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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미래전략실 해체] 1조원 규모 사회공헌 쇄신안서 왜 빠졌나

    삼성 미래전략실 해체,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 2008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회공헌 약속 이행.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국회 최순실 비선실세 의혹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약속한 사안들이다. 이미 계열사별 전경련 탈퇴를 마무리 지은 삼성은 28일 미전실 해체를 공식 선언, 두 가지를 이행했다. 마지막 남은 이 회장의 사회공헌 약속 역시 조만간 추진될 전망이다. 당시 이 회장이 사회공헌키로 한 사재는 약 1조원 규모다. 2008년 삼성 비자금 특별검사팀 수사 과정에서 4조 5000억원의 차명재산이 적발되자, 이 회장이 이를 실명으로 전환하며 세금을 내고 남은 돈 1조원을 사회에 헌납하기로 약속했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의 사회환원 약속이 이행될 것”이라고 강조한 뒤 “다만 사재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처분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삼성이 사회공헌 약속을 포함한 쇄신안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지만, 이날 공식 발표된 쇄신 계획에서 관련 언급은 없었다. ‘삼성이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이달 초 삼성 쇄신안에 총수 사재출연이 포함될 것이란 소식이 나오자 “돈으로 해결하려는 천민자본주의”(정의당), “국면전환용 코스프레”(참여연대)라는 혹평이 나온 바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유진모의 테마토크] 방송인, 연예인, 그리고 공인

    [유진모의 테마토크] 방송인, 연예인, 그리고 공인

    영화 ‘조폭마누라2’(2002)를 끝으로 사실상 연예계를 떠난 유퉁(60)이 33살 연하의 부인과 여덟 번째 결혼식을 올린다는 게 큰 화제다. KBS 아나운서 출신의 전현무는 거대 연예기획사 SM C&C 매출에서 효자 노릇을 하는 방송인이다. 고교생 장용준군은 Mnet ‘고등래퍼’로 유명해졌지만 구설 때문에 아버지인 바른정당 소속 국회의원 장제원의 입지에 나쁜 영향을 끼쳤다. 간통죄는 폐지됐지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김민희에겐 축하보단 비난이 더 거세다. 방송인 혹은 연예인이라는 스포트라이트는 공인이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만든다. 방송인이 연예인과 살짝 차별화된 특정 직업군의 명칭으로 자리 잡았고 연예인과 방송인은 공인의 범주에 똬리를 틀었다. 공인은 사회 분위기상 국가 공무원 및 정치인을 넘어 다분야의 오피니언 리더를 포함하는 포괄적 의미로 통용된다. 연예인이 고위 공직자 못지않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공인으로 분류되는 그 이유는 스타가 웬만한 거부 뺨칠 정도의 고소득군으로 변형된 자본주의의 진화 구도에 있다. 현재 연예인은 시대의 아이콘이고, 신흥 종교이며, 차별화된 참고서다. 남진과 나훈아가 가요계의 투 톱이던 시절엔 연예인 및 관련 콘텐츠가 다소 지성이 부족하거나 정신 연령이 노숙하지 않은 ‘덜 성숙한 젊은이’들의 이룰 수 없는 애정의 대리 만족이나 판타지의 해방구였다면 이젠 ‘어른’들이 연예인에게 열광하는 게 지극히 자연스럽다는 데 시대적 차이가 있다. 한류 열풍의 단초를 제공한 배용준 인기 신화의 배경은 일본 중장년층 여성들의 절대적인 지지였다. 한류 스타의 주 소비층은 10~20대지만 중장년 여성의 모습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아직 공식적인 수교가 없는 쿠바에서조차 한류 열풍의 리더는 40~50대 중년 여성들이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드라마 방영 시간대에 귀가한 남편이라면 스스로 저녁밥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과거에 다수 국민이 빠질 수 있는 신념은 종교 아니면 애국 이데올로기에 국한됐었다. 조작된 역사와 이념의 교육에 의해 자아가 통제되고, 단체 관념에 마취된 채 그나마 진취적인 중독성을 찾아내고 레저와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대상은 연예인밖에 없었다. 그래서 고루한 ‘어른’들에게 천박한 연예인에 열광하는 것은 미신보다 더 하찮은 광대 니힐리즘으로 치부됐다. 지식 교육은 물론 교양 교육의 혜택이 부족했던 탓이다. 그러나 지금은 송혜교가 화장품 유행의 판도를 바꾸고, 공유가 자동차 시장을 뒤흔든다. 청소년들은 아이돌 스타의 옷차림과 말투를 흉내 낸 지 오래됐고, 교과서보다 더 가까이했던 참고서보다 더 신뢰하는 게 아이돌 스타의 개념과 이상이다. 한국전쟁 직후 고생하고 억눌리고 입 다물고 살아온 세대의 용틀임이 ‘아줌마부대’의 드라마 사랑으로 분출됐다면, 그리스·로마신화가 생경하고, 종교 갈등과 정치사회적 변화라는 혼돈에의 적응이 쉽지 않은 청소년들은 아이돌 스타의 신격화·우상화에서 답을 찾는다. 연예인인 배우와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나 리포터 역할에 주력하는 방송인의 차이는 영화나 드라마가 주 활동무대냐, 아니냐에 있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방송인도 당연히 연예인이고, 전 직업을 병행하더라도 방송 활동으로 최소 생계비라도 번다면 연예인이다. 그래서 이 엄청난 매스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연예인이 공인인 이유가 타당성을 갖춘다.
  • 영상예술로 그린 신자유주의 위기…“자본, 삶 지배하는 다층적 복잡체계”

    영상예술로 그린 신자유주의 위기…“자본, 삶 지배하는 다층적 복잡체계”

    영국을 대표하는 설치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아이작 줄리언(57)은 다양한 방법으로 신자유주의가 지배해 온 글로벌 경제의 위기를 예고해 왔다. 영화와 현대미술 사이를 오가며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해 온 그의 예술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개인전 ‘아이작 줄리언: 플레이타임’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복합문화공간인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멀티스크린 영상 설치 작업은 2004년 부산비엔날레와 2008년 광주비엔날레, 2011년 아틀리에 에르메스 전시를 통해 소개된 적이 있지만 본격적인 국내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영화·현대미술 사이 독보적 위상 구축 런던에서 태어나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수학한 줄리언은 탈식민주의, 글로벌 자본주의, 이산과 이주, 인종 및 성적 소수자의 정체성 등을 소재로 작업해 왔다. 이번 전시에는 표제를 이루는 대표작 ‘플레이타임’(2014) 외에 ‘자본론’(2013), ‘레오파드’(2007)의 세 작품이 소개된다. 총러닝타임 67분의 7채널 영상 설치 작품 ‘플레이타임’은 프랑스 영화감독 자크 타티가 1967년 연출한 동명의 영화에서 차용해 온 것으로 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통해 자본주의의 그늘을 보여준다. 런던의 헤지펀드 매니저, 은행의 탈규제 때문에 변화된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의 부동산 개발업자,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된 두바이의 필리핀 출신 가정부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다섯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미술작품 경매사 시몬 드 퓌리가 직접 출연하고 그와 인터뷰를 하는 리포터로 영화배우 장만위가 출연한다. 줄리언은 타티의 영화를 비롯해 기존 영화사 속의 다양한 장면들과 촬영기법들을 인용하면서 에피소드들을 관통하는 중심 주제로 ‘자본’을 설정하고 있다. ●“작품 속 모든 코드들에 자본의 힘 투영” 개인전 오픈에 맞춰 한국을 찾은 작가는 “자본은 우리 인생을 지배하는 수학적 알고리즘과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그 복잡한 체계 아래서 살아가는 우리가 느끼는 여러 의미와 자본주의의 복잡한 체계 그 자체를 다층적으로 나타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더이상 자본을 만드는 데 노동력이 필요하지 않으며 자본은 우리의 삶 속, 심지어 세 아이를 어머니에게 맡기고 집을 떠나 온 필리핀 출신의 가정부가 처한 상황까지도 자본과 연관돼 있다”면서 “자본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작품 속의 모든 코드들이 자본이 이 세상을 구축하는 방식을 투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4월 30일까지.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北 김정남 피살] 김정남이 권력 중심서 밀려난 건 1996년 ‘중국식 개혁’ 연설 때문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이 북한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결정적인 계기가 1996년 시장경제를 강조한 대중 연설 때문이라고 21일 발매된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洲周刊) 최신호가 보도했다. 이는 김정남이 2001년 5월 가족과 함께 일본 도쿄 나리타공항에 위조 여권을 들고 입국하려다 구속되면서 김정일의 진노를 샀다는 기존 관측과는 다르다. 아주주간은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김정남이 1996년 8월 시장경제를 토론하는 집회에 참석해 중국식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한 것이 후계 경쟁에서 탈락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보도하면서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출신의 탈북시인 장진성의 인터뷰를 실었다. 장진성은 “집회에 거구의 한 젊은 남자가 등장해 자신감 있는 어조로 ‘아버지가 내게 나라 경제를 재정비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는데, 그 사람이 바로 김정남이었다”고 회고했다. 장진성에 따르면 김정남은 당시 집회에서 “경제를 다시 세우려면 중국식 개혁·개방을 빼고는 방법이 없다. 먼저 기업을 세우고 그 자회사를 늘려가는 방법으로 발전시키면 자본주의로 변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장진성은 “마치 다른 세상에 온 줄 착각할 정도로 충격적인 연설이었다”고 회상했다. 김정남의 연설이 끝난 뒤 1주일도 안 돼 평양 중심 대동강 구역의 한 아파트 부근에 ‘광명성 총공사’라는 간판이 세워졌고, 건축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정일은 이때부터 김정남의 언행이 체제를 위협할 것으로 보고 경계했다고 아주주간은 전했다. 김정일은 김정남에게 경제 업무를 떠나 ‘정치를 더 공부하라’고 한 뒤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으로 일하게 했다. 김정남은 의기소침해졌으며, 해외로 떠돌게 됐다고 아주주간은 해석했다. 아주주간은 또 김정일의 마음이 김정남의 친모인 첫째 부인 성혜림에게서 멀어지고 일본 귀국자 출신의 셋째 부인 고용희에게 빠지면서 고용희 슬하의 정은, 정철 두 아들을 총애한 것도 김정남이 밀린 원인이라고 전했다. 1996년은 김정남의 이모인 성혜랑이 서방으로 망명한 시기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이공현의 공론장] 헌법상 경제질서와 경제민주화 논란

    [이공현의 공론장] 헌법상 경제질서와 경제민주화 논란

    대통령 선거를 앞두었기 때문인지 요즘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논의가 달아오르고 있다. 직업의 유무, 소득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같은 금액을 지급하자는 기본소득제가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다. 또한 2월 임시국회에서는 상법, 공정거래법과 같이 대기업 지배 구조를 투명하게 만들려는 법안 처리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여기에 개헌 논의 과정에서 경제민주화 조항까지 새로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우리 헌법 제119조 제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제2항은 국가는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재계는 상반된 가치가 공존하는 이 조항 탓에 경제는 자유의 욕구와 평등의 압력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매었고, 규제개혁은 사라진 채 시장경제를 뒷받침할 경제적 자유만 실종됐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경쟁과 자유에 바탕을 두고 성장하려면 경제민주화 조항을 제거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자유와 창의는 어느 때보다도 큰 의미를 갖는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경제민주화는 자유와 창의 다음에 나오는 개념으로 시장 실패에 대비한 보조적 장치라는 것이다. 한편 경제민주화 조항을 명문화했다고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의원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경제민주화란 재벌 기업을 지나치게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느 특정 경제 세력이 나라를 지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양극화로 경제·사회적 긴장이 고조되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근본적으로 위협받거나 흔들릴 우려가 커질 때 정부가 그 붕괴를 막기 위해 원용할 수 있는 비상 안전장치를 염두에 둔 것이다. 시장경제는 경쟁을 전제로 하는 데 비해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전제로 한다. 시장경제의 효율을 극대화하되 시장경제가 지속하여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하여는 경제민주화 조항이 함께 작동되지 않으면 안 된다.’ 원래 민주주의란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다수결에 따라 국가 의사가 결정되는 제도다. 정치의 영역에서 개인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정치적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를 포함한 나머지 영역에서는 다수결이나 평등의 원칙이 적용될 수 없고, 오히려 개인의 개성과 다양성에 기초해 질서가 형성된다. 가정이나 인간 관계에서 모든 문제를 다수결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여기서 경제민주화라는 개념은 불명확하고 다의적 해석이 가능해 논란의 여지가 있으므로 구체적인 경제정책적 목표와 과제에 대한 상위 개념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그러나 이렇게 보충적으로만 효력을 가진다면 구태여 현행 헌법에서 일부러 경제민주화 조항을 명시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경제 문제가 근대 헌법에 나타난 역사와 배경은 경제적 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 헌법에서도 경제에 관한 규정은 헌법 전문에서부터 제9장 사이에서 널리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전문에서 경제 활동의 자유와 기회의 균등을 선언하고 있다. 또한 경제적 기본권 규정은 경제질서의 형성에 개인과 사회의 자율적인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아울러 경제에 관한 제9장에서는 국가가 기본 방향과 과제를 제시하며 적극적인 경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균형 있는 경제의 성장과 안정, 적정한 소득의 분배,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의 방지, 그리고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를 마련해 놓았다. 국가가 경제 정책을 통해 달성해야 할 공익을 열거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경제 영역에서 정의로운 사회질서를 형성하고자 국가가 경제민주화의 이념에 따라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위를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제민주화 조항은 우리나라에서 단순한 사회정책적 목표나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도리어 시장경제질서와 함께 특정 정책의 헌법 위반 여부를 심판하는 데 주요 기준이 되는 것이다. 앞으로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국가 정책들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해 본다.
  • [김성호 선임기자의 종교만화경] “타인의 종교를 ‘아하’하고 이해할 때 분쟁은 사라져요”

    [김성호 선임기자의 종교만화경] “타인의 종교를 ‘아하’하고 이해할 때 분쟁은 사라져요”

    흔히 한국은 ‘종교 천국’이라 불린다. 그 듣기 좋은 평가의 바탕은 많은 종교의 자유로운 활동과 평화로운 공존이다. 하지만 이 땅에선 그 긍정적인 평가와는 달리 종교 간 갈등과 마찰이 이미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만만치 않다. 바로 ‘내 종교가 최고’라는 이기의 배타성과 폐쇄적인 신행 탓이다. 실제로 종교 간, 종단 간의 끊이지 않는 불협화음과 그로 인한 갖가지 파행들은 ‘탈종교화’라는 심상치 않은 위기로 현실화하고 있다. 그 한편에선 위기의 종교를 극복하기 위해 아래로부터의 개혁에 나서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열린 마음으로 경계를 허무는 소통과 배려의 ‘실천 종교인’들을 찾아가 본다.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에서 내린 뒤 횡단보도를 두어개 건너며 10분쯤 걸어 도달한 주택가의 아담한 건물. ‘서로 학습하는 지식협동조합 경계너머 아하’라고 새겨진 간판을 쳐다보며 4층을 걸어 올라가 신발을 벗고 들어서니 15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사무실과 일반 주거지를 합쳐 놓은 듯한 독특한 공간. 명성에 비해 조금 비좁다 싶은 생각에 빠질 무렵 살가운 인사말과 함께 건네지는 찻잔이 반갑다. 찻잔에 언 손을 녹일 무렵 던져진 한마디. “처음 오는 분들은 대개 어색해합니다. 조금 좁지요?” ‘서로 학습하는 지식협동조합 경계너머 아하’(이사장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의 운영위원장 성소은(49)씨. 직함은 운영위원장이지만 2012년부터 이 단체를 결성해 종교 허물기를 통한 지식 나누기 운동을 주도해 온, 사실상의 대표다. 그런데 왜 지식협동조합일까. “협동조합이란 흔히 신자본주의의 대체 시스템을 말하지요. 그 협동조합을 변형해 재화가 아닌, 정보와 지식을 생산해 함께 나누자는 뜻을 담았습니다.” ‘내’ 안에도 여러 가지의 ‘내’가 있듯이 내 안의 경계를 넘어 종교 간 벽을 허물고 나와 사회가 같이 성장하기 위한 모임이란다. “이 세상의 가장 큰 분쟁 요소가 바로 경계 아닐까요.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경계를 넘지 않고선 나와 사회 모두 진보할 수 없다고 봅니다. ”●2012년 오강남 교수와 운명적 만남 “만나서 이웃 종교의 전통을 이해하고자 할 때 자연스럽게 상대를 인정하고 공존할 수 있다”며 단체의 성격을 또박또박 설명해 내는 여인. 여인의 정체가 몹시 궁금해졌다. “불교 신자였던 어머니가 공을 들여 세상에 태어났어요. ‘소은’이란 이름도 스님이 지어 준 이름입니다.” 이름자에 얽힌 사연부터 시작한 지난 삶의 이야기가 예사롭지 않다. 일본 릿쿄대학과 도쿄대 대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한·일 양국 정부와 국제기구에서 줄곧 인권과 세계평화를 입에 달고 살았던 재원. 그 종교 유람의 편력이 복잡다단하다. 개종한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순복음교회에 적을 두고 오랜 세월을 개신교에 빠져 살았다. 하지만 심해져만 가는 영적 갈증과 존재에 대한 의문을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성공회로 적을 옮겼지만 여전히 근원적인 답을 찾지 못했고 방황하던 중 서점에서 불교 수행 관련 책을 보고는 번개처럼 머리를 치는 한줄기 빛을 보고 출가했다. 하지만 운문사 승가대에 몸을 담아 두 철을 나고서도 여전히 한계를 느꼈다는 성씨. “출가하면서 영적 갈등이 풀어지긴 했지만 절집의 조직과 나를 가두는 승복을 견딜 수 없었어요.” 승복이 나와 남을 가르는 또 다른 장벽이었다. 그 넘나드는 종교의 경계 속에 묻힌 소감이 애틋하다. “선방에서 수행에 들고부터 교회를 다닐 때 느끼지 못했던 성경 말씀이 새록새록 가슴에 와 닿아 눈물을 흘리곤 했습니다.” 그 오랜 종교 여정을 되살려 펴낸 ‘선방에서 만난 하나님’(2012년)과 ‘경전 7첩반상’(2015년)이 종교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여정의 도중에 만난 오강남 교수와의 인연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나 보다. ‘예수는 없다’라는 책으로 센세이션을 불렀던 오 교수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비교종교학계의 거목 아닌가. 개인 신앙 중심의 이기적 표층의 종교를 넘어 이제는 타인과 사회를 위한 심층의 종교로 나아가야 한다는 오 교수다. 일본 유학 시절 읽은 오 교수의 ‘예수는 없다’를 두고두고 가슴에 두고 살았다는 성씨가 귀국 후 오 교수를 찾아가 간곡히 부탁해 2012년 9월 함께 시작한 게 바로 ‘경계너머 아하’의 전신인 ‘유유녹명(鳴) 종교나눔터’다. ‘녹명’이라 함은 ‘시경(詩經) 소아(小雅)’ 편에 실린 시의 제목이다. 사슴이 들판에서 먹이를 찾으면 ‘유유’ 하고 울어 주변 사슴들을 불러 모아 같이 나눠 먹는다는 나눔과 공유의 교훈. 나만 배불리 먹으려는 욕심이 아니라 함께 나누기 위한 공유의 울음을 모임 이름으로 택한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범상치 않은 종교 여정 끝에 건져 내고 결집한 삶의 모토인 그 녹명은 성씨의 호이기도 하다. 2013년 ‘녹명 종교나눔터’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모임 명칭을 바꿨지만 초창기부터 벌여 온 종교 허물기를 통한 나눔과 공유의 실천은 변함이 없다. 바로 ‘함께 생각하기’(종교아카데미)와 ‘함께 기도하기’(명상 및 참선), ‘함께 일하기’(성지 탐방 및 자원봉사)의 사업이다. 이 가운데 오 교수가 봄가을 매년 두 차례씩 힌두교와 불교, 유교 등 각 종교의 창시 배경과 주요 경전, 핵심적 가르침을 통해 우리의 삶에서 가지는 가치와 의미를 설명하는 종교아카데미는 핵심 프로그램. 지금까지 1000여명이 아카데미를 거쳐 갔고 지금도 강좌가 시작되기 전부터 문의가 쇄도한다. 다양한 이웃 종교의 성지와 가르침을 체험하는 이웃 종교 탐방과 명상 수행, 매주 일요일 다양한 종교 신도들이 이곳에 함께 모여 각 종교 경전을 읽고 묵상하는 ‘일요 경모임’도 모임마다 10~20명씩 줄곧 찾아든다고 한다. 물론 참가자의 신앙도 개신교, 불교, 천주교 등 다양하다. 지난해 5월 오 교수의 노자·장자 ‘종교아카데미’ 강좌를 듣고 매주 일요일 ‘일요 경모임’에 빠지지 않는다는 박정수(38·의사)씨는 “다양한 종교의 신자들이 다양한 종교를 함께 공부하면서도 배타적이지 않고 각자 삶의 방식을 수용하는 열린 모임이어서 마음이 쏠린다”고 전했다. 2012년 ‘녹명 종교나눔터’ 창립 때부터 아카데미 강좌를 듣고 ‘일요 경모임’과 종교 탐방 행사에 자주 참여한다는 박재숙(57·경찰청 공무원)씨도 “모임을 통해 매일 생활 속에서도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열린 마음을 가지려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놀라게 된다”며 “이 단체의 모임 참여자끼리 별도의 작은 모임을 이어 가고 있다”고 귀띔했다.●“수행+일상 도심 명상공동체 목표” 협동조합이 비영리 사회단체인 만큼 운영이 여의치 않다고 한다. 현재 정규 조합원 80여명이 1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씩 내는 조합비와 신규 조합원 가입 때 1구좌 5만원씩 지불하는 가입비에 강좌, 탐방, 경모임, 참선 등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최소한의 참가비가 재정의 전부다. 초창기엔 장소 마련이 여의치 않아 교회며 출판사 등 각종 공간을 빌려 전전하다가 이곳에 정착한 게 2015년 5월의 일이다. 성씨가 기거하는 생활 터전이기도 하다. “지난날 종교를 넘나들며 숱하게 겪었던 순간의 환희는 지금 이 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감동에 비하면 터럭 같아요.” 알고 난 뒤 무릎을 치며 내는 소리 ‘아하’는 그 성취의 증거란다. 그래서 이 단체의 모든 참가자들은 서로를 ‘아하이스트’라 부른다고 한다. “가고 있지만 알 수 없는 길.” 나누며 공유하는 지식 협동조합 운동에 빠져 살지만 여전히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재정 어려움 등 압박감을 떨치지 못한다는 성씨. 그래도 어떻게 사는 게 좋은 삶인지를 고민하는 도반들에 둘러싸여 숨 쉬는 지금의 삶이 행복하다고 웃는다. 그 웃음 끝에 비친 궁극의 꿈이 야무지다. 숭산 스님의 제자인 재가불자들이 미국 보스턴에 세운 케임브리지 선센터를 방문했을 때 가졌던 인상이 아직도 생생하단다. 한 건물에서 가족끼리 혹은 개인이 머물면서 수행을 지속하는 단체 공간의 건립이 목표다. “서울 도심에서 수행과 일상이 분리되지 않은 채 한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공동의 명상공동체라면 좋겠어요. 내가 발 딛고 사는 그 자리에서 다양한 종교인들이 함께 수행하는 곳이지요.” kimus@seoul.col.kr
  • ‘인간’은 도대체 무엇인가… 치열한 물음에 대한 도전

    ‘인간’은 도대체 무엇인가… 치열한 물음에 대한 도전

    “세계를 해석하는 일보다 세계를 변혁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믿었던 20대 청년은 50대 중반에 삶의 방향을 틀었다. 소장도서 6000여권이 넘는 자신의 서재에서 5년 동안 칩거하며 망치 대용으로도 쓸 법한 1200여쪽의 ‘벽돌책’ 한 권을 써냈다. 1980년대 운동권 이론가였던 홍일립(61·필명) 박사가 최근 펴낸 ‘인간 본성의 역사’(에피파니)다. 스스로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에는 상당한 인내가 요구될 것”이라고 말하는 책이다.책은 지난 2500년간 동서양이 탐구해 온 인간에 대한 사유가 거의 망라돼 있다. 수많은 이론들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기 다른 시대의 정치와 사회, 문화, 과학적 사유들을 그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했다. 한 주제에 대한 깊은 통찰과 사유를 담아낸 인문학 서적 상당수가 번역본인 국내 출판 현실에 비춰볼 때 보기 드문 도전적 저작이다. 공자, 맹자, 순자, 한비자,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동서양의 고대 사상가부터 마키아벨리, 데카르트, 홉스, 로크, 흄, 루소 등 서양 근대 초기의 철학자들을 거쳐 마르크스와 뒤르켐, 프로이트, 스키너 등 근현대 사회과학자, 찰스 다윈, 에드워드 윌슨, 스티븐 핑커,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제이 굴드 등 현대 생물과학 연구자들의 사유들이 첩첩이 포개져 있다.책은 포성이 울리는 전장(戰場)에서 쓴 양 치열한 ‘지적 난타전’의 흔적이 적지 않다. 1859년 ‘종의 기원’ 출간 이전의 인간에 대한 탐구들은 모두 가치를 상실했다고 단언한 생물학자 조지 심슨부터 핑커, 윌슨, 도킨스 등 ‘인간 본성의 과학’ 대열에 선 이들에 대한 저자의 전면적 반론이 흥미롭다. 그가 아우른 이론가만 459명. 참고문헌과 색인 분량은 100쪽을 넘는다. 지난 3일 성남시 중원구 도촌동 서재에서 만난 홍 박사는 “젊은 시절부터 늘 품고 있던 의문이 인간의 본성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며 “간단한 논평이라도 쓸 생각으로 2011년부터 시작한 작업이 5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76학번인 그는 모교에서 예술사회학 박사를 했다. 스스로 교수나 직업적 학자의 삶을 추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적 열정으로 인간 본성(의 관념)에 대한 온갖 난해한 이론들을 고찰하고 풀어내고 싶었다는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실존적 삶이 인간 본성에 대한 의문을 가중시킨 건 아닐까. 학생운동가→용접공→기업가→정치인을 거쳐 저술가에 이르기까지 그의 다채로운 이력에 비춰보면 학술서로 위장한 일종의 자서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본명은 홍석기. 대학 졸업 후 마르크스 혁명의 도화선이 되겠다며 노동 현장에 투신했다. 20~30대의 7년을 경기도의 한 공단에서 용접공으로 살았다. “자본주의는 인간을 절망시킨다는 마르크스에 전적으로 동의했어요. 학생 운동이 도덕적 권위를 가진 시대였고, 노동자가 봉기하면 혁명도 가능하다고 믿었죠. 용접공으로 공장들을 전전하며 노동자들을 의식화하겠다는 생각에 푹 빠졌어요. 그런데 의식화 대상인 노동자들은 퇴근 후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면 그래도 살 만한 세상이라고 생각을 하더군요. 결국 계급 의식을 고양해 인간 본성을 바꿀 수 있다는 건 환상이고, 오만이라고 깨달았어요.” 그 시기의 생각은 책 4부에서 다룬 ‘마르크스의 휴머니즘’, ‘뒤르켐의 사회실재론’, ‘파레토의 비논리적 행위 이론’, ‘스키너의 행동주의’에 오롯이 담겼다. 정치 경험 역시 인간 본성에 한발 더 나가게 하지 않았을까. 김대중 정부 때 선거 전략가로 총선을 치렀고, 2002년 대선에도 깊이 관여했다. 노무현 대선 후보의 이론적 근거가 된 ‘영남 후보론’도 그의 작품이다. 노무현 후보 선대위 기획실장으로,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실무책임을 맡았다. 노 대통령 당선 후 정치권과 결별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1년간 연구 활동을 했다. “정치판에서 인간의 탐욕을 봤어요. 공인의 책무나 책임 윤리에 대한 성찰 없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국회의원이나 장관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치가 전도된 우리 사회의 실상을 느꼈어요. 학벌, 인맥, 지연으로 촘촘히 얽힌 고대 부족주의적인 정치·관료 문화를 보면서 우리의 공공 영역이 결코 정의롭지 않으며, 진보할 수 있을까 하는 좌절감이 컸습니다.” 정치 경험은 책 1부의 맹자와 순자의 성선·성악설부터 2부와 3부의 한비자와 마키아벨리, 홉스 등을 관통하는 인간 본성과 국가의 통제 담론, 루소의 ‘고상한 야만인’ 개념까지 두루 녹아 있다. 그가 30대 후반인 1993년 설립한 작은 회사는 현재 연 매출 2000억원의 상장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2010년 스스로 경영에서 물러나 저술가의 삶으로 뛰어든 홍 박사는 “읽어야 할 책과 자료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 내가 쓴 글에 불만족스러워하면서 꾸준히 글쓰기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윈을 인용해 “우리의 신체에는 ‘비천한 기원의 흔적’에서부터 가장 고상한 높은 덕성까지 온갖 잡동사니가 들어 있다”며 “인간의 본성에 대해 확증될 수 없는 모든 것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또 의심하며 글을 썼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사설] 대선주자들, 트럼프의 일자리 창출 배워라

    글로벌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저성장의 덫에 빠지면서 실업난은 이제 세계적인 현상이 됐다. 세계 각국은 저마다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국내외에서 논란의 도마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는 취임 전부터 법인세 인하라는 당근과 관세 인상이라는 채찍을 휘두르며 일자리 창출에 올인했다. 그는 포드·제너럴모터스(GM)·피아트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3사의 신규 멕시코 공장 투자 계획을 좌절시켰고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입품에 국경세 35%를 물리겠다는 협박에 가까운 압력을 병행해 도요타로부터 5년간 100억 달러 투자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최근 현대차도 31억 달러 투자계획을 밝혔고 LG전자나 삼성전자 등 한국기업들도 잇따라 동참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투자 계획을 공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트위터에 ‘생큐, 삼성’이라고 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내 일자리 창출에 맞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최근 여야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내놓은 정책 대부분은 공공부문에서의 일자리 창출이지만 기대에 미흡하다. 정부 예산으로 공공분야 일자리를 늘린다는 것은 공공부문의 비효율만 확대하고 국민 혈세 부담만 늘리는 하책에 불과하다. 박근혜 정부도 그동안 일자리 예산에 쏟아부은 예산만 72조원이지만 실업자는 지난해 100만명을 넘어섰고 청년실업률은 9.8%로 2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생계형 창업에 나선 자영업자들이 경기침체로 빚더미에 올라선 경우도 부지기수다. 정부는 2017년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취업자 증가 목표치를 26만명으로 잡았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수출 회복세 미약으로 제조업 고용 부진은 지속적으로 확산 중이다. 내수가 기반이 되는 서비스업 역시 소비심리 위축으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들의 결정을 존중해야 하지만 다양한 세제 혜택 등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대기업들이 쌓아놓은 사내 유보금은 30대 기업의 경우 2015년 기준으로 478조원에 이른다. 국내 투자로 환원해 일자리 창출로 연결하는 적극적인 정책도 필요하다. 국내로 돌아오는, 이른바 유턴 기업들도 일자리 창출이란 관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국내 정착에 성공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등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제조업 체질을 개선하고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 산업을 진흥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대선주자들이 청년복지수당과 기본소득제 등 복지 공약이 쏟아지지만 일자리 창출 자체가 민생과 복지 모두를 아우르는 근원적 해법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 [단독] ‘내 집 vs 전세’ 평생 삶의 질 좌우… 결혼, 출발부터 불공정

    [단독] ‘내 집 vs 전세’ 평생 삶의 질 좌우… 결혼, 출발부터 불공정

    두 신혼부부의 결혼 ‘대차대조’“대출 없이는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 얻기가 불가능하죠.” 올봄 결혼을 앞둔 박모(32·여)씨는 신혼집을 알아보다 소위 ‘미친 전셋값’을 절감했다. 9급 지방직 공무원인 박씨와 중견기업에 다니는 예비 신랑의 월급을 합치면 450만원. 양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두 사람의 힘만으로 결혼하기에 적은 월급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함께 모은 9000만원도 있었다. “서울에서 원룸밖에 못 구하더군요. 그래서 경기 파주, 김포, 일산 쪽의 작은 아파트나 빌라를 알아보고 있는데 66㎡(20평) 전세가격이 1억 5000만원을 넘습니다. 빚을 6000만원 정도 내려는데 언제 내 집을 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반면 지난해 결혼한 공무원 성모(31·여)씨의 경우 부부 소득은 박씨 커플과 비슷한 500만원선이지만 양가 부모의 도움으로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79㎡(24평) 아파트를 구입했다. 전세금 1억원, 부모가 준 2억원, 전세대출 6000만원이 재원이었다. “2~3년 안에 대출금을 갚으면 생활이 조금 여유로워질 겁니다. 부모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10년은 더 은행빚을 갚아야 했겠죠.” 노동으로 돈을 버는 속도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훨씬 가파른 상황이 지속되면서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 집을 소유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도시에 거주하는 젊은 부부들은 맞벌이로 월 500만원 이상을 벌어도 뛰는 전셋값을 감당할 수 없다고 답답해했다. 국토교통부의 신혼부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혼인 1~5년차 신혼부부들(조사 대상 2574쌍)은 결혼 이후 평균 103개월(8년 7개월)이 지나야 집을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10명 중 3명(33.4%)은 ‘언제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나 ‘평생 못 살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주택 소유로 시작되는 격차가 눈앞에 놓인 삶의 윤택함뿐 아니라 출산율, 노후 준비 등의 격차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청년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유산의 격차도 인정하되 근로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한다면 사회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5년 이내 혼인한 신혼부부(2015년 11월 1일 기준)는 147만 2000쌍이고 이 중 주택 문제가 심각한 수도권 거주자는 52.3%이었다. 또 무주택자는 57.4%로 10명 중 6명꼴이었다. 주택을 소유한 부부의 평균 출생아 수는 0.88명이지만, 무주택자의 경우 0.77명이었다. 같은 대학을 나온 35살 동갑내기 김모씨와 이모씨의 경우를 보면 신혼부부에게 ‘내 집’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드러난다. 2013년 결혼한 김씨는 아버지 명의의 서울 강남구 132㎡(40평·시가 14억원) 아파트에 살고 있다. “언젠가 내 집이 될 거니까 집을 살 계획은 없습니다.” 김씨 홀로 월 350만원 정도를 벌지만, 결혼 직후 첫째를 낳고 2015년 둘째를 얻었다. 요즘에는 국산 중형차 대신 수입 중형차를 살까 고민 중이다. 이씨는 2014년 결혼해 서울 강남구의 43㎡(13평) 빌라에 전세로 살고 있다. 부부가 모은 돈 1억원에 추가로 1억원을 대출받았다. 이씨 부부의 월수입은 600만원이지만 800만원대의 국산 소형차를 중고로 구입했고, 첫째를 키우기도 버거워 둘째 계획은 없다고 했다. 이씨는 “빚을 갚기 바빠 아직 내 집 마련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외벌이인 김씨 부부는 주식과 연금저축, 개인퇴직연금 등으로 노후에 대비하면서 아이들을 위해 별도의 저축을 한다. 반면 맞벌이인 이씨 부부는 주택대출 상환(연 이자 3%대)과 2살 아이의 돌보미 비용으로 월 400만원 정도를 지출한다. 국민연금이 유일한 노후준비다. “우리 힘만으로 살아보자며 작은 곳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으로선 넓은 집이나 내 집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정말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버는데 어른들의 ‘평범하게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줄 아느냐’던 말이 매일 생각납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커트 보니것 지음, 김용욱 옮김, 문학동네 펴냄) ‘제5도살장’이라는 대표작을 남긴 미국 작가 커트 보니것(1922∼2007)의 대학 졸업식 연설문을 모은 책이다. 1960년대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청년 반(反)문화의 영웅이자 대변인이었던 보니것 특유의 풍자와 블랙 유머로 젊은이들을 격려하고 제도권과 기성세대를 꼬집고 있다. 책에 실린 연설을 한 시기는 1972년부터 2004년까지이지만, 작가는 청년들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유지한다. 1994년 5월 시러큐스대에서는 나이와 경험을 들먹이며 청년들을 어린애 취급하는 기성세대를 대신해 사과하기도 했다. 보니것의 조언과 격려는 이달 졸업시즌을 맞은 대학가에서 들려올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류와 반대지점에 있다. 216쪽. 1만 3800원.자본주의에 희망은 있는가(슬라보예 지젝 지음, 박준형 옮김, 문학사상 펴냄) ‘종말의 시대를 살아가기’, ‘처음에는 비극으로, 그다음에는 웃음거리로’, ‘위험한 꿈의 시대’ 등의 책으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고 탁월한 철학자’로 불리는 저자가 날카로운 메스를 가해 분석한 자본주의 얘기다. 현재 자본주의의 골칫거리를 논하기 위해 뮤직비디오와 배트맨 영화, 마르크스와 라캉까지 해석한다. 저자는 진정한 해방으로 나아가기 위해 현존 질서를 변화시켜야 하며, ‘무정부주의적 수평주의’가 아니라 우리를 행동하게끔 만드는 ‘새로운 마스터’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2013년 한국에서 발표한 ‘공산주의의 이념’ 학술대회 원고와 경희대 석좌교수로 부임해 강의했던 내용을 묶었다. 380쪽. 1만 8000원.결혼의 문화사(알렉산드라 블레이어 지음, 한윤진 옮김, 재승출판 펴냄) 배우자 선택의 조건과 결혼 생활, 결혼의 끝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결혼 문화의 변화상을 쫓는 인문학 서적이다. 역사적 사실로 살펴본 결혼은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평생 함께한다는 로맨틱한 약속과는 거리가 멀다. 유럽 왕족과 명문가 귀족, 시민계급 역시 자신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결혼을 활용했다. 평민이나 노동계층의 경우 결혼을 함께 일하기 위한 공동체 개념으로 인식했고, 이는 20세기에 들어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당대 신문의 구혼 광고란에는 배우자이자 동업자를 구하는 광고가 종종 실리곤 했다. 시대적, 사회적 생활상을 반영하며 끊임없이 변모해 온 결혼의 풍속도를 이해하기 좋은 책이다. 304쪽. 1만 5000원.
  • [서울광장] 루스벨트, 그도 포퓰리스트였다/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루스벨트, 그도 포퓰리스트였다/오일만 논설위원

    미국민들이 존경하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그도 한때 대중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의 신봉자로 공격받은 적이 있다. 대공황 와중인 1932년 재선에 도전한 허버트 후버 대통령과의 선거전에서다. 후버는 루스벨트가 내건 뉴딜 정책을 국가의 장래보다 민심을 선동하는 인기 정책으로 몰아쳤다. 자유방임경제 정책이 판치는 시대에 정부 개입과 자본 규제는 그 자체가 혁명적 사고였다. 사회안전망을 통한 복지 확대는 사회주의 체제에서나 가능한 정책이었다. 미국 내 보수주의자들이 그를 사회주의·공산주의자, 심지어 빨갱이로 매도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1929년 증시 폭락으로 시작된 대공황. 1932년 대선 당시 미국의 국민총생산(GNP)은 대공황 이전의 56%로 급락하면서 1300만명의 실업자들이 길거리 쏟아져 나왔다. 실업률은 25%에 달했고 미국 전체가 공포에 떨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승승장구하던 미국 경제는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당시 미국은 탐욕스런 자본이 활개치면서 극도의 빈부 격차에 시달렸다. 빵과 일자리를 달라며 아우성치는 실업자들에게 후버 대통령은 자본주의 체제의 우수성을 자랑하며 경제 회복을 자신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치달았다. 루스벨트는 포퓰리스트로 공격을 받으면 “부자들을 더 부유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나의 정치철학”이라고 일갈하고 타협하지 않았다. 미국민 역시 그 유명한 노변담화 등을 통해 직접 국민들에게 다가서는 그에게 마음을 열었다. 미국 역사상 전무한 4선 대통령으로서 위기에 처한 미국을 살린 동시에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정치적 토양이 됐다. 미국의 보수 세력들이 뉴딜 정책을 인기 영합 전략으로 공격한 것처럼 포퓰리즘 프레임은 기득권 세력이 즐겨 쓰는 정치 수법이다. 대중과 엘리트, 다수와 소수의 대결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 방패막이인 셈이다. 권위 있는 웹스터사전도 포퓰리즘을 ‘민중의 필요나 소망을 대변하는 정치 사상이나 활동’으로 정의한다. 정치적 이해관계나 정파에 상관없이 일반 대중을 대변하려는 정치 소통인 것이다. 포퓰리즘의 비극으로 통용되는 아르헨티나의 경제를 파탄 낸 것은 퍼주기식 소득 보전 정책이나 복지 확대가 아니다. 3000명이 넘는 반대파를 살해한 군부 쿠데타 세력과 이에 기생한 엘리트 집단의 부정부패와 천문학적인 국부 유출이라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우리도 포퓰리즘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경제민주화라는 화두 속에서 기본소득 도입이나 군 복무 단축 등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는 분명 정치적 야망에서 비롯된 인기 영합 정책도 숨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본질을 외면하고 현상을 왜곡해 포퓰리즘이란 정치적 주홍글씨로 낙인찍는 수법은 참으로 비겁한 행위다. 어설픈 서민 행보로 서민을 위한 지도자인 양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인기 영합 전략이다. 뉴딜 정책이 포퓰리즘의 대명사에서 미국을 구해낸 구세주가 된 것은 시대정신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2차 대전 직후 대량 실업의 두려움 때문에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복지정책으로 노동당이 승리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당시 보수당은 노동당의 정책을 국가 재정을 거덜내는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했지만 이후 70여년간 영국과 유럽의 복지체제 근간을 이뤘다. 국민들이 시대마다 절실하게 열망하는 것, 그것이 시대정신이다. 이 도도한 흐름을 간파하고 인도하는 것이 제대로 된 리더십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우리 역시 소수 강자들이 지배하는 나라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의미에서 70년 적폐와 불공정, 불평등을 청산하고 자유로운 민주주의 가치를 살리자는 열망은 거대한 시대정신을 이뤘다. 정치, 경제 모든 분야에 뿌리내린 부패한 권력 고리를 끊어 내고 공정한 경제 정의를 세우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훌륭한 국가가 우연한 행운의 산물은 아니다. 깨어 있는 시민들이 권리이자 의무인 정치 참여를 통해 잘못된 국가의 길을 바로잡아야 한다. 부당한 권력을 단죄한 우리 국민들이 이번 대선에서 시대정신을 구현할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부고] 이상문학상 수상 소설가 정미경 별세

    [부고] 이상문학상 수상 소설가 정미경 별세

    소설가 정미경씨가 18일 오전 4시 급환으로 별세했다. 57세. 고인은 1960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폭설’이 당선돼 등단했고, 2001년 세계의문학에 ‘비소 연인’을 발표하며 소설가로 작품 활동을 해 왔다. 치밀한 관찰력과 섬세한 문장을 바탕으로 현대 자본주의의 속물성과 불안 등을 파헤치는 작품을 썼다. 특히 2000년대 부르주아 계급의 허위의식을 소재로 하는 문단의 새로운 경향을 주도했다는 평을 받았다. 2002년 소설 ‘장밋빛 인생’으로 오늘의작가상을, 2006년 ‘밤이여, 나뉘어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는 소설집 ‘나의 피투성이 연인’, ‘발칸의 장미를 네게 주었네’, ‘프랑스식 세탁소’와 장편소설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 등이 있다. 유족으로는 남편인 김병종 서울대 미대 교수, 아들 지훈(서원대 겸임교수)·지용(조각가)씨가 있다. 빈소는 한림대성심병원 장례식장 VIP2호실이고, 발인은 20일 오전 8시다. (031)386-2345.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이재명 “국민 1인당 기본소득 연 130만원 지급하자”

    이재명 “국민 1인당 기본소득 연 130만원 지급하자”

    이재명 성남시장이 18일 ‘시민 1인당 130만원의 기본소득’을 제공하자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판교테크노밸리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판교테크노밸리, 기본소득을 말하다’ 토크 콘서트에서 “국민의 추가부담 없이 정부예산 400조원 중 구조조정을 통해 28조원을 마련 생애주기별 각 100만원, 그리고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국민 1인당 30만원 씩 연간 총 130만원을 지급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본소득은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복지정책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성장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역설했다. 이 시장이 밝힌 기본소득의 구조는 생애주기별로 아동(0~12세), 청소년(13~18세), 청년(19~29세), 노인(62세 이상)에 각 100만원을 배당을 하고 장애인, 농어민 등 특수계층에게도 100만원씩 배당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토보유세를 통해 전 국민에게 1인당 30만원을 배당한다. 이 시장은 “국내 토지자산이 6500조원 규모인데 보유세는 종합부동산세 2조원, 재산세 5조원 정도로 너무 적다며 연간 15조 5000억원을 거두어 국민 95%에게 되돌려 주겠다” 설명했다. 그는 또 “세금을 제대로 걷어 국민이 모두 나눠 쓰면 불로소득에 의한 ‘돈맥경화도 풀릴 것” 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IT 기반 4차 산업혁명 시대와 기본소득 지급 필요성도 제시했다. 그는 “기본소득 도입에 앞장서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 일자리를 없애는 실리콘밸리”라며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인 기본소득 브라더스는 테크놀로지가 인간을 대체해 일자리가 없어지고 여기서 발생하는 막대 이윤은 소수에 귀속돼 소비 여력은 떨어지고 불평등은 심화하며 자본주의체제는 붕괴한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우리나라 최초로 성남시에서 청년들에게 연100만원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해 자영업자들과 골목상권을 살렸고, 207명 취업했으며, 113억 부가가치 유발하는 등으로 192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를 거두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남에서 성공한 기본소득 실험을 중앙정부를 통해 전국으로 확대하는 게 제 바람” 이라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역관상언등록연구(이현주 지음, 글항아리 펴냄) 조선 인조 15년(1637)부터 숙종 18년(1692) 사이에 역관(譯官)들이 작성한 문서와 지방 수령이 중앙정부에 올린 보고서인 ‘역관상언등록’(譯官上言謄錄)의 첫 완역본. ‘상언’은 신하가 임금에게 글을 올리는 일을 뜻한다. 17세기 역관의 인사 이동과 처우 개선 문제, 조선을 둘러싼 동아시아 정세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중국에서는 후금이 청나라를 세우면서 명나라를 압박하고, 일본에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후손들이 권력을 세습하고 있었다. 저자는 책이 제작됐을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역관의 세계를 소개한 뒤 문서 65건을 빠짐없이 번역했다. 468쪽. 2만 5000원. ●우리는 아이들을 믿는다(리처드 벡 지음, 유혜인 옮김, 나눔의집 펴냄) ‘맥마틴 유치원 아동학대 사건의 진실’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미국 현대사의 기상천외한 사건으로 꼽히는 아동학대를 다뤘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아동학대 사건의 방대한 기록을 조사하고, 핵심 인물 수십 명을 인터뷰함으로써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간다. 아동학대 사건은 그 자체로 선정적이고 자극적이어서 언론과 수사기관 모두 ‘악마 찾기’에 몰두한다. 그러다 보니 아동학대 자체가 진실과 상관없는 집단 패닉을 낳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게 저자의 인식이다. 개별 사건 측면을 넘어 문화적 측면까지 저자는 분석해 낸다. 452쪽. 1만 7000원. ●농촌(마이클 우즈 지음, 박경철·허남혁 옮김, 따비 펴냄) 우리는 흔히 농촌을 어촌, 산촌과 함께 분류되는 지역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어촌이나 산촌에 사는 사람 역시 대부분 어업이나 임업 등을 농사와 병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농촌은 생각보다 광범위하다. 이 책은 다양한 기능과 상반되는 이미지가 교차하는 농촌을 9개의 주제로 다룬다. 영국 농촌지리학자인 저자는 지리학과 사회학에서의 농촌 연구를 개괄하고 경제적 공간, 자본주의 농촌 변화, 소비 공간으로서의 농촌을 탐색한다. 농촌이 생산 공간일 뿐 아니라 관광과 레저의 소비 공간으로 글로벌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자연과 문화유산 등의 가치도 재평가되는 등 학제적 통찰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400쪽. 2만 2000원.
  • 풍요롭고 불평등한 세계화의 톱니바퀴

    풍요롭고 불평등한 세계화의 톱니바퀴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브랑코 밀라노비치 지음/서정아 옮김/21세기북스/364쪽/1맘 8000원폭력적인 세계경제/장에르베 로렌치·미카엘 베레비 지음/이영래 옮김/미래의창/288쪽/1만 5000원분배의 정치/제임스 퍼거슨 지음/조문영 옮김/여문책/400쪽/2만원 ‘불평등’은 전 지구적 정치·경제 현상을 아우르는 키워드가 되고 있다. 1989년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를 기점으로 중국과 소련의 자본주의 편입과 글로벌 경제 통합의 가속 페달을 밟아온 지난 30년간의 ‘세계화’에 대한 실패 논쟁도 격렬해지고 있다. ‘승자 독식’과 자국 이익만을 추구하는 ‘각자도생’의 부상은 불평등의 악순환을 예고하는 묵시록이다. 이미 부유했던 서구 사회의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29%를 벌어들이고, 총자산의 46%를 차지하는 ‘국가간 불평등’ 현상뿐 아니라 나날이 견고해지는 ‘국가내 불평등’ 현상은 내부에서부터 소수의 승리자가 다수의 낙오자를 배제하는 시스템을 강화한다. 세계 경제 운용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층 폭력성이 짙어진 불평등을 주제로 미래 경제를 전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책 세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불평등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브랑코 밀라노비치 교수의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는 세계화가 증폭시켜 온 글로벌 불평등을 실증적으로 파헤친 역작이다. 토마 피케티가 저서 ‘21세기 자본’을 통해 최상위 계층으로의 자본 집중 현상에 주목했다면 밀라노비치는 세계화로 일그러진 소득 분배에서의 불평등 양상을 조명한다. 그가 지난해 발표한 ‘코끼리 곡선’(elephant curve)은 가장 신뢰성 높은 세계화 성적표로 평가된다. 세계화의 절정기인 1988년부터 2008년까지 전 세계 1인당 실질소득의 상대적 증가율을 비교한 이 곡선에는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최상위 1%와 아시아 신흥국 중산층의 소득은 급격히 늘어 세계화의 수혜자가 됐지만 나머지 계층의 소득은 같은 기간 거의 ‘제로’(0)에 머물렀다. 밀라노비치 교수에 따르면 세계 최상위 1%에는 2008년 기준으로 미국인이 12%로 가장 많고, 한국인도 2%를 차지한다. 저자에 따르면 경제 양극화는 중산층 공동화와 금권정치, 포퓰리즘의 득세를 낳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와 같은 자국 우선주의와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보호무역과 신(新)고립주의는 우리가 치르고 있는 불평등의 혹독한 대가다. 세계화가 계속되면 불평등이 사라질까. 그는 “앞으로도 세계화의 이득이 공평하게 분배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프랑스의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인 장에르베 로렌치의 ‘폭력적인 세계 경제’는 현 경제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는 여섯 가지 제약을 범주화한다. 그는 기술 진보의 둔화, 노령 인구, 불평등의 심화, 자국을 벗어난 산업 활동의 대규모 이전, 한도가 없는 경제의 금융화, 투자 자금 조달의 불능이라는 여섯 가지 제약으로 인해 ‘세계의 충돌’(전쟁)과 ‘시스템 붕괴’가 출현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세계 경제의 재구조와 임계치에 도달한 불평등의 압력은 세계 경제의 성장을 저해하는 위기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고조되는 세대 간 긴장은 경제적 현실을 읽는 풍조가 될 정도다. 저자는 “인류 역사에서 한번도 보지 못한 터무니없을 정도의 불평등에 직면하고 있다”며 “인간의 역사에 자주 등장했던 반란의 움직임이 어딘가에서 등장하지 말란 법도 없다”고 경고한다. 위의 두 책이 경제학자들의 시각에서 지난 한 세대간 벌어진 구조적 경제 실패들을 실증하고 있다면 ‘분배정치의 시대’는 인류학자의 시선에서 획기적인 경제 실험을 시도할 것을 촉구한다. 미 스탠퍼드대 인류학자인 제임스 퍼거슨 교수는 30여년 동안의 남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현지 조사를 토대로 새로운 정치적 분배 모델에 주목해 왔다. 그의 주장은 영어 원제인 ‘물고기를 줘라’(Give a Man a Fish)처럼 빈민층에게 직접 현금을 주자는 것이다. 생산이 아닌 분배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012년 전체 가구의 44%에 보조금을 지급했다. 2002년과 2012년을 비교하면 남아공의 기아 가구 비율은 29.3%에서 12.6%로 줄었고, 교육과 보건 환경이 크게 신장됐다. 이 같은 기본소득 캠페인은 나미비아와 보츠와나에서도 확대 운용되고 있다. 퍼거슨 교수는 정규직 임금노동을 기반으로 한 신자유주의적인 복지모델은 불평등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 안정적인 임금 노동의 기회가 박탈되는 상황에서 서구의 복지 안전망은 더이상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저자는 이 같은 실험들은 ‘고용 없는 저성장 시대’를 맞아 빈곤을 감소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동시대 자본주의를 재고하는 ‘조용한 혁명’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한다. 퍼거슨의 첫 번째 번역서로, 그의 제자인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우리말로 옮겼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올해 최대 리스크는 기상이변·난민·테러”

    기상이변과 난민, 대규모 테러가 올 한 해 세계를 뒤흔들 주요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앞으로 10년간 세계의 경제 발전을 결정짓는 데 장애 요인으로는 빈부 격차 확대와 기후변화, 양극화 심화 등이 꼽혔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은 오는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릴 WEF 연차총회 개막을 앞두고 11일 발표한 ‘글로벌 리스크 2017’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WEF는 경제와 사회, 지정학, 기술 등 각 분야 전문가 745명을 상대로 30개 글로벌 리스크 중 올해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리스크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기상이변이 1위였다고 밝혔다. 2~5위로 각각 비자발적 대규모 이민, 자연재해, 대형 테러, 대대적인 데이터 사기나 절도가 꼽혔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간 전 세계 성장경로를 결정할 트렌드로는 빈부격차 확대, 기후변화, 양극화 심화, 사이버 의존도 심화, 고령화를 꼽았다. WEF는 보고서에서 “이미 불평등 확대와 양극화 심화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불러왔다”면서 “전 세계 지도자들이 앞으로 고난과 불안에서 벗어나려면 이런 트렌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더디게 회복하면서 빈부 격차가 커지고, 경제적 불안감이 고조돼 포퓰리즘 정당이 부상했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2015년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 상위 1%가 벌어들인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에 비해 2배 이상 확대됐다. 미국은 10%에서 22%로, 중국은 5.6%에서 11.4%로, 영국은 6.7%에서 12.7%로 각각 늘었다.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은 보고서 서문에서 “지속되는 저성장과 부채, 인구구조 변화는 글로벌 금융위기나 불평등 확대가 초래되기 쉬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면서 “만연한 부패와 단기적 이익 추구, 성장 이익의 불균등한 분배 때문에 자본주의 경제모델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젊은 작가 4인의 시선 ‘송은미술대상전’

    젊은 작가 4인의 시선 ‘송은미술대상전’

    송은미술대상 대상자를 가리기 위한 최종 심사 과정에 해당하는 ‘제16회 송은미술대상전’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 전시에는 김세진(45), 염지혜(34), 이은우(34), 정소영(37) 등 4명의 작가가 참여해 작품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① 정소영作 비닐하우스 안 ‘빛 온도 바람’ 정소영 작가는 설치물 ‘빛 온도 바람’을 발표했다. 철제 조형물에 비닐과 방풍막, 차광막을 씌워 비닐하우스가 연상되는 이 작품은 작가가 강원도 철원에서 머물다 본 비닐하우스를 소재로 한 구조물이다. 비닐하우스 안은 미로다. 열려 있으면서도 닫혀 있고, 닫혀 있으면서도 열린 듯한 이 공간에서는 빛, 온도, 바람이 차단된다. 설치물 안에서 빛을 따라가다 보면 작가가 밀랍으로 만든 양초 ‘오리산’과 작가 본인이 돌을 끌고 가는 모습을 촬영한 ‘돌’을 만나게 된다. ② 염지혜作 바이러스 실체 담은 영상물 이어지는 공간에선 염지혜 작가의 영상 작품을 볼 수 있다. 아프리카 가나에서 머물던 중 말라리아에 걸린 적이 있는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신작 ‘그들이 온다. 은밀하게, 빠르게’에 녹였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때로는 언론과 소문으로 공포와 혼란이 과장되는 ‘바이러스’의 실체를 탐구한다. 작가 개인의 이야기와 바이러스의 역사를 한데 엮은 이 작업은 빠른 전개 속도와 몽환적인 이미지가 결합해 한 편의 영화 같다. ③ 김세진作 자본주의 계급·개인 가치란 동양화를 전공한 뒤 다양한 미디어 작품을 선보이는 김세진 작가는 국가라고 하는 시스템과 개인의 관계, 그리고 그 시스템 안에서 규정되는 개인에 대한 이야기를 관찰자적인 시선에서 풀어낸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근무하는 건물 미화원의 일상을 담은 ‘도시은둔자’는 자본이 만들어 낸 계급 구조와 그 안에서 소외되는 개인의 가치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④ 이은우作 구조·공간적 입체작품 선봬 이은우 작가는 구조적이고 공간적인 입체 작품을 선보였다. 철판을 자르거나 구부려 만든 조형물에 붉은색 페인트를 칠한 ‘붉은 줄무늬’는 거실에 일반적으로 놓이는 소파나 의자, 테이블 등을 간결하게 이미지화한 작품이다. 가공한 스티로폼에 페인트를 뿌려 원재료가 돌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 작품도 있다. 송은미술재단은 전시 기간에 수상자 한 명을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열 기회가 주어진다. 전시는 오는 2월 25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시론] 촛불, 혹은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로/한승원 소설가

    [시론] 촛불, 혹은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로/한승원 소설가

    정치적·경제적 혼돈 속에서 수많은 촛불들이 질서(코스모스)를 잡으려 나서는 것을 보면서 2017년 새해를 맞았다. 프랑스 비평가 바슐라르는 촛불을 통해 몽상의 미학을 이야기했지만, 나는 자기 몸을 태워 어둠을 살라 먹으며 고독하게 죽어 가는 위대한 실존과 심혼을 읽었다. 이 나라 각계각층 지도자들은 윤리의식이 희박하다. 그것은 탐욕 때문이다. 기업인들의 윤리는 자기들이 돈을 번 사회에 어떤 모양새로든지 환원시켜 주는 데에 있다. 의사들의 윤리는 돈을 벌어 건물을 높이 올리고 거대한 종합병원의 원장이 돼 의료 업계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데에 있지 않다. 히포크라테스선서에서 그랬듯 돈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에 있다. 법조인과 정치인의 윤리는 스폰서의 돈을 받고 권력을 나누어 쓰는 데 있지 않다. 범죄 없는 세상을 만들 뿐 아니라 억울하게 인권 유린을 당하는 자가 한 사람도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에 있다. 자본주의라는 정글에서 큰 기업의 돈을 뜯어 권력을 유지하고 호의호식하는 데에 있지 않고, 큰 기업들이 작은 기업들을 잡아먹거나, 해외로 돈을 빼돌리거나, 자기 자식들에게만 돈을 물려주고, 비자금을 조성해 관리들을 매수하여 마피아 조직처럼 끼리끼리 잘 해먹는 것을 근절하고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데에 있고, 사람들을 고루 잘살게 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 창조적인 문화 창달을 해야 할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이념을 앞세우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능력 있는 문화예술인들을 불이익당하게 하는 일들을 자행했다. 우리는 군사독재 정권의 중앙정보부가 시인, 작가, 화가, 연예계 인사들의 카드를 만들어 그들의 활동 성향을 낱낱이 기록하고 그들을 관리하고 비위를 건드리는 짓을 하면 감옥에 가두기도 한 유신 독재 시대를 경험했는데 그 독한 뿌리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모든 지도자들은 실패하고 스스로의 한계를 느꼈을 때, ‘자기 돌아갈 때가 언제인가를 알고 돌아가는 이의 뒷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이형기 시인의 ‘낙화’의 의미를 알고 실천해야 한다. 그것은 탐욕이 많고 비굴하면 실천할 수 없는 일이다. 오늘의 정치적·경제적 난맥상은 하늘이 내린 시련이다. 역사는 시련 극복의 궤적이고, 빛과 어둠의 충돌의 기록이다. 역사 속에서의 빛은 반드시 어둠을 살라 먹고 새로이 창조적인 빛을 만들곤 했다. 그 연장선상에 오늘의 대통령 탄핵과 앞으로 치러질 대선이 놓여 있다. 이 판국에 대선 주자들은 현란한 대사와 연기로 우리를 현혹하고 있다. 대선 날이 가까워질수록 그들 사이에는 중상모략과 흑색선전이 난무할 것이고, 마녀사냥질 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부정부패에 편승했던 어떤 세력은 치마만 바꾸어 입고 북풍을 동원해 공포 분위기를 동원할지도 모른다. 이 판국에 우리를 안도하게 하고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은 평화롭게 타는 촛불이다. 정치지도자는 배이고 백성들은 물이라는 생각을 우리 선인들은 가지고 있었다. 물은 배를 띄워 주지만 그 배가 악을 행할 때 물은 배를 넘어뜨리고 새로운 배를 만들어 띄운다. 한반도는 도전받고 있다. 세계 2차대전 이후 구소련과 더불어 이 땅을 분단시키면서 아시아대륙을 향한 교두보를 마련한 미국은 6·25 한국전쟁에서 우리를 지켰고, 우리의 가장 든든한 동맹국이 됐다. 미국과 힘을 겨루고 있는, 동북공정의 거대 공룡 같은 중국과 구소련의 후신인 러시아는 북한을 감싸고 있고, 북한은 핵무기와 장거리 로켓포를 개발해 우리를 위협하고 있고, 우리를 식민지배한 바 있는 일본은 죄를 인정하지 않은 채 미국과 손을 잡고 군사와 경제 대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해운업과 조선업들이 무너지고, 수출은 잘 되지 않고,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조류독감으로 인해 닭과 오리들이 줄줄이 생매장되고, 서민들은 장사가 안되고, 농민들은 쌀값 하락으로 인해 맥이 빠져 있다. 그러나 절망하지 말자. 우리는 어려울수록 강해지는 전통을 가진 국민이다. 이런 때는 지혜를 모아 중심을 잡고 건강하게 나아가야 한다. 희망은 희망 없음 속에서 죽순처럼 솟는 법이다.
  • [신년 특별 대담] 정운찬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는 것만이 한국경제 살길”

    [신년 특별 대담] 정운찬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는 것만이 한국경제 살길”

    한 말씀 더 보태자면 저도 권력 분산의 방법 중 하나가 결선투표라고 봅니다. 투명한 인사위원회를 만들어서 대통령이 인사 전횡을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하나는 돈 문제인데, 지금은 국회에서 12월에 예산이 통과돼도 행정부가 마음대로 예산을 바꾸는 일이 벌어집니다. 예산을 바꾸는 것은 법률을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로 못 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권력 분산을 위해 결선투표제와 투명한 인사위원회, 그리고 예산을 행정부에서 바꿀 때 국회의 동의를 받는 절차 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 조기 선거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차기 정권에 바람직한 리더십이나 덕목, 새 시대의 소명으로 어떤 것들을 들 수 있겠습니까. 정운찬 저는 경제적 불평등 해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의 리더십이 갖춰야 할 조건으로 특수성과 보편성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어야 하고 둘째, 직책에 딸린 의무와 책임을 잘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요구되는 시대적 과제는 경제적 불평등 해소와 함께 잘사는 사회의 구현입니다. 국가 리더십은 이런 시대적 과제를 해소할 능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경제적 불평등은 해소하기가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고 기존 시스템의 반발도 심할 것입니다.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 국가 리더십은 정책 철학과 정책 의지를 갖춰야 합니다. 거기에 요구되는 책임과 의무는 공익을 위해 본인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이고, 국가 정책의 최종 책임자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입니다. 국민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알아야 하기 때문에 소통해야 하고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해야 합니다. 남재희 리더십 발현의 형태와 리더십이 추구하는 목표, 그 두 가지를 분리해서 얘기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승만 시대가 4·19 혁명으로 무너진 다음에 허정 과도정부의 수반은 ‘혁명적 사태를 비혁명적 방법으로 수습한다’고 말했습니다. 장면 내각 역시 그 철학을 그대로 계승했습니다. 방법론에서 혁명적 사태를 비혁명적 방법으로 수습하다 보니 혁명의 역동성을 수용하지 못했습니다. 김영삼 정부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군정을 거치며 넘어온 상황들을 준혁명적으로 해결해 갔습니다. 하나회라는 거창한 음성 통치조직을 박살 내 버렸고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들을 교도소에 집어넣었습니다. 금융실명제라는 경제개혁 조치를 취했습니다. 준혁명적 방법으로 썼기 때문에 김영삼 정권은 연착륙을 할 수 있었다고 판단합니다. 물론 외환위기가 있었지만, 그것은 한국만의 위기가 아니라 동아시아 차원의 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김영삼 정권은 혁명의 역학을 알았다고 봅니다. 탄핵 정국이 지난 다음 차기 정권에서 통상적인 통치 수단으로는 폭발한 촛불의 에너지를 소화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차기 지도자는 반쯤은 혁명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방법론은 그렇고 내용 면에서는 ‘한국판 뉴딜’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간주되는 것은 뉴딜 때문인데, 그 영향은 제2차 세계대전 후의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컸습니다. 미군과 함께 ‘뉴딜러’(New Dealer)라고 불리던 뉴딜 정책 관료들이 와서 대대적인 개혁을 수행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권 후에 새로 들어온 정부는 루스벨트가 한 뉴딜과 같은 개혁을 해야 합니다. 동반성장, 포용적 경제성장 등 표현이 어찌 됐든 그런 경제정책을 우리가 취해야 합니다. 정운찬 비전이 정말 중요합니다. 지금 우리는 좋든 싫든 자본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가 잘못 이해되고 있습니다. 자유와 경쟁이 다 중요하고 그것이 넓게 인류 사회를 발전시킨 것은 확실하지만,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객관적 관찰자 마인드가 중요합니다. 자본주의 경제는 다른 체제에 비해 흠은 적지만 부서지기가 쉽습니다. 1970년대 들어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면서 신자유주의가 태동했습니다. 신자유주의를 너무 방임한 결과로 미국에서 트럼프가 당선됐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우리 경제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생각했을 때 자유주의와 시장주의를 너무 과도하게 활용해서는 곤란합니다. 사회 국가 운영 방향과 바람직한 국가 모델에 대해 여쭤보겠습니다. 산업화·민주화 이후의 바람직한 국가 건설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또 우리가 추구할 만한 국가 모델이 있을까요. 정운찬 저는 외국에서 좋은 사례를 배워 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외국 모델을 우리가 직접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뉴질랜드에서부터 개혁을 배우자, 핀란드, 싱가포르, 스웨덴에서 배우자고 하지만 그런 나라들은 인구가 500만~600만명에 불과합니다. 저는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로 동반성장 모델을 제시해 왔습니다. 지금 단기적으로 한국 경제가 살길은 동반성장밖에 없습니다. 동반성장은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어서 다같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있는 사람 것을 빼앗아서 없는 사람한테 거저 주자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 전체의 파이는 키우면서 분배의 룰을 바꾸자는 것입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00이라고 할 때 부자한테 50이 가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50이 간다면 동반성장이 추구하는 것은 GDP를 110으로 만들면서 부자에게 53, 가난한 사람에게 57을 배분하자는 것입니다. 부자도 소득이 늘어나고 가난한 사람도 소득이 늘어나는 것인데,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의 수가 많으니까 부자의 소득이 늘어나는 것보다는 가난한 사람의 소득이 더 늘어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동반성장은 막연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뿐만 아니라 빈과 부, 도시와 농촌, 수도권과 비수도권, 남한과 북한, 그리고 세대 간, 국가 간, 남녀 간 등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제가 서울대 총장으로 재직할 때 지역균형선발제를 도입했습니다. 이전에는 서울대에 한 명의 학생이라도 보낸 고등학교가 600개였는데, 제도 시행 후 고교 수가 1000개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상당한 성공을 이룬 것입니다. 남북한 동반성장은 개성공단이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또 자유무역협정(FTA)은 국가 간 동반성장의 예라고 생각합니다. 이 아이디어를 빨리 한국 경제에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반성장 단기 3정책’이 있는데 초과이익 공유,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정부 발주 사업의 중소기업 직접 발주제 등입니다. 중기적으로는 교육을 통한 창의성 제고가 중요합니다. 모든 국민을 창의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나 가정에서 질문하고 답하는 것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부모가 아이한테 “오늘 학교에서 질문했어?”라고 물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유대인들은 하루에 한 시간씩 시킨다고 합니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남북한 동반성장이 절실합니다. 앞으로 국가 간 보호무역이 심해질 텐데 교류할 수 있는 곳은 북한밖에 없습니다. 동반성장은 남북 통일의 필요조건입니다. 남한 주민과 북한 주민한테 통일을 원하는지 물어야 합니다. 경제 격차가 너무 크면 북한뿐 아니라 남한 주민들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온 나라가 부정부패에 휩싸여 있습니다. 교육, 검찰, 언론, 종교 등 모든 분야가 부정부패로 차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금은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는데, 완전한 징벌적 배상으로 바꿔서 어떤 룰을 안 지키면 그 기업이 해당 산업에서 완전히 퇴출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남재희 독일을 참고할 수 있겠지만, 어디서 베낄 수가 없는 문제입니다. 경우에 따라선 일본에도 많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도 사회 각계각층이 아주 잘 정돈된 사회입니다. 우리가 그걸 참고로 해서 딱 요거다 할 모델은 없습니다만, 각 나라의 특수한 사정에 맞춰 개별 나라들이 창의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사회 외교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푸틴, 시진핑, 트럼프, 아베 등 강한 스타일의 주변국 지도자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을까요. 정운찬 동북아 문제는 남북문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 푸틴이 이끄는 러시아, 아베가 이끄는 일본,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 등 4강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는 방법은 외교의 태도를 바꾸는 데 달려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 외교는 우리가 푸는 게 중요합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 베이징, 워싱턴에 매달리며 김정은 좀 때려 달라고 하는 식이면 우리는 영원히 주변 국가에 의존적으로 살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남북관계를 완화하고 북한과 미국도 가깝게 지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가 최우선이라는 것을 우리 외교의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결과로서의 통일’이 아닌 ‘과정으로서의 통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특히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통일 기반 조성용 사업은 북한의 도발이 있다 할지라도 절대로 폐지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뿐만 아니라 통일 기반 조성용 사업을 앞으로 더 많이 벌여 나가야 합니다. 남재희 그 말씀은 북한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실패한 체제이고 몹쓸 체제이긴 하지만, 국제 역학 관계에서 당장 어떡하겠느냐, 평화 공존을 해가면서 점진적인 변화를 도모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매우 합리적인 얘기입니다. 하지만 우리 국내 정치가 그걸 수용을 못 합니다. 6·25 이후에 구축된 냉전 세력이 각계각층에 엄청나게 쌓여 있습니다.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은 자칫 ‘빨갱이’나 ‘종북’으로 몰립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정치인들이 용기를 가져야 하는데 정치인들은 표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 좀체 극복을 못 합니다. 언론들도 그 역할을 안 해줍니다. 현실에서 그것을 어떻게 실천해 나가느냐 하는 방법론에서는 엄청난 난관이 있습니다. 사회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해 주십시오. 남재희 의식을 하든 못 하든 간에 우리는 ‘준혁명기’에 들어섰습니다. 앞으로 엄청난 변화가 있으리라 봅니다. 한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같은 사람이 나와서 뉴딜도 하고 남북 간에 평화 공존도 구축하는 비전을 보여야 합니다. 그런 비전을 보이는 사람한테 국민이 표를 던지면 그것 자체가 혁명적 행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르크스가 한 이야기 중에 ‘역사는 두 번 되풀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번은 비극으로, 또 한번은 소극(笑劇)으로 끝난다고 합니다. 웃음거리로 끝난다는 것인데 비극보다 비참한 게 웃음거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했지만, 이것을 잘못 극복해서 소극으로 끝날까 걱정입니다. 모두 각자 역할을 제대로 해서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운찬 지금의 촛불시위는 헌법재판소에서 박 대통령 탄핵을 확정하더라도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여의도 국회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기 정당, 자기 파벌에서 대통령을 만들려고 하는 정치권의 행태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촛불에 대한 이해나 수용 없이 그저 정략적으로 이용하려고만 해선 절대로 안됩니다. 우리는 위기를 많이 겪어봤습니다. 그리고 그 위기들을 잘 극복해 왔습니다. 이번에도 충분히 그런 저력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리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정운찬 전 국무총리 ▲ 1947년 충남 공주 출생 ▲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 미 프린스턴대 경제학 박사 ▲ 서울대 총장(경제학부 교수) ▲ 국무총리 ▲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현)
  • [신년 특별 대담] 남재희 “촛불은 민주주의·정의 철저히 실천하자는 시대정신”

    [신년 특별 대담] 남재희 “촛불은 민주주의·정의 철저히 실천하자는 시대정신”

    사회: 이경형 주필 새해에는 탄핵 정국이 개헌·대선 정국과 맞물려 돌아가게 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의 촛불 함성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기에 이르렀다. 국회의 탄핵안 의결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권력 공백의 과도기를 관장하고 있다. 정치권은 여당의 분열로 4당 체제로 운영되는 가운데 정파별로 조기 대선에 대비한 전선 구축에 여념이 없다. 지금 한반도 주변 정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등장과 시진핑, 블라디미르 푸틴, 아베 신조 등 강성 지도자의 포진으로 대단히 유동적이고, 북한 김정은은 핵 무장에 집착하고 있다. 이 같은 나라 안팎의 위중한 시기를 맞아 경제 석학으로 국무총리를 역임한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과 국회의원 4선에 노동부 장관을 지낸 진보적인 정치비평가 남재희 언론인의 대담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들을 진단해 본다. 사회 지난 2개월의 촛불 정신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이나 탄핵을 넘어서 앞으로 국가가 추구해야 할 비전과 가치에 관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봅니다. 국가 운영의 틀이나 사회 작동의 시스템을 개조해야 한다는 관점도 있습니다. 촛불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1960년대 후반 미국 내 베트남전 반대 시위가 있던 격동의 시기를 미국의 신문과 잡지는 ‘양적인 혁명’과 ‘질적인 혁명’이라는 용어로 해석했습니다. 기존의 가치나 사상 체계를 그대로 실천하고 이행하는 것이 양적인 혁명이라면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차원의 모색을 하는 것이 질적인 혁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개념을 빌리면 이번 촛불의 시대정신은 질적인 혁명보다는 양적인 혁명 쪽 비중이 더 높습니다. 거창하게 새로운 사회를 추구한다기보다 기존에 갖고 있던 민주주의와 정의를 철저히 우리 사회에도 적용하고 실천하자는 시대정신이 압도적입니다. 질적인 혁명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추구의 열망도 보입니다. 실업난과 양극화 등의 심화 속에 새로운 사회에 대한 희망, 열망 같은 것이 겹쳐진 이중적 구조로 현 상황을 분석해야 한다고 저는 봅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 저도 촛불시위에 세 번 나갔습니다. 정말로 남녀노소,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다 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번 촛불의 시대정신을 ‘정의’와 ‘함께 잘 살자’라고 규정합니다. 정의라는 것은 간단하게 ‘보편적 상식이 사회작동 원리로 기능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편적 상식이란 열심히 일하면 응분의 대가를 받는 것, 부모의 재산과 사회적 지위 없이도 본인의 능력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것, 법 앞의 평등을 의미합니다. 또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공익 증진을 위하는 것이 보편적 상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최순실 일가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직을 이용했습니다. 사익 추구를 위해 정경유착과 인사전횡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에서는 우리가 갖고 있는 보편적 상식이 사회작동 원리로 기능하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시민이 광장에 나와 ‘보편적 상식이 사회작동 원리로 기능하는 정의사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함께 잘 살자’라는 가치 구현이 요구된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모든 사회 변혁의 밑바탕에는 경제적 불평등이 깔려 있었습니다. 경제적 불평등은 모든 역사에 존재했지만 최근의 경제적 불평등은 신자유주의 논리에 의해 더욱 확대되고 제도화됐다고 생각합니다. 신자유주의 논리는 ‘개인의 자유’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의 활동은 ‘자본’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를 확대한 것은 결과적으로 ‘자본의 자유’ 확대로 나타납니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인간이나 공동체는 등한시하고 개인과 자본의 자유만 강조하게 된 결과가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 사회입니다. 저는 경제적 불평등을 제도화하는 신자유주의적 가치에서 공동체 사회가 건강해야 개인도 행복할 수 있다는 ‘함께 잘 살자’라는 동반자 가치가 시대정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헌법재판소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고, 국정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정권 교체를 앞둔 과도기적인 행태를 띠고 있는 것이지요. 권한대행 체제의 국정운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남재희 영어로 ‘인터레그넘’(interregnum)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직역하면 ‘왕위 공백기’란 뜻인데, 현재가 민주주의시대의 통치권 공백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이를 알아차리고 자진해서 하야를 했으면 그만큼 통치권 공백기가 단축됐을 텐데, 김종필 전 총리가 한 언론 인터뷰에 이야기한 것처럼 박 대통령은 5000만명이 하야하라고 해도 안 할 사람입니다. 정치 생명은 이미 끝났는데 법률과 헌법적 명운이 남아 헌법재판소에서 몇 달을 끌지도 모릅니다. 헌재가 시간을 끌면 끌수록 통치권 공백기간은 더 길어져 국가에 어마어마한 손실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 리더십이 없는 공백기에 황교안 권한대행이 뭘 할 수가 있겠습니까. 또 뭘 해서도 안 됩니다. 황 권한대행은 과거 고건 전 총리의 역할을 모델로 해서 ‘선의의 관리자’로 역할을 끝내야 합니다. 자기가 능동적으로 새로운 시책을 한다고 나서면 안 됩니다. 일본의 한 방송에서 발표한 올해 10대 국제 뉴스를 보니 1위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었습니다. 트럼프라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인이 당선되니까 각국은 비상사태에 돌입했습니다. 근데 국제 뉴스 2위가 ‘박근혜·최순실 사태’였습니다. 그만큼 국제적으로 우리나라가 웃음거리가 되고 조롱거리가 된 상황입니다. 국제 무대가 어떻게 요동칠지 모르는데 권한대행이 나서서 협상이 될 리 만무합니다. 우리나라의 통치권 공백기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운찬 황교안 권한대행은 선출된 권력이 아닙니다. 그래서 주권자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영향을 주는 정책과 법을 새롭게 만들거나 집행하는 것은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황 총리는 국정농단 사태에 책임을 공동으로 지는 사람입니다. 총리로서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하는 것을 예방하지도 못했고 결과적으로 최순실의 국정농단 정책을 집행한 사람입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정윤회 문건 사건 때 관련자들을 법대로 처벌했다면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황 총리가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 재임하며 정윤회 문건 사건을 법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황 총리는 현상유지 차원의 관리 이상의 활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기존 정당들의 각종 개혁이나 혁신 작업을 어떻게 보십니까. 특히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개헌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계십니까. 남재희 저는 현재 활동하는 정치인들과 생각이 좀 다릅니다. 탄핵 정국에서 개헌 문제를 논의하는 것을 ‘불 났는데 밤 구워 먹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서는 개헌 논의가 악의적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희석시키는 것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헌법이 만약 살아 있는 생명체라면 지금 억울해서 엉엉 울 판입니다. 왜 헌법의 잘못으로 돌리느냐고 말이죠. 어떠한 개헌이냐에 대한 합의점은 하나도 없습니다. 내각책임제에서 이원집정제, 대통령 중임제까지 개헌의 종류는 많습니다. 그러나 내각책임제는 분단국가인 우리나라 상태에서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장면 내각의 실패도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당의 전통과 안정성, 정체성 등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다가 남북분단의 현실 등은 정권이 지리멸렬하게 바뀌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대통령 4년 중임제는 초기 산업시대의 제도라 생각합니다. 지금 어마어마한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에 8년은 너무 길다고 생각합니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사회에 5년이면 충분합니다. 또한 4년 중임제를 하면 어떤 무리를 해서라도 8년을 하려 들 겁니다.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원 선거를 같이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도 대통령 선거 중간에 의원 선거가 있습니다. 이는 하나의 정치적 축제인 동시에 엄청난 정화 기능을 합니다. 예산이 낭비된다고 하는데 어차피 인건비는 다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고, 종이값 외에는 특별히 낭비되는 예산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개헌이 전혀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에 개헌을 한다면 대통령 결선 선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처럼 50% 국민의 지지를 얻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과반수가 안 되면 정책 연대를 하거나 연정, 협치를 하면 됩니다. 그 과정에서 소외된 세력이 그만큼 정치에 반영되고 우리 정치도 발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헌을 한다면 제1차적 명제가 ‘결선투표제의 도입’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정운찬 촛불시위는 주권자인 국민이 자신의 주장을 광장에서 직접 표현하는 것인데, 1987년 민주화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광장의 촛불은 반복적으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민들의 요구를 제도권 정치에서 수용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비정규직을 대변하는 정당, 환경 문제에 천착하는 정당 등 다양한 사회적 필요를 대표하는 정당들이 만들어져 이들의 주장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내각제에 대해서는 한번 생각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하나는 사람의 문제이지만, 다른 하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자질도 풍부하고 공적인 마인드를 가졌다면 이런 일이 안 벌어졌을 것이고 사람이 좀 모자란다 할지라도 제왕적 대통령 제도가 없었다면 이런 일도 안 일어났을 것이라고 봅니다. 제도의 변화가 중요한데 저는 내각제로 권력 구조가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960년대 장면 내각제는 오늘날보다는 덜 성숙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촛불시위에 나선 시민들을 보면 ‘우리도 내각제를 한번 해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 하나는 권력이 분산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내각제에서도 강력한 총리가 있을 수 있고, 대통령을 세울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정치인들입니다. 지금의 사태를 가져온 제왕적 대통령 문제를 놓고 순수한 논의를 하면 좋은데 다들 차기 대통령 선거에 대비해 자기 정파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습니다. 남재희 정 전 총리께서 우리나라의 문제점이 언론권력, 재벌권력, 검찰권력에 의한 ‘특권 카르텔’이라고 지적한 칼럼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특권 카르텔로 재벌, 언론, 관료를 꼽는데 그중 관료의 구성원은 시대마다 달라졌습니다. 해방 직후에는 경찰이 그 관료였고, 박정희 쿠데타 이후에는 중앙정보부가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이후 은행 융자를 관할하고 세무 사찰을 하면서 재무부와 국세청이 쥐고 흔들었습니다. 요새 와서는 검찰이 권력을 쥐고 흔들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 등이 추천하는 검찰위원회 구성을 헌법 조항에 넣으면 더이상 검찰이 ‘권력의 시녀’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권 카르텔을 무너뜨리는 데 있어 핵심은 경제력입니다. 경제력을 무너뜨리려면 정치력이 강해야 합니다. 그러나 내각책임제에서는 강한 정치력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역시 특권 카르텔을 혁파할 수 있는 힘은 개혁 의지를 가진 대통령이라야 가능합니다. 내각책임제는 우리가 남북 통일이 되고 개혁 과제가 별로 없는 상황이 되면 모르겠는데, 특권 카르텔과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고통받는 청년층들이 늘어가는 지금 상황에서는 불행의 늪에 빠질 수 있습니다. 정운찬 제가 내각책임제를 한번 해봄직하지 않냐는 말씀을 드린 데는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내각책임제를 위해서는 재벌의 힘을 효율적으로 제한하는 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권력이 한 군데에 집중해서 나온 현상에 놀라서 드린 말씀입니다. 세계에서 제대로 된 대통령제 국가는 미국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과연 대통령제가 잘되고 있는가에 대한 반성이 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가능하면 개헌을 해서라도 권력 분산을 했으면 좋겠다는 뜻입니다.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 1934년 충북 충주 출생 ▲ 청주고, 서울대 법학과 ▲ 조선일보 정치부장, 논설위원 ▲ 서울신문 편집국장, 주필 ▲ 제10, 11, 12, 13대 국회의원 ▲ 노동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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