
  • “4월 ×일 전쟁 끝난다” 구체적 날짜 공개…이스라엘만 ‘나락’ 갈까 [핫이슈]

    “4월 ×일 전쟁 끝난다” 구체적 날짜 공개…이스라엘만 ‘나락’ 갈까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48시간 최후통첩’을 날렸다가 이틀 만에 ‘5일간 공격 유예’로 선회한 상황에서, 미국 행정부가 구체적인 종전 시기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는 24일(현지시간) 익명의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전쟁 종식 목표 날짜를 4월 9일로 설정했다”면서 “이에 따라 남은 20여 일간 전투와 협상이 병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4월 9일 종전’ 일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독립기념일 즈음 현지를 방문하는 일정과도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이스라엘의 독립기념일은 4월 21일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 등 외신은 이날 “미국과 이란 고위급 대표단이 이르면 이번 주 중재국으로 거론되는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직접 만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이란 간 회담이 이번 주 후반 파키스탄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으며 JD 밴스 부통령이 미국 측 협상 파트너로 합류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란 측에서는 핵심 실세로 꼽히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간접 접촉’ 인정한 이란, 대화설은 반박이란의 협상 파트너로 거론되는 갈리바프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주장을 부인하고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강경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다만 이란은 미국과 최소한의 간접적 소통이 이뤄진 사실은 인정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우방국을 통해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의 협상 요청 메시지를 받았다”면서 “이란은 원칙적 입장에 따라 적절히 응답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 협상을 중재하는 파키스탄의 타히르 후세인 안드라비 외교부 대변인은 CNN에 “양측이 동의한다면 파키스탄은 언제든 회담을 개최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과 이란, 외신을 통해 나오는 각각의 메시지에 여전히 견해차가 크게 드러나는 만큼 종전 또는 휴전에 이르렀다고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예디오트 아흐로노트는 “미국 측이 갈리바프 의장과 이미 간접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미국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대외적 메시지와는 사뭇 다른 행보인 셈이다. 함께 시작한 전쟁, 종전은 따로 할까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생산적인 대화’를 언급한 이후 이스라엘 입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함께 이번 전쟁을 시작했으나 종전에 관해서는 미국과 명확한 온도 차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측과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발표한 직후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3일 영상 메시지에서 “미·이스라엘 연합군이 거둔 군사적 성과를 이스라엘 이익 보호를 위한 협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면서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핵심 이익을 수호하는 동시에 이란과 레바논에 대한 타격도 멈추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과 이란 간의 직접 대화가 이스라엘에 불리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는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스라엘 정부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대화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만큼, 물밑 협상이 상당 부분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스라엘 소식통은 현지 언론에 “미국이 이란과의 접촉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이스라엘 측에 공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의 ‘5일간 공격 유예’ 발표 이후에도 테헤란을 공습 중이라고 밝혔고, 이란 역시 협상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며 이스라엘의 핵심 공군기지와 역내 미군 거점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세 전환, 배경은?트럼프 대통령이 최후통첩 시한 만료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태세를 전환한 배경에는 전쟁 장기화로 인한 경제 충격이 정치적 손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실제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폭등하고 금융·자본 시장이 출렁이는 등 세계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유권자들의 고물가·고유가에 대한 불만은 임계치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세 전환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등 군사력 제거, 아야톨라 알리 세예드 하메네이 등 이란 지도부 대거 제거와 더불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강요하고 이를 통해 ‘셀프 승리 선언’을 함으로써 전쟁을 멈출 명분을 만들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연임 확정… 취임식 없이 AI 스타트업 찾았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연임 확정… 취임식 없이 AI 스타트업 찾았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을 확정했다. 임 회장은 취임식 대신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을 찾으며 곧바로 2기 경영 행보에 나섰다. 우리금융은 23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 회장 재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을 가진 79.39%가 참석했고, 참여 주주의 99.3%가 찬성해 연임이 확정됐다. 임기는 2029년 3월까지다. 임 회장은 주총 직후 첫 공식 일정으로 우주 AI 솔루션 스타트업 ‘텔레픽스’를 방문했다. 텔레픽스는 방위사업청 ‘방산혁신기업 100’에 선정된 기업으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그는 기술 개발 현황과 사업 전략을 점검하고, 그룹 차원의 금융 지원을 통해 혁신기업 성장을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우리금융은 첨단전략산업 기업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투자와 대출을 결합한 맞춤형 금융 지원을 강화해 생산적 금융을 본격 확대할 계획이다. 임 회장은 임직원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2기 경영 전략으로 ▲생산적 금융 확대 ▲AI 전환(AX) 본격화 ▲그룹 시너지 확대를 제시했다. 생산적 금융은 첨단산업과 혁신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며,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속도를 낼 방침이다. AX는 향후 3년간 전사적으로 추진되며 심사·영업·리스크 관리·내부통제 전반에 AI를 적용해 운영 방식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그룹 시너지는 증권·보험 등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계열사 협업을 강화해 비은행 수익 비중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는 지난 3년을 “완전 민영화와 자본비율 개선, 종합금융그룹 체계 구축을 통해 기반을 다진 시기”로 평가하고 “앞으로 3년은 이를 바탕으로 선도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임 회장은 “내부통제와 소비자보호는 어떤 경우에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류정혜, 정용건 등 사외이사 선임과 3연임 시 주총 특별결의 정관 개정 안건을 비롯한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기말 주당 배당금은 760원(비과세)으로 확정됐다.
  • [홍용진의 역사를 보는 눈] 역사적 경험으로서의 민주시민교육

    [홍용진의 역사를 보는 눈] 역사적 경험으로서의 민주시민교육

    최근 교육 문제와 관련해 ‘민주시민교육’이 관심을 받고 있다. 민주주의 국민주권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이는 언뜻 보면 매우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이를 교육하는 것은 간단하지만은 않다. 미국 역사학자 린 헌트에 따르면 민주주의의 전제인 ‘인권’은 자명하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18세기에 역사적으로 형성된 개념이다. 그리고 이는 합리적 판단과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지닌 근대적 주체를 전제로 한다. 즉 민주주의란 이와 같은 주체들의 자발적인 활동의 결과인데, 문제는 이러한 주체가 아직 되지 못한 ‘미성숙’한 학생들을 상대로 해 민주적인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교육해야 한다는 점이다. ‘민주시민’이란 가장 먼저 일상적인 삶의 태도와 방식으로 구현돼야 한다는 점에서 하달형 주입식 교육이어서는 안 되며, 무엇보다 경험과 체험을 바탕으로 한 교육이어야 한다. 합리적 토론과 타인에 대한 공감은 이러한 교육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어야 한다. 현재 교육 현장에서 이 같은 민주시민교육을 가장 주요하게 담지해야 할 ‘통합사회’ 과목은 이러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을까. 역사를 배제하고 주요 사회과 과목들의 축약과 결합으로 만들어진 이 과목은 지난 정권 하에서 사회과 전체를 대체하는 유일한 수능 과목이 됐다. 다양한 과목이 맥락 없이 서로 단절된 채 나열돼 있고, 시민혁명과 자본주의의 역사에 관한 부분은 역사 전공자가 배제된 채 기술되다 보니 많은 오류와 오해의 여지를 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역사교육 강화를 통해 민주시민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역사학계 일부는 역사라는 자율적인 학문 분야에 국가가 민주시민이라는 목적성을 하향식으로 부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물론 역사학이라는 학문이 그래서는 안 된다. 그러나 국가가 운영하는 교육과정의 하나인 역사교육이 이러한 목적성을 가지지 못할 근거 또한 없다. 역사교육은 역사학과 다르다. 그러면 민주시민이라는 목적을 위해 근현대 한국사 교육만을 더욱 강조해야 할까? 하지만 이는 역사 학습의 근본적 전제와 어긋나며 경험으로서의 민주시민교육에도 적절치 않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점은 역사학에서 지식이 형성되는 방식을 민주시민교육에 어떻게 접목하는가 하는 것이다. 다양한 시대와 지역을 통한 타자에 대한 공감, 작은 사료들과 이에 대한 합리적 사료 비판으로 구성되는 ‘민주적’ 지식 형성, 절대적이고 영원한 이론 없이 계속 재구성되는 복합적인 관점 등. 이런 관점에서 현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사 교육 아닐까? 세계사 학습은 내용상으로는 간접 경험으로, 학습 방식으로는 직접 경험으로 민주시민성을 담보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 어느 때보다 대한민국의 세계적 위상이 올라간 지금, 세계사 교육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비참하게 버림받고 있는 실정이다. 내용과 학습 방법에 있어 새로운 요구를 충족하는 혁신적 세계사 교과목 개발이 매우 절실하다. 홍용진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
  • 혐오가 낳고 자본이 키운… 한국 ‘극우정치’의 궤적

    혐오가 낳고 자본이 키운… 한국 ‘극우정치’의 궤적

    민주주의의 회복탄력성을 보여줬다고 국제사회의 칭송을 받는 한국 사회에서 정작 극우세력이 세력화되고 공개적인 활동을 강화하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역사 분야 계간지 ‘역사비평 봄호’(154호)는 혐오를 동력 삼아 차별과 배제의 구조를 정당화해온 한국 극우정치의 역사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혐오의 역사와 극우정치’ 특집을 실었다. 이상록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은 총론에 해당하는 ‘한국 극우의 혐오정치와 대중심리’에서 한국의 극우정치를 냉전기와 탈냉전기로 나눠 그 궤적을 분석했다. 이 연구관은 과거의 혐오가 “빨갱이를 죽여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는 식의 국가권력에 의한 ‘강요된 공포’였다면, 오늘날의 혐오는 민주주의 그늘 속에서 일부 시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관은 “1987년 개헌 이후 민주화가 가져다준 표현과 결사의 자유는 공동체적 가치로 승화되지 못하고 불안정한 각자도생의 환경 속에서 타자를 공격하는 방어기제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87년 체제가 아직 도달하지 못한 실질적 민주주의 완성을 통해 ‘혐오와 냉소’를 넘어 ‘공감과 연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런가 하면 정용택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구원의 자본, 혐오의 정치’라는 글을 통해 혐오와 극우정치 중심에 선 한국의 극우 개신교 세력의 역사를 자본, 국가, 신앙의 삼각동맹 관점에서 추적했다. 정 교수는 그들의 극우정치가 단순히 종교적 광신이 아니라 독재 시대 반공 규율과 개발독재를 통해 구원-자본 구조를 형성해 왔다고 지적했다. 해방 공간의 혼란과 한국전쟁, 압축적 근대화 과정에서 한국 보수 개신교는 반공주의를 매개로 국가권력과 선택적 친화성을 맺으며 역사적으로 특수한 구원의 윤리를 통해 자본주의를 신성화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개신교가 국가권력 및 자본 축적의 논리와 깊숙이 결탁해 형성해온 역사적 산물인 구원-자본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가적 영성으로 진화했다. 이어 저성장과 인구 절벽이라는 구조적 위기 앞에서 혐오의 정치라는 파시즘적 얼굴을 드러냈을 뿐이라고 정 교수는 강조했다.
  • “영국은 취약층에 투자 자문 바우처… ‘모두의 성장’ 기회 넓혀야”[2026 투자 격차 리포트]

    “영국은 취약층에 투자 자문 바우처… ‘모두의 성장’ 기회 넓혀야”[2026 투자 격차 리포트]

    포용금융 개념부터 재정의 필요저금리 대출·채무 조정에 정책 쏠려투자 기회 확대·위험 관리 병행해야 장기적 접근으로 체질 근본 개선어린이펀드 등 조기 투자경험 중요 불공정거래 처벌 강화도 함께 추진 ‘기회와 과실을 함께 나누는 성장’을 자본시장에서 구현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금융당국·학계·업계·시민사회 전문가들은 저소득·소액 투자자에게 양질의 투자자문을 받을 수 있는 ‘금융 바우처(쿠폰 또는 지원금)’를 지급하고, 특화 상품군을 확대한다면 자산가와의 ‘다른 출발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 제언했다.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신문 ‘2026 투자 격차 리포트’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포용금융이 여전히 대출과 채무 조정에 머물러 있다며, 자본시장에서도 투자 기회를 넓히는 방향으로 정책의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이창화 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교육원장, 안태훈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제도팀장,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국장이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개인 투자자 유입 확대가 곧바로 기회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진단했다. 권 국장은 “이미 주가가 상당 부분 오른 뒤 진입한 개인 투자자가 적지 않다”며 “고액 자산가는 비교적 낮은 가격에 우량 종목에 투자한 반면 소액 투자자는 변동성이 큰 종목에 접근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안 팀장은 “최근 1년새 장이 좋아서 신규 시장 참여자가 늘었는데, 경험이 없어 시장과 반대로 투자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최근 참여한 투자자 보호를 위해 당국 차원에서도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투자 방식 역시 격차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최 교수는 “투자 회전율이 높아질수록 수익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보고돼 있다”며 단기 매매 중심 투자 문화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 원장은 “매달 50만원씩 장기 투자할 경우 3% 금리 기준 약 2억 9000만원이지만 10% 수익률이면 11억원, 14% 수익률이면 27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장기 투자와 복리 효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포용금융의 개념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 국장은 “현재 정책은 저금리 대출이나 채무 조정에 집중돼 있다”며 “서민과 중산층이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투자 기회를 넓히는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팀장도 “투자 기회 확대는 반드시 투자자 보호와 위험 관리와 함께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인 중심 국내시장을 기관 중심으로 전환해 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 원장은 “기관은 소위 ‘단타’를 치지 않는다. 상장지수펀드(ETF) 등 간접투자를 확대하면 시장의 변동성과 개인의 손실 위험을 함께 줄일 수 있다”며 “특히 개인의 방향성에 따라 10~20%씩 급등락하는 중소형주가 리딩방의 유혹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 경험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장기적 접근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원장은 “자산가 가정일수록 투자 경험이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며 “어린이펀드나 주니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등을 통해 저소득층 자녀도 조기에 투자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팀장 역시 금융교육과 투자 경험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권 국장은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 전반에 대한 처벌 수준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도 시장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며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 기회를 넓히기 위한 정책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안 팀장은 “영국 등에서는 공공 재원으로 취약계층에게 금융 자문이나 투자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금융 바우처가지원된다”며 정책적 참고 사례를 소개했다. 이 원장은 “해외 자산관리 시장도 고액 자산가 중심 구조가 강하다”며 개인 투자자가 자산 형성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권 국장은 “주가 상승의 과실을 더 많은 시민이 공유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며 “자본시장에서도 ‘모두의 성장’이라는 관점을 반영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부채관리 넘어 자산 형성까지… ‘포용 투자’ 논의 시작해야 할 때[2026 투자 격차 리포트]

    부채관리 넘어 자산 형성까지… ‘포용 투자’ 논의 시작해야 할 때[2026 투자 격차 리포트]

    기존 서민형 ISA, 수익 나야 혜택 봐‘아이자립펀드’는 세수 논란에 표류영·미, 저신용·저소득자 정책계좌로장기간 안정적인 자산 축적 유도해CMA우대금리·교육+투자 모델 등우리 금융시장도 구현할 여력 충분 벌어지는 격차를 메우기 위해선 정책과 제도의 개입이 불가피하다. 자산 격차도, 정보 접근 격차도, 이에 따른 투자 성과 격차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포용금융이 정책 화두로 떠올랐지만 정작 ‘포용투자’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자기 책임 원칙’과 ‘투자자 보호’의 줄다리기 속에서 포용 투자에 대한 논의는 늘 후순위로 밀렸다. 23일 서울신문이 주요 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의 포용금융 상품을 분석한 결과 당국이 추진하는 포용금융 대전환은 자본시장을 비껴가 있다. 대부분 정책은 저금리 대출이나 채무 조정 등 ‘부채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서민의 자본시장 투자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예산을 투입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금융지주들의 포용금융 계획 역시 대출 중심 구조다. KB금융(17조원), 신한금융(15조원), 하나금융(16조원), 우리금융(7조원), NH농협금융(15조원) 등이 향후 수년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지만, 대부분 은행·저축은행·카드 등 대출 중심 계열사를 통해 집행된다. 증권사가 제출한 계획은 사회공헌 프로그램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포용금융’이 사실상 ‘포용대출’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자본시장에 서민형 상품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총급여 5000만원 이하 또는 종합소득 3800만원 이하라면 가입이 가능한 서민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일반형보다 세제 혜택을 강화했다. 일반형은 손익통산 후 200만원까지 비과세지만 서민형은 400만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사후적인 세제 혜택은 이익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자본시장에서도 포용금융을 구현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우대금리를 적용하거나 초보 투자자 전용 상담 창구를 운영하는 방안, 금융교육과 연계한 소액 투자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 상품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어 정책 설계가 쉽지 않지만, 교육과 결합한 투자 지원 모델은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저신용·저소득자를 위한 투자 상품을 출시한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의 ‘차일드 트러스트 펀드’다. 2000년대 초반 도입된 정책으로, 정부가 출생 아동에게 일정 금액(저소득층 최대 500파운드)을 지급해 투자 계좌를 개설하도록 하고 추가 납입도 가능하도록 했다. 계좌에 쌓인 돈은 성인이 될 때까지 인출을 제한해 장기 투자 효과를 유도했다. 미국에서도 일부 주를 중심으로 ‘베이비 본드’를 실시하고 있다. 저소득 가구 아동에게 투자 계좌를 만들어 장기간 자산을 축적하도록 하는 제도다. 국내에서도 이런 논의가 시작 단계다. 국정과제로 제시된 ‘우리아이자립펀드’가 대표적이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만 18세까지 정부 지원금을 바탕으로 투자금을 운용해 청년층의 초기 자산 형성을 돕겠다는 취지로, 정부 입장에서는 18년 동안 묶이는 돈이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세수 부족 문제로 논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투자 상품 특성상 일정 수준의 진입 장벽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예적금과 달리 투자 상품은 구조가 복잡하고 손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무분별한 접근이 오히려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컨대 사모펀드의 경우 일반 투자자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에 투자하려면 3억원 이상(레버리지 200% 이상 펀드는 5억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수익률이 높다는 건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이라며 “불공정하다고 보기보다는 투자자 보호 장치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상품보다는 투자 역량을 키우는 서비스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이달 초부터 서민금융진흥원 홈페이지에서는 만 19~34세 청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재무 진단 프로그램인 ‘청년 모두를 위한 재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산이나 부채, 소득·지출 현황을 입력하면 재무 상태를 분석해 지출 관리나 자산 형성 전략을 제시해 준다. 청년들은 이를 기반으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은행 지점 등에서 추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 ‘견제하는 주주’로 나선 국민연금… 신한지주 반대, 우리금융엔 찬성

    ‘견제하는 주주’로 나선 국민연금… 신한지주 반대, 우리금융엔 찬성

    기업가치 훼손·주주권익 침해 시내부 경영진도 예외 없이 ‘제동’이사 수 축소와 임기 변경 안건집중투표제 약화 ‘꼼수’ 사전차단 국민연금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진옥동 신한지주 회장 연임에 반대하기로 했다. 반면 금융당국의 압박을 받아온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과 연임에 나선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에는 찬성했다. 국민연금이 인물별 이력과 책임을 기준으로 이사 선임부터 정관 변경, 자사주, 보수까지 주요 안건에서 ‘견제하는 주주’로 움직이고 있다. 22일 서울신문이 금융권을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은 진옥동 신한지주 회장,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대표,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했다. 기업가치 훼손이나 주주 권익 침해 이력이 있는 경우 내부 경영진이라도 예외 없이 제동을 걸었다. 특히 금융그룹 가운데서는 ‘라임펀드 사태(부실 펀드 환매중단 사고)’ 당시 책임 이력이 있는 진 회장에 대해서만 반대표를 행사했고, 임종룡·빈대인 회장 등은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찬성했다. 대통령이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직격했지만, 금융지주를 일괄 평가하기보다 인물별 책임을 따져 판단한 셈이다. 정관 변경 안건에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에서 추진된 이사 수 축소와 임기 변경 안건에 대해 “소액주주가 이사회에 들어가기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집중투표제(표를 한 후보에게 몰아주는 제도)’ 도입 전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는 구조 변화를 ‘꼼수’로 보고 사전차단한 것이다. 자사주 관련 안건도 꼼꼼히 따졌다. 미래에셋증권은 ‘경영상 필요’를 이유로 자사주를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게 했는데, 국민연금은 대주주만으로도 결정이 가능한 구조라 일반 주주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다고 보고 반대했다. 또 개정 상법에 ‘예외’를 적용하면 주주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봤다. 대신증권에 대해서는 자사주를 원래 ‘주주가치 제고’ 목적이 아니라 임직원 보상 등에 쓰는 것은 공시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임원 보수에도 제동을 걸었다. KB금융, iM금융지주, 대신증권 등의 보수 한도 안건에 대해 “성과 대비 과도하다”며 반대했다. 보수 한도는 이사회와 경영진이 받을 수 있는 최대 급여 총액으로, 주주가 승인하는 구조다. NH투자증권이 신규 주식 발행 한도를 기존 30%에서 50%로 확대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에 대해 국민연금은 “정당한 사유 없이 주주의 신주인수권(기존 주주 우선 권리)을 약화시킨다”며 반대했다. 반면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JB금융지주, BNK금융지주 등에 대해서는 주요 안건 전반에 대해 찬성했다. 국민연금이 기업별·안건별로 판단을 달리하는 ‘선별적 개입’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상법 개정으로 주주 권한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기업 지배구조와 자본정책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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