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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양 유일 김정은 추종자’, 스페인에 친북 카페 열어

    ‘서양 유일 김정은 추종자’, 스페인에 친북 카페 열어

     최근 스페인 지중해변 도시인 타라고나에 북한 김정은 체제를 지지하는 카페인 ‘평양 카페’가 오픈했다고 AFP가 전했다.  이 카페는 스페인 공산주의자인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41)가 열었다. 카페 뒤편에 대형 인공기를 게양했으며 카페 구석에는 김정은 일가의 저서로 채운 책장을 들여놓았다.  카오 데 베노스는 미국 등 30개국 이상에 대표단이 있는 조선우호협회(KFA)의 설립자이자 회장이다. KFA는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고 옹호하는 대표적인 해외 친북 단체로 2000년 만들어졌다. 카오 데 베노스는 ‘김정은을 추종하는 세계 유일의 서양인’이라는 비아냥섞인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북한은 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국가로 북한에 대한 조작과 허구를 깨뜨리고 싶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절차가 복잡하고 거리가 멀어 북한에 쉽게 갈 수 없지만 우리 카페에는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카오 데 베노스는 유엔의 2014년 보고서에서 지적된 북한의 처형과 노예노동, 고문, 강간, 강제 낙태, 정치범 처형 등에 대해 “다른 어떤 자본주의 국가보다 북한에서 식량이나 주택, 일자리를 확보하기가 쉽다”며 “그런 것이야말로 우리가 믿는 진짜 인권”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북한이 서구 시스템을 따르지 않거나 미국에 복종하지 않기 때문에 비방의 피해자가 됐다고 주장하면서 북한에 대한 비판적 보고서도 탈북자 증언에만 의존했다는 이유로 믿지 않았다.  카오 데 베노스는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KFA의 회원이 1만 7000명에 이르며 카페가 문을 연 첫날 35명이 방문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평양 카페를 북한 음식과 전통을 토론하고 영화를 상영하거나 강연을 하는 ‘문화 센터’로 키워갈 계획이다.  아울러 그는 여행사를 통해 북한 방문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신청자 수가 10명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AFP는 전했다.  북한의 관광객은 연간 5만명으로 대부분 중국인이며, 북한 관광을 알선하는 스페인 여행사는 지난해 약 60명의 스페인 관광객을 모은 바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중국인 소고기 폭식’ 무역 판도 바꿨다

    ‘중국인 소고기 폭식’ 무역 판도 바꿨다

    소고기 자본주의/이노우에 교스케 지음/박재현 옮김/엑스오북/272쪽/1만 4800원 섭생 아닌 이익수단 된 먹거리 통해 동물·자연에 대한 인간의 착취 고발 美월가 ‘머니자본주의’ 폐해 되새겨 공존 가능한 사회시스템 구축 역설 이제 먹거리는 생존을 위한 섭생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익 창출을 위한 투자 거래의 유용한 수단이란 속성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 NHK방송의 시사보도 PD가 쓴 이 책은 바로 소고기를 중심으로 가속화하는 ‘먹거리의 자본화’를 파고들어 흥미롭다. 그 천착의 출발점은 일본에서 음식값이 폭등하기 시작한 소고기 덮밥이다. 저자 자신도 2주에 한 번꼴로 끼니를 때운다는 소고기 덮밥 가격의 인상에 의문을 품고 전 세계를 다니며 실상을 건져낸 보고서로 읽힌다. 우선 그 소고기값의 폭등 원인이 중국에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전통적인 중국의 식육은 돼지나 닭이었다. 왜 바뀐 것일까. 우선 글로벌 중산층 문화의 중국 유입이 큰 원인이다. 경제수준이 향상되면서 돼지나 닭 대신 소고기 섭취로 옮겨간 것이다. 미국 농무부 통계를 보면 2000년 이후 그 추세가 또렷하다. 일본의 소비량이 10년 이상 평행선을 유지한 반면 중국의 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해 2014년에는 유럽연합(EU) 전체 소비량과 비슷하게 됐다. 소고기 수입량을 보면 그 추이는 더욱 도드라진다. 2014년까지 5년간 6배나 증가했고 2013년 무렵엔 일본을 앞질렀다. 중국의 소고기 폭식에는 중산층 문화 유입 말고도 또 다른 이유가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전통적으로 EU에 기계제품을 팔아 먹고살던 무역상들이 소고기 수입에 눈독을 들이면서 수요가 폭증한 것이다. “소고기가 뛰면 양고기도 뛴다.” 저자의 이 표현대로 중국의 소고기 폭식 후유증은 곳곳으로 뻗친다. ‘사람보다 양이 더 많이 산다’던 뉴질랜드의 낙농업자들이 양 아닌 소를 사육하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양 사육을 앞지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뉴질랜드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유제품과 소고기 수출액은 최근 1년 새 80%나 증가했다. 브라질의 광활한 세라두초원은 빠른 속도로 사료용 콩, 옥수수 밭으로 바뀌고 있다. 베트남에는 중국의 거대 식육 가공업체가 진출했다. 전 세계를 훑어 건져낸 실상의 편린들은 역시 갈수록 심해지는 동물과 자연에 대한 인간의 착취로 모아진다. 그 과정에서 짚어내는 소비자본주의의 거대화가 일반 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준의 현장 이야기와 사람들 모습을 통해 속속들이 고발된다. 월스트리트의 흐름도 빼놓지 않았다. 월스트리트는 잘 알려졌듯이 누구보다 앞서 엄청난 자금을 흡수해 이율을 높이는 새 금융상품을 개발해 내는 연금술사들의 경연장이다. 저자는 생필품 ‘인덱스 펀드’가 세계금융의 중심지인 뉴욕 월가에서 개발된 점에 주목한다. 월가가 생필품 인덱스 펀드를 개발한 것은 금융 쇼크 이전이지만 그것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며 투자에 열을 올린 것은 금융 쇼크 이후이다. 인덱스 펀드가 선물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밀의 시장가격은 37%나 급등했다. 금융 쇼크 이후 주식, 채권, 금융파생상품의 투자시스템이 붕괴되면서 돈의 거친 물결이 코모디티(상품)로 흘러들어 비정상의 상황을 부른 것이다. 돈이 돈을 낳는 머니자본주의의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의 몫으로 돌려지기 마련이다. 뉴욕 맨해튼 뒷골목엔 중산층으로 풍요를 누리던 노숙자들이 무료 급식소를 찾아들고 있다. “언젠가는 소고기 덮밥을 먹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저자는 책 말미에 2014년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을 전한다. “오랜 세월에 걸쳐 벌어진 경제 격차의 확대는 미국의 가치관을 흔들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이렇게 매듭짓는다. “성장, 수익 일변도의 트랙에서 벗어나 우리가 현재 발붙이고 사는 그 땅에서 자연친화적인 생산환경을 만들고 공존 가능한 사회시스템을 구축할 때 희망이 보인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자본주의를 구하라(로버트 라이시 지음, 안기순 옮김, 김영사 펴냄) ‘부유한 노예’, ‘슈퍼자본주의’의 저자인 정치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의 신간. 올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를 지지하며 샌더스 열풍을 주도한 저자는 ‘경제 내셔널리즘’의 근본 원인에는 불평등의 확대가 있으며, 그 중심에는 경제와 정부를 장악하는 비중을 더 확대하는 대기업, 거대 은행이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 책에서는 지난 80년 동안 중산층이 축소되고, 빈부 격차가 크게 벌어져 온 과정을 참신하고 설득력 있게 분석해 부와 소득을 독점한 상위 1%인 대기업, 거대은행, 부자들에 의한 정치·경제 체제의 부패와 정치권에 작동하는 회전문 현상을 밝혀낸다. 328쪽. 1만 4800원. 친일파의 한국 현대사(정운현 지음, 인문서원 펴냄) ‘가장 유명한 친일파’ 이완용에서 노덕술까지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 44인의 친일 행적을 통해 읽는 우리 현대사다. 인물 중심으로 구성해 읽기가 쉽고 접근성이 높다. 육종학자 우장춘 박사의 아버지이자 명성황후 시해범인 친일파 우범선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토 히로부미가 스파이로 교육시켜 조선 궁중의 기밀을 캐낸 ‘조선의 마타하리’ 배정자, 친일파 제1호인 조선의 선비 김인승, 일본신을 섬긴 조선인 이산연 등 정계, 재계, 문화계, 종교계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의 친일 행적을 낯 뜨거울 정도로 세밀하게 그려냈다. 저자는 역사와 개인의 상관관계에 대한 깊은 사유를 권한다. 380쪽. 1만 8000원.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이경혁 지음, 로고폴리스 펴냄) 한국 게임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9조 9706억원에 달한다. 전체 콘텐츠 산업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갖고 있다. 하지만 게임은 알코올, 약물, 도박과 함께 사회악에 포함된 유해 업종이다. 국내 첫 게임 비평서를 표방한 이 책에서 저자는 게임과 게임문화를 기술진화 시대의 정점에서 인간이 맞이한 문화와 여가의 새로운 기회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최근의 모바일 게임이 레벨업과 사냥 중심의 단조로운 구성으로 유료 아이템 구매를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는 것에 대해 게임의 발전 가능성을 게임업계 스스로 차단하는 것이라고 우려한다. 336쪽. 1만 5000원. 매력적인 심장 여행(요하네스 폰 보르스텔 지음, 배명자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 독일의 의학도이자 심장 전도사인 저자는 우리의 행동, 사소한 생활습관들이 심장을 어떻게 망가지게 하는지를 소개한다. 우리는 과음이나 흡연을 하면 간이나 폐만 걱정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저자는 심장과 혈관에도 치명타를 준다고 설명한다. 그중에서도 흡연은 ‘심장과의 러시안룰렛’이라고 표현할 만큼 해롭다. 다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제된 밀가루는 섬유질이 거의 없고, 대부분 탄수화물인 당뿐이어서 당뇨뿐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을 야기한다. 저자는 규칙적인 운동은 심혈관 질환에 매우 좋으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는 심장발작의 위험을 크게 낮춘다고 지적한다. 304쪽. 1만 4000원. 세상 모든 비밀을 푸는 수학(이창옥·한상근·엄상일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수리과학과 교수 3명의 강의를 책으로 엮었다. 오늘날 수학은 사칙연산과 각종 공식·수식의 틀을 벗어나 의학·유체공학·항공공학 등 인접 학문은 물론 정치·외교·엔터테인먼트 등 사회 각 분야와도 결합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최적 경로 분석부터 고등학교 학생 배정까지 우리 사회와 일상 곳곳에서 수학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의 미래를 예측하고, 중요한 정보를 지키며, 힌정된 자원을 최적의 방식으로 배분하는 효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1.4킬로그램의 우주, 뇌’에 이은 KAIST 명강의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352쪽. 2만 2000원.
  • [경희대 특집] 폴 케네디, 미래 위한 대학 역할 강조

    [경희대 특집] 폴 케네디, 미래 위한 대학 역할 강조

    1972년 로마클럽이 ‘성장의 한계’를 경고한 지 40여년이 지났지만 파국의 징후는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인구 증가, 산업화, 환경 파괴, 천연자원 고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게다가 민족 분쟁, 군비 경쟁, 실업, 빈부 격차가 고착화된 지 오래다. 해결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현대 문명의 위기는 만성질환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인류가 사라지지 않고서는 좀처럼 벗어날 수 없는 질병처럼. 하지만 인류가 처한 문제는 만성질환이 아니라 급성질환일 수도 있다. 공멸을 가져올지도 모를 유례없는 위험이기 때문이다. 1972년 출간된 ‘성장의 한계’는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을 100년으로 보았다.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100년 안에 암울한 미래가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50년 남짓이다. 50년 안에 현재의 문명을 전환하지 않으면 우리는 모두 함께 사라질지도 모른다. ●보코바 “인간의 삶엔 평화가 기초해야” 지난 세기 중반부터 고등교육기관의 사회적·지구적 책임을 강조해 온 경희대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은 도서를 잇달아 발행하며 문명 전환을 시대의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미원렉처’ 시리즈와 ‘문명 전환’ 시리즈를 기획해 지구적 차원의 복합 위기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미원렉처는 경희대학교 설립자 고 조영식 박사의 호를 따서 만든 특별 강연이다. 국내외 석학과 실천인을 연사로 초빙해 인간, 세계, 문명의 새로운 지평을 탐색하고 있다. 이 특강 시리즈를 경희대 출판문화원에서 책으로 엮은 게 미원렉처 시리즈다. 지금까지 7차례 개최됐으며 그중 5개 강연이 책으로 발행됐다. 경제, 정치, 역사 등 여러 분야 석학들과 국제기구 전문가들이 자신의 관점에서 문명의 현재와 미래를 논하고 있다. ‘강대국의 흥망’이란 저서로 유명한 폴 케네디 교수는 ‘교육과 인류의 미래’에서 인류의 미래를 위한 대학의 역할을 강조한다. 대학의 역할은 복잡다단한 인간과 세계의 본질을 스스로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 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완전히 다른 사유 방식이다. 사유 방식이 변해야만 더 높은 수준의 교육과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케네디 교수는 대학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때 인류의 미래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인류와 문명’은 고이치로 마쓰우라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의 강연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속 불가능한 현재의 삶을 지속 가능한 삶으로 바꿔야 하는 도전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강조한다. 지구 자원의 과잉 개발을 멈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구적 문명을 창조해 지구적 방식으로 행동하는 길밖에 없다고 논한다. 저명한 사회학자 프레드 불럭 교수는 ‘지구적 근대성, 그 위기의 근원’에서 경제 위기를 넘어 근대성 자체까지 위협을 받게 된 원인을 먼저 분석한다. 그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분법으로 경제를 바라보는 것을 문제라고 했다. 이분법 구조를 벗어나 위축된 집단적 상상력을 다시 활성화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유네스코와 21세기 고등교육’에서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인간의 존엄과 삶의 능력에 평화가 기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평화의 또 다른 기반으로 문화적 다양성의 존중을 제시한다. 인간의 선천적 존엄을 보호하고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는 것은 21세기 평화의 토대이자 새로운 휴머니즘의 뿌리다. 피터 카젠스타인 교수는 ‘세계 정치와 문명: 동서양을 넘어서’에서 정치와 문명의 문제를 다원주의 시각에서 풀어낸다. 그는 문명 간의 차이가 충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정치적 목적으로 문명의 본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충돌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서로 교류하고 진화하면서 공존하는 문명의 본질은 다원주의적 경향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미지의 세계로 향해야 한다. 미원렉처 시리즈가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논제를 보다 쉽게 풀이한다면, 문명 전환 시리즈는 전문적으로 새로운 문명을 논하는 총서 성격의 시리즈다. 경희대 출판문화원은 그 첫 번째 책으로 어빈 라슬로 교수의 ‘의식 혁명’(가제)을 준비 중이다. 헝가리 태생의 과학철학자이며 시스템이론가인 라슬로 교수는 과학과 영성을 결합한 새로운 과학을 기반으로 인간과 우주의 연관을 주장한다. 그러면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일체성을 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벨 “존중하고 차이 인정해야 공존가능” 의식 혁명에서 라슬로 교수는 다른 두 전문가와 대담을 나누며 우리가 처한 위기와 전환을 진단하고 예술, 과학, 교육, 목표와 가치, 세계관, 종교, 영성의 역할을 숙고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의식의 역할을 중시한다. 현재 우리 의식의 상태가 다른 모든 것의 기초가 되는 핵심 사안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 책은 9월 21일 개최되는 경희대 Peace BAR Festival ‘지구 문명의 미래: 실존 혁명을 향하여’에 맞춰 발간될 예정이다. 경희대 출판문화원은 문명 전환 시리즈를 통해 문명 전환의 이론과 실천에 관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 도서를 발행할 계획이다. 한편 경희대 출판문화원은 지난 5월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의 연설문집인 ‘불가능의 예술’을 발간하기도 했다.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모색하는 경희대학교의 교육철학과 하벨의 정치적 지향점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벨은 지구 문명을 위해 실천 도덕으로서의 정치를 추구했다. 다문화적 공존의 정신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지구촌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본 것이다. 그리고 도덕의 핵심인 책임감은 우리의 삶을 넘어 자연, 지구, 심지어 우주까지 이어진다. 하벨은 인간, 자연, 지구, 우주가 신비롭게 연결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인류 문명의 미래라고 확신했다. 문명 전환의 시대에서 우리는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현대의 위기는 우리 인류의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공멸이냐, 공생이냐.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대학의 존재 이유는 과거와 현재를 성찰하면서 미래를 창출하는 데 있다. 폴 케네디의 말처럼 대학이 대학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재확인하고 대학의 공공성을 실천해야 할 때다. ‘대학의 미래, 인류의 미래’를 강조하는 경희대가 출판하는 책들을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베네수엘라 대통령 “포켓몬 고는 자본주의의 죽음 게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최근 세계적인 열풍을 얻고있는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를 비난하고 나서 화제에 올랐다. 최근 마두로 대통령은 TV연설을 통해 포켓몬 고가 '자본주의에 의한 죽음의 게임'이라며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마두로 대통령은 "포켓몬 고는 증강현실(AR) 게임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그 속에서 죽이고 또 죽인다"면서 "자본주의가 낳은 폭력의 문화를 사람들이 배타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본주의는 폭력, 마약, 죽음을 주입한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 베네수엘라에서는 포켓몬 고가 서비스되지 않으며 앞으로의 계획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특히나 마두로 대통령은 한가하게(?) TV연설을 통해 '게임 타령'이나 하고있을 상황도 아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야권이 국민소환 투표 개시에 필요한 전체 유권자의 1%인 20만 명의 서명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마두로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묻는 국민소환 투표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사상 최악의 경제난에 봉착한 상태다. 식료품을 사기 위해 국민들이 상점 앞에 길게 줄을 서는 것은 물론 국경을 넘는 일도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 최근 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국민의 64%가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원하고 있어 여러모로 마두로 대통령은 민심을 잃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외신들은 포켓몬 고 발언이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계산된 발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경쾌하게·박력있게·스릴있게…韓·美·日 애니 삼국지

    경쾌하게·박력있게·스릴있게…韓·美·日 애니 삼국지

    여름 극장가는 블록버스터 외에도 가족 관람객을 겨냥한 애니메이션 전쟁이 발발하는 시기다. 7월 마지막주 박스오피스 톱 10 중 ‘도리를 찾아서’, ‘아이스에이지: 지구대충돌’, ‘극장판 요괴워치’, ‘빅’ 등 애니메이션이 네 편이나 차지하고 있다. 8월, 애니메이션 전쟁이 더 뜨거워진다. 굵직굵직한 작품들이 대거 개봉할 예정이다. 한·미·일 대결이 펼쳐지는 것도 관전 포인트. ●북미 극장가 휩쓴 ‘마이펫’·日 ‘코난’ 오늘 개봉 맞불 3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마이펫의 이중생활’(전체 관람가)은 올해 ‘주토피아’, ‘도리를 찾아서’의 흥행 바통을 잇고 있는 작품이다. 최근 SF ‘스타트렉 비욘드’가 개봉하기 전까지 2주간 북미 극장가를 휩쓸었다. ‘슈퍼배드’ 시리즈와 ‘미니언즈’를 선보이며 세계 애니메이션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일루미네이션에서 제작했다. 애완동물들의 일상을 사람이 아닌 동물의 시선으로 그려낸다. 새 입양견 때문에 평화로운 일상에 금이 간 반려견 맥스가 뜻밖의 사고로 주인 곁을 떠나게 된 뒤 동물 친구들과 겪게 되는 모험담이 경쾌하다. 물량 공세를 앞둔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는 ‘명탐정 코난: 순흑의 악몽’(12세)이 눈에 띈다. ‘마이펫…’과 같은 날 극장에 걸린다. ‘명탐정 코난’의 20번째 극장판이다. 만화는 아오야마 고쇼가 1994년 처음 잡지에 연재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그리고 있으며, 1996년 TV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시작됐다. 극장판은 1997년 첫 편이 나온 뒤 해마다 한 편씩 제작되고 있다. 극장판에서 코난은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급 모험을 펼친다. 관객 몰이가 큰 작품은 아니지만 마니아층이 탄탄하다. 국내에서는 6번째 극장판 ‘베이커가의 망령’이 2008년 처음 상륙한 뒤 일본색이 짙은 네 작품을 제외하고 19번째 ‘화염의 해바라기’까지 모두 개봉했으며 누적 관객이 430만명에 달한다. ●이성강 감독 ‘카이’ 17일·연상호 감독 ‘서울역’ 18일 개봉 한국 애니메이션 중에는 연상호 감독의 좀비물 ‘서울역’(15세)과 이성강 감독의 판타지 ‘카이: 거울호수의 전설’(전체)이 빅카드다. 18일 개봉하는 ‘서울역’은 연 감독의 첫 실사 영화 ‘부산행’보다 앞선 이야기(프리퀄)를 담고 있다. 공유 부녀가 KTX에 탑승하기 전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의문의 바이러스가 퍼진 서울역에서 평범한 시민들이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 ‘부산행’ 도입부에서 KTX에 돌연 탑승해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감염자로 특별 출연한 심은경이 류승룡, 이준과 함께 목소리 연기를 한 점이 흥미롭다. 심은경이 두 작품의 연결고리인 셈이다. 최근 몇 년 새 국내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유아용을 제외하곤 줄줄이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에 ‘서울역’이 ‘부산행’의 열기에 힘입어 흥행 열차에 탑승할지 주목된다. ‘서울역’보다 하루 앞선 17일 스크린에 걸리는 ‘카이…’는 2002년 국내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최고 애니메이션 축제인 프랑스 안시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그랑프리를 수상했던 ‘마리 이야기’의 이성강 감독이 안데르센 동화 ‘눈의 여왕’을 한국적 정서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소년 카이와 눈의 여왕 하탄의 대결이 하이라이트다. 연상호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점이 눈길을 끈다. ●세계 최고 佛안시영화제 석권 ‘보이 앤 더 월드’ 4일·‘리우 2096’ 11일 첫선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맞아 브라질 애니메이션을 맛볼 수 있는 색다른 기회도 마련됐다. 안시를 2년 연속 석권했던 작품들이다. 먼저 2014년 그랑프리 수상작 ‘보이 앤 더 월드’(전체)가 4일 개봉한다. 도시로 일자리를 구하러 간 아빠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소년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세계를 동화적인 감성으로 그려내며 한편으론 도시화와 세계화, 자본주의와 미디어의 범람, 인간 소외를 풍자한 수작이다. 11일에는 2013년 그랑프리 수상작인 ‘리우 2096’(19세)이 개봉한다. 영원한 생명을 지닌 인디언 전사와 끊임없이 환생하는 여인의 600년에 걸친 사랑을 그린 대서사 판타지물이다. 1500년대 프랑스·포르투갈 식민 지배, 1800년대 노예제 폐지 투쟁, 1960~70년대 군부 독재 등을 거쳐 2096년 물 부족 사태로 인한 소요까지 실제 역사와 앞으로 일어날 법한 역사까지 만날 수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베네수엘라 대통령 “포켓몬 고는 자본주의가 낳은 죽음의 게임”

    베네수엘라 대통령 “포켓몬 고는 자본주의가 낳은 죽음의 게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최근 세계적인 열풍을 얻고있는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를 비난하고 나서 화제에 올랐다. 최근 마두로 대통령은 TV연설을 통해 포켓몬 고가 '자본주의에 의한 죽음의 게임'이라며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마두로 대통령은 "포켓몬 고는 증강현실(AR) 게임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그 속에서 죽이고 또 죽인다"면서 "자본주의가 낳은 폭력의 문화를 사람들이 배타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본주의는 폭력, 마약, 죽음을 주입한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 베네수엘라에서는 포켓몬 고가 서비스되지 않으며 앞으로의 계획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특히나 마두로 대통령은 한가하게(?) TV연설을 통해 '게임 타령'이나 하고있을 상황도 아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야권이 국민소환 투표 개시에 필요한 전체 유권자의 1%인 20만 명의 서명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마두로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묻는 국민소환 투표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사상 최악의 경제난에 봉착한 상태다. 식료품을 사기 위해 국민들이 상점 앞에 길게 줄을 서는 것은 물론 국경을 넘는 일도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 최근 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국민의 64%가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원하고 있어 여러모로 마두로 대통령은 민심을 잃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외신들은 포켓몬 고 발언이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계산된 발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한국어 대회 우승한 쿠바인 “서울서 자본주의 명암 체험”

    한국어 대회 우승한 쿠바인 “서울서 자본주의 명암 체험”

    “서울의 고층 빌딩과 깨끗한 지하철에 놀랐지만, 이면에는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할 만큼 빈곤한 계층도 있더라고요. 자본주의 역시 공산주의처럼 명암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마지막 공산주의 국가’로 불려온 쿠바의 디아멜리스 디아즈(29·여)는 31일 이렇게 말했다. 디아즈는 주멕시코 대한민국 대사관과 한양대가 지난 2월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연 제1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 우승자다. 그는 우승 혜택으로 지난 한 달간 한양대 여름 국제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체험한 뒤 이날 쿠바로 떠났다. 쿠바의 국영 통신회사에서 근무하는 디아즈는 쿠바의 다른 한류 팬들처럼 ‘한드’(한국 드라마) 덕분에 한국을 사랑하게 됐다. 디아즈는 “1년여 전 ‘꽃보다 남자’를 보고 배우 이민호와 한글에 빠지면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디아즈는 서울에 머무르는 동안 한국인에게 뿌리 깊은 ‘예의’와 ‘정’이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한다. 디아즈는 “쿠바에서는 높은 수준의 교육과 의료가 모두 무료”라면서 “한국은 무엇이든 ‘지불’(pay)을 해야 대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느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EU 브렉시트 협상대표에 佛출신 강경론자

    EU 브렉시트 협상대표에 佛출신 강경론자

     유럽연합(EU)과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강경한 원칙주의자들끼리의 격전장이 될 전망이다.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27일(현지시각) 영국과의 브렉시트 협상을 이끌 협상대표로 프랑스 정치인 출신인 미셸 바르니에 전 EU 집행위원을 임명했다고 AFP 등이 보도했다.  융커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친구인 미셸 바르니에가 이 중요하고 도전적인 책무를 받아들여 매우 기쁘다”면서 “그가 이 새로운 도전에 적임자이고, 영국과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있어 우리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바르니에 협상대표는 프랑스 외무장관과 농업장관을 지냈고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EU집행위에서 내부시장 및 서비스 담당 집행위원을 역임하며 유로존의 국가부채 위기를 해결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는 오는 10월 1일 공식 취임할 예정이지만 브렉시트 협상은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영국이 EU에 공식으로 탈퇴 의사를 통보해야 개시되며 2년간 최종 타결에 이르지 못하면 영국은 자동으로 EU에서 탈퇴하게 된다. 하지만 영국 측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탈퇴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바르니에 협상대표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영국과의 협상을 책임지게 돼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EU 집행위가 바르니에를 협상대표로 임명해 브렉시트 협상에서 영국을 강경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그는 EU 집행위원 시절에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중심 규제를 강조한 원칙주의자다.  텔레그래프는 프랑스의 보호무역주의자인 바르니에 대표가 자유시장을 추구하는 영국식 앵글로색슨 자본주의 모델을 반대하는 이로도 유명하다고 소개했다.  바르니에 협상대표는 EU 집행위원이던 2013년 EU 회원국이면서도 EU의 금융 서비스 규제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영국을 비판했다. 그는 EU 집행위에서 물러나고서도 영국의 정책에 반대하는 태도를 유지했다고 EU 외교관들은 전했다.  한 외교관은 “바르니에는 영국의 ‘소울메이트’와는 거리가 멀다”면서 “그는 냉정한 협상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에서는 이미 EU와 영국의 협상이 순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쪽에서 브렉시트 협상에 나설 대표인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 장관도 만만치 않은 원칙주의자로 평가받는 인사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유럽 통합에 회의적 입장을 견지해온 데이비스 장관은 브렉시트 협상 테이블에서 강경한 태도로 맞설 적임자라는 이유로 낙점됐다.  데이비스 장관은 EU 단일시장 접근과 관련해 무관세 접근을 가장 가능성 있는 결과로 본다. 그는 EU가 단일시장에 대해 이기적인 태도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과 추가 부담금을 고집하고 있다며 EU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바르니에 협상대표와 데이비스 장관은 1996년 각각 프랑스와 영국에서 같은 직책인 유럽 장관을 맡아 이미 친분이 있는 사이다. 현재로서 영국과 EU의 브렉시트 협상에서는 단일시장 접근권이 가장 큰 쟁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영국은 노동을 위한 다른 회원국 국민의 영국 이주를 통제하면서도 종전처럼 EU 시장을 무역장벽 없이 누비고 싶다는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EU에서는 이주노동의 EU의 기본권이라며 영국의 이 같은 요구를 자국 이익만을 노리는 부당행위로 일축하고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서울, 2016년 여름…광장시장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서울, 2016년 여름…광장시장

    “왓더헬~~!!??”, “오 마이 갓!!”, “쩐더??”“ 7월 중순, 오후 4시경이다. 서울 광장시장 먹거리타운 입구에서 한국인 가이드에게 열심히 설명을 듣고 있던 외국인 관광객들의 외마디 놀란 소리들이다. 놀란 눈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우뚱, 가이드를 뚫어본다. 이윽고 가이드가 한 뜸 들여 미소 지으면서 광장시장의 명물인 ‘마약김밥’, ‘마약떡볶이’ 명칭의 유래를 설명한다. 곧이어 나오는 박장대소와 더불어 입술 모은 채 고개 끄덕이며 시장 안으로 가이드 깃발 표지 삼아 발을 옮긴다. 산낙지 수족관 앞에서 단체 인증샷을 찍으며 치즈를 외친다. 서울 2016년 여름, 늘상 만나는 광장시장의 일상이다. ●팀 버튼 감독과 광장시장 빈대떡의 만남 분명 뜻밖이고, 특이하고, 예상을 넘어선다. 광장 시장은 더 이상 시장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가장 번성한 시장이다. 광장시장 안 ‘한류 먹거리 특화거리(K-food street)’에는 마약김밥, 빈대떡, 냉면, 육회, 만두, 수수부꾸미, 순대, 암뽕, 생선회까지 300여개 점포에서 내미는 차림표에는 우리나라 모든 음식이 들어있다. 진정한 먹거리 천국이다. 시장이라 말하면 누구에게나 당연히 드는 이미지가 있다. 그것은 부산스러움과 생활의 건강함, 그리고 소박한 서민들의 삶의 내음새이다. 그러나 광장시장은 어느 순간부터 이런 시장 이미지에서 한참이나 멀어져 있다. 이제 광장시장 먹거리타운은 서울의 대표 '핫 플레이스' 이자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서울 관광코스가 되어 버렸다. 광장시장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계기가 있었다. 2012년 겨울이다. <가위손>,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영화 감독인 팀 버튼의 방문이었다. 스텝들과 어울려 부침개를 막걸리와 나누어 먹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삽시간에 광장시장은 기괴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독특한 영화감독이 찾는 유니크한 공간으로 알려지게 된다. 이후 미국, 일본, 중국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되었다. 어느덧 광장시장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서울의 뒷골목이고, 야시장이고, 호기심이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고단한 직장인들에게는 고향집이고, 스스럼없으며, 포근한 사랑방으로도 그 역할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 자본주의의 출발점, 광장시장 광장시장 역사는 생각보다 단단하다. 1904년 고종 즉위 41년 을사보호조약 체결 후 상설시장인 남대문 시장의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간다. 당시 종로4가와 지금은 시계 골목으로 이름난 예지동 일대에 ‘배오개 시장 ’ 즉 ‘이현(梨峴)’시장이 서울 3대 시장으로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바로 이 배오개시장을 모태로 하여 광장주식회사에서 운영하는 시장, 정식명칭으로 ‘동대문시장’이 1905년 7월 5일 한국인 운영 최초 상설시장으로 문을 연다. 한국 자본주의 출발의 맹아(萌雅)인 셈이다. 이후 동대문시장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거쳐, 1950년대에는 청과와 의류를 전문으로 거래하는 시장으로 변신, 하루 거래액이 남대문 시장의 3배에 이를 정도로 성장한다. 이때 동대문상인연합회가 결성이 되었고, 정치깡패 ‘이정재’가 회장으로 등장하여 숱한 사연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현재의 광장시장이라는 이름이 등장하게 된 시기는 1964년부터였다. 그 전까지는 종로 4가에서 동대문까지를 그냥 동대문시장으로 통칭하였다. 그러다 이 시기를 전후하여 광장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예지동 일대를 광장 시장, 신당동 일대를 신평화시장, 종로 5가를 동대문 시장, 종로 6가를 동대문 종합시장으로 나누게 된다. 이후 계속하여 70년대 산업화와 맞물려 주변이 급속도로 팽창한다. 다시금 청계천 남쪽으로 평화시장, 동화시장, 통일상가, 신평화시장 등의 의류전문시장들이 차츰 들어서 지금의 거대한 상업권역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광장시장은 현재 점포 수가 5000여 곳, 면적 4만 2150㎡에 이르며, 1만 5000여 명 이상이 모여 일하는 서울 도심의 대표 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또한 시장안에는 먹거리 타운 외에도 한복, 원단부자재, 양복, 침구, 커튼, 잡화, 주방용품, 의류 등 100년 전통 시장의 면모를 제대로 갖추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광장(廣藏) 시장의 어원에 대하여 알아볼 필요가 있다. 서울 토박이일지라도 대개의 경우 이 근처에 무언가 큰 광장(廣場)이 있던 자리여서 광장시장으로 이름을 붙이는 것이라고 십중팔구 그리 생각한다. 그러나 광장(廣長) 명칭은 바로 청계천 3가와 4가에 있던 다리, 즉 광교(廣橋, 너른다리)와 장교(長橋, 긴다리)의 앞머리를 따온 말이었다. 그러다 지금의 광장(廣藏) 시장에 쓰이는 ‘장(藏)’ 자는 곳간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 기존의 긴 장(長) 자에서 바꾼 것이다. ●번외편 : 응답하라 1970년 광장시장- 노신사의 기억을 더듬다 1970년 광장시장. 평화시장 미싱 소리가 세상의 전부였다. 16살 어린 시다의 배고픈 저녁은 길었고, 도시락에는 늘상 먼지 한 웅큼이 반찬이었다. 재단사가 광장 시장에서 얻어 온 오뎅국물과 풀빵 몇 개는 지상 최대의 만찬이었다. 가난은 그리도 지독하였다. 새벽 도매물건 떼러 온 지방 가게 주인들은 한 보따리, 두 보따리 가득 짊어진 채 출출한 배를 달래줄 샛밥을 찾아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변변한 차림표가 없어도 이심전심 통하는 마음으로 육수 한 가득 부어주는 칼국수 국물에 옹심이 건더기로 속 든든히 달래었다. 비록 문지방 닳게 손님들 넘실대는 서울 장안 내로라하는 맛집은 아닐지언정, 새벽 문전성시 동대문 시장, 평화시장 주인공들의 입맛에는 최고의 맛은 바로 광장시장에 있었다. 세월은 90년대와 2000년대를 지나, 광장시장은 풋풋한 호기심 가득한 젊은이들의 셀카봉 세례를 받는 여행지가 되었다. 물건 다 떼고 고향 가는 시외버스 기다리며 노루잠 청하던 길목어귀 공터는 이제 중국인 관광객들 짐으로 그득하다. 밤새 미싱을 돌린 채, 지우지 못한 기름내 가득한 손으로 후후 불어 가며 먹던 뜨거운 수제비 국물의 아련한 향수는 이제는 더 이상 광장시장에는 없다. 고향 이모가 돼지 비계 둘러 온 힘 실어 누른, 접시 넘치게 담아주는 두툼한 빈대떡 한 판이 세상제일 음식이었다. 고향이었다. 달그락거리며 남겨진 국수 면발 건지다보면, 어느새 맘씨 넉넉한 주인 아주머니가 퉁명스레 쏟아주던 육수와 건더기들이 그리도 고마웠다. 생각 없이 들어간 부침개 집에서 익숙한 고향 말씨라도 들을 요량이면, 음식 맛은 뒷전이었다. 그리도 반갑고 푸근했다. 고단했던 서울 1970년 겨울, 푸근했던 아지트도 어느덧 이제는 50년이 다 되어간다. 그래도 배고픈 그때, 광장시장 한 가운데 멸치국수 내음 찾아 가로질렀던 젊음이 꿈만 같다. 서울 2016년 여름. 너무 낯설다. 노인에게는. <광장시장에 대한 여행 10문답> -아래 질문은 실제 독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을 바탕으로 만든 10문답입니다.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인가요? -한국사람이라면 여행지가 아닌 시장으로 접근하는 공간이다. 동대문시장이나 평화시장, 광장시장에 볼 일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방문 추천한다. 만약 외국인 친구가 있다면, 그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처음 온 친구라면 의미있는 공간이 될 듯. 2. 이 공간을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은? -DDP를 방문한다든지, 종로 4가 근처에 볼 일이 있어 오시는 분들. 3. 숙소 등의 시설환경은 괜찮은가요 ? -서울이다. 4. 유명세에 비하여 실제 모습은? -그냥 익숙한 시장이다. 다만, 먹거리 장터가 특성화 되어 있고,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다는 정도이다. 특별한 것은 없다. 5.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은? -없다. 6. 홈페이지 주소 및 찾아가는 길? -http://jkm.or.kr (종로광장전통시장) -지하철 1호선 종로 5가역 8번 출구 / 지하철 2호선, 5호선 을지로 4가역 4번 출구 -버스(초록 : 0212, 2112 / 파랑 : 100, 101 , 103, 106, 140, 143, 150, 160, 260, 262, 270, 271, 273, 370, 720, 721 / 빨강 : 9301) 7. 먹거리 정보와 가격 정보는? -수수부꾸미 1개 2000원/ 육회비빔밥 6000원/ 국수류 6000원 /보리밥 등 식사류 6000원대/ 빈대떡 4000원/ 마약김밥 3000원 8. 주변에 가 볼만한 다른 공간도 있나요? -현재 시청역에서 이 곳까지 지하 상가로 연결되어 있다. 지하 상가 내의 수많은 점포들이 세월의 내공을 안고 있어 더운 여름날 천천히 시원스레 지하상가로 나들이 가는 것을 추천. 9. 이 곳에서 꼭 추천하고픈 공간이나 체험은? -광장시장의 먹거리 타운 이외에도 원단 부자재 상가나 생활 집기류를 파는 다른 상점들도 볼 만한 것들이 많다. 10. 총평 및 당부사항, 기타정보 -광장시장은 홀로 있는 곳이 아니라 동대문에 상권의 일정 부분을 일컫는 말이다. 생각보다 시장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둘러보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특히 주차문제는 심각해서 대중교통을 적극 권장.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기자 vieniame2017@gmail.com
  • [특파원 블로그] 덩샤오핑, “농촌에서 사회주의 철학을 가르치는 것은 나라를 망치는 지름길”… 우리가 몰랐던 남순강화

    [특파원 블로그] 덩샤오핑, “농촌에서 사회주의 철학을 가르치는 것은 나라를 망치는 지름길”… 우리가 몰랐던 남순강화

    1980년대 말 중국의 개혁·개방은 위기에 놓였다. 개혁·개방의 부작용은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났고 정치·사회적 불안은 1989년 톈안먼 사태로 분출됐다. 톈안먼 광장을 탱크로 쓸어버린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다.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자금성 옆에 있는 당·정 최고지도부 집단 거주지)에서는 연일 정통 사회주의 길로 회귀하려는 좌파와 자본주의로 밀고 나가려는 우파 간 권력투쟁이 벌어졌다. ‘남순강화’(南巡講話)는 바로 이때 나왔다. 당시 88살의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은 1992년 1월18일부터 2월21일까지 노구를 이끌고 우한, 선전, 주하이, 상하이를 차례로 시찰하며 강화(담화)를 이어갔다.  중국 인문연구소인 중산국학당은 지난 22일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원본을 공개했다. 단순히 덩샤오핑의 말만 공개한 게 아니라 담화가 나온 장소와 분위기까지 생생하게 전했다.  시찰 첫날 후베이성 우한 한커우 기차역 귀빈실에 도착한 덩샤오핑은 작심한 듯 후베이성 서기 관광푸에게 “내 말을 똑바로 적어 베이징에 전하라”고 지시했다. “후야오방과 자오쯔양은 반(反)자유주의 투쟁에서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개혁·개방에는 큰 업적을 남겼다. 약간의 과오로 그들의 성과를 완전히 부정하지 마라” 남순강화의 일성이었다.  덩은 톈안먼 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후야오방과 자오쯔양을 총서기직에서 잇따라 끌어내렸지만 개혁·개방을 밀어붙이기 위해 두 총서기에 대한 정치적 공격을 차단한 것이다. 덩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덩은 “자본주의·사회주의 논쟁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농촌에서 사회주의 철학을 가르치는 일은 나라를 망치는 지름길”이라고까지 했다.  좌파에 대한 공격도 거칠었다. “좌파는 우리 당 역사에서 늘 두려운 존재였다. 혁명을 전유물로 생각하는 좌파는 이분법으로 우리를 겁박했다. 하지만, 똑바로 직시하라. 지금은 개혁·개방이 살 길이다.” 덩샤오핑의 첫날 담화는 이렇게 마무리됐다. “개혁·개방을 하지 않겠다는 자는 모두 직을 내놓아라”  둘째 날 덩샤오핑은 장시성 서기 마오즈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보고 중간에 “나는 퇴직한 늙은이다. 귀가 안 들린다. 그런 보고를 할 거면 그만두라”라고 호통쳤다. 장밋빛 보고에 대한 분노 폭발이었다. “내가 장시를 떠난 지 20년이 됐는데도 변화가 없다. 정치 투쟁만 일삼는 베이징을 쳐다보지 말고 광둥에서 배우라”고 했다. 덩의 훈계는 서릿발 같았다.  셋째 날 강화는 선전에서 이뤄졌다. 영빈관의 붉은 등이 덩샤오핑을 비추고 있었다. “내가 왜 남방을 찾아왔는지 아는가. 소련 때문이다. 자원과 생산력, 사회발전에서 모두 우리보다 앞선 소련 공산당이 집권 70년 만에 무너졌다. 사회주의 이론을 만들고 핵무기를 만드는 사이 백성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배급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이게 말이 되는가”  덩샤오핑은 소련의 붕괴로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우리 백성도 여전히 식량, 옷감, 담배, 술 교환권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소련의 오늘이 중국의 내일이 될 수 있다. 개혁·개방 노선이 100년 동안 흔들려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순시 마지막 날 찾은 상하이는 비가 왔다. “마오쩌둥 주석이 이론만 중시한 소련파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실사구시 정신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오 주석도 말년에 자신을 마르크스주의와 일체화하려고 했다. 나와 마오 주석은 모두 평범한 사람이다. 누가 마르크스주의를 더 잘 알겠는가. 누가 자본주의를 더 잘 알겠는가. 정확히 알지도 모르는데 논쟁은 왜 필요한가”  덩샤오핑 강화는 아시아 ‘네 마리 용’(한국, 싱가포르, 대만, 홍콩)을 언급하면서 끝났다. “20세기 경제 현상 중 가장 괄목할 만한 게 바로 네 마리 용의 굴기다. 중국은 영국, 미국, 일본을 따를 게 아니라 네 마리 용에게서 배워야 한다. 반드시 20년 내에 따라잡아야 한다.”  덩샤오핑의 남순강화가 있은지 24년이 지났다. 중국은 네 마리 용을 넘어 미국과 어깨를 겨누는 G2의 반열에 올랐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자취 감춘 시극 다시 쓰는 남자

    자취 감춘 시극 다시 쓰는 남자

    “인문학 운동의 정점은 시극 부활” ‘나비잠’ 한글·영문판 동시 발간 “빠르게 전개되는 미드(미국 드라마)를 보세요. 이젠 예술이나 이야기를 감상하는 데도 속도를 대가로 돈을 지불하는 시대가 됐어요. 시(詩)만이 줄 수 있는 침묵의 질, 감동과 떨림, 모국어의 속살을 되살리는 시극은 인문학 운동의 정점이죠. 자본주의의 폭력과 속도에 잃어버린 우리의 본질을 시극으로 회복했으면 좋겠어요.” 세계적으로 자취를 감춘 시극, 셰익스피어나 엘리엇, 로르카 등 과거의 산물이라 여겨진 시극을 우리 문단과 무대에 되살려온 시인이 있다. 기존의 시 작법을 깨뜨린 개성 넘치는 시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했지만 올해 일간지 신춘문예에 도전, 희곡 부문에 당선돼 화제를 모은 김경주(40) 시인이다. 그가 십수년간 이끌어온 ‘시극 운동’의 정수를 담은 ‘나비잠’(호미)을 한글판과 영문판으로 동시에 펴냈다. 2013년 서울시극단이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린 이 작품은 내년 가을 미국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을 앞두고 있다. 미국 공연은 서울 공연 당시 연출을 맡았던 그리스계 미국인 연출가 데오도라 스키피타레스와의 인연으로 성사됐다. 그는 시인에게 작품이 “그리스 비극뿐 아니라 현대와도 닮은꼴”이라며 “(미국 공연을 위해) 빨리 번역을 해오라”고 재촉했다. ‘나비잠’은 사대문 축성 작업이 한창이던 14세기 조선 한양으로 독자들을 데려간다. 역병과 가뭄, 노역으로 신음하는 성 안이나 호시탐탐 마적 떼들이 엿보는 성 밖이나 지옥이긴 매한가지다. 대목수는 ‘성벽에 죽은 사람들의 머리통을 박아서라도 성을 완성해야 한다’며 광기 어린 횡포를 부린다. 전염병으로, 고된 노동으로 죽은 시체들은 죽은 쌀처럼 쌓여간다. 젖동냥으로 살아남은 소녀 달래는 밤마다 뜬눈으로 성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소문이 퍼지자 대목수는 흉문을 없앨 희생양으로 달래를 지목한다. 그를 기우제의 제물로 바쳐 ‘거짓된 희망’이라도 심을 심산이다. 하지만 달래가 불러주는 자장가는 역설적으로 불면과 불안에 떠는 이들을 편안한 잠으로 이끈다. 신형철 평론가는 “상처 입은 인간의 욕망과 그 운명에 대한 이야기이자 왜 우리 모두에게 자장가가 필요한지 말해주는 이야기”라며 “인간은 약하고 위험하고 위대하다는 것을, 김경주의 이 작품은 거의 한 번도 풀어지지 않았다고 해야 할 팽팽한 시적 긴장 속에서 격렬한 고요함으로 말한다”고 평했다. 여백과 침묵이 감도는 시적 언어로 쓰인 시극은 촘촘한 서사에 익숙해진 요즘 독자들에겐 낯설 법도 하다. 하지만 더듬더듬 읽다 보면 어느새 파국으로 치닫는 서사에 빨려들게 된다. 소문이 만들어내는 음모, 폭력과 상실의 시스템으로 인한 불면과 희생, 고통 등 이야기를 이끄는 요소들은 14세기 조선과 우리의 현실이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도 소문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음모론 때문에 화제에만 집중하고 문제의식은 놓치곤 하죠. SNS에 수많은 고백들을 쏟아놓지만 정작 비밀은 감춰놓고 밤마다 불면을 앓고요. ‘나비잠’에서 흉흉한 소문으로 괴물 취급받는 달래의 자장가가 역설적으로 마을 사람들을 달래는 역할을 한다는 건 우리가 회복해야 할 모성을 뜻합니다. 모국어에 가장 가까운 시적 언어로 짜여진 자장가는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한 언어이기도 하지만 인간을 가장 편안하게 잠들게 하는 리듬이니까요. 결국 ‘나비잠’은 자장가라는 ‘달래는 노래’로 우리가 겪고 있는 폭력, 상실의 구조를 극복해 보자는 이야기죠.”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내꿈은 포켓몬 마스터… 그꿈이 현실로

    내꿈은 포켓몬 마스터… 그꿈이 현실로

    직장인 이상두(28)씨는 이번 주말에 친구 2명과 강원 속초로 ‘포켓몬고 여행’을 떠난다. 그는 설레는 마음으로 인터넷에서 포켓몬스터 캐릭터를 소개한 도감을 찾아보고 있다. “어릴 때는 웬만한 캐릭터는 진화 버전까지 다 외웠는데 이제 가물가물해서 다시 찾아보고 있습니다. 한국어 지원이 안 되기 때문에 ‘꼬부기’가 아닌 ‘Squirtle’로 표시된다고 해서 영어 이름도 눈에 익게 하려구요.” 최승아(28·여)씨도 “직장 동료들과 다음주에 양양으로 ‘포켓몬고 엠티’를 가기로 했다”며 “예전처럼 술만 먹고 노는 게 아니라 누가 포켓몬을 제일 많이 잡는지 내기를 하는 식이어서 색다른 엠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난감 판매 전주 대비 80% 급증… 닌텐도 게임기도 15% 더 팔려 증강현실(AR) 기반의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국내에서 해당 게임이 가장 잘 작동되는 속초행 여행객이 늘어나고 온라인에선 관련 캐릭터 상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포켓몬의 향수에 빠진 2030세대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포켓몬고를 불확실하고 척박한 현실을 대체하는 ‘스스로 통제 가능한 세계’로 여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15일 G마켓 관계자는 “지난 일주일간 포켓몬스터 카드·딱지 등 캐릭터 상품의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 증가했다”고 말했다. 옥션 관계자도 “이달 12~13일 이틀간 포켓몬 장난감과 카드 제품의 판매량이 전주 대비 80%가량 급증했고, 닌텐도 게임기 제품군도 15% 정도 오르는 추세”라고 전했다. 지난 15일 한 온라인 중고장터에는 40여종의 포켓몬스터 피규어를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가 불과 2시간여 만에 전부 품절됐다. 최근에는 속초의 포켓몬 출몰지역, 동영상 후기, 맛집 정보 등을 제공하는 앱도 등장했다. ●포켓몬 스티커 모으던 2030세대… AR 입은 포켓몬에 열광 열풍의 중심에는 1996년 처음 등장한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2030세대가 있다. 어릴 적 포켓몬스터 빵에 동봉된 스티커를 모으고, 게임보이에서 포켓몬 게임을 하며 자란 ‘포켓몬 세대’(25~35세)가 증강현실로 돌아온 포켓몬스터의 진화에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포켓몬스터를 좋아해 피규어만 100개 이상 갖고 있다”고 밝힌 직장인 성준경(27)씨는 “어릴 때부터 봐왔던 콘텐츠여서 정도 들었고 지금도 주기적으로 새로운 캐릭터가 출시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흥미를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예전에는 포켓몬 마니아라고 하면 ‘오타쿠’(이상한 것에 몰두하는 사람)라고 바라봤는데 포켓몬고 열풍이 불면서 요즘에는 ‘네가 전문가지?’라며 포켓몬에 대해 물어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SNS 환경 맞물려 빠르게 확산… 속초를 실제로 존재하는 포켓몬 세계로 인식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젊은이들에게 현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하고 척박한 공간“이라며 ”AR 기술을 통해 이런 현실을 즐겁고 통제 가능한 공간으로 구현해 주기 때문에 열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소비자본주의가 가장 활발하게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90년대 후반에 청소년기를 보냈던 사람들이 성인이 돼 과거의 것과 새로움이 결합된 자신만의 유희 문화를 찾아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샛별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 젊은이들은 회사에 출근하고 밥을 먹는 일상도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하는 등 일상 자체를 놀이화하는 경향이 크다”며 “이런 측면에서 문화적 취향과 일상이 결합된 포켓몬고 게임이 소구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상현 계명대 게임모바일공학과 교수는 “다른 AR 기반 게임과 달리 포켓몬고는 넓은 지역을 직접 다니며 캐릭터를 하나하나 모아야 하는 ‘수집’의 특성이 있어 참여자의 경쟁심을 자극한다”며 “특히 희귀한 포켓몬을 서로 자랑하고 공유하는 SNS문화와 결합해 더 큰 파급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부수현 경상대 심리학과 교수는 “산·바다가 어우러지는 속초에서만 게임이 구현된다는 우연한 조건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어딘가에 존재하는 포켓몬 세계에 직접 방문한다’는 심리적 자극을 줘 더 큰 몰입을 가져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학생 죽음으로 내모는 교육 외면할 수 없어”

    “학생 죽음으로 내모는 교육 외면할 수 없어”

    “장미만 꽃이냐. 풀꽃도 꽃이죠. 단 한 명의 학생도 버려선 안 됩니다. 모두를 감싸안는 게 교육의 기본이고 최종 목표죠. 그런데 우리 현실은 학교마다 350명을 떠안아 100명은 뽑고 250명은 버립니다. 행복하기 위해, 사람답게 살기 위해 받는 교육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청소년들의 자살을 낳는 모순 앞에서 국가도 사회도 부모도 아무 대책이 없어요. 그게 이 소설을 쓴 이유입니다.” ‘국민 작가’ 조정래(73)가 우리 사회에 죽비를 내리치는 신작으로 돌아왔다. 20세기 한국 현대사 3부작으로 불리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1550만부, 2013년 펴낸 ‘정글만리’로 150만부를 팔아치운 밀리언셀러 작가의 이번 선택은 ‘교육’이다. 수많은 낙오자를 양산하는 공교육과 몸집을 불리는 사교육을 고발하는 새 장편 ‘풀꽃도 꽃이다’(전 2권·해냄) 얘기다. 노작가는 백내장 수술에 오른팔 마비, 아내의 투병 등의 지난한 시간을 딛고 작품을 위해 지난 3년간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그리고 사교육 현장까지 직접 발품을 팔며 취재했다. 일찌감치 “내가 처한 사회와 상황, 그 속의 삶의 아픔을 결코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라 다짐한 그인 만큼 멍들 대로 멍든 교육 현장에 고개를 돌린 건 새삼스러운 선택은 아니다. 동시에 개인적인 의미도 있다. 올해 고1, 중1이 된 손자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제가 손자가 둘이에요. 내 손자들이 사교육 시장의 거센 파도에 대책 없이 휩쓸리는 걸 보면서 소설을 쓰는 심정은 27년 전 외아들을 논산훈련소에 데려다주고 돌아올 때의 심정과 그 비감함이 어찌 그리 같던지요. 그간 수많은 작품을 내면서 이번처럼 통렬한 심정으로 쓰고 미래를 걱정한 적이 없었습니다. 선진국들은 모두 토론식 창의 교육, 논술을 생활화한 교육으로 발전된 인간상, 행복한 나라를 만들고 있는데 우리는 암기식, 찍기식 교육으로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어요. 아이들이 성적 때문에 하루 평균 1.5명, 연간 550여명이 자살하는 나라가 됐죠. 제 소설이 교육계에 받아들여져 논의의 장이 마련되면 행복하겠어요.” 작가는 작품에서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일제고사의 폐해, 수많은 낙오자를 양산하는 자율형 사립고의 확대, 40조원 규모로 팽창한 사교육 시장 등 우리 교육의 병폐를 낱낱이 벗겨내며 교육을 바로 세울 해법도 제시한다. 그는 창의식 교육, 대안학교, 혁신학교 지원 등 교육 현장에서의 변화뿐 아니라 임금 격차 줄이기, 대학 서열 없애기, 채용 방식의 변화 등 사회 전체의 개혁을 강조했다. “대안학교와 혁신학교는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교육자들과 학부형들이 모색한 길이에요. 300여개로 늘어난 대안학교들은 공교육에서 버려지다시피 한 아이들을 구해주고 있는데 국가에서는 지원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죠. 사회 지도를 완전히 바꾸는 것도 교육을 바꿀 길입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돈의 차별은 인간에 대한 차별이잖아요. 노동자와 대졸자들의 월급을 50만원만 차이 나게 하자는 거죠. 대학 안 나온 사람도 생활인으로, 사회인으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하는 독일처럼 사회의 인식과 구조를 고쳐 재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와 관련, 작가는 “국민 99%는 개·돼지”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에 대해서도 작심하고 비판했다. “(나 전 정책기획관은) 굉장히 충격적인 탁월함을 발휘해서 국민들로 하여금 ‘내가 무엇일까’ 하고 회의하게 하는 위대한 업적을 세웠습니다. 국민의 99%가 개·돼지라면 그들이 내는 세금 받아먹고 살아온 그는 어떤 존재일까요. 개·돼지에 기생하는 기생충이거나 진딧물 같은 존재죠.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겠다는 사람이 대한민국 교육을 세우고 추진해 나가는 핵심 부서의 장으로 있으니 교육이 이렇게 되었겠죠. 그런 자를 국장으로 임명해 일을 추진해 온 장관도 물러나야 합니다.” 내는 대표작마다 ‘밀리언셀러’를 만드는 작가는 요즘도 메모해 놓은 소재가 40가지는 될 정도로 아이디어가 넘친다. 이미 차기작도 결정해 놨다. “3년 후에 나올 소설의 주제는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입니다. 국민에게 ‘개·돼지 같다’고 하는 국가가 무엇인지 국민이 확실히 알아야 우리의 미래가 있기 때문이죠.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이 과거를 바탕으로 오늘을 밝히고 전망한 것이라면 ‘정글만리’와 이번 작품은 현실을 토대로 우리의 미래를 밝히는 작품입니다. 이런 기획으로 등단 55주년을 맞는 10년 뒤까지 서너 개의 작품을 더 낼 계획이에요. 늙을 시간도 없는데 세월이 가니 늙네요.”(웃음)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브렉시트 재투표 없다” 강한 영국 강조

    “브렉시트 재투표 없다” 강한 영국 강조

    영국에서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에 첫 여성 총리가 탄생한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20일 만에 집권 보수당과 영국 사회의 분열을 수습할 총리로 테리사 메이(59) 내무장관이 13일 오후(현지시간) 취임한다. 메이는 당내 화합을 위해 자신과 의견을 달리한 EU 탈퇴파를 중용하고 EU와의 협상을 차질 없이 진행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에서 소외돼 EU 탈퇴를 지지한 저소득층과 노동계급을 끌어안는 정책을 펴 ‘모두를 위한 영국’ 만들기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메이는 11일 총리로 확정된 직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라며 국민투표 결과를 번복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BBC 등이 전했다. 그는 “은밀한 거래를 통한 EU와의 재결합 시도와 재투표는 없을 것”이라며 “영국 국민들은 EU를 떠나는 데 찬성했고, 나는 총리로서 우리가 EU를 탈퇴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브렉시트 협상은 그러나 시일을 두고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이는 “협상 전략을 논의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올해 안에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해 브렉시트 협상 개시를 위한 공식 절차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는 말수가 적어 해외에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으나 내각에서 내무장관을 6년 동안 맡으며 EU와 이민 문제를 협상한 경험이 있다. 그는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에서 ‘터프한 협상가’가 될 것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메이는 13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정부를 구성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 공식 절차를 밟은 뒤 총리 집무실인 다우닝가 10번지에 입성한다. 총리로서 메이의 첫 업무는 함께 일할 내각의 인선 작업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잔류를 지지했던 메이가 당내 EU 탈퇴파에 탈퇴 결정을 번복하지 않겠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 탈퇴 진영을 이끈 인물들에게 내각의 주요 자리를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혼란을 거듭하는 시장을 진정시킬 임무를 맡게 될 재무장관은 메이의 오랜 정치적 동지인 필립 해먼드 외무장관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오랫동안 재무장관 자리를 노려 온 해먼드 장관은 기업인 출신으로 철저하고 건조한 경영관리인적인 면모 때문에 의회에서 ‘스프레드시트(전자계산표) 필’로 불린다. 하지만 그는 긴축을 완화할 때가 됐다고 보는 메이와 달리 긴축정책을 지지한다. 현 재무장관인 조지 오즈번은 외무장관이나 산업·통상 쪽 장관으로 옮길 것으로 관측된다. EU와의 탈퇴 협상을 진두지휘할 역할은 EU 탈퇴파이자 메이의 경선 캠페인을 이끈 크리스 그레일링 보수당 하원 원내대표가 맡을 수 있다고 FT는 내다봤다. 앞서 메이는 EU 탈퇴 협상을 전담할 ‘브렉시트부’를 신설하고 EU 탈퇴파를 장관으로 앉히겠다고 공약했다. 그레일링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전에 2019년까지 브렉시트를 완료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메이는 친기업적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달리 중도적 보수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메이는 11일 “보수당은 완전히, 전적으로 평범한 노동자들을 위한 당이 될 것”이라며 “영국을 모든 사람을 위한 나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더 많은 주택을 보급하고 탈세를 엄중히 단속하며 노동자와 기업가 간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데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약속했다. 로버트 할폰 보수당 부의장은 “메이의 제안은 노동자들에게 진정한 권리를 주자는 것”이라며 “그는 정실 자본주의를 타파하고 따뜻한 보수주의를 내세우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개천서 용은커녕…개천 자체가 말랐다”

    “개천서 용은커녕…개천 자체가 말랐다”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신분제 공고화’ 발언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한국 사회가 이제 단순한 빈부 격차의 심화가 아니라 주거·교육·문화·건강 등 전 부문에서 격차가 벌어지는 ‘다중격차’ 시대로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제 개천에서 더이상 용은 나오지 않으며, 우리 사회의 계층 이동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개천 자체가 말라버렸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한국 사회의 새로운 불평등 양상으로 청년층이 ‘구조적으로’ 하위 계층화되는 세대 간 격차 문제가 커지고 있으며, 정치권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세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이 같은 분석은 2011년부터 한국의 불평등 현상을 연구해 온 한신대 공공정책연구소 다중격차연구단이 12일 펴낸 ‘다중격차, 한국사회 불평등구조’와 ‘한국의 불평등 2016’(페이퍼로드)을 통해 제기됐다. ‘한국의 불평등 2016’이 국내 불평등 현상을 통계와 지표 중심으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다중격차, 한국사회 불평등구조’는 소득뿐 아니라 임금, 자산, 주거, 세대, 경제체제, 조세, 정치, 복지 등에서의 불평등 구조를 심층적으로 진단했다. ●소득 너머 교육·주거 등 불평등 중첩 1997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한국의 노동시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졌다. 빈곤층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초고소득층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부동산 투기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면서 자산 가격 상승에 성공한 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뉘었고, 교육도 불평등을 완화하기보다는 불평등 구조를 세대 간 이전하는 불평등의 재생산 도구가 됐다. ‘다중격차’ 사회는 이 같은 다차원적인 불평등 구조가 중첩되면서 구조화되고 있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 책에서 다중 격차는 배제의 성격을 드러낸다. 흡사 보이지 않는 카스트제도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한국식 발전주의는 성장 결실을 공유하는 낙수 효과를 통해 다수의 생활수준이 동반 상승하는 ‘엘리베이터 효과’가 있었지만 개발 모델의 시효가 끝나면서 일부 계층의 지위가 상승하는 동안 다른 계층은 하강하는 ‘버킷 엘리베이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은 1990년대 이후 임금 불평등의 증가율이 다른 국가들보다 월등히 높아지면서 초고소득층으로서의 소득 집중보다 빠른 상대적 빈곤층의 확산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자산소득 불평등도 심화돼 이른바 ‘피케티 비율’이라고 부르는 소득 대비 순자산 비중이 급상승해 세습 자본주의의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경향은 특히 2000년대 들어 불평등은 커지고,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심화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은 ‘악순환’되는 경향도 뚜렷하다. 소득 격차의 괴리는 자산 불평등으로, 이는 다시 수도권과 비수도권, 서울의 강남과 강북으로 주거 공간의 분리와 주거 형태의 불평등 심화를 야기했다. 소득, 자산, 주거의 격차는 교육 불평등을 낳고, 출신대학은 또다시 소득 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 사슬의 완성체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증세안 실시 복지 확대 나서야” 전병유 다중격차연구단장(한신대 교수)은 “한국은 귀속지위보다 성취지위가 우세한 사회였지만 이제는 귀속지위가 더 우세한 ‘닫힌 세상’으로 달려가고 있다”면서 “법인세와 소득세의 상위 계층 부담을 늘리고, 부동산 보유세와 자본소득세를 강화하는 방식의 증세안을 실시해 복지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한 아이도 낙오자로 만들어선 안 된다” 교육계 죽비 내리치는 신작 낸 조정래 작가

    “한 아이도 낙오자로 만들어선 안 된다” 교육계 죽비 내리치는 신작 낸 조정래 작가

     “장미만 꽃이냐. 풀꽃도 꽃이죠. 단 한 명의 학생도 버려선 안 됩니다. 모두를 감싸안는 게 교육의 기본이고 최종 목표죠. 그런데 우리 현실은 학교마다 350명을 떠안아 100명은 뽑고 250명은 버립니다. 행복하기 위해, 사람답게 살기 위해 받는 교육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청소년들의 자살을 낳는 모순 앞에서 국가도 사회도 부모도 아무 대책이 없어요. 그게 이 소설을 쓴 이유입니다.”  ‘국민 작가’ 조정래(73)가 우리 사회에 죽비를 내리치는 신작으로 돌아왔다. 20세기 한국 현대사 3부작으로 불리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1550만부, 2013년 펴낸 ‘정글만리’로 150만부를 팔아치운 밀리언셀러 작가의 이번 선택은 ‘교육’이다. 수많은 낙오자를 양산하는 공교육과 몸집을 불리는 사교육을 고발하는 새 장편 ‘풀꽃도 꽃이다’(해냄) 얘기다.  노작가는 백내장 수술에 오른팔 마비, 아내의 투병 등의 지난한 시간을 딛고 작품을 위해 지난 3년간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그리고 사교육 현장까지 직접 발품을 팔며 취재했다. 일찌감치 “내가 처한 사회와 상황, 그 속의 삶의 아픔을 결코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라 다짐한 그인 만큼 멍들 대로 멍든 교육 현장에 고개를 돌린 건 새삼스런 선택은 아니다. 동시에 개인적인 의미도 있다. 올해 고1, 중1이 된 손자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제가 손자가 둘이에요. 내 손자들이 사교육 시장의 거센 파도에 대책 없이 휩쓸리는 걸 보면서 소설을 쓰는 심정은 27년 전 외아들을 논산훈련소에 데려다주고 돌아올 때의 심정과 그 비감함이 어찌 그리 같던지요. 그간 수많은 작품을 내면서 이번처럼 통렬한 심정으로 쓰고 미래를 걱정한 적이 없었습니다. 선진국들은 모두 토론식 창의 교육, 논술을 생활화한 교육으로 발전된 인간상, 행복한 나라를 만들고 있는데 우리는 암기식, 찍기식 교육으로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어요. 아이들이 성적 때문에 하루 평균 1.5명, 연간 550여명이 자살하는 나라가 됐죠. 제 소설이 교육계에 받아들여져 논의의 장이 마련되면 행복하겠어요.”  작가는 작품에서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세우는 일제고사의 폐해, 수많은 낙오자를 양산하는 자율형 사립고의 확대, 40조원 규모로 팽창한 사교육 시장 등 우리 교육의 병폐를 낱낱이 벗겨내며 교육을 바로세울 해법도 제시한다. 그는 창의식 교육, 대안학교, 혁신학교 지원 등 교육 현장에서의 변화뿐 아니라 임금의 문제, 대학 서열 없애기, 채용 방식의 변화 등 사회 전체의 개혁을 강조했다.  “대안학교와 혁신학교는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교육자들과 학부형들이 모색한 길이에요. 300여개로 늘어난 대안학교들은 공교육에서 버려지다시피 한 아이들을 구해주고 있는데 국가에서는 지원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죠. 사회 지도를 완전히 바꾸는 것도 교육을 바꿀 길입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돈의 차별은 인간에 대한 차별이잖아요. 노동자와 대졸자들의 월급을 50만원만 차이나게 하자는 거죠. 대학 안 나온 사람도 생활인으로, 사회인으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하는 독일처럼 사회의 인식과 구조를 고쳐 재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와 관련, 작가는 “국민 99%는 개돼지”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에 대해서도 작심하고 비판했다.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은) 굉장히 충격적인 탁월함을 발휘해서 국민들로 하여금 ‘내가 무엇일까’ 회의하게 하는 위대한 업적을 세웠습니다. 국민의 99%가 개돼지라면 그들이 내는 세금 받아먹고 살아온 그는 어떤 존재일까요. 개돼지에 기생하는 기생충이거나 진딧물 같은 존재죠.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겠다는 사람이 대한민국 교육을 세우고 추진해 나가는 핵심 부서의 장으로 있으니 교육이 이렇게 되었겠죠. 그런 자를 국장으로 임명해 일을 추진해온 장관도 물러나야 합니다.”  내는 대표작마다 ‘밀리언셀러’를 만드는 작가는 요즘도 메모해놓은 소재가 40가지는 될 정도로 아이디어가 넘친다. 이미 차기작도 결정해놨다.  “3년 후에 나올 소설의 주제는 ‘국민에게 국가가 무엇인가’”입니다. 국민에게 ‘개돼지 같다’고 하는 국가가 무엇인지 국민이 확실히 알아야 우리의 미래가 있기 때문이죠.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이 과거를 바탕으로 오늘을 밝히고 전망한 것이라면 ‘정글만리’와 이번 작품은 현실을 토대로 우리의 미래를 밝히는 작품입니다. 이런 기획으로 등단 55주년을 맞는 10년 뒤까지 서너개의 작품을 더 낼 계획이에요. 늙을 시간도 없는데 세월이 가니 늙네요.”(웃음)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한국 사회 다중격차 시대 진입했다

    한국 사회 다중격차 시대 진입했다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신분제 공고화’ 발언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한국 사회가 이제 단순한 빈부 격차의 심화가 아니라 소득·자산·주거·교육·문화·건강 등 전 부문에서 격차가 벌어지는 ‘다중격차’ 시대로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제 개천에서 더이상 용은 나오지 않으며, 우리 사회의 계층 이동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개천 자체가 말라버렸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한국 사회의 새로운 불평등 양상으로 청년층이 ‘구조적으로’ 하위 계층화되는 세대 간 격차 문제가 커지고 있으며, 정치권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세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이 같은 분석은 2011년부터 한국의 불평등 현상을 연구해 온 한신대 공공정책연구소 다중격차연구단이 12일 펴낸 ‘다중격차, 한국사회 불평등구조’와 ‘한국의 불평등 2016’(페이퍼로드)을 통해 제기됐다. ‘한국의 불평등 2016’이 국내 불평등 현상을 통계와 지표 중심으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다중격차, 한국사회 불평등구조’는 소득 뿐 아니라 임금, 자산, 주거, 세대, 경제체제, 조세, 정치, 복지 등에서의 불평등 구조를 심층적으로 진단했다.   1997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한국의 노동시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졌다. 빈곤층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초고소득층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부동산 투기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면서 자산 가격 상승에 성공한 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뉘었고, 교육도 불평등을 완화하기보다는 불평등 구조를 세대 간 이전하는 불평등의 재생산 도구가 됐다.  ‘다중격차’ 사회는 이 같은 다차원적인 불평등 구조가 중첩되면서 구조화되고 있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 책에서 다중 격차는 배제의 성격을 드러낸다. 흡사 보이지 않는 카스트제도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한국식 발전주의는 성장 결실을 공유하는 낙수 효과를 통해 다수의 생활수준이 동반 상승하는 ‘엘리베이터 효과’가 있었지만 개발 모델의 시효가 끝나면서 일부 계층의 지위가 상승하는 동안 다른 계층은 하강하는 ‘버킷 엘리베이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은 1990년대 이후 임금 불평등의 증가율이 다른 국가들보다 월등히 높아지면서 초고소득층으로서의 소득 집중보다 빠른 상대적 빈곤층의 확산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자산소득 불평등도 심화돼 이른바 ‘피케티 비율’이라고 부르는 소득 대비 순자산 비중이 급상승해 세습 자본주의의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경향은 특히 2000년대 들어 불평등은 커지고,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심화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은 ‘악순환’되는 경향도 뚜렷하다. 소득격차의 괴리는 자산 불평등으로, 이는 다시 수도권과 비수도권, 서울의 강남과 강북으로 주거 공간의 분리와 주거 형태의 불평등 심화를 야기했다. 소득, 자산, 주거의 격차는 교육 불평등을 낳고, 출신대학은 또다시 소득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 사슬의 완성체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병유 다중격차연구단장(한신대 교수)은 “한국은 귀속지위보다 성취지위가 우세한 사회였지만 이제는 귀속지위가 더 우세한 ‘닫힌 세상’으로 달려가고 있다”면서 “법인세와 소득세의 상위 계층 부담을 늘리고, 부동산 보유세와 자본소득세를 강화하는 방식의 증세안을 실시해 복지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알아사드 치하 시리아의 참상과 해방욕구

    알아사드 치하 시리아의 참상과 해방욕구

    미래의 아랍인 2 : 중동에서 보낸 어린 시절/리아드 사투프 지음/박언주 옮김/휴머니스트/160쪽/1만 5000원 지난해 출간된 ‘미래의 아랍인 1’ 후속작이다. ‘미래의 아랍인’은 총 3부작으로 예정돼 있으며, 지난해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 그래픽노블 계보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15개국에서 35만 부 이상 판매되며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다. 작가는 2010년에도 ‘파스칼 브뤼탈’이라는 작품으로 같은 상을 받았다. ‘미래의 아랍인’은 하페즈 알아사드 치하의 시리아에서 유년기를 보낸 작가의 자전적 경험과 가족사를 진솔하게 다룬 작품이다. 아버지에 대한 우스꽝스럽고 신랄한 묘사를 통해 해방 욕구와 전통 수호 사이에서 위태롭게 균형을 잡고 있는 아랍의 과도기적 상황을 그려낸 게 특징이다. 작품 속 아버지 압델 라작은 시리아 독재자 알아사드만큼 독단적으로 군림하는 독재자이자 위선으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무슬림이지만 돼지고기를 먹고 종교적 제약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도 아들에게 코란을 외우게 한다. 반자본주의자인 것 같으면서도 시리아 경찰 간부인 사촌에게 출세를 도와달라고 굽신댄다. 압델 라작의 속물적이고 모순된 면모는 2편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시리아의 학교 실태도 자세하게 묘사돼 있다. 아이들은 변변한 책가방도 없어 비닐봉투에 책을 담아 등교하고 4인용 책상에 6명이 빽빽하게 둘러앉아 수업을 듣는다. 선생님의 수업은 애국심을 고양시키는 내용이 대부분이고 대통령 선거 땐 알아사드에게 무조건 찬성투표를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슬람 문화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생활상과 종교라는 이름으로 여성이 겪어야 하는 비참한 현실도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세종의 적솔력(박현모 지음, 흐름출판 펴냄) 세종실록을 10여 차례 통독하고 세종에 관한 시민강좌를 운영해 온 박현모 여주대 교수가 썼다. 적솔력(迪率力)은 세종실록에 나오는 ‘성심적솔’(誠心迪率)에서 나온 용어로 “지도자가 앞장서서 끌어가고 솔선수범함”을 뜻한다. 저자는 적솔력을 ‘리더십’을 대체할 단어로 제안한다. 이외에 한 발 앞서 주도하라는 ‘선발제인’(先發制人), 임금도 또 한 명의 곽씨로 선을 행해야 한다는 ‘군역곽씨’(君亦郭氏)를 세종 통치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한다. 저자는 세종을 “항상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는 인문학적 태도를 지녔던 인물로, 인문 고전을 적극 활용하고 고급 정보와 문자권력을 백성과 공유해 삶의 수준을 높였다”고 평가한다. 284쪽. 1만 6000원. 왜 상인이 지배하는가(데이비드 프리스틀랜드 지음, 이유영 옮김, 원더박스 펴냄) 영국 옥스퍼드대 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인류 역사를 상인·현인·군인의 세 집단이 서로 대립 또는 협력하고 노동자 집단을 억누르거나 구슬리는 과정에서 권력을 행사했다고 본다. 저자는 이런 집단 구분을 ‘카스트’로 정의한다. 근대 이전까지 지배적 카스트로 군림한 군인은 영웅적 전사이자 가부장적 아버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 현인은 직업으로 따지면 성직자·공직자 격으로 특정 이데올로기를 수호하거나 지배질서를 개혁하는 역할을 한다. 상인 집단의 성격은 오늘날 시대정신에 가장 가깝다. 자본주의가 극단화한 오늘날 상인 집단이 세계 대부분을 장악했다고 분석한다. 500쪽. 1만 9800원. 그림동화 남자 심리읽기(오이겐 드레버만 지음, 김태희 옮김, 교양인 펴냄) 독일의 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저자가 그림 형제의 동화 중 ‘헨젤과 그레텔’, ‘두 형제’, ‘수정 구슬’, ‘북 치는 소년’ 등 남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작품을 심리학으로 분석했다. 이 동화들의 이야기 구조를 단순화하면 남자 주인공이 시련을 넘어 행복을 찾는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는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된 인격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또 다른 그림 동화인 ‘두 형제’, ‘수정 구슬’에서는 남자 주인공들이 위기에 처한 공주를 살리기 위해 각각 용, 야생 들소와 싸운다. 저자는 용과 야생 들소를 내면의 독립을 가로막는 주인공의 아버지로 설명한다. 712쪽. 2만 8000원. 1만 시간의 재발견(안델스 에릭슨·로버트 풀 지음, 강혜정 옮김, 비즈니스북스 펴냄) 그동안 우리는 한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그 분야에 ‘1만 시간’은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저 오랫동안 열심히만 하면 다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틀렸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처음 주장한 저자는 ‘노력은 왜 우리를 배신하는가’라는 과감한 질문과 함께 책을 써 내려간다. 저자는 ‘1만 시간의 법칙’의 핵심은 ‘얼마나 오래’가 아니라 ‘얼마나 올바른 방법’인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즉, 1만 시간의 핵심은 ‘무턱대고 열심히 하기’가 아닌 ‘다르게 열심히 하기’라고 말이다. 산을 오르는 최선의 길은 ‘의식적인 연습’이고,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독자를 이끌고 있다. 416쪽. 1만 6000원. 여덟 번의 위기(원톄쥔 지음, 김진공 옮김, 돌베개 펴냄) 현재 10퍼센트를 넘나들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한 자릿수에 멈추어 섰고, 그 추동력도 현저히 약화되고 있다. 이 책은 현대 중국이 경험한 8차례의 위기를 설명하며 아홉 번째 위기가 ‘여덟 번의 위기’와 다르다고 본다. 중국의 경제가 동아시아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와 긴밀하게 연동된 국면에서 중국의 위기가 곧 글로벌 위기이자, 중국과 교역량이 가장 많은 한국에는 거대한 쓰나미 같은 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1949~2009년의 중국이 겪은 위기를 다루고 있지만, 글로벌 산업화와 금융화의 체제 속에서 중국발 경제 위기가 앞으로 도래할 세계의 위기라는 경고로 읽혀진다. 428쪽. 1만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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