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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당 안돼”… 분열의 공화 ‘제3당 창당론’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68)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후보가 대세 굳히기에 돌입하면서 트럼프에게 반감을 가진 당내 주류층에서 ‘제3당 창당론’이 힘을 얻고 있다. ‘후보 단일화’와 ‘중재 전당대회’라는 방어막마저 무너지면 트럼프와 함께할 수 없는 애국주의자들이 뭉쳐 신당을 창당한 뒤 제3의 후보를 밀자는 주장이다. 이는 사실상 공화당 해체 선언과 같다. 뭍밑에서 거론되던 신당 창당론은 랜디 버넷 조지타운대 법학과 교수가 2일(현지시간) USA투데이 기고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은 아주 이상한 나라로 돌변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가시화됐다. 분당에 반대해 온 버넷은 “제3당은 (공화당의) 표를 분산시킬 수밖에 없다”면서도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헌법마저 무시될 게 분명하기에 상황에 따라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당을, 침몰하는 공화당에서 탈출하기 위한 구명보트로 묘사했다. “정당도 수명이 다하면 죽는다”면서 “정실 자본주의에 지친 미국인의 표를 얻을 수 있는 당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3일 유타대 포럼을 시작으로 트럼프 낙마를 위한 깜짝 연설에 나섰다. 일각에선 2, 3위 주자인 테드 크루즈·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단일화만 이루면 트럼프 광풍도 끝이 날 것이란 기대가 높다. 하지만 가능성이 희박하다. 강경 보수세력인 티파티와 복음주의자들의 지지를 받는 크루즈나 주류 세력을 지지 기반으로 둔 루비오의 지지층이 겹치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대항마를 자처해 온 크루즈가 사퇴할 경우 극우 성향의 지지층은 트럼프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시간도 촉박하다. 2주 뒤의 ‘미니 슈퍼화요일’(15일)부터 공화당은 일부 주에서 승자가 대의원을 독식하게 된다. 60% 넘는 대의원 배분이 끝나는 15일 직전이 단일화의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다. 당이 쪼개지는 것을 막기 위한 최후의 방법은 오는 7월 전당대회까지 크루즈와 루비오 등이 선전하며 트럼프가 대의원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이때 당 수뇌부가 후보를 재량껏 고르는 중재 전당대회 카드를 내밀 수 있다. 하지만 공화당 선거 전략가인 러스 슈리퍼는 “양자 대결이 되지 않는 한 트럼프가 모든 걸 가져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964년 ‘배리 골드워터 사태’를 트럼프 돌풍의 귀착점으로 내다봤다. 소련에 대한 핵공격 등 막말을 일삼던 공화당의 골드워터 후보는 민주당의 린든 존슨 후보에게 대패하며 백악관 탈환까지 16년의 세월이 걸리게 만들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관료주의는 왜 독창적 사고 외면하나

    관료주의는 왜 독창적 사고 외면하나

    관료제 유토피아/데이비드 그레이버 지음/김영배 옮김/메디치미디어/360쪽/1만 9000원 #1. “난 2016년부터 주립대학교의 등록금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말합니다. ‘좋아요, 버니. 하지만 그 공짜 혜택에 대한 비용은 어디서 조달하죠?’ 난 그들에게 대답합니다. 월스트리트의 투기 행위에 대해 세금을 물릴 것이라고요.”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의 아이오와주 코커스 연설 중에서) #2. 제임스 갈브레이스 텍사스대 교수 등 170명의 미국 경제학자들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우리 경제학자들은 버니 샌더스 후보의 월스트리트 해체 공약이 ‘대마불사’(Too big to fail) 은행들이 불러올 또 다른 경제위기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샌더스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미국 월스트리트 개혁은 대선판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샌더스 상원의원의 꿈일 뿐 아니라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거침없이 얘기하는 정책으로 응원받고 있다. 샌더스 의원은 1999년 폐지된 금융 규제법인 ‘글래스-스티걸법’의 부활을 주장하며 사실상 월스트리트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미국의 중산층을 무너뜨린 주범으로 월스트리트의 대형 금융회사를 지목한다. 그럼에도 월스트리트는 미 정계를 움직이는 거대한 돈주머니로 선거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자유 시장을 모토로 한 월스트리트는 역설적으로 미국 관료주의와 밀월 관계를 가진 공범으로 꼽힌다. 이 책의 저자이자 인류학자인 데이비드 그레이버 런던정경대(LSE) 교수가 현대 사회에 착근된 ‘뿌리 깊은 관료화’ 현상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자유주의는 그 태생부터 19세기 이후 우리 머릿속에 새겨진 일종의 환상 같다. 자유로운 시장이라는 개념이 역사적으로는 군부대의 이동이나 공물 절취, 전리품 처리 등을 위한 정부 정책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유로운 시장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생긴 법원 서기 등 관청 공무원과 공증인, 경찰의 숫자가 끊임없이 늘어났으며 정부뿐 아니라 대기업, 금융기관, 학교 등 사회 모든 영역에서 프랑스 루이 14세의 절대왕정 때보다 ‘1000배’나 많은 서류 작업이 이뤄져야 할 정도로 세상은 지독하게 관료화됐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인류가 조직화되면서 출현한 관료주의로 인한 서류 작업량은 1970년대 이후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자유주의가 심화될수록 나타나는 관료화의 역설인 셈이다. 관료주의는 스스로 몸집을 불리기 위해 살아가는 조직처럼 보인다. 이는 정부나 대학에서 나타나는 어처구니없는 현상인 ‘너무 많은 위원회들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위원회’ 창설 같은 것을 사례로 들 수 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관료제와 결합하면서 이윤의 형태로 ‘부’(富)를 뽑아내기 위해 온갖 종류의 규제들을 마구 생산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그렇다고 ‘규제 철폐’에 대해 호의적이지도 않다. 관료주의적 간섭을 덜어내고, 각종 규칙을 줄여주는 의미의 규제 철폐가 아니라 실제로는 기업이나 정부 정책자들이 ‘자기 입맛에 맞는 방식’으로 규제의 구조 자체를 유리하게 바꾸는 눈속임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저자의 관료주의에 대한 시각은 냉소적이다. 관료주의가 왜 독창적인 사고방식을 경계하고 외면하는지를 파헤치면서, 나아가 우리 스스로가 관료주의에 매료되고 동조하는 조력자가 됐다고 분석한다. 갈수록 몸집과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관료주의에 대한 저자의 대안은 무엇일까. 관료주의를 혁신할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우리들의 더 나은 상상력을 답으로 제시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탈북 난민들 통해 본 한국 사회

    탈북 난민들 통해 본 한국 사회

    탈북 난민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한국 사회 모습과 인간 한계를 그려낸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창단 30주년을 맞은 극단 작은신화의 올해 첫 작품 ‘토일릿 피플’이다. 극은 주영이 탈북 청소년들을 지원하기 위해 그들의 실태 파악에 나서면서 시작된다. 주영은 현장에서 만난 탈북 청소년 한결을 상담하던 중 탈북 난민들이 해상 탈출 때 ‘변기-토일릿 보트’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토일릿 보트는 특수 재질을 활용해 변기 모양으로 만든 것으로, 태풍이 불어오면 UFO처럼 상공을 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주영은 토일릿 보트 실체 파악에 나서지만 이를 증언하는 한결의 말은 설화와 현실을 넘나들어 맥을 잡기 어렵다. 탈북 난민이 사용한 뗏목을 토일릿, 즉 변기로 상징화해 희극적이면서도 냉혹한 풍자를 곁들인다. 변기는 모두가 탈출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억압적인 장치를 상징한다. 믿을 수 없는 재질로 이뤄진 ‘토일릿 보트’ 진상 파악 과정에서 천민자본주의, 언론 부패, 행정 관료주의, 사람보다 명분을 중시하는 이념의 경직성, 좌우 대립 등 현재 한국 사회의 지형도가 하나씩 펼쳐진다. 작품을 쓴 극작가 이여진은 “탈북자 문제를 소재로 다뤘지만 그들이 겪는 수난과 좌절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부조리하고 모순에 찬 국가 시스템 속에 살고 있는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연출가 최용훈은 “좌우로 나뉜 입장을 동시에 다루되 둘 모두를 반성적 시각에서 접근했다”면서 “그 어떠한 명분과 정치 담론보다 우선시돼야 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려 한다”고 말했다.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전석 3만원. (02)6465-8324.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내 심장을 향해 쏴라(마이클 길모어 지음, 이빈 옮김, 박하 펴냄) 1977년 미국에서 10년 만에 부활한 사형제도에 의해 처형된 첫 번째 사형수인 게리 길모어의 동생 마이클 길모어의 가족에 관한 실화다. 703쪽. 1만 8000원. 한국의 제3섹터(박태규 외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제1섹터’ 정부와 ‘제2섹터’ 시장 사이의 대안적 영역인 조합이나 비영리조직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자본주의적 모순을 해결할 대안 중 하나로 거론한다. 332쪽. 1만 6000원. 중요한 뉴스(샨토 아이엔가·도널드 킨더 지음, 안병규 옮김, 푸른솔 펴냄) ‘의제설정 이론’을 실험적으로 뒷받침한 최초의 연구서. 매스미디어가 사람들의 인지적 변화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330쪽. 2만 5000원. 세상을 바꾼 10권의 책(이케가미 아키라 지음, 심정명 옮김, 싱긋 펴냄) 일본의 다독가이자 유명한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인류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한 10권의 책을 선정해 감상평을 풀어쓴 독서 에세이. 312쪽. 1만 4000원. 미국의 길(김한훈·강인영·서기희 지음, 한언 펴냄) 미국에 장기간 거주한 저자들이 미국을 사회, 문화, 역사, 경제, 정치, 자연 등의 카테고리로 나눠 그 안을 들여다본다. 360쪽. 1만 5900원. 초딩도 간다! 뚜벅뚜벅 세계로(조예서·조예준 지음, 연두세상 펴냄) 초등학생 남매가 꾸밈없는 화법으로 써낸 5개국 10개 도시 여행기를 책으로 묶었다. 188쪽. 1만 3000원.
  • 춥고 배고픈 이들을 위한 교황의 가르침

    춥고 배고픈 이들을 위한 교황의 가르침

    “이놈의 경제가 사람잡네”/안드레아 토리니엘리·자코모 갈레아치 지음/최우혁 옮김/갈라파고스/272쪽/1만 3000원 2013년 3월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민중 신학이 발달한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즉위 때부터 파격적이고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는 소외와 불평등을 가져오는 오늘날의 경제에 대해 ‘멈춰!’라고 소리치며 거부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경제가 사람을 죽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길거리에서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노인의 이야기는 기사화되지 않으면서, 증시는 조금만 하락해도 그에 관한 기사들이 폭주하는, 있을 수 없는 상황들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요약하자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규제받지 않은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며 신자유주의를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보수주의, 신자유주의 진영에서 달가워하지 않을 것은 불보듯 뻔하다. 당연히 반발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유명 웹진 ‘바티칸 인사이더’의 공동 운영자인 저자들은 그러나, 교황의 경제관이 가톨릭교회의 전통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물질보다 사람을, 특히 가난한 자를 우선시하는 게 가톨릭 교리라는 것이다. 교황은 저자들과의 대담에서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의 몸을 미사여구로 찬양할 것이 아니라 거리로 나아가 춥고 배고픈 이들을 돌보라”고 일갈한다. 즉위 3주년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중 조명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9월 교황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프랑스 금융전문가 에두아르 테트르가 교황의 경제 사상을 주제로 쓴 책 ‘교황의 경제학’(착한책가게)도 번역 출간됐다. 새달 10일에는 교황의 생애를 다룬 전기 영화 ‘프란치스코’가 국내 개봉한다. 지난해 12월 1일 세계 첫 시사회가 로마 바티칸 교황청에서 열렸는데, 그 자리에는 노숙자, 난민 등 빈민층이 다수 초청됐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굴러온 돈의 횡포…뜨는 동네의 눈물

    굴러온 돈의 횡포…뜨는 동네의 눈물

    뜨는 동네의 딜레마, 젠트리피케이션/DW 깁슨 지음/김하현 옮김/눌와 출판/408쪽/1만 8000원 어느 시골에서 상경한 듯한 가족. 삽과 곡괭이가 가장의 머리맡에 놓여 있고, 어린아이는 아버지 옆에, 임신한 아내는 남편의 아랫배에 머리를 대고 곤히 공사장에서 잠들어 있다. 잠자는 가족의 모습 뒤로는 폐허가 된 도시가 있고, 귀퉁이 한쪽 논밭에서는 어린애를 업은 채 논일을 하는 아낙네가 보인다. 임옥상 화백의 회화 ‘행복의 모습’(1983)은 역설적이다. 폐허가 된 도시를 배경으로 피곤에 찌들어 잠든 가족의 모습을 행복의 한 장면으로 꼽는다. 행복하기보다는 상실감과 인간 소외가 느껴지는 그 그림 속 여인의 배는 불러 있다. 그럼에도 생명을 잉태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학자 우석영은 신간 ‘철학이 있는 도시’(궁리)에서 이 그림을 가리켜 “논밭이라는 농촌공동체의 토대는 이제 변두리 공간으로 밀려나고 중심 공간은 난개발이 일어나는 도시 공간으로 한국의 대도시 이주민 집단 전체의 알레고리로 봐야 한다”고 분석한다. 장면을 바꿔 보자. 2013년 뉴욕 시장에 당선된 빌 더블라지오는 “우리는 거대 개발업자들에게 더 저렴한 주택을 지으라고 요구하고, 동네 병원을 럭셔리한 콘도로 바꾸지 말라고 항의한다”며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부지런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며 이 사람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동네에서 매일매일 건강하게 일하고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공약했다. 뉴욕은 월가뿐 아니라 도시 전체가 마치 자본주의의 ‘견고한 성채’ 같다. 거대한 자본들이 뉴욕으로 몰려들었고, 낡은 집들을 허문 자리에는 새 건물과 멋진 상점, 카페들이 들어선다. 집값과 임대료가 치솟고, 오랫동안 살아온 원주민들과 상인들은 변두리로 밀려나고 만다. 바로 한국의 홍대, 성수동, 이태원, 경리단길, 가로수길 등 ‘뜨는 동네들’에서 건물주의 갑질과 맞물려 일어나는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 등이 쫓겨나는 현상)이다. 뉴욕과 서울은 이 점에서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이 책의 저자는 20여년 전만 해도 소득이 낮은 유색 인종과 이민자들이 거주하던 지역에서 소위 쿨한 동네로 떠오른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수십명의 사람들을 만나 젠트리피케이션의 생생한 현장을 포착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누구에게는 낙후된 지역을 개발하는 긍정적 일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정든 삶의 터전을 떠나게 만드는 자본의 횡포가 되고 있다. 저자는 “젠트리피케이션은 그 폭력성을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는다”며 “총알이나 칼날보다는 한 건물 한 건물씩 서서히 퍼져 나가는 유독한 일산화탄소 가스와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만난 사람들은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낸다. 브루클린의 부동산 업자인 트칼라 키튼은 “브루클린이 개발돼서 쫓겨난 사람이 몇 명이나 있습니까? 있어도 그건 쫓겨난 게 아니었어요”라고 젠트리피케이션을 옹호한다. 주택 임대업자는 “피땀 흘리지 않고 번 돈이 단 1달러도 없다”고 강변하고,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젠트리피케이션은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5대째 브루클린에 살고 있는 토박이 주민 샤이타 스트로더는 “새로 온 사람들이 지역사회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건축가 기타 난단은 “주민에게 필요 없는 가게가 들어오는 건 젠트리피케이션의 전형”이라고 반론한다. 딜런 고티에 뉴욕시립대 교수는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빨리 알아차리자”고 역설한다. 한 미술품 중개인은 “임대료가 터무니없이 비싸져서 아예 뉴욕을 떠나버리기 전까지 예술가들은 얼마나 더 변두리를 전전해야 할까요”라고 반문한다. 뉴욕을 서울로 바꿔 읽으면 홍대에 있던 예술가들이 치솟는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쫓겨나는 현상과 다를 바 없다. 저자 역시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결론만큼은 단호하다. 개발업자뿐 아니라 동네 토박이들조차 땅을 상품으로만 여기고 젠트피케이션의 개발 신화에 젖어 있다는 비판이다.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은 자본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 간의 상호 작용이라는 저자의 인식이 전환적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주식시장 굴곡의 60년] 새달 3일 ‘환갑’ 맞는 주식시장

    [주식시장 굴곡의 60년] 새달 3일 ‘환갑’ 맞는 주식시장

    세계 14위 ‘폭발적 성장’…코스피·코스닥 다시 날자 주식은 자본주의가 낳은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를 통해 주권을 행사하듯이 자본주의에서는 주식을 거래하며 회사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다음달 3일이 되면 자본주의 태동과 함께 출범한 국내 주식시장이 어느덧 환갑을 맞는다. 1956년 12개의 상장사로 출발한 국내 증시는 18일 현재 코스피(770개)와 코스닥(1157개), 코스넥(110개)을 합쳐 2037개의 기업을 거느린 거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시가총액은 1397조원으로 지난해 국내총생산(1720조원)의 80%를 웃돈다. 국내 증시는 지난 60년간 수많은 시행착오와 난관을 극복하며 세계 14위 규모로 발돋움했다. 1956년 3월 3일 대한증권거래소가 서울 명동 사옥에서 개소식을 열고 거래를 시작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이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상장사는 조흥·저축·한국상업·흥업 등 은행 4개, 대한해운공사·대한조선공사·경성전기·남선전기·조선운수·경성방직 등 일반기업 6개, 정책적으로 상장한 증권거래소와 한국연합증권금융 등 12개에 불과했다. ●시가총액 1397조… 작년 GDP의 80% 웃돌아 당시 상호를 그대로 유지하며 현재까지 상장을 유지한 기업은 단 한 군데도 없다. 증권거래소와 증권금융은 1974년 상장 폐지됐고, 은행 4곳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라졌다. 1호 상장사의 영예를 안은 조흥은행은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가 되면서 2004년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했다. 다만 1970년 경방으로 이름을 바꾼 경성방직, 한진그룹에 인수된 해운공사와 조선공사가 각각 한진해운과 한진중공업이라는 상호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걸음마 수준이던 주식시장은 군사정권의 등장과 함께 발전했다. 경제개발계획을 세운 정부는 투자 분위기 조성을 위해 1962년 증권거래법을 제정했고, 1961년 4억원에 불과한 주식거래 대금은 이듬해 983억원으로 무려 233배나 폭증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급격한 팽창은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낳았다. 투기 세력이 증권거래법 제정과 함께 주식회사로 전환된 증권거래소 주식을 대거 사들이면서 주가가 6개월 만에 100배나 치솟았다. 당시에는 주식 거래 시 2개월간은 매수 대금을 내지 않고 이자만 물면 거래소가 대신 결제하는 제도가 있었다. 투기 세력은 이를 이용해 엄청난 물량의 거래소 주식을 이자만 내며 거래했고, 1962년 5월 31일 거래소가 지급 불능에 빠지고 말았다. 이른바 ‘증권파동’이다. 휴장에 들어간 거래소는 정부 지원으로 닷새 만에 문을 열었으나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후유증을 남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6월 10일부터 단행된 통화개혁으로 시장 혼란이 가중되면서 다시 33일간 휴장에 들어갔다. 증권파동은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가 정치자금 확보를 위해 투기 세력을 조종했다는 폭로가 나오며 지금까지 풀리지 않은 ‘4대 의혹 사건’ 중 하나로 남았다. 상처를 털고 일어난 주식시장은 1968년 자본시장 육성에 관한 법률 등으로 추진력을 얻으며 비약했다. 1972년에는 ‘8·3 경제긴급조치’에 따른 기업 재무구조 개선과 은행금리 인하로 주가지수가 127%나 뛰었다. 그러나 1973년 발생한 석유파동으로 또 한번 수난을 겪는다. 배럴당 3달러 수준이던 국제 유가가 11달러로 급등하면서 세계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에도 물가가 오르는 현상)에 빠졌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이해 11월 28일 183개 상장 종목 중 절반이 넘는 93개가 하한가를 쳤고, 주가가 연고점 대비 20%나 빠졌다. 건설업 호황과 함께 활기를 되찾았던 증시는 1979년 2차 석유파동과 10·26사태 등 정치적 혼란이 겹치며 전년 고점 대비 29.6% 하락하는 등 또 한번 시름을 겪었다. 주식시장 초창기에는 상장 종목이 많지 않아 종합적인 주가 움직임을 파악할 필요가 없었다. 시장이 팽창한 1964년 미국 다우존스 방식과 유사한 ‘수정주가평균지수’라는 일종의 종합지수가 개발됐다. 당시 상장된 15개 종목 중 12개를 골라 100을 기준으로 지수를 산정했다. 수정주가평균지수는 개별종목 주가를 수식에 따라 산출한 것으로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하는 지금의 코스피와 다르다. 1972년과 1979년에는 지수 산출에 사용되는 상장 종목을 대폭 늘린 한국종합주가지수(KCSPI)와 KCSPI Ⅱ가 차례로 개발됐다. 하지만 주가평균식인 이들 지수는 고도성장기에 접어든 주식시장에 적합하지 않았다. 주가가 높거나 변동성이 큰 일부 소형주의 영향을 과도하게 받았고, 특정 종목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다. 이에 1983년 1월 4일 코스피가 출범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 산정 방식은 간단하다. 전 종목의 시총을 기준일인 1980년 1월 4일 시총으로 나눠 100을 곱하면 된다. 뉴욕증권거래소는 1966년부터 시가총액식 지수를 산출했고, 일본도 1969년 도입했다. 1983년 1월 4일 122.52포인트로 출발한 코스피는 1989년 3월 31일 1003.31을 기록해 사상 첫 ‘네 자릿수 시대’를 열었다. 1987년 8월 19일(500.73) 500을 찍은 지 1년 7개월 만에 2배로 뛰었다. 당시 증권가에선 코스피가 밀레니엄 시대에는 여유 있게 2000을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로 코스피가 2000을 찍은 건 예상보다 7년이나 늦은 2007년 7월 25일(2004.22)이다. 100에서 1000을 가는 데는 9년 3개월이 걸렸으나 1000에서 2000으로 오르는 건 18년 4개월이 소요됐다. 1990년대 후반 불어닥친 외환위기가 주식시장을 10년 이상 후퇴시켰다. 코스피는 1998년 6월 16일 280까지 추락했는데, 이는 1987년 1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주식시장의 건전한 발전은 국가 경제와 직결” 외환위기를 극복한 2000년대 중반 주식시장은 다시 낙관론에 휩싸였다. 늦어도 2009년에는 3000을 찍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2008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밋빛 전망을 산산조각 냈다.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한 코스피는 이해 10월 24일 938.75까지 떨어져 1000선이 무너지고 말았다. 수년간 박스권 안을 헤매는 코스피는 단기간 2000선 재탈환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앞서 수많은 위기를 극복했듯이 언젠가는 다시 날개를 펼 것이라는 게 환갑에 접어든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모두의 기대다. 임순영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유럽의 전설적인 투자가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경제와 주식의 밀접한 관계를 산책 나온 주인과 애완견에 비유했다”며 “주식시장의 건전한 발전은 곧 국가 경제의 성장과 연결된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데스크 시각] 어떤 강남 스타일/안동환 문화부 차장

    [데스크 시각] 어떤 강남 스타일/안동환 문화부 차장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날 오전 찾은 서울 한남동의 문화예술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 2010년 5월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근처에 문을 연 이 카페는 요즘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예술가들의 최전선으로 여겨진다. 카페 앞과 내부에는 ‘STOP 싸이’라는 팻말이 여기저기 내걸려 있다. 커피 한 잔을 팔아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각종 전시와 음악 공연이 열렸던 테이크아웃드로잉은 ‘문화 대통령’으로 불리는 건물주 싸이와 4년째 지난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홍대에서 쫓겨난 예술가들과 인디 음악인들이 이곳을 최후의 망명지(亡命地)로 선택할 정도로 그 싸움은 언론에 알려진 것보다 격화되고 있다. 테이크아웃드로잉은 2010년 일본인 건물주와 계약했다. 특약도 있었다. “임차인이 원하는 경우 해마다 계약을 연장한다.” 그러나 싸이가 2012년 2월 또 다른 중간 매입자로부터 이 건물을 사들인 후 퇴거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면서 특약은 휴지 조각이 됐다. 싸이 측은 법원이 강제집행 중지 명령을 내린 전후인 2015년 3~4월, 9~10월 4차례에 걸쳐 집행을 시도했다. 싸이 측이 테이크아웃드로잉 운영자를 상대로 제기한 형사 고발만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재물손괴 혐의 등 7건이나 된다. 그러나 싸움의 본질이 ‘내 재산을 내 맘대로 처리하겠다는데 세입자가 왜 재산권을 침해하느냐’는 월권 차원만은 아닌 듯하다. 이태원뿐 아니라 홍대, 신촌, 서촌, 연남동, 경리단길, 강남 가로수길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핫플레이스마다 번지는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 등이 쫓겨나는 현상)의 폭력성과 이에 맞선 소상인들의 저항, 보금자리를 잃고 변두리를 전전하는 예술가들의 절박함이 난마처럼 얽혀 있는 게 본질이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 5년 만에 한강진역에서 이태원역까지의 거리 풍경은 상전벽해 수준으로 바뀌었다. 이국적인 음식점들과 동네 슈퍼, 세탁소 등 이태원 골목길을 지켜 온 터줏대감들은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커피 전문점, 패션 브랜드들에 터전을 내주고 말았다. 싸이뿐 아니라 적지 않은 연예인과 대기업들이 이태원 건물들을 앞다퉈 사들였다. 월 40만원대였던 임대료는 4~5년 만에 수백만원으로 치솟았다. 이 지역의 3.3㎡당 매매가는 1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원주민들이 살아온 ‘실존적 공간’이 사라지는 대신 자본이 그 공간을 욕망하면서 황폐화시키는 모습이다. 서울의 젠트리피케이션은 마치 ‘부루마블 게임’처럼 보인다. 주사위를 굴려 은행으로부터 증서(땅 문서 혹은 대출)를 사들인 후 누가 ‘더 빨리’ ‘더 많은’ 건물을 세워 올리느냐, 자본의 속도와 밀도 경쟁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치킨게임 말이다. 현실도 부루마블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작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소외되고, 은행과 건물주의 ‘투기적 결합’만 도드라진다. 이 게임의 실체는 건물주들의 재산권만 앞세울 뿐 을(乙) 중의 을인 세입자들의 임차권은 존중받지 못하는 비정한 자본주의다. 싸이와 테이크아웃드로잉이 공생(共生)하며, 골목길을 이루는 식당 하나, 공간 하나가 예술이 되고 문화가 되는 건 불가능한 꿈일까. 싸이가 돈 때문에 싸우는 게 아니라면…. 한국을 대표하는 케이팝 가수로 ‘특별한 사랑’을 받아 온 만큼 스스로가 그 건물을 이태원을 대표하는 케이팝 공간과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핫플레이스로 만들면 어떨까. ‘오빤 강남 스타일’로, 쿨하게 말이다. ipsofacto@seoul.co.kr
  • 조순 “中企·내수 키워야 경제 위기 탈출”

    조순 “中企·내수 키워야 경제 위기 탈출”

    “지금은 수준 높은 기술 시대… 젊은 사람들 中企 창업해야”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는 17일 한국 경제의 위기에 대한 처방으로 “우리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중소기업, 내수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날 서울대에서 개막한 ‘2016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미리 배포한 ‘우리의 뉴노멀-그 본질과 처방’이란 주제의 기조 연설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조 교수는 “지난날의 중소기업 정책은 정부 산하 기관들이 자기 기준에 따라 선정한 기업에 자금을 융통하는 것이 전부였다”면서 “지금과 같은 정보화 시대, 지식 기반을 가진 수준 높은 기술 시대에는 상당한 기술력과 경영 능력을 구비한 젊은 사람이 중소기업을 창업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30대 재벌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다름이 없고 중견기업이 상향 이동한 것도 거의 없다”면서 “한국은 다이내믹한 사회가 아닌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경제 성장률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비판하고 국가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까지 역대 정부는 경제, 교육, 사회, 문화 등 국가 정책을 제쳐 놓고 국내총생산(GDP)과 수출 증가를 나라의 최고 목표로 삼아 왔다”면서 “이런 반지성적이고 치도(治道)에 어긋나는 정책이 우리의 뉴노멀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뉴노멀’은 세계적으로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고부채가 특징인 상황으로 규정됐다. 조 교수는 “뉴노멀시대는 글로벌 자본주의 경제의 시련기로, 뉴노멀의 문제는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정부의 실패’로부터 일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국산 뉴노멀’은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추락을 말하며, 정치는 더욱 혼란스러워졌고 사회 갈등과 분열은 더욱 심해졌다”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패륜 사건이 연속 발생하고 한국 문화의 질이 야만의 시대로 되돌아가고 있으며, 국격은 추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나라 상층 부분의 부조리 그물은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아래로 내려 퍼지기는 쉽다”면서 “국영기업체, 공공단체에 대한 낙하산 인사가 가장 많은 부조리의 형태이며, 치도에 맞는 정부 운영을 하자면 이것부터 근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희망 보인다”… 청년들의 환호

    60% ‘아메리칸 드림 불가능’ 인식 속 “불평등 해소” 눈높이 정치로 차별화 오는 20일(현지시간) 치러질 네바다주 코커스(당원대회)와 다음달 1일 열리는 ‘슈퍼 화요일’을 앞두고 버니 샌더스(74·버몬트) 하원의원의 선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세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해 11월 처음 당적을 갖고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 때만 해도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의 ‘들러리’ 정도로 여겨졌던 그가 이제 클린턴을 앞서 나가며 ‘대세’로 자리잡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는 샌더스 열풍의 이유로 “불평등 해소를 주장하며 민심과 눈높이를 맞추는 정치를 보여 주고 있어서”라고 분석했다. 대다수 미국 국민이 ‘자본주의가 효율적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부도덕한 면도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샌더스가 정확히 읽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샌더스는 정치자금 모금 등을 이유로 주류 정치인들이 언급하기 꺼려 하던 월가 자본시장 및 미국 경제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들을 정면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미국 내) 부자 상위 14명의 재산이 지난 2년간 1570억 달러(약 189조원) 늘었는데, 이는 하위 40% 전체가 2년간 벌어들인 소득보다 더 많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또 ‘돈키호테의 허언’처럼 들릴 수도 있던 그의 정치이념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 위기의 대안’으로 재해석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도 부의 불균형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미국 내 임금소득 상위 10% 임금은 하위 10%의 4.81배로, 우리나라(5.83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지금의 미국이 보통 사람에게는 부와 번영을 가져다주지 못한다고 여겨지면서 작게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때부터 채택된 신자유주의 이념이, 크게는 미국을 250년 가까이 지탱해 온 자본주의 자체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품은 시각이 크게 늘었다. 최근 CNN은 유권자의 60%가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응답한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미국인이 느끼는 좌절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의 정치철학이 새로운 대안을 원하는 미국인 유권자들에게 시의적절하게 다가왔다는 것이다. 경쟁자인 클린턴 전 장관과 달리 부자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지 않았다는 점도 인기의 이유다. 워싱턴 정치권을 막후에서 주무르는 월가의 자본가들로부터 자유로운 유일한 후보라는 점에서 확실히 차별화되기 때문이다. 그는 100만명 이상의 시민들에게 평균 34달러(약 4만 1200원)를 모금해 선거를 치르고 있다. 이런 행보는 지난 1일 아이오와주 코커스와 9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젊은 층의 압도적 지지를 이끌어 낸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시론] 북핵 해결에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시론] 북핵 해결에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군사적으로 민감한 개성 지역을 남북 협력사업의 현장으로 만들 것을 제안한 인물은 기업인 정주영이었다. 남과 북의 치열한 대치점인 휴전선을 연 것은 총과 대포가 아닌 소떼였다. 정주영이 펼친 소떼 퍼포먼스는 인간이 소보다 미련하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지난 10여년 동안 개성공단은 크고 작은 북한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잘 버텨 왔다. 그만큼 상호 의존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계 상황에 처한 우리 중소기업들은 북한의 저임금 숙련노동에서 활력을 찾고, 북한은 토지와 노동력을 남측 기업에 제공하고 부족한 외화를 벌어들였다. 무엇보다 북한이 군사 요충지역을 남측 기업에 내준 배경에는 전쟁 억지 효과를 의식했을 가능성이 높다. 개성공단 지역은 수도권을 타격할 수 있는 북한군 기갑부대와 장사정 포병부대 및 보병사단이 주둔하던 군사지역이다. 군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측 기업에 개성공단을 제공한 것은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고립무원에 빠진 북한 정권이 전쟁에 의한 흡수통일을 막기 위한 고도로 계산된 ‘인질 전략’이 반영된 것인지도 모른다. 개성공단을 추진할 당시의 남북한 지도자들의 주관적 의지가 어디에 있었든 개성공단은 남북 화해협력에 기여하고 대외 신인도를 높였다. 개성공단은 북한을 자본주의 세계 경제로 부분적으로 편입시켜 시장화를 촉진하는 기능도 수행했다. 북한의 수소탄 핵실험과 광명성 4호 로켓 발사로 촉발된 불똥이 개성공단으로 가장 먼저 튀었다. 북한의 연이은 전략적 도발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곤 하지만, 너무나 전격적으로 취해진 ‘전면 중단’ 조치를 둘러싸고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강화된 대북 제재를 불러오기 위해 우리가 먼저 모범을 보인다는 차원에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란 선제적 제재 조치가 취해졌다. 남북 관계의 특성상 대북 제재는 일방적일 수 없다. 북한에 고통을 주는 만큼 우리도 고통과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북한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에 따른 관광 중단과 천안함 폭침 이후 취해진 5·24 조치로 남북 경협 사업에 뛰어든 많은 사업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번에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말미도 주지 않고 설 연휴에 전격적으로 취해진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로 수조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공단의 설비와 장비를 몰수해 가동하고, 숙련된 인력을 중국 등으로 송출할 경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정부가 막대한 세금으로 피해를 보상하지 않으면 도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성공단 폐쇄와 함께 남북 사이의 모든 통신선이 끊어짐으로써 완충장치 없이 ‘강대강’의 브레이크 없는 치킨게임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사소한 충돌이 국지전 또는 전면전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외부 투자가들이 한반도 정세를 관찰하는 바로미터 중 하나가 개성공단의 유지 여부였다. 남측 인력이 북측 지역에 머물고 있을 경우 적어도 남측에 의한 무력 사용이 쉽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제 그런 부담이 없으니 언제라도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국가 신인도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은 공공의 안위와 국가 안보를 위해 사적 영역의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 통치권 차원의 행정행위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려는 목적으로 시작한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가 ‘남남 갈등’으로 번지고 중국·러시아와의 외교 마찰로 비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성공단 중단과 사드 배치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겨냥한 지렛대(레버리지)다. 지렛대는 키워서 꼭 필요할 때 써야 한다. 이미 개성공단 카드는 전략적 도발 억지에 사용하지 못하고 제재 강화를 위한 선제 카드로 사용했다. 사드 문제는 제재에 동참해야 할 나라들을 자극하고 있다. 남남 갈등과 주변 국가들과의 마찰은 제재 효과를 반감시킬 수밖에 없다. 북핵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우선순위를 정하고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번에도 북핵 해결에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북핵 고도화를 막지 못한다면 소가 웃을 일이다.
  • 전기 없이 촛불로… 개성 ‘농경사회’ 돌아가나

    전기 없이 촛불로… 개성 ‘농경사회’ 돌아가나

    가족 포함 30만여 주민들 생계 막막 공단 생기기전엔 농업으로 먹고 살아국가 식량 배급 언제까지 갈지 미지수인근 황해도 등지 협동농장 지원 유력中·러 등 해외로 인력 송출도 힘들 듯 개성공단 폐쇄로 졸지에 ‘실업자’가 된 데다 전기와 수돗물까지 끊긴 개성지역 주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개성공단이 생기기 전 개성에는 원래 10만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다. 여기에 개성공단이 만들어지면서 평양과 황해도 인근 지역에서 당국의 지시로 이주해온 근로자들과 그들의 가족 등 20만여명이 더해져 현재 개성지역에는 30만여명의 주민이 산다. 우리 정부가 지난 11일 개성지역 전기와 수돗물을 차단함에 따라 개성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거의 ‘원시 농경사회’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추측된다. 이제 암흑천지가 된 개성의 주민들은 옛날처럼 촛불로 밤을 밝힐 수밖에 없게 됐다. 다만 공단이 있을 때도 가정 난방은 석탄, 나무와 같은 화석연료를 썼기 때문에 단전과 상관없이 추운 겨울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식수 문제도 그럭저럭 해결할 수 있을 듯하다. 공단이 있을 때도 북한 당국에서 수돗물을 정해진 시간에만 한정적으로 공급해왔고, 그래서 각 가정은 예전처럼 우물이나 ‘쫄장’으로 불리는 손관정(파이프에 손으로 수압을 가하면 지하수를 끌어올릴수 있는 기구)을 병행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생계 수단이다. 공단이 생기기 전 개성지역은 농업으로 근근이 먹고살던 곳이어서 다른 직업을 찾기가 어렵다. 당분간 국가의 식량 배급을 기대하겠지만 그마저도 가능할지 미지수다. 우선 거론되는 것은 다가오는 농번기를 맞아 개성과 가까운 황해도 등지로의 협동농장 지원이 가장 유력하다. 평양 등 다른 지역 출신 등 일부는 고향으로 돌려보내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북한의 산업이 변변치 않은 상황에서 이들을 받아줄 여건이 있는 곳을 찾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특히 개성공단에서 남한 자본주의의 ‘달콤한 꿀물’을 먹던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흘러들어가 남과 북의 수준 차이를 비교해 떠드는 것도 사상 통제에 노심초사하는 북한 당국으로서는 고민일 것이다. 일부에서는 중국과 러시아 등 해외로의 인력 송출을 거론하고 있지만, 해외로 보내기 위해서는 개개인에 대한 당국의 깐깐한 신상조사와 해당국의 허가만 해도 몇 달이 걸릴 것이기에 당분간 마땅한 해법은 없어 보인다. 개성공단이 들어서기 이전의 개성은 수도인 평양과 멀리 떨어진 곳이고, 남북군사분계선을 가까이 하고 있기에 북한 입장에서는 산업단지로 키울 수가 없었다. 그렇다 보니 농사 외에 주민들이 생계를 꾸려가기가 어려운 곳이 됐다. 그러다가 대량 아사자가 발생한 1997년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문화재 도굴이 ‘성업’했다. 고려조 500년간 도읍이었던 ‘송악’이 바로 지금의 개성이다. 최근 고려의 궁궐터였던 ‘만월대’에서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로 평가받은 독일의 구텐베르크 활자보다 한 세기 앞서는 금속활자가 출토되는 등 개성은 현재도 유적들이 많이 나오는 곳이다. 1997년 당시 개성에서는 현지인은 물론 각지에서 모여든 도굴꾼들이 무덤과 유적들을 찾아다니며 돈이 되는 물건들은 모두 훔쳤다. 이들은 훔친 물건을 평양을 거쳐 중국에 내다 팔아 돈을 챙겼는데 팔린 골동품 상당수가 한국에 흘러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골동품이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자 가짜 골동품을 만들어 팔아먹는 일당도 등장했다. 당국이 도굴꾼 단속에 나섰지만 단속하고 지키는 사람보다 훔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관료들마저도 이들을 묵인하고 잇속을 나누는 데 혈안이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공은 둥글다? 천만에, 돈이 이긴다… 유럽 축구 그들만의 리그

    공은 둥글다? 천만에, 돈이 이긴다… 유럽 축구 그들만의 리그

    축구자본주의/스테판 지만스키 지음/이창섭 옮김/처음북스/408쪽/1만 6000원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는다.’ 일상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이 말을 축구계에 대입하면 ‘우승도 해 본 놈이 한다’ 정도 되겠다. 실제 그렇다.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가 좋은 예다. 이 구단이 거둔 성적표는 경이롭다. 1929년 출범한 자국 리그(라리가)에서만 총 32회 우승했다. 2014년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라 데시마’(10회 우승)라는 전례 없는 위업도 달성했다. 그야말로 축구계의 왕족(‘레알’은 스페인어로 ‘왕족’을 뜻한다)이다. 이처럼 축구는 소수의 팀이 지배한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예컨대 유럽축구연맹(UEFA) 가입국의 1부 리그에만 700개가 넘는 팀이 있지만, 지난 50년간 챔스리그 우승을 경험한 팀은 11개에 불과했다. 뒤집어 보면 ‘고기 못 먹어 본 놈은 앞으로도 못 먹을 것’이란 얘긴데, 이게 과연 옳은 일일까. 새 책 ‘축구 자본주의’는 바로 이에 대한 담론을 담고 있다. 저자가 25년 동안 조사한 각국 구단의 재정상태와 변화추이를 바탕으로 논지를 이어간다. 저자의 주장을 요약하면 “우승컵 들어 본 놈이 계속 우승컵을 들게 놔 두라”다. 세계 프로축구를 유지하는 근간은 승강제다. 강팀은 상위 리그에 머물고, 약팀은 하위 리그로 곤두박질친다. 이 결과는 이후 ‘족쇄’처럼 작용한다. ‘잘되는 집’은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해 더 많은 돈을 벌고, 그 수익으로 더 실력 있는 선수를 영입하고, 그 덕에 또 승리를 거둔다. 선순환 구조다. ‘안되는 집’은 당연히 악순환이다. 시즌 내내 깨지기만 하다가 하위 리그로 강등된다. 재정난도 시작된다. TV 중계료 수입은 주는데 선수 연봉은 줄지 않기 때문이다. ‘곳간’이 비었으니 특급 스타를 영입할 수도 없다. 결국 다음 시즌에도 비슷한, 혹은 더 나쁜 상황이 이어진다. 꼴찌가 절대 일등을 이길 수 없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것이다. 그래서 미셸 플라티니처럼 이에 대한 간섭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도 나온다. 한데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축구는 늘 “소수의 지배와 다수의 재정적 핍박이 있는 사회”였다. 부조리해 보인다고 승강제를 포함해 판 전체를 엎을 수는 없다. 축구선수에게, 팬들에게 승강제는 희망이자 목표다. 그걸 빼앗는 게 외려 더 잔인한 행위다. 그냥 둬야 더 열광적으로, 더 발전적으로 돌아간다. 이는 축구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물론 현재 시스템 유지가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 손볼 곳들은 있다. 하지만 대개는 지엽적인 문제이니 만큼 근간은 흔들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시론] 기업가정신으로 경제위기 넘어서자/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시론] 기업가정신으로 경제위기 넘어서자/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구정이 막 지나 음력으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새로운 한 해가 희망차게 시작돼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내부 경제 사정뿐만 아니라 북한 미사일 발사 실험과 중국의 경기 침체, 저유가 등 외부 경제 환경도 어둡고 우울하기까지 하다.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라 수출이 불가피하고 세계 경제 상황에 노출된 정도가 커서 그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지난 1월 우리나라의 수출은 2009년 8월 이후 6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5%가 하락했다. 우리나라 무역 사상 최초로 반도체, 철강, 조선 등 13대 주력품목의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모두 하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동시다발적 악재 속에서 우리나라의 각 경제 주체들이 어떤 자세를 갖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위기 극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판단된다. 여기서는 이런 위기 상황에 정치를 포함한 정부, 기업, 개인 및 가계로 구분해 각 경제주체의 바람직한 대응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정치 영역을 포함한 정부는 우리 사회의 리더십을 가진 집단으로서 그 역할이 막중하나 경제적 측면에서는 오히려 정치 영역에서 불확실성이 커서 기업이나 개인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스위스 다보스에서 해마다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이 지난해 한국 정치 시스템 효율성을 세계 80위권 후진국 수준으로 평가했다. 우리나라 기업가 정신 지수는 1976년 150.9에서 2013년 66.6으로 37년 사이에 절반 이하로 하락했다. 그 주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비생산적인 국회가 민간 부문의 생산적인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켰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이미 저성장 단계에 진입했다. 이제 단기적 경기부양책으로는 그 효과가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정부는 작금의 위기 상황을 직시해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 개혁을 통해 기업과 개인들이 투자와 소비에 나설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기업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중추이며 생산 활동의 중심이다. 그러나 최근 기업은 투자에 소극적이다. 기업가 정신도 과거에 비해 크게 하락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최근의 국내외 경제 상황은 이런 성향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친환경에너지 중시,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협, 저유가 등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어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저해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질적 도약을 도모하는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변신과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화장품 회사인 아모레퍼시픽과 제약 회사 한미약품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 수요자들의 요구를 잘 파악하고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여 엄청난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글로벌 제약회사들과 8조원대의 기술 수출계약을 체결해 매출 1조 3175억원을 달성, 우리나라 제약산업 사상 개별기업으로는 최대 금액을 달성했다. 셋째, 개인과 가계는 독립적인 경제 주체라기보다는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측면이 강하기는 하나 개인과 가계가 모여 국가 경제를 이룬다는 측면에서는 중요한 경제 주체라고 할 수 있다. 개인과 가계의 문제는 소비 수요의 부족, 세대 간 갈등, 인구 감소 및 노령화, 청년들의 취업 문제 등 경제 및 사회 문제와 맥이 닿아 있다. 개인과 가계는 합리적인 소비를 통해 적절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세대 갈등은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구 감소 및 노령화는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며 청년들의 취업 문제는 정책적 대응과 함께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추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런 문제는 모두 풀기가 쉽지 않은 난제이기는 하나 각 경제 주체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면 해결의 실마리가 도출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개성공단 근무는 ‘로또’… 北 사회적 동요 있을 것”

    “삼성그룹 규모 대기업이 문 닫는 것과 충격 비슷”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건 ‘로또’에 당첨되는 겁니다. 가족 중 한 명만 개성공단에서 일하면 다른 가족 4~5명은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어요.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북한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공장들이 문을 닫는 겁니다. 당장 직원과 가족 등 20여만명의 밥줄이 끊기니 체제에 대한 불신까지도 생길 수 있는 거죠.” 최동수(32·가명)씨는 11일 “지난해 탈북할 때까지 개성공단 덕택에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던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황해도 출신인 최씨는 친척들이 공단에서 일하면서 가져온 과자나 점퍼, 양말 등 의류 등을 시장에 내다 팔아 돈을 벌었다. 그는 “개성공단에서 일하면 임금으로 보름에 현금 15달러(약 1만 8000원) 정도와 쌀(12㎏), 설탕(2㎏), 식용유(5ℓ) 등을 배급받는다”며 “다른 공장의 5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북한은 한국에서 삼성그룹 정도의 대기업이 문을 닫는 것과 비슷한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다만 북한이 자체적으로 개성공단을 가동할 경우 개성공단 중단을 통한 경제제재 효과는 기대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13년 탈북한 최혜선(28·여·가명)씨는 “요즘에는 당 간부보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사람을 더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주민이 많다”며 “시장이 활성화되고 돈의 가치를 알게 되면서 경제적인 능력을 더 선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공업지구 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8월을 기준으로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쪽 근로자는 5만 4702명에 이른다. 통상 개성공단 근로자 1명이 가족 4~5명의 생계를 책임진다.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으로 20만명에 이르는 북한 주민의 생계유지 수단이 사라진 것이다. 또 개성공단에서 만들어진 제품이 북한 내부에 보급되지 않아, 이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던 주민들까지 어려움을 겪을 것을 생각하면 충격은 공식적인 수치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탈북자들은 이미 폐쇄경제 체제가 허물어진 북한에서 개성공단은 시장 활성화에 중요한 존재라고 전했다. 김경기(32·가명)씨는 “물건마다 다르지만 개성공단에서 만든 옷이 중국산보다 50% 정도 비싸다”며 “초코파이나 찰떡파이의 경우에는 찾는 사람은 많은데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전했다. 개성공단은 한국인과의 접촉이 잦기 때문에 근로자들에 대한 사상 검증이 필수적이다. 가족, 친·인척 중에 탈북자가 있거나 중국 등 해외 거주자가 있으면 선발되지 못한다. 2008년 탈북한 이소영(34·여·가명)씨는 “고향인 황해도 해주에서 젊은이들이 거의 한 명도 빠짐없이 지원했지만 선발된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다”며 “공단에서 일하기 전부터 자본주의에 흔들리지 않도록 3개월 이상 사상 교육을 시키고 근무 중에도 서로를 감시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개성공단 北근로자·가족 25만명… 일터 잃어 체제 새 불안 요인으로

    개성공단 北근로자·가족 25만명… 일터 잃어 체제 새 불안 요인으로

    자본주의 맛에 길들여졌다는 점도 고민… 北, 2014년 5월 초코파이 지급 중단 요구 정부가 10일 개성공단 조업 활동을 전면 중단함에 따라 설 연휴를 만끽하던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5만 4000여명은 당장 일터를 잃게 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북한 근로자들의 향후 진로에 대해서는 개별 기업들이 알아서 할 일로 우리 정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며 “현재로서는 이들이 근로를 중단하게 돼 갈 곳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통해 연 1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개성 시내 수도와 전기도 공단을 통해 공급받는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개성공단 조업 중단 조치에 따라 개성시 식수 공급 중단뿐 아니라 근로자들과 그들의 가족 20만여명의 생계 문제를 떠안게 된 셈이다. 북한은 9일까지가 설 연휴 기간이지만 개성공단 직원들은 남측과 마찬가지로 10일까지 쉬었다. 무엇보다 북한 당국은 한껏 높아진 북측 근로자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킬 새로운 직장을 알선해야 하는 고민거리를 떠안게 됐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5만여명의 실직자가 북·중 경제협력에 따라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보상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을 경우 ‘고급 직장’을 잃은 개성공단 근로자의 상실감이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북한은 개성공단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경제개발구를 개발하려 했던 만큼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됨에 따라 외국 기업들이 경제개발구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고 북한의 외자 유치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이미 남한 자본주의의 맛에 길들여졌다는 점도 북한 당국으로서는 고민거리다. 실제로 개성공단은 ‘초코파이’로 대표되는 남측 상품과 자본주의 풍조 유입의 창구 역할을 해 왔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2005년부터 북측 근로자에게 간식용으로 초코파이를 하루 3~4개씩 지급했다. 초코파이 맛에 반한 북측 근로자들은 대부분 이를 먹지 않고 월평균 100개씩 모아 장마당에 내다 팔았다. 초코파이가 현금처럼 거래된 것이다. 대북 소식통은 “초코파이의 경우 쌀 1㎏과 맞바꿀 정도로 장마당에서 인기가 있었다”고 했다. 북한 당국은 남한의 자본주의 물결이 북한 사회에 파급될 것을 우려해 지난해 초코파이를 모방한 북한산 과자 ‘겹단설기’를 만들었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북한 당국은 2014년 5월부터 남측 입주 기업에 초코파이 지급을 중단할 것을 요구해 초코파이는 개성공단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착한 사회’ 찾아 골목에 다시 오다

    ‘착한 사회’ 찾아 골목에 다시 오다

    고양이 마을로 돌아가다/히라카와 가쓰미 지음/남도현 옮김/이숲/160쪽/1만 3000원 이런 얘기 많이 들었다. 열심히 일해도 먹고살기 힘들고 영세기업에 은행 문턱은 바벨탑보다 높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을 벗어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부자들은 악착같이 돈을 챙겨 더 큰 부자가 되어 간다. 자본주의는 그저 자본가에게 유리한 경제체제일 뿐, 가난한 사람에겐 힘겹고 야박한 체제에 불과하다. 그러니 자본주의에 대해 알 게 뭔가. 먹고살기도 바쁜데. 한데 그렇지 않다. 알아야 한다. 잘 먹고 잘 살기보다 마음 편하게, 착하게 살기 위해서다. 새 책 ‘고양이 마을로 돌아가다’의 지향점이 여기 있다. 책의 부제를 알면 이해가 쉽다. ‘나쁜 자본주의와 이별하기’다. 공산주의와 싸워 이겼는데 나쁘다고? 물론 이겼다. 한데 자본주의의 승리가 민주주의나 인간다운 삶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한때 자본주의는 공산주의에 대항하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경제체제로 추앙받았다. 한데 지금은 내리막을 내달리는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배를 받던 외환위기 시절,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 똑똑히 목격했다. ‘성장’을 금과옥조로 삼은 세상에서 ‘저성장’이 얼마나 구성원들을 핍박하는지, 빈부격차는 또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말이다. ‘성장’ 뒤엔 ‘주식회사’가 있다. 저자는 자본과 경영이 분리된 주식회사 체계의 작동 방식에 자본주의의 본질이 있다고 본다. 주주의 주머니를 계속해서 불려 줘야만 존속할 수 있는 주식회사의 운명은 불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해야만 하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불러 왔다. 저자가 책의 ‘팔할’을 성장 위주의 자본주의와 주식회사 체계의 본질을 파헤치는 데 할애한 건 이 때문이다. 그 ‘팔할’의 나머지가 해결책 이야기다. 요점은 이렇다. 욕구 충족과 생활 편의를 위해 쓰던 자원을 삶의 풍요와 정신적 충족을 위해 사용하는 전환점이 필요한데, 지금이 바로 그 시기라는 것이다. 이쯤 되면 결말도 대략 짐작이 간다. 저자는 번잡한 도쿄를 떠나 조금 후미진 동네로 이사한다. 작은 가게와 골목길이 남아 있고, 주민은 서로 오가며, 길고양이들이 한가로이 어슬렁대는 곳이다. 대기업 소유의 ‘마트’가 골목을 장악하거나 건설 재벌들의 고층 아파트가 하늘을 가리지 않은 그곳에서 저자는 동네 상인들이 만든 음식을 사 먹고, 마을 장인들이 만든 옷을 사 입고, 지역 수공업자들이 만든 물건을 사 쓰며 살아간다. 여기가 바로 ‘착한 사회’다. 저자는 단언한다. 인간이 주변과 맺는 이런 관계가 대량 생산, 대량 소비, 대량 폐기 경제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29억 대이동·500만 마리 돼지… 어마어마한 춘제

    29억 대이동·500만 마리 돼지… 어마어마한 춘제

    베이징·상하이 ‘유령 도시’로… 전국 고속도로·기차역은 전쟁터로… 해외여행도 무려 600만명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 시즌이 돌아왔다. 공식적인 춘제 연휴는 7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이지만, 춘제 특별 운송 기간을 뜻하는 춘윈(春運)은 이미 지난달 24일에 시작됐다. 3월 3일까지 40일 동안 이어지는 춘윈 기간에는 연인원 29억 1000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중국 정부는 보고 있다. 지난해보다 3.6% 늘어난 수치로 중국인 한 사람이 평균 2.1회 여행하는 셈이다. 해외여행도 600만명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는 유령 도시로 변하고, 전국의 고속도로와 기차역은 귀성 행렬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중국인들에게 춘제는 무슨 의미일까? 춘제의 모든 것을 알아보자. ●진나라 때 ‘상일·원일’이라 불려 중국의 음력 정월 풍속은 역사가 깊다. 진나라 때는 상일(上日)·원일(元日)이라 불렀고, 한나라 시대에는 세단(歲旦), 위진남북조는 세조(歲朝)·원수(元首), 당·송대에는 세일(歲日)·신원(新元)이라 했다. 청대 들어서면서 원단(元旦)·원일(元日)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1912년 쑨중산(孫中山·쑨원) 중화민국 임시대총통은 음력을 폐지하고 양력 사용을 선포했다. 이때부터 양력설은 원단(元旦), 음력설은 춘제가 됐다. 장제스(蔣介石)는 1929년 춘제 폐지를 선포했다. 하지만 민초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춘제를 최대 명절로 여겼다. 공산당은 춘제를 활용해 민심을 잡았다. 국민당 군대에 밀려 징강산에 쫓겨온 마오쩌둥(毛澤東)은 춘제 3일 연휴를 선포하고 병사들에게 돼지고기를 배급했다. 1949년 신중국 성립 후에는 춘제를 3일간의 법정 공휴일로 지정했다.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온 가족이 마오쩌둥 초상 아래에서 상호비판과 자아비판을 실시하기도 했다. 1983년부터는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설 특집 대형 연예 프로그램인 춘완(春晩)을 방영하기 시작했다. 중국 연예인들은 춘완 출연을 최고의 영예로 여긴다.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정책에 따른 자본주의가 심화하면서 춘제 선물을 빙자한 뇌물이 만연하기 시작했다. 또 1980~90년대 급속한 도시화로 농민공이 급증하면서 춘제 ‘인구 대이동’이 시작됐다. 1999년 아시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국무원은 ‘전국 명절·기념일 휴가 조치’를 공포했다. 춘제, 5·1 노동절, 10·1 국경절 기간을 7일에 이르는 ‘황금주’로 지정해 내수를 진작시켰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취임 이후 강력한 반부패 운동이 펼쳐지면서 ‘춘제 뇌물’도 거의 사라졌다. ●돼지들의 수난… 돼지고기값 물가상승 견인 춘제가 되면 모든 상품 가격이 오른다. 그중에서도 돼지고기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다. 올해 춘제 기간의 돼지고기 가격 상승률은 전년 대비 5.27%로 예상됐다.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비중에서 돼지고기의 가중치는 10%로, 단일 품목으로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나라보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3배나 크다. 섣달 그믐에 빚는 만두를 비롯해 수많은 춘제 음식에 돼지고기가 들어간다. 중국 전역에서는 4억 마리 이상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다. 한 해 도살되는 돼지는 모두 5000만 마리다. 이 중 10%인 500만 마리가 춘제 기간에 명을 달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도 시골에서는 춘제가 되면 돼지 비명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서부 지역은 돼지를 잡는 게 중요한 풍속이다. 간쑤성 가오란현 헤이스촌에는 200가구가 모여 사는데 100마리의 돼지를 잡는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중국 정부는 돼지들에게 고마워해야 할 판이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이미 마이너스로 접어들었고 소비자 물가지수마저 뚝뚝 떨어져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마당에 춘제를 맞아 돼지고기가 전체 물가상승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시는 대추목걸이… 광둥은 꽃 선물 중국의 춘제 풍습은 대체로 비슷하다. 그러나 지역마다 약간씩 차이가 나기도 한다. 산둥성 황현에서는 섣달 그믐날 밤 아낙네가 빨간 초를 들고 집을 구석구석 비춘다. 어둠을 몰아낸다는 뜻이다. 아이들은 방문에 줄을 매달아 그네를 세 번씩 탄다. 이렇게 하면 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 산둥성 자오둥현의 새댁들은 새해 첫날 남편의 외할아버지를 찾아가 세배를 한다. 이 행위를 ‘자건’(剳根·뿌리를 내리다)이라고 부르는데, 남편 외조부를 찾아가 절을 하면 이혼하지 않고 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 산시성 북부 지역에서는 아이들에게 빨간 줄에 대추와 엽전을 엮어 만든 ‘대추 목걸이’를 걸어 준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부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산시성 관종현은 정월 초하루부터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친척들도 만나지 않으며, 부인들은 친정에도 가지 않는다. 날씨가 따듯한 광둥성에서는 “꽃을 받지 않으면 춘제를 쇘다고 말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춘제에 꽃을 많이 선물한다. ‘진’()과 발음이 같은 감자수나 ‘지’(吉)와 발음이 비슷한 귤도 많이 선물한다. 이 선물은 반드시 짝수여야 한다. 푸젠성 민난현에서는 집집마다 등나무 땔감으로 모닥불을 피운다. 남자들은 나이순으로 모닥불을 건너뛴다. 지난해의 액운을 쫓아내고 새해의 행운을 맞이하는 궈녠(過年) 의식이다. ●훙바오 전쟁… 모바일 세뱃돈 1조원 넘어 중국 어른들은 빨간 봉투(훙바오·紅包)에 세뱃돈을 담아 아이들에게 준다. 이 훙바오가 모바일 인터넷에 등장한 것은 2년 전 춘제 때이다.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위챗(한국의 카카오톡)으로 한번에 0.01~5000위안(약 90만원)까지 송금할 수 있는 모바일 훙바오 서비스를 처음 내놓아 대박을 터뜨렸다. 알리바바가 지난해 전자화폐인 알리페이를 통해 모바일 세뱃돈 서비스를 개시하며 텐센트와 알리바바 간 ‘훙바오 전쟁’이 벌어졌다. 지난해 춘제 기간에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세뱃돈을 주고받은 사람 수는 23억 1000만명(중복 계산)에 이르렀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가족·친구·동료들이 훙바오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 출시에 머물지 않고 각종 이벤트를 통해 현금과 똑같이 쓸 수 있는 훙바오를 뿌리며 고객 잡기에 나섰다. 지난해 춘제 때 두 기업이 시장에 뿌린 세뱃돈 금액만 100억 위안(약 1조 800억원)이 넘었다. 올해는 ‘포털 공룡’ 바이두도 모바일 세뱃돈 서비스를 내놓았다. 바이두는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22일 정월 대보름까지 모두 60억 위안(약 1조원)어치의 ‘복주머니’를 모바일 결제서비스인 ‘바이두 지갑’을 통해 이용자에게 제공한다. 중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인 바이두와 알리바바, 텐센트 등 이른바 BAT의 모바일 결제시장 주도권 다툼이 춘제를 맞아 정점으로 치달은 셈이다. 알리바바가 지난해 알리페이로 훙바오를 전달한 1억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1회 평균 송금액은 59.1위안(1만 7500원)이었다. 이용자 중 지우링허우(90後·1990년대생)가 전체의 50%를 차지했고 바링허우(80後·80년대생)가 40%를 차지해 20~30대가 주류를 이뤘다. 훙바오를 가장 많이 발송한 도시는 ‘경제 수도’ 상하이였고 항저우, 베이징, 광저우, 선전, 청두, 쑤저우가 뒤를 이었다. 중국인들은 훙바오를 보내면서도 행운을 나타내는 숫자를 선호했다. 재물운이 터진다는 의미의 파(發)와 발음이 비슷한 ‘8’이 들어간 8.88위안, 88.88위안씩 보내는 게 대부분이었고 13.14위안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았다. 1314는 이성이스(一生一世·한평생)와 발음이 비슷하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식물을 미치도록 사랑한 남자들(스테파노 만쿠소 지음, 김현주 옮김, 푸른지식 펴냄) 식물 신경생리학계 권위자인 저자가 자연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사랑한 식물학자들에게 바치는 헌사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발견한 찰스 해리슨 블랙클리, 최초로 식물을 해부한 마르첼로 말피기, 생전에는 이해받지 못했으나 후대에 ‘유전학의 창시자’로 불린 그레고어 요한 멘델 등의 삶과 연구를 소개한다. 세계 최초로 씨앗은행을 세운 러시아 식물학자 니콜라이 이바노비치 바빌로프는 독재 정권 아래서 옥살이와 굶주림을 겪다 세상을 떠나는 등 유명한 식물학자들의 삶을 감동적으로 서술했다. 248쪽. 1만 4500원. 고요한 폭풍, 스피노자(손기태 지음, 글항아리 펴냄) ‘비운의 철학자’ 혹은 ‘고독과 은둔의 철학자’로 알려진 스피노자의 생애와 사상을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한 책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상인 집안에서 태어난 스피노자는 유대교의 보수적 분위기에 반항하다가 파문당했고 심지어 암스테르담에서도 쫓겨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그는 그러나 은둔과 도피의 생활 속에서도 신의 사랑과 삶을 확신하며 진정한 자유와 해방을 철학적으로 추구했다. 책은 ‘고용한 폭풍’ 속에서 살아간 스피노자의 생애 속으로 들어가 그가 보여준 참된 행복을 찾아가는 철학적 사유의 과정을 좇는다. 300쪽. 1만 6000원. 장성택의 길(라종일 지음, 알마 펴냄)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견고한 3대 세습 체제 안에서 ‘2인자’로 살다가 끝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장성택의 삶을 조명하며 북한 현대사의 민낯을 드러낸다. 저자인 라종일 한양대 석좌교수는 국가정보원 해외 담당 차장,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보좌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 주일대사 등을 지낸 북한 전문가다. 책은 장성택의 파란만장한 정치 행적과 권력 다툼,그리고 끝내 조카에 의해 맞게 되는 비참한 최후를 마치 소설처럼 생생하게 그려 나간다. 장성택은 숙청 후 시신이나 무덤조차 남기지 못했다. 신분을 밝힐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작가의 상상력도 일부분 가미돼 드라마틱하게 구성했다. 280쪽. 1만 6000원. 인류는 어떻게 진보하는가(자크 아탈리 지음, 양영란 옮김, 책담 펴냄) 유럽 최고의 석학으로 꼽히는 저자가 인류 초기 사회부터 미래 세계까지 시대별로 한 사회가 이상향으로 추구했던 미래상의 변화를 추적하고, 위대한 인물들과 그들의 사상을 ‘모더니티의 세계관’으로 꿰어낸다. 아탈리는 인류에게 가장 기본적 가치인 민주주의, 자유, 인권 등이 한순간 다른 가치들로 대체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특히 인류가 유전공학적 인공물로 변화한 끝에 소비재가 되고 마는 ‘하이퍼 모더니티’의 세계가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이 책에서 모더니티는 한 사회가 지향하는 미래상을 가리킨다. 256쪽. 1만 5000원. 방법으로서의 중국(미조구치 유조 지음, 서광덕·최정섭 옮김, 산지니 펴냄) 근대 중국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적 평가를 비판한 책 ‘중국의 충격’으로 잘 알려진 일본 사상가 미조구치 유조(1932∼2010)의 첫 저서다. 저자는 서구 중심주의를 극복하고 동아시아적 탈근대론을 구축하고자 했다. 특히 문화혁명을 비롯한 중국의 근대사는 ‘진보-보수’, ‘사회주의-자본주의’, ‘선진-후진’과 같은 서구의 이원론적 시각으로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신 중국을 하나의 방법으로 삼아 중국, 나아가 세계를 바라보는 이른바 ‘자유로운 중국학’을 주창했다. 296쪽. 2만 5000원.
  • [2016 美 대선 첫 선택] 두 남자만 웃었다

    1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버니 샌더스와 마코 루비오 후보가 선전하면서 향후 레이스가 주목된다. 이들이 선두와 초미세 접전을 벌임에 따라 전 세계의 시선은 9일 실시될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 쏠리고 있다. 우선 샌더스는 힐러리 클린턴을 0.35% 포인트 차까지 추격하며 ‘사실상 승리’를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준 샌더스는 뉴햄프셔주에서 설욕을 벼르고 있다.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는 진보 성향이 강한 민주당에서도 ‘아웃사이더’로 분류돼 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의 한계가 온 것 아니냐’는 인식이 퍼지며 ‘대안 후보’로 힘이 실렸고, 최근 클린턴이 장관 재직 시절 벌어진 ‘이메일 스캔들’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게 된 것도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됐다. CNN·WMUR의 뉴햄프셔 공동 여론조사(1월 27∼30일·민주 유권자 347명, 공화 유권자 409명)에 따르면 샌더스는 57%의 지지율을 기록해 34%에 그친 클린턴을 23% 포인트 앞섰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아이오와에서의 대약진을 일궈낸 샌더스의 역전이 예상된다. 공화당 경선에서는 3위를 차지한 루비오도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간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이 15% 안팎에 불과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10% 포인트 가까이 지지를 끌어올려 도널드 트럼프(24%)에게 1% 포인트 차로 따라붙었다. 공화당은 1~3위 후보 간 지지율 차이가 4.6% 포인트에 불과해 언제든지 선두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CNN·WMUR의 뉴햄프셔 여론조사에서 루비오는 11%의 지지율로 트럼프(30%), 크루즈(12%)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지지율 ‘거품’이 꺼지고 있어 루비오가 치고 나갈 여지는 충분하다. 공화당 주류 진영이 기행과 막말로 점철된 트럼프와 당내 비주류인 크루즈 의원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루비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가 히스패닉계라는 점 또한 전통적 민주당 지지세력인 히스패닉 표를 가져올 수 있어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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